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개헌
    2025-12-26
    검색기록 지우기
  • 대변인
    2025-12-26
    검색기록 지우기
  • 대머리
    2025-12-26
    검색기록 지우기
  • 리비아
    2025-12-26
    검색기록 지우기
  • 미국인
    2025-12-26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7,360
  • “자위권포함 개헌 필요성 명기”

    “자위권포함 개헌 필요성 명기”

    |도쿄 이춘규특파원|일본 국회에 중·참의원을 망라, 설치된 헌법조사회가 오는 4월까지 내놓을 예정인 헌법개정 관련 최종보고서에 ‘개헌은 필요’라는 표현을 명시하기로 했다고 도쿄신문이 5일 보도했다. 아울러 전력(戰力) 보유를 금지한 헌법 조문을 고쳐 자위권을 용인해야 한다는 견해를 싣고, 헌법을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호헌론’은 ‘소수 의견’으로 규정하기로 했다. 중의원 헌법조사회는 ‘국민주권’과 ‘평화주의’ ‘기본적 인권의 존중’ 등 현행 헌법의 3원칙은 앞으로도 유지, 발전시키되 일본 안팎을 둘러싼 정세가 헌법제정 당시와는 크게 달라졌다는 인식 아래 ‘개헌은 필요’라는 문구를 보고서에 적시하기로 했다. 또 헌법 제9조의 ‘전쟁포기’ 조항은 유지하지만 ‘자위’를 위해 무력행사를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라고 지적하고 자위권을 용인하는 내용도 담기로 했다. 단 무력행사는 ‘필요 최소한’의 경우 ‘억제적’으로 실시돼야 한다는 견제조항을 달기로 했다. 개정 논란의 핵심인 ‘집단적 자위권’의 허용 여부에 대해서는 집권 자민당과 제1야당인 민주당 등 2당이 집단안전보장을 위한 무력행사의 인정에 적극적인 반면 연립여당인 공명당은 소극적이어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일본내 여론에 미치는 영향이 큰 헌법조사회가 평화헌법의 개헌 의견을 내놓을 경우 일본 안팎으로 개헌논란이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taein@seoul.co.kr
  • [데스크 시각] 탈이념·탈색깔론 선언하라/박대출 정치부 차장

    새해 첫날 정치인 자택으로 취재 겸 인사 겸 다니며 들은 정담(政談) 3제(三題). 하나.“지금 헌법은 1987년 제9차 개헌으로 탄생했다.6월 항쟁의 산물이다. 당시 주역은 ‘1노 3김’. 노태우,YS(김영삼),DJ(김대중)는 모두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JP는 최고 권좌의 ‘절반’을 누렸다. 그들 모두 지금 헌법의 ‘단물’을 다 빼먹었다. 그래서 헌법은 수명이 다 됐다. 새 헌법이 필요하다. 내각제든, 정·부통령제든 차후의 문제다.” 둘.“충청권은 아노미 상태다. 수도 이전 위헌 결정으로 야기됐다. 민심은 한나라당에 분노하고, 열린우리당에 낙담하고 있다. 여도, 야도 발 붙일 데가 없다. 충청민심을 대변할 ‘충청당’이 절실하다.” 셋.“정치권엔 대립과 갈등만 존재한다. 좌와 우만 있다. 상생(相生)은 없고, 상쟁(相爭)만 있다. 중간지대가 없다. 중도통합 정당을 띄울 적기다.” 셋 다 실현되기가 쉽지 않은 사안들이다. 얘기한 당사자들이 정치권에서 한발 비켜 서 있는 원외들이다. 뜻은 있으되 힘이 없다. 다소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다. 이들의 진단은 그러나 그럴싸한 배경과 논거를 깔고 있다. 실현 여부를 떠나 논쟁 소지는 충분하다. 하지만 때가 아니다.‘민생’과 ‘상생’이 더 급하기 때문이다. 이념도, 색깔도, 지역도 끼어들 여지가 없으며 끼어들어서도 안 되는 위기 상황이다. 모처럼 연초부터 여야가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올해 국정운영 ‘키워드’는 탈갈등·관용·화해로 요약된다. 노 대통령은 특히 “언론과 건강한 긴장관계와 건강한 협력관계를 만들자.”고 주문했다. 그러자 보건복지부가 실행 프로그램 1호를 내놓았다. 언론과의 협력을 주문한 홍보매뉴얼이었다.‘정치인 김근태’가 수장으로 있는 부처여서 그런지 빠르다. 현 정권의 언론 관계는 ‘긴장’에 가까웠다. 적대적 언론을 기준으로 하는 얘기다. 시발점은 노 대통령이었다. 그러나 새해부턴 ‘협력’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지는 분위기다. 그 진원지 역시 노 대통령이다. 빗장을 잠그는 자물쇠도, 푸는 열쇠도 노 대통령에게 있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정국 운영에서도 이는 그대로 적용된다. 노 대통령이 ‘통합’을 올해 키워드로 제시하자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도 이렇게 화답했다.“민생, 국민 통합으로 가겠다는 것을 믿고 싶다. 실천했으면 좋겠다. 적극 협조할 준비가 다 되어 있다.” 여야 수뇌부의 한목소리가 언제까지 갈지는 모르지만 일단은 상쟁을 자제할 분위기다. 그런데 여야간이 조용해지니 각당 내부가 심상치 않다. 열린우리당은 4대 입법 처리 무산의 후폭풍이 거세다. 이부영 전 의장이 “과격 노선과 투쟁해야 한다.”고 강한 목소리를 내자 강경파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자칫 노선 투쟁의 격랑 속으로 빠져들 조짐이다. 한나라당 역시 소장파들이 박 대표와 대립각을 세울 기미를 보이고 있다. 남경필·원희룡·정병국 의원 등은 이른바 ‘남원정’ 연대 강화를 모색하고 있다고 한다. 최병렬 전 대표를 옹립하고, 축출했을 때 보였던 행보를 재현할지 주목된다. ‘정담 3제’를 한낱 얘깃거리로 남겨놓고, 각 당의 내홍을 수습하고 나면 다시 민생·상생으로 귀결된다. 그러려면 넘어야 할 벽이 있다. 이념 논쟁·색깔 논쟁은 ‘악마의 유혹’이다.‘보수꼴통’,‘빨갱이’와 색깔론, 역색깔론이 그렇다. 한쪽에서 욕하면 다른 한쪽은 그 욕을 인용해 ‘욕하지 말라.’고 반격한다. 그러면서 둘 다 실컷 욕설을 내뱉는다. 을유년 새해에는 이념·색깔 논쟁을 탈피해야 한다. 그러면 욕할 일도, 그 욕을 되받아 욕할 일도 없어질 것이다. 여야 모두 탈이념·탈색깔 선언이 필요하다. 박대출 정치부 차장 dcpark@seoul.co.kr
  • 盧대통령 “생계형 신용불량자 구제책 마련”

    盧대통령 “생계형 신용불량자 구제책 마련”

    노무현 대통령은 “내년에는 생계형 신용불량자들이 정상적인 경제활동에 복귀할 수 있도록 종합대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27일자로 보도된 경향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새해에는 신불자문제를 정리해 줘야 할 것 같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와 관련, 정부는 기초생활보호대상자 가운데 소득이 없어 채무상환이 어려운 신불자를 실태조사중이며, 조사결과를 토대로 지원조건과 방식 등을 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은 “주택값은 좀더 지속적으로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면서 현재의 부동산 정책을 유지할 방침을 밝히고, 개각에 대해 “국회가 마감돼야 할 수 있으며, 소폭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정상회담이 가능만 하다면 시기, 장소 안가리고 수용할 의향이 있고, 추진할 것”이라면서 하지만 북한은 6자회담이 진행중인 상황에서는 남북정상회담을 원하지도 않고 회피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정치권의 대사면 관측에 대해서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불쑥 할 수 없으며, 그런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보지 않는다.”고 일단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노 대통령은 개헌에 대해서는 “아직 시간 여유가 있기 때문에 좀더 국민들과 정치권의 공감대를 확인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시기적으로는 분권형 대통령제를 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노 대통령은 지난 25일 생방속으로 진행된 KBS ‘사랑의 리퀘스트’ 프로그램에 출연해 서민생활 대책에 대해 “위험에 빠진 위급한 사람은 먼저 정부가 보호조치를 하고, 나중에 법적 요건과 절차를 갖춰 나가는 긴급구조대책을 만들 것”이라면서 “몸이 아픈 것은 건강보험에서 궁극적으로 다 해결하도록 하고, 부조를 요구하는 사람들에게 다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 [화두로 본 2004 정치] 수도이전 위헌에 “관습헌법이 뭐야”

