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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판 ‘침묵의 봄’ 오나

    한국판 ‘침묵의 봄’ 오나

    지난해 12월7일 충남 태안에서 원유 유출사고가 발생한 지 어느새 한달이 흘렀다. 이 사고로 태안반도 어장 5000여㏊가 사라지는 등 극심한 피해를 보았지만 국민들의 자원 봉사 열기에 힘입어 현재는 청정 해역이 점차 복원되면서 예전의 옥빛 바다를 되찾고 있다. 하지만 완전히 파괴된 서해안 생태계 복원이라는 근본적 문제가 해결되려면 아직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동식물 500여종 피해 환경부에 따르면 이번 기름 오염으로 인해 지난 11일 현재 태안해안국립공원 내에서만 저서무척추동물 257종, 해양어류 46종, 해조류 144종 등 554종이 심각한 피해를 봤다. 국립공원 내 2500여종의 5분의1가량이 직·간접 영향을 받은 셈이다. 만리포·천리포 등 서해안 일대 해수욕장과 해안사구 23곳이 오염되면서 주변지역 펜션 1400여개도 영업이 어려운 상태다. 양식업·어업 등에 종사하던 주민 2369명도 삶의 터전을 잃어버리면서 10일에는 60대 어민이 자신의 굴양식장 피해를 비관해 목숨을 끊기도 했다. 섬 51개(무인도 47개 포함)도 기름에 오염됐지만 인력부족으로 무인도 25개는 아직까지 방제 한 번 나서지 못하고 있다. 최종관 환경부 해양생태계회복추진팀장은 “태안 바닷가에는 구멍갈파리나 총알고둥류 등 오염된 환경에서 번식력이 강해지는 종들만 늘고 있다.”면서 “어떤 생물은 지나치게 많아지고 어떤 종은 폐사해 사라지면서 먹이사슬 체계가 근본적으로 무너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상팔 환경부 자연자원과장은 “이번달까지 기초적인 조사를 마친 뒤 2018년까지 10년에 걸쳐 태안지역에 대한 장기 모니터링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생태계 회복 예측 어려워 하지만 전문가들은 “태안반도 생태계의 본격적인 피해는 지금부터”라고 입을 모은다. 겉보기에는 멀쩡해도 오염물질이 몸 속에 쌓이면서 나타나게 될 생물체의 폐사는 2∼3대가 지난 뒤까지 이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염려되는 부분은 바로 갯벌 오염으로 발암물질이 생태계 전체로 퍼져가는 것.1g에도 10억 마리 이상의 생명체가 살고 있어 ‘생명의 보고’로 불리는 갯벌이 오염되면 오염물질이 미생물에서 곤충류로, 파충류로, 조류로 광범위하게 확대된다. 과다한 농약 사용으로 생태계가 파괴돼 새들이 사라질 미래를 상징하는 ‘침묵의 봄’(레이첼 카슨 저)처럼 태안 지역 또한 기름 오염으로 생태사슬이 무너져 갈매기를 포함한 대부분 생명체가 사라지는 비극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실제 태안해안국립공원 측은 해변지역 갯벌에 서식하던 게 중 40%가량이 죽었으며, 살아남은 게 역시 상당수가 체내에 기름 속 발암물질을 축적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고 초기부터 방제작업을 펼치고 있는 시민단체 ‘푸른태안 21’의 임효상(60) 회장은 “기름사고 후 신두리에만 갈매기가 2∼3마리 목격됐을 뿐 더 이상 이곳에선 새를 보기 힘들다.”면서 “갈매기들이 먹이가 사라진 이곳을 다시는 찾지 않을 수도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박기환 태안국립공원사무소 소장은 “이르면 1년, 늦어도 3년 정도면 태안지역에서 기름의 완전 제거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면서도 “기름유출 피해지역의 경우 보통 10∼20년 정도면 생태계가 회복되지만 이번 사고는 피해지역이 워낙 넓어 얼마나 걸릴지 예측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자원봉사자는 우리사회 새 희망 하지만 이러한 환경재앙에도 ‘태안의 기적’으로 평가받는 자원봉사자들의 활동은 우리사회 새 희망으로 떠올랐다는 평가다. 충남 태안 기름유출 사고 대책 상황실에 따르면 유조선 충돌사고가 발생한 지 35일째인 지난 11일까지 서해안 일대에 투입된 방제인력은 102만 1222명을 기록했다. 지역 주민과 경찰·의용소방대·자율방범대·민방위 인력이 약 34만명 동원됐다. 전국 각지에서 몰려온 자원봉사자들은 66만명을 훌쩍 넘어섰다. 한국환경기자클럽이 시상하는 ‘2007년 올해의 환경인’ 시상식에서 자원봉사자 대표로 상패를 받은 구수라(여·충남 홍성군 대평초등학교 6학년) 어린이는 “작은 손길 하나 하나가 더해질 때 태안 바닷가가 하루 빨리 살아날 것으로 믿는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태안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전남 해역 타르 유입 주춤

    태안 앞바다 기름유출 사고 여파로 전남 해역 양식장 등에도 큰 피해를 입혔던 타르 덩어리의 추가 유입이 수그러들고 있다. 이로써 정부의 현장 조사와 피해 집계·보상 등의 절차를 남겨 두고 있다. 11일 전남도에 따르면 지난달 말부터 영광 해역을 시작으로 무안·신안·진도·해남 등 서남쪽 방향으로 타르 덩어리가 계속 유입되면서 갯벌과 양식장을 크게 오염시켰다. 그러나 ‘한사리 물때’의 끝물인 전날과 이날 현재 타르의 추가 유입이 관찰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특별재난지역 선포 여부를 가리기 위한 중앙재해대책본부의 현장조사가 시작되는 등 ‘타르 사태’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전남 해역에서는 이날 현재 모두 5만여명의 자원봉사자가 투입돼 1400여t의 타르 덩어리를 수거했다. 앞으로도 매일 3000∼5000명의 자원봉사자가 피해가 상대적으로 심한 영광 백수읍의 모래미, 신안 임자면의 대광해수욕장, 무안군 해제면 해안 일대 등에 집중 투입된다. 이들은 해변에 쌓인 타르를 걷어내고 김 등 해조류 양식장 등지에서 오염 물질을 제거한다. 정부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중앙안전대책본부는 무안과 신안 등 타르 피해가 집중된 지역을 돌며 실태조사에 착수했다.강무현 해양수산부 장관은 신안군 지도읍 어의도 김 양식장을 둘러본 자리에서 “피해 지역 실사를 바탕으로 늦어도 다음주 초까지 특별재난지역 선포 여부가 결정 날 것”이라고 말했다. 수협과 어민들은 최근 ‘피해대책위’를 구성하고, 개별 어가로부터 피해를 확인할 수 있는 ‘증거물’을 모으고 있다.이들은 이를 전문기관에 맡겨 태안 기름유출 사고와 관련된 보험사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방침이다. 한편 전남도와 해경은 타르 유입 해역에 18척의 경비정과 어업지도선 등을 배치, 타르 덩어리 추가 유입 여부에 대한 예찰활동을 계속하고 있다.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Metro] 강화군 황산도 어촌관광단지 조성

    인천시는 2010년까지 강화군 길상면 초지리 황산도 일대에 ‘친환경 어촌관광단지’를 조성하기로 했다.9일 시에 따르면 이곳에 올해 19억원 등 3년간 국·시비 60억원을 들여 어촌체험, 쇼핑, 레저가 유기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원스톱 형태의 관광 인프라를 구축할 방침이다. 올 상반기 중 주민공청회와 관계기관 협의 등을 마치고, 연말까지 폭 2m, 길이 410m의 해안산책데크를 설치할 예정이다. 내년에는 진입로 확장과 포장공사 등을 마치고 2010년에는 갯벌·체험시설, 조경시설 공사를 끝내 전체 사업을 완공할 계획이다.인천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서울신문 신춘문예-평론당선작] ‘여수’에서 식물성의 세계로, 그 타자 찾기 - 한강론/주지영

