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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홀로가는 ‘연정’…3대 관전 포인트

    노무현 대통령이 연정을 시대적 화두로 올려놓기 위해 ‘폭탄발언’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지역주의 구도에 찌든 정치권에는 연정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곁들인다. 문제는 야당은 둘째치고서라도 여당 내에서조차 연정 논의를 소화할 만한 역량과 의지가 부족하다는 점에 있다. 연정론을 어떻게 이해하고 접근해야 하나. 여권 핵심 관계자들의 전언을 토대로 3대 관전 포인트를 짚어본다. ●“고민하는 의원이 없다” 7월 초 연정 관련 첫 보도가 나간 지 2개월이 지났지만 열린우리당에서 연정 논의를 주도하는 움직임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한 고위 당직자는 “유시민 의원을 비롯해 노 대통령의 직계로 분류되는 일부를 빼고 많은 의원들은 연정 구상을 ‘곧이 곧대로’ 고민하지 않고 있다.”고 털어놨다. 지난달 30일 소속 의원들의 청와대 만찬에서 대통령이 착잡한 심기를 드러낸 것도 이같은 기류와 무관치 않다. 게다가 일부 초선 의원은 정치 격랑을 겪지 않고 탄핵역풍을 타고 손쉽게 ‘금배지’를 다는 바람에 별다른 고민 없이 ‘재선’ 궁리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곱지 않은 시각도 있다.‘몸사리기’에만 급급하다 보니 앞길이 불확실해 보이는 연정 구상에 마음을 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배지를 뗄 각오로 달려들어도 야당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은 마당인데….”라며 혀를 찼다. 이같은 분위기는 자아 비판을 넘어 당의 정체성 논쟁으로 비화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기득권 연연하는 국회” 대통령의 연정 구상은 지난 6월 말 종료된 국회 정치개혁특위가 정치관계법 개정안을 마련하는 과정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대통령은 특위가 지역구도를 해소하기 위한 선거구제 개편의 단초를 마련해 주기를 바랐다는 것이 여권 핵심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여야는 특위에서 국회의원 선거 관련 조항은 손도 대지 않은 채 기초의원선거의 중대선거구제 실시, 기초의원의 정당공천 도입 등에만 합의했다. 초선의 한 당직자는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걸린 선거구제 문제는 여야가 약속한 듯 묻어두고 간 셈”이라면서 “대통령은 여든 야든 기득권을 버리지 못하는 상황에 개탄,‘그렇다면 나라도 기득권을 버리겠다.’며 연정 구상을 구체화하게 됐다.”고 전했다. 내각제냐,4년중임제냐를 둘러싼 향후 개헌 논의도 각 정파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맞물려 진통이 예상된다. ●“지역주의 구도와 정책정당은 모순” 거센 역풍에도 불구하고 여권 수뇌부가 연정에 집착하는 이유는 지역주의 구도 타파와 정책정당 실현이라는 정치개혁 과제와도 맞닿아 있다. 선거구제 개편 등을 통해 지역주의 구도를 점진적으로 해소하고, 그 토대 위에서 정책을 중심으로 헤쳐모여식 정당의 재편이 뒤따라야 한다는 논리다. 한 고위 당직자는 “지역주의 구도에서는 영·호남의 표심을 공략하는 것이 알파(α)요 오메가(Ω)인 셈인데, 소신있는 정책이 나올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고,“적어도 5∼6개의 원내 정당으로 이합집산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문제 제기는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정책이나 이념이 아닌 지역을 중심으로 뭉친 ‘짬뽕 정당’,‘무지개 정당’이라는 비판 의식에서 비롯된다.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 ‘동상이몽’ 회담… 盧·朴 노림수는?

    ‘동상이몽’ 회담… 盧·朴 노림수는?

    노무현 대통령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회담이 전격적으로 성사됨으로써 ‘대연정 정국’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회담의 의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연정, 정치개혁, 정기국회 협조방안, 민생경제 등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되고 특히 연정에 논의의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야 모두 연정을 놓고 내부에서 갈등과 균열양상을 보일 정도로 논란이 달궈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회담 결과에 정치권의 주목이 집중된다. 노 대통령과 박 대표가 연정에 합의하는 결단을 도출해낼 가능성은 희박하다. 노 대통령과 박 대표의 회담은 일단 대연정을 놓고 입장 차이를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노 대통령은 지역구도 타파를 위해 연정의 불가피성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되고, 박 대표는 “연정에 대꾸할 가치가 없다.”면서 거부 의사를 분명히 해오다 내부에서 이견이 제기되자 “안 되는 것은 몇번 얘기해도 안 되는 것”이라고 못박았기 때문에 입장을 뒤집을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이렇듯 결론이 뻔히 예상되는 회담을 왜 이 시점에서 노 대통령이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을 통해 제안했느냐는 데 궁금증이 집중된다. 노 대통령이 “연말까지 대연정 제의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힌 점에 비춰 보면 대연정의 결론을 내는 시점을 앞당긴 것으로 해석된다. 오는 8일 유엔총회 참석 등을 위해 출국해 17일 귀국하는 일정도 감안한 듯하다. 출국 전에 대연정의 매듭을 지으려는 의도로 해석되며, 추석을 계기로 연정 국면의 전환이 점쳐지는 대목이다. 대연정이 불발로 매듭지어지더라도 연정 제안 자체가 백지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예컨대 민주당과 민주노동당과의 소연정으로 선회할 수도 있다. 노 대통령은 연정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정치적 수세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서 한나라당을 압박해 왔다. 박 대표도 대연정의 결론이 뻔한데도 회담을 거부하기는 부담스러웠을 법하다. 따라서 노 대통령과 박 대표는 처음으로 회담을 가졌다는 상징성 외에 정치개혁, 쟁점 법안 등의 현안에 대한 합의의 근처에도 이르지 못할 수 있다. 대통령은 한나라당이 대연정을 거부한 다음 수순에 대해 “전략이 전혀 없다고도 할 수 없고, 또 다 있다고도 할 수 없다.”고 모호한 발언을 했다. 대연정에 이어 2단계 연정 국면은 추석 이후에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내년에는 선거구제 개편과 개헌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 시기를 일치시키는 것도 대안”이라는 노 대통령의 언급에서 개헌 구상의 일단을 읽을 수 있다. 방향이 내각제인지, 이원집정부제인지는 불분명하다. 노 대통령이 총리에게 국정운영권을 주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원집정부제를 선호한다는 관측도 있다. 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 “예상하고 있었다” 朴대표 즉석 수용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1일 신임 인사차 예방한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노무현 대통령의 회담 제의를 전해 듣고 마치 기다리기라도 한 듯 즉석에서 수락했다.●신임인사 이병완 실장 “대통령 대화 뜻” 전달 공청회 일정으로 예정시간보다 15분가량 늦게 국회 한나라당 대표실에 도착한 박 대표는 미리 와서 전여옥 대변인 등 당직자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던 이 실장의 신임 인사를 받고 “24시간 긴장을 풀 수 없는 힘들고 고된 자리를 맡게 됐는데 집권 후반기를 맞아 대통령을 잘 보필하는 데 힘써달라.”고 주문했다. 이 실장은 “대통령께서는 박 대표님을 언제 어떤 형식·절차를 통해서든 대표님이 정한 형식과 방법, 시간에 꼭 뵙고 국정 전반에 대해 기탄없는 대화를 나누고 싶다고 했다.”며 노 대통령의 회담 제의를 전달했다. 이에 박 대표는 “잘 알겠다.”고 답했고, 이 실장이 자리를 뜬 직후 기자들과 만나 “그런 요청을 해오셨으니 한번 만나서 의견을 나눠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다.”며 회담 제의를 전격 수용했다. 전여옥 대변인은 “당직자들 사이에선 노 대통령이 이 실장을 통해 특별한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지만 딱 꼬집어 회담 제의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박 대표께서는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들을 얘기는 듣고 민생회복대책 요구할 것” 전 대변인은 이어 “박 대표께서는 민생·경제가 어렵고 정치권도 연정이다 뭐다 해서 혼란스러운 상황이니만큼 대통령을 만나 들을 얘기는 듣고, 주문할 것은 주문하겠다는 뜻에서 회담 제의를 즉석에서 수용하신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 회담에서는 민생·경제 회복을 위한 특단의 대책 마련을 주문하고, 대연정과 개헌론 등 민감한 정치 현안에 대해선 대통령의 말씀을 들은 뒤 한나라당의 입장을 전달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내에선 박 대표가 노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당론인 ‘연정불가론’을 분명히 전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박 대표는 이날 상임운영위에서도 노 대통령의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를 같아지도록 하는 것도 대안’이라는 언급에 대해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따라서 이번 회담도 노 대통령과 박 대표는 각자의 입장을 전달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與 “盧心은 결국 내각제 개헌”

