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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청장 현장인터뷰] 서찬교 서울 성북구청장

    [구청장 현장인터뷰] 서찬교 서울 성북구청장

    지난 17일 오전 국민대 학위수여식장. 검은 학사복과 학사모를 차려입은 서찬교(63) 서울 성북구청장이 대학 관계자에게 손사래를 치고 있었다. “오늘은 구청장이나, 동문회 부회장이 아니라 박사학위를 받는 대학원생으로서 졸업식에 참석했습니다. 단상에 앉을 수 없죠. 강단 의자에 앉겠습니다.”그는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특별한 대우’를 거절했다. ●‘금연 정책´으로 박사학위 받아 서 청장은 이날 늦깎이 박사가 됐다. 환한 웃음으로 가족, 지인들과 기념사진을 찍으며 주경야독으로 보낸 지난 20년을 되돌아봤다. “어려운 가정형편 탓에 대학을 못가고 공무원이 됐습니다. 그만큼 공부에 대한 욕망이 늘 요동쳤지요.” 1963년 서울시 9급 공무원으로 시작,‘공무원의 꽃’이란 1급 관리관까지 올랐지만 늘 학문에 목말라했다. 그래서 국민대 법학과와 명지대 지방자치대학원, 국방대학원 안보과정 졸업에 이어 서울대 행정대학원 국가정책과정을 수료했다. 그리고 2003년 3월, 국민대 대학원 행정학과에 입학해 또다시 밤을 밝혔다. 서 청장은 “학문연구와 공직생활이 시너지 효과를 일으킨다.”고 말한다. 학문적 연구가 정책 수립의 밑거름이 되고, 정책경험이 이론을 풍성하게 한다는 설명이다. 박사논문 ‘금연정책과 지방자치단체의 역할 연구’도 서 청장이 2002년 7월 구청장에 취임한후 열정적으로 추진한 ‘담배연기 없는 성북 만들기 사업’을 집대성한 것이다. “첫 업무보고를 받는데 보건소장이 ‘우리 성북구가 다른 지역보다 20세 이상 성인남성 흡연율이 1% 높다.’고 발표하더군요. 그 자리에서 금연실천팀을 구성해 흡연율을 감소시킬 방안을 찾으라고 지시했죠. 구민의 건강을 책임지는게 구청장 역할 아닙니까.” 당시 자치구가 금연정책을 펼쳐본 적이 없는터라 국내에는 자료가 없었다. 금연팀은 일본과 싱가포르의 금연거리, 마을을 찾아다니며 성공사례를 모았다. 그리고 그해 10월 ‘3S(Stop Smoking in Seongbuk)운동’선포식을 가졌다. 페르난도 슈미트 주한 칠레대사와 국내 최초의 여성 금연운동가 정광모 회장을 홍보대사로 위촉했다. “쉬미트 대사가 직접 찾아와 홍보를 맡겠다고 했습니다. 대사 부인이 애연가였는데 어느날 금연을 결심, 담배를 끊었답니다. 그후 가정에 화목과 행복이 찾아왔다고 하더군요.” 서 청장도 15년간 피우던 담배를 1978년 정초에 내던졌다. 흡연이 몸과 마음을 갉아먹는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기 때문이다. 때론 흔들렸지만, 그는 약속을 지키자고 되뇌었다.28년간 그 약속은 깨지지 않고 있다. ●흡연율 감소·금연체험 홍보관 건립 금연캠페인에 주민들이 서포터스로 참여하는 등 호응이 이어졌다. 이에 구청사와 동청사 건물을 ‘절대금연 건물’로 지정하고,‘금연 환경조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최초로 공포했다. 또 성신여대 입구 ‘하나로 거리’를 금연홍보 거리로 조성했다. 그 결과 2004년 8월 국제표준화기구가 제정한 품질경영시스템(ISO9001:2000)을 받았다. 성북구가 ‘자치구 금연운동의 메카’로 자리잡은 셈이다. “담배소매인 단체가 처음에 많이 반대했습니다. 그럴 때면 공청회를 통해 합의점을 이끌어냈죠.” 성과는 눈부셨다. 금연사업전 56.4%이던 성인남성 흡연율이 2004년 42%로 감소했다. 전국 평균보다 8%포인트나 낮은 수치다. 그는 ‘아직 배고프다.’고 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하는 30% 수준으로 줄이려면 아직 멀었다는 것. 길음 뉴타운에 전국 최초로 금연체험 홍보관을 건립하는 등 캠페인을 지속할 계획이다. 서 청장은 ‘건강하고 행복한 성북구’를 꿈꾸며 24시간 달리고 있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그가 걸어온 길 ▲출생 1943년 경남 고성 ▲학력 국민대 졸, 행정학 박사 ▲약력 공무원 9급 임용, 서울시 비서실장, 보건위생과장, 총무과장, 양천·구로·은평·강동 부구청장, 송파구청장, 지방관리관(1급) 명예퇴직. 황조근정훈장. 온누리교회 장로 ▲가족 강혜숙씨와 2남 ▲종교 기독교 ▲기호음식 매운탕 ▲주량 소주 마시지 않음▲좌우명 언제나 주어진 여건과 환경 속에서 최선을 다하자 ▲애창곡 만남
  • [2006 토리노동계올림픽] 이호석 “형 위해 스퍼트 안했다”

    생애 첫 출전한 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에서 값진 은메달을 딴 이호석(20·경희대)은 안현수의 그늘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지만, 각종 대회에서 우승을 일군 재목. 특히 이번 결승전에서 그의 ‘아름다운 희생’은 한국에 금과 은메달을 동시에 선사하는 밑거름이 됐다. 이호석은 6바퀴를 남긴 상황에서 리자준(중국)의 방어를 뚫고 선두에 나섰고, 순간 안현수가 2위로 치고 올라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고 코칭스태프는 극찬했다. 하지만 이호석은 “아쉽지만 은메달도 값지다.”며 밝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이호석은 “마지막 바퀴에서 (안)현수 형이 치고 들어 오는 상황에서 자칫 무리하면 충돌할 수도 있어 마지막 스퍼트를 하지 않았다.”며 “상대가 외국 선수였다면 한번 더 치고 나갔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호석은 이날 금메달을 딴 안현수와 태릉선수촌에서 룸메이트였던 절친한 선후배 사이.167㎝,60㎏의 야윈 체구지만 강한 몸싸움에도 밀리지 않는 것은 물론 아웃코스에서 인코스로 치고 들어가는 순간 스퍼트가 강점으로 꼽힌다. 신목고를 졸업한 이호석은 03∼05세계주니어쇼트트랙선수권대회에서 3회 연속 종합 1위에 올라 두각을 나타냈다. 지난해 9월 쇼트트랙월드컵 1·2차 대회에서 연속 종합 3위의 성적을 거뒀고,3차 월드컵에서는 오노에 이어 종합 2위를 차지, 안현수와 함께 국내 남자 쇼트트랙의 ‘양대산맥’으로 지목됐다.1000m에서 금메달에 도전하는 이호석은 아버지 이유빈(51)씨와 어머니 한명심(46)씨의 2남1녀 중 장남. 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생년월일 1986년 6월25일 ▲출생지 서울 ▲신체조건 167㎝ 60㎏ ▲학력 신목중·고-경희대 ▲가족관계 2남1녀중 장남 ▲취미 컴퓨터
  • [사진으로 본 전통의 숨결] (15)전통 목각(木刻)

    [사진으로 본 전통의 숨결] (15)전통 목각(木刻)

    나무는 인류보다 일찍 이 땅에 뿌리내리고 살아왔다. 그만큼 나무는 오래 전부터 우리 조상들의 긴요한 살림살이와 생활 장식의 밑거름이 되어온 것이다. 조선시대에 들어서면서 독립 장인들이 나타나 다양한 나무 공예품들이 만들어졌다. 이 가운데 일부가 지금까지 문화유산으로 전해지고 있다. 우리 문화유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불교문화재 가운데 가장 섬세한 작품으로 남아 있는 것은 나무를 재료로 삼은 불교 목공예품이다. 불교 목공예는 단순한 장인의 솜씨만 뽐낸 작품이 아니다. 신실한 불심이 마음에 가득한 이가 목물 하나하나마다 정성들여 깎고 다듬어 부처님의 신비스러운 영험을 넣은 것이다. 불교 목공예는 우리 민족의 특징인 단순 간결미에 우아한 아름다움을 더해 불교미술로서의 화려 섬세함을 갖추고 있다. 목판에 글씨와 그림을 새겨 넣는 서각(書刻) 역시 대표적인 불교 목공예다. 석가탑에서 발견된 무구정광대다라니경(無垢淨光大陀羅尼經)은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목판 인출본으로 꼽힌다. 또 팔만대장경은 불교의 융성과 더불어 경판 인쇄가 얼마나 활발했는지를 보여주는 서각의 백미(白眉)라 할 수 있다. 근대에 들어서 서각은 경전의 판본(板本)을 중심으로 하여 사찰과 고궁의 현판, 기둥에 부착되어 있는 주련, 비석 및 각종 공예품 등에서 볼 수 있다. 불상과 달리 서민들의 필요에 따라 만들어졌고, 서민들의 정서가 녹아 있는 목각도 있다. 우리 조상들의 얼굴을 담고 있는 탈과 장승이 그것이다. 탈의 본래 의미는 ‘탈이 나다, 탈을 내다.’에서 찾을 수 있다. 질병이나 나쁜 잡신을 포함하여 자기의 행복, 희망을 방해하는 것들을 모두 막아주는 것이 바로 탈이다. 탈이 난 것을 탈로 막는다는 생각에서 우리의 조상들은 탈을 만들고 믿어왔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주력(呪力)을 키우기 위하여 부적처럼 몸에 지니기도 하고 얼굴에 눌러쓰기도 하였다. 생활과 친숙해지면서 놀이의 도구로 발전하기도 했다. 우리 조상들은 자연을 극복의 대상으로 보지 않았다. 자연 그대로의 원형에 동화되어 나무 한 그루에도 성스러운 혼령이 깃들었다고 믿어왔다. 장승은 마을 입구에 세워져 이정표와 수호신 역할을 해왔다. 액과 탈을 치유하기 위한 장승은 탈의 뿌리이다. 약이나 인위적 치료가 아닌 자연치유 능력을 우리 선조 스스로가 발견한 것이다. 마을마다 장승의 모양과 서는 위치가 다른 것은 지역마다 사람들의 기원, 소망이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상상력·꿈·희망·기도의 상징물이 바로 탈이며, 장승인 셈이다. 이처럼 우리의 목각(木刻)에는 자연을 생활 속으로 끌어왔던 우리 선조들의 지혜와 미감(美感)이 그대로 담겨 있다. 자연과 동화되어 살아온 조상들의 정신적 우수함은 이 땅에서 면면히 유지·전승되어 우리 문화의 저력으로 깊이 뿌리내린 것이다. 글 사진 이언탁기자 utl@seoul.co.kr
  • [한류 통신] 최지우 주연 ‘윤무곡’의 성공비결

