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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한국뮤지컬 르네상스를 위한 제언/이유리 청강문화산업대 공연산업학 교수

    캐츠,그리스,시카고,싱잉 인더 레인 그리고 최근 공연을 했던 오페라 아이다까지. 최근 유명 해외뮤지컬 작품들이 국내에서 공연되면서 뮤지컬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최근 해외 뮤지컬 수입이 활성화되면서 공연시장이 확대되고,또한 투자여건이 조성되면서 잠재관객이 개발되는 등 뮤지컬산업은 나날이 성장성을 인정받는 문화산업의 하나로 각광받고 있다. 그러나 해외 뮤지컬에 의존한 기존 풍토는 한정된 소재 그리고 반복되는 공연 등으로 곧 한계를 맞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뮤지컬산업이 문화산업의 주류로 부상하기 위해서는 영원한 자산가치를 가진 콘텐츠 확보가 절실하게 필요한 실정이다.다행히도 2002년 이후 국내 창작뮤지컬들이 관객과 평단의 높은 호응 속에서 연이어 성공하고 있어 창작뮤지컬 산업 발전에 밑거름이 되고 있다. 최근 공연된 창작뮤지컬은 태풍,명성황후,블루사이공,사랑은 비를 타고,페퍼민트 등을 들 수 있다.명성황후의 경우는 97년 동양 최초로 미국 브로드웨이에도 진출해 많은 호평을 받고 한국을 알리는 데도 기여해 이제는 한국의 대표 뮤지컬작품으로 자리잡았다. 이러한 창작뮤지컬의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뮤지컬에 대한 투자여건과 그에 맞는 인재가 부족한 것이 뮤지컬산업 발전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한국영화를 예로 들어보자.90년대 중반이후로 소재의 다양성과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현재 관객 점유율 50%를 넘어서고 있다.또한 매년 새로운 배우들이 탄생하고 전폭적인 투자지원을 받으며 급성장하고 있다.그에 비해 창작뮤지컬에 대한 지원은 현격히 낮은 것이 사실이다. 현재 한국의 뮤지컬산업 규모는 공연산업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연간 20∼30편이 제작되는 등 기하급수적인 성장을 하고있다.물론 연간 100여편 이상 제작되고 있는 영화산업에 비하면 여전히 열악한 규모지만 향후 발전적인 성장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어 전문적인 비즈니스 모델 구축과 전문인 양성이 필요한 시기라 할 수 있다.그러나 현재 뮤지컬시장의 현실은 몇몇 유명배우들에게 의존하는 경향이 많으며,아직까지는 해외뮤지컬을 한국시장에 이식하는 라이선스 공연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뮤지컬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첫째 뮤지컬산업의 산업적 기반을 조성하기 위한 투자활동이 활발하게 진행되어야 한다.창작뮤지컬에 대한 문화관광부를 중심으로 한 정부의 지원,메세나운동 차원에서의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 및 협찬,뮤지컬 산업 주체들의 적극적인 투자유치활동 등이 삼위일체를 이뤄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뮤지컬 전문인력의 양성이 중요하다.현재 뮤지컬 시장은 전문교육기관인 학교의 비현실적이고 이론 중심의 교육과 현장실습교육의 부재로 인해 현장에서는 재교육을 통한 인재양성이 이루어지고 있다.이제 우리나라 공연도 경쟁력있는 산업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뮤지컬전문배우가 양성되어야 한다.현장과 연계된 교육모델개발,인턴십 등 실질적인 인력 양성프로그램이 절실하다. 셋째,뮤지컬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전문인력들이 공연기획뿐만 아니라 뮤지컬산업의 백년대계를 위해 후진 양성에도 앞장서는 멀티플레이어가 되어야 한다.뮤지컬배우는 기존의 영화배우나 탤런트보다 더욱 다양한 기술이 요구된다.발성법도 가수와 다르며 뮤지컬에 필요한 댄스습득도 필요하다.배우와 방송작가를 거쳐 기획자 프로듀서의 경험이 있는 필자로서는 뮤지컬전문인력들이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을 바로 투입할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을 직접 만들고 교육일선에 앞장서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스타 뮤지컬 배우들에 의존하고 있는 현재의 공연판도를 바꾸고 새로운 인재를 발굴할 때 한국의 뮤지컬시장이 한국영화산업처럼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다고 본다. 이유리 청강문화산업대 공연산업학 교수 ˝
  • 충무로 ‘영화 거리’로 거듭난다

    우리나라 영화의 ‘메카’인 서울 충무로가 별칭에 걸맞게 특화거리로 다시 태어난다. 서울 중구(구청장 권한대행 김기동)는 스카라·대한·중앙극장 등 국내에서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영화관이 모인 충무로 2∼4가 일대에 대해 영화를 주제로 한 거리로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키로 했다고 6일 밝혔다. 최근 불어닥친 한국영화 중흥의 밑거름이 된 충무로 일대를 인근 청계천 복원,남산골 한옥마을과 연계해 자연과 예술이 어우러진 벨트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이를 위해 최근 중구청에서 배우협회(회장 강신성일),기획창작협회(회장 김갑의 대종상영화제 사무총장),극장대표(중앙극장 대표이사 김희철)를 비롯한 영화관련 단체 및 지역상공인 등 4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충무로 영화의 거리 추진협의회’ 첫 회의를 열었다.이 자리에서는 영화라는 장르에 걸맞게 시민들에게 꿈을 심어줄 수 있는 환상적 분위기를 연출하는 방향으로 추진할 것과,기금 조성계획 등 영화거리 조성방안의 뼈대를 마련했다. 우선 충무로 주요 도로변을 영화의 거리와 어울리게 미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홰나무로 장식하고 특수 조경시설도 들여놓을 생각이다.영화의 날(10월27일)과 충무공 탄신일(4월28일)을 전후해 영화의 거리를 상징하는 지하철 3·4호선 인근 극동빌딩 옆 은막(銀幕)길과 명보극장 앞 네거리를 ‘차 없는 거리’로 만들어 유명 배우들을 초청하고 무료 영화상영,노래자랑 등 이벤트로 축제를 열 방침이다. 중구 문화예술체육인상 가운데 영화예술상을 분리해 영화의 날에 시상한다.주요 건물에는 영화와 관련된 핸드프린팅 조형물,전시장,영화탑 등을 설치한다. 송한수기자 onekor@˝
  • 儒林(65)-제1부 王道 제3장 至治主義