    내각제 개헌과 관련한 노무현 대통령의 모호한 언급이 여당 내부의 ‘개헌론’을 조기에 점화시킬 조짐이다.일부 의원들은 “대통령의 말씀은 ‘지금은 말하기 곤란하다.’는 뜻으로 결국 내각제 개헌론으로 가기 위한 과정”이라면서 “당이 앞서 선거구제 개편과 개헌 논의에 나서야 한다.”고 아예 한 단계 더 치고 나가는 양상이다. 이같은 시각은 주로 중진의원군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 이와는 정반대의 해석도 나온다. 강력한 대선후보로 꼽히는 의원의 한 측근은 “‘개헌론을 지금은 말할 수 없다.’는 것은 사실상 내각제 개헌론에 쐐기를 박은 것”이라고 풀이했다.“노 대통령의 복심(腹心)은 ‘4년 중임제’ 개헌론에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이어 “현 상태에서 내각제 개헌론을 추진한다면 여권내 어느 대선후보군이 가만 있겠느냐.”며 강한 거부감을 피력했다.이지운기자 jj@seoul.co.kr
  • [사설] 연정론의 종착점은 개헌인가

    노무현 대통령이 어제 중앙언론사 논설위원 간담회에서 대선과 총선을 함께 치르는 방안을 새로운 정치문화 형성을 위한 하나의 대안으로 언급했다.17대 국회의 임기를 한 해 앞당겨 2007년 대선 때 총선도 함께 실시하는 방안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강도 높게 주창해 온 연정구상을 한 단계 진전시킨 것이자, 정치권의 개헌 논의를 촉발할 동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되는 대목이다.2008년에 실시될 예정인 18대 총선을 한 해 앞당기려면 개헌 말고는 방법이 없는 게 현실인 것이다. 노 대통령의 어제 발언이 실제로 임기 중 개헌을 염두에 둔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청와대도 “(개헌은)정치권에서 논의할 사안으로, 대통령은 제안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대해석에 선을 그었다. 사실일 수도 있고, 아니면 섣불리 개헌문제를 꺼냈다가 혼란만 불러올 수 있다는 판단이 담긴 발언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연정론을 둘러싼 지금의 정국상황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2선 후퇴나 임기 단축과 같은 노 대통령의 극단적 표현으로 정치권과 국민들은 적지 않게 당혹해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차라리 노 대통령이 연정론의 지향점을 보다 명쾌하게 제시하고 정치권이 차분하게 논의하는 것이 정국의 불투명성 해소라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권력구조 개편과 선거구제 개편 등에 대해서는 이미 정치권 안팎에서 많은 논의가 있었고, 공감대도 일정 부분 형성돼 있다. 단지 정국 불안정을 촉발하고 민생문제가 소홀해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본격적인 논의를 막아 왔던 것이다. 이왕 노 대통령이 대선과 총선의 동시 실시 문제를 제기한 이상 정치권도 이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정국 혼란 여부는 정치권이 할 탓인 것이다.
  • “연정 관련 국민투표, 한나라당이 하자면 고려”

    “연정 관련 국민투표, 한나라당이 하자면 고려”

    대통령 권력의 절반을 내놓겠다면서 ‘연정 카드’를 꺼낸 노무현 대통령의 언급이 갈수록 증폭되면서 ‘2선후퇴’와 ‘임기단축’ 발언까지 나왔다. 임기단축이란 사실상 하야를 의미하는 것이고, 이는 조기 대선과 정치권의 메가톤급 지각변동을 예고하기 때문에 정치권의 촉각을 곤두세우게 한다. 노 대통령은 31일 중앙언론사 논설해설위원 오찬간담회에서도 여기에 대한 부연설명을 쏟아냈다. 임기단축과 관련해 “우리 헌법에는 대통령의 사임을 전제로 한 규정이 있다.”면서 “사임의 사유는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고, 헌법의 틀 안에서 저는 행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노무현 시대를 빨리 마감하고 싶다.’는 전날의 발언에는 “정치개혁이라는 큰 과정에서 저 스스로도 자유롭지 못하다는 부분이 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구시대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몇가지 과오를 짊어지고 시대를 마감해 버리는 것이 좋지 않다는 생각도 갖고 있다.”면서 “그런 것이 제도상 허용돼 있지 않고, 제가 가진 책임은 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법학자들은 임기단축이 개헌이나 하야의 경우에는 헌법이나 법적으로 가능하다고 해석한다. 헌법에는 대통령 임기는 5년으로 정해져 있고, 임기연장 또는 중임변경을 위한 헌법 개정은 개정을 제안하는 대통령에게는 효력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임기를 연장하지 못하는 제한은 있지만 임기를 도중에 그만두는 데 대한 규정은 없다. 권형준 한양대 법대 교수는 “헌법상 5년이란 대통령 임기 규정은 5년임기를 보장하는 것일 뿐 도중에 그만두는 것은 대통령의 재량사항으로, 법적으로 문제될 게 없다.”고 말했다. 다만 학자들은 법적인 문제는 없지만 정치도의적인 책임은 별개라고 지적한다. 노 대통령은 연정이 헌법에서 가능하느냐는 질문에는 “브라질은 대통령제인데, 당이 많아 사실상 연정과 같은 연대를 형성해서 국회에서 과반수를 운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 상응하는 협상이 이뤄지면 헌법의 틀 안에서 모든 것을 이뤄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의 발언은 정말로 하야를 하겠다는 의지보다는 연정과 지역구도 타파를 위한 결연한 의지를 강조하는 특유의 감성적 화법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조기숙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2선후퇴, 임기단측에 대해 “방점이 2선후퇴에 찍혀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투표로 연정에 대한 국민의 의견을 묻을 용의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국민투표는 한나라당이 하자고 하면 몰라도 한나라당이 제기하지 않으면 할 수가 없다.”면서 “국민투표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일축했다. 노 대통령은 “한나라당에서 언젠가 응답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응답을 하지 않는 한 정치적 수세국면을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한나라당을 압박했다. 노 대통령은 “희생양을 바쳐서라도 우리 한국의 정치문화, 대결의 문화와 분열의 구조를 다른 차원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면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노 대통령은 요즘 ‘사라진 민주주의’를 탐독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독일 사회학자 울리히 벡이 쓴 이 서적은 동서 냉전체제의 붕괴를 대립 구도의 소멸이라는 관점에서 파악하고 있다. 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 한나라, 계속 무시하기로

    임기 단축까지 거론한 대통령의 에스컬레이터식 연정 제의에도 불구, 한나라당은 ‘무시 전략’을 유지할 예정이다. 국민들이 냉소적 반응을 보이는 데 굳이 맞장구를 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다. 자칫 연정 논의구도에 휘말릴지 모른다는 우려도 배어 있다. 그러나 일부 의원들은 ‘적극 대응’을 주문했다. 논거는 ‘무대응 전략’으로 일관하지 말고 본격적인 정계 개편의 방법론을 모색하면서 이슈를 선점하자는 것이다. 수요모임 대표인 박형준 의원이나 남경필 의원은 구체적으로 “개헌 논의를 공론화해서 여권의 정략적 의도에 휘말리지 말고 정면돌파하자.”고 한 목소리를 냈다.고진화 의원은 한걸음 더 나아가 의원연찬회 이틀째인 31일 “지도부는 수세적 대응을 고수할 게 아니라 현재의 정세를 냉철하게 분석하고 평화체제 구축이나 지역주의 돌파 등 미래의 과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가칭 ‘평화와 미래를 위한 국민정치협상회의’를 구성하자.”고 촉구했다. 그러나 강재섭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내 임기를 다 못 채우더라도 뭘 하겠다.’라는데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하루라도 비울 수 없는, 억조창생을 책임지는 자리”라면서 “한나라당은 거기(연정론)에 대꾸할 가치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공성진 의원은 ”노 대통령은 중층자아병, 쉽게 얘기하면 자아균열 현상이 굉장히 강하다.”는 막말성 주장으로 대통령의 연정 드라이브를 회화적으로 비판해 파문을 예고했다. 박근혜 대표는 이날 연찬회 정리 발언에서 “연정 발언이 점입가경이다.”며 “대통령이 (연정에)정치 역정의 마지막을 걸겠다고 했는데 정작 걸어야 할 것은 경제다.”라고 ‘쐐기’를 박았다.홍천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대통령·국회의원 임기 맞추는것도 대안”

    “대통령·국회의원 임기 맞추는것도 대안”

