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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탈모 신소재 하루만에 찾아 상용화… AI 과학자·금융전문가 ‘LG 엑사원’

    탈모 신소재 하루만에 찾아 상용화… AI 과학자·금융전문가 ‘LG 엑사원’

    LG AI연구원이 자체 개발한 생성형 인공지능(AI) 모델 ‘엑사원’의 실제 산업 현장 활용 사례를 공개했다. LG AI연구원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머신러닝·인공지능 분야 세계 최고 권위의 국제 학회 ‘국제머신러닝학회(ICML) 2026’에서 신소재, 금융, 데이터 등 다양한 산업 현장에서 엑사원이 성과를 내고 있는 사례를 소개했다고 8일 밝혔다. 올해 처음으로 한국에서 열린 ICML은 머신러닝·인공지능 연구의 최신 동향을 확인할 수 있는 세계 3대 AI 학회다. 이날 LG AI연구원은 엑사원을 활용한 신소재 발굴 AI 플랫폼 ‘엑사원 디스커버리’의 데모와 AI로 찾아낸 탈모 관리 신소재 ‘람시딜’을 공개했다. 엑사원 디스커버리는 신소재·신약 연구를 돕는 ‘AI 과학자’ 플랫폼으로, AI가 문서에서 분자 구조를 스스로 읽어내고 원하는 신소재를 설계한다. LG생활건강과 LG AI연구원은 엑사원 디스커버리를 활용해 42만 개가 넘는 후보 물질 가운데 람시딜을 하루 만에 찾아냈다. 스테로이드에서 유래한 성분 없이 탈모를 방지하는 효과를 보여 세계모발학회에서 성과를 발표했고, 현재 제품 상용화까지 준비하고 있다. 이외 엑사원 디스커버리는 액침 냉각유 소재를 비롯해 화장품, 배터리, 반도체 신소재, 신약 연구 등에 활용되고 있다. 금융 분야에서는 글로벌 시장에 진출해 우리나라 시장으로도 확장 중인 금융 특화 AI 에이전트 ‘엑사원 BI’를 시연했다. 엑사원 BI는 한국과 미국에 상장된 약 8000개 개별 종목을 매일 분석해 예측 점수와 금융 전문가 수준의 분석 코멘터리를 제공한다. LG AI연구원은 올해 초 영국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과 미국 증시 예측 AI 서비스를 공식 출시했다. 최근에는 코스콤(KOSCOM)과 계약을 맺고 국내 증시 예측 AI 서비스 사업도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LG AI 연구원은 AI 데이터 공장 플랫폼인 ‘엑사원 데이터 파운드리’로 고품질 데이터를 AI로 생성하고 전문 분야에 특화된 AI 모델을 자동으로 구축하는 과정도 시연했다. 엑사원 데이터 파운드리는 데이터 생산성을 최소 1000배 이상 높이고 품질은 평균 20% 이상 개선하는 성과를 거뒀다. 국민연금공단과 진행한 시범 사업에서는 하루 1만 건 이상의 전문 데이터를 자동으로 구축하는 시스템을 구현했다. 임우형 LG AI연구원 공동 연구원장은 “엑사원은 실험실이 아닌 현장에서 답을 찾는 전문가 AI”라며 “산업 난제 해결을 위한 퍼스트 무버 전략으로 글로벌 AI 주도권을 잡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 “청년 개인회생은 도덕적 해이 아닌 사회적 투자” [박상숙의 호모픽투스]

    “청년 개인회생은 도덕적 해이 아닌 사회적 투자” [박상숙의 호모픽투스]

