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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광훈 “하나님이 ‘대한민국 망한다’는 성령 보냈다”

    전광훈 “하나님이 ‘대한민국 망한다’는 성령 보냈다”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목사가 정치에 관여하게 된 이유에 대해 “기도를 하는데 어느날 하나님으로부터 ‘대한민국이 망한다’는 짧은 성령을 받게 됐다”며 “‘너 그거 안 하면 나라가 망하게 생겼다’고 해서 할 수 없이 한기총 대표회장이 됐다”고 말했다. 전 목사는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국민통합연대’ 창립대회 축사에서 “일개 목사가 기도하다 받는 충동을 다 현실이라고 하기엔 신비주의에 가까우니까 제가 확인하기 시작했다”며 “이재오 전 의원(국민통합연대 창립준비위원장),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와 전문가를 찾아가 물어보니 다 (나라가 망하게 된 것이) 맞다고 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 “문재인 대통령이 내년 총선에서 원하는 의석 200석을 만들어 평화헌법으로 개헌해 낮은 단계 연방제 찍고 북한으로 가려는 의도”라며 “국민들이 이를 다 알아차렸다”고 말했다. 이에 일부 참석자가 강하게 항의하는 등 소란이 일었다. 한편 국민통합연대는 이날 창립 선언문을 통해 “분열과 갈등으로는 미래를 열어갈 수 없다”며 “무능하고 오만하고 정의와 공정을 팽개친, 기만에 가득 찬 정권을 끝장내기 위해 모든 분야에서 모든 일을 혁명적으로 전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무능하고 오만하고 정의와 공정을 팽개친, 기만에 가득 찬 정권을 끝장내고 지력이 다한 정치판을 객토(토질 개량을 위해 다른 곳 흙을 옮겨오는 일)해 완전히 판을 갈고 체제 변화에 눈이 먼 오만방자한 현 정권에 사망을 선고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가는 정의롭고, 사회는 공평하고, 국민은 행복한 나라를 만들고자 통합의 깃발을 높이 든다”며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의 가치가 더욱 발전해 분단을 극복하고 자유 통일을 이루는 날까지 하나가 되고자 한다”고 다짐했다. 국민통합연대의 공동대표는 송복 연세대 명예교수(학계), 김진홍 목사(종교계), 최병국 변호사(법조계), 권영빈 전 중앙일보 사장(언론계), 이문열 작가(문단) 등 5명이 맡는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 노재봉 전 국무총리, 권성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 고영주 변호사, 김경한 전 법무부장관, 김형국 서울대 명예교수,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 등은 원로자문단에 참여한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종신 대통령을 꿈꾸는 ‘영원한 차르’ 푸틴

    종신 대통령을 꿈꾸는 ‘영원한 차르’ 푸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종신 대통령을 꿈꾼다.’ 대통령 임기 제한 삭제 등 개헌을 통해 3연임에 나설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했기 때문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연례 연말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의 임기를 제한하는 조항을 포함해 헌법 개정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밝히며 임기 연장의 뜻을 내비쳤다. 지난 1999년 이후 러시아의 대통령과 국무총리로 20년 장기 집권을 이어 온 푸틴 대통령은 그동안 레임덕(임기말 권력누수 현상)과 불안정한 후계 구도를 의식해 자신의 임기와 관련한 계획을 밝히지 않았다. 그는 이날도 4시간 넘게 이어진 질의응답 중 자신의 향후 계획에 대한 직접적인 질문은 피하면서도 임기를 제한한 러시아 헌법이 바뀔 가능성을 제기했다. 푸틴 대통령의 임기는 오는 2024년까지다. 현행 러시아 헌법은 대통령의 3연임을 금지하고 있는 까닭에 푸틴 대통령은 2024년 이후 바로 재선에 나설 수 없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2000년부터 2008년까지 연임한 뒤 2008년 최측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를 대통령으로 세우고 총리를 맡아 ‘배후 조종’하는 방식으로 3연임 제한을 ‘절묘하게’ 피해갔다. 이후 2012년에 6년으로 임기가 늘어난 대통령직에 복귀한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3월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해 집권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푸틴 대통령은 기자회견 후 국영 TV와의 인터뷰에서 헌법 개정과 관련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을 뿐이며 내 쪽에서 준비한 것이 아니다”라며 답변을 피했다. 그러면서 “크렘린궁의 거수기이자 치어리더 단으로 전락한 러시아 의회의 권한을 확대하겠다는 생각에 열려있다”고 말해 또다시 집권 연장 가능성에 대한 예측을 어렵게 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국 민주당이 하원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결의 소추안을 통과시킨 것을 비난하며 탄핵 시도가 실패로 돌아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이것(트럼프 탄핵안 통과)은 내부 정치 투쟁의 연속일 뿐이며 선거에서 패배한 민주당이 다른 수단으로 목표를 달성하려는 시도”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미 대통령 선거의 개입에 대해 “그들(미국 정보기관들)은 당초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와 공모했다고 비난했다”며 “이후 공모한 사실이 없음이 밝혀졌기에 이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사유가 될 수 없었다. 그러자 그들(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압박을 떠올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에서의 탄핵 절차는 근거가 없고 실패할 운명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 상원에서 추측성 사유로 탄핵될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정세균, ‘삼권분립 훼손’ 지적에 “의원들이 충정 알아주실 것”

    정세균, ‘삼권분립 훼손’ 지적에 “의원들이 충정 알아주실 것”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는 20일 “나라가 이렇게 안팎으로 어려울 때는 국민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일,힘이 될 수 있다면 무슨 일이든 하는 것이 공인의 태도라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정 후보자는 이날 오전 서울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의 후보자 사무실에 출근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야당에서 제기하는 ‘삼권분립 훼손’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묻는 말에 이같이 답변했다. 그는 “아마 국민들께서, 그리고 여야를 포함한 국회의원들께서도 그런 충정을 알아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정 후보자는 전날 한 강연에서 ‘개헌론’을 제기한 배경과 관련해 “저는 평소 개헌해야 한다는 지론을 가지고 있지 않느냐”며 “그 연장선상에서 현재 우리가 겪는 초갈등사회를 극복하는 데 정치권 입장에선 개헌이 필요하다는 원론적 주장을 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개헌의 방향성에 대해선 “제가 이거다, 저거다라고 이야기하는 건 지혜롭지 못한 태도”라며 “여러 정파 간에 많은 대화가 이뤄지고 준비가 돼 있었기 때문에 그런 것을 토대로 여러 정당이 합의안을 만들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후보자는 규제 개혁과 관련해 “4차산업혁명 시대엔 우리가 뒤지면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매우 빠른 속도로 경쟁이 이뤄진다”며 “그런데 규제가 적은 나라와 규제가 많은 나라가 함께 경쟁할 때엔 제대로 된 유효한 경쟁이 이뤄지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 차원에서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 우리 규제가 혹시 과도한 부분이 있다면 그런 부분은 글로벌 스탠다드(국제기준)에 맞춰서 우리 기업이나 연구진이 국제경쟁에 뒤처지지 않도록 규제를 완화하고 개선하는 노력이 절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광숙 선임기자 bori@seoul.co.kr
  • “지방 분권 연구 고민…지방행정 우수 사례 해외에 알릴 것”

