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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李대통령 G20유치 회견] 국민통합 위한 영·호남 대립구도 근본 개선

    이명박 대통령은 30일 특별기자회견에서 지역구도 타파를 위한 선거구제 및 행정구역 개편 필요성을 거듭 제기했다. 그러면서 정치권에 여야를 초월한 초당적 접근을 당부했다. 지난 8·15 경축사에서 내놨던 ‘정치개혁’ 구상의 구체적인 예를 들어가며 확고한 의지를 내비쳤다. ●선거구제·행정개편 초당적 접근 당부 선거제도와 관련해 이 대통령은 “호남에 가면 여당 의원 한 사람도 없다. 구의원도 없다. 시의원 한 사람 없다. 영남에 가면 야당 의원, 구의원, 시의원 없다”, “제도가 이렇게 돼 있는데 국민 소통 아무리 얘기해도 이대로 두면 앞으로 10년, 20년이 지나도 소통이 안 된다.”고 말했다. 영·호남으로 갈라진 현 지역구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지 않고서는 정치발전은 물론이고 국민통합이 어렵다는 확고한 신념을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정치권에서는 중·대선거구제, 권역별 비례대표제, 석패율제 등이 검토되고 있다. 이 대통령이 이처럼 선거구제 개편 필요성을 거듭 역설함에 따라 정치권의 논의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여야 간 협의를 통한 선거구제 조기 개편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선거구제 개편에 대한 각 정파 간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민주당은 중· 대선거구제를 각각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선거제도 개편은 자칫 개헌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야당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는 점도 걸림돌이다. 행정구역 개편과 관련, 이 대통령은 “1890년대 행정구역이 정해졌다고 한다. 벌써 120년 가까이 됐는데 그때는 완전 농경시대가 아니었느냐.”고 반문한 뒤 “모든 균형 발전이 행정구역에 따라 하게 됐는데 지역을 만들어줘야 발전할 수 있다.”고 개편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현재 행정구역 개편안에 대해선 시·도를 폐지하고 시·군·구를 통합해 전국을 광역단체 60∼70개로 재편하는 방안 등이 정치권 등에서 제시돼 있는 상태다. ●개헌은 정치권 논의 우선 입장 이 대통령은 개헌문제에 대해서는 정치권의 논의가 전제돼야 한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이 대통령은 “개헌에 대해 바로 제시할 생각은 없다.”며 “더욱이 이원집정부제 등 권력구제에 대한 원칙적인 제안을 한 것도 아니다.”며 선을 그었다. 자칫 이 대통령이 개헌을 주도하는 모양새를 띨 경우 야당의 반발 등을 고려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열린세상] 개헌에 관한 미시적 접근/윤성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열린세상] 개헌에 관한 미시적 접근/윤성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헌법 개정 논의가 자칫 거시 제도의 개편에만 초점을 두지 않나 염려된다. 모든 제도는 그 나름의 장단점을 갖고 있어서 제도를 평가할 때에는 제도 자체의 장단점은 물론 우리 실정에 어떤 제도가 가장 적합한지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 나아가 그 제도를 어떻게 운영하느냐, 즉 제도 운영의 방식은 더욱 중요하다. 같은 정치제도라 해도 운영방식에 따라 성패는 전혀 다르게 나타난다. 헌법연구자문위원회는 권력구조 개편 방안으로 이원정부제와 대통령제를 복수로 제안했다. 두 가지 방안 모두 삼권분립을 강화해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이원정부제에서는 일반 행정에 관한 권한을 의회에서 선출된 국무총리에게 이양하는 방식으로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한다. 대신 대통령은 내각 불신임과 국회 해산권을 가져 국회를 견제한다. 일견 대통령과 국회 간의 권력 분산과 견제를 통해 제왕적 대통령의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듯하다. 그러나 대통령과 국무총리, 그리고 국회 사이의 신뢰가 형성되지 않으면 이원정부제는 성공할 수 없는 제도다. 이원정부제 하에서 대통령은 외교와 국방에 관한 권한을 행사하며, 일반 행정은 국무총리의 몫으로 구분한다. 그러나 모든 사안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현대사회에서 외치와 내치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을뿐더러 구분 자체가 무의미하다. 아무리 세세한 규칙을 정하더라도 대통령과 국무총리 사이의 권한 다툼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자문위원회는 또 다른 권력구조 개편방안으로 4년 중임제의 미국식 순수대통령제를 제안했다. 잦은 선거로 인한 사회갈등 심화와 경제적 낭비를 없애기 위해 4년 중임제로의 개편은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 행정부에 속해 있는 예산편성권과 회계검사권을 국회로 이관하고, 정부의 법률안 제출권을 삭제하는 순수대통령제로의 개편 역시 권력분립을 위해 옳은 방향이다. 다만 국회의 권한 강화와 함께 효율적 운영방식에 대해서도 철저히 준비해야만 순수대통령제가 성공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현재 우리 국회는 예산 편성은커녕 고유권한인 예산 심의와 입법 기능조차 제대로 수행할 능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국회의 정책 인프라를 지금과 같은 상태로 방치한 채 그 권한을 강화한다면 국정 운영의 비효율성만 높일 것이다. 국회의 권한을 강화하려면 그 권한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는 능력도 갖추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자면 국회의원 보좌 인력을 대폭 늘려야 하고 국회의 전문 인력 숫자도 지금보다 열 배 이상 증원해야 한다. 여야 간의 소모적 갈등을 없앨 방법도 고민해야 한다. 권력구조 개편과 맞물려 함께 진행되고 있는 선거제도 개선에 있어서도 거시적 제도와 미시적 운영방식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 지역주의를 극복하기 위해 지금의 소선거구를 대폭 줄이면서 권역별 비례대표를 확대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1등만 당선되는 소선거구제가 거대정당에 유리한 데 비해 비례대표제는 유권자의 선택이 의석으로 정확히 반영되는 장점을 갖고 있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 한나라당이 호남에서, 민주당이 영남에서 의석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아져 지역주의 완화에 도움이 된다. 다만 현재와 같이 비례대표 명부작성의 권한이 당 지도부에 집중되어 있다면 정당운영의 비민주성과 정치부패를 조장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따라서 민주적 정당명부 작성 방식을 면밀히 준비해야만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급격히 변화하는 사회 환경 속에서 수백 년 된 대의민주주의는 필연적으로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권력구조와 선거제도 등 제도적 개편으로 우리 정치의 민주성과 효율성을 높이려는 노력은 마땅히 지속해야 한다. 그러나 제도 자체의 개편과 함께 그 같은 제도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의 문제 또한 반드시 논의해야 한다. 윤성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열린세상] 정치제도 불균형 극복할 개헌 돼야/성낙인 서울대 교수 헌법학·한국법학교수회장