    회생법정 앞에 선 청년 부채의 현실낭비와 절제 부족 보다 사회구조 탓자산 격차가 키운 청년 빚의 악순환생활비 대출 몰리다 범죄 유혹까지은행 수익 뒤에 가려진 채무자 위험개인 회생은 시혜 아닌 재기의 권리‘클린 바우처’로 회생절차 개선해야희망 잃은 청년들 일어설 기회 절실수출은 사상 최대를 기록했지만 청년 고용은 뒷걸음질치고 있다. 지난 5월 청년층 고용률은 43.8%로 코로나19 충격이 컸던 2020년 5월 이후 가장 낮았다. 고용 불안은 빚 문제로도 번진다. 개인회생을 신청한 만 29세 이하 청년의 평균 채무액이 7000만원에 육박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월급을 모아 집을 사고 중산층으로 올라선다는 경로도 희미해졌다. 자산 격차가 커지면서 청년들 사이에는 정상적인 방식으로는 ‘중간’에도 가기 어렵다는 좌절감이 번지고 있다. 문제는 이 좌절이 빚과 쉽게 만난다는 점이다. 생활비와 주거비를 메우기 위한 대출이 쌓이고, 격차를 따라잡으려는 투자와 도박성 선택도 빚을 키운다. ‘청년파산’의 저자 박기태 변호사는 청년 부채를 개인의 낭비나 절제 부족으로만 보지 않는다. 그가 책에서 주목한 것은 빚의 규모보다 빚에 이르는 과정이다. 학자금 대출과 주거비 부담, 생활비 부족으로 시작된 빚은 카드 돌려막기와 고금리 소액대출로 이어진다. 전세사기 피해, 불법 금융, 범죄조직의 유혹이 겹치면 청년은 더 깊은 수렁으로 밀려난다. 그를 만나 청년 부채의 현실과 회생의 해법을 물었다. -요즘 청년 문제가 부각되는 와중에 책이 나온 시점이 공교롭다. “처음에는 빚과 이자 문제를 거시적 관점에서 풀어보고 싶었다. 그런데 현장에서 만난 청년 채무자들의 사례가 워낙 강렬했다. 기성세대나 언론은 청년 부채를 낭비나 투자 실패, 도박으로 쉽게 단정하지만 실제로는 훨씬 복잡하고 참혹한 현실이 있었다.” -15년간 노숙인 지원 활동을 해 왔다. 회생·파산 분야에 관심을 쏟은 계기였나. “노숙인센터와 로스쿨 시절 법률 상담을 하며 만난 이들의 사정은 제각각이었다. 실직, 질병, 주거 상실 등 벼랑 끝에 몰린 이유는 달랐다. 그러나 공통적으로 남는 문제는 하나, 결국 빚이었다. 빚은 이미 무너진 삶을 다시 일으켜 세우지 못하게 붙드는 마지막 족쇄처럼 작용했다.” 박 변호사에게 회생·파산은 빚 정리를 넘어 사람이 다시 사회 안으로 돌아오게 하는 최소한의 통로다. -과거 중장년층의 문제로 여겨졌던 상담실에 왜 청년들이 늘었나. “2021년 무렵부터 20대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사회에 막 들어섰거나 아직 자리잡기도 전인 이들이 학자금 대출, 월세, 카드값, 소액대출을 감당하지 못해 찾아왔다. 그때부터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는 계급 이동이 어려워진 사회 구조를 이유로 본다. 노동소득만으로 삶이 나아질 수 있다는 믿음이 약해지면서 일부 청년은 영끌, 공격적 투자, 불법 도박, 사채 같은 위험한 선택으로 빠져든다는 것이다. -청년들이 자력 감당이 불가능하다고 느끼는 첫 경계선은 어디인가. “매달 갚아야 할 원리금이 소득을 넘어서는 순간이다. 학자금 대출, 월세, 카드값, 소액대출 이자가 한꺼번에 돌아오면 처음에는 카드 돌려막기로 버틴다. 그러나 연체가 시작되고 독촉이 이어지면 일상적인 노동도 흔들린다. 일을 해도 머릿속은 빚 생각뿐이다. 가족 안전망이 있는 청년은 그 전에 멈출 여지가 있지만, 그렇지 못한 청년은 악순환으로 곧장 밀려난다.” -막다른 골목에 몰린 청년들은 어떤 상황까지 내몰리나. “빚이 일정 선을 넘으면 돈의 문제가 아니라 판단력의 문제가 된다. 당장 갚을 돈이 없으면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흔들린다. 고수익 아르바이트라는 말에 명의나 통장을 넘기고, 보이스피싱 수거책이나 불법 도박, 해외 범죄조직의 유혹에 노출되는 식이다. 위험을 알아도 멈출 힘이 별로 없다.” 박 변호사는 캄보디아 범죄조직 문제도 언급했다. 관련 보도가 나오기 전부터 상담 현장에서 위험 신호를 보고 있었다. 사채에 시달리다 자살 시도까지 했던 한 청년은 ‘600만원을 준다’는 말에 캄보디아로 갔다가 범죄조직에 구금됐다. 그 청년은 나중에 박 변호사에게 “바닥 밑에 지하, 지하 밑에 지옥이 있었다”고 했다. -청년 부채 문제에서 금융회사의 책임을 강하게 따져야 한다고 했다. “금융회사는 못 받을 위험까지 계산해 이자를 받는다. 그런데 채무자가 무너지거나 금융사기를 당하면 책임은 개인에게만 돌아간다. 은행의 보안이나 본인 확인 절차가 허술했는지는 제대로 따지지 않고, 결국 ‘왜 속았느냐’며 피해자에게 책임을 묻는다. 은행은 정부가 허용한 이자사업을 독과점 체제 안에서 해 왔다. 국내 은행권 이자이익은 연간 60조원을 넘었다.” 박 변호사는 “꿀은 은행이 빨고, 위험은 소비자가 떠안는 구조”라고 했다. 미국처럼 금융기관에 무거운 책임을 물어야 은행도 보안과 대출 관리에 신경 쓴다는 것이다. -청년 부채와 좌절이 정치적 극단화로도 이어진다고 보나. “청년들의 정치적 선택을 단순히 극단화됐다고만 여기는 것은 위험하다. 2000년대생들은 정보도 많고 자기 처지도 잘 안다. 문제는 자기 자리가 없다고 느낀다는 데 있다. 기성세대가 자산과 자리를 선점한 상황에서 청년들은 ‘내 몫은 어디에 있나’라고 묻는다. 노력해도 따라갈 수 없다는 인식이 분노로 이어진다.” 그 분노는 냉소, 혐오, 정치적 극단 선택으로 나타날 수 있다. 도덕적으로 꾸짖기보다 그 배경을 읽어야 한다는 게 박 변호사의 생각이다. -개인회생 제도가 있어도 쉽게 이용하지 못하는 청년들이 많다고 했다. “우선 제도를 모르는 사람이 많다. 개인회생이나 파산을 인생의 낙인처럼 여기고 끝까지 사채로 버티는 경우도 적지 않다. 회생을 고민할 때쯤에는 이미 주머니에 돈 한 푼 없는 상태가 대다수다. 그런데 신청하려면 변호사 비용 등으로 200만~300만원이 필요하다. 돈이 없어 제도가 필요한 사람에게 제도는 다시 돈을 요구하는 셈이다.” 그는 책에서 ‘클린바우처’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클린바우처는 개인회생·파산 절차 비용을 공공이 먼저 지원하고, 이후 회생 절차 안에서 채무자가 갚아 나가게 하는 방식이다. 무상 지원이 아니라 재기 비용을 먼저 빌려주는 구조에 가깝다. -채무조정이나 탕감 논의에는 늘 ‘도덕적 해이’ 비판이 따라온다. “개인회생은 빚을 없던 일로 해 주는 제도가 아니다. 신청 단계부터 비용이 들고, 절차에 들어간 뒤에도 채무자는 3년 동안 최저생계비만 남기고 자기 소득으로 갚을 수 있는 만큼 갚아야 한다. 경우에 따라 원금의 70~80%까지 갚는 사례도 있다. 결코 쉬운 절차가 아니다.” -그렇다면 감당할 수 없는 빚을 진 청년들이 개인회생을 더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한다고 보나. “당연하다. 많은 청년이 공포 때문에 파산이나 회생 신청을 미루다 상황을 더 악화시킨다. 사채나 돌려막기로 버티는 건 고통의 기간만 늘릴 뿐이다. 법이 정한 회생 제도는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합법적인 권리다. 국가 입장에서도 청년이 경제 활동을 포기하는 것보다 회생을 통해 생산과 소비의 주체로 복귀하는 것이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길이다.” -회생·파산 업무를 하면서 보람을 느낀 경우도 있나. “직장 내 괴롭힘으로 무급 휴직을 하다가 카드 돌려막기로 빚이 수천만 원까지 불어난 30대 직장인이 있었다. 회생을 신청하자 반복되던 독촉 전화가 끊겼다. 그 소음이 멈추니 마음이 회복되고 다시 일할 수 있었다. 회생은 빚을 탕감받는 절차가 아니라 다시 사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기도 하다. 신용카드 대신 체크카드를 쓰고, 정해진 생계비 안에서 생활하면서 소비를 통제하고 규모 있게 사는 법을 익히는 효과도 있다. 노숙인 상담에서도 비슷한 장면을 봤다. 파산 면책을 받고 공공근로로 한 달 60만~70만원이라도 벌게 된 사람이 그 돈을 자녀에게 보내고 싶어 했다. 중요한 것은 돈의 액수보다 삶의 의미다. 내가 번 돈을 누군가에게 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사람을 다시 일으켜 세운다.” -청년 채무 위기를 방치하면 어떤 비용을 치르게 되나. “가장 무서운 대가는 희망의 상실이다. 청년들이 노동시장에서 이탈하고,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며, 범죄조직의 말단으로 흘러 들어가는 비용은 초기에 이들을 구제하는 비용보다 훨씬 크다. 청년 부채는 금융 문제이지만 금융 문제에만 머물지 않는다. 고용, 주거, 자산 격차, 가족 안전망, 범죄, 정치 불안이 모두 연결돼 있다.” 청년에게 ‘각자도생하라’고만 말하는 사회에는 미래가 남기 어렵다. 박 변호사가 말하는 청년파산은 단순히 빚을 갚느냐 못 갚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내일을 잃어가는 젊은이들이 갈수록 늘어나는 상황에서 과연 기성세대가 다음 세대에게 최소한의 출발선을 보장할 책임과 의지가 있는지를 재는 바로미터인 것이다. ■박기태 변호사는 연세대 정치외교학과와 같은 대학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했다. 도산·손해배상·경제범죄 분야에서 활동하며 회생·파산 사건을 12년째 다뤄왔다. 대학 시절부터 서울시립 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에서 노숙인 지원 활동을 이어왔고 현재 센터 운영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현장에서 청년 채무자 증가를 목격한 경험을 바탕으로 ‘청년파산’을 썼다. 개인회생과 파산을 낙인이 아니라 재기의 권리로 봐야 한다고 말한다. 박상숙 논설위원
  • [박진 칼럼] 6대 구조개혁 성공하려면

    [박진 칼럼] 6대 구조개혁 성공하려면

    이재명 대통령은 2025년 11월 “규제·금융·공공·연금·교육·노동 분야의 구조개혁을 통해 잠재성장률을 반드시 반등시켜야 한다”며 개혁의 목표와 핵심 분야를 명확히 제시했다. 그러나 정부 출범 1년을 기해 실시된 한 언론사의 설문조사에서 6대 구조개혁은 가장 낮은 평가를 받은 분야 중 하나였다. 지방선거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 그간 추진을 미뤘던 탓이 있다고 생각된다. 이런 점에서 향후 1년 남짓의 기간은 대통령의 골든타임이라 할 수 있다. 2028년 4월의 총선을 고려하지 않고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6대 구조개혁이 성공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일까. 첫째, 추진체계를 정비해야 한다. 구조개혁이 주무 부처의 권한을 약화시킬 경우 해당 부처는 개혁을 추진할 유인이 없어지게 된다. 특히 금융과 교육 분야에서 잠재성장률을 제고하려면 정부 지원의 효율화와 금융기관·대학 등 정책 대상의 자율성 확대가 중요한 과제인데 주무 부처는 이를 추진할 유인이 별로 없다. 대안으로 교육개혁은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위원회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며 금융개혁을 위해선 청와대에 금융개혁기획단(가칭)을 설치할 것을 제안한다. 주무 부처를 참여시키되 주도는 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노동 분야는 행정부 내 합의가 애당초 어렵게 되어 있다. 노조에겐 국회에서의 최종전이 기다리는데 굳이 앞선 행정부 차원의 논의에서 양보를 하며 합의를 추구할 이유가 없다. 그래서 민주노총은 경사노위에 아예 참여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경사노위에 국회를 참여시키거나 아예 경사노위를 국회로 이관해 국회에서 합의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변화가 가능하다. 규제 분야는 규제합리화위원회가 주도하는데 사무국인 국조실은 규제자(주무 부처)와 피규제자의 입장을 위원회에 전달하는 역할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이는 국조실의 전문성과 개혁성이 기대에 못 미치기 때문이다. 국무조정실이 적극적으로 규제개혁을 추진하게 하려면 인적 구성이 달라져야 한다. 사무관 이하는 직업 공무원으로 충원하되 규제를 담당하는 과장급 이상 간부진은 전문성을 갖춘 민간계약직으로 수혈하길 권한다. 이상에서 언급한 추진체계 개편이 어렵다면 6대 구조개혁을 총괄하는 청와대의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대안이다. 하반기부터는 구조개혁의 전반적 진전 상황을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회의체가 만들어졌으면 한다. 둘째, 인기 없는 과제를 선정해야 한다. 구조개혁의 목표인 잠재성장률 제고를 위해서는 발등의 불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꼭 필요한 과제를 찾아야 한다. 이러한 과제는 대체로 성사시키기 어렵고 단기적으론 국민의 지지를 받기도 어렵다. 국민이 환호하는 인기 정책은 대통령이 나서지 않고 내각에 맡겨도 된다. 인기 없는 개혁의 필요성에 대해 국민과 공감을 이루고 이를 이뤄내는 대통령만이 역사적 평가를 받게 된다. 셋째, 국가를 일괄적으로 바꾸려는 시도는 성공하기 어려우니 시도별, 부처별, 기관별, 개인별로 나누어 변화시켜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늘 모든 대상을 동시에 변화시키려 한다. 전면적 개혁에 대한 저항을 핑계 삼아 개혁을 회피하려는 것이 아닌지 의심되기도 한다. 또 정책 대상을 일률적으로 관리해야 주무 부처의 권한이 유지되는 측면도 있다. 예컨대 공무원의 호봉제는 부처별 혹은 개인별 차등을 두어 폐지해 가야 하는데 그렇게 하면 인사혁신처의 권한이 약화된다. 최저임금이나 노동 규제도 시도별로 결정하면 되는데 중앙정부는 전국적으로 통일된 권한을 유지하려 한다. 이런 점에서 기존의 6대 부문에 지방분권을 추가했으면 한다. 중앙이 변화에 합의하지 못하면 그 권한을 아예 지방에 넘겨 지방마다 판단케 하자. 주무 부처를 압박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넷째, 개혁에 필수적인 국민적 공감을 얻기 위해서는 비인기 정책을 인기 정책과 패키지로 추진하길 권한다. 예컨대 국민연금 개혁은 사회보장 확대와 함께, 호봉제 폐지는 고용연장과 함께 추진되면 성사 가능성이 커진다. 6대 구조개혁은 꼭 성공해야 한다. “국가 대전환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박진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 [기고] 미래 반도체, 국가 차원 생태계 경쟁

