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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욕의 71년 북러 관계… 김정은·푸틴 다시 꽃 피울까

    영욕의 71년 북러 관계… 김정은·푸틴 다시 꽃 피울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이 이번 달 말 러시아에서 열릴 예정이다. 두 정상이 70여년 간 부침을 거듭한 북러 관계를 전면 복원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북한은 1948년 9월 정권 수립 후 10월 러시아의 전신인 소련과 국교를 수립했다. 김일성 주석은 이오시프 스탈린 공산당 서기장의 지원을 받아 1950년 한국전쟁을 일으키면서 북한과 소련은 혈맹 관계를 맺게 된다. 1953년 7월 정전되기 4개월 전 스탈린 서기장이 사망하고 니키타 흐루쇼프가 집권하면서 북소 관계는 악화된다. 흐루쇼프 서기장은 1956년 스탈린의 개인숭배를 비판하고 서구와의 평화공존정책을 추진하자 북한은 흐루쇼프 서기장을 ‘수정주의자’라고 비판하면서 두 국가는 갈등을 빚었다. 그러면서도 북한과 소련은 1961년 자동군사개입 조항이 포함된 ‘조·소 우호 협력 및 호상 원조 조약’(상호원조조약)을 체결해 혈맹 관계의 명맥은 유지했다. 1964년 흐루쇼프 서기장이 실각하고 레오니트 브레즈네프가 집권하자 북소 관계는 개선되는 듯했다. 두 국가는 1965년 군사원조협정을 체결했고, 이듬해 김일성 주석과 브레즈네프 서기장은 정상회담을 했다. 1967년에는 경제기술협력협정 체결, 경제공동위원회 설치 등 관계 개선 조치가 잇따랐다. 하지만 1960년대 소련과 중국이 국경 분쟁을 빚고 1970년대 들어와 중국이 미국과 관계 개선에 나서면서 북한은 ‘자주노선’을 견지하며 소련과 중국 사이에서 ‘등거리 외교’를 폈다. 1984년 콘스탄틴 체르넨코가 서기장에 오르고 서구 강경노선을 견지하자 북한과 소련의 관계가 강화된다. 1984년 김일성 주석은 23년 만에 모스크바를 방문해 정상회담을 했고, 이듬해 양국은 군사지원협정과 경제협력협정을 체결했다. 하지만 미하일 고르바초프가 1985년 집권하고 개혁·개방 정책을 추진하자 북소 관계는 냉각된다. 고르바초프 서기장은 1986년 블라디보스토크 선언과 1988년 크라스노야르스크 선언을 통해 ‘신아시아주의’ 노선을 발표하며 30여 년 간 국경분쟁을 벌인 중국은 물론 자본주의 진영에 속한 한국과도 관계 개선에 나선다. 소련은 1988년 공산당 정치국회의에서 한국과 소련의 수교를 비공식적으로 결정했다. 이를 설명하고자 예두아르트 셰바르드나제 외무장관을 북한에 파견하지만, 김영남 당시 외교부장은 “달러를 위해 사회주의를 포기하는 행위”라며 비난했다. 그럼에도 고르바초프 서기장은 1990년 6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노태우 당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그해 9월 한국과 소련은 수교를 맺으면서 북소 관계는 해체 단계로 접어들게 된다. 1991년 소련이 해체되고 러시아가 들어선 이후에도 북러 관계는 악화일로를 걷게 된다. 러시아는 1992년 북한에 1961년 체결된 상호원조조약 중 자동군사개입 조항을 폐기하겠다고 선언했으나 북한이 협상을 거부하면서 조약 만료 기한인 1996년에 조약 연장이 중단됐다. 35년간 이어온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동맹이 해체된 것이다. 이후 보리스 옐친 대통령이 1996년 재선되고 친한(親韓) 정책에서 남북한 등거리 외교 정책으로 전환하면서 북러 관계는 점차 회복된다. 북러는 1999년 3월 새로운 조약을 체결하기로 하고 폐기된 상호원조조약 중 문제가 된 자동군사개입 조항을 ‘조약의 한 당사국이 긴박한 침입 위협 또는 평화와 안보를 위협하는 상황에 직면했을 경우에 상호 협의’하는 걸로 대체했다. 