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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도·교과서 왜곡] “왜곡교과서 채택 저지 4년전보다 힘들듯”

    [독도·교과서 왜곡] “왜곡교과서 채택 저지 4년전보다 힘들듯”

    “이번 왜곡 교과서 반대운동은 4년 전보다 훨씬 힘들 것 같습니다.” 일본 도쿄(東京) 스기나미(杉竝)구의 ‘스기나미 교육을 생각하는 모든 사람들의 모임’ 사절단 대표 고지마 마사오(55)는 14일 오후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 모임은 2001년 일본에서 ‘새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의 역사교과서 채택반대 운동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시민단체다. 고지마 대표는 “당시는 왜곡교과서 내용을 미리 입수해 지역 학부모 및 학생들과 ‘공부하는 모임’을 10여차례 가지면서 실태를 알렸고, 교육위원 5명 가운데 3명이 반대해 가까스로 채택을 막았다.”고 돌아봤다. 하지만 이번엔 자료가 없어 모임도 갖지 못하고 있으며, 이미 새역모에서 교육위원회쪽에 압력을 넣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우려했다. 고지마 대표는 “지난해 말 극우성향을 띠고 있는 24시간 전국 위성방송 ‘사쿠라TV’가 개국한 뒤 스기나미구의 구장이 ‘새역모’의 새로운 교과서를 채택하자는 내용의 프로그램에 공공연히 출연하는 등 우경화 분위기는 심각한 상태”라고 전했다. 이어 “새 교과서는 평화헌법의 개정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일부 정치인은 이 내용을 이미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고지마 대표는 “평화헌법 개헌저지 운동과 연계,3월 말에서 4월 초 교과서의 내용이 공개되면 이전처럼 ‘새역모’ 교과서의 채택반대 운동을 본격적으로 펼치겠다.”고 강조했다. 한국 시민단체·지방자치단체와 힘을 합해 스기나미구의 왜곡 교과서 채택을 막겠다고도 다짐했다. 앞서 사절단은 스기나미구와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 서울 서초구 조남호 구청장을 만나 우익 역사교과서 채택 저지를 위한 공동대책을 논의했다.13일 입국한 사절단은 고지마 대표 등 3명으로 이뤄졌으며,15일 돌아간다. 이날 면담에서 사절단과 서초구는 오는 7월 왜곡 교과서 채택에 반대하는 ‘서초구와 스기나미구의 우호를 위한 심포지엄’(가칭)을 열기로 뜻을 모았다. 심포지엄에는 재일교포와 양쪽 구민은 물론 양국의 교사, 교수, 정치인까지 광범위하게 참여한다. 고지마 대표는 “4년 전과 달리 ‘새역모’가 새로운 교과서의 내용을 철저히 숨긴 채 교육위원회에 물밑작업을 벌이고 있다.”면서 “지난해 가을 구의원으로부터 ‘스기나미구의 구장이 새역모의 교과서 채택을 지침으로 삼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 심포지엄을 기획하게 됐고, 서초구에 도움을 청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고 말했다. 이에 조 구청장은 “스기나미구 구장과 행정단체의 수장으로서는 물론 인간 대 인간으로서 인류의 양심과 일본인의 지성을 얘기한다면 왜곡 교과서 채택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월드 이슈] 태풍의 눈-中 반국가분열법

    중국의 타이완 독립에 대한 무력 저지를 정당화한 ‘반국가분열법’ 제정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오는 14일 제 10기 전국인민대표대회 3차 전체회의 폐막일에 통과가 확실시된다. 중국 지도부는 반국가분열법 제정을 통해 타이완 독립에 대해선 무력 동원 등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하나의 중국’ 원칙을 관철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미국과 일본은 이 법안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와 우려를 표시하며 법 제정의 재고를 촉구했다. 전후 60년을 맞아 새로운 냉전의 기운이 커가고 있는 동아시아에서 반국가분열법은 새로운 ‘뇌관’으로 등장했다. ■ 동아시아에 미칠 파장 중국의 반국가분열법은 채택도 되기 전부터 주변국가들의 반발과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타이완에 대한 무력 공격의 법적 기반을 제공하는 근거법이란 점에서 최악의 경우 전쟁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중국군이 타이완을 공격할 경우 미국, 일본의 개입 가능성도 있어 국제전으로 확대될 위험도 있다. 미국과 군사동맹을 맺고 있는 한국, 호주도 병참지원, 기지사용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전쟁에 끌려들어갈 수도 있다. 8일 류젠차오(劉建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경고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류 대변인은 “호주가 타이완을 둘러싼 분쟁에 휘말리는 것을 피하기 위해, 미국과의 동맹 내용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국제전’은 최악의 시나리오지만 관련국가들은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그만큼 개연성이 높다. 노무현 대통령이 8일 유사시 주한미군을 동북아지역에 투입하는 ‘전략적 유연성’에 거부 의사를 표시한 것도 이같은 우려를 반영한다. 미국과 일본은 전략적으로나 명분상 중국 영향력에서 자유로운 타이완의 존속을 원한다. 타이완마저 중국 손에 들어갈 경우 아·태지역의 세력균형의 추가 중국쪽으로 기울 것으로 우려한다. 미국은 중국과 수교 직후인 지난 1979년 4월 타이완의 안보가 위협받을 경우 자위수단을 제공할 책임이 있다는 내용의 타이완 관계법을 제정, 타이완에 무기판매 등 사실상의 군사지원을 유지해오고 있다. 미·일 두 나라가 전쟁에 무력 개입을 않는다고 해도 경제제재 등 중국에 대한 강도높은 응징책을 채택할 가능성도 높다. 또 ‘세계의 공장’, 중국경제의 순항에 차질이 생기고 기우뚱댈 경우 세계 경제에 부정적인 파장은 불가피하다. 대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엔 경제적 태풍이 되어 밀어닥칠 수도 있다. 당사자 타이완의 반응은 격렬하다.8일 중국 전인대의 반국가분열법 심의가 시작되자 중국을 맹비난하며 강경대응책을 천명했다. 중국 의도와는 달리 독립의지를 꺾기는커녕 오히려 독립 열망에 불을 지피는 형국이다. 헌법조항에서 중국 대륙과의 연관성을 언급하는 내용을 삭제하자는 의견에서부터 반분열법에 대항하는 ‘반병탄법’ 제정 의견까지 다양하다. 타이완 정부는 화물전세기 운항 계획 연기 등 양안 개방정책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류즈젠(劉志堅) 타이완 국방부 대변인도 “중국의 비평화적인 수단이나 경솔한 조치에는 적절한 대응조치로 맞설 것”이라고 결연한 대응 의지를 표시했다. 타이완군은 중국의 공격이 시작될 경우 베이징, 상하이 등 주요 도시를 공격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전쟁이 당장 일어나지는 않겠지만 이 법이 미·중 및 중·일관계 악화 등 동북아지역의 긴장을 부추기고 중국 견제를 주장하는 중국위협론을 고조시키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요동치는 타이완 해협의 문제가 동북아평화를 집어삼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석우기자 swlee@seoul.co.kr ■ 법안마련 경과와 中의 속셈 |베이징 오일만특파원|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4일 인민대회당에서 ‘타이완에 대한 4개항의 지침’을 제시했다. 이날 발표된 ▲‘하나의 중국’ 원칙 견지 ▲평화통일 노력 ▲독립·분열 활동 반대 등은 ‘반국가분열법안’의 예고탄이었다. 4일 후인 8일 제10기 전국인민대표대회 3차 전체회의에서 처음 공개된 이 법안은 타이완이 실질적으로 독립을 시도할 경우 즉각 전쟁에 돌입한다는 단호한 입장을 담고 있다. 수년 전부터 학자들 사이에서 시나리오로 논의돼 오다가 지난해 5월 천수이볜(陳水扁) 타이완 총통 취임 이후 법제화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타이완 독립 움직임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중국 지도부가 무력 저지라는 ‘마지노선’을 택한 것이다. ‘전쟁불사’의 배수진을 통해 천수이볜 총통의 개헌 움직임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겠다는 일종의 선전포고다. 중·장기적으로 민진당 등 분리주의 세력의 고립과 친중국 세력으로의 정권교체를 겨냥했다. 초안은 입법 취지, 타이완 문제의 성격, 평화통일, 비평화적 방식 동원 등 4개 부분으로 구성됐다.▲타이완 독립세력에 의한 분열행위 ▲타이완 분열을 가져오는 중대사건 발생 ▲평화통일 조건의 완전한 소멸 시 국가주권과 영토 보전을 위해 비평화적 방식과 필요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그동안 중국이 제시해온 ‘평화통일, 일국양제’의 기본 방침과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의 ‘평화통일 8개항 원칙’이 망라돼 있어 향후 양안관계의 최종 나침반이 될 전망이다. 중국 언론들도 법안의 당위성에 초점을 맞춰 대대적인 선전을 시작했다.CCTV 등 방송들도 긴급 대담을 편성, 내부 공감대 형성에 노력하고 있다. 중국 군부의 지지선언도 잇따르고 있다. 인민해방군 전인대 대표들은 “타이완 독립 기도를 저지하고 외국의 중국내정 간섭을 방지하기 위한 방어용”이라고 주장했다. 총후근(군수)부 부부장 왕타이펑(王大風) 중장은 “타이완 분리주의자들의 독립기도와 외국세력의 간섭 때문에 군은 강군을 건설하고 전쟁 준비를 해야 한다.”며 반분열법 지지를 분명히했다. 미국과 일본 등 서방국가의 반대 목소리에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중국 정법대학 법률연구센터 샤자쥔(夏家駿) 소장은 “국가 주권과 영토 보전은 국제적 관례며 미국과 영국 등 모든 국가들도 분열을 반대하는 관련 법률이 있다.”고 일축했다. 법안에 ‘타이완 문제는 중국 내정으로 외국세력의 간섭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못을 박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법안 통과가 중국 지도부의 주장처럼 ‘국가의 분열을 제지하기 위한 마지막 선택’인지 동아시아 냉전의 새로운 신호탄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oilman@seoul.co.kr ■ 美·日의 입장과 전략 |도쿄 이춘규특파원|미국과 일본은 ‘반국가분열법안’이 성립되어 타이완해협의 긴장이 높아지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최선은 평화적 해결이다. 그러면서도 가상 적인 중국에 대한 포위망 구축도 강화하고 있다. 지난 2월 두나라 안전보장협의회에서 “타이완해협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아·태지역 안보의 공동목표로 설정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타이완 문제와 관련, 미·일의 정책은 ‘현상유지’다. 미국은 정부 고위관리나 의원 등이 반국가분열법안 처리 움직임을 “양안 관계의 긴장 완화에 역행하는 행위”라고 비판하면서 강한 우려를 표시했다. 스콧 매클렐런 미 백악관 대변인은 중국 정부에 법안 통과의 ‘재고’를 촉구했을 정도다. 그러면서 타이완에 대해서도 중국을 더 이상 자극하지 말라고 요구하고 있다. 독립을 겨냥한 주민투표나 신헌법 마련 움직임에도 냉정하게 반응하고 있다.‘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하며 타이완 독립도 지지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미국은 중국에 의한 타이완 무력통일에 반대하고, 타이완에도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 ‘현상유지 정책’을 밝히고 있다. 이라크 부흥및 중동평화, 유럽과의 관계개선, 북한과 이란 핵문제 등 막중한 외교과제가 산적한 때 중·타이완 긴장은 피하겠다는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01년 4월엔 “타이완을 돕기 위해 필요한 어떤 일도 할 것”이라면서, 타이완해협에서의 군사개입도 “확실하게 하나의 선택수단”이라고 말해 중국을 ‘전략적 파트너’라고 불렀던 클린턴 전 대통령과 대비되는 친타이완 정책을 취했다. 부시 2기에 들어서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취임 직전 의회 증언에서 “중국은 상당히 다른 가치관을 갖고 있다.”고 말하는 등 중국을 ‘전략적 경쟁상대’로 규정했던 부시정권의 본질이 다시 표면화되는 분위기다. 일본은 기본적으로 미국의 노선을 따르고 있다. 아울러 중국의 군비증강 정책을 우려하면서 ‘중국위협론’을 부각시키겠다는 생각이다. 호소다 관방장관은 반분열법안에 대해 “양안관계에 영향이 있다고 염려는 하고 있다.”고 말했으며, 외무성 간부들도 “타이완해협의 긴장감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긴장하고 있다. 일본은 타이완 독립 저지를 명분으로 한 중국의 무력행사를 법률적으로 용인하는 반분열법이 성립되면 “동아시아의 안정을 손상시킬 수 있다.”고 강조하는 국제여론전을 펴고 있다. 즉, 타이완해협의 긴장 고조는 한반도 문제와 함께 일본과 미국은 물론 동남아시아 국가들에도 최대의 불안요인라는 점을 집중 부각시키고 있다. taein@seoul.co.kr
  • 이총리 “개헌논의 내년 하반기 적절”

