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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 참여 ‘상향식 개헌’ 추진… 개헌특위 예산 51억 책정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개헌특위)가 국민이 참여하는 ‘상향식 개헌’을 추진하기 위한 대국민 홍보·토론회 예산으로 51억 8000만원이 책정됐다. 정부는 16일 오전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서울-세종청사 간 영상 국무회의를 열어 개헌특위의 소요 경비를 2017년도 일반회계 일반예비비에서 지출하는 안건 등을 심의, 의결했다. 개헌특위의 활동 시한이 올 연말까지 6개월 연장됐고, 국민 토론회와 여론조사 등을 추진하기 위해 추가로 예산이 편성됐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개헌특위의 올해 상반기 운영경비 예산은 8억 4000만원이었다. 개헌특위는 이달 말부터 한 달 동안 부산·광주·대전·대구 등에서 지역 주민의 개헌 관련 의견과 현안을 청취하는 대국민 토론을 11차례 진행할 예정이다. 아울러 성별과 세대, 지역, 정치성향을 감안해 다양한 국민을 초청, 개헌에 대한 의견을 듣는 대국민 원탁토론회를 여는 한편 대국민 여론조사를 실시해 개헌 공감대와 국민의식을 확인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정세균 국회의장은 지난달 제헌절 경축사를 통해 “개헌특위 활동이 끝나는 연말까지 국회가 여야 합의로 헌법개정안을 도출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내년 3월 중 헌법개정안을 발의하고 5월 국회의결을 거쳐 6월 지방선거와 함께 국민투표를 진행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힌 바 있다.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4차 산업혁명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하는 근거 규정도 의결됐다.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 전략을 종합적으로 논의하고, 각 부처의 실행계획과 추진 성과를 점검하는 역할을 맡는다.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포함해 32명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정부는 올해 말까지 위원회를 통해 4차 산업혁명 대응 범부처 종합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아울러 이날 국무회의에서 저작권 시행령 개정안이 의결됨에 따라 내년 하반기부터는 커피숍이나 호프집, 헬스장 등에서 음악을 틀면 음악 창작자나 가수, 연주자에게 저작권료를 줘야 한다. 최저 월정액 4000원으로 책정하되 면적과 업종에 따라 차등 적용된다. 세종 박찬구 선임기자 ckpark@seoul.co.kr
  • 오늘 文대통령 ‘100일 회견’…‘각본 없는 생중계’ 북핵·부동산 등 국정 방향 밝힐 듯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취임 100일을 맞아 ‘각본 없는 생중계’ 방식으로 기자회견을 한다. ●자유로운 질의응답… 소통 부각 취임 100일 기념 기자회견은 청와대 영빈관에서 이날 오전 11시부터 TV로 생중계된다. 청와대를 출입하는 내·외신 언론사 기자 300여명이 참석한다. 사전에 질문과 질문자를 정하지 않고 문 대통령과 취재진이 자유롭게 질의응답하는 형식으로 진행하면서 ‘소통하는 대통령’의 모습을 부각할 계획이다. 이전 정권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문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북한 핵·미사일 도발에 따른 한반도 위기 해결 방안을 비롯한 외교·안보 현안과 8·2 부동산 대책,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골자로 한 ‘문재인 케어’, 초고소득 증세, 탈원전 정책 등 경제·사회 분야, 내년 개헌 방향 등 전 분야에서 국정운영 방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인사 발표와 미국 방문 때 전용기 내에서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는 등 모두 4차례 기자들 앞에 섰지만 공식 기자회견을 하는 건 처음이다. ●朴 전 대통령만 100일 회견 안 해 역대 대통령은 취임 100일을 맞아 소회 등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해 왔다.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은 모두 취임 100일쯤 기자회견을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미국산 소고기 수입 파동으로 취임 116일이던 2008년 6월 19일 특별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하지 않은 유일한 대통령이었다. 당시 청와대는 박 전 대통령이 정치적인 이벤트를 선호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기자회견을 열지 않았다. 청와대 안뜰인 녹지원에서 출입기자단과 오찬 간담회로 대신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쌀값 폭락 적극 대응… 올 15만원·내년 18만원까지 올릴 것”

    “쌀값 폭락 적극 대응… 올 15만원·내년 18만원까지 올릴 것”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14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서울신문 사옥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올해 쌀값 지지선을 지금보다 2만원 이상 높은 15만원 선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이 진행되면 우리 쪽에 불리한 미국산 소고기 수입 관세율 조정 등 농산물 수입 조건을 적극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한·미 FTA의 구체적인 재협상 카드를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 다음은 일문일답.→쌀 목표가격이 80㎏당 18만 8000원인데, 실제 가격은 12만 6000원이다. 대책은 있나. -쌀 관련 예산이 농식품부 전체 예산(14조 3000억원)의 39%를 차지한다. 이를 개선하지 않고는 지속 가능한 농업 발전이 불가능하다. 내가 아니라 다른 누가 장관이 되더라도 마찬가지다. 올해 쌀값(80㎏당)을 15만원대까지 높여야 한다. 소비를 늘리는 것은 한계가 있다. 결국 공급과잉 문제를 풀어야 한다. 단기적으로 햅쌀이 시장에 너무 많이 풀리지 않도록 하겠다. 내년에는 쌀값을 17만~18만원대까지 올릴 계획이다. 생산 조정제를 통해 내년에 벼 재배면적 5만㏊를 줄일 계획이다. 2019년에는 최대 10만㏊의 논을 줄이는 게 목표다. 쌀 목표가격 역시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좀더 인상된 가격안을 만들어 내년 초 국회에 제출하겠다. →최근 대북 쌀 지원은 시기상조라고 언급했다. 지원을 위한 전제조건은. -쌀 지원은 그 규모가 워낙 커 통상적인 인도적 지원 범위를 넘어선다. 긴장 관계가 지속되고,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압력이 높은 상황에서 쌀 지원은 어렵다. 다만 북한과 미국이 강대강으로 치닫는 상황이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북한에도, 미국에도 전쟁은 불가능에 가까운 선택이다. 만약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를 경제 이슈와 분리할 수 있을 정도로 남북 관계가 개선되고, 유엔의 대북 제재가 풀리면 쌀 지원 문제를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한·미 FTA 개정 협상을 앞두고 농축산 분야가 논의 테이블에 오를 수 있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무역적자를 개정 협상의 이유로 내세운다. 우리 입장에서 보면 농업 분야에서 연간 7조원의 적자가 발생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논리대로라면 (우리도) 충분히 개선 요구를 할 수 있다. 지난 국무회의 때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만나 얘기를 나눴다. 농업계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개정 협상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농업계 요구를 협상팀에 적극적으로 전달하겠다. →구체적인 협상 카드는. -예를 들어 소고기 문제의 경우 미국 소고기협회도 미 정부에 협상 내용을 건드리지 말라고 했다. 우리에게는 불리하다는 뜻이다. 애초 FTA 협상안에 따르면 미국산 소고기 수입 관세율을 2026년까지 0%로 내리기로 했다. 미국이 중도 탈퇴하긴 했지만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에서 일본은 소고기 관세율을 최종 9%로 낮췄다. 이를 잘 활용해야 한다. 또 추가 관세를 물릴 수 있는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발동 기준도 지나치게 높다. 올해 기준으로 미국산 소고기 수입량이 30만t이 넘어야 세이프가드를 발동할 수 있는데 지난해 전체 수입량이 16만 9000t이었다. 사실상 발동이 불가능한 수준이다. 기준을 낮춰야 한다. →추석 전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개정 의지를 거듭 밝혔는데 관계부처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나. -이달 초 박은정 국민권익위원장을 비공개 면담했다. 농업계의 어려움을 충분히 설명하고 김영란법 금품 허용 기준인 ‘3만원(식사)·5만원(선물)·10만원(경조사비)’을 현실화하는 방안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박 위원장도 개정 시기를 언급하진 않았지만 공감하는 부분이 있었다. 농축산 분야 타격이 정말 크다. 최저임금 인상도 적용 시기는 내년이지만 당장 농가에 현실적인 부담이 되고 있다. 가능하면 추석 전에 ‘원 포인트’로 시행령을 개정해 농민 부담을 덜어 줘야 한다. 식사비도 5만원으로 올리고 싶은데 3만원이면 충분하다는 반론도 많다. 개정 전에 충분한 검토를 통해 합의가 이뤄지도록 하겠다. →청와대가 모든 정책을 주도하고 있어 정작 국무총리나 장관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과 충분히 소통해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국무회의 역시 자유롭게 토론하는 분위기다. 지난주 국무회의에서도 버스 운전기사의 졸음운전을 막기 위해 자동정차 제어 시스템을 도입하는 문제를 놓고 여러 장관이 다양한 의견을 냈다. 또 대통령은 국무회의 10~20분 전에 먼저 오셔서 장관들과 자연스럽게 대화하고 회의가 끝난 후에도 접근을 불허하고 휭 떠나는 게 아니라 대화할 기회를 갖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개헌이 화두다. 시대에 맞지 않는 농업 관련 조문은 없나. -헌법 121조에는 ‘농사지을 땅은 농민만 소유해야 한다’는 뜻의 경자유전 원칙과 소작제도 금지 조항이 있다. 개헌이 되더라도 경자유전 원칙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다만 소작은 과거 시대 표현이다. 지금도 땅을 빌려 농사를 짓는 임대농이 있지만 과거의 소작농과는 다른 개념이다. 개헌이 된다면 농업의 공익적 기능을 강화하는 내용을 추가해야 한다. 이에 맞춰 농업의 방향도 바뀌어야 한다. →농림 분야에서 청산해야 할 적폐를 꼽는다면. -정권 차원에서 다룰 만한 농업 분야 적폐는 없는 것 같다(웃음). 다만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한국마사회가 연루돼 논란이 있기는 하다. 무엇보다 농정 개혁 자체에 대한 농민 요구가 거세다. 과거 9년 동안 보수 정권 아래서 농업 소외 현상이 심화됐다. 경제 효율만 생각해 농민들의 희생이 강요됐다. 정부 중심에서 농민 중심으로 개혁 주체가 바뀌어야 한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야스쿠니 참배 반대”

