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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머리 거꾸로 달린 양…과학적으로 가능하다고?

    최근 인터넷상에서 화제가 된 머리가 거꾸로 달린 채 사는 양이 과학적으로도 가능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7일(현지시각) 미국 최대 인터넷매체 허핑턴포스트에 따르면 영국의 컴퓨터 수리공 앨런 맥나마라가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 공개한 ‘머리 거꾸로 달린 양’ 테리는 과학적으로 존재할 수 있다. 이 매체에 따르면 농업 분야에서 역사와 전통을 가진 미국 퍼듀대학교 농업대학 웹사이트에는 ‘거미 양 증후군’(스파이더 램 신드롬)이라는 유전 질환이 상세히 소개돼 있다. 이 증후군은 양 품종에서 30개가 넘는 유전자 결함 중 하나라고 한다. 특히 이 증후군에 걸린 양은 길고 구부러진 다리를 갖고 있거나, 척추가 휘는 증상을 보인다. 또한 몸통이 얇거나 흉곽이 평평할 수도 있으며 비정상적으로 긴 목을 갖고 있을 수도 있다. 따라서 테리가 만약 이 증후군에 걸렸다면 목이 아래쪽으로 휘어 있을 수도 있다는 게 이 매체의 설명이다. 한편 촬영자인 맥나마라는 최근 데일리메일에 “테리는 행복하게 살고 있으며 수의사가 통증이 있는지 확인도 했다.”면서 “다른 양들처럼 먹고 자고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전했다.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재정 마련·형평성 해결이 과제

    재정 마련·형평성 해결이 과제

    세일 앤드 리스백(매각 후 재임대), 트러스트 앤드 리스백(신탁 후 재임대), 경매 유예 제도, 주택 지분 매각 제도…. 정치권과 금융권에서 쏟아내고 있는 하우스푸어 대책들이다. 대책이 난립한다는 것은 그만큼 어느 하나 똑 부러진 해법이 없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세일 앤드 리스백은 재정 부담 정치권에서 가장 먼저 거론한 세일 앤드 리스백은 정부나 은행이 빚을 갚기 어려운 사람들의 집을 사준 뒤 그 집에 다시 임대로 살게 해주는 방식이다. 몇 년 뒤에 집을 되사는 권리도 얹어준다. 미국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론(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가 터졌을 때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이 썼던 방식이다. 이 방안의 가장 큰 문제점은 ‘돈’이다. 정부가 주택을 사들이면 엄청난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 은행이 사들이면 자칫 건전성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그렇다고 집값을 낮게 책정하면 집주인들이 외면해 대책이 무의미해진다. 거꾸로 집값을 후하게 쳐 사주면 다른 채무자들이 반발할 수 있다. 가장 많이 난타당해 지금은 거의 언급되지 않고 있다. ●트러스트 앤드 리스백 소수특혜 세일 앤드 리스백을 우리 실정에 맞게 약간 변형한 것이 우리금융그룹이 내놓은 트러스트 앤드 리스백이다. 집주인이 실질적인 주택 소유권을 계속 유지하되, 관리·처분권만 은행에 넘기는 식이다. 3~5년의 신탁 기간이 끝날 때까지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 은행이 집을 팔아 대출금을 회수한다. 우리은행에만 대출이 있는 700여 가구로 수혜 대상이 제한된 것이 약점이다. 사실상 소수 우량 채무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것이어서 ‘은행은 결코 손해 보지 않는 구조’라는 비판도 따른다. ●경매유예제는 언발에 오줌누기 금융감독원이 지난달 19일 빚을 갚지 못해도 경매 신청을 3개월가량 연기해 주는 제도다. 금융감독원이 지난달 19일 이 제도를 은행권에서 제2금융권으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 역시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많다. 빚을 못 갚아 쩔쩔매는 사람에게 기껏 3개월 연장해 준다고 해서 빚 갚을 능력이 갑자기 생기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지분매각도 다음정부에 부담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내놓은 대책이다. 주택 지분 일부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에 팔아 빚을 갚게 하자는 의도다. 집주인은 주택 소유권을 유지하는 대신 지분 임차료(연 6% 수준)를 내야 한다. 집 전체를 사들이는 세일 앤드 리스백보다는 돈이 덜 들지만 여전히 지분 매입에 따른 재정 부담이 남는다. 차기 정부에 짐을 떠넘긴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다른 채무자와의 형평성 논란도 피해가기 어렵다. 집주인이 지분 일부를 캠코에 매각했다가 다시 사가는 시점에 집값이 떨어져 있다면 기존에 팔았던 가격으로 사야 하는 집주인 처지에서는 손해라는 점도 걸림돌이다. 김진아기자 jin@seoul.co.kr
  •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10가지 감정 이야기

    감정이 없는 인간들로 구성된 사회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2003년 개봉된 영화 ‘이퀼리브리엄’의 줄거리를 잠시 들여다보자. 제3차 대전이 일어났다. 이후 ‘리브리아’라는 새로운 세계가 생겨나고 ‘총사령관’이라 불리우는 독재자의 통치하에 놓인다. 전 국민들은 ‘프로지움’이라는 약물에 의해 통제되고 이 약물을 정기적으로 투약함으로서 온 국민은 사랑, 증오, 분노 등의 어떤 감정도 느끼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펼쳐진다. ‘리브리아’에서 철저히 전사로 양성된 특수요원들은 ‘프로지움’ 투약을 거부하고 인간의 다양한 감정을 느끼며 살아가는 반역자들을 제거하며 책, 예술, 음악 등에 관련된 모든 금기 자료를 색출하는 임무를 맡는다. 이 영화는 감정이 억눌린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거꾸로 감정이 인간에게 있어 필수 불가결한 조건임을 보여준다. 결국 우리의 삶은 감정으로 가득 차 있다고 할 수 있다. 갑자기 들려오는 큰 소리에 화들짝 놀라기도 하고 으슥한 골목길에서는 사람과 닮은 형상만 봐도 공포를 느낀다. 연인이나 오랜 벗의 격려 한마디에 금세 행복해지기도 한다. 19세기 후반 찰스 다윈이 ‘인간과 동물의 감정 표현에 대하여’를 세상에 내놓은 이래 감정은 다양한 지역과 인종을 가로질러 인간 종의 보편적이며 우리의 뼈대만큼이나 선천적이고 구조적이며 규칙적이라는 사실이 상식화됐다. 신간 ‘인간다움의 조건’(스튜어트 월턴 지음, 이희재 옮김, 사이언스 북스 펴냄)은 인간을 인간이게 만든 10가지 감정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인간의 감정을 생물학적 성질과 문화적 성질을 동시에 지닌 것으로 바라본다. 인간의 문화사를 통해 감정의 문화사를 들여다보는 과감하면서도 새로운 시도를 담고 있다. 저널리스트이자 문화사 전문가인 저자는 다윈이 꼽은 인간의 기본 감정 6가지에다 4가지 감정, 즉 질투, 수치, 당황, 경멸 등을 더했다. 개별 감정이 처음 시작된 기원에서부터 국가나 언론, 광고 매체 등이 적극적으로 감정을 이용하고 조작하는 현대 사회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역사와 문화가 담긴 문학과 예술, 철학, 대중문화를 밀도 있게 분석한다. 다시 말해 감정이 어떻게 인간 사회를 바꿨고 또 인간 사회는 어떻게 감정을 변화시키는지를 세밀하게 들여다본다. 예를 들어 원초적인 공포의 감정은 모든 신앙의 원동력이며 또 우리 사회생활과 문화생활의 태반을 떠받치는 기반이라는 주장 등이 흥미롭다. 김문 선임기자 km@seoul.co.kr
  • [음란물 없는 e세상으로] (6) 취재 기자와 전문가 좌담