    이총리 “개헌논의 내년 하반기 적절”

    이해찬 국무총리는 3일 정치권의 개헌 논의와 관련,“개인적으로도 현행 대통령 5년 단임제는 적절치 않다고 본다.”고 말해 4년 중임제를 포함한 개헌 추진에 적극적인 지지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 총리는 이날 중진언론인 모임인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 참석,“지금 당장 개헌논의를 시작하게 되면 참여정부 임기를 3년이나 남겨 놓은 시점에서 대선분위기로 가게 돼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내년 지방선거가 끝난 뒤 각 당이 대선 준비에 들어가는 하반기부터 논의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리가 개인적 견해를 전제로 했지만 노무현 대통령과 두터운 교감을 형성하고 있는 데다 열린우리당은 물론 한나라당 내에서도 개헌 필요성을 잇따라 제기하는 상황이어서 향후 개헌론은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이 총리는 토론에서 “(대통령) 5년 단임제는 우리가 병폐를 많이 겪었고,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면서 “4년 연임제로 하거나 다른 형태로 바뀌는 게 타당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어 “개헌안의 내용은 복잡한 것은 아니며 국민이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가 중요한 것”이라며 “다만 올해 개헌논의가 시작되면, 정치권 전체가 대선 분위기로 가게 돼 국가 경쟁력을 강화할 중요한 기회를 잃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총리는 고위공직자 인사검증에 대해 “앞으로 (공직후보가)2,3명으로 압축되면 본인의 동의를 얻어 재산관계나 금융문제 등 개인정보를 확인해 볼 생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의 대일 배상협상 발언에 대해서는 “정부간 협상은 한·일협정을 통해 한 단계 매듭지어졌으나 피해자 개인의 보상청구는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고, 앞으로도 논의돼야 할 사안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며 “일본도 반성할 것은 반성하면서 한국에 대해 성실하게 임해야 하며,(서로) 발언표현에 집착하고 이로 인해 감정이 상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 총리는 기조발언을 통해 “(사회) 양극화를 완화하고 동반성장을 추진하는 것은 모든 계층, 지역, 기업을 위한 것이자 고성장-고분배의 선순환을 위한 것”이라며 “상위계층, 대기업, 수도권 등 좀더 앞서가는 쪽이 양보를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진경호기자 jade@seoul.co.kr
  • 정치권 심상찮은 개헌론

    정치권 심상찮은 개헌론

    여야를 망라한 유력 정치인들의 잇따른 개헌 관련 발언이 심상치 않다. 3일에는 이해찬 국무총리가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이 총리는 개헌에 대한 패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5년 단임제의 병폐는 많이 겪었다.4년 연임제나 다른 것으로 바뀌는 게 타당하다고 본다. 다만 개헌논의가 올해 시작되면 국가 경쟁력 강화 기회를 잃을 수 있다. 내년 하반기에 가면 대선 준비작업을 각 당이 하기 때문에 그때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본다.” 주목되는 부분은 ‘내년 하반기’로 개헌 논의 시기를 명시했다는 것이다. 지난달 14일 이 총리가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에서 “올해 개헌논의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언급을 자제했던 것과 비교하면 분명 진전된 내용이다. 앞서 지난달 27일과 2일에는 한나라당 남경필 원내수석부대표와 김덕룡 원내대표가 각각 개헌 논의를 제안했다. 최근 개헌 관련 움직임은 두 가지 면에서 과거와 다르다. 우선 여야를 막론하고 개헌 자체를 반대하는 목소리는 표면화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또 ‘내각제’보다는 대통령제가 주로 거론되고 있다. 과거에 비해 확률을 좀 더 높이는 요인이 된다. 정치권이 이런 식으로 개헌에 입맛을 다시는 듯한 배경에는 대선과 총선을 겨냥한 전략이 맞물려 있다는 관측이다. 우선 여권으로서는 정·부통령제로 개헌해 대통령 후보와 부통령 후보를 예컨대 호남과 영남, 혹은 호남과 충청 출신 식으로 배합하면 필승할 수 있다는 논리가 그럴듯하게 거론된다.4년 중임제의 경우 개헌 대상에 현직 대통령을 포함시킬 경우 노무현 대통령에게는 연임의 기회가 열리게 되는 셈이다. 이와 함께 개헌을 통해 현행 소선구제를 중·대선거구로 바꾸면 총선에서 영남권 공략에 유리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노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국회 연설에서, 국회의원 수를 늘려서라도 선거의 지역구도를 타파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한나라당으로서도 영남과 수도권 출신 대권주자들의 정·부통령 조합을 구상해볼 수 있다. 반면 중·대선거구제로의 개헌은 난색을 표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개헌이 실현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쉽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현재로선 많은 편이다. 어느 한쪽이 대선에 불리하다고 판단되면 즉각 거부할 가능성이 높은 게 개헌론이기 때문이다. 또 기존 헌법 체제로 대선을 치르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선두권의 대선주자들이 반대하면 동력을 받기 힘들게 된다. 소모적인 논쟁으로 확대되면 그 역시 제동 요인이 된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아프리카 ‘피플파워’ 바람

