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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리도롱뇽 서식지 대규모 훼손 우려

    고리도롱뇽 서식지 대규모 훼손 우려

    요즘 전 지구적 차원에서 진지하게 논의되고 있는 환경·생명 이슈는 여럿이다. 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의 복제 배아줄기세포로 대변되는 생명공학의 문제를 비롯해 빈곤과 기아, 지구온난화로 치닫고 있는 기후변화 문제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다. 그동안 국내외에서 고리도롱뇽의 존재가 주목받아 온 까닭도 이와 연관돼 있다. 하나는 각종 개발과 인간의 간섭 등에 따라 일부 종(種)의 멸종현상이 가속화되면서 부각된 생물다양성 보전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핵발전소 건설 논란이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세계적 희귀종인 고리도롱뇽엔 지구촌의 이런 두 가지 환경 이슈가 동시에 녹아들어 있다. ●성체와 알덩어리 활발히 번식 국립환경연구원과 서울대·인하대 등 민관 전문가 15명으로 구성된 조사단은 총 84개 조사구 가운데 58곳에서 고리도롱뇽의 서식을 확인했다. 가장 많이 발견된 곳은 부산 해운대구의 중산분지로 성체가 36개체, 난괴(卵塊·알덩어리)는 100개가 넘었다. 부산시 기장군 신평리와 월내리, 울주군 서생면 대송리 등 3곳에서도 성체가 21∼28개체 발견됐다.10개체 이상의 집단서식지도 16곳으로 27.6%에 달했다. 조사단원으로 참여한 인하대 양서영 명예교수는 “난괴가 발견된 대부분의 조사지역에서 20∼30개 이상의 알덩어리가 발견돼 활발한 번식이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서식밀도는 비교적 낮은 수준이었다. 성체는 100㎡(가로·세로 각 10m씩)당 0.01개체(부산시 기장군 구칠리)∼9개체(울주군 서생면 진하리)까지였으며, 알덩어리는 0.03개(기장군 원리)∼11개(울주군 진하리)로 다양한 밀도를 보였다. 조사단은 이에 대해 “번식기인 지난 3월 초·중순의 기온이 예년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아 산란시기가 늦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면서 “몇몇 조사원이 지난달 추가 현지답사에서 3월보다 더 많은 개체수를 발견한 점에 비춰 실제 서식밀도는 이번 조사결과보다 다소 높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전대책, 새로운 차원에서 논의될 듯 고리도롱뇽이 신고리원자력 발전소 건설 예정지에 서식 중인 사실이 공개된 것은 지난해 8월이다. 인하대 기초과학연구소 김종범 박사가 기장군 효암리에서 발견한 고리도롱뇽 논문이 2003년 일본동물학회가 내는 ‘동물과학회지’에 신종으로 발표, 게재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던 것. 고리도롱뇽에 부여된 학명(Hynobius yangi)이 일반 도롱뇽(Hynobius leechii)과 다른 건 이런 까닭이다. 이때부터 고리도롱뇽의 보전 문제에 여론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원전건설의 타당성 여부를 둘러싼 논란도 더욱 달아올랐다. 지역주민과 시민단체 등이 참여한 울산 핵발전소 반대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희귀종이 발견된 만큼 환경영향평가를 새로 실시하고 산란기인 2005년 봄까지 공사를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여야 국회의원 60여 명은 원전 건설저지 입장을 밝히면서 고리도롱뇽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달라고 문화재청에 요청하기도 했다. 환경부의 고리도롱뇽 서식실태 조사 방침은 이런 배경에서 이뤄졌는데, 지난해 9월과 지난 3월, 두 차례에 걸쳐 실시한 정밀조사를 토대로 이번 최종 보고서가 만들어졌다. 이 때문에 원전건설과 고리도롱뇽 보전 문제를 둘러싼 논의는 앞으로 새로운 양상을 띠며 지금까지와는 다른 차원에서 진행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볼 수 있다. 원전건설 찬성론자들은 “고리도롱뇽이 원전부지 내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도 고루 분포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원전건설 반대 명분도 급격히 힘을 잃을 것”이라는 말을 오래 전부터 흘려오기도 했다. ●“보호지역 지정 서둘러야” 그런 측면이 없는 건 아니지만, 고리도롱뇽 보전문제는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다뤄져야 한다는 견해가 많다. 조사단도 고리도롱뇽이 원전 건설부지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살고 있다는 사실이 보전의 중요성을 깎아내릴 수는 없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인하대 양서영 명예교수는 “개발제한구역이나 자연녹지 등으로 묶여 있던 원전 부지 인근 지역이 최근 대부분 해제돼 고리도롱뇽의 서식지가 대규모로 훼손될 우려가 높아졌다.”면서 “정부와 지자체 등의 보전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새로 밝혀진 고리도롱뇽의 분포지역이 대부분 도로나 인가, 농경지 부근이라는 점도 서식지 훼손 가능성을 더욱 높여주고 있는 대목이다. 서울대 야생동물유전자원은행 민미숙 박사는 “고리도롱뇽의 생물학적·유전적 중요성에 대한 연구가 최근 비로소 시작됐는데, 장기적 안목에서 보전대책을 마련하지 않을 경우 개발로 인해 서식지가 금세 없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번 실태조사에서 서식지가 이미 훼손된 사례도 다수 드러났다. 조사단은 보고서를 통해 “부산 해운대구 장산 서식처의 경우 인근의 삼림욕장 관리사무소와 공용화장실에서 오수가 무단 배출돼 고리도롱뇽의 알덩어리가 오염물로 뒤덮이는 바람에 산란이 중단된 상태였다.”고 강한 우려를 표시했다. 이런 상황을 종합적으로 감안한 조사단이 정부에 요구한 대책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신고리원전 주변지역을 보호지역으로 정해 고리도롱뇽의 안정적 서식장소를 확보해 둘 것을 촉구했다. 조사단은 이를 위해 “원전 주변의 일정 지역을 제한구역으로 설정해 고리도롱뇽 보전을 위한 생태계보전지역이나 야생동식물특별보호구역 또는 자연생태계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둘째는 국제학계에 보고된 첫 발견지점(기장군 효암리)과 그곳에서 서식하던 고리도롱뇽의 개체군 보전 대책을 요구했다. 신고리원전 부지 정지작업이 지난 3월 시작되면서 고리도롱뇽이 처음 발견된 장소와 서식공간은 이미 사라진 상태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조사단 관계자는 “원 지점에 서식하던 고리도롱뇽이 원전 부지내의 대체서식지로 옮겨진 것으로 안다.”면서 “생물분류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학술적 의미를 지니고 있으므로 철저한 사후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은호기자 unopark@seoul.co.kr
  • 중랑천 갈수기 악취 언제까지…

    경기도 의정부시가 중랑천 건천화에 따른 악취 방지 등을 위해 시작한 ‘중랑천 건천화 예방사업’이 1년여 중단돼 장암·호원동 일대 주민 불편이 계속되고 있다. 중랑천 건천화 예방사업은 지난 2003년초부터 오는 2009년까지 중랑천 서울시계∼양주시계 9㎞ 구간에 3단계로 나눠 송수관을 매설, 하수처리시설을 거친 방류수를 상류로 끌어올려 흘려보냄으로써 악취 방지와 미관·생태복원효과를 거두려는 것으로 10억여원을 들여 2003년말 1단계 사업을 완료했다. 이에 따라 장암동 하수처리장∼동막교 0.9㎞ 구간에 송수관과 압송 펌프 2대가 설치돼 전체 방류수 18만t 가운데 2만 5000t이 동막교로 보내지고 있다. 하지만 나머지 동막교∼양주시계 8.1㎞ 구간은 2007년말까지 한시적으로 사용되는 자동차전용도로 아래에 송수관을 묻어야 하기 때문에 공사를 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로인해 중랑천은 해마다 갈수기가 되면 부영양화로 모기 등 해충의 개체수가 크게 늘고 심한 악취가 발생, 인근 주민들의 피해가 되풀이되고 있다. 특히 중랑천은 장마철을 제외하고는 항상 수량이 부족해 1단계 사업후 인근 상류로 보내지는 적은 양의 방류수로는 악취개선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시는 악취예방을 위해 우선 내년 초 300억원(국비 70%, 시비 30%)을 들여 악취유발 성분인 질소와 인을 줄이는 고도처리시설을 하수처리장내에 설치하고,2008년 나머지 공정을 재개할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고도처리시설이 완료되면 악취로 고생하는 주민들의 불편이 다소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의정부 한만교기자 mghann@seoul.co.kr
  • 지구의 주인은 개미?

    지구의 지배자는 인간일까, 개미일까. 인간은 스스로 ‘만물의 영장’이라 부른다. 인간과 유전자의 99%가 일치하는 침팬지조차 국가를 세우거나, 전쟁을 벌이거나, 농사를 짓지는 못한다. 그러나 이같은 인간의 진화 과정은 개미 사회에서도 똑같이 벌어진다. 인간은 600만년전 침팬지와 갈라졌다. 반면 개미의 가장 오래된 화석은 인류 역사의 10배에 달하는 신생대 초기(6000만년전)이며 개미의 출현은 이보다 앞선 중생대 백악기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개체수에서 인간은 약 60억명인데 비해 개미는 1억의 1억배 정도로 월등히 많다. 개미의 크기는 채 1㎜도 되지 않는 것부터 큰 것도 3㎝가량에 불과하지만, 이렇게 많은 개미들의 무게를 합치면 인류와 거의 맞먹는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지구상에는 1만 4000여종의 개미와 2000여종의 흰개미가 있다. 우리나라에도 150여종이 분포하고 있으며 10여종은 집개미이다. 이 때문에 일부 과학자들은 지구를 ‘개미의 행성’이라 부르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고 강조한다. 한편 개미는 태어날 때부터 그 역할이 정해지게 된다. 우선 몸집이 크고 가슴에 날개가 달려있는 여왕개미는 번식을 담당한다. 여왕개미가 일정 수 이상의 일개미를 낳기 전에 자신의 영양분을 모두 소모해 버리면 종족 모두가 죽게 된다. 이 때문에 다른 개미 집단에서 알이나 애벌레 등을 훔쳐와 노예로 쓰기도 한다. 또 일개미는 먹이를 모으고 알과 애벌레를 돌보는 역할을 한다. 머리와 턱이 발달된 병정개미는 적의 침입으로부터 보금자리를 지킨다. 수개미는 먹이를 축낼 뿐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 번식이 주된 임무이기 때문이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개미의 침공…지구온난화로 개체수 늘어

