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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전쟁국가 선포] 해외 무력행사 ‘무제한’… 한반도 유사시 군사 개입 길 열어

    [日 전쟁국가 선포] 해외 무력행사 ‘무제한’… 한반도 유사시 군사 개입 길 열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취지로 헌법 해석을 변경한 일본 정부의 각의 결정으로 아베 신조 총리의 숙원이 이뤄졌다. 일본을 제2차 세계대전의 패전국이 아니라 전쟁할 수 있는 ‘보통 국가’로 바꾸고 싶다는 아베 총리의 야심이 눈앞의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1일 각의 결정에 따르면 일본 자위대의 무력행사 범위는 비약적으로 넓어졌다. 그동안 인정됐던 개별적인 자위권뿐 아니라 집단적 자위권, 집단안전보장에서도 무력행사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더구나 일본에 대한 공격이라는 명확한 기준이 있는 개별적 자위권과는 달리 타국의 전쟁이 일본에 ‘명백한 위험’에 해당하는지를 정권의 판단에 맡기게 되기 때문에 해외에서의 무력행사를 무제한 확장할 가능성이 있다. 무력행사의 근거가 되는 ‘신(新)3요건’은 “일본 국민의 생명이 근본적으로 전복되는 명백한 위험” 같은 추상적인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명확한 제동을 걸 수 없게 해 놓은 것이 문제라고 일본 언론은 지적한다. 아베 정권이 이렇게 조건을 애매하게 해 놓은 것은 향후 분쟁이 일어났을 때 자위대를 정권의 뜻대로 움직일 여지를 남겨놓고 싶기 때문이라고 아사히신문은 분석했다. 각의 결정 이후로 일본 정부는 올가을 임시국회에서 관련 법 정비에 나설 방침이지만 앞길이 순탄치만은 않다. 이날 산케이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자위대 파견에 보편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일반법 제정을 검토 중이다. 지금까지는 자위대를 외국에 보낼 필요가 있을 때마다 특별법을 제정했는데 일반법을 만들어 절차를 간소화한다는 것이다. 또 가칭 국제평화협력법 제정을 통해 유엔 평화유지활동(PKO)에 참가하는 자위대가 무장집단의 공격을 받는 시민단체 관계자나 외국 부대가 있는 곳으로 이동해 돕는 과정에서 무기를 사용할 수 있게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각의 결정으로 국민 여론이 악화됐고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있어 관련 법의 국회 통과는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이같이 무리하게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추진하는 아베 총리가 어디까지 야욕을 드러낼 것인가다. 해외에서의 무력행사를 금지해 온 그간의 족쇄를 푼 것을 시작으로 자위대를 무력행사가 가능한 사실상의 ‘국방군’으로 바꾸고 해외에서의 전쟁에 실제로 나서게 할지에 대해 일본 안팎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일단 아베 총리의 다음 목표는 외할아버지인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의 뜻이기도 한 명문 개헌이다. 일본 정계 일각에서는 아베 총리가 2015년 9월 차기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해 장기 집권하게 되면 여세를 몰아 2016년 여름 중·참의원 선거에서 승리함으로써 개헌 발의 장벽을 일거에 뛰어넘어 명문 개헌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와타나베 오사무 히토쓰바시대 교수는 아베 총리가 명문 개헌에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로 “일본의 대국화를 지향하고 그 수단을 확보해 ‘전쟁하는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한정적인 집단적 자위권 행사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도쿄 김민희 특파원 haru@seoul.co.kr
  • [장관에게 힘 실어주자] 마주 보며 토론하는 미국…고개 숙여 받아적는 한국

    [장관에게 힘 실어주자] 마주 보며 토론하는 미국…고개 숙여 받아적는 한국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4강 신화를 이끈 거스 히딩크 감독 이후 축구대표팀 감독이 8차례나 바뀌며 혼선을 겪었다. 축구행정 책임자들이 장기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차근차근 노력하기보다는 국제대회 때마다 눈앞에 닥친 비판을 피하기 위해 감독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행태가 초래한 결과였다. 차범근 전 감독은 1998년 프랑스 월드컵 기간 중 현지에서 해임되기도 했다. 축구대표팀 감독 교체와 장관 경질은 불행히도 상황만 놓고 보면 서로 다르지 않다. 장관이 제 역할을 다하려면 충분한 재임 기간이 필요하다. 부처 수장으로서 구상하고 있는 국가사업을 예산안에 반영했는데 장관이 갑자기 바뀐다면 계획을 세운 장관 따로, 집행하는 장관 따로가 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보통 장관이 업무 파악을 하는 데 6개월 정도 걸린다는 점에서 장관 재임 기간이 최소 2년은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금처럼 장관 자신이 6개월짜리인지, 1년짜리인지도 모르는 상황에선 조직을 장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장관들의 평균 재임 기간은 노무현 정부 때 11.4개월, 이명박 정부 때 18.9개월이었다. 현 정부의 강병규 안전행정부 장관은 기어코 3개월짜리 ‘단명 장관’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말았다. 충분한 임기를 보장한다는 것은 신중하고 철저한 인선을 전제로 한다. 지금처럼 국무총리, 장관 선임을 둘러싸고 정치권의 갈등이 끊이지 않는 현실에선 기대하기 힘들 수밖에 없다. 미국에선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버락 오바마 1기 행정부 4년간 국무장관을 지냈고 존 케리 국무장관이 이변이 없는 한 오바마 2기 행정부 4년 동안 국무장관을 지낼 거라는 게 상식이다. 이는 장관 임명 전에 이미 예측 가능할 정도로 철저한 인사 검증을 거쳤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독일에서 정부 기관장을 선임하는 방식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독일 국책연구기관 원장의 경우 종신직이다. 통상 40~50대 연구자가 원장이 되기 때문에 20년 이상 원장으로 일하는 게 일반적이다. 자타가 공인하는 연구자가 기관장이 되고 종신직이다 보니 장기 전략을 세우고 집행할 수 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후임 원장을 정하기 위해 엄격한 검증 과정을 거쳐 신중하게 적임자를 선정하기 때문이다. 검증 기간도 3년에 이른다. 장관 임기가 짧은 것은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위기에 몰리거나 여론이 불리하게 돌아갈 때마다 개각이라는 카드를 꺼내는 관행과 연관된다. 한마디로 장관의 역할 중 하나가 ‘속죄양’이기 때문에 임기가 길 수도 없고 특별한 전문 역량도 의미가 없다. 6월항쟁과 직선제 개헌 등으로 국내 정세가 극도로 혼란스러웠던 1987년에 내무부 장관이 1년 동안 무려 4명(정호용, 고건, 정관용, 이상희) 바뀐 게 단적인 예다. 기획재정부는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 기능을 통합한 뒤 예전에는 부처별로 운용에 자율성이 강했던 기금 사업까지 시시콜콜 간섭할 정도로 독주를 거듭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심지어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이 토론을 통해 분야별 예산 총액을 정하도록 돼 있는 국가재정전략회의조차 구색에 그칠 뿐 거의 모든 예산 배분이 청와대와 기재부 손에 좌지우지된다. 또 장관이 필요해서 자신의 부처에 별도의 부서를 만들려고 해도 조직 부문이 안행부가 관할하는 총액인건비 제도 등에 묶여 있는 탓에 쉽지 않다. 예산이든 조직이든 장관이 힘을 쓸 수 없는 구조다. 심지어 과장급 인사 발령에까지 청와대 입김이 영향을 미치면서 장관은 말 그대로 허수아비가 돼 버렸다. 청와대와 정치권에서 구상한 정책이나 선거공약을 그대로 받들어 실행할 뿐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올 만하다. 대통령과 장관의 관계부터 고쳐야 장관에게 권한과 책임이 부여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생전에 미국 백악관 참모들을 다룬 정치드라마 ‘웨스트 윙’을 즐겨 본다는 말을 주변에 한 적이 있다. 이 드라마에선 대통령과 백악관 참모들, 장관들이 와이셔츠 소매를 걷어붙이고 책상에 걸터앉아 허물없이 토론하는 장면이 나온다. 드라마가 실제 백악관의 풍경이기도 하다. 노 전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도 국무위원들끼리 토론을 하도록 적극적으로 유도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역시 참모들과 허물없이 대화를 나누고 토론했다. 하지만 현 정부에서 국무회의 모습은 박근혜 대통령이 하나하나 지시하고 장관들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인 채 수첩에 받아 적느라 바쁘다. 대통령이 묻지 않으면 특별히 대답할 필요가 없다. 정부세종청사에서 급히 올라온 장관이 열심히 ‘받아쓰기’만 하다가 내려가는 행태다. 김상묵 서울과학기술대 행정학과 교수는 “국정의 최종 책임은 대통령이 지지만 대통령이 나라의 모든 일을 혼자 다 할 순 없으니 총리와 장관이 이런이런 일은 대신 맡아 달라고 명확히 분담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향수 건국대 행정학과 교수는 “대통령이 너무 자세하게 일일이 지시하고 다그치면 장관이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운신의 폭이 좁아진다”고 지적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집단자위권 반대 日남성 도쿄서 분신