    [화두로 본 2004 정치] 수도이전 위헌에 “관습헌법이 뭐야”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4·15총선 물갈이, 헌법재판소의 탄핵 기각, 신행정수도 이전 위헌 결정, 국가보안법 폐지안 개혁입법 처리 논란….2004년 정국은 충격적이고 드라마틱한 사건들로 점철됐다. 올해만큼 정치가 ‘청룡열차’를 타고 오르락내리락한 적도 없었다는 평가가 많다. 말 그대로 넘치는 말잔치 속에 올해 정국의 다사다난했던 변화를 조망해보기 위해 화두를 주제로 한 정치 캘린더를 꾸며본다. ●1월, 오세훈 의원의 불출마 선언과 물갈이 열풍 여야 중진 의원들이 불법 대선자금 수사로 줄줄이 구속됐다. 수사가 막바지에 접어들자 한나라당의 초선 오세훈 의원은 6일 “정치가 아니라 전쟁을 하듯 늘 갈등만 했던 게 부끄럽다.”며 4·15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는 정치권 ‘물갈이 열풍’으로 번져 자진 사퇴 의원들이 잇따랐다. 그는 ‘돈 안드는 정치’를 위한 정치자금법, 선거법 등을 만드는 데 일조해 이들 법안은 ‘오세훈법’으로 통했다. ●2월,與 ‘총선 올인’ 문희상 청와대 비서실장과 유인태 정무수석은 13일 “총선에 출마한다.”고 선언했다. 공직자 사퇴시한 15일을 이틀 앞둔 때였다.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은 총선 출마 압력을 견디다 못해 12일 사퇴해버렸다. 참여정부는 총선용으로 징발한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김진표 경제부총리, 이영탁 국무조정실장, 한명숙 환경부 장관, 변재일 정통부 차관 등을 총선 출마에 합류시켰다. 노무현 대통령의 “개헌 저지선까지 무너지면 그 어떤 일이 생길지….”라는 발언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3월, 노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노 대통령은 2월24일 방송클럽 토론회에서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압도적 지지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3월4일 “선거법 9조의 공무원 선거중립 의무 위반”이라고 밝혔고, 의견서를 청와대로 보냈다. 이에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9일 대통령 탄핵을 추진했다. 노 대통령은 11일 사과를 거부하고 “총선에서 나타난 국민 뜻에 따라 정치적 결단을 하겠다.”며 재신임과 연계시켰다. 야당은 12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을 가결시켰고, 이날 오후 5시15분 대통령의 권한은 공식 정지됐다. 한나라당은 23일 여의도 천막당사 시대를 열었다. ●4월, 정동영 의장 ‘노인폄하 발언’ 파문 열린우리당 정 의장의 3월26일 “60대 이상 70대는 투표 안해도 괜찮다. 집에서 쉬셔도 된다.”는 발언이 인터넷에 공개돼 파문이 일었다. 탄핵 ‘후폭풍’으로 총선에서 299석 중 3분의2석을 싹쓸이 할 것이라는 전망이 무너지기 시작했고, 정 의장은 12일 선대위원장·비례대표 후보에서 사퇴했다. 열린우리당은 초선 108명(108번뇌)을 포함해 151석, 한나라당은 박근혜 대표의 선전 속에 121석을 차지했다. 민주노동당은 10석으로 첫 원내 진입에 성공했다. ●5월, 탄핵소추안 기각 헌법재판소는 14일 “중대한 헌법과 법률 위반이 아니다.”고 노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기각했다. 윤영철 헌재 소장은 최종 기각 주문을 내리기 전에 “대통령의 권한과 정치적 권위는 헌법에 부여받은 것이며, 헌법을 경시하는 대통령은 스스로 권한과 권위를 부정하고 파괴하는 것”이라며 ‘충고’의 메시지도 전달했다. 고건 국무총리는 대통령 직무대행직을 그만두게 됐고,24일 사표를 제출했다. ●6월, 책임총리제 도입 노 대통령은 8일 5선 중진인 열린우리당 이해찬 의원을 새 총리 후보로 공식 지명했다. 앞서 경남지사 출신의 김혁규 의원을 총리후보로 내정했으나, 당 안팎의 반발로 관철되지 못했다. 노 대통령의 정치특보였던 문희상 의원은 노심을 전달하는 역할을 맡다가 내부 반발이 일자 “나는 총독이 아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열린우리당 김근태 원내대표는 14일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와 관련해 “계급장 떼고 논쟁하자.”고 발언했다가 파문을 일으켰고,30일 정 전 의장과 함께 보건복지부 및 통일부 장관에 각각 임명됐다. ●7월, 박근혜 대표 ‘국가 정체성 전면전’ 한나라당 박 대표는 19일 전당대회에서 재선출됐고, 다음날 기자회견에서 “돌아가신 분과 싸우자는 것이냐.”면서 박정희 전 대통령을 조사 대상에 포함시킨 열린우리당의 ‘친일진상규명법’에 반발했다. 박 대표는 21일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간첩과 빨치산을 민주화 인사로 판정했는데 대통령이 경고 한번 하지 않았다.”면서 “정부가 국가 정체성을 흔드는 상황이 계속되면 야당이 전면전을 선포해야 할 시기가 올 것으로 본다.”고 강경 대응을 선언했다. 강금실 법무장관은 28일 사퇴하면서 “너무 즐거워 죄송하다.”는 어록을 남겼다. ●8월,與 지도부 친일행적 논란 열린우리당 신기남 의장은 논란이 돼 온 부친의 친일 행적이 사실로 확인되자 19일 의장직을 사퇴했다. 열리우리당에선 과도체제 주장 등이 제기됐으나 당헌 당규에 따라 이부영 의장이 승계했다. 친일과 관련한 시련은 광복절이 끼어 있는 8월 계속 열린우리당 지도부을 괴롭혔다. 친일진상규명법을 추진하던 김희선 의원은 ‘할아버지 김학규 장군’ 혈통 논란에 시달렸다. 이미경 상임중앙위원도 아버지가 일제시기에 일본에서 헌병을 지낸 전력이 드러나 곤혹을 치렀다. ●9월 노 대통령,‘국보법 박물관으로 보내야’ 노 대통령은 5일 MBC ‘시사매거진2580’과의 대담프로에서 “국가보안법은 한국의 부끄러운 역사의 일부분이고 지금은 쓸 수도 없는 독재시대의 낡은 유물”이라며 “칼집에 넣어 박물관으로 보내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 발언은 국보법과 관련해 열린우리당에서 사분오열되고 있던 의견을 ‘폐지’로 확고하게 이끌어내는 계기가 됐고, 한나라당 박 대표는 “법치국가를 포기하겠다는 것”이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10월, 관습헌법으로 수도이전 위헌 열린우리당은 국보법 등 4대 입법을 당론을 확정짓고 연내 관철을 선언했다. 헌재는 21일 신행정수도건설 특별법에 대해 재판관 8대 1로 ‘관습헌법론’을 토대로 한 위헌 결정을 내렸다. 지난 7월12일 서울시 의원 50여명과 공무원 대학생 등 169명의 청구인단이 헌법소원을 했을 당시 언론들도 거의 주목하지 않았던 사건이 위헌판결이 난 것이다. 노 대통령은 “처음 들어보는 이론”이라고 불만을 표시했고, 한나라당은 환호했다. ●11월, 이 총리 ‘차떼기 당’발언 논란 이 총리는 10월28일 정치분야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 “한나라당은 지하실서 차떼기하고 고속도로에서 수백억 받은 당”이라고 발언한 것을 놓고 한나라당이 반발하면서 국회 파행으로 이어졌다. 이 총리가 한나라당 폄하 발언과 함께 “조선·동아일보는 역사의 반역자”라고 했다가 설화를 입었다. 한나라당은 이 총리가 사과할 것을 요구하며, 대정부 질의를 거부해 국회는 2주일이 넘도록 공전됐다. 이 총리는 9일 ‘사의’라는 이름으로 사과했다. ●12월, 이철우 의원 北 노동당원 논란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은 8일 국회 본회의 5분 발언에서 “열린우리당 포천·연천의 이철우 의원이 지난 92년 노동당원으로 현지 입당하고 당원번호까지 받았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었다. 열린우리당은 ‘수구 냉전세력의 백색테러’로 규정하며 한나라당 의원들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을 묻기로 하는 등 강력히 대응했다. 주 의원은 “간첩으로 암약하고 있다.”는 주장도 곁들였다가 오히려 ‘색깔론’,‘정형근 의원 고문 논란’ 등 역풍으로 확대 재생산됐다. 문소영 박지연기자 symun@seoul.co.kr
  • [서울광장] 앙시앵레짐 해체 이후/이목희 논설위원