    노무현 대통령은 31일 “(여소야대의) 교착상태를 해소할 수 있는 여러가지 제도적 또는 정치문화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면서 “다음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가 가깝게 붙어있기 때문에 그때 가서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임기를 함께 같아지도록 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라고 밝혔다. 노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2007년 4월에 치를 총선과 12월의 대선이 함께 치러지도록 헌법을 고치자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으나, 청와대는 ‘원론적 얘기’라고 설명했다.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 “정치권에서 논의할 사안이지 대통령은 개헌을 제안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중앙언론사 논설·해설위원 책임자들과 오찬을 겸한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중간평가를 하든 중간에 국민심판을 받든, 구조적으로 교착구조를 가지고 있을 게 아니라 결판을 내버리는 게 낫지 않느냐.”면서 “슈뢰더 독일 총리나 고이즈미 일본 총리의 선택에 대한 부러움을 갖고 있지만, 지금 내각제에 대해 어떤 결심이나 판단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 “임기단축이라니” 與 쇼크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 단축’ 발언으로 열린우리당이 술렁이고 있다. 통영 의원워크숍을 통해 잠시 주춤해지던 대연정 논란이 임기 단축 논란으로 옮겨지는 분위기다. 대연정 지지그룹은 대연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눈치다. 그러나 일부에선 대통령의 탈당이나 조기 사임 사태까지 오지 않을까 하는 우려섞인 목소리가 불거져나오고 있다. 지도부는 정기국회에서 정치개혁특위를 중심으로 선거법 개정 등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데 중점을 뒀다. 문희상 의장은 31일 확대간부회의에서 “청와대 만찬에서 지역구도 극복과 정치문화 개선이라는 대통령의 진정성을 읽을 수 있었다.”면서 임기 단축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정세균 원내대표도 “대통령은 책임 있게 행동할 것”이라며 “2선 후퇴나 임기 단축의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못박았다. 대통령의 발언에 공감을 표시한 친노직계·개혁파는 토론회 개최, 선거법 개정 등 후속대책에 착수했다. 유시민 의원이 중심인 참여정치실천연구회는 독일식 정당명부제를 골자로 하는 선거법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임기 단축 발언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기류도 감지된다. 특히 야당이 대통령이 요구하는 정치개혁에 동조할 경우 조기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제기됐다. ‘안정적 개혁을 위한 의원모임’ 간사인 박상돈 의원은 “대통령의 임기 단축 발언에 비장감이 서려 있었다.”면서 우려감을 나타냈다. 민병두 의원은 “노 대통령이 내년에 중도하차를 걸고 야당에 정치개혁을 압박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호남 출신 한 의원은 “예측하지 못할 상황이 올 수도 있다.”면서 대통령의 임기 단축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제기했다. 재야파 정봉주 의원은 “대통령이 이야기하는 정치개혁은 내각제 개헌론”이라며 “노 대통령이 탈당을 하고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박준석기자 pjs@seoul.co.kr
  • 한나라 주류 ‘연정론’ 무대응 확인

    한나라 주류 ‘연정론’ 무대응 확인

    ‘혁신(革新)’. 한나라당이 30일 강원도 홍천에서 이틀 동안의 의원연찬회에 돌입,‘알을 깨고’ 거듭날 방안을 놓고 ‘갑론을박’을 벌였다. ●연정론 무대응 대세 속에 일각선 정면 돌파론 노 대통령의 대연정 제안 등 국정 현안과 관련, 지도부의 ‘무대응 전략’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수요모임 대표인 박형준 의원은 “단기적으로는 무시 전략이 맞지만 중장기적으로 저들의 정략을 차단하기에 적절치 않다.”며 “국회에 특별기구를 구성, 개헌을 공론화하는 정공법을 구사하자.”고 주장했다. 남경필 의원도 “일일이 대응하면 말려들 수 있으니 개헌 논의로 당당히 대응하자.”고 가세했다. 반면 이강두 최고위원은 “연정은 법 체제에도 맞지 않다.”며 “당분간 예의주시하면서 무관심·무대응으로 맞서야 한다.”고 반박했다. 정형근 의원도 “가만히 놔두고 우리 갈 길 가는 게 적적한 대응”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표도 “연정과 관련해서는 더이상 할 말이 없다.”면서 “더 이상 대응하지 않는 게 당론”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혁신안 추인 놓고 신경전 ‘대선 1년 6개월전 당권·대권 분리’ ‘조기 전당대회’ 등을 골자로 한 혁신위안은 연찬회 이전부터 ‘뜨거운 감자’였다. 수요모임이나 비주류 성향의 국가발전연구회 소속 의원들은 가감없는 ‘전폭 수용’을 촉구했고, 친박(親朴·친 박근혜 대표)성향 의원들은 ‘지도부 흔들기’라며 맞섰다. 박 대표도 이런 분위기를 감안,“혁신안과 관련 어떤 예단도 하지 않겠다.”며 “토론 내용을 다 받아들이고 충실히 실천할 것”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권철현 의원은 “박 대표가 혁신안을 수용한 뒤 구성원들을 설득해주길 요청한다.”며 “제2기,3기 혁신위를 만들어 끊임없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무성 사무총장은 토론회 직전 기자들에게 “토론 내용을 바탕으로 조율한 뒤 운영위원회에서 확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검법·부동산정책 이견 속출 의원들은 앞서 9월 정기국회에 대비, 주요 쟁점 법안을 검토했다. 안상수 의원은 “불법도청 특검법안은 소급 입법이라 위헌 소지가 있기 때문에 철회를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재원 의원은 분양권 전매 제한과 분양원가 공시 문제 등 부동산대책 특위가 마련한 방안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홍천 이종수 전광삼기자 vielee@seoul.co.kr
  • 다시 불지핀 연정론… 黨·靑 갈등 커질수도

    30일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의원의 만찬에도 불구하고 대연정을 둘러싼 여권 내 이견은 봉합되지 않은 분위기다. 이날까지 이틀 동안 경남 통영에서 가진 열린우리당 워크숍의 연장선상인 셈이다. 특히 이날 만찬은 노 대통령이 ‘2선 후퇴’‘임기 단축’등의 ‘폭탄 발언’을 또다시 쏟아내면서 시종 무거운 분위기였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이 때문에 당초 예상보다 길어져 무려 3시간10분 동안 진행됐다. 참석 의원들은 “대통령이 왜 한나라당과의 연정까지 생각하게 됐는지 배경을 착잡하게 설명하는 자리였다.”면서도 “당청간 갈등과 이견은 전혀 해소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경기지역의 한 소장파 의원은 “이견이 봉합됐다고 할 수는 없고,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해볼 계기가 됐다는 정도”라고 말했다. 또다른 초선 의원은 “워크숍에서는 연정 논쟁을 자제하자는 분위기였는데, 만찬을 계기로 의원들이 다시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광주지역의 한 의원은 “공감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었으며, 말할 기회가 없었다.”고 말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전남 출신의 한 의원은 “대통령이 연정론 제기로 지역주의 구도에 대한 메시지를 던지는 등 소기의 성과를 충분히 거둔 만큼 이제 선거법 협상과 개헌 논의로 들어가야 한다.”면서도 “연정론 갈등은 여전히 봉합되지 않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당에서는 당초 임채정·김동철·송영길·장영달 의원을 발언자로 선정했다. 그러나 부산 출신의 조경태 의원이 이의를 제기하면서 임종인 의원과 함께 발언자로 추가됐다. 노 대통령과 권양숙 여사는 만찬에 앞서 일일이 악수하면서 의원들을 맞았다. 당 소속 의원 131명이 참석했다. 다음은 발언록.●임채정 의원 어떻게 나갈 것인가 고민의 정점에 대통령이 있고 그곳에 지역구도가 있다. 다만 지역구도 해소에 대한 문제 의식은 공통으로 갖고 있지만 방법론이 다른 것 같다. 새로운 대통령 발상에 대한 당내 인식이 부족한 것 같다.●김동철 의원 분란과 논란보다는 갈등의 종결을 기대하는 것 같다. 국민들은 현명하기 때문에 현명한 판단을 할 것이다. 단기적으로 야당과 일부 언론으로부터 현혹될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현명한 선택을 해왔다고 생각한다. 최종적인 조정자 역할을 하시게 되셨으면 좋겠다.●송영길 의원 연정론과 관련해 지역주의 극복 헌신과 희생 역정에 대해서는 전폭적인 존경을 표한다. 그러나 굳이 연정론을 말할 필요 있겠는가. 영천 재보선에서 50% 가까운 지지를 얻지 않았나. 지역주의 문제는 영남만의 문제도 아니고 호남의 문제도 걸려 있다. 대통령의 노력을 이해하지만 현재 대로 노력하면 상당히 많은 진전과 성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장영달 의원 의원들은 한나라당과의 연정을 하게 되면 우리의 정체성 상실되는 문제 해결에 고민하는 것 같다. 지역구도 타파를 위해서 한나라당 연정한다면 호남의 문제는 어떻게 하는가 하는 문제 의식이다. 한나라당과 연정하면 지역구도 타파가 가능한 것인가 하는 의문이 있는 듯. 자세하게 말씀해주시면 이해하고 납득하는 데 도움이 되겠다.●임종인 의원 대통령 중심제에서 연정론은 일반적이지 못하다. 여소야대라고 하는데 지금은 민주개혁세력이 과반으로서, 여소야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호남의 지역주의와 영남의 지역주의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한나라당과 정책 차이가 심각하다. 열린우리당은 인권 운동 등의 주체세력이고 한나라당은 반민족 세력의 후예들이다.●조경태 의원 발언자 선정에 문제제기를 한다. 연정 찬성론자 많은데 회의적인 입장에 있는 사람만 발언시키는 것 아닌가. 이것 또한 또다른 지역주의다.박정현 박준석 이지운기자 jhpark@seoul.co.kr
  • [톡톡 한마디] “대통령보좌 나눠하자는 것”