    아프리카에 ‘피플 파워’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이집트가 26일 사상 처음으로 직선제 개헌을 수용했으며, 대서양에 접한 서아프리카의 작은 나라 토고에서는 쿠테타로 집권한 대통령이 25일 반정부 시위로 물러났다. 호스니 무바라크(76) 이집트 대통령은 국영 TV로 방영된 연설에서 국민들이 직접 대통령을 뽑는 헌법 개정을 의회에 제의했다고 밝혔다. 집권 국민민주당(NDP)은 놀라움을 표시했고, 야당은 환영하면서도 “정당만 후보를 내게 한 것은 미흡하다.”고 비판했다. 현행 헌법에 따르면 이집트는 의회 의원 3분의2 찬성으로 임기 6년의 단일후보를 내고 국민투표로 대통령을 확정한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1981년 안와르 사다트 대통령의 암살 이후 이같은 방식으로 24년간 집권했음에도 오는 9월 다섯번째 임기에 도전할 뜻을 비쳐 국민들의 반발을 샀다. 야당과 시민단체들은 무바라크의 장기집권 의도에 직선제 개헌을 요구하며 각종 시위를 주도했다. 특히 지난달에는 신생 야당 알 가드의 대표이자 차기 대통령후보감으로 거론되는 이만 누르가 창당신청서 위조혐의로 연행되면서 정치적 위기는 고조됐다. 미국은 ‘심각한 우려’를 표시하며 다음주로 예정된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의 이집트 방문을 연기, 압박을 가했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결국 직선제 개헌요구를 수용했다. 의회는 9주 내로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부쳐야 한다. 통과되면 올해 처음 이집트의 직선 대통령이 탄생할 전망이다. 하지만 야당이 무바라크를 이길지는 미지수다. 25일 사임한 파우레 그나싱베(39) 토고대통령은 지난 5일 군사쿠데타로 집권했다.38년간 철권통치를 휘두른 아버지 에야데마 그나싱베 전 대통령이 심장마비로 죽은 직후다. 그러나 토고 국민들은 ‘독재의 세습’을 거부했다.11일부터 수도인 로메에서는 매일 수백에서 수천명이 참가하는 시위가 이어졌다. 그나싱베는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모든 정치활동을 즉각 금지했고 시위대에 강력 대응하라고 보안군에 명령했다. 의회에는 2008년까지 아버지의 임기를 자신이 맡도록 압력을 가했다. 급기야 보안군의 발포로 시위자 10여명이 죽고 수십명의 부상자가 발생하자 19일엔 토고 국민 550만명 가운데 2만여명이 대규모 시위에 가세, 헌정질서 회복을 외쳤다. 다급해진 그나싱베는 정치활동 금지를 풀고 60일 이내로 대통령선거를 치르겠다고 물러섰다. 그러나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 OWAS)와 아프리카연합(AU)까지 토고에 제재를 가했고,AU 의장인 나이지리아는 그나싱베의 사임을 요구했다.‘3주 천하’로 끝났으나 그나싱베는 4월 대선에 출마할 것으로 전해졌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盧대통령 취임2돌 국회연설] 국정연설 뭘 담았나

    [盧대통령 취임2돌 국회연설] 국정연설 뭘 담았나

    25일 노무현 대통령의 취임 두 돌 국정연설에서는 자신감이 묻어난다는 평가다. 노 대통령은 “많이 느끼고 많이 배웠다고 생각한다. 좀더 깊어지고 좀더 넓어지고자 노력했다.”고 집권 2년을 되돌아봤다.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는데 이론이 없는 듯하고,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고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많이 느끼고 배워… 더 깊고 넓어질것” 노 대통령은 구체적이고 새로운 정책을 제시하기보다는 이런 자신감을 바탕으로 남은 3년 동안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제시한 목표는 선진한국이고, 선진한국의 양대 축으로 경제와 부패 청산을 제시했다. 정부가 해야 할 일로는 부동산 가격 안정과 고유가, 환율, 양극화, 중소기업 회생 등을 꼽았다. 노 대통령은 선진한국으로 가려면 정부의 노력과 함께 사회 전체가 선진화의 주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패­과거사 청산도 선진의 한축이다 정치권은 지역 대결이라는 감정 싸움을 하루빨리 종식시켜야 하고, 지역구도 해소를 위해서라면 국회의원 수를 늘릴 수도 있다고 밝힌 대목은 최근 내각제 개헌 논란과 관련해 주목된다. 언론과 시민단체를 향한 호소와 당부도 잊지 않았다. 노 대통령은 언론이 많이 변하기는 했지만 선진 언론이 되기 위해선 좀더 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민사회는 저항적 참여보다는 대안을 내놓는 창조적인 참여를 해달라고 당부했다. ●언론 많이 변했지만 아직 부족하다 선진 한국으로 가려면 과거사 진상규명도 빠뜨릴 수 없는 과제임을 분명히 했고, 최근 협상이 진행중인 북한 핵문제는 언급을 자제했다. 하지만 연설에 들어갈 때와 마무리할 때 수미상관식으로 북핵문제를 거론해 관심과 고민을 보여줬다. 노 대통령은 국민연금·비정규직 등의 정책에 대해 공직사회를 질책하면서 참여정부의 과제로 꼽았다. 노 대통령은 30년 동안 추진한 지역간 균형발전·수도권 과밀억제 정책과 중소기업정책은 진실성도 책임감도 부족했다고 지적했다.“2년 동안 가장 절실하게 느낀 것은 정부가 진실되게 말하고 책임있게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라면서 “진실된 자세와 책임으로 새로운 각오로 임하겠다.”고 밝혔다. 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 1 경제분야 노 대통령의 경제분야 화두도 단연 ‘선진’이었다. 지난 연두회견에서도 강조한 ‘선진 경제’를 이루기 위한 정책 과제로 ▲기업지원 서비스 ▲고급 서비스산업 ▲레저·문화산업의 발전 ▲선진통상국가 도약 등을 제시했다. 먼저 노 대통령은 기업지원서비스산업이 발전해야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 수 있다고 전제한 뒤 이를 위해 필요한 분야로 금융·법률·회계·연구개발·정보기술(IT)·컨설팅 등을 꼽았다. 이어 고급 소비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서비스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유학비로 70억달러, 의료비로 10억달러가 해외로 새나간 현실을 지적하고, 교육·의료 서비스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복합소비산업인 문화·관광·레저산업의 중요성도 덧붙였다. 내수 진작과 고용 창출 효과가 크다는 논리에서다. 이를 위해 올 상반기 서남해안에 대규모 기반시설을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선진경제를 위한 마지막 관문으로 ‘선진통상국가’ 도약을 들었다. 그 논거로 칠레와의 자유무역협정 체결 1년 동안 긍정적 효과가 있었음을 들었다. 또 농어민 대책을 병행,‘개방 후유증’에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2 정치·부패청산 노 대통령은 정치분야에서 선진한국으로 가는 방안으로 ▲포용과 상생 ▲지역주의 극복 ▲부정부패 근절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노 대통령은 선진 정치에 대해 “민주정치의 요체는 대화와 타협의 정치”라고 규정하고 “정쟁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인정하고 대화하고 타협하고 규칙에 따라 경쟁하고 결과에 승복하는 정치”라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지역주의를 독재정치의 유산으로 규정하면서 “지난 4·15 총선에서 지역별 의석은 지역별 득표수를 반영하지 못했고, 특히 각당이 불리한 지역에서 받은 득표는 의석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면서 “선거구제도가 지역주의를 오히려 강화한 것으로 국회의원 수를 늘려서라도 지역구도를 해소할 수 있다면 반드시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같은 언급은 중대선거구제나 내각제 도입 문제로 이어져 개헌 논의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는 단초를 제공한 것으로 풀이된다. 노 대통령은 부패근절과 관련해 “돈으로 만드는 부정의 고리, 연고에 의한 유착을 해소해야 한다.”면서 “어려운 문제이긴 하나 적어도 돈으로 하는 부정부패는 제 임기동안 확실히 해소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준석기자 hermes@seoul.co.kr ■ 3 北核문제 대통령의 연설은 북핵으로 시작됐다. 복잡하고 긴박했던 북핵 문제를 빗대 취임 즈음의 어려웠던 분위기를 대변한 것이다.“선거 중에 북한의 우라늄 농축 의혹사건이 터지고, 미국은 중유공급을 중단했습니다.…저의 한마디 한마디는 갖가지 추측과 해석으로 여러 파장을 일으키는, 참으로 불안한 출발이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연설의 마지막도 북핵이 자리했다.‘현재의 어려움’으로 거론된 것이다.“북핵 문제로 걱정이 크실 것입니다. 미처 예측하지 않았던 상황이 발생하기는 했습니다만….”이라고 운을 뗐다. 지난 2월10일 북한의 핵무기 보유 선언 이후 대통령의 직접적인 언급으로는 처음이며, 가장 자세하게 다룬 것이다. 향후 대응 방침과 함께, 문제에 대한 대통령의 인식도 확인할 수 있다. 노 대통령은 “근본적인 구조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일희일비할 일이 아니라 일관된 원칙에 따라…, 유연성을 가지되 원칙을 잃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각종 대북 정책은 상황에 따라 다소의 변화를 가미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말미에는 “외교 당국자들에게 할 말은 하고 따질 것은 따지라고 한다.”는 말로 ‘주도적 역할’을 견지할 뜻을 거듭 재확인했다. 이지운기자 jj@seoul.co.kr
  • [서울광장] 정권 재창출 계획 없어야 성공한다/이목희 논설위원