    [기고] 미래 반도체, 국가 차원 생태계 경쟁

    인공지능(AI) 시대 국가 경쟁력은 생산 규모가 아니라 반도체와 AI, 데이터 인프라를 얼마나 확보하고 활용하느냐에 의해 좌우된다. 이러한 변화 속에 정부가 발표한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 프로젝트’는 우리나라 산업의 미래를 준비하는 전략적 선택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서남권 반도체 메가 프로젝트는 단순한 지역 개발 사업이 아니라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새로운 성장축을 구축하기 위한 국가 전략이다. 지금까지 우리 반도체 산업은 경기 남부를 중심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해 왔다. 그러나 AI 반도체와 고대역폭 메모리(HBM), 첨단 패키징 등 차세대 기술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기존 산업 기반만으로는 미래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운 시점에 이르렀다. 대규모 부지와 안정적인 전력·용수, 연구 개발 인프라를 갖춘 새 성장 거점 확보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서남권 투자는 기존 클러스터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반도체 산업의 성장 공간을 확장하는 전략으로 이해해야 한다. 반도체 경쟁의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얼마나 많은 웨이퍼를 생산하느냐가 경쟁력이었다면 이제는 설계부터 제조(팹), 첨단 패키징, 소프트웨어까지 연결되는 산업 생태계가 경쟁력을 결정한다. 특히 AI 시대에는 여러 개의 칩을 하나의 시스템처럼 연결하는 첨단 패키징 기술이 핵심 경쟁력이 됐다. HBM 역시 메모리 자체보다 패키징 기술이 성능을 좌우한다. 결국 미래 반도체 경쟁은 공장 하나의 경쟁이 아니라 국가 차원의 생태계 경쟁이다. 반도체 클러스터는 공장만 건설한다고 완성되지 않는다. 첨단 팹 한 개는 중소도시 수준의 전력을 소비하고 막대한 초순수와 공업용수를 필요로 한다. 여기에 소재·부품·장비 기업, 팹리스, 후공정 기업, 연구 기관이 함께 집적되어야 비로소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공장 착공부터 양산까지 수년이 걸리는 만큼 전력망과 광역 용수 체계도 선제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반도체 산업은 공장을 먼저 짓고 인재를 나중에 양성할 수 있는 산업이 아니다. 대학과 기업, 연구 기관은 팹이 완공되기 이전부터 AI와 반도체를 동시에 이해하는 융합형 인재를 체계적으로 양성해야 한다. 지역에서 교육받은 인재가 지역 산업으로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때 반도체 클러스터는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갖게 된다. 세계는 이미 AI와 반도체를 중심으로 새로운 산업 패권 경쟁에 돌입했다. 미국은 국가 차원의 지원으로 생산 기반을 확대하고 있고, 대만은 정부와 기업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했으며, 중국 역시 국가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AI 시대의 승자는 가장 먼저 공장을 짓는 나라가 아니라 가장 먼저 산업 생태계를 완성하는 나라다. 서남권 반도체 메가 프로젝트가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새로운 성장축이자 다음 30년의 국가 경쟁력을 이끌 전략적 전환점이 되길 기대한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
  • “정비사업 부서 통합해 진두지휘… 모두 행복한 동작 만든다” [민선 9기 단체장에게 듣는다]

    “정비사업 부서 통합해 진두지휘… 모두 행복한 동작 만든다” [민선 9기 단체장에게 듣는다]