    “지방 분권 연구 고민…지방행정 우수 사례 해외에 알릴 것”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이 지역 연구의 허브를 넘어 지방행정 한류를 선도하는 기관으로의 업그레이드를 준비하고 있다. 윤태범 지방행정연구원장은 17일 인터뷰에서 “지방자치단체와 다양한 협력 연구를 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성과를 해외에 알리는 데도 적극 나서려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원장으로 취임한 지 3년차를 바라본다. 지난 2년을 평가한다면. “연구원이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을 위해 정말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됐다. 연구원은 지난 35년 동안 수많은 연구를 통해 우리나라 지방행정의 발전을 위한 활동을 해 왔다. 그동안 축적한 연구 결과가 문재인 정부의 국정 과제이기도 한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의 이론적 토대가 됐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갖게 된다. 또 지난 2년 동안 수행한 연구 과제들과 각종 사업이 자치분권과 관련해 핵심적인 이슈들을 다뤘다는 점에서 연구원의 역할이 갈수록 중요해졌다고 생각한다. 연구원 구성원들의 노고는 밖에서 보는 것과 전혀 다르다. 정말로 많은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연구원 구성원들에게도 경외감을 갖게 됐다.” -내년도 주력 연구 과제는 무엇인가. “현재 내년도 과제를 위해 수요 조사도 했고, 연구원 내부 제안도 검토하는 단계다. 국가 정책을 뒷받침하는 국책연구기관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국정 방향과도 연동한 과제도 고민하려고 한다. 역시 지방분권과 관련한 다양한 주제들을 핵심적으로 개발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재정 분야에서는 재정의 효율적 운영과 관련한 과제, 지역 발전 분야에서는 최근 강조되는 스마트 도시 등을 중요하게 고려할 수 있다. 특히 지방자치와 분권에서 의회의 역할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지방의회와 관련한 과제들을 다양하게 고민하고 있다.” -연구원 발전을 위한 장기적인 구상이 있을 듯한데. “연구원이 설립된 지 올해로 35년이다. 우리나라 지방자치 발전을 위한 토대 역할을 충실하게 해 왔다고 자부한다. 우리나라 지방행정, 지역 발전과 관련한 정책과 사례들이 정말로 많다. 대표적인 정책과 사례들을 해외에서도 적극적으로 공유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를 위해 현재 일본과 중국 중심으로 돼 있는 국제 교류와 협력을 다양한 국가들로 확대하려고 준비 중이다. 우선 동남아 국가들이 주요 고려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연구원의 연구 역량 기반 강화를 위해 데이터 생산 및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한다. 연구원의 독자적인 데이터 생산은 물론 다양한 데이터를 축적 및 분석해 연구원은 물론 외부의 전문가들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 명실상부한 우리나라 지역 연구의 허브가 될 수 있도록 기반과 역량을 강화하도록 하겠다.” -연구원에서 매달 개최하는 ‘자치분권과 사회혁신 포럼’이 많은 참여와 관심을 받고 있다. “올해 포럼은 정말 많은 분들의 관심과 참여로 잘 운영됐다. 매달 준비하는 것이 쉽지 않은데 연구원 직원들이 정말로 많이 고생했다. 포럼의 구성원은 다양하다. 학계는 물론 시민사회, 정부, 공공기관, 민간기관, 연구소 등 관련 분야 전문가들을 다양하게 회원으로 모셔서 운영했다. 운영위원회를 통해 주제를 발굴하고, 좋은 분들을 모셔서 의견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였다. 내년에도 기본 틀은 유지하되 좀더 다양한 주제들을 준비하고, 더 많은 분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기회가 되면 세미나도 개최할 생각이다. 계속적인 관심과 후원을 기대한다.” -문재인 정부는 지방분권을 국정 과제로 제시했다. 지방분권의 의의, 취지를 어떻게 보나. “지방자치와 분권은 우리 연구원이 오랫동안 연구하고 고민해 온 주제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우리 연구원과도 직결된다고 할 수 있다. 지방분권은 민주주의 상징의 하나로 추진하는 정책 과제인데, 문재인 정부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가서 실질적인 분권을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 예를 들어 국가 사무의 적극적 지방 이양과 이를 위한 재원의 이전 방안, 재정분권을 통한 지방재정의 확충 등 보다 실질적인 지방분권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정책을 추진한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자치분권의 의미와 가치를 헌법 개정안에도 반영했다는 점에서 향후 개헌이나 혹은 지방자치법 개정을 통해 보다 구체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지난 2년간 문재인 정부 지방분권 정책의 성과와 향후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는지. “지방분권은 한 나라의 틀을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정말로 어려운 문제다. 그럼에도 지난 2년 반 동안 괄목할 만한 준비와 성과가 있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자치분권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재정분권의 틀을 마련한 것이다. 실질적으로 지방재정을 대폭 확충함으로써 재정분권을 실질화했다. 현재 재정분권 2단계가 논의되고 있다는 점에서 재정분권은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생각한다. 국가 사무의 지방 이양, 지방자치법 개정안 마련, 지방자치의 핵심적 가치를 담은 개헌안 마련 등 많은 성과들이 있다. 다만 이 가운데 아직 실현되지 않은 부분들이 있다. 이것은 국회를 통과해야 하는 입법 사항들이라는 점에서 국회와의 협력을 통해 조기에 입법화되기를 기대한다.” -지방행정연구원은 2016년 12월 원주로 이전했다. 서울에서 원주로 출퇴근하려면 힘들지 않나. “지역을 연구하는 우리 연구원이 강원도 원주혁신도시로 이전함으로써 지역과 현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질 수 있게 됐다는 건 긍정적이다. 우리 연구원뿐 아니라 혁신도시로 이전한 모든 공공기관들이 아직은 어려움에 처해 있다. 국가 균형발전을 선도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있다. 오랫동안 둥지를 틀었던 곳을 떠나 생활하게 된다는 점에서 연구원 구성원들의 어려움을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대부분 원주에 주거지를 마련했고 여건상 아직 몇 분은 장거리 출퇴근을 하고 있다. 상당한 기간 동안은 어려움 속에서 생활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안타깝다.” -이전 상황이 연구 여건에는 어떤 영향을 주고 있나. “우리 연구원은 특성상 전국의 지역을 대상으로 한다. 연구실에서 하는 연구가 아니라 현장 중심의 연구를 하고 있기 때문에 지방 출장이 잦다. 원주에서는 지역으로 이동하는 데 어려움이 현실적으로 많다. 예를 들어 부산이나 광주 등에 출장 가려면 서울을 거쳐 가야 한다. 서울에 있을 때와 비교해 연구 과제 수행에 많은 시간과 비용, 에너지가 소요된다. 반대로 지역에서도 많은 공무원들이 우리 연구원을 방문하는데 마찬가지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운 것이라서 원장으로서 가장 고민하는 부분이다. 연구 관련 출장 등을 효과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하도록 했다.” -최근 공공기관 2차 이전 얘기가 나오는데 연구원 경험에 비춰 조언한다면. “아직 정부의 방침이 어떤지를 모르기 때문에 언급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2차 이전을 한다면 두 가지를 고려할 수 있을 것 같다. 하나는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이 지역의 균형발전을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지역의 지리적, 공간적, 산업적 특성과 유기적 연계성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이전된 공공기관들 간에도 유기적 협력이 가능하도록 하면 좋겠다는 것이다. 기관 규모에 따라 공공기관 이전에 따른 영향이 제각각이다. 큰 기관들은 그나마 기관 자체적으로 직원들을 위한 각종 편의시설을 갖출 수 있는데 우리 연구원처럼 작은 규모는 자체적인 편의시설을 갖출 수 없다. 대표적으로 식당이나 직장어린이집과 같은 시설들이다. 큰 기관과 작은 기관들이 이와 같은 시설을 공유할 수 있는 이전 계획이 되면 좋겠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오월의 어머니 “12·12 오찬 전두환, 이 시대를 참담하게 만들었다”

    오월의 어머니 “12·12 오찬 전두환, 이 시대를 참담하게 만들었다”