    1. 잃어버린 타자를 찾아서 우리네 일상은 끝을 가늠할 수 없는 경계의 반복적인 명멸과 대면하는 자리에 인간을 위치시킨다. 정체를 알 수 없는 힘들에 의해 일상의 공간은 구획되고 짜여진다. 주어진 공간의 구획을 넘어서는 순간에도 경계 짓기는 끝없이 지속된다. 안주와 일탈의 길항은 일상의 작은 균열들 속에서 내파되고, 일탈의 가능성을 지속시키는 새로움을 향한 갈망조차 이미 기획된 미시적인 욕망의 파편들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번번이 실패한다. 그러기에 ‘가지 않은 길’을 향한 욕망은 달콤하면서도 씁쓸하다. 욕망을 충족시키고자 한다면 일상을 전복시킬 위험을 무릅써야 한다. 그 위험을 고스란히 떠맡은 것, 그것이 소설의 운명이 아닐까? ‘길이 시작되자 여행은 끝났다.’는 루카치의 명제는 소설의 발생론적 배경을 논하는 자리에서 도출된 것이지만, 그것은 현대의 소설이 처한 위상을 거론할 때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그 소설의 문법 속에는 고향으로 가는 길을 비추는 작가의 ‘별빛’이 있어야 하고, 또한 현실사회의 고해를 건너는 ‘모험’이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모험을 통한 별빛 찾기, 이를 달리 잃어버린 타자 찾기라 명명할 수 있을 것이다. 근대적 인식이 현실을 지배하기 시작한 후, 인간은 이가 빠진 동그라미 같은 불구자로 전락해 버렸다. 이가 빠진 동그라미는 자신의 반쪽을 찾아 끊임없이 벌판을 방황한다. 그 벌판은 근대자본주의로 인해 황폐화된 불모지이다. 그곳은 산업사회일 수도 있고, 후기산업사회일 수도 있다. 동그라미는 그런 삭막한 곳에서 자신의 반쪽인 타자(the other)를 찾아 온전한 존재가 되고자 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그 반쪽을 찾지 못하는 한 동그라미는 영원한 불구자일 수밖에 없다. 잃어버린 타자를 찾아나서는 고독한 탐험가, 그가 작가이다. 잃어버린 타자는 인간이 황폐화시킨 자연일 수도, 남성에 의해 도구화되어 억압받는 여성일 수도, 도시에 의해 황폐화된 농촌일 수도, 자본가에 의해 착취당하는 노동자일 수도, 이성에 의해 감금된 비이성일 수도 있다. 소설은 잃어버린 타자를 되찾고 타자와의 합일을 이뤄내고자 하지만, 당연히 그러한 지향은 실패한다. 그러나 실패할 줄 알면서도 그 세계를 강렬하게 지향한다. 그래서 우리가 발 딛고 선 현실이 얼마나 황폐한가, 또 얼마나 폭력적인가를 깨달을 수 있게 한다.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해 우리는 어떠한 것에 가치를 두어야 하고, 어떠한 삶을 영위해야 하는가를 뼈저리게 깨우쳐 주는 것, 그것이 소설이 짊어져야 할 비극적 운명이다. 어떤 타자를, 어떻게 지향하는가, 바로 그 점에서 소설의 색채와 작가가 이뤄내고자 하는 세계는 다른 빛깔을 띠게 된다. 소설사적 흐름에서 위대한 작가로 평가받는 이들은 바로 이 잃어버린 타자를 찾기 위해 모험을 시도했고, 그 모험의 결과로 산출된 별빛들은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우리 앞에 빛을 밝혀준다. 인간에게 불을 내어 준 프로메테우스가 그 대가로 자신의 심장을 독수리에게 내맡기듯 그들은 우리에게 ‘지금, 여기’를 밝혀 줄 소설을 쓰기 위해 벌판을 고독하게 방황한다. 그렇다면 최근 소설에서 프로메테우스처럼 소설의 비극적 운명을 천형으로 짊어지고 가는 작가는 얼마나 되는가. 오히려 우리는 이러한 소설의 운명을 포기하는 경우를 더 많이 보고 있지는 않은가. 후기 자본주의 사회의 매스미디어적 메시지들을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재생산함으로써 소설의 고독한 운명을 방기하고 현상적이고 피상적이며 찰나적인 것에 쉽게 자리를 내어주는 작품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현실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을 결여한 채 일상에 안주하여 후기 자본주의 사회의 쾌락들을 경탄해마지 않는 그런 소설들을 대하는 일은 무척이나 고통스럽다. 프로메테우스의 천형처럼 소설의 비극적 운명을 짊어지고 고독한 방랑의 길을 떠나는 작가가 더욱 고귀해 보이는 것은 그 때문이다. 한강은 ‘모험을 통한 타자 찾기’에 충실한 작가이다. 한강의 ‘모험’은 현실사회 모순의 해부보다는 그 현실사회에서 불구자로 전락한 인간의 보편적인 존재 조건에 초점을 맞춘다. 그의 작품은 죽음과 광기, 소통의 법칙을 뒤집는 침묵이나 몸짓, 욕망의 금기를 위반하는 근친상간, 동물성에 대비되는 식물성 같은 언표들을 공적인 영역 속에서 가시화한다. 뼛속부터 밝음의 영역에 속해있던 기획된 욕망들을 삭제하려는 충동질로 가득한 그의 소설에서 인위적인 모든 것들은 부정된다. 제도나 관습 일반에 ‘길들여지는’ 것을 거부하고, 획일화된 것들을 거부한다. 먹고 마시는, 삶을 지탱하는 가장 기본적인 욕망들조차 깡그리 부정하고 난 뒤에서야 비로소 인간존재의 진정한 의미들을 힘겹게 터득해 나간다. 폭력적인 일상에 휘둘릴수록 본래의 육체에 깃들이고 있었을 법한 영혼에 대한 갈급이 더욱 증폭되는 것이다. 그 공간에서 가라앉았던 감정의 앙금들을 분출하고, 토해낼 때 비로소 영혼의 정화는 일단락된다. 의식(儀式)과도 같은 파토스가 지나가고 난 빈 자리에 ‘타자’를 향한 존재의 갈망이 채워진다. 그렇다면 한강 작품에 나타나는 ‘모험’은 무엇이며, 그 모험을 통해 찾고자 하는 ‘타자’는 무엇인가. 초기 작품에서는 죽음의 기억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여수’로 상징되는 타자가 설정된다. 타자의 자리가 설정된 이후 그 타자와의 합일 방법을 탐구하는 쪽으로 나아가는데, 그것이 ‘가면벗기와 맨얼굴 찾기’에서부터 출발하여 ‘언외언과 관의 사유’를 거쳐 ‘식물성의 세계에 대한 강렬한 욕망’으로 이어진다. 그 과정이 첫 창작집 ‘여수의 사랑’(문학과지성사,1995)에서부터 ‘내 여자의 열매’(창작과비평사,2000)를 거쳐,‘채식주의자’(창비,2007)로 전개되는 바, 이에 대한 검토를 통해 한강 작품의 의의를 탐색하고, 나아가 ‘지금 여기’에 대해 고민하는 소설이 나아가야 할 올바른 지평이 무엇인지를 점검하고자 한다. 2. 관념으로서의 여수(旅愁), 행(行) 일곱 편의 단편이 실린 첫 창작집 ‘여수의 사랑’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부분 일상 현실에 적응하지 못한 채 병적 징후에 시달리거나 심지어 자살 같은 극단적 행위를 통해 죽음을 택하기도 한다. 한강 소설에서 다루어지는 죽음은 인간의 육체에서 숨이 빠져나가는 생물학적 의미의 죽음에 한정되어 있지 않다. 죽음은 그 기억 속에 유폐된 인물들이 좌절하고 절망하도록 만드는 요인이면서, 한편으로는 그 인물들이 삶의 영역으로 나오도록 이끄는 통로이다. 그 통로의 끝에서 인물은 좌절과 절망 같은 심리의 장막 뒤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던 타자와 조우한다. 그런데 여기서 작중 인물의 병적 증후나 자살 등을 유발하는 가족의 죽음을 두고 죽음의 원인이 무엇인가를 물음으로써 현실에 내재한 모순이 무엇인가를 밝혀내는 일은 큰 의미를 갖지 않는다. 죽음의 기억은 인물의 내면에 일상에 적응할 수 없을 만큼의 정신적 상흔으로 남겨져 있다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 어린 시절 농약을 먹고 자살한 아버지와 동네 아이들에게 매맞아 죽은 동생 진규에 대한 기억으로 인해 괴로워하는 ‘질주’의 인규, 생모의 죽음에 대한 기억으로 일상에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저녁빛’의 제헌, 어머니의 죽음과 아버지의 동반 자살에 대한 기억으로 인해 심각한 결벽증을 앓는 ‘여수의 사랑’의 정선 등을 보면 그렇다. 누군가의 죽음이 현실을 살아가는 인물들에게 부적응이라는 요인을 촉발하는 정신적 상흔으로서 작동한다면, 그것은 작가의 인식이 현실의 모순에 대한 인식이 아닌 인간 존재의 보편적인 조건을 문제 삼는 쪽에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말하자면 한강의 관심은 불행한 존재로서의 인간을 드러내는 측면에 놓인다. 따라서 작가는 가족의 죽음을 인물의 기억 속에 저장해 두고, 삶과 죽음, 사랑과 미움, 용서와 증오 등과 같은 보편적 주제와 연결시킴으로써 특정 시대, 특정한 상황을 뛰어넘어 인간의 보편적인 존재 조건을 탐색하려 한다. 어린 시절 가족의 죽음과 관련된 기억, 그러한 정신적 상흔으로 인한 병적 징후, 죽음과 같은 음울한 기운이 만연한 일상에의 부적응, 기억을 벗어나고자 하는 몸부림 등으로 구성된 서사가 ‘여수의 사랑’ 전편을 관통한다. 이러한 서사구조를 깔고 작가는 삶과 죽음의 문제를 전면에 내세운다. 어둡고 침울한 어조에도 불구하고 작품에 설정된 타자는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공간으로 한 폭의 아름다운 수묵화 안에 오롯이 담긴다. 가령,‘여수의 사랑’을 보자. 이 작품에서는 정선과 자흔이라는 두 명의 인물이 서사를 이끌어 나간다. 먼저, 정선의 경우. 여수에서 보낸 어린 시절, 어머니가 죽자 아버지는 술에 찌들어 살다가 결국 정선과 어린 동생과 함께 바다로 뛰어들어 동반자살을 꾀한다. 혼자 살아남은 정선은 서울에 살면서 직장에 다니고 있지만, 어린 시절의 끔찍한 기억으로 인해 일상에 적응하지 못한다. 정선은 서울을 죽음과 같은 음험한 기운이 만연하고, 온갖 병균이 득실한 곳으로 여긴다. 그곳에서 정선은 ‘결벽증’과 같은 병적 증세에 시달린다. 다음 자흔의 경우. 그녀는 두 살 때 서울역에 버려져 고아가 된 뒤 보육원 생활을 거쳐 입양이 된다. 돈에 대한 욕심도, 행동거지에 조심성도 없다.‘모든 것을 생각 없이’ 다루는 그녀는 아무 희망도 없이 도시를 옮겨 다닌다. 자흔은 일상의 ‘나’와 또 다른 ‘나’의 두 가지 모습으로 존재한다.‘핏기가 없는 데다가 입가와 뺨에 온통 하얗게 버짐이 피어 흡사 분가루를 뒤집어쓴 광대 인형’ 같은 것이 일상의 ‘나’이고, 늘 떠돌아다니면서 세상사에 무관한 채 ‘견고한 평화가 어른거리는 얼굴’,‘무구하고도 빛나는 웃음’,‘천진한 영혼’을 가진 것이 또 다른 ‘나’이다. 또 다른 ‘나’는 여수에 대한 사랑을 간직하고 있다. 고향도 모르는 자흔은 성인이 되어 문득 찾게 된 여수에서 ‘아름다움’을 느끼고 여수를 고향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일상의 ‘나’를 버리고 또 다른 ‘나’로 거듭 태어나고자 한다. 그녀에게 여수는 풍경이 아름다운 공간이 아니라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진정한 아름다움을 품은 공간으로 인식된다. 죽음과 같은 음험한 기운, 온갖 병균으로 득실한 ‘서울’에 대비되는 여수란 과연 어떤 곳인가. 길 여기저기에 소들이 쟁반만 한 똥을 갈겨놓은 진짜 시골이었어요.(중략) 그냥 ‘아름답구나’ 하고 생각하면서 다시 길을 내려오는데 갑자기 눈물이 쏟아지는 거예요. 마을 앞 버려진 부두에는 누더기 같은 천막이며 더러운 판자때기들이 뒹굴고, 검푸른 물결은 갯벌을 향해 천천히 다가왔다가 밀려가고……염소 울음 소리, 새소리, 바람, 두엄 냄새, 일하는 아낙네들……그 가운데 어느 하나도 낯익은 것이 없었는데도 마치 내가 얼굴도 모르는 어머니 품속에 돌아와 있는 것 같았어요.(‘여수의 사랑’,50∼51쪽) 따뜻한 산수화 한 폭을 보고 있는 듯한 여수의 풍경은 자흔에게 인간과 자연이 어우러진 곳으로 각인된다.‘푸른 실 하나하나를 촘촘히 엮어 놓은 것같이 잔잔한 만’에 염소 울음소리와 새소리가 있고, 바람이 불고, 두엄 냄새가 나며, 그런 자연적인 것들과 어우러져 백발 성성한 노인과 머릿수건을 쓴 아낙네, 상고머리 소년들이 일을 하는 곳,‘무덤’마저 ‘착하고 둥글둥글’하게 생긴 곳, 그곳이 바로 자흔의 기억 속에 자리한 ‘여수’이다. 고향도 모른 채 고아로 자란 그녀에게 여수는 ‘어머니 품속’처럼 아늑하고, 아름답고, 따뜻한 마음의 고향으로 살아 숨쉰다. 여수로 표상되는 이 세계야말로 자흔에게 인간다운 삶을 가능토록 하는 타자이다. 그녀가 여수를 갈망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녀는 도시의 삶을 견디기 위해 어항에 물고기를 키우기 시작한다. 그녀가 물고기 키우는 일에 정성을 들이는 까닭은 자신이 물고기가 되고 싶어서이다.“세상에 있는 모든 물은 바다로 흘러가고, 그 바다는 여수 앞바다하고 섞여 있”다고 생각하는 그녀에게서 물고기가 되고자 하는 일이란 어머니의 품속 같은 여수로 흘러들어 가는 일에 다름 아니다. 일상의 ‘나’를 거부하고 아름다운 어머니의 품속 같은 ‘여수’와 일체가 되고자 하는 또 다른 ‘나’를 지향하는 자흔을 통해, 정선은 어린 시절의 정신적 상흔으로부터 힘겹게 빠져나오기 시작한다. 정선에게 죽음의 기억이 서린 여수는 병적 증세를 심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자흔은 그런 정선에게 여수를 이야기하고, 그럴 때마다 정선의 결벽증은 심해진다. 그러다가 정선은 차츰 자흔을 통해 환기되는 여수의 아름다움에 빠져들게 되고, 결국 자흔이 그녀의 곁을 떠나자 정선 역시 여수행 기차를 탄다. 정선의 여수행은 자흔처럼 일상의 ‘나’로부터 벗어나 아름다운 여수를 사랑하는 ‘나’로 거듭 태어나기 위한 피할 수 없는 여행이다. ‘여수의 사랑’은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어머니의 품속’ 같은 타자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런데 그것이 ‘지금, 여기’라는 현실에 작가가 천착한 결과로 얻어진 것이 아니라,‘인간은 불행한 존재다.’라는 관념의 영역에서 설정된 것이어서 이 작품은 삶에 대한 리얼리티가 충분히 확보되어 있지 않다는 지적을 면할 수 없다.‘여수’라는 타자가 실현가능한 것으로서의 몸피를 얻기 위해서는 현실에 대한 작가의 천착이 심화되어야 하며, 더불어 그렇게 얻어진 타자와 합일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도 탐구해 들어가야 한다. 3. 맨얼굴에 담긴 관(觀)의 사유 실현가능한 것으로서의 ‘타자’가 되기 위해 작가의 인식이 구체적인 현실로 들어가야 한다는 것, 그리고 타자와 합일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탐구하는 것, 그것이 ‘어둠의 사육제’와 ‘아기부처’에서 이뤄진다. 이들 작품에서 ‘여수’로 상징되는 타자에 대한 직접적인 지향은 두드러지지 않는다. 대신 타자와의 합일이 가능할 수 있는 방법을 탐구하는 데 주력한다. 그 방법은 ‘가면 벗기를 통한 맨얼굴 찾기’와, 용서라는 마음이 우러나오도록 하는 ‘관’의 사유로 구체화된다. ‘어둠의 사육제’를 보자. 먼저 주목할 것은 ‘서울’을 바라보는 작가의 인식이다. 작가는 ‘서울’이라는 도시를 여전히 ‘어둠’이자,‘인간들의 더러운 그림자’가 지배하는 ‘무덤’으로 인식한다. 죽음의 기억이 이러한 인식을 이끌어내었던 초기작과는 달리, 이 작품에서는 서울의 구체적 현실에 천착하여 그 속에 내재된 동물적 폭력성을 감지해내고 있다는 점에서 작가의 인식이 현실에 밀착해 있음을 보여준다. 얼마나 세상에 밟히고 뒤둥그러지면 저렇게 되는 것일까, 하고 나는 생각하고 있었다. 그 여자의 동물적인 분노와 보복을, 번들거리는 눈과 기차 화통 같은 목소리를, 그 이상 철면피할 수 없을 되바라진 억양을 묵묵히 관찰하며 나는 연민이나 환멸이라고만은 설명하기 힘든 야릇한 슬픔에 사로잡히고 있었다.(‘여수의 사랑’,230쪽) 중년 여자는 자신의 얼굴을 실수로 때린 여대생에게 ‘동물적인 분노와 보복’으로 폭력을 휘두르고, 전철에서 뻔뻔스럽게 자리 양보를 요구한다. 비단 중년 여자뿐만이 아닌 이 작품의 여러 인물들에게서 모두 감지되는 동물적 폭력성은 이후 전개되는 한강의 소설에서 현실 인식의 한 증좌가 된다. 나(영진)와 인숙 언니는 같은 고향 사람으로 둘 다 서울로 상경한다. 영진은 ‘세상에 대해 좋은 것만 생각’하고 ‘착하게’ 살아왔다. 그리고 인숙 언니는 ‘커다랗고 감정이 풍부했던 눈이며 부드럽기만 했던 입매’를 가진 사람이다. 그러나 이들은 서울로 올라와 변화한다. 여직공이던 인숙은 ‘거친’ 말씨를 내뱉고 ‘나쁜 쪽만 생각’하는 ‘독한 사람’으로 변한다. 무역회사 경리를 하면서 돈을 모아 대학 영문과에 진학할 생각을 하던 영진은 인숙이 전세금을 빼들고 도망가자,‘악하게 살아남아야 한다.’고 생각하며 ‘잘 벼린 오기 하나만을 단도처럼 가슴’에 품고 ‘인간에게 살의를 느끼는 사람’으로 변한다. 명환 역시 ‘본래 선한 사람’이었으나, 교통사고로 아내와 뱃속의 아이를 잃고 ‘모든 인간들에게 살의’를 품는다. 간암을 치료하기 위해 전세금을 갖고 도망간 인숙이나, 그 인숙으로 인해 ‘독기’를 품은 ‘나’나, 돈으로 용서를 구해온 가해자에게 복수를 꾀하는 명환이나, 모두 중년 여인처럼 동물적 분노와 보복심으로 폭력을 휘두른다. 어둠 속에 꼿꼿이 네 발을 세운 채로, 경련하는 암고양이의 모습을 소리없이 주시하고 있는 검은 수고양이의 모습은 흡사 악령 같았다.(‘여수의 사랑’,223쪽) 쥐약을 먹고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암고양이를 냉혹하게 주시하는 악령 같은 수고양이는 동물적 폭력성이 난무하는 현실을 환유하는 장치이다. 영진과 인숙, 명환 등은 바로 이 동물적 폭력성에 길들여진다. 이러한 동물적 폭력성으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은 무엇인가. 우선 가면을 벗음으로써 맨얼굴을 찾는 것이 그 첫 번째 방법이다. 동물적 복수심으로 남을 괴롭혀 온 명환이 결국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고통스러워하다가 ‘빈손’,‘완전한 빈 몸뚱이’가 되기 위해 자살하는 모습을 보고, 영진 역시 그런 복수심을 버리고 간암 치료를 받는 인숙 언니의 행동을 이해하고 용서한다. 바로 이 과정에서 가면 벗기와 맨얼굴 찾기가 이뤄진다. 지하철 창문에 비친 객실의 음산한 풍경 속에 내 얼굴은 어딘가 낯설어 보였다. 나는 그 가면 같은 얼굴을 뒤집어쓴 사람이 더 이상 눈물 따위를 흘릴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여수의 사랑’,231쪽) 폭력적이고 비인간적인 일상에 길들여진 자들의 뻔뻔스러운 얼굴을 표상하는 ‘가면 같은 얼굴’은 인간 존재의 본질을 은폐한다. 그 얼굴은 인간의 것이라기보다는 폭력적인 동물성을 표상하는 수고양이의 것에 가깝다. 작가는 가면을 쓴 비정한 일상의 인간들에게서 발견한 물질만능주의, 출세지향주의, 가족이기주의와 같은 현실의 모순을 비판의 목록에 등재한다. 동물적 폭력과 복수심에 길들여진 일상의 가면을 벗고 또 다른 ‘나’의 맨얼굴을 획득할 때 비로소 용서와 화해를 품을 수 있고, 또한 타자와의 합일이 가능하다. 요컨대, 맨얼굴 찾기가 타자와의 합일을 가능케 하는 일차적 방법인 셈이다. 맨얼굴로 도심의 일상에 나서는 영진에게서 현실을 향한 적극적인 대응 의지가 엿보인다. ‘어둠의 사육제´가 동물적 폭력성이 길들여진 가면을 벗고 그것에 오염되지 않는 맨얼굴을 되찾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면,‘아기부처´는 그 맨얼굴이 어떤 마음을 지녀야 하는지를 ‘언외언(言外言)´과 ‘관(觀)´의 사유를 통해서 강조하고 있다. 바로 이것이 타자와의 합일을 가능케 하는 두 번째 방법이다. 주인공 선희는 프라임타임의 앵커인 남편과 소원한 관계를 유지한다. 남편은 어릴 적에 입은 화상 흉터를 감추려고 철저하게 긴 옷을 입는다. 선희가 감기에 들자 자신에게 감기를 옮길까봐 병원에 가보라고 강요하기도 한다. 그는 말실수 하나 용납하지 못하는 완벽주의자이고, 독단적인 인물로서 출세를 위해 자기관리를 철저히 한다. 선희는 처음엔 남편의 흉터를 보고 고됐을 그의 삶을 연상하지만, 결혼 후 이기적이고 권위적이고 철저히 자기중심적인 남편의 실체를 알고부터는 남편의 화상 흉터를 싫어하게 된다. 자신의 흉터를 보듬어 줄 사랑을 찾아 남편은 외도를 하고 선희는 남편으로부터 철저하게 버림받는다. 나는 한갓 짐승이었다. 땀에 젖어 산비탈에 엎드린, 누더기 같은 한겹 가죽만 남은 병약한 짐승이었다. 그 가죽 안에서 악취나는 거품처럼 부글거리고 있는 것은 오래 묵은 분노와 후회와 증오, 억울함과 자책감과 부끄러움이었다. 그것들이 내 살을 속에서부터 조금씩 조금씩 부식시켜 왔다(‘내 여자의 열매’,111쪽) 현실의 동물적인 폭력성에 선희는 철저히 희생당한다. 그 결과 남편과 세상을 향해 분노와 증오를 쌓아간다. 그렇지만 분노와 증오는 앞서 ‘어둠의 사육제’의 인물들처럼 스스로를 동물적 존재로 만들 뿐이다. 그런 동물적 삶으로 인해 선희는 황폐해져 간다. 그 삶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선희의 모습은 꿈 속 아기부처의 얼굴에 비춰진다. 아기부처가 짓는 표정들은, 음흉한 입꼬리와 날카로운 눈초리를 하거나, 차갑게 빈정대는 눈꼬리를 한 그녀의 내면과, 진흙이 끈적이며 달라붙기도 하고, 모래가 되어 부서지기도 하는 남편과의 현재 관계를 거울처럼 되비친다. 아기부처의 얼굴은 선희가 병약해가는 것이 “마음속에 맺힌 악취 나는 감정들” 때문임을 깨닫게 하는 경고의 스크린인 셈이다. 그렇다면 아기부처로부터, 동물성으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은 무엇인가? 먼저 그것은 ‘말’이 아니라 ‘침묵이나 몸짓’ 속에 현현하는 ‘언외언’에 있다.‘몸짓’으로서의 ‘언외언’은 ‘말’이 야기하는 폭력성으로부터 벗어나 있다. 남편, 어머니, 아기부처와 선희는 ‘말’이 아니라 ‘몸짓’으로 소통함으로써 화해한다. 어머니의 불화 그리기, 아기부처의 얼굴 빚기, 혹은 언어 장애 아동을 위한 삽화 그리기 등이 ‘언외언’의 도정에 가로놓인다. 아이, 까르르 웃는다. 처음으로 입을 열어 외친다. ‘가자!’ (중략) 아이의 손을 번쩍 들게 하고 엉덩이도 약간 띄워서 아이가 펄쩍 날아오르는 것처럼 해야겠다. 아빠의 몸까지 함께 날아오르려는 것처럼 해야겠다.(‘내 여자의 열매’,102쪽) 언어장애아동처럼 언어를 거부하는 것은 말의 논리와 체계, 즉 말을 배우면서 사회로 편입되는 사회화과정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말하자면 동물적 폭력이 난무하는 일상 현실의 ‘말’을 거부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이가 아버지의 노력에 힘입어 자기 안의 성벽을 허물고 드디어 입을 연다. 선희는 그들이 느꼈을 법한 기쁜 감정을 몸짓에 담아 삽화로 그려내야 한다. 아이와 아버지의 “날아오르는” 듯한 몸짓에 ‘기쁘다’는 말로는 전할 수 없는 마음이 담긴다. 삽화를 그리며 깨닫게 된 ‘언외언’은 남편의 흉터를 어루만지는 몸짓에 담긴다. 남편이 다른 여자로부터 마음의 상처를 입고 머리를 짓찧을 때 선희가 남편의 머리를 감싸안고 상처를 어루만지는 ‘몸짓’ 역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마음이다. 그 마음은 ‘말’ 그 자체에는 은폐된 ‘무엇’이며,‘침묵’의 빈 공간에, 말없이 이루어지는 ‘몸짓’ 속에 실재한다. 결국 언표화 되지 않는 마음을 환기시키는 방법은 ‘언외언’에 있다. 그러나 단지 그뿐인가. 이 작품에서 ‘언외언’의 심층을 ‘관(觀)’의 사유가 가로지른다.‘말’의 폭력성 때문에 갇혀 있던 용서와 화해의 마음은 ‘관’의 사유에서 풀려난다. 이쪽과 저쪽의 경계를 나누는 구분 자체를 초월한 곳에, 그리고 속물적인 욕망을 넘어선 자리에 “관”의 사유가 존재한다. 일상을 지배하는 논리규범에는 담길 수 없는 진정한 마음이 “관”의 사유 속에서 우러나온다. (i) “그 스님이 그러더라. 관세음보살은 내 속에 있다고. 내 몸이 용서하는 마음으로 그득해지면 그게 바로 관세음보살이라더라.” (‘내 여자의 열매’,104쪽) (ii) 관음의 입술은 보일 듯 말 듯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귀가 퍽이나 예민한 이인가 보았다. 빗소리를 듣다가 깨달음을 얻었고, 늘 세상사람들의 소리를 관(觀)하고 있어 괴로이 부르는 음성을 듣는 즉시 곧 구제해 준다고 어머니는 말했다.(‘내 여자의 열매’,105쪽) 삶의 고통을 인내하고, 마음속에 관세음보살을 잉태하듯 용서와 사랑과 화해의 마음을 잉태하는 것, 그럼으로써 일종의 해탈의 경지로 나아가는 것, 그것이 ‘관’의 사유이다. 선희는 남편을 이해하려는 마음이 있어야 자신이 바라는 진정한 부부 관계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깨닫는다. 자신이 그동안 봐왔던 남편의 모습은 실은 화상을 입은 그의 껍질에 지나지 않음을, 정작 남편의 마음은 화상으로 일그러진 피부 밑에 고통스럽게 감추어져 있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 이런 마음을 가질 때,“목련은 나무에 핀 연꽃이라 목련(木蓮)이지. 그렇게 생각하며 올려다보자, 하오의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그 봉오리들은 마치 꽃잎 안에 흰 등불들을 감추고 있는 것 같았다.”(117쪽)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으며, 나아가 겨울 나무에서 봄의 생명력을 감지할 수 있는 경지로 나아갈 수 있다. 겨울부터 저 날카로운 솔잎들은 초록빛을 띠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 보니 같은 푸른색이지만 분명히 달랐다. 방금 나온 어린 싹 같은 연푸른빛이 생생하게 차올라 있었다./ 겨울에는 견뎠고 봄에는 기쁘다.(‘내 여자의 열매’,125쪽) ‘아기부처’의 마지막 장면이다. 겨울 지나 봄으로 가는 문턱에서 자연을 보고 느낀 감상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리 단순하지 않다.‘같은’ 푸름에서 ‘다른’을 간취하고, 겨울부터 ‘지속’되는 것들 가운데 ‘방금 나온’ 생명의 시작을 발견한다. 봄에는 꽃이 피고, 가을에는 낙엽이 떨어진다는 획일적인 공식이 아닌, 한 나무 안에서도 서로 다른 색의 잎들이 공존하고 있음을 긍정하는 사유, 앙상한 겨울나무에서도 미세한 생명의 떨림과 그 소중함을 깨달을 수 있는 사유, 그것이 바로 ‘관’의 사유이다. 이 관의 사유를 마음속에 지닐 때, 동물적 폭력이 난무하는 현실의 삶을 극복하고,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용서하고 사랑할 수 있는, 보다 인간다운 삶을 지향할 수 있다.‘겨울에는 견뎠고 봄에는 기쁘다.’라는 잠언과 같은 감탄은 아무나 도달할 수 있는 경지가 아니다. 4. 식물성을 향한 욕망의 존재론 타자와의 합일을 이루는 방법으로서의 맨얼굴과 ‘관’의 사유는 작가가 죽음의 기억으로부터 벗어나 구체적 현실의 삶에 뿌리내리면서 발견한 중간 경유지이다. 이 방식들은 의식의 층위, 마음의 층위에서 이루어진다. 이 층위는 평면의 동심원에서, 외원을 이루는 동물적 폭력성이 강렬한 외파로 밀고 들어올 때 위태롭게 흔들리는 내원과도 같다. 그 어떤 외파도 견딜 수 있기 위해서는 의식과 마음이라는 동심원의 평면 저 아래 깊은 심연에 자리한 무의식의 영역으로 그것을 심화시켜야 한다. 요컨대 타자와의 합일을 향한 무의식의 강렬한 욕망이 있다면, 그래서 의식의 수면을 꿰뚫을 정도로 강렬하다면, 그럴 때 현실의 외파에 맞설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된다. 한강은 ‘내 여자의 열매’를 거쳐 ‘채식주의자’,‘몽고반점’,‘나무불꽃’ 연작에 이르는 도정에서 욕망의 영역으로 작가 인식을 심화시킨다. 식물성의 세계에 대한 욕망이 그것이다. 이 순간 타자와의 합일을 이루는 방법으로 무의식의 심연에 자리한 욕망의 영역이 설정되고, 그 결과 관념에 지나지 않았던 ‘여수’ 대신 ‘식물성’의 세계가 새로운 타자의 자리에 위치한다. 이 타자는 여수처럼 현실과는 동떨어진, 현실 저 너머의 또 다른 공간에 있는 어떤 것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의 욕망 속에 살아 꿈틀거리는 것이자, 현실 속에서 실현 가능한 타자이다. ‘내 여자의 열매’는 식물성의 세계로 들어가는 첫 관문이다. 그러나 이 작품의 식물적 상상력이 길어내는 삶의 진실은 그 힘이 아직 미약하다. 현실도피의 차원에서 기획된 것이기 때문이다. 획일화된 일상이 싫어서, 도심의 똑같은 아파트가 싫어서, 지긋지긋한 피를 갈고 싶어서, 어머니처럼 되기 싫어서, 어디에서도 행복을 느낄 수 없어서 결국 식물이 된다는 가정이 단순한 현실도피를 방증한다. 그리고 식물성의 세계에 대한 인물의 욕망 역시 미약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식물성의 세계를 강렬히 욕망하는 인물에 의해 식물성의 세계가 온전히 개화하는 작품은 ‘몽고반점’이다. 이 작품은 비디오아티스트인 그와, 몽고반점을 가진 처제와의 사이에서 벌어진 근친상간을 예술적 시선과 현실 윤리의 시선 속에서 포착해낸다. 이 작품에서 눈여겨 보아야 할 것은 처제의 욕망과 그의 욕망이다. 우선 처제의 욕망을 보자. 그 욕망은 그의 눈에 포착된 몽고반점 속에서 엿볼 수 있다. 약간 멍이 든 듯도 한, 연한 초록빛의 분명한 몽고반점이었다. 그것이 태고의 것, 진화 전의 것, 혹은 광합성의 흔적 같은 것을 연상시킨다는 것을, 뜻밖에도 성적인 느낌과는 무관하며 오히려 식물적인 무엇으로 느껴진다는 것을 그는 깨달았다.(‘채식주의자’,101쪽) 처제의 몽고반점은 ‘순수성’ 혹은 ‘순수한 영혼’을 표상한다. 곧 ‘어린아이’처럼 처제는 일상의 폭력성에 물들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의 붓칠에 의해 ‘순수한 영혼’이 육체에 새겨진 ‘몽고반점’으로 가시화된다. 꽃을 그려 넣는 행위는 폭력적인 일상에 의해 상처받은 인간의 몸에 ‘순수한 영혼’이라 할 수 있는 식물성을 부여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그 결과 처제는 “뱃속의 얼굴”에 대한 무서움을 이겨낸다. “뱃속에서부터 올라온 얼굴”은 그 자신에게 내재되어 있었던 진정한 욕망을 의미한다. 뱃속의 얼굴이 낯설고 무섭게 느껴진 까닭은 일상의 질서에 자신이 길들여져 있기 때문이다. 일상의 질서로부터 벗어날 때 그 얼굴은 자신의 본래 모습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런 처제는 자신의 “순수한 영혼”을 가시화한 꽃 그림에 힘입고, 그녀 자신에게 내재해 있던 진정한 욕망을 발견함으로써, 더 이상 무서워하지 않게 된다. 그 결과로 풍겨 나오는 처제의 “배냇내”는 타자와의 합일이 뿜어내는 식물성의 ‘향기’인 셈이다. 몽고반점, 즉 꽃잎 그림자로서의 순수한 영혼과, 몸 혹은 꽃으로서의 진정한 욕망이 유기적 통일성을 이루는 세계, 그것이 ‘색채의 세계’로서의 식물성의 세계이다.“색채의 세계”는 “격렬한 세계”이자,“마술적” 세계이고,“전혀 다른 세계”이다. 식물성에 대비되는 동물성의 세계는 일상에 만연해 있는 후기 자본주의 사회의 폭력성을 함축한다. 그것은 육식성, 적자생존, 약육강식 등으로 점철된 일상이자 문명의 세계를 표상한다. 반면에 식물성은 순수성과 공존의 세계이자, 가족의 윤리마저 붕괴되는 탈일상이자 탈문명의 세계로 압축된다. 인간의 몸과 꽃, 그리고 짐승이 뒤섞인 교합에서도 드러나듯, 식물성의 세계는 “추악하면서도 아름답고” 동시에 “삶의 시작이자 끝”이기도 하고,“모든 것이 담겨 있는” 동시에 “모든 것이 비워진 곳”이기도 한, 차별상을 가진 일체의 것이 존재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드러내는 공간인 것이다. 하기에 처제가 욕망하는 식물성의 세계는 처제와 형부의 불륜관계처럼 제도의 금기마저 초월한 곳에 있다. 현실 제도의 금기를 위반하는 욕망이 존재할 수 있는 방식은 오로지 ‘죽음’과 ‘광기’의 영역 안에서이다. 곧 식물성의 세계에 대한 욕망은 금기의 위반에서 맛본 죽음과도 같은 향유(jouissance)를 안은 채 죽음을 향해 돌진할 것인가, 아니면 ‘광기’로 내몰려 사회로부터 배제당할 것인가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놓여 있다. 그것이 어떤 선택이건 모두 일상에서의 ‘죽음’과도 같은 귀결로 치닫는다. 처제는 그런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자신의 욕망을 끝까지 치열하게 표출한다. 그렇다면 그의 욕망은 어떠한가. 그의 욕망은 육체적 욕망과 예술적 욕망 사이의 긴장 속에서 유동한다. 비디오 아티스트인 ‘그’는 “후기 자본주의 사회에서 마모되고 찢긴 인간의 일상”을 담아내는 작업을 통해,“강직한 성직자”로 불릴 정도로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을 강도 높게 비판해 왔다. 그러다가 처제의 자해사건을 겪으면서 그가 작업했던 것들 역시 일상에서 자행되는 폭력에 지나지 않음을 깨닫는다. 처제의 ‘몽고반점’은 그가 찾았던 “더 고요한 것, 더 은밀한 것, 더 매혹적이며 깊은 것”으로서의 실재를 현현하고 있었다. 처제의 ‘몽고반점’은 비디오아티스트인 그에게 이미지가 갖는 재현의 한계를 깨닫게 한다. 그는 지금까지 작업해 온 일상의 폭력성을 담은 이미지들이, 어떠한 방식으로 재현했든 간에 상관없이, 실재의 고통과 감정을 사라지게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 한계는 삶의 여러 국면에서 용솟음치는 욕망과 대면할 때마다 현실과 욕망의 경계 선상에서 그가 느꼈을 법한 환멸과도 같다. 그는 근친상간이라는, 현실의 금기를 위반하며 욕망의 극단에 잠시 도취된 결과, 잡으려 했던 욕망의 실재가 허망하게 스크린 너머로 사라지는 것을 보아야 한다. 그의 욕망은 처제가 보여주었던 내면으로부터 우러나온 욕망의 시선이 될 수 없다. 오히려 그 욕망은 현실과 예술 사이에서 끊임없이 줄다리기를 하다 결국 자신의 육체적 쾌락 앞에 예술적 욕망을 무릎 꿇린 결과를 낳고 만다. 여기서 ‘그’의 욕망을 작가 한강의 글쓰기의 욕망과 연결시킬 수 있다. 처제와의 근친상간을 통한 식물성의 세계를 전면적으로 형상화하고자 하는 것이 작가의 애초의 글쓰기의 의도이다. 이 의도대로라면, 작중 인물은 ‘그’와 처제만으로 충분하다. 두 인물의 근친상간을 담은 캠코더의 화면처럼, 근친상간 그 자체만을 다루면서 식물성의 세계를 오롯이 드러내고자 하는 것, 그것이 작가의 본래 기획이고, 작가가 생각하는 예술이다. 그러나 그것은 밀실에서나 가능하다. 그것이 공적인 장으로 나올 때(발표될 때), 현실로부터 포르노그래피 혹은 외설로 집중 공격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비난을 피하고, 작가가 생각한 본래의 의도를 어느 정도 형상화하는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그것이 ‘아내’이다.‘아내’는 현실 사회의 제도적이고 관습적인 윤리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이 ‘아내’의 등장에 의해 ‘그’와 ‘처제’의 근친상간은 작품 속에서 불륜으로 비판된다. 작가는 ‘아내’를 작품 결말 부분에 등장시켜 이 작품이 포르노그래피 혹은 외설이라는 비판을 비껴나가게 하고, 그러면서 자신이 본래 지향하는 예술(식물성의 세계를 형상화한 것)의 측면을 드러내 보이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은 한편으로는 작가 한강의 영민한 균형 감각에 기인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식물성의 세계를 전면화한 예술을 공적 영역으로 드러내기에는 아직도 현실의 억압과 금기가 완강하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드러내는 작가의 비판 의식에 기인하는 것이기도 하다. 작가의 본래적 욕망과 안전장치가 균형을 이루면서, 식물성의 세계에 대한 욕망을 드러내는 것이 ‘채식주의자’,‘몽고반점’,‘나무불꽃’으로 이어지는 연작이다. 이들 소설에서 영혜라는 인물은 그녀의 남편, 형부, 언니의 시선 속에서 포착된다. 세 인물은 각각 독특한 인물형을 표상하며, 그 인물형이 일상 속에서 살아가는 방식을 드러낸다.‘채식주의자’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그녀의 남편(나)은 속물을,‘몽고반점’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형부(그)는 예술가를, 그리고 ‘나무불꽃’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언니(그녀)는 일상에 함몰되어 정체성을 잃고 방황하는 인간을 표상한다. 그들은 모두 길들여진 욕망에 사로잡힌 채 진정한 욕망을 추구하려는 영혜를 경계 밖으로 일탈한 인물로 취급하고 폭력을 휘두른다. 광인으로 내몰리는 가운데 영혜는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라도 자신의 욕망을 지켜내려 한다. 연작에서 교직된 인물들이 그려내는 삶의 진실은 무엇인가. 그들은 어떠한 삶이 진정한 삶이라고 인식하는가. 혹시 그것은 우리에게 진정한 욕망이란 ‘광기’와도 같은 것, 정상의 영역을 벗어난 것, 그래서 죽음과도 같다고 말하는 것은 아닌가.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한 채로 영혜는 죽음을 향해 한발 한발 다가간다. 그런 영혜에게 작가 한강의 깊고 고통스러운 숨결이 느껴지는데, 그것은 한강의 고민이 바로 진정한 욕망의 탐구 위에 있음을 방증한다. 5. 텍스트의 독법, 타자를 향하여 한강의 소설은 탄탄한 서사구성으로 인정받는다. 거기에 더해 텍스트 간의 긴장관계까지도 탄탄하게 조여 낸다. 그런 까닭에 한강의 소설 전체를 하나의 텍스트로서 파악하는 독법이 필요하다. 일종의 텍스트 간 소통의 재구성 방식이다. 그 하나로 고통스러워하는 주인공의 내면을 내밀하게 파헤치는 방식.‘여수의 사랑’에서 그 면모를 발견할 수 있다. 둘, 둘 이상의 고통스러워하는 인물들이 서로의 고통을 마주 보기.‘저녁빛’이나 ‘진달래능선’,‘어둠의 사육제’에서는 서로의 고통스러운 내면을 보듬어주는 중층적인 시선들이 교직된다.‘내 여자의 열매’에서는 식물 되기를 꿈꾸는 인물의 내면을 편지 형식으로 삽입하고 지켜보는 시선에 남편을 배치한다. 셋, 동일한 사건을 겪는 인물들의 다중초점화.‘채식주의자’,‘몽고반점’,‘나무불꽃’이 만드는 연작 형식. 영혜라는 인물을 중심에 두고 ‘채식주의자’는 그녀의 남편의 시선에,‘몽고반점’은 형부의 시선에,‘나무불꽃’은 언니의 시선에 초점을 맞추고, 영혜를 바라보는 중층적인 시선들을 세 작품에 나누어 배치한다. 그럼으로써 식물성의 세계를 지향하는 영혜의 욕망을 보여주고, 그녀의 욕망이 일상 속에서 어떻게 인식되는가를 부각시킨다. 더불어 텍스트마다 화자를 바꾸어 조명함으로써 각 인물의 내면을 포착하고 그 인물이 다른 인물들에게 어떻게 인식되는가를 보여주고자 한다. 그 결과 각 인물들은 세 텍스트 안에서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시선에 의해 입체적으로 살아 움직이면서 ‘지금, 이곳’의 리얼리티를 무수히 직조한다. ‘여수의 사랑’에서 자흔이 꿈꾸는 ‘여수’에서부터 출발하여 ‘채식주의자’ 연작에서 영혜가 꿈꾸는 ‘나무 인간의 세계’로 나아가는 한강의 소설들은 궁극적으로 인간 존재에게 결여된 빈 공간이자 잃어버린 ‘타자’를 찾아가는 지난한 행보를 보인다. 한강은 그러한 타자와의 합일을 지향함으로써 폭력적인 일상 속에서 위협당하는 나약한 인간 존재를 보듬고자 한다. 작가 한강이 어두움의 세계, 즉 은밀하고도 사적인 영역들에 은폐되어 있는 죽음, 성, 욕망 등을 공론화의 장으로 내어 놓고, 그럼으로써 인간 존재에 대한 철학적 사유의 깊이를 마련하려는 시도는 그래서 더욱 값진 의미를 갖는다.
  • [기고] ‘태안 기름유출’ 전화위복 계기로/류청로 부경대 해양공학과 교수

