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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檢 “중단 아닌 속도조절”… ‘꼭꼭 숨은 물증’ 예고된 수순?

    檢 “중단 아닌 속도조절”… ‘꼭꼭 숨은 물증’ 예고된 수순?

    검찰이 기업 비자금 사정 수사를 잠정 중단한 것은 G20의 성공적 개최라는 명분과 ‘막힌 수사’에 대한 시간벌기라는 두 가지 측면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수사 휴지기에 대한 검찰의 설명을 빌리면 주요 국가 수반들과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경제인들이 속속 입국하는 상황에서 대대적인 사정이 국가 이미지에 도움이 안 된다는 판단이다. 검찰의 이 같은 생각은 일단 ‘자발적인 판단’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4일 “G20 행사를 감안해 고려한 것으로 수사팀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검찰 윗선도 그렇게 보고 있을 것”이라고 말한 대목에서도 검찰 스스로 속도조절을 하고 있음을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지지부진한 검찰 수사에 대한 안팎의 비판을 피하려는 전술로도 읽혀진다. 전방위 압수수색과 참고인 조사에 대한 역풍(逆風)을 감안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해석이다. 현재 수사 대상인 기업들이 신년계획을 세우는 것조차 엄두도 못 내는 등 기업이 사실상 올스톱 상태여서 불안과 불만이 크다. 게다가 벌여 놓은 수사가 생각대로 풀리지 않는 것도 이런 결정의 배경이다. 일례로 압수수색하면 바로 들어올 것 같았던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도 장기간 일본에 눌러앉을 태세여서 속을 태우고 있다. 그러나 검찰의 이런 움직임은 수사가 G20 기간까지 완전히 멈추는 것은 아니다. 일종의 ‘템포조절’에 가깝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중단은 있을 수 없다.”고 말해 꼭 필요한 참고인 소환조사는 물밑에서 계속될 것임을 시사했다. 일단 검찰의 공개수사가 시작되면 무혐의 처분이 내려지기 전까지 계속된다. 그런 만큼 10일로 구속기한이 만료되는 임병석 C&그룹 회장도 예정대로 기소할 것으로 보인다. G20으로 검찰은 일단 시간을 벌었다. 그동안 검찰은 압수수색한 자료를 면밀히 분석하는 작업을 계속할 전망이다. 거물급의 소환조사나 구속과 같은 공개적 수사는 없어도 확보한 자료를 분석하는 ‘스크린’은 계속된다는 뜻이다. 실제로 태광그룹이나 한화그룹, C&그룹의 비자금 수사는 녹록하지 않은 만큼 숨 돌릴 시간과 공간이 필요한 측면이 있다. 관계된 계열사와 차명계좌 수가 많고, 비자금도 천문학적인 액수여서 확인할 사항이 방대하다는 게 수사팀의 전언이다. 확실한 물증 없이 피의자의 진술만으로 기소했다가 법정에서 진술이 바뀌면 검찰의 그동안 수사가 물거품이 되는 경우가 왕왕 있었다. 이런 상황을 종합하면 G20 이후 정·재계의 거물급 인사들의 줄소환이 예상된다. 검찰은 이들 기업 등에 대한 계좌추적 등을 통해 비자금의 규모와 조성경위는 상당한 수준으로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의 다음 단계는 비자금의 출구 즉 검은 로비에 연루된 정·재계 인사들의 소환조사다. 12월 초면 마무리될 것 같았던 기업 사정은 당초 예상보다 길어질 전망이다. 신한사태의 주역인 신상훈 신한금융지주 사장과 라응찬 전 회장, 이백순 신한은행장이 검찰의 포토라인에 가장 먼저 설 공산이 높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씨줄날줄] 오진암/김성호 논설위원

    한국 정치의 음습한 과거사엔 흔히 안가(安家)와 요정이 들춰진다. 안가가 1960∼70년대 군사정권 시절 은밀한 모임이 열리던 군부·권위주의의 공간이라면 요정은 70∼80년대 정치인, 고위관리, 기업인들의 회동이 이어진 막후정치의 산실. 말이 좋아 안가, 요리집이지 야합·공작의 현장이자 검은 거래의 중심이었다. 정치와 생활상의 변화로 사라져 갔지만 여전히 폐쇄적 뒷거래의 상징이다. 군사정권 시절 청와대 인근엔 12곳의 안가가 있었다. 군사정권 이후 대체처로 각광받은 요정도 수십 곳이 활황을 누렸다. 그중에서도 세상에 회자된 요정이라면 단연 오진암, 삼청각, 대원각(현 길상사) 등이 꼽힌다. 이른바 ‘밤의 정치’의 대표 무대. 걸어 들어오는 사람은 있어도 소형 차를 타고 오는 사람은 없다던 문턱 높은 음식점에서 콧대 높은 여종업원들의 시중을 받기란 서민들에겐 턱도 없었을 터. 그 문턱 높은 요정들이 이젠 복합문화공간(삼청각)이며 수행공간(길상사)으로 바뀐 채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니 세상은 많이 변했다. 밀실의 안가를 대체한 요정정치의 효시격 공간은 오진암이라 한다. 마당에 멋진 오동나무가 있다 해서 반세기 전 고급 한정식집을 연 주인이 이름을 지었다는 ‘서울시 등록 1호식당’. 요정정치의 산실이라지만 예부터 유명한 문화공간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조선 말기 당대의 화가였던 이병직이 살던 집이요, 경기민요의 대가 안비취가 스승의 가르침을 받아 후진을 키운 현장이다. 세상에 휩쓸려 변해 갔지만 그 터가 예사롭지 않은 것이다 고급 요정으로 명성을 떨치던 오진암의 거취가 화제다. 오진암을 헐어내고 그 자리에 관광호텔을 짓겠다던 부동산개발사가 서울시의 이전·복원 요청을 받아들였단다. 오진암 본채며 행랑채, 정원 모습을 그대로 살려 옮긴다니 흔적도 없이 사라질 운명은 피한 셈이다. 1972년 이후락 중앙정보부장과 북의 박성철 제2부수상이 만나 7·4남북공동성명을 논의했다는 역사적 현장.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거물 인사들의 단골요정에서 허름한 밥집으로 전락해 지난해엔 성매매 알선의 추태까지 전했던 오진암의 유전이 예사롭지 않다. 오진암이 문화재로서의 보존가치가 없다던 서울시가 오진암 이전·복원을 결정한 이유로 역사성을 들었다고 한다. 남아 있는 유·무형의 잔재는 고귀하기만 한 것일까. 사라지는 모든 것이 아름답진 않겠다. 이왕 역사성을 들춰 복원할 거라면 겉모습만 말고 그 안의 숨결도 숨김없이 살리는 게…. 김성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앞모습 40代 뒷모습 30代 저라는 프리 즘 궁금하시죠

