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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국’ ‘이적’ ‘친일파’… 대일 여론전 최전선 나선 조국

    ‘매국’ ‘이적’ ‘친일파’… 대일 여론전 최전선 나선 조국

    “문재인 정부는 서희·이순신의 역할 동시 수행 … WTO 제소, 일본에 지레 겁먹고 쫄지 말자” “대법원 판결 비난·왜곡하는 한국 사람은 ‘친일파’” 보수야권 “유아기적 이분법” “낙인찍기 공격” 반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대법원의 징용 피해자 배상판결과 연장선에서 일어난 일본의 수출규제를 반박하는 여론전의 최전선에 나서고 있다. 지난 15일 이후 1주일새 페이스북에 올린 30건의 글 중 29건이 일본 경제보복 이슈와 관련됐으며, ‘매국적’ ‘이적(利敵)’에 이어 ‘친일파’란 표현까지 써서 ‘피아 구분’에 나섰다는 점에서 눈길이 쏠린다. 조 수석은 21일 페이스북에 “문재인 정부는 국익수호를 위하여 ‘서희’의 역할과 ‘이순신’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고 했다. 993년 거란 침략 때 외교 담판으로 옛 고구려 땅을 지켜낸 고려 문신 서희(942~998)와 임진왜란 당시 삼도수군통제사로 일본 침략에 맞선 이순신(1545~1598) 장군을 거론하며 청와대가 외교 협상과 함께 ‘경제전쟁’을 병행하고 있음을 설명한 것이다. 조 수석은 세계무역기구(WTO) 제소와 관련, “전례를 보건대 몇 년 걸릴 것이며 어려운 일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일본 국력, 분명 한국보다 위다. 그러나 지레 겁먹고 쫄지 말자”며 “당연히 정부는 이러한 (외교적 타결) 노력을 하고 있지만 법적·외교적 쟁투를 피할 수 없는 국면에는 싸워야 하고 또 이겨야 한다. 국민적 지지가 필요하다”고 했다. 지난 20일에는 “근래 일부 정치인과 언론에서 무지하거나 또는 알면서도 문재인 정부를 흔들기 위하여 황당한 주장을 펼치고 있다”며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개인에 대한 배상책임까지 소멸한 것이 아니고 ▲2005년 참여정부 당시 민관공동위원회는 한국인 개인이 일본 정부의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는 가능하다는 점을 확인했으며 ▲대법원 판결은 ‘외교협정으로 개인청구권이 소멸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짚었다. 이어 “1965년 이후 일관된 한국 정부의 입장과 2012·2018년 대법원 판결을 부정·비난·왜곡·매도하는 것은 정확히 일본 정부의 입장이다. 이런 주장을 하는 한국 사람을 마땅히 ‘친일파’라고 불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앞서 18일에는 “이러한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진보냐 보수냐, 좌냐 우냐가 아니라, 애국이냐 이적(利敵)이냐”라고 했다. 16일에는 조선·중앙일보의 일본판 기사 제목을 거론하며 “혐한 일본인의 조회를 유인하고 일본 내 혐한 감정의 고조를 부추기는 이런 매국적 제목을 뽑은 사람은 누구인가”라고 비판했다. 이튿날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도 “국민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는지 되묻고 싶다”고 했다. 청와대가 사실관계 오류를 지적하고 정정보도를 요청한 적은 있지만, ‘주장’을 담는 칼럼 논조를, 공개 비판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었다. 선명한 메시지를 앞세운 조 수석의 페이스북에 대한 평가는 지지층 내에서도 조금은 엇갈린다. 여권의 유력 정치인들이 총선을 앞두고 여론이나 대 언론관계를 의식해 발언수위를 조절하는 상황에서 대통령의 신뢰가 두터운 참모이자 여권내 가장 주목받는 ‘스피커’로서 총대를 멘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자극적인 메시지가 대통령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공존한다. 앞서 조 수석이 ‘죽창가’를 언급한 것이 대표적이다. 여권 관계자는 “최근 보수 야당·언론 태도를 보면 일본 경제보복 이슈로 현 정권을 흔들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최소한의 금도도 없는 것 같다”며 “청와대나 정부가 공식 대응하기 어려운 부분을 조 수석 같은 이들이 SNS(소셜네트워크) 영역에서 대응하는 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반면 보수 야당은 ‘이적’ ‘친일파’ 프레임을 내세운 데 대해 강력 반발했다. 자유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은 20일 논평에서 “애국과 이적이라는 유아기적 이분법으로 문재인 정권 수준을 떨어뜨리는 조국 수석부터 단죄하시길 바란다”고 했다. 바른미래당 이종철 대변인도 “조국 수석이 짚은 부분은 엄밀하게 따지면 시각에 따라 논쟁적 사안이 될 수 있다”며 “논리가 안되면 반일과 친일, 애국이니 이적이니 하는 ‘낙인찍기’로 공격하는가”라고 했다. 그럼에도 조 수석의 ‘페이스북 여론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민정수석으로서 SNS 활동이 부적절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의식이라도 한 듯, 페이스북에 “대한민국 대통령의 법률보좌가 업무 중 하나인 민정수석으로서”라고 밝혔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2000자 인터뷰 19]이토 “한일관계 붕괴 목전에 두고 있어”

    [2000자 인터뷰 19]이토 “한일관계 붕괴 목전에 두고 있어”

    일본 캐논글로벌전략연구소(CIGS)의 이토 고타로 연구원은 “8월 이후 한국 대법원 징용판결에 따라 원고 측이 낸 일본 기업의 한국 내 자산 매각이 이뤄지면 한일관계는 붕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정치 및 외교안보가 전문 분야인 이토 연구원은 “그렇지만 지난 20년간 쌓인 양국의 안보관계 신뢰가 남아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면서도 “한일의 군사적 공통이익이 적어졌기 때문에 군사교류가 재개될 계기를 만들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음은 이토 연구원과의 일문일답 내용. 일본 기업 자산 현금화 가능성에 日 경고 Q: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이후 한일관계를 어떻게 전망하는가. A: 어려운 상황이다. 곧 8월, 한국의 광복절이 다가온다. 일본 전문가들은 올 여름까지 한일관계가 변함없이 나빠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게다가 일본 참의원 선거가 7월 말 있다. 7월, 8월도 그렇지만 여름이 지나면 2018년 10월 30일 한국 대법원의 징용판결과 관련해 원고 측이 신청한 일본 기업의 한국 내 자산 매각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있다. 일본 기업의 한국 내 자산이 현금화되면 한일관계는 붕괴될 것이다. 지난 주 외무성 간부도 만약에 현금화에 따른 일본 기업의 피해가 발생하면 한국 정부가 메워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국제사법재판소 회부는 일본도 꺼려 Q: 일본 쪽에선 대법원 판결과 관련해 국제사법재판소(ICJ)에 판단을 구해보자는 주장이 한국보다 강하다. A: ICJ에 안건을 가져가면 반드시 일본이 이길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일본에 있다. 일본 내 국제법 전문가에 물어보니, 개인청구권에 해석이 역시 애매한 부분이 있고, 지난 4월의 세계무역기구(WTO) 판결에서 예상 밖의 일본 패소가 있었다. 일본 정부도 ICJ에 가져가고 싶지 않은 것 아닌가 싶다. Q: 한일관계 악화가 한반도 및 일본의 군사안보에 미칠 영향은 있는가. A: 일본은 대중국 억제를 위한 군사력을 증강하고, 안보법제화를 마쳤다. 다만 지금 비핵화 문제는 소강상태이다. 미국이 한반도보다 인도·태평양을 보고 있는 일본으로선 나쁘지 않은 상태다. 다만 자위대나, 안보 관계자와 얘기를 해보면 공통적인 게 일본 자위대와 한국군과의 신뢰관계는 살아 있다는 것이다. 즉 군인끼리 생각하는 게 같다는 뜻이다. 일본에서는 한국군을 동정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를 2년간 학습해 보니, 청와대가 군에 명령하면 어쩔 수 없구나’라고 생각한다. 김대중 정권 이후 한일 안보관계가 강화돼 왔는데 그 20년간 쌓인 신뢰가 아직 남아있다. 군사 인적 교류는 지금도 한일 간에 하고 있다. 군사 훈련은 없어졌는데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일본 정치권에서 허용할 리가 없다. 그렇지만 시간이 흐르면 양국 군인끼리는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한다.정경두 국방장관은 항공자위대 간부학교에 유학을 한 경험이 있어서 일본말도 잘 하고 현역 항공자위대 간부들도 많이 안다. 한일 간에 군사적 공통이익 적어진 것은 유감 Q: 지난해 가을 한국 해군과 일본 초계기 간 레이더 문제로 군사교류가 사실상 중지돼 있다. 재개될 계기가 있을까. A: 한일 군사 간에 공통의 이익이 적어졌다. 계기를 만들기 어렵다. 한국이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하지만 힘들 것이다. 한중관계가 있으니 애매한 상태가 이어지지 않겠나. 日 중앙과 지방, 정치와 민간 온도차 Q: 일본에서 체감하는 한일관계는. A: 한일관계 전문가나 주변 사람들 만나보면 한일관계는 다 포기한 듯한 인상이다. 게다가 한국에 강력히 대응해야 한다는 입장이 많아졌다. 그와는 달리 한국에 여행 하는 일본인, 일본에 가는 한국인도 많아졌다. 한일의 얼어붙은 정치관계와는 상관없는 현상이다. 지인이 지방 어느 현청의 서울사무소에서 파견돼 일하는데 역시 지방에서는 한국 관광객을 많이 유치하고 비즈니스를 발전시키고 싶어한다. 아베 신조 정권의 주요 정책 중 하나가 지방 창생(創生)인데 그 원동력 중 하나가 관광이다. 즉 한일관계에 있어서 중앙과 지방의 온도차가 있는 것이다. 황성기 평화연구소장 marry04@seoul.co.kr
  • [2000자 인터뷰 18]임재성 “강제동원 日 기업, 피해자 화해하도록 정부가 외교력 발휘해야”

    [2000자 인터뷰 18]임재성 “강제동원 日 기업, 피해자 화해하도록 정부가 외교력 발휘해야”