    지난해 말 태안반도를 오염시킨 유출 기름은 ‘타르 볼’(고형화된 기름덩어리)로 변형돼 남쪽의 안면도, 군산, 어청도를 거쳐 전남 무안과 신안까지 남하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지난달 7일부터 11일까지, 사고 유조선에서 유출된 11만여t의 원유는 태안지역의 양식장과 갯벌을 순식간에 황폐화시킬 수 있는 엄청난 양이었다. 유출된 기름은 원유여서, 휘발성이 강한 경유 성분에서 중유 성분까지를 모두 가졌다. 한달 가까이 바다를 떠다닌 원유는 많은 양이 증발돼 없어지고, 총질량의 60% 정도가 해수 유동과 바람에 의해 풍화·변질하면서 이류·확산된 것으로 보인다. 수거하지 못한 30%의 기름은 연안·갯벌·양식장 등 환경 민감 지역에 유착되었다. 하지만 상당한 기름제거에도 불구하고 남은 기름은 10년이 넘는 장기간에 걸쳐 환경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 피해는 계산 방식에 따라 엄청나게 달라질 수 있다. 수천억원대가 되리라는 예측도 가능하다. 특히 갯벌에 있어 기름오염은 치명적이다. 서해안은 동해안과 달리 광대한 갯벌·습지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것이 더욱 치명적인 것이고, 방제·수거 과정의 어려움이다. 경찰의 사고원인 결과가 발표됐지만 왜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일어났는가. 이번 재앙은 유조선통항 관련 법과 선박운항 관련 법적·기술적 대응 기회 등을 모두 외면하면서 일어난 창피한 오염 사고라고 할 수 있다. 불가항력의 급박성도, 해상상태의 위험도도, 유조선 통항로의 관리상태도 최악의 조건은 아니었다. 해양유류 오염사에 길이 남을 대표적 사례로 치부될 것이 분명하다. 사고 이후의 대응도 마찬가지였다. 유출구를 막는 데 걸린 시간이며, 기름의 이동 경로를 예측하는 일, 기름 회수 장비와 인원의 동원 시스템, 갯벌·해안·양식시설 등에 표착한 원유의 수거처리 시스템, 오일 볼·타르 볼의 영향, 무엇하나 간단히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왜 해상방제의 주요 작업 풍경이 수거가 아니고, 유화제를 뿌리는 것이며, 고속정이 기름오염 현장을 헤집고 다니는 것이어야 하는가다. 작업이 가능한 대형 유회수선이 없거나, 거의 가동되지 못했다는 것도 시스템의 근원적 허점이다. 그러니 작업 풍경이 그렇게밖에는 그려지지 않을 것이다. 또 오일 볼, 타르 볼도 더 빨리, 더 많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었다. 1997년 1월 일본 연안의 대형 중유 오염사고(나홋카호 사고)를 생각하게 한다. 이 사고때 한 공무원은 유화제나 환경회복을 위한 미생물 제제의 사용을 허용하지 않고, 물리적 수거와 자연회복의 원칙을 고집했다. 그는 뒷날 환경론자들의 영웅이 되었다. 일부 특징적 오염 해안은 차후 환경영향, 회복 과정에 관한 추적연구 조사를 위한 현장으로 보존하는 치밀함도 있었다. 다른 환경에서의 사고 대처 사례이지만 참고할 부분이 많다. 사고는 사고일 뿐이다. 지금은 가장 멋진, 그리고 세련된 해결의 길을 생각해야 할 때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얻은 답답함과 경험적 지혜를 새로운 시스템에 넣을 수 있어야 한다. 서해안의 갯벌 생태, 유착 기름의 수거 및 유출구의 초기 차단책, 유류의 이동 특성, 해상 유류 회수 시스템, 자원과 인력 동원 시스템 등을 점검하고, 개선해야 한다는 문제 인식의 전환도 필요한 시점이다. 이제 사고의 발생 시점부터 20·30년 후의 회복 과정을 철저히 기록하고 정리하자. 백서라도 좋다. 실패는 실패대로, 성공은 성공대로 부끄러움 없이, 책임을 두려워하지 않는 기록이 살아나길 기대한다. 고형화된 기름 조각은 지금도 서서히 가라앉으며, 남은 것은 남쪽으로 퍼져가고 있다. 해안과 갯벌을 거쳐 돌덩이가 된 뒤 다시 부서져 가루가 돼 언젠가 없어진다. 류청로 부경대 해양공학과 교수
  • [2012 여수세계박람회-여수가 뛴다] 박람회 주제는