이러한 내용의 ‘조·러 우호 선린 협조 조약’은 2000년 2월 정식 서명돼 발효됐다. 옐친 대통령의 후임인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2000년 5월 취임하고 2개월 후 러시아 최고지도자로서는 사상 처음으로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했다. 두 정상은 양국 간 협조와 상호 협력, 북한 미사일 문제 등을 내용으로 하는 ‘북러 공동선언’을 채택했다. 이듬해 7~8월 김정일 위원장은 답방 형식으로 러시아 모스크바를 공식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면서 북러 관계는 복원 단계에 접어든다. 양국 정상은 한반도 종단철도(TKR)와 시베리아 횡단철도(TSR) 연결 사업, 대미 공동보조 등에 합의한 ‘북러 모스크바 선언’을 발표했다. 김정일 위원장은 2002년에도 러시아 하바롭스크와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 푸틴 대통령과 3차 북러정상회담을 하면서 북러 간 친선을 과시했다. 북러 관계는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 이후 북핵 위기가 고조되며 잠시 조정기를 거쳤으나, 2011년 김정일 위원장의 방러로 다시 강화된다. 김정일 위원장은 러시아 울란우데에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당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6자회담 재개와 북러 경협 문제를 논의했고,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러 경협이 재추진됐다. 러시아는 2012년 북한의 대러 채무를 탕감하기로 했으며, 북러는 2014년 경제공동위원회를 개최했다. 하지만 2013년 북한의 3차 핵실험에 따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에 러시아가 동참하고, 북한이 2016년 4차 핵실험을 강행하자 북러 관계는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간다. 그럼에도 북러 간 교역과 인적 교류, 러시아의 대북 지원은 지속됐으며, 2018년 5월에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이 평양을 방문, 푸틴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고 김정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을 공식 요청했다. 이후 남북, 북미정상회담 등 한반도 정치 일정이 급하게 돌아가면서 북러정상회담은 순연됐지만, 지난 2월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북러정상회담이 급물살을 타게 돼 이번 달 말 열리게 됐다. 김정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이자 8년만의 북러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이 북러 관계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미국 보이콧에도 더 커진 일대일로 정상 포럼

    미국 보이콧에도 더 커진 일대일로 정상 포럼