    세계 속의 한류를 현지에서 전하는 ‘한류통신’ 연재를 시작합니다. 한류가 해외에서 어떻게 뿌리내리고 현지인들에게 받아들여지는지를 생생하게 전하게 됩니다. 한류통신의 연재는 일본 도쿄에서 아지키 미치코 도쿄신문 방송예능부 기자, 중국 상하이에서 쑨커즈 푸단대학 교수,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서규원 국립 마라대학교 한국어강사, 홍콩에서 로사 권 위클리홍콩 발행인 등이 맡습니다. 최지우 등 한국의 스타를 기용한 일본 최초의 연속드라마 ‘윤무곡-론도’(TBS 매주 일요일 밤 9시)가 분투 중이다. 첫회 시청률은 20.0%.1월에 시작한 연속 드라마 중에서는 ‘서유기’(29.2%)에 이어 2위다. 한국과 달라서 드라마 빙하기 시대인 일본에서는 인기 절정의 배우 기무라 다쿠야(기무타쿠)가 주연을 해도 겨우 30%를 넘길 정도이니 그 인기를 짐작할 수 있다. 어릴 적 서울에서 거대 마피아 ‘센쿠(神狗)’에 의해 경찰관인 아버지가 살해된 쇼우(다케노우치 유타카)는 복수를 위해 목숨 걸고 스파이로서 ‘센쿠’에 잠입하는 경찰 수사관. 한편 조직에 의해 부친이 실종된 유나(최지우)는 병석의 동생 유니(이정현)를 데리고 일본에 가서 아버지가 하던 한국요리점을 재개한다. 셴쿠와 경찰의 싸움 속에서 쇼우와 유나의 러브스토리와 이국에서 건강하게 살아가는 자매를 따뜻하게 보살피는 사람들의 교류를 그린 작품이다. 이 드라마가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은 달콤한 러브스토리 일색이었던 기존의 한·일 공동제작 드라마와는 선을 긋는다는 점이다. 인상적인 것은 쇼우가 동생뻘인 히데로부터 ‘오빠’로 불리는 장면. 한국인이라면 “그것은 오빠가 아니라 형이다.”라고 할 터이지만 이것이 제작자의 계산된 연출이다. 일본에서는 아저씨의 캐릭터를 가진 여자를 ‘아저씨’라고 부르는 것처럼, 보통 형이라고 부르는 사람과 쇼우를 구별해 특별한 존재의 의미로 ‘오빠’라고 부르도록 했다고 한다. 한류 붐이면서도 한·일 공동제작 드라마는 적었다. 공동제작 드라마에 관계했던 일본의 한 방송사 관계자는 “방송 직전까지 드라마를 만드는 한국의 다이내믹함은 부럽지만, 일본에서는 무리”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일본 제작자에게는 일본에서는 이미 과거의 유물에 지나지 않은 모티브를 자주 쓰는 한국 드라마에 대한 저항이 강하다. 한국이라는 것만으로도 일본 시청자의 마음을 잡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이런 점에서 한·일 합작 드라마는 솔직히 어렵다고 생각했었다. ‘오빠’의 에피소드는 언어, 문화의 충돌을 겪어온 스태프이기 때문에 나온 발상인지 모른다. 연출자 우에다 히로키는 “과거는 바꿀 수 없지만 미래는 우리들이 만들 수 있다. 아픈 데를 만지는 기획이 아니라 솔직한 관계이기 때문에 가능한 기획을 하자.”고 홈페이지에 썼다. 한·일 사이에 놓인 골을 충분히 인식하고 그동안의 실패를 거름삼아 도전하는 그 용기에 기대를 걸어본다. 아지키 미치코 도쿄신문 기자
  • 직원자녀 모두가 장학생 현대重, 학비 500억 지원

    ‘사원자녀 1만 7000여명 모두가 장학생’ 현대중공업은 2일 올해 사원 자녀 중·고·대학생 전체 1만 7000여명에게 학비 500억원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80년부터 사원자녀 학비로 중·고생은 전액, 대학생은 두 자녀가 4년제 대학교를 마칠 수 있도록 16학기 등록금을 지원하고 있다. 2002년 352억원을 지원한 것을 비롯해 2003년 375억원,2004년 414억원, 지난해 471억원 등 해마다 학비 지원이 늘고 있다. 지난해까지 44만 1866명에게 모두 3532억원을 지원했다. 대학교에 합격만 하면 졸업할 때까지 등록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사원자녀들이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를 한다. 대학생 자녀수가 2004년 6543명에서 지난해에는 6709명으로 늘었으며 올해는 400여명이 더 많은 7100명으로 나타났다. 회사 관계자는 “사원 자녀들의 대학 진학률이 해마다 높아져 회사의 학자금 부담이 늘어나지만 많은 직원 자녀들이 고등교육을 받아 유능한 인재로 성장하는데 학자금 지원이 밑거름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울산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 진드기·먼지 오늘 끝장이야

    진드기·먼지 오늘 끝장이야

    “벅벅벅, 에취에취…”올겨울은 유난히도 추운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때문에 창문을 꽉 닫은 채로 실내공기를 환기시킬 엄두를 내지 못한다. 그래서인지 아이나 어른이나 할 것 없이 아토피, 천식, 각종 알레르기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원인이야 다양하고 많겠지만 이불, 침대 등 대부분이 집안 환경 때문인 경우가 가장 많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어떻게 하면 각종 알레르기, 천식, 아토피의 ‘적’인 미세먼지와 세균들을 효과적으로 제거해 쾌적한 우리집을 만들 수 있을까 알아보자. 글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에 사는 임영희(36·유치원교사)씨는 겨울철에 유난히 아토피가 심해지는 아들뿐만 아니라 이따금 침대에 누운 채 몸을 벅벅 긁으며 “아이 왜 이렇게 간지럽지. 샤워를 했는데도 말이야.”하는 남편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도대체 무엇 때문일까.’라는 궁금증에 인터넷을 며칠동안 뒤져 겨울철 집안 청소에 대한 정보를 간신히 얻었다. 원인은 누구나 다 알고 있을 법한 진드기와 미세먼지 등 각종 세균. 특히 겨울철이면 더욱 극성을 떠는 이런 녀석들, 가끔 청문을 열고 환기시키는 것만으로 몰아내기에는 역부족이란 것도 알았다. 그래서 임씨는 나름대로 각 방과 화장실, 부엌을 청소하는 방법을 정했다. # 진드기의 온상인 침실 임씨가 가장 청결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이불과 침대 매트리스. 아이의 경우는 하루에 10시간 이상 침대에서 이불을 덮고 지내니 가장 깨끗하고 위생적이어야 한다는 점.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침대 위의 이불을 가지런히 접어 방바닥에 내려 놓는다. 잠을 자는 동안 매트리스에 밴 땀이 마르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전에는 이불을 매트리스에 덮어놓았는데 오히려 정말 안 좋은 습관이란 것도 알았다. 밤새 흘린 땀이나 각질 등으로 세균이 더욱 번식하기 좋은 환경이 된다. 그러고는 일주일에 한번씩 진공청소기로 먼지를 털어냈다. 가끔씩 햇빛이 좋은 날 베란다에서 매트리스를 말리고 싶지만 무게나 부피가 커서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래서 시중에서 파는 진드기나 세균 제거제를 사다 주기적으로 뿌렸다. 이렇게만 했는데도 훨씬 안심이 된다. 또 아이가 침대에 음식이나 이물질을 흘렸을 때는 염소성분의 표백제를 적신 헝겊으로 닦아낸 후 깨끗한 물걸레로 다시 닦아 말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아울러 침대를 산 지 6년이나 됐지만 전문 용역업체에서 매트리스 청소를 한번도 받지 않은 임씨는 고수(?)들의 의견에 따라 업체에 청소를 맡기기로 결정했다. 침대를 전문으로 청소를 하는 업체가 있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 인터넷의 여러 업체를 검색한 결과 10% 할인도 해주고 친절하다는 댓글이 많이 올라 온 코도리(www.kodori.co.kr,1588-1015)에 의뢰했다. 청소 시간은 침대 두 개와 소파를 포함해서 거의 1시간30분정도. 코도리의 김수현 사장은 친절하게 청소를 하며 “매트리스의 경우는 아무리 집에서 청결하게 유지한다 해도 6개월에 한번씩 맡기는 것이 좋습니다. 매트리스 특수 청소기는 1분에 4000번씩 침대를 두드리며 진드기와 미세 먼지를 잡아냅니다.”라고 설명했다. 김 사장은 잠시후 한쪽 면을 청소한 후 필터를 빼서 보여주었다. 임씨는 ‘으∼악’ 하는 비명이 입밖으로 흘러나왔다. 하얀 먼지가 수북하게 필터에 걸려 나왔다.“이러니 아이들이 아토피나 호흡기 질환에 시달리고 청소를 해도 방안에 먼지가 많은 것은 당연하지요.”라는 김 사장. 우리가 가정에서 쓰는 청소기는 아무리 좋다고 해도 이런 특수 청소기에 비하면 장난감이고 미세 먼지를 다시 방으로 뱉어내어 청소를 하나마나라는 것이다. 잔뜩 걸려나오는 미세먼지 등은 보기만 해도 마음이 시원해진다. 돈 몇 만원을 아끼려고 망설였던 자신이 바보처럼 느껴진다.“고맙습니다. 오늘 밤은 정말 상쾌하게 잠을 잘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연방 고개를 숙이는 임씨였다. 이불은 관리하기가 훨씬 쉽다.2주일에 한번씩 세탁기로 빨래를 하고 2∼3일에 한번씩은 햇빛에 말린다. 맞벌이를 하는지라 아침에 출근을 하면서 베란다 빨래 건조대에 널어놓고 퇴근을 해서 먼지를 턴다. 그리고 이불을 방망이로 가볍게 두드린다. 이유는 간단하다. 진드기는 의외로 충격에 약해 이불을 두드리면 70%는 내장파열로 죽어 40∼50%는 없앨 수 있다. 이제야 주부로서 마음이 놓인다. 아이도, 남편도 한결 피부가 좋아질 것이다. # 카펫, 가습기, 가구 등 혹시 거실에 카펫이 깔려 있다면 청소를 잘 해야 한다. 겨울철 보온 효과는 있지만 진드기와 먼지들이 가장 많은 곳이다. 표면에 붙은 머리카락이나 미세한 먼지는 테이프로 제거한 후 소금을 뿌려뒀다가 진공청소기로 빨아들이면 깨끗하게 청소된다. 주기적으로 울세제 등으로 세탁을 하는 것은 기본이고 햇빛에 말리고 막대기로 툭툭 쳐서 진드기를 제거해야 한다. 주기적으로 전문 업체에 청소를 맡기는 것도 방법이다. 가습기도 청결하게 관리하지 않으면 건강을 해칠 수 있다. 가습기 청소를 제대로 해주지 않으면 가습이 되면서 각종 세균이 함께 나와 호흡기 질환의 원인이 된다. 가습기 통에 물은 하루에 한번씩 갈아주고 적어도 3∼4일 한번씩은 전체적으로 닦아주어야 한다. 가구 틈새나 가구 위 먼지는 헌 스타킹을 이용하면 편리하다. 청소기나 빗자루가 들어가지도 않는 구석진 곳이나 가구의 위에 먼지가 가장 많이 쌓여 있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이럴 때는 막대기에 스타킹을 감아서 휘저으면 스타킹의 정전기가 먼지를 빨아들여 먼지를 수월하게 제거할 수 있다. 일주일에 한번씩 이런 곳은 꼭 청소를 해야 아토피나 천식 등 알레르기 질환에서 벗어날 수 있다. ■ 주방 찌든때·악취도 안녕~ # 주방 청소 이렇게 보통 우리가 살고 있는 아파트는 방뿐만 아니라 주방, 화장실 등이 함께 있어 곰팡이나 악취가 여름보다 더 심한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주방에서 고기나 생선요리를 하면 음식 냄새는 물론 배수구에서 나는 역한 냄새까지 집안 가득한 악취와 세균 등과 함께 동침하는 꼴이다. 배수구의 거름망에 음식물 찌꺼기가 끼어 있으면 세균의 온상이 되기 쉽다. 설거지를 끝낸 후 신문지를 깔고 중성세제를 바른 칫솔로 거름망에 낀 음식물 찌꺼기를 깨끗하게 털어 내고 수시로 끓인 물을 부어주면 살균 및 악취제거에 효과적이고 배수구가 막히는 것도 방지할 수 있다. 다음은 세균이나 묵은 때를 없애는 방법. 수세미, 행주 등은 각종 세균들이 가장 좋아하는 곳이다. 끓는 물에 주기적으로 삶거나 락스류의 살균제품을 풀어놓은 물에 30분 이상 담가 놓은 후 물에 잘 헹구고 햇빛에 말리는 것이 좋다. 또한 도마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특히 나무로 만든 도마보다는 플라스틱 도마가 위생적이다. 도마는 표백제를 푼 뜨거운 물에 담가 놓거나 살균제를 묻힌 행주를 하룻밤정도 덮어두는 것도 방법이다. 주방에서 가장 청소하기 힘든 곳이 가스레인지와 주변 벽. 음식을 만들 때 떨어드리고 튄 기름이나 음식물들이 눌어붙어 잘 닦이지 않는다. 이럴 때는 희석시킨 중성세제를 분무기에 넣고 벽이나 레인지에 뿌린 다음 랩으로 감싸서 한 두시간 정도 놓아 때를 충분히 불린 후 닦아내면 편하다. # 욕실도 반짝 반짝 매일 샤워 등으로 항상 습기가 가득한 곳이 욕실. 때문에 곰팡이와 물때 등이 생기기 쉽다. 이럴 때는 ‘식초’를 이용하면 편하다. 따뜻하게 데운 식초를 스프레이 통에 담아 뿌리고 10분정도 지난 후 닦아내면 편하다. 또 사과 식초 등의 향긋한 식초 냄새로 욕실에서 나는 냄새도 사라지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또 타일 사이의 묵은 때나 검은 곰팡이는 타일 위에 휴지를 깔고 희석한 표백제를 뿌려 하룻밤정도 둔 다음 칫솔을 이용하여 틈새를 문지르면 감쪽같이 없어진다. 이것도 귀찮으면 시중에서 파는 곰팡이 제거용 세제를 뿌린 후 30분정도 뒤에 닦아도 편하다. 이밖에 배수구와 변기는 머리카락과 때 등으로 항상 더러운 곳. 락스를 희석한 물로 닦아주어야 한다. 욕실 환기구는 그냥 지나치기 쉬운 곳으로 먼지가 쌓이고 습기가 차면 쉽게 곰팡이가 자라기도 하며 다른 층에서 올라온 날파리 등이 나오기도 해 청결하게 유지하고 가끔씩 살충제를 뿌려준다. 좀 더 산뜻한 ‘티’를 내고 싶으면 수도꼭지는 레몬, 오렌지처럼 강한 산이 들어있는 과일로 닦아주면 곰팡이 균을 없애는 동시에 수돗물 때문에 생긴 녹까지 제거돼 반짝반짝해진다. 습기가 잘 끼는 욕실 거울은 깨끗하게 닦은 후 비누를 칠하고 마른 걸레로 닦아내면 코팅한 효과가 나타나 습기도 덜하고 깨끗함이 오래 유지된다.
  • [한승원 토굴살이] 겨울 차밭에서

