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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SOC 희망가/최광해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부소장

    [열린세상] SOC 희망가/최광해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부소장

    2008년 금융위기 직후 홍콩이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내놓은 해법은 10대 대형 사회간접자본(SOC) 프로젝트였다. 홍콩, 마카오, 중국 주해를 잇는, 해상 다리로는 세계 최장의 항주오대교가 이때 시작됐다. 1970년대 말의 국가 재건 사업 때처럼 일자리 창출과 성장 모멘텀을 기대했다. 안타깝게도 지금까지 홍콩이 원했던 효과를 얻었다는 이야기는 들어 보지 못했다. 반드시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사례가 있다. 일본이다. 잃어버린 20년간 끈질기게 콘크리트 예산을 집행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산간벽지에까지 도로가 만들어졌지만 차는 거의 다니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런 비효율성이 쌓여 최대 채무국이 됐고, 금융위기 이후 고교 무상교육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됐다. SOC 논쟁이 뜨겁다. 정부가 2018년 예산안을 제출하면서 관련 예산을 전년 대비 20% 감축했기 때문이다. 성장 잠재력을 훼손하고 일자리 창출을 어렵게 할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침체된 지방 경제를 살릴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주장도 나왔다. 나름 절박한 이야기이지만, 감동은 과거만 못하다. SOC의 역할을 기대하는 희망가 같은데 세련된 맛은 없다. 맥락이 적절하지 못한 탓이다. SOC의 긍정적 효과 여부는 논쟁의 핵심이 아니다. 재원이 한정돼 있어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느냐의 문제다. 증세를 하지 않고 새로운 복지 제도의 비용을 조달하기 위해 SOC 예산을 줄이는 것이 타당한지 답하면 된다. 국방비 등 다른 분야를 줄이기도 만만치 않아서 그동안 상대적으로 과도했던 SOC 예산이 타깃이 된 것이 2018년 예산안이고, 나는 이를 지지한다. 첫 번째 이유는 SOC가 성장 잠재력을 높이는 효과가 현재로서는 높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1990년대 중반 사회간접자본 예산 편성을 실제로 담당했다. 당시에는 부산항에서 출발한 화물이 미 로스앤젤레스(LA)항에 도달하는 시간보다 국내에서 항구에 있는 배까지 싣는 데 더 오래 걸렸다. 도로, 철도, 공항, 항만 등 대부분의 시설이 경제개발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태부족이었다. 모자라는 SOC가 성장의 걸림돌이었다. SOC 예산이 전체 예산보다 훨씬 빨리 늘어나는 것이 당연시됐었던 이유다. 희생양은 늘 복지예산이었다. 오랫동안 전체 예산만큼도 늘지 못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감축됐다. 그 결과가 오늘날 OECD 국가 중 거꾸로 1등인 사회복지 지출 예산의 비중이다. 수저 논쟁이 모든 것을 압도하고 ‘이생망’ 같은 자조적 언어가 지배하는 현시점에서는 의료, 교육, 주거 등 복지를 확충하는 것이 최우선의 지출 순위라 하겠다. 성장 잠재력을 위해서도 중요한 일이다. 자녀 공부시킬 걱정이나 치료비 마련 때문에 전전긍긍하는 근로자들로는 성장의 중요한 전제인 인적자본의 질을 담보하기 어렵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사회안전망은 획기적으로 확충돼야 한다. 일자리 창출이 SOC 예산 감축으로 어려워질 것이라는 논리도 동의하기 힘들다. 고용 없는 성장은 SOC 건설이 일자리를 예전만큼 만들지 못한 것이 출발점이다. 예전에는 많은 사람들이 삽으로 땅을 팠다면 포클레인 한 대로 해결될 만큼 공정이 기계화?자동화됐다. 오히려 복지예산이 일자리를 담보한다. 보건·사회복지 분야의 일자리 창출 효과는 건설업보다 50% 수준 높다. SOC 예산을 줄이더라도 필요한 시설을 건설하는 것이 어려울 것 같지는 않다. 이 분야 예산 규모가 여전히 작지 않기 때문이다. OECD의 가장 최근 자료인 2015년 데이터를 갖고 시뮬레이션을 해 보면 SOC 예산을 줄여도 경제 관련 지출 비중의 OECD 국가 중 순위는 여전히 상위권이다. 그동안 이 분야에 재원이 집중됐기 때문이다. 빠르게 진화해 온 민자 제도도 폭넓게 활용될 수 있다. 규모는 줄이되 구조조정을 통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밤낮없이 혼잡한 도심의 도로처럼 여전히 수요가 높은 생활편익 증진을 위한 시설을 확보하려면 이러한 고민과 슬기를 필요로 한다. 복지예산도 씀씀이를 면밀하게 검토해 SOC 예산에 미치는 구김살을 조금이라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미래를 위한 지혜와 양보가 번뜩이는 2017년 예산 국회를 기대한다.
  • [손성진 칼럼] 적폐의 그늘

    [손성진 칼럼] 적폐의 그늘

    이데올로기의 근원을 좇아 보면 결국 이기심이니 옳고 그름을 논할 수 없다. 누구나 각자의 입장에서 이익을 추구하는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다. 이기심을 탓하려면 인간의 본성을 탓해야 하는데 본성은 탓할 대상이 아니다. 누군가 앞장서고 대중은 뒤를 따라갈 길을 결정짓는다. 대중도 이기심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니 이념과 색깔을 놓고 누구를 비판할 자격은 아무에게도 없다. 최선의 이익을 위해 인간은 어느 자리에선가 최선을 다할 뿐인 존재다.다만 그 이기심이 부정, 불의와 결탁됐을 때는 얘기가 달라진다. 옳고 그름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전희경이 임종석을 욕하자면 임종석의 사상이 아니라 임종석의 부정, 불법을 먼저 찾아내야 한다. 대한민국은 법 테두리 내에서 이데올로기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임종석의 과거 불법행위는 국가보안법 위반이었으며 3년 6개월의 복역으로 죗값을 이미 치렀다. 통합진보당은 이미 해산당했고 그 비슷한 행위는 언제라도 법의 응징을 받을 것이다. 독재가 불의라면 불의를 위해 싸운 점은 인정해 주는 게 옳다. 그것이 밀알이 되어 민주주의의 작은 발전을 이루었다면 더욱 그렇다. 독재라는 거악이 물러갔지만 폐단은 계속 쌓이고 있었다. 그것이 지금 적폐라고 불린다. 노무현의 주변 인물들도 부정 의혹에 휩싸였으며 사실로 확인된 것은 일종의 적폐였다. 이데올로기는 순수했을지라도 노무현도 부정의 문제에서 완벽하지는 못했다. 그리고 전직 대통령의 자살이라는 비극을 역사에 남긴 원인 또한 적폐였다. 역사의 순환처럼 또 검사의 자살이라는 비극과 우리는 마주했다. 노무현의 죽음처럼 죽음 앞에서 우리는 또 숙연해진다. 누군가 독재 타도를 외칠 때 죽은 검사는 법을 공부했고 법을 어기는 행위를 다스리는 일을 했다. 이기심에서든 아니든 거기까지는 선택의 자유였다. 그 이후 검사는 예측하지도 못한 적폐로 분류된 행위에 가담했고 9년 만에 자살의 비극을 재연하고 말았다. 역으로 죽음의 가치를 빛내는 일은 다시는 적폐가 발붙이지 못하게 하는 일이다. 몰아붙이기식 수사가 부작용을 낳지 않도록만 한다면 적폐 수사의 엔진이 꺼져선 안 된다. 희생을 단지 경건함으로 포장하는 일에만 빠질 것은 아니다. 과거를 들추는 것은 미래의 발전이라는 분명한 목적이 있고 또 있어야 한다. 가늠하기 어려운 장래일지라도 현 권력이 거꾸로 ‘저주의 굿판’에 맞닥뜨리지 않는 길은 하나뿐이다. 지금 거론되는 적폐에서 완전히 손을 끊는 것이다. 부패와 결탁한 최고 권력의 재현은 현재로선 상상하긴 어렵긴 하다. 임종석은 김기춘의 직권남용을 본받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전희경의 손가락질에도 다문 입을 열 수 없을 게다. ‘이념 프레임 적폐’ 소리를 듣는 전희경과 임종석의 역할 교체다. ‘정치 검찰’이 적폐라면 적폐가 적폐를 캐는 아이러니는 이번이 끝이어야 한다. 적폐와 비적폐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것만으로 검찰의 독주는 보호받을 수 없으며 마냥 반길 국민도 없다. 그래도 검찰에 맡기는 것은 정의의 사도로 귀환할 것이란 믿음과 그 유일성 때문이다. 유일성이란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것뿐이지 독보적이란 의미라는 뜻은 아니다. 국민이 원하는 세상은 단순하다. 창업을 예로 들면 연구비를 횡령하는 적폐를 벗고 창업도 하기 전에 무료로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며 지원하는 미국처럼 깨끗한 풍토로 변신하자는 것이다. 고난의 길이라도 세상의 변화를 원하면 견디라는 말에 거부감을 느낄 때는 아직 멀었다. 다만 ‘내로남불’로 희화화되지 않으려면 적폐의 분명한 한계를 설정해야 한다. 쓸 만한 것까지 몽땅 쓰레기로 취급해 소각하고 있지는 않은지 정리 정돈이 필요해 보인다. 과속은 늘 사고를 부른다. 큰소리를 치려면 그만한 원천이 필요하다. 희망만 앞세운 원칙 없는 개혁은 찬성하는 이에겐 피로를, 반대하는 이에겐 환멸까지 느끼게 할 수 있다. sonsj@seoul.co.kr
  • [이덕일의 역사의 창] 자살의 여러 유형

