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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儒林(43)-제1부 王道 제2장 己卯士禍

    儒林(43)-제1부 王道 제2장 己卯士禍

    제1부 王道 제2장 己卯士禍 김식의 비유는 적확하였다. 쏟아버린 술은 술병에 담을 수 없고 엎질러진 물은 다시 그릇에 담을 수 없는 것이다. 일단 ‘쏟아버린 술’과 ‘엎질러진 물’ 같은 죄인이 되었으므로 다시 상감의 마음을 돌이킬 수 없으니 쓸데없이 미련을 갖지 말고 냉엄한 현실을 직시하라는 것이 김식의 행동이었던 것이다. ‘엎질러진 물은 다시 그릇에 담을 수 없다’는 말 역시 강태공에서 비롯된 고사로 다음과 같은 유래가 있다. 강태공은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었으면서도 자신을 인정해 주는 주군을 만나지 못해 궁핍한 생활을 하면서 어느덧 노령에 이르러 있었다.마침내 문왕을 만나 국사가 되었으나 이처럼 늦게 출세하였기에 그전까지는 끼니조차 잇기 어려운 가난한 선비였었다.젊은 시절 그는 책만 읽으며 생계를 잇는 일은 전혀 하지 않았으므로 그의 아내 마씨는 일찌감치 친정으로 돌아가 버렸다. 그러나 훗날 강태공이 제후에 봉해졌다는 말을 듣고 마씨는 집에 돌아와 다시 아내로 맞아달라고 간청하였다. 강태공은 잠자코 있다가 마씨에게 물 한 동이를 떠오라고 이른 다음 아내가 가져오자 그것을 마당에 쏟고 나서 이렇게 말하였다. “어디 저 물을 주워 그릇에 담아보시오.” 마씨는 엎질러진 물을 담으려 하였으나 진흙만 손에 잡을 수 있을 뿐이었다.당황해하는 마씨에게 강태공은 이렇게 말하였다. “한번 엎지른 물은 그릇에 담을 수 없고,한번 떠난 아내는 다시 돌아올 수 없는 법이오.” 한번 헤어진 부부는 결코 재결합할 수 없음을 말한 것으로,무슨 일이든 한번 저지른 일은 원상복귀할 수 없다는 강태공의 말에서 그 유명한 ‘복수불반분(覆水不返盆)’이란 고사성어가 생겨났다. 그러므로 술병을 거꾸로 세워 술을 쏟은 김식의 행동은 조광조가 읊은 시조에 나오는 강태공을 빗대어서 일침을 가한 것이었다. “대감,옛말에 이르기를 파경재부조(破鏡再不照)라 하여서 깨어진 거울은 다시 비출 수가 없다고 하였소이다.” 김식은 다시 잔에 술을 따라 단숨에 들이켜면서 말을 하였다. 일행들은 묵묵히 그 말을 듣고 있었다.마침 하늘을 가렸던 먹구름이 물러가고 뜨락에는 달빛이 하늘 가득하였다.김식은 단숨에 술을 들이마시면서 말을 이었다. “또한 옛말에 이르기를 떨어진 꽃은 다시 가지로 돌아갈 수 없다고 하였소이다.우리 모두는 이미 엎질러진 물이요,깨어진 거울이며,떨어진 꽃이외다.그러므로 구차하게 살기를 바라지 말고 신의를 위해 죽을 것을 맹세하십시다.” ‘떨어진 꽃은 다시 가지로 돌아갈 수 없다(落花不返枝)’는 말 역시 일단 저지른 일은 다시 되돌릴 수 없다는 뜻이었던 것이다.이 말을 듣고 있던 우참찬 이자가 말을 이었다. “대사성의 말이 맞소이다.이미 모든 상황은 엎질러진 물이 되었소이다.이제 구차하게 목숨을 구걸하는 것이 아니라 신의를 지키며 당당하게 죽는 일만 남았소이다.옛말에도 ‘선비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서 죽고 여인은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화장을 한다’고 하지 않았소이까.” 이자의 말에 일동은 이를 악물고 머리를 끄덕였다.‘선비는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서 죽는다(士爲知己者死)’는 이자의 말이야말로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이자 유일한 길이었으므로.
  • 儒林(43)-제1부 王道 제2장 己卯士禍

    제1부 王道 제2장 己卯士禍 김식의 비유는 적확하였다. 쏟아버린 술은 술병에 담을 수 없고 엎질러진 물은 다시 그릇에 담을 수 없는 것이다. 일단 ‘쏟아버린 술’과 ‘엎질러진 물’ 같은 죄인이 되었으므로 다시 상감의 마음을 돌이킬 수 없으니 쓸데없이 미련을 갖지 말고 냉엄한 현실을 직시하라는 것이 김식의 행동이었던 것이다. ‘엎질러진 물은 다시 그릇에 담을 수 없다’는 말 역시 강태공에서 비롯된 고사로 다음과 같은 유래가 있다. 강태공은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었으면서도 자신을 인정해 주는 주군을 만나지 못해 궁핍한 생활을 하면서 어느덧 노령에 이르러 있었다.마침내 문왕을 만나 국사가 되었으나 이처럼 늦게 출세하였기에 그전까지는 끼니조차 잇기 어려운 가난한 선비였었다.젊은 시절 그는 책만 읽으며 생계를 잇는 일은 전혀 하지 않았으므로 그의 아내 마씨는 일찌감치 친정으로 돌아가 버렸다. 그러나 훗날 강태공이 제후에 봉해졌다는 말을 듣고 마씨는 집에 돌아와 다시 아내로 맞아달라고 간청하였다. 강태공은 잠자코 있다가 마씨에게 물 한 동이를 떠오라고 이른 다음 아내가 가져오자 그것을 마당에 쏟고 나서 이렇게 말하였다. “어디 저 물을 주워 그릇에 담아보시오.” 마씨는 엎질러진 물을 담으려 하였으나 진흙만 손에 잡을 수 있을 뿐이었다.당황해하는 마씨에게 강태공은 이렇게 말하였다. “한번 엎지른 물은 그릇에 담을 수 없고,한번 떠난 아내는 다시 돌아올 수 없는 법이오.” 한번 헤어진 부부는 결코 재결합할 수 없음을 말한 것으로,무슨 일이든 한번 저지른 일은 원상복귀할 수 없다는 강태공의 말에서 그 유명한 ‘복수불반분(覆水不返盆)’이란 고사성어가 생겨났다. 그러므로 술병을 거꾸로 세워 술을 쏟은 김식의 행동은 조광조가 읊은 시조에 나오는 강태공을 빗대어서 일침을 가한 것이었다. “대감,옛말에 이르기를 파경재부조(破鏡再不照)라 하여서 깨어진 거울은 다시 비출 수가 없다고 하였소이다.” 김식은 다시 잔에 술을 따라 단숨에 들이켜면서 말을 하였다. 일행들은 묵묵히 그 말을 듣고 있었다.마침 하늘을 가렸던 먹구름이 물러가고 뜨락에는 달빛이 하늘 가득하였다.김식은 단숨에 술을 들이마시면서 말을 이었다. “또한 옛말에 이르기를 떨어진 꽃은 다시 가지로 돌아갈 수 없다고 하였소이다.우리 모두는 이미 엎질러진 물이요,깨어진 거울이며,떨어진 꽃이외다.그러므로 구차하게 살기를 바라지 말고 신의를 위해 죽을 것을 맹세하십시다.” ‘떨어진 꽃은 다시 가지로 돌아갈 수 없다(落花不返枝)’는 말 역시 일단 저지른 일은 다시 되돌릴 수 없다는 뜻이었던 것이다.이 말을 듣고 있던 우참찬 이자가 말을 이었다. “대사성의 말이 맞소이다.이미 모든 상황은 엎질러진 물이 되었소이다.이제 구차하게 목숨을 구걸하는 것이 아니라 신의를 지키며 당당하게 죽는 일만 남았소이다.옛말에도 ‘선비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서 죽고 여인은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화장을 한다’고 하지 않았소이까.” 이자의 말에 일동은 이를 악물고 머리를 끄덕였다.‘선비는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서 죽는다(士爲知己者死)’는 이자의 말이야말로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이자 유일한 길이었으므로.˝
  • 儒林(42)-제1부 王道 제2장 己卯士禍