    앞모습 40代 뒷모습 30代 저라는 프리 즘 궁금하시죠

    1973년 발표돼 무려 14년 넘게 빌보드 앨범 차트에 머물렀던 핑크 플로이드의 전설적 앨범 ‘더 다크 사이드 오브 더 문’(The Dark Side of the Moon). 그 앨범 표지엔 프리즘이 그려져 있다. 한 줄기 빛에서 다채로운 색채 다발을 뽑아내는 프리즘. 연극 ‘33개의 변주곡’(김동현 연출, 신시컴퍼니 제작)이 그렇다. 순간에 담긴 모든 것을 말하려는 이 작품은 베토벤, 그리고 베토벤의 말년을 뒤쫓는 음악학자 캐서린, 그리고 캐서린을 연기하는 윤소정, 이렇게 3개의 프리즘이 또다시 3각 프리즘을 만들어내는 얘기다. # 베토벤 말년 뒤쫓는 음악학자예요 지난 21일 서울 대학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윤소정(66). 원래 다른 배우가 캐서린 역에 내정됐으나 건강상 이유로 고사한 탓에 급히 대타로 나섰다. ‘대타로 뛰기에는 너무 거물급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하는데 눈치챘는지 “악당들 때문에…”라는 말이 돌아온다. ‘33개’에 출연하는 길해연과 서은경 등 후배들의 읍소에 미국에서 급히 귀국했다는 것. “아직도 이혼 못하는 바람에 함께 사는” 남편 오현경(연극배우)도 뒤처진 연습을 걱정하며 헌신적으로 도왔다. 유독 취약한 게 연도와 사람 이름 외우기인데 연극에는 유난히 연도와 사람이 자주 등장한다. 혼자 관객석을 상대로 내뱉는 방백도 많아 줄곧 까다로운 대사 연습에 매달렸다. 그 스트레스 때문이었을까. 덜컥 대상포진에 걸렸다. 40년이 넘는 배우 생활. 산전수전 다 겪었음에도 “감개무량하다.”며 공연 첫날(지난 15일) 무대인사 때 울컥해 버린 이유다. # 꼭 이래야만 한다는 건 없답니다 등 떠밀려 맞게 됐다지만 역할이 딱 맞아떨어진다고 했더니 이내 정색하며 반박한다. “그렇지 않아요. 배우에 따라 다른 색깔이 나왔을 거라는 게 정확한 표현이죠. 박정자가 했다면, 손숙이 했다면, 윤석화가 했다면. 모두 다른 색깔을 냈을 겁니다. 어떤 역할이든 이거다, 이래야만 한다, 그런 건 없어요. 잘해서 적역이 아니라는 말이지요. 죽기 전 베토벤과 캐서린이 깨닫는 게 바로 그것 아닌가요.” 웃으며 이어지는 한마디. “겸손한 척했으니 이제 교만한 걸로 하나 할까요. 그런 점 때문에 대본 봤을 때 이 작품이 마음에 들었어요. 제가 대본 분석은 무척 빠르거든요.” # 다양한 제 색깔 발견해준 감독 고 맙죠 내년 1월쯤 새 영화도 개봉한다. 강풀 만화를 스크린에 옮긴 ‘그대를 사랑합니다’. 우유배달하는 할아버지(이순재)와 무의탁 할머니(윤소정)의 사랑 얘기다. 아들에게 병적으로 집착하는 시어머니 역으로 나왔던 예전 영화 ‘올가미’ 얘기를 꺼냈다. ‘다 큰 아들 발가벗겨 궁둥이 씻겨주며’ 웃던 그 장면과 정반대 아니냐며. “안 그래도 왜 캐스팅했냐고 물었더니 올 초 제 연극 ‘에이미’를 봤다네요. 처음엔 힘들겠다 싶더래요. 앞모습은 40대, 뒷모습은 30대라는 거죠. 그런데 극 후반부에 60대 모습이 나오더래요. 그걸 보고 캐스팅했다더군요. 배우 속에 숨겨진 다양한 색깔을 발견할 줄 아는 그 감독의 눈이 놀랍고 또 고맙지요.” # 귀족 경멸한 베토벤 왈츠 왜 썼냐면… 연극 얘기로 다시 돌아가보자. ‘33개’는 9번 교향곡 ‘합창’ 완성을 앞둔 말년의 베토벤이 왈츠에 매달리고, 이런 베토벤의 기이한 행적을 뒤쫓는 캐서린의 여정을 담았다. 지난해 3월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돼 토니상 5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당시 캐서린 역을 맡았던 주인공은 할리우드 유명배우 제인 폰다(73). 그런데 베토벤이 왈츠를 주제로 한 변주곡을 썼다? 왈츠는 귀족 놀이에 쓰이던 곡 아니던가. 귀족을 경멸했던 베토벤이 도대체 왜?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는 캐서린의 딸 클라라(서은경)와 간호사 클라크(이승준)의 사랑 이야기다. 처음엔 다소 생뚱맞은 느낌이지만 마지막에 이르면 이 연애담이 왜 작품에 들어갔는지 알 수 있다. 단순히 클라라가 캐서린 연구에 결정적 힌트를 준다는 차원이 아니라, 클라라 자체가 이미 33개의 변주곡이었던 것이다. 대작에 집착했던 거장이 생애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왈츠 한 가지 주제를 두고 모든 순간의 기억들을 뽑아 올리듯, 늘 못마땅했던 딸아이의 삐거덕대는 삶 자체가 다채로운 삶이었음을 받아들이게 되는 것. 감동적이지만 한편으론 아쉬운 대목이다. 베토벤이라는 소재를 빼면 가족 간 갈등과 화해라는 전형적인 할리우드식 감동 스토리에서 멀리 떠나지 못해서다. 연극은 서울 대학로 동숭아트센터에서 11월 28일까지 열린다. 2만∼5만원. 1544-1555. 글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사진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 고양시 공원 살인사건 10대 용의자 검거

     초등학교 옆 공원에서 성폭행 당한 뒤 살해돼 낙엽에 덮인채 발견됐던 여성은 10대 여고생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 공원은 아파트단지를 끼고 있어 주민들의 왕래가 잦고,바로 옆에 초등학교 후문이 있어 사체 발견 이후 주민들이 크게 불안해 했다.  경기 고양경찰서는 26일 고양시 덕양구 화정동 공원에서 숨진채 발견된 여성은 사체가 발견된 곳에서 200여m 떨어진 단독주택에서 살던 김모(16·여고 2년)양인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유력한 용의자로 김양이 실종된 날 함께 술을 마신 것으로 드러난 동갑내기 친구 김모(16·무직)군을 검거해 조사 중이다.  경찰은 김군이 함께 술을 마시던 김양을 성폭행 하려다 반항하자 우발적으로 살해한 뒤 사체를 유기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성년자인 김군은 살해 후 당황해 사체를 옆에 있던 낙엽으로 허겁지겁 덮고서 달아난 것으로 경찰은 판단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김양은 지난 11일 저녁 김군 등 친구 2명과 함께 사체가 발견된 공원옆 빨래방에서 함께 술을 마신 뒤 행방불명됐었다. 경찰은 사건 직후 수사전담반을 꾸려 탐문 등을 통해 김양의 신원을 파악했으며 실종되기 바로 직전 김군과 밤 늦게까지 남아 술을 마셨다는 증언을 확보했다.  경찰은 김군을 상대로 김양이 행방불명된 당일 행적을 확인하는 한편, 탐문 조사 등을 통해 증거물을 수집하고 있다. 김양의 부모는 지난 25일 사체가 발견됐다는 언론보도를 보고 경찰을 찾아 “끼고 있는 반지가 딸의 것이 맞다.”고 확인했다. 경찰은 정확한 신원 확인을 위해 A양 부모의 DNA를 채취해 유전자 감식을 의뢰했다.  경찰은 “김군은 현재 학교를 다니지 않고 있으며,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양의 사체는 지난 24일 오후 1시10분께 낙엽에 덮여 심하게 부패한 상태로 발견됐고, 발견 당시 사체는 청반바지와 붉은색 티셔츠,검정 점퍼를 착용했으나 속옷 하의는 입지 않은 상태였다.  서울신문 맹수열기자 guns@seoul.co.kr
  • [대기업 비자금 수사] “C& 임병석회장, 제2박연차” 긴장감

    C&그룹 로비와 관련된 ‘정치권 살생부’의 윤곽이 또렷해지고 있다. 검찰은 C&우방 등 계열사 4곳을 통해 조성된 비자금이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시절 유력 정치인 5~6명에게 흘러들어간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법조계와 정치권 안팎에서 떠돌던 9명에서 3~4명 줄어들었다. 검찰이 해당 정치권 인사들의 관련성을 구체화하면서 소환 대상 범위를 좁혀 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검찰의 사정권에 든 인물은 Y, L, S, W 등 야권의 486 전·현직 의원을 비롯해 야당 중진 1~2명 등 거물급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임병석(49·구속) C&그룹 회장이 영장실질심사 때 “정치인을 만났다.”고 한 진술도 주목하고 있다. 검찰은 임성주(66) C&그룹 부회장, P의원 측근인 K씨 등의 소환 때 정치권 등의 로비에 대해 보강 조사한 뒤 사실 관계가 확인된 의원들부터 소환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정치인 소환이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우병우 대검 수사기획관도 “C&그룹이 공적자금 1조 7000억원 정도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비리를 저질러 금융권에 1조원 이상의 부실을 끼쳤다.”면서 “이와 관련한 수사를 진행하면서 ‘로비’가 확인되면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해당 인사들은 C&그룹과의 관련성을 적극 부인하고 있다. 대검 중수부가 정치권 로비 수사에 직접 나선 만큼 정치인 1~2명 소환으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정관계 로비의혹 수사 때도 중수부는 ‘리스트’ 존재를 부인했지만, 박 전 회장의 여비서가 쓴 다이어리가 ‘살생부’가 됐다. 10여년 비서로 근무해 온 여직원이 수첩에 박 전 회장이 만난 사람과 장소, 일시, 접대 물품 등을 깨알 같이 적어 둔 것이 정·관가를 뒤흔든 ‘핵폭탄’이 됐다. 중수부가 21일 진행한 C&그룹 압수수색에서 무엇을 손에 쥐었는지, 임 회장 및 전·현 임직원에 대한 조사에서 어떤 진술을 얻었는지에 따라 이번 수사가 판가름 날 전망이다. 김승훈·임주형기자 hunnam@seoul.co.kr
  • 비자금 규모·‘출구’ 찾기…李회장 횡령의혹도 조사