    [음란물 없는 e세상으로] (6) 취재 기자와 전문가 좌담

    ‘음란물 없는 e세상 속으로’ 시리즈는 사이버 음란물 근절을 위해 시작됐다. 그동안 다섯 차례에 걸쳐 음란물의 실태와 폐해, 이를 근절하기 위한 정부와 시민들의 움직임 등을 소개했다. 시리즈는 음란물 근절을 위한 지혜를 모으는 좌담으로 마무리한다. 좌담은 4일 오전 서울신문사 편집국 회의실에서 열렸다. 김성벽 여성가족부 청소년매체환경과장, 이진식 문화체육관광부 미디어정책과장, 양청삼 방송통신위원회 네트워크윤리팀장, 김민선 아이건강국민연대 사무국장, 청소년보호법 개정 청원에 동참한 남준근 배재고 3학년 학생이 참석했다. 문화부·방통위는 이날 정책 배너광고 동참으로 서울신문의 사이버 클린 운동에 화답하고 나섰다. 진행 박현갑 사회부장 →음란물 근절을 위해 각 부처에서 여러 정책을 폈다. 이에 대한 자체 평가와 향후 추진 방향은. 김성벽 청소년매체환경과장 여가부에서는 인터넷상의 유해 광고 등에 대한 제재를 해왔다. 청소년보호법상 일반 일간지는 심의 대상에서 제외돼 있는데, 그 이유는 언론이 사회적 공기(公器)라고 보기 때문이다. 언론 스스로가 자율적인 노력과 규제를 기울일 것이라는 사회적 합의가 그 배경이었다. 하지만 최근 언론 시장이 격화되면서 여러 가지 문제가 생겼다. 여가부에서는 고발이라는 최후의 수단을 활용하기 보다는 모니터링을 통한 인지에 초점을 맞췄다. 언론사에서는 광고를 외주업체에 맡기다 보니 스스로도 문제를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우선은 개선 권고를 하고, 개선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는 사법당국에 수사의뢰를 한다는 방침을 가지고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일시적으로만 개선이 된다는 것이다. 법으로 처벌할 수도 있겠지만 법적 규제보다는 언론사 자체의 강한 책임의식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진식 미디어정책과장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정기간행물이 1만 3268개가 등록돼 있다. 이 중 인터넷신문이 3153개사로 전년 대비 29% 증가했다. 우리나라 언론시장은 8대2 정도로 구독료보다는 광고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인데, 디지털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음란성 광고 등에 대한 문제가 불거진다. 건전한 언론을 육성·진흥해야 하는 문화부로서는 언론을 직접 제재하기는 어렵다. 기사를 매개로 정부가 심의를 할 수는 없기 때문에 자율규제 형식으로 가야 한다고 본다. 문화부에서는 인터넷 매체, 광고주, 포털사이트 등을 중심으로 윤리강령과 심의기구를 만들어서 심의결과에 따라 지원사업 등에 연동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신문윤리를 강화하기 위한 예산 증액도 고려 중이고, 유해 광고 게재 사이트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정보를 공유하는 시스템도 논의 중이다. 양청삼 네트워크윤리팀장 방통위에서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통한 심의와 여러 가지 음란물 차단을 위한 기술적 조치, 윤리교육 등을 맡고 있다. 문제는 스마트 기기가 보급되면서 무선 인터넷을 통한 음란물 유통이 다양화됐다는 점이다. 방심위의 모니터링 요원만 30여명이지만 우리가 직접적으로 규제할 수 없는 해외사이트가 적게 잡아도 600만개 정도나 된다. 결국 우리가 모두 단속할 수는 없고 우선순위를 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P2P나 웹하드 등을 주로 점검하지만, 스마트폰 등의 발달로 단속이 점점 어려워지기 때문에 예산을 확보해서 모니터링 요원을 배로 증원할 생각이다. 현재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청소년이 300만명 정도 되는데, 청소년 이용자들의 계약 시 이동통신사가 음란물 차단 소프트웨어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법제화를 추진 중이다. 이와 관련해서 당부드리고 싶은 점은, 단속을 하더라도 음성화될 여지는 있기 때문에 근본적인 시민의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언론에도 인터넷 활용에 대해 역발상하라고 주문하고 싶다. 전 세계 언론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지만 그걸 외주 광고를 통해서만 해결하려는 건 손쉬운 발상이다. 미국의 뉴욕타임스나 워싱턴포스트처럼 자기만의 온라인 정체성을 가질 필요가 있다. 김민선 사무국장 자율 규제를 말씀하셨는데, 사업자 입장에서만 볼 게 아니라 수용자 입장을 고려하는 게 중요하다. 콘텐츠 생산자뿐 아니라 시민단체 등 수용자 측에서도 자율 규제에 참여해야 한다. 남준근 학생 현재 방심위의 심의규정에 따르면 아주 변태적인 수준의 심각한 내용에 대해서만 제재를 하고 있다. 요즘은 유치원생부터 인터넷을 하는데 청소년들의 눈높이에 맞춰 단속과 규제가 이뤄져야 한다.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는 지적에 공감하나. 이 과장 음란물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본다. 어디까지가 음란물인지, 음란물이 없는 게 좋은 세상인지도 고민이 있을 수 있다. 음란물에 대한 의학적 접근 등 다른 시각도 있다. 이런 것들을 포괄적으로 논의해서 사회적 인식 등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김 국장 음란물과 성인물을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 성인물에 대한 제한적 접근은 허용한다고 해도, 음란물은 반드시 없애야 한다고 본다. 주민등록번호만 있으면 간단히 성인인증이 가능한 것도 문제다. 연령을 확인할 수 있는 보다 정확한 수단이 필요하다. →정부에서는 유해성 광고라는 표현을 사용하던데, 음란성 광고라고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게 낫지 않나. 김 과장 행정을 위해서는 정확한 법률이 필요하다. 현재는 소지만 해도 처벌되는 아동음란물, 소지는 되지만 유포는 안 되는 일반음란물, 성인들에 한해 유통을 허락한 성인물이 있다. 이외 유해할 수 있는 것들을 청소년유해매체물이라고 하는 것인데, 이 정의에 따라 규제나 시정 조치의 강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이렇게 구분할 수밖에 없다. 김 국장 기본적으로 음란물은 범죄라고 본다. (정부는)경계선에 있다고 해서 수위를 낮추는 듯한 표현을 하는데 저희는 그냥 음란광고라 부른다. 어른이 판단하는 음란물이 아니라 청소년들 시각에서 봐야 한다. 청소년들이 그걸 봤을 때 이게 얼마나 유해할지에 대한 인식을 해야 한다. 어른들은 ‘이 정도는 괜찮은데’라는 인식이 너무 팽배하다. 아이들은 그걸로 인해 음란물에 더 무뎌지기도 하고 나쁜 영향을 받기도 한다. 청소년들의 시각, 국민들의 입장에서 정책을 집행해야 한다고 본다. 아이들의 접근성을 따져 유해하다고 판단되면 미리 차단하는 방안을 고민해줘야 한다. →음란물 단속에 있어 부처 간 협조는 어떻게 보나. 같은 정책을 여러 부처에서 중복 집행한다는 생각도 드는데. 이 과장 정부에 정책 협의체가 있다. 정부에서도 노력은 하지만 중요한 점은 정부가 모든 걸 해결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정부가 톱다운(top-down) 식으로만 할 수는 없다. 사회적 운동을 강조하는 것도 같은 차원에서다. 정부와 시민사회가 함께 하는 게 중요하다. 아울러 문화부에서는 네거티브 정책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걸 더 많이 만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 과장 부처 간 협조보다도 적극적인 단속과 처벌이 필요한 게 아닌가 한다. 기본적인 관련 법들은 마련돼 있는 상태다. 예를 들어 검찰에서 앞으로는 아동청소년음란물을 한번만 내려받더라도 처벌하겠다고 했는데, 거꾸로 말하면 지금까지는 방치했다는 얘기 아닌가. 풍선효과가 생길지언정 엄정하게 단속하면 적어도 청소년들이 접하는 건 줄일 수 있다. →서울신문 특별기획에 대해 객관적으로 평가한다면. 양 팀장·김 국장·김 과장·이 과장 음란물 실태를 다양하게 짚었다고 본다. 특히 경찰과 방통위 등 실제 모니터링 현장에 근무하는 직원들을 다뤄준 게 인상 깊었다. 언론사의 광고 문제 등 스스로 매를 맞는 일에 나서줬다. 일회성 기획으로 끝나지 않고 꾸준히 문제를 제기했으면 한다. 남 학생 언론도 상업성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건 이해하지만 윤리적인 측면도 봐주길 바란다. 어른들이 확실한 의식을 가지고 교육에 나설 필요가 있다. 정리 김정은·배경헌기자 baenim@seoul.co.kr
  • 이념과 전쟁의 상흔들 예술로 다독여 주다

    이념과 전쟁의 상흔들 예술로 다독여 주다

    천안함 사태 이후 서해안은 위험한 곳이 됐다. 그 위험을 예술이 풀어 줄 수 있을까. 11월 25일까지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열리는 ‘평화의 바다, 물위의 경계’전이 내건 화두다. 인천아트플랫폼은 인천 중구 제물량로, 그러니까 인천 차이나타운 옆에 자리 잡은 옛 항구에서 찾아볼 수 있는 대형 창고를 개조한 전시장이다. 이곳에서 지난 5~6월 미술 작가들을 모아 답사 행사를 벌였다. 인천 자유공원, 인천항을 시작으로 강화도, 교동도를 다녀왔고 쾌속선으로만도 4~5시간 정도 걸리는 연평도와 백령도도 답사지에 포함시켰다. 60여명의 작가들은 구한말 외국 군함들이 개항을 요구했던 곳, 한국전쟁 당시 인천상륙작전의 거점이었던 곳, 맥아더 장군의 동상이 서 있는 자유공원, 천안함 사태와 연평도 포격 사태 당시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 포격 사태 때 초등학생들이 대피했던 곳 등 상처의 현장을 찾아다녔다. 이곳이나 저곳이나 바다는 그냥 바다였을 뿐이지만, 그곳에는 이념과 전쟁과 상처의 자국들이 흩뿌려져 있었다. 홍지윤 작가는 빨래라는 퍼포먼스(‘어진 바다-화려한 경계’)를 통해 이념과 전쟁과 상처의 자국들을 떨어내는 작품을 선보였다. 백령도 사곶 해안에서 이뤄진 퍼포먼스가 고스란히 담겼다. ‘귀신 잡는 해병’을 패러디한 이수영 작가의 퍼포먼스, 위아래가 거꾸로 뒤집힌 듯한 바다 위를 갈매기가 날아다니는 모습을 묘사한 이이남 작가의 미디어아트, 태극기와 인공기가 하나가 되는 설치작품을 내놓은 탈북 작가 선무 등이 눈길을 끈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을 계기로 다음 번에는 한국을 넘어선 아시아의 평화를 주제로 한 미술 프로젝트도 구상 중이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잘 보세요, 누드 맞지요?

    잘 보세요, 누드 맞지요?