    중국의 제2회 일대일로 정상 포럼(국제협력 고위포럼)이 미국의 보이콧에도 불구, 2017년 첫 포럼 때보다 훨씬 더 많은 국가 정상과 대표단이 참석하는 등 초메머드 급으로 성대하게 열린다. 25~27일 3일 동안 열리는 이번 포럼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롯해 37개국 정상과 유엔 사무총장 및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등 90여개의 국제기구 수장, 150여 국 고위급 대표단 5000명이 참석한다. 중국의 왕이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19일 기자회견에서 이 같이 전하면서 각국 지도자들이 일대일로 건설의 정치적 공감대를 보여주는 공동성명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정부 간 협력 협의 외에도 각국 기업과 금융기관들의 투자,자금 조달 등 프로젝트 협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2017년에 열린 1차 포럼에서는 29개국 정상과 130개국에서 1500명의 대표단이 참석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정부 대표단장격으로 참석하고, 민간에서는 김한규 21세기한중교류협회 회장(전 총무처장관) 등이 참석한다. 북한도 대표단을 보내기로 했다고 이날 왕의 부장은 밝혔다. 주요 행사로는 25일에 12개의 세션과 기업가 대회가 있다. 26일에는 개막식과 고위급 회의가 있으며, 27일에는 원탁 정상회담이 열린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개막식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원탁 정상회담도 주재한다. 시 주석은 국내외 매체에 정상회담의 성과도 설명할 예정이다. 또 부인 펑리위안 여사와 함께 각국 지도자와 귀빈을 환영하는 연회도 열린다. 포럼 취재를 위해 약 4000명이 취재 신청을 했다. 왕의 부장은 이날 “일대일로는 공동발전을 촉진하고 공동번영의 협력과 ‘윈윈’을 실현하는 길이며 이해와 신뢰를 높이고 전방위 교류와 평화 우의를 강화하는 길”이라고 밝혔다. 왕이 부장은 미국이 1회 포럼때와는 달리 고위 관리를 보내지 않는 등 사실상 보이콧한 것에 대해 “일대일로는 개방적 이니셔티브로 우리는 관심 있는 어떤 나라라도 참여하는 것을 환영한다”며 “각국에는 참가할 자유는 있지만 다른 나라의 참가를 막을 권리는 없다”고 지적했다. 왕 부장은 일대일로 사업으로 세계 화물 운송 시간이 1.2∼2.5% 단축됐으며 무역비용이 1.15∼2.2% 절감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대일로와 관련된 논란을 의식하듯 “부채 위기의 책임을 일대일로에 덮어씌우는 것은 어떤 당사국도 인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대일로 건설은 단번에 되는 것도 아니며 발전 중에 나오는 문제를 피할 수도 없다”면서 “건설적인 의견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 “청남대로 봄꽃 구경 오세요”

    “청남대로 봄꽃 구경 오세요”

    “대통령 테마관광지 청남대로 봄꽃 구경 오세요” 충북 청주시 문의면에 위치한 청남대에서 오는 20일부터 다음달 12일까지 ‘영춘제’가 개최된다. 활짝핀 봄꽃을 감상하며 다양한 공연과 체험을 즐길수 있는 일석이조 행사다. 임시정부수립 100주념을 기념하기위해 축제 주제는 ‘환희·열정 100’으로 정했다.청남대는 야생화 천국이다. 4,5월이 되면 철쭉, 금낭화, 춘란 등 143종 350만여본의 야생화가 활짝 피어나며 봄을 알린다. 충북도 청남대 관리사업소는 봄의 빛과 향기가 가득한 청남대를 무대로 다채로운 이벤트를 마련했다. 군악대와 택견단 공연, 어린이 웅변대회, 마술공연, 밸리댄스, 통기타와 색소폰 재능기부, 에어바운스 놀이터, 수와 진 심장병어린이돕기 자선공연 등이 진행된다. 꽃차시음, 발마사지쉼터, 와인체험 코너, 임시정부수립 기록화 전시회도 펼쳐진다. 청남대는 영춘제 기간동안 휴관없이 개방된다. 