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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접경지역 균형발전 정책포럼] “이젠 평화가 밥 먹여주는 시대… 남북 지방교류 전담창구 절실”

    [접경지역 균형발전 정책포럼] “이젠 평화가 밥 먹여주는 시대… 남북 지방교류 전담창구 절실”

    “남북한 신뢰·협력관계가 더욱 발전할 2019년엔 한반도 중심으로서 접경지역 역할이 매우 중요해질 것입니다. 동시에 남북교류 물꼬를 틀 수 있게 북측과 우리 지방정부를 연결하는 전담교류창구 설치가 필요합니다.”19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서울신문·접경지역시장군수협의회 주최, 행정안전부·통일부·문화체육관광부·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후원으로 열린 접경(평화) 지역 포럼 첫 기조발표자로 나선 정하영(경기 김포시장) 접경지역시장군수협의회장은 “예전에 김포 주민들이 ‘평화가 밥 먹여 주냐’며 냉소적이었으나 앞으로는 (평화가) 밥 먹여 줄 것 같다”며 평화를 화두로 꺼냈다. 정 회장은 “남북 교류협력사업에 대한 중앙정부의 체계적 절차가 정립되면 지방정부 차원의 대북사업이 활기를 띠게 된다”며 “향후 접경지역이 법적·경제적·군사적으로 합의점을 찾아 나가는 한반도 평화의 완충지대로 거듭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접경지역 현안을 공동으로 논의하고 발굴·제시해 접경지역에 대한 대내외 관심을 이끌어 내겠다”고 역설했다. 그러나 “생태다양성 보고(寶庫)인 한강 하구와 비무장지대(DMZ)로의 접근은 민통선으로 차단되고 철책선을 비롯한 군사시설과 규제로 접경지역 주민 피해는 여전하다”며 “군사시설보호구역 해제에 이어 접경지역 주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난개발을 방지하는 체계적, 종합적 계획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립수역을 활용해 뱃길 복원과 유람선 운항 등 해상교통망을 복원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며 “자연환경을 고려한 기반시설과 인프라를 확충하고 대단위 물류단지와 교통 연계시스템을 구축해 통일을 준비하는 경제통합 배후도시로 육성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남북을 아우르는 평화 공감대 형성 방안도 제시했다. 그는 “한강 사이로 남북에 걸쳐 자리한 김포시 월곶면 조강리와 황해북도 개풍군 상조강리, 하조강리를 연결해 교류하는 사업과 파주시의 3·1운동 100주년 기념행사, 강화도의 개천절 행사 등 민족 공동 역사를 주제로 남북행사를 주최하자”며 “태권도 한마당이나 유소년 축구대회, 인삼축제 등 스포츠와 문화 분야에서 다양한 교류활동을 추진하자”고 역설했다. 강원·경기·인천지대인 고성~파주~김포~옹진까지 자연생태지역을 연계해 관광상품화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제안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지방정부의 남북교류 법적·제도적 위상이 미비해 법적 제도 정비가 시급하고, 남북 간 공동사업을 실질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법률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접경지역시장군수협의회가 북한을 방문해 관광사업 등 지속 가능한 공영발전 교류협력사업을 협의해 발굴하도록 애쓰겠다”고 거듭 밝혔다. 이한주 경기연구원장은 ‘경기북부 졉경지역의 역할과 기대’ 주제 발표에서 인천-경기-강원을 연계하는 접경지역 문화유산과 활용방안을 제시했다. 먼저 “DMZ 내 자연생태·문화·역사를 스토리텔링해 세계적인 도보길을 조성하고, 서해안의 해양레저와 DMZ 접경지역의 평화생태, 경기동부권의 산악·수변레저산업을 연계 조성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또 “생물 다양성을 보전하고 지속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유네스코 지역발전 프로그램을 활용해야 하며, 한탄강·임진강 세계지질공원 인증 신청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경기·인천·강원과 DMZ 전역의 생태·환경·역사유적·문화자원을 남북이 공동 조사하고 자연환경 보전과 역사문화자원을 발굴·복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강 하구를 남북이 공동 활용하고, 인천·경기·황해남북도가 한강 하구의 평화적 활용과 공동개발을 추진해야 한다”며 “‘평화의 뱃길’ 포구를 복원, 연결하고 해상평화공원 조성과 해상자원 개발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한반도 통합철도망 계획에 따른 단절구간 보완책으로 단절된 철도구간을 복원해 한반도를 하나로 이을 철도로, 부산에서 출발하는 남북한연결철도(TKR) 노선을 구축하기 위해 남북 간 철도 단절구간을 복원하는 선행작업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육동한 강원연구원장은 ‘강원 접경지역의 발전방안’ 기조발표에서 “강원지역이 남북 분단상징에서 이젠 ‘평화의 상징’으로 바뀌었다”며 “철원을 산업물류거점으로, 고성을 관광교류거점으로 육성해 낙후지역에서 남북교류협력의 거점으로 삼고, 특히 고성군을 남북교류 시범촉진지구로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한반도 신경제지도로 경기·강원 경계지역인 파주·연천·철원·고성 등에 통일경제특구를 설치하자는 의견도 내놨다. 또 이곳에 푸드테크와 스마트팜, 산림자원 고부가가치화 등 휴양과 치유의 웰니스시티를 조성하는 등 청정생태에 적합한 4차 산업지대로 육성하자고 말했다. 대신 무분별한 난개발을 막도록 접경지역에 대해 체계적 보전관리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평화의 상징지대로 강원평화특별자치도를 설치해 남북강원도로 갈린 특성을 살려 제주·세종특별자치도의 분권확산 모델을 정립하자”고 역설했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왜그래 풍상씨’ 전혜빈, 의사로 변신한 모습 ‘지적 카리스마’

    ‘왜그래 풍상씨’ 전혜빈, 의사로 변신한 모습 ‘지적 카리스마’

    ‘왜그래 풍상씨’ 전혜빈이 촌철살인 팩트 폭격기 ‘이정상’으로 변신했다. 전혜빈은 지적 카리스마가 폭발하는 모습으로 포착돼 관심을 모으는 가운데 이시영과 쌍둥이 자매로 활약을 예고하고 있어 기대를 한껏 끌어올린다. 19일 KBS2 새 수목드라마 ‘왜그래 풍상씨’(극본 문영남 / 연출 진형욱 / 제작 초록뱀미디어) 측은 전혜빈의 캐릭터 스틸을 공개했다. KBS2 새 수목드라마 ‘왜그래 풍상씨’는 동생 바보로 살아온 중년남자 풍상씨와 등골 브레이커 동생들의 아드레날린 솟구치는 일상과 사건 사고를 통해 가족의 의미를 생각해 볼 드라마. ‘우리 갑순이’, ‘왕가네 식구들’, ‘수상한 삼형제’, ‘소문난 칠공주’, ‘장밋빛 인생’ 등으로 다양한 가족들의 이야기를 특유의 필력으로 재미있게 펼쳐내 시청률과 화제성을 잡고, 재미와 감동까지 안긴 문영남 작가의 신작이다. 극 중에서 전혜빈이 분하는 이정상은 ‘풍상씨 5남매’ 중 셋째이자 이화상(이시영 분)의 쌍둥이 언니로 지적 카리스마가 돋보이는 인물. 대학 병원 의사인 그녀는 자수성가한 개천용(개천에서 난 용)의 아이콘으로 풍상씨의 자랑이자 5남매 특급 에이스다. 온 가족에게 틈만 나면 거침없이 “정신차려!”를 외치며 반박할 수 없는 논리력을 바탕으로 팩트 폭행을 시전해 말문이 막히게 한다. 뿐만 아니라 불같이 뜨거운 화상이와 쌍둥이가 맞나 싶을 정도로 냉철하고 차가운 매력의 소유자다. 공개된 사진 속 의사 가운을 완벽하게 소화한 정상이가 풍상씨와 마주하고 있는 모습이 담겼다. 자신에게 다소 차갑게 쳐다보는 정상이에게 부담 없이 편안한 미소를 짓고 있는 풍상씨의 모습에서 정상이를 향한 풍상씨의 무한 신뢰를 느낄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정상이가 병원 복도에서 주저 앉은 채 포착돼 시선을 강탈한다. 이어 그녀가 옥상에서 주먹을 꼭 쥐고 차오른 눈물을 안간힘을 다해 참고 있어 대체 정상이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궁금증을 유발한다. ‘왜그래 풍상씨’ 측은 “이정상은 시크하지만 누구보다 바르게 자라 풍상씨에게 마음의 기둥과도 같은 존재”라면서 “그럼에도 그녀가 풍상씨의 뒷목을 잡게 만들게 된 사연은 대체 무엇일지 그리고 쌍둥이 동생 화상이와 보여줄 케미는 어떨지 많은 기대와 관심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한편, KBS2 새 수목드라마 ‘왜그래 풍상씨’는 오는 2019년 1월 9일 첫 방송된다. 사진제공=초록뱀미디어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2018 서울미래유산 그랜드 투어] 빨래터 아낙들은 알았을까… 청계천변에 닥칠 자본주의 물결을