    제1부 王道 제2장 己卯士禍 낚시질을 하고 있던 강상(姜尙),즉 강태공을 보자마자 바로 그가 점쟁이가 말하였던 ‘반드시 도움이 될 인재’임을 꿰뚫어본 문왕은 그를 도성으로 데려와 국사(國師)에 임명한다. 강상이 태공망(太公望)으로 불리게 된 데는 문왕이 그토록 학수고대하던 인물임을 가리키는 대명사였기 때문이었다. 강태공의 노력으로 주족(周族)은 발전을 거듭하여 막강한 군사력을 갖추게 되는 한편 천하의 3분의2를 장악하여 상을 멸망시킬 기초를 마련했던 것이다.마지막으로 상을 멸망시킬 계획만을 남겨둔 문왕은 큰 병에 걸리게 되는데,그는 자신이 그 임무를 수행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아들 희발(姬發)을 불러 세 가지를 부탁한다. 유가에서 가장 이상적인 성천자(聖天子)로 추앙받는 희창 문왕이 남긴 그 유명한 세 가지의 유언은 다음과 같다. “첫째,좋은 일을 보면 게을리 하지 말고 즉시 가서 행해야 한다.둘째,기회가 오면 머뭇거리지 말고 재빨리 잡아야 한다.셋째,나쁜 일을 보면 급히 피해야 한다.” 좋은 일이건 나쁜 일이건 ‘즉시 여기서 나부터’ 시작하라는 문왕의 행동철학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큰 교훈이 되고 있다. 문왕이 죽자 강태공은 그의 아들 무왕을 도와 마침내 상나라를 무너뜨리고 주나라를 건국하는 것이다. 술에 만취하여 읊었던 조광조의 시조는 자신을 강태공에 비유하고 중종을 문왕에 비유하고 있었던 것이다.자신은 강태공처럼 임금인 중종을 위해 온갖 노력을 아끼지 않았는데,중종은 보이지 않고 마침내 빈 배만 남아 있구나.빈 배(虛舟). 함께 힘을 합쳐 중종을 유가에서 이상적인 군왕으로 추앙하고 있는 성천자로 만들고 자신은 문왕을 도왔던 강태공처럼 정치와 군사를 통괄하는 개혁가가 되고 싶었던 조광조.그러나 그러한 야망은 물거품처럼 사라져버리고 마침내 빈 배만 남아 있구나.그뿐인가.어느덧 하루해가 저무는 석양빛에 물차는 제비들,즉 자신의 이익을 좇아 이리저리 날뛰고 있는 정상배(政商輩)만 오락가락 하고 있을 뿐이로구나. 만취하여 읊는 조광조의 시조를 묵묵히 듣고 있던 일행은 갑자기 숙연해졌다.정치를 개혁해보려던 젊은 그들은 하룻밤 사이에 반역죄로 갇힌 죄수가 되어 텅 빈 배가 되고 말았던 것이다.처연한 목소리로 시조를 읊고 나서 조광조는 다시 땅을 치며 울기 시작하였다. “아아 우리 상감이 보고싶다.아아 우리 상감이 어찌 이를 알리오.” 그때였다. 갑자기 술을 마시던 김식이 술병을 쥐어들었다.그리고 술병을 거꾸로 세워 술을 쏟기 시작하였다.술병 속에서 술이 쏟아져 땅에 엎질러졌다. “무슨 일인가.” 보고 있던 김구가 크게 놀라 이를 만류하여 물었다.간신히 술을 얻어 마시긴 하지만 밤을 새워 마시기엔 턱없이 부족하여 아까운 술을 일부러 쏟아버리는 김식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김식이 울고 있는 조광조를 향해 날카롭게 말하였다. “쏟아버린 술을 다시 술병에 담을 수 없고 엎질러진 물은 다시 그릇에 담을 수가 없는 법이오.조대감.” 조광조를 힐문하는 김식의 말은 준엄하였다. “대감,우리는 이미 쏟아버린 술이오.엎질러진 물이오.” 김식은 쏟아버린 술로 흥건히 젖어 있는 흙을 두 손으로 떠올려 조광조의 얼굴에 바짝 들이대며 말하였다. “보시오,대감.이미 한 방울의 술도 남아 있지 않소이다.”˝
  • 儒林(42)-제1부 王道 제2장 己卯士禍

    儒林(42)-제1부 王道 제2장 己卯士禍

    제1부 王道 제2장 己卯士禍 낚시질을 하고 있던 강상(姜尙),즉 강태공을 보자마자 바로 그가 점쟁이가 말하였던 ‘반드시 도움이 될 인재’임을 꿰뚫어본 문왕은 그를 도성으로 데려와 국사(國師)에 임명한다. 강상이 태공망(太公望)으로 불리게 된 데는 문왕이 그토록 학수고대하던 인물임을 가리키는 대명사였기 때문이었다. 강태공의 노력으로 주족(周族)은 발전을 거듭하여 막강한 군사력을 갖추게 되는 한편 천하의 3분의2를 장악하여 상을 멸망시킬 기초를 마련했던 것이다.마지막으로 상을 멸망시킬 계획만을 남겨둔 문왕은 큰 병에 걸리게 되는데,그는 자신이 그 임무를 수행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아들 희발(姬發)을 불러 세 가지를 부탁한다. 유가에서 가장 이상적인 성천자(聖天子)로 추앙받는 희창 문왕이 남긴 그 유명한 세 가지의 유언은 다음과 같다. “첫째,좋은 일을 보면 게을리 하지 말고 즉시 가서 행해야 한다.둘째,기회가 오면 머뭇거리지 말고 재빨리 잡아야 한다.셋째,나쁜 일을 보면 급히 피해야 한다.” 좋은 일이건 나쁜 일이건 ‘즉시 여기서 나부터’ 시작하라는 문왕의 행동철학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큰 교훈이 되고 있다. 문왕이 죽자 강태공은 그의 아들 무왕을 도와 마침내 상나라를 무너뜨리고 주나라를 건국하는 것이다. 술에 만취하여 읊었던 조광조의 시조는 자신을 강태공에 비유하고 중종을 문왕에 비유하고 있었던 것이다.자신은 강태공처럼 임금인 중종을 위해 온갖 노력을 아끼지 않았는데,중종은 보이지 않고 마침내 빈 배만 남아 있구나.빈 배(虛舟). 함께 힘을 합쳐 중종을 유가에서 이상적인 군왕으로 추앙하고 있는 성천자로 만들고 자신은 문왕을 도왔던 강태공처럼 정치와 군사를 통괄하는 개혁가가 되고 싶었던 조광조.그러나 그러한 야망은 물거품처럼 사라져버리고 마침내 빈 배만 남아 있구나.그뿐인가.어느덧 하루해가 저무는 석양빛에 물차는 제비들,즉 자신의 이익을 좇아 이리저리 날뛰고 있는 정상배(政商輩)만 오락가락 하고 있을 뿐이로구나. 만취하여 읊는 조광조의 시조를 묵묵히 듣고 있던 일행은 갑자기 숙연해졌다.정치를 개혁해보려던 젊은 그들은 하룻밤 사이에 반역죄로 갇힌 죄수가 되어 텅 빈 배가 되고 말았던 것이다.처연한 목소리로 시조를 읊고 나서 조광조는 다시 땅을 치며 울기 시작하였다. “아아 우리 상감이 보고싶다.아아 우리 상감이 어찌 이를 알리오.” 그때였다. 갑자기 술을 마시던 김식이 술병을 쥐어들었다.그리고 술병을 거꾸로 세워 술을 쏟기 시작하였다.술병 속에서 술이 쏟아져 땅에 엎질러졌다. “무슨 일인가.” 보고 있던 김구가 크게 놀라 이를 만류하여 물었다.간신히 술을 얻어 마시긴 하지만 밤을 새워 마시기엔 턱없이 부족하여 아까운 술을 일부러 쏟아버리는 김식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김식이 울고 있는 조광조를 향해 날카롭게 말하였다. “쏟아버린 술을 다시 술병에 담을 수 없고 엎질러진 물은 다시 그릇에 담을 수가 없는 법이오.조대감.” 조광조를 힐문하는 김식의 말은 준엄하였다. “대감,우리는 이미 쏟아버린 술이오.엎질러진 물이오.” 김식은 쏟아버린 술로 흥건히 젖어 있는 흙을 두 손으로 떠올려 조광조의 얼굴에 바짝 들이대며 말하였다. “보시오,대감.이미 한 방울의 술도 남아 있지 않소이다.”
  • [문화마당] 다르다와 틀리다/성기완 팝칼럼니스트·시인

    “그건 이거하고 틀려요.”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물론 이 어법은 ‘틀린’어법이다.‘다르다’를 써야 할 자리에 ‘틀리다’를 썼기 때문이다.대신,“그건 이거하고 달라요.” 이렇게 써야 맞는 문장이다.왜 사람들은 ‘다르다’와 ‘틀리다’를 혼동해서 쓰고 있는 것일까.사람들이 하도 많이 이렇게 쓰니 이젠 ‘난 너와는 틀려.’하는 식으로 말하는 것이 틀리게 들리지도 않는다.나는 어학의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엄밀하게 따졌을 때 이와 같은 말의 용법이 진짜로 틀린 어법인지 아닌지도 솔직히 잘 모르겠다.그러나 중요한 것은,‘틀리다’와 ‘다르다’는 엄밀히 다르다는 점이다. ‘틀리다’는 영어로는 ‘fault’,즉 논리적으로 혹은 이치상 그릇된 어떤 것을 가리킬 때 쓰는 말이다.예를 들어 ‘2 곱하기 2는 5’라고 말하면 그건 틀린 말이다.또 ‘여자는 남자보다 열등하다.’,이렇게 말해도 틀린 말이다.반면에 ‘다르다’는 영어로는 ‘different’,즉 문자 그대로 ‘다르다’는 뜻이다.한마디로 ‘다르다’는 차이에 관해 이야기할 때 쓰는 말이다.예를 들어 ‘남자와 여자는 다르다.’,이렇게 말하면 남자와 여자의 차이를 가리키는 문장이 된다.반대말을 봐도 ‘틀리다’와 ‘다르다’는 엄연히 다르다.만일 초등학교 2학년생쯤에게 반대말 숙제를 내보면 ‘틀리다’와 ‘다르다’가 어떻게 구별되는지 명확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틀리다’의 반대말은 ‘맞다’이다.‘그르다’의 반대말이 ‘옳다’인 것과 마찬가지의 쌍이다.반면에 ‘다르다’의 반대말은 ‘같다’이다. ‘틀리다’와 ‘다르다’의 이런 혼동은 내가 볼 때 큰 걱정거리이다.이 말 씀씀이의 안쪽에는 ‘나와 같지 않은 것은 틀리다.’,즉 다른 것은 옳지 않고 그르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다른 것은 분명 틀린 것이 아니다.같다,다르다의 개념은 옳다 그르다,하는 가치판단의 개념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그러나 사람들은 ‘틀리다’와 ‘다르다’를 혼동하면서 은연중 나와 다른 것은 틀린 것으로 간주하는 태도를 훈련하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이런 태도는 지역감정,이념 등으로 파당을 갈라 나와 다르면 원수처럼 여기며 살아온 우리의 역사를 반영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그것도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다.우리와 비슷한 듯해도 분명히 다른 사람들인 ‘일본’ 같은 나라들이 한때 우리의 주권을 앗아갔던 적이 있다.우리와 다른 사람들인 그들은 북한산,백두산에 쇠말뚝을 박았고 우리를 마치 그들의 일부인 양 여겼다.그런 불합리는 거꾸로 ‘다른 것은 틀린 것’이라는 인식을 낳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또 우리는 ‘나와 다른 나’와 전쟁을 치른 적도 있다.그들은 분명히 나의 일부,즉 우리였다.그러나 광복이 되면서 우리는 갈라졌고 우리 내부의 다른 ‘우리’들은 원하든 원치 않든 동족상잔의 대결을 벌인 적이 있다.전쟁이란 괴물은 사람들에게 나와 다른 것은 절대적으로 틀린 것으로 간주하는 본능을 키워준다.그들은 우리를,우리는 그들을 그렇게 대했다.그것은 생존의 요구였다. 그러나 분명히 말하지만 지금의 지구촌 시대는 다른 것들이 서로를 인정하고 소통의 쌍방향성으로 역동성을 키워 가는 시대이다.다른 것을 틀린 것으로 판단하도록 만드는 이 어법의 혼란 속에 마음을 열지 않으려는 편협한 우리 마음씨가 스며 있다고 생각하니 조금 안타깝다.선거 같은 큰일을 치를 때 이런 마음씨는 극명하게 표출된다.좀 달라졌으면 좋겠다.부디,이번 선거 때에 ‘다른 것은 틀린 것’이라는 생각을 판단의 기준으로 삼지 않기를. 성기완 팝칼럼니스트·시인˝
  • 웰빙시대 광고에도 요가바람