    이 세상의 모든 색깔을 다 빼내고 남은 것이라곤 도트 단위로 분해된 회색으로만 가득한 독특한 풍경 사진을 선보여 왔던 사진작가 민병헌(57)이 이번엔 나체 사진을 한데 모은 사진집 ‘누드’(난다 펴냄)를 내놨다. ●직접 손으로 뽑아내는 프린트 작업 고집 혹시 입에 침이 괼까 싶어 미리 말해 두자면, 누드집 하면 흔히 기대하는 너무 직설적이고 적나라해서 민망한 장면은 없다. 그의 누드 작품들은 대개 윤곽선이 희미하고 뿌옇게 흐려져 있거나, 거꾸로 특정 부위를 과도하게 확대해 세밀하기 찍어 나가는 방식이다. 그래서 희뿌옇게 나와서 형체를 알아보기 어렵거나, 한참을 들여다봐야 겨우 ‘아, 이거 어디 부위겠다.’ 할 수 있거나, 아무리 봐도 이게 사람의 몸이기나 한 건지 알쏭달쏭한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사진이란 매체와 누드라는 소재가 만났을 때 품게 마련인 기대감을 배반한다. 아날로그 방식으로 여전히 자신이 직접 손으로 뽑아내는 프린트 작업을 고집하기 때문에 그의 작품은 톤만 달리한 다양한 회색들이 층층이 쌓이면서 묘한 효과를 빚어 낸다. 그래서 이전의 풍경 사진들과 이번의 인물 사진이 어떻게 다르고 어떻게 비슷하냐는 질문에 대한 작가의 대답은 시원시원하다. “별 다른 차이가 없다.” 그는 인물과 풍경 사진을 계속 병행해서 찍다 보니 “처음에는 스튜디오에서 사람을 찍는 것은 연출이고 자연을 찍는 것은 말 그대로 자연이라 생각했는데 자연이란 것도 결국 연출일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사람 사진은 사람이 도와줘야 찍을 수 있는 사진이듯 자연 사진도 자연이 있는 그대로 고스란히 있는데 자기가 가서 찍는 게 아니라 자연이 도와줘야 찍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작가가 이번 작업을 두고 “내가 평생 미친 듯이 찍으러 다닌 잡초도, 산등성이도, 바다도, 폭포도 죄다 몸을 닮았음을 알겠다.”고 표현한 이유다. ●주변에서 괜찮은 일반인을 모델로 써 작가의 작업 방식을 보면 실제로도 그렇다. 일단 주변에서 괜찮은 일반인들을 모델로 쓴다. “절대 직업적인 모델을 기용하지 않지만, 선이 곱게 표현되려면 피부가 깨끗해야 한다.”는 것 외엔 별 다른 조건이 없다. “즉흥적으로 몰아붙이는 자유분방함 속에 오히려 내재하는 미적인 질서”를 드러내 보이고 싶어서다. ‘몸의 어떤 부분이든 살짝살짝만 보여 주는’ 이유이기도 하다. 누드 작업이라 일반인들이 좀 망설일 것도 같은데 의외로 망설이는 것은 처음에 한두 번 정도다. 작품 사진 한두 번 체크하고 나면 모델들이 더 열성적으로 사진 작업에 나선다고 한다. ●10여년간 작업해온 작품 133점 실어 책에 실린 작품은 모두 133점. 지난 10여년간 풍경 작업을 해 오던 중에 중간중간 찍은 작품들을 모은 것이다. 사진 컬렉션으로 지명도가 높은 미국 샌타바버라미술관에서 지난여름 동안 전시됐던 작품들이다. 책 표지는 그 전시에서 가장 호평받았던 사진이기도 하다. 지난해 11월 프랑스 파리 갤러리파티쿨리에 전시 때도 호평을 받았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사연따라 연예반세기(演藝半世紀)…그시절 그노래(13)

    사연따라 연예반세기(演藝半世紀)…그시절 그노래(13)

     남인수(南仁樹)의 생애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동반자라면 바로 작곡가 박시춘(朴是春)을 꼽는다. 그들은 같은 시기에 작곡가 가수로 출발해서 한 사람이 세상을 떠날 때까지의 30년 세월을 마치 한몸처럼 살았다. 작곡가·가수의「콤비네이션」이 이들만큼 척 들어맞아 오래 변치 않은 예도 드물다. 남인수(南仁樹)가 인기가수로 한 세대를 주름잡았다면 그에게 노래를 대어준 박시춘(朴是春)은 남인수(南仁樹)를「스타」로 만든「스타·메이커」다.    본명이 박순동(朴順東)인 박시춘(朴是春)은 밀양(密陽) 태생, 밀양(密陽)보통학교를 나왔다. 14살에 가출해서「카페」의「보이」노릇, 무성영화 순읍대(巡邑隊)의 견습 기사로 10대를 보냈다. 특별히 음악교육을 받은 것도 아니다.  그런데 그는 가요 반세기에 가장 우수한 작곡가로 군림했고 오늘까지 3천여곡의 대중 가요를 발표했다. 선천적인 재능 탓(때문)일까. 7살부터 날린 북솜씨로 무성영화 순읍대(巡邑隊)에 들어  아닌 게 아니라 그는 7살 때, 밀양(密陽)보통학교 운동회에서『브라스·밴드』의 북을 맡아 신동(神童) 소리를 들었다 한다. 그가 14살때 전남 순천(順天)으로 가서 무성영화 순읍대의 한「멤버」로 채용된 것도 이 북 솜씨 덕이었다. 그 때의 순읍대란 활동사진을 가지고 경향 각지를 순회 상영하는 영사반. 영화의 주인과 영화를 돌리는 기사, 육성으로 해설하는 변사, 그리고 손님을 끄는 악사로 구성돼 있었다. 석양 무렵이면 손님을 끌기 위해서 나팔을 불고 북 치며 교외를 도는데 마침 북잡이가 없어서 대신 북을 쳐 준 것이 주인의 눈에 든 것. 일본인 주인은 그 뒤 박시춘(朴是春)을 일본으로 데려가 가요계「데뷔」의 길을 터 준 것이다.  연예계를 향한 충동은 좀더 어려서부터다.  『아버지(朴源居씨)가 밀양서 사설권번(卷番)을 차리고 있었다. 기생들의 노래 소리가 끊일 날 없었다. 병아리 기생들은 1주일에 한번씩 남도잡가 같은 노래 시험을 치렀는데 나는 그들의 노래를 하도 들어서 4살 때부터 가사를 모두 외웠다. 기생 시험생들이 나를 등에 엎고 다니며 노래 가사를 일러 달라고 조르던 일이 생각난다』(박시춘(朴是春)씨 말)  남도잡가 기사 일러주며···기생 등에 업혀 지내기도  「한량」이던 아버지는 그가 11살때 세상을 떠났고 5남매의 3째이던 그는 14살에 집을 뛰쳐 나왔다. 가세가 아버지의 죽음과 함께 몰락했기 때문이다. 전남 여수(麗水)에서 일본인 부부가 경영하는「카페」에(원본 글자체는 거꾸로 찍혔음) 들어가 소년「지배인」으로 취직. 이것이 서울을 중심으로 일본, 만주(滿洲)를 유랑한 방랑 반평생의 시작.  북을 쳐 주다가 무성영화 순읍대의 대원이 된 박시춘(朴是春)은 순읍대의 본부인 일본(日本) 구주(九洲)「미야사끼」(宮崎)에 갔다. 거기서 일이 없는 겨울 한철을 연주 공부로 채웠다.「트럼페트」「트럼본」「기타」「바이얼린」「피아노」등, 지금의 박시춘(朴是春)이 연주할 수 있는 악기의 기초공부는 모두 그곳에서 터득했다는 것. 물론 선생이 있는 게 아니고 그저 악기가 있으니까 혼자 연습한 것이다. 이것이 그에게 작곡가의 길을 터 주는 계기가 됐다.  그를 발탁한 사람은 극작가 이서구(李瑞求). 이(李)씨는 그때「고베」(神戶)에 있는「시애론·레코드」의 문예부장이었다. 악기를 만지며 흥이 이는 대로 만든「멜러디」를 보고 이서구(李瑞求)는 박시춘(朴是春)을「시애론」에 입사시켰다. 작곡·연주를 겸한 본격적인 연예 활동이 시작된 것이다.  34년에 귀국해서 남인수(南仁樹)를 만났다. 그때 남인수(南仁樹)는 17살의 떠꺼머리 총각이었고 박시춘(朴是春)은「하이칼라」의 신식 멋장이, 22살의 한창 나이였다.  첫 취입곡이 그 유명한『애수의 소야곡』『범벅 서울』그리고 두 사람이 OK로 옮기면서 쏟아져 나온『꼬집힌 풋사랑』『감격시대』『항구의 청춘시』등, 어쨌든 이들「콤비」의 노래는 나오는 대로「히트」했고 8·15 해방까지 계속되었다. 한번 OK에 전속된 뒤로는 OK가 없어질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는 것도 특기할 만하다.  박시춘(朴是春)의 곡은 남인수(南仁樹) 이외에도 많은 가수에 의해「히트」됐다. 김정구(金貞九)의『왕서방 연서』『앵화 폭풍』『항구의 선술집』,이난영(李蘭影)의『산호빛 하소연』『바다의 꿈』『괄세를 마오』, 장세정(張世貞)의『금단의 꽃』『남장 미인』, 현인(玄仁)의『신라의 달밤』『러키 서울』- 그리고 범국민가요가 되다시피한『전우여 잘 자거라』『승리의 용사』『전선야곡』등도 박(朴)씨의 작곡.  레코드사(社) 문예부장이던 이서구(李瑞求)씨가 발탁  61살이 된 요즘도 박시춘(朴是春)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유행가의「멜러디」를 생산하고 있다. 160cm 남짓한 짤막한 키에 미소년 같은 얼굴, 그의 표정은 언제나 장난기가 가득찬 홍안 미소년이다. 조그만 일에도 흥겨워 하고 적당히 감상적인 성격이 어쩌면 타고난 대중가요 작곡가다.  『한때 좋아하던 아가씨가 있었다. 관철동(현재 서울 종로구)에 있는「미야고」라는「바」의 19살짜리 여급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찾아볼 수 없게 미인이었고 마음씨도 고왔다』  그 미인한테 반해서 박시춘(朴是春)은 2년간 그「바」의 단골손님이 됐다. 25살때의 일이다. 결혼까지 생각했던 모양인데 그 아가씨는 끝내 이 인기 작곡가의 청을 들어주지 않았다. 기생이란 자신의 위치와 일류 인기 작곡가의 처지가 행복한 결합일 수 없다고 판단한 때문이었을까.  말하자면 박시춘(朴是春)은 실연을 한 셈인데 그때 만든 노래가『영자야 가거라』다. <영자야 가려므나, 네 맘대로 가려므나, 못믿을 사람아, 네가 찾는 세상은 화류계 나라, 춘향이는 못될 망정 정개는 절개, 그, 어이 값 없으랴->  박시춘(朴是春)은 지금도 한잔 얼큰해지면 30여년 전, 돈과 인기와 젋음이 절정이었던 시절을 회상하며 이 노래를 흥얼거린다. 멋과 낭만을 무엇보다 사랑했던 전형적인 대중가요 작곡가. 낭만이 메말라 가는 사회에서도 가요계의 원로 박시춘(朴是春) 자신만은 결코 대중가요 같은 낭만을 잃지 않고 있다. <조관희(趙觀熙) 기자>[선데이서울 73년 4월 1일 제6권 13호 통권 제233호] ●이 기사는 ‘공전의 히트’를 친 연예주간지 ‘선데이서울’에 39년전 실렸던 기사 내용입니다. 기사 내용과 광고 카피 등 당시의 사회상을 지금과 비교하면서 보시면 더욱 재미있습니다. 한권에 얼마냐고요? 50원이었습니다. ●이 기사에 대한 저작권, 판권 등 지적재산권은 서울신문의 소유입니다. 무단 전재, 복사, 저장, 전송, 개작 등은 관련법으로 금지돼 있습니다.
  • [씨줄날줄] 포스코 녹색경영/육철수 논설위원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북극해의 얼음 면적이 또 줄었다고 한다. 미국 국립빙설자료센터(NSIDC)가 최근 위성으로 관측해 봤더니 북극 해빙(海氷)의 면적은 342만㎢ 였다. 지난해보다 18% 감소했다. 이런 추세라면 40년 뒤에는 북극의 얼음이 모두 녹아버릴 것이다. 얼음이 사라지면 지구는 태양열을 반사시키지 못해 온통 찜통으로 바뀔지도 모른다. 끔찍한 미래가 해가 다르게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이를 경고라도 하듯, ‘환경위기시계’(12시에 다가갈수록 인류의 생존율이 낮아짐)는 여전히 위험 시간대(9~12시)에서 째깍거리고 있다. 환경재단에 따르면 세계의 환경시계(9시 23분)는 작년보다 22분이나 빨라졌다. 해마다 북극의 얼음이 녹아내리고, 거대한 숲들이 사라지며, 공장의 배출가스 등이 증가하는 탓이다. 반면 우리나라의 올해 환경시간은 9시 32분이라고 한다. 역대 최악이던 지난해보다 27분을 거꾸로 돌려놓았다. 다행이다. 우리의 환경시계가 호전된 것은 정부가 중점 추진 중인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과 기업들의 녹색경영 노력에 힘입은 바 크다. 국내의 녹색경영을 선도해 온 포스코가 마침내 세계의 ‘녹색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세계적 기후변화 평가기관인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 위원회’가 선정한 우수 기업군(500대 대상 기업 가운데 10% 안에 포함)에 뽑힌 것이다. 세계 철강기업 중에는 처음이란다. 국제 투자가들이 기업가치와 이미지가 크게 올라간 포스코를 더욱 눈여겨볼 것이란 점에서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포스코의 ‘녹색 업적’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게 아니다. 창사 이래 5조원이 넘는 투자(전체 투자의 10%)를 꾸준히 해왔다. 무엇보다 최고경영자를 비롯한 종사자들의 녹색철학이 일관되고 적극적이었던 게 오늘의 결실을 가져오지 않았나 싶다. 사실 철강 1t을 생산하면 온실가스 2.2㎏이 배출된다. 포스코는 에너지 재활용 등을 통해 2007~2009년에만 123만t의 온실가스를 감축했다. 소나무 한 그루가 1년에 이산화탄소 2.8㎏을 빨아들인다니까 무려 4억 4000만 그루를 심은 효과를 냈다는 얘기다. 녹색경영은 멀리 보면 인류를 살리고 지구를 온난화의 재앙에서 구하는 일이다. 경세제민(經世濟民)에 발을 들여놓은 기업 경영인이라면 꼭 갖춰야 할 시대적 덕목이다. 포스코의 녹색경영이 우리의 환경위기시계를 안전 시간대로 돌려놓는 견인차가 되었으면 한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김병일 사람과 향기] 높아지는 자살률을 되낮추는 작은 시도들