    [2018 서울미래유산 그랜드 투어] 빨래터 아낙들은 알았을까… 청계천변에 닥칠 자본주의 물결을

    서울신문이 서울시, 사단법인 서울도시문화연구원과 함께하는 ‘2018 서울미래유산-그랜드 투어’ 제32회 서울의 문학4(박태원의 천변풍경) 편이 지난 8일 청계천 일대에서 진행됐다. 이날 오전 10시 종각역 5번 출구에 모인 참석자들은 무교동과 다동에 걸쳐 있는 ‘오래된 맛집’ 용금옥~부민옥~북어국집을 차례차례 탐방한 뒤 관철동으로 향했다. 삼일빌딩~베를린광장~종로양복점~안동장~송림수제화 등 방문 코스 모두가 미래유산이어서 마치 서울미래유산 전시장을 방불케 했다. 3시간에 걸친 일정은 수표교~세운상가~광장시장에서 마무리됐다.이날 올겨울 들어 가장 낮은 체감온도 영하 19도의 한파가 몰아쳤지만 서울미래유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열정을 막을 순 없었다. 예약자 30명과 대기자 10명까지 40명이 모두 참석해 청계천변과 골목을 맘껏 누볐다. 해설을 맡은 황미선씨와 견문기 필자 신수경씨는 막간을 이용해 ‘천변풍경 풍자극’을 즉석 무대에 올려 웃음보와 함께 추위를 녹여줬다. 참가자들은 “소설 속 빨래터 아낙네들의 대화를 만담으로 전달해줘 재미와 이해도를 높였다”는 소감을 남겼다. 문학은 사회의 반영이며, 시대의 산물이다. 1930년대 청계천 주변에 살던 하층민들의 삶을 영화처럼 보여주는 장편소설이 박태원의 ‘천변풍경’이다. 1936년과 1937년 중편소설로 ‘조광’에 연재됐고, 1937년 장편소설로 개작돼 1938년 박문서관에서 단행본으로 출간됐다. 청계천변에 사는 사람들의 일상을 그린 이 소설은 뚜렷한 주인공 없이 70여명의 등장인물을 중심으로 50가지 이야기가 펼쳐지는 세태소설이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에서 시도했던 모더니즘과 처음 구현한 리얼리즘의 양 극단을 아우르는 작품이다. ‘천변풍경’은 최고의 찬사를 받았다. 구보가 글을 배운 당대 최고봉 춘원 이광수는 “박태원씨의 ‘천변풍경’은 내가 일생에 읽은 문학 중에 가장 인상 깊은 것 중의 하나이다. 나는 이 소설에서 톨스토이의 만년 작품에서 받은 것과 방불한 감동을 받는다. 작가의 그 진지하고도 경건한 태도, 그 꾸밈없는 붓을 아끼는 필법, 그 표현의 효과 그 어느 것으로 보든지 나는 이 작품을…인류의 문학적 작품들 중에 참여할 것으로 믿는다”고 극찬했다. 문단 선배인 월탄 박종화는 구보가 춘원과 횡보 염상섭을 능가했다고 추켜세웠다. “지금으로부터 7~8년 전 조선 문단에는 실로 기기괴괴한 ‘갑바’ 머리에 너부죽한 이마를 앨 써 좁히고…이른바 최첨단(?)을 걷는 문학의 청년사도가 한 사람 나타났다. …‘천변풍경’을 통독하고 나니 아하! 박태원은 순수한 조선학파 문인이다. 그보다도 더 한 걸음 나아가 순수한 경알이(서울)파 문인이다. …순수한 경알이 문학을 세워 놓았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태원은 확실히 대 춘원을 능가하고 서울 중류가정 시어머니, 며느리, 시뉘, 올케의 풍파를 잘 쓴다는 거벽 (염)상섭을 물리칠 수 있다.”월탄의 장담처럼 구보는 순수한 서울파 문인이다. 청계천변 수중박골(다동 7번지)에서 태어나 28세에 관철동으로 분가하기 전까지 천변에서 자란 이른바 ‘천변사람’이다. 여기서 ‘경알이’란 서울말을 쓰는 서울토박이란 뜻이다. 월탄은 “순 경알이적 풍속 행동 언어는 여태껏 다른 작가가 감히 건드려 보지 못하던 난숙한 솜씨요, 묘사다. 더욱이 그 순 경알이적 어휘에 있어서는 조선말을 수집하는 어학자로 앉아서도 경알이 말의 노다지를 발견했다고 찬탄하여 당목치 않고는 못 배길 정도”라고 말했다. 서울말은 ‘~구료(구려)’, ‘~에요(어요)’ 등 특유의 어미 활용과 ‘것두’, ‘깎재두’ 같은 ㅗ모음의 ㅜ모음으로의 상승 경향이 특징이다. 소설에는 서울방언이 생생하고 풍부하게 기록돼 있으며 표준어로 쓰여 있다. 서울말과 표준어를 구분해 대화는 사투리로 하고, 지문은 표준어로 사용하고 있다. 지금은 서울사람을 이르는 변변한 호칭조차 없지만 한때 서울내기, 서울깍쟁이, 서울토박이 같은 호칭이 널리 쓰였다. 서울내기 혹은 서울깍쟁이는 비하하는 성격이 강해서 대중성을 갖지 못했고, 일부에서 애착을 갖는 서울토박이의 경우 ‘토박이’가 서울 사람을 특정하지 않는다는 흠이 있다. 외국인 관광객 2000만명 시대를 앞 둔 요즘은 서울라이트, 서울메이트, 서울러 같은 국적불명의 영어식 별칭이 청년층을 중심으로 사용되지만 보편적이지 않다. 오히려 경알이가 설득력이 있지 않을까 싶다. 부유한 조선 사람들이 사는 북촌과 일본인들의 거주지 남촌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중촌, 청계천변에는 빨래터, 한약방, 포목전 등 전통적 시설과 이발소, 하숙집, 카페 등 근대적인 시설이 공존했다. 전통과 근대의 변화상이 교차하는 공간인 청계천변은 전통사회에서 근대사회로 이행하는 과정의 세태상이 백일하에 드러나는 변혁의 공간이다. 주요 공간 중 빨래터와 한약국집, 이발소, 카페는 상징성을 갖는 장소이다. ‘정이월에 대독 터진다는 말이 있다. 딴은, 간간이 부는 천변바람이 제법 쌀쌀하기는 하다. 그래도 이곳, 빨래터에는, 대낮에 볕도 잘 들어, 물속에 잠근 뺄래꾼들의 손도 과히들 시립지는 않은 모양이다.’라는 소설의 첫 대목에서 등장하는 빨래터는 여성 공동의 작업장이자 사교와 친목의 공간이었다. 천변에서 일어나는 사건 소식을 가장 먼저 알 수 있는 곳이었다.돈을 주고 빨래하는 일은 과거의 전통적 사고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지만 소설 속 인물들은 도시의 자본주의 논리를 이미 수용했음을 알 수 있다. “소문을 들으면, 무어 청계천을 덮어 버린단 말이 있지 않어? 위생이 나쁘다든가…덮긴 말이 그렇지, 이 넓은 개천을 그래 무슨 수로 덮는단 말이유? 온, 참….”이라는 청계천 복원에 대한 샘터 문답이 나온다. 청계천 복원 얘기가 나돌자 빨래터 주인 김첨지의 걱정이 크다. 1920년대부터 제기된 청계천 복원은 1934년 경성계획이 수립되면서 복개와 고가철도 건설 계획이 발표됐으나 재정 문제로 실현되지는 못했다. 위생 문제 해결 때문이 아니라 경성을 일본 본토와 중국 대륙을 잇는 대륙 침략의 거점으로 활용하는 군수물자 수송대책 차원이었다. 한약국집은 작중 가장 따뜻한 공간이다. 실제로 작가는 공애당이라는 약국집의 4남 2녀 중 차남으로 태어났다. 부친이 경영하던 공애당과 숙부가 운영한 공애병원이다. 자유연애로 결혼한 신식커플은 1934년 결혼한 자신이 모델이었다. 돈과 권력, 정력에만 관심 있는 50대 사법서사 민주사와 이발사 재봉이가 등장하는 이발소도 전통적인 사회와 근대적인 사회를 선명하게 구분 짓는 장소이다. 이발사는 1895년 고종의 단발령 이후 생긴 신흥 직업이었다. 전통사회에서 머리카락을 자른다는 것은 천한 사람이나 승려로 여겼다. 소설에 등장하는 평화카페는 광교 모퉁이 다동 1번지쯤에 있었다. ‘하나꼬’와 ‘기미꼬’라는 일본 이름을 가진 카페의 여급은 ‘여자급사’의 줄임말로 근대화가 낳은 새로운 여성 직업이었다. 천변풍경은 정치적인 사건이나 지배계급을 중심으로 한 역사가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중심으로 잔잔하게 펼쳐진다. 1930년대 경성 청계천변에 살았던 사람들의 삶이 담겨 있다. 근대 서울과 서울사람 탄생의 비밀을 품고 있는 시절이다. 글 노주석 서울도시문화연구원 원장 사진 문희일 연구위원 ●다음 일정: 서대문(안산 아랫동네) ●일시: 12월 15일(토) 오전 10시~낮 12시 ●집결장소: 지하철 5호선 서대문역 8번 출구 ●신청·안내: 서울미래유산 홈페이지(futureheritage.seoul.go.kr)
  • 외교차관, 일왕 생일 리셉션 참석… 시민단체는 규탄 시위

    아키히토 일왕의 생일을 기념하고자 6일 주한 일본대사관이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연 기념리셉션에 조현 외교부 1차관이 참석했다. 일본은 아키히토 일왕의 생일(12월 23일)을 일종의 국경일로 기념하고 있으며 매년 12월 각 재외공관이 주재국 주요인사를 초청해 축하 리셉션을 열고 있다. 리셉션이 열린 호텔 앞에서는 일부 시민단체 회원들이 서울 한복판에서 일왕 생일을 기념하는 데 대한 규탄 시위를 벌였다. 리셉션은 취재가 금지됐고 삼엄한 경비 속에서 치러졌다. 초청 명단도 공개되지 않았다. 외교부 관계자는 “차관 참석은 지난 3년간의 관례”라며 “관례에 따라 참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주일 한국대사관이 지난 10월 일본 도쿄에서 개최한 ‘국경일(개천절) 및 국군의 날 기념 리셉션’ 행사에도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이 참석한 바 있다. 내년 4월 퇴위를 앞둔 아키히토 일왕에게 이번 생일은 일왕으로서 마지막이다. 아키히토 일왕은 2016년 8월 퇴위 의향을 밝힘에 따라 내년 4월 30일 퇴위하고 아들 나루히토 왕세자가 다음날 즉위할 예정이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이기철의 노답 인터뷰]“북한 개방되면 월드옥타 회원들이 北제품 전세계로 수출...이런 날이 빨리 오길”

    [이기철의 노답 인터뷰]“북한 개방되면 월드옥타 회원들이 北제품 전세계로 수출...이런 날이 빨리 오길”