    1호 결재는 재개발·재건축 촉진안신속 결정 위해 분산된 부서 통합각 구역 맞춤 TF 세워 주민과 소통 ‘과한 공공기여 요구’ 태평百 부지민간개발 탄력받도록 기여분 조정동작 곳곳을 핫플레이스로노량진에 대형몰·컨벤션센터 유치사당·이수역 종상향해 상권 활성화한강변 용양봉저정에 타워 건립 등서울 경관 즐기는 ‘동작 8경’ 명소화최우선 순위는 구민과의 소통다양한 목소리가 함께 울리는 동작지지자 아닌 분의 의견도 새겨듣고 경쟁 후보 공약 중 좋은 것은 채택구민 받드는 ‘모두의 구청장’ 될 것“이번 선거에서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분들도 행복해야 합니다. 동작구민 모두가 행복할 수 있도록, 모두의 구청장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류삼영(62) 서울 동작구청장은 8일 구청장 집무실에서 진행한 서울신문 인터뷰에서 “구민과 소통을 최우선으로 구민의 뜻을 받드는 구청장이 되겠다”며 이같이 다짐했다. 류 구청장은 2024년 총선(동작구을)에서 낙선한 뒤 하루도 쉬지 않고 동작 구민을 만났다. 그는 “부친이 6·25 참전용사로 뒤늦게 국가유공자 인정을 받아 올해 초 현충원으로 모셨으니 이젠 동작이 고향이나 마찬가지”라며 “늘 열린 자세로 구민 말씀을 듣고 그 뜻을 받들어 모신다는 마음으로 구정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도시정비사업 구역별 사업촉진 태스크포스(TF)를 통한 신속한 재개발·재건축 지원 ▲한강 수변공간을 활용한 핫플레이스 조성 ▲동작구 용양봉저정 동작타워(가칭) 건립을 임기 중 빠르게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다음은 류 구청장과의 일문일답. -취임 후 1호 결재로 ‘재개발·재건축 사업 촉진방안’을 처리했는데. “선거운동 기간 가장 많이 들은 주민들의 당부는 재개발과 재건축을 신속히 해달라는 요청이었다. 동작은 정비가 필요한 노후 주거지가 많고 90여 곳에서 정비사업이 진행 중이다. 그동안 동작구청의 정비사업 관련 부서가 4개로 분산돼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부서 간 협업이나 신속한 의사결정이 이뤄지기 어려운 구조였다. 이번에 분산된 기능을 하나로 묶어 강력한 컨트롤타워를 세웠다. 각 정비사업 구역에 맞춤형 전담 TF를 가동하겠다. 조만간 조직개편을 통해 정비사업신속추진단을 신설해 각 TF팀을 운영 관리할 계획이다. 지난 1일 구청장 직속 ‘정비사업촉진위원회’도 구성했다. 제가 주재하는 위원회에 정비사업의 고질적 문제인 구성원들의 의견 충돌을 줄일 수 있는 ‘갈등조정분과’와 공공기여 때 주민 의견을 반영하는 ‘공공기여분과’를 만들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비사업 당사자들과의 소통이다. 구역별 전담 TF가 소통창구가 될 것이다. 구에서 주민이 원하는 최적의 방향을 찾아 가장 빠르게 정비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생각이다.” -사당역과 이수역, 노량진역 등 지역별 특색을 살린 핫플레이스를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동작의 가장 대표적 거리는 노량진이다. 노량진은 여의도와 맞닿은 곳으로 개발 여지가 충분한 공간이 많다. 고밀도 복합 쇼핑몰과 컨벤션센터 등 랜드마크를 조성하는 방안을 빠르게 추진하겠다. 동작에는 아직 대형 쇼핑몰이 없다. 스타필드와 같은 대형 쇼핑몰을 유치한다면 노량진역에 보다 많은 이들이 찾아오게 할 수 있다. 노량진역에서 여의도로 이어지는 연결차도와 보행육교를 만드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노량진역이 여의도 63빌딩과 연결되면 노량진수산시장도 더 많은 이들이 찾는 명소가 될 수 있다. 사당역과 이수역 근처에는 예쁜 카페와 공방이 많다. 이런 강점을 살릴 수 있도록 브랜드화하고 유동인구 유입을 확대하기 위해 역세권 용도지역 상향을 통해 상권 활성화를 유도할 생각이다. 흑석·동작·신대방동은 한강이나 도림천까지 보행로를 연결하고 미디어아트와 소규모 공연장 등 문화시설을 채워 넣어 동작의 큰 강점 중 하나인 수변 경관을 마음껏 누릴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공약 중 ‘동작 8경’에 대한 계획도 눈에 띄던데. “1일 임기 시작 전에 인수위 위원들과 ‘용양봉저정’에 다녀왔다. 용산에서 한강대교를 건너면 바로 나오는 용양봉저정은 효심 깊은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가 모셔진 수원 화성 현륭원을 가는 길에 배다리를 설치해 한강을 건넌 뒤 한숨 돌리며 점심을 먹던 곳이다. 직접 올라가 보니 정자도 아름답지만 낮은 야산에 지어져 한강을 중심으로 서울의 경치가 한눈에 들어왔다. 누구나 이곳에 와서 경관을 감상할 수 있도록 ‘동작타워’(가칭)를 세우려고 한다. 아이디어가 실현된다면 남산의 N서울타워보다 더 아름다운 뷰를 자랑하는 동작의 새로운 핫플레이스가 될 수 있다. 용양봉저정뿐 아니라 동작에는 노량진의 사육신묘, 흑석동의 효사정(조선 세종 때 우의정을 지낸 공숙공 노한의 별장) 등 저평가된 명소가 많다. 이런 장소 가운데 8곳을 주민 추천과 투표로 선정해 많은 이들에게 알리겠다는 구상이 ‘동작 8경 명소화’다. 동작 8경을 연결하는 코스를 만들고 명소별로 포토존을 조성하거나 해설사를 배치할 수도 있다. 서울 강남의 중심에 놓인 동작은 그동안 지리적 이점과 특색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동작 8경은 동작을 서울의 새로운 브랜드로 되살리는 정책이 될 것이다.” -동작구민들은 교육 분야에 대한 구상도 궁금할 것 같다. “동작에서 아이를 키우다 중학교 이상 올라가면 교육 문제로 떠나야 할지 고민하는 구민이 적지 않다. 동작에 살면서도 가까운 강남 학군으로 진학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고 있다. 정근식 서울시 교육감과 몇 차례 만나 소통할 기회가 있었다. 이런 고민을 포함해 동작구민이 떠나지 않고도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을 말씀드렸다. 지금도 동작구 중학생의 40% 이상이 인접 구의 고등학교로 진학한다. 기왕이면 서초 등 강남 학군으로 배정받는 방법을 찾으려고 한다. 연구용역이나 공청회를 통해 구체적 방안을 고민해 보려고 한다. 중요한 것은 동작구민께서 교육 문제로 동작을 떠나는 일을 줄이는 것이다.” -사당동 옛 태평백화점 부지 개발이 빨리 되어야 한다고 했는데. “태평백화점 부지 개발이 늦어지는 이유는 낮은 사업성 때문에 토지주가 개발에 적극적이지 않은 탓도 있지만 개발 허가를 조건으로 상업 건물 1층에 주민센터와 키움센터 조성 등 무리한 공공기여를 구에서 요구했기 때문이다. 민선 9기 동작에서는 이처럼 무리한 공공기여 요구가 민간 주도의 대형 개발사업을 가로막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 공공기여 시설은 도로와 주차장 등 도시 인프라 위주로 확보하는 것이 기본이다. 주민편의시설은 주민 의견을 우선으로 수렴해 결정할 것이다. 재개발·재건축에서도 주민 의견을 먼저 수렴하는 원칙을 유지할 생각이다.” -국민의힘 김정태 후보와 전임 구청장인 박일하 개혁신당 후보를 모두 눌렀는데. “동작에 얼마나 다양한 목소리가 존재하는지 이번 투표 결과로 보여줬다. 저를 지지한 45.8%의 구민뿐 아니라 지지하지 않은 나머지 54.2%의 구민도 모두 행복할 수 있는 동작을 만들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 인사에서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던 것처럼 저도 ‘모두의 구청장’이 되려고 한다. 취임식에서 ‘구민들께서 주신 임명장의 무게를 가슴 깊이 새기고, 38만 구민의 든든한 일꾼으로서 동작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 가겠다’고 밝혔다. 저를 지지하신 분은 물론 지지하지 않으신 분의 의견도 새겨듣겠다. 두 후보의 공약 중에서도 좋은 내용은 채택할 생각이다. 경쟁했던 후보지만 주민을 위하고 동작의 미래를 걱정하는 마음은 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동작은 지금 압축적인 개발이 진행되는 중요한 시기다. 가장 중요한 건 주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개발을 이끌어가는 것이다. 구정 1순위를 구민과 소통으로 두고 제대로 된 동작의 발전을 견인하겠다.” ■류삼영 구청장은 1964년 부산에서 조선소 노동자의 셋째 아들로 태어났다. 부산 건국중, 대동고를 졸업했다. 그는 어려운 가정 형편을 고려해 경찰대(4기)에 진학했고, 1988년 경위로 입직했다. 부산영도경찰서장, 부산경찰청 반부패수사대장, 울산중부경찰서장을 역임했다. 울산중부서장 재임 당시 윤석열 정부의 경찰국 설립에 반대해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주도했다가 인사 보복을 당했고 2023년 7월 경찰복을 벗어야 했다. 그해 12월 더불어민주당 영입인재로 발탁돼 이듬해 총선에서 전략공천으로 동작구을에 출마했지만,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에게 패했다. 이후 2년 동안 지역을 훑어가며 절치부심한 끝에 6·3 지방선거에서 동작구청장에 당선됐다.
  • SSG닷컴 “이마트 근처에는 2시간 내 배송합니다”

    신세계그룹 이커머스 계열사인 SSG(쓱)닷컴이 이마트 매장을 물류 거점으로 활용해 주문 후 2시간 안에 집 앞까지 상품을 배달하는 서비스를 도입한다. 쓱닷컴은 9일부터 이마트 양재점과 하남점 인근 지역 고객을 대상으로 오후 8시까지 주문하면 2시간 내 상품을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를 시범 운영한다고 8일 밝혔다. 다음 달 월계점·가든5점·신도림점 등 서울 내 서비스 권역을 넓히고 9월부터 전국으로 확장해 연말까지 50여 곳의 이마트 점포에 해당 서비스를 적용할 계획이다. 기존의 새벽·주간 배송, 1시간 이내 소량 상품 즉시 배송 서비스 ‘바로퀵’ 등에 더해 온오프라인 연계 배송망을 공고히 하려는 취지다. 한건수 쓱닷컴 SCM담당은 “이마트 점포 인프라를 기반으로 신선한 상품을 빠르게 전달하는 배송 체계를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 더위가 안 가실 땐, 관악물놀이장 [현장 행정]

    더위가 안 가실 땐, 관악물놀이장 [현장 행정]