    “너무 충격적이네요.” 1979년 12·12 사태를 일으킨 지 40년이 된 지난 12일 전두환씨가 당시 가담자들과 함께 식사를 했다는 소식을 들은 5·18 광주민주화운동 유공자인 정현애(67) 오월어머니집 이사장은 “우리가 아직도 이런 시대에 살고 있다”면서 “참담한 심정”이라고 했다. 광주 남구에 위치한 오월어머니집에서 정 이사장을 만난 날, ‘치매를 앓고 있다’는 전씨는 서울의 고급 식당에서 오찬을 즐기고 있었다. 전씨 측은 “12·12 사태와 무관한 친목 모임으로 우연히 날짜를 정했다”고 해명했다. 정 이사장은 이에 대해 “쿠데타 주인공이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사죄도 하지 않는다면 그 후손들도 불행할 것”이라면서 “전씨는 자신들 가족이나 미래를 위해서도 사과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전씨는 40년 전과 똑같은 것 같다. “지난 3월 전씨가 재판을 받기 위해 광주를 찾았을 때 내심 기대를 했다. 하지만 재판을 마치고 나오는 전씨를 향해 어머니들이 ‘내 아들 살려내라’고 외치는 데도 그냥 가더라. 그 순간이라도 조금만 태도를 달리 했다면 ‘희망적인 세상에 살고 있구나’라는 느낌을 받았을 텐데 정말 실망스러웠다.” -얼마 전 노태우 전 대통령 장남 노재헌씨가 다녀갔다. 전씨와는 다른 행보다. “노씨 방문이 나쁘지는 않았다. 다만 진정으로 사과하는 것인지는 아직까지 모르겠다. 그날(지난 5일)은 오월어머니집 손님으로 온 거니까 얘기를 들은 거다. 광주에 오는 게 “매우 조심스러웠다”고 여러 번 말하더라. 어떻게 만나서 얘기를 해야 할지 고민했던 것 같다.” 오월어머니집은 5·18 등 민주화 운동 관련 항쟁에서 가족이 희생됐거나 스스로 투쟁 대열에 앞장섰다가 피해를 입은 어머니들의 쉼터로 2006년 문을 열었다. 누구에게나 개방이 된 공간이다 보니 평소 일반인들도 많이 찾는다. 노씨도 사전 연락 없이 지난 5일 이곳을 방문했다. 방명록에는 ‘아픔과 희생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밝혀주시는 터전을 느낀다’는 노씨의 글이 적혀 있었다. -노씨와는 어떤 대화를 나눴나. “‘진정성이 있으려면 분명히 뭘 잘못했는지 밝혀야 하고 진실 규명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행동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전씨가 반성의 기미가 없다면 재헌씨처럼 자식들이라도 부모를 설득해야 하는데 전씨 아들들은 그런 모습조차 없다. 비교된다’고 했다.” -내년이면 5·18 항쟁도 40주년을 맞는다. 더 늦어지기 전에 사과를 해야 할 텐데, 사과의 방법도 중요할 것 같다. “우선 5·18민주묘지에 와서 사과하고, 5·18 관련 단체 등 광주 시민을 대표하는 사람들 앞에서도 직접 사과하면서 그 모습을 언론으로 전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 국민들도 ‘저런 모습이 역사를 한 단계 발전시키는구나’라는 것을 깨달을 것 같다. 잘못된 역사적 사실을 믿으려 하는 사람들에게도 경종을 울릴 수 있다.”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 전문에 ‘5·18 정신을 수록하겠다’고 약속했다.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 대통령 의지만 있다면 헌법 개정이 이뤄질 수 있다고 본다. 전문에 5·18 정신이 담긴다면 진상 규명이나 책임자 처벌이 훨씬 빠르게 진행되고, 당사자 명예회복도 본인들 원하는 수준으로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5·18 정신을 설명해달라. “생명 존중이다. 하늘로부터 내려온 신성한 기본권인 생명을 지켜주는 것이 민주정부라고 생각했다. 그것을 방해한 불의의 세력에 대해서는 저항할 수밖에 없다. 그런 마음으로 열흘을 보냈다.” 정 이사장이 말한 ‘열흘’은 1980년 5월 17일 광주 ‘녹두서점’ 주인이자 남편인 김상윤(현 윤상원기념사업회 고문)씨가 끌려간 뒤 27일 자신이 계엄군에 의해 체포될 때까지의 기간을 가리킨다. 녹두서점은 1970년대 유신독재 시절 ‘금서’를 보급한 헌책방으로 민주인사들이 자연스럽게 모여들던 곳이다. 상황이 긴박해지면서 서점에 찾아오는 학생, 시민, 민주인사들이 부쩍 늘었고 광주 소식을 묻는 전화도 빗발쳤다. 전남 장성 삼계중학교 교사였던 정 이사장은 시간대별로 이 상황들을 정리하고, 물이나 약품을 사서 현장에 보내거나 허기져서 오는 학생들에게는 주먹밥을 만들어 줬다. 훗날 녹두서점이 5·18 항쟁의 ‘상황실’로 불린 이유다. 지난 5월 ‘녹두서점의 오월’이란 책도 나왔다. 조만간 웹툰으로도 나온다. -남편이 끌려가서 정신이 없었을 법도 한데 오히려 남편의 공백을 메웠다. “5월 19일 학교에 출근했다가 남편이 살아 있지 못할 것 같다는 위기의식이 들어 조퇴를 하고 광주로 돌아왔는데 버스에서 내리는 순간 상황이 너무 살벌하다는 것을 느꼈다. 군인들이 시민들을 두들겨 패고 있었다. 죽은 사람은 화장실로 옮겨졌다는데, 화장실로 가보니 핏자국이 선명했다. 그때는 눈물을 흘릴 수도 없었다. 불의의 폭력에 의해 죽어가는 사람에 대한 모독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상황일지를 쓰기로 마음먹었나. “나라를 지켜야 할 군인들이 느닷없이 죄 없는 시민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것을 알릴 필요가 있다고 봤다. ‘민주회보’로 이름 붙였다가 ‘투사회보’로 바꿔 시민들에게 나눠줬다. 그런데 5월 21일 계엄군이 집단발포를 했다. 예상을 뛰어넘는 조치에 일단 흩어지기로 했는데 ‘시민들 옆에서 물이라도 떠줘야겠다’는 심정으로 다시 남았다. 죽어도 어쩔 수 없구나라고 생각했다.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에 대해서도 애도를 표시하자는 차원에서 조기를 게양하고 검은 리본을 달라고 했다. 우리 마음이 한마음이라는 걸 알리고 싶었다. 지금의 ‘촛불’도 5·18항쟁에서 이어진 게 아닌가 싶다.” -결국 5월 27일 붙잡혔다. “상무대로 끌려갔는데 ‘당신 죄목이 이거요’라면서 A4용지 3~4장을 들이밀더라. 자금·식사·용품 지원, 전화 연락 등 그동안 녹두서점에서 한 모든 행동이 적혀 있었다. 계속해서 저를 감시한 것이다. 그날 저한테 최고 사형, 적게 나와도 징역 10년형을 받을 거라고 했다.” -다행히 유치장에서 풀려났다. “100일 정도 갇혀 있다가 석방됐다. 중학교 교사가 인도적 차원에서 밥해준 걸 내란 음모라고 할 수는 없지 않나(웃음). 역사 교사답게 교과서에 나온 내용대로 답변하면서 꼬투리 안 잡히려고 했다.” -남편도 1년 넘게 수감 생활을 했다. “그때는 남편을 사형시킬 것 같아 노심초사했다. 1980년 10월 다시 교단에 선 다음, 낮에는 수업하고 밤에는 탄원서 쓰면서 석방운동했다. 다행히 남편도 이듬해 12월 풀려났는데 지금도 고문 후유증이 심하다.” -계엄군에 의한 성폭력·성고문 증언도 나오고 있다. “17건 정도 밝혀졌는데 충분치 않다. 차마 말씀을 못하시는 분들까지도 치유하는 게 국가의 역할이다. 최근 진상규명위 준비단에도 성폭력 조사단원은 이 분야 전문성을 갖춘 연배 있는 여성으로 해달라고 요구했다.” -5·18항쟁에서 여성의 역할을 재조명하자는 움직임도 있다. “당시 여성들이 총만 안 들었지, 정보 수집부터 물품 공급, 시체 염하는 일까지 많은 역할을 했다. 항쟁 이후에도 가장 적극적으로 구속자 석방운동에 나섰다. ‘내 자식 살려내라’, ‘내 남편 살려내라’고 울부짖는 여성들에게 무서운 게 있었을까. 1987년 ‘6월 항쟁’으로 이어지는 동력이 어머니들의 피맺힌 절규에서 비롯됐다.” 글 사진 광주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靑 민정수석실, 정권마다 수난 시대

    靑 민정수석실, 정권마다 수난 시대

    노태우, 檢출신 진출… 사정기능 중시 우병우 국정농단 방조 등 민낯 드러나역대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이른바 ‘왕수석실’로 불릴 만큼 사정기관 정보 및 민심 동향의 취합처이자 청와대 내 서열 선두를 지켜 왔지만, 사정 권력이 무소불위로 변질될 때는 어김없이 시련을 겪었다. 민정수석직은 1969년 박정희 정부 시절 3선 개헌을 밀어붙이기 위해 처음 만들어진 이후 전두환 정부 시절 군 출신 인사들이 독점했다. 이후 노태우 정부 시절부터 검찰 출신이 본격 진출하기 시작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민정수석을 폐지하고 민정비서관과 사정비서관을 구분해 두었지만, 옷 로비 사건이 터진 1999년 민정수석을 복원했다. 역대 정부에서 대부분 검찰 출신이 민정수석을 맡은 것은 그만큼 청와대가 사정 기능을 중시했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민감한 사정 업무를 다루는 만큼 민정수석은 국회 운영위원회 불출석이 관례였을 정도로 활동이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 시절 우병우 수석이 국정농단 방조, 블랙리스트 작성 등의 혐의로 기소되며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앞서 이명박 대통령 때 권재진 수석은 조국 수석 사례처럼 민정수석을 지낸 뒤 법무부 장관으로 직행하려다 야당의 반발로 좌절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민정수석실은 국가정보원 등 권력기관 개혁을 이뤄내는 성과도 보였다. 그러나 김태우 전 특별감찰반원의 민간인 사찰 폭로, 김기현 전 울산시장 하명수사 의혹,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 등으로 업무 권한·한계를 놓고 논란이 현재 진행형이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文정부 청와대 민정, 왜 무너졌나

    文정부 청와대 민정, 왜 무너졌나

    조국부터 백원우까지 의혹·잡음 끊이지 않아 1기 민정 전문성 부족 견제장치도 작동 안 해 관료사회 채찍질 집중 ‘청와대 정부’라고 회자“참여정부 초기 청와대의 한 특별감찰반원이 정권 실세가 3000만원을 받았다는 의혹이 담긴 첩보를 입수했다. 감찰에 들어가자 실세가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며 따졌다. 그러자 청와대 관계자가 ‘정상적인 감찰 기능이다.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당시 민정수석이던 문재인 대통령이다.”(청와대 관계자) 민정 업무에 대해 누구보다 밝고, 단호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관련한 하명수사 및 감찰 무마 의혹이 이어지고 있다. 친문(친문재인) 핵심들의 이름이 계속 나와 언제까지 이어질지 가늠하기도 힘들다. 검찰 수사 의도와는 별개로 역대 정부에서 민정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만큼 2017~18년 민정시스템이 왜 무너졌는지를 떠나 민정 체계·운용을 되짚어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일련의 의혹은 내각의 ‘옥상옥’ 역할을 하는 현행 대통령중심제의 청와대 시스템의 한계가 드러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수석이든 비서관이든 대통령의 비서일 뿐이지만, 청와대를 향한 구심력은 상상 이상이다. 탄핵으로 인수위 없이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보수정권 적폐청산을 동력 삼아 집권 중반기까지 내달렸다. 관료사회를 채찍질하기 위해 ‘청와대 정부’라는 말이 회자될 만큼 장악력이 세진 것도 사실이다. 국정운영 기조가 적폐청산에 맞춰지면서 민정에 과부하가 걸리고, 정보의 쏠림 현상도 두드러졌다. 현 정부 들어 국가정보원 연락관(IO) 제도를 폐지한 데다 검찰 불신까지 겹친 상황도 이를 부채질했다. 민정체계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감찰 업무 등은 법의 잣대에서 ‘선’이 애매할 때가 종종 있다. 수많은 정보가 쏠리는 상황에서 어떻게 다루느냐의 문제”라고 했다. 과도한 힘이 쏠렸는데 운용은 매끄럽지 못했던 정황의 단편이 최근 검찰 수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민정의 역할은 ▲권력기관 간 정책 조정 ▲민심 흐름 파악, 대통령 판단 보좌 ▲인사 검증 및 직무 감찰 등 3가지다. 과거 정부는 권력기관을 제어하고자 민정 수장을 검찰 출신에게 맡겼다.반면 문재인 정부는 개혁 이미지가 짙었던 비법조인 출신 조국을 수석에 앉혀 검찰개혁과 개헌 등 큰 그림을 그리게 했다. 대신 4대강 사업(이명박 정부), 국정교과서(박근혜 정부) 등 적폐청산 드라이브는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이 과외로 챙긴 것으로 보인다. 여권 관계자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큰 그림 외에 민정 고유 업무에 대한 전문성이나 이해도는 낮았던 것 같다”며 “참여정부 때 이호철·전해철(민정비서관)은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우면서도 정치권에 발을 담그지 않았기 때문에 거침이 없었는데, 여의도와 이런저런 인연으로 엮인 백 전 비서관은 그렇지 못했던 것 같다”며 1기 민정 인사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사정당국 관계자도 “민정은 업무분장표에 나온 게 전부가 아닌데 조국도 백원우도 그 위험성을 몰랐던 것 같다”며 “‘맹수’ 같은 검찰수사관들을 어떤 식으로든 관리해야 했다”고 했다. 인수위 없이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정부 청와대 민정 편제를 이어받았고, 특별감찰반에도 이명박·박근혜 정부에 몸담았던 검경 출신 파견자들이 상당수 행정관으로 들어왔다. 2017년 ‘민간인 사찰 폭로’를 했던 김태우 전 검찰수사관, 검찰 수사를 앞두고 극단적 선택을 한 A수사관 등이 대표적이다. 여권 일각에서는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관계자는 “초기 세팅 과정에서 민정·반부패·공직기강 비서실에 특감반을 두는 (박근혜 정부) 시스템이 유지됐는데, 실적에 따라 승진 등이 걸린 검경 출신들은 성과에 매몰될 수밖에 없다. 컨트롤이 안 되면 문제가 생긴다”고 했다. 민정 내 견제기능 실종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박근혜 정부 민정수석을 지낸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은 “민정 업무는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자체 감찰을 하도록 돼 있는데, 이 기능이 죽었다”고 했다. 특별감찰관의 부재를 꼽는 이들도 적지 않다. 2014년 제정된 특별감찰관법은 대통령 친인척 및 특수 관계자의 비위를 감찰하는 특별감찰관(임기 3년)을 두도록 하고, 감찰 대상에는 수석비서관 이상 공무원도 포함된다. 문 대통령은 2017년 5월 특별감찰관 후보자 추천을 요청했지만, 여야는 추천 방식에서 마찰을 빚어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았다. 이후 여권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도입을 추진한다는 이유로 특별감찰관 임명에 소극적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특별감찰관은 청와대 소속이 아닌 중간자적 위치에서 청와대를 감시하는 기관으로, 활용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다른 관계자는 “특별감찰관도 강제 수사권이 없어 한계가 많다”며 “결국 시스템의 문제라기보다는 운영하는 사람들과 정권의 윤리의식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문재인 정부’ 초기 靑 민정수석실은 왜 무너졌나