    하용화 신임 월드옥타 회장이 말하는 취임 각오“북한에 대해서는 우리 한인 무역인의 할 일이 아주 많을 겁니다. 지금도 합법적인 범위에서 북한과 생활필수품 교역을 하는 우리 교포들이 많습니다. 북한이 개방되면 국가나 대기업이 주도하는 중공업이나 큰 규모를 빼고 가내 수공업 내지 경공업 분야에는 우리의 역할이 자주 클 겁니다. 우리도 여기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에서 일하는 분들을 통하면 북한 내부 소식을 실시간으로 들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 기대나 역할에 비해 우리 조직이 너무 과소평가돼 있어 안타깝습니다.” 한국을 제외한 전세계 74개국 146개 도시에 지회를 두고 있는 세계한인무역협회(월드옥타)의 하용화(62) 신임 회장의 포부다. 그는 지난달 월드옥타 회장으로 뽑혀 11월 1일부터 2년 임기가 시작됐다. 세계 금융의 ‘전쟁터’인 미국 뉴욕에서 굴지의 보험중걔회사인 솔로몬 보험그룹을 이끌고 있다. 회사 창립 25주년 행사를 미국 프로야구 뉴욕 메츠 홈구장 경기를 스폰서하면서 성황리에 열기도 했다. 지난달 말 경남 창원에서 열린 제23차 세계한인경제인대회에 참석차 귀국한 하용화 회장은 빠듯한 일정 속에서 출국 직전 가까스로 인터뷰에 응했다. “1986년 영어 공부하고자 도미70군데 원서 넣어도 취업 실패7년간 가방들고 나가 보험 팔아곰팡이 피는 반지하서 생활했죠” 그는 “뉴욕에서 기업을 운영하며 먹고 살만하고, 월드옥타 회장까지 됐으니 ‘개천에서 용 났다’는 말이 맞습니다”며 말문을 열었다. “제 이름이 ‘물하(河), 용용(龍), 될화(化)’이니 개천에서 용 났다는 말이 이름대로 증명됐지요.” 그의 고향은 충남 부여군 세도면으로 ‘오지’로 치부된다. 경기대를 마치고 ‘영어 회화’를 익히고자 미국으로 넘어갔다. “안병욱 교수님의 특강을 들었습니다. 21세기에 살려면 세 가지 즉 운전면허, 컴퓨터, 영어회화를 할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이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그래서 영어회화 한 3개월 하면 될 줄 알고 1986년 1월 미국에 넘어왔는데…. 남들은 1년 반 만에 마치는 MBA를 4년이 걸렸습니다. 그게 지금까지 이어졌으니.” ‘어떻게 미국에서 사업을 크게 일구게 됐느냐’는 질문을 던졌더니 하 회장은 잠시 뜸을 들였다. “1986년 미국에 올 때 아무 연고도 없었습니다. 롱아일랜드대학에서 MBA를 마친 한국 동문 대다수는 한국에 들어갔습니다. 한국 경기도 좋았고. 저는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등 집안 형편상 돌아가지 못하고 …. 입사원서를 미국 회사 70군데에 넣었습니다. 영주권이 없으니 다 떨어지고, 마지막에 보험회사에서 ‘일 해보지 않겠느냐’고 했습니다. 열심히 일해 성과가 좋으면 ‘그린 카드’(영주권을 지칭)를 받게 해주겠다고 하면서. 그래서 들어가 일한 거지요. 그게 지금까지 이어진 겁니다.”“1992년 설립한 솔로몬보험연간 1억달러 수신고 기록‘100대 중개사’ 진입 목표동남아인 보험가입 권유하면?” 미국에서의 사업 성공 비결을 묻자 그는 “처음엔 한 7년 동안 가방 들고 한인들을 찾아다녔습니다. 보험을 팔았던 거죠. 사람을 많이 알게 되고, 바닥을 다졌습니다. 그러나 미국 사회에서 한국인의 한계는 분명하죠. 그래서 유대인, 팔레스타인인, 이탈리아인, 중국인 등 국적을 가리지 않고 찾아다녔습니다. 이런 말씀 드리면 죄송하지만, 한국에서 동남아 출신 사람이 찾아와 ‘보험 가입하라’고 하면 들겠습니까. 미국은 그게 가능한 나라입니다. 아시아인인 이 얼굴로 가능합니다.” 그의 회사는 직원 70여명 정도지만 연간 수신액이 지난해 기준 1억달러(한화 1126억원 상당)를 넘었다고 한다. 직원당 약 15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을 한 셈이다. 미국에 보험 중개사가 수십만개 회사가 있지만 그는 회사를 ‘100대 중개사’에 진입시키는 것이 목표다. 회사 직원의 절반 이상이 비(非)한국인, 수신고를 올리는 이들의 95%가 미국인이다. 지난해 5월 창립 25주년 기념행사를 뉴욕 메츠 홈구장인 플러싱에서 가진 것과 관련해 하 회장은 ‘쿨’하게 이야기 했다. “예약만 하면 다 가능합니다. 시구도 할 수 있고요. 직원들 사기는 굉장히 올라갔습니다.” “버핏, 5만달러 주면서 만찬 초청주빈 테이블서 농담도 교환버핏, 돈 잘 쓰는 철학 보여줘다양한 사람 만나는 게 버킷리스트” 초창기 미국 생활을 이야기해 달라는 말에 하 회장은 “보험 가입하라고 명함을 건네면 그 자리에서 제 명함을 쓰레기통에 넣는 사람도 봤습니다. 곰팡이 핀 반지하에서 살기도 했고 …. 처음엔 한인들을 중심으로 만났지만 나중에 세계 각국의 사람을 다 만났습니다.” 그러다 1992년 솔로몬보험 회사를 설립했다. 그 회사가 성장해 미국 재계가 주목하게 되면서 ‘투자의 귀재’로 알려진 워런 버핏(88)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2015년 6월 하 회장에게 5만달러(약 5600만원)를 주면서 만찬에 초청하기도 했다. 버핏은 기업공개(IPO)를 하지 않은 보험회사를 소유하고 있는데 이와 관련해 손꼽히는 중개사 최고경영자(CEO)이자 뉴욕한인회장이었던 그를 초대한 것이었다. ‘워런 버핏 회장과의 만남 뒷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하자 하 회장은 “버핏 회장과 한 테이블에 앉았는데, 금언이 되는 말씀을 들려 주셨습니다. 버핏 회장은 자신의 버킷리스트 첫 번째로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것을 꼽았습니다. 기업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음미해볼 대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조언이 필요할 때 누구를 찾느냐’고 질문하니 그는 ‘당신보다 나은 점이 있는 사람과 어울리고 그 사람의 좋은 점을 닮으려고 노력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들려줬습니다. 자신은 사람을 만나는 것, 특히 지혜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이 첫번째 버킷리스트이고, 거래가 크면 클수록 만족도가 높아진다며 직접 투자하는 것을 권했습니다. 취직하면 처음엔 다른 사람을 위해 돈 벌어주고, 다음엔 다른 사람이 나를 위해 돈을 벌어주지요. 마지막엔 돈이 돈을 벌어들입니다. ” ‘기부 왕’인 버핏 회장은 돈을 쓰는 철학에 대해서도 하 회장이 전해줬다. “버핏 회장은 ‘돈을 버는 건 자신 있지만 돈을 잘 쓰는 것은 어렵다’고하더라며 돈을 잘 쓰는 사람에게 자신의 재산을 줄 수도 있다고 하더군요. 그가 말하는 돈을 잘 쓰는 것은 경로당이나 고아원 같은 불우이웃 시절에 거액을 기부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위해 돈을 쓰면서도 세상을 더 좋게 바꾸는 것’이라고 하 회장은 나름대로 해석했다. 그런 결과로 버핏 회장은 5개의 비영리 재단을 만들었다고 봤다.하 회장은 버핏을 만나면서 만찬 비용을 낸 것이 아니라 “인센티브로 5만달러를 받았다”고 자랑스럽게 그리고 살짝 말했다. “초청을 받은 저는 왕복 항공권과 숙박권뿐만 아니라 그가 소유한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의 백화점 상품권도 받았습니다.” 매일 신문 6~7개를 읽는 버핏 회장은 또한 유머가 굉장히 뛰어났다고 그는 기억했다. 그가 들려준 유머다. “내 친구 존이 귀가 안 들린다고 이야기하길래 내가(버핏이) 친구랑 같이 주치의를 찾아갔지요. 병원 의사는 나랑 친구를 몇 걸음 떼어 등을 돌리고 서 있으라고 한 뒤 나에게 궁금한 것을 친구에게 물어보라고 했어요. 내가 ‘GM 주가 어떻게 돼?’를 여러 번 갈수록 큰 소리로 외쳤던 겁니다. 아무 소리도 안들려 의사에게 ‘친구 존이 정말로 귀가 먹었나보다. 내가 큰 소리로 몇 번이나 물었는데도 답이 없다. 큰일이야.’고 하자, 의사는 ‘사도 괜찮다며 친구는 다 답을 했다.’라고 했죠. 하하. 실제로 대화해보니 버핏 회장은 잘 듣고, 대답도 잘 하시더라고요.” 그는 재외동포 중심의 경제단체인 월드옥타가 그 역할에 비해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며 옥타 위상의 재정립에 대해 힘주어 말했다. 해외 750만 동포의 경제 중심 단체로서 모국과의 동반성장을 추구하고, 4세대까지 내려간 동포들에게 정체성을 일깨우고 무역실무를 가르치는데 방점을 찍겠다고도 했다. “지난달 창원에서 열린 행사에서 수출 계약금이 6200만달러(약 700억원)였습니다. 수출대국 한국에선 ‘그게 무슨 큰 도움이 되겠느냐’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한 번도 수출해보지 못한 작업 기업들, 중소기업의 입장에서는 수출이라는 큰 발을 내디딘 것이라 생각합니다.” 북한에 대해서도 중국이 처음 개방했을 때 전세계 화상(華商)들이 중국 물건을 보따리 장사로 수출했던 것처럼 머지않아 월드옥타 회원들이 한상(韓商)으로서 북한 제품을 수출할 것이란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청와대에 최근 이와 관련된 조직을 정비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북한 제품을 우리가 수출하는 그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우리 월드옥타 회원들은 학수고대하고 있습니다.”그가 장밋빛 성공 가도만 달렸을까. 참척(慘慽)의 고통에 대해서도 되풀이되지 말자는 뜻에서 담담히 털어놨다. “처음엔 누구나 그렇듯이 남들에게 알리지 않고 숨겨 가족끼리만 (장례를) 하려고 했죠. 그래서 실명 대신 ‘H’씨로 보도됐는데 뉴욕지역의 유력 신문이 ‘전 뉴욕한인회장의 딸 투신 자살’이라고 1면 톱으로 보도한 거예요. 그 신문 사장과 ‘x새끼, x새끼’하고 전화로 싸워봤자 이미 다 터져버린거죠. 어쩔 수 없이 빈소를 차리니 조문객이 1200명이 오신 거예요. 부의금이 10만달러였는데 이를 어쩔까 고민하다 3개월이 지나 조문객들을 모아 논의했지요. 그때 마음의 병도 생명을 다투는 병이니 경각심을 주자는 의견이 모였고 그래서 2014년 딸의 이름을 따서 정신건강 비영리단체인 ‘에스더 하 재단 설립했습니다. 자살이나 우울증과 같은 심리 문제에 대해 상담과 소통, 치유 등 힐링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우울증에 적절한 치료를 병행하지 않고 운동과 햇빛이 좋다는 인터넷 이야기는 미친 짓이란 걸 절절이 깨달았습니다.” “갑작스러운 딸 죽음 불행에이름 딴 ‘에스더 하 재단’ 설립한류 열풍에 동포들 자긍심 높아해외 우리 유물 알기 운동도 계획” 이 재단을 만들고서도 뒷말이 많았단다. “재단을 알려야겠기에 처음엔 ‘아이와 사연’ 있는 한국 가수들을 초청해 공연도 했지요. 그랬더니 ‘딸을 팔아서 가수 부른다’고 수군수군했습니다. 이젠 많이 알려졌고, 많은 이들이 재단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있어 더는 가수들을 초청하지 않습니다. 또 재단에 연간 20만달러 정도 소요되는데 제가 절반쯤 냅니다만, 재산을 빼돌리려고 재단을 만들었다는 등 뒷말들이 많았는데, 이젠 조용해졌습니다. 진심이랄까 진정성이 통했던 거죠. 지난달 25일엔 뉴욕의 그레이터플러싱 상공회의소로부터 ‘동네 영웅(Neighborhood Hero) 상을 받았습니다.” “딸 아이 때문에 많이 힘들었겠다”고 하자 하 회장은 “처음엔 지옥이었습니다. 사회생활에 무척 바빴던 저는 가정에 소홀했다는 회한, ‘머리가 이상하다’는 딸의 말을 무시하고 강하게 푸시했던 무지, 서로 ‘당신 탓’이라며 원망과 비난으로 끝없는 부부 싸움, 학교를 그만두고 술만 마시며 나이트클럽만 전전한 딸, 아무런 말도 않고 안으로만 들어갔던 아들 … 모든 게 엉망이었고, 가정이 풍비박산이 났죠. 이런 것을 극복하는데 기독교 신앙의 힘이 컸죠. 부의금을 재단의 시드머니로 삼았습니다. 재단을 잘 운영해 한 명의 목숨이라도 건지는 것이 21살, 대학교 2학년 때 간, 가슴에 묻은 딸을 기리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의 가족의 상처를 다시 건드릴까봐 쓰지 말까 생각하다 비슷한 고통에 처한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고자 해서 기사화했다. 그도 이런 부분을 기사화하는데 동의했다). 그리고 이같은 그의 아픔과 치유 스토리는 미국 보이스오브아메리카(VOA)에 ‘딸의 이름으로’라는 제목으로 지난 9월 29일 심층적으로 보도되기도 했다. “애국가만 들어도 눈물이 나는” 해외 동포들이 요즘엔 어깨에 힘을 주고 다닌다고 한다. 방탄소년단(BTS)으로 대표되는 K-팝과 한국 음식, 한국 문화 등 한류 열풍에 힘입은 것이다. “한국 문화가 세계화되면서 현지에 있는 우리 문화재 내지 유물에 관심도 높아진 거죠. 당장 무슨 환수운동을 벌인다기보다는 우리 유물이 어디에 어떤 게 있는지 파악하고, 현지 사람들이 많이 찾는 그 문화재가 한국 것이라고 후세들에게 알려주는 거죠. 그런 것을 통해 문화적 자긍심을 심어주고, 정체성도 일깨워주는 것도 우리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해외 동포들이 우리 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게 되면 그곳에 있는 우리 문화재를 다시 한번 찾아가보고 조사해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해외 취업 ‘전쟁터’라는 각오로아이들 연약하게 키운 부모 책임” 한국의 실업률과 관련해 그는 할 말이 많은 듯했다. 하 회장은 “청년들이 국내에서 취업이 어려우니 외국에 눈을 돌리는데, 그게 해외는 도피처가 아니라 ‘전쟁터’라는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전쟁터에 나간다는 마음의 각오를 다져야 합니다.”고 말하며 잠시 쉬었다. “한국 청년들, 소위 말해서 스펙은 무척 좋습니다. 자격증도 많고 토익 점수도 900점대로 아주 높고…. 그러나 인재를 뽑는 기업 입장에서는 이런 것을 원하는 게 아닙니다. 도전적이고 진취적이거나 아주 특이한 분야를 전공한 사람을 찾습니다. 특히 해외에서 취직을 하겠다고 하면 환상을 깨야 합니다. 미국만 해도 전세계의 젊은이들이 모여드는 전쟁터입니다. 우리 청년들이 영국·일본 등 선진국만 찾습니다만 이런 나라에는 야심만마난 전세계 젊은이들이 모여드는 나라입니다.”하 회장은 쓴소리를 이어갔다. “한국의 부모가 자녀를 연약하게 키운 책임이 큽니다. 자라면서 손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은 아이들이 험한 데서 일을 할 수 있겠습니까?. 지금도 베트남의 경우 하루가 다르게 성장합니다. 몇 년 열심히 투자하면 저보다 몇 배나 더 큰 부를 일굴 수 있을 겁니다. 베트남 등 동남아뿐만 아니라 아프리카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우리 청년들이 한국보다 잘 사는 나라, 좋은 기업, 많은 연봉을 주는 곳만 찾으니 이런 나라에 갈 수 있겠습니까. 그래도 다행인 것은 한류 열풍에 한국 문화에 대한 수요가 무척이나 많습니다. 한국 음식을 만드는 요리사, 호텔리어, 헤어·의상 디자이너 등등에 수요가 아주 많습니다. 행운이라는 것은 준비된 사람이 기회를 만났을 때 생기는 것이지 하늘에서 곶감 떨어지듯 하는 건 아닙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흥미진진 견문기] 기록문화의 산실 규장각, IT 강국의 시작이 아닐까

