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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도 차도 손품 팔아 ‘집콕 쇼핑’

    집도 차도 손품 팔아 ‘집콕 쇼핑’

    ‘언택트’(비대면). 코로나19 시대 현대인들의 새로운 생활방식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집콕’이 늘어 거리는 한산해졌고 소비는 위축됐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감염될지 모르는 바이러스의 공포 속에서 살아가기 위해 고민한 결과다. 일시적인 현상일까 아니면 새 시대의 서막일까. 어찌 됐든 기업들에 놓칠 수 없는 기회임은 분명하다. 자동차업계의 변화가 인상적이다. 자동차를 사려면 매장에 방문하는 게 필수였다. 중고차를 살 땐 더욱 그렇다. 눈으로 직접 보지도 않은 차를 어떻게 타고 다닐 수 있을까. 이런 의구심에 사람들은 언제나 직접 자동차를 눈으로 보고 만지면서 꼼꼼히 살핀 뒤에야 안심하고 거래했다. 그랬던 공식이 차츰 깨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소비자들이 방문 구매를 부담스러워하면서다. 기업들도 새로운 판로를 고민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최근 국내 최초로 ‘클라우드’ 서비스를 기반으로 하는 중고차 경매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름은 ‘오토벨 스마트옥션’. 중고차 매매업체들이 자동차 경매장에 직접 찾아가지 않고도 모바일이나 컴퓨터로 경매에 참여한다. 현대글로비스에 등록된 1900여개의 중고차 매매업체가 시스템에 원격으로 접속해 입찰에 참여한다. 차량의 연식이나 배기량, 성능점검 등급, 부위별 사고 이력 등 차량의 정보는 3차원(3D) 증강현실(AR) 형태로 확인한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언택트가 유행할 것을 예측하고 시스템을 개발한 것은 아니다”라며 “그간 준비했던 신기술이 공교롭게 요즘 추세와 맞아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신차를 발표할 때도 온라인으로 생중계한다. 기아자동차는 지난 17일 4세대 쏘렌토를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온라인 토크쇼 형태로 공개했다. 현대자동차도 지난 18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7세대 아반떼 최초 공개 행사를 유튜브 채널에서 진행했다. 무관중 라이브 스트리밍 형식이었다. 르노삼성자동차 역시 최근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인 XM3를 판매하면서 국내 완성차업계 최초로 온라인 청약채널을 구축해 운영하기도 했다. 사전계약 12일간 계약된 차량 중 20% 넘는 인원이 온라인으로 계약을 했다.“좋은 집을 구하려면 발품을 많이 팔아야 한다.” 부동산 시장에서 깨지지 않는 법칙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이런 법칙도 흔들고 있다. 마우스로 몇 번만 클릭하면 집 내부를 훤히 볼 수 있는 사이버 모델하우스가 새삼 인기다. 유튜브 동영상이나 블로그를 통해 집을 구경하는 ‘랜선 집들이’도 최근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현대건설과 GS건설은 지난달 부동산 전문가가 모델하우스를 둘러본 뒤 실시간으로 질문에 답하는 형식의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 질의응답으로 궁금증을 해소할 뿐만 아니라 전문가의 시선으로 꼭 짚고 넘어갈 부분을 보기 때문에 일석이조다. 집을 보는 것뿐만이 아니다. 계약도 비대면으로 처리하고 있다. 공인중개소에 직접 가지 않고도 계약할 수 있는 부동산전자계약 건수가 지난 2월 1만 7057건으로 1월에 비해 3배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기업일수록 언택트 마케팅은 더욱 절실해진다. 유통업계가 그렇다. 특히 투숙객이 급감하면서 대형 위기를 맞이하고 있는 호텔업계는 언택트 서비스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호텔들은 룸서비스를 차별화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룸콕’만으로도 호텔의 각종 서비스를 맘껏 누릴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하는 것이다. 워커힐호텔앤리조트의 비스타 워커힐과 더글라스 하우스는 최근 ‘인 룸 다이닝 패키지’를 선보였다. 뷔페나 레스토랑에서 제공하는 조식 서비스를 객실에서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체크인할 때 원하는 식사 시간만 알려 주면 된다. 서울신라호텔도 지난달만 운영하려던 룸서비스 패키지 판매 기한을 이달까지 연장했다. 오는 30일까지 조식이나 석식을 룸서비스로 제공하는 ‘모닝 딜라이츠’와 ‘인 룸 딜라이츠’를 이용할 수 있다. 반얀트리클럽앤스파서울은 스위트객실에서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스위트 포 키즈 패키지’를 최근 내놨다. 호텔을 벗어나지 않고 어린이와 온종일 시간을 보낼 수 있다.새로운 시도도 눈에 띈다. 여가플랫폼회사 ‘야놀자’가 지난해 개발한 호텔객실관리시스템인 ‘와이플럭스’도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와이플럭스는 앱으로 호텔 예약은 물론 체크인, 룸에 장착된 시설까지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와이플럭스를 적용하면 사람과 마주치지 않고도 체크인이나 체크아웃 등 호텔을 이용하는 데 아무런 제약이 없다. 객실 열쇠도 모바일에 QR코드 형태로 전송돼 감염의 우려가 없다. 객실에는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 기술이 적용된 가구들도 배치된다. 한국의 코로나19 ‘드라이브스루 검진’ 시스템은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유통업체들도 이를 적극적으로 응용한 서비스를 속속 내놓고 있다. 롯데백화점 부산, 울산, 광주점은 최근 ‘드라이브픽’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백화점 앱으로 물건을 산 뒤 상품 수령 시간을 설정하면 발레파킹 라운지에서 상품을 찾아갈 수 있다. 언택트가 코로나19 시대의 일시적인 사회현상을 넘어 ‘뉴노멀’(시대 변화에 따른 새 표준)로 자리잡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현대의 개인주의 문화와 맞물려 편리함을 무기로 새로운 소비 트렌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과거에도 전염병이 유행한 뒤 온라인 쇼핑몰의 규모가 커진 사례는 여러 번 있었다”며 “기업들의 언택트 마케팅은 여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고객들에게 더욱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기고] 사적 공간 존중이 절실한 때/이내찬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기고] 사적 공간 존중이 절실한 때/이내찬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최근 국내에 코로나19가 창궐하면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장려되고 있다. 타인과 적절한 거리를 유지함으로써 감염을 예방하자는 취지로 중요성은 수백 번 되풀이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 2015년의 메르스 사태의 주요 감염원은 친지의 병문안이었다. 이참에 우리의 습성을 되돌아보고 변화하는 계기가 됐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원래 이는 다른 사람의 사적 공간을 존중해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개념이다. 미국의 인류학자 홀은 이를 자신만의 영역이라고 느끼는 물리, 정서적 공간으로 침범당했을 때 심리적 불편함이나 불안감, 분노를 느끼게 되는 친밀한 영역(15~46㎝)으로 정의한다. 우리의 문제는 상대방의 사적 공간을 침범하듯 서슴없이 드나든다는 것이다. 사람이 일시적으로 붐비는 승강기에서는 서로의 거리가 좁아지면 부득불 사적 공간이 침해된다. 이때 선진국이라면 서로 닿지 않으려고 팔을 최대한 몸에 밀착시키고 일행끼리도 대화를 멈추는 것이 통상적이다. 반면 우리는 승강기에 머무는 시간이 10초 남짓할 터인데 그새를 못 참고 스마트폰 통화를 해대고 대화가 끊기지 않는다. 사적 공간의 침해는 심리적으로도 발생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사람을 만났을 때 처음 물어보는 것이 나이, 그다음이 결혼 여부다. 선진국에서라면 낯선 상대방이 자신의 공간에 들어오는 것을 원치 않아 결코 편치 않은 질문이다. 사적 공간이 실천되기 위해서는 나와 다른 상대방의 존재에 대한 인지와 자신의 행동이 상대방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칠 것이고, 그렇기에 자신은 최종적으로 어떤 행동을 선택해야 하는가라는 ‘2단계 사고’가 필요하다. 상대방이 안중에 없는 우리 습성은 사회문화적 특성에서 연유한다. 의사 결정과 책임의 주체가 ‘나’인 서양의 개인주의 사회와 달리 내집단 속의 ‘우리’에 자신을 투영한다. 장점은 사랑이 가족, 사회관계, 만물과 정치에 두루 퍼져야 한다는 유교의 가르침대로 내집단의 외연을 확대하려고 노력한다는 것이다. 사적 공간의 존중은 바이러스 감염 방지나 사회적 질서의 유지가 원 목적이 아니다. 이는 타인의 안전 영역 확보와 쉼이라는 삶의 질을 침범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러면 사회적 안녕은 자연스럽게 수반된다.
  • “다른 부대와 맞춰라” 코로나 성금 강요한 육군 부대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확산되며 곳곳에서 성금 기부가 이어지는 가운데 육군 부대가 초급간부와 병사들에게 성금을 강요하고 모금액을 할당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9일 시민단체 군인권센터는 “육군 1사단 예하 대대에서 병사와 간부들을 동원해 코로나19 성금 모금이 강압적으로 이뤄진 사실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앞서 육군은 지난 6일 “대구·경북 지역 주민들에게 7억 6000만원을 기부했다”며 “자발적 참여로 모금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센터는 “한 중대에서 간부들이 돈을 모아 성금 15만원을 모았는데, 대대장이 ‘다른 대와 금액을 맞춰라’, ‘개인주의가 왜 심하냐’고 질책해 2차, 3차 모금을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병사들까지 동원돼 90만원을 맞췄는데, 이 과정에서 동료나 가족에게 돈을 빌려 내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또 센터는 해당 부대에서 간부와 병사를 포함해 누가 얼마나 돈을 냈는지도 의무적으로 제출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센터는 “일부 부대장이 상부에 잘 보이려고 얼마 되지 않는 장병 급여를 강제로 갹출하는 사태가 발생해 유감”이라며 “국방부는 개별 부대에서 모금운동을 하는 일을 전면 재검토하고 해당 부대장에게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 “다른 부대와 맞춰라” 코로나 성금 강요한 육군 부대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확산되며 곳곳에서 성금 기부가 이어지는 가운데 육군 부대가 초급간부와 병사들에게 성금을 강요하고 모금액을 할당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9일 시민단체 군인권센터는 “육군 1사단 예하 대대에서 병사와 간부들을 동원해 코로나19 성금 모금이 강압적으로 이뤄진 사실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앞서 육군은 지난 6일 “대구·경북 지역 주민들에게 7억 6000만원을 기부했다”며 “자발적 참여로 모금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센터는 “한 중대에서 간부들이 돈을 모아 성금 15만원을 모았는데, 대대장이 ‘다른 대와 금액을 맞춰라’, ‘개인주의가 왜 심하냐’고 질책해 2차, 3차 모금을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병사들까지 동원돼 90만원을 맞췄는데, 이 과정에서 동료나 가족에게 돈을 빌려 내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또 센터는 해당 부대에서 간부와 병사를 포함해 누가 얼마나 돈을 냈는지도 의무적으로 제출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센터는 “일부 부대장이 상부에 잘 보이려고 얼마 되지 않는 장병 급여를 강제로 갹출하는 사태가 발생해 유감”이라며 “국방부는 개별 부대에서 모금운동을 하는 일을 전면 재검토하고 해당 부대장에게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 권아솔 “온라인 예배가 진정한 예배? 언론의 박해”

    권아솔 “온라인 예배가 진정한 예배? 언론의 박해”

