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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65) 전남 강진 당전마을 푸조나무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65) 전남 강진 당전마을 푸조나무

    ‘사람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표가 난다.’고 한다. 더불어 살아가는 모든 생명체에 대한 존재감은 뒤늦은 상실감과 함께 다가온다는 아쉬움을 드러낸 옛말일 게다. 빈 자리에 남은 상실의 아픔을 메워 주는 건 언제나 나무다. 한번 뿌리내린 뒤로는 제 명을 다할 때까지 제 자리를 떠나지 못하는 게 나무의 운명인 까닭이다. 남은 사람들은 떠난 사람이 그리울 때면 그와 함께했던 자리에 서 있는 나무를 찾아가 잊혀가는 기억의 실마리를 떠올리려 애쓰게 마련이다. 또 떠났던 사람이 다시 고향에 돌아와서 가장 먼저 고향의 푸근함을 느끼게 되는 것도 마을 어귀에 서 있는 큰 나무이기 십상이다. ●고려 최대 규모 가마터에 뿌리 고려 때 신비의 빛을 가진 청자를 굽던 가마터로 유명한 전남 강진 대구면 사당리 당전마을. 내로라하는 전국의 도공들이 모여 저마다의 작품을 빚어 내던 곳이다. 당대 최대 규모였지만, 고려 말에 이르러서는 왜구의 잦은 침범으로 가마터는 차츰 폐쇄되고 도공들은 하나둘 흩어져 떠났다. 그들이 떠난 자리를 한 그루의 나무가 지켰다. 푸조나무라는 다소 생소한 이름을 가진, 경기도 이남의 바닷가에서 잘 자라는 우리 나무다. 중부지방에서는 찾아보기 어렵지만, 남해안 지역을 여행할 때면 느티나무나 팽나무 못지않게 마을 어귀에서 자주 만날 수 있다. 고려청자 가마터인 당전마을 어귀에 서 있는 강진 사당리 푸조나무는 키 16m, 가슴높이 둘레 8.5m의 큰 나무이지만, 중심 줄기가 없어 조금은 허전한 느낌도 준다. 줄기는 300년 전에 불어온 태풍에 부러졌다고 한다. 그 빈 자리 곁에서 새로 자란 6개의 새 줄기가 굵고 튼튼하게 솟아 올라 웅장한 모습을 이뤘다. 사방으로 가지를 고르게 펼쳤는데, 서쪽의 무성한 나뭇가지는 스스로의 무게가 버거운 듯 땅에 닿을 정도로 늘어져 불균형의 아름다움을 갖췄다. 전체적으로 펼쳐진 넓은 품은 마치 거대한 짐승이 웅크려 있는 모습을 연상하게 한다. 줄기가 부러져 나간 뒤 생긴 상처를 나무는 스스로 감싸 안았다. 깊은 상처는 살아남은 다른 줄기의 껍질이 부드럽게 덮었고, 곁에서 자란 새 줄기들은 꿈틀거리며 안쪽의 빈 공간으로 파고들었다. 아픔의 세월을 거치며 나무는 오랜 안간힘으로 부러지기 전의 모습 못지않게 근사한 수형을 이뤘다. 부러진 줄기를 바라보면서도 생명을 놓지 않고 새 가지를 틔워 생명력을 회복한 질긴 인내가 볼수록 신비롭다. ●300년 전 태풍에 부러진 가운데 줄기 문화재청 자료에는 천연기념물 제35호인 이 나무는 고려 도공이 살펴 키운 것으로 나이는 300살 정도로 추정된다고 나와 있다.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이다. 일단 고려 도공이 살핀 나무라는 사실과 300년 전에 심은 것이라는 시간의 불일치가 그렇다. 게다가 300살 된 여느 푸조나무에 비해 클 뿐 아니라, 300년 전에 부러졌다는 사실과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처럼 큰 피해 뒤에도 살아남는다는 건 웬만큼 큰 나무가 아니고서는 어림없는 일이다. 남아 있는 기록이 없어 확인할 수는 없지만 이 푸조나무는 마을에 태풍이 닥친 300년 전에도 이미 큰 나무였음이 틀림없다. 어쩌면 고려 청자 가마터가 스러지던 즈음인 600여년 전에 도공들이 심고 키웠던 나무일 수 있다. “박물관이 들어오면서 살림이 많이 달라졌어요. 농사 짓던 땅에 박물관을 지으니 농사 규모가 줄었지요. 그 바람에 마을을 떠난 사람도 적지 않아요. 지금은 마흔 가구 남짓 있지만, 농사일도 옛날 같지 않아요. 변하지 않은 건 당산나무뿐입니다.” ●마을 어귀 지키며 귀향객 맞아 수도권에서 공장 일을 하다가 고향에 돌아와 농사를 지으며, 소를 키우는 조규남(54)씨 이야기다. 조씨가 지친 몸을 끌고 고향에 돌아왔을 때에는 청자박물관이 세워진 뒤였다. 논과 밭이 풍성하던 고향 풍경은 몰라보게 달라졌다. 그나마 옛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건 당산나무뿐이었다. “우리 당산나무가 대단한 나무야. 옛날에 어떤 가난한 나무꾼이 그 나뭇가지를 꺾은 적이 있었다고 해. 그 사람이 제 명대로 살았겠어? 급살을 맞고 죽었지. 그만큼 우리 나무가 신성한 나무라는 말이야. 아직도 해마다 정월 대보름이면 당산제를 올리지.” 조씨의 집 조붓한 앞마당으로 불쑥 찾아든 옆집 박정임(86) 할머니가 나무 이야기를 덧붙인다. 박 할머니는 이 마을에서 태어나 아직까지 마을을 떠나지 않아, 사당리 당산나무를 누구보다 잘 안다고 조씨가 거든다. “마을 사람들이 이 나무를 잘 지키려고 날을 잡고 모여서 얘기하곤 했어. 나무에 거름이라도 줘야지 싶으면 마을 사람들이 돈도 십시일반으로 추렴하고, 일도 거들면서 지켜온 나무인걸.” 열아홉 살에 이 마을로 시집 왔다는 조씨의 어머니 하금댁(84)도 한마디 보탠다. 문화재청에서 관리하면서부터 굳이 마을 사람들이 나무 관리를 위해 별다른 일을 할 필요가 없어졌지만, 예전에는 해마다 칠월칠석이면 마을 사람들이 모여 나무의 건강을 살폈다고 한다. ●해마다 칠월칠석에 나무의 안부 살펴 극진한 보호 속에 살아온 사당리 푸조나무는 사람들의 들고남을 모두 바라보았다. 처음엔 우리 민족의 자랑 가운데 하나인 고려 청자를 빚어내던 옛 도공을, 다음에는 가마터가 스러진 자리에 깃든 농민을, 이제는 간단없이 찾아오는 관광객의 들고남을 바라보며 나무가 보낸 계절이 1000번을 넘는다. 긴 세월 동안 말없이 사람살이를 지켜보는 나무에게서 사람살이의 모든 추억을 되살리게 되는 까닭이다. 글 사진 강진 고규홍 나무칼럼니스트gohkh@solsup.com ▶▶가는 길 전남 강진군 대구면 사당리 51-1. 서울에서 강진을 가려면 서해안고속국도의 종점까지 간 뒤 국도를 이용하는 게 가장 빠른 길이다. 목포톨게이트에서 3㎞ 쯤 가서 나오는 죽림분기점에서 국도 2호선으로 빠져나가면 강진군청까지 빠르게 갈 수 있다. 강진군청 못 미쳐 강진의료원 앞 남포사거리에서 3.5㎞ 직진하면 목리교차로가 나온다. 여기에서 국도 23호선으로 우회전하여 15㎞ 정도 남진하면 미산삼거리에 이른다. 좌회전하면 곧바로 고려청자도요지와 청자박물관이다. 나무는 박물관 부지 끝 건너편 도로변에 있다.
  • [CEO 칼럼] 세계는 하나, 그리고 하나의 꿈/김종신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CEO 칼럼] 세계는 하나, 그리고 하나의 꿈/김종신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퀀텀 리프’(Quantum Leap)라는 말은 원래 양자물리학에서 나온 용어로, 원자 내에서 하나의 에너지 상태로부터 또 다른 에너지 상태로의 변화를 말할 때 사용된다. ‘양자 도약’이란 뜻의 이 단어는 요즘엔 경제학이나 경영학에서도 ‘비연속적 도약’ 또는 ‘획기적 도약’의 의미로 종종 쓰인다. 어느 기업이든 지속가능 성장을 추구하기 위해선 ‘퀀텀 리프’가 절실히 필요하다. 국가 발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지금 10년 넘게 선진국 진입의 문턱인 ‘마(魔)의 2만 달러’ 언저리에서 주춤거리고 있다. 여기서 우리가 더 이상 머물러선 안 된다. 획기적인 도약을 위해 우리의 힘을 하나로 모으고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이뤄 당당히 선진국 대열로 올라서야 할 시점이다. 이를 위한 백년대계(百年大計)를 세우는 데는 꼭 고려해야 할 과제가 몇 가지 있다. 그중 하나가 에너지 안보 확립이라고 생각한다. 에너지 자립화는 제2의 도약을 이루는 데 매우 어렵지만 중요한 과제다. 특히 석유 등 천연자원이 없는 우리나라에서 에너지와 자원 확보는 생존이 걸린 문제이다. 오는 3월 우리나라에서는 핵 관련 매머드 국제회의가 열린다. 세계 각국 정상들이 모여 핵 에너지에 대해 논의하는 ‘2012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와 ‘원자력인더스트리서밋’ 회의가 그것이다. 세계 50여 개국 정상과 유엔, 국제원자력기구(IAEA), 유럽연합(EU), 인터폴 등 4대 국제기구 대표들과 세계 원자력산업계 최고경영자(CEO), 원자력 관련 국제기구 대표 등 200여명의 고위급 인사가 대거 찾아 세계인들의 관심이 다시 한번 한국에 쏠리게 된다. 대한민국은 이미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 2002월드컵,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을 성공적으로 개최해 국제사회에서 국가 인지도와 브랜드를 높였던 경험을 가지고 있다. 더욱이 ‘서울 핵안보정상회의’는 21세기 국제안보의 심각한 위협 요인인 핵 테러 방지를 목표로 하는 최상위 국가 간 회의로, 국내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정상회의이다. 외교 전문가들은 벌써 이번 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게 되면 지구촌은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선결요건인 핵 안보와 안전을 공고히 다지는 한편 우리나라는 진정한 글로벌 중심 국가로 거듭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점치기도 한다. 아무쪼록 이번 회의가 대한민국의 저력과 기량을 마음껏 보여 줄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우리가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난관이 숱할 것이지만, 그 난관 때문에 우리의 도전이 더 아름다워질 것이다. 대규모 정상회의 개최를 계기로 대한민국의 위상을 한껏 높이고, 두 번째 도약의 발판이 확실히 구축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우리 원자력산업계는 지난 30여년 동안 원자력을 최고 수준으로 발전시켜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 원전을 수출한 저력을 가지고 있다. 또 우리는 핵 비확산을 공고히 유지하면서 원자력을 평화적으로 이용해 온 모범국가다. 따라서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와 ‘원자력인더스트리서밋’은 우리의 국격(國格)을 한 단계 높여줄 뿐 아니라 세계로 뻗어 나가고 있는 한국 원전 기술을 세계인들에게 다시 한번 각인시켜 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또 에너지 부족국인 우리나라가 에너지 자주율을 올릴 수 있는 계기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필자는 ‘원자력인더스트리서밋’의 조직위원장으로서 이 회의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람이나 기업 또는 국가에는 한순간에 훌쩍, 우리가 상상도 하지 못할 정도로 높이 뛰어오르는 순간이 있다. 국제사회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은 우리가 초일류 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된다. 이러한 좋은 기회를 살려 훗날 이 땅에서 살아갈 후손들에게 풍요로운 삶의 터전을 선사하도록 하자.
  • [고전 인물로 다시 읽기] (42) 중국 현대문학의 선구자 루쉰

