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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바람에 설레는 당신을 위한 꽃놀이 기차여행 4선

    봄바람에 설레는 당신을 위한 꽃놀이 기차여행 4선

    유난히 길고 추웠던 겨울도 물러가고 이제 대한민국에는 봄이 찾아왔다. 제법 온기가 녹아 든 바람이 느껴지면서 어디로든 떠나고 싶은 주말. 조금이라도 빨리 봄꽃 정취에 빠지고 싶은 당신을 위해 기차로 떠날 수 있는 봄꽃 여행지를 소개한다. ● 3월이면 매화가 지천, 양산 원동 매화축제부산에서 경부선 기차를 타는 승객의 시선을 사로잡는 구간, 바로 경남 양산시 원동면을 지나는 곳이다. 낙동강을 왼쪽에 끼고 서울 방면으로 달리는 이 구간은 승객들에게 잠시나마 여행의 참맛을 느끼게 해준다. 특히 이곳의 3월은 매화가 지천으로 흐드러지면서 봄꽃 여행 명소로 떠올랐다.오는 18일에는 ‘제11회 원동매화축제’가 개막된다. 이틀 동안 원동면 일대에서 열리는 축제에는 매화향 힐링콘서트를 시작으로 시립합창단의 도깨비콘서트, 매화퍼포먼스 등 다양한 공연과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올해 주 행사장은 원동교 건너편 유휴지로, 원동역에서 행사장까지 이동하는 곳곳에서 공연과 아트 프리마켓이 운영된다.교통편 : 무궁화호소요시간 : 서울역~원동역 약 5시간운임요금 : 성인 기준 2만 6100원 (일반실 기준) ● 황홀한 아름다움, 삼랑진 벚꽃터널매화로 물든 원동역을 지나 서울 방면으로 조금 더 올라가면 작은 기차역이 하나 나온다. 경남 밀양의 삼랑진역이다. 삼랑진읍 안태리의 안태마을과 삼랑진 양수발전소로 이어지는 10km가량의 길은 매년 3월 중순~4월 초 벚나무가 터널을 이룬다. 안태리의 중심부인 오거리의 도로명이 ‘벚꽃오거리’일 정도로 이 지역의 벚꽃은 해마다 상춘객들을 유혹한다.삼랑진 벚꽃길 옆으로는 안태호와 천태호가 맞닿은 트레킹 코스도 조성돼 있다. 이곳을 걷다보면 벚꽃 아래로 낙동강변 옆 철길을 달리는 기차의 모습을 담을 수 있는 포토존이 있어 사진 애호가들의 출사 명소로도 꼽힌다. 또한 밀양 삼랑진은 1943년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딸기를 재배한 곳으로, 벚꽃 개화시기에 방문하면 향긋한 삼랑진 제철 딸기를 맛볼 수 있다.교통편 : 무궁화호소요시간 : 서울역~삼랑진역 약 4시간 50분운임요금 : 성인 2만 5500원 (일반실 기준) ● 연분홍으로 물들다…전남 광양 매화유유히 흐르는 섬진강과 연분홍으로 물든 산자락. 해마다 3월이면 상춘객의 사랑을 받는 전남 광양 매화마을의 풍경이다. 이곳에서 열리는 ‘광양매화축제’는 100만명의 관광객이 몰릴 정도로 대표적인 봄꽃축제로 자리 잡았다.매화마을에는 이미 지난 2월 중순부터 매화가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했지만, 아쉽게도 올해는 매화꽃축제가 열리지 않는다.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을 막기 위해서다. 축제는 열리지 않지만 아름다운 풍광만은 예년 그대로다. 이달 중순이면 매화가 만개하며, 광양 쫓비산과 백운산 일대가 매화로 한껏 치장한다.교통편 : KTX에서 무궁화호로 환승소요시간 : 서울역~순천역(KTX) 약 2시간 50분 순천역~광양역(무궁화) 약 9분운임요금 : 성인 4만 4600원 (일반실 기준) ● 노오란 산수유 물결 따라 봄이 온다…구례 산수유전남 광양이 연분홍으로 물들 때 전남 구례는 산수유의 노란빛으로 물든다. 구례군은 춥고 긴 겨울을 이기고 피어나는 산수유꽃 개화를 맞아 오는 18일부터 26일까지 산수유마을을 비롯한 지리산온천관광지와 산수유사랑공원 일원에서 ‘구례산수유꽃축제’를 진행한다. 이번 축제는 ‘영원한 사랑을 찾아서’라는 주제로 펼쳐진다.구례에서도 산수유 풍광이 가장 이름난 곳은 산동면 상위마을이다. 만복대 자락에서 흘러내린 다랑논과 마을 한가운데를 흐르는 개울이 산수유와 어우러져 풍경화를 그려낸다. 마을 안쪽의 오래된 돌담길과 어우러진 풍경도 빼어나다. 이웃한 반곡마을은 계류와 어우러진 정취가 일품이다. 산수유 마을 전경을 보려면 상위마을 위쪽의 팔각정이나 산수유 사랑공원 전망대에 오르면 된다.교통편 : KTX소요시간 : 서울역~구례구역 약 2시간 35분운임요금 : 성인 4만 1800원 (일반실 기준) 종합 큐레이션팀 sns@seoul.co.kr
  • [최영미와 함께 읽는 세계의 명시] 3월의 바람과 5월의 꽃

    [최영미와 함께 읽는 세계의 명시] 3월의 바람과 5월의 꽃

    어려서는 봄이 좋은지도 몰랐다. 내가 봄이었으니까. 1980년에 대학생이 돼 서울의 봄을 지나 잔인한 5월을 맞은 뒤, 나는 봄이 싫어졌다. 4월이면 피어나던 최루탄 냄새를 잊고, 나이가 들어 봄이 좋아졌다. 올해처럼 봄이 기다려지는 해도 없었다. 우리 모두에게 길고도 초조했던 겨울이 드디어 끝났다. 탄핵이 인용되고 처음 맞은 주말. 미세먼지 날리는 3월의 거리에 서서, 들뜬 마음은 벌써 4월을 지나 5월을 기다린다. 수영장을 나와 젖은 머리로 거리를 활보하다 감기에 걸렸다. 몸에 차오르는 봄기운을 누르고 방에 틀어박혀 3월의 노래를 듣는다. * 3월의 바람과 4월의 비가 어여쁜 5월의 꽃을 데려오지요. 그리고 6월이, 달빛 아래 당신이 오지요 3월의 바람과 4월의 비가 내리면 로맨스가 곧 시작되고, 두 사람을 위한 야외의 천국이 열리지요 3월의 바람과 4월의 비가 사랑스런 5월의 꽃을 데려오지요. 그리고 6월이, 달빛 아래 당신이 내게 오지요 3월의 바람과 4월의 비가 행복한 시간들에 길을 열어주고 그리고 5월, 6월, 사랑의 시간 그리고 당신. …(후략) March winds and April showers Make way for sweet May flowers And then comes June, a moon and you March winds and April showers Romance will soon be ours An outdoor paradise for two March winds and April showers Make way for sweet May flowers And then comes June, a moon and you March winds and April showers Make way for the happy hours And the May time, June time, love time and you3월의 시를 찾다가 우연히 발견한 옛날 노래다. 1930년대에 유행하던 노래라는데 작사자도 작곡자도 누군지 모르겠다. “3월의 바람과 4월의 비가 5월의 꽃을 피게 한다”는 영국 속담이 있는데,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온 속담을 토대로 만들어진 민요일 수도 있겠다. 밥 딜런이 노벨상을 받는 세상인데, 영국인만 아니라 미국인들도 사랑하는 노래를 세계의 명시로 소개해도 크게 나무랄 사람은 없으리라. 시국 때문인지 요즘의 내 기분은 무거운 시를 읽고 번역하기 싫다. 한가로이 노래나 듣고 흥겨운 리듬에 맞춰 춤이라도 추고픈데…몸이 받쳐주지 못해 아쉽다. 3월의 바람과 4월의 비. 그리고 5월의 꽃. 길게 주절주절 설명하지 않고 짧게 찌르는, 단순 명쾌한 가사가 마음에 와 닿았다. 영국에서는 4월에 비가 많이 온다. 대서양으로부터 불어오는 강한 제트기류 때문이라는데 날씨가 얼마나 변화무쌍한지. 햇볕이 화사한 봄날인 것 같다가 갑자기 비를 뿌리더니, 차디찬 비가 눈으로 변하기도 한다. 영국에 가본 이들은 다 알겠지만, 4월만 아니라 한여름에도 날씨가 고약하다. 런던올림픽이 열리던 해 7월 초에 런던에 며칠 있었는데 정말 날씨가 지랄 같았다(말투가 곱지 않음을 용서하시길). 하루에도 여름과 겨울이 오락가락해 외출할 때 우산과 외투를 챙겨야 한다. 호텔을 나서며 바람막이 재킷을 손가방에 넣고 다니다 필요하면 걸쳤다. 나처럼 어쩌다 며칠 있는 여행자가 아니라 붙박여 살아야 하는 영국인들은 변덕스러운 기후에 익숙해서인지 웬만한 비에는 우산을 꺼내지도 않아, 이슬비에 젖기 싫어 우산을 펼쳐든 내가 무안할 정도였다. 사나운 비와 바람을 맞은 뒤에 꽃이 개화한다. 역경을 겪어본 사람만이 축제를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촛불과 태극기가 난무하는 3월을 지나, 4월을 지나 5월에 활짝 웃고 싶다. 유럽의 6월은 춥지도 덥지도 않고, 사랑하기 딱 좋은 아름다운 계절. 최선을 원하지만 최악에도 대비하는 나는, 탄핵이 인용되지 않으면 한국을 떠나겠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고 런던행 비행기표를 예약했다. 구매를 하지 않아 예약이 취소됐을 텐데. 세상이 바뀌어 좋기는 한데, 이제 무슨 핑계로 이 나라를 떠나나. ‘March winds and April showers’를 검색하면 비슷비슷한 가사에 편곡을 달리한 곡들이 여럿 뜬다. 미국의 가수이자 배우인 루스 에딩의 아주 느린 발라드는 감칠맛이 나고, 1935년에 아베 리만의 캘리포니아 오케스트라의 반주에 맞춘 남자 가수의 노래는 빠르고 신났다. 영국의 아이들이 입을 맞춰 낭송하는 동시도 들었는데, 가사는 애들의 시가 더 심오하다. * 3월의 바람과 4월의 비가 5월의 꽃을 피게 하지요. 밤에 붉게 물든 하늘은 양치기의 기쁨이고, 아침에 붉은 하늘은 양치기에게 경고하지요. 비, 비, 저리 가버려. 다른 날에 다시 오렴. 비야, 비야, 어서 가버려. 꼬마 조니는 놀고 싶어; 비야, 비야, 스페인으로 가서, 다시는 네 얼굴을 비추지도 마 March winds and April showers bring forth May flowers. Red sky at night, shepherd’s delight; Red sky at morning, shepherd’s warning. Rain, rain, go away, come again another day. Rain, rain, go away, Little Johnny wants to play; Rain, rain, go to Spain, never show your face again 지겨운 비야, 스페인으로나 가버리라는 영국 아이들의 애국심이 귀엽지 않나.
  • [손원천 전문기자의 호모나들이쿠스] 고요한 섬…오롯한 봄 오롯한 쉼

