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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권연장 욕망도 전염되나?

    남아메리카를 중심으로 신흥개발도상국 정상들 간에 3선 연임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베네수엘라, 콜롬비아, 브라질, 남아공 등에서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천연자원을 지렛대로 최근 수년간 이룩한 높은 경제성장과 대중적 인기에 마땅한 후계자가 없다는 점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브라질 일간 에스타도 데 상파울루는 11일(현지시간) 이 같은 현상이 평화적인 정권교체를 막고 있다고 우려했다. 신문에 따르면 베네수엘라의 경우 우고 차베스 대통령은 자신이 장악한 의회를 활용해 집권 연장을 추진하고 있다. 대통령 임기를 제한하는 헌법을 개정해 종신 대통령을 향한 힘찬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개헌안은 의회를 이미 통과했고 다음달 초 국민투표에 부쳐질 예정이다. 차베스의 높은 대중적 인기를 감안할 때 부결 가능성은 거의 없다. 베네수엘라는 지난해 10.3%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으며 차베스 대통령의 지지율은 이달 초 59%로 나왔다. 콜롬비아의 알바로 우리베 대통령도 3선 연임에 도전할 뜻을 내비쳤다. 집권당이 유력한 대선후보를 중심으로 결속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콜롬비아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6.8%였으며 우리베 대통령의 지지도는 현재 66%를 기록하고 있다. 브라질에서도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대통령의 3선 추진설이 본인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수그러지지 않고 있다. 국가 위상을 높이고 경제를 살려낸 공로로 룰라 대통령의 지지율은 절반을 웃돌고 경쟁자는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집권 노동자당(PT)내부에서는 ‘대안 부재론’을 들어 개헌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와 관련,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김원호 교수는 “3선 연임 시도는 새로운 경향은 아니다. 과거 페루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대통령과 아르헨티나 카를로스 메넘 전 대통령이 3선 연임을 시도한 적이 있었다.”면서 “세계 경제환경이 천연자원이 풍부한 나라들에 유리한 국면이 되면서 집권자들이 권력욕망을 지속시키는 데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최종찬기자 siinjc@seoul.co.kr
  • [씨줄날줄] 개헌과 단일화/이목희 논설위원

    얼마전 정치권에서 ‘바둑논쟁’이 벌어졌다.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9급 짜리 세명이 힘을 합친다고 1급이 되겠느냐.”고 말한 게 빌미가 되었다. 경제정책을 얘기한 것이었으나 범여권 후보단일화 비판으로 비쳤다. 범여권 후보 세명이 단일화해도 충분히 물리칠 수 있다는 자신감의 발로였다. 하지만 정치, 특히 대선판은 패거리 다툼이다. 목소리 큰 집단이 주목받는다. 바둑 9급 짜리 여러 명이 박박 대들면 9단 프로기사가 밀릴 수 있다. 이전 선거에서 절대 강자였던 대선후보들이 작은 세력까지 영입하려고 물심양면의 노력을 아끼지 않은 까닭이기도 하다. 이 후보는 지지율 고공행진에 방심했던 것일까. 외연확대는커녕 이회창 전 총재, 박근혜 전 대표 등 내부가 분열하는 위기를 맞고 있다. 독야청청 앞서가던 이명박 후보가 연대와 단일화에 나서야 할 상황이 새로 만들어졌다. 한나라당의 분열에도 불구, 오히려 지지도가 내려앉은 범여권 대선주자들에게도 후보단일화는 발등의 불이다. 어떤 식으로든 힘을 모으지 않으면 군소후보로 위상이 고착된다. 이번 대선 역시 여야 모두 정치세력 연합에 의해 결과가 좌우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후보단일화가 이뤄지려면 누군가 양보해야 한다. 대권도전을 포기하는 양보는 쉬운 일이 아니다. 대단한 반대급부가 필요하다. 대권과 당권 분리로 공천권 등 당내 지분을 대폭 넘겨주는 것은 고전적인 연대다.1987년 직선제 개헌 후에는 헌법을 고쳐 국정운영권을 나누거나, 차기 대통령 혹은 내각제총리로 밀어주겠다는 연정·연합 약속이 수시로 이뤄지고 있다. 공개적인 합의문으로 미진하면 비밀각서가 오가기도 한다. 후보단일화를 위한 개헌·연정 포문은 범여권에서 먼저 열었다. 창조한국당의 문국현 후보가 대통령 중임제 개헌과 연정을 단일화 의제로 제안했고,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측이 받을 태세다. 한나라당은 아직 대권·당권 분리 논란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이회창 전 총재의 지지율이 만만치 않게 유지되면 후보단일화 요구가 커질 것이다. 조만간 분권형 국정운영과 권력구조개편 개헌을 통한 지분나누기 논의가 본격화할 여지가 다분하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심대평 “기득권 던질수 있다”

    심대평 “기득권 던질수 있다”

    국민중심당 심대평(얼굴) 대선 후보의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 러브콜이 심상 찮다. 연대 제의에 이어 대권 후보 포기까지 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심 대선후보는 5일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백운기입니다’에 출연,‘이 전 총재와 박근혜 전 대표, 고건 전 국무총리 등에 제안한 4자 연대를 실현하기 위해 후보직을 포기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국가와 민족의 미래를 위해 모이자는 제의였기 때문에 기득권이 문제돼서는 안 된다.”면서 “가고자 하는 길에 제가 갖고 있는 게 걸림돌이 된다면 과감히 던지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 전 총재의 출마 움직임을 긍정 평가했다.“많이 알고, 경험하고, 철학과 지도능력을 갖고, 국민에게 다가가고자 하는 분이 국가를 새롭게 일으키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 본다면 과거는 문제되지 않는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심 대선 후보는 개헌과 관련,“내각제를 선호하지만 국민이 대통령 중심제를 선호한다면 4년 중임제나 책임총리제 등을 포함해 전문가와 국민이 함께 2년 이내에 통치구조를 바꾸자는 뜻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현갑기자 eagleduo@seoul.co.kr
  • “대통령 당선땐 4년 중임제 추진”

    “대통령 당선땐 4년 중임제 추진”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사장이 4일 오후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 돔아트홀에서 열린 창조한국당(가칭) 제17대 대통령 후보자 지명대회에서 후보로 확정됐다. 문 후보는 이날 수락연설에서 “우리 정치는 대통령 4년 중임제와 결선투표제가 필요하다.”며 중대선거구제 도입과 정당명부식 비례대표 국회의원 수의 대폭 확대를 제의했다. 그는 “대통령에 당선되면 임기 중 개헌을 제안하는 한편 취임 직후 학계와 시민사회를 포함한 ‘범국민 개헌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임기를 1년 단축하고, 대선과 총선이 동시에 이루어지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어 “지금까지의 경제는 콘크리트 중심, 일자리 없는 가짜 경제였다.”며 “중소기업을 성장의 중심에 세워 경쟁력을 2배로 늘리고, 비정규직 노동자를 절반으로 줄이는 등 95%의 다수가 성장의 혜택을 누리는 등 경제의 틀을 ‘사람중심 진짜경제’로 재창조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문 후보는 지난 3일 김영춘 의원을 집행위원장에 임명하는 한편 최고위원에 정범구 전 의원과 전재경 창준위 집행위원장, 정책위원장에 윤원배 숙명여대 교수, 대변인에 곽광혜 창준위 대변인을 각각 임명했다. 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정책선거 원년으로] 국민중심당 심대평

    국민중심당 심대평 대통령 후보는 ‘편안한 나라, 거침 없는 경제, 함께하는 사회 대한민국’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8가지 공약을 내놓는다. 이 가운데 전남∼제주간 해저터널 건설과 국회에 지방대표원을 두는 양원제 개헌론이 눈길을 끈다. 심 후보는 전남 보길도∼제주시 73㎞ 구간에 해저터널을 건설해 교역 및 관광 활성화와 환태평양 물류개발기술 선점효과를 주장한다. 국민중심당 서규석 정책연구실장은 “영국∼프랑스 해저터널처럼 국제컨소시엄을 통한 민자유치로 해저터널을 뚫으면 현재 선박으로 3.3시간 걸리는 시간을 1시간으로 단축할 수 있다.”면서 “한·일 해저터널 개발에 대비해 국내 기술 역량을 키우는 것도 목적”이라고 말했다. 지방분권을 위해 국회에 지방대표원을 두는 양원제 개헌 공약에 대해 서 실장은 “현행 지방자치제는 ‘저급한 정치’로 평가받고 있어 분권화를 위해선 지방대표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앙 정부가 아니라 지자체가 재원을 마련해 공립학교에 경쟁력 있는 외부강사를 영입하고, 사교육 시장을 흡수하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국대 도시계획학과 조명래 교수는 “18조원가량 드는 비용에 대한 편익 분석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해저터널로 경제유발 효과가 얼마나 될지는 의문”이라면서 “한·일 해저터널도 안전 때문에 해저보다는 해상에 콘크리트를 띄워 연결하는 방식이 호응을 얻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방대표원 신설도 지방자치의 영역을 침범할 수 있고, 학교 외부강사 도입도 엄청난 재원 마련이 걸림돌이라는 진단이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대선정국 다자구도 급속 재편