    관내 8곳, 1주일 빨리 문 열어날마다 물 바꾸고 그늘막 늘려“워터파크 만큼 즐길거리 풍성” “올해는 무더위를 식힐 수 있는 물놀이터를 지난해보다 일주일 먼저 개장하는 만큼,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더 철저하게 준비해 주세요.” 박준희 관악구청장은 지난 1일 봉림교 상류에 있는 별빛내린천 물놀이장을 찾아 직원들에게 이같이 당부했다. 그가 서둘러 안전 점검에 나선 것은 관내 물놀이장 8곳에 지난해 5만 3000명이 몰리는 등 핫플레이스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별빛내린천 물놀이장은 이날 개장했고, 나머지 7곳은 4일 개장했다. 박 구청장은 수질 관리나 안전요원 배치 현황, 위험성 평가 후 조치 사항 등을 보고받은 뒤 시설을 꼼꼼하게 확인했다. 별빛내린천 물놀이장은 9세 이하 어린이를 위해 우산 분수, 탈의실을 갖췄고 음악분수도 있다. 구는 수질 관리를 위해 날마다 물을 새로 급수한다. 그늘막도 지난해 5개에서 10개로 늘렸다. 지난달 전남광주 곡성의 물놀이장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한 터라 박 구청장은 전기 차단기나 급수 배관도 꼼꼼히 살폈다. 이어 방문한 관악산공원 물놀이장에서 ‘매일 개장 전 전기 안전 점검과 수질 관리를 한다’는 설명을 들은 박 구청장은 “안전은 관심을 갖고 예방할 때 확실하게 지킬 수 있다”고 주문했다. 근처를 산책하던 한 주민이 이용 방법을 문의하자, 박 구청장은 “예약 없이 오시면 되고, 공원 입구부터 전동카트로 이동하면 된다”고 안내했다. 구는 신림계곡·관악산공원 물놀이장과 인근을 오가는 전동카트를 기존 2대에서 3대로 늘렸다. 그는 “관악산이 등산만 하는 곳이 아니라 즐길 거리나 볼거리가 풍성한 곳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에 물놀이장을 조성했다”면서 “교통 체증이나 비용 부담이 있는 대형 워터파크 못지 않은 시설을 갖춘 관악 물놀이장에서 더위를 날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 삶이란… 성찰이 일상인 구로구립도서관

    삶이란… 성찰이 일상인 구로구립도서관

    ‘2026 길 위의 인문학·지혜학교’ 공모사업에 선정된 서울 구로구 구립도서관이 올해 지역주민을 위한 14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8일 밝혔다. 인문학·지혜학교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는 사업으로, 동네 도서관을 통해 일상에서 인문학을 접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선정된 프로그램은 ‘길 위의 인문학’ 8개 사업과 ‘지혜학교’ 6개 사업이다. 중장년은 물론 어린이와 가족 단위 이용자까지 참여할 수 있다. 길 위의 인문학은 강연과 체험, 탐방을 연계해 인문학을 쉽고 흥미롭게 접할 수 있도록 했다. ‘어린이 한글 인문학’, ‘구로 인문·생태 아카데미’ 등 다양한 강의를 통해 일상 속 소재를 인문학 관점에서 이해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지혜학교는 하나의 주제를 깊이 있게 탐구하는 심화 강좌다. ‘고전으로 떠나는 여행’ 등 다양한 강좌를 통해 삶을 성찰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장인홍 구청장은 “주민들이 일상에서 인문학을 가까이 만나고 스스로 질문하며 성장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 “AI 기업, 개발 매몰돼 안전은 후퇴”

    가장 점수 높은 앤트로픽도 C+오픈AI·구글 딥마인드 뒤이어“내부 레드라인 기준 약화·폐기”“인공지능(AI) 기업들은 초인공지능의 위험성을 경고하면서도 정작 개발 경쟁은 멈추지 않습니다.” 미국 AI 안전 분야 비영리 싱크탱크 퓨처오브라이프 인스티튜트(FLI)의 맥스 테그마크 회장은 “(AI 기업들의) 자발적인 안전 약속만으로는 충분히 안전하지 않다”며 이렇게 말했다고 미 매체 액시오스가 7일(현지시간) 전했다. FLI는 이날 주요 AI 기업 9곳의 안전성 등을 평가한 ‘2026년 상반기 AI 안전성 지수(AI Safety Index)’를 발표했는데,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앤트로픽도 ‘C+’에 그쳤다. 오픈AI와 구글 딥마인드는 나란히 ‘C’를 받았고, 메타는 지난해보다 순위는 올랐지만 ‘D+’이었다. 반면 xAI는 ‘F’를 받아 4위에서 7위로 내려앉았다. 이번 평가에 처음 포함된 프랑스 AI 기업 미스트랄도 ‘F’를 받아 최하위를 기록했다. 중국 딥시크도 F였다. FLI는 AI 기술 경쟁이 가속화되는 반면 안전 관리 수준은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FLI는 특히 앤트로픽과 오픈AI, 구글 딥마인드, 메타가 일정 수준 이상의 위험이 확인되면 AI 개발을 중단하겠다며 제시했던 내부 ‘레드라인’ 기준을 최근 약화하거나 폐기했다고 지적했다. AI 성능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가정과 산업은 물론 군사·사이버보안 분야까지 활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지만, 정작 이를 통제하기 위한 안전 기준은 오히려 느슨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FLI는 이 같은 변화가 다른 기업들까지 안전 기준을 낮추도록 압박하며 업계 전반의 안전 관리 수준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스튜어트 러셀 미국 UC버클리 교수는 “기업들이 충분한 안전조치를 갖춘 경우에만 새 시스템을 출시하겠다는 기존 약속에서 물러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FLI는 2014년 설립된 미국 비영리 연구기관이다. 반기마다 주요 AI 기업의 안전 관리 수준을 평가해 발표하며, 이번에는 위험 평가와 현재 피해, 안전 프레임워크, 인류 생존 차원의 안전, 거버넌스와 책임, 정보 공개·소통 등 6개 분야를 기준으로 평가했다.
  • 충남 산골 스타트업, 폐기물 시장 평정

    충남 산골 스타트업, 폐기물 시장 평정

    충남 예산의 산골에서 출발한 한 스타트업 기업이 창업 8년 만에 국내 폐기물 시장 평정에 나섰다. 8일 충남도에 따르면 도가 투자한 폐기물 업체 리코가 대기업 등 6000개 고객사를 확보하고 연 매출 400억원을 달성했다. 리코는 2018년 예산 지역에서 설립된 사업장 폐기물 전문 업체다. 자체 개발 맞춤형 폐기물 관리 플랫폼인 ‘업박스(Upbox)’를 통해 각종 사업장의 음식물과 플라스틱, 종이, 비닐, 폐식용유 등 78종 폐기물의 통합 수거·처리·자원화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여느 스타트업과 같이 리코의 출발은 단출했다. 두 대의 쓰레기 수거 차량과 두 명의 현장 매니저가 전부였다. 하지만 이 업체는 업박스를 바탕으로 각 사업장별 폐기물 관리 방식을 제시하고 78종의 폐기물도 일괄 수거·처리했다. 리코의 장점은 폐기물 배출량을 정확히 측정해 처리 비용을 산정한다는 점이다. 업체들은 비용을 최대 20%까지 줄일 수 있었다. 도 관계자는 “지역 유망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지원을 통해 충남형 유니콘 기업을 계속 키우겠다”고 밝혔다. 도는 2024년 출자한 벤처펀드를 통해 리코에 40억원을 투자했다.
  • ‘통합 진통’ 목포·순천대 ‘1개 의대·2개 병원’ 체제 되나

    전남광주대전환기획위원회가 국립 의과대학 설립을 위해 통합을 추진 중인 목포대와 순천대를 상대로 ‘1개 의대, 2개 병원’ 원칙을 제시했다. 기존에 논의되어 온 ‘의대·대학병원 분리 설치’와는 다른 방향이라 두 대학의 입장이 주목된다. 전남광주대전환기획위는 8일 통합을 추진 중인 목포대와 순천대에 “의과대학은 목포대에 설치하되 순천대와 목포대에도 각각 대학병원을 설치하겠다”며 “조속한 시일 내에 입장을 정리해 달라”고 요청했다. 전남광주의 동부권과 서부권에 각각 한 개씩의 대학병원을 둔다는 게 대전환기획위의 구상이다. 대전환기획위에 따르면 순천대 대학병원의 경우 목포대 대학병원에 앞서 500병상급 규모로 설치되며 목포대 의과대학의 교육 및 실습 병원 역할을 하게 된다. 순천대에 먼저 대학병원을 설립하는 이유는 지역 인구 대비 병상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목포대 대학병원의 경우 현재로선 지역 인구 대비 병상이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는 점을 감안해 순천대에 이어 후순위로 설립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국비 등 재원 확보가 어려울 경우 통합특별시의 재원을 투입하는 등 다양한 방식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대전환기획위는 양 대학에 △통합을 전제로 하나의 대학 설립 △순천·목포에 500병상급 대학병원 조성 △동부권과 서부권의 의료자원과 병상 요건을 감안해 단계적으로 사업 추진 △통합 의과대학은 순천·목포 양 지역에서 의학교육과 임상실습 함께 운영 △통합특별시는 대학 통합과 국립의대 설립에 행·재정적으로 적극 지원 등의 원칙도 함께 제시했다. 대전환기획위 관계자는 “이번 제안은 동부권과 서부권에 각각 완결된 의료 체계를 구축한다는 목표를 전제로 하고 있다”며 “이달 말까지는 보건복지부에 의대 설립 서류를 제출해야 ‘국립의대 정원 100명’을 확보할 수 있는 만큼 양 대학이 최대한 빨리 입장을 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앞서 목포대와 순천대는 2024년 11월 의대 설립을 전제로 대학 통합에 합의했지만 ‘의대와 병원 소재지’ 문제를 두고 이견을 보이면서 통합 절차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한편,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인수위원회 격인 대전환기획위는 오는 20일까지 활동한다.
  • 위성에 숨은 핵… 방사선에 덜미