    “야스쿠니 참배 반대”

    광복절 및 일본 패전 72주년을 앞둔 지난 12일 한국과 일본의 시민단체와 시민들은 12년째 야스쿠니신사 등 도쿄시내에서 촛불 평화행진을 벌였다.이들은 이날 밤 2·8 독립선언이 이뤄졌던 도쿄 지요다구 재일한국YMCA에서부터 태평양전쟁의 A급 전범들이 합사된 제국주의 일본의 상징 야스쿠니신사 근처까지 촛불을 들고 행진을 펼쳤다. 행사는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 야스쿠니신사 위헌소송 모임 등 한국과 일본의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모여 만든 ‘촛불행동실행위원회’가 주최했다. 200여명의 참가자는 이날 야스쿠니신사 참배와 침략전쟁에 반대했으며, “평화헌법을 무력화시키는 일본의 개헌을 막자”는 메시지 등을 전하면서 ‘평화행진’을 벌였다. 이들은 “야스쿠니에 반대한다”, “개헌을 막아 평화를 지키자”는 등의 구호와 함께 “아베는 물러나라”라는 구호도 외쳤다. 평화헌법의 개정을 추진하고, 최근 ‘마음을 처벌하는 법’으로 조롱받고 있는 공모죄법(테러대책법)을 강행 처리하면서 국가를 보수화시키고 있는 아베 신조 정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담았다. 한·일 시민단체들의 평화행진은 2006년 이후 매년 빠짐없이 열리며 일본 시민사회에서 평화집회의 새로운 전형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그러나 아베 정부가 들어서며 우익 및 국수세력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과격한 국수주의자들의 방해도 거세지고 있다. 이날 평화행진이 진행되는 동안 수십 명의 일본 우익 인사는 제국주의 일본의 ‘전범 깃발’인 욱일기를 들고 고출력 확성기가 달린 대형 차량을 여러 대 동원해 시위대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열린세상] 개헌이 불안하다/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열린세상] 개헌이 불안하다/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개헌은 가능할까? 내년 3월 발의, 5월 국회의결, 6월 국민투표의 로드맵도 나왔다. 국회 개헌특위도 오는 10월까지 개헌 쟁점을 정리해 국민들에게 보고하겠다고 한다. 과연 예정대로 될까? ‘정치를 위한, 정치에 의한 개헌’이라는 평가를 받는 30년 전의 개헌을 또다시 반복하는 것은 아닐까? 과연 이번에는 국민 삶의 현실이 나아지는 개헌이 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왜? 우선 정부 형태에 대해 정치권은 물론 국민적 합의가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정치권은 4년 중임 대통령제와 내각제로 나뉜다. 여당과 야권의 속셈이 다르다. 야 3당은 대선 전 오스트리아식 이원집정제에 대체로 합의하기도 했다. 국민 여론도 혼전 양상이다. 최근의 국회 조사에 따르면 이원집정부제(46.0%), 대통령제(38.2%), 내각제(13.0%) 순이다. 개헌을 한다면 정부 형태의 방향성은 분명하다. 견제와 균형 원리의 강화다. 예를 들면 대통령제를 유지하면서도 국회의 예산편성권과 법률제안권 독점 그리고 감사원의 국회 이관 등을 통해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강화할 수 있다. 대통령제와 내각제의 혼합형인 이원집정제도 대통령과 총리의 권한과 정치적 책임을 나누는 것이 핵심이다. 내각제와 함께 이원집정제는 국회의 역할과 기능을 상대적으로 확대하게 된다. 어떤 정부 형태든 ‘제왕적 대통령제’의 권력 집중에서 권력 견제와 균형의 방향을 지향한다. 수평적 분권이다. 그래서 어떤 정부 형태를 택하느냐의 문제는 분권 그리고 견제와 균형의 원칙을 어느 정도까지 실현하느냐의 문제다. 상대적으로 쉬운 문제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방향이 정해진 상황에서 어느 정도로 어디까지 그 원칙을 실현할 것이냐를 놓고 의견이 다른 것이라면 협상의 여지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때 유의할 게 있다. 어떤 정부 형태를 택하는 개헌이든 국회의 권한과 기능은 이전보다 강화될 것이 분명하다. 여야를 불문하고 정치권의 이해가 일치하는 유일한 영역이다. 문제는 국회 권한과 기능의 강화가 바로 국회의 정치적 책임성과 문제 해결 능력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따라서 늘어난 권한과 기능에 맞는 책임과 능력의 국회가 돼야 한다. 정부 형태보다 더 큰 문제는 국회의원 선거제도다. 선거제도가 개헌의 입구라면 정부 형태는 개헌의 출구다. 개헌 논의는 선거제도에서 시작해 정부 형태로 마무리된다. 정부 형태 논의가 지지부진한 것은 개헌 논의의 입구가 정리되지 못해서다. 정부 형태와 선거제도는 함께 논의돼야 한다. 제도적 정합성이다. 양자가 궁합이 맞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나의 정치제도가 이론적으로 기대되는 정치적 효과를 발휘하려면 주변의 정치제도가 중요하다. 예를 들면 내각제와 이원집정제는 비례성과 대표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선거제도와 함께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국회의원 선거제도와 어울리지 않는 정부 형태를 선택하면 아무도 원하지 않는 정치적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국회의원 선거제도 변경은 폭발력이 강하다. 기존 정당 간 정치적 이해관계를 변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정당들은 변화된 선거제도가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증가시킬 것인지에 관심이 가장 많다. 이게 불확실하다면 그들은 기존의 선거제도를 유지하려 한다. 정부 형태와 선거제도, 여기에 수직적 분권, 즉 지방분권까지 포함하면 논의 구조는 더욱 복잡해진다. 3차 방정식이다. 따라서 핵심은 선거제도 논의다. 여기에서부터 가닥이 잡혀야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국회 정치개혁특위가 지난 6월 설치됐지만 별다른 진전은 없다. 선거제도 개혁의 방향은 분명하다. 대표성 또는 비례성 강화의 요구를 어느 정도로 어떻게 제도적으로 반영하느냐가 핵심이다. 작년 총선에 나타난 시민의 다당제적 요구를 어떻게 흡수해 우리 대의 민주주의의 역동성을 높이느냐가 과제다. 결국 개헌 논의는 ‘국회의원 선거제도-정부 형태-지방분권의 종합적 디자인’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국민 참여와 동의 없는 개헌은 성공하기 어렵다. 정치권이 아닌 국민의 개헌이 돼야 하기 때문이다. ‘미래를 향한 국민에 의한 열린 개헌’이 국민 삶의 개선을 위한 개헌으로 연결될 수 있다.
  • 자치분권 이론·가치 총망라한 자치분권교재 나온다