    대선정국 다자구도 급속 재편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대선 출마가 기정사실화되면서 정치권이 정계개편의 격랑에 빠져들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단순히 후보 한 명이 추가되는 차원이 아니라 보수 진영이 크게 양분되면서 적게는 3자 구도, 크게는 다자구도로 급속히 개편되는 양상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국중당 “昌 원하는 대로 할 것” 정치권 관계자는 2일 “이 전 총재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측을 ‘중도 세력’으로 규정하면서 모든 보수층을 아우르는 ‘범보수연합체’ 구성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국민중심당 심대평 후보가 이날 이 전 총재와 박근혜 전 대표, 고건 전 총리를 대상으로 내각제 개헌을 위한 4자 연대를 공개제안하는 등 국중당을 매개로 한 구체적인 정계개편의 시나리오도 등장하고 있다. 연대 대상에는 민주당 조순형 의원도 포함된다는 관측까지 있으나, 조 의원측에서는 일단 “근거 없는 소문”이라고 부인했다. 국중당 박승국 최고위원은 “우리는 이 전 총재가 원하는 대로 신당 창당이든, 국민중심당의 확대 개편이든 화답을 하기로 내부 정리가 끝났다.”면서 “심대평 후보는 양보하는 자세로 큰 결단(후보 사퇴)을 내려 이 전 총재를 후보로 추대할 것”이라고 했다. 이 전 총재측 이흥주 특보도 심 후보의 제안에 대해 “국가를 위해 바람직한 제안을 한 것으로 생각한다. 이 전 총재가 정치 일선에 복귀하면 그런 모든 사안을 폭넓게 검토할 것”이라고 출마를 기정사실화하면서 연대 가능성을 열어 뒀다. 이 전 총재의 측근인 백승홍 전 의원은 “내주 목요일(8일)이나 금요일쯤 출마할 것으로 믿는다.”면서 “전직 의원 40∼50명 정도가 돕지 않겠느냐.”고 예상했다. 출마 결단을 앞두고 이 전 총재는 이날 서빙고동 자택에서 핵심 측근과 지지자들을 면담하는 등 긴박하게 움직였다. ●“전의원 40~50명 도울 것” 오전에는 측근인 지상욱 박사가 자택을 방문했고, 오후에는 이 전 총재의 고향인 충남 예산의 지지자 20여명이 이 전 총재를 면담했다. 이날 오후 서울과 부산, 대구, 대전, 마산, 창원 등 전국 6곳에서 이 전 총재의 출마를 촉구하는 지지자들의 집회가 동시에 열려, 이 전 총재의 출마 분위기는 최고조에 달했다. 김상연 김지훈기자 carlos@seoul.co.kr
  • 범여 단일화 ‘새카드’ 부상

    범여권 후보 단일화 논의에 ‘연정론’이 급부상하고 있다.2002년 노무현-정몽준 후보의 단일화처럼 누구를 탈락시키는 ‘뺄셈 단일화’ 대신 권력과 지분을 나눠 갖는 형태의 ‘덧셈 단일화’쪽으로 논의의 방향이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연정론은 지지율 열세에 놓인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와 이인제 민주당 후보가 잇따라 제기하고 있다. 문국현 후보는 2일 “연정은 가능하지만 단일화 가능성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인제 후보는 “4년 중임제의 분권적 대통령제가 필요하다.”며 ‘권력 분점’을 제안했다. 두 후보 모두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를 겨냥하고 있다. 제안의 형태와 내용은 다르지만 대선 국면만을 고려해 단순히 단일 후보를 뽑자는 취지를 뛰어넘는 제안이다. 대선 이후 분권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현재 각 후보들은 모두 정당을 갖고 있다. 때문에 인물 중심의 후보 단일화는 물 건너간 게 아니냐는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문국현과 이인제의 승부수 문 후보는 지난 1일 한 TV 토론에서 “가치와 정책으로 논쟁을 하다 사람들의 재편이 이뤄지고 난 뒤, 나중에 필요하면 연정 형태로 갈 수 있지만 현재는 후보 단일화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문 후보는 특히 “후보를 포기하는 일은 없다.”면서 “사람 중심의 단일화는 2002년에 한번 써서 국민들이 2007년에는 옳은 방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단일화 거부의 근거를 들었다. 인물 중심의 단일화 프레임에 갇히면 ‘정책과 가치 중심의 연대’라는 취지가 퇴색된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그렇다고 아직 단일화 가능성을 완전히 저버린 것은 아니다. 핵심 측근은 “지지율과 여론조사가 아닌 국민이 합의할 수 있는 기준에 따라 이루어진다면 (단일화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정책의 개혁성’이 단일 후보를 정하는 기준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현 상태에서는 가능성이 높아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문 후보의 연정은 ‘정책 연합’ 정도의 성격을 지녔다고 할 수 있다. 민주당 이인제 후보는 한발 더 나갔다. 이 후보는 이날 공약 발표를 통해 “4년 중임의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외치는 직선 대통령이 주도하고 내치는 정당과 의회 중심으로 다수당에 속하는 정당 대표가 총리가 되는 형태로 바꿀 때가 됐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정책 공약으로 ▲분권화 정치개혁 추진 ▲외교통상부총리 및 민족공영통일부총리 신설 등 정부조직 개편방안을 제시했다. 이 후보는 이와 함께 “개혁정권 탄생을 위해 함께 토론하자.”고 정 후보에게 제안했다. 말 그대로 연립 정부다. 대선 이후 권력 분점의 문제라 범여권 모든 진영이 합의하기란 여간 복잡하지 않다. 한편으론 이회창 전 총재의 등장으로 대전·충청 지역의 지분을 선점 당할 수 있다는 고심의 흔적도 엿보인다.●연정의 필요성과 가능성의 충돌 연정 논의가 무르익는 까닭은 이회창 한나라당 전 총재의 출마설과 범여권 후보들의 낮은 지지율에서 촉발된 측면이 크다. 이 전 총재의 등장으로 구도 자체가 ‘세력 대 세력’의 싸움으로 짜여지면서 더 이상 후보들만으로는 어렵다는 문제의식이 그 하나다. 범여권 내부로 돌아오면, 두 후보의 입장은 정동영 후보를 향하고 있다. 어차피 결과는 뻔한 상황에서 지지율 중심의 후보 단일화는 하지 않겠다는 선포나 마찬가지다. 정 후보측은 이에 대해 “연정은 각 후보진영의 결과물로 나와야 한다. 지금은 구도를 만들어야 할 때지 이를 공론화할 시점은 아니다.”고 못박았다. 한마디로 자산이 있어야 투자도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두 후보의 제안은 위기감의 발로에서 나온 국면전환용 카드일 뿐”이라고 해석했다. 이래저래 성사 여부에는 물음표가 따라붙는다. 이들과 달리 심대평 국민중심당 후보는 범야권 연대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이 전 총재와 박근혜 전 대표, 고건 전 국무총리에 대해 내각제 정부 수립을 위한 ‘4자 연대’를 이날 제안했다. 심 후보는 “내각제와 책임총리제로 책임정치를 실현하고, 분권을 통해 권력독점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대선 D-50] 이회창 심상찮은 14%

    [대선 D-50] 이회창 심상찮은 14%

    29일 오전 11시쯤 국회 앞에서 몇몇 기자들이 누군가를 붙들고 질문 공세를 퍼붓고 있었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옛 비서관이었다. 지난 몇년간 가끔씩 여의도에 출몰했을 때 그는 기자들의 시간을 오래 빼앗지 못했다. 딱히 나눌 얘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전 총재의 출마설이 급부상한 지금 그 비서관의 인기는 5년 전으로 ‘회춘(回春)’한 듯했다. 난공불락의 ‘이명박 대세론’으로 밋밋하게 진행돼 온 대선 정국이 ‘이회창 출마설’로 술렁이고 있다.29일 처음으로 나온 이 전 총재의 지지율 조사치는 이런 소란에 기름을 부었다. 지난 5년간 공식적으론 아무 것도 하지 않은 그의 지지율이 두 자릿수를 쳤기 때문이다. 불교방송(BBS)의 ARS 전화여론조사 결과, 대선 출마를 전제한 이 전 총재의 지지율은 13.7%에 달했다. 이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44.2%,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 20.4%에 이어 3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상황이 민감하게 돌아가자 당사자인 이 전 총재는 공식 행보를 일절 끊고 자택에 칩거하며 장고에 들어갔다. 측근인 이흥주 특보는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 “이 전 총재가 여러 상황을 상정해 놓고 고심 중”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나라의 명운과 정치생명이 걸린 문제인 만큼 며칠 안에 조급하게 무슨 결론을 내리지는 않을 것이며, 결심이 서면 대국민선언이든, 어떤 형태든 입장을 밝히게 될 것”이라고 말해, 당분간 여론과 정국의 추이를 지켜 볼 것임을 시사했다. 여론조사 지지율이 14%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온 것과 관련, 이 특보는 “두차례의 대선 출마와 1000만표를 득표한 바탕이 지금까지도 국민들의 생각 속에 작용하는 것 같다.”며 은근히 고무적인 어조를 담았다. 충청권에 일정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국민중심당 심대평 후보가 이날 공개적으로 구애(求愛)하고 나선 것도 예사롭지 않다. 심 후보는 기자회견을 자청,“내각책임제 개헌 논의에 고건 전 총리, 박근혜 전 대표, 이회창 전 총재 등의 동참을 제의한다.”며 “예비후보로 등록한 사람들의 도덕성 검증이 제대로 안됐기 때문에 이 전 총재가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으로 직접 대선에 뛰어드는 것을 검토하는 것 같다.”고 했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反美 차베스 ‘종신 대통령’ 눈앞