    한겨울 맹추위 속에도 틈만 나면 뒤란 언덕 위의 차밭엘 올라간다. 암갈색으로 말라진 잡풀들 속에서 얼굴을 드러낸 어린 차나무들을 보면 춥지 않다. 그것들이 내 가슴 속에 따뜻한 불을 지핀다. 스무 해 동안의 서울살이를 접고 장흥 바닷가 토굴로 이사하면서부터 건강이 좋아지자 손수 한 잎 한 잎 따서 덖어 마실 수 있는 차밭 100여 평쯤을 가지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농약이나 화학비료 뿌리지 않은 차밭. 농장 하는 제자가 6년 전의 가을, 마을 뒤의 80평 평평한 밭에 차나무 묘목을 심어주었다. 그 제자는 차를 전문으로 가꾸고 따서 덖어 마셔보지 않은 까닭으로, 차나무에 대해서는 아직 잘 모르는 터였으므로, 그것을 여느 꽃나무 묘목처럼 포트(컵 모양의 분)에 심어 가꾸고 있었다. 삼년 된 묘목이 1000그루쯤 있다기에 그것으로 차밭을 조성해 달라고 했다. 인부들이 심을 때 보니, 묘목의 직근이 잘려 있고 잔뿌리들만 남아 있었다. 내가 물을 열심히 주었지만 어찌된 일인지 차나무들은 하나씩 둘씩 말라 죽었다. 애초에 성급하게 키우고 싶은 조급한 마음이 탈이었다. 알고 보니, 차나무는 물 잘 빠지는 땅을 좋아하는데 우리 텃밭은 그러지 못했다. 또한, 차나무는 직근이 한없이 깊이 뻗어 들어가야만 힘을 제대로 쓸 뿐 아니라 차의 맛도 깊고 향기로운 법인데, 포트에서 삼년 자라는 동안 컵 밖으로 뻗어 나온 직근들을 잘라 준 터이므로 그들은 잔뿌리로 명맥을 겨우 유지하고 있는 것이었다. 거기다가, 그것은 재래종이 아니고 일본에서 수입해 온 야기부다 종이기까지 했다. 일본에서 대량생산을 위해 개량한 그 차나무는 성정이 웃거름을 좋아하도록 길들인 까닭으로 유기농 차를 따기 위해서는 부적당하다. 그것은 일본 현지에서도 실패한 차종이라고 지적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나의 일차 차밭 조성은 실패한 것이다. 그 실패를 안타까워하자, 순천의 차 명인이 두 해 전의 늦가을에 인부들을 이끌고 자기네 전통차밭에서 딴 씨 세 가마니를 싣고 왔다. 토굴 뒤란 언덕 위에 있는 600평의 솜대밭을 쳐내고 거기에 심어주었다. 그것이 작년 장마철에 싹트기 시작했다. 장마 뒤 더위가 계속되자 팔손이 덩굴, 며느리 밑씻개, 솜대 죽순, 떡갈나무 따위가 미친듯이 솟구쳐 올라왔다. 나는 초여름부터 늦가을까지 아침 식전에 죽을 둥 살 둥 모르고 땀 뻘뻘 흘리면서 예초기로 잡풀과 죽순들을 베어내곤 했다. 겨울이 되면서 잡풀들이 시들어지자 어린 차나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줄기가 한 뼘쯤 곧게 자라 있고, 잎사귀가 큼직하고 색깔이 짙푸르다. 이것들이 두 해만 더 자란다면 6년 전에 텃밭에 심은 것들보다 훨씬 더 크고 튼실해질 것임에 틀림없다. 생명력 강한 재래종인데다, 물 빠짐이 좋은 땅이고 양지바르고 댓잎 썩은 것들이 푹신거린다. 이제야 나는 차밭다운 차밭을 가지게 된 것이다. 나의 무지와 조급성이 물빠짐 좋지 않은 땅에 아킬레스건인 직근을 잘라낸 차나무 묘목을 심게 했고 그들로 하여금 평생 동안 장애의 상태로 살게 만들었다. 참회하면서 그 사람을 안타까워한다. 내가 생각하기로 그 사람은 다른 사람보다 한 걸음쯤 앞선 것은 사실인 듯싶은데, 더욱 확실하게 앞서 있음을 만방에 알리고 명예와 부와 권력을 누리려다가 반칙을 하게 되었고 그것이 탄로되는 바람에 한 발 뒤처져 있는 사람들과 세상으로부터 몰매 맞는 망신을 당하고, 모든 것을 잃게 된 듯싶다. 차나무는 나에게 있어서 깨달음의 나무이다. 어린 차나무를 혹한 속에서 키우고 있는 것은, 주인인 나의 희망과 그들의 인고와 환희의 세 빛줄기이다. 내 속에 순리의 어린 차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소설가
  • [2006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삼부토건-조남욱 회장家