    제1부 王道 제3장 至治主義 갖바치는 용케 두 사람이 밤을 새우며 나누었던 정담을 기억해 두었다가 이를 인용하며 농지거리를 한 것이었다. “마찬가지로 나으리께서는 소인들의 비녀들도 꽂아 주셨어야 하셨나이다.그래야만 원망을 듣지 않고 유배길에도 오르지 않으셨을 것입니다.” “그대의 말이 심히 옳네.” 박장대소하면서 조광조가 대답하였다. 날은 점점 더 어두워지고 있었다.붉은 저녁노을에 핏빛으로 물든 강물도 땅거미에 젖어 들고 있었다.이제는 헤어질 시간이었다.나룻배를 타고 강을 건너야 할 시간이 다가왔으므로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를 지켜 보던 나장이 조심스럽게 다가와 말하였다. “나으리,이제 배에 오르실 시간이나이다.” 나룻배를 젓는 뱃사공은 미리 와 기다리고 있었다. “그럼 잘 있게나.” 조광조가 작별인사를 고하자 갖바치가 서둘러 말하였다. “나으리께 드릴 물건이 있어 갖고 왔나이다.” “그것이 무엇이냐.” 조광조가 묻자 갖바치는 등에 걸머지었던 걸망을 꺼내어 방책의 틈사이로 밀어 넣었다. “무엇이냐.” 나장이 망태기처럼 얽어 만든 바랑을 보자 경계하여 소리쳤다.유배 길에 오른 죄수에겐 함부로 물건을 건네 주지 못하였으므로 이를 본 나장이 이를 제지하였던 것은 당연한 일이다. “아무것도 아니오.” 두 손을 털면서 갖바치가 말하였다. “내가 쓰던 걸망을 나으리께 드리는 것뿐이오.” “내버려 두어라.” 조광조가 말하자 나장은 물러섰다.멈췄던 수레행렬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였다.몇 발자국 따라오면서 갖바치가 소리쳐 말하였다. “나으리,걸망 속에는 나으리께 드릴 물건이 들어 있나이다.하오나 청컨대 능주에 도착하시기 전에는 걸망에 들어있는 물건을 절대로 뒤져보지 마시옵소서.필히 능주에 도착하신 후에야 이를 꺼내 보시옵소서.이를 지키시겠나이까?” “내 반드시 그러하겠네.” “나으리.” 수레를 따라 걷던 갖바치가 비로소 발을 멈추었다. “다시 뵈올 때까지 부디 몸 건강하시옵소서.” 강가에 매어둔 나룻배를 향해가는 동안 갖바치는 선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해거름으로 그의 모습은 조금 조금씩 사라지고 있었다.조광조가 배 위에 올라탔을 때에는 사위는 어둠이 짙게 드리웠으므로 그 어디에도 갖바치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었다.‘다시 볼 그날까지 몸 건강하시라.’는 인사말은 영영 이루어지지 않은 영원한 이별의 말이 되고 말았다.그러나 조광조는 갖바치와의 약속은 철저히 지켰다.갖바치가 던지고 간 걸망 속에 들어 있는 물건을 능주에 도착하기 전에는 뒤져보지 않았던 것이었다.걸망 속에 들어있는 갖바치의 정표는 조광조의 사후 5백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그에 대한 역사적인 평가를 암시하고 있음인데,그렇다면 수수께끼의 인물,갖바치는 벌써 그때 조광조의 비참한 최후를 예견하고 있었음일까.뿐 아니라 수백년의 세월이 흐른 뒤에도 여전히 난세가 계속될 것을 꿰뚫어 보고 역사적 인물인 조광조를 통해 그 난세를 헤쳐 나가는 교훈을 얻기를 예언한 선지자(先知者)였던 것일까. 어쨌든 조광조는 갖바치를 만남으로써 머나먼 유배 길 동안 줄곧 자신의 과거를 돌이켜 보는 계기가 되었던 것이었다. 조광조가 스승 한훤당 김굉필을 만난 것은 스승의 나이 45세 때,조광조가 17세 때였다.그의 부친 조원강이 평안도의 찰방으로 부임했을 때 조광조도 함께 따라갔다가 그곳에 유배와 있던 김굉필을 찾아가 사제의 인연을 맺은 것이었다.그때 김굉필은 무오사화에 연류되어 희천(熙川)으로 내려와 유배생활 중이었다.조광조의 유가사상은 이처럼 당대 제일의 성리학자였던 스승 김굉필로부터 전수받은 것이었다.˝
  • 儒林(65)-제1부 王道 제3장 至治主義

