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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대 정권과 불교계 갈등

    한국 정치사에서 정권과 종교의 관계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권력자 개인의 종교 신념에 따라 특정 종교 탄압과 편향이 공공연히 이뤄졌고, 이에 맞서는 종교계의 저항운동은 한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불교계에서는 독실한 개신교 신자인 이승만 전 대통령 때부터 차별이 시작됐다고 보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1954년 ‘사찰정화 유시’를 발표하고 대처승(결혼한 승려) 축출에 나서 불교계의 반발을 샀다. 박정희 정권에서는 ‘불교재산관리법’을 만들어 불교를 통제했고, 각 사찰의 주지 임명을 위해서는 도지사의 승인이 있어야 했던 때도 있었다. 전두환 정권에서는 ‘10·27 법란’이 일어났다. 1980년 10월 27일 제5공화국 출범을 앞둔 집권 신군부 세력이 불교계 정화라는 명목으로 조계종 승려 등 불교계 인사 100여명을 강제 연행해 고문하고, 전국의 사찰과 암자 5000여곳에 군과 경찰 수만명을 투입해 수색했다. 불교도인 노태우 전 대통령은 불교친화적이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당선 뒤 “10원짜리 동전의 다보탑 도안에 불상을 새겨넣어 대통령이 됐다.”는 풍문도 돌았다. 불심을 얻어 대권을 거머쥐었다는 소문은 “새 도안이 대선보다 한참 전에 적용된 것”이라는 한국은행의 해명에도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았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기독교 편향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당시 2년제 신학대학이 대거 4년제 종합대학으로 승격됐다. 1995년 12월에는 국방부 안 중앙교회에서 예배를 보면서 경호를 이유로 근처 원광사 불자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개신교 집회에 국가예비군을 동원해 논란이 일었다. 불교계의 ‘종교편향 대책위’가 만들어진 것도 이때였다. 개신교 장로인 이명박 대통령은 2004년 서울시장 당시부터 한 기도회에서 “수도 서울을 하나님께 봉헌한다.”고 발언해 불교계의 거센 반발을 야기했다. 대통령 취임 이후에는 ‘고(려대)·소(망교회)·영(남)’으로 풍자되는 인재 중용으로 개신교를 제외한 다른 종교의 홀대 논란을 낳았다. 박록삼·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권력이 먼저 중심 세워야 종교의 정치 세력화 막는다”

    “권력이 먼저 중심 세워야 종교의 정치 세력화 막는다”

    템플 스테이 예산 삭감으로 촉발된 불교계와 정부여당의 대립, 4대강 반대 운동을 둘러싼 천주교 내 추기경과 주교회의 간 갈등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다종교 사회이면서도 종교 분쟁이 없는 거의 유일한 국가로 정치와 종교가 독립적이면서도 상호보완적인 안정적 관계를 유지해 온 우리나라의 전통에 균열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걱정까지 나온다.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현 정권 들어 ‘종교적 정치갈등’이 심화됐다고 분석했다. 신 교수는 “과거 군사정권 시절에는 종교와 정치권력의 결탁 또는 종교의 항거라는 두 흐름이 형성됐고, 문민정부·국민의정부·참여정부 때는 종교계의 정치적 발언이 그다지 두드러지지 않았다.”면서 “그러나 이명박 정부 들어 천주교와 불교에서 이 정권을 개신교 기반의 정권으로 의심했고, 실제로 오해를 살 만한 일들이 계속 벌어졌다.”고 분석했다. 신 교수는 “평소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일도 계속 쌓여 온 ‘피해의식’ 때문에 문제가 커졌다.”면서 “군사정권 시절에도 좀처럼 목소리를 내지 않았던 사찰의 주지들과 천주교 주교회의가 왜 시국 발언을 하는지를 살펴야 한다. 정권이 먼저 중심을 세워야 제 종교와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고, 종교의 정치 세력화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치평론가인 고성국 박사는 정치와 종교의 지나친 유착과 갈등으로 인한 ‘종교의 정치과잉’은 사회 전체적으로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 박사는 “종교와 정치의 갈등 심화는 다종교·다문화·다인종의 융합과 통섭 추세에 전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종교가 대중에게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현실 정치와 동떨어질 수는 없다.”면서도 “종교가 과도하게 정치에 개입하거나 압력을 넣어선 안 되고, 정치도 종교를 지나치게 활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의도된 것은 아니지만 특정 대형 교회 인맥이 정부 요직에 많이 들어가고, 특정 종교 지도자나 단체가 정치운동을 조직하고 이끄는 모습은 사소한 문제까지 거대한 종교갈등으로 증폭시킬 수 있는 만큼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종교 별로 나눠서 생각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불교계는 자신들의 이익 침해에 저항하는 측면이 강하고, 천주교의 내분은 주교회의의 집단적인 결정을 권위주의적인 추기경이 뒤집으려 한 데 대한 반발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그러나 “개신교는 불교·천주교와 달리 정치세력화하고 있는 측면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종교의 냉철한 현실 인식을 주문했다. 김 교수는 “종교가 사회갈등을 봉합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도리어 정치 갈등의 한 축이 되고 있다.”면서 “종교의 근본이 사랑과 자비인데 이를 배제한 채 스스로 선을 자처하고 상대방을 악으로 몰아세우는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은 일반시민단체와 다를 게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4대강 반대 등이 과거 민주화운동처럼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이슈인가를 먼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면서 “템플 스테이 예산 누락 문제도 종교계의 편협성, 이기주의로 비쳐질 수 있다는 걸 한 번 더 생각해 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송재룡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종교의 세속화에 주목했다. 송 교수는 “천주교 사태는 우리사회 권위체계의 대표적인 상징인 천주교 안에서도 위계에 도전하는 흐름이 생겼다는 것을 보여 주고, 불교계가 정권 반대를 강하게 외치는 것도 큰 틀에서 보면 종교의 세속화 현상”이라면서 “전통주의적 입장에서 보면 위험한 일이지만 사회변화 차원에서 보면 자연스러운 추세”라고 설명했다. 다만 송 교수는 “우리나라의 정치가 아직 합리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에 종교가 지나치게 정파에 편향돼서는 안 되며, 정치와 종교가 보다 현명한 관계 구축을 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종교가 세속적인 권력이나 친분을 떠나 고유 논리에 근거해서 활동하기는 쉽지 않지만 정치 이슈나 사회 현상에 대해서는 되도록이면 종교 논리에 기초해 자기 목소리를 내는 절제력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창구·홍성규·허백윤기자 window2@seoul.co.kr
  • [문화마당] 민족인가, 국가인가/김기봉 경기대 역사학 교수