    격투기 선수 권아솔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인한 교회 예배 자제 분위기에 대해 “종교 박해”라고 비판했다. 2일 권아솔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온라인 예배가 진정한 예배인가? 사람들이 모여 하나님을 예배하고 찬양하고 경외하는 것이 진정한 예배가 아닌가?”라면서 “사람들과 언론의 박해가 무서운 것인가”라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그는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예배가 권유되는 분위기가 로마시대 종교 박해보다 더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이에 대한 반박 의견 댓글이 달리자, 권아솔은 “대구 폐렴, 마스크 사재기, 코로나 수용소 거부 등 사회에 팽배해있는 이기주의와 개인주의에 맞서고 예배를 지키는 것이 예수님의 사역일 것이며, 하나님이 기뻐할 것”이라고 뜻을 굽히지 않았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28일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코로나19 관련 종교계를 향한 긴급 호소문’ 발표를 통해 “코로나19 집단 감염과 사태의 장기화를 막기위해 당분간 종교집회를 자제해 주시기를 간곡히 호소드린다”고 당부했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나를 따르라’ 일방적 리더십 안 통해…사춘기 자녀 대하듯 ‘느슨한 연대’를

    ‘나를 따르라’ 일방적 리더십 안 통해…사춘기 자녀 대하듯 ‘느슨한 연대’를

    “리더에 따라 조직이 달라진다. 성과가 향상되기도, 조직이 사분오열되기도 한다. 직원이 의욕적으로 움직이기도 하고 그 반대가 될 수도 있다.” 이경민(44) 마인드루트리더십랩 대표는 임원들의 리더십을 진단하고 상담하는 정신과 전문의다. 고려대 의과대학에서 전문의까지 마친 뒤 2017년까지 약 10년간 근무한 경기 한 정신병원을 박차고 나와 이듬해 창업했다. 일터로부터 받은 스트레스 때문에 우울증, 공황장애, 번아웃증후군 등 각종 마음의 병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주로 치료했고, 본인도 조직 때문에 무력감을 경험하면서 아예 조직을 바꾸는 일로 전업했다. 국내외 대기업과 금융회사들이 그의 주 고객사다. 지난 11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위워크 선릉3호점 사무실에서 그를 만나 직원들이 행복하고 신나는 조직을 만들기 위한 리더십의 핵심을 들었다.-안정적인 정신과 의사에서 리더십 컨설턴트로 길을 바꿨는데.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건강을 회복한 뒤 일상으로 되돌아갔으나 다시 병원을 찾는 환자를 많이 봤다. 환자를 둘러싸고 있는 일터, 즉 조직의 환경이 바뀌지 않았기 때문에 병이 반복된 것이다. 결국 환자를 근본적으로 치료하기 위해서는 그가 속한 조직문화를 건강하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확신이 들었다. 저 스스로도 조직의 문제로 무력감을 느꼈고 우울했던 경험이 있다. 누구나 자신이 아픈 부분을 찾아내 치료하는 게 직업이 돼야 일을 통해 세상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믿는다. 스스로를 아끼면서 조직도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제 몫의 아픔이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리더십 컨설팅을 하게 됐다.” -리더십 컨설팅은 어떤 식으로 이뤄지나. “주로 임원이 대상이다. 현재 국내 기업 20여곳의 임원진 500여명에 대해 1대1 또는 소규모 단위의 코칭을 하고 있다. 짧게는 회당 90분씩 2회, 길게는 12회까지도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본인 리더십의 장단점을 진단한 뒤 그 내용을 바탕으로 상담을 한다. 예컨대 급한 성격이 왕성한 추진력으로 연결돼 임원이 된 분이 있다. 이런 성격이 정신분석적으로 어떻게 형성됐고, 이런 성격이 가정에서는, 또 조직에서는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분석한다. 이런 분과 사는 가족들은, 또 이런 리더와 일하는 직원들은 무엇을 힘들어하는지 등을 진단하고 단점은 개선하고 강점을 강화하기 위한 상담을 한다. 대부분 임원들은 머리가 좋고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지적받은 문제에 대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개선점을 찾는다. 이는 직원 만족과 팀의 성과 확대, 그리고 승진으로 이어진다.”-직원들을 상대로 하는 교육은 없는지. “조직원 전체를 상대로 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적게는 20여명에서 많게는 500여명을 대상으로 하루나 이틀에 걸쳐 한다. 한번은 한 지점장 참가자가 ‘우리 조직에는 세대 갈등이 없다. 이런 프로그램은 다 장삿속 아니냐’고 화를 냈는데 이후 만난 그 금융사의 젊은 직원들이 ‘우리 지점장님이 우리 이야기를 들어주려 애쓰고 대화 통로도 많이 만들고 있어서 좋다’며 만족감을 표시한 일이 있었다. 알고 보니 해당 지점장이 교육 이후 강의 내용을 바탕으로 본인의 20대 직장 초년병 자녀로부터 상사와의 관계에서 야기되는 문제가 실제로 있다는 것을 확인한 뒤 적극적으로 태도를 바꾼 결과였다고 한다.” -리더십 개선의 핵심이 세대 갈등과 관련 있다는 이야긴데. “세대 이야기를 흥미처럼 하는 것 같지만 리더가 세대 차이를 알면 조직이 훨씬 더 유연해진다. 처음에는 조직문화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는 리더십에 집중하다가 그 대상이 되는 조직구성원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면서 발견한 것이다. 과거처럼 ‘나를 따르라’는 일방적 리더십은 통하지 않는 시대다. 수평적인 조직 문화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세대 차이를 포용하는 법을 알아야 한다.” -조직 내 세대를 어떻게 나누나. “베이비부머(1964년 이전 출생), 586(1965~1973년생), X세대(1974~1983년생), 밀레니얼(1984~1993년생), 90년대생 혹은 Z세대(1994년 이후 출생)로 나눌 수 있다. 각각 성장 과정에서 비슷한 사회 변화를 겪으면서 유사한 특징을 갖게 됐다.” -세대별 특징이라면. “경제성장기를 몸으로 겪은 베이비부머와 386세대는 조직의 성장과 본인을 동일시한다. 성장하는 조직을 위해 몸 바치는 게 곧 자아를 실현하는 일이다. 일방적인 리더십에 익숙하고 아랫사람들의 이야기를 비난으로 듣는 경우가 많다. X세대는 경제호황기에 학창시절을 보내며 높은 소비욕과 개인주의 성향을 보이지만,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윗세대처럼 조직에 순응하게 됐다. 충성에 대한 보상을 기대하지만 자칫 윗사람과 하께 도태될 수 있다. 반면 밀레니얼·Z세대는 2008년 ‘리먼사태’라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이상 이어지는 저성장 시대에 사회에 진입하면서 이미 조직이 개인의 미래를 지켜줄 수 없음을 알고 있다. 이에 따라 역으로 조직이 나의 성장을 위해 무엇을 해 줄 수 있는지를 묻는다. 다만 리먼사태 직후 사회에 진입한 밀레니얼 세대는 치열한 취업난을 겪으며 조직에 진입한 만큼 개인주의적이면서도 조직 이탈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반면, Z세대는 이미 조직 밖의 대안들을 목격하며 자랐기에 탈조직이 자유롭다.” -왜 리더들이 밀레니얼·Z세대에 맞춰야 하나. “조직 입장에서 이들을 받아들이는 건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미국 사회는 이미 2015년 직장 내 인력의 약 50%가 밀레니얼 이후 세대로 이뤄진 구조가 됐다. 한국도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 조직 내부적으로도 구성원의 절반 이상이 젊은 세대지만, 더 중요하게는 조직의 생존을 좌우하는 시장의 주된 소비자도 젊은 세대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젊은 세대를 이해하지 못하는 조직은 시장에서도 낙오되고 조직 자체적으로도 살아남을 수 없다.” -밀레니얼·Z세대를 이끌기 위한 리더십은. “소통이 뭐냐고 물었을 때 40~50대는 ‘회식’이라고 답하지만 20~30대는 ‘피드백’이라고 말한다. 40~50대는 ‘직원이 자신의 위치를 아는 것’이 곧 일의 시작이라고 생각하지만 20~30대는 ‘나의 사명은 무엇이고 조직은 그 사명을 어떻게 키워 줄 것인지’를 묻는다. 20~30대를 이끌기 위해서는 피드백을 줘야 한다. 그 핵심은 소통할 수 있는 역량, 칭찬할 수 있는 역량, 그리고 보상해 줄 수 있는 역량이다. 보상은 승진이라기보다 일에 대한 즐거움을 회복해 주고 자율성을 주는 쪽에 가깝다.” -경쟁력 있는 리더가 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이야기한다면. “직원을 사춘기 자녀 대하듯 하라고 말한다(웃음). 사춘기 아이는 부모와 끈끈하게 붙어 있고 싶어 하지 않는다. 독립적인 존재로 인정해 주다가 확실한 지향점이 있을 때 연대하는 것이 건강한 관계가 되듯 조직에서도 서로를 포용하며 공동의 가치를 위해 느슨하게 연대해야 한다. ‘느슨한 연대’가 키워드인 셈이다. ‘가족 같은 회사’를 내세워 끈끈한 관계를 강조하던 것은 옛말이 됐다. 또 본질과 비본질을 구분하는 것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조직의 본래 존재 이유인 일과 성과 자체에 집중해야지, 회식에 잘 참석하는지, 의전을 충실히 하는지 등의 비본질적인 것으로 구성원을 평가해선 안 된다. 동시에 젊은 세대에는 긴 호흡을 가지라고 조언한다.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의 말처럼 경력은 사다리가 아니라 정글짐이다. 윗사람이 걸어온 길을 인정하고 윗사람의 이야기를 경청할 수 있어야 한다. 당장 조직에서 날 알아주지 않는다거나 소통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포기하기보다 긴 호흡으로 목표를 향해 가는 것이 성숙의 길이다.” 진행 주현진 부장 jhj@seoul.co.kr정리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나를 따르라’ 일방적 리더십 안통해… 사춘기 자녀 대하듯 ‘느슨한 연대’를