    [이덕일의 역사의 창] 자살의 여러 유형

    ‘삼국지’의 순욱(荀彧)은 조조(曹操)의 책사가 된 후 쫓기던 후한의 헌제(獻帝)를 조조에게 모시도록 건의했다. 그 결과 후한 조정에서 조조에게 국공(國公)의 작위와 구석(九錫)의 특례를 주어야 한다는 의논이 일었다. 국공은 국왕에 버금가는 지위고, 구석은 큰 공을 세운 제후에게 천자가 거마(車馬)·궁시(弓矢) 등 아홉 가지 물품을 내려 주는 것을 뜻한다. 순욱은 조조에게 받으면 안 된다고 말렸고 둘 사이는 멀어졌다.조조가 유수(濡須)로 진격할 때 순욱은 수춘(壽春)에 남아 있다가 세상을 떠났는데, ‘삼국지’의 ‘순욱 열전’은 이를 ‘우울해하다 죽었다’는 뜻의 ‘우훙’(憂薨)이라고 묘사했다. 그러나 ‘후한서’의 ‘순욱 열전’은 수춘에 남아 있었던 순욱에게 조조가 음식 상자를 보냈는데, 빈 그릇임을 안 순욱이 약을 먹고 자살했다고 전혀 달리 썼다. 순욱의 죽음은 황제를 꿈꾸는 조조와 후한 황실을 높이려는 순욱의 정치관의 충돌이었다. 자신이 모시는 주군이 자결하면 따라서 죽는 것도 인(仁)이었다. 제(齊)나라 양공(襄公)이 죽자 공자 소백(小白)과 동생인 규(糾)가 왕위 쟁탈전을 벌였다. 관중(管仲)은 소홀(召忽)과 함께 동생 규를 지지한 반면 포숙아는 공자 소백 편에 섰다. 관중은 소백을 죽이기 위해서 활까지 쐈지만 소백은 살아남아 제 환공(桓公)이 됐다. 이에 공자 규가 자결하자 소홀은 뒤따라 죽었는데, 관중은 거꾸로 포숙아의 천거로 환공의 재상이 됐다. 그래서 자로와 자공이 공자에게 ‘소홀은 따라 죽었는데, 관중은 죽지 않았으니 관중은 어질지 못한 사람입니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공자의 생각은 달랐다. 공자는 “관중이 환공의 재상이 돼 천하를 바로잡아 백성들이 지금까지 (그 혜택을) 받고 있다. … 어찌 필부필부(匹夫匹婦)들의 헤아림으로 도랑에서 스스로 목매 죽어서 알아주는 사람이 없는 것과 같겠는가”(‘논어’ 중 ‘헌문’)라고 관중을 옹호했다. 관중이 제 환공을 도와 전쟁을 하지 않고도 큰 평화를 가져왔으니 혼자 자결한 것보다 훨씬 큰 인(仁)을 이뤘다는 뜻이다. 여기에서 ‘도랑에서 스스로 목매 죽는 의미 없는 죽음’이라는 뜻의 자경구독(自經溝瀆)이라는 사자성어가 나왔다. 초(楚)나라 회왕(懷王) 때 굴원(屈原)은 삼려대부(三閭大夫)로서 직간하다가 좌천된 후 억울한 심정을 읊은 ‘이소’(離騷)를 지은 후 상강(湘江)에 뛰어내려 자살했다. 그 ‘이소’는 초나라 문학을 뜻하는 초사(楚辭)의 대표로서 ‘시경’(詩經) 못지않은 평가를 받는다. 굴원의 ‘이소’ 등을 부(賦)라고도 하는데, 자신의 생각이나 눈앞의 경치 등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는 것이다. 다산 정약용은 시는 많이 썼지만 부(賦)는 드물게 썼는데, 그중 하나가 ‘염우부’(鹽雨賦)다. 정조 사후 경상도 인동(仁同)의 장시경·현경 부자 등은 정조를 독살한 역적들을 제거하겠다면서 인동 관아를 습격하고 서울까지 올라가려다 저지당하자 절벽에서 투신자살했다. 그 일로 장현경의 부인은 두 딸, 막내아들과 함께 전라도 강진으로 유배 갔는데, 큰딸이 그곳에서 군졸로부터 성희롱을 당해 투신자살했다. 어머니도 투신자살하면서 따라 죽으려는 막내딸에게 “너는 관가에 알려 원수를 갚고 또 네 동생을 길러야 한다”고 말렸다. 그러나 막내딸의 신고를 받은 강진 현감 이건식과 관찰사 이면응 등은 뇌물을 받고 없던 일로 덮어 버렸다. 그 후 모녀가 자살한 7월 28일이 되면 매년 큰 바람과 해일이 일었고, 정약용이 ‘염우부’를 지어 이 모녀의 한을 위로했다. 우리 사회는 예로부터 자살을 큰 불효로 쳤기 때문에 자살자가 많지 않았다. 그러나 강진의 모녀처럼 억울한 자살은 사실상 타살로서 하늘이 대신 벌해 준다는 믿음이 있었다. 근래 부정과 불법에 연루된 사람들이 잇따라 자살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새로운 풍속도다. 북송 때 시인 황정견(黃庭堅)은 ‘박박주’(薄薄酒)라는 시에서 “필부는 보배를 가진 탓에 죽고, 백귀는 고명한 집을 엿본다”(匹夫懷璧死 百鬼瞰高明)는 시구를 남겼다. 필부가 권력에 취해 무리하면 화를 입고, 잘나가는 집안은 백귀가 노린다는 것이다. 지금 적폐청산의 대상으로 전락해 자살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권력과 부를 가진 사람들이 늘 되새겨야 할 교훈이다.
  • 히트다 ‘히트’… 반갑다 ‘록키’

    히트다 ‘히트’… 반갑다 ‘록키’

    ‘히트’ 21년 전 잘린 30분 살려 ‘록키’는 40년 만에 관객과 재회 영화 ‘원스’가 최근 박스오피스 톱 10에 진입해 눈길을 끈다. 2007년 첫 개봉 이후 서너 차례 재상영됐는데 여전히 관객의 발길이 꾸준하다. 자신이 좋아하는 인생 영화를 큰 스크린에서 보고 싶은 욕구가 적지 않다는 것을 보여 주는 사례다. 11월, 오랜만에 극장을 찾은 재개봉작을 골라 봤다. 각각 21년, 40년 만에 국내 극장에 다시 걸리는 ‘히트’와 ‘록키’가 우선 눈에 띈다.범죄 액션물의 걸작 ‘히트’가 오는 9일 재개봉한다. 일 중독에 빠진 형사 반장과 가정을 이루고 싶어 하는 은행 강도 일당의 두목이 서로에게 연민과 동질감을 느끼며 쫓기고 쫓는 이야기다. 선 굵은 남성 영화로 정평이 난 마이클 만 감독이 연출했다. 15분에 걸친 생생한 도심 총격전으로 유명한데 1996년 개봉 당시 편집된 30여분을 되살린 171분 완전판으로 재개봉한다. 이 작품은 당대 할리우드 최고 남자 배우 알 파치노와 로버트 드니로를 한 스크린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황홀한 작품이다. 이전엔 ‘대부2’(1974)에서 알 파치노가 마이클 콜레오네를, 로버트 드니로가 마이클의 아버지 돈 콜레오네의 젊은 시절을 맡아 함께 출연했지만 극 중에서 마주치지는 않았다. 2008년 ‘의로운 살인’에서 재회했던 두 사람은 최근 넷플릭스 프로젝트인 ‘아이리시 맨’에서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과 함께 의기투합해 주목받고 있다.오는 29일 재개봉하는 ‘록키’는 복싱 영화의 전설이다.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주연까지 고집한 실베스터 스탤론을 일약 스타덤에 올려놓은 작품이다. 무명 복서이자 뒷골목 건달인 록키 발보아의 챔피언 도전과 서툰 사랑을 감동적으로 그렸다. 힘찬 트럼펫 연주를 앞세운 빌 콘티의 음악이 울리는 가운데 록키가 필라델피아 미술관 앞 광장의 계단을 성큼성큼 뛰어오르는 장면을 떠올리는 영화팬들이 많을 듯. 이 시리즈는 40년이 넘도록 계속되고 있는데 소련 복서 이반 드라고(돌프 룬드그렌)와 세기의 대결을 벌인 ‘록키4‘(1985)까지가 전성기였다. 5편(1990), 6편(2006)에서는 노회한 복서처럼 큰 하락세를 보였는데 2015년 록키가 친구의 아들을 챔피언으로 키워내는 스핀오프(번외 작품) ‘크리드’가 만들어져 화제를 모았다. 스탤론은 이 작품으로 아카데미 조연상 후보에까지 올랐으나 국내에선 아쉽게 개봉하지 않았다. 현재 룬드그렌까지 뭉친 ‘크리드2’가 제작 중이다. 앞서 16일에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가 8년 만에,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이 10년 만에 나란히 관객과 재회한다. 브래드 피트, 케이트 블란쳇 주연의 ‘벤자민 버튼…’은 시간이 갈수록 젊어지는 남자와 나이가 드는 여자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를 그린 판타지 로맨스물이다. 드류 베리모어, 휴 그랜트 주연의 ‘그 여자…’는 한때 팝스타였던 남자와 남다른 작사 재능을 지닌 엉뚱 발랄한 여자가 하모니를 이뤄 가는 과정을 담았다. 잭 블랙의 출세작 ‘스쿨 오브 락’도 13년 만에 재개봉(29일)한다. 무명의 록밴드 멤버가 초등학교 방과 후 교사로 취직, ‘범생이’ 아이들과 함게 록밴드를 조직해 음악 경연 대회에 나간다는 내용이다. 어른 못지않은 아역들의 연기와 연주 실력이 일품이다. 실제 록 뮤지션이기도 한 블랙은 이 작품에서 물 만난 고기처럼 활개를 친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트럼프, 日 납북 피해자 가족 17명 비공개로 만나