    [김병일 사람과 향기] 높아지는 자살률을 되낮추는 작은 시도들

    지난주에 통계청이 발표한 ‘2011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자살로 사망한 사람은 1만 5905명이라고 한다. 이는 하루 평균 43.6명이 자살로 고귀한 생을 마감했음을 뜻한다. 2006년 1만 653명에 비해 불과 5년 만에 50%나 증가한 수치이다. 그런데 우리를 더욱 우울하게 하는 것은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인구 10만명당 자살률도 비례해서 높아진다는 점이다. 연령대별로 볼 때 20대와 30대는 각각 24.3명과 30.5명인 데 비하여 70대가 84.4명, 80세 이상이 116.9명으로 가장 높았다. 사회적으로 존경받고 봉양받아야 할 70, 80대의 자살률이 20, 30대 젊은 층보다 무려 4배가량 높은 셈이다. 국제적으로 비교해 보면 2010년을 기준으로 할 때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이 우리나라가 33.5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2.8명의 2.6배에 달한다. 이는 전통적으로 자살률이 높은 국가로 꼽혀온 헝가리, 러시아, 일본 모두를 압도하는 수치다. 그 결과 2004년 이후 줄곧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더구나 OECD 회원국의 평균 자살률은 5년 전에 비해 모두 감소하는데 우리만 거꾸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극히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자살률이 이처럼 늘어만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경제적인 요인만으로는 설명이 안 된다. 지난 10년간 1인당 소득은 1.8배 높아졌지만 자살률은 오히려 2.3배 늘었다. 복지 혜택도 선진국에는 못 미쳐도 기초노령연금제와 장기요양제 실시 등 그동안 수준이 꾸준히 높아져 왔다. 이런 사실은 경제적 부의 증가가 반드시 행복을 비례적으로 증진시키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말해준다. 미국의 유명한 경제사학자인 리처드 이스털린은 기본적인 물질적 수준이 달성되면 그때부터는 부의 증가가 더 이상 행복을 견인하지 못한다는, 이른바 ‘이스털린 패러독스’를 발표한 바 있다. 자살의 주된 동기가 경제적인 문제 때문은 아니라는 말이다. 전문가들은 자살을 사회적 문제로 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함을 강조하면서 이에 따른 정부의 실효적인 대책을 주문한다. 지당한 말이다. 자살을 생각하거나 실행에 옮기는 사람들이 번민하는 문제 가운데 상당 부분은 제도적인 접근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다. 하지만 제도적인 접근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있다는 사실 또한 잊어서는 안 된다. 더불어 사는 사람들과 우리들의 관계이다. 관계는 ‘인간’을 전제로 한다. 사람은 사회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심리학자 C S 루이스의 조사에 의하면 행복감을 느끼는 미국인의 80%가 그 원인을 타인과의 관계가 좋기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결국 행복하게 사는 것도, 불행으로 자살을 하는 것도 그만큼 타인과의 관계가 중요한 변수라는 의미이다. 따라서 높아져만 가는 우리사회의 자살률을 다시 낮추기 위해서는 더불어 사는 사람들, 그 가운데에서도 자주 대하는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를 소중히 여기고 배려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관계를 소중히 여기고 내가 먼저 상대를 배려하는 태도는 우리에게 낯선 것이 아니다. 유학의 중심덕목인 ‘인’(仁)의 가장 중요한 성분이 타인에 대한 배려, 즉 측은지심(惻隱之心)이라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우리 선현들 대부분은 학자이기 이전에 이 측은지심을 몸소 실천한 분들이다. 퇴계 선생만 하더라도 가족은 물론 제자와 하인 등 주위의 모든 사람들에게 항상 스스로 낮추고 배려하고 소통하는 삶을 살았다. 퇴계 선생이 아들과 손자에게 보낸 편지를 묶은 ‘가서’(家書)를 보면 선생의 그런 인간적인 면모들이 페이지마다 물씬 풍겨 나온다. 마침 20일부터 국립민속박물관에서는 민속박물관과 한국국학진흥원이 공동으로 마련하는 진성이씨 퇴계가문의 유물전시회가 1년 예정으로 개막된다. 여기에는 가족과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보여준 퇴계 선생의 인간적 면모를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들이 일반에 선보일 예정이다. 더불어 사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과 배려를 실천했던 선현들의 마음을 살펴보면서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의 행복한 삶을 찾아가는 소중한 자리가 되기를 기대한다.
  • [경제프리즘] 8억 증발 ‘1초 미스터리’