    29일 일본 도쿄 중심가에서 한 남성이 아베 신조 정권의 집단 자위권 행사 용인 방침에 반대하며 분신 자살을 시도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50~60대로 보이는 이 남성은 이날 오후 2시 10분쯤 도쿄 JR신주쿠역의 남쪽 출입구 인근 육교에서 확성기로 “집단 자위권 반대” 등을 외치다 자신의 몸에 가솔린으로 보이는 액체를 부은 뒤 라이터를 켜 불을 질렀다. 신주쿠 경찰서 관계자는 “이 남성이 심각한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 중”이라면서 “그의 분신 동기에 대해서는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아베 내각이 추진하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 용인으로 인해 일본이 타국의 전쟁에 휘말리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일본 내에서 큰 것으로 파악됐다. 마이니치신문이 지난 27~28일 전국 1828가구(응답자 1008명)를 대상으로 전화 여론조사를 해 29일 발표한 결과 이같이 응답한 사람이 71%로 나타났다. 반면 ‘그럴 우려가 없다’는 응답자는 19%에 그쳤다. 집단적 자위권 행사 용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평가가 과반을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반대하는 응답자가 58%에 달한 데 비해 찬성은 32%로 나타났다. 특히 집단적 자위권에 관한 정부 여당의 설명이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는 81%에 달했고 개헌이 아닌 헌법해석 변경으로 집단적 자위권을 용인하는 구상에는 60%가 반대했다. 집단적 자위권 행사 용인으로 타국의 도발을 막는 억지력이 향상된다는 아베 총리의 설명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62%였다. 도쿄 김민희 특파원 haru@seoul.co.kr
  • “자위권 해석개헌 수용” 야마구치 日 공명당대표 첫 공개 표명

    야마구치 나쓰오 일본 공명당 대표가 집단적 자위권 행사 용인을 위한 헌법 해석 변경을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야마구치 대표는 26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고무라 마사히코 자민당 부총재가 제시한 ‘자위권 발동의 3요건’의 수정안에 대해 “지금까지의 헌법 해석과 일관성을 갖고 있고, 제동 기능도 가지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위한 헌법 해석 변경에 신중한 입장을 취해 온 야마구치 대표가 ‘해석 개헌’을 용인하겠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처음이다. 이에 따라 자민·공명당 간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자민당은 지난 24일 ‘안보 법제의 정비에 관한 여당 협의’에서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포함한 ‘자위권 발동의 3요건’ 수정안을 제시했다. 수정안은 전쟁 중 기뢰 제거 등 8가지 사례에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필요하고, 집단 안전보장 차원에서도 무력행사를 용인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야마구치 대표는 여당 간 집단적 자위권 협의가 “한 걸음씩 전진하고 있다”며 “여당 협의와 함께 공명당 내 논의도 거듭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자민당과의 정식 합의는 다음 주초 이후가 될 것이라는 견해를 나타냈다. 도쿄 김민희 특파원 haru@seoul.co.kr
  • 푸틴, 포로셴코의 휴전안 사실상 거부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에서 정부군과 친러시아 분리주의 무장세력 간 교전이 계속되는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휴전안을 지지한다는 성명을 냈다. 그러나 성명 내용이 비판 일색인 데다 이를 발표하기에 앞서 자국군에 전투태세를 명령하는 등 포로셴코의 방안을 사실상 거부한 것으로 분석돼 향후 사태가 주목된다. 푸틴은 이날 오전 포로셴코의 휴전안에 대한 성명에서 “그의 계획을 환영하지만 휴전안이 반군에 최후통첩이 돼선 안 된다”며 “친러 세력과 대화를 시작하려는 움직임이 없는 그의 휴전안은 비현실적이고 실현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로이터는 이를 두고 푸틴이 포로셴코의 휴전안을 ‘조건부 지지’했다고 전한 반면,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푸틴이 휴전안을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푸틴이 서방의 추가 제재를 피하면서 우크라이나 새 정부를 흔들기 위해 형식적으로 휴전을 지지했다고 분석했다. 조지타운대 유라시아 연구센터의 앤젤라 스텐트 원장은 “러시아의 말보다 행동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푸틴은 성명을 발표하기 불과 몇 시간 전 러시아 중부지역 군사령부에 ‘완전 전투태세’를 명령했다.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서쪽지역은 아니지만 6만 5000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군사훈련이다. 인디펜던트는 군사훈련이 시작된 시점이 우크라이나의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포로셴코는 전날 밤 대통령 당선 이후 처음으로 동부 교전 지역을 방문해 10여개 항목으로 구성된 평화안을 발표하며 7일간의 휴전을 선언했다. 그가 제시한 방안에는 ▲‘심각한 범죄’에 연루되지 않고 투항한 자는 처벌받지 않도록 보장 ▲지방분권 법안을 도입해 지방선거와 총선 조기 실시 ▲대통령의 권한을 의회에 대폭 이전하는 이원집정부제를 골자로 한 개헌 ▲우크라이나 국경지대에 10㎞의 완충지대 설치 등이 포함돼 있다. 포로셴코는 이어 22일 TV 연설을 통해 “나는 (분리주의 무장세력과)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며 동부지역의 친러시아 분리주의 무장세력에 대화를 제안했다. 그는 그러나 “실수로 분리주의 편에 선 이들과 대화하겠다”면서 “테러나 살인, 고문 등의 행위에 연관된 자들은 (대화 상대에서) 제외한다”고 선을 그었다. 포로셴코는 “민간인과 정부군 사살에 가담하지 않은 무장세력 대원을 대상으로 의회가 조만간 사면 법안을 마련할 것”이라며 “동부지역 친러시아 성향 주민들이 학교와 관공서에서 러시아어를 쓸 수 있도록 헌법상 권리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우크라이나는 포로셴코가 휴전을 선언한 지 한 시간 만인 20일 밤 11시부터 양측의 교전이 다시 시작됐다고 확인했다. 루간스크 일부 지역은 잠시 휴전 상태가 됐지만 인근의 한 미사일기지가 수류탄 공격을 받아 다시 교전이 시작됐다고 인디펜던트가 보도했다. 분리주의 무장세력은 밤새 도네츠크와 루간스크 지역 세 곳의 우크라이나군 공군기지를 공격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친러 반군과 곧 휴전”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동부 지역 친러시아 분리주의 민병대에 휴전을 선언할 예정이라고 AFP통신 등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취임 직후 동부 지역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겠다던 포로셴코 대통령이 첫걸음을 뗀 것으로 보인다. 포로셴코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분리주의자들에게 무장 해제 기회를 주고, 그들이 원하면 우크라이나를 떠날 수 있도록 일방적인 휴전 조치를 취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어 “휴전 조치가 취해지는 기간은 아주 짧을 것이며, 이 기간에 민병대가 무기를 내려놓아야 하고 동부 지역 질서가 회복돼야 한다”면서 “중대 범죄를 저지르지 않고 무력저항을 포기한 자들에겐 사면이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 대한 화해의 표시로 안드레이 데시차 외무장관을 경질하고, 파브로 클림킨 독일 주재 대사를 새로 임명했다. 데시차 외무장관은 최근 “푸틴은 머저리”라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포로셴코 대통령의 발표는 전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동부 사태 해결을 위한 방안을 논의한 뒤 나온 것이다. 이러한 내용이 푸틴과 어느 정도 합의가 된 것일 가능성이 크다. 한편 포로셴코 대통령은 동부 지역의 분권화 요구를 수용하기 위해 의원내각제와 대통령제를 결합한 이원집정부제를 골자로 하는 개헌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포로셴코는 의회 연설을 통해 대통령의 권한을 의회에 대폭 이양할 의사가 있음을 밝혔다. 개헌안은 또 지방 정부 수장인 주지사를 대통령이 임명하던 제도를 폐지하고 주민들의 직접선거로 구성될 지역 의회가 지방행정 기능을 수행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故 이한열 추모제… 기념관 재개관