    ‘문재인 정부’ 초기 靑 민정수석실은 왜 무너졌나

    조국·백원우 민정 고유업무 전문성·이해도 부족박근혜 때 편제 존속…특감반원 등도 ‘그때 그사람’민정 내 견제기능 실종, 특별감찰관 부재도 부채질“참여정부 초기 청와대의 한 특별감찰반원이 정권 실세가 3000만원을 받았다는 의혹이 담긴 첩보를 입수했다. 감찰에 들어가자 실세가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며 따졌다. 그러자 청와대 관계자가 ‘정상적인 감찰 기능이다.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당시 민정수석이던 문재인 대통령이다.(청와대 관계자)” 민정 업무에 대해 누구보다 밝고, 단호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관련한 하명 수사 및 감찰 무마 의혹이 이어지고 있다. 친문(친문재인) 핵심들의 이름이 거명되는 등 장기화 조짐이다. 검찰 수사의도에 대한 논란과 별개로 역대 정부에서 민정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만큼 2017~2018년 청와대 민정시스템이 왜 자정 능력을 상실했는지를 떠나 민정의 체계·운용을 원점에서 되짚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 정부’… 과도하게 힘 쏠린 민정 내각의 ‘옥상옥’ 역할을 하는 현행 청와대 시스템의 한계가 드러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수석’이든 ‘비서관’이든 결국 대통령의 비서일 뿐이지만, 대통령중심제에서 청와대를 향한 구심력은 상상 이상이다. 탄핵으로 인수위 없이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보수 정권의 적폐 청산을 동력 삼아 집권 중반기까지 내달렸다. 이 과정에서 관료 사회를 채찍질하기 위해 ‘청와대 정부’라는 말이 회자할 만큼 그립이 세진 것도 사실이다. 국정운영 기조가 적폐 청산에 맞춰지면서 민정에 과부하가 걸리고, 정보의 쏠림 현상도 두드러졌다. 현 정부 들어 국가정보원의 IO(연락관)를 폐지한데다 검찰에 대한 불신까지 겹친 상황도 이를 부채질했다. 민정 체계에 밝은 한 관계자는 “감찰 업무 등은 법의 잣대에서 ‘선’이 애매할 때가 종종 있다. 수많은 정보가 쏠리는 상황에서 어떻게 다루느냐의 문제”라며 “법을 어기지 않는 선에서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보좌해야 하는데 구성원들의 헌신과 윤리 의식이 부족하면 사고가 날 수밖에 없다”고 했다.●조국, 백원우는 민정을 몰랐다 민정에 과도한 힘이 쏠렸는데 운용이 매끄럽지 못했던 정황은 최근 검찰 수사 과정에서 단편이 드러났다. 민정의 역할은 ▲권력기관 간 정책 조정 ▲민심 흐름 파악, 대통령 판단 보좌 ▲인사 검증 및 직무 감찰 등 3가지다. 과거 정부는 권력기관을 제어하기 위해 검찰 출신에게 민정수석을 맡겼다. 반면 문재인 정부는 개혁 이미지가 짙었던 비법조인 출신 조국을 수석에 앉혀 참여정부에서 미완에 그친 검찰 개혁과 개헌 등 큰 그림을 그리게 했다. 대신 4대강 사업(이명박 정부), 국정교과서(박근혜 정부) 등 적폐 청산 드라이브는 백원우 민정비서관이 과외로 챙긴 것으로 보인다. 여권 관계자는 “조국 전 장관은 큰 그림 외에 민정 고유 업무에 대한 전문성이나 이해도는 낮았던 것 같다”며 “참여정부 때 이호철·전해철(민정비서관)은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우면서도 정치권에 발을 담그지 않았기 때문에 거침이 없었는데 여의도와 이런저런 인연으로 엮인 백원우 전 비서관은 그렇지 못했던 것 같다”며 1기 민정라인 인사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사정당국 관계자도 “민정은 업무분장표에 나온 역할이 전부가 아닌데 조국도 백원우도 그 속성과 위험성을 몰랐던 것 같다”며 “‘맹수’ 같은 검찰 수사관들을 어떤 식으로든 관리해야 했다”고 진단했다. ●고양이에게 생선 맡겼다? 인수위 없이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정부 청와대 민정 편제를 상당 부분 이어 받았고, 특별감찰반에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에 몸 담았던 검·경 출신 파견자들이 행정관으로 자리를 지키거나 다시 들어왔다. 2017년 ‘민간인 사찰 폭로’를 했던 김태우 전 검찰 수사관, 검찰 수사를 앞두고 극단적 선택을 한 A 수사관 등이 대표적이다. 현 정부와 아무런 연이 없다면 청와대에 적을 두는게 불가능했겠지만, 여권 일각에서는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관계자는 “초기 세팅 과정에서 민정·반부패·공직기강 비서실에 특감반을 두는 (박근혜 정부)시스템은 물론, 특감반도 일부 유지됐는데 실적에 따라 승진 등이 걸린 검·경출신들이 성과에 매몰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컨트롤이 안되면서 지금의 문제들이 나온 것 같다”고 했다.●실종된 견제 기능?… 결국 운영의 문제 박근혜 정부 민정수석을 지낸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은 “민정수석실 업무는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자체 감찰을 하도록 돼있는데, 이 기능이 죽었다”고 주장했다. 민정수석실 비서실 간 견제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특별감찰관의 부재가 문제를 초래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4년 제정된 특별감찰관법은 대통령 친인척 및 특수 관계자의 비위를 감찰하는 특별감찰관(임기 3년)을 두도록 하고 있고, 감찰 대상에는 수석비서관 이상 공무원도 포함된다. 문 대통령은 2017년 5월 국회에 특별감찰관 후보자 추천을 요청했지만, 여야는 추천 방식에서 마찰을 빚어 후보자 추천을 하지 않았다. 이후 정부·여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도입을 추진을 이유로 특별감찰관 임명에 소극적이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공수처 신설에 급급한 나머지 특별감찰관 제도를 왜 외면하는지 의문”이라며 “특별감찰관은 청와대 소속이 아닌 중간자적 위치에서 청와대를 감시하는 기관으로, 활용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또 다른 여권 관계자는 “특별감찰관도 강제수사권이 없어 한계가 많다”며 “결국 시스템의 문제라기보다는 윤리 의식의 문제다. 2017년 김태우 폭로 때 검찰 수사관들만 원대 복귀를 시킬게 아니라 책임자들까지 인사조치를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로힝야족 학살’ 군부 변호하는 수치… 민주주의 완성 전략일까