    트럼프, 日 납북 피해자 가족 17명 비공개로 만나

    양국 경영자 간담회서 직격탄… “日, 미국車 한 대도 수입 안 해”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6일 오후 이뤄진 미·일 정상회담 전후로 일왕 내외 환담부터 납북 피해자 가족 면담까지 아우르는 빡빡한 일정을 소화했다.첫 일정으로 주일 미국대사관에서 열린 미·일 기업 경영자 간담회에 참석한 트럼프 대통령은 “미·일 무역은 공정하지도 개방되지도 않았다”면서 이번 방일 의제 중 하나인 대일 무역적자 문제를 거론했다. 그는 “일본은 몇 백만대의 자동차를 미국에 팔고 있으면서 일본에는 미국산 차가 제대로 수입되지 않고 있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간담회에는 다카히로 하치고 혼다 최고경영자(CEO),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등이 참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부인 멜라니아와 함께 일왕 부부를 예방했다. 왕궁에 도착한 트럼프는 마중 나와 있던 일왕 부부와 차례로 인사를 나누면서 허리를 세운 채 악수만을 건넸다. 2009년 일왕 예방 때 90도 각도로 허리를 굽히는 인사를 해 논란을 일으킨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는 대조를 이뤘다. 20분 동안의 환담에서 일왕이 “이번 방문은 어떤가”라고 묻자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 잘 진행되고 있다. 아베 신조 총리와 북한 문제, 미·일 방위협력, 통상 문제 등 여러 문제에 대해 충실한 의견 교환을 했다. 현재 미·일 관계는 전에 없이 좋은 상태”라고 말했다고 NHK가 전했다. 이 말을 듣고 일왕은 “그 말을 들으니 매우 기쁘다. 양국은 전에 전쟁을 했지만 그 후 미·일 우호 관계, 미국의 지원을 얻어 오늘날의 일본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상회담을 위해 도쿄 모토아카사카의 영빈관을 찾은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총리와 함께 육상자위대 의장대를 사열했다. 아베 총리와 함께 영빈관 산책을 하던 트럼프 대통령은 정원에 있던 연못에 상자째로 잉어밥을 뿌려 입초시에 오르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처음에는 숟가락을 들었다가 이내 인내심을 잃은 듯 사료가 든 나무 상자를 거꾸로 들고 한꺼번에 잉어밥을 연못에 털어 넣어 논란이 됐다고 CNN 등이 전했다. 하지만 이는 아베 총리가 시간이 촉박한 듯 뒤쪽으로 돌아본 뒤 먼저 상자째로 잉어밥을 뿌리자 트럼프 대통령이 따라 한 것이다. 정상회담 후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의 납북 피해자 가족 17명 등과 약 30분간 비공개로 만남을 가졌다. 면담 후 납북자 요코다 메구미의 동생 다쿠야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 명 한 명과 악수를 했다. 누나가 납치되기 전 평화로웠던 시절의 가족사진을 직접 들어 바라보던 것이 인상적이었다”며 면담 당시 상황을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들은 수많은 이야기들은 매우 슬프고, 그들은 북한에 의해 납치됐다”며 “아베 총리와 함께 그들이 사랑하는 이들에게 돌아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협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는 이날 오후 아베 총리의 부인 아키에와 함께 도쿄에 있는 교바시쓰키지초등학교를 찾아 어린이들의 환영 속에서 붓글씨 체험을 했다. 멜라니아는 서예 수업 현장을 찾아 ‘평화’(平和)의 ‘평’자를 썼고, 아키에는 ‘화’자를 썼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서울 김민희 기자 haru@seoul.co.kr
  • 트럼프, 일본서 잉어밥 상자째로 뿌렸다가 온라인서 비난 쇄도···사실은

    트럼프, 일본서 잉어밥 상자째로 뿌렸다가 온라인서 비난 쇄도···사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 아시아 5개국 순방 일정의 첫 번째 방문국인 일본에서 연못에 상자째로 잉어밥을 뿌렸다가 온라인에서 비난을 받고 있다.AFP통신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함께 이날 도쿄 아카사카 궁에서 비단잉어의 일종인 일본 ‘코이 잉어’가 많이 사는 연못에 들렀다. 아베 총리는 숟가락으로 조심스럽게 사료를 떠서 잉어들에게 뿌려줬다. 트럼프 대통령도 처음에는 숟가락을 들었다가 이내 인내심을 잃은 듯 사료가 든 나무 상자를 거꾸로 들고 한꺼번에 잉어밥을 연못에 털어넣었다고 AFP는 전했다. 뒤에서 그 광경을 바라보던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도 트럼프 대통령의 ‘비상식적인’ 잉어밥 주기에 웃음을 터뜨리는 모습을 보였다.이 장면이 사진으로 공개되면서 트위터를 비롯한 온라인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다수의 물고기 애호가는 물고기가 한꺼번에 많은 양의 먹이를 소화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했고, 한 트위터 사용자는 “트럼프는 물고기조차 제대로 먹이지를 못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 상황을 찍은 방송사 보도를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사료를 상자째로 뿌리기 전에 아베 총리가 먼저 남은 사료를 통째로 연못에 뿌렸다. 이를 본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총리를 따라 사료를 상자째 뿌린 것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치킨집 환기구에 7시간 ‘갇힌’ 남성…그 정체는?

    치킨집 환기구에 7시간 ‘갇힌’ 남성…그 정체는?

    음식점에 몰래 들어가 현금 등을 훔치려 한 절도범이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채 ‘웃픈’ 꼴로 발견됐다. 영국 잉글랜드 중부 웨스트미들랜즈에 있는 한 가게를 노린 절도범(45)은 현지시간으로 2일(현지시간) 한 치킨 가게 환기구에 몸이 거꾸로 ‘박힌 채’ 경찰에 발견됐다. 발견 당시 절도범은 바지와 양말만 착용한 채 상의는 입지 않은 상태였다. 조사 결과 이 남성은 이날 오전 2시쯤 한 치킨가게를 노리고 환기구를 통해 가게 내부로 진입을 시도했다. 하지만 환기구가 매우 작아 몸이 통과하지 못했고, 무릎부터 발까지는 환기구 바깥쪽에 걸쳐진 채 꼼짝달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 남성은 환기구에서 다시 빠져나오기 위해 몇 시간을 노력했지만 결국 허사였고, 다음날 아침, 사람들에게 먼저 도움을 요청하는 처지가 됐다. 경찰이 신고를 받고 출동한 시간은 오전 8시 20분. 경찰은 환기구 내부 및 안과 밖에 걸림돌을 제거한 뒤 오전 9시 경이 되어서야 이 남성을 구출할 수 있었다. 무려 7시간가량을 환기구에 갇혀 있었던 이 남성은 곧장 병원으로 옮겨졌고, 간단한 조사를 받은 뒤 절도 미수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은 “문제의 남성은 환기구에 몸이 완전히 끼어있어 움직일 수 없는 지경이었다”고 전했다. 해당 음식점 직원은 “출근하자마자 주변 이웃에게 ‘가게에서 도와달라는 소리를 들었다’는 전화를 받았다”면서 “곧장 경찰에 신고하고 가게를 둘러본 뒤 환기구에 갇힌 남성을 발견하고는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 남성이 환기구에 갇힌 모습과 환기구 안팎에서 이뤄진 구조작업이 담긴 사진은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됐고, 네티즌들은 그가 어리석은 행동을 했다며 비난을 쏟아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강감창 서울시의원 “시립대 입학금 폐지, 의회와 협의없이 일방적 진행”

    강감창 서울시의원 “시립대 입학금 폐지, 의회와 협의없이 일방적 진행”

    서울시립대가 반값등록금 추진에 이어 입학금, 전형료 폐지 결정마저 일방적으로 추진한 ‘선심행정’이 도마에 올랐다.서울시의회 강감창 의원(송파)은 2일 열린 제277회 정례회 서울시립대 행정사무감사에서 이와 같은 문제를 지적하면서, 이러한 선심성 행정으로 생긴 공백은 결국 시민의 혈세로 메꿔야 하는데 “시민 여론수렴을 통한 공감대 형성이 전무하며 시의회와의 사전협의 절차도 없었다”고 질타했다. 서울시립대는 8월 3일에 이미 입학급과 전형료를 폐지하겠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한 후에야 관련 절차에 돌입, 8월 16일 교무위원회의 심의와 9월 5일 재정위원회 심의를 거쳤다. 즉, 내부에서 이미 폐지결정을 내린 후 외부의 동의를 구하는 식으로 절차가 거꾸로 진행되었다는 것이다. 이에 강의원은 이와 같이 졸속으로 추진한 배경이 의심스럽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서울시립대의 2018학년도 입학정원은 약 2천 여 명이며, 2억여 원 가까이 되는 입학금과 전형료 10억 등, 연간 12억 원이 혈세로 충당된다. 서울시립대 재정의 서울시 예산의존도가 급격히 높아진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강감창 의원의 지적에 따르면 2017년 현재 서울시립대는 서울시 지원금 의존도가 무려 63.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에 38.0%였던 것을 감안하면 의존도가 크게 증가한 것이다. 이에 대해 강 의원은 “시민의 소중한 세금을 더 많이 투입하는 데 대해 시민의 대의기관인 시의회의 동의는 필수이다. 서울시립대는 이러한 민주적 절차를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강 의원은 서울시민의 혈세가 지방학생의 입학금과 전형료로 쓰이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서울시립대의 2017학년도 각 전형별 입학생의 거주지 현황을 살펴보면, 서울시에 거주하는 학생은 23.5%에 불과하고 76.5%의 학생들이 타지방에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2017 서울미래유산 그랜드투어] ‘모던 도시’ 경성… 식민시대 지식인의 자조 위에 서다

