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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당공조 공식화’의지 표출

    민주당 김중권(金重權) 대표가 27일 자민련 김종호(金宗鎬)총재권한대행, 민국당 김윤환(金潤煥) 대표와 회동을 추진중이라는 사실을 공개한 것은 3당 공조를 기정사실화,공식화하겠다는 의지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비공식적으로 논의되던 3당 공조를 공개함으로써 3당 일각에 존재하는 반대론을잠재우겠다는 노림수도 작용한 것같다. 특히 민국당이 이날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3시간 동안 격론을 벌인 끝에 ‘공조 불가’라는 최악의 결정은 피하고,3월5일 당론을 결론짓기로 한 것도 의미가 있다는 해석이다.시기만 미뤘을 뿐,공조 가동은 대세라고 보는 견해가 우세한 것이다.세 사람이 이미 회동을 합의한 뒤 거꾸로 모양새를 갖춰가고 있을 뿐이란 견해도 있다. 다만 민국당 내 반발기류는 막판까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도 8명 가운데 김대표와 한승수(韓昇洙) 의원 등 3명의 최고위원만 3당 공조에 찬성했고 나머지 5명은 적극적이거나소극적 반대 입장을 견지,공조로 가는 길이 순탄치만은 않을것을 예고했다. 최악의 경우 민국당 내분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지만,지분 확보 등의 실리를 더 얻어내기위해 내분을 위장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처럼 거의 반공개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3당 공조의 ‘큰틀 짜기’는 얼굴을 드러내지 않은 김종필(金鍾泌) 자민련명예총재가 담당할 것이란 시각이 많다.범여권의 2인자 행보를 강화하고 있는 김명예총재가 3월5일 청와대 비서실장·경호실장·수석비서관들을 초청,자민련 총재권한대행과 당 5역을 배석시킨 가운데 만찬을 갖기로 한 것도 큰 틀을 짜 나가는 범상치 않은 행보로 받아들여진다. 이춘규기자 taein@
  • ‘S마크’세계적 인증제로 도약

    기계·기구설비 분야에서 우리의 ‘S마크’가 세계적 인증제도로 도약하고 있다.지난해 일본 히타치와 니콘,영국 BOC사 등 세계적인 외국기업을 비롯한 57개 업체가 모두 180건의 인증을 신청,지난 99년 6건과 비교하면 비약적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S마크는 외국의 까다로운 수입조건에 맞춰 국내기계류 수출업체의 대외경쟁력 향상을 위해 97년 도입됐지만 이젠 거꾸로 외국기업들이 국내시장 진출을 위해 S마크 인증에 심혈을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대우중공업·한진중공업 등에서 주요 생산설비의 입찰 조건으로 S마크 인증을 의무화,인증 신청이 급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마크는 대(對)유럽 수출의 견인차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우리 기계설비의 유럽수출을 위해 과거 ‘CE마크’를 취득해야 했지만 지금은 한국의 S마크를 세계적 인증제도로 인정,‘S-CE마크’의 상호 인정협정이 체결됐다. 오일만기자 oilman@
  • “도올 해석엔 노자가 없다”

    도올 김용옥의 동양고전 TV강의를 둘러싼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도올에게 첫 직격탄을 날린 ‘얼굴없는 여성’이경숙이두번째 포문을 열었다. ‘노자를 웃긴 남자2’(자인).도덕경11∼20장의 노자 철학을 설명, 아니 도올의 ‘노자와 21세기’를 분석했다.직설적 표현은 여전하지만 1권에 비하면 다소 점잖아졌다. 12장 ‘是以聖人 爲腹不爲目 故去彼取此’(시이성인 위복불위목 고거피취차)대목에서 저자는 배꼽이 튀어나올 지경이라고 아우성이다.도올은 “성인은 배가 되지 눈이 되지 않는다”라고 번역,‘노자적 실용주의’를 거론하며 “번뇌의 현실 속에 깨달음이 있다는 의미로서 열반의 피안을 버리고 번뇌의 차안을 취해야 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이경숙은 “성인은 배를 위할 뿐 결코 눈을 위하지 않는다”로,“성인은먹고 살게는 하지만 감각을 만족케 하지 않으니 쾌락과 탐욕을 버리고 소박하고 검소한 생활을 택한다”는 뜻이라고 훈수한다.쓸데없는 짓에 인생을 허비하지 말고,죽지 않을 정도의 식량을 얻을 정도로만 노동하며 적게 먹고 오래 살자는주장이란다. 13장의 ‘貴以身 爲天下 若可寄天下’(귀이신 위천하 약가기천하)를 도올은 “자기 몸을 귀하게 여기는 것처럼 천하를 귀하게 여기는 자에겐 천하를 맡길 수 있다”고 풀이했다. 이에 대해 저자는 生而不有(생이불유·없는 듯이 삶)하라며천하보다 자기 한 몸을 더 소중히 생각한 노자를 모르고 하는 헛소리라며 “자기 몸을 사랑하면 그것이 곧 천하를 위하는 것”이라고 바로잡는다. 17장의 ‘太上 下知有之’(태상 하지유지·최상의 지도자는 백성들이 그가 있다는 것을 알기만 하는 사람)에 이어지는‘其次侮之’(기차모지)를 “그 다음은 백성들에게 모멸감을 주는 것”이라고 한 도올의 해석을 코믹 공포극이라고 말한다.“백성들이 업수이 여기고 깔보는 사람”을 완전히 거꾸로 풀며 ‘공포정치’운운했다는 것.저자는 노자의 서글픈독백인 제20장을 서술문처럼 풀이한 도올을 나무라며,앞으로 제대로 된 도덕경 주해서를 펴내겠다며 글을 맺는다. 한편 도올의 TV강의 내용에 대해 서지문 고려대 교수는 최근 세차례 일간지 기고를 통해 “논어의 본질을 왜곡하며 저속한 언어를 구사하는 ‘소인’이 ‘군자’를 논한다”고 공격했고,김진석 인하대 교수는 ‘사회비평’봄호 기고에서 도올이 담론권력을 얻기 위해 노자와 공자의 고전을 도구화한다고 비판하는 등 도올을 둘러싼 시비가 한창이다.상하이(上海) 총영사관의 이상학 영사도 월간중앙 3월호 기고에서 “철부지 김용옥은 국민들을 오도하고 있다”고 논어 강의를비판하고 나섰다.도올은 TV강의에서 “9단이 9급하고 바둑을 둘 수 있느냐”고 대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비쳤지만 논란후 욕설이나 과격한 제스처가 줄어드는 등 방송 태도가 예전에 비해 부드러워진 걸 보면 그도 신경이 쓰이기는 하는 모양이다. 도올에 대한 비판 못지 않게 그가 인문학의 위기 시대에 동양철학을 대중화한 공로를 높이 평가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도올을 둘러싼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는 않을 것같다. 김주혁기자 jhkm@
  • ‘못말릴 YS회고록’법정 가나

    청와대가 최근 두 번째 회고록을 펴낸 김영삼(金泳三·YS)전 대통령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혐의로 형사고발하거나회고록 배포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초강경 대응 방침을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 ◆청와대·여당 박준영(朴晙瑩) 청와대 대변인은 18일 “회고록의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에 관한 내용은 전혀 근거없는주장”이라며 “모든 것을 자기 중심적이고 아전인수격으로사실을 왜곡하고 자신은 제왕적 이미지로 강조한 데서 그의자질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비난했다. 이어 “‘참회록은 믿어도 회고록은 믿을 것이 없다’는 말이 실감난다”면서 “회고록 내용을 훑어보면 정치지도자로서의 양식이나 덕목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김 전 대통령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회고록에서 정작 밝혀야 할 부분을 밝히지 않은 점도 집중부각시켰다.박 대변인은 “김 전 대통령은 언론사 세무조사결과와 지난 95년 11월 한·중 정상회담 당시 ‘(일본측의)버르장머리를 고치겠다’고 말해 일본이 IMF때 자국 자본을대거 인출하게 만든 경위 등을해명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민주당 김옥두(金玉斗) 전 사무총장은 “김 전 대통령의 회고록은 ‘역사 바로 세우기’가 아니라 ‘역사 거꾸로 세우기’의 전형”이라며 “김 전 대통령은 완전한 거짓투성이인회고록을 전부 회수해 폐기처분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상도동·한나라당 상도동의 대변인 격인 한나라당 박종웅(朴鍾雄)의원은 “YS가 김 대통령의 비자금에 대한 수사중단지시를 내렸던 것은 이미 여러 차례 나온 얘기”라며 “만약(회고록에 대해) 배포금지 가처분신청을 하면 초강경 대응에나서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한나라당 권철현(權哲賢) 대변인은 이날 “DJ 비자금에 대한 국민적 의혹이 증폭되고 있는 만큼 누가 진실인지 밝혀야한다”면서 “이번에야말로 DJ 비자금 문제를 깨끗하게 씻는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신 반응 일본 언론들도 김 전 대통령의 회고록을 서울발(發)로 관심있게 보도하면서 그의 자기중심적 세계관을 꼬집었다.산케이(産經)신문은 “김대중 때리기에 기를 쓰고 있는김영삼씨가 회고록에서 타인을 비판하는 반면, 스스로의 실정(失政)에 대해서는 반성의 빛이 없이 오히려 ‘내가 했다’ ‘나의 결정으로…’라는 등 자화자찬을 연발했다”고 전했다. 이밖에 도쿄(東京)신문은 “97년 대통령선거 때 김대중 후보의 비자금 수사를 중단한 경위 등이 생생하게 기록돼 있어한국 정계를 중심으로 파문이 확대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오풍연 박찬구기자 poongynn@
  • 中정부·파룬궁 ‘전면전’