    [2006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삼부토건-조남욱 회장家

    ‘부여 출신의 3형제가 서로 도와 세운 건설사.’ 국내건설업 면허 1호 업체인 삼부토건의 유래다. 삼부토건의 삼(三)은 삼각형과 안정,3형제 등을 의미한다. 부(扶)는 창업주인 고 조정구 총회장의 고향인 부여와 자조(自助)를 뜻한다. 즉 삼부는 부여출신 3형제인 조정구·창구·경구 3형제가 창업했다는 뜻이다.3형제가 서로 도우며 안정적으로 회사를 끌고 가겠다는 의미도 있다. 삼부토건은 60,70대까지만 해도 국내 건설면허 1호 업체라는 명성에 걸맞게 도급순위 3위까지 성장했다. 하지만 보수적인 기업문화는 성장에 걸림돌이 됐다. 창업주인 조 총회장뿐 아니라 대를 잇고 있는 큰아들 조남욱(73) 삼부토건 회장은 지금도 10대 선조까지 제사를 지낼 정도다. 보수적인 기업문화 탓에 여러차례 도약의 기회를 놓친 것이다.80년대부터는 기업순위가 밀려 현재는 도급순위 26위에 머무르고 있다. 그러나 삼부토건은 ‘성실시공’이란 창업정신과 호텔업을 중심으로 제2의 도약을 꾀하고 있다. ●엄격한 한학교육 받으며 성장한 창업주 조정구 삼부토건의 창업주인 고 조정구 총회장은 1914년 11월 충남 부여군 장암면 석동리에서 부친 조동일씨와 모친 풍천 임씨 사이에서 4남3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조 총회장이 5세때 서당에서 한학을 배우면서 총명함을 보이자 부친은 어려운 가정형편에도 가정교사를 둬 조 총회장을 가르쳤다. 조 총회장은 15세때인 1928년 장암면장 남정국씨의 맏딸 삼순씨와 결혼을 했다. 이후 부여공립보통학교와 일광심상고등소학교를 다녔다. 고3 때에는 장남인 조 회장을 낳았다. 조 총회장은 자식까지 생겼으나 공부에 대한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서울로 올라와 경성공업고등학교(현 서울기계공고) 건축과에 입학했다. 경성공고를 졸업하고 1936년부터는 경기도청에서 건설관련 공무원으로 출발했다. 능력을 인정받았으나 1948년 3월 사직서를 제출,12년 동안의 공직생활을 마감하고 곧바로 삼부토건을 설립했다. ●성실시공이 성공의 밑거름 창업 초기 삼부토건은 이렇다할 공사를 따내지 못했다. 삼부토건이 따낸 첫 공사는 창업 한달 뒤인 1948년 4월 성동소방서와 돈암동소방서의 부서진 문을 고치는 공사였다. 토목공사라기보다는 보수공사였다. 그러나 조 총회장은 공사 규모에 연연해하지 않고 ‘성실시공’이라는 창업정신으로 임했다. 삼부토건의 성실성이 알려지면서 경기도 상공국의 지하식당 수리공사, 서울시 부녀병원 수리공사, 전매국 통상염고 신축공사 등 굵직한 공사를 도맡았다. 삼부토건이 비약적인 발전을 하게된 계기는 군공사를 싹쓸이하면서부터다.1951년 해군본부의 해군병원 수리공사를 맡은 3개 건설업체 가운데 삼부토건만이 예정된 기간에 공사를 끝내면서 군당국으로부터 신뢰를 쌓았던 것이다.1951년에만 삼부토건은 진해에서 4억원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의 공사를 수주했다. 1960년대 초 전국에서 가장 열악한 지역은 제주도였다.1948년 4·3 사건이라는 정치적인 요인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제주도가 개발이 낙후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건설업체들의 수익성 때문이다. 섬이라는 특성 탓에 장비, 자재, 인부 조달이 어려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조건에서도 정부는 건설단가를 제주도와 내륙을 동일하게 적용했다. 제주도 공사 참여가 바로 적자일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그러나 조 총회장은 제주도 개발사업에 과감히 뛰어들었다. 해군공사를 도맡으면서 알게된 해군 준장 출신의 김영관씨가 제주도지사를 맡으면서 삼부토건이 제주도 사업을 맡아줄 것을 간곡히 부탁했던 것이다. 수익을 생각하면 당연히 거절해야 했지만 조 총회장은 “우리가 공사를 하지 않으면 제주도민들은 한없이 열악한 환경 속에 살 수밖에 없다.”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감안한 끝에 수락했다. 제주도민들의 숙원사업이었던 40㎞에 달하는 제주∼서귀포 횡단도로는 이렇게 해서 만들어졌다. ●경부·경인고속도로, 잠실개발사업 등으로 한단계 도약 1968년에 착공된 경부고속도로 건설공사는 삼부토건을 비롯한 국내 건설업체들에게는 모두 도약의 기회였다. 경부고속도로 건설에는 종전 불도저나 포클레인 등 구식 장비에만 의존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2000대에 달하는 당시로서는 첨단 중장비가 투입됐다. 건설업체들은 정부보증으로 부족한 중장비를 구입했다. 경부고속도로 건설부터 본격적인 기계화 시공이 이뤄진 것이다. 삼부토건은 충북 옥산∼충북 현도 구간 21.3㎞, 경북 봉산∼경북 금천 구간 16.2㎞을 맡았다. 경인고속도로는 합작회사 형태로 건설을 맡았다.1967년 경인고속도로가 착공될 때는 시공업체가 삼안산업이었지만 정부가 공기 단축을 위해 당시 도급순위 1∼3위였던 현대건설, 대림산업, 삼부토건을 공사에 참여하도록 한 것이다. 1970년대 초에 시작된 잠실개발사업도 오늘날의 삼부토건을 있게 한 대공사다. 잠실주변을 흐르는 성내천과 탄천을 막지 못하면 잠실개발은 수포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삼부토건은 이들 지류를 막기 위해 하루에만 1000여명의 인력과 500대의 중장비를 투입하자 물 길이 멈춰서면서 100만평에 달하는 매립지가 생겨났다. ●90년대 들어 사세 주춤, 제2의 창업 선언 삼부토건은 60,70년대만 해도 국내에서 도급순위 3∼4위에 달했다. 그러나 삼부토건은 70,80년대 활발했던 해외건설 사업에 소극적이었다. 다른 건설업체들이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리비아 등 대규모 건설공사에서 재미를 봤지만 삼부토건은 제한적으로만 해외사업을 해나갔다. 철저하게 해외 현지시장을 조사해야 부실시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해외 진출은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 또 건설업을 기반으로 제조업, 중공업 등으로 사업을 확대하는 것도 꺼렸다. 주로 국내시장을 공략했다. 삼부토건이 처음으로 해외공사에 뛰어든 시기는 1973년. 말레이시아 제2연방고속도로 공사 성공을 계기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순환공사, 네팔의 쿨레카니 댐 건설공사, 사우디아라비아 상수도 확장공사 등을 잇따라 따냈다. 이처럼 삼부토건이 해외건설에 뒤늦게 뛰어들어 기회를 잃었지만 내실경영으로 인해 1979년의 제2차 석유파동을 견뎌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삼부토건 기술력이 빛을 발한 것은 국내 최초의 하저터널을 성공리에 마쳤을 때다. 영국과 프랑스를 잇는 도버해협의 유로터널도 두 번이나 무너졌을 정도로 하저터널 공사는 선진국에서도 어려워하는 공사였다. 그러나 삼부토건은 1990년부터 7년에 걸친 공사 끝에 별 사고없이 지하철 5호선 마포∼여의나루역 공사를 성공리에 끝냈다. ●미래 유망산업인 호텔업에 진출 삼부토건은 1980년 경주 도뀨호텔을 인수하면서 호텔업에 진출한다.1981년에는 강남구 역삼동에 부지 5000여평을 매입했다.1988년 서울올림픽 유치가 결정됐기 때문에 호텔을 짓게 되면 올릭픽 기간에 200만명으로 추산되는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돈을 벌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삼부토건이 호텔을 짓기로 한 데는 80년대 들어 국내외 건설 수주가 어려워져 자체 사업을 통해 매출을 올리자는 전략도 담겨 있었다. 삼부토건은 서울올림픽 개최 불과 70여일 전인 1988년 7월 라마다르네상스 호텔을 준공했다. 호텔업에 진출할 때의 전략대로 라마다르네상스호텔은 개관 6개월동안 19억여원의 영업수익을 올렸다. 올해로 창사 58년을 맞은 삼부토건은 몇차례의 부침 끝에 현재는 2005년 기준으로 도급순위 26위(도급액 7938억원)를 기록하고 있다. 현재 삼부토건은 르네상스서울호텔, 삼부건설공업㈜, 경주 콩코드호텔,㈜여의상사, 삼부스포츠프라자 등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조 총회장의 장남인 조 회장은 경기고,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이른바 ‘KS’ 출신이다. 그렇다 보니 조 회장의 인맥은 정계, 재계, 경제계에 널리 퍼져 있다. 경기고 졸업 동기로는 성백인 서울대 명예교수, 이면영 홍익대 이사장, 최영철 변호사, 한건희 전 육군 소장 등이 있다. 서울법대 졸업 동기로는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를 비롯해 박우동 법무법인 광장 대표변호사, 이대순 한국대학총장협회 이사장 등이 있다. 조 회장은 대학 졸업 뒤에는 조달청의 전신인 외자청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에서 20년 가까이 공무원 생활을 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선거계장, 선거과장, 총무국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1973년에는 대통령으로부터 홍조근정훈장을 받을 만큼 능력을 인정받았다. 조 회장은 외자청에 다니던 29세때 부친의 권유로 서울대 사범대를 나온 후 교사를 하던 김양희씨와 결혼했다. 조 회장의 장인은 초대 상공부 전기국장을 지내고 한국전력의 전신인 조선전업 부사장을 지낸 김영년씨다. ●재계·관계에 퍼져 있는 혼맥 조 회장은 3남1녀를 뒀다. 연세대 가정학과 출신인 장녀 명선(47)씨는 이용걸(49) 기획예산처 산업재정기획단장과 결혼했다. 이 단장은 경기고,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장인인 조 회장의 고교·대학 후배인 셈이다. 명선씨의 결혼에는 이 단장의 외삼촌이면서 삼부토건 상무까지 지냈던 신억상씨가 중매를 했다. 행정고시 23회로 경제기획원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한 이 단장은 기획예산처로 자리를 옮겨 재정정책과장, 기획총괄과장, 사회재정심의관 등을 두루 거친 기획예산처 내 선두주자다. 장남인 조승연씨는 1997년 지병으로 사망했다. 인창고, 경희대 상대를 졸업하고 미국 MBA까지 마친 차남 조시연(44) 삼부토건 이사는 박선정(35)씨와 결혼했다. 조 이사의 장인은 신라교역 회장인 박준형씨다. 한국원양어업협회 제14대 회장을 지낸 박 회장은 신라수산, 신라엔지니어링, 비전힐스 골프장, 신라문화장학재단을 거느리고 있다. 조 이사의 부인 선정씨와 선정씨 언니인 민정씨는 모두 ‘미래회’멤버다. 미래회는 재계 유력 인사들의 부인과 며느리 등 23명으로 구성돼 있다. 불우이웃돕기 등 자선활동을 하는 미래회에는 선정씨 자매 외에도 최태원 SK 회장의 부인 노소영씨, 한솔 조동길 회장의 부인 안영주씨, 한국타이어 조양래 회장의 며느리 이수연(이명박 서울시장 딸)씨 등이 회원으로 있다. 조 회장의 막내 성연(39)씨는 가톨릭의대 외래교수의 딸인 최지영(34)씨와 결혼했다. 성연씨도 아버지를 돕기 위해 삼부토건 공무부장으로 재직중이다. 조 이사는 삼부토건 현장지원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건설 현장의 자재 조달과 구매 등을 맡는 핵심부서다. 조 회장이 삼부토건에 입사하기 전 조달청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조달업무의 중요성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 때문에 삼부토건의 사실상 후계자인 조 이사에게 현장지원 업무를 맡도록 했다.MBA를 마친 조 이사는 영어실력도 유창해 해외사업도 관여하고 있다. 후계구도와 무관하게 삼부토건의 모든 업무는 아직까지는 조 회장이 좌지우지한다. 엄격한 유교집안 탓에 장자인 조 회장이 회사일과 집안일 모두를 결정한다. 한달이면 한두차례 모든 형제들은 조 회장 집에 모인다. 조 회장의 첫째 동생인 조남원(61) 부회장은 물론 경주에서 콩코드호텔을 경영하고 있는 조남립(53) 사장도 제사에 반드시 참석한다. 삼부토건 관계자는 “조 회장의 두 아들은 물론 조 회장의 동생들도 조 회장에게 쉽게 말을 꺼내지 못할 정도 가부장적인 분위기”라면서 “조 회장도 아버지인 조정구 총회장에게 그렇게 배우고 자랐기 때문에 가풍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형을 끝까지 보좌하고 있는 조남원 부회장 조 총회장의 차남인 조남원 삼부토건 부회장은 금융인인 고 신동필씨의 딸인 용옥(60)씨와 결혼했다. 고려대를 나와 미국 로욜라대학에서 경영학 석사과정을 밟으면서 용옥씨를 만났고, 귀국과 함께 외환은행에 다녔던 용옥씨와 결혼한 것이다. 조 부회장은 1975년 삼부토건에 입사,30년동안 건설 외길을 걸어왔다. 사우디아라비아 알코바 하수종말처리장, 타이프 스포츠센터, 말레이시아 MBA사옥, 파키스탄 물탄∼미안찬누 도로건설 등과 같은 해외건설 공사를 완벽하게 끝내 세계속에 ‘건설 한국’의 입지를 다진 토목 전문가다. 조 부회장이 삼부토건의 해외파트를 도맡았던 것은 유학생활을 통해 얻은 외국어 실력 덕분이다. 형인 조남욱 회장보다 1년 먼저 삼부토건에 입사했다. 조 부회장은 현재 대한건설협회 대의원 및 이사, 한국공학한림원 부회장, 도로교통협회 부회장, 한국엔지니어협회 이사 등을 맡고 있다. 장학재단인 숙정재단을 설립하고 사회복지법인인 재활재단 이사를 맡아 사회활동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조 부회장의 부인인 용옥씨는 삼부토건의 유통업 계열사인 ㈜여의상사의 감사로 있다. ●호텔 계열사를 넘겨받은 조남립 회장 조 총회장의 3남인 조남립 삼부토건의 계열사인 경주콩코드호텔 대표로 재직중이다. 조 총회장의 장녀 옥주(68)씨는 이화여대를 다니면서 연세대를 다니던 정병렬(작고)씨와 만나 졸업 뒤 결혼했다. 잠시 공무원생활을 한 병렬씨는 결혼과 동시에 장인회사인 삼부토건에 입사, 금융담당 상무까지 지낸 뒤 81년 퇴사했다. 한때 선일레미콘이라는 별도의 회사를 차려 독립했다. 숙명여대를 졸업한 정자(65)·남숙(작고)씨 등은 모두 연예결혼했다. 차녀 정자씨의 남편은 선도전기 대표이사 회장인 전경호(65)씨. 마산고와 성균관대 독문학과를 졸업한 전씨는 학창시절 친구의 소개로 정자씨를 만났다고 한다. 4녀 남숙씨는 학창시절 교회의 성가대에서 알게된 정홍식(58)씨와 결혼했다. 연세대를 졸업한 홍식씨는 당초 삼성그룹에 입사, 그룹비서실에서 근무했다. 그는 삼부토건의 계열사인 여의상사의 총무부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 보문관광·도큐호텔·라마다르네상스 등 그룹내 계열사를 돌며 장인을 도왔으나,1987년 주방기기 납품업체인 HRS를 차려 독립했다.HRS의 홈페이지에 월요예배 코너를 따로 만들어 설교를 전할 만큼 독실한 기독교 신자다. chungsik@seoul.co.kr ■ 故조정구 총회장 11대 장남 조남욱 회장은 13대 父子 국회의원 삼부토건 창업주인 고 조정구 총회장과 큰 아들인 조남욱 회장은 공통점이 많다. 부자(父子)가 모두 국회의원과 대한건설협회장을 지냈다는 점이다. 조 총회장은 지난 1981년 3월 제11대 한국국민당의 전국구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대한건설협회장을 여러차례 역임했던 조 총회장은 건설업체들의 도움으로 국민당 비례대표 상위 순번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건설업체의 뜻대로 조 총회장은 국회 경제과학위원회에 배정돼 건설업계의 고질적인 병폐들을 하나하나 고쳐나갔다. 하지만 조 총회장은 당초 약속대로 4년동안만 국회의원을 지낸 뒤 기업인으로 돌아왔다. 정치에 미련이 없었기 때문이다. 조 회장도 아버지와 똑같은 길을 걸었다. 대한건설협회장을 맡고 있던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민정당 비례대표로 출마해 당선됐다.1990년 노태우·김영삼·김종필씨가 합당했을 때는 김종필씨의 지역구였던 부여의 지구당 위원장직도 넘겨받기도 했다. 조 회장이 아버지와 다른 점이 있었다면 계속 정치를 할 뜻이 있었던 것이다. 부여 지구당위원장직도 넘겨받았기 때문에 다음번 총선에서는 지역구 출마도 가능했다. 하지만 1992년 제14대 총선에서 김종필씨가 부여에 직접 출마했다.1996년 총선에서는 김종필씨가 민자당을 탈당한 뒤 자민련 후보로 부여에 출마했다. 조 회장은 그 당시 여당 후보로 출마할 수 있었지만 당선 가능성이 떨어져 아예 정치의 뜻을 접었다. 조 회장처럼 부자가 모두 국회의원을 한 경우는 현직에만 9명이 있다. 대표적으로 6선을 지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인 김홍일 민주당 의원이 있다. 정주영(제14대 전국구 의원)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아들 정몽준 의원은 무소속으로 활동중이다. 한나라당에는 김무성(김용주 전 의원 아들), 남경필(남평우 전 의원 아들), 정문헌(정재철 전 의원 아들), 이종구(이중재 전 의원 아들), 유승민(유수호 전 의원 아들) 의원이 있다. 국민중심당에는 정진석(정석모 전 의원 아들), 열린우리당에는 노웅래(노승환 전 국회 부의장 아들)의원이 있다. chungsik@seoul.co.kr ■ 조남욱회장 남다른 백제문화사랑 삼부토건 조남욱 회장은 백제문화에 애정이 남다르다. 물론 조 회장 고향이 부여이기 때문에 백제문화에 관심을 갖는 것일 수도 있다. 부여는 백제가 서기 538년 천도(遷都)한 뒤 660년 패망할 때까지 문화적 전성기를 이룬 도읍지였다. 하지만 조 회장이 백제문화권개발에 앞장서는 데는 고향이라는 이유말고도 다른 사연이 있다. 백제문화는 일본에 전파돼 일본 고대국가를 형성하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만큼 위대한 것인데도 신라문화권 개발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쳐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조 회장이 본격적으로 백제문화권 개발에 나선 것은 1990년대부터다.1990년 국립부여박물관 공사를 시작했고,1994년에는 ‘백제 작은길’과 ‘백제 큰길’을 착공했다. 또 그해 일본 규슈 미야자키 남향촌 등의 유적지를 답사한 뒤 백제문화가 일본문화에 미친 영향에 대해 조사했다. 남향촌은 ‘백제마을’이라고 불릴 만큼 백제문화의 영향이 깊이 서려 있는 곳이다. 1998년에는 백제역사재현단지 조성 사업에 앞장섰다. 부여 규암면 합정리 일대 100만평 부지에 3700여억원을 들여 역사재현촌, 민속박물관, 호텔, 컨벤션센터, 예술인촌 등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그해 4월 열린 기공식에는 조 회장을 비롯해 김종필 국무총리, 신낙균 문화관광부 장관, 심대평 충남지사 등 3000여명이 참석할 정도로 높은 관심을 보였다. 그동안 공사는 속도를 냈고 조만간 백제의 역사와 백제인의 생활상·문화·유적 등을 총망라한 ‘백제역사문화관’이 개관할 예정이다. 올 상반기 중에는 사비(지금의 부여)시대 백제 왕궁과 능사(능을 지키기 위해 세운 절) 5층 목탑도 일반에 공개된다. 또 2010년까지 산업교역촌, 개국촌, 장제묘지촌, 전통민속촌 등이 순차적으로 문을 연다. 백제역사재현단지에는 생태숲인 백제숲도 들어선다. 충남도가 2008년까지 8억원을 들여 단지내 왕궁촌 주변 43㏊에 백제풍의 생태숲을 조성키로 한 것이다. 백제숲에 백제시대에 많이 자생했던 것으로 옛 문헌을 통해 밝혀진 소나무와 박달나무, 느티나무, 떼죽나무 등 각종 나무 3만 8000그루와 가시연꽃, 감국, 개미취, 나리꽃, 원추리, 인 동덩굴 등 3만 2000포기의 초화류를 심어 백제시대 분위기를 연출할 계획이다. chungsik@seoul.co.kr ●특별취재반 산업부 박건승 부장(반장) 정기홍·류찬희·최용규 차장 이기철·강충식·주현진·류길상·김경두·서재희 기자
  • [줄기세포는 없었다] 정부차원 ‘검증시스템’ 마련을