    [문화마당] 민족인가, 국가인가/김기봉 경기대 역사학 교수

    우리는 누구인가? 한국인이다. 그렇다면 누가 한국인인가? 20세기 이래로 한국인을 결정하는 코드는 국가보다는 민족이었다. 일제 식민지로 전락하여 국가가 부재했던 20세기 전반기에 민족이라는 코드로 한국인의 정체성을 보전하고자 했다면, 남북이 분단된 후반기에는 현실적으로는 서로 다른 국가의 국민으로 살면서도 당위적으로는 같은 민족임을 표방하는 자아 분열적 정체성을 견지했다. 하지만 한 세대 이상 지속된 분단 시대에서 남북의 격차가 벌어지고 이질화되면서 통일이 도달해야 할 목표라기보다는 해결해야 할 과제로 여겨지면서, 자아 분열적 정체성에 대한 문제의식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남한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북한은 무엇인가? 북한은 우리와 같은 민족이지만 우리 국가의 안보를 위협하는 가장 큰 적이라는 이중적 존재다. 얼마 전 북한은 연평도에 포격을 가했다. 이 사태가 일어난 다음 날 국내 어느 유력 일간지는 1면에 ‘대한민국이 공격당했다’는 톱기사와 함께 불타고 있는 연평도 사진을 크게 실었다. 천안함 사태와는 다르게 이번은 북한의 명백한 도발임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사람은 믿고 싶은 것만을 보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천안함 침몰 사태를 보는 시각차가 생겨났다. 대한민국 국민인 어느 개신교 목사가 당국의 허가도 받지 않고 북한에 들어가 현 정부를 비판하고 북한을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 하지만 그는 귀국 후 구속되어 조사를 받을 때는 “북한에서 살고 싶지는 않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북한에 살기 싫다면서 왜 북한 체제를 찬양했느냐.”는 수사관의 물음에 대해 그는 “하나님의 계시에 따른 통일운동”이라는 취지의 대답을 했다는 것이다. 그에게 민족통일은 하나의 신앙이다. 오늘날 대한민국 국가의 위기는 민족통일이라는 신앙과 국가이성이 충돌함으로써 발생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국가의식을 토대로 한 민족통일이 아니라 민족통일이라는 당위로 국가현실을 부정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자기부정이다. 따라서 현실적으로는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면서 다른 정치공동체를 꿈꾸는 사람들의 정신 분열증을 치유하지 않고는 21세기 대한민국이 어디로 가야 하며, 또 무엇을 위해 어떤 방식으로 통일을 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이 같은 정신 분열증을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 치유를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병의 원인부터 밝히는 것이 필요하다. 문제는 왜 자기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 국가를 부정하는가이다. 이 같은 정신분열증이 생겨난 제1 원인은 국가의 보존과 번영을 지상과제로 규정하는 국가이성이 결핍돼 있기 때문이다. 국가이성의 중요성은 국가가 존망의 위급상황에 처하면 그 국가에 살고 있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이 심각한 위협을 받는다는 위기의식에 근거한다. 그렇다면 왜 대한민국 국민들에게는 국가이성이 결핍돼 있는가? 그 답은 한국 근현대사에 있다. 우리의 근대국가 경험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전반부에는 조선총독부로 상징되는 일제의 군국주의 국가에 의해 수탈 당했고, 해방되어 대한민국 정부를 수립한 후반부에는 국가의 폭력에 대항해서 민주화 운동을 전개해야 했다. 이 같은 부정적인 국가경험이 국가이성의 미성숙을 초래한 첫 번째 요인이다. 따라서 우리의 부정적인 국가감정을 해소해야만 국가이성의 결핍이 극복될 수 있다. 통일이 당위적 꿈이 아닌 현실적 문제로 점점 다가오면서 우리의 정체성 코드가 국가인가, 민족인가의 문제가 전면적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민족에서 국가로 코드 전환이 점점 이뤄지는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의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건립은 시의적절한 결정이다. 이제 문제는 대한민국 국가이성을 회복하고 긍정적인 국가감정을 교육하는 장으로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을 어떻게 세우느냐다. 이명박 정부는 정권은 유한하지만 대한민국은 무한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하고 역사적 사명을 완수하길 바란다.
  • [문화마당] 화쟁(和諍), 산신각, 예배당/신동호 시인

    [문화마당] 화쟁(和諍), 산신각, 예배당/신동호 시인

    바람이 부니 파도가 인다. 파도가 일렁이니 바람 탓인 듯하지만 파도는 말이 없다. 바람도, 파도도 한때 고요한 세계에 숨죽이고 있었으니 누가 누구에겐지 모르게 이끌리고 품어버린다. 신라 고승 원효는 그래서 “파도와 바다는 둘이 아니다.”라고 했던가. 사람들이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세간(世間)이라고 다를 수 없다. 손을 뻗어오니 마음이 동한다. 흘리고 지나가니 줍는 이도 있다. 간혹은 뒤돌아서 가지만 따라오는 발걸음 소리에 안심한다. 너와 내가 둘이 아닌 것이다. 그렇다. ‘너’가 내 이름을 불러줄 때 ‘나’는 존재한다. 그러나 요즘 신을 외경하는 이들이 그 숭고한 태도를 잊고 ‘너’를 부정하고 있다. 바람은 바람대로 절집의 풍경을 마구 흔들어대고 파도는 파도대로 성난 표정으로 겁을 준다. 둘이 아니었던 것들이 마주 서니 마치 한판 싸움이라도 날 듯 어깨가 곤두서 보인다. 애당초 싸움은 종교의 본질이 아니건만 자주 불안하다. 자신이 믿는 신의 영토가 좁다고 여겨서일까. 이슬람의 정복 포교도 그런 생각으로 시작되었다. ‘땅 밟기’라는 행위는 자칫 그렇게 비쳐질 수 있다. 잃어버린 예루살렘을 되찾자고 벌인 십자군 전쟁은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지루한 반목의 시작일 뿐이었다. 보스니아의 거리를 보라. 소녀의 찢어진 치마가 세르비아계 군인들의 웃음 속에서 속살을 드러내며 휘날렸다. 팔레스타인의 뒷골목에 굴러다니는 운동화의 주인은 누구인가. 민족적 갈등에 종교 대립이 결합되어 낳은 불행들이다. 조금만 세월을 거슬러 가면, 같은 하나님을 믿는 가톨릭과 개신교의 전쟁도 만난다. 위그노, 후스라 불리는 기득권 다툼이었다. 그들의 하나님이 서로에게 다른 마음을, 부정한 믿음을 주셨을 리 없다. 공존하지 못한 건 단지 믿음을 저버린 자들의 자기욕심 때문이다. 화쟁은 고집하지 않는다. 차가움이 있어 비로소 뜨거움을 안다고 겸손해한다. 대립하는 것들이 서로 어울리고 모순이라 여겼던 것들이 서로 기댄다. 여기서는 삶과 죽음, 아름다움과 추함, 깨끗함과 더러움, 그도 모자라 부처와 토속신까지 한마당에서 어우러진다. 풀어서 합치고(和解) 두루 모아(會通) 화쟁이다. 원효는 이 화쟁을 중심사상으로 신라 불교를 꽃피웠고 우리 불교의 전통으로 깊은 세계관을 형성했다. 우리 땅의 모든 절집에서 우리는 원효의 화쟁과 마주친다. 그 대표적인 것이 산신각이다. 산신각이 없으면 절집이 아니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정통사찰에는 어디나 산신각이 있다. 그 안을 들여다보자. 낯익은 얼굴의 할아버지가 그려져 있는데, 하얀 수염의 산신령이다. 도교의 영향을 받은 산신 사상의 흔적으로, 우리 토속 신앙의 하나였다. 간혹 삼성각을 두기도 한다. 토속신인 칠성신과 독성을 함께 모시는 경우다. 이런 묘한 동거에 대해 여러 가지 논의가 있지만 화쟁기호학자 이도흠은 풍류도의 어울림과 아우름을 설파하고 있다. 최근 발간한 소설 ‘이사부’를 통해서다. 울릉도를 정벌한 장군으로 유명한 이사부, 그는 풍류도의 우두머리로 신라사회가 불교를 자연스럽게 흡수하도록 완충 역할을 했다. 이렇게 손을 잡은 두 종교는 긴 세월 융화되어 오늘 대립하는 우리들에게 말을 걸고 있다. “절집 한쪽에 예배당을 짓자.”라고. 보통 부처를 모신 곳에는 전(殿)을, 그 외에는 각(閣)을 붙이는 전통이 있으니 ‘예배각’이란 현판을 달고 십자가를 모시는 것은 어떨까. 이사부의 어울림과 아우름을 통해 세 종교가 한 마당에서 공존하는 것도 그리 나쁘진 않을 것 같다. 산속 깊이 경치 좋은 절집을 찾은 기독교인이 ‘땅 밟기’ 대신 기도를 올릴 수 있는 장소. 더불어 보살님들의 넉넉한 인심을 맛볼 수 있는 화쟁의 공간을 만든다면 무릇 종교의 갈등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대립과 반목도 치유되지 않을까 싶다. 바람이 부니 파도가 일고, 파도가 이니 포말이 부서진다. 본디 셋으로 나눌 수 없거늘…, 서로가 서로의 이름을 불러줄 때이다.
  • 불교-기독교 갈등 ‘종교전쟁’ 치닫나