    ‘나를 따르라’ 일방적 리더십 안통해… 사춘기 자녀 대하듯 ‘느슨한 연대’를

    “리더에 따라 조직이 달라진다. 성과가 향상되기도, 조직이 사분오열되기도 한다. 직원이 의욕적으로 움직이기도 하고 그 반대가 될 수도 있다.” 이경민(44) 마인드루트리더십랩 대표는 임원들의 리더십을 진단하고 상담하는 정신과 전문의다. 고려대 의과대학에서 전문의까지 마친 뒤 2017년까지 약 10년간 근무한 경기 한 정신병원을 박차고 나와 이듬해 창업했다. 일터로부터 받은 스트레스 때문에 우울증, 공황장애, 번아웃증후군 등 각종 마음의 병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주로 치료했고, 본인도 조직 때문에 무력감을 경험하면서 아예 조직을 바꾸는 일로 전업했다. 국내외 대기업과 금융회사들이 그의 주 고객사다. 지난 11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위워크 선릉3호점 사무실에서 그를 만나 직원들이 행복하고 신나는 조직을 만들기 위한 리더십의 핵심을 들었다.-안정적인 정신과 의사에서 리더십 컨설턴트로 길을 바꿨는데.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건강을 회복한 뒤 일상으로 되돌아갔으나 다시 병원을 찾는 환자를 많이 봤다. 환자를 둘러싸고 있는 일터, 즉 조직의 환경이 바뀌지 않았기 때문에 병이 반복된 것이다. 결국 환자를 근본적으로 치료하기 위해서는 그가 속한 조직문화를 건강하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확신이 들었다. 저 스스로도 조직의 문제로 무력감을 느꼈고 우울했던 경험이 있다. 누구나 자신이 아픈 부분을 찾아내 치료하는 게 직업이 돼야 일을 통해 세상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믿는다. 스스로를 아끼면서 조직도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제 몫의 아픔이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리더십 컨설팅을 하게 됐다.” -리더십 컨설팅은 어떤 식으로 이뤄지나. “주로 임원이 대상이다. 현재 국내 기업 20여곳의 임원진 500여명에 대해 1대1 또는 소규모 단위의 코칭을 하고 있다. 짧게는 회당 90분씩 2회, 길게는 12회까지도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본인 리더십의 장단점을 진단한 뒤 그 내용을 바탕으로 상담을 한다. 예컨대 급한 성격이 왕성한 추진력으로 연결돼 임원이 된 분이 있다. 이런 성격이 정신분석적으로 어떻게 형성됐고, 이런 성격이 가정에서는, 또 조직에서는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분석한다. 이런 분과 사는 가족들은, 또 이런 리더와 일하는 직원들은 무엇을 힘들어하는지 등을 진단하고 단점은 개선하고 강점을 강화하기 위한 상담을 한다. 대부분 임원들은 머리가 좋고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지적받은 문제에 대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개선점을 찾는다. 이는 직원 만족과 팀의 성과 확대, 그리고 승진으로 이어진다.” -직원들을 상대로 하는 교육은 없는지. “조직원 전체를 상대로 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적게는 20여명에서 많게는 500여명을 대상으로 하루나 이틀에 걸쳐 한다. 한번은 한 지점장 참가자가 ‘우리 조직에는 세대 갈등이 없다. 이런 프로그램은 다 장삿속 아니냐’고 화를 냈는데 이후 만난 그 금융사의 젊은 직원들이 ‘우리 지점장님이 우리 이야기를 들어주려 애쓰고 대화 통로도 많이 만들고 있어서 좋다’며 만족감을 표시한 일이 있었다. 알고 보니 해당 지점장이 교육 이후 강의 내용을 바탕으로 본인의 20대 직장 초년병 자녀로부터 상사와의 관계에서 야기되는 문제가 실제로 있다는 것을 확인한 뒤 적극적으로 태도를 바꾼 결과였다고 한다.”-리더십 개선의 핵심이 세대 갈등과 관련 있다는 이야긴데. ”세대 이야기를 흥미처럼 하는 것 같지만 리더가 세대 차이를 알면 조직이 훨씬 더 유연해진다. 처음에는 조직문화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는 리더십에 집중하다가 그 대상이 되는 조직구성원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면서 발견한 것이다. 과거처럼 ‘나를 따르라’는 일방적 리더십은 통하지 않는 시대다. 수평적인 조직 문화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세대 차이를 포용하는 법을 알아야 한다.” -조직 내 세대를 어떻게 나누나. “베이비부머(1964년 이전 출생), 586(1965~1973년생), X세대(1974~1983년생), 밀레니얼(1984~1993년생), 90년대생 혹은 Z세대(1994년 이후 출생)로 나눌 수 있다. 각각 성장 과정에서 비슷한 사회 변화를 겪으면서 유사한 특징을 갖게 됐다.” -세대별 특징이라면. “경제성장기를 몸으로 겪은 베이비부머와 386세대는 조직의 성장과 본인을 동일시한다. 성장하는 조직을 위해 몸 바치는 게 곧 자아를 실현하는 일이다. 일방적인 리더십에 익숙하고 아랫사람들의 이야기를 비난으로 듣는 경우가 많다. X세대는 경제호황기에 학창시절을 보내며 높은 소비욕과 개인주의 성향을 보이지만,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윗세대처럼 조직에 순응하게 됐다. 충성에 대한 보상을 기대하지만 자칫 윗사람과 하께 도태될 수 있다. 반면 밀레니얼·Z세대는 2008년 ‘리먼사태’라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이상 이어지는 저성장 시대에 사회에 진입하면서 이미 조직이 개인의 미래를 지켜줄 수 없음을 알고 있다. 이에 따라 역으로 조직이 나의 성장을 위해 무엇을 해 줄 수 있는지를 묻는다. 다만 리먼사태 직후 사회에 진입한 밀레니얼 세대는 치열한 취업난을 겪으며 조직에 진입한 만큼 개인주의적이면서도 조직 이탈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반면, Z세대는 이미 조직 밖의 대안들을 목격하며 자랐기에 탈조직이 자유롭다.”-왜 리더들이 밀레니얼·Z세대에 맞춰야 하나. “조직 입장에서 이들을 받아들이는 건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미국 사회는 이미 2015년 직장 내 인력의 약 50%가 밀레니얼 이후 세대로 이뤄진 구조가 됐다. 한국도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 조직 내부적으로도 구성원의 절반 이상이 젊은 세대지만, 더 중요하게는 조직의 생존을 좌우하는 시장의 주된 소비자도 젊은 세대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젊은 세대를 이해하지 못하는 조직은 시장에서도 낙오되고 조직 자체적으로도 살아남을 수 없다.” -밀레니얼·Z세대를 이끌기 위한 리더십은. “소통이 뭐냐고 물었을 때 40~50대는 ‘회식’이라고 답하지만 20~30대는 ‘피드백’이라고 말한다. 40~50대는 ‘직원이 자신의 위치를 아는 것’이 곧 일의 시작이라고 생각하지만 20~30대는 ‘나의 사명은 무엇이고 조직은 그 사명을 어떻게 키워 줄 것인지’를 묻는다. 20~30대를 이끌기 위해서는 피드백을 줘야 한다. 그 핵심은 소통할 수 있는 역량, 칭찬할 수 있는 역량, 그리고 보상해 줄 수 있는 역량이다. 보상은 승진이라기보다 일에 대한 즐거움을 회복해 주고 자율성을 주는 쪽에 가깝다.” -경쟁력 있는 리더가 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이야기한다면. “직원을 사춘기 자녀 대하듯 하라고 말한다(웃음). 사춘기 아이는 부모와 끈끈하게 붙어 있고 싶어 하지 않는다. 독립적인 존재로 인정해 주다가 확실한 지향점이 있을 때 연대하는 것이 건강한 관계가 되듯 조직에서도 서로를 포용하며 공동의 가치를 위해 느슨하게 연대해야 한다. ‘느슨한 연대’가 키워드인 셈이다. ‘가족 같은 회사’를 내세워 끈끈한 관계를 강조하던 것은 옛말이 됐다. 또 본질과 비본질을 구분하는 것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조직의 본래 존재 이유인 일과 성과 자체에 집중해야지, 회식에 잘 참석하는지, 의전을 충실히 하는지 등의 비본질적인 것으로 구성원을 평가해선 안 된다. 동시에 젊은 세대에는 긴 호흡을 가지라고 조언한다.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의 말처럼 경력은 사다리가 아니라 정글짐이다. 윗사람이 걸어온 길을 인정하고 윗사람의 이야기를 경청할 수 있어야 한다. 당장 조직에서 날 알아주지 않는다거나 소통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포기하기보다 긴 호흡으로 목표를 향해 가는 것이 성숙의 길이다.” 진행 주현진 부장 jhj@seoul.co.kr정리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홍석경의 문화읽기] 바이러스와 인종혐오

    [홍석경의 문화읽기] 바이러스와 인종혐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동아시아인에 대한 혐오가 들썩이고 있다. 동아시아에서도 발병지 중국에 대한 혐오가 꿈틀거리는 게 느껴진다. 한국서는 우한에서 귀국하는 자국민에 대한 가차 없는 배척행위도 발생했다. 적대적인 외계인이 있다면, 지구인을 멸망시키기 위한 복잡한 전략은 필요 없겠다. 바이러스만 이곳저곳 퍼뜨리면 자멸할 종족으로 보인다. 바이러스와 인종혐오는 비슷한 점이 많다. 둘 다 전염성이 있고, 사람을 죽인다. 인류 역사에서 바이러스와 인종혐오 중 누가 사상자를 더 많이 냈을까. 인종혐오는 바이러스 없이도 존재하고, 바이러스는 인종혐오까지 몰고 다닌다는 점에서 인종혐오의 힘이 더 쎈 것 같다. 단일민족 담론 안에서 살아온 한국인이 인종혐오를 경험하는 일은 세계화 이전에는 드물었다. 인접 국가 국민에 대한 혐오성 일상어들이 존재하지만, 국내에서 자행되던 지역감정에 기반한 차별에 비하면 큰 사회적 충격은 없었다. 그러나 급격하게 세계와 접하게 되면서, 드디어 자국 내 인종혐오자라는 ‘따스한’ 입장에서 벗어나 세계 속에서 인종혐오의 대상이 되는 ‘험악한’ 경험을 하게 됐다. 그런데 동아시아 내에서 한중일이 다퉈 봤자, 동아시아 밖으로 나가면 민족 간 구분 없이 바로 동아시아인이고, 대부분 그냥 중국인으로 통한다. 14억 중국인이 동아시아인 대표명사인 것을 8000만 한국인이 고깝게 생각해 봤자이다. 한국인이 중국인의 식성을 혐오하며 차이를 강조해 봤자 한국도 개고기 먹는 사람들일 뿐이다. 요즘 같은 동아시아발 바이러스 시절엔 길 가다 재채기를 하거나 공항에서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차별적 시선과 거절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미국의 유명언론이 마스크를 쓴 한국인 사진을 중국의 바이러스 위기 보도에 사용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생기는 것도 동아시아를 보는 무차별적인 서구 시선의 결과이다. 동아시아를 대하는 서구의 이러한 태도에는 역사가 있다. 유럽인들이 경험한 아시아와의 역사적 접촉이 내내 무서운 것이었고, 박테리아든 바이러스든 동쪽에서 온 역병들도 아시아를 대하는 태도에 영향을 미쳤다. 지금까지도 공포의 기억으로 회자되는 훈족이나 몽고족의 침입, 동에서 왔다는 페스트, 19세기에 유행했던 동방여행기들은 아시아를 두려움과 더러움, 비이성과 이해불가능성이 혼합된 수많은 ‘노란’ 사람들의 대륙이라는 집단 이미지를 만들어 냈다. 일본이 시작한 태평양전쟁은 집단을 위해 희생하는 가미카제들, 중국의 붉은 혁명은 서구의 개인주의와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인산인해의 이미지를 전 세계에 전파하며 아시아에 대한 집단 이미지를 강화했다. 모든 역병이나 질병이 동에서 온 것이 아님에도, 유독 동아시아발 바이러스에 민감한 것은 세계 속 힘의 문제이기도 하다. 서구 미디어가 유럽에서 발생해 많은 사람을 죽인 스페인독감이나 광우병을 취급하는 태도와 힘없는 아프리카의 에볼라나 동아시아발 바이러스를 다루는 태도에는 차이가 있다. 미국 기업들이 일본 기업에 인수되던 1980년대 미국영화 ‘블레이드 러너’ 속 일본은 묵시록적인 미래도시의 거주지였고, 2013년작 좀비영화 ‘월드워Z’의 좀비바이러스가 처음 신고되는 곳은 바로 한반도였다. 동아시아 글로벌 거대도시의 바이러스가 더 상상력을 자극하고 인종혐오 에너지를 동반하는 이유는 동아시아의 힘이 더 강해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동안 반인종주의 사회운동과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이해의 확대로 픽션 속에서 동아시아인의 재현이 많이 좋아졌고, 결정적으로 한국 드라마와 케이팝이 장기적이고 궁극적으로 동아시아인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만드는 데 이바지해 왔다. 한국 대중문화는 인종적 자극이 미미한 만화 중심의 일본 대중문화와 달리 동아시아의 일상과 인간관계, 경제성장의 퍼포먼스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한국 대중문화가 서구 미디어에서 가시적으로 돼 가면서 아시아가 중국, 일본으로 환원되지 않고 매력적인 사람들과 고유의 역사를 지닌 여러 나라가 공존하는 지역임을 알리고 있다. 한류의 반인종주의적 효과가 바이러스보다 더 무서운 인종혐오 바이러스의 백신 역할을 해주기를 꿈꿔 본다. 그러려면 먼저 우리가 인종혐오 바이러스를 퇴치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 “이태원 클럽서 만나 3개월 만에…” 진서연, 러브스토리 [종합]