    검찰이 21일 이호진(48) 태광그룹 회장의 어머니 이선애(82) 태광산업 상무의 집을 압수수색하면서 비자금 실체를 규명하기 위해 진행된 1단계 수사가 일정 부분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이 상무의 서울 장충동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은 검찰이 태광의 비자금 금고인 ‘판도라 상자’를 직접 열어본 데 의미가 있다. 검찰은 25~26일쯤 모자를 직접 소환해 비자금의 사용처에 대해 2단계 수사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 상무가 80대 고령인 점이 검찰 소환조사의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고령’ 李 상무 소환 응할지 미지수 검찰은 그동안 태광산업 본사를 시작으로 계열사, 이 회장 자택·사무실, 국세청, 골프연습장 등을 연이어 압수수색해 수백 상자 분량의 증거물을 확보했다. 더불어 박명석(61) 대한화섬 사장, 김영식(63) 골프연습센터 사장 등 태광그룹 주요 관계자와 전·현직 임원들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조사해 비자금 규모와 조성 경위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이날 실시한 이 상무 자택 압수수색을 기점으로 자료 확보를 어느 정도 마무리하고 앞으로는 비자금의 사용처에 대해 집중 수사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 회장과 이 상무 등을 직접 소환해 비자금의 사용처에 대해 캐물을 예정이다. 특히 비자금을 불리기 위해 계열사에 배임·횡령을 저질렀다는 의혹에 대해 집중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큐릭스·쌍용화재 인수 당시 정·관계 로비 의혹도 조사할 것으로 예상돼 조사 결과에 따라 파장이 예상된다. ●“李 상무 주차장 요금까지 챙겨” 이 상무는 태광그룹의 수천억~1조원의 비자금 조성과 운용을 총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상무는 남편 고 이임용 회장 시절부터 줄곧 자금 관련 업무를 맡은 것으로 전해졌다. 태광그룹의 자금을 실질적으로 주무르면서 ‘왕(王)상무’로 군림해 왔다. 태광그룹 비자금 의혹을 제기한 박윤배(53) 서울인베스트 대표는 “이 상무가 주차장 요금까지 직접 챙길 정도”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기화(76) 전 태광그룹 회장과 이기택(73)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은 이 상무의 남동생들이다. 이 상무는 지난 3월에 흥국생명 본사 3층에 새로 문을 연 일주&선화갤러리 관장으로 취임했으며, 일주학원 이사장 등으로 여전히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20년 억울한 옥살이 배상금 208억원

    강간범의 누명을 쓰고 20년 이상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미국 뉴욕의 한 흑인 남성이 1850만달러(약 208억원)의 배상금을 받게 됐다. 20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 맨해튼 연방법원은 19일(현지시간) 뉴욕시가 앨런 뉴튼(49)의 헌법상의 권리를 침해했다면서 1850만달러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뉴튼은 지난 1985년 강간과 강도, 폭행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돼 옥살이를 하다가 2006년 7월 석방됐다. 뉴튼은 당시 강간혐의를 부인했으나 목격자의 증언 등에 따라 유죄판결을 받았다. 이후 유전자 검사를 받게 해달라며 법정 투쟁을 벌여왔다. 계속된 탄원 끝에 2005년 뉴욕 경찰국 창고에서 당시 사건의 증거물들이 발견됐고 유전자 검사를 한 결과 뉴튼의 무죄가 입증됐다. 뉴튼은 판결 뒤 인터뷰에서 “지금 당장은 얼떨떨할 뿐”이라면서 “지난 4년간 싸워온 것이 마침내 끝나서 기쁘다.”고 말했다. 뉴욕시 법무당국은 “판결에 실망했다.”면서 항소하겠다고 밝혔으나 뉴튼의 변호인은 “경찰의 증거보관 시스템이 열악한 상황”이라면서 “올해 들어서야 경찰이 바코드 시스템 도입 계획을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뉴튼은 앞으로 브루클린의 한 칼리지에 등록, 그동안 못다 한 학업을 마친 뒤 로스쿨에 진학해 억울하게 고통받는 사람들이 생기지 않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데스크 시각]태광 母子와 정치/최용규 사회부장

    [데스크 시각]태광 母子와 정치/최용규 사회부장

    태광산업 이선애(82) 상무. 태광그룹을 취재하던 2006년 2월, 칼바람 속에 서울 장충동 언덕길을 수없이 오르내리며 그녀의 존재를 알게 됐다. 여느 재벌가와 마찬가지로 안방마님을 직접 만나 볼 수는 없었지만 손에 쥔 그녀의 컬러사진에는 도도함과 강렬함이 물씬 묻어났다. 팔순을 넘긴 그녀가 장충동 2층 양옥집을 지키며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이기택이라는 야당 거물 정치인 동생을 둔 덕에 군사정권 시절 호되게 당했다. 틈만 나면 세무조사가 나왔고, 남편 이임용 전 태광 회장은 죽기 전까지 정치 알레르기를 보였다. 문 밖에서건 문 안에서건 자식들에게 무슨 일이 있어도 기업은 정치와 연결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고 또 가르쳤다. ‘찍히면 죽는다.’는 본능적 위기 의식에 사로잡혀 있었다. 태광이 은행 돈을 거의 안 쓰는 것도 이런 이유라고 했다. 이선애나 이임용인들 태광을 재계 서열 상위에 올려놓고 싶지 않았겠는가. 하지만 은행에서 돈을 왕창 얻어 기업을 키웠다가 느닷없이 회수라도 하는 날에는 어떠했을까. 엄혹했던 시절, 이임용·이선애 부부는 이런 상황을 꿰뚫고 있었다. 태광이 ‘베일에 싸인 오너’ ‘은둔의 기업’으로 불리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그런 태광이 또 한번 세찬 풍파를 만났다. 자칫 천길 낭떠러지로 떨어질 수 있는 형국이다. 풍전등화 속에 태광의 대모(大母) 이선애 상무가 버티고 있다.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의 모친인 이 상무는 말이 상무이지, 이 회장 위세를 능가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태광의 연원을 보면 이선애가 태광의 막후 실력자이자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태광의 모체는 1954년 부산 문현동에 세워진 태광산업사이다. 이임용과 중매결혼한 이선애는 부산에서 소규모 직물공장에 손을 댔고, 기업이 커지면서 남편 이임용을 합류시켰다. 일본 유학생 출신인 이임용은 이 전까지만 해도 면사무소에서 공직생활을 했다. 이임용과 오늘의 태광을 일군 창업동지 이기화 전 태광그룹 회장 역시 이선애의 남동생이다. 또 이기택이 있다. 정치의 단맛보다는 쓴맛을 본 이임용과 이선애다. 정치의 정자(字)도 꺼내지 말라는 이들 부부의 철학은 태광의 기업철학이 됐다. 하지만 태광의 탈(脫)정치 전통은 아들 대(代)에 와서 허물어진다. 형의 사망으로 경영권을 쥔 이호진 회장이 섬유기업 태광을 금융과 방송기업으로 재편하면서 금기시했던 정치영역이 조금씩 스며들기 시작한 것이다. 1조원이 넘는 막강한 현금 동원력을 무기로 정·관계 로비를 통해 기업 확장을 꾀한 의혹을 사고 있다. 정치 쪽으로 눈도 돌리지 말라는 선대의 기업철학이 자식 대에 와서,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새로운 사업영역을 개척하면서 무너졌다. 처음엔 이호진 회장도 부친의 경영스타일을 따라했다. 언론은 물론 전경련에조차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대신 청바지 차림으로 현장에 등장해 직원들과 소통하는 소탈한 경영행보를 보였다. 예술에도 조예가 깊어 최고경영자(CEO)가 안 됐으면 예술가가 됐을 것이라는 말도 전해진다. 경영권을 둘러싼 어머니 이선애 상무와의 갈등이 파국을 낳았다는 일각의 견해도 있으나 사실로 확인된 바는 없다. 현재로서는 검찰의 수사방향을 가늠하기 어렵다. 전방위 수사라는 게 맞다. 그렇지만 세법 상 큰 문제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는 말이 흘러나오는 것을 보면 단순히 오너가의 지분 편법 증여 차원은 아닌 것 같다. 만약 이 것이 사실이라면 세법이 아닌 다른 법률 위반 혐의가 있다는 것으로 해석되는데, 신문지면을 장식하고 있는 불법 비자금 조성과 정·관계 로비 혐의가 그중 하나다. 태광과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정치가 기업경영에 개입된 것으로 확인될 경우 태광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혹독한 시련을 겪을 수밖에 없다. 세무조사는 막아냈지만 심장을 파고드는 검찰의 칼끝을 피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ykchoi@seoul.co.kr
  • 돌아온 탐욕의 화신 양심을 묻다

