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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진 연쇄탈당, 약 될까 독 될까

    자유선진당이 지난해 말 김창수(대전 대덕), 이상민(대전 유성), 이용희(충북 보은·옥천·영동) 의원의 연쇄 탈당으로 2008년 창당 후 최대 위기다. 소속 의원 15명의 미니 정당으로 전락했고 추가 탈당설도 나돈다. 전국 정당화 목표가 무색하게 ‘대전·충남당’으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받는다. 하지만 자유선진당 측은 “오히려 약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세 의원 모두 민주통합당 출신으로 18대 국회 내내 사사건건 당 노선과 충돌, 결속을 약화시켰다는 것이다. 철새 정치인들이 이동해 가면서 남은 의원들 간의 일체감은 강화됐다고 주장한다. 나아가 자유선진당은 3명의 탈당이나 보수대연합과 심대평 대표 총리설 등은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자유선진당 죽이기’로, 충청 유권자의 동정론을 자극했다고 말한다. 특히 15대 총선 때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가 김영삼 당시 대통령에게 버림받았다며 ‘충청도 핫바지론’으로 바람을 일으켜 55석을 얻었던 영광의 재현도 기대한다. 그래도 자유선진당의 객관적 처지는 옹색하다. 최대 주주인 이회창 전 대표가 불출마를 선언, 총선을 총지휘할 대표 주자가 애매하다. 심대평 대표는 2일 개헌론을 주장했지만 본인의 출마지를 못 정해 충남, 대전과 서울 출마설도 나돈다. 당 지지율도 저조하다. 의원들도 흔들린다. 무엇보다 근본적인 위기 돌파 방안 부재가 문제다. 이춘규 선임기자 taein@seoul.co.kr
  • [Weekend inside] 한은 ‘내년 3.7% 저성장’ 의미

    [Weekend inside] 한은 ‘내년 3.7% 저성장’ 의미

    한국은행은 9일 새해 경제성장률을 3.7%로 전망하면서 내년 선거가 경제에 미칠 영향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상우 한은 조사국장은 “과거 행태로 미뤄 봤을 때 선거에 따라 어떤 경제행동이 늘어나는지는 성장과 물가 모든 부문에서 고려한다.”고 말했다. 내년은 19대 총선과 18대 대선이 동시에 치러진다. 1992년 이후 20년 만이다. 침체냐 둔화냐를 놓고 따질 정도로 경제전망이 암울한 상황에서 총선과 대선의 동시 개최는 그나마 희망을 가질 실마리가 될 수 있다. 한국은행은 총선과 대선이 동시에 열리는 내년에는 수요 확장 효과가 더 클 것으로 봤다. 한은은 “내년에 큰 선거가 2개나 열려 선거에 따른 경제활동을 고려해 성장 및 물가 모두에 반영했다.”면서 “일례로 평소 없었던 선거 포스터, 선거운동에 따른 음향시설 등의 수요가 생기기 때문”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물가와 고용에 미치는 영향은 경기둔화로 인해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경제전망에서 총선·대선의 효과는 수치가 아닌 역대 선거에서 경험적으로 반영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선거로 인해 경제성장률은 다소 올라갈 전망이다. 선거와 관련된 물품의 수요가 늘어나는 한편 정치 기부금이 증가하면서 이 돈은 선거기간 동안 소비로 이어진다. 일자리 역시 늘어날 전망이다. 통상 선거를 앞두고 공공요금을 억제하기 때문에 물가도 다소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내년의 경우 경기둔화로 인해 일자리 확장과 물가 안정의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경기둔화로 선거철 수요가 줄어들 경우 일자리가 늘어나는 대신에 근로자의 초과근무시간만 증가하는 데 그칠 수 있다.”면서 “공공요금도 올해까지 장기간 억제했기 때문에 내년에 선거가 있음에도 공공요금이 상승할 수 있어 물가 안정 효과가 미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선거는 가계 소비를 증가시키고 기업의 설비투자를 줄이기도 한다. 한국경제학보(2011년 봄호)에 실린 논문 ‘정치적 불확실성이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13대 대선(1987년)~17대 대선(2007년) 및 13대 총선(1988)~18대 총선(2008년)의 경우 선거 때마다 가계 소비는 0.01% 늘었고 설비투자는 0.03~0.07% 줄었다. 선거 전후에는 코스피지수가 하락하고 이자율 등 금융변수의 변동성이 커지는데 이에 따라 기업은 불확실성 증가로 투자를 미루고, 가계는 저축보다 소비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통상 코스피지수는 대선날로부터 1년까지는 크게 오르지 않다가 이후 상승하기 시작해 2년이 되는 달에 최고점(선거일 주가의 160%선)에 도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선거의 경제적 효과는 총선보다는 대선의 영향이 더 많았다. 총선보다는 대선이 법이나 제도의 변화를 더 많이 가져오기 때문으로 보인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선거의 영향을 수치로 환산해 경제전망에 반영하는 것이 좋지만 대통령제가 연임제, 7년 단임제, 5년 단임제 등 개헌을 통해 계속 바뀌어 왔기 때문에 경험치가 충분하지 않은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은의 경제전망으로 금융시장은 내년 금리 인하-인상을 놓고 헷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전날 금리를 동결하면서 “유럽과 같은 마일드 리세션(완만한 경기침체)이 없다.”고 말해 금리인하 가능성을 낮게 잡았다. 하지만 이날 경제전망에서는 “유로존 파국이 있을 경우 성장률이 더 낮아질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성장률이 낮아지면 금리 인하의 가능성은 높아진다. 중국의 긴축완화에 이어 유럽중앙은행(ECB)은 금리를 0.25% 포인트 인하해 국제적으로는 긴축 완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윤여삼 대우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는 내년 2분기에 인하될 것”이라면서 “2분기에 마일드 리세션에 대한 위협을 받고 실질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전분기 대비 0.5% 성장이 어려워지는 상황이 통화정책 기조 전환을 압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승 KB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최근 태국과 호주의 경제성장률 하락으로 시장에서 금리인하를 예측하지만 둘 다 자연재해로 통화량을 늘려야 하는 상황으로 우리나라와 여건이 다르다.”면서 “오히려 내년 초까지 금리가 동결된 후 하반기에는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경주·오달란기자 kdlrudwn@seoul.co.kr
  • 푸틴黨 턱걸이 과반… 연정 불가피

    내년 3월 3선 대통령에 도전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가 이끄는 집권여당 통합러시아당이 4일(현지시간) 치러진 총선에서 가까스로 과반 의석을 확보했다고 AP, AFP 등 외신들이 5일 보도했다. 이날 오전 러시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약 96%의 개표가 진행된 시점에 발표한 잠정 집계 결과에 따르면 통합러시아당은 49.54%의 득표율로 238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지난 2007년 총선에서 통합러시아당이 득표율 64%로 315석을 확보해 개헌 시도가 가능한 3분의2 의석을 넘겼던 것과 비교하면 뚜렷한 민심 이반이다. 이에 따라 이른바 ‘푸틴당’은 향후 안정적인 정국 운영을 위해 연립정부를 구성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제1야당인 공산당은 19%의 득표율로 92석, 중도좌파 성향의 정의 러시아당은 13%로 64석, 극우민족주의 성향의 자유민주당은 11%로 56석을 각각 확보할 것으로 전해졌다. 투표율은 2007년 총선 때의 63%보다 다소 낮은 60%로 잠정 집계됐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러 선거감시기구 디도스 공격”