    反美 차베스 ‘종신 대통령’ 눈앞

    우고 차베스(53)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종신 대통령과 절대권력을 향한 8부 능선을 넘었다. 베네수엘라 의회가 24일 대통령 연임제한을 철폐하는 개헌안을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개헌안에는 정부의 중앙은행 개입 허용, 국가비상 사태시 보도제한 등의 내용도 담고 있다. 개헌안은 오는 12월2일 국민투표에서 최종확정된다. 하지만 좌파군인 출신으로 미국과 ‘맞짱’을 뜨는 반미주의자인 차베스의 높은 국민적 인기를 감안하면 국민투표 통과는 힘든 일이 아닐 것으로 보인다. 의회는 차베스 지지파가 장악하고 있어 개헌안 확정과 통과는 단지 시간문제일 뿐이었다. 차베스 대통령은 당초 ‘21세기의 사회주의 건설’을 주창하며 헌법 350개 조항 중 33개 조항의 개정을 요구했으나 의회는 2배 이상 많은 69개 조항을 수정한 개헌안을 내놓았다. 이와 관련,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김원호 교수는 “기존 부패정치에 환멸을 느낀 국민들이 만들어낸 신화가 차베스”라며 “개헌안의 국민투표 통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차베스는 의회가 개헌안을 확정한 후 “개헌안이 국민투표에서 통과되면 베네수엘라에 21세기의 사회주의가 정착되고 부정부패에 보다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가톨릭계 등을 중심으로 하는 반(反)차베스 세력들이 11월3일 대규모 개헌반대 집회를 계획하고 있고 차베스 지지세력들도 11월4일 대규모 지지집회를 개최할 예정이어서 두 세력 사이에 정면충돌이 우려되고 있다. 김 교수는 “국민의 30∼40%에 달하는 반대목소리는 높지만 승산이 없기 때문에 국민투표나 대통령선거를 보이콧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차베스 대통령 연임의 최대 변수는 유가”라고 말했다. 최종찬기자 siinjc@seoul.co.kr
  • [국정원 과거사 진실규명] 과거 정보기관 통제사찰 실태

    [국정원 과거사 진실규명] 과거 정보기관 통제사찰 실태

    국가정보원 진실규명위원회가 24일 펴낸 보고서에는 과거 중앙정보부와 후신인 국가안전기획부가 정치·사법·언론 등 각 분야를 광범위하게 사찰, 통제한 흔적이 담겨 있다. ●여야 막론 ‘무차별´ 정치사찰 박정희 정권 때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 의원까지 정치 사찰이 이뤄졌다. 특히 초대 중앙정보부장과 국무총리를 지낸 ‘김종필(JP) 사찰’이 광범위하다. 3선 개헌 논의 때 JP가 공화당 박종태·김용태 의원을 만나 개헌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개헌이 본격 추진될 경우 자신은 표면에 나서 범국민적인 개헌반대 투쟁을 벌이겠다고 말한 내용이 기록된 문서도 발견됐다.▲전 공화당의장 김종필 동향첩보 통보 ▲김종필 동향 첩보 입수 ▲국회의원 김용태 동향첩보 통보 ▲김용태에 대한 첩보 ▲개헌 논의를 포함한 정계동향이다. ●원하는 판결위해 ‘판사 뒷조사´ 각종 시국사건 때 정보기관은 담당 재판부를 직·간접적으로 압박해 원하는 판결을 유도했다. 1982년 ‘송씨 일가 사건’은 검찰 기소 때부터 대법원 확정판결 때까지 안기부가 모두 개입, 조정했다. “북한 노동당 연락부 부부장 송창섭씨가 남파, 친인척을 간첩으로 만들어 25년간 암약했다.”는 내용의 이 사건은 안기부가 피의자를 불법으로 장기 구금하고 고문으로 진술을 받아낸 뒤 검찰에서도 그대로 말하도록 강요했다. 별다른 물증이 없고, 검찰 조서의 임의성 문제가 제기돼 대법원이 두 차례나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하자 안기부는 검사와 함께 판사를 찾아가 설득했다. 이 밖에도 국가배상법 위헌 판결 등 정권의 의도와 다른 판결을 내린 판사를 뒷조사했고, 검찰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1983년 대법원 비서실장 뇌물사건을 재조사하도록 해 부장판사 2명과 검사장·지청장을 사임하도록 유도했다. ●기자연행·광고통제로 언론 탄압 정권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글을 실은 매체에 압력을 가한 것도 정보기관의 몫이었다. 김지하 시인이 1970년 ‘사상계’ 5월호에 정부 비판적인 성격이 강한 시 ‘오적’을 게재하고, 신민당이 당 기관지인 ‘민주전선’ 6월1일자로 이 시를 다시 싣자 중정이 반공법 위반혐의로 그를 구속하고 사상계의 폐간을 추진했다. 정권에 부담이 되는 기사를 작성한 기자들은 정보기관에 연행돼 조사받은 것도 국정원 보유자료를 통해 공식적으로 첫 확인됐다. 광고를 통제해 언론을 탄압하기도 했다.1973년 주요 광고주 대표를 불러 조선일보에 광고를 실지 않겠다는 각서를 받았다는 점이 국정원 자료로 확인됐고,1974년 동아일보 광고탄압 사건도 중정이 주도했음이 유추된다고 진실위는 밝혔다. ●통제 가능한 노조간부 특별 관리 1961년 대한노총을 해산하고 한국노총을 조직한 장본인이 중정이었다. 중정은 직접 통제가 가능한 구성원으로 한국노총 간부를 육성하고 관리했다. 노총 선거에 직접적인 영향력도 행사했다고 진실위는 판단했다. 중정은 또 김말룡씨 등 비판적 성향의 인물이 간부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강압, 회유를 반복하며 공작을 벌였다. “용공지하서클을 결성,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했다.”며 크리스천아카데미 사회교육원 간사 등을 연행한 1979년 크리스천아카데미 사건도 중정이 유신체제를 위협하는 반체제 활동으로 간주, 사건의 실체가 과장됐다고 진실위는 강조했다. ●대학별 담당관 운영해 학원 통제 학생운동 사찰은 물론, 대학정책 입안과 학사행정 업무까지 중정과 안기부가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학원사태로 제적된 학생의 복교, 타 대학 입학을 막고, 소요가 극렬한 학과는 정원을 감축했으며 비판 성향의 교수는 승진을 불허했다. 주요 학원문제가 생길 때마다 관계기관 대책회의를 개최해 교련교육, 교수 재임용제, 졸업정원제 등 범정부 대책을 마련한 것도 정보기관이 주도했다. 대학별 담당관을 지정, 운영하는 등 광범위한 정보망으로 학원을 통제한 점도 이번 조사로 밝혀졌다. ●간첩사건, 실체보다 확대·과장 우선 조사한 7대 사건에 동백림 사건, 인혁당 재건위 사건, 남한조선노동당 사건 등 3건이나 포함된 것만 봐도 정보기관이 간첩사건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월북한 친인척과 접촉, 간첩교육을 받고 국가기밀을 제공했다며 간첩으로 몬 81년 ‘박동운 사건’이나 납북귀환 어부를 간첩으로 몰아붙인 82년 ‘정영 사건’, 조총련을 찬양하고 국가기밀을 탐지 수집했다는 82년 ‘차풍길 사건’ 등 적잖은 간첩사건들이 실체보다 확대, 과장됐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 [서울광장] 후보 단일화, 그 세번째 이야기/진경호 정치부 차장