    개미의 침공…지구온난화로 개체수 늘어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개미의 개체 수가 늘어나고, 공격 본능이 커져 인류에 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 오클라호마 대학과 파마나 스미소니언 연구소가 최근 열대우림에서부터 냉대 툰드라지역의 665개 개미 군에 대한 조사 결과다. 연구팀에 따르면 열대와 온대 등 따뜻한 지역은 냉대와 한대 등 추운 지역에 비해 개미의 크기는 작아지지만, 개체 수는 증가한다. 미국 49개 생태계 지역에서 일개미 수를 비교한 결과, 저온의 소나무지대에서는 63마리에 불과했지만 고온의 사막에서는 9000마리에 달했다. 이는 온도가 높을수록 생명체의 생체 기능이 향상되고 충분한 먹잇감이 공급돼 개체 크기가 커진다는 일반적인 원리를 정면으로 뒤집은 결과다. 이에 대해 국내 개미전문가인 유동표 박사는 “다양한 생명체가 공존하는 상황에서 개미처럼 작은 곤충은 오히려 다른 생명체의 먹잇감으로 노출되기 쉽기 때문에 크기가 줄어든다.”면서 “이같은 과정에서 종족을 보호하려는 본능도 강해져 더 뛰어난 번식력을 갖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높은 온도가 생명체의 번식과 성장에 긍정적, 부정적 효과를 동시에 발휘할 수 있는 셈이다. ●온난화로 공격적인 개미 증가 연구팀은 특히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전체 개미 가운데 일개미가 차지하는 비중이 과거에 비해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는 개미의 공격 성향을 강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유 박사는 “역할분담이 철저한 개미집단에서 일개미는 먹이를 모아오기 때문에 (다른 생명체의)먹이 표적이 될 수 있다.”면서 “온난화가 전지구적 현상인 만큼 우리나라에서도 유사한 사태가 빚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떼지어 몰려다니며 곡식은 물론 사람까지 무차별 공격, 목숨까지 잃게 할 수 있는 ‘붉은 불개미’(fire ant)는 원산지인 남미를 비롯, 최근에는 미국과 중국 등지에서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붉은 불개미와 유사한 종류인 ‘일본열마디 개미’가 서식하고 있다. ●향후 100년간 온난화 심화 특히 지구 온난화는 지난 세기보다 21세기에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 대기연구소(NCAR)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전 세계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현 수준으로 유지하더라도 온도와 해수면 상승 등 지구 온난화는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지난 2000년 수준으로 억제하더라도 지구의 평균 온도는 향후 100년간 0.4∼0.6도 상승한다는 것. 이는 20세기 동안의 온도 상승(0.6도)에 맞먹는 수준이다. 제럴드 밀 박사는 “이는 대기의 온도 상승이 해양과 지각에 영향을 미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시간의 지체’ 현상 때문”이라면서 “시간의 지체 현상 때문에 지구는 현재 온실가스에 의한 영향을 모두 반영하지 못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톰 위글리 박사도 “물은 온도 상승에 따라 부피가 팽창하기 때문에 시간 지체로 인한 열팽창만으로도 해수면은 향후 100년간 11㎝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게다가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같은 분석은 ‘장밋빛’ 전망에 가깝다. 때문에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팀은 현 추세를 감안할 경우 지구 평균 기온은 향후 50년 안에 지금보다 1.9∼11.5도 상승하고, 고위도 지방은 20도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어서 2100년에는 겨울이 사라지고 봄, 여름, 가을 날씨만 계속될 것이라는 연구결과도 최근 발표됐다.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오재호 교수팀은 2100년 연평균 기온이 서울의 경우 현재 12.8도에서 18.8도, 부산은 14.9도에서 20.2도로 올라 더이상 겨울 날씨를 즐기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개미는 비염·천식의 원인 개미의 수가 늘고 공격성이 강화되는 데다 크기마저 작아져 인류의 생활권을 ‘침범’할 것이라는 우려가 우리나라에서 현실화될 수 있다. 개미는 지금도 각종 질병을 유발하는 등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정원이나 야산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왕침개미’, 고층 아파트에서도 흔히 발견되는 ‘애집개미’ 등이 대표적이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알레르기연구소 박중원 교수는 “황갈색 또는 등황색의 애집개미(몸길이 2∼3㎜)는 집안을 기어다니며 비염이나 천식 등을 유발한다.”면서 “이같은 사실은 최근 밝혀져 정확한 통계는 알 수 없지만, 개미로 인한 질병이 증가하는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적갈색의 왕침개미(4∼5㎜) 침에 쏘이면 쇼크가 발생해 최악의 경우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그래픽 이혜선기자 okong@seoul.co.kr
  • 쇠딱따구리 두배 늘고 청둥오리 79% 줄어

    쇠딱따구리 두배 늘고 청둥오리 79% 줄어

    세월 따라 강산이 변하듯, 거기에 둥지를 튼 생태계의 모든 동물도 변화의 물결을 탄다. 야생동물들은 서식처·기후 등 환경이 바뀌거나 인간의 개발바람 등으로 멸종하기도 하지만 천적 부재로 개체수를 급속히 늘려가는 종(種)들도 있다. 먹이사슬 꼭지점에 위치한 인간은 갈수록 인구규모를 늘려가는 중이다. 언제부턴가 생태계 최상위의 포식자로 입지를 굳히면서 번식도 줄기차게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딱새·박새등 환경지표동물은 늘어 그렇다면 야생동물의 사정은 어떨까. 한국환경연구원의 ‘2004년 야생동물 실태조사’ 보고서는 시간·환경변화에 따른 야생동물의 변화상을 실감케 한다.1997년 이래 8년동안 서식밀도 등에서 각기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사람처럼 번식을 통한 ‘종의 존속’을 본능적으로 희구한다는 가정이 성립한다면 종별로 희비가 엇갈렸음직하다. 조사대상은 포유류 6종, 조류 16종 등 모두 22종. 이를 환경지표동물(10종)과 수렵동물(12종)로 다시 나눠 서식밀도를 관찰했다. 환경지표동물은 산림이나 다른 야생동물의 변화상을 추정케 하는, 일종의 가늠자 역할을 하는 동물이다. 예컨대 “딱따구리가 줄어들면 그 지역의 큰나무가 감소했다는 걸 알 수 있다.”(국립산림과학원 신준환 산림환경부장)는 식이다. 환경지표동물의 조사결과는 다소 의외다. 조류의 경우 제비와 꾀꼬리를 빼곤 6종이 1997년보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림에 서식하는 텃새인 쇠딱따구리와 직박구리, 딱새, 박새, 노랑턱멧새 그리고 여름철새인 흰배지빠귀 등이다. 이 가운데 쇠딱따구리는 100㏊(1㎢)당 4.2마리에서 9.2마리로 두배 이상 늘어났다. 연구원은 “쇠딱따구리는 썩은 나무에서 먹이를 구하는데 고사목이 증가하면서 밀도가 증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환경지표동물이 는 것은 비록 산림면적은 줄었지만 산림생태계가 이전보다 좋아진데 따른 것이다. 신준환 부장은 “생장이 최고조에 달하는 시기인 30년생 나무가 전체의 38%에 이르는 등 산림상태가 한결 좋아졌다. 산림생장이 빨라지면서 전체적으로 생물 다양성도 함께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수렵조류는 8종 가운데 7종 감소 수렵동물의 변화추이는 이와 다르다. 청둥오리는 1997년 100㏊당 최고 326마리가 관찰됐지만 지난해엔 70마리로 뚝 떨어졌다. 흰뺨검둥오리, 쇠오리 등 다른 오리류도 사정은 비슷하다. 연구원은 “낙동강 하구 등 오리류의 주요 서식지인 습지의 지속적인 파괴와 인간의 방해 등 월동지의 서식조건 악화가 가장 큰 원인으로 여겨진다.”고 지적했다. 살 만한 곳이 줄어들면 새들도 당연히 찾아들지 않기 마련이다. 어치만 비슷한 수준(14마리)을 유지했을 뿐, 나머지 7종(꿩, 멧비둘기, 참새, 까치 등)의 수렵동물은 1997년보다 2.4∼7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포유류의 경우 고라니·멧돼지·청설모는 늘었지만 멧토끼는 다소 감소했다. 환경연구원 유병호 동물생태과장은 “멧토끼는 국제학회에서 유일하게 인정하는 한반도의 고유종”이라면서 “휴경지를 멧토끼의 서식처로 제공하는 등 밀도관리를 위한 과학적 연구·관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동남아 산림파괴도 원인 여름철새인 제비와 꾀꼬리가 감소한 것은 다른 요인도 있다. 제비는 100㏊당 20.6마리, 꾀꼬리는 6.7마리가 관찰됐는데, 비교시점보다 각각 44%,12%가량 줄어들었다. 꾀꼬리는 특히 1980년대까지는 서울의 도시림에서도 흔히 번식하곤 했으나 90년대 들면서 밀도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유병호 과장은 “제비와 꾀꼬리의 감소는 서식처 파괴 등 원인도 있지만 월동지인 동남아시아의 산림파괴와도 깊은 관계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장기적으로 여름철새 월동지의 서식환경·개체군에 대한 자료교환 등 국제적 공동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붉은귀거북, 야생고양이의 생태 전 세계적으로 야생동물은 멸종의 위기에 처한 종들이 많다. 환경연구원에 따르면 1600년대 이후 486종의 동물과 600종의 식물이 멸종되었고 지금도 3565종의 동물과 2만 2137종의 식물이 서식지 파괴와 인간의 무분별한 이용에 의해 멸종 위협을 받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국내 생태계에서 붉은귀거북은 이와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전국의 927개 조사구를 선정,2년동안 관찰한 결과 382개소(41.2%)에서 서식중인 사실이 확인됐다. 환경부가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별도 수행한 2003년 조사에서는 출현율이 29%에 불과했었다. 그동안 알려진 대로 방생(61%)이 가장 큰 원인이지만, 방생 혹은 애완동물로 키워지다 버려진 뒤 인근 하천 등으로 전파된 자연유입의 비율도 22%에 달했다. 환경연구원은 “붉은귀거북은 분포지역이 급속 확산 중이나 아직 천적이나 서식을 제한할 수 있는 방법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라면서 “자연계 유출 및 이로 인한 생태계 훼손이 심각한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야생고양이도 전국 도처에서 급증하고 있다.405개 조사구에서 관찰된 야생고양이는 511마리로 1997년(58마리)보다 8배 이상 웃돌았다. 지역에 따라 유해동물로 지정해 지속적인 포획이 이뤄지고 있지만 개체수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늘어났다. 연구원은 “야생화한 고양이는 다람쥐·청설모 등 포유류와 땅위에서 번식하는 조류의 알과 새끼 등을 포식, 이들의 개체군에 직접적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대책이 강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늑대와 코요테의 잡종이 늑대의 순수한 유전자 보전을 해친 미국의 경우처럼 야생고양이가 멸종위기종인 삵과 교미할 경우 삵의 개체군 존속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됐다. ●어떻게 조사했나 한국환경연구원은 1967년부터 야생동물이 자주 출몰하는 지역을 대상으로 매년 실태조사를 벌여왔다. 그러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이듬해인 1997년부터는 “(여느 선진국처럼)야생동물에 대한 국가통계가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조사구 선정과 조사방식 등 일정한 잣대를 마련, 통계를 내오고 있다. 환경지표·수렵동물의 경우 전국 9개 도별로 48개(제주도는 21개)씩 선정된 405개 조사구에서 매월 한차례씩 느린 걸음으로 걸으며 개체수를 조사했다. 붉은귀거북은 이들 조사구에서 반경 2㎢ 내의 모든 수계(하천·강·습지·연못 등)를 조사구로 설정, 정밀조사를 벌였다. 박은호기자 unopark@seoul.co.kr
  • [기고] ‘야생동물 사랑 캠페인’ 펼치자/박명식 말씀인쇄그래픽스 이사·수필가

    얼마 전 호주의 한 해안에서 보트놀이를 하던 한 젊은이가 식인상어의 습격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 후 호주 해안 경비대는 백상아리 수색에 나섰다. 그런데 사망자의 부모는 자식의 생명을 앗아간 백상아리 수색을 중지해 줄 것과 문제의 상어를 사살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연유인즉 “우리 아이는 상어를 무척 좋아하고 사랑했으며, 우리 아이가 변을 당한 곳은 다름아닌 바다 생물의 삶의 영역이기 때문이다.”라고 밝혀 동물을 사랑하는 지구촌 사람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었다. 우리나라에서도 겨울 수렵 철을 맞아 불법 밀렵이 기승을 부린다고 한다. 한 TV 고발 프로에서 고라니 한 마리가 억센 올무에 걸려 벗어나려고 피를 흘리며 고통을 받는 장면은 너무나 끔찍하여 시선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또 어느 농장에서는 사육하고 있는 곰 가슴에 고무 호스를 삽입하여 생 쓸개즙을 빼 먹었다니, 구석기 수렵시대도 아니고, 기가 막힐 따름이다. 가축들로부터 얼마든지 육류나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는 현대사회에서 행해지는 잔인한 밀렵은 인간으로서 할 일이 못 되는 끔찍한 살육행위다. 현재 우리나라 야생동물 중 까치와 청설모, 멧돼지를 제외하면 인위적으로 개체수를 조절할 만큼 과잉 번식하는 동물은 거의 전무하다. 몇십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 산천에서 어디서나 볼 수 있었던 나비, 뱀, 개구리, 반딧불, 가재, 잠자리 등은 이제 산골이나 박물관에서 표본으로나 보아야 할 실정이다. 희귀 동식물들도 어디 어디에 좋다는 근거 없는 낭설들로 무분별하게 포획되어 멸종 위기에 처해있다. 가뜩이나 개발과 환경오염 등으로 먹이와 서식지가 척박해진 우리의 야생동물들은 이래저래 딱한 처지가 된 것이다. 온 산천에 거미줄처럼 각종 도로와 교량이 건설되어 동물들의 이동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러다간 정말로 이 땅은 탐욕 많은 인간밖에 살지 못하는 황량한 세상이 될지도 모른다. 우리나라 텃새가 아닌 제비가 이 땅에서 대접받는 것은 흥부와 놀부의 우화 속에 이롭고 신성한 철새라는 인식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야생동물에 관한 잘못된 속설과 보신문화도 바로잡아야 한다. 야생동물의 혈액이나 고기를 아무렇게나 섭취할 경우 각종 기생충과 잠복성이 강한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치명적인 해와 위험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경고되어야 한다. 또한 독극물이나 덫, 올무를 제작·판매하는 것은 강력한 법으로 금지하고, 그것을 사용하여 야생동식물을 포획하거나 유통, 구입, 식용, 밀수, 반입하는 사람에게는 더 엄중한 법을 적용해 단속해야 한다. 인간을 위협하지 않는 한, 우리에게 그 존귀한 생명을 아무렇게나 빼앗을 권리는 없다. 얼마 전 필자가 찾았던 프랑스의 루브르 박물관 앞 호수에서 청둥오리들이 산책나온 사람의 손이나 어깨에 앉아서 친구처럼 어울려 지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동물들이 그처럼 인간과 친화적인 관계를 가질 수도 있다는 것이 여간 부러운 게 아니었다. 캐나다에서는 불법으로 연어를 잡은 사람에게 5년 동안 연어를 먹지 못하게 하고, 영국에서는 지렁이라도 이유 없이 학대하거나 해하면 처벌을 받는다. 그에 비하여 우리나라는 야생동물 불법 포획이나 학대에 대한 처벌은 솜방망이와 다름없다. 또한 현재 제정된 야생 동식물 보호법이나 지리산 반달곰 방사와 같은 동물보호 노력은 일정한 한계가 있어 보인다. 이제부터라도 우리 산야를 평화로이 날거나 달리는 야생동물을 보려면, 동물이 사라진 황량한 땅을 만들지 않으려면, 범국민적으로 야생동물을 사랑하는 캠페인을 벌여야 한다. 동식물을 아끼고 보호하려는 성숙한 시민 의식도 뒤따라야 하겠다. 우리가 살아가는 자연과 환경은 인간만이 살도록 주어진 공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박명식 말씀인쇄그래픽스 이사·수필가
  • ‘바이러스 대공습’ 인류 위협

