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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필리버스터’ 막전막후…도대체 무슨 말을 ‘뭘 가지고’ 그렇게 오래 했나

    ‘필리버스터’ 막전막후…도대체 무슨 말을 ‘뭘 가지고’ 그렇게 오래 했나

     ‘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테러방지법)’ 제정안을 막기 위해 야당이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에 돌입해 이틀째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무제한 토론은 지난 2012년 국회선진화법이 도입된 뒤 처음 시행되는 것인 데다 ‘필리버스터’에 관한 기록은 주로 1960년대에 머물러 있었다. 그만큼 최근 헌정사에선 유례가 없던 장시간의 필리버스터 행사가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23일 정의화 국회의장이 ‘테러방지법’을 직권상정하면서 야당이 무제한 토론을 벌이기로 급히 결정된 데 비해 의원들이 최장시간의 기록을 거듭 깨면서 발언을 이어가고 있어 이들에게 더욱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도대체 5시간, 10시간 동안 한 자리에 서서 어떻게 발언을 이어갈 수 있는 걸까.   무제한 토론의 ‘첫 타자’로 나선 김광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제대로 된 준비 시간을 갖지 못하고 단상에 올랐다. 23일 더민주가 정 의장에게 필리버스터 요구를 제출한 것이 오후 3시 45분쯤이고 김 의원이 발언을 시작한 것은 오후 7시 6분이다.  더민주 의원총회에서 테러방지법 직권상정에 맞서 무제한 토론에 돌입하기로 결정됐는데, 김 의원은 이 때 “내가 먼저 해야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소속 의원으로, 테러방지법을 심의해왔기 때문이다. 가장 젊은 의원인 점도 어느 정도 염두했던 것으로 보인다. ●첫 타자 김광진 의원, 지역구 있던 보좌진이 ‘카톡’으로…  김 의원이 첫 번째 필리버스터 주자로 결정되자 의원실은 분주해졌다. 의원실에는 행정 업무를 담당하는 비서관 1명만 자리를 지킨 상태였고 나머지 보좌진들은 20대 총선 출마를 준비하는 전남 순천·곡성 지역에 있었다. 급히 자료가 필요하다는 김 의원의 연락에 보좌관은 카카오톡 메시지를 통해 그동안 가지고 있던 파일을 전부 의원실에 있는 비서관에게 보냈다. 그럼 비서관이 그 파일을 열어 인쇄를 한 뒤 김 의원에게 전달했다. 그동안 상임위나 대정부질문을 위해 모아두었던 자료가 총동원됐고, 국회도서관에서 빌린 책도 모두 모았다. 그러나 김 의원은 발언 내내 A4 용지로 된 자료만 넘겼다.  단상에 가지고 간 자료의 목록을 달라고 하자 김 의원의 보좌관은 “너무 많아서 정리가 아예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날 무제한 토론을 통해 테러방지법이 제정되지 않아도 현행 제도에도 대(對) 테러활동지침이 마련돼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발언을 이어갔다. 바로 대통령훈령 제47조인 ‘국가 대테러활동 지침’을 근거로 들면서다. 이 훈령은 1970년대 만들어진 것으로 대통령 산하에 테러대책기구를 두게 돼 있다. 김 의원은 테러방지법에서는 국무총리가 의장을 맡는 테러대책기구를 두게 한다는 점을 꼬집었고, “아마 (대테러활동 지침의 내용을) 대통령도 몰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토론 초반에 이 대테러활동 지침의 모든 조항을 낱낱이 또박또박 읽어 내려갔다. 그러면서 테러가 발생할 경우 각 부처·기관별로 어떻게 기능을 하게 되어있는지를 일일이 설명했다.   이후에 참고한 자료들은 김 의원이 평소에 상임위원회 활동을 하면서 축적한 것들이라고 한다. 김 의원은 국방위원회에서 줄곧 활동했고 정보위 법안심사소위원으로 테러방지법을 직접 다뤘다. 발언이 마무리 될수록 테러방지법 제정안의 각 조항을 조목조목 따지며 수정·보안되어야 할 내용을 설명하기도 했다.   오후 7시 6분부터 24일 오전 12시 39분까지 김 의원은 총 5시간 33분 동안 발언했다. 이는 1964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김준연 의원의 구속 동의안을 막기 위해 5시간 19분 동안 필리버스터를 진행한 기록을 깬 것이다. 김 의원은 “기록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왜 그 긴 시간동안 반대토론을 하게 됐는지 그 이유를 같이 고민해 달라”고 호소했다.   발언을 마치고 나온 김 의원은 바나나를 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본회의장 앞에서 일부 기자들과 만나 발언에 나섰던 소회를 밝힌 뒤 다시 본회의장으로 들어와 더민주 두 번째 주자인 은수미 의원에게 준비사항을 일렀다. 24일 김 의원은 출마예정지인 전남 순천 지역으로 이동해 출근길 인사를 마쳤고 간담회를 진행하는 등 예비후보로서의 선거운동을 곧바로 이어갔다.  ●10시간 발언 은수미 의원 SNS에 SOS… “긴급 부탁”  본회의 ‘최장 발언’이라는 기록을 단 번에 깬 김 의원 다음으로 나선다면 더욱 부담이 컸을 듯 하다. 전체 야당 의원 가운데 세 번째, 더민주에선 두 번째 주자로 무제한 토론에 나선 은수미 의원은 무려 10시간 18분 동안 밤샘 토론을 했다. 24일 오전 2시 30분부터 오후 12시 48분까지다. 이는 ‘상임위 최장 발언’ 기록으로 남아있던 지난 1969년 박한상 신민당 의원이 3선 개헌 국민투표법안 처리를 막기 위해 10시간 15분 동안 반대토론을 한 것을 깬 기록이다.   은 의원이 들고 올라간 자료는 주로 시민단체들의 테러방지법에 대한 의견서가 주를 이뤘다. 그러나 은 의원은 자료를 읽는 모습 보다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 더 주력했다. 발언 초반부터 자신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설명하면서 그 과정에서 국정원(과거 안전기획부)가 어떻게 권한을 남용했는지 역설했다. 은 의원은 서울대 사회학과 재학 시절 노동운동을 시작해 1992년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노맹) 사건으로 검거돼 6년간 복역했다. 당시 국가안전기획부 분실에서 고문당했고, 고문후유증으로 폐렴과 폐결핵, 종양 등 여러 질환을 앓았고 큰 수술도 두 차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 의원은 또 10시간여 동안 발언을 한 뒤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연설을 인용하며 “나서야 하기 때문에 나섭니다. 그게 참된 용기입니다”라고 말하며 울먹이기도 했다. 은 의원 측 관계자는 “앞서 김 의원이 테러방지법의 문제점을 잘 이야기하셨기 때문에 은 의원은 국정위의 인권 유린 및 침해 우려를 중심으로 하자는 콘셉트를 정했다”고 설명했다.   은 의원은 특히 일찌감치 SNS에 힘을 보태줄 것을 당부했다. 전날 오후 7시 4분 페이스북을 통해 “긴급 부탁. 자료를 올려 주십시오. 준비할 시간 없이 필리버스터를 결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면서 “여기에 올라온 내용을 받아 국민의 의견으로 발표하겠습니다. 같이 밤을 샌다 생각해 주셔요”라는 글을 올렸다.  이후 은 의원은 이와 관련, 토론을 마친 뒤 “댓글이 도움이 도움이 됐다”면서 “헌법 조문과 비교해서 테러방지법이 헌법이나 인권과 무관한 조치라는 이야기를 꼭 해달라는 이야기가 있었다”고 소개했다. 이어 “그래서 헌법 이야기도 하고 정치가 얼마나 올바라야 하는지, 테러방지법이 왜 문제인지 등을 이야기했다”고 설명했다.  은 의원은 ‘10시간여 발언’에 대해 “힘들었다. 허리도 아프고 다리도 아프고, 온 몸이 아팠다”면서 “(제가) 그렇게 건강한 사람이 아니라 버틸 수 있을까 고민도 했었는데 버티게 되더라 다행히”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시간 연설을 위해 전날 저녁부터 금식을 했다고 밝혔다. “아무 것도 안 마시고 수분을 뺀 상태”라고 덧붙였다. 결국 은 의원은 10시간 18분의 발언을 마무리하며 눈물을 쏟았다. ●박원석 의원 “10시간 동안 꼼짝 못 해” 본회의장에서 ‘공부’   최장 기록이 모두 경신된 뒤 나선 주자는 박원석 정의당 의원이었다. 세 명의 의원이 17시간 동안 토론을 펼치는 것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준비를 했을까.  다른 의원들의 지쳐가는 모습을 보며 쪽잠을 자거나 끼니를 채우고 싶지는 않았을까. 그러나 박 의원은 10시간 동안 본회의장에서 “꼼짝도 못했다”. 은 의원이 무제한 토론에 들어간 뒤 30분쯤 뒤부터 자리를 지켰다. 이유는 “언제 끝날지 몰라서”였다는 게 보좌진의 설명이다. “앞 순서 의원이 발언을 모두 마친 뒤 박 의원을 찾았는데 만약에 자리에 없으면 바로 다음 의원으로 순서가 넘어간다”면서 “언제 부를지 모르니 본회의장에서 자리를 지켜야 했다”는 것이다. 앞서 의원들의 토론을 지켜보며 미리 준비한 것은 ‘운동화’ 뿐이었다. 은 의원도 이날 운동화를 신었다.   박 의원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활동을 해왔기 때문에 테러방지법을 직접 심의할 일은 없었다. 때문에 의원실에서도 테러방지법에 대한 ‘전문가’가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박 의원이 몸 담고 있던 참여연대에서 지난 2001년부터 테러방지법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 온 만큼 박 의원 역시 문제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보좌관은 “우리가 직접 작성해 드린 자료는 없다”면서 각종 자료를 들고 박 의원이 본회의장에 들어간 뒤 한참 뒤에 “마킹(표시)할 것 좀 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자료는 주로 민변, 대한변협 및 법학 관련 교수 등 전문가 그룹에서 작성한 의견서 등의 자료를 추천 받았고, 국정원 및 정보기관의 문제점을 다룬 책 5권을 가지고 들어갔다. 또 최근 미국 대선의 쟁점으로까지 부상한 ‘애플’사의 ‘아이폰 잠금해제 불가 방침’과 관련된 자료들도 포함됐다. 박 의원은 토론에 들어가기 전 “한 두시간 만에 끝내면 안 되지 않겠느냐”면서 “하는 데까지 해보겠다”고 밝혔다고 한다. 그는 현재 세 시간 이상 토론을 벌이고 있다.   한편, 전날 밤 트위터 등을 중심으로 한 때 “박원석 의원이 무제한 토론을 대비해 ‘요실금 팬티’를 준비했다”는 메시지가 확산되기도 했다. 그러나 박 의원 측 보좌관은 “왜 그런 말이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사실이 아니다”라면서 “오히려 진작 그런 게 있는 걸 알았다면 미리 준비했을 텐데 안타깝다”며 웃어 보였다.   다음은 야당 의원들의 주요 자료 목록.   ●김광진 의원  -대통령훈령 제47조 (국가 대테러활동 지침) -테러방지법 제정안 전문 -테러방지법 관련 상임위 및 대정부질문 자료 (너무 방대해서 열거 불가능)  -관련 서적   ●은수미 의원  -‘북한의 대남테러 준비’ 국정원 보고 미덥지 않은 4가지 이유 (참여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테러방지법 관련 법률 의견서  -‘진보넷 정보운동’ 테러방지법·사이버테러방지법 의견서  -테러방지법·사이버테러방지법 제정을 반대하는 각계 전문가들의 칼럼  -2014년 테러방지법 토론회 자료집  -국가인권위원회 권고 자료  -국정원의 잘못된 과거사 관련 자료들   ●박원석 의원  -헌법 전문  -박정희 대통령의 국가비상사태 선언에 대한 특별담화문 -민변, 대한변호사협회를 비롯한 전문가 모임과 시민사회단체의 테러방지법 문제점에 대한 토론회 발제문  -국가정보원발전위원회 보고서  -정의당 국가정보원법 전면개정안 -애플 ‘아이폰’의 잠금해제 논란을 통해 본 정보기관의 수사편의성과 시민의 자유에 대한 전문가 의견서 -애플 팀 쿡 CEO가 고객들에게 주는 편지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 논문 ‘박근혜 정권의 국정원 정치’  -국정원 진실위 보고서 -단행본 ‘조작된 공포 :세계 정보기관의 진실’ (전세계 정보기관의 부적절 행위를 다룬 해외번역서)  -단행본 ‘미국을 발칵 뒤집은 판결 31’ -단행본 ‘간첩의 탄생’ (유우성 간첩 조작사건 관련 참고 서적)  -단행본 ‘No Place to hide (더 이상 숨을 곳이 없다)’ (미국의 ‘스노든 사건’을 취재한 전직 가디언 기자가 쓴 책)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4·19 주역’ 잠들다

