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실명제 도입 논란] “네티즌에 재갈” VS “게시판 정화 필요”
총선을 50일 남짓 앞두고 인터넷 실명제 도입 여부를 둘러싼 찬반 논란이 뜨겁다.국회 정치개혁특위가 지난 9일 인터넷 매체 게시판의 선거 관련 글에 실명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선거법개정안을 마련한데 따른 것이다.일부 시민사회단체와 국가인권위원회,인터넷 언론 등은 ‘표현의 자유와 인권침해’라며 반발하고 있다.그러나 무책임한 폭로전을 막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조치라는 의견도 만만찮다.
정개특위의 인터넷 실명제 방안은 오프라인 언론사의 홈페이지와 인터넷 언론사의 게시판·대화방 등을 대상으로 한다.홈페이지 운영자는 네티즌이 선거와 관련한 의견을 올릴 때 실명과 주민등록번호를 확인하는 기술적 조치를 취해야 하고 이를 어기면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린다는 것이다.
●여론조사는 찬성쪽 다소 높아
일부 사이트가 ‘인터넷 실명제’를 주제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는 다소 엇갈렸다.진보 성향의 네티즌이 많이 찾는 오마이뉴스(www.ohmynews.com)에서는 22일 현재 설문에 응한 1842명 중 반대 의견을 밝힌 사람이 1544명으로 83.8%를 차지했다.찬성 의견은 268명,14.6%에 그쳤다.나머지 30명은 ‘판단유보’를 택했다.
반면 포탈사이트 다음(www.daum.net)의 여론조사에서는 전체 5541명 가운데 56.6%인 3136명이 ‘게시판 정화 및 책임있는 비판이 필요하다.’는 것에 동의했다.반면 ‘표현의 자유 침해와 개인정보 유출을 우려해 반대한다.’는 의견은 2305명,41.6%로 찬성보다 적었다.조선일보 인터넷(www.chosun.com)에서는 전자서명(938명,36.4%)이나 실명제(1098명,42.6%)를 도입해 통제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79.0%를 차지했다.‘익명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은 540명으로 20.9%에 그쳤다.
전자신문이 지난 13일부터 나흘 동안 네티즌 2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42.3%가 ‘(적극)찬성한다’는 의견을 보였다.‘(적극)반대한다.’는 의견은 24.4%에 그쳤다.33.3%는 ‘보통’이라고 답해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인터넷 실명제의 추진 배경에 대해서는 응답자 중 51.7%가 ‘정치인이 인터넷 낙선운동을 의식,자신의 이익을 위해 통과시켰다.’고 답해 부정적인 의견을 나타냈다.‘올바른 인터넷 문화 조성을 위해서’는 24.3%,‘개인 인격이나 기업,기관의 명예 훼손 방지’는 22.9%를 차지했다.
이와 관련,정개특위측은 “실명제는 조화와 자정을 위한 촉매제이지 족쇄가 아니며 인터넷 청정운동의 씨앗”이라며 필요성을 거듭 역설했다.하지만 참여연대와 민주노총,환경운동연합 등 95개 시민사회단체는 인터넷국가검열반대 공동대책위원회(위원장 장창원 목사)를 결성,실명제 도입 철회를 촉구하고 나서 주목된다.
●전문가들 “효용성 의문”
인터넷 전문가들은 ‘현실을 모르는 선언적인 조치’라며 실명제 도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현재 부분적인 실명제를 운영하고 있는 인터넷 포털 사이트 네이버의 박병용 서비스팀장은 “흑색 선전꾼 들은 주민등록생성기 등을 통해 자기 위장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회원제나 게시판의 이용방법이 사이트마다 다른 상황에서 획일적으로 실명제를 추진하는 것보다 아이디나 IP 공개 등 각 사이트에 적합한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주장했다.일각에서는 이번 조치가 불법선거운동 단속보다는 전반적인 토론문화 자체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했다.인터넷 언론인 아이뉴스 24 이창호 대표는 “진보 성향을 가진 네티즌간 의견교환을 억제하고 인터넷을 일종의 통제도구로 두자는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유영규기자 whoam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