    위성에 숨은 핵… 방사선에 덜미

    우주조약은 국제 우주법의 근간이 되는 조약으로 미국, 중국, 러시아 등 118개국이 비준했다. 조약은 핵무기를 지구 궤도나 우주 공간에 배치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궤도상에서 핵무기가 폭발하면 지구 상공 약 2000㎞ 이하인 저궤도 위성 대부분이 파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1962년 미국이 우주에서 실시한 1.4메가톤급 수소폭탄 실험 ‘스타피시 프라임’은 지구 내부 방사선대에 10의 29승 개(1000억 개의 100경 배)에 달하는 전자를 내뿜어 당시 궤도를 돌고 있던 초기 인공위성 상당수를 망가뜨렸다. 문제는 핵무기 관련 우주조약 위반 여부를 확인할 방법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2022년 2월 러시아가 지구 저궤도에 쏘아 올린 ‘코스모스 2553’(Kosmos 2553) 위성을 두고 러시아는 감시·원격탐사용 레이더 위성이라고 밝혔으나 미국은 “핵무장 위성요격무기 부품을 우주에서 시험하는 플랫폼일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검증 기술의 필요성이 급부상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구 궤도를 도는 위성에 핵무기가 숨겨져 있는지를 손쉽게 탐지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967년 체결 이후 60년 가까이 검증 수단이 없었던 우주조약 이행 여부를 실제로 확인할 수 있는 길이 제시된 것이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원자력공학과 연구팀은 지구 자기장에 붙잡혀 있는 고에너지 양성자가 핵무기의 우라늄 부품과 부딪힐 때 발생하는 중성자를 포착해 핵무기를 탑재한 위성을 가려낼 수 있다는 개념 연구를 과학 저널 ‘네이처’ 7월 9일 자에 발표했다. 연구팀의 핵심 아이디어는 우주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방사선을 활용하는 것이다. 지구를 둘러싼 도넛 모양의 방사선 지대인 ‘밴앨런대’ 안쪽에는 수십억 전자볼트급 고에너지 양성자가 갇혀 있다. 고에너지 양성자가 우라늄처럼 무거운 원소에 부딪히면 원자핵이 깨지면서 중성자가 대량으로 튀어나오는 파쇄 반응이 일어난다. 수소폭탄은 100㎏이 넘는 우라늄 외피를 갖고 있어 밴앨런대 양성자에 노출되면 강한 중성자 신호를 내뿜을 수밖에 없다. 반면 일반 위성은 알루미늄과 수소가 풍부한 경량 소재로 만들어져 중성자를 거의 만들지 않는다. 중성자 신호 자체가 핵무기의 ‘지문’인 셈이다. 연구팀은 코스모스 2553과 같은 궤도에 수소폭탄을 실은 가상의 위성이 있다고 가정하고 이를 검증하는 탐지 위성 성능을 입자물리 표준 시뮬레이션 도구 ‘전트4’ 기반 몬테카를로 계산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탐지 위성에 실리는 검출기는 가로, 세로 각각 30㎝, 높이 12㎝로 중성자에 반응하는 플라스틱 섬광체를 1㎜ 두께의 인공 다이아몬드 검출판이 위아래로 감싼 형태로 소형 큐브샛 크기면 충분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뮬레이션 결과 4㎞ 거리에서 큐브샛 1대로 약 7.2일 동안 관측하면 99% 이상으로 수소폭탄 탑재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것으로 계산됐다. 큐브샛 10대를 편대로 운용하면 15시간으로 줄고 접근 거리를 1㎞로 좁히면 단 1시간 만에, 근접 통과만으로 판별할 수 있다. 연구를 이끈 아레그 다나굴리안 MIT 교수는 “이번 기술은 검사 대상 위성에 어떤 신호도 쏘지 않고 자연 방사선의 변화만으로 핵무기 탑재 여부를 확인할 수 있으며 특히 현재 상용화된 부품만으로도 구현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 펄펄 끓는 지구, 해양 생물 ‘멍청이’ 만든다 [유용하 과학전문기자의 사이언스 톡]

    펄펄 끓는 지구, 해양 생물 ‘멍청이’ 만든다 [유용하 과학전문기자의 사이언스 톡]

    올해 여름은 온난화에 엘니뇨 현상까지 겹쳐 평년보다 덥고 극한 기상이 빈번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지구가 뜨거워지면 ‘더워서 생활하기 불편한 것 빼고는 크게 달라지는 것이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실제로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많은 변화를 유발합니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상승으로 인한 해양 산성화는 다양한 바다 생물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캐나다 아카디아대 생물학과, 대만 중앙연구원 해양연구소 공동 연구팀은 온난화로 인해 바닷물에 녹아드는 이산화탄소 농도가 계속 높아질 경우 오징어를 비롯한 두족류의 뇌 부피가 절반으로 줄어들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7~9일 열리는 ‘실험생물학 2026 컨퍼런스’에서 발표됐습니다. 두족류는 좌우 대칭형이며 몸통이 머리 위에 붙어 있고 머리 밑에 다리가 존재하는 동물로 1000~1200종에 이릅니다. 개와 비슷한 개수의 신경세포(뉴런)를 지녀 바다에서 가장 지능이 높은 동물로도 유명합니다. 연구팀은 부화 순간부터 무늬오징어를 두 집단으로 나눠 한쪽은 현재 바다와 비슷한 수준의 pH(산도) 8.20 수준의 수조에, 다른 쪽은 기후변화 예측 시나리오에 따라 2100년의 바다를 상정한 pH 7.80의 수조에 넣었습니다. 90일 후 오징어를 수조에서 꺼내 머리를 보존 처리해 확산형 자기공명영상(dMRI)으로 촬영했습니다. 연구팀은 몸통 크기에 따른 뇌 부피 변화도 살펴봤습니다. 그 결과,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은 곳에 있었던 오징어들의 뇌 부피가 감소한 것이 확인됐습니다. 감소 폭이 가장 컸던 뇌 부위는 시력과 관련 있는 곳으로 나타났습니다. 현재 바다 환경과 비슷한 수조에서 자란 오징어에 비교했을 때 시각 관련 뇌 부위가 52~62% 작았습니다. 바다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면 오징어의 사냥 행동이 감소하는 이유도 시력이 나빠지기 때문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습니다. 연구를 이끈 개럿 앨런 캐나다 아카디아대 교수는 “이번 연구는 두족류를 대상으로 했지만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는 다른 동물들에게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습니다.
  • 뉴욕 한복판서 고층 빌딩 붕괴 조짐

    뉴욕 한복판서 고층 빌딩 붕괴 조짐

    미국 뉴욕 맨해튼 한복판에서 리모델링 공사중이던 고층 건물의 철골 기둥이 휘어지며 붕괴 우려로 주변에 대피령이 내려졌다. CNN 등에 따르면 7일(현지시간) 오전 8시쯤 맨해튼 미드타운 이스트의 37층 건물에서 벽돌이 도로로 떨어졌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소방 당국은 건물 21층과 22층 철골 기둥 두 개가 휘어지고, 21∼26층 바닥이 아래로 처진 것을 확인했다. 부분 붕괴 우려에 주변 건물 9개 동에 대피령이 내려졌고, 인근 학교 학생 400여명과 방송국 직원들도 긴급 대피했다. 주변 차량과 보행자 통행도 전면 통제됐다.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은 오후 기자회견에서 “건물이 여전히 불안정한 상태”라며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존 에스포지토 뉴욕 소방청장은 철골 구조 특성상 건물 전체가 붕괴할 가능성은 작다면서도 “건물이 계속 움직이고 있는 게 가장 큰 우려”라고 설명했다.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과 유엔본부 사이 번화가에 있는 이 건물은 2018년까지 화이자 본사로 쓰였다. 내년 완공을 목표로 1600여세대 고급 주택 단지로 바꾸는 대규모 리모델링 공사가 진행중이었다.
  • 60조원 캐나다 잠수함 놓친 K조선… 美 1600조원 군함 ‘마스가’ 노 젓나