    [고전 인물로 다시 읽기] (42) 중국 현대문학의 선구자 루쉰

    1898년, 루쉰은 난징의 강남수사학당에 들어가기 위해 고향 샤오싱을 떠났다. 집을 떠나는 장남의 손을 잡고, 루쉰의 어머니는 “어쩔 수 없어 8원의 여비를 마련해 주시며 네 마음대로 하라고 하셨다. 그러면서 우셨다.” 어머니의 울음에는, 가세가 기울어져 더 이상 과거공부를 시켜주지 못하는 안타까움과 갈 곳을 찾지 못한 아들에 대한 걱정과 가여움을 담고 있었다. 사실 루쉰의 어머니가 이렇게 서럽게 운 것도 당연했다. 왜냐하면 “그 시절은 경서(經書)를 배워서 과거를 치르는 것이 정도(正道)였고, 사회통념상 소위 양학(洋學)을 배운다는 것은, 갈 곳 없는 사람이 서양 오랑캐에 영혼을 팔아넘기는 것으로 간주되어, 몇 배의 수모와 배척을 당해야만 했기”(납함, 자서) 때문이다. 1898년, 18세가 되는 해에 루쉰은 새로운 길을 찾아 그렇게 고향을 떠났다. 루쉰의 본명은 저우슈런(周樹人·1881~1936)으로, 저장성(浙江省) 샤오싱(紹興)에서 태어났다. 저우 집안은 그 지역에서 웬만큼 산다는 집안이었으나, 과거시험 부정을 꾀했다는 이유로 조부가 투옥됐고, 조부의 관직 외에는 생활수단이 없었던 독서인 집안은 이로부터 가세가 기울었다. 설상가상으로 병에 걸린 부친의 약값을 대느라 재산은 탕진되었다. 집안의 장남인 루쉰은 집안의 물건을 전당포에 맡기는 일, 그렇게 빌린 돈으로 한약방에 가서 부친의 약에 쓰일 희한한 약재들을 사는 일을 도맡아야 했다. 14살의 소년은 재산과 권세가 가시자 차갑게 돌변한 사람들의 시선에서 세상의 인정세태를 깨달았다. 루쉰에게 고향 샤오싱은 자신을 얽매고 절망에 빠지게 하는 것들의 집합소나 다름없었다. 샤오싱은 중국의 현재이자 미래였다. 전통적 가치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한 고향은 흡사 고인 물처럼, 현재의 도살자들로 가득했다. 루쉰이 소설가로 발을 내딛으면서 말했던 ”철로 만든 방“은 결코 은유가 아니었던 것이다. 사방은 철로 만들어져 깨부술 수가 없다. 사람들은 질식사를 기다리듯 그 속에서 잠을 자고 있다. 루쉰은 철방에서 홀로 잠을 깬 자였다. 그는 평생에 걸쳐 철방 속 적막을 느꼈고, 그럴 때마다 사회활동에 더 매진하거나 옛 문헌을 파고들었다. 루쉰은 바로 그런 철방과 같은 고향을 떠났다. 흡사 지금까지의 자신과 결별하듯, 스스로 탯줄을 자르듯. 자신을 짓누르던 전통의 무게에서 벗어나고자 했을 때, 루쉰에게 희망으로 다가온 것은 바로 ‘진화론’이었다. 1901년, 루쉰은 옌푸(嚴)의 ‘천연론’(天演論)을 통해서 ‘생존경쟁’과 ‘자연도태’라는 용어를 접했다. 당시 진화론은 생물학적 다위니즘을 비롯해 사회 다위니즘, 상호부조론 등이 한데 뒤섞인 채 물밀듯이 중국으로 들이닥쳤다. 변하지 않으면 망한다는 위기의식에 휩싸인 중국 지식인들은 진화론을 받아들임으로써 중국을 근대 세계와 같은 궤도에 두고, 제국주의의 침략에 저항할 수 있는 힘을 기르고자 했다. 루쉰의 세대에게 진화론은 일종의 돌파구였다. 처녀작 ‘광인일기’(1918)에서 루쉰은 중국 전통의 예의와 도덕의 해악에 물들지 않은 아이들에게 미래의 희망을 걸며, “아이들을 구하라.”고 외쳤다. 자신과 같은 기성세대는 “인습의 무거운 짐을 지고 암흑의 수문을 어깨로 걸머질” 터이니, 아이들은 자신들을 밟고 넓고 밝은 곳으로 나아가라고 말이다. 그렇게 루쉰은 꽃을 피우기 위한 거름이 되기를 자청했다. 1902년 루쉰은 국비로 일본에 유학을 떠난다. 의화단사건(1900)에서 승리한 서구 연합국들이 청나라로부터 받은 배상금을 청나라의 해외유학생 파견에 전용하기로 결정한 덕분이었다. 일본에 간 루쉰은 망설임 없이 의학을 공부하기로 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더 이상 부친처럼 어리석은 처방과 치료로 사람을 죽이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진화론과 마찬가지로, 의학은 중국을 구해줄 과학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이런 확신은 이른바 ‘환등기사건’으로 여지없이 깨졌다. 루쉰이 의학을 공부하던 시기는, 바야흐로 일본이 러일전쟁에서 승리를 구가하고 있을 때였다. 수업시간 틈틈이 선생들은 환등기를 틀어주었는데, 어느 날 루쉰은 거기서 자신이 떠나온 고향 사람들을 목격하게 된다. 당시 그가 본 환등기 필름은 러일전쟁 당시 러시아 스파이 혐의를 받은 중국인을 처형하는 장면이었다. 처형을 기다리는 사람이 무릎을 꿇고 있고, 그 옆에 일본인 병사가 칼을 치켜들고 있다. 멍한 표정의 구경꾼들은 모두 변발이었다. 동족의 처형을 구경거리인 양 멍하니 바라보는 중국인의 사진 앞에서 루쉰은 충격에 빠졌다. 그리고 학기가 채 끝나기도 전에 의대를 그만뒀다. 의학으로 구국하겠다던 희망은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무릇 어리석고 약한 국민은 체격이 제아무리 건장하고 튼튼하다 하더라도, 하잘것없는 본보기의 재료나 구경꾼밖에는 될 수가 없었다. 병으로 죽어가는 사람이 아무리 많다 해도, 그런 일은 불행이라고 할 수도 없는 것이었다.”(납함, 자서)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루쉰의 답은 “문예”였다. 어리석고 약한 국민을 치료하는 데는 신체를 고치는 의학이 아니라 정신을 고치는 의학, 즉 문예가 필요하다는 판단이었다. 펜으로 ‘중국인의 열근성(劣根性)’을 해부하고 치료하겠노라! 신체에 깃든 병을 분석하고 해부하고 치료하듯, 루쉰은 글을 써내려갔다. 그에게 글쓰기는 익숙함에 안주하는 중국인들을 향한 공격에 다름 아니었다. 한 치의 위로나 연민도 없었다. 새것조차 헌것으로 만들어버리는 중국인의 사유방식, 그것의 기초가 되는 철학, 신화, 예술, 고전 등 모든 익숙한 것에 총공격을 가했다. 전통의 해독(害毒)에서 청년들을 지키기 위해 고문은 읽지도 말라고 했을 정도였다. 이 모두가, 탁자 하나를 옮기는 데도 수많은 사람들의 피를 필요로 하는 중국의 견고한 전통과 인습으로부터 거리를 두기 위한 피나는 노력이었다. 루쉰은 우리에게 소설가로서 잘 알려져 있지만, 기실 그는 세 권의 단편소설집만을 남겼을 뿐이다. 소설 창작은 1920년대 초반에 집중되어 있고, 그 이후부터 죽을 때까지는 잡문쓰기에 치중했다. 지금의 에세이에 해당하는 잡문은 현실에 대한 풍자와 비판정신을 핵심으로 한다. 일본제국주의의 만행과 군벌들의 난립과 폭행, 국민당의 백색테러, 혁명을 팔아먹는 지식인, 현실의 권력에 굴복하면서도 정인군자(正人君子)인 체하는 하는 지식인. 루쉰의 붓끝은 그 모두를 향해 있었다. 잡문은 민중의 무지몽매함과 아큐식의 정신승리법을 비판하고, 혁명에 들뜬 청년들의 조급증을 논파하는 데도 효과적이었다. 그의 잡문은 말 그대로 시대를 향한 비수이자 투창이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루쉰의 글쓰기는 자신을 부정하고 해부하는 작업이었다. 황금시대로 아이들을 넘겨주는 중간물이자 꽃을 키우기 위한 거름으로 자신을 규정한 루쉰은 새롭게 도래할 혁명의 시기에는 멸망될 운명의 존재였다. 미래세대의 독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그는 자신의 신체에 새겨져 있을지 모를 중국인의 열근성과 대면했다. 스스로에게 엄격했던 만큼, 루쉰은 시대의 암흑에 맞선 투쟁에서도 결코 물러서지 않았다. 그의 이러한 결연한 의지는 죽음을 앞두고 유언처럼 쓴 글에서도 잘 드러난다. “다만 열이 몹시 날 때면 유럽인들은 임종시에 흔히 남이 너그럽게 용서해줄 것을 바라며 자신도 남을 너그럽게 용서하는 의식을 지낸다는 사실이 기억날 뿐이다. 나의 적과 원수는 적지 않은데 신식 사람들이 내게 묻는다면 어떻게 대답해야 하는가? 나는 생각해보고 나서 이렇게 결심했다. 그들에게 얼마든지 증오하게 하라. 나도 하나도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죽음) 루쉰은 죽어가면서까지도 무력으로 중국을 농단하는 제국주의자들과 군벌들, 위선적인 지식인들, 그들을 뒷받침하는 과거의 부정적인 것들을 향해 겨누던 창을 거두지 않았다. 전근대와 근대 사이에서 두 세계의 어둠을 볼 수 있었던 루쉰은 자신이 마주하고 있는 암흑의 무게를 결코 가볍게 보지 않았다. 켜켜이 쌓인 중국의 역사를 뒤집는 일, 중국인의 혈관을 흐르는 피를 바꾸는 일, 즉 혁명이 결코 쉽지 않으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루쉰은 죽으면서도 모든 익숙한 것들, 자신을 위로하는 것들에 속지 말라고, 투쟁하라고 외쳤던 것이다. 최정옥(남산강학원 연구원)
  • “일자리 중심 교육·복지 현장에서 직접 챙길 것”

    “일자리 중심 교육·복지 현장에서 직접 챙길 것”