    [서울광장] 후보 단일화, 그 세번째 이야기/진경호 정치부 차장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의 막이 올랐다. 삼성을 꺾은 한화를 플레이오프에서 누른 두산과 페넌트레이스 1위 SK가 대망의 한국시리즈 7차전에 돌입했다. 한국시리즈는 정치판에서도 진행 중이다. 영남권을 축으로 한 ‘동부리그’ 한나라당에선 이명박 후보가 일찌감치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한데 ‘서부리그’ 범여권은 사정이 그렇질 못하다. 아직도 플레이오프가 진행 중이다.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가 어렵사리 당내 경선에서 손학규, 이해찬 후보를 눌렀지만 고작 준플레이오프를 통과했을 뿐이다. 페넌트레이스를 벌인 적도 없고, 누가 플레이오프로 직행하라고 허락한 바도 없지만 어쨌든 장외후보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은 떡하니 후보 단일화라는 플레이오프에 올라 있다. 민주당 이인제 후보 또한 당내 경선이라는 준플레이오프를 치르고는 지금 후보 단일화를 외친다. 정동영·문국현·이인제 이 세 사람의 플레이오프는 빨라야 11월 중순에야 판가름이 날 모양이다. 대선이 코앞이건만 아직도 범여권 대선후보는 오리무중인 상황이다. 이들이 후보 단일화를 성사시킨다면 1997년 DJP연합,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에 이어 세번째가 된다. 바람직하든 않든 후보 단일화가 어느덧 우리 대선의 기본공식으로 자리잡게 되는 것이다. 앞서 DJP연합은 호남과 충청이라는 지역과 지역의 결합이었다. 반면 노-정 단일화는 지역 대신 세력·세대의 연대를 택했다. 한번은 내각제 개헌이, 한번은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이 연결고리로 쓰였다. 승리한 뒤 전리품을 어떻게 나눌지 미리 정했다. 그것을 그들은 권력의 분산이라 불렀고, 민주화의 진전이라 평했다. 정·문·이 3자의 3차 후보 단일화는 1,2차 단일화의 종합판이다. 정동영-문국현은 진보세력 연대, 정동영-이인제는 지역연합의 색깔을 지닌다. 세력이 합치고 지역이 뭉친다니, 환상적이다. 그 자체로 국민 통합이다. 막강연대, 막강후보다. 이명박은 꼼짝마라다. 독식할 권력을 셋이 나누니 더없이 선진화된 권력구조도 갖게 된다. 박수칠 일이다. 그런데…, 박수가 안 나온다. “선거라는 게 부분적으로 국민을 속이는 게임 아니냐.” 하도 많아 그땐 그냥 지나쳤지만 분명 ‘노무현 어록’에 나오는 말이다. 집권 3년을 맞아 노 대통령이 북악산에서 기자들에게 한 말이다. 단일화를 하든 말든, 그것이 범죄가 아닌 다음에야 그들의 자유다. 그러나 국민을 적당히 속이는 게임이 선거라고 대통령이 버젓이 말한 이상 유권자로서도 적당히 속지 않기 위해 최소한 무엇을 위한 단일화인지는 알아야겠다. 살아온 길과 삶의 가치와 정치 이념이 전혀 다른 그들이 한 배를 타면 나라가 어디로 가는 것인지 정도는 들어야겠다. 유권자로서 선거사기 피해를 줄이기 위해 최소한의 대비책은 있어야 하지 않겠나. 정동영 후보는 이명박 후보에 앞서 문국현, 이인제 후보에게 먼저 가치논쟁을 요구해야 한다. 후보 단일화를 하겠다고 한 이상 그것이 바른 수순이다. 이를 기꺼이 지켜볼 의사를 유권자 우리는 갖고 있다. ‘남자의 얼굴에는 양해를 구하는 듯 예의 바른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그것은 수없이 반복되어온 거짓말을 할 때의 표정 같기도 했다.’ 동인문학상 수상작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에서 작가 은희경이 말한, 남자의 이런 표정을 이번 대선후보에게선 정말 보고 싶지 않다. 진경호 정치부 차장 jade@seoul.co.kr
  • [신당 대선후보 정책 검증-이해찬] 李후보의 참여정부 평가

    [신당 대선후보 정책 검증-이해찬] 李후보의 참여정부 평가

    참여정부의 적자(嫡子)를 자처하는 이해찬 후보는 “공과(功過)를 모두 받아 안겠다.”고 공언하면서 노무현 대통령이 추진했던 정책을 전폭적으로 찬성하고 계승한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서울신문이 참여정부의 핵심 논쟁 정책 12개에 대한 찬반여부와 점수화를 요구한 데 대해 이 후보는 4개의 정책에는 10점 만점을 매겼고,2개의 정책에도 9점을 줬다. 최하 점수를 받은 기자실 통폐합 조치도 6점으로 손학규 후보의 3점, 정동영 후보의 4점보다 훨씬 후했다. 이 후보가 10점 만점을 준 정책은 종합부동산세, 전시작전권 환수, 행정수도 이전, 햇볕정책으로 집권하면 이 정책들을 무조건 그대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가장 낮은 점수를 준 기자실 통폐합과 관련해서도 이 후보는 “정부와 언론의 대등한 균형관계, 건전한 긴장관계를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다.”며 찬성했다. 다만 “일부 부처에서는 여전히 정보 독점과 비밀주의가 남아 있기 때문에 정보공개 강화를 통해 국민의 알권리를 강화할 것”이라고 보완 방침을 밝혔다. 다른 후보들이 민간택지 아파트의 원가공개를 반대하는 것과 달리 이 후보는 “민간택지까지 확대된 원가공개와 분양가상한제를 엄밀히 검증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며 오히려 정책 강화를 주장했다. 출자총액제한제도에 대해서는 “출총제를 폐지하면 재벌의 경제력 집중이 심화된다.”며 유지 입장을 고수했다. 이 후보는 본고사, 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를 금지하는 ‘3불 정책’에 대해 기조는 유지하되, 대학의 자율과 고교 교육의 정상화를 위한 협의기구 구성을 제안했다. 개헌과 관련해서도 찬성을 표시하며 “우선 사회적 공론화를 거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참여정부가 추진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점수를 매기지는 않았지만 현행 흐름을 유지할 뜻을 분명히 했다.
  • [2007 남북정상선언 이후] 수정해야 할 남·북 법규

    [2007 남북정상선언 이후] 수정해야 할 남·북 법규

    6일 정부가 ‘2007남북정상선언’후속 조치를 이행하기 위해 관련법을 개정해 10월 중으로 공포하겠다고 밝혔다. 본격적인 법률 손질이 필요한 내용은 ▲2항 통일 지향적 남북관계를 위한 법률적·제도적 장치 정비 ▲3항·5항 북방한계선(NLL)에 공동어로수역 지정 ▲5항 남북 균형발전을 위한 경제협력 등이다. ●NLL문제 보수·진보 주장 엇갈려 복잡 우선 거론되는 법들이 국가보안법, 남북 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남북협력기금법 등이다. 부처별로 재경·농림·산업·외교부 등에서 개정을 필요로 하는 법이 더 있을 수 있다. 2항의 합의에 따라 국가보안법 문제가 우선적으로 해결돼야 한다. 북한을 적국으로 규정하고 있는 국가보안법은 2004년부터 정부가 개정·폐지를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으나 보수진영의 반대로 사실상 논의가 중단된 상태다.‘미국의 식민지 남한의 혁명’을 규정한 북한의 노동당 규약도 국보법 개정·폐지와 맞물려 수정이 필요하다. 선언문 3항·5항과 관련된 NLL문제는 더욱 복잡하다.NLL을 영토 개념으로 보는 보수층의 주장에 따르면 이는 ‘개헌급’의 문제다. 반면 NLL을 미국이 일방적으로 결정한 군사분계선 수준으로 인식하는 진보진영의 입장에서는 국회 동의조차 필요 없는 문제다. 결국 공동어로수역지정 문제가 가장 첨예한 대결점이 될 수도 있다. 남북 균형발전을 선언한 5항과 관련해서는 남북 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남북협력기금법 등의 개정이 필요하다. 남북관계발전법 제21조 3항의 ‘남북합의서의 체결·비준에 관한 사항’에 따르면 남북합의서를 비준하기에 앞서 국무회의의 심의 역시 거쳐야 한다. 이보다 앞서 법제처에서 다른 법들과 상충되는 점이 없는지 법리적 심사를 거쳐야함은 물론이다. ●국회 비준 쉽지 않아 10월 공포 어려울 듯 재검토해야 할 법률들이 한둘이 아니지만 남북관계발전법에 따른 정부 내부 절차와 국회 비준 절차가 쉽지 않아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법제처 심사가 통상 평균적으로 한달은 걸린다고 볼 때 남북정상회담 후속조치추진기획단이 서둘러 개정안을 제출하더라도 검토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게다가 통일부에서 남북합의서도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다. 법제처 관계자는 “일반적으로는 국무회의를 통과해도 6개월 정도 기다렸다가 하위 법령안이 마련되면 함께 공포하고 있다.”면서 “10월 중 공포는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설사 일사천리로 후속조치가 진행되더라도 국회 비준이라는 절차가 남아 있다. 남북관계발전법에 따라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내용의 경우 국회에서 체결과 비준에 대한 동의를 얻어야 한다. 정치권의 이견을 해소해야 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과제다. 범여권과 한나라당 모두 국회 비준 동의의 필요성을 한 목소리로 강조하지만 방식면에서는 차이가 있다. 대통합민주신당·민주당·민주노동당이 합의 결과에 대한 일괄 비준 동의를 주장하는 반면 한나라당은 경협문제와 관련해 내용별로 동의 여부를 결정하자는 주장이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어떻게 지내십니까] 청렴 정치인의 표상 박영록 前의원