    ‘4·19 주역’ 잠들다

    지난 20일 세상을 떠난 이기택(79) 전 민주당 총재는 부패한 이승만 정권의 장기집권을 종식하고 제2공화국 출범을 끌어낸 ‘4·19세대’의 상징적 인물로 꼽힌다. 고인은 1960년 고려대 상대 학생위원장 시절 자유당의 3·15 부정선거에 항의하는 ‘4·18 고대 의거’를 주도, 이튿날 학생 총궐기의 도화선이 됐다. 1967년 만 30세에 신민당 전국구 의원으로 7대 국회에 입성한 뒤 7선 의원을 지냈다. 하지만 15대 총선에서 고배를 마신 뒤 여의도 재입성에 실패했다. 또한 고 김영삼(YS)·김대중(DJ) 전 대통령과 함께 야권을 이끌었지만, 양김의 그늘에서 끝내 대권의 꿈에 다가서지 못했다.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대선 후보를 둘러싼 양김의 갈등 국면에서 YS를 지지했던 고인은 1990년 3당 합당을 계기로 YS와 결별했다. 이후 노무현, 홍사덕 당시 의원 등과 함께 민주당(꼬마민주당)을 창당했고, 이듬해 DJ의 신민주연합당과 합당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DJ가 정계은퇴를 선언하자 민주당 총재에 올라 대권을 꿈꿨지만, 1995년 DJ의 정계복귀로 물거품이 됐다. 2002년 대선 때 부산상고 후배 노무현 후보 지원유세에 나섰지만, 2007년 17대 대선에선 노 전 대통령을 비판하며 고려대 및 고향(포항) 후배인 이명박 전 대통령을 지지했다. 야당 정치인으로 대부분을 보냈지만, 정작 야권에선 추모 논평을 내지 않은 까닭이다. 21일에도 조문 행렬은 이어졌다. 정의화 국회의장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등이 서울 서초구 가톨릭대학교서울성모병원 빈소를 찾았다. 정 의장은 “저에게는 하나의 사표(師表)와 같은 분”이라며 “김영삼 전 대통령, 이만섭 전 의장, 이 전 총재 같은, 어른들이 떠나는 게 안타깝고 슬프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김 대표는 “국가적 손실이고 후배들의 마음에 공허함을 주시고 가셨다”고 했고, 같은 당 이재오 의원은 “개인적으로 아껴 주셨고, 친형처럼 모셨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전 총재는 전날 오후 1시쯤 심장마비로 숨졌다. 지난 19일 자서전 원고를 탈고할 만큼 건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시절 비서실장으로 보좌했던 박계동 전 의원은 “19일 밤 6년간 준비해 온 자서전 원고 탈고를 마치고 나오며 ‘아… 큰일을 마쳤네’라고 흡족하게 말씀했다고 들었다”면서 “아침 늦게까지 주무셨고 식사 때문에 깨우러 방에 들어가 보니 돌아가신 상태였다더라”고 전했다. 유족으로는 이경의 여사와 세 딸인 우인·지인·세인씨와 아들 성호씨가 있다. 지난해 별세한 태광그룹 공동창업주인 이선애 전 상무와는 남매지간이다. 고인의 비서관으로 정계 입문한 박관용 전 국회의장이 장례위원장을 맡아 ‘4·19 민주사회장’으로 치러진다. 24일 국회와 방배동 생가를 마지막으로 돌고 4·19 국립묘지에서 영면한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정국 안보 국면 형성·對中 외교노선 중대 전환점 되나

    야권 총선 ‘정권 심판론’ 희석 우려 “개성공단 설득력 있는 해명” 공세 북핵 이슈로 靑·정부 정국 주도 땐 여권 일각의 개헌 논의 묻힐 수도 박근혜 대통령의 16일 국회연설은 이후 다가올 총선까지의 정국과 정부의 외교노선, 특히 대중 외교의 방향타가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우선 국내 정치 측면에서는 안보 국면이 형성되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총선을 앞두고 야권이 가장 우려하는 일이다. 야권이 내걸 가장 큰 깃발인 ‘정권 심판론’이 가려질 수 있어서다. 국회연설 일정에 신경전을 벌이고 연설을 하루 앞둔 15일 이런저런 주문을 내놓은 배경이다. 이날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연설에서 북핵 사태와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에 대해 설득력 있는 해명을 내놓아야 한다”며 공세적 자세를 취했다. 16일 국회연설 이후에도 야권은 개성공단 가동 중단을 ‘정권 책임’으로 연결 지으며 공세의 틈을 찾으려 할 것으로 보인다. 북핵 이슈가 장기화되면 정치권은 정국의 주도권을 청와대와 정부에 상당 부분 내놓아야 하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여권 일각에서 벼르고 있는 개헌 논의 등은 말도 꺼내기 어려운 분위기가 될 수 있다. 외교 측면에서 박 대통령의 연설은, 일시적으로 분절된 듯한 모습을 나타낸 대중 관계가 어떤 모양으로 다시 연결될 것인지를 내다보게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중 관계의 밀착성으로 볼 때 경제, 산업, 문화 등 각 분야의 세부적인 데까지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어 박 대통령의 표현 하나하나에 많은 해석이 제기될 전망이다. 청와대 역시 이 같은 분위기에 상당한 압박감을 느끼고 있는 듯한 분위기다. 대통령의 메시지와 관련, “북한 김정은 체제가 핵 개발의 길을 계속 걸어갈 것이라는 현실을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하면서, 이를 막기 위해 국민 전체가 단합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 것”이라는 정도 외에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연단에 서기 직전까지 박 대통령이 직접 고치고 고칠 텐데 어떻게 발언의 수위와 내용을 예상할 수 있겠느냐”는 반응들이다. 일각에서는 외교적인 민감성 등을 들며 예단성 기사를 자제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일정을 비우고 하루 종일 국회 연설 준비에 몰두했다.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 [구본영 칼럼] ‘말뫼의 눈물’이 ‘통영의 눈물’ 안 되려면