    전자소재 전문기업으로 코스닥에 상장된 SSCP가 18일 부도를 냈다. 이날 증시 개장 직후 이 기업의 주식을 산 사람은 고스란히 투자금을 날리게 됐다. 그런데 개장 직후부터 매매정지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1초였다. 눈 깜짝할 사이에 거래된 주식은 65만주. 돈으로 따지면 약 8억원어치다. 단 1초의 차이로 피해를 본 투자자들은 “한국거래소가 증시 개장 전에 매매정지를 시켰어야 했다.”며 원성을 터트리고 있다. 거꾸로 1초 사이에 주식을 판 투자자들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한국거래소가 SSCP의 매매거래를 정지시킨 것은 오전 9시 1초였다. 거래정지 처분과 동시에 회사 측에 부도설에 대한 확인 공시를 요구했다. SSCP는 이날 돌아온 어음 11억 9500만원을 결제하지 못해 최종부도 처리됐다. 거래소는 즉각 SSCP의 상장 폐지를 결정했다. 20∼28일 정리매매를 거쳐 29일 상장폐지시킬 예정이다. 문제는 개장 전에 동시호가로 매매 주문을 낸 거래가 장 시작과 동시에 체결됐다는 데 있다. 불과 1초 사이에 65만주가 매매됐다. 손실을 본 투자자들은 거래소 내부의 실수나 고의 가능성을 의심한다. SSCP의 주식을 산 한 투자자는 “3100만원어치 매수 주문이 체결되자마자 곧바로 거래가 정지됐다.”면서 “부도설을 알고 있던 사람들과 거래소 간의 공모가 의심스럽다.”고 성토했다. 거래소 측은 펄쩍 뛴다. 거래소 관계자는 “장 개시 직전에 부도설 제보를 받고 확인 과정을 거친 뒤 최대한 빨리 거래를 정지시켰는데 공교롭게 그 시간이 9시 1초였다.”면서 “만약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거래를 정지하면 더 큰 피해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해명했다. 이성원기자 lsw1469@seoul.co.kr
  • [길을 품은 우리 동네] 아산시, 온천 산업화 본격 시동

    아산을 대표하는 온천은 온양온천이다. 온양은 백제시대 온정(溫井), 고려시대 온수(溫水), 조선시대 이후 온양(溫陽)이라고 불려왔을 만큼 오래된 온천이다. 특히 조선시대에는 왕이 궁궐을 짓고 휴양과 집무를 보던 온궁(溫宮·온양행궁)이 세워지기도 했다. 조선시대 9개 행궁 중 휴양시설은 온궁이 유일하다. 세종실록지리지에 수록된 온궁의 규모는 가옥 25간(間)이었으나 조선 후기 기록에는 62간으로 확대됐다. 온궁의 위치는 현재 온양관광호텔 구내로 추정되는데 옛 모습은 사라진 채 영괴대(靈槐臺)와 신정비(神井碑)가 역사의 흔적을 보여준다. 신정비는 온양이 온천뿐 아니라 냉천(泉)으로도 유명했다는 전설의 우물터에 세워진 것이고, 영괴대는 사도세자가 활을 쏘던 활터다. 비 전면에 새겨진 글씨는 정조가 쓴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주변에 350년된 느티나무 세그루가 있다. 아산에는 온양온천을 비롯해 4개 온천이 있는데 72개 온천공 중 현재 40개가 사용되고 온천을 이용하는 업소는 목욕탕과 숙박업소 등 74곳이다. 수온은 온양온천이 37.8~54.9℃로 가장 높고 도고온천(25~35.5℃), 아산온천(25.8~31.7℃), 충무온천(35℃) 등이다. 온양온천은 온천공 및 사용업소가 가장 많은데다 천량(泉量)이 풍부하고, 도고온천에는 유황온천과 아산 유일의 보양온천이 있다. 아산시가 2013년 온천대축제를 앞두고 천혜의 자원인 온천(溫泉) 산업화에 시동을 걸었다. 지난해 아산의 온천 방문객이 1444만명을 돌파하면서 기반이 갖춰진데다 새로운 온천 문화에 대한 필요성도 제기됐다. 지자체가 나서 온천수 제품 브랜드로 사용할 ‘온궁’에 대한 상표 등록을 마쳤다. 온궁은 거꾸로 봐도 온궁이 된다. 온궁은 화장품과 입욕제, 아이패치, 티슈 등 다양한 제품에 공동 브랜드로 활용할 계획이다. 지자체는 로열티만 받고 품질을 제외한 간섭은 최소화할 방침이다. 출시를 앞두고 있는 입욕제는 온천산업의 가능성을 타진할 시제품이다. 동의보감에 나오는 약제와 온천수를 섞어 제작했다. 피부 개선과 각질 제거 효과 등이 우수한 것으로 입증받았다. 특히 아이들이 탕물을 마실 수 있는 점을 고려해 식품안전까지 마쳤다. 지난 8월 21일에는 파라다이스 스파 도고 내에 온궁한의원을 개원했다. 2015년 국내 최고의 온천의료관광 단지 조성의 신호탄으로 온궁에 있던 내의원을 모델로 온천과 의료를 접목한 신개념의 의료센터다. 이용객에 대한 체질진단과 한방검진, 초등생 비만 관리 프로그램을 통해 온천의료를 알리는 한편 노인과 형편이 어려운 차상위계층 주민에 대한 무료 치료도 실시키로 했다. 유선종 아산시 문화관광과장은 “우리나라에 온천이 많지만 시설좋은 ‘목욕탕’으로 전락하고 있다.”면서 “온천 이용시 의료보험을 적용하는 등 국민 건강관리를 위한 인프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산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종교플러스]

    성철스님 탄생 100주년 학술포럼 성철스님 탄생 100주년 기념 제7차 학술포럼이 오는 21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전통문화예술공연장에서 열린다. 조계종 백련불교문화재단이 주최하는 이번 포럼의 큰 주제는 ‘성철의 중도론’. 동국대 김성철 교수의 기조강연(‘중도의 실천-거꾸로 살기’)에 이어 한국외대 조준호 교수(‘초기불교의 중도와 퇴옹성철의 중도’), 동국대 김호귀 교수(‘선종의 선문답과 중도’)와 동국대 불교사회문화연구원 문무왕(‘퇴옹성철의 법어에 나타난 중도 표현’)씨가 논문을 발표한다. 교단선거법 개정안 교단에 전달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은 징계규정 강화를 골자로 하는 교단선거법 개정안을 확정, 최근 각 교단에 전달했다. 개정안은 부정선거 의혹제기에 관계당국의 즉시 기소와 60일 내 판결을 의무조항으로 정해 암묵적으로 부정선거를 용인하거나 판결을 지연하지 못하도록 했다. 부정선거 당사자에 대한 피선거권 및 총회·노회 대의원권 박탈, 금품수수자에 대한 최대 20배 벌금부과 조항도 신설했다.
  • 기업 자금운용, 2003년 카드사태이후 최저

    기업 자금운용, 2003년 카드사태이후 최저

    글로벌 금융위기가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면서 기업(비금융법인기업)의 자금운용 규모가 2003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주식시장의 일반투자자(개미)들은 2분기에 20조원 이상의 손실을 입었다. 한국은행이 17일 발표한 ‘2분기 자금순환 동향’에 따르면 기업들이 석 달 동안 굴린 돈은 2조 3397억원으로 ‘카드 대란’이 터졌던 2003년 2분기(-4조 2065억원) 이후 가장 적다. 전분기(32조 8510억원)에 비해서는 30조 5113억원이나 줄어들었다. 정유성 한은 경제통계국 자금순환팀장은 “기업의 실적 부진이 가장 큰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기업들은 예금이나 주식 투자 등을 크게 줄였다. 조달 자금도 전분기(53조 6441억원)보다 33조 2689억원 줄어든 20조 3752억원에 그쳤다. 위험자산 회피로 회사채 발행 등 직접금융 시장이 위축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자금 부족액은 18조 355억원으로 전분기(20조 7931억원)보다 2조 7576억원 줄었다. 기업들 역시 위험 회피로 설비투자를 줄이고 있어서다. 거꾸로 가계 및 비영리단체는 주식투자를 2조 9754억원 늘렸다. 단기 저축성예금 등은 1조 8492억원 줄였다. 정 팀장은 “예금이 유가증권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아 개인투자자들이 2분기에 주식을 많이 산 것 같다.”고 분석했다. 여기서의 가계는 소규모 자영업자도 포함한다. 소비자단체 등 비영리단체는 주식투자를 거의 하지 않기 때문에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주식 관련 자금은 사실상 ‘개미’들의 자금이다. 이들의 6월 말 주식 및 출자지분은 421조 7394억원으로 3월 말(439조 2701억원)보다 17조 5307억원 감소했다. 2분기에 새로 들어간 돈(2조 9754억원)까지 합하면 20조 5061억원이 ‘사라진’ 것이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 부채는 2분기에 1121조 4108억원으로 1분기(1106조 8631억원)보다 1.3% 늘어났다. 자영업자를 포함한 가계빚이 1100조원을 넘어섰다는 의미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특파원 칼럼] 문화 충격/주현진 베이징 특파원