    여수 세계박람회는 연안 개발과 보존, 새로운 자원 기술, 창의적인 해양활동이라는 박람회 부주제를 통해 주제를 뒷받침한다. 박람회 그림은 바다와 연안의 이해를 높이고 해양 활동의 바람직한 실천방안을 제시하는 것으로 그려진다. 세계박람회를 통해 선진국의 해양과학과 첨단기술이 전시되고, 개발도상국의 자원개발 가능성과 미개발 자원의 지속가능한 개발이 논의된다. 국가간 상호교류를 통해 짜임새 있는 경제발전에 도움을 준다. 국내로는 해양자원보존 방안과 정보통신, 로봇, 조선산업 등 바다와 연안에 적용할 만한 동력산업의 발전 계기로 삼는다. 여수 등 남해안권은 국제적 해양관광도시로 발돋움한다. 박람회에서는 연안도시의 개발과 보존의 모범사례, 갯벌 생태계와 이를 보존하려는 노력, 해양오염을 줄이는 장비와 기술, 안전한 해상운송을 위한 첨단기법 등 개발과 보존이 양립하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목표로 한 다양한 지식과 기술이 제시된다. 지금 인류는 육상자원의 고갈에 따라 대체에너지원을 바다에서 찾고 있다. 여수 박람회는 새로운 에너지 생산기술, 해양광물자원의 탐사와 활용기술 등이 소개된다. 해양자원의 바람직한 개발방향도 고민하게 된다. 여수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사고없는 일터 만들기] 끼이고 넘어지고…혹한기 산업재해 가장 많아