    [서울광장] 정권 재창출 계획 없어야 성공한다/이목희 논설위원

    노무현 대통령은 5년 단임으로는 4번째 집권자다. 전임 3명의 정치 궤적을 보면 섬뜩하리만치 유사점이 많다. 앞선 대통령이 잘못 간 길을 뻔히 보았으면서 또다시 그 길을 가곤했다. 한두번만 더 되풀이된다면 세계사에서 찾기 힘든 정치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취임 초기에는 나름대로 국민적 인기를 업고 변화와 개혁을 추진한다. 임기 중반을 넘기면서부터 후계 갈등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퇴임 이후를 보장받기 위해 후계자 교통정리, 정권 재창출에 집중했으나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개헌을 추진해봤지만 성공하지 못하고. 막판에는 대선자금 논란과 측근 및 친인척 비리로 인기가 떨어져 여당에서도 배척받는 존재가 되었다. 결국 당총재직을 내놓고, 이어 탈당하는 수순을 밟는다. 마지못해 중립내각을 구성, 대통령선거에서의 영향력은 어디서도 없었다. 노 대통령이 어제 취임 두돌을 맞았다. 지난 2년에 대한 비난이 만만치 않다. 비판은 경제·남북 문제에 집중되어 있다. 그러나 정치 일정을 떼어 생각한다면 어느 정권보다 희망이 있다는 역설이 가능하다. 집권 후반기에나 있음직한, 험한 양상이 이미 벌어졌다. 대선자금 수사, 측근 비리, 바닥 인기에다가 탄핵소추까지 경험했다. 당정분리를 내세워 여당 총재직도 맡지 않았다. 이전 정권에서 5년 동안 이뤄진 정치과정의 80%가 2년만에 압축적으로, 또 앞당겨 진행된 셈이다. 과거 예에 비춰 이제 남은 과정은 후계창출 계획과 실패, 당적 이탈, 중립내각이다. 이것까지 채워 전임자의 정치궤적을 그대로 따르느냐, 아니면 신세계를 개척하느냐를 선택할 시점에 이르렀다는 판단이다. 정당은 정권창출이 목표인 조직이다. 단임 대통령을 정점으로 한 청와대는 다르다. 청와대가 임기 이후를 염두에 두기 시작하면 정국이 하염없이 꼬인다. 대통령은 특정 정파의 수장이라기보다는 국가 전체를 아우른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과거 대통령의 퇴임 이후를 돌아보자. 정권이 재창출됐다고 해서 본인과 측근들이 편하게 지냈는가. 재임때의 행적이 옳으면 평가받고, 잘못이 있으면 법의 재단을 받는 것이다. 어떤 후임자도 전임자의 안전을 보장하지 못한다. 후계구도 정리문제도 그렇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김영삼 전 대통령을 대선후보로 지원한 것은 퇴임 후를 고려해서였다. 하지만 그는 감옥까지 갔다.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은 임기중에는 후계자를 만들 듯하더니 결국 손을 놓고 말았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 더욱 뚜렷해질 것이다. 노 대통령은 이제 새로운 정치패러다임을 열어야 한다. 검찰·국정원 등 권력기관을 자유롭게 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줄인 정도로는 한국 정치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못한다. 임기중에 정권 재창출, 후계구도에 연연하지 않는 최초의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 그것이 실현되면 정국 양상은 완전히 바뀐다. 여당은 물론 야당까지 어려워하는 리더십이 생길 수 있다. 집권 3년차 정치행보를 열린우리당 당적을 이탈하는 것으로 시작하면 어떻겠는가. 정권 말기에 밀려서 당을 떠나는 모양과는 180도 다르다. 파격적 정치카드를 능동적으로 던진다면 정국을 어떤 모양으로든 만들어갈 이니셔티브를 쥐게 된다. 여기에 더해 야당 성향의 인사들을 몇명이라도 장관에 기용하면 거국내각의 분위기가 만들어질 것이다. 과거 정권 5년의 정치일정이 일거에 소화되고, 이후는 그야말로 정치 신천지가 전개된다. 명분은 경제매진도 있고, 북핵 등 한반도 안보정세도 있다. 대통령이 특정 정당의 대표자가 아니라는 인식을 확고히 준다면 이번에는 개헌이 가능하다고 본다.4월 재·보궐선거 이후 여당이 과반수를 유지하기 위한 전술적 연정 차원을 넘어서는, 밑바닥에서부터 정치판의 재정리를 선도할 힘을 갖게 될 것이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김영만칼럼] 개헌논의 정치과잉이다

    [김영만칼럼] 개헌논의 정치과잉이다

    여야가 임시국회에서 개헌 연기를 피우고 있다. 야당에선 한나라당의 원내대표, 여권에서는 국무총리까지 나서 개헌 필요성을 이야기했다. 지난 대통령선거 직후 노무현 당선자에 의해 거론된 바 있는 그 개헌논의다. 그러나 국민들에겐 그다지 감흥이 없다. 국민이 시큰둥해하면 개헌은 어렵다. 국회의원 재적의 3분2가 찬성하고, 국민투표를 거쳐야 하는, 민주주의의 가장 어려운 입법절차가 개헌이다. 그렇기 때문에 개헌은 국민적 흥분이 뒷받침돼야 가능하다. 집권여당에 강렬한 욕구가 있거나 모든 정치인이 개헌에 동의한다면 혹 다른 길이 생길지도 모르겠으나 그럴 가능성도 크지 않아 보인다. 개헌논의가 찬이든 반이든 국민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면 개헌논의 자체가 정치과잉이란 이야기가 된다. 국민들이 체감하지 않는 문제를 직업 정치인들이 당위성과 필요성을 확대해석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김덕룡 원내대표는 개헌논의의 필요성으로 700만 해외동포에 대한 참정권 부여 등을 들었다. 열린우리당의 이석현·정장선 의원 등은 대통령 4년 중임제로의 개헌을 이유로 들었다. 정·부통령제 도입을 통한 지역감정해소,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지자체장 선거의 연계 등이 정치권에서 개헌의 필요성으로 제기하고 있는 것들이다. 문제는 이들이 대부분 절차적이거나 지엽적인 것들이어서, 국민 입장에서는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는 점이다. 직선제 개헌 같은 국민적 욕구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지금 당장 개헌에 반대하는 정치인은 없는 듯하다. 그러나 4년 중임제만 해도 막상 논의에 들어가면 현직 대통령 처우문제서부터 벽에 부닥치게 된다. 현직 대통령이 중임제개헌에 찬성한다면 자신의 임기 5년을 4년으로 단축하는 대신 중임의 혜택을 받으려 할 것이다. 그러나 이는 차기를 준비해온 여권의 유력주자들과 야권의 주자들 모두로부터 반발을 사게 된다. 현직 대통령이 5년의 임기를 채우는 대신 중임조항은 다음 대통령부터 적용할 수도 있겠지만, 대통령이 아무 소득도 없이 자신의 임기중 상당기간을 개헌문제에 소진하는, 손해 보는 장사가 돼 어렵다. 여권 일각에서 말하는 분권형 대통령제라는 것도 국민들에겐 너무 어렵다.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에 언급한 개헌도 분명하진 않지만, 이 분권형 대통령제를 지렛대로 하는 인상이다. 대통령과 총리를 따로 뽑는다는 것이 정파간에는 합의를 이룰 수 있을지 모르지만 작위적이다. 그렇다면 이 역시 개헌에 필요한 동력을 충분히 갖기 어렵다. 개헌논의가 국민적 흥분을 끌어내려면 역시 대통령제의 폐해를 들어 내각제로의 전환 같은 권력구조에 대한 본질적인 문제제기가 이뤄져야 한다. 내각제로의 전환을 제기하고 토론을 하다 보면 절충안으로 분권형대통령제 같은 것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여야 어느 한쪽에서 작심하고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그러나 내년이면 대통령선거가 정당의 현안이 될 텐데 위험을 부담하면서까지 이를 제기할 성싶지 않다. 이래저래 개헌은 국회만 벗어나면 어렵다. 내각제개헌을 제기할 용기가 없다면 개헌은 묻어두는 게 낫다.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대통령 임기를 중임으로 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다. 고용 없는 성장시대의 구조적 문제점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가 우리의 가장 큰 과제다. 여기에 국가역량이 투입되어야 한다.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사회적 역량을 키우는 일도 개헌보다 크다. 북한 핵문제도 중요하다. 이런 문제들에 대한 처방전이 나온 뒤에 그 결과와 필요에 맞춰 개헌을 논해야 한다. 모처럼 국민들이 정치를 잊으면서 나라와 경제가 제자리를 찾으려는 참이다. 급할 것 없는 개헌논의가 편안함을 깰까 두렵다. 논설실장 sangchon@seoul.co.kr
  • 與의원들, 사법부 공격

    열린우리당과 사법부 사이에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각종 민·형사 재판에서 ‘역차별’받고 있다고 불만을 품어온 여당 의원들은 국회 대정부 질문서라는 형식을 빌려 공개적인 비판에 나섰다. 일부 의원들은 미리 배포한 질문서를 통해 ‘헌법재판소의 폐지’까지 거론하는 등 강경했으나 파문 확산을 우려한 당 지도부의 만류로 막상 질문에서는 포기했다. 실현성이 낮은 주장으로 법조계를 개혁대상으로 몰아 자극하거나 정치적 공방거리를 만들 경우 오히려 득보다 실이 훨씬 크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수’로 그쳤지만 사법부를 향한 불편한 속내는 모두 드러낸 셈이다. 386세대 의원으로 손꼽히는 열린우리당 이화영 의원은 14일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에 앞서 배포한 질의서에서 “우리당 이철우 의원이나 한병도 의원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당락에 미치는 영향이 전혀 없고 진술자들 사이에 논란의 여지도 많은 사건들이 사법부에 의해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은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며 사법부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또 “2002년 정치관계법 개정 이후 선거문화나 정치권 풍토에 많은 변화가 있었으나, 사법부와 선관위의 역할이 강조되다 보니, 편파적인 판단이나 자의적 법 해석으로 인한 피해가 증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3선의 중진인 이석현 의원도 미리 배포한 대정부 질의서에서 대법원과 함께 최고심급기구의 성격을 가진 “헌법재판소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 이 발언은 당 지도부에서 “당의 의견과 다르고 돌출발언”이라며 만류해 최종 질의에서 배제했다. 이 의원의 대정부 질의서에서는 “헌법재판소는 원래 제헌헌법에 없었는데, 군사정부 시절인 1988년 개헌을 하면서 생긴 기형적인 기관”이라며 “그러나 대통령 탄핵, 신행정수도, 호주제 폐지 등 현재 국가 중요 정책현안들을 헌법재판소가 판단하고 있어 삼권분립의 기초가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대정부 질문 요지]