    ‘바이러스 대공습’ 인류 위협

    웨스트나일 뇌염, 니파 뇌염, 라임병, 한타바이러스 폐증후군…. 다소 생소하지만 최근 들어 인류를 위협하고 있는 질병들이다. 지난 2년간 동남아를 휩쓸었던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도 한 예다. 이들 신종 전염병은 말라리아, 홍역, 페스트 등 ‘과거’의 전염병이 사라진 자리를 빠른 속도로 채우고 있다. ●생명 앗아가는 공포의 대상으로 이들 전염병의 원인은 바이러스다. 그동안 바이러스 질환은 가볍게 앓다 저절로 나았고 생명을 위협하는 경우는 적었다. 감기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1980년대초 에이즈(AIDS·후천성 면역결핍증)가 나타나면서 바이러스에 대한 통념이 깨졌다. 에이즈 바이러스는 인체면역을 맡고 있는 T림프구로 침투, 생명을 앗아가기 때문이다. 이후 바이러스는 인류의 생명을 위협하는 공포대상이 됐다. 물론 과학의 발달로 전에는 원인을 몰랐던 질병 원인이 바이러스로 밝혀지는 경우도 있다. 바이러스는 세균과 달리 항생제로 치료되지 않는다. 항바이러스 약은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하는 것이지 바이러스를 직접 죽이지 못한다. 바이러스는 단백질 껍질 안에 유전물질을 빼곡히 채우고 있다가 먹이가 될 숙주 세포를 만나면 ‘파괴’ 유전자를 꺼내 놓는다. 이 바이러스 유전자들은 숙주 세포의 유전자 복제와 단백질 합성도구를 맘대로 사용, 자신의 유전물질을 무수히 만들어낸다. 새로 만들어진 바이러스는 세포 표면으로 나와 주변의 세포를 공격, 정상세포를 파괴해 나간다. ●인간의 자승자박 최근 들어 바이러스가 극성을 부리는 것에 대해 서울대 의대 내과 최강원 교수는 “문명발달로 인한 급격한 생태계의 변화로 그동안 노출되지 않았던 병원균과 접촉할 기회가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환경공해로 인한 돌연변이와 스트레스로 인한 면역력 저하, 이상기온 현상 등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라임병은 쥐에서 서식하는 진드기가 옮기는 바이러스가 원인이다. 삼림이 파괴되면서 쥐를 잡아먹는 여우와 살쾡이들이 사라졌고 병원균인 보렐리아 부르그도르페리가 이상증식했다. 니파 바이러스 뇌염도 같은 경우다.99년 말레이시아에서 농지확충을 위해 삼림을 벌목했고 서식지를 잃은 과일박쥐가 주거지까지 침입했다. 이 과일박쥐에 서식하던 니파 바이러스가 돼지에게 옮았고 다시 인간에게 전염됐다. 93년 미국 애리조나와 뉴멕시코주에서 처음 발생한 한타바이러스 폐증후군은 이상기온 탓이었다. 그해 미국 남서부 겨울철 날씨는 엘니뇨 등의 영향으로 유난히 더웠다. 이 때문에 쥐의 개체수가 폭발적으로 늘었고 설치류의 바이러스인 한타바이러스도 크게 늘었다. 한타바이러스 폐증후군은 남미지역까지 퍼졌고 치사율은 50%다. ●세계화가 또다른 복병 한 곳에서 나타난 전염병은 국가간 이동이 빈번해지고 농축산물 교역이 늘어나면서 다른 곳으로 번지고 있다. 99년 8월 미국 뉴욕에서 처음으로 발생한 웨스트나일 뇌염은 37년 아프리카 우간다에서 처음 발견됐다. 미국 질병통제센터(CDC)는 비행기를 타고 온 모기에 의해 미국에 전파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매년 4000∼5000명이 감염되며 치사율은 5∼15%다. 서방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에볼라 바이러스의 상륙. 연세대 의대 미생물학교실 이원영 교수는 “에볼라 바이러스가 서방세계로 퍼지거나 누군가 생물테러 무기로 쓴다면 인류의 미래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을 것”이라며 에볼라의 ‘위력’을 설명했다. 영화 ‘아웃브레이크’의 소재였던 에볼라는 76년 아프리카 수단과 자이르에서 주민과 의료진 397명의 사망자를 낸 뒤 사라졌다. 그 뒤 95년 다시 출현, 자이르에서 244명의 사망자를 냈고 96년 가봉,2003년 콩고에서 다시 발생했다. 치사율 90%인 이 바이러스의 감염경로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그래서 우주복과 같은 보호복을 입은 실험실에서만 연구된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환경·생명] 멸종위기 고래 “SOS”

    [환경·생명] 멸종위기 고래 “SOS”

    아득히 먼 옛날, 고래의 모습을 더듬으려면 신화의 골짜기로 내려가야 한다.2500만년 전 물고기 형태로 출현한 사실은 화석연구로 밝혀져 있지만, 그보다 훨씬 이전엔 네발로 걷던 쥐나 개 정도 크기의 뭍짐승이었다고 한다. 사는 곳이 바다라는 점 말고는 자궁이 태아를 품고 새끼가 어미 젖을 빠는 등 인간을 비롯한 포유동물과 모든 점에서 같은, 유일한 바다 생명체가 바로 고래다. 그 신비롭고 특이한 존재, 고래가 올해 긴박한 SOS 신호를 보내오고 있다. ●밍크고래등 68종 절멸위기 적색목록에 오는 5월말부터 한달여 동안 울산에서는 제57차 국제포경위원회(IWC) 연례회의가 열린다.1986년부터 금지해 온 상업적 목적의 포경(捕鯨·고래잡이)을 부분적으로 허용할지 여부가 판가름날 것으로 보여 이를 둘러싼 논란도 후끈 달아오를 전망이다. 지난해 이탈리아 소렌토에서 열린 총회에서 “상업포경을 재개하되 첫 5년간은 각국 200해리 수역 내로 한정한다.”는 의장 동의안이 상정됐지만 논란 끝에 부결됐다. 하지만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일본을 위시한 포경국가들이 “IWC 탈퇴도 불사하겠다.”며 배수진을 치면서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현존하는 고래의 종류는 84종 이상으로 추정될만큼 다양하다. 하지만 대부분이 멸종위기에 처한 상태다. 귀신고래·브라이드고래·밍크고래 등 68종이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의 절멸위기종 적색 목록에 올라있다. 야생동식물의 국제무역에 관한 국제협약(CITES)에서 모든 종류의 고래에 대한 거래를 제한한 것도 이런 까닭이다. 지난 19년 동안 IWC 스스로 결정한 상업포경 금지는 이런 국제사회의 압력과 고래자원에 대한 불투명한 전망에서 비롯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과 노르웨이, 러시아 등 포경국들은 과학적 조사 목적을 내세워 해마다 남극해 등지에서 수백∼수천마리씩 잡아 공공연히 유통시켜 왔으며, 이젠 ‘상업포경 허용’까지 관철시키겠다는 데까지 이르게 됐다. 국내외 환경단체들의 움직임도 부산해졌다. 환경운동연합은 국제적 환경단체인 그린피스와 손잡고 불법 포경 및 상업포경 재개 반대를 위한 국제적 캠페인에 돌입할 계획이다. 이번 울산 총회가 고래 종(種)의 멸종여부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18일 국회에서 열린우리당 제종길·이미경 의원 등과 공동으로 ‘고래보호위원회’ 발족 및 심포지엄 개최를 시작으로 3월엔 그린피스의 선박 한 척이 국내로 들어와 한반도 해안에서 시위를 벌인다. 환경연합 부설 시민환경연구소 최예용 기획실장은 “그린피스 선박의 국내 시위 및 캠페인은 1984년 우리 해역에서 반핵 투어를 벌인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라면서 “그만큼 이번 울산 총회를 주시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류 빼닮은 ‘우산종’… 반드시 보전을 고래의 활동과 생존 여부가 주목받아야 할 까닭은 여럿이다. 최예용 실장은 “지구역사 45억년 동안 나타난 가장 큰 동물로 장구한 세월을 생존해 온 고래가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는 사실 자체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대목”이라고 말한다. 인간 다음으로 높은 지능에다 임신 기간이 1년 안팎이고, 수명도 돌고래(25년)를 빼면 60년(향고래)∼100년(수염고래류)에 이른다. 여러 모로 인류와 빼닮았다는 점에서 사람의 감성을 건드리는 호소력이 없을 리 없다. 생태계 보전 차원의 중요성은 더욱 크다. 울산대학교 신만균 교수(생명과학부)는 “생물보전학적으로 먹이사슬의 가장 꼭대기에 있는 이른바 우산종(umbrella species)이 보호되면 그 아래 종을 비롯한 생태계 전체가 건강해진다.”면서 “고래의 생존 여부는 해양생태계의 건강성을 가리키는 척도이기 때문에 보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상업포경의 재개 여부를 논하기에 앞서 고래의 회유 경로나 서식 실태 등 개체수 회복과 위기에 몰린 고래종의 복원을 위한 과학적 제반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고래를 해양개척 길잡이로 삼아야 물론 반대논리도 있다. 일본은 이미 오래 전부터 상업포경을 재개해야 바다 생태계가 살아난다고 주장해 왔는데,“밍크고래가 남극 생태계에서 크릴 새우를 먹는 최대의 소비자로 떠오르면서 대왕고래에게 돌아갈 먹이를 가로채고 있다.”는 것이다. 밍크고래를 잡아야 남극 생태계가 제대로 살아날 수 있다는 말인데, 학계에서는 대체로 고개를 가로젓는 분위기다. 신 교수는 “종이나 아종(亞種), 개체군 등 남극 고래의 자원 수에 대한 추정 자체가 불가능한 실정인데다, 먹이에 대한 문제도 일본 주장이 그대로 받아들여질만큼 확인된 것도 아니다.”고 반박했다. 고래는 어떻게 보면 위대한 모험가이자 불굴의 개척자다. 수천만년전 뭍을 떠나 바다로 향한 뒤 숱한 진화를 거치며 해양생태계의 꼭지점에 다다른 것이 그렇고, 빙하기 등 혹독한 기후변화를 이겨내며 면면히 생을 이어온 점이 이를 웅변하고도 남는다. 고래를 적으로 돌릴 것이 아니라 해양개척의 길잡이로 삼아야 할 이유가 아니겠는가. 박은호기자 unopark@seoul.co.kr
  • 관악구 “겨울은 모기 잡는 계절”

    ‘모기를 겨울철에 잡는다?’ 서울 관악구(구청장 김희철)가 영하의 날씨인 10일 모기퇴치를 선언하고 본격적인 모기잡이에 나섰다. 엄동설한에 때아닌 모기퇴치는 여름에 비해 모기 개체수가 적은 데다 유충 단계에서 이를 박멸할 수 있어 효과가 더 크다는 판단에서다. 다음달까지 2개월간 계속되는 모기잡이는 지역내 114곳의 아파트 등 공동주택이 주요 대상이다. 구는 이들 공동주택의 지하실, 정화조, 하수구 등 모기 서식지에 대한 실태 조사를 벌이고 있다. 지금까지 60여곳의 공동주택에 대한 실태조사결과 11곳에서 모기유충이 발견돼 소독처리했다. 또 10여곳에서는 겨울 집모기도 확인, 살충제를 살포했다. 구는 다음달까지 나머지 54곳의 공동주택에 대한 조사도 벌여 겨울 집모기뿐 아니라 모기 유충 등을 섬멸할 계획이다. 또 모기퇴치를 원하는 주민을 위해 월동모기 신고센터(880-0251∼2)도 운영하고 있다. 구 관계자는 “아파트 등 건물내의 난방시설 확대로 겨울철에도 모기가 많아지고 있다.”며 모기퇴치에 나선 이유를 밝혔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 뜸부기·두견등 14종 천연기념물에