    25일 집무실에서 만난 조길형(55) 영등포구청장은 “모든 답은 현장에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주민들에게 꼭 필요한 교육과 복지, 사람 중심의 정책을 앞세웠다. 화끈한 성격에 걸맞게 조 구청장은 올해도 집무실에서 보고를 받기보다 직접 교육현장을 챙기기 위해 학교장들을 만나고 주민들과 대화한다. 전 주민과의 소통을 목표로 지역의 동장실을 사랑방으로 바꾸고, 직원들과는 매주 화요일 누룽지로 간단한 아침 식사를 하면서 격의 없이 얘기를 나눈다. →올해 첫 번째 화두를 교육에 뒀는데. -교육은 모든 구민의 관심사이자 구민 삶의 질을 좌우하는 분야다. 지난해 서울시 교육지원사업 평가에서 ‘우수구’로 선정된 데에는 지역에 자리한 서울시 성적 향상 최우수 고교에 뽑힌 장훈고 등이 밑거름으로 작용했다. 강남에 못잖은 교육 중심의 자치구로 만들기 위해 유치원부터 초·중·고교 학교장과 학부모들을 만나 의견을 듣고 있다. 특히 올해 주 5일제가 전면 시행되기 때문에 토요 원어민 영어교실, 주말 문화체험, 자매결연 도시 탐방 등을 준비하고 있다. 중학생 대상으로는 ‘진로의 날’을 정해 장래 희망 관련 단체나 기업을 찾아가 강연을 듣는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일자리 중심의 교육을 내세웠다. -장애인도 평등하게 교육을 받아 일자리를 갖게 해야 한다. 불가능한 게 어디 있나. 제과·제빵 실습기관인 신길동 한국제과학교를 통해 지난해부터 서울에서 최초로 44명의 발달장애 학생에 대해 무료 교육지원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들을 마을기업에 취업시키려고 한다. 학생 2명이 이미 자격증 취득을 눈앞에 뒀다. 사업을 확대해 3월부터 발달장애가 있는 고3 학생들을 추가 지원할 계획이다. 서울시교육청에서도 우리 사업을 벤치마킹해 올해 50억원의 예산을 확보했고, 영역이 날로 확장되고 있다. →또 다른 목표를 주민 복지에 뒀다. -복지는 곧 일자리다. 노인일자리 등 93개 사업을 통해 1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계획이다. 기업인을 만나면 무조건 일자리부터 만들라고 요구한다. 내년 1월 준공 예정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 내 민간기업과의 업무협의를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려고 한다. 어려운 주민들에 대한 기부도 연중 어느 때나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관내에서 물품을 기부해 판매하는 대표적인 사회적기업인 ‘나눔가게’도 벌써 3호점을 개점했고 앞으로 계속 늘려나갈 생각이다. 올해는 봉사자 중심의 복지전달체계를 더 확고하게 다지겠다. 우리가 최초로 도입한 ‘노인상담사’ 자격 과정에는 벌써 275명이 수료했다. 치매나 우울증을 갖고 있는 노인과 독거노인들을 돌보기 위해 노인이 직접 나서서 봉사활동을 한다. →노숙인 문제·중소기업 육성 해법은. -노숙인들이 내 얼굴을 알아보고 피할 정도로 수없이 다녔다. 이젠 주민과 마찰이 생기지 않게 어서 자립할 수 있도록 호통도 치고 시설 입소도 돕는다. 요즘도 짬날 때마다 직접 순찰을 다닌다. 나를 보기 싫어 도망다니던 사람들이 자활에 성공해 고맙다며 구청으로 찾아오기도 했다. 올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경영상 가장 큰 애로사항인 자금난과 담보부족 해소를 위해 총 50억원 규모의 중소육성기금 융자를 지원할 계획이다. 특별신용보증 융자추천도 추진해 나갈 방침이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이회창 “보수 대통령 나와 거국내각 구성해야”

    이회창 “보수 대통령 나와 거국내각 구성해야”

    자유선진당 이회창 전 대표가 16일 “제대로 된 보수적 신념을 가진 대통령이 나와서 좌우로 나뉘어 혼란을 계속하고 있는 이 시대의 아픔을 치유하고 사회통합을 위해 좌우를 아우르는 거국 내각, 열린 내각을 만들어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말한 뒤 “국가 지도자는 보수주의의 확실한 정체성과 가치를 가진 사람이 하지만 동시에 이 지도자는 좌우의 개념이 전혀 없는 많은 국민들을 상대로 해야 하는 만큼 좌우를 통합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한나라당에서 벌어진 ‘보수’ 용어 삭제 논란을 정면으로 비판하면서 내놓은 발상이다. 이 전 대표는 한나라당을 겨냥해 “모든 것은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실패이지 보수의 실패가 아니다.”라면서 “이 정부와 한나라당이 보수의 핵심 가치를 실현하고 정책으로 엮어 냈더라면 결코 실패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의 활동에 대해서도 “중앙당을 폐지하자고 의견을 모은 것은 옷이 더러워지니까 모두 발가벗고 살자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꼬집기도 했다. 이 전 대표는 “보수가 한데 뭉쳐 다시 태어나야 한다. 나는 참 보수를 지키는 파수꾼이 되겠다.”고 거듭 강조하면서 보수세력 연합을 위한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번 대선에 출마할 의향이 있는지 묻자 “현재 보수세력의 토대를 만드는 일이 시급해 내가 전면에 나서기보다 보수가 하는 일에 밑거름이 되겠다는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4·11 총선에서의 보수대연합 가능성에 대해서는 “한나라당이 충청권을 전부 양보하지 않는 한 공조한다는 것은 말뿐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전 대표는 일각에서 제기됐던 탈당 가능성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한 바가 없다.”고 일축했다. 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 ‘비료 담합’… 남해화학·동부하이텍 등 농민돈 年1000억 ‘꿀꺽’

    ‘비료 담합’… 남해화학·동부하이텍 등 농민돈 年1000억 ‘꿀꺽’

    농협이 지분을 갖고 있는 남해화학과 대기업 계열사 등이 비료 입찰에서 가격을 밀약한 사실이 들통나 과징금 828억여원을 물게 됐다. 이들 업체가 16년 동안 챙긴 부당이득은 1조 6000억원 규모로, 그만큼 농민들이 비싼 값을 치렀다는 얘기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남해화학㈜과 ㈜동부하이텍, 삼성정밀화학 등 13개 화학비료 제조업체가 1995~2010년 농협중앙회 및 엽연초생산협동조합중앙회의 입찰에서 가격 및 물량을 담합한 사실을 적발, 시정명령과 함께 총 828억 23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15일 밝혔다. 남해화학이 502억 600만원, 동부하이텍 및 동부한농 169억 9400만원, 삼성정밀화학 48억 1400만원, 케이지케미칼 41억 6000만원 등이다. 특히 남해화학은 농협이 1988년 비료 판매가 자유화되자 비료 수급과 가격 안정을 위해 인수한 기업으로, 현재 농협이 56%의 지분을 갖고 있다. 계열사가 모기업인 농협을 대상으로 가격 담합에 나섰고, 농민을 속였다는 얘기다. 공정위 관계자는 “농협은 공정위 조사 때까지 남해화학의 담합사실은 몰랐던 것 같다.”고 말했다. 동부하이텍과 동부한농(동부하이텍에서 2010년 6월 분사)은 동부그룹 계열사이고, 삼성정밀화학은 삼성그룹 계열사다. 공정위 관계자는 “농협이 사실상 비료를 독점 구매하는 시장 구조 탓에 가격 담합이 오랜 기간 적발되지 않고 지속된 것 같다.”며 “이번 조치로 농가의 비료가격 부담이 낮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들 업체는 지난 2008년 비료값 폭등으로 농민들이 대규모 집회와 시위를 벌였을 때도 콩과 요소, 이삭거름 비료 등에 대한 가격 담합을 계속했고 안정적인 수익을 냈다. 업계 대다수 회사가 밀약에 가입했기 때문에 적발이 어려웠고 피해가 컸다. 공정위가 담합 조사에 나선 후인 지난해 농협의 비료 입찰에서는 낙찰가가 전년보다 21%나 낮아졌고, 농민들의 비료 부담액도 1022억원이나 감소했다. 예를 들어 남해화학과 동부하이텍은 2003년 말 농협중앙회의 화학비료 구매입찰이 실시됐을 때 벼농사 밑거름 등으로 쓰이는 비료 43만 6000t(1300억원가량)을 남해가 66%, 동부가 34% 나눠 입찰하기로 합의하고 가격을 써내는 수법을 사용했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 “전 아직 어린 선수일 뿐이죠”

    “전 아직 어린 선수일 뿐이죠”

    “성인 올림픽의 준비 단계라 생각하고 부담 없이 즐겼으면 좋겠다.” ‘피겨 여왕’ 김연아(22·고려대)가 14일 오전 2시 30분(한국시간)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의 베르기젤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제1회 겨울 유스올림픽 개막식에 참여하기 위해 10일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하면서 전날 떠난 후배들에게 당부한 얘기다. 지난해 10월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대회 홍보대사로 위촉된 김연아는 개막식과 성화 봉송에 참여하고 주요 프로그램인 ‘롤모델과의 만남’을 통해 어린 선수들에게 꿈을 심어주게 된다. 또 피겨 경기장을 찾아 박소연(15·강일중)과 이준형(16·도장중) 등을 응원한 뒤 16일 귀국한다. 김연아는 “직접 경기를 치르는 것이 아니라 홍보대사로 어린 선수들을 만나게 돼 새로운 기분”이라며 “국제대회 경험이 적은 선수들이라 관중 앞에서 뛰는 것이 익숙하지 않고 긴장되겠지만 결과에 신경을 쓰기보다는 좋은 경험이라 생각하고 성장하는 데 밑거름으로 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귀국 뒤 별다른 일정은 없다고 털어놓은 김연아는 스포츠 외교관 행보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 이후 각종 홍보대사를 많이 맡아 그런 얘기가 나오는 것 같은데, 난 아직 어리고 선수로서 활동하는 신분”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 대회는 2007년 과테말라에서 열린 IOC 총회에서 자크 로게 위원장의 제안으로 창설돼 2010년 8월 싱가포르에서 첫 여름 대회가 열린 데 이어 이번에 첫 겨울 대회가 열린다. 1964년과 1976년에 겨울올림픽을 치른 인스브루크는 IOC 주관 종합대회를 세 차례나 개최하게 됐다. 60개국에서 15~18세의 선수 1058명이 7개 종목(15개 세부종목)에서 63개의 금메달을 놓고 실력을 다툰다. 청소년에게 올림픽 정신을 심어주고 올림픽을 개최하기 어려운 나라에도 IOC 주관 종합대회를 치를 기회를 주자는 것이 창설 취지였다. 이에 따라 국가 대항 대회를 뛰어넘어 여러 나라가 한 팀을 이루는 혼성 경기와 기술 경연 같은 변형 종목을 선보인다. 아울러 6개 주제 아래 각국 청소년이 참여하는 문화·교육 프로그램이 24개나 마련된다. 김연아 외에도 유망주들과 교감할 홍보대사로는 알파인 스키의 영웅 베냐민 라이히(오스트리아)와 린지 폰(미국), 프리스타일 스키의 케빈 롤랑(프랑스), 아이스하키 천재 시드니 크로즈비(캐나다) 등이 있다.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을 수놓을 샛별들을 미리 살펴보는 점도 작지 않은 의미를 지닌다. 여기에 러시아가 2년 뒤 소치 겨울올림픽을 겨냥해 육성하는 피겨 여자 싱글의 엘리자베타 툭타미셰바(러시아)의 기량도 확인할 수 있다. 쇼트트랙 유망주 심석희(15), 임효준(16·이상 오륜중) 등 한국 선수단 50명은 정재호(루지경기연맹 회장) 단장이 인솔해 9일 현지로 떠났다. 금메달 둘을 포함해 모두 10개의 메달을 목표로 정했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커버스토리-축산농가 울리는 ‘소값 파동’] “천연사료·공동가공-판매점… 가격파동 몰라요”

    [커버스토리-축산농가 울리는 ‘소값 파동’] “천연사료·공동가공-판매점… 가격파동 몰라요”