    [베이징 김규환특파원] 중국 정부와 기공단체 ‘파룬궁(法輪功)의대결이 점차 거세지고 있다. 중국 최대의 명절인 춘제(春節·설날) 하루 전인 지난달 23일 톈안먼(天安門)광장에서 파룬궁 수련자 5명이 분신자살을 기도하는 등 파룬궁측의 강력한 대(對)정부 투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고 중국 정부역시 대대적인 홍보전으로 파룬궁 척결에 나섰다. 파룬궁 창시자인 리훙즈(李洪志·48·미국 뉴욕)가 올해 노벨 평화상 후보에 추천된 사실이 알려진 가운데 2일 홍콩특구 정부까지 나서파룬궁 수련자들의 활동을 엄중 감독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1국2체제’ 원칙을 앞세운 홍콩 야당 세력의 강력한 반발을 무릅쓴 조치다. 파룬궁측의 대정부 투쟁 강화 이면에는 올해 잇따라 열릴 중국과 관련된 주요 국제행사들을 투쟁에 활용하겠다는 의도가 있다.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최 최종결정을 앞둔 국제행사에 참석해야 한다.또 오는 10월엔 상하이(上海)에서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를 열기로 돼 있다.인권 및 종교문제로 서방국가들과 마찰을 빚는 중국 정부를 위축시켜 최대한 투쟁효과를 얻겠다는 것이다. 파룬궁은 그동안 중국 정부가 99년7월 파룬궁을 ‘사악한 종교단체’라고 규정한 이후 춘제·국경절(10월1일) 등 주요 명절·국경일마다 베이징 중심부 톈안먼광장에서 ‘정부의 탄압’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여 중국 정부를 끊임없이 자극해왔다.지난해엔 시드니올림픽 금메달 28개 획득,‘2008년 올림픽 개최 쟁취 선포’ 등으로 축제 분위기에 휩싸인 국경절을 맞아 파룬궁 수련자 수백여명이 강력한 항의시위를 벌여 찬물을 끼얹기도 했다. 한치의 양보도 없이 펼쳐지는 중국 당국과 파룬궁과의 대립은 국제사회에 중국에 대한 새 압력수단을 제공하고 있다.파룬궁은 자살을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분신자살 기도는 중국 당국의 날조라는 파룬궁측 주장을 둘러싼 논쟁이 확산되는 가운데 파룬궁과 중국 당국의 대결은 한동안 중국 사회의 최대 이슈로 남을 것같다. khkim@. *파룬궁이란. 리홍즈(李洪志·)가 1992년 5월 창시한 파룬궁은 불교와 도교원리에 기공을 결합시킨 형태.호흡법을 통해 기를 생성,내공을 기르면일정한 단계에 도달한 뒤 내공이 거꾸로 사람을 단련시키는 경지에 이르게 된다는 것.초능력같은 특수한 능력을 발휘,병을 고칠 수도,심지어 체내 조직까지도 꿰뚫어볼 수 있는 신통력이 생긴다고 주장한다. 99년 여름부터 시작된 중국 정부의 탄압으로 리홍즈는 미국으로 건너가 미국과 유럽,아시아 각국에 지부를 설치,세력을 넓혀가고 있다. 파룬궁 주장에 따르면 40여개국 수련자 수는 1억명.한국에도 1000여명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여야 의원연수회서 드러난 정국해법 차이

    29일 각각 개최한 의원·지구당위원장 연수에서 여야는 정국에 대한현격한 인식의 간극을 보였다.당력 결집을 도모하는 행사의 성격도한 이유이겠으나,정국 현안에 대한 입장 차이와 내년 대선을 앞둔 정치일정이 여야를 곧추세우는 요인으로 풀이된다. ◆ 민주당. ■민주당 이날 연수에서 ‘강력한 여당’ 건설을 다짐했다.김중권(金重權) 대표는 인사말에서 “자신감과 책임의식을 갖고 정치를 주도해나가는 강력한 여당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적극적으로 정치현안이나 쟁점에 대해 자기 목소리를 내는 ‘살아있는 정당’이 돼야한다”는 것이다. 4대 부문 개혁에 있어서 김 대표는 “성공적 마무리를 위해 국민들의 동의와 동참을 이끌어내야 한다”며 “실패한 기업인,금융인들에게 책임을 물어 국민여론에 화답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당정관계에 있어서도 당이 정책 입안을 주도하는 ‘당 우위론’을 역설했다.김 대표의 ‘책임여당론’은 대야관계에서 뚜렷해진다.“원칙을 지키겠다”는 것이다.“국정의 파트너로서,상생의 정치를 위해 계속 대화하고 책임있는 주장은 과감히 수용하겠지만 정치공세에는 단호히대처하겠다”고 못박았다.김 대표의 발언 가운데 특히 주목되는 대목은 정권 재창출에 대한 강한 의지 표명이다.김 대표는 “다음달 국민의 정부 출범 3년을 맞아 의약분업,국민기초생활보장제,국민연금 확대 등의 개혁작업을 꼼꼼히 점검,그 효과가 대선 이전에 확실하게 느껴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그래야 정권 재창출이 가능하다는지적이다. 결국 김 대표가 밝힌 정국운영 기조는 “집권여당에 걸맞은 강력한정국 주도권을 행사,그 결과를 내년 대선에서 심판받겠다”는 것으로요약된다. 이 과정에서 야당과는 ‘원칙을 지키는 협력관계’를 견지한다는 복안이다. ◆ 한나라당.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가 29일 연찬회에서 열흘간에 걸친 ‘칩거구상’의 일단을 피력했다.이 총재가 인사말을 통해 밝힌 정국운영의 기본 골격은 두 가지로 나뉜다. 경제와 민생문제,남북관계에는 “국회를 중심으로 당의 총력을 기울여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경제와 안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원내에서 따질 것은 따지고,협조할 것은 협조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자민련 원내교섭단체 인정 문제에 더이상 연연하지 않겠다는 복안도담겨 있다. 그러나 대여(對與)관계에서는 확고한 대응방침을 분명히 했다.“국민의 힘을 결집해 현 정권의 비열한 공작정치를 강력 분쇄하겠다”는것이다. 안기부자금 지원 사건과 국고 환수소송 등을 ‘야당 죽이기’로 규정,필요하면 시민단체 등 외부 세력과도 공동 대응할 방침이다. 이 총재는 정국을 구상하는 과정에서 느낀 소회를 거침없이 토로하며,현 정권의 행태를 성토했다.현 정국상황과 관련,“정치 입문 5년을 맞아 암담한 정치현실 앞에 자괴감도 들고,책임있는 야당 총재로서 국민 앞에 죄송스러운 심정”이라고 유감을 표명했다. 이어 “역사의 시곗바늘을 거꾸로 돌리려는 현 정권의 구태정치에분노한다”며 “국민이 흘린 피의 대가로 현 정권이 탄생했는데,이들은 마치 민주화의 독점자인 양 국가발전과 민주주의를 위한 정치 본연의 역할을 저버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진경호 박찬구기자 jade@
  • [여성 선언] 대법원이 국민을 외면하는가