    [흥미진진 견문기] 기록문화의 산실 규장각, IT 강국의 시작이 아닐까

    예상보다 많이 내린 첫눈으로 교통이 일시 두절됐지만 참가자들은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하늘로 날아오를 것 같은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 미술관 앞에서 신수경 해설사의 낭랑한 목소리로 이날 답사는 시작됐다. 휘날리는 눈발 속에 도착한 서울대 예술관은 “나에게 건축은 어머니의 자궁과 같은 궁극적인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라는 김수근의 건축 철학이 그대로 느껴지는 아늑하고 정감 있는 공간이었다.어느새 가늘어진 눈을 맞으며 도착한 규장각 입구에는 회화식으로 그린 한성도가, 계단 벽에는 가로 4m, 세로 7m 크기로 전체가 펼쳐진 김정호의 대동여지도가 반겨줬다. 조선왕조실록 등 우리 기록문화의 방대함과 다양함에 놀라고, 의궤의 사실적이고 섬세함에 감탄했다. 이 같은 기록의 유전자가 정보기술(IT) 강국을 만든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단풍과 첫눈이 어우러진 관악산 둘레길로 접어들었다. 어릴 적 여름이면 관악산 개천에 만들어진 수영장에서 물놀이했다는 한 참가자의 경험담과 관악산에 얽힌 얘기를 들으며 둘레길을 걷는 동안 몸과 마음이 힐링되는 듯했다. 콜럼버스 스넥카 자리를 지나 녹두거리로 향했다. 평범한 다가구주택 입구에 붙은 고시 합격자 명단을 통해 이곳이 고시촌임을 실감했다. 고시생들이 주로 애용했다는 태양 어린이 놀이터에서는 그들의 애환을 엿볼 수 있었다. 녹두거리 끝, 전뢰진 조각가의 작업공간은 내부를 볼 수 없어 아쉬웠지만 부산 태종대의 ‘모자상’이 자살 예방에 이바지했다는 해설사의 경험을 곁들인 얘기는 흥미로웠다.박종철거리를 지나 마지막 장소인 인문과학서점 ‘그날이 오면’ 앞에 도착했다. 학생들과 함께 더 좋은 사회를 만들고 싶어 경영이 어렵지만 계속 문을 연다는 서점 주인의 얘기를 전해 들었다. 6월 항쟁의 방아쇠를 당긴 박종철 열사의 죽음을 떠올리며, 대학촌이면서 고시촌이었던 이곳 거리의 이름이 왜 ‘녹두거리’인지 궁금했던 물음에 답을 찾은 것만 같았다. 황미선 책마루 연구원
  • [열린세상] 관공서의 공휴일과 노동자의 유급휴일/박영기 한국공인노무사회장

    [열린세상] 관공서의 공휴일과 노동자의 유급휴일/박영기 한국공인노무사회장

    현재 우리가 늘 보고 있는 달력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 달력을 자세히 보면 일요일은 모두 빨간날로 표시돼 있고, 1월 1일과 삼일절,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 등 국경일도 빨간날로 표시돼 있다. 이 외에도 설날과 추석, 어린이날과 현충일, 부처님오신날과 기독탄신일이 빨간날이다. 일요일을 제외하면 대략 15일이 공휴일로 빨간날이다.그럼 공휴일은 모든 노동자가 쉴 수 있는 날일까? 아니다. 적어도 올해와 내년까지는 그렇지 못하다. 심지어 매주 빨간날로 표시돼 있는 일요일도 일반 노동자에게는 당연히 쉴 수 있는 날은 아니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달력은 대통령령인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의해 관공서에만 적용되는 관공서의 휴일, 즉 공휴일만을 표시하고 있을 뿐이다. 그럼 일하는 사람, 즉 노동자의 달력은 어떨까? 근로기준법 제55조 제1항에서는 주휴일을 규정하고 있다. 사용자는 1주일에 평균 1회 이상의 유급휴일을 주도록 하고 있는데, 이날이 주휴일이고 비록 쉬는 날이지만 유급휴일이기 때문에 임금을 받게 되는데 이게 주휴수당이다. 기업마다 모두 주휴일을 일요일로 하는 것은 아니다. 일요일에 꼭 일해야 하는 백화점, 마트 등 특별한 업종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기업에서 일요일을 주휴일로 하고 있으므로 노동자의 달력에서 일요일은 빨간날로 봐도 무방하겠다. 그리고 1년에 딱 하루 있는 노동자의 휴일이 ‘근로자의 날’이다. 매년 5월 1일을 노동절 또는 메이데이라 칭하기도 하지만 우리나라는 ‘근로자의 날 제정에 관한 법률’에 의해 유급휴일로 지정된 날이다. 결국 일요일과 근로자의 날만 빨간날인 달력이 노동자의 달력이다. 사실이 이러함에도 대부분의 국민과 노동자들은 관공서의 달력을 자신의 달력이라 여기고 살아왔다. 그렇게 된 이유는 첫째, 관공서의 공휴일을 기업에서도 같이 쉬기로 약속한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취업 규칙이나 단체협약에 공휴일을 유급휴일로 노사가 약정한 경우다. 노동조합이 있거나 일정 정도 규모가 있는 기업에 해당된다. 둘째, 상당히 많은 중소기업에서 운영하고 있는 방식인데 공휴일을 연차휴가로 대체해 쉬도록 하기 때문이다. 일요일을 제외한 공휴일이 대략 15일쯤 되므로 최악의 경우 모든 연차휴가를 공휴일로 대체함으로써 근로기준법상 연차휴가 제도 자체가 몰각될 위험이 있다. 셋째, 원래 공휴일은 노동자에게는 쉬는 날이 아니므로 그냥 나와서 일하는 경우다. 넷째는 공휴일에 노동자를 쉬게 하지만 임금을 주지 않는 경우다. 관공서의 공휴일과 노동자의 휴일이 달랐던 차별적인 상황은 올해 3월 20일 개정된 근로기준법과 근로기준법 시행령에 의해 해소됐다.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의한 공휴일도 노동자의 유급휴일로 보장받도록 했기 때문이다. 이제 비로소 관공서에 재직하는 공무원과 일반 기업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의 달력이 같게 된 것이다. 다만 시행 시기는 기업 규모에 따라 차등된다. 300인 이상 직원을 사용하는 기업과 공공기관은 2020년 1월 1일부터, 30명 이상 300명 미만 직원을 사용하는 기업은 2021년 1월 1일부터, 5인 이상 직원을 사용하는 기업은 2022년 1월 1일부터 적용된다. 당장 내후년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 중 공휴일을 유급휴일로 운영하지 않던 곳에서는 노동자 1인당 약 15일의 유급휴일이 더 발생하는 상황에 대한 준비가 요구된다. 어려운 경제 상황이 지속되면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의 저항으로 근로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인상 등 ‘노동존중 정책’이 소기의 성과를 내기도 전에 공격받고 있는 상황이다. 노동자의 유급휴일 확대는 이런 논란에 불을 지필 가능성이 높다. 관공서의 공무원과 마찬가지로 일반 노동자들도 국경일 등 공휴일을 유급휴일로 함께 쉴 수 있도록 하자는 데 반대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제도 시행 1년여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와 경영계와 노동계 모두 이 문제에 대해 손을 놓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노동자의 유급휴일 확대가 장시간 노동을 줄이고 일자리를 나눠 고용이 확대되는 기회가 되기를 기원한다.
  • 이국종 “의원들께 간곡히 부탁드린다. 사람이 먼저인 사회 만들려면…”

    이국종 “의원들께 간곡히 부탁드린다. 사람이 먼저인 사회 만들려면…”

    “의원들께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지난 2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장에 경기 수원 아주대병원 중증외상센터의 센터장을 맡고 있는 이국종 교수가 참고인으로 출석했다. 이 자리에서 이 교수는 우리나라 응급헬기 운용의 어려움과 문제점에 대해 토로했다. 이 교수는 영국에서 응급의료 전용헬기(닥터헬기)로 응급 환자를 이송하는 동영상을 보여줬다. 이 교수는 “영국에서는 헬기가 민원을 신경쓰지 않고 주택가 한복판에 바로 착륙하며 무전도 한다. 그런데 우리는 현장에서 무전도 안 돼서 LTE가 터지는 낮은 고도로 비행할 때 카카오톡으로 대화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응급 환자가 발생한 상황에서 무전조차 되지 않는 비참한 현실은 방송 영상을 통해서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지난 17일 SBS와의 인터뷰 중에 이 교수는 응급 환자 발생으로 급히 옥상 헬기계류장(핼리패드)으로 이동했다. 헬기 도착 전 장비를 체크하던 이 교수는 무전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자 “인터콤 또 안 돼 이거. 이거 무전기도 안 되고 아무것도 안 되는데 뭘 해요!”라고 한탄했다. “무전기하고 이런 거 (정부에) 지원해달라고 한 지가 지금 8년이 지났어요. 민간기업에서 지원받아가지고 하고 있는데 이런 게 없어서 (정부가 지원을) 못 하는 게 아니잖아요. 이건 (정부 지원) 진정성의 문제인 것 같아요.” 아무리 만져도 무전기가 작동하지 않자 이 교수는 격노하여 무전기를 바닥으로 강하게 던졌다. 이 교수는 또 국정감사장에서 “영국에서는 럭비 경기 중에도 경기를 끊고 응급헬기가 환자를 구조하는데, 저희 같은 경우는 관공서 잔디밭에 내려앉아도 안 좋은 소리를 한다”면서 “소음 때문에 헬기장을 폐쇄하거나 방음벽을 설치하라는 민원이 들어오는데, 이런 나라는 전세계 어디에도 없다”고 토로했다. 닥터헬기때문에 시끄럽다며 민원을 제기하는 사회, 오랜 시간이 흘러도 개선되지 않는 응급의료체계에 대해 절규하다시피 한 이 교수는 “의원들께 간곡히 부탁드린다”면서 말을 이어갔다. “의원들께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의원님들이 이 힘든 의정 활동을 하면서 구축하고자 하는 세상은, 우리가 진정한 선진사회 내지는 국민 생명이 정말 존중받는, 사람이 먼저인 사회를 구축하려면 이런 것들이 해결돼야 합니다. 의료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닙니다. (중략) 저는 (열악한 환경에서도) 열심히 일하는 의료진들과 소방대원들, 항공대원들이 의원들의 여러 입법 활동을 통해 보조를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의원들을 향한 이 교수의 간절한 호소는 지난 2월에도 있었다. 그 때 국회 재난안전대책 특별위원회 주최로 열린 공청회에 참석한 이 교수는 닥터헬기를 불편해하는 민원을 받아주는 의원들을 지적한 바 있다. “소방청장께서도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그런 민원 같은 건 돌파하겠다’, 그렇지 않습니까? 그런데 왜 돌파를 못 합니까? 소방도 돌파를 하려는 의지가 진짜 있는 건지. 돌파를 해야 됩니다. 그리고 정치권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여기 지역 주민들이 의원실에다가 민원 넣거든요, 시끄럽다고. 그런데 전 세계 어느 나라 사회에서, 응급구조 소방 헬기들이 비행한다고 그것을 민원 넣으면 그것을 정치권에서 받아주시면 어떻게 합니까? 둘 다 문제입니다. 그러니까 소방은 주민들 핑계 대고 정치권 핑계 대면서 (소방서 옥상에 있어야 할) 헬기장을 없애 버렸고요. 이 헬기장을 중랑천에다 갖다 놨어요, 개천에다가. 여름 내내 비가 오면 비행을 못 해요, 그러니까. 못 써요. 헬기장도 아니라고요. 한국 사회가 왜 이렇게···왜 이렇습니까, 한국 사회가. 말이 됩니까?”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2018 서울미래유산 그랜드 투어] 월드컵 4강처럼 환경재생 신화… ‘쓰레기산’에 자연이 돌아왔다