    [손원천 전문기자의 호모나들이쿠스] 고요한 섬…오롯한 봄 오롯한 쉼

    중국 관광객이 나라 안에서 갑자기 사라졌습니다. 그 탓에 여기저기서 걱정과 한숨이 늘어갑니다. 금전 손실만 수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가장 극적인 곳은 제주입니다. 제주를 찾는 관광객의 팔할 이상이 중국인이었으니 그 상실감과 위기감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여행자 입장에서 보면 상황은 다소 달라집니다. 수조원과 고요를 맞바꾼 듯한 느낌이랄까요. 제주 어디를 가도 북적대는 모습을 찾기 어렵습니다. 머지않아 중국인은 다시 돌아올 겁니다. 제주 같은 매력을 가진 곳은 흔하지 않으니까요. 말 그대로 시간문제겠지요. 뒤집어 보면 이는 지금이 제주 여행의 적기란 뜻도 될 겁니다.놀라웠다. 성산일출봉에서 중국말이 사라지다니. 성산일출봉은 제주의 랜드마크 중 하나로 꼽히는 곳이다. 그러다 보니 늘 중국인 관광객들로 북적댔다. 한국말보다 중국어가 더 잘 들릴 정도였다. 다소 거슬리기까지 하는 중국말이 사라지니 이렇게 편안할 수가 없다. 사실 놀라운 일은 제주에 올 때부터 있었다. 제주행 비행기가 정시에 출발해 정시에 도착했다. 시계를 보고도 못 믿을 지경이다. 돌아올 때도 마찬가지. 게다가 항공기에 오르내리는 총 4번의 과정 내내 브리지(탑승교)를 이용할 수 있었다. 버스를 타고 이동 탑승해야 하는 불편이 없었다는 얘기다. 그간의 경험에 비춰볼 때 이는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성산일출봉과 이웃한 광치기해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여기도 중국인이 사라졌다. 정말 거짓말처럼 한순간에 사라졌다. 그리고 되찾은 건 적요다. 몇몇 관광객은 방석을 깔고 조용히 앉아 참선하며 고요를 즐겼다. 사실 이것이 제주의 본질일 터다. 그동안 우리는 이런 풍경을 잃고 있었던 거다.귀동냥 삼아 제주관광공사에 물었다. 3월에 가볼만한 곳이 어디냐고. 공사 측이 추천한 곳들을 중심으로 제주를 돌아봤다. ‘놓치면 후회할 꽃삼월의 제주’가 주제다. 가슴 가득 봄을 담기에 꽃밭만한 곳이 있을까. 제주의 봄을 알리는 전령사는 역시 유채꽃이다. 함덕해변을 낀 서우봉 언덕은 해마다 봄이면 유채꽃으로 장관을 이룬다. 비췻빛 바다와 노란 유채꽃이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올해는 유채꽃 개화가 늦어 아직 만개한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시리도록 파란 바다와 더불어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서우봉을 에둘러 도는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바다를 발아래 두고 자박자박 걸을 수 있다. 서우봉 정상에 오르면 한라산과 동쪽 오름들이 한눈에 담긴다. 서귀포 ‘화순서동로’에는 약 5㎞에 걸쳐 유채꽃이 가득하다. 이 일대 유채꽃 역시 이번 주말부터 절정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왕복 2차로의 좁은 도로라 정차하기보다는 천천히 드라이브하면서 꽃길을 감상하는 게 훨씬 인상적이다. 화순서동로 유채꽃길은 ‘산방산·용머리해안 지질 트레일’(B코스)의 일부다. 화순곶자왈 지대를 가로지르며 숲과 유채꽃을 즐길 수 있다. 중산간 쪽에서는 표선면 가시리의 녹산로 일대가 손꼽히는 유채꽃 명소다. 가시리 마을 진입로부터 10㎞ 구간이 핵심이다. 한때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됐던 가시리 녹산로는 조선시대 최고의 목마장이던 녹산장과 갑마장을 관통하는 길이다. 봄이 절정에 이를 무렵이면 발아래는 유채꽃이, 머리 위엔 벚꽃이 피는 그림 같은 풍경과 마주할 수 있다. 18~19일엔 서귀포 유채꽃 국제 걷기대회가 열린다. 운동 삼아 꽃 구경에 나서자는 게 대회의 취지다. 첫날은 중문관광단지에서 안덕까지, 둘째 날은 중문에서 강정으로 이어지는 코스를 걷는다.온평리 포구는 조용하고 평온한 마을 풍경이 인상적인 곳이다. 최근 제2 제주공항 부지로 선정되면서 마을 주민들이 반발하는 등 풍파가 일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온평리의 옛 이름은 열온이다. 연을 맺은 곳이라는 뜻이다. 탐라의 시조로 꼽히는 고, 양, 부 삼신인이 벽랑국에서 떠내려온 세 공주를 맞으러 나간 곳도 이 온평리 바다라고 전해진다. ‘황로알’은 세 공주가 배에서 내릴 때 노을에 비친 바닷가 돌이 황금색으로 빛났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황로알 주변엔 검은 돌이 장벽을 이루고 있다. 환해장성이다. 오래전 왜구 등을 막기 위해 쌓은 것으로 새마을운동으로 훼손됐다가 30년 전 복원됐다. 이 밖에 생선 기름을 이용해 불을 밝히던 도대(전통 등대), 주민들의 생명수였던 용천수, 말발자국 등 볼거리가 제법 많다. 이웃한 혼인지는 온평리의 ‘연관검색어’ 정도 되는 곳이다. 삼신인들이 혼례를 올리고 부부의 연을 맺었다는 연못으로, 제주도 기념물(17호)이다. 중산간 일주도로를 따라 가면 나온다. 이맘때 제주 갯가 마을을 돌다 보면 굿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이를 영등굿이라 부른다. 제주 사람들은 음력 2월을 영등달이라 부른다. 영등신(영등할망)이 변덕스러운 날씨와 꽃샘추위를 몰고 온다는 달이다. 종잡을 수 없을 만큼 날씨 변화가 심해 항해를 꺼리는 등 금기시하는 일도 많은 시기다. 사실 영등신은 우리나라 갯마을 전체에 분포하는 민간신앙이다. 영등할망을 잘 대접해야 한 해 농사도 잘된다는 생각은 어디나 공통적이다. 다만 뭍의 영등신앙이 다소 희석된 반면, 늘 바다에서 ‘바람신’과 함께 살아야 하는 제주에선 여전히 마을공동체의 신앙으로 전승되고 있다. 바닷가 특유의 풍습을 엿보려면 마을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가야 한다. 서둘러 지나치지 말고 해녀당이나 본향당 등을 꼼꼼히 살피며 돌아보길 권한다.이번 여정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곳은 하도, 세화 일대 해변이다. 이제 개발의 ‘삽질’이 멈춰주길 바라는 곳 중 하나로, 얼마 남지 않은 제주 특유의 풍경이 그나마 이 일대에 남아 있다. 하도는 구좌읍에 속한 해안마을이다. 별방진성이 대표적인 볼거리다. 오래전 왜구를 막기 위해 쌓은 성이다. 별방(別防)은 하도리의 옛 지명이다. 성 둘레는 1㎞ 남짓. 높이는 3.5m에 이른다. 검은 돌을 쌓아 올린 성벽도 멋들어지지만 더 인상적인 건 주변 풍경이다. 성벽을 딛고 서면 마을 안쪽의 밭담들이 검은 물결처럼 넘실댄다. 검은 돌담과 노란 유채꽃이 소박하게 어울렸다. 세화해변에선 벨롱장이 열린다. 벨롱장은 제주말로 ‘불빛이 멀리서 반짝이는 모양’이란 뜻이다. 제주 문화가 집약된 벼룩시장이라 보면 틀림없겠다. 오래전부터 살아온 주민과 도시에서 옮겨온 이주민들이 저마다 독특한 토산품들을 내놓는다. 그 덕에 지역 주민과 여행자들이 한데 어우러지는 축제 같은 시장 풍경과 마주할 수 있다. 매주 토요일에 열린다. 전통 5일장도 볼만하다. 끝자리가 0과 5인 날에 열린다. 바닷가 풍경도 곱다. 사파이어 빛 바다와 고운 모래, 불퉁하고 검은 갯바위가 보기 좋게 어우러졌다. 협재, 함덕 등 물빛 곱기로 이름난 해변들과 견줘도 전혀 뒤지지 않은 풍경이다. 모래톱엔 ‘단물탕’이 두 개 남아 있다. 용천수를 활용한 마을 공동목욕탕이다. 바닷가 쪽이 남탕, 마을 쪽이 여탕이다. 단물은 민물을 뜻한다. 논짓물이라고도 불린다. 단물탕은 썰물 때만 들어갈 수 있다. 바닷물이 빠지면 모래 위로 단물이 졸졸 흐른다. 지금은 사람이 없지만, 여름엔 관광객들이 발 디딜 틈 없이 가득 찬다. angler@seoul.co.kr
  • 가족 봄나들이 어울리는 제철요리 ‘우유 딸기 오믈렛’