    [구본영 칼럼] ‘말뫼의 눈물’이 ‘통영의 눈물’ 안 되려면

    설 연휴 중 몇 년째 얼굴을 못 본 친구의 근황을 들었다. 고향을 떠나 통영에서 하던 배 수리 사업을 완전히 접었다는 소식이었다. 초등학교 동창 모임에서 늘 밥 잘 사는, 인심 좋은 그였는데…. 잘나가던 조선업이 불황의 늪에 빠졌음을 실감했다. 오죽했으면 선박 인테리어 전문 중소기업 운영에 반평생을 바친 친구가 공장 문을 닫았을까. 울산에서도, 통영에서도 구조조정의 골든타임을 놓친 업계의 한숨 소리만 깊다. 대형 조선소의 골리앗 크레인이 멈춰 서면서다. ‘말뫼의 눈물’은 현대중공업에 자리 잡고 있는 대형 크레인이다. 스웨덴 말뫼의 조선업체 코쿰스가 문을 닫을 때 막대한 해체 비용을 부담하는 대신 단돈 1달러를 주고 사들인 것이다. 2002년 이 크레인이 배에 실려 사라질 때 스웨덴 국영방송은 “말뫼가 울었다”며 장송곡을 틀었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조선·대우조선 등 세계 3대 조선소가 두 해 연속 영업적자를 냈다. 글로벌 경제 침체에 따른 수주난과 해양플랜트 사업의 부실이 겹치면서다. 이대로 가다간 우리가 자칫 ‘말뫼의 눈물’처럼 통한의 눈물을 흘릴 판이다. 울산이나 거제, 혹은 통영에서…. 더 심각한 건 조선업뿐 아니라 우리의 주력 산업 전체가 위기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자리를 못 구한 청년들이 태어날 때 물고 나온 숟가락을 원망하는 세태에서 그런 징후는 포착된다. 그런데도 박근혜 정부는 ‘창조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며칠 전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이 제출된 지 210일 만에 국회를 통과했다. 조선업 등 공급과잉 업종의 사업 재편을 돕기 위한 법안이다. 하지만 국내 로펌의 경제법 분야 권위자로 통하는 한 인사는 원샷법이 하등 새로울 게 없는 법안이라고 귀띔했다. 기존 상법·세법·공정거래법 등에 이미 관련 조항이 다 있다는 것이다. 여권이 이를 통해 경제를 살린다고 하니 우습지만, “삼성특혜법”이라는 등 야권의 엉뚱한 반대 논리도 가관이라는 얘기였다. 그럼에도 총선을 앞둔 정치권 풍경을 보라. 현 여권의 보육 공약이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재원 분담 문제로 충돌하면서 보육 대란을 빚고 있다. 이런 판국에 더불어민주당이 청년 10만명에게 월 60만원씩 6개월간 취업활동비를 지원하는 총선 공약을 내놓았단다. 청년 실업자가 40만명에 이른다는 현실에 비춰 볼 때 솔깃해 보인다. 그러나 ‘어떻게’ 금수저와 흙수저를 골라 지급 대상자를 선정해 내고, 일자리가 무더기로 사라지고 있는 마당에 이들을 ‘어디에’ 취업시킬 것인가. 이에 대한 답이 없다면 말뿐인 인기영합 공약(空約)이거나, 청년들에게 달콤한 당의정을 입힌 빚더미를 떠넘기는 꼴이다. 더군다나 지금이 어느 때인가. 지구촌엔 4차 산업혁명의 기운이 꿈틀대고 있다. 로봇과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기술 융합을 통해 바야흐로 신천지가 도래할 참이다. 이런 4차 혁명의 물결 속에서 전통적인 제조업 일자리들은 상당수 떠내려가기 마련이다. 조선·철강·자동차 등 우리의 주력 업종에서 영업이익이 감소하고 있는 게 그 전조가 아닐까. 이런 ‘고용 없는 성장’이란 문명사적 전환기를 맞아 지식정보 부문 등 서비스 산업에서 새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별 알맹이도 없어 보이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 3년 반 넘게 국회에 계류 중인 사실은 뭘 말하나. 이 법이 통과되면 69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정부의 설명이 미심쩍긴 하다. 하지만 의료산업 영리화로 이어진다는, 더민주 측의 주장은 더 황당하다. 대한병원협회 등도 문제가 없다는데 그나마 국제 경쟁력이 있는 보건 분야의 일자리를 포기하겠다고 몽니를 부리는 격이니…. 이는 어찌 보면 5년 단임 대통령 직선제를 골간으로 개헌해 이룬 ‘1987년 체제’가 한계를 드러낸 형국이다. 여야 모두 장기적 국가 역량을 키울 엄두도 못 내고 오로지 정권 획득을 위한 근시안적 정쟁에 골몰하면서다. 성장의 바퀴는 멈추려 하는데 운전대를 서로 잡으려다 온 국민이 탄 수레를 벼랑 끝으로 몰고 가게 해서야 될 말인가. 결국 초미의 과제는 후진적인 한국 정치의 일대 개혁이다. 논설고문
  • [선택 4·13] ‘이슈 바람’ 민감했던 서울… 安風 세기가 승패 가른다

    [선택 4·13] ‘이슈 바람’ 민감했던 서울… 安風 세기가 승패 가른다

    17대 탄핵 역풍·18대 뉴타운 열풍에 좌우 19대 총선 1500표 이내 박빙 지역 5곳 一與多野 지속 땐 새누리 ‘어부지리’ 가능성 ‘중도’ 국민의당 보수층 흡수땐 판세 ‘흔들’ 서울의 표심은 전통적으로 야권(진보 진영)에 호의적이었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후 치러진 1988년 13대 총선부터 야권이 서울에서 패한 건 단 두 번뿐이다. 15대 총선 당시 정계에 복귀한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새정치국민회의와 DJ 복귀를 반대하는 통합민주당으로 야권이 분열되면서 47곳 중 신한국당이 27석을 차지했고, 18대 총선에서는 ‘뉴타운 열풍’이 몰아치면서 한나라당이 48석 중 40석을 석권한 바 있다. 특정 정당 후보에 대한 관성적 지지가 뚜렷한 영·호남과 달리 서울은 바람(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무상 급식, 뉴타운 열풍)과 구도(야권 분열 또는 연대)에 민감하다. 이번에는 ‘안철수 신당’이란 메가톤급 변수가 등장했다. 야권 일각에서는 15·18대 총선의 기시감을 언급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이 경합하는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에서 야권의 참패가 불 보듯 훤하다는 것이다. 실제 19대 총선에서 1500표 이내에서 희비가 엇갈린 지역구는 은평을, 중랑을, 서대문을, 양천갑, 강서을 등 5곳에 이른다. 야권 후보 난립이 새누리당에 어부지리를 안길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더민주 신경민 서울시당 위원장은 “근본적으로 ‘일여다야’는 필패다. 후보 경쟁력에서 여당을 압도해야 생존이 가능할 텐데 비슷한 스펙, 경쟁력의 후보들이 쏟아져 나오는 서울에서는 쉽지 않은 얘기”라면서 “만약 끝까지 야권 후보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18대 못지않은 참패를 당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새누리당의 고정지지층이 30~35% 있기 때문에 저쪽에서 결정적인 사고를 치지 않는다면 정권 심판론은 먹히지 않는다. 후보들이 얼마나 지역에 특화된 공약을 내놓느냐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야권 위기론이 과장됐다는 시각도 있다. 새누리당 김용태 서울시당위원장은 “서울에선 우리가 소수 야당이란 현실을 감안해야 된다. 시장과 교육감은 물론 25개 중 20개 구청장, 시의원의 4분의3이 더민주”라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전국 평균보다 떨어진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강남 3구를 제외한 서울 대부분이 2000~3000표 이내의 박빙인 것은 맞지만 새누리당이 덮어 놓고 유리하다고 보는 것은 위험한 생각”이라면서 “새누리당에 어쩔수 없이 남아 있던 중도층이 이탈해서 국민의당 지지층으로 옮겨가는 것을 막기 위한 견인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국민의당이 꼭 더민주의 표를 갉아먹는 걸로 보기는 어렵다. 국민의당이 성공한다면 새누리 지지층 잠식을 의미한다”면서 “3자 구도로 가도 더민주가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고 오히려 새누리당이 긴장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17대 총선의 ‘탄핵 역풍’, 18대 총선의 ‘뉴타운 열풍’ 등 총선을 관통할 이슈가 나오지 않는 가운데 야권 후보 단일화가 판세를 좌우할 최대 변수로 꼽힌다. 현재로선 서울에서 야권 후보 단일화는 쉽지 않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될 만한 후보로 표심이 쏠리는 유권자에 의한 단일화는 가능할지 몰라도 당 대 당 단일화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론조사기관인 리서치앤리서치의 배종찬 본부장도 “선택지가 사라지는 데 대한 유권자의 거부감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에이스리서치의 조재목 대표는 “3자 구도에서 접전지는 거의 여당이 이길 확률이 크기 때문에 마지막에 정치적·정무적 판단에 따라 선거 공조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미얀마 군부, 수치 대선 출마 허용할까

    미얀마 군부, 수치 대선 출마 허용할까

    반세기 군부 통치를 마감한 미얀마를 이끌 차기 대통령 선출 일정이 확정된 가운데 민주화 영웅 아웅산 수치의 대선 출마 여부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9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미얀마 의회는 다음달 17일까지 대선 후보 접수를 마치고 후보들을 대상으로 투표를 통해 차기 대통령을 선출할 계획이다. 미얀마의 대통령 후보는 상원과 하원, 군부가 각각 1명씩 총 3명을 지명한다. 664명의 상·하원 의원들이 투표를 통해 당선자를 가리는데, 최다 득표자는 대통령이 되고 나머지 2명은 부통령을 맡게 된다. 문제는 군부가 2008년에 만든 헌법 조항 때문에 수치 여사가 대통령이 될 수 없다는 점이다. 현행 헌법 59조는 외국 국적의 배우자 또는 자녀가 있는 경우 대통령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수치 여사는 영국 학자와 결혼했고 자녀 국적도 영국이다. 수치 여사가 대선에 출마하려면 개헌을 통해 자신의 대선 출마를 막는 헌법 규정을 손질하거나 특별법을 제정해 이 규정의 효력을 일시 정지시켜야 한다. 군부가 이를 용인할 지는 미지수다. 현행 헌법 규정상 군부는 전체 의석의 25%에 해당하는 상원 56석, 하원 110석을 할당받았다. 여기에 군부의 지지를 받는 통합단결발전당(USDP)의 의석 수(상원 11석, 하원 30석)를 합하면 군부가 통제할 수 있는 의석 비율도 31%에 달한다. 5∼6명의 소수정당 의원들만 끌어들이면 개헌을 저지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수치 여사가 막후 협상에서 군부에 정부 요직을 내주거나,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보장하는 등 조건을 내걸어 협상을 타결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심재억 기자의 헬스토리 33] 설날 아침에 퍼진 떡국을 먹으며