    [서울광장] 앙시앵레짐 해체 이후/이목희 논설위원

    판매부수가 중간규모인 신문사에서 판매부수가 가장 많은 신문사로 자리를 옮긴 선배가 있었다. 그분이 말하기를,“작은 데 있을 때는 장관을 자주 만나기 어려웠다. 큰 신문의 기자로 다시 출입처를 나가니 완전히 달라지더라. 단독으로 식사하자는 제안이 수시로 들어왔다. 여러 뒷얘기를 해주고, 자문도 구하더라.”는 것이다. 장관실 앞에 기다리고 있다가 한마디 귀동냥한 뒤 쓴 기사와, 장관과 장시간 허심탄회한 얘기를 나눈 뒤 쓴 기사가 시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는 불문가지다.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된 지 내일이면 2년이 된다. 언론계 취재현장에서 이러한 앙시앵 레짐(구체제)은 깨졌다. 그러면 다수 기자들이 기뻐해야 할까. 안타깝게도 그렇지 못한 듯하다.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보수언론에 대한 관료와 정치인들의 경계가 지나치다 보니 모두의 취재가 도리어 어려워지고 있다고 많은 기자들은 말한다. 취재 얘기로 시작했지만 신문사 경영도 마찬가지다. 구체제의 기득권은 줄고 있다. 그렇다고 신체제에서 더 나은 여건이 됐다고 하는 측도 없다.20년 기자생활을 했어도 참여정부가 그리는 언론개혁 청사진이 머릿속에서 정리되지 않는다. 여당의 언론법안이 국회를 통과된다고 해서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다. 언론전체를 핍박하는 결과만 있을 것이란 우려가 그래서 나온다. 언론뿐이 아니다. 도처에서 그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한 대학병원 의사는 “참여정부가 의사 봉급을 월 300만원을 기준으로 해 의료정책을 짜고 있다.”고 불만스러워했다. 의사에게 가는 ‘파이’가 줄어들면 상대적으로 환자가 경제적 이익을 봐야 하는데 그런 얘기는 없다. 재벌개혁을 하면 노동자·서민들은 좋아해야 하지 않는가. 택시운전기사, 영세음식점 주인이 현 정부를 극렬히 비난하는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경제가 나쁘다는 하나의 이유로 치부하기엔 상황이 심각하다. 기득권을 잃은 불평은 있어도, 새 혜택을 보았다는 쪽은 없다. 노 대통령과 여당 지지도가 바닥을 치는 이유와 관련있다.4대 입법이 난항을 겪는 근본적 배경도 된다. 불합리한 현상이 깨지면서 느끼는 카타르시스만으로 세상을 바꿀 수 없다. 새 비전이 제시되어야 한다. 이 정부는 재벌, 관료, 검찰, 군, 언론, 사학 등의 권위를 해체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가. 아니면 새로운 질서를 만들려고 하고 있는가. 이에 대한 명확한 청사진이 제시되면 현재가 힘들어도 많은 사람들이 정부·여당을 배척하지 않을 것이다. 해체작업의 주도세력도 명료해질 필요가 있다.386과 주사파에 얹혀 있다는 일방적 비난을 왜 듣는가. 곧 집권 3년차를 맞는 노무현정부는 새 집을 지어야 한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여권이 내년 남북정상회담, 획기적 신용불량자 대책 등에 이어 내후년 개헌을 공론화하면서 새 구도를 잡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실이라면 옳지 않다.‘깜짝쇼’식 청사진은 신체제를 만들지 못한다. 해체가 덜 된 부분이 있더라도 연연하지 말라. 시간이 많지 않다. 분야별로 신질서를 주도할 세력을 명확히 하고 이들에게 힘을 주어야 한다. 내년초 예정된 개각과 그에 이은 여권 인사를 통해 신질서의 방향성을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 청사진의 방향은 세가지면 된다. 첫째, 서민들이 “정부가 우리를 위해 노력한다.”는 느낌을 체감으로 갖도록 해야 한다. 둘째, 노·사·정과 정치권이 모두 포함되는 사회적 대화합이다. 부정부패, 차별, 부조리가 대체로 척결됐다고 판단되면 대사면 프로그램을 검토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남북문제와 안보 분야에서 국민들의 우려를 씻어 주는 것이다. 어려운 로드맵을 만들지 말라. 단순명쾌한 캐치프레이즈와 실체적 정책이 나와야 한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사설] 국보법 타협으로 나라를 바꾸자

    사회갈등의 근원이었던 정치권에 마침내 반전의 기회가 왔다. 국가보안법 대타협을 이룰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1987년 여야합의에 의한 대통령직선제 개헌이 권위주의 시대의 종말을 고하는 것이었다면, 국보법의 합의처리는 이념분쟁을 사실상 종식시키는 역사적 의미를 갖는다. 그때는 민주화를 갈구하는 민중의 힘으로 합의가 만들어졌다. 이번엔 정치권이 주도해 국보법 합의를 이끌어낸다면 나라의 분열과 갈등이 화합·상생하는 분위기로 바뀌는 전기가 될 것이다. 우리 정치권은 그동안 끊임없이 갈등을 확대·재생산시켜 왔다. 남북분단도 억울한데, 국민들을 또다시 이념으로 나뉘도록 부추겨 왔다. 참여정부 출범이후 우리사회 분열의 가장 상징적 안건이 바로 국보법 논란이다. 냉전시대의 유물인 국보법이 손질되어야 함은 대부분 인정한다. 안보와 체제수호를 감안해 당장 전면폐지는 우려스럽다는 의견도 상당하다. 때문에 정답은 이미 나와 있다. 국보법이 폐지되면 나라가 망할 것처럼 흥분하는 것도, 폐지가 아니면 민주주의는 없다는 식의 아집은 버려야 한다. 한나라당이 국보법상의 불고지죄를 삭제하고 찬양·고무죄 적용을 최소화하는 안을 사실상 당론화함으로써 합의의 테이블이 만들어졌다. 법안 명칭을 바꾸고, 정부 참칭조항도 전향적으로 대체하는 방안이 담겨있다. 일부 영남권 보수파들의 반발을 딛고 이 정도까지 개정안을 진척시킨 점은 평가해야 한다. 이른 시일안에 국회에 상정한 뒤 열린우리당의 ‘폐지 후 형법보완안’과 함께 대화하도록 하라. 고위급 정치절충을 위해 원탁회의나 특위를 구성하자는 한나라당의 제안은 일리가 있다. 여야가 협상을 하다 보면 양측 모두 강경목소리가 만만치 않을 것이다. 북한까지 개입해 남북간 현안화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난관을 뚫고 절충하는 게 정치의 묘미가 아닌가. 우리가 누누이 강조했듯이 여야는 대체입법 수준에서 타협점을 찾아 나라를 구하기를 당부한다.
  • 우크라 여야 헌법·선거법 ‘빅딜’

    |키예프 외신|우크라이나 여야는 8일 의회에서의 대타협으로 지난달 21일 이후 국가 분열 위기로 치닫던 시위사태를 마무리지었다. 의회는 이날 레오니트 쿠치마 대통령이 참가한 가운데 대통령 권한 약화를 골자로 한 헌법 개정안과 선거법 개정안,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해산을 일괄 처리했다. 하지만 쿠치마 대통령은 야당이 주장해온 내각 해산은 거부했다. 이로써 지난달 21일 결선 재투표 부정 시비로 파국으로 치닫던 우크라이나 사태는 17일만에 평화적으로 해결되게 됐다. 야당 후보인 빅토르 유시첸코는 “17일간의 평화적 시위로 승리를 쟁취했다.”며 “26일 재선거에서 승리를 위한 길이 열렸다.”고 자축했다. 유시첸코는 자신에게 불리한 선거법 조항을 고치고 공정한 선거관리 보장을 얻어냄으로써 결선 재투표에서 대통령에 당선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늦어도 오는 200년 1월부터 발효될 예정인 개헌안에 따르면 대통령 권한의 상당 부분을 총리와 의회에 넘겨주는 것으로 돼 있어 대통령에 당선돼도 예전처럼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지는 못하게 됐다. 헌법 개정안은 대통령이 총리, 외무ㆍ국방장관만 임명할 수 있으며, 총리는 두 장관을 제외한 나머지 각료들을 지명할 수 있다. 의회는 모든 장관들에 대한 심의와 이들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주지사 임명·해임 권한도 총리에게 주어진다. 한편 유시첸코의 측근인 율리야 티모셴코 전 부총리는 “의회가 승인한 개헌안을 헌법재판소에 제소하겠다.”며 불만을 제기했다. 유시첸코 지지자들은 의회 결의 직후인 8일 오후 정부청사에 대한 봉쇄를 해제하고 거리 시위도 중단했다. 이런 가운데 10일 서유럽 의료기관이 발표할 예정인 유시첸코의 혈액검사 결과가 끊이지 않고 있는 ‘독살설’의 진실을 밝혀낼지 주목된다.
  • 이민우 前신민당 총재 별세