    돌아온 탐욕의 화신 양심을 묻다

    농담을 보태자면 올리버 스톤(64) 감독이 1987년에 만든 ‘월스트리트’는 2008년에 터진 세계 금융 위기에 어느 정도 책임이 있는 작품이다. “돈은 잠들지 않는다.”, “탐욕은 좋은 것”이라는 유행어를 탄생시켰던 영화 속 캐릭터 고든 게코(마이클 더글러스)는 가공의 인물임에도 미국 금융계의 아이콘이 됐다. 당시 재능 있는 젊은이들은 현실 속의 게코가 되기 위해 월가(街)에 몰려 들었다고 한다. 세월이 흘렀다. 전 세계가 금융 위기로 무너지자, 게코가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묻는다. “탐욕은 좋은 것인가?” 부산국제영화제 참석차 내한한 스톤 감독을 지난 15일 부산에서 직접 만나 23년 만에 꺼내놓은 속편 ‘월스트리트-머니 네버 슬립스’(21일 개봉)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플래툰’(1986) ‘7월4일생’(1989) ‘하늘과 땅’(1993)의 베트남 3부작, ‘JFK’(1991) ‘닉슨’(1995) ‘W’(2008)의 대통령 3부작…. 한 번 손대면 3부작은 돼야 직성이 풀렸으나 월가 이야기는 이번으로 끝낼 것 같다며 스톤 감독은 활짝 웃었다. 전편에서 버드 폭스(찰리 신)와 물고 물리는 배신을 거듭하던 게코는 8년 동안 감옥살이를 하다가 세상에 나온다. 유일한 혈육인 위니 게코(캐리 멀리건)와는 연이 끊긴 지 오래다. 위니의 약혼자 제이콥 무어(샤이아 라보프)는 정의감에 불타는 주식 중개인. 하지만 자신의 스승 격이었던 루이스 제이블(프랭크 란젤라)이 월가의 거물 브레튼 제임스(조쉬 브로린)의 작전에 휘말려 파산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자 게코의 노하우를 빌리게 된다. ●속편 제작에 23년이나 걸린 까닭 “통상 6~7년 안에 속편을 만드는데, 23년이 지난 뒤에야 속편을 만든 까닭은 1편에서 다뤘던 월스트리트의 상황들이 여전히 존재해 왔다는 사실이, 2008년에 일어난 상황이 믿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파생금융상품의 파산 위험성을 알고도 숨긴 채 계속 팔아 수익만 챙기고 빠진 월가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 통렬하게 비틀고 싶었을 게다. 그래서인지 모럴 해저드라는 말은 영화에 여러 번 등장한다. 게코는 단순명료하게 정의한다. “누군가 당신의 돈을 가져가서 쓰고는 책임지지 않을 때 쓰는 말 ”이라고. ‘탐욕의 화신’이었던 게코가 달라진 변모를 드러내며 세상을 향해 외치는 쓴소리를 듣다보면 스톤 감독이 반자본주의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자본주의를 믿는다. 시장의 수요, 공급을 통해 경제가 돌아가는 자본주의 메커니즘은 분명 필요하다. 하지만 돈으로 돈을 버는 경제 활동은 좋지 않다. 미국을 보면 전체 국내총생산(GDP) 가운데 40% 이상이 머니 게임에서 나왔다. 금융산업에 있는 사람들은 마치 카지노에 있는 것 같다. 보다 나은 사회를 위해 어느 정도 통제와 제어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버지가 주식중개인… 스톤 자신은 주식 손도 안대 스톤 감독이 월가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오랫동안 주식중개인으로 일한 아버지(루이스 스톤)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1편 개봉 전에 세상을 떠 아들이 만든 월가 영화는 보지 못했다. 스톤 감독 자신은 주식을 전혀 하지 않는다.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사람들을 따라잡기에는 머리가 따라가지 못해서”라는 게 이유다. 흥미로운 사실은 1편의 루 만하임(할 홀브룩)과, 2편의 루이스 제이블 캐릭터에서 스톤 감독의 아버지 모습이 비친다는 점. 극중에서 모두 ´루´라고 불리는 두 캐릭터는 긍정적인 금융가로서의 모습을 보인다. 특히 루 만하임은 젊은 혈기에 불타는 후배에게 “이것만 알아두게, 지름길은 없다는 것, 규칙을 무시한 중개인은 살아남을 수 없다네. 여기서 도는 돈은 사회 발전에 쓰이는 거야, 돈에 현혹되지마.”라고 충고한다. 두 캐릭터에 아버지 모습을 투영했느냐는 질문에 스톤 감독은 “아버지는 평생 정직한 중개인이었다.”며 절반만 맞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루는 아버지를 마음에 두고 만든 캐릭터다. 그러나 루이스는 다르다. 지나치게 정직하게 보이기도 하지만 새로운 시대에 뒤떨어진 채 감각 잃은 금융가이기도 하다. 착한 모습은 자신이 아끼는 제이콥에게만 보여주는 것이고 증권가에서 실제 모습은 리만 브라더스의 주범과 비슷할 수도 있다.” ●1편보다 무뎌진 비판 칼날? 영화 마지막에 숨겨진 스톤의 의미심장한 메시지 1편에서 화려한 월가의 추악한 이면을 냉정하게 까발렸던 스톤 감독은 2편에서는 도덕교과서에 나올 법한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 놓는다. 비판의 칼날이 다소 무뎌진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 제이콥과 위니는 행복의 키스를 나눈다. 게코도 딸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등 미래를 낙관하며 해피엔딩으로 작품을 마무리하는 분위기다. 다른 의견도 나온다. 영화 내내 통렬한 참회록을 써가는 것처럼 보이던 게코가 다시 ‘머니 게임’의 쳇바퀴로 뛰어들기 때문이다. 버블이 터질 때마다 누군가 책임을 지는 것 같지만 “내가 안 해도 누군가가 한다.”는 말처럼 세상은 계속해서 또 다른 폭탄 돌리기를 시작하는 것이다. 그래서 스톤 감독은 마지막 장면에 의미심장한 여운을 남긴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1960년대 경기 침체, 1980년대 레이건 시대의 소비·탐욕주의,1990년대 말 정보기술(IT), 2000년대 부동산으로 인한 네 가지 버블 경제를 겪었다. 아이러니하게 버블이 터지는 주기도 짧아지고 또 자주 일어나니 화도 나지 않는다. 어쨌든 시간은 흐르고, 아이들은 태어나고, 또 자라날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버블이 생길 것이다. 중요한 것은 사람 사이의 신뢰, 은행에 대한 신뢰이지만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한 불확실성을 표현하기 위해 마지막 장면을 버블로 물들였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초콜릿 훔쳤다고 ‘손절단’ 선고 경악

    ‘눈에는 눈, 이에는 이’식의 악명 높은 전통 형벌로 유명한 이란의 이슬람법인 샤리아에 의해 한 남성이 손을 잃게 돼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17일 이란 반관영 뉴스통신 파르스(Fars)는 “사탕가게에서 초콜릿과 코코아를 훔친 혐의로 체포된 한 남성(21)이 손 절단 선고를 받았다.”고 전했다. 선고를 내린 판사는 “절도 사실을 인정한 피고인의 자백을 받아들여 코란의 법률에 의해 그의 손이 잘리는 것이 마땅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경찰은 “지난 5월 운전 중 체포된 이 남성에게서 현금을 비롯해 초콜릿과 코코아가 증거물로 회수했으며 진술서를 통해 절도 사실을 자백 받았다.”고 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손 절단 선고를 받은 피고인은 기물손괴죄로 6개월간 복역하며 체포를 저지한 공무집행방해죄로 6개월 형이 추가됐다. 한편 이란에서 이런 절단 선고는 전과가 있는 상습절도범이나 강도범에게는 가끔씩 선고된다고.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美민주 “텃밭 캘리포니아 지켜라”

    다음 달 2일 실시될 미국 중간선거를 3주 앞두고 상원의원과 주지사 선거에서 초접전을 펼치고 있는 캘리포니아주에 미 정계 거물들이 총출동, 지원유세에 나서기로 했다.캘리포니아주는 전통적으로 민주당 우세지역으로 공화당이 역대 대선에서 별로 공을 들이지 않는 지역이다. 그러나 이번 중간선거에서는 민주·공화 양당의 후보들이 막판까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접전 양상으로 치닫자 공화당이 뒤늦게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캘리포니아주는 이번 중간선거 결과도 중요하지만 민주당이 지켜내느냐에 따라 2012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대선 전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핵심 선거구다. 워낙 선거인단수가 많은 탓에 민주당으로서는 캘리포니아를 절대 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비상이 걸린 민주당은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해 중앙 정계의 주요 정치인들이 잇따라 캘리포니아주를 찾아 후보들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가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먼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15일 LA와 샌타애나에서 제리 브라운 주지사 후보를 비롯한 민주당 후보들을 돕는 집회를 이끌 작정이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이어 17일 캘리포니아 북부 새너제이에서 열리는 민주당 후보 지지 및 선거자금 모금 집회에 참석하기로 했다.오바마 대통령은 오는 22일 LA를 방문, 유권자들에게 브라운 주지사 후보와 바버라 박서 상원의원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기로 했다. 미셸 오바마 여사도 이달 말 사흘동안 캘리포니아에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박서 상원의원 등 민주당 후보자들의 선거자금 모금을 돕는다. 앨 고어 전 부통령도 이달 중 캘리포니아에서 민주당 후보 지원활동을 벌이기로 했다.공화당에서는 대표 주자들이 나선다. 보수의 기수로 떠오른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지사는 16일 애너하임에서 열리는 공화당 집회에 참석, 공화당 후보에 대한 지지 분위기를 띄울 계획이다. 워싱턴 김균미특파원 kmkim@seoul.co.kr
  • [진보·보수 인사 2인 소회] “황씨와 나는 악연이었다”

    [진보·보수 인사 2인 소회] “황씨와 나는 악연이었다”

