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신당 쟁점 분석/ “우리식으로”…계파간 힘겨루기
민주당이 10일 신당창당추진준비위원회 구성을 의결하고,김원길(金元吉) 전 사무총장을 창당추진준비위원장으로 선임하는 등 창당작업에 속도가 붙고 있다.하지만 신당창당 방식과 시한,그리고 외연 확대를 통한 신당의 성격은 물론 신당의 후보선출 방식을 둘러싼 힘겨루기도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를 둘러싼 친노(親盧)·반노(反盧)·중도진영의 생각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창당방식 및 시한- 신당 창당의 방식과 관련,한화갑(韓和甲) 대표와 김원길 창당추진준비위원장이 당 밖에 신당을 만들고,그 당이 민주당과 통합하는 방식의 정당법상‘신설 합당’ 방식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고,당 내에서도 이견이 없어 이 방식의 창당이 본격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신설합당 방식이란 민주당 밖에 창당주비위를 발족하고 새 당이 창당되면 민주당이당 대 당 통합 형식으로 신당에 합류하는 것이다.민주당을 즉각 해체할 경우 민주당의 재산이 국고에 귀속되고 전국구 의원의 승계 문제가 발생하며,국고보조금 지급이 없어지는 등 현실적인 장애가 있기 때문이다.아울러 민주당의 해체 문제는 당무회의에 위임된 권한 밖의 사항이라는 법적인 문제가 있고,정당 해체시엔 1개 지구당만 반대해도 해체가 불가능해 권리 분쟁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창당 시한과 관련,논란이 많았으나 한 대표는 9월 하순이나 늦어도 10월 초까지 마무리하겠다고 밝혀 창당주비위 구성과 외부인사 영입 등의 절차가 이달 하순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당의 성격- 노 후보나 그의 당내 지원세력인 민주개혁연대는 자민련과의 당대 당통합에 반대하며 ‘개혁신당’을 고수하고 있다.반면 당내 반노·중도세력은 ‘반창(反昌) 연대식 당 대 당 통합’ 의견이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신당 창당 과정에서 이를 둘러싼 논쟁이 치열할 것임을 예고한다.따라서 이 두 세력의 충돌을 피하면서 신당의 성격이 규정될 것 같다.당내 계파모임 해체론도 이같은 계파별 이해대립을 차단키 위해 제기되고 있다.10일 민주당 당무회의에서 정동영(鄭東泳) 상임고문 등이 “분열주의 극복을 위해선 중도개혁포럼과 민주개혁연대의 간판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한 것도 신당 참여세력 제한과 신당의 성격 규정을 둘러싼 내부 대립을 예방하려는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후보 재선출 방식- 신당의 대통령후보를 새로 선출하는 과정에서 국민경선 방식이도입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현재 당에서 논의되는 후보 선출 방식은 ▲완전 개방형국민경선 ▲제한적 국민경선 ▲전당대회를 통한 선출 등 크게 3가지로 나뉜다.이중국민경선 의견이 다수를 차지한다.국민경선을 통해 당선된 노무현 대통령후보가 기득권을 버리고 참여하는 경선이기 때문에 전보다 오히려 규모가 커져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다.제 세력의 역학관계로 볼 때도 국민경선이 유력해 보인다.노 후보는 물론 조건부 신당 참여론을 밝힌 박근혜(朴槿惠) 미래연합 대표와 정몽준(鄭夢準),이한동(李漢東) 의원 등이 신당의 경선에 합류할 경우 국민경선이 가장 공정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노 후보측은 완전개방형 국민경선을 주장한다.
이춘규기자 taein@
■김원길 신당추진준비위원장 “자민련과통합 추진”
민주당 신당창당추진준비위원장인 김원길(金元吉·사진) 의원은 11일 “지금은 (자민련과의 통합으로 인한 정체성 훼손 등)작은 것 하나하나를 따질 처지가 아니다.”며 “자민련과도 통합을 추진할 것”이라고 입장을 분명히 했다.신당의 대선후보 선출 방식에 대해선 “국민경선제로 치러져야 한다.”고 말했다.다음은 일문일답.
◇신당 창당 시기는.
빠를수록 좋다고 본다.대선이 12월 중순이기 때문에 늦어도 10월 중순까지는 후보경선을 포함,모두 결정돼야 한다.
◇신당의 대선후보 선출 방식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가 국민경선제로 선출됐기 때문에 그것보다 후퇴할 수 없지 않은가.또 외부인사가 경선에 참여할 경우,기존의 당원과 대의원만이 투표하는 것은 불공정 문제를 낳을 수도 있다.
◇대선을 4개월 앞두고 국민경선을 치르는 게 가능한가.