    가족 봄나들이 어울리는 제철요리 ‘우유 딸기 오믈렛’

    길었던 겨울의 기세가 한풀 꺾이고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 왔다. 올해는 평년보다 기온이 높고, 개화 시기도 빠를 것이라고 예상된다. 특히 따스한 바람에 꽃 잎을 흩날리며 예쁜 풍경을 완성하는 벚꽃은 4월 초면 개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에 앞서 며칠만 지나면 개나리, 진달래가 피어나며 봄의 시작을 알릴 것이다. 이처럼 따뜻하고 충만한 기운이 감도는 봄은, 아이들과 손 잡고 가족 나들이 가기 좋은 때이다. 지금부터 봄 가족나들이를 계획해보는 것도 좋겠다. 이 때,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즐거움을 더해줄 간식.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는 건강에도 좋고 맛도 좋은 딸기 오믈렛과 오색 밀크셰이크를 추천했다. 딸기 오믈렛은 달콤, 상큼한 딸기의 맛과 우유의 부드러운 식감을 한번에 누릴 수 있는 메뉴이다. 또 딸기에 많은 비타민C와 우유에 포함된 칼슘 등 여러 영양소를 두루 섭취할 수 있다. 우유2/3컵, 달걀 2개, 핫케이크믹스 200g는 오믈렛을 만들 때 필요하다. 크림을 만들기 위해선 생크림 1컵, 크림치즈, 설탕 2큰술, 요구르트 2큰술이 필요하고, 장식용으로 딸기 10개, 민트 약간도 준비한다. 먼저 오믈렛 만들기이다. 우유 2/3컵과 계란 2개를 섞은 뒤, 핫케이크 믹스를 넣고 걸쭉해질 때까지 농도를 맞춰 섞는다. 달군 팬에 기름을 두르고 반죽을 동그랗게 부친다. 노릇하게 구워지면 뜨거움이 가시기 전에 반으로 걸쳐 두어 모양을 만들어 둔다. 이제 속에 들어갈 크림을 만들어보자. 볼에 크림치즈를 풀고 설탕, 요구르트를 넣어 섞어 둔다. 또 다른 볼에는 생크림 1컵을 넣고 거품을 올려 둔다. 먼저 준비한 크림치즈에 생크림을 넣고 잘 섞는다. 이렇게 만들어진 크림은 위생 비닐팩의 모서리를 살짝 잘라 짤주머니를 만든 뒤 안에 넣고, 준비해둔 오믈렛 가운데에 짜 넣는다. 이 위에 반으로 자른 딸기와 민트로 장식하면 된다. 우유에 딸기 등을 넣어 갈아 마시는 밀크셰이크도 훌륭한 봄 간식이다. 딸기나 블루베리, 녹차, 망고, 홍시 등 기호에 따라 주 재료를 달리하면 된다. 재료는 △딸기 셰이크: 우유 1컵(200ml), 딸기(냉동) 150g, 바나나 1/2개, 꿀 2큰술 △블루베리 셰이크: 우유 1컵(200ml), 블루베리(냉동) 150g, 꿀 2큰술 △녹차 셰이크: 우유 1컵(200ml), 바나나 1개, 사과 1/4쪽, 녹차가루 1큰술, 꿀 1큰술 △망고 셰이크 : 우유 1컵(200ml), 망고(냉동) 100g, 바나나 1/2개, 아몬드가루 1큰술 △홍시 셰이크: 우유 1컵(200ml), 홍시(냉동) 1개, 꿀1큰술이다. 냉동 딸기, 블루베리, 망고는 그대로 두고, 사과와 바나나는 적당한 크기로 썰어 블렌더에 각각 넣는다. 우유와 나머지 재료를 넣어 각각 곱게 간 뒤 컵이나 유리병에 옮겨 담으면 완성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벚꽃 피는 봄, 더 빨리 온다

    벚꽃 피는 봄, 더 빨리 온다

    올해 벚꽃이 평년보다 2~5일 빨리 필 것으로 관측됐다.민간기상업체 케이웨더는 벚꽃이 다음달 21일 제주도를 시작으로 26~31일에는 남부 지방, 4월 2~9일에는 중부 지방에서 개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벚꽃 개화 시기는 중부 지방의 경우 평년보다 2~4일, 남부 지방은 2~5일 빠르다. 제주에서 3월 21일 꽃을 피운 벚꽃은 26일 대구·부산, 29일 광주, 31일 전주를 거쳐 4월에는 2일 대전, 3일 강릉, 4일 청주, 6일 서울에서 만날 수 있다. 벚꽃 놀이를 할 정도로 만개하는 시기는 통상 개화 시점에서 약 1주일이 지나는 것을 고려할 때 제주도는 다음달 28일에 벚꽃을 만끽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은 4월 13일쯤이 벚꽃 놀이를 하기에 최적의 시기로 예상됐다. 케이웨더 관계자는 27일 “올해 2월 기온이 대체로 평년과 비슷했고 3월 기온은 평년보다 높을 것으로 보여 벚꽃이 찾아오는 시기도 빨라질 것으로 분석됐다”며 “3월에는 대륙고기압의 세력이 약해지고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이 강해지는 가운데 주기적으로 통과하는 기압골의 영향으로 기온은 다소 높고 강수량은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케이웨더 “서울서 올해 벚꽃 4월 6일쯤 개화”

    케이웨더 “서울서 올해 벚꽃 4월 6일쯤 개화”

    서울에서의 올해 벚꽃 개화시기가 오는 4월 6일 전후라는 전망이 나왔다. 종합 기상정보 제공업체인 케이웨더 예보센터는 올해 벚꽃 개화 시기가 평년보다 2∼5일 정도 빠를 것으로 보인다고 27일 밝혔다. 케이웨더에 따르면 벚꽃은 제주도에서 다음 달 21일 피기 시작해 서울에서는 오는 4월 6일쯤 개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벚꽃 명소별 개화시기는 경남 진해 여좌천(3월 26일), 경남 하동 쌍계사 십리벚꽃길(3월 30일), 경북 경주 보문관광단지(4월 1일), 충북 청주 무심천(4월 4일), 서울 여의도 윤중로(4월 6일) 등이다. 벚꽃이 만개하는 시기는 개화 후 약 1주일 뒤. 즉 벚꽃 개화의 절정 시기는 제주도의 경우 오는 3월 28일, 제주도를 제외한 남부지방은 오는 4월 2∼7일, 중부지방은 오는 4월 9∼16일이 될 것으로 예보됐다. 케이웨더 관계자는 “올해 3∼4월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벚꽃도 일찍 개화하게 될 것”이라고 연합뉴스에 설명했다. 한편 2015년까지 기상청이 벚꽃 개화 시기를 예보했으나 지난해부터는 민간 업체인 케이웨더가 이를 대신하고 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유쾌한 꼰대씨 송복이 말하는 나, 우리, 대한민국] 새 한국 사회 탄생시킨 3·1 운동… 그 불멸의 위대함