    [2017 서울미래유산 그랜드투어] ‘모던 도시’ 경성… 식민시대 지식인의 자조 위에 서다

    서울신문이 서울시, 사단법인 서울도시문화연구원과 함께하는 ‘2017 서울미래유산-랜드투어’ 제21차 ‘서울의 문학-구보씨의 경성기행’ 편이 지난 10월 28일 서울 다동과 소공동, 남대문로 일대에서 진행됐다. 답사단은 구보 박태원(1910~1986)의 자전적 도시탐구 소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에 나오는 주인공의 행적을 쫓았다.대표적인 모더니스트 소설가 박태원이 태어나 자란 청계천변 다동 집과 종로 화신백화점(종로타워)을 지나 구보가 들락날락한 소공동 커피 다방 ‘낙랑파라’ 동선을 따라 걸었다. 당대 유일의 모던 도시이자 근대 문학의 고향 경성의 하루를 체험했다. 웨스틴조선호텔로 둔갑한 환구단과 조만간 호텔로 변할 소공동 대관정터, 맞춤양복점촌을 둘러보면서 사라진 것, 사라질 것에 대한 아쉬움을 느꼈다. 옛 미쓰코시백화점(신세계백화점)과 조선은행(한국은행 화폐박물관), 2층 한옥상가(남대문로4가)를 돌아본 뒤 경성부청(서울시청) 옥상에서 2시간30분의 경성 기행을 마무리했다. 해설을 맡은 최서향 서울도시문화지도사는 쉽지 않은 문학 여정을 능숙하게 이끌었다. 모던보이 구보씨가 하루종일 돌아다닌 1934년 어느 날의 경성이라는 식민도시는 일제강점기 서울의 옛 지명이다. 잊어버리고 싶지만 물리적으로 지워 버릴 수 없는 도시다. ‘도시는 근대성의 산실이자 임상실험실이며 도서관’이라는 글귀처럼 경성은 서울의 모태(母胎)다. 서울은 2000년이라는 세월을 버텨 온 오래된 도시이지만 불과 40년에 불과한 단말마의 짧은 시간이 남긴 자취 위에 서 있다. 경성은 도시계획에 의해 물리적으로 태어난 도시다. 산과 고개 그리고 하천으로 이뤄진 무위자연의 도시 한양은 도로와 상하수도, 전기, 철근 구조물이 지배하는 도시로 개조됐다. 경성은 수도가 아닌 일개 지방도시였다. 경기도의 도청 소재지였다. 그러나 경성은 중국에서 도입되거나 경유하던 선진 문물이 거꾸로 흐른 첫 도시였다. 일본이 도입한 서구문명을 일본화한 뒤 한국으로 역류시킨 것이 경성 모더니즘의 특징이다. 경성은 일본식 서구문명의 충실한 임상실험실이었다. 이 시기 광화문 앞 육조거리와 황토마루가 사라지고 태평로가 개설됐다. 종묘와 창덕궁을 분리 관통하는 오늘의 율곡로가 개설된 것도 이 시대의 도시계획이다. 경성도시계획의 최종 목적은 왕조의 잔재를 없애고, 대륙침략용 병참기지를 건설하는 데 있었다. 일제는 신도시를 외곽에 따로 건설하는 대신 구시가지를 폭력적으로 왜곡해 건설하는 방식을 택했다. 한양도성과 5대궁 등 조선왕조의 상징적 도시 구조와 건축물을 훼손하는 방식으로 방사형 도시 구조를 만들었다. 서울은 경성의 도시계획을 그대로 물려받았다. 메트로폴리스 서울의 기원을 경성에서 찾는 최근 학계의 연구 동향을 부인하기 어렵다. 식민지 자본주의론의 수용 여부를 떠나 중세 성곽도시 한양의 폭발적 팽창은 경성에서 비롯됐다. 경성은 수도를 이르는 보통명사에서 서울을 이르는 지역명으로 선택됐을 뿐이다. 수도를 가리키는 용어는 경도, 경조, 경, 수부, 수선, 도성, 도부, 도, 도읍, 황성, 황도, 왕도, 한도, 사대문안, 경성 등이 두루 쓰였다. 아쉽게도 우리가 늘 입에 달고 사는 서울이라는 지명이 언제, 어떻게 생성되고 사용됐는지 경위를 규명하지 못한다. 서울이라는 순우리말 지명은 한자 기록물에 거의 등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이라는 지명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수도의 이름이다. 서울이라는 지명의 첫 등장은 1896년 4월 7일 발행된 독립신문 창간호 한글판에 ‘서울’, 영문판에 ‘SEOUL’이라는 기록이다. 서울이라는 수도명이 지명으로 공식화된 것도 1946년 9월 28일 미 군정청에 의해서다. 광복 1주년을 맞아 경기도에서 독립돼 특별시로 승격하면서 받은 기념 선물이었다. 우리 문학사에서 소설가 구보씨는 세 번 등장한다. 1930년대 박태원의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에서 구보씨가 식민 도시 경성의 거리를 거닐던 지식인의 상실과 자조를 보였다면 1970년대 최인훈이 동명 소설을 통해 산업화 시대 서울을 관찰했고, 1990년대에는 주인석이 ‘소설가 구보씨의 하루’라는 작품에서 메트로폴리스 서울의 하루를 정밀 스케치했다.1920~30년대 경성은 외형상 근대적 도시로 변모해 가고 있었다. 가로등과 전차가 등장하고, 기와집과 초가집밖에 못 본 동시대인에게 화강석을 붙인 철근 콘크리트 고층 건물들은 신세계였다. 경성역(서울역), 경성부청, 조선총독부(중앙청), 조선은행, 미쓰코시백화점이 대표적 건축물이었다. 모든 문예사조를 하나로 묶는 경성 모더니즘의 태동이었다. 빗장 풀린 숭례문은 몰락한 왕조의 상징이었고, 화신백화점의 엘리베이터와 미쓰코시백화점의 옥상 정원은 축복이었으며, ‘도회의 항구’ 경성역은 억압에서 벗어날 유일한 출구였다. 두통과 피로를 느끼며 집을 나섰던 구보는 ‘짝패’ 이상과 거나하게 술을 마신 뒤 종로에서 헤어져 새벽 두 시에 집으로 돌아온다. 그의 화두는 “이 식민도시 속에서 어떻게 행복할 수 있을까”였다. 이상으로부터 “좋은 소설을 쓰시오”라는 충고를 받자 ‘참말 좋은 소설을 쓰리라’라고 다짐한다. 불행한 도시 경성을 행복하게 만들려는 식민지 작가의 해법이었다. 글 노주석 서울도시문화연구원장 사진 김학영 연구위원 다음 일정 : 서울의 문학 <2> 근대문학거리 여행 ■일시: 4일(토) 오전 10시 청계광장 ■신청(무료) : 서울시 서울미래유산(futureheritage.seoul.go)
  • 외환위기 20년 무너진 국민 삶 바로잡아야…‘국가역할론’ 강조

    외환위기 20년 무너진 국민 삶 바로잡아야…‘국가역할론’ 강조

    1일 국회 연단에 오른 문재인 대통령은 ‘사람 중심 경제로의 전환’을 강조하면서 외환위기 상처를 끄집어냈다. 우리 경제가 외환위기 20년 상처를 극복하고 어느 정도 정상 궤도에 올라왔지만 정작 위기 극복의 주역인 ‘국민’은 여전히 고통을 겪고 있다는 얘기였다. 이런 모순과 왜곡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이제 경제의 큰 틀을 ‘기업’에서 ‘사람’으로 바꿔야 하며, 그 변화를 국가가 주도적으로 나서 이끌겠다는 게 대통령 시정연설의 핵심이다.문 대통령이 ‘국민’(70번) 다음으로 가장 많이 언급한 게 ‘경제’(39번)였을 정도다. 그중에서도 ‘성장’(15번), ‘일자리’(13번), ‘사람 중심 경제’(8번)를 수차례 언급한 데서 알 수 있듯 경제 패러다임 변화와 시스템 개혁에 특히 방점을 뒀다. 문 대통령이 “우리 국민 모두의 삶을 뒤흔들었던 역사적 사건”인 1997년 외환위기로 연설을 시작한 것은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외환위기를 잘 극복한 공이 있지만 그 과정에서 심화된 시장만능주의와 양극화라는 업보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국민은 피눈물 나는 세월을 견디고 버텨 위기를 극복해 냈고 국가경제는 더 크게 성장했지만 외환위기가 바꿔 놓은 사회경제구조는 국민의 삶을 무너뜨렸다”고 말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계승자를 자처하는 문 대통령이 전임 정부의 ‘아픈 구석’을 먼저 드러낸 것이다. 문 대통령은 “작은 정부가 선(善)이라는 고정관념 속에서 국민 개개인은 자신과 가정을 지키기 위해 사력을 다해야 했다”면서 “이제는 재정이 좀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성장과 실업이 고착화되고 중산층이 무너진 현 상황에서 그 해결의 책임을 무한경쟁과 과로로 상징되는 개인에게 묻지 않고 국가가 나서겠다는 것이다. 취임 이후 줄곧 강조해 온 ‘큰 정부론’이다. 문 대통령이 사람 중심 경제를 ‘양극화 해소 처방전’을 넘어 “나라를 나라답게 만드는 해법”이라고 설명한 것이나 “경제성장의 과실이 모두에게 골고루 돌아가는 경제”라고 정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사람 중심 경제를 끌어가는 네 바퀴는 ▲일자리 성장 ▲소득 주도 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다. 일자리를 늘려 가계의 가처분 소득을 높이고 혁신을 보태면 소비와 투자가 다시 살아나 일자리가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갑이 을을,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억압하고 착취하는 불공정 구조와 채용 비리 같은 특권·반칙 구조도 근절함으로써 경제주체들의 ‘경제하려는 의지’도 다시 북돋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이는 수출 대기업이 잘되면 그 과실이 내수기업·중소기업·중산서민층으로 흘러내려간다는, 이른바 ‘낙수효과’가 잘 작동되지 않았다는 반성에서 출발한다. 이제는 거꾸로 밑에서 올라가는 ‘분수효과’를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기업보다는 사람, 대기업보다는 중소·벤처기업, 수출기업보다는 내수기업에 J노믹스(문 대통령의 경제정책)의 방점이 찍혀 있다.문 대통령은 공급 측면의 혁신성장에 대해서도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일부 주류 경제학자들이 소득 주도 성장에 대해 “한 번도 가 보지 않은 길”이라며 ‘반쪽짜리 성장론’이라고 비판하는 것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융합기술 개발에 총 1조 5000억원을 배정하는 등 (새해 예산안에) 혁신성장 관련 내용을 중점 반영했다”며 “사람 중심 경제는 결코 수사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도 양극화 해소, 포용적 성장, 사람 중심 경제가 화두였다”면서 “우리가 가려는 방향에 세계도 공감하고 있다”며 경제 패러다임 전환에 대한 성공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세종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씨줄날줄] 종교개혁과 종교건축/서동철 논설위원