    [심재억 기자의 헬스토리 33] 설날 아침에 퍼진 떡국을 먹으며

    설날 아침에 먹는 떡국 중에서도 저는 차례상에 올려 느물하게 퍼진 것을 좋아합니다. 사람이 허랑한 탓인지 먹는 것도 그런 황당한 취향을 가진 것이겠지요. 그런 저를 보고 예전에 어머니께서는 “귀신이 운감(殞感)한 제사 음식은 원래 맛이 없는데, 지가 좋다니 그거라도 실컷 먹고 복이나 많이 받아라”시며 별 일이라는 듯 타박을 하시곤 했지요. 그렇게 떡국을 먹고 나면 으레 세배 차례가 오는데, 어른께 드리는 인삿말도 “과세 평안하게 하셨습니까” 정도로 아예 틀이 갖춰져 있어 따로 고민할 일이 없었습니다. 그러면 아버지께서는 “올해는 철 좀 더 들어라” 딱 그 말 한마디 하시고는 괘춤에서 세뱃돈을 꺼내 나눠주시곤 했지요.  ●“철 좀 들라”는 그 지난한 가르침 그 “철 들라”는 말을 되새겨 봅니다. 이 나이에 새삼 철 들 일이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가도 사는 일 가만히 곱씹어보면 참 철없이 살았고, 지금도 그렇게 살고 있다는 생각을 지우지 못합니다. 철이 든다는 것은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고, 또 말 자체가 자의적이어서 일정한 기준을 제시하기가 어렵지만 간추려 정리하자면 ‘나잇값 좀 하며 살라’는 뜻이겠지요. 개인적으로도 그 말의 함의가 결코 가볍지 않다고 여기지만, 적어도 한국 사회에서 이렇게 어려운 사회적 화두와 마주친 적이 저에게는 없습니다. ‘우리도 한번 잘 살아보세’, ‘군부독재 타도’나 ‘직선개헌’ 등의 화두가 지배했던 시대를 지나 지금의 ‘양극화 해소’나 ‘인구와 고령화 대책’, ‘성장과 분배’ 문제 등이 모두 국가적 난제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래서인지 어느 누구도 선뜻 이거다 싶은 방책을 내놓지 못하지만, 제게 있어서는 이런 거대담론이나 사회적 화두들이 갖는 난이도가 하나 같이 ‘철 들라’는 이 난감한 화두에 한참 못 미칠 뿐이고, 또 생각해 보면 이런 고난도 화두의 해법이 어쩌면 ‘철 좀 들라’는 예전의 그 설날 덕담에 있는 일인지도 모를 입입니다. 20때, 30대를 거치면서 나도 철이 좀 들고 싶어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이런 생각에 골몰히 빠져도 보았고, 집착도 했지만 여전히 답이 없었습니다. 나잇값 한답시고 좀 진중하자니 마치 스스로 소외된 ‘루저’들의 인간군상 속으로 떨어지는 것만 같고, 좀 설치면서 나대자니 뒷전에서 누군가 비죽거리며 수근대는 것만 같습니다. 이 나이가 되면 돈도 좀 모아 노년을 편하게 살 궁리도 해야 하지만 태어나기를 그렇게 태어난 탓에 그런 일은 꼭 남의 일만 같고, 돈 걱정 안 하면서 ‘철 없이’ 살자니 아내와 딸들의 얼굴이 밟힙니다. 게딱지처럼 작고 낡은 집 채를 장만하지 못해 ‘동가식서가숙(東家食西家宿)’할 일이 걱정인 사람이 어디 한둘이겠습니까.  ●이미 ‘나의 것’이 아닌 ‘나’ 가족들 태우고 운전을 하다보면 더러 욕할 일이 생깁니다. 어찌나 운전을 거칠게 해대는지 깜짝 놀라 브레이크를 밟거나 핸들을 꺾을 일이 종종 생기니까요. 그럴 때면 “저런 개망나니 같은 놈이…”라거나 “뭐, 저딴 자식이 다 있어”라며 나도 몰래 욕설을 내뱉곤 하는데, 그럴 때면 여지없이 아내의 타박이 날아듭니다. “그래 봐야 그 욕, 나하고 애들 밖에 안 들어. 그러려니 하면 되잖아” 그러나 제 생각은 다릅니다. “아니, 내게 저렇게 하는 놈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안 그러겠어? 그걸 자꾸 점잖은 척 봐넘기니 세상이 갈수록 이렇잖아” 그렇게 말은 하지만, 제가 옳은 지는 확신이 없습니다. 친구들에게 이런 얘기를 해봐도 반응은 제각각입니다. 누구는 “야, 그래도 넌 아직 젊구나. 그럴 수 있을 때 그렇게 살면 되는거지, 의기소침해서 살 필요 없잖아”라고 하고, 다른 친구는 “이젠 우리도 나이 들었어. 그러다 노상에서 젊은 애들에게 봉변 당하기도 십상이고, 걔들 해코지라도 하려고 들면 사고 나. 그냥 모르는 척 사는게 제일이야” 그렇게 우리는 하루 하루 ‘아무 일 없기를 바라며 사는 일’에 익숙해져 갑니다. 일이 없지 않지만 없다고 여기고 싶고, 실제로 일이 있어도 덮고 지나치려 합니다. 왜 그렇게 우리의 삶은 왕성한 확장성을 갖지 못하고 자꾸 위축되거나 기세를 잃어가는 것일까요. 문제는 보통의 삶, 보통 사람들의 생활이라는 게 1년 단위, 한 달 단위, 하루나 시간 단위로 목표를 정해 두고, 그걸 지키며 살아내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개인의 의지 문제이기도 하지만 오늘날의 우리 삶, 특히나 어딘가에 소속된 직장인이라면 집에 들어와 먹고 자는 일까지도 이미 직장의 일이고, 직장의 사람인 탓입니다. 직장의 사람은 자기 의지대로 살기가 어렵습니다. 내 삶이지만 나의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인정을 하든 그렇지 않든 우리가 사회에 발을 디디고 나선 그 순간, 우리의 삶은 무엇엔가 예속돼 끌려갑니다. 그 무엇이 자본일 수도 있고, 관행일 수도 있고, 법령에 근거한 규칙이나 제도일 수도 있습니다만, 분명한 것은 매우 구체적이고 실무적인 계약관계에 의해 우리의 삶이 규정된다는 사실입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당신이 만약 아침을 거른다면, 왜 그렇습니까. 아마 너무 늦게 일어나기 때문일 것입니다. 씻고 옷을 차려입고 하려다 보니 시간이 빠듯해 차분하게 식사를 할 여유가 없어 그 중 쉬운 식사를 포기하는 것이지요. 애당초 아침을 안 먹는 습관이라는 것은 없으니까요. 그렇지 않고 일찍 잠자리에 들어 밤잠을 푹 잘 수 있다면 아침에 더 일찍 일어나 신문도 보고, 몸도 움직이다가 입맛이 들면 가볍게 식사를 하겠지요. 당신이 하는 일이 무엇이든 일단 일을 하고자 하는 그 순간, 당신은 그 일, 그 일의 주체와 계약을 맺을 수밖에 없고, 그런 일련의 예속이 당신의 삶, 구체적으로는 식습관까지 규정했다고 볼 수 있다는 뜻입니다. 거칠게 운전하는 사람도, 그걸 보고 욕을 해대는 저도 그런 예속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겠지요.  ●예속된 삶이지만 자기 정체성 찾아가야 우리가 생각없이 소일하는 나날들에 이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면, 철이 든다는 것은 이런 예속을 자각하는 일, 그리고 그런 예속의 삶 속에서 주체적으로 자신의 의미나 가치를 되새기는 일이 아닐까요. 그만 해도 좋은 일이지만, 좀 더 노력하고 애를 써서 그런 의미나 가치를 현실 속에서 유형화할 수 있다면 무엇을 더 바라겠습니까. 우리 같은 갑남을녀가 항상 거창한 것만 꿈꾸며 살 수는 없습니다. ‘꿈을 크게 가지라’는 말도 학창시절이나 20∼30대 젊은 나이에나 가능한 일이지요. 만약 누군가가 나이 들어서도 그렇게 산다면 죽는 순간까지 시행착오와 불만, 그리고 자기부정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입니다. 이를 두고 안고수비(眼高手卑)라고 하지요. 물론 젊다면 거대한 이상을 위해 열정을 불사르는 삶이 아름답겠지만, 이상이라는 것도 현실의 토대 위에서 키워야 하는 것이니까요. 나이가 들어가면서는 꿈도 좋지만, 그런 이상의 허물을 벗겨내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러니 어마어마한 꿈보다는 실현 가능한 작은 목표를 정해 하나씩 이뤄가는 것이 보다 실질적이겠지요. 예컨대 새해에는 담배를 끊겠다거나, 음주량을 절반으로 줄이겠다거나,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과 의견이 다를 때 버럭거리지 않고 차분하게 대응하겠다거나 하는 것이 그런 사례가 될 것입니다. 개개인의 삶이 각자의 삶으로 이름지어진 건 사실이지만 그 중에서 우리가 스스로 결정하고, 운영할 수 있는 삶, 다시 말해 ‘진정한 내 삶’은 ‘각자의 삶’ 중에서도 자투리에 불과합니다. 그것 말고는 우리가 임의로 구상하고 운영할 수 있는 여지가 별로 없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사실 자체를 부정하는 건 시대착오 외에 아무 것도 아닙니다. 그런 가운데에서 자신의 것을 찾아내고 가꿔가는 것이야말로 세상이 허락한 삶 중에서 진정 내 것을 일구는 아름다움이기도 할 것이고, 그래야만 건강한 삶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건강한 삶이란 자신을 옥죄지 않는 것일테지만, 세상이 그걸 허락하지 않으니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아주 작은 자투리를 잘 활용해 자신과 가족과 사회의 건강성을 엮어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운동만 해도 그렇습니다. 다들 시간이 없어서 운동할 엄두도 못 낸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바쁜 나날이라도 마음만 먹으면 운동할 시간 정도는 뺄 수 있습니다. 일주일에 3∼4회, 회당 2시간 정도면 되니까요. 운동은 투자에 견줘 무조건 남는 선택이니 헛수고라고 여기지 말고 한번 시작해 보시지요.  ●자신의 방식으로 건강 도모하는 새해가 되길… 보편적인 건강법이 참 많습니다. 건강한 식생활을 하고, 적당히 운동도 하고, 담배 끊고, 과음 하지 말고, 스트레스를 받지 말자는 것 등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여기에 최근에는 정기적인 건강검진도 추가되었지요. 다 옳은 말입니다. 누구라도 그렇게 살면 건강하겠지요. 하지만, 적어도 한국 사회에서 그렇게 살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틀림없이 자기 삶이지만, 따져보면 예속된 삶을 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돈이 없어서도 그렇게 못하고,바빠서도 그렇게 못하고, 돈과 시간이 다 있어도 익숙하지 않은 일이어서 그렇게 못 합니다. 지혜는 궁할 때 필요합니다. 지금 당신의 처지가 건강 따위를 살필 여력이 없다고는 말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의지만 있다면 근무지에서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는 것만으로도 장딴지와 허벅지, 허리와 복부의 근육을 단련할 수 있고, 심장 기능도 강화할 수 있으니까요. 또 매일 회사 근처에서 사 먹는 점심이라도 조금만 신경을 쓰면 달고 짜서 ‘입에만 좋은 음식’ 대신 덜 짜거나 야채가 많은 음식을 골라 먹기가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세상만사는 생각 나름이고, 맘 먹기 나름입니다. 앞서 말한 ‘틀림없이 자기 삶이지만,따져보면 예속된 삶’이라는 현실도 생각을 바꾸면 ‘틀림없이 예속된 삶이지만, 따져보면 자기 삶’이라는 기막힌 반전의 발상이 가능한 게 또한 사람의 일이니까요. 건강이라는 게 그렇습니다. 무엇이든 자기만의 건강 방식을 찾아서 진득하게 실천하고 지켜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요. 나이 들수록 ‘남의 장단에 깨춤을 추지 않아야’ 건강하게 살 수 있습니다. 저는 올 설에도 퍼져서 느물한 떡국을 먹을 것입니다. 복을 더 많이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것이 저에게 익숙하기도 하고 또 저다운 선택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내 방식대로 내 삶을 사는 것’의 작은 부분이라면 굶는 것도 아닌데, 좀 퍼진 떡국이면 어떻습니까. 또, 그래서 ‘철이 든 삶’이라는 이 지난한 화두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질 수 있다면 그것은 망외의 소득일 터이니 기쁨이 더하지 않겠습니까. jeshim@seoul.co.kr
  • [자치단체장 25시] 이해식 서울 강동구청장