    러시아 하원(두마) 총선이 실시된 4일 야당 성향 언론사와 선거감시기구 등의 사이트들이 분산서비스거부(디도스·DDoS) 공격을 받았다고 현지 인테르팍스 통신 등이 보도했다. 공격을 받은 사이트는 반정부 성향인 모스크바의 라디오 방송 ‘에호 모스크비’(모스크바의 메아리)와 야당 성향 신문 ‘코메르산트’, 독립 선거감시기구 ‘골로스’(목소리) 등이다. 에호 모스크비 방송 인터넷 사이트는 이날 오전 6시 40분부터 접속이 중단됐다. 알렉세이 베네딕토프 보도본부장은 트위터를 통해 “선거부정 관련 보도를 방해하려는 시도”라고 밝혔다. 내년 3월 대선의 전초전으로 여겨지는 이번 총선은 선거운동 기간 내내 골로스와 야당들이 제기한 광범위한 부정선거 의혹에 휩싸였다. 골로스는 모두 5300건의 선거법 위반 사례가 접수됐으며, 이는 대부분 통합러시아당과 관련된 것이라고 밝혔다. 외신들은 대선 후보로 나선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의 통합러시아당이 개헌 가능 의석인 3분의2를 확보할 것인지가 이번 총선의 관건이라고 평가했다. 총선 전 여론조사 결과는 여야 7개 정당 가운데 집권 통합러시아당이 과반 의석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현재 450석의 하원 가운데 315석의 절대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통합러시아당이 이번 총선에서는 250석 안팎을 획득하는 데 그칠 것으로 조사됐다. 통합러시아당이 개헌선인 300석을 넘기지 못하면 독자적인 개헌 능력을 상실하게 되고, 하원에 의한 대통령 탄핵 추진도 가능해진다. 푸틴은 차기 대선후보 지명을 수락하는 등 12년 통치 시나리오를 추진하고 있지만, 최근 지지율이 16% 포인트나 추락하는 등 고전하고 있다.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 “총선전 분권형 개헌” 다시 불지핀 이재오

    “총선전 분권형 개헌” 다시 불지핀 이재오

    전 특임장관인 한나라당 이재오(얼굴) 의원이 분권형 개헌에 다시 불을 지피고 나섰다. 이 의원은 1일 자신의 트위터에 “총선 전까지 분권형 대통령제로의 개헌을 다시 한번 진지하게 논의할 때가 됐다.”면서 “거기에 나라의 미래가 달렸다.”고 말했다. 당내 개헌론의 대표주자인 이 의원은 특임장관 시절이었던 지난해 11월 “한국 정치는 지력(地力)이 다했다. 이젠 객토(客土)를 해야 할 것 같다.”며 개헌론을 주장한 바 있다. ●“신당 나와도 국민 싫증” 트위트 이 의원은 트위터에서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통합이든 쇄신이든 인적개편이든 그 본질은 승자독식의 권력투쟁”이라면서 “이런 본질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분권형 개헌”이라고 했다. 이어 “5년 단임 대통령제하에서는 국론분열과 사회적 갈등이 지금까지 경험한 대로 되풀이될 것”이라면서 “그런 권력투쟁으로 국정이 표류하는 것에 대한 불신이 정치권 혐오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작금의 정치권을 진단했다. 그러면서 “신당과 신인이 정권을 잡는다 해도 반대 세력의 극한투쟁으로 금방 국민은 싫증을 낼 것”이라고 개헌론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네티즌들 “반성이 먼저” 싸늘 그러나 네티즌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여당이 쇄신 논란으로 내홍에 휩싸인 때에 국민들의 불신을 외면한 개헌론은 탁상공론이라는 비판이 대부분이다. 한 트위터리안은 “예전 왕의 남자로 불리던 시절의 향수인지 아니면 야당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건지”라고 반문하며 “이제는 (정치권이) 달라져야 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다른 댓글들도 “지금 여당과 이 의원은 국민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있다.”, “피장파장이다, 양당이 서로 반성하면서 국민을 위해 마지막 역할을 다하라.”, “이 추운 평일날 여의도 광장에 모인 사람들(30일 ‘나꼼수’ 공연)을 봐라.”라며 부정적인 입장 일색이었다.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씨줄날줄] 표결처리 vs 날치기/박대출 논설위원

    초대 국회는 나름대로 민주의회였다. 날치기 처리가 한 건도 없었다. 첫 날치기는 2대 국회 때다. 1952년 1차 개헌을 하면서다. 자유당은 발췌 개헌안을 날치기했다. 날치기는 쭉 이어졌다. 9대, 10대에서는 건너뛰었다. 문민정권 이후에도 계속됐다. 사실상 여당의 전유물이었다. 야당이 한 건 13대에 이르러서다. 1988년 8월 야3당이 처음으로 해냈다.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 등 16명에 대한 출국금지안을 뚝딱 처리했다. 여소야대 국회였기에 가능했다. 그 행위는 진행형이다. 김영삼 정권 때는 노동법을 ‘그렇게’ 처리했다. 김대중 정권 때는 신한일어업협정을 역시 ‘그렇게’ 처리했다. 노무현 정권 때는 사학법을 ‘그렇게’, 이명박 정권 때는 미디어법을 또 ‘그렇게’ 통과시켰다. 야당은 날치기라고 비판한다. 날치기는 ‘당하는 이’만의 표현이다. ‘행하는 이’는 부정한다. 합법적인 표결처리라고 주장한다. 중간자에겐 어정쩡한 상황이 왔다. 언론도 애매해졌다. 단독처리, 강행처리로 겨우 절충했다. 당하는 이를 편드는 언론들만 날치기와 혼용해 왔다. 한동안 먹혀들었다. 이제 그마저 도전받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놓고 재연됐다. 한나라당에서 문제삼는다. 강행처리도 부적절하다고 한다. 이두아 원내대변인은 ‘국회법에 따른 표결처리’를 주장한다. 민주당 이용섭 대변인은 여전히 ‘날치기’라고 맞선다. 논쟁은 이중잣대에서 비롯된다. 여당 때와 야당 때가 다르다. 절묘하게 꼬집은 명언이 있다.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 정치권에서는 유행어다.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처럼 쓰인다. 자신에겐 정당함을 포장한다. 상대에겐 부당함을 덧칠한다. 박희태 국회의장이 주인공이다. 명대변인 시절 내놓은 조어(造語)다. 비준안 직권상정이 임박했다. 자신이 불륜과 로맨스의 경계에 섰다. 의회주의가 바로 서야 한다. 합의가 안 되면 표결처리하면 된다. 이 진리는 늘 맴돌았다. 악순환을 끊어야 할 때다. 만장일치 합의 처리가 아니면 표결처리로 쓰는 게 맞다. 찬반 토론 후 찬반 표결처리, 야당 불참 속 단독 표결처리, 물리적 저지 속 단독 표결처리, 유혈 사태 속 단독 표결처리 등…. 상황 설명만 곁들이면 된다. 일부 정당이 동조할때는 그에 맞춰 쓰면 된다. 여야가 비준안을 놓고 티격태격하고 있다. 각자 하고픈 일을 하면 된다. 표결처리가 로맨스냐, 불륜이냐. 이게 본질이다. 평가는 정치권의 몫이 아니다. 국민이 심판한다. 내년 총선, 대선은 그 무대다. 박대출 논설위원 dcpark@seoul.co.kr
  • 19일 고대 민족문화硏 학술대회… 최장집 반론 담아 책 펴내기로

