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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년 추석 연휴 1주일, “더 길게 쉴 수 있는 방법은…”

    내년 추석 연휴 1주일, “더 길게 쉴 수 있는 방법은…”

    내년 10월 추석은 개천절부터 한글날까지 7일간 이어지는 ‘황금연휴’가 된다. 연휴 다음날인 10월 10일이 금요일이기에, 하루 휴가 등을 이용하면 열흘간 추석 연휴를 즐길 수도 있다. 20일 우주항공청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25년도 월력요항’을 발표했다. 월력요항은 관공서의 공휴일, 지방공휴일, 기념일, 24절기 등 우리나라 달력 제작의 기준이 되는 정보를 담은 자료집이다. 자료에 따르면 내년 달력에 빨간색으로 표기되는 공휴일은 일요일과 대체공휴일을 포함해 총 68일이다. 이는 올해와 같은 수치다. 52일의 일요일과 국경일, 설날 등 18일의 공휴일을 더하면 70일이 되어야 하지만 5월 5일 어린이날과 부처님오신날이 서로 겹치고, 추석 연휴 첫날이 일요일이어서 실질적인 공휴일 수는 68일이 됐다. 주 5일제를 실시하는 기관의 경우 공휴일과 토요일을 더해 모두 119일을 쉴 수 있다. 사흘 이상 연휴는 앞서 추석 연휴를 포함해 모두 6번이다. 설, 3·1절, 현충일, 광복절이 토·일요일 등과 이어져 사흘 연휴이며 어린이날과 부처님오신날, 대체공휴일 등이 포함된 5월 3~6일이 나흘 연휴다. 우주청은 내년 광복 80주년을 맞아 2025년 월력요항에 대한민국국기법에 의해 지정된 국기 게양일을 새로 표시했다. 여기에는 3·1절, 제헌절, 광복절 등 국경일과 현충일, 국군의 날 등이 포함된다.
  • [열린세상] 고난은 인간을 성장시키는가

    [열린세상] 고난은 인간을 성장시키는가

    우리는 아직도 고통을 찬미할 수 있는가. 젊어서 고생은 사서 하는 것이라고 젊은이들을 가르칠 수 있는가. 어려움을 통해 인간이 성장할 수 있으니 고통을 참고 이기라고 학생들을 가르칠 때마다 품게 되는 질문들이다. 유복한 가정에서 자란 금수저를 개천에서 자란 미꾸라지가 이기는 게 어려워지는 세상일수록 이런 질문들은 나를 괴롭힌다. 돌아보면 나 스스로 어렵게 자랐다. 대학에 입학하러 서울로 온 게 서울 구경을 두 번째 하게 된 경험이었으니 오갈 데 없는 서울에서 고생을 한 셈이다. 돈도 없고, 대학 입학을 축하해 주는 사람도 없었다. 다만 당시에는 그게 고생인 줄을 전혀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고생이었던 듯싶다. 그래서인지 나는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에게 연민을 느끼는 편이다. 외려 그들이 고통의 결절, 갈등, 엄혹함을 이기며 큰 인물로 성장할 것이라고 믿는 편이다. 지금은 대학교수직을 사임하고 중학교 영재들을 가르치는 첼리스트 박경옥이 이런 말을 하는 걸 들었다. ‘임윤찬의 피아노 소리는 다르다. 같은 피아노인데 소리가 다르다. 같은 예술을 하더라도 고통을 겪으며 자라난 연주가의 소리는 깊이가 다르다.’ 그림에서는 종종 느껴 볼 수 있지만, 음악에서조차 고통을 이겨 낸 사람의 피아노 소리가 다르다는 이야기는 신선했다. 최근 우리 대학 캠퍼스를 방문한 한국화의 거장 박대성 화백의 그림도 특별하다. 그는 네 살 때 빨치산에게 아버님을 잃고 그 자신이 빨치산의 낫에 왼쪽 팔을 잃었다. 네 살배기 어린이는 아버지가 쓰러지고 자신이 팔을 베인 장소를 벗어나다 동네 어귀의 다리 아래로 굴러떨어져 머리와 얼굴에 큰 상처를 입었다. 세상은 온통 조롱과 괄시뿐이었고, 스스로 처절하게 고립된 상태에서 서예를 시작했다. 글씨는 자연스럽게 그림으로 이어졌으나, 중학교 출신인 그를 화단은 받아주질 않았다. 독학으로 고통을 이긴 그가 도달한 그림의 경지는 지금 아름다움을 넘어 감동과 치유의 힘을 선사한다. 유럽과 미국의 로스앤젤레스 미술관, 하버드대 한국학센터의 초대로 그는 지난해 해외에서 바빴다. 박 화백의 생각과 뜻은 더 감동스럽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은 말년에 모두 사회에 되돌려주고 가야 한다. 우리 사회에 그런 사람들이 적으면 나라가 힘들어진다.” 그는 900여점에 이르는 자신의 그림 전부를 경주의 솔거미술관에 기증한 상태다. 솔거미술관에 방탄소년단 RM이 찾아와 박 화백의 ‘원융무애’전을 관람하고 인스타에 사진을 올렸는데, 이튿날 전 세계에서 박 화백 부부에게 전화가 쏟아져 하루 종일 핸드폰이 공중에 뜰 지경이었다. RM이 누구인지 몰랐던 부부는 딸에게 “RM이 누구인지 모르겠으나 고마운 사람이니 밥이나 한 끼 사주겠다고 오라 해라”고 했다. 딸은 박장대소를 했다고 한다. 고통은 인간의 영혼 구원과도 관계가 있는 듯하다. 옥스퍼드대 영문과 교수였으면서도 현대 신학에 큰 영향을 미친 루이스는 ‘고통은 인간을 일깨우는 신의 메가폰’이라 말한다. 고난을 통해 인간은 하늘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고통이 우리에게 축복일 수도 있고, 반대로 고통 없는 삶은 어쩌면 인간에게 저주일 수도 있다. 누구나 고통 없는 세상을 원하지만, 그런 세상은 현실적으로 없다고 막스 베버는 말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베버는 일기예보하듯 인생 기상도로 설명하는데, 우리의 평생 날씨를 ‘대체로 흐리고 가끔 맑음’이라고 표현했다. 대체로 힘든 날이 많고, 웃을 때도 가끔 있다는 인생예보다. 정신과 의사이면서 공동체 회복 운동에 앞장섰던 스콧 펙의 글 역시 마음에 남아 있다. 타인을 용서할 때의 고통, 다른 사람의 고통에 동참할 때 얻게 되는 상처 없이 우리가 풍부한 삶을 살 수 있는 길은 없다. 대체로 흐린 날 떠오르는 말들이다. 이종수 연세대 국제캠퍼스 부총장
  • “35년 만에 새 출발” 태안 5일장 개장

    “35년 만에 새 출발” 태안 5일장 개장

    산업화로 사라진 5일장…35년만에 새출발주민·상인 생산한 농·수산물 등 선보여 실개천 복구 공사 등의 산업화로 사라진 충남 태안군 5일장이 35년 만에 부활했다. 태안군은 8일 ‘걷고 싶은 거리’ 일원에서 전통시장과 원도심 상권 활성화를 위한 ‘태안 5일장’을 개장했다고 10일 밝혔다. 태안 5일장은 예전부터 3·8일 장날 우시장과 우물터 등을 중심으로 열렸지만, 산업화에 따른 실개천 복구공사와 재래시장 활성화 등으로 지난 1989년부터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이날 개장식에는 가세로 군수를 비롯해 도·군의원, 지역 상인, 군민 등이 참석해 35년 만에 부활한 태안 5일장의 새 출발을 알렸다.첫 장터에서는 주민과 상인들이 직접 생산한 농작물과 수산물, 수공예품 등이 판매했다. 군에 따르면 이날 방문객만 5000여 명을 넘어섰다. 5일장 운영시간은 매달 끝자리 3일과 8일(3·8·13·18·23·28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다. 동부시장과 서부시장 사이에 만들어지는 장터 200m 구간에는 50여 개 점포가 배치된다. 5일장 개장일에는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걷고 싶은 거리 내 차량 출입이 통제된다. 군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관내 상인을 60% 이상 우선으로 배치하고 관외 상인도 유입시켜 품목의 다양화를 꾀할 예정이다. 가세로 군수는 “이번 5일장 개장으로 서부시장과 동부시장의 접점인 ‘걷고 싶은 거리’가 태안의 새로운 활력소가 될 것”이라며 “5일장이 태안에서 성공적으로 정착해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 “‘청개천’ 되는 건 싫다”…청계천 반려동물 출입 추진에 ‘70% 반대’

    “‘청개천’ 되는 건 싫다”…청계천 반려동물 출입 추진에 ‘70% 반대’

    서울시가 청계천에 반려동물 출입을 전면 허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가운데 이를 반대하는 의견도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청계천은 조례에 따라 서울 시내 하천변 중 유일하게 반려동물이 들어올 수 없다고 정한 장소다. 서울 중구 무교동에서 성동구 사근동까지 이어지는 청계천은 2005년 복원 사업 이후부터 반려동물 출입이 금지됐다. 하천폭이 좁고 배설물 관리가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또 덕수궁이나 종각, 을지로 등 외국인 관광객이 자주 찾는 곳과 가깝고 인파가 많은 도심에 있어 사고 위험도 고려됐다. 그러나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이들이 늘면서 다른 하천변과 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고, 서울시는 ‘청원24’ 등을 통해 시민 의견을 수렴했다.5일 조선일보에 따르면 서울시가 조례 개정을 위해 여론을 수렴한 결과, 반대 의견이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9일로 의견 수렴을 마친 ‘청계천 반려견 산책하게 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에는 총 66명이 댓글을 달았는데, 이 중 반대가 39개, 찬성이 7개였다. 비공개로 쓴 댓글은 20개였다. 민원인은 “청계천에 반려견 산책이 왜 안 되는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요즘 반려동물과 함께사는 가족이 많은데 왜 산책이 불가능하냐”면서 “산책하게 해달라. 도심 속에서 오토바이와 차가 쌩쌩 다녀서 산책할 곳이 마땅히 없다”고 토로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비공개 댓글까지 확인한 결과 찬성이 20개, 반대가 46개로 반대 의견이 70%에 달했다”고 했다. 반대하는 시민들은 “아이들도 많이 다니고 번잡한 공간에 동물들 관리가 잘 될리 없다”, “배설물 및 개물림 사고가 걱정된다”, “반려동물 출입이 허용되면 청계천 유지관리비용이 상승할 것이고 그건 고스란히 시민들 세금으로 부과될 것” 등의 의견을 냈다. 반면 찬성하는 시민들은 “자기 반려견 배설물은 다들 잘 수거해가고 시민들에게 불편 안 드리려고 더 신경 써서 산책한다”, “기본적인 자유를 일부 (시민들) 때문에 규제하는 걸 위험하게 생각해야 한다” 등의 댓글을 달았다. 서울시는 반려동물 전면 허용 방침을 바꿔 수정안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청계천의 구간을 나눠 반려동물 출입을 허용하는 대안도 검토 중이다. 동대문구 고산자교를 기준으로 유동 인구가 적고 산책로가 넓은 하류는 반려동물 출입을 전면 허용하되, 상류는 유동인구가 많기 때문에 목줄을 달고 배설물을 수거하도록 하는 등의 조건을 달아 출입을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 서준오 서울시의원 “노원구 여가·힐링 명소 조성 위한 서울시 예산 68억 확보”