    뜸부기·두견등 14종 천연기념물에

    뜸부기, 꼬마잠자리 등 20여년 전만 해도 흔히 볼 수 있었던 동물들이 무더기로 천연기념물에 지정예고됐다. 문화재청은 두견 등 6개 분야 14종(種)을 국가지정문화재인 천연기념물로 지정예고한다고 3일 밝혔다. 동물 서식지나 도래지의 천연 기념물 지정은 가끔 있었으나 동물에 대한 천연기념물 지정은 지난 88년 노랑부리백로 이후 17년 만이다. 이번에 천연기념물 지정이 예고된 동물들은 70∼80년대 우리나라의 농촌들녘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뜸부기를 비롯하여 두견, 호사비오리, 호사도요, 뿔쇠오리, 검은목두루미 등 조류 6종, 꼬치동자개, 미호종개 등 어류 2종, 꼬마잠자리, 산굴뚝나비 등 곤충 2종, 해송, 긴가지해송 등 해양동물 2종, 파충류인 남생이 1종, 포유동물인 붉은박쥐(오렌지수염박쥐) 등 모두 14종이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는 동물종수는 지금까지 36종에서 50종으로 크게 늘어나게 됐다. 지정예고된 동물들은 최근 각종 개발 및 농약살포 등으로 인한 생태계 훼손으로 개체수가 급격히 감소하였거나 희귀성, 고유성 및 학술적으로 가치가 큰 종이다.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대공원 동물들의 겨울나기

    대공원 동물들의 겨울나기

    낙엽 떨어지는 모습에서 두툼한 솜 이불과 절절 끓는 온돌방이 생각나는 겨울이 성큼 다가왔음을 느끼게 된다. 이럴 때면 얇은 옷들은 정리해 옷장 깊숙이 밀어넣고, 폭신하고 따뜻한 겨울외투를 꺼내야 한다. 더 추워지기 전에 보일러와 수도관도 점검해야 한다. 동물원에 있는 동물가족들도 우리 이웃들과 다를 바 없다. 월동 준비가 한창이다. 겨울 준비에 분주한 서울대공원 동물원 식구들의 모습을 살짝 들여다 봤다. ●야외 온돌침대를 마련한 사자 사자는 겨울만 되면 ‘밀림의 제왕’답지 않게 꽉막힌 실내 사육장에 갇혀 체면을 구긴다. 그러나 올해는 야외 사육장에 바위 모양의 ‘온돌침대’ 2개를 새로 들여놓아 겨울에도 바깥 나들이를 할 수 있다. 서울대공원측이 약 1000만원을 들여 새로 설치한 온돌 침대는 둘레 8m에 2평 남짓한 크기로, 플라스틱 재질을 이용해 바위 모양으로 만들었다. 바닥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온돌장치를 설치했기 때문에 사자들은 따뜻한 바닥에 배를 깔고 겨울 햇살을 맘껏 쬘 수 있게 됐다. 서울대공원 강형욱 홍보팀장은 “11월말쯤이면 실내로 옮겨진 사자들은 스트레스를 받거나 활동 부족 등으로 비만이 되는 경우가 많아 이같은 방안을 마련했다.”면서 “혹한기만 피하면 이번 겨울에는 야외에서 사자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관람객들은 온돌침대 덕분에 사육사가 던져주는 먹이를 받아들고는 ‘밀림의 왕자 레오’처럼 동물원이 떠나가도록 힘차게 포효하는 모습을 겨울철에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겨울 외투입은 ‘오랑우탄 보미’의 재롱 22일 오후 동물원의 스타인 암컷 오랑우탄 보미는 겨울외투를 입고 어린이 관람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치마에 알록달록한 카디건을 입고 ‘아빠’사육사 이길웅씨 품에 안긴 보미는 쌀쌀해진 날씨에도 아랑곳않고 재롱을 피우고 있다. 어린이들은 보미를 둘러싸고 악수도 하고 머리도 쓰다듬으며 즐거워한다. 2주전 쯤 주머니를 털어 보미를 위한 카디건을 시장에서 사왔다는 이길웅씨는 “날씨가 더 추워지면 두툼한 점퍼도 사주겠다.”면서 “이런 ‘아빠’의 마음을 보미는 아는지 모르겠네요.”라며 환하게 웃는다. 다음 달부터는 5살 일본원숭이 일순이도 보미와 함께 겨울옷을 입고 어린이 관람객들을 맞이할 예정이다. 서울대공원측은 이밖에도 겨울 추위에 강한 원숭이 친구들이 두툼한 점퍼를 입고 야외 사육장에서 지낼 수 있는 방법을 다양하게 구상하고 있다. 따라서 내년 겨울에는 어른 원숭이들이 오리털 점퍼에 목도리를 두르고 있는 모습도 기대해 봄직하다. 동물원에는 이번 겨울을 엄마와 보내지 못하게 된 생후 5개월된 암컷 새끼 캥거루 캥숙이의 안타까운 사연도 있다. ●새끼 캥거루 캥숙이,‘엄마 없는 하늘 아래’ 어미로부터 버림받아 추위에 떨고 있던 캥숙이는 열흘 전쯤 아기 동물들만 키우는 인공포육장으로 옮겨졌다. 사육사 한효동씨는 “캥거루는 생후 8개월까지 어미 주머니에서 자라는 것이 보통”이라면서 “캥숙이는 추워진 날씨에 적응하지 못하고 젖이 부족한 어미가 새끼를 내쳐 고아 아닌 고아가 됐다.”고 설명했다. 캥숙이는 사육사 숙소 한쪽에 포근한 담요로 덮인 작은 바구니에서 이번 겨울을 지낼 예정이다. 습도조절을 위한 가습기가 하루종일 켜져 있는 따뜻한 온돌방에서 겨울을 난다. 한편 코끼리나 기린 등과 같이 따뜻한 곳이 고향인 동물들은 전기보일러로 데워지는 실내 온돌방에서 겨울을 보낸다. 내년 2월까지 겨울나기를 위한 난방비만 8억원가량 든다. 반면 호랑이, 바다사자, 북극곰, 흑두루미 등 추운 곳이 고향인 동물친구들은 제철을 만나 즐거운 표정이다. 고금석기자 kskoh@seoul.co.kr ■자식처럼 돌보느라 퇴근 못하기 일쑤 동물들을 관리하는 사육사들의 손놀림이 분주하다. 보통 외부 온도가 영상 15도 이하로 내려가는 11월 중·하순이 되면 열대동물들은 실내 사육장으로 옮겨진다. 이를 위해 사육사들은 10월말부터 준비에 들어간다. 먼저 난방시설의 이상유무를 살핀다. 전기보일러로 바닥을 데우는 온돌난방을 하는데 24시간 동안 22∼27도를 유지해야 한다. 좁은 실내공간에 많은 개체수가 있다 보니 청결한 위생 상태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매일 3∼4회 정도 물청소를 실시하고 살균제 등으로 소독을 해야 한다. 실내생활이 무료하지 않도록 하고 비만을 막기 위해 적당한 공간에 놀이기구도 설치한다. 과일이나 채소, 닭고기 등 먹이의 신선도 확인이나 동물의 체질에 맞는 영양관리는 사육사가 반드시 지켜야 하는 수칙 제1조다. 올 겨울에는 사육사들 사이에 긴장감도 돌고 있다. 내년 2월말에 동물의 건강을 유지하기 실시하는 ‘동물 행동 풍부화 프로그램’과 관람객들을 위한 ‘아름다운 사육장 꾸미기’ 등 사육사 컨테스트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또 다음달부터 버스를 타고 동물원을 관람할 수 있는 ‘따뜻한 동물원 겨울여행’ 등의 프로그램이 새롭게 진행된다. 관람객 맞이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동물을 돌보느라 집에도 가지 못한 채 동물원 숙소에서 잠을 자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사육사들의 동물 사랑은 끝이 없다. 고금석기자 kskoh@seoul.co.kr ■동물가족 월동 요지경 동물원의 ‘왕따’ 동물들에게 겨울은 따뜻한 계절이다. 힘이 없는 수놈이나 ‘노약자’들은 왕따의 대상이 돼 괴롭힘을 당하다 겨울이 되면 힘센 녀석과 분리된 실내우리에서 특별한 보살핌을 받기 때문이다. 생후 몇 개월간 어미와 무리로부터 격리돼 자란 6살짜리 얼룩말 포니는 지금껏 무리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채 다른 녀석들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다. 포니는 겨울이면 워터벅영양(소목 소과의 아프리카산 동물)과 함께 살아간다. 영양은 성격이 온순한 탓에 ‘낯선 이방인’포니를 이방인으로 취급하지 않는다. ‘스포츠맨’이란 별명에 몸집이 작지만 재빠른 이웃사촌 스프링영양(소목 소과의 아프리카산 동물)에 쫓겨 꼬리를 내리고 도망다니느라 한 해를 다 보낸 늙은 워터벅영양 수놈들에게도 겨울은 행복하다. 겨울이 되면 온순한 암컷과 합방을 시켜주기 때문이다. 강한 수컷이 암컷을 독차지하는 바람에 왕따를 당하는 힘이 약한 수컷 흰오릭스(소목 소과의 아프리카산 동물)도 암컷과의 합방날만 손꼽아 기다린다. 사육사 편현수씨는 “무리에서 서열이 낮고 온순한 놈들끼리 겨울을 나게 해 집단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자신의 권위만 내세우며 다른 동료를 괴롭히는 녀석들에겐 ‘격리수용’이라는 벌이 내려진다. 고금석기자 kskoh@seoul.co.kr ■ 도움말 서울대공원 강형욱 홍보팀장
  • [씨줄날줄] 반달곰 방사/김경홍 논설위원

    모처럼 산으로 들로 나서보면 살아있는 모든 것들이 반갑다.가을 들판에서 메뚜기 한마리만 발견해도 어린 시절이 그립고,등산로를 가로지르는 다람쥐 한마리에도 마음이 넉넉해 진다.한마리의 벌레나 작은 동물에도 감동이 느껴지는데 하물며 앞산에는 곰이 살고,뒷산에는 호랑이가 산다면 우리의 정신세계도 얼마나 풍요로워 질까. 건국신화에 곰이 우리의 조상이었듯,반달가슴곰도 과거에는 백두산과 설악산,지리산 등에서 수천년을 살아왔던 토종 동물이었다.그런데 지금 반달곰은 남한지역에서 10∼20마리 정도만 살고있을 것이라고 추정될 뿐이다.아무리 서식환경을 보호한다고 하더라도 이들 개체수로는 근친교배 문제 등으로 인해 번식이 안 된다는 것이다.따라서 내버려 둘 경우,앞으로 20년 정도 지나면 반달곰은 적어도 우리 땅에서는 사라질 운명에 처하게 된다. 지난 1일 러시아에서 반달곰 새끼 6마리가 들어왔다.이들은 야생적응 훈련을 거쳐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쯤 지리산에 방사될 것이라고 한다.환경부나 국립환경관리공단은 지난 2001년부터 ‘지리산 반달가슴곰 종복원 사업’을 추진해 오고 있다.그 해 새끼 반달곰 4마리 ‘막내’ ‘반순’ ‘장군’ ‘반돌’을 훈련시켜 지리산에 방사했으나 두마리는 실패했고,남은 두마리는 절반의 성공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막내는 등산객들만 따라다녀 야생적응에 실패했고,반순이는 올무에 희생됐다.장군이와 반돌이는 두번째 겨울잠까지 성공했으나 농가의 꿀통을 습격하는 등 말썽이 이지 않아 지금은 갇혀 지내는 신세가 됐다. 이제 러시아에서 온 반달곰 6마리가 지리산의 환경에 어떻게 적응해 나갈지가 관심사가 됐다.이들이 성공리에 야생에 정착하면 당국은 2008년까지 30마리를 더 들여와 지리산에 풀어놓을 계획이라고 한다.벌써부터 당국에서는 반달곰과 사람들과의 마찰을 걱정하고 있다.한국의 야생동물 가운데 가장 덩치가 큰 반달곰이 인명사고를 내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기 때문이다. 기왕 들여온 반달곰이니만큼 이들이 우리 자연에서 잘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은 당연하다.반달곰이 살지 못하게 만든 것도 환경파괴나,밀렵과 남획 등 인간의 이기심에서 비롯된 것이다.하지만 유전자가 토종 반달곰과 같다는 이유만으로 이역만리에서 살던 러시아 반달곰을 지리산으로 옮겨 살게 하는 것도 인간의 이기심이 아닐까. 김경홍 논설위원 honk@seoul.co.kr
  • [창간 100년 DMZ 51년 생태계-그 빛과 그림자] (16)DMZ의 두얼굴