    [유쾌한 꼰대씨 송복이 말하는 나, 우리, 대한민국] 새 한국 사회 탄생시킨 3·1 운동… 그 불멸의 위대함

    1919년의 3·1운동은 우리 현대사의 시작이다. 그것은 역사학자가 말하는 우리의 현대사가 아니라 한국 사회가 말하는 우리의 현대사다. 한국 사회가 보는 한국의 현대사는 근대사 없는 현대사다. 근대사는 중세사회의 종말로부터 시작된다. 중세사회의 특징은 자아(自我) 개념이 없는 것이다. 요사이 식으로 말하면 셀프(self) 개념이 없는 사회다. 물론 민족 개념도 없고, 내 나라 의식인 자국(自國) 개념도 없다. 자국 개념이 없는 것만큼 자기 문화에 대한 정체성 개념도 없다.일제의 침탈과 합방 이전의 조선 사회는 바로 그 중세사회였다. 조선 왕조는 그 숨이 끝날 때까지 근대사회의 여명(黎明)이 없었다. 여명은 날이 밝아 오는 무렵의 희미한 빛이다. 희미한 빛조차 보이지 않은 채 조선 왕조는 끝났다. 역사학자들이 말하는 조선과 달리 실제의 조선은 역사의 수레바퀴를 계속 거꾸로 돌리고 있었다. 그 전형적 예가 위정척사(衛正斥邪)다. 위정척사는 소(小)중화(中華)를 지향하는 사상이며 주창이다. 위정의 정(正)은 유교이며 중국의 문화다. 척사의 사(邪)는 서구의 문물이며 사상이다. 유교며 중국의 문화는 옳고 바른 것으로 굳게 지켜야 하고, 서구의 문물이며 사상은 사악한 것, 간사하고 악한 것으로 철저히 배격해야 한다는 것이다. 위정척사야말로 중세 사상 그 자체다. 물론 그 이전 갑오경장도 하고 개화파도 있었지만 사회 변화, 국가 개혁의 주경향이 되지는 못했다. 아니, 될 수가 없었다. 이유는 소중화 사상이 위아래로 너무 뿌리 깊게 박혀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단순히 유교 사상에 침잠(沈潛)해 있는 정도가 아니었다. 사서삼경이 아니면 책이 아니고 삼강오륜이 아니면 도덕이 아니라는 그런 정도도 훨씬 넘어서 있었다. 그 소중화 사상은 당시 오직 한 나라 중국만이 나라이고, 중국만이 우리가 의지하고 귀의할 나라이며, 그 나머지 다른 나라들은 모두 문화가 없거나 아득히 낮은 오랑캐 나라들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중국 말고는 어느 나라와도 상종할 수 없다는, 만일 상종을 하려 할 때에는 천자(天子)의 나라 중국로부터 반드시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엄청난 배타적 쇄국주의 사고였다. # 20세기 초까지 조선 선비들은 중세인에 머물러 거기에다 우리는 다른 어느 나라보다 중국이라는 나라에 가까이 다가가 있는 작은 ‘중국적 모형’이라는 소중화 나라로 자부하고 있었다. 그 자부심으로 위정척사적 사고는 더욱 굳어서 근대사회로의 길은 계속 차단됐다. 1840년대 초 아편전쟁으로 천자의 나라 중국이 서구 세력의 무력 앞에 산산 박살이 나는 것을 번연히 보면서도 이 소중화의 자부심은 변화가 없었고, 아편전쟁 이후 20년이 지나는 고종 연간은 물론 그 이후에도 계속되는 쇄국주의가 이를 잘 말해 준다. 우리가 근대사회로 가는 길이 얼마나 멀었던가를 당시 위정척사파의 대표적 투사 면암(勉庵) 최익현(崔益鉉)에게서 충분히 엿볼 수 있다. 그는 외세 배격을 끝까지 주장하면서 일본에 반대하다 1906년 대마도에 유배돼 순절한, 그 의기와 지조에서 높이 추앙받는 대표적 조선 유학자다. 그는 도끼를 메고 대궐 앞에 엎드려 일본과의 수교를 결사 반대하는 상소문을 올렸고, 의병을 일으켜 일본에 항쟁도 했다. 그러다 대마도 유배 전 흑산도로 먼저 유배됐다. 흑산도 유배 중 흑산도 여티미마을(천촌·淺村) 바위에 새긴 그의 글귀가 아직도 선명히 전해지고 있다. 기봉강산(箕封江山) 홍무일월(洪武日月)이 그 글귀다. 조선은 어떤 나라인가. 중국 사람인 기자(箕子)가 세운 나라다. 조선의 해와 달은 누구의 것인가. 명나라 태조 주원장(朱元璋)의 것이다. 그의 해와 달이 밝게 비치고 있는 나라가 조선이다. 왜 서양을 배격하고 일본을 배격해야 하는가, 우리는 기자와 주원장이 만들고 비춰 주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위정척사파의 주장이고 최익현의 사상이다. 숭명사대(崇明事大) 소중화의 전형이다. 오늘날 사드 반대하러 중국 가는 정치인과도 별 차이가 없었다. 사드를 반대하면 자국에서 할 것이지 우리 안보에 그 어떤 책임 의식도 갖지 않는 그들 중국인에게 어떻게 기대려 하는가. 조선조 사대(事大)는 바로 그런 것이었다. 면암 최익현에서 보듯 20세기 초까지 조선 선비들의 대다수는 중세인(中世人)들이었다. 선비는 물론 일반 사람들의 사고도 모두 중세인의 그것을 벗어나지 못했다. 내 나라라는 자국 개념이 없었고 나는 누구인가라는 자아 개념은 더더욱 있을 수 없었다. 더 말할 것도 없이 내 민족이라는 집단의식, 우리 고유 문화라는 정체성 또한 갖지 못했다. 완전히 중세인들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근대가 없이 일본에 먹혔고, 식민지가 됐다. # ‘근대’ 없이 ‘중세’에서 현대사회로 뛰어올라 그렇다면 그 무엇이 우리의 기나긴 중세시대를 마감하게 했는가. 심지어는 식민지 시대에 들어와서까지도 여전히 중세시대에 살았다면 그 무엇이 우리를 중세사회로부터 벗어나게 했는가. 그것이 1919년의 3·1운동이었다. 3·1운동으로 해서, 3·1운동을 기점으로 우리는 근대가 없이 중세에서 단번에 현대로 뛰어들었다. 우리의 현대사는 3·1운동이 시작이다. 새로운 한국 사회, 현대의 한국 사회 출발은 곧 3·1운동이었다. 3·1운동으로 해서 한국 사회는 새로이 태어났다. 바로 거기에 3·1운동의 위대성이 있다. 우리가 영원히 1919년의 3·1운동을 기려야 할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3·1운동을 역사의 한 사건으로만 생각한다. 기껏해야 일제의 수탈과 압제에 못 견뎌 온 국민들이 들고일어난 대궐기 대저항운동 정도로 여긴다. 대다수 역사학자들도 일제의 식민정책이 달라지는 시대의 한 이벤트 정도로 기술한다. 그러나 그것은 3·1운동을 잘못 알고 있는 것이다. 3·1운동의 역사성을 잘못 읽고 있는 것이다. 우리 역사에서 3·1운동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무엇을 만들어 냈는지, 역사의 물줄기를 어떻게 바꾸어 놓았는지 전혀 생각지 않은 것이다. 조선조 실록을 읽는 그 안목, 그 습관으로 한 임금이 가고 다음 임금이 들어서고, 그리고 이 사화(士禍) 저 정변(政變)을 거치면서 많은 신하가 죽고 대폭 바뀌고 쫓겨나는 그 이벤트성(性) 역사에 길들여진 안목으로 보는 3·1운동은 그저 그런 이벤트일 뿐이다. 무엇보다 3·1 정신은 시대가 아무리 바뀌어도 바뀌지 않는 정신이다. 3·1정신은 바로 불역유행(不易流行)의 정신이다. 아무리 세상이 달라도 그리고 아무리 세월이 가도 달라지지 않는 정신, 그 불역유행의 정신을 근 100년 전 우리 선인들이 가슴에 담았고 그리고 널리 널리 고양했다. 그럼으로써 일제가 아무리 탄압해도 우리나라 사람들의 얼 속에 깊이 간직됐고, 그 모진 세월 속에서도 절대로 죽지 않았다. 아니 죽을 수가 없는 정신이다. 해방이 되고 좌우로 갈려 밤낮없이 우리끼리 싸우는 가운데서도 그 정신은 그대로 살아 있었다. 6·25의 극한 상황에서도 그 정신은 꺼지지 않고 있었다. 1950년대 60년대 한없이 배가 고팠던 그 굶주림의 시대, 그리고 60년대에서 80년대에 이르는 그 치열한 산업화 시대에도 그 정신은 불타고 있었다. 그것은 끊어질 수 없는 그리고 멈출 수 없는, 그 맥이 끝없이 이어지는 한국인 정신이었다. 만일 이런 3·1운동, 3·1정신이 없었다면 우리 역사는 어떻게 됐을까. 아마도 일제 36년이 끝나고 해방이 됐어도 중세사회 조선시대의 연장으로 그대로 살았을 것이다. 물론 3·1운동이 일어났다 해서 사회 구조가 하루아침에 달라진 것은 아니다. 구조는 분수령을 넘듯 그렇게 쉽게 바뀌지 않는다. 생산 방식이 완전히 바뀌지 않는 한 구조는 한동안 그대로 지속된다. 그러나 우리의 의식은 다르고, 사고는 다르다 구조보다 훨씬 앞서 혹은 구조와 동떨어져서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지금까지 깨닫지 못했던 내 나라 의식, 민족의식, 자아의식이 3·1운동으로 해서 3·1운동이 일어나기 이전과 이후가 확연히 구분되고 차별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우리 역사에서 3·1운동을 다시 생각하고 새로이 읽어야 할 이유가 확연해지는 것이다. 연세대 명예교수
  • 봄기운 머금은 풍년화

    봄기운 머금은 풍년화

    22일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 홍릉수목원에 풍년화가 노란 꽃을 피우고 있다. 올해 풍년화는 지난해 12월 중순과 올해 1월 초순에 나타난 이상 고온현상의 영향으로 평균 개화일인 25일보다 닷새 이른 지난 20일부터 모습을 드러냈다. 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 [길섶에서] 매화부(梅花賦)/이경형 주필

    아침 햇살을 핥고 있는 정원의 매화는 아직 춥다. 김포반도를 지나 한강과 임진강의 두물머리를 거쳐 불어오는 북서풍은 한기(寒氣)를 품었다. 남도에서는 벌써 꽃망울을 터뜨렸다지만, 파주 땅엔 우수가 지났어도 개화의 기별은 없다. 매화의 가지를 당겨 꽃눈과 눈을 맞춘다. 심사정의 ‘파교심매도’(?橋尋梅圖)가 생각난다. 당나라 시인 맹호연은 눈발이 분분한 가운데 나귀를 타고 파교를 건너 눈 쌓인 골짜기로 매화를 찾아 나선다. 혹독한 겨울을 견디고 가장 먼저 봄을 알리는 설중매는 선비의 고결한 기품이 배어 있다. 인고의 세월 속에서 절개를 지키며 암향(暗香)으로 우아한 자태를 알리는 매화는 여인에게도 어울린다. 예능에 뛰어난 기생들의 이름에도 매(梅) 자가 많다, 매화, 매홍, 매창, 홍매는 우리 문화사에 많은 족적을 남겼다. 연꽃이 불교, 장미와 백합이 기독교의 꽃이라면, 매화는 유교의 꽃이다. 한국, 중국, 일본 문화의 유전자는 유·불·선 삼교가 일치하는 매화 문화권으로 만난다고 이어령 선생은 말한다. 동북아의 평화가 매화 향기처럼 온 누리에 퍼져 나갔으면 좋으련만. 이경형 주필 khlee@seoul.co.kr
  • 개나리 3월 13일쯤 제주부터 활짝

    개나리 3월 13일쯤 제주부터 활짝

    16일 경기 과천시 서울랜드에서 열리고 있는 ‘이른 봄꽃 파티-프랭키 플라워 가든’에서 시민들이 활짝 핀 꽃들을 살펴보고 있다. 민간기상업체 케이웨더의 예보에 따르면 올해 2~3월의 기온이 평년보다 다소 높아 개나리와 진달래는 1~4일 정도 빨리 핀다. 개나리는 3월 13일 제주도에서 시작해 서울엔 3월 26일 개화한다. 진달래는 이보다 늦은 16일쯤 피어 3월 27일쯤 서울에서 봉오리를 터뜨릴 것으로 보인다.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 [김석동의 한끼 식사 행복] 매일 600만 그릇 팔리는 ‘짜장면’

    [김석동의 한끼 식사 행복] 매일 600만 그릇 팔리는 ‘짜장면’