    자치분권 이론·가치 총망라한 자치분권교재 나온다

    자치분권의 이론과 가치를 총망라한 자치분권 교재가 만들어진다. 자치분권지방정부협의회는 지난 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2017년 제2차 정기총회 및 자치분권대학 세미나’를 열고 자치분권 교육을 내실화하기 위해 교재 편찬에 대해 논의했다고 9일 밝혔다. 이론뿐 아니라 지방정부의 자치현장 경험까지 아울러 행정과 재정·법률·언론·교육분야를 총망라한 최초 교재다. 이날 세미나에는 전국 27개 지방정부의 장과 이기우 인하대 법전원 교수 등 42명의 차지분권대학 교수진, 캠퍼스 담당자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논의 결과 자치분권 교재는 27개 회원 지방정부의 장과 자치분권대학 교수, 지방정부 캠퍼스 실무진 등이 함께 편찬위원회를 구성해 만들기로 했다. 지방자치의 기초이론과 지방재정, 지방자치의 발달 등 자치분권 이론과 가치를 아울러 구성할 예정이다.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은 “중앙과 지방이 서로 동등한 위치에서 각자의 기능을 해나가야 한다”며 “지방재정분권을 포함한 자치분권형 헌법 개정으로 지방정부가 지역내 여러 요구를 수용하는 다양한 그릇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우정욱 자치분권지방정부협의회 사무처장은 자치분권대학 운영 중간보고를 통해 “자치분권 교육으로 지방정부 고유의 사무에 최적화한 인적자원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토론에 나선 이국운 한동대 교수는 “어떤 문제에 대해 자치분권적인 방식으로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가 필요하다”며 실무자와 시민을 위한 교육과정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이 외에도 한상희 건국대 교수와 김순은 한동대 교수 등이 토론을 이어갔다. 자치분권협의회장인 김윤식 시흥시장은 “자치분권지방정부협의회를 창립한 뒤 자치분권대학을 개교했고, 이젠 자치분권 교재를 개발하게 됐다”며 “이 동력으로 자치분권 개헌까지 할 수 있도록 함께 나아가자”고 역설했다. 자치분권지방정부협의회는 지난해 전국 27개 지방정부가 자치분권 실현을 목표로 함께 설립했다. 이후 올해 3월 자치분권대학 도봉캠퍼스를 시작으로 11개 캠퍼스를 운영 중이며 연말까지 9곳을 추가로 개교할 예정이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무관심이 만드는 ‘저질 지방의원’… 갈 길 먼 ‘파수꾼 민주주의’