    [씨줄날줄] 종교개혁과 종교건축/서동철 논설위원

    바티칸의 성 베드로 대성당은 가톨릭을 공인한 로마의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349년 처음 세웠다. 예수의 12제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 네로 황제가 십자가에 거꾸로 매달아 처형한 베드로 성인의 무덤 자리다. 1503년 교황 율리우스 2세가 재건축 계획을 세우고 설계안을 공모한 결과 도나토 브라만테의 작품이 뽑혔다.이후 라파엘로, 미켈란젤로, 자코모 델라 포르타, 카를로 마테르노, 로렌초 베르니니 같은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예술가들이 대성당의 건축 책임을 이어 갔다. 높이 136.57m, 내부 직경 42.56m의 돔이 완공된 것은 1590년이지만, 베르니니의 작업이 끝난 것은 1676년이었다. 성 베드로 대성당이 종교개혁이라는 대사건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은 흥미롭다. 율리우스 2세는 대성당 신축에 필요한 막대한 자금을 충당코자 1506년 면죄부를 발행했다. 뒤이은 레오 10세도 다르지 않았는데, 메디치가(家) 일원인 그는 학문과 예술을 장려해 르네상스 문화를 꽃피웠다는 평가도 받는다. 교황청은 성당 신축을 비롯한 사업과 고위직의 ‘품위유지’에 비용이 필요했고, 성직자들은 더 넓은 교구를 원했다. 마그데부르크와 할버슈타인의 대주교였던 알브레히트 폰 호엔촐레른은 마인츠 대주교 자리도 탐냈고, 교황청은 그 대가로 막대한 ‘공탁금’을 요구했다. 알브레히트는 이때 8년 동안 면죄부를 판매할 수 있는 권리도 얻었는데, 판매 수익의 절반은 다시 교황청이 가져가는 조건이었다. 마르틴 루터는 ‘면죄부가 죄의 완벽한 사함을 준다’는 훈령 19조에 대한 95개 조항의 반박문을 1517년 10월 31일 비텐베르크 교회 정문에 붙였다. 알브레히트에게도 ‘이런 식으로 당신의 보호에 맡긴 영혼들이 영원한 죽음으로 이끌리고 있다’는 편지를 보냈다. 오늘을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일’이라고 하는 이유다. 그런데 개신교회 내부에서부터 “한국 교회가 과연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할 자격이 있는가”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물론 종교가 가장 시급한 ‘개혁 대상’이라는 지적에 다른 종교라고 자유로울 수는 없다. 적지 않은 종교가 ‘이름만 다른 면죄부’를 팔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개인적으로 안타까운 것은 종교건축의 문제다. 성 베드로 성당은 인류의 정신적·물질적 문화유산으로 후손들에게 유형·무형의 혜택을 안겨 주고 있다. 하지만 이땅에 엄청난 비용을 들여 짓는 각 종교의 초대형 성전(聖殿) 가운데 훗날 비슷하게라도 역할을 해낼 수 있는 건축이 과연 하나라도 있을지 궁금하다. dcsuh@seoul.co.kr
  • [조지선의 스타심리학] 장수 밴드의 비결

    [조지선의 스타심리학] 장수 밴드의 비결

    음악 밴드의 성과 지표는 크게 세 가지다. 발매한 음반의 수 같은 생산성 지표, 빌보드 차트 같은 고객 만족 지표, 그리고 활동 기간의 장수 지표다. 롤링스톤스는 지표마다 감동이지만 ‘근속 기간’은 특히 압권이다. 1962년에 밴드를 결성했으니 올해로 55년째 바쁘다. 원년 멤버 6명 중 믹 재거, 키스 리처즈, 찰리 와츠는 아직도 활동 중이다. 일찍 세상을 떴거나 초기에 제명된 두 명을 제외하면 탈퇴한 이는 빌 와이먼뿐인데 그조차 무려 30년 넘게 밴드와 함께했다. 중간 하차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롤링스톤스처럼 장수 밴드가 되고 싶은 새내기들은 그 비결이 궁금하다. 탁월한 음악성? 가사에 담긴 선도적 정신? 전략적 기획력? 다 중요하지만 이 중 어느 것도 성공을 담보하지 않는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비결은 없다. 다만 하늘이 준 기회를 잡아 인기 밴드가 됐을 때 음악 앞에 겸손함이 필요하다. 일단 첫 히트곡을 내야 하는데 이게 참으로 어렵다. 안타깝게도 실력과 큰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사회학자 살가닉은 노래의 질이 음원의 상업적 성공을 예측할 수 있는지 알아보고자 인공적인 온라인 시장을 만들었다. 이 시장을 찾은 만 명의 사람들은 무명 밴드의 신곡 48개 중에서 각자 좋아하는 노래를 내려 받았는데 유일한 정보는 이전 고객들이 각 음원을 다운로드한 현황이다. 가수 후광 효과는 제거하면서 순위 정보가 구매에 영향을 주는 실제 상황처럼 실험 환경을 꾸민 것이다. 연습에 몰두하는 꿈나무에게 미안하게도 음악의 질은 성공을 결정하지 않았다. 따로 측정한 객관적 질이 동일한 두 노래 중 어떤 건 대박, 다른 건 쪽박이었다. 형편없는 곡들은 거의 망했으니 음악의 수준과 성적이 무관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초기의 시장 움직임은 예측 불가였고 최종 결과는 무작위적 행운에 가까웠다. 베스트셀러 타이틀은 음악적 수월성에 대한 당연한 보상이 아니다. 역사에 기록된 뛰어난 밴드의 초기 성공도 마찬가지다. 실력은 못지않으나 무명으로 사라진 뮤지션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래프를 보며 흥분하는 살가닉에게 미국 방송사 NBC의 공동 연구진이 한마디 했다. “교수님, 너무 당연해 보여요. 실패할 작품은 알아봐도 성공할 작품은 모르거든요.” 첫 성공을 거둔 밴드가 세상의 인정을 자축하는 동시에 행운에 감사하는 겸손함을 잃지 않는다면 어떨까. 이 수준의 심리적 역량이라면 장수 밴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수많은 원 히트 원더(one hit wonder)들을 보면 갈 길이 아직 멀지만 초기 성공으로 얻은 인지도는 큰 힘을 발휘한다. 배후에는 자기 충족적 예언 현상이 있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저 밴드 좋던데, 신곡도 괜찮겠지?” 이런 기대를 가진 사람은 노래를 구매하고 소개하는 등의 행동을 할 가능성이 크고 이는 실제 음원 매출 증가로 이어진다. 예언이 스스로 자기를 실현하는 거다. 살가닉은 후속 연구에서 이 현상을 확인했다. 몇천 명에게 새 노래들을 들려준 뒤 1위부터 48위까지 선호도 순위를 정했다. 그리고 새 고객들에게 거꾸로 뒤집은 가짜 순위를 제공했는데, 예를 들면 1위를 48위로, 48위를 1위로 둔갑시킨 것이다. 관전 포인트는 48위로 제시된 노래(실제 1위)가 시간이 흘러 권좌를 되찾을지 여부다. 결과는 예스. 그러나 가짜 1위가 시장에서 한동안 정상을 차지한 뒤였다. 음악성만으로 일궈 낸 짜릿한 차트 역주행은 이게 다였다. 47위로 제시된 노래(실제 2위)는 맥을 못 추었고 가짜 2위는 승승장구했다. 신곡을 발표할 때마다 1위를 하는 인기 밴드는 착각한다. 우월한 재능 때문에 성공을 거듭하는 거라고. 이 와중에 자기 충족적 예언의 역동을 알아채는 겸손함을 갖춘 음악인이라면 초심을 잃지 않을 것 같다. 자만은 불평을, 불평은 멤버들 간의 갈등을 부른다. 다른 건 몰라도 “실력에 비해 과분한 사랑을 받고 있어”라고 서로 말할 수 있는 밴드라면 우리 곁에 오래 머물지 않을까.
  • 가거도 전복 어선 선장, 숨진 채 발견…4명 구조, 2명 사망, 2명 수색 중