    19일 고대 민족문화硏 학술대회… 최장집 반론 담아 책 펴내기로

    한국 민주주의론의 대가로 꼽히는 최장집(68) 고려대 명예교수에 대한 본격적인 비판의 자리가 마련된다.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 소속 ‘도래할 한국 민주주의’ 연구팀은 19일 오전 10시 서울 안암동 고대 민족문화연구원 회의실에서 ‘최장집의 한국 민주주의론’을 주제로 학술대회를 연다. 최장집은 한국의 민주주의를 얘기할 때 빠질 수 없는 이론가로 평가받지만, 동시에 비판도 많이 받는다. 김대중 정권 당시 보수 진영이 주도한 ‘색깔론’이 한 예다. 더 핵심적인 논쟁은 진보 쪽에서 터져나왔다. 노무현 정권 때 최장집이 청와대와 벌인 논쟁이 그 예다. 최장집은 정당정치의 정상화를 무척 강조한다. 그러다 보니 ‘탄핵사태’나 ‘촛불시위’ 등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정당정치는 무시한 채 정치를 운동의 일환으로 여기는 진보 진영의 오래된 습관에 대해 그는 “열망에서 실망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는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권력분산형 개헌작업 등 소장 정치학자 중심의 제도적 개혁론에 대해 “제도개혁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한발 물러서는 태도로 이어진다. 그렇다면 무엇을 할 수 있느냐는 성토가 쏟아질 수밖에 없다. 최근 ‘안철수 열풍’에 대해 보수 진영이 강한 혐오감을 보이는 것과 무슨 차별성이 있느냐는 지적이다. 해서, 이번 자리는 최장집의 공(功)보다는 과(過)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한다. 생존 학자의 사상에 대해 학자들이 정색하고 종합 해부를 시도하는 것은 드문 일인 데다 최장집이라는 개인의 무게감까지 더해져 학계 안팎의 관심이 크다. 우선 박영균 건국대 철학과 HK교수는 ‘민주주의 이후의 민주화론에 대한 마르크스주의적 비판’을 통해 “정당정치 강화라는 얘기만 할 뿐 한나라·민주 두 보수정당 체제를 어떻게 해체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구체적 방법을 내놓지 않는다.”고 최장집을 비판한다. 하승우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역시 ‘최장집 민주주의론의 근대적 편견과 한계’를 통해 “최장집은 서구 근대의 대의정치 구상으로 민주주의를 극히 좁게 해석한다.”고 문제 삼는다. 김용복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보수 혹은 중도의 입장에서 최장집 구상을 비판한다. 학술대회를 기획한 진태원 민족문화연구원 HK연구교수는 “최장집은 민주주의에 대해 가장 체계적이고 이론적으로 일관성 있는 논의를 내놓은 학자”라면서 “이론적 성취가 좋을수록 비판받을 수밖에 없는 게 학자의 운명인 만큼 아나키스트(무정부주의)적 관점에서부터 우파의 관점에 이르기까지 (최장집을) 총체적으로 비판하고 점검해 보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나온 주장에 대해 최장집의 상세한 반론도 받아 책으로 묶어낼 계획이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이재오 “靑, 싹 바꿔야”

    이재오 “靑, 싹 바꿔야”

    이재오 전 특임장관이 국회로 복귀한 지 19일로 한 달이다. 현 정권의 2인자, 왕의 남자라는 평가를 들어온 그는 국회 복귀 뒤 토의종군(土衣從軍)하겠다며 언론 접촉을 피한 채 지역구(서울 은평을)만 누비고 다녔다. 쌀쌀한 17일 새벽부터 자전거를 타고 불광동 일대를 돌고 있는 그를 다짜고짜 찾아갔다. 허름한 해장국집에서 국회 복귀 한 달의 소회를 들었다. 해장국 값은 지역구민이 내주고 갔다. 그는 시종 말을 아끼다 1시간 30여분이 지나자 실세로서 책임감 때문이라며 “이 기회에 청와대를 전면 쇄신해야 한다. 국민에 대한 도리이기에 반발을 무릅쓰고 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장관 퇴임한 지 한 달이 지났는데 계속 낮은 자세로 갈 건가. -내가 좀 얘기를 하면 파장이 있지 않나. 2인자, 왕의 남자란 얘기가 따라다니고…. 당에서도 잠잠하다가 내가 조금 말하면 친이, 친박으로 나가잖나. 나를 갈등의 고리로 삼으려는 분위기가 있다. 그저 낮은 자세, 토의종군하는 길뿐이다. →나경원 후보가 박원순 후보를 역전하거나 접전을 펼치고 있는데. -TV 토론 등을 거치며 지지율이 상승했다. 그런데 기대했던 것보단 안 올라간다. 여성으로서 서울시장을 잘해 나갈까 하는 분위기도 있는 것 같다. →네거티브 선거운동이 심하다고 한다. -국민들은 네거티브를 하면 정치권이 아직 멀었다고 생각한다. 네거티브는 여론조사는 몰라도 표 찍는 데는 영향을 못 미친다. 그걸 주된 선거운동으로 삼는 건 시대에 맞지 않는다. →그게 안철수 바람의 토양 아닌가. -기성 정치권이 불신을 받고 있다. 그걸 상징하는 게 안철수 바람이다. 그러나 안철수 개인은 서민적 삶을 살아본 적이 없다. 그 사람은 기성 정치권에 발을 담그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새롭게 보는 것이다. 안철수 바람에 대한 대책이 중요한 게 아니고 기성 정치권 내부가 정말로 변화와 개혁을 해야 한다. →제3세력화론이 뜨거운데. -총선 이전에 정치권이 대결단을 통해 자기성찰과 자기개혁을 하지 않으면 제3세력은 언제든지 나올 수 있다. →1985년 2·12 총선과 유사한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제3세력이란 것도 뻔하다. 상당부분 정치권에 걸치고 있고, 자원이 빈약하다. 그들이 정치를 하면 그들도 검증당한다. 하루아침에 제3세력이 부각되지 않을 것이다. 권력독점도 문제다. 그래서 내가 개헌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권력을 독점적으로 유지하면서 성공한 대통령은 없다. 정책적인 면에서는 몰라도 한 대통령의 역사적 면에서 그 끝은 아름답지 못하다. 분권형 대통령제를 해야 한다. 10·26 재·보궐선거가 끝나고 여야가 마지막 선택을 하라고 내가 제언할 계획이다. 올해 안에 내놓으려 한다. →박근혜 대세론은 어찌 보나. -대세론이라는 것은 항상 허구다. 이회창 대세론을 두 번이나 경험하지 않았나. 내년 4월 총선이 지나봐야 본격적으로 윤곽이 드러난다. 4월이 지나면 여권 안에서도 어떤 사람이 경선을 준비하는지 알려질 것이다. →현 정부 실세로서 측근 비리 등에 대한 책임 의식은. -나도 책임이 있다. 다 역사의 죄인이다. 정치를 잘 못했다면 책임을 져야 한다. 대통령과 가깝다는 사람들의 책임이 크다. 나도 그 일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다고 한다면 무책임한 것이다. →현 정권의 소통 부족이 지적된다. -많이 부족했다. 군사독재 시절 이후 오랫동안 누적된 문제들이 사회 전반에 퍼져 있다. 나도 정권 운영을 해 보니 쉽게 되는 게 없더라.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는. -나는 지지한다. 결말이 어찌될지 모르지만 선진자본, 금융시장의 횡포가 심하다. 한국의 금융자본이 반성하고, 공생하지 않으면 서민들의 분노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대통령 주변이 어수선한데. -이 정권에서는 측근 비리가 없다고 자랑했는데, 김두우 사건 등 측근 비리가 터져 나온다. 이 기회에 청와대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 국민들이 원하고 있다. 청와대 쇄신 차원에서 비서실을 전면 개편, 희망과 기대를 모아 후반기 국정을 이끌어가야 한다. →전면 개편이라면. -대통령실장이 모든 것을 관장하지 않나. 성역 없이 해야 한다. 그게 국민에 대한 도리다. 청와대 수석과 비서들에게 문제가 생겼으니 비서실 관리를 잘못한 책임도 있고, 대통령 보필을 잘못한 책임도 있는 것이다. 지금은 임시방편으로 넘어갈 때가 아니다. 이춘규 선임기자 taein@seoul.co.kr
  • 러시아, 푸틴 내년 대권출마… 메드베데프 다시 총리로