    “연정을 해봤자 대통령 보좌를 나눠서 하자는 것에 불과하다.” 정국에 관해 언급을 자제해오던 박희태 국회 부의장이 30일 모처럼 입을 열었다.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한나라당 중앙위 포럼에서 ‘연정과 개헌’을 주제로 강연했다. 박 부의장은 “연정은 헌법 구조를 보면 더욱 불가능한 일”이라면서 “총리나 장관이 대통령을 보좌하는 역할로는 실질적으로 권한 행사에 참여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노무현 대통령이 ‘연정론’의 명분으로 지역구도 타파 및 선거구제도 개편 등을 제시한 데 대해서는 “어불성설”이라고 잘라 말했다.“현재의 지역구도나 지역감정은 국회의원 선거제도 때문이 아니라 대통령 선거 때문”이라는 설명도 달았다.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與의원들 선거구제 개편 ‘딜레마’

    ‘대의엔 공감, 방법엔 이견’ 연정론의 해법으로 선거구제 개혁입법 카드를 꺼낸 열린우리당의 요즘 분위기다. 선거구제 개편은 정당을 떠나 개인 의원들의 이해관계와 직결돼 있어 논의 자체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세균 원내대표는 29일 경남 통영에서 열린 의원 워크숍에서 “정기국회를 시작하는 대로 정치개혁특위를 가동해 선거구제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라며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의원들은 방법론에서 몸을 사리는 듯하다. 연정과 관련, 일부 의원만이 개헌이나 선거구제 개편 논의의 필요성을 개진했을 뿐이다. 특히 선거구제 개편과 관련해선 구체적인 방법을 논하지 못했다. 이해관계가 설킨 만큼 자칫 말을 잘못 꺼냈다간 덤터기를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전병헌 대변인도 “정치개혁특위를 중심으로 의견을 모아나갈 예정”이라고만 밝혀 가시밭길을 예고했다. 현재 당내에서 얘기되는 것은 중대선거구제, 소선거구제+권역별 비례대표제, 독일식 비례대표제(정당명부제), 양원제, 도농복합선거구제 등이다. 그동안 광역지역구를 만들어 3∼5명을 뽑는 중대선거구제가 가장 많이 거론됐지만 제자리걸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의원들이 자신의 지역구 조정 가능성을 우려해 적극성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선거구제+권역별 비례대표제(정당명부제)’가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된다. 비례대표의 정당투표 단위를 5∼6개 권역으로 나누는 것으로, 여야가 서로 열세지역에서 비례대표 의원을 배출해 지역구도가 크게 완화될 것이라는 논리다. 그러나 이는 비례대표의 증원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지역구 수를 줄이면 의원들이 반발하고, 그렇다고 비례대표만 늘리면 국민적 반감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단일안 마련에 실패하면 몇몇 안을 놓고 ‘자유투표’를 실시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통영 박준석기자 pjs@seoul.co.kr
  • [이경형칼럼] 내년에 내각제 공론화를

    [이경형칼럼] 내년에 내각제 공론화를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주 임기 후반에 들어가는 첫날 또 ‘바보 노무현’을 연출했다. 연정(聯政)이 뭐기에 권력을 통째로 주는 것도 검토하겠다고 하는 것일까. 낡은 지역주의에 의존한 정치 구조와 분열적 요소를 극복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자는 말인지는 감이 잡히지 않는다. 실제 하고 싶은 말은 따로 있는데, 빙빙 둘러 연정이니 선거구제니 하는 것처럼 들린다. ‘권력을 통째로’ 발언 직전에 노 대통령은 “우리나라 정치제도가 내각제가 아니어서 국회를 해산하고 총선을 통해서 재신임을 물을 수도 없다.”고 하는가 하면, 독일의 슈뢰더 총리, 일본의 고이즈미 총리가 부럽다고도 했다. 또 최근 일련의 언론인들과의 대화에서는 양원제의 필요성을 거론했고.“전반기는 요리를 하는 데 집중했다면, 후반기는 주방시설을 바꾸는 데 전념하겠다.”고도 했다. 현재의 선거구 및 선거제도, 권력구조 자체를 바꾸는 것은 물론 한국정치의 뿌리 깊은 지역구도 정치 문화를 확 바꿔, 새로운 지식정보화사회로 진입하는 데 걸맞은 정치문화로 업그레이드시켜보자는 얘기 같다. 그런 의도라면 차제에 분명한 비전과 복안을 당당하게 내놓기를 권한다. 예를 들면, 금년 정기국회부터 각 정당과 의원들이 기존 선거제도의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완전히 제로베이스에서 현행 소선거구제와 전국 비례대표제, 의원정수 등을 논의해보자, 그리고 지역구도 해소를 위한 중대선거구제 도입 또는 권역별 비례대표제,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의 병행 채택 등도 허심탄회하게 논의해보자고 하는 편이 낫다. 이런 논의를 바탕으로 내년 상반기부터 본격적으로 개헌문제를 공론화하여 내각제 전환을 위해 필요하면 2008년 5월까지인 현 국회의원의 임기를 2007년 12월 차기 대선 시기로 앞당기는 등의 문제까지 논의할 수 있다고 본다. 따져보면 현행 5년 단임 대통령제 헌법은 군부독재와 민주화 세력의 대결 구도였던 1987년 6·10항쟁의 산물이다. 당시로는 직선제와 단임제 구현이 최고의 선이었고, 국민적 요구였다. 그동안 문민정권이 들어섰고, 영남정권에서 처음으로 호남정권으로 바뀌기도 했으며, 참여정부 등장으로 기득권 세력이 권력에서 밀려나는 등 권력 역전현상도 일어나긴 했지만, 지역주의 정치구도는 지속되어온 게 사실이다. 6·10항쟁 이후 지난 20년간 한국사회는 많이 바뀌었다. 권력의 수직적 사회에서 권력 분산의 수평적 사회로 이행되어 왔고, 이념적 스펙트럼도 크게 넓어졌다. 또 다양한 집단간의 잦은 이해 충돌, 계층간 괴리 확대 등으로 인해 사회통합의 가치가 중요시되는 한편, 정치 제세력간에 긴장이 고조되었을 때 재빨리 해소하는 권력메커니즘의 필요성이 점증되고 있다. 말하자면,5년 단임제 대통령제 권력구조를 본질적으로 재점검할 때가 된 것이다. 지역주의의 극복까지는 몰라도 그 폐해를 점진적으로 해소해 나가는 데는 대통령제보다는 국회 해산과 총선거가 용이한 내각제가 더 효과적일 것이다. 대통령 발언의 진정성을 인정한다면, 선거제도 개혁과 내각제 공론화가 지역주의 극복의 구체적인 실천 방안이 된다고 본다. 다만 대통령이 임기 후반기에 ‘주방시설 개수’를 제1과제로 삼는 것은 국민은 배가 아픈데 등을 긁어주는 격이 된다. 대통령은 물꼬를 터줘 독려만 하고, 구체적인 논의는 정치권에 맡기는 것이 옳을 것이다. 본사 고문 khlee@seoul.co.kr
  • [사설] ‘권력 통째로 내놓을 수도’ 다음은 뭔가