    故 이한열 추모제… 기념관 재개관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된 고(故) 이한열 열사를 기리는 추모제, 유품 전시 행사가 9일 일제히 열렸다. 이 열사는 연세대 경영학과 2학년이던 1987년 6월 9일 민주화 시위에 나섰다가 경찰이 쏜 최루탄을 머리에 맞고 쓰러져 그해 7월 5일 사망했다. 앞서 벌어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과 맞물려 전두환 정권에 대한 전국적인 항쟁으로 연결됐고, 직선제 개헌을 이끌어냈다. 이날 오전 연세대 총학생회 주최로 서울 서대문구 교내에서 열린 ‘고 이한열 열사 27주기 추모제’에는 연세대 학생과 이한열기념사업회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 총 60여명이 참석했다. ‘이한열기념사업회’도 이날 유품 보존시설을 새롭게 설치한 ‘이한열 기념관’을 재개관했다. 기념관에는 이 열사가 마지막으로 입었던 티셔츠, 신발 등 유품들을 전시하고 다음 달 9일까지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다. 지난해 이 열사의 옷과 신발 등이 심각하게 훼손됐다는 지적이 나온 후 일반인 500여명이 크라우드 펀딩(창의적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이 온라인 펀딩업체를 통해 다수 투자자에게 사업자금을 조달)을 통해 5000여만원을 모아 재개관이 성사됐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서울광장] 2014년 6월 지방선거와 노란 리본/문소영 논설위원

    [서울광장] 2014년 6월 지방선거와 노란 리본/문소영 논설위원

    1987년 6월, 서울 광화문 일대의 20, 30대 직장인은 퇴근하면 “최루탄이 싫어요”라고 쓴 노란 리본을 가슴에 달고 서울 명동성당을 향했단다. 얼마 전 점심을 먹다가 50대 선배의 그 말에 순간 울컥했다. 연대생 이한열이 직격탄에 맞아 죽은 뒤 시민과 정부가 치열하게 공방해 6·29선언에 도달했던 그 시기가 떠올랐다. 미개한 탓인지 사회적 우울에 쉽게 오염된다. 요즘 공감능력이라 좋게 불러준다. 대학 입학 이듬해인 1987년은 참으로 지랄 같은 해였다. 1979년 12·12 군사반란으로 권력을 장악한 전두환 소장은 1980년 ‘서울의 봄’을 억눌렀고 5월 18일 광주민주화운동도 무력으로 짓밟았는데, 이후 ‘체육관 선거’로 대통령이 된 그가 국론분열 운운하며 1987년 ‘4·13 호헌’을 선언한 탓이다. 직선제 개헌을 요구하던 시민들은 부글부글 끓었다. 대학생이 먼저 수업과 중간·기말시험 거부로 호헌철폐를 요구했다. 사립대 수험료가 아까웠지만 함께할 수밖에 없었다. 1987년 1월 ‘박종철 물고문 사건’과 6월 이한열의 죽음은 ‘호헌철폐, 직선 쟁취’로 폭발해 정치지형을 바꿨다. 젊은 ‘넥타이·하이힐 부대’가 합류한 덕분이다. 그 시절의 수많은 대학생처럼 한여름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서 최루탄과 지랄탄에 시달리면서 이한열처럼 직격탄에 죽지는 않아도 폐병으로 일찍 죽을지도 모르겠다고 자조했었다. 6공화국 헌법으로 국민이 직접 대통령을 뽑게 됐고, 낮은 수준이지만 민주주의 국가가 됐다는 생각에 세상은 더디지만 올바른 방향으로 전진한다는 믿음을 갖게 됐다. 직장인이 된 뒤 부정한 세력과 타협하지 않고 양심적으로 보도하면 그 나름대로 사회에 이바지한다고 믿었다. 그 후로 사회적 운동과 담을 쌓고 살았다. 돌아보면 ‘죽 쑤어 개 준’ 것 같았던 1988년 노태우 정부에서도 ‘5공 청문회’가 진행됐고 중국·소련 등 수교한 북방외교가 이뤄졌다. 1993년 문민정부, 1998년 국민의 정부, 2003년 참여정부로 진행되는 20년 동안 사회는 의미 있는 첫걸음을 내디뎠다. 전두환 재산환수의 밑거름이 된 전두환·노태우 구속 수사, 하나회 척결, 금융실명제 시행, 정부수립 50년 만의 수평적 정권교체, 남북화해시대 개막, 권위주의 해체 등이다. 그런데 그 믿음에 균열이 시작됐다. ‘부패했지만 유능한 정권’이라던 이명박 정권 때다. 규제완화라며 ‘전봇대’를 뽑기 시작하더니 KBS·MBC 등 공영방송에 재갈을 물렸다. ‘용산 재개발 참사’와 ‘청와대 민간인 사찰 사건’이 일어났다. 그래도 정부를 믿고 ‘어떻게 쌓아 온 민주주의인데 무너지겠나’ 하며 낙관했다. 특히 독재 시절처럼 정보기관이 개입된 정치조작은 불가능할 것으로 믿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 국정원의 18대 대선 개입이 드러나 충격이었다.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와 서울시 공무원 간첩 의혹 증거조작 사건도 국정원 작품이었다. 법과 정의가 제때 구현되지 않는 중에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다. 20여년 만에 공감능력이 되살아났다. 함께 울고 분노했다. 세월호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을 요구한 시위에도 참여했다. 이런 ‘앵그리 맘(분노한 엄마)’을 정부는 불순세력이라고 불렀고, 일부에서는 미개하다, 백정이라고 했다. “국가안보실은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다”는 청와대 측의 발표를 묵인하던 여당 의원들이 박 대통령의 대형 사진을 들고 “도와주세요”라며 동정표를 구하고 있다.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한국의 대통령은 거대 여당에 국정원, 검찰, 군인, 경찰까지 공권력을 다 틀어쥐었다. 어떻게 더 도와준단 말인가. 또한 여당은 지방선거 압승으로 안정적 국정운영을 도모하겠다는 의도겠지만, 지역선거에 대통령을 개입시키는 것은 ‘사실상’ 불공정 선거 논란을 낳을 수도 있다. ‘최루탄이 싫어요’라던 1987년의 노란 리본은 6·29선언으로 완성됐다.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겠다’는 노란 리본이 완성되려면 그 첫 걸음은 국회의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안에서 시작해야 한다. 세월호 같은 참사를 재발방지하기 위해서 이번 6·4지방선거에서 유권자의 현명한 선택이 필요하다. symun@seoul.co.kr
  • 무라야마 前총리 “해석 개헌 안 돼… 평화헌법 지켜야”

    무라야마 前총리 “해석 개헌 안 돼… 평화헌법 지켜야”