    “이태원 클럽서 만나 3개월 만에…” 진서연, 러브스토리 [종합]

    배우 진서연이 남편과의 운명적인 만남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했다. 1일 방송된 JTBC 예능프로그램 ‘아는 형님’에는 OCN 새 토·일 오리지널 드라마 ‘본 대로 말하라’에 출연하는 배우 진서연과 최수영이 출연했다. 이날 진서연은 남편을 언급하며 “이태원 클럽에서 놀다가 남편을 만났다. 내 앞에서 ‘봉봉봉’만 하길래 성대모사를 하는 줄 알았지만 불어를 했던 거였다. 일부러 내 앞에서 불어를 사용했다”고 말했다. 이어 “외향만 한국인이지 그냥 외국 사람이었다”며 “3, 4년 전에 유럽 여행을 갔다 오고 싶다고 하더라. 한 달을 다녀왔는데 좋았나 보다. 다시 가도 되냐고 해서 또 갔다. 두 달 만에 와서 유럽에서 살아야겠다고 하더라. ‘네가 원하지 않으면 가지 않겠지만 내가 불행하겠지’라고 했다. 너의 행복을 위해 떠나라고 했다”고 이야기했다. 진서연의 남편 이창원씨는 인테리어 디자이너 겸 디렉터로 현재 독일에서 근무하고 있다. 진서연 가족은 현재 독일에서 지내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남편이 지금은 독일 회사에 다니고 있다. 한국에서는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일했다”고 전했다.진서연은 남편에 대해 “남편이 특이하다. 개인주의가 엄청난 사람이다. 사실 저도 개인주의가 너무 심해서 결혼 못 할 줄 알았다. 나도 내가 소중한데 이 사람도 자기가 소중한 거다. 그런 둘이 만나니 완벽하더라. 서로 이해가 된다”고 말했다. 진서연은 2014년 5월에 결혼하며 2018년 9월 결혼 4년 만에 임신 소식을 직접 알려 그해 11월 득남했다. ‘결혼을 추천하나”라는 질문에 진서연은 “결혼은 완전 ‘강추’한다. 아이를 낳는 건 보통 일이 아니다. 누군가를 돌본다는 건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들다”며 “촬영 100개 하는 게 낫다. 그 정도다”고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한편 진서연은 영화 ‘독전’에서 故 김주혁이 연기한 아시아를 주름잡는 마약 시장의 거물 ‘진하림’의 파트너 ‘보령’ 역을 맡아 리얼한 연기로 관객들의 극찬을 받았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꼰대질은 꼰대들에게” 법복 벗은 문유석 판사는 누구

    “꼰대질은 꼰대들에게” 법복 벗은 문유석 판사는 누구

    “상사가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어야 한다는 사람들이 있다. 아니 처음부터 찰떡같이 말하면 될 것은 굳이 개떡같이 말해놓고 찰떡같이 알아들으라니 이 무슨 개떡 같은 소리란 말인가” 한 때 온라인 상을 뜨겁게 달궜던 문유석(51·사법연수원 26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칼럼 ‘전국의 부장님들께 감히 드리는 글’(‘문유석 판사의 일상유감’ 중앙일보 2017년 1월 12일자)의 일부다. ‘부장들’의 ‘꼰대질’에 대한 문 부장판사의 일갈은 젊은이들에겐 시원함을, ‘꼰대들’에겐 뜨끔함을 선사했다. 2018년 드라마로도 제작됐던 법정활극 ‘미스 함무라비’와 ‘판사유감’, ‘개인주의자 선언’, ‘쾌락독서’ 등을 펴내며 글 쓰는 판사로 널리 알려진 문 부장판사가 31일 대법원이 단행한 고등법원 부장판사급 이상 고위 법관에 대한 인사에서 퇴직 법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법복은 입은 지 23년 만의 일이다. 문 부장판사는 2014년 8월 세월호 참사 관련 기고문(딸 잃은 아비가 스스로 죽게 할 수 없다)을 작성했다는 이유로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로 불리는 ‘물의 야기 법관 인사조치 검토’ 보고서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검찰 수사 결과 법원행정처는 2016년 1월 정기인사를 앞두고 해당 문건을 작성하면서 문 부장판사에 대해 “공명심이 있어 중요 사건이 많은 행정법원(에 보내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평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 해 문 부장판사는 1순위 희망근무지였던 서울행정법원이 아닌 서울동부지법으로 발령됐다. 1994년 제36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문 부장판사는 1997년 사법연수원 26기로 수료한 후 서울중앙지법에서 판사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서울행정법원과 춘천지법 강릉지원, 법원행정처를 거쳐 서울고법 판사와 인천지법 부장판사,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를 역임했으며 2018년부터 서울중앙지법에서 근무하고 있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빗장 건 도시…윤리를 묻다

    빗장 건 도시…윤리를 묻다

    ‘도시 계획의 어머니’로 불리는 저자 사회적 인간탐구 3연작의 마지막편 물리적·의식적 공간 분리된 도시 조명 지역적 특권에 빠진 폐쇄 공동체 진단 흔히 도시라면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삶을 함께 영위하는 공간으로 인식한다. 그 도시는 그저 삶의 공간에 머물지 않고 다양한 사람들의 집합만큼이나 복잡한 생활양식과 의식을 함께 품기 마련이다. 인류 역사를 돌아보면 적지 않은 도시가 번창하거나 쇠락을 거듭해 왔다. 인간에게 도시는 과연 무엇이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짓기와 거주하기’는 아주 친숙하지만, 대개의 사회 구성원들이 별로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도시의 윤리적 측면을 꿰뚫었다. 노동과 도시화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로 인정받는 미국 뉴욕대·영국 런던정경대 교수인 리처드 세넷이 지난 10여년간 지속해 온 사회적 인간 탐구 연작(1부 ‘장인’, 2부 ‘협업’)의 마지막 편으로 책을 냈다. 책은 다소 생경한 도시의 윤리를 키워드로 삼았다. 도시의 윤리가 뭘까. 그 궁금증은 ‘도시계획의 어머니’로 불리는 미국 도시계획가 제인 제이컵스의 말을 통해 쉽게 풀린다. 제이컵스는 인간의 척도를 무시한 도시 변화에 맞서 “전문가들의 보고서에 등장하는 숫자로는 사람이 살고 있는 도시를 파악할 수 없다”고 주장했던 사회학자 겸 언론인이다. 특히 주거, 상업, 공업, 녹지로 공간을 구획하는 기능주의 도시보다는 사람들의 눈이 서로를 바라보는 ‘길의 활력’을 역설해 도시계획 분야에선 빼놓을 수 없는 인물로 회자된다. 일단 저자의 지론은 제이컵스의 주장과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책은 그 지론대로 ‘열린 도시’와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은 어떻게 하면 ‘열린 관계’에 있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을 제시해 나가는 흐름이다. 도시는 대개 큰 전체 도시나 그 물리적 공간인 ‘빌’과 작은 지역사회와 그와 관련된 감정과 의식을 가리키는 ‘시테’로 구성된다. 빌이 사람이 들어사는 공간의 측면에 기운 물리적 개념이라면 시테는 그 속의 양식과 철학까지를 포함하는 정신적 측면으로 볼 수 있다. 저자는 “빌과 시테 사이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며 지난 19세기의 도시 제작자들이 ‘사는 것’과 ‘지어진 것’을 연결시키려 노력했지만 실패했다고 단정 짓는다. 20세기에는 빌과 시테가 서로 등을 돌리는 방식으로 도시 만들기가 진행됐고 그 결과 도시는 이제 내적으로 ‘빗장 공동체’가 돼버렸다고 꼬집는다.책의 특장은 유명 도시들의 번창과 쇠퇴 흐름을 소개하면서 절대 악이나 선 등 어느 한쪽 편을 들지 않고 독자들의 판단을 유도하는 점이다. 스페인의 바르셀로나 에익삼플레의 격자식 도시 블록,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 인도 델리의 네루 플레이스 시장…. 그 안의 공간과 삶의 양식을 다양한 문헌과 자료들로 풀어내는 장단점 묘사가 도드라진다. 스마트 시티로 계획된 우리나라 인천 송도 신도시가 사용자 친화성이 지나쳐서 오히려 거주민을 바보 취급해 폐쇄 도시가 된 사례도 들어 있다. 그런가 하면 작업에 방해되는 요소를 최소화하고 직장 생활에만 집중할 수 있게 설계된 미국 구글플렉스는 구직자들에게 꿈의 직장으로 불리지만 사실은 개인주의적 특권의 아이콘으로 일 외에 다른 모든 관계를 차단한 지역사회로 묘사된다. “인간이라는 비틀린 재목으로는 곧은 물건을 절대 만들어낼 수 없다”(이마누엘 칸트), “도시는 상이한 종류의 인간들로 구성된다. 비슷한 인간들만 있으면 도시가 존재할 수 없다”(아리스토텔레스)는 말을 콕 짚어 소개한 저자는 결국 미래의 바람직한 공간으로 ‘열린 도시’에 방점을 찍는다. 특히 전쟁이 벌어지면 시골에서 피신해 온 다양한 종류의 부족들은 물론 타 도시 사람들의 망명도 받아 주었던 고대 도시 아테네를 소개하면서 “사람들은 따로 있을 때보다 함께 있을 때 더 강하다”고 결론짓는다. 그리고 독자들에게 묻는다. “당신은 어떻게 할 겁니까?”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이웃의 ‘안녕’을 책임진다… 살맛 나는 세상 만드는 작은 영웅들