    웰빙 바람을 타고 요가가 꾸준한 인기를 누리는 가운데 요가하는 아기까지 광고에 등장했다. 보령메디앙스의 최근 광고 ‘닥터아토마일드’에는 18개월 된 아기가 엄마를 따라 요가를 하는 모습이 눈길을 끈다. 보령메디앙스는 “아토피를 앓고 있는 아기들이 대부분 예민한 경우가 많아서 ‘몸도 마음도 피부도 평화롭게’라는 주제로 베이비 요가 편을 만들게 됐다.”고 밝혔다.문제는 실제로 아기가 요가를 하는 장면을 담을 수 있느냐는 것. 베이비 요가는 생후 5개월 이상이면 가능하다지만 촬영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아기가 엄마를 따라 가부좌를 트는 첫 장면부터 브레이크가 걸렸다.아기의 다리가 꼬이지 않은 것이다. 18개월 된 아기에게 가부좌는 무리라고 판단,좀더 큰 모델을 구해 왔지만 광고 컨셉트상 맞지 않아 다시 촬영을 강행했다. 아기옷에 테이프를 붙여 가부좌 자세를 만들고 유아 애니메이션으로 시선을 붙잡아 겨우 촬영에 성공했다.광고에는 처음 소개됐지만 베이비 요가는 아기들의 자세를 잡아주고,집중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지면서 현재 백화점 문화센터 등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이밖에 국제전화 001 광고에서는 영화 ‘싱글즈’의 장진영·엄정화가 요가를 하며 수다를 떠는 모습을 볼 수 있다. GM대우의 마이너스 할부 광고에도 영화 ‘올드보이’에서 유지태가 선보인,바닥에 엎드려서 턱과 가슴만 바닥에 붙이고 두 다리를 거꾸로 들어올린 ‘메뚜기 자세’로 요가를 하는 남자모델이 나온다. 류길상기자˝
  • 8년만의 재공연 ‘관객모독’ 기국서·주봉 형제

    “무대 위에는 단지 지금만이 있다.이 지금은 관객의 지금이다.” 스물셋의 젊은 나이에 ‘관객모독’(1966년)을 발표하면서 작가 피터 한트케는 이렇게 외쳤다.관객을 조롱하고,욕설을 퍼붓는 등 기존 전통극 형식에 정면으로 대항한 이 작품이 당시 독일 연극계를 발칵 뒤집은 것은 예견된 일이었다.하지만 그로부터 12년 뒤,‘관객모독’이 서울 신촌의 허름한 소극장에서 불러일으킨 엄청난 충격과 반향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 파문의 중심에는 한국 실험극의 대표주자인 극단 76단의 연출가 기국서와 배우 기주봉 형제가 있었다.“그때 제 나이 스물 여덟이었어요.당시 세계적으로 부조리 연극이 유행했는데 한창 젊은 혈기로 실험극에 도전했던 거지요.”(기국서) 살벌한 유신체제 아래서 지식인들의 나약한 한숨 소리만 높던 시절이라 ‘도발적인’ 제목 자체만으로도 충격효과가 컸다고 한다.78년 초연 이후 2∼3년마다 재공연되며 매번 화제를 모았던 ‘관객모독’은 96년 6번째 공연을 끝으로 무대에서 사라졌다. “더이상 안할 생각이었어요.울궈먹는다는 느낌도 싫었고,잘 아는 작품을 계속할 필요도 없었고….” 하지만 막상 주위에서 멍석을 깔아주고 보니 자신도 깜짝 놀랄 정도로 의욕이 샘솟는다고 했다.이 작품은 동숭아트센터가 연중기획한 ‘연극열전’의 세 번째 작품으로 새달 4일부터 공연한다. ‘관객모독’은 초연 당시 관객을 향한 조롱이나 욕설로도 모자라 원작에 없는 물세례까지 동원한 파격으로 유명하다.흥분한 관객이 의자를 던지고,조명기와 유리창을 깨뜨리는 등 연극의 마지막은 난장판으로 마무리되기 일쑤였다. 초연부터 89년 공연까지 무대에 섰던 기주봉은 “예전에는 어떻게 하면 관객을 더 화나게 하고,모욕할 것인가에 골몰해 격렬하고,공격적인 측면이 강했는데 이젠 보다 성숙한 시각으로 작품을 보게 됐다.”고 했다.이번 무대에는 초연 멤버인 기주봉·정재진을 비롯해 5명의 배우가 출연한다. 기국서는 연습실에서 배우들에게 즉흥성을 강조했다.작위적으로 캐릭터를 설정해 연기하지 말고,탱고 리듬에 맞춰 춤을 추듯,5인조 밴드처럼 호흡과 템포를 맞춰 관객과 대화할 것을 주문했다.극 초반 긴장과 대결상태에 놓인 배우와 관객은 이런 소통의 과정을 거쳐 서로 융화되고,그래야 후반부 욕설이 난무하는 와중에도 불쾌하지 않고 거꾸로 이같은 상황을 즐길 수 있게 된다는 설명이다. 극중에서 배우들은 축구중계 해설자,노점상 호객꾼 혹은 학원강사 같은 독특한 발성법으로 대사를 한다.‘관객모독’이 본래 의도한 언어의 유희,언어의 해체와 분절,다중적 의미를 표현하는 방식이다.기국서는 이 작품을 ‘언어해체 코미디’라고 했다. 웬만한 자극에는 끄떡없을 요즘 관객들을 놀라게 할 비장의 카드가 있을까.“글쎄요.물을 뿌릴지 꽃을 뿌릴지 그건 아무도 모르죠.사고방식이 자유롭고,자기표현에 능한 관객들인 만큼 객석의 반응도 어느 때보다 뜨겁지 않을까요.” 형제는 모의라도 하듯 마주보며 웃었다.배우가 관객을 자극하기보다는 관객이 배우를 도발하기를 은근히 기대하는 눈치였다.4월11일까지 동숭아트센터소극장 (02)762-0010. 이순녀기자 coral@˝
  • [위기의 토종자본] (上) 외국자본의 금융권 투자실태