    지난 26일 대법원은 총선시민연대의 두 활동가에게 벌금 300만원이라는 최종판결을 내렸다.사안 자체가 특별히 지닌 개별적 범법행위-예컨대 활동 중에 주먹질이 오갔다든지 기물을 부수었다든지-가 혹시있었는지는 모르나,이 판결은 그 자체로 총선시민연대의 활동 전체에대해 대법원이 위법 판결을 내린 것으로 해석돼 격렬한 비판과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할리우드 영화를 보면 부패경찰도,인종차별도,억울한 혐의자도 마지막에 가서 단죄되고 누명을 벗고 구원을 받는 곳은 법정에서였다.숱한 우여곡절을 겪고,심지어 판사 자신이 부패 혐의를 받기도 하지만마지막에는 정의와 진리의 편에 서는 것이 할리우드의 판사 이미지다. 그런 영화를 너무 보아서 그런지 모르겠으나,대법원이라면 보통사람들에게는 단순한 실정법의 수호자가 아니라 법의 정신 그 자체를 지키는 위대함으로 인식되는 것이 상식이다.법관이라면 적어도 자기 지역·계급·이익을 넘어서는 공정한 판단기준을 지녔으리라고 믿는다. 더구나 대법관이라면 일반 판사보다 훨씬 더 판결이사회에 미칠 영향을 고뇌해야 한다.이는 우리가 그들에게 바치는 존경과 신뢰에 대한 마땅한 대가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한 대법원이 국민의 압도적 지지를 얻으며 활동한 총선시민연대에 유죄판결을 내리다니,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그것도 위헌법률 심판 제청이 제기된 상태인 바로 그 선거법을 위반했다는 죄목이라는사실은 최소한 세가지 점에서 국민 의혹을 받아 마땅하다. 첫째 대법원은 현행선거법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전제 하에 내려야 하는 판결을,바로 그 법률 자체에 대한 위헌심사가 진행되는 와중에 내림으로써 위헌 심사에 악영향을 미치려 한다는 의혹을 받게 되었다.고깃간에 가서 쇠고기 한 근을 살 때도 저울이 고장났다는 의심이 들면 그 저울에 달지 않는 법이다.하물며 그런 이치를 모를 리 없는 대법관들이 왜 그런 판결을 내렸을까? 둘째 대법원과 그 하급법원들이 현행 선거법을 위반한 다른 피의자들,곧 현역 국회의원들에게 똑같이 엄정한 잣대를 들이대지 않는다는점에서 대법관들은 시민을 외면하고 정계 인물들을 옹호한다는 혐의를 벗기 어렵다.소위 ‘사’자 달린 사윗감 가운데 1순위로 꼽히던호시절은 아니라 해도 여전히 판사는 사회적으로 명망높은 신분이다. 그가 기득권층이 아니라 시민 일반을 보호하는 의무를 지닌 ‘공인된권력’이란 점을 잊는다면,그때부터 거꾸로 ‘위험인물’이 되고 만다는 것은 상식 아닐까? 셋째 대법원은 고정된 법조항을 시대정신에 입각해 해석함으로써 정의가 언제나 올바로 실현되도록 해야 하는 법원 본래의 사명을 저버린 점에서,국가기관에 대한 국민 신뢰를 훼손시켰다. 법을 만드는 것은 입법부라도 그 법을 해석하고 집행하는 곳은 사법부다.따라서 사법부는 잘못된 법률을 집행하는 데 신중함으로써 그법의 개정을 촉구하고 도와야 할 의무를 당연히 갖는다.그런데 국민의 압도적인 항의와 요청에도 불구하고 도무지 법을 개정하려 하지않는 국회를 사법부가 압박하기는커녕,정반대로 기성 정치권의 이익에 발맞춘 판결을 내리다니 어떻게 우리 대법원이 이럴 수가 있나?준법이 아니라도 합헌이라면,대법원은 그를 도울 의무가 있다.지금은더욱이 목에 총을 들이대는 독재정권 치하도 아니다.대법관쯤 되면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 앞에서 국가의 올바른 진로를 고민하는 것이당연하거늘, 헌법과 천부인권이 보장하는 권리를 하위법이 제한하는데도 그에 대해 아무런 불편함을 느끼지 못한다는 말인가?대법관께 말한다. ‘어쨌거나 실정법을 위반하지 않았느냐’는 주장말고,국민을 설득할 다른 논리를 내놓아라.그 판결이 우리 정치발전에 큰 도움이 되며 법을 지키는 깨끗한 선거풍토를 만드는 데 기여한다고 국민을 납득시켜야 한다.이번 판결은 법의 집행이 아니라 새로운 문제거리를 만든 데 불과하다.과연 그 판결로 누가 기뻐하는가를보고,국민이 던지는 무수한 물음표와 느낌표에 답해주기 바란다. ■노혜경 · 시인
  • [사설] 민생돌보는 생산적 정치를

    ‘민족 대이동’이라는 설 연휴가 끝났다.우리나라는 과잉 밀집의수도권과 여타 지방으로 구성돼 있다.고향을 떠나 살던 가족들이 모처럼 만나면 수도권 여론이 지방에 확산되기도 하고,거꾸로 지방 여론이 수도권에 집중되기도 한다.그러나 전국적인 국민 여론의 교류와집중은 반드시 순기능만 하는 것은 아니다. 너나없이 지역감정이라는망국적 주술(呪術)에 걸려있는지라 논리와 이성을 떠난 여론이 일방적으로 확대 재생산되기도 한다. 설 연휴 동안 정치인들은 국민들을 직접 만나 민생 현장의 소리를귀담아 들었을 것이다.지역정서가 뒤엉킨 부분을 배제하고 보면,국민들이 정치권에 요구하는 것은 딱 한마디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제발 정쟁 좀 그만하고,민생을 보살펴 달라”는 게 그것이다.어찌 그러지 않겠는가.1998년 2월 IMF사태 속에 국민의 정부가 출범한 이후여야간의 정쟁이 끊이지 않았다.그런 가운데서나마 한때 IMF사태를벗어났다는 말이 나온 적도 있었지만,또 다시 경제위기가 거론되고있는 어제 오늘이다.그렇게 된 데에는 정부의 정책적실책도 작용했지만,정치권이 벌인 끝없는 정치공방으로 국정의 발목을 잡은 탓도크다고 국민들은 보고 있다. 국민들은 “나라를 이렇게 몰아가서 어떻게 하자는 것이냐?”고 정치권에 준열하게 묻는다.오늘날 우리 정치 현실에 대한 궁극적인 책임은 물론 국민들 스스로에게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은 그렇기때문에,국민들은 이제 새로운 각성 속에 정치권에 대해 당리당략에따른 정쟁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향후 국정운영에 관한 큰 그림을 그리고 있고,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도 정국 돌파를 위한 구상을 모색하고 있다고 한다. 여야 지도부는 말만 앞세우는 ‘상생의 정치’가 아니라,진실로 생산적인 정치를 통해 민생을 보살피는 쪽으로 발상을 크게 바꾸기를 바란다.무엇보다 국회를 정상화시킴으로써, 국회가 민생관련 의안들을신속히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그같은 발상 전환의 출발점이 될것이다.
  • 클래식의 二色 변신

    오직 생명체만이 진화한다고? 아니다,클래식도 진화한다.청중의 귀를 잡아끌기 위해서라면 시대 흐름에 맞춰 기꺼이 변화할 줄 알기 때문이다. 새달초 LG아트센터에 잇달아 오르는 두 공연은 클래식의 진화를 확인할 수 있는 좋은 무대다.하나는 콘트라바스라는 악기로 재즈·탱고·클래식을 자유롭게 창출하고 또다른 하나는 바로크시대로 거슬러 올라간 듯 고풍스러운 원전(原典)음악을 재현한다.살아남기 위한 유연한 변신이라는 점에서 닮았다. ◆ 춤추는 콘트라바스=오케스트라의 한쪽 구석에 푹 파묻힌 육중한저음악기가 바로 콘트라베이스(일명 콘트라바스)다.‘지휘자 없는 오케스트라는 있어도 베이스 없는 오케스트라는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건축물의 기초같은 구실을 담당하지만 그동안 주목받지 못한 게 사실. 하지만 6명으로 구성된 프랑스의 ‘콘트라베이스 오케스트라’가 명예회복을 선언하고 나섰다.이들은 현을 손으로 뜯고 몸통을 두드려묵직한 저음뿐 아니라 낭랑한 새의 울음,앰뷸런스 사이렌 소리,배의경적소리 등을 자유자재로 만들어낸다. 게다가 콘트라베이스가 무대 위를 날고 거꾸로 서서 춤까지 추는 퍼포먼스까지 곁들여 객석을 온통 환호의 도가니로 몰아간다.지난 99년 첫 일본공연에서 전석 매진되는 선풍을 일으켰다. 현대적 감각이 돋보이는 ‘바스,바스,바스,바스,바스 그리고 바스’,악기를 거꾸로 잡고 연주하는 ‘코라의 노래’,삼바풍의 리듬 앙상블 ‘탱고’등 대표곡을 선사한다.2월2일 오후8시. ◆ 무지카 안티쿠아 쾰른 연주회=무지카 안티쿠아 쾰른은 작곡 당시의 악기와 옛기법을 재현하는 ‘원전연주’의 최고봉으로 손꼽히는독일 앙상블.리더인 라인하르트 괴벨이 21세 되던 73년 쾰른 음악대학 동창생들과 손잡고 창설했다.괴벨은 10여년전 무리한 연습으로 왼손이 마비되자 다시 오른손에 바이올린을 들고 재기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그라모폰상, 디아파종상을 비롯한 전세계 음반상을 휩쓸며 17∼18세기 바로크음악을 재현하는 데 앞장섰다. 공연은 3일 오후4시·7시 2차례.오후4시에는 륄리 ‘샤콘느’,텔레만 ‘두 대의 오보에,두 대의 바이올린,두 대의 비올라와 바소콘티누오를 위한 6중주’등을 연주하고 7시에는 바흐 칸타타 42번 ‘그래도 같은 안식일 저녁에’와 칸타타 18번 ‘비와 눈이 하늘에서 내려와’등을 들려준다.괴벨이 연주 중간중간 곡에 관해 직접 해설한다.(02)2005-0114허윤주기자 rara@
  • [대한광장] 한국정치의 사망과 도둑공화국