    이웃의 ‘안녕’을 책임진다… 살맛 나는 세상 만드는 작은 영웅들

    ‘자원봉사’라는 단어에 붙는 수식어는 다양하다. ‘세상을 밝히는 작은 등불’, ‘이웃과 지역사회를 지키는 힘’, ‘작은 기적을 일으키는 행동’ 등이 있지만 이를 행하는 자원봉사자들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단어는 바로 ‘영웅’이다. 일상 속 작은 실천들로 이웃과 지역사회, 나아가 국가와 지구촌을 ‘안녕’하게 하는 이들이야말로 바로 ‘일상 속 영웅’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활약 중인 자원봉사자들의 이야기를 다양한 사례를 통해 살펴본다.●행정안전부 주최 ‘안녕 캠페인 우수사례 경진대회’에 46개 지역 뽑혀  ‘안녕 캠페인’은 주민 주도성과 네트워크의 확장, 사회문제 해결을 주요 기제로 삼아 ‘안녕한 사회’로 나가기 위해 전 국민을 비롯한 지방자치단체, 자원봉사센터·단체, 기업 등 다양한 파트너 참여를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사업이다. 지난 10월 행정안전부는 ‘안녕 캠페인 우수사례 경진대회’를 개최해 총 46개 지역(대상 7건·최우수상 13건·우수상 26건)을 우수 사례로 뽑았다.  먼저 서울 관악구의 ‘마마식당‘은 맞벌이 등으로 바쁜 부모를 대신해 지역 어린이들에게 따뜻한 식사와 놀이, 돌봄을 지원하는 주민주도의 어린이 식당이다. 지역주민 30명으로 구성된 마마봉사단은 식단 구성부터 장보기, 조리, 귀가 봉사까지 주도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민·관·학 협력체계를 구축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했다는 평가와 함께 한국형 어린이 식당의 모범사례로 인식되고 있다.  강원도 강릉시는 학교와 군부대, 기업 등과 연계해 고지대에 사는 사회취약계층의 안전한 보행을 위해 안전시설물(안전바·폴딩체어)과 야광 이동방향지시등 설치, 혐오시설물 제거와 같은 활동을 전개해 자원봉사를 통한 삶의 질을 변화시킬 예정이다.  충청남도 서천군에서 실시한 ‘안녕한 우리 마을 서천’은 지역사회 문제 발굴부터 해결에 이르기까지 주민의 주도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천군은 읍면별로 설치된 자원봉사거점을 활용, 지역별로 특화된 자원봉사활동을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있으며, 자원봉사거점 상담가 및 지역주민 간담회를 지속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전라북도 김제시의 안부 묻는 발걸음 ‘실버벨 딩동’은 김제시의 인구 고령화, 관계 단절로 인한 독거노인 우울증, 자살 및 고독사를 예방하기 위해 민·관이 협력해 추진하고 있다. 핵심 인력인 ‘안녕 지킴이(한국야쿠르트 프레쉬매니저·전문봉사팀)’는 지속적인 방문과 안부 묻는 활동을 통해 전문적인 서비스 제공과 정서적 교감 형성을 통해 고독사 위험군을 대상으로 한 사회 안전망을 구축하는 성과를 냈다.  경상북도 경산시의 ‘마주 여는 이웃, 마주 여는 마을’은 급격한 도시화로 인해 발생한 개인주의의 극복과 공동체성 회복을 위해 민·관이 결합한 주민주도형 사업이다. 마을 내 문제 발굴과 해결을 위해 정기적 주민협의체를 운영하고, 청소년 및 아파트 봉사단과 연계한 프로그램 기획·진행, 기업 사회공헌으로 추진한 ‘안전공원 조성’ 등 지역별 특성에 맞춰 프로그램을 운영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제14회 전국자원봉사자대회’에 훈·포장과 표창 272점 선정  자원봉사자의 날(매년 12월 5일)은 자원봉사자에게 경의를 표하고 자원봉사활동을 촉진하기 위해 1985년 국제연합(UN)이 지정한 기념일이다. 우리나라도 2005년 ‘자원봉사활동 기본법’ 상 기념일로 지정해 올해로 14회째를 맞았다. 지난 5일 서울 건국대 새천년관에서는 ‘제14회 전국자원봉사자대회’가 열렸다. 대회에서는 전국 각지에서 오랜 기간 헌신적으로 이웃 사랑을 실천해온 개인과 단체·기업·지방자치단체에 훈·포장과 표창 275점이 수여됐다.  (사)국제가족제주도연합회 송인호(58) 회장은 22년간 장애인 행사지원, 인권상담, 활동 보조 등 중증장애인 지원 봉사활동과 심야 배회 청소년 귀가 조치, 소년가장 가정 연탄배달 등 청소년 선도보호 활동을 펼치는 등 불우 소외계층의 복지와 인권 신장을 위해 노력한 공로를 인정받아 이날 국민훈장 석류장을 받았다.  사랑실은교통봉사대 김형주(65) 정읍 지대장은 1988년 전북 정읍에 사랑실은교통봉사대 지대를 발족한 후부터 모금 활동을 해 관내 심장병 어린이 186명의 수술비를 지원했다. 또 무연고자 장례를 지원하고 자장면을 직접 만들어 나누어주는 등 활발한 봉사활동을 펼친 노고를 인정받아 역시 국민훈장 석류장을 받았다.  국민포장을 받은 삼성청소년선도119 김병기(51) 사무국장은 33년 10개월 동안 봉사활동을 해왔다. 청소년기부터 봉사활동을 시작한 그는 10대가 인생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에 청소년을 위한 선도 활동을 오랜 기간 해왔다고 알려졌다. 그는 지금도 청소년을 위한 심리상담과 청년 일자리 창출에 관한 특강, 사람책 도서관 활동, 지역 환경 정화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이날 참사랑나눔봉사회 김남복(65) 회장도 국민포장을 받았다. 시각장애인인 그는 1999년부터 의용소방대 청학지대 방호부장으로 활동하며 산불 진압, 주택 화재 진압, 봉사자 운송 등에 활발하게 참여했으며, 자신이 운영하는 목욕탕에 관내 중증 장애인과 고령의 노인 등을 초대해 목욕 봉사 등을 했다. 또한 2012년 참사랑나눔회를 설립해 이동지원, 활동 보조, 행사지원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 ‘이그나이트 대회’… 지역사회 바꾼 자원봉사자들 이야기  이그나이트는 ‘불을 붙이다’는 뜻이다. 5분이라는 짧은 시간 내에 직접 자신의 삶과 이웃, 그리고 지역사회를 바꿔낸 자원봉사 경험을 이야기하는 것이 자원봉사 ‘이그나이트 대회’다.  대회에 선정된 주요 사례 중 경남의 ‘신가네 가족 봉사단’은 김해에서 유명한 가족 봉사단이다. 신영만(40대) 씨와 그의 아들 현빈(10대) 군, 동생 영복(30대) 씨가 구성원이다. 거실 한쪽에 월별 봉사 달력이 걸려 있고, 가훈이 ‘숨 쉬듯 봉사하라’일 정도로 자원봉사에 관심이 많다. 2012년부터 김해시 지역행사, 축제는 물론 소외이웃 돕기, 마을 환경 정화 활동 등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면 장소와 내용을 불문하고 참여하고 있다.  대전의 ‘호국철도동상지킴이’ 김영철(50대) 씨는 한국 사회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주위로부터 받았던 도움에 대한 감사를 탈북민으로 구성된 가족봉사단과 함께 되갚고 있다. 매주 토요일 호국철도 동상을 닦고 환경을 정화하는 활동은 물론, 매월 탈북민 가족을 지원하는 생필품을 구매해 전달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5살 어린 딸을 소아암으로 잃어버린 전북 ‘아빠봉사단’의 회장 오승옥(40대) 씨는 자녀 세대의 행복을 위해, 공동체의 행복을 이루기 위해 나눔과 봉사라는 두 단어를 실천하는 멋진 아빠로 살아가고 있다. 그는 교통안전, 지역축제, 다문화가정, 생활환경개선 봉사활동 등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고 있으며 ‘늦더라도 올곧은 길’을 가기 위해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누고 공유하는 삶을 살고 있다.  김태곤 객원기자 kim@seoul.co.kr
  • 정체성 모호 vs 순혈주의 타파… 전국서 모인 ‘다국적군’ 평가 분분

    정체성 모호 vs 순혈주의 타파… 전국서 모인 ‘다국적군’ 평가 분분

    소방을 제외한 1800명 중 36%에 달해 신규 671명 뺀 600여명은 연기군 출신 “각자도생… 향우회 없고 노조 활동 부진” “새로운 조직 패러다임… 시너지 효과도” 행정중심복합도시 세종특별자치시를 이끄는 공무원은 이른바 ‘다국적군’이다. 2012년 7월 시가 출범하면서 방방곡곡에서 공무원을 충원해 이 같은 조직이 만들어졌다. 중앙부처에다 광역 단위로 보면 맨 남쪽 제주도까지 전국적으로 전입하지 않은 곳이 없다. 이 때문에 세종시 공무원들은 조직 문화의 ‘정체성’이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다고 입을 모은다. 장구한 역사를 이어 오면서 농정 중심의 행정을 하며 직원끼리 식구처럼 정을 나누는 충남도를 ‘훈남’, 1989년 충남도와 분리 후 도시행정이 중심이 돼 까칠하고 때로는 차가운 대전시를 ‘차도남’이라고 말해도 딱히 항의받을 일이 없지만 세종시 조직문화를 특징지을 단어는 단박에 떠오르지 않는다. 26일 세종시에 따르면 시 출범 후 지금까지 7년간 외부에서 500명 이상이 세종시 공무원으로 옮겨 왔다. 소방을 제외한 시 공무원 1800명 중 4분의1이 넘는다. 신규 채용 671명을 뺀 나머지 공무원 600여명은 옛 연기군 출신이어서 이전 근무지가 각양각색이다. 전입 이유는 ‘서울 생활에 지쳐서’, ‘지연·학연 등으로 얽힌 자치단체에서 평가를 제대로 받지 못한 만큼 연줄 맺기가 약한 세종시로 옮겨서 재평가받으려고’, ‘농촌보다 생활이 편할 것 같아서’, ‘부동산 이득을 보려고’ 등으로 다양하다고 직원들은 전한다. 시의 한 공무원은 “세종시 건설 목표인 국가균형발전 사업에 동참하고 일조하고 싶다는 포부를 갖고 전입한 직원도 없지 않다”고 귀띔했다. 노희동 인사담당은 “중앙부처는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기획재정부에서 전입했고 제주도에서는 한 명이 왔다. 2016년 8급으로 와서 7급으로 승진한 주무관”이라면서 “신규 공무원도 세종시로 온 공무원·시민의 가족이거나 전국에서 응시해 출신지가 매우 다양하다”고 했다. 개인주의, 이기주의 성향이 강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 때문에 이춘희 세종시장은 오래전부터 “어디 출신인지, 전 근무지가 어딘지 구분하지 마라”며 ‘단합’을 강조했다. 시 관계자는 “각자도생이다. 향우회도 없다”고 전했다. 충남도만 해도 청양군 등 출신 시군별 향우회 모임이 있다. 세종은 대신 동호회 활동이 활발하다. 29개 공무원 동호회가 있다. 축구, 야구 등 스포츠와 서예, 사진 등 취미와 관련된 게 대부분이다. 박희경 주무관은 “젊은 공무원이 많아 영어 등 어학 동호회도 적잖은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공무원 노조 활동이 부진하고 위원장 선출이 안 돼 있는 것도 이런 특성과 무관치 않다. 영호남 등 지역별 모임은 거의 없지만 조직 내에 출신지별 특징이 드러나기도 한다. 옛 연기군 출신은 여전히 ‘선후배 문화’가 남아 있고, 충남도 출신은 연대 의식이 꽤 살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의 한 공무원은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출신지별로 서열과 승진 등을 놓고 알력이 없지 않다”고 했다. 또 다른 시 관계자는 “이 시장이 취임 초 광역행정을 경험한 충남도 출신을 중용해 행정의 기틀을 다졌고, 이후에는 ‘명품 행정도시에 맞게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며 중앙정부 출신을 요직에 많이 앉혔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과장급 이상 간부에 고시출신 등 중앙부처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일부 공무원은 “1~2년 있다가 떠날 사람이 업무를 잘 알지 못하고 지시해 당황할 때도 있다”고 볼멘소리를 내기도 한다. 반면 연기군 출신은 찬밥(?)이다. 시 출범을 앞두고 당시 군수가 ‘큰 조직에서 서러움받지 않게’ 하려는 뜻인지 6급 계장 20명을 사무관(5급) 승진 대상자로 대거 교육을 보냈지만, 애초 기초단체의 직급이 낮아 시에서 실세로 크지는 못했다. 양면이 공존하듯 다국적군이 순혈주의를 깼다는 평도 있다. 박성수 시의원(중촌동·더불어민주당)은 “여러 기관에서 일한 경험과 아이디어가 섞여 새로운 조직문화와 패러다임을 만들고, 시너지 효과도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시의원은 “2014년만 해도 전 근무지 행정과 각각 달라 서툴렀는데 지금은 기초에 중앙 및 광역행정 능력이 더해져 기획력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세종시는 중간에 구청이 없어 광역행정에 읍면동 업무까지 직접 하는 전국 유일의 ‘단층제’여서 기획, 조정 및 현장업무 능력이 모두 필요하다. 이는 조직의 안정성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업무 부담으로 이어진다. 게다가 세종역, 국회 분원 등 이슈가 끊임없이 터져 나온다. 출범 이후 동사무소 공무원 2명이 과로사했다. 시 관계자는 “신도시 동사무소에 전입신고가 물 밀듯 몰리고 정부부처 공무원이 시민 입장에서 법을 들먹이며 민원을 제기해 골치 아플 때가 많다”면서 “밤 10시까지 일하고 주말에도 출근하기 일쑤”라고 하소연했다. 세종시는 소방을 포함한 5실국·본부, 25과, 101계에 공무원 정원 956명으로 출범해 현재 10실국·본부, 47과, 202계에 2164명으로 조직 규모가 커졌다. 같은 기간 인구는 10만명에서 34만명으로 세 배 넘게 늘었다. 안상천 조직관리담당은 “광역과 기초 업무를 동시에 하는 데다 시 조직과 공무원 수가 인구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힘든 면이 있다. 조직과 공무원이 좀더 늘어나야 한다”면서 “동질감이 큰 신입 공무원이 증가하며 조직의 안정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세종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열린세상] 경제 성적표라는 환상/남시훈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열린세상] 경제 성적표라는 환상/남시훈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2년 6개월이 되면서 다양한 매체에서 정부에 대한 중간 평가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경제 정책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경제 문제는 먹고사는 문제이면서 국민들의 생활 수준과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중요한 문제다. 현 정부가 이 문제에 제대로 접근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은 의미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경제학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시카고대학에서 주관하는 전 세계 경제학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설문조사에서 유권자들이 현 정부가 현재 나타나는 경제 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과대평가한다는 주장에 대해 동의하는 사람들이 전체 응답자 39명 중 32명이었고, 반대는 단 2명에 불과했다. 현 정부가 집권기에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히 제한적이므로, 이에 대한 평가 시도 역시 정부의 역할을 과대평가하거나 부정확한 평가에 그치기 쉽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정책의 시차 문제다. 정책은 준비하고 만들어지는 데 시간이 걸리며, 정책이 만들어져도 실제로 사람들의 선택을 변화시키고 그 결과가 전체 경제에 나타나는 것에도 시간이 필요하다. 현 정권의 경제지표 변화는 문재인 정권 이전 정권들의 영향으로부터 절대로 자유로울 수 없다. 문재인 정부는 탄핵으로 인해 준비 과정이 더 짧은 상태로 집권했고, 국회에서도 충돌이 많아 정책 기획과 실행이 더 어려웠다. 정책의 효과가 나타나도 정확히 평가하기가 어렵다. 국민의 삶에 생긴 변화가 그 정책 때문인지 다른 외부 환경 변화로 인해 나타난 것인지 파악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고용지표가 움직이면 최저임금의 상승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지만, 출산율 감소와 인구구조의 노령화, 결혼 감소와 1인 가구의 증가, 한국 방문 관광객의 추이, 부동산 시세 및 임대료의 변화, 간편식 산업 및 배달 업계의 활성화 등이 모두 제각각 영향을 미친다. 최저임금의 영향이 꼭 집어서 얼마나 되는지 판단하려면 이러한 요소들은 그대로 일어나는 가운데 최저임금이 인상되지 않았다면 고용이 어떻게 변화했을지 가상의 결과물을 추정하는 과정을 거치고 그 결과물과 현실을 비교해야 한다. 특히 한국 경제는 대외 경제 여건의 변화에 큰 영향을 받는다. 한국은 선진국들 중에서 경제 규모에 비해 수출과 수입의 비율이 상당히 높으며, 세계 경제 상황이 나빠지면 수출이 줄어들고 그로 인한 타격을 제일 많이 받는 편이다. 미국의 경제 침체 가능성이 높아지고 미국과 중국이 대립해 국제무역이 감소하면 한국 경제가 좋아지기는 아주 힘들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미국의 민주당 대통령 후보 중 한 사람인 앤드루 양은 미국의 경제적 성과를 새롭게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내총생산(GDP) 외에 불평등, 가계부채, 결혼 및 이혼율, 기대수명과 같은 수치화가 비교적 쉬운 것들 외에 행복, 환경, 정신건강 같은 것들도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외에 여러 이념적 가치도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신뢰와 경제성장의 관계가 폭넓게 연구되고 있으며, 권위주의 타파와 개인주의가 혁신을 촉진한다는 연구도 있다. 그러나 그 어떤 지표도 현재 국가의 경제 및 생활 수준의 현실을 표현할 수는 있어도 위에서 말한 여러 한계 때문에 현 정부를 평가하는 데 사용하기는 어렵다. 최선의 방법은 정책 수립 단계에서 철저한 평가를 거치는 것이다. 여러 학자는 다양한 연구를 통해 여러 정책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왔고,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상당한 성과를 거둬 왔다. 여전히 첨예한 논란이 있는 정책들도 있지만 어느 정도는 학자들이 의견 일치를 본 정책들도 있으며, 이러한 전문가들의 의견이 존중돼야 한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제일 필요한 일은 현 정부가 먹고사는 문제를 쉽고 빠르게 해결할 수 있다는 환상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경제 성적을 평가한다는 시도의 상당수는 고대 왕국에서 천재지변이 일어났으니 왕의 목을 베어서 제단에 바쳐야 한다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경제는 대단히 중요하다. 중요하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경제를 어설프게 정권에 대한 평가로 재단하지 말고, 정권을 초월해 장기간에 걸쳐 정책의 사후 평가를 하고 현재 환경을 진단해 새로운 정책 수립에 반영해야 한다.
  • 신작게임 데스스트랜딩이 트럼프·브렉시트에 주는 메시지