    [창간 100년 DMZ 51년 생태계-그 빛과 그림자] (16)DMZ의 두얼굴

    DMZ는 두 얼굴을 간직하고 있다.잘 보존된 생태계의 보고이면서도 생태계의 단절을 부추기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철책선을 비롯한 각종 인공물이 생물들의 자유로운 개체이동을 철저히 가로막는다는 점에서 DMZ는 야누스의 얼굴이라고 칭할 만하다.생태 전문가들도 이런 평가에 큰 이견을 달지 않는다.긍정적으로는 50년 넘게 사람들의 간섭이 배제되면서 자연 그대로의 생태와 빼어난 경관 등을 유지하고 있다.그러나 서해안부터 동해안 끝단까지 이중삼중 빈틈없이 막아놓은 철조망으로 중·대형 포유류의 종(種) 이동이 끊기는 등 부작용도 만만찮은 것이다.박그림 설악녹색연합 대표는 “155마일 국토 허리를 따라 남북 2∼4㎞의 철조망에 갖힌 동물들이 수십년 동안 근친교배를 하며 유전자 다양성이 떨어지는 등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단절이 더 지속된다면 결국 종의 존재 자체가 사라질지도 모를 일이다. 수월한 군사작전이나 북한의 경작목적 등으로 인위적으로 놓는 산불도 생태계를 교란하기는 마찬가지다.산불의 영향으로 DMZ 안에는 잘 발달된 원시림이 사라졌다.대신 초지가 발달하면서 인공과 자연의 힘이 어우러진 독특한 생태환경을 보여주고 있다. 이같은 초지 형성으로 울창한 숲을 좋아하는 멧토끼와 멧돼지,노루,산양의 수보다 초지를 좋아하는 고라니 개체가 월등히 많이 서식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깊은 계곡이 많은 동부전선을 제외한 중·서부전선은 아예 산림을 찾아보기 힘들 만큼 초지지역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산허리 가로지른 작전로·공사로 몸살 산불은 아이러니하게도 식물과 곤충류의 종 다양성을 높이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남북으로 넘나드는 하천도 군사작전을 위해 만들어 놓은 대형 철재 수문과 콘크리트 구조물,각종 하천공사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범람을 막기 위해 강바닥을 인위적으로 긁어내고,돌망태나 콘크리트 제방이 쌓이면서 자연적인 하천의 모습은 사라지기도 한다.물고기들은 생존의 위협 앞에 혼란스럽고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6월 중순 취재팀이 찾았던 사미천과 역곡천·성내천·사천·오소동·고진동계곡 등 철조망이 지나는 길목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자연은 어김없이 훼손되고 있었다.서강정보대학 심재환 교수는 “하천 바닥을 긁어 놓는 식의 간섭이 더 이상 진행되지 않아야 건강한 하천으로 보존될 수 있다.”고 충고했다. 군사지역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산등성이를 따라 거미줄처럼 이어놓은 작전도로도 생태계를 훼손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군사목적만으로 급하게 도로를 만들어 놓고 있어 태풍과 폭우 때는 속수무책으로 환경을 파괴하는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환경에 대한 대책이 없다 보니 폭우 때마다 산사태로 산림기반을 황폐화시키고 청정계곡으로 황톳물을 쏟아내면서 물고기 서식지까지 훼손하고 있다.때늦은 감이 있지만 도로의 토목공학적 안정대책이 절실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문이다. 최전방에서 쏟아내는 생활오폐수의 문제도 심각하다.최근 몇년 동안 군부대들이 ‘환경과 생태보호에 앞장서자.’는 슬로건으로 나름대로 환경대책을 세우고 있지만 아직도 최전방 초소에는 오폐수가 그대로 하천으로 유입되는 등 실상은 별반 나아지지 않고 있다. 공장지대 하나 없는 최전방 청정 하천들이 2,3급수로 전락하면서 점차 오염되어가는 현장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동해안 끝단 사천천은 중류쯤부터 오염의 척도인 물이끼가 보이기 시작하다 하류에 이르면 상당한 오염실상이 드러난다.그나마 어종들은 아직 풍부한 편이어서 희망의 씨앗을 남겨두고 있지만 이대로 두어선 결과는 자명할 뿐이다.외래식물의 급속한 확산으로 토종식물들이 사라지는 부작용도 곳곳에서 생겨나고 있다.십수년 전 경기도 포천 일대에서 번지기 시작한 돼지풀과 단풍잎돼지풀도 이제는 휴전선 일대는 물론이고 전국으로 퍼져나간 상태다. ●자치단체 개발 청사진 쏟아져 남북화해 분위기에 편승해 민통선 안팎에 각종 개발 청사진을 제시하는 정부와 자치단체들의 개발 우선 정책도 바람직한 생태계 보전에 적신호다.경기도와 강원도는 앞다투어 “DMZ를 유네스코 지정 세계유산으로 등록시키겠다.”며 환경·생태에 대한 관심을 적극 표방하고 있다.그러나 최근 강원도는 철원에 인구 50만을 수용할 수 있는 ‘평화시’를 조성하고 고성에는 ‘남북교류타운’를 건설하겠다고 공약했다. 이에 뒤질세라 경기도도 파주시 민통선 안과 인근에 수십만평 규모의 ‘통일동산’과 ‘파주남북경제협력산업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DMZ 일대에 굵직굵직한 개발공약이 경쟁적으로 발표되고 있는 것이다.국립산림과학원 신준환 산림환경부장은 “주민들에게 미래 환경생태에 대한 가치를 우선 인식시킨 후에 중앙과 지방정부가 조심스럽게 개발에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남과 북이 수십년을 대치하며 생겨난 DMZ의 독특한 생태계가 우리에게 물음을 던진다.‘보존’이냐,‘개발’이냐.야누스의 두 얼굴을 간직한 채….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전문가 칼럼- 심재환 서강정보대학교수 열목어(熱目魚)는 눈이 붉고 열이 많다 하여 이름지어졌다.우리나라를 비롯해 만주·시베리아 등지에 분포하는데,고유어종은 아니지만 대표적인 냉수성 어종인데다 서식분포의 한계가 뚜렷한 귀중한 생물종이다.얼핏 보면 산천어와도 비슷한 열목어의 성체는 보통 30㎝ 정도이고 큰 것은 60㎝를 넘기도 한다.물 속에 잠수한 채 팔뚝만 한 녀석들을 보게 되면 무서운 생각이 들 정도로 늠름한 모습을 지니고 있다. 이번 DMZ 탐사에서 열목어가 출현한 곳은 두타연과 성내천이었다.그 중 성내천에서는 30여마리를 확인 혹은 포획하였는데,30㎝ 이상 되는 큰 개체들은 없었다.아마 큰 개체들이 서식할 만한 깊은 소(沼)가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그러나 열목어 외에도 수십 가지의 풍부한 어종이 살고 있고,생태계가 잘 보전된 성내천에서 지금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철책선에 밀려드는 바위나 자갈 등을 제거하기 위해 불도저 등 중장비로 하천 바닥을 긁어내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오소동·고진동 계곡도 사정은 비슷해 하천 교란으로 인한 어류 서식처와 산란장의 파괴는 불을 보듯 뻔하다. 수중 생물들은 물 속에서 모든 먹이를 섭취하고,숨쉬고,잠을 자고,산란을 한다.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여울·소·바위틈·모래밭 그리고 수변식물 등 우리가 흔히 말하는 자연 하천 그대로의 모습이 필요한 것이다.공사로 인해 토사가 흘러내리게 되면,그 토사는 아래쪽의 하상을 덮어버리게 되고,바위·자갈 등에 붙어 있는 조류나 날도래·강도래·잠자리유충 등 수서곤충들은 살 수 없게 된다.이러한 생물들은 물고기의 먹이가 되기도 하기 때문에 결국은 물고기도 목숨을 부지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토사의 미세한 입자는 물고기의 아가미에 달라붙어 호흡을 곤란하게 해 직접 죽음으로 이끌 수도 있다.따라서 무분별한 하천공사는 오아시스를 밀어 밋밋한 사막을 만드는 것처럼 위험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실제로 이번 어류조사에서도 오소동에서는 금강모치 1종만,고진동 계곡에서는 금강모치와 버들가지 2종만 채집되었으며 개체수도 매우 빈약하였다.이전의 기록에 보면 산천어와 미유기가 있다고 하였으나 이번 탐사에서는 확인하지 못하였다. DMZ 일대는 생태계의 보고이면서 한반도 자연사의 비밀의 일부를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이른바 하천 생태계의 최후의 보루라 아니할 수 없다.우리 민족의 아픈 역사를 안고 있는 DMZ 생태계를 잘 보전하는 것이 그 아픔을 조금이라도 달래는 길이 아닐까.
  • 스라소니등 48종 멸종위기

    스라소니등 48종 멸종위기

    포획 등 인간의 간섭으로 인해 개체수가 급감한 48종의 동식물이 멸종위기종으로 새로 지정된다.반면 최근 서식분포가 늘어난 13종의 동식물은 멸종위기 및 보호종에서 해제된다.또 내년부터 생후 10년이 지난 사육 곰은 도살 처리를 할 수 있는 등 규제가 완화되지만 그동안 보신용으로 남획돼 온 개구리 등 국내에 서식하는 양서·파충류 43종은 모두 포획이 금지된다.환경부는 10일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야생동식물 보호법’ 시행령·시행규칙 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내년 2월부터 시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생물종 다양성 지도가 바뀐다 개정안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생물종(種) 다양성의 변화 실태를 감안,지금까지 194종의 야생동식물을 멸종위기종과 보호종으로 구분,관리해 오던 것을 멸종위기동식물 Ⅰ·Ⅱ종으로 새로 분류키로 하고 모두 229종의 동식물을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했다. 생물종의 보호가치가 높고 서식 감소추세가 뚜렷한 48종의 동식물은 멸종위기종으로 새로 등재됐다.스라소니(포유류)와 남방방게·칼세오리옆새우(무척추동물),얼룩새코미꾸리(어류) 등 4종은 멸종위기Ⅰ급으로,자라와 제주도롱뇽·자주땅귀개·노랑붓꽃·시베리아흰두루미 등 44종은 멸종위기Ⅱ급으로 지정됐다. 현재 보호종으로 관리되고 있는 풍란과 만년콩·죽백란은 최근 급격히 감소추세를 보여 멸종위기Ⅰ급으로 등급을 상향 조정했다.이에 반해 서식분포 조사결과 멸종 우려가 크지 않은 것으로 드러난 쇠가마우지 등 조류 4종과 까치살모사(파충류),꺽저기 등 어류 4종,고란초를 비롯한 식물 4종 등 13종의 동식물은 보호종 지정이 해제됐다. 환경부 조사결과 멸종위기Ⅰ급으로 새로 지정된 스라소니는 강원도 비무장지대(DMZ) 일대에서,가시연꽃은 경남 창녕군 우포늪과 대구 경산 등지에서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밀렵 노루등 95종 먹으면 징역·500만원 벌금 밀렵된 야생 꿩이나 산토끼 등을 먹은 사람을 처벌하는 근거규정도 마련됐다.멸종위기야생동물 184종 가운데 조류 62종과 포유류 21종을 비롯,밀렵으로 남획되는 대표적인 종인 노루와 멧돼지·오소리·너구리·청둥오리 등 모두 95종이 먹는 자 처벌대상 동물로 지정돼 1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개구리를 비롯한 양서·파충류 43종은 모두 포획이 금지되고 수출입에 대한 규제도 받게 된다.하지만 살무사와 청둥오리 등 11종은 양식 목적의 포획은 허용키로 했다. 현재 국내에서 1300∼1600마리가 사육되고 있는 곰에 대해서는 도살 요건이 대폭 완화된다.현재는 곰의 종류에 따라 생후 24∼40년이 지나야 도살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내년 2월부터는 종류에 관계없이 모두 생후 10년으로 단축시켰다. 박은호기자 unopark@seoul.co.kr
  • 전국 일본뇌염 경보