    儒林(65)-제1부 王道 제3장 至治主義

    제1부 王道 제3장 至治主義 갖바치는 용케 두 사람이 밤을 새우며 나누었던 정담을 기억해 두었다가 이를 인용하며 농지거리를 한 것이었다. “마찬가지로 나으리께서는 소인들의 비녀들도 꽂아 주셨어야 하셨나이다.그래야만 원망을 듣지 않고 유배길에도 오르지 않으셨을 것입니다.” “그대의 말이 심히 옳네.” 박장대소하면서 조광조가 대답하였다. 날은 점점 더 어두워지고 있었다.붉은 저녁노을에 핏빛으로 물든 강물도 땅거미에 젖어 들고 있었다.이제는 헤어질 시간이었다.나룻배를 타고 강을 건너야 할 시간이 다가왔으므로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를 지켜 보던 나장이 조심스럽게 다가와 말하였다. “나으리,이제 배에 오르실 시간이나이다.” 나룻배를 젓는 뱃사공은 미리 와 기다리고 있었다. “그럼 잘 있게나.” 조광조가 작별인사를 고하자 갖바치가 서둘러 말하였다. “나으리께 드릴 물건이 있어 갖고 왔나이다.” “그것이 무엇이냐.” 조광조가 묻자 갖바치는 등에 걸머지었던 걸망을 꺼내어 방책의 틈사이로 밀어 넣었다. “무엇이냐.” 나장이 망태기처럼 얽어 만든 바랑을 보자 경계하여 소리쳤다.유배 길에 오른 죄수에겐 함부로 물건을 건네 주지 못하였으므로 이를 본 나장이 이를 제지하였던 것은 당연한 일이다. “아무것도 아니오.” 두 손을 털면서 갖바치가 말하였다. “내가 쓰던 걸망을 나으리께 드리는 것뿐이오.” “내버려 두어라.” 조광조가 말하자 나장은 물러섰다.멈췄던 수레행렬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였다.몇 발자국 따라오면서 갖바치가 소리쳐 말하였다. “나으리,걸망 속에는 나으리께 드릴 물건이 들어 있나이다.하오나 청컨대 능주에 도착하시기 전에는 걸망에 들어있는 물건을 절대로 뒤져보지 마시옵소서.필히 능주에 도착하신 후에야 이를 꺼내 보시옵소서.이를 지키시겠나이까?” “내 반드시 그러하겠네.” “나으리.” 수레를 따라 걷던 갖바치가 비로소 발을 멈추었다. “다시 뵈올 때까지 부디 몸 건강하시옵소서.” 강가에 매어둔 나룻배를 향해가는 동안 갖바치는 선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해거름으로 그의 모습은 조금 조금씩 사라지고 있었다.조광조가 배 위에 올라탔을 때에는 사위는 어둠이 짙게 드리웠으므로 그 어디에도 갖바치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었다.‘다시 볼 그날까지 몸 건강하시라.’는 인사말은 영영 이루어지지 않은 영원한 이별의 말이 되고 말았다.그러나 조광조는 갖바치와의 약속은 철저히 지켰다.갖바치가 던지고 간 걸망 속에 들어 있는 물건을 능주에 도착하기 전에는 뒤져보지 않았던 것이었다.걸망 속에 들어있는 갖바치의 정표는 조광조의 사후 5백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그에 대한 역사적인 평가를 암시하고 있음인데,그렇다면 수수께끼의 인물,갖바치는 벌써 그때 조광조의 비참한 최후를 예견하고 있었음일까.뿐 아니라 수백년의 세월이 흐른 뒤에도 여전히 난세가 계속될 것을 꿰뚫어 보고 역사적 인물인 조광조를 통해 그 난세를 헤쳐 나가는 교훈을 얻기를 예언한 선지자(先知者)였던 것일까. 어쨌든 조광조는 갖바치를 만남으로써 머나먼 유배 길 동안 줄곧 자신의 과거를 돌이켜 보는 계기가 되었던 것이었다. 조광조가 스승 한훤당 김굉필을 만난 것은 스승의 나이 45세 때,조광조가 17세 때였다.그의 부친 조원강이 평안도의 찰방으로 부임했을 때 조광조도 함께 따라갔다가 그곳에 유배와 있던 김굉필을 찾아가 사제의 인연을 맺은 것이었다.그때 김굉필은 무오사화에 연류되어 희천(熙川)으로 내려와 유배생활 중이었다.조광조의 유가사상은 이처럼 당대 제일의 성리학자였던 스승 김굉필로부터 전수받은 것이었다.
  • [박완서의 살아가는 이야기] 흙길 예찬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호수가 있다.둘레가 4㎞쯤 되는,기다랗게 활처럼 휜 자연호수다.교통량이 많은 지방도로가 교차하는 각(角)안에 위치해 있는데도 내려앉아 있어서 그런지 통과하는 차량 안에서 잘 보이지 않는다.삼각형의 나머지 한 변은 아파트단지이다.그래서 그 호수는 마치 그 아파트 주민만을 위해서 숨어있는,또는 누워있는 미녀처럼 보인다.지척에 그런 호수가 있는데도 이리로 이사 온 지 몇 년이 지나도록 모르고 지냈다.거기를 산책로로 정하고 거의 매일 다닌 지는 몇 년 안 된다.그 누군가가 세심하게 가꾸고 있는 듯 꽃피는 나무들과 야생초를 적절하게 배치해 한겨울 빼고는 꽃이 그치지 않는다.그 누군가는 아마도 지방 자치 단체일 것이다.한강변의 기막히게 수려한 곳마다 음식점 아니면 러브호텔이 차지하고 있는 걸 볼 때마다 입에 거품을 물고 지방 관청을 욕하다가도 거기만 가면 욕하던 입으로 칭찬을 하게 된다.욕보다는 칭찬이 더 기분 좋은 건 듣는 쪽이나 하는 쪽이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 이 숨어있는 호수의 또 하나의 미덕은 둘레가 흙길과 농지로 돼 있다는 데 있다.동네가 한적하고 골목이 많은 시골이라 동네 한바퀴 도는 것도 충분한 운동이 되는데도 차가 많이 다니는 지방도로를 건너는 불편을 무릅쓰고까지 그리로 가는 것은 순전히 흙길 때문이다.시골동네라는 건 말뿐 골목까지 포장돼있다.늙은 관절은 흙길과 시멘트 길을 민감하게 구별한다.똑같은 십리길이라도 시멘트 길과 흙길은 걷고 난 느낌이 완연히 다르다.긴장하지도 방심하지도 않고 나무처럼 꼿꼿하게 땅과 직각을 이루며 흙길을 걸으면서 흙이 뿜어 올린 온갖 아름다운 것들,나무,꽃나무,들풀,물풀,주위에 있는 비닐하우스나 주말농장에서 풍겨오는 채소와 거름냄새를 맡는 기쁨을 무엇에 비할까.처음으로 직립해서 두발로 땅을 박차던 태초의 인간의 기쁨과 자존이 이러했을까.아침마다 산에 오르던 걸 걷기로 바꾼 것도 직립의 기쁨 때문인 것 같다. 나이 때문이겠지만 오르막길에선 자주 숨을 몰아쉬게 되고 지팡이를 필요로 하거나 엉금엉금 길 때도 있는 게 싫다.긴장을 해야 한다는 것,아무리 얕은 산도 정상이 있어서 거기까지 도달해야 비로소 성취감을 맛볼 수 있다는 것도 매일 하기에는 좀 부담스럽다.그것 또한 나이 탓이겠지만. 흙길을 걷고 있으면 아무 생각도 할 필요가 없다.느끼기만 하면 된다.요샌 한창 땅기운이 왕성할 때다.걷잡을 수 없는 힘으로 산천초목을 통해 지상으로 분출하고 있다.흙길을 걷고 있으면 나무만큼은 아니라도 풀만큼도 못하더라도 그 생명력의 미소한 부분이나마 나에게도 미치고 있다는 걸 느끼게 된다.그 힘이 비록 나에게 이르러 잎이나 꽃이 되어 피어나지는 못한다 할지라도 이 풍진 세상을 참고 견딜 수 있는 힘이 된다면 어찌 미소하다고만 할 수 있겠는가.땅기운과의 이런 편안한 친화감에 힘입어 나도 모르게 기도를 하게 된다.이렇게 당당하게 걸을 수 있는 기쁨을 누리는 동안만 살게 하소서,라고.하나 이렇게 엄청난 욕심이 어찌 기도가 되겠는가,응석이지. 실은 우리 집 마당도 흙으로 돼있다.좁지만 나무도 있고 잔디도 있고 해마다 저절로 돋아나는 야생초가 자라는 땅,일년초 씨앗을 뿌릴 수 있는 맨땅이 조각보처럼 나누어져 있다.이 작은 마당이 한겨울 빼고는 매일 매일 나에게 일을 시킨다.주로 나는 땅위를 엎드려 기어 다니면서 일을 한다.한여름에도 아마 적어도 한 두 시간은 매일매일 땅을 기어 다닐 것이다.땅은 내가 심거나 씨 뿌리는 것한테만 생명력을 주는 게 아니다.바람에 날아 온 온갖 잡풀의 씨앗,제가 품고 있던 미세한 실뿌리까지도 살려내려 든다.아마 내가 잠시만 한눈을 팔아도 내 땅은 그 잡것들 세상이 될 것이다.잔디밭에서 잔디보다 먼저 푸릇푸릇해지는 것도 그런 잡풀들이다.내가 땅위를 기면서 하는 노동은 제가 잉태한 것은 어떡하든지 생산하고자 하는 땅의 욕망과 내가 원하는 것만 키우고 즐기고 싶어 하는 나의 욕망과의 투쟁이다.이상한 일이다.내가 땅위에 직립했을 때 가장 땅과 친하고 기어 다닐 때 가장 땅과 적대적이라는 건 얼마나 이상한 일인가.
  • [박완서의 살아가는 이야기] 흙길 예찬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호수가 있다.둘레가 4㎞쯤 되는,기다랗게 활처럼 휜 자연호수다.교통량이 많은 지방도로가 교차하는 각(角)안에 위치해 있는데도 내려앉아 있어서 그런지 통과하는 차량 안에서 잘 보이지 않는다.삼각형의 나머지 한 변은 아파트단지이다.그래서 그 호수는 마치 그 아파트 주민만을 위해서 숨어있는,또는 누워있는 미녀처럼 보인다.지척에 그런 호수가 있는데도 이리로 이사 온 지 몇 년이 지나도록 모르고 지냈다.거기를 산책로로 정하고 거의 매일 다닌 지는 몇 년 안 된다.그 누군가가 세심하게 가꾸고 있는 듯 꽃피는 나무들과 야생초를 적절하게 배치해 한겨울 빼고는 꽃이 그치지 않는다.그 누군가는 아마도 지방 자치 단체일 것이다.한강변의 기막히게 수려한 곳마다 음식점 아니면 러브호텔이 차지하고 있는 걸 볼 때마다 입에 거품을 물고 지방 관청을 욕하다가도 거기만 가면 욕하던 입으로 칭찬을 하게 된다.욕보다는 칭찬이 더 기분 좋은 건 듣는 쪽이나 하는 쪽이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 이 숨어있는 호수의 또 하나의 미덕은 둘레가 흙길과 농지로 돼 있다는 데 있다.동네가 한적하고 골목이 많은 시골이라 동네 한바퀴 도는 것도 충분한 운동이 되는데도 차가 많이 다니는 지방도로를 건너는 불편을 무릅쓰고까지 그리로 가는 것은 순전히 흙길 때문이다.시골동네라는 건 말뿐 골목까지 포장돼있다.늙은 관절은 흙길과 시멘트 길을 민감하게 구별한다.똑같은 십리길이라도 시멘트 길과 흙길은 걷고 난 느낌이 완연히 다르다.긴장하지도 방심하지도 않고 나무처럼 꼿꼿하게 땅과 직각을 이루며 흙길을 걸으면서 흙이 뿜어 올린 온갖 아름다운 것들,나무,꽃나무,들풀,물풀,주위에 있는 비닐하우스나 주말농장에서 풍겨오는 채소와 거름냄새를 맡는 기쁨을 무엇에 비할까.처음으로 직립해서 두발로 땅을 박차던 태초의 인간의 기쁨과 자존이 이러했을까.아침마다 산에 오르던 걸 걷기로 바꾼 것도 직립의 기쁨 때문인 것 같다. 나이 때문이겠지만 오르막길에선 자주 숨을 몰아쉬게 되고 지팡이를 필요로 하거나 엉금엉금 길 때도 있는 게 싫다.긴장을 해야 한다는 것,아무리 얕은 산도 정상이 있어서 거기까지 도달해야 비로소 성취감을 맛볼 수 있다는 것도 매일 하기에는 좀 부담스럽다.그것 또한 나이 탓이겠지만. 흙길을 걷고 있으면 아무 생각도 할 필요가 없다.느끼기만 하면 된다.요샌 한창 땅기운이 왕성할 때다.걷잡을 수 없는 힘으로 산천초목을 통해 지상으로 분출하고 있다.흙길을 걷고 있으면 나무만큼은 아니라도 풀만큼도 못하더라도 그 생명력의 미소한 부분이나마 나에게도 미치고 있다는 걸 느끼게 된다.그 힘이 비록 나에게 이르러 잎이나 꽃이 되어 피어나지는 못한다 할지라도 이 풍진 세상을 참고 견딜 수 있는 힘이 된다면 어찌 미소하다고만 할 수 있겠는가.땅기운과의 이런 편안한 친화감에 힘입어 나도 모르게 기도를 하게 된다.이렇게 당당하게 걸을 수 있는 기쁨을 누리는 동안만 살게 하소서,라고.하나 이렇게 엄청난 욕심이 어찌 기도가 되겠는가,응석이지. 실은 우리 집 마당도 흙으로 돼있다.좁지만 나무도 있고 잔디도 있고 해마다 저절로 돋아나는 야생초가 자라는 땅,일년초 씨앗을 뿌릴 수 있는 맨땅이 조각보처럼 나누어져 있다.이 작은 마당이 한겨울 빼고는 매일 매일 나에게 일을 시킨다.주로 나는 땅위를 엎드려 기어 다니면서 일을 한다.한여름에도 아마 적어도 한 두 시간은 매일매일 땅을 기어 다닐 것이다.땅은 내가 심거나 씨 뿌리는 것한테만 생명력을 주는 게 아니다.바람에 날아 온 온갖 잡풀의 씨앗,제가 품고 있던 미세한 실뿌리까지도 살려내려 든다.아마 내가 잠시만 한눈을 팔아도 내 땅은 그 잡것들 세상이 될 것이다.잔디밭에서 잔디보다 먼저 푸릇푸릇해지는 것도 그런 잡풀들이다.내가 땅위를 기면서 하는 노동은 제가 잉태한 것은 어떡하든지 생산하고자 하는 땅의 욕망과 내가 원하는 것만 키우고 즐기고 싶어 하는 나의 욕망과의 투쟁이다.이상한 일이다.내가 땅위에 직립했을 때 가장 땅과 친하고 기어 다닐 때 가장 땅과 적대적이라는 건 얼마나 이상한 일인가.˝
  • 청와대, 유감 표명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29일 ‘탄핵 찬성’ 집회에서 돌출된 노무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의 학력 비하발언과 관련,“광복과 6·25라는 시대적 격동과 아픔을 거치며 가난 속에서 고교를 마칠 수 없었던 권 여사의 아픈 궤적은 오늘을 사는 대다수 대한민국 서민이 겪었던 삶 그 자체”라며 우회적으로 유감을 표시했다.윤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그런 어려운 환경을 극복한 국민의 땀과 눈물이 오늘의 한국을 이룩한 밑거름이자 원동력이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문소영기자 symun@˝
  • ‘안중근평화상’ 송두율교수 부인 대리로 받아