    신작게임 데스스트랜딩이 트럼프·브렉시트에 주는 메시지

    ‘샘 포터 브리지스는 치명적인 산성비를 피할 곳이 필요하다. 그가 소포를 전하지 못하면 미국을 구할 수 없다.’ 8일 국내에서도 전격 출시된 신작 게임 ‘데스스트랜딩’은 출시 전부터 ‘택배 게임’이라는 입소문을 탔다. 실제로 게임 속에서 주인공은 소포를 배달하기 위해 긴 여정을 떠난다. 그런데 BBC는 7일(현지시간)이 게임이 최근 미국과 영국 상황에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보도했다. 이게 무슨 의미이며, 미드 ‘워킹데드’의 ‘데릭’으로 유명한 배우 노먼 리더스가 맡은 게임 속 주인공의 이름은 왜 ‘브리지스’(교각)일까. ‘메탈기어솔리드’ 시리즈로 유명해진 뒤 코나미를 떠나 이 게임을 연출한 유명 게임 디자이너 코지마 히데오가 BBC 인터뷰에서 이를 설명했다. 데스스트랜딩의 중심 주제는 ‘연결’이다. 코지마는 “현재는 개인주의의 시대”라면서 “우리는 인터넷을 통해 그 어느 때보다도 연결돼 있을지 모르지만, 너무 연결돼서 서로를 공격하는 게 현 세태”라고 말했다. 게임 제작자는 확실히 게임을 통해 현대 사회에 메시지를 던지고 싶어 한다. 코지마는 BBC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 벽을 쌓고 있으며, 영국은 유럽연합(EU)을 떠나려 하고 있다”면서 “이렇게 세상엔 벽이 많고 사람들은 자기 자신만 생각하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어 “데스스트랜딩에서는 연결을 나타내기 위해 다리(교각)를 사용하고 있다”면서 “다리를 사용하거나 부술 수도 있는데 연결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장치”라고 했다. 게임이 던지는 의미는 꼭 특정 국가나 공동체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코지마는 강조했다. 즉 사람들을 다시 하나로 모으는 것은 그의 눈엔 보편적인 주제라는 것이다. 그는 “연결이 되면 서로에 대한 책임이 생기는데 소셜미디어에선 그런 책임이 있는 것 같지 않다”면서 “서로 아끼는 건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드는 것이다. 과거엔 항상 그랬다”면서 “나는 내 게임에서 사람들이 그걸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데스스트랜딩은 코나미를 떠나 자신의 스튜디오를 만든 코지마의 첫 작품이다. 그는 메탈 기어 시리즈로 잠입 액션이란 새 장르를 대중화했는데, 이번 작품 역시 ‘배달’이라는 전혀 새로운 분야를 다룬다. 게임 트레일러에선 해변에 죽은 동물들이 널브러져 있고, 시커먼 기름과 유리 캡슐(?)에 담긴 아기의 모습 등이 다소 어두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게임 소비자들은 이런 것들이 게임 속에서 실제로 뭘 의미하는지 궁금해 했다. 8일 발매된 게임에선 참고로 다른 플레이어들에게 부정적으로 상호작용할 방법이 없다는 게 코지마의 귀띔이다.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거나 좋아하고 고마워하는 것 말고, 나쁜 건 만들지 않았다는 얘기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세상의 시선은 까다롭고 별나지만 원칙 지키는 복희 사랑스럽고 유쾌해요

    세상의 시선은 까다롭고 별나지만 원칙 지키는 복희 사랑스럽고 유쾌해요

    춤추는 고복희와 원더랜드/문은강 지음/다산책방/268쪽/1만 4000원‘괴팍하다’는 말의 정의는 얼마나 자의적인가. 나와 다르면, 세상의 잣대와 조금 다르면 우리는 ‘괴팍하다’는 말을 편의상 갖다 붙인다. 나의 편의가 남에게는 얼마나 폭력적인지는 고려 사안에 넣지 않은 채. 201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문은강(27) 작가의 첫 장편소설 ‘춤추는 고복희와 원더랜드’에는 세상의 시선으로는 충분히 괴팍한 여자, 고복희가 나온다. 그는 무엇이든 원칙대로이며, 절대 타협하지 않는다. 세상 금시초문인 ‘밤 12시 통금’이 있는 호텔의 운영자이기도 하다. 25년 동안 중학교 영어 교사로 일할 때 학생들이 붙여 준 별명은 ‘로보트’이며, 소싯적 매주 토요일 밤 남자친구를 따라 간 디스코텍에서도 단 한 번 스테이지에 나서지 않았다. 테이블만 지켰다. 이런 고복희의 호텔 ‘원더랜드’에 불현듯 “앙코르와트를 보겠다”는 청년 백수, 박지우가 날아든다. 앙코르와트를 보겠다면서, 앙코르와트에서 7시간 넘게 걸리는 원더랜드를 숙소로 잡은 박지우에게 고복희가 말한다. “왜 여기로 왔습니까?” (중략) “여기가 캄보디아 수도 아니에요?” “불국사는 서울에 있습니까?” 반박 불가다.지난 6일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문 작가는 “무뚝뚝하고 융통성 없는 여성 캐릭터를 사랑스럽게 그려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오베라는 남자’보다 더 재밌고 감동적이다”라는 유성호 문학평론가의 추천사처럼, 고집불통 까칠남인 ‘오베’ 같은 남성 캐릭터는 ‘츤데레’라는 명목으로 사랑스럽게 그려지는 반면, 여성은 히스테릭한 인물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더라는 게, 작가의 생각이다. 거기에 격차를 뛰어넘어 서로를 보듬는 세대 간의 얘기도 함께 그리고 싶었다. 50대 여성 고복희와 20대 여성 박지우를 등장시켜서. 여기에는 증조 할머니 슬하에서 자란 작가의 어린 시절이 한몫했다. “1920년생이신 할머니는 제 친구들만 오면 그렇게 먹을 것을 장롱에 숨기세요. 처음엔 너무 창피했죠. 근데 그땐 먹을 것 하나 이웃에게 나눠주면, 내가 먹을 게 없던 시절이니까… 그렇게 가까운 가족부터 이해를 하게 되는 게 글 쓰는 재미인 거 같아요.”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요즘 20대답지 않게 교민사회와 원더랜드를 종횡무진 들쑤시고 다니는 박지우는 작가의 분신에 다름 아니다. 작가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9개월간 생활하며 만난 교민 사회와 현지 청년들을 소설에 담았다. 교민 사회의 폐쇄성이나 일확천금을 꿈꾸고 왔다가 스러져 가는 사람들 등 어두운 부분들도 소설에 적극 노출된다. 고복희가 믿고 의지했던 한 사람, 남편 장영수와의 일화를 써내려 간 대목에서는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대학생들의 수업 거부 시위, 2000년대 중반 재개된 새만금 간척 사업 등도 등장한다. 깊이 파고들진 않지만 고복희의 캄보디아행을 설명하는 데 필연적인 요소들이다. “우리 퇴직하면 남쪽 나라에서 살까요?”를 입버릇처럼 말하던 남편은 새만금 사업 반대에 앞장서다 운명을 달리했다. 등단작 ‘밸러스트’에서 양극화, 불평등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썼던 작가는 한국에서도, 캄보디아에서도 일관되게 사회상을 응시하려고 노력했다. 그는 ‘작가의 말’에 이렇게 썼다. “나는 내가 세상에 대해 잘 모른다는 사실을 들키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고복희는 자신의 삶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인간이었고 나 역시 그녀의 방식으로 소설을 쓰려고 노력했다.”(264쪽) 이 변수 많은 세상에 이토록 올곧은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 그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서른 살 터울의 젊은이가 있다는 것만으로 따뜻한 소설이다. ‘괴팍하다’의 사전적 정의는 ‘붙임성이 없이 까다롭고 별나다’이다. 소설을 읽고 나면 ‘붙임성’이라는 게 얼마나 사적인 동기에서 유래하는지, ‘까다롭고 별나다’는 표현의 상대성을 되새기게 되면서, 남에게 쉬이 ‘괴팍’이라는 꼬리표를 붙일 수 없을 것 같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살아남아 롤모델 될 때까지… 여성디자이너 ‘생존꿀팁’ 나눠요