    러시아, 푸틴 내년 대권출마… 메드베데프 다시 총리로

    러시아의 ‘상왕’(上王) 푸틴이 내년 대선 입후보로 다시 권력의 전면에 나선다. 경제 성장과 정치 안정으로 러시아인의 ‘구세주’가 된 과거 영광을 재연할지, 장기 독재와 반대파 탄압의 ‘절대 권력’으로 추락할지 양 갈래 길에 섰다. ●현대 정치사 전례없는 맞교대 지난 2008년 드미트리 메드베데프(46) 대통령에게 권좌를 물려준 뒤에도 막후 실세로서 수렴청정을 했던 블라디미르 푸틴(59) 총리가 내년 3월 대선의 집권 통합러시아당 후보로 24일(현지시간) 전격 결정됐다. 전당대회에서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추대를 푸틴이 ‘즉각 수락’ 하는 형식이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푸틴이 맡고 있던 연방 후보 명부 1순위 자리인 총리를 맡았다. 1인자 대통령과 2인자 총리의 ‘역할 맞교대’라는, 현대 국제 정치사에서 전례를 찾기 힘든 시나리오다.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국 외교 전문의 표현에 따르면 배트맨(푸틴)과 조수 로빈(메드베데프)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는 셈이다. ●푸틴 지지율 60% 당선 무난할 듯 푸틴은 모스크바에서 열린 통합러시아당 전당대회에서 “우리(나와 메드베데프)는 이미 오래전에 무엇을 할지, 어떤 직책을 맡을지 합의를 끝냈다.”며 메드베데프 대통령에게 차기 총리직을 제안했다. 뒤이어 연단에 오른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내년 대선 후보로 푸틴을 지지하는 게 합당하다고 생각한다.”고 화답했다고 국영통신 리아노보스티 등이 보도했다. 서방 외신들은 푸틴이 여전히 러시아 국민으로부터 60%대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내년 대선에서 푸틴의 귀환은 무난해 보인다고 전했다. 2000~2008년 이미 두 차례 대통령직을 맡은 푸틴은 러시아 헌법상 ‘3선 연임 금지’ 규정에 묶여 동향(상트페테르부르크)에 레닌그라드 대학 법대 후배인 메드베데프를 후계자로 낙점했다. 푸틴은 메드베데프가 대통령에 오른 이후에도 과거의 영향력을 그대로 과시하며 사실상 국정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푸틴이 내년 대선에서 예상대로 3선에 성공한다면 ‘연임’의 사슬에서 풀려나자마자 대통령직에 복귀하는 모양새가 된다. 그것도 이번에는 72세가 되는 2024년까지 대통령직을 차지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 2008년 개헌으로 대통령 임기를 4년에서 6년으로 늘렸기 때문이다. 차차기 대선에서 연임에 성공하면 내년부터 12년의 임기가 보장된다. 대선을 앞두고 권위주의적인 푸틴과 비교적 친서방 성향인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역할 분담 시나리오는 러시아 정가뿐 아니라 서방에도 관심거리였다. 한때는 푸틴이 ‘상왕 2기’를 받아들이고 유연한 스타일의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할 것이란 설이 돌았다. 푸틴이 강력한 권력 의지를 보이는 바람에 두 사람이 갈등과 불화를 빚었다는 얘기도 나왔다. 설왕설래 끝에 결국 여론과 실권을 모두 쥔 푸틴에게 권력의 추가 기우는 형국으로 정리됐다. 이를 두고 ‘정치 안정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란 지지파의 칭송과 ‘민주주의 후퇴와 사회 붕괴를 초래할 최악의 결정’이라는 야권의 독설이 고스란히 푸틴에게 쏟아졌다. 인권운동 대모로 불리는 루드미야 알렉세예바는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카다피에서 보듯 권위주의 정권은 현대화하지 않으면 붕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권 내부에서도 반발이 불거졌다. 로이터통신은 푸틴의 정치적 동지인 알렉세이 쿠드린 재무장관이 이번 발표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푸틴이 다음 대통령이 된다면 차기 정부에서 일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 日 고개드는 개헌 논의…요미우리 “반대파 3%P 감소”

