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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베 신년사로 본 올 日 키워드] “강한 일본”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1일 신년사에서 헌법 개정을 통해 ‘강한 일본’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나라의 모습’을 나타내는 헌법에 대해 국민적 논의를 심화시켜야 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고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아베 총리는 헌법 개정, 안보 정책 충실화, 교육 재생 등을 중요 과제로 꼽으며 “‘강한 일본’을 되찾기 위한 싸움은 이제 막 시작했다”고 의지를 다졌다. 아베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은 전후 평화헌법의 핵심 조항인 헌법 제9조를 개정, 자위대의 명칭을 정식 군대를 의미하는 ‘국방군’으로 바꾸는 방안 등을 공약해 왔다. 자민당은 이달 소집되는 정기국회에서 헌법 개정 절차를 정한 국민투표법 개정안을 제출하는 등 개헌 움직임을 본격화한다고 요미우리신문이 지난달 31일 보도한 바 있다. 아베 총리는 또 지난 12월 외교·안보 정책의 사령탑인 국가안전보장회의(일본판 NSC)를 발족시킨 것과 관련해 “어느 때보다 세계의 평화와 안정에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면서 “적극적 평화주의야말로 일본이 짊어질 21세기의 간판”이라고 말했다. 아베 총리가 주창하는 ‘적극적 평화주의’는 세계 평화와 안정에 적극적으로 기여한다는 취지지만 이면에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논리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만든 개념이라는 평가가 많다. 중국의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 설정으로 심화한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갈등을 의식한 듯 아베 총리는 “일본의 영토·영해·영공은 단호하게 지켜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제에 대해서는 “20년 가까이 지속된 디플레이션에서 탈피하는 길은 아직 진행 중”이라면서 “강한 경제를 되찾기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취임 이후 강력하게 추진해 온 ‘아베노믹스’의 영향으로 지난해 닛케이 평균지수는 56.7% 상승해 41년 만에 연간 상승률로는 최고 수준을 보였고, 엔화 가치는 18% 떨어져 34년 만에 엔저 기조가 유지됐다. 도쿄 김민희 특파원 haru@seoul.co.kr
  • 지방선거·安風… 갑오정국의 핵

    지방선거·安風… 갑오정국의 핵

    갑오년 새해 정국은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 그리고 야권발 정국지형 가변성 등 휘발성 강한 정국 변수들이 엉켜 돌면서 격랑에 휩싸일 전망이다. 우선 6월 4일 지방선거에서 여야가 대충돌한다. 2016년 4월 총선, 2017년 12월 대통령선거의 교두보 마련을 위해 모든 정치세력이 지방선거에 명운을 걸기 때문이다. 자연히 6·4 지방선거가 관심사다. 대선 이후 1년 6개월여 만에 치러지는 첫 전국 단위 대형 선거로 박근혜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도 있다. 선거를 전후해 무소속 안철수(얼굴) 의원의 신당이 실질적으로 출현할 것인지 주목된다. 선거 결과는 집권 2년차를 맞는 박근혜 정부의 향후 국정운영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안팎의 요인 때문에 국가기관 대선 개입 의혹 등을 내세워 여권에 대한 정치공세를 강화할 것 같다. 외부 공격을 강화함으로써 친노(친노무현)와 비노의 갈등을 가리기 위해서다. 외생변수인 안풍(안철수 바람)도 차단해야 한다. 새누리당은 대선 불복 심판론을 호소할 태세다. 지방선거와 5월 30일의 19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을 전후해 여야 지도부 교체 가능성이 있다. 새누리당은 황우여 대표의 임기가 끝나는 5월을 전후해 전당대회가 열리며 당권·대권 경쟁의 시동이 걸릴 수 있다. 국회의장과 당 대표 선출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의 지도력도 불안정하다. 신당 창당 과정은 정치권에 충격이 될 전망이다. 안철수의 정치실험이 지방선거에서 성과를 거두면서 정당정치의 축으로 뿌리내릴지가 큰 관심사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양분하는 정치권에서 새로운 정치세력, 대안 세력이 될 경우 기존 정치권은 지각변동을 겪어야 한다. 안철수 신당은 현재 여론조사에서 위력을 떨치고 있다. 그러나 수치상일 뿐, 실제로 정치세력화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7월 30일, 10월 29일 재·보선 승부에도 영향을 줄 변수다. 존망의 기로에 있는 진보정당들의 운명도 올해 갈린다. 통합진보당은 정부가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 위태위태하다. 정의당도 활로 찾기에 골몰하고 있지만 답이 보이지 않는다. 새누리당 이재오, 민주당 우윤근 의원 등 여야 의원들이 올해 상반기 중에 권력분산형 개헌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개헌 논의 향배도 정계 재편을 촉발할 수 있다. 이춘규 선임기자 taein@seoul.co.kr
  • 박정희때 탄압받았던 교수, 박근혜 정부 들어서자…

    박정희때 탄압받았던 교수, 박근혜 정부 들어서자…

    국회의장 직속 헌법개정자문위원회 초대 위원장에 김철수(81) 서울대 법대 명예교수가 내정됐다. 헌법학의 태두로 불리는 김 명예교수는 박정희 전 대통령에 의해 고초를 당했던 인물로 딸인 박근혜 대통령 집권기에 향후 새로운 헌법 질서를 논의할 중요한 임무를 띠게 됐다. 강창희 국회의장은 2일 의장직속 헌법개정자문위원회 위원장으로 김 명예교수를 내정했다. 학자, 전직 정치인·관료, 법조인 등 13명으로 구성될 헌법자문위는 이번 달 중순 출범하며 강 의장의 임기가 마무리되는 오는 5월 말까지 활동하면서 헌법 개정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강 의장은 지난해 7월 제헌절 경축사에서 “개헌은 2014년 초부터 본격적으로 공론화해 19대 국회에서 마무리 짓는 게 옳다”고 밝힌 바 있다. 개헌 논의는 1987년 6월 항쟁 이후 채택된 5년 단임제를 골자로 하는 현행 헌법의 권력구조가 다원화된 시대의 흐름을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이 출발점이다. 대통령에게 과도하게 집중된 권력독점 구조에 대한 비판론 속에 분권형 대통령제와 내각제 등 새로운 권력구조를 논의하자는 것이다. 김 명예교수는 1972년 서울대 법대 교수이던 시절 유신헌법을 찬양하는 정부에 반기를 들었다가 혹독한 고초를 치른 것으로 유명하다. 서울신문은 지난해 5월 ‘명사가 걸어온 길’ 기획 시리즈를 통해 김 명예교수가 걸어온 삶의 궤적을 2회에 걸쳐 게재한 바 있다. 다음은 당시 김 명예교수가 밝힌 박정희 대통령 및 유신독재와의 인연에 관한 대목 가운데 발췌한 부분이다.    (전략) 하지만 캠퍼스의 소소한 낭만도, 학자 김철수의 자유로운 의사 표현도 그리 길게 가지 못했다. 1972년 10월 박 대통령은 유신헌법을 선포한다. 박정희 정권은 김철수에게 유신헌법에 근거한 탄압에 앞서 유신헌법 제정 공신이 되기를 강요했다.  “정권이 유신헌법 만들려고 여러 가지 작업을 했어요. 몇몇 교수는 해외에 보내서 자료 수집을 담당하게 하고 나를 포함한 야당 성향 교수들도 법무부 자문위원회라는 걸 만들어 그걸 하라고 강요했죠. 나는 절대로 못한다고 했더니 정부 쪽에서는 쉽게 말해 까불지 말라는 식이었고 일부는 참여를 거부하면 항명죄라며 협박까지 했죠. 그게 다 나중에 유신헌법이 각계의 자문위원들이 참여해 만든 것이라는, 정당성 부여를 위한 계략이었던 거죠.”  김 교수는 갖은 협박성 설득에도 학자의 양심을 지켰다. 하지만 이어 유신헌법 홍보에 나서 달라는 제안이 들어왔다. 말이 제안이지 명령과 강압이었다. 정권은 중정을 통해 김 교수가 방송과 라디오에서 유신헌법 홍보를 맡도록 압박했다.  “하루는 학교에서 높은 자리에 있는 분이 점심을 같이 먹자고 해서 나갔는데 식사 마치고 저를 TBC(동양방송) 앞에 내려주더군요. 방송에 출연하라는 뜻이었죠. 결국 정문으로 들어가 바로 후문으로 빠져나갔죠. 방송은 저 대신 다른 분이 출연했는데 중정에서는 방송 펑크 냈다고 난리가 났고, 그때 제대로 찍혀 저에 대한 탄압도 시작됐습니다.”  당시 김 교수는 한 언론사의 논설위원을 겸하고 있었다. 역시 유신헌법을 찬양하는 글을 쓰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김 교수는 학자의 양심에 반하는 글은 쓸 수 없었다. 결국 해당 언론사의 정치부장이 찬양 글을 대신 썼다. 이후 김 교수를 대신해 유신을 찬양했던 한 인사는 국회 배지를 달았고, 또 한 인사는 장관까지 올랐다.  반면 김 교수에게는 정권의 보복이 시작됐다. 가장 먼저 저술 활동이 금지됐다. “청와대 쪽 사람들과 법학자들과 저녁 식사 자리가 있었는데 그 자리에서 저한테 ‘절대로 책 쓰지 말라. 책 쓰면 큰일 난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그때 이미 제3공화국에 관한 헌법책을 다 써놨고 유신헌법이 나오면서 유신헌법의 문제점까지 다 정리한 상태였거든요. 출간을 강행했죠. 그게 1973년 1월 10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책은 출간 즉시 전량 몰수됐고 김 교수는 중정에 끌려갔다. 일주일간 회유와 압박이 이어졌다. 박 대통령을 ‘독재적인 대통령’, 유신헌법을 ‘현대판 군주제’라고 비판한 대목에 대해서는 북한과 내통한 것 아니냐는 억지도 부렸다. 결국 김 교수는 정권이 문제 삼은 부분의 수정을 약속하고 풀려났다. 1년간 집필이 금지됐고, 연구비도 끊겼다. 김 교수는 더 이상 한국에 머무를 수 없었다. 그래서 미국과 독일 등지의 방문 교수를 지원해 국외를 떠돌며 박정희의 시대가, 유신의 시대가 저물기만을 바랐다.  철권(鐵拳) 같았던 박정희의 시대가 저물고 1980년 ‘서울의 봄’이 찾아왔다. 유신헌법으로 유린된 헌법을 바로잡을 논의가 시작됐다. 이때 김 교수도 헌법 개정에 참여했다. 김 교수 등이 제안한 개정안은 최규하 당시 대통령도 만족했다. 그러나 곧 전두환이라는 걸림돌을 만나 헌법도 정치적 의도로 변질됐다. (후략)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미얀마 집권당 “수치 대선 출마 가능토록 개헌 추진”