    한국인이 가장 많이 먹는 외식 메뉴는 아마도 짜장면이 아닐까 한다. 예전에는 입학이나 졸업식 때나 먹을 수 있는 귀한 음식이었지만, 이제는 언제든지 쉽게 즐길 수 있는 국민 메뉴가 되었다. 짜장면은 원래 중국 산둥 지역의 작장면(炸醬麵)에서 유래하며, 우리나라에는 1900년대 초 들어왔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의 짜장면은 6·25 전쟁 이후에 많은 양을 값싸게 제공할 수 있게 변형된 것이다. 우리식 짜장면은 춘장에 식은 면을 말아 먹는 중국식과는 달리 양파, 고기, 감자, 채소를 고루 넣고 볶은 뒤 전분을 풀어 묽게 끓여 뜨거운 면에 얹어 먹는다. 짜장 소스 위에 오이채나 완두콩을 얹고 입맛에 따라 식초, 고춧가루를 더하고 단무지, 양파를 곁들인다. 맛과 레시피가 우리 환경과 입맛에 맞게 놀라운 변신을 한 것이다. 짜장면에 얽힌 에피소드는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필자 또한 예외가 아니다. 1997년 11월 IMF 경제위기로 치닫던 당시 재정경제원 외화자금과장의 직책에 있었다. 매일매일을 사투를 벌이다시피 하던 시절인데, KBS 9시 뉴스에서 우리가 일하는 현장을 국민에게 소개하겠다고 강권해서 할 수 없이 응했던 적이 있다. 녹화가 막 끝난 저녁 즈음, 여느 날과 다름없이 자동으로 미리 시켜 둔 짜장면이 배달되었다. 우리는 무심코 취재팀에게도 권하고 식사를 했다. 그런데 이 장면이 카메라에 잡혔고 그대로 방송된 것이다. 참 계면쩍은 모습이었다. 그런데 ‘TV를 보다가 갑자기 짜장면 생각이 나서 다음날 오랜만에 짜장면을 시켜 먹었다’는 인사를 도처에서 받았던 기억이 지금도 새롭다.짜장면은 과거 정부 시절 물가관리 대표품목이 될 정도로 국민 메뉴여서 수준급 식당도 곳곳에 많다. 그래도 기억에 남는 곳을 몇 군데 소개하려 한다. 서울 서대문구 신촌 이화여대 후문 쪽에 ‘효동각’이 있다. 메뉴는 짜장면뿐이다. 일·월요일은 휴무인 데다 평일에도 점심만 하고 그것도 3시까지만이다. 주인, 부인, 아들 세 사람이 하는 집이다. 주문 후 요리를 시작하므로 꽤 기다려야 한다. 면발이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하고 짜장 소스에 버섯이 들어가 식감이 좋다. 조미료를 전혀 쓰지 않은 순한 맛인데도 이 집만의 특유의 풍미가 가득하다.마포구 공덕동 효창운동장 뒷담 쪽에는 1981년에 문을 연 ‘신성각’이 있다. 테이블이 몇 개 안 되는 작은 집으로, 주방은 보조도 없이 주인 혼자서 하고 부인은 홀 담당이다. 메뉴는 짜장면 등 총 여섯 가지. 기다리는 동안 볼 수 있는 수타 모습은 감동마저 준다. 주인은 짜장면을 예술로 믿는다. 순수 그 자체의 맛이라는 것이다. 점심때 줄이 길다. 중구 명동 중앙우체국 옆에는 ‘개화’란 식당이 60년 넘게 자리잡고 있다. 화교가 하는 중국집인데, 다소 가는 면발에 걸쭉한 짜장 소스를 비벼 먹는다. 소고기를 다진 유니짜장을 많이 시킨다. 단맛이나 고소한 맛은 적으나 중독성 있는 특별한 맛이다. 마포 불교방송 건물 지하에는 1953년에 개업한 ‘현래장’이 있다. 인근 작은 건물에 있다가 재개발로 옆 건물로 이사했다. 이사 전에는 길에서 유리 너머로 수타 장면을 볼 수 있었다. 수타의 원조 격이어서 맛볼 만하다. 용산 삼각지 전쟁기념관 옆에는 ‘명화원’이 있다. 테이블이 몇 개 안 되는 작은 점포로, 얼마 전 가게를 새로 단장했다. 입소문이 나면서 줄이 길어졌다. 메뉴는 짜장면, 탕수육 등 다섯 가지뿐이다. 탕수육과 군만두도 유명하다. 졸업과 입학 시즌이다. 이 시절이면 가족들과 함께 즐기던 옛날의 그 짜장면 생각이 절로 난다. 얼른 가서 한 그릇 사 먹어야겠다.
  • [서울포토]고개 내민 풍년화

    [서울포토]고개 내민 풍년화

    서울 홍릉수목원에서 풍년화가 수줍게 꽃을 피웠다. 봄을 알리는 꽃인 풍년화는 일찍 개화를 하면 풍년이 든다는 이야기가 있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 서울시의회 황준환의원 “개화산 정상 자연생태 연못공원 추진”

    서울시의회 황준환의원 “개화산 정상 자연생태 연못공원 추진”

    강서구에 버려지는 물을 되살려 ‘건강한 물순환도시’를 조성하는 사업이 추진된다. 김포도시철도 공사 현장에서 나오는 지하수를 활용해 계곡을 조성하고 하천을 복원하는 2017년 예산으로 8억을 확보하였다고 서울시의회 황준환 의원(강서3)이 밝혔다. 황 의원에 따르면 우선 올해에 개화천 주변 빗물관리시설 설치 및 노후시설 정비를 위한 예산으로 7억을 확보하여 1.3km에 이르는 개화천변에 빗물관리시설 설치 및 노후된 난간 등 하천시설물을 정비하고 의자 운동기구 등 공원 시설도 마련해 주민 휴식공간으로 가꿀 예정이다. 또한, 개화천 물을 중계펌프를 통해 개화산 정상까지 끌어 올려 계곡과 간이폭포, 작은연못 등을 조성하고 여름철엔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물썰매장도 만들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예산 1억을 확보하여 금년에 사업타당성조사 용역을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공사가 진행중인 김포도시철도에서 하루 최대 2만 2천여톤의 지하수가 나오고 있어 하천복원과 계곡 조성에 충분한 양의 물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2017년도 서울시 예산안 심사를 위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으로 예산을 확보한 황준환 의원은 “실개천에 물이 흐르는 개화산 생태복원과 함께 둘레길과 어울러져 자연 친화적 힐링공간으로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히면서, “앞으로도 강서구의 발전과 지역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최선을 다해 의정활동을 펼치겠다”고 소감을 밝히면서, “확보된 예산 외에 개화산 근린공원 물순환시설 설치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기 위해서는 국비의 추가지원과 해당지역이 군사보호구역이니 만큼 해당 중앙부처와의 긴밀한 협조를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끝으로 황의원은 “그 동안 오랜 지역의 민원이자 숙원사업이었던 개화천 정비사업 및 개화산 근린공원 물순환시설 설치 등의 사업예산을 확보하게 되어 무엇보다 기쁘다”고 덧붙이면서, “이러한 사업들이 차질없이 진행되기 위해서는 지역 국회의원과 서울시, 강서구, 시‧구의원, 지역주민 등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협치의 정신으로 협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강서구, 자연친화적 ‘물순환 도시’ 만든다

    서울 강서구가 버려지는 물을 되살려 자연친화적인 ‘물순환 도시’를 만드는 대장정에 돌입한다. 강서구는 김포도시철도 공사 현장에서 나오는 지하수를 활용해 마른 하천을 복원하고 계곡을 조성하는 등 물이 순환하는 생태 도시를 만들겠다고 18일 밝혔다. 우선 올해 1단계 사업으로 예산 8억원을 투입해 개화천을 정비한다. 강수량이 많은 여름철 외엔 물이 흐르지 않는 마른 하천이 돼 버린 개화천에 지하수를 이용해 일정량의 물이 사계절 흐르도록 할 계획이다. 1300m의 개화천변엔 다양한 종류의 수목을 심고 의자·운동기구 등 공원 시설도 마련해 주민 휴식 공간으로 가꿀 예정이다. 또한 개화천 물을 중계펌프장을 통해 해발 132m의 개화산 정상 근린공원까지 끌어올려 실개천이 흐르는 계곡과 간이 폭포 등을 조성하고 여름철엔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물썰매장도 만든다. 계곡과 폭포를 거쳐 흘러나온 물은 산불방지용 용수와 가뭄에 대비한 수목 급수용으로 사용될 전망이다. 구는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김포도시철도에서 하루 최대 2만 2000여t의 지하수가 나오고 있어 하천 복원과 계곡 조성에 충분한 양의 물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구는 올해 초 경기 김포시와 유출 지하수 사용을 위한 협의를 마쳤다. 노현송 강서구청장은 “2019년까지 공사를 마무리해 개화동 일대를 서울을 대표하는 물 순환 도시로 만들겠다”면서 “개화천과 개화산 정비가 끝나면 여름철 도시 열섬화 방지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서울시의회 황준환의원 “올 강서구 9개분야 예산 1880억 배정”

    서울시의회 황준환의원 “올 강서구 9개분야 예산 1880억 배정”