    [열린세상] 정치제도 불균형 극복할 개헌 돼야/성낙인 서울대 교수 헌법학·한국법학교수회장

    1948년 제헌헌법을 포함하면 1987년 개정된 헌법에 이르기까지 10개의 헌법이 명멸해 왔다. 10년을 지속한 헌법이 없었다. 헌정 파탄 속에 실질적인 헌법제정이 다섯차례나 자행되었다. 제6공화국 헌법이라 지칭되는 1987년 체제는 한국 민주주의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산업화와 민주화라는 두 마리 토끼가 동시에 작동된다. 두 번의 평화적 정권교체는 국민주권주의가 살아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20년을 훌쩍 뛰어넘어 헌법의 안정시대를 구가한다. 이제 산업화 과정에서 제대로 구현되지 못했던 국민의 자유와 권리, 민주화 과정에서 제대로 작동되지 못했던 정치제도의 균형을 새로 설계할 때다. 성숙한 시민의식에 터 잡아 21세기의 화두인 정보화·세계화·지방화 시대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헌법을 그려 본다. 첫째, 제헌헌법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한 기본권 규정은 민주화와 헌법재판을 통해 쌓아 올린 성과를 반영하여 정밀하게 체계화해야 한다. 특히 정보사회의 급속한 진전에 따라 전통적인 기본권 체계의 새로운 구성과 재해석이 불가피하다. 2004년에 유럽연합이 채택한 기본권헌장은 인류사회의 보편적 가치로 자리잡은 인권의 규범화를 통해서 21세기 권리장전의 새 모델을 제시한다. 둘째, 제왕적 대통령으로 상징되는 정치제도의 불균형을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균형을 구축해야 한다. 혁명적인 의원내각제 개헌도 가능하다. 하지만 국민들은 대통령직선제를 원한다. 독일헌법은 합리화된 의원내각제의 전범(典範)이다. 헌정의 안정 속에 라인강의 기적과 통일대업을 이루었다. 그 독일에서도 대통령직선제가 논의된다. 하지만 직선대통령에 대한 권한 부여 문제로 답보상태다. 직선 대통령은 의원내각제적인 상징적·의례적 국가원수로 머물 수는 없다. 대통령·국회·국무총리(내각)의 삼각구도에 기초한 현행 헌법의 기본 틀을 유지하면서 두 개의 국민적 정당성의 축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 직선 대통령은 국가와 헌법을 수호할 신성한 책무를 지는 국가원수이자 나라의 큰 어른이다. 온 나라가 누란의 위기에 처할 때, 국정이 교착상태에 빠질 때, 국민여론이 심각한 분열양상을 보일 때, 대통령은 국가긴급권, 국회해산권, 국민투표부의권을 통해서 국가의 이정표를 제시해야 한다. 의회의 신임에 기초한 내각은 일상적인 국정운영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 프랑스·포르투갈·핀란드의 다양한 이원정부제적 경험은 한국적 이원정부제의 밑거름이 된다. 프랑스의 동거정부제에서 보여준 대통령과 내각의 갈등 양상을 반복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실패한 한국적 대통령제의 제도 균형을 미국식 순수대통령제로 치환할 수도 있다. 정·부통령 러닝메이트 시스템과 4년 중임제의 채택이다. 의회의 위상과 좌표를 제고해야 한다. 정부의 법률안 제출권도 삭제한다. 하지만 60년의 헌정사적 경험을 내쳐야 한다. 집행부의 대통령·국무총리 메커니즘을 폐기하고 한번도 경험하지 않은 러닝메이트 부통령제의 도입은 새 제도의 실험장이 될 우려가 크다. 무엇보다 현행 헌법이 안고 있는 치명적인 흠결의 보정이 필요하다. 예컨대 대통령의 유고를 판단할 기관이 없다. 법정선거기간 중의 후보자 유고에 대해서도 침묵한다. 1956년과 1960년 대선기간 중에 제1야당의 후보자가 사망한 뼈아픈 경험을 안고 있지 않은가. 임기만료에 따른 선거와 유고에 따른 선거에 대한 규정도 부정합적이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비상사태 아닌 정상적인 상태에서 국민과 국회가 평상심을 갖고 충분한 숙고기간을 거치면서 공동체의 규범을 새로 모색할 때가 되었다. 헌법개정 논의가 더는 정쟁의 대상이 되어서는 아니된다. 새로 마련할 헌법은 대한민국이 다시 한번 세계 속에 우뚝 선 정상국가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성낙인 서울대 교수 헌법학·한국법학교수회장
  • [정운찬 청문회] “행정 비효율…원안대론 어렵다”

    [정운찬 청문회] “행정 비효율…원안대론 어렵다”

    21일 국회 인사청문특위에서 열린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세종시 토론회’를 방불케 했다. 정 후보자가 낮은 행정 효율성 등을 들어 “자족 기능을 보완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 것을 중심으로 찬반 공방이 뜨겁게 일었다. 민주당 김종률 의원은 “이미 여야 합의로 법이 시행되고 예산이 집행되고 있는 사안에 대해 효율성 운운하는 것은 생뚱맞다.”면서 “정 후보자의 발언은 법을 지키면서 국정을 이끌어야 할 총리로서 근본 자격을 의심케 한다.”고 비난했다. 이어 “정 후보자 내정은 충청 출신 총리를 내세워 정권의 ‘뜨거운 감자’인 세종시를 입맛에 맞게 축소, 변질시키려는 이충제충(以忠制忠·충청 출신 인사로 충청도를 다루는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총리 내정 소식을 듣고 고향 주민들이 환영하다가 오후에 ‘세종시 수정’ 발언 이후 배신감에 환영 현수막을 철거한 사실을 알고 있느냐.”면서 정 후보자를 자극했다. “발언을 사과하고 취소할 용의가 있느냐.”는 김 의원의 물음에 정 후보자는 “개인의 소신을 말한 것”이라며 거부했다. 김 의원은 “매국노 이완용도 나라 팔아먹을 때 나라 위한 것이라고 했다는 것을 환기해 달라.”고 쏘아붙였다. 충남 천안 출신의 자유선진당 박상돈 의원은 “근본적으로 역대 정부의 국토 균형발전을 송두리째 무너뜨리는 발상”이라면서 “정 후보자가 고향 출신으로 악역의 총대를 멨다.”고 비꼬았다. 박 의원은 “원안대로 9부 2처 2청의 행정기관 이전에 관한 고시를 어서 변경하라는 요구를 하는 것이다. 자족기능이 부족해 보이면 거기에 ‘플러스 알파’를 하면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꾸 빙빙 돌리니까 정부가 세종시 계획을 훼손한다는 의심을 갖는 것”이라면서 “원안에서 플러스 알파냐, 마이너스 알파냐.”고 다그쳤다. 정 후보자는 “절대로 예산이 줄어들지 않는다. 오히려 늘어난다.”면서 “임명되면 고향 사람들이 납득할 만한 안을 내놓겠다. 그렇게 이해해 주면 고맙겠다.”고 해명했다. 한나라당은 정 후보자를 도와 방어에 나섰다. 차명진 의원은 “과천에 청사를 둔 정부부처들이 서울에 비공식으로 사무소를 두는 등 이동의 어려움 때문에 이중 청사를 만든다.”면서 “최소 200~500명의 공무원이 하루 4시간을 KTX에 사무실을 두고 일하는 게 합리적이냐.”고 반문했다. 차 의원은 “통일 시대도 대비해 달라.”고 주문했다. 정 후보자는 “국가적으로는 행정부처가 두 군데로 나뉘어져 있어 계속 옮겨다녀야 하고, 세종시로서도 23조원이 투입되고도 자족 도시가 못 되면 비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당 정옥임 의원은 “만약 개헌이 돼서 정·부통령제 또는 이원집정부제가 되면 대통령은 서울에 있고 부통령·총리는 세종시에 있게 되는 역기능적 현상이 도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후보자는 “아주 위험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정 후보자는 이어진 여야 의원들의 질문에 “정부가 약속을 했으면 지켜야 한다. 지금까지 알려진 계획이 세종시를 자족시키느냐 아니냐를 따져봐야지, 지금 옮기지 말자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다른 방법으로도 자족 기능을 채울 수 있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이지운 허백윤기자 jj@seoul.co.kr
  • [열린세상]경계를 넘어 창조적 협력으로/김미경 상명대 행정학과 교수