    가거도 전복 어선 선장, 숨진 채 발견…4명 구조, 2명 사망, 2명 수색 중

    가거도 인근 해상에서 지난 27일 전복한 어선의 선장이 숨진 채 발견됐다. 사고 발생 11시간 만이다.목포해양경찰서는 28일 오전 8시 33분쯤 전복한 선박 내부를 잠수 수색해 선장 한모(69)씨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한씨는 호흡과 맥박이 없는 상태로 발견돼 헬기로 목포지역 병원으로 이송된 후 사망 판정을 받았다. 해경은 배 안에 2명이 남아있었다는 생존 선원들의 진술을 토대로 거꾸로 뒤집힌 어선 내부를 잠수 진입해 수색했다. 그러나 선장은 배 밖 뱃머리 부분의 그물 사이에서 사고 발생 약 11시간 만에 발견됐다. 사고 당시 어선에는 모두 8명이 타고 있었다. 이 중 4명은 사고 직후 주변 어선에 의해 구조됐다. 조리장 박모(57)씨는 사고 발생 2시간여 만에 선내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나머지 선원 2명은 전복 과정에서 바다로 추락해 표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경은 실종자 2명의 수색작업을 이어가는 한편, 사고해역 기상이 악화해 전복 선박을 가거도로 예인할 예정이다. 또 전남중앙병원에 이송된 생존 선원 4명을 상대로 정확한 사고경위를 조사한다. 전날 오후 9시 43분쯤 전남 신안군 가거도 북서쪽 18.5km 해상에서 9.77t 연안자망 어선 J호(목포선적)가 전복했다. J호는 그물을 걷어 올리고(양망) 닻을 내리는(투묘) 과정에서 갑자기 오른쪽으로 기운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기관실에 한꺼번에 많은 양의 바닷물이 유입돼 기관고장으로 일으켰고, 배가 멈춰 서면서 전복한 것으로 추정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어린이집교사 3세 아동학대 수사

    전남 무안의 한 어린이집에서 교사가 아이의 목을 조르고 학대했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27일 전남 무안경찰서에 따르면 어린이집 교사가 최근 만 3세 아동을 학대했다는 부모의 신고를 접수했다. 피해 아동 A(3)군의 어머니 B(29·여)씨는 경찰조사에서 “지난 20일 집에 돌아온 아이의 목에 손톱자국이 나 있어 어린이집 CCTV 확인을 요청한 결과 교사가 목을 조른 것을 확인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의 1차 CCTV 확인 결과 해당 교사가 A군에게 다가가 목을 누르거나 거꾸로 드는 모습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CCTV 분석과 어린이집 관계자를 상대로 조사를 벌여 혐의가 확인되면 해당 교사를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입건할 방침이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18㎞ 물길 따라…요트·자전거로 ‘도심 속 유람’ 떠나볼까

    18㎞ 물길 따라…요트·자전거로 ‘도심 속 유람’ 떠나볼까

    서해와 한강을 잇는 경인아라뱃길은 2012년 개통된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내륙 운하다. 사실 한강과 서해를 연결하려는 노력은 80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려 고종 당시 각 지방에서 거둔 조세를 중앙정부로 운송하기 위해 안전한 뱃길을 개척하려 했지만 인적·기술적 한계로 무모한 시도로 끝났다. 이후 1987년 굴포천 유역의 홍수로 대규모 피해가 발생하자 해당 지역 치수대책이 논의됐고 이를 계기로 경인운하 사업이 다시 타당성을 얻기 시작했다. 2009년 착공해 3년 만에 경인아라뱃길이 탄생했고 굴포천 유량을 조절함으로써 인천·경기 지역의 만성적인 홍수를 방지하고 있다. 함께 기대했던 물류 혁신의 꿈은 비록 미완의 과제로 남았지만 아라뱃길은 시민들의 쉼터이자 문화, 레저 생활을 향유하는 복합 문화체험 공간으로 새롭게 거듭나고 있다.●미완의 뱃길, 시민들 쉼터로 변신 아라뱃길에는 18㎞의 긴 물길을 따라 수향 8경이 조성돼 있다. 단어에서 알 수 있듯 수향은 물길이 아름다운 지역이나 하천 주변의 마을을 의미한다. 수향 8경은 아라뱃길을 대표하는 8개의 아름다운 수변 풍경을 거점 삼아 서해(1경)를 시작으로 한강의 파노라마(8경)까지 이어지는 길이다. 운치 있는 자연경관과 함께 8경까지 가는 길 곳곳마다 관광·레저 공간이 자리해 늘 사람들의 발걸음을 재촉한다. 거꾸로 서울 여의도에서 유람선을 타고 서해 앞바다 덕적도까지 향하면서 바닷길과 하늘길이 만나는 절경을 즐기는 것도 가능하다. 특히 물길을 따라 자전거 라이딩도 가능해 서울·수도권 내의 레저·스포츠가 접목된 관광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K-WATER) 관계자에 따르면 수향 2경에 있는 정서진 광장은 해넘이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데이트족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장소다. 정동진은 귀에 익지만 정서진은 다소 생소할 수 있다. 정동진의 대척점에 위치한 정서진은 서해의 아름다운 일몰을 볼 수 있는 최적의 장소로 꼽힌다. 가을 억새 사이로 넘어가는 붉은 해와 주변에 번진 붉은 노을은 마지막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황홀하기까지 한 일몰 광경 덕분에 정서진 광장은 멀리서 사진을 찍기 위해 방문하는 ‘출사족’들의 집결지로도 통한다. 정서진 광장에는 정서진의 상징인 노을종 조형물이 있다. 조형물 사이로 해가 쏙 들어가는 순간을 포착하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수향 4경에는 아라뱃길의 가장 높은 협곡을 이용해 인공적으로 만든 아라폭포가 있다. 높이 45m, 너비 150m인 2단 폭포로 방문객들에게 청량감을 제공한다. 특히 여름철 야간에는 경관 조명이 더해져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아라폭포는 아라마루를 통해 다른 각도에서 조망할 수 있다. 아라마루는 바닥이 투명한 강화유리로 된 원형 전망대다. 미국 그랜드캐니언의 스카이워크를 벤치마킹한 아라마루에서 발밑의 뱃길을 보고 있자면 아찔함마저 느껴진다. 수향 6경인 두리생태공원에는 오토캠핑장이 있다. 두리캠핑장은 도심 캠핑장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생태관찰시설, 산책로와 족구장, 배드민턴장 등의 체육시설은 다른 캠핑장에서는 볼 수 없는 두리캠핑장만의 특색이다. 최근 캠핑 열기 고조로 인해 성수기가 아니더라도 주말이면 캠핑족들로 예약이 꽉 찬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자전거 라이더의 천국, 아라자전거길 아라자전거길은 아라뱃길을 순환할 수 있는 자전거길로 인천 청윤교, 경기 김포 전호교를 따라 연결돼 길이가 41.3㎞에 달한다. 그중 뱃길 남측 한강자전거길과 연결되는 21㎞ 구간은 낙동강 하굿둑까지 총 633㎞로 이어지는 국토종주 자전거코스의 출발 구간이다. 인천에서 부산까지 이어지는 국토종주 길 곳곳에는 인증센터가 있다. 도장을 찍어 한국수자원공사에 제출하면 종주 인증서와 스티커, 메달 등이 수여된다. 이 때문에 인증수첩 구매가 가능한 아라서해갑문은 국토종주 도전을 시작하는 이들로 언제나 가득하다. 국토종주 목적이 아니더라도 자전거를 대여해 라이딩을 즐길 수 있다. 아라자전거길에는 모두 5곳의 자전거대여소가 있고 한강 여의도 원효 자전거대여소와 교차 반납이 가능해 인천에서 서울까지 국토종주 ‘맛보기’도 가능하다. 대여 요금은 시간당 4000원이다.●유람선 타고 아라뱃길 경관 감상도 하늘빛 물 위 하얀 요트는 해외나 남해에서만 볼 수 있는 광경이 아니다. 아라뱃길 김포터미널에 조성된 복합 수상레포츠시설인 아라마리나에서도 요트를 즐길 수 있다. 아라마리나는 갑문 조작을 통해 사계절 일정 수위가 유지되는 안전한 수상환경을 제공한다. 덕분에 수도권에서 좀처럼 즐기기 힘들었던 요트, 카약, 수상자전거, 페달보트 등의 수상레저를 체험할 수 있다. 요트는 우리나라에서 대중적인 스포츠는 아니다. 하지만 초보자라고 해서 걱정할 필요는 없다. 아라마리나에서는 요트스쿨을 통해 체험 코스부터 전문 과정까지 단계별 요트강습을 시행 중이다. 누구나 자신의 수준에 맞는 교육과정을 골라 요트를 배울 수 있다. 아라마리나 해양아카데미에서는 카약, 수상자전거, SUP보드 등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김포, 인천 계양구, 서구 시민의 경우 아라마리나에서 제공하는 교육 프로그램에서 교육비 면제나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수도권 시민들이 주말마다 요트를 즐기는 게 먼 이야기가 아닐 수 있다. 김포터미널부터 시천나루까지는 유람선이 운행돼 요트 등 전문 레포츠가 부담이 되는 사람들도 편안하게 배를 타고 아라뱃길 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계절 따라 다양한 아라뱃길 문화행사 봄바람이 얼굴을 간질일 때면 나들이객들이 거리로 나온다. 아라뱃길은 지난해부터 시작된 봄꽃 페스티벌을 통해 시민들이 즐겨 찾는 새로운 봄나들이 명소로 주목받고 있다. 꽃이 만개하는 5월이면 아라뱃길 수변공원 곳곳에서 봄꽃을 즐길 수 있다. 아라 봄꽃 페스티벌에는 봄꽃축제뿐 아니라 카약축제가 동시에 진행된다. 약 7㎞에 걸친 코스에 카약 350여척이 뱃길을 따라 완주하는 비경쟁대회다. 그뿐만 아니라 귀가 즐거운 아라음악회도 개최된다.10~11월에는 야외활동을 하기에 최적인 날씨가 이어진다. 선선한 바람, 파랗고 높은 하늘, 하얀 뭉게구름. 경인아라뱃길은 이에 발맞춰 아라문화축제를 진행한다. 수상레저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이 축제에 주목해 보자. 이름부터 생소한 드래건보트가 이 축제의 메인 이벤트인데 국제대회 형식으로 진행돼 선수는 물론 관객들 사이에 긴장감이 배어 나온다. 뱃머리에 자리잡은 북잡이의 북소리에 맞춰 선수들이 노를 저으며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관객까지 신이 난다. 요트대회, 전국마라톤 대회, 자전거 대행진, 푸드트럭 페스티벌 등의 행사도 진행돼 식도락 여행도 즐길 수 있다. 최모(28)씨는 “아라뱃길은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있는 특별한 곳”이라면서 “일주일에 한번씩 찾는데 가기 전부터 마음이 설렌다”고 말했다.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 [길섶에서] 낮잠/황수정 논설위원