    우리 정치는 평가나 비평의 대상이 못되는 것 같다.문제는 있지만개선의 여지가 남아 있을 때 평가나 비평이 가능한 법인데 일상으로접하는 정치는 오직 비난의 대상일 뿐이다.그러나 지금은 비난도 힘겹다.나는 육두문자를 제외하고는 우리 정치를 비난할 수 있는 마땅한 단어를 찾지 못하겠다.따지고 보면 독재정치에도 일정한 원칙과기준은 있는 법이거늘 이렇게 원칙없고 엉망인 정치,이렇게 국민을능멸하는 전망없는 정치를 동서고금을 통해 듣고본 적이 없다.그래서한국정치는 죽었다. 시야를 조금 넓혀보면 재미있는 대비가 눈에 띈다.사회는 점점 민주화되고 있는데 정치는 뒤로만 가는 현상이 분명하지 않은가.지금 우리 사회는 민주주의를 제도적으로 정착시켜 나가는 단계에 있다.성과여부는 차치하더라도 재벌개혁과 금융개혁 등 경제개혁이나 여러 분야의 사회개혁이 추진되고 있다.행정분야에서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남북관계는 더욱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이런 상황에서 거꾸로 가는것은 유독 정치뿐이다.그러니 정치가 사회 민주화의 흐름에 순응한다면 얼마나 많은 발전이 가능할까 하는 상상을 아니할 수 없다. 우리 정치가 독재정치인 것 같지는 않은데 독재정치보다 더 나쁜 점수를 받고 있다.독재정치보다 무능하고 독재정치보다 더 미운 짓만골라서 하기 때문이다.언감생심 우리 정치에 철학이라고 할 것까지는없더라도 이렇다 할 기준이나 원칙이라는 것이 있는가. 우리 정치의앞날에 비전이나 전망이라는 것이 있는가.우리 정치의 방법에 협상이나 토론이나 타협이라는 것이 있는가.아니면 국민들의 불편한 마음을조금이나마 헤아리는 알량한 배려라도 있는가. 이도저도 아니라면 속된 말로 생산성이라도 있는지 묻고 싶다.날이면 날마다 죽어라고 싸움질만 하는 저질 3류영화를 언제까지 계속 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현 정부 출범 후 두 차례의 정치제도개혁이 있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도 자체가 별로 변한 것은 없다.반면 정치행태는 한없이 나빠졌다.정당은 있지만 국회는 없고 정쟁은 있지만 토론은 없다.정치의 대리인들인 정치가들의 목소리는 크되 정작 정치의 주인인 국민들은 없어져 버렸다.두 번째의 제도개혁에서는 그나마도 시민운동단체들의강력한 저항에 걸려 선거법 일부가 개정되고 선거구가 대폭적으로 줄어들었다.정치권 혼자서는 개혁할 의사도 없고 능력도 없다는 것이입증된 셈이다. 그 사이에 권력형 비리니 의혹사건이니 해서 몇차례 조사과정이 있었다.고관대작의 부인들이 연루된 고급옷 로비사건,2,000억원 대의불법대출이 문제가 된 정현준게이트,정권 실세의 개입 여부로 청문회가 진행된 한빛은행 불법대출사건,1,000억원이 넘는 안기부의 국고횡령스캔들 등등.그러나 어느것 하나 제대로 밝혀진 것이 없다.정권이국민을 두려워하거나,투명하거나,유능한 정권이라는 조건 세 가지 중에서 한 가지만 충족시켰더라면 이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정치만 살아 있었어도 사건의 전모가 밝혀졌을 것이다.정권은 무능하고 정치는 죽었음이 재확인된 셈이다. 안기부예산의 횡령은 정말로 심각한 문제이다.알려진 대로 안기부공개예산 6,000억원중 15%인 1,000억원대의 자금을 여당선거에 전용한 것이라면 이완용에 필적할 사건이다. 이것이야말로 그들 언어로 ‘이적행위’에 해당하는 것이 아닌가.이것은 단순한 예산전용이 아니라 국고횡령이라는 범죄행위이며,더 정확하게는 국민혈세를 도둑질한 대역죄에 해당한다.어떻게 이런 도둑놈의 발상이 가능한지 이해하기 어렵다.그런데 이번에도 흐지부지될모양이다.정부와 검찰,여당과 야당이 하는 일들이 도무지 일관성이없고 미덥지가 않다.권력집단의 미필적 공범관계라는 말로밖에는 설명이 어렵다.무능한 정부와 죽은 정치가 다시 국민들 가슴에 못질을하려는 것인지. 국고를 1,000억원 이상 도둑질 당했으면서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나라.오직 ‘도둑공화국’에서만 가능한 일이다.무능한 정부와 죽은정치가 도둑질을 조장하는 셈이다.이런 도둑공화국에서 ‘개혁’은무엇을 하자는 것이고 ‘상생’은 또 무엇을 하기 위한 것인가.죽은정치의 부활은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 답답하고 안타까울 따름이다. △정대화 상지대교수·정치학
  • [대한포럼] 희망과 경기회복의 불씨

    한 염료사업자는 최근 매출이 뚝 떨어져 고심중이다.경기하강이라니사람들이 헌 옷 그대로 입지 새 옷 사겠는가. ‘신경제’라고 휴대폰은 2개이상, 그리고 용량 큰 컴퓨터를 사고 통신비로 월 20여만원 지출하는 게 요즘 중산층 가정이다. 수입은 늘어난 게 없는데 통신비를과다 지출하고 있으니 그만큼 의복 등 ‘당장 없어도 될 지출’을 줄이는 양상이다.호황이라는 생각이 들어야 옷을 살텐데 더욱이 경기급랭기라니 의복과 염료 매출은 타격이 크다. 경기침체 전망의 영향이 염료사업자에게 미치듯 나라 경제예측은 단순히 ‘안 맞으면 말고…’하는 정치판의 주장이나 심심풀이 오락은아니다.기업인들을 웃게도 하고 울게도 한다.그러나 실제 복잡한 경제예측이란 영역을 들여다보면 한마디로 ‘불확실성의 시대’요 ‘카오스(혼돈)영역’이란 한탄이 절로 나온다. 외환위기 1년쯤 뒤인 지난 1998년 가을 당시 이규성(李揆成)재정경제부장관은 “경제는 좋다면 좋아지고 나빠진다면 나빠지는 자기암시적 효과가 있다”며 기자들에게 “제발 좋게 좀 써달라”고 주문했다.정부가 노력해도 찬바람이 휙휙 돌 뿐 경기가 살아나지 않아 대공황진입설까지 돌던 무렵이다.지나고 보면 그때가 2년여 경기상승주기의문턱이었다. 지난 몇년간 어느 국책연구기관은 경제전망치가 계속 틀리자 고치고또 고쳤다.도대체 “당초 전망치가 뭐기에”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작년 2월 한 국내 민간연구소는 올 4월이 경기 정점이라고 진단했으며 산업자원부는 “경기확장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틀린 전망을 내렸다. 좀더 멀리 보자.지난 1985년 11월6일 A일보는 “내년 경제 낙관,비관 엇갈려’란 제목으로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내년(1986년)경기전망에는 경기회복이 불투명한 가운데도 애써 장래를 낙관하려는 의지를 담고 있다”고 비꼬았다.12월9일 B일보는 ‘경기지표는 호전,체감은 침체’라며 비관론쪽에 무게를 둔 기사를 실었다.그해 8월 한국은행은 경기침체가 예상보다 심각하다고 밝혔다.이후 3년간 지속된대호황의 직전까지 갈팡질팡했던 모습들이다. 한 미국 경제학자는 “경제학이 도저히 공급할 수 없는데도 경제학자들은 일관성있게 장기예측을 잘 할 수 있다는 생각을 사람들에게팔아왔다”고 실토했다.다른 경제분석가는 “정보는 전적으로 많아졌다고 생각하지만 동시에 불확실성도 증대했다”고 지적했다.한마디로예측은 어렵고 틀리기 일쑤라는 것이다. 더욱이 경제예측은 현재가 좋으면 좋은 쪽으로, 나쁘면 나쁠 것이라는쪽으로 의견이 기우는 경향이 있다.따라서 대다수의 신념과 통념을거꾸로 뒤집는 주장이 더 솔깃하다.외환위기 다음해 ‘모두 힘들다’고 하는 와중에 “무역흑자 500억달러가 가능하다”는 한 재벌회장의말이 주목을 받았고 실제 그의 말은 실현됐다.증권시장에서 ‘대다수전문가가 사라고 추천하는 주식을 매도해야 유리하다’는 역발상이설득력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진념(陳稔)재정경제부장관은 15일 “체감경기 회복이 예상보다 빨라져 늦어도 봄기운이 돌 때부터 호전될 것”이라고 밝혔다.외국인의장기 투자자금 유입과 금융시장 호전 기미 등을 이유로 들었다.회복조짐의 원인과 그 불씨가 오래갈지 여부를 두고는 아직 논란이 많다.그의 주장은 아직 ‘소수’의견이지만 반전의 기미를 눈치채고 외국투자자들이 지난해 말부터 주식을 대량 산 것은 주목할 만하다. 늘 양론이 대립되는 거시 경제전망이 한쪽으로만 쏠리는 것은 위험하다.비관·낙관사이의 균형의식을 유지하되 불확실하다고 낙담할 필요도 없다.“룰렛 판의 회전을 지켜보듯 인생을 살지 않아도 된다는것,돌려진 카드를 까보듯 세상을 살아가지 않아도 된다는 게 축복”이란 어느 학자의 말이 심정에 와닿는다.‘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자신감과 희망이 그래서 중요하다.정부와 사업인은 제대로 할 일을하면서 뛰면 된다. 이상일 논설위원 bruce@
  • 승용차 고속도 역주행 충돌사고… 5명 死傷