    이석현(열린우리당)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이중 구조는 적당치 않다. 헌재를 폐지하고 대법원에 위헌 여부의 판단권을 주는 개헌이 필요하다. 북핵포기, 남북정상회담을 촉구하는 초당적 결의안을 채택하자. 홍준표(한나라당) 과거사와 관련,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까지 난 사항을 국정원에서 법적 근거도 없이 다시 조사하는 것은 헌정 질서의 문란 아닌가. 과거사 문제를 정략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정장선(열린우리당) 북의 벼랑끝 전술도 심각한 문제가 있다. 하지만 미국도 북한인권법, 폭정 전초기지 발언 등 대화와 비판을 병행하는 이중적 모습으로 근본적 목적에 대해 의구심이 들 수 있다. 박승환(한나라당) 북한이 식량분배의 감시 이행을 거절할 경우, 식량지원을 중단할 용의는 없나. 북한이 핵을 가졌다면, 한반도 비핵화를 전제로 한 햇볕정책에 대한 근본적 수정이 있어야 할 것이다. 정의용(열린우리당) 우리나라는 다자간 무역협정 협상 과정에서는 선진국 입장이지만 협상 결과 이행에서는 개도국 지위를 주장하는 이중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 국제규범상 우리 주장이 한계에 달하고 있다. 이영순(민노당) 참여정부 이후 실질적인 진전을 이룬 남북간 장관급회담이 없었다. 미국과 동맹관계를 말하기 전에 대미 협상력을 높이고 남북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이은영(열린우리당) 17대 국회는 분열하지 않고 국가를 분열하지 않겠다는 선서를 할 것을 제안한다. 여야, 중앙과 지방, 노사 등 각 갈등의 영역에서 새로운 출발을 약속하는 사회적 협약이 체결되어야 한다. 김명주(한나라당) 북한을 평화통일의 당사자이며 현실적 안보 위협으로 간주하지 않을 수 없는 모순을 지혜롭게 풀어나가는 것이 가장 큰 역사적 과제이다.6자회담을 통한 평화적 해결이 필요하다. 이화영(열린우리당)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6자회담의 틀 내에서 6자회담 정례화, 미국 지지 및 참여, 공동 실천기구 설립 등 3단계 접근방법에 기초한 다자안보협력체계 구축을 제안한다. 황진하(한나라당) 현재 남북정상회담이 어느 정도까지 추진되고 있으며 언제쯤 가능하고, 어려움은 없는지, 개최시 예상 의제는 무엇인지 정확히 밝혀야 한다. 김동식 목사 납치사건 해결 방안은 무엇인가.
  • 정부 “개헌논의 바람직하지 않다”

    이해찬 국무총리는 14일 정치권에서 제기되는 개헌문제와 관련,“올해는 참여정부 3년차가 되는데 개헌논의로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정부에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이날 국회 정치·외교·안보분야 대정부질문에 출석, 개헌의 필요성을 제기한 열린우리당 이석현 의원의 질의에 대해 “모처럼 경제활성화 조짐이 있는데 당과 정부가 경제활성화에 역점을 두지 않고 개헌에 관심을 두면 국민 소망과는 거리가 있는 것”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 총리는 그러나 “개헌준비를 위한 일정을 마련해야 하지 않느냐.”는 질의에 대해 “국회에서 특별위원회 같은 게 설치됐으면 하는 견해를 말씀드리며, 정부는 자료 등을 충분히 지원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동영 통일부장관은 북한의 핵 보유 선언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에 대해 “확실한 것은 6자회담의 틀을 깬 것은 아니라고 본다.”면서 “이번 성명의 핵심은 핵 보유 주장에 있는 것이 아니라 6자회담의 틀에서 자신의 조건을 채워 달라는 데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윤광웅 국방부장관은 육군훈련소 ‘인분 가혹행위’ 사건과 관련,‘인분가혹 행위가 처음이냐.’는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의 질문에 대해 “그같은 일은 과거에서부터 계속 있어 왔다.”고 말했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盧대통령 ‘3년차 증후군’ 조심해야 한다더라”

    “盧대통령 ‘3년차 증후군’ 조심해야 한다더라”

    “집권 3년차를 조심하라고 하더라.”여권 고위 관계자의 말이다. 오는 25일은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 2주년이자 집권 3년차에 진입하는 시점이다. 이런 분기점을 앞두고 여권의 핵심인사들이 과거 정권의 고위직을 지낸 인사들로부터 들은 충고성 메시지다. 이들은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집권 3년차 증후군’을 경고한다. 집권 3년차엔 정계개편·남북정상회담 같은 빅 이벤트와 측근 비리 등 악재가 5년 주기로 되풀이됐다는 얘기다. 이들은 ‘이기준 교육부총리 인사 파문’도 집권 3년차 증후군의 연장선상이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靑·여권 “그럴 가능성 없다” 그러나 청와대와 여권에서는 은근히 신경을 쓰면서도, 집권 3년차 증후군의 가능성은 이제 없다고 단언한다. 과거와는 정치 지형과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는 주장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집권 첫 해에는 워낙 소수정당으로 출발해 어려움을 겪었고,2년차에는 탄핵이라는 시련을 겪었다.”면서 “올해는 긴장 이완보다는 경제살리기와 북핵 해법이라는 명확한 과제를 갖고 해결에 진력할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여권 관계자는 “과거 정부에서는 집권 초반기부터 강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어 3년차에 개혁 피로증후군이 나타났던 측면이 있다.”면서 “하지만 참여정부는 이제서야 강한 의욕을 갖고 일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강봉균 열린우리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올해 여당의 기반도 튼튼하고 개혁 로드맵을 바탕으로 일을 잘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고 진단했다. 국민의 정부에서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전병헌 열린우리당 의원은 “3년차 현상은 극히 미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개헌·정계개편론 ‘모락모락’ 집권 3년차를 전후해 슬슬 흘러나온 개헌론은 참여정부 들어서도 예외는 아닌 것같다. 올들어 벌써부터 정가에서는 개헌론이 나왔다. 내각제든,4년 중임제든 개헌의 최적기라는 주장도 나온다. 다만 야당에서 김덕룡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개헌론을 먼저 공식 제기했다는 점에서 과거와는 차이점이 있다. 통치학을 연구하는 연세대의 한 교수는 3년차 증후군과 관련해 “세계적으로 5년 단임제는 흔치 않다.”면서 “집권 전반기에 힘이 확 쏠렸다가 후반에 힘이 빠지는데 그 시점이 대략 2년이 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2007년은 총선과 대선이 맞물려 있어 개헌의 최적기”라면서 “이 시점을 놓치면 다시 20년을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형준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는 “김영삼 정부 시절에는 1995년에 김종필(JP)씨를 축출했고, 김대중(DJ)정부 시절에는 2000년 DJP 공조가 파기됐다.”면서 “집권 3년차에다 선거가 있었던 해라는 공통점을 안고 있다.”고 정계의 지각변동 가능성을 예고했다. ●권력형 비리·남북정상회담 ‘정현준 게이트’ ‘진승현 게이트’ 등의 권력형 비리가 터진 시점이 DJ 집권 3년차인 2000년이다. 올해도 청와대에 파견돼 있던 건설교통부 직원의 뇌물수수 사건이 불거져 청와대를 잔뜩 긴장시켰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참여정부에서 비리는 집권 1년차에 터진데다, 항상 조심하고 있기 때문에 측근비리나 권력형 비리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 정부에서 청와대 근무경력을 가진 윤호중 열린우리당 의원은 2003년 당시에 최도술 청와대 총무비서관, 양길승 부속실장의 구속을 의식한듯 “집권 3년차에 나타날 수 있는 측근비리의 ‘예방주사’를 이미 맞았다.”고 진단했다. 김형준 교수는 “김영삼 대통령은 집권 3년차인 1995년에 지방자치제선거를 실시했고, 김대중 대통령은 2000년에 남북정상회담을 했다.”고 말했다.3년차에는 빅 이벤트를 터트릴 수 있다는 얘기다. 정치권 관계자는 “오는 25일 취임 2주년 기념식에서 남북정상회담같은 큰 건을 터트릴 것이란 얘기도 있다.”고 말했다. 박정현 김준석기자 jhpark@seoul.co.kr
  • ‘부시 왕특보’ 출세가도

    |워싱턴 이도운특파원|조지 부시 대통령의 ‘제갈공명’인 칼 로브 정치보좌관의 입지가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은 8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선거전문가인 로브가 정치보좌관직을 유지하면서 백악관 비서실의 부실장도 맡아 국내정책 및 경제, 국가안보 관련 회의에서 부처간 현안을 조정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매클렐런 대변인은 “로브는 대통령이 가장 신임하는 측근 중의 한 명으로, 오랫동안 전략과 정책 개발에서 절대적인 역할을 해왔다.”면서 “이제 역할을 확장할 때가 됐다.”고 논평했다. 워싱턴 소식통들은 로브의 향후 역할을 두 가지로 예측하고 있다. 우선 대내적으로는 사회보장 개혁, 동성연애 금지 개헌과 같은 부시 대통령의 핵심 정책과제가 순조롭게 추진될 수 있도록 백악관 및 정부 내부의 전열을 정비한 뒤 의회를 상대로 강력한 ‘로비’를 벌이는 것이다. 두번째는 대외정책으로서 부시 대통령이 ‘역사’에 남을 만한 업적을 거둘 수 있도록 실현가능한 성과물들을 기획, 추진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로브 보좌관은 북핵 문제에도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브 보좌관은 지금까지 정부 밖 채널을 통해 북핵 문제에 대해 두번이나 종합 브리핑을 들은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로브 보좌관이 부시 대통령의 ‘업적’을 위해 북핵 문제해결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직접 나설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로브 보좌관과 친분이 깊은 제임스 베이커 전 국무장관의 대북 특사설도 나오고 있다. dawn@seoul.co.kr
  • [열린세상] ‘5년 단임’은 과거사 청산 대상/황병선 청주대 초빙교수·언론인