    일제 시기 강제동원 피해자 측이 일본 기업의 국내 자산에 대한 매각 신청(5월 1일)을 법원에 낸지 한 달 반 가량 지났다. 또한 일본 정부가 5월 20일 한국 대법원의 강제동원 배상 판결(2018년 10월 30일)과 관련해 제3국을 포함한 중재위원회 설치를 요구한 기한(6월 18일)이 며칠 남지 않았다. 대법원 판결 이후 악화된 한일관계의 해결점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일본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6월28, 29일)에서 한일 정상회담 개최 전망마저 불투명한 상황이다. 강제동원 피해자의 대리인으로 일본제철과 후지코시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해온 법무법인 해마루의 임재성 변호사는 “정치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 일본 기업이 과거 행위에 대해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하고 화해할 수 있도록 정부가 외교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변호사는 2015년부터 변호사 활동을 시작하면서 일제 시기 강제동원 일본 기업에 대한 손해배상소송에 참가했다. 제주 4·3 사건 군사재판 생존자 18명을 대리해 재심, 형사보상 청구, 국가배상 소송을 진행 중이기도 하다. 다음은 임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내용. 매각신청->감정->매각명령->송달->집행에 3개월 이상 Q: 강제동원 피해자 대리인들은 대구지법 포항지원과 울산지법에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과 후지코시로부터 압류한 자산을 매각해 달라는 신청을 냈다. 한 달 이상 경과됐는데 지금은 어떤 상황이고, 실제 자산 매각까지는 어떤 과정을 거치게 되며, 시간은 얼마나 소요되는가. A: 5월 1일 보도자료를 냈을 때 ‘최소 3개월’이라고 했다. 법원이 매각 명령을 내리고, 일본 기업에 송달되어서 그 명령이 확정되는 순간까지를 계산한 것이다. 실제 현금화는 그 이후에 이루어진다. 절차를 얘기하자면 먼저 압류한 자산에 대한 감정이 이루어질 것으로 본다. 압류된 일본제철과 후지코시의 자산은 비상장 주식인데, 액면가만 있을 뿐 시장 거래가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법원은 감정을 통해 이 주식을 매각하면 집행 비용을 빼고서도 채권자(원고측)을 만족시킬 수 있는가를 판단한 이후, 매각명령결정을 일본 기업에 송달시킬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한국 법원행정처가 매각명령결정서를 일본 외무성으로 보내고, 일본 외무성이 일본 기업에게 송달시키는 방식인데, 일본 외무성이 사인 간의 민사소송에서 이 송달절차를 거부한 적은 없었다. 일본 기업들은 매각명령결정서를 송달받고 즉시항고 절차를 통해 다툴 수는 있으나, 현실적으로 유효한 이의제기 사유가 없는 상황이기에 매각명령결정이 그대로 확정될 것으로 본다. 이후 절차에서는 집행관의 재량권이 큰데, 집행관이 일본제철에게 자신의 주식을 사갈지 의사를 물어볼 수도 있고, 경매에 부칠 수도 있다. 법원, 일본제철에 의견서 기회 줘 기간 늘어날 듯 최근 법원으로부터 대리인 측에 통보가 온 게 있다. 민사집행법에 따라 매각명령 과정에 심문기일이 필수적이지만 채무자(일본 기업들)가 외국에 있는 경우라면 심문기일을 생략할 수 있다. 그런데 포항지원에서 심문기일을 열지 않으나, 일본제철에게 의견서를 제출할 기회를 주겠다는 연락이 왔다. 주목을 많이 받는 사건이라 법원으로서도 방어권 행사를 꼼꼼하게 보장하려고 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나쁜 일은 아닌 듯하다. 일본 기업들의 의견서 제출 절차가 이루어지게 되면, 매각명령결정이 확정되기까지의 기간이 다소 늘어날 수 있다. Q: 그렇다면 여전히 시간이 남아 있다. 이들 일본 기업 자산(일본제철 소유 PNR 주식 19만 4794주 9억 7400만원 상당, 후지코시 보유 대성나찌유압공업 주식 7만 6500주 7억 6500만원 상당)이 실제로 매각되기 전까지 대리인단이 그간 시도해 온 일본 기업과의 협의를 통한 화해 가능성은 있는가.이춘식 할아버지, 연내 해결 희망 A: 대법원 판결 이후 소송대리인단, 지원단은 일관되게 일본 기업에게 합의를 요청해왔다. 일본 기업들이 피해자들에게 사과의 의사표시를 하고, 자발적으로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요청이었다. 현실적으로 지금 국면에서 합의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는 어렵다. 일본 기업들 본사에 수차례 방문하였지만 면담은커녕, 책임있는 답변도 듣지 못했다. 그 상황에서 법이 정한 집행 절차를 계속 늦출 수 없었다. 그동안 피해자분들에게 ‘일본 기업으로부터 사과를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말씀을 드리면서 집행 절차를 미루는 것에 대한 동의를 구했다. 피해자분들 역시 일본 기업들로부터 사과를 받고 싶어 하셨기에 우리를 믿어주셨다. 그러나 일본 기업들이 사과는커녕 판결 자체를 부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고령의 피해자분들에게 기다려달라는 말씀을 드릴 수 없었다. 일본제철 강제동원 피해자 이춘식 할아버지께서는 연내에 이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라신다고 명시적으로 말씀하셨다. 대리인으로서 당사자의 의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Q: 2018년 10월 대법원 판결 이전까지 대리인들은 일본 기업과 화해를 위한 어떤 일들을 해왔는가. A: 광주 근로정신대 소송대리인단과 미쓰비시중공업은 2010년부터 2012년까지 도쿄와 나고야에서 16차례 협상을 진행했다. 일본제철도 일본 내 소송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대리인과 논의하는 과정이 있었다. 물론 이들 협상에서 어떤 결론을 내지는 못했지만, 일본 기업들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의에 나섰던 역사가 존재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2010년을 전후로 일본 사회가 그래도 유연성이 있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월급조차 주지 않고 노동을 강요한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어떤 방식으로든 책임을 회피할 수는 없다’는 분위기가 있었다. 그런데 2018년 10월 대법원 판결 확정 이후 일본 기업의 태도는 강경 일변도이다. 일본 사회의 우경화가 중요한 이유 중 하나라고 본다. 일본 기업 강경한 태도 배후에 일본 정부 있는 듯 Q: 일본 기업의 강경한 태도의 배후에는 일본 정부가 있다고 보는가. A: 그럴 것으로 추측한다. 판결 전에도 16차례 협상을 했던 기업이 판결 이후에는 일절 만나지 않는다는 게 이상하지 않은가. 2012년 일본제철 주주총회에서는 한국 대법원 판결이 확정되면 따를 수밖에 없다는 발언도 나왔다. 화해 통해, 사과와 배상 받는 게 최선의 길 Q: 지금의 한일관계는 사상 최악이라고들 한다. 그 배경에는 강제동원 판결을 꼽는다. 한일관계 타개책으로서 1)피해자 구제를 위한 2+2(한국 정부·기업+일본 정부·기업) 혹은 2+1(한국 정부·기업+일본 기업) 등에 의한 기금 방식 2)국제사법재판소(ICJ)에 대법원 판결이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을 어겼다는 일본 주장이 맞는지를 가려보자 3)대법원의 판단을 존중해 한국 정부가 일본과의 전면적인 외교전쟁을 선언하고 국민들에게도 피해를 감수해 줄 것을 설득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나온다. 이런 논의를 어떻게 보고 계신가. ICJ에서 가리자는 방안은 부적절 A: 2, 3번은 정치가 없는 방식이다. 2번은 제3자에게 사법적 판결을 하라는 것인데 정치는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것이고, 피해자의 권리구제에도 효과적이지 않다. 올 오어 낫씽(All or Nothing·전부 아니면 전무)이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한쪽 정부는 감당할 수 없는 결과일 것이다. 일본에서도 강제동원이라는 역사적 사실 자체에 대해 인정한 것은 드물지 않다. 일본 내 소송에서 하급심 법원들은 일본 기업의 불법행위를 인정했다. 후지코시 사건의 경우 “면학 기회가 있는 것처럼 기망하고 근로정신대로 권유해서 참가시킨 행위는 충분한 판단능력을 가지지 못하고 진학 기회가 제한돼 있던 어린 나이의 여성에 대해 이른바 그 약점을 파고드는 것이고, 더불어 10대 여성의 장래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어서 메이지헌법 하의 법제에서도 위법이라고 평가되는 권유방법”이라고 판시했다. 식민지 조선사람들을 속여서 일본으로 끌고 가 노예와 같은 강제노동을 시켰다는 점에 대한 양국의 공통된 인식이 존재한다. 여기서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ICJ로 가서는 역사적 사실에 대한 양국 사회의 합의를 증진시키는 것이 아닌, 사법적 판단에만 목을 매달게 할 것이다. 판단을 받기까지 시간과 비용 역시 상당할 수밖에 없다. 외교전쟁 불사 주장은 이해 안돼  3번 같은 외교적 전쟁 주장은 그 자체로 의문이다. 일부 전문가의 주장으로 알고 있는데, 수사에 불과할 뿐이다. 민주화 이후 어떤 정권이 과거사 문제에 있어서 일본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었나. 사실상 한국의 민주화 이후 피해자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조직해가면서, 식민지 시기 과거사 문제가 상수가 된 상황에서 외교적 전쟁을 주장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그리고 이러한 공방 속에서 결국 피해자들의 권리실현은 또다시 지연될 수밖에 없다. 싸울 필요가 있다면 싸워야겠지만, 목적이 무엇인지는 명확해야 하지 않겠나. 화해 통한 기금 조성, 초창기부터 논의된 방식  1번은 새로운 방식이 아니다. 강제동원 문제가 등장하였던 초창기부터 이야기되어 왔다. 독일 정부와 독일 기업들이 2차 대전에서 강제동원된 피해자들에게 ‘기억, 책임 그리고 미래 재단’을 설립하여 보상한 사례가 존재하며, 일본 기업이 중국인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중국 적십자 등을 통한 기금방식으로 배상금을 지급한 전례도 있다. 2010년 12월 11일 대한변협과 일본변호사연합회가 공동선언을 내고 기금방식의 해결에 대한 선호를 천명한 적도 있다. 기금방식이라고 하더라도 원칙은 변하지 않는다. 일본 기업이 자신들의 책임을 인정하는 전제 위에서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 의사표시를 하고, 배상금을 출연하는 것이다. 이 원칙이 지켜진다면, 기금에 다른 주체들의 참여는 탄력적일 수 있을 것이다.  소송이 아닌 기금을 통한 해결이 더욱 적절한 이유는, 소송에 참여하기 어려운 많은 피해자들의 권리까지 구제할 수 있으며, 강제동원이라는 역사적 불법행위에 대한 일본 기업들의 의사표시가 공식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소송에서는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사실을 입증해야 하는데, 연금기록 등 관련 자료가 대부분 일본에 있는 상황에서 엄격한 사법적 입증 책임의 문턱을 넘을 수 있는 피해자가 많지 않다. 또한 판결을 통해서는 손해배상금 지급만을 강제할 수 있을 뿐인데, 피해자들께서는 자신을 끌고 갔던 기업들의 사과를 원하신다. Q: 중국에서는 강제동원 피해자와 일본 기업이 개별 사안에서 화해를 했는데 왜 다른가. A: 남한과 일본, 중국와 일본이 국교정상화 과정에서 각 체결한 협정이 다르다. 조선은 일본의 식민지였고, 중국은 일본의 교전국이라는 차이도 존재한다. 그러나 피해자 규모로 인하여 일본의 대응이 다른 것이 아닌가 의심도 있다. 한국은 피해자 숫자는 강제동원위원회에서 파악된 것만 17만명이고 범위를 넓히면 104만명까지 된다는 통계치가 있다. 화해 없으면 강제동원 소송 꾸준히 늘어날 것 Q: 현재 진행 중인 강제동원 피해 관련 소송은 몇 건 정도이고, 향후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는가. A: 2018년 10월30일 판결 이전까지 제기됐던 것과 그 이후를 비교해보면, 판결 이전까지 소송 건수로는 16건이었다. 소송 1건에 피해자 숫자는 적게는 1명에서 많게는 수백명이 경우도 있으나 모든 소송을 대리하는 것이 아니어서 정확한 확인은 어렵다. 판결 이후에는 피해자 기준으로 광주 대리인단이 54명, 서울 대리인단이 30여명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日, 협정 아닌 인권 시각으로 강제동원 봐야 Q: 대리인으로서 일본 정부에 하고 싶은 말은. A: 1965년 협정과 관련해 일본 정부는 ‘청구권협정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었다’라고 반복하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서도, 일본 기업들에 의해 강제동원된 피해자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청구권협정 당시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에 양국 정부가 온전히 인식하고, 이들의 피해를 회복하기 위한 적절한 합의를 체결하지 못했다는 정황들이 다수 확인되었다. 또한 국제노동기구(ILO) 등 국제사회는 청구권협정에도 불구하고 식민지시기 피해자들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이루어지지 못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본 사법부 역시 일본 기업의 불법행위는 존재했고, 청구권협정을 통해서도 피해자들의 개인청구권은 소멸되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있다(다만, 소송을 제기할 소권이 소멸된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배보다 배꼽 더 큰 日기업 소송비용  그렇다면 일본 정부로서는 1965년의 협정만을 주문처럼 되뇌일 것이 아니라, 1990년 이후 비로소 자신의 피해를 증언하며 사회적으로 등장한 식민지 시기 여러 조선인 피해자들에게 충분한 사과와 보상이 이루어졌는지를 살피는 것이 필요하다. 청구권에서 인권으로, 관점의 전환이 필요한 것이다. 청구권협정에 대한 일본 정부의 기존 해석을 부정하라는 것이 아니라, 식민지시기 피해자에게 온전한 배상과 사과가 이루어졌는지를 살피는 방식이야말로 진정한 미래지향적 한일관계가 만들어질 수 있다.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들의 자산을 압류하는 등의 집행절차로 나아가면서 한일관계가 파탄나고 있다고 보시는 분들이 있겠지만, 그렇다면 20년 가까이 소송에서 싸워 비로소 승소한 피해자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침묵해왔던 피해자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낼 때 무너지는 양국관계라면, 그 관계는 문제다.  우스개소리를 하나 하자면 일본 기업들이 강제동원 소송에 대응하면서 국내 대형 법무법인에 막대한 변호사비용을 지불했을 것인데, 이 돈이 실제 피해자들이 청구한 손해배상금보다 클 것이다. 일본 정부든, 일본 기업이든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실질적으로 더 손해일 수 있다. ‘국제법 무시한 대법 판결 잘못’ 日 시각이 잘못 Q: 일본에서는 한일협정이란 국제법이 한국 법률보다 상위에 있는데 한국 대법원이 그걸 무시한 판결을 했다고 주장하는데. A: 비법률적인 주장이고, 사실 왜곡이기도 하다. 한국이나 일본은 국제법, 즉 국가 간 협정이나 조약을 체결하면, 그에 따른 별도의 국내법을 제정해야 하는 이원론적 법체계가 아니다. 협정을 맺고 국회 비준이 이루어지면 곧바로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지니는 일원론을 취하고 있다. 즉, 한국과 일본 모두에서 1965년 청구권협정은 그 자체로 국내법과 동등한 효력을 지닌다. 국제인권법의 경우 국내법보다 상위 효력을 지녀야 한다는 논의가 있지만, 청구권협정은 인권협정도 아니다.  청구권협정이 법률의 효력을 지닌다면, 법률에 대한 최종해석의 권한이 사법부에 있다는 3권 분립의 원칙에 따라 청구권협정의 해석권한 역시 각 국가의 법원이 가진다. 즉 한국 내에서 청구권협정에 대한 배타적이고 최종적인 해석권한은 한국 대법원이 가진다. 한국 대법원은 그 권한을 행사하여 청구권협정으로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반인도적 불법행위 손해배상채권이 소멸되지 않았다고 해석한 것이다. 해석권한을 가진 대법원이 전원합의체를 통해 13명 대법관 모두가 의견을 내며 치열하게 해석한 판결에 대해, 일본이 “한국 대법원이 국제법을 위반했다”라는 부당한 비판을 하고 있을 뿐이다. 서울, 대구, 광주 3개 지역에서 소송 진행돼 Q: 대리인단 구성은 어떻게 돼있나. A: 지역을 기준으로 할 때 서울과 대구, 광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서울에서는 법무법인 해마루가 대리인으로, 민족문제연구소,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보추협)가 지원단으로 활동하고 있다. 대구에서는 법무법인 삼일의 최봉태 변호사님이 이 소송의 시작부터 현재까지 대리인 역할을 하고 있다. 광주에서는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 하는 시민모임 등이 지원단체로, 이상갑, 김정희 변호사님들이 대리인으로 참여하고 있다. 2018년 10월 대법원 선고 이후 추가소송을 위해 대리인단 규모가 확대되었는데, 서울에서는 민변 공익변론센터, 광주에서는 광주 민변지부를 중심으로 대리인단이 구성되어 활동하고 있다. 한국보다 먼저 일본서 소송 이끈 일본인 지원에 감사 Q: 일본 측 지원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가. A: 한국에서의 소송 이전, 1990년대 일본에서 강제동원과 관련한 소송이 있었다. 모두 패소하고 2000년대에 한국에서 소송이 제기되어 결국 대법원 판결까지 내려진 것이다. 일본 소송 당시 결합하였던 일본 변호사들과 시민단체들은 한국 소송 과정에서도 많은 조력을 보냈다. 대법원 판결 이후의 방향에 대해서도 한일 시민사회가 함께 논의 중이다. 특히 일본 측 활동가들은 강제동원 문제를 일본 내에서 끊임없이 환기시키는 활동을 하고 있는데, ‘금요행동’이 대표적이다. 일본 미쓰비시 중공업 앞에서 진행되는 캠페인인데, 10년째 이어지고 있다. 우리는 일본 대사관 앞 ‘수요집회’는 많이 알지만, 정작 일본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금요행동’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일본에서 일본 기업의 책임을 묻는 활동을 그 오랜 시간 이어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울까 상상해보면 고개가 숙여진다.피해자 목소리 누군가 대변해야 Q: 대리인으로서 이번 소송에 임하는 자세라고 할까, 마음가짐은. A: 중압감이 크다. 같은 사무실에서 강제동원 사건을 같이 대리하고 있는 김세은 변호사는 ‘살얼음을 걷는 것 같다’고 한다. 집행절차에 나가가는 과정이 특히 그러했다. 일본 정부의 맹공격과 거대한 일본 기업들의 의도적인 침묵이 있다. 우리 대리인의 역할은 거대한 주체들이 서로 소리지르는 판 속에서 또 다시 배제되는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이다. 한일관계 파탄을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여기 피해자의 고통도 좀 보아달라고 이야기하는 역할 말이다. 피해자분들이 정말 고령이시다. 판결에 이긴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죽기 전에 일본 기업에게 사과를 받고 배상을 받으시는 것, 누군가는 그걸 목표로 삼아야 하지 않겠나.   [강제동원 소송 관련 일지] -2018년-  10월 30일: 대법원,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에 강제동원 근로자 1인당 1억원 배상 판결  12월 31일: 피해자 대리인, 일본제철 한국 자산 강제집행 신청 -2019년-  1월 3일: 대구지법 포항지원, 일본제철 한국 자산 압류 신청 승인  1월 9일: 일본 정부, 한일청구권협정에 근거, 한국에 협의 요청  3월 7일: 강제동원 피해자, 대전지법에 미쓰비시중공업 국내 자산 압류 신청  3월 15일: 울산지법, 후지코시 소유 국내 자산 압류 신청 승인  3월 22일: 대전지법, 미쓰비시중공업 국내 자산 압류 신청 승인  4월 4일: 강제동원 피해자 대리인, 서울중앙지법에 일본제철, 후지코시, 미쓰비시중공업, 일본코크스공업을 대상으로 추가 손해배상청구소송  5월 1일: 강제동원 피해자 대리인, 각 지방법원에 일본제철, 후지코시 국내 자산 매각 신청  5월 20일: 일본 정부, 대법원 판결과 관련한 제3국을 포함한 중재위원회 설치 한국에 요청 6월 28, 29일: 일본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서 한일정상회담 불투명 황성기 평화연구소장 marry04@seoul.co.kr
  • [2000자 인터뷰 15]이원덕 “아베, 트럼프 불러들여 원하는 것 다 얻어”