    이민우 전 신민당 총재가 9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89세. 1958년 4대 민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한 뒤 6선(4·5·7·9·10·12대)을 거쳤고,78년엔 국회부의장도 역임했다. 비록 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 등 이른바 ‘3김’의 그늘에 가려 대권 도전 기회까지는 잡지 못했지만,40여년 동안 야당의 외길을 걸어왔다.‘전두환 정권’ 말기인 1986년 12월 직선제 개헌논의의 와중에서 내각제 개헌과 선(先) 민주화론을 주장한 이른바 ‘이민우 구상’을 발표해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당시 양김씨, 즉 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이 탈당하고 신민당이 와해되자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정계 은퇴 후에는 정치와는 일절 인연을 끊었다. 특히 야당 중진 때는 물론 야당 총재 시절과 정계은퇴 후에도 1999년 태릉의 한 아파트로 거처를 옮길 때까지 강북의 삼양동 구옥에서 기거, 양계장을 꾸려나가면서 ‘삼양동 거사’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어진 돌’이라는 뜻을 지닌 인석(仁石)이라는 호에 걸맞게 후덕하고 서민적인 풍모로 여야 정치인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원칙에 충실한 정치인으로 한번도 계보를 바꾸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일제치하인 1915년 9월5일 청주에서 태어나 41년 일본 메이지대학 법학과를 중퇴한 뒤 46년 충북신보 영업국장을 거쳐 48년 고향인 청주에서 시의회 부의장으로 정계에 입문했다.4·19 이후 장면 총리의 인준 문제를 둘러싸고 민주당 신·구파가 갈등을 빚을 때 구파가 민주당에서 갈라져 나와 신민당을 창당하자 이에 가담했다. 이후 야당의 거목이었던 유진산 선생이 이끄는 ‘진산계’의 오른팔 역할을 해왔다. 진산이 작고한 이후에는 유치송 전 민한당 총재와 함께 ‘견지동 동우회’를 이끌었다.9대 국회 후반 신민당이 김영삼 전 대통령의 강경파와 이철승 전 신민당 총재의 온건파로 대립할 때 김 전 대통령편에 서서 정치적인 동지관계를 형성했다. 이 인연으로 5·17 이후 김 전 대통령이 정계은퇴 성명을 냈을 때 3개월 가량 총재권한대행직을 맡았으며, 정치규제 중에는 민주산악회의 회장직을 맡기도 했다. 박준석기자 pjs@seoul.co.kr
  • 31일로 4년 활동 마감 의문사委 한상범 위원장 인터뷰

    31일로 4년 활동 마감 의문사委 한상범 위원장 인터뷰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오는 31일 공식활동을 마감한다. 의문사위원회는 2000년 10월 출범한 이후 의문사 30건의 진상을 밝혀내는 성과를 거두었다. 반면 허원근 일병 타살의혹을 규명하는 과정에서 국방부와 격렬한 공방을 벌이고, 비전향장기수의 민주화운동 연관성을 인정함에 따라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8일 대국민 보고서 발표를 앞둔 한상범(韓相範·68) 위원장을 만나 의문사위의 어제와 오늘을 알아보고,‘역사청산’과 관련한 앞으로의 과제도 들어보았다. 한상범 위원장은 인터뷰가 시작되자 대화내용을 모두 녹음하겠다고 ‘통보’했다. 언론과 만난 뒤 자신의 뜻이 왜곡되어 보도되는 일이 너무 잦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그는 “40년 이상 지상논쟁 등을 무던히도 해왔는데 요즘 같은 경우는 없었다.”고 했다. 한자리에 앉아 대화를 나누면서도 나중에 ‘딴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증거를 남겨야 하는 현실은 그에게도, 기자에게도 착잡한 일이었다. 한 위원장은 할 말이 많은 듯했다. 그는 질문을 받기도 전에 “우리는 ‘7월 소동’에 대한 비망록을 다 만들어 놓았다.”고 털어놓았다.‘7월 소동’이란 지난여름 ‘불법 강제전향에 대한 항거는 민주화에 기여한 것’이라는 의문사위 결정에 뒤이은 일련의 논란을 지칭한다. 당시 그는 ‘빨갱이 한상범 체포조’ 수십명이 집으로 몰려오는 바람에 봉변을 당할 뻔한 일도 있었다. “어젯밤 윌리엄 블룸이라는 사람이 쓴 ‘불량 국가’라는 책을 읽었어요. 일본의 우익을 대변하는 오카사키 히사히코가 쓴 ‘요시다 시게루 전기’에 나오는 미·일관계를 언급하는 대목에서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을 ‘빨갱이’로 규정해 놀랐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소련과 손잡았으니 빨갱이라는 것이지요. 그런 논법은 ‘네오콘’으로 불리는 미국의 신보수주의자나 우리 보수진영과도 비슷해요. 자기 마음에 안들면 ‘타깃’을 가지고 조이는 것이 결국 빨갱이 논리더라고요.” ‘하지만 간첩을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한다는 결정은 보수진영뿐 아니라 보통사람에게도 자극적으로 들렸던 것 같다.’고 살짝 끼어들었다. 한 위원장은 “그들의 전력을 두고 간첩이라고 하는데 우선 그 문제는 처벌이 끝났고, 또 빨갱이든 흰둥이든 최소한 생명권이 침해되어서는 안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그들에게는 사상의 자유를 중대하게 제약하는 제도가 잘못됐다고 목숨을 걸고 주의를 환기시킨 나름의 노력이 있는 것”이라면서 “양심과 사상의 자유와 생명권을 함부로 침해하면 안 된다는 인식을 차분히 할 수 없도록 단순논리로 포장해 ‘빨갱이를 두둔했다.’고 하면 곤란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가 이처럼 최근 우리사회에서 가장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조직의 수장에 오른 것은 1기 위원회가 활동기간을 5개월 남겨둔 2002년 4월. 양승규(梁承圭) 초대 위원장을 이은 그는 2기까지 연임하고 있다. 한 위원장은 1961년 이후 동국대에 재직한 법학자이다.1964년 한·일협정 반대 교수단 서명을 주도한 이후 40년 이상 인권운동가로 사회 참여에 앞장섰다. 이 해에는 또 동국대 농업경제학과 학생이 대한극장 앞에서 한·일협정 반대시위를 벌이다 경찰봉에 맞아 사망한 사건이 일어났다. 그는 진상조사단 간사로 경찰에 타살의 불법성을 시인하고 사과·보상을 요구하다 정보기관의 추적과 감시를 당하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그의 인생에 있어 ‘의문사 진상규명’의 서막이었던 셈이다. 한 위원장은 취임한 직후 “반민특위처럼 겉핥기만 하다 끝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기도 했다. 의문사위 활동이 마무리되어 가는 시점에서 그는 “내 가슴에 맺힌 응어리 가운데 첫째가 내 능력의 한계이고, 둘째는 이 기구의 태생적 한계”라면서 “그렇지만 우리 구성원들이 악조건 아래서도 최선을 다해 노력했다.”고 자평했다. 한 위원장은 취임 당시 의문사위 조직이 ‘공중분해 일보직전’이었다고 돌아봤다. 국정원·기무사·헌병대·검찰·경찰·국정홍보처·행정자치부·외교통상부 출신에 민간조사관까지 가세한 ‘짬뽕’인력에 3년도 길지 않은 인권문제를 ‘6개월 안에 조사를 끝내야 한다.’는 규정은 속된 말로 ‘죽 쑤다 말라는 얘기’였다는 것이다. ‘국가기관의 비협조’에는 더욱 아쉬운 듯했다. 그는 “구 기득권 세력이 건재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금까지도 국가기관에는 과거 의문사에 책임있는 사람이 상당수 있어요. 전·현직 불문하고 수백명의 명단을 뽑을 수도 있습니다. 이들에게 우리 활동은 음양으로 기분나쁠 수밖에 없겠지요. 자기 정치생명이나 공직자로서도 문제가 되니까 방해하는 것입니다.” 의문사위가 다하지 못한 과거사 규명은 ‘진실화해위원회’에 맡긴다는 것이 열린우리당의 복안이다. 그는 “사람이 하는 일이니까 지켜봐야 하겠지만….”이라는 단서를 달면서도 “우리가 하던 일의 범위를 넓혀 도마에 올리는 것이니 기대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 현대사에서 의문사위가 차지하는 위치는 어디쯤 되겠느냐.’는 질문에 한 위원장은 블룸의 ‘불량 국가’ 얘기를 다시 꺼냈다. 블룸은 국가가 자체적으로 과거사를 조사해서 화해하고 참회하고 청산한다는 것이 가능하겠느냐고 의문을 표시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미국 같은 강대국에는 전혀 없고,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몇 나라에만 있는 이런 움직임이 ‘인류 문명의 시험대’라고 기대를 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위원장은 “광복 이후 60년 만에 시도되는 과거 청산은 아주 중요한 ‘터닝포인트’지만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새로운 위원회에 참여할 사람들에게는 “일제시대 친일파 문제도 현재진행형”이라면서 “기득권이나 권력을 자발적으로 포기할 사람이 없으니 어느 정도 갈등은 각오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조언했다. 그는 언젠가 “인간의 죄악을 함부로 용서해주는 것도 죄악”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는 이날도 “용서의 주체는 피해자”라면서 “납득할 만한 가해자의 참회가 있어야 용서하는 것이지, 피해자의 이해가 없다면 용서가 아니라 방치가 아니겠느냐.”고 되묻는 것으로 1시간30분에 걸친 인터뷰를 마무리지었다. 글 이효용기자 utility@seoul.co.kr 사 진 이언탁기자 utl@seoul.co.kr 한상범 위원장 주요 약력 ●1960∼1961년 조선대 교수 ●1961∼2002년 동국대 교수 ●1995∼1999년 한국법학교수회장 ●1991년∼ 아시아태평양공법학회장 ●1995∼2003년 참여연대 고문 ●1999년∼ 인권정보센터 회장 ●2001∼2003년 민족문제연구소장 ●2001∼2003년 국제사면위원회 한국지회 법률가위원회 부위원장 ●2002년 4월∼ 대통령 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 ■ 의문사 규명 앞으로는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해체되면 아직 밝혀지지 않았거나, 앞으로 발생하는 의문사는 어떻게 처리될까. 의문사위의 기능은 ‘진실화해위원회’(가칭)가 대신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열린우리당이 ‘4대 법안’의 하나로 입법을 추진하는 ‘진실규명과 화해를 위한 기본법’이 이 조직의 설립근거가 된다. 법안은 ‘새 위원회가 의문사위에서 해결되지 않은 사건을 승계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여당 안대로 법안이 통과되면 새 위원회의 조사 범위와 권한은 크게 확대된다.‘정부수립 이후 권위주의 통치 아래서 헌정질서 파괴행위 등 위법 또는 부당한 공권력의 행사로 발생한 사망·상해·실종사건’으로 넓혀 놓았기 때문이다. 의문사위는 ‘1969년 3선개헌 이후 공권력에 의한 직·간접적 위법 행사에 의해 사망했다고 추정되는 사건 가운데 민주화와 관련된 사건’으로 조사범위가 한정되어 있었다. 여기에 자료제출요구권, 압수수색영장 청구의뢰권, 청문회실시권, 통신자료요구권, 동행명령권이 부여되는 등 조사권한도 강화된다. 다른 국가기관에는 국가기관 상호간 협조 의무도 부과된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조사기구의 성격을 학술원 산하 위원회로, 조사 권한도 출석요구, 자료제출요구 등으로 한정하고 있어 조사범위나 권한이 최종적으로 어떻게 결정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한편 새 법안에서 규정하지 않고 있는 최근 사건은 국가인권위원회로 일부 넘겨질 가능성도 있다. 인권위 김창국 위원장은 “최근 발생했거나, 앞으로 일어날 군 의문사는 인권위가 직권조사할 수 있도록 권한이 확대돼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현재 국회에 계류되어 있는 인권위법 개정안에는 이러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이효용기자 utility@seoul.co.kr
  • [서울광장] 역린의 정치/이목희 논설위원