    무관심이 만드는 ‘저질 지방의원’… 갈 길 먼 ‘파수꾼 민주주의’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는 모두 8장의 투표지가 유권자 손에 쥐어진다. 서울 시민이라면 서울시장, 서울시의회의원, 시의회 정당비례, 구청장, 구의회의원, 구의회 정당비례, 서울시 교육감에 이어 개헌투표까지 해야 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기본권, 지방자치권 등을 담은 개헌안 국민투표를 지방선거 때 실시하겠다고 공약했다. 사는 곳의 구청장이 누구인지도 잘 모르는 마당에 개헌안은 지방선거에서 모든 유권자들의 관심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일 것이다. ‘정치를 외면한 가장 큰 대가는 저질스러운 인간들에게 지배당하는 것’이란 플라톤의 정치에 관한 명언이 있지만, 내년 지방선거는 관심을 갖기조차 쉽지 않은 구도가 형성된다. 4년 동안 별다른 견제장치 없이 운영되는 지방의회에 대한 유일한 심판도구가 투표지만 그마저도 주민의 무관심과 무리한 선거제도 등으로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워졌다. 지방의회는 문재인 정부가 강조하는 자치분권의 뿌리지만, 1991년 의원선거로 부활한 이후 내내 지탄의 대상이었다. 한때 지방의회 무용론까지 불거졌으나 의회의 견제와 감시를 받는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앞장서서 의회 필수론을 주장하며 방패막이가 됐다. 대의 민주주의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는 지방의회를 촛불 집회와 같은 파수꾼 민주주의로 바꿀 수 있을지 알아보았다.“승진은 좀 어려울지 몰라도 원하는 보직으로 가는 전보는 의원 한마디면 다 되죠. 공무원 인사가 나면 누구는 내가 전보시켜 줬다며 힘을 과시하고 다닙니다.” 한 서울시 공무원의 이야기다. 지방의원들의 인사 개입은 주로 총무과장 또는 행정국장을 통해 이뤄지는데 지난해 9월 청탁금지법(김영란법)이 발효되자 서울시의 전임 행정국장은 아예 전화통화 연결음(컬러링)을 김영란법으로 바꿨다. 일부러 법 조문을 다 들을 때쯤 전화를 받자 의원들의 인사 청탁이 쑥 들어가서 하반기 정기인사 시즌을 편하게 보낼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김영란법으로 오히려 인사 청탁이 더 음지로 들어가 은밀하게 이뤄진다는 것이 공무원들의 귀띔이다. 인사 청탁은 사실 국회의원들이 먼저 하던 ‘갑질’이다. 공공기관에서는 ‘의원 백’ 하나쯤 있어야 승진할 수 있다는 얘기는 이미 상식으로 통한다. 국회에서 벌이던 구태와 적폐가 그대로 지방의회까지 이어지는 것을 끊어내고자 지난 지방선거에서 지방의원의 정당공천제를 없애자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구본승(43) 서울 강북구의원은 “3년 전에 정당공천제 폐지를 반대한 사람들이 아직 그대로 남아 있는 마당에 한번 폐기된 제도를 되살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무공천제보다는 정당 시스템 안에서 지방 정치를 바꾸는 것이 더 낫다는 주장도 많다”고 말했다. 지방의원들의 공천권은 사실상 국회의원들이 갖고 있다. 게다가 지방의원들은 주요 정당의 공천이 곧 당선으로 이어진다. 지역에 밀착해서 생활하는 지방의원들에게 지역구 관리를 맡기는 등 확실한 국회의원-지방의원 간의 상하관계가 자리잡고 있다. 지방의회 의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국회의원 보좌관을 했던 이들도 많다. 처음 지방의회가 부활할 때는 무보수 명예직이었지만, 명예를 노리고 정치판에 뛰어든 지역유지들이 각종 이권 개입으로 처벌되는 등 제대로 역할을 못하자 2006년 유급제로 전환했다. 유급제 도입 이전에는 농업, 상업, 제조업 출신 의원이 많다가 2006년 이후에는 대졸 정당인 출신이 늘어 현재 지방의회 구성원도 법적으로 가능한 겸직을 하지 않는 전업 의원이 약 70%에 이른다. 물난리에 해외 외유(충북도), 예산 편성권을 악용한 땅 투기(대구시), 토지 용도 변경 빌미로 뇌물 착복(서울 성북구), 살인교사 혐의(서울시), 순금으로 의원 배지 제작 등 온갖 추태를 일삼는 지방의회 악의 근원은 결국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정당의 공천제도다. 지방의회 지원과 제도를 맡은 행정안전부 선거의회과 관계자는 “전국 243개 자치단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행안부는 뭐하냐는 의견도 많지만 지방자치를 존중해야 하기 때문에 주민들의 견제가 먼저다”며 “자치분권 시대에 의회에서 조례나 규칙에 따라 정한 일에 건건이 협조 요청을 내려보내면 지방자치가 아니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지방의회의 구태를 지적할 때 가장 먼저 나오는 반발은 그럼 국회의원은 모두 자질이 괜찮으냐는 것이다. 물난리 해외 외유에다 국민과 언론을 레밍(들쥐)에 비유한 발언으로 전국구 인물이 된 김학철 충북도의원은 “단돈 10만원의 정치 후원금도 내지 못한 제게도 공천을 주신 분이 계실 때까지는 지방의원이 되는 길은 참으로 어렵고 힘들었다”며 “추경예산 통과시켜달라고 아우성치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은 예산안 통과되던 날 자리 안 지키고 다 어디 갔나?”며 희생양이 되었다고 항변하기도 했다. 충북도의회의 물난리 해외 외유가 여론의 지탄 대상이 됐을 때도 행안부는 유의사항 공문조차 내려 보내지 않았다. 어찌 됐든 도의회에서 제도에 따라 한 결정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여러 지방의회에서 순금으로 수십만원 짜리 의원 배지를 만들자 유의사항으로 ‘일반 국민의 상식에 부합하는 정도의 가격(예 국회의원 배지 가격 3만 5000원 이하)으로 제작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을 뿐이다. 국회의원에서 지방의원으로 이어지는 피라미드와 같은 먹이사슬 구조는 안민석 민주당 의원의 사례에서 잘 드러난다. 벌써 2년여가 지난 일이긴 하지만 안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 오산시의회의 당시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은 “안 의원은 지역향우회 야유회가 열린 부안군 야유회장에서 부안군수에게 노래를 부르면 부안군 예산 100억원을 내려주겠다는 발언과 함께 야당 예결위 간사는 여당 예결위원장과 동급으로 장관들도 굽실거리고 같은 국회의원들도 눈을 맞추려고 한다는 망언으로 국민을 우롱하는 등 오산 시민들의 명예를 처참히 훼손했다”고 밝혔다. 2011년에는 안 의원이 전당대회 참석을 위해 시의원들이 단체로 탄 버스에서 “이런 식으로 하면 공천 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대들이 잘나서 시의원 된 거 아니라고 명심하시기 바라겠어요. 신당에서 잘하겠다는 각오 담은 서약서 준비하십시오”라고 다그치는 영상이 공개되기도 했다. 이때 안 의원은 오산지역 보육연합회 회장 선거에서 새누리당 시의원의 아버지가 선출되자 시의원들에게 ‘병신’이란 막말까지 써가며 화를 냈다고 한다. 내년에 지방분권 개헌이 이뤄지면 지자체 예산이 지금의 2배가 된다는 얘기가 벌써 나온다. 개헌으로 법적 지위까지 공고해질 지방정부를 감시해야 할 막강한 역할을 지방의회가 맡은 것이다. 올 초 전국 시군자치구의회 의장협의회는 당시 행정자치부를 찾아 전국 의정비 일원화, 의회 사무직 공무원 인사권, 정당공천제 폐지 등을 요구했다. 정부는 정치권에서 논의해야 할 요구 사항 대신에 지방의회 자질 향상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지방의정연수센터 설립과 예산정책지원센터 마련 등을 통해 의회가 전문성을 갖고 지방정부의 예산심의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남기헌 충청대 행정학과 교수는 “주말의회, 야간의회, 지역 순회 간담회, 주민의 상임위활동 참여제도화, 유급 시민모니터링제 등으로 국민이 민주주의의 파수꾼이 되어 지방자치에 참여할 수 있는 장을 지방의회가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방자치발전위원회의 지방의회 폐지안을 앞장서서 반대했던 유종필 서울 관악구청장은 “무엇보다 국회의원과 지역위원장들이 괜찮은 인물을 발굴해 공천을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아베 “개헌 일정 정해진 것 아냐”… 지지율 추락에 속도조절

    아베 “개헌 일정 정해진 것 아냐”… 지지율 추락에 속도조절

    “사학 스캔들 깊게 반성” 또 사죄 北도발엔 미·일 동맹 강화 강조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헌법 개정 논의에 대해 “일정이 정해져 있지 않다”며 조기에 개헌을 추진해 나가겠다는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섰다. 아베 총리는 3일 개각 기자회견에서 개헌 일정에 대해 “논의 심화를 위해 제안했다”면서 “스케줄을 정해놓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개헌 논의를 자민당이 주도해 진행했으면 한다”며 “국민과 국회에서의 논의가 깊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아베 총리는 개헌 일정을 묻는 질문에 “지금은 경제를 살리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며 이 같은 생각을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은 한때 70%를 넘던 내각 지지율이 20%대 중반까지 떨어지고, 도쿄도의회 선거에서 유례없는 참패를 당하면서 개헌 속도 조절론이 힘을 얻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2020년을 개정 헌법이 시행되는 해로 하자고 지난 5월 제안하는 등 구체적인 일정을 제시하며 개헌 논의에 박차를 가하던 아베 총리가 여론의 반발 속에 기존 방침을 수정한 것이다. 아베 총리는 이날 회견에서 학원스캔들에 대해 다시 사죄했다. 그는 친구가 이사장인 가케학원 수의학부 신설, 모리토모 학원에 대한 국유지 헐값 매각 등 일부 의혹에 대해 “국민의 커다란 불신을 초래했다. 다시 깊게 반성하고, 사죄한다”며 한동안 눈을 감은 채 고개를 숙였다. 북한의 탄도 미사일 발사 등과 관련, 아베 총리는 “미국과의 동맹 강화가 어느 때보다도 필요하다”면서 “미·일 양국 외무·국방 장관이 참석하는 ‘안전보장협의회’(2+2)를 조기에 열어 (북핵) 억지력을 강화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재헌 선거” “총파업”…베네수엘라 이번주 고비