    서준오 서울시의원 “노원구 여가·힐링 명소 조성 위한 서울시 예산 68억 확보”

    서울시의회 서준오 의원(더불어민주당·노원4)이 서울시로부터 노원구 6개 사업에 필요한 서울시 특별조정교부금 67억 7천 4백만원을 확보했다. 확정된 세부 사업은 ▲화랑대 철도공원 환경개선 3.5억 ▲구민의전당 내 노인회관 건립 5억원 ▲초안산 순환산책로 조성 13억 ▲노원문화의거리 시설 개선 10억 ▲서울형 수변감성도시 조성(당현천) 35억원 ▲폐비닐 분리배출 활성화 사업 1억 2천 4백만원이다. 먼저 화랑대 철도공원 환경개선에 3.5억을 확보했다. 화랑대 철도공원 중앙의 무궁화호 기차 6량을 철거하고 1량의 기차를 제작해 공원의 경관과 주변 환경을 개선한다. 현재 전시관으로 운영 중인 해당 시설을 주민편의시설로 개편할 계획이다. 내년 1월 기차 설치 및 환경정비 후 내년 3월에 시민들을 만나게 된다. 두 번째, 구민의전당 내 노인회관 건립에 5억원을 확보했다. 서 의원은 노인인구 증가에 따른 어르신 여가 활동을 활성화하고 여가·복지의 중심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노인회관 건립을 위해 작년에 확보한 20억원에 이어 추가로 확보한 것이다. 노인회관에는 교육장, 스포츠센터, 카페, 공유주방 등 어르신들이 다양한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공간과 프로그램이 배치될 예정이다. 올해 11월부터 공사를 시작해 내년 8월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세 번째, 초안산 순환산책로 조성에 13억을 확보했다. 초안산 분묘군 일대는 급한 경사와 산 능선으로 인해 보행 약자 이용 및 산책로 단절의 어려움이 있어 노약자·장애인 등 누구나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산책로를 조성할 계획이다. 현재 1차 구간 공사가 진행 중이며 올 연말쯤 전 구간 공사가 완료될 예정이다. 네 번째, 노원문화의거리 시설개선 사업에 10억을 확보했다. 노원문화의 거리는 노원구를 대표하는 역세권 번화가로 2009년 차 없는 거리로 지정됐으나 현재는 양방향 차량 통행 및 불법 주정차 문제가 심각하여 보행 공간이 침해되고 있다. 운영 중지된 상설무대 주변으로 담배꽁초, 각종 쓰레기 등으로 삭막한 분위기가 형성됐다. 그래서 보행 공간을 확보하고 조경, 노후 시설물 및 무대공간을 개선한다. 다가오는 7월부터 공사에 착공해 향후 다양한 거리문화 활동과 지역 상권 활성화에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섯 번째, 서울형 수변감성도시 조성(당현천) 사업에 35억을 확보했다. ‘서울형 수변감성도시’는 서울시 내 소하천과 실개천에서 시민들이 다채로운 여가·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수변공간을 재편하는 사업이다. 성서대학교 앞 당현천 일대(노원구 상계동 225-2)에 전망마루, 달빛 브릿지, 미니카페 등이 조성될 예정이다. 인근 가재울근린공원, 당현천근린공원과 함께 어우러져 노원구 내 힐링 명소로 거듭날 전망이다. 마지막으로 폐비닐 분리배출 활성화 사업에 1억 2천 4백만원을 확보했다. 폐비닐 분리배출을 위한 전용 봉투 제작과 다른 폐기물에 섞여 배출되지 않도록 분리배출 방법 대시민 홍보물 제작에 사용될 예정이다. 서 의원은 “이번 예산으로 노원구 주민들의 여가 활동을 증진하고 새로운 힐링 명소가 탄생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도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인프라, 조례, 정책 등 꼼꼼히 살펴 빈 곳을 채워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 ‘서울런’ 63%가 입시 성공… 교육 사다리 세워 ‘개천의 용’ 키운다 [서울시 동행특집]

    ‘서울런’ 63%가 입시 성공… 교육 사다리 세워 ‘개천의 용’ 키운다 [서울시 동행특집]

    공정한 교육 기회 제공유명 인강 무료·교재비 지원올 수강생 682명 대학 진학서울 의대 등 명문대엔 122명95%가 “후배들에게 추천” 갈수록 진화하는 ‘서울런’ AI 학습 진단 등 업그레이드지원폭 확대한 집중지원반 오 시장 “국가장학금과 연계‘장학금 예고제’ 도입해야” “인터넷 강의도 과목당 몇십만원씩 하고, 교재비도 몇만원씩 해서 부담이 컸어요. 다른 친구들은 좋은 교재로 선생님과 공부하는데 나는 혼자 모든 것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자존감까지 낮아졌어요.” 2023학년도 입시를 치른 뒤 재수하기로 한 차유현 학생은 고민이 많았다. 넉넉하지 않은 가정 형편 탓에 재수 종합학원은커녕 인터넷 강의 비용도 만만찮았기 때문이다. 아르바이트해서 강의비를 벌어야 하나 생각하던 그때 눈앞에 나타난 게 있다. 바로 ‘오세훈표 교육사다리’인 ‘서울런’이다. 차유현 학생은 서울런을 통해 인터넷 강의와 교재비를 지원받는 것은 물론 멘토 프로그램을 통해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도움을 받았다. 그는 올해 서울대 소비자학과에 합격했다.서울런은 서울시의 대표적인 ‘약자와의 동행’ 사업이다. 2021년 8월 시작된 서울런은 사회·경제적 이유로 사교육을 받기 어려운 취약계층에 공정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기초생활수급자 또는 중위소득 50% 이하 차상위계층 가구의 6~24세는 서울런을 통해 유명 사설 인터넷 강의를 무료로 들을 수 있다. 4년째를 맞은 올해는 서울런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이 대거 대학에 합격하는 등 구체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서울시가 지난 2월 19일부터 3월 6일까지 고3 이상 회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대입에 응시한 1084명 중 682명(62.9%)이 입시에 성공했다. 이는 지난해 462명보다 220명(47.6%) 늘어난 것이다. 명문대 합격자도 늘었다. 서울대를 비롯한 서울 시내 11개 대학과 의약학 계열, 교대, 사관학교 등 특수목적계열 진학이 122명으로 지난해 78명보다 44명 증가했다. 구종원 서울시 평생교육국장은 “개천에서 용 나기 어려운 현실에서 청년이 학업을 이어 갈 수 있도록 계층이동 사다리를 복원하는 서울런의 효과가 실질적 성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합격생의 학습 시간도 늘어났다. 응답자의 총학습 시간은 1인당 평균 6916분으로 전년 4360분보다 58.6% 증가했다. 시 관계자는 “서울런 강의의 내실을 기하면서 학생들도 더 많이 듣는 분위기”라고 했다. 특히 11개 대와 특수목적계열 합격생의 학습 시간은 1만 2066분으로 전년 합격생보다 2배 가까이 많았다. 한마디로 서울런 수업을 많이 들으면 들을수록 좋은 성적을 받았다는 뜻이다. 서울런은 지역별 교육환경 격차 해소에도 적지 않은 도움을 줬다. 자치구별 합격 인원을 살펴보면 특정 자치구에 큰 치우침 없이 유사한 비율(1~6%)을 보였다. 공정한 교육 기회를 부여할 경우 거주 지역과 큰 상관없이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게 증명된 것이다. 그 결과 서울런이 입시 준비에 도움이 됐다는 응답은 87%, 입시 후배들에게 추천하겠다는 답변은 95%에 달했다. 서울런에서 자격증·외국어 강의 등의 도움을 받아 취업에 성공한 회원도 45명으로 지난해 16명보다 29명 많아졌다. 취업처는 공기업·공공기관 11명, 대기업 5명이다. 이미 넉넉하게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서울런의 욕심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서울시는 올해 서울런을 더 업그레이드해 교육 불평등을 해소의 한 축으로 삼을 계획이다. 이를 위해 회원 누구나 이용 가능한 ‘인공지능(AI) 학습 진단 프로그램’을 도입한다. 이 프로그램은 AI가 학습 진단 결과를 반영해 80만개의 검증된 EBS 문항 중 개인 맞춤형 문제를 제시하고 자주 틀리는 문제는 반복해 풀도록 지원한다. EBS 해설 강의도 동시에 제공해 개념 이해부터 돕는다. 학습 열의가 높은 학생들의 목표 달성을 다양한 방법으로 지원하는 ‘서울런 집중지원반’도 도입한다. 집중지원반에는 기존 1인당 1년에 5권씩 제공하던 학습 교재를 최대 30권까지 지원하고, 수강 가능 교과 사이트도 1개에서 2개로 늘린다.대학생 멘토링도 주 2시간에서 4시간으로 늘린다. 경험이 풍부한 멘토를 선호하는 수강생을 위해 퇴직 교원 등을 활용한 ‘4050 시니어 멘토링’도 추진한다. 초등생부터 시작해 수요 파악 후 중고생으로 넓힐 계획이다. 심리 측면을 강화한 ‘정서 지지 특별멘토’도 운영한다. 서울런 혜택을 본 학생이 다시 후배들을 지원하는 선순환 프로그램도 만든다. 서울런을 통해 성과를 거둔 학생이 다음에 서울런에 가입한 학생들에게 숙제 지원, 놀이 지도, 한글 학습 등 연령과 성향 등 특성에 맞는 봉사에 참여하게 하는 것이다. 서울시의 교육 불평등 해소 작업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오세훈 시장은 저소득층 가정의 자녀들이 공부를 잘해 대학에 합격하더라도 학자금 등 학비 때문에 결국 꿈을 포기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장학금 예고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오 시장은 “최근 굉장히 다양해진 국가장학금과 서울런을 매칭하면 저소득층 가정의 자녀에게 아주 뚜렷한 동기부여가 가능하다”며 “열심히만 한다면 좋은 대학에 들어가 학비 걱정 없이 공부할 수 있다는 생각을 심어 주기 위한 것으로, 서울런과 국가장학금 제도를 연계하는 장학금 예고제로 학생들이 정확한 목표와 좌표를 설정해 도중에 꿈을 포기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했다.
  • 외교부 “주중대사 갑질 의혹, 징계사안 아냐”… 野 “봐주기 감사”