    [2018 서울미래유산 그랜드 투어] 월드컵 4강처럼 환경재생 신화… ‘쓰레기산’에 자연이 돌아왔다

    서울신문이 서울시, 사단법인 서울도시문화연구원과 함께하는 ‘2018 서울미래유산-그랜드투어’ 제25회 상암동(문화비축기지) 편이 지난 20일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경기장과 문화비축기지 일대에서 진행됐다. 서울미래유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난초와 지초가 지천으로 피고 지던 난지 모래섬에서 두 개의 쓰레기 산으로 버려졌다가 또다시 하늘공원과 노을공원이라는 생태공원으로 기적처럼 돌아온 상암동의 변신을 온몸으로 실감했다. 하늘공원은 분홍색 억새가 춤을 추는 천국이었다.이날 코스의 하이라이트는 서울월드컵경기장 내부 관람과 문화비축기지 톺아보기였다. 오전 10시 지하철 6호선 월드컵경기장역 2번 출구에서 집결한 투어단은 서울월드컵 축구전용 경기장에 들어가서 경기장 내부는 물론 선수대기실, 감독실, 워밍업실까지 찬찬히 둘러봤다. 운 좋게 홈구단 서울FC의 경기가 없어서 입장이 가능했다. 대부분 경기장 입장은 처음이라고 했다. 월드컵 4강 신화를 일군 히딩크 감독과 선수들의 땀 냄새가 밴 대기실을 떠나지 못했다. 경기장 입장료는 서울도시문화연구원이 부담했다. 지난해 석유비축기지에서 화려하게 옷을 바꿔 입은 문화비축기지에서는 산업시대에서 문화시대로의 문명 대전환을 목격했다. 6개의 크고 작은 탱크를 차례로 탐방한 뒤 월드컵공원에서 일정을 마무리했다. 본래 맹꽁이열차를 타고 하늘공원에 올라갈 계획을 세웠지만 시간관계상 포기해야 했다. 핑크뮬리와 댑싸리, 코스모스가 장관을 이루는 하늘공원은 자유 관람했다. 해설을 맡은 김미선 서울도시문화지도사는 야무진 준비와 알찬 코스 구성으로 참가자들을 만족시켰다. “월드컵경기장과 문화비축기지 두 곳에 집중한 게 좋았어요”, “알찬 해설을 들으며 가을을 만끽했어요”, “월드컵경기장에 들어가 볼 엄두를 못 냈는데 덕분에 구경 잘했어요” 같은 투어 후기가 남았다.상암동은 지구상에서 가장 극적으로 변신에 변신을 거듭한 전무후무한 공간이다. 프랑스의 역사철학자 앙리 르페브르(1901~1991)는 공간의 물리적 특성에 대해 “장소와 경험 두 가지 요인이 변증법적으로 상호작용한다”고 갈파했지만 21세기 서울에서 상암동이라는 경천동지할 공간이 등장할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못 했을 것이다. 조선시대 난지도는 장마철이면 물에 잠기는 모래섬이었다. 1960년대 도시 빈민들의 정착촌을 거쳐 80~90년대 쓰레기매립장, 2000년대 이후 생태공원으로 탈바꿈했다. 월드컵경기장과 월드컵공원, 석유비축기지를 활용한 문화비축기지, 최첨단 디지털미디어시티까지 들어서면서 기적 같은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 장소는 기억을 지배하고 기억은 의식을 지배한다. 상암동은 오물과 악취가 진동하던 천형의 땅에서 첨단 생태도시로 다시 태어났다. 지금 상암동 면적의 절반가량이 옛 난지도였으니 난지도가 상암동의 모태라고 할 수 있다. 그 난지도는 서울의 서쪽을 관통하는 모래내(사천)가 한강과 만나 서해로 진출하는 출구에 쌓인 거대한 모래밭이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조선시대 한양 성 밖 십리(성저십리)의 서쪽 경계선이 모래내였고, 동쪽 경계선은 중랑천이었다. ‘동국여지비고’에서는 “사천은 (북한산) 문수봉에서 나와 남쪽으로 흘러 탕춘대(세검정)와 홍제원을 지나 무악(안산)을 돌면서 서남쪽으로 흘러 한강으로 들어간다”고 적었다. ‘대동지지’에서도 “문수봉에서 서남쪽으로 흘러 탕춘대를 경유해 한북문(홍지문) 수구를 나와 무악의 북쪽을 두른 뒤 서쪽으로 흘러 한강으로 들어간다”고 모래내의 흐름을 기록하고 있다.고산자 김정호는 ‘수선전도’에서 한강의 지류인 모래내와 중랑천, 개천(청계천)을 본류 수준으로 다소 과장되게 그렸다. 서울의 땅 밑을 흐르는 35개 지류 중 3개의 지류를 유독 돋보이게 처리한 것이다. 한양의 서쪽 경계 모래내는 세월과 장소를 따라 사천, 세검천, 홍제천, 불광천이라는 각기 다른 이름으로 변천하다가 사라졌다. 모래내라는 지명이 쇠하고, 지류의 흔적을 느낄 수 없는 것은 70년대 복개됐기 때문이다. 모래내와 한강이 만나는 지점에 형성된 모래섬이 난지도였다. 청계천과 중랑천이 한강과 만나는 지점에 저자도와 잠실, 만초천과 마포천이 만나는 지점에 여의도와 밤섬이 형성된 것과 같은 이치다. 난지도는 김정호의 ‘경조오부도’에 ‘중초’(中草)라는 지명으로 남아 있다.겸재 정선의 경교명승첩에 수록된 1740년 작 ‘금성평사’(錦城平沙)는 양천현감으로 재직 중이던 겸재가 지금의 가양대교 남단에서 난지도를 바라보고 그렸다. 강물에 반쯤 잠긴 난지 모래섬을 중심으로 수색(수생리), 망원정과 잠두봉이 들어앉은 구도다. 제목의 금성은 오늘의 성산동이고, 평사는 성산동 아래 평평한 모래벌이라는 뜻이다. 금성이라는 지명은 조선 중종 때 ‘금성당’이라는 불당이 세워진 데서 유래했다고 하고, 성산 혹은 성미산이란 지명은 성(城)처럼 생긴 산의 생김새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그림에서 난지도 뒤로 와우산과 무악이 펼쳐진 앞에 모래벌이 길게 누운 곳이 모래내가 한강과 만나는 바로 그 지점이다. 겸재는 금성평사 이외에도 ‘소악후월’, ‘종해청조’에서도 난지도를 배경으로 그렸다. 난지도는 꽃과 풀이 지천인 중초도(中草島), 오리가 떠 있는 모양이라고 해서 압도(鴨島) 또는 오리섬이라고도 불렸다. ‘천지개벽’이란 말이 이렇게 잘 어울리는 공간이 또 있을까. 70년대 공유수면 개발 사업과 송파나루 쪽 물막이 공사로 하루아침에 강남 땅이 돼버린 잠실을 ‘상전벽해’에 비유한다면 난지도는 황금모래로 반짝이던 모래섬에서 쓰레기 산으로 버려졌다가 다시 황금알을 낳는 오리의 도시로 개벽했다고 할 수 있다.상암동은 옛 수상리(水上里)의 ‘상’ 자와 옛 휴암리(休岩里)의 ‘암’ 자를 합성한 지명이다. 1914년 경기 고양군 연희면 상암리는 1949년 서울에 편입돼 은평구 상암리가 됐다가 1955년 성산동과 중동을 병합한 뒤 현재의 마포구 상암동이 됐다. 본래 쓰레기 매립장이 아니라 1977년 제방을 완공한 뒤 관광공원을 만들 계획이었으나 당시 공원보다 매립지 조성이 시급했다. 김포가도를 통해 서울로 진입하는 외국인들에게 악취를 풍겨 서울 이미지를 망친다는 비난이 쏟아지자 김포수도권매립장으로 옮겼다. 1993년 2월까지 15년간 서울시민이 버린 오물과 쓰레기 9200만t이 쌓인 90m 높이의 거대한 두 개 쓰레기 산으로 둔갑했다. 이집트 기자의 피라미드보다 33배나 큰 거대한 쓰레기 산이 버티고 있던 시절 난지도를 먼지와 악취와 파리가 들끓는 ‘삼다도’라고 불렀다. 환경 친화적인 첨단 정보미디어도시의 이면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추악한 과거가 묻혀 있다. 월드컵 4강 신화와 함께 환경재생의 비화가 살아 숨 쉰다. 글 노주석 서울도시문화연구원장 사진 문희일 연구위원
  • “8년이 지났는데···” 이국종 교수가 무전기 바닥에 던지면서 격노한 이유

    “8년이 지났는데···” 이국종 교수가 무전기 바닥에 던지면서 격노한 이유

    경기 ‘닥터헬기’ 도입 지역으로 선정됐지만구체적인 도입 시기는 여전히 정해지지 않아“구조헬기 이착륙 문제삼는 곳 한국밖에 없어”“인터콤 또 안 된다 이거. 이거 무전기도 안 되고 아무것도 안 되는데 뭘 해요!” 지난 17일 경기 수원 아주대병원 중증외상센터. 중증외상센터장을 맡고 있는 이국종 교수는 이날 ‘닥터헬기’(응급의료 전용헬기) 실태와 관련한 SBS 8뉴스와 인터뷰가 예정돼 있었다. 그런데 응급 환자 발생으로 이 교수는 급히 옥상 헬기계류장(헬리패드)으로 이동했다. 헬기가 도착하기 전까지 취재진은 이 교수와 인터뷰를 했다. 이 교수는 인터뷰를 하면서 장비를 체크했다. “인터콤 잘 들리니 오버? 내 말 들리니?” 이 교수는 무전기 송·수신 상태를 점검했다. 같이 있던 간호사는 잘 들린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 교수는 “나는 안 들린다. 인터콤 또 안 돼 또”라면서 한탄했다. 그러면서 “인터콤 또 안 돼 이거. 이거 무전기도 안 되고 아무것도 안 되는데 뭘 해요!”라면서 “이런 게 현장에서 필요하다고요”라고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무전기하고 이런 거 지원해달라고 한 지가 지금 8년이 지났어요. 민간기업에서 지원받아가지고 하고 있는데 이런 게 없어서 (정부가 지원을) 못 하는 게 아니잖아요. 이건 (정부 지원) 진정성의 문제인 것 같아요”고 지적했다. 결국 아무리 만져도 무전기가 작동하지 않자 이 교수는 격노했다. “이거 안 된다니까? 안 되는 거야!”라면서 무전기를 바닥으로 강하게 던졌다. 해당 장면은 유튜브 채널 ‘비디오머그’에서도 확인이 가능하다. 이후 헬기계류장에 닥터헬기가 아닌 소방헬기가 도착했다. 앞서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지난 3월 ‘중증외상 의료체계 개선대책’을 발표했다. 대책 안에는 닥터헬기 운영 확대 방안이 담겨 있었고, 보건복지부는 지난 5월 아주대병원 중증외상센터가 있는 경기 지역에 국내 일곱 번째 닥터헬기가 앞으로 배치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구체적인 배치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현재 닥터헬기가 배치된 지역은 인천 가천대길병원, 전남 목포한국병원, 강원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경북 안동병원, 충남 단국대병원, 전북 원광대병원 등 6곳에 불과하다. 이 교수는 이날도 응급 환자가 발생한 현장에 헬기 이·착륙이 자유롭지 못한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그는 “왜 항공헬기를 이용해야 하는지를 이해를 못 하는 것 같아요. 인계점(헬기 이·착륙 지점) 가지고 그렇게 하는 데는 전 세계에서 여기(한국)밖에 없어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헬리콥터는, 회전익기는 안에서 최소한의 안전공간만 확보되면 어디든지 내려앉을 수 있는 게 회전익기 장점이기 때문에 (다른 나라에서는) 그렇게(착륙지점 제한을 두거나) 하지 않아요”라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다른 자리에서도 정부 지원의 ‘진정성 문제’를 여러 차례 언급했다. 지난 2월 국회 재난안전대책 특별위원회 주최로 열린 공청회에 참석한 이 교수는 “빠른 환자 이송 내지는 구급대원들의 빠른 현장 즉시 투입을 위해서는 고층 건물 옥상에 헬기장들이 원래는 다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면서 “그런데 이게 정부가 바뀌고 이럴 때마다 갑자기 녹색성장이 되거나 그렇게 되면 거기 위에 태양열 집열판이 올라오기도 하고 (중략) 결국은 그게(인계점) 점점 밀려가서 중랑천변까지 밀려 나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소프트웨어의 힘으로 극복할 수 있는 것들이 있고, 굉장히 많은 하드웨어적인 그 갭(차이)도 사람의 소프트웨어적인 능력이나 그리고 사람들의 진정성을 가지고 얼마든지 해낼 수가 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메디온 헬기가 없어서, 국회에서 수많은 그런 얘기가 나올 때마다, 의원들로부터 메디온 헬기가 없어 가지고 여태까지, 의무 전용헬기가 없어서 그랬다는 얘기를 수없이 들었다. (중략) 그런 것들을 다 진정성의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이는 곧 한국 사회의 모든 문제가 다 엮여 있는 것이다. 소방 헬기장이 1년에 몇 달 동안 잠기는 중랑천 헬기장으로 밀려 나가는 것, 중랑천 변으로. 우리 소방 헬기에 소방대원들의 목숨을 담보하고 환자의 죽음과 싸우는 그 헬기장이 가장 있어야 될 소방서 옥상에서 개천 바닥으로 밀려 나가는 그런 한국 사회의 진정성 없는 모습이 그대로 투영돼 메디온 헬기가 없이는 마치 환자를 못 살린다는 것처럼 하는 것”이라면서 “그런 모습이 계속 가서는 절대 개선이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이 교수는 또 다음과 같이 말했다. “(헬리패드) 없애 버렸는데 둘 다 핑계를 대지요. 소방에서는 여기 아파트 주민들이 민원 넣는대요. 저한테도 민원 넣었거든요. 저희 사무실에 전화한다고요. 전화해 가지고 광교 주민들이 막 쌍욕하고 끊고 그렇습니다. 그런데 분명한 거는 여기 그러시잖아요. 소방에서도, 여기 소방의 간부분들 다 와 계신데 청장께서도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그런 민원 같은 건 돌파하겠다’, 그렇지 않습니까? 그런데 왜 돌파를 못 합니까? 소방도 돌파를 하려는 의지가 진짜 있는 건지. 돌파를 해야 됩니다. 그리고 정치권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여기 지역 주민들이 의원실에다가 민원 넣거든요, 시끄럽다고. 그런데 전 세계 어느 나라 사회에서, 응급구조 소방 헬기들이 비행한다고 그것을 민원 넣으면···.”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초원 위 별빛… ‘칸’처럼 달린다, 사막 끝 황혼… 지평선을 거닐다