    한국 국민에게 ‘개헌’은 역사적 ‘악몽’과 같은 존재다. 정부수립 이래 아홉차례 개헌이 있었지만 이승만 박정희 정권의 집권 연장용 ‘3선개헌’ 두차례, 그리고 영구 독재를 겨냥한 72년의 ‘유신 개헌’등 끔찍스러운 기억으로만 뇌리 속에 남아 있다. 집권자의 임기 후반이 되면 검은 유령처럼 개헌논의가 대두되고 치밀한 군사작전처럼 어용 언론과 행정조직을 총동원한 국민투표가 진행된다. 당연한 듯 가결되고 그 결과 독재정권이 연장되는 것이 우리 개헌의 역사였다. 그나마 임기7년 대통령 간선제를 현행 임기5년 단임제로 고친 87년 직선제 개헌이 민주화 투쟁의 결실로 헌정사에 남은 유일한 밝은 기록이다. 하지만 그마저도 민주주의 발전, 정치발전이라는 민주화 투쟁의 본뜻을 오롯이 담아내는 데는 실패한 채 정치세력간 현실 타협의 결과로 5년단임제라는 명분없는 권력구조를 탄생시킨 얼치기 개헌이었다. 국민들은 처참한 헌정사의 아픈 기억 탓에 ‘개헌’하면 우선 의심스러운 눈길부터 보내며 개헌의 거론 자체를 터부시하는 정서가 있다. 이런 국민적 ‘개헌 알레르기’를 잘 아는 정치권은 여야 모두 5년단임 헌법을 언젠가는 반드시 개정해야만 한다는 인식을 공유하면서도 먼저 개헌논의를 제기하려 하지 않았다. 그러나 정치제도 개혁과 과거사 청산에 정치적 승부를 걸고 있는 노무현 정부가 출범한지 2년이 되어오는 현 시점에서 개헌문제 공론화를 더 이상 늦춰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마침 야당의 김덕룡 원내대표가 국회연설에서 ‘당리당략을 떠난 개헌문제 연구’를 공식 언급하고 나섰다. 무척 조심스러운 발언이어서 이것이 한나라당의 당론인지 또는 개헌 논의를 시작하자는 제의인지 모호하지만 정치권에 개헌이란 화두를 던져준 것만은 분명하다. 열린우리당의 싱크탱크인 ‘열린정책연구원’도 헌법의 권력구조 개편문제를 ‘기본 연구과제’로 채택하는 등 진일보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여당 주변에선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자시절 ‘임기 중 개헌’을 언급했었다는 사실이 새롭게 거론되고 있다. 여야 모두 개헌문제에 구체적 접근을 시도하는 모습이다. 여기서 여와 야 어느쪽, 또는 누가 먼저 제기했느냐는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역사에, 과거사를 청산하는 데 보다 책임의식을 갖는 지도자들이 당당하게 개헌 공론화에 나설 때가 아닌가 한다.5년단임제 헌법은 민주투쟁의 결실이었지만 한편으로는 당시 정치세력간 타협의 산물이기도 했다.“5년임기 한번만 하고 반드시 떠난다.”는 권위주의정권 퇴치용 방편이자 3김 정치구도의 반영이라는 반시대적 성격이 내포돼 있다. 결과적으로 민주·정치발전, 국정운영의 효율성 등을 중시하지 않고 정치지도자들이 돌아가며 대통령하는데 편리한 제도를 채택해 명분이나 현실정치적으로 많은 문제를 야기하는 헌법이 됐다. 대선과 총선 시기가 엇갈리는 데서 오는 정치적 불안정, 훌륭한 업적을 남긴 대통령에 대한 평가방법 부재,‘조기 레임덕’ 현상 등 5년단임이 갖는 문제점들뿐 아니라 반시대적 성격 때문에 ‘5년단임’은 우선적 과거사 청산 대상이며 정치제도 개혁 과제로 인식되어야 한다. 임기 중 개헌이 노무현 대통령의 확고한 속뜻이라면 여권이 하루속히 개헌을 공론화해야 한다. 경제살리기에 매진해야 할 시점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어차피 경제살리기와 개혁작업은 병행 추진될 수밖에 없는 과제다. 과거처럼 정권연장이나 재집권 음모가 내재된 개헌이 아니며 여야 공동으로 추진하는 ‘바로잡는’ 개헌작업인 만큼 정치·사회적 혼란을 야기하거나 경제살리기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하지는 않을 것이다. 노무현 정부가 역사적 책임의식 아래 제대로 된 헌법을 만들어 놓고자 한다면 바로 5년 단임의 문제점인 조기 레임덕 현상이 오기 전에, 그리고 양대 선거에 시간적 여유가 있어 ‘차기 후보’들 사이에 갈등 소지가 적은 현 시점에 개헌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대통령 4년 중임의 정·부통령제든 책임총리제든 권력구조의 핵심부분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조속히 이뤄낼 초당파적 기구의 발족이 기대된다. 황병선 청주대 초빙교수·언론인
  • [7개 과거사 진상규명] 7개 과거사 개요·쟁점