    [사고없는 일터 만들기] 끼이고 넘어지고…혹한기 산업재해 가장 많아

    #1.2000년 2월 경기도 포천군의 한 작업장 2층에서 이동 중이던 근로자가 미끄러지면서 뇌출혈로 사망했다. 작업장 이동로에 떨어진 물이 밤사이 얼어붙은 상태임을 몰랐던 것이다. 겨울철에는 근로자의 통행로, 출입구 등 결빙 우려가 있는 장소에는 신속히 물을 제거해야 한다. 또 결빙지역에는 모래·부직포 등으로 미끄럼방지 조치나 미끄럼주의 등의 안전표지판을 설치해야 하는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아 일어난 사고였다. #2.2005 12월 서울시 용산구 소재 주상복합신축 공사현장에서 근로자 3명이 현장내 가설컨테이너 사무실 내에서 잠을 자다 숨진 채 발견됐다. 겨울철에 이동식 전열기구를 사용할 경우 과열 되지 않도록 주기적으로 전원을 차단하고 환기를 시켜야 한다는 사실을 잊은 데다 난방시설이 취약한 건설현장내 가설 컨테이너 사무실에서 잠을 자서는 안 된다는 안전규정을 지키지 않았다. 겨울철은 추위와 부주의로 인한 산업현장의 안전사고가 잦다. 한국산업안전공단의 산업재해 통계를 보면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3년간 12월과 1,2월 사이에 무려 5만 9158명이 재해를 입었다. 이 가운데 1818명이 사망했다. 이는 겨울철 하루 평균 약 219명이 재해를 입고 매일 7명이 소중한 목숨을 잃고 있음을 보여준다. 같은 기간 전체 재해자 26만 4195명의 22.4%에 해당된다. 사망자는 같은 기간 전체 사망자 7771명 가운데의 23.3%로 더 높다. 겨울철 산업현장이 얼마나 취약한 곳인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본격적인 동절기로 접어드는 12월이 재해자가 가장 많다. 최근 3년간의 동절기 월별 재해자 수는 12월 2만 2727명,1월과 2월은 각각 1만 8000여명 수준이다. 재해 유형은 감김·끼임으로 인한 재해자가 1만 1953명으로 20.2%를 차지했고 전도(19.6%), 추락(12.5%), 충돌(9.9%), 뇌심혈관질환(7.5%) 등으로 나타났다. ●난방용품 인한 화재·질식사고도 겨울철에는 두꺼운 옷착용에 따른 동작의 부자연스러움으로 재해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또 결빙으로 인한 넘어짐 사고, 폭설속 지붕작업 중 추락사고, 건설현장 붕괴사고 등의 가능성이 그 어느 계절보다 높다. 이 밖에도 체온저하에 따른 순발력 부족으로 충돌, 난방용에 의한 화재 및 질식, 뇌심혈관계 질환 또는 호흡기질환 등의 발생이 높다. 추락사고의 예방을 위해서는 겨울철에는 가급적 고소작업을 금지해야 한다. 부득이한 경우 이동식사다리, 고가사다리 등의 안전성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또 고소작업 전에는 스트레칭 등 사전 몸풀기 운동이 중요하다. 지붕 위에 쌓인 눈을 제거할 때는 반드시 작업도구를 사용해야 하며 지붕에 직접 올라가는 것은 금지해야 한다. 겨울에는 또 넘어지는 사고가 잦다. 우선 작업장의 배수 및 제설작업을 철저히 해 결빙을 방지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계단 위의 눈이나 물기는 즉시 청소하고 주머니에 손을 넣고 다니지 말도록 주의를 주어야 한다. ●작업장 적정온도 유지해야 눈이나 빙판에 의한 충돌사고도 주의해야 한다. 지게차 등 운반차량 운전자의 안전의식과 시계확보가 중요하다. 또 작업장내 적정 온도를 유지, 추위로 인한 순발력 저하를 방지해야 한다. 건설현장의 경우 콘크리트 타설후 저온으로 인한 콘크리트 강도 저하로 구조물 붕괴의 위험도 염두에 둬야 한다. 화재예방을 위해서는 난방기구의 관리를 철저히 하고 반드시 조기진화용 소화기를 비치토록 해야 한다. 실내 밀폐작업시 유해가스 누출 및 유해가스의 중독사고가 우려되는 만큼 작업장 환기, 방독면 착용, 산소농도 확인 등을 생활화해야 한다. 혹한기에는 급격한 기온변화로 뇌·심혈관계, 동상 등의 발생이 증가하므로 규칙적인 운동과 체온유지에도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한국산업안전공단 관계자는 “사고예방을 위해서는 근로자 개개인의 건강관리와 안전의식이 중요한 때이다.”고 강조했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포스코건설 송도사옥 현장 “갯벌을 매립한 곳인 데다 해빙 과정이 반복되고 있어 각종 안전사고에 특별히 주의하고 있습니다.” 인천시 연수구 송도 신도시 국제업무단지에 세워지고 있는 포스코건설 사옥 신축현장은 ‘동절기 안전관리대책’을 철저히 지키고 있다. 한국산업안전공단이 마련한 동절기 재해예방을 위한 안전 매뉴얼에 따른 근로자 및 작업관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 곳으로 꼽혔다. 허유득 포스코건설 안전팀장은 “작업장의 악조건과 함께 연말연시 분위기, 추위 등으로 자칫 안전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커 특별히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9월 착공된 포스코건설 사옥은 39층짜리 2개동으로 높이만 185m에 이른다. 오는 2010년 6월 완공때까지 무재해를 기록하겠다는 것이 작업자들의 목표다. 하지만 갯벌을 매립한 곳이라 붕괴 등 각종 안전사고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바닷가에 위치한 데다 겨울이라 바람과 해빙의 반복이 위험요소로 지적되고 있다. 여름철이 빗물에 의한 토사유출 등이 우려된다면 겨울철은 해빙과 바람, 차가운 기온이 작업장 및 근로자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진행 중인 기초 토목공사의 경우 특히 주변 갯벌의 붕괴사고가 우려된다. 포스코건설은 이런 위험을 맞춤형 특별안전교육으로 극복하고 있다. 우선 110명 전 현장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안전하면 즐겁다.’라는 ‘SA­FUN’의식을 심어주고 있다. 근로자 개인의 안전의식과 작업장의 안전 분위기를 함께 높여나가자는 취지다. 근로자들은 스스로 위험요소를 찾고 안전조치를 습관화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또 안전에 취약하거나 위험공정이 예상되는 작업에 대해서는 전문가와 근로자가 합동안전점검을 실시한 후 작업에 들어가는 등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넌다.’는 심경으로 기본에 충실하고 있다. 무엇보다 안전작업을 유지하는 핵심은 ‘안전조회(TBM)’에 있었다. 전 근로자는 하루 일과 시작 및 작업장 투입전에 반드시 이 과정을 거쳐야 한다. 안전모, 안전대 등 안전장구의 착용여부와 그날의 작업장 상황, 작업내용 등을 다시한번 확인하고 정리한다. 군대용어로 치면 점호에 해당되고 일반 사무직의 일일 업무회의 성격을 띤다.20여분간 진행되는 안전조회에서는 스트레칭, 어깨 주무르기 등 스킨십을 통한 동료애도 함께 높여간다. 구공태 현장작업 반장은 “고층건물을 짓는 작업장이라 각종 장비가 많고 위험요소가 많다.”면서 “철저한 대비와 근로자의 안전의식을 높이는 데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작업에 모범을 보인 근로자에게 포상을 실시한다. 겨울철인 만큼 근로자들이 추위를 피할 수 있도록 귀마개, 목도리 등 각종 방한장구 지급과 착용을 철저히 감독하고 있다. 또 작업장내 3곳에다 휴게실을 마련하고 난로, 음료 등도 비치해 두었다. 앞으로 고층작업이 진행되면 초속 15m이상의 바람이 불때는 작업을 중단키로 하는 등 겨울철 안전사고 예방에 철저히 대비하고 있었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미국에선 어떻게 겨울철은 갑작스러운 추위에 의한 뇌심혈관계 질환, 동상, 저체온증 등 건강장해와 함께 안전사고의 우려도 높다. 미국의 경우 근로자뿐 아니라 일반 국민들의 겨울철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다양한 정책들을 펼치고 있다. ●근로자 한랭작업 경고카드 산업안전보건청(OSHA)에서는 겨울철 근로자 보호를 위해 동상, 저체온증 등 혹한기 작업환경에서 발생할 수 있는 건강상 위험요인을 웹사이트를 통해 적극 알리고 있다. 근로자가 휴대 가능한 한랭작업 경고카드(Cold Stress Card)를 영어, 스페인어로 제작해 배포하는 등 근로자 보호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국립산업안전보건연구원(NIOSH)에서는 근로자의 안전과 건강을 보호할 수 있는 지침서를 배포하고 있다. 지침서에는 혹한기에 발생할 수 있는 전력공급 불능상태, 빙판길, 야외작업시 각종 건강상의 유해요인 등을 설명하고 있다. 혹한기의 실내·외 활동 요령을 알려준다. 또 난방, 조명상태 확인, 단열방법, 체온측정, 식수 및 각종용수 공급, 그리고 먹는 것 등에 대한 유의사항 등을 담고 있다. 특히 실외활동을 위해 적절한 피부보호대책, 혹한으로 인한 탈진예방, 겨울바람에 대한 이해, 혹한기 상황에서 고립된 경우 취할 수 있는 조치 등을 안내하고 있다. 동상과 저체온증의 정의와 이러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의 대비책도 알려준다. ●자연재해 대비 상시화 미국 연방재난관리청(FEMA)에서는 겨울철 발생할 수 있는 각종 눈폭풍, 블리자드 등의 상황에서 대처 요령을 안내하고 있다. 어린이들이 겨울철 눈폭풍에 대해 잘 알 수 있도록 쌍방향 온라인 게임을 제공하기도 한다. 미국 전역의 각 지역별로 겨울 날씨가 어떠한지를 알려준다. 한국산업안전공단 제공
  • [Local] 신안서 지주식 김 축제 열어

    전남 신안군은 “압해면 송공리에서 내년 1월18일부터 이틀간 ‘제 1회 신안 지주식 김 축제’를 연다.”고 28일 밝혔다. 축제에서는 경북 포항시와 함께 양 시·군의 특산물인 포항 과메기와 신안 지주식 김을 맛볼 수 있는 시식회장을 마련, 동서화합도 기원할 예정이다. 특히 시식회장에서는 게르마늄이 풍부한 갯벌에서 햇빛과 달빛, 그리고 별빛의 기운을 먹고 자란 신안 지주식 김과, 겨울철 동해안에서 신선한 꽁치를 자연상태에서 냉동과 해동을 거듭해 말린 과메기가 어울려 겨울철 참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신안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새해 해맞이 우리가 최고”

    “새해 해맞이 우리가 최고”

    ‘굿모닝 2008’ 2008년 무자년(戊子年) 새해를 맞아 전국 곳곳에서 다채로운 해맞이 축제가 벌어진다. 전국의 자치단체에서는 ‘해맞이는 이곳이 최고’라는 주제로 다양한 일출 행사를 마련, 관광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포항 호미곶, 삼족오 연에 소원 담아 띄워 해맞이 명소 가운데 단연 으뜸인 경북 포항의 호미곶에서는 ‘한민족 해맞이 축전’이 다채롭게 펼쳐진다. 올해 해맞이 행사는 고대신화에 나오는 삼족오를 형상화한 가로 20m, 세로 50m 크기의 초대형 연에 관광객들의 소원을 담아 새해 일출시간에 맞춰 띄운다. 또 새해소망을 담은 2008개 연날리기와 어선 50척의 해상 V자 퍼레이드 행사가 마련된다. 해맞이 행사장에는 꽁치 1만 2000여마리로 꾸민 높이 9m의 과메기 홍보탑도 들어서 관광객들의 눈길을 끌 것으로 보인다. 숙박 문의 011-521-7340.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간절곶은 한반도에서 해가 가장 먼저 뜨는 곳이다.1월1일 간절곶 일출시간은 오전 7시31분21초로 포항 장기곶보다 1분, 강릉 정동진보다 7분쯤 빠르다. 각계 초청인사와 일반 신청인 등 모두 2008명이 동시에 일출시간에 해를 향해 국궁을 쏘는 희망의 활쏘기 행사가 펼쳐진다. 숙박 문의 (052)239-5301. ●한라산 야간산행 즐거움도 만끽 2008년 1월1일 새벽 0시부터 한라산 야간산행이 허용된다. 5인 1조의 그룹 해맞이 등산객에 한해 야간 산행이 허용되며 성판악, 관음사 2개 코스에 등산로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유도 로프와 깃발 등이 설치됐다. 한라산 해맞이 등산객들은 미끄럼방지를 위한 아이젠과 장갑, 손전등, 모자 등 방한장비를 반드시 휴대해야 한다.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제주 성산일출봉에서도 31일부터 3일간 일출축제가 열린다. 경남 창녕 우포늪과 전남 순천만을 보유한 경남도와 전남도는 새해 첫날 손을 맞잡고 2008 람사르 총회 성공 기원과 영호남 화합을 기원하는 해맞이 행사를 펼친다. 세계 5대 갯벌 중 하나인 순천만에서 치러지는 해맞이 행사에는 영호남 주민 등 2000여명이 참석한다. 참가자들은 새해 소망을 종이에 써 순천만을 상징하는 흑두루미 등에 달고 호남을 대표하는 남도무용과 농악 공연이 선보인다. 경남 진동만에서 생산된 각굴과 홍합을 가마솥에 삶아 함께 먹는다. ●소망 기원 ‘해맞이 열차´ 운행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은 31일 KTX와 새마을, 무궁화호를 이용해 동해안과 남해안, 태백산 등 해돋이 명소를 찾아 새해 소망을 기원하는 ‘신년 해맞이 열차’를 운행한다. ▲정동진 해돋이&묵호 순환(무박2일·6만 4000원), 청량리역 출발 ▲동해 영덕 해돋이 관광열차(무박2일·5만 8000원), 서울역 출발 ▲간절곶 해돋이 & 경주 기차여행(무박2일·6만 9000원), 서울역 출발 ▲경포대 해돋이 축제열차(1박2일·12만 9000원), 청량리역 출발 ▲남해 해돋이 여행(무박2일·5만 9000원), 용산역 출발 ▲외도 선상해돋이 & 보성차밭 열차여행(1박2일·19만 9000원), 용산역 출발 ▲땅끝 해돋이 & 보길도 열차여행(1박2일·19만9000원), 용산역 출발, 해맞이 열차 상품 문의 1577-7788. ●익산 등선 해넘이 축제 열어 전북 익산시는 ‘제3회 웅포 곰개나루 해넘이축제’를 금강의 햇무리를 배경으로 31일 오전 11시부터 웅포면 곰개나루 공원에서 연다. 군산시도 새만금특별법과 경제자유구역 지정을 축하하는 ‘제5회 새만금 해넘이·해맞이 행사’를 옥도면 야미도 일대에서 연다. 전국종합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희망을 본 사람들] (4) 불혹에 사시합격 ‘벌교꼬막’ 차용선씨