    [열린세상]경계를 넘어 창조적 협력으로/김미경 상명대 행정학과 교수

    우리 사회의 편 가르기는 남다르다. 연초부터 핵심적인 주제들로부터 지역주제에 이르기까지 여러 갈등의 모습들이 연이어 불거졌다.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익숙하지 못한 정치적 행태는 극단의 대결구도로 많은 경우 국민들을 지치게 했다. 성숙하지 못한 대화방식이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지 진지한 상호이해가 절실한 시기이다. 과거 우리나라는 사회 각 부문의 다양한 요구를 이해하여 수렴·통합하는 정치적 합의과정보다는 소수로 구성된 권력엘리트가 구상하는 합리성에 입각하여 공공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성향이 강하였다. 대중들이 원하는 요구는 왜곡되거나 봉쇄되었으며 소수 엘리트들이 정부정책을 주도하였다. 독점적인 통치방식에 대한 회의와 반성은 오랫동안 침묵하던 대중들을 정부정책의 수동적인 수혜자 입장에서 벗어나 통치과정에 적극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파트너로 부상시켰다. 대중들은 사회 내 제 집단들을 형성하며 각자의 문제를 사회적으로 이슈화하며 집단이익을 강화하고 있다. 과거 제도권 진입에 제약을 받은 여러 사회적 사안들이 다양한 형태로 쟁점화되면서 관련된 집단이익들은 여러 형태의 집단행동을 폭발적으로 분출시키고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회문제들은 정확한 해결책을 찾기가 참으로 어렵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흔히 말하는 다수결의 논리와 유사하게, 집단이 주장하는 의사의 크기와 강도에 따라 답이 찾아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합리성을 전제로 답을 찾기보다는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거나 내 편이 많은 쪽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큰 것이다. 그러다 보니 제 집단이익들은 저마다 목소리를 높여 자신들의 이익을 주장할 뿐 상대방을 배려하거나 믿으려 하지 않는다. 각기 차별되고 첨예하게 대립되는 집단이익들은 공공선을 간과한 채 저마다의 이해관계를 고집하고 자기견해의 합리화에 골몰하고 있다. 공공선이 이익갈등의 전리품으로 전락하는 순간이다. 우리 사회가 간과한 민주주의의 학습이 초래한 결과인 것이다. 우격다짐이나 투쟁, 상호비방으로 얻어지는 결과는 상처투성이일 뿐이다. 표류하는 공공선을 제 위치에 자리매김하기 위해서 다원화된 의사세력들은 이제라도 어떻게 하면 자신들이 주장하는 ‘개인적 합리성’을 우리 사회가 지향하는 ‘사회적 합리성’으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인지 고민하여야 할 것이다. 민생문제의 향방이나 국가발전의 비전이 권력엘리트들의 사익적 편견이나 제 집단들의 이익갈등의 전리품으로 전락하지 않을 대안적인 문제해결의 장은 어디에 있을까. 내편 상대편의 경계를 긋지 않고 우리 사회가 협력하는 새로운 문제해결방식은 무엇일까. 통치권과 시민사회 모두의 전환이 필요하다. 담론의 방식이 아닌, 대개의 경우 대립의 파장이 사회적 불안을 더욱 가중시켰다는 점을 유념한다면 상호간 금 긋기의 극단적 대결행태로 사회적 논의가 전개되지 않도록 성숙한 담론을 이끌어낼 창조적인 협력의 고안들이 모색돼야 한다. 언제 어디서나 내 것만이 옳지 않음을 알게 해줄 건전한 상쇄권력이 존재할 것이므로 독점적인 권력과 무절제한 집단이익들이 사회적 합리성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충분히 토론하는 다원적 집단정치가 활성화돼야 할 것이다. 다만 형식적이고 절차적인 토론들엔 주의할 필요가 있다. 개헌논의에 관한 포럼에 갔을 때의 일이다. 적지 않게 모인 의원들은 반가움의 인사와 악수를 전달하는 개회식이 끝나자 내용에 대한 진지한 토론은 생략한 채 모두 사라졌다. 우리 사회가 주의해야 할 부분이다. 인사와 악수와 같은 형식적인 소통이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서로의 입장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충분히 대화하고 상대방을 동반자로서 넉넉히 신뢰하며 상대방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내면의 소통이 동반되지 않으면 성숙한 문제해결능력은 내재화되기 어렵다. 요즘 등장하는 숙의민주주의가 과연 현실화될지 기다려볼 참이다. 김미경 상명대 행정학과 교수
  • [책꽂이]

    ●사라져가는 것들 잊혀져가는 것들2(이호준 글, 다할미디어 펴냄) 서울신문 기자 출신으로 미디어연구소 소장을 지냈던 저자가 전국을 돌며 사라지고 잊혀져가는 우리의 문화를 생생하게 담았다. 2008년에 ‘그때가 더 행복했네’라는 부제를 달고 같은 제목으로 나온 책의 후속작이다. 서울 종로를 가로지르는 피맛골, 흙집과 너와집 등 고향 풍경, 손모내기와 벼베기 등 농촌의 이야기들이 시적인 글과 함께 담겨 있다. 1만 2000원. ●세계 미술의 역사(DK편집부 지음, 김숙 옮김, 시공아트 펴냄) 선사시대부터 21세기까지, 동서양을 아우르는 주요 예술가 700여명의 정보를 담았고,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명작 2500여점의 컬러 도판을 수록했다. 연표와 당시 사건을 표로 정리해 보기 수월하다. 6만원. ●1면으로 보는 근현대사-1945년부터 1960년까지(고지훈 해설, 서해문집 펴냄) 신문 기사만으로 역사의 흐름을 엮은 책. 최초 근대신문인 1884년 ‘한성순보’부터 1945년까지를 다룬 1권에 이어 해방 직후부터 1960년 내각책임제 개헌공포까지 격동의 근현대사를 다뤘다. 4권으로 완간 예정. 2만 2000원. ●클래식 승마(김운영 지음, 김영사 펴냄) 클래식 승마는 유럽 귀족들에게 지덕체를 기르는 심신수양법이자 오락이었다. 저자는 경희대에서 학부승마와 CEO승마 등 승마의 대중화에 앞장서는 전문가로서 통찰력과 인내심, 겸손과 성장, 예절과 소통능력 등을 통해 승마의 모든 것을 알려준다. 3만 8000원. ●지혜(Wisdom)(앤드루 저커먼 지음, 이경희 옮김, 샘터 펴냄) 하벨 전 체코 대통령,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 피츠제럴드 전 아일랜드 총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 제인 구달 등 정치, 경제, 문화, 예술계를 대표하는 65세 이상의 명사 60명의 사진과 짤막한 인터뷰가 담긴 묵직한 책. 12만원. ●깐깐한 화장품 사용설명서(리타 슈티엔스 지음, 신경완 옮김, 전나무숲 펴냄) 현명한 화장품 구매를 위한 가이드북. 화장품의 전반적인 제조 과정, 원료 상식, 화장품 업체의 전략, 세계 동향, 미래의 경향 등을 400여쪽에 걸쳐 설명한다. 그야말로 화장품의 ‘알파와 오메가’. 2만 5000원.
  • [열린세상] 개헌논의의 셈법/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열린세상] 개헌논의의 셈법/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전세계적으로 대통령제나 의원내각제 또는 이원집정제 등 정부 형태를 규정하는 헌법을 처음 만들거나 새로 고칠 때는 정치인이나 정당의 합리적인 계산이 작동한다. 자신이 권력을 획득할 가능성을 극대화하는 대신 상대방이 승리할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정부 형태나 제도를 선택하게 마련이다. 헌법의 제정이나 개헌은 날카롭게 대립하는 이해관계 속에서 서로 주고받는 타협과 절충의 결과로 이루어진다. 민주주의나 고상한 대의는 오히려 뒷전이다. 현재 한국의 개헌논의도 마찬가지다. 이명박 대통령에게 개헌논의는 피하고 싶은 주제이다. 자신의 경제위기 극복이라는 과업이 그늘에 가릴 수 있고 정권 초기부터 임기말 현상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엊그제 4년 중임제를 대안으로 제시하는 입장을 밝혔다. 정말 환영할 만하다. 지금 국회의 과반수를 장악하고 여러 가지로 다음 전국선거(대통령선거나 국회의원선거)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는 한나라당은 개헌에 그나마 적극적이다. 다음 집권에 더욱 유리한 정부 형태로 개헌을 추진할 수 있는 칼날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반대로 민주당은 개헌에 대하여 다분히 미온적이다. 민주당은 현재 개헌을 통과시킬 국회 안에서 소수파에 불과하고 다음 전국선거의 승리를 이끌 인물도 많지 않다. 현재 시작된 개헌논의에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은 속된 말로 독박을 쓸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이러한 사정은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창조한국당 등 다른 야당에도 마찬가지이다.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지만 선뜻 개헌논의에 나서지 못하는 이유다. 한발 더 나아가면 차기 주자에 따라 선호하는 정부 형태가 각기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가장 선두주자인 박근혜 의원은 줄곧 4년 연임의 정부통령제를 대안으로 꼽아 왔다. 잘만 하면 2012년부터 8년간 청와대에 머물 수 있기 때문이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최고 기록이 된다. 이에 비해 대통령제를 제외한 정부 형태를 선호하고 의원내각제나 이원집정제를 개헌의 대안으로 제시하는 국회의원들은 대체로 유력한 대선 후보로 물망에 오르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또한 민주당 차기 주자들은 현재 개헌의 대안에 대해서는 섣불리 입을 열지 않는다. 개헌 논의와 거의 같이 따라다니는 결선투표제의 도입도 비슷하다. 정부통령제는 득표력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러닝메이트 사이에 지역적인 안배를 유도하고 이에 따라 지역주의도 완화시킬 수 있다. 이에 비하여 결선투표제는 적어도 이념적으로나 정책적으로 인접한 정당끼리 선거연합을 촉진시킨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제2차 투표에서 표를 몰아주고 선거 뒤에 자리를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인구가 점차 감소하는 전라도 지역에 기초한 민주당이나 지지기반이 상대적으로 좁은 이념정당에는 결선투표제가 더욱 매력적이다. 예를 들면 대선에서 아무도 과반수를 득표한 후보가 없어 최고 득표자 2명을 대상으로 결선투표에 가는 상황이 있다. 결선투표에서 이념정당은 2위 안에 든 민주당에 표를 몰아주고 그 대신 노동부나 보건복지부 등 관심 있는 장관 자리를 요구할 수 있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이다. 그러나 어떠한 정치제도이든 특별히 자기에게만 유리하게 작동하는 법은 없게 마련이다. 결선투표를 앞두고 한나라당도 집권하기 위해 다른 정당들과 선거연합을 결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정치인이나 정당의 이해를 극대화하려는 각자의 셈법에 따라 한국의 개헌논의가 너무 좌지우지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그 결과 이번에 개헌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진단이 점차 설득력을 얻는 중이다. 선거가 너무 빈번해 정치가 매우 불안정한 한국으로서는 20년 만에 돌아온 선거의 동시화를 꾀할 절호의 기회를 놓칠 여유가 없는데 정말 걱정이 태산이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개헌 빼고 현안 두루 논의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16일 청와대에서 단독회동을 갖고 남북문제와 세종시 문제 등 현안을 논의했다. 박선규 청와대 대변인은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43분간 단독회동을 했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10시30분부터 12시5분까지 박 전 대표를 비롯한 유럽특사단 일행을 접견했다.”며 “박 전 대표의 방문 성과 보고 직후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단독회동을 가졌다.”고 밝혔다. 박 전 대표는 “유럽방문 일정이 빡빡했지만 만날 사람은 다 만났다. 보람이 있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다 나라 사랑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주신 것으로 안다. 중요한 시기에 특사단이 성공적인 업무수행으로 큰 역할을 해줬고, 당장도 물론이지만 향후 국정 운영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감사를 표시했다고 박 대변인이 전했다. 박 전 대표는 회동 후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개헌 이야기는 없었고 남북문제와 4대강, 내년에 있을 G20 정상회담 등 현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며 “세종시에 대해서는 이야기는 있었지만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당선 이후 박 전 대표와 단독회동한 것은 지난해 1월과 5월, 올해 1월에 이어 네번째다. 이종락 주현진기자 jrlee@seoul.co.kr
  • [사설] 개헌 범위와 시기 절차부터 논의하라