    미얀마 정부가 수감 중인 모든 정치범을 풀어 주기로 한 가운데 31일 집권 여당인 통합단결발전당(USDP)은 민주화 운동 지도자 아웅산 수치 여사의 대통령 후보 출마를 막는 현행 헌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날 AFP통신에 따르면 USDP는 배우자나 자녀가 외국 국적자인 국민의 대선 출마 금지 조항을 담은 현행 헌법을 개정하는 안을 조만간 의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2008년 군부가 독단적으로 초안을 만들고 야권의 거부를 무시한 채 국민투표를 통해 제정된 기존 헌법은 영국인과 결혼해 영국 국적 아들 2명을 둔 수치 여사를 겨냥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흘라 스웨 USDP 의원은 개헌안이 통과될 경우 수치 여사의 아들들이 미얀마 시민권만 얻으면 그가 대선에 출마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개헌안은 의회에 제출된 후 의원 75% 이상이 찬성하면 통과되며, 의석의 25%를 차지하는 군부의 협조가 헌법 개정을 하는 데 관건이 될 전망이다. 앞서 미얀마 국영 MRTV는 테인 세인 대통령이 지난 30일 모든 정치범에 대한 사면을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사면은 지난해 7월 테인 세인 대통령이 유럽을 방문했을 당시 모든 정치범을 연말까지 석방하겠다고 약속한 데 따른 것이다. 테인 세인 대통령은 지난해 초에도 대규모 사면을 단행했지만, 미얀마에는 아직도 정치범이 상당수 수감돼 있다. 이번 사면 조치에 따라 악명 높은 ‘평화집회와 행진법’을 비롯, 정치 관련법 위반 혐의로 복역 중인 기결수와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사람들이 모두 석방된다. 예 흐투트 대통령실 대변인은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대통령이 국민에게 한 약속을 지켰다”며 “2013년 말에 정치범은 전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세종로의 아침] 늙은 사과나무와 정치/이춘규 정치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늙은 사과나무와 정치/이춘규 정치부 선임기자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사과나무 과수원집 아들로 태어났지만 어른들이 적절한 사과나무 교체에 실패, 파산하며 힘든 청소년기를 보냈다. 사과나무는 나이를 먹어 쇠약해지면 새 묘목으로 갈아주어야 좋은 열매가 열린다. 경쟁력 있는 품종 선택도 중요하다. 당시는 신품종 사과가 도입되던 시기였는데 품종 선택에도 실패, 경쟁력에서 밀리면서 과도한 빚을 지게 됐다고 한다. 여느 과수원에서 보는 사과나무처럼 상품성 있는 사과들이 무한정 열리는 것은 아니다. 생산성이 중시되는 시대가 되며 늙은 사과나무는 가차 없이 교체된다. 사과나무 생애주기가 짧아졌다. 예전엔 심은 뒤 20년 안팎 지나 수확했으나 지금은 4~5년 만에 수확하는 품종이 많다. 100년 이상 열매를 맺는 사과나무도 있지만, 상품용 사과나무는 수명이 20년 정도로 짧다. 일본을 오가며 고품질 사과 묘목을 국내에 도입한 경북 청송군의회 이성우 의장은 최근 서울신문 행사에 참석, 기자에게 “사과나무는 5~15년 때 맛있는 사과가 가장 많이 열린다”고 소개했다. 이후에는 사과의 상품성이 떨어진다. 순차적으로 사과 묘목을 갈아 심어야 품질경쟁에서 뒤떨어지지 않게 된다. 상품성 있는 사과 생산 기간이 불과 10여년이기 때문에 과수농가의 투자비용이 늘어났다. 그래서 다수의 사과농가들은 수종을 바꿀지, 지력증진 등을 통해 좀 더 수확할지, 과수원을 포기할지 고심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국제 통상환경 변화도 사과농가들을 버겁게 한다. 향후 중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이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개방 파고는 더욱 높아지게 된다. 밀려 들어올 값싼 외국산 사과, 대체 과일과도 힘겹게 경쟁해야 한다. 적기 사과나무 교체가 절실해지는 분위기다. 적절한 시기에 교체나 신진대사를 요구하는 것은 사과나무뿐 아니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한국정치는 시민들이 권위주의 군사정권을 끝내고 5년 단임제 대통령 직선제를 관철했던 ‘1987년 체제’가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 26년이 흐르면서 시대환경에 맞지 않는다며 개헌논의도 시작되고 있다. 기성 정당에 대한 불신도 극심해지며 새 정치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정치세력 교체 요구를 수반하고 있다. 심지어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기득권 세력의 야합”이라는 비판까지 받고 있다. 안철수 신당이 최근 갤럽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32%로, 민주당(10%)의 세 배인 것은 물론 새누리당(35%)도 위협하게 됐다. 기성정치인이 적지않은 신당이 새 정치를 보여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불확실성 투성이지만 기성정치세력은 기득권 향유에 열중한다. 과수농가보다 위기의식이 약해 보인다. 많은 전문가들은 기성정치권이 제 살을 도려내는 개혁을 해야 할 때라고 경고한다. 국민들은 한국정치가 늙은 사과나무처럼 경쟁력을 잃어가는 것을 묵과하지 않을 것이다. 기성정치권이 끝내 자정능력을 보여주지 못하면 국민들의 인내력이 임계점에 이르러 폭발할 수 있다. 한국정치가 쇠약해진 사과나무 신세가 돼서야 되겠는가. 한국정치가 자정 능력을 보여줘야 할 때다. taein@seoul.co.kr
  • 칠레 바첼레트 대통령 당선… 남미에 부는 女風

