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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눔 송년 릴레이 인터뷰] ② 27년간 기부한 류양선 할머니

    [나눔 송년 릴레이 인터뷰] ② 27년간 기부한 류양선 할머니

    서울 지역 아침 기온이 영하 9도까지 내려간 지난 16일 오전 11시. 칼바람이 안쪽까지 들어오는 서울 노량진동 수산시장 젓갈부의 ‘충남상회’에서 노란 옷을 겹겹이 껴입은 작은 체구의 할머니를 만났다. 37년간 젓갈장사를 하며 모은 전 재산으로 책과 장학금 기부를 이어가는 ‘젓갈 할머니’ 류양선(77)씨가 그 주인공. 할머니는 가게 한편에 있는 좁은 구들장 위에 앉아 손님맞이 채비를 하고 있었다. 온기가 도는 바닥과 할머니 앞에 놓은 작은 전기난로 덕분에 그나마 따뜻한 엉덩이와 발을 제외하고는 시장 안까지 불어닥치는 찬바람에 코가 시렸다. 할머니는 전기세가 아까워 기온이 영하 10도 아래로 내려간 이틀 전에야 비로소 난로를 켜기 시작했다. 자신보다 남을 위해 사는 것이 습관이 돼 있는 까닭이다. 류 할머니는 이렇게 ‘입을 것 안 입고 먹을 것 안 먹어’ 모은 돈을 전부 책 사고 장학금 마련하는 데 사용한다. 얼마 전 국어사전 1억여원어치를 구입해 전국의 초·중학교 200여곳에 기부한 것이 알려지면서 할머니의 기부 열정은 또다시 화제가 됐다. 수없이 찾아오는 인터뷰 요청이 귀찮을 법한데도 할머니는 매스컴에 노출되는 것을 흔쾌히 환영했다. 할머니의 선행이 신문과 방송을 통해 널리 알려져야 할머니를 닮은 제2, 제3의 기부 천사가 나올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젓갈이 더 많이 팔려야 더 많은 학생들에게 책을 사줄 수 있다는 생각에 할머니는 가게 벽면에 학생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크게 뽑아 걸어뒀다. 생각 없이 지나가던 사람들도 사진과 기사를 보고 나서는 할머니를 알아보고 젓갈을 구입해 가기도 한다. “장사가 잘돼야 애들 책 한권이라도 더 사줄 수 있다.”고 말하는 할머니의 머릿속에는 온통 학생들 생각뿐인 듯 보였다. 말할 때마다 입에서 김이 나오는 날씨 속에서도 두 시간여에 걸쳐 진행된 인터뷰가 힘들지 않았던 것은 할머니의 트레이드 마크인 노란 옷만큼이나 따뜻한 ‘기부 천사’의 마음씨 때문이었다. 100촉짜리 백열전구 7개가 환하게 비춰 아늑하게 느껴지는 9.9㎡(3평) 남짓한 작은 공간에서 할머니와 인터뷰를 시작했다. →날씨가 추운데 장사하시느라 고생 많으시죠. -날씨가 추워서 문제지. 여기 앉아 있으면 찬바람이 슝슝 들어와. 위아래로 잔뜩 껴입었는데도 춥네.(이날 할머니는 상의로 내복, 티, 양털조끼, 노란색 바람막이, 노란색 점퍼 등 5겹을, 하의로 내복, 기모바지, 방수 재질 바지 등 3겹을 겹쳐 입고 점퍼에 달린 모자를 쓰고 있었다.) 여기 구들장이 있어 엉덩이는 따뜻해. 전기난로 켜놓으면 그나마 낫지. 이것도 한서대학교에서 보내준 건데 잘 틀지도 않어. 젊었을 땐 새벽 4시에도 나왔는데 이제는 나이가 들어서 그렇게 못 나와. 아침 7~8시 사이에 나와서 그래도 제일 늦게까지 장사하지. 밤 8~9시면 닫아. 그런데 어제오늘 날씨가 추워서 손님이 더 없네. →젓갈이 잘 팔려야 기부도 많이 하실 텐데요. -많이 팔아야 하는데. 올해는 완전히 적자야, 적자. 10월 20일부터 며칠 김장철에만 ‘빤짝’하고. 4월에서 9월까지는 정말 손님 없었어. 그전에 모아둔 돈 없었으면 나도 파산할 뻔했지. 임대료랑 창고 사용료 230만원 내고 나면 남는 것도 없어. 난 돈만 있으면 얼마든지 기부할 용의가 있는데 기부도 못 하게 생겼어. →적자가 났는데도 기부는 그치지 않으셨어요. -내가 벌고 남은 돈으로 기부하는 것도 아닌데 뭘. 형편 따라 기부하나? 애들 책 사주고 하려고 적금을 미리미리 들어놓지. 1000만원짜리고 2000만원짜리고, 3년짜리 4년짜리 있어. 그거 탈 때 기부하는 거지. 이번에도 3000만원 3년짜리 그게 만기돼서 그걸로 책 산 거야. 4~5번에 걸쳐서 줄 테니까 미리 책을 보내주실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내가 떼먹을 사람은 아니니까 보내주시더라고. 고맙지. 크는 애기들이니까 얼릉 공부해야 하잖아. 죽기 전에 최대한 많이 (기부) 해야지. 나머지는 1년에 한번씩 계속 해서 갚아야지. (할머니는 지난달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에서 펴낸 ‘한국어대사전’ 201세트, 1억 854만원어치를 구입해 전국의 초등학교, 중학교에 보냈다. 사전 구입비로 3000만원을 내고 나머지 돈은 앞으로 5차례에 걸쳐 고려대 측에 분할 납부하기로 했다.) →처음 기부를 시작하신 건 언제인가요. -(한참을 생각하다가) 처음한 게 1983년도일 거야. 아, 완도. 완도초등학교 애들이 여기에 견학을 왔더라고. 그래서 걔들한테 책을 보냈지. 동화책. 그게 계기가 돼 가지고 책 기부를 시작했지. 어린 애들이 할머니가 보내준 책 잘 읽었다고 편지도 보내고 하니까 참 마음이 좋더라고. 거기도 책 여러 번 많이 보냈지. 나중에는 완도초등학교에서 애들이랑 학교가 같이 감사패도 보냈더라고. 여기서 감사패를 제일 먼저 받았는데 계속 기부하다 보니까 감사패가 나중엔 줄줄줄…지금은 한 100개는 돼. →지금껏 어느 정도 기부하셨는지 가늠하세요. -(손사래 치며) 모르지 그걸 어떻게 기억해. 무조건 주면 그만이지. 그런 걸 뭐라고 일일이 다 적어 놓나? 버는 대로 모이는 대로 족족 주는걸. →기부하시면 어떤 점에서 보람을 찾으시나요. -책 사주고 장학금 보내고 하는 그 자체가 좋아. 그러다 아이들이 고맙다고 편지라도 쓰면 그냥 엔도르핀이 팔구월에 목화송이 피듯 피지. 그런 편지 읽을 때가 제일 행복해. 이번에도 서산 국민학교 6학년 애가 편지허구 장갑허구 봉투에 같이 넣어서 보냈더라고. 할머니따라 기부 천사가 되겠다고 그렇게 썼더라고. 내가 이번에 사전을 그 동네 학교마다 쫙 보냈거든. 그걸 받은 아이가 기사에서 보고 감동을 받았다고 편지를 보낸 모양이야. →할머니 뒤를 이어 기부 천사들이 늘겠어요. -그게 제일 좋은 판단이여. 내가 자식들이 없어. 할아버지는 4년 됐나, 5년 됐나 돌아가셨고. 나 혼자 사는데 내가 준 장학금이나 책 받은 학생들이 자식처럼 손주처럼 찾아오면 반가워. 내가 준 장학금 받은 대학생들도 종종 가게로 찾아와. 젓갈도 사 가고 할머니도 뵙고 그런다고. 할머니가 기부하니께 우리도 같이 기부하는 거라고 젓갈도 더 많이 사 가고 하지. 기부는 누가 하라고 해서 하는 게 아녀. 자기가 스스로 허고 싶어야 허지. 자기가 받아보면 주고 싶은 마음도 더 생기는 법이야. 그래서 내가 어린 친구들한테 더 많이 나눠주려고 해. (인터뷰 도중 할머니는 기자에게 추운 날 고생한다며 간식을 이것저것 꺼내주셨다. 장사를 하다 보면 끼니 때 사이에 배가 고파져 두부, 고구마 등 새참을 드신다고 한다. 이날도 할머니는 따뜻한 김이 올라오는 흰 두부를 잘라 양념간장에 찍어 드셨다. 이 두부는 할머니가 장학금을 기부하는 대학 관계자의 친척이 감사의 표시로 자신이 운영하는 두부공장에서 직접 가져다 주는 것이라고 한다. 두부를 다 드신 할머니는 점심·저녁 밥을 지어 먹는 작은 전기밥솥에서 찐 고구마까지 꺼내 드셨다. 할머니는 “새참은 나눠 먹어야 제맛”이라시며 기자에게도 작은 밤고구마 한개를 건네셨다.) →얼마 전에는 학생들에게 또 사전을 사주셨는데 유난히 책을 많이 사주시는 이유가 있나요. -내가 사주는 건 전부 책이지 뭘. 돈으로 하면 고루고루 가간? 책으로 하면 1학년이 보고 나면 2학년, 2학년이 보고 나면 6학년 다 보잖아. 보고 나면 또 보고, 찢지만 않고 두면 대대손손 물려줄 수 있으니 책이 좋지. 돈은 그냥 쓸데없이 쓰기도 하고 쓰고 나면 없고. 그니께 책 선물이 제일 좋은 거야. 그리고 또 내가 못 배웠응께. 어렸을 때 배워야지. 나 지금도 모르는 거 무슨 소린가 하고 사전에서 찾아보고 그러면 이튿날 보면 다 없어졌어. 어렸을 때 배운 건 지금까지도 아는데. 배움에도 때가 있지. 나무도 어린 나무에 거름을 줘야지 고목나무에 거름 줘봤자 소용없어. →학생들 교육에 관심이 많으신 것 같아요. 원래 꿈은 뭐였나요. -배우고자 하는 애 가르쳐야 혀. 내가 돈 벌면 내 고향에다가 하버드 대학보다 더 좋은 놈 지어서 돈 많은 사람은 돈 받고, 돈 없는 사람은 많은 사람들한테 받아서 주고 그렇게 하는 게 꿈이었어. 그랬는데 돈 많은 부자가 나보다 먼저 짓데. 내가 지으려고 했는데 그 사람이 선수 치네(웃음). 그런 시골은 가난하니까 이런 서울에 와서 공부 못 해. 공부 잘해서 서울대학교에 붙어도 하숙비도 없고 생활비도 없어서 올라오지도 못혀. 그게 내 최종 목표였는데 이미 서산에 대학교가 생겼네. 그래서 내가 이제 거기다가 장학금도 보태주고 땅도 보태줬지. 할머니는 1998년부터 한서대학교에 20억원대의 부동산을 기부하고 현재 한서대학교 ‘류양선 장학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할머니가 기증한 부동산에서 나오는 세는 이 학교 학생들의 장학금으로 쓰인다. 충남 서산시 해미면에 위치한 한서대학교는 1992년 개교했다.) →보통 사람들은 돈 벌면 자기 자식한테 물려주기 바쁜데 할머니는 어떠세요. -다 그렇지. 난 자식은 없어.(할머니는 28살에 결혼해 3년 정도 함께 산 남편이 두 번째 살림을 차려 집을 나간 뒤 쭉 혼자 사셨다고 한다.) 돈 많은 재벌들도 다 번 돈 자기 자식한테 주려고 하지 뭐. 그런데 그건 잘못된 생각이야. 저 자식들은 뭐 두 손 두 발 붙들어 맸나. 저희들이 벌어서 먹고살아야지. 그러니까 자립심이 없어. →올 겨울에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비리로 기부가 크게 줄었다던데요. -그렇다 하대. 안한다고. 그런 돈을 가져간다냐. 지가 노력해서 먹고살아야지. 아주 못 쓰는 사람들이야, 그 사람들. 그런 사람은 엄중한 처벌을 내려야 혀. 기부가 어그러졌어. 허먼 뭘 혀. 그런 사람들이 다 가져가는걸. 난 그래서 책으로 하지 돈으로 안 해.(이 대목에서 벽에 기대어 앉아 있던 할머니는 등을 떼고 몸을 일으키며 언성을 높였다.) →기부 계획이 더 있으신가요. -건강이 허락해서 장사를 하는 날까지는 천원짜리 하나라도 더 보태줘야지. 우선 얼마 전에 애들 사전 보내준 거, 고려대학에 남은 돈 채워넣어 줘야지. 사전값이 1억 좀 넘는데 처음에 적금 탄 돈 3000만원만 일단 주고 나머지는 차차 갚기로 했어. 장사해서 차곡차곡 돈 모아서 일단 그것부터 갚고. 그 뒤에는 또 학생들 책 사주고 대학교 장학금도 보태주고 할거야. 죽기 전까지 최대한 많이 주고 가야지. 나이는 공짜로 먹다 보니까 어느새 이렇게 많이 들었는데 얼마나 남았을지는 몰라도 죽을 때까지는 열심히 일해서 열심히 기부해야지. 허허.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류양선 할머니는 37년간 노량진서 젓갈장사 서산 한서대에 20억 기증 장학회 이사장으로 활동중 1933년 충남 서산읍(현재 서산시) 양대리에서 5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얼마 안 되는 땅을 가지고 농사를 지었던 부모님 밑에서 자란 류 할머니는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더 이상 학업을 잇지 못했다. 류 할머니의 기부가 대부분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과 책 마련에 쓰이는 것은 가난해서 공부를 더 할 수 없었던 본인의 아쉬움 때문이다. 어린 나이부터 집안일과 농사일을 돕다 28살에 남편을 만난 류 할머니는 1972년 고향을 떠나 서울에 자리를 잡았다. 먹고살 궁리를 하던 끝에 ‘장사가 안 돼 오래 두어도 썩지 않는’ 젓갈 장사를 택했다는 할머니는 그 후 지금까지 37년간 서울 노량진동 수산시장에서 ‘충남상회’를 운영하며 수익금의 대부분을 기부와 나눔에 쓰고 있다. 장사를 하면서 차곡차곡 모은 돈으로 27년 전부터 기부를 시작한 류 할머니는 고향인 충남의 양로원, 재활원, 보육원 등을 비롯해 낙도와 지방의 초등학교 등에 책과 물품을 전달해왔다. 1983년 수산시장에 견학 온 완도초등학교 학생들에게 동화책을 보내준 것이 기부의 시작이 됐다. 충남 서산 한서대에도 1998년부터 2008년까지 세번에 걸쳐 20억원대의 부동산(경기 광명시 소재)을 기증해, 현재 한서대 ‘류양선 장학회’ 이사장으로 장학 사업에 힘쓰고 있다. 류 할머니는 돈이 없어 공부를 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고향인 서산에 대학교를 지으려 했던 꿈을 대신해 앞으로도 장학금과 책으로 기부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섬 돌고도는 8.5㎞ 길이 ‘비렁길’ 여수 금오도