    “칼라일이 아무리 장기 투자자라고 주장해도 결국 투자수익을 올리니까 뒤도 안 돌아보고 팔고 나가지 않습니까? 외국계 펀드들은 믿을 게 못됩니다.” 한미은행의 대주주인 미국계 칼라일컨소시엄이 최근 미국 시티그룹에 지분을 팔기로 결정하자 국내 금융권 관계자들은 칼라일의 ‘본색’에 혀를 내둘렀다.칼라일이 한미은행 지분 36.55%를 시티측에 넘기면서 올릴 차익만 지난 20일 종가 기준으로 7000억원이 넘는다. 한미은행에 투자한 지 3년여만에 주가가 3배나 올랐고,배당금도 110억원 이상 챙기게 됐기 때문이다. 1997년 외환위기가 발생한 이후 물밀듯이 들어온 외국계 자본에 의해 국내 금융권이 휘둘리고 있다. 시중은행 8곳 중 제일·외환·한미 등 3곳은 이미 외국계 펀드 등에 넘어갔다.외국계 자본은 증권·투신사 등에 대해서도 ‘먹고 빠지기’식 전략을 구사,3~4배 이상의 수익을 올리는 등 ‘대박 잔치’를 벌이고 있다.때문에 외국자본에 대한 안전판이 없는 상황에서 금융산업의 주도권마저 내주게 되면 경제의 근간이 흔들릴 수도 있다는 우려가 설득력있게 제기되고 있다. ●금융권 잇따라 외국 손으로 2000년 11월 한미은행 지분 36.55%를 취득,최대주주가 된 미국계 사모펀드 칼라일컨소시엄은 3년째가 되자 국내외 금융기관들과 물밑접촉을 하면서 호시탐탐 지분을 매각하려 했다.당시 주당 6000원대이던 주가가 1만 5000원을 넘어섰고,배당금도 두둑히 챙겼기 때문에 차익실현의 적기였던 셈이다.칼라일은 ‘외국계 투자펀드는 적어도 5년 이상 간다.’는 시장의 묵시적인 원칙을 깨고 3년만에 2배 이상 차익을 올리면서 한국 시장에서 등을 돌렸다. 앞서 1999년 제일은행을 인수한 미국 뉴브리지캐피털은 5000억원이 넘는 차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또 지난해 10월 외환은행을 인수한 미국 론스타펀드도 주가상승으로 1조원의 차익을 올리고 있는 상태다. 97년 말 외환위기 이후 값싼 ‘매물’을 찾아 국내에 들어왔던 외국자본은 먼저 증권사를 인수하면서 톡톡한 재미를 봤다.98년 굿모닝증권을 사들인 뒤 신한금융지주에 팔아 투자 4년만에 5배 이상의 차익을 올린 미국계 H&Q,99년 675억원에 서울증권을 사들인 뒤 3년 연속 높은 배당수익으로 인수대금을 충당한 조지 소로스의 퀀텀펀드 등이 대표적이다. 외국계 펀드는 이후 증권뿐아니라 은행·카드·투신사 등으로 투자대상을 넓히고 있다. 독일계 알리안츠는 하나은행에 1263억원을 투자,차익만 2900억원 올렸다.국민은행 지분을 사들인 골드만삭스도 4년만에 1조원 가까운 차익을 챙겼다. ●외국인,자기 잇속만 챙겨 금융시장에 외국자본이 유입되면 금융기법 선진화는 물론,증시 및 기업 투명성 제고 등에 기여한다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하지만 국내 시장에서는 투기성 자금의 대거 유입으로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한 채 오히려 시장만 교란시키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더 높다. 외국계로 넘어간 제일·한미·외환은행은 기업금융을 대폭 줄이고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가계대출에만 치중,은행업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특히 한미·외환은행은 최근 채권단 중심의 LG카드 유동성 지원 결정에서 막판에 지원을 거부하는 등 잇속만 챙기는 외국계 자본의 속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줘 눈총을 받았다. 김승유 하나은행장은 “국내 은행들은 금융시스템 붕괴를 어떻게든 막으려고 애를 쓰는데,외국 자본이 국내에 들어와 하는 행태를 보면 그런 모습을 전혀 발견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거꾸로 해석하면 국내은행이라고 거꾸로 차별받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메시지인 것이다. 김창록 국제금융센터 소장은 “국내에 들어온 외국계 펀드들은 대체로 헤지펀드의 성격이 강해 길어야 7년,짧게는 5년 내외의 투자회임기간을 가졌다.”면서 “이들 펀드는 이 기간 안에 당초 설정했던 예상 목표수익률이 달성되면 미련없이 처분하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미경기자 chaplin7@˝
  • [盧대통령 취임 1년] (上) 파워엘리트 100인 분석

    노무현 대통령이 25일로 취임 1주년을 맞는다.많은 변화가 있었으나 그 방향이 옳았느냐에 대한 논란은 거세다.서울신문은 노 대통령을 둘러싼 인적 배경이 집권 초 어떻게 시작,어떻게 바뀌고 있으며,이와 같은 파워엘리트 그룹의 변화가 정책에 어떻게 투영될지를 분석했다.이어 국민들은 노 대통령과 참여정부의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는지를 여론조사를 통해 살펴볼 예정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집권 후 파워엘리트그룹 교체를 시도했다.운동권 출신과 재야,지방대·실업고·이공대 출신,여성 등 그동안 인사에서 소외됐다는 평을 들었던 ‘비주류’들을 발탁했다.기수파괴와 세대교체를 염두에 둔 발탁도 많았다. 그러나 집권 1년만에 권력지도는 변하고 있다.서울신문이 현 내각의 장·차관급 61명과 청와대 수석과 비서관 39명 등 100명의 파워엘리트 그룹 성향과 출신 등을 분석한 결과가 그것을 보여주고 있다.평균 연령이 높아지고,행정 경험이 많은 인사들로 교체가 이뤄지고 있다.인사의 변화가 집권 2년차 정책의 근본적 변화로 이어질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노 대통령이 경험과 경륜이 풍부한 인사들을 잇따라 기용함으로써 경제 및 외교안보 등의 분야에서 안정적인 정책을 선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일단 우세하다.그러나 총선을 앞둔 일시적 현상이며,총선 이후 다시 ‘코드인사’로 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집권2기 ‘경험중시’ 실험? 지난 1년간의 인사는 ‘코드인사’와 ‘깜짝인사’,‘발탁인사’,‘서열파괴’로 불렸다.노 대통령의 기본인식은 지금도 근본적으로는 변한 것 같지 않지만,파워엘리트의 면면은 바뀌고 있다.현장을 잘 모르는 학자나 386 대신 관료를 비롯한 경험자들이 집권 2년차에 중용되고 있다.개혁이라는 ‘코드’보다는 ‘경험’을 중시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검은 고양이든,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중국의 개혁·개방시대 초기를 연상케 할 정도다. 안병영 교육부총리는 교수 출신이라는 점에서는 윤덕홍 참여정부 초대 교육부총리와 다를 게 없다.하지만 장관을 이미 지내 경륜에서 차이가 난다.행시 6회 출신인 이헌재 경제부총리가 13회 출신인 김진표 전 경제부총리의 바통을 이어받았다.강동석 건설교통부 장관은 행시 3회,장승우 해양수산부 장관은 7회 출신이다.전임자보다는 까마득한 선배관료다.초대 내각의 경우 관료 출신들의 주축은 행시 10∼14회였지만,2년차에 접어들어 거꾸로 가는 셈이다.이는 집권 초에 주류를 바꾸기 위해 지나친 발탁을 했다는 뜻도 된다. 과거 정부에서 여러 장관을 두루 거쳤던 오명 과학기술부 장관도 전임자인 교수 출신의 박호군 전 과학기술부 장관보다는 관록이 있다.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의 안정감도 교수 출신인 윤영관 초대 장관과는 비교할 수 없다. ●장차관·참모 평균나이 높아져 현 내각의 장관(급)과 차관(급),청와대 수석과 비서관 등 100명의 파워엘리트들과 집권 1년차의 114명(숫자 차이는 일부 자리의 통폐합과 현재 공석 중인 자리 때문)을 비교해보면 중요한 추세들이 드러난다.노 대통령 1기 내각 장·차관급의 평균 나이는 54.6세였으나,2기는 56.2세로 높아졌다.특히 장관의 평균 나이는 54.5세에서 57.9세로 3.4세나 높아졌다.보다 경륜있는 인사가 발탁되면서 자연스럽게 평균 나이도 높아진 셈이다. 청와대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1기 비서진의 평균 나이는 46.9세였으나,올해에는 48.5세로 높아졌다.386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청와대를 나간 뒤 관료를 비롯한 ‘유경험자’들이 자리를 메워나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청와대 1기 비서관 39명 중 관료 출신은 2명에 불과했으나,현재 28명의 비서관 중 관료 출신은 8명으로 대폭 늘어났다. 청와대 1기 실장과 수석 13명 중 권오규 정책수석,박주현 참여혁신수석,정찬용 인사수석,조윤제 경제보좌관 등 4명만 남았다.비서관 39명 중에는 윤태영 대변인,천호선 의전비서관을 비롯해 11명에 남았다 물갈이와 재편도 이뤄진 셈이다. ●영호남 출신 강세 내각과 청와대 파워엘리트의 출신지역은 역시 영·호남 출신이 우세하다.2년차로 접어들면서 지역간 차이가 심해졌다.호남 출신은 27명이다.부산·경남(PK) 출신은 18명,대구·경북(TK) 출신은 17명이다.영·호남 출신이 62%인 셈이다.충청 출신은 1기 때에는 16명(전체의 14%)이었으나 11명으로 줄었다.경기·인천 출신은 7명에서 4명으로,강원 출신은 7명에서 2명으로 각각 줄었다.충청·경기·인천·강원을 합해야 TK와 같은 17%다. 출신고교를 보면 비평준화 전의 명문고 출신이 아직도 우세하지만,생각보다 두드러지지 않다.청와대의 젊은 비서관 중 평준화 세대가 많은 것도 관련이 있다.경기고 출신은 이헌재 경제부총리,안병영 교육부총리를 포함해 장관급만 7명이다.권오규 정책수석을 포함한 차관급을 포함하면 11명으로 가장 많다.노 대통령 정부 출범 직후 경기고 출신 장관은 정세현 통일·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 등 두 명뿐이었으며,파워엘리트에 모두 6명이 포함됐지만 1년도 안돼 배 가까이 늘어났다. 경복고 출신은 지난해에는 문희상 전비서실장과 김진표 전 경제부총리 등 8명이 내각과 청와대에 포진해 서울고 출신과 공동 1위를 기록했지만,지금은 김희상 비상기획위원장만 남아 있다.서울고 출신은 장관급은 한 명도 없으나,조건식 통일부 차관을 포함해 차관급 7명,비서관 1명(김영주 정책기획비서관) 등 8명으로 2위다.광주일고와 광주고,전주고 등 호남의 명문고는 4명씩이다.김대중 정권 시절보다는 다소 떨어지지만 강세는 유지하는 셈이다.실업계 고등학교 출신은 김우식 비서실장 등 7명이다. 대학별로는 서울대 출신이 37명으로 압도적으로 많고,연세대(13명),고려대(12명)의 순이다.지방대 출신은 모두 12명이다.파워엘리트 100명 중 여성은 강금실 법무부 장관 등 8명,이공대 출신은 곽결호 환경부 장관 등 11명이다. 곽태헌기자 tiger@˝
  • [儒林속 한자이야기] (7)