    소값 폭락과 사료값 폭등으로 한계상황에 직면한 한우 농가들이 돌파구 찾기에 한창이다. 값싼 수입 소고기에 맞서기 위해 사육비를 절감하면서도 질 좋은 소고기를 생산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각 지역의 특색을 살려 믿고 구입할 수 있는 한우 브랜드 개발 추진도 눈길을 끈다. 한우 경쟁력 제고에 비지땀을 흘리는 전국의 축산 현장을 둘러봤다. ●청보리 한우 80%가 A+등급 이상 6일 오전 8시 호남평야의 중심인 전북 김제시 황산면 쌍감리 ‘지평선 청보리 한우 영농조합법인’ 축사에는 눈보라 속에서도 300여 마리나 되는 한우가 영양 덩어리인 청보리 사료를 먹으며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다. 드넓은 평야에서 재배된 청보리에 볏짚, 보릿대 등 조사료와 20여 가지 농후사료를 배합해 만든 한우 전용 섬유질 사료다. 값이 싸고 영양도 빼어나 사육비를 20~30% 절감할 수 있다. 수입 개방의 거센 파고를 뛰어넘는 원동력인 셈이다. 이곳에서 생산된 소고기 80%가 A+ 이상 등급을 자랑한다. 조합법인 박용대 대리는 “지평선 한우라는 상표로 등록까지 마쳤다.”고 말했다. 그는 또 “축사에서 나오는 우분을 거름으로 사료작물을 재배하고 그 작물을 다시 소에게 먹이는 자연순환 농법이라 일석삼조의 효과를 본다.”고 말했다. 김제 한우특구에 있는 청보리 영농법인은 57개, 사육 한우는 4만 2000여 마리다. ●홍성, 사업비 60% 농민교육·홍보 투자 같은 시간 충남 홍성군 홍동면 운월리 609호 지방도 옆 금평들 100㏊를 웃도는 지역에서는 ‘홍성한우 백년대계 클러스터 사업단’이 눈에 띈다. 한우 사육에서부터 가공, 소비까지 선순환을 돕는 컨트롤타워다. ‘싱굿’(싱그럽고 좋다) 한우를 알리는 대형 입간판 아래 한우 판매장과 식당도 줄지어 있었다. 낮 12시 한 식당에 들어서자 30여개 테이블이 손님으로 북적댔다. 가족과 함께 온 유재중(42·홍성읍 남장리)씨는 “지역에서 생산되는 유기농 작물과 한우로 식단을 짜 믿음직하다.”고 말했다. 직원 윤해경(45)씨는 “200석 모두 가득 찰 때도 많다.”며 웃었다. 바로 옆 판매장의 직원 김진택(34)씨는 “친환경 인증을 받은 2~3년생 무항생제 암소고기만 취급한다.”면서 “하루 100만원어치를 판다.”고 자랑했다. 인근 금마면 죽림리 가공 공장에서 유기농으로 기른 젖소의 우유를 이용해 만든 요구르트와 젓갈류, 팩에 국물까지 넣어 얼린 사골 국물도 팔았다. 마켓 등에도 공급한다. 소 6만여 마리를 사육해 국내 최대 축산단지로 꼽히는 홍성에서는 금평들 볏짚과 보리, 호밀 등을 사료로 사용하는 친환경 농법을 적용한다. 2008년 7월 첫발을 뗀 홍성한우 백년대계 클러스터사업단에는 한우협회, 축협, 친환경단체와 홍성군 등 11개 기관 및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52억원을 들여 지난해 7월 가공 공장 완공에 이어 11월 식당가와 판매장 문을 열었다. 농민 교육도 한다. 사업비 60%를 교육·홍보비에 투자한다. 한우를 개량해 보급하고 조사료 생산량과 사육 마릿수의 관계, 조사료 활용법, 조사료별 영양분석 등을 알려 주는 프로그램도 개발했다. 신인섭 단장은 “올해부터 부드러운 육질을 가진 암소가 대세인 점을 감안해 수도권까지 시장을 넓히겠다.”고 말했다. ●차황면 “750㎏ 기준 소값 1000만원 웃돈다” 경남 산청군 차황면 부리 ‘차황친환경축산영농조합’ 축사에서는 직원 3명이 소 20여 마리에게 먹일 사료를 챙기느라 바빴다. 한 마리 한 마리 건강 상태를 살피는 모습에서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청와대 한우 반납 운동’의 여파를 느낄 수 없었다. 이문혁(61) 조합 대표는 직원들과 30여분을 축사에서 보낸 뒤 200여m 떨어진 친환경 사료 제조 공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이곳에서는 15명이 상주하며 풀사료와 볏짚 여물 등으로 ‘완전배합사료’(TMR)를 월 150t 생산한다. 차황면 21개, 오부면 6개 농가에서 공급받아 한우 670여 마리를 키우고 있다. 청정한 황매산 자락에 자리한 사육장에서 천연사료를 먹고 자라기 때문에 품질이 아주 뛰어나다는 평가를 듣는다. 2007년 국내 최초로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유기축산 품질 인증도 따냈다. 이 대표는 “연간 계약을 통해 300마리씩 전량 유명 백화점에 납품하는 덕분에 가격 파동을 겪지 않는다.”면서 “750㎏ 기준 400만~500만원에 거래되는 다른 한우에 견줘 1000만원을 웃돈다.”고 자랑했다. 김제 임송학·홍성 이천열·산청 박정훈기자 jhp@seoul.co.kr
  • [열린세상] 아픈 기억만 지울 수는 없나요?/이상건 서울대 의대 신경과 교수

    [열린세상] 아픈 기억만 지울 수는 없나요?/이상건 서울대 의대 신경과 교수

    새해가 밝았다. 지난해의 뼈아픈 실수나 실패, 그리고 안 좋았던 일들은 뒤로하고 앞으로 나아갈 때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아픈 기억만 선택적으로 지우는 것이 가능할까 궁금해진다. 영화에는 선택적 기억 삭제가 꽤 등장한다. ‘페이첵’이라는 영화에서는 주인공이 거대회사에 고용돼 특수 프로젝트를 완성하고 그 프로젝트에 대한 기억을 포함한 개발 기간의 기억을 삭제하는 장면이 나온다. ‘맨 인 블랙’에서는 만년필 모양의 빛이 나오는 도구를 이용해 외계인과의 접촉 사실을 잊어버리도록 한다. 가장 재미있는 설정은 ‘이터널 선샤인’에 나온다. 평범하고 착한 남자와 따뜻하지만 화려한 성격의 여자가 만나 서로의 다른 점에 이끌려 사랑을 나누게 되나 점차 서로의 다른 성격에 지쳐 가고 결국 남자가 기억을 지워준다는 회사를 찾아가 여자에 관한 기억을 삭제한다는 설정이다. 여자에 대한 기억은 사라지지만 사랑은 남아 우여곡절 끝에 재회한다. 그런데 신경세포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뇌에서 이렇게 특정 기억만 제거하는 것이 가능할까? 아직까지는 특정 기억만 지울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러나 최신 동물실험의 결과를 보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이미 수십년 전부터 과학자들은 기억과 학습에 관계하는 단백질에 대해서 연구를 진행해 왔다. 특히 2008년도에는 기억과 관련된 특정 단백질의 생산을 조절할 수 있는 유전자 조작 쥐를 만든 실험이 있었는데, 뇌 속에 이 단백질을 늘려서 특정 기억이 사라지는 것을 입증했다. 약간 복잡하지만 재미있는 실험을 소개하면 이렇다. 우선 쥐에게 기억 교육을 시킨다. 쥐를 작은 방에 넣고 소리를 들려준 후에 바로 가벼운 전기자극을 반복해준다. 그러면 이 소리를 들은 쥐는 전기자극이 없더라도 곧 안 좋은 일이 생길 것이라는 것을 기억한다. 소리만 들어도 몸이 얼어붙는다. 그리고 이것을 완전히 습득한 쥐들을 방에 넣고 소리를 들려주면서 기억에 관여하는 어떤 특정 단백질이 많이 생기도록 하면 쥐는 소리에 두려움을 보이지 않는다. 이 소리와 관련된 기억이 삭제된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 단백질을 다시 낮춰도 쥐는 다른 기억 기능은 그대로인데 더 이상 소리를 무서워하지 않는다. 선택적으로 소리에 대한 기억만 사라진 것이다. 쥐가 소리를 듣고 기억을 더듬으려고 할 때 이 단백질의 작용으로 그 기억과 관련된 부분이 선택적으로 사라지는 것이다. 사람으로 말하면 이 단백질을 맞고 잊고 싶은 기억을 떠올리는 순간 그 기억이 사라진다. 인간의 뇌신경세포는 새로 생기지 않는 것으로 여겨왔으나 제한적이나마 지속적으로 새로운 신경세포가 발생하는 것이 밝혀졌다. 최근 다른 실험에서는 쥐에게 전기자극을 주거나 미로 찾기를 가르쳐서 기억을 새로 습득하게 한 후에 일정 기간 새로운 뇌신경세포가 생기지 못하도록 하면 다른 기억은 이전과 같으나 새로 습득한 기억만 잃어버린다는 것이 확인됐다. 어쨌거나 실험적으로는 선택적 기억 소실이 가능한 것 같다. 그런데 정말 이런 식으로 기억을 지우는 것이 옳은 일일까? 만약 미래에 이러한 방법이 가능하게 되어도 아주 선택적으로만 사용되어야 한다. 전쟁 후에 나타나는 극심한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이 좋은 예다. 원래 뇌에서는 이러한 조작을 하지 않아도 알아서 이런 작용이 일어나는 경우가 있다. 심리적으로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기억을 지워버리는 기전이다. 선택적 기억 삭제가 제한적으로만 사용되어야 하는 이유는 여럿 있다. 악용의 가능성은 차치하고라도 사람은 과거의 경험으로 배우는 동물이다. 아무리 아프고 힘들어도 그 기억은 미래를 위한 밑거름이 될 수 있다. 기억은 곧 나 자체이고 나로부터 분리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또 사람의 기억은 어차피 가능하면 좋은 기억만 남기려고 한다. 힘들었던 순간도 나중에 회상해 보면 즐거운 기억으로 생각되는 일이 자주 있다. 그리고 어찌된 일인지 이미 선택적 기억이 삭제된 분들이 많다. 과거의 주장과 반대로 행동하거나 뇌물을 받은 기억이 전혀 없다는 정치인들을 보면 벌써 이러한 조작이 진행 중인지도 모르겠다.
  • [프로농구] 꼴찌 삼성…13&5는 울고 싶다

    [프로농구] 꼴찌 삼성…13&5는 울고 싶다

    9시즌 연속 플레이오프(PO)에 진출했던 ‘농구 명가’ 삼성이 울고 있다. 부자는 망해도 3년은 간다던데 그 말이 무색하게 순위표 맨 밑(10위·6승28패)으로 처졌다. 지난해 말부터 선수들은 ‘13&5’가 쓰인 노란 스티커를 팔에 붙이고 뛴다. 부상당한 이규섭과 이정석의 등번호. 둘의 몫까지 열심히 뛰겠다는 각오이자 부상을 위로하는 의미를 담았다. 지금 이규섭과 이정석은 어떤 심정일까. 5일 그들과 통화했다. 역시나 마음이 편할 리 없었다. 이규섭은 “좌불안석”이라고, 이정석은 “안쓰럽고 난처한 마음”이라고 했다. 둘은 경기 용인 보정동 삼성트레이닝센터(STC)에서 하루 종일 재활에 매달리고 있다. 하지만 시간은 더디게 흐른다. ‘내측인대 완전파열’ 진단을 받은 이규섭은 아무리 일러도 2월에나 코트에 설 수 있다. 이번 주부터 간단한 러닝을 시작했지만 좌우로 방향을 트는 동작은 무리다. 이규섭은 “선수들 스트레스가 심할 것 같다. 옆에서 보는 나도 힘든데 뛰는 선수들은 오죽할까.”라고 걱정했다. 복귀한다고 해도 삼성은 치열한 6강싸움이나 PO와는 거리가 멀다. 차라리 무릎이 100% 회복될 때까지 재활하는 게 장기적으로 보면 훨씬 낫다. 하지만 이규섭은 “나만 생각할 수 있나. 하루빨리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이라고 조급해했다. 개막 후 세 경기 만에 부상당한 이정석은 다음 시즌에나 볼 수 있다. 무릎십자인대가 끊어져 독일에서 4시간짜리 수술을 받고 왔다. 선수 생활을 하면서 이렇게 크게 다친 것도, 수술을 한 것도 처음이다. ‘가드왕국’으로 불렸던 삼성은 이정석의 부상에 강혁(전자랜드)의 이적까지 겹쳐 옛 명성을 잃었다. 이정석은 “고군분투하고 있는 가드 이원수가 정말 안쓰럽다.”고 했다. ‘13&5 스티커’를 볼 때마다 만감이 교차한다고. 이규섭은 “정말 미안하다. 고참이 힘을 줘야 하는데 다쳐서 민망하다.”고 했다. 이정석도 “힘내라는 말을 하기도 미안하다.”고 했다. 하지만 희망의 메시지도 잊지 않았다. 지금의 혹독한 성적표가 소중한 자산이 될 거라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이규섭은 “이 고통과 치욕을 가슴에 새긴다면 선수 생활을 하는 내내 훌륭한 밑거름이 될 거다.”라고 응원했다. 이정석도 “긍정적으로 보면 어린 선수들이 많이 뛸 수 있으니까 배우고 성장할 여지도 많다. 의욕적으로 뛰면서 경험을 쌓길 바란다.”고 후배들을 다독였다. 한편 오리온스는 5일 인천에서 전자랜드를 81-72로 꺾고 올 시즌 첫 연승을 기록했다. 원주에서는 동부가 모비스를 79-61로 완파했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흑룡氣 팍팍…팔용산·용두산 새해나들이