    “이 즐겁고 뜻깊은 순간에 기쁨보다 슬픔이 앞섭니다.” 끝내 환한 얼굴을 볼 수 없었다.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서울구치소에 수감중인 남편 송두율(60) 교수 대신 제3회 안중근평화상을 받은 정정희(61)씨는 26일 오후 2시 명동성당에서 열린 수상식에서 줄곧 굳은 표정이었다. 시상식에는 조광 고려대 교수,함세웅 신부 등 학계·종교계 인사 150여명과 안중근 의사에 관한 영화를 추진중인 개그맨 서세원씨,영화배우 유오성씨 등이 참석했다.기념사업회측은 “송 교수는 분단 조국 현실에서 민족에 대한 사랑을 학문적으로 승화시켜 안중근 의사의 민족,민주,통일,평화 정신을 실현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밝혔다. 아들 송린(28)씨와 함께 시상식에 나온 정씨는 “이 슬픔,고통을 밑거름으로 조국의 민주화와 평화 통일을 위해 더욱 열심히 살겠다.”고 말했다.송 교수는 정씨가 대리낭독한 소감 서신을 통해 “안중근 의사를 처형한 일제는 실정법을 근거로 ‘안중근이라는 살인범과 평화는 양립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면서 “그들이 과연 현재의 우리를 본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또 “안중근 의사가 오늘 우리들을 보았더라면,일제 광복 반세기가 지났는데도 아직도 분단되어 있는 못난 후손들에게도 매서운 비판을 가했을 것”이라면서 “하나인 조국을 위해 노력했을 뿐인 내가 ‘광복 이후 최대급 간첩’이라는 누명을 쓴 상황에서 이 상을 받은 것은,안 의사의 유지에 따라 하나가 될 조국을 위해 흔들림 없이 뚜벅뚜벅 앞으로 걸어가라는 격려로 받아들이겠다.”고 덧붙였다.한편 부인 정씨에 따르면 오는 30일 1심 선고공판을 앞두고 있는 송 교수는 최근 독감과 불면증으로 식사도 제대로 못하는 등 건강이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정씨는 “남편이 지난 19일 모친 기일을 구치소에서 보낸 것 때문에 심적으로 큰 타격을 받고 매우 울적해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채수범기자 lokavid@˝
  • [한나라 박근혜 체제] 박근혜 새대표 누구

    ‘첫 부녀(父女) 당수’,‘제1당 첫 여성 당수’,‘39년만의 여성 당수’ 한나라당 박근혜 의원이 56년 헌정사에 3대 이정표를 세웠다.23일 임시 전당대회에서 새 대표로 선출되면서 기록했다.민주공화당 총재이던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로,원내 과반수인 거대 야당 한나라당의 대표로,박순천 전 민중당 당수에 이어 원내 의석을 가진 주요 정당의 두번째 여성 대표에 오른 것이다. 박 대표는 국회만을 기준으로 하면 재선 의원에 불과하다.그러나 쉰두해를 살아온 경력은 화려하다.무엇보다 18년간 장기 집권한 박 전 대통령의 딸이다.권력의 중심에서 아버지가 겪었던 영욕을 같이 했다.1974년 어머니 육영수 여사가 문세광의 저격으로 숨지자 5년간 사실상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맡았다.불과 22세 때 시작한 일이다. 그녀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감수성이 예민했던 시기에 너무나 큰 충격적인 일을 겪고도 국가 경영과 역사를 바라보는 높은 안목을 키울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이라고 소개하고 있다.‘대통령의 딸’은 79년 10·26사태로 마감됐다.이날 청와대 2층에서의 아침 식사는 그녀가 아버지를 본 마지막 모습이었다.박 전 대통령의 서거를 보고받았을 때 그녀의 첫마디는 “지금 전방의 상태는 괜찮습니까.”였다고 한다. 그 뒤부터는 교육문화 사업에 몸을 담았다.육영재단 이사장,영남대학교 이사장,한국문화재단 이사장,정수장학회 이사장,한국문인협회 회원 등 경력이 말해준다.뒤의 두 직책은 지금도 유지하고 있다. ‘정치인 박근혜’는 IMF가 터진 이듬해인 지난 98년부터다.대구 달성군 보궐선거에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되면서 정계에 입문했다.2000년 16대 때 재선에 성공했다. 그동안의 정치 역정은 비주류에 머물렀다.이회창 전 총재의 ‘1인 체제’를 비판하면서 2002년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한국미래연합을 창당했다.그러곤 같은 해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 선대위 의장으로 복귀했다. 이후 2년간의 정치경험은 박 대표를 ‘승부사’로 키우는 데 밑거름이 됐다.한나라당을 탈당할 때,그리고 그 뒤에도 이 전 총재측으로부터 거센 공격을 받았다.‘공주’라는 깎아내림도 있었다.하지만 2년 뒤 ‘홀로서기’에 성공하면서 당당히 당권을 거머쥐게 됐다. 박대출기자 dcpark@˝
  • [이런 책 어때요]