    초원 위 별빛… ‘칸’처럼 달린다, 사막 끝 황혼… 지평선을 거닐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싸락눈이 내리고 있었다. 두꺼운 겨울 파카를 꺼내입고 밖으로 나왔다. 숨을 쉴 때마다 우윳빛 입김이 뿜어져 나왔다. 9월에 내리는 눈. 초원의 낙엽송은 노랗게 물들었는데 눈이 내리다니. 숲에서 쌍봉낙타 몇 마리가 느린 걸음으로 빠져나왔다. ‘눈 내리는 단풍숲을 지나는 낙타’. 뭔가 비현실적인 풍경이었다.‘칭기즈칸의 땅’ 몽골 테를지국립공원 4륜 구동 지프를 타고 테를지국립공원 야마트 산 정상에 올랐다. 이곳에 커다란 늑대상이 있다. 몽골인은 늑대를 시조로 삼는다. 몽골인은 ‘보르항산’ 기슭에 펼쳐진 초원에서 하늘의 뜻으로 인간 세계에 내려온 푸른 늑대(볼테치노)와 그의 아내 흰 사슴(고아바랄) 사이에서 시조 ‘바타치 칸’이 태어났다고 믿고 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이들의 10대손인 ‘알란코아’(북쪽에서 내려온 곱디고운 여자)가 태어났다. 몽골족의 ‘시조모’(族母)로 여겨지는 여인이다. 그리고 또다시 12대를 흘러 세계 제국을 건설한 칭기즈칸이 이 가문에서 나온다.●야마트산 아래 기암괴석 풍경에 탄성… 드넓은 초원 달리는 승마 체험은 필수 늑대상 옆에는 우리 서낭당에 해당하는 돌무더기 ‘어워’가 서 있다. 세 바퀴 돌고 소원을 비는 곳이다.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테를지의 풍경은 압도적이다. 곳곳에 거북바위, 독수리바위 등의 이름을 단 기암괴석이 자리잡고 있다. 중생대의 화강암으로 원래 바다였던 지역이 융기, 침식을 하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고 한다. 산에서 내려와 말을 타고 초원을 달려본다. 몽골을 여행한다면 몽골말 타기를 반드시 경험해야 한다. 어렵지는 않다. 처음에는 마부가 고삐를 잡은 말을 타고 걷다가 나중에는 고삐를 좌우로 당기며 조금씩 속도를 내기 시작한다. 말을 타고 드넓은 초원을 달리는 기분은 말로 설명하기 힘들다. 뺨에 닿는 바람이 다소 차갑지만 오히려 상쾌하게 느껴진다. 차를 타고 드라이브를 즐기는 것과는 또 다른 기분이다. 말을 타고 가다 보면 유목민이 양떼를 몰고 가는 것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눈 내리는 단풍숲 빠져나가는 낙타들… 까만 밤하늘 위 쏟아지는 수만 개의 별 몽골의 젖줄이라 불리는 툴강도 건녔다. 물은 검었고 다시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고삐를 잡은 손이 시렸다. 툴강은 몽골의 중북부에 위치한 칸 헨테인 누루 자연보호구의 헨티산군에서 발원해 테를지국립공원과 울란바토르를 관통해 흐른다. 길이 704㎞의 이 물줄기는 하류에서 오르혼강, 세렝게강과 합류해 러시아의 바이칼호수로 흘러 들어간다. 테를지 여행의 또 다른 하이라이트는 밤하늘의 별 감상이다. 밤이면 머리 위 까만 하늘에 별이 돋는다. 수만 개의 별이 불을 켠 듯 반짝인다. 이마 바로 위에 떠 있는 것 같다. 손을 들어 하늘을 저으면 별들이 후드득 떨어져 내릴 것만 같다. 몽골을 여행하는 많은 이들이 별을 찍기 위해 커다란 카메라와 삼각대를 가져가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는다.사막과 초원의 공존 ‘엘승타사르하이’ 초원 여행을 끝내고 울란바토르로 돌아와 하루 휴식 후 다시 사막으로 향했다. 울란바토르에서 칭기즈칸 시대 수도였던 하라호름으로 가는 길에 바양고비가 있는데 이곳에 엘승타사르하이라는 사막이 있다. 울란바토르에서 약 280㎞ 떨어져 있다. 차로 네 시간 정도 걸린다. 고비 사막까지 갈 시간 여유가 없는 여행자들이 주로 찾는다. ●사구·사막식생 고스란히 보존 가는 내내 돌산과 드넓은 평원이 펼쳐진다. 끝없이 이어지는 지평선. 가끔 나타나는 흰 점들은 게르고 검은 점은 양떼들이다. 가는 길에 자그마한 마을 한두 곳을 지난다. 운전사는 마을에 들러 민가 문을 두드리고는 들어간다. 얼마 후 나온 그의 손에는 커다란 비닐봉지 두 개가 들려 있다. 뭐냐고 물어보니 석탄이란다. 오늘 밤 묵을 게르의 난로에 넣을 연료다. 보드카를 넉넉히 챙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엘승타사르하이는 사막과 대초원이 공존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초원 한가운데 80㎞나 이어지는 사막이 버티고 있다. 엘승타사르하이는 ‘모래의 단절’이란 뜻이다. 사구와 사막식생이 고스란히 보존돼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사하라 사막처럼 모래가 끝없이 펼쳐진 사막이 아니라 중간중간 나무가 서 있는 황량하고 메마른 땅이다. 실개천이 흐르는 곳도 있어 유목민도 살고 있다. 이곳을 찾은 여행자들은 낙타 타기를 경험한다. 초원을 달리는 승마와는 또 다르다. 승마가 달리기라면 낙타 타기는 산책이다. 낙타는 귀소본능이 강해 고삐를 놓으면 집으로 돌아간다. 그래서 낙타주인이 맨 앞에 서서 일행을 이끌어야 한다. 앉아 있는 낙타 등에 올라타면 낙타가 벌떡 일어서는데 이때 높이가 생각보다 높아 놀란다.●하루종일 양고기만… 한 마리는 먹은 듯 낙타 타기를 마치고 게르로 돌아오니 몽골 전통 양고기 요리인 ‘허르헉’①이 준비돼 있었다. 양고기를 큼직하게 잘라 감자, 당근 등의 야채와 함께 양철 통에 넣은 후 불에 달군 돌을 통에 넣어 뚜껑을 닫아 1시간 정도 익힌 후 먹는 요리이다. 독특한 향신료가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양고기 특유의 진한 맛을 느낄 수 있다. 몽골인들은 고기를 정말 좋아한다. 아침에 양고기 국수②를 먹고 점심에 양고기 덮밥을 먹는다. 저녁에도 또 양고기 스테이크③를 먹는다. 우리는 운전을 하며 과자나 견과류를 먹거나 껌을 씹지만 우리와 함께한 몽골인 운전사는 양갈비를 뜯었다. 잠시 쉬어 가는 휴게소에서는 양고기를 먹었다. 양고기를 먹으며 하루를 시작했고 양고기를 먹으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에이 설마, 그럴리가”하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지만, 내 대답은 “어, 근데 정말 그랬어”다. 몽골에서 보낸 일주일 동안 양 한 마리는 먹은 것 같다. 울란바토르에 유명한 북한식당이 있다고 하길래 가이드 바다라크에게 특별히 부탁을 해 가서 냉면을 먹었다. 냉면이 나오자 바다라크가 공기밥에 불고기를 잔뜩 올리며 말했다. “정말 한국사람들은 이 음식을 왜 먹는 겁니까? 차갑고 밍밍한 국물에 아무 맛이 안 나는 면을 넣은 이 음식이 그렇게 맛있습니까?” “게다가 고기도 겨우 두세 점 올라 있을 뿐이잖아요.” 그는 면발을 밀어넣는 나를 보며 이렇게 투덜거렸다. ●담백한 세상으로의 초대 언젠가 꼭 한번은 가보고 싶었던 곳 몽골. 지금은 언젠가 꼭 한번 다시 가 보고 싶은 곳이 됐다. 드넓은 초원과 메마른 사막, 밤하늘의 별, 들판을 붉게 물들이는 황혼, 그리고 게르에서 먹었던 양고기와 보드카, 함께 한 일행의 생일을 축하해 주었던 마두금(두 개의 현을 가진 몽골 전통 악기)의 선율…. 이 모든 것을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고 있다. 지금은 서울이다. 카페에서 창밖을 바라본다. 네온사인이 환하고 오가는 차들의 불빛이 어지럽다. 세상이란 왜 이리 복잡하게 생겨먹은 것일까. 세상이 지평선과 노을, 강으로 구성돼 있다면 우리 인생은 훨씬 심플하고 담백해지지 않았을까. 어딘가에서 긴 말울음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은 밤이다. 몽골의 지평선이 그립다.[여행수첩] 몽골항공(MIAT)과 대한항공이 인천~울란바토르를 운항한다. 약 3시간 소요. 초원과 사막 곳곳에 묵어 갈 수 있는 게르식 숙소가 있다. 수세식 화장실과 샤워실을 갖추고 있어 불편하지는 않다. 혼자 자유여행을 하기는 어렵고 가이드와 4륜 구동 차를 이용해 투어하는 것이 낫다. 울란바토르에 평양냉면과 불고기, 순대 등을 맛볼 수 있는 북한 식당 백화원이 있다. 쇼핑을 한다면 카디건, 니트, 목도리 등 캐시미어 제품을 추천한다. 칭기즈칸 보드카는 몽골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고 즐겨 마시는 보드카다. 한국 컵라면 등을 쉽게 구할 수 있다. 넉넉히 사서 차에 실 어두는 것도 편하게 여행하는 한 방법이다. 글 사진 최갑수 (여행작가)
  • [이기철의 노답 인터뷰] “4차산업 출발서 차별받는 지방···순천만 잡월드는 아이들 꿈과 영감의 공간”

    [이기철의 노답 인터뷰] “4차산업 출발서 차별받는 지방···순천만 잡월드는 아이들 꿈과 영감의 공간”

