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 당명변경 제도인적정비 “시발”
◎“깨끗한 정치” 깃발… 후속조치 뭘까/당 조직 직능중심 전환 검토제도 정비/「흠집 인물」 개혁인사로 대체인적 정비
민자당의 「새이름 짓기」가 변혁의 시발점이라면 그 종착역은 어디인가.민자당이 구시대와의 청산을 위한 첫 시동을 걸면서 앞으로 변화될 모습에 정치권의 비상한 관심이 쏠린다.그 진폭과 강도가 여권 내부는 물론 정치권 전체에 미칠 파장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민자당은 당명개칭에 이은 후속조치의 확대전망을 경계한다.제도를 바꾸고,이에 따라 사람을 바꾸게 될 것으로 비쳐지면서 총선전열이 흐트러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김윤환대표나 강삼재사무총장 등 지도부가 『전국위원회에서 당명개칭 말고는 없다』고 못박고 나선 것도 이를 감안해서다.
후속조치는 제도와 인적 정비라는 두가지 측면으로 요약된다.물론 돈안드는 정치,깨끗한 정치의 구현을 제1목표로 지향한다.
우선 제도적인 측면에서는 내부적으로 정당구조의 개선,지도체제 및 정계개편 등의 문제를 정리해야 하는 숙제가 산적해 있다.외부적인 과제는 선거구제도등 전반적인 정치제도의 개선이다.
민자당은 정당구조의 개선을 첫 후속조치로 추진할 방침이다.거대 집권당의 군살을 빼고,씀씀이를 줄여보겠다는 계산이다.하지만 내년 총선,내후년의 대선을 앞두고 쉽지 않은 사안이다.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지역중심,즉 시도지부 및 지구당 중심의 당 조직을 돈이 덜드는 직능중심으로 대폭 전환할 것을 검토중이다.강용식기조위원장은 『일본은 직능 대 계선조직의 비율이 7대3으로 우리는 최소한 5대5 내지 6대4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외부적인 과제로 현행 소선구제를 돈이 덜들고,지역감정을 다소 해소시킬 수 있는 중·대선거구제로 전환하는 방안은 유동적이다.야당측의 반대를 무릅쓰고 굳이 강행하지 않겠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지만 아직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서정화 원내총무는 『중·대선거구제는 포기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정계개편은 이미 물 건너 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지만 지도체제 개편은 유동적이다.김대표는 『지도체제 개편은 없다』고 미리 못박았다.민주계 한 실세인사도 『김윤환 대표강삼재 사무총장 체제로 총선을 이끌어갈 것』이라고 같은 의견을 내놓았다.하지만 당 일각에서는 『문패만 새로 달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부총재 제도의 도입을 주장,주목된다.
공천구도를 통해 가시화될 인적 정비문제는 민자당의 진로를 가늠할 가장 민감한 사안이다.당명 개칭이 민자당 창당 주역인 노태우씨와의 단절목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구정치 행태와의 결별은 불가피하다.민자당이 절체절명의 과제로 내세우는 세대교체라는 측면에서도 내년 총선을 앞두고 개혁성향 인사의 대거영입은 움직일 수 없는 대세다. 현재로서는 당내에 공존하는 노씨 비자금사건에 연루돼 「흠집」있는 의원들을 포함한 5·6공 세력들이 어느정도 정리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다만 그 폭에 따라 민자당이 새로 태어날 수도,아니면 허물어질 수도 있는 탓에 무척 조심스럽다.
◎“정계개편 서곡” 풍향에 촉각/개혁신당영입협상 준비/국민회의총선타격 우려
민자당의 당명 변경을 보는 야권의 시각엔 미묘한 기류가 감지된다.겉으론 「민자당을 탄생시킨 3당합당은 구국의 결단이 아닌 망국의 결단」이라며 원색적인 비난을 퍼붓고 있지만,속내는 전혀 그렇지 않다.정치권,특히 야권에 불어올 정치적 풍향에 잔뜩 긴장하고 있다.
야권은 먼저 당명변경 결정이 비자금정국이후 김영삼 대통령의 첫 처방이라는 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아직 인적·제도적 차원의 민자당에 대한 「대수술 플랜」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현재로서는 그동안 침묵으로 일관해 온 김대통령의 향후 구상을 예측할 수 있는 유일한 단초이기 때문이다.
국민회의·민주당·자민련 할것없이 야권은 김대통령이 의도하고 있건,그렇지않건 간에 이번 결정이 정계개편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여긴다.김윤환 대표와 강삼재 총장의 『민자당 지도체제 개편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언급을 액면 그대로 믿지 않는 눈치다.설사 민자당이 지금 당장은 내부 방침을 그렇게 정했다 하더라도 향후 정치권 전반에 미칠 파장의 수위가 그대로 따라줄 지는 미지수라는 판단이다.
벌써부터 개혁신당은 「민자당이 먼저제의해 온다면」의 단서를 달긴 했지만,영입협상에 적극적으로 응할 태세이다.민주당 개혁파 의원들도 『좀 더 지켜보자』며 유보적인 자세이다.자민련의 김종필총재는 『민자당이 중·대선거구제 개편을 정식으로 제의해 온다면 자민련의 생각과 같은 지 알아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혀 민자당과 협상에 나설 뜻임을 분명히 했다.
따라서 민자당이 당명개명 이후 깨끗한 정치를 위한 제도개혁과 중·대선구제 개편으로 풍향을 이어간다면 야권 전체가 다시 큰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될 가능성이 높다.국민회의 문희상의원의 『벌써부터 정치권 일각에서는 효과를 보고 있는 것 같다』는 분석은 이같은 해석을 가능하게 하는 대목이다.
특히 정계개편으로 이어진다면 그 판이 과거 3당합당과 같은 수뇌부에 의한 단순한 「세규합」에 머물지 않을 전망이다.당간판을 거침없이 내린 점으로 볼 때 이는 정치권의 제 정파를 화학적으로 통합할 「태풍의 눈」이 될 공산이 크다.야권이 민자당의 내부 혁파가 도덕성의 추락과 이전투구의 현 정치판에 염증을 느낀 신진 개혁인사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어진다면 정치권의 세대교체와 지역주의 청산을 요구하는 바람이 어느 때보다 강하게 불 것으로 우려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경우,가장 큰 타격을 입게 될 당은 다음 총선에 모든 승부를 걸어야 할 국민회의측이다.국민회의측이 이날 『민자당 김대표를 위시한 민정계를 팽하기 위한 수단』『대선자금 정국을 흐리기 위한 작전』이라고 공세를 편 것도 사실은 이러한 위기의식의 발로인 것 같다.
노태우씨 비자금사건으로 태풍권에 휩싸여 있는 정치권은 이제 그 위력조차 가늠할 수 없는 또다른 대형 태풍과 맞닥뜨리게 될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