    불교-기독교 갈등 ‘종교전쟁’ 치닫나

    서구에 비해 한국에서 다행스러운 현상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것은 종교 갈등이 덜하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초월론보다 현세 기복에 가까운 한국인의 성향 때문에 갈등 소지가 적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런데 이런 기조가 최근 들어 흔들리는 분위기다. 불교와 기독교 간의 갈등이 예사롭지 않아서다. 24일 오후 11시 15분 방영되는 SBS 뉴스추적은 ‘불교-기독교 종교전쟁 불붙나’를 주제로 잡았다. 두 종교 간 대립이 심상치 않아서다. 동영상이 공개되어 논란을 빚었던 ‘봉은사 땅 밟기’ 파문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런 행위를 하면서 버젓이 동영상을 남겼다는 점도 의아하지만, 더 놀라운 것은 이번 일이 일회적인 돌출 행동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뒤이어 공개된 동영상에는 대구 동화사에서도 비슷한 내용의 땅 밟기를 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갈등 요소는 또 있다. 대구시가 팔공산 초조대장경(고려 현종 때 판각한 고려 최초의 대장경) 유적지에 역사문화공원을 조성하려 하자 개신교가 강력 반발하고 나선 일이다. KTX 울산역 이름에 넣으려던 ‘통도사’ 역명(驛名)도 개신교 측의 반대로 빠져버렸다. 개신교계는 정부가 지원하는 템플 스테이 사업도 문제 삼고 나섰다. 절에서 하는 행사에 정부 예산이 지원되는 것은 문제 아니냐는 논리다. 해법은 없는지, 양 교계와 대구시 등의 입장을 들어 봤다. 이런 갈등의 시작점에는 현 정부 들어 제기된 종교 편향 논란이 근원적으로 자리 잡고 있다. 두 교단은 서로 자신이 피해자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불교계는 ‘장로 대통령’ 때문에 차별받는다고 주장하고, 개신교계는 되레 역차별당한다고 반박한다. 종교학계는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 종교는 신념의 문제라 악화되면 더 해법을 찾기 어렵고 그 결과는 더 파괴적일 수 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세대공감]알콩달콩 신혼일기