    ‘공동체 메이커’ 주장한 김석 순천YMCA 사무총장이 말하는 ‘순천만 잡월드’“순천만에 들어서는 잡월드는 우리 청소년들에게 꿈과 영감을 주는 공간이자 지역 활성화의 기폭제가 될 것입니다. 순천, 특히 호남은 서울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직업에 대한 정보나 체험의 공간이 크게 부족했습니다. 정보의 비대칭으로 차별을 받고 있었던 거죠. 정보와 체험에 굶주린 아이들에게 잡월드는 소중한 마중물 역할을 할 겁니다.” 전남 순천의 대표적 시민 활동가인 김석(45) 순천YMCA 사무총장은 12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순천만 잡월드는 우리가 생각할 수도 없고, 내다볼 수도 없는 미래 환경에서 청소년들이 나름대로 대비할 수 있는 창조적 공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잡월드가 어린이들에게 상상 놀이터, 상상 테이블이 될 것”이라며 “미래 인재를 육성하는 불씨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2016년 확정된 순천만 잡월드는 2020년 10월 운영을 목표로 한창 준비 중이다. 연간 600만명이 찾는 순천만국가정원 바로 옆 3만 5861㎡에 들어선다. 청소년 직업체험관과 어린이 체험관 등 70여개 체험 공간과 진로설계관 등이 들어간다. 공사비는 485억원. 김석 사무총장은 순천시가 잡월드 유치에 뛰어들었을 때 시민의 뜻을 순천시 등에 전달하면서 시민 역량을 한 곳에 모았다. 시민들의 힘을 모은 결과 막강한 광주시를 제치고 잡월드 유치에 성공했다. 그는 “잡월드는 사실 유치했다기 보다는 순천시의 성격과 잘 맞아 선택됐다”고 말했다.- 순천만 잡월드는 지역 청소년들에게 주는 의미는. ☞ 10년쯤 전에 YMCA 활동할 때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직업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교사, 변호사, 의사, 게이머 등 여러 직업이 있었는데 아이들은 이상하게도 요리사에 몰리더군요. 당시 ‘왜지?, 특별한 것도 없는데···.’라고 의아하게 생각했는데, 요즘 그게 이해가 됩니다. 아이들이 하고싶어 하는 것에는 통찰력이랄까 예지랄까 이런 게 들어가 있었던 거죠. 사실, 우리 시대만 하더라도 직업이라는 게 일관성이 있고, 공부 잘하면 대략 학교 성적이나 부모의 강권에 따라 직업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현재의 직업과 자신의 적성, 그리고 어릴 적 꿈이 달라 갈등을 겪는 이들을 왕왕 보게 되죠. “그때 한 번만 경험했더라면···”, 또는 “누군가 한마디만 해 줬다면···” 하며 아쉬워하는 사람들을 자주 봅니다. 이런 이유로 지금은 한번 해보는 경험이 중요한 시대가 됐습니다. - 청소년들이 많이 와야 하는데. ☞ 프로그램만 잘 짜 놓으면 청소년들이 오는 것은 큰 걱정을 하지 않습니다. 순천만국가정원은 연간 600만명이 옵니다. 서울 경복궁과 용인 에버랜드 다음으로 관광객이 많이 오는 곳입니다. KTX 순천역 이용자는 부산역 다음으로 많습니다. 수학여행은 물론 청소년을 동반한 가족들이 와서 국가정원과 순천만 습지뿐만 아니라 잡월드를 방문하는 것이지요. 순천은 시민 역량을 한 곳에 모아 순천만 국가정원이라는 성공한 경험이 있습니다. 자신감이 넘치지요. 게다가 자유학기제와 자유학년제가 시행된 이후 갈만한 데가 없는 중학생들에겐 이런 잡월드가 정말 적절한 교육 공간이지요. 지리적으로도 남해안의 중심에 있어 경남 진주에서 광주까지 접근성이 매우 좋습니다.- ‘21세기형 직업’ 체험이 중요합니다. ☞ 4차산업 시대에는 직업의 형태도 많이 바뀌니 이 부분의 니즈를 충족시켜주는데 고민이 많습니다. 공부만 잘해 ‘개천에서 용 나는 시대’가 지났으니까, 지방이라고 미래 정보에서 수도권에 차별받아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컸습니다. 어릴 때 출발부터 불공정해선 안되죠. 일각에선 “잡월드가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을 보여줘 혹하게 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는데 이는 기성세대의 생각으로 고루할 뿐입니다. 어른들이 아니라 아이들 입장에서 직업이 무엇인지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해야 합니다. 의사 체험이라면 아이들이 VR을 통해서 수술을 해보는 식으로···. 초등생들에게 놀이터와 같은 개념으로 아이의 적성을 알아보고 창조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종의 상상놀이터죠. 또 진로 고민이 많은 중고생에겐 직업을 한번 체험해보고 피드백을 해주는 거지요. 그러나 여기가 직업훈련원이 아니니까 체험이 진로와 꼭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래도 경험 자체가 그 아이에겐 진로나 직업 선택에 소중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 그러자면 역량 있는 안내자가 중요하겠다. ☞ 지역에 있는 인재와 자산을 최대한 활용해야겠지요. 철강 관련 직업은 광양의 포스코, 우주 관련 분야는 고흥의 나로우주센터와 연계해서 견학하는 것도 계획에 있습니다. 서울이나 다른 도시에 있는 훌륭한 강사들의 경우 순천으로 이사하기는 쉽지 않으니 한 달간씩 초청해 머물거나 공감대를 형성하는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고 봅니다. 인터넷 플랫폼과 관련된 ‘콘텐츠 크리에이터’는 중고생들이 스스로 찾아나갈 겁니다. 그 친구들이 여기서 다양한 실험을 하고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으면서 새로운 직업도 모색해갈 수 있으리라 봅니다. 어쩌면 청소년들에겐 여기가 일종의 창업보육센터가 되지 않을까 상상해봅니다. - 북한과의 관계 속의 직업도 필요하다. ☞ 맞습니다. 4차산업 시대의 직업도 중요하지만 통일시대의 직업도 고민해야 하지요. 전남뿐만 아니라 북한 평안남도에도 순천시가 있습니다. 아이들이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남북 관계가 자유왕래 수준으로 좋아지면 여기에 대비하는 청소년들이 나올 것이 분명합니다. 북한을 위해서 일하는 국제기구를 만들어본다거나, 개마고원 트레킹 루트 개발과 같은 직업 체험도 여기서 할 수 있을 겁니다. 통일시대에 맞는 새로운 직업도 여기에서 나올 겁니다. 아이들이 통일시대를 대비하고 고민하며,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큰 자산입니다.- 프로그램을 청소년 눈높이에 맞게 운영하는 방안은. ☞ 가장 걱정되는 부분입니다. 변화가 너무 빠른 시대이니 여기에 맞춰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 제일 어려운 일입니다. 사실 관에서 계획을 세워 착공해 준공해 운영에 들어갈 때까지는 3~4년이 걸리잖아요. 시간이 많이 흐른 것인데 계획 당시인 3~4년 전의 생각이 프로그램 운영에 반영될 가능성이 크잖아요. 이런 부분은 총괄 책임은 순천시가 맡더라도 운영이랄지 프로그램 개발 이런 것은 민간협력 거버넌스 체제로 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누구나 주인인 잡월드가 되어야지 순천시만이 주인이라고 생각하면 장기적으로 변화에 맞춰 나갈 수 없을 것입니다. 국민 세금으로 지어놨는데 사람들이, 청소년들이 오지 않으면 애가슴 타잖아요. 이런 부분을 순천시에 많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더 많은 사람과 더 많이 소통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 순천이 다시 한번 도약하는 계기가 되겠다. ☞ 과천에 국립과학관이 있는데, 저도 1년에 한두 번씩 애들 데리고 갑니다. 그곳은 매년 프로그램이 바뀝니다. 토요일 새벽 기차로, 애들이 잠도 깨지 않은 상태로 출발합니다. 도착해 9시쯤 되면 아이들과 같이 과학관에 들어가요. 제가 거기서 순천사람 되게 많이 만났어요. 순천뿐 아니라 전국 학부모들이 다 오는 셈인데, 지방은 이런 교육 인프라가 너무 열악하다는 증거입니다. 실제로 여행을 온 게 아니라 아이들 교육문제랄지, 관계문제, 체험문제 때문에 온 거죠. 그만큼 지역에선 콘텐츠가 부족하잖아요. 그런 콘텐츠를 확보함으로써 순천 차원을 넘어 남해안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잡월드는 국가정원과 습지, 에코엑스포컨벤션센터와 함께 순천의 자랑이자 관광객의 잉여 소비를 촉진하는 자산이 될 것입니다.초등생 자녀 둘을 둔 김 사무총장은 특히 잡월드에 관심이 깊다. 지난해 8월 ‘순천만 잡월드’라는 명칭을 확정하는 큰 역할을 했다. 직업체험센터 명칭 공모에 응모한 내용을 갖고 워크숍을 열기도 했다. 또 순천시와 같이 청소년캠프를 진행하기도 했다. 순천시의원도 지냈던 그는 작은 도시에서 활동하는 시민단체가 행정의 감시자의 역할도 하지만 다양한 시민 요구를 결집하는 데도 소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시민단체가 ‘뉴스 메이커’ 차원을 넘어 이젠 ‘공동체 메이커’가 돼야 합니다.” 글·사진 순천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뉴스 전에 책이 있었다] ‘한국인의 사회적 DNA’ 시험…사회적 지위의 세습은 아닐까

    [뉴스 전에 책이 있었다] ‘한국인의 사회적 DNA’ 시험…사회적 지위의 세습은 아닐까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지난 2일 2018학년도 수능 성적 평가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자료에 따르면, 여학생과 재수생이 강세였다. 대도시 학교, 그중 사립 학교들의 강세도 여전했다. 그러고 보니 2019학년도 수능이 채 50일도 남지 않았다.수능을 준비하는 학생들의 조바심은 말할 것도 없고, 학부모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숨죽이며 살고 있다. 수능은 대표선수일 뿐 대한민국은 각종 시험으로 점철된 공간이다. 어려서부터 각종 시험을 거쳐야만 사람 구실을 할 수 있었기에 한국인들에게 시험은 일상이었다. ‘시험국민의 탄생’의 저자 이경숙은 시험이 “한국인의 사회적 DNA”라고 강조한다. 때론 시험에서 인생의 희망을 찾았고, 그 희망이 좌절로 바뀌는 경험도 해봤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불공정한 세상에서 시험을 통해 그나마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개천에서 용 나던 시절에는 간혹 이런 일이 있었지만, 이젠 이런 일이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사회적 불평등이 가속화되면서 시험마저 가진 자들의 전유물이 되고 있다. 고려 광종이 과거제를 도입할 때만 해도, 가문의 배경 없는 신진 세력을 등용하기 위한 개혁 정책이었다. 조선시대에는 과거를 중심으로 하나의 교육 체계를 갖추게 되었다. 하지만 시험이 응시자들의 사고를 통일시키는 지름길이라는 점에서, 과거의 모든 답이 유학 경전으로만 수렴되었다. 과거는 신분제를 공고히 하는 기제였고, 유학사상의 한계 속에 스스로와 사회를 가둘 뿐이었다. 과거는 느슨하지만 강력한 통치 방식이었다. 외세의 영향을 비교적 많이 받았던 만큼 각종 외국어는 이 땅에서 권력의 핵심에 들어가는, 아니 권력에 기생하는 훌륭한 장치였다. 일제시대에는 일어, 해방 후에는 영어 만능시대였다. 미군정이 시작되고 영어는 ‘시대정신’이 되었는데, 새롭고 개방적이고 과학적이고 민주적인 정신으로까지 칭송받았다. 무엇보다 출세의 정신이기도 했다. 오늘날 꼭 그렇다고 볼 수는 없지만, 영어야말로 우리 시대의 최고 경쟁력이라는 믿음만큼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시험은 서열주의를 강화한다. 서열주의를 정당화하는 논리의 바탕에는 ‘능력주의’가 있다. 능력 있는 사람이 출세하는 것을 뭐라 할 수는 없지만, 능력주의와 결합한 서열은 개인에게 무한대의 투자와 노력을 강요한다. 어렵게 획득한 서열인 만큼 서열 붕괴에 대한 두려움도 매우 클 수밖에 없다. 이 대목이 저자가 왜 우리 사회가 시험에 이토록 집착하는지 묻는 이유 중 하나다. 책은 딱딱한 사회적 함의만 나열하지 않는다. 조선시대 과거시험에도 커닝이 있었다는 사실, 그 명칭이 ‘방망이질’이라는 이야기, 1930년대부터 객관식 시험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다는 사실도 알려준다. 성적표 조작이 동서고금의 흔한 일이라는 것도 알려준다.저자는 시험이 한 개인의 진로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얼개를 만들고 바꿔왔다”고 말한다. 좋은 것도 많지만 ‘사회적 지위의 세습’과 같은 나쁜 것들도 제법 많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배우고자 하는 이들은 원하는 곳에서 배울 수 있어야 한다. 우리 사회의 정의를 위해서, 선발이 부의 대물림 통로가 되지 않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시험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사라지지 않는다면, 고쳐 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시험국민의 탄생’에서 그 몇 가지 단서를 찾을 수 있어 보인다. 장동석 출판평론가·뉴필로소퍼 편집장
  • 깊어 가는 가을…흔들리는 마음

    깊어 가는 가을…흔들리는 마음

    개천절인 3일 경기 파주시 마장호수의 ‘흔들다리’에 구름 인파가 몰려 있다. 이날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는 구름 한 점 없는 청명한 하늘이 펼쳐져 나들이객들은 깊어 가는 가을 정취를 만끽했다. 연합뉴스
  • 이 가을, 나도 이런 정원 갖고 싶다

    이 가을, 나도 이런 정원 갖고 싶다

    개천절인 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2018 서울정원박람회’를 찾은 시민들이 휴일을 즐기고 있다. 정원박람회는 오는 9일까지 계속된다. 김명국 선임기자 daunso@seoul.co.kr
  • 국학원, 개천절 맞아 거리 퍼레이드