    ●미학오디세이 3/진중권 지음 문화비평가인 저자가 10년 만에 완간한 ‘미학오디세이 시리즈’ 마지막 권.이탈리아의 건축가이자 판화가였던 피라네시의 작품을 중심으로 ‘탈근대 미학’의 세계를 살핀다.피라네시는 현대예술을 잉태한 바로크와 낭만주의 두 사조에 다리를 놓은 선구적인 아방가르드 예술가다.저자는 피라네시의 상상을 문학적으로 가장 충실히 구현한 사람은 보르헤스라고 주장한다.특히 ‘바벨의 도서관’이나 ‘죽지 않는 사람들’ 같은 소설 속의 환상은 피라네시 없인 생각할 수 없다는 것.저자는 구소련의 영화감독 에이젠슈테인 또한 피라네시에 열광했다고 밝힌다.1만 4000원. ●Knowledge Driver/장대환 지음 오늘날 우리는 지식사회에 살고 있다.사회가 지식에 의해 주도된다는 뜻이다.그러면 이런 지식을 보유하고 활용하고 창조하는 주체는 누구인가.바로 지식 드라이버다.지식 드라이버란 지식사회에서 지식을 보유하고 활용하고 창조하는 주체,즉 지식사회의 리더 역할을 하는 개인이나 조직을 말한다.이 책은 지식 드라이버가 주도하는 세계에 대한 입문서다.저자(매일경제신문사 회장)는 자신이 구상하는 교육과 자기개발의 지식경영 로드맵을 밝힌다.저자는 지식경영은 지식 드라이버에겐 ‘변신합체로봇’과 같은 존재라고 말한다.1만원. ●장사의 신 호설암/증다오 지음 ‘중국의 상성(商聖)’으로 불리는 호설암의 경상지법(經商之法),즉 경제와 상업의 지혜로운 법칙을 정리했다.19세기 말 청나라 상계를 주름잡은 호설암은 전장과 상단을 거점으로 전국적인 금융점포망을 형성하고 ‘호경여당’이란 약재상을 운영하며 민심을 사로잡았던 인물.상인에게 주어지는 최고 관직인 ‘홍정상인’과 황마괘를 하사받기도 했다.호설암에게 진정한 기업가 정신이란 자본 축적만이 아니라 사회안정에 이바지하는 것이었다.그가 큰 돈을 벌고 나서 맨 처음 한 일은 고향의 강가에 나루터를 지어 사람들이 오가기 편하게 한 것이었다.1만 5000원. ●에도시대의 일본미술/크리스틴 구스 지음 일본미술 하면 우리는 흔히 유녀나 가부키 배우를 그린 그림을 떠올린다.목판 에혼(繪本) 형식으로 이같은 극장과 유곽지대의 생생한 문화를 반영하고 형상화한 게 바로 에도시대의 미술이다.250년에 걸친 도쿠가와 바쿠후 통치기간 동안 일본의 주도적인 미술형식들은 대부분 에도와 교토의 발전을 통해 이뤄졌다.이 책은 에도시대의 미술을 당시 사회적 상황을 통해 이해할 수 있도록 꾸몄다.에도의 미술가들이 교토와 달리 빈정거림이나 유머,풍자 같은 반체제적 형식에 관심을 기울인 건 미술에 대해 엄격하게 간섭했던 바쿠후의 영향 때문이다.1만 9000원. ●성서 속의 생태학/A P 휘터만 지음 고대 이스라엘 민족이 살았던 지역은 비가 거의 오지 않아 덥고 건조했으며,거름을 주지 않거나 벌목이라도 하면 금방 사막으로 변하는 땅이었다.또한 강한 민족들이 주변을 차지해 영토도 넓히지 못한 채 비좁은 곳에서 살아가야 했다.이런 환경에서 어떻게 생존할 수 있었을까.그것은 자연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생태규칙을 지켜왔기 때문에 가능했다.이 책은 성서가 자연친화적인 율법과 지속가능성의 원형을 담고 있음을 밝힌다.출애굽기나 레위기,신명기 등에서 볼 수 있는 자연친화적 규칙들은 척박한 땅에서 살아남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1만 2000원.˝
  • [조영증의 킥오프] 이란전 승리의 저변

    지난 17일 이란을 1-0으로 누른 한국 올림픽축구대표팀은 사령탑 김호곤 감독의 철저한 전략수립과 빈틈없는 준비로 아테네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 A조에서 2연승이라는 값진 성과를 올렸다.이란전에 대비해 지난 7일부터 6일간 중국 쿤밍에서 실시한 고지대 적응훈련이 전·후반 90분을 쉴새없이 움직이면서 상대를 압박할 수 있는 밑거름이었다. 필자가 지난 3일 이란-말레이시아전을 분석한 정보를 토대로 구사한 전술도 승리의 원동력이 됐다.이란은 높이와 더불어 90분을 줄기차게 뛰는 체력과 빠른 스피드를 지녔다.지난 40년 동안 안방에서 불패신화를 이어온 데는 이런 체력과 스피드가 있었다.특히 미드필더 모발리는 훌륭한 선수다.모든 공격은 모발리로부터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공수리듬 조절,예리하게 연결되는 패스 등은 유럽의 어느 선수에 견줘도 손색이 없다.또한 모발리로부터 이어지는 패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공격수 바하니는 빠른 돌파가 일품으로 우리에겐 최고의 경계대상이었다.그러나 한국의 미드필더 김정우 김두현의 압박과 주변의 협력수비로 모발리와 바하니를 무력하게 만들었고,결국 경기 주도권을 쥘 수 있었다. 그동안 불안했던 수비는 안정감을 되찾았다.조병국을 축으로 김치곤과 박용호로 이어지는 스리백 라인은 경기가 거듭 될수록 신뢰를 준다.이란전을 앞두고 김호곤 감독이 고심한 부분은 적지인 이란에서 공격과 수비 중 어떤 전략이 유리한가 였다.결국 적극적이고 공격적으로 선회한 것이 승리의 결정적인 요인이었다. 또 한가지는 이천수의 위치 활용이 적절했다는 점이다.조재진과 짝을 이뤄 위치에 구애받지 않고 주로 공격수의 임무를 부여 한 것 또한 적중했다.결국 조재진의 패스를 받아 재치 있는 돌파로 귀중한 결승골을 끌어 냈다.이란은 거칠고 과격한 응원을 하는 나라로 정평이 나 있다.이번에도 이란은 10만명이 들어갈 수 있는 아자디경기장이 만원이 됐다고 허풍을 치면서 한국 기 죽이기에 나서기도 했다.그러나 이에 질세라 우리나라도 전세기까지 동원한 붉은악마의 힘찬 응원으로 3만여명의 홈 관중을 압도했다.이 또한 우리 선수들에게 엄청난 힘을 실어주었다. 이번 이란전 승리는 김호곤 감독의 용병술과 최선을 다하여 싸워준 선수들,목이 터져라 응원한 붉은악마와 국민들의 성원이 함께 어우러져 만든 셈이다. 국제축구연맹(FIFA) 기술위원 youngj-cho@hanmail.net˝
  • [우리 결혼해요] 정철권(33)·김미라(30)씨