    [자치단체장 25시] 이해식 서울 강동구청장

    깔끔하고 단정한 이미지에 중후한 목소리, 댄디한 스타일. 이해식 강동구청장은 자치단체장의 외모가 거론될 때마다 항상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인물이다. 가는 곳마다 “청장님 멋있어요”라며 환호하는 여성 주민들이 꼭 있다. 소위 ‘연예인 병’에 걸릴 법도 하지만 그의 반응은 항상 똑같다. 멋쩍게 웃으며 “감사합니다”라고 반듯하게 인사한다. 그는 겸손을 가장 큰 덕목으로 여긴다. 이 구청장은 4일 “기회가 많아질수록 초심을 잃기 쉬운데 ‘벼는 익을수록 고개 숙인다’는 말을 늘 잊지 않는다”면서 “그래서 평판이 나쁘지 않은 것 같다”고 웃었다. 사람을 대할 때뿐만 아니라 자신의 철학으로 설득할 때도 겸손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원칙이다. 교만을 멀리하는 그에게 올곧은 정치인의 미래를 기대하는 이유다. ●주민 생활에 밀접 문제 다루며 숨 쉬는 정치 배워 이 구청장은 1991년 10월 정치에 첫발을 들였다. 이부영 전 국회의원의 선거운동을 도우면서다. 이 전 의원의 비서로서 당선을 돕는 것이 최대 목표였다. 결혼해 아이가 생겼고, 아이의 아빠에겐 직업이 필요했다. 같이 일해 보자는 제의를 거절하기 어려웠다. 이 전 의원의 당선 뒤에도 곁에 남아 일을 도왔다. 정치판에 발을 들인 계기였다. 1995년 지방선거에서 출마를 권유받아 그는 기초의원에 당선됐다. 이 구청장은 “당시 비서 겸 구의원으로 일했는데, 주민의 대표가 됐다는 사실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본격적인 구청장 출마는 2004년 재·보궐 선거 때였다. 첫 출마에서 고배를 마시고 2008년 당선됐다. 구청장직에 출사표를 던질 때 아내는 만류했다. “꼭 해야겠어?” 아내의 걱정 어린 질문에 그는 “하고 싶어”라고 답했다. 굳은 결심에 아내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후 아내는 이 구청장 자신보다 더 적극적으로 선거를 도왔다. 이 구청장은 “여기까지 오는 동안 집사람이 가장 고생이 많았다”고 말하면서도 아내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묻자 그저 “앞으로도 함께 갑시다”라며 어색하게 웃었다. 지역의 일을 기초부터 차근차근 밟아 배운 탓에 ‘기본기가 튼튼하다’는 것이 그의 가장 큰 장점이다. 주민의 삶, 우리 생활에 밀접한 문제들을 다루며 그는 살아 있는 정치를 배웠다. 이 구청장 역시 청년 시절에는 학생운동에 주력했다. ‘사회를 바꾸겠다’며 거대 담론을 놓고 고민하고 싸웠다. 그러나 기초의원과 구청장으로 일하며, 진짜 사람들의 삶에 필요하고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보게 됐다고 한다. “결코 시시하지 않았고, 가치 있었다”고 확언한다. 이런 경험 때문일까. 이 구청장은 지방자치 문제에 특히 목소리를 높인다. 온화한 모습을 보이다가도 이 문제만큼은 분통을 터뜨리기도 한다. 그는 “우리나라 지방자치가 햇수로 20년이 넘었는데 발전은커녕 뒷걸음질 치고 있다”고 회의했다. 이 구청장은 현재 당내 ‘자치분권 민주지도자 회의’에서 상임대표를 맡고 있다. 자치분권회의의 가장 큰 목표는 ‘자치분권형 개헌’이다. 1987년 개정된 헌법 130개 조항 가운데 지방자치 관련 조항은 두 개뿐이다. 그나마도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를 두고 운영한다는 조항만 있고 구체적인 내용은 법령에 위임하고 있다. 달라진 시대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구청장은 “지방의 역량, 국민의 창의성과 다양성을 헌법에 담아야 한다”면서 “지방자치가 잘되면 정치·경제·사회 모든 측면에서 정부의 효율성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치? 임기 마치겠다고 주민과 약속했기에” 이 구청장은 올 4·13 총선의 주요한 출마자로 줄곧 거론됐다. 그러나 그는 구청장 임기를 완주하고 도중에 선거에 나가지 않겠다는 주민들과의 약속을 지켰다. 그가 스스로 가장 잘한 일로 꼽는 부분이다. 총선에 나갈지 묻는 주민들에게 “중도 사퇴는 없다”고 몇 번이고 설명하며 안심시켰다. 이유는 단순 명료했다. ‘약속을 했기 때문’이었다. 이 구청장은 “주민들이 그런 사실(약속을 지켰다는 점)을 모를 것 같은데도 다들 알고 있더라. ‘잘했다’고 어깨를 두드리며 웃어 주는 주민들을 만날 때마다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최연소 3선 구청장인 그는 2018년 6월 말에 임기를 마친다. 구청장에 네 번째로 도전하지 못하도록 법이 막고 있다. 공공서비스를 계속하고 싶다면 2년 뒤인 2020년에 국회의원에 출마하면 된다. 향후 총선 출마 계획은 없을까? “그런 생각이 왜 없겠어요.” 답변이 허심탄회하다. 하지만 그는 신중하고 현실적이다. 현실에 충실해야 기회가 온다는 것도 안다. “구청장직을 잘 마치고 주민들의 박수를 받는 것만이 목표”라고 꾸준히 답변하는 이유이다. 이 구청장은 정치에 대해 ‘모든 것을 거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정치라는 게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니 집착하면 안 된다”면서 “정치판에서 성공한 사람보다 실패한 사람을 더 많이 봤다. 자신과 가족의 삶은 물론 정신이 피폐해지는 경우가 많다”고 경계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도전해 볼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도 했다. 이 구청장은 자녀가 정치에 뛰어든다면 말릴 생각이 없다. 그는 “정치인들이 욕을 많이 먹긴 하지만 세상을 바꾸고 사회의 중요한 일들을 결정한다”면서 “젊은이들이 정치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참여해야 더 좋은 세상이 올 거라 생각한다”고 웃었다. ●지속가능한 강동, 지속가능한 정치 지향 그는 다방면에서 강동구 주민과 함께 주민 삶을 향상시켰다고 자부한다. 구의 새로운 타이틀이 된 ‘도시농업’, ‘건강도시’, ‘동물복지’ 등은 모두 주민들이 함께 이룬 성과들이다. 이 구청장은 새해 구정 목표를 ‘주마가편’(走馬加鞭)으로 압축했다. 그동안의 성과를 발판으로 내실을 다지고 완성도를 기하겠다는 생각이다. 구의 개청 이래 최대 역점 사업인 ‘고덕 상업업무 복합단지’를 올해 본격적으로 조성한다. 상반기까지 토지보상을 마치고 이케아 등 입주 기업에 토지를 제공할 예정이다. 친환경 도시농업은 더욱 확산시킨다는 계획이다. 서울 자치구 중 최대 규모의 텃밭을 보유한 점을 활용해 지역의 교육기관에 안전한 먹거리 제공이 이어지도록 할 방침이다. 또 암사동 유적을 정밀하게 발굴·조사하고 전시관 리모델링, 국제 수준의 학술대회를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주민들의 건강한 삶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건강도시협의회 의장으로서 동등한 건강권을 추구할 정책을 만들어 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회원 도시 간 합의로 ‘활동적인 생활환경 조성’에 대한 첫 공동정책을 선언하기도 했다. 아직 단체장들의 참여가 저조한 편이다. 이 구청장은 “단체장이 먼저 관심을 가져야 직원들도, 주민도 건강한 삶에 관심을 기울이게 될 것”이라면서 “올해는 ‘공동정책 어워드’ 등을 개최해 더 많은 단체장의 참여를 끌어내려 한다”고 말했다. 이 구청장은 ‘지속 가능성 정치’를 지향한다. 구의 슬로건인 ‘지속가능 행복도시 강동’도 이 같은 생각에서 비롯됐다. 그는 “후대의 삶은 우리보다 어려울지 모른다고들 한다. 하지만 앞으로 더 잘 살고 행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 주는 것, 그리고 그 발판을 깔아 주는 것이 지금 우리의 역할”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물려줄 유산이 많은 정치를 하고 싶습니다. 더 좋은 환경을, 더 좋은 여건을, 더 나은 미래를 물려줄 수 있도록 말이죠.”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 시·도 행정기관 명칭 ‘지방’ 삭제 추진