    ‘로힝야족 학살’ 군부 변호하는 수치… 민주주의 완성 전략일까

    美 매체 “수치, 총선 앞둔 정치적 결정 내년 압승 뒤 군부 권한 축소 개헌 노려” 로힝야, 소수민족 학살·IS와 연계 전력에 미얀마 여론 외면한 채 군부 비판 힘들어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자문역 겸 외무부 장관이 이슬람계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을 집단학살한 혐의로 국제사법재판소(ICJ)에 기소된 자국 군부를 변호하기 위해 10일(현지시간) 직접 네덜란드 헤이그 법정에 선다. 군부의 손에 15년 구금생활을 했던 세계 대표 인권옹호자이자 평화주의 상징이었던 수치는 국제사회가 ‘인종청소’라 규정한 미얀마군의 인종·종교 폭력을 묵인했다는 비난을 받아 왔다. 그런 그가 이젠 변호인단을 이끌고 유엔의 최고 재판소에 직접 출두하기까지 이른 것이다. 수치는 2015년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을 이끌어 의석을 석권하고 2016년엔 측근을 대통령에 당선시키며 사실상 국가 정상 역할을 하고 있다. 군부는 독재 시절부터 최근까지 로힝야족을 상대로 인종청소에 가까운 살인, 방화, 강간 등을 일삼은 것으로 악명이 높다. 민주적 정권 교체를 이룬 뒤 수치는 이 같은 군부의 만행을 되레 옹호해 실망을 안겼다. 유엔인권이사회 조사 결의안을 손수 거부했으며, 국제사회에 대해 “현실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최근 미국 외교안보 전문매체 ‘더 디플러맷’은 ICJ에 직접 출두하기로 한 수치의 결정을 현재 미얀마 국내 정치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미얀마는 내년에 총선을 앞두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수치는 총선에서 압승을 거둬 군부가 독재정권 당시 만들어 놓은 헌법을 개정하려 한다는 것이다. 헌법엔 여러 가지 독소 조항이 있다. 외국 국적 가족이 있는 사람은 대통령 후보가 될 수 없도록 해 수치가 집권하지 못하게 만든 조항이 있으며, 총선 득표율과 상관없이 군부 몫으로 직능 비례대표 의석을 25% 주는 조항, 헌법 개정에 군부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하는 조항도 있다. 즉 총선 압승을 바탕으로 헌법 개정을 통해 60년을 군림해 온 군부 권한을 축소하려는 수치의 깊은 뜻이 있다는 것이다. 국내 지지율 확보가 관건이나 최근 NLD는 경제 악화, 민족 분쟁 등으로 민심을 잃고 있다. 소수민족의 지지도 필수적이다. ‘국부’로 추앙받는 아버지 아웅산 장군은 미얀마를 영국에서 독립시키기 위해 소수민족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규합했다. 이는 딸인 수치의 정치적 자산으로 이어졌다. 그런데 식민지 시절 버마(미얀마의 옛 이름)에 영국이 이주시킨 로힝야족(벵골족)은 미얀마인들뿐 아니라 일부 소수민족과도 매우 적대적이다. 당시 이들은 영국의 지원 아래 버마 불교 사찰을 불태우고 승려를 학살했다. 1942년엔 아라칸족 2만명을 학살하는 등 다른 소수민족을 상대로 만행을 벌였다. 수치가 로힝야족을 옹호하는 발언을 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로힝야족은 과거 이슬람국가(IS) 등 테러단체와 손을 잡은 전력도 있다. 2017년 미얀마 군부의 로힝야족 학살은 2016년 로힝야족이 저지른 테러에 대한 대응이기도 했다. 집단학살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지만, 이런 사실들이 미얀마 여론에 큰 영향을 미친 건 분명하다. 국제사회의 비난에도 로힝야족과 관련한 수치의 대응에 대한 국내 지지는 불변이다. 수치의 ICJ 출두를 앞둔 9일 그를 지지하는 대규모 집회가 곳곳에서 일어났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벚꽃 모임’ 파문에도 꺾이지 않는 아베의 개헌 의지

    ‘벚꽃 모임’ 파문에도 꺾이지 않는 아베의 개헌 의지

    최근 ‘벚꽃 모임’ 논란으로 정치적 타격을 입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헌법 개정에 대해 “반드시 내 손으로 완수해가고 싶다”며 꺾이지 않는 의지를 드러냈다. 교도통신와 NHK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9일 오후 6시 임시국회 폐회를 계기로 총리관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헌법 개정 관련 질문에 “레이와 시대에 걸맞은 헌법 개정 원안 마련을 가속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국가의 형태와 관련한 대개혁에 도전해 새로운 국가 건설을 강력히 추진할 것”이라며 “그 맨 앞에 헌법개정이 있다”고 역설했다. 이날 폐회한 임시국회에서 여당인 자민당은 개헌을 염두에 두고 국민투표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려 했으나 야당의 반대로 성사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도쿄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 개정 헌법을 시행한다는 아베 총리의 목표는 무산됐다. 대신 자민당 총재 임기가 끝나는 2021년 9월까지 자위대를 명기하는 헌법 개정 국민투표를 시행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중의원(하원) 해산과 총선거 가능성에 대해서는 “국민의 신임을 물어야 할 때가 왔다고 생각되면 결행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정부 주최 ‘벚꽃 보는 모임’에 자신의 지역구 후원회 관계자를 초대해 사유화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벚꽃 보는 모임’ 초대 기준의 명확화와 예산 규모의 재검토를 “향후 내 책임으로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특파원 칼럼] 나카소네와 고토다 ‘적과의 동침‘/김태균 도쿄 특파원

    [특파원 칼럼] 나카소네와 고토다 ‘적과의 동침‘/김태균 도쿄 특파원

    지난달 29일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일본 총리가 101세를 일기로 세상을 뜨자 일본 언론들은 예상대로 방대한 분량의 기사를 쏟아내며 고인의 발자취를 조명했다. 일본에서조차 보수우익의 이미지가 강한 그의 공과에 대해 다양한 평가들이 나왔지만, 완전히 일치한 대목이 있었으니 그가 막강한 권한과 카리스마로 무장한 일본 최초의 ‘대통령적 총리’라는 점이었다. 이 과정에서 새삼 부각된 인물이 있었다. 나카소네 집권 5년 동안 2차례에 걸쳐 36개월간 관방장관을 지냈던 고토다 마사하루(1914~2005)다. 그는 관방장관 말고도 행정관리청장관, 총무청장관 등 정부 안살림을 총괄하는 역할을 두루 맡으며 나카소네 정권과 운명을 같이했다. 그럼에도 나카소네와는 판이하게 다른 인물로 기억되고 있다. 나카소네는 ‘개헌의 대부’, 고토다는 ‘호헌의 신’이라는 정반대의 별명에서 두 사람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나카소네는 자신의 장기집권이 가능했던 요인으로 고토다와 함께 한 ‘적과의 동침’을 꼽곤 했다. 1918년생인 나카소네보다 네 살 많은 고토다는 내무성 공무원 2년 선배이기도 했다. 60세 때인 1974년 정계에 입문할 때까지 그는 관료 생활의 대부분을 경찰에서 했다. 나카소네는 1982년 11월 집권과 동시에 당시 68세의 고토다를 관방장관에 발탁했다. 고토다는 소속 파벌의 위세가 약했던 나카소네를 총리로 밀어준 거대 파벌 ‘다나카파’의 핵심 인물이었다. 이에 따른 역학관계도 무시할 수 없지만, ‘면도날’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던 옛 내무성 선배를 굳이 자신의 브레인으로 기용한 이유에 대해 나카소네는 훗날 “과속을 하려는 내게 브레이크를 걸어 우측으로 쏠리는 지향점을 좌측으로 바로잡아 줄 것으로 기대했다”고 술회하기도 했다. 실제로 자꾸만 오른쪽으로 기우는 나카소네를 가운데로 잡아끌어 중용의 균형을 맞추려 했던 고토다의 일화는 적지 않게 남아 있다. 나카소네는 1985년 8월 15일 종전일(광복절)에 현직 일본 총리로는 처음으로 태평양전쟁 A급 전범들이 합사돼 있는 야스쿠니신사를 찾았으나 이듬해에는 참배를 포기했다. 이 과정에 고토다의 반발과 만류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고토다는 아예 “A급 전범에 대해 참배를 한다는 (안팎의) 비판이 있고, 이웃나라들의 국민 감정을 배려하기 위해 총리의 공식 참배는 삼간다”는 내용의 관방장관 담화를 발표해 향후 다른 총리들의 움직임에도 쐐기를 박았다. 이는 ‘고노 담화’, ‘무라야마 담화’ 등과 함께 일본 우익들이 극도로 혐오하는 담화로 남아 있다. 이란·이라크 전쟁이 한창이던 1987년 나카소네가 페르시아만의 안전운항 확보를 이유로 자위대 함대를 파견하려고 하자 “그곳은 교전해역이다. 전쟁을 할 각오가 서 있는가. 나는 서명할 수 없다”고 버텨 결국 단념시킨 것도 유명한 일화다. 현재 아베 신조 총리와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사이에서는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스가 장관은 초기에는 아베 총리의 단점을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역대 최장수 관방장관 기록을 이어가면서 장기집권의 위세에 취해 자기중심을 잃어가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아베 총리의 우경화 폭주에 대한 견제자로서 역할은커녕 불법과 비리에 연루돼 있던 자기 측근 정치인들을 경제산업상과 법무상에 임명하는 무리수를 뒀다가 그들이 결국 경질되는 상황을 초래하기도 했다. 최근 파문이 지속되고 있는 ‘벚꽃놀이’ 추문에서도 본인 스스로 폭력단 관계자와 사진을 찍은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가. 정치권력 내부에 나카소네와 고토다 같은 견제와 균형의 메커니즘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곰곰 생각해 볼 일이다. windsea@seoul.co.kr
  • 아베 ‘2020년 개헌의 꿈’ 물 건너갔다