    8년이라는 긴 연애기간을 끝내고 이제서야 비로소 한 가족으로서 새롭게 시작한다는 게 주위에 부끄럽기도 하고 자랑스럽기도 하다. 지난 1996년 7월 대학을 마치고 후배의 소개로 만나게 되면서부터 ‘지겨운 연애’는 시작됐다.처음에는 물론 볼 때마다 새롭고 떨리는 설렘이 생활을 즐겁게 해 주었지만 1년도 되지않아 각각 직장문제로 멀리 떨어지게 됐다.자연 만나는 시간이 줄어 모두에게 힘이 들었다.경상도 지방의 공중보건의 생활과 서울에서의 승무원생활은 실제 거리보다 더 먼 공간으로 느껴졌고,서로 이해하기 어려운 점도 많았다. 그래도 오랜만에 만날 때마다 느끼는 반가움이란 가까운 곳에서 만나는 연인들이 느끼는 것과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난 즐거움이었다.이제 결혼을 해 한집에 살게 되면 그런 즐거움과 낭만이 없어져 아쉽기도 하다. 긴 사귐에서 6개월간의 ‘냉전기’도 있었고,또 필요 이상으로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 것 같다는 생각도 가끔 든다.그러나 어느 한순간도 헛되지는 않았던 것 같다.경상도 남자로 표현하는데 인색하고 우격다짐이 많아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제대로 해주지 못해 항상 미안하지만 가슴속의 따뜻한 진실만은 충분히 전달됐을 것이라 믿는다. 오랜 연애기간만큼 추억도 많고 눈물도 많았지만 이런 것들이 진실한 가정을 꾸미는데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더욱 더 아끼고 사랑하겠다는 다짐을 다시 해본다. 사귀면서 마음이 흔들릴 때도 있었지만 옆에서 친구와 선후배들이 큰 버팀목이 돼 주어 이런 순간까지 왔다.다시 한번 감사드리고 싶다.물론 제일 고마운 것은 못난 나의 신부가 되어주는 신부 미라겠지.항상 고마움을 느끼며 누구보다도 행복하고 건강한 부부로 지낼 것을 다짐한다.˝
  • 문화시민운동협 ‘…웃는 아파트’ 캠페인

    ‘인사와 미소,칭찬의 마법을 아시나요.’ 서울 평창동의 한 빌라에 사는 개그맨 이용식씨.그는 집을 나설 때마다 이웃들에게 ‘마법’아닌 마법을 건다.미소와 함께 ‘안녕하세요.’라며 건네는 인사는 그의 아침을 밝게 매일 새롭게 한다. 웃음을 만들고 전하는 게 직업이지만 그도 처음부터 먼저 인사를 건네기는 쉽지 않았다.변화는 지난해 가족 중에 환자가 생기면서 일어났다. TV를 통해 알려진 그도 한밤중에 도움을 요청할 마땅한 이웃사촌이 없었다.위층에 의사가 산다는 것도 뒤늦게 알았다. ‘내가 먼저 인사하기 운동’에 동참한 이씨는 인사 한마디,미소 하나가 이웃의 마음을 여는 큰 힘이라고 믿는다. 문화시민운동중앙협의회(회장 이영덕 전 국무총리)는 11일 밝은미소운동본부와 공동으로 서울 강남구 대치동 쌍용아파트에서 아파트벽·마음의 벽을 허물기 위한 ‘내가 먼저 인사하기 운동’을 시작했다. ●인사!미소!칭찬! 세상을 바꿉니다 ‘웃는 아파트,인사하는 엘리베이터’의 출발은 이웃이다.인사와 미소,칭찬이 닫힌 공간의 아파트를 열린 공간으로,이웃간의 벽을 허무는 원동력이기 때문이다.먼저 건네는 인사와 칭찬 한마디,미소 하나가 더불어 어울려 살아가는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기획됐다.협의회는 2002년 한·일 월드컵대회에서 싹튼 문화시민 의식의 불씨를 공동체 문화로 꽃피울 것을 제안했다. 협의회 이진배 사무총장은 “모든 국민의 62%가 아파트,연립주택 등 공동주택에서 살고 있지만 콘크리트벽에 갇혀 불과 2∼3m 떨어진 이웃과도 인사를 나누지 않는 게 현 세태”라면서 “인사와 미소는 사회를 변화시키고 친절한 나라를 만드는 밑거름”이라고 말했다. ●안녕하세요! 이웃의 마음을 여는 시작입니다 이날 행사에는 자원봉사를 맡은 서울시 녹색어머니연합회,안전실천어머니지도자회 등 회원단체와 아파트 부녀회 등 100여명이 솔선해서 참여했다.평소 낯이 익었지만 서로 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했던 주민들은 각 동에 있는 엘리베이터마다 인사·미소·칭찬 스티커를 함께 붙이면서 정담을 나눴다. 개그맨 이씨와 가수 김혜영씨가 행사를 이끌자 아파트는 주민들의 장기자랑 등 이웃이 함께 손을 잡고 즐기는 무대로 변했다.부녀회장 손영심(51)씨는 “아이들도 같은 아파트 어른들에게 인사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캠페인에 참여하면서 이웃들과 한결 가까워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문화시민운동중앙협의회는 서울 25개 지역 1만 1706동의 아파트 단지를 대상으로 ‘내가 먼저 인사하기 운동’을 펴고 부산·대구·대전 등 전국으로 캠페인을 확대할 계획이다. 안동환기자 sunstory@˝
  • [NGO플러스]

    ●‘궁궐의 우리나무 알기’ 참가자 모집 환경운동연합 환경교육센터는 오는 27일부터 5월까지 ‘제5기 궁궐의 우리 나무 알기’ 프로그램을 마련,참가자를 모집한다. 매월 격주 토요일 이론교육과 함께 경복궁,창경궁,종묘 등 궁궐에서 실습이 진행된다.참가비는 일반 5만 3000원,회원 4만 8000원.4세 미만은 무료이다.(02)735-7000. ●자연생태부 근무 활동가 공모 광주전남녹색연합은 자연생태부에서 일할 활동가 ○명을 모집한다.주5일 근무,4대보험 혜택이 주어지며 환경운동가로서 일할 수 있다.1차 서류 심사후 2차 면접이 있다.서류접수는 25일까지다.(062)233-6501. ●숲생태 전문해설사등 30명 선발 환경운동교육단체 ‘숲연구소’는 오는 31일부터 1년 과정의 ‘숲생태 전문해설사’와 ‘생태건축 전문지도사 과정’을 열고 수강생을 모집한다. 생태아카데미에서 이론수업을 받고 북한산,홍릉수목원,청계산 등지에서 현장 수업을 한다.면접을 통해 30명을 선발한다.수강료는 120만원.(02)742-4526. ●유방암 여성가장돕기 캠페인 아름다운 재단은 최근 저소득 모자가정을 지원하기 위해 저소득 여성가장 30명에 대한 종합검진을 실시한 결과 유방암 판정을 받은 김모씨의 수술비 및 치료비,생계보조금을 모금하기 위한 캠페인에 나섰다. 김씨는 자활근로사업을 통한 월 50만원의 수입으로 현재 초등학교 1,2학년 두 자녀를 키우고 있다.가출한 남편과는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문의 (02)730-1235. ●천안 유기농 환경농장 분양 천안아산환경연합은 건강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직접 재배하고 환경교육의 현장을 체험할 수 있는 유기농 환경농장을 분양한다. 텃밭 가꾸기,특별환경행사,여름가족캠프,유기농먹거리강좌,생산지 방문,어린이 유기농 생태교실 운영 등의 행사도 마련된다. 선착순 30가족이며 1계좌당 10평이 분양된다.임대료는 1계좌에 10만원이다.농기구,씨앗과 묘종,거름,고추 지주대 등이 제공된다.(041)572-2535. ●‘한반도 비핵화 사이트’ 개설 참여연대는 북한 핵문제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북핵 협상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기 위해 ‘한반도 비핵화와 동북아 평화를 위한 시민대안 사이트’(http://nukes.peoplepower21.org)를 개설했다.참여연대는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고 북한과 미국,주변국들의 입장과 정책을 지속적으로 모니터할 예정이다. ●중독 관리센터 설립 제안서 제출 대한의사협외와 환경운동연합이 함께 하는 ‘21세기 생명환경위원회’는 8일 “유해물질 중독환자가 날로 늘고 있지만 우리나라엔 유해물질의 분석 및 응급조치나 치료 등을 담당하는 곳이 없다.”며 유해물질로 인한 중독정보센터 및 중독관리센터의 설립을 촉구하는 정책제언서를 보건복지부 등 관계기관에 제출했다. 위원회는 제언서에서 “한해 동안 1000∼2000종의 화학물질이 생성되는 등 국민건강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이에 대한 대처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 ‘三寶’가 삼보 우승 일궜다