    노무현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들이 국민을 원망하는 듯한 발언을 쏟아내는 것은 우려스러운 현상이다. 노 대통령은 엊그제 ‘국민과의 대화’ 방송프로그램에 출연, 국정운영 지지도가 낮음을 한탄했다. 조기숙 청와대 홍보수석은 라디오방송 인터뷰에서 “노 대통령은 21세기에 가 계시고, 국민들은 아직 독재시대의 문화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참여정부 반환점을 맞아 대통령이 야당·언론과 반목하는 것을 넘어 국민과 유리된다면 큰 일이다. 난국 타개를 위해 노 대통령이 좀더 정교해질 필요가 있다. 최종 목표가 선거법 개정이라면 대통령직을 걸겠다는 언급은 자제해야 한다. 야당을 선거법 협상과 연정에 끌어들이기 위해 ‘대통령 권한의 절반을 내놓겠다.’,‘내각제 수준으로 대통령 권한을 이양하겠다.’,‘권력을 통째로 내놓으라면 검토하겠다.’는 식으로 발언수위를 높여왔는데 또 어떤 극단적 화법이 등장할지 걱정된다.“지역주의 극복의 강조어법인데 달은 안 보고 손가락만 본다.”는 반박은 설득력이 없으며, 대통령의 권위를 스스로 떨어뜨리는 것이다.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이 대통령 하야를 거론한 일은 잘못됐지만, 노 대통령이 촉발한 측면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만약 노 대통령이 선거법 개정을 넘어 권력구조 개편까지 상정하고 있다면 떳떳이 밝히는 편이 낫다. 대통령의 권력이양 발언을 뜯어보면 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에서 가능한 얘기들이다. 임기 5년이 보장된 대통령중심제에서 하야 외에는 임기 중 권력을 통째로 내놓을 방법이 없다. 지금 경제가 어렵고, 북핵문제가 기로에 서 있다. 개헌논쟁을 본격화할 시점은 아니다. 그렇지만 노 대통령이 현행 헌법으로 실행하기 어려운 언급을 자꾸 함으로써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것보다는 개헌을 검토해 보자고 나서는 게 혼란을 줄일 수 있다. 수시로 변하는 게 대통령 지지도이다.29% 지지율이 대통령 태도에 따라 금방 올라갈 수도 있다. 지지하지 않는 국민을 ‘독재시대 문화에 빠진 사람’으로 폄하하지 말고, 주위의 비판을 겸허하게 듣고 고쳐나간다는 자세를 가다듬기 바란다.
  • [논술이 술술] 시사 키워드 / 연정과 선거구제

    [논술이 술술] 시사 키워드 / 연정과 선거구제

    ■ 포인트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의 역사, 장단점과 연정(연립내각)의 사례를 살펴보고 찬반 논리를 정리해 본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18일 대연정 정치협상을 공식 제의해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것 같았던 연정 논의에 다시 불을 지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여전히 외면하고 있어 사실상 실현은 어려워지고 있다. 여당 내부에서도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반대하는 쪽에서는 특히 위헌적 발상이라는 주장도 하고 있다. 이에 노 대통령은 우리 헌법이 대통령중심제이기는 하지만 내각제적인 요소가 많아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 예로 프랑스의 동거정부를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학자들의 비판도 만만치 않다. ●정부 형태와 내각제 개헌논란 민주국가의 양대 정부 형태는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이다. 연정은 의원내각제에서 주로 나타난다. 의원내각제는 집행부가 대통령 또는 군주와, 의회에 의해서 구성되고 의회에 대하여 정치적 책임을 지는 내각의 두 기구로 구성되는 이원적 구조다. 내각불신임권과 의회해산권은 상호 견제수단이 되고 입법부와 집행부는 협조관계를 형성한다. 의원내각제는 17세기부터 영국에서 생성, 발전한 것으로 19세기 말에 제도적으로 확립됐다. 영국의 내각제는 총리가 권력의 핵심에 있고 교체 가능한 양당제도를 근간으로 한다. 내각은 다수당으로서 우월적 지위를 갖는다. 내각체는 내각이 국회에 연대책임을 지므로 책임정치를 할 수 있고 의회와 내각이 대립할 때 불신임결의와 의회해산으로 정치적 대립을 신속히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군소정당이 난립하거나 연립정권의 수립 등으로 정국이 불안해 질 수 있다. 대통령제는 집행부가 입법부 및 사법부와 엄격하게 분리된 일원적 구조로 권력 균형이 유지되고 국민이 선출하는 대통령이 안정되게 집정할 수 있다. 대통령제를 처음으로 도입한 나라는 미국이다.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는 서로 장단점이 있다. 대통령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권력이 입법부에서 독립됨으로써 독재정치가 발호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이런 이유 등으로 해서 우리나라에서도 내각제 도입 문제가 심심찮게 정가의 이슈로 등장한다. 우리는 제2공화국 때 의원내각제를 도입한 바 있다. 의원내각제는 성숙한 민주주의를 위한 방안임은 맞지만 그 또한 많은 문제점이 있는 게 사실이다. 대통령의 독재를 막을 수는 있겠지만 다수당의 횡포를 견제할 장치가 없고 반대로 절대다수당이 없으면 정국이 불안해진다. ●연정이란 무엇인가 연정이란 정치적으로 대립하는 둘 이상의 세력이 협력하는 것을 말한다. 의원내각제뿐만 아니라 대통령제 국가에서도 시행한 적이 있다. 대통령제인 프랑스의 동거정부가 그 예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김대중 정부 때의 DJP연합을 연정으로 볼 수 있겠다. 서로 정당이 다르면서 DJ는 대통령을,JP는 국무총리를 맡았었다. 의원내각제하의 연립내각은 다당제에서 어느 정당도 의회에서 절대다수를 차지하지 못할 때 몇 개 정당이 서로 협력하여 내각을 조직하는 경우를 가리킨다. 선거에서 과반수를 얻지 못해 불안한 다수당이 제2,3,4, 정당과 함께 연합하는 것이다. 다수당에 의한 내각보다 연립내각이 국민들의 이익을 더 잘 대표한다고 한다. 노무현 대통령의 대연정 제안은 한나라당뿐만 아니라 민주당 등 다른 소수당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총리직과 장관직을 포함해 의석수대로 나누자는 뜻이다. 연정을 하면 여야가 따로 없는 상태가 되기 때문에 정쟁이 줄어드는 장점이 있을 수 있다. 여야가 협력하여 정책 결정과 처리를 장애물 없이 진행할 수 있다. 반대로 연정을 하면 정당간의 견제와 비판이 사라지게 된다. 개혁당과 보수당이 연정을 했을 때는 정당과 정치의 색깔이 희석돼 정책적 일관성이 사라지며 개혁당이 추진하던 개혁은 중단될 수밖에 없다. ●선거구제 논란 연정과 함께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은 선거구제 개편이다. 선거구는 소선거구, 중선거구, 대선거구로 나눌 수 있다. 소선거구는 선거구를 작게 나누어 한 선거구에서 한명만 당선시키는 제도다. 따라서 지역색이 확연하게 드러나게 된다. 영남 지역의 선거구에서는 한나라당 후보가, 호남 지역의 선거구에서는 민주당 또는 열린우리당의 후보가 1위를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2위의 표는 1위와 표차가 적게 나도 사표(死票)가 된다. 그러나 선거구를 넓혀 한 선거구에서 2명 이상을 뽑는 중선거구를 채택하면 지역구도를 줄이고 전국적으로 명망있는 인사가 당선될 수 있다. 경북의 한 선거구에서 열린우리당 후보가 2위를 해도 당선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소수 정당의 후보도 국회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이 넓어진다. 중선거구는 2∼5명을, 대선거구는 10명 이상을 뽑는 선거구 제도이다. 중선거구제와 대선거구제를 합쳐 넓은 의미의 대선거구제라고도 한다. 여당은 특정 지역에서 특정 정당 후보만 당선되는 현상을 없애기 위해 선거구제 개편을 추진하려 하고 있고 한나라당도 여기에는 반대할 명분이 없는 것 같다. 사표를 줄이고 군소정당이 국회에 진출하기 쉽게 하는 제도의 하나가 독일식 정당명부제도이다. 비례대표 후보를 미리 발표해서 지역구 국회의원과 비례대표의원을 동시에 선출하는 방식이다. ●어떻게 볼 것인가 청와대나 여당이 내세우는 논리는 연정을 함으로써 소모적인 정쟁을 하지 말자는 것이다. 그만큼 정치적으로 위기를 느끼고 있다는 뜻도 된다. 그러나 여당내에서도 연정을 반대한다. 특히 소장·개혁적인 의원들의 반대 목소리가 높다. 어떻게 개혁·진보적인 성향의 정당과 보수 정당이 한솥밥을 먹을 수 있느냐고 한다. 당의 정체성 혼란을 부른다는 것이다.“한나라당에 대해 아무리 연정(戀情)을 품으려 해도 연정이 생기지 않는다.”고 어떤 의원은 말했다. 또 다른 의원은 “한나라당은 연정의 대상이 아니라 극복의 대상”이라면서 “예를 들어 대연정을 통해 한나라당 의원을 교육부장관을 시켰는데, 참여정부의 3불정책에 반대하고 나선다면 어떻게 하느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야당에서는 정치적 책임을 회피하고 떠넘기려는 목적이 있지 않느냐고 말한다. 또 정권을 계속 유지하기 위한 흑막이 있지 않느냐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어디까지나 그 나라의 정치 상황과 국민 여론에 따라야 한다. 국민들은 대체로 반대하는 쪽이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60%는 연정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국민이 뽑아준 권력을 정치권의 합의만으로 이양하는 것은 신 3당합당이자 국민을 배신하는 행위”라는 네티즌들의 목소리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손성진기자 sonsj@seoul.co.kr
  • 노대통령 “양원制도 좋은 방법”