    섬 돌고도는 8.5㎞ 길이 ‘비렁길’ 여수 금오도

    나그네가 발품 팔아 갈 수 있는 뭍의 막다른 곳에 항구가 있고, 그곳에서 또 다른 여행이 시작됩니다. 그래서 섬은 여행의 끝이자 시작인 거지요. 아, 그 섬의 바다는 어찌 그리 예쁜 빛깔을 갖게 됐을까요. ‘에메랄드빛’ ‘옥빛’ 등의 흔한 표현을 갖다 붙이기엔 물빛의 스펙트럼이 너무 다양하고 아름다웠습니다. 바다와 몸을 섞은 섬 자락마다 조그만 포구가 들어찼는데, 그 자태 또한 여간 서정적이지 않았습니다. 전남 여수 금오도입니다. 덜 알려진 탓에 이름조차 생소한 절경들이 섬 곳곳에 펼쳐져 있지요. 금오도에 최근 ‘비렁길’이 조성됐습니다. ‘비렁’은 벼랑의 사투리이니, 곧 ‘비렁’을 따라 섬을 에둘러 돌아가는 트레킹 코스를 일컫습니다. 군데군데 높낮이는 있지만, 그리 힘들지는 않습니다. 먼 바다와 호흡을 함께하며 걷는다는 것, 참 새로운 경험입니다. ●작지만 풍경만큼은 거대한 금오도 뭍과 섬이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다. 곳곳에 세워지는 연륙교와 날로 빨라지는 KTX 덕이다. 울산과 경주가 수도권에서 2시간 안팎으로 당겨졌고, 거가대교는 부산과 거제를 한 몸으로 묶었다. 한려해상국립공원의 한 축인 전남 여수도 마찬가지. 진행 중인 전라선 복선 전철화 공사가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를 앞둔 새해 10월쯤 끝나고, KTX가 본격 투입되면 3시간 30분 만에 닿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예전 같으면 ‘1박~2일!’도 부담스러운 여행지였지만, 당일여행을 시도할 만큼 가까워지는 셈이다. 여수 앞바다에는 317개의 섬이 떠 있다. 말그대로 다도해(多島海)다. 그 중 뭍사람들의 발걸음이 잦은 섬이 금오도(鰲島)다. 금빛 자라를 닮았다는 섬. 여수에서 불과 25㎞ 정도 떨어져 있으면서도 절해고도의 풍모를 고스란히 지녔다. 금오도는 거대하다. 물리적 크기는 작지만, 풍경의 크기는 결코 작지 않다. 여수 끝자락 돌산도 신기항에서 금오도 여천항까지는 배로 30분 안쪽에 닿는다. 여수항 여객터미널에서 가는 배편도 있으나, 하루 두편(동절기)에 불과한 데다, 배시간도 신기항에 견줘 두세배 더 걸린다. 무엇보다 돌산도 특유의 넉넉한 풍경과 마주하지 못한다는 게 여행자로서는 ‘명백한’ 손해다. 금도오에서는 갯마을 특유의 비릿한 냄새가 나지 않는다. 어판장이 없기 때문이다. 그 덕에 외진 섬답지 않게 정갈하고 깔끔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여천항에 내리면 우선 하얀 십자가의 교회 건물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국내 대부분의 섬에서 용왕각 등 무속신앙의 흔적을 먼저 만나는 것에 비해 이례적이다. 이처럼 ‘교회가 있는 풍경’은 섬 어디를 가건 마주한다. 한 주민의 과장 섞인 표현처럼 “주민 99%가 기독교인”이기 때문이다. 우학리교회는 무려 104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절경과 스릴이 함께 하는 비렁길 조선시대 금오도는 봉산(封山), 즉 일반인 출입금지 지역이었다. 궁궐에서 사용하는 벌목장과 사슴목장 등이 있었기 때문이다. 섬이 개방된 것은 1885년. 비렁길 기획 당시 이름이 ‘봉산 임금님 둘레길’이었던 것도 그런 까닭이다. 비렁길은 함구미에서 직포까지 총 8.5㎞쯤 된다. 소요시간은 4시간 정도. 주민들이 유자밭을 일구고, 옆 동네로 마실갈 때 주로 이용했던 길이다. 원래 금오도는 섬 산행지로 많이 알려져 있다. 다도해와 함께 매봉산(대부산)을 오르는 맛이 각별하다. 하지만 노약자들이 오르기엔 다소 험해, 완만한 산사면을 따라 걸으며 다도해의 풍광을 즐기라는 뜻에서 비렁길이 조성됐다. 길은 거리와 난이도에 따라 세 코스로 나뉜다. 코스마다 마을로 이어지는 하산길이 있어 시간이 없거나 체력이 달릴 경우 곧바로 내려올 수 있다. 비렁길은 금오도의 끝자락인 함구미(含九味)마을에서 시작된다. 마을 이름이 독특하다. 한자 대로 풀자면, 아홉개의 맛을 지니고 있는 마을이란 뜻일 터. 그런데 이름의 연원을 정확히 아는 사람이 없다. 멸치나 군벗, 방풍나물 등 아홉 가지 마을 특산품을 일컫는 표현이 아닐까 추측할 뿐이다. 해안절벽이 9개라거나, 금광 9개가 있었다는 설도 있다. 마을에 들면 상큼한 유자 향기가 이방인을 맞는다. 다소곳한 자태로 매달려 있는 노란 유자가 짙푸른 바다와 어우러지며 제법 장한 풍경을 펼쳐낸다. 마을 고샅길을 5분 정도 오르면 곧바로 바다를 낀 길이 시작된다. 첫 번째 만나는 풍경은 ‘미역바위’. 해안절벽의 생김새가 마치 미역이 늘어진 것 같다고 해 붙은 이름이다. 절벽의 높이가 수십 미터는 족히 된다. 깎아지른 절벽 위로 길이 나 있는 모양새가 독특하고 웅장하다. 미역바위에서 ‘V’자 형 홈통을 지나면 ‘스달빛벼랑’이다. ‘달빛’ 앞에 ‘스’자를 붙인 까닭이 궁금했지만, 이 역시 아는 사람은 없다. 스달빛벼랑 위쪽은 절터. 옛 문헌에 고려 명종 때 보조국사 지눌이 금오도의 송광사, 순천 송광사를 오가다 돌산도 은적암에서 휴식을 취했다는 기록이 있다. 그래서 주민들은 이곳을 송광사터라 믿는다. 길은 이후로도 높이 50m 내외의 해안절벽을 따라 초포를 지나 직포까지 이어진다. 아슬아슬하기로는 어느 곳에 견줘도 뒤지지 않을 정도. 길 위에서 맞는 풍경이 여간 장쾌하지 않다. 바다를 마당 삼은 너른 개활지 ‘굴등’도 있고, 전설이 깃든 ‘신선대’와 ‘용머리바위’도 나온다. 이런 장쾌한 풍경 덕에 ‘인어공주’ ‘혈의 누’ 등 다수의 영화 촬영지로 이용되기도 했다. 금오도에서 각광받는 여행 패턴 중 하나가 해안드라이브다. 26㎞의 해안도로를 달리는 동안 수항도, 횡간도 등 크고 작은 섬들이 줄곧 따라온다. 여수 등 인근 지역 자전거 동호회원들의 발길이 잦은 것도 그런 까닭이다. ●금오도 가면 안도는 보너스 안도는 둘레가 29㎞에 불과한 조그만 섬. 지난 2월 안도대교가 개통되면서 금오도와 한 몸이 됐다. 섬에 들면 조용하다. 걷건, 차를 몰 건 자신이 내는 소리 외에는 들리는 게 없을 정도로 적막하다. 선착장 오른쪽 야산은 발품 팔아 오를 만하다. 길이 제대로 나 있지 않으나, 오르는 데 어려움은 없다. 산정에 서면 반월형의 몽돌해수욕장 등 작고 예쁜 안도의 전경과 멀리 다도해 풍광이 잘 어우러진다. 선착장이 있는 본동마을 위에도 당산공원이 조성돼 있다. 안도 최고의 풍경 포인트를 꼽으라면 단연 백금포해수욕장이다. 모래가 곱고 수심이 얕아 여름철 해수욕을 즐기기 맞춤한 데다, 물색 또한 연한 에메랄드 빛을 띄고 있다. 물빛 곱기로 소문난 제주도 협재, 함덕해수욕장과 닮았다. 워낙 외져 찾는 사람이 거의 없다. 그저 알음알음 찾아오는 사람들이 전부다. 여느 해수욕장처럼 음식점이나 상점 등이 일절 없어 깔끔하고 고적하다. 금오도의 해넘이 풍경은 확실히 남다른 데가 있다. 해거름이면 파스텔톤의 파란색 바다 위로 석양빛이 물드는데, 시간이 흐를 때마다 진노랑에서 주황색으로, 붉은빛 감도는 자주색으로 빛깔을 달리한다. 해넘이 풍경과 마주하려면 섬에서 하루를 보내야 한다. 여수로 가는 마지막 배 출항 시간이 오후 5시 30분이기 때문이다. 낙조 감상 포인트는 함구미마을 위쪽. 이른 아침 망산(344m) 봉수대에 올라 장엄한 해오름 풍경과 만나는 것도 좋겠다. 글 사진 여수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지역번호 061) →가는 길:돌산도 신기항에서 금오도 여천항까지 하루 7회(7:45 9:10 10:30 12:00 14:00 15:50 17:00) 페리호가 오간다. 운임은 5000원. 승용차는 운전자 1인 포함 1만 3000원, SUV 1만 5000원(이상 편도). 한림해운(666-8092) 측에 자신의 연락처를 알려 주는 게 좋겠다. 갑작스러운 날씨 변화로 배편이 일찍 끊길 경우, 전화로 통보해 준다. 여천항에서 면소재지 우학리까지는 남면버스(011-616-9544)나 택시(666-2651~2, 011-608-2651)를 이용해야 한다. 버스 1000원. 택시는 여천항을 기준으로 우학리 1만원, 직포 1만 2000원, 함구미와 초포 1만 5000원이다. 섬 내 주유소는 우학리 농협 한곳뿐이다. 경유만 판매한다. 뭍 보다 다소 비싸다. 영업시간 오전 9시~오후 5시. →맛집:감성돔, 군벗 등 자연산 어패류를 맛보려면 예약을 하고 가는 게 좋다. 여느 관광지와 달리 식당마다 그날 그날 어민들을 통해 필요한 만큼 물건을 받기 때문이다. 1인당 1만원부터 4만원까지 다양하다. 식당은 대부분 면사무소 주변에 몰려 있다. 여남식당(665-9546), 명가식당(665-9520) 등이 알려져 있다. →잘 곳:금오도에 명가모텔(665-9520), 안도에 안도모텔(665-3369)이 있다. 3만원선. 민박은 금오도와 안도를 합쳐 20여개가 운영되고 있다. 2만원선. 남면사무소 690-2605. →둘러볼 곳:돌산도 끝자락의 향일암은 일출 명소로 이름난 곳. 화재로 전소됐다고 알려졌으나, 대웅전과 종각 등 일부가 소실됐고 나머지 건물은 건재하다.
  • “살면서 받은 도움 되돌려주고 가려는 것뿐”