    “평화냐, 전쟁이냐.” 지난 4월부터 지속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정정 불안을 겪고 있는 베네수엘라가 이번 주 최대 고비를 맞을 전망이다. 베네수엘라 야권이 정부의 제헌의회 선거를 저지하기 위해 총공세를 예고한 가운데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오는 30일(현지시간) 제헌의회 구성을 위한 선거를 강행하겠다고 맞불을 놓으면서 정국은 일촉즉발 상태로 악화하고 있다. 23일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마두로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다음 일요일(30일)에 선거를 하지 않는 사람은 베네수엘라 공화국과 평화를 위한 권리를 해치는 것”이라며 “우리가 결정하는 것은 평화냐 전쟁이냐, 폭력이냐 제헌의회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이어 국영 VTV에 개설된 자신의 주례 프로그램에서 “제국주의적 우파 진영은 베네수엘라에 명령을 내릴 수 있다고 믿고 있지만, 우리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권한은 오직 민중에게 있다”며 선거 강행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야권과 국제사회의 거센 반발에도 마두로 대통령이 선거 강행 의지를 재확인하면서 충돌이 예상된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정부가 제헌의회 선거를 철회하지 않는다면 경제제재를 가하겠다고 경고했다. 선거 저지를 위해 24시간 총파업을 벌인 야권은 48시간 총파업 등을 통해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우파 야권 연합 국민연합회의(MUD)는 지지자들을 향해 26~27일 총파업에 나서 달라고 촉구했다. 야권은 또 24일과 28일 전국 각지에서 대규모 행진을 열어 선거 철회를 요구할 방침이다. 마두로 대통령은 의회해산, 개헌, 법 개정 등에서 절대적 권한을 갖는 제헌의회 의원 535명을 선출할 예정이다. 하지만 야권과 국제사회는 우파가 장악한 의회를 무력화하고 독재권력을 강화하기 위한 술수라며 반대하고 있다. 야권 지도자 훌리오 보르헤스 국회의장은 “이번 주가 베네수엘라에 중대한 고비가 될 것”이라며 마두로 정권을 저지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지원을 요청했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사법부 블랙리스트’ 추가조사 양승태 대법원장에 거듭 요구

    ‘사법부 블랙리스트’ 추가조사 양승태 대법원장에 거듭 요구

    9월 11일 3차 판사회의 열어 새로 바뀔 대법원장에도 촉구 전국 법원에서 모인 대표판사들이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를 거부한 양승태 대법원장에게 사법행정권 남용에 대한 추가 조사를 거듭 요구하기로 했다. 만약 양 대법원장이 이를 거부하면 9월 이후 임명될 새 대법원장에게도 조사를 요청하면서 유야무야 넘어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또 대표판사 10~20명이 참여하는 ‘제도개선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사법행정권 남용 방지 방안을 모색하고, 필요할 경우 입법화 작업을 시도하기로 했다.24일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판사 94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2차 전국법관대표회의(판사회의)는 지난 1차 회의보다 구체적인 사법제도 개선 방안을 도출하고, 이를 정리한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에는 양 대법원장과 새로 임명될 대법원장에게 판사회의의 추가 조사 요구를 수용해 현안조사소위원회에 조사 권한을 위임할 것을 촉구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판사회의 공보를 맡은 송승용(43·사법연수원 29기) 수원지법 부장판사는 판사회의 도중 진행한 브리핑에서 “양 대법원장의 추가 조사 결의에 대한 거부에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면서 “대법원장의 거부에도 불구하고 의혹 해소를 위한 노력을 중단할 수 없다”며 조사 권한 위임을 요구했다. 블랙리스트 의혹을 조사할 자료의 원본을 보존하고 제출해야 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대표판사들은 또 양 대법원장이 9월 25일 임기를 마치는 점을 감안해 9월 11일 3차 판사회의를 개최하고, 이 회의 전까지 법관 독립 보장과 사법행정권 남용 방지를 위한 제도개선 특위를 구성하기로 했다. 특위는 ▲법원행정처 개혁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 제도 폐지 ▲판사의 법원행정 발령 및 존치 여부 ▲1심의 단독 재판부화와 충실한 심리 ▲지역법관제와 전보인사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개헌특위)가 검토한 ‘사법평의회’ ▲판사회의 상설화와 의결기구화 ▲각급 법원장과 수석부장 보임 등을 광범위하게 논의할 예정이다. 판사회의는 “특위에서 검토한 안건을 판사회의에서 의결하면, 대법원장은 사법행정에 실질적으로 반영해야 한다”고 성명서에 명시했다. 일부 안건의 경우 법원조직법 등을 개정해야 한다는 지적에 송 부장판사는 “법률 개정이 필요한 부분은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가) 같이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 대법원장이 임기를 마치기 전에 사퇴를 요구해야 한다는 언급도 있었지만, 표결까지 가지는 않았다. 국회 국정조사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대다수 판사가 반대해 안건에 상정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 각급 법원의 대표판사 100명이 모인 판사회의는 지난달 19일 첫 회의를 갖고 블랙리스트 의혹 추가 조사 권한 위임과 사법행정권 남용 책임자에 대한 문책, 판사회의 상설화를 요구했다. 이 중 양 대법원장은 판사회의 상설화 부분은 수용했지만, 블랙리스트 추가 조사에 대해선 “교각살우”라며 사실상 거부했다. 이날 회의에는 판사회의 현안조사소위원장을 맡았던 최한돈(52·28기) 인천지법 부장판사도 회의에서 자신의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최 부장판사는 지난 20일 양 대법원장의 블랙리스트 의혹 추가 조사 요구 거부에 항의하는 뜻으로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날 오후 회의에서 대표판사들은 “최 판사가 그동안 현안조사소위원장으로 직무를 수행한 것이 정당했음을 확인하고, 대법원장은 향후 최 판사가 직무를 계속할 수 있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입장을 모았다. 최 판사의 사직서를 반려하도록 요구한 것이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문무일 “경찰에 영장청구권 부여하는 방안은 더 논의해야”

    문무일 “경찰에 영장청구권 부여하는 방안은 더 논의해야”

    ‘검찰개혁’을 주요 국정과제로 내세운 문재인 정부의 첫 검찰총장 후보로 지명된 문무일 검찰총장 후보자가 경찰에 영장청구권을 부여하는 방안에 대해 “더 논의해야 한다”면서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영장은 엄격한 사법적 심사를 거쳐야 한다”고 유보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문 후보자는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연 국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영장 청구와 관련해서는 세계적으로 다양한 제도를 갖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영장제도는 일제시대부터 내려온 관행이 남아 있어 어느 정도 정리할 필요는 있다”면서도 “어느 한 가지로 딱 정리해서 말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검사의 독점적 영장청구권은 박정희 정부 집권기인 1962년 제5차 개헌 과정에서 헌법에 규정됐다. 현행 헌법에는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는 규정이 명시돼 있다. 이런 규정이 만들어진 배경에는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이 식민통치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검사에게 권한을 독점시키고 사법경찰에 대한 검사의 일방적 지휘·복종 관계를 인정한 형사사법체계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러나 영장 청구를 검사만이 할 수 있도록 헌법에 규정한 민주국가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검사는 또 영장청구권 외에도 수사권·기소권·수사지휘권을 모두 행사하고 있다. 현행법은 수사의 주체를 사법경찰관이 아닌 검사로만 규정하고 있고, 사법경찰관으로 하여금 모든 범죄 수사에 대해 검사의 지휘를 받도록 하고 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월 10일 취임식에서 “권력기관은 정치로부터 완전히 독립시키겠다. 그 어떤 기관도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할 수 없도록 견제장치를 만들겠다”라는 말로 사실상 검찰 개혁을 예고한 상태다. 문 대통령은 또 지난 4월 TV 대선 토론에서 경찰에게 영장청구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공약으로 밝힌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문 후보자가 경찰에 영장청구권을 부여하는 일에 대해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자칫 정부의 검찰개혁 움직임과 배치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문 후보자는 또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 문제에도 “더 효율적인 (수사) 시스템을 찾을 수 있다”면서 “그동안 성공한 특별검사 수사 사례도 몇 번 있었다. 그 성공한 시스템을 검찰에 제도화시키는 방안도 강구해볼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수처 논의와 별개로 저희가 먼저 바뀔 모습을 보여드려야 생각한다. 내부적으로 준비하는 것이 있다”고 말했으나 공수처 신설에 대한 뚜렷한 입장을 내지는 않았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文정부 100대 국정과제] 고르게 발전하는 지역