    [어떻게 지내십니까] 청렴 정치인의 표상 박영록 前의원

    돌아가 쉴 집, 내 몸 하나 뉠 곳, 거기에 60년을 함께한 사랑하는 아내가 소찬을 만들어 반기면 그 위에 더한 행복이 있겠는가. 비록 그 집이 1.8평 손바닥만 한 컨테이너라 할지라도 비 오면 비 막아주고 바람 치면 바람 막아주는, 세상에서 가장 편한 내 집이 아닌가. ●“1.8평짜리 컨테이너 박스가 내 보금자리” 헌정회 회원인 박영록 전 의원은 얼마전 딱한 사정을 알게 된 독지가로부터 비어 있는 집이 있으니 들어와 사시면 어떠냐는 제안을 들었다. 애초부터 남에게 신세질 생각은 털끝만큼도 없었지만 하도 간절히 청하는 바람에 못이긴 척 그를 따라 나섰다. 서울 강남의 70평짜리 집이었다. 어떻게 하면 상대의 호의를 물리칠 수 있을까 궁리하던 터에 대궐 같은 집을 보니 오히려 핑계대기가 좋았다고 한다.“그래도 세상에 아직은 인정이 남아 있어서 그런지 컨테이너에서 나오면 거처를 제공하겠다는 분들이 여럿 있어. 그렇지만 내 양심상 70평 집에는 도저히 못살겠다고 관뒀지.”어느 사업가는 담양에 있는 집을 내줄 테니 살라고 했지만 아직은 할 일이 많아서 낙향할 처지가 아니라고 거절했다. 서울 성북구 삼선초등학교 뒷문 쪽 가파른 언덕배기에 아슬아슬하게 얹어 놓은 두 개의 컨테이너가 강원도지사를 지내고 국회의원을 4번이나 한 그의 보금자리다. 바로 위 40년간 살던 35평짜리 집을 2003년 공매처분 당하고 1년을 이곳저곳 떠돌았다. 다행히도 옛 집 바로 아래 3.8평 땅 하나는 건졌던 그는 수중에 있던 돈을 털어 컨테이너 2개를 사 2004년부터 이 곳에 자리잡았다. “올 여름 정말 더웠어. 낮에는 보통 40도까지 올라가는데 그래도 어떡해. 더우면 더운 대로 그러고 사는 거지.”지난해 11월 가까스로 끌어온 전기가 들어오기 전까지는 촛불을 켜고 살았다. 방바닥에는 촛농 자국이 검버섯처럼 가득하다. 살림이라곤 넉자 장농과 구형TV, 냉장고, 선풍기가 전부다. 손님이 찾아왔다고 내놓는 냉수를 차마 벌컥 들이마시기가 외람될 정도다. 그래도 처음보다는 사정이 많이 나아졌다. 이웃집에서 길어오던 물도 이제는 연결된 수도관에서 콸콸 나온다. 겨울이면 꽁꽁 언 이웃집 수도관에 뜨거운 물을 부어 녹이고는 손을 호호 불어가며 받았다. 역시 이웃 신세를 졌던 화장실도 부엌을 겸한 컨테이너 아래 지하방에 만들었다. “이러고 사는 게 신문에라도 나가면 원주에 있는 아들놈이 욕을 들어먹는다고 그래. 왜 아버지, 어머니 안 모시냐고. 사실 우리 부부랑 살 형편도 안되고, 우리도 그리로 내려갈 생각도 없는데 말이지.”자식은 아들 셋을 뒀으나 둘을 앞세웠다. 장남은 현역 정치인 시절 세상을 떴고, 막내는 3년 전 사업에 실패하자 “부모님 고생만 시켜드린다.”며 목숨을 끊었다. 현역 정치인 때 마음 먹고 돈을 챙기고 모았으면 자식을 가슴에 묻는 일 따위 없었을지도 모른다. 박 전 의원 옆에 앉아 있던 부인 김옥연(82)씨가 조용히 눈물을 훔친다. 지난 7월 어느 시민단체가 ‘대한민국청렴정치인대상’을 줬다. 상금이 무려 1억원이었는데도 한푼도 집에 들이지 않았다.“내가 이런 거 받을 자격이나 되는지 모르겠지만 받은 이상은 절반은 청렴정치를 실천하는 운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조금이라도 돈이 생기면 사람을 모으고, 세운 뜻을 이루는 데 돌리는 버릇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상금의 나머지 절반은 그가 주도하고 있는 ‘남북통일 과도임시정부’ 준비위원회에 쓸 요량이다. “남북이 갈려 있지만 가만히 두면 옛날의 삼국시대와 같은 2국시대가 될 수 있거든. 대한민국 헌법이 상해 임시정부의 법통을 잇고 있다고 한 것처럼 정통 국맥을 계승하기 위해서는 통일을 이루는 과도 임시정부가 필요하지.”1948년 유엔이 결정한 남북동시선거를 치르지 못하고 남과 북이 따로 국가를 세웠지만 통일의 기운이 무르익으면 유엔 결정에 따라 선거를 치를 임시정부가 있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청렴정치운동도 마찬가지다. 그는 “안 보이고 안 밝혀져서 그렇지 나라에 부정부패가 만연해 있다.”고 생각한다. 부정축재를 한 전직 대통령이 활보를 하는 것도 그렇고, 자신에게 닥친 조그만 사건만 봐도 그렇단다. 구청에서 어느날 컨테이너 집을 철거하러 왔다. 망치로 문을 부수고, 유리창을 깼다.3.8평 땅이 자기 땅이라는 어느 주민이 신고를 했는데 구청이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고 철거하러 온 것이다.“그제서야 등기부등본을 떼보고 박영록이 땅인 게 드러나니까 부서진 데를 보상하겠다고 하더라고. 나같은 사람도 이렇게 당하는데 힘 없고 돈 없는 사람들은 오죽하겠어?” ●민선 강원도지사 시절 관용차 안 타고 도시락 싸 출근 그는 “하늘에 한 점 부끄럼 없는 광명정대한 청렴정치를 실현해야 한다.”고 했다. 민선 강원도지사 시절 관용차를 타지 않고, 도시락을 싸들고 출근했다. 그런 청렴함은 지금껏 계속되고 있다. 헌정회에서 나오는 연금 99만원 중 80만원은 범민족화합통일운동본부 운영비로 내고 나머지와 지인들이 돕는 돈을 합쳐 50만∼60만원으로 살아간다. 평일에는 헌정회에서 주는 식권으로, 주말에는 헌정회 사무실에서 가까운 서울신문사 사원식당이나 1000원짜리 밥집을 이용한다.“한국에서 청렴정치 하면 바보란 소리 들어. 내가 이렇게 사는 게 알려진 뒤로는 어떤 헌정회 회원들은 날 모른 체하더라고. 같이 다니기가 부끄러웠던 게지. 허허.” 지금의 정치에 대해서는 말하길 꺼린다.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때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는 원로 정치인으로 기사가 났었다.“그랬나요? 참석도 하지 않았는데 이름이 올라간 모양”이라고 한다. 애증이 교차할 것 같은 김대중(DJ)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을 텐데도 계속 말을 돌린다. 다만 대선 정국과 관련한 DJ의 언행에 대해서는 “옳지 않다.”고만 짤막하게 언급하고 입을 굳게 다문다. 스스로를 “초정파”라는 그는 “이 나라에는 진짜 어른이 없으며 특히 정치판에는 원로가 없다.”고 쓴소리를 한다. 그는 사기(史記)의 ‘상군열전’에 나오는 고사 ‘법지불행 자상정지(法之不行 自上征之)’를 인용한다. 법이 행하여 지지 않는 이유는 위에서 그것을 지키지 않기 때문이라는 정신을 지도자들이 명심하고 지키면 정치가 올바르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 나라엔 진짜 어른 없고 정치판엔 원로 없다” “요새 정치인들은 현실문제만 갖고 다투지만 사실 민족이라든가, 국가라든가 근본을 놓고 고민을 해야 해.”그는 청렴정치운동, 통일운동 외에도 천제를 지내는 원구단 되찾기, 독립운동의 요람이었던 중국 지린성 룽징(龍井)시 외곽에 있는 일송정에 독립기념관을 건립하는 일들을 추진하고 있다. 은퇴 정치인이라고 하기엔 그가 벌여놓은 일은 현역 정치인 못지 않게 많다. 여의도에 있는 그들이 손대지 않는 영역에서 자신의 뜻을 일구고 실천해간다. 세상이 그를 따돌리고 왕따해도 의연하다. 독문학자 김진섭은 1947년 수필 ‘청빈예찬’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이왕 부자가 못된 바에는 빈궁은 도저히 물리칠 수 없는 일이니, 사람이 청빈을 극구예찬함은 우리들 선량한 빈자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 그것은 절대로 필요한 한 개의 힘센 무기요, 또 위안이다.”라고. 그렇지만 박영록의 청빈은 피할 수 없는 수동적 운명이라기보다 처음부터 선택한 길이요, 세상살이 방식이다. 때로는 답답하게 느껴진다는 컨테이너 방에 누워 지그시 눈을 감고 남쪽으로 난 창밖으로 나가 세상을 주유하는 꿈을 꾸는 그는 그것으로도 행복하다고 한다. 황성기 논설위원 marry04@seoul.co.kr ■ 그는 누구인가 박영록 전 의원은 ‘박총재’로 불리기를 좋아한다. 명예욕이 있어서라기보다는 현역 정치인으로 최고 직함을 누린 평민당 부총재 시절의 애착 때문일 것이다. 1922년 강원도 고성 출신으로 춘천농고를 졸업하고 정계에 들어서기 전 강원일보 기자를 지내기도 했다.37살에 강원도지사에 당선된 뒤 6,7,9,10대 국회의원을 지냈다.69년 3선 개헌 반대투쟁 때에는 동료인 장준하와 함께 신민당의 원외투쟁을 주도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 김대중 전 대통령, 이철승 전 의원과 함께 1970년대 40대 기수론을 이끌었다. 70년 의원 자격으로 방문한 독일에서 베를린 올림픽 스타디움에 몰래 들어가 승리자 기념비에 새겨져 있던 손기정의 국적 ‘JAPAN’을 ‘KOREA’로 바꾼 일화는 아직도 회자되고 있다. 또한 80년 신군부가 5000만원밖에 없는 그를 20억원 부정축재자로 몰아 재산을 몰수하기도 했다. 최근 최연희 의원 등 강원도 국회의원협의회 회원들이 그를 돕겠다고 했으나 “돈을 들고 올 거면 오지 말라.”고 사양했다고 한다. 3·1운동의 성지를 세계평화공원으로 만들자는 뜻에서 매일 오전 탑골공원을 둘러보고, 헌정회 사무실에 들른 뒤 소공동의 원구단에 들러 참배하는 ‘시천살이’를 하는 게 하루 일과이다. 황성기 논설위원 marry04@seoul.co.kr
  • [사설] 日 아베 총리 사의 표명을 보는 눈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어제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명했다. 취임 1주년을 코 앞에 둔 퇴진 발표다. 불과 사흘전 미군 지원을 위한 테러대책특별법을 연장시키지 못하면 총리직을 버리겠다고 배수진을 친 뒤라서 그의 결정은 더욱 뜻밖이다. 하지만 그의 퇴진은 늦은 감이 있다. 지난 7월 자민당 사상 최악의 참의원 선거 참패로 정권은 사실상 끝이 났다. 국민의 선택은 아베가 아니었는데도 정권에 집착해 총리직을 고수했다. 등 돌린 민심을 읽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다 상처만 더 입고 자리에서 내려오게 됐다. 자민당이 만든 연금제도의 부실함이 만천하에 드러나고 각료의 불법 정치자금이 속속 밝혀졌는데도 그는 공허한 개헌과 개혁을 외쳤다. 게다가 미 의회를 비롯한 국제사회가 일본군의 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하고 사과하라고 하는데도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고이즈미 전 총리가 외면한 동아시아 외교를 복원하려고 애는 썼지만 북한을 고립시키려는 강경책을 접지 않아 결국 일본의 외교 고립만 심화시켰다. 일본인 납치문제로 총리까지 오른 그는 납치 해결에 한치의 진전도 보지 못하고 물러나게 됐다. 아베 총리는 자민당 총재가 선출되는 대로 퇴진하겠다고 말했다. 새 총리가 이달 말 유엔 총회에 참석하기를 바란다고 밝힌 만큼 자민당은 곧 후임 총재를 뽑는 절차에 돌입할 것이다. 총리직에 오를 자민당 총재가 누가 되든 일본에 거는 국제사회의 기대를 잘 읽었으면 한다. 아베 총리가 1년간 보여준 편협한 외교를 되풀이하지 않길 바란다. 일본이 더불어 살아가야 할 나라는 동맹국 미국만이 아니다.
  • 친노 단일화 “내가 적임자”