    황장엽 전 조선노동당 비서의 사망 이후 새삼 주목 받는 인물이 있다. 재독 철학자 송두율 교수다. 황 전 비서는 지난 1997년 망명 직후 국가안전기획부 통일정책연구소에서 발간한 ‘북한의 진실과 허위’라는 책자에서 “송 교수는 김철수라는 가명의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이라고 주장했다. 이듬해 송 교수는 황 전 비서를 상대로 1억원의 명예훼손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법원은 4년 심리 끝에 “송 교수를 ‘김철수’라고 입증할 증거는 없다.”고 결론 내렸다. ●“노동당 후보위원” 황씨증언으로 구속 2003년 9월, ‘37년’ 만에 조국을 찾은 송 교수는 ‘1991년 조선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선임돼 반국가 단체의 임무에 종사했다.’는 혐의로 그해 10월 구속 기소됐다. 검찰이 송 교수를 기소한 데는 황 전 비서의 진술이 결정적이었다. 황 전 비서가 1990년대 초반 김용순 북한 대남담당 비서로부터 ‘송씨가 정치국 후보위원이 되더니 말을 잘 듣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다는 것이다. 2008년 대법원은 송 교수가 조선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이 아니라는 확정판결을 내렸다. 그리고 황 전 비서는 지난 10일 세상을 떠났다. 13일 독일 베를린 자택에 있던 송 교수는 서울신문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황 전 비서와 나는 악연”이라고 말했다. 학자로 만난 기억밖에 없는데 황 전 비서가 남한으로 온 뒤 왜 말을 바꿔가며 자신을 ‘해방 이후 최대 거물 간첩’으로 둔갑시켰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송 교수는 학자 ‘황장엽’에 대해서도 “전혀 대화가 안 됐다. 오히려 그의 제자인 김일성종합대학 철학부장 김영춘, 주체사상연구소 실장 박승덕, 주체과학원사회학연구소 소장 이성갑 등이 여러 나라에서 공부했기 때문에 비교적 얘기가 통했다.”고 평가했다. ●“분단의 기류가 폭풍처럼 밀려오는 듯” 2004년 2월 재판정에서 10여년 만에 다시 만났지만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황 전 비서와의 연이은 악연에 대해 송 교수는 “당시 공안당국이 황 전 비서를 앞세워 나를 창끝으로 삼아 노무현 정부를 겨냥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분단의 기류가 한반도에서 고기압과 저기압으로 만나 천둥·번개가 치고 폭풍이 밀려오는 상황 같았다.”고 표현했다. 이날 정부가 황 전 비서를 현충원에 안장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을 전하자, 송 교수는 “황 전 비서가 민족의 화해와 통일을 위해 얼마나 기여했는지 평가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그의 죽음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오히려 정부의 조치가 남북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 교수는 “북한이 싫어하는 인물을 현충원에 안장하면 불필요하게 북한을 건드리는 꼴이 된다. 안 그래도 주변국과의 역학관계를 고려할 때 남북이 단결해 힘을 확장해야 하는데(이번 결정은) 불행한 사태를 초래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송 교수는 지난해 독일 뮌스터대학을 정년퇴직했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고학력 ‘콜걸’ 늘었다] “매달 상납↔경찰 거짓단속” “月 1000만원…폼나게 쓴다”

    [고학력 ‘콜걸’ 늘었다] “매달 상납↔경찰 거짓단속” “月 1000만원…폼나게 쓴다”

    “오피스텔, 휴게텔, 안마 등 서울 강남의 웬만한 성매매 업소들은 다 관할 지구대 경찰들에게 우선적으로 상납한다. 112에 신고가 접수되면 관할 경찰서가 아닌 지구대가 출동하기 때문에 지구대 경찰들 관리에 힘을 쏟는다.” 서울 강남의 오피스텔 성매매 업주 A씨는 “유흥업소 업주와 전화만 해도 파면시키겠다고 말한 조현오 경찰청장이 서울청장으로 있을 때도 경찰들이 돈을 받아 갔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A씨는 안마시술소, 유흥주점 등에서 종업원으로 일하다 2008년 5월 자립해 오피스텔 성매매에 뛰어들었다. 선릉역·역삼역·강남역 등 강남 일대 지하철역 주변의 오피스텔을 돌며 성매매를 해오고 있다. 수익이 늘면서 아가씨 수도 초창기 4명에서 12명으로 불었다. 주간 4명, 야간 8명을 투입해 24시간 영업한다. A씨는 상납 액수와 관련해 “평상시엔 매달 지구대 경찰들에게 회식비 명목으로 10만~20만원 정도 주지만 추석 등 명절에는 더 준다.”면서 “오피스텔·휴게텔은 보통 50만원 선이지만 장사가 잘되는 곳은 100만~200만원 정도 주고, 안마 업소는 200만~300만원 정도 준다.”고 털어놨다. 상납의 대가는 ‘경찰의 거짓 단속’이라는 보답으로 돌아온다. A씨는 “간혹 손님 중에 112에 신고하는 이들이 있다.”면서 “오피스텔은 안마업소나 휴게텔과 같은 영업장이 아니라 가정집과 같은 곳이기 때문에 출동 경찰이 ‘허위 신고’라고 보고하면 그냥 넘어간다.”고 귀띔했다. 현장 단속에 걸렸을 때도 효과를 발휘한다. A씨는 “집중단속 때는 안마업소를 중심으로 경찰들이 안면몰수하고 잡아들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적발하고서도 미적거린다.”면서 “업주들이 직접 돈을 주면 안 받고, 아는 제3자(경찰, 유흥업소 업주 등)를 통해 200만원 정도 전달하면 눈감아 준다.”고 말했다. A씨는 경찰서로 성매매 여성 등 종사자들이 붙잡혀 갔을 때도 도움을 받는다고 했다. 그는 “콘돔 등 성관계를 입증할 증거물이 적발됐을 땐 제3자에게 ‘담당 경찰이 벌금형 등 약하게 처리하도록 해 달라’고 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봐달라’고 부탁한다.”면서 “담당 경찰이 적발 사실을 덮으면 그 대가로 또 돈을 준다.”고 밝혔다. A씨는 “안마 업소에 비하면 오피스텔 상납 규모는 새 발의 피”라며 “안마 업소는 정기적으로 상납하지 않으면 영업을 못 한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경찰도 강남 일대 안마 업소들이 죄다 성매매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면서 “상납하지 않으면 경찰 단속을 피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강남 안마 업소는 연 수십억원을 버는 중소기업”이라며 “월 100만~200만원은 돈도 아니다.”고 말했다. 김승훈기자 hunnam@seoul.co.kr
  • 휴대폰 5-10만원 불법 복제, 김모씨 ‘불구속’ 송치

    휴대폰 5-10만원 불법 복제, 김모씨 ‘불구속’ 송치

    [서울신문NTN 이규하 기자] 방송통신위원회 중앙전파관리소는 지난 2006년부터 이동전화 불법복제프로그램을 이용해 이동전화를 불법 복제, 판매한 김모씨(38세)를 불구속 송치했다고 30일 밝혔다.김모씨는 경기도 성남시 소재 판매점에서 5~10만원의 수수료를 받고 휴대폰 156여대를 불법으로 복제해 전파법,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했다.중앙전파관리소 소속 특별사법경찰관은 피의자 김씨의 이 같은 불법행위에 관한 정보를 입수하고 수사에 착수 했다.이 결과 지난 4월 26일 김씨 판매점에서 분실폰과 복제폰 221대를 발견했다. 또 복제프로그램이 설치된 컴퓨터 2대와 복제기록 장부 등을 증거물로 압수했다.압수당한 컴퓨터에는 휴대폰 전자적 고유번호(ESN) 복제가 가능한 프로그램 파일 67개와 복제한 이동전화 18대가 있었다고 방통위 전파연구소측은 설명했다.현행 전파법에 따라 이동전화를 복제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벌금에 처하며 복제를 의뢰한 자는 형법에 따라 공동정범으로 처벌 받게 된다.한편 중앙전파관리소는 이동전화 불법복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조사·단속을 더욱 강화하고 홍보활동에 치중할 것이라고 전했다.이동전화 불법복제 등 범죄 의심 시 중앙전파관리소 080-700-0074(무료), 휴대폰 불법 복제신고센터(www.mobilecopy112.or.kr)에 신고해 줄 것도 당부했다.이규하 기자 judi@seoulntn.com
  • [천안함 6개월 취재기자의 비망록]정부 신중대응…춤췄던 기사…아련했던 진실