    14일 오전 1시45분쯤 충북 영동군 황간면 마산리 경부고속도로 상행선(서울기점 202.2㎞)에서 차로를 거꾸로 달리던 티코승용차(운전자김기호·72·청주시 상당구 용암동)가 마주오던 쏘나타승용차와 정면 충돌했다. 이 사고로 티코승용차 운전자 김씨가 그 자리에서 숨지고 쏘나타승용차 운전자 원영일씨(49·울산시 동구 동부동)와 함께 타고 있던 부인 정금자씨(40) 등 4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경찰은 숨진 김씨가 사고지점으로부터 5㎞ 가량 떨어진 황간휴게소에 들렀다 나오다 방향을착오, 사고를 낸 것으로 보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 중이다. 영동 김동진기자 kdj@
  • 이색그룹 금호

    재계에서 금호그룹은 이색그룹으로 통한다.다른 그룹은 형제간 경영권 분쟁으로 눈살을 찌프리게 하는 경우도 있지만 금호는 형제간 경영권 승계가 물흐르듯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조용한 가운데 구조조정도 착실히 진행중이다.특히 건물 등 부동산은 대부분 내다팔고 있다.사옥도 매각하겠다는 각오다. ◆형님먼저 아우먼저 고 박인천(朴仁天) 회장으로부터 경영권을 이어받은 맏아들 박성용(朴晟容) 명예회장은 경영을 맡은지 22년만인 96년 돌연 바로 아래 동생인 박정구(朴定求)회장에게 그룹을 물려줬다. 박 명예회장은 미국 예일대 경제학박사 출신으로 국내에서 교수(서강대)와 공직생활을 거쳤으며 음악에도 관심이 지대하다. 박정구 회장도 지난해 재계원로들과의 골프모임에서 아시아나항공박삼구(朴三求) 사장을 ‘아주 똑똑한 동생’이라며 자신의 뒤를 이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또 한차례 형제간 승계가 기대되는 대목이다.박 명예회장이나 정구 회장 모두 자식이 있지만 이들에게 경영권이 돌아가지 않을 것으로 그룹관계자들은 보고있다.능력이 있으면 동생이나 전문경영인에게 경영권을 물려주겠다는 것이다. ◆사옥이 왜 필요해? 금호그룹은 지난해 그룹사옥이었던 아시아나빌딩을 500억원에 싱가포르 투자청에 팔았다.또 금호석유화학 사옥인종로구 광은빌딩도 380억원에 외국계 자본에 넘겼다. 신문로 현재 사옥도 매각후 임대해 사용하는 방식으로 외국계 자본과 물밑 접촉 중이다.매각가는 2,000억원대로 추정하고 있다.사옥에 집착하는 것이구(舊)시대 경영의 산물인 듯하다.지난해에는 금호산업 중국 천진공장을 일본 브리지스톤사에 약 1억4,000만달러에 팔았다. 이같은 구조조정을 통해 금호그룹은 부채비율을 200%대로 낮추었다. 금호관계자는 “과거 정권에서는 호남기업이라는 점때문에 별다른 도움을 받지 못했는데 지금은 거꾸로 호남기업이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결국은 기업의 자체 경쟁력 강화가 최선”이라고 말했다. 김성곤기자 sunggone@
  • 유전자조작 원숭이 탄생

    유전자 조작에 의한 붉은털 원숭이가 태어나 치매와 당뇨병, 유방암및 에이즈 등 난치 또는 불치병에 대한 유전자치료 가능성이 높아졌다. 12일 발간된 ‘사이언스’ 최신호는 미 오리건주 소재 오리건 영장류센터의 제럴드 셰튼 박사팀이 작년 10월 유전자 조작에 의한 붉은털 원숭이를 탄생시키는데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이 원숭이는 ‘DNA를 주입(insert)한’ 이라는 영어 표현의 머리글자 iDNA를 거꾸로 읽어 앤디(ANDi)라고 명명됐다. 셰튼 박사팀은 미수정란에 DNA를 주입시킨 뒤 200여개를 수정,이중40개의 배아를 얻어 3마리의 원숭이를 탄생시켰는데,이 가운데 앤디만이 이 DNA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포틀랜드(오리건주) AP 연합
  • 대한매일 신춘문예 당선작 동화/ 다락방 친구- 공지희