    아베 ‘2020년 개헌의 꿈’ 물 건너갔다

    오늘 국회 종료… “임기 중 개헌 집착 버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2017년 5월 3일 자국 헌법기념일에 ‘2020년 개정된 헌법 시행’을 선언한 이후 꾸준히 개헌의 이슈화를 시도해 왔다. 그러나 이 꿈은 이제 실현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정권 지지율이 높았을 때에도 국민의 개헌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내지 못했던 터에 최근 들어 각종 추문이 연달아 터지면서 국회 논의 자체가 ‘올스톱’ 됐기 때문이다. 8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개헌 절차를 정하는 국민투표법 개정안의 이번 임시국회 통과가 사실상 불가능해짐에 따라 내년에 새 헌법이 시행되도록 하겠다는 당초 목표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진행 중인 임시국회가 특별히 연장되지 않는 한 9일 종료되기 때문에 시간이 없다. 마이니치는 “아베 총리가 자민당 관계자들에게 자신의 임기 중 개정헌법 시행에 집착하지 않은 상태에서 야권의 협력을 얻으려 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지난달 20일 일본 역대 최장수 재임기록을 세운 아베 총리는 “총리를 오랫동안 했어도 정작 역사에 남길만한 정치적 유산은 만들어 놓은 게 없다”는 평가가 나올 가능성에 초조해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자신의 치적으로 내세울 개헌에 더욱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때 개헌을 쟁점으로 내세웠고, 10월 임시국회 개막 때에도 “국회의원들이 제대로 논의해 국민에 대한 책임을 다하자”고 국회 차원의 개헌 논의를 호소했다. 그러나 지난 10월 경제산업상과 법무상이 연이은 비위 논란에 경질되고 아베 총리가 연루된 ‘벚꽃을 보는 모임’ 파문 등이 이어지면서 공격의 호기를 잡은 야당은 여당의 개헌 논의 요청에 일절 응하지 않았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벚꽃 스캔들’ 여파...“아베 ‘개정 헌법 2020년 시행’ 단념”

    ‘벚꽃 스캔들’ 여파...“아베 ‘개정 헌법 2020년 시행’ 단념”

    ‘벚꽃 스캔들’로 국민투표법 개정안 통과 어려워야당 정치공세 거세져…개헌 논의 동력 사라져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목표로 내세웠던 ‘2020년 개정 헌법 시행’을 단념했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아베 총리는 개헌 절차를 정하는 국민투표법 개정안의 이번 임시국회 통과가 사실상 어렵게 되자 내년에 새 헌법이 시행되도록 하겠다는 자신의 목표를 접었다고 7일 마이니치신문이 보도했다. 현재 개원 중인 임시국회는 오는 9일 종료된다. 최근 잇따른 각료 사임 사태와 ‘벚꽃을 보는 모임’ 논란으로 아베 총리를 향한 야당의 정치공세가 거세지는 상황이다. 야당은 벚꽃을 보는 모임을 둘러싼 의혹을 제대로 규명하기 위해 임시국회가 연장돼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집권당인 자민당의 반대로 연장 가능성이 낮다. 만약 임시국회가 연장되더라도 벚꽃 논란 여파 등으로 헌법 개정 논의가 진척될 분위기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벚꽃을 보는 모임은 매년 4월 일본 총리가 주관하는 행사로, 정부 세금으로 열린다. 최근 이 행사에 아베 총리의 후원회 관계자 등이 대거 참가한 것이 알려지면서 아베 총리가 세금으로 지지자를 접대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이에 따라 아베 총리는 자민당 총재 임기가 만료되는 2021년 9월까지 자위대를 명기하는 방향의 헌법 개정 국민투표를 시행하는 쪽으로 목표를 사실상 수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총리는 여당 관계자들에게 자민당 총재 임기 동안의 시행에 연연하지 않는 자세로 야권의 협력을 얻고 싶다는 생각을 밝혔다고 마이니치는 전했다. 앞서 아베 총리는 “도쿄올림픽·패럴림픽이 열리는 2020년을 일본이 새롭게 태어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면서 개정 헌법 시행 목표 시기를 내년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야권이 기존 헌법을 고치는 것에 반대하고 나서 국민투표법 개정안의 심의와 개헌 논의 자체가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 아울러 지난 9월 입각한 스기와라 잇슈 경제산업상과 가와이 가쓰유키 법무상이 비위 논란 속에 연이어 낙마하고, 아베 총리 본인을 둘러싼 ‘벚꽃 스캔들’까지 터지면서 개헌 논의의 동력이 사라진 상태다.자민당 한 간부는 “아베 총리는 (임기 중에) 개정 헌법의 시행까지 가지 않더라도 향후 개헌 일정을 구체화하고 싶어한다”고 말해 아베 총리가 개헌 목표 시기에 대한 눈높이를 낮췄음을 시사했다. 현행 일본 헌법(9조 1,2항)은 국제분쟁 해결 수단으로 전쟁과 무력행사를 영구히 포기한다고 규정하고 육해공군과 그 밖의 전력을 갖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아 평화헌법으로 불린다. 아베 총리는 일단 이 조항을 그대로 둔 채 사실상의 군대 역할을 하는 자위대 근거 조항을 넣는 헌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시론] 민주주의의 영혼은 건강한 공론장/은재호 한국행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시론] 민주주의의 영혼은 건강한 공론장/은재호 한국행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국회가 또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자유한국당의 지난달 29일 본회의 안건 199개에 대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신청으로 마비된 국회에서는 오늘도 공방만 거세다. 더불어민주당은 한국당의 ‘민생법안 인질극’을 비판하고, 한국당은 민주당이 거짓 프레임을 짜고 있다며 오히려 여당이 본회의를 무산시켰다고 반박한다. 익숙하지만 씁쓸하고, 씁쓸하지만 놀랍지 않은 풍경이다. 국회가 고유 기능인 입법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됐기 때문이다. 의원 발의를 가장한 정부 입법이 늘어나는 것도 문제지만 20대 국회의 의안 본회의 처리율은 정확히 30.05%, 총 2만 3354건 가운데 7019건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올 상반기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된 의안은 3126건 대비 345건으로 11.03%(국회의안정보시스템ㆍ12월 1일 현재)에 불과해 놀고먹는 국회라고 손가락질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어쩌다 후진 정치의 대명사가 된 우리 국회는 식물국회와 동물국회를 전전하다 괴물국회라는 오명까지 얻게 됐을까. 국회와 우리들의 선량에게 민의의 전당이라는 명예로운 훈장을 되찾아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있다. 대의민주주의와 직접민주주의를 융합하는 시민정치를 활성화하면 된다. 그 방법은 세 가지, 하나씩 살펴보자. 첫째, 국회의 대표 기능을 바로잡으면 된다. 흔히 국회가 공전하는 이유를 선진화법 때문이라고 하지만 대화와 타협을 근간으로 하는 대의민주주의 원칙을 강조하는 것이 문제가 될 수는 없다. 정쟁은 국회의 의무이기조차 하다. 자기 집단의 이익을 충실하게 대변하겠다는데 무엇이 문제인가. 진짜 문제는 대표돼야 할 집단이 모두 대표되는가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올라탄 연동형 비례대표제야말로 현재의 여야는 물론 미래의 여야 모두에게 필요하고 이로운 개혁이다. 비례대표로 창출되는 다당제 덕에 합종연횡이 용이해지면 양대 정당의 대결로 빚어지는 교착상태에서 쉽게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어 현 야당의 지지 속에 탄생한 국회선진화법도 더욱 빛을 발할 것이다. 둘째, 대표돼야 할 집단이 모두 대표된다면 이제 각 집단의 대표자들이 자기 집단의 이익과 선호를 ‘있는 그대로’ 표출하고 정책으로 ‘제대로’ 전환하는지 자문할 때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낳게 될 이익의 다각화와 대표의 다변화만으로는 국회를 민의의 전당으로 거듭나게 할 수 없다. 직접민주주의 3종 세트인 주민투표, 주민발안, 주민소환을 넘어 주민감사와 주민소송에 이르기까지 중대한 사안에 대해서는 자신의 이익과 선호를 스스로 대표하게 하는 것이 대의민주주의를 완성하는 길이다. 그렇게 미국도 스위스도 정치인 카르텔의 지대추구행위를 제어하며 대의의 품질을 높이고 사회갈등을 조정하는 데 성공했다. 이때 시민들과 직접 교통하며 공정하고 투명한 의사결정과정의 감시자를 자임하는 선량들에 대한 신뢰는 덤으로 따라오는 심리적 계약 효과다(안성호 한국행정연구원장). 셋째, 다수결의 함정을 경계하며 건강한 공론장 형성에 힘써야 한다. 대의민주주의든 직접민주주의든 모든 민주주의는 태생적으로 포퓰리즘의 위험에 노출된다. 오죽하면 ‘절반의 바보들에 바보 하나만 더하면 만들 수 있는 민주주의’(필리프 부바르)란 ‘인민의, 인민에 의한, 인민을 위한 억압’(오스카 와일드)이라고 했을까. 핵심은 다수결이 아니라 다수결에 도달하는 숙의와 공론의 수준이다. 지금처럼 가짜뉴스가 판치며 정보를 왜곡하고 정제되지 않은 의견을 투박한 감정과 막말로 포장해 일방적으로 유통한다면 직접민주주의는 물론 대의제 역시 무질서와 혼란, 대립과 반목의 원천이 될 뿐이다. 반면 다양한 의견이 자유롭게 넘나들며 투명하게 검증되는 공론장의 건강함이 보장되면 시민들의 직접참여가 종종 범사회적 의사결정의 교착을 타개하는 합리적 절차로 작동된다. 란트슈게마인데, 즉 스위스 직접민주주의가 그것이다. 임기 반환점을 돌아선 정부·여당의 책임이 막중한 지점도 여기다. 촛불정신을 담아내는 개헌에 실패했다 해도 제왕적 대통령의 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 건강한 공론장을 만들고 일상의 시민정치를 담보할 수 있는 법제적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역사적 소임을 다하는 길이다. 지금은 서초동과 광화문으로 나뉘어 있지만 다시 하나 될 촛불의 심판을 두려워해야 한다.
  • 박원순은 소셜 디자이너, 송하진은 탄소 전도사, 김경수는 실세 도지사...단체장 CEO브랜드 살펴보니