    이명박 대통령이 그제 개헌의 범위를 권력구조 개편으로 한정하는 방안을 언급한 뒤로 정치권의 개헌 논의가 빨라지는 모습이다. 현행 헌법이 지난 22년의 시대 변화상을 제대로 담지 못하고 있으며, 따라서 조속히 개정돼야 한다는 데 대해서는 국민 다수와 정치권 모두가 이견이 없다고 본다. 문제는 개헌의 시기와 절차, 그리고 범위다. 내년 지방선거와 2012년 19대 총선, 18대 대선으로 이어지는 정치일정을 감안하면 그 무엇 하나 간단치 않은 사안들이다. 때문에 정치권은 우선 개헌의 범위와 시기, 절차를 먼저 정한 뒤 개헌의 내용을 다루는 것이 질서있는 개헌 논의를 위해 바람직하다고 본다. 먼저 여야는 개헌의 범위부터 정할 필요가 있다. 이 대통령의 언급처럼 기본권과 영토조항까지 변경하는 개헌 추진은 자칫 이념 갈등으로 국론만 갈라놓은 채 시간을 허비할 공산이 크다. 따라서 헌법조항 가운데 가장 시급한 권력구조를 현 정부에서 먼저 개정하고 다음 정부에서 기본권 조항 등을 개편하는 방안도 검토해 봄직하다. 물론 개헌 논의가 다음 정권으로까지 이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에서 부분적 개헌이나 단계적 개헌의 범위를 다소 넓히는 것도 배제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여야가 개헌의 범위에 합의한다면 개헌의 시기나 절차를 둘러싼 논란의 소지도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본다. 내년 지방선거 이전 개헌을 주장하는 한나라당이나, 지방선거 이후 개헌을 주장하는 민주당 모두 당리당략의 잣대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이래서는 개헌 논의가 아무런 진전도 보지 못한 채 정쟁만 부추기고 말 뿐이다. 권력구조만 개편할 것인지, 기본권 조항도 손을 볼 것인지를 정하고 이에 맞춰 시기와 절차를 정하는 것이 합당하다. 행정체제 및 선거구제 개편과도 맞물려 있는 점을 감안할 때 개헌 논의는 지금도 이르지 않다. 여야는 조속히 개헌안을 마련, 협상에 나서기 바란다.
  • [데스크 시각] 엘리트 정치인과 대중 정치인/이도운 정책뉴스부 차장

    [데스크 시각] 엘리트 정치인과 대중 정치인/이도운 정책뉴스부 차장

    정운찬 전 서울대총장이 지난 3일 이명박 대통령에 의해 국무총리 후보로 내정되자마자 잠재적인 차기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정 총리 후보자가 실제로 대선에 출마해 당선될 가능성이 있을까? 19년 동안의 기자 생활, 특히 10년이 넘는 정치부 경험을 통해 보면 우리나라의 유력한 정치인에는 두 가지 부류가 있다. 하나는 엘리트 정치인이고, 또 하나는 대중 정치인이다. 엘리트 정치인은 한국 사회의 정치 엘리트들, 구체적으로 말하면 국회의원과 정치부 기자들이 좋아하고 대통령 후보로 거론하는 인물들이다. L·L·L 전 총리, L·L·P·S 전 의원, K 전 여당 대표 등이 이 부류에 해당한다. 이들은 대체로 보스 기질이 강하고, 발이 넓으며, 주변 사람을 잘 챙기는 특징이 있다. 엘리트 정치인들은 정부와 여당의 요직을 거치면서, 때로는 당시 대통령에게 발탁돼 순식간에 부상하기도 한다. 대중 정치인은 국민 대부분이 잘 아는 정치인이다.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동네 골목을 뛰어다니는 어린이들까지 함부로 이름을 불러대는 정치인들이 이 범주에 포함된다.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대표적인 대중 정치인들이다. 엘리트 정치인과 대중 정치인은 권력을 놓고 피할 수 없는 충돌을 벌이기도 한다. 그럴 경우 국민 속에 지지층을 가진 대중 정치인이 승리할 확률이 훨씬 높다. 1990년 1월 민정당과 통일민주당, 공화당의 3당 통합을 거쳐 탄생한 민자당에는 자금과 정보, 조직으로 무장한 적지 않은 수의 민정계 엘리트 정치인들이 있었다. 하지만 대중 정치인인 김영삼 대표를 당해내지 못하고 대통령 후보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1997년 대통령 선거도 당시로서는 엘리트 정치인인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와 대중 정치인인 김대중 국민회의 후보간의 대결이었다고 할 수 있다. 대중 정치인들에게는 또 다른 특징이 있다. 무엇을 위해 정치 활동을 하는가가 명확하다는 점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민주화와 군사문화 개혁, 김대중 전 대통령은 민주화와 남북 관계 개선, 김종필 전 총리는 내각제라는 정치적 브랜드를 갖고 있었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맞붙은 이명박·박근혜 후보는 모두 오랜 세월 동안 국민들의 마음 속에 이름을 새겨온 인물들이었다. 오히려 대중성은 박 후보가 앞선다는 평가도 많았다. 그러나 초지일관 ‘경제 대통령’을 표방한 이명박 후보에 비해 박근혜 후보는 대통령이 되어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메시지가 약했다. 개헌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2012년 대선까지 3년 3개월이 남았다. 이명박 대통령을 제외하면, 현재 대중 정치인이라고 칭할 수 있는 인물은 박근혜 의원이 거의 유일해 보인다. 박 의원은 이달 초와 지난달 여론조사 기관들이 실시한 대선 예비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34~36%의 지지율을 얻었다. 박 의원을 제외하면 현재 지지율 10%를 넘는 정치인도 거의 없다. 오차범위 안에서 부침하는 엘리트 정치인들만 수두룩하다. 그러나 박 의원의 경우 “왜 대통령이 되려고 하느냐?”는 국민의 질문에 여전히 명쾌한 답을 내놓지는 못했다고 본다. 유력하지만, 취약점은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운찬 후보자가 자의든, 타의든 차기 대선 레이스에 합류한 셈이다. 정 후보자는 현재로서는 전형적인 엘리트 정치인이라고 할 수 있다. 대통령에게 발탁돼 대선 후보로 거론되지만, 인지도가 낮고 무엇을 위해 정치를 하려는지도 국민들은 잘 모른다. 이달 초 실시된 대선 예비후보 설문조사에서 정 후보자는 2.2%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정 후보자가 대선 후보로서 대중성을 갖추고, 고유한 정치적 브랜드를 형성하기에 3년은 매우 빠듯한 시간인 것 같다. 이도운 정책뉴스부 차장 dawn@seoul.co.kr
  • [김형준 정치비평] MB정치 실험의 파격성과 가능성