    우리집은 도시 변두리에 있는 장미연립 오 층,맨 꼭대기집이다. 밖에서 보면 오 층 건물 지붕 위에 더 높이 뾰족한 빨간 지붕이 솟아 올라 있다.그 뾰족한 부분은 다락방이다. 엄마는 다락방을 창고로 생각한다.안 쓰는 물건을 잔뜩 갖다 놓고 청소는 하지 않아서 언제나 먼지가 풀풀 날린다.하지만 나는 이 곳을우리집에서 제일 좋아한다. 다락방엔 나만의 비밀공간이 있다.책장과 커다란 상자가 쌓여 있는뒤쪽에 있다.나는 거기다가 하나하나 귀중한 물건을 모아 두었다. 미니카,딱지 모은 것,구슬통,미니게임기.그리고 비밀일기장까지 숨겨 두었다. 만화책은 꼭 다락방에서 본다.그래야 더 재밌다.일기도 물론 여기서쓰면 더 잘 써진다. 처음에는 화가 나거나 속상한 일이 있을 때 가끔 다락방엘 올라 왔었다. 한 번 올라오고 두 번 올라오고,그러다가 어느 날 부터인지 화가 나지도 않고 속상하지도 않은데 다락방엘 올라 오고 싶어졌다. 나는 다락방이 자꾸만 좋아졌다. 다락방은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고,생각을 차분하게 모아주기도 하고,또 새로운 용기를 주기도 했다. 별이 초롱초롱 빛나는 밤 하늘이 그렇게 예쁜지 나는 이 다락방에서알게 되었다.또 지붕으로 비가 내리는 소리가 얼마나 아름다운지도이 다락방에서 알게 되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이 다락방을 뺏길지도 모를 일이 생긴 것이다. 어느 날,아버지가 갑자기 내 다락방에 올라 왔다. 아버지가 다락방에 올라 오는 일은 거의 없었다. 나는 그 때 미니게임기로 게임을 하고 있었다. 아버지는 내 게임기를 보면서,“나도 한 번 해 보자.” 했다. 아버지와 나는 번갈아 가면서 게임을 했다. 다음날,아버지는 또 다락방에 올라왔다. 아버지는 내가 읽고 있던 만화책을 들여다 보았다. 나는 잔뜩 긴장을 하면서 아버지 눈치만 살폈다.내가 만화책을 보는것을 싫어할 것 같아서였다.그런데 아버지는 화를 내지 않았다.오히려 내 옆에 앉으면서 “재밌니?”하고 물었다. 나는 고개만 끄덕거렸다.그러자,아버지는 다른 만화책을 한 권 꺼내바닥에 엎드려서 보기 시작했다.한 장 한 장 넘기면서 아버지는 ‘큭큭!’ 웃기까지 했다. 나는 놀라서 아버지에게 물었다. “아버지,재밌어요?”아버지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 날,아버지와 나는 한참 동안 만화책을 함께 보았다. 나는 아버지 옆에 조용히 앉아서 생각했다. ‘언제나 바빠서 집에 늦게 들어오는 아버지가 요즘은 왜 이렇게 일찍 들어올까? 늘 피곤해 하던 아빠가 지금은 안 피곤할까? 집에 오면 거의 아무말도 없고 신문이나 텔레비젼만 보는 아버지가 이제는 신문이나 텔레비젼이 재미 없어진 걸까?’궁금했지만 아버지에게 물어보지는 못했다. 나는 아버지가 무서웠다.왠지 가까이 느껴지지가 않고 남처럼 느껴질 때가 더 많다.언제나 친구처럼 놀아주는 아버지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그 날 밤,엄마와 아버지가 하는 얘기를 듣고 아버지에게 무슨 일이있었는지 알게 되었다. 아버지 회사에 큰 일이 생긴거다.가끔 들었던 ‘부도’ 라는 것이 아버지의 회사에도 일어났단다.엄마는 눈물을 흘렸고,아버지는 긴 한숨을 쉬었다. 다음날,비가 왔다. 나는 학교에서 오는 길에 생각했다. ‘오늘도 아버지가 다락방에 올라 올까?’집에 와 보니 아버지는 벌써 다락방에올라 와 있었다. 정말 이러다가 아버지가 다락방을 혼자 쓰겠다고 할까 봐 겁이 났다. 아버지는 다락방 창문 앞에 앉아서 비 오는 창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오밀조밀 집들이 모여 있는 마을 너머로 들판이 보였다.막 추수를 끝낸 논이 쓸슬해 보였다.아버지는 더 멀리에 얕으막한 소나무 언덕을보고 있는 것 같았다. 지붕으로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음악같이 들렸다. “두둑 두두둑!” 오늘 같은 날은 다락방에 있기가 더 좋은 날이다. 아버지도 그걸 알았나 보다. “야! 희동이 다락방 최고다.”아버지는 감탄스런 목소리로 엄지손가락을 내보였다. 이제는 아버지에게 다락방을 내 놓아야 할 때가 된 건지도 모르겠다. 아버지는 창밖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희동아! 여기가 좋으니?”“네”아버지는 고개를 크게 끄덕끄덕 했다. “나는 다락방이 싫었어.”나는 속으로 깜짝 놀랐다. “아버지도 너 만할 때 다락방에서 살았거든.”“정말이요?”“그래.아버지 살던 산동네 집은 아주 좁았단다.어머니 아버지,그리고 할머니,그리고 사 남매가 함께 살았지.”“일곱 식구였네요?”“그래.집은 좁은데 식구는 많았지.방이 모자라서 아버지는 작은아버지랑 다락 방을 함께 썼어.”나는 아버지 옆에 나란히 앉아서 아버지와 함께 비 오는 창밖을 내다 보았다. 아버지의 목소리는 점점 낮고 부드러워졌다. “서서 허리도 펴지 못할만큼 천장이 낮았어.동생이랑 둘이 누우면꽉 찰 만큼 좁고… 다락방이 참 싫었어.”나는 머리속으로 아버지의 다락방의 모습을 그려보았다. “다락방에 누워서 잠을 잘 때면 빨리 커서 돈을 벌어야겠다고 생각했지.그러면 천장이 높은 내 방 하나를 갖는 거야.커다란 창문 앞에반지르르 칠을 한 멋진 책상을 놓고 싶었어.그러면 저절로 공부가 잘 될 것 같았지.”아버지의 옆 얼굴을 보는데 괜히 가슴이 찡해졌다. “그런데 지금은 그 다락방이 그리워.”아버지는 고개를 돌려가면서 다락방을 샅샅이 훑어보았다.마치 그립다던 그 다락방에 다시 온 것 같은 얼굴이었다.나는 가슴이 조마조마해졌다. ‘그럼 다락방이 좋다는 거야? 싫다는 거야?’아버지는 다행히 나에게서 다락방을 뺏으려 하지 않았다.하지만 아버지가 집에 있는 시간이 점점 많아지고,다락방에 올라와있는 시간도 점점 늘어났다. 나는 다락방을 혼자 차지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런데,아버지와 다락방에 같이 있는 것이 그렇게 싫지만은 않았다. 그 이유는 아버지가 다락방에 올라온 뒤로 재밌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만화책을 아버지랑 같이 보니까 혼자 보는 것 보다 더 재밌다. 게임도 역시 둘이 번갈아 하니까 더 재밌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좋은 건 혼자라서 할 수 없었던 놀이를 하는거다. 딱지치기나,구슬치기는 아버지가 나보다 훨씬 더 잘했다.아버지가 딱지를 접는 솜씨도 정말 예술이었다. 과자도 같이 먹고,라면을 끓여와서 같이 먹기도 했다. 그리고 또 좋은 게 있다.아버지가 놀이를 하면서 들려주는 옛날이야기이다. 이 옛날이야기는 옛날에 옛날에… 하는 전래동화가 아니다.아버지가들려주는 아버지 어릴적 이야기다. “아버지 어릴 적에는 말야….” 하면서 들려주는 이야기는 참 재밌다. 작은아버지랑 고모들이랑,친구들이랑 놀던 이야기들이다. 아버지는 이 이야기를 할 때마다얼굴에 웃음이 활짝 핀다. 아버지 웃는 얼굴은 정말 오랜만에 보았다.나는 아버지 이야기도 재밌지만 아버지가 웃는 얼굴을 보는 게 너무 좋았다. 이제는 아버지가 하나도 무섭지 않다. 다락방에 올라온 아버지는 예전의 아버지가 아니었다. 아버지는 다락방에 올라올 때 마다 점점 어린아이 같아 졌다. ‘혹시 계단을 올라오면서 나이를 거꾸로 먹는 건 아닐까? 아니 아예나이를 뚝,떼어 버리고 올라 오는 지도 몰라.’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가 어떨 때는 형 같이 느껴졌다.그러다가 어떨 때는 꼭 친구같았다. 나는 바닥에 엎드려 일기를 쓰고 있었다. 아버지도 나를 따라서 공책을 펴고 엎드렸다. “나도 이제부터 일기 좀 써야지.”이 다락방에서는 내가 아버지를 따라하고,아버지가 나를 따라하는 일이 많았지만,아버지가 일기를 쓰는 것까지 나를 따라 한다는 게 어쩐지 어색해 보였다. 아버지는 공책의 하얀 종이를 한참을 들여다 보다가 이렇게 말했다. “십오 년 만에 일기를 쓸라니까 뭘 써야할 지 모르겠네?”“십오 년만이라고요? 정말?”내가 이 세상에 태어 나지도 않았을 때부터 지금까지 보다 더 긴 시간이다. 그 긴 시간동안 아버지가 일기를 한 번도 쓰지 않았다니.그만큼 바빴던 걸까? 아니면 여유가 없었던 걸까?“희동아! 너는 뭘 쓰는데? 좀 보여줘라.”아버지는 어린애처럼 졸랐다. 우리는 일기를 다 쓰고 바꿔 보았다. 나는 일기를 이렇게 썼다. 제목: 다락방 친구요즘 새 친구가 생겨서 너무 신난다. 다락방에서 같이 노는 친구다. 나이도 많고 늙었지만,마음은 나와 똑 같은 열 한 살 이다. 지금까지 이렇게 재미있게 놀아 본 적이 없었다. 요즘은 너무 행복하다. 언제까지나 나와 함께 놀았으면 정말 좋겠다. 나는 다락방 친구가 너무 좋다. 아버지는 일기를 편지처럼 썼다. 내 아들 희동아. 우리 희동이 많이도 컸구나.참 자랑스럽고 기쁘다. 아버지가 너무 힘들었는데 희동이가 함께 있어줘서 참 든든하단다. 희동이하고 다락방에서 지내는 시간이 너무 재밌고 좋다. 내가 이 곳에서 너와 함께 있는 동안 뭘 찾았는지 가르쳐 줄까?내가 어릴 적 살았던 다락방에서 품었던 꿈을 찾았단다. 이제 아버지는 힘이 막 솟아나서 뭐든지 다 할 수 있을 거 같아.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희동이를 사랑하는 아버지가. 그 뒤로 우리는 늘 다락방에서 붙어 있었다.엄마가 직장에서 돌아와서 우리를 막 불러 내야만 마지 못해 내려왔다. 난 이제 아버지가 조금도 무섭지 않다.친구가 되었으니까. 그런데 요즘 섭섭하게도 아버지가 다락방에 올라오는 일이 뜸해졌다. 다시 일을 하게 되어 바빠지게 된 것이다. 하지만 집에 있는 동안에는 우리는 잠깐이라도 다락방에 올라간다. 나는 아버지랑 예전처럼 놀지 못하지만 그래도 괜찮다. 다락방에는 아버지랑 같이 놀았던 기억이 가득하니까. 공지희
  • [씨줄날줄] 다양성과 저력

    “경화원,이벤트학 교수,소재 디자이너…” 과거엔 듣도 보도 못했던 새 직종들로,이중 경화원은 커튼에 자외선 차단막을 입히는 직업을 가리킨다.노동부 중앙고용정보관리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 사회의 전체 직종 수는 1만2,306개로 1995년에 비해 769개나 늘어났다.특히 ‘2001 한국 직업사전’에는 교육서비스 분야에서 5년만에 122개직종이 새로 등재됐다. 새해 벽두에 이 통계를 음미하면서 안도감보다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들었다.우리의 직업 계층구조가 여전히 단조롭고 전문성도부족하다는 점에서다. 3만여개에 이른다는 미국의 직종 수는 제쳐놓더라도 일본·캐나다(2만5,000여개)에 비해도 절반 수준이기 때문이다.전문가들이 올해 한국경제의 가장 큰 고민거리로 꼽고 있는 내수시장의 부진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인구 4,600여만명이라면적지않은 시장이다. 그런데도 구매력과 내부 예비자원이 고갈되다시피 한 것은 경제·사회적 다양성 결핍과 이로 인한 저력 부족을 웅변한다. 사실 우리 사회는 큰 취약점 하나를 안고 있다.뭐가된다고 소문이돌면 너도나도 우르르 몰려드는 통에 결국엔 함께 망하게 되는 풍조가 그것이다.PC방이니,무슨 방이니 해서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가 거품처럼 사라지는 세태에서 장인정신에 바탕을 둔 전문성인들 제대로길러질 리 있겠는가. 한때 세계적 선망의 대상이었으나 끝 모를 나락으로 추락중인 남미국가들을 돌아보자.이들은 엄청난 자원을 보유하고도 경제침체의 수렁에서 헤어날 발판을 찾지 못하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지난 연말 또다시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은 아르헨티나가 대표적이다. 20세기 중반 세계 5대 부국으로 꼽힌 아르헨티나로 유럽인들이 일확천금의 꿈을 안고 몰려들었다.그러나 그 후손들은 거꾸로 국내에서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절망적 상황에서 각국 대사관의 비자 창구 앞에 장사진을 치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목축업과 곡물생산 등 단조로운 산업구조로 세계적 경제흐름에 적응하지 못했던 셈이다.이른바 페론주의로 불리는 인기영합주의에 함몰돼 곡물수출 등으로 얻은 외화를 국민들에게 나눠주는데 열중하면서 경제의 기초를 넓히는 투자에 소홀했던 것이다. 다른 산의 거친 돌도 내 산의 옥을 가는 데 쓰겠다는 적극적 사고가절실한 때다. 정부는 앞으로 벤처 지원을 하더라도 좀더 다양한 전문성을 키우는 쪽으로 해야 할 것이다.다채로운 자격증을 신설해 전문직종의 저변을 넓히는 것도 대안이 될 듯싶다.따지고 보면 특정 분야로만 설비와 금융이 몰리는 편식적 과잉투자가 결국 우리의 IMF 위기를 부른 게 아닌가. ■구본영 논설위원kby7@
  • 거꾸로 가는 국립대 구조조정