    2017년 서울시 예산편성 결과 강서구에 배정된 예산은 교육청 예산390억여원 포함 총 1880억여원에 이른다고 서울시의회 황준환 의원(강서3)이 밝혔다. 황의원에 따르면 지난 해 12월 23일에 확정된 서울시 예산가운데 강서구의 예산은 1880억여원으로 9개 분야에 걸쳐 편성됐다고 말했다. 이번에 편성된 강서구의 예산을 분야별로 살펴보면, 환경보전 사업분야에 총 658억여원이 편성되었는데, 주요 사업내용을 보면, ▲ 서남물재생센터 시설 지하화 및 지상공원화 사업 510억원 ▲ 강서구 방화동 일대 건축물폐기장 이전을 위한 자원순환단지 조성 추진사업 20억 ▲ 꿩고개 근린공원 조성사업 11억원 ▲ 개화산 재래식 화장실 정비 및 둘레길 정비사업 6억원 ▲ 김포경전철 지하용수활용 개화산 급수전설치 및 생태계류 조성사업 타당성 용역비 1억원 등이 편성됐다. 도로‧교통 부문의 주요 사업내용으로는, ▲ 9호선 전동차 증차 사업비 597억원 ▲ 9호선 마곡나루역 급행역 전환 사업 18억원(재정지원 15억원 포함) ▲ 5호선 연장 타당성 분석 용역사업 2억원 ▲ 방화터널 방화대교 연결 및 김포방향 진출입 타당성 조사 용역사업 2억 등 총 620억여원이 편성됐다. 또 도로안전관리 분야에 ▲ 강서구 일대 하수관로 정비사업비 90억원 ▲ 하수암거 정비사업 33억원 ▲ 방화대로일대 등 원형관로 보수 정비사업 9억4천만원 등 147여억원이 포함됐다. 교육복지 분야에는 공항고 이전 및 관내 17개교 교육환경개선사업비를 포함 총 240억여원이 배정됐다. 또한 주택도시관리 분야를 살펴보면 ▲ 소외‧낙후지역 도시경관 개선사업 13억원 ▲ 강서구 공항고도제한 완화 국제세미나 개최사업 1억원 등 23억여원이 편성됐다. 이밖에도 중소기업청 국비 18억원을 지원받아 방신시장 현대화 및 고객지원센터 설립비로 1억8천1백만원 확보 등 문화관광진흥, 산업경쟁력제고, 사회복지, 일반행정 분야에 걸쳐서도 고루 예산이 편성됐다. 2017년도 서울시 예산안 심사를 위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황준환 의원은 “강서구 지원 예산 확보로 지역의 여건과 생활환경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히면서, “앞으로도 강서구의 발전과 지역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최선을 다해 의정활동을 펼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끝으로 황의원은 “그 동안 오랜 지역의 민원이자 숙원사업이었던 건축물폐기장이전을 위한 자원순환단지 조성추진 예산, 공항고 이전 및 교육환경개선사업예산, 9호선 마곡나루역 급행역 전환사업, 9호선 전동차 증차사업, 서남물재생센터 지하화 및 지상공원화 사업 예산 등을 확보하게 되어 무엇보다 기쁘다”고 덧붙이면서, “이러한 사업들이 차질없이 진행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와 서울시 관계기관, 국회의원과 시‧구의원, 지역주민 등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협치의 정신으로 협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노주석의 서울살이] 걷고 싶은 도시의 꿈

    [노주석의 서울살이] 걷고 싶은 도시의 꿈

    구한말 서울은 불결(不潔)의 도시였다. 서세동점(西勢東漸)이 절정으로 치닫던 시절, 파란 눈의 선교사와 여행가들은 인구는 많고, 도로는 좁고, 오물로 뒤범벅된 도시에 대해 혐오감 어린 악담을 늘어놓기 일쑤였다. 실학자들이 도로 확장과 가로 정비를 촉구하고 나섰다. 박제가는 ‘북학의’에서 “사람들이 길을 차지해 말을 탄 사람이 서로 마주치면 지나칠 수 없다”고 했고, 박지원은 ‘열하일기’에서 “수레를 이용할 수 없을 정도로 도로가 나쁜 것은 사대부 탓이며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질타했다. 보다 못한 고종이 도성(都城)의 정비를 이채윤 한성부윤(당시 서울시장)에게 맡겼다. 개화파 이채윤은 간선도로 확장에 착수했다. 운종가의 공식 상인조합 건물인 시전행랑(市廛行廊)에 틈입한 무허가 가게, 이른바 가가(假家)를 정리했다. 시전에 딸린 방이 전방(廛房)이 됐다가 나중에 점방(店房)이 되고, 가가가 가게로 명칭이 변이됐으니 이들 가가가 큰길을 암세포처럼 잠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대로 성공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종로가 왕복 8차선의 도로폭을 유지하고 있는 건 이 과감한 정비 덕분일지도 모른다. 18세기 후반 장흥 출신 실학자 위백규가 그린 ‘한양도’에서 볼 수 있듯 2000여칸에 이르는 시전행랑은 오늘의 세종대로 일대에 맞먹는 불야성이었다. 시전행랑은 경복궁, 한양도성과 함께 한양의 3대 랜드마크였다. 1960년대 말 지금의 세운상가 터에 자리 잡은 2200채의 무허가 판자촌과 세계 최대 규모의 사창가 ‘종삼’(鐘三)을 밀어버린 ‘불도저 시장’ 김현옥의 업적에 버금가는 ‘원조 도심재정비사업’이라 할 만하다. 요즘 ‘걷자, 서울’이라는 캐치프레이즈와 함께 사람 인(人) 자 모양의 심벌을 길거리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서울시의 새로운 보행 정책이다. 박원순 시장은 “걷는다는 것은 건강·안전이고 행복·자유이며 연결”이라면서 “걸으면 시민 건강이 살고, 서울 경제가 살고, 지구 환경이 살아난다”고 보행천국론을 강조한다. 백번 천번 지당한 말씀이다. 캐나다와 이스라엘의 두 도시학자가 쓴 ‘도시의 정체성’(The Spirit of Cities)이라는 책을 읽어 보면 어떤 도시를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은 걷는 것이다. 천천히 걷다 보면 그 도시의 사람들, 역사와 문화, 사회적 특성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서울은 제대로 걸을 수 있는 도시인가. 심벌을 붙이고, 길에 스토리를 입힌다고 될 일이 아닐 성싶다. 최대의 방해물은 노상 적치물이라고 본다. 새삼 말하지만 서울은 걷는 자의 천국이 아니라 노상 적치물의 천국이다. 가끔 서울의 보행로가 공공보도인지, 가게의 점유지인지 헷갈릴 정도다. 너나없이 길에 상품 진열대나 물품을 내두고 공공연히 사용하고 있지만 제대로 단속이 이뤄지는 것을 보지 못했다. 노상 적치물 실태조사 현황도 공개되지 않는다. 근본적인 보도환경 개선은 뒷전인 채 딴전이다. 언제까지 보행자가 노상 적치물을 피해 다녀야 하나. 이명박 시장의 청계천 복원은 상인들이 청계천을 떠나도록 설득했기에 가능했다. 정녕 ‘걷는 도시, 서울’을 만들려면 보행 흐름을 끊는 길거리의 무법자 적치물부터 상가와 점포 안으로 들여놓도록 ‘노상 적치물과의 전쟁’부터 선언하는 것이 순서다. 시류에 영합하는 인기 정책에 예산을 쓰기보다는 욕을 먹더라도 도시의 미래를 생각하기를 고언한다. 그래야 업적으로 남는다.
  • 지구 온난화가 바꾼 철새의 삶...“기후변화로 철새 이동 속도 빨라져”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 때문에 지구촌 여러 대륙에서 서식하는 철새들의 이동시기와 속도가 빨라졌다는 충격적인 연구결과가 나왔다. 영국 에든버러대 우수이 타쿠지 박사팀은 5개 대륙을 오가는 철새 수 백 마리의 이동경로를 분석한 결과 지구 온도가 1도 오를 때마다 철새들이 여름 번식지에 평균 하루 일찍 도착한다는 연구결과를 동물학 분야 국제학술지 ‘동물생태학’ 최근호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지구 온난화에 따라 철새들이 여름 번식지에 도착하는 시기가 며칠씩 차이가 나면서 철새들이 먹이를 찾고 둥지를 틀 수 있는 최적의 시기를 놓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존의 이동시기만 생각하고 번식지에 늦게 도착한 철새들은 새끼들의 번식시기와 생존가능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온도 상승의 영향을 적게 받는 것으로 밝혀진 이동 경로가 긴 철새는 다른 철새들보다 번식지에 늦게 도착해 위기에 몰릴 우려가 크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지구 온난화 같이 미래 기후변화에 대해 생물종들이 어떻게 대응하는지 예측하고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고 전했다. 타쿠지 박사는 “많은 식물, 동물종이 개화와 번식 같이 봄의 시작과 관련된 활동의 시기를 바꾸고 있다”며 “이번 연구로 철새의 이동시기가 어떻게 변하고 이런 변화가 종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붉은 닭의 첫 울음, 정유년 새 아침 깨운다