    칠레 바첼레트 대통령 당선… 남미에 부는 女風

    칠레의 첫 여성 대통령 시대를 열었던 미첼 바첼레트(62)가 15일(현지시간) 열린 대선 결선투표에서 최종 당선됐다. 중도좌파연합 ‘누에바 마요리아’의 후보로 출마한 그는 4년 만에 재집권하게 됐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에 이어 칠레까지 여성 대통령이 탄생하면서 남미 주요 3국의 ‘여인천하’ 시대가 펼쳐질 전망이다. 1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바첼레트는 득표율 62.8%를 기록해 상대 후보인 보수우파연합 ‘알리안사’의 에벨리 마테이(60)를 크게 앞지르며 재집권에 성공했다. 마테이의 득표율은 38%에 그쳤다. 바첼레트는 당선이 확정되자 “칠레는 이제 변화를 이룰 중요한 시기를 맞았다”면서 “대학 무상교육 확대, 조세 제도 개혁, 개헌 등 현안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바첼레트가 이끄는 새 정부는 내년 3월 11일 취임식을 갖고 공식 출범하게 된다. 바첼레트의 당선은 사실상 확실시돼 왔다. 2006∼2010년 대통령직을 수행한 그는 퇴임 당시 8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는 등 입지가 탄탄한 데다 이번에는 중도좌파 세력까지 껴안아 지지 기반을 대폭 확대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는 유세 기간 동안 국민들에게 현 정권이 외면했던 개혁과 변화를 약속했다. ‘효율적인 정부’를 강조한 피녜라 정권은 6%에 가까운 경제성장률을 달성했지만 정작 국민들의 개혁 요구를 외면해 역대 최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한편 칠레와 함께 남미의 ‘ABC 3국’으로 통칭되는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에서도 여풍이 거세다. 지우마 호세프(왼쪽) 브라질 대통령은 내년 11월로 예정된 대선에서 재선에 도전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2011년 재선에 성공해 임기가 2015년까지인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오른쪽) 아르헨티나 대통령도 최근 불거진 건강 이상설을 잠재우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ABC 3국이라는 용어는 1899년 훌리오 로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브라질을 방문한 자리에서 세 나라 국가명의 첫 글자를 따 3국 연합체를 결성하자고 제안하면서 처음 사용됐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열린세상] 정치적 혼란과 위기에 공감하기/민병원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열린세상] 정치적 혼란과 위기에 공감하기/민병원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격동의 2013년이 끝나 가는 즈음, 지구촌 정치판은 여전히 시끄럽다. ‘아랍의 봄’ 물결이 지구촌을 뒤흔든 것이 얼마 되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태국과 우크라이나가 뜨거운 정치적 격랑에 휩싸여 있다. 태국에서는 최초의 여성 총리 잉락 친나왓 정부가 반대 세력의 거센 반정부운동에 직면해 있고, 우크라이나의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대외정책에 관한 국민들의 요구를 제대로 맞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퇴진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두 나라 모두 거리 시위가 격화되면서 정권의 안위가 위협받고 있다. 내막이야 서로 다르겠지만 두 나라 사정을 들여다보면 공통점이 발견된다. 먼저 외견상으로는 두 나라 내에서 정부의 정책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가 커진 것으로 볼 수 있다. 태국에서는 잉락 정부가 추진해 온 국가화합법안과 헌법개정안에 대한 야당과 반대세력들의 거부 움직임이 이번 시위의 기폭제가 되었다. 우크라이나의 경우 유럽연합과의 자유무역협정이 좌초되면서 현 정부의 친러시아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강하게 표출되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을 둘러싼 의견 대립과 갈등은 언제나 일어날 수 있지만, 사회의 혼란을 야기하는 근원은 늘 정책이 아니라 정치에서 유래한다. 태국 정부의 국가화합법안은 2006년 쿠데타에 의해 축출된 후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되어 유죄판결을 받았으나 해외로 도피한 탁신 전 총리의 사면을 위한 전초전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태국 현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헌법개정안도 반대 세력에게 시빗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입헌군주제의 틀을 수정하여 왕실 모독죄에 대한 처벌을 완화하고, 군부의 면책특권을 제거하면서 정당에 대한 정치적 제약을 누그러뜨리려는 개헌 시도는 태국 기득권층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켜 왔다. 우크라이나에서는 2010년 대선 당시 현 대통령의 강력한 경쟁자였던 야당지도자 율리아 티모셴코가 부패혐의로 유죄선고를 받고 감옥에 갇혀 있다. 2005년 이후 두 차례나 총리직을 맡았던 티모셴코는 문호개방을 통해 러시아의 그늘에서 벗어나려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바람을 위해 유럽연합 가입을 적극 모색해 왔다. 이런 노력이 현 정부에 들어와 틀어지면서 국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는 것이다. 망명 중인 탁신과 복역 중인 티모셴코의 그림자가 두 나라의 정치적 혼란의 핵심에 어른거리고 있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민주주의 초년병으로서 두 나라가 가야 할 길은 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주변 국가나 외부의 분위기 역시 이들 국가의 정치적 불안정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 미국은 탁신정권 당시의 태국과 밀월관계를 유지해 왔고, 이후 탁신 세력의 부활이라고 할 수 있는 잉락의 정치적 승리를 적극 환영했다. 미국으로서는 동남아 지역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확산을 저지하는 데 있어 태국이라는 중요한 포스트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에서는 더욱 노골적으로 주변 국가들 사이에 세력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유럽연합은 일찌감치 동방동반자계획을 통해 구공산권 국가들을 끌어안으려는 구상을 펼쳐 왔다. 이에 대응하여 러시아는 주변 국가들을 포함하는 경제통합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데, 러시아 다음으로 규모가 큰 우크라이나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압박과 회유를 반복해 왔다. 단순한 경제통합의 이슈를 넘어 정치적·전략적 세력권 다툼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한 나라의 민주화나 경제발전 등 대내적인 문제가 자국 국민들의 뜨거운 열정만으로 해결되기는 어렵다. 과거의 유산이 현재의 발목을 잡고, 주위의 견제와 시비가 장애물로 작용한다. 그만큼 역사의 경로 의존성과 강대국들의 이해 다툼은 작은 나라들이 극복해야 할 힘겨운 과제다. 태국과 우크라이나 두 나라에서 벌어지는 사회갈등 현상을 보면서 남의 일 같지 않은 것은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역사가 일천하기 때문만은 아닐 게다. 헌법과 의회라는 정치제도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정부의 권위에 도전하는 시민사회운동이 거리로 확산되는 지금, 태국과 우크라이나를 보면서 우리 자신을 걱정한다면 과연 기우일까.
  • [서울광장] 정녕 대통령제의 종언을 논해야 하나/진경호 논설위원

    [서울광장] 정녕 대통령제의 종언을 논해야 하나/진경호 논설위원

    정말 박근혜는 문제일까. 아니, 박근혜가 문제일까. 파국으로 진군하는 2013년 겨울 초입의 국회와, 그 무대 위에서 1년 전 대선을 놓고 벌여온 여야의 쟁투가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는 존재의 의미에 대한 해묵은 질문, 노무현이 문제일까, 이명박이 문제일까라는 10년 전, 5년 전 질문을 다시금 머릿속에서 끄집어내 책상머리에 떨구게 한다. 6년여 전 노무현을 향해 박근혜가 던진 ‘참 나쁜 대통령’이라는 일갈이, 박근혜를 향한 문재인의 ‘무서운 대통령’으로 되돌아가는 정치 시계는 지금 우리는 어디를 맴돌고 있는가 묻게 한다. 대통령제의 유효 기간을 들춰 보게 만드는 징후는 ‘대통령제의 종가’ 미국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무브온(Move On)과 티파티(Tea Party) 두 깃발 아래 2열 종대로 갈라선 미국의 시민사회세력들은 더 이상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다. 홀쭉한 지갑에 돈 대신 ‘우리 아닌 그들’(them against us)에 대한 적의(敵意)를 채우고, 한껏 응축한 인종·계층·이념 갈등의 에너지로 의회정치를 마비시키고 연방정부를 정지시켰다. 무대 위에서 싸운 오바마 행정부와 보수야당 공화당은 그저 조연이었다. 물러서지 않은 게 아니라 물러서질 못했다. 갈등 종식의 브레이크가 듣지 않으면서 연방정부는 그렇게 16일 동안 문을 닫았다. 사돈 남 말 할 계제가 아님은 우리 국회가 보여준다. 정기국회 100일간 단 하나의 법안도 처리하지 않는 대기록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간 한 거라곤 1년 전 대선을 복기하며 박근혜 대통령이 풀어라, 마라 하는 드잡이뿐이었다. 뒤늦게 여야가 허둥대고 있지만 실기(失期)에 따른 민생의 주름은 이미 깊이 파였다. 가히 공적(共敵) 1호로서 손색이 없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이런 불민한 국회조차 기실 껍데기일 뿐이다. 국회라는 링 안에 여야를 밀어 넣고는 이들과 제각각 지연, 학연, 이념, 가치, 이권으로, 하다못해 정서로라도 가깝거나 멀게 얽히고 갈린 채 싸워라, 이겨라, 지고 나오면 죽을 줄 알라 하며 눈을 부라리는, 진보와 보수의 진영에 갇힌 우리 모두의 초상일 뿐이다. 세상을 보는 창이라는 언론들조차 ‘민주당 10전10패’니 ‘새누리당 무기력’이니 하는 ‘똥침 기사’들을 써 대며 대놓고 여야를 편들고 국회를 난장(場)으로, 국민 눈을 사시(斜視)로 만드는 우리는 그래서 위기의 미국보다 더 위기에 놓여 있다. 역사학자 아서 슐레진저가 말한 ‘제왕적 대통령’은 이라크를 두드려 팰 힘을 가진 미국 대통령에게나 써먹을 얘기다. 대한민국 대통령? 적어도 1987년 민주화 이후론 어림없다. 속절없이 아들을 감옥에 보내고, 탄핵 위기에 몰리고, 촛불시위에 가슴 졸이는, 권력의 정점이지만 갈등의 병목이기도 한 자리에서 숨 고르기 바쁜 존재들일 뿐이다. 그런데도 우린 갈등의 머리에 늘 대통령을 올린다. 박형준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10여년 전 사회학자 시절 한 말은 그래서 유효하다. “승자 독식의 권력관이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인식을 만들고, 이 틀 속에서 모든 사안을 대통령 중심으로 바라보는 언론과 사회 분위기가 대통령을 정점으로 한 극한대립의 악순환을 만든다”고 한 지적은 지금 더 적확하다. 초강국들이 굵은 팔뚝을 내보이며 으르렁거리는 격랑 앞에서 물색없이 지금 대통령이 무섭다며 4년 뒤 대선에 나설 뜻이 있다고 밝힌 1년 전 대선후보의 발언은 진영 논리에 갇힌 채 ‘대통령 중독증’에서 허우덕대는 우리 사회의 무의식적 자기고백에 다름 아니다. 정녕 대통령제의 종언(終焉)을 논해야 할 때인지 모르겠다. 내각제로 바꿔 사이좋게 권력을 나눠 먹게 할 테니 그만들 싸우라고 호소해야 할지 모르겠다. 남북 대치의 상황을 무릅쓰고, 언제 끝날지 모를 개헌 논의에 온 나라가 함몰되는 상황을 무릅쓰고라도 말이다. 아직 그 길이 아니라면 지금 발을 멈춰야 한다. 대한민국. 심판이 사라진 그라운드다. 공을 세우고 한발 짝 물러서 룰을 찾을 때다. jade@seoul.co.kr
  • 이집트 개헌위 ‘군부 권한 확대’ 새헌법 승인 논란