    [7개 과거사 진상규명] 7개 과거사 개요·쟁점

    1. 정수장학회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이름에서 한자씩 따온 장학회다.5·16 군사 쿠데타 이듬해인 1962년 부산의 유력 사업가이던 김지태씨의 부일장학회를 모태로 5·16 장학회로 출범했다. 삼화고무와 부산일보를 운영하던 김지태씨는 재산해외도피 혐의로 중앙정보부로 끌려가 두달정도 구금생활을 했다. 부일장학회와 부산일보 등의 운영권 포기각서를 쓰고 며칠뒤 풀려났다. 서류상으로는 김씨가 자진납부한 것으로 돼 있으나, 유족들은 부산군수사령부 법무관실에서 수갑을 찬 채로 운영권 포기각서에 서명하라고 도장을 찍었다면서 명백한 강탈이라고 주장해 왔다. 특히 지난해 8월에는 “서류상은 자진납부로 되어 있는지는 모르나 실재와 다른, 물목(物目·물건의 목록)조차 보지 못하고 있다.”는 김씨의 비망록이 발견돼 이런 의혹은 증폭됐다. 군부세력이 김 사장으로부터 부일장학회를 강탈했는지, 아니면 헌납과정에서 강제력이 동원됐는지에 조사의 관건이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장학회 이사장을 맡고 있으며, 장학회는 문화방송 주식의 30%와 부산일보 주식의 100%를 소유하고 있다. 2. 동백림 사건 1967년 7월8일 당시 김형욱 중앙정보부장은 동베를린을 거점으로 한 반정부 간첩단사건이라며 이른바 ‘동백림사건’을 발표했다. 고 윤이상씨와 재 프랑스화가인 이응로씨 등 194명이 동백림을 거점으로 대남적화 공작을 벌이다 적발됐다는 것이다. 동독주재 북한대사관을 왕래하면서 이적활동을 했고, 일부는 평양을 방문해 밀봉교육을 받았다고 발표됐다. 몇몇 독일 유학생들이 북한 또는 동베를린을 구경하고 돌아온 것을 두고 북한의 배후 조종에 따른 어마어마한 간첩단인 것처럼 조작됐다는 게 의혹의 골자다. 당시에는 3선 개헌을 앞두고 총선에서 부정선거가 저질러졌다며 대학가 등에서는 부정선거 규탄시위가 끓어오르던 시기였다. 이런 점과의 연계성도 조사대상이 될 것 같다. 3. 인혁당·­민청학련 사건 1975년 4월8일 대법원이 도예종, 여정남 등 민청학련 사건 관련자 8명에 대해 사형을 확정한 이후 불과 20여시간 만인 4월 9일 오전 6시에 이들의 사형은 전격적으로 집행됐다. 이른바 ‘인혁당 재건위’ 사건으로 박정희 정권이 반 유신체제 운동을 탄압하기 위해 긴급조치 4호를 선포한 상황에서 저질러졌다.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국제법학자협회는 이날을 ‘사법사상 암흑의 날’로 규정하며 엄중하게 항의했다. 이 사건으로 구속된 253명 중 유인태 의원, 이철 전 의원 등 민청학련 관계자들에게 사형, 징역 15년∼무기징역 등 중형이 선고됐지만 국내외적인 압력에 못이긴 박정희 정권은 1975년 2월 대부분을 석방했다. 사건 진실규명의 핵심은 박정희 정권에 의한 용공 조작여부에 있다. 구타, 물고문, 전기고문 등 가혹행위를 통한 사건 조작, 군사법원 재판부의 공판조서 허위 작성 의혹 등도 진실규명이 필요한 대목들이다. 당시 중앙정보부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공안부 검사들마저도 피의자들의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며 기소장 서명을 거부하는 ‘항명파동’이 일어났고 그 중 3명은 사표를 던졌다. 4. 김대중 납치 사건 1973년 8월8일 일본 도쿄에서 당시 야당 지도자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납치된 사건. 신병 치료를 위해 일본에 체류중이던 김대중씨는 유신체제가 선포되자 국내로 들어오는 것을 포기하고 해외에서 반유신 활동을 벌였다. 사건 당일 도쿄에서 통일당 당수 양일동을 만나러 그랜드 팰리스 호텔에 간 김씨는 한국 정보기관원에 의해 납치됐다가 129시간 만에 서울 자택 부근에서 풀려났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지시여부가 가장 큰 쟁점이다. 미국이 이 사건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느냐도 밝혀져야 할 부분이다. 또 배를 이용해 한국으로 데려오는 과정에서 김씨를 수장시키려 했다는 의혹도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5.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 실종사건 ‘청와대 근처 지하실에서 사살됐는지, 센강에 던져졌는지, 아니면….’1979년 10월 7일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이 프랑스 파리에서 실종된 사건이다. 김 전 부장은 1979년 10월 7일 파리 ‘르 그랑 세르클’ 카지노를 나선 이후 행방불명됐고 프랑스측이 함께 수사했음에도 아직까지 미제사건이다. 김 전 부장은 박정희 정권 역대 정보부장 중 최장수인 6년 3개월을 역임하는 등 정권의 핵심 인물이었으나 내부 권력 투쟁으로 밀려난 뒤 73년 미국 망명길에 올랐다. 이후 1977년 박동선 로비 사건을 조사중이던 미 의회의 프레이저 청문회 등에 나가고, 회고록을 집필하는 등 ‘반(反)박정희’ 행보를 계속했다. 6. 대한항공(KAL) 858기 사건 1987년 11월29일 승객 115명을 태우고 이라크 바그다드를 출발해 서울로 향하던 KAL 858기가 미얀마 상공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13대 대선 투표일을 불과 하루 앞둔 12월 15일 북한 특수공작원인 ‘폭파범 김현희’가 김포공항으로 압송돼 왔다. 대선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당시 정부는 북한의 지령을 받은 특수공작원 김현희, 김승일이 기내에 라디오 시한폭탄을 설치, 아부다비에서 내렸으며 김승일은 체포직전 자살했다는 내용의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7. 중부지역당 사건 1992년 10월 대선을 두 달 남짓 앞두고 터진 ‘초대형 간첩단 사건’. 중부지역당 총책으로 지목된 황인오씨가 구속되는 등 62명이 구속되고 300여명이 수배됐다. 단순한 남한내 조직이 아니라 북한 권력서열 22위라는 ‘남파 여간첩 이선실’이 등장했고 전국적으로 노동계, 학생, 단체 등에서 300여명의 조직원을 확보한 지하조직으로 발표됐다. 이는 최근 이철우 의원의 ‘간첩 논란’을 통해 다시 한 번 부각된 사건이지만 사건 연루자들은 “안기부의 고문에 의해 조작된 것”이라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어 고문, 사건 조작 여부 등이 풀어야할 부분들이다.
  • 김덕룡대표 “무정쟁 실천… 경제 살리자”

    김덕룡대표 “무정쟁 실천… 경제 살리자”

    한나라당 김덕룡 원내대표는 2일 국가보안법 등 ‘3대 쟁점법안’에 대해 “민생을 살리기보다는 국민의 분열과 갈등을 초래하고 정쟁의 불씨가 될지도 모른다.”며 “일정 기간만이라도 처리를 유보하자.”고 제의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임시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정쟁을 지양할 것을 거듭 여당에 촉구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김 원내대표의 이날 연설은 당론이란 ‘밭’에다 자신의 정치적 소신이라는 ‘씨앗’을 뿌리는 방식을 취했다. 먼저 김 원내대표는 당 선진화비전에서 지속적으로 발표한 시장경제와 공동체자유주의,‘촘촘한 복지’ 등의 원칙을 거듭 강조했다. 그에 따른 각론으로 ▲정부 규제 혁파 ▲법인세 인하 ▲자립형 사립고·공립고교의 육성 ▲1인 연금제도 ▲자원봉사활동지원법 제정 등을 연설 목록에 올렸다. 과거사 문제와 관련, 김 원내대표는 “결코 논의를 회피하지 않을 것이며 당당하고 의연하게 대처해 갈 것”이라면서 “정략적으로 이용되어서는 결코 안 된다.”고 당론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한·일회담 반대시위를 주도한 6·3세대로서 한·일협정에 대해서는 “부정한 정치자금이 오고갔다면 그것 또한 밝혀져야 한다.”면서 “개인청구권 부분에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보상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소신을 더했다. 또 ‘세계한민족공동체재단’ 운영의 체험을 실어 해외동포 참정권 부여 등도 주장했다. 여권에 대해서는 간접화법으로 차별성을 시도했다. 신행정수도 이전 후속대책과 관련, 헌법재판소 결정문의 취지를 강조함으로써 여권이 합의한 대규모의 부처 이전을 반대한 대목이 전형적이다. 또 이해찬 국무총리가 기업의 과거 분식회계 면책 방침을 밝힌 것에 대해 김 원내대표는 “모처럼 잘한 일”이라고 호응을 곁들인 뒤 “기업 투자를 가로막는 출자총액제한제도도 종국적으로 폐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의 정치 소신은 주로 ‘상생’과 의회주의 강화에 실렸다. 여야 지도부가 앞다퉈 선언한 ‘무정쟁’을 적극 실천할 수 있는 방법론으로 “상대방에 대한 지나친 불신과 과격한 표현만은 삼가자.”는 취지의 국회의원 명예헌장 제정과 ‘새정치협약’ 구체화, 국회예산정책처 기능 확대, 입법조사기구 신설 등을 제안했다. 이어 “당리당략을 떠나 개헌 문제에 연구도 진척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모처럼 조성된 ‘민생·화합 강조 모드’에 찬물을 끼얹지 않으려는 듯 조심스레 언급했지만 논의의 물꼬는 터놓았다.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美 “이혼 줄이자” 까다로운 이혼 절차 검토

    세계에서 가장 높은 이혼율을 보이고 있는 미국에서 ‘이혼 절차를 더 까다롭게 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미 일간지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가 1일 보도했다. 조지아주(州) 의회는 이혼 판결 전 대기기간을 현재 1개월에서 아이가 있는 부부는 6개월, 없는 부부는 4개월로 연장하는 법안을 검토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학교에서 ‘성공적인 결혼생활’을 가르치자는 방안이 제시되는가 하면 이혼 전 의무적으로 양육권 등에 대해 상담을 받게 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10년 전 상대방이 특별한 과실이 없더라도 이혼을 할 수 있게 한 ‘무과실 이혼’법이 제정된 이후 이혼이 더 빠르게 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일부 주에서는 양육권, 재정 문제 등에 대해 반드시 합의해야 이혼이 가능하게 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미국의 결혼 대비 이혼율은 51%(2002년 기준)로 세계 최고다. 시민단체 ‘미국 이혼개혁’ 사무총장 존 크러치는 “절반 가까운 주에서 이혼을 줄이기 위한 법안을 도입했거나 준비 중”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동성결혼을 금지하자는 개헌운동이 진행되는 등 결혼에 대한 개념이 보수화되는 추세에서 이혼을 어렵게 하는 것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고 신문은 전했다. 장택동기자 taecks@seoul.co.kr
  • [서울광장] 송광수보다 더 독한 사람 골라야/이목희 논설위원