    내년 개헌 때 자치분권 가치 보장…국세·지방세 비율 6대4 개선 추진시·도지사 참여 제2국무회의 운영, 균형발전위 복원… 지역 여론 반영 중앙정부의 기능을 지방과 나누는 획기적인 자치분권으로 실질적 지방자치와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게 된다. 우선 내년에 지방자치의 가치를 헌법에 보장하는 ‘지방분권형 개헌’을 통해 자치분권의 기반을 확보한다. 또 중앙·지방 간 최고위 정책협의체로 대통령과 17명의 시·도지사가 참여하는 제2국무회의를 시범운영하고 제도화한다. 권한과 기능의 과감한 지방 이전을 상징하는 제2국무회의 의장은 대통령이며, 간사는 행정자치부 장관이 맡고, 기획재정부 장관도 참여한다. ‘지방이양일괄법’을 제정해 중앙의 권한 가운데 지역산업 육성, 주민 생활여건 개선 사업 등을 먼저 지방으로 넘긴다. 지방자치단체를 감시하는 지방의회 역량 강화를 위해 지방의원 보좌관제, 의회 의장 인사권제 등을 담은 활성화 방안을 내년까지 마련한다. 주민 조례개폐 청구요건, 주민소환 개표요건 등도 고쳐 주민의 참여를 확대한다. 자치분권의 기반인 재정분권을 위해 8대2 수준의 국세 대 지방세 비율을 7대3을 거쳐 6대4로 개선한다. 지방소비세 비중과 지방소득세 규모를 확대하고, 지방세 감면율은 15%로 억제한다. 재정분권에 따른 지역 격차를 막기 위해 지방교부세율을 인상해 재정조정 기능을 강화하고, 지역상생발전기금을 확대해 균형장치를 마련한다. 지자체의 예산 낭비사업을 막고자 예산낭비신고센터와 국민감시단 운영을 활성화한다.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국가균형발전위원회’를 복원해 위상을 강화하고, 10조원 규모의 지역발전특별회계 편성에도 지역의 목소리를 담게 된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베네수엘라 야권 비공식 개헌찬반 투표… 친정부 단체 총격에 1명 사망

    베네수엘라 야권 비공식 개헌찬반 투표… 친정부 단체 총격에 1명 사망

    베네수엘라 국민들이 16일(현지시간) 수도 카라카스에서 개헌 찬반 투표에 참여하고 있다. 이번 투표는 우파 야권 연합 국민연합회의(MUD)가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개헌에 대한 여론을 묻고자 독자적으로 기획한 것으로, 법적 정당성은 없다. 야권은 710만명이 참가해 대부분 반대표를 던졌다고 주장했다. 이날 카라카스 서부 카티아 투표소에서는 친정부 단체의 총격으로 1명이 사망하고 4명이 부상당했다. 마두로 정부는 오는 30일 선거를 통해 의원 545명을 뽑은 뒤 국민투표를 통해 개헌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카라카스 EPA 연합뉴스
  • 정세균 “개헌안 여야 합의로 연말까지 도출 기대”

    “내년 3월 발의·5월 국회 의결 후 6월 지방선거 때 국민투표 목표” 정세균 국회의장은 제헌절인 17일 “국회 개헌특위 활동이 종료되는 연말까지 국회가 여야 합의로 헌법개정안을 도출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국회에서 개최된 제69주년 제헌절 기념식에서 경축사를 통해 이같이 밝히고 “내년 3월 중 헌법개정안을 발의해 5월 국회 의결을 거쳐 6월 지방선거와 함께 국민투표를 진행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김원기 “제왕적 대통령 탓 전투적 정치” 정 의장은 “지난 대선 당시 각 당 후보 모두가 개헌을 약속했고 문재인 대통령 또한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헌법개정 국민투표를 실시하자고 화답했다”면서 “이제 개헌은 검토의 대상이 아니라 국민적 요구이며, 정치권의 의무”라고 말했다. 정 의장은 국민에 의한 개헌 등을 3대 원칙으로 제시했다. 이와는 별도로 전직 국회의장과 국무총리, 헌법재판소장 등 국가 원로들은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 분산을 위해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원기 전 국회의장을 비롯한 원로들은 이날 국회에서 제헌절을 맞아 열린 대토론회에서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이 정치 불신의 원인이라는 데 공감했다. 김 전 의장은 “제왕적 대통령제 때문에 정치인이 대통령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전투적 정치를 반복해 왔다”며 “촛불 시민 혁명 과정에서 헌법이라는 근본 틀을 바꿔야 한다는 인식이 국민 일반에 퍼졌다”고 진단했다. ●김형오 “대통령 권력·권한 분산해야” 김형오 전 국회의장도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력과 권한을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대통령도 나라도 국민도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강국 전 헌법재판소장은 “대통령의 인사권을 강력히 제한하고 견제해야 한다”면서 “국회 양원제를 검토하고 추상적 규범 통제 절차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강국 “대통령 인사권 제한·견제를” 박관용 전 국회의장도 양원제를 언급하며 대선과 총선 주기를 맞출 필요성을 제기했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단독] 59.8% “지방분권형 개헌 찬성” 50% “광역단체장 잘하고 있다”

    전라·경상 지역 ‘적극적’ 수도권·충청·세종 ‘소극적’… 60대이상·보수층 반대 많아 문재인 정부가 연방제에 버금가는 강력한 지방분권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국민 10명 중 6명은 ‘지방분권형 개헌’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여론조사 결과, 지방분권형 개헌에 찬성한다고 대답한 사람이 전체 응답자의 59.8%에 달하는 것으로 17일 나타났다. 반대한다는 응답은 21.1%였다. 찬성 응답은 반대보다 38.7% 포인트 높았다. 무응답은 19.1%였다. 지역별로는 광주·전라 지역과 부산·울산 경남 지역이 각각 66.5%, 65.6%로 지방분권형 개헌에 적극적이었다. 반대한다고 대답한 사람은 서울·인천·경기, 대전·충정·세종지역이 각각 22%로 높았다. 연령별, 성향별로는 60대 이상 고연령층(24.3%)과 보수층(30%), 자유한국당 지지층(32.9%)에서 상대적으로 반대 의견이 많았다. 지방분권형 개헌에 찬성한다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문 대통령이 추진할 개헌 작업도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저서 ‘사람이 먼저다’에서 “지방분권과 국가 균형발전 정책을 다시 회복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에 더 많은 권한을 이양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또 지난 대선 때는 지방분권의 핵심을 재정분권으로 보고 “악화된 지방재정을 건전화하고 지방의 재정자율성을 확보해 지방정부가 예산과 사업 결정권을 실제로 행사하게 해야 한다”며 구체적 방안을 제시했다. 환경개선부담금, 주세 등 국세의 지방세 이양, 지방소비세율, 법인지방소득세 세율 인상 등이 그것이다. 국민 2명 중 1명은 17개 전체 시·도 광역단체장이 업무 수행을 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매우 잘함이 6.2%, 잘하는 편이 46.2%로 긍정 응답이 전체 응답의 52.4%를 차지했다. 무응답은 15.9%였다. 반면 잘 못하고 있다는 부정평가는 못하는 편이 23.8%, 매우 못함은 7.9%로 모두 31.7%에 달했다. 나이별, 직업별로는 60대 이상 고연령층(60.1%)과 학생(61.3%), 농림축산업 종사자(60.3%)가 상대적으로 잘 못한다는 응답을 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여론조사 어떻게 했나 서울신문이 창간 113주년을 맞아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행한 이번 여론조사는 지난 13~15일 3일간 전국 17개 광역시·도의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올 6월 말 행정자치부 주민등록 인구 기준으로 성별, 연령별, 권역별 가중값을 부여한 뒤 유의 할당에 따른 무작위 표본추출로 대상자를 선정됐다. 구조화된 설문지를 사용했으며 조사방법은 전화여론조사(층화강제할당 무선표본추출·CATI RDD 방식)로 실시됐다. 무선이 83.9%, 유선이 16.1%였다. 응답률은 23.7%로 무선이 26.8%, 유선이 14.9%였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 포인트다. 분석은 권역, 성, 연령별에 따른 웨이트, 빈도, 교차분석을 실시했다. 자료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도 참조할 수 있다.
  • 관악구, 전국 처음 국민참여 개헌 원탁 토론회 개최