    대통합민주신당의 본선행 티켓을 거머쥔 이해찬·유시민·한명숙 후보가 친노진영 단일화 논의를 재점화한다. 단일화 룰을 확정하기 위한 후보 대리인 회의가 이번주 중에 가동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예비경선 결과를 놓고 저마다 “내가 적임자”라며 아전인수식 해석을 내놓으면서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단일화 시기와 기준, 방법 등을 둘러싸고 신경전이 더 치열해질 것임을 예고했다. 컷오프(예비경선)에서 우위를 점한 이 후보는 6일 기자간담회에서 “컷오프 결과 손학규 후보의 대세론이 소멸됐다.”면서 “친노 후보들이 합치면 손 후보를 꺾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계승·발전시킬 후보라야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이길 수 있다.”며 자신의 경쟁력을 강조했다. 경쟁모드로 돌아선 유 후보의 득표율에 대해 “그 정도 결과일 거라 예상했다.”며 상대적인 자신감을 드러냈다. 한 후보는 방송 인터뷰에서 “이·유 후보에 비해 반대세력이 없고, 전국적으로 지지가 고르고 호감도도 1위인 저로 단일화 되는 게 시너지 효과가 가장 크다고 본다.”고 확신했다. 다음 주에 이 후보와 단일화를 이뤄낸 뒤 유 후보와 단일화하는 2단계 방안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유 후보는 “현 단계에서 공개적으로 논의하는 건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면서 “본경선 첫 레이스에서 1위를 하면 계속 갈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날 ‘대통령 4년 연임제 개헌’ 공약을 내놓는 등 정책 차별화를 시도했다. 정치적 결단에 의한 단일화를 내세우는 두 후보의 제안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의사로 비쳐진다.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열린세상] 한국 대선의 수준/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열린세상] 한국 대선의 수준/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아시아 전역에서 각종 선거가 한창이다. 독자들은 아마 지난 7월의 일본 참의원 선거만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시아 전역에는 각종 선거의 열풍이 불고 있다.2006년이 브라질 등 9개 국가에서 대선을 치렀던 남미 선거의 해라면 2007년은 한국의 대선을 포함한 아시아 선거의 해라 하겠다. 32년 동안 집권한 독재자 수하르토에게 과거청산의 일환으로 최근 약 400만달러 규모의 소송을 제기한 인도네시아는 역사상 처음으로 지방선거를 직접선거로 치렀다.8월 초에 자카르타 주지사를 주민의 손으로 직접 선출한 것이다. 7월에 치러진 인도의 대선에서는 최초로 여성 대통령이 탄생했다. 이로써 인도는 여성이 총리와 대통령 자리를 각각 한 번 이상 차지한 기록을 보유하게 되었다. 표면적으로나마 아시아의 민주주의가 성숙해 나가는 징표들이다. 그러나 구태를 반복하는 선거가 더 많다. 일본에서는 7월 아베 총리가 참패한 선거결과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끝까지 지키고 있다.5월에 열린 필리핀 의회선거는 더 끔찍하다.1986년 마르코스가 미국으로 쫓겨난 뒤 20년이 더 지났건만 선거기간동안 사제폭탄도 날아다니고 후보자를 포함한 100여명이 사망했으며 중복투표를 포함한 선거부정이 횡행했다. 6월에 열린 동티모르의 의회선거는 아직까지도 정치적 혼란과 사회적 갈등을 치유하지 못한다.5월의 대선에서 당선된 라모스-호르타 대통령이 6월 의회선거에서 2등을 차지한 정당의 대표인 구스마오를 총리로 임명했다.1등 정당의 대표이자 구스마오와 수십년 동안 라이벌 관계에 있는 알카티리 전 총리는 승복하지 않았다. 나라의 약 100만명 인구 가운데 실업률이 50%에 육박하는데도 지도자끼리 정쟁에 몰두하는 것이다. 지난해 9월 쿠데타로 집권한 태국의 군부도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있다.18번째 개헌을 통과시키는 8월 중순의 국민투표에서 국민들은 70%도 안 되는 지지를 보였을 뿐이다. 이번 헌법은 1997년 헌법이 강조했던 시민사회, 권리와 자유, 참여와 개혁 등에서 퇴보하여 국가안보와 군의 역할 등을 강조한다. 국민투표 결과 11월로 예정된 의회선거도 불확실해졌다. 파키스탄은 더욱 심각하다.1999년 쿠데타를 통해 집권한 무샤라프 대통령이 위헌임에도 불구하고 군참모총장 직을 고수한 채 9월경으로 예정된 대선에 재출마하려 한다. 대법원의 반대에 부딪히자 묘안을 짰다. 부패와 무능으로 영국으로 추방당한 부토 전 총리를 끌어들인다. 두 번씩 총리를 역임한 부토는 내년 의회선거에서 총리를 희망하지만 두 번 이상 총리역임은 법으로 금지된다. 둘은 비밀회동을 하고 서로의 이익을 위하여 동분서주한다. 내년 5월로 예정된 타이완 대선도 정가를 벌써부터 달군다. 하버드대 출신에 법무부 장관을 지낸 마잉주 국민당 대통령후보가 올 초 타이베이 시장으로 재직할 당시 부패혐의로 기소되었다.8월에 마잉주는 무혐의 판결을 받았으나 그의 비서는 14개월 형을 받았다. 민진당 대통령 후보 프랭크 쉬도 가오슝 시장으로 재직할 당시 대가성 뇌물로 조사를 받는 중이다. 올 12월과 내년 4월에 큰 선거를 잇달아 치를 한국도 크게 다를 바 없다. 후보들의 과거행적이 큰 쟁점으로 부각되는데 몸통 대신 꼬리만 잘리고 있다. 경선결과도 불복종하는 상황이다. 후보들은 민생 대신 선거에 목숨을 걸고 정쟁과 합종연횡만 꾀한다. 정당들도 유권자의 관심을 모으려고 별의별 시도를 다 해보지만 올 선거만큼 분위기가 안 뜨는 경우도 없다.100명이나 넘는 예비후보가 벌써부터 출사표를 던졌지만 단 한 명 선뜻 표를 줄 사람이 없다는 국민의 깊은 탄식과 긴 한숨을 겸허하게 곱씹어 봐야 할 것이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언론사 난리 부려도 임기까지 지장없다”