    시·도 행정기관 명칭 ‘지방’ 삭제 추진

    ‘중앙’ 하위개념 부정 인식 강해… 첫 韓·中 지사·성장회의 인천서 전국 시장과 도지사들이 특별행정기관 명칭에서 ‘지방’ 이름을 빼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서울지방경찰청은 서울경찰청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국시도지사협의회(회장 유정복 인천시장)는 2일 서울 종로구 나인트리컨벤션에서 제34차 총회를 열고 지방분권을 위한 제20대 국회 총선 공약 요구 사항을 결정했다. 시·도지사들은 ‘지방’의 개념을 ‘중앙’의 하위 개념으로 사용하고 있어 지방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하는 실태를 지적했다. 이어 현행 특별지방행정기관에 사용하는 지방 명칭을 삭제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또 제1회 한·중 지사-성장회의 개최와 지방자치회관 설립 문제를 논의했다. 오는 5월 31일부터 6월 2일까지 한국 시·도지사와 중국 성장 간 우호 증진을 목적으로 제1회 한·중 지사-성장회의가 인천에서 열릴 예정이다. 아울러 지방자치의 상징적인 대표 공간으로 서울시와 세종시에 지방자치회관을 설립해 서울과 세종에 각각 운영 중인 시·도 사무소의 공동 입주를 추진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협의회는 총선 공약 요구 사항으로 자치제도 개편 6개 과제, 지방재정확충 4개 과제, 자치단체 국정참여 강화 3개 과제, 지방분권 개헌 등 4대 분야 14개 과제를 대상으로 개별 시·도 의견을 수렴해 양당에 건의하기로 했다. 국회에 장기간 계류 중인 9개 지방자치 관련 법률안의 조속한 처리도 요구했다.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 [균형발전·혁신도시 대해부(끝)] ‘국가균형발전 선언 12주년’ 심포지엄

    [균형발전·혁신도시 대해부(끝)] ‘국가균형발전 선언 12주년’ 심포지엄

    29일 참여정부 국가 균형발전 정책의 상징인 세종시에서 한국미래발전연구원 주최로 ‘골고루 잘 사는 대한민국!’을 주제로 기념식과 심포지엄이 열렸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전에서 ‘지방화와 균형발전시대 선포식’을 열면서 뿌린 씨앗을 키우는 지방정부의 수장들이 참석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고민했다. 박근혜 정부의 수도권 규제 완화를 통한 경제발전 전략이 근시안적이라고 비판하면서 균형발전을 기회의 공정성으로 확대해 진정한 지방분권 시대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이날 국가균형발전 선언 12주년 기념식 참석자들은 보수정부의 수도권 집중화 정책은 당장 중국에 따라 잡힐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해찬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진통이 있었지만 계획된 공공기관의 약 90%가 이전하는 등 혁신도시가 기틀을 잡았다”며 “여기서 머물지 않고 국가균형발전을 가속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가 수도권으로 역류하는 것을 막기 위한 규제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54개 공공기관 가운데 136개가 전국 10개 혁신도시로 이전을 마쳤고, 세종시는 인구 22만명의 행정중심 복합도시(행복도시)로 우뚝 섰다. 이민원 전 국토균형발전위원장은 “12년 전 처음 균형발전을 선언하고 행정수도와 혁신도시를 건설하자고 주장할 때만 해도 지금 같은 위용으로 혁신도시가 꾸려질 것이라 상상할 수 없었다”며 “혁신도시 건설이 예상보다 3년쯤 늦었지만,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6·25전쟁 이후 처음으로 2011년부터 수도권 인구가 줄었다”며 균형발전 정책의 성과를 평가했다. 비수도권의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 증가율도 수도권을 앞질렀고, 지난해 공시지가 상승률은 혁신도시가 조성된 나주시가 1위, 세종시가 2위였다고 설명했다. 균형발전의 성과와 과제를 토론하는 장에는 박원순 서울시장, 이춘희 세종시장, 안희정 충남도지사,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참여했다. 안희정 지사는 “국토 균형발전의 핵심은 땅과 부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기회의 균등성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참여정부의 균형발전 정책은 혁신도시 건설로 이미 효용의 한계에 다다랐다고 진단했다.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기관과 사람을 내려보내는 것은 제조업의 한계 때문에 과거의 의제가 됐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제조업의 성장 동력이 말라버려서 지방의 땅값과 임금이 싸다고 내려보내도 중국과 경쟁이 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균형발전의 핵심 가치는 공정한 기회”라고 밝혔다. 박정희 시대부터 노무현 정부까지 산업화를 통한 국토 균형발전은 마무리됐고, 혁신도시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공정한 경제적 기회를 약속하는 균형발전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고 말했다. 균형발전을 위해 넘어서야 할 과제가 된 수도 서울의 수장 박원순 시장은 “시장이 바뀌었으니 서울을 너무 미워하지 마라”며 농담으로 말문을 열었다. 박 시장은 “서울의 재정자립도가 보수정부 들어 90%에서 80%로 떨어졌는데 지방분권이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열악한 서울시의 사정을 소개했다. 한국전쟁 이후 건설된 많은 사회적 기반시설이 노후화됐다며 하수관거와 지하철을 대표적인 예로 들었다. 50년 이상 되어 교체해야 할 하수관거가 서울 전체의 30%나 되지만, 중앙정부로부터 받을 수 있는 예산은 없다며 한숨 지었다. 이어 일본의 도쿄도는 중앙정부로부터 매년 5000억원을 하수관거 교체 예산으로 받는다고 덧붙였다. 박 시장은 “서울시도 지방 정부”라며 조직권이 없어 국장 한 명을 추가로 임명하려 해도 행정자치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서울시조차도 지방 분권을 보장받지 못한다며 “혁신도시로 균형발전의 큰 외과적 수술을 했다면 이젠 지방분권의 속살을 채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시도지사회의를 양원제도로 운영하는 독일의 상원 의회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문순 지사는 “감자는 싹을 잘라서 심으면 어떤 방향으로든 전부 열매를 맺는 분권이 이뤄졌기 때문에 글로벌한 작물이 됐다. 혁신도시 덕분에 강원도 인구가 매년 조금씩 늘고 있다”면서 강원도를 상징하는 감자에 빗대 혁신도시의 성과를 알렸다. 최 지사는 참여정부의 국토 균형발전 정책 이후 더는 지방분권 정책이 나오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춘희 시장은 “참여정부가 가장 잘한 일로 국가 균형발전을 많이 꼽는다. 이미 1960년대 ‘서울은 만원’이란 이야기가 나왔고, 국토 균형발전 시도는 있었지만 참여정부의 정책만큼 지속성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 시장은 “지방정부가 활력을 발휘할 기회가 없으면 대한민국이 어렵다. 지방분권 개헌을 통해 국민이 주인 되는 진정한 지방분권이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종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올랑드 난민 정책에 반기든 죄