    흑룡氣 팍팍…팔용산·용두산 새해나들이

    촌스럽긴 합니다. 용의 해가 됐다 해서 용과 관련된 여행지를 소개한다는 게 말입니다. 한데, 이런저런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옛 경남 마산의 팔용산과 용두산은 꼭 한 번 가볼 만합니다. 팔용산은 960개의 돌탑이 장관이고, 용두산은 해양 트레킹로 ‘비치 로드’를 따라 바닷가를 걷는 맛이 각별하지요. 돌탑을 만나러 가는 길은 풍경을 보러가는 발걸음과는 다릅니다. 누군가의 바람이 켜켜이 쌓인 곳이니, 새해 스스로의 소망을 다지기 딱 좋습니다. 여기에 마산에서 옛 진해까지 이어진 해양관광로를 빼놓을 수 없겠습니다. 다도해 너머로 때론 소박하고, 때론 장쾌한 풍경이 펼쳐집니다. 960개 돌탑 통일을 꿈꾸다 내 나라 안에서 명자깨나 날리는 돌탑군(群)을 꼽자면 전북 진안의 마이산 돌탑이 가장 앞줄에 설 게다. 강원 강릉의 노추산 돌탑길도 명성으로는 마이산 돌탑에 뒤질 망정, 규모로는 뒤지지 않는다. ‘탑돌이 할머니’가 26년째 3000개 가까운 돌탑을 쌓고 있다. 경북 문경 새재의 ‘꽃밭서덜’은 오래 전 한양을 오가던 선비들과 보부상들이 하나하나 쌓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선인들의 소망이 축적된 곳인 만큼, 풍겨나오는 기운도 범상치 않다. 이들에 견줘 팔용산(328m) 돌탑군은 쌓아 온 연륜만큼 외부에 알려지지는 않았다. 어법에 맞는 이름은 ‘팔룡산’(八龍山)이지만, 현지에선 팔용산으로 통용된다. 돌탑을 쌓은 이는 이삼용(63)씨다. 전직 마산시 공무원이었던 이씨는 1993년 임진각에서 망향제를 올리는 실향민을 TV를 통해 본 뒤, 이산가족의 아픔을 자신의 정성으로 풀어보겠다고 결심한다. 이른바 ‘통일기원탑’ 쌓기는 그때부터 시작됐다. 새벽 3시 30분에 일어나 돌탑을 쌓고, 오전 8시쯤 시청으로 출근하는 ‘이중 생활’이 19년 동안 이어졌다. 단 하루도 쉬지 않고 돌탑을 쌓다 보니 가정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 리 없다. 무릎에도 이상이 생겨 지난해 수술까지 받았다. 이씨는 “한번도 휴가를 못 가 늘 가족들에게 미안했지만, 지금은 내 뜻을 이해하는 건 물론, 힘을 북돋워 준다.”고 자랑스레 말했다. 여느 돌탑들이 자신의 기복(祈福)을 위해 세워졌다면, 팔용산 돌탑은 다른 이들의 바람을 위해 세워진 셈이다. 돌탑은 현재 960개가 세워져 있다. 1m짜리 소형탑부터 8m짜리까지 다양하다. 목표는 1000개다. 이씨는 “999개까지 쌓은 뒤, 마지막 1개는 통일이 되면 쌓겠다.”고 했다. 물론 통일이 되지 않으면, 돌탑군은 미완의 상태로 남을 수밖에 없다. 어찌나 정교하게 쌓았던지, 지난 2003년 태풍 매미가 마산을 강타했을 때도 끄덕없었다고. 돌탑을 품고 있는 팔용산은 일제 강점기엔 반룡산이라 불렸다. 그러다 광복이 되면서 원래 이름을 되찾았다. 산정에서 보면 아래로 뻗어내려간 여덟 줄기가 꿈틀대는 용을 닮았다 해서 이름지어졌다. 예전엔 마산과 창원의 경계가 됐던 산으로, 시민들이 휴식처 겸 등산로로 즐겨 이용한다. 팔용산 산행은 2시간이면 넉넉하다. 정상에 오르는 길은 여러 가닥인데 돌탑군이 있는 먼등골 코스가 일반적이다. 까마득한 절벽 ‘상사바위’가 절묘하고, 정상에서 보는 마산 시내와 마산만(灣) 풍경도 빼어나다. 정상엔 커다란 무덤 한 기가 남아있다. 성주이씨 문중에서 적어 둔 사연을 읽자니 조선 숙종 때 북면 고암 출신의 선조가 사망하자 운구 비용 2만냥을 들여 묘를 조성했단다. 팔용산 중턱의 봉암수원지 주변엔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길이 제법 넓고 웅숭깊어 자분자분 걷기 좋다. ‘연인의 다리’ 건너엔 용두산 마산의 남쪽 끝자락에 저도 연륙교가 있다. 마산 사람들이 첫손 꼽는 관광 명소다. 누워 있는 돼지 형상의 저도(猪島)와 육지를 잇고 있다. 그런데 같은 이름의 다리가 둘이다. 하나는 1987년 만들어진 철교, 다른 하나는 2004년 세워졌다. 바로 옆에 새 연륙교가 놓여지면서 옛 철교는 사실상 ‘은퇴’했다. 차량통행은 금지됐고, 요즘엔 사람들만 걸어서 오간다. 빨간색 철골 구조로 만들어진 옛 다리는 ‘연인의 다리’로 불린다. 사랑도 이음이 중요하니, 별칭으로 제법 그럴싸 하다. 생김새가 영화 ‘콰이강의 다리’(1957) 속의 다리와 닮았다고 해서 마산의 ‘콰이강의 다리’라고도 불린다. 다리는 사연을 품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손을 잡고 다리를 건너면 사랑이 이뤄지고, 중간에 손을 놓으면 헤어지게 된단다. 또 다리 위에서 빨간 장미 100송이를 건네주며 프러포즈하면 사랑이 맺어진다고도 한다. 다리 철제 난간에 영원한 사랑을 다짐하는 자물쇠들이 빼곡히 매달린 것도 그런 까닭이다. 밸런타인데이 등 기념일이 되면 다리는 연중 최고의 주가를 올린다. 용두산(龍頭山, 203m)은 ‘연인의 다리’ 너머에 있다. 용두산 산행은 다리 왼편 버스정류소에서 출발해, 용두산 정상과 지난해 조성된 ‘저도 비치로드’(Beach road)의 제1·2·3바다구경길 등을 돌아오는 원점회귀 코스가 가장 일반적이다. 코스는 다소 복잡하지만 이정표가 잘 갖춰져있어 헷갈릴 염려는 없다. 먼저 용두산 정상에 오른 뒤, 섬을 에두른 ‘저도 비치로드’를 걷다가 다시 용두산 능선을 넘는다. 산행 거리는 약 8㎞. 4시간 정도 소요된다. 정상만 찍고 내려올 경우 1시간이면 충분하다. 용두산 정상에 서면 저도 연륙교 주변과 멀리 옛 마산, 진해 인근 풍경이 시원스레 펼쳐진다. 나비섬, 곰섬, 닭섬, 자라섬, 고래머리 등 모양에서 이름을 딴 섬들이 ‘주르륵’ 늘어서 있다. 작은 산에서 보는 풍경치고는 참으로 넓다. 남해 쪽 풍경은 비치로드의 사각정자나 제1·2전망대에서 보는 게 좋다. 거제와 고성 앞바다가 장쾌하게 펼쳐진다. 다소 오르막내리막은 있지만, 그리 어렵지 않게 섬 산행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명불허전’ 해양관광로 저도 연륙교를 뒤로 하고 옛 마산 시내 방향으로 돌아 나오면 신촌삼거리에서 길이 두 갈래로 나뉜다. 왼쪽은 해양관광로, 오른쪽은 1002번 지방도다. 둘 다 시내로 향한 길이지만, 다소 돌더라도 해양관광로를 이용하는 편이 낫다. 해양관광로는 해양드라마세트장을 지나 옛 진해 시내까지 연결된다. 남해안을 끼고 도는 길 가운데 아름다운 길로 예전부터 ‘명성이 자자’ 했다. 최근 해안선 굽이마다 크고 작은 조선소들이 들어서면서 옛 정취가 적잖이 사라졌다고는 하나, 도시인들이 보기엔 여전히 명불허전이다. 한 걸음에 작은 시골 포구의 고즈넉한 풍경이, 또 한 걸음엔 너른 남해의 장쾌한 풍경이 폐부를 씻어낸다. 이 길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해거름 풍경이다. 장구섬 등 고만고만한 무인도 너머로 해가 지는데, 여간 장관이 아니다. 해넘이는 해 지기 전 10분, 지고난 뒤 10분이 하이라이트다. 해가 넘어갔다고 서둘러 자리를 뜨지는 말라는 얘기다. 화염에라도 휩싸인 듯, 바다와 하늘이 온통 시뻘겋게 물들며 색의 축제를 벌이는데, 화려하다 못해 선정적이다. 글 사진 창원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지역번호 055) →가는 길:수도권에서 승용차로 갈 경우 남해고속도로→동마산 나들목→14번 국도 통영 방면→덕동·가포 방면→덕동삼거리→ 저도 연륙교 방면 좌회전→저도 순으로 간다. 관광 명소인 만큼 여러 곳에 이정표가 잘 갖춰져 있다. 팔용산은 동마산 나들목을 나와 14번 국도를 타고 마산역 방향으로 진행하다, 마산역 앞에서 좌회전, 양덕광장 오거리를 지나 봉양로로 갈아타면 등산로 표지판이 나온다. →맛집:저도 연륙교 주변에 굴구이 집이 여럿 있다. 마산합포구 오동동에 길 하나 사이로 ‘아귀찜 거리’와 복 요리집들이 늘어선 ‘복거리’가 조성돼 있다. 애주가라면 ‘통술거리’를 찾아도 좋겠다. 월남동 신마산 주변과 오동동 중심가 뒤편 골목길에 있다. →잘 곳:호텔 사보이(247-4455)는 한국관광공사의 호텔 체인인 베니키아 가맹점이다. 가족들이 묵어도 좋을 만큼 깔끔하고 저렴하다. 7만~10만원 선. 팔용산 가기 전 마산 수출자유지역공단 근처에 있다. 호텔 사보이 뒤편엔 모텔들이 밀집해 있다. 3만~4만원 선.
  • [2011 키워드로 본 인물] 올해 사라진 국내 인물들