    [서울광장] 송광수보다 더 독한 사람 골라야/이목희 논설위원

    대통령의 시간에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이 적용된다. 김영삼(YS) 전 대통령은 최근 사석에서 이렇게 회고했다.“재임 중에는 5년이 어찌 긴지, 언제 끝나나 생각한 적도 있지. 한데 나와서 보니까 5년이 금방 가요.” 현직에 있을 때는 길게 느껴지는데, 조금 비켜서서 보면 금세 지나가는 게 대통령의 시간이라는 것이다. 또 하나, 재임 전·후반기 시간이 다르게 흐른다고 전직 대통령들과 핵심참모들은 말한다. 임기 중반에 접어들면 전반보다 시간이 훨씬 빠르게 가더라고 입을 모은다. 임기 중반에 들어선 대통령의 블랙홀은 본인의 고집과 주변비리다. 노태우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수석을 지낸 인사는 “대통령은 많은 정보를 접하기 때문에 2년 정도 하게 되면 자신이 뭐든지 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은밀한 첩보를 선호하면서 종종 독단에 빠지더라는 것이다.1980년대 이후 정치권의 핵심에 머물렀던 다른 인사는 “과거 정권에서 보면 초기에는 대통령 주변이 대체로 깨끗했는데, 중반 이후 마구 풀리더라.”고 전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집권 3년차를 맞았다. 이달말이면 취임 만 2년이 되고,6개월 뒤면 임기의 반환점을 돈다. 전임자들의 말이 맞다면, 이제부터는 시간이 쏜살같이 간다고 생각해야 한다. 정리한다는 기분으로 하는 게 시행착오를 줄일 것이다. 블랙홀을 피하고, 시간을 효율적으로 배분해야 한다. 5년으로는 평가받는 대통령이 되기 힘들다. 그래서 임기 후반이 되면 개헌얘기가 나온다. 지금도 책임총리제 실시 후 개헌추진 가능성이 거론된다. 하지만 경험칙상 개헌에 성공할 확률은 거의 없다. 단임 대통령의 성패는 결국 시간과의 싸움이다. YS나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예에서 봤듯이 개혁을 하고, 남북관계를 발전시켜도 두가지를 잘못하면 비판을 받는다. 경제발전과 비리척결이 단임 대통령에게는 특히 중요하다. 단임인 탓에 임기중반 이후 한번 어긋나면 만회할 시간이 없다. 다행히 노 대통령은 새해초부터 경제 실용주의를 앞세우고 있다. 끝까지 밀고나가길 바란다. YS,DJ처럼 친인척, 측근들이 비리에 무더기로 연루되어서는 다른 것을 아무리 잘해도 만사휴의다. 근래 들어 여권내에 검찰을 컨트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만만찮다. 검찰 수사와 사법부 판결을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노 대통령 스스로도 검찰·국정원과의 관계를 과거 정권처럼 해야 한다는 지적에 “거의 노이로제 걸릴 수준”이라고 털어놓았다. 이런 상황을 강력히 제어하지 못하면 과거로 쉽게 회귀해 버린다. 송광수 검찰총장 임기가 4월초면 끝난다. 국회 청문회를 감안하면 이달말에는 후임이 내정되어야 한다.“노 대통령이 여권일각의 건의를 받아들여 이번엔 만만한 사람을 시킬 것”이란 관측이 정·관가에 파다하다. 노 대통령과 가깝거나, 타협적 성품의 사람들이 유력후보군에 오르고 있다. 결론적으로 송광수보다 독한 사람을 시켜야 한다. 정권 초기 비리의혹 수사로 고초를 겪은 상황을 원천 봉쇄하려면 그런 인사를 해야 한다. 기수·지연·학연을 따지지 말고 “저 정도면 대통령과 맞장뜰 수 있겠다.”는 인물을 골라야 한다. 재조·재야에서 폭넓게 살펴보도록 하라. 불편할지 모르지만, 그것이 노 대통령이 사는 길이다. 이전 정권의 역사가 그를 말해주고 있다. 그리고 대통령 친인척, 청와대 참모, 정치권의 측근 의원, 정치에 참여한 노사모 출신 등이 빗나가지 않도록 특별관리해야 한다. 비리 의혹이 터지면 대통령에게 누가 될 사람들은 금방 손으로 꼽을 수 있다. 야당 인사를 감시하면 정치탄압이지만, 여권 실세의 부패를 미리 막는 일에 시비걸 여론은 없을 것이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日, 일왕 국가원수 격상 추진

    日, 일왕 국가원수 격상 추진

    |도쿄 이춘규특파원|일본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총리가 이끄는 정책연구기관이 방위군 보유와 방위군의 해외무력행사 용인,‘일왕’의 국가원수 규정 등을 골자로 한 헌법개정 시안을 20일 공표했다. 나카소네 전 총리는 현재 자민당의 개헌추진 기구인 신헌법기초위원회 위원인 데다 국가원로급 인사여서 그의 주도로 마련된 개헌안은 여야 정치권의 개헌작업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나카소네 전 총리가 회장인 ‘세계평화연구소’가 내놓은 개헌 시안은 전문과 11장,116조로 구성,‘전쟁포기’를 명기한 현행 헌법 9조 1항을 유지하는 반면 9조 2항의 ‘전력(戰力) 불보유’는 삭제하고 ‘방위군’ 보유를 명시했다. 조문에는 ‘국제평화 및 안전유지와 인도상의 지원을 위해 국제기관 및 국제협조 틀 내에서의 활동에 방위군을 참가시키는 것이 가능하다.’는 문구를 넣어 방위군이 유엔 다국적군 또는 미국 등이 주도하는 연합군에 의한 해외활동에 참가할 수 있도록 보장했다. 아울러 국회 승인을 전제로 방위군의 해외 무력행사를 인정한다는 문구를 명기, 평화헌법의 정신에 반하는 ‘집단적 자위권’을 사실상 받아들였다. 시안은 또 1조에서 국민의 상징으로 규정된 ‘일왕’을 ‘일본국의 원수’로 격상했다. 이밖에 ‘내각’에 속하는 현행 행정권을 ‘내각 총리대신’에게로 귀속, 총리의 권한을 강화했다. 총리는 중의원 결의를 통해 중의원 의원 가운데 지명토록 하되 중의원 선거에서 각 정당은 총리 후보를 내세우도록 해, 의원내각제를 유지하면서 총리 직접선거의 정신을 살리도록 했다. taein@seoul.co.kr
  • [서울광장] 대체입법/이목희 논설위원

    [서울광장] 대체입법/이목희 논설위원

    연말연초 국가보안법 논란 과정이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여야가 강경파에 휘둘리는 모양을 보면서 정계개편을 떠올렸다. 열린우리당에서 끝까지 국보법 완전폐지를 주장하는 인사는 민주노동당에 합류한다. 한나라당에서 국보법 손질에 반대하는 사람은 자민련으로 간다. 민노당을 왼쪽, 자민련을 오른쪽으로 하고 열린우리당의 실용파와 한나라당의 개혁파를 묶어 중도개혁 정당을 만드는 것이다. 우리 정치권처럼 양보와 타협의 미덕이 없는 곳은 양당제가 맞지 않는다. 밀어붙이기와 강력저지는 신물난다. 중도파가 과반 정당이 되고, 좌우 양쪽에 중간 크기의 정당이 있는 게 낫다. 나라가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으면서, 그렇다고 좌우의 주장이 무시되지 않는 형태다. 지금 정치권에서 거론되는 정당개편은 전혀 엉뚱한 방향이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통합이 추진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당명을 바꾸는 정도로 중도개혁으로 탈바꿈했다는 주장을 할 태세다. 충청권에서는 자민련의 대표성이 약하다면서 새 정당의 필요성이 운위되고 있다. 호남표, 영남표, 충청표를 의식할 뿐이다. 이념의 잣대로 모이고 흩어지고 할 움직임은 아직 없다. 지난해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내부에서는 집토끼론과 산토끼론이 치열하게 대립했다. 기존 지지층 유지에 주력하느냐, 다소 깨지더라도 중앙으로 보폭을 넓히느냐의 차이다. 새해 들어서는 여야 모두 산토끼론이 우세하다. 국민의 다수를 차지하는 중도파를 향한 손짓이다. 하지만 지금의 정당구조를 갖고는 중도쪽의 목소리가 실제 입법에 반영되기 힘들다. 국보법은 물론 주요 경제입법에서 다수의 산토끼론이 소수의 집토끼론에 밀리기 십상이다. 대통령까지 유연한 입장을 보인 마당에 여당이 국보법 폐지안을 강행처리할 용기는 없어 보인다. 대체입법이 안 된다면 연말과 유사한 상황이 반복된다.“폐지를 못하느니 때를 기다리자.”는 여권내 강경론과 “그냥 두는 게 백번 옳다.”는 야권내 강경론이 목표는 다르지만, 같은 결론에 이르게 되는 것은 아이로니컬하다. 2월 임시국회에서 대체입법안을 어떡하든 통과시킴으로써 산토끼론이 대세임을 실천으로 보여줘야 한다. 대체입법에 성공한다면 올해는 실용주의 중도개혁파가 확실히 힘을 얻게 된다. 경제·민생 입법이 같은 방향으로 가고, 국가경제를 살릴 수 있다. 18세기 프랑스 계몽사상가 볼테르의 멋진 경구가 있다.“나는 당신의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만일 당신이 그 견해 때문에 박해를 받는다면 당신의 편에서 싸우겠다.” 개인의 사상과 선택을 존중하는 자유주의 바탕위에 정치 민주화를 쟁취한 것이 서구의 역사다. 우리는 거꾸로다.1987년 6·10항쟁에 이은 직선제 개헌으로 민주주의는 수준급에 올랐다. 자유화는 아직도 게걸음이다. 국보법의 고무·찬양죄, 이적표현물 소지죄는 자유주의의 근본을 부정하는 대표적 법조항이다. 지난해 말 여야 협상파들은 이 부분을 없애는 데 잠정합의했다. 안보를 챙기는 부분은 남기고, 자유주의를 부정하는 규정을 없앤다면 나름대로 역사의 한 획을 긋는 일이다. 대체입법만 되어도 국보법 기소자의 90%가 자유로워진다. 일반의 안보불안이 가시는 날, 완전폐지해도 된다. 열린우리당 원내대표가 확정되면 여야 지도부는 바로 내부 정지작업에 착수해야 한다. 그리고 강경파를 설득할 수 있는지 빨리 판단해야 한다. 그것이 어렵다면 국회 표결에서 이념 스펙트럼이 드러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해보라. 당론을 미리 정하지 말고 자유투표에 맡겨보자. 의사당에서 중간세력이 어느 정도 되는지 표로써 알아보자. 전원위원회를 소집해 한번쯤 난상토론을 할 필요가 있다. 국보법 자유표결 결과는 정당재편의 궁극적 방향을 제시할 것이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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