    “살면서 받은 도움 되돌려주고 가려는 것뿐”

    “이게 뭐 큰일이라고. 그냥 제가 살면서 받던 도움을 다시 돌려주고 가려는 것뿐 입니다.” 서울 성동구에 기부천사가 나타났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비리 사건으로 얼어붙은 국민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만든 이야기의 주인공은 바로 배수억(76·성동구 성수동)씨. 그는 내년 1월 2일 평생 어렵게 모은 사재를 털어 25억원 규모의 삼연장학재단을 만든다. 내년 7월부터 성동지역 소년소녀가장 고등학생에게 장학금을 주게 된다. ●아홉살에 아버지 잃고 안해본 일 없어 성동구는 삼연장학재단과 구청에서 운영하던 기존 장학재단을 합쳐 51억여원의 기금을 통합 운영, 가정형편이 어려운 지역 학생 100여명에게 1년 학비 130여만원씩을 지원할 계획이다. 성수동 토박이인 배씨는 9살에 아버지가 돌아가면서 고생이 시작됐다. 당시를 회상하는 배씨는 “정말 하루 먹거리가 없어 매일 괴로웠다.”면서 “배고프다고 칭얼대는 동생들을 위해 안 해 본 일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때 주위 어른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지금의 저도 없었을 것”이라면서 “당시의 고마움을 이렇게 다시 어려운 청소년들에게 돌려줄 수 있어서 기쁘다.”고 했다. 배씨는 1955년 수송전기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성수동의 작은 공장에서 일하다 1980년대 서울 지하철 공사 현장에 변압기를 납품하면서 많은 돈을 모았다고 한다. 배씨는 “평생 아껴가며 모은 돈이지만 죽을 때 가지고 갈 것도 아니고 성동구에서 벌었으니 성동지역 어려운 청소년들을 돕자는 취지에서 구청과 손잡고 장학사업을 시작하게 됐다.”면서 “가정 형편은 어렵지만 열심히 공부하려는 청소년들에게 힘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장학사업의 취지를 설명했다. ●“돈 없어 학교 그만두는 청소년 없어야” 고재득 성동구청장은 “배수억씨의 뜻에 따라 구청에서는 지역 소년소녀가장 고등학생 40여명에게 1년 등록금 전액을 지원하기로 했다.”면서 “장학사업에 자신의 전 재산을 쾌척한 배씨의 선행은 으뜸 교육성동 실현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했다. 배씨도 “우리 사회에서 경제적인 이유로 학교를 그만두는 청소년이 없었으면 하는 것이 저의 작은 소망”이라면서 “지역 우수한 청소년들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이름 석자만 빼고 내 모든 것을 주고 나누겠다.”고 말했다. 글 사진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대한민국 차사순 할머니에게 도전정신 배워라”

    “대한민국 차사순 할머니에게 도전정신 배워라”

    “아이들에게 도전정신을 가르치고 싶다면, 차사순 할머니의 사진을 걸어 두라. 아이들이 누구인지 물어보면, 960번의 실패 끝에 운전면허를 따낸 올해 69세의 대한민국 할머니라고 말하라.” ●960번 실패 끝에 운전면허 따낸 오뚝이 미국 유력 일간 시카고트리뷴(트리뷴)이 25일(현지시간) 지난 5월 한국 사회에 감동을 줬던 차사순 할머니를 소개하며 도전의 귀감이라고 극찬했다. 전북 완주에 사는 차 할머니는 2005년 4월부터 950차례의 필기시험과 10차례의 기능시험에서 고배를 마신 끝에 지난 5월 운전면허증을 손에 넣으며 화제가 됐다. 트리뷴은 이날 도전정신을 강조하는 ‘960번’이라는 제목의 사설에 이례적으로 차 할머니의 사진을 함께 싣고 “차 할머니는 현대 부모들이 자녀에게 기억시켜야 할 ‘집념과 끈기의 귀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할머니는 도전을 즐긴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트리뷴은 미국 프로풋볼리그(NFL)의 노장 쿼터백 브렛 파브가 최근 경기 도중 심한 부상을 당해 실려 나가면서 “바보라고 불러라. 고집쟁이라고 불러라. 나는 도전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 것을 두고 “차 할머니 같은 오뚝이 정신”이라고 표현했다. 또 “차 할머니의 나라 대한민국에는 1977년 슈퍼밴텀급 세계타이틀매치에서 4번의 다운 끝에 다시 일어나 세계 챔피언이 된 유명 권투선수가 있다.”면서 홍수환 선수의 4전5기 일화도 소개했다. 특히 트리뷴은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해리포터의 작가 조앤 K 롤링, 애플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 등 실패를 딛고 성공한 유명인들의 사례를 거론하며 최후의 승자인 ‘컴백 키드’가 되려면 실패가 밑거름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컴백키드 되려면 실패가 밑거름 돼야” 트리뷴은 데이비드 솅크의 책 ‘천재성의 발견’의 한 구절을 인용, “인간은 총명하게 태어날 수도 있고, 부유한 환경에서 태어날 수도 있지만 집념은 부모와 교사, 친구로부터 배워 가는 것이며 평범한 삶과 성공한 삶의 차이를 만드는 것은 결국 집념”이라고 밝혔다. 프랑스 극작가 사뮈엘 베케트의 “다시 도전하라. 또다시 실패해도 좋다. 이번엔 한결 성공에 가까워져 있을 테니까.”라는 말로 시작한 이 사설은 “누구나 쓰러지는 일은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이후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이다.”라고 마무리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씨줄날줄] 통일뮤비/최광숙 논설위원