국민경선 자체를 대통령 선거로 그냥 연결시킨다는 것이다.지난번 16개 지역 국민경선을 절반 이하로 줄이면 가능하다.
◇‘개혁 신당론’과 ‘반창(反昌) 연대론’이 맞서고 있는데.둘 다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개혁신당은 분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이회창(李會昌) 후보만 반대한다고 아무나 모아놓은 정당도 의미가 없다.
◇자민련과의 통합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은데.
우리는 8·8 재보선 등을 치르면서 절실한 상황에 놓여 있다.따라서 작은 것 하나하나를 따질 처지가 아니다.다만 신당의 정강정책에 있어 현격한 입장차가 있을 때에는 (통합이)어렵겠지만….
◇대선 승리만을 위해 급조한 신당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사실이다.솔직히 선거에서 우리가 편안히 이길 수 있다면 신당 논의를 안할 것이다.우리로서는 그렇게까지 해서 선거를 치러야 하는 절실함이 있다.
홍원상기자
■노무현후보 움직임/ 정책개발…지지기반 확대 ‘先手'
신당 창당이 결정된 이후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의 공개적 행보는 크게달라지지 않았지만 노 후보진영 내부에서는 바짝 긴장,대비 태세를 서두르는 기류다.
우선 민주당 대통령후보로서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당 분열을 막기 위해 신당 창당을 수용하기는 했지만 적극적으로 주도하기보다 후보로서 평소 활동을 하면서 정책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현재 굳이 신당 논의로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다.
노 후보는 이에 따라 지난 10일 정책자문단과 함께 국가경영전략과 비전을 마련하기 위한 워크숍을 가진 데 이어 내달 초 정책토론을 거쳐 정책집을 발간할 계획이다.틈나는 대로 각 분야 전문가들과 만나는 ‘정책공부’ 일정도 잡아놓았다.12일 한국농업경영인대회와 15일 광복절 기념식에도 참석,후보로서의 대외활동도 계속하기로 했다.
노 후보는 다른 한편으로 당 소속 의원들을 다양하게 만나며 유대를 강화하고 있는것으로 알려졌다.
신당 창당 논의에 직·간접적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당내 지지기반을 확대해 나가기위해서다.노 후보 ‘나름대로’의 외연 확대인 셈이다.정동채(鄭東采) 후보비서실장은 이와 관련,“당 내외 인사들과 광범위하게 만나 각종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조언도 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당 창당에 따른 외부 인사 영입에는 외견상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현재로서는신당의 성격과 방향이 주 관심사다.이미 나올 만한 사람들은 다 나온 지금,재경선을 하더라도 제3후보의 성공 가능성은 적다는 것이 노 후보측의 분석이다.
노 후보의 한 측근은 압도적인 국민참여가 이뤄지는 경선을 전제한 뒤 “누가 경선에 나오더라도 노 후보가 질 가능성에 대해서는 생각지 않고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김재천기자 patrick@
■제3후보 거취 관심 모아/ 정몽준·박근혜·이한동 ‘靜中動'
신당 창당을 공식 선언한 민주당이 외부인사 영입을 본격 개시함에 따라 영입 대상자들의 면면과 거취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그러나 영입대상 1순위로 거론되는 정몽준(鄭夢準) 의원,한국미래연합 박근혜(朴槿惠) 대표,이한동(李漢東) 전 총리 등은 이에 대한 구체적 입장 표명보다 당분간 신당 진척상황 등을 관망하는 모습이다.
정 의원은 민주당발(發) 신당 창당 참여 여부에 대해 종전 입장을 그대로 유지하고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정 의원은 지난 8일 “(대선 출마는) 그런 것(신당 창당)에 영향을 받지 않고 어느정도 독자적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자신의 대선 출마와 신당 창당간에 어느정도 거리를 두었다.
그러면서도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고 간단하지 않기 때문에 신중하게 결정할 것”이라며 가능성도 열어놓았다.
박 대표는 11일 “신당 문제를 놓고 민주당의 그 누구와 만난 적도,얘기된 것도 없다.”고 전제,“조건이 갖춰지면 당내 논의를 거쳐 신당 참여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조건부 참여의사를 내비쳤다.그러나 그는 신당이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제3세력 연대 등을 통해 독자적인 대선 출마를 모색 중이다.
이 전 총리는 신당 창당과 관련,“현재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신당의 그림이 잡히면 적당한 시점에 참여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한 측근은 이와 관련,“국민경선을 백지화해야 진정한 신당이라고 말할 수 있다.”면서 “노 후보의 기득권 포기가 전제돼야 신당에 참여할 수 있다.”고 분명히 했다.
홍원상기자 wsh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