    [특파원 칼럼] 문화 충격/주현진 베이징 특파원

    “샤오저우(小周)!” 중국에선 가까운 아랫사람을 친근하게 부를 때 성 앞에 작을 소(小)자를 붙인다. 상대방의 성이 주(周)라면 ‘샤오저우’로 부른다. 우리의 ‘주군(君)’ 혹은 ‘주양(孃)’ 같은 표현이다. 베이징 시정부의 한 여성대변인이 ‘샤오저우’라고 호칭해 당황스러웠던 경험이 있다. 공적인 자리에서 딱 두 번 식사를 한 게 인연의 전부인 사람이다. 중국인 기자들을 만나 “매우 불쾌했다.”고 얘기하자 그들은 한결같이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거꾸로 나이 많은 기자가 자신보다 어린 대변인에게 ‘샤오X’라고 불러도 되겠느냐고 묻자 기겁하는 반응이 돌아왔다. 우리와 다른 언론 체제를 가진 중국에선 관료인 대변인과 언론인은 대등한 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대변인이 기자에게 ‘주양’이라는 호칭을 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반대 상황은 안 된다는 것이다. 자신에게 익숙한 문화와 전혀 다른 질서를 맞닥뜨릴 때 겪는 불편함과 불안감을 컬처 쇼크(문화 충격)라고 부른다. 문화 간 의사소통(intercultural communication)의 대표적인 이론 중 하나로 인류학자 칼레르보 오베르그가 1954년 처음 소개했다. 컬처 쇼크의 크기는 이미 형성된 고유의 문화 의식 정도에 비례한다. 주목할 만한 것은 고유의 문화 의식이 현지의 사건을 본국으로 타전하는 특파원들에게는 새로운 문화를 이해하는 데 장애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문화 간 의사소통에서 고유의 문화 의식이 유발하는 대표적인 장애로 ‘인식의 오류’가 꼽힌다. 상대방의 문화를 자신의 방식으로 해석하면서 생기는 오해다. 이것이 신문 지면으로 옮겨질 경우 ‘오보’가 된다. 수십명의 사망자를 낸 7월 21일의 베이징 폭우 직후 베이징 시장이 사임한 사건을 일부 국내 언론들이 문책성 인사라고 보도한 게 대표적인 예다. 중국은 공산당이 정부를 이끈다는 점에서 베이징 당서기가 베이징 시장보다 직급이 높고, 당시 베이징 시장은 당서기로 승진한 뒤 시장직을 사임하는 절차를 밟던 중이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그 마무리 승진 절차인 베이징 시장 사임이 폭우 뒤 시민의 원성이 하늘을 찌를 때 이뤄지면서 국내 언론은 우리의 상식에 따라 승진을 낙마로 해석한 것이다. 고정관념(스테레오타입)도 문화 간 소통의 대표적인 장애다. 편견으로도 이해되는 고정관념이란 자신이 가진 정보만으로 상대를 특정 이미지에 끼워 맞추어 판단해 버리는 경향을 말한다. 중국에 대한 선입견에 맞춰 중국의 사건을 바라보는 게 그것이다. 예컨대 댜오위다오(釣魚島·일본명 센카쿠열도)에 대한 일본의 지배가 청·일전쟁의 결과물이란 과거사는 뒤로한 채 이 섬을 둘러싼 중·일 간 분쟁을 중국의 영토확장 시도로만 보려는 시각도 고정관념과 무관치 않다. 물론 중국이 이어도 영유권을 주장하고 한국의 고대사를 자국 역사로 편입시키는 ‘동북공정’으로 한국인들을 불안하게 해왔다는 점에서 이 같은 편견은 중국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크다. 문화 간 의사소통에선 고유의 문화 의식 때문에 많은 장애가 발생한다. 다른 문화와 접할 때보다 적극적인 소통의 노력이 요구되는 이유다. 중국과 한국은 이데올로기적으로 차이가 크고, 20세기 후반 한동안 서로 단절 상태에 있었다. 베이징 특파원이란 바로 문화 간 의사소통의 중심에 서 있는 조율자란 점에서 중국인들과 교류하기 위해 애써야 하고, 중국 역시 한국 특파원들의 ‘중국 이해’를 돕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중국을 제대로 알고, 중국도 세상에 자신을 제대로 알릴 수 있는 길이다. 심할 경우 불편함을 넘어 혐오감까지 유발한다는 컬처 쇼크는 밀월기-좌절기-조정기-적응기의 단계를 거쳐 비로소 불편함이 해소된다고 한다. ‘샤오저우 사건’ 이후 베이징시 행사에 참석하는 게 어쩐지 아직 껄끄럽다. 중국에 왔으니 중국의 법을 따라 ‘샤오저우’란 호칭을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 아직도 좌절기의 어디쯤에 서 있는 기분이다. jhj@seoul.co.kr
  • 면도칼 꽂고 매니큐어 칠하는 스님

    면도칼 꽂고 매니큐어 칠하는 스님

    말로만 들었을 때에는 이거 웬 호사인가 했다. 구스타프 말러의 9번 교향곡 ‘대지의 노래’와 안견의 ‘몽유도원도’를 주제로 삼았다고 했다. 좋은 건 다 끌어다 붙였다 싶은데, 표현 기법은 또 얄궂게도 면도날에다 매니큐어다. 더군다나 작가는 스님인데 그 스님은 또 재즈 피아니스트이기도 하단다. 그런데 얘기를 들어 보니 그럴 만도 하다 싶다. “부모를 욕 뵈는 얘긴데….” 잠시 망설이더니 “(전시를 하겠다고 나선 게) 자업자득이지. 허허.”라고 운을 뗀 뒤 풀어놓은 얘기는 이랬다. 풍족한 집안에서 났다. 돈 자랑 말라는 여수가 고향이다. 아버지는 일본 와세다대를 나왔고, 집에는 피아노가 있을 정도로 풍족하게 누리며 살았다. 그림과 음악도 어릴 적부터 익히고 배웠다. 그런데 아버지는 세 집 살림을 차렸다. 어머니가 겪던 고통, 복잡한 집안 환경에 괴로워하다 15살 때 출가를 결행했다. “손재주가 좀 있었어요. 연 같은 거 동네 아이들에게 만들어 팔고는 그 돈을 차곡차곡 모았지요.” 어린애답지 않은 치밀한 준비였다곤 하지만 그래 봤자 어린애가 같은 동네 어린애들에게 받은 푼돈이다. 그럼에도 목표는 해남 대흥사와 제주 정방사로 정했다. 이유는 화가 천경자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린 놈이 분에 넘치는 어려운 책을 막 읽었을 때예요. 그때 천경자가 아마 고흥 어디 여자중학교 선생님이었을 거예요. 그때 쓴 책 중에 ‘유성이 흘러간 곳’이란 게 있어요. 그 책에 두 사찰 얘기가 나와요. 천경자의 그림 얘기에 푹 빠져서 두 곳을 일단 가본 뒤 내 인생을 결정짓겠다고 한 거죠.” 결론은 출가였다. ●복잡한 집안 사정에 15살 때 출가 그렇게 10여년을 숨어 살았다. 그런데 어느 날부턴가 갑자기 아버지가 보고 싶어졌다. “그렇게 미워하고 원망했던 아버지였는데, 어느 날 갑자기 왠지 너무 보고 싶고 또 불쌍해 보이고 그런 거예요. 그런데 지금과 달리 그때만 해도 한 번 출가한 이상 속가에 다시 가는 걸 절대 금지할 때예요. 그래서 한 달을 고민 고민하다 겨우 말씀드려서 허락을 받았지요.” 그렇게 여수 집을 찾아가 보니 “알고 찾아 왔느냐.”고 맨발로 뛰어나온 누나는 소복을 입고 있었다. 집 대문을 두드린 그날이 아버지의 삼우재 날이었다. “그 한 달을 안 참았더라면, 그래도 임종을 지킬 수 있었겠지요.” 목소리가 약간 울적하다. 24일까지 서울 관훈동 인사아트센터 1층에서 개인전을 여는 정산 김연식(66) 작가는 그래서 불교적인 양면성을 작품에 투영한다. 칼 하면 무서운 흉기이기도 하지만 ‘여성이 제모하는 데 쓰면 섹시하고, 요리사가 쓰면 맛이 나고, 장군이 휘두르면 나라를 구하기도’ 한다. 더구나 면도칼은 자그마하면서도 가운데 화려한 모양으로 구멍이 뚫려 있어 아름다움도 준다. 채색할 때 굳이 물감이 아니라 매니큐어를 쓰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여성을 아름답게 하기 위해 수많은 연구진이 만들어 낸, 아주 세속적이고 색정적’인 도구지만 ‘거꾸로 그래서 그걸로 불교적인 무용(無用)의 세계를 그려 낸다는 것이 너무나 매혹적’이어서다. 말러와 안견을 끌어들인 것 또한 비슷한 이유에서다. ‘대지의 노래’는 소멸의 노래이자 영원의 노래다. 몽유도원도 역시 아련한 이상세계에 대한 필치가 또렷하다. “불교에서는 열반을 중시하잖아요. 그 열반을 뭐라 하느냐, 촛불이 꺼진 뒤 향이 사그라지는 것이라고 해요. 그 열반의 경지, 수도정진의 느낌이 들어 말러와 안견을 한데 묶어 보았지요.” 작품 크기도 크다. ‘구스타프 말러의 몽유도원도’는 가로 길이만 11m여서 면도칼 4만여개를 썼다. 말러의 2번 교향곡 ‘부활’에서 따온 작품도 있다. 3만여개의 면도칼을 공중에 매달아 지름 1.5m 정도의 동그란 공 모양을 만들었는데 날카로운 금속면에 서로가 서로를 반사하는 모양을 본떴다. 불교의 인드라망은 늘 부활을 가능케 한다. ●인사동 사찰음식전문점으로도 유명 사실 정산 김연식 하면 알 만한 사람들은 대부분 인사동 사찰음식전문점을 떠올린다. 젊은 시절 10여년 동안 여러 절을 떠돌아 다니면서 사찰음식을 체계적으로 연구한 뒤 널리 알리자는 생각에서 아주 오랫동안 가게를 운영해 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묘하게도 미술로 돌아왔다. 어릴 적부터 늘 조금씩 해 왔던 것들인데 혼자 두고 보기 아깝다는 주변 사람 권유 때문에 전시를 하게 됐다. “욕심이 많아 대작만 한다.”면서도 “기왕지사 한 20년간 정진해 보고 싶다.”고 한다. “그게 참 묘한 것 같아요. 어릴 적 천경자의 글과 그림을 그렇게 좋아했어도 이리 될는지는 몰랐는데, 결국 돌고 돌아 이렇게 인사동에 와서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게 그게 참….” 표정이 허허롭다. 만약 출가를 안 했다 해도? “그럼요. 아마 그림 그리고 있을 겁니다.” 눈빛은 확신에 차 있었다. (02)736-1020.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데스크 시각] 거꾸로 대선승리법/오일만 정치부 차장