    지난해 사망한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의 뮤직비디오(뮤비) ‘스릴러(Thriller)’는 ‘듣는’ 것이 아닌 ‘보는’ 음악도 있음을 보여준 대표적인 작품이다. 영화 ‘늑대인간’ ‘시체들의 밤’ 등 공포영화를 소재로 하고 있는데 보고 나면 영화관에서 한편의 영화를 본 느낌이다. 마이클의 화려한 춤과 노래는 물론이고 스토리를 따라가다 보면 소름이 오싹 끼치는 전율도 느껴진다. 얼마나 작품성이 뛰어난지 미국 의회도서관에 보관하는 ‘미국 국립영화 등기부’에 뮤직비디오로는 최초로 등재됐다. 마돈나·비욘세 등 세계 각국의 뮤지션들은 불과 5분여에 불과한 뮤비제작에 수억~수십억원을 기꺼이 쓴다. 우리 가수들도 마찬가지다. 그만큼 뮤비의 영향력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통일부가 최근 정부 부처로는 드물게 뮤비 제작에 나섰다. ‘통일송’ 뮤비인데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케이블채널 프로그램 ‘슈퍼스타 K2’ 출연자들과 함께 제작한단다.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이 “공정사회의 모델, 허각을 아시느냐.”고 김황식 총리에게 물으면서 더욱 유명해진 ‘슈퍼스타 K2’ 우승자 허각씨도 참여한다고 한다. 하나의 통일송을 발라드·댄스·록 등 5개 장르별로 편곡해 5편의 뮤비를 찍는다고 한다. “이 프로그램의 잠재성을 보고 허씨의 우승 확정 전에 미리 섭외한 덕분에 비교적 적은 예산을 들였다.”는 것이 통일부 천해성 대변인의 설명이다. 통일부가 뮤비 제작에 나선 것은 젊은층들이 외면하고 있는 통일문제를 보다 친근하게, 폭넓게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오랫동안 기다렸어. 함께하는 그 순간을. 그날이 멀리 달아나지 않게 다함께 준비해요. 행복한 통일~’. 통일송에는 함께하면 더욱 기쁘고 행복한 만큼, 다가오는 통일을 준비하자는 뜻이 담겨 있다. 통일송 가사에서 보듯 무거운 주제를 가볍게, 환하게 풀어내고 있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하고 부르던 과거의 통일송과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가슴 뭉클하게, 울먹이게 하던 통일송이 시대에 맞게 새롭게 진화한 셈이다. 한편으로는 이렇게라도 젊은이들에게 다가가지 않으면 안 되는 우리 사회의 현실이 서글퍼지기도 한다. 사실 젊은 세대들은 통일문제를 먼나라 딴나라 일로 여기는 것 같다. 한반도 평화와 한국 경제발전의 가장 큰 위협 요인이 분단에서 출발한다는 사실을 잘 모른다. 이 뮤비가 우리 젊은이들은 물론 북한의 젊은이들에게도 널리 퍼져 통일의 밑거름이 되길….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 “예산안 통과시켜주면 3대 복지사업 최선”

    “예산안 통과시켜주면 3대 복지사업 최선”

    이명박 대통령은 18일 “여야가 상생해서 내년도 예산안을 통과시켜 준다면 다문화 가정에 대한 지원, 실업계 고교 교육비 지원, 전 국민 70% 보육 지원 등 3대 복지 사업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한나라당 원내대표단을 청와대로 불러 함께 한 만찬에서 김무성 원내대표 등에게서 “국회 내에 어려운 점이 상당히 많지만, 이번에는 야당을 설득하고 예산 심의 참여를 촉구해서 민주주의 체제에서는 처음으로 법정 기한(12월2일) 내 예산안을 통과시켜 일하는 국회의 모습을 보이겠다.”는 각오를 듣고 이렇게 말했다고 정옥임 원내대변인이 전했다. 이 대통령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파병과 관련, “UAE 특전부대 출신인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 아부다비 왕세자가 지난 5월 방한했을 때 우리 특전사 훈련을 시찰한 뒤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가장 감동받았다. 100여명의 특전사 교관을 보내주면 자국의 특전부대을 훈련시키는 데 도움이 되겠다’고 요청해 왔다.”는 일화를 소개하고 “정부가 볼 때는 가장 안전한 지역에 군을 보내 국가간 교류 협력을 강화할 뿐 아니라 국위 선양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며 ‘국군 파병’이 아니라 ‘교관 파견’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또 지난 12일 끝난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와 관련,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환율 문제 등 공동 코뮈니케의 주요 항목에 대해 반대를 많이 했지만, 마지막 순간에 ‘G20 정상회의가 아시아에서 처음 열리고, 신흥국가인 한국에서 개최된 만큼 협조하겠다’면서 동의했다.”면서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을 때만 해도 IMF 국장이 청와대에 들어와 고압적인 태도로 여러 주문을 했지만 이제는 기획재정부장관만 만나도 감지덕지하던데 격세지감이 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G20 회의 성공 개최는 시민 여러분의 자발적인 참여와 협조로 이뤄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조전혁 의원의 “임기 말까지 좋은 대통령으로서 노력해서 한나라당의 정권재창출에 밑거름이 돼 달라.”는 덕담을 듣고 “국회에서 정해준 예산을 알뜰하게 활용해서 적어도 이 정부가 서민을 위해서 제대로 살림을 잘 꾸려가 ‘나라가 잘될 수 있다’는 믿음을 드리겠다.”고 화답했다. 만찬에는 청와대와 정부 쪽에서 임태희 대통령 실장, 백용호 정책실장, 정진석 정무수석, 이재오 특임장관 등이 배석했다. 양식과 막걸리가 어우러진 만찬에서 한나라당 원내대표단은 건배사 등을 통해 G20 회의 성공 개최와 이 대통령의 성공적 국정운영을 축하한 것으로 전해졌다. 친이계 김용태 의원은 의사소통·만사형통·운수대통을 줄인 ‘통·통·통’을 건배사로 제의했기도 했다. 또 이 대통령은 이 특임장관이 건배사를 통해 “지난 재·보선에 당선될 수 있도록 여러 의원들이 도와줘 고맙다.”고 하자 “밥은 내가 사는데, 숟가락만 얹느냐.”고 되받아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다만 이날 만찬에서는 최근 검찰의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 수사, 개헌, 선거구제 개편, 민간인 불법 사찰 등 정국 현안에 대한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홍성규·김정은기자 cool@seoul.co.kr
  • 청주 가로수 낙엽을 농가 퇴비로

    쓰레기로만 여겨졌던 가로수 낙엽이 퇴비로 재활용되고 있다. 17일 충북 청주시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가로수에서 발생하는 낙엽을 수거해 농가의 퇴비로 유용하게 쓰고 있다. 지난해에는 모두 880t의 낙엽이 새 생명을 위한 밑거름으로 사용됐으며, 올해는 낙엽 활용 수요자 조사를 실시해 청주농고와 4개 농가에 600t을 무상으로 공급할 예정이다. 청주농고는 이 낙엽을 발효시켜 학교 실습 농장의 퇴비로 사용할 계획이다. 낙엽 수거는 환경미화요원이나 공공근로자들이 맡는다. 낙엽에 이물질이 섞일 경우 퇴비 사용이 불가능하므로 각종 쓰레기와 분리해 낙엽을 수거하는 게 중요하다. 낙엽의 재활용은 청주시 입장에선 낙엽 소각 비용을 줄일 수 있고, 농가에선 무상으로 퇴비를 얻을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고 있는 셈이다. 풍경섭 시 자원재활용 담당은 “내년에는 학교나 아파트 등 낙엽이 많이 발생하는 곳과 농가를 연계시켜 양질의 퇴비를 공급할 계획”이라며 “청주 지역뿐만 아니라 도내 다른 지역에서도 낙엽을 원하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광주시 5개 자치구도 낙엽을 퇴비로 재활용하고 있다. 올해 광주 지역에선 동구 180t, 서구 300t, 남구 175t, 북구 200t, 광산구 350t 등 총 1205t의 낙엽을 수거해 농가에 무상으로 공급할 예정이다. 최근까지 이들 자치구들은 낙엽을 전량 수거해 매립했지만, 낙엽을 퇴비로 만들어 쓰는 농가가 늘면서 예산 절감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낙엽 1t을 매립하는 데는 2만 5000원이 드는데 올 한 해 발생하는 낙엽 1205t을 모두 퇴비로 활용하면 2470만원의 매립 예산을 아낄 수 있다. 청주 남인우기자 niw7263@seoul.co.kr
  • 동작구 공무원 정책연구활동 활발

    동작구 공무원들이 정책연구 활동으로 창의행정을 구현하고 있다. 16일 구에 따르면 정책연구모임은 구정발전을 위한 주요과제에 대해 연구하는 것을 목적으로 6개 분임에 38명의 직원들로 구성돼 있다. 지난 10일에는 그 동안의 운영결과와 활동성과를 공유하기 위해 발표회를 갖기도 했다. 발표회에는 정책연구모임인 ‘노량진블루스’가 최우수 분임으로 선정됐다. ‘노량진블루스’는 상업시설 유치지역 확보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며 현실적으로 제약이 많은 도시관리계획 변경을 통한 상업지역 확대보다 ‘상업기능 확대’로 지역경제 활성화 전략을 제안했다. ‘노량진블루스’는 재개발 사업에서 지역 랜드마크가 될 수 있는 ‘테마형 개발사업 추진’, ‘걷고 싶은 거리 테마지정’, ‘먹거리 골목으로 재탄생하는 노량진’ 등을 발표하며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이 모임 소속인 도시관리과 김성훈 주임은 “늦은 밤까지 각종 아이디어를 내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데 노력했다.”며 “특히 자기 업무와 무관한 분임 회원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많은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아이디어 단계에서부터 소관부서와 검토를 통해 현실가능한 대안 마련에 주력했다는 것. 이외에도 각 분임의 ▲지역실정에 맞는 특화된 평생교육 프로그램 개발 및 운영방안 ▲쓰레기 배출과 수거방식 개선방안 ▲저소득층 교육차별 해소를 위한 구 차원의 지원방안 ▲아래로부터 저탄소 녹생성장 실천 등이 좋은 반응을 얻었다. 발표된 제안들은 소관 부서에 통보하여 실행방안을 검토하고, 실행 가능성이 높은 제안은 추진계획을 수립하여 정책에 반영할 예정이다. 문충실 구청장은 “열심히 연구하고 학습하는 직원들의 뜨거운 열기에 감탄했다.”며 “직원들의 노력이 동작구가 명품도시로 거듭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각 분임은 활동기간을 1년으로 해 중점적인 정책과제를 발굴하는 일종의 태스크포스(TF) 성격을 띤다. 이들은 수시모임을 통해 현장탐방 및 벤치마킹, 토론 등 꾸준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에는 주제별 연구활동을 통해 49건의 정책을 제안한 바 있다. 특히 한 분임이 제안한 본동 한강대교 방면 진입로 개설 및 시설개선은 현재 타당성 검토 용역 중이어서 자체적인 연구 활동이 정책 수립을 통한 지역발전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기도 했다. 김지훈기자 kjh@seoul.co.kr
  • [지방시대]남해안 신재생 에너지 지원과 녹색성장/이상천 경남대 나노공학 교수