월요일은 사전예약없이 승용차 입장이 가능하다. 입장료는 성인 5000원, 청소년 4000원, 어린이 3000원이다. 5월5일에는 어린이 무료입장 이벤트도 한다.‘따뜻한 남쪽의 청와대’라는 이름을 가진 청남대는 1983년 전두환 대통령 재임시절 지어졌다. 이후 대통령 전용별장으로 사용되다 2003년 노무현 대통령 공약에 따라 충북도로 소유권이 넘어와 일반에 개방됐다. 도는 그동안 대통령기록관을 건립하는 등 다양한 볼거리를 청남대에 만들었다. 뛰어난 자연경관과 상징성에 도의 노력이 더해지면서 충북 대표 관광지로 자리잡았다. 정부가 선정하는 전국 관광명소 100선에 3회 연속 선정됐다. 영춘제에는 청남대 최초 이름 ‘영춘재’와 ‘축제’의 의미가 담겨있다.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100년 첨탑의 눈물, 물길 따라 흐른다

    100년 첨탑의 눈물, 물길 따라 흐른다

    첫인상을 바꾸는 건 어렵습니다. 첫인상이 탐탁지 않던 사람이 좋아지려면 특별한 계기나 부단한 노력이 있어야 할 겁니다. 여행지도 마찬가지입니다. 충남 공주를 입에 올릴 땐 ‘백제의 수도’라는 말이 따라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배운 공주의 첫인상이지요. 공주에서 백제를 걷어내고 새로움을 찾으려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향으로 걸어야 할 겁니다. 오늘의 발걸음은 공주 원도심을 가로지르는 하천, 제민천으로 향합니다. 제민천 주변의 근대 건축물을 만나기 위해서입니다. 뾰족한 종탑을 인 고딕식 성당, 옛 충남도청에 들어선 박물관, 유관순 열사의 흔적이 남은 교회 등 공주의 근대를 증언하는 건축물이 차례로 나타납니다. 그러고 보면 여행자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장소가 아니라 새로운 시선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백제 문화의 중심지로만 알려진 공주의 새로운 모습을 찾으러 간다. 기점은 금강에서 발원한 하천, 제민천으로 삼는다. 아담한 하천 주위에 공주중동성당, 충남역사박물관, 공주 제일교회 등의 근대 건축물이 모여 있다. 건물 간 거리는 도보로 10분 남짓. 슬렁슬렁 걸어도 부담스럽지 않은 거리다. 하천 따라 피는 벚꽃과 따사로운 햇살이 길동무가 돼 준다. 근대 건축물을 통해 공주의 100년 전을 들여다보고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간다. 건축물을 매개로 떠나는 시간 여행이다. ●중세 고딕 양식의 장엄함… 공주중동성당 제민천 근처의 국고개 길, 언덕 위 뾰족한 종탑이 보인다. 공주 최초의 성당인 공주중동성당이다. 천주교가 서해안을 통해 충청도로 들어오면서 현대식 성당이 만들어졌는데 공주중동성당도 그중 하나다. 1936년에 착공해 1년 만인 1937년에 완공됐으니 바지런히도 지었다. 붉은 벽돌의 외관, 뾰족한 아치형의 창과 출입구, 하늘로 치솟은 종탑에서 알 수 있듯 성당은 서양 중세의 고딕 양식을 따른다. 성당 안 천장은 회백색 6각형 돌기둥이 받치고 있다. 내부는 미사 시간 전후로 잠깐씩만 개방해 상시 관람이 어렵다. 성당 앞마당에 서면 맞은편 충남역사박물관과 공주 시가지가 보인다. 아득한 옛날의 백제 대신 근대와 현대가 어우러진 공주의 모습이다. 공주중동성당에서 길 하나만 건너면 충남역사박물관이다. 옛 국립공주박물관이던 건물은 현재 충청남도의 역사·문화를 전시하는 박물관으로 거듭났다. 박물관에 들어서려는데 벚나무 30여 그루가 발을 붙잡는다. 이맘때면 박물관 앞마당은 벚꽃 동산이 된다. 벚꽃 감상 최적의 포인트는 안내소 옆 언덕. 벚나무들이 성당 쪽으로 기울어 자라 우거진 벚나무와 성당이 훌륭한 구도를 빚는다. 봄바람에 흩날리는 벚꽃 잎이 공주의 봄이 한창이라고 속살댄다. 