    살아남아 롤모델 될 때까지… 여성디자이너 ‘생존꿀팁’ 나눠요

    그래픽디자인 스튜디오 ‘오늘의풍경’을 운영하는 신인아 디자이너는 지난 3월 그래픽디자인 관련 회사 114곳에서 근무하는 1644명의 직급별 성비를 조사했다. 1644명의 디자이너 중 여성은 1142명(69%), 남성은 502명(31%)이었다. 직급이 낮을수록 여성 디자이너의 비율이 남성에 비해 높았고(인턴·프리랜서 등 비정규직 90%, 일반 사원 76%, 대리 및 주임급 76%), 중간관리자(팀장)급에서는 남녀(여성 55%, 남성 45%)의 성비가 비슷했다. 임원급으로 올라가면 성비는 크게 역전된다. 대표나 실장, 본부장 등을 맡고 있는 남성은 87명(74%), 여성은 31명(26%)이었다. 이 숫자들이 모든 것을 말해 준다고 보긴 어렵지만 직급이 높을수록 남성 디자이너가 많아진다는 사실은 확인할 수 있다. 대학에서 디자인 학과에 입학하는 여학생과 남학생의 비율이 7대3인 것에 비추어본다면 자연스러운 결과는 분명 아니다.현업에 있는 여성 디자이너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디자인계가 크게 기울어져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회사 대표는 물론이고 대학교수도, 강연자로 나서거나 행사를 주최하는 사람도, 매체에서 ‘유명 디자이너’라고 조명하는 주인공도 대다수가 남자다. 남성 디자이너들이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는 ‘끼리끼리’ 문화 속에서 여성 디자이너들은 업계의 핵심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기회로부터 자주 소외된다. 리더로 성공한 여성 롤모델을 찾기 쉽지 않아 여성들은 임원이 된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지 못한다. 지난해 7월부터 활동을 시작한 ‘페미니스트 디자이너 소셜 클럽’(FDSC)이 탄생한 배경도 이와 맞닿아 있다. 업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팁이나 노하우를 얻을 수 없어 고립됐다는 생각이 들었던 여성 그래픽디자이너들이 ‘우리끼리 아는 것이라도 함께 나눠서 잘 살아남자’는 마음에 여성 동료들을 모으기 시작한 것이다. FDSC의 대표를 맡고 있는 신인아 디자이너를 비롯해 김소미, 양민영, 우유니게 디자이너가 함께 만든 이 커뮤니티는 현재 120여명의 회원이 활발하게 활동하며 외연을 넓혀 가고 있다. 프리랜서부터 소규모 스튜디오, 대규모 에이전시 등 일하는 형태뿐만 아니라 1년차 신입부터 20년차 베테랑까지 다양한 회원들로 구성돼 있다. 요즘 디자이너들 사이에서 ‘핫한 소셜 클럽’으로 통하는 FDSC의 운영진 16명 가운데 네 명을 만났다. 양으뜸(33), 이예연(28), 이자인(28), 이지선(32) 디자이너는 여성 디자이너들이 처한 불평등한 현실부터 FDSC가 여성 디자이너들과 연대하는 과정, FDSC가 추구하는 미래에 대해 들려줬다. -네 분은 어떤 계기로 FDSC 회원이 되셨나요. 활동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요. 이자인 “FDSC가 SNS에서 여성 디자이너의 작업물을 소개하는 ‘페디소’(페미니스트 디자이너를 소개합니다)를 진행하고 있어요. 그걸 보고 FDSC에 오고 싶었어요. 대학생 때 롤모델로 삼았던 디자이너는 거의 남성밖에 없었거든요. 그런데 FDSC에는 멋진 여성 디자이너들이 많더라고요. 그분들과 협업도 하고 시너지도 내고 싶었습니다.” 양으뜸 “저도 비슷한데 몇 년 전 여성 그래픽디자이너들의 작업을 사진으로 기록한 전시 ‘W쇼’에 갔다가 되게 놀랐어요. 이름을 처음 들어본 여성 디자이너의 작업물을 봤는데 다 멋지더라고요. 여성 디자이너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도 놀라웠고요. 멋진 여성 디자이너를 더 많이 만나고 싶어 FDSC에 가입하게 됐죠.” 이지선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고립된 섬처럼 지내다 보니 여성 디자이너들이 모인 자리에 가고 싶더라고요. 디자인 프로그램의 오류와 같이 제가 모르는 사소한 부분까지 편하게 물어볼 수 있고, 쓸데없이 경쟁하지 않고 도움을 나눌 사람들이 생겼다는 사실이 정말 든든해요.” 이예연 “저는 1인 작업자로서 부딪치게 되는 한계나 어려움, 커리어에 대한 고민을 다른 사람과 나누고 답을 구할 수 있는 점이 유익하더라고요. 다른 많은 여성 디자이너들의 활동 방식과 행보를 보면서 영감을 얻고 스스로 발전하고 있다고 느낍니다.” [현실의 벽] FDSC는 “페미니스트가 만들어 가는 새로운 문화를 고민하고 노력하는 안전한 공간”을 표방한다. FDSC의 운영방침에 이런 주제 의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야근, 격무, 회식이 당연시되는 문화는 여성과 사회적 약자를 배제함을 인지하고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공부하고 실천한다’, ‘개인적 관계(지인)에 기반한 채용이나 협업은 지양한다’, ‘공짜로 일하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 직업과 기술에 자부심을 가지고 그 결과물에 정당한 대가를 요구하는 법을 공부하고 실천한다’, ‘성폭력, 성추행, 성희롱 그리고 모든 혐오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한다’ 등이다. 이 원칙을 마련한 건 안타깝게도 현실이 원칙에 미치지 못한다는 방증이다. -여성 디자이너들이 현업에서 겪는 어려움은 무엇인가요. 이예연 “여성이라서 벌어지는 일이 많아요. 예를 들면 저는 기혼자인데 결혼을 한 순간 고객들로부터 ‘계속 일하냐’는 질문을 받았어요. 남자라면 굳이 받지 않아도 될 질문이죠. 전 개인 사업자라 혼자 일을 하는데 ‘대표가 맞느냐’는 질문을 받기도 해요. 제가 나이도 어리고 여자이기 때문에 책임지는 사람으로 보지 않는 거죠.” 양으뜸 “디자인계에는 돈 이야기를 하는 걸 멋없다고 느끼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아요. 돈을 좇는 디자인은 진짜 디자인이 아니라는 거죠. 디자이너들 사이에서 ‘초봉 1800만원’은 흔한 임금 수준이에요. 조금 올랐다고는 하지만 20년 전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어요.” 이지선 “예전에 연봉 협상을 할 때 회사에서 적은 금액을 제시하길래 ‘그만큼은 못 받는다. 더 받아야 한다’고 하니까 ‘여자 애가 혼자 사는데 그 정도면 충분하지’ 그러는 거예요. 여성 디자이너들이 연봉 협상할 때 자주 듣는 말이 ‘그렇게 큰돈이 왜 필요하냐’는 거예요. 아니면 ‘쟤는 자기 좋은 것만 챙기는 독한 애’라고 하기도 하고요. 이런 반응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돈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많이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이자인 “연차가 쌓여도 그 연차에 맞는 직급을 주지 않는 경우도 흔하죠. 회사 규모가 작으면 ‘너가 잘하니까 회계 업무도 좀 맡아줘’라는 식으로 업무 외의 일을 시키는 경우도 비일비재하고요.” 양으뜸 “제 주변에서 결혼을 하고 육아 때문에 회사를 그만두는 분들을 봤거든요. 롤모델이 될 수 있는 분들인데 더이상 일을 안 하는 모습을 보면 안타까워요.” 이예연 다른 FDSC 회원들에게 들었는데 이런 경우도 있더라고요. 규모가 있는 디자인 스튜디오에 여성 디자이너들이 많았는데 외부에서 남성 디자이너가 들어왔대요. 그 사람이 경력이 제일 짧은데도 잡무는 여성 디자이너들이 다 했다고 하더라고요. 조직 내에 경력이 충분한 여성 디자이너가 있는데 굳이 외부에서 남성 디자이너를 영입해 리더 자리에 앉혀 기존에 해온 일을 다 헤집어 놓기도 하고요.” -여성 디자이너들에게 왜 리더의 자리를 못 맡기는 걸까요. 이예연 “리더는 나 혼자 잘해서 되는 게 아니라 누군가가 리더로 세워 주는 거잖아요. 팔로어십도 있어야 하고요. 근데 남자들은 ‘알탕 문화’라고 해서 자기들끼리 추켜세우고 따르는 게 있는데 여성들은 상대적으로 개인주의적이고 모래알처럼 흩어지는 경향이 있어요. 여성들에게도 큰일을 도모하고 서로 잘했다고 칭찬해 주는 그런 문화가 더 많아져야 할 것 같아요.” 양으뜸 “여성들은 공정하게 보이기 위한 자기 검열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FDSC 원칙 중에 ‘지연을 기반으로 일하지 않는다’는 항목이 있는데 저는 여성들 사이에서는 그것이 보여지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크루’처럼 보이는 여성 디자이너 집단이 있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봐요. 남자 디자이너들은 자기들끼리 ‘누구와 누구랑 친하다’고 말하고 다니는데 여자 디자이너들은 왜 그런 모습을 보이면 안 되나 싶어요.” 이지선 “저도 그래요. FDSC 원칙 중 그 항목에 대해서만 생각이 좀 달라요. 우리도 서로 관련이 돼 있고, 우리도 누군가를 호출할 수 있다는 걸 보여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연대의 장] FDSC는 여성이 조직 안에서 더 많이 벌고, 더 높이 올라갈 수 있도록 서로의 성장을 돕는 ‘연대의 장’이다. 회원들은 여성 디자이너들이 오래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이들의 성과를 밖으로 많이 드러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는다. FDSC가 실무에 도움이 되고 경력을 강화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자주 기획하는 이유다. 예를 들면 다소 민감할 수 있는 계약서·견적서 작성 노하우나 정당한 보수를 계산하는 방법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기도 하고, 평소 궁금했던 디자인 스튜디오나 디자이너의 작업실을 방문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다양한 위치에서 일하는 여성 디자이너들로부터 ‘생존 꿀팁’을 들어보는 팟캐스트 ‘디자인FM’을 개설하면서 업계 디자이너들의 호응을 얻었다. 뿐만 아니라 FDSC 회원들이 멘토가 돼 그래픽디자인 분야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포트폴리오를 보면서 조언을 나누는 자리도 가진다. -프로젝트나 소모임에 참여한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이예연 “견적서 작성하는 법을 공유하는 모임은 늘 반응이 뜨거워요.” 양으뜸 “계약을 의뢰받은 디자이너가 개인이냐 혹은 소규모 스튜디오냐 대규모 에이전시냐에 따라서도 다르지만 고객이 속한 조직 규모에 따라 견적서를 작성하는 방법이 달라지거든요. 디자이너들이 견적서를 공유하면서 ‘이 고객은 이 정도 규모의 일도 하는구나’, ‘그렇다면 이 정도의 금액을 요구할 수도 있겠구나’ 알게 되죠. 사실 프리랜서 디자이너들은 그런 정보를 접하기 쉽지 않거든요.” 이예연 “일주일에 한 번씩 운동 소모임도 열고 있는데 회원들 반응이 괜찮아요. 디자이너들이 계속 앉아서 반복적으로 신체를 움직이잖아요. 그래서 뭉친 근육을 풀고 거북목도 고칠 겸 여성 트레이너와 함께 마사지나 도구를 사용한 근력 운동을 하고 있어요.” -앞으로는 어떤 일들을 계획하고 계신가요. 이자인 “저는 FDSC에 회원으로 합류한 지 몇 달 안 됐는데 이번에 FDSC 웹사이트를 만드는 ‘대장’ 역할을 맡게 됐어요. 다른 회원 4명과 기획 단계를 마치고 이제 막 디자인을 하려는 중입니다. 12월 중에 오픈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어요.” 이예연 “FDSC 충청 지부가 곧 생겨요. 11월에 대전에서 충청 지역 여성 디자이너들을 대상으로 워크숍이 열려요. 지역의 여러 디자이너들을 오프라인에서 먼저 만나고 내년쯤 ‘FDSC 충청’을 발족시킬 계획이에요. 앞으로 여성 단체와의 협업도 꾸준히 할 계획입니다.” -FDSC가 닿고 싶은 목표나 지향점이 있나요. 이지선 “FDSC의 다른 회원들이 이런 말을 전해 달라고 했어요. 믿을 만한 여성 디자이너를 구할 때 꼭 찾는 곳, 동아시아 그래픽디자인계의 대표적인 커뮤니티, 가입하고 싶은 디자이너들이 만명씩 줄을 서는 곳이 되길 바란다고요(웃음).” 이예연 “이런 이야기도 있었어요. ‘여성 디자이너들 모두 팀장이 되고, 이사가 되고, 사장이 되고 세상을 호령하기를’.”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이총리, 일본인 구하다 숨진 고 이수현씨 추모