    [2000자 인터뷰 15]이원덕 “아베, 트럼프 불러들여 원하는 것 다 얻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3박4일간 화려한 일본 방문(5월25일~28일)은 외교적 동맥경화에 빠진 한국에서 볼 때, ‘아베 신조 총리가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비아냥에서부터 ‘국익을 위해서는 비판을 감수한 극진한 대접’이라는 정반대의 평가까지 다양한 시각이 존재했다.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해상자위대의 호위함에 오르고, 일본의 국기인 스모를 관람한다거나 골프, 하루 식사 3끼를 같이 하는 등 이례적인 밀월관계를 과시했다. 일본 전문가인 이원덕 국민대 교수는 “일본이 공을 들인만큼 충분한 성과를 미국으로부터 얻어낸 성공적인 외교였다”고 평가했다. 다음은 이 교수와의 일문일답. 미일정상회담으로 동맹 한층 견고해져 Q: 미일 정상회담을 어떻게 봤는가. A: 높이 평가한다. 새 일왕 레이와(令和) 시대의 1호 국빈으로 트럼프 방문에 일본은 공을 들였다. 이전부터 그랬지만 미일 동맹이 한층 견고해지고 강화됐다. 일본의 대북 정책에서도 트럼프의 지지를 얻었다. 또한 군사안보전략에서 합치된 목소리를 냈다. 인도·태평양전략, 대 중국 관계에서도 같은 노선임을 확인했다. 아베 총리로선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방일의 의미를 극대화해 국내 정치적으로 이득을 얻었다. Q: 아베 총리의 환대가 지나치다는 비판도 있었는데. A: 일본 야당이나 언론에서 비판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외교는 과정보다는 결과로 평가할 수 밖에 없다. ‘트럼프의 가이드’라는 소리를 듣고, 다소 비굴하거나 우스꽝스러운 일이 있어도 트럼프를 불러들여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다 얻었다. Q: 한국 일각에서는 미일의 밀월을 보면서, 우리 외교의 고립을 비판하는 데 정당한 비판이라고 보는가. A: 미일 관계 자체만 놓고 봐야 하는데, 견강부회적인 면은 있다. 하지만 우리가 처한 객관적인 상황을 보면 비판에 귀를 기울여 한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동력이 떨어진 지금 한국이 이니셔티브를 발휘하기 어렵다. 우리 책임이라기보다 남북관계 정체에 그 원인이 있다. 지난해만 해도 재팬패싱을 얘기한 것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다. 서훈 국가정보원장을 일본에 보내면서 “한국이 (북일관계를) 도와주겠다”고 했던 것이 지금은 역으로 된 상황이다. 이번 미일 정상회담에서 한국에 대한 언급이 단 한마디도 없는 것은 섭섭한 대목이었다. 징용 해법 없으면 한일 정상회담 무의미 Q: 6월 말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한일 정상회담이 개최될 것인지 미정이다. 필요하다고 보는가. A: 한국이 정상회담을 제안하면 일본에서 거절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문제는 한일 정상회담의 내용을 채울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한국 정부에서는 아직 강제징용 문제의 해답이 안 나온 상황이라 정상회담을 하더라도 겉돌 수 밖에 없다. 정상회담은 결코 만능이 아니다. 내용이 있는 정상회담을 위해선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해법, 미래의 로드맵을 갖고 만나야 한다. 우리가 아무 것도 손에 쥐지 않고 일본 정상을 만나 투트랙, 미래지향을 얘기해 봐야 일본이 들을 리가 없다. 한일관계 돌파구, ICJ 판단 구하는 것 Q: 지난해 대법원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승소 판결로 한일관계가 거의 종착점까지 이르렀다. 일본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이란 국제법을 어긴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칼럼, 세미나 등을 통해 대법원 판결에 대해 국제사법재판소(ICJ)의 판단을 받아보자는 주장을 펴왔다. A: 대법원 판결로 인해 공이 우리한테 넘어왔기 때문에 처리해야 할 문제임은 분명하다. 해결의 제1 시나리오는 방치, 방관이다. 제2 시나리오가 기금 방식이고, 제3 시나리오가 ICJ이다. 2, 3 시나리오 다 취할 수 있는 방식이라 본다. 다만 실효성을 따져봐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기금 방식은 어렵다. 왜냐면 기금의 대상이 확정돼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현재 법원에 관련 소송을 제기한 분이 900명에 이른다. 정부가 파악한 강제징용 피해자 추정 수치가 21만명이다. 이 가운데 노무현 정부 시절 특별법을 만들어 지원금을 지급한 게 7만 2000명 정도 된다. 기금을 조성하고 누구에게 얼마를 줄 것인지를 생각한다면 더욱 복잡해진다. 노무현 정부 때 사망자에게 2000만원, 부상자 1000만원 미만, 생환자에겐 병원비 1년에 80만원을 지급했는데, 지난해 대법원 판결은 생환자에게 1억원을 주라는 것이었다. 이렇게 되면 대상자 간에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뿐만 아니라, 외교 문제가 국내 정치화하게 된다. 그에 비해 ICJ 방식은 한일 간 이슈가 깨끗이 끝날 수 있다. 만일 ICJ에서 우리가 진다면 배상 문제는 그것으로 종결이 되는 것이고, 이긴다면 일본 기업이 배상금을 지급하면 된다. ICJ 판결까지 4년이 걸리지만 한일이 그 기간에 싸우자는 게 아니라 문제를 보류시키자는 것이다. 또한 국내에서는 우리가 ICJ에서 지면 어떡하냐고 지레 겁을 먹는다. 일본 측에도 약점이 있다. 개인청구권이 소멸되지 않았다는 점을 일본 정부도 인정한 부분이다. 한 번 해볼만한 방법이다. Q: 한국 정부는 ICJ 판단을 받아보자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 것 같다. 차선책이라면. A: 정부도 한일 외교채널 중재안, 기금안, ICJ안 등 정리는 다 해놓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선택은 최고결정권자(대통령)가 하는 것이다. 김정은, 아베와 회담으로 돌파구 찾을 수도 Q: 아베 총리가 북일 정상회담의 승인을 미국으로부터 받았다. 그런데 떡 줄 사람(김정은 국무위원장) 생각이 과연 그런지는 모르겠다. 북일 정상회담 전망은. A: 아베는 북일 교섭에 관한 모든 조건을 다 내려놨다. 조건 없이 정상회담 하자는 것이다. 선택은 북한이 하는 것인데, 답답하면 나올 걸로 본다. 북미가 안되고, 북러 결과도 신통치 않고, 남북도 정체돼 있는 상황에서 북일을 돌파구로 삼을 수도 있다고 본다. 황성기 평화연구소장 marry04@seoul.co.kr
  • [2000자 인터뷰 14]박철희 “이명박-노다 같은 정상회담이라면 안하는 게 상책”

    [2000자 인터뷰 14]박철희 “이명박-노다 같은 정상회담이라면 안하는 게 상책”