    [세대공감]알콩달콩 신혼일기

    최근 실시한 한 결혼 포털사이트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선호하는 신혼여행지로 1~6위가 모두 몰디브·유럽·하와이 같은 해외 관광지였다. 신혼여행이라는 말이 곧 ‘해외 신혼여행’을 뜻한다고 이해해야 할 정도다. 하지만 30년 전에는 경주나 설악산도 선망하는 신혼여행지였다. 그마저도 못 가 가까운 도시 여관에서 신혼여행을 보냈다는 사람도 있었다. 만약 당신의 남편이 1박 2일 신혼여행을 떠나자고 한다면? 농담처럼 들릴 수도 있을 것이다. 정말 정색하고 그렇게 제안한다면 이혼하자고 덤빌지도 모른다. 중국음식점에서 자장면·짬뽕으로 결혼식에 참석한 하객들에게 식사를 대접한다면? 하객들 가운데 일부는 혼주에게 공식 항의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런 풍경은 30년 전엔 흔했다. 세월에 따라 신혼기 삶의 방식은 다르지만 알콩달콩 사랑하는 마음이야 변함없다. 세대마다 서로 다른 신혼 사랑법을 들여다봤다. ■ 당신과 함께라면 가시밭길도 꽃길 ●자장면 피로연, 1박 2일 경주 신혼여행 1979년 가을, 김정식(62)·오경자(58)씨 부부는 강원도 삼척의 한 교회에서 화촉을 밝혔다. 부부는 독실한 개신교 신자이기도 했지만, 당시 교회의 예배당은 공짜라서 선호하는 결혼식 장소였다. 피로연은 신랑·신부가 서로 다른 곳에서 했다. 신부 측은 하객들에게 중국집에서 자장면·짬뽕을 대접했다. 당시에는 융숭한 대접이었다. 집안 형편이 조금 어려웠던 신랑은 평범하게 집 앞뜰에 멍석들을 깔아 놓고 국수랑 떡을 나눴다. 지금에 비하면 보잘것없어 보이는 대접이었지만, 친지·친척·이웃들은 지금과 달리 밤늦게까지 자리를 뜨지 않고 편안하게 덕담을 나눴다. 신혼여행은 경주로 갔다. 1박 2일 짧은 일정이었다. 불국사에서 한복을 곱게 입고 남편과 찍은 신혼여행 기념사진은 아직도 거실벽 한가운데에 걸려 있다. 결혼 때 찍은 사진이 손에 꼽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오씨는 “아니에요. 짧았지만 좋고 싫고를 말할 처지가 아니었어요. 제 친구들 절반은 아예 신혼여행을 못 갔던 걸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당시 경상도·전라도 등 남쪽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설악산으로, 강원도·경기도 등 북쪽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경주로 신혼여행을 가는 게 상례였다. 그나마 살림살이가 그럭저럭 괜찮은 사람들이나 신혼여행을 갈 수 있었다는 것이 오씨의 설명이다. 형편이 안돼 여행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허다했다. 종종 제주도를 찾는 사람도 있었지만 드물었고 그러면 사람들의 부러움과 질시를 한몸에 받았다고 했다. 오씨의 첫 신혼살림은 주인집 옆에 딸려 있는 단칸방이었다. 보증금도 없는 사글세 3만원짜리 방이었다. 당시 동사무소에 근무하는 말단 공무원이었던 남편의 월급이 10만원 남짓이라 사글세가 버거웠던 것은 아니지만, 고등학생이었던 시동생의 학비·생활비를 대고 저금도 조금 하고 나면 넉넉하게 살림을 꾸릴 형편이 아니었다. 신혼 하면 빼먹을 수 없는 기억 중의 하나로 오씨는 ‘새벽 연탄불 갈기’를 꼽았다. 혼례를 올리고 금세 찾아온 겨울, 연탄불 온기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아침까지 따뜻하게 자려면 새벽 1~2시에 반드시 연탄불을 갈아야 했다. 문제는 오씨 부부가 살던 집의 구조가 지금처럼 부엌까지 실내로 이어져 있지 않았다는 점. 방문을 나가 한겨울 찬바람을 몽땅 맞으며 방모퉁이를 꺾어 돌아야 부엌에 다다를 수 있었다. 남편과 하루하루 번갈아 가며 불을 갈았는데, 돌아오면 서로 손을 비벼줬던 일이 신혼의 낭만으로 기억된다. 그 뒤 1982년 5월 정부에서 공급한 17평짜리 국민주택에 입주할 때까지 세 번이나 그 집에서 겨울을 났다. 김씨는 “이런 소릴 하면 무슨 도사냐고 할 것 같다.”면서 “요즘 젊은 사람들, 조금 힘들다고 다투고 갈라서려고 하지 말고, 현실에 만족하면서 잘살라는 말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고생했어도 좋아. 사랑했으니까.” 경기 수원에 사는 김정순(53·여)씨는 나이가 8살이나 많은 남편과 1981년 봄에 결혼식을 올렸다. 김씨는 “순전히 사랑 때문이었다.”고 돌이켰다. 김씨의 부모가 나이 차이·직업·가정형편을 이유로 결혼에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중학교 교사였던 김씨는 집안이 극구 반대하는 결혼을 “우겨서” ‘쥐뿔도 없는’ 대학원생 남편과 결혼했다. “순박한 게 좋았다.”고 털어놓았다. 박사학위 준비에 매달려야 하는 남편 때문에 그 달콤하다는 신혼을 만끽하기는커녕 공부 뒷바라지를 하느라 매일 아침 도시락을 싸야 했다. 부부는 작은 방 하나를 전세로 얻어 첫 살림을 살았다. 부엌·화장실을 다른 집 식구들과 함께 쓰는 공동주택이었다. 방 아랫목 연탄아궁이 구들은 장판이 눌러붙을 정도로 뜨거웠지만 다른 쪽은 꽁꽁 언 냉골 방이었다. 밤에 화장실에 가는 건 공포에 가까울 정도였다. 결혼한 지 6개월쯤 됐을 때 김씨의 언니가 포도를 사서 집에 놀러 왔다. 살림 때문에 과일도 사치라고 여겼던 때다. 김씨는 포도알을 씹다 서러움이 복받쳐 올라 언니를 껴안고 엉엉 울었다. 하지만 김씨는 “그때로 되돌아간다 해도 남편에게 관심을 쓰는 것만으로 충분히 행복할 듯하다.”면서 “원래 사랑·인연이란 건 설명이 안 되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 연애할 때 더 달콤했는데… ●주말 녹초 되는 남편 “너무 변했어” 서울 응암동에 사는 김주연(가명·25·여)씨는 지난해 9월 웨딩마치를 올린 새댁이다. 김씨는 신혼의 단꿈에 젖어 있을 요즘, 주말마다 남편에게 바가지를 긁어댄다. 김씨는 결혼 전 전국 곳곳을 여행하며 열애를 했고, 결혼 후에도 변치 말자고 했던 약속이 지켜지지 않아 불만이다. 주말이면 녹초가 돼 집에만 있으려는 남편을 보면 속이 상해 죽을 맛이다. 지난 주말, 횡성의 한 펜션으로 떠나자고 제안을 했더니 남편은 “좀 더 가까운 곳으로 가면 어떠냐.”며 단박에 말을 잘랐다. 김씨는 혼자만 추억을 간직하는 것 같아 서운했고, 남편이 1년 만에 너무 많이 변해 버린 것 같아 서러웠다. 2004년 여름에 처음 만나 연인이 된 부부는 연애하는 5년 동안 거의 매주 빼놓지 않고 여행을 했다. 산으로, 들로, 도서지역까지 안 가 본 곳이 없다고 할 정도였다. 비록 함께 머무는 고정된 보금자리는 없었지만, 곳곳에다 서로의 추억을 수놓았다. 이들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는 강원도 횡성. 2007년 1월, 펜션에 여장을 풀고 산책을 하다 갑자기 쏟아지는 눈 위에서 말 그대로 ‘영화’를 찍었다. 김씨는 “시간이 멈춘 것 같았어요. 세상이 하얗게 변했고 세상에 우리만 덩그렇게 남은 것 같았어요.”라고 당시를 돌이켰다. 김씨는 무릎까지 쌓인 눈을 밟으며 남편의 어깨에 기대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이 남자와 살면 참 행복하겠다.’고 느꼈다고 회고했다. 1년이 지난 지금, 남편은 토요일에 늦잠을 자는 일이 버릇이 됐고, 일요일은 다음 주 업무 준비를 한다며 집 안에서 꼼짝을 않는다. 김씨는 “이제 애도 태어나고 하면 여행은 더더욱 꿈도 못 꿀 텐데….”라고 말하며 한숨을 내뱉었다. ●신세대 부부의 ‘독한 결혼’ 올 10월 결혼한 ‘따끈따끈한’ 신혼부부 정성규(31)·문미진(26·여)씨 부부는 ‘독한 결혼’을 했다고 주위에 소문이 자자하다. 이들은 ‘집 장만은 남편, 혼수는 아내’라는 기존 결혼 공식을 깼다. 결혼의 모든 과정에 드는 비용을 정확히 반씩 부담했다. 부모에게 손 벌리지 않고 자신들이 번 돈으로 살림을 차렸다. 정씨 부부가 생각하기에는 당연하고 상식적인 일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추진했다. 처음엔 집안 어른들이 이런 방식에 대해 반대했다. 특히 문씨 부모님들의 반대가 심했다. 처음에 문씨의 부모는 “우리 애가 뭐가 부족해 남들만큼도 못 받느냐.”고 사위에게 역정을 내기도 했다. 그래도 부부는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정씨는 “먼저 결혼한 친구·선배들 말이 결혼 준비기간 동안 혼수·집 등 돈 문제로 많이 싸운다고 들었다.”면서 “그런 일로 싸우기도 싫고, 비용을 공평하게 부담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생각해 좀 독하다는 소리 듣더라도 우리 식대로 결혼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작고 허름한 원룸이 첫 살림집이었지만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각자가 대출받은 금액을 보태 전세로 마련한 집이다. 가전제품과 가구 등 혼수비용도 결혼 전 2년 남짓 동안 각각 모은 1000만원의 결혼 자금으로 충당했다. 남은 돈으로 동남아 신혼여행도 다녀왔다. 문씨는 “돈 때문에 누가 우위에 서고 하는 것이 처음부터 마음에 안 들었다.”면서 “둘이 더 행복해지려면 시작부터 공평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 변함없는 사랑… 가족웨딩 은혼식 경기도 일산에 사는 이남경(52·여)씨는 올 4월 다시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었다. 결혼한 지 25년째 되는 기념일을 맞이해서다. 결혼 25주년은 ‘은혼식’이라고 해서 특별히 기념해야 한다는 남편 최수훈(56)씨의 주장 때문이었다. 여기에 자식들까지 가세해 이씨는 일명 ‘리마인드 웨딩’을 치를 수 있었다. 거창할 건 없었다. 하객들을 모시지도 않았다. 하지만 25년 전에는 못 해 봤던 웨딩드레스와 턱시도를 입고 스튜디오에서 결혼사진을 찍었다. 몇 장 안 되는 결혼식 사진이 못내 미안하고 안타까웠던 최씨다. 새로 찍은 기념사진 속에는 대학생이 된 두 딸이 함께한다. 딸들도 곱게 차려입었다. 이들은 촬영 며칠 전부터 엄마·아빠 얼굴에 영양팩을 해 주는 등 부산을 떨었다. 당일에는 미용실에서 함께 머리 손질도 하고 신부 메이크업도 받았다. 이씨는 싱글벙글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대미는 일본 규슈지역의 온천으로 떠난 ‘리마인드 신혼여행’이었다. 2박 3일 여행비는 두 딸이 아르바이트로 마련한 돈이어서 특별했다. 이들 부부는 신혼 때 꿈과 사랑으론 부자였지만, 결혼식도 가까스로 올릴 만큼 가난했다. 신혼여행은 꿈도 꿀 수 없었다. 결혼 1년 만에 첫째 딸이 태어났고, 이듬해 둘째 딸이 연이어 태어나면서 “설악산이라도 가자.”는 남편의 약속은 끝없이 미뤄졌다. 이들 부부가 처음 떠난 여행은 두 딸과 함께였다. 최씨는 “변함없이 사랑해. 여보.”라고 말하면서 아내의 볼에 입을 맞췄다. 이씨는 “두 번이나 결혼해줘서 고마워요.”라고 답례하며 방긋 웃었다. 김양진·윤샘이나기자 ky0295@seoul.co.kr
  • ‘봉은사 땅밟기’ 갈등속 종교간 소통 모색