    [데스크 시각] 거꾸로 대선승리법/오일만 정치부 차장

    율곡 이이(李珥)는 1569년 갓 등극한 17세 어린 군주(선조)에게 장문의 상소문을 올린다. 조선 건국 177년이 지나 기존 질서가 붕괴되어 과감한 경장(更張)만이 살 길이라는 게 요지였다. 그 유명한 동호문답이다. 그는 조선의 정세를 옛집이 오래돼 대들보가 썩어서 곧 무너지려는 상황으로 진단하고 근본적인 개혁을 설파했다. 어린 선조와 그를 둘러싼 권력 실세들은 “지금은 만백성이 춤을 추는 태평성대”라며 코웃음 쳤다. 꼭 23년 후 조선은 임진왜란의 국난을 맞는다. 이이 선생의 고민은 2012년 대한민국에도 적용된다. 가중되는 서민들의 생활고, 무너지는 중산층, 비생산적인 정치권, 고질적인 지역주의, 절망에 빠진 젊은 세대…. 이것이 우리의 적나라한 현주소다. 단순하게 집을 수리하는 식의 미봉책으로는 출구 자체가 보이지 않는다. 패러다임 자체의 변화 없이 한국병은 도저히 손을 댈 수 없는 중증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원인과 결과에 대한 다양한 논쟁이 진행되고 있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1987년 체제 자체의 변혁을 처방으로 내놓는다. 직선 5년 단임제(대통령)와 소선구제(국회의원)로 요약되는 87년 개헌은 엄밀히 말하면 3김(김영삼·김대중·김종필)과 군부의 타협물이다. 당시 정치적으로 독재-반독재 구도 속에서 경제적으로는 고도성장을 뒷받침하는 체제였지만 25년이 지나면서 노화현상을 보이며 수명이 다해 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세상은 국내외적으로 급변하고 있는데 우리 정치권은 ‘유통기간’이 지난 과거 시스템에 매달려 있다. 주체사상을 금과옥조로 되뇌는 북한 김정은 3대 세습 정권과 무슨 차이가 있는지 반문하고 싶을 정도다. 우리 역시 이이가 지적한 경장의 시기에 직면한 것이다. 변화를 갈망하는 유권자들은 지금 반란을 꿈꾸고 있다. 다원적 가치를 추구하는 유권자들에게 이분법적 분열의 논리를 강요하는 정치권에 대한 반감과 혐오는 극에 달해 있다. ‘안철수 현상’이 단적인 예다. 지난해 10월 재보궐선거에서 5% 지지율을 보인 박원순씨를 일약 서울시장으로 만든 것은 유례가 없는 선거 쿠데타였다. 정치 소비자인 국민들의 요구가 외면당하는 상황에서 ‘반란의 대열’에 서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정치 변혁이란 측면에서 “큰 혼란 속에 큰 통치가 가능하다.”는 마오쩌둥의 대란대치(大亂大治)식 반어법이 통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이런 맥락에서 12월 대선은 어찌 보면 이미 해답이 나와 있다. 유권자들이 원하는 새로운 정치문법에 충실하게 따르면 된다. 신정치문법은 지난 25년간 작동했던 기존의 정치 행태를 거꾸로 뒤집으면 된다. 멱살잡이 정치에서 상생의 희망 정치로, 눈앞의 표를 손해 보더라도 장기적인 국가 전략을 제시하면 된다. 앞으로 누릴 복지 리스트만 잔뜩 나열하지 말고 국민들의 땀을 요구하는 진정성이 되레 표심을 잡을 것이다. 여야 모두 성장과 복지, 경제 공약 정책에서 변별력이 떨어지는 만큼 솔직한 진정성에 더 무게를 둘 것이다. 네거티브 전략에서 벗어나는 것, 이것도 주요한 키워드다. 여권에서 진행되고 있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 대한 신상털기식 검증은 반드시 부메랑으로 돌아오게 마련이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에게 가해지는 여당의 ‘유신 공세’ 역시 과거의 덫에 걸려 있는 야권의 밑천만 드러낼 뿐이다. 유권자들은 희망과 미래를 이야기하는 후보에게 박수를 보낸다. 네거티브 전략은 당장은 효과가 있는 것 같지만 결국은 마이너스가 되는 제로섬 게임에 불과하다. ‘바보 노무현’이 대권을 거머쥔 결정적인 동기는 누가 뭐래도 그의 도전 정신이었다. 지역구도의 정치 시스템이 시퍼렇게 작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의 ‘거꾸로 정신’이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마찬가지로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을 꿈꾸는 국민들은 상대방에게 박수를 치면서 ‘나는 더 잘할 수 있다’는 긍정의 비전을 제시하는 후보에게 찬사를 보낼 것이다. 이것이 국민들을 감동시킨다. 이것이 새로운 정치를 꿈꾸는 우리 국민들의 밑바닥 민심이다. oilman@seoul.co.kr
  • [프로야구] 보고싶다, 하늘의 수호신

    [프로야구] 보고싶다, 하늘의 수호신

    투타의 전설 고(故) 장효조와 최동원의 1주기를 맞아 추모 열기가 그라운드를 적시고 있다. ‘타격의 달인’ 장효조(왼쪽)가 세상을 떠난 지 7일로 1년이 되고 정확히 일주일 뒤가 ‘무쇠팔 투수’ 최동원(오른쪽)의 1주기다. 삼성은 5일 대구구장에서 LG와의 홈경기에 앞서 고인을 추모하는 묵념으로 경기장을 숙연하게 했다. 또 고인의 아들 장의태씨가 시구해 눈길을 끌었으며 선수들은 유니폼에 ‘레전드(LEGEND) 장효조’라고 적힌 패치를 달고 경기에 나섰다. 삼성은 지난해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도 ‘레전드 히터 장효조 0.331’ 패치를 단 채 경기에 임했다. 롯데는 11일 사직구장에서 추모식을 갖는다. 구단 관계자는 이날 “홈 경기 때 고인을 기리는 1주기 추모행사의 세부 일정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생전의 고인과 편하지 않은 관계였던 롯데는 구단 역사상 최초로 고인의 등번호 11번을 영구결번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책으로도 레전드를 기억할 수 있다. 프로야구 레전드 시리즈 1권 ‘타격의 달인 장효조’와 2권 ‘불멸의 철완 최동원’이 곧 햇빛을 본다. 왼손 타자였던 장효조는 현역 시절 “방망이를 거꾸로 쥐고도 타율 3할을 때린다.”는 말을 들을 만큼 천재적인 타격감으로 이름을 떨쳤다. 1983년 삼성 입단과 동시에 타율 .369를 기록하며 단숨에 수위 타자로 떠오른 그는 네 차례나 타격 1위에 등극했으며 1991년까지 8번이나 타율 3할을 넘겨 ‘영원한 3할 타자’로 명성을 날렸다. 961경기에 나서 세운 통산 타율 0.331은 국내 프로야구 불멸의 기록이다. 경남고와 연세대부터 최고의 투수로 군림했던 최동원은 1984년 한국시리즈에서 혼자 4승을 올려 롯데에 우승을 선사한 불세출의 스타였다. 8년 동안 통산 248경기에 나서 103승74패26세이브(평균자책점 2.48)를 기록했다. 1984년과 이듬해 연거푸 20승을 거뒀고 역대 한 시즌 최다 탈삼진(223개) 신기록을 세웠다. 국내 프로야구 사상 첫 1000탈삼진 시대를 열었다. 하늘의 레전드들이 바라고 있다는 듯 4일까지 삼성(64승44패2무)과 롯데(58승47패5무)는 각각 페넌트레이스 선두와 2위를 달리고 있다. 강동삼기자 kangtong@seoul.co.kr
  • [열린세상] 학제간 혹은 초학제간 연구의 활성화/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열린세상] 학제간 혹은 초학제간 연구의 활성화/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최근 우리 학계는 통섭과 융합이란 말로 학제 간 혹은 초학제 간 연구 방법을 숙의하고 있다. 물론 통섭이라든가 융합이라든가, 학제 간이라든가 초학제 간이라든가 하는 하나하나의 용어가 지닌 함의는 서로 다르다. 하지만 전공의 좁은 범위에서 자족하는 연구가 아니라 전공분야를 뛰어넘는 연구 속에서 새로운 학문 분야를 개척하고 또 각 분야의 연구방법을 심화시키고자 하는 목적은 비슷하다. 얼마 전에 성균관대학교 동양철학과 BK21 사업팀이 문화콘텐츠 총서를 간행한 것은 내가 생각하기에는 인문분야 학제 간 연구의 중요한 성과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 3권은 ‘제화시-인문정신의 문화적 가치’라는 제목인데, 이것은 2007년 2월 세미나를 통해 얻어진 연구 결과물이다. 참여 연구자들은 조선시대 그림 속에 나오는 제화시(題畵詩)를 주제로 글을 모아 그 시대 선비들의 마음과 정신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 또 한림대학교와 연세대학교에서 각각 다른 연구팀이 근대 지식 개념의 형성과 역사적 변화에 대해 연구한 것도 상당히 주목할 만한 업적이라고 본다. 사실 그동안 각 대학의 BK21사업은 학제 간 소통에 크게 기여했을 것이다. 대개의 사업이 올해 말이나 내년 초면 끝나는 듯한데, 그 득실에 대해서는 연구자마다 할 말이 많으리라. 하지만 나뿐만 아니라 많은 연구자들이 자신의 전공만이 아니라 타 전공으로 시선을 확대할 좋은 기회가 되었을 듯하다. 필자 또한 역사문화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켜 문학을 재해석하게 되었으며, 기초논리학의 공부를 할 수가 있었다. 초학제 간 연구 방면에서는 올해에 고등과학원이 초학제독립연구단을 결성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연구단은 사유 패러다임의 문화적 차이와 학문의 방법에 대해 논의하면서 학문 융합의 방법을 모색하는 심포지엄을 정기적으로 개최해오고 있다. 나는 우연한 기회에 2회 심포지엄에 참석했는데, 여러 연구자의 말씀을 청취하면서 정말로 많은 것을 배웠다. 앞으로 이 연구단이 사물의 분류와 지식의 탄생, 동서양의 시공간 인식 태도 등등 여러 주제를 심도 있게 다루어 나가길 기대한다. 연구가 진행됨에 따라 자연과학과 인문사회과학의 개별 연구들이 융합의 방향으로 나아가는 한편, 그것이 거꾸로 개별 분야의 연구를 심화시키는 데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되리라고 믿는다. 2년 전 일본의 메이지 대학에 객원교수로 있을 때 대학원 전담 과목 이외에 두 개의 대학원 학제 간 연구 과목에 참여한 적이 있다. 과목의 이름은 ‘문화계승학’과 ‘종합사학’이었다. 그 두 과목은 일본문학, 일본사학(특히 고문서학), 중국사학, 고고학, 민속학 분야의 전공교수들과 대학원생들이 자신들의 연구주제에 대해 발표하고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처음에는 기왓장의 문양, 탑신의 형태, 일본 고문서, 일본 신화론 따위가 나와 무슨 관계가 있으랴 생각했지만 차츰 많은 흥미가 일었다. 더구나 하나의 문물, 문서 혹은 문자표기체계가 어떻게 전파되고 변용되었는지를 연구하는 방법론은 내 분야에서 지식 담론의 생성과 유통을 분석하는데 많은 아이디어를 주었다. 우리 대학교에는 아직 학제 간 통합 과목이 개설되어 있지는 않다. 하지만 문과대학 내에 문이회(文以會)라는 교수 모임이 있다. 이 모임은 신간을 준비 중이거나 출판한 연구자가 자신의 저서를 소개하고 다른 연구자들이 질의하여 연구주제를 예각화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전공이 다를 경우 용어도 방법도 모두 생소하지만, 문과대학의 여러 학문분야를 아우를 수 있는 중요한 담론들이 이 모임에서 이루어진다. 게다가 학교 차원에서는 학문소통위원회가 정기적인 학술회의를 개최하여 학문의 소통과 융합에 관해 학내외의 다양한 연구자들로부터 고견을 청취하고 있다. 대단위 연구 사업, 대학 내 학문소통의 모임, 대학을 넘어선 초학제 간 심포지엄 등이 우리 학문을 발전시키는 데 매우 중요한 기능을 하리라는 것은 누구도 부정하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이러한 공동 연구나 통합 연구가 더욱 내실 있게 운영되기를 기대하고, 또 정부의 유효한 지원이 계속되기를 희망한다.
  • [고시 Q&A] 토플은 모든 국가, 토익은 日서 응시한 시험도 인정