    일본의 니시무라 야스토시 관방부장관이 6월 말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한일 정상회담 개최에 부정적이라는 의견을 지난 13일 밝힌 바 있다. 국내에서는 이를 두고 일본의 속내가 처음으로 공식화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일 취임 2주년 KBS 특별대담에서 G20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한일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과 현안 전망에 대해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에게 17일 들어봤다. 오사카 G20 한일 만남 가능성 낮아 Q: G20 한일 양자회담 가능성을 어떻게 보는가. A: 높지 않다고 본다. 니시무라 부장관이 일본 정부의 마음을 일부러 드러내 분위기를 잡은 것이다. 한일 정상이 만나서 지금의 경색된 국면을 돌파할 수 있어야 하는데 실마리가 안 보인다. 회담이 열리면 강제징용 판결문제라는 현안을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현안을 얘기하자면 한국 정부가 어느 정도 시그널을 일본에 보내야 하는데, 그런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 실마리도 없는 상태에서 만나면 정상끼리 다툴 수 있다. 위안부 문제로 정상이 격돌한 2011년 이명박 대통령과 노다 요시히코 총리의 교토 회담의 재판(再版)이 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한일 정상회담이 있었으면 하지만 현재로선 공식·비공식 시그널을 찾기 어렵다. 강제징용 문제, ‘피해자 한정 조치’ 논의해야 Q: 일본 측은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강제징용 판결 문제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일본 정부가 한일청구권협정에서 규정한 중재위원회 개최 협의에 대한 한국 정부 대답을 바라는 것 같다. 다만 한국의 입장은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한다’에서 달라진 게 없다. A: 사법부 판단을 존중한다는 얘기는 피고인 일본 기업들이 피해자들에게 배상을 하라는 것이다. 즉 사법부 판단 이외의 선택은 없다는 것이기 때문에 일본과는 말문을 트기 위한 실마리는 아니다. 실마리를 찾기 위한 여러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1965년 한일기본조약을 존중하는 입장을 바탕으로 ‘사법부 판결대로 개인청구권은 남아 있지만, 정부 대 정부의 협상대상으로서의 징용판결은 종결된 것’이라고 선언하는 것도 방법 중 하나다. 일본은 한국이 대법원의 10월30일 판결을 가지고 계속 밀고 들어올 것이라는 불안이 있다. 따라서 ‘피해자 한정 조치’가 필요하다고 본다. 지금 소송이 진행되는 걸 보면 유족이나 후손들이 소송을 제기하는데, 자칫 무한정·무제한의 보상 요구로 발전할 수 있다고 일본은 보는 것 같다. 따라서 한정조치를 통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당사자는 본인에 한정한다거나 그것도 입증이 가능한 사람으로 한정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모든 법률에는 시효가 있으니, 기간의 설정도 필요하다. 이런 세 가지 한정조치를 놓고 협의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다만, 배상에 필요한 돈은 누가 낼 것인지는 논의가 더 필요하겠지만. Q: 강제징용 피해자 원고의 일본 기업 자산 매각이 현실화되면, 한일이 파탄 날 거라는 예상이 많다. A: 시간과의 싸움이다. 일본은 자국 기업 압류 자산에 대한 현금화 조치가 이뤄지면 대 한국 보복조치를 실시한다고 예고했다. 국민과 기업의 재산이 손상이 발생하면 그것을 지키는 것이 국가의 외교적 보호권 행사이기 때문이다. 시간이 얼마 없어서 안타깝다. 우리 정부도 손을 놓고 있는데, 대통령 직속으로 태스크포스를 만들거나, 대통령 직속이 부담되면 총리한테 어떻게든 문제해결의 단서를 내라고 해야 한다. 한국이 뭔가를 고민하고 풀어가려는 의지가 있다는 가시적인 게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전혀 안보인다. Q: 북핵이라는 공통의 과제부터 한일이 공동의 인식을 마련해 나가는 게 지금의 악화된 관계를 푸는 출발이 아닌가. A: 한 방법이 될 수 있지만, 일본으로선 강제징용 판결문제를 언급하지 않기는 어려울 것이다. 일본에 시그널 보내서, 우리도 고민하고 노력하고 있으니 양해해 달라고 하면서 북한문제도 협력하자고 해야 한다. 북일 정상회담에도 찬성하고, 일본인 납치문제에도 협력할 용의가 있다고 해야 한다. 오사카에서 한일 정상이 악수만 하고 회담을 안 했다는 것도, 회담을 한 것 만큼이나 뉴스이다. 한일관계 나빠도 4가지 ‘방화벽’ 필요 Q: 한일 협력이 필요한 부분은 무엇인가. A: 정치·외교가 좋지 않더라도 몇 가지 방화벽은 있어야 한다. 첫째, 정치외교적 갈등이 경제 협력에 피해가 가는 것은 막아야 한다. 둘째, 한일 갈등이 시민 간 교류의 활성화를 후퇴시키는 것도 해서는 안된다. 셋째, 미국이나 제3국 등 글로벌 협력관계를 손상시키면 안된다. 마지막으로 현 세대 갈등이 미래 세대에까지 이어지는 것만큼은 회피해야 한다. 황성기 평화연구소장 marry04@seoul.co.kr
  • [2000자 인터뷰 12]김숙현 “강제징용 문제, 한일 3개월 내 협의를”

    [2000자 인터뷰 12]김숙현 “강제징용 문제, 한일 3개월 내 협의를”

    문재인 대통령이 6월 말 일본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과 관련 9일 “일본을 방문할 텐데 아베 신조 총리와 회담할 수 있다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일본 언론에서는 지난달 ‘오사카 한일 정상회담 개최에 부정적’이라는 일본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한 보도가 나온 바 있다. 한일 관계는 1965년 국교정상화 이래 최악인 상황이다. 그 돌파구는 없는지 평화연구소는 10일 일본 전문가인 김숙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대외전략실장에게 물어봤다. 김 실장은 도쿄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동북지방의 명문 도호쿠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다 2015년부터 연구원에서 일하고 있다. 강제징용 피해자, 협의 의사도 밝혀  Q: 일본은 지난해 10월30일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해 개인청구권은 소멸됐다고 정한 한일청구권협정이란 국제법을 한국 사법부가 어겼다고 이의 해소를 요구하고 있다. 게다가 일본은 승소한 강제징용 피해자 원고가 압류한 피고인 일본 기업 재산의 현금화에 들어가면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원고 측이 일본 기업 재산의 현금화에 들어갈 것으로 보는가. A: 5월 1일 일본제철(구 신일철주금) 및 후지코시 강제동원 피해자 대리인단이 해당 기업으로부터 압류한 자산에 대해 매각명령 신청을 냈다. 대리인단 측은 생존 피해자들의 고령화를 고려해서 현금화를 늦출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힘과 동시에 협의 의사도 갖고 있다고 언급했다. 한국 법원의 매각 명령서가 일본 기업에 송달되는 기간이 약 3개월 이상 소요될 것으로 보고 포괄적인 협의의사를 갖고 있다고 밝힌 것이다. 일본 기업 재산에 대한 현금화에 들어간 상황인데, 협의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어 한일 정부 간 조율이 적어도 3개월 내에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본다. 그렇지 않으면 한일 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이를 수 있다. 일본의 경제보복, 부분적 영향 미칠 수도 Q: 일본이 한국에 대해 취할 수 있는 조치란. A: 경제보복 조치가 예상된다. 첫째, 일본에 진출한 한국 기업 및 한국 상품에 대한 압박을 생각할 수 있다. 세무사찰, 외환관리, 노무관리, 환경 및 안전기준 준수 여부 조사 등을 시행하거나, 한국 및 한국 기업과 상품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확산시키고 한류 컨텐츠 관련 방송을 억제할 수도 있다. 둘째, 보이지 않는 금융제재의 단계적 강화이다. 현재 일본계 은행의 한국에 대한 여신 규모는 586억 달러로, 이들 자금의 부분적 회수 압박도 가능할 것이다. 일본계 신용평가기관 등에게 한국 관련 채권 신용평점을 낮추라는 행정 압력을 가할 수 있는데, 이런 일본의 제재로 한국 경제가 혼란을 겪을 가능성은 낮지만, 개별 기업이나 금융기관 등은 금융조달 비용의 증가에 따른 피해 가능성도 있다. 셋째,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긴 하나 한국의 중요 수출부분인 반도체에 필요한 불소나 디스플레이 제조에 필요한 평관판, 배터리(양음극제) 등 이른바 전략물자에 대한 수출 규제시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된다. 실제로 수출규제를 언급하기보다 수출제한 가능성 검토 및 자본 철수 위협을 노출시키면서 우회적 파급효과를 노릴 가능성도 있다. 외교적 실리 위해 정부간 협의해야 Q: 강 대 강의 조치를 서로가 취하면 한일관계는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나락의 상태로 빠질 것이다. 대책은 무엇인가. A: 대책은 한일 간 정부 당국자 간 협의와 조정뿐이다. 일본 정부는 한국정부가 입장을 조속히 밝히길 촉구하고 있는 상황인데 비해, 한국 정부는 이렇다 할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한일 위안부 합의의 재검토라는 전례가 있었듯이 국내 정서를 고려해 쉽사리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한일 관계는 국내문제가 아니라 외교문제라는 점에서 국내 요인을 지나치게 고려하여 외교적 실리를 놓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Q: 국내 일각에서 국제사법재판소(ICJ)에 한국 사법부의 판단의 옳고그름을 물어보자는 의견이 있다. 또한 일본 정부에서 말하는 ‘청구권협정에서 분쟁이 발생했으니 협정이 규정한 중재위원회에 먼저 판단을 구해보자’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제사법재판소 회부 바람직하지 않아 A: ICJ에 가려면 한국과 일본 양국 모두 찬성해야한다. 설사 ICJ 판결을 받는다고 할지라도 근본적인 한일 간 현안들은 모두 과거 식민지 지배에 대한 불법성과 연관되어 있고, 궁극적으로는 감정적 문제이다. ICJ에서 한국이 승소하더라도 일본 측이 하루아침에 입장을 달리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한국이 패소한다면 국민들이 수용할 수 있을까. 어려운 부분이다. ICJ에 제소하더라도 현 정권 임기 내에 판결이 나올 가능성도 없다. 차기 정부에게 공을 넘기겠다는 것으로 밖에 보여지지 않는다. 무엇보다 한일 간 문제를 제3자 혹은 제3의 기관에게 판단을 받는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일본 측이 주장하는 중재위원회도 마찬가지이다. 일본이 제안한 중재위원회도 한일 각 정부가 한명 씩 임명하는 위원과 제3국 위원을 포함해 3명으로 구성하는 것인데, 제3국 위원 선임문제 등이 있어 쉽게 진행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Q: 한일 정상이 만나, 허심탄회하게 현안을 논의해야 한다는 한일관계 원로들의 제안도 있다. 과연 한일 정상회담으로 현안이 해소될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까. A: 한일 두 정상이 만나는 것이 제일 바람직하다. 그러나 이렇게 현재 한일 정상 간 근본적 신뢰가 없는 상황에서 ‘무조건’적으로 만난다고 뭔가 해결이 될 수 있을까. 정상이 만나기 전에 당국자 간 협의와 조정이 선행돼야 한다. 다만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한일 간 정상은 회담 3차례, 전화통화 17차례 이상 등 박근혜 정부시절에 비해 소통은 강화되었다. 배경에는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 등 한반도 관련 정세변화가 있었다. 지금 유일하게 한일문제가 해소될 실마리는 북한 관련 현안에 대한 정보공유 및 소통이라 할 수 있는데,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이후 현재로서는 이것도 여의치 못한 상황이다. 북일 정상회담, 당분간 실현 어려워 Q: 얘기를 바꿔서, 최근 부쩍 일본 측에서 제기되고 있는 아베 신조 총리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 문제다. 문 대통령이 지난달 15일 제안한 남북정상회담은 물론, 북미 협상 재개에 대해서도 반응이 없는 평양이 과연 북일 정상회담을 추진할 동력이 있는가. A: 지난 4일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발사와 관련해 아베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전화통화를 했고, 여기서도 아베총리는 납치문제 해결을 위해 김 위원장과 조건 없이 만나야 한다면서 북일 정상회담에 대한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북한은 납치문제 해결이 2014년 스톡홀름 합의에 의해 해결됐다는 입장이고, 현 시점에서 아베 총리와 조건없는 대화를 한다고 할지라도 북한이 가져갈 수 있는 이득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아베 총리 입장에서는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이 외교적 성과나 리더십 보여주기에는 적절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김정은 위원장의 의지이다. 현재 북미 간 협상을 통한 비핵화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일 정상회담을 추진할 만한 여력이나 동력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리고 북미관계가 개선되면 북한은 보다 높은 몸값으로 일본과 협상할 수 있는데 확실한 카드를 쉽게 써버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Q: 일본이 과거와는 달리 북일 정상회담에 의욕을 보이는데, 그 이유는. A: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북미 간 협상과 한반도 정세변화에 일본이 뒤처지길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미일동맹 강화의 저변에는 중국을 견제하면서 동시에 동북아시아에서 일본의 위상과 영향력을 유지하고 제고하기 위한 것이다. 북미 정상회담 두차례, 북중 정상회담 네차례, 남북 정상회담 3차례, 북러 정상회담이 열렸는데도 일본만 북한과 정상회담을 갖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불편하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국내적 요인이다.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는데, 아베총리의 지지율은 40%대로 그다지 국민적 인기는 높지 않다. 납치문제 해결은 아베 총리가 집권 초기부터 강조한 사안으로 납치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국내적으로 유리하다. 북일 정상회담이 성사되어 설사 아무런 진전이 없다고 할지라도 작년 9월 아베 총리가 유엔에서 연설했던 바와 같이, 납치문제 해결을 위해 김정은 위원장과 대화하겠다는 의지를 행동으로 보였다는 점에서 성과없는 북일 정상회담도 아베총리에게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아니다. Q: 흔히 북일 관계 개선은 비핵화 퍼즐의 마지막에 끼우는 조각이라고 한다. 북미 관계 개선에 앞서 북일이 먼저 갈 가능성이 있는가. A: 북미관계 개선이 어느 정도 진전이 있어야 가능할 것이다. 과거 미소 냉전기였던 1971년 7월 헨리 키신저 국무장관이 비밀리에 방중하고, 1972년 2월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자, 일본은 그해 9월에 중국과 국교정상화를 먼저 했다. 이미 키신저와 닉슨 대통령의 방중으로 미중 화해분위기가 조성되어 있었고, 중일은 경제적으로 충분한 교류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북일과는 다른 것이다. 일본 단독으로 북일 관계 개선을 추진하기에는 미일 동맹이라 는 큰 틀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어려울 것이다. 황성기 평화연구소장 marry04@seoul.co.kr
  • [황성기 칼럼] 한·일은 파탄을 두려워 말라