    [희망을 본 사람들] (4) 불혹에 사시합격 ‘벌교꼬막’ 차용선씨

    “해양 오염사고와 바닷가에 건설되는 발전소 등으로 어민피해가 점차 늘고 있지만 적절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어민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어업 전문 변호사가 되겠습니다.” 전남 보성군 벌교읍에서 꼬막 양식을 하는 차용선(41)씨는 소외받는 어민 변호사가 되겠다는 자신과의 약속을 마침내 이뤄냈다.33세부터 시작한 6번째 도전 끝에 불혹(不惑)을 넘긴 ‘늦깎이’로 지난달 발표된 제49회 사법시험에 최종 합격했다. ●늦깎이 5전6기… “어업 전문 변호사가 꿈” 30여년째 꼬막 양식업을 천직으로 살아가는 차형철(67)씨의 1남3녀 중 장남인 그는 1995년 단국대 행정학과(84학번)를 졸업한 뒤,“가업을 잇겠다.”며 고향에 내려갔다. 대학 다닐 때 행정고등고시 공부를 했지만 계속해서 2차 시험에 떨어지자 미련없이 공부를 접었다. 어민의 아들로서, 장남으로서 의무감 때문이었다. 고향에 내려간 그는 250㏊에 달하는 갯벌에서 꼬막과 씨름했고, 연간 순이익이 4억원에 이를 정도로 가업을 키웠다. 그러나 4년여를 꼬막 양식에 전념하던 그는 발전소 건립과 해양 오염 등으로 많은 피해를 당하면서도 하소연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어민들의 실상을 체험하면서 변호사가 되기로 결심한다. 결심을 굳히자 1999년 초 서울 관악구 신림동 고시촌으로 들어가 공부를 시작한다.33살이라는 나이에 시작한 공부는 쉽지는 않았다. “어민들의 생업을 위협하는 정부와 대기업을 상대로 싸워야 하는데 어민들은 법률지식이 부족해 피해를 입고 있지만 권리 요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많은 해양 사고로 재해를 입지만 산재에 가입돼 있지 않아 구제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런데도 어민의 삶을 제대로 알고 있는 변호사가 많지 않습니다.” ●“고시공부는 머리가 아닌 엉덩이로 하는 것” 그는 2001년 마침내 사법시험 1차에 합격한다. 하지만 2차 시험에서 고배를 마셨다. 결국 2차 시험만 무려 6번을 치른 끝에 최종 합격의 영광을 안았다. “솔직히 꼬막 양식은 추석을 전후해 9∼10월 두달여 정도만 갯벌에서 고생하면 되기 때문에 공부할 시간은 넉넉했어요.6월쯤 실시되는 2차 시험이 끝나면 곧바로 고향에 내려가 꼬막 양식을 도왔습니다.” 늦깎이 수험생의 공부 비법은 무엇이었을까. 그는 “고시 공부는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 ‘엉덩이’로 하는 시험이라는 말처럼 끈기가 중요하다.”면서 “2차 시험은 초기에 힘을 뺄 것이 아니라 시험 4개월 전부터 전력을 쏟아 공부하는 전략이 필요하다.2시간 동안 집중적으로 공부하고,20분 정도 휴식하면서 공부한 내용을 머릿속에 그리며 복습하는 습관이 많이 도움이 됐다.”고 소개했다. 특히 단체면접과 개인면접 등으로 이뤄진 3차 면접 시험은 올해도 11명이 탈락할 정도로 쉽지 않았다. 그는 “배심원 제도 도입을 앞두고 면접은 자기 주장을 조리있게 펼 수 있는 능력과 상대방 의견을 존중하는 능력을 보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꿈을 이루기 위해 그동안 결혼도 미뤘다는 그는 “내년에는 좋은 사람을 만나 결혼하는 또다른 꿈을 이뤄야죠.”라며 활짝 웃었다. 글 사진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사고] “태안의 희망을 찾아줍시다”

    태안 앞바다 원유 유출 사고로 인한 현지 주민들의 절망이 깊습니다. 바다와 갯벌 생태 환경을 회복하고 주민들이 생업을 되찾으려면 장기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합니다. 한국신문협회 회원사들은 21일부터 성금을 모읍니다. 피해 주민들이 조속히 희망을 찾을 수 있도록 모두가 도움의 손길을 펼칩시다. 개별 신문사에서는 성금을 접수하지 않으므로 아래 계좌로 직접 송금하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모금기간 2007년 12월21일∼2008년 1월18일 ●보낼 곳 국민 110890-78-000158, 기업 001-001015-93-281 농협 106906-64-010157, 신한 907-81-40000016 외환 900-112923-251, 우리 214-173261-18-553 제일 220-16-000020395, 하나 116-921012-16537 〈예금주:재해구호협회〉 ●ARS모금 060-700-1004(통화당 2000원) ●인터넷 기탁 전국재해구호협회 홈페이지(www.relief.or.kr) ●문의 1544-9595(성금모금 안내 콜센터) 한국신문협회·서울신문사
  • 태안 물고기 46종 실종

    원유 유출 재앙을 맞은 태안해안국립공원 생태계가 제모습을 찾기까지는 적어도 20년 이상 걸릴 것으로 추정됐다. 긴급 조사 결과 바다 밑바닥에 사는 저서생물과 어패류 등의 생태계 파괴가 이미 진행되고 있으며, 어류 46종도 거의 사라진 것으로 조사돼 장기적인 피해가 우려된다. 환경부는 18일 태안 유류오염사고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및 생태계 복원 방안을 마련, 발표했다. 환경부는 태안해안국립공원에 살고 있는 2500여종의 생물과 철새 도래지, 특정 도서 생태계 파괴가 우려된다며 해양수산부와 공동으로 실태 조사 및 장기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재홍 자연보전국장은 “기름막이 산소와 햇빛 공급을 막아 바닷속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으며, 김·미역·전복 등 양식기반도 무너졌다.”면서 “피해가 심한 종은 해조류와 해초류, 저서 무척추동물이고 어패류를 먹고 사는 조류는 2차 피해가 우려된다.”고 진단했다. 해조류·해초류는 보호막이 없고, 저서생물도 도피성이 적어 가장 많은 피해를 입게 된다. 상괭이(이빨고래아목) 7마리가 죽은 것도 확인됐다. 산란장 오염으로 어린 어류들도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이동성이 적고 현지 바위 틈에 정착해 사는 망둥어류·배두라치 등도 피해를 입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몸집이 큰 포유류는 수가 적고 이동성이 강해 피해 지역을 벗어났을 것으로 환경부는 예측했다. 환경부는 사고 3년이 지나야 해조류, 갯지렁이와 바위에 붙어 사는 생물이 점차 복원되기 시작할 것으로 내다봤다. 조개류는 5년 이상 지나야 회복되고 적어도 10년은 지나야 비로소 모든 생물이 회복 단계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했다.20년이 지나면 원상회복될 수 있지만 피해 범위가 넓거나 일부 중심 지역은 자칫 회복 불가능 사태도 예견된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국립생물자원관 강재신 박사는 “갯벌이나 모래에 섞인 기름 성분이 제거되기 전 퇴적물이 쌓여 오염 물질이 깊은 암반층까지 스며들기 때문에 피해가 오래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이번주 중 해양수산부와 전문가들이 공동으로 생태계 실태를 조사하고 내년 말까지 태안국립공원 및 주변 습지지역의 자연자원 정밀조사를 실시할 방침이다.2009∼18년에는 장기적인 생태계 변화 모니터링과 복원사업을 동시에 추진키로 했다. 특히 기름 성분을 먹어치우거나 분해시키는 효소를 동원해 복원하는 생물학적 처리기법을 적용키로 했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의정중계석] 강서구의원 13명 태안에서 구슬땀

    [의정중계석] 강서구의원 13명 태안에서 구슬땀

    강서구 구의원들도 충남 태안 기름유출 방제작업 현장으로 달려갔다. 양천구의회처럼 지역민을 대상으로 출산지원금 조례안을 만드는 구의회가 늘고 있다. ●강서구 의회(의장 김기홍) 구의원 13명은 기름유출 사고로 고통받고 있는 태안군 원북면 신두리 해수욕장을 지난 15일 방문, 방제작업에 소매를 걷어붙였다. 구의원들은 썰물 때인 오전 9시부터 밀물이 들어오는 오후 3시까지 해변가 모래 속 기름막을 제거하는 작업을 펼쳤다. 이날 자원봉사엔 전국에서 올라온 시민, 공무원 등 2000여명이 구슬땀을 흘렸다. 김기홍 의장은 “고통을 함께 나누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함께하게 됐다.”면서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모아 복구를 바라고 있는 만큼 갯벌과 태안반도의 해안이 본래의 아름다운 모습을 빨리 되찾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양천구 의회(의장 김재천) 지난 14일까지 열린 제169회 양천구의회 제2차 정례회에서 ‘출산지원금 지급조례’를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경영숙의원 등 10명의 의원이 발의한 이번 지급조례안은 출산율 저하에 따른 노동력 감소와 인구고령화 등 사회문제에 적극 대처하고 출산을 장려하는 것이 목적이다.12개월 이상 거주한 주민이 둘째 이상의 아이를 출산하면 지원금을 지원한다. 둘째에겐 10만원, 셋째는 30만원, 넷째는 50만원을 지원하고 다섯째 이상은 100만원을 지원한다. 쌍둥이를 낳으면 자녀의 수대로 지원금이 지급된다. 김재천 의장은 “조례안 제정으로 다자녀가정에겐 경제적인 도움이, 구 전체엔 출산을 장려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종로구 의회(의장 홍기서) 구의원들은 지난 13일 상임위원회별로 열린 2008년도 예산안 심의에서 점심식사를 도시락으로 대신했다. 짧은 의사 일정에서 한순간도 헛되게 보내지 않기 위해 의원연구실을 떠나지 않는 적극성과 열의를 보인 셈이다. 구의원들은 지난 3일부터 10일까지 상임위별로 행정사무감사를 실시한 데 이어 11일부터 13일까지는 총 2509억원의 내년도 예산안을 심사하는 등 연일 강행군을 계속했다. 홍기서 의장은 “이날 심의는 한 푼의 예산이라도 아끼고 빈틈없이 처리하기 위해 밤늦게까지 진행됐다.”고 말했다. ●용산구 의회(의장 김근태) 김근태 의장은 지난 12일 해밀톤호텔에서 열린 ‘2007 용산구 상공회 송년의 밤’에 참석했다. 김 의장은 이 자리에서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서도 기업경쟁력 확보와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한 상공인들을 격려하면서 “새해에는 국제업무단지 및 민족공원 조성 등 용산의 도약적인 발전에 발을 맞춰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자.”고 당부했다. 시청팀
  • [단독] “조개류 복원 10년 더 걸려”

    [단독] “조개류 복원 10년 더 걸려”