    황우석 교수의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희대의 사기극으로 막을 내리면서 국민적 기대는 산산조각이 났다. 하지만 여전히 생명공학과 줄기세포에 거는 사회적 희망의 무게는 묵직하게 남아 있다.국내 과학계는 이번 사태로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지만, 국내 과학 연구의 전근대성을 치유하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과학은 과학으로 말해야 이번 사태의 후유증으로 신음하고 있는 과학계는 “안팎으로 곪은 상처를 완전히 도려내고 새 살을 돋게 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낸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 남우수 사무총장은 “순수해야 할 과학 연구가 정치적 입김과 언론을 통한 ‘부풀리기’ 등 ‘외풍’에 시달려 조급증과 성과중심주의로 흐른 것이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이라고 진단했다.이어 “황 교수 사태와 상관없이 묵묵히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많은 줄기세포 연구자들이 연구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정부와 국민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황 교수 개인과 줄기세포 연구에 ‘쏠림 현상’을 보였던 정부의 과학 지원·관리시스템은 하루빨리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분자세포생물학회 조진원(연세대 생물학과 교수) 박사는 “내부 성과 위주의 과학 정책도 문제이지만, 과학자 개인이 과학을 과학으로 말하지 않고 성과 등 ‘포장’을 우선시하다 보니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진단했다. 그는 “그나마 우리 과학계가 문제를 제기하고 실마리를 풀어내는 등 자정능력을 확인해낸 것이 큰 수확”이라고 말했다.●연구 검증 시스템, 윤리 교육 필요 과학계 내부에서는 연구윤리 확보와 연구 진실성 검증을 위한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서울대 의과대학 김옥주 교수는 “과학 연구 활동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데 이를 뒷받침할 체계가 자리잡지 못해 발생한 사태”라면서 “‘과학연구관리 시스템’이 정비돼야 유사한 일이 또다시 발생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과학 연구를 관리·감독하는 정부 차원의 기구도 필요하고, 연구자의 윤리 교육을 책임지는 과학계 내부의 거름장치도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길섶에서] 겨울향수/염주영 수석논설위원

    구정을 넘기면 마을 어른들은 새해 농사채비로 분주하다. 밭에 나가 거름도 내고 밭둑의 마른 풀에 불을 놓는다. 들판 곳곳에서 모락모락 연기가 피어오른다. 그래도 아직은 귓불을 때리는 칼바람이 여전하다. 이때쯤 시골 초등학교 꼬맹이들은 아래채의 토담방에 장작불을 지피고 삼삼오오 모여든다. 방바닥은 설설 끓어 단 1분도 궁둥이를 대지 못한다. 그래도 궁둥이를 들썩이며 동그랗게 둘러앉아 아궁이에서 갓 구워낸 고구마로 배를 채운다. 살얼음이 둥둥 뜬 동치미 국물맛은 청량음료와는 비교가 안 된다. 정월 대보름이 다가오면 아이들은 절로 신이 난다. 이날만큼은 마을 어른들도 꼬맹이들의 쥐불놀이를 묵인한다. 빈 깡통에 구멍을 뚫고 줄을 매달아 송진이 듬뿍 밴 관솔 잔가지를 불붙여 돌려댄다. 하늘엔 동그란 보름달이 내리 비치고 동네 어귀엔 아이들의 불깡통이 활활 타오른다. 쥐불놀이 마력에 흠뻑 빠진 우리들은 밤이 깊어가는 줄도 모른다. 올 겨울엔 영하 10도를 밑도는 강추위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요즘엔 날씨조차 인심이 박해서인지 삼한사온도 없어졌나 보다. 도심의 겨울밤, 아파트 베란다에서 길게 늘어선 차량행렬을 바라보며 겨울향수에 젖어본다. 염주영 수석논설위원 yeomjs@seoul.co.kr
  • [책꽂이]