    이집트에서 군부의 권한을 대폭 확대하고 이슬람의 영향력을 축소한 새 헌법 초안이 1일(현지시간) 최종 승인됐다. 이미 수도 카이로와 알렉산드리아 등 전역에서 새 집회·시위법(집시법)에 반대하는 시위가 과격 양상을 띠고 있는 가운데 이날 헌법 초안이 통과되면서 시위대와 경찰 간 충돌이 더욱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세속주의·자유주의 진영과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 반대파 50명으로 구성된 이집트 개헌위원회의 아무르 무사 위원장은 이날 “새로운 헌법 개정안 초안을 최종 승인했다”면서 “새 헌법은 3일 아들리 만수르 이집트 임시 대통령에게 전달될 것”이라고 밝혔다. 만수르 임시 대통령은 새 헌법에 대한 국민투표를 30일 이내에 시행해야 한다. 새 헌법 초안은 군사 시설이나 군인을 향해 폭력을 행사한 경우 민간인도 군사 법정에 세울 수 있고, 대통령이 앞으로 8년간 국방장관을 임명할 때 군 최고위원회의 승인을 사전에 받아야 하는 등 군부의 권한을 확대한 조항이 포함됐다. 반면 무슬림형제단 등 이슬람 세력이 정치세력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종교에 기반한 정당을 설립하는 것을 금지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국회 해산시켜야 할 상황”… 김황식의 일침

    “국회 해산시켜야 할 상황”… 김황식의 일침

    김황식 전 국무총리는 28일 “국회 해산제도가 있었으면 국회를 해산시키고 국민 판단을 다시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며 여야의 극한 대치로 인해 사실상 ‘식물국회’로 전락한 국회를 향해 일침을 가했다. 김 전 총리는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누리당의 대한민국 국가모델 연구모임에 참석, “국회가 아주 심각한 상황”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김 전 총리는 이어 “국회 해산제도는 없지만 여야 의원이 총사퇴하고 다시 한번 심판하는 것이 어떠냐고 말하는 이도 있다”면서 “좀 더 대화와 타협을 통해 국민들의 절망감을 해소하는 데 적극적으로 임해 달라”고 주문했다. 김 전 총리는 또 “5년 대통령 단임제는 역사적 수명을 다했다”며 개헌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는 “민주화가 그만큼 됐기에 (장기 집권의 폐해를 막기 위한 5년 단임제의) 의미는 상실됐다고 생각한다”면서 “대통령중심제든, 의원내각제든 권한을 분배하는 형식으로 헌법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가령 총리를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이 아니라 국회에서 선출하거나, 의원내각제 등 권한의 균형과 조화를 이뤄 갈 수 있는 권력구조 개편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내년 6·4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서울시장에 출마할지를 묻는 질문에는 “공직생활 경험을 살려서 국가 발전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겠지만 그것을 선출직을 통해 할 것인지 그런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며 즉답을 피했다. 여권 일각에서는 여전히 김 전 총리를 내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후보로 내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거센 상황이다. 정치권에서도 김 전 총리의 출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그가 총리에서 물러난 뒤 독일 정치를 깊이 탐구했고, 이날 국회에 직접 나와 정치권을 향해 날 선 비판과 함께 개헌의 필요성 등을 주장한 것이 향후 정치적 포석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일본판 NSC’ 창설법 참의원도 통과… 아베 우경화 행보 가속

    ‘일본판 NSC’ 창설법 참의원도 통과… 아베 우경화 행보 가속

    일본 아베 신조 정권의 외교·안보정책이 서서히 현실화되고 있다. ‘일본판 NSC’라고 불리는 국가안전보장회의 창설 법안이 27일 참의원(상원)에서 가결돼 다음 달 4일 정식 출범한다. 누설 시 국가 안보에 지장을 줄 수 있는 정보를 지정해 유출자를 처벌하는 ‘특정비밀보호법’도 처리를 앞두고 있다. 외교·안보와 관련한 정책 수립과 정보 수집 기능을 총리 관저로 집중시킨 아베 정권은 내년 이후 집단적 자위권 행사 용인, 개헌 등 ‘보통국가’로 가기 위한 발걸음을 재촉할 것으로 보인다. 조만간 설치될 일본판 NSC는 외교·안보 분야를 중심으로 한 중장기 국가전략 수립과 위기관리, 정보 집약 등을 담당하는 기구로, 의장은 총리가 맡는다. 더불어 총리, 관방장관, 외무상, 방위상으로 구성된 ‘4인 각료회의’가 외교 안보정책의 기본 방침을 결정하게 된다. 또 부처 간 조율 및 정책 입안 등을 담당할 NSC 사무국으로 내각 관방(총리 비서실 성격)에 설치될 국가안보국은 외교·안보·테러·치안 등과 관련한 정보를 취합해 ‘4인 각료회의’에 보고하게 된다. 국가안보 담당 총리 보좌관도 신설된다. 아베 정권은 26일 중의원(하원)에서 야당들의 반대 속에 표결을 강행해 통과시킨 특정비밀보호법안과 NSC법안을 한 묶음으로 추진해 왔다. 일본의 NSC가 미국 NSC 등 각국의 유사기관들과 원활하게 정보를 교환하려면 정보 누설에 대한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특정비밀보호법안은 누설 시 국가안보에 지장을 줄 수 있는 방위·외교와 관련된 정보, 테러 및 특정 유해 활동(스파이 행위 등)을 방지하기 위한 정보 등을 ‘특정비밀’로 지정했다. 유출한 공무원은 최장 징역 10년형에 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대야소’ 구도에서 특정비밀보호법안도 다음 달 6일 종료되는 임시국회 회기 안에 참의원을 통과, 성립될 가능성이 높다. 일본 언론은 특정비밀보호법의 중의원 통과를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27일 일본의 6대 종합지 가운데 도쿄·아사히·니혼게이자이·마이니치신문 등은 사설과 기사를 통해 아베 정권이 중·참 양원 과반수의 ‘힘’을 앞세워 문제 있는 법안을 통과시켰다고 비판했다. 도쿄신문은 사설에서 법안 강행 처리를 ‘폭거’로 부를 만하다고 지적한 뒤 “국민주권과 기본적 인권, 평화주의 등 헌법의 3대 원칙에서 벗어난 것”이라면서 “민주주의의 삼각형(3권 분립)을 아름답게 유지하기 위해서도 거듭 법안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도쿄 김민희 특파원 haru@seoul.co.kr
  • ‘이슬람 영향력’ 축소 이집트 새 헌법 새달 국민투표