    관악구, 전국 처음 국민참여 개헌 원탁 토론회 개최

    서울 관악구가 ‘내가 만드는 11번째 헌법’이라는 주제로 지난 14일 80인 ‘개헌 원탁 토론회’를 진행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번 토론회는 개헌의 주체는 국민이 돼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지난 10일부터 구가 진행한 ‘관악, 7공화국의 문을 두드리다’의 마지막 행사였다.사전 접수를 통해 응모한 사람 중 80명이 토론자로 선정됐으며 성별·연령 등에 따라 8개 원탁, 10개 조로 나눠 토론이 진행됐다. 1시간 정도 진행한 원탁토론에서는 ‘어떤 내용이 헌법 개정에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대통령을 중간평가할 수 있는 4년 중임제를 선호한다”는 내용부터 “양심적 병역 거부는 병역이 아닌 다른 의무사항을 지정해 대체하거나 5배 이상의 힘이 드는 복무가 이뤄져야 한다”, “반려동물에 대한 기본권도 필요하다” 등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유종필 관악구청장은 “주민이 직접 개헌을 이야기하는 토론을 전국에서 처음으로 개최할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관악구 주민의 시민의식이 성숙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며 “이번 토론회가 ‘국민 참여 개헌’을 위한 출발선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서울광장] 문 대통령, ‘무엇’보다 ‘어떻게’를 고민하라/진경호 논설위원

    [서울광장] 문 대통령, ‘무엇’보다 ‘어떻게’를 고민하라/진경호 논설위원

    이런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역할극도 없다. 한 달 넘게 국회에서 이어진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보다 보면 처지가 뒤바뀐 여야 의원들의 능숙한 역할극에 절로 감탄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후보자가 술 먹고 운전했든, 논문을 베꼈든 감싸기 바빴다. 10년 가까이 여당으로 지낸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의원들은 어떤가. 장관 후보들을 죄인 다루듯 목청 높여 질타하는 품새가 민주당 의원들의 야당 시절 활약상을 제대로 배운 모습이다.  청와대의 역할극은 더욱 농익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탕평 인사를 약속하곤 ‘코드’ 인사를 내놓았다. 부동산투기·위장전입·세금탈루·논문표절·병역비리 관련자는 데려다 쓰지 않겠다는 ‘5대 인사원칙’도 속절없이 부도를 냈다. 2012년 대선 때부터 내세웠던 공약이다. 인사검증의 관문을 통과할 사람 찾기가 정말 힘들다는 하소연까지 전임들을 빼닮았다.  ‘바쁜 대통령’의 행태는 전임들을 능가한다. 취임하자마자 인천국제공항을 찾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약속했고, 어느 초등학교에 가선 미세먼지 근절을 다짐했다. 요양시설을 찾아선 치매환자를 국가가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탈(脫)원전’ 공약에 맞춰 신고리 5·6호기 건설공사 중단 작업에 나섰고, 지역·학력 불문의 ‘블라인드 채용’을 시행하기 시작했다. 공기업 성과연봉제 폐지와 자사고·특목고 폐지, 수능 절대평가 전환, 그리고 ‘적폐청산’ 시리즈(국정원 정치개입, 외교부 한?일 위안부 협상, 문화체육관광부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에 이르기까지 ‘닥공’(닥치고 공격)의 연속이다. 하나같이 가치와 이념, 이해의 충돌을 잉태한 사안들로, 새 정부의 앞길은 삽시간에 지뢰밭이 됐다. 조만간 시동을 걸 검·경 개혁과 개헌 논의까지 더한다면 나라는 그야말로 담론의 전쟁 속으로 빠져들지 모를 판이다.  새 정부 출범 두 달여, 반추의 시간이 화급해 보인다. 문재인 정부는 대통령 탄핵이라는 헌정사 초유의 비극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릇된 정치에 파탄을 선고한 민의가 새 정치를 위한 갈망을 풀어 줄 도구로 문재인 정부를 택한 것이다.  문 대통령의 소명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해야 한다. 탄핵 이전과는 질적으로 다른 정치를 펴야 하고, 이전 대통령과는 격이 다른 대통령이 돼야 한다. 정책 뒤집기, 국정에 진보좌파적 색채 입히기 등이 국민에게 부여받은 소명이 아니라 불통과 독선, 편법과 반칙으로 얼룩진 정치를 정의와 원칙, 소통과 이해를 우선하는 정치로 치환하는 일이 소명인 것이다.  임기 초반, 유감스럽게도 징후는 좋지 않다. 국회 파행을 감수하면서까지 부적격 장관 후보를 붙들고 놓지 않는 불통 행태가 그렇고, 통신료 인하와 같은 포퓰리즘형 관치(官治)의 행태가 그렇다. “대입 전형료 낮추라”, “버스 추돌방지장치 서두르라” 등의 과유불급형 만기친람과 에너지 수급 대책조차 변변치 못한 상황에서 원전 공사 중단부터 밀어붙이는 독선적 자세도 예사롭지 않다. 무엇보다 심상치 않은 건 문 대통령밖에 보이지 않는 정국이다. 5년 단임의 숙명적 조바심과 높은 지지 여론이 만든 자신감 과잉에 따른 ‘닥공’형 속도전이 전임들과 다를 게 없다는 점에서 불안하다.  문 대통령은 이제라도 ‘무엇을 할 것인가’에 앞서 ‘어떻게 할 것인가’를 더 고민해야 한다. 바꿔야 할 것은 정책보다 정치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게 북한만이 아니라 이 나라 정치임을 박근혜 정부 시절 문재인 민주당 대표가 몸으로 보여 줬음을 기억한다면 더더욱 어디로 가느냐 못지않게 어떻게 갈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취임했나 싶은 이낙연 국무총리의 존재감부터 당장 높여 조만간 확정할 새 정부 국정 과제를 이 총리 중심의 정부에 맡기고 문 대통령 자신은 사회 가치를 바로 세우고 이념과 정파로 갈라진 민심을 하나로 묶는 일에 매진하기 바란다. 수시로 야당을 찾아 설득하며 국정의 앞길을 순탄하게 닦아 나가는 정책 세일즈맨 역할도 마다하지 말아야 한다. 국정 지지율 80%의 함의는 영광스러운 ‘우리 대통령’이다. 무겁게 받들어야 한다. jade@seoul.co.kr
  • [시론] 문재인 정부는 역사에 어떻게 남을까/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시론] 문재인 정부는 역사에 어떻게 남을까/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80% 안팎을 유지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따뜻한 인간미와 소탈하고 소통하는 모습으로 많은 국민에게 감동을 주고 있으며, 북한 문제와 외교에서도 균형 잡힌 접근으로 일각의 우려를 불식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제는 ‘성공한 대통령’을 가져 보고 싶다는 국민의 여망이 높은 대통령 지지도에 반영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당면하고 있거나 당면할 현안들은 결코 만만하지 않다. 북한 문제와 사드 배치라는 외교안보 분야는 차치하더라도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및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최저임금, 탈원전, 검찰개혁, 추경예산 등 현안이 산적해 있다. 개헌, 재벌개혁, 노동개혁, 기업 구조조정, 가계부채 등 굵직한 문제들도 기다리고 있다. 이런 문제들은 대부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고 국회에서 입법을 통해 해결돼야 하는 것들이다. 여소야대의 정치 현실을 고려할 때 결코 순탄치 않을 일들이다. 그러기에 더더욱 치밀하고 합리적인 정책 수립과 공론 수렴이라는 절차가 필요하다. 그런데 역대 정권들을 돌이켜 봐도 임기 초에 항상 산적한 현안들과 근본적으로 중요한 문제들이 있었다. 4년 반 전 제18대 대통령 선거 직후에 ‘박근혜 정부가 역사에 어떻게 자리매김할 것인가’라는 신문 칼럼을 쓴 적이 있다. 박근혜 정부가 단기적 경기 부양이나 일자리 창출로 임기 내 중산층 비중을 70%로 만들겠다는 무리한 정책을 추구한다면 오히려 부작용만 낳을 수 있음을 지적하면서 우리 경제의 체질과 구조를 바꿔 ‘창의와 혁신의 건전한 시장경제 체제’로 이행하는 첫 삽을 뜨는 정부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관주도-재벌 중심-총수요 관리’라는 경제 개발기의 정책 기조를 답습했고, 결국 정경유착과 부패의 완결판으로 종말을 맞았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제1기 경제 진용이 이제 거의 전모를 갖췄다. 그러나 여전히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과 같은 몇 가지 정책 편린만이 제시됐을 뿐이고, 소득 주도 성장론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불분명한 상태다. 일자리 문제에 집착하면서 기업 구조조정을 미루고 재벌개혁과 노동개혁에 소극적으로 접근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잘못하면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역시 재벌의 협조로 일자리를 늘리고 정부가 4차 산업혁명을 이끌 기업을 발굴·육성하는 ‘정부 주도-재벌 중심’이라는 틀에 갇힌 채 대증적 처방을 연속하는 자충수로 끝날 수도 있다. 문 대통령은 국가 대개조를 통해 새시대의 맏이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경제구조의 대개혁 없이는 국가 대개조는 완수될 수 없다. 근본적 경제개혁 없는 정치개혁과 사법개혁은 집권 세력의 교체로만 끝날 수 있음이 역사의 교훈이다. 정부 주도-재벌 중심의 박정희 개발 체제는 이제 그 수명을 다했다. 제조업의 생산성 향상과 고부가가치 그리고 사회 양극화의 극복을 위해 정부 주도-재벌 중심의 경제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국가 대개조가 필요하다. 재벌개혁과 함께 약자의 재산권 보호는 공정 경쟁을 통해 자생력 있는 기업이 시장에서 성공하도록 보장하고, 특히 중소중견 기업의 혁신과 생산성 향상을 이끌게 된다. 따라서 재벌개혁은 기술 경쟁력을 갖춘 인적자본 중심의 중소중견 기업들이 주역이 되도록 경제 구조를 바꾸는 첫 삽이다. 일자리 창출이 더이상 일어나지 않는 물적자본 중심의 재벌 체제를 바꿔야만 일자리 창출과 임금 양극화 문제를 푸는 단초를 마련할 수 있다. 촛불 시민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근본적인 개혁을 통해 새로운 대한민국의 초석을 놓아야 하는 역사적 사명을 안고 있다. 앞으로 1년이 국가 대개조를 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다. 현안에 대한 단기적 대응과 더불어 재벌개혁과 노동개혁이라는 큰 개혁을 동시에 추구해야만 새 정부와 대한민국이 성공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구시대의 손자가 아닌 새시대의 맏이로 역사에 기록되길 바란다.
  • “세종대왕이 관악구청장 하면 잘할까요”