    [서울광장] 역린의 정치/이목희 논설위원

    이종찬과 이한동은 5공 정권에 참여했으면서도 나름대로 합리적 처신으로 주목받았다.1985년 두 사람의 정치 장래가 갈리는 사건이 일어났다.2월 총선 이후 미 문화원 점거 등 학생운동권의 움직임이 심상찮았다. 당시 청와대는 학원안정법을 만들어 시위 학생들을 강제수용소로 보내는 방안을 마련했다. 이종찬은 여당인 민정당 원내총무, 이한동은 사무총장이었다. 두 사람 모두 법이 문제 있다고 생각했다. 청와대·여당 핵심회의에서 이종찬은 끝까지 반대했으나, 이한동은 대안을 제시하며 타협했다. 분개한 이종찬은 기자들을 만나 “법을 국회에서 통과시키지 않겠다.”고 폭탄 선언을 했다. 이종찬은 그날로 ‘짤렸고’, 이한동도 유탄을 맞아 함께 경질됐다. 중국 고전 ‘한비자(韓非子)’에 ‘역린(逆鱗)’이 나온다. 용은 순한 짐승이지만 턱밑의 비늘, 즉 역린을 건드린 사람은 반드시 죽인다는 것이다. 박정희 정권에서 전두환 정권 중기까지 공개항명의 결과는 뻔했다. 정보기관에 끌려가 혼나거나, 정치적으로 매장당했다. 그러나 역린을 건드린 당시의 이종찬은 죽기는커녕 국민적 인기가 치솟았다. 역린을 비켜간 이한동의 대중 지지도는 좀처럼 올라가지 않았다. 학원안정법 파동과 1987년 이뤄진 대통령직선제 개헌은 ‘역린’의 정치문화를 정착시켰다. 전임자를 치받지 않고는 국민의 이목을 끌지 못했다. 전두환-노태우, 노태우-김영삼, 김대중-노무현, 정도의 차는 있지만 ‘차별화’를 통해 집권을 이어갔다. 여권의 고위관계자는 “노무현 대통령이 이해찬·정동영·김근태 의원을 내각에 포진시킨 뒤 대단히 편안해 한다.”고 전했다. 이르면 연말 개각을 준비중이며, 여당 인사들의 대거 입각이 점쳐진다고 밝혔다. 지금 이해찬 총리처럼 해준다면 대통령이 편할 수 있다. 대권주자들이 언제까지 그렇게 해줄까.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이 국민연금 투자정책을 반대한 것은 ‘역린의 법칙’이 표출되기 시작한 사례다. ‘역린의 법칙’은 대든다고 적용되지 않는다. 국민여론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재경부 관리들은 “김 장관이 경제를 몰라서 그러는 것”이라고 치부한다. 노 대통령 지지자들은 “대선과 내년 전당대회를 겨냥한 무책임한 행보”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그렇지만 “하늘이 두 쪽나도 국민연금을 지키겠다.”는 김 장관의 간명한 메시지가 국민들에게 더 먹힌다. 여권이 김 장관의 주장을 일부 수용, 황급히 봉합에 나선 것도 여론의 불리를 느낀 때문이다. 청와대와 김 장관의 기싸움은 한동안 이어질 것이다.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논란 때 김 장관이 “계급장 떼고 논의하자.”고 말한 적이 있다. 이번 사안은 훨씬 심각해 보인다. 김 장관측이 ‘단기 승리’에 만족하지 않고 밀어붙이다가는 역풍을 만날 수 있다. 이 총리에 이어 김 장관이 정치적 상승세를 타면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무심할 수 없다. 역시 대권주자인 김혁규 의원과의 연대설이 나온다. 남북정상회담 등 ‘한건주의’에 매달릴 여지가 있다. 무엇보다 김 장관 사태 이후 노 대통령의 선택이 주목된다. 참여정부는 여러모로 실험적인 성격이 강하다. 이럴수록 정치인들을 내각에 붙잡아둬서 용광로처럼 들끓게 하는 것도 방법이다. 노 대통령이 ‘대권주자의 차별화’가 일찍 시작돼 어려움을 당하는 것을 넘어서는, 정국의 큰 그림을 그리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하지만 민초(民草)를 불안하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치권이 치고받는 것도 지겨운데 내각이라도 조용하게 만들어 달라. 정치인들을 장관 시키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다.‘대권주자 관리장’으로 활용하지 말아야 한다. 행정경험은 당에서 정책을 다루어도 충분히 쌓을 수 있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日, 해외 무력사용 명시