    불볕더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강원도 철원·화천·고성·인제·양구 등 휴전선 인접지역을 중심으로 말라리아 매개모기인 ‘중국 얼룩날개모기’의 개체수가 급격히 늘고 있어 보건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6일 강원도 보건당국에 따르면 중국 얼룩날개모기의 발생밀도는 지난해에 비해 무려 3.6배나 급증해 이날 현재까지 27명의 말라리아 환자가 발생했다.더구나 최근들어 매개 모기의 산란활동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이상고온 현상이 계속되면서 이같은 중국 모기가 극성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한편 질병관리본부는 이날 전국에 일본뇌염 경보를 발령하고 예방접종 등 일본뇌염 감염예방을 위한 조치를 권고했다. 올해 일본뇌염 경보는 지난해보다 3주 빨리 내려졌다. 춘천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창간 100년 DMZ 51년 생태계-그 빛과 그림자](10)숨겨진 하천을 찾아서(下)

    [창간 100년 DMZ 51년 생태계-그 빛과 그림자](10)숨겨진 하천을 찾아서(下)

    DMZ는 그가 품고 있는 수많은 옥수(玉水)로 인해 ‘생명의 땅’이란 칭호를 얻을 만하다.뭇 생명의 근원은 물에서 비롯되니 DMZ를 흐르는 물길은 곧 생명길일 터이다.또한 존재 그 자체만으로 자유와 평화를 웅변하는 것이 DMZ의 하천들이다.155마일 겹겹이 둘러쳐진 철책선도,DMZ 곳곳에 박혀 있을 지뢰도 사람과 들짐승의 통행은 막았으나 물길 앞에선 속수무책 무장이 해제될 뿐이지 않는가. ●춤추듯 꿈틀대는 역곡천 취재팀은 탐사기간 DMZ의 크고 작은 물길과 샘을 여러번 만났다.대부분 만남의 청을 넣고 찾아간 것이지만 때론 예고없이 그들 스스로 흔연히 나타나주기도 하였다.그들은 DMZ의 낮밤을 저 홀로 고적하게 흐르거나,그것이 싫증나면 임진강이니,북한강이니,남강이니 하는 큰 강물에 저를 실어보낸다. 임진강의 여러 지천 가운데 강원도 철원의 역곡천은 숨가쁘도록 꿈틀대며 제 몸집을 놀린다.무어 그리 흥에 겨운지 남과북의 철책선을 춤추듯 월남하며,월북하는 기막힌 모습을 연출한다.51년 전 유혈이 낭자했던 백마고지를 옆에 껴안고 남으로 치닫다 북으로 빠지는가 싶더니 발길을 돌려 남으로,그리고 다시 뒤틀어 북으로 흐르다 마침내 임진강의 품에 안긴다. 취재팀은 철원군 육군 ○○사단 관할의 용강수문에서 역곡천을 만났다.6월의 햇볕이 내리쬐는 길가엔 꿀풀이 왕성하게 번식하더니 현무암이 성벽처럼 둘러선 역곡천변은 번식력 좋은 달뿌리풀이 터를 잡고 있다.바위 언덕 위로는 초본류와 신갈나무 군락지가 빼곡히 들어서 고라니같은 포유류에게 더없이 훌륭한 서식환경을 선사하고 있다.안내장교는 “역곡천을 따라 걷다보면 수달도 종종 눈에 띈다.”고 일러준다. 용강수문 북쪽 너머의 역곡천 물길 한가운데 자리잡은 바위 위에 마침 솥뚜껑만한 자라가 목을 길게 뺀 채 일광욕을 느긋하게 즐기고 있다.등짝 길이가 못돼도 40∼50㎝는 족히 될 듯싶다.녀석은 사람이라는 천적이 사라진 덕에 제 몸집을 저리도 크게 키워냈을 것이다.눈길을 돌려 북쪽 먼 데를 바라보니 멀리 대마리 평원에 고라니 한 마리가 고고하게 서 있었다. ●사미천·세월천·멸공천,그리고 사천 경기도 연천군을 이리저리 휘저으며 남으로 내려오는 사미천도 꼭 뱀이 기어가듯 꼬불꼬불 굽이쳐 흘렀다.꾸구리와 납자루,누치,참마자,돌마자,피라미,쉬리 등이 채집 그물망에 쉴새없이,그것도 무더기로 올라왔다.원체 적응력이 좋아 수질에 상관없이 어디서고 서식하는 피라미를 빼고는 모두 맑고 깨끗한 물에서만 사는 어종들이다.북쪽에 자리잡은 사미천은 올 봄 하나의 귀한 생명을 살렸다고 한다.지난 4월 북에서 발생한 거대한 산불이 남을 향해 넘실대며 넘어오자 우리 군이 불길을 잡기 위해 맞불을 놓았을 때다. “DMZ 안에서 오갈데 없이 위기를 맞은 고라니 한 마리가 사미천에 풍덩 몸을 던졌지요.불이 잦아들 때까지 물위로 얼굴만 내놓은 채 몇시간을 버티더군요.사미천이 없었더라면 꼼짝없이 목숨을 잃을 뻔 했습니다.” 30년을 군인으로 지내온 노병은 “DMZ가 아니고선 볼 수 없는 광경”이라며 신난 듯 설명을 이어갔다. 어디 이뿐일까.사미천을 비롯한 DMZ의 모든 하천들은 이곳 생태계의 자궁과도 같다.짐승의 갈증과 허기를 언제든 달래주고,물고기와 곤충이 낳는 알을 따스하게 품어주며,팍팍한 땅에 숨결을 불어넣어 습지를 형성하고,그리하여 새 생명들을 수없이 잉태하고 양육해 오지 않았는가. 취재팀이 둘러본 경기도 연천과 파주 일대의 멸공천·세월천,그리고 고성군의 사천도 그랬다.혹여 지뢰를 밟지 않을까 염려하면서 취재팀이 수백m 거슬러 올라가는 동안 피라미 떼,올챙이 떼들은 멸공천 물속에서 현란하게 움직이며 저들의 생(生)을 힘차게 노래했다.하천변에는 밤사이 목을 축였음직한 고라니의 발자국이 선명히 찍혀 있고,몇마리인지 셀 수조차 없는 형형색색 물잠자리도 제가 태어난 멸공천을 고운 날갯짓으로 수놓았다. 남방한계선 수문 아래의 세월천엔 어디에서 왔는지 모를 팔뚝만한 어름치 세 마리가 힘차게 유영하고,민물새우와 쌀미꾸라지도 지천으로 발견됐다. 통일전망대 인근에서 바다로 빠져드는 사천은 또 다른 맛을 안겨준다.동해안으로 흐르는 하천에서만 볼 수 있는 버들가지가 어렵잖게 발견되고,하류 쪽에는 바다와 민물하천을 오가는 회유성 어종인 은어와 칠성장어가 살고 있다.시민환경연구소 안병옥 박사는 “하천 위로 동해선 도로가 지나가고,군사작전 도로를 내느라 흙탕물이 많이 생기는 등 위협적인 요인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건강한 하천생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천 박은호기자 unopark@seoul.co.kr ■전문가 칼럼 사미천은 임진강의 지류이다.비무장지대를 가로질러 흘러내리다 경기도 연천군 백학면에서 임진강과 합류한다.남방한계선 철책 바로 아래에서 본 사미천은 예상보다 물이 그다지 맑지는 않았지만,많은 종류의 물고기가 서식하고 있었다.하천 수심은 20∼30㎝지만 이미 강바닥 공사까지 마친 상태였다.하천변에는 홍수예방을 위해 돌망태로 만든 제방이 꽤나 높게 세워져 있다. 강바닥이 자갈로 구성된 수역에서 채집된 어류는 대부분 꾸구리와 쉬리였다.특히 꾸구리의 치어들은 투망을 걷어 올릴 때 그물 사이를 눈부시게 튀며 빠져나갔다.이 수역에서 우점종인 잉어목 잉어과 어류인 꾸구리는 입수염이 4쌍이며 매우 납작한 체형이다.산란기는 4∼6월이며,주로 수서곤충을 섭식한다.물 흐름이 매우 빠른 여울에서만 서식하는 한국 고유종으로,오직 한강과 임진강,금강에서만 출현한다. 최근 수질 오염과 무분별하게 진행되는 강바닥 공사로 인해 여울이 사라지면서 서식처를 위협당한 꾸구리는 급격히 개체수가 감소하면서 환경부 보호대상 어류로 지정되어 있다.일반적으로 꾸구리는 대부분 여울에서 반두를 이용해야만 겨우 몇 개체 정도 채집되는 어류다.하지만 이곳 사미천의 여울에선 사람의 손길이 거의 닿지 않아서일까,한번 던진 투망에 20∼30개체가 손쉽게 채집되었다. 쉬리 역시 최근 하천 공사와 수질오염으로 인하여 개체수가 많이 감소하는 추세다.하지만 우리나라 전역에서 물이 깨끗하고 여울이 있는 곳이면 어디서든 쉽게 관찰할 수 있는,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민물고기이다.쉬리의 몸은 가늘고 긴 날씬한 체형이다.4∼5월 산란기에는 물이 빠르게 흐르는 여울에 휩쓸려 가지 않도록 돌 밑에 알을 붙인다. 남방한계선에서 한참을 남쪽으로 물러나 다시 사미천의 어류들을 채집하였다.물의 흐름이 약해지면서 강바닥에 진흙과 자갈이 깔려 있는 곳에서는 더욱 다양한 어류들이 출현하였다.피라미,줄납자루,참중고기,중고기,돌고기,줄몰개,돌마자,참마자,누치,모래무지 등과 이들을 잡아먹는 꺽지와 쏘가리가 관찰되었다.사미천은 제방공사로 인해 비록 본연의 제 모습을 상당 부분 잃어버렸지만 다양한 종류의 물고기들이 평화롭게 서식하고 있어 자연의 생명력과 파괴되지 않은 아름다움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 최승호 박사 ·전북대 생물다양성연구소
  • [창간 100년 DMZ 51년 생태계-그 빛과 그림자](9) 숨겨진 하천을 찾아서(上)

    [창간 100년 DMZ 51년 생태계-그 빛과 그림자](9) 숨겨진 하천을 찾아서(上)