    “언론사 난리 부려도 임기까지 지장없다”

    노무현 대통령이 언론 상황과 정치 현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국내 정치 상황을 언급한 것은 지난 7월17일 청와대브리핑을 통해 차기 정권의 개헌 관련 의견을 밝힌 이후 40여일 만이다. 노 대통령은 31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가 전날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 반대 결의문을 채택한 것과 관련,“언론사가 난리 부리는데 제 임기가 갈 때까지 아무 지장 없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 창립 20주년 기념식에 참석,“언론이 막강한 특권을 누리고 있어 (임기 초)그 근거가 되는 제도를 끊어버리고 기자실을 폐지시켰는데 (아직도)기자실이 남아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노 대통령은 이날 참모회의에서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의 관련 당국자를 문책하라는 편협의 요구에 대해 “사유가 있어야 문책할 것 아니냐.”며 청와대 홍보수석과 국정홍보처장 등의 문책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김영삼 전 대통령은 자기를 좋아하는 언론에 버림받았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공생관계를 청산하려다 언론 전체가 적이 돼 버렸다.”면서 “저를 편들어 주던 진보적 언론도 일색으로 저를 조진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그래서 요즘 ‘깜’도 안 되는 의혹이 많이 춤을 추고 있고, 과오를 부풀리고 있다.”면서 “복잡한 인과관계를 쓸 수 없는 기자들이 오라는 데 이제 안간다. 긴 얘기를 (기획 프로그램으로)담아낼 수 있는 PD가 오라면 간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정치 현안과 관련,“요즘 정치가 가관”이라면서 “‘김영삼(YS) 3당 합당’을 틀린 것이라고 비난하는 사람들이, 그쪽에서 나와 범여권으로 넘어 온 사람한테 줄서서 부채질하느라 바쁘다.YS는 안 되고 그 사람은 왜 되느냐.”라고 지적했다. 대통합민주신당 손학규 후보와 손 후보를 지지하는 일부 동교동 인사를 지칭한 말이다. 노 대통령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검증 논란과 관련,“위장전입 한건만 있어도 장관이 안 되는데 일부 언론은 (이 후보의 의혹을)덮어라 하고 팔짱 끼고 앉아 있다.”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세상이 투명해져 공직자 검증도 엄격한데 이 후보의 의혹을 언론이 검증하지 않고 문제점을 그냥 지나치거나 덮고 지나간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 [민주신당 정책토론회] MB와 차별화…“내가 필승후보”

    [민주신당 정책토론회] MB와 차별화…“내가 필승후보”