    일본의 헌법 개정 움직임이 부쩍 두드러지고 있다. 민주당이 차기 임시국회에 중·참의원의 헌법심사위원 명단을 제출하겠다고 밝히는 등 언제든지 개헌을 논의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민주당이 헌법심사위원 명단을 내고, 자민당과 공명당이 이에 호응하면 일단 개헌을 논의할 수 있는 틀이 마련된다. 이런 가운데 요미우리신문은 14일 일반 시민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헌법을 개정하는 편이 낫다’고 응답한 사람이 43%로, ‘개정하지 않는 쪽이 좋다’는 응답자 39%를 다소 웃돌았다고 보도했다. 개헌 찬성파는 지난해 3월 조사와 같은 수치이지만 반대파는 지난해보다 3% 포인트 줄었다. 앞으로 국회에서의 대처와 관련해서도 ‘헌법개정 초안 제출을 목표로 논의해야 한다’와 ‘초안 제출에는 구애받지 말고 논의해야 한다’는 응답이 각각 36%로 헌법개정 논의를 기대하는 응답이 무려 72%에 이르렀다. 다만 지금의 정치상황에서 헌법 문제보다 우선해야 할 과제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74%가 개헌을 논의하는 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답했다. 민주당이 곧바로 개헌 작업에 착수할지는 미지수다. 헌법 개정안을 국민투표에 넘기려면 중·참의원 의원 3분의2가 찬성해야 하고, 여론도 군대 보유나 전쟁 금지를 규정한 헌법 9조 개정에는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5·18민주묘역은 살아있는 역사의 현장”

    “5·18민주묘역은 살아있는 역사의 현장”

    “한국 5·18민주화운동 희생자들의 애국심, 민족에 대한 사랑, 정의를 위해 싸우는 모습을 알게 되면서 사랑과 존경을 느꼈습니다.” 데이비슨 헵번(79) 유네스코 의장은 5일 “희생자들이 잠들어 있는 국립5·18 민주묘지는 살아 있는 역사의 현장”이라고 말했다. ●“민주항쟁 정신 세계로 계속 퍼질 것” 5·18 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인증서를 전달하기 위해 광주를 찾은 헵번 의장은 5·18 묘지를 참배한 뒤 기자간담회에서 “평화와 정의를 위해 싸웠던 분들의 희생을 보면서 한편으론 슬펐고 다른 한편으론 기뻤다.”면서 “평화와 인권, 정의에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헵번 의장은 “많은 나라에서 민주화 운동과 항쟁으로 무고한 희생자가 발생하고 있어 안타깝고 고통스럽다.”며 “30여년 전 한국에서 발생한 5·18 항쟁의 정신이 세계로 계속 퍼져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5·18의 진상규명과 관련해 “국제기구가 발포 명령자를 가리는 등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는 어렵다.”면서 “오히려 언론 등이 진상규명에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헵번 의장은 광주시가 유엔 인권도시 지정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 “인권의 개념은 사람마다 다른 만큼 모두가 동의하는 합의점을 찾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며 “그러나 광주시와 파트너십을 통해 인권을 홍보하고 교육하는 데에는 소홀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한국은 교육 부문에서 (유네스코에) 많은 공헌을 해 왔다.”며 “한국은 강력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개발도상국 등을 지원하고, 유네스코와 공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은 교육부문서 유네스코에 큰 공헌” 헵번 의장은 5·18묘지 참배 후 옛 전남도청~금남공원 사거리(518m) 구간에 대한 ‘유네스코 민주인권로’ 지정식에도 참석했다. 오후에는 김황식 국무총리와 정의화 국회 부의장, 강운태 광주시장, 시민 등이 참석한 가운데 5·18기록물의 세계기록유산 인증서를 전달했다. 한편 광주시는 ▲개헌 때 헌법 전문에 5·18 정신 명시 ▲5·18아카이브 구축 ▲5·18기록물의 국가문화재 지정 ▲5·18의 교과서 수록 확대 ▲유네스코와 공동으로 인권평화상 제정 ▲사적지 정비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현장 행정] 헌법행정론 전파 김성환 노원구청장

    [현장 행정] 헌법행정론 전파 김성환 노원구청장

    개헌 정국도 아닌데 요즘처럼 국회와 정치권이 헌법에 관심을 쏟은 적이 없다는 게 정계 안팎의 목소리다. 관심의 대상은 정확하게 헌법 119조 2항으로,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해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는 대목이다. 복지와 분배의 문제가 중요한 화두로 떠오른 정치권에서 민주당은 지난 13일 ‘헌법 119조 경제민주화 특별위원회’를 구성했고,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도 서민경제정책을 펴다가 공격을 받으면 “헌법 119조의 경제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라고 일갈하고 있다. ●명함에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 담기 권유 헌법에 대한 주목은 국회나 정치인으로 한정된 게 아니다. ‘행정의 말초혈관’인 구에서도 최근 헌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체득하기를 요구하고 있다. ‘헌법=민주주의의 수호자’라는 의도가 반영된 것이다. 김성환 노원구청장은 입만 열면 구청 공무원들에게 헌법 7조를 강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헌법 7조는 ‘공무원은 국민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라고 못박아 놓았다. 김 구청장은 지난해 7월 1일 취임사에서도 바로 이 헌법 7조를 강조했다. 또한 그는 이 조항을 헌법 1조 2항과 묶어서 이야기하기를 즐긴다. 헌법 1조 2항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이다. 김 구청장은 지난 25일 “헌법 1조와 7조를 일주일에 한 번쯤 내가 잘 지키고 있는지 되돌아봐 주시길 희망한다.”고 구청 공무원들에게 말했다. 그는 “물론 쉽지 않다. 이는 본심이 못되서가 아니라 일상에 쫓기다 보니 본의 아니게 종종 까먹는다.”면서 “구민이 주인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김 구청장은 공무원들에게 이런 마음가짐을 지키도록 자신들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명함에 담아서 들고 다닐 것도 권유했다. 헌법 7조의 주인공으로서 자신의 정신을 구민들에게 잘 설명하다 보면, 국민에 대한 봉사자인 공무원으로서의 자부심이 더욱 깊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공무원들에게 “업무 지시와 이행, 승진에 대한 기대와 좌절이 반복되면서 가끔 자신의 역할을 잊기도 하지만, 가까운 나무만 보지 말고 숲을 봐 달라.”고 당부했다. 김 구청장은 지난해 취임한 뒤로 매월 한 차례씩 직원들에게 12통의 편지를 보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역시 헌법 7조와 헌법 1조 2항에 관한 내용도 담았다는 사실이다. ●직원들에 “나무 아닌 숲 봐달라” 당부 취임 1주년이던 지난 1일 보낸 편지에서는 헌법 이야기는 아니지만, 구청장의 인간적인 면모가 드러나 구청 공무원들 사이에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나름대로 반성한 대목이었다. “지난 1년 동안 혹시 인사과정에서, 구청장과의 대화에서 마음의 상처가 생긴 분이 있다면 이 시간을 통해 미안한 마음을 전합니다. 가끔씩 일이 잘 진행되지 않을 때 제가 언짢은 말을 하기도 하는데, 그런 일이 있으면 늘 끝나고 후회하게 됩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무상급식 투표, 찬반 아닌 선택 문제”