충남역사박물관의 1층 기획전시실은 ‘우리가 찾은 역사, 땅속 이야기’ 전시가 한창이다. 공주 수촌리 고분군, 아산 명암리 밖지므레 유적, 예산 가야사지 등 충남에서 출토된 다양한 유물을 모았다. 공주 수촌리 고분군의 백제 시대 무덤에서 발굴된 금동신발은 아직 금빛이 영롱하다. 동판을 금으로 도금한 신발을 신고 금동관모와 함께 잠들었으니 신발 주인의 권위를 짐작할 만하다. 2층 상설전시실에서 눈길을 끄는 건 충남도청 옛 도지사실. 1932년 충남도청이 공주에서 대전으로 이전한 이래 충남도지사가 도정 업무를 보던 공간을 재현했다. 도지사 사무인계서, 충청남도의회속기록, 휴대용 주판, 타자기 등 충남도민들의 삶을 뒷받침한 행정도구들이 가득하다.●공주 항일운동거점지… 공주 제일교회 제민천교 근처의 빨간 벽돌 건물은 공주 제일교회다. ‘수원 이남에 세워진 최초의 교회’라는 수식어가 붙은 교회는 현재 기독교박물관으로 운영된다. 2층짜리 박물관은 교회 역사, 선교사의 옛 사진과 물품, 공주 항일운동을 주도한 교회 목사이자 독립유공자의 발자취 등을 전시한다. 100여년밖에 되지 않은 건물이지만 교회를 둘러싼 이야기는 길고도 깊다. 1902년 한 채의 초가집으로 시작해 1931년에 지금 모습을 갖추었다는 이야기, 6·25전쟁으로 폭격을 받았지만 굴뚝과 지하는 멀쩡해 교회 건축사적으로 가치가 높다는 이야기, 우리나라 스테인드글라스의 개척자 고(故) 이남규 선생의 작품이 있다는 이야기 등등.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교회 외벽의 앳된 소녀와 외국인 선교사의 벽화다. 소녀의 정체는 유관순 열사, 외국인 선교사는 이곳에서 활동한 사애리시 선교사다. 둘은 천안 지령리 교회(현 매봉감리교회)에서 처음 만났다. 유관순 열사의 총기와 신앙심을 알아본 선교사는 다음과 같은 제안을 한다. “관순양이 공부를 하고 싶으면 내가 서울의 이화학당에 보내 줄게요. 우선 영명학교에서 교육을 받아보는 게 어때요?” 소녀는 이튿날 선교사를 따라 영명학교 보통과에 입학, 2년 과정을 수료한다. 영명학교는 공주 제일교회에서 설립한 학교다. 당시 교회가 선교와 교육 사업을 병행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교회와 유관순 열사의 인연이 깊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당시 교회는 사회와 호흡했다. 영명학교를 비롯해 방은두병원, 공주유치원, 중앙영아원을 건립하고 공주 독립운동에 앞장섰다. 교회에 깃든 사연을 알고 나면 평범한 고딕식 교회가 달리 보인다. 원도심의 붉은 벽돌 건물이 묻는다. 시간이 오래될수록 좋은 건축물인가. 백제와 근대를 견주어야 할 필요가 있는가. 백제의 문화유산도 공주의 근대 건축물도 소중한 우리의 보물이다. 공주의 근대 건축물은 그대로 아름답다.●소박한 시가 피는 풀꽃문학관 제민천 서쪽, 낮은 언덕에 진갈색 목조건물 한 채가 있다. 건물의 이름은 풀꽃문학관.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라는 시 ‘풀꽃’으로 유명한 나태주 시인의 문학관이다. 시인은 이곳에서 꽃을 가꾸고 풍금을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고 문인들과 소통한다. 시인은 공주와 인연이 깊다. 충남 서천 출신의 시인은 공주사범대에 입학한 뒤 언젠가 공주에서 살리라는 희망을 품었다. 그 바람이 현실이 된 곳이 2014년 문을 연 풀꽃문학관이다. 공주시는 1930년대 초에 지어진 적산가옥을 사들여 문학관으로 단장했다. 일본 헌병대장의 관사가 문학관이 되자 공간을 둘러싼 공기도 변했다. 꾸밈없는 그의 시어만큼이나, 자세히 보아야 예쁜 풀꽃만큼이나 소박한 분위기다. 가장 큰 방인 강의실에는 12폭 병풍이 있다. 한 폭마다 시인의 대표작과 그에 어울리는 그림을 그려 살펴볼 만하다. 반질반질 윤이 나는 마루 복도를 따라 시가 담긴 액자가 쪼르르 놓여 있다. 4월의 풀꽃문학관은 꽃으로 눈부시다. 