    1. 정책 공방 27일 민주신당 대선 예비주자 토론회는 9명의 예비 후보자들이 부동산·비정규직·저출산 대책·남북관계 등에 대한 열띤 토론을 벌였다. 그러나 후보 1인당 통틀어 발언할 수 있는 시간이 11분30초에 불과해 정책 현안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는 이뤄지지 못했다.4개 분야별 후보간 발언을 정리한다. ●남북정상회담 ▶김두관 후보 비핵화를 통해 한반도를 영구적인 평화지대로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한 의제다. 남북경협으로 경제공동체를 완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해찬 후보 비핵화로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해야 한다. 경제공동체를 만들려면 경제교류도 활발해야 한다. ●비정규직 해법 ▶추미애 후보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법인세를 감면해줄 것이다. 중소기업이 비정규직 문제를 독자적으로 감당할 수 없다. 국가 지급능력을 확대해서 정규직을 늘리겠다. ▶한명숙 후보 비정규직 보호와 함께 사용자에 대한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정규직 전환 기업에는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 ▶유시민 후보 현재 법안은 차별철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비정규직에 대한 사회적인 보호책을 강화하고 비정규직의 직무능력 향상을 위한 교육기회를 많이 늘려야 한다. ●부동산 문제 ▶손학규 후보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해서 주택을 값싸게 공급해야 한다.1가구 1주택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대폭 감면할 것이다. ▶정동영 후보 일관성이 중요하다. 부동산 투기를 원천 차단해야 한다. 개헌이 이루어지면 토지공개념을 명문화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저출산 문제 ▶신기남 후보 복지 차원에서 해결해야 한다. 국·공립 보육시설을 30% 수준으로 확충하고 산전·산후휴가를 보완해야 한다. ▶천정배 후보 보육은 국가적 과제가 돼야 한다. ▶유시민 후보 통합 바우처 제도를 실시하겠다. 소득수준과 아이들 숫자에 따라 지원액을 책정하고 획일적인 규제는 철폐하겠다. 다양한 보육시설을 확충할 것이다. 2. 참여정부 공과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의 공과도 토론회 주요 이슈로 등장했다. 비노 주자들은 참여정부 실패론을 제기했고, 친노 주자들은 이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며 대립각을 세웠다. ▶천정배 후보 부동산 정책을 비롯, 참여정부가 국민을 어렵게 한 것에 대해 용서를 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해찬 후보 참여정부가 성과 올린 것도 있고 부족한 점도 있다. 신용등급 상향 조정, 수출 등은 높은 평가를 받고 있으나 양극화 문제와 내수경제 활성화는 미흡했다. ▶손학규 후보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의 민심 이반 원인이 무엇이고 해결책은 무엇인가. -이해찬 후보 선거에서 진 원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지방 선거 투표율이 낮기 때문에 연세 드신 분들이 찍고 젊은이들이 찍지 않는 부분에 대한 대응책이 부족했던 것이다. 언론이 (열린)우리당에 유리하지 않은 보도를 많이 한 데 원인이 있다. ▶손학규 후보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이 어렵게 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추미애 후보 탈 권위와 깨끗한 정치문화는 국민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정권 초기에 대북송금 특검법을 통과시킨 것 등 남북관계를 후퇴시킨 것, 지지세력 분열로 정권을 시작한 것 등 이 두 가지를 극복하지 못한 것은 과오다. ▶손학규 후보 참여정부가 국민들을 편하게 못했는데 어떻게 국민들 마음을 편하게 만들 것인가. -추미애 후보 참여정부 실패론에 동의하지 않는다. 노무현 정부의 시대정신은 낡은 정치를 청산하는 것이었다. 새로운 정치를 만드는 것이었다.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었다. 깨끗한 선거 만들었고, 정경유착 뿌리 뽑고, 국가 균형 발전시켰고, 남북문제도 잘 관리했다. 다만 소통과 민심에 과(오)가 있다. 소통의 리더십으로 민생을 챙기겠다. ▶천정배 후보 (찬스 발언)참여정부가 기대를 많이 받고 출범했지만 민생 문제는 매우 부진한 게 사실이다. 국민이 이 점에서 비난하고 서운해하고 있다. 정치적으로도 대연정을 주장하는 등 정체성이 흔들렸다. 3.범여권 정통성 토론회에서는 범여권 지지도 1위를 달리는 손학규 후보에 대한 직·간접적 공격이 집중됐다. 민주개혁세력의 정통성에 대한 고강도 압박 차원의 질문이 쏟아졌다. 일부 후보는 손 후보가 한나라당 시절 요직에 있을 당시의 정책수행 능력을 빗대 칼날을 세웠다. ▶천정배 후보 손 후보는 올해 초 “한나라당 최종 승리가 목적이자 그 자체”라고 했다. 한나라당 3등 후보가 왜 여기 앉아 있나. -손학규 후보 답답한 마음 충분히 이해한다. 열린우리당이 의욕에 차서 출발했는데 결국 왜 문을 닫게 됐나.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전체 지지율 60%를 넘나든다. 지금 해야 할 일은 국민이 경제 걱정 안 하고, 청년 일자리 걱정 덜고,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다. 새롭게 변해야 한다. ▶신기남 후보 손 후보가 완전히 한나라당을 떠났는지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 이명박 후보보다 더 보수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이 후보와 차별성이 크지도 않다. 신당 후보 자격이 없다고 보는데. -손학규 후보 등소평의 흑묘백묘 생각난다. 우리 국민은 일자리, 경제살리기, 선진국 되는 것을 절실히 원한다. 세상이 변한 만큼 우리도 변해야 한다. 선진국이 되고 사람이 제대로 대접받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정동영 후보 손 후보가 한나라당에 있을 때 대북 쌀 지원은 감상적 차원의 접근이라고 주장하는 등 폐쇄적인 대북방침을 보였다.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나. -손학규 후보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에 야당에 있으면서도 햇볕정책을 공개 지지했다. 그러나 북핵은 반드시 폐기돼야 한다. 이는 햇볕정책과 포용정책 , 경제공동체 정책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이해찬 후보 1990년대 중반 복지부 장관 시절 산아제한 정책을 써서 저출산 정책을 막지 못했다. 실책 인정하나. -손학규 후보 당시 산아제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실시한 기억이 없다. 당시 출산율이 얼마인지 기억 못하는 잘못이 있겠지만 모른다는 자체를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다. 4.이명박 대항마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예비주자 9명은 저마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싸워 이길 수 있는 ‘필승 후보’를 자처했다. 특히 각 후보들은 “서민과 중산층 경제를 살릴 사람은 바로 나”라며 이명박 후보의 ‘경제 대통령’ 이미지를 깨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이 후보의 경부대운하 공약에 대한 비판도 등장했다. ▶손학규 후보 이명박 후보가 청계천 공사할 때 세계를 누비며 첨단 기업을 유치했다. 이명박 후보가 12만개 일자리 만들 때 74만개 일자리 만들고 서울시가 2.8% 경제 성장할 때 경기도를 7.5% 성장시켰다. ▶정동영 후보 이명박 후보가 형편없는 도덕성에도 후보가 된 이유는 청계천 추진력을 인정받아서다. 그렇다면 허허벌판 철조망 너머에 개성공단을 만든 정동영의 추진력도 인정받아야 한다. ▶이해찬 후보 누가 이명박 후보를 이길 수 있는지 확인해보라. 책임총리로 국정운영 능력 확인된 제가 대선에서 승리해 평화와 교육발전 약속을 지키겠다. ▶한명숙 후보 이명박 후보의 대운하는 환경 대재앙 계획이다. 흐르던 물이 고이면 썩고 물이 죽으면 사람도 죽는다. 유독물질과 유류 실은 배가 운하를 지난다는 것은 시대착오다. ▶유시민 후보 한나라당 판을 바꿀 후보가 누구인지 유심히 봐달라. ▶추미애 후보 나는 깨끗하고 당당하게 정치해온 후보다. 이명박 후보에 당당히 맞설 수 있는, 영·호남이 다 지지하는 유일한 후보다. ▶신기남 후보 이명박 후보는 복지를 부정하는 성장만능주의를 주장하고 있다. 복지는 국민을 안정되게 해 성장동력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서구의 복지모델이 실패했다는 것은 복지국가가 뭔지도 모르면서 하는 말이다. ▶김두관 후보 재벌 성공시대 이명박 후보와 국민 성공시대 김두관 후보를 비교해 보라. 여러분이 찾는 이명박 대항마는 바로 김두관이다. ▶천정배 후보 수구세력과 특권층을 위한 세력이 집권할 위기다. 확실하고 강한 개혁 노선만이 이명박 후보를 이길 수 있다. 정리 구혜영 나길회 박창규 기자 koohy@seoul.co.kr
  • [佛사르코지 개혁실험 3개월] (중) 전방위 개혁

    |파리 이종수특파원|“나는 통치하는 대통령이 되고 싶다. 책임없는 강력한 권한은 있을 수 없다.”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지난달 12일 파리 북동부 에피날에서 행한 연설에는 그가 추진하려는 개혁의 청사진이 녹아 있다. 개헌을 해서라도 강력한 대통령제를 도입하려는 취지다. 또 대통령 당선 뒤 그가 발표한 광범위한 경제재정 개혁안도 국회를 통과해 곧 시행될 예정이다. 그의 구상이 실현되면 프랑스 제5공화국 사상 가장 획기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그러나 사르코지호(號)가 순항할지는 불투명하다. 노동계를 중심으로 전통적으로 내려온 ‘사회적 저항’의 벽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헌법 개정해서라도 대통령 권한 강화” 먼저 그가 밝힌 정치제도 개혁의 골자는 대통령의 권한과 책임을 강화하고 의회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이 밖에 ▲상원 임무, 구성의 변화 ▲사법부 독립 강화 ▲헌법위원회의 최고재판소 개편 등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제 강화를 위해 “1년에 한번 이상 국회에 출석해 정책 설명회를 갖겠다.”고 말했다. 구체적 실무기구로 에두아르 발라뒤르 전 총리가 이끄는 ‘기구 현대화 위원회’를 구성했다. 반발을 무마하려고 사회당 중진인 자크 랑 전 문화부 장관까지 영입하는 공을 들였다. 그가 개혁 청사진 발표무대를 파리가 아닌 지방의 에피날로 잡은 것도 시사적이다. 에피날은 51년 전 사르코지가 추종하는 샤를 드 골 전 대통령이 제5공화국 헌법의 뼈대를 제시한 곳이다. 한편 경제 개혁 법안은 순차적으로 국회를 통과했다. 여당인 대중운동연합(UMP)이 과반을 훨씬 웃도는 의석을 확보한 상황에서 어차피 예고된 수순이었다. 먼저 지난달 정부가 발의한 ‘노동·고용·구매력에 관한 법안’이 지난 1일 일부 수정을 거쳐 상·하원을 통과했다.‘더 일하고 더 벌자.’는 사르코지의 경제철학을 반영한 법안으로 분야별 골자는 ▲상속·증여세 대폭 완화 ▲직접세 부과 최고한도 인하 ▲사회연대세(부유세) 감면 ▲초과근무소득에 대한 면세 및 사회보장부담금 감면 ▲주택대출이자에 대한 소득공제 허용 등이다. ●의회 과반수 기반… 각종 감세안 입법 법안이 통과됨에 따라 주35시간 근로제의 골간이 적지 않게 흔들릴 전망이다. 근로시간이 늘어날 분위기다. 오는 10월부터 초과 근무 소득에 대해 소득세 등 조세를 면제하는 한편 기업의 경우 사회보장부담금을 감면해준다. 감면액은 20인 미만의 중소기업은 시간당 1.5유로(약1900원),20인 이상인 기업은 0.5유로다. 또 논란이 된 ‘(육상교통)최소공공서비스 법안’도 지난 2일 국회를 통과했다. 이 법안은 사르코지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약으로서 “빈번한 공공 운송노조의 파업으로 발생하는 시민들의 불편과 막대한 사회·경제적 손실을 방지하기 위하여 공공 운송노조 파업시 최소 운송서비스를 확보한다.”는 취지다. ●주 35시간 근로제 타격… 노동계 9월 투쟁 선언 이 법안 가운데 ▲파업 48시간 전 노동자가 회사측에 파업 참가 여부 고지 ▲사용자는 파업 8일 이후부터 노동자의 파업 지속 여부 조회 가능 등이 쟁점 사안으로 떠올랐다. 국회는 통과했지만 노동계가 휴가철이 끝나는 9월부터 강력 저지할 뜻을 밝혀 파문이 예상된다. 한편 논란이 예상된 대학개혁 법안도 사르코지 대통령과 교육 장관이 교수협의회와 학생노조 대표들을 만나 의견을 수렴한 끝에 핵심 조항인 ▲(석사과정부터)학생선발권 ▲등록금 인상안 을 빼고 교육부가 수정 발의해 하원을 통과했다. viele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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