    오세훈 서울시장은 21일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찬반이 아닌 선택의 문제”라고 밝혔다. 오 시장은 한반도선진화재단이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주최한 강연에서 “다음 달 24일 전후로 치러질 주민투표는 ‘전면적 무상급식안’과 ‘단계적 무상급식안’ 등 두 가지 문안 중 하나에 대해 지지하는 것”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오는 25~26일쯤 주민투표 발의 공고를 하면 ‘선거운동’ 레이스가 시작된다.”면서 “본격적인 공론화를 통해 세간의 오해가 점차 해소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민투표청구심의회는 시민운동 연합인 복지포퓰리즘추방국민운동본부가 지난 20일 제출한 주민투표 청구에 대한 심의를 통해 대상과 취지, 이유 등을 존중해 전면적 실시나 단계적 실시를 선택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오 시장은 “서울형 그물망 복지 철학으로,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만큼만 줌으로써 미래에 들어갈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며 “무상급식 논쟁은 굶는 아이들 밥 먹이는 문제가 아니라 어느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가느냐 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결식아동의 경우 지금까지 수백억원을 들여 방학과 주말까지도 점심을 거르지 않도록 챙기는 정책을 폈다.”며 “가난한 사람들이 자립할 수 있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데, 갑자기 부자들에게도 5만원씩 나눠주자는 정책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느냐.”고 되물었다. 이어 “분단된 대한민국은 일종의 섬이다. 우리가 통일을 생각하면서 복지정책을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복지정책이나 교육정책이 나올 때마다 단편적으로 생각할 게 아니라 종합적이고 입체적인 사고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개헌과 관련해서는 “국력 낭비를 줄이고 국가 안정성을 도모하려면 대통령 선거와 총선, 지방자치단체 선거 주기를 맞추는 정치선진화, 개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박근혜 ‘총선 거취 발언’에 담긴 포석은

    박근혜 ‘총선 거취 발언’에 담긴 포석은

    19일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의 내년 총선 거취 발언에는 ‘신뢰와 약속’을 중시하는 정치 스타일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이를 통해 총선 불출마와 수도권 출마 등 자신을 둘러싼 갖가지 억측에 쐐기를 박은 것이자 대권 행보에서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또 내년 총선에 대한 지원 유세보다 공정한 공천을 강조한 것은 지난 18대 총선 공천 당시 친박계 인사들에 대한 ‘공천 학살’이 재현돼서는 안 된다는 경고의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우선 박 전 대표가 내년 총선에서 현 지역구에 그대로 출마하겠다고 밝힌 배경에는 1998년 4·2 재·보궐선거 이후 4차례 연속 자신을 선택해 준 지역 주민에 대한 예의라는 인식이 작용했다는 게 중론이다. 앞서 당 안팎에서는 박 전 대표의 총선 거취를 놓고 의견이 분분했다. 대선에 전력투구하는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대권을 차지할 경우 달성군에서는 채 1년도 안 돼 보궐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불출마를 검토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총선 위기론이 불거지고 있는 만큼 수도권 출마 요구도 나왔다. 이러한 박 전 대표의 거취 논란은 7·4 전당대회 과정에서 원희룡 최고위원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데다, 호남 지역 민주당 의원들이 수도권이나 영남 출마 의사를 밝히면서 확대 재생산됐다. 한 친박계 의원은 “상식대로, 정도대로 가는 게 박 전 대표의 정치 스타일”이라면서 “불출마든 수도권 출마든 성립 자체가 안 되는 얘기”라고 잘라 말했다. 다른 의원도 “각종 루머를 잠재우는 발언”이라면서 “내년 총선 승리를 이끌고 대선을 준비하는 박 전 대표의 정치 스케줄에 따라 차근차근 진행하겠다는 뜻도 담겨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박 전 대표가 지역구에서 선거 운동을 하지 않더라도 당선 가능성이 큰 만큼 출마 여부와 총선 지원 유세와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2004년 17대 총선 당시에도 박 전 대표는 지역구에 출마했지만, 당 대표로서 지역구보다 전국을 돌며 ‘탄핵 역풍’ 속에서도 개헌 저지선(100석)을 넘겼다. 때문에 박 전 대표의 이날 발언 중에서는 총선 거취보다 공천 관련 언급에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홍준표 대표가 내년 총선 실무를 총괄하는 사무총장에 자신의 최측근인 김정권 의원을 임명한 것과 관련, 친박계 유승민 최고위원을 중심으로 공천의 공정성과 투명성에 의구심을 제기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한 친박계 중진 의원은 “박 전 대표가 공천에 개입하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좌시하지도 않겠다는 뜻 아니겠느냐.”면서 “총선 지원 유세 여부도 공천이 어떻게 이뤄지느냐에 달린 문제인 만큼 앞날을 미리 가정해서 지원 유세에 나서겠다거나 안 하겠다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연일 ‘독도 격정’ 트위트하는 이재오

    연일 ‘독도 격정’ 트위트하는 이재오

    “내가 국무위원만 아니면 일본 정부와 ‘맞짱’을 뜰 텐데….” 이재오(얼굴) 특임장관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위터와 페이스북에다 연일 격정의 발언들을 쏟아내고 있다. 주제는 ‘독도’, 그의 뭇매를 맞는 대상은 일본 정치인들이다. 일본 정부의 대한항공 이용 금지 조치와 자민당 의원들의 시위성 울릉도 방문 움직임을 혈혈단신 맨몸으로 깨부수겠다는 기세다. ‘단호한 대처’를 내세우는 정부의 자세보다 한참 더 나간 모습이다. 이 장관은 18일 페이스북에 이렇게 썼다. “생각할수록 일본에 분통이 터집니다. 내가 국무위원 겸직만 아니면 일본 정부와 맞짱 뜨고 싶지만 많이 참고 참아서 그 정도로 한 겁니다.” 이 장관이 언급한 ‘그 정도’는 지난 16일 일본 자민당 의원들이 울릉도를 방문하겠다고 밝힌 뒤 “모든 조직을 동원해서라도 국민의 이름으로 울릉도 진입을 막겠다.”고 강경 발언을 한 것을 말한다. 앞서 이 장관은 일본 외무성의 대한항공 이용 자제 지시에 대해 “우리나라 영토에서 우리나라 비행기가 비행하는데 일본이 무슨 참견인가.”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 장관은 이번 문제가 터지기 전에도 트위터에 거의 매일 ‘독도 단상’이라는 글을 올리며 남다른 ‘독도 사랑’을 보여온 바 있다. 그러나 최근의 발언은 이 같은 행보에 견줘 봐도 예사롭지 않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6·3세대’의 주역 중 한 명인 그의 인생역정을 강경 발언의 배경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 장관은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인 지난 1964년 6·3항쟁에서 한·일 국교 정상화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다 주동자로 지목돼 중앙대에서 제적됐다. 이후 군에 강제 징집된 뒤 만기 제대한 다음에도 3선 개헌 등을 이유로 복교를 거부당했고, 이후 민주화 운동에 투신해 다섯 차례에 걸쳐 10년 동안 감옥살이를 했다. 실제로 이 장관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민주화 운동 동지에게 말하는 형식을 빌려 “여보게, 일본 하는 짓이 분통 터지지 않는가. 1964년 우리가 어떻게 대학에서 쫓겨났는가. 그 굴욕적인 한·일 회담을 반대하다가 인생의 운명이 바뀌지 않았나. 47년이 지난 지금도 일본은 독도를 갖고 자기네들 국내 정치에 이용하지 않는가.”라고 6·3항쟁을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또 페이스북에는 “일본은 1964년의 한국으로 착각하지 말기를 바랍니다. 그때 굴욕적인 한·일 회담 반대 학생운동으로 대학에서 쫓겨났던 시골 출신 대학생이 지금은 대한민국의 장관이 돼서 한 말임을 깊이 새겨 들어야 합니다.”라고 ‘뼈 있는 경고’를 남겼다. ‘6·3세대’ 대표주자로서의 이 같은 충정 말고도 자신의 정치적 존재감을 강화하려는 뜻이 담겼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나라당의 무게 중심이 친박 진영으로 급속히 쏠린 상황에서 스스로 비주류를 선언하고 독자 행보를 강화해 나가려는 포석으로 대일 강경 행보를 택한 것이라는 얘기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개헌 목소리 사라진 제헌절