    지난 6일 눈덮인 원주 치악체육관은 ‘TG삼보’라고 적힌 하얀 두건으로 장관을 이뤘다.경기 종료 20초전.TG는 93-92로 앞섰으나 공격권은 삼성이 쥐었다. 삼성 서장훈이 골밑을 파고 들어 회심의 역전 슛을 날렸지만 TG의 ‘거미손’ 김주성에게 걸렸다.로데릭 하니발이 다시 공을 잡아 종료 버저와 동시에 페이드어웨이 슛을 쐈지만 역시 림을 맞고 튕겨 나왔다.TG의 창단 이후 첫 정규리그 우승은 그렇게 이루어졌다. 프로농구 03∼04시즌 내내 거침없이 내달리며 정규리그 최다승(40승) 우승 신화를 일군 전창진 감독은 “우리팀에만 있는 세가지 보물이 우승의 밑거름이었다.”고 말했다. ●무적의 삼각편대 김주성(205㎝) 신기성 양경민으로 이어지는 토종 트리오는 농구의 3박자인 높이와 빠르기,정확도를 거의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2년차 김주성은 골밑에서 ‘국보센터’ 서장훈은 물론 용병들까지 압도했다.큰 키에 민첩성까지 겸비해 블록슛은 물론 리바운드와 득점 등 공수에 걸쳐 빼어난 활약을 펼쳤다. 군 제대 이후 전성기를 맞은 포인트가드 신기성은 허재가 “이제 기성이에게 모든 것을 맡겨도 된다.”고 말할 정도로 능수능란하게 경기를 조율했다.최고의 시즌을 보낸 3점슈터 양경민은 기복없는 고감도 3점포를 작렬시켜 “한단계 업그레이드 됐다.”는 평가를 받으며 승리의 ‘보증수표’ 역할을 해냈다. ●의리의 ‘명랑 내무반’ 허재는 은퇴를 묻는 질문에 “의리 때문에 내맘대로 결정할 수 없다.”며 웃었다.팀 분위기를 보면 이 말은 결코 농담이 아니다.TG의 구단 버스는 수학여행을 떠나는 고교생들을 실은 버스처럼 항상 왁자지껄하다.신입선수부터 최고참까지 돌아가며 노래 실력을 뽐내기도 한다.화기애애한 분위기는 부담감에 짓눌린 선수들에게 최고의 청량제다. 이홍선 구단대표,최형길 단장,김지우 사무국장,전 감독,허재,양경민 등은 고교(용산고) 동문이다.이들이 만들어내는 끈끈한 의리는 결코 배타적이지 않아 다른 구성원들까지 한가족처럼 묶는 마력을 발휘한다. ●코칭스태프 하모니 프런트 출신으로 입지전적 인물인 전 감독(41)과 외국인 코치 제이 험프리스(42)는 2년 동안 ‘찰떡 궁합’을 과시하며 토종 감독-외국인 코치의 모범이 됐다. 험프리스 코치는 미국프로농구(NBA)에서 선수와 지도자 생활을 했지만 절대 감독보다 먼저 나서지 않는다.이에 전 감독은 한밤중이라도 코치에게 달려가 조언을 얻는 겸손함으로 신뢰를 쌓아갔다. TG 선수단은 6일 밤 원주의 음식점에서 팬들과 조촐한 우승 뒤풀이를 가졌다.항상 선수단을 지켜주는 ‘골수팬’은 TG의 네번째 보물이다. 이창구기자 window2@˝
  • [우리 결혼해요] 송오섭(32)·강지영(30)씨

    우리 사랑의 ‘나이’는 7살 6개월로 사람으로 보면 이제 막 초등학교에 입학할 나이입니다.나이로는 그가 저보다 두살 위지만 저희는 같은 대학 동기입니다.우리는 ‘21세기진보학생연합’이라는 모임에서 만나 뜻을 함께하던 친구였습니다.우리가 친구에서 연인이 된 것은 1996년 8월의 마지막 날 밤입니다.촛불을 켜 놓고 서로 자신의 비밀에 대해 이야기하다 문득 ‘오빠,우리 연애할까?’라는 쑥스러운 질문과 함께 서로 새로운 감정이 싹트고 있음을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저에게 바람막이 같은 사람입니다.연애를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습니다.겨울방학이라 여수에 있는 집에 가 있었는데 갑작스럽게 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던 그때,그는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여수까지 내려와 3일 동안 온갖 궂은 일을 도맡아 주었습니다.친오빠가 없었기 때문에 생길 수 있었던 문제들을 모두 그가 처리해 주어 다행히도 무사히 상을 치를 수 있었습니다.그 이후에도 그는 집에 큰일이 있을 때마다 아들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물론 엄마에게 종종 안부 전화를 하는 것도 포함해서요.  또한 그는 저에게 든든한 버팀목 같은 사람입니다.대학을 졸업한 후 대학원에 진학했을 때,잘 적응하지 못해 매사에 자신감이 없고 앞으로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무척이나 어렵기만 했습니다.그런 저에게 그는 언제나 제가 자랑스럽고 무엇이든 잘할 것으로 믿는다며 자신감을 북돋워 주었습니다. 우리가 그간 지켜온 연애 생활의 핵심원칙이자 앞으로 평생동안 지켜나갈 서로에 대한 약속은 ‘끊임없이 서로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려고 노력할 것!’입니다.서로에 대한 ‘관심’과 ‘배려’는 우리 사랑이 커나가는 데 가장 필요한 양분이고,‘대화’는 그 양분을 만드는 거름이 될 것입니다.7일 대전 오페라웨딩홀에서 우리는 서로에게 남편과 아내라는 이름을 붙여주려 합니다.우리 사랑은 이제 7살 6개월이지만 우리의 사랑이 환갑을 맞이하는 날,여전히 서로를 환히 밝혀줄 우리를 상상해 봅니다.˝
  • 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中 공한증 탈출 “아직 멀었어”