    [지방시대]남해안 신재생 에너지 지원과 녹색성장/이상천 경남대 나노공학 교수

    세계는 녹색성장과 신재생 에너지에 사명을 걸고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지난주에 끝난 G20 서울 정상회의에서도 많은 토론 주제 가운데 녹색성장과 녹색에너지가 중요하게 다루어진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닌 것이다. 그동안 선진국에서는 자연채광을 조명에너지 저감 및 시(視) 환경 성능 개선용, 기타 건강 및 생산성 향상을 목적으로 자연을 그대로 살린 기술을 일반에게까지 보급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또한 신재생에너지로서의 가치 이외에 건강과 환경개선 등 웰빙 차원에서도 주목받는 분야로 떠오르면서 자연채광에 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연구소, 대학, 기업체 등에서 연구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광섬유를 전송장치로 하는 태양광 채광 조명 시스템에 대한 기술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광섬유를 적용하고 태양추적 장치를 장착한 선진그룹인 일본의 라포레 엔지니어링(Lafore Engineering), 스웨덴의 파란스 솔라 라이팅(Parans solar lighting), 미국의 선라이트 다이렉트(Sunlight direct)등이 대표적인 그룹으로 자연 채광분야에서 세계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 국내 산·학·연에서도 국내 기술로 개발된 태양광 조명장치로, 덕트나 광섬유를 이용하여 태양광을 지하 및 주택 내로 유도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자연 채광상품의 가격이나 실용성 면에서 기술적 수준이 낮아 자연채광의 보급이 다른 선진국보다 늦은 편이다. 우리나라는 태양의 위치 변화에 따른 조명 시간이 짧고 효율이 낮아 태양빛이 강한 국가에 비해 그 효율성에 대한 시비가 있다. 그러나 지역적으로 일조량과 태양 빛이 강한 남해안은 태양광 에너지사업이 우리나라에서도 효율적으로 가능한 곳으로 볼 수 있다. 국내외적으로 신재생 에너지 중에서 태양광 분야는 아직 전기발생을 위한 태양광 모듈 분야에서 투자가 주로 이루어지고 있어 사실 조명이나 열을 이용하는 분야에 대한 투자는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태양에너지는 그중에서도 1% 미만의 매우 적은 양이다. 특히 남해안을 끼고 있는 경상남도에서는 최근 신재생에너지를 지방 발전의 화두로 삼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자 하여 지원체제를 구축하고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남해안을 기반으로 문화와 지역 사업을 연계 발전시키고자 계획한 남해안 개발 사업은 자연 경관이 수려한 이점과 풍부한 태양광 등 많은 장점이 있는 지역사업으로, 그 핵심에 신재생에너지 개발이 중요한 이슈로 자리잡고 있다. 남해안은 녹색성장의 중심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자연의 혜택이 주어진 곳으로, 이미 국가 기계 산업단지로서의 명성을 갖고 있는 창원산업단지와 어울려 신재생에너지 중 태양광 산업의 중심 도시로도 부각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각 지자체는 지역적인 강점을 파악하여 그 지역에 맞는 새로운 에너지원을 개발하여 국가적인 녹색성장의 균형을 서로 맞춘다면, 국가의 미래 녹색성장의 커다란 원동력이 될 수 있으며 앞으로 대한 민국이 주도적인 녹색선진국으로 가는 밑거름이 되리라 기대한다.
  • 회장선임 등 ‘위상’ 놓고 고심

    신한 ‘빅3’에 대한 압수수색이 전격 단행된 2일 신한금융지주 내부에서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최악의 경우 ‘빅3’가 동반퇴진을 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사태 수습의 임무를 맡은 특별위원회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오전부터 서울 태평로 신한금융은 무거운 분위기에 휩싸였다. 직원들은 “라응찬 전 회장이 사퇴한 바로 다음날 압수수색이 들어올 줄은 몰랐다.”면서 충격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신한금융 최고경영진 집무실이 압수수색을 당한 것은 1995년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 이후 처음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신상훈 사장뿐 아니라 라 전 회장과 이백순 신한은행장의 집무실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을 진행한 것은 3인 모두 사법처리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방증 아니겠냐는 시각도 있다. 신한 ‘빅3’는 이희건 명예회장의 자문료 15억원을 횡령했다는 혐의를 모두 받고 있다. 신한금융은 담당 변호사를 통해 압수수색에 대응했고 담당 부서 직원들도 6층 행장실과 16층 회장·사장실을 분주하게 오갔다. 회장실에서 업무를 보던 류시열 회장은 검찰 수사진이 들어오자 오전 11시 30분 회장실을 비웠고 오전 출근해있던 신 사장도 집무실을 비웠다. 이 행장은 비서실장과 함께 집무실에 남아있었다. 신 사장을 비롯한 ‘빅3’의 소환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신한금융 안팎에서는 사태 수습을 위한 특위의 활동을 주목하고 있다. 특위는 빠르면 이번 주중 운영 방안을 내놓고 조직 수습과 차기 최고경영자(CEO) 선임 방안 등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신한금융 내부에서는 특위의 위상을 놓고 고심 중이다. 차기 회장 선임과 관련해 새 지배구조를 마련하는 밑거름 역할만 할지, 아니면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처럼 잠재 후보자를 골라 선임에도 관여할지를 놓고서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기존 이사회 중심의 선임 방식과 회추위 방식 중 일단일장이 있어 내부 논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융권 안팎에서는 라 전 회장 중심으로 돌아갔던 기존 이사회 중심의 선임 방식으로는 공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회추위를 꾸려 공모 방식으로 차기 회장을 선임하는 방식이 바람직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이 경우 회추위가 지금 꾸려진 특위가 될지 여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특위의 구성을 놓고도 류 회장이 참여했다는 이유로 재일동포 사외이사들이 공정하지 않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민희·강병철기자 haru@seoul.co.kr
  • 미군 선생님 초대 초등생 영어 교육…내가 반미주의자? 나는 합리주의자!

    미군 선생님 초대 초등생 영어 교육…내가 반미주의자? 나는 합리주의자!

    “한때 내가 마치 반미운동을 한 것처럼 보였는데 절대 아닙니다.” 성장현 용산구청장은 24일 이렇게 말하며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미군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원어민 영어 교육을 실시한 배경을 물은 뒤다. ●초 급·중급반 나눠 48명 무료수업 구는 지난 7일부터 매주 화·목요일 한강로동 자치회관에서 미8군 제1통신여단 소속 사병과 카투사(KATUSA)의 지원으로 초등생 초급반(1~3학년), 중급반(4~6학년) 각 2개를 통틀어 48명에게 하루 2시간씩 가르치고 있다. 내년엔 중·고교생까지 넓힌다. 성 구청장은 “12월 참가자를 모아 내년 3월부터 중국어와 일본·스페인·아랍어 강좌까지 개설한다.”고 밝혔다. 각국 대사관 협조를 얻어 영어 4~5개 반, 나머지 외국어 각각 1~2개 반을 편성해 매주 두차례 수업을 하고 방학 땐 2~3주 코스로 외국어 캠프도 마련한다. 카투사 박원용(22) 일병은 “작은 재주이지만 우리나라 아이들에게 베푸는 의미 있는 봉사라 미군에 근무하는 보람도 느낀다.”고 말했다. 성 구청장이 미군과 맺은 인연은 민선2기 용산구청장이던 19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군이 한강로 드래곤힐 라지(Lodge) 호텔 증축을 밀어붙이면서 사달이 났다. 엄연한 건물 증축행위인 데도 소관 자치구에 알리지 않은 터였다. 그는 “차라리 시청을 불도저로 밀고 들어가라.”며 따졌단다. “서민들은 집을 1~2평 늘리려 해도 관청을 들락거려야 하는데 귀띔도 없이 방 97개와 주차시설(124대)을 만든다고 나섰다. 그들에게 ‘세계를 이끄는 미국이 그러면 되느냐’며 설득했다.”고 한다. 결국 한·미 행정협정(SOFA) 개정을 정부에 건의하며 매듭짓기로 했다. ●내년 3월 중·고교생으로 확대 2000년 일도 빼놓을 수 없다. 주·정차 위반 과태료를 상습 체납한 미군 차량에 대해 발견 즉시 견인하겠다며 사건(?)을 일으켰다. 성 구청장은 “이전엔 외교관계 등을 감안해 견인하지 않았지만, 대한민국 국민에겐 엄연히 물리는 과태료를 내지 않는 게 옳지 않다.”며 씁쓸해했다. 5년 넘도록 단속했지만 강제조치를 취하지 않아 실효를 거둘 수 없었고, 과태료 체납은 전체의 95%인 3억 7000여만원이나 됐다. 그는 “민선2기 퇴임 뒤 미군 고위인사가 ‘당신, 아직도 반미운동을 하느냐’고 하길래 무슨 소리냐며 되물었더니 ‘메이어(Mayer·구청장) 때 반미주의자 아니었느냐’는 질문이 돌아왔다.”면서 “무엇이든 합리적으로 하라는 뜻이라고 했더니 미군 고위인사가 고개를 끄덕이더라.”고 덧붙였다. 이런저런 경험은 2004년 성 구청장이 SOFA를 주제로 행정학 박사학위를 딴 밑거름이었다. 성 구청장은 부산 유엔군 참전묘역에 얽힌 얘기로 끝을 맺었다. 묘역에 가면 한 흑인 병사의 비석에 걸린 목걸이가 반짝반짝 빛나며 발길을 붙든다고 소개했다. 한국전에서 숨진 병사의 어머니가 아들 묘를 찾아 공명심을 앞세운다면 자유를 위해 싸웠던 숭고한 뜻이 빛바랠 수 있다며 안긴 ‘훈장’이다. 그는 비석에 새겨진 글을 시(詩)처럼 읊었다. ‘어미가 주는 훈장을 받아라. 너는 결코 죽은 게 아니란다.’ 글 사진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뉴 시티노믹스 시대-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③ 세계 금융의 중심 런던