    노대통령 “양원制도 좋은 방법”

    ‘대화 정치’에 나선 노무현 대통령이 23일 청와대에서 지방언론사 편집국장단과 간담회를 갖고 후반기 국정운영을 지역간 통합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연정을 어떻게든 이뤄내겠다는 얘기다. 특히 지역구도 타파를 위해 양원제에 대한 원칙적인 찬성론을 펴 관심을 모았다. 간담회는 오전 11시에 시작해 낮 12시15분에 끝났으며, 이어 오찬을 겸한 대화가 오후 2시10분까지 계속됐다. ●상반기 국정운영 소회 노 대통령은 전반기의 국정운영에 대해 일은 잘한 것 같으나 국민들로부터 별로 지지를 받지 못해 섭섭하고 억울하다고 밝혔다. 그 이유로 “나한테 책임이 있는 것은 말솜씨가 별로 그렇게 성공적이지 못한 것 같다.”면서 “말로 생긴 이미지의 손해가 있었고, 국정솜씨가 많이 깎이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자평했다. 경제에 대해서는 “경제가 활짝 펴지지 못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하지만 저 나름대로는 감히 대과없이 일해왔다고 자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방분권은 확실하게 많이 진척·진보됐고, 균형발전 정책만은 제대로 된 새로운 시도이고, 궤도에 들어서고 있다고 진단했다. ●하반기에는 대연정에 집중 선거 때 공약으로 내걸었던 개혁과 통합 가운데, 개혁은 상당부분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통합에 대해서는 “지역통합, 지역구도를 극복해서 지역간 통합을 이뤄내겠다.”는 말로 미흡함을 대신했다. 노 대통령은 “하반기에는 여기에(대연정에) 집중할 것”이라면서, 연정의 제안방식이 마음에 안 든다면 또다른 방법으로라도, 어떤 방법으로라도 여야간에 대화가 될 수 있고 협상이 될 수 있으면 어떤 협상이라도 열어놓고 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하반기 최대 목표는 우리 정치문화를 바꿔 국민통합을 이뤄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양원제 논의는 해야겠지만… 지역구도 타파를 위한 양원제 구상에 대한 질문을 받고 “지역의 이해관계와 가치가 반영될 수 있는 정치구조를 만들어야 하고, 논의가 있어야 한다.”면서 “그런데 얘기를 잘못 꺼내 대통령이 양원제 개헌 주장으로 돼버리면 곤란하다.”고 조심스러운 반응이었다. 이어 “상원 같은 것을 합리적으로 만드는 것도 하나의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이론적인 대답을 하겠다.”면서 개헌논의로 번지지 않도록 해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지방분권의 체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대해 부엌에서 불을 땐 사람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이렇게 불을 많이 땠는데도 아직까지 방에서는 따뜻하다는 소리를 안 한다고 우회적으로 설명했다. 이어 “정부혁신을 강하게 밀어붙였기 때문에 공직사회가 너무 힘들어하고 있어 어느 정도 속도를 조절 중”이라고 말했다. ●맥아더 동상 철거 반대 노 대통령은 일각의 인천 자유공원 내 맥아더 동상 철거 주장과 관련,“동상철거 같은 것은 국교에서 굉장히 해로운 일이며 현대 세계를 살아가는 지혜가 아니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가권력남용범죄의 시효배제 언급에 대해서는 “연설문에 왜 ‘앞으로’라는 말을 넣지 않았느냐 하면 ‘수지 김 사건’ 같은 유형의 몇개 특수한 사건이 있을지 몰라서 그 부분을 완전히 배제하지 못한 것이지, 그 이상 정치적으로 가능성을 염두에 둔 일이 전혀 없다.”며 “정부가 소급입법안을 제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 [일본을 다시본다] (18) 일본인이 그리는 일본의 미래