    이른바 ‘봉은사 땅밟기’ 동영상과 관련해 개신교와 불교계의 갈등이 불거진 가운데, 7대 종단 협의체인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가 종교 간 대화와 협력의 길을 모색한다. 4~5일 대전시 스파텔에서 열리는 ‘전국종교인교류대회’에는 천주교, 불교, 개신교, 원불교, 유교, 천도교, 민족종교 7대 종단 관계자 200여명이 참석한다. 최근덕(성균관장) KCRP 대표회장은 2일 미리 배포한 대회사에서 “최근 일부 종교 간에 조그만 갈등의 조짐이 표출되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며 “이웃 종교 간의 이해가 부족할 경우 곧바로 사회갈등 요인으로 확대될 수 있기에 우리 종교인들은 그런 문제들을 미리 진단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종교학계 원로인 정진홍 이화여대 석좌교수도 ‘종교와 종교는 서로 신뢰할 수 있는가-종교 간 갈등과 신뢰에 대한 이론적 접근’이라는 기조발제에서 “종교 간 갈등은 불가피하지만 종교가 하나가 아니라 여럿이라는 사실이 시사하는 다종교 문화에서의 새로운 종교이해의 자리에 서자.”고 제안했다. 정 교수는 “자신의 종교는 자신이 ‘선택한 하나의 삶의 양태’일 뿐 인간의 삶에 과해진 초월적인 규범은 아니라는 인식의 전환을 이루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하면서 “‘종교인’이기에 앞서 ‘인간’이 되기 전에는 종교 간 신뢰란 불가능하다.”고 뼈 있는 말을 했다. 이정배 감신대 교수는 “원효의 화쟁 사상이 종교 간 이해의 방편이 될 수 있다.”며 “화쟁은 ‘나는 옳고 너는 그릇되었다’고 말하지 않고 오히려 ‘모두가 옳을 수도, 그를 수도 있음’을 천명한다.”고 상기시켰다. 대회는 종교 간 대화운동을 더욱 활발히 전개하자는 내용의 성명서도 채택할 예정이다. 김문 편집위원 km@seoul.co.kr
  • [사설] 어이없는 일부 개신교도들의 ‘봉은사 일탈’

    서울 강남구 삼성동 대한불교 조계종 봉은사 경내에서 일부 몰지각한 개신교도들이 개신교식 예배를 올리며 이른바 ‘봉은사 땅밟기’를 한 것은 너무 한심하다. 봉은사 땅밟기 논란은 ‘찬양인도자학교’ 20대 수강생 수명이 봉은사 대웅전 등에서 기독교식 예배를 보고 기도하는 장면을 동영상으로 찍어 최근 인터넷에 올리며 시작됐다. 영상에서 젊은이들은 봉은사 경내에서 기독교식 예배를 올렸다. 불교가 우상숭배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땅은 하나님의 땅이라는 것을 선포했다. 하나님에 의해 이 땅은 파괴될 것이고, 하나님에 의해 회복될 것”이라고 강변했다. 편협하기 그지없는 위험한 생각이요, 행동이다. 우리 사회에 내재된 종교 갈등을 자극할 소지도 있다. 일부 개신교도들의 ‘봉은사 일탈’은 정말 어이없다. 문제의 젊은이들은 봉은사 대웅전 등에서 기독교식의 예배 뒤 “우상은 무너지고 주의 나라 되게 하소서.”라고 빌었다. 상대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물론 저주까지 퍼부은 것이다. 이런 소식에 누리꾼들은 “다른 종교를 포용할 줄 모른다는 것은 치졸하다.” “현대판 십자군”이라는 등 우려와 비난을 하고 있다. 대부분의 개신교도들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불교계 인사들과 사회지도자들도 이들의 행동이 우리 사회의 갈등과 분열을 조장할 가능성을 우려한다. 어찌됐든 일부 개신교도들의 일탈이 종교 갈등을 자극하는 건 결단코 피해야 한다. 다행히 문제의 동영상을 유포한 젊은이들과 찬양인도자학교를 주관하는 단체의 목사가 어제 오전 봉은사를 찾아가 사과하고 용서를 구했다. 이에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은 “남을 배려하고 고통을 주지 않는 것이 청년예수의 진정할 가르침이다.”고 타일렀다. 또 이번 사건이 종교 간의 소통을 원활하게 하고 한국 사회의 화합을 다지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사과를 받아들였다. 다행스럽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각 종교 간 소통과 갈등 해소를 위한 장이 열리기를 기대해 본다. 하지만 극단적 개신교도들이 봉은사 외에도 국내·외 다른 사찰에서 땅밟기를 한 영상이 속속 유포되는 것은 걱정스럽다. 종교 갈등은 모두가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 ‘봉은사 땅밟기’ 관련자, 명진스님에 공식사과

    ‘봉은사 땅밟기’ 관련자, 명진스님에 공식사과

    일부 기독교 신자들의 ‘봉은사 땅밟기’로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서울신문 10월 27일자 8면> 물의를 빚은 장본인들이 27일 봉은사를 찾아 공식 사과했다. 봉은사와 개신교계에 따르면 ‘찬양인도자학교’ 대표인 최지호 목사와 담당간사, 동영상을 만든 학생 등 10명은 이날 오전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을 찾아 “봉은사와 불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명진 스님은 “한국 기독교의 배타성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며 특히 몇몇 유명 목사들이 공공연하게 불교를 우상숭배라고 비하해 왔다.”며 “이번 사건이 종교 간 소통을 원활하게 하고 한국 사회의 화합을 다지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길 바라는 뜻에서 사과를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이어 “봉은사 차원에서 사과는 받아들이겠지만 향후 종교 간 소통과 갈등 해소를 위한 토론회 등을 제안하겠다.”고 덧붙였다. 찬양인도자학교 학생들은 봉은사 대웅전 등에서 “우상의 땅이 하나님의 땅이 되기를 기원한다.”며 기독교식 예배를 올리고, 이를 ‘봉은사 땅밟기’라는 제목의 동영상으로 찍어 인터넷에 올렸다. 불교계가 발끈한 것은 물론 개신교계 안에서도 비판 여론이 일었다. 이 동영상과 함께 대구기독교단체가 만든 “대구에서 지하철 참사가 나고 이혼율이 높은 것이 동화사 등 사찰 때문”이라는 주장과 불교테마공원에 반대하는 내용을 담은 동영상도 논란이 되고 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봉은사 땅밟기’ 논란

    일부 기독교 신자들이 조계종 사찰인 서울 삼성동 봉은사에서 이른바 ‘봉은사 땅밟기’라는 기독교식 예배를 올려 논란이 일고 있다. 파문이 커지자 해당 신자들 측에서 사과 의사를 밝혔지만 불교계는 종단 차원의 대응책 마련을 강구 중이다. 발단은 지난 주말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이 ‘봉은사에서 땅 밟기’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인터넷에서 발견하면서부터. 6분여 분량의 영상에는 자신들을 ‘찬양인도자학교’ 소속이라고 밝힌 기독교인들이 봉은사 대웅전 등에서 예배를 보고 기도하는 장면이 담겨 있다. 명진 스님은 지난 24일 일요법회에 앞서 문제의 동영상을 신도들에게 보여준 뒤 “일부 개신교 신자들의 이런 행동이 한국 사회를 갈등과 분열로 몰아가고 있다.”며 기독교 측에 종교 갈등을 주제로 한 공개토론회를 제안했다. 봉은사 관계자는 26일 “찬양인도자학교를 운영하는 단체에서 오늘 전화를 걸어 와 사과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공식 사과는 받지 못했다.”면서 “해당 사이트에 들어가보니 ‘땅 밟기 하러 간다’는 글이 몇 년전부터 다수 올라와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진상 파악이 끝나는 대로 종단 차원의 대책을 강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씨줄날줄] 명진 스님/김성호 논설위원