    일본의 식민 지배와 침략을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를 1995년에 발표했던 무라야마 도미이치(90) 전 총리가 집단적 자위권 행사 용인을 추진하고 있는 아베 신조 총리의 역사 인식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25일 도쿄 메이지대학에서 ‘무라야마 담화를 계승·발전시키는 모임’ 주최로 열린 특강에서 “발표 당시 무라야마 담화는 당연한 얘기였는데, 일본이 지금 이렇게 (우경화) 된 원인은 아베 총리”라고 말했다. 아베 총리가 개헌 대신 헌법 해석 변경을 통해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용인하려 하는 데 대해 무라야마 전 총리는 “해석 개헌은 안 된다. 헌법의 의미가 없어진다”고 비판한 뒤 청중을 향해 “일본의 주권자는 여러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분 중에 헌법 개정을 원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지만 (현행 헌법상) 중·참 양원의원 각 3분의2가 발의하지 않으면 여러분에게 (국민투표에서 결정할) 개헌안이 주어지지 않는다”며 헌법 개정 절차를 엄격하게 정해 놓은 의미를 강조했다. 그는 또 “일본이 정말 지켜야 할 것은 무엇인가”라고 질문한 뒤 “베트남전쟁, 걸프전쟁 등이 있었지만 일본은 평화헌법이 있어서 참전할 수 없다고 해왔고, 결국 평화를 지켰다”고 말했다. 자신이 발표한 담화에 대해 무라야마 전 총리는 “개인의 담화가 아니었다. 각의(국무회의) 결정을 거친 내각의 담화였다”고 강조하며 담화의 역사적 중요성을 강조했다. 더불어 담화에 대해 한국, 동남아, 유럽, 미국 등 국제사회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으며 중·일 양국이 ‘전략적 호혜관계’를 구축하는 바탕이 됐다고 자평했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자신이 총리로 취임한 후 한국, 중국, 동남아 등을 방문했을 때 경제발전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과거 전쟁에 대해 반성하지 않는 데 대해 불신감을 갖고 있음을 느꼈다고 소개하고 “한국, 중국을 위해서가 아니라 일본을 위해 전쟁 책임을 인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강연장 밖에서는 우익단체 회원 수십명이 ‘무라야마 담화 분쇄하라’는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든 채 무라야마 담화 철폐를 주장하는 시위를 벌였다. 사회당(현 사민당) 출신인 무라야마 전 총리는 자민·사회당 연립정권 아래에서 1994년 6월부터 1996년 1월까지 총리를 지냈다. 글 사진 도쿄 김민희 특파원 haru@seoul.co.kr
  • 무라야마 전 총리 “무라야마 담화는 일본을 위한 것인데...”

    무라야마 전 총리 “무라야마 담화는 일본을 위한 것인데...”

    무라야마 도미이치(90) 전 일본 총리는 25일 자신이 1995년 발표한 무라야마담화에 대해 “한국, 중국을 위해서가 아니라 일본을 위해 전쟁 책임을 인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도쿄 메이지대학에서 ‘무라야마담화를 계승·발전시키는 모임’ 주최로 열린 특강에서 일본의 식민지배와 침략을 인정하고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의 작성 경위와 관련해 이같이 말했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취임한 뒤 한국, 중국, 동남아 등을 방문했을 때 일부 경제발전 등에 대해 평가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과거 전쟁에 대해 반성하지 않는데 대해 불신감을 갖고 있음을 느꼈다고 소개했다. 이어 ”이런 불신감을 불식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판단에 따라 담화를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자신이 총리가 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하지 못했다고 밝힌 뒤 총리가 된 이상 전후 50주년을 맞아 자신에게 맡겨진 역사적 과제가 있으리라는 생각을 했다고 부연했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또 “무라야마 담화는 개인의 담화가 아니었다”며 “각의(국무회의) 결정을 거친 내각의 담화였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담화에 대해 한국, 동남아, 유럽, 미국 등 국제사회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으며 중일 양국이 ‘전략적 호혜관계’를 구축한 바탕이 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아베 신조 총리가 개헌 대신 헌법 해석 변경을 통해 집단 자위권 행사를 용인하려 하는 데 대해 “해석 개헌은 안 된다. 헌법의 의미가 없어진다”고 비판했다. 청중을 향해 “일본의 주권자는 여러분들”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일본이 정말 지켜야 할 것은 무엇인가”라고 자문한 뒤 “베트남전쟁, 걸프전쟁 등이 있었지만, 일본은 평화헌법이 있어서 참전할 수 없다고 해왔고, 평화를 지켰다”고 말했다. 강연장에는 300명 가까운 청중과 취재진이 자리했다. 강연장 건물 밖에는 우익단체 회원 수십명이 ‘무라야마 담화 분쇄하라’는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든채 무라야마 담화 철폐를 주장하는 시위를 벌였다. 사회당(현 사민당) 출신인 무라야마 전 총리는 자민·사회당 연립정권 아래에서 1994년 6월부터 1996년 1월까지 총리를 역임했다. 총리 재임 중인 1995년 일본의 식민지배와 침략을 인정하고 사죄한 무라야마담화를 발표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아베 “헌법해석 바꿔 집단자위권 행사”

    아베 “헌법해석 바꿔 집단자위권 행사”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헌법 해석 변경을 통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15일 공식 표명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오후 도쿄 총리관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 검토 진행의 기본적 방향’이라는 제목으로 이같이 밝혔다. 앞서 아베 총리는 자문기구인 ‘안전보장의 법적 기반 재구축에 관한 간담회’로부터 보고서를 받은 뒤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4장관 회의에서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대한 정부의 기본 방침을 확정했다. 보고서는 중국의 해양진출 확대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등 안보 환경의 변화에 따라 현행 헌법에서 인정되는 ‘필요 최소한의 자위권 행사’ 범위에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포함되도록 해석 변경을 해야 한다는 제언을 담고 있다. 아베 총리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법 정비가 현재의 헌법 해석 그대로 충분한지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헌법 해석 변경의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검토를 놓고 ‘일본이 다시 전쟁을 하는 나라가 된다’는 오해가 있지만 그런 일은 결코 있을 수 없다. 헌법이 정한 평화주의는 앞으로도 지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베 정권은 오는 20일 시작될 집권 자민당과 연립 여당인 공명당 간 협의와 내각법제국의 검토를 거쳐 이르면 정기국회 회기(6월 22일) 중에, 늦어도 올가을 임시국회 개헌 전에 각의(국무회의) 결정을 통해 헌법 해석을 바꾼다는 계획이다. 도쿄 김민희 특파원 haru@seoul.co.kr
  • 아베, 67년 지켜온 평화헌법 깨고 ‘군국 야욕’ 드러냈다