    기름유출 사고의 직접적 피해를 입은 충남 태안 갯벌에 사는 갯지렁이 등 저서(底棲)생물에 ‘개체 천이’(遷移·군락을 구성한 종들이 시간의 추이에 따라 바뀌어가는 현상)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 나왔다. 생물의 회복 사이클도 10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됐다. 1995년 씨프린스호 사고 이후 10년간 ‘유류 오염의 환경 모니터링’ 조사에 참여한 한국해양연구원 유재명 박사는 17일 태안 갯벌 생물계의 천이에 따른 생태계 교란을 지적했다. 그는 “앞으로 갯벌 생태계가 복원되더라도 사고 전의 생물군이 돌아오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며 “설사 돌아오더라도 개체 천이에 따른 생물의 구성 종이 바뀌면서 생태계 교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씨프린스호 사고로 전남 금오도의 갯지렁이는 기름 적응력이 뛰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른 생태계 교란은 진행되고 있다. 유 박사는 “씨프린스호 사고 전에는 여수 앞바다에 개체 수가 미미했던 종이 사고 이후 다수 종으로 바뀌거나 다수 종이 소수 종으로 전락한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유 박사는 또 “씨프린스호 사고로 소리도 주변 바닥은 3년간 생물체의 산란이 없었다.”면서 “지난 13일 찾은 태안 갯벌은 이미 기름이 10∼15㎝ 스며들어 갯지렁이 등이 살 수 있는 조건을 넘어섰으며, 자연 정화에 따른 생물 회복 기간이 10년은 넘을 것”이라며 갯벌 생태계의 마비를 우려했다. ‘씨프린스호 유류 오염의 환경 모니터링’ 보고서에 따르면 볼락과 우럭 등 암초 등에 살면서 이동이 없는 암초성 어류(정착성 어류)는 소리도 근해에서 3년간 산란이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멸치 등 회유 어종은 발견됐다. 또 사고 지점인 소리도 인근의 금오도와 연도의 갯벌 생태계는 사고 이후 5∼6년째 복원 중이었다. 2003년 8월∼2006년 3월 환경 모니터링에서도 소리도의 경우 저서생물의 개체 수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 박사는 “사고 10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갯벌 생태계는 여전히 기름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면서 “하지만 부유 생물과 어류, 암반 조간대의 생태계는 거의 자연 생태로 회복됐다.”고 말했다. 사실상 자연 생태계의 기름 치유 기간은 10년 이상이라는 것이다. 그는 씨프린스호와 태안 기름유출 사고를 비교하면 ‘태안 갯벌 재앙’이라고 주장했다. 태안 기름유출 사고가 씨프린스호 때보다 나쁜 점으로 ▲서해는 삼면이 막힌 폐쇄적인 환경 ▲높은 조석간만의 차이 ▲이에 따른 바닷물의 늦은 자기 정화 ▲손상된 갯벌의 방대한 규모 ▲바다 밑바닥에 사는 다양한 생물종 ▲계절(겨울)에 따른 북서풍 등을 꼽았다. 반면 갯벌 규모가 커 스며든 기름의 양이 씨프린스호 때보다 적다는 것을 그나마 좋은 점으로 지적했다. 유 박사는 “소리도 인근해의 기름 오염은 사고 이후 바로 덮친 태풍과 조류 소통이 원활한 남해안이라는 지리적 특성 덕분에 수중 회복이 빠른 편이었다.”면서 “하지만 태안은 최악의 조건들이 맞물리면서 갯벌의 회복 속도가 더딜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번 기름유출 사고로 우선 태안 대표 어종인 망둥어와 뱅어(실치) 등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했다. 실치의 경우 내년 어획량이 전년 대비 95%가량 줄 것으로 전망했다. 또 자연산 우럭과 볼락, 노래미 등은 4∼5년 후에나 치어를 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과 굴 등은 3∼4년 후에나 상업적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자연산 바지락 등 조개류는 10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했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사설] 태안 앞바다 되살리는 자원봉사 물결

    검은 기름으로 뒤범벅이던 태안 앞바다와 해안이 빠른 속도로 제모습을 되찾고 있다. 막막해서 한숨만 나오던 사고 당시를 떠올리면 이제 좀 희망이 보이는 것 같다. 기름유출사고 이후 열이틀동안 이어진 자원봉사자들의 물결은 환경재앙을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그동안 자원봉사자와 군인·공무원·직장인 등 연인원 24만명이 구슬땀을 흘렸다. 고사리손과 장애인들도 작으나마 힘을 보탰다. 조약돌 하나, 바위 하나까지 일일이 닦는 그들의 정성은 감동 그 자체다. 덕분에 불과 열흘 남짓만에 해안 기름의 70%가 제거됐다고 한다. 백사장 전체가 시커먼 기름으로 덮였던 천리포·만리포 해수욕장은 열흘만에 제모습을 되찾아가고 있다. 현장을 둘러본 외국 방제전문가들조차 이렇게 빨리 진척되는 기름 제거작업을 보고 국민의 저력에 놀랐다고 한다. 역시 사람의 의지와 손길은 무섭다는 것을 다시 일깨우고 있다. 무엇보다 다행인 것은 절망에 빠져있던 지역주민들이 용기를 되찾고 있는 점이다. 따뜻한 이웃이 있는 한, 그들은 졸지에 잃은 삶의 터전을 반드시 되찾게 될 것이다. 완전히 복구될 때까지 국민적 성원이 그들과 함께해야 할 것이다. 복구가 예상보다 빠르긴 하나, 아직 마음을 놓기는 이르다. 타르 덩어리가 사고 현장에서 120㎞ 떨어진 군산 앞바다에 둥둥 떠다니고, 천수만 쪽으로 기름띠가 흘러들 위험도 높다고 한다. 해상방제시 가라앉은 오일볼의 오염도 걱정스럽다. 특히 갯벌 생태계의 복원까지는 몇년이 걸릴지 모른다. 당국은 마지막 기름제거까지 치밀하게 움직여야 할 것이다. 지역주민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물론이고, 피해지역이 예전처럼 유명 관광지로 제역할을 되찾도록 국민의 애정이 이어지길 바란다.
  • [환경·생명] 해조류·무척추동물 떼죽음 위기

    [환경·생명] 해조류·무척추동물 떼죽음 위기

    지난 주말에 찾은 태안해안국립공원 앞바다. 태안 앞바다는 유출된 기름으로 환경 비상이 걸렸다. 국립공원은 육상·해상 동식물 2483종이 서식하는 해양 생태계의 보고. 태안군 원북·소원·근흥·남면·고남면과 안면읍, 보령시 오천면 장고도·고대도까지 326㎢ 가운데 89%인 289㎢가 해상구역이라서 원유 유출에 따른 피해를 고스란히 입고 있다. ●해조류는 녹고, 조갯살은 검푸르게 오염 태안 앞바다는 오염되지 않은 갯벌과 조수간만의 차이로 어느 곳보다 건강한 생태계를 자랑했다. 특히 작은 물고기의 먹잇감이 되는 생태계 밑바닥 생물이 많아 어종이 다양하고 어획량도 풍부하다. 갯벌이 살아 있어 철새의 낙원이기도 하다. 그러나 해조류·해초류가 어느 정도의 기름 오염에 견딜 수 있는지조차 연구가 이뤄지지 않아 방제·복구 사업과정에서도 애를 먹을 것으로 전망된다. 태안해안국립공원 자원 모니터링에서 나타난 대표적인 해초류는 거머리말과 새우말이 있다. 해조류는 미역·파래 등 103종이 서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바다 밑 바닥에 사는 저서동물도 117종이나 된다. 전문가들은 해조류와 해초류, 바다 바닥에 사는 무척추 동물의 피해가 가장 클 것으로 우려했다. 기름이 유출 사고 10일이 지나면서 태안 앞바다에 서식하는 해조·해초류와 껍질이 없는 무척추 동물은 안타깝게도 손 쓸 사이도 없이 녹아버리고 있다. 해조·해초류는 동물이나 다른 식물처럼 외부의 오염에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겉 피부를 갖고 있지 않다. 그래서 적은 양의 기름과 접촉해도 치명적이다. 태안 앞바다를 살펴본 한태준 인천대 생물학과 교수는 “기름 독성 물질에 직접 노출된 해조류나 해초류는 일단 몰살할 것으로 보인다.”며 “당장은 눈에 잘 띄지 않지만 바다 생태계 밑바닥을 차지하는 생물이 영향을 받으면 해양 생태계 전체가 교란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저서동물 역시 주위 환경변화에 도피할 수 없기 때문에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면 폐사하고 만다. 퇴적물 유기물 함량과 독성 물질에 따른 서식처 교란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무른 피부를 가진 연성(軟性) 무척추동물은 기름에 직접 오염돼 치명적이다. 가시털 갯지렁이, 곤쟁이, 풀게 등이 태안반도에 사는 대표적인 연성 무척추동물이다. ●방제 약품 무분별 살포땐 2차피해 불가피 기름 유출에 따른 해양생물 피해는 수개월 안에 집중적으로 일어나지만 생태계 기반과 구조에 따라 수십년까지 장기화될 수도 있다. 복원에 걸리는 시간도 기름 종류, 피해 범위, 방제와 복원에 기울이는 노력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아무리 급해도 생물학적인 방제·치유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전문가들은 바다 밑바닥 생물을 먼저 살려야 자연스럽게 생태계가 살아난다고 조언한다. 밑바닥 생물을 살리기 위해서는 기름을 걷어내는 것도 급하지만 폭탄을 퍼붓는 식의 방제는 자제하는 게 바람직하다. 신속하게 방제하려는 욕심 때문에 약품을 지나치게 쏟아붓다 보면 2차 생태계 오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보초생물´ 동원한 복구 시스템 마련 긴요 한태준 교수는 “생물마다 기름 민감도가 다른 만큼 재생할 수 있는 수준의 방제·복원 작업을 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안으로 생태계를 측정하는 ‘보초생물’을 통한 생태 변화 조사를 제시했다. 물벼룩을 이용해 수생 생태계 변화를 측정하듯 오염 정도와 복구 능력을 알아낼 수 있는 생물이나 어류를 길러 장기적으로 관찰하자는 것이다. 그런 다음 해조·해초류를 양식하면 바다는 살아날 수 있다는 복원 전략이다. 복원 결과를 육안으로 판단하는 것은 금물이다. 김사흥 인더씨코리아 해양생물다양성연구소장은 바다에 가라앉은 기름 알갱이와 방제 약품이 갯벌과 엉기면서 2차 피해로 이어지는 것을 걱정했다. 김 소장은 “씨프린스 사고가 난 여수 소리도 앞바다 갯벌은 사고난 지 1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기름이 섞여 있다.”고 경고했다. 태안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녹색공간] 태안 앞바다와 석유 미학의 그림자/한면희 녹색대 교수

    대통령 선거를 목전에 둔 지금 선거 화제 이외에도 태안 앞바다 ‘허베이 스피리트’ 기름 유출 사건으로 인해 온 나라가 깊은 시름에 잠겨 있다. 그것도 그럴 것이 지난 7일 발생한 유조선 사고로 인해 태안반도 주변 바닷가와 양식장, 그리고 해양까지 광범위한 형태로 오염이 계속 확장되고 있는데, 기름 제거가 쉽지 않을뿐더러 생태계 피해가 오랜 세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태안반도가 어떤 곳인가. 세계 5대 갯벌에 해당하는 우리나라 서해안 갯벌에서도 가장 맑고 깨끗한 곳이어서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곳이 아닌가. 이곳에 유조선서 유출된 1만t 이상의 원유가 쏟아져 나와 해안선 150㎞ 가운데 절반 이상을 기름이 뒤범벅을 이루고 있고 계속 확산중이니 피해 당사자인 어민과 인근 주민의 고통은 헤아릴 수조차 없을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해안에서 발생한 기름유출 환경사고는 한두 번이 아니었다.1995년 여수 앞바다에서 발생한 유조선 ‘씨프린스’의 원유유출 사고로 어민 피해가 막대했고 해양오염도 심각했다. 그리고 1996년부터 2005년까지 최근 10년 사이에 총 3967건의 오염사고가 발생하여 1만 1589㎘의 기름이 유출되어 역시 해양을 오염시켰다. 이번 사고로 유출된 기름의 양은 과거 씨프린스의 두 배에 해당하면서 우리나라 지난 10년간 사고로 인한 기름 유출과 맞먹는 규모이다.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면 기름유출 사고는 오래 전부터 발생했다.1967년에 ‘토레이 캐니언’은 원유 11만 9000t을 운반하다가 영국 해안 암초와 부딪쳐 침몰하던 중에 영국 공군이 폭격을 가한 바 있다. 원유는 검은 그을음을 내면서 대기로 날아가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반경 700㎞를 오염시키면서 수많은 물새 등을 애꿎게 희생시켰다. 최대 사건으로는 1979년 중미 트리니다드토바고 앞바다에서 충돌로 인해 침몰한 ‘애틀랜틱 엠프리스’가 28만 7000t을 유출시킨 바 있다. 이렇게 보면, 태안 앞바다 사고는 일회적으로 그칠 사안이 아니라 향후에도 계속 발생할 것이라는 데 그 심각성이 있다. 인류가 빈곤서 벗어나기 위해 산업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성장의 견인차로 과학기술에 의존했으며, 그 대표적 연료로 석유를 사용해 왔다. 그래서 오늘날 지속적 성장이 가능했고, 그에 따라 물질적 혜택도 가득 누리고 있으니 석유 미학이 풍요를 상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석유미학은 양면성을 띤 것이어서 풍요라는 밝음 이면에 어두움이라는 위험도 수반하고 있다. 죽음을 상징하는 흑색의 석유미학은 이미 가동 상태에 돌입했다. 이것은 지난 15일 기후변화협약 13차 당사국총회가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폐막하면서 환경과의 경제전쟁을 선포한 것에서 알 수 있다. 1992년 리우에서 열린 유엔 환경개발회의는 기후변화협약을 체결했고, 이를 이행하기 위한 교토의정서가 1997년에 채택되었다. 이때 38개 선진국은 1998년부터 2012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990년 기준 평균 5.2% 감축하기로 결의한 바 있다. 이번 발리의 13차 총회는 실질적 이행을 위해 2009년까지 교토의정서보다 더 강력한 감축방안을 만든다는 데 합의했다. 이와 같은 초강력 방안에 대한 합의를 보게 된 배경에는 금년 초 유엔 정부간기후변화위원회(IPCC)가 향후 8년 안에 비상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인류는 기후와의 혹독한 전쟁을 치를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내린 것과 연관되어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위험한 석유미학의 전주곡에 불과한 기름유출 사고예방과 사후처리를 위한 제도적 대처방안을 모색해야 할 뿐 아니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획기적 정책방안까지 구체적으로 모색해야 할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할 것이다. 한면희 녹색대 교수
  • [땅끝마을에서 한양까지 다시 걷는 옛길] (12) 경기 평택~화성 태안