    유림에 유언비어(流言蜚語)가 나온다.流(흐를 류)는 두 세줄기의 물(水)과 거꾸로 놓인 아이(子)로 구성되었으며,‘흐르다’라는 뜻은 요사(夭死:일찍 죽음)한 어린 아이를 물에 흘려 버리던 고대(古代) 황하강 유역의 풍습에서 나왔다. 蜚(떡풍뎅이 비)語는 ‘떡풍뎅이와 같이 날아다니는 말’이라는 주장과 ‘蜚는 飛(날 비)자를 빌려 쓴 것’이라는 주장이 있으나,공통점은 ‘날아다니는 말’이라는 뜻이다.따라서 유언비어는 ‘흐르고 날아다니는 근거없는 소문’인데,유언비어(流言飛語)로 잘못 쓸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날아다니는 작은 곤충류(蚊 모기 문,蜂 벌 봉),기어다니는 지렁이와 뱀 종류(蚓 지렁이 인, 살무사 훼),갑각류(蛤 조개 합,蝦 새우 하,蟹 게 해) 등에는 대부분 자가 들어가는데,이 경우 앞의 한자들과 같이 자를 제외한 부분이 그 한자의 음이 된다. 말(소문)이란 무족지언 비우천리(無足之言 飛于千里:발없는 말이 천리를 날아간다),또는 언비천리(言飛千里:말이 천리를 날아간다)라고 하듯이 빠르게 전파된다.그 영향은 여씨춘추(呂氏春秋)에 나오는 일화처럼 온 사회와 나라를 흔드는 경우도 있다. 송(宋)나라에 정(丁)씨 집안이 있었는데,집에 우물이 없어 하인(下人)들이 먼 곳까지 가서 물을 길어 오느라 고생이 많았다.그래서 집 근처에 우물을 파서 하인들을 편하게 해 주었는데,그 우물을 파는 과정에서 시체 한 구가 나왔다는 소문이 퍼지게 되었고,이것을 왕(王)도 듣게 되었다.그래서 왕명으로 진상조사를 하였는데 결국 헛소문으로 밝혀졌다. 오늘날과 같이 전달 매체가 발달한 경우에는 더욱 그러한데 ‘삼인성시호(三人成市虎),즉 시장에 호랑이가 없음이 분명한데도 세사람이 호랑이를 보았다고 하면 결국 사람들은 호랑이가 있다고 믿게 된다.’는 말처럼 거짓이 진실로 둔갑하기도 한다. 논어(論語)에 도청도설(道聽塗說,道 길 도,聽 들을 청,塗 길 도,說 말씀 설)이라는 말이 나온다.이는 ‘길거리에서 들은 좋은 말(道聽)을 마음에 간직하여 자기 수양의 양식으로 삼지 않고 길거리에서 바로 다른 사람에게 말하는(塗說) 것은 스스로 덕을 버리는 것과 같다.그러니 좋은 말은 마음에 간직하고 자기 것으로 해야 덕을 쌓을 수 있다.’라고 한 공자의 말에서 유래되었는데,‘길거리에 떠돌아 다니는 뜬 소문’을 의미하기도 한다. 소문에 대해서는 마이동풍(馬耳東風)격으로 무감각하게 대할 필요가 있다.마이동풍이란 당나라의 유명한 시인 이백(李白)이 왕십이(王十二)라는 친구가 불우한 심정을 호소한 시에 대해 ‘지금 세상은 투계(鬪鷄:당나라 시대에 왕후 귀족들이 즐겼다는 닭싸움)에 뛰어난 자가 천자(天子)의 사랑을 받고,오랑캐의 침입을 막아 공을 세운 자가 대우를 받는데,그대나 나와 같은 사람들은 그런 사람들을 흉내 낼 수도 없으니,북쪽 창가에 기대어 앉아 시(詩)나 짓네.그러나 그 작품이 아무리 걸작이라도 지금 세상에서는 한 잔의 물 값도 되지 않네.그뿐이 아니라 세상 사람들은 이를 듣고 모두 머리를 흔드니 동풍(東風)이 말의 귀(馬耳)를 스치는 것과 같네.’라고 답한 시에서 유래되었다. 이로써 마이동풍은 ‘남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고 흘려 보내는 것 또는 아무리 가르쳐 줘도 알아 듣지 못하는 것’을 뜻한다.아무리 가르쳐 줘도 알아 듣지 못하는 경우를 우리 속담에서는 우이독경(牛耳讀經),즉 ‘소귀에 경 읽기’라고 한다. 박교선 교육부 연구사˝
  • [고용있는 성장으로] 커지는 고용불안

    외환카드를 곧 흡수·합병하는 외환은행은 22일까지 외환카드 직원들을 상대로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신청인원이 목표치에 이르지 못하면 정리해고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그러나 카드노조가 희망퇴직 자체에 강력 반발하고 있어 결국 대량 강제해고가 불가피해 보인다.사측의 인력감축 목표는 정규직 600여명의 40∼50%선. 금융권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어느 업종보다도 심하게 인력감축이 이뤄졌지만 여전히 ‘상시 고용불안’에 휩싸여 있다.고용안정을 향한 큰 흐름에서 금융권이 거꾸로 간다는 말이 그래서 나온다. 지난해 말 일반은행(시중은행+지방은행)의 정규직원 수는 6만 7928명으로 정점에 달했던 97년(11만 3994명)의 60%에도 못 미친다.금융기관 퇴출 및 통폐합,명예퇴직 등이 쉴새없이 이어진 결과다.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조기퇴직에 대한 공포는 금융기관 종사자들에게 이제 보편적인 일이 됐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학·군대를 마치고 입행한 27세 남자 사원을 기준으로 할 때 외환위기 전에는 통상 50세가 다 돼서야 지점장으로 나갔지만 지금은 40대 초반에 지점장이 되기도 한다.”면서 “특히 예전에는 지점장 자리가 관리자의 역할이었지만 퇴출이 두려워 영업실적에 골머리를 앓는 한낱 행원 수준으로 격하됐다.”고 말했다. 특히 시티그룹의 한미은행 인수에서 보듯 은행·보험·증권·카드 등 금융업종간 인수합병과 민영화가 계속될 예정이어서 고용불안은 갈수록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 한일생명을 인수한 국민은행은 한일생명 직원 80명 중 절반을 정리해고한다는 입장이다.국민은행 노사 역시 인력감축을 겨냥한 사측의 인사지침을 놓고 첨예하게 맞서 있다.지침의 골자는 6개월에 한 번씩 실적을 평가해 4차례 연속 ‘불량’성적이 나오면 퇴출시킨다는 것. 최근 삼성캐피탈을 흡수한 삼성카드도 합병 이후 전체인원 4300여명 중 1000여명(관계사 이동 300여명,희망퇴직 700여명)을 정리했다.경영난이 심각한 LG카드도 대규모 인원정리가 불가피하다. 국민은행(국민+주택),하나은행(하나+서울),신한지주(신한+조흥) 등은 아직도 합병 이후의 인력정리를 하지 못한 상태다. 김태균기자 windsea@˝
  • KAIST·예술종합학교 학생교류 '창조적 사고 키우기’

    “과학과 예술은 통한다.” 과학영재들이 모인 한국과학기술원(KAIST·총장 홍창선)과 예술영재들이 다니는 한국예술종합학교(총장 이건용)가 최근 학·예술 교류협정을 맺고 손을 잡았다. 먼저 두 학교는 올 여름방학부터 학생들을 교류한다.학점도 인정된다.카이스트 학생이 예술학교에서 예술창작 기법을 배우고 작품을 직접 만들기도 한다.컴퓨터를 이용,음악을 만들거나 디자인을 새롭게 창조하는 것들이다. ●올 여름방학부터… 상호 학점도 인정 카이스트 문화기술학제 양현승(50·전자전산학) 책임교수는 “과학과 예술은 창조한다는 점에서 같지만 과학은 자유분방함이,예술은 첨단 기법이 부족하다.”면서 “이를 보충하기 위해 두 학교가 의기투합했다.”고 밝혔다. 양 교수는 미국의 MIT가 ‘미디어랩’을 세워 과학과 예술을 연계하는 것을 예로 들면서 “학생들에게 창작보다 창작과정에서 우러나는 자유분방한 창조적 사고를 심어주는 데 궁극적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카이스트는 학업스트레스 등으로 자살사건이 잇따르자 1986년부터 매주 금요일 유명 가수와 연극인 등을 초청하는 ‘금요문화행사’를 열어 학생들이 ‘열린 생각’을 갖도록 해왔다. ●“컴퓨터그래픽·전자음악등 획기적 발전 기대” 예술학교 학생들은 거꾸로 카이스트에서 백남준이 비디오아트를 창조해 세계적인 거장이 되었듯,첨단 과학을 이용한 예술창작 기법을 배운다.예술종합학교 최용철(46) 입학교류팀장은 “우리 학교에 예술을 배우기 위해 재입학한 카이스트 출신 학생들이 많다.”며 “과학과 예술의 획기적인 접목으로 요즘 영화에 많이 활용되는 컴퓨터 그래픽을 비롯,전자음악·디자인·무대미술 등에서 놀라운 발전이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밖에 새학기부터 두 학교 교수들이 과학과 예술을 아우르는 공동 프로젝트를 개발하고 공동 저서를 내는 등 교류에 적극 나서기로 뜻을 모았다.두 학교 교수들은 13일 서울예술종합학교에서 만나 교류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키로 했다. 대전 이천열기자 sky@˝
  • 장관급은 '거꾸로 기수파괴’