    외교부 “주중대사 갑질 의혹, 징계사안 아냐”… 野 “봐주기 감사”

    부하 직원에 대한 ‘갑질’ 의혹이 제기된 정재호 주중대사에 대해 외교부가 일부 부적절한 발언은 있었으나 ‘징계할 사안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외교부는 ‘직원 인화에 신경 써 달라’는 수준의 구두주의 조치를 할 것으로 전해졌다. 야권에선 ‘봐주기 감사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외교부가 정 대사에 대한 신고 내용을 감사한 결과 징계 등 신분상의 조치를 취할 만한 내용은 아니었다고 결론 낸 것으로 7일 알려졌다. 청탁금지법 위반이나 다른 갑질 의혹 등은 모두 사실과 다르거나 증거가 없어 불문 종결하기로 했다. 지난 3월 7일 주중 한국대사관에서 근무 중인 A주재관은 2008년 8월 베이징에 부임한 정 대사가 취임 초기 주재관 대상 교육에서 갑질에 해당할 만한 발언을 했고 이후에도 자신에게 이메일 보고가 아닌 대면 보고를 강요하는 등 부당한 업무 지시를 했다고 주장했다. 또 정 대사가 매년 10월에 개최하는 개천절과 국군의날 기념행사에서 절차를 지키지 않고 일부 국내 기업으로부터 수천만원대의 무료 협찬을 받았다고 신고했다. 이에 외교부는 즉시 정 대사와 A주재관을 분리 조치하고 지난달 15일부터 10일간 현지 감사를 실시했다. 정 대사는 취임 후 첫 주재관 교육에서 ‘주재관들이 문제다. 사고만 안 치면 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확인됐으나 참석했던 주재관들이 기억하는 정 대사의 발언이 조금씩 달랐던 것으로 전해진다. 외교부는 정 대사가 A주재관에게 이메일이 아닌 대면 보고를 지시한 것도 상급자가 할 수 있는 정당한 지시라고 봤다. A주재관은 정 대사의 대면 보고 지시에 법적 근거가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고 과정에서 정 대사가 A주재관을 불러들여 이메일 보고 방식을 질책한 내용이 담긴 녹음본이 언론 등에 공개되기도 했으나 녹음본에 폭언이나 막말은 없었다. 과거 갑질이나 폭언 논란에 즉각 귀임 처분을 내리곤 했던 외교부가 정 대사 사태에 유독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면서 일각에서는 감사 전부터 ‘이미 정해진 결론’이었다는 반응도 나온다. 윤석열 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정 대사는 윤 대통령과는 충암고 동기동창으로 지난해 4월 재외공관장 회의로 귀국했을 때 대통령을 개인적으로 만난 유일한 공관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해 조국혁신당은 정 대사를 22대 국회 개원 즉시 상임위에 소환하겠다고 밝혔다. 김보협 조국혁신당 대변인은 “외교부의 감사 결과가 적절한지 직접 따져 묻겠다”고 말했다.
  • 외교부, 정재호 주중대사 ‘갑질’ 아냐…야권선 봐주기 논란

    외교부, 정재호 주중대사 ‘갑질’ 아냐…야권선 봐주기 논란

    부하 직원에 대한 ‘갑질’ 의혹이 제기된 정재호 주중대사에 대해 외교부가 일부 부적절한 발언은 있었으나 ‘징계할 사안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외교부는 ‘직원 인화에 신경 써 달라’는 수준의 구두주의 조치를 할 것으로 전해졌다. 야권에선 ‘봐주기 감사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외교부가 정 대사에 대한 신고 내용을 감사한 결과 징계 등 신분상의 조치를 취할 만한 내용은 아니었다고 결론 낸 것으로 7일 알려졌다. 청탁금지법 위반이나 다른 갑질 의혹 등은 모두 사실과 다르거나 증거가 없어 불문 종결하기로 했다.지난 3월 7일 주중 한국대사관에서 근무 중인 A주재관은 2008년 8월 베이징에 부임한 정 대사가 취임 초기 주재관 대상 교육에서 갑질에 해당할 만한 발언을 했고, 이후에도 자신에게 이메일 보고가 아닌 대면 보고를 강요하는 등 부당한 업무 지시를 했다고 주장했다. 또 정 대사가 매년 10월에 개최하는 개천절과 국군의날 기념행사에서 절차를 지키지 않고 일부 국내 기업으로부터 수천만원에 무료 협찬을 받았다고 신고했다. 이에 외교부는 즉시 정 대사와 A주재관을 분리 조치하고 지난달 15일부터 10일간 현지 감사를 실시했다. 정 대사는 취임 후 첫 주재관 교육에서 ‘주재관들이 문제다. 사고만 안 치면 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확인됐으나 참석했던 주재관들의 기억하는 발언이 조금씩 달랐던 것으로 전해진다. 외교부는 정 대사가 A주재관에게 이메일이 아닌 대면 보고를 지시한 것도 상급자가 할 수 있는 정당한 지시라고 봤다. A주재관은 정 대사의 대면 보고 지시에 법적 근거가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고 과정에서 정 대사가 A주재관을 불러들여 이메일 보고 방식을 질책한 내용이 담긴 녹음본이 언론 등에 공개되기도 했으나, 녹음본 자체에 폭언이나 막말 자체는 없었다. 과거 갑질이나 폭언 논란에 즉각 귀임 처분을 내리곤 했던 외교부가 정 대사 사태에 유독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면서 일각에서는 감사 전부터 ‘이미 정해진 결론’이었다는 반응도 나온다. 윤석열 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정 대사는 윤 대통령과는 충암고 동기동창으로 지난해 4월 재외공관장 회의로 귀국했을 때 대통령을 개인적으로 만난 유일한 공관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해 조국혁신당은 정 대사를 22대 국회 개원 즉시 상임위에 소환하겠다고 밝혔다. 김보협 조국혁신당 대변인은 “외교부의 감사 결과가 적절한지 직접 따져 묻겠다”고 말했다.
  • 울산 태화강 국가정원 600만송이 ‘꽃대궐’

    울산 태화강 국가정원 600만송이 ‘꽃대궐’

    5월 울산 태화강 국가정원은 꽃대궐로 변모한다. 울산시는 오는 17일부터 19일까지 태화강 국가정원 일원에서 ‘정원의 봄, 꽃으로 열다’를 주제로 ‘2024년 태화강 국가정원 봄꽃축제’를 개최한다고 7일 밝혔다. 태화강 국가정원 봄꽃축제는 꽃양귀비, 작약, 수레국화, 안개초, 금영화 등 6000만 송이 꽃으로 꾸며진다. 조성 2년차를 맞는 피트 아우돌프의 자연주의 정원 꽃들도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개막식은 17일 오후 6시 50분 왕버들마당 특설무대에서 울산 어린이 연합합창단의 특별 공연, 가수 테이 축하공연 등으로 진행된다. 왕버들마당에서는 18~19일 어린이 창작 인형극 ‘태화강-연어의 꿈’이 상영된다. 더 스트링스 챔버 오케스트라와 성악이 어우러진 봄의 정원 클래식의 밤, 청소년 댄스 경연대회 등 다양한 연령층에서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반려식물 진료소도 운영한다. 산림청과 합동으로 17~18일 이동형 반려 식물 진료소를 운영해 반려식물을 진찰하고 치료해 준다. 소풍마당에 꾸며진 ‘정원체험 공간’에서는 미니정원 만들기 체험, 반려수목 입양, 꽃다발 만들기, 텃밭정원 등 다양한 정원 전시·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무지개 분수 정원에서는 국가정원 어린이 사생대회를 개최한다. 울산시는 야간 이용객의 관람 편의를 위해 오후 7시부터 10시까지 초화원 주변에 봄꽃 타워, 느티나무길에 야간 스트링 조명, 태화강 실개천에 LED 조명 등을 설치해 행사장을 밝힌다. 시 관계자는 “태화강 국가정원이 온 국민의 사랑을 받는 힐링 명소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며 “2028 울산국제정원박람회 유치에도 관심을 두길 바란다”고 말했다.
  • 아빠 출산휴가 늘려 일·가정 양립 지원… ISA ‘1인 1계좌’ 제한 푼다

    아빠 출산휴가 늘려 일·가정 양립 지원… ISA ‘1인 1계좌’ 제한 푼다

    정부가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촉진하고 일·가정 양립을 지원하고자 현행 10일인 남성의 출산휴가를 더 늘리기로 했다. 경력 단절 여성을 채용한 기업이 받는 세액공제 혜택은 문턱을 더 낮춘다. 국민의 자산 형성을 돕기 위해 ‘1인 1계좌’만 허용됐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가입 제한을 푸는 방안도 검토한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6일 NH농협생명 세종교육원에서 열린 기재부 워크숍에서 이런 내용의 사회 이동성 제고 방안을 담은 ‘역동경제 로드맵’을 다음달 발표한다고 밝혔다. 먼저 최 부총리는 윤석열 정부 경제정책 브랜드로 내놨던 ‘역동경제’의 개념을 “우리의 내재된 역동성이 발현되도록 정책과 제도가 잘 설계된 경제”라고 소개했다. 역동경제를 구현하기 위한 3대 축으로는 ‘혁신 생태계 조성’, ‘공정한 기회 보장’, ‘사회 이동성 제고’를 제시했다. 최 부총리는 3대 축 가운데 ‘사회 이동성 제고’ 방안에 방점을 찍었다. 이동성이란 소득 확대·교육 등을 통한 계층 이동, 고용 확대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쉽게 말해 우리 국민이 ‘지금도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다’는 기대와 희망을 품을 수 있는 사회가 되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최 부총리는 “1996년 한국의 백만장자 가운데 자수성가한 사람의 비율은 43%로, 51%인 미국과 큰 차이가 없었는데 2014년 기준으로 우리나라가 26%, 미국이 67%로 격차가 벌어졌다”면서 “우리나라 사회 이동성이 과거보다 많이 약해졌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 여성과 청년의 경제활동참가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보다 낮다”면서 “여성·청년의 계층 이동 사다리를 복원하기 위한 종합적인 방안을 다음달 발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최 부총리는 “경력 단절 여성을 채용할 때 제공하는 세제 인센티브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지금은 경력 단절 여성이 ‘동일 업종’ 기업에 재취업할 때만 세제 혜택이 주어진다. 정부는 이런 요건을 완화하고 지원 규모를 더욱 확대해 더 많은 기업이 경력 단절 여성 채용에 나서도록 할 계획이다. 아울러 경력 단절 남성에 대한 재취업 지원책도 마련해 ‘경단 사각지대’를 없애기로 했다. 평일 기준 10일인 배우자의 유급 출산 휴가를 늘리는 방안도 검토한다. 남성의 출산 휴가를 더 확대해 여성의 일·가정 양립을 지원하기 위한 대책이다. 직업계고 학생에게 양질의 일자리 취업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고졸 채용을 확대한 공공기관에 경영평가 시 인센티브를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정부는 전 국민 맞춤형 자산 형성 지원을 위해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관련 혜택 강화도 검토한다. 최 부총리는 “업권별로 나뉘어 있는 기능을 한곳에 합친 통합형을 만들거나, 1인 1계좌 제한을 푸는 등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 [주인의 날개달린 세상] 힘내