    |실용| ●전략가의 리더십(엄광용 지음, 나무의꿈 펴냄) 중국 춘추시대 책사들의 지략을 현실에 접목시킨 리더십 지도서. 천하경영의 기본은 인간경영임을 강조한다.1만원. ●14가지 원리만 알면 너무나 간단한 회계공부(이시이 가즈히토 등 지음, 양영철 옮김, 거름 펴냄) 소설의 형식을 빌려 회계의 핵심 원리 14가지를 설명. 수익비용대응의 회계원칙, 감가상각, 비용배분, 충당금, 원가 계산, 자본의 원천별 분류 등의 개념을 풀이한다.1만원. ●경영의 심리학(에리크 알베르 등 지음, 이세진 옮김, 아라크네 펴냄) 심리학적 도구를 활용해 조직문화를 향상시키고 성과를 이끌어내는 방법을 설명. 기업의 효율성 극대화주의를 비판하며 직원과 기업이 함께 성장하고 보람을 느끼는 풍요로운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1만 2000원. ●시사 IT용어 따라잡기(김학진 지음, 아이뉴스24 펴냄) 휴대인터넷(와이브로), 모바일주소(WINC), 문자서비스(SMS) 등 IT용어 200여개를 골라 풀이했다. 부록으로 게임용어와 인터넷에서 널리 쓰이는 은어 등도 소개한다.1만 5000원.|초등·청소년|●철학자는 왜 거꾸로 생각할까?(요술피리 글, 노현정 그림, 올벼 펴냄)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토마스 아퀴나스, 데카르트, 스피노자, 헤겔, 사르트르 등 인류사를 빛낸 철학자 11명의 사유세계를 귀띔한다. 주인공들의 철학세계를 짧게 압축했지만, 이야기체로 묘사해 이해하기가 한결 더 수월하다. 초등생.1만 9000원.●호기심, 달나라에 착륙하다(고래발자국 지음, 이루다 그림, 디딤돌 펴냄) 고요의 바다(달)에는 물이 있을까, 달의 모양은 왜 변할까, 모두가 잠든 밤사이 달은 어떻게 움직일까…. 과학시간에 초등생들이 머리를 긁적일 만한 달에 관한 모든 궁금증들을 이야기체의 설명, 그림, 사진 등을 곁들여 풀어준다. 초등생. 각권 7000원.●내 마음의 수호천사(신현수 글, 김영장 그림, 푸른나무 펴냄) 평범하지만 화목했던 가정에서 자라난 초등 6학년 은별이. 위암 말기 진단을 받은 엄마를 갑자기 떠나보내야 하는 슬픔과 마지막 사연들, 아픔을 딛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기까지의 이야기가 눈물샘을 건드린다. 가족의 참의미가 책장을 덮을 즈음 차분히 지면위로 도드라진다. 초등생.7800원.|유아·아동|●지구는 돕니다(안느 브루이야르 글·그림, 곽노경 옮김, 미래M&B 펴냄) 찬바람에 끽끽 우는 나무들,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 철따라 바뀌는 풍경…. 지구의 모든 것들이 소중하고 아름답다는 메시지를 웅변하는 철학적 감성이 돋보이는 그림책.5세 이상.9000원.
  • 한·일 로봇전쟁 2006년 달군다

    한·일 로봇전쟁 2006년 달군다

    #사례1 지난 1980년대 일본의 반도체 업체들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D램시장을 석권했다. 그러나 삼성전자를 비롯한 한국업체 등과의 투자경쟁에 밀리면서 손을 뗄 수밖에 없었다. 이후 플래시 메모리와 LCD,PDP 등에서도 국내 업체가 수위를 달리고 있다. #사례2 1990년대 후반, 대리점뿐 아니라 길거리 임시 판매대에서 공짜나 다름없는 가격에 휴대전화가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단말기 보조금 지급에 힘입어 국내 이동통신 시장은 비약적인 성장을 이뤄냈고, 현재 우리나라가 세계시장을 주도하는 밑거름이 됐다. #사례3 2006년, 지능형 로봇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일본에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한국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정보기술(IT) 등으로 무장한 국내 업체들은 일본을 맹추격, 오는 2013년 세계 로봇시장 ‘3대 강국’으로 부상한다. 세번째 사례는 아직 가정에 불과하지만, 이루기 어려운 꿈만은 아니다. 지난해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린 부산 벡스코 IT전시관에는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스타’가 등장했다. 천재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의 얼굴을 한 ‘인간형 로봇’(Humanoid)인 ‘알버트 휴보(HUBO)’가 그것이다. 이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오준호 교수가 지난 2004년 12월 발표한 휴보를 개량한 것이다. 웃거나 찡그리는 등 10여가지 표정을 지을 수 있고, 다섯 손가락을 움직여 ‘가위·바위·보’도 할 수 있다. 오 교수는 “영화 ‘스타워스’에 등장하는 로봇을 100점으로 치면 알버트 휴보는 5∼6점에 불과하고, 일본의 ‘아시모’(ASIMO)는 8점”이라면서 “내년에는 보다 인간에 가까운 로봇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즉 일본의 지능형 로봇기술이 한국에 비해 앞선 것이 사실이지만, 기술 격차를 좁혀나갈 경우 실용화 단계에서는 추월할 수도 있는 셈이다. ●기술력, 한국은 일본의 80% 수준 로봇이라는 용어는 지난 1921년 체코슬로바키아의 극작가 카렐 차펙의 희곡 ‘롯섬의 만능로봇’에서 처음 등장했다. 이어 1962년 미국 제너럴모터스에서 자동차 조립 라인에 ‘산업용 로봇’을 최초로 도입한 이후 현재 전세계적으로 100만대 이상이 보급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최근에는 단순·반복기능만 수행하는 산업용 로봇에서 인간의 모습과 행동을 닮아 일상생활에서도 활용가능한 ‘지능형 로봇’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일본이 있다. 혼다사가 지난 2000년 첫 공개 후 수차례 ‘업그레이드’한 아시모는 현재 가장 인간에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시모는 평지는 물론, 계단에서도 자유롭게 걸을 수 있고 관절이 움직일 수 있는 범위도 커 다양한 동작이 가능하다. 소니사가 만든 엔터테인먼트용 로봇 ‘큐리오’(QRIO)는 인식이 가능한 단어 수가 5만∼6만개에 이르고, 도요타자동차가 만든 ‘파트너’는 걷고 뛰는 것 외에 트럼펫 연주도 가능하다. 또 과학기술진흥사업단이 장애물을 피할 수 있도록 고안한 ‘피노’(PINO), 첨단통신연구소에 의해 촉감을 느낄 수 있도록 제작된 ‘로보비’ 등도 일본의 대표적인 지능형 로봇이다. ●IT 활용능력, 한국이 우위 우리나라 지능형 로봇의 시초는 지난 1998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김문상 박사가 개발한 ‘센토’다.2001년에는 KAIST 양현승 교수가 주인과 대화할 수 있는 ‘아미’를,2004년에는 오 교수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두 발로 걸을 수 있는 휴보를 각각 개발했다. 지난해 초에는 KIST 유범재 박사가 네트워크 방식으로 얼굴 등을 인식하는 인간형 로봇 ‘NBH-1’을 공개, 공모를 통해 ‘마루(남자)’와 ‘아라(여자)’라는 이름도 얻었다. 오 교수는 “전반적인 지능형 로봇 기술력은 일본이 앞서지만,IT를 활용한 인공지능과 인식기술 등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는 전혀 뒤지지 않는다.”면서 “모터와 감속기 등 로봇의 핵심부품 대부분을 일본으로부터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 교수도 “로봇산업이 발전하려면 현재 대학과 연구소 중심으로 이뤄지는 개발작업에 일본처럼 기업들의 참여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3년 지능형 로봇산업을 10대 차세대 성장동력산업으로 선정,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현재 로봇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산업용이 80% 이상이지만,2020년에는 지능형에 그 자리를 내줄 것이라는 전망과도 무관치 않다. 산업자원부 관계자는 “로봇산업을 집중 육성, 오는 2013년에는 세계 3위의 로봇 강국으로 발돋움한다는 계획”이라면서 “이럴 경우 2013년에 지능형 로봇 생산규모는 30조원, 수출액 200억달러, 고용 효과 10만명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지능형 로봇 외부 환경을 스스로 탐지하고 판단해 필요한 작업을 자율적으로 실행하는 로봇. 때문에 지능형 로봇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기계·전자 등 전통기술은 물론, 신소재·반도체·인공지능·센서소프트웨어 등 첨단 기술이 요구된다. 즉 지능형 로봇은 기존 산업용 로봇과 달리 미래 시장에서 요구하는 기능과 성능을 가지는 로봇을 의미한다. ●인간형 로봇 지능형 로봇의 한 종류로 휴머노이드(Humanoid)라고도 불린다. 인간처럼 머리와 몸통, 양팔과 두다리 등으로 구성되며, 얼굴과 음성 등을 인식하는 지능까지 갖추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지능, 행동, 상호작용을 모방해 인간을 대신하거나 인간과 협력을 통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국민 로봇 초고속 정보통신망을 기반으로 수요자들에게 다양한 실시간 서비스를 제공하는 100만원대의 네트워크 로봇.
  • 김병학씨 첫 시집 ‘천산에 올라’ 천산에 올라

    고려인 최초 강제 이주지인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의 시골마을 ‘우슈토베’에 한글학교가 들어선 건 1991년이다. 이듬해 전남 신안군 출신의 한국인 청년이 교사를 하겠다며 그곳으로 건너갔다. 한두해, 길어야 서너해를 기약했던 청년은 그러나 고려천산한글학교장, 알마타국립대 한국어과 강사, 카자흐스탄 한글신문 ‘고려일보’기자 등을 지내며 지금까지 ‘자발적 이주’를 지속해오고 있다. 김병학(40). 소설가 윤후명의 이상문학상 수상작인 ‘하얀 배’의 실제 모델로 13년째 카자흐스탄에 머물고 있는 그가 첫 시집 ‘천산에 올라’(화남)를 펴냈다.2002년 재외동포재단 주최 문예작품 공모에 ‘사마르칸트의 시’로 입선한 경력이 있는 그는 김지하·김준태 시인의 추천으로 국내 문단에 데뷔 시집을 상재했다. ‘우리들 선배 고려인들은/뼈를 깎아 쟁기를 만들고/피땀으로 거름을 이겨/버려진 자의 땅 우슈토베를/서럽도록 푸른 논밭으로 일구었다’(‘우슈토베에서’중)에서 명징하게 드러나듯 이번 시집은 1937년 가을, 러시아 연해주에 살던 동포들이 스탈린의 박해로 카자흐스탄으로 강제이주 당해야 했던 쓰라린 민족사를 형상화하고 있다. ‘오늘은 이렇게 달려왔지만/내일은 어디로 가야 할 것인가/나그네로 떠도는 자 저마다/발자국만 남긴 채 외로이/홀로 먼 길을 걷느니’(‘길’중)에서는 외지를 떠도는 디아스포라(이산자)의 처연한 운명이 절절하게 묻어나고,‘어머니, 시베리아가 나를 부릅니다/시베리아의 자작나무 숲이 나를 부르고/그 너머 북극을 둘러싼 눈 덮인 산맥이 나를 부릅니다’(‘시베리아여!바다여!’중)에서는 광막한 시베리아 벌판의 아련한 향수가 느껴진다. 시인 김준태는 “오늘날 한국시 풍토에서 잃어버린 아름답고 광활한 대자연의 목소리를 전해주고 있다.”고 평했다.6000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김종길 관악구의원 청소행정 업그레이드에 온 힘