    금강모치,열목어,쉬리,어름치,갈겨니,버들가지…. DMZ 깊은 계곡에 속살을 숨기고 흐르는 하천은 생태계의 보고(寶庫)다.수십년 동안 사람의 간섭없이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진화해 온 덕분이다.이들 하천 가운데 강원도 인제군 성내천의 생태는 특히 압권이다.미확인지뢰 지대여서 남방한계선 철책선(수문)에서 하천을 따라 20여m 정도만 조사할 수 있었지만 다양한 서식 환경과 희귀어류 10여종을 한꺼번에 확인할 수 있었다.열목어의 집단 서식지가 발견되는가하면 금강모치와 쉬리,어름치 등이 취재팀의 채집 그물망에 수시로 올라왔다.성내천은 아직까지 생태전문가들의 발길조차 닿지 않은,DMZ 인근의 대표적인 ‘숨겨진 하천’이다. ●성내천은 물고기의 보물창고 성내천금강모치의 유영(游泳)은 장관이었다.7∼8㎝쯤 자그마한 몸집이지만 담황색 빛깔이 다부진 인상을 준다.등쪽에 이리저리 흩어져 있는 은빛·금빛 반점들이 햇살에 반사돼 마치 금강석을 뿌려 놓은 듯하다.번식기를 맞은 한떼의 금강모치가 여울의 자갈 위를 휘젓고 노니는 모습에 경탄이 절로 흘러나왔다. 금강산 계곡에서 처음 발견됐기 때문에 금강모치로 이름지어졌다고 한다.하지만 눈부시게 반짝이는 모습 때문에 붙여진 것일지도 모를 일이다.심산유곡에서만 서식하는 우리나라 고유어종으로 개체수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귀한 물고기다.그래서 더욱 애착이 가는 걸까.얼룩배기 지느러미를 달고 은색과 흑갈색,오렌지색의 번쩍이는 비늘로 치장한 쉬리도 많이 발견됐지만 금강모치의 단아하면서 품위를 잃지 않는 자태에는 비할 바 못된다. 두타연에서도 발견된 열목어도 쉽게 눈에 띈다.몸에 얼룩얼룩 흑갈색 점을 붙인 한 뼘 이상 됨직한 녀석들이 남방한계선 철책 수문 아래 물길을 따라 유유히 오가는 폼이라니…. 성질 급한 냉수성 어종의 특성 때문이겠지만 채집 그물망에 잡혀 펄떡이는 녀석들의 싱싱함에서 DMZ 물고기의 자유분방함이 배어 나온다.긴장 속에 경계근무에 나서는 얼룩무늬 복장의 우리 장병들의 모습이 열목어와 묘한 대조를 이룬다. “수문을 경계로 하천 상·하류의 작은 소에는 40∼50㎝짜리 큼직한 열목어들이 서식하며,해가 지면 어슬렁어슬렁 나들이를 나옵니다.” 초병들의 귀띔이다.녀석들은 아마 그 큰 덩치로 성내천 물속 세계를 평정하고 있는가보다. 성내천에는 이밖에 냉수성 어종은 아니지만 새코미꾸리,배가사리,가는돌고기,모래무지,돌매자,꺽지 등도 채집된다.수문 주위에는 이런저런 물고기들이 어우러져 말그대로 ‘물 반 고기 반’이다.그만큼 서식 환경이 다양하고 좋다는 증거다. 하천의 폭은 10m에 불과하지만 물살이 빠른 곳과 느린 곳,여울지는 곳,물길이 머물며 소를 이룬 곳,깊은 곳과 얕은 곳이 고르게 있다.바닥도 모래와 자갈,바위층으로 다양하다.오염되지 않은 물속 자갈과 바위 밑에는 날도래유충과 잠자리유충,강도래유충,플라나리아 등 물고기 먹잇감들이 너댓마리씩 붙어 기어 다닌다.유충의 개체 밀도는 일반 하천보다 2∼3배는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더구나 하천변에는 가래나무와 신갈나무가 물속에 깊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어 물고기들이 번식하고 살아가기에 더없이 좋은 조건을 만들어 주고 있다. ●짝짓기철 물고기 사랑행위로 시끌 건강한 하천 속에는 산란기를 맞은 물고기들의 움직임도 바쁘다.6월 중순,취재팀이 하천을 찾은 시기가 짝짓기 철이다보니 채집되는 물고기 가운데 배가사리와 모래무지는 주둥이가 하얗게 변하며 튀어나오는 2차 성징을 보였다.떼지어 요란스레 짝짓기하는 금강모치를 비롯해 주둥이를 흉물스레 바꾸면서까지 짝짓기에 나선 물고기들로 6월의 성내천은 그렇게 시끌벅적했다.물고기들만의 천국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DMZ내 군사분계선을 따라 동으로 흐르다 남쪽으로 물길을 잡은 성내천은 제4땅굴이 하천 밑바닥을 아리게 뚫고 지날 때도 숱한 어종들을 품고 말없이 그렇게 남으로,남으로 흘렀으리라.성내천 곳곳에 상흔처럼 남아 있는 녹슨 지뢰와 포탄 껍질 그리고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두꺼운 철문을 훌훌 걷어내고 물고기들이 좀 더 자유롭게 남북을 오가는 날은 언제쯤이면 올 것인가. 인제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전문가 칼럼 성내천은 소양호로 유입되는 인북천의 지류로,길이가 고작 4㎞ 남짓한 매우 작은 하천이다.을지전망대에 올라 북녘 산하를 굽어보니 멀리 물 흐름은 보이지 않지만 성내천 계곡이 한 눈에 들어온다. 성내천에서는 갈겨니,쉬리,모래무지,금강모치,참종개,꺽지,열목어,가는돌고기,새코미꾸리,배가사리,그리고 어름치 등의 11종이 채집되었다.짧은 시간에 좁은 공간에서,그것도 하천 최상류라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풍부한 개체수다. 군인들의 말에 의하면 미유기의 서식도 추정되었으나 채집을 하진 못했다.직접 포획한 11종 가운데 쉬리와 금강모치,참종개,꺽지,가는돌고기,새코미꾸리,배가사리,어름치 등 8종은 한반도 고유어종이다.고유어종(endemic species)이란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한반도)에만 살고 있는 물고기를 말한다.특산종이란 말을 쓰기도 하지만 고유종이란 표현이 더 적절하다. 특히 금강모치,어름치,배가사리는 한강과 금강의 최상류에서만 극히 제한적으로 서식해 왔다.어름치와 배가사리는 금강에서는 이미 절멸되었으며 어름치는 최근 인공 부화를 통한 복원을 시도하고 있는 실정이다.검은색 줄무늬가 특이한 어름치(천연기념물 제259호)는 산란철에 알을 보호하기 위해 자갈을 물어다 산란탑을 쌓는 독특한 습성을 갖고 있다. 그 외에도 새코미꾸리는 한강과 낙동강에서만,가는돌고기는 한강에서만,금강모치는 한강 상류와 동해안으로 흐르는 하천의 상류 그리고 금강의 상류인 덕유산 계곡에서만 서식하고 있는 우리나라 고유어종이다.금강모치는 버들치와 유사한 종이나 등지느러미에 검은색 반점이 있고 몸 측면에 황금색(주황색) 세로줄이 있어서 차이가 난다.물속으로 들어가 금강모치를 보면 찬란한 그 빛깔에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다. 이처럼 우리나라 고유어종이면서 한 지역에 극히 제한적으로 분포하고 있는 종들은 생물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담수어류는 하천이라는 극히 제한된 지역에서만 서식하고,물줄기를 따라서만 이동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물고기 종들의 분포와 다양성은 지질사적인 측면뿐 아니라 생물학적 자연의 역사를 이해하는 데 좋은 자료로 활용된다. 어떤 지역의 높은 생물 다양성은 잘 보전된 생태계의 질적인 면을 반증한다.한반도에 얼마 남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성내천 보전의 필요성이 더욱 높은 이유다. 심재환 서강정보대학교수
  • 열대야로 개체수 폭증한 ‘모기와의 혈투’

    올 여름 밤은 어느 해보다 단단히 ‘모기와의 혈투’를 각오해야 할 것 같다.10년 만의 폭염과 그에 따른 열대야,예년보다 많은 강수량 등이 모기에게 최적의 번식조건을 제공하고 있어서다.대도시 아파트와 주택가의 하수구,지하 정화조를 중심으로 철저한 방제작업이 요구된다. ●폭염에 열대야로 모기 급증 국립보건원의 이원자 연구원은 25일 “지난해에는 여름 내내 비가 내리고 열대야 현상이 거의 없어 모기 개체수가 적었다.”면서 “하지만 올해는 장마가 일찍 끝나고 열대야 현상까지 계속돼 모기수가 갈수록 늘고 있다.”고 밝혔다. 모기는 기온에 민감한 벌레다.10도 오르면 모기는 최소한 2배 정도 늘어난다.최고 37도를 웃도는 10년 만의 무더위가 연일 기승을 부리면서 모기 수는 7월 말∼8월 초를 전후해 절정을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활동시간도 길어져 이동규(한국위생곤충연구회 회장) 고신대 보건환경학부 교수는 “일반적으로 10도대에서 20도대로 오르면 개체수는 3∼4배,20도대에서 30도대로 오르면 적어도 2배가량 늘어난다.”고 설명했다.모기의 ‘흡혈→휴식→산란’ 생존주기가 20도대에서는 5일 정도를 유지하다가 30도 이상 기온이 높아지면 이틀 이내로 빨라진다.특히 장마 뒤의 물구덩이를 중심으로 모기증식이 쉽기 때문에 강수량이 많았던 지역 주민은 유의해야 한다. 아침 최저기온이 25도를 넘는 열대야에서는 모기의 공격에 각별한 신경을 써야 한다.통상 모기는 오후 8시에서 기온이 내려가기 시작하는 자정 전후까지 활동하지만,열대야에서는 활동시간이 오전 3시까지로 늘어난다. ●말라리아,뇌염,뎅기열 등 감염 가능성도 높아져 모기의 수와 활동시간이 늘면서 모기를 매개로 전염되는 말라리아,뇌염,황열,뎅기열 등에 감염될 우려도 커지고 있다. 경기도가 지난 19∼24일 고양,의정부,파주,가평 등 경기 북부 10개 시·군 지역의 말라리아 매개모기(중국얼룩날개모기)의 밀도를 조사한 결과 평균 22.1%로 지난달 말의 18.2%보다 높아졌다.파주는 20%에서 25%,가평은 70%에서 81%,의정부는 29%에서 47%,양주는 13%에서 18%로 차이를 보였다.일본 뇌염을 옮기는 ‘작은 빨간집모기’도 지난해보다 2주정도 이른 5월중순 처음으로 나타나 방역 당국을 긴장시켰다. 전문가들은 모기 수의 단순한 증가보다는 이로 인해 사람이 말라리아 등에 감염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이원자 연구원은 “아열대 지역의 모기가 국제선 항공기를 통해 우리나라에 유입된 이후 요즘처럼 아열대와 비슷한 고온다습한 날씨가 계속되면 기승을 부리게 된다.”고 밝혔다. ●하수구,정화조 소독은 기본 모기로 인한 피해를 줄이려면 깨끗이 샤워를 하는 습성을 가져야 한다.모기는 냄새에 민감하기 때문이다.또 초저녁부터 새벽까지 창문을 닫아 놓거나 에어컨,선풍기를 이용해 실내온도를 낮추는 것도 모기를 쫓는 방법이다.하수구와 정화조,물구덩이 등 모기의 서식지는 반드시 소독해야 한다. 이동규 교수는 “지역별 특성에 맞는 방제작업이 필요하다.”면서 “물구덩이 등이 노출된 농촌지역에서는 차량을 이용한 지역순회 소독 작업이 유효하지만,도시에서는 지하 정화조나 하수구 등 숨겨진 서식지를 중심으로 집중 소독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창간 100년 DMZ 51년 생태계-그 빛과 그림자](6) 5000년의 진화, 용늪