    [일본을 다시본다] (18) 일본인이 그리는 일본의 미래

    |도쿄 특별취재팀|일본인 특유의 엄살을 감안하더라도 많은 일본인들이 너무나 진지한 표정으로 “이대로 가다간 일본은 안된다.”고 하는 데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미래에의 비관은 엘리트층일수록 더 심하다. 미국의 케네디스쿨에서 유학 중인 아키(42·전 중소기업 이사)는 “미국에서 보면 영락없이 일본은 미국의 여자친구다. 남자친구가 하자는 대로 한다. 이렇게 해도 정말 괜찮은지 걱정이 든다.”고 꼬집는다. 그의 지적은 일본의 종속적인 대미관계를 비판한 것이지만, 외교를 비롯해 일본의 시스템 전반을 뜯어고치지 않으면 2류국가로의 추락은 시간문제라는 사고를 갖고 있는 일본인을 만나기란 어렵지 않다. 일본의 집권 자민당은 창당 50주년을 맞는 올 가을쯤 싱크탱크를 출범시킨다. 웬만한 대기업, 은행에 하나쯤 있는 게 싱크탱크인데 뭐 대단하냐고 하지만 관료집단에 정책을 의존해 온 일본 정치 풍토에서는 예사롭지 않은 시도이다. 경쟁이라도 하듯 제1야당 민주당도 비슷한 시기에 싱크탱크를 띄운다. 입법이나 정치활동에 자기의 정책을 관철시키는 것이 정당 본래의 임무인데도, 패전후 일본을 이끌어온 자민당 정치는 관료에 의한, 관료를 위한, 관료의 것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을 만큼 관료의존이 심각했다는 진단은 일본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공유하는 것이다. 관료의 정보와 정책에 목을 매는 한심한 처지를 호소하는 일본 정치인의 자조인 셈이다. 스즈키 다카히로는 “가스미가세키(霞が關·중앙관청가)가 최대의 적”이라고 말한다. 스즈키는 아베 신조 자민당 간사장대리의 특명을 받고 지난해부터 싱크탱크 출범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인물이다. 오사카대학 교수 출신의 그는 도쿄재단을 만든 수완을 인정받은 일본의 싱크탱크 1인자이기도 하다. “정치가 행정을 컨트롤해야 하는데, 일본은 그렇지 않다.”고 비판하는 그는 정당과 싱크탱크, 행정이 합체화되어 있는 미국이 이상적인 모델이지만 거기까지는 바라지 않는다고 했다. 행정과 민간, 정치의 경계를 넘나들 수 없는 일본 시스템을 이들이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도록 바꾸는 게 그의 소망이다. 차기내각의 재무상으로 꼽히는 시오자키 야스히사 의원도 자민당 싱크탱크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그는 지금의 일본을 이렇게 진단한다.“자본주의라고 하면서도 관료통제의 사회주의 경제를 해왔다.” 미국 유학파(하버드대학)인 그가 싱크탱크에 거는 기대가 높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는 “10∼20년 뒤의 동아시아가 어떻게 되어야 하는지, 큰 그림이 없다면 곤란하다.”면서 “한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이라든가, 일본 내 미군기지의 재편 같은 문제들은 미래의 밑그림이 없으면 불가능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일본의 핵무장에는 동의하진 않지만, 헌법 개정에는 찬성한다.70년대와 같은 고도 경제성장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사람·돈·물건이 어떤 장애없이 오갈 수 있는 시스템은 필요하다고 믿는다. 또한 유엔에 내는 분담금이 가맹국 중 2위인 일본이 국제정치에서의 영향력은 30위라는 불균형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덧붙인다. 일본의 추락을 걱정하기는 40대의 소장파인 고바야시 유타카 참의원 의원(자민당)도 마찬가지다.“일본이 선진국 중 가장 하위로 떨어지고, 중국이나 인도에도 추월당하지 않을까 걱정된다.”는 그는 강한 경제의 재구축이라는 기대를 미래 일본에 걸고 있다. 민주당에서 브레인으로 꼽히는 마쓰다 고지 의원(참의원)의 진단은 보다 가혹하다. 그는 “일본이란 나라 전체가 바뀌어야 한다.”면서 재정악화, 소자화(少子化)·고령화, 교육, 역사의 순으로 ‘위기의 일본’이 타개해야 할 문제로 꼽았다. 일본이 떠안고 있는 780조엔의 국채 및 지방채는 경기악화가 지속될 경우, 하이퍼 인플레의 뇌관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외교방식과 역사인식에도 통렬한 일침을 놓는다.“미국에는 3분의2 정도를, 나머지는 한국이나 아세안과 손잡아야 하는데, 고이즈미는 양다리를 모두 미국에만 걸치고 있어 너무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또한 “고이즈미는 역사인식 문제만 나오면 이상한 발언을 하는데, 개인적인 신조와 일국의 총리된 입장은 달라야 한다.”고 꼬집는다. 우정민영화 법안이 부결돼 지난 8일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중의원을 해산함에 따라 9월11일 치러질 총선은 패전 60년 이후 일본의 미래를 점쳐볼 수 있는 가늠자이다. 색깔이 비슷한 자민·민주당의 정권교체의 가능성보다는 전쟁을 모르는 전후 세대, 특히 30∼40대의 주류화 여부는 큰 관심거리다. 청년시절 80년대 거품경제의 단맛과 90년대 장기불황의 쓴맛을 두루 경험한 그들이 일본의 메인스트림으로 자리잡는다면 그들 선배가 이룩한 ‘재팬 넘버1’의 신화를 어떻게 재창조하려 들지가 최대 관전포인트이다. ■외무성 출신 하라다 다케오 |도쿄 특별취재팀| 지난 3월 외무성에서 잘 나가던 젊은 관료가 자리를 박차고 나온다.1971년생, 도쿄대 법대 출신. 고시출신인 그는 출세가 보장되는 코스인 북한반장을 끝으로 관직을 접는다. 대북 외교의 최일선을 떠나 민간인이 된 그는 ‘북한 외교의 진실’이란 책을 펴내 일본에서 화제를 불러 일으킨다. 책의 저자 하라다 다케오는 “동아시아가 ‘세련된 제국주의’의 격전장이 되고 있으나 일본은 그런 데 전혀 눈치조차 못채고 있다.”고 주장한다. ‘세련된 제국주의’에 대한 그의 정의는 이렇다.100년 전에는 군대를 보내 상대를 제압해 이익을 취했다면, 지금의 제국주의는 상대가 눈치채지 못하게 세련된 방법으로 이익을 챙긴다는 것이다. 북핵문제도 이런 맥락에서 봐야 한다고 그는 주장한다.“냉전구조가 무너진 뒤 동아시아, 북동아시아가 같은 큰 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면서 “겉으로는 북핵문제를 떠들고 있으나 미국은 부(富)가 어디에 있는지 눈을 돌려 군사·외교·문화 정책을 전개하고 있으나 일본만 뒤떨어져 있다.”고 말한다. 그는 “세련된 제국주의를 인식하고 최대한의 이익을 취하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점점 다른 나라의 기업에 빼앗겨서 일본은 점차 하락할 것”이라고 걱정한다. 따라서 일본은 새롭게 부(富)를 챙기기 위해서 무엇을 생각해야 하는지 자성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런 논리는 그의 책에서 북한의 희소광물에 주목해야 한다는 섬뜩한 주장으로 연결된다. 그는 “북한은 어디까지나 ‘사례연구’일 뿐”이라고 하지만 ‘세련된 제국주의’에 입각한 일본의 한반도 경제침략론으로 읽히는 그의 논리전개는 당돌하고, 우리로선 입맛이 쓰지 않을 수 없다. 이른바 고도경제성장의 단물을 누린 70년대생인 그는 일본 사회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옛 세대는 좋은 대학 나와서 좋은 회사에 들어가고 좋았다. 단독주택에 살고 아이 낳고, 그런 꿈이 있었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우수한 사람은 해외로 나가고 가서는 돌아오지 않는다. 경제가 안 좋아지고 정치의 수준도 떨어진다.‘내일 뭘 하지.’라는 그런 논의밖에 하지 않는 정치가 되어버렸다. 그런 악순환에 빠져 있다.” 그렇지만 그는 “우리 같은 70년대생들이 일본을 바꿀 수 있다.”며 자신만만하다.‘70년대생의 힘’, 그 실체는 있는가.“절대적으로 사람 숫자가 많다. 노동자도 많고, 시장에서 볼 때 소비자도 많다.”일본의 전후를 일궜던 베이붐세대(단카이세대)에 이은 제2의 베이붐 세대가 일본의 재약진을 이루겠다는 소리로 들린다. 일본의 향후 10년은 어떤 모습일지를 묻자 그는 또 ‘세련된 제국주의’를 꺼낸다.“뺏을까 뺏길까 하는 상황에서, 지금까지는 뺏는 주체였으나, 다른 나라에 빼앗기는 대상이 될 수 있다. 발상의 전환, 대담한 정책 즉 외교, 교육문제에 눈을 돌려야 하며 새로운 국가를 만드는 데 힘을 써야 한다. 지금 방향전환, 그 분기점에 와 있다.” marry04@seoul.co.kr ■취재 후기 2020년의 세계정세를 전망한 ‘지구의 미래를 그린다’는 지난 1월의 미 중앙정보국(CIA) 보고서. 중국의 국민총생산(GNP)이 일본을 웃돌고 “21세기는 중국·인도가 이끄는 세기가 될 것”이라고 중국의 위협을 경고하고 있다. 일본에 대해서는 ‘노화하는 대국’으로 정의,“중국에 대항하느냐, 영합하느냐의 선택에 몰릴 것”이라며 일본의 분발을 우회적으로 촉구하고 있다. 3개월 뒤, 일본 정부의 경제재정자문회의는 2030년의 미래상을 담은 ‘일본 21세기 비전’을 발표한다. 소자(少子)·고령화가 진행되어도 구조개혁에 힘쓰면 몇살이 되더라도 일이나 사회에 참가하는 ‘건강수명 80세 시대’의 실현할 수 있다는 낙관적 목표를 설정해 두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시대조류의 변화에 둔감한 채 있으면 되돌릴 수 없는 사태에 이른다.”는 경고도 잊지 않는다. 미지근한 물이 덥혀지면서 서서히 죽어가는 개구리처러 비극을 맞게 된다는 낙관과 비관이 교차하는 20년쯤 뒤 일본의 자화상이다. 일본에서 만난 차세대 정치인, 교수, 언론인들, 그들의 상당수는 지금의 일본에 답답해 하는 듯 보였다. 패전 이후 일궈온 제2의 경제대국, 그러나 세계에서 존경받지 못하고 배척받는 나라. 식민지배와 침략전쟁은 이미 사죄했으니 더 거론하지 말라는 신경질적인 반응. 공룡이 되어가는 중국의 압박과 유일한 동맹국 미국에 대한 지나친 의존. 그들은 패전 직후 전쟁 포기를 명문화한 헌법을 개정하는데서 질식할 듯한 일본의 상황을 돌파하는 열쇠를 찾고 있는 것은 아닐까. 헌법을 지키겠다는 좌파세력이 몰락한 토양에서 이윽고 시동이 걸린 개헌론. 개헌을 통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겠다는 일본호의 향후 10년간은 우리가 결코 눈을 뗄 수 없는, 엄중한 압력이 아닐 수 없다. marry04@seoul.co.kr ●특별취재팀 한종태 국제부장(팀장), 황성기 사회부장, 이춘규 도쿄특파원, 주병철(경제부)·손원천 이언탁(사진부)차장, 안미현(산업부)·김상연 황장석(정치부)·유지혜(사회부)·정연호(사진부)기자 marry04@seoul.co.kr
  • 대연정 제안등 시나리오대로 진행?