    객지밥을 오래 먹은 탓일까. 삼복더위에도 더운밥이라야 개운하다. 밥솥이 비었으면 삼시 세 끼 굶은 빈속마냥 따끔해지고, 괜스레 허둥지둥 서걱거리는 마음. 햇반이라는 이름의 인스턴트 밥이 상비약처럼 밥솥 옆을 지킨다. 이쯤 되면 더운밥 강박증이다. 어느 집에서 햇된장을 뜨나 보다. 열린 베란다 창 너머로 된장국 냄새가 요란하게 건너온다. 맞불을 피우듯 나도 덩달아 아욱국을 끓인다. 두어 숟갈 된장을 풀어 바글바글 끓는 소리를 울려도 본다. 집된장 시늉을 제아무리 해봤자 사다 끓인 된장은 얕아서 발등도 잠기지 않는 맛이다. 이맘때면 아침 볕에 엄마가 열고 해넘이에 할머니가 꼭꼭 여몄던 된장독. “돈 주고 먹는 깨끼밥이 살이 되겠더냐.” 볕에 잘 익힌 햇된장 아욱국에는 식은밥을 말아도 쓰린 속이 잠잤다. 사립문 닫아걸고 먹는다는 아욱국에 햇반 한 덩이를 만다. 먹어도 먹어도 거꾸로 허기지는 맛. 쌉쌀한 아욱 뒷맛을 노오란 햇된장으로 뭉근히 달랬던 엄마 손맛을 꿈에서라면 만날까. 밥상머리에 길게 누워 낮잠 한숨 배부르게 자고 싶은 가을날. 황수정 논설위원 sjh@seoul.co.kr
  • [사설] ‘신고리’ 건설 재개 권고, 이젠 국론 통합해야

    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과 관련한 공론조사가 결국 공사 재개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청와대는 즉각 공론조사 권고안을 수용할 뜻을 밝혔고, 이에 따라 지난 석 달여간 중단됐던 신고리원전 건설 공사도 조만간 재개된다. 초대형 국책사업에서 사상 처음 시도된 이번 공론조사는 첨예한 찬반 갈등 속에 석 달여라는 비교적 긴 여정을 거치면서 몇 가지 의미 있는 족적을 남겼다. 무엇보다 공론조사가 상징하는 숙의민주주의가 대의민주주의의 보완적 기제로 접목될 가능성을 보인 점은 분명히 의미가 있다고 할 것이다. 공론조사 과정에서 관련 정보가 충분히 제공되고 이를 놓고 시민들이 합리적 절차에 따라 서로 다른 의견을 조금씩 좁혀 나가는 모습을 보인 점은 한층 성숙한 민주정치의 새 면모를 보여 준 것으로 평가된다. 공론조사 참여단 구성과 조사 방식, 정보 검증 등을 놓고 논란이 없지 않았으나 이는 개선 과제이지 공론조사 무용론을 뒷받침할 장애물은 아닐 것이다. 자칫 더 큰 혼란을 낳을 수도 있었던 공론조사가 비교적 뚜렷한 의견을 담은 결과물을 낸 점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공사 재개’ 59.5%, ‘공사 중단’ 40.5%라는 시민 참여단 471명의 분명한 결론에 공사 중단을 요구해 왔던 원전 반대 진영은 아쉬워하면서도 승복할 뜻을 밝혔다. 재개나 중단 어느 쪽 결론도 내리지 못했을 경우 벌어질 혼란과 갈등을 생각하면 천우신조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다른 측면에서 보면 바로 이 지점이 공론조사위원회의 공과 과를 함께 지적할 대목이기도 하다. 이번 조사는 어디까지나 신고리원전 5·6호기의 건설과 중단에 참고할 판단을 구하는 작업이었다. 따라서 참여단 의견을 묻는 설문조사 역시 여기에 국한해야 했다. 그러나 조사위 측은 설문에 원전 정책의 향배에 대한 의견을 묻는 항목까지 담았다. 그리고 그 결과 원전 축소 53.2%, 원전 유지 35.5%, 원전 확대 9.7%라는 응답을 끌어냈다. 언뜻 보면 폭넓은 의견 수렴과 균형 잡힌 결론이라 할 수 있으나 이는 공사 재개 여부에 대한 분명한 결론을 끌어내기 위해 시민참여단에 중대한 결정에 대한 심리적 타협을 유도하는 장치를 제공한 결과로 봐야 한다. 조사위로서는 궁여지책이었겠으나 정도는 아니었으며, 향후 원전 정책에 대한 지금의 갈등을 확대시킬 여지를 남겼다는 점에서 유감스런 대목이다. 실제로 청와대는 이 대목을 근거로 탈원전 정책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탈원전 반대 진영은 거꾸로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심판한 것이라며 강도 높은 대응을 벼르고 있다. 이제 원전 갈등의 작은 고비 하나를 넘었다. 공론조사에서 얻어야 할 교훈은 그 결론이 아니라 과정일 것이다. 왜곡되지 않은 정보를 바탕에 두고 상대의 의견을 경청하면서 합리적 대안을 모색한 공론조사의 성숙한 갈등 극복 과정을 이제 우리 정치와 사회 전체가 체득해야 한다.
  • [나태주의 풀꽃 편지] 아들아, 잘 가

    [나태주의 풀꽃 편지] 아들아, 잘 가

    올해도 추석 명절을 맞아 고향 집에 다녀왔다. 다른 때와 달리 혼자서 잠시 다녀왔다. 부모님의 연세는 92세. 이제는 생산적인 일을 할 수 없고 거동조차 불편하신 분들이다. 그래서 명절에 모시는 제사를 장자인 내가 모셔오고 두 분은 그저 편안히 명절을 보내시도록 했다.하지만 사정이 아무리 그렇다 해도 부모님께 추석 인사는 드려야 했기에 추석 이틀 전에 고향 집을 방문한 것이다. 공주에서 서천까지 오가는 길. 열여섯 살 고등학교 학창시절부터 시작한 일이니 몇 번이나 이 길을 이렇게 오고 갔던가. 이래저래 고향 집을 찾아갈 때는 마음이 많이 복잡해지기 마련이다. 대문간에 들어섰을 때 아버지는 미리 알고 마중 나오셨지만 어머니는 마당으로도 나오지 못하시고 부엌방 문을 열고 밖을 보고만 계셨다. 더욱 하얗게 늙으신 어머니. 하지만 그 얼굴이 환하시다. 좀처럼 오지 않던 큰아들이 집에 온 것이 잠시 좋으셨던가 보다. 늙으셨지만 여전히 고우신 어머니. 연신 그 얼굴이 벙글벙글 그냥 그대로 꽃송이다. 집에 낯선 여인이 한 분 보였다. 언뜻 막내 여동생인가 싶었는데 그동안 바뀐 요양보호사라 했다. 몸집이 퉁퉁하고 얼굴이 유순한 것이 사람이 좋아 보인다. 햇볕에 그을린 얼굴이 건강해 보이고 성격이 명랑하고 활짝 웃는 얼굴이 신뢰가 가는 분이다. 그분은 우리 부모님을 아버지 어머니라고 호칭했다. 이 얼마나 고맙고 감사한 노릇인가! 먼데 사는 자식들이 아무리 많으면 무엇 하나? 더구나 세상일에 바쁘다는 핑계로 고향 집에도 자주 들르지 못하는 나 같은 아들이 무슨 도움이 되나? 바로 이분이 우리 부모님의 친자식보다 더 좋은 자식이지 않는가. 먼데 단 나무보다 가까운 쓴 나무가 낫다는 말이 바로 이를 두고 이르는 말. 겨우 한 시간 반 정도 머물고 떠나야 할 시간이 되었다. 공주로 돌아가는 직행버스 시간에 맞춰 미리 와 달라고 부탁했던 택시가 다시 바깥마당에 와 있었던 것이다. “어머니 저 갈게요. 그냥 방안에 계세요.”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에게 권했지만 어머니는 바깥마당까지 나오시겠다고 고집하셨다. 요양보호사가 휠체어를 가지고 왔다. 이 또한 그동안 보지 못했던 물건이다. 바깥마당으로 나왔을 때 나는 재빨리 가방에서 카메라를 꺼내어 휠체어에 탄 어머니를 사진으로 담았다. 택시에 오르면서 다시 인사를 드렸다. “어머니, 저 갈게요. 그저 마음 편히 계셔요.” 늘 그렇게 하던 이별의 의식이다. 그때 어머니의 입에서 난생처음 들어보는 말이 나왔다. “아들아, 잘 가.” 매우 힘이 없는 목소리. 나는 그 소리에 그만 무너지고 말았다. 어려서부터 집을 떠날 때는 “다녀오겠습니다”, “그래 잘 다녀오너라”, 그렇게 하던 인사말이다. 그런데 이제는 “그저 마음 편히 계셔요”와 “잘 가”로 바뀌었다. 과거의 인사가 재회를 약속하는 인사였다면 오늘의 인사는 이별을 전제로 하는 인사다. 어려서 외할머니 손에 길러진 나는 어머니가 늘 낯설고 서먹했다. 그것을 알기에 어머니는 큰아들인 나한테 섭섭한 마음을 가지고 계셨다. 그런데 그런 어머니가 이제는 많이 쇠약해지고 조그마해져서 내 앞에 계신다. 거꾸로 이분이 어린아이 같고 내가 어른 같다. 사뭇 매달리는 눈빛으로 나를 보신다. 그러면서 “아들아, 잘 가.” 손을 내저으며 인사하신다. 조금은 냉정하기조차 한 나지만 그 한마디 말씀에는 무방비 상태로 무너지지 않을 수 없었다. 정말 이것이 영이별이 되는 것은 아닌지! 참았음에도 불구하고 눈가에 눈물이 번졌다. 막동리 고향 집에서 서천읍까지는 8㎞. 걸어서 서천중학교를 통학하던 길이다. 모든 풍광이 낯익고 느슨한 곳이다. 그런데 오늘은 도무지 그렇지 않다. 울먹울먹 바라보는 모든 사물들이 어머니다. 길가에 피어 있는 코스모스 꽃들이 어머니고 억새꽃 갈대꽃이 어머니고 가을볕 받아 혼곤한 들판이 어머니고 마을로 들어가는 꼬불길 하나조차 어머니다. 아, 나는 얼마나 부족한 아들이고 못난 아들인가!
  • 연극을 사랑한 발레리나