    [천안함 6개월 취재기자의 비망록]정부 신중대응…춤췄던 기사…아련했던 진실

    천안함이 침몰한 지 26일로 꼭 6개월이 됐다. 온 국민을 충격에 빠뜨린 이 사건은 16년 전 언론인의 밥을 먹으면서부터 숱한 대형사건을 다뤘던 기자도 감당하기 벅찼던 취재대상이었다. 아직도 민·군 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를 믿지 않는다는 국민이 30%가 넘는다고 한다. 기자도 신(神)이 아닌 이상 100% 진실을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그동안 신문에 싣지 못했던 남은 비화들을 추려 보도함으로써 독자들의 판단에 얼마간 도움이 되길 바랄 뿐이다. 기자는 천안함 사건을 취재하면서 개인의 이념이나 성향, 호불호, 선입견을 버리고 최대한 객관적으로 보도했다고 자부한다. 독자들도 이 글을 읽는 순간만큼은 개인의 이념이나 성향, 호불호, 선입견을 떠나 공정한 심판자의 자세로 천안함 사건의 진실을 헤아려 봤으면 한다. 3월 26일 이상하리만치 평온한 금요일 밤이었다. 자잘한 기사 하나 올라오지 않았다. 밤 10시 야간 회의에서 “특별한 것 없습니다.”라는 보고를 하고 회사를 나섰다. 그날 따라 버스에 타고 있는 시간이 길게 느껴졌다. 이윽고 집 앞 정류소에 내려 신선한 밤 공기를 들이켜는 순간이었다. 주머니 안에 넣어둔 휴대전화가 울렸다. 회사였다. ‘이 시간에 무슨….’ 조금은 불길한 마음으로 통화 버튼을 누르기 무섭게 야근 중인 김정은 기자의 다급한 목소리가 달려들었다. “선배, 서해에서 군함이 침몰했대요.” 버스로 돌아 온 길을 택시를 잡아타고 한달음에 되밟았다. ‘혹시 북한이? 설마…단순 사고일 거야. 그런데 만약 북한이라면 보통 일이 아닌데….’ 회사로 향하는 그 길지 않은 시간에 머릿속에 온갖 상념이 난무했다. 11시30분쯤 회사로 돌아오니 편집국은 발칵 뒤집혀 있었다. 모든 부서의 야근자들이 TV 긴급뉴스를 체크하며 정치부의 야근을 거들고 있었다. 마감이 1시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국방부와 청와대 쪽에서 들어오는 제한된 정보를 취합해 1면 스트레이트와 3면 박스 등 최소 3~4개 기사를 출고해야 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기사의 방향, 즉 북한 소행이냐 아니냐를 판단하기가 어려웠다. 처음엔 북한의 도발 같다는 정보가 청와대 쪽에서 들어왔다. 그래서 그 방향으로 해설 기사를 쓰고 있는데 청와대 대변인이 공식적으로 북한 연관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기사를 다시 고쳐야 했다. 일단 이날은 내부폭발에서부터 외부공격, 암초충돌까지 모든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안전한’ 톤으로 신문을 만들었다. 이제와 돌이켜보면, 처음에 청와대 쪽에서 여과 없이 나온 정보, 즉 북한 소행인 것 같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취재를 집중했다면 진실에 더 빨리 접근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결과적으로 사건 초기에 청와대가 북한 연관 가능성에 신중한 태도를 보인 것을 두고 사려깊었다는 호평이 나중에 국내외에서 나왔다. 처음부터 북한을 범인으로 몰아가는 냉전시대식 접근법과는 차이가 있었다는 것이다. 일부 외신에서는 한국 정부가 어떤 동기로 이런 변화된 자세를 보였는지를 취재하러 입국했다는 얘기도 들렸다.) 천안함 침몰 다음날 미국 쪽에서 “북한군의 개입은 감지되지 않았다.”는 공식 반응이 나왔다. 세계 최고의 첨단 탐지장비를 운용하는 미군의 얘기였기에 무시하기 힘들었다. 3월 28일 하지만 일요일인 28일 천안함이 북한 잠수정을 뒤쫓다가 당한 것 같다는 정보가 국방부를 출입하는 오이석 기자의 취재망에 걸렸다. 이 역시 지금 돌이켜보면 진실에 좀 더 근접한 정보였지만, 당시는 기사로 채택하기 어려웠다. 책임있는 당국자의 발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날 외교통상부 고위 관계자도 기자가 ‘북한 잠수정이 침투했다면 미군 첨단 장비가 못 잡아낼 리 있겠느냐.’고 묻자 “아무리 미군이라도 물밑에서 움직이는 잠수정을 100% 잡아낼 수는 없다.”고 답했다. 이 역시 되돌아보면 의미 있는 발언이었으나, 당시만 해도 북한 관련성 부분은 워낙 민감한 사안이었던 탓에 정색하고 보도하지 못했다. 언론의 취재가 본격화하면서 각종 의혹이 고구마 줄기처럼 줄줄이 튀어나왔고, 침몰 원인에 대한 온갖 분석이 홍수를 이뤘다. 어뢰공격 가능성, 기뢰폭발 가능성, 내부폭발 가능성, 암초충돌 가능성에 더해 일각에서는 노후한 선체가 저절로 쪼개지는 ‘피로 파괴’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하지만 여러 가능성에 대해 기술적으로 파고들수록 더욱 진실이 아리송해지는 역설이 펼쳐졌다. 모든 가설에 모든 반론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4월 1일 이런 와중에 국방부는 북한 잠수정의 침투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정부의 공식 발표였기에 내용을 1면톱으로 크게 보도했다. 하지만 바로 며칠 뒤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국회에서 북한 소행일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고, 이때부터 침몰 원인에 대한 정부의 시각은 ‘북한’ 쪽으로 급격히 기울기 시작했다. (4월1일의 국방부 발표는 결과적으로 언론의 오보를 유발한 셈이다. 이 즈음 기자가 쓴 기사는 한마디로 춤을 췄다고 할 수 있다. 군함 침몰에 관한 전문적인 식견이 없고 정부 발표가 못미더운 상황에서 찔끔찔끔 드러나는 정황과 많지 않은 전문가들의 견해에 입각해 진실에 접근해야 했기 때문이다. 심하게 말하면 이때 기자가 쓴 기사는 어제는 내부폭발 가능성, 오늘은 어뢰공격 가능성 하는 식이었다. 당시 몇몇 지인들은 기자가 천안함 사건 취재 현장에 있다는 이유로 사석에서 진짜 침몰 원인이 무엇인지를 묻곤 했다. 그러면 기자는 뭔가 깊은 정보를 알려준다는 투로 이런저런 얘기를 늘어놓았는데 결과적으로 틀린 것이 많아 지금 생각해 보면 얼굴이 화끈거린다.) 4월 7일 사고 당시 정황과 관련한 국방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의혹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자 국방부는 환자복을 입은 천안함 생존 병사들을 TV 카메라 앞에 앉히는 ‘극약 처방’을 불사했다. 국군수도병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생존장병들은 “쿵” “꽈앙~”하는 폭발음이 2차례 연속으로 들렸고 몸이 공중으로 붕 떴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암초충격설과 피로파괴설을 부인했다. 이 회견으로 외부충격설이 좀 더 설득력을 얻었으나 이 가능성을 상쇄시키는 발언도 있었다. 한 병사가 “당시 갑판 위 함교 옆에서 배가 진출하는 쪽을 관찰하기 위해 나와 있었는데 물기둥 같은 특이한 점은 볼 수 없었다.”고 증언한 것이다. 4월 15일 침몰 원인을 놓고 분분하던 분석들은 천안함 함미(艦尾)가 인양되면서 북한 어뢰 공격 쪽으로 급격히 기울었다. 물 밖으로 드러난 함미의 절단면이 단순 사고로 보기엔 너무 처참하게 찢겨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당시 민간 해양·선박 전문가들은 TV 화면으로 나타난 절단면만 보고도 이구동성으로 어뢰 공격을 침몰 원인으로 꼽았다. 기자가 인터뷰한 전문가 중 피로파괴나 암초충돌, 내부폭발, 기뢰폭발 가능성을 거론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다만 어뢰에 의한 직접 타격이냐, 버블제트(비접촉 수중 어뢰폭발)에 의한 절단이냐에 대한 견해만 갈렸다. 피로파괴는 절단면이 깨끗해야 하는데 천안함은 너덜너덜하게 찢겨 있었다. 암초충돌이라면 배 밑바닥에 강하게 긁힌 자국이 있어야 하는데 천안함은 그렇지 않았다. 내부폭발이라면 배 안에 폭탄이 터진 흔적이 있어야 하는데 민·군 합동조사단에 따르면 그런 것이 발견되지 않았다. 또 기뢰 폭발이라면 배가 산산조각 나야 하는데 천안함은 두 동강이 났고, 미군 오폭설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배를 요격하려면 여러 관측장비를 동원해 정조준하는 작업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무심코 무슨 단추 하나를 잘못 눌러서 오발탄을 날리기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나 기자가 개인적으로 만난 일반시민들의 견해는 전문가들과 차이가 났다. 북한 소행이라고 보는 시민들은 많지 않았고, 정부가 뭔가를 숨기고 있을 것이라는 음모론 쪽에 더 치우쳤다. 물론 과학적인 근거를 대지는 못했다. 정황상 그렇다는 것이었다. 그만큼 정부에 대한 일반인들의 불신이 뿌리깊다는 것을 실감케 했다. 4월16일 민·군 합동조사단은 “내부폭발보다는 외부폭발 가능성이 높다.”고 처음으로 북한 소행일 가능성에 공개적으로 무게를 실었다. 5월 2일 기자는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로부터 천안함이 북한의 어뢰공격으로 침몰했다는 ‘결정적인’ 발언을 들었다. 합조단의 조사가 상당히 진척된 시점에서 나온 언급이라 의미가 컸다. 이 관계자는 기자가 ‘한국 정부가 너무 북한 어뢰 쪽으로 몰아가는 건 아니냐.’고 공격적으로 묻자 “북한이 아니라면 누가 했겠느냐.”고 정색하고 답변, 기자를 놀라게 했다. 그는 그러면서 “지금까지 나온 증거와 정황으로 판단할 때 어뢰 공격일 가능성이 99% 이상 확실하다.”고 했다. 이후 천안함 사건 조사결과 발표일인 5월20일까지 관심은, 합조단이 과연 북한을 꼼짝못하게 할 ‘스모킹 건’(smoking gun·결정적 증거)을 제시할 수 있느냐에 집중됐다. 5월10일을 전후해 엇갈린 정보들이 포착됐다. 외교부 쪽에서는 합조단이 결정적 증거를 찾아낸 것 같은 기류가 감지됐으나 국방부 쪽에서는 스모킹 건을 찾는 데 난항을 겪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결국 20일 발표에서 합조단은 불과 5일 전인 5월15일에야 결정적 증거물인 어뢰 추진체를 해저에서 발견했다고 했다. 발표대로라면 드라마와 같은 기적이 막판에 일어난 셈이다.) 20일이 임박하면서 정부 관계자들의 얼굴에 자신감이 확연했다. 그동안 지나치게 신중한 답변으로 취재진의 원성을 샀던 한 외교부 당국자는 5월19일 기자들이 ‘국제사회가 합조단 조사결과를 믿지 않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란 질문에 “증거가 말해줄 것”이라고 한 줄로 자신있게 답해 기자들을 놀라게 했다. 5월 20일 조사결과 발표에서 외국 전문가들까지 참여한 합조단은 예상을 뛰어넘는 스모킹 건을 제시했다. ‘1번’이라고 씌어진 어뢰 추진체를 증거로 공개한 것이다. 합조단 윤덕용 공동단장(민간측)은 “천안함은 북한제 CHT-02D 어뢰에 의한 외부 수중 폭발(버블제트)의 결과로 침몰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합조단에 참여했던 미군의 에클레스 준장은 “여러 가지 증언과 과학적 상상을 통해 분석했다.”면서 “현재 결과에 모두 동의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합조단 발표 이후 어뢰 추진체에 손으로 숫자를 쓴 점이 이해가 안 된다거나 바닷물 속에서 잉크가 지워지지 않은 점, 그리고 북한은 ‘1번’이 아니라 ‘1호’라고 표기한다는 식의 또 다른 의문들이 제기됐다. 한마디로 ‘1번’이라는 표기가 너무 ‘남한스럽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합조단은 과거의 예를 들어 북한도 ‘1번’이란 표기를 하며, 손으로 쓰는 경우도 있고, 바닷물에서 지워지지 않는 잉크로 씌어졌다고 설명했다. 5월 24일 합조단의 최종 조사결과 발표가 나온 지 나흘 뒤 정부는 외교·통일·국방부 합동으로 전방위 대북 제재 조치를 발표했다. 이어 6월4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천안함 사건을 회부했다. 6월10일 감사원은 천안함이 북한 어뢰 공격에 침몰한 직후 군 당국의 대응이 허점투성이였다고 발표했다. 감사원 조사 결과는 ‘전쟁을 치르지 않는 군대’가 얼마나 형편없는 조직으로 전락할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늑장보고, 허위보고, 근무태만, 기강해이 등 온갖 부조리가 드러났다.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 같은 지휘관만 군에 있었어도 천안함 사건과 같은 불행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7월 9일 이후 결국 유엔 안보리는 7월9일 만장일치로 의장성명을 채택했다. 중국의 반대로 북한을 공격 주체로 직접 명시하지는 못했지만 전체적인 문맥으로는 천안함이 북한의 공격으로 침몰했으며 이에 따라 안보리는 북한을 규탄한다는 해석이 가능했다. 정부는 “이번 의장성명은 강력하고 충분한 정치적 메시지”라고 자평했다. 반면 북한도 직접적 문구가 없다는 점을 들어 ‘외교적 승리’라고 큰소리쳤다. 그러면서 북한은 기다렸다는 듯이 북핵 6자회담을 운운하며 ‘대화공세’를 폈다. 이를 두고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당시 기자에게 이런 말을 했다. “증거를 차치하고라도, 북한이 진정 결백하다면 저런 반응을 보이겠느냐. 볼펜 한 자루 훔쳤다는 누명을 써도 분통이 터지고 화병이 나는데 북한이 정말 누명을 썼다면 어떻게 저렇게 태연하게 이제 그만 대화하자고 할 수 있겠는가.” 다른 당국자는 “북한 소행임을 믿지 않는 사람들은 아마도 북한 잠수정이 어뢰로 천안함을 쏘는 동영상이 있다 하더라도 조작됐다며 믿지 않을 것”이라면서 “합조단 조사결과를 믿지 않는 사람들은 믿지 않는 게 아니라 믿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이라도 했다. 천안함 사건과 관련, 어느 언론보다 치우침 없이 객관적이고 공정한 기사를 쓰기 위해 노력했다고 자부하는 기자도 사견을 말하자면, 이런 의견에 동의하는 편이다. 천안함 사건이 북한 소행이라는 합조단 조사결과를 믿지 않는다는 것을 뒤집어보면 이런 말이 될 수 있다. 즉, 천안함 생존장병 58명이 모두 진실을 숨기기로 입을 맞추고, 합조단 조사에 참여한 민간 전문가도 군 당국과 짝짜꿍이 돼 모두 거짓말을 하고, 역시 합조단에 참여한 스웨덴(북한과도 수교하고 있는 나라), 호주 등 제3국 전문가들도 뭔가 숨기는 게 있다는 얘기다. 인터넷이 날아다니는 개명한 시대에 이렇게 완벽한 다국적·다층적·대규모적 사기(詐欺)가 가능한가. 더욱이 북한을 비호한다는 중국, 러시아도 북한에 대한 징계에는 이견을 보일지언정 합조단 조사결과가 틀렸다고 밝히지는 않았다. 한편에서는 북한의 천안함 공격은 극소수 핵심라인만 관여했기 때문에 대다수 북한 당국자들은 실제 알지 못하는 일일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의 천안함 공격은 우리로 치면 과거 실미도 부대원 같은 비밀 특수부대가 감행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우연인지는 모르겠으나 돌이켜보면 이런 일도 있었다. 천안함 수색작업에 참여하고 돌아가던 저인망 어선 금양 98호가 대청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했던 4월2일도 천안함 사건이 일어난 3월26일과 비슷한 야근 상황이었다. 당시에도 별다른 일이 없어 밤 10시가 넘어 회사에서 나와 집으로 향하는 버스를 탔는데, 도중에 회사로부터 전화를 받고 부랴부랴 택시로 귀사해야 했다. 그날 “선배, 배가 또 침몰했대요.”라고 전화한 야근자는 3월26일 밤 전화로 천안함 침몰 사실을 알린 김정은 기자였다. 기자는 지금 밤 11시 넘어 휴대전화가 울리면 깜짝깜짝 놀라는 트라우마(trauma)를 안고 산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현대건설 인수전 본격화] ‘왕회장 광고전’