    아베, 67년 지켜온 평화헌법 깨고 ‘군국 야욕’ 드러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5일 집단적 자위권 행사 용인을 위해 헌법 해석 변경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은 제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일본의 근간이었던 ‘평화헌법’ 체제에서 벗어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이뤄지면 일본은 이를 명분으로 전쟁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67년간 지켜온 헌법 9조의 핵심인 ‘전수방위’(방어를 위한 무력행사만 허용) 원칙을 깬다는 점에서 전후 일본 안보 정책의 일대 전환을 예고하는 것이다.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용인되면 일본 정부가 지난해 12월 17일 각의 결정한 ‘국가안전보장전략’(NSS)과 맞물려 일본이 좀 더 적극적으로 군사력을 확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NSS는 중국, 북한 등 주변국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종합적인 방위력을 강화하고 미·일 동맹을 강화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일본이 군사력 팽창에 곧바로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박영준 국방대 안보대학원 교수는 “‘안전보장의 법적 기반 재구축에 관한 간담회’가 제출한 보고서를 보면 집단적 자위권 행사 용인을 위한 여러 조건들을 명시하고 있다. 당장 일본이 행동을 취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그러나 아베 내각이 한국이나 중국 등 주변국과의 신뢰 구축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고 안보 체제 강화에만 주력하는 것은 순서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베 총리가 집단적 자위권 추진에 속도를 높이고 있지만 실제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까지 갈 길은 아직 멀다. 연립여당인 공명당조차 신중론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지난 14일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과의 회식 자리에서 집단적 자위권 행사 용인을 위해 헌법해석을 변경하는 각의 결정이 “(넘어야 할) 하나의 산”이라고 말했다. 각의 결정은 만장일치가 원칙이기 때문에 집단적 자위권에 신중론을 펴고 있는 공명당 소속 각료(오타 아키히로 국토교통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집단적 자위권에 대한 공명당의 거부감이 여전하기 때문에 오는 20일 시작될 연립여당 협의에서는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중국과의 충돌 가능성에 대비하는 ‘그레이존’ 문제부터 다뤄지게 될 것이라고 일본 언론은 전망했다. 학계에서는 헌법을 정식 개헌하지 않고 사실상 무력화시킴으로써 ‘정치권력을 헌법의 범위 안에 둬 헌법의 자의적 행사를 막는다’는 입헌주의를 무시한 것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하세베 야스오 와세다대 교수는 NHK와의 인터뷰에서 “헌법 해석을 그때그때 정권의 판단으로 바꿔 버리는 것은 입헌주의에 심각한 손상을 준다”고 비판했다. 아베 총리는 일본 내 반발 여론을 의식해 기자회견에서 ‘감성 호소’ 카드를 들고 나왔다. 국가수반의 회견에서는 매우 이례적으로 관련 상황을 다룬 그림판까지 활용하면서 “여러분의 자녀, 어머니, 아버지가 당사자가 될 수 있다”며 누구에게나 밀접한 주제임을 부각하려고 노력했다. 또 “총리인 나에게는 국민의 생명을 지킬 책임이 있다”며 “북한의 미사일이 일본 대부분을 사정거리 안에 두고 있고 도쿄, 오사카, 여러분의 집도 예외는 아니다”라고 북한에 대한 공포심을 자극하기도 했다.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일본의 재무장, 군국주의화로 이어진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반박을 시도했다. 일본이 다시 전쟁을 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을 “오해”라고 평가하고 “그런 일은 절대 있을 수 없다”고 역설했다. 아베 총리는 특히 1960년 미·일 안보조약 개정 때도 일본이 전쟁에 휘말릴 것이라는 이유로 반대론이 있었지만 50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보면 오히려 조약 개정으로 전쟁 억지력이 높아졌다며 외조부인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의 업적을 대놓고 강조하기도 했다. 도쿄 김민희 특파원 haru@seoul.co.kr [용어 클릭] ■집단적 자위권 자국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국가가 공격을 받을 경우 자국이 직접 공격받지 않더라도 무력으로 반격하는 권리다. 1945년 발효된 유엔헌장 51조에 국가의 고유권리로 명기됐지만 일본은 ‘전쟁 포기, 군대 보유 금지, 교전권 불인정’을 명기한 헌법 때문에 그동안 “국제법에 따라 일본도 집단적 자위권이 있지만 헌법상 행사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 남아공 ‘본 프리’세대는 정치 환멸세대

    1994년 아파르트헤이트(흑백인종 차별정책) 철폐 이후 태어난 ‘본 프리’(born free) 세대가 처음으로 참여한 남아프리카공화국 총선이 각종 비리 스캔들에도 불구하고 집권 여당인 아프리카민족회의(ANC)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기존 세대들은 70%가 넘는 높은 투표율을 기록한 데 반해 젊은 유권자들은 정치에 무관심했다. 9일 AFP통신 등에 따르면 개표가 94% 진행된 상황에서 ANC가 62.5%의 득표율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4년 69.7%, 2009년 65.9%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여전히 압도적인 수치다. 다만 개헌에 필요한 66%는 획득하지 못했다. 아파르트헤이트를 폐지하는 데 앞장서온 ANC는 넬슨 만델라가 대통령에 당선되며 20년간 집권해왔다. 만델라 사후 제이콥 주마 대통령의 비리 스캔들로 흔들렸지만 이번 승리로 5년간 또 집권하게 됐다. 야권연합민주동맹(DA)은 22%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약진했다. 백인 소수층을 기반으로 한 정당이지만 요하네스버그와 케이프타운 등 주요 도시의 흑인 중산층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고 뉴욕타임스는 평가했다. 지난해 7월 창당한 극좌 성향의 경제자유투사당(EFF)은 5.9%의 득표율을 보였다. 약 190만명에 달하는 18~19세의 유권자들은 단 3분의1만 투표했다. 이들은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거나 직업훈련 기회를 얻지 못해 정부에 대한 불만이 크지만, ANC의 비리를 폭로하는 데만 열을 올린 야당은 대안이 되지 못했다. 가디언은 아파르트헤이트 철폐 이후 경제적, 사회적 환경이 크게 변하지 않은 현실로 인해 젊은 세대들이 정치에 환멸을 갖게 됐다고 분석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우크라 동부 “분리투표 강행” 다시 전운