    “일선 부처 국·과장급에서는 연공서열 파괴 등 개혁의 칼바람이 불고 있는데 장관급은 거꾸로 된 ‘기수파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잇따른 개각에서 공직사회 내부에서는 후임 장관에 전임 장관보다 몇 기수나 높은 고참들이 임명되고 있는 데 대한 공무원들의 평가다.참여정부 출범 후 각 부처 국·과장급에서는 선·후배가 뒤바뀌는 ‘기수파괴’ ‘발탁인사’가 줄을 잇고 있지만,정작 장관급 인사는 반대의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공직사회는 지난 10일 발표된 개각에서 각각 행시 6회와 8회인 이헌재 경제부총리와 한덕수 국무조정실장의 발탁에 대해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중량감은 있지만,공직사회에 불고 있는 개혁적 분위기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경제부처의 한 공무원은 “재경부 수장이 행시 13회인 김진표 전 부총리에서 행시 6회인 이 부총리로 7회나 거슬러 올라갔다.”면서 “젊어진다고 개혁적인 것은 아니지만 행시 6∼8회의 재등장은 현재 개혁 분위기와는 맞지 않는 느낌”이라고 꼬집었다. 지난해 말 개각에서는 강동석(행시 3회) 건설교통부 장관이 10회인 최종찬 전 장관의 후임에 기용됐다.공직사회 내부에서는 능력과 실력이 있다면 나이와 기수는 상관없다는 긍정과 고참 장관 기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엇갈리고 있다. 중앙부처 국장급 간부는 “기수파괴는 기수와 나이에 관계없이 임명하자는 것이지 나이가 많다고 배제하자는 것은 아니다.”면서 “개혁을 위해서는 오히려 고참 장관들이 안정감을 줄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또다른 공무원은 “고참 장관이 임명된 부처에서는 세대교체와 파격인사,외부 출신자 기용 등 개혁의 바람은 다소 주춤해질 수 있다.”면서 “지나친 기수 차이는 동료 장관간이나 부하 직원간 자연스러운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해 ‘팀워크’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일선에서 물러났던 고참 장관이 10년 이상 후배인 차관(급) 및 실무 국·과장급들과 업무 ‘코드’를 맞추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라는 얘기도 나온다. 이영탁(행시 7회) 전 국무조정실장은 후배인 김진표 전 경제부총리가 주재하는 회의에는 거의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한덕수 신임 국무조정실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우려에 대해 “살을 맞대고 지낸 다같은 동료로,(나이가)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한편 일각에선 참여정부의 ‘인재풀’이 적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풀이하기도 한다. 조현석기자 hyun68@˝
  • 경기회복 처방 '3각 딜레마’

    물가·금리·환율 등 경제의 구성요소들이 일관된 방향없이 제각각으로 움직이고 있다.이 때문에 경제정책 운용의 여지가 극도로 위축되고 있다.이를테면 지금같이 물가가 불안할 때에는 정책금리(목표 콜금리)를 올리는 게 일반적이지만 느린 경기회복세와 환율동향 등을 감안할 때 선뜻 택하기 힘든 상황이다. 물가-금리-환율이라는 ‘마의 3각축’을 어떻게 풀어내느냐가 숙제인 동시에 경기회복 속도를 가르는 결정적 변수가 될 전망이다. ●물가 뛰는데 수단은 별로 없어 현재 가장 우려되는 경제의 변수는 물가다.1월 소비자 물가는 1년 전보다 3.4%,한달 전에 비해서는 0.6%포인트나 올랐다.특히 생활에 밀접한 품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는 전년동기 대비 4.3%나 뛰었다.통상 2∼3개월 뒤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주는 생산자물가의 상승폭은 더욱 가파르다.지난달 생산자물가 상승률은 전년동기 대비 3.8%,전월 대비 1.4%로 각각 1998년 2월과 12월 이후 최고치를 보였다. 이에 따라 콜금리 인상의 필요성이 나오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다.금리가 오르면 가뜩이나 위축돼 있는 내수와 설비투자에 큰 타격이 예상되는 데다 환율하락에 따른 수출경쟁력 약화도 우려되기 때문이다.환율 역시 딜레마에 빠져 있기는 마찬가지다.정부는 환율을 조금이라도 높게 유지해 수출호조세를 계속 이어가려 하지만 거꾸로 수입단가가 높아져 국내물가에 악영향을 주는 결과를 낳고 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국제유가와 원자재가격이 뛰고 있는 상황만을 감안하면 환율이 더 떨어지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처방도 제각각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전문가들의 처방도 각양각색이다.금융연구원 박종규 연구위원은 “향후 본격적인 경기회복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콜금리를 올려 유동성을 줄이는 한편 이를 통해 물가안정을 꾀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정부가 무리하게 외환시장에 개입하기보다는 상황에 따라 환율하락을 용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LG경제연구원 김성식 연구위원은 “정부의 부동산시장 안정대책이 효과를 보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내수경기 진작과 가계부실 위험의 완화를 위해 금리를 낮추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환율과 관련해서는 “환율을 정부개입 없이 시장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만일 이로 인해 원화절상(환율하락)이 심화된다면 우리경제를 혼자서 지탱하고 있는 수출이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며 환율 부양의 필요성을 강조했다.삼성경제연구소 홍순영 상무는 “우리경제가 본격적인 회복세를 타지 못하고 있는데다 가계부채 문제도 심각하다.”며 금리의 현행유지를 주장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현 물가-금리정책 기조를 유지한다는 입장이어서 당분간 경제전문가들간의 논쟁은 계속될 것 같다.박승 한은 총재는 이와 관련,“하반기에 본격적인 경기회복세로 물가 상승압력이 높아지면 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통화정책을 펴겠다.”고 밝혔었다.물가 오름세가 계속될 경우 콜금리 인상을 검토하겠지만 당장은 아니라는 입장이다.물가와 금리사이에서 고민하는 흔적이 역력하다. 환율문제 역시 재경부의 ‘환율상승 유도’와 한은의 ‘시장 자율존중’이라는 시각이 공존하고 있는 형국이다. 김태균기자 windsea@˝
  • 어른도 겁나는 '신종 왕따’

    한 초등학교 홈페이지에 3학년 교사를 비난하는 원색적인 글이 올라왔다.작성자는 교사가 담임을 맡은 반의 A(10)양.화난 교사가 다짜고짜 다그쳤지만 A양은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울먹였다.물론 아무도 A양을 믿어주지 않았다.마음에 큰 상처를 입은 A양은 사실 신종 왕따의 희생자다. ●장난삼아 던진 돌…파괴력은 상상초월 마음에 들지 않는 친구에게 욕설을 퍼붓거나 구타를 일삼아 따돌리던 10대 청소년 사이에 신종 인터넷 왕따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왕따시킬 친구의 이름으로 교사와 친구를 욕하는 글을 작성해 거꾸로 비난의 화살을 맞도록 하는 것.PC방이나 학교 컴퓨터를 이용하면 IP주소를 추적해도 누가 작성했는지 알기 힘들다. A양도 같은 반 친구가 자신을 따돌리기 위해 일부러 장난을 쳤다는 심증은 들었지만 물증은 확보하지 못했다.A양이 누명을 벗고 정신적인 상처를 치유하기는 어렵게 됐다. 한국정보보호진흥원 개인정보침해신고센터에는 한 달에 10여건씩 초등학생의 피해 사례가 접수된다.상담 관계자는 “중고교생 사이에는 왕따 학생의 이름으로 다른 친구를 욕하는 글을 올려 일부러 싸움을 붙이는 신종 왕따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생면부지의 네티즌 꾀어 함께 친구 왕따시키기도 10대의 장난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이들은 왕따시키려는 친구의 휴대전화 번호를 공개하는 방법도 쓴다.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인기 탤런트 권상우 휴대전화 긴급입수.01X-XXX-XXXX’라는 글을 올린다. 글을 본 네티즌이 ‘설마’하는 마음에 한번씩 전화를 거는 심리를 악용하는 것이다.하루에도 수백통씩 “권상우의 휴대전화가 맞느냐.”는 전화가 걸려오면 나중에는 벨소리만 들려도 깜짝깜짝 놀랄 정도로 시달리게 된다. 다른 네티즌에게 노골적으로 도움을 구하기도 한다.“말 안 듣는 초딩 번호입니다.처벌해 주세요.”“가수 문희준 번호,꼭 걸어주세요.”라는 문구로 네티즌을 유혹하기도 한다. 10대 여학생 네티즌은 “날마다 이상야릇한 전화가 걸려와 추적해 봤더니 누군가 원조교제 상대를 구하는 동영상 광고물에 휴대전화 번호를 적어놓은 것을 발견했다.”고 말했다.그는 “전화번호를 바꿔도 어떻게 알아냈는지 계속 연락이 와 벨소리 노이로제에 걸릴 정도”라고 호소했다. ●개인정보의 중요성 가르쳐야 전문가들은 인터넷의 위력을 악용하는 청소년에게도 문제가 있지만,이들에게 개인정보의 중요성을 미리 가르치지 못한 기성세대의 잘못도 크다고 꼬집었다.한양대 정보사회학과 윤영민 교수는 “20년 전만 해도 사생활보호 문제는 일부 연예인과 정치인에게만 국한됐지만 지금은 초등학교 4∼5학년까지도 개인정보 문제에 노출돼 있다.”면서 “타인의 신상정보를 함부로 이용할 경우 개인의 모든 인간관계를 파괴할 수 있다는 사실을 교과과정에서 가르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개인정보침해신고센터의 한 연구원은 “교사들이 인터넷 정보침해의 심각성을 깨닫고 학생과 토론을 하는 등 능동적으로 대처해 제2의 피해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지연 김효섭기자 anne02@˝
  • [어린이 책꽂이]

    ●장난기 많은 눈(줄리안 로덴스타인 엮음,박순보 옮김/보림출판사 펴냄) 거꾸로 보면 다른 이미지가 나타나거나 여러 형태가 섞인 그림,숨은 그림 찾기 등 그림속에 숨겨진 비밀을 찾는 미술 감상입문서.르네상스의 종교화,17세기 네덜란드 풍속화에서 일러스트레이션,카드 그림까지 시각적 재미를 주는 이미지 75점이 실려 있다.호기심 많은 아이들에게 제격.초등학생 고학년용.1만 900원. ●책은 어떻게 만들까요(알리키 글·그림,서애경 옮김/비룡소 펴냄) 한권의 책이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지를 담은 그림책.귀여운 고양이 캐릭터와 만화 형식으로 지루함을 덜었다.편집·인쇄·홍보·영업 등 어른들도 잘 모르는 출판에 관한 전문적인 분야까지 다룬 점이 특징.7세 이상.8500원. ●1999년6월29일(데이비드 위스너 지음,이지유 옮김/미래M&B 펴냄) 하늘에서 채소가 어떻게 자라는지 실험하기 위해 씨앗 화분을 날려보낸 꼬마 과학자 홀리.한달이 지난 뒤 큰 순무와 슈퍼 양배추,오리가 하늘을 떠다니는데….재치와 유머가 녹아 있는 그림책.6세 이상.9000원.˝
  • 상종가 드라마 '옥에 티’