    [황성기 칼럼] 한·일은 파탄을 두려워 말라

    세간에 알려지지 않은 2008년 금융위기 때 얘기다. 위기의 불똥이 독감 백신 원료를 일본에서 수입하던 국내 업체에까지 튀었다. 2007년 100엔에 700원대이던 엔·원 환율이 그해 연말 사상 최고치인 1600원대까지 치솟은 것이다. 일본에 지불해야 할 대금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업체 대표는 발만 동동 굴렸다. 수입을 줄이면 되지만, 그렇게 되면 대한민국에서 독감 백신 대란이 일어날 것은 불 보듯 했다. 결국 대표는 일본으로 달려갔다. 사정을 털어놓자 백신 원료를 공급해 주던 일본 업체는 흔쾌히 가격을 깎아 줬다. 당시 일본에는 독감 백신을 제조하는 업체가 6곳 있었다. 5곳이 일본 국내 공급을 전담하고 1곳만이 한국 등에 원료를 공급하고 있었다. 당시 일본 업체는 거래처인 한국 업체와의 수십년 신의를 고려해 값을 내려 주고, 원료 공급에도 차질이 없도록 해 줬다. 백신 원료를 전량 수입하던 시절이다. 대표는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등골이 오싹하다”고 한다. 그러면서 “지금도 제약업계에서는 한·일 간의 정치적 위기에도 상관없이 상생하는 일들이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과 일본의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아베 신조 총리의 “한국 대법원 징용 판결은 국제법 위반” 발언(1월 1일)에 외교부가 유감을 표명하고, 문재인 대통령의 “일본 정부는 좀더 겸허해져야” 언급(1월 10일)에 외무성 부대신이 “심히 유감”이라고 되쳤다. 양국 정상의 발언에 대해 외교 당국자가 신경질적으로 일일이 대응하는 것은 근래에 드문 일이다. 서로 대포만 안 쐈지 ‘할 테면 해봐라’ 식의 전쟁 일보 직전 위기가 아닐 수 없다. 지난해 10월 강제징용 판결이 지금 한·일 위기를 불렀지만, 뿌리는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에 있다. 1951년부터 시작된 한·일의 국교정상화 협상은 근본적인 문제는 외면한 채 정치 타결로 끝났다. 일제 식민지배가 합법(일본)이냐 불법(한국)이냐를 협정에 분명히 하지 못했다. 한국이 첫 회담부터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제기하자 일본이 맹반발하고 미국이 얼른 개입해 봉인해 버렸다. 외과 수술로 치면 몸 안에 메스를 놔두고 봉합한 것이다. 한·일의 지난 54년은 청구권협정이란 부실한 불쏘시개로 일제 강점이란 역사 문제를 강제 소각시키려 한 과정이었다.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전제로 한 대법원 판결이 보여 주듯 결코 태울 수 없는 불완전 연소였는데도 말이다. 한·일이 식민지배의 불법·합법성, 개인청구권의 소멸 여부를 명명백백 가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이 기회를 놓치면 다 타지 못한 역사 문제로 언제든 불타오를 수 있다. 한·일이 65년 이전으로 돌아가야 할지도 모르고 그래서 파국을 맞을 수도 있지만, 각오를 해야 한다. 일본은 링에 올라와 있다. 법원이 배상판결의 강제집행 신청을 받아들이자 분쟁 상태라 보고 국제사법재판소(ICJ)에 끌고 가기 위한 전 단계로 우리 측에 외교 협의를 요청했다. 우리는 총리실 주도로 관계 부처 대책을 짜고 있다고 하나 두 달 넘게 감감무소식이다. 한국 정부 책임하의 징용 피해자 보상, ICJ 회부 등의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으나 이참에 협정의 근본을 따져 화근을 남기지 않는 게 더 중요하다. 양국의 포털 사이트를 보면 반일에 비해 반한·혐한 보도가 압도적으로 많은 데 놀란다. 2000년대까지 한국의 반일 보도가 양적에서 우세했으나 지금은 한국은 무관심에 가깝고 일본 혼자서 지글지글 들끓는다. 2002년 김정일·고이즈미 평양 정상회담 이후 일본에 불어닥친 ‘북한 때리기’가 십수년 지나 ‘남한 때리기’로 바뀐 느낌이다. 한국에 대한 혐오와 증오가 증식되는 게 남의 나라 일이라고 방치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1000만명이 왕래하고 물건, 돈이 자유롭게 오가는 21세기에 외교 대립이 뭔 대수냐 할 수 있다. 그러나 양국의 정치 갈등이 앞서 든 제약회사 사례와 같은 풀뿌리 관계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은 옳지 않다. 파탄과 관계 회복의 갈림길에 왔다. 단기처방, 백약이 무효한 시대다. 파탄을 두려워 말고 한·일이 끝까지 싸워 보기를 권한다. 파탄 뒤의 후유증이 두렵거나 역사에 오명을 남길 것 같다면 두 지도자가 무릎을 맞대는 길밖에 없다. 문 대통령이나 아베 총리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 북·일 정상회담에 관심이 팔려 있다. 현해탄을 끼고 번지는 가까운 불부터 끄는 게 순서다. 정상의 셔틀외교가 7년간 중단된 지금의 한·일은 정상이 아니다. 논설위원 marry04@seoul.co.kr
  • 전범 망각한 日, 금도 넘은 여론몰이… 한국 대응전략은 ‘절제’

    2011년 위안부 중재위 요청은 묵살 이번엔 기한 못박아 공식 협의 요구 국제사법재판소 제소 수순 밟는 듯 “한국 여론전 안 밀려… 신중 대응을” 지난해 10월 대법원의 일제 강제노동 피해자 배상 판결 이후 일본 고위 관료들의 과도한 언사와 일본 정부의 외교적 결례가 금도를 벗어낫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특히 일본은 지난 9일 한국에 첫 외교적 공식 협의를 요청하면서 일방적으로 ‘30일 이내’라는 답변 시한을 제시했다. 일본은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판결 직후 도발적 언사를 동원했다. 고노 다로 외무상은 지난해 11월 “(대법 판결은) 폭거이자 국제질서에 대한 도전”이라며 “한국 측이 적절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모든 수단을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엄포를 놓았다. 한국 침략과 태평양전쟁 등을 일으켜 수많은 인명을 살상한 전범국으로서 반성은커녕 오히려 피해국에 호통을 치는 안하무인적 행태를 보인 것이다. 지난 9일 한국 정부에 ‘30일 이내’라는 시한을 제시한 것도 제국주의적 만행을 망각한 적반하장 격 행태라 할 수 있다. 최근에는 일본 초계기가 한국 광개토대왕함에 저공 위협을 해놓고도 광개토대왕함이 추적레이더를 조준했다며 일방적 비판을 가하기도 했다. 일본은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에 따라 중재위원회 구성을 요구할 전망이다. 중재위원은 총 3명으로 양국이 각각 1명씩 추천하고 나머지 1명은 중립적인 위원으로 정한다. 일본은 청구권협정으로 강제동원 피해자의 개인청구권이 사라졌다고 주장한다. 반면 한국은 국가 간 협정이 개인청구권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중재위 자체는 열린 적이 없다. 2011년에는 한국이 한·일 위안부 협정과 관련해 중재를 요청했지만 일본이 응하지 않았다. 이어 일본은 국제사법재판소(ICJ)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역시 한국의 동의 없이 재판이 성립될 수 없지만, 국제 여론전을 통해 승부를 보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 외교부 관계자는 “한국이 국제사회 여론전에 밀리는 것 아니냐고 하는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절제된 반응을 하는 게 더 장기적으로 한국의 신용도를 높이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부터 총리실을 중심으로 강제노동 피해자 구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한국 정부가 맞불을 놓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일본의 급한 행보에 말려들 필요가 없다”며 “충분히 검토하면서 신중하게 대응책을 마련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금도 넘은 日 여론몰이, “한국 차분히 맞서라”

    금도 넘은 日 여론몰이, “한국 차분히 맞서라”

    지난해 10월 대법원의 일제 강제노동 피해자 배상 판결 이후 일본 고위 관료들의 과도한 언사와 일본 정부의 외교적 결례가 금도를 벗어낫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특히 일본은 지난 9일 한국에 첫 외교적 공식 협의를 요청하면서 일방적으로 ‘30일 이내’라는 답변 시한을 제시했다. 일본은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판결 직후 도발적 언사를 동원했다. 고노 다로 외무상은 지난해 11월 6일 “(한국 대법원의 판결은) 폭거이자 국제질서에 대한 도전”이라며 “한국 측이 적절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모든 수단을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엄포를 놓았다. 한국 침략과 태평양전쟁 등을 일으켜 수많은 인명을 살상한 전범국으로서 반성은커녕 오히려 피해국에 호통을 치는 안하무인적 행태를 보인 것이다. 지난 9일 한국 정부에 ‘30일 이내’라는 시한을 제시한 것도 제국주의적 만행을 망각한 적반하장 격 행태라 할 수 있다. 최근에는 일본 초계기가 한국 광개토대왕함에 저공 위협을 해놓고도 광개토대왕함이 추적레이더를 조준했다며 일방적 비판을 가하기도 했다. 일본은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에 따라 중재위원회 구성을 요구할 전망이다. 중재위원은 총 3명으로 양국이 각각 1명씩 추천하고 나머지 1명은 중립적인 위원으로 정한다. 일본은 청구권협정으로 강제동원 피해자의 개인청구권이 사라졌다고 주장한다. 반면 한국은 국가 간 협정이 개인청구권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중재위 자체는 열린 적이 없다. 2011년에는 한국이 한·일 위안부 협정과 관련해 중재를 요청했지만 일본이 응하지 않았다. 이어 일본은 국제사법재판소(ICJ)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역시 한국의 동의 없이 재판이 성립될 수 없지만, 국제 여론전을 통해 승부를 보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 외교부 관계자는 “한국이 국제사회 여론전에 밀리는 것 아니냐고 하는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절제된 반응을 하는 게 더 장기적으로 한국의 신용도를 높이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부터 총리실을 중심으로 강제노동 피해자 구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피해 구제 기금을 만드는 방안이 대표적이지만 일본 기업의 자발적 참여가 가능할지 현재로서는 미지수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한국 정부가 맞불을 놓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일본의 급한 행보에 말려들 필요가 없다”며 “충분히 검토하면서 신중하게 대응책을 마련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文대통령 “강제징용 배상판결, 한·일 기본협정 부정 아니다”