    [주인의 날개달린 세상] 힘내

    두 줄기가 만나는 동네 개천 보 근처 자갈밭에서 흰목물떼새를 발견했다. 알을 품고 있는 것처럼 가만히 앉아 있었는데, 그다음 주에도 똑같은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최소한 그 전주부터 알을 품고 있는 게 분명했다. 열흘쯤 뒤에 새끼들이 태어났는지, 아직 알을 품고 있는지 궁금해 가 봤더니 보에 물을 채웠는지 자갈밭이 다 사라져 버렸다. 망연자실했다. 멸종위기 2급인 우리 흰목물떼새는 어디로 갔을까? 새끼들이 태어나긴 했을까? 물은 언제 채운 걸까? 여기 멸종위기종이 번식 중이니 4월 말까지는 아니 새끼들이 태어날 때까지는 물을 채우지 말고 기다려 달라고 전화라도 했어야 했나? 가슴이 답답하고 마음이 울적했다. 벚꽃이 만개해도, 바람에 꽃잎이 흩날려 꽃비가 내려도 울적한 마음이 달래지지 않았다. 그 며칠 뒤 다시 동네 개천을 산책하다가 홍수가 나기 전에는 물에 잠기지 않을 안전한 자갈밭에 서 있는 흰목물떼새를 만났다. 보 주변에서 알을 품었던 그 녀석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내 마음 때문인지 그 자갈밭에 서 있는 뒷모습이 후회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렇게 안전한 곳을 골랐어야 했어’라고. 하지만 흰목물떼새가 후회라는 걸 하는 녀석들일까? 거기는 실패했으니까 다음에는 여기로 골라 보자고, 울지 않고 그저 행동하는 녀석들은 아닐까? 일주일 뒤에는 흰목물떼새의 뒷모습을 봤던 자갈밭에서 꼼짝 않고 앉아 있는 흰목물떼새를 발견했다. 다시 알을 낳았구나.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 뻔했다. 힘내서 애기들 잘 낳고 잘 키우라고 마음으로 응원을 보냈다. 그리고 좀더 멀리 돌면서 흰목물떼새를 몇 마리 더 만났다. 비록 보 주변 자갈밭은 물에 잠겼지만 다른 자갈밭에서 번식한 녀석들이 있었다. 그 옆에는 민들레 홀씨같이 불면 날아가 버릴 것 같은 작고 연약한 새들이 뽈뽈거리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성공했구나, 애기들이 태어났어. 세상이 신기한 듯 돌아다니는 아기새와 아기새한테 멀리 가지 말라는 듯 삑삑거리는 부모새를 보고 있으니 웃음이 절로 났다. 힘내. 내가 흰목물떼새를 응원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사실은 흰목물떼새가 나를 응원하는 거였다. 이렇게 행동하면 되는 거라고, 그러니까 힘내라고. 주인 탐조인·수의사
  • 이은림 서울시의회 운영위원장 “올여름 안전한 물놀이형 수경시설 이용해요”

    이은림 서울시의회 운영위원장 “올여름 안전한 물놀이형 수경시설 이용해요”

    서울시의회 운영위원회 이은림 위원장(국민의힘·도봉4)이 ‘서울시 물놀이형 수경시설 수질 유지·관리에 관한 조례안’을 발의했다. 제323회 임시회기에 발의된 이 조례안은 물놀이형 수경시설의 수질관리에 관여한 사항을 규정하는 것으로 다가오는 여름철 어린이들의 안전한 시설 이용을 도모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물놀이형 수경시설은 수돗물, 지하수 등을 인위적으로 저장 및 순환하여 이용하는 분수, 연못, 폭포, 실개천 등의 인공시설물 중 일반인에게 개방되어 이용자의 신체와 직접 접촉해 물놀이하도록 설치하는 시설이다. 최근 어린이 놀이터나 공원뿐만 아니라 아파트 단지 내에도 물놀이형 수경시설이 설치되며 그 수가 점자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여름철 어린이들이 주로 이용하고 있어 철저한 수질관리가 요구되는 시설이다. 그러나 그간 물놀이형 수경시설의 세부적인 공개 방법 등이 규정되어 있지 않아 이용자들이 수질관리 현황을 즉각적으로 알 수 없어 수질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컸다. 이번에 이 위원장이 발의한 조례안은 물놀이형 수경시설의 수질을 유지·관리함에 있어 시민의 쾌적하고 안전한 이용과 함께 건강한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수경시설의 설치자 또는 운영자를 대상으로 유지와 관리에 대한 교육 실시 ▲수질검사 결과의 게시 방법 및 시기 ▲수경시설의 원활한 유지관리를 위한 종합정보시스템의 구축 ▲수질검사의 요청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구 의원으로 활동하던 시절부터 어린이들의 선호도가 높은 물놀이형 수경시설의 설치를 적극 추진해 왔다”라며 “어린이들이 이용하는 시설이니만큼 이제는 설치 확대에서 나아가 철저한 수질관리를 통해 안전한 이용이 될 수 있도록 관리할 필요성이 있다”고 조례안 발의의 배경을 설명했다. 또한 “이번 조례안을 통해 다가오는 여름 시민, 특히 어린이들이 안전하고 쾌적하게 물놀이형 수경시설을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바란다”라고 기대감을 밝혔다. 한편 이번 조례안은 제4기 서울시의회 인턴십으로 활동한 정윤서 학생(광운대학교 법학과 4학년)의 참신한 아이디어가 반영된 사항으로 제323회 임시회 도시안전건설위원회에 상정되어 논의될 예정이다.
  • 역사의 뒤로 사라진 서라벌의 랜드마크 그리고 쿠쉬나메 [한ZOOM]

    역사의 뒤로 사라진 서라벌의 랜드마크 그리고 쿠쉬나메 [한ZOOM]

    신라 제24대 진흥왕이 서라벌 왕궁 동쪽에 궁궐을 지으려고 했다. 그런데 땅속에서 황룡(黃龍)이 나타나 하늘로 올라갔다. 진흥왕은 황룡이 나타난 영험한 이 땅에 궁궐이 아니라 부처님을 모시는 거대한 사찰을 지었다. 황룡이 나타난 영험한 땅에 지어진 사찰의 이름은 황룡의 ‘누를 황(黃)’이 아니라 ‘임금 황(皇)’을 붙인 ‘황룡사(皇龍寺)’였다. 수 세기 동안 고구려, 백제, 신라 삼국이 서로 영토를 뺏고 뺏기는 동족상잔을 이어오는 동안 백성들의 삶은 피폐해져 있었다. 진흥왕은 황룡의 전설과 불교의 힘을 빌어 백성들의 두려움을 어루만지고 더 강한 나라가 되기 위한 상징으로 황룡사를 지었던 것이다. 불국사와 함께 신라를 대표했던 이 사찰은 1283년 몽골의 칩입으로 불타버렸다. 그래서 지금은 황룡사가 있었던 땅만 남아 있어 오늘을 사는 우리는 황룡의 전설도 진흥왕의 호국의지도 느낄 수 없게 되었다.선덕여왕과 황룡사 9층 목탑 632년 우리 역사 최초의 여왕 선덕여왕(善德女王)이 신라 제27대 왕위에 올랐다. 선덕여왕은 밖으로는 신라가 삼국통일의 대업을 완수하는 기틀을 다졌으며, 안으로는 선정을 베풀어 백성들의 어려움을 보살피던 성군이었다. 당나라에 유학 중이던 자장법사(慈藏法師)가 태화지(太和池)라는 연못을 지나고 있었다. 갑자기 신령이 나타나 말했다. “신라의 여왕은 덕(德)은 있으나 위엄(威嚴)이 없어 이웃나라에서 침략을 도모하는 것이다. 그러니 어서 신라로 돌아가 황룡사(皇龍寺)에 9층탑을 세워라. 그러면 주변 나라들이 복종할 것이며 왕실이 평안해질 것이다.” 자장법사는 신라로 돌아가 선덕여왕에게 황룡사에 9층탑을 세울 것을 권했다. 그런데 황룡사 9층 목탑을 만든 사람은 신라인이 아니라 백제인이었다. 신덕여왕은 당시 탑에 있어서는 신라보다 앞선 백제에 비단과 보물을 보내 장인(匠人)을 보내줄 것을 요청했고, 백제에서는 미륵사 목탑을 만든 아비지(阿非知)를 보냈다. 황룡사 9층 목탑의 각 층은 주변국을 의미했다. 1층 일본, 2층 중국, 3층 오월, 4층 탐라(제주), 5층 백제, 6층 말갈, 7층 거란, 8층 여진, 9층은 고구려를 의미했다. 자장법사가 만난 신령의 말처럼 신라를 둘러싼 주변 9개 나라를 층마다 두고 이 나라들 위에 군림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었다. 이 사실을 미리 알았다면 백제에서도 장인을 보내지 않았을 것이다. 한편 황룡사 9층 목탑을 만든 아비지는 탑의 기둥을 세우는 날 조국인 백제가 망하는 꿈을 꾸면서 신라가 거대한 목탑을 만드는 의도를 눈치챘다. 수많은 고민 끝에 아비지는 결국 운명을 따르기로 결정했다. 독실한 불자였던 아비지는 이 탑을 만드는 것은 부처님을 모시기 위한 것이지 신라 여왕의 위엄을 세우는 것은 아니라고 믿었다. 황룡사 9층 목탑이 지금까지 남아 있었다면 동양 최대의 목탑으로 전세계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대한민국 랜드마크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황룡사 9층 목탑 역시 황룡사와 불타 사라져 아쉬움을 남겼다.페르시아 대서사시 ‘쿠쉬나메’ 바실라는 평범한 도시가 아니었다. 선녀로 가득 찬 낙원과 같은 곳이었다. 깨끗한 물이 사방에서 흐르고 있었으며, 개천 가까이에는 향나무들이 있었다. 돌로 만들어진 성 벽은 정교하게 쌓여 있어 아무것도 지나갈 수 없었다. 도시의 냄새가 너무 향기로워서 사람의 넋을 잃게 하였다. (정명섭, 바실라, 2015년) 2009년 영국 국립도서관에서 ‘쿠쉬나메’ 필사본이 발견되었다. ‘쿠쉬나메’는 페르시아에서 수백년 동안 전해 내려온 대서사시이며, 영웅 ‘페레이둔’이 ‘자하크’를 물리치고 잃어버린 페르시아를 되찾는 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슬람 침입자 ‘자하크’와 그의 아들 ‘쿠쉬’에 의해 페르시아가 무너졌다. 페르시아 왕자 ‘아비틴’은 훗날을 도모하기 위해 부하들을 이끌고 페르시아를 떠났다. 아비틴은 ‘바실라’라는 나라에 도착했고, 이 곳에서 공주 ‘프라랑’과 결혼했다. 페르시아 왕자 ‘아비틴’과 바실라 공주 ‘프라랑’ 사이에서 아들이 태어났는데 그가 바로 쿠쉬나메의 주인공 ‘페레이둔’이었다. 훗날 페레이둔은 이슬람 침입자를 물리치고 페르시아를 되찾은 영웅이 되었다.페르시아의 왕자 아비틴이 머물렀던 나라 ‘바실라’(Basilla)는 바로 ‘신라’였다. 그리고 아비틴이 결혼한 ‘프라랑’은 신라의 공주였다. 페르시아(이란) 후손들은 쿠쉬나메 서사시의 주인공 페레이둔을 존경하고 있으며, 바실라(신라) 공주 프라랑의 피가 페르시아인들에게 흐르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매우 호의적이라고 한다. 실제 통일신라시대에 서라벌은 수많은 외국인들과 교역의 장소가 되었고, 수많은 외국인들이 이 땅에 머물러 살았다고 전해진다. 이와 같은 신라의 개방성과 다양성 그리고 국제감각 덕분에 신라는 천년왕국의 맥(脈)을 이어갈 수 있었다. 비록 동양 최대의 랜드마크가 될 수도 있었던 황룡사와 황룡사 9층 목탑은 몽골에 의해 역사의 뒤로 사라졌지만, 불타지 않은 정신은 남아 찬란한 불교문화를 꽃피우는 초석이 되었다.
  • ‘오세훈표 교육사다리’ 서울런 입시 대박