    ‘산 사나이’ 박영석 / 히말라야 꿈에 영원히 잠들다 ‘산 사나이’ 박영석 대장이 히말라야에 영원히 묻혔다. 안나푸르나(8091m)를 등반하던 박 대장은 지난 10월 18일 베이스캠프와 연락이 끊겼다. 열흘간 끈질긴 수색작업을 펼쳤지만 끝내 아무런 흔적도 발견하지 못했다. 안나푸르나 남벽에 ‘코리안 루트’를 개척하려던 꿈도 함께 묻혔다. 고(故) 박 대장은 세계 최단기간에 히말라야 8000m급 14개 봉우리를 완등했고, 지구 최고봉인 에베레스트와 남극점·북극점을 탐사하는 ‘탐험 그랜드슬램’도 세계 최초로 이뤘다. ‘철강왕’ 박태준 / ‘짧은 인생을 영원 조국에’ 지난 13일 타계한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은 ‘철의 사나이’, ‘철강왕’ 등으로 통한다.철강불모지에 사상 처음으로 일관제철소를 건설, 철강왕국의 입지를 다졌기 때문. 대일차관으로 제철소를 짓는 만큼 실패하면 모두 우향우(右向右)해 포항 앞바다에 빠져 죽자는 박 명예회장의 ‘우향우 정신’은 포스코 창업 정신의 밑거름이 됐다. 단 1주의 포스코 주식도 보유하지 않았고, 2000년에는 40년간 살던 서울 아현동 집도 사회에 환원했다. 고인의 좌우명은 ‘짧은 인생을 영원 조국에’였다. 불세출 투수 최동원 / 암과의 사투에 무릎 꿇다 그가 던졌던 불 같은 강속구는 그의 인생과 닮았다. 7전4승제 한국시리즈에서 전무후무한 4승을 거두며 1984년 프로야구 롯데의 우승을 일궈 낸 날카로운 추억. 지난 9월 14일 대장암으로 별세한 고(故) 최동원. 1984년부터 1987년까지 매년 200이닝 이상 던지며 10승 이상씩 거둔 고인은 1988년 선수협의회 결성을 시도하다 삼성으로 트레이드되는 시련을 겪었다. 32살에 은퇴했지만 꿈은 지도자로 마운드에 서는 것이었다. 한화 2군 감독으로 꿈을 이뤘던 2007년 암 선고를 받았고, 생애 마지막 승부에서는 무릎을 꿇었다. ‘노동운동 대모’ 이소선 / 마지막까지 한진重 농성 격려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이자 ‘노동운동의 대모’인 이소선 여사가 지난 9월 3일 82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이 여사는 죽은 아들의 뜻을 이어 남은 삶을 노동자들의 권익을 위해 헌신하면서 민주화의 싹을 틔웠다. 노동운동을 하면서 옥살이를 하는 등 숱한 어려움을 겪었지만 한번도 뜻을 꺾지 않았다. 이 여사는 마지막으로 병상에 누워서도 한진중공업 고공 크레인에서 농성 중이던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을 격려하기도 했다.
  • 中 “차이잉원 안된다”

    새해 1월 14일 치러지는 타이완의 총통 선거를 앞두고 여야가 막판 각축전을 벌이는 가운데 중국이 야당인 민진당(民進黨) 차이잉원(蔡英文) 후보에 대해 노골적인 선 긋기에 나섰다. 연임을 노리는 국민당 마잉주(馬英九) 후보는 취임 이래 친중국 정책을 펴 온 반면 차이 후보의 민진당은 꾸준히 ‘타이완 독립’을 표방하면서 중국의 눈 밖에 난 상태다. 차이 후보는 2012년 1월 1일의 첫 일정을 ‘평화의 섬’으로 불리는 진먼다오(門島)에서 보낸다. 내년 첫날이 양안관계 화해의 밑거름이 된 샤오3통(小三通) 11주년이란 점을 부각해 중국을 향해 ‘화해’의 제스처를 보내는 것이다. 샤오3통은 양안 사이의 진먼(門) 등 3개 섬에 한해 소규모 직항 등을 허용키로 한 조치를 말한다. 그러나 차이 후보의 샤오3통 정책에 대해 전날 중국 국무원 산하 타이완판공실 양이(楊毅) 대변인은 “샤오3통은 당시 3통을 요구하던 타이완 국민의 요구에 밀려 마지못해 내놓은 궁여지책”이라고 맞받았다.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해돋이·해넘이 숨겨진 명소 8선

    해돋이·해넘이 숨겨진 명소 8선

    시나브로 한 해가 저물어 갑니다. 뜨고 지는 해를 보며 불필요한 것들은 비우고, 새것을 채울 때지요. 송구영신의 의식을 치르기 적합한 장소를 골랐습니다. 많은 인파가 몰리는 일출·일몰 명소들은 제외했습니다. 대신 접근하기 쉽고 덜 알려진 곳들로 채웠습니다. 아울러 주변에 돌아볼 곳이 많은지도 고려했습니다. 글 사진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해돋이 명소] ■전남 장흥 소등섬 정남진…소록도·거금도 사이 떠오르는 해 장흥은 흔히 ‘정남진’(正南津)으로 불린다. 서울 광화문 도로원표 기준으로 정확히 남쪽이란 뜻이다. 정남진 바닷가에 소등섬이란 해돋이 명소가 숨겨져 있다. 임권택 감독의 영화 ‘축제’의 배경이 됐던 남포마을 앞 작은 섬이다. 득량만을 붉게 물들인 해가 소등섬 위로 떠오를 때면 더없이 서정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관산읍 삼산리의 정남진 전망대(46m)에서 맞는 해돋이도 좋다. 올해 완공됐다. 소록도, 거금도 등 섬들 사이로 해가 떠오르는 장엄한 풍경과 마주할 수 있다. 새해 1월 1일 떡국 무료 제공 등 해맞이 행사도 열린다. 맛집 남포마을은 석화구이로 유명한 곳. 해양낚시공원 내 어판장에서 사먹는 세발낙지도 맛있다. 바지락 회무침은 이 계절의 별미. 수문 해변 ‘바다하우스’가 많이 알려졌다. 주변 볼거리 억불산 아래 우드랜드가 첫손 꼽힌다. 편백숲을 거닐 수 있는 ‘말레길’이 최근 조성됐다. 찜질방 ‘소금집’은 추위를 녹이기 좋다. 보림사와 활기찬 토요시장도 둘러볼 만하다. ■경남 남해 금산 남해의 금강…38경 암봉들의 엘도라도 금산(701m)은 남해 금강, 혹은 소금강으로 불릴 만큼 빼어난 자태를 자랑하는 산이다. 이른 아침이면 너른 남해를 적신 붉은 태양 빛이 보리암 뒤편 금산 38경 암봉들에 부딪치며 엘도라도를 펼쳐낸다. 금산의 가장 높은 봉우리는 망대. 금산을 둘러싼 만경창파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곳 일출은 나라안 절경 중 절경으로 꼽힌다. 맛집 서면 스포츠파크호텔 맞은편의 부산횟집은 회무침처럼 섞어 내는 물회로 유명하다. 주변에 횟집 타운이 형성돼 있다. 주변 볼거리 가천리 다랭이마을은 ‘전국구’ 명소. 설흘산 자락을 타고 논들이 층계를 이루고 있다. 망운산에서 굽어보는 풍경도 시원하다. 물건마을과 미조항을 잇는 물미해안도로는 아홉 고개 아홉 구비를 돌아가며 비경을 속속들이 토해낸다. 서상면에서 다랭이마을로 이어지는 남면해안도로와 이동면에서 앵강만을 끼고 지족마을 창선교까지 이어진 해안도로도 드라이브 코스로 그만이다. ■전북 임실 국사봉 물안개 명소…그위에 ‘명품’ 해돋이 임실과 정읍 등에 걸쳐 있는 옥정호는 물안개의 명소다. 옥정호를 한눈에 굽어볼 수 있는 국사봉 정상에 서면 짙은 물안개 위로 방울토마토를 닮은 빨간 해가 솟는다. 물안개 아래서는 닭의 울음소리가 들려오고, 위로는 철새 서너 마리가 헤엄치듯 날아가는 몽환적인 풍경과 만날 수 있다. 운암리와 쌍암리를 잇는 옥정호 순환도로는 최근 국토해양부가 선정한 경관도로 52선에 포함될 만큼 풍경이 빼어나다. 맛집 범어리 들어가는 길의 강나루식당은 붕어찜을 잘한다. 일송정가든은 민물매운탕으로 입소문 난 집. 주변 볼거리 관촌면 덕천리 임실 치즈마을(www.임실치즈마을.com)에서는 치즈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다. 관촌면 관촌리 사선대(四仙臺), 통일신라 때 만들어진 용암리석등(보물 267호) 등도 볼 만하다. ■경남 합천 오도산 산들의 바다…수십개 봉우리의 파도 오도산(1134m)은 크기에 견줘 참으로 너른 풍광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서쪽으로 덕유와 기백, 북쪽으로 가야, 남쪽은 황매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멀리 명산들 사이에서 펼쳐지는 해돋이는 그야말로 ‘명품’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 멋들어지다. 수십 개의 봉우리가 넘실대는 ‘산들의 바다’를 눈으로 따라잡기 벅찰 지경. 정상까지 도로가 나 있다. 폭이 좁아 교행에 주의해야 한다. 맛집 해인사 아래 ‘합천명품토종흑돼지’는 토종 흑돼지 삼겹살로 유명한 집. 합천초등학교 맞은편의 ‘어신민물매운탕’은 어탕국수가 일품이고, 합천호 인근 ‘고가식당’은 전통주인 ‘고가송주’로 입소문 났다. 주변 볼거리 합천영상테마파크는 여느 세트장과 규모나 완성도 면에서 단연 앞선다. 해인사는 설명이 필요없는 명소. 가야산과 합천호도 겨울 풍경이 좋은 여행지다. [해넘이 명소] ■경남 창원 해양관광로 감동 그자체…화려함 넘어 선정적인 풍경 이제는 창원에 통합된, 옛 마산의 구산면 신촌삼거리에서 마산해양드라마세트장을 지나 옛 진해에 이르는 바닷가에 해양관광로가 조성돼 있다. 이름은 촌스럽지만, 빼어난 풍경을 품은 도로다. 장구섬 등 고만고만한 무인도들이 버섯처럼 바다 위에 솟아 있고, 멀리 하동 등 내륙의 산들이 병풍처럼 감싸고 있다. 해가 완전히 진 뒤에도 서둘러 자리를 뜨지는 마시라. 해가 진 뒤 10분여 동안 화염에라도 휩싸인 듯 호수 같은 바다와 하늘이 온통 시뻘겋게 물든다. 화려하다 못해 선정적인 풍경이다. 맛집 옛 마산 합포구 오동동에 길 하나 사이로 아구찜 거리와 복 요리집들이 늘어선 복거리가 조성돼 있다. 애주가들은 통술거리를 찾아도 좋겠다. 주변 볼거리 국화축제가 열리는 돝섬은 옛 마산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관광지다. 900여개의 돌탑이 신비한 팔룡산 등도 볼 만하다. ■경남 사천 비토섬 별주부전 무대…바다 열리면 붉은토끼가 사천 끝자락의 비토(飛兎)섬은 ‘별주부전’의 무대로 추정되는 곳이다. 서포면 선전리와 비토교로 연결돼 있다. 비토섬 동쪽 끝에 서면 월등도와 거북섬이 보인다. 그 뒤편에 토끼섬과 목섬이 있다. 비토섬은 썰물 때 찾아야 한다. 비토섬은 아무때나 찾을 수 있지만, 이어진 월등도와 토끼섬 등은 썰물 때라야 길이 열리기 때문이다. 비토섬 어디나 낙조 감상 포인트다. 굳이 꼽으라면 선전리 선착장을 놓치지 않는 게 좋겠다. 맛집 삼천포어시장, 선진횟집단지 등에서 싱싱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다. ‘쥐포’는 삼천포의 특산물. 비토섬 비토초등학교 앞에 비토 갯벌에서 채취한 굴을 파는 할머니들이 몰려 있다. 주변 볼거리 한용운과 김동리가 머물고 간 다솔사, 비봉내마을 대숲, 낙조로 유명한 실안해안도로와 남일대 해수욕장의 코끼리바위, 사천 대방과 남해 창선을 연결하는 5개 연륙교는 반드시 돌아봐야 한다. ■충남 서산 황금산 적벽도…해거름이 절벽에 그린 그림 황금산은 체구는 작아도 바다와 만나는 가로림만 해안가에 ‘국립공원급’ 절경을 숨겨두고 있다. 황금산의 자랑은 해거름 풍경이다. 바닷가 절벽들이 저물녘 햇살에 활활 타오르며 적벽도(赤壁圖)를 그려낸다. 날물 때 가야 코끼리 바위 등 다양한 갯바위 풍경을 즐길 수 있다. 하산길에 만나는 석유 정제 공장들의 야경은 컬트 영화를 보는 듯한 독특한 분위기를 선사한다. 맛집 서산시청 뒤 ‘진국집’은 토속음식 ‘게국지’로 소문났다. 삼길포항에 정박된 어선 위에서 맛보는 해산물도 별미다. 주변 볼거리 동틀 무렵 삼길산에 오르면 다도해 같은 서해 너머로 해가 뜨는 장면과 마주할 수 있다. 너른 대호방조제와 어우러지며 기막힌 풍경을 선사한다. 삼길포 바로 뒤에 산정까지 차로 오르는 길이 나있다. ■경기 안산 탄도항 풍력발전기 너머…선홍빛이 된 바다 탄도항은 최근 서정적인 일몰 풍경으로 부쩍 자주 입에 오르내리는 곳이다. 가장 큰 볼거리는 탄도항에서 누에섬까지 1.1㎞의 물길 가운데에 솟은 거대한 풍력발전기다. 높이 100m짜리 3기가 들어섰다. 이 풍력발전기 너머로 해가 지면서 주변 바다를 온통 선홍빛으로 물들인다. 누에섬까지는 썰물 때 오갈 수 있다. 누에섬엔 17m 높이의 등대와 함께 전망대가 설치돼 있다. 어촌민속박물관(032-886-2912)에서 물때를 알려준다. 맛집 명동회관은 푸짐한 양이 자랑인 횟집. 우리밀칼국수는 시원한 바지락칼국수로 입소문 났다. 모두 대부북동에 있다. 탄도항 초입에도 횟집단지가 조성돼 있다. 주변 볼거리 아홉개 봉우리로 이뤄진 구봉도가 독특하다. 대부도가 지척이고, 시화호 갈대습지공원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 “국격 높이는 좋은 계기될 것…산림분야 국내 무관심 아쉬워”