    60조원 캐나다 잠수함 놓친 K조선… 美 1600조원 군함 ‘마스가’ 노 젓나

    미국 정부가 한국 조선업계에 함정 건조·설계 역량 관련 정보를 요청하고 확인하는 절차에 들어갔다. K조선이 60조원 규모의 캐나다 잠수함 수주전에서는 차순위로 밀렸지만, 최대 1600조원대 미국 함정 시장에서 ‘마스가’(MASGA·한미조선협력 프로젝트)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8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미 국방부(전쟁부)와 해군은 지난달 전투함과 유류지원함(중형급 급유함)에 대한 정보요청(RFI)을 국내 조선사들에 보냈다. 이에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각각의 전투함 설계·건조 역량을 미 국방부에 전달했고, 중형급 급유함 RFI에는 삼성중공업까지 3개사가 회신했다. 특히 미 국방부는 한국 해군의 3600t급 최신예 호위함인 ‘울산급 배치-Ⅲ’(충남함)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RFI는 미국 정부가 사업 계획 수립을 위해 가격과 납기, 기술력 등 시장 정보를 수집하는 절차다.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 정부가 국내 조선업계의 함정 역량을 일괄 문의한 것은 처음이다. 이에 미국이 향후 공식적 입찰 제안요청(RFP) 등을 통해 협력을 본격화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미국 군함 10척을 신속히 건조할 수 있느냐”고 물은 것이 공개된 뒤 실무 검토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미국은 해군력 강화를 위해 2024년 말 기준 296척의 함정을 2054년까지 381척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신규함정 조달 예산은 연평균 300억 달러(약 45조원)로 추산된다. 코트라는 총 1조 750억 달러(약 1600조원)를 투입할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은 370여척의 함정을 보유한 중국을 당장 견제해야 한다. 이에 압도적 건조 역량을 갖춘 한국의 참여가 절실하다. 다만, 미국 예산으로 건조되는 함정의 해외 건조를 금지하는 ‘번스-톨레프슨 수정법’과 ‘존스법’ 등 규제 장벽을 넘어야 한다. 국내 조선사의 공략법은 각기 다르다. 한화오션은 2024년 인수한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리조선소를 통해 연간 1.5~2척의 군함 건조 능력을 선제적으로 갖췄고, 이를 최대 20척까지 증산하기 위한 대규모 설비 투자를 진행 중이다. HD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각각 헌팅턴 잉걸스, 제너럴 다이내믹스 나스코 등 현지 방산 조선사와 기술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문근식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 교수는 “한미 양국의 호혜성을 기준으로 존스법 등을 수정하지 않으면 자칫 우리 업계가 하청 기지 역할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용선 율촌 수석전문위원은 “미국 조달 시장에 참여하려면 갖춰야 할 ‘사이버보안 성숙도 모델 인증’(CMMC)도 거쳐야 하는 만큼 양국 정부 간 호혜적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내가 느그 서장하고”… 아직도 통하는 경찰 [경찰, 준비돼 있습니까]

    “내가 느그 서장하고”… 아직도 통하는 경찰 [경찰, 준비돼 있습니까]

    “경찰 전국 순환근무 안 돼 향촌 세력화”… 13만명 기강 관리도 난항수사기록 조작·유출 잇단 덜미‘장윤기 사건’ 도화선 불신 확산10월 검찰청 폐지를 앞두고 수사권을 독점하게 될 ‘공룡 경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논란의 도화선이 된 ‘광주 여고생 살인사건’은 범인 장윤기의 부친이자 현직 경찰관인 장모 경감을 중심으로 경찰 수사팀의 증거인멸·유착이 이뤄진 정황이 포착되며 수사를 맡았던 팀장이 하루아침에 구속됐다.지난 3월에는 서울 강남경찰서 수사팀장이 금품과 룸살롱 접대를 받고 방송인 양정원씨 관련 사건을 무마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비대해진 권한에 비해 취약한 경찰 수사의 현주소를 짚어보고, 이를 견제할 장치와 개선 방향을 모색한다. 8일 서울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도의 한 경찰서 수사과장으로 근무하던 A씨는 지난 2023년 평소 친하게 지내던 인력업체 운영자로부터 “세무조사가 시작됐으니 만약 수사기관에 고발되면 해당 사건을 직접 맡아 처리해 달라”는 청탁을 받았다. 실제로 이 사건은 해당 경찰서로 이송됐고, A씨는 관련자들에 대한 피의자 신문조서와 진술조서의 문답 내용을 임의로 작성하는 등 수사기록을 조작해 사건을 불송치했다. 유사 사건과 다른 처분에 의구심을 품은 국세청과 검찰의 수사에 덜미가 잡힌 A씨는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공무상 비밀누설, 주민등록법위반교사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2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현재 상고심이 진행 중이다. 경찰 안팎에서는 자체적으로 사건을 종결할 수 있는 ‘불송치 결정권’을 경찰이 가지면서 이를 교차 검증할 보완 장치가 부실하고, 이에 외부 청탁이나 학연 등 개인적 관계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형사소송 전문 변호사는 “불송치 결정에 대해 이의신청을 해도 같은 수사관이 다시 수사를 하기 때문에 수사 의지가 없으면 사건이 진행될 수 없는 구조”라면서 “담당 수사관의 권한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착으로 인한 부실 수사 의혹은 끊이지 않는다. 한 은행 법인은 2024년 자신의 실적을 높이기 위해 서류를 조작해 부실 대출을 수차례 실행한 의혹이 제기된 지점장 B씨를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고소했다. 노동위원회에서 면직 처분된 내용을 증거로 제출했으나, 경찰은 지난해 말 불송치 결론을 내렸다. B씨는 평소 ‘경찰서장과 친하다’며 사회 고위층 인맥을 자랑하고 다녔다. 담당 수사관은 수사 진행 상황을 B씨에게 수시로 공유한 정황이 드러났다. 담당 변호사는 “수사관이랑 통화할 때마다 ‘나도 난처하다. 수사를 진행하기 어렵다’는 말을 수시로 했다”며 “결국 1년 반 동안 이렇다 할 조사를 진행하지 않다가 허무하게 ‘혐의 없음’ 결론이 났다”고 토로했다. 지난해엔 김용환 전 서울 도봉경찰서장이 현직 경찰서장으로 가상자산 투자 피의자로부터 수사 무마 대가로 수천만 원을 건네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로 구속돼 파장이 일기도 했다. 경찰이 외부 청탁 등에 취약한 원인으로 내부에서는 순환인사의 공백을 지목한다. 서울의 한 간부급 경찰관은 “경감으로 승진하면 다른 서로 옮겨 5년 단위로 순환인사를 하는데, 수도권 일부 지역에선 예외가 있다. 거주지를 배려해 근무하던 서에 남기거나 멀지 않은 곳으로 인사를 하는 것”이라며 “경찰에 대한 불신이 커진 부실 수사 사건으로 남양주 스토킹 살인 등이 꼽히는데, 한 사람이 같은 서에 오래 머물면 ‘고인물’이 되고,  언젠가 문제가 터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내부에선 장윤기 사건도 비슷한 맥락으로 보는 분위기다. 경기 지역의 한 간부급 경찰관은 “광주청은 예하 경찰서가 5개에 불과하다. 장윤기의 아버지도 광산서에서 오래 근무했으니 아들 사건 수사 담당자와 아는 사이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민 법무법인 MK파트너스 변호사도 “전국 순환근무가 이뤄지지 않는 지방의 경우 경찰이 ‘향촌 세력화’돼서 유착에 취약한 구조”라고 말했다. 경찰 전체 구성원 수만 약 13만명에 달하는 만큼 기강 관리가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주의 한 경찰서에선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해 사기 혐의로 지인을 고소한 사건에 대해 담당 경찰관 C씨가 수사를 하지 않고 사건을 임의로 반려한 뒤, 자신의 상사 계정으로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에 로그인해 무단으로 종결 처리를 한 사실이 뒤늦게 발각되기도 했다. C씨는 공전자기록 등 위작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현재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 ‘반도체 팹 부지’ 광주 軍공항 주변… 이르면 오늘 토허구역 지정

    ‘반도체 팹 부지’ 광주 軍공항 주변… 이르면 오늘 토허구역 지정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가 들어설 광주 군공항 주변 지역이 이르면 9일 토지거래 허가구역으로 지정될 전망이다. 8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사업 추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동산 투기 세력의 유입을 막기 위해 광주 군공항 인근 지역을 조만간 토지거래 허가구역으로 지정하기로 했다. 통합특별시는 군공항 부지 826만㎡ 외에 주변 영산강변 일대와 송정동·신촌동 등 5~6개 동이 토지거래 허가구역으로 지정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군공항 일대는 대부분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이지만 이번 조치가 구체화하면 토지거래 허가구역으로 다시 묶이게 된다. 정부는 과거 경기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 개발 당시에도 개발 발표 직후인 2019년(SK하이닉스 클러스터)과 2023년(삼성전자 국가산단)에 인근 지역을 토지거래 허가구역으로 묶어 투기 수요를 통제한 바 있다. 토지거래 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일정 규모를 초과하는 토지 매매 시 관할 지방자치단체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만큼 실제 거주나 운영 목적이 아닌 투기성 자금의 접근이 엄격히 제한된다. 첫 지정 때는 5년 이내로 기간을 정할 수 있으며 기간이 만료되면 연장이나 해제, 조정을 하게 된다. 통합특별시 관계자는 “현재 토지거래 허가구역의 범위와 기간을 놓고 국토부와 협의가 진행 중”이라며 “신속한 반도체 팹 착공을 준비하기 위해 이르면 9일 중으로 토지거래 허가구역 지정을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美 “이란과 종전 MOU 끝난 듯”