    ‘오세훈표 교육사다리’ 서울런 입시 대박

    2023학년도 입시를 치른 뒤 재수를 하기로 결정하기로 하면서 차유현 학생은 고민이 많았다. 넉넉하지 않은 가정형편 탓에 재수종합학원은 커녕 인터넷 강의 비용도 부담이 됐기 때문이다. 그는 “인터넷 강의도 과목당 40~50씩 하고, 교재비도 몇만원씩 해서 부담이 컸다”면서 “특히 다른 친구들은 좋은 교재와 선생님과 공부를 하는 데, 나는 혼자 모든 것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자존감까지 낮아졌다”고 털어놨다. 그때 눈 앞에 나타난 것이 서울런이었다. 차유현 학생은 서울런을 통해 인터넷 강의와 교재비를 지원 받는 것은 물론 멘토프로그램을 통해 어떻게 공부를 해야 할지도 도움을 받았다. 그 결과 그는 올해 서울대 소비자학과에 합격했다. 서울시는 ‘오세훈표 교육사다리’ 서울런을 이용한 학생 중 대입에 응시한 1084명 중 682명(62.9%)이 입시에 성공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 462명보다 220명(47.6%) 늘어난 것이다. 오세훈 시장의 ‘약자와의 동행’ 대표 사업 중 하나인 서울런은 기초생활수급자 또는 중위소득 50% 이하 차상위계층 가구의 6∼24세에게 유명 사설 인터넷 강의를 무료로 들을 수 있게 해주는 프로그램이다. 특히 대입에 합격한 학생 중 122명은 서울대를 비롯한 서울 내 11개 대학과 의·약학 계열, 교대, 사관학교 등에 합격했다. 이는 지난해 78명보다 56.4% 늘어난 것이다. 합격생의 학습 시간도 증가했다. 응답자의 총 학습 시간은 1인당 평균 6919분으로 전년(4360분)보다 58.6% 증가했다. 11개대와 특수목적계열 합격생 학습 시간은 1만 2066분으로 전년 합격생보다 2배 가까이 많았다. 이 밖에 서울런에서 자격증·외국어 강의 등의 도움을 받아 취업에 성공한 회원은 45명으로 지난해(16명)보다 29명 많아졌다. 취업처는 공기업·공공기관 11명, 대기업 5명이다. 구종원 서울시 평생교육국장은 “개천에서 용나기 어려운 현실 속에도 청년이 학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계층이동 사다리를 복원하는 서울런의 효과가 실질적 성과로 확인됐다”며 “서울런 수준을 높이고 참여자들이 멘토로 나서는 ‘희망의 선순환’이 자리 잡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김’ 풍년 바라오… 광양 대보름 줄다리기 으라차차!

    오는 24일 정월대보름은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수출 1위 상품으로 부상한 K푸드 ‘김의 날’이다. 김의 날은 2010년 김 수출 사상 첫 1억 달러 달성 기념으로 제정돼 김과 함께 복을 싸 먹는다는 ‘김 복쌈’ 풍습을 이어 해마다 음력 1월 15일을 기념일로 기리고 있다. 김의 날을 앞두고 인류 최초 김을 양식한 ‘광양 김 시식지’(전남도기념물 제113호)와 김 풍작을 기원하며 매년 정월대보름에 행해지던 ‘광양용지큰줄다리기’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광양시 태인동에 자리한 광양 김 시식지는 김 양식법을 창안한 김여익을 기리기 위한 장소다. 병자호란 때 의병을 이끌었던 김여익은 청과 굴욕적인 화의를 맺었다는 소식에 통탄하며 광양 태인도에서 은둔생활을 해왔다. 이때 바다에 떠다니는 나무에 해초가 걸리는 것을 목격하고 1643년 강과 바다가 만나 영양이 풍부한 태인도의 이점을 살린 섶꽂이 방식의 김 양식법을 최초로 창안해 어민들에게 보급했다. 수라상에 오른 김에 매료된 인조가 김여익이 진상했다는 말에 그의 성을 따 ‘김’이라 부르도록 했다고 전해진다. 광양용지큰줄다리기는 개천에서 용이 머리를 내밀고 나왔다는 데서 유래한다. 용지마을에서 마을의 안녕과 김 풍작을 기원하며 행해지던 줄다리기로 400년 전통을 자랑한다. 김 풍작을 기원하는 용왕제다. 소리꾼 2명, 응원농악대 25명, 줄메기꾼 130여명 등 최소 150명 이상이 단결과 화합, 생산 증진의 기틀을 마련했던 집단 문화유산이다. 김성수 광양시 관광과장은 “풍요를 상징하는 정월대보름과 김의 날을 맞아 인류 최초 김을 양식한 광양 김 시식지이자 마을의 안녕과 김의 풍작을 기원한 용지큰줄다리기의 유래를 찾는 광양 여행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 주민보다 많은 책손님… 원더풀! 기적을 인증하다 [박상준의 書行(서행)]

    주민보다 많은 책손님… 원더풀! 기적을 인증하다 [박상준의 書行(서행)]