    “세종대왕이 관악구청장 하면 잘할까요”

    “지역에서부터 개헌에 관해 토론하고 그 바람을 전국으로 확산해 국회, 청와대로 보내야 합니다.”유종필 서울 관악구청장은 지난 12일 구청 대강당에서 “개헌은 지방분권형 헌법이 돼야 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관악구는 국민참여 개헌을 주도적으로 이끌기 위해 지난 10일부터 ‘관악, 7공화국의 문을 두드리다’ 릴레이 강연을 하고 있다. 세 번째 연사인 유 구청장은 이날 구민 등 500여명 앞에서 ‘지방분권이 밥 먹여 주나’라는 제목으로 강연했다. 유 구청장은 우선 “세종대왕이 관악구청장을 한다면 잘할 수 있을까”라고 운을 뗐다. 이어 “단군 이래로 지금까지 모든 행정이 중앙집권으로 이루어져 세종대왕이 구청장을 한다 해도 힘들다. 주민의 뜻에 따라 사업을 하고 싶어도 재정이 확보돼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방자치는 이뤄졌지만 재정자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유 구청장은 “지방자치단체들은 특색을 살린 지역발전을 위해 뛰고 있지만 국가 전체 세수 가운데 지방세 비중이 20% 남짓밖에 안 되는 상황에서 지역특색에 맞는 창의적 사업을 펴기 힘들다”며 “지방자치단체의 40% 세입 확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현행 헌법은 지방자치가 시행되기 전인 1987년에 만들어졌기 때문에 지방자치 시대에 맞지 않다”면서 “전반적으로 지나친 중앙집권주의로 일관하고 있어 시대에 한참 뒤떨어진다”고 꼬집었다. 특히 “프랑스는 헌법 1조 1항에 ‘프랑스는 지방분권으로 이뤄진다’로 명시하는 등 지방분권을 국가운영의 기본원리로 천명하고 있다”면서 “우리도 개정할 헌법에 지방분권을 명시해 실질적인 지방자치를 실현하자”고 말했다. 유 구청장은 끝으로 “우리가 새롭게 도약하기 위해서는 국가운영 시스템을 비효율적인 중앙집권에서 실질적 지방자치로 전면 전환해야 한다”면서 “지방분권을 이루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닻 올린 ‘자치분권전략회의’… 연내 지방분권 특별법 개정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지방분권’의 구체적인 그림을 그리기 위한 논의기구인 ‘자치분권전략회의’가 13일 출범했다. 행정자치부는 ‘자치분권전략회의’를 매주 목요일마다 정기적으로 열어 새 정부의 자치분권 추진전략 및 실천과제, 지방분권형 개헌 등 지방분권 전반에 대해 논의하게 된다. ‘자치분권전략회의’는 심보균 행자부 차관과 안성호 대전대 행정학과 교수를 공동위원장으로 하고 자치단체장, 학계, 민간단체 등 사회 각계의 지방분권 전문가 18명으로 구성된다. 자치단체장으로는 김영배 서울 성북구청장, 최형식 전남 담양군수가 참여하며 나소열 자치분권비서관, 곽현근 대전대 행정학과 교수, 김순은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이창용 지방분권운동대구경북본부 상임대표 등이 위원이다. 김부겸 행자부 장관은 “실질적인 지방분권을 위해서는 중앙권한의 획기적 지방이양, 자주적인 지방재정 확충, 자치단체의 자치역량 제고, 풀뿌리 주민자치 기반 강화가 핵심적으로 추진되어야 하며, 이를 뒷받침하는 지방분권형 개헌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지방분권 추진 컨트롤타워를 구축하기 위해 지방분권 특별법을 개정한다고 밝혔다. 대통령 소속으로 현재 가동 중인 지방자치발전위원회는 자치분권위원회로 이름을 바꿔 오는 9월 말 재출범하게 된다. 자치분권위원회의 9월 출범에 맞춰 지방분권 특별법을 개정하고 늦어도 올해 안에 법 개정을 완료하는 것이 정부의 계획이다. 지방분권 특별법 개정의 목표는 내년 지방선거와 함께 국민투표에 부쳐질 예정인 헌법 개정이 국민 참여 속에 진행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개헌 논의가 여의도 국회에서 독점적으로 이뤄지는 것을 막게 된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대통령 소속으로 운영된 비슷한 성격의 지방자치발전위원회와 지역발전위원회를 가칭 ‘지방분권·균형발전위원회’로 통합하는 내용 등을 담아 오는 19일 ‘국정 100대 과제’를 발표할 예정이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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