    중국은 없다.후반 36분 조재진의 결승골이 터지는 순간 ‘공한증 탈출’을 기치로 내건 중국은 다시 한번 절망을 맛봐야만 했다. 지난달 일본과의 평가전에서 참패(0-2)한 한국 올림픽축구대표팀이 3일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테네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첫 경기에서 중국을 1-0으로 따돌리고 단숨에 자존심을 되찾았다.5회 연속 올림픽 본선진출의 유리한 고지를 점한 한국은 오는 5월12일까지 중국 이란 말레이시아와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맞붙는다.이란과의 원정 2차전은 오는 17일 테헤란에서 펼쳐진다. ●무너진 만리장성 후반 36분까지 차가운 날씨처럼 경기장은 얼어붙어 있었다.일방적인 공격에도 불구하고 결정적인 찬스를 만들지 못해 애를 먹었다.후반에는 발이 무뎌진 상대를 일방적으로 몰아붙였다.후반 1분 조병국의 헤딩슛을 시작으로 연신 슛을 날렸지만 애석하게도 골문을 빗나갔다.후반 7분 박지성이 상대 골문 앞에서 쏜 왼발 터닝슛마저 골대를 살짝 빗나가자 무승부로 끝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터져 나왔다. 그러나 후반 36분 스탠드는 용광로처럼 끓어 올랐다.수비 진영에서 공을 잡은 최성국의 질풍같은 대시에 이은 왼발 패스를 조재진이 가볍게 중국의 골문 안으로 차 넣어 결승골을 뽑은 것.관중들은 일제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최성국’을 연호하며 기립 박수를 보냈지만,중국으로서는 ‘공한증’의 악몽이 되살아난 순간이었다. ●‘역시 박지성’ 효과 만점이었다.김호곤 감독은 장장 9000㎞를 날아 온 박지성을 선발 출장시키는 승부수를 던졌다.전반 20분이 지나면서 특유의 빠른 패스가 살아났고,공이 가는 곳이라면 언제나 박지성이 있었다.기회가 오면 슈팅까지 연결시키는 과감한 플레이도 보였다.‘중원의 마술사’로 불리는 지네딘 지단(프랑스)이 연상됐다. 박지성의 거침없는 플레이와 불타는 투지는 확실히 승리의 밑거름이 됐다.박지성은 팀의 정신력 강화에도 큰 도움을 줬다.합류가 확정되면서 나머지 선수들이 주전자리를 지키기 위해 이를 악물면서 조직력도 덩달아 살아났다.경기가 끝난 뒤 김 감독은 “피곤한 상태에서도 순간순간 격려와 리드로 팀에 활력소를 불어 넣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조재진도 “동료들이 편안하게 경기를 하도록 만들어 줬다.”고 높이 평가했다. ●‘방심은 금물’ 1차 고비를 넘겼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많다.이란전(17일) 말레이시아전(24일) 모두 원정경기다.이를 위해 대표팀은 7일 중국 쿤밍 고지대 적응훈련을 시작으로 약 3주간의 원정길에 나선다.이란 아자디 스타디움은 해발 1500m의 고지대에 위치해 체력적인 부담이 크다.김 감독은 이란전을 최종예선의 최대 승부처로 꼽는다. 이란과의 올림픽대표팀 역대 상대전적에서 1승1무로 앞서지만 우세를 말하기엔 무리다.말레이시아전도 신경쓰인다.한수 아래지만 과거 올림픽예선 고비에서 번번이 수중전 패배를 당한 기억이 있다.말레이시아는 현재 우기의 끝자락에 있어 사흘에 한번 정도는 폭우가 쏟아진다. 박준석 홍지민기자 pjs@˝
  • [사설] 3·1정신으로 친일규명법 처리를

    3·1운동 85주년을 맞았다.세계 만방 피압박민족의 독립자결 운동사에 한 획을 그은 자랑스러운 3·1운동이건만,우리는 오히려 착잡한 마음으로 오늘을 맞고 있다.아직도 친일청산이라는 기본과업조차 제대로 넘어서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민특위의 무산으로 나라의 정기가 흐트러진 지 60년 가까이 지난 이제야 겨우 ‘일제 강점하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 특별법’이 마련됐지만,당초 입법취지를 퇴색시킬 만큼 누더기가 된 데다 그나마 한나라당 반대로 본회의 상정이 유보되고 말았다.16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열리는 2일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법안은 자동 폐기되고 만다.친일규명법이 법사위를 통과할 때도 ‘진풍경’이 벌어졌다.조사대상인 ‘일제 협력 장교’를 규정함에 있어 ‘일반 장교’로 할 것인지 ‘중좌(중령) 이상의 장교’로 할지를 놓고 표결,결국 중좌 이상 장교로 처리됐다.‘통상 군대에서 장교가 정치적 행위를 할 수 있는 계급은 중령’이라는 해괴한 이유를 댔지만 속내는 ‘일본 육사를 나와 일왕에게 충성맹세를 하고 관동군 소좌까지 오른 박정희 전 대통령’ 등을 제외하기 위한 것이었다.언론 예술 교육 분야의 친일행위가 제외된 것도 문제다.친일진상을 제대로 밝혀내기 위해 반드시 바로잡아야 할 부분이다. 작금 나라의 사정은 어떠한가.정치권은 싸움박질로 일을 삼고,국민 또한 갈등요소가 생기면 대화와 타협을 거쳐 발전의 밑거름으로 승화시키기보다는 툭하면 소모전을 일삼고 있다.지도층이 백성은 돌보지 않고 권력과 이익 추구에 골몰하는 게 국권을 잃던 무렵과 비슷하다는 지적도 무성하다. 16대 국회는 정쟁으로 허송하다가,선거구 증설 등 자기 밥그릇은 챙기면서도 친일규명법은 물론 농어업인지원특별법,성매매방지 및 처벌법 등 민생법안 20여 건은 내동댕이쳐 놓은 채 본회의 하루를 남겨 두고 있다.정치권은 숭고한 삼일정신을 되새기면서 친일규명법 등을 처리,마지막 역할을 다해주기 바란다.˝
  • 우리당 ‘제2의 노사모’ 띄운다

    열린우리당이 4·15 총선을 앞두고 ‘개나리 봉사단’이라는 전국단위의 자원봉사 조직을 구성하기로 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당의 한 관계자는 26일 “다음달 초까지 16개 시·도에서 1만명 정도의 봉사단원으로 출발할 계획”이라면서 “극빈층,소년·소녀가장 등 사회복지 대상자를 돕기 위한 민생서비스 활동을 하게 된다.”고 밝혔다. 당은 총선 이후에도 이 자원봉사 조직을 유지하면서 지역봉사 단체와 협력관계를 구축,지지세력을 확장하기로 해 이 조직의 향후 역할이 주목된다. 특히 봉사단은 대선 당시 ‘노사모’를 이끌었던 문성근·명계남씨의 참여가 예상되는 당내 국민참여 운동본부가 조직구성 실무작업을 주도하는데다 노사모 회원들이 핵심으로 참여할 것으로 알려져 ‘제2의 노사모’ 조직이라는 관측도 있다. 당 관계자는 “자원봉사단 이름이 정 의장 별명인 ‘개나리 아저씨’와 비슷해 일부에선 오해 소지도 있지만 총선 당일 개나리가 활짝 피고,우리당 브랜드 색깔인 노란색과 매치가 돼 ‘개나리 봉사단’으로 지었다.”면서 “국민과 함께 호흡하고 참여·실천·봉사하는 현장중심의 민생정치를 펼치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갑기자 eagleduo@˝
  • 주말농장참여 구청에 문의를

    “주말은 가족과 함께 농장에서 보내세요.” 중랑구(구청장 문병권)는 신내동 산 14의1에 먹골배 주말농장을 개설하고 회원 300명을 선착순 모집한다. 농장 주인이 거름주기 등 일반적 나무관리를 하고 회원들은 인공수분,열매솎기,봉지 씌우기,배 수확 등을 맡는다.배나무 1그루당 임대료는 9만원이며 수확한 배가 3상자(상자당 15㎏)가 안 될 경우 농장주가 부족한 만큼 보전해준다.단체신청도 받는다.(02)490-3368. 서대문구(구청장 현동훈)도 오는 28일까지 주말농장 신청을 받는다. 경기 고양시 덕양구 대장동 대곡역(지하철 3호선) 주변에 위치한 ‘크로바’ 주말농장의 경우 가구당 5평씩 모두 240가구에 분양할 계획이다. 인근 ‘어르신’ 주말농장은 관내 경로당별로 10평씩 50곳에 나눠준다. 분양가는 어르신 농장의 경우 무료이며,크로바 농장은 2만 5000원이다.신청은 전화(330-1365∼7) 또는 팩스(330-1368)를 이용하면 된다. 종로구(구청장 김충용)도 오는 4월4일까지 주말농장 참여희망자를 접수한다.고양시 화전동 750평의 부지에 마련된 주말농장은 1가구당 5평씩 모두 103가구에 분양한다.연간 이용료는 5만원이며,참여를 원하는 주민은 전화(731-1640)나 인터넷(www.jongno.go.kr)으로 신청하면 된다. 최용규 장세훈기자 yk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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