    우크라이나 동남부를 장악한 친러시아 분리주의 세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요청을 무시하고 오는 11일 예정된 분리독립 주민투표를 강행하기로 했다. 애초 푸틴의 발언도 신빙성이 떨어지는 데다, 우크라이나 과도정부는 분리주의 세력과 협상 없이 진압 작전을 계속할 방침을 재확인하면서 다시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8일 인테르팍스, 리아노보스티 등 러시아 언론과 로이터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의 분리주의 세력이 스스로 선포한 도네츠크인민공화국의 데니스 푸실린 인민위원회 공동대표는 위원회가 예정대로 주민투표를 실시할 것을 이날 만장일치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루간스크인민공화국 인민위원회도 주민투표를 연기하지 않기로 했다고 분리주의 지도자 알렉세이 츠밀렌코가 밝혔다. 이들 친러 지역의 결정은 푸틴 대통령이 주민투표를 연기해 달라고 요청한 바로 다음날 이뤄졌다. 푸틴은 7일 모스크바를 방문한 디디에 부르칼테르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의장과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대화하기 위해 동남부 지역 대표들에게 11일로 예정된 주민투표를 연기해 줄 것을 요청했다”면서 “대화 시작을 위한 조건은 모든 폭력이 중단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푸틴은 7일 우크라이나 국경 지역에서 4만명에 달하는 군대를 철수시켰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또한 25일로 예정된 조기 대선에 대해선 개헌이 우선돼야 한다고 전제하면서도 “옳은 방향으로 가는 움직임”이라고 평가해 기존의 입장에서 한발 물러났다. 그러나 푸틴의 요청과 주장이 진실성을 의심받고 있는 가운데 분리주의 세력이 이마저도 거부하면서, 우크라이나 사태가 새로운 돌파구를 맞을 수 있을 것이라던 한때의 분석은 모두 물거품이 됐다. 로이터에 따르면 정치 분석가들은 푸틴이 분리주의 세력의 투표 강행을 예상하고 있으면서도 친러세력이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다는 것을 국제사회에 보여주기 위해 이 같은 요청을 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미국과 나토는 “우크라이나 국경에 군사 배치 상황이 변했다는 어떠한 징후도 없다”면서 군대를 철수했다는 푸틴의 말을 반박했다. 8일 러시아군은 푸틴의 감독하에 전군 군사대비 태세 점검 훈련을 실시하기도 했다. 옛 소련권 군사동맹체 집단안보조약기구 회원국 정상들이 참석한 가운데 전략미사일군과 우주방어군 등 전국의 모든 군부대가 동원된 이날 훈련에서는 적의 선제 핵공격을 격퇴하고 대규모 보복 핵공격을 가하는 가상훈련도 실시됐다. 한편 우크라이나 과도정부는 동남부 분리주의 민병대 지도자들과 협상할 생각이 없으며 진압작전을 계속할 방침을 재확인했다. 올렉산드르 투르치노프 대통령 권한대행은 “정부는 국민을 죽이고 고문하며 납치하는 범죄자들과 테러리스트들을 상대로 진행되고 있는 대테러작전의 틀 안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고 있다”며 진압작전을 중단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이도운의 빅! 아이디어] 세월호,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이도운의 빅! 아이디어] 세월호,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브라질 나비의 날갯짓 하나가 텍사스에 돌풍을 일으킨다면, 세월호 참사의 효과는 세상을 뒤집고도 남을 것이다. 이 사건은 단순한 비극이 아니라 국가 시스템에 큰 변화를 가져오는 변곡점이 될 것이다. 세월호의 불행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대책과 제안들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중요한 것은 좀 더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접근이다. # 공무원, 배부른 돼지가 되려 하나 분노한 시민들의 손가락은 우선 공직자들을 향하고 있다. 관료조직의 무지, 무능, 무책임은 실망이 아니라 절망 수준이다. 우리 공직사회의 문제는 복잡다단하지만, 핵심은 두 가지다. 첫째는 ‘공직철밥통’(박근혜 대통령의 표현)이 너무 커진 것이다. 공무원은 사명감 대신 평생 호의호식하겠다는 의식이 지배하는 직업으로 퇴색하고 있다. 집단으로서의 공직사회는 더 심각하다. 생명보다, 국익보다, 조직의 이익을 더 챙긴다는 사실을 우리는 안전행정부와 해양경찰청 간의 브리핑 싸움에서 똑똑히 목격했다. 공무원들에게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되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배부른 돼지의 상태로 방치해서도 안 된다. 둘째는 관료와 기업의 유착이다. 이번 사건에서도 선박회사와 관련 기관들 간의 얽히고설킨 추악한 공생관계가 드러났다. 우리나라는 관료와 대기업의 관산복합체가 지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직자윤리법을 더 강화해서라도 유착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 박정희 대통령의 임기가 5년이었다면 박 대통령이 어제 ‘관피아(관료 마피아)’ 개혁을 공언했다. 현 정권에서 가능할까.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본다. 박 대통령의 의지가 부족해서가 아니다. 임기 때문이다. 5년 가운데 이미 1년 2개월이 지났다. 만일 6월 지방선거에서 야당이 승리한다면 현 정권은 개혁 추동력을 잃게 될 것이다. 여당이 승리해도 2016년 총선부터는 정치의 계절이 된다. 이것은 ‘1987년 체제’에서 반복돼 온 현상이다. 야당 정치인이 주장했다. “박정희 대통령이 잘한 것은 18년을 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의 임기가 5년이었다면 무엇을 이룰 수 있었을까. 5년 단임제는 역사적 수명을 다한 것 같다. 개헌을 통해 대통령의 임기를 4년, 혹은 5년 중임으로 바꿔야 한다. 강산이 바뀌려면 적어도 10년은 필요하다. 박근혜 대통령 이후를 바라보는 대선주자들은 지금부터 공직 개혁을 비롯한 집권 프로그램을 면밀하게 만들어야 한다. 임기 첫날부터 개혁에 들어가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국무총리와 내각, 주요 기관장에 대한 인선안은 취임식 전에 갖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준비된 대통령이라고 할 수 있다. # 당신이 변해야 세상도 변한다 매달 머리를 다듬어주는 미용실 원장님. 해병대 출신인 그는 공개적인 보수다. 그러나 지난 대선 때 그는 “박근혜를 지지하지만, 안철수를 찍겠다”고 했다. 이유는 세금. 안철수는 당선돼도 정국 장악이 어려워 금방 세금을 올리지 못하겠지만, 박근혜는 취임하면 곧바로 증세를 감행할 것이라고. 그처럼 계산이 밝은 원장님이 달라졌다. 미용실의 안전을 위해 도시가스 파이프를 수리하고, 여직원들의 안전을 위해 숙소의 방범창을 새로 달았다. 원장님은 “세월호 참사를 보면서 나부터 달라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바뀌지 않으면 공무원이나 정치인도 바뀌지 않는다”면서 “다음 칼럼에 이 얘기를 꼭 써달라”고 했다. # 911 저녁에 부른 노래 2001년 9월 11일 바로 그날 저녁, 미국 덴버 시의 소노다라는 레스토랑에 있었다. 무거운 침묵 속에 CNN 뉴스만 숨 가쁘게 이어졌다. 그런데 한쪽에서 노랫소리가 조심스럽게 들리기 시작했다. 어린 딸을 위한 부부의 생일 축가였다. 짧은 노래가 끝나자 침묵하던 이들이 박수를 치며 “해피 버스데이”라고 한마디씩 했다.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도 살아야 할 일상이 있다. 우리 사회는 너무 각박하지 않은가. 우리 마음의 한쪽에는 늘 비워둔 감정의 방이 자리 잡았으면 한다. 편집국 부국장
  • [데스크 시각] 비리·불통 총리가 이긴 이유/이창구 국제부 차장

    [데스크 시각] 비리·불통 총리가 이긴 이유/이창구 국제부 차장

    “아들! 삼촌들과 상의해 금고에 있는 돈을 다 숨겨라.” 총리와 그의 아들이 10억 달러(약 1조 400억원)의 비자금을 숨기는 방안을 논의한 녹취록이 폭로됐다. 최루탄에 머리를 맞아 의식불명이던 15세 소년이 끝내 숨지자 반정부 시위는 최고조에 이르렀다. 공공장소에서의 애정표현까지 금지하며 ‘권위적 이슬람주의’를 강화하던 총리는 마침내 트위터와 유튜브를 차단해 버렸다. 이 모든 악재가 지방선거를 한 달 앞두고 터졌다. 그러나 터키의 총리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은 지난달 30일 지방선거에서 압승했다. 그가 2001년 창당한 보수우파 정의개발당(AKP)은 45%의 득표율로 전국 광역단체장을 휩쓸었다. 반정부 시위의 ‘성지’인 이스탄불과 수도 앙카라의 유권자들도 집권당의 손을 들어줬다. 그는 13년 동안 8번의 전국 선거에서 모두 승리했다. 벼랑 끝에 있던 에르도안이 어떻게 전 세계의 예상을 깨고 승리했을까. 첫째 지지층을 결집하고, 반대층은 분열시켰다. 터키는 율법을 중시하는 이슬람주의와 서구식 자본주의를 중시하는 세속주의가 혼재해 있다. 그는 자신의 비리를 캐는 세속주의 검찰을 이슬람 붕괴세력으로 몰아세우며 이슬람 전통 보수층을 단결시켰다. 인구 20%를 차지하는 쿠르드족에게는 자치 확대라는 당근책을 제시했다. 2개 쿠르드 정당은 23%의 득표율을 올려 제1야당인 공화인민당(CHP)의 표를 잠식했다. 둘째 그에겐 ‘성공 스토리’가 있었다. 에르도안은 가난한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나 레몬주스를 파는 행상으로 자수성가했다.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19차례나 구제금융을 지원받던 경제를 연평균 7% 성장으로 끌어올렸다. 최근 경제가 다시 위기를 맞았지만 그는 “누가 나라를 구할 수 있는가”라고 호소했고, 유권자들은 “부도덕하지만 일은 잘한다”고 화답했다. 셋째 안보 위기도 적극 활용했다. 이슬람 수니파인 에르도안은 국경을 맞댄 시리아의 시아파 정권과 전시 태세를 유지했다. 선거 막판에 돌출한 시리아와의 전쟁 자작극 녹취록은 보수층의 결집을 불렀다. 외무장관과 국가정보국장, 군총사령관이 시리아를 일부러 공격하는 방안이 녹취록에 담겨 있었다. 넷째 본인이 직접 나섰다. 집권당의 지지율이 곤두박질쳤지만 그는 “이번 선거로 심판받겠다”며 승부수를 띄우고 유세를 이끌었다. 중도 성향의 유권자들은 에르도안 없는 정국을 걱정하며 마음을 고쳐먹었다. 다섯번째 이유이자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야당이었다. 제1야당 공화인민당은 ‘국부’로 추앙받는 케말 파샤가 1923년 창당한 사민주의 정당으로 터키 개혁과 성장의 상징이다. 그러나 이 당은 정권심판론에만 기대었다. 에르도안의 최대 라이벌이자 터키 이슬람의 정신적 지주인 펫훌라흐 귤렌은 미국에서 훈수만 뒀다. 에르도안은 여세를 몰아 8월 대선에 출마해 대통령이 되고, 총리 자리는 현 대통령이자 측근인 압둘라 귈에게 넘겨줄 계획이다. 내년 총선에서 이겨 대통령 권한을 강화하는 개헌을 이루면 그의 ‘현대판 술탄’ 계획은 완성된다. 공화인민당이 ‘민주주의 적통’이라는 명분에 안주한 채 권위주의 정권을 향한 국민적 분노를 세력화하지 못하고 대안정당으로 거듭나지 못한다면 보수 기득권의 질주는 계속될 것이다. window2@seoul.co.kr
  • 가스밸브 쥔 푸틴, 유럽에 ‘최후통첩’