    [현대건설 인수전 본격화] ‘왕회장 광고전’

    현대건설 매각 공고에 맞춰 현대가가 ‘왕회장’을 앞세운 TV 광고를 통해 세 과시 양상을 보이고 있다. 현대건설 인수의 명분을 확보하기 위한 일종의 ‘여론전(戰)’에 나선 것이다. 현대그룹은 추석 연휴기간인 지난 21일부터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등장하는 TV 광고를 방영하고 있다. 현대건설 인수에 대한 현정은 회장의 강한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하기 위해서다. 이 광고는 고 정 명예회장이 1947년 설립한 현대건설(당시 현대토건사)이 현 회장의 남편이었던 고 정몽헌 회장에게 승계됐음을 주장하고 있다. 이어 정몽헌 전 회장이 2000년 경영난에 빠진 현대건설을 살리기 위해 사재 4400억원을 출연했던 점을 상기시키며 현대건설 채권단과 국민에게 현대건설에 대한 정통성을 분명히 각인시키고 있다. 2008년부터 고 정 명예회장의 영상이 담긴 기업 이미지 광고를 방영하고 있는 현대중공업은 남아공월드컵 기간인 6월부터 고 정 명예회장이 1985년 중앙대에서 한 강연을 편집한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라는 CF를 내보내고 있다. 그리스 선박계의 거물 조지 리바노스에게 “당신이 배를 사 준다면 영국 수출보증기구의 승인을 얻어 돈을 빌려서 조선소를 지은 뒤 만들어 주겠다.”고 제안한 전설적인 일화가 담긴 강연 영상을 제시했다. 일찌감치 현대중공업이 현대의 적통임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달 창립 10주년에 맞춰 ‘현대(HYUNDAI)’의 영문 이니셜을 앞세운 새 CI를 제작했다. 현대건설 인수를 위해 조용히 수순을 밟고 있는 것처럼 비춰진다. 현대차그룹도 현대건설 인수 경쟁이 뜨겁게 달아오르면 고 정 명예회장을 소재로 한 광고를 제작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민노당 “당원명부 제출 못한다”