    3만명 사는 곳, 벌써 6만 다녀가시작은 어린이 전문도서관 건립직육면체에 낮은 원통 겹친 구조책과 책 사이 거니는 ‘서가 산책’열람석 어디서든 도서관 한눈에갤러리 복도 걸으며 정원 감상도XR-뮤지엄 메타버스로 작품 탐방 연초부터 스타필드 수원이 화제다. 개장 열흘 만에 약 84만명이 방문했다. 별마당도서관은 그 상징이다. 22m 높이의 웅장한 서고 사진이 소셜미디어(SNS)를 가득 채운다. 쇼핑몰 한가운데 도서관이 들어서는 건 참 반가운 일이다. 그럼에도 이를 ‘기적’이라 부르지는 않는다. 강원 인제 기적의도서관은 지난해 6월 문을 열었다. 개관 6개월 만에 5만여명이 다녀갔다. 인제군 인구는 2024년 1월 기준 3만 2004명이다. 기적의도서관은 2003년 책읽는사회문화재단이 MBC 프로그램 ‘느낌표’와 시작한 어린이 전문도서관 건립 사업이다. 설립 취지는 ‘이 나라의 모든 어린이는 밝게, 바르게, 자유롭게 자랄 권리를 갖습니다’로 시작한다. 무려 21년째 진행형이다. 인제는 도서관에 관한 열일곱 번째이자 강원도 첫 기적의 땅이다.●별마당도서관도 부럽지 않아 인제 기적의도서관 홈페이지는 매일 ‘오늘 마주친 한 구절’을 제공한다. 이날은 ‘모든 것은 그 자리에’(올리버 색스 지음, 알마)의 한 구절이 올라와 있었다. 2018년 ‘뉴욕타임스’에 “삼청공원 숲속 도서관에서 혁신의 미래를 보았다”라고 기고했던 바로 그 작가의 책이다. “나는 도서관에서 자유를 만끽했다. 수천 권, 수만 권의 책들을 마음대로 들여다보고, 마음대로 거닐고, 특별한 분위기와 다른 독자들과의 조용한 동행을 즐겼다.” 도서관 여행 즐기는 법으로 삼아도 좋을 문장이다. 도서관이 주는 첫 번째 기쁨은 원하는 책을 마음껏 볼 수 있는 자유다. 이는 책과 책 사이를 거니는 서가 산책에서 출발한다. 도서관을 어슬렁대는 일은 목적이 없어도 느슨하고 여유롭다. 그래야 한다. 풀꽃을 들여다보듯 눈길 끄는 책의 책장을 넘기고, 다른 이들은 무엇을 발견했나 슬쩍 제목을 훔쳐보기도 하면서. 그러다 책 한 권을 쥐고 앉아서는 나 또한 조용히 그들의 동행이 된다. 인제 기적의도서관의 공간 구성은 도서관 산책의 소소한 행복을 더해 준다. 도서관을 설계한 이상윤 건축가와 지안건축의 솜씨는 한국문화공간상 도서관 부문 수상으로 이미 증명됐다. 건물은 가로가 긴 직육면체 가운데 낮은 원통을 겹쳐 놓은 형태다. 원통은 종합자료실과 동아리실, 스튜디오 등이 모여 있는 도서관의 심장이다. 1층은 도서관 바깥으로 링 형태의 갤러리 복도가 있고, 2층은 도서관 안쪽으로 열람석과 서가가 크게 원을 그리며 띠를 두른다.건물 좌우 날개 역할을 하는 직육면체 공간은 갤러리 복도를 따라 이동한다. 갤러리라는 이름이 붙은 건 도서관 정원과 자연의 계절이 바뀌는 걸 감상하면서 걷고, 그때 안쪽 벽으로 ‘인제의 자연’과 ‘인제의 미래’를 주제로 한 영상이 흐르기 때문이다. 동쪽 어린이실은 도서관 안의 도서관이다. 어깨동무담이 있는 야외 데크로 나가는 출입구가 따로 있다. 데크에 앉아 볕을 쬐며 책을 읽는 봄날의 아이들이 그려진다. 서쪽 몰입형 미디어아트실 역시 아이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책 하늘 내린 인제 글로 설명하니 공간의 연결고리가 잘 보이지 않을 거다. 무책임한 말처럼 들리겠지만 가서 보면 안다. 기적의도서관은 2003년부터 ‘건축 부문에서 우리 사회가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모델의 공간 구조’를 끊임없이 제시해 오지 않았던가. 특히 2층 원형 서가에서는 누구라도 잠깐 멈춰 서기 마련이다. 도서관은 바닥부터 천장까지 열린 구조다. 가운데 계단식 열린 극장과 열람석이 지하 1층에서 2층까지 공간의 축을 만들며 개방감을 이끈다. 좌우로는 신전처럼 높은 기둥이 일렬로 늘어선다. 스타필드 수원 별마당도서관의 절반 높이밖에 되지 않는 11.55m이지만 그 못지않게 웅장하다. 열람석 어디에서든 도서관이 한눈에 들어온다. 무엇보다 이곳은 ‘하늘 내린 인제’의 도서관이다. 투명한 그리드 천장에서 넉넉한 자연광이 내린다. 시시각각 변하는 그림자를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태양열 전지판의 격자 문양이 지속가능성을, 이곳이 내린천을 지켜 낸 고장 인제라는 사실을 일깨운다. 그러고 보니 인공조명조차 많지 않다. 햇살을 빌려 읽는 책들은 활자에 생기를 불어넣고 읽는 이의 상상으로 피어난다. 그래서 인제 기적의도서관 슬로건이 ‘시간을 넘어 무한한 상상’인지도.●청구기호 없는 10년의 추천 도서 도서관 산책을 끝내고 숨을 돌릴 때쯤, 이번에는 개방감에 취해 보지 못했던 서가의 특이한 점이 보인다. 칸칸을 채운 건 말할 것도 없이 책이다. 하지만 위쪽의 책들은 청구기호가 보이지 않는다. 책등에 붙어 책의 위치를 알려 주는 ‘670.4-이82ㅅ’ 같은 스티커 말이다. 인제 기적의도서관 1층 서가 3~4단을 채운 책들은 지난 10년간의 세종도서다. 세종도서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추천 도서다. 그 제목을 살피는 것만으로 지난 10년간의 양서 목록을 훑어 볼 수 있는 셈이다. 낡고 바랜 책은 손이 닿지 않는 위치이지만 플라스틱 표지함이 아닌 온전한 책으로 자리해 반갑다. 그러다 불쑥 끼어드는 몇몇 문장들 앞에서 또 걸음을 멈춘다. 정수기 옆에, 2층 인제니아 뒤편 벽에, 알콩달콩열람석 등받이에 숨은 그림처럼, 아마 마저 찾지 못한 숨은 문구가 더 있을 것이다.‘책 읽어라 그래야 잔소리 안 듣는다. 정예원 2023.2.16’ ‘굳게 닫힌 책은 냄비 받침에 불과하다. 차정민 2023.1.31’ 이 말들의 주인공인 정예원과 차정민은 누구일까. 스마트폰을 꺼내 검색해도 나오지 않는 이름이다. 그럴 수밖에. 예원과 정민은 인제에 사는 중학생이다. 인제 기적의도서관은 건립 과정에 청소년준비단이 참여했다. 동아리 스튜디오의 이름과 테마 색깔도 그들이 정했다. 위대한 작가들과 어깨를 견주는 ‘명언’ 역시 마찬가지다. 자신들이 원하는 자리에 남겨져 방문자를 마중한다. 나중에 예원이나 정민이가 부모가 돼 아이와 다시 찾는다면 이 글귀는 그에게 기적의 조우와 다름없겠다.●반짝반짝 빛나는 XR뮤지엄 메타버스 공간과 예술 관련 서적이 모여 있는 예술갤러리도 눈여겨볼 만하다. 도서관 1층 한쪽에서 이미 아이들이 헤드셋을 끼고 조이스틱을 움직이며 스크린 속 구스타프 클림트의 뮤지엄을 탐방 중이다. 세계 유명 작가의 전시를 접하기 어려운 지역민과 어린이들에게는 이 또한 작은 미술관 역할을 한다. 그곳에서 음악책 한 권을 챙겨 들고는 계단 열람석으로 이동한다. 커다란 강의실 같기도 한 자리는 이국의 도서관을 닮았다. 파르테논신전이나 콜로세움도 생각난다. 얼마간은 긴장을 푼 채로 눈앞에 펼쳐진 거대한 서가를 마주한다. 책의 신전이지만 책을 다루지 않는 시간이 좋다. 그리고 나의 ‘조용한 동행’들 곁에서 책장을 넘긴다. 오늘 고른 책은 ‘소설처럼 아름다운 클래식 이야기’(이채훈 지음, 혜다)다. 손끝의 감각만으로 펼친 페이지 속, 모차르트와 클레멘티의 피아노 대결 이야기를 읽는다. 작가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해석한 모차르트와 높은 기술적 완성도를 보여 준 클레멘티의 연주를, 2016년 경기 성남아트센터에서 있었던 53개의 손가락을 가진 로봇과 인간 피아니스트의 대결에 비유해 피력한다. ‘언어의 한계 때문에 우리는 예술을 사랑하는 것이다.’ 언젠가 도서관 서가의 종이책도 태블릿으로 대체될까? 알 수 없는 일이다. 책의 각 단락에는 주제에 해당하는 클래식 음악을 QR코드로 소개한다. 모차르트 에피소드에는 피아니스트 막달레나 바체프스카가 연주한 모차르트의 ‘반짝반짝 작은 별’ 변주곡이 실렸다. 에어팟을 끼고 살짝 볼륨을 높인다. 미래는 잊고 음악에 귀를 기울인다. 머릿속 음표들이 피아노 선율을 따라 통통대며 떠다닌다. ‘반짝반짝 작은 별’이 흐르는 도서관은 ‘소설처럼 아름다운 클래식’의 풍경이다. 각자로서 책 한 권을 마주하지만 책이라는 대자연이 주는 일체감은 종이의 질감처럼 쉬이 떨칠 수 없는 도서관의 매력이다. 올리버 색스가 말한 ‘조용한 동행’의 순간이 한번 더 반짝인다. 이곳의 ‘모든 것은 (온전한) 그 자리에’ 있다. ●박인환문학관, 거리의 시인들 마침 인제 기적의도서관 옆에 박인환문학관이 있다. 또 문학관은 인제산촌민속박물관과 이웃한다. 박인환은 ‘세월이 가면’, ‘목마와 숙녀’로 잘 알려진 시인이다. 인제읍 상동리에서 태어났다. 문학관 부지가 그의 집터다. 전시실은 책방 마리서사가 있던 1940년대 서울 명동 거리를 2층 세트로 재현했다. 마리서사는 박인환 시인이 스무 살에 세운 책방으로 아내를 처음 만난 곳이다. ‘은성’은 배우 최불암씨의 어머니가 운영하던 막걸리집이다. ‘세월이 가면’이 쓰이고 노래로 만들어진 장소다. ‘모나리자 다방’은 시인이 술값 대신 맡겨 놓은 만년필을 찾아 김수영에게 선물한 에피소드가 있다. 그가 서른한 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기 며칠 전이었다. 야외에 조성된 시인 박인환의 거리와 조형물 또한 볼거리다. 그 가운데 ‘시인의 품’은 바람을 맞아 넥타이가 날리는 시인의 모습을 형상화했다. 동상 품 안으로 들어가면 시로 만든 노래를 들을 수 있다. 도서관과 문학관과 박물관의 정원은 등한하게 이어 걸어도 왠지 문학적이다. 뒤늦은 눈발이라도 날린다면 지난 겨울에 소소한 작별 인사를 전해도 좋겠다. “우리 모두 잊혀진 얼굴들처럼/모르고 살아가는 남이 되기 싫은 까닭이다”(박인환 얼굴) 하며. ●만해마을, 노출 콘크리트의 법당 인제를 대표하는 또 한 사람의 시인은 만해 한용운이다. 인제 백담사는 만해가 정식 출가한 고찰이다. 백담사 가는 길 북촌 변에는 동국대 만해마을이 있다. 사나흘 정도 조용히 머물다 가기에 이만한 장소도 흔하지 않다. 언뜻 불교 사찰 건축을 떠올릴 테지만 노출 콘크리트가 주를 이룬다. 불교에 조예가 깊은 건축가 김개천이 설계했다. 절제된 고요와 침묵의 힘이 느껴진다. 20년 전에 지어진 건축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 만해문학박물관, 서원보전, 북카페는 꼭 들러볼 일이다. 만해문학박물관은 건물 안 로비에 해당하는 중정에서 깜짝 놀란다. 겨우내 내린 눈이 소복하게 쌓여 있다. 안 인 줄 알았는데 머리 위 하늘이 열려 안과 밖의 경계가 없다. 다른 계절이라면 미처 알지 못했을 비밀이다. 서원보전은 만해를 기리는 법당이다. 1층 필로티를 통과해 2층 측면 입구로 들어선다. 법당이라지만 가만히 제 마음을 들여다보는 명상 공간처럼 보인다. 불상이 있는 동쪽만 창틀의 격자 프레임을 달리해 눈길을 끈다. 그 너머로 솔숲의 초록 음영이 어린다. 숙소동 문인의 집 맞은편에는 북카페 ‘깃듸일나무’가 있다. ‘깃듸일’은 만해의 시 ‘생명’ 속에 나오는 시어 ‘깃들일 나무’에서 딴 이름이다. 새가 깃을 접고 쉴 수 있는 나무다. 벽면을 가득 채운 책들과 편백나무 프레임이 편안한 쉼터를 연출한다.●세상 스마트한 전망 쉼터 인제 여행의 색다른 테마로 건축 여행을 들 수 있겠다. 인제 기적의도서관과 동국대 만해마을은 건축 공간으로 상을 받았다. 만해마을에서 10분 거리에는 여초서예관이 있다. 이성관 건축가가 설계했는데 기존의 소나무 숲을 보존해 서예관의 특징을 살렸다. 이 또한 건축상을 받았다. ‘ㅁ’자의 단순한 형태인 듯하나 중첩되는 면과 틈은 건물로 써 나간 서예인 양하다. 겨울에는 기존 개울을 활용한 바닥연못을 볼 수 없는 게 아쉽다.인제는 휴게 쉼터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인제로 들어서는 소양호 옆 설악로(44번 국도) 변에는 인제스마트복합쉼터가 있다. ‘2022년 젊은 건축가상’을 (공동) 수상한 김효영 건축가가 디자인한 재미난 건물이다. 기존 판매장은 책방과 전망대 중심으로 리모델링하고, 그 곁에 새 판매장을 지은 두 동의 쉼터다. 나풀나풀 곡선미를 자랑하는 판매장의 콘크리트 지붕과 각기 다른 생김의 기둥, 전망대 꼭대기에 간당간당해 보이는 황동욱의 설치 작품 ‘스톤 로그 시리즈’ 등은 건축을 모르는 사람들도 흥미롭게 들여다볼 요소다. 물론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소양호 풍경 역시 압권이다. 책 좋아하는 이들은 2층 무인 책방 쉼터를 조심해야 한다. 책 구성이 예사롭지 않은 까닭에 체류시간이 생각보다 길어지기 쉽다. 알고 보니 인제 읍내에 있는 책방 ‘나무야’에서 책을 선별했다. 책방 ‘나무야’는 인제 기적의도석관에서 약 500m 거리에 있다. 세심하고 촘촘하며 메시지를 놓치지 않는 큐레이션이 돋보이는 책방이다. 소양호가 보이는 창가에 앉아 기어이 시집 한 권에 눈으로 밑줄을 치고 만다. 표제시이기도 한 ‘이걸 내 마음이라고 하자’이다. 내 마음이 봄을 기다리는 설렘인지 겨울을 보내는 아쉬움인지는 나조차 알 수 없다. 겨울 쪽에 미련이 남는 이들은 원대리 자작나무숲행을 서둘러야 한다. 오는 3월 2일부터 4월 30일까지는 산불 조심 기간으로 입산을 통제한다. 3월 1일까지 개방한다. 이제 겨울이 거의 끝나가고 있다는 말이다. [여행수첩] ●인제 기적의도서관 운영 시간 평일 오전 9시~오후 10시, 매주 금요일, 법정공휴일 휴관, https://lib.inje.go.kr/main, (033)460-4321
  • 염부의 땀이 스민 집, 예술의 혼이 담긴 집[건축 오디세이]