    지은 죄나 과오를 깨달아 고친다는 참회(懺悔)의 본질은 꾸밈없는 고백과 뉘우침이다. 제 허물을 낱낱이 들춰 세상에 알리기가 쉬운 일일까. 당연히 참회엔 범상치 않은 고통과 용기가 따른다. 은폐·엄폐며 위선의 속성에 휘둘리기 십상인 범인 입장에서야 쉬운 일이 아닐 터. 3대 참회록으로 꼽히는 아우구스티누스·루소·톨스토이의 참회가 누누이 회자됨도 다름 아닌 타락과 위선에 대한 솔직한 자백에 서린 용기 때문일 것이다. 참회가 종교로 승화할 때 고통과 용서의 가치는 생생하게 빛을 뿜는다. 불교의 참회, 개신교의 회개, 천주교의 고해(고백)…. 불교의 참회가 홀로 혹은 대중모임을 통한 죄 고백과 개선이라면, 회개로 통하는 개신교의 참회는 죄에서 벗어나 신에게 되돌아가는 믿음과 거듭남의 구원이다. 천주교의 고해라면 사제에게 죄를 알려 용서 받는 성사(聖事) 차원의 의식. 제 허물의 공개를 통해 남을 이롭게 하는 고통과 믿음의 공통성을 갖는 것이다. ‘참회의 종교’라는 불교속 참회의 고통은 유별나다. 산스크리트어 ‘크샤마’에 뿌리를 둔 참(懺)의 원뜻도 참을 인(忍)이다. 석가모니 부처님의 초기불교부터 몸·말·마음에서 생겨난 악업을 해소하기 위한 참회법이 행해졌다니 불교 속 참회는 뗄 수 없는 수행 과정이다. 최고 경지의 참회를 할 때면 모든 숨구멍에서 땀이 흐르고 눈에선 피가 솟는다니, 터럭의 죄도 감추지 않겠다는 마음가짐과 고통의 차원이 어떤지를 알 수 있는 것이다. 조계종 총무원 직영사찰화를 둘러싸고 7개월여 파란을 겪은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의 참회발언이 화제다. 총무원-봉은사 갈등 중재에 나선 화쟁위원회의 권고안대로 봉은사 직영사찰을 수용하겠다고 선언한 엊그제 일요법회에서다. “수행자답지 못한 말로 사부대중에 상처를 준 데 진심으로 참회한다.” 봉은사 직영화에 정치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한 뒤 법회에서 종단을 향한 거침없는 말로 일관한 스님의 전격 참회가 놀랍다. 외압설에 얹어 “납득할 만한 해명이 없으면 내 발로 걸어가 승적부를 파겠다.”던 극언도 물린 채 “꽃게든 털게든 받겠다.”며 징계를 받을 뜻을 신도들에게 전했다는데…. 파란과 내홍의 중심에 있던 명진 스님이 화쟁의 참회를 꺼냈으니 이제 시비의 단초를 가림은 아무런 의미가 없을 터. 닭이 먼저건 달걀이 먼저건 논란과 갈등의 진원은 소멸한 듯 보인다. 그럼에도 참회의 선언에 아쉬움이 남는 건 왜일까. 말로써 지은 악업을 소멸시킨다는 참회의 ‘참을 인’이 어디 명진 스님만이 되새길 가치일까. 김성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봉은사에서 기독교 예배를…‘불교 폄훼’ 동영상 논란

    봉은사에서 기독교 예배를…‘불교 폄훼’ 동영상 논란

    일부 기독교 신자들이 조계종의 핵심 사찰인 서울 삼성동 봉은사에서 기독교식 예배를 하는 동영상을 올려 논란이 되고 있다. 이 영상에서 기독교 신자들은 ‘우상 숭배’ 등의 단어를 사용하는 등 종교 갈등을 일으킬 소지가 다분한 말과 행동을 보여 빈축을 사고 있다. 문제의 영상은 지난 24일 ‘봉은사 땅밟기’라는 제목으로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 올라 왔다. 6분30여초 분량의 이 영상에서 자신들을 ‘찬양인도자학교’ 소속이라고 밝힌 젊은 기독교 신자들은 봉은사 대웅전 등에서 기독교식 예배를 보고, 기도를 하는 장면을 담았다. 이들은 “서울 한복판에 이렇게 크게 우상 숭배를 하는 곳이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면서 “이 땅은 하나님의 땅이라는 것을 선포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봉은사 곳곳의 전경을 보여주면서 ‘사람들이 만든 우상들’, ‘헛된 것들’ 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이어 기독교식 예배를 한 뒤에는 “우리가 밟고 지나간 자리에 하나님 나라를 이루기 위해 보냈다고 믿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봉은사 주지 명진스님은 24일 일요법회에서 이들의 행동을 지적하면서 “일부 개신교 신자들의 이같은 행동들이 한국사회를 갈등과 분열로 몰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명진스님은 기독교 목사들에게 종교 갈등을 주제로 공개 토론을 제안하면서 “봉은사는 신도들과 함께 이런 망동을 막아내고 한국불교의 불꽃을 피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신문 맹수열기자 guns@seoul.co.kr
  • 당신의 종교를 존중합니다

    당신의 종교를 존중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천주교·개신교·불교·유교·민간신앙 등 다종교가 공존하는 ‘종교 타운’이 유교의 본향 경북 안동에 조성된다. 안동시는 오는 2015년까지 종교 구심지역인 목성·화성동 일대 33만㎡에 105억원을 들여 다종교간 소통·화합·봉사를 이끌어 갈 종교타운을 건립키로 했다고 22일 밝혔다. 시는 종교 타운의 명칭(가칭)을 목성동과 화성동의 첫 글자를 따온 ‘목화’(木花·사랑과 온정이라는 꽃말을 지님)로 짓고 5대 종교 대표자들을 중심으로 ‘목화위원회’를 구성키로 했다. 시는 또 이 일대를 ‘종교문화 특구’로 지정받아 ▲봉사공간 ▲종교예술을 통한 다문화 소통 공간 ▲다종교 공존의 축제 화해 공간으로 개발해 종교 지도자들과 시민들이 함께하는 ‘화해·소통·봉사’의 중심지로 조성할 계획이다. 아울러 다종교를 이해하고 체험하거나 종교 용품을 구입할 수 있는 ‘목화관 테마 체험촌’을 조성해 종교타운 허브로 만들기로 했다. 특히 시는 인근에 건립 중인 ‘경북유교문화회관’을 소통공간으로 만들어 종교·문화·예술 교류를 통한 소통의 마당, 다른 종교 축일(祝日)과 성인 축하 등 종교 행사의 공동 개최 등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 밖에 근대화 과정에서 사라진 종교 시설물 복원, 종교별 역사 유적 모형, 상징물 조성 등을 통해 안동지역 종교 발전사를 재조명하는 공간도 마련키로 했다. 이 지역에는 8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천주교 안동 교구 목성동성당을 비롯해 지난해 창립 100주년을 맞은 기독교 안동교회, 화엄사찰 법상사의 상징적 계승지로 90여년의 역사를 가진 불교 대원사 포교당 등 종교시설이 몰려 있다. 또 유·불·선을 합친 신흥 종교인 성덕도 북부지역 책임교화원, 24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안동 씨족 집회지인 안동김씨 종회소, 종교 용품 및 서적 판매점 등이 산재해 있다. 게다가 안동 민간신앙의 발원지이자 풍요와 평화를 기원하던 사직단이 있었던 곳이기도 하다. 안동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광산안전 재단설립 검토”