    가스밸브 쥔 푸틴, 유럽에 ‘최후통첩’

    “밀린 가스대금을 내지 않으면 밸브를 잠가버리겠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내 크림반도 합병과 동부 도시들의 잇따른 독립시위를 둘러싸고 마찰을 빚고 있는 서방에 마침내 ‘가스공급 차단’이라는 무기를 꺼내 들었다. 유럽 전체에서 쓰이는 천연가스 30%가량이 러시아산인 만큼, 서방의 제재 수위가 높아질수록 푸틴이 가스를 반격카드로 쓸 것이라는 전망은 진작부터 제기됐다. 일각에선 러시아가 자국의 경제 및 군사 궤도를 벗어나려는 우크라이나를 단속하고, 연방제를 수용하라고 압박하는 제스처라고 분석한다. 푸틴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유럽 18개국 지도자들에게 서한을 보내 우크라이나가 22억 달러(약 2조 2825억원) 규모의 밀린 가스대금을 갚도록 즉각 중재하지 않으면 가스공급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가스대금을 내지 않으면 “러시아 국영가스사 가스프롬이 앞으로 가스대금을 선불로 받을 수밖에 없다”며 “지급조건을 추가로 어기면 가스 공급을 전부 또는 일부 중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러시아는 지난 1일부터 가스 공급가를 종전보다 81%나 올렸다.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 정부는 “경제 침략”이라고 거세게 비난했다. 현재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공급되는 가스의 절반가량이 우크라이나를 경유한다. 우크라이나가 밀린 대금을 갚지 못해 가스 공급이 막히면, 당장 유럽 가스 수요량의 15%가 부족해지는 것이다.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가 높은 체코, 슬로바키아 등 동유럽 국가의 경우 24시간 가동되는 석유화학, 중공업, 조선, 자동차 등 제조업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지적했다. 이번 조치는 연방제 개헌을 위한 푸틴의 노림수라는 지적이 많다. 러시아 정치평론가인 세르게이 마르코프는 뉴욕타임스에 “크렘린은 우크라이나 주지사에 더 많은 권한을 주는 ‘연방제’가 실시되면 우크라이나가 절대 반러시아로 돌아서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며 푸틴이 연방제를 원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AP통신은 러시아의 가스 차단 위협은 “유럽연합(EU)을 분열시키고, 미국과 서방의 추가제재를 막으려는 의도”라고 보도했다. 미국은 즉각 러시아를 비난하며 추가 경제제재를 경고했다. 잭 루 미국 재무장관은 이날 워싱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앞서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을 만나 러시아가 상황을 계속 격화시킨다면 추가 제재를 단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젠 사키 국무부 대변인은 “우크라이나를 강압하려는 도구로 에너지를 사용하려는 러시아의 시도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이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전화통화를 하고 추가 제재 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 과도정부는 분리독립을 주장하는 동부 도시 3곳의 친러 시위대에 대한 강경진압을 멈추지 않겠다고 밝혀 위기와 갈등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제2 크림 악몽’ 조짐… 우크라, 동부도시 對테러 작전

    우크라이나 과도정부가 ‘독립 선언’이 잇따르고 있는 친러시아 성향의 동부도시에 8일 특수부대를 증강배치하고, 분리주의자 처벌을 강화하는 법률안을 채택했다. 러시아에 합병된 크림반도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조짐을 보이자 이전과는 달리 강경 대응에 나선 것이다. 전투기와 헬기까지 동원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러시아 외무부는 “내전을 초래할 위험이 크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미국과 러시아, 유럽연합(EU), 우크라이나가 사태 해결을 위해 4자 회담을 열기로 했지만 방식 등을 놓고 이견이 커 합의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에 따르면 동부도시 하리코프로 내려온 아르센 아바코프 우크라이나 내무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대테러작전이 시작됐다. 시내가 봉쇄됐다. 지하철도 폐쇄됐다. 걱정하지 말라. 작전이 끝나면 다시 풀릴 것”이라고 밝혔다. 아바코프 장관은 “특수부대원들이 빼앗긴 주정부 청사를 탈환했다”면서 “약 70명의 시위대가 체포됐다”고 덧붙였다. 특히 우크라이나 최고라다(의회)는 이날 국가 통합성 훼손 활동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법률을 채택, 분리주의자들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미국도 러시아를 몰아세웠다. 제이 카니 미 백악관 대변인은 “동부 도시 친러 시위대 일부가 지역 주민이 아니라 고용된 용역이라는 증거가 있다”며 러시아를 배후라고 비난한 뒤 “우크라이나를 불안정하게 하는 일을 중단하라”고 경고했다. 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진입을 시도할 경우 추가제재가 가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 국무부는 이날 존 케리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전화 통화를 했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이들이 사태 해결을 위해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4자 협상을 열흘 안에 시작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협상에 참여할 의사가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날짜는 정하지 않았다”면서 “우크라이나가 개헌을 통해 각 지역의 자치권을 최대한 인정하는 연방제를 채택해야 한다”는 기존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또 앞서 러시아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친러 시위대에 대한 무력 대응을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6·4 지방선거 인물 대해부] 서울시장 예비후보 새누리당 김황식 前총리