    ‘옥에 티’없는 드라마 무슨 재미? 드라마 속 실수는 드라마 시청의 또 다른 묘미.순간 포착에 익숙한 시청자들은 ‘보물찾기’에 버금가는 재미를 느끼고 있다. 정확한 고증이 필요한 사극에서 사소한 실수는 더욱 두드러지게 마련.MBC ‘대장금’은 이런 의미에서 불리하다.사기그릇에 영문이 적혀 있다든가 기방 장면에서 가야금이 거꾸로 세워져 있다든가 하는 것들은 웬만큼 눈이 밝지 않으면 잡아내기 힘든 실수들. 그러다 지난주 방영분에서는 ‘대형 사고’가 터졌다.장금과 함께 의녀로 나오는 신비의 치맛자락 밑으로 굽 높은 구두가 드러난 것.‘조선시대 웬 하이힐?’자신의 눈을 의심한 시청자들은 게시판을 도배했고 결국 신비 역의 한지민이 이에 대해 해명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대장금이 만든 또 다른 작품 하나.휴대용 가스버너가 떡하니 버티고 있는 옛날 부엌(소주방) 장면은 요즘 한창 인터넷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다.네티즌들은 ‘혹시 장금이가 음식재주가 뛰어난 것은 그 시대에 없었던 버너를 사용해서는 아닐까.’라는 해설을 달았다. 시청자들은 귀도 밝다.문정왕후가 장금에게 해달라고 했던 메밀총떡은 어선경연이 아니라 최고상궁 경합 때 메뉴였다는 지적이 있었다.이에 한 시청자는 국사에 치중해야 할 왕비가 아랫것들의 일에 무슨 그리 신경을 썼겠느냐며 왕비가 실수한 게 더 왕비다운 행동이라는 ‘꿈보다 좋은 해몽’을 내놓기도 했다. MBC ‘천생연분’에서는 엄마 황신혜가 극중 쌍둥이 이름을 ‘아람이 보람이’(원래 아람이 우람이)로 바꿔불러 엄마가 애들 이름도 모르느냐는 눈총을 받기도. 종영을 앞두고 있는 ‘천국의 계단’은 ‘옥에 티 왕국’으로 통한다.인터넷상에서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리스트가 떠돌 정도.애교스러운 실수는 그렇다 쳐도 무리한 설정은 거의 코미디 수준.유리가 정서에게 훔쳐 넣은 지갑은 화상환자의 것.지갑은 불탄 흔적조차 없다.주민등록증도 없는 정서가 어떻게 취직했는지,한교수는 친자 확인을 위한 DNA테스트를 왜 안 하는지,극중 탤런트로 나오는 이휘향이 5년째 똑같은 작품(대원군)만 찍을 수 있는지 등 헤아리기도 힘들다. 최근 들어 그 정도가 더욱 심해졌다.안암에 걸려 코앞도 못보는 정서는 멀리 있는 송주를 귀신 같이 알아본다.경찰에 쫓겨 숨이 턱에 차도록 도망가던 태화는 행인과 부딪치자 멈춰서 사과도 하고 정서에게 전화까지 한다.결국 붙잡힌 태화.저러다 잡힐 걸 뭐하러 죽어라고 달렸을까? 박상숙기자 alex@˝
  • [서울광장] 기업인이 경제부총리 된다면

    한 정부 고위급 인사는 연찬회에서 기업을 배우자는 강의를 들었다며 기업의 장점이 무엇이냐고 물었다.재계 ‘일류’라는 삼성전자의 모델은 벤치마킹 대상이 될 만하다. 외국에서 오래 일하다 삼성전자에 2년전 스카우트된 한 임원은 삼성의 의사결정과정이 인상적이라고 전했다.“사내에서 보고할 곳이 너무 많은데 절차가 간단치 않다.회장,사장,부사장 등이 계속 ‘문제는 없나?’‘그러면 어떻게 되는데?’라고 질문한다.”내부 견제가 많다 보니 허점이 모두 보완된다.돌다리를 두드려가며 확정되면 조직으로 밀어주는 것이 삼성의 스타일이다.한 삼성 사장급은 “일단 사장이 되면 위에서 흔들지 않는다.구조조정을 추진해도 내부 저항이 있지만 사장이 장기간 재직하기 때문에 직원들이 따라온다.”고 말했다. 기업의 안정된 조직과 치밀한 내부 시스템은 재임 1년도 안 된 경제부총리가 총선용으로 동원되느니 안 되느니 하는 어수선한 정부 분위기와 대조적이다.이런 상황에서 경제의 장기계획을 세울 처지도,그럴 정신도 없을 것이다.경제팀 구성원간에손발을 맞출 틈도 없다.그런 와중에 나온 실업대책은 현 경제팀의 문제를 단적으로 드러내준다. 세부 내용을 보면 정교하게 다듬어지지 못한 부분이 수두룩하다.공기업 채용 확대와 세금을 깎아주는 정책이 대표적이다.공기업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세금을 대주며 백수들을 취직시켜주면 공기업 개혁은 거꾸로 가는 셈이다.더욱이 기업들은 인건비를 줄이며 합리화를 하는 실정이다.세금을 줄 테니 사람을 더 써달라고 정부가 애원한다고 기업들이 더 채용할지 의문이다.장관이나 경제 관료들이 내부적으로 기초적인 문제점을 따져봤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정부는 워낙 실업자 문제가 심각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할지 모르지만 재계는 1년이상 ‘경기침체’라고 외쳐왔다.실업자가 늘 것이란 예상은 불문가지인데 미리 손을 쓰지 못한 근시안이 답답할 뿐이다.청년 실업대책이라고 내놓은 것을 봐도 1년전이나 지금이나 임시직을 늘리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가뜩이나 내수가 부진한데도 국세청은 기업의 50만원이상 ‘접대 실명제’실시로 내수에 찬물을 더 끼얹었다.파급효과를 감안해 단계적으로 정책을 펴야 하는데 종합적인 틀 없이 정책이 각개약진으로 추진되는 인상이다.경제부총리에게 힘이 실리지 않아 추진력에 수개월간 공백도 있었다.정책을 몇 수 내다보는 눈도,기획안을 정밀하게 다듬는 내부 시스템도,파급효과와 부작용에 대한 고려도 부족한 것 같다. 반면 재계는 여전히 투자를 늘리기에는 규제가 너무 많다고 지적한다.사실 일자리도 사람들이 돈을 쓰는 분야에서 생기는 법이다.내수 경기가 시원치 않으니 일자리가 생길 턱이 없다.외국 유학과 해외골프에 펑펑 써대는 돈을 어떻든 국내로 돌려야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외국학교를 국내에 유치하고 골프장을 국내에서 더 만들어야 한다.그런데도 이런 장기 프로젝트는 구호에 그칠 뿐 국내 규제에 걸려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 관료들이 뒤늦게 기업에서 배울 것이 아니라 아예 경제부총리를 기업인으로 하면 어떨까.이미 교육부총리나 정보통신부 장관도 대학이나 업계 인사에서 기용한 마당에 ‘기업인 경제부총리’발상이 무리는 아닐 것이다.미국 클린턴 행정부 때 재무장관으로 4년 6개월간 재직한 로버트 루빈은 골드만삭스 증권사 출신이었고 부시 정권의 존 스노 재무장관은 철도회사인 CSX 회장 출신이다.재계 출신 경제부총리가 기용된다면 과연 정부에 어떤 점을 가르쳐줄까 궁금하다. 이상일 논설위원bruce@
  • 지난해 이색합격자들 ‘성공비결’ e메일 대담