    칠레 매몰 광부 33명이 이번 사고를 계기로 광산 안전을 강화할 재단을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몰 광부의 한명인 요니 바리오스는 17일(현지시간) 함께 구조된 동료 12명과 함께 사고 현장을 방문, 이번 사고를 계기로 광산업체에 작업 안전에 관한 조언을 할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바리오스는 “광산업계의 문제를 해결할 재단 설립을 생각하고 있다.”면서 “이 재단과 우리의 경험을 활용하면 이런 문제들을 풀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조된 지 닷새 만에 광부 13명은 가족들과 함께 광산 입구에 차려졌던 ‘희망캠프’를 방문, 가톨릭과 개신교 성직자들의 인도 아래 생환에 감사하는 예배를 올리고 현장을 둘러봤다. 희망캠프는 지난 8월 5일 사고 직후부터 지난 13일 광부 전원이 갱도로부터 끌어올려질 때까지 가족 등이 무사생환을 빌던 천막촌의 이름이다. 현장을 찾은 광부 다리오스 세고비아는 “우리가 저 밑에서 고통받은 것처럼 이곳에서도 모든 이들이 고통받았다.”며 가족들의 용기와 의지에 찬사를 보냈다. 63세로 최연장자인 마리오 고메스는 가족과 함께 천막을 정리하면서 “우린 밖으로 나갈 것이라는 믿음을 늘 갖고 있었다.”고 말하고 “구조된 33명뿐 아니라 이번 사고로 일자리를 잃은 다른 동료 광부들에게도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칠레 로드리고 인스페테르 내무장관은 광부들을 지하 700m에서 한명씩 싣고 나온, 길이 4m, 무게 450㎏의 캡슐 ‘피닉스(불사조)’를 19일부터 중국 상하이엑스포 칠레관에 전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모두 3개가 제작된 피닉스 가운데 작업에 투입된 피닉스 2호는 산티아고 대통령궁 앞 광장에 전시된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천주교·개신교·불교 연합바자

    서울 강북구의 천주교와 개신교, 불교계가 한마음이 되어 10여년간 난치병 어린이들에게 사랑의 손길을 펼쳐 화제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수유1동 성당(주임신부 정무웅), 대한불교 조계종 화계사(주지스님 수암), 한국기독교장로회 송암교회(담임목사 김정곤)는 지난 9일 한신대 신학대학원 운동장에서 난치병어린이돕기 바자회를 열어 병마와 싸우고 있는 어린이들에게 사랑과 희망을 전했다. 바자회에선 의류, 식료품, 생활용품, 지역특산품 등 60여개 품목이 저렴한 가격에 판매됐다. 이들 3개 단체는 이날 모은 성금을 지역내 난치병 어린이 20여명에게 300여만원씩 전달할 예정이다. 강동삼기자 kangtong@seoul.co.kr
  • 4대강 찬반진영 ‘통합 논의기구’ 추진

    4대강 살리기 사업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의 해결을 위해 ‘국민적 논의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정부와 정치권, 시민단체의 공감대가 형성됐다. 불교 조계종 화쟁위원회의 주선으로 16일 서울 견지동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린 ‘4대강 갈등문제 해결을 위한 화쟁토론회’에는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과 원희룡 한나라당 사무총장, 이미경 민주당 사무총장, 박진섭 4대강사업저지범대위 집행위원장 등이 참석, 이 같은 견해에 공감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따라 관계 당사자들이 모두 참여하는 위원회의 설치가 추진되는 등 4대강 논란에 따른 사회적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정 장관은 “국민적 논의기구를 통해 갈등이 해결될 수 있다면 마다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 사무총장은 “4대강 문제는 국민적 관심사이기 때문에 필요성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회에서 4대강 특위 구성을 추진하고 있지만 더 넓은 논의를 위해 위원회 차원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 위원장도 “논의기구 설립은 시민사회에서 지속적으로 제안해 왔으며 적극적으로 합의·협력할 용의가 있다.”면서 “위원회에서 결론이 도출될 때까지 잠정적으로 공사를 중단한다면 반대운동도 멈추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원 사무총장은 “논의기구는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공사 중단을 전제로 한다든지 찬반이 갈릴 때 표결에 의해 결정할 경우 국회에서 무산된 특위의 케이스가 반복될 여지가 있다.”면서 “부작용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있다면 전향적으로 위원회 구성 논의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조계종 화쟁위는 조만간 국민적 논의기구 설립을 정부와 대통령에게 제안하는 한편 천주교, 개신교, 원불교, 천도교 등 다른 종교와 연대 추진도 모색할 계획이다. 4대강 토론회는 조계종 화쟁위가 사회갈등 문제를 효율적으로 중재하기 위해 마련한 첫번째 자리다. 화쟁위에서 토론자들에게 사전 질의서를 보내 사전 답변을 받은 뒤 3시간 동안 토론이 진행됐다. 한편 이날 함세웅 신부와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등 각계 인사 128명은 서울 정동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4대강 사업의 추진 여부를 국민투표로 결정하자고 제안했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매주 화·목 개신교평신도 아카데미

    개신교계 평신도들이 기독교 제 위상 찾기 운동에 나섰다. ‘정의평화를위한기독인연대’가 7일 서울 명동 향린교회에서 평신도아카데미를 열었다. ‘자본과 하나님! 너희가 섬길 자를 오늘 택하라’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평신도아카데미는 오는 16일까지 화·목요일 주 2회에 걸쳐 네 번의 강좌로 이뤄진다. 첫 번째 강좌에 나선 강원돈 한신대 교수(신학박사)는 기독교가 어떻게 기존의 질서를 위해 복무해왔고 노동계급과 자본계급의 이해를 고착화시켰는지, 그 결과 어떻게 자본주의를 강화시켰는지 등에 대해 구체적인 실례와 역사적 사건 등을 들며 강의했다. 9일부터 정연주 전 KBS 사장, 김용철 변호사, 김찬호 연세대 교수 등이 강사로 나서 언론, 자본, 교육 문제 등을 기독교와 관계 속에서 살펴보는 한편 자본이 기독인들의 삶과 의식을 어떻게 왜곡하고 지배해 왔는지 성찰할 수 있는 내용으로 진행한다. 윤영수 집행위원장은 “사회의 모든 면에서 자본의 지배가 강화되면서 기독교인의 신앙과 생활이 심하게 왜곡·변질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 기반해서 기획했다.”면서 “추상적이고 이론적인 논의보다는 구체적인 사실을 통해 문제를 선명하게 파악하는데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부고]‘사랑의 교회’ 개척 옥한흠 원로목사 소천