    [김형준 정치비평] MB정치 실험의 파격성과 가능성

    집권 2년차 후반기에 접어든 이명박(MB) 대통령이 파격적이고 다차원적인 정치 실험을 시작했다. 그 핵심에 ‘중도실용 친서민 노선 추진’, ‘선거제도 및 행정체제 개편 제안’, ‘여권 대권 경쟁 구도의 조기 점화’ 등 3대 실험이 자리잡고 있다. 현재까지 중도실용 친서민의 정치 실험은 성공적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의 지지도는 지난해 쇠고기 촛불시위 때 10%대까지 추락했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정권 출범 초기의 50%대 수준에 육박할 정도로 급상승했다. 역대 정부는 대통령의 조기 레임덕을 피하기 위해 차기 대권구도와 개헌 문제는 집권 후반기에 주로 제기했다. MB는 이러한 관행을 무시하고, 집권 초기에 개헌을 포함해 민감한 정치 개혁 이슈들을 동시 다발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또한 정부에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해온 정치 철학이 다른 개혁 성향의 비한나라당계 인사를 총리로 발탁하고, 유력한 대권 후보인 정몽준 대표 체제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 결과적으로 여권내 ‘박근혜-정몽준-정운찬’의 3각 경쟁 체제가 구축되었다. MB의 이러한 정치 실험들은 과연 성공할 것인가? 역대 정부가 집권 2년차 후반기에 보여 주었던 대통령의 정치구상 등을 면밀하게 고찰하면 이러한 질문에 대한 해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2년차에 국정운영 기조를 세계화로 바꾸면서 정치개혁을 추진했다. 그 여파로 김종필(JP)이 민자당에서 축출되고 당은 민주계가 중심이 되는 친정체제로 전환되었다. 하지만 JP의 축출은 1995년 지방선거에서 민자당의 참패를 가져왔고, DJ의 정계복귀를 가능하게 했다. 임기말에 ‘9룡 경쟁시대’가 열렸지만 결과는 DJP 연대에 성공한 야당에 정권을 내주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국정운영 기조는 IMF 조기 극복이었지만 정치 목표는 신당 창당을 통한 전국 정당화였다. JP와 한나라당 내 일부 개혁 세력을 포함하는 새천년 민주당을 창당하려고 했지만 실패했고, 1996년 총선에서 원내 제1당이 되지 못했다. 임기 1년여를 남기고 DJ가 당 총재직을 내놓으면서 만든 ‘국민참여 경선제’에서 노무현 후보가 승리하면서 정권 재창출에 성공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열린우리당이 원내 과반수를 획득하자 기득권층의 해체를 기조로 4대 개혁 입법을 추진했다. 개혁 성향이 강한 이해찬 의원을 총리로 발탁해 강도 높은 진보 개혁을 주도했다. ‘개혁 대통령-개혁 총리’라는 틀 속에서 실질적인 책임 총리제의 정치 실험을 단행하기도 했다. 유력 대권 후보들을 내각에 조기 포진시키면서 관리했지만 집권당의 무기력을 가속화시켰고, 집권 말기에는 열린우리당이 해체되면서 결국 한나라당에 정권을 뺏겼다. 여하튼 5년 단임제하에서 집권 2년차 후반기를 맞이하는 대통령은 다가올 전국 선거를 앞두고 정권의 운명을 건 정치실험을 단행한 공통점이 발견된다. 그런데 이러한 실험의 성공 여부는 대통령의 철학과 리더십에 달려 있다. 자신은 전임 대통령들과 달리 결코 실패하지 않는다는 오만과 자신이 모든 것을 다해야 한다는 독선은 실패의 씨앗으로 잉태되었다. 만약 MB의 중도 실용 노선이 단순히 다가올 내년 지방선거에서의 승리를 위한 국면전환용 구상이라면 성공하기 어렵다. MB의 중도 실용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포용과 개혁’이라는 두 바퀴가 함께 굴러가야 한다. 분배·균등·투명·분권·민족공존 등 진보가 추구하는 핵심 가치들을 중도 실용에 녹여 포용해 가야 한다. 정치 개혁에서는 여권이 기득권을 과감하게 포기해서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 더불어 대통령이 차기 대권구도에 영향력을 발휘하려는 유혹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그때만이 비생산적인 정치와 지역주의를 청산하기 위한 MB의 정치 실험이 성공할 수 있는 길이 비로소 열릴 것이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학 교수
  • 이대통령 “제한적 개헌 검토”

    이대통령 “제한적 개헌 검토”

    이명박(얼굴) 대통령은 15일 개헌 문제와 관련, “너무 광폭적으로 헌법에 손을 댄다면 이뤄질 수 없다.”며 “정치권에서 아주 신중하게, 현실성 있도록 범위를 좁혀 생각할 필요가 있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日교도통신 등과 인터뷰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연합뉴스, 일본 교도통신과 공동 인터뷰를 가진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행정구역 개편, 국회의원 선거구제 개편 문제를 놓고 거기에 통치권력, 권력구조에 대해 (제한적으로) 검토하면 될 것”이라면서 정치권에 여건이 성숙되면 권력구조, 선거주기 등과 관련한 개헌을 추진할 뜻을 분명히 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선거구제와 관련, “지금 같은 (소)선거구제를 갖고는 동서(영·호남)간 화합이 이뤄질 수 없다.”면서 “지역적으로 너무 편차가 나는 것을 어떻게 조정할 수 있을지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소선거구제에다 중선거구제를 플러스한다든가,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한다든가 여러 측면에서 정치권이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여야 의원들도 그렇고 개인적인 이해관계가 있겠지만 이번 행정구역 개편이나 선거구제를 다소 수정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다 동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초당적으로 국가발전 목표를 향해 이 시대에 우리가 한번 힘을 모아 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나는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아키히토 일왕의 방한 문제와 관련, “양국관계의 거리를 완전히 없애는, 종지부를 찍는다는 의미가 있다.”며 “방한이 내년 중이라도 이뤄질 수 있으면 양국간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천황이 한국을 방문하는 것 자체도 중요하지만 어떤 모습으로 방문하느냐, 이게 굉장히 중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지금까지 일왕이 한국을 방문한 적은 없다. 이 대통령은 “일본 천황이 세계를 다 방문했는데 한국은 방문하지 못했다.”며 “그렇기 때문에 천황이 한국 방문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 그런 논의를 한다는 것은 한·일 관계에 거리감이 있다고 볼 수 있고 그렇게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 김은혜 대변인은 “내년에 한·일 강제병합 100년이 되는데 일본 천황 방한이 이뤄지면 과거사에 종지부를 찍고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16일 출범하는 하토야마 유키오 내각에 대해 “이번에 새로 민주당 정권이 들어섰기 때문에 한·일간 협력문제를 포괄적으로 한번 협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여야 관계에 대해서는 “여야 구분 없이 항상 만난다는 전제를 열어 두고 있다.”며 “야당이 지금 만날 여건이 안돼 있어서 그런 것이지, 나는 항상 만날 수 있도록 열려 있다.”고 야당과의 소통 의지를 나타냈다. ●北, 핵포기 진정성 안 보여 이 대통령은 북핵 문제와 관련,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에 대해 처음 예상했던 것보다 실질적 효과가 나타나 곤혹스러워하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현재로서는 핵을 포기하겠다는 진정성과 징조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경제 문제와 관련, “현재 세계가 다시 출구전략을 써야 되느냐, 쓰지 않아야 되느냐를 놓고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나는 올해 하반기나 내년 상반기까지는 그래도 신중하게 임해야 된다고 본다.”며 “너무 빨리 출구전략을 썼기 때문에 다시 위기를 맞이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열린세상] 개헌논의와 헌법교육/성민섭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