    염부의 땀이 스민 집, 예술의 혼이 담긴 집[건축 오디세이]

    그곳에 염부(鹽夫)들이 살았다. 바닷물을 받아 태양과 바람을 이용해 소금을 짓는 그들은 동창이 밝아 오면 몸을 일으켜 일하러 나가고, 밤하늘의 별을 보며 고단한 몸을 뉘었다. 4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뒤 염부들의 집은 이제 예술가들의 작업 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아티스트 레지던스에 머물며 작가들은 소금밭 한가운데서 하얀 소금 대신 세상에 둘도 없는 예술작품을 지어낸다. 전남 신안군 증도면 태평염전(대표 김상일)에 있는 ‘스믜집’의 이야기다.천일염을 생산하는 태평염전은 1953년에 설립돼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역사를 지닌다. 한국전쟁 중 북에서 피난 내려온 사람들의 정착을 돕기 위해 유엔 지원으로 제방을 쌓고 소금을 생산하기 시작한 것이 지금 태평염전의 기원이다. 여의도 2배 면적에 해당하는 140만평의 부지에 염전만 90만평으로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규모다. ●38년 전 지어져 장기간 방치된 건물 염전 외에도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석조소금창고 건물을 개조한 소금박물관과 광활한 염생식물원을 갖춘 태평염전에서는 소금과 문화예술의 접목을 위해 2019년부터 아트 프로젝트 ‘소금 같은, 예술’(Art Like Salt)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외 예술가를 초청해 지역의 자연환경과 문화 자산을 배경으로 작업하고 소금박물관에서 결과물을 선보인다. ‘소금 같은, 예술’의 가장 중요한 사업은 아티스트 레지던시 프로젝트다. 국제 공모로 해외 예술가를 선발해 매년 8월부터 2월까지 증도에 머무르며 작업할 시간과 장소를 제공한다. 스믜집은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예술가를 위한 집으로 계획됐다. 1986년 염전 인부들을 위해 지어진 단층의 숙소 건물을 리모델링하는 작업은 국제 공모 심사위원으로 활동해 온 조웅희 홍익대 건축학과 교수(TCA 대표건축가)가 맡았다.스믜집은 드넓게 펼쳐진 염생식물원과 소금박물관으로부터 약 2㎞ 떨어진 조용한 갈대숲 사이에 자리잡고 있다. 소금 생산의 기초 원료인 바닷물을 가둬 두는 저수지와 바닷물을 농축시키는 증발지와 결정지(소금 결정이 만들어지는 곳), 소금 창고 등을 지나 길고 작은 개천을 건너면 스믜집에 다다른다. 개천 변으로 사람 키를 훌쩍 넘는 갈대숲이 보인다. 고요하고 평온하다. 조 교수는 “38년 전에 지어진 건물이 철거를 하다 만 상태로 장기간 폐가로 방치돼 있었다”며 “지붕과 깨진 벽체만 남은 건물이었지만 벽지와 못 자국 등에서 과거 생활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고 시각적으로 무척 흥미로웠다”고 말했다.●자연과 주변 재료가 디자인의 시작 디자인의 시작은 관찰이다. 태평염전의 하얀 소금밭, 붉은 염생식물, 유채꽃밭, 갈대숲, 거친 자갈길, 막 자란 자생식물 등 지역의 풍요로운 색채와 질감을 카메라에 담아 사무실 벽에 붙여 놓고 수시로 들여다봤다. 자연과 주변 건물의 재료 등을 관찰하고 수집하는 과정에서 그는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다. “염전에서 구조물을 만들고 관리하는 데 있어 자연 그대로의 상태에서 소금을 채취하기 위해 소금이 닿는 모든 표면은 방부제 등 화학약품의 사용을 금하고 있습니다. 특히 소금 결정이 맺히는 결정지의 표면은 화학적 방부 처리를 하지 않은 소나무 원목 판재를 사용하고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소금 제조를 하지 않는 겨울철에 판재를 전면 교체합니다.” 조 교수는 “지역의 재료를 사용해 자연스럽게 나이를 먹고 스러지는 건축을 추구하는 구마 겐고의 ‘약한 건축’의 태도를 산업 현장에서 직접 목격한 듯했다”며 “소금을 만드는 과정 중 나무를 사용하는 방식에서 힌트를 얻어 건물 외벽은 자연 소재의 나무를 검게 태우는 방식으로 구상했다”고 말했다.나무의 표면을 검게 태워 그을리는 방법은 일본 전통 건축에서는 ‘야키스기’로, 한국 전통 가구에서는 ‘낙송법’으로 불린다. 표면을 태우는 과정에서 얇은 코팅막이 형성돼 자연 친화적인 방법으로 방부, 방충 효과를 낸다. 전나무, 소나무, 삼나무, 가문비나무 등 다양한 수종으로 테스트를 진행했고 그중 현장에서 수급이 원활한 가문비나무를 최종적으로 선택했다. 그러나 한정된 예산에 탄화목 자재를 가공하고 공급할 업체를 찾기도 어려웠다. 증도는 워낙 오지여서 전문 시공팀을 부를 수 없었고 비용도 문제였다. 그러나 문제는 생각보다 쉽게 해결됐다. “시공업체를 부르지 않고 태평염전의 직원들과 지역 농민들이 직접 공사를 하기로 돼 있었는데 그게 오히려 해결책이 됐어요. 별도의 설비 없이 노천에서 농업용 가스 토치를 이용해 목재를 하나하나 태우는 방식으로 설계 의도를 구현할 수 있었습니다. 원시적인 방법이었지만 비전문가들이 힘을 모아 하나씩 완성해 나가는 데서 얻는 보람이 무척 컸습니다.”염부의 집 공사는 설계한 건축가나 건축주 그리고 작업에 참여한 지역의 주민들(주로 농부들)에게 협동 작업의 즐거움을 안겨 줬다. 물론 애로 사항은 많았지만 상황에 적절하게 대응해 설계를 변경해 가며 작업을 진행했다. 조 교수는 “공법이나 재료 선정에서는 외딴 지역의 특성상 자재 운송 비용이 높다는 점과 중장비 사용이 제한적이라는 점, 비전문가인 지역 주민들이 직접 시공한다는 점을 고려해야 했다”며 “이러한 조건을 고려해 콘크리트의 사용은 최소화하고 시멘트 블록, 스틸 파이프, 합판, 목재와 같이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수급이 원활하면서 손으로 직접 들고 옮길 수 있는 재료만을 이용했다”고 설명했다.●드러낸 건물 ‘속살’엔 거쳐 온 역사가 염부의 숙소로 지어진 건물은 8평 남짓한 유닛이 여덟 칸 붙어 이뤄진 가로로 긴 단층 건물이다. 각 유닛은 4인 가족이 생활할 수 있도록 입구 공간과 방 2개, 부엌이 있는 구조였다. 2개 동이 있는데 왼쪽 건물만 우선 작업했다. 스믜집이라는 이름은 삼각 지붕(ㅅ), 처마의 수평선(ㅡ), 사각 창틀(ㅁ), 바닥 데크의 수평선(ㅡ), 칸막이벽의 수직선(ㅣ)을 본떠 지었다. 그러니 상형문자인 셈이다. 생김새는 이름 그대로이고 특히 수평 라인의 인상이 무척 강하게 다가온다. 건물의 정면을 따라 유닛마다 90도 각도로 CMU(콘크리트 블록) 조적벽을 덧대 수평 라인이 강조된 건물의 입면에 수직의 리듬을 부여했다. 조적벽은 삼각형 지붕의 횡하중을 지탱하는 버트레스(buttress·부축벽)인 동시에 각 유닛의 출입부에서 프라이버시를 확보하는 칸막이벽 역할을 한다. 지붕은 샌드위치 패널로 된 기존 지붕 위에 골 강판을 덧대고 판의 얇은 두께를 그대로 노출했다. 둔각의 매스가 만드는 둔중한 무게감이 지붕 판의 얇은 두께와 만나 가볍고 경쾌하다.각 유닛의 실내는 기존 건물의 공간 구조를 유지한 상태에서 일부 벽을 터 공간을 연결하거나 부분별로 필요한 요소를 덧댔다. 침실과 주방이 있는 거실 겸 작업 공간, 기존의 부엌을 고쳐 만든 화장실 겸 샤워실이 전부다. 입구에서 뒷마당으로 통하는 문까지 이어지는 공간은 작지만 커다란 창문이 있어 답답하지 않다. 가로 1.6m, 세로 1.6m 크기 창문의 창틀을 안으로 1m가량 연장해 작업용 테이블로 만들었다. 이곳에 앉아 작업을 하고 식사도 하는 등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게 된다. 창밖으로 아침의 해가 뜨는 장면, 갈대와 저수지 그리고 넓게 펼쳐진 하늘을 바라볼 수 있다. 롤 블라인드는 조 교수가 직접 디자인하고 재료를 사다가 만들었다. 도르래에 매달린 실을 잡아당겨 벽에 부착된 핀들을 따라가며 삼각형, 별자리 등 다양한 모양을 만들 수 있는 고정장치는 전통 놀이인 실뜨기에 착안해 디자인했다. 아티스트들이 함께 식사하거나 휴식을 취하는 라운지 공간은 두 칸의 유닛을 연결해 만들었다. 기존에 있던 방문을 뜯어낸 모양을 그대로 살려 거친 미감을 드러내고 있다. 라운지 입구에서는 원건물의 거친 미장 마감과 새로 덧댄 스틸 파이프와 CMU 벽이 차례로 노출돼 건물이 거쳐 온 역사를 보여 준다.연세대 건축공학과와 하버드 건축대학원에서 공부하고 뉴욕과 베를린에서 10여년간 일하다 2017년 귀국한 조 교수에게 국내 첫 단일 프로젝트였던 스믜집은 지난해 한국건축가협회상을 안겼다. 첫 작품이라 각별한 애정이 간다는 조 교수는 “도면이 아닌 그림과 말로 소통해야 하는 상황에서 무수한 시행착오가 일어나기도 했지만 자잘한 시공의 오차는 너그럽게 수용하는 태도를 가지게 됐고, 함께 작업하면서 여타 현장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강한 동지애를 느끼기도 했다”며 활짝 웃었다. 함혜리 건축 칼럼니스트
  • 北, 대남 외곽단체 정리…‘헤어질 결심’을 행동으로