    [뉴 시티노믹스 시대-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③ 세계 금융의 중심 런던

    지난 15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시내 뱅크 스트리트. 숨막힐 듯이 높은 빌딩들과 고풍스러운 건축물들이 색다른 조화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거리는 고요했다. 정오가 갓 넘은 점심시간인데도 오가는 사람은 눈에 뜨이지 않았다. 대신 샌드위치와 샐러드가 가득 실린 손수레를 끌고 각 회사로 배달을 가는 테이크아웃 음식점 종업원들만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미국에 유일하게 대항할 수 있는 유럽의 자존심. 세계 최고의 금융도시 런던에는 ‘점심시간’이 없었다. 샌드위치 프랜차이즈 서브웨이 배달원인 로널드 캠벨(27)은 “아침 일찍 출근 시간을 제외하면 한산한 거리”라며 “대부분의 회사에서 점심으로 먹으면서 일할 수 있는 메뉴를 단체로 주문한다.”고 말했다. 런던은 글로벌 컨설팅회사 Z/Yen그룹이 전세계 75개 도시를 대상으로 해마다 두 차례 발표하는 국제금융센터지수(GFCI)에서 2년째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공동 1위였던 뉴욕은 올해 2위로 내려앉았다. 지난해 말 현재 런던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외국 은행은 480여개에 이른다. 흔히 세계 금융을 좌지우지한다고 생각하는 미국은 287개, 독일 242개다. 일본은 90개가 조금 넘는다. 단순한 숫자의 차이가 아니다. 전세계 외환 거래의 3분의1은 런던에서 이뤄진다. 채권 거래 비중은 70%에 이른다. 증권시장도 사정은 비슷하다. 외국 증권사가 500개가 넘고, 런던 증권거래소의 일평균 거래량은 전세계 총거래액의 30%를 웃돈다. 뉴욕증권거래소와 도쿄증권거래소를 합친 것보다도 많은 수치다. 세계의 돈이 모이는 런던의 가치는 나라의 가치로 직결된다. 2008년 기준 영국의 금융 자산 규모는 794억 유로다. 유럽연합(EU) 회원국 빅4 가운데 영국을 제외한 나머지 독일(235억 유로), 프랑스(235억 유로), 이탈리아(151억 유로)를 합친 것보다 큰 규모다. 런던이 국제금융의 중심지로 자리잡은 것은 18세기초부터다. 웰링턴이 워털루 전쟁에서 나폴레옹을 이긴 시점부터 전 세계의 돈은 런던으로 모이기 시작했고, 식민지에서 벌어들인 돈 때문에 금융사업은 나날이 번창했다. 그러나 정작 런던이 오늘날 금융도시의 입지를 굳힐 수 있었던 것은 1980년 실시한 ‘빅뱅’으로 불리는 규제개혁 때문이었다. 런던에서 코트라의 컨설팅을 맡고 있는 샘 손 사장은 “당시 영국은 제조업 경쟁력이 곤두박질치고, 석탄산업이 사양길에 접어들면서 최악의 경제난을 겪고 있었다.”면서 “이를 개혁하기 위해 전례없는 규제완화를 통해 외국기업을 끌어들이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재의 런던 금융가는 1980년대 이후에 만들어진 건물과 시스템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18세기초부터 1980년까지 250여년간보다 1980년 이후 30년간 더 많이 성장한 것이다. 빅뱅정책의 핵심은 ‘세금’이었다. 물건을 만드는 대신 투자와 거래만으로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는 금융기업들에 세금은 인건비 다음으로 지출비중이 높은 항목이다. 프랑스의 사르코지 대통령이 지난해 유럽 금융위기의 어려운 상황 속에서 전격적인 특별세 인하를 발표한 것도 런던에 거점을 두고 영업하는 자국 금융회사들을 불러들이기 위해서였다. 런던 금융가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꼽는 금융도시로서 런던의 장점은 ‘입지와 교통’이다. 유럽대륙과 바다를 사이에 두고 있는 섬나라라는 점을 감안하면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다. 런던시청의 테리 보이그 과장은 “런던에는 5개의 공항이 있고 모두 런던 시내에서 지하철로 1시간 이내에 위치한다.”면서 “무엇보다 미국과 유럽 대륙을 잇는 중간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로스타를 이용하면 브뤼셀, 파리 등과 2~3시간만에 이동해 당일 업무가 가능하기 때문에 사실상 유럽의 관문이자 허브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인프라도 금융도시의 역할에 들어맞는다. 런던은 고급인력이 풍부하고 평균연령이 35세를 조금 넘을 정도로 젊다. 시내의 전체 사무용 공간 중 60% 이상이 시내 중심지에 몰려있어서 업무밀집도가 높은 것도 다른 유럽도시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강점이다. 미국 뉴욕과 급성장한 아시아 도시들이 런던의 위치를 탐내고 있지만 런던을 넘어서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런던이 포화상태인 뱅크스트리트에 이어 새로운 금융가로 꾸미고 있는 대규모 재개발지역 도클랜드는 줄을 서야 입주가 가능할 정도로 기업들이 모이고 있다. 특히 지난 10년간 집권했던 노동당 정부가 각종 규제를 강화하고, 고소득자에 대해 세금을 대폭 인상하는 와중에도 금융가가 위치한 ‘시티 오브 런던’측은 이를 상쇄할 수 있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내놓으며 금융회사들을 붙잡아 놓는 데 성공했다. 시티오브런던 관계자는 “수많은 도시들이 금융도시를 표방하고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런던이 쌓아 놓은 노하우를 단시일내에 따라잡기는 힘들다.”고 밝혔다. 런던 박건형 순회특파원 kitsch@seoul.co.kr
  • 소설가들의 경험·추억 엿본다

    작가 자신의 전기적 사실과 체험을 밑그림으로 빚어낸 작품을 일컫는 자전소설. 김사과, 하성란, 김연수, 박민규, 전성태, 김애란, 성석제 등 우리 시대의 작가들은 어떤 속 이야기를 풀어낼까. ‘자전소설’(도서출판 강 펴냄)은 문예지 ‘문학동네’의 ‘젊은 작가 특집’ 시리즈에 실린 단편들을 모은 것으로 작가들의 자전소설을 한데 묶은 책이다. ‘달콤한 나의 도시’, ‘너는 모른다’의 작가 정이현이 쓴 ‘삼풍백화점’에서는 대학 졸업 후 백수 신세로 취업 준비를 하던 작가의 진솔한 이야기가 눈길을 끈다. ‘나’가 백화점 여성복 매장에서 일하는 고등학교 동창 ‘R’를 우연히 만나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또 영원히 멀어진 이야기를 담았다. 1995년 6월 29일 삼풍백화점이 무너지기 10여분 전 그곳을 아슬아슬하게 빠져나온 작가의 경험과 당시 막막했던 시절을 함께 보냈지만 지금은 잊힌 친구와의 아련한 추억은 묘하게 오버랩된다. “지금도 가끔 그 앞을 지나간다. 고향이 꼭, 간절히 그리운 장소만은 아닐 것이다. 그곳을 떠난 뒤에야 나는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고 당시를 회상하는 정이현은 20대의 다양한 경험들이 작가가 되는 밑거름이 되었음을 에둘러 말한다. 천명관의 ‘이십세’는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도 못 가고 취직도 못한 채 음악다방에서 ‘시간을 죽이던’ 시절의 이야기다. 록밴드를 꿈꾸던 스무살 청춘은 ‘디제이 형’을 존경하고, 여종업원 ‘개구리’를 사랑한다. 작가는 갓 스무살의 나이였던 자신이 “이미 수십년을 굴러다닌 자동차처럼 덜그럭거렸다. 털이 다 빠진 늙은 개처럼 아무런 의욕도 없었고 알 수 없는 무력감에 배 속이 늘 휑한 기분이었다.”며 당시의 상황을 묘사한다. “전생엔 메릴린 먼로였다.”는 독특한 서두로 시작되는 박민규의 ‘축구도 잘해요’는 먼로와 아서 밀러·조 디마지오와의 결혼과 결별, 문학평론가 김현과의 만남 등을 넘나들며 작가가 문학을 하기까지의 과정을 상상한다. 이처럼 40여명의 작가들이 개성 있게 녹여낸 자신들의 이야기는 단순한 흥미를 넘어 작가와 독자의 거리감을 좁힌다. ‘자전소설’ 시리즈는 모두 4권으로 출간될 예정으로 1권 ‘축구도 잘해요’와 2권 ‘오, 아버지’가 먼저 나왔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자살, 더 과중한 업보 쌓는것”

    “자살, 더 과중한 업보 쌓는것”

    ‘자살’을 거꾸로 하면 뭘까. ‘살자’이다. 그저 단순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죽음을 삶으로 바꿀 수 있는 강력한 말이기도 하다. 최근 행복전도사 최윤희 부부의 자살 등 유명인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의 자살이 매년 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한국이 자살률 1위이다. 자살이 정신적 요인이든 환경적 요인이든 한국사회는 적지 않은 아픔을 겪고 있다. 조계종이 매년 증가하는 자살을 막기 위한 종단 차원의 포교 활동에 나선다. 조계종 포교원은 15일 오후 서울 견지동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자살! 이대로 좋은가-불교적 성찰과 과제’를 주제로 포교종책 연찬회를 연다. 주요 내용은 ‘불교에서 자살을 교리적으로 어떻게 보는지’, ‘자살에 대한 승가의 규율은 무엇인지’, ‘한국사회에서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할 수 있을지’ 등이다. 백도수 동국대 강사, 이범수 웰다잉운동본부 교육위원장, 황수경 불교여성개발원 문화위원장 등이 발제자로 나선다. 이런 주제로 종단 차원에서 처음으로 논의하는 자리여서 일단 관심을 끈다. 이와 관련한 기자 간담회에서 조계종 포교원장 혜총 스님은 “생명을 존중하는 불교에서는 특히 인간의 몸을 받아 태어나려면 전생에 엄청난 공덕을 쌓아야 한다고 본다.”면서 “그런데도 속세를 살면서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목숨을 포기한다면 더 과중한 업보를 쌓게 되며 다음 생에는 더 낮은 단계의 생명으로 태어난다고 가르친다.”고 설명했다. 다만 “밀알이 썩어서 거름이 되고, 촛불이 자신의 몸을 태워 세상을 밝히듯이 자신의 몸을 던져 더 큰 원(願)을 이루기 위한 것이라면 이는 ‘소신공양’이라고 예외적으로 인정하며, 더 큰 살상을 막기 위해 전쟁에 나갔던 사명대사처럼 호국불교의 경우도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혜총 스님은 또 “중생의 괴로움을 없애주는 종교인 불교의 가르침으로 자살을 막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벌여 나가겠다.”면서 “자살방지 활동을 비롯해 앞으로 조계종 포교원은 지역사회와 함께 호흡하고, 소외계층, 어린이·청소년을 위한 포교활동을 강화하는 5개년 계획을 차근차근 추진해 가겠다.”고 말했다. 포교원 산하 불교여성개발원에서는 ‘내()생애 봄날’이라는 노인자살 예방 프로그램을 운영할 강사를 양성하고 있다. 또 자살 위기에 몰린 사람들을 위한 자비명상, 템플스테이 등을 운영하고 있으며, 삶의 의지를 심어줄 수 있는 콘텐츠를 담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도 개발 중이다. 김문 편집위원 km@seoul.co.kr
  • 전주리 아나, 방송사고 영상 화제…‘턱괴고 멍때린’ 표정 깜찍