    [열린세상] 개헌논의와 헌법교육/성민섭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

    개헌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여권은 정치개혁을 위한 근원 처방으로서 개헌이 시급하다는 입장인 반면, 야권은 내년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여권의 국면전환용 책략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한다. 표면상으로야 뭐라 하든, 개헌 필요성만큼은 여야 정치인들 사이에 상당한 공감대가 형성된 것 같다. 얼마 전 보도된 여론조사 결과에 의하면 현 정권 임기 내에 개헌작업을 마무리하고 차기 대통령은 새 헌법에 따라 선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국회의원이 여야 불문하고 90%가 넘는다. 1~2년 내에 어떤 방향으로든 개헌이 될 것 같은데, 작금의 개헌논의를 보는 마음은 편치가 않다. 현 시점에서 개헌논의가 불필요하다는 생각 때문이 아니라 개헌논의가 올바른 방향으로 진행되는지 걱정스러운 것이다. 우선 여야 정치인들에 의해 주도되는 개헌논의의 대부분이 이원집정부제나 내각제 도입 여부, 대통령의 임기 혹은 연임 허용 여부, 선거제도 등 대부분 권력구조 개편에만 집중되고 있어 걱정스럽다. 이런 식이라면 정치 속성상 여야 모두 국익보다는 각자의 정치적 이해득실 계산에만 관심을 갖게 될 게 뻔하고, 결국 정치적 타협을 거쳐 어정쩡하고 기형적인 모습의 헌법 개정이 이루어질지도 모를 일이다. 게다가 그 과정에서 정치인들 간의 대립이 격화되면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국장 이후 모처럼 흐름을 타기 시작한 화해와 통합 분위기도 깨지고, 우리 사회의 갈등과 대립도 덩달아 격화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떨칠 수 없다. 더구나 헌법은 국가의 조직과 활동, 즉 권력구조에 대한 내용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이 지향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로서의 기본적 이념과 원리, 국민의 기본권과 의무 등에 대해 주권자인 국민들이 내린 결정을 규정한 최고법이다. 따라서, 개헌 논의도 권력구조 개편에만 한정돼선 곤란하다. 대립과 갈등을 치유하고 진정한 화해와 통합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헌법적 가치와 이념은 무엇인지를 먼저 고민하고 토론하여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는 방향으로 진행하는 게 올바른 개헌 논의일 것이다. 그러나 개헌 자체보다 훨씬 더 중요하고, 어쩌면 더 시급한 것이 헌법교육이다. 예컨대 만성적 지역대립주의를 고착화하는 선거제도와 정당제도의 파행, 이로 인한 후진적 정치구조의 개선을 위해 현행 헌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주장이지만, 1948년 헌법 제정 이후 1987년 현행 헌법에 이르기까지 무려 9번의 개헌을 하며 권력구조를 개편해 왔는데 아직까지도 후진적 정치구조 등 문제점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면, 과연 그것이 개헌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일까? 솔직히 정치구조의 후진성은 1차적으로는 정치인들의 책임이요, 근본적으로는 우리 국민들의 민주정치 역량의 한계로 봐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가 유독 갈등과 분쟁의 민주적·평화적·합법적 해결에 취약하고 극한 대립과 분열의 홍역을 치르는 것도 법이나 제도의 문제보다는 우리 국민들의 민주의식과 법치주의 소양 부족이라 생각한다. 결국 우리 국민들의 민주정치 역량과 민주의식·법치주의 소양을 높이는 게 근본 해결책인데, 이를 위해서는 헌법교육을 정상화하는 것이 필수이다. 어려운 법률용어를 써가며 복잡한 헌법지식을 가르치라는 것이 아니다. 초·중·고등학교 때부터 우리 헌법에 구체화되어 있는 헌법적 이념과 가치, 민주정치·법치주의 제도와 원리를 깨닫도록 가르치고,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훈련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법무부가 올해 초 자유민주적 헌법가치가 구현될 수 있도록 선도적 역할을 하겠다며 헌법을 만화책으로 만들어 배포하는 등의 노력을 한 것은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법치행정을 구현해야 할 고위 행정공무원을 선발하는 행정고시에서 헌법과목을 폐지할 정도의 안이한 헌법의식을 가진 행정관료들에게 과연 제대로 된 헌법교육을 주문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성민섭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
  • [시론] 헌법개정 논의 이제 진지하게 시작하자/장영수 고려대 법학대학원 헌법학 교수

    [시론] 헌법개정 논의 이제 진지하게 시작하자/장영수 고려대 법학대학원 헌법학 교수

    현행 헌법은 만 22년의 수명을 자랑하는 역대 최장수 헌법이다. 이전 헌법들의 평균수명이 5년도 채 되지 못했던 점을 생각하면 현행 헌법이 국민의 지지를 얼마나 많이 받아왔는지 알 수 있다. 그러나 현행 헌법이 20년이 넘는 수명을 기록하는 사이에 시대적 상황의 변화 또한 적지 않았다. 민주화의 진전에 따른 정치적·사회적 환경의 변화,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글로벌화에 따른 경제적·문화적 환경의 변화, 과학기술의 발달, 특히 생명과학 및 정보통신의 발달은 우리 삶의 조건을 크게 바꾸어 놓았고, 이를 수용하는 헌법개정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대통령 5년 단임제가 안고 있는 문제점의 해결을 위해서도 헌법 개정이 불가피하다. 지난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임기 말에 원포인트 개헌이 추진되었을 때, 개헌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임기 말의 개헌이라는 점 때문에 반대 의견이 많았고, 결국 노 전 대통령이 여러 정당과 18대 국회에서 개헌을 추진하는 것으로 합의함으로써 원포인트 개헌을 백지화했다. 이런 약속에 기초해 최근 국회에서 개헌에 대한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얼마 전 발표된 국회의장 산하 헌법연구자문위원회의 보고서에는 헌법적 쟁점에 대한 다양한 개헌 의견이 제시됐다. 그러나 자문위의 활동은 국민 의사를 직접 수렴해 최종적인 결론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의 개헌 논의를 위한 준비 작업이었기 때문에 다양한 문제에 대한 정리의 성격이 컸다. 예컨대 정부 형태에 대해서도 현행 대통령제를 유지할 경우와 이를 근본적으로 바꿀 경우로 나누면서, 전자의 경우에는 5년 단임제를 4년 중임제로 바꾸고 국무총리제 대신에 부통령제를 도입하는 안을 제시했고, 후자의 경우에는 의원내각제와 유사하게 의회의 다수파에 의해 내각을 구성하도록 하면서 대통령은 국민의 직선을 통해 선출하도록 함으로써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의 혼합형이라고 할 수 있는 이원정부제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는 자문위가 준비작업을 수행해왔고, 이를 기초로 개헌 논의가 전개될 것을 예정하고 있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아직도 개헌에 대해 부정적인, 혹은 조심스러운 견해도 적지 않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정치 문화는, 그리고 국민의 주권의식은, 과거 집권의 연장이나 권력 강화를 위해 개헌을 시도할 수 있었던 시대와는 판이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더 이상 개헌 문제를 조건반사적인 두려움을 갖고 대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과거와는 달리 정치권이 아닌 학계에서 수년 전부터 개헌 논의가 진행됐고, 연구보고서까지 만들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물론 개헌 과정은 신중해야 하며, 국민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진행돼야 한다. 현행 헌법이 역대 최장수 헌법이 될 수 있도록 만들었던 국민의 지지와 신뢰가 새로운 헌법 하에서도 유지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이를 위해 개헌의 추진 과정 자체가 투명해지고, 국민 의사를 수렴할 수 있는 다양한 통로가 열려 있어야 할 것이다. 또한 개헌의 내용과 방향이 옳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국민에게 충분히 납득시키지 못함으로써 불필요한 마찰과 충돌이 빚어지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이런 일을 막기 위해서라도 개헌의 논의와 준비는 국민을 차분하게 설득하는 가운데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대학원 헌법학 교수
  • MB, 여의도와 적극적 스킨십