    文대통령 “강제징용 배상판결, 한·일 기본협정 부정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에서 누카가 후쿠시로 한·일 의원연맹 회장 등 일본측 대표단을 만나 사법부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화해치유재단 해산, 강제징용 배상 판결 등에 대한 의견을 밝혀달라’는 누카가 회장의 요청에 “강제징용노동자 문제는 사법부의 판결이다. 일본도 그렇듯 한국도 3권 분립이 확고해 한국 정부는 이를 존중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이어 “이번 대법원 판결도 한·일 기본협정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다만 기본협정은 유효하지만 노동자 개인이 일본 기업에 대해 청구한 손해배상 청구권까지 소멸된 건 아니라고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정부 부처와 민간, 전문가들이 모여 해법을 모색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이 문제에 대해 양국민의 적대 감정을 자극하지 않도록 신중하고 절제된 표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양국 간의 우호 정서를 해치는 것은 한·일 미래 관계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지난 2일 해외순방 중 기내간담회에서도 문 대통령은 과거사 문제와 한·일 협력관계를 분리해 접근하겠다는 이른바 ‘투트랙 전략’을 밝힌 바 있다. 이에 한·일 의원연맹의 시이 가즈오 고문은 “징용공 문제의 본질은 식민지배로 인한 인권 침해에 있다. 한·일은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 회복을 위해 같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청구권 협정에서 청구권 문제는 해결되었다고 하더라도 개인의 청구권이 소멸되지 않았다는 것은 최근 일본 정부도 국회 심의답변에서 답변한 바 있다”며 “그런 차원에서 양국이 전향적으로 계속 노력해 나갔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누카가 회장도 “개인청구권이 아직 소멸되지 않았다는 것은 일본 정부도 인정하고 있다. 한편 이것은 외교보호권을 포기했다는 인식도 있기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한·일 양국 정부가 서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과거사를 직시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것과 양국 간 미래지향적 발전 관계는 별개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점에는 취임 때부터 지금까지 변함이 없다”며 한·일간 미래지향적 관계가 지속될 수 있도록 노력해 주길 당부했다. 또한 일본측에 한반도 평화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를 요청했다. 일본 의원 대표단은 이날 서울에서 열린 한·일 의원연맹 합동총회 참석을 위해 전날 방한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아베에 반기 든 日변호사들 “징용 개인청구권 소멸 안돼”

    “완전하고 최종적 해결” 아베 설명은 잘못 “日 국제사법재판소 제소해도 질 가능성 커” 미쓰비시, 中 피해자 위한 기금 연내 설립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해 일본의 변호사 등이 자국 정부의 대응을 비판하며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촉구했다. 가와카미 시로 변호사와 야마모토 세이타 변호사는 5일 도쿄 참의원회관에서 ‘한국 대법원 판결에 대한 변호사들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공동성명 자료에는 변호사 89명, 학자 6명 등 95명의 이름이 적혀 있었지만 가와카미 변호사는 “추가 서명자가 있어 현재까지 100여명이 동참했다”고 밝혔다. 공동성명은 “피해자와 사회가 받아들일 수 없는 국가 간 합의는 징용공 문제의 진정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개인 청구권이 소멸한 것이 아니다”라며 “개인의 배상청구권이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아베 신조 총리의 설명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2007년 중국 피해자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일본 최고재판소(대법원)가 “재판상 권리가 상실됐다”고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리면서도 “청구권이 소멸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힌 점, 일본 정부 측도 앞서 그와 유사한 입장을 밝혔던 점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성명은 패소한 피고인 신일철주금(옛 신일본제철)에 대해서는 “자발적으로 인권침해 사실과 책임을 인정, 그 증거로서 사죄와 배상을 포함해 피해자와 사회가 받아들일 수 있는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가와카미 변호사는 이날 설명회에서 “일본 정부 대응에 대해 ‘이대로 좋은가’라는 의문이 변호사들로부터 제기됐으며 판결과 관련해 중요한 의미가 시민에게 전달되지 않아 이런 자리를 마련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야마모토 변호사는 “일본이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해도 질 가능성이 크다”며 “피해자 개인의 청구권이 소멸하지 않은 데다 국제법상으로도 피해자는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의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을 거부하고 있는 일본 기업이 중국 쪽에는 기금까지 설립해 금전적 지원을 할 계획이라고 교도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강제징용 관련 기업인 미쓰비시머티리얼(옛 미쓰비시광업)은 중·일 평화우호조약 체결 40주년을 맞아 중국 측 피해자에 대한 화해금 지급을 담당할 ‘역사인권평화기금’을 연내에 설립하기로 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아베에 반기 든 日변호사들 “징용 개인청구권 소멸 안돼”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해 일본의 변호사 등이 자국 정부의 대응을 비판하며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촉구했다.  가와카미 시로 변호사와 야마모토 세이타 변호사는 5일 도쿄 참의원회관에서 ‘한국 대법원 판결에 대한 변호사들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공동성명 자료에는 변호사 89명, 학자 6명 등 95명의 이름이 적혀 있었지만 가와카미 변호사는 “추가 서명자가 있어 현재까지 100여명이 동참했다”고 밝혔다.  공동성명은 “피해자와 사회가 받아들일 수 없는 국가 간 합의는 징용공 문제의 진정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개인 청구권이 소멸한 것이 아니다”라며 “개인의 배상청구권이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아베 신조 총리의 설명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2007년 중국 피해자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일본 최고재판소(대법원)가 “재판상 권리가 상실됐다”고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리면서도 “청구권이 소멸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힌 점, 일본 정부 측도 앞서 그와 유사한 입장을 밝혔던 점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성명은 패소한 피고인 신일철주금(옛 신일본제철)에 대해서는 “자발적으로 인권침해 사실과 책임을 인정, 그 증거로서 사죄와 배상을 포함해 피해자와 사회가 받아들일 수 있는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가와카미 변호사는 이날 설명회에서 “일본 정부 대응에 대해 ‘이대로 좋은가’라는 의문이 변호사들로부터 제기됐으며 판결과 관련해 중요한 의미가 시민에게 전달되지 않아 이런 자리를 마련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야마모토 변호사는 “일본이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해도 질 가능성이 크다”며 “피해자 개인의 청구권이 소멸하지 않은 데다 국제법상으로도 피해자는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의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을 거부하고 있는 일본 기업이 중국 쪽에는 기금까지 설립해 금전적 지원을 할 계획이라고 교도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강제징용 관련 기업인 미쓰비시머티리얼(옛 미쓰비시광업)은 중·일 평화우호조약 체결 40주년을 맞아 중국 측 피해자에 대한 화해금 지급을 담당할 ‘역사인권평화기금’을 연내에 설립하기로 했다.  미쓰비시는 중국인 피해자들이 2014년 중국 법원에 제기한 강제징용 배상 소송과 관련해 2016년 피해자 3765명에게 1인당 10만 위안(약 1635만원)을 지급하는 내용의 화해에 합의했다. 당시 미쓰비시는 ‘통절한 반성의 뜻’을 표하면서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한 ‘종국적·포괄적 해결’을 위해 기금을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미쓰비시는 신일철주금 등과 마찬가지로 한국인 피해자에 대해서는 배상은 물론 화해도 거부하고 있다. 일본 측은 “식민지배 당시의 조선인 강제동원은 1938년 제정한 국가총동원법에 의한 적법 행위로, 일본에 의해 침략을 당했던 중국과는 사정이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사설] 강제징용 배상 첫 판결, 한·일 정부 무겁게 받아들여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어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일본 신일철주금(옛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재상고심에서 “피해자들에게 각각 1억원을 배상하라”는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배상청구권이 소멸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신일철주금은 가해자인 구 일본제철과 법적으로 동일한 회사이므로 배상 책임을 지고, 가해자인 신일철주금이 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 원칙상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2005년 2월 소송을 시작한 지 13년 8개월 만이다. 재판이 5년이나 지연되는 바람에 원고 3인이 이미 세상을 떠나 홀로 남은 94세의 이춘식씨는 “기쁘고 슬프다”고 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결은 네 가지 쟁점에 대해 2012년 5월 대법원의 판결을 그대로 인용했다. 즉 피해배상을 부정한 일본 최고법원의 판결은 우리 헌법에 어긋나고,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개인의 청구권도 소멸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2012년 5월 대법원 판결 직후 정부가 ‘경제협력자금 3억 달러로 손해배상청구권 소멸’이라고 인식했지만, 이번에 대법원은 불법적인 식민지배와 반인도적 행위로 피해를 입은 개인의 손해배상청구권이 3억 달러에 포함돼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사법적 판단을 내렸다. 대법원은 일본의 식민지배가 합법적이라는 인식을 토대로 한 일본 법원과 달리 일본의 한반도 강점은 불법적으로 우리의 헌법 정신에 어긋난다고 한 것이다. 남은 과제는 정부가 어떻게 대응하느냐다. 일본 정부가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하는 등 강경 대응을 검토할 것으로 보여 한·일 관계에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이 높다. 외교부는 “이번 판결이 한·일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양국이 지혜를 모아야 할 필요성을 일본 측에 전달하고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신일철주금의 국내 강제 집행도 가능하지만 그럴 경우 한·일 관계는 파국으로 치달을 것을 각오해야 한다. 이미 강제징용자에게는 박정희 정부 시절과 2008~2015년 두 차례에 걸친 정부 보상이 있었다. 또 2014년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설립돼 활동 중이다. 재단은 일본 기업이 양심적·자발적으로 출연하길 바랐으나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신일철주금이 지분을 가지고 있는 포스코만 100억원을 출연하기로 했다. 양국 정부는 한·일 관계를 해치지 않으면서 진정한 화해와 치유를 모색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 대법관 2명 “청구권으로 최종 해결” 반대 의견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일본 기업인 신일철주금(옛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재상고심을 심리한 김명수 대법원장 등 13명의 대법관 중 권순일·조재연 대법관 2명만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에 따라 우리 국민이 일본이나 일본 국민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제기할 권리행사가 제한된다고 봐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또 대법관 4명이 신일철주금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7명의 다수 의견과는 다른 근거를 제시했다. 김재형·김선수 대법관은 보충 의견을 냈다. ●“강제동원 위자료, 청구권 제외” 보충 의견 권순일·조재연 대법관은 “청구권협정에 의하여 대한민국 국민이 일본 또는 일본 국민에 대하여 가지는 개인청구권이 바로 소멸되거나 포기되었다고 할 수는 없다”면서도 “하지만 소송으로 개인청구권을 행사하는 것은 제한되게 되었으므로, 원고들이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국내에서 강제동원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 소송을 제기하는 권리는 제한된다”며 사건을 원고 패소 취지로 파기환송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두 대법관은 청구권협정 2조 1항 때문에 이렇게 판단했다. 2조 1항에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이란 문구가 있는데, 이는 한·일 간 청구권이 정부대 정부뿐 아니라 두 나라 국민 사이에서도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되었다는 뜻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김재형·김선수 대법관은 “청구권 협정의 문맥, 목적, 문언에 나타난 통상적인 의미에 따라 해석할 경우 청구권협정에서 말하는 청구권에 강제동원 위자료 청구권이 포함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보충 의견을 제시하며 다수 의견에 한층 힘을 실었다. ●“재상고심 빠르게 결정 했어야” 지적도 이기택 대법관은 “이미 2012년 5월 대법원 소부(주심 김능환)에서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이 청구권협정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했고, 그 환송 판결의 기속력에 의하여 재상고심인 이 사건에서도 같은 판단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속력이란 파기환송심 등에서 상급심 판단을 따르는 것을 말한다. 이 대법관 견해에 따르면 2013년 7월 서울고법 파기환송심에서 패소한 신일철주금이 재상고를 했더라도 재상고심은 첫 상고심 판결대로 빠르게 결정을 내렸어야 한다는 것이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사법농단’ 핵심 ‘일제강제 징용’ 김명수 대법 결론은