    올랑드 난민 정책에 반기든 죄

    크리스티안 토비라 프랑스 법무장관이 이중국적 테러범의 프랑스 국적 박탈을 추진하는 법안을 놓고 대통령 등 지도층과 갈등을 빚어오다 27일(현지시간) 끝내 사임했다. 흑인 여성으로 2013년 동성결혼법을 관철시킨 좌파인 토비라 전 장관은 트위터에 “어떤 때는 저항하기 위해 남아야 하고, 어떤 때는 저항하기 위해 떠나야 한다”는 짧은 글을 남겼다. 그동안 우파와 가톨릭 등 보수파의 반대를 무릅쓰고 소수자 인권 보호에 앞장서 온 토비라 전 장관의 퇴장은 프랑스 사회에 만연한 반난민 정서를 대변한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프랑스는 지난해 11월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의 테러로 130명이 사망하면서 관용 노선에서 일탈해 왔다. AP 등 외신들은 이날 엘리제궁(대통령궁)의 성명을 인용, 토비라 전 장관의 사표가 수리됐다고 보도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사표 제출과 함께 이를 처리했다. 토비라 전 장관은 올랑드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IS의 파리 테러 이후 추진해온 테러범에 대한 국적 박탈 시도를 완강하게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마뉘엘 발스 총리와도 알력을 빚어왔다. 프랑스 정치권은 파리 테러 이후 테러범 국적 박탈안을 놓고 양분돼 왔다. 이는 헌법의 일부 개정이 요구될 만큼 중대한 사안이었고, 하원은 조만간 토의를 시작할 예정이다. 보수파와 극우파는 전폭적으로 새 개헌안을 지지하고 있다. 새 개헌안은 프랑스 국민이 테러로 법원의 유죄 판결을 받으면 이중 국적자에 한해 프랑스 국적을 박탈하도록 했다. 여론 조사 결과, 국민의 80~85%가 찬성할 만큼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토비라 장관을 비롯한 사회당 내 반대파는 이 법안이 집권 세력이 반대 세력을 손쉽게 제거하는 데 악용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또 이민자를 겨냥한 조치로 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프랑스 단일 국적만 있으면 영향을 받지 않지만 알제리, 모로코 등 이중 국적을 지닌 북아프리카계 이민자들은 프랑스 국적을 박탈당하게 된다. 프랑스에는 이 같은 복수 국적자가 350만명에 이른다. 토비라 전 장관은 올랑드 정부가 출범한 2012년 5월부터 3년 반 넘게 법무장관으로 재임해 왔다. 국민전선(FN) 등 극우파는 한때 프랑스령 기아나 출신인 그를 원숭이와 비교하며 인종 차별을 자행하기도 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아베 총리, 헌법개정과 참의원 선거 연계 공식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헌법 개정을 올 여름 치러질 참의원 선거 공약과 연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27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이날 중의원 본회의에서 개헌에 대해 “자민당은 이를 ‘당시’(黨是)로 계속 주장해 왔다”면서 “올 7월쯤 치러질 참의원 선거의 공약으로 명시하고 국민의 뜻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반대가 많은 헌법 9조 개정을 추진하기에 앞서 굳게 닫힌 개헌의 ‘문’을 열 화두로 주목받는 ‘긴급사태 조항’ 신설에 대해서는 “대단히 중요하고 절실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구체적인 개헌 항목에 대해선 “국회와 국민적 논의가 심화되는 가운데 하나씩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집권 자민당이 구상하는 긴급사태 조항 신설은 재해시 총리 권한을 강화하고 국민의 일부 기본권에 제약을 가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재해와 중의원 선거가 겹칠때 중의원 의원 임기를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된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김종인, 국보위 전력 공개 사과 “광주 분들께 굉장히 죄송”

    김종인, 국보위 전력 공개 사과 “광주 분들께 굉장히 죄송”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7일 과거 국보위(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참여했던 전력에 대해 “광주 분들께 굉장히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지난 22일만 하더라도 김 위원장은 “지금까지 국보위 뿐 아니라 어떤 결정을 해 참여한 일에 대해 스스로 후회한 적 없다”고 말했지만, 더민주의 전통적 텃밭인 호남 정서를 감안해 이같은 공개사과를 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중앙위에서 비대위원장으로 추대된 직후 기자간담회를 갖고 국보위 전력에 대한 자신의 언급을 거론하며 “그 때 간단히 말씀을 해서 상당한 오해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국보위가 성립된 과정에서 나타난 제반 상황에 대해서는 저 자신도 철저하게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 확고하다”고 밝혔다. 이어 “민주주의 국가에서 급작스럽게 그와 같은 일을 발생시켜서 많은 인명피해 를 낸 사실에 대해 절대로 있어서는 안될 일이 일어난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저의 전문성 때문에 국보위에 참여하게 됐던건데, 당시 광주 상황을 경험한 분들은 굉장히 부정적인 것이라고 생각하신다”고 덧붙였다.김 위원장은 그러면서 “때문에 제가 국보위에 참여했던 전력이 광주 여러분들에게 참 정서적인 문제를 야기시켜 ‘잘못된 것을 왜 잘못됐다고 고백하지 않느냐’고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광주 분들께 굉장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의 뜻을 밝혔다.그는 또 “5·18 민주화운동이 일어나면서 대한민국이 87년 개헌을 하고 민주주의 국가로 탈바꿈하는 과정이었다”며 “그 정신을 받들어 더 많은 민주주의를 실현하는데 최선을 다해서 그에 보답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친박계 좌장 최경환 오늘 반기문과 회동

    박근혜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스위스에서 열리는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새누리당 최경환 의원이 21일(현지시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비공식 만남을 가질 예정이어서 관심이 쏠린다. 친박(친박근혜)계 일각에서 ‘반기문 대망론’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두 사람 간의 만남 자체만으로도 갖가지 정치적인 해석이 나오고 있다. 최 의원은 20~21일(현지시간) 이틀간 포럼에서 한국의 창조경제와 구조개혁 정책 등을 소개한다. 최 의원의 일정 가운데 가장 관심을 끄는 부분은 반 총장과의 비공식 만남이다. 최 의원 측은 “21일 본행사를 마치고 비공식 일정으로 반 총장과 만남이 이뤄질 것 같다”면서 “최 의원과 함께 동행한 유재중 의원도 참석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앞서 최 의원은 지난 19일 인천공항 출국장에서 언론 인터뷰를 통해 “한국인 유엔 사무총장이고 하니까 만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친박계에서 ‘반기문 대망론’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친박계의 실질적 좌장인 최 의원과 반 총장이 비공식 회동을 가진다는 점 자체가 화제가 되고 있다. 당내에는 최 의원이 차기 당권에 도전할 것이라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나온다. 지난해 친박계 일각에서 ‘반기문 대통령-친박 총리’ 그림의 이원집정부제 개헌론이 불거졌던 것을 감안하면 두 사람 간에 국내 정치에 대한 얘기가 오고 갈지도 주목된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전두환 정권 참여 김종인 다른 대통령 평가해보라”

    “전두환 정권 참여 김종인 다른 대통령 평가해보라”

    한상진(왼쪽) 국민의당 창당준비위원장의 ‘이승만 국부’ 발언을 놓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18일 논쟁 2라운드에 들어갔다. 전날 한 위원장과 김종인(오른쪽) 더민주 선거대책위원장은 “대한민국을 세운 공적에 유의해 국부에 준하는 명칭을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3선 개헌으로 민주주의를 파괴한 사람이다. 국부로 볼 수 없다”며 공방을 벌인 바 있다. 한 위원장은 이날 확대 기획조정회의에서 “가장 많은 정권에 참여한 기록을 갖고 있는 김 위원장이 이 전 대통령 ‘국부’ 발언을 비판했다”며 “전두환 정권의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국보위)에 참여했던 인사로서 다른 대통령에 대한 평가도 해주시길 요청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과거 전력을 언급하며 직격탄을 날린 셈이다. 이어 그는 “과거 통념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한 입장”이라고 재반박하며 “더이상 단절과 반목의 역사를 반복해선 안 된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합리적 토론을 할 때가 됐다”고 제안했다. 이날 자신을 4·19 유공자라고 밝힌 한 할아버지가 당사를 방문, 한 위원장의 사과를 요구해 한때 소란을 빚기도 했다. 정청래 더민주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박근혜 정권에서 추진하고 있는 국정교과서의 최종 목표가 1948년을 건국절로 하고 항일독립 역사와 친일의 역사를 지우겠다는 것”이라며 “어찌 이러한 박근혜 대통령의 최종목표, 복심과 똑같은 말을 야당을 자처하는 국민의당에서 할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한 위원장을 ‘진부한 뉴라이트 학자’로 규정하고 “국민의당은 대한민국 건국절이 상해 임시정부의 법통이라고 보는지 아니면 박 대통령과 뉴라이트가 주장하는 1948년 8월 15일 건국일에 있다고 보는지 공식 입장을 표명해달라”고 날을 세웠다. 한편 이날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외부영입 인사를 공개했다. 더민주는 김민영 전 참여연대 사무처장과 오성규 전 서울시 시설관리공단 이사장을 영입했다고 밝혔다. 더민주는 이른바 ‘박원순맨’을 영입했다고 소개했지만, 김 전 사무처장의 경우 2012년 대선에서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은 바 있어 사실상 ‘친문’(친문재인) 인사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김 전 처장은 2011년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의 대외협력위원장을, 오 전 이사장은 기획조정실장을 맡았다. 국민의당도 광주지법 송기석 전 부장판사를 영입했다고 밝혀 주춤하던 외부인사 영입 움직임을 재개했다. 전남 고흥 출신의 송 부장판사는 광주고법과 광주지법 목포·가정지원, 순천지원 부장판사 등을 역임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글로벌 인사이트] 하시모토 잡아라

    [글로벌 인사이트] 하시모토 잡아라

    집권 자민당과 연립여당 공명당은 하원 격인 중의원에서 각각 292석, 35석의 의석으로 개헌안 발의 요건인 3분의2 이상 의석을 보유하고 있다. 참의원 선거에서 3분의2 의석을 확보하게 되면 헌법개정을 위한 발의에 걸릴 것이 없게 된다. 올해 참의원선거에서는 전체 재적 의석 242석의 절반인 121석만을 새로 뽑는다. 참의원 재적의 3분의2 의석인 162석을 확보하려면 자민·공명 양당은 이번 선거에서 86석을 확보해야 한다. 이번 선거 대상이 아닌 참의원 의석 중 자민은 65석, 공명은 11석 등으로 76석을 확보하고 있는 상황이다. 선거 대상인 121석 가운데 86석을 얻기란 만만치 않다. 이 때문에 아베 정권은 하시모토 도루의 오사카유신회 등과 연대를 시도하고 있다. 이 경우 참의원 3분의2 달성도 불가능하지 않다. 아베 신조 총리는 최근 석간 후지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12월 19일 하시모토와의 양자 회동에 대해 “헌법 제정이 70년 가까이 됐고, 시대에 맞게 개정을 하는 것은 우리의 책임’이라는 인식을 같이했다”고 ‘개헌 연대’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아베 총리는 “세상이 (하시모토를) 내버려 두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시장직을 끝냈지만 정치에 강한 관심과 사명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를 향해 연신 러브콜을 발신하고 있다. 하시모토가 올여름 참의원 선거 전후로 정계에 복귀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돈다. 올 참의원 선거는 6월 말에서 7월 말 사이에 치러지게 되는데, 7월 선거가 가장 유력하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글로벌 인사이트] 아베, 연초부터 개헌 야심… 日정계 벌써 ‘3분의2 의석’ 공방