    |도쿄 이춘규특파원|일본 자민당 헌법조사회가 자위군 설치와 ‘집단자위권 행사’ 및 국제공헌 활동에서의 ‘무력행사 용인’ 등을 명시한 헌법개정대강의 원안을 마련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17일 보도했다. 집권 자민당은 헌법조사회가 마련한 이 원안을 토대로 당내논의를 거쳐, 내년 11월까지 당차원의 독자적인 개헌안 최종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다만 연립여당 공명당이 가헌(加憲), 제1야당 민주당은 창헌(創憲), 공산당 등은 호헌 입장이기 때문에 개헌논의가 가속화되면서 진통이 예상된다. 헌법조사회가 마련한 원안은 ‘총칙’부터 ‘개정’까지 9개 장으로 구성됐다. 전력보유를 금지한 현 헌법의 9조를 대신할 ‘평화주의 장’에서 전쟁포기 규정은 남기게 된다. 하지만 ‘국가 긴급사태 및 자위군’ 항목에서 개별적·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전력을 보유하는 자위군을 설치하며, 자위군은 국제공헌을 위해 무력 행사를 수반하는 활동도 한다고 규정했다. 집단적 자위권은 현행 헌법 해석에서는 인정되고 있지 않다. 무력행사를 수반하는 자위대의 해외 활동에 길을 트려는 내용이다. 다만 무력행사를 수반하는 활동은 원칙적으로 사전에 국회승인을 받도록 했다. 징병제는 부정했다. 비핵 3원칙도 포함시켰다. 상징 ‘천황제’는 유지하지만 ‘천황(왕)은 일본국의 원수’라고 명기하고 ‘황위는 세습하며 남녀를 불문하고 황통에 속하는 자가 계승한다.’라고 명시해 여성 ‘천황’을 용인했다. 현행 헌법에 없는 총칙에서는 헌법의 3원칙으로 국민 주권과 기본적 인권 존중, 국제평화실현에 적극 기여를 규정한 ‘새로운 평화주의’ 등을 들었다. 총칙에는 또 국기는 일장기, 국가는 기미가요로 한다고도 명시했다. 현행 헌법에서 내각에 속하도록 돼 있는 행정권은 ‘총리에 속한다.’고 규정, 행정에 관한 총리의 권한을 분명하게 강조했다. 국회는 현재의 이원제를 유지하지만 중의원 우위를 강화해 참의원에서 부결된 법안을 중의원이 재가결해 법으로 제정하는데 필요한 의결정수를 현행 ‘중의원 3분의2 이상’에서 ‘과반수’로 완화했다. 참의원 의원은 각료가 될 수 없도록 했다. 이밖에 사법재판소와는 별도로 법률 등이 헌법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헌법재판소를 신설하도록 했다. 새로운 인권’으로서 초상권과 알권리를 추가했다. 헌법개정 절차도 완화, 국회가 국민투표를 제안할 수 있는 조건을 현행 중·참 각 원 총의원의 ‘3분의2이상 찬성’에서 ‘과반수 찬성’으로 바꿨다. 국민투표를 실시하지 않아도 중·참 각 원 총의원의 3분의2이상 찬성으로 개정안을 성립시킬 수도 있다. taein@seoul.co.kr
  • [본회의 발언대]

    ●정두언(한) 이해찬 총리는 국회 공전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 ●안민석(우)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반드시 남북한 단일팀을 구성해야 한다. ●이주호(한) 사립학교장의 임기제 도입과 개방형이사제가 이총리가 교육장관 시절 추진하려 했던 정책들과 같은 맥락 아닌가. ●강기정(우) 저소득 빈곤층에 대한 공공부문 의료기반 구축 등 한국형 사회안전망의 틀을 강화해야 한다. ●류근찬(자) 정부는 신행정수도 건설 약속을 지키기 위해 필요하면 개헌을 하고, 국민투표에 부쳐 국민적 동의를 얻어야 한다. ●이인영(우) 사학재단은 사실상 정부보조금으로 학교를 운영하고 비리와 분규가 계속된다. ●정형근(한) 총리는 정부부처중 필요한 곳에 복수차관제 도입을 검토할 수 있다고 했는데 옳은가. ●이목희(우) ‘대령연합회’가 내란, 군사반란을 선동했는데 정부가 엄중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한선교(한) 정부 집권 세력이 국가 갈등을 조장하며 심화시키는 것은 나라 발전에 역행하는 처사다. ●서재관(우) 충청인의 신행정수도 건설 무산의 위기감이 크다. 이들의 박탈감을 치유하기 위해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최구식(한) 현 정부의 정책이 거꾸로 가는 것은 ‘대통령이 잘 모르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조배숙(우) 정수장학회와 관련, 공식적 조사위를 설치해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조사해야 한다.
  • [시론] ‘헌재 결정’ 이후 균형발전 처방/권용우 성신여대 도시지리학 교수

    [시론] ‘헌재 결정’ 이후 균형발전 처방/권용우 성신여대 도시지리학 교수

    신행정수도에 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 이후 충청권은 정신적·경제적 충격에 휩싸였다. 연기·공주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충청권의 혼돈은 나라 전체의 경제 상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격분한 충청도 민심은 개헌이나 국민투표를 해서라도 원래의 신행정수도를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건이 어떻게 전개돼도 수도권 과밀을 해소하고 국가균형발전을 이루어 나라 전체를 살려야 한다는 논리와 명분은 분명하게 살아있다. 그렇다면 충청권이 겪는 고통을 극복하고 국토 전체를 균형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대안은 무엇이 있겠는가. 첫째로 두 개의 행정도시를 건설하는 방안이다. 헌재는 청와대를 옮기려면, 국회에서 3분의2의 동의를 얻어내고 국민투표에서 과반수의 지지를 받아 개헌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를 달성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노무현 대통령도 개헌이나 국민투표는 어렵다고 했다. 청와대는 서울에 남을 수박에 없는 상황이다. 청와대가 서울에 있게 된다면 외교, 안보 부처도 함께 남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나머지 행정부처는 당초 신행정수도 예정지로 선정된 연기·공주로 이전하는 것이다. 이것은 서울과 연기·공주에 두 개의 행정도시가 들어서는 2극형 수도유형이 만들어짐을 의미한다. 독일이 베를린과 본 두 개의 도시에 행정도시를 설치하고 있다. 둘째로 정부 산하공공기관 중심으로 전국에 혁신도시를 세우는 방안이다. 수도권 소재 200여 개의 산하공공기관을 영남권, 호남권, 충청권, 강원권, 제주권에 분산 배치하되 혁신도시 형태로 들어서게 하는 것이다. 혁신도시는 지방이전 정부 산하공공기관과 지역내 산·학·연·관 사이의 협력과 네트워킹을 통해 혁신을 창출하고 활용함으로써 지역발전을 견인하는 지리적 공간을 뜻한다. 구체적으로 지역전략산업과 연관된 기업·대학·연구소와 지방이전 산하공공기관을 묶어 개발하는 것이다. 혁신도시는 기존도시를 활용하는 혁신지구형이나 독립된 새로운 도시를 만드는 혁신 신도시형으로 구분해 개발할 수 있다. 셋째로 수도권 기능을 변환시키는 방안이다. 수도권은 물류·금융·정보화·국제비즈니스 기능을 강화하여 국가경쟁력을 선도하는 지역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 서울은 도쿄, 상하이 등과 경쟁하는 동북아 금융·국제비즈니스 허브로 키우고, 인천은 중국 푸둥 지구에 버금가는 동북아 물류·비즈니스 중심도시로 개발하며, 경기도는 한국의 실리콘 밸리를 지향하는 첨단·지식기반산업의 메카로 성장시킬 수 있다. 반면에 수도권은 인구 유발효과가 큰 제조업 기능을 과감히 비수도권으로 이전해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함께 살 수 있는 상생의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넷째로 충청권의 국립대학을 통합하는 방안이다. 일각에서 수도권 인구분산과 균형발전을 위해 서울대를 충청권에 옮기자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서울대를 이전하는 일은 신행정수도 이전만큼이나 힘든 일이 될 것이다. 오히려 충청권에 있는 국립대를 통합해 서울대에 버금가는 대학으로 육성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충남대와 충북대가 통합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상태이고 공주대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등 가능성이 높다. 통합된 국립대는 가칭 ‘한국대학교’로 명명한 후 대학본부는 연기·공주에 두고, 충남대는 한국대 대전캠퍼스, 충북대는 한국대 청주캠퍼스, 공주대는 한국대 공주캠퍼스로 해 미국의 주립대 형식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위의 대안들은 유기적으로 운영해야 실효를 거둘 수 있다. 권용우 성신여대 도시지리학 교수
  • 오충일 진상규명 발전위원장

    오충일 진상규명 발전위원장

    “빠르면 내년 1월 말부터 진상규명 사건을 선정해 조사활동에 들어갈 생각입니다.” 국정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의 오충일(64·6월사랑방 대표) 위원장은 7일 서울 세실레스토랑에서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고영구 국정원장이 지난 5일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고한 ‘내년 3월 사건조사 돌입’ 계획보다 앞당겨진 것이다. 국정원의 과거사 진상규명에 대한 오 위원장의 의욕과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오 위원장은 연세대 2학년때 4·19혁명 집회에 참가한 것이 계기가 돼 40여년 동안 ‘길거리 사람’으로 살아왔다. 유신반대,3선 개헌 반대 등을 외치다 20여 차례 조사와 구류생활을 반복했다. 지난 1975년에는 긴급조치 위반사건으로 투옥생활을 했다. 오 위원장은 “국정원 밥 많이 얻어 먹었지.1982년인가 전두환 대통령 시절 군부독재는 인정 못한다며 버틸 때가 기억에 남아….”라고 회고했다. 그는 “진정한 민주화를 원하면서 어두운 과거사를 털지 않고 가면 기득권층이 계속 먼저 가게 되는 불행이 뒤따를 것”이라며 “위원회 활동을 국민이 맡긴 과업으로 받아들여 반드시 국민의 성과로 돌려주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오 위원장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사건 선정’에 대해 “KAL기 폭발사건과 김형욱 실종사건, 고 장준하·최종길 교수 사건 등 의혹투성이 사건이 많지만 오히려 5·16쿠데타 이후 정보기관이 연루돼 국정질서를 무너뜨린 부분을 바로잡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국정원의 또 다른 업보인 ‘공작정치’ 부분도 조사대상에 포함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따라서 발전위의 조사범위는 군부독재 시절의 언론 통·폐합 사건과 지난 1992년 남파 여간첩 중 최고위급 인물로 알려졌던 이선실(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 사건)사건, 정인숙 피살사건 등 당초 예상보다 광범위해질 전망이다. 오 위원장은 노 대통령이 밝힌 “임기 내에 완료하겠다.”는 말에 힘을 얻었다고 한다. 국정원의 의지와 시민·사회단체의 협력, 대통령의 결단이 결합된 만큼 단순한 ‘위원회’가 아닌 ‘발전위원회’라는 이름에 걸맞은 활동을 벌여나갈 것이라고 거듭 역설했다. 내년 1월 사건조사에 들어가려면 그는 정신없는 연말을 보낼 것 같다. 이달 중순까지 발전위의 중·장기 운영방안을 마련하고, 이달 말까지 조사관을 뽑고 사무실 문을 열어야 한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우리당 충청의원 청와대 만찬