    ‘사법농단’ 핵심 ‘일제강제 징용’ 김명수 대법 결론은

    2005년 소송제기→1·2심 “개인청구권 소멸”→2012년 대법 1부 “소멸 되지 않았다”→2013년 일본 기법 상고→2018년 10월 30일 대법 결론은?대법 판결 딜레마…인용시 대법판결 국제재판 우려, 기각시 여론 역풍 예상임종헌 전 법원행정처장의 구속을 몰고온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와 관련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청구소송 재상고심’ 판결이 30일 나온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소송 시작 13년 만인 이날 내릴 결론에 주목된다. 전원합의체에는 김명수 대법원장도 참여한다.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은 2005년 소송을 냈지만 1·2심 재판부는 배상시효가 지났다는 등 이유로 기각했다. 그러나 2012년 5월 대법원 1부(주심 김능환)은 한일청구권협정으로 개인청구권은 소멸하지 않았고 소멸시효도 완성되지 않았다고 파기 환송해 2심으로 돌려보냈다.파기환송심은 대법원 판결 취지대로 배상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했고, 일본 기업들이 불복하며 사건은 2013년 8월 대법원에 다시 접수됐다. 이후 사건은 올 7월에야 전합에 회부됐다. 이 과정에서 ‘양승태 사법부’가 재판거래를 위해 외교부 의견서를 독촉해 제출받는 등 고의로 판결을 늦췄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쟁점은 우선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원고들 개인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소멸됐는지다. 협정은 양국 국민의 재산, 권리 및 이익과 청구권 문제를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한다고 돼 있다.대법원의 파기 환송에 따라 서울고법과 부산고법은 피고인 신일본제철(현 신일철주금)과 미쓰비시 중공업이 피해자 1인당 8000만~1억원씩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고, 다른 유사 사건 하급심에서도 대법원 판결에 따라 원고 승소 또는 일부 승소 판결이 나와 있다. 신일본제철 주장처럼 배상 소멸시효가 완성됐는지도 쟁점이다. 2012년 대법원은 소송이 제기된 2005년 2월까지는 “원고들이 대한민국에서 객관적으로 권리를 사실상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보고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줬다.그러나 2005년 2월을 청구권 행사에 장애가 없어진 시점으로 봐도 그로부터 13년여 지난 현재는 민법 766조2항이 규정한 소멸시효 10년을 넘긴 상태다. 개인 청구권이 인정되더라도 배상시효는 끝났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올 수도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사건을 담당하는 김세은 법무법인 해마루 변호사는 “2005년 민관공동위원회가 식민지배와 직결된 불법행위로 인한 손배청구권은 청구권협정으로 해결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발표한 뒤에도 (1·2심)법원에선 계속 기각 판결을 했다”며 “그래서 2005년부터 소멸시효를 기산하면 안 된다”고 지적한 것으로 뉴스1이 전했다. 한일 관계 문제는 법리논쟁은 아니지만 대법원이 고려할 수 있어 쟁점 중 하나로 꼽힌다. 대법원이 배상판결을 인용하면 일본 정부가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할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65년 체결된 한일청구권 협정 문제가 전후 국제 질서와 관련된 불복 분쟁으로 비화될 수도 있다.반면 대법원이 일본 기업 측의 배상의무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하면 국내 여론의 역풍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강제징용 피해자가 우리 정부를 상대로 낸 소송은 원고 패소로 확정됐다. 2012년 5월 10일 대법원 민사2부(주심 이상훈)가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의 상고심에서 “피해자들의 개인청구권은 한·일협정으로 소멸됐다”며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한 바 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대법 개인청구권 인정시 日기업 압류 우려”…“한일 화해·협력 위해 상대 입장서 이해를”

    “대법 개인청구권 인정시 日기업 압류 우려”…“한일 화해·협력 위해 상대 입장서 이해를”

    “대법원이 개인청구권을 인정해 원고(한국인 징용피해자) 승소 판결을 내렸을 경우, 일본 기업의 자산 압류 집행 등이 우려된다. 한일 양국이 외교적 묘책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에서 한일 관계에 치명적인 균열도 예상된다. 양국의 대북 현안 협력 등 안보문제, 경제 및 투자에 대한 막대한 영향도 걱정된다” 다케다 하지무 아사히신문 서울특파원은 26일 사단법인 한일미래포럼(운영위원장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 주최로 서울 을지로 한국국제교류재단 글로벌센터 세미나실에서 열린 ‘동북아 언론인과 시민사회의 역사인식, 그리고 대화와 소통’을 주제로 한 세미나에서 일제 징용공피해자 문제에 대해 이 같은 우려를 쏟아냈다. 다케다 특파원은 오는 30일 대법원의 일제 때 징용 피해자들의 신일본제철(신닛테츠스미킨)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 최종판결을 앞두고 한일 간 갈등 및 일본내 반한감정 확산 등을 우려했다. 요미우리신문의 오카베 유지로 특파원도 같은 우려를 보이면서도, “한국과 일본은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라면서 일본이 진정어린 반성의 마음을 가지는 대전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청구권협상 등 한일관계 전문가인 유의상 외교부 전 표기명칭대사는 이날 세미나 직후 가진 전문가 간담회에서, “오는 30일 대법원 판결에서 원고 승소판결이 내려진 이후, 우리 정부가 해당 일본 기업의 자산 압류 집행 등은 유예하면서, 이미 국내에 설립돼 있는 강제징용피해자 재단 등에 대한 우리 기업 등의 관련 출연금 확대 및 활동 강화 등을 통해 피해자 보상과 정의의 실현이라는 방안도 현실적으로 가능한 대안으로 논의되고 있다”고 말했다. 유 전 대사는 이 같은 방안은 민족적 자긍심을 고양하면서도, 일본측에 대한 우리의 명분을 강화시킬 수 있다는 측면이 있고, 또 관련 재단에 대한 일본 기업들의 출연 기회도 열어 놓아, 일본측의 실질적인 반성 참여를 유도하는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날 간담회에서 “기존의 강제징용피해자 재단에 대해 신일본제철과 깊은 연계 관계를 갖고 있는 포스코가 이미 60억원 규모의 출연을 했지만, 출연금을 더 늘리고, 도로공사 등 공익적인 기관들의 참여도 열어놓으면서, 뜻있는 일본 기업들의 자발적인 출연도 가능하도록 여지를 두는 것도 현실적인 방안”이란 지적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한일관계 쟁점과 미래지향적인 대안 모색”이란 주제 발표를 한 이면우 세종연구소 부소장은 “위안부문제 및 징용자보상문제 등 한일 양국 간의 역사인식문제가 양국 관계 악화를 주도해 왔다”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협력의 다양화, 고도화, 그리고 정례화의 세 가지 측면에서 장기, 단기 정책을 추진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투 트랙’ 전략, 정경분리책의 성공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단기적으로 정부 소통채널을 다양화하고, 안보정책의 경우, 한일 양국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간 소통채널 운영을 시작으로, 외교부, 국방부(방위성) 등 각 레벨에서 협의를 추진하고, 가치관 수렴이라는 장기적 관점에서 교육 및 연구과 관련된 부분에서의 협력이 증대해야 한다”고 제의했다. 이 부소장은 또 “예전에 실시된 역사공통교과서의 작성을 위한 위원회 등을 재출범시키고, 군사 및 안보 분야, 그리고 과학기술 등의 분야에 있어서 공동연구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도 한 가지 방안”이라고 밝혔다. 또 협력의 제도화를 위한 신뢰육성의 지속적인 노력을 주문했다. 이 부소장은 “한일 새시대를 열었던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이 올해로 20주년을 맞지만, 한일 관계는 그동안 상호불신의 증가, 각 분야에서 경쟁 격화 및 협력 필요성의 감소, 양국의 갈등 이슈를 국내 정치에 활용하려는 한일 정치권의 움직임 등으로 어려움을 겪어왔다”고 진단했다. 동북아역사재단이 도시환 일본군 위안부 연구센터장은 토론에서 “일제 식민지 여성에 대한 전쟁범죄는 인권 범죄로 시효가 없다”면서 “국제사회가 정립해 온 인권과 정의, 평화공동체로 나아가기 위한 요청에 일본 정부가 화답하지 못한다면 인류역사에 큰 오점을 남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도 센터장은 “국제인권법은 국가간의 우호를 위해 개인의 희생을 강요해서는 않된다”면서 “일본 정부가 주장해 온 양대 축인 1910년 식민지배합법론과 1965년 한일협정완결론의 허구성과 오류”를 지적했다. 도 센터장은 “상대방 국가인 일본이 식민지지배와 위안부 문제, 징용공 문제 등을 통해 우리 국민에게 피해를 입히고도, 인권책임 및 배상을 회피했을 때, 한국 정부는 외교적 보호권을 행사해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일미래포럼 대표인 추규호 전 주영대사는 “한일간 화해와 협력을 위해서 상대방의 입장에서 문제의 이해를 추구하고, 창의적인 해결책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 [글로벌 인사이트] “경제사회적 격차·분단 보완할 시점…한국 재벌 개혁 성공해야 경제 발전“