    [땅끝마을에서 한양까지 다시 걷는 옛길] (12) 경기 평택~화성 태안

    땅끝마을 해남에서 출발한 옛길은 어느덧 경기 땅에 다다른다. 안성천을 건너면 시원하게 펼쳐진 평택의 ‘소사평야’가 한 눈에 들어온다. 고려시대까지는 이곳이 조수가 밀려드는 갯벌과 바다 갈대가 무성한 늪지대였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조선시대 후기와 일제 때 이뤄진 대규모 간척사업으로 경작지로 변모했다. 들판은 바둑판처럼 경지정리가 돼 있어 옛길은 지금 온데 간데 없이 사라졌다. ●한양으로 가는 관문 논길을 따라 한참 걸어 평야 끝자락 소사마을에 이르러서야 옛길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소사마을은 충청도에서 한양으로 갈 때 반드시 지나가야 하는 관문으로, 보행자를 위한 국영여관인 원(院)이 있었다. 지금도 이런 이유로 소사원 또는 원소사 마을로 불린다. 소사마을 북쪽 고갯마루에는 대동법시행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대동법은 각 지역의 특산품을 쌀로 일괄 납세토록 한 조세제도로 광해군(1608년)때 경기도에 시범실시된 뒤 전국으로 확대됐다. 초기에 지배층의 반발로 시행에 어려움을 겪었으나 충청도 관찰사로 부임한 잠곡 김육(1580∼1658)이 성공적으로 실시, 전국으로 확대됐다. 김육이 죽은 이듬해(1695) 충청지방 백성들이 그의 은혜를 잊지 못하고 한양으로 가는 길목인 소사원에 비를 세웠다. 대동법기념비에서 마을 길을 따라 200m 가량 이어진 옛길은 이내 촘촘히 들어선 아파트에 가로막힌다. 단지를 돌아 1번 국도와 연결되는 산업도로로 2㎞쯤 가면 ‘배다리방죽’이라고 불리는 저수지가 나온다. 이곳은 1973년 아산만 방조제가 건설되기 전만 해도 상류에서 내려오는 하천과 아산만에서 거슬러 올라가는 바닷물이 만나는 지점이었다. 방죽에서 옛길의 흔적을 좇아 언덕을 오르면 과수원이 나온다. 완만한 이 산능선은 ‘재빼기 고개’라고 부른다. 이 고개를 넘으면 통복천변 가내마을이 나온다. 하천옆에 있다고 해 ‘가내’라고 붙여졌다. 마을에는 해방 직후까지도 소문난 ‘주막’이 있었는데 한양과 지방을 오가는 여행객들이 들러 목을 축였다고 전한다. ●보전 양호한 칠원길 이몽룡도 이용 평택∼용인간 45번 국도와 통복천을 건너 경지정리된 논길을 따라가면 ‘충청대로’와 합류되는 칠원에 당도한다. 충청대로는 이곳에서 충남 보령까지 이어지며 조선시대 왕이 온천이 있는 온양 행궁으로 내려갈 때 이 길을 이용했다고 한다. 칠원에서 지금의 칠원1동으로 불리는 갈원까지 이어지는 옛길은 원형이 잘 보존돼 있다. 가마가 교행할 수 있는 폭 3m를 유지한 채 인적이 드문 구릉지와 논밭 사이를 지난다. 시멘트 포장만 없다면 영락없는 수백년 전 옛길이다. 이몽룡도 한양으로 갈 때 이 길을 이용했다.‘춘향전’에는 암행어사가 된 이몽룡이 남원으로 향하는 대목에서 ‘떡전거리에서 중화하고 중밋오뫼, 진위, 칠원, 소비새들, 천안삼거리를 지나….’라는 대목이 나온다. 이야기꾼들은 여기에 자신의 상상력까지 덧붙여 재미난 얘깃거리를 지어냈다. 평택에서 이몽룡과 춘향이와의 얽힌 얘기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갈원에는 옛 주막이 있던 자리에 ‘옥관자정’ 또는 ‘옥수정’으로 불리는 우물이 남아 있다. 조선시대 인조가 이곳을 지나다 갈증이 심해 신하에게 물을 떠오라고 했는데, 우물에서 떠온 물 맛이 너무 좋아 ‘옥관자’란 벼슬을 내렸다고 전한다. 이어 평택~안성간 고속도로와 원곡~송탄간 302번 지방도를 가로질러 도일동 사거리에 이른다. 사거리 도로 중앙에는 500년 된 18m 높이의 엄나무 성황목이 버티고 있다. 이 곳에서 만난 한 노인은 “원래 두그루가 있었는데 한 그루만 남았다. 이 곳을 지나는 사람마다 성황목을 보고 소원을 빌었다.”고 전했다. 성황목 주변은 감주거리라고도 불렀다. 한양에서 지방으로 내려가던 행인들이 평택에서 가장 험한 고개(큰흰치고개)를 넘은 뒤 기진맥진한 상태에서 마신 술맛이 하도 좋아 붙여진 이름이다. 사거리에서 동쪽으로 조금 떨어진 도일동 마을에는 원균 장군의 묘가 있다. ●원균 태어나 살던 곳 도일동 평택을 대표하는 인물인 원균 장군은 한때 역적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지만 군사정권 당시 정치적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 원균 장군은 임진왜란 당시 경상우도 수군절도사로 옥포해전에 참전해 왜선 30척을 격침시키는 등 많은 공을 세웠다. 칠천량 해전에서 아들과 함께 전사했으며 이순신·권율 장군과 함께 선무 1등 공신 원릉군에 봉해졌다. 평택시는 도일동에서부터 진위천 못미쳐 마산리까지 5.5㎞ 구간을 옛길 현대화의 일환으로 복원했다. 이 구간은 지금까지 걸어온 옛길의 연장선이다.‘삼남대로(또는 호남대로)’를 복원한다는 명분이었지만 직선의 편리성만 강조한 탓에 옛길은 곡선의 미학을 잃어 버린 채 아스팔트 포장 속에 묻혀 버렸다. 317번 지방도로로 명명된 이 구간에는 작은 흰치고개라 불리는 염봉재, 백현원, 큰 흰치고개, 숲안말, 춘향이 길 등 역사와 지명에 얽힌 이야기들이 전해져 온다. 마산사거리를 지난 옛길은 이내 진위천을 만난다. 진위천은 조선시대에 장호천 또는 구천이라고 불렸다. 당시에는 목교(현 봉남교)가 설치돼 있었으며 관원이나 상인들은 이 다리를 건너 진위현에 당도했다. 관아는 봉남리 진위초교와 진위면사무소에 걸쳐 있었다. 진위면 봉남리는 평택지방의 중심지였다.1938년 진위군이 평택군으로 바뀌기 전만 해도 고을의 읍치(邑治)로서 권위를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경부선 철도가 비껴가고 평택역 지역이 개발되면서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옛길이 그런 대로 보전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복원으로 훼손된 도일동∼마산리 옛길 진위초교까지 이어진 옛길은 왼쪽으로 꺾이면서 314번 지방도와 잠시 겹치다 한국야쿠르트 연구소 앞에서 21번 국지도를 따라 오산으로 향한다. 오산에서부터 옛길은 1번 국도과 다시 한몸이 된다. 그동안 평택지역에서 만난 적은 단 한번도 없었지만 화성 태안까지는 거의 일치한다. 오산으로 들어온 옛길은 주택가와 구시가지를 지나 궐동지하차도 지점에서 경부선 철도와 교차한다. 중미고개에 이르자 도로 바로 오른편에는 유엔군 초전투비가 서 있고 왼편으로는 멀리 ‘독산성’이 보인다. 백제때 쌓은 독산성은 임진왜란 당시 권율 장군이 물이 부족한 상황을 왜군에게 숨기기 위해 산성에서 쌀로 말을 목욕시켰다고 해 세마대(洗馬臺)로 부르고 있다. 옛길은 잠시 ‘떡전거리’로 알려진 화성 태안읍 병점을 지나 경부선과 옛 1번 국도 사이의 논길을 오가며 수원에 들어선다. 평택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향토사연구가 김해규씨 “옛길 무분별 현대화보다 당시 정취 살리며 복원을” “평택지역의 옛길은 보존 상태가 비교적 좋은 편이지만 대규모 택지개발사업 등으로 사라질 위기에 있습니다.” 평택의 향토사를 연구하고 있는 김해규(46·한광중) 교사는 “새로운 길이 뚫리고 사람과 물자가 유통되면 자연스럽게 옛길은 사라지기 마련이다.”면서 “그러나 평택의 옛길은 일제 강점기에 공사가 시작된 경부선철도와 1번 국도가 비껴가는 바람에 잘 보존됐다.”고 말했다. “안성천에서 넘어온 옛길 배다리방죽∼가내 구간은 거의 원형 그대로의 모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도 오래가지 못할 것입니다.” 김 교사는 “최근 10년 동안 동서 또는 남북간 도로가 건설되고 크고 작은 택지개발이 진행되면서 상당 부분 훼손됐다.”며 “보존 상태가 좋은 배다리방죽∼재빼기 구간도 내후년이면 소사벌 택지개발로 제모습을 잃게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문화유산은 있는 그대로 보존하는 게 원칙입니다. 개발을 하면 원형이 훼손되고 역사·문화적 향취를 상실하기 때문입니다.” 김 교사는 민선 지자체 1·2기때 복원된 옛길 도일동∼마산리 구간에 대해 “옛길 현대화라는 명분은 좋았지만 직선의 편리성만 강조한 실패작”이라고 지적했다. 사전 지표조사를 통해 옛길의 정확한 노선은 물론 전통, 근대가 함께 공존하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이런 점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옛길을 현대화하기보다는 문경새재 처럼 원형 그대로 복원하거나 아니면 자전거와 트래킹 도로 정도로 복원하고 길가에 주막거리를 조성하는 등 옛문화의 정취를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이뤄지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결국 지방자치단체의 역사·문화의식 부재가 훌륭한 문화콘텐츠를 잃게 한 결과를 빚어냈다.”며 “옛길 복원을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1989년 평택에서 교편을 잡기 시작한 김 교사는 평택지역의 향토사를 연구하면서 ‘평택향토문화동호회’를 창립하고 ‘평택호 물줄기 따라밟기’,‘평택의 마을과 지명이야기’,‘평택의 문화유산길라잡이’ 등 다수의 책을 냈다. 평택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유출기름 회수량 20% 안될 듯

    1만 500㎘로 추정되는 태안의 유출 기름 가운데 어느 정도까지 회수가 가능할까. 12일 해양경찰 방제대책본부에 따르면 수거된 폐유는 915㎘, 해안 폐기물은 4834t 규모다. 지난 6일간 유출된 기름의 10% 정도가 수거된 셈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수개월간 방제작업을 펼쳐도 유출된 기름의 20% 이상을 수거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유출된 기름의 상당수가 바다에 가라앉고, 공기 중으로 사라지거나 갯벌과 모래에 스며들 것으로 추정했다. 석유협회 관계자는 “원유는 경유, 휘발유와 달리 공기 중으로 증발하는 양이 많지 않아 바다 밑으로 가라앉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해상의 경우 이미 방제 선박들이 대규모 유처리제를 사용해 상당 양의 기름이 바다 밑으로 가라앉았다. 해양수산부는 “얼마나 (기름을)회수할 수 있을지 구체적인 수치를 내놓을 수 없지만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하는 만큼 씨프린스호 사고 때보다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1995년 씨프린스호의 경우 해안가에 좌초됐음에도 불구하고 수거된 기름의 양은 해안 폐기물(2395t)을 고려해도 1400㎘ 수준이다. 유출된 기름(5035㎘)의 27%가 수거됐지만 이 가운데 기름과 섞인 해수가 포함돼 있어 전체 수거된 양은 20%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나마도 이를 위해 선박 8300척, 헬기 45대, 인력 17만명이 5개월간 방제작업에 동원됐다.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가자 태안으로-아름다운 자원봉사] ‘검은 절망’ 걷어내는 ‘하얀 손길’

    [가자 태안으로-아름다운 자원봉사] ‘검은 절망’ 걷어내는 ‘하얀 손길’

    “장롱속 돌반지를 꺼낸 외환위기 극복정신으로 태안을 살려놓자.” ‘죽음의 바다’로 변하고 있는 태안해안을 살리자는 참여 열기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기관·사회단체는 물론 일가족, 시험을 끝낸 수험생까지 동참하고 있다. 망년회를 오염 갯벌에서 하려는 이들도 있다. 태안을 향하는 ‘자원 물결´은 망연자실해 있는 주민과 기름냄새 등 악조건속의 봉사자들을 한결 가볍게 하고 있다. ●흥청망청 망년회 대신 태안에서 새해를 K은행은 게시판에 망년회보다 태안을 돕자는 의견이 봇물을 이뤄 15일 봉사활동팀을 만들어 태안으로 떠나기로 했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16일 봉사를 간다. 전창렬 총학생회장은 “연말이라고 술 마시는 시간이 많다.”면서 “게시판에 공고하지 않았는 데도 50여명이 지원했다.”고 말했다. 경북대 기독교동아리 ‘신원’은 이번주 말 구룡포로 가기로 했던 수련회를 취소하고 14·15일 태안에서 봉사활동을 한다. 포털의 카페와 블로그에서도 자원봉사 관련 글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서울 보성고교 3년생 김상윤군도 12일 “인터넷과 블로그를 뒤지다 사정이 급한 것 같아 달려왔다.”고 말했다. 전날 동네 철물점에서 장화와 장갑도 준비했다. 삼성그룹은 기름 제거 작업에 가장 적극적이다. 삼성중공업 소속 임직원 2100명이 태안에 급파된 데 이어 다른 계열사도 방제작업에 나서고 있다. 삼성에버랜드 급식봉사단은 방제작업에 나선 민·관·군의 식사를 돕고 있다. 삼성그룹의 자체 전문가 조직인 ‘3119 구조단’은 일반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오지에서 기름 제거를 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간부와 자원봉사단 등 200여명도 13일부터 봉사활동에 나선다. 한화그룹도 매일 200여명이 자원봉사활동을 한다.SK에너지 울산콤플렉스,S-Oil 등도 방제장비와 물품을 지원했다. ●복구현장은 구슬땀 만리포해수욕장은 전국에서 달려온 자원봉사자의 복구 열기로 가득 찼다. 전남 여수 돌산에서 온 최규옥(60)씨는 “우리도 씨 프린스호 사고를 당해봐 안다.”면서 “같은 어민이고 사정을 다 아니까 달려왔다.”라고 말했다. 그는 “여수는 물이 깊어 피해가 덜하지만 여기는 물이 얕아 피해가 훨씬 클 것”이라고 말했다. 씨 프린스호 사고 전에는 하루 20만∼30만원을 벌던 것이 요즘은 3일에 10만원 벌기도 어렵다면서 태안지역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최씨는 내다봤다. 이날 만리포해수욕장에는 오후여서인지 복구인력이 적어 보였다. 방제당국은 전날보다 600여명이 많은 3680명이 만리포에서 복구작업에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민들은 “아침에 왔다가 떠났거나 다른 곳으로 갔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자원봉사자들이 얼마 안 있어 모두 떠날 것을 걱정하고 있는 눈치다. 하지만 장비부족 현상은 계속 벌어지고 있다. 주민대책위원회 사무실에 달려온 한 자원봉사자는 “마대 자루가 없어서 작업을 못하고 있다.” “큰 통으로 (기름을)뽑아내야 하는데 못하고 있다.” 등의 하소연이 잇따랐다. 방제대책본부 현장사무소 관계자도 “흡착포는 물론 방제복, 장갑, 장화 뭐하나 부족하지 않은 것이 없다.”고 말했다. 서울 안미현·이경주기자 태안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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