    “국격 높이는 좋은 계기될 것…산림분야 국내 무관심 아쉬워”

    “아시아산림협력기구(AFoCO)는 우리나라의 성공 모델을 국제사회에 전파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수단이자, 개도국과 선진국의 가교 역할을 하겠다는 정부 정책에도 부합합니다.” 이돈구 산림청장은 취임 전부터 개도국의 산림 분야를 지원할 국제기구의 필요성을 설파했던 당사자로서 향후 AFoCO의 역할과 활동에 큰 기대를 나타냈다. 한국이 역량을 보유하고 있고, 경쟁력이 있는 산림 분야에서 국제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한 데 의미를 부여했다. 더욱이 산림이 생활터전인 아세안 국가에 우리가 보유한 녹색기술을 전수해 ‘더불어 잘사는 세상’을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청장은 학자 출신답게 AFoCO를 통한 교육훈련의 확대 필요성을 주문했다. 개도국과 저개발국 국민이 스스로 역량을 배양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 자신이 경험하고 실천을 통해 확인한 자신감을 근거로 내세웠다. 이 청장은 1973년 미 정부 지원으로 아이오와주립대에서 조림학(석사)을 공부했다. 미네소타 대학 플랜을 통해 우리나라 각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교수들이 유학한 사실도 알게 됐다. 이후 서울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아시아 국가의 학생들을 데려와 교육했다. 현재 이들은 고위관료와 학자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자연스레 글로벌 ‘친한 인맥’이 구축되는 성과로 이어졌다. 그는 “개도국이 경제발전에 나서면 환경문제는 무시될 수밖에 없는데 아세안은 괄목할 만한 경제발전 속에서도 숲을 유지하고 있는 한국에 관심이 높다.”면서 “맨손으로 시작해 세계로부터 인정받은 우리의 치산녹화는 아시아에 용기와 희망이 될 것으로 자신한다.”고 말했다. 인력양성 외에 AFoCO에서 추진하는 산림협력 분야는 광범위하다. 기후변화대응과 생물다양성, 재생 바이오에너지 등이 망라돼 있다. 그러나 전혀 새로운 사업은 아니다. 우리나라가 공적개발원조(ODA)를 통해 지원하고 있거나 동남아 국가에서 시행을 준비하는 분야다. 올해 100만 달러 규모의 협력사업을 시작했고 내년에는 2배 이상 확대할 계획이다. 이 청장은 “결코 일방적인 지원이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우리가 보유하지 못한 열대림에서 다양한 연구와 시험을 통해 산림 분야 역량을 향상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미래 자원 확보, 나아가 ‘국격’을 높이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상대적으로 산림 분야에 대한 국내의 무관심을 아쉬워하기도 했다. 지난 10월 창원에서 열린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 총회는 아시아에서는 처음 열린 데다 사상 최대인 156개국 6450명이 참가했지만 별반 주목받지 못한 채 ‘그들만의 행사’로 마무리됐다. 산림에 대한 관심,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반영하는 대목이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금수산기념궁전 ‘金씨 왕조 피라미드’

    금수산기념궁전 ‘金씨 왕조 피라미드’

    북한 평양 금수산기념궁전이 현대판 ‘이집트 피라미드’로 주목받고 있다. 이곳에서는 28일 오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영결식이 열린다. 영결식 이후 김 위원장의 시신이 안치될 장소이기도 하다. 이곳에는 1994년 7월 사망한 김일성 주석의 방부 처리된 시신도 보존돼 있다. 김 위원장의 시신 역시 부친 김 주석처럼 ‘미라’가 될 가능성이 높다. 금수산기념궁전이 피라미드처럼 왕가의 무덤 역할을 하기 위해 지어진 것은 아니다. 1970년 첫 삽을 뜬 이후 김 주석의 65회 생일인 1977년 4월 15일 완공된 이 건물은 김 위원장이 숨을 거두기 전까지만 해도 관저로 쓰였다. 때문에 원래 이름은 금수산의사당 또는 주석궁으로 불렸다. 김 주석의 사망 1주기를 맞아 명칭이 금수산기념궁전으로 바뀐 것이다. 그럼에도 기념궁전이 지어지는 데는 피라미드처럼 주민들의 적잖은 피와 땀이 밑거름이 됐다. 평양 중심가에서 북동쪽으로 8㎞ 정도 떨어진 모란봉 기슭에 위치한 기념궁전은 정확한 수치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부지 면적만 350만㎡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여의도 전체 면적(290만㎡)보다도 넓은 것이다. 공사 비용만 9억~10억 달러가 소요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동복 자유북한방송 방송위원은 2007년 7월 대북방송에서 기념궁전 공사 비용과 관련, “당시 국제가격에 의하면 강냉이 600만t을 수입해 2300만 북한 동포들의 식량 문제를 3년간 해결할 수 있는 액수”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기념궁전 남쪽으로는 대동강이 흐르고 둘레에는 해자(인공으로 판 강)가 있으며 이중 철책으로 둘러싸여 있다. 건축 면적만 3만 5000㎡에 이르는 건물 내부에는 2000여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대연회장을 비롯, 대리석으로 조각한 김일성·김정일 입상 등이 들어서 있다. 기념궁전 앞에는 김일성·김정일의 생일을 상징하는 너비 415m, 길이 216m 규모의 광장이 조성돼 있다. 동시에 20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기업들 연말행사 감동을 선물하다

    기업들 연말행사 감동을 선물하다

    무리한 술자리로 연결되던 기업들의 연말 직원행사가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음악회 등으로 직원들과 조촐한 시간을 갖거나 가족 초청행사를 여는 등 차분한 분위기 속에 한 해를 마무리하고 있다. 조용하면서도 실속 있게 한 해를 정리하고 글로벌 경기 침체가 예상되는 내년을 준비하겠다는 취지다. ●구본준 부회장 3000여명 해외직원에 피자세트 23일 재계에 따르면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은 연말을 맞아 전 세계 3000여 직원 가정에 ‘깜짝 선물’을 안겼다. 구본준 부회장은 지난 22일 국내 및 해외법인 조직책임자와 노조 간부, 생산라인 관리자 등 3000여 직원 가정에 감사 편지와 함께 피자, 샐러드, 음료 세트를 전달했다. 그는 편지에서 “가족 여러분의 헌신적인 뒷바라지에 경의를 표한다.”면서 “여러분의 노력은 훗날 세계 1등 기업 LG전자를 만드는 든든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구 부회장은 지난 4월부터 국내외 임직원들과의 스킨십 강화를 위해 1만여명에게 6000여판의 ‘CEO 피자’를 전달해왔다.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은 지난 13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블루보드’ 직원 50여명과 함께 소통과 단합을 위한 음악 감상의 기회를 가졌다. 블루보드는 지난해 LG유플러스가 출범할 때 만들어진 사내 조직으로, 조직 내부의 원활한 소통과 혁신을 위한 창의·혁신 조직이다 이 행사는 연말을 술자리 회식으로 보내기보다는 임직원과 함께 공연을 관람하며 문화생활을 즐기고, 격의 없이 함께 담소를 나누고 서로 이해하는 시간을 가지려는 이상철 부회장의 ‘하모니’ 경영의 일환이다. ●웅진코웨이, 종무식 대신 사내 뮤직 페스티벌 웅진코웨이는 28일 종무식 대신 ‘코웨이 뮤직 페스티벌’을 연다. 10명 이하의 솔로 및 밴드로 구성된 20개 팀이 참가해 2개월 동안 갈고 닦은 끼와 열정을 뽐낸다. 최종 우승팀엔 전원 해외여행을 다녀올 수 있는 특전이 주어진다. 솔로 참가자가 우승하면 가족들과 해외여행을 다녀올 수 있다. 2등 팀은 200만원, 3등 팀은 100만원의 상금을 받는다. 가족들과 함께하는 연말 행사를 준비하는 기업들도 점차 늘고 있다. 방위산업체 LIG넥스원은 이날 직원 90여명의 가족을 LIG넥스원 판교하우스로 초청, ‘넥스원 주니어데이 시즌1 행사’를 열었다. 미취학 아동이나 초등학생인 직원 자녀들은 이효구 대표의 환영 인사를 받고 부모가 회사에서 근무하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시청하고 ‘주니어 사원증’도 받았다. 회사 관계자는 “야근과 출장이 많은 직원에 대한 고마움과 그 가족들에 대한 미안함을 전하고자 이번 행사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권장휴무제도로 직원들이 연말을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경우도 많다. 삼성그룹은 26일부터 30일까지 금융 부문을 제외한 대부분의 계열사가 연말 장기 휴무에 들어간다. 최장 9일 휴가를 쓸 수 있는 셈이다.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등 LG그룹 일부 계열사와 두산중공업, 두산인프라코어 등 두산그룹 계열사들도 연말 장기 휴무를 시행한다. 이두걸기자·산업부 종합 douzirl@seoul.co.kr
  • 공부 잘하는 아이, OOO이 높다?