    붉은 닭의 첫 울음, 정유년 새 아침 깨운다

    기상청, 1월 1일 ‘구름 조금’ 예보 전국 대부분 일출·일몰 관측 가능 AI 확산 우려… 탐방 자제 요청도 지진, 폭염, ‘최순실 국정 농단’, 대통령 탄핵 등 한 해 동안 국민의 어깨를 짓눌렀던 병신년(丙申年)이 저물고 있다. 한쪽에서는 붉은 닭의 기운을 품은 정유년(丁酉年) 새해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 국정 안정, 경기 회복, 가족 건강, 취업, 시험 합격 등 새로운 희망을 기원하는 국민의 마음은 벌써 일출 명소로 향하고 있다. 다만 조류인플루엔자(AI)가 전국적으로 확산해 중앙·지방정부 모두 해돋이 명소 탐방을 자제하라고 요청하고 있다. 정유년 새해 첫 일출은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볼 수 있다. 올해 마지막 날 해넘이도 구름 사이로 관측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새해 첫날인 1월 1일 전국 날씨를 ‘구름 조금’으로 예보했다. ●한반도 가장 이른 해 뜨는 울산 간절곶 28일 한국천문연구원에 따르면 정유년 새해 첫 일출은 2017년 1월 1일 오전 7시 31분 울산 간절곶에서 시작된다. 울산 간절곶, 부산 해운대, 포항 호미곶, 강릉 정동진, 제주 성산일출봉 등에는 각각 수십만명의 인파가 몰려 해돋이를 즐길 것으로 예상한다. 병신년 마지막 해는 오는 31일 오후 5시 40분 전남 신안 가거도에서 볼 수 있다. ‘간절곶에 해가 떠야 한반도에 아침이 온다’는 말로 유명한 울산 간절곶은 한반도 육지에서 해가 가장 먼저 뜬다. 해마다 1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다. 관광객은 매년 12월 31일 밤부터 새해 첫날 아침까지 하룻밤을 꼬박 새워 해를 맞는다. 수평선 위로 떠오르는 일출을 보면서 경기 회복, 가족의 건강, 자녀의 취직, 연인의 사랑, 학생 수능 합격 등을 기원한다. 국내에서 가장 큰 소망우체통에 엽서를 보내면 모든 일이 술술 풀린다는 속설도 있다. ‘2017년 해돋이 행사’는 AI로 취소됐지만, 편의시설은 정상 운영된다. ●부산 해운대·통영 미륵산·포항 호미곶 부산에서는 일몰과 일출을 함께 즐길 수 있다. ‘2017 해맞이 부산축제’가 해운대에서 열린다. 해운대 백사장에 모인 관광객들은 새해 첫해를 보고, 새로운 한 해를 맞는 뜨거운 마음을 바다수영으로 식히기도 한다. 해맞이 행사는 축하 공연, 새해 인사, 해맞이 감상, 헬기 축하비행, 바다수영 순으로 진행된다. 경남 통영의 미륵산 케이블카에서 맞는 일출도 명품이다. 정유년 첫날 케이블카 탑승권을 1일 오전 5시부터 판매하고, 탑승은 오전 6시부터다. 탑승 예약은 받지 않는다. 1인당 구매 한도도 50장이다. 케이블카를 타면 미륵산에 올라 보는 일출이 장관이다. 해발 1915m의 지리산 천왕봉에선 7시 35분 장엄한 일출을 볼 수 있다. 지리산 모든 대피소의 ‘31일 숙박 예약’은 이미 끝났다. 경북 포항 호미곶도 전국적인 해돋이 명소다. 매년 새해 첫날 10만명 이상이 호미곶을 찾아 붉게 떠오르는 일출을 보며 새해 희망을 기원했다. 올해는 AI로 해맞이 행사를 취소했다. 포항시는 1일 새벽 수만명의 관광객들이 몰려들 것을 대비해 호미곶 새천년광장 일대에 차량 안내원과 안전요원들을 배치한다. ●강릉선 동계올림픽 성공 기원 행사 강릉 경포 해변 특설무대에서는 해넘이·해돋이 행사가 이어진다. 동계올림픽 성공 개최 기원 오륜기 촛불 밝히기, 무사 기원 신년 운세 보기 등 다양한 체험 행사도 선보인다. 정동진 모래시계공원에서는 지름 8.06m, 폭 3.20m, 모래 무게 8t로 세계 최대 규모의 모래시계 시간을 다시 돌리는 모래시계 회전식이 새해 첫날 화려한 불꽃놀이와 함께 열린다. 속초 해변에서는 오징어채낚기 어선 해상 퍼레이드, 2018 평창동계올림픽 성공 개최 붐 조성 문화도민카페 등 관람객을 위한 부대행사가 진행된다. 동해 망상해변, 양양 낙산 해변, 등에서도 해맞이 행사가 열린다. ●제주 한라산·고흥 팔영산 코스도 인기 제주 한라산에서도 새해 첫 일출을 볼 수 있다. 정유년 첫해를 맞으려는 탐방객을 위해 1월 1일 0시부터 성판악 탐방로를 개방한다. 1950m 남한 최고봉인 한라산 정상에 올라서면 제주 전역에 있는 360여개의 봉긋한 오름과 그 사이로 해가 솟아오르는 장관을 볼 수 있다. 성판악 탐방로를 제외한 나머지 탐방로는 오전 6시 이전 입산을 제한한다. 제주 올레길 일출도 매력적이다. 특히 제주올레 1코스가 장관이다. 1코스 말미오름 정상에서는 성산 일출봉 앞 푸른 바다를 뚫고 솟아오르는 붉은 태양과 만날 수 있다. 전남 고흥의 해돋이도 좋다. 고흥 1경 팔영산에서 편백건강숲, 남포미술관, 우주발사전망대, 커피마을, 중산일몰전망대로 이어지는 1박 2일 코스가 인기다. 우주발사전망대에는 연간 수십만명이 찾는 명소다. 해돋이 이후에는 커피마을에서 한국산 커피를 맛보면 좋다. 해남 땅끝전망대에서는 일출, 일몰을 한 장소에서 모두 볼 수 있다. ●서울 도심 곳곳서도 ‘소원 빌기’ 등 행사 서울에도 수백만명의 인파가 몰려 일출을 즐길 것으로 보인다. 우선 서울 도심에 있는 남산과 인왕산에서는 소망 박 터트리기, 가훈 써 주기, 소원지 작성 등의 행사가 펼쳐진다. 남산 팔각정은 외국인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 관광 명소로, 합창 및 중창단 공연, 주민 새해소망 영상, 소원지 작성 등을 마련한다. 인왕산 청운공원에서는 풍물패 공연을 시작으로 소망박 터트리기, 가훈 써 주기 등을 진행한다. 서울 도심의 해맞이 행사 장소로는 성동구 응봉산, 동대문구 배봉산, 성북구 개운산, 서대문구 안산, 양천구 용왕산, 강서구 개화산 등이 있다. 응봉산 팔각정은 한강, 서울숲, 잠실운동장 등 서울 동부권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조망으로 해맞이 장소로 제격이다.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강릉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서울미래유산 역사탐방] 前대통령들도 찾던 피맛골… 미래유산의 보고 인사동까지