    “국민투표를 해서라도 약속한 대로 충청권에 신행정수도를 건설해야 합니다.”(열린우리당 문석호 의원) “헌재에서 위헌 결정을 내린 만큼 국민투표를 하는 것은 개헌을 해야 하는 등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습니다.”(노무현 대통령) 4일 노무현 대통령은 이부영 의장과 홍재형 정책위 의장 등 충청 출신 열린우리당 의원 28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헌법재판소의 행정수도 이전 위헌 결정과 관련한 충청권의 민심을 전달받고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 만찬을 곁들인 이날 간담회에는 포도주가 나오긴 했지만 흥겹게 술을 주고받기에는 분위기가 무거웠다는 게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하나의 의견을 모으지는 못했지만 이견을 해소한 자리라는 것이 참석자들의 전체적인 평가다. 노 대통령은 인사말에서 “여러 말 드리지 않더라도 여러분이 저의 심경과 생각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오늘은 여러분들의 말씀을 많이 듣고 정부의 결론을 정리하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또 “제가 먼저 초청해서 위로도 하고 의견도 듣고 싶었는데 혹시 이 사업이 충청도만을 위한 사업인 것처럼 오해, 왜곡되는 게 두려워 초청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다만 노 대통령은 “신행정수도건설은 결코 충청권에 선물을 주는 게 아니고, 수도권의 미래를 다시 설계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면서 “지방도 새로운 발전의 전기를 잡아 수도권과 지방이 ‘윈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만찬석상에서 노 대통령은 인사말 이후 가급적 말을 아끼며 충청권 의원들이 전하는 충청 민심과 제안 등을 경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찬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대전시당위원장인 박병석 의원이 “의지는 확고하시지요?”라는 질문에 “의지는 확고합니다.”라는 노 대통령의 대답에 많은 것이 함축돼 있다는 평가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서울광장] 충청권 대책과 정치적 계산/오승호 논설위원

    [서울광장] 충청권 대책과 정치적 계산/오승호 논설위원

    헌법재판소가 신행정수도 건설 특별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이후 정치권의 움직임을 보면 뭔가 공통 분모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은 분위기다.‘충청권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만은 여야가 닮은꼴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수도이전 문제로 서로 삿대질을 했던 것과는 딴판이다. 하기야 여야 모두 행정수도 이전이 사실상 무산된 것에 대한 충청권의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니 이상한 일도 아니다. 그런데 헌재 결정 이후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대안은 수도이전 논의의 연장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이나 한나라당에서 제기되고 있는 ‘행정특별시’나 ‘행정타운’ 또는 ‘행정도시’ 건설 방안은 행정수도 이전의 축소판이나 다름없다. 청와대나 국회 등을 제외하고 경제관련 부처 등을 충청권으로 옮긴다는 아이디어다. 열린우리당은 겉으론 헌재의 위헌 결정에 승복은 하면서도 서울이 수도라는 사실이 관습헌법에 해당된다는 헌재 결정에 대한 불만을 삭이지 못하고 있다. 일부에서 개헌을 위해 국민투표를 강행해야 한다거나 헌재 결정에 대한 논쟁의 필요성을 부각시키려고 애쓰는 모습이 이에 대한 방증이다. 그러다 보니 여당은 행정수도의 범위 축소를 최소화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대안을 찾으려는 쪽으로 기우는 것 같다. 한나라당이 계획하고 있는 행정도시나 과학기술도시 건설 방안도 충청권으로 이전할 행정기관의 규모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한나라당 역시 총선을 의식해 지난해 12월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는 데 한 몫을 한 ‘원죄’의 족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정치권이 후속 대책 마련에 분주한 것은 좋지만, 다분히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는 점이다. 여야 할 것 없이 충청권 민심 달래기에 급급한 나머지, 제2의 행정수도 이전 논쟁의 불씨를 제공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충청지역 주민들의 허탈감 등 헌재 결정의 파장이 엄청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많은 수도권 투기꾼들은 충청지역 부동산에 투자해 막대한 이익을 챙기고 이미 빠져 나갔다고 한다. 반면 선량한 지역주민들은 큰 피해를 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확인된 수치는 아니지만, 충청권에 1조원 규모의 투기자금이 유입됐다는 얘기도 들린다. 충청지역 주민들의 재산피해 등을 보상해 주기 위한 대책은 다각적으로 강구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 방법이 정략적이어선 결코 안 된다. 정부와 여당이 행정수도 이전을 추진한 목표는 국가균형발전과 지방분권화였다. 행정수도 이전은 그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따라서 국가정책의 큰 목표를 가장 효율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다른 수단을 찾는 것이 자연스러운 이치일 것이다. 헌재의 위헌 결정으로 행정수도 이전이 사실상 힘들게 됐다는 점을 인정한다면 말이다. 정부가 계획했던 행정수도의 규모는 인구 50만명 수준이었다. 행정특별시라든가, 행정타운이 건설된다면 그 규모는 더욱 축소될 수밖에 없다. 당초 정부가 의도했던 국가균형발전 등의 효과도 반감될 게 뻔하다. 그럴 줄 알면서도 충청권 대책이 행정수도의 흉내를 내는 선에서 졸속 추진되는 것은 충청권이나 국가의 장래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충청권 민심 무마용이 아닌, 국가백년대계를 생각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저비용-고효율’이라는 경제적 시각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 가령 서울에 대학이 집중돼 있는 것이 수도권 과밀화의 가장 큰 원인이라면 대학 이전을 추진하지 못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경제력 집중이 문제라면 기업도시를 충청권에 대폭 확충하면 될 것이다. 충청권 대책을 또다시 정치적 입장에서 접근하면 경기침체의 가장 큰 적인 불확실성이 사라지는 것은 요원할 것이다. 오승호 논설위원 osh@seoul.co.kr
  • [사설] 행정도시 타당성 면밀히 검토를

    헌법재판소의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 위헌결정 이후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라가 시끄럽다. 여권내에서는 불복 움직임이 강할 정도로 불쾌감이 팽배해 있다. 한나라당은 충청권 민심을 달래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정파마다 속사정이 다르겠지만 두가지 전제는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첫째는 헌재의 결정을 수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합리적 대안을 모색하되 정략에 따른 미봉은 안 된다. 헌재 결정 이후에도 여권이 수도이전을 추진하려면 개헌을 해야 한다. 개헌절차 없이 국민투표만을 통해 서울이 수도라는 관습헌법을 소멸시키는 안도 거론되지만 또 다른 위헌시비를 부른다. 현 시점에서 개헌 추진은 경제를 어렵게 하고, 사회갈등을 고조시킬 우려가 있다. 실현 가능성도 낮다. 여권 내부에서도 충청권에 ‘행정특별시’나 ‘행정타운’을 만드는 대안이 나온다. 헌재는 수도의 개념을 대통령과 국회가 있는 곳으로 규정했다. 청와대와 국회를 뺀 행정부처가 옮겨가는 것은 헌법을 고치지 않고도 할 수 있다는 것이 다수의 의견이다. 한나라당은 과학기술 관련 부처와 산하기관을 충청권으로 옮겨 과학기술행정도시를 건설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충청권 발전대책을 내놓았다. 대덕·대전을 행정도시+과학기술도시로, 아산·천안을 기업도시+대학도시로 각각 육성하는 방안이다. 생명공학도시 건설 아이디어도 내놓았다. 어떤 형태든 행정도시 건설은 검토할 만하다. 그러나 충청권 민심을 달래려고 졸속 추진되어서는 안 된다. 국토균형발전이라는 큰 그림속에서 고려되어야 한다. 청와대와 국회를 놓아둔 채 부처를 이전하는 것이 국가운용의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을 가져와서는 안 된다. 전문가들은 행정도시뿐 아니라 교육·기업도시 건설을 검토하도록 충고하고 있다. 대규모 공기업의 지방이전도 검토해야 한다. 전국 단위에서 국토이용계획을 새로 짜길 바란다. 이를 위해 당·정·청 특별협의체의 원활한 가동과 함께 국회내 여야 협의기구 구성이 필요하다.
  • 여야 ‘행정신도시 건설’ 접점 찾나