    美 “이란과 종전 MOU 끝난 듯”

    호르무즈 상선 공격 받자 공습 재개이란 보복 타격… 중동 또 일촉즉발 호르무즈 해협에서 잇따라 발생한 유조선 피격으로 미국이 이란에 대한 공습을 재개하고 원유 판매 허가 조치를 취소하는 등 중동 정세가 다시 일촉즉발로 치닫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란과의 종전 양해각서(MOU)가 “끝난 것 같다”고 밝히면서 MOU 체결 후 출구를 찾던 중동 정세가 또다시 중대 위기를 맞았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미 중부사령부는 7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 통과 상선에 대한 이란의 공격에 대한 대응으로 정밀 유도 무기를 사용해 80개 이상의 표적을 타격하는 새로운 작전을 수행했다”며 “이란의 방공 체계, 지휘통제망, 해안 레이더 기지, 대함 미사일 전력과 함께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소속 소형 선박 60여 척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앞서 호르무즈 해협에선 카타르 국적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과 사우디아라비아 유조선 등 상선 3척이 지난 6일부터 잇따라 이란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발사체 공격을 받았다. 미군은 공습 지점을 정확히 밝히지 않았으나 이란 남부 반다르아바스와 시릭, 케슘섬 등에서 폭발음이 들렸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공격이 지난달 종전 MOU 체결 이후 감행된 기존 공습보다 4~5배 더 규모가 컸다”고 미국 측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 재무부도 이날 한시적으로 허용했던 이란산 원유 생산·운송·판매 관련 제재 면제를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종전 MOU 체결을 계기로 60일간의 협상 기간 동안 풀어 주기로 했던 이란산 원유 제재를 보름여 만에 철회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이란은 국제 시장에서 원유를 공개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길이 다시 막혔다. 다만 이미 허가된 거래는 오는 17일까지 정리 절차만 허용된다. 미국의 강력한 대응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튀르키예 앙카라를 방문한 시점에 이뤄져 주목된다. 이란과 국경을 맞댄 튀르키예에 머무르고 있는 상황에서 강도 높은 군사 공격과 경제 제재를 단행해 대이란 압박을 극대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 정상회의서 취재진에 이란과의 협상이 끝났다며 “더이상 이란을 상대하고 싶지 않다. 그들은 쓰레기”라고 맹비난했다.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의 장례식으로 ‘반미 결집’을 도모한 이란도 맞대응에 나섰다. 이란 군부는 바레인과 쿠웨이트에 있는 미군 시설 85곳을 미사일 등으로 타격했고 미군 드론 1대도 격추했다고 주장했다. 이란 외무부도 “미국이 종전 MOU를 위반한 조치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당초 하메네이 장례 절차가 마무리되는 오는 11일 재개될 예정이던 양측 협상은 성사가 불투명해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종전 MOU를 체결한 지 20여일이 지났음에도 오히려 갈등이 격화되면서 60일간의 협상 기간 동안 최종 합의를 이루기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 [사설] 교육교부금, 지금 당장 개편해도 만시지탄

    [사설] 교육교부금, 지금 당장 개편해도 만시지탄

    기획예산처와 교육부가 어제 교육교부금 개편 공개토론회를 열었다. 교육감, 전교조, 대학교수, 영유아·평생교육 관계자까지 한자리에 모였는데, 의견들이 엇갈렸다. 토론회장 밖 정부청사 앞에서는 교총·전교조·교사노조연맹 등 3개 교원단체가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교부금 축소 논의 중단을 촉구했다. 이렇게 이해관계가 복잡한 의제가 공론장에 올라온 것 자체로 늦었지만 의미가 크다. 교육교부금 제도 개편을 논의해야 할 이유는 명확하다. 올해 초중고 학생 수는 사상 처음 500만명 아래로 떨어졌다. 학령인구가 계속 줄고 있는데 내국세 20.79%를 기계적으로 교육교부금으로 배정하는 체계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학생 1인당 교부금은 2016년 716만원에서 2025년 1371만원으로 10년 새 두 배가 됐다. 교실의 멀쩡한 노트북을 바꿔 주는 등 남아도는 교부금을 주체할 수가 없어서 불요불급한 사용처를 억지로 만들고 있는 현실이다. 반면 대학 등록금은 2009년부터 2024년까지 동결되면서 고등교육 재정이 고갈된 상황이다. 조기 퇴직자가 늘고 인공지능(AI) 전환으로 성인 재교육 수요가 폭증하는데도 2024년 기준 교육청 지출액 95조원 중 평생교육 예산은 2000억원에도 못 미쳤다. 교부금 비율을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교육당국의 주장에도 일리가 없지는 않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학생 수는 14.6% 줄었지만 학급 수는 0.2%밖에 줄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공방은 이제 매듭지어져야 한다.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는 2023년에 신설돼 국가장학금과 지역대학 육성 등에 쓰이고 있지만 2030년까지 한시 운영인 데다 실제 순증 재원이 3조원 수준에 그쳤다. 교육교부금은 1970년대 나라가 가난해도 교육환경만은 지키겠다는 취지에서 도입된 제도다. 인재를 국가발전의 동력으로 삼아 온 한국의 성장 모델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더 늦기 전에 현실에 맞게 쓰임새가 손질돼야 한다.
  • [사설] ‘오징어 게임’ 된 한국 증시… 변동성 대책 서둘러야

    [사설] ‘오징어 게임’ 된 한국 증시… 변동성 대책 서둘러야

    한국 증시의 변동성에 대해 해외에서조차 경고음을 높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오징어 게임이 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극심한 변동성 탓에 결국 개인투자자들이 막대한 손실을 떠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1년간 코스피는 165% 급등하며 주요국 중 가장 높은 수익률을 보였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불안은 커진다. 상반기 코스피는 하루에도 급등락을 오가는 롤러코스터 장세를 반복했다. 장중 변동폭은 외환위기 때를 제외하면 가장 컸고, 변동성완화장치(VI) 발동 건수도 2만 9357건으로 반기 사상 최대였다. 그제 삼성전자의 역대급 2분기 실적이 나왔는데도 매도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며 증시는 속절없이 추락했다. 어제도 코스피와 코스닥은 각각 5.4%, 5.6% 급락 마감하며 ‘검은 수요일’을 기록했다. 호재가 온전히 반영되지 못하고 악재에는 더 크게 흔들리는 시장을 건전한 투자처라고 부르기는 어렵다. 변동성의 중심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라는 반도체 ‘투톱’ 쏠림, 그리고 이를 기초자산으로 삼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의 과열이 있다. 두 종목이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다 보니 시장 전체가 흔들리는 구조다. 반도체 고점 논란과 중동 리스크가 겹쳤다지만, 일본·대만보다 유독 코스피 낙폭이 컸던 것은 한국 시장의 구조적 취약성 때문이다. 개인투자자들은 이달 초 단 4거래일 동안 두 종목 레버리지 ETF를 1조 6000억원 넘게 순매수했다. 반면 외국인은 올 상반기 1000억 달러 넘게 한국 주식을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지난달 신용융자 잔액은 37조 3000억원으로 불어났다. 급락장에서는 빚투가 반대매매로 이어져 주가 하락을 더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이 특히 걱정스럽다. 여기까지 온 데에는 당국의 안이한 레버리지 상품 출시 허용과 사후 관리 책임이 크다. 해외로 향하던 투기적 수요를 국내로 돌리려다 시장 전체의 변동성만 키웠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당국은 연일 관계기관 점검회의를 열고 보완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했다”는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의 후회가 나온 지 보름이 지났다. 그런데도 당국의 구체적 대응은 보이지 않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코스피 1만 시대’ 기대가 나오던 시장이 이제는 7000선마저 위협받는 상황이다. 한국 증시가 세계시장의 눈에 오징어 게임과 카지노처럼 비치고 있다면 더는 방치할 일이 아니다. 투기판이 아니라 건전한 시장으로 되돌릴 안전장치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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