    MB, 여의도와 적극적 스킨십

    이명박 대통령이 정치권과의 스킨십 강화에 적극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9·3개각’에서 한나라당 최경환·임태희·주호영 의원을 각각 지식경제부·노동부·특임 장관에 발탁한 데 이어 최근 정치인과 접촉 횟수를 늘리는 등 여의도와의 거리를 좁히고 있다. 이 대통령은 9일에도 한나라당 새 지도부와 조찬 회동을 가진 데 이어 한나라당 소속 국회 상임위원장단을 초청, 오찬을 함께 하며 교감을 나눴다. 이 대통령의 이날 회동은 지난달 25일 당 정책위의장단 오찬, 지난달 27일 당 원내대표단 만찬, 지난 1일 당 소속 여성의원 오찬에 이어 연쇄적으로 이뤄진 것이다. 여의도를 ‘비효율적인 조직’이라며 거리를 두던 이 대통령의 인식 전환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는 이날 청와대 조찬 회동에서 “앞으로 정례적으로 대통령과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당 대표뿐만 아니라 당의 다른 지도부, 중진 및 일반 의원들도 더 많이 대통령을 만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며 당·청간 소통확대를 건의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당적에 매이지 않는 초당적 국정운영을 해나가겠다.”고 말하는 등 여야를 넘나들며 정치인과 접촉면을 넓힐 뜻을 분명히 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 박선규 대변인은 이날 “이 대통령이 최근 들어 여의도와 밀접하게 관계를 형성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면서 “여야에 관계 없이 얘기할 만한 대상, 들을 만한 대상을 접촉 중”이라고 말했다. “‘정치의 계절’이라고 표현해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고도 했다. 이 대통령의 정치인 연쇄 면담은 다음주 박근혜 전 대표와의 회동으로 절정을 이룰 전망이다. 두 사람의 회동은 정 대표와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의 등장으로 여권의 차기 권력 구도가 급변하고 있는 가운데 이뤄지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특히 이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통합·화합’을 국정운영의 새로운 한 축으로 내세운 데 이어 친박계 최경환 의원을 지식경제부 장관으로 내정한 상황이어서 박 전 대표와의 회동이 여권내 고질적인 계파 갈등을 해소하는 계기로 작용하지 않을지 정치권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대통령 취임 이후 박 전 대표와의 단독 회동은 지난해 5월과 올해 1월에 이어 세번째다. 박 대변인은 “인사만 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어떤 얘기가 오갈지는 예단할 수 없지만 큰 비중이 있는 만남이 될 것이란 건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이 여의도의 도움 없이는 녹색성장, 행정체제 개편, 개헌, 정치개혁, 4대강 사업 등 주요 정책이 좌초될 수밖에 없고 국정운영에 탄력을 받을 수 없다는 현실을 직시한 만큼 앞으로도 정치인과의 거리를 한층 더 좁힐 전망이다. 이종락 김지훈기자 jrlee@seoul.co.kr
  • 주호영 특임장관 내정자 “소통부재라는 말 안나오게 할 것”

    주호영 특임장관 내정자 “소통부재라는 말 안나오게 할 것”

    ‘주호영의 방’이 최대 5개가 될지 모르겠다. 국회 의원회관, 국회 본청, 한나라당사,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청와대까지. “논의 중인데, 그렇게까지 되겠느냐.”며 웃는다. 스스로는 물리적 공간이 아닌, 차 한잔 마실 ‘만남의 공간’에 무게를 둔다. 주호영 특임(정무)장관 내정자는 7일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서울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적어도 만남에는 아쉬움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문제도, 비판도 있을 수 있지만, ‘소통 부재’라는 말은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는 각오다. ‘공작·야합에 대한 비난을 각오했느냐.’고 물었다. 그는 “좋게 보면 대화이고, 아니면 공작이고 야합이다. 통치자금 써가며 하던 시절은 갔다. 기껏해야 밥 한 끼밖에 더 되겠나. 하지만, 오해 생기는 일이 없도록 자주 만나고 진심을 갖고 대화하겠다.”고 다짐했다. 특보, 수석, 장관으로 나뉜 청와대 정무 분야의 역할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논의하고 협동하는 관계”라면서 “특보는 사회통합위원회의 일에, 수석은 정무기획에, 장관은 대화·접촉에 좀 더 무게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명칭이 ‘특임장관’인 만큼 대통령이 지시하는 특별한 업무도 수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청와대는 개각 발표 당시 대북문제를 예로 들었다. 그는 “사회주의 사회는 직책보다는 최고지도자와의 거리를 훨씬 중요시하는 것 같다.”면서 “협상자로서보다는 메신저로서 역할을 하게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밖에도 특별한 업무는 세종시 추진, 지방행정조직 개편, 각종 선거, 개헌, 저출산 고령화 등 모든 사회 현안을 망라한다. 때문에 ‘월권 시비’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그럴 수 있다. 각각 문제를 주도하는 부서가 있으니 조력자의 위치에 있겠다. 다만 정치권이 결정을 늦게 하는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왜 발탁됐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오버’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점 때문인 것 같다.”고 답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언론에 자주 떠오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욕을 뒤집어쓸’ 가능성에는, “불교 수행 가운데 ‘아상(我相)’을 없애는 것이 있다.”면서 “‘내가 나’라는 의식을 없애다 보면 욕먹는 일은 없을 것 같다.”고 답했다. 그는 ”특임장관이 정무 문제에 나선다는 것 자체가 벌써 일이 꼬여 있고, 갈등이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고, ‘특임’도 하나같이 힘든 일이 될 것”이라면서 “그런 문제를 풀어가는 프로세스를 만들고 그것이 정착되는 문화를 만들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앞으로, 일이 있는 곳에 ‘주호영’이 있게 될 것 같다. 이지운 김지훈기자 jj@seoul.co.kr
  • 88년 설립 ‘민주화 산물’

    88년 설립 ‘민주화 산물’

    헌법재판소는 1987년 민주화투쟁 직후 9차 개헌으로 마련된 현행 헌법에 따라 1988년 9월 문을 열었다. 설립부터 헌재는 태생적으로 ‘다시는 독재정권에 기본권이 짓밟히고 헌정질서가 파괴되는 불행한 역사가 재현돼서는 안 된다.’는 국민적 열망을 짊어졌던 셈이다. 지난 21년 동안 헌재가 내린 결정은 정치·경제·사회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5·18 특별법에 대한 합헌 결정은 헌정 파괴범에 대한 역사적 단죄를 가능하게 했다. 동성동본 금혼규정 및 호주제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은 양성평등사회를 위한 ‘1보 전진’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일련의 사건에서 보수적인 결정을 내려 눈총을 받기도 했다.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제정된 신행정수도건설 특별법에 대해 관습헌법이라는 새로운 헌법이론을 들이대며 위헌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헌재가 비헌법적 판단을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헌법재판관은 탄핵, 정당해산, 권한쟁의심판 등에서 고도의 정치적 판단을 해야 한다. 따라서 민주적 정당성 확보를 위해 대통령, 국회, 대법원장이 각각 3명씩 지명한다. 하지만 헌재의 민주적 정당성을 더욱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비등해지고 있고, 최근 국회 헌법 개정 자문위원회는 9명의 재판관을 모두 국회가 선출하는 개헌안을 내놨다. 현재 이강국 헌법재판소장을 중심으로 한 4기 재판부는 직역별로 판사 출신 6명, 검사 출신 1명, 변호사 출신 2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6년의 임기를 보장받으며 한달에 기본급 594만여원에 각종 수당과 활동비를 합쳐 800만원 정도를 받는다. 여기에 업무추진비와 재판수당을 받고 의전 등은 정무직 장관급 예우를 받고 있다. 9명의 재판관이 1년에 처리하는 사건수는 1000~1500건 정도다. 오이석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서울광장] 국민 편안 위해 싸우라/박재범 논설실장