    여야 ‘행정신도시 건설’ 접점 찾나

    “시간에 쫓기는 것보다 시간이 걸려도 정리정돈된 방침이 필요하다.” 김종민 청와대 대변인은 24일 헌법재판소의 행정수도 이전 위헌 결정에 대한 청와대 입장에 대해 여전히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일단 헌재의 결정에 대한 분석을 하고 나서 충분히 검토할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헌재의 결정에 대한 여론추이, 충청권의 반응 등을 지켜본 뒤 방침의 방향을 정하겠다는 얘기로 해석된다. 청와대가 심사숙고하고 있는 가운데 여권에서는 과천·대전에 이은 새로운 행정타운 건설, 행정특별시 지정 같은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입법부와 사법부를 제외하고 행정부처와 공공기관을 충청권에 옮기자는 것이다. 여권으로서는 국토 균형발전·지방분권이라는 핵심과제를 추진한다는 명분을 잃지 않으면서, 충청권의 좌절감을 달랠수 있는 방안이다. 위헌 결정의 파장을 최소화하면서 건설경기를 활성화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 열린우리당 이종걸 원내수석부대표는 “당내에서 후속대책을 둘러싸고 국민투표 실시와 개헌 추진 등 다양한 견해들이 나오고 있지만 현실적인 대안으로 충남 연기·공주 지역에 행정신도시를 건설하는 방안이 낫지 않으냐는 의견이 힘을 얻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청와대와 국회 등 핵심기관을 제외하고 다른 행정기관들을 옮기는 행정신도시 건설은 특별한 입법 절차 없이도 가능하다는 의견이 있지만 힘을 얻기 위해서는 입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른바 ‘행정수도특별법’을 제정하겠다는 얘기다. 하지만 행정수도특별법을 만들고 행정특별시로 지정하기에는 입법 과정에서 또다른 정쟁거리로 떠오를 가능성이 적지 않다. 또 위헌 결정이 내려진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과의 차별성에 따른 법리적인 부담도 있다. 충남과의 관계, 재정자립도 등에서도 해결해야 할 난제가 쌓여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와 관련,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행정수도특별법 제정방안에 대해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일부 행정부처를 이전하는 행정타운 건설이 현실적인 방안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물론 여전한 관심거리는 청와대 이전이다. 청와대가 이전하면 실질적인 수도 이전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에 귀추가 주목되는 사안이다. 하지만 여권에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헌재 결정을 정면으로 뒤엎는 결과로 이어져서다. 그럼에도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있는 곳이 수도라는 점에서 볼 때 청와대는 상징적인 곳이다. 청와대가 이전하지 않는다면 지방분권의 취지가 퇴색될 수 있다.”고 못내 아쉬워 했다. 미련이 남아 있는 눈치다. 여권이 대책 마련을 미적 미적거리는 사이 한나라당은 “대덕·대전을 ‘행정도시·과학기술도시’로 만들자.”면서 ‘선수’를 치고 나왔다. 청와대와 여권이 앞으로 어떤 그림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씨줄날줄] 헌재 萬能?/이목희 논설위원

    현재의 헌법은 1987년에 고친 것이다. 개정 당시 최대 쟁점은 대통령직선제였다. 대통령을 뽑는 방법과 임기를 놓고 여야간 줄다리기가 굉장했다. 그에 비하면 수월하게 합의된 부분은 헌법재판소 설치였다. 개헌작업에 참여했던 한 정치인은 이렇게 회고했다.“헌법재판소 제도는 제2공화국 시절에도 있었기 때문에 재도입을 쉽게 생각했다.” 독일 등에서 큰 마찰없이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 마음을 놓게 만들었다는 것이다.“그런데 정작 만들어놓고 보니까 그게 아니더라.”라고 후회하는 눈치를 보였다. 대통령과 국회를 얼마든지 견제할 수 있는 엄청난 기구가 생겼다는 얘기였다. 헌재의 위헌 판결이 몇차례 이어지자 정치권은 ‘헌재의 힘’을 실감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지난해까지 판결은 국민생활과 관련된 기본권 문제에 집중되어 왔다. 올 들어 헌재는 대통령탄핵심판 사건을 처리하면서 정권까지 좌지우지할 수 있는 ‘힘있는 기관’이란 인식을 국민들에게 각인시켰다. 이번에는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을 위헌이라고 판정, 국가적 사업도 제동을 걸 수 있음을 보여줬다. 헌재는 출범 후 올 상반기까지 1만건 이상의 사건을 접수해 9652건을 처리했다. 요즘 헌재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개인 민원성이거나, 헌재가 판단하기 어려운 사안들도 많이 접수된다. 국민들에게 헌재가 ‘해결사’처럼 비친 탓이다. 영화배우 김부선씨는 대마초 처벌이 헌법의 행복추구권에 위배된다면서 수원지법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대마초가 마약이냐, 아니냐까지 헌재가 판단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앞서는 만원권 지폐에 용과 연꽃이 새겨진 것이 불교식이어서 종교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헌법소원도 있었다. 헌재가 개인민원을 해결해주지 않는다고 신문사로 찾아와 항의하는 이도 있다. 헌재 재판관은 모두 9명이다. 대통령과 국회, 대법원장이 각각 3인씩 뽑는다. 그동안 나눠먹기식 인선이라는 비난을 종종 받아왔다. 헌재 역시 정치적 타협의 산물인 셈이다. 헌법을 다시 고치지 않는 한 헌재의 권능을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일상사는 물론, 주요 정치쟁점을 헌재의 결정에 의존하려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입법을 주 임무로 하는 정치권의 경우 스스로의 역할을 옥죄는 부메랑을 맞을 수 있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수도이전 위헌 파장] 규모 줄여 행정부처만 옮길수도

    [수도이전 위헌 파장] 규모 줄여 행정부처만 옮길수도

    노무현 대통령이 행정수도 이전에 대해 입을 다물었다. 노 대통령은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정과제회의에서 회의 시작전 웃는 얼굴로 외부참석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면서 여유를 보이려는 모습이었으나 말은 전혀 하지 않았다. 이해찬 국무총리, 윤성식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장 등 정부측 인사들과도 악수만 했다. 노 대통령은 공무원교육훈련 강화방안을 주제로 한 회의에서 공무원의 혁신을 강조했고, 학술원상·예술원상 수상자들을 초청한 오찬에서도 행정수도 이전문제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켰다. 노 대통령의 침묵을 반영하듯 청와대는 정중동의 분위기 속에 정면돌파의 승부수를 고민하고 있는 듯하다. 청와대 관계자는 “행정수도 이전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헌재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지방분권과 국토균형 발전이라는 대의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위헌 결정의 대상이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에 국한되는 것이지, 행정수도 이전 자체에 대한 판단이 아니라는 김종민 대변인의 언급도 행정수도 이전계획을 어떤 방식으로든 계속 추진할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문제는 재추진의 방법이다. 헌재가 지적한 대로 개헌을 하려면 재적(299명) 국회의원 3분의2 이상 찬성을 얻어야 한다.151석인 여당으로서는 불가능한 실정이다. 두번째는 국민투표를 실시하는 방안이다. 여기에는 ‘관습헌법’을 인용한 헌재 결정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김종민 대변인은 ‘관습헌법’을 인용한 데 대해 여권 내부에서 강한 불만이 제기되고 있는 데 대해 “그 문제에 대한 우려나 분석, 판단도 종합적인 검토대상에 들어갈 것이고 앞으로 좀 더 본격적인 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국민투표 실시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세번째는 참여정부가 추진하려던 수도이전의 규모를 줄여 행정부처만 이전하는 방안이다. 여권 관계자는 “행정부처만 옮길 경우 특별법이 아니더라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이런 저런 가능성을 놓고 선택하는 데는 여론 동향이 중요하다. 청와대는 이미 여론수렴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으나, 몇몇 여론조사에서 6대 3가량으로 행정수도 이전 중단 여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자 일단 곤혹스러운 눈치다. 청와대 관계자는 “노 대통령의 스타일로 볼 때 종합적인 판단이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민 대변인은 “며칠내에 정리해서 청와대의 종합적인 입장을 밝히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행정수도 이전문제는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25일), 국무회의(26일)에서 논의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노 대통령이 생각하는 승부수의 일단이 다음주에는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박정현 구혜영기자 jhpark@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