    대연정 제안등 시나리오대로 진행?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 운영 교과서는 측근 인사의 보고서?’ 최근 연정 제의를 비롯, 선거구제 개편 등 노 대통령의 잇단 ‘승부수’들이 측근 인사가 작성한 보고서 내용과 맞아떨어진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나라당은 21일 노 대통령의 측근 인사가 지난 6월 초 작성한 ‘정치 지형 변화와 국정운영 보고서’ 전문을 공개했다.60여쪽 짜리인 보고서는 이 측근이 고려대 아시아연구소 소속 소장 학자들과 공동 작성한 뒤 노 대통령과의 토론을 거쳐 보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은 ‘연정 음모론’으로 이어가고, 열린우리당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하면서 공방도 치열하다. 보고서는 현재를 집권 3기(2005년 6월∼2006년 6월)로 규정한 뒤 ‘신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으로 인해 대통령과 의회의 교착 가능성 증대, 지지기반의 이완·해체 등의 문제점을 내다봤다. 이어 국면전환 카드로 ‘대통령 정치로의 중심이동’을 골자로 한 다양한 방안을 제시했다. 노 대통령은 6월 말 ‘당원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출발점으로 비슷한 길을 걸어왔다. 보고서는 “한나라당과는 ‘협력정치’를,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에 대해서는 ‘연대정치’를 추진해 국정운영의 주도권을 강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내년선거까지 대권주자 묶어두겠다” 노 대통령은 지난 6월24일 당·정·청 11인회의의 ‘연정 발언’을 신호탄으로 다음달 4일 이를 공개했고, 지난달 28일 당원 서신에서 ‘권력 이양’까지 언급하는 등 ‘연정 의지’를 밝혔다. 또 보고서는 정치자금법과 비례대표제 확대, 지역구 재조정, 국회의원수 조정 등을 포함한 선거제도 개정을 제안했다. 이를 위해 ‘3기 정치개혁협의회’ 구성의 필요성도 주문했다. 노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에서 선거제도 개편을 역설했다. 보고서에는 저명인사들과의 공개 대화를 강조한 대목도 나온다. 노 대통령은 이후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정치부장, 지역언론사 편집국장단과의 오찬을 마련했거나 계획 중이다. 이밖에 보고서는 대권 주자와 관련,“당 밖에서 작동하는 대권주자들이 개별적으로 복귀하거나 준비 안된 복귀를 하는 경우는 당의 사회적 세력을 소진시키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 노 대통령은 지난 6월 ‘11인 회의’에서 “내년 지방선거까지 대권 주자들을 묶어두겠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정국도 보고서대로? 보고서는 9월 정기국회에서 국가보안법·사립학교법 개정안 등 쟁점 법안을 무리하게 추진하지 말고 국면 전환이 완성된 뒤 연내 처리를 목표로 할 것을 주문했다. 이를 거쳐 집권 4기를 개헌국면(2006년 7월∼2007년 2월)과 대선정국(∼2007년 12월)으로 나눈 뒤 국정운영 방향을 정치연합과 내각 안정관리로 제시하면서 대통령의 주도권을 확대할 것을 건의하고 있다. 한나라당 맹형규 정책위의장은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연정 제의는 정국을 ‘한나라당 vs 비한나라당’ 구도로 몰아가 한나라당을 고립시키려는 의도”라면서 “민생론만으론 한계가 있으니 무능한 정권의 집권 연장을 저지하기 위해 모든 세력과 연대하는 대장정에 나서자.”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 전병헌 대변인은 “한나라당이 실체가 불명확한 보고서로 멋대로 해석해서 공작적 정치공세를 하는 것은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비난했다. 이종수 박지연기자 vielee@seoul.co.kr
  • 盧대통령·정치부장단 간담 주제별 내용

    盧대통령·정치부장단 간담 주제별 내용

    1.연정문제18일 노무현 대통령과 중앙언론사 정치부장단의 간담회에서는 노 대통령이 제안했던 연정이 주된 화제로 올랐다. 노 대통령은 위기감에서 연정을 제안했다고 속내를 털어놓은 뒤 연정이 거부당하는 현 상황을 위기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노 대통령은 “대연정이 꼭 될 것이라고 믿느냐, 믿지 않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정치의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 한번 해결해 보자고 문제제기를 한 것”이라면서 학계·언론·야당이 제안에 귀담아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노 대통령은 “한나라당이 거부한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별로 득볼 것 없다고 해서 거부한 것 아니겠나.”라면서 “연구해서 옳지 않으면 당당한 논리를 가지고 거부해 달라는 것”이라고 주문했다. 노 대통령은 “대연정이 만일에 이뤄진다면 우리 정치에 여러가지 새로운 상황이 전개될 것”이라면서 “새로운 상황에 잘하면 기회가 되는 것이고 못하면 위기가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연정제안에 정치적 노림수가 숨어 있다는 의구심에 대해 “노림수라 할지라도 한나라당이 저보다 한 수 위에 있고, 마음을 딱 비우고 큰 선택을 하면 노림수가 무슨 소용 있느냐.”고 반문하고 결코 노림수가 될 수 없다고 역설했다. 이어 야당과 물밑협상에 대해 “물밑대화란 말 한마디에 그 날로 비난성명을 내버리면 저만 아주 도둑질하다 들킨 사람처럼 이상하게 돼버리니까 이렇게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정치지도력이 위기에 처해 있다.”면서 연정 제안에 대한 나름대로의 거시적 배경까지 설명한 뒤 “슈뢰더와 고이즈미 총리의 경우 정책 하나에 정권의 운명을 걸고 승부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연정제안에 국민들이 관심을 안 갖는 것은 정치와 정치인에 대한 야유를 보내는 것이라면서 “이것이 바로 지도력의 위기”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내각제 개헌 등의 권력구조 문제에 대해 “아직 유보적인 입장”이라고 말했다. 2. 과거사·도청 노무현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언급한 형사소급 문제가 특별한 사건을 염두에 둔 것이냐는 데 대해 “구체적인 사건을 염두에 둔 것은 한 건도 없다.”고 부인했다. 연설문에 ‘시효는 완성되지 못한다 할지라도 역사의 정리가 필요한 사실에 대한 수사의 근거, 수사 조사의 근거를 만들어 두어야 한다.’는 내용을 썼다가 양이 많아 싣지 못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국민의 정부 때 국정원의 불법도청에 대해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측을 애써 배려하려는 듯한 인상을 줬다. 노 대통령은 “정권의 도청과 국정원 일부 조직의 도청은 구분돼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국정원 개혁에 대해서는 “개혁의 우선순위에 국정원 개혁을 높게 두지 않았다.”면서 “차분하게 논의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3. 언론관계 노무현 대통령이 18일 청와대에서 중앙언론사 정치부장단과 만났다. 편집국장과 경제부장단과 간담회를 가진 적은 있지만 정치부장단과 오찬을 겸한 간담회를 가진 것은 취임후 처음이다. 간담회는 오전 11시부터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어 오찬을 겸한 간담회가 1시간 20여분동안 계속됐다. 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언론과의 관계를 ‘창조적 경쟁과 협력의 관계’로 규정했다. 아직 그 수준까지 와 있다고 보지는 않지만 그렇게 앞으로 가 보자는 것이라고 방향을 제시했다. 지난 연말에 ‘건강한 긴장관계’에서 ‘건강한 협력관계’로 전환을 선언했다가, 지난달 7일 편집국장단 간담회에서 ‘동반자적 협력관계’를 설정했다. 노 대통령은 “언론과의 관계는 과거와는 좀 달라지고, 포괄적으로 얘기하면 좀 정상화된다.”면서 “그런 과정으로 오늘 이런 자리가 마련됐다고 생각한다.”고 언론과의 관계정상화를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깨어서 지키기는 하되 뭔가 새로운 대안, 방향을 제시해 달라.”고 대안있는 비판을 강하게 주문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지금까지는 사실이 아닌 보도에만 (정부가)대응을 해왔다.”고 전제,“앞으로는 대안이 아닌 (비판)기사에 대해서도 논쟁을 하도록 공무원들의 자신감을 업그레이드하겠다.”고 예고해 귀추가 주목된다. 그 연장선상에서 “비판도 책임있게, 정책도 책임있게 하는 게 바로 (언론과 정부의)경쟁적 협력 관계”라고 거듭 강조했다. 4. 남북문제 노무현 대통령은 4차 6자회담의 핵심쟁점이었던 북한의 평화적 핵 이용에 대해 “대답을 할 수 없다.”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전략의 문제이고 굉장히 유동적이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평화적 이용이라는 것은 적어도 어느 나라나 갖고 있는 당연한 권리”라면서 “미국이라 할지라도 당분간의 얘기이지, 궁극적으로 영원히 갖지 말라는 주장은 아닐 것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원론적으로는 평화적 핵 이용은 모든 국가의 권리라고 규정해 눈길을 끌었다. 8·15 민족대축전에 참가했던 북한 대표단이 현충원을 방문한 것이 남북 정상회담을 앞둔 포석이 아니냐는 질문에 “그냥 뭐 좋게만, 좋은 방향으로만 받아들이고 싶다.”고 즉답을 회피했다. 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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