    공부 잘하는 아이, OOO이 높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지만, 성적이 좋아서 손해 볼 건 없다. 남들보다 한 걸음 더 앞서기 위해 자녀교육에 열을 올리는 부모님이라면 제대로 된 교육방법을 통해 아이의 교육을 하고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가장 먼저 떠올려야 할 것은 아이에게 ‘무기’를 주었는가 하는 법이다. 먹이를 잡아주는 부모가 되기보다 먹이를 잡는 방법을 알려줘야 진짜 부모라는데, 먹이를 잡을 수 있는 무기 정도는 줄 수 있는 노릇이다. 공부도 마찬가지. 공부를 잘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 역시 중요하다. 공부 잘하는 아이들은 일반적으로 지능지수(IQ)가 높다고 한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으니 바로 ‘집중력’이다. 집중력은 짧은 시간에 높은 학습효과를 가능하게 만든다. 실제로 영재교육센터인 여명학습 서울센터에서 집중력 향상 두뇌 프로젝트를 진행한 서울, 경기, 인천지역 학생들이 성적 향상에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며 집중력의 중요성을 증명한 바 있다. 여명학습은 두뇌환경 변화기간과 자신감 배양기간, 의식집중훈련, 학습적용기간 총 4단계의 학습 방법으로 집중력 향상, 창의력 계발, 발달 장애에 도움을 준다. 1단계에 해당하는 두뇌환경 변화기간은 호흡법을 통해 불안을 몰아내어 심적으로 편하게 하며 자신감 배양기간, 학급적용기간은 직접적으로 두뇌훈련과 의식 집중훈련을 통해 집중력과 암기력이 수직으로 상승한다. 마지막 자아실현기간인 4단계에서는 자기조절 능력으로 마음에 평화가 생겨 자아를 실현하고 사랑하게 되며 행복을 느끼게 된다. 여명학습법은 모든 아이에게 마음의 안정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추천할만하다. 특히 학습능력 향상, 집중력 향상과 더불어 마음의 안정까지 찾을 수 있기에 공부로 스트레스받는 아이들에게 적합하다. 두뇌계발 학습을 통해 집중력, 창의력, 사고력, 판단력을 기를 수 있는 어린이교육 여명학습은 지능지수(IQ)의 변화 또한 기대된다. 또한 장시간 책을 읽어도 힘들어하지 않기 때문에 독서를 즐기는 아이가 될 수 있고, 발달장애, 정서불안, 인터넷게임중독, 환청 등 여러 가지 문제 상황들 또한 함께 호전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여명의 학습법은 자녀들에게 행복을 심어주는 신개념 학습훈련 방법으로 집중력 문제를 넘어서 영재로 키워주는 학습법으로 자녀의 미래에 든든한 밑거름이 되는 학습법이 될 것이다. 서울신문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배는 아버지 인생의 전부였죠”

    “배는 아버지 인생의 전부였죠”

    “배는 아버지 인생의 전부였다. 집에 있는 시간보다 배를 위해, 배를 만들려고 떠나 있던 시간이 더 많았다.” 앤드루 던컨(58)은 아버지 고 윌리엄 존 던컨의 인생을 이렇게 말했다. 윌리엄 존 던컨은 1970년대 우리 조선 산업을 이끈 공로로 12일 오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무역의 날 기념식에서 금탑산업훈장을 받았다. 1981년 암으로 숨진 아버지를 대신해 훈장을 받고자 한국을 찾은 아들 던컨은 기자를 만나 아버지의 한국 사랑에 대해 들려줬다. 아버지 영향을 받아 선박회사에서 일하는 앤드루 던컨은 “아버지는 당시 영국의 조선 산업이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어서 속상했는데 한국에서 배를 만들 수 있어서 좋았고 한국 사람들은 열정적이고 배우려는 의지가 강하다는 이야기를 자주 하셨다.”면서 “아버지가 흘린 땀과 노력이 한국 조선산업이 이룬 눈부신 발전의 밑거름이 되었다니 아버지가 정말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윌리엄 존 던컨은 1970년대 중동의 조선업체 UASC(United Arab Shipping Company)의 기술수석책임이었다. UASC는 한국 조선산업이 태동하던 당시 이름뿐이던 현대중공업을 믿고 다목적선 15척을 발주했다. UASC에서 기술책임자를 맡고 있던 존 던컨은 1975~1980년 한국으로 와서 기술 지도를 총괄을 하며 우리 조선산업이 발전하는 데 초석을 놓았다. 특히 존 던컨은 1978년 UASC 컨테이너선 4척을 한국이 수주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당시 UASC는 일본 업체에 선박을 수주할 계획이었지만, 일본 업체의 입찰 금액까지 현대중공업에 몰래 알려준 존 던컨의 노력(?) 덕분에 한국이 선박을 수주하는 데 성공했다. 존 던컨의 이런 헌신과 애정은 세계 1위의 한국 조선 산업을 키워낸 귀중한 밑거름이 됐다. 존 던컨이 우리나라에 이바지한 공로는 그가 세상을 떠난 지 30년 만에 알려졌다. 아들 던컨은 “글래스고 신문에서 우리 가족을 찾는다는 광고를 봤다고 친구가 알려줘서 런던 현대중공업으로 연락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버지의 노력을 30년 동안 잊지 않고 있는 대한민국에 고마움을 느낀다.”면서 “아버지가 직접 이 상을 받았다면 정말 기뻐하셨을 텐데…”라면서 고마움과 아쉬움을 나타냈다. 글 사진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정치권 물갈이 막 올랐다

    정치권 물갈이 막 올랐다

    19대 총선을 4개월여 앞둔 11일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이자 국회부의장을 지낸 한나라당 이상득(76·경북 포항 남구·울릉군) 의원과 당내 소장파의 간판인 홍정욱(서울 노원 병) 의원이 전격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정치권 전반의 대대적인 공천 물갈이를 예고했다. 지금까지 총선을 앞두고 여야 할 것 없이 40% 안팎의 물갈이 공천이 단행됐지만 당내 최고령인 이 의원과 소장파 홍 의원의 불출마 선언은 쇄신 논란에 휩싸인 여당 내 공천 개혁의 신호탄으로 평가된다. 이는 당 안팎에서 쇄신 대상으로 거론되는 중진 의원들의 거취 표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의원은 오후 4시 30분 여의도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당의 쇄신과 화합에 작은 밑거름이 되고자 한다. 당이 새롭게 태어나는 데 도움이 되기를 간절히 희망한다.”며 19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지난 18대 총선 때도 당 안팎으로부터 자진 용퇴 압박을 받았던 이 의원으로서는 최근 당내를 휩쓸고 있는 쇄신풍도 버거운 마당에 자신의 보좌관인 박모씨가 SLS그룹 측으로부터 수억원대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되면서 정치적으로 막다른 골목에 몰린 처지였다. 앞서 홍 의원도 오후 3시 여의도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나 자신의 부족함을 꾸짖으며 18대 국회의원 임기를 끝으로 여의도를 떠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4년은 나에게 실망과 좌절의 연속이었다.”면서 “정당과 국회를 바로 세우기에는 내 역량과 지혜가 턱없이 모자랐다.”고 말했다. 이들 의원에 앞서 원희룡 의원은 지난 7·4 전당대회 출마 당시 불출마를 선언했고, 이후 국회의장을 지낸 김형오 의원도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에 따라 당내 3선 이상 중진들과 쇄신 대상으로 거론되는 초·재선 의원들도 당 쇄신 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정치적 선택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준표 전 대표의 낙마와 함께 박근혜 전 대표의 전면 등장이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이어서 친박(친박근혜)계 중진들의 자진 용퇴가 줄을 이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일각에선 친박계 중진 가운데 영남권 5명, 수도권 1명 등 의원 6명의 실명이 거론되는 상황이지만 당사자들은 “중진들을 ‘정치적 고려장’으로 몰고가기 위한 음해에 불과하다.”며 펄쩍 뛰고 있다. 박 전 대표의 전면 등장에 친이(친이명박)계 중진들은 그야말로 좌불안석이다. 친이계 3선 이상 중진들 중에선 물갈이 대상이 아닌 사람을 꼽기 어려울 정도다. 이 같은 분위기는 비단 여당뿐만이 아니다. 야당 역시 아직까지는 잠잠하지만 통합 논의가 마무리되면 그 즉시 공천 논란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특히 내년 총선에서 야당이 필승 구도로 생각하는 ‘여야 1대1 구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득권을 가진 민주당의 대대적인 물갈이가 전제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1) 데이트 강간을 위한 ‘악마의 술잔’ 한모금에 블랙아웃…24시간내 검사 못하면 미제사건 2) 죽음의 性도착증 ‘자기 색정사’ 혼절직전의 성적 쾌감 탐닉…‘질식에 중독되다’ 3) 친구와 함께 차안에서 아내에 몹쓸짓 한 남편 …사고로 위장한 최악의 선택 4) 살해당한 아내의 눈속에 담긴 죽음의 비밀… 흔해서 더 잔인한 위장 살인의 실체는 5) 강간 후 살해된 여성, 그리고 부검의 반전 죽을 때까지 여성이고 싶었던 여성의 사연 6) 천안 母女살인범, 현장에서 대변만 보지 않았더라도… ‘미세증거물’ 속에 숨은 사건의 진상 7) 정자가 수상한 정액…씨없는 발바리’ 과학수사 얕봤다가 정관수술까지 한 연쇄 성폭행범 8) 변태성욕 30대 살인마의 아주 특별한 핏자국 혈흔속 性염색체의 오묘한 비밀 9) “그날 조폭은 왜 하필 남진의 허벅지를 찔렀나?”… 칼잡이는 당신의 ‘치명적 급소’를 노린다 10) 소변 참으며 물 마시던 20대女, 갑자기 몸을 뒤틀며… 생명을 앗아가는 ‘죽음의 물’ 11) 자살한 40대 노래방 여주인, 살인범은 알고 있었다 생활반응이 알려준 사건의 진실 12) 불탄 시신의 마지막 호흡이 범인을 지목하다 화재사망 속 숨어있는 타살흔적 증거는 13) 車 운전석에서 질식해 숨진 그녀의 주먹쥔 양팔 14) 백골로 발견된 미모의 20대女, 성형수술만 안 했어도… 가련한 여성의 한 풀어준 그것 15) 무참히 살해된 20대女…6년만에 살인범 잡고보니… 274만개의 눈이 잡은 연쇄살인범의 정체 16) 이태원 옷집 주인 살인사건…20대 여성이 지목한 범인은? 찢어진 장부의 증언 17) 물속에서 떠오른 그녀의 흰손…토막살인범 잡고보니 바다에서 건진 시신 신원찾기 18) 헤어드라이어로 조강지처 살해한 50대의 계략… 몸에 남은 ‘전류반’은 못 숨겼네 19) 자살이라 보기엔 너무 폭력적인 죽음…왜? 가해자·피해자는 하나였다 20) 아파트 침대 밑 女 시신 2구…잔인한 ‘진실게임’ 결과는? 누명 벗겨준 거짓말 탐지기 21) 자다가 갑자기 세상을 뜨는 젊은 남자들…누구의 저주인가? 청장년 급사증후군의 비밀 22) 70% 부패한 시신 유일한 증거는 ‘어금니’ 억울한 죽음 단서 된 치아 23) 살인현장에 남은 별무늬 운동화 자국의 비밀 60대 노인의 치밀한 트릭 24) 택시 안에서 숨진 20대 직장女 살인범은 과연… 돈 버리고 납치한 이상한 택시 강도 25) 그녀가 남긴 담배꽁초 감식결과 놀라운 사실이 살인 현장에 남은 립스틱의 반전 26) 목졸리고 훼손된 60대 시신… 그것은 범인의 속임수였다 ‘파란 옷’ 입었던 살인마 27) 40대 여인 유일 목격자 경비 최면 걸자 법최면이 일러준 범인의 얼굴 28) 소리없이 사라진 30대 새댁, 알고보니 들짐승이… 부러진 다리뼈가 범인을 지목하다 29) 살인자가 남기고 간 화장품 향기, 그것은 ‘트릭’이었다 강릉 40대女 살인사건의 전말 30) 동거女 잔혹하게 살해한 30대, 시신이 물속에서 떠오르자… 살인후 물속으로 던진 사건 그후 31) 최악의 女연쇄살인범 김선자, 5명 독살과 비참한 최후 청산염으로 가족, 친구 무차별 살해 32) 살해된 20대女의 수표에 ‘검은 악마’의 정체가 담기다 완전범죄를 꿈꾸던 엽기 살인마 33) 억울한 10대 소녀의 죽음…두줄 상처의 비밀 추락에 의한 자살? 몸을 통해 타살 증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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