    박원순은 소셜 디자이너, 송하진은 탄소 전도사, 김경수는 실세 도지사...단체장 CEO브랜드 살펴보니

    박원순(63) 시장은 검찰로 출발해 시민운동가를 거쳐 첫 3선 서울시장으로 선출됐지만 가장 내세우는 직함은 ‘소셜 디자이너’다. 다소 생소한 이 직함은 박 시장이 희망제작소 이사 때 만든 것으로 참신한 아이디어와 정책으로 사회를 바꾸는 사람을 뜻한다. 실제로 그는 지난 8년 동안 여러 가지 상상력 실험을 단행했다. 마포구 매봉산 자락에 버려진 석유비축기지를 2013년 시민 아이디어 공모전을 거쳐 복합문화공간으로 2017년 9월 탈바꿈시켰다. 2017년 5월에는 서울역 고가도로를 공중정원인 ‘서울로 7017’로 변신시켰다. 지난해 4월엔 자전거 친화도시를 선포하며 종로에 자전거도로를 개통했다. 일각에서는 종로 자전거도로에 자전거 통행량이 많지 않아 도심 교통 혼잡만 가중한다거나, 서울로 7017이 기존의 고가도로가 부담하던 교통 수송의 기능을 상실토록 했고 사람들도 별로 찾지 않는다며 ‘반쪽짜리 성공’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그러나 서울시를 기존 자동차 중심에서 사람 중심의 보행친화도시로 혁신시켰다는 박 시장의 철학이 돋보인다는 평가도 많다. 김경수(52) 경남지사는 본인 의사와 상관 없이 지역과 중앙에서 모두 ‘실세지사’로 불린다. 문재인 대통령을 지척해서 모신 인연이 있고 김 지사에 대한 문 대통령의 믿음도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김 지사가 도지사로 취임한 뒤 경남·북 숙원사업이 속속 풀렸다. 경북 김천~경남 거제를 잇는 ‘남부내륙고속철도 건설사업’이 확정된 게 대표적이다. 최근 경남도와 시·군이 정부 각종 공모사업 등에서 성과를 거둔 것도 ‘실세지사’ 덕분이란 평이다. 다른 시도에서는 ‘경남이 독식한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송하진(67) 전북지사는 ‘탄소전도사’를 자임한다. 전주시장 재임때부터 전주시 산하에 탄소산업기술원을 설립하고 대기업 효성을 유치해 가벼우면서 강도는 높은 탄소섬유 생산기반을 구축했다. 민선 6기 전북지사로 당선된 뒤에도 탄소산업을 전북의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으나 속도는 더디다. 탄소산업은 대통령 공약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여당과 정부 반대로 국회에서 탄소진흥원 설립법안이 표류하고 있다.운동화를 즐겨 신어 ‘운동화 도지사’로 불리는 이철우(64) 경북지사는 양복을 입고도 운동화를 신는다. 민선7기 취임식 때 경북도 공무원노조로부터 ‘도민을 위해 열심히 뛰어달라’는 뜻에서 운동화 한 켤레를 선물받은 뒤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한 표시로 늘 신고 다닌다. 이 지사는 “정말 죽어라 뛰어다녀도 운동화가 잘 안 닳는다”며 운동화 지사로 불리는데 자부심을 보인다.‘지방분권 전도사’로 불리는 염태영(59) 수원시장은 지난 6월 226개 기초 지방정부를 대표하는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회 대표회장을 맡은 뒤 ‘지방분권’의 필요성을 알리며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방분권 개헌국민행동 공동의장, 전국자치분권개헌추진본부 공동대표 등도 맡고 있다. 그는 “지역의 문제는 지역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지역에 권한과 책임을 줘야 한다”고 외친다. 원희룡(55) 제주지사는 ‘전기차 전도사’다. 2014년 7월 첫 취임 후 전국 자치단체장과 정부 기관장 통틀어 처음으로 관용차로 전기차를 도입하한 데 이어 제주를 카본프리 아일랜드(탄소 없는 섬)로 만들겠다고 말한다. 제주도는 지난달 전기차충전서비스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돼 전기차 선도도시로 앞서가고 있다. 최문순(63) 강원지사는 스스로 ‘감자’라는 별칭을 부르며 다양한 마케팅에 활용한다. 강원도를 대표하는 농작물 감자를 애칭으로 사용하며 친근감을 주기 위해서다. 취임 초에는 못생긴 감자에 빚대어 ‘불량감자’라고 불르다 최근에는 ‘개량감자’라며 너스레를 떤다. 감자 애칭으로 강원도를 홍보하는 ‘굴러라 감자원정대’도 만들어 강원도내 재래시장을 다니며 홍보활동도 펼친다. 허석(56) 순천시장 애칭은 ‘설화 시장’이다. 허 시장은 전남 22개 시·군을 직접 돌며 각 지역 인물과 고장에 얽힌 설화를 책으로 발간하고 수년동안 지역 신문에 기재할 만큼 설화 전문가로 꼽힌다. 신동헌(67) 경기 광주시장은 ‘도시농업 전문가’라는 애칭을 얻었다. 방송국 PD로 20여년 근무한 신 시장은 ‘농어촌 지금’, ‘맛따라 길따라’ 등의 농촌 프로그램을 오랫동안 연출해 농업에 지식이 풍부하다. 그의 아이디어로 개최하는 ‘행복밥상 문화축제’는 쌈 요리 경연대회, 쌈 이야기, 쌈 골든벨 등 친환경 쌈채소 관련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신 시장이 제안해 국회안에 조성된 국회생생 텃밭에는 국회의원 50여명이 참여해 봄부터 다양한 농작물을 재배한다. 해마다 연말에 수확한 배추로 어려운 이웃과 함께 ‘김장나눔행사’도 한다. 자치단체장마다 자칭·타칭으로 내세우는 ‘별칭’이 있다. 단체장의 일하는 방식이나 강조하는 시책은 물론, 리더로서의 장점, 위상, 정치력 등을 한꺼번에 보여주는 ‘CEO브랜드’인 셈이다. 전시행정이라는 비판도 있으나 단체장과 주민 간 거리를 좁히고 행정에 친근감을 갖도록 하는 측면도 있다는 평이다. 김순은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1970~80년대 발전행정시대에는 중앙정부 중심으로 국가발전 이뤄왔다면, 오늘날 지방분권을 지향하는 시대에는 단체장이 힘을 나누고 각자가 자신이 잘하는 분야에 집중해 지역 사정과 특성을 살린 행정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CEO브랜드 현상은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창원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서울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사설] 민생법안 처리 지연시키는 필리버스터 중단해야

    자유한국당이 지난달 29일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기습 선언으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과 민생법안, 예산안 등의 일괄 처리가 어려워지면서 정국은 그야말로 ‘시계 제로’ 상태다. 한국당이 199개 안건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신청하자 더불어민주당이 철회를 요구하며 본회의에 불참해 식물국회가 오는 10일인 회기 말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국회법은 ‘재적의원 3분의1 이상’의 서명으로 필리버스터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민주당은 한국당의 필리버스터 신청을 곧 ‘협상 결렬’이라고 판단, 한국당 없이 패스트트랙 법안을 관철하겠다고 천명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어제 “공존의 정치, 협상의 정치가 종언을 고했다”고 선언했다. 반면 한국당은 민생법안을 볼모로 한 필리버스터라는 비판이 거세지자 여당 책임론을 주장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한국당은 어린이 안전법안, 그리고 각종 시급한 민생법안을 우선 처리할 것을 요구했지만 그 요구를 차갑게 외면한 쪽은 바로 여당”이라고 반박했다. 필리버스터는 국회법이 보장하는 제도이지만 한국당이 선거법도 아닌 199개 안건 모두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것은 어떤 변명을 해도 통하지 않는다. 우리 정당사에서 본회의 모든 안건에 필리버스터를 건 정당은 없었다. 1970년대 3선 개헌안이나 의원 체포동의안, 2016년 테러방지법에 무제한 토론이 벌어졌지만 정치적 쟁점 법안에 한정했다.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가 제안한 것처럼 오늘이라도 원포인트 본회의를 열어 ‘유치원 3법’을 비롯해 어린이 교통안전 강화를 위한 ‘민식이법’, 데이터 관련 산업의 육성을 목적으로 한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법 개정안) 등 민생법안을 먼저 처리하는 게 옳다. 내일 본회의에 자동부의되는 선거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등 나머지 패스트트랙 관련 법안은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협상안을 내야 할 것이다. 한국당은 민생을 외면한 채 ‘무조건 반대’만 외치는 정치투쟁에만 골몰하면 국민적 비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이런 행동이 내년 4월 총선에서 국민의 심판을 받는 기준이 되는 등 제 발등을 찍을 수 있다는 점을 깨닫고 필리버스터를 중단하고 여당과의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 민주당도 한국당을 고립시키려 들지만 말고 대화 테이블로 끌어낼 여러 유인책을 고민해야 한다. 끝까지 대화와 타협을 시도하는 한편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 대안신당과 함께하는 ‘4+1’ 패스트트랙 공조를 병행해 만약의 사태에도 대비하길 바란다.
  • 홍준표 “한국당 이 지경 만든 나경원 원내대표 교체해야”