    2년 전인 2009년 7월 17일. 당시 김형오 국회의장은 제헌절 기념식 경축사에서 “헌법 개정 공론화를 정식으로 제안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제헌절 즈음에는 한나라당 대표였던 안상수 의원 등 친이(친이명박)계가 개헌론을 설파했다. 7·28 재·보선에서 화려하게 복귀한 이재오 특임장관은 ‘개헌 전도사’를 자처했다. 8월 15일 광복절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개헌 필요성을 역설했다. 하지만 올해 제헌절에서는 개헌 목소리를 찾아볼 수 없었다. 여야 모두 “아직도 개헌을 말하는 사람이 있느냐.”는 반응이었다. 박희태 국회의장은 기념사에서 “우리의 헌법 가치에 도전하는 주장들을 경계해야 한다.”고만 했다. 여야 대변인들은 ‘헌법 수호’를 외치면서도 서로 상대방이 헌법을 유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제헌절에 개헌론이 자취를 감추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이 장관의 ‘개헌 드라이브’에 동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이 장관은 트위터를 개헌론 설파의 장으로 애용했는데, 요즘에는 독도 문제와 관련해 일본을 향한 강경 발언을 주로 쏟아내고 있다. 전관예우가 논란이 됐던 지난달 17일에 “권력 분산 없이 권력형 부패는 없어지지 않는다. 지금이야말로 여야가 가슴을 맞대고 개헌을 논의해야 할 때다.”라고 쓴 뒤로 한 달 동안 개헌 이야기는 찾아볼 수 없다. 이 장관의 ‘개헌 목청’이 잦아든 결정적인 계기는 4·27 재·보선 패배였다. 이를 계기로 이 장관을 정점으로 한 한나라당 주류세력이 당권에서 멀어져 갔다. 5월 초에 실시됐던 원내대표경선에서 이 장관이 지지한 안경률 의원이 패하자 ‘개헌론’은 더욱 설 땅을 잃게 됐다. 지난 4일 전당대회 이후 들어선 홍준표 대표 체제에서도 민생이 강조돼 거대 담론인 개헌론이 설 자리는 없어 보인다. 이 장관의 한 측근은 “장관의 신념은 변함이 없지만 개헌의 주체인 여야가 나서지 않으니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창구·강주리기자 window2@seoul.co.kr
  • 시리아 반정부세력 국가위원회 출범

    시리아 반정부 세력이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 퇴진 운동을 지휘할 국가위원회를 출범시킨 가운데 알아사드 대통령은 바트당의 집권 종식 등을 포함한 개헌을 논의할 용의가 있다며 ‘대화’를 제안했다. 알아사드 대통령은 그러나 시위가 계속되는 상황에서는 어떠한 개혁도 이행할 수 없다며 ‘선(先) 시위중단’을 요구했다. 이에 맞서 반정부 세력은 병력 철수가 우선이라며 평행선을 달렸다. 반정부 세력이 ‘대화’ 대신 ‘투쟁’을 선언한 직후인 20일(현지시간) 알아사드 대통령은 다마스커스대학에서 행한 연설에서 개헌 논의를 위한 대화를 제의했다. 알아사드는 대화 결과에 따라 반정 세력이 요구한 조기 총선 및 집권 바트당의 집권 종식 가능성 등을 시사했지만 이는 시위중단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정부 세력은 알아사드 대통령이 정작 주요 도시들에서의 군병력 철수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아 현사태에 대한 군사적 해결 여지를 남겨 놓았다고 비판했다. 앞서 19일 자밀 사이브 반정부세력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시리아 안팎의 모든 공동체와 정치세력을 규합해 혁명을 이끌 국가위원회의 창립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국가위원회의 설립 목적은 야당세력을 결집해 혁명을 지원하고 국제사회로부터 호응을 얻어내는 것이다. 사이브 대변인은 “리비아의 경우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가 민주화를 요구하는 국민들을 유혈진압하자 국제사회가 재빠르게 카다피 퇴진을 촉구했으나 시리아에서는 지금까지 1500여명이 숨지고 수천명이 체포됐지만 국제사회가 침묵하고 있다.”며 세력 응집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왕정 모로코 ‘민주화 봄’ 오나

    400년 된 왕정국가 모로코의 국왕이 국민적 민주화 요구를 받아들여 헌법을 수정하겠다고 17일(현지시간) 밝혔다. 국왕 권력의 상당 부분을 총리와 의회에 넘기고 국왕은 국가 안보와 군대, 종교적 문제에 대해서만 권력을 행사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모하메드 6세(47) 모로코 국왕은 이날 TV연설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의 개헌안을 제안하고 다음 달 1일 국민투표에 부칠 것이라고 밝혔다고 AFP통신 등이 19일 전했다. 새 헌법 초안에 따르면 왕은 앞으로 총선에서 승리한 정당 출신의 총리를 임명해야 하며 사법부의 독립도 보장된다. 정부가 행정권한을 얻게 되는 반면 국왕은 군대와 종교를 독점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 모로코는 왕의 권력이 헌법에 따라 일정한 제약을 받는 입헌군주제 국가이지만 그동안 국왕이 사실상 전권을 행사해 왔다. 모하메드 국왕은 이번 개헌을 통해 ‘이름뿐인’ 입헌군주제에서 ‘실질적’ 입헌군주제로 변모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수정헌법의 핵심 요소는 균형과 독립, 권력 분립이며 가장 중요한 목적은 시민의 자유와 존엄”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초 중동을 휩쓴 민주화 운동에 자극받은 모로코인들은 지난 2월부터 왕의 권력이양 등 정치개혁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국왕의 연설 이후 일부 도시에서는 사람들이 국기 등을 들고 나와 거리에서 환호성을 외쳤으나 일각에서는 “민심을 호도하기 위한 술책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나왔다. 앞서 요르단의 압둘라 2세 국왕도 민주화 시위가 계속되자 지난 12일 내각을 총선에서 다수 의석을 차지한 정당이 구성하는 데 동의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문화마당] 합창 교향곡/신동호 시인