    北, 대남 외곽단체 정리…‘헤어질 결심’을 행동으로

    북한이 남북교류를 담당하던 외곽 기구들을 정리하고 대남방송과 뉴스매체 서비스도 중단하는 방식으로 남북 간 ‘헤어질 결심’을 행동에 옮기고 있다. 14일 조선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12일 대적부문 일꾼들의 궐기모임을 열었으며, 이 자리에서 “지난 시기 북남관계 개선과 평화통일을 위한 연대기구로 내왔던 6·15공동선언실천 북측위원회,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북측본부, 민족화해협의회, 단군민족통일협의회 등 관련 단체들을 모두 정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12월 26~30일 열렸던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 전원회의에서 남북관계를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라고 규정하며 대남사업 부문 기구들의 정리와 개편 방침을 결정한 데 따른 후속 조치로 풀이된다. 6·15공동선언실천 북측위원회는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 이후 공동선언을 이행하기 위해 설립됐다. 민족화해협의회는 1998년 6월 설립한 뒤 경제 분야를 제외한 남북교류협력 접촉 창구를 맡았다. 2018년 11월엔 금강산에서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 이행을 위한 남북 민화협 연대 및 상봉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조국통일범민족연합은 1990년 설립된 남·북·해외 통일운동 연대체다. 단군민족통일협의회는 북한이 1997년 9월 설립했으며 개천절 행사를 주관한다. 앞서 북한은 최선희 외무상 주도로 지난 1일 대남 부문 기구 정리를 시작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 뒤 보름도 지나지 않아 대남 교류단체들이 문을 닫는 등 지시 이행에 속도를 내는 것으로 해석된다. 외무성과 별도로 대남사업을 담당하던 노동당 통일전선부 역시 외무성으로 흡수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1일부터 북한의 대외 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와 ‘조선의 오늘’, ‘려명’ 홈페이지에 접속할 수 없는 상태다.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은 대남방송인 라디오 ‘평양방송’도 12일 오후부터 중단했다.
  • [세종로의 아침] 씨앗들이 짓이겨져서는 안 된다/이두걸 전국부 차장

    [세종로의 아침] 씨앗들이 짓이겨져서는 안 된다/이두걸 전국부 차장

    영화 ‘칠드런 오브 맨’의 막바지엔 정규군과 반란군의 치열한 전투 장면이 나온다. 요란한 총성 사이로 아기 울음소리가 들리자 양측은 교전을 멈춘다. 군인들은 ‘아기 예수’를 발견하고 눈물을 흘리며 성호를 긋는다. 2006년 개봉 당시 ‘희망의 부재’를 상징했던 ‘불임’은 영화의 배경인 2027년을 3년 앞둔 우리에겐 현실에 가깝다. 피와 살이 튀는 영화 속 상황은 저성장과 높은 주거비용에 악전고투하느라 출산을 마다하는 젊은층의 삶과 닮은꼴이다. 2022년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78명이다. 올해엔 0.7명 선도 깨질 전망이다. ‘축소사회’에 대한 우려에 2006년 이후 지출한 예산만 280조원에 달한다. 하지만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했다. 군인 인건비 등 출산과 상관없는 항목들도 대거 포함돼서다. “훌륭한 교육정책, 돌봄정책, 복지정책, 주거정책, 고용정책이 (저출산의) 근본적인 해법이 되지 못한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올해 신년사는 사실관계와 한참 떨어져 있다. 다만 올해부터 부모급여 등 현금성 지원이 시작된다.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저출산의 원인은 간명하다. 아이를 낳고 기르는 기쁨이라는 ‘이익’보다 육아에 따른 ‘비용’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실익이 없는 행위를 하지 않는 건 합리적 선택이다. 윤리적 잣대나 당위성을 들이밀 여지가 없다. 해법은 비용을 줄여 주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저출산 정책은 여기에 초점이 맞춰졌다. 하지만 추세를 바꾸기엔 역부족이었다. 그 정도로 충분치 않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경제적 조건이 개선됐다고 사람은 쉽게 생각과 행동을 바꾸지 않는다. ‘우리 아이는 나보다 더 나은 삶을 살 것’이라는 기대가 충족돼야 한다. 바꿔 말하면 계층 이동 사다리의 복원, 희망의 복원이 절실하다. ‘한강의 기적’은 ‘개천에서 용 나는’ 사다리가 존재해 가능했다. 이에 “한국이 인적자본에 많은 투자를 한 결과 세계화의 승자가 될 수 있었다.”(아비지트 배너지·에스테르 뒤플로, ‘힘든 시대를 위한 좋은 경제학’) 하지만 IMF 환란을 거치며 계층 사다리가 점차 허물어졌다. ‘진보’는 물론 ‘보수’ 진영 역시 사다리의 복원에 무능력했다. ‘역사의 종언’을 선언했던 자유주의 정치철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조차 “경제적 자유주의는 신자유주의로 변질됐고, 경제적 불평등을 극적으로 증가시켰다”(‘자유주의와 그 불만’)고 비판할 정도다. 소득과 자산의 극심한 불평등은 국가 경제의 건실한 성장은 물론 사회의 안정성도 크게 해친다. 공동체 의식도 발 붙일 곳이 없어진다.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만이 남은 사회에서는 아이를 낳을 수도 키울 수도 없다. 저출산 정책의 시작은 계층 사다리의 복원이 돼야 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추진 중인 약자와의 동행과 안심소득 정책 등을 주목하는 까닭이다. 사회적 약자들이 노력 여하에 따라 계층 상승을 이뤄 낼 수 있는 사회가 바로 후세를 남길 만한 매력적인 도시다. 물론 저출산 정책에 대규모 재정을 투입하고 보육 친화적 문화를 조성하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내 아이가 살 만한 사회’를 만드는 게 우선이다. 그래야 저출산의 물꼬를 되돌릴 수 있다. 이는 사회의 역동성을 되살리는 기회이기도 하다. 중세 유럽처럼 신분제가 공고한 사회에서는 새로운 혁신 기술이 쇠퇴한 기술을 몰아내는 슘페터식의 ‘창조적 파괴’가 아예 불가능하다. 과거 보수진보 할 것 없이 경제민주화를 주장했던 까닭이다. 계층 사다리 복원은 우리 사회가 당면한 가장 큰 과제인 저출산과 저성장을 동시에 해결할 열쇠다. 독일의 여성 판화가 케테 콜비츠의 작품에는 어머니가 많이 등장한다. 유독 눈길이 가는 작품은 ‘씨앗들이 짓이겨져서는 안 된다’이다. 비관을 걷어내고 씨앗들을 키워 낼 수 있는 구조로 우리 사회를 재구성하는 것, 오늘이 아닌 내일을 지켜 내는 것, 그것이 저출산 정책의 새로운 시작이다.
  • 내년 연휴 4번·휴일 119일…올해보다 ‘이틀’ 더 쉰다

    내년 연휴 4번·휴일 119일…올해보다 ‘이틀’ 더 쉰다

    ‘청룡의 해’인 2024년 갑진년(甲辰年)은 일요일을 포함한 휴일이 올해와 똑같은 68일이다. 주 5일제를 적용받는 근로자라면 쉬는 날이 119일로 올해보다 이틀 더 늘어난다. 법정 공휴일이 토요일이나 일요일과 겹치지 않기 때문이다. 내년은 4년 만에 돌아오는 윤년으로 1년 366일인 갑진년 연휴는 모두 4차례로 상반기 3차례, 하반기 1차례씩 돌아온다. 내년에 가장 긴 연휴는 추석 연휴로 9월 14일 토요일부터 18일 수요일까지 총 5일간 쉴 수 있다. 19~20일에 휴가를 사용하면 무려 9일간 연휴가 완성된다. 첫 번째 연휴는 2월 설 연휴로 9일 금요일부터 설날 당일인 10일 토요일, 대체휴일인 12일 월요일까지 총 4일을 쉰다 설날, 추석을 제외하고도 3일 이상 쉴 수 있는 ‘연휴’는 2번 더 있다. 삼일절인 3월 1일이 금요일, 어린이날 대체 휴일인 5월 6일이 월요일이다. 금요일에 휴가를 사용하면 ‘4일’ 연휴가 되는 목요일 휴일도 3번 있다. 현충일인 6월 6일, 광복절인 8월 15일, 개천절인 10월 3일이 모두 목요일이다. 임시 공휴일도 하루 들어갔는데 바로 4월 10일(수) 22대 국회의원 선거일이다. 반면 7월, 11월에는 공휴일이 아예 없다. 전체 휴일 수는 2일 늘었지만, 일하는 날은 하루밖에 줄지 않았다. 2월이 29일까지 있는 윤년이라 일하는 날이 하루 더 많기 때문이다. 한편, 징검다리 연휴가 있을 경우 두달 전부터 임시공휴일 지정 여부를 미리 알 수 있게 된다.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9일 임시공휴일을 두 달 전 지정하는 내용의 ‘공휴일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공휴일이 주말과 하루 간격으로 떨어져 있거나 명절 연휴로 징검다리 연휴가 있는 경우 내수 진작과 경제 활성화, 국민 휴식권 보장을 위해 통상 한 달 전에 임시공휴일을 지정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임시공휴일을 임박해 지정하는 경우 국내외 여행을 위한 교통·관광·숙박 예약이 어렵고, 기업의 경영 예측 불가능성 등으로 임시공휴일을 일찍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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