    국학원, 개천절 맞아 거리 퍼레이드

    개천절을 맞은 3일 사단법인 국학원 소속 회원들이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개천절 기념 타종식’ 전에 만세 삼창을 하고 있다. 홍익인간 등 민족정신을 고취하기 위해 설립된 국학원의 회원들은 타종을 마치고 광화문 일대를 행진했다.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 李총리 “단군의 후손 남북 홍익인간 실현 빨리 되길”

    李총리 “단군의 후손 남북 홍익인간 실현 빨리 되길”

    이낙연 국무총리는 3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4350주년 개천절 경축식에서 “정부는 지난달 국가 목표로 단 한 명의 국민도 차별받지 않고 더불어 사는 ‘포용 국가’를 선언했다”면서 “포용 국가의 길을 착실히 가는 것 또한 단군 할아버지께서 꿈꾸신 홍익인간의 길이라고 굳게 믿는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포용 국가로 가려면 정부와 정치가 제도를 만들고 이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 총리는 “세계가 찬탄하는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올해만 세 차례나 남북 정상회담을 열며 지구 최후의 냉전체제를 허물고 있다”면서 “지금 대한민국은 단군께서 바라시는 대로 널리 인간 세계를 이롭게 하는 나라로 발전할 큰 기회를 얻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지난 70년 동안 한반도는 동북아시아의 화약고로 세계에 걱정을 끼쳤지만 지금은 평화와 공동번영의 발신지로 바꿔 세계에 공헌하려 한다”면서 “북한도 핵을 지니고 고립과 궁핍을 견디기보단 핵을 버리고 평화와 번영을 추구하겠다고 밝히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단군의 후손인 남과 북이 단군의 소망대로 인간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는 날이 빨리 오기를 갈망한다”면서 “이런 꿈이 실현되도록 국제사회가 도와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청와대 앞 중학생들의 외침 “난민 친구를 구해주세요”

    청와대 앞 중학생들의 외침 “난민 친구를 구해주세요”

    “천주교로 개종… 본국 추방 땐 박해 위협” 2개월간 국민청원·집회·모금 등 함께해 “8년 전 한국 와… 생각·문화 우리와 같아 여기서 모델의 꿈 이룰 수 있게 도와달라” “그 친구는 저희와 잘 어울리는 진짜 ‘인싸’(조직의 주류인 인사이더를 뜻하는 10대 은어)예요. 친구가 이틀 뒤면 마지막 심사를 받는다니 도와주세요.” 개천절인 3일, 한산했던 청와대 앞 분수대에 앳된 10대 학생 16명이 모였다. 송파구의 한 중학교 3학년생들이었다. ‘그 친구’는 이란 출신인 A(15)군이다. 학생들이 주섬주섬 꺼내 펴든 현수막에는 ‘제 이란 친구를 난민으로 인정해 주세요’ 등이 적혀 있었다. 8년 전 한국에 온 A군은 난민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A군은 7살이던 2010년 사업하는 아버지 B(52)씨와 함께 이란 테헤란을 떠나 한국에 왔다.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한국에서 다녔다. 친구들에 따르면 A군은 이란어는 겨우 말만 할 뿐 읽을 줄도 모르고 한국인의 사고방식과 문화에 익숙한 평범한 중3이다. 특별한 점이 하나 있다면 종교다. A군은 천주교 신자다. 아버지가 무슬림이라 이슬람 율법에 따라 태어날 때부터 무슬림이었지만 한국에서 친구들과 성당에 다니다 천주교 신자가 됐다. 어느 날 독실한 무슬림인 고모와 통화하다가 ‘네가 개종하고도 사람이라 할 수 있느냐’는 얘길 들은 뒤 연락이 끊겼다. 이 때문에 “고향으로 돌아가면 박해당할 수 있다”며 2016년 난민 신청을 했지만 ‘개종했더라도 이란 당국이 주목할 활동을 하지 않아 박해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로 불인정됐다. 이후 행정소송을 내 1심에서 이겼지만 2심에서 패소했다. 대법원에 상고했으나 심리불속행 기각(2심 판결에 중대한 법령 위반이 없어 더 판단하지 않고 곧바로 기각하는 처분) 판결을 받았다. 이런 사연은 A군 친구가 지난 7월 11일 올린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알려졌고 3만 1000여명의 지지를 받았다. A군의 친구들은 “5일 서울 출입국·외국인청에서 열릴 난민 인정 재심사가 마지막 기회”라고 말했다. A군의 비자가 오는 16일 만료돼 난민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면 추방당할 가능성이 있다. 친구들은 A군이 본국으로 추방되면 신변에 큰 위협을 받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인구 99%가 이슬람교도인 이란에서 다른 종교로 개종한 이슬람교도는 배교(背敎)죄로 최대 사형에 처할 수 있다. 이날 집회는 친구들이 A군과 함께 해온 2개월간 동행의 마무리였다. 국민청원 이후 7월에는 출입국·외국인청에서도 집회를 열었다. 학교 교사와 성당·교회 등에서는 500여만원을 모금해 A군에게 전달했다. 집회에 참여한 여학생은 “1학년 때 같은 반이었는데 반장을 할 만큼 성격이 진짜 좋았다”면서 “부모 동의서를 받은 사람만 오늘 나올 수 있었는데 우리 부모님은 ‘친구 돕는 일이니 다녀오라’고 허락해 주셨다”고 말했다. 이 학교 학생회장인 김지유(15)양은 “친구의 꿈이 모델인데 키도 크고 개성 있어 한국에 머물 수 있다면 멋진 모델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청와대 민원실을 통해 의견서를 전달했다. 김양은 “행정관이 ‘대통령께 잘 보고하겠다’고 해 엄청 떨렸다”며 웃었다. 조희연 서울 교육감과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인 염수정 추기경도 글을 통해 A군과 친구들을 격려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청와대 앞 중학생들의 외침 “난민 친구 구해주세요”

    청와대 앞 중학생들의 외침 “난민 친구 구해주세요”

    이란서 온 A군 마지막 심사 앞두고 호소“천주교로 개종…본국 추방 땐 박해 위협”2개월간 국민청원·집회·모금 등 함께 해“8년 전 한국 와…생각·문화 우리와 같아여기서 모델의 꿈 이룰 수 있게 도와달라” “그 친구는 저희와 잘 어울리는 진짜 ‘인싸’(조직의 주류인 인사이더를 뜻하는 10대 은어)예요. 친구가 이틀 뒤면 마지막 심사를 받는다니 도와주세요.”개천절인 3일, 한산했던 청와대 앞 분수대에 앳된 10대 학생 16명이 모였다. 송파구의 한 중학교 3학년생들이었다. ‘그 친구’는 이란 출신인 A(15)군이다. 학생들이 주섬주섬 꺼내 펴든 현수막에는 ‘제 이란 친구를 난민으로 인정해 주세요’ 등이 적혀 있었다. 8년 전 한국에 온 A군은 난민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A군은 7살이던 2010년 사업하는 아버지 B(52)씨와 함께 이란 테헤란을 떠나 한국에 왔다.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한국에서 다녔다. 친구들에 따르면 A군은 이란어는 겨우 말만 할 뿐 읽을 줄도 모르고 한국인의 사고방식과 문화에 익숙한 평범한 중3이다. 특별한 점이 하나 있다면 종교다. A군은 천주교 신자다. 아버지가 무슬림이라 이슬람 율법에 따라 태어날 때부터 무슬림이었지만 한국에서 친구들과 성당에 다니다 천주교 신자가 됐다. 어느 날 독실한 무슬림인 고모와 통화하다가 ‘네가 개종하고도 사람이라 할 수 있느냐’는 얘길 들은 뒤 연락이 끊겼다. 이 때문에 “고향으로 돌아가면 박해당할 수 있다”며 2016년 난민 신청을 했지만 ‘개종했더라도 이란 당국이 주목할 활동을 하지 않아 박해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로 불인정됐다. 이후 행정소송을 내 1심에서 이겼지만 2심에서 패소했다. 대법원에 상고했으나 심리불속행 기각(2심 판결에 중대한 법령 위반이 없어 더 판단하지 않고 곧바로 기각하는 처분) 판결을 받았다. 이런 사연은 A군 친구가 지난 7월 11일 올린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알려졌고 3만 1000여건의 지지를 받았다.A군의 친구들은 “5일 서울 출입국·외국인청에서 열릴 난민 인정 재심사가 마지막 기회”라고 말했다. A군의 비자가 오는 16일 만료돼 난민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면 추방당할 가능성이 있다. 친구들은 A군이 본국으로 추방되면 신변에 큰 위협을 받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인구 99%가 이슬람교도인 이란에서 다른 종교로 개종한 이슬람교도는 배교(背敎)죄로 최대 사형에 처할 수 있다. 이날 집회는 친구들이 A군과 함께 해온 2개월간 동행의 마무리였다. 국민청원 이후 7월에는 출입국·외국인청에서도 집회를 열었다. 학교 교사와 성당·교회 등에서는 500여만원을 모금해 A군에게 전달했다. 집회에 참여한 여학생은 “1학년 때 같은 반이었는데 반장을 할 만큼 성격이 진짜 좋았다”면서 “부모 동의서를 받은 사람만 오늘 나올 수 있었는데 우리 부모님은 ‘친구 돕는 일이니 다녀오라’고 허락해 주셨다”고 말했다. 이 학교 학생회장인 김지유(15)양은 “친구의 꿈이 모델인데 키도 크고 개성 있어 한국에 머물 수 있다면 멋진 모델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청와대 민원실을 통해 의견서를 전달했다. 김양은 “행정관이 ‘대통령께 잘 보고하겠다’고 해 엄청 떨렸다”며 웃었다. 조희연 서울 교육감은 학생들에게 보낸 격려문을 통해 “어려움에 처한 외국 친구에 대해 어른들도 실천하기 어려운 인류애를 행동으로 보여준 같은 학교 학생들이 너무 자랑스럽다”면서 “이란 국적의 서울 학생이 서울에서 행복한 학교생활을 할 수 있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인 염수정 추기경도 “A군은 가톨릭 신앙에 대한 정체성이 분명하기에 본국으로 돌아가면 박해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면서 “박해의 위협에서 벗어나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관계 기관의 특별한 관심과 배려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평화의 소녀상’ 지킴이들 “욱일기 단 日 군함 입항 결사반대”

    ‘평화의 소녀상’ 지킴이들 “욱일기 단 日 군함 입항 결사반대”

    개천절인 3일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욱일기를 단 일본 함정의 제주 국제 관함식 참가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날 집회에는 ‘반아베 반일 청년학생 공동행동’ 소속 소녀상지킴이 20여 명이 모여 “군국주의 침략 상징인 욱일기를 단 일본 군함 국내 입항을 결사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반아베 반일 청년학생 공동행동’ 측은 “제주해군 국제 관함식에 욱일기를 단 자위대 구축함이 들어온다. 우리 민중의 정서를 고려해달라는 우리 측 요구에 일본정부는 ‘비상식적이고 예의 없다’는 망발로 답했다”며 “우리 민중의 분노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일본의 침략야욕이 계속되는 한 일본과의 관계에 진전과 평화는 있을 수 없다. 9월 평양 공동선언으로 형성된 동북아에 평화와 통일의 대세에 아베정부가 역행한다면 외교적으로 더욱 고립될 수밖에 없다. 일본이 과거의 잘못에 대한 사죄와 배상을 하지 않고서는 국제사회에서 떳떳하게 살아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최근 일본은 오는 10~14일 제주 해군기지에서 예정된 ‘2018 대한민국 해군 관함식’에 욱일기를 달고 오겠다고 밝혔다. 우리 해군은 일본에 욱일기 대신 국기와 태극기를 함께 달고 참가하기를 요청했지만, 일본은 이를 수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집회에 참석한 전가람(22, 소녀상 지킴이 )씨는 “욱일기가 가진 제국주의 의미와 군국주의 암시는 결국 일본이 재침략 야욕을 보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한 번씩 가졌으면 좋겠다”며 “우리가 욱일기에 대해 규탄하고 전쟁범죄에 대해 사죄를 요구하는 것은,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에 대해 완전 해결을 원하는 사람들의 염원이기도 하다”라고 밝혔다. 한편 ‘반아베 반일 청년학생 공동행동’는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천막 농성을 해온 학생 단체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사죄 배상과 매국적 한일합의 폐기를 위한 대학생 공동행동‘의 전신으로 평화의 소녀상 농성 1000일째를 맞아 단체 이름을 변경했다.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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