    [글로벌 인사이트] 아베, 연초부터 개헌 야심… 日정계 벌써 ‘3분의2 의석’ 공방

    일본 정계가 올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벌써부터 물밑에서 요동치고 있다. 새해 초부터 “헌법(9조 평화헌법 추정) 개정안 발의를 위해 참의원의 3분의2 이상을 확보하겠다”고 선언한 아베 신조 정권과 이를 저지하겠다는 민주당, 공산당, 유신당 등 주요 야당 간의 합종연횡 모색과 기선 잡기 공방전이 뜨겁다. 불은 아베 총리가 질렀다. 지난 4일 새해 첫 기자회견에서 아베는 “참의원 선거에서 헌법 개정(필요성)에 대해 호소할 것”이며 “국민적인 논의를 깊이 있게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헌법 개정을 쟁점화시키면서 참의원 선거를 전면에 내세웠다. 연말·연초 연휴를 보내고 첫 출근한 일본 국민을 깜짝 놀라게 했고, 연휴의 나른함 속에서 아직 덜 깨어나 있던 나가다초(일본 국회·정계)는 벌집을 쑤신 듯 발칵 뒤집혔다. 헌법 개정을 쟁점화하지 않고 조용하게 선거를 치를 것이란 전망을 뒤집는 기습적인 발언이었다. 국회 재적의 3분의2를 확보해 여야 합의가 아닌 수적 우위로 개헌 정국을 돌파해 나가겠다는 의지도 숨기지 않았다. “자민당과 연립여당인 공명당으로 필요 의석을 확보하겠다”며 아베는 기존 정당 관계까지 흔들어대며 합종연횡을 시도하고 있다. 아베는 하시모토 도루 전 오사카 시장과 그가 창업한 오사카유신회에 눈을 맞췄다. 하시모토는 지난해 12월 시장 임기 종료와 함께 정계 은퇴를 선언했지만 의원 20명을 확보하고 있는 지역정당인 오사카유신회를 통해 오사카지역에 막강한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지난 10일 NHK 일요토론에 나와 연립여당만으로는 헌법 개정을 위한 3분의2선 확보가 어렵다는 사실을 적시한 뒤 “오사카유신회 등 개헌에 긍정적인 당도 있다. 자민·공명당뿐 아니라 책임감이 강한 사람들과 ‘3분의2’ 의석을 구성하고 싶다”고 말했다. 민주당, 유신당, 공산당 등은 아베의 독단이라며 반발하면서 이를 저지하기 위한 결전 의지를 밝혔다. 이들 정당은 “표를 놓고 야당끼리 다투다 여당 후보의 당선을 도울 수 있다”면서 야당 단일 후보 배출을 위한 접촉과 협상을 확대하고 있다. 국회의원 131명을 보유한 제1야당인 민주당은 선거 공조 강화를 위해 공산당과의 협력에 속도를 높이면서 특정 선거구 등을 둘러싼 조정과 타협을 시도하고 있다. 민주당은 아베 정권의 독주를 저지하고자 국회의원 26명을 보유한 제3야당인 유신당과 일찌감치 중의원에서 원내교섭단체인 회파(會派)를 구성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말 오사카유신회와 결별한 유신당의 흡수 통합을 염두에 두고 공조를 강화해 나가고 있다. 민주당과 유신당은 지난해 9월 국회에서 강행 통과된 집단 자위권 용인을 골자로 한 안보 관련법에서 위헌 소지가 있는 내용에 대해서 전면 백지화하고, 국회의원 수를 줄여 나가겠다는 등의 정책에서 보조를 맞추고 있다. 그러나 유신당은 참의원의 경우 소수 정당인 ‘일본을 건강하게 하는 모임’과 함께 ‘유신·건강 모임’이라는 명칭으로 지난 7일 단일 회파를 운영하기로 하는 등 선거를 겨냥한 양다리 전략을 구사하면서 생존을 위한 저울질을 하고 있다. 정당 간 합종연횡 속에서 아베 총리는 중의원 해산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중의원을 해산해 중·참의원 동시선거를 실시할 가능성에 대해 아베는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그러나 “딴전을 부리다 막판에 기습 해산을 실시할 가능성은 여전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참의원 선거가 벌써부터 정계를 뒤흔들고 있는 것은 이번 선거가 헌법 개정의 결과를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베 정권의 장기 집권 여부도 이번 선거의 결과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이번 선거는 ‘전후 70년의 일본을 가를 분수령’이라 불릴 만큼 향후 파장과 영향이 큰 선거가 될 전망이다. 헌법 개정과 장기 집권을 시도하는 아베 정권에는 넘어서야 할 주요 관문이며, 반대로 민주당, 공산당 등에는 저지해야 할 최전선이다. 민주당의 호소노 고시 정무조사회장은 “헌법 개정을 3분의2 의석으로 억지로 관철하려 한다면 철저히 싸울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고, 야마시타 요시키 공산당 서기국장도 “헌법 위반인 ‘전쟁법’(안보법)을 강행한 자민·공명 양당에 국민의 심판을 내려 참의원에서 소수파로 만들기 위해 분투할 것“이라며 결의를 다졌다. 아베 총리는 지난 11일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야마구치현 시모노세키시에서 열린 후원회 행사에 참석해 “총리로서, 주저함 없이 할 일은 제대로 결단할 것”이며 “그것을 위해 공고한 정치적 기반이 필요한 만큼 참의원 선거에서 질 수 없다”며 의지를 불태웠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與 ‘선진화법 개정’ 강행 처리 나섰다

    새누리당이 ‘국회선진화법’으로 불리는 현행 국회법을 개정하기 위해 운영위원회를 단독 소집, 국회법 87조를 이용해 상임위와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바로 본회의에 올리기 위한 절차에 착수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런 절차가 무효라며 즉각 반발했다. 18일 새누리당은 운영위에서 국회법 개정안을 상정한 직후 본회의에 부의하지 않기로 의결하는 ‘부결’ 절차를 밟았다. 이런 조치는 국회법 87조를 이용해 국회법 개정안을 본회의에 올리려는 의도다. 87조는 ‘본회의에 부치지 않기로 한 법안에 대해 7일 이내에 의원 30인 이상의 요구가 있을 때에는 그 법안을 본회의에 부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날 상정된 국회법 개정안은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이 지난 11일 대표발의한 것으로 국회의장의 심사기간 지정(직권상정) 요건에 ‘재적의원 과반수가 본회의 부의를 요구하는 경우’를 추가한 법안이다. 이에 대해 더민주는 강력히 반발하며 이날 오후 예정돼 있던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지도부의 회동에 참석을 거부했다.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는 기자회견을 열고 “새누리당 단독의 운영위 의결은 적법절차를 전면적으로 부정한 위법행위”라면서 “법 통과를 위해 법을 부결시킨 극단적인 꼼수이자 향후 국회절차를 모두 부정한 의회 파괴 행위”라고 말했다. 이 수석부대표는 “의원 연서도 교섭단체 간 협의도 없었던 오늘 의사일정은 국회법 제77조에 어긋난다”면서 “이 법 58조 1항에 따라 제대로 된 논의과정을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부결 처리해 3선 개헌을 하듯 날치기를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새누리당 조원진 수석부대표도 더민주의 기자회견 직후 대응 회견을 열었다. 조 수석부대표는 “오늘 절차는 위원회에서의 동의는 1인 이상의 찬성으로 의제가 될 수 있다는 국회법 71조 준용규정을 적용하는 등 모든 것을 국회법에 따라 처리했다”면서 “야당이 국회선진화법을 악용해 왔듯 이번에도 회의에 참석을 안 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의화 국회의장은 “(여당의 자동부의 시도에 관해) 의장의 견해는 밝힐 수 없다. 그러나 마음속으로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의장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고 법의 과정에 따라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박근혜 대통령 기자회견] 반기문 총장 어떤가 묻자… “그건 국민께 물어봐라”

    [박근혜 대통령 기자회견] 반기문 총장 어떤가 묻자… “그건 국민께 물어봐라”

    [박근혜 대통령 기자회견] 반기문 총장 어떤가 묻자… “그건 국민께 물어봐라”박근혜 대통령 기자회견 박근혜 대통령은 13일 신년 대국민담회 및 기자회견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반 총장이 임기를 마치고 대선에 뛰어들 것이라는 설이 있다. 반 총장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말해달라”는 질문을 받자 “국제사회에서 여러 나라 지도자를 만나도 반 총장이 성실하게 유엔 사무총장직을 수행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왜 지지율이 높게 나오는지 저는 모르고, 그것은 국민께 여론조사를 해서 ‘왜 찬성하십니까’ 물어봐야 그게 제일 정확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직접 반 총장에 대한 구체적인 평가 내용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우회적으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점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친박계 일부에서는 외치에 반 총장, 내치에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염두에 두고 ‘이원집정부제’로 개헌을 하자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박근혜 대통령, 기자회견서 반기문 총장 어떠냐 묻자 반응이?

    박근혜 대통령, 기자회견서 반기문 총장 어떠냐 묻자 반응이?

    박근혜 대통령, 기자회견서 반기문 총장 어떠냐 묻자 반응이? 박근혜 대통령 기자회견 박근혜 대통령은 13일 신년 대국민담회 및 기자회견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반 총장이 임기를 마치고 대선에 뛰어들 것이라는 설이 있다. 반 총장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말해달라”는 질문을 받자 “국제사회에서 여러 나라 지도자를 만나도 반 총장이 성실하게 유엔 사무총장직을 수행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왜 지지율이 높게 나오는지 저는 모르고, 그것은 국민께 여론조사를 해서 ‘왜 찬성하십니까’ 물어봐야 그게 제일 정확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직접 반 총장에 대한 구체적인 평가 내용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우회적으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점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친박계 일부에서는 외치에 반 총장, 내치에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염두에 두고 ‘이원집정부제’로 개헌을 하자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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