    홍준표 “한국당 이 지경 만든 나경원 원내대표 교체해야”

    “막을 자신도 없으면서 수십명 정치 생명 도박…당을 이 지경으로 어렵게 만든 원내대표 교체““공수처 양보하고 선거법 개정안 막아야” 주문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가 나경원 원내대표가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당을 어려운 지경으로 끌고 왔다며 황교안 대표를 향해 원내대표 교체를 촉구했다. 홍준표 전 대표는 29일 페이스북에 “지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저지 과정에서 빚어진 충돌로) 기소 대기 중인 당내 의원들은 지도부의 잘못된 판단에 따랐다는 이유만으로 정치 생명이 걸려 있다”면서 “전적으로 지도부 책임”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그 사건의 원인이 된 패스트트랙이 정치적으로 타결이 되면 검찰의 기소 명분도 없어진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나경원 원내대표를 겨냥해 “막을 자신도 없으면서 수십명의 정치 생명을 걸고 도박하는 것은 동귀어진(상대방과 함께 죽는다)하자는 것과 다름없다”고 꼬집었다.홍준표 전 대표는 단식 농성 중이던 황교안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패스트트랙을 타협하라”고 조언했다고 전했다. 그는 “선거법을 막지 못하면 강성노조를 지지 기반으로 하는 정의당이 21대 국회에서 교섭단체가 되고 개헌 저지선 확보도 어려워진다”면서 “(정의당이) 지금 6석을 가지고도 국회를 좌지우지 하고 있는데 교섭단체가 되면 국회는 강성노조가 지배하는 국회가 되고 나라는 마비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이야 다음 정권에서 폐지할 수 있지만 선거법은 절대 변경할 수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즉 공수처 설치와 관련된 법안을 양보하고 선거법 개정을 막는 정치적 타협으로 패스트트랙 정국을 풀라고 황교안 대표에게 조언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홍준표 전 대표는 황교안 대표를 향해 “당을 이 지경으로 어렵게 만든, 임기가 다 된 원내대표는 이제 그만 교체하고 새롭게 전열을 정비해 당을 혼란에서 구하고 총선 준비에 만전을 기하길 바란다”면서 “시간이 얼마 없다. 잘 생각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대안신당, 17일 발기인대회 열고 창당 수순... 당명은 ‘대안신당’ 그대로

    대안신당, 17일 발기인대회 열고 창당 수순... 당명은 ‘대안신당’ 그대로

    대안신당이 오는 17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발기인대회를 열고 창당준비위원회를 출범,본격적인 창당 수순에 돌입한다. 발기인대회에서는 당명과 발기 취지문 및 창당준비위원회 규약을 채택하고 창당준비위원장을 선출한다. 창당추진위원회는 “발기인대회에서 창당준비위원장으로 유성엽 대표를 선출하고 신당의 당명은 ‘대안신당’으로 확정한다”고 밝혔다. 신당 창당 발기인으로는 현직 국회의원을 포함해 2000여명이 참여한다. 대안신당은 창당발기 취지문을 통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 △4차산업혁명을 선도하는 경제 재도약 △지역·세대·성별·장애인의 불평등 해소 △제왕적 대통령제 권력 폐지와 분권형 개헌 추진 △ 기회의 사다리가 보장되는 교육제도 개선 등의 창당 취지를 밝힐 예정이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시위대에 백기 든 칠레 정부… 개헌요구 수용

    칠레 정부가 한 달 가까이 이어진 반정부 시위대의 요구대로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군부독재 시절(1973~1990년) 만들어진 헌법을 다시 만들기로 했다. 현행 헌법은 1980년 발효된 이후 40개 이상의 조항이 200번 넘게 개정됐다. 곤살로 블루멜 칠레 내무장관은 10일(현지시간) 세바스티안 피녜라 대통령, 여당 관계자들과 회동한 후 새 헌법 초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발표했다고 로이터통신이 11일 보도했다. 블루멜 장관은 현지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수일 내에 개헌 방식을 발의할 것”이라며 개헌안 완성까지는 1∼2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야권은 “현재 의원들이 신뢰성을 잃었기 때문에 제헌 의회를 원한다”며 “국민 의견이 반영되기 위해서는 제헌 과정의 초기 단계에 국민투표가 실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개헌 찬성론자들은 현행 헌법이 정통성이 결여됐을 뿐만 아니라 기본권을 제대로 보장해 주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무엇보다 국민에게 교육과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헌법상 국가의 의무로 명시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반면 호헌론자들은 현행 헌법이 칠레가 안정을 이루고 남미에서 가장 투자 친화적인 경제를 성취한 기둥이라고 옹호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일왕 향해 ‘만세 48창’ 찬반 논란…인기 아이돌 아라시도 “만세!”

    일왕 향해 ‘만세 48창’ 찬반 논란…인기 아이돌 아라시도 “만세!”

    ‘섬뜩하다·집요하다’ vs ‘축하의 뜻·일체감 느꼈다’전문가 “만세는 일왕숭배·군국주의 방책이었다” 지난 9일 일본 왕궁(고쿄·皇居) 앞 광장에서 열린 나루히토 일왕 즉위 축하행사(국민제전) 때 일왕 부부가 행사장을 떠난 뒤에도 왕을 향한 만세가 수십 차례 이어진 것을 놓고 일본 내에서 논쟁이 오가고 있다. 12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3만여명이 모여든 가운데 열렸던 당일 행사에서 일왕 부부가 현장을 떤나 뒤에도 만세 삼창이 최소 16번이나 이어져 ‘만세 48창’이 이뤄졌다. 이부키 분메이 전 중의원 의장이 ‘세계평화를 기원하며’라는 설명과 함께 선창하자 참가자들이 일제히 만세를 따라 불렀다. 인기 아이돌 그룹 ‘아라시(嵐)’ 멤버 5명도 양손을 치켜들고 만세를 외쳤다. 이후에도 주최 측의 선창으로 ‘양 폐하 만세’, ‘일왕 만세’의 함성이 계속 이어졌다. 이 행사는 TV로 생중계됐다. 그러자 SNS에 관련 투고가 줄을 이었다. ‘끝없는 만세가 무섭다’거나 ‘집요하다’, 젊은 병사가 일왕만세를 외치며 죽어간 2차 대전을 언급하며 ‘섬뜩한 느낌밖에 들지 않는다’는 비판도 많았다. 반면 ‘경의와 축하의 뜻을 전하는 거니 좋지 않으냐’거나 ‘일체감을 느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의견도 나왔다. 축하행사는 이부키 전 중의원 의장이 회장을 맡고 있는 ‘봉축의원연맹’과 게이단렌 등 민간단체로 구성된 ‘봉축위원회’가 주최했다. 위원회에는 개헌을 목표로 내걸고 있는 보수계 단체 ‘일본회의’도 참가했다.홍보 담당자는 만세는 “축하하는 자연스러운 마음”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일왕 부부가 모습을 드러내기 전 실존 여부는 확인되지 않지만 초대 진무(神武天皇) 일왕 ‘즉위’ 이후 2600년 이상의 역사가 있었다는 설명과 현존하는 일본 최고(最古)의 역사서인 고지키(고사기·古事記)에 나오는 일본 건국신화가 소개되기도 했다. 행사의 마지막을 장식한 것이 ‘만세’였다. 만세의 역사는 메이지 22년(1889년) 대일본제국헌법 공포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메이지 왕의 마차를 향해 만세를 부른 것이 처음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총리를 지낸 와카쓰키 레이지로가 저술한 ‘메이지·다이쇼·쇼와 정계비사-고풍암회고록-’에 따르면 이때까지는 일왕을 환호하는 단어가 없어 공손하게 인사만 했으나 존경과 친애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대학 교수 등이 고안해 낸 단어가 ‘만세’였다고 한다. 지난달 22일 나루히토 왕의 즉위를 대내외에 알리는 의식인 ‘소쿠이레이세이덴노기’는 국가 행사로 진행됐다. 아베 신조 총리의 만세삼창 선창을 참석자들이 따라서 불렀다. ‘일왕폐하 만세’를 부르기에 앞서 ‘즉위를 축하드리며’라는 말을 붙였다. 국민주권을 규정한 현행 헌법 하에서 이뤄진 첫 왕위 교대 행사였던 ‘헤이세이(平成)’ 때의 의식을 답습했다. 만세가 계속되자 SNS에서는 정작 일왕이 ‘곤란해 하지 않았을까’라는 글도 올라왔다. 현장을 지켜본 하라 다케시 방송대 교수(일본 정치사상사)는 “참가자들이 직접 스크린을 통해 일왕 부부의 표정을 잘 볼 수 있었을 텐데 두 분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생각하지 않고 만세를 계속하는 건 이상했다”고 말했다. 가와니시 히데야 나고야대 대학원 교수(역사학)는 “세계대전 전처럼 왕의 권위를 높이고 싶어 하는 보수파의 생각이 장시간 만세를 계속 부른 데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또 행사에 인기 아티스트 등을 참석시켜 왕실에 흥미가 없는 층도 끌어 들이려는 계산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도 했다. 그는 “‘만세’라는 단어는 전에 일왕 숭배나 군국주의를 추진하기 위한 방책이었다는 걸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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