    [서울광장] 국민 편안 위해 싸우라/박재범 논설실장

    청와대 3기 진용이 짜여졌다. 곧 개각도 이뤄진다. 이명박 대통령이 근원적 처방을 공언한 이후 첫 인사다. 무릇 인사의 평은 여러 가지로 표현되지만 압축하면 두 가지다. ‘회전문’ ‘그 밥에 그 나물’ 또는 ‘깜짝쇼’ ‘능력 미지수’ 등이다. 이런 식의 까칠한 평가가 정확한지는 결과물에 따라 판가름날 것이다. 지금 나라 전체에는 각종 난제가 산적해 있다. 눈앞에 닥친 것을 대충 꼽아 보면 국회의 제기능 회복, 개헌 및 선거구·행정구역 개편 등 대형 현안이 즐비하다. 경기회복과 국가재정 건전성 확보를 비롯해 부동산값 급등 문제, 일자리 창출, 소득양극화 완화 등 경제현안도 녹록지 않다. 아울러 미디어산업 육성, 교육정책 및 친서민정책의 실효성 강구 등의 문제도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과제다. 새로 짜인 진용은 이런 굵직한 문제와 씨름할 것이다. 힘겹더라도 실무적으로 대통령이 선언한 중도실용과 친서민정책을 구현해야 한다. 말썽없는 게 최선이겠으나, 정당하다면 설혹 말썽이 빚어지더라도 회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뚝심있게 초심을 지켜야 할 터이다. 정책의 결실을 나타내는 것보다 좀더 중요한 과제는 국가질서를 공고히 다지는 일이 될 것이다. 국정운영자라면 국가의 인적·물적 자원을 가동해 부가가치를 만들어, 국민들의 삶을 이전보다 낫게 만들 의무를 지고 있다. 이익단체나 시위만능주의자 등이 법적 권리의 한계를 넘나드는 데서 빚어지는 사회적 낭비와 폐단이 적지 않다. 세계 10위권의 국력을 갖춘 민주국가답게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기준에 맞춰 나가야 한다. 공직부패와 권력의 오남용에 대해서도 가차없이 질정해야 한다. 이익단체에 끌려다녀서도, 관료에 끌려다녀서도 안될 것이다. 무엇보다 역점을 두어야 할 것은 국가가 작동되는 인프라에 해당하는 제도의 정비로 보인다. 행정구역 및 선거구 개편에 대해 국민들이 관심을 갖는 이유다. 그러나 지금 논의에서 한 가지가 빠져 있다. 바로 지방자치제도의 개혁이다. 주민생활에 직결되기에 중앙정치의 영역인 개헌 및 선거구 개편 등보다 더 의미가 깊을 수 있다. 실제로 이미 전국이 들떠 있다. 수많은 시민들이 지역을 대표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의 준비란 주로 정당을 쫓아다니는 일이다. 정당공천제 때문이다. 주변을 보면 경륜과 지혜를 쌓은 사람들 가운데 여럿이 지방자치에 관심을 갖고 있다. 이들은 대체로 행정을 돕거나 견제할 지방의회 쪽을 지켜본다. 그러나 이들은 정당공천의 벽에 이내 주저앉는다. 현재 지방의원들은 심하게 말해 국회의원의 ‘따까리’나 다름없다. 지방의원들이 사나운 호랑이처럼 의정비 인상에 골몰하는 까닭이다. 국회의원의 뒷수발에 드는 각종 비용이 만만치 않은 것이다. 또 중앙의 공허한 이념과 패거리정치에 휩쓸리다 보니, 생활정치에 소홀해지기 일쑤다. 주민의 삶을 개선할 조례 발의가 적은 이유로 보인다. 사심없는 인재들의 자발적 진입을 포기하게 만들고, 현직 지방의원들의 활동을 왜곡하는 정당공천은 반드시 고쳐져야 한다. 중앙정치에서 지방을 떼어내, 지방선거가 중앙정치의 심판대로 변질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이번 진용은 국민이 편안해질 일이라면 싸움이 크더라도 마다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올라간 만큼 내려 오는 게 세상의 이치다. 그때 후회를 남기지 않기를 바란다. 박재범 논설실장 jaebum@seoul.co.kr
  • [사설] 민주 등원해 놓고 구태 보이나

    제1야당인 민주당이 등원을 결정했지만 국회는 여전히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민주당이 이런저런 조건과 구실을 내세워 정상적인 국회 운영에 응하지 않고 있는 탓이다. 어제부터 정기국회가 시작되었으나 개회식만 가졌을 뿐 여야간 의사일정조차 합의가 되지 않았다. 민주당은 어렵게 등원 결정을 한 만큼 국회 운영에도 흔쾌히 나서야 할 것이다.민주당은 여당의 미디어법 일방 처리와 관련, 김형오 국회의장과 한나라당의 사과와 미디어법 재논의를 계속 요구하고 있다. 미디어법 처리과정의 적법성 여부는 헌법재판소가 심의 중에 있다. 이를 기다리면 될 텐데, 정치 공세를 벌이며 국회 운영을 파행시켜서는 안 될 것이다. 특히 민주당은 어제 정기국회 개회식이 열린 본회의장에서 김형오 의장을 비난하는 구호 시위를 벌인 후 퇴장했다. 민주당 내에서도 피켓 시위나 퇴장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었다고 한다. 언제까지 비정상적인 모습을 보여 주려는지, 자라나는 세대와 국제사회에 부끄럽다.비정규직법이 개정되지 못하고 그대로 시행된 뒤 각종 탈법사례가 만연하고 있다고 한다. 새해 예산안, 세제개편안 등 민생현안이 산적해 있다. 정기국회 100일을 정쟁으로 소일하다가 막판에 졸속논의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국정감사 역시 10월 재·보선의 유불리만 따지지 말고, 정부 정책을 심도 있게 살핀다는 차원에서 일정이 마련돼야 한다.이번 정기국회에서는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 행정구역 개편 등 정치·행정개혁 논의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민주당은 민생을 먼저 살펴야 한다면서 개헌 등 정치개혁 논의를 미루자고 주장하고 있다. 국회 일정 확정에 소극적이면서 민생을 강조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개헌 논의도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시기를 놓치고 말 것임을 깨닫기 바란다.
  • “이원정부제·4년중임제로”

    “이원정부제·4년중임제로”

    국회의장 자문기구인 헌법연구자문위원회가 31일 이원정부제와 4년 중임 정·부통령제 등 복수안을 담은 개헌안을 발표했다. 이번 국회 들어 1년 남짓 연구한 결과다. 하지만 개헌을 둘러싼 여야의 셈법이 달라 자문위의 개헌안이 탄력을 받을지는 불투명하다. 이원정부제 방안은 현행 대통령 직선제를 유지하되 대통령 권한을 축소하고, 국무총리의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행정부 수반인 총리는 국방·외교 등 외치뿐 아니라 치안, 경제정책, 행정, 국회(하원) 해산 제청권, 내각구성권 등 내치까지 포괄하는 일상적인 국정의 전권을 행사한다. 4년 중임 정·부통령제 방안에서는 현행 대통령제의 내각제 요소를 배제하고 국회 권한을 강화했다. 순수한 의미의 대통령제다. 정치권의 반응은 엇갈린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자문위 보고서는 참고자료로 하고 개헌특위를 구성해 내년 상반기까지 개헌을 마치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는 “현재의 개헌론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MB정권’의 실정을 호도하고 국면을 전환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폄훼했다. 김지훈기자 kj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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