    ‘이슬람 영향력’ 축소 이집트 새 헌법 새달 국민투표

    이집트의 새 헌법 초안이 다음 달 말쯤 국민투표에 부쳐질 예정인 가운데 26일(현지시간) 수도 카이로에서는 과도정부가 발표한 집회·시위법(집시법)을 반대하는 시위가 열리는 등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 개헌위원회는 지난 9월부터 무함마드 무르시 전 이집트 대통령 정권의 이슬람주의 헌법을 개정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기존 헌법은 무르시 전 대통령의 집권시절 국민투표를 통과했으나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고 이슬람주의를 강요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지난 7월 이집트 군부가 무르시 전 대통령을 축출하고 정권을 잡으면서 이미 효력이 정지된 상태다. 개헌위의 새 헌법은 이집트 최대 이슬람 조직인 무슬림형제단을 배제한 채 세속주의·자유주의 진영과 무르시 전 대통령 반대파 50명이 주도권을 쥐고 만들었다. 이에 따라 새 헌법이 실시되면 이슬람 영향력이 상당히 축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새 헌법 초안에는 ‘이슬람을 국교로 삼고 아랍어를 공식 언어로 한다’는 기존 헌법 제2조의 내용이 그대로 남겨져 있다. 하지만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 적용을 세부적으로 규정하는 제219조는 삭제됐다. 또 새 헌법은 기존 헌법에서 대통령 고유권한으로 인정된 사면권을 부분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 밖에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 인사들의 정치활동을 금지한 기존 헌법의 제37조 등 37개 조항이 폐기됐다. 무바라크 전 대통령은 2011년에 일어난 시민혁명 ‘아랍의 봄’으로 물러난 바 있다. 개헌위는 오는 30일 새 헌법의 최종 초안에 대한 자체 투표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이집트 관영 메나통신은 전했다. 한편 이날 카이로에서 발효를 앞둔 집시법을 반대하는 시위가 열려 경찰이 물대포, 소방 호스 등을 사용해 강경진압에 나섰다고 BBC 등 외신들이 전했다. 시위대 수백명 가운데 52명이 체포됐으며 부상자는 확인되지 않았다. 과도정부는 지난 24일 공공의 안전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10명 이상의 대중 집회에 대해 3일 전 신고를 의무화하고 경찰의 사전 허가를 받도록 하는 집시법을 공포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대권, 야망의 목표 아니다… 열심히 걸어가다 보면 미래 보일 것”

    “대권, 야망의 목표 아니다… 열심히 걸어가다 보면 미래 보일 것”

    지난 23일 충남 천안에서 열린 안희정(49) 충남지사의 출판기념회에는 정계 거물 등 3000여명이 몰려 최근 그에게 쏠리고 있는 ‘정치적 무게’를 실감케 했다. 안 지사는 최근 충청권의 차세대 인물로 부상하면서 중앙 정치권의 주목을 받고 있다.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 논란 과정에서 문재인 의원의 정치적 입지가 축소되고 다른 경쟁 주자들이 뚜렷하게 부상하지 못하면서 민주당 내 안 지사 역할론도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다. 그런 만큼 그의 행보와 말에 실린 정치적 ‘함의’는 요즘 정치권의 관심사 가운데 하나다. 안 지사는 27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차기 대선 출마 의향 등 대권과 관련해 “야망의 대상으로 가져야 할 목표는 아니다”라며 “제가 도지사가 될 줄 누가 알았나. 지금 열심히 걸어가면 나오는 것이 미래”라고 여운을 남겼다. 그는 또 진보와 보수 진영으로 가르는 20세기적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 “새로운 정치를 해 달라는 것이 국민의 요구”라고 강조했다. →출판기념회에 3000명이 모였다. 그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지방정부 책임자로서 3년 반 동안 느낀 소회를 대한민국에 보고드리고 싶었고 제안드리고 싶었다. 긍정적으로 평가해 줘 보람을 느낀다. →현실은 냉혹하다. 충남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매우 낮은데 극복할 수 있겠나. -충남 도민들이 정당 지지율과 상관없이 지지해 주시고 있다. 자기가 가진 소신만큼 열심히 하다 보면 시대의 쓰임새가 있다면 쓰일 것이고 그렇지 못하다면 또 다른 선택을 받는 것이다. 그것 이외에 다른 고려는 없다. 연임이 허용된 지자체장들은 그동안 해 왔던 일들을 계속 추진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겠냐고 물어야 하는 게 의무다. 그동안 벌여놓은 일에 대한 책임이기도 하다. 첫 번째 임기의 연장성과 일을 성실히 하는 게 연임에 도전하는 목적이고 이유이기 때문에 별도의 선거 전략은 없다. →정치인 안희정의 장단점은. -모진 소리를 잘 못한다. 예전에는 그것이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생각했는데, 하나의 소신으로 삼고 있다. 물이 흘러가는 것처럼 정치 영역에서 남의 얘기를 하거나 남을 비판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국민의 합의를 얻어 내는 게 논쟁이다. →책 속에 ‘더 좋은 민주주의’라는 말이 나오는데. -지나온 역사가 악하다고 지울 수 있겠는가. 지울 수 없다. 역사는 있는 그대로 인정해야 하는 것이다. 진보와 보수가 과거에 대해 각자가 인정하는 것만 인정해 국가의 역사 통합성이 떨어지고 있다. 생산적 논의를 토대로 더 좋은 민주주의를 만들어 가자고 제안한 것이다. →민주당 내에서 친노(친노무현)의 강경함이 얘기되는데. -그것도 너무 표피적이면서 있지도 않은 사실에 기초한 지적이다. 친노가 어디까지냐고 물으면 아무도 답을 못 한다. 민주당과 야권의 분열을 바라는 분들이 올가미식으로 지어낸 것이다. 물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멀고 가까운 사람이 있다. 모든 정치인과 국민들께서 ‘너는 누구파’라고 이름을 짓는데, 구체적인 정책과 내용으로 그룹 짓는 것이 필요하다. →친노는 폐족이라고 말했었는데. -정파의 존재로서 친노는 없다. 친노라고 하면 제가 대표적인 친노 아니겠나. 애매하다. 일부에서는 안희정은 다르다고 말한다. 폐족이라고 한 것은 마지막까지 참여정부를 지켰던 분들이 책임 있는 반성을 해야겠다는 의미였다. 현실적으로 의미 있는 개념이 아니다. 여의도에서 친노를 하나의 정파처럼, 실체처럼 이야기하는데 참여정부 이후 의미가 없다. →친노나 안희정에게 노무현이란. -그것은 너무 오래전 이야기다. 어찌 됐든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이 민주당의 정체성 자체다. →1987년 개헌 이후 보수 10년, 진보 10년, 보수 10년으로 이어지고 있는데. -정권 교체의 역사로 보면 그럴 수 있다. 지금까지는 모두 독재 대 반독재, 민주화 대 독재, 성장과 분배, 안정과 민주화 등 20세기 개념으로 편을 나눴다. 20세기 진보·보수로는 현실 문제를 아무것도 풀 수 없다. 조선시대 복식 논쟁이나 마찬가지다. 복식 논쟁을 한다고 해도 조선의 국운이 결정되는 것도 아니었다. 20세기 때의 패러다임을 가지고 싸우면 그것은 현실의 문제에 대답해 줄 수 있는 정치가 안 된다. 그래서 새 정치가 안 되는 것이다. 20세기의 잔영 속에서 국가를 운영하고 있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새 정치는. -정치의 혐오 의식을 기반으로 출발해서는 오래가지 못한다는 충고를 했을 뿐이다. 국민들이 사랑해 줘서 안철수가 있는 것이니 존중해 줘야 하고, 어떻게 힘을 모으고 어떻게 연대해야 하는지 지도자들이 노력해야 한다. →청와대와 여당에 대한 주문을 해 달라. -가장 쉬운 대화가 중요하다. 힘으로 제압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제압된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제압되는 게 아니다. 대화를 통해 여당과 집권 세력은 맏이가 돼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국가보안법, 사학법 개정 때도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4~5개월 데모하니까 대화를 통해서 풀어 가지 않았나. 대화를 통해 풀어야 한다. 화끈하게 멱살 잡고 끌고 가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집권 세력이 대화와 소통을 통해서 이끌어 가야 한다. 좀 더 야당과 대화하는 자세로 국정을 이끌어 줬으면 좋겠다. →충청 인구가 호남보다 늘어 의석수가 늘어야 한다고 한다. 충청권이 주목받는 데 대한 소회는. -충청도는 개방화된 지역이다. 개방성과 통합성이 특색이다. 지역주의를 극복하는 중심 지역이 될 것이다. 통합과 개방을 확대해 갈 것이다. →중앙 정치 무대에서 충청권 대망론이 나오고 있다. 안 지사도 대망론의 대상으로 거명되는데. -거론해 주시는 것 자체가 영광이다. 그런데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이 퇴임하고 내린 결론은 그걸 목적하고 그걸 바라고 뛸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야망의 대상으로 가져야 할 목표는 아니라는 것이다. 제가 도지사가 될 줄 누가 알았나. 우리 사회 구성에서 정치인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서 내가 가진 현실에서 최선을 다해 걸어왔고 여러 가지 이유로 도지사를 시켜도 좋다고 생각해서 된 것 아닌가. 지금 열심히 걸어가면 나오는 것이 미래다. 좋은 평가가 있지만 먼 얘기처럼 들린다. →도지사로서의 3년간을 평가해 달라. -한국의 지방자치가 아직 완성되지 못한 것이 현실임을 여실히 느낀 3년이다. 중앙정부가 기획, 설계권을 가지고 있어 지방정부의 한계가 많다. 그럼에도 민관 협치 행정이나 마을의 주민자치, 풀뿌리 지방자치 등을 열심히 실천한다고 자부한다. →한·일 관계가 좋지 않다. -충남은 일본 구마모토현과 30년간 교류하고 있다. 올해 30년 기념식은 양측 지사가 상대 측을 방문해 도민들과 함께 했다. 한·일 관계가 좋지 않은데 이럴 때일수록 민간과 지방자치단체들의 교류가 확대될 필요가 있다. 국가 이데올로기로는 부딪치지만 아시아 지역 주민들로서는 부딪치지 않을 주제다. 일본 정치인들이 국가주의라는 낡은 이념으로 정치를 하기 때문에 국가 간 분쟁이 된다. 일본도 한국에 투자해야 하고, 한국도 마찬가지이기에 교류를 심화시켜야 한다. 일본 국가 지도자들의 잘못된 정치 신념에 대해서는 국가적으로 대응할 것은 하더라도 주민 차원의 교류는 확대해야 한다. 진행 이춘규 선임기자 홍성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이슈&논쟁] 日 ‘집단적 자위권’ 추진