    교육부가 22일 국립대 발전계획안을 확정,발표하자,‘구조조정을 제대로 추진하려는 것이냐’라는 자조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7월 ‘시안’에 포함됐던 대학의 기능분화와 함께 총장직선제폐지를 통한 ‘책임운영기관제’ 등의 도입이 중장기 과제로 밀려났기 때문이다. 특히 ‘시안’이 나온 이후 국립대 및 교수들은 정부측의 획일적인기능분화와 구조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해왔다. ◆국립대 기능분화. 시안의 핵심내용 가운데 하나였다.44개의 국립대를 ▲연구중심대학 ▲교육중심대학 ▲특수목적대학 ▲실무교육중심대학 등으로 구분,유형별로 집중 육성토록 한다는 내용이었다.서울대등 ‘연구중심대학’으로 전환하는 9개대는 사립대와 자유경쟁하는분야를 별도로 선정,육성키로 방침을 정했다. 하지만 확정안은 내년 4월까지 대학들로부터 자체 ‘내부혁신계획’을 받아 ‘국립대 발전위원회’의 평가를 통해 조정키로 했다. ◆총장 공모제. 당초 총장직선제를 포기,총장을 대내외에서 공모하기로 했다.공모제 총장은 교육부장관과 경영계약을 맺고 조직·인사·재정권을 전적으로 일임받도록 했다.대학을 책임운영기관화하는 것이다. 확정안에서는 학내 구성원과 지역사회의 요구를 적극 반영하는 ‘대학평의원회’ 등 의사결정기구를 설치,운영실태를 지켜본 뒤 ‘책임운영기관제’를 시범실시할 방침이다.결과에 따라 총장공모제는 중기과제로 추진할 계획이다. ◆특별회계제·연봉제 대학 재정의 자율권을 부여하는 국립대 특별회계제도는 관계부처와의 협의가 제대로 안돼 내년에 다시 추진키로 했다.따라서 2002년 시행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업적평가제와 성과급을 연계한 교수연봉제도 당초 계획대로 2002년에시행된다. ◆기타. 대학이 보직교수 숫자를 늘려 예산을 낭비하는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한 총보직한도제는 내년부터 도입된다.교육부는 대학교육개혁지원에 600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박홍기기자 hkpark@
  • 신간 맛보기

    ◆새 근원수필/조선미술대요(김용준 지음,열화당 펴냄) 화가이자 미술사학자,미술평론가인 근원(近園)김용준(1904∼67)의 문화예술론이집약된 글모음집.5권으로 기획된 ‘김용준 전집’중 먼저 1·2권이나왔다. ‘새 근원수필’에는 1948년 출판된 ‘근원수필’에 수록된 글들을비롯,근원의 첫 수필인 ‘서울사람 시골사람’,월북 몇달 전인 50년발표된 ‘십삼급(級)기인(碁人)산필(散筆)’등 53편의 글이 실렸다. ‘조선미술대요’는 삼국시대 이전부터 국권상실기 조선미술에 이르기까지 우리 미술의 아름다움을 비교미술사학의 관점에서 기술한 인문교양서다.각권 1만5,000원◆미국은 우리에게 무엇인가(임길진 등 13명 지음,백의 펴냄) 굴절된한미관계사와 미국에 대한 한국의 종속현상을 분석. 1부는 한미관계사와 한국의 미국적 가치를,2부는 우리 교육을 둘러싼미국주의를 다뤘다.제너럴 셔먼호 사건과 관련,미국의 침략행위를 은폐하는 등 미국 찬양과 반공주의의 논리가 횡행하는 고등학교 교과서내용을 비판했다.3부는 일본과 북한,러시아의 미국관,또 미국의 일본관을 짚었다.4부는 미국 중심의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배경을 주제로 전문가 좌담을 실었다.미국에 대해 균형잡힌 시각을 갖게 해준다.1만3,000원◆미녀와 야수,그리고 인간(김용석 지음,푸른숲 펴냄) 미국 디즈니의애니메이션(저자는 만화영화가 아니라 魂畵·얼그림이라고 표현)작품4편을 철학적으로 분석.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의 마법을 푸는 통상적 스토리와 달리,마법에 걸린 왕자 스스로가 사랑을 배우고 실행해서 여자의 사랑을 받아야 마법이 풀리도록 돼있는 ‘미녀와 야수’의 차별성을 진단. 여주인공의 머리색깔 등 세세한 부분까지도 관찰.‘자유와 진리’를주제로 한 ‘알라딘’,햄릿과 유사하다는 ‘라이언 킹’,원작을 해피엔딩으로 수정한 ‘인어공주’도 다양한 각도로 해부.기술은 세계 최고수준이면서 컨텐츠가 부족한 한국 애니메이션산업이 참고할 만 하다.1만5,000원◆차라리 아이를 굶겨라(다음을 지키는 엄마 모임 지음,시공사 펴냄)제목이 너무 도발적이다 싶다가도 페이지를 넘길수록 정말 그렇게라도 해야 할듯한 위기감에휩싸이게 하는 책.‘…엄마 모임’은 경실련 환경개발센터에서 떨어져나온 ‘환경정의시민연대’의 주부 모임. 아이들 안전한 먹거리를 찾아헤매다 거꾸로 식탁오염이 얼마나 치명적인지만 확인했다.책은 이들이 울리는 절박한 사이렌.라면,냉동식품은 물론 믿고 먹던 우유 콩 생선 등도 식품첨가물에 환경호르몬 범벅이라는 주장.믿고싶지 않은 현실에 넋두리만 늘어놓는게 아니라 이모저모 대안을 챙겨본 점이 돋보인다.8,500원
  • [사설] ‘한국경제 자신감 되찾아야’

    경제가 당장 망할 것처럼 떠드는 ‘위기론’이 파다한 가운데 최근위기론에 반대하는 ‘작은’목소리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워낙 위기론이 확산되다보니 소수처럼 보이는 ‘위기부정론’의 핵심은 ▲실물경기가 빠르게 냉각되고 있지만 아직 여건은 그렇게 나쁘지 않으며▲지나친 위기론과 패배의식,그리고 자신감의 상실이 정말 위기를 몰고온다는 견해로 집약된다.우리는 이런 소수파 주장이 1997년 환란직전처럼 ‘경제지표가 좋으니 걱정없다’는 식의 터무니없는 낙관론은아니라고 본다.지금은 거꾸로 지나친 비관론에 빠져 경제위기를 자초할 우려가 많은 시점이다. 국내에서 제기되는 경제위기론에 줄곧 반론을 펴온 데이비드 코 국제통화기금(IMF)서울사무소장은 7일에도 “경기 둔화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경제위기가 다시 일어날 가능성은 낮다”고 역설했다.그는“오히려 지나친 자신감의 상실이 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며 “자신감을 되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넉넉한 외환보유고,흑자인 경상수지,많지 않은 재정적자 등에서 위기 요인을 찾기는어렵다는 그의 주장에 우리는 동감한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최근 보고서를 통해“현 상황은 대외여건 악화보다 경제주체들의 심리 불안이 더 문제”라며 위기론의 악영향을 지적하고 나선 것도 주목할 만하다.즉 “호재에는 무(無)반응이면서 악재에는 지나치게 민감한 현상”을 비판한 것이다.이 연구소는 “심리가안정되면 내년 하반기부터 경제 회복이 가능한 데도 개인이나 기업이소비와 투자를 지나치게 줄이고 외화확보에만 나서게 되면 걷잡을 수없이 나빠지게 된다”고 위기자초 가능성을 지적했다.특히 “매스컴이 ▲3년전 외환위기와 유사한 징후를 강조하면서 경제를 더욱 위축시키고 있으며 ▲환율상승이 수출에 미치는 긍정적인 측면보다 부정적인 측면만 부각시켜 불안을 더욱 심각하게 인식시키고 있다”고 지적한 대목에서는 그릇된 일부 여론주도층이 미치는 악영향을 실감케한다. 경제현상은 늘 상반된 호·악재가 혼재하기 마련이다.세계경기가 둔화하는데 유독 우리만 독야청청할 수 없으나 일부언론이 국내 정치,경제,사회 모든 요인을 싸잡아‘총체적 위기’로 몰아치는 것은 지나치게 부정적인 태도다.악재도 있지만 미국금리인하설과 유가하락등 호재도 나온다.경제를 균형있게 보고 경제주체들이 자신감으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그래야 위기도 막을 수 있다.여론주도층들은자신들의 발언이 미칠 영향을 염두에 두고 경제 현상읽기와 분석에보다 신중해져야 한다.
  • [황석영의 맛따라 추억따라](26)유배지의 한 끼니