    연극을 사랑한 발레리나

    “작품 속 막스를 사로잡은 매혹적인 리자는 얼굴보다는 몸짓, 눈빛, 어깨선, 턱선, 돌아설 때의 모습 등 전체적으로 풍기는 분위기가 중요한 사람인데 김주원씨가 단번에 떠올랐다.”연극 ‘라빠르트망’의 고선웅 연출가는 이렇게 데뷔 20년차 발레리나를 낯선 무대로 이끌었다. 프랑스 영화 ‘라빠르망’를 무대로 옮긴 이 연극은 약혼반지를 사려던 남자 막스가 옛 연인 리자의 흔적을 쫓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뱅상 카셀과 모니카 벨루치가 출연한 영화는 1997년 국내 개봉 당시 큰 인기를 끌었다. 원작 영화에 마음을 뺏긴 고 연출가는 직접 프랑스로 날아가 원작자인 질 미무니 감독을 만나 라이선스를 따내고 각색까지 도맡았다.(연극 제목 ‘라빠르트망’은 아파트를 뜻하는 프랑스어로, 영화 제목(L’appartement)을 더 정확한 발음으로 표기한 것이다.)이렇게 공을 들였으니 그가 “내 작품 중 보기 드문 역작”이라고 자신할 만하다. 작품성에 대해 자평하는 데는 김주원이란 ‘비밀병기’도 한몫한다. 벨루치가 연기한 리자가 되어 첫 연극무대에 서는 김주원은 “긴장되지만 무대가 기다려진다”며 들뜬 표정을 지었다. ●“요즘 이런저런 지적 받지만… 무대 기다려져요” 최근 LG아트센터에서 만난 그는 “첫 걸음마를 뗀 아기나 다름없어 낯설고 불편하다”면서도 “연극이 이렇게 재미있는 거였는지 연습할 때마다 놀란다. 배우들이 동작 하나, 대사 하나를 놓고 논의하고 그 과정에서 ‘고선웅표 연극’의 틀이 갖춰지는 게 신기하다”고 말했다. 고혹적인 자세를 취하는 데 자신이 있다지만 수십 년간 무대 위에 오른 그에게도 연극은 만만치 않다. “입으로 소통한다는 게 어색해요. 사실 춤출 때 거의 지적을 받지 않죠. 그런데 요즘 이런저런 지적을 계속 듣고 있어요(웃음). 발성과 발음에 도움이 된다고 하루에 책을 40분씩 (소리 내어) 읽고, 글을 거꾸로 읽는 연습도 30분씩 해요. 이제 상대 배우들의 말이 서서히 들리고 전체적인 그림도 머릿속에 그려지더라고요.” 평소 ‘연극은 지루하다’는 편견을 지니고 있었던 김주원은 고 연출가의 작품은 다 찾아봤을 만큼 열성적인 팬이었다. 오죽하면 지인을 통해 고 연출가의 번호를 ‘입수’한 뒤 새로운 작품을 제안했을 정도다. ●고선웅 연출 ‘한 방’ 있어… 무용수 최승희 작품 제안 “저는 공연에 음악이 없으면 지치는 편이거든요. 근데 고 연출가님 작품은 저를 미치게 하는 ‘한 방’이 있었어요. 그래서 올 초에 무작정 연출가님께 연락해서 한국의 전설적인 무용수인 최승희를 소재로 한 작품을 만들어 보고 싶다고 말씀드렸죠. 그 전에 이번 연극으로 먼저 연출가님을 뵙게 됐네요. 인연도 작품도 이렇게 운명처럼 다가오는 것 같아요.” 뮤지컬 ‘컨택트’ ‘팬텀’, 오페라 ‘오를란도 핀토 파쵸’, TV 출연 등 종횡무진 활동하는 그의 다음 목표는 뭘까. “저는 지금까지 한 번도 어떤 목표나 계획을 세우고 산 적은 없어요. 그냥 그 순간 제게 주어진 것에 미친 듯이 몰입하고 최선을 다해요. 이 작품으로 어떤 전환점에 섰다기보다는 그저 이런 인연을 만났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행복합니다.” 18일~11월 5일.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 3만~7만원. (02)2005-0114.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SBA, 네이버·‘밀리의 서재’와 웹애니 크리에이터 집중 발굴

    SBA, 네이버·‘밀리의 서재’와 웹애니 크리에이터 집중 발굴

    서울시와 서울시 일자리 창출의 주역인 중소기업지원기관 SBA(서울산업진흥원)는 애니메이션, 웹툰, 게임, 1인 미디어 등 IP 융복합산업을 선도하는 플랫폼으로 점차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바, 올해부터 ‘웹애니메이션 공모전’을 본격 추진한다고 밝혔다. ‘웹애니메이션 공모전’은 뉴미디어의 등장 및 스낵컬쳐 소비 증가에 따라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육성하기 위해 마련됐으며, 공모전 형태로 작품을 모집해 우수한 작품에 대해서는 다양한 지원혜택을 제공할 예정이다. 이번 공모전은 SBA와 네이버의 창작 콘텐츠 플랫폼 ‘네이버 그라폴리오’, 1만권 이상의 도서 IP를 보유한 전자책 구독 플랫폼 ‘밀리의 서재’가 공동 협력하며, 경쟁력 있는 핵심 콘텐츠를 발굴하고 창작자의 역량을 지속적으로 견인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웹애니메이션 주제는 누구나 자유롭게 웹애니메이션을 제작할 수 있는 ‘자유주제’ 부문과 나만의 시선으로 지정도서 작품을 재해석하여 웹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지정주제’ 부문으로 나누어 진행된다. 지정도서 작품은 영화배우 브래드 피트가 주연을 맡아 화제가 된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의 원작소설(F.스콧 피츠제럴드), MBC ‘무한도전’, 영화 ‘동주’를 통해 재조명된 시인 윤동주의 생애를 담은 장편소설 ‘동주’(구효서), 52주 연속 종합 베스트셀러 ‘그 남자 그 여자’(이미나) 등 국내외 유명 소설, 에세이 총 30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웅진씽크빅’, ‘자음과모음’, ‘한겨레출판’, ‘작가정신’, ‘열림원’, ‘서해문집’ 등 출판사들이 추천한 도서들로 공모전 참가자들은 ‘밀리의 서재’를 통해 전권 구독 가능하다. 공모전 최종 선장작에는 1인당(팀) 제작지원금 1천만원을 비롯해 ‘네이버 그라폴리오’ 관련 채널을 통한 전방위적 홍보와 ‘밀리의 서재’의 우수 도서 IP를 마음껏 활용하여 작품을 정식 연재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된다. 특히, ‘지정주제’ 선정작에는 원작에 자신의 작품을 넣은 △‘스페셜 에디션’ e-Book 출판 및 출판에 따른 수익 배분과 함께 △종이책, 상품 개발 및 유통 등 추가 혜택도 제공받을 수 있다. SBA 서울애니메이션센터 박보경 센터장은 “웹애니메이션 공모전은 대형 포털 사이트 네이버의 홍보력과 탄탄한 도서전문 플랫폼 밀리의 서재의 우수 도서 IP를 적극 연계하여 창작자들을 위한 새로운 창작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하기 위해 마련한 만큼 실력 있는 창작자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한편 ‘2017 웹애니메이션 제작지원사업’은 대한민국 국적의 1인 창작자 또는 창작그룹이라면 누구나 참여 가능하며, 참여를 희망하는 사람은 오는 11월 10일까지 네이버 그라폴리오 홈페이지 내 전용채널을 통해 작품을 접수하면 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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