    [이슈&논쟁] 日 ‘집단적 자위권’ 추진

    동맹국이 제3국으로부터 침공받았을 때 이를 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대응할 수 있는 권리인 집단적 자위권을 일본이 행사하겠다고 공언하면서 일본의 ‘재무장’에 대한 우려가 높지만 세계적 기류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 미국에 이어 유럽연합(EU)까지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추진을 지지하고 나섰다. 우리 정부는 모호한 입장을 유지하면서 신경을 곤두세운 채 일본의 구체적 행보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국내 여론은 북핵 위협과 한·미 동맹 등 지역 안보를 고려해 집단적 자위권을 용인해야 한다는 찬성론과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로 이어질 수 있어 경계해야 한다는 반대론으로 나뉘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강민 한양대 일본언어문화학과 교수와 홍현익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실장에게서 한국의 ‘선택’ 방향을 들어봤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일러스트 길종만 기자 kjman@seoul.co.kr [贊] 이강민 한양대 일본언어문화학과 교수 “美, 한반도 유사시에 日지원 원해… 우리 반대로 저지될 문제가 아냐”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은 미국의 세계 전략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우리가 반대한다고 저지될 문제가 아니다. 일본의 평화헌법에 위배되는 명백한 위헌인데도 아베 신조 정권이 개헌도 하지 않고 집단적 자위권을 서두르고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 미국의 강력한 희망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미국이 사실상 일본의 등을 떠밀고 있는 것이다. 북한 문제에 있어 일본과 같이 가겠다는 것이 미국의 아시아 정책이다. 만약 북한의 도발에 의해 한반도에 급변 사태가 발생한다면 한국 단독으로 이를 막을 수 없다. 결국은 미국의 협조를 얻어야 한다. 미국은 중국군이 북한으로 들어오는 등의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일본의 힘을 빌리기를 원하고 있다. 집단적 자위권이 우려스럽다고 한·미 동맹에 금이 가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한국의 딜레마가 여기에 있다. 한국과 중국의 경제 고리가 너무 강하다 보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부분들이 있지만 시간이 갈수록 한국은 양자택일의 기로에 서게 될 것이다. 이럴 때를 대비해 전방위 외교, 등거리 외교라는 것이 필요하다. 벌써부터 어느 한쪽의 편을 든다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일이다. 물론 우리의 입장에서 집단적 자위권은 유사시 일본이 한반도에 군사 개입을 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일련의 흐름은 오래전부터 지속적으로 추진돼 왔던 것이다. 1969년 닉슨·사토 공동성명(한국과 타이완 지역에서의 평화와 안전 유지가 일본의 안전에 매우 중요한 요소라는 점에 합의)이 발표됐을 때도 중국은 일본군국주의의 부활이라고 비난했었다. 이런 맥락에서 아베 정권은 미국의 집단적 자위권만을 인정한 1997년 미·일방위협력을 위한 지침을 개정해 지금부터 이를 쌍무적 관계로 가져가려 하고 있다.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대일 외교가 실종됐다는 점이다. 미·일 관계는 앞서 나가고 있는데 한국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주변국이 첨예하게 대립할 때는 전략적인 모호성을 유지하는 것이 외교의 기본이다. 싫어도 우리가 무엇을 얻을 수 있을 것인가라는 관점에서 상대국에 접근해야 하는 것이 외교다. 한국 경제는 재벌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자칫 삼성이 미국과 일본의 타깃이 돼 버리면 위험해진다. 중국을 무시할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일본을 등지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집단적 자위권을 어느 선까지 받아들일 수 있는지를 놓고 우선 일본 정부와의 긴밀한 논의가 필요하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 시 일본 국민의 관심은 대단했다. 초기에는 박 대통령이 화면에 등장하면 시청률이 오를 정도로 관심을 가졌었다. 여성 국가 지도자란 것이 어떤 의미에서 일본보다 앞서 가는 부분이 있었고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일본인들의 향수도 자극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금은 열기가 크게 식어 버렸다. 한·일 간 역사 문제는 하루아침에 결말을 지을 수 있는 사안이 아닌데도 우리 스스로 이 문제로 제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 역사를 현실 외교에 결부시켜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이 문제는 긴 호흡으로 대처해 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아베 정권이 바뀐다고 해도 그다음 정권이 더 나으리란 보장은 없다. 최근 타이완대학에서 열린 심포지엄에서 일본, 중국, 타이완 학자들로부터 동아시아 공동체가 만들어진다면 그 중심은 타이완이 될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우리와 비슷한 상황에서도 타이완은 중국, 일본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국익을 도모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의 가교 역할이 어쩌다 타이완으로 넘어가게 됐는지 우리는 냉정하게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反] 홍현익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실장 ”日 진정성 있는 반성이 우선돼야… 한반도 관련 땐 韓 사전 승인 필요” 일본 아베 신조 정권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와 관련한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1985년 플라자합의 이후 장기 불황에 시달려 온 일본 국민들이 강력한 리더십을 염원하는 것에 편승해 아베 정권은 국수주의적 극우정책을 펼치면서 정상국가화와 동맹국 지원을 명분 삼아 재무장과 자위대 역할 강화를 모색하고 있다. 재정 위기로 국방비를 줄여야 하는 미국은 국제 정치의 패권에 도전할 가능성이 큰 중국을 사전에 전략적으로 포위, 압박하기 위해 우군을 찾던 차에 일본이 자천하고 나서자 이를 적극 환영하고 있다. 일본에 중국 견제의 역할을 분담시키면서 가능하면 한국도 이에 참여시켜 미국 우위의 질서를 저렴한 비용으로 관리하려는 것이다. 일본의 침략을 받아 본 적이 없는 유럽연합(EU)은 물론 중국과 영토 분쟁을 겪고 있거나 중국의 영향력 강화를 우려하는 아세안과 호주도 중국 견제를 위해 이를 지지하고 있다. 급기야 중국의 전략적 동반자인 러시아마저 집단적 자위권은 유엔헌장이 인정한 모든 나라의 고유 권한이라는 차원에서 이를 인정했다. 따라서 현재 일본 제국에 침략당하고 잔혹 행위에 최대로 시달렸던 한국과 중국만 이를 정면으로 반대하고 있다. 우리가 압도적으로 열세이므로 세계 3위의 경제 대국이자 사실상의 군사 강국인 일본에 각국의 고유 권한인 집단적 자위권을 갖지 못하도록 하는 데 한국의 국력과 외교력을 소모하는 것은 현명하다고 보기 어렵다. 그 대신 우리는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환영할 수 없는 이유를 일본에 당당하게 밝히고 미국 등 우방국들에도 분명하게 설명하면서 일본이 이로 인해 한국의 국익을 훼손하지는 못하도록 하는 동시에 우호적인 한·미 동맹을 강화하고 중국과의 협력도 유지해야 한다. 먼저 우리는 과거의 비행과 잔혹 행위를 지속적으로 반성하고 지역 평화를 위해 적극 기여해 온 독일과 달리 민족말살정책, 일본군 위안부 강제 동원, 강제 징용, 식민지인 생체 실험, 대량 학살에 이르는 반인륜적 범죄를 저지르고도 이를 반성하지 않는 데다 독도에 대한 부당한 영토욕까지 드러내고 있는 일본이 ‘정상국가’가 될 자격이 없음을 명백히 선언해야 한다. 독일처럼 진정성 있는 반성이 이뤄져야 우리도 이를 환영할 수 있다는 점을 공표해야 한다. 또한 우리는 미국과 EU, 아세안이 우리가 일본의 군사력과 자위대 역할 강화에 대해 우려하는 것을 잘 납득하지 못하는 점에 주목해 대응책을 취해야 한다. 그동안 일본 지도부는 중국을 필연적으로 지역 패권을 다툴 수밖에 없는 경쟁국으로 간주해 왔고 일본보다 국력이 약한 한국은 대미 의존성이 큰 데다 분단돼 북한과 경쟁하고 있으므로 경시해도 좋은 국가로 생각하면서 사대주의적 기회주의 대외전략을 펼쳐 왔다. 한국을 무시하고 중국과 경쟁하기 위해 미국에는 사대주의 저자세 외교를 펼치고 EU나 아세안 국가들에는 원폭 피해국이고 평화국가이자 공적개발원조(ODA) 지원 모범국이며 예절 바른 국가로 처신해 왔다. 유대인들이 나치의 만행을 고발해 독일이 사죄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듯이 국제사회가 일본의 이중인격, 파렴치성과 위험성을 깨닫게 하려면 민관이 협력해 국제인권대회 개최나 영화 제작 등을 통해 일본 제국의 반인륜적 잔혹 행위와 범죄를 고발하는 적극적인 홍보를 펼쳐야 할 것이다. 특히 대미 외교가 가장 중요하다. 일본과 남한을 점령 통치했던 미국은 1951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체결 시 일본의 반환 영토에서 독도를 제외해 줌으로써 한·일 간 영토 분쟁의 씨앗을 뿌렸다는 책임을 각성해야 한다. 우리는 미 행정부가 일본에 과거 비행을 진정으로 사죄하고 독도에 대한 야욕을 포기하도록 압박해 줄 것을 설득해야 한다. 또한 정부는 최소한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주한 미군 지원과 대북 공격 등 한반도와 관련될 경우는 한·미 동맹의 ‘부속적인 지원’에 한정돼야 하고 반드시 한국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며 독도에 대해서는 적용될 수 없다는 것을 미·일 양국으로부터 확약받아야 할 것이다.
  • 올드보이 뭉쳤다!… ‘국민동행’ 17일 출범