    Q:5급 공채의 영어 과목이 토익, 토플 등 영어능력검정시험으로 대체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요즘에는 해외 어학연수를 하며 영어능력검정시험을 보기도 하는데요. 외국에서 본 시험도 인정해 주는지 궁금합니다. ☞<정책·고시·취업>최신 뉴스 보러가기 A:5등급 외무공무원 공채시험(외무고시)은 2004년부터, 5급 공무원 공채시험(행정고시)은 2005년부터 각각 1차시험의 영어 과목을 토플, 토익, 텝스, 지텔프(G-TELP), 플렉스(FLEX) 등 5가지의 영어능력검정시험으로 대체해 실용적인 영어능력을 평가하고 있습니다. 이 중 외국 시험인 토플, 토익, 지텔프는 응시자의 편의 도모를 위해 우리나라에서뿐만 아니라 외국에서 응시한 시험도 일부 인정해 주고 있습니다. 토플의 경우 모든 국가에서 응시한 시험을, 토익의 경우 일본에서 응시한 시험을, 지텔프는 미국에서 응시한 시험을 각각 인정해 주고 있습니다. 참고로, 영어능력검정시험의 성적은 응시원서 접수 시에 제출해야 합니다. 최종시험(통상 면접시험) 시행 예정일부터 거꾸로 계산해 2년이 되는 해의 1월 1일 이후에 실시한 시험에 한해 유효하게 인정됩니다. 안석기자 ccto@seoul.co.kr ●공무원 임용 시험이나 국가기관이 시행하는 각종 자격시험에 대해 궁금한 내용을 이메일(geo@seoul.co.kr)로 보내 주시면 매주 목요일자 ‘고시&취업’ 면에 답변을 게재하겠습니다.
  • [위안부 증거 있다] “日, 국제법 위반 면하려 軍·경찰 관여 철저히 숨겼다”

    [위안부 증거 있다] “日, 국제법 위반 면하려 軍·경찰 관여 철저히 숨겼다”

    “강제동원 증거가 있느냐고 묻는 것 자체가 잘못된 질문입니다. 일본이 그렇게 주장하는 이유는 경찰이나 군인이 강제로 끌고 간 적은 없지 않으냐, 국가총동원령 같은 법에 따라 징집하듯 끌고 간 적은 없지 않으냐는 겁니다. 그런데 거꾸로 말하자면 그러니까 점령지가 아니라 식민지인 겁니다. 점령지라면 군대가 전면에 나서겠지만 식민지는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되는 거지요. 식민지배 체제라는 큰 틀 아래에서 누가 위안소를 설치, 운영하고 위안부를 모집, 이송했느냐를 봐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 맥락을 다 버린 채 ‘강제로 끌고 간 증거가 있느냐’고 묻는 것은 진실을 찾아보겠다는 게 아니라 그냥 무시하겠다는 말에 불과합니다.” 한·일관계가 급속히 냉각되면서 마침내 일본군 위안부 문제까지 나왔다. 한국은 고노 담화마저 뒤집느냐며 벌집을 쑤신 분위기다. 그래서 위안부 문제 연구자인 윤명숙(50) 박사에게 물었다. 윤 박사는 2000년 일본 히토쓰바시대학에서 ‘일본의 군 위안소제도와 조선인 군위안부 형성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활동에 관여해 왔고 일제강점하강제동원진상규명위원회에서 위안부조사팀장을 맡은, 한국에서 몇 안 되는 일본군 위안부 전문가로 꼽힌다. 윤 박사는 고노 담화 자체도 그리 높게 평가하지는 않는다. 처음으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는 있지만 외교적 수사에 가려 일본 정부나 군이 주동했다는 부분은 모호하게 처리됐다고 본다. 잘못은 주로 민간에서 저질렀고 정부와 관련해서는 일부 불미스러운 사례가 있었다는 식의 언급으로 뭉뚱그려 놨다는 것이다. 윤 박사는 “1991년 일본 국회에서 위안부 관련 질문이 나왔을 때 당시 일본 정부 측 인사들의 답변 역시 총동원령 같은 명백한 법적 근거에 따라 시행된 게 아니니까 민간업자가 데려간 것 아니겠느냐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당시 일본은 공창제를 법률적으로 인정했고 조선은 식민지로서 공창제가 연장된 것이 위안소라는 논리다. 윤 박사는 1938년 2월 23일 내무성 통첩과 3월 4일 육군성 통첩에 주목한다. 1937년 중일전쟁 발발 이후 전선이 확대되면서 위안부가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이 통첩에는 위안부를 모집하되 21세 이상 매춘 경험이 있는 자로 한정하고 매매나 유괴 같은 형태를 엄격히 단속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그래놓고서는 위안부 모집은 헌병과 경찰이 밀접하게 연관지어 하도록 하고, 민간업자가 징집하도록 하되 경찰의 관여 사실은 되도록 숨기도록 했다. 또 근거자료를 남기지 않기 위해 진행상황 보고 같은 것을 문서가 아니라 전화로 하라는 지침(1938년 11월 8일 내무성 경보국 자료)을 내렸다. 윤 박사는 이를 두고 “1921년에 체결된 ‘부인 및 아동에 매춘을 금지하는 국제조약’ 등 성매매에 관련된 5~6개의 국제법이 있는데 일제도 이를 어기지 않기 위해 무척 노력한 증거”라면서 “그러면서도 자신들의 위안부 모집 과정이 국제법에 저촉될 수 있다는 점을 알고 나중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명백한 행정자료를 남기지 않으려 했던 증거”라고 말했다. 국제법에 따르면 성매매한다는 사실을 뚜렷하게 인식하고 동의한 성인 여성만 합법적인 위안부라는 얘기다. 그렇게 못할 게 뻔한 상황에서 위안부 문제의 민감성을 그 누구보다 일본이 더 잘 알고 있었고, 그렇기에 극력 은폐하려 들었다는 것이다. 이를 유추해볼 수 있는 자료도 있다. 1942년 1월 두 차례에 걸쳐 일본 외무성과 타이완총독부 외사부장이 주고받은 문건이다. 태평양전쟁 발발로 전선이 더욱 확대되자 타이완총독부에서 위안부들의 여권 문제를 본국에 문의한 것이다. 이에 대해 일본 외무성은 “여권 발급은 바람직하지 않으니 군 증명서를 갖고 군용선을 이용하라.”고 답했다. 정식으로 여권을 발급하는 것 자체가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일본 스스로가 잘 알고 있었다는 증거다. 조선과 관련해서 이런 문건이 나오지 않은 것은 조선총독부가 일왕 직할체제여서 위상이 높아 본국에 굳이 질의하지 않아도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데다, 국제법에 따른 문제 소지를 없애기 위해 철저하게 없앴을 것이라는 게 윤 박사의 추정이다. 윤 박사는 “일본의 경우 오히려 위안부 모집 초기에는 일본 내에서 위안부를 모으면서 현 단위로 몇명씩 할당한다는 내용이 문서로 남아 있다.”면서 “그러나 조선에 이런 자료가 없는데 그것 자체가 식민지배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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