    [창간 100년 DMZ 51년 생태계-그 빛과 그림자](6) 5000년의 진화, 용늪

    “지시에 따르지 않으면 안전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6월5일 강원도 양구군 대암산 7162부대 초소.초병의 섬뜩한 경고를 받으며 탐사대는 “사고로 죽어도 내 책임”이라는 골자의 서약서를 작성했다.서울신문 DMZ 탐사 일정의 첫 기점인 대암산 용늪에 들어가기 위한 ‘통과의례’였다.용늪은 국내 유일의 ‘고층습원’ 지역으로 1997년 3월 람사협약(세계습지보호조약) 습지로 등록된 곳이다.그 특이한 생태환경 때문에 ‘생태계의 보고’ ‘자연사 마이크로 필름’ 등 찬사가 잇따랐다.DMZ 일대에 대한 각종 탐사나 생태조사 대상지로 빠짐없이 지목되는 곳이기도 하다.용늪을 첫 탐사지로 선정한 이유도 어쩌면 절반쯤은 그 ‘유명세’ 때문이었다.그런데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최대 2m깊이 이탄층 5000년 역사 민간인의 접근이 통제되는 초소에서부터 거의 한 시간 동안 비포장 군사도로를 덜컹대며 올라갔다.하지만 용늪의 첫인상은 실망감 그 자체였다.물이 조금 고인,작은 초등학교 운동장만한 늪지 주변에 잡풀들이 빽빽이 차 있는 광경이 그리 신통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동행한 주광명 양구생태식물원 박사가 “한창 때인 7월 중순∼8월 중순 무렵에 왔으면 상당히 화려했을 것”이라고 설명해 주었지만 그래도 성에 차지 않았다. 그러나 한 발짝 한 발짝 늪지로 다가서자 그 특별함이 발끝에서부터 전달돼 왔다.용늪에 들어가는 길목에서부터 깔아놓은 목판 길이 묘한 감촉을 주었던 것.시험삼아 발을 굴러보니 스펀지처럼 충격을 부드럽게 흡수한다.목판 밑의 이탄층(泥炭層) 때문이다.늪지대 초입부터 보았던 40∼50㎝ 높이의 올록볼록한 갈색 토층.이 이탄층이야말로 ‘고층습원’ 지역을 구성하는 중요요소다. 고층습원의 이탄층은 바늘사초 등 습지식물들이 낮은 온도 등의 이유로 미생물 분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계속 쌓이기를 반복하면서 만들어진다.1년에 기껏해야 1㎜쯤 쌓이는데,용늪 이탄층의 깊이는 곳에 따라 최대 2m에 달한다고 한다.용늪 이탄층의 나이는 4500∼5000살 정도로 추정된다.이 이탄층으로 인한 산성토양에 연평균 4도 안팎의 낮은 기온,높은 습도 등이 겹쳐져 용늪이라는 특수한 생태환경을 만들어냈다. ●한국 특산종만 10여종 자생 2004년 원주지방환경청 자료에 따르면,용늪에는 현재 복숭아순나방붙이 등 234종의 곤충과 비로용담 등 191종의 식물들이 서식하고 있다.한국에서만 자라는 금강초롱 등 한국특산식물도 10여종 발견됐다.용늪은 이런 특수성을 인정받아 1973년 7월 천연보호구역(천연기념물 제 246호),1989년엔 생태계보전지역으로 지정됐다.탐사대는 이날 용늪에서만 자생한다는 비로용담을 비롯,이즈음 제철을 맞은 제비동자꽃,끈끈이 주걱,개통발 등 20여종의 식물들을 볼 수 있었다. 곳곳에서 야생동물들의 흔적도 많이 발견됐다.개체수가 급격히 늘어난 멧돼지들이 식물뿌리 등을 찾아 땅을 파헤치는 바람에 생태계 훼손이 우려될 정도라고 한다.이곳 백두산부대에서 2년여 근무한 성길제 병장은 “순찰하다 보면 주로 멧돼지,족제비,고라니,산양 등이 발견된다.”면서 “도롱뇽,가재 등 늪지에 사는 양서류도 많다.”고 귀띔했다. 한편 최근 들어 학계에서는 반만년에 걸친 용늪의 역사가 이대로 끊길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용늪에 대한 인위적 훼손 탓이 아니라 자연발생적인 위기요인이 등장했기 때문이다.2000년대 들어와 늪지대에 자연적으로 형성된 도랑을 통한 지하수 및 지표수의 유출속도가 점점 빨라져 용늪의 자연육지화가 진행되고,여기에 주변 관목림들이 늪지대로 침입하면서 늪의 육화(陸化) 현상을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주광명 박사는 “도랑 주변 땅이 물길에 의해 무너지면서 도랑 폭이 점차 넓어지고,늪에 침투한 관목류가 물을 빨아들이는 ‘펌핑효과’도 육화를 가속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용늪 한가운데까지 들어선 버드나무 등 관목류들이 쉽게 눈에 띄었다. 정부도 대응책을 고심 중이다.원주지방환경청 곽성근 계장은 “이탄층이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늪 주변을 목책으로 둘러싸기도 하고,물살 속도를 줄이기 위해 마대자루를 깔기도 했다.”면서 “그러나 자연적으로 도랑이 자꾸 생겨나고 있어 현재와 같은 소극적인 방책으로는 ‘대세’를 막을 수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5000살 용늪이 사라질지도 모르는 실상 앞에서 우리 인간은 과연 무엇을 해야 할까.자연적인 육화 현상인 만큼 그대로 두는 것이 생태계의 순리를 따르는 것인지,아니면 더 이상의 육화를 막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것인지 중지를 모을 때다. 양구 채수범기자 lokavid@seoul.co.kr ■ 전문가 칼럼 양구 대암산 용늪은 살아 있는 자연사 박물관이다.5000년 동안 발달된 이 이탄지 일대에는 희귀종인 끈끈이주걱과 우리나라 특산종인 금강초롱과 같은 식물은 물론,무당개구리 등 각종 양서·파충류가 서식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이 늪의 바늘사초와 식충식물인 통발군락 가운데에서 어린 철쭉이나 신갈나무가 어렵지 않게 발견된다.습지에서 썩어야 할 목본류 종자가 썩지 않고 그곳에서 발아,싹이 터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소위 육화 현상이 진행되고 있다.늪의 수문학적 과정에 이상이 생겼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용늪의 환경생태적 지속성이 위협받고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은 파주의 장단반도 습지와 동해선 철도와 도로 구간의 습지 등 여러 습지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된다.그만큼 인간의 간섭이 없을 것이라고 여겨져 왔던 생명의 땅도 알게 모르게 위협을 받고 있는 것이다. 용늪의 유지 관리를 놓고 ‘보전생태학’적 시각과 ‘복원생태학’적 시각이 대립하고 있다. 보전생태학자들의 입장에서는 멸종위기종이나 희귀종들의 보전과 복원에 관심을 갖고 이들 개체수의 증진을 주된 목표로 삼는다.반면,복원생태학자들은 서식처를 강조한다.직접적인 종의 복원 차원을 넘어서 생물종이 서식하는 장소 혹은 공간에 대한 복원에 더 큰 관심을 갖는 것이다.물론 보전생태학자나 복원생태학자 모두 궁극적으로는 생물다양성의 증진을 꾀하려 노력한다는 점에서,접근은 다르지만 목적은 같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용늪의 환경생태적 지속성을 유지해 나가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사회적 접근과 과학적 기법의 적용이 필요하다.보전과 복원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아울러 용늪과 그 주변 지역의 수문학적 순환에 대한 과학적 분석을 토대로 지속가능한 관리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더 이상 DMZ를 보전만 하자고 할 때가 아닌 것 같다.람사사이트로 지정된 용늪과 같은 가치있는 습지들이 DMZ에는 무수히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하지만 이러한 습지들의 중요성이 파악되기도 전에 사라질 수 있으며,지속적인 위협도 함께 존재하고 있다.따라서 보전과 함께 생태적인 복원을 통한 적극적인 관리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이다. 김귀곤 서울대 환경생태계획학 교수
  • [창간 100년 DMZ 51년 생태계-그 빛과 그림자](6) 5000년의 진화, 용늪

    “지시에 따르지 않으면 안전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6월5일 강원도 양구군 대암산 7162부대 초소.초병의 섬뜩한 경고를 받으며 탐사대는 “사고로 죽어도 내 책임”이라는 골자의 서약서를 작성했다.서울신문 DMZ 탐사 일정의 첫 기점인 대암산 용늪에 들어가기 위한 ‘통과의례’였다.용늪은 국내 유일의 ‘고층습원’ 지역으로 1997년 3월 람사협약(세계습지보호조약) 습지로 등록된 곳이다.그 특이한 생태환경 때문에 ‘생태계의 보고’ ‘자연사 마이크로 필름’ 등 찬사가 잇따랐다.DMZ 일대에 대한 각종 탐사나 생태조사 대상지로 빠짐없이 지목되는 곳이기도 하다.용늪을 첫 탐사지로 선정한 이유도 어쩌면 절반쯤은 그 ‘유명세’ 때문이었다.그런데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최대 2m깊이 이탄층 5000년 역사 민간인의 접근이 통제되는 초소에서부터 거의 한 시간 동안 비포장 군사도로를 덜컹대며 올라갔다.하지만 용늪의 첫인상은 실망감 그 자체였다.물이 조금 고인,작은 초등학교 운동장만한 늪지 주변에 잡풀들이 빽빽이 차 있는 광경이 그리 신통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동행한 주광명 양구생태식물원 박사가 “한창 때인 7월 중순∼8월 중순 무렵에 왔으면 상당히 화려했을 것”이라고 설명해 주었지만 그래도 성에 차지 않았다. 그러나 한 발짝 한 발짝 늪지로 다가서자 그 특별함이 발끝에서부터 전달돼 왔다.용늪에 들어가는 길목에서부터 깔아놓은 목판 길이 묘한 감촉을 주었던 것.시험삼아 발을 굴러보니 스펀지처럼 충격을 부드럽게 흡수한다.목판 밑의 이탄층(泥炭層) 때문이다.늪지대 초입부터 보았던 40∼50㎝ 높이의 올록볼록한 갈색 토층.이 이탄층이야말로 ‘고층습원’ 지역을 구성하는 중요요소다. 고층습원의 이탄층은 바늘사초 등 습지식물들이 낮은 온도 등의 이유로 미생물 분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계속 쌓이기를 반복하면서 만들어진다.1년에 기껏해야 1㎜쯤 쌓이는데,용늪 이탄층의 깊이는 곳에 따라 최대 2m에 달한다고 한다.용늪 이탄층의 나이는 4500∼5000살 정도로 추정된다.이 이탄층으로 인한 산성토양에 연평균 4도 안팎의 낮은 기온,높은 습도 등이 겹쳐져 용늪이라는 특수한 생태환경을 만들어냈다. ●한국 특산종만 10여종 자생 2004년 원주지방환경청 자료에 따르면,용늪에는 현재 복숭아순나방붙이 등 234종의 곤충과 비로용담 등 191종의 식물들이 서식하고 있다.한국에서만 자라는 금강초롱 등 한국특산식물도 10여종 발견됐다.용늪은 이런 특수성을 인정받아 1973년 7월 천연보호구역(천연기념물 제 246호),1989년엔 생태계보전지역으로 지정됐다.탐사대는 이날 용늪에서만 자생한다는 비로용담을 비롯,이즈음 제철을 맞은 제비동자꽃,끈끈이 주걱,개통발 등 20여종의 식물들을 볼 수 있었다. 곳곳에서 야생동물들의 흔적도 많이 발견됐다.개체수가 급격히 늘어난 멧돼지들이 식물뿌리 등을 찾아 땅을 파헤치는 바람에 생태계 훼손이 우려될 정도라고 한다.이곳 백두산부대에서 2년여 근무한 성길제 병장은 “순찰하다 보면 주로 멧돼지,족제비,고라니,산양 등이 발견된다.”면서 “도롱뇽,가재 등 늪지에 사는 양서류도 많다.”고 귀띔했다. 한편 최근 들어 학계에서는 반만년에 걸친 용늪의 역사가 이대로 끊길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용늪에 대한 인위적 훼손 탓이 아니라 자연발생적인 위기요인이 등장했기 때문이다.2000년대 들어와 늪지대에 자연적으로 형성된 도랑을 통한 지하수 및 지표수의 유출속도가 점점 빨라져 용늪의 자연육지화가 진행되고,여기에 주변 관목림들이 늪지대로 침입하면서 늪의 육화(陸化) 현상을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주광명 박사는 “도랑 주변 땅이 물길에 의해 무너지면서 도랑 폭이 점차 넓어지고,늪에 침투한 관목류가 물을 빨아들이는 ‘펌핑효과’도 육화를 가속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용늪 한가운데까지 들어선 버드나무 등 관목류들이 쉽게 눈에 띄었다. 정부도 대응책을 고심 중이다.원주지방환경청 곽성근 계장은 “이탄층이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늪 주변을 목책으로 둘러싸기도 하고,물살 속도를 줄이기 위해 마대자루를 깔기도 했다.”면서 “그러나 자연적으로 도랑이 자꾸 생겨나고 있어 현재와 같은 소극적인 방책으로는 ‘대세’를 막을 수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5000살 용늪이 사라질지도 모르는 실상 앞에서 우리 인간은 과연 무엇을 해야 할까.자연적인 육화 현상인 만큼 그대로 두는 것이 생태계의 순리를 따르는 것인지,아니면 더 이상의 육화를 막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것인지 중지를 모을 때다. 양구 채수범기자 lokavid@seoul.co.kr ■ 전문가 칼럼 양구 대암산 용늪은 살아 있는 자연사 박물관이다.5000년 동안 발달된 이 이탄지 일대에는 희귀종인 끈끈이주걱과 우리나라 특산종인 금강초롱과 같은 식물은 물론,무당개구리 등 각종 양서·파충류가 서식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이 늪의 바늘사초와 식충식물인 통발군락 가운데에서 어린 철쭉이나 신갈나무가 어렵지 않게 발견된다.습지에서 썩어야 할 목본류 종자가 썩지 않고 그곳에서 발아,싹이 터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소위 육화 현상이 진행되고 있다.늪의 수문학적 과정에 이상이 생겼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용늪의 환경생태적 지속성이 위협받고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은 파주의 장단반도 습지와 동해선 철도와 도로 구간의 습지 등 여러 습지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된다.그만큼 인간의 간섭이 없을 것이라고 여겨져 왔던 생명의 땅도 알게 모르게 위협을 받고 있는 것이다. 용늪의 유지 관리를 놓고 ‘보전생태학’적 시각과 ‘복원생태학’적 시각이 대립하고 있다. 보전생태학자들의 입장에서는 멸종위기종이나 희귀종들의 보전과 복원에 관심을 갖고 이들 개체수의 증진을 주된 목표로 삼는다.반면,복원생태학자들은 서식처를 강조한다.직접적인 종의 복원 차원을 넘어서 생물종이 서식하는 장소 혹은 공간에 대한 복원에 더 큰 관심을 갖는 것이다.물론 보전생태학자나 복원생태학자 모두 궁극적으로는 생물다양성의 증진을 꾀하려 노력한다는 점에서,접근은 다르지만 목적은 같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용늪의 환경생태적 지속성을 유지해 나가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사회적 접근과 과학적 기법의 적용이 필요하다.보전과 복원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아울러 용늪과 그 주변 지역의 수문학적 순환에 대한 과학적 분석을 토대로 지속가능한 관리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더 이상 DMZ를 보전만 하자고 할 때가 아닌 것 같다.람사사이트로 지정된 용늪과 같은 가치있는 습지들이 DMZ에는 무수히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하지만 이러한 습지들의 중요성이 파악되기도 전에 사라질 수 있으며,지속적인 위협도 함께 존재하고 있다.따라서 보전과 함께 생태적인 복원을 통한 적극적인 관리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이다. 김귀곤 서울대 환경생태계획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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