    [부고]‘사랑의 교회’ 개척 옥한흠 원로목사 소천

    국내 대형 교회 가운데 한 곳인 서울 서초동 사랑의교회를 개척한 옥한흠(玉漢欽) 원로 목사가 2일 소천했다. 72세. 사랑의교회는 2006년 폐암진단을 받고 투병하던 고인이 지난달 8일부터 폐렴으로 인한 고열과 호흡곤란 증세로 서울 연건동 서울대병원 중환자실에서 집중치료를 받았으나 2일 오전 8시43분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1938년 경남 거제에서 태어난 고인은 성균관대 영문학과, 총신대 신학대학원, 캘빈신학교 대학원 신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웨스트민스터 신학교에서 목회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72년 목사안수를 받은 뒤 1978년 서초동에 사랑의교회(예장 합동)를 개척해 현재 재적 교인 8만명, 출석교인 4만 5000명에 달하는 대형 교회로 키워 냈다. 고인은 ‘평신도 모두가 왕 같은 제사장’이라는 취지로 평신도의 영성을 일깨우는 제자훈련 프로그램을 정착시키고, 이를 다른 교파 목회자들에게도 널리 전파해 한국복음주의 교회를 이끄는 큰 어른으로 존경받았다. 철저하게 성경 중심적이면서도 실제 생활에서의 실천 방안까지 제시하는, 진지하고 품격 있는 설교로 정평이 났던 고인은 목회자들의 롤모델이었다. 정년을 5년 남긴 65세 때 조기 은퇴를 단행, 개신교계의 문제점이던 담임 목사직의 일가 세습 관행에 경종을 울리기도 했다. 한국 교회가 후원해 설립한 연변과학기술대학 명예이사장을 맡았던 고인은 소년소녀 가장 돕기, 북한 어린이 돕기, 장애인 선교, 호스피스 선교 등 다양한 사회봉사 활동도 펼쳤다. 유족으로는 부인 김영순씨와 성호씨 등 3남이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에 마련됐다. 장례는 5일장으로 치러지며 발인(천국환송예배)은 6일 오전 11시다. 장지는 경기 안성 양성면. (02)3480-6501∼2.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생명의 窓] 종교계 공익사업 투명성 높여야/박광서 서강대 물리학 교수

    [생명의 窓] 종교계 공익사업 투명성 높여야/박광서 서강대 물리학 교수

    종교계에 대한 국고지원을 두고 종교 간 공방이 이어져 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달 대표적인 기독교단체들이 “종교계는 국민혈세로 종단 운영 행위를 중단하라.”는 제하의 성명서 광고를 일간지에 게재했다. 한마디로 정부의 불교계 예산지원 일부를 중단하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불교계는 국가재정을 종교사업에 갖다 쓰는 것은 오히려 기독교 측이 선수라며 반격에 나섰다. 그 예로 정부가 매년 종교 사립학교에 지원하는 예산 6300억원 중 개신교와 천주교 등 기독교 계열이 86%나 차지하는 데 반해, 불교는 7%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종교가 국가를 대신해 교육이나 복지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해 헌신해 온 것은 인정받아야 하고 또 국가재정으로 지원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렇지만 다종교 사회에서 국가가 직·간접으로 특정종교에 혜택을 주거나 차별을 두는 듯한 정책을 쓴다면 문제다. 국고보조금을 받는 일부 종교단체들이 공익사업을 내세우면서 실질적으로는 종교사업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에 대해 국민이 관심과 우려를 갖는 이유다. 우선 문화 관련 사업이다. 전통문화의 계승·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는 것은 헌법에 명시된 국가의 임무다. 문화재를 국가예산으로 관리하는 배경이다. 템플스테이 등 우리나라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무형문화재의 관광상품 개발비용 역시 마찬가지다. 다만 어느 것이 보존 가치가 있는 문화유산이며 얼마만큼의 예산을 어떻게 집행해야 하는지에 대한 합리적인 관리체계가 가동되어야 논란의 여지를 최소화 할 수 있다. 특히 문화재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불교로서는 불교문화유산이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다. 타종교 입장에서 보면 문화재 보존 차원이 아닌 불교지원으로 비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종교를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지원여부를 결정하는 것도, 종교가 로비에 의해 예산을 받아 낼 수 있다는 발상도 위험하다. 하지만 모든 국민이 동의할 만한 내용으로 문화국가의 위상을 높이는 데 투명하게 활용된다면 문제될 게 없다. 국고지원 대상과 규모의 적정성 여부나 사후 평가 등은 해당 전문가들에게 맡기고 믿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국가사업의 현장에서 종교차별을 하는 경우다. 2007년 국가인권위원회는 일부 종교 사립대학에서 교수 채용 시 자격요건을 특정종교인으로 제한하는 것은 종교를 이유로 한 고용차별이라며 시정권고를 한 바 있다. 전체 운영비의 60~70% 이상의 국고지원을 받는 종교계 중·고등학교나 사회복지시설 등 공익기관에서 공개적으로 특정종교인들만 임용하는 잘못된 관행은 사실 오래된 차별행위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종교단체가 운영주체이므로 구성원들이 그 종교인들로만 이뤄져야 본래 취지를 살릴 수 있다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학생들에게 수학을 가르치고 노인들에게 봉사하는 데 왜 특정 종교인이어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결과적으로 국가가 특정종교의 선·포교 활동을 재정지원하는 셈이 되어 정교(政敎)분리의 헌법정신에 정면으로 위배될 소지마저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와 보건복지부 등 국가기관의 의식 부재 및 지도감독 소홀의 결과다. 공공영역에서 특정종교인만의 채용이 ‘불가피’한지 ‘불가’한지 국민적 논의를 통한 결단이 필요하다. 정교분리의 헌법정신이 일상에서 구현되지 못하는 한 ‘공정한 사회’는 공허한 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 세금으로 공익법인이나 비영리단체를 지원할 때 종교차별 여부를 새삼 꼼꼼히 살펴야 하는 이유다. 공공의 가치가 신앙적 가치보다 우선할 때 사회통합이 가능하다. 내 종교만 챙기는 것은 진정한 사랑과 자비라 할 수 없다. 종교의 울타리를 넘어서지 못하는 ‘너는 법대로, 나는 멋대로식’의 행위는 종교 이기주의로 사회갈등의 뿌리이기 때문이다. 종교가 사회통합의 걸림돌이 아니라 디딤돌이어야 하지 않겠는가.
  • 천주교-불교 손 맞잡은 까닭은

    천주교와 불교가 손을 맞잡았다. 장기기증 운동 활성화를 위해서다. 천주교 서울대교구가 운영하는 장기기증·생명운동 전문 재단법인 한마음한몸운동본부와 불교계 장기기증 운동단체인 사단법인 생명나눔실천본부는 최근 대한이식학회 의료전문가로 구성된 사단법인 생명잇기와 함께 ‘한국장기기증네트워크’를 만들었다. 네트워크는 천주교·불교의 각 교세 및 노하우, 기술력 등을 바탕으로 올바른 장기기증 문화 확산을 위한 운동을 다양하게 전개할 계획이다. 창립 선포식은 다음달 11일 동국대 만해광장에서 열리는 ‘생명나눔과 함께하는 희망걷기’ 행사에서 이뤄지며 창립식을 마친 뒤 동국대~남산순환로 6㎞ 구간을 함께 걷는다. 생명나눔실천본부는 1994년 조계종 전 총무원장 법장 스님이 설립한 뇌사시 장기·각막조직 기증, 사후 시신기증 희망 등록 및 결연 등의 운동을 벌이는 공익법인이다. 한마음한몸운동본부는 1989년 만들어져 2008년까지 20년간 약 3만건의 장기기증 관련 문의와 신청을 받았다. 특히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한 지난해에는 한해 동안 3만건 이상의 장기기증 신청을 받아 장기기증운동 열풍의 한가운데 서기도 했다. 이들은 올해 2월 김 추기경 선종 1주기를 앞두고 사후 장기기증 문화를 올바르게 정착하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종교계가 따로따로 벌이는 장기기증 운동을 연결할 필요성이 있다는 데 공감함으로써 네트워크 구축을 끌어냈다. 1991년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를 설립하는 과정에서 주된 역할을 맡았던 개신교도 함께 손을 잡게 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일단은 ‘사랑의…본부’가 이미 뿌리를 내려 연대 필요성의 시급함을 덜 느낀다는 게 개신교 관계자들이 전하는 내부 분위기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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