    [서울미래유산 역사탐방] 前대통령들도 찾던 피맛골… 미래유산의 보고 인사동까지

    서울신문이 서울시·문화지평과 함께 진행하는 ‘서울미래유산 역사탐방’은 문화재로 등록되지 않은 서울의 근현대 문화유산 중에서 미래 세대에게 전달할 만한 가치가 있는 유·무형의 문화자산을 찾아 나선 여정이다. 서울미래유산은 서울 시민들이 근현대를 살아오면서 함께 만들어온 공통의 기억과 감성으로 미래세대에게 전할 100년 후의 보물을 의미한다. 미래유산은 서울미래유산 홈페이지(futureheritage.seoul.go.kr)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시민제안이 언제나 가능하다. 서울시 미래유산보존위원회를 통해 시민단체나 전문가들도 제안할 수 있다. 마을만들기 사업을 통한 커뮤니티 차원의 미래유산 발굴도 이뤄지고 있다. 미래유산 발굴과 신청은 시민 주도의 상향식 방식이 원칙이다. 제안된 예비후보들은 사실 검증, 자료수집을 위한 기초 현황조사를 한 후 소유주 동의에 따라 최종적으로 서울미래유산으로 선정한다. 지하철 1호선 종각역 사거리 스탠다드차타드은행 본점 자리는 조선시대 의금부가 있던 터다. 의금부는 관원·양반의 범죄, 대역죄, 강상죄 등을 처벌하던 특별사법기관이다. 요즈음으로 치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맡아 처리하는 특검과 같은 기관이었던 셈이다. 의금부가 있던 지역명은 공평동으로 ‘공정하게 재판을 처리한다’는 의지를 담았다. 의금부 앞에는 백성의 억울한 사연을 신고받기 위한 신문고가 있었다. 길 건너 영풍문고 본점 자리는 전옥서가 있던 자리다. 전옥서는 판결이 내려질 때까지 미결수를 수감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관원·양반 출신 범죄자는 의금부에서 담당했고 전옥서는 주로 상민 출신 범죄자를 수감했다. 최근 인기를 모았던 드라마 ‘옥중화’를 통해 전옥서가 많이 알려지기도 했다. 의금부 터에서 18회차 서울미래유산 역사탐방이 지난달 19일 오전 10시 박광규 서울미래유산해설사의 해설로 진행됐다. 박 해설사는 “‘종로 뒤안길 답사’ 등 그동안 종로를 횡축으로 누볐는데 이번 코스는 우정국로와 감고당길, 인사동길, 삼청로 등 남북으로 형성된 도로를 따라 문화유산을 찾아가는 종축 탐방으로 준비했다”며 “이 지역은 서울미래유산의 보물창고”라고 운을 뗐다. 이어 서울미래유산이란 무엇이고, 답사를 왜 진행하는지 그리고 답사 진행에 따른 안전수칙을 설명한 뒤 이동을 시작했다. 의금부 터에서 우정국로를 따라 북쪽으로 70여m쯤 가다가 처음 만나는 골목을 들여다보니 열차집이 자리잡고 있다. 청진옥·미진·열차집·청일옥…3대 가업 잇는 노포식당 즐비 열차집은 3대째 이어오는 빈대떡 전문점이다. 1954년 지금의 교보빌딩 인근 세종로 뒷길 한옥가 골목길에서 창업주 안덕인씨가 문을 열었다. 박 해설사는 “당시 추녀 밑에 기차간처럼 길게 놓인 의자를 보고 사람들이 ‘기차집’이라 부른 데서 명칭이 유래됐다”며 “1960년 피맛골로 이전해 ‘열차집’이라는 간판을 단 게 상호로 굳어졌다”고 말했다. 현 운영주인 우제인씨 부부는 1976년 열차집 근처에서 구멍가게를 운영하다 안씨로부터 장사 노하우를 전수받아 가게를 인수했다. 2009년 도심 재개발사업으로 현 위치로 이전해 왔다. 박정희 전 대통령도 비서관을 시켜 이 집 빈대떡을 가끔 사갔다고 한다. 이번 답사코스에는 열차집을 비롯해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된 식당이 꽤 많다. 1937년 개업한 해장국 전문점 청진옥(대표 최준용), 1954년 문을 연 메밀전문식당 미진(대표 이수련), 1945년 개업한 녹두빈대떡 전문점 청일집(대표 이승진) 등 노포가 즐비하다. 이들 노포는 모두 3대째 대물림해서 운영되고 있다. 청진옥은 백범 김구 선생과 윤보선 전 대통령의 단골집이었다. 박 해설사는 “과거 해장국집에서는 밥을 팔지 않고 손님이 찬밥을 가져와 토렴해 먹었다”며 “이유는 밥이 식으면 밥알이 갈라지는데 그 사이로 국물이 스미면서 풍미가 좋아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따뜻한 밥을 국에 넣으면 국물을 빨아들여 불어버리기 때문에 맛이 제대로 안 나 일부러 찬밥을 쓴다는 것이다. 박 해설사가 전문요리사처럼 설명하자 탄성과 함께 박수가 터져 나왔다. 열차집 대각선 방향에는 동헌필방과 NH농협은행 종로지점이 이웃해 있는데 서울미래유산에도 나란히 선정됐다. 동헌필방은 1934년 창업한 남계양행의 사옥으로 사용됐던 건물로 초기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남계양행 창업주 윤치창은 개화파 무신 윤웅렬의 서자이자 구한말 개화파 윤치호의 이복동생으로, 미국 유학을 다녀오는 등 개화기 신문물을 일찍 수용한 인물이다. 이 건물 출입구의 상부 박공은 색다른 조적조 쌓기 기법을 보여 주고 있다. NH농협은행 종로지점 건물은 1926년 지어진 서울시 근대건축물이다. 1926년 창간한 중외일보 판권과 신문 호수를 이어받아 1931년 창간한 중앙일보(조선중앙일보 전신)가 1933년 똬리를 튼 곳이다. 당시 몽양 여운형(1886∼1947)이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제호를 조선중앙일보로 바꾸고 사옥도 옮겼다. 1936년 8월 10일 독일 베를린올림픽 마라톤에서 우승한 손기정 선수의 유니폼 일장기를 지워버린 사건으로 인해 1937년 폐간당했다. 손기정 일장기 말소로 폐간된 신문사갑신정변 실패 지켜본 회화나무도 미래유산 조계사 정문 우측에는 우정총국이 자리잡고 있었다. 고종 21년인 1884년에 만들어진 우리나라 최초의 우편행정관서로서 조선시대 통신수단인 역참제의 대체수단이었다. 병조참판 홍영식이 초대 총판을 지냈다. 우정총국은 낙성식을 틈타 개화당의 김옥균 등이 일으킨 갑신정변이 ‘3일 천하’로 실패하자 개국 17일 만에 문을 닫았다. 초대 총판 홍영식은 김옥균과 달리 일본으로 망명하지 않고 29세에 대역죄로 처형되는 것을 받아들였다. 이런 역사를 우정총국 앞마당 회화나무가 고스란히 내려다보고 있었을 것이다. 박 해설사는 “갑신정변의 현장이었던 우정총국 일대를 지켜온 나무로서 보전 가치가 높아서 서울미래유산으로 선정됐다”고 설명했다. 답사팀은 안국동 사거리를 통해 인사동길로 접어들었다. 100여m를 들어서니 한자로 ‘通文館’(통문관)이라고 돌에 각자 간판을 단 서점이 있다. 글씨는 서예가인 검여(劍如) 유희강(1911∼1976)이 썼다. 1934년 문을 연 통문관은 고서 매매와 출판업을 겸했던 서점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고서적 매매서점이다. 80년 넘게 같은 지역에서 3대째 가업을 이어오면서 관훈동 일대의 시대상을 보여 준다는 의미에서 서울미래유산에 선정된 곳이다. 통문관 건너편 골목으로 들어가면 문인들의 아지트였던 카페 귀천이 나온다. 귀천은 천상병(1930~1993) 시인의 부인 목순옥(1935~2010)씨가 운영하던 찻집이다. 인사동 큰길 가에 1985년 개업했던 원래 찻집은 목씨가 사망한 뒤 폐업하고, 지금은 남도 제철음식점 ‘여자만’ 앞에 목씨 조카가 2호점을 열어 명맥을 잇고 있다. 귀천과 이곳에 인접한 인사동 14길 24-1 일대 한옥밀집지역 모두가 서울미래유산이다. 한옥 골목을 빠져나와 서울미래유산인 서울시노인복지센터(구 통계청)를 지나 풍문여고 옆 길인 감고당길(율곡로3길)로 들어섰다. 이 지역은 매주 토요일에 계속되고 있는 민중총궐기 때면 통행이 통제되는 곳이다. 덕성여고 자리에 있던 숙종 계비 인현왕후의 친정 감고당(感古堂)에서 길 이름이 유래했다. 감고당은 현재는 경기 여주시로 옮겨졌다. 직장이 광화문인 안진남(42)씨는 “오늘 답사하는 지역의 과거 지명과 역사를 두루 알고 싶어 답사를 신청했고, 앞으로 도움이 많이 될 듯하다”며 “프로그램을 너무 늦게 알게 돼 후회스럽고 내년에도 꼭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문인들 아지트·귀천·고서점 통문관인사동길은 미래유산 밀집지역 김봉완 공인중개사가 1968년 개업해 자리를 지키고 있는 서울미래유산 신영부동산과 대우그룹 김우중 회장의 장남 김선재(1990년 사망)씨를 기리고자 만든 아트선재센터를 지나 정독도서관에 다다랐다. 1900년부터 1976년까지 경기고등학교가 있던 자리다. 정독도서관은 등록문화재 제2호다. 본관 앞 정원에는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비가 세워져 있다. 겸재가 인왕제색도를 그리기 위해 인왕산을 바라봤던 자리는 종친부(조선 왕가의 종친관계 일을 맡았던 관청)에 있다. 종로구 화동 종친부 앞 소격동 국군기무사령부(구 국군보안사령부)는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으로 탈바꿈했다. 기무사령부 이전에는 경성의학전문학교 부속병원이 자리했다. 종친부는 조선시대 왕실 가족들의 봉작(봉토와 작위 하사), 관혼상제를 관리하던 관청이다. 박 해설사는 “흥선대원군이 고종을 옹립하고 외척으로부터 왕권을 보호하던 정책이 종친부에서 나왔다는 일설도 있다”며 “군인들이 테니스를 치기 위해 종친부를 통째로 옮길 만큼 만만하게 볼 사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기무사가 힘을 쓰던 전두환 정권 시절이던 1981년 테니스장을 짓도록 종친부 건물을 뜯어서 정독도서관 구내로 옮겨버린 사건을 지적한 것이다. 감고당길에 서린 인현왕후의 추억흥선대원군 권력의 핵심 종친부의 설움 이 근처에는 금호미술관, 갤러리 현대 등 갤러리가 많은데 두가헌도 그중 한 곳이다. 1950년대에 지어져 1965년 사용승인이 났다. 두가헌은 갤러리 현대 소유의 4개 갤러리 중 하나로, 한옥 레스토랑과 러시아식 양식 건축물이 짝을 이룬다. 한옥은 고종의 후궁이었던 귀빈 엄씨가 살았던 곳이다. 마당 한가운데 수령이 제법 됨 직한 은행나무 한 그루가 씩씩하게 서 있다. 박 해설사는 “한옥과 서양식 건물의 조화로 장소가 예뻐서 웨딩 촬영하러 많이 오는 장소”라고 설명했다. 옛 수송초등학교에 자리잡은 종로구청 역시 서울미래유산이다. 1977년 수송초교가 폐교된 뒤 종로구청 본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1930년대 준공 당시 외관을 비교적 양호하게 간직하는 건축물이다. 일제강점기 학교건축 양식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보존가치를 인정받았다. 이번 답사는 피맛골에 세워진 르메이에르 빌딩에서 마쳤다. 이 빌딩에만 서울미래유산 음식점이 세 곳 있다. 부모님과 함께 나온 서울교대 초등교육과 3학년 권상리(21·여)씨는 “아버지의 권유로 나왔는데 그동안 보지 못했던 유적을 많이 봤다”며 “다음번에 기회가 된다면 친구들과 꼭 다시 참여하고 싶다”고 했다. 글 사진 유성호 문화지평 대표
  • [현장 행정] 전국 중구끼리 뭉치니 도시재생 해법 보이네

    [현장 행정] 전국 중구끼리 뭉치니 도시재생 해법 보이네

    “상주인구는 적지만 유동 인구는 웬만한 도 인구보다 많은 곳이 바로 광역 대도시 중심부인 중구입니다. 구도심의 재생 전략과 공통 관심사를 함께 논의하는 이런 자리야말로 맞춤형 회의체죠.” 서울 중구를 비롯해 전국 7개 특별시·광역시의 현직 중구청장들이 한자리에 모인 이색회의가 5일 인천 중구청에서 열렸다. ‘제28차 전국 대도시 중심구 구청장 협의회’로 1996년 김동일 당시 서울 중구청장의 제안으로 조직된 이후 올해 20주년을 맞았다. 최창식 서울 중구청장은 “시·도지사 협의회 등 지자체 모임기구는 있어도 같은 이름의 지자체만 모인 경우는 유일무이할 것”이라며 “공통된 지리적 요건 덕분에 비슷한 도시 문제를 토론하고 대안을 모색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고 소개했다. 중구청장들은 매년 상·하반기 각 도시를 순회하며 우의를 다진다. 이날은 최 구청장과 주최지인 김홍섭 인천 중구청장을 비롯해 김은숙 부산·김성환 광주·박용갑 대전·박성민 울산 중구청장 등 6명이 참석했다. 윤순영 대구 중구청장은 서문시장 화재 뒷수습을 하느라 불참했다. 티타임에서 각 구청장은 대구 소식을 걱정하며 “그쪽 재래시장 안전대책은 어떠냐”고 서로 물었다. 이날 회의에서 각 중심구의 우수행정 사례 17건을 발표하고 공유했다. 최 구청장은 역점사업인 새로운 골목문화 만들기, 야외 테라스 영업 허가 사례를 전파했다. 그는 “서울을 찾는 외국 관광객의 70%가 중구를 찾지만, 중구 골목은 참 무질서하고 지저분했다”며 “지난 5년간 지속가능한 골목문화 조성을 위해 주민 주도로 콘셉트를 바꿨다”고 소개했다. 또 “외국처럼 휴게·일반 음식점과 제과점의 옥외 영업을 일부 허가해 지역상권을 살리고 불법영업도 해소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덧붙였다. 인천은 차이나타운 근처 동화마을 조성사업이, 부산은 특화 먹거리·외국어 가격 표시제 등 국제·자갈치시장의 글로벌 시장 육성안이 눈길을 끌었다. 앞서 최 구청장은 인천 중구청 앞 일본 조계지와 한국근대문학관을 시간을 쪼개 둘러보며 인천의 관광정책을 벤치마킹했다. 야간 문화답사 프로그램인 ‘정동야행’을 히트시킨 주인공답게 일대를 꼼꼼히 훑었다. 그는 “인천이 선교·철도·우편 등 신문물 전파, 개화기 지역문학 등 개항지로서 관광 콘텐츠가 뜻밖에 많더라”며 “정동야행 콘텐츠를 보완할 아이디어도 많이 얻었다”고 흡족해했다. 구청장들은 다음번 회의 장소를 부산으로 정한 뒤 “앞으로 좀더 자주 만나 우의를 다지자”고 의기투합했다. 최 구청장은 “지난여름 수해 때는 인천 중구를 십시일반으로 도왔고 대구 화재도 마찬가지”라면서 “지역 간 협력의 본보기를 만들어 나가는 데 서울 중구가 중심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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