    [문화마당] 합창 교향곡/신동호 시인

    새로운 선율이 필요했으리라. 처음에는 자기의 길을 가기에도 벅찼겠지만, 다른 것을 만날 기회가 많아지고 이해의 시간도 가졌으리라. 아집이 조화로 발길을 돌리고 이기주의가 결국 이타주의의 다른 이름이라는 걸 깨닫는 데도 그리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았을 것이다. 손을 내밀어 타인의 손을 잡는 순간, 연대감이 주는 기쁨 혹은 혼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정신의 고양을 경험했을 것이다. 합창의 부활은 그렇게 슬며시 다가왔다. 처음에는 바리톤으로, 베토벤 교향곡 9번 4악장은 “친구들, 이런 가락은 아니다. 더 기쁘고 즐거운 노래를 부르지 않겠는가.” 하고 묻는다. 플루트의 소리처럼 가냘프게 시작된 여명을 바리톤이 깨워주었다. 이윽고 소프라노와 알토가 화답한다. “세상의 관습이 엄하게 갈라놓은 것을, 모든 사람은 형제가 되리.”라고. 2악장에서, 조금은 느닷없고 불편하게 등장하던 팀파니와 큰북이 비로소 관현악과 어울려 행진을 북돋는다. 합창은 마치 거대한 군중의 물결 같다. 베토벤 교향곡 9번 1악장처럼 혼돈의 시절이 있었으니, 아버지들은 장조인지 단조인지조차 모를 어두운 공간을 지나왔다. 박정희 유신독재의 숨 막히는 시간은 음울한 바순 소리 같았다. 길거리에서 장발을 단속하고, 자를 들고 스커트의 길이를 재던 그 시대의 희극적 모습은 마치 뒤뚱거리는 바순의 비극적 분위기 속의 우스개를 닮았다. 유신의 끝에서 아버지들은 손을 잡았지만, 아직 함께 노래하지는 못했다. 1980년 오월 광주, 금남로와 도청에 뿌려진 핏빛 기억은 여전히 바이올린처럼 날카로운 주제에 어울렸다. 광주에 대한 부채의식은 목숨을 건 폭로와 저항으로 이어졌다. 격렬한 현악기로 시작되는 2악장은 1987년 유월과 칠팔월의 태양일지 모르겠다. 그러나 팀파니의 둥둥거리는 소리는 불협화음처럼 들린다. 거리에 쏟아져 나온 시민들은 직선제 개헌과 불완전하게 타협했다. 노동자들의 칠팔월 대투쟁은 클라리넷 독주처럼 외로웠다. 노동자들은 단결했지만 시민들이 모두 집으로 돌아간 뒤였다. 그해 겨울, 결국 대통령 선거는 파열음을 내었다. 합창은 시작하지 못했다. 후보 단일화에 실패한 김대중과 김영삼 후보는 군사쿠데타의 일원이었던 노태우 후보에게 지고 말았다. 봄부터 여름까지 무수한 꽃들이 피고 지었다. 1991년이었다.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서 꽃들이 질 때 자본주의는 축배를 들었다. 명지대생 강경대의 죽음은 학원민주화운동의 과정에서 비롯되었다. 전남대생 박승희, 성균관대생 김귀정…. 그해에만 열 번의 장례식을 치렀다. 불완전한 민주화의 후과였다. 아직 사회 구석구석에 가치의 전이가 이뤄지지 못한 탓이었다. 소비 사회의 승리와 더불어 진리에 대한 추구는 사라지고 대학은 실용으로 내달렸다. 각자 돈벌이를 위해 뿔뿔이 흩어졌다. 한해가 지나 정태춘과 박은옥은 ‘92년 장마, 종로에서’를 부르며 “다시는 종로에서 깃발군중을 기다리지 마라.”고 절망했다. “우리들의 한 시대도 거기 묻혀 흘러간다.”고. 베토벤 교향곡 9번은 아주 느리게 3악장을 이끌어간다. 긴 시간, 아버지들은 가정을 이루고 아들과 딸들을 낳고 외환위기와 사교육의 어두운 터널을 천천히 아다지오로 지나 흘러왔다. 소위 386세대의 아이들이 자라 대학에 입학해 새로운 합창의 선율에 목말라하는 동안, ‘92년 장마, 종로에서’ “다시는 시청 광장에서 눈물 흘리지 말”고, “절망으로 무너진 가슴 이제 다시 일어서고 있”다는 노래 가사를 잊지 않으면서 말이다. 교향곡 9번은 4악장에 가서야 합창을 보여준다. 오래 기다렸다. 2011년 유월의 광화문 같다. 자식들에게 동감한 아버지들이 함께 노래 부르고, 관현악기와 타악기는 절묘하게 조합하고, 터키풍 행진곡은 장중한 음색과 조화를 이룬다. ‘더 기쁘고 즐거운 노래’를 부른다. 죽음보다 숭고하다. 쉴러의 시에서처럼 ‘냉혹한 세상에 의해 분열되었던 것을 통일’할 듯하다. 가치와 진리를 위해 손을 잡는 ‘형제애’를 기대해도 될 듯하다.
  • 터키 ‘경제 총리’에 압도적 지지

    터키 국민들은 권위주의 리더십에 맞서는 대신 경제 성장을 택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가 이끄는 집권당 정의개발당(AKP)이 12일(현지시간) 총선에서 3연임에 성공했다. 5000만명의 유권자 가운데 84.5%가 투표한 이날 선거에서 AKP는 50%의 지지율을 얻었다. 이에 따라 의회 전체 의석인 550석 가운데 325석을 따냈다. 헌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는 330석(60%)을 확보하는 데는 실패했다. 공화인민당(CHP)은 26%, 민족주의행동당(NMP)은 13%의 득표율을 각각 기록했다. 에르도안 총리는 이날 밤 수도 앙카라의 AKP 당사 앞에 모인 수천명의 지지자들에게 “국민들은 우리에게 합의와 협상을 통해 새 헌법을 구성하라는 메시지를 던졌다.”며 승리를 자축했다. AKP의 3연임 성공 비결은 자유주의 경제와 종교적 보수주의를 적절히 조화시켰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에르도안 총리를 비롯한 터키 지도부는 2002년 총선 승리 이후 스스로 ‘보수 민주주의자’라 일컬으며 경제 개혁을 단행했다. 그 결과 지난해 9%에 이르는 경제성장률을 이끌어 냈다.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성장률이다. 유럽연합(EU) 가입 후보국인 터키는 ‘아랍의 봄’ 혁명이 불고 있는 중동·북아프리카의 민주주의 모델로도 자주 언급된다. 하지만 에르도안 총리가 3연임을 굳히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반대 의견을 배척하기로 유명한 그가 이번 승리를 자유 제한과 야권 박해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에르도안 총리의 최종 목표는 대통령이다. 이스탄불 빌지대학교의 일터 투란 정치학과 교수는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에르도안 총리는 대통령제를 추진할 것이며 이는 국내에 많은 논란을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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