    [6·4 지방선거 인물 대해부] 서울시장 예비후보 새누리당 김황식 前총리

    “총리님, 손 푸십시오.” 지난달 22일 김황식 전 국무총리가 서울 영등포구 아리수정수센터를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김 전 총리가 정남기 센터 소장의 안내로 현황 브리핑을 받고 공장을 돌아보는 과정에서 선거캠프 관계자의 눈에 기겁할 만한 장면이 포착됐다. 김 전 총리가 뻣뻣하게 뒷짐을 진 자세였던 것이다. 캠프 관계자가 황급히 다가가 손을 풀라고 귀엣말을 하자 김 전 총리는 슬그머니 뒤에 있던 손을 앞으로 돌렸다. 캠프 관계자는 또 귀엣말로 “악수는 꼭 두 손으로 하셔야 합니다”라고 조언했고, 김 전 총리는 바로 센터 직원들에게 두 손으로 ‘겸손하게’ 악수했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캠프 관계자는 “감사원장, 총리 시절에 기관에서 브리핑받던 자세를 몸이 기억하고 있는 것”이라며 “하지만 워낙 똑똑하신 분이라 한 번 지적하면 반드시 고친다”고 말했다. 6·4 지방선거 새누리당 서울시장 경선에 도전한 김 전 총리는 인생의 반 이상을 ‘공직자’로 살았다. 김 전 총리는 대법관, 감사원장, 총리 등 40년에 걸친 공직생활 경험을 서울시장 자격의 최대 장점으로 꼽고 있다. 하지만 역으로 그의 이런 경력은 약점이기도 하다는 게 정치권의 평가다. 인생의 절반 이상을 임명직 공무원으로 산 탓에 ‘표를 먹고사는’ 선출직 정치인의 삶을 체득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김 전 총리는 어릴 때부터 줄곧 ‘모범생’의 삶을 살았다. 그런 성품에 영향을 크게 미친 사람은 그의 어머니다. 그는 자신을 소개하는 자리에서 어릴 적 어머니로부터 혼났던 일화를 소개하곤 한다. 어릴 때 집 대문으로 거지가 들어오기에 “어머니, 거지 와요”라고 하자 어머니는 정색을 하더니 “우리 집에 오는 사람은 다 손님이다. 앞으로 거지라고 말하면 혼날 줄 알아라”라고 꾸지람을 했다는 것이다. 김 전 총리의 집에서 10년 가까이 일한 가정부 아주머니와의 사연도 김 전 총리의 성품을 잘 보여준다. 부인 차성은씨에 따르면, 30여년 전 김 전 총리는 가정부가 배움은 부족하지만 향학열이 높은 점을 알고 기꺼이 매일 외국어를 가르쳐줬다고 한다. 또 그녀가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 입원했을 때도 가족처럼 도움을 줬다. 덕분에 올해로 86세가 된 가정부 할머니가 지금도 김 전 총리가 좋아하는 팥죽을 만들어 집을 찾을 정도다. 종교가 그의 이런 ‘선한 사마리아인’식 인성에 영향을 미쳤는지는 불확실하지만, 그는 독실한 개신교 신자다. 김 전 총리는 1978년 황우여 현 새누리당 대표, 손지열 전 중앙선거관리위원장 등과 독일에서 유학할 때 같은 아파트 단지에서 살았다고 한다. 이들 셋은 매일 목사, 장로, 신도 역할을 번갈아 맡으며 함께 새벽기도를 했다고 한다. 김 전 총리의 차분하고 소박한 성품은 선거운동 과정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김 전 총리는 캠프 인사들에게조차 꼬박꼬박 존댓말을 쓰고 언성을 높이지 않는다. 지난달 14일 귀국 직후 김 전 총리의 집을 찾은 코디네이터는 옷장 문을 열어 보고는 망연자실했다고 한다. 옷장에 걸려 있는 것이라고는 낡은 양복 몇 벌뿐이었기 때문이다. 쓸만한 넥타이도 없어 귀국 후 며칠간은 넥타이 3~4개를 돌려가며 맸다고 한다. 반면 김 전 총리의 ‘인간적인’ 면모는 약점으로 꼽히기도 한다. 그는 ‘울보’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감성적이고 눈물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달 김 전 총리가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 라운지에서 귀국을 앞두고 혼자 앉아 울고 있는 모습이 한 캠프 인사에게 ‘발각’됐다. 깜짝 놀란 이 인사가 다가가 “총리님, 무슨 안 좋은 일 있으세요?”라고 물었더니 김 전 총리는 말없이 계속 눈물을 흘리더란다. 알고 보니 미국에서 공부하는 딸이 선거에 출마하는 아버지에게 써보낸 ‘응원 편지’를 보며 울컥한 것이었다. 김 전 총리의 선거 출마를 두고 한때 가족들은 심하게 반대를 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한 캠프 관계자는 “가족 등 주변 사람들은 김 전 총리가 눈물이 많고 감성적이어서 험악한 ‘네거티브 선거’를 잘 견딜 수 있을까 걱정했다”고 전했다. 김 전 총리가 정치적 결단력이나 카리스마가 다소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친이명박계, 친박근혜계, 호남 등을 아우르는 통합 캠프를 만든 만큼 캠프 내 의견 차가 없을 수 없는데, 김 전 총리가 이를 정리하기보다는 사람 좋은 웃음만 지으며 끌려간다는 얘기도 나돈다. 대학을 함께 다닌 동문들은 김 전 총리를 ‘샌님’으로 기억한다. 서울대 법학과 68학번인 김 전 총리는 캠퍼스에서 교련 반대, 3선 개헌 반대, 유신 반대 시위 등이 잇따라 벌어졌지만, ‘세상의 일’에 관심을 두기보다는 법전에만 파묻혀 있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학창시절의 그를 기억하는 새누리당의 한 중진 의원은 “정치는 가슴이 젖어야 하는데 그 사람한테 무슨 가슴이 있겠냐”고 혹평했다. 김 전 총리와 가까운 오신환 서울 관악을 당협위원장은 “정치인으로서 김 전 총리의 삶은 경선 거부를 시사하며 돌입했던 사흘간의 ‘칩거’ 전과 후로 나뉜다”고 말한다. 칩거를 끝내고 경선에 재합류한 이후 김 전 총리가 선거 운동에 자신감을 보이고 적극적인 ‘권력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 김 전 총리는 지난 3일 ‘30~40대 직장인들과의 호프집 대화’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요청하자 즉석에서 송창식의 ‘맨 처음 고백’을 열창하고 참석자들과 일일이 ‘러브샷’을 했다. 김승옥의 저서 ‘무진기행’의 한 구절을 줄줄 암송하기도 했다. 오 위원장은 “자신을 드러내는 정치인의 일에 점점 익숙해지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이 자리에서 김 전 총리는 가장 좋아하는 소설이 일본 작가 야마오카 소하치의 ‘대망’이라고 말해 의미심장한 뒷맛을 남겼다. 대망은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다룬 1950~60년대 일본 역사소설로, 한때 정치가, 경영인들의 필독서로 분류되는 등 일본 ‘정치공학’의 교과서로 꼽힌다. 다소 노쇠한 이미지를 극복하기 위해 김 전 총리가 보여주고 있는 ‘처절한 노력’에서도 그의 ‘권력의지’가 감지된다. 김 전 총리는 지난달 24일 자신의 선거캠프 개소식에서 아이돌 가수의 인기 안무인 ‘직렬 5기통 엔진춤’을 따라하며 아이처럼 펄쩍펄쩍 뛰어 주위를 ‘경악’하게 했다. 심지어 그의 선거캠프 내에서는 최근 김 전 총리의 안경이 너무 도수가 높고 두꺼워 이미지에 손해가 된다며 안경을 벗고 렌즈를 끼는 방안까지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 전 총리가 안경을 벗은 모습을 보고는 다들 “원래가 낫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아베, 집단자위권 날림 추진하자 반기 든 자민당 “어리석은 도련님”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밀어붙이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위한 헌법 해석 변경을 놓고 집권 자민당 안에서 이견이 분출되고 있다. 18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고가 마고토 전 자민당 간사장은 전날 요코하마에서 가진 강연에서 ‘헌법 해석의 책임자는 나’라는 아베 총리의 국회 답변에 대해 “자신이 총리이고, 권력자이기 때문에 스스로 결정하는 것은 어리석은 도련님(일본어로 ‘봇짱’) 같은 생각”이라고 말했다. ‘봇짱’은 전직 총리(기시 노부스케)의 외손자인 아베 총리와 같은 정치 명문가 출신의 ‘세습 정치인’을 비꼬아 부르는 표현이다. 17일 자민당에서는 9년 만에 열린 총무간담회(의견이 엇갈리는 중대 사안을 주제로 결론도출 없이 자유토론하는 회의)에서 발언한 20명 중 아베 총리의 집단 자위권 추진 방안에 찬성하는 이들은 몇몇에 그쳤고 대세는 ‘신중론’이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전했다. 와키 마사시 자민당 참의원 간사장은 “이상은 좋지만 현실을 기초로 해야 한다”며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가능한 개별 사례를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라카미 세이치로 전 행정개혁담당상은 “(관련 법안이 나오면) 회의장에서 반대할 수밖에 없다”며 “해석 개헌이 아니라 헌법 개정을 해야 한다”고 아베 총리의 입장에 정면으로 맞섰다. 이런 여론을 반영해 아베 총리는 정기국회 회기(6월 22일) 안에 집단 자위권 관련 헌법해석을 변경한다는 계획을 늦추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각의 결정을 통한 헌법 해석 변경’, ‘관련 법정비까지 연내 마무리’ 등 큰 틀은 바꿀 생각이 없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도쿄 김민희 특파원 haru@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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