    민주노동당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노조원 등 공무원의 불법 정치활동 혐의에 대한 재판과 관련, 법원의 당원명부 제출 명령을 거부하기로 했다. 민노당 우위영 대변인은 19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제출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라면서 “당원 명부 공개는 심각한 기본권 침해고 정당 활동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에도 위배되는 것”이라며 원칙 고수 방침을 밝혔다. 우 대변인은 법원 명령 거부에 따른 당에 미칠 파장에 대해 “걱정된다.”면서도 “아직 명령서가 오지 않은 만큼 원칙에 훼손되지 않도록 할 것이고 법원과의 대화창구도 닫지 않았다.”며 협상 의지를 내보였다. 민노당은 올해 초 경찰의 당원명부 압수수색 시도에 “야당 탄압”이라며 4개월간 당사 항의농성을 통해 저지했었다. 하지만 이 같은 강성 노선을 계속 유지하는 것에 당내에서도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기갑 전 대표가 국회 폭력 혐의로 최근 2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은 데다 당이 법원 명령에 반발하는 모습을 보이면 지난 7월 이정희 대표가 취임한 뒤 추진해온 이미지 변신 노력이 빛을 바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당내에서는 절충안도 나온다. 법원의 명령을 수용한 뒤 전체 명단을 법원에 제출하지 말고 법원이나 당에서 일부 인원만 열람토록 하자는 방안이다. 전면 공개는 아니더라도 재판부의 공정한 판결을 위해 제한적으로 협조할 수 있다는 취지로 해석되지만 재판부가 이를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법원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형사소송법 106조에 따라 증거물은 몰수할 수 있다.”면서 “때문에 민노당이 명부를 제출하지 않는다면 재판부가 직접 당사에 직원 등을 보내 명부를 받아오게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강주리·임주형기자 jurik@seoul.co.kr
  • 한화 본사·증권 전격 압수수색

    한화 본사·증권 전격 압수수색

    한화그룹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 이원곤)는 16일 서울 장교동 그룹 본사와 여의도 한화증권 사무실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수사관 30여명을 파견해 회계장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 관련 증거물 수십 상자 분량을 확보했다. 그룹 본사와 한화증권에 이례적으로 각각 9시간과 10시간30분이 걸린 저인망식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을 통해 그룹 본사와 한화증권이 차명계좌를 통해 조성한 비자금 규모와 사용처를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5개의 차명계좌에 5억원가량이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비자금이 정·관계로 흘러 들어갔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신한금융지주 라응찬 회장의 ‘50억원 차명계좌’와 신상훈 사장의 횡령·배임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부장 이중희)는 대출 및 계좌관리 실무진을 소환해 자금 흐름 파악에 주력했다. 이희건 명예회장에게 지급할 자문료 15억원의 사용처도 집중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승훈·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박건형 순회특파원 좌충우돌 유럽통신] 정치도 축제가 된다고요?

    [박건형 순회특파원 좌충우돌 유럽통신] 정치도 축제가 된다고요?

    “공산당이 축제를 한다고?”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낯설기 그지없었다. 북한 사람들도 온다는 말을 듣자, 혹시 한국에 돌아가서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조사받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들었다. 하지만 지난 주말, 파리 북쪽 르 부르제 지역에서 만난 ‘휴머니티 축제’는 한국 정치에 이골이 난 사람들에게 꼭 권할 만한 경험이었다. ‘TV나 신문에서 보는 정치’, ‘정치인들만의 정치’가 아니라 세상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발언할 수 있고, 마이크를 잡고 대통령을 비판해도 아무도 두렵지 않은 곳. 마치 과거 고대 그리스의 토론장이 현대에 재현된 느낌이었다. ●핑크 플로이드·U2등 메인무대 장식 프랑스공산당과 극좌 성향 잡지 ‘르 휴머니티’가 주최하는 휴머니티 축제는 올해로 80주년을 맞았다. 1930년 공산주의가 한창 날개를 펼치던 시절, 소외된 사람들을 공산주의의 영역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대대적인 토론회를 개최한 것이 축제의 시작이었다. 이후 1960~70년대 미국에서 록과 집시문화가 성행하면서 콘서트와 축제가 결합되는 문화가 유행하자 이를 벤치마킹해 대대적인 공산주의·사회주의자의 축제로 거듭났다. 핑크 플로이드, U2 등 사회주의적 성향을 가진 세계적 그룹이 매년 축제의 메인무대를 장식하고 있다. 사흘 동안 축제를 찾은 사람은 25만명이 넘는다. 드넓은 광장과 행사장은 구석구석 사람이 없는 곳을 찾기 힘들 정도로 붐볐다. 올해 유독 이 축제가 관심을 모은 것은 프랑스의 현재 상황과 맞물려 있어서다. 집시와 불법체류자를 추방하는 이민법 강화, 연금수령 연령을 높이는 재정감축 정책 등 현 정부의 정책은 축제에 모인 사람들의 신념과 평행선을 달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행사장 곳곳에서는 ‘복지에 더 많은 혜택을’ ‘프랑스는 자유, 평등, 박애 위에 세워졌다’ ‘불법체류자도 인권이 있다’는 등의 내용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사흘간 25만 참가… 경찰은 없어 정치인들도 함께 호흡했다. 사회주의 계열의 정치 거물들은 수행원은 물론 연대와 마이크조차 없이 목청을 높여 길거리에서 정부를 비판했고 사람들은 아낌없는 박수 대신 신랄한 질문으로 답했다. 장관 등 정부인사와 우파 지식인들도 기꺼이 토론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프랑스 전역에서 지역·노조별로 설치된 1000여개의 부스는 현안에 대한 토론, 주장을 담은 연극, 공연들로 빼곡히 채워졌다. 선동적인 구호 대신 정돈된 생각을 또렷하게 말했고, 목소리를 높이기보다는 사례를 들어 차분하게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모습이 한국 정치에 길들여진 입장에서는 낯설게 느껴질 정도였다. 더욱 놀라운 것은 수십만명이 모인 행사장에서 경찰은 그림자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는 점이다. 겉으로 보이는 무질서한 느낌은 한국의 시위 현장보다도 심했지만 오히려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라면 으레 등장하는 소매치기조차 자취를 감춘 곳이었다. 영국의 전설적인 스카펑크그룹 ‘매드니스’가 메인무대에 등장하자 축제는 절정을 이뤘다. 그들이 노래하는 인권과 자유에 대한 관객들의 열망에서 영국 문화라면 드러내 놓고 혐오시하는 프랑스인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정치가 곧 생활이고, 더 나아가 축제로까지 승화되는 곳. 낯설었지만, 그래서 더 부러운 현장이었다. 글 사진 파리 박건형 순회특파원 kitsch@seoul.co.kr
  • ‘마피아와의 전쟁’ 伊, 2조원 재산 몰수

    ‘마피아와의 전쟁’ 伊, 2조원 재산 몰수

    마피아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이탈리아 정부가 사상 최대 규모의 마피아 자산을 몰수했다. 1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 에 따르면 로베트로 마로니 이탈리아 내무장관은 “이탈리아 경찰은 시칠리아 마피아와 관련한 19억달러(약 2조 2000억원) 규모의 자산을 압류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금까지 이탈리아 당국이 압수한 마피아 관련 자산 중 가장 큰 액수이다. 몰수된 마피아 자산은 시칠리아섬 근처의 부동산 100여곳과 태양열 풍력발전과 관련한 43개 업체의 주식, 고급 자동차, 초호화 요트와 선박, 은행 등이다. 이들은 시칠리아 트라파니 지역에서 풍력, 태양열 등 대체 에너지 관련 사업가로 행세해 온 비토 니카스트리(54)의 소유로 알려졌다. 수사 당국은 니카스트리가 주도한 마피아 조직이 녹색기업으로 위장해 에너지 기업들을 통해 돈세탁을 자행해 온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의 초점을 맞춰 이 같은 성과를 얻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지난해 체포된 니카스트리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녹색기업으로 둔갑해 돈세탁을 해온 거대 마피아 조직망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니카스트리는 주로 풍력발전회사 등 에너지 기업을 소유해 ‘바람의 제왕’으로 불려왔다. 이탈리아 국립형사국(DIA)의 안토니오 기로니 국장에 따르면 그는 현지 마피아 두목들 가운데서도 최고 우두머리인 마테오 메시나 데나로와 관계가 깊다. 마피아 단속에 골머리를 썩어온 이탈리아 당국에 이번 수사의 의미는 크다. 사상 최대 규모의 검은돈을 몰수함으로써 마피아의 기세를 한풀 꺾었다는 상징성에다 마피아 최대 거물 마테오의 배후에 수사망이 닿았다는 사실이다. 트라파니 출신의 마테오는 ‘보스 중의 보스’ ‘플레이보이 보스’로 통하는 마피아계 거물이다. 당국은 그의 행적을 파악하기 위해 1993년 이후 지금까지 주변 인물들을 밀착수사해 왔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는 자신의 임기가 끝나는 2013년까지 마피아를 비롯한 범죄조직을 소탕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마피아와의 전쟁을 선포한 지난 2008년 이탈리아 정부는 정식재판 이전에라도 조직범죄와 관련한 자산을 압류할 수 있는 법안을 도입했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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