    올드보이 뭉쳤다!… ‘국민동행’ 17일 출범

    권노갑·김덕룡·정대철 전 의원 등 동교동·상도동계 출신 정치인들과 시민사회 인사로 구성된 ‘민주와 평화를 위한 국민동행’(국민동행)은 1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들의 참여를 제안했다. 제안에는 권·김·정 전 의원과 인명진 목사 등 33명이 이름을 올렸다. 국민동행은 오는 17일 공식 출범한다. 현재 야권에서는 민주당과 정의당, 무소속 안철수 의원 그리고 시민사회세력의 신야권연대 태동이 꿈틀거리고 있어 국민동행이 국가기관 대선개입 등에 대한 특검을 요구하는 신야권연대와 결합하게 될지 주목된다. 국민동행은 이날 박근혜 정부의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수사 등을 비판하며 민주주의 회복과 한반도 평화 등을 강조해 신야권연대 중심세력의 요구와 궤를 같이했다. 국민동행의 향후 움직임과 관련, 제안자 대표인 김덕룡 전 한나라당 의원은 “정파로부터는 독립적, 중립적인 국민운동을 할 것”이라며 신야권연대와 선을 그었다. 그러나 정대철 민주당 상임고문은 “안철수 신당과 민주당이 제대로 가고 언젠가는 함께 더불어 가도록 만들어 준다는 것이 저희들이 역할”이라고 말해 향후 야권구도 재편에 영향을 미치려 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국민동행에는 민주당 출신은 물론 새누리당에 뿌리가 이어진 김덕룡·김영춘 전 의원과 인명진 목사 등도 있어 지향점이 복합적일 수 있다. 그래서인지 이들은 민주당은 물론 새누리당 의원 상당수도 공감하는 독점적 권력구조 개편, 즉 분권형 개헌운동을 전개하는 방안을 내세웠다. 정국 전개 상황에 따라 선택의 폭을 넓혀 놓고 있어 국민동행의 영향력은 예측불허 형국이다. 이춘규 선임기자 taein@seoul.co.kr
  • 탁월한 지도자vs독재자…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누구?

    탁월한 지도자vs독재자…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누구?

    블라디미르 푸틴(61) 대통령은 10년째 러시아를 통치해 오고 있다. 지난 2000~2008년 1~2기 집권 후 메드베데프에게 대통령직을 잠시 물려주고 총리로 ‘막후 실권자’ 역할을 하다가 2012년 대선을 통해 다시 크렘린궁에 복귀했다. 그 사이 개헌으로 대통령 임기가 6년으로 늘어나면서 2018년까지 권좌에 머물 수 있게 됐다. 푸틴 대통령은 집권 3기에서도 1~2기 때와 마찬가지로 개인적 카리스마에 기초한 권위주의적 통치 스타일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그에겐 150여 개 민족이 어우러져 사는 광대한 러시아를 안정적으로 이끄는 탁월한 지도자란 긍정적 평가와 함께 제정 러시아 시절 이반 뇌제로부터 소련의 스탈린으로 이어졌던 위험한 전제주의의 전통을 계승하는 독재자란 부정적 평가가 함께 따라다닌다. 실제로 푸틴은 지난해 5월 크렘린 복귀 이후 유럽 경제 위기 와중에도 비교적 성공적으로 러시아 경제를 꾸려가고 있다. 최근 들어 성장률이 둔화하긴 했지만 외환보유액, 재정 건전성, 실업률, 인플레율 등에서 큰 위기 조짐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2011년 12월 총선과 이듬해 3월 대선 이후 고조됐던 야권의 반정부 시위 열기가 수그러들면서 정치도 안정돼 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푸틴 대통령은 3기 최대 국정 과제 가운데 하나로 낙후한 극동·시베리아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며 ‘신(新)동방정책’을 추진하는 한편 유럽연합(EU)과 유사한 옛 소련권 경제통합체인 ‘유라시아경제연합(EEU)’ 창설을 밀어붙이며 경제 통합을 통한 옛 소련 부활의 야망을 불태우고 있다. 또 지난해 9월 블라디보스토크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 올해 9월 상트페테르부르크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등 굵직굵직한 국제회의를 잇달아 개최하며 높아진 러시아의 위상을 국제사회에 과시하고 있다. 내년엔 지난 1980년 모스크바 하계 올림픽 개최 이후 30여 년 만에 소치 동계 올림픽도 개최한다. 국제사회의 영향력은 더욱 강해졌다. 서방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시리아의 현 정부를 감싼 푸틴은 시리아 해법의 주도권을 쥐고 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올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The World’s Most Powerful People)’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제치고 푸틴이 정상에 오른 것도 이같은 그의 파워를 반증한다. 그러나 푸틴의 권위주의적 통치는 여전히 국내외의 비판 대상이 되고 있다. 외국에서 자금 지원을 받아 정치활동을 하는 NGO들의 활동을 제한한 것이나 집회 질서 위반자에 대한 벌금을 그전보다 150배 인상하는 내용을 담은 ‘집회 질서 위반 처벌 강화법’ 등이 그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야권 인사들에 대한 탄압도 계속되고 있다. 푸틴 대통령에 반대하는 시위를 주도해온 대표적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는 4년 전 지방정부 고문으로 일할 당시의 횡령 혐의 등으로 5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가 최근에야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푸틴 3기 집권에 반대하는 시위성 공연을 펼쳤던 현지 여성 펑크 록그룹 ‘푸시 라이엇’(Pussy Riot) 단원들은 2년의 징역형을 선고받고 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지금까지는 소련 붕괴 이후의 정치·사회 혼란에 진절머리가 난 국민 다수가 안정을 갈구하는 여론이 반영돼 푸틴 대통령이 여전히 50~60%대의 지지도를 누리고 있지만 경기 침체 장기화로 경제가 흔들리기 시작하면 민심이 급속도로 멀어질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新야권연대 출범] 무너져가는 제3세력 ‘절대 위기’