    전주리 아나, 방송사고 영상 화제…‘턱괴고 멍때린’ 표정 깜찍

    KBS 공채 아나운서로 합격한 전주리의 방송사고 영상이 뒤늦게 화제다.11일 오전 포털사이트 내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전주리 방송사고’라는 제목의 동영상이 올라와 눈길을 끌고 있다. 이 영상은 전주리 아나운서가 2008년 KTV 재직 당시 진행했던 프로그램 ‘국정와이드’의 한 장면으로 밝혀졌다.공개된 영상에서 ‘큐사인’을 미처 듣지 못한 전주리 아나운서는 카메라에 불이 들어온 줄도 모르고 멘트를 확인하더니 턱을 괸 상태로 종이에 메모를 시작했다. 그러다 옆의 예민수 앵커가 오프닝 멘트를 시작하자, 다소 당황한 듯한 표정을 짓더니 재빨리 수습하고 대본을 읽어나가기 시작했다.이 동영상을 접한 네티즌들은 “귀여운 실수다”, “멍 때리는 표정이 귀엽다”, “순간적으로 상황을 잘 수습했다”, “저런 실수가 밑거름이 돼서 이번에 공중파 KBS 합격하신 듯”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한편 한국외대 독일어교육학과를 졸업한 전주리 아나운서는 2008년 KTV과 MBN을 거쳐 2010년 KBS 신입아나운서 채용 시험에 최종 합격했다.사진 = KTV ‘국정와이드’ 방송 캡처서울신문NTN 오영경 기자 oh@seoulntn.com ▶ 이유진, 예비신랑과의 화보 최초공개▶ LPG, 뺑소니범 검거에 일조 "의상에 피범벅"▶ ’왕비호’ 윤형빈, 걸그룹에게 "엄청 무식해" 독설▶ 어차피 존박 우승?…’슈퍼스타K2’ 픽션과 리얼 사이▶ ’꽈당보라 vs 꽈당승연’, 몸 바친 무대공연 뒤 아픔
  • 중·소상인 ‘동반성장’, e베이 수출지원 통해 ‘사장’된 사연

    중·소상인 ‘동반성장’, e베이 수출지원 통해 ‘사장’된 사연

    [서울신문NTN 이규하 기자] 최근 정부는 국민경제대책회의를 통해 대기업·중소기업 상생 방안을 발표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29일 자리에서 “대기업들이 자율적으로 상생에 나서달라”고 당부하며 ‘동반성장 추진 점검반’을 운영시켜 상생 실적을 점검할 태세다.정부는 그 동안 대중소기업 상생 방안을 강조했지만 상생에서 현재 동반 성장이라는 ‘협력’의 의미로 배경을 바꾼다는 추세다.하지만 이러한 정부의 취지에 앞서 먼저 솔선해 실천하고 있는 기업이 오픈마켓 옥션이다. 옥션은 이베이 수출지원 프로그램 CBT를 통해 본격적으로 국내 판매자들의 이베이 수출을 지원하고 있다.큰 자본 없이도 해외로 진출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온라인 수출은 국내 중소기업과 소상인들까지 글로벌화로 동반 성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와가마마’ 손창범 사장(36세)은 지난 2008년 10월부터 글로벌 쇼핑사이트 이베이(www.ebay.com)를 통해 남성, 여성 패션 잡화를 판매하고 있다.손 사장은 휴대폰 디자이너에서 온라인쇼핑 시장의 급성장을 한 2007년 ‘와가마마’라는 이름의 남성복전문 쇼핑몰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평소 남성 코디에 대한 자신감과 휴대폰 디자이너로서의 감각은 매출 호조로 이어져 상승세를 탔다.이색적인 아이템과 꼼꼼한 고객관리는 단골 고객을 확보했고 시장 진입 1년 안에 5억여 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쾌거를 세웠다. 하지만 그는 2008년 하반기에 찾아온 글로벌 금융위기로 매출이 첫 해의 절반 수준으로 급격히 하락했고 돌파구를 찾던 중 세계 최대 쇼핑사이트 이베이를 접하게 됐다.그는 시간이 날 때 마다 옥션이 진행하는 CBT 교육, 정기 사업 설명회 등에 참석하며 감각을 키웠다. 손 사장은 이베이 판매에 대한 개념을 학습한 후 10시간 속성강좌를 수강하면서 본격적으로 판매에 뛰어들었다.CBT프로그램은 중소기업, 소상인을 대상으로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사이트인 이베이를 통한 수출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해외시장 직접 판매에 도움을 주고 판매자들간 연계를 통해 수출제품의 수급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손 사장은 영어 응대, 국가마다 상이한 거래시스템 등 처음에는 모든 게 생소했지만 끈기를 갖고 하나하나 해결해 나갔다.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결국 2009년 8월부터 거래를 시작했던 독일 바이어에게 첫 대량수출을 신고하면서 본격적으로 사업은 본 괘도에 오르게 된다.결제와 대량배송에 대한 두려움도 컸지만 그 동안 쌓아온 신뢰를 바탕으로 첫 거래가 성공되면서 지금도 독일 바이어와는 정기적으로 거래를 하고 있다. 당시 인연을 발판으로 요즘 메신저를 통해 매일 신상품을 소개하고 안부를 나누는 친구가 됐을 정도다.매출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2010년 현재까지 작년 대비 100% 이상 높은 수치를 보이며 올해 매출액 목표를 약 40만 달러로 예상하고 있다. 손 사장은 “해외 판매 사업이 빠르게 성장한 가장 큰 이유로 국내 상품의 글로벌 경쟁력을 꼽는다.”며 “그간 국내 온라인 마켓에서 쌓아온 노하우 역시 해외 성공의 밑거름이 됐다.”고 설명했다.손 사장은 지난 2월부터 이베이코리아 공식 교육기관(ESM-Start up)에서 이베이 마케팅 강좌도 진행하고 있다. 이베이를 통해 상품 판매를 시작한 지 1년 남짓한 시간에 해외 판매에 도전하는 사람들에게 노하우를 전수하는 반열에까지 오른 셈이다.그는 지난 1년 간 이베이 판매를 하면서 겪었던 어려움과 남들과 다르게 성공하는 법, 이베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비결 등 살아 있는 강의로 높은 호응을 받고 있다. ‘와가마마’ 손창범 사장은 “국내 온라인 마켓의 수준은 세계 최고다. 국내에서 적용된 시스템을 해외 판매에 적용한다면 해외 어느 셀러보다도 높은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손 사장은 이어 “해외 판매 특성상 한 번에 큰 수익을 올리기를 기대하기 보다는 신뢰를 차츰 쌓아 나가면서 장기적인 시각으로 접근하는 것이 지름길”이라고 귀뜸했다.이베이의 방대한 플랫폼 규모를 활용한 해외수출지원 시스템 기반도 고려해볼 만하다.전 세계 39개국에 진출해 있는 이베이는 진출 국가를 포함해 전 세계 200여국가 2억여 명이 이용하는 세계 최대의 전자상거래 사이트다.2009년 한해 동안 이베이 CBT를 통해 400억 원 규모의 수출이 이뤄졌으며 올해는 1천억원 매출 규모를 목표로 하고 있다.특히 국제물류 및 배송 환경이 개선돼 국내 소상인들이 비교적 적은 비용이 드는 온라인 수출 기반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여건이 장점이다. 국내에서 미국 현지로 부과 되는 물품 배송이 1600원(100g당)으로 배송시간이 10일 전후로 단축 됐다.또한 달러가치가 상승하면서 한국 상품 경쟁력이 매우 높아졌다. 온라인을 통한 해외 판매는 오프라인 판매에 비하여 대금회수가 빠르고 물류 등 기타 투자비용이 절감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경제연구소 관계자도 정부에서 환율을 유지시켜 수출을 독려하려 하고 있는 추세이며 미국과 아시아 지역 전반에서 다른 나라 보다 가격 경쟁력이 높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게다가 전 세계 소비자를 잘 파악한다면 겨울 재고상품을 한국과 계절이 반대인 호주 등 남반구 소비자를 대상으로 판매하는 등 국내 시즌상품을 1년 내내 해외에 판매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에 따라 옥션은 지속적인 ‘온라인 수출역군’ 양성을 위해 월 3회 이상의 정기 사업설명회와 5회 이상의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옥션, G마켓 등 오픈마켓 판매자를 대상으로 온라인 수출 강의를 펼쳐 현재까지 약 3000여 명이 교육에 참여했다. 보다 체계적인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지자체 제휴도 추진했다. 지난해 9월 경기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와 경기도내 600여개의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온라인을 통한 수출을 지원하기 위해 무상교육 및 마케팅 활동을 공동으로 펼치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한편 이베이 판매지원사이트(www.ebay.co.kr)도 열어 각종 해외 판매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이규하 기자 judi@seoulntn.com
  • 태극소녀 세계제패… 현대家도 한몫