    김종길 관악구의원 청소행정 업그레이드에 온 힘

    “관악구가 제대로 된 청소행정을 펼칠 수 있도록 ‘어시스트’ 하겠습니다.” 서울시 관악구의회 김종길(신림5동) 의원은 관악구 청소행정 전반을 살피는 의원 중 대표격이다. 지난 8월부터 의회가 구성한 ‘관악구 청소행정 업무 전반에 대한 실태점검을 위한 특별위원회(이하 특위)’를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모두 9명의 의원으로 이뤄진 특위는 주민 생활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청소행정의 잘잘못을 처음부터 샅샅이 살피고 있다. ●지역 현안에서 비롯된 관심 초선인 김 의원이 청소행정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자신의 지역구에 생활폐기물 중간 집하장이 있기 때문이다. “10여년 전부터 설치된 보라매 중간 집하장이 우리 동네 한편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자연스레 청소 행정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죠.” 특위가 꾸려지기 전부터 김 의원은 틈나는 대로 집하장 주변을 들러 청소 행정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현장 점검을 하곤 했다. 모두 특위 활동에 주요한 밑거름이 됐다. ●관악구, 이것이 문제 김 의원은 “관악구가 매년 청소행정 인센티브 사업에서 수년간 수위를 차지하는 등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청소행정 최고의 구가 되려면 아직도 짚어봐야 할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김 의원이 지적하는 첫번째 문제는 우선 대행업체 직원의 고용안정성 부분이다. 김 의원은 “청소 대행업체 상당수가 정직원이 아니고 이직률이 높다.”면서 “작업이 익숙해질 때가 되면 다른 직업으로 옮겨가다 보니 청소행정이 늘 서툴게 된다.”며 이에 대한 대책을 국가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번째는 관악구를 관할하는 청소대행업체 수가 너무 많다는 점이다. 김 의원은 “소규모 업체가 난립한 상황이라 영세성을 벗지 못하는 점이 문제”라면서 “대형 업체나 소형 업체의 연합 등 다양한 방법으로 영세성을 벗어야만 청소행정이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김 의원은 “관악산·서울대 등이 있어 다른 지역보다 청소 수요가 높은 점도 문제”라면서 “자치구와 각 기관, 민간단체 등이 공동으로 청소행정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현지 확인·비교시찰도 철저히 이를 위해 김 의원은 특위 활동을 철저히 현장 중심으로 이끌고 있다. 관악구와 서울의 다른 자치구는 물론, 다른 지방의 청소행정도 현지를 방문, 확인하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건설 폐기물이나 음식물 자원화 처리 방안 등에도 특별한 관심을 쏟고 있다. 이같은 활동에는 매년 비교시찰 시 둘러본 호주·뉴질랜드·프랑스 등의 사례와 일일이 비교해 보기도 한다. 김 의원은 “내년 1월 말이면 특위 활동이 끝나지만 관악구 청소행정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을 듣고 싶다.”면서 “남은 특위 기간도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청소행정이 개선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금석기자 kskoh@seoul.co.kr
  • [신연숙칼럼] 거짓말이여 안녕

    [신연숙칼럼] 거짓말이여 안녕

    황우석 논문조작의 충격 속에 2005년이 간다. 숱하게 반복된 거짓말 잔치 속에서 급기야 우리는 추기경의 눈물 소식을 접했다. 우리는 왜 정직하지 못한가. 우직함의 미덕은 어디 갔나. 모두가 그 눈물에 공감한 듯 보였지만 진정한 반성에 도달했는지는 의문이다. 진정성을 갖자면 다시는 이런 행동을 되풀이하지 말아야 하는데 아직도 국가간 경쟁을 들먹이며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목소리들이 엄존하기 때문이다. 거짓말에 안녕을 고하고 싶은 생각이 있다면, 이제부터는 성찰을 해야 한다. 무엇이 잘못됐고 어디서부터 고쳐나가야 할 것인지를 따져봐야 한다. 황우석 논란의 와중에서 기자를 가장 당혹케 했던 것은 국익지상주의의 가치 앞에서 진실문제 제기는 적색분자라도 되는 듯 억압을 받았던 사실이다. 기자는 지난봄 생명윤리학회에서 연구윤리 문제를 제기했을 때 여성시민운동단체들조차 동조발언에 숨을 죽이던 사실을 기억한다. 지금은 그 국익이라는 것도 과대포장된 것임이 밝혀졌지만, 국익이 있었다손 치더라도 이를 위해서는 국민 모두가 거짓말쟁이가 되어도 좋은 것일까? 이렇게 항변하는 이도 있었다.“무릇 역사발전의 단계에서는 인권침해나 거짓말이 있었다. 미국의 부(富)는 노예노동이 밑거름이 되었고, 산업혁명은 아동과 여성노동 착취 없이는 생각할 수 없었다. 마루타 덕분에 현대의학의 발전이 있지 않았는가.” 이른바 ‘바꿔치기 논란’의 핵심인물인 김선종 연구원의 PD수첩 발언 내용도 하나의 충격이었다.2개의 줄기세포사진을 11개로 늘리라는 황 교수 지시를 받고 왜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았느냐고 취재팀이 물었다. 김씨는 “우리 같은 연구원은 그런 말을 할 그레이드가 못된다.”고 대답했다. 김씨는 훗날 또 다른 인터뷰에서 “지시에 따른 건 내 잘못”이라며 책임을 인정했지만 무엇이 잘못임을 알면서도 지시를 따르지 않을 수 없게 했던 것일까. 또 무엇이 “가수 강원래를 걷게 하겠다.”는 뻔한 거짓말에 박수를 치게 하고 ‘월화수목금금금’이란 특수 달력에 따라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며 근무하는 연구원의 생활을 당연시하게 했을까. 철학자인 김상봉 전남대 교수는 ‘도덕교육의 파시즘’이란 책에서 “한국은 외세와 독재에 대항해 시민적 자유를 획득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도덕적 가치관과 정신문화는 봉건적인 습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일제와 권위주의 정부가 뿌려놓은 국가주의와 개인의 억압, 권력에 대한 복종을 당연시하는 가치관이 조금의 변화도 없이 국민윤리 교육을 통해 계승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 사회는 정치적 환경의 놀라운 진보속도에 비해 불일치를 보이고 있는 분야가 적지 않다. 이에 관해서는 경제와 복지제도에 관한 인식 지체현상이 지적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우리 사회의 도덕과 윤리 분야야말로 지체상태에 있다는 김 교수의 분석에 이의를 제기할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윤리지체 상태에 있지 않다면 근대 인권국가를 표방하는 이 나라에서 여성난자 이용쯤은 모두가 눈 감거나 격려하고, 국익을 위해서는 조작 의혹쯤은 덮어두며, 하급자인 연구원은 상급자의 부정지시에 저항도 못하고 착취를 당하는 현상을 설명할 수가 없게 된다. 국익을 위해서는 국민을 거짓말에 동원할 수도 있다는 윤리·도덕 지체현상이 있다면 이는 시정되어야 한다.21세기를 살면서 산업화시대, 마루타시대의 도덕관으로 나라 부강을 이루자는 이야기가 더 나와서는 안 될 것이다. 황우석 파문은 정치, 언론, 대학, 과학계뿐만 아니라 윤리의식의 성찰도 요구한다. 논설실장 yshin@seoul.co.kr
  • 사장님 마음 담긴 팥죽 한그릇

    사장님 마음 담긴 팥죽 한그릇

    ‘시루떡 경영’으로 유명한 현대건설 이지송 사장이 22일 동짓날 아침에 팥죽을 돌렸다. 현대건설은 그동안 대형 공사를 따내거나 회사에 경사가 생길 때마다 시루떡을 돌리며 직원들을 격려하고 수주를 자축해 왔다. 이 사장은 이날 아침 7시부터 서울 종로구 계동 본사 로비에서 출근하는 직원들에게 직접 동지팥죽과 동치미, 시루떡과 백설기 등을 나눠 줬다. 올해 국내외 수주 8조원 달성 등의 경영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한 직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는 자리였다. 현대건설의 수주떡 돌리기 행사는 이제 회사 고유의 문화로 자리잡았다. 이번에 돌린 팥죽과 떡은 연말을 맞아 경영 목표 달성과 이라크 해외공사 미수금 회수 등을 자축하고, 이를 위해 애쓴 직원들에게 경영진이 고맙다는 뜻을 전하기 위해 마련한 행사다. 이 사장은 “현대건설이 수주 경쟁력을 되찾고 신용을 회복하는 등 정상 궤도에 오르기까지 직원들의 희생이 밑거름 됐다.”면서 “특히 올해 굵직한 공사를 따내고 숙원 사업을 타결한 것은 어느 때보다 부지런하게 움직여준 임직원들의 노력 결과”라고 치하한 뒤 새해에는 더욱 열심히 뛰자고 당부했다. 현대건설은 올해 서산간척지 473만평이 태안 기업도시로 지정되고, 연말까지 나라안팎에서 모두 8조원 이상의 일감을 따냈고, 오랫동안 끌어왔던 이라크 해외공사 미수 채권 가운데 6억 8130만달러를 수령키로 하는 등 경사가 이어졌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국내 첫 상임작곡가 영입 서울시향 이팔성 대표

    “내년부터 세계적인 한국 출신의 작곡가 진은숙씨를 서울시향의 상임작곡가로 영입, 서울시향이 세계 정상의 교향악단이 되는 데 밑거름이 되도록 할 계획입니다.” 지난 6월 서울시향에 총 사령탑으로 임명된 이팔성(61) 대표가 21일 취임 이후 처음으로 기자간담회를 자청했다. 대표로 취임하자마자 큰 소리 없이 서울시향을 재단법인으로 탈바꿈시키는 데 성공했던 이 대표는 이번에는 작곡가 진씨의 영입으로 또한번 서울시향의 대대적인 변신을 꾀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달 말 진씨와의 협의가 마무리되면 내년 1월 한시적으로 상임 작곡가제를 운영해 보고 2,3년 정도 기간으로 계약을 맺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향악단 등 문화예술단체가 상임 작곡가를 두는 일은 이번이 처음이다. 진씨는 자신의 창작곡을 발표하는 것은 물론 앞으로 음악감독 등과 상의해 현대곡 등을 서울시향 프로그램에 반영하는 등 다양한 음악활동을 펼치게 된다. 37년전 말단 은행원으로 출발해 우리증권 사장까지 지낸 금융계 최고경영자(CEO) 출신의 이 대표.“서울시향에 더 이상 관객은 없다. 다만 고객이 있을 뿐”이라며 ‘경영마인드’를 강조하고 있는 그는 내년에도 다양한 개혁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기업인으로서의 변신에 어려움이 없었는지 묻자 “기업에서는 벌어들인 수익 범위내에서 지출을 하는데, 남의 지원을 받아서 지출을 하려니까 부담이 많이 됐다.”고 말했다. 그동안 수입·지출의 대차대조표 개념도 없던 서울시향의 경영 운영에 대해 ‘경영 마인드’가 필요했다는 설명이다. 우선 현재 20명 정도 부족한 단원들을 국내에서만 뽑지 않고, 내년 2월쯤 정명훈 고문이 직접 미국 뉴욕에서 오디션을 하도록 할 계획이다. 또 내년 예산 130억원 가운데 서울시로부터 받는 지원금 110억원 외에 필요한 20억원을 자체 수익금으로 충당할 수 있도록 후원회 및 회원제 운영 활성화, 찾아가는 시민공연 등 다양한 수익모델 창출에 고민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서울시에 대한 재정의존도를 현재 90%에서 70∼80%로 줄여나갈 계획이다. 특히 내년에는 정 고문의 지휘로 25회, 객원지휘자의 지휘로 20여회, 찾아가는 시민공연 40회 등 100회 안팎의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보온도시락·병 크기·무게도 따져보세요

