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 앞장서보자” 당의지 표출/민자 「전위대 구성」 배경과 전망
◎사정한파로 위축된 내부쇄신 모색/계파 이해 엇갈려 성과는 두고봐야
민자당이 「개혁전위기구」를 구성하겠다고 밝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전위」라는 강한 용어를 쓴 점이 관심을 끈다.60년대 중국 문화혁명 당시의 홍위병을 연상케 한다.
「개혁전위기구」구상자는 황명수총장.황총장이 현재의 개혁추진에 있어 소위 「핵심실세」가 아니라는 사실때문에 이 기구가 별볼일 없으리라는 성급한 추측도 나온다.
그러나 누구의 아이디어건 민자당이 그러한 기구를 만들어야되는 상황이 중요하다.새정부 출범후 청와대를 중심으로한 개혁드라이브에 당은 주로 「청산대상」이었다.재산공개,슬롯머신사건,동화은행사건등 이슈만 터지면 의원들이 구설수에 올랐다.
황총장도 『청와대가 개혁을 주도하고 당이 이를 뒷받침해야 하나 청와대주도의 개혁강풍에 당이 너무 움츠러들었고 소속 의원들의 사기도 엉망이다』라고 위축된 당모습을 자인했다.그는 『개혁기구활성화를 통해 당이 소외되고 침체된 모습에서 탈피,개혁에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황총장이 밝힌 개혁전위기구기능은 정책개발,개혁아이디어창출,개혁의식홍보이다.기구산하에 과제별 분과위를 두고 개혁관련 토론회나 강연도 수시로 개최하겠다는 것이다.금융실명제,군진급심사제도등 미묘한 정책사안도 당이 앞장서 개발·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다진다.
민자당이 신경쓰는 부분은 개혁기구의 구성원이다.일련의 파문을 거치면서 소외감과 피해의식을 갖게된 민정·공화계 중진 인사도 다수 포용,범계파적 모습을 갖추기로했다.3·4선급 중진 15명내외가 위원으로 발탁될 것같다.
개혁기구의 앞날이 순탄하지는 않으리라 전망된다.정책개발에만 전념할 경우 정책위업무와 중복되고 실제 활동은 미미할 수 있다.개혁기구가 눈에 띄는 활동을 하려면 역시 인적 청산문제를 건드려야 한다.의혹사건 연루인사,제2의 재산공개파문시 부정·불법이 드러난 의원들을 과감히 조치하는데 역할을 해야한다.
이와 관련해 개혁기구구성원 선정도 난제이다.실질 역할을 하자면 김덕용정무1장관,백남치 기조실장,강삼재제2정조실장등 청와대와 연결고리를 갖고 있는 민주계 핵심이 포함되어야 한다.황총장을 중심으로 민정·공화계 중진들이 나열된다면 『누가 누구를 개혁하느냐.개혁기구위원들이 개혁대상』이라는 불만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황총장은 민정·공화계 중진들중에서도 구태가 역연한 인사는 위원에서 배제할 뜻을 밝히고 있다.이춘구의원등 비교적 이미지가 깨끗한 인사들을 기용하겠다는 것이다.이와함께 의원들 숙정까지는 못하더라도 3·5·6공 인사들이 혼재되어 있는 국책자문위는 우선 정리하겠다는 의욕을 보인다.
황총장이 제안한 개혁전위기구가 말그대로 정치권정화의 전위대역할을 할지,유명무실한 것으로 그칠지 여부는 김영삼대통령의 의사에 달려 있다.
정가에서는 민자당내 민주계 실세들이 개혁신당을 추진하고 있다는 풍설이 나돌고 있다.민자당내 수구 인사들을 내보내고 야당이나 재야의 참신한 인사들을 수혈받아 내년쯤 신당창당이나 제2창당을 통해 개혁정당을 탄생시키는 구도가 거론되고 있다.개혁신당의 중심에는 김덕용정무1장관과 민주당의 이부영의원이 자리잡으리라는 관측도있다.
아직은 소설같은 얘기이지만 김대통령의 추진력·과감성을 감안할때 전혀 근거없는 것은 아니다.김대통령이 김정무1장관 등을 개혁기구에 포진시켜 이러한 과제를 추진시킨다면 개혁기구의 「힘」은 폭발적일 수 있다.하지만 현재의 청와대·당의 분위기는 개혁기구에 대해 대체적으로 냉소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