    사법시험의 경향이 바뀌고 있다.암기 위주의 시험문제 출제방식에서 종합적인 이해력을 묻는 문제 위주로 출제되고 있다.합격자들은 혼자서 고시원에 틀어 박힌 전통적인 ‘폐쇄형 공부’ 방식보다는 동료수험생들과 토론하며 시야를 넓히는 ‘열린공부’ 방식으로 기본기를 보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본지는 지난해 말 발표된 45회 사시 합격자 가운데 이색합격자 4명을 선정해 합격비결 대담을 가졌다.대담 참석자는 최고령 합격자인 조영종(50)씨,군산경찰서 동부지구대 1사무소장인 이정철(27) 경위,회계사 오명석(25)씨,천정배 국회의원의 맏딸인 천지성(25)씨다.지방근무자도 있어 대담은 e메일로 이뤄졌다. ●기본기를 쌓고,다양한 이론을 접해라 대담자들에게 처음 던진 질문은 합격의 비결.이들은 ‘교과서 중심’이라고 입을 모았다.동시에 귀를 열어 놓고 다양한 학설에 관심을 기울였다고 소개했다. 조씨는 장소를 가리지 않고 토론을 벌이는 ‘길거리 스터디’ 도움을 톡톡히 봤다.“나이 어린 수험동료생들과 휴식시간에 자료 없이 토론하면 내 주장의 논리적 결함을 발견할 수 있었다.개인적으로 가장 도움됐던 방법이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과 동료들만의 ‘우물’을 벗어나기 위해 학원 공개강의도 많이 활용했다.공개강의 때는 법학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이 따라붙기 마련이기 때문이다.“강사들의 설명을 들으면서 내 논리의 한계를 많이 떨쳐냈고 소위 ‘리걸 마인드(legal mind)’를 갖추는 데 도움이 됐다.”고 했다.모의고사를 통해 자신의 수준을 가늠하는 것도 빼놓지 않았다. 오씨는 ‘한우물 파기’ 전략을 세웠다.1차시험을 준비하면서 여느 수험생들이 흔히 읽는 교과서 1∼2권을 반복해서 읽었다.그렇게 전체적인 흐름에 익숙해지면 문제집 위주로 공부법을 바꿨다.그는 “답이 맞든 틀리든 문제를 푼 다음 반드시 교재를 거꾸로 확인하면서 관련 부분을 다시 전체적으로 읽었다.”고 소개했다.2차시험도 마찬가지로 교과서 중심 전략을 폈고,논술형인 점을 감안해 다양한 학설을 파악하는 데 중점을 뒀다. 천씨는 “요약서나 문제집을 모두 보면 공부량만 지나치게 늘어나고 집중하기 어렵다는 생각에 교과서를 파고들었다.”고 말했다.교과서를 반복적으로 읽으면서 기본 개념은 물론 다양한 학설이 나오게 된 근거를 깊이 있게 생각했다는 것이다.그는 답의 옳고 그름도 중요하지만 글 전체의 논리적 흐름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보고 문장이나 단어 하나하나까지 세심하게 신경을 썼다. 이씨는 강의테이프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한 스타일.“경찰 근무 때문에 집안에 앉아서 책보는 시간보다 바깥에서 근무를 해야 하기 때문에 강의테이프만 줄기차게 들었다.”고 했다.1·2차시험 모두 테이프를 듣고 또 들었다.자신의 처지를 감안해 공부방법을 택하면 주경야독으로 충분히 합격이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다. ●법률 과목은 역시 힘들다 조씨의 경우 공부할 때는 형법이,시험칠 때는 민법과 형사소송법이 까다로웠다.그는 “형법은 이론 자체도 어렵고 학설도 엇갈리는 부분이 많아 정리하기 쉽지가 않았다.시험칠 때는 역시 범위가 넓은 민법과 형사소송법이 힘들었다.”고 전했다. 오씨와 천씨는 준비하기 어려웠던 과목으로 헌법을 꼽았다.오씨는 2차시험 막판까지도 헌법 때문에 고심했다.시험은 민법이 복잡한 데다 소홀히 했던 부분까지 출제돼 상당히 고전했다고 소개했다.천씨 역시 “양이 방대했던 헌법이 제일 어려웠는데 1차 시험 때도 역시 헌법이 제일 어려웠다.”고 말했다. ●약점을 극복하면 장점이 된다 “수험생 누구에게나 약점이 있기 마련이지만 극복하느냐에 따라 장점이 될수 있다.” 여성인 천씨를 가장 괴롭혔던 것은 건강.시험 기간 내내 스트레스에 피로가 쌓인 천씨는 2차 시험 내내 감기에 시달렸고 시험직전에는 해열주사를 맞을 정도였다.“곁에서 간호해준 어머니가 아니면 시험을 치를 엄두도 내지 못했다.”는 그는 요즘 집 근처 헬스클럽에서 운동으로 몸을 다지고 있다. 현직 경찰인 이씨는 쏟아지는 졸음이 힘들었다.공무원으로서 월급만 축내는 게 아닌가 하는 고민이 있었다.지난해 10월 결혼한 이씨는 “시험을 준비하면서 신경이 예민해져서 아내와 많이 싸우기도 했다.”고 했다.경찰서에서 상대적으로 한가한 형사관리주임 보직을 주는 등 배려도 보탬이 됐다.그는 2차시험 합격자 발표를 부안 원전센터 시위현장에서 들었다. 최고령 합격자 조씨는 묵묵히 뒷바라지해준 가족들에게 합격의 공을 돌렸다.지난 93년 대기업 과장자리를 그만 두고 나와 6년 동안 변리사 시험준비에다 3년 동안의 사시 준비 끝에 합격했다는 그는 “가족들이 변리사 시험 때도 자꾸 떨어지고 하니까 은근히 그만하길 바라는 눈치셨는데 내색은 안하더라.”고 했다. 회계사 오씨는 지난 2000년 가을부터 준비해서 2년 6개월가량 준비 끝에 합격했지만,지난해 3월 다가온 슬럼프 극복이 난적이었다.그럴 때면 합격 때 기뻐할 부모님 얼굴을 떠올리기도 하고,다른 사람들의 합격수기를 읽으면서 각오를 다졌다. ●나는 이래서 법조인의 길을 택한다 이씨는 연수원에 들어가면서 경찰서에 사직서가 아닌 휴직계를 낼 참이다.법조인이 아닌 경찰로 남고 싶어서다.“경찰대에서 법률과목을 제법 들었는데 형사계 근무를 하니까 법률지식이 많이 부족하더라.”는 그는 초동수사 단계 때부터 충분한 (법적)증거를 갖추고 싶다고 했다.이씨가 관심이 많은 분야는 러시아다. 천씨는 “판사가 되어서 법리뿐 아니라 상식적으로도 합당한,사회를 이끌 수 있는 방향의 판결을 내려보고 싶었다.”면서 존경하는 법조인으로는 소수의견을 많이 낸 변정수 전 헌법재판관,미국의 더글러스 판사 이름을 댔다.대학 3학년 때 회계사시험에 ‘운좋게’ 합격했지만 나중에 할 수 있는 일의 폭을 넓히기 위해 사시를 택했다는 오씨는 군 법무관으로 병역을 해결한 다음 진로를 택할 생각이다.나이 탓에 판·검사 임용은 생각도 못하는 조씨는 변호사 개업 등의 진로를 천천히 고를 계획이다. 조태성 기자 cho1904@
  • [토요일 아침에] 내 마음을 먼저 살피자

    어릴 때 친척집에 놀러갔다가 있었던 일이다.동네에서 싸움이 났는데 한 아이가 던진 돌이 눈에 맞아 병원에 실려 갔다.부모가 달려 와서 상처를 입혔다는 아이를 찾아보니 전혀 자기가 한 일이 아니라고 하였다.돌을 손에 쥐고 맞서기는 하였지만 그에게 던진 적이 없다는 것이다.결국 함께 있었던 아이의 증언을 통해 밝혀진 바에 의하면 다친 아이가 새총으로 상대를 향해 쏘았는데 실제로는 이를 거꾸로 겨냥함으로써 오히려 자신의 눈을 다치게 하였다는 것이다. 우리의 마음의 작용도 이와 같다.상대에게 미운 마음을 던지면 이것이 부메랑처럼 돌아와 자신을 괴롭힌다.반면에 사랑을 보내면 마음속에 스스로 사랑이 채워져서 바로 자신이 행복하게 된다.이것이 보이지 않은 마음의 법칙이다.많은 사람들이 이 법칙을 잊어버리고 늘 다른 사람을 원망하고 비난함으로써,자신이 상처를 입고 고통스러워한다.그러면서도 자기가 그렇게 하는 줄을 모르고 있다. 새총으로 자신의 눈을 쏘아서 고통 받는 아이처럼 우리도 자신에게 상처를 주며 아픔 속에서 살고 있지는 않은지….마음으로 상대를 향하는 것이 어떤 것이든 즉시 자기에게 돌아온다는 사실을 정확히 인식한다면 누가 화살을 날려서 자신을 다치게 하겠는가? 요즈음 신문이나 TV를 보면서 사회를 향해 무심코 불평과 불만을 말하는 경우가 있다.이처럼 자신도 모르게 옳고 그름으로 상대에게 심판의 칼을 겨누고 있지 않은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스트레스는 주위로부터 받는 것이라고 하나 사실은 자신이 만들어서 받고 있는 것이다.우리는 여기서 깨어나야 한다.지금 내가 나를 괴롭히고 있음을 여실히 지켜보자.세상을 탓하며 비난하지 말고 따뜻한 애정으로 바라보자.모든 문제는 삶을 열어 가는 소중한 경험이다.주위 상황이 나를 화나게 하지 않는다.항상 그 원인은 내 안에 존재하고 있다.나의 생각이 현실을 문제로 볼 뿐 이 세상은 지금 여기가 이미 극락인 것이다. 스티븐 코비의 저서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에 보면 한 순간 세상을 보는 시각이 바뀐 체험을 이야기하고 있다.어느 일요일 아침 뉴욕의 지하철에 한 중년 남자와 아이들이 탑승하였다.갑자기 조용하고 평화스러운 지하철 속이 시끄러워 졌다.아이들이 왔다갔다 하며 큰 소리를 지르고 물건을 팽개치며,심지어는 어떤 사람이 읽고 있는 신문을 움켜잡기까지 하였다.거의 모든 승객들이 짜증을 내고 있었다.이렇게 소란을 부리는데도 아버지인 남자는 죽은 듯이 가만히 앉아 있었다.화가 난 코비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서 ‘아이들에게 좀 조용히 하게 할 수 없겠습니까?’라고 말했다.그때서야 이 남자는 힘없이 말했다.‘사실 지금 막 병원에서 오는 길인데,한 시간 전에 저 아이들의 엄마가 죽었습니다.’ 이 말을 듣는 순간 갑자기 상황이 다르게 보였다.짜증이 사라졌으며 마음이 온통 동정심과 측은한 느낌으로 가득 채워졌다.모든 것이 순식간에 바뀐 것이다.판단 분별하는 생각 속에서는 분명히 문제가 보인다.그러나 상대와 하나가 되는 느낌의 장으로 들어가면 그 순간 아무런 문제가 없어진다.이제 옳고 그름을 분별하는 마음을 내려놓아야 한다.그러면 이 세상은 더 이상 자신이 변화시키려 할 것이 없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원불교의 교조이신 소태산 대종사는 ‘세상을 개선하기보다 먼저 네 마음을 개선하라.’고 하셨다.오늘 아침 대종경의 이 말씀을 다시 한번 소중히 새겨 본다. 권도갑 원불교 도봉교당 주임 교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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