    태극소녀 세계제패… 현대家도 한몫

    ‘현대가(家)의 18년 투자도 기적 연출에 한몫했다?’ 한국 여자축구가 짧은 역사와 취약한 저변에도 불구하고 세계 정상에 오를 수 있었던 데에는 현대가의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도 적지않은 밑거름이 됐다. 정몽준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이 대한축구협회장에 취임한 1993년. 당시 학교법인 현대학원 이사장이었던 정몽준 전 회장은 실무자를 불러 “한국축구는 남자보다 여자가 더 빨리 세계무대를 호령할 것”이라면서 “일단 중·고등학교 여자축구팀부터 창단하라.”고 지시했다. 대한양궁협회장까지 지냈던 정 전 회장은 여자 양궁 선수들이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잇달아 딴 것을 예로 들며 “여자축구도 한번 키워보고 싶다.”는 뜻을 드러냈다는 것이 당시 현대학원 사무국장을 지낸 권오갑 현대오일뱅크 사장의 말이다. 그러나 쉽지 않았다. 일단 자원이 부족했다. 가장 큰 문제는 그래 봐야 몇 안 되는 선수들의 진학과 진로였다. 운동을 계속할 수 있는 대학팀, 그리고 실업팀이 필요했다. 그래서 1993년 창단된 울산 청운중을 시작으로 현대정보과학고-울산과학대-인천현대제철로 이어지는 현재 한국 여자축구의 중추라인이 갖춰지게 된 것이다. 정 전 회장은 창단 비용은 물론 연간 운영비까지 지원토록 했다. 4개 각급 팀유지와 어린이축구교실 운영 등에 드는 연간 수십억원의 비용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번 17세 이하(U-17) 여자월드컵에 참가한 대표 선수 21명 중 일본과 결승에서 폭발적인 하프 발리슛을 날려 우승에 큰 힘을 보탠 미드필더 이소담을 비롯한 6명이 현대정보과학고에 다니고 있다. 지난달 국제축구연맹(FIFA) U-20 여자월드컵에서 3위를 차지했던 대표팀의 골키퍼 문소리와 수비수 정영아, 공격수 권은솜 등 3명은 울산과학대에서, 공격수 정혜인은 현대제철에서 뛰고 있는 선수다. 현대중공업스포츠단 사장과 한국실업축구연맹 회장을 겸임하고 있는 권오갑 사장은 “정 전 축구회장의 여자축구에 대한 열정, 그리고 지난 18년간의 투자와 관심이 이제야 결실을 봤다.”고 말했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北‘통일딸기’ 모종 경남농민에 전달

    북한 평양의 천동국영농장에서 키운 ‘통일딸기’ 모종이 15일 경남지역 농민들에게 전달됐다. 경남도는 이날 오전 도청 앞 광장에서 ‘2010년 경남 통일딸기 모종농가 전달식’을 갖고 김두관 경남지사가 오종대(55·밀양시 하남읍)씨 등 통일 딸기 재배 농민 2명에게 딸기 모종을 전달했다. 김 지사는 인사말에서 “북한에서 키운 모종이 남북관계의 경색 분위기 등 많은 어려움 속에서 무사히 인천세관을 거쳐 경남에 도착해 의미가 크다.”면서 “통일 딸기 재배를 통해 남북 농업교류가 활성화돼 통일을 앞당기는 밑거름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오씨는 “북한 농민이 땀흘려 키운 모종을 잘 키워 품질 좋은 딸기를 수확하도록 하겠다.”며 “통일 딸기가 남북통일을 이룩하는 데 작으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전달된 모종은 지난 5월 경남에서 배양된 1만 5000그루의 딸기 모주를 평양으로 보내 4개월여 동안 증식한 뒤 다시 남측으로 가져온 것이다. 지난 3일 북한 남포항을 출발해 인천항에 도착한 모종은 그동안 바이러스와 해충 검사를 거쳤다. 통일딸기 재배는 경남도와 사단법인 경남통일농업협력회(경통협)가 2006년부터 남북교류 협력사업으로 시작했다. 창원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 지방의원 연수 ‘잡음’ 잇따라

    6·2 지방선거로 지방의회가 새로 구성됐지만 지방의원 해외연수를 둘러싼 논란은 여전하다. 대구시의회는 새 의회가 구성된 지 3개월여 만에 해외연수에 나서 시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경남도의회는 지방의원 해외연수 외유논란에 대한 거름장치로 시행하고 있는 의원 공무국외여행 심사를 폐지하려다 의회 안팎의 반대 여론에 부딪혀 보류했다. ●대구시의회, 日·中 등으로 외유성 연수 논란 대구시의회는 7일 건설환경위원회 소속 시의원들이 오는 27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4박5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도쿄·요코하마·고베·오사카 등 일본 주요 도시를 돌아보는 일정이다. 1인당 해외연수 경비 180만원은 시 예산으로 부담한다. 시의회는 건설환경위의 일본 방문이 도시계획과 도시재생 분야 선진국 견학을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방문 일정에 일본의 대표적인 관광지들도 포함돼 있어 외유 논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의회 교육위, 행정자치위, 문화복지위, 경제교통위 등도 해외연수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2개 상임위는 일본, 또 다른 2개 상임위는 중국, 1개 상임위는 싱가포르 방문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민들은 임기가 막 시작돼 업무현안을 파악하는 데 시간을 쏟아야 할 시기에 관행을 내세워 상임위마다 앞다퉈 해외연수를 나가는 모습은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민의 시각에서 수긍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경남도의회 ‘공무 국외여행 규정 폐지안’ 진통 경남도의회는 최근 윤용근(한나라당) 의원이 ‘경남도의회 의원 공무 국외여행 규정 폐지안’을 발의해 오는 16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예정이었으나 지난 6일 운영위원회 의안심의에서 격론 끝에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도의회는 의원들 사이에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서 좀 더 신중하게 결정하기 위해 심사를 보류하게 됐다고 밝혔다. 경남도의회는 의원이 공무로 국외여행을 할 때 외부인사가 참여하는 심사위원회 심사를 거쳐 허가하는 의원 공무국외여행 규정을 2001년 3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폐지안을 발의한 윤 의원은 “의회의장의 명에 의해 공무로 가는 국외여행을 심사위원회가 심사해 허가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고 의원 및 의회의 권위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발의 이유를 밝혔다. 그는 “국회의원이나 공무원 공무여행에 대해서는 외부인사가 참여하는 심사 등의 제약이 없는데 지방의원에 대해서만 외부인사가 심사를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주장했다. 전체 58명의 경남도의원 가운데 한나라당과 민주당,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무소속 등 32명의 의원이 폐지안에 찬성 서명했다. 행정안전부는 지방의원 해외연수에 대한 심사제 시행에도 불구하고 심사가 형식적이라는 지적과 함께 외유논란이 그치지 않자 지난해 3월 지방의원 국외여행 심사 강화를 권고하는 ‘지방의회의원 공무국외여행 규칙안’ 준칙을 마련해 전국 시·도 의회에 권고했다. 심사위원 민간비율을 과반으로 늘리고 의결 정족수도 3분의2 이상 찬성으로 하라는 내용이다. 경남도의회는 심사위원 가운데 도의원이 4명으로 교수·시민단체 등 외부인사 3명보다 많아 행안부 준칙을 따르지 않고 있다. 울산시의회는 심사위원 7명 가운데 5명이 외부인사이며 부산·광주시와 강원도 의회는 7명의 심사위원 가운데 절반이 넘는 4명을 외부인사로 두고 있다. 규정 폐지안에 서명하지 않은 김해연 경남도의원(진보신당)은 “오히려 강화해야 할 의원 해외연수 심사규정을 폐지하는 것은 의원들의 해외연수 명분을 떨어뜨려 외유논란을 더욱 키울 우려가 높다.”며 폐지에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전국종합·강원식기자 kws@seoul.co.kr
  • [내고장 인재 산실] 청주 세광고

    [내고장 인재 산실] 청주 세광고

    1953년 충북 청주지역 최초의 인문계 사립고로 출발한 세광고가 입시의 명문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 최고의 좌완투수로 평가받는 송진우와 홈런왕 장종훈을 배출하며 1990년대까지 야구의 명문으로 이름을 날렸지만 지금은 공부 잘하는 학교로 더욱 유명하다. 6일 세광고에 따르면 이 학교는 최근 10년간 명문대 합격률이 전국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며 ‘충북의 1등학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1999년 17명을 서울대에 합격시킨 것을 시작으로 최근까지 해마다 두자리 숫자의 서울대 합격생을 기록하고 있다. 2009학년도 입시에선 서울대와 전국 의대·치대·한의대 38명, 연세대 35명, 고려대 33명을 합격시키는 등 수도권 지역 대학에 모두 306명을 진학시켰다. 또 미국 듀크대학 1명, 경찰대 1명, 사관학교 6명, 카이스트에 4명을 합격시켰다. 최근 5년간 배출한 서울대 합격생은 총 80명. 충청권 고등학교 가운데 가장 많은 숫자다. 전국에선 17번째. 시험을 보고 입학하는 특수목적고를 제외하면 평준화 지역 일반계고 가운데 전국 최고 성적이다. ●‘한빛학사’·심화반 효과 이런 성과는 특화된 기숙사 운영과 수준별 맞춤형 수업이 밑거름이 됐다. 세광고는 1989년 ‘한빛학사’라는 기숙사를 만들어 학년별 성적 상위 40명으로 학사반을 편성했다. 학사반은 중간고사, 기말고사 등을 거쳐 6개월마다 재편성된다. 학사반이 되면 1, 2학년은 1주일에 한 번, 3학년은 한 달에 한 번만 집에 갈 수 있어 학원은 다닐 수가 없다. 한달에 숙식비 30여만원도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학사에 입사하면 학교에서 제공하는 맞춤학습과 함께 서울대에 진학한 선배들과 1대1 멘토관계를 맺고 수능 고득점의 비결을 전수받을 수 있다. 이 같은 혜택 때문에 학사에 들어가려는 학생과 퇴출되지 않으려는 학생들 간에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데, 이 같은 선의의 경쟁이 자연스레 뜨거운 면학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학생들의 놀라운 성적 향상을 가져온 것이다. ●명문대 선배와 1대1 상담도 세광고의 기적이 알려지자 현재 충북도 내 상당수 학교들이 세광고를 모델로 해 기숙사를 운영하고 있고, 전국에서 한빛학사 운영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찾아오고 있다. 세광고는 학사반과 더불어 방과 후에 심화반과 기초반을 운영한다. 심화반은 학사반에 들어가지 못한 차상위 성적 학생들로, 기초반은 나머지 학생들로 구성된다. 영어와 수학 등 주요 과목은 정규 수업시간에도 이동식 수업을 통해 맞춤형 지도를 하고 있다. 세광고가 학력신장에만 주력하는 것은 아니다. 명사 초청 강연과 학교추천도서 감상문 쓰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세상의 빛이 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김병완 교장은 “세광고는 한빛학사 등을 통해 사교육을 이기는 공교육의 힘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며 “수리와 과학에서 다른 학교보다 우수한 실력을 갖추고 있는 학교 특성을 살려 본교를 과학중점고교로 특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청주 남인우기자 niw7263@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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