    1987년 개헌 이후 여야 양대 정당의 과점적 이권 나누기에 일정 정도 견제역을 담당해 왔다는 평을 듣는 정치권 제3세력이 무너져 내릴 위기다. 2000년 민주노동당(통합진보당 전신)이 창당된 뒤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기득권 담합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던 통합진보당이 지난해 정의당 분당과 올해 이석기 의원 구속 등의 사태를 겪으며 정당해산 위기에 처한 채 급속히 흔들리고 있다. 신야권연대에서도 소외된 진보당은 지난 9일 서울광장에 천막을 설치한 뒤 10일에는 진보당 해산 여부를 결정할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108배를 하는 등 당의 사활을 건 장외투쟁을 이어 가고 있다. 진보당은 앞으로 서울광장 천막당사를 구심점으로 본격적인 장외투쟁에 나설 것이라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이처럼 진보당이 사생결단식 투쟁 의지를 보여 주고 있지만 당 안팎 상황은 개선되기는커녕 갈수록 악화되는 분위기다. 이 의원 내란음모 사건 이후 진보당과 진보세력에 대한 여론이 여전히 싸늘한 상태인 데다 최근에는 내부 동요까지 겹치고 있어 국면 전환이 쉽지 않다는 분석이 적지 않게 나온다. 실제로 내부 동요도 일부 가시화되고 있다. 진보당 소속 천중근(57·여수 제6선거구) 전남도의원이 9일 탈당을 선언하고 안철수 무소속 의원 진영에 합류해 당내 찬반 논란이 시끄럽다. 천 의원은 “‘사람 보고 뽑았지 당을 보고 뽑은 것이 아니다’며 탈당하라는 지역 민심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춘규 선임기자 taein@seoul.co.kr
  • [열린세상] 이웃 나라를 대하는 자세/민병원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열린세상] 이웃 나라를 대하는 자세/민병원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의 발언이 다시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둘러싼 회견 도중 “아시아 국가에는 중국, 한국만 있는 것이 아니다”는 발언을 한 것이 단초였다. 지난 8월에도 나치식 개헌을 운운하다가 호된 여론의 뭇매를 맞은 적이 있다. 요즘의 일본 지도부들의 사고방식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것 같아 주변 국가들의 심기가 불편하다. 동아시아의 국제관계는 한국과 중국, 일본 사이의 오랜 갈등과 치열한 분쟁으로 얼룩져 왔다. 북한의 호전성은 차치하더라도, 세 나라 사이의 불편한 관계는 동아시아의 역사를 오욕과 절망으로 가득 채워 왔다. 냉전이 종식된 지 벌써 20년이 훌쩍 넘었지만 이곳은 여전히 위험과 불안으로 위태위태하다. 자본주의의 세계화에 따른 교역과 인적 교류의 증가에도 동아시아 국가들 사이의 정치적 관계는 가히 ‘험악하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악화돼 왔다. 일본의 우경화는 이런 추세에 기름을 붓고 있다. 유럽을 보자. 벌써 27개 국가가 유럽연합에 가입해 있고, 회원국 수는 더 늘어날 기세다. 평화를 향한 유럽인들의 열망은 20세기 후반에 들어와 열매를 맺기 시작했고, 지금은 어느 지역보다 안정적이고 평화로운 상태에 접어들었다. 경제위기와 지역 간 불균형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기는 하지만, 유럽에 또 다른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고 예측하는 사람은 더 이상 없다. 지구 상에서 가장 앞선 형태의 정치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실험은 계속되고 있다. 영토분쟁과 민족주의의 배타성에 신음하는 동아시아 입장에서는 너무나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제2차 세계 대전이 종결된 이후 70여년이 지나고 있는 지금, 유럽과 동아시아는 이렇게 서로 다른 길을 걷고 있다. 그리고 두 지역 한가운데에 독일과 일본이라는 전범국가가 자리 잡고 있다. 두 나라 모두 전후 처리과정에서 연합국의 군사적 지배를 받았지만 미국의 동맹국가로 거듭나면서 빠른 속도로 경제발전과 국가재건을 이루었다. 지금은 모두 국제사회의 주도적인 구성원으로 국가적 위상을 드높이고 있다. 하지만 역내에서 차지하는 두 나라의 정치적 입지는 동일하지 않다. 독일은 유럽연합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데 있어 주도적 역할을 맡아 왔지만, 일본은 동아시아 갈등의 핵심을 파고들고 있다. 독일과 일본의 엇갈린 역사적 궤적은 유럽과 동아시아의 운명을 크게 좌우하고 있다. 1970년 독일 총리 빌리 브란트가 폴란드를 방문했을 때 유대인 기념비 앞에서 과거사를 반성했던 일은 지구촌 사람들에게 큰 감회를 불러 일으켰다. 무릎을 꿇고 있는 독일 총리의 사진 한 장, 독일의 진정성을 보여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이후 독일인들은 전범국가라는 오명을 벗고 ‘정상국가’로서 국제사회에 새롭게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활발한 논의를 시작했다. 안타깝게도 21세기 접어든 지금 일본의 행보는 다른 경로를 걷고 있다. 이웃 나라들의 반응에 개의치 않은 채 일방적으로 평화헌법 개정을 논하면서 군사 대국화를 도모한다. 그 끝은 어디인가? 유럽연합이 부흥하게 된 배경에는 독일의 진정한 반성이 자리 잡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쟁의 상흔을 아우름으로써 협력을 위한 상호 이해의 발판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독일인들의 뼈를 깎는 성찰이 필요했다. 그래야만 이웃 나라 피해자들의 트라우마가 치유될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이 동아시아 국가들의 간섭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무릎 꿇은 브란트처럼 진정한 반성과 성찰의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1885년 일본의 지식인 후쿠자와 유키치는 서구와 같은 문명화를 달성하기 위해 막부체제를 종결해야 한다고 외쳤다. 유교사상에 물들어 개혁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는 중국이나 한국은 ‘나쁜 이웃’이기 때문에 관계를 끊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탈아입구(脫亞入歐)론’의 핵심이었다. 이후 일본은 근대화를 거쳐 군국주의로 치달았고 서양세력에까지 도전장을 내밀다가 철퇴를 맞았다. 130여년이 지난 지금 일본은 다시 ‘나쁜 이웃’을 멀리 하면서 무엇을 추구하는 것일까? 이웃 나라를 삐딱하게 바라보았던 후쿠자와의 망령이 아소를 비롯한 일본 지도층 주위를 여전히 맴도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 연내 ‘新방위대강’ 확정뒤 개헌 계획

    일본에서 집단적 자위권 행사의 용인과 관련된 논의는 2006년 9월 아베 신조 총리가 취임한 이후 급물살을 탔다. 아베 총리는 취임 직후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대한 연구 의지를 천명했다. 이후 다음 해 5월 집단적 자위권의 개별 사례를 연구하기 위해 외교·국방 전문가 13명으로 구성된 ‘안전 보장의 법적 기반의 재구축에 관한 간담회’를 출범시켰다. 간담회는 2008년 6월 보고서를 내놓고 ▲미국으로 향하는 탄도미사일 요격 ▲공해상에서 미국 함선 보호 ▲유엔 평화유지활동(PKO) 등에서 행동을 같이하는 타국 군대에 대한 경호 ▲PKO 타국 군대의 후방 지원 등 네 가지 상황에서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이 안은 아베 총리가 2007년 9월 갑자기 퇴진한 데 이어 2009년 8월 정권이 민주당으로 교체되면서 그대로 사장되는 듯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아베 총리가 재집권한 뒤 상황이 급변했다. 아베 총리는 취임 두 달만인 지난 2월 간담회를 재가동했다. 간담회의 견해를 참고해 일본 정부는 중장기 방위정책을 담아 연내 발표할 ‘신방위대강’에 집단적 자위권과 관련된 내용을 포함할 것으로 보인다. 오노데라 이쓰노리 방위상은 지난 8월 4일 NHK 프로그램에 출연, “정부의 다양한 정책이 마련되면 그것으로 방위대강을 만든다는 계획에 대해 (정부 안에서) 공감대를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방위대강’과 함께 2014년 말까지 결정될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 개정안에 집단적 자위권 행사와 관련된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아베 총리는 장기적으로는 전쟁 포기, 군대 보유 금지, 교전권 불인정 등이 명기된 헌법 9조를 바꾸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를 위해 먼저 개헌 요건을 낮추는 헌법 96조의 개정을 추진하고, 그 전에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대한 헌법 해석을 바꾸려고 하고 있다. 도쿄 김민희 특파원 haru@seoul.co.kr
  • 아제르, 알리예프 대통령 父子가 25년간 통치

    아제르, 알리예프 대통령 父子가 25년간 통치

    일함 알리예프(52)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세 번째 연임에 성공했다. 그가 2018년까지 5년간의 임기를 마칠 경우 10년간 재임한 부친 헤이다르 알리예프 전 대통령에 이어 부자가 아제르바이잔을 25년간 집권하는 기록을 세우게 된다. BBC 방송에 따르면 이날 아제르바이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10일 일함 대통령이 득표율 84.7%로 3선 연임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일함 대통령은 임기 도중 언론의 자유를 제한하고 야권을 탄압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풍부한 석유와 가스 자원 등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경제를 이끈 것이 이번 당선의 기반이 됐다. 아제르바이잔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일함 대통령 집권 초기인 2003년 850달러(약 91만 3000원)에서 지난해 7850달러(약 843만 3200원)로 대폭 늘었다. 1993년 군부 쿠데타로 집권을 시작한 아버지 헤이다르 전 대통령은 2002년 8월 개헌으로 당시 아제르바이잔 국영석유회사 부사장이던 아들 일함 대통령을 2003년 8월 총리에 임명했다. 2개월 뒤 신아제르바이잔당 후보로 대선에 출마한 일함 대통령은 득표율 76.8%로 처음 당선됐으며, 2008년에는 89%를 얻어 재선에 성공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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