    보온도시락·병 크기·무게도 따져보세요

    회사원 김설아(32·여)씨는 지난 10월부터 점심 도시락을 갖고 다닌다.“김치에서 기생충 알이 나왔다니까 왠지 꺼림칙하고, 점심 값도 아끼려고 동료들과 뜻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저녁을 먹고 설거지를 끝낸 뒤 도시락 반찬을 담는다. 전기밥솥에 쌀을 앉쳐 다음날 밥이 되도록 시간을 맞춘다. 아침에 일어나 도시락 밥만 싸면 준비 끝이다. “고등학교 때 친구들과 도시락 먹던 추억이 떠올라 재미있어요.” 올해 보온도시락과 보온병의 매출이 크게 늘었다. 지난해보다 40∼50% 증가한 것이다. ●견고한 일제 ‘조지루시´ 인기 주 5일 근무가 정착되면서 겨울철 스포츠를 즐기는 레저족이 늘어난데다 경기가 나아지지 않아 비용을 아끼려는 알뜰족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업계는 분석한다. 또 김치파동 등으로 외부의 먹을거리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도시락을 싸갖고 다니는 경향이 유행하고 있다고 파악했다. 웰빙 열풍으로 녹차 등 국산차를 마시는 사람이 늘어난 것도 보온병의 구입을 부추겼다. 회사원 류미희(29·여)씨는 “점심으로 도시락을 먹으면 붐비는 식당 앞에서 시간을 허비할 필요가 없다.”면서 “남는 점심시간에 요가를 배운다.”고 말했다. 신세계닷컴이 지난 10월에 판매한 2500여개의 보온도시락 현황을 분석한 결과, 류씨 같은 20대 여성이 구매고객의 70%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보온병도 커피잔처럼 손에 들고다니는 0.8∼1ℓ짜리를 많이 구입한다. 소비자들은 보온용품을 고를 때 보온력과 디자인을 먼저 살핀다. 그리고 크기와 무게를 따진다. 많이 들고 다녀야 하기에 가볍고 튼튼한 상품을 선호하는 것이다. 코끼리표로 알려진 일본 브랜드 ‘조지루시’가 최고 히트상품이다. 잘 망가지지 않아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 상품을 구매하는 경향이 짙다. 이선민(25·여)씨는 “일본 제품이 국산보다 1.5∼2배가량 비싸지만 고객의 평이 좋아 선택했다.”고 밝혔다. 조지루시 스틸 보온병은 원터치 기능을 갖춰 물 따르기가 편하다. 콤팩트형이라 가볍고 날씬한 것도 장점이다. 내부를 불소로 코팅해 세척하기가 편리하다. 진공막 사이에 동판을 넣어 보온력과 보냉력을 향상시켰다고.6시간 보관하면 79도 이상,24시간이면 54도까지 온도를 유지한다.4만 7500원. 신세계닷컴 김제연 바이어는 “조지루시 보온병은 디자인이 다양해 선택의 폭이 넓고 가격도 예전보다 20∼30% 하락해 인기가 꾸준하다.”고 전했다. ●24시간 열기 유지 죽 전용 제품도 죽(粥) 전용 보온병이 새로 나와 주목받고 있다.8000∼6만원.24시간 보온력을 자랑한다고. 병 안에 특수 ‘거름방’을 설치, 녹차나 허브차를 먹을 때 잎을 걸러 마실 수 있다. 보온병을 넣는 검정색 천에 수저를 꽂는 주머니를 마련했다. 아이세이브존(www.isavezone.com)은 아이디어 상품으로 차량용 오토 보온컵을 선보였다.12V 시가 잭을 연결하면 따뜻한 음료를 마실 수 있다. 보온병은 관리에 따라 수명이 크게 차이가 난다. 가끔 끓는 물에 소다를 한스푼 타서 병에 15∼20분 넣어뒀다가 헹구면 좋다. 깔끔히 소독돼 항상 깨끗한 음료를 마실 수 있다. ●사이버 쇼핑몰 할인판매 한창 유통업계에선 기획전도 한창이다. 인터파크(www.interpark.com)는 이달 말까지 ‘보온병·보온도시락 20% 세일전’을 열고 조지루시, 피코크, 아폴로, 키친아트 등을 저렴하게 판매한다. CJ몰(www.cjmall.com)과 우리닷컴(www.woori.com), 롯데닷컴(www.lotte.com)도 이달 말까지 20% 할인, 판매한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한나라 ‘冬冬冬’

    ●#장면 1 13일 정오 서울 명동. 영하 12도에 매서운 바람마저 몰아쳐 귀가 얼얼한 날씨에 두 여성이 2.5t 트럭에 올랐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와 전여옥 전 대변인.“욕설로 도배한 동영상 교재를 만든 전교조에 아이를 맡길 수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장면 2 5시간 뒤 서울역 광장. 해거름이어서 더 춥게 느껴졌다. 귀공자 타입의 곱상한 중년 남자가 트럭에 올랐다. 한나라당 강재섭 원내대표. 그는 “국회법을 어기며 지난 9일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국회의장을 인정할 수 없다.”며 “사학법은 전교조의 사학 장악 음모”라고 강조했다. 사학법 개정안 통과에 반발한 한나라당의 장외투쟁이 본격 시작됐다. 이날 거리집회를 신호탄으로 14일 강남터미널과 동대문 밀리오레 등 매일 오전·오후 ‘사학법 무효화 투쟁’에 나선다.16일에는 서울시청 광장에서 학부모·시민·종교단체와 연계한 대규모 촛불집회도 개최한다. 오가는 이들이 주로 젊은층이어서인지, 반응은 날씨만큼 냉담했다. 홍보물을 꼼꼼히 읽는 이가 드물었고 아예 외면하는 이도 있었다. 당 관계자는 “아직 홍보가 안된 탓”이라고 설명한다. 한나라당은 17대 국회 들어 첫 장외투쟁에 나선 이유로 ‘사학법=전교조의 사학 장악 음모’를 내세웠다. 그 동안 ‘개방형 이사제’가 사학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논리를 폈으나 개념이 추상적이고 장외투쟁 명분으로 약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신 전교조 성향 인사들이 이사회를 장악, 아이들을 이념교육으로 물들일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한다. 또 ‘사유재산권 침해’를 논거로 헌법소원도 추진 중이다. 박 대표는 사학법 통과 직후 긴급기자회견에서 “여권의 목적은 사학의 비리 척결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그들이 원하는 반미·친북의 이념을 주입하려는 것”이라고 못박았다.13일 오전 동국포럼 주최의 특강에서도 “교육 현장을 정치적 세대결 장으로 변질시키고 편향된 이념의 장으로 만들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일부 의원들은 ‘전교조 타깃’에 반대했다. 이날 의원총회에서 “전교조 지도부의 강경 전술이 문제이지 노조 자체를 공격한 것은 역공의 빌미를 준다.” 등의 반론도 제기됐다. 그러나 박 대표는 지지 외연을 넓히려는 듯 오후엔 김수환 추기경, 조계종 총무원장인 지관 스님,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회장인 최성규 목사 등 종교계 지도자들을 잇따라 면담했다.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발언대] 국정원 개혁,미래설계에 관심을/배일도 국회의원

    국가정보원에 대한 개혁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도청 사건이 계기가 됐다. 내부 개혁을 더 미룰 수도, 미뤄서도 안 된다는 국민적 요구가 어느 때보다 높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 이래 국가정보기관은 누구로부터도 견제받지 않는 성역이었다. 권위주의 정권 해체 이후에도 ‘힘’만 조금 빠졌지 내부 개혁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사실이 이번에 밝혀졌다. 국민들 머릿속에 자리잡은 국가폭력의 대명사로서 ‘무소불위의 권력’이라는 오명이 말끔히 가시기도 전에 전국민을 감시 통제하는 ‘빅 브러더’의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이는 민주화 이후에도 국회가 국가정보원에 대한 감시와 통제를 제대로 하지 못한 데서 비롯됐다. 국가정보원을 감독할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은 국회일 수밖에 없는데도 실질적인 제도적 장치가 미흡하기 때문일 것이다. 우선 국회 본연의 역할과 권한에 맞게 국가정보원 예산의 투명성을 담보할 수 있는 감시 수단을 확보하는 게 급선무다. 현재 국회 정보위원회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논의를 확대시켜 사회적 공론화를 통한 다각적인 검토를 국회가 수렴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이처럼 국회가 견제와 통제수단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향후 국가정보원의 미래를 설계하는 차원에서 보자면 무엇보다 국가정보원 자체의 내부 개혁이 관건이다. 그동안 수차례 정권이 바뀌면서 원장도 바뀌고 인적 물갈이도 있었지만 내부 시스템의 개혁에는 손도 못 댄 것이 사실이다. 극단적으로 국가정보원의 해체론까지 대두된 만큼 이번 도청 파문에 대한 대응이 일부 환부 도려내기식 처방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것은 분명해졌다. 새롭게 거듭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 시대의 요청이다. 이제 다양한 진단과 해법이 나오고 있다. 국내 정보기능의 축소나 폐지, 기능별 조직 개편, 정보보안업무 기획조정 권한 축소, 대공수사권 폐지, 고위간부 임기제 도입 등이 주요 제안들이다. 나름대로 합리적인 근거가 있고 제각기 각론대로 전문가들이 심도있게 검토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어떤 개혁이든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얻는 데서 개혁의 명분과 동력이 확보되는 것이다. 더욱이 정보기관과 국민은 물고기와 물의 관계이기 때문에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국가정보원의 미래상을 제시하는 게 급선무이다. 지식정보화 사회 도래와 세계화의 진전에 따라 국가이익과 정보에 대한 전통적인 개념도 바뀌어야 한다. 국경없는 지구촌화도 현실이지만 국가간 ‘정보전쟁’의 양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으며 정보가 국가의 이익과 미래를 좌우하는 시대가 되었다. 이에 따라 안보개념도 기술정보, 문화, 인적자원 등의 차원으로 확대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국가정보원 개혁논의는 단순한 기능적인 접근이나 존치·폐지 논의에서 탈피하여 국가발전의 전략적 목표와 방향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주의할 점은 감성적 호소나 극단적이고 이상주의적인 편향이다. 단순한 과거청산적 접근은 자칫 ‘외양간 고치려다 초간삼간 태우는’ 우를 범하기 때문이다. 그간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정을 바친 국가정보원 구성원들의 희생과 헌신도 기억해야 한다. 이들은 묵묵히 자신이 맡은 임무에 충실함으로써 공공의 안녕을 지키고 사회발전의 밑거름이 되었다. 아마도 공동체가 유지되는 데 공헌한 이름없는 사람들에게 감사할 줄 아는 따뜻함이 시대가 요청하는 윤리이기도 할 것이다. 배일도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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