    [글로벌 인사이트] “경제사회적 격차·분단 보완할 시점…한국 재벌 개혁 성공해야 경제 발전“

    강상중 일본 도쿄대 명예교수는 “한국도 세계화로 벌어진 국내의 경제사회적 격차와 분단을 보완·시정해 나가야 할 때”라면서 “재벌 개혁이 성공해야 한국 경제도 한 단계 더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한반도 상황에 대해서는, “긴장 고조 속에서도 오는 10월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고 전망하면서 “북·미 직접 대화 실현 등 급격한 상황 변화 등에도 경계를 늦추지 말 것”을 주문했다. 서울대 일본연구소 주최 재일 한국인 관련 세미나의 기조연설과 지난해 말 일본에서 출간된 자신의 저서(‘역경에서 일하는 방법’)의 한국어판인 ‘나를 지키며 일하는 법’ 출간 기념 강연 등을 위해 오는 29일 한국을 방문하는 강 명예교수를 지난달 29일 만났고, 전화 인터뷰 등을 추가했다. 저명한 정치학자이자, 일본에서 유력한 오피니언 리더의 한 사람으로 꼽히는 그로부터 한반도 및 한·일 관계, 국제사회 변화, 한국사회 진단 등을 들어봤다.→북한으로 인해 불안정이 커지고 있다. -한반도 및 동북아 위기 상황이 고조됐지만, 협상 가능성은 있다. 다음달 조선노동당창설 72주년과 남북 정상회담 10주년 기념일 등이 계기가 될 수 있다. (과거 패턴처럼) 긴장이 더 고조되다 타협 계기를 찾을 수 있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등 미국 외교안보 사령탑들도 현실적인 성향이다. 10월은 한국이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라는 위상과 발언권을 확보하기 위해 놓치지 않고 활용해야 할 둘도 없는 기회이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강화 등으로 한국 정부의 대북 대화정책은 시련을 겪고 있다. -한국은 한반도 긴장이 전쟁으로 비화되지 않도록 위기관리에 전력을 다하면서 미국과 중국·러시아 사이의 전략 차이에 주목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국제적인 발언권을 위해 균형점을 모색해야 한다. 대북 압력을 가하면서 외교적 해결법을 열어놓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의 방향성은 옳다. 문 대통령은 주도적으로 북한을 마주 대하기 위해서도 미국과 소통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 그는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여러 경험 속에서 교훈을 얻고 있다. 미국 정부가 한국, 일본에 통보 없이 북한과 직접 담판도 진행할 수 있다. →한국은 최근 중국과 사드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다. 국력이 커진 중국은 미국, 일본과도 부딪치고 있다. -사드를 둘러싼 중국의 행태는 그들의 경제가 정부 통제 아래 움직여지고 있음을 보여줬지만, 중국은 다시 국가사회주의로 돌아갈 수 없다. 중국은 옛 소련과는 달리 세계 경제 속에 한 부분으로 들어와 있다. 그래서 타협 가능성이 있다. 중국을 적으로 돌리면 한국의 발전은 더뎌질 수 있다. 지정학적인 변화 속에 그들의 영향력은 더 커질 것이다. 관건은 중국이 미국을 밀어내고 패권국가가 될 수 있겠느냐는 ‘패권교체’의 문제다. 미국에 중국은 최대 라이벌이지만 공존이 가능하다. 둘의 관계가 제로섬이 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미래를) 낙관한다. →동아시아에서 평화적인 공동체를 만들 수는 없나? -유럽연합(EU)처럼 지역 국가들이 동질감을 공유하고 있지 못한 동아시아에서 한국, 일본, 대만, 베트남 4개국의 협력이 지역 공동체를 만들어 나가는 데 매우 중요하다. 근대화와 민주화를 진행시켜 온 나라들로서 공동체 구성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미국과의 양자 관계만으로 미래를 결정하던 시대는 지났다. 복합적인 외교관계망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이런 미래시대를 위해 일본의 과거사 청산은 중요하다. 한·일 간 과거사에 대해서 일본 정부는 “‘1965년 한·일 협정’에 의해 모든 것이 다 해결됐다”고 주장한다. 양측이 기존 합의를 지키면서 한 차원 높은, 새 합의를 만들어 내는 것이 해결 방안의 하나이다. 일본 총리, 외무상 등이 위안부 할머니들을 만나서, 또는 사과 편지를 보내서 사죄 입장을 명확히 밝히는 것이 필요하다. 유무형의 성의를 표시해야 한다. →징용공 문제도 새로 불거졌다. -노무현 정부 때는 한·일조약으로 개인 청구권 문제도 외교 청구권과 함께 종결됐다고 밝혔다. 한국에서 근년 들어 (개인청구권은 존재한다는) 판결이 있었다. 일본 측에서는 “한·일 협정으로 모든 것이 끝났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1990년대 일본 정부는 2차세계대전 당시, 일본인에 대한 옛 소련의 가혹행위 등과 관련, “일본인 피해자들의 개인청구권은 살아 있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1997년 오부치 정권 때도 그랬다. 한·일 징용공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 →아베 신조 정부는 헌법을 개정하고 전후 체제를 벗어나려고 한다. -간단히 과거로 되돌아갈 수는 없다. 많은 국민들은 헌법 개정을 원하지 않고 있다. 일본의 문제는 집권 자민당이 압도적으로 강하고, 여당에 대한 대안이 없다는 점이다. 집권당을 대체할 야당이 있는 한국과는 사정이 다르다. 자민당보다 더 보수적인 (여권) 정당이 나타날 가능성이 커진 것도 문제이다.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의 도민퍼스트회의 움직임도 그런 우려를 키우고 있다. →한국 사회의 문제는 무엇이라고 보나. -세계화는 국가 공동체 내부에서 분단과 격차를 초래했다. 내부로부터 국가가 와해되고 있다. 한국도, 일본도, 국내 격차와 내부 분단이 심화됐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10년 가까이 한국 사회에 허무주의도 커졌다. 사회적 연대도 약화됐고, 개인주의가 심화됐고, 사회는 초경쟁화됐다. 젊은 사람들이 자신의 성공만을 생각하는 경향도 강해졌다. 한국은 민주화를 진전시켜왔지만, 경제적 격차와 집중화는 더 심화됐다.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김대중 정권의 글로벌화, 노무현 정권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은 사회 내부 격차를 벌렸고 재벌을 더 키웠다. 세계화는 피할 수 없지만 문제점을 보완, 시정해 나가는 것은 필요하다. →한국은 어디를 향해 가야 할까.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규모 세계 11위로 이탈리아에 근접하고 있지만 국민 불만은 더 높아졌다. 노력에 맞는 대가와 보수를 못 받고 있다고 여기고 있다. 부의 사회적 재분배로 경제사회적 성취가 좀 더 많은 이들에게 더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육아, 교육, 의료, 노인 및 장애자 돌봄 등을 더 안심하고 받을 수 있는 그런 사회로 나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공생과 보다 다양성 있는 사회로 이끌어야 한다. →재벌 개혁에 큰 의미를 두고 계신데. -박근혜 정권의 퇴진은 정경유착을 끊을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 일본의 재벌 해체와 청산은 패전 및 미군정 지배를 통해 이뤄졌다. 박 정권의 퇴진은 그런 계기와 힘을 줬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판결은 한국 재벌이 변하지 않을 수 없음을 보여줬다. 재벌 개혁은 일시적으로 한국의 무역 및 경제성장을 둔화시킬 수도 있다. 이겨내야 재벌을 합리화시키고, 경쟁력도 높이게 된다. 재벌이 변해야 벤처 및 중소기업들이 더 활성화된다. 일본은 독점금지법 등을 통해 탄탄한 중소기업을 키워왔다. 재벌 개혁이 성공해야 한국 경제를 새로운 단계로 끌어올릴 수 있다. →인간 성찰과 현대사회의 고뇌·갈등 해결을 모색한 저서들로 큰 반향을 일으켜왔는데. -인간은 병, 죽음, 재난 등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불행과 사고가 인위적으로 일어나지 않게 하는 사회적 제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세월호 사건으로 한국 사회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필연적이지 않은 세월호 사건 같은 것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막는 것이 사회적인 힘이다. 인간은 갈등, 병, 죽음 등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러나 사람과 사람 관계를 통해서, 사회적 연대를 통해서 그 불행을 치유하고 바꿀 수 있다. 인간이 갖고 있는 고뇌, 염려는 혼자 해결할 수 없다. 불행을 타인과 함께 짊어지는 사회적인 연대, 그런 제도를 만들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사회적 연대와 그런 마음 마음들이 연동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와 시스템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나를 지키며 일하는 법’ 저자 강상중 日도쿄대 명예교수는 1950년 일본 구마모토 현에서 재일교포 2세로 태어나서 자랐다. 와세다대 정치학과와 독일 뉘른베르크대학에서 공부했다. 1998년 한국 국적자로는 최초로 도쿄대 정교수가 됐다. 2013년 4월부터 2년간 세이가쿠인대학 총장을 역임했고, 2016년 1월부터 구마모토 현립극장 이사장 겸 관장으로 있다. 정치뿐 아니라 사회현상, 역사, 사상 등 다양한 분야에서 논리정연한 분석과 사회 및 인간에 대한 깊은 성찰 및 호소력 있는 어필로 일본의 대표적인 오피니언 리더로 자리를 잡아왔다. 저서 ‘고민하는 힘’ 등은 밀리언셀러가 됐고, ‘내셔널리즘’ ‘오리엔탈리즘을 넘어서’ ‘두 개의 전후와 일본’ 등 왕성한 저작 활동을 벌이고 있다.
  • “日정부, 국회서 개인청구권 인정 했었다”

    “日정부, 국회서 개인청구권 인정 했었다”

    외무성 국장 1991년 참의원서 “한·일협정은 외교보호권 포기…개인청구권 소멸한건 아니다” 日 90년 후반부터 ‘말바꾸기’ 일본 정부가 국가 간 청구권 합의에 관계없이 “개인청구권이 존재한다”는 입장을 상당기간 견지해 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 시민단체 ‘나고야 미쓰비시 조선여자정신대소송을 지원하는 모임’이 국회 속기록을 정리한 자료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20일 이 모임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1991년 8월 27일 야나이 순지 당시 일본 외무성 조약국장은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청구권협정은 한·일 양국이 국가가 가지는 외교보호권을 서로 포기한 것”이지만 “개인청구권 자체를 국내법적 의미로 소멸시킨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국제법상 국가에 인정된 고유한 권리인 외교보호권과 개인의 청구권은 별개라는 입장을 일본 정부가 국회에서 명확히 밝힌 것이다. 외교보호권은 자국민이 타국에 의해 위법한 침해를 받거나 타국에 대해 청구권을 갖는 경우, 정부가 그 구제를 타국에 요청하는 것이다. 이런 입장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 당시 일본 외무성이 대외비로 작성했다가 2008년 공개됐던 내부 문서에도 언급됐던 내용이다. 외무성은 “한·일 청구권 협정 2조(청구권이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내용)의 의미는 외교보호권을 행사하지 않는다고 약속한 것이고, 국민의 재산(개인청구권)으로 국가의 채무를 충당한 것은 아니다”며 “개인이 상대국 국내법상의 청구권을 갖는지 아닌지에 대한 것이 아니다”고 확인했다. 이런 자료들은 일본 정부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 체결 당시부터 최소한 1990년대 초까지는 청구권 협정에도 불구하고 개인청구권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유지해왔음을 방증한다. 이후 일본 정부는 슬그머니 “외교보호권 포기는 개인청구권 해결과 같은 의미”라고 말을 바꾸었다. 일본 최고재판소(대법원)도 2007년 4월 히로시마 수력발전소 공사장으로 끌려가 가혹한 노동을 강요당했다며 중국인 피해자와 유족들이 회사 측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청구권은 소멸된 것이 아니지만 재판상 권리는 상실한 것”이라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나눔의 집 측 “정부 믿고 살아왔는데 너무 서운하고 분하다”

    나눔의 집 측 “정부 믿고 살아왔는데 너무 서운하고 분하다”

    “정부를 믿고 살아왔는데 너무 서운하고 분하다. (일본 정부가 공식 사죄하고 인정하는) 법적 배상금이 아니므로 받지 않겠다. 일본 정부와 싸웠는데 이제는 한국 정부와 싸우게 됐다.”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89) 할머니는 25일 우리 정부가 일본 측이 제공할 ‘화해·치유 재단’ 출연금 중 일부를 위안부 피해자에게 현금 지급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이같이 말했다고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 측은 전했다. 이 할머니는 지난해 12월 28일 한일 정부 간 위안부 합의가 도출된 직후인 올해 1월 증언차 일본을 방문한 자리에서 “달랑 몇 푼 쥐여주고 할머니들 입을 막으려고 해? 절대로 안 되죠”라며 아베 총리의 직접 사죄와 법적 배상을 촉구했다. 침상 생활을 하는 김군자(90) 할머니도 “일본의 더러운 돈 안 받는다”며 잘라 말했다.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를 촉구해온 피해자로서 ‘법적 배상금’이 아닌 ‘위로금’ 성격의 돈을 받을 수 없다는 뜻이다. 생존 피해자 40명(국내 38명, 국외 2명) 가운데 나눔의 집에 거주하는 피해자는 10명이다. 이들은 86∼100살의 고령으로 노환에 여러 가지 지병과 후유증까지 겹쳐 의사소통이 쉽지 않다. 대부분 거동이 불편해 침상 생활하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제한적으로나마 인지능력이 있고 대화가 가능한 할머니는 4명 정도다. 나눔의 집 안신권 소장은 “2011년 8월 30일 헌법재판소 위헌 결정 이후 우리 정부는 ‘일본에 대한 개인청구권이 살아있다’는 입장이었다. 피해자가 있고 청구권도 위임하지 않았는데 재단이 일본 측 돈을 받을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법적 배상금도 아닌 위로금 형식의 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할머니들의 생각”이라며 “더구나 현금 지급은 자칫 피해자나 유족 간 갈등까지 촉발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나눔의 집 측은 정부 방침이 공식 전달되면 이를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알리는 공개 설명회를 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공개 설명회 자리에는 생존 피해자와 가족, 사망 피해자 유족은 물론 법률전문가 등도 초빙해 견해를 들어볼 예정이다. 외교부는 일본 측이 송금할 ‘화해·치유 재단’출연금 10억엔(약 111억원)의 사용 방안에 대해 피해자 개인을 대상으로 한 현금 지급 사업과 모든 피해자들을 위한 사업으로 나눠 추진하겠다고 이날 발표했다. 현금 지급은 생존자에게 1억원, 사망자에게 2000만원 규모로 지급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한·일청구권 협정 헌법소원 각하

    헌법재판소가 ‘한·일청구권 협정’에 대해 제기된 헌법소원을 전부 각하했다. 한·일청구권 협정이 관련 소송의 결과에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헌법소원 논의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봤다. 헌재는 23일 한·일청구권 협정 제2조 제1·3항 등에 대해 청구된 헌법소원 사건을 각하 결정했다. 각하는 헌법소원 청구가 헌재의 심판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할 때 본안 심리를 하지 않고 내리는 처분이다. 강제 동원 피해자 유족 이윤재씨는 2009년 태평양전쟁 전후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지원위원회가 부친의 미수금 5828엔을 1엔당 2000원으로 계산해 1165만 6000원을 지급하기로 하자 행정소송을 내고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이씨는 현재 가치를 반영하지 않은 지원금 규정 탓에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없고, 개인청구권을 제한한 한·일청구권 협정이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헌재가 각하결정을 내리면서 배상문제를 둘러싼 한·일 간의 혼란은 일단 피하게 됐다. 헌재 결정으로 정부는 한·일 관계 악화와 같은 정치적 부담도 덜게 됐다. 일본 정부나 전범 기업을 상대로 한 피해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미칠 영향도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한·일 간 핵심 쟁점인 개인 청구권과 관련해 대법원이 2012년 5월 선고한 판례가 계속 기준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헌재가 한·일청구권 협정과 관련해 아무런 판단도 내놓지 않은 가운데 강제동원 피해자 지원법의 각종 제한 규정을 대부분 인정해 피해자와 유족의 한을 풀지 못했다는 한계도 남겼다. 외교부 관계자는 헌재 결정 직후 “각하 결정은 헌법소송의 절차법적 법리에 따른 것으로 특별히 언급할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일본은 헌재 결정에 대해 “우려스러운 상황은 일단 피했다”며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관련 문제가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입장을 보였다. 일본 외무성은 “일·한 사이에 재산 청구권 문제는 일·한청구권 및 경제협력협정에 따라 완전히,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것이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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