    이총리, 일본인 구하다 숨진 고 이수현씨 추모

    2001년 이후 한일 양국 우호의 상징이총리 “인간애는 국경도 넘는다”일본을 방문한 이낙연 국무총리가 22일 한일 우호의 상징인 고 이수현 의인의 추모비에 국화를 바쳤다. 이 총리는 이날 오후 도쿄 신주쿠구 JR신오쿠보역에 있는 추모비를 찾아 묵념했다. 고 이수현씨는 일본에서 어학연수 중이던 2001년 1월 26일 전철역에서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 남성을 구하려다 숨졌다. 다른 사람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위험을 무릅쓴 이씨의 행동은 당시 개인주의가 만연한 일본 사회에 충격과 감동을 안겼다. 특히 역사적으로 갈등의 뿌리가 깊은 한국인이 일본인을 구하다 숨졌다는 점에서 한일 양국에 추모 분위기가 형성됐으며 이씨는 양국 우호 관계를 상징하는 존재가 됐다.이 총리의 이날 방문도 한일 관계가 악화한 상황에서 양국 우호 관계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되새기고자 이뤄진 것으로 해석됐다. 이 총리는 방문을 마친 뒤 한국 취재진과 만나 “인간애는 국경도 넘는다는 것을 두 분의 의인이 실천해 보이셨다”며 “그러한 헌신의 마음을 추모하기 위해 왔다”고 밝혔다. 이어 “두 나라는 길게 보면 1500년의 우호·교류의 역사가 있고, 불행한 역사는 50년이 안 된다”며 “김대중 전 대통령이 말씀하신 것처럼 50년 되지 않는 불행한 역사 때문에 1500년에 걸친 우호·협력 역사를 훼손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이 총리의 헌화 현장에는 NHK, 교도통신 등 일본 현지 언론들도 취재에 나서며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이은경의 유레카] 미래에 나타날지 모르는 플라스틱 신전

    [이은경의 유레카] 미래에 나타날지 모르는 플라스틱 신전

    가을 태풍이 지나간 후에는 어김없이 하천과 해안에 밀려온 쓰레기에 대한 보도가 있었다. 저것들이 다 어디서 왔나 싶을 정도로 양이 많고 종류도 여러 가지였다. 사실 최근 몇 년간 태풍이 없는 계절에도 비슷한 보도를 자주 만났다. 뱃속에서 플라스틱이 쏟아져 나온 고래, 낡은 그물을 휘감은 바다거북, 떠다니는 페트병의 섬, 5분마다 1만 벌씩 버려진다는 옷으로 건물벽을 덮은 작품. 이들은 쓰고 난 뒤 무책임하게 버리는 행동이 어떤 상황을 만들었는지 알리고 대책을 촉구한다.폐기물 문제는 20세기 인류가 누려 온 대량생산, 대량소비의 피할 수 없는 결과 중 하나다. 20세기는 과학기술 덕분에 문명이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소비의 평등을 누린 시대다. 의식주 모든 영역에서 과학기술은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 냈고 값싸게 생산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대표적인 예가 20세기에 본격 개발된 합성수지와 합성섬유다. 합성수지, 즉 플라스틱은 단단하고, 가볍고, 썩지 않고, 여러 형태로 가공하기 쉬운 환상적인 물질이었다. 페놀과 포름알데히드를 반응시켰을 때 생기는 물질을 기초로 만든 베이클라이트와 에틸렌을 중합시켜 만든 폴리에틸렌은 개발되자마자 생산 현장과 일상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사용되기 시작했다. 최초의 합성섬유라 할 수 있는 나일론도 비슷했다. 나일론 이후 사람들은 양이나 누에를 키우지 않고 힘들여 면화를 따지 않아도 옷감이 충분한 시대로 접어들었다. 이것은 축복이었고 개인주의를 가능하게 하는 물질 기반이 됐다. 그 결과는 우리가 다 아는 오늘의 세계다. 과학기술과 산업이 만들어 준 물질과 도구들 덕분에 더 많은 사람들이 생활에서 더 많은 자유, 안전, 건강, 편리 등을 누릴 수 있게 됐다. 많은 사람들에게 특정 소비재를 가졌느냐 못 가졌느냐보다 어떤 것을 가졌느냐가 중요해졌다. 20세기 이전에 소수만 누릴 수 있었던 취향, 유행, 디자인 등이 모두의 관심사가 된 것이다. 문제는 어제의 축복이 오늘의 문제를 일으키는 요인이라는 점이다. 싸고, 썩지 않고, 튼튼한 합성수지와 합성섬유의 성질은 소비에서는 미덕이다. 그러나 소비 이후에는 폐기물 관리와 처리를 어렵게 만드는 악덕이 됐다. 이를 깨닫고 20세기 후반부터는 소비 그 이후를 생각하는 과학기술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생분해되는 플라스틱, 재생 가능한 에너지, 폐기물 재활용 기술 등이 개발됐고 그중 일부는 이미 익숙해질 정도로 성장했다. 특히 지난 20~30년간 기후문제, 환경문제는 일부 선진국의 관심사에서 글로벌 관심사, 일부 환경운동 진영의 관심사에서 시민사회의 관심사가 됐다. 인식의 성장에 비해 소비 이후, 즉 물질이 폐기된 이후의 운명까지 생각하는 과학기술이 개발된 정도나 사회에서 소비되는 정도는 아직 약하다. 20세기를 통해 대량생산, 대량소비의 순환 체계와 이 체계가 잘 돌아가도록 함께 진화해 온 경제, 사회, 문화 시스템이 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과학기술자들의 친환경 기술 및 폐기 기술 개발 노력과 각성한 시민들의 친환경 소비 노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연구개발 지원, 유통과 세제 개혁, 개인과 사회의 세세한 행동 지침, 새로운 소비문화 지지 등의 여러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미래에 플라스틱 신전이나 폐건전지 피라미드를 만날지도 모른다.
  • 추석엔 나 혼자 쉰다

    성인 5명 중 1명은 고향에 안 내려가 가장 중요한 일정은 44.8%가 ‘휴식’ “드라마 몰아보기” “밀린 잠 푹 잘 것” 친척 잔소리 걱정하던 과거와 달라 개인주의 확대로 명절 풍경 바뀌어 “명절이라고 꼭 가족과 보내야 하나요? 혼자 푹 쉬면서 소진된 몸과 마음을 회복할래요.” 출판업계에서 일하는 4년차 직장인 이보임(30·가명)씨는 이번 추석에 충북에 있는 부모님댁에 가지 않을 계획이다. 취업·결혼을 두고 쏟아지는 명절 잔소리 때문이 아니다. 이씨는 “바쁜 직장 생활에 여유가 없었던 만큼 명절을 재충전 시간으로 보내려고 한다”면서 “오랜만에 넷플릭스로 보고 싶었던 영화·드라마를 몰아 보면서 쌓인 스트레스를 해소할 것”이라고 했다. 홀로 추석을 보내는 ‘혼추족’ 청년들이 부쩍 늘었다. 고향에 가지 않는 이유도 과거와 다르다. 이전에는 대다수가 “결혼·취업 스트레스 때문에 고향에 가지 않는다”고 답했지만 이제는 명절 자체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그저 ‘재충전’의 시간으로 삼을 뿐이다. 취업준비생 김주리(24)씨도 “이번 명절은 혼자 휴가처럼 지낼 예정”이라고 했다. 김씨는 “짧은 연휴 기간에 부모님 집까지 오가는 시간과 비용을 따지면 너무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추석 이후 또 열심히 취업 준비를 하려면 휴가 기간에 밀린 잠을 푹 자서 피로를 털어내는 게 더 현명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1인 가구 직장인 이현주(28)씨는 “요즘은 친척들도 명절에 잘 안 모이고 부모님은 주말에도 만나뵐 수 있으니 ‘이번 연휴는 나 혼자 쉬겠다’고 집에 이야기했다”면서 “대청소도 하고 인테리어도 바꾸면서 온전히 나에게 투자하는 시간으로 쓰려고 한다”고 했다. 잡코리아, 알바몬이 추석을 앞두고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5일까지 직장인·취준생·알바생 등 성인 283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 5명 중 1명(19.8%)은 추석을 “홀로 지내겠다”고 답했다. 이들에게 추석 연휴 기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정’을 묻자 ‘수면, TV 시청 등 충분한 휴식’(44.8%)을 1위로 꼽았다. 명절 이미지도 크게 변했다. 보내고 싶은 추석 풍경에 가장 어울리는 키워드를 묻자 ‘쉼이 있는, 여유로운’(54.6%·복수응답)을 1위로 꼽았다. 전통적인 명절 풍경인 ‘오순도순, 화목한’은 2위(48.0%·복수응답)로 밀렸다.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1인 가구 증가, 근로 형태 변화 등으로 전통적인 관례니까 따라했던 것에서 벗어나 개인주의적인 생활 방식이 확대됐다”면서 “개인의 권리와 가족 간의 유대를 균형 있게 맞추는 것에 대한 사회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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