    *구치소 '사식' 반찬 10가지도 넘는 진수성찬. 미셸 푸코는 권력의 전형들을 다루면서 군대와 감옥을 예로 들었다. 군대와 감옥은 인간의 신체를 중심으로 규율을 통하여 반복적으로 ‘길을 들이는’ 곳이다.이러한 체제가 병원과 학교의 통제까지 형성한 셈이다. 규율이라면 소싯적부터 지긋지긋해 오던 터에 군대 석삼년에 감옥 다섯해를 지냈으니 한번 맛좀 보라는 팔자였던 모양이다. 구치소에 있을 적에는 그래도 식사가 좋은 편이었다.그도 그럴 것이아직은 재판 결정이 안났으니 죄인은 아닌 셈인 데다 날마다 가족 친지들이 면회를 오고 걸핏하면 변호사와 접견을 하게 되어 있어서 관에서도 신경을 써주는 편이었다.이른바 검사는 불러 조지고,판사는때려 조지고,가족은 팔아 조지고,피의자는 먹어 조진다는 말처럼 친지들이 차입해준 구매물이 넘쳐나고 영치금도 쌓이기 마련이다.그래서 돈도 빽도 없고 가족들도 돌아보지 않는 ‘개털’ 잡범들의 신세도 구치소 시절에는 영치품과 구매물의 인심이 후해서 살도 통통 찌고 속옷 같은 징역 준비도 구치소에서 마련하던 것이다.사식도 여러종류가 있어서 그야말로 경제사범 같은 ‘범털’들은 관식을 거의 먹지 않아도 입맛대로 골라 먹는다.범털들은 구치소 식사를 ‘법무부한정식’이라고 불렀는데 구매물에 없는 것이 없어서 그야말로 밥과국 그리고 찬 두 가지의 규정식 외에 김,각종 나물,젓갈,장조림,장아찌,통조림,등등 한 열 가지 이상을 주욱 늘어놓고 먹는다.그야말로진수성찬이라 교도관들도 점심에 직원 식당으로 가지않고 ‘소지’라고 하는 봉사원이 차려주는 백반상을 받기 마련이다.반찬 가짓수가얼마나 다양한가 하면 젓갈 한 가지만 놓고 보더라도 오징어젓,꼴뚜기젓,명란젓,어리굴젓,새우젓 등속이 있으니 이건 징역을 사는 게 아니라 그야말로 가족들이 팔아 조져다가 수인을 먹는 일에 전념하도록 만든 꼴이었다.이런 게 정통성 없는 군사정권 때에 정착이 되어 ‘사식’이랍시고 번성하여 왔던 것이다.아니나 다를까 민간정부로 넘어온 뒤 한 해가 지나서 이 제도는 부조리의 온상이 된다고 하여 폐지가 되어 버린다. 형이 확정되어 교도소로 이감을갔는데 낯선 것은 그렇다치고 우선식사가 형편 무인지경이 되어 버린다.사식은 아예 없고 구매물도 생활 필수품 위주로 한정되어 있다.그리고 교도소 당국은 먹을 것으로수인들을 교묘히 통제하기 마련이다.다른 무엇보다도 지방 교도소는시설도 열악하고 수인의 숫자도 많지 않아서 부식 구입에 불리하다. 하루 부식비가 수인 일인당 천원 정도 되는데 거기에 연료비가 포함되어 있으니 매끼 삼백원도 채 못되는 셈이었다.이전 같으면 구매물의 품목이라도 많아서 관급 부식이 신통찮아도 어떻게든 해결이 될텐데 부조리를 없앤다고 대폭 줄여서 일식 삼찬이라는 원칙으로 또박또박 관식을 먹어야만 하는 것이다.수인들은 모두 규율면에서도 그렇고 의식주도 교도소 안에서는 풍성하고 헐렁했던 군사정권 시절이 훨씬 살기 좋았다고 원망 섞어 말했다.그렇지만 형편이 나쁘면 나쁜대로어떻게든 먹고 살아갈 방도가 생기는 것이 사람 사는 세상의 이치다. 나는 주요인물 취급을 받아서 일반수들은 물론 다른 젊은 정치범들과도 분리되어 징역을 살았다.처음 몇 년 빡빡하던 시절에는 일반 잡범들의 사동 맨 끝에 복도를 철창으로 막고 독방을 만들어 수용했다.그것은 일반수들 십여명이 합방하는 3.5평짜리를 세 칸으로 나눈 방이었는데 벽 두께며 창과 문짝 등속으로 방 하나가 그야말로 0.8평 정도의 넓이였다.일반수들은 모두가 취역수들이라 낮에는 소내 공장에나가고 드넓은 사동에 나 혼자 남기 마련이었다.그러니 아래층 미취역수들 방이 있어서 교도관이 지키고는 있지만 수시로 나를 시찰하러 이층으로 올라올 수는 없었다.독방에 혼자 있으니 사람 속을 알 수가 없어 언제 세상을 비관하고 자살이라도 할지,혹은 화가 나서 자해라도 하든지,아니면 기묘한 수를 내어 탈옥을 꾀하게 될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을 것이다.그래서 관구에서 생각해낸 것이 나에게 봉사원을 붙여 주게된 것이다.교도관도 높은 사람이나 그들을 봉사원이라고 부르지 사실은 수인부터 담당 교도관에 이르기까지 모두들 일제시대 그대로의 이름인 ‘소지’라고 부른다.한자말로 청소라는 뜻의 소제를 뜻하는 일본 발음의 말이다.제도가 말을 규정한다고도 하고 그 거꾸로라고도 하지만 일제시대 거의 그대로의 행형제도가 아직도 옥내용어를 일본말로 남겨두고 있는 셈이다. 하여튼 그래서 평균 육개월씩 잡아서 나와 함께 생활한 소지가 오년동안 십여명이 되었다.그들은 사동 안팎의 청소를 하고 하루 세 끼니의 배식을 하며 안에서 갇혀있는 수인들과 복도에서 수직하는 교도관들의 잔심부름을 도맡아 한다.그리고 수인들의 방에서 일어나는 일거일동을 담당에게 알려 주는 은밀한 임무도 맡는다.특별 독거수가 된나 하나를 위해서 봉사하고 있는 셈이어서 소지들은 서로 내 담당이되려고 애를 썼다.그들은 대개가 이십대 초반의 젊은이들이라 내게는 거의 아들뻘이나 마찬가지였고 죄명도 갖가지였다.겪다보니 내 소지로 오는 아이들 대부분이 절도가 아닌가.같은 죄수 신세로 그들의 수발을 받는데 별다른 불평이 있을 리가 없지만 궁금한 생각이 들었다. 한번은 관구계장에게 물었다. 어째서 내게 보내는 아이들은 모두 절도 출신입니까?왜요,머 불편하세요?아니 점잖게 탈영병이라든가 교통사고라든가 있지 않소.모르시는 말씀입니다.오죽 게으르면 군대생활도 제대로 못견디고 탈영을 했겠어요.교통사고 출신도 젊은 애들은 거의가 음주에 뺑소니에 인명사고인데 놀기만 좋아하고 뺀질뺀질 하지요. 그럼 절도는?도둑질 그거 부지런해야 먹구 삽니다.미리 미리 털 집 봐 둬야죠,시간 맞춰 현장 도착해 망 봐야죠,숨어서 기다려야죠,직접 털어야지요,무거운 짐 지고 도망가야죠,장물애비 찾아서 처분해야지… 한 두 가집니까.그애들 여기 오면 참 양순한 애들입니다.부지런하고 순하고아주 소지로 맞춤하지요. 나는 계장의 말에 입을 다물었다.다분히 일리가 있는 소리였기 때문이다.교도소 수인들 사이에서도 절도는 그냥 ‘도둑놈’이라고 하여서열상 맨 아래다.그것은 교도관들이 수인들을 멸시하여 부르는 총칭이 ‘도둑놈들’인 것을 보면 알 수 있다.맨 위가 깡패들을 부르는‘조폭’이며 우습게 취급 받는 이들은 ‘물총’이라고 하는 강간범인데 처음에 신입으로 입방했을 때만 그렇지 결국은 이들도 절도 취급은 받지 않는다.절도는 결국 서럽고 배고픈 놈들이란 점에서감옥먹이사슬의 맨 하위 계층인 셈이다. 나는 이 단순한 젊은이들과 매일의 끼니를 의논하며 살아가는 동안에 그들을 친 조카나 자식처럼 사랑하게 된 경우도 여럿이었다.언젠가는 ‘소지열전’을 써보고 싶은 생각도 있을 정도다. 건오라고 해두자.건오는 문화재 절도로 들어왔다.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시고 아버지가 재혼을 해서 계모 밑에서 시달리다가 부산으로 가출을 했다.중국집 배달소년에서 시작하여 음식점을 전전하면서 경양식기술을 익혔다.부지런히 벌어먹고 살만한데 전에 같이 일하던 녀석이 절도로 몇번 소년원이며 교도소를 들락거리더니 유명한 절집에 가서 금불상이며 탱화며 하는 값진 것들을 털어왔다.그래서 그 장물들을건오 자취방에 맡겨 두었다.일부는 자기가 가지고 있었는데 그 무렵에 같이 동거하던 술집에 나가는 여자 친구가 돈이 궁색하여 몰래 금불상 하나를 내다가 골동품 점에 팔려고 했다.주인은 대번에 이것이수배된 장물인 것을 알아보고 신고했다.그래서 건오는 영문도 모르고 일망타진된다.내가 건오를 잊지 못하는 것은 열여덟차례의 단식을했던 중에서 가장 길고 혹독했던 이십이 일 간의 본단식과 한 달 남짓한 복식을 치른 그 긴 긴 겨울을 함께 보냈기 때문이다. 황석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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