앞뜰에 수선화, 할미꽃, 부채붓꽃 등 소담한 봄꽃이 앞다투어 핀다. 여름에는 애기원추리와 옥잠화가, 가을이면 쑥부쟁이와 상사화가 그 자리를 이을 것이다.●가장 많은 천주교 순교자가 나온 황새바위성지 국내에서 가장 많은 천주교 순교자가 나온 곳이 공주라는 사실을 아는가. 공산성 맞은편 언덕에 있는 천주교 순교 유적지, 황새바위성지가 바로 그곳이다. 1801년 신유박해 후 수많은 천주교인이 이곳에서 목숨을 잃었다. 이름이 밝혀진 순교자만도 337위에 이른다. 공주에 천주교 순교자가 유독 많은 이유는 무얼까. 조선 시대 선조 때인 1603년, 공주에 관찰사가 근무하는 관청인 충청감영이 들어섰다. 오늘로 말하면 충청도청인 셈이다. 경상도·전라도·충청도에서 잡혀 온 천주교 신자들은 충청감영으로 이송됐고 배교를 거부하면 사형판결 권한을 위임받은 관찰사의 명령에 따라 참수를 당했다. 공개 처형이 있는 날이면 사람들이 공산성에 몰려와 구경을 하고, 순교자들 의 시신이 제민천을 피로 물들였단다. 오늘날 황새바위성지는 200여년 전의 슬픈 역사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평온하다. 성지에 얽힌 사연을 모르면 꽃구경하기 좋은 뒷동산 같다. 순교자 광장은 순교탑, 무덤경당, 열두 개의 빛돌이 삼각형 구도를 이룬다. “우리는 살아도 주님을 위해서 살고 죽더라도 주님을 위해서 죽습니다.” 순교탑 안에는 로마서의 한 구절과 성지 부근을 발굴하다 나온 십자가가 걸려 있다. 열두 개의 빛돌은 예수의 열두 사도를 상징함과 동시에 이곳에서 순교한 337위와 무명 순교자들을 기리는 비석이다. 야트막한 언덕을 올라 간 황새바위 광장의 끝에 야외제대가 있다. 12개의 비석 뒤에는 337위 순교자들의 이름을 새겼다. ‘이존창 루도비코’처럼 이름과 세례명이 알려진 이가 있는가 하면 ‘이씨’, ‘강서방’처럼 이름이 없는 이들도 있다. 평범하지만 용감한 사람들, 믿음이 두려움을 이긴 사람들의 이름이다. 위대한 이름 위로 후두두 벚꽃이 떨어진다. 글 이수린(유니에스 여행작가) 사진 정철훈(사진작가) ■ 여행수첩 (지역번호 041) →가는 길 : 서울에서 승용차로 갈 경우 경부고속도로와 천안논산고속도로를 지난다. 천안논산고속도로 천안분기점을 통과해 공주IC 교차로에서 ‘공주보 시청’ 방면으로 우회전한다. 웅진로를 거쳐 중동교차로에서 ‘대전 논산’ 방면으로 좌회전한 뒤 성당길을 따라가면 공주중동성당이다. →맛집 : 고가네칼국수(856-6476)는 농약을 쓰지 않은 우리 밀로 만든 칼국수를 낸다. 먹는 방식이 전골과 닮았다. 한우 사골육수에 갖가지 채소를 넣고 끓이다가 면을 넣는다. 시장정육점식당(855-3074)은 날밤을 육회에 버무린 육회비빔밥이 대표 메뉴다. 아삭한 밤과 쫀득한 육회가 잘 어울린다. →잘 곳 : 공주한옥마을(840-8900)은 기와집과 초가가 어우러진 한옥 리조트다. 개별 숙박동은 작은 마당과 담장을 갖춘 독채로 운영된다. 참나무 장작으로 불을 지피는 구들장 방식이라 전통 난방을 체험할 수 있다. 제민천 부근의 정중동호스텔(010-6360-4653)은 여관을 리모델링한 게스트하우스다. 회백색 벽돌의 외관에서 근대 건축물이 연상된다. 1인실, 2인실, 패밀리룸 모두 개별 욕실이 딸려 있다.
  • [서울광장] “벗이여, 꽃은 핀다네”/송한수 부국장·사회2부장

    [서울광장] “벗이여, 꽃은 핀다네”/송한수 부국장·사회2부장

    친구야, 거긴 아직 좀 추울 테지. 맞닿은 강원도 인제 대암산은 잘 계신가. 다시 4·19다. 벌써 60번째다. 1960년 어린 학생들이 “이런 게 나라냐”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서로 어깨를 겯고 발끈 일어섰다. 어른들도 곧장 뒤따랐다. 정권에 맞섰다. 기어이 혁명이 터졌다. ‘가짜 국부’ 이승만(1875~1965) 동상을 끌어내렸다. 당당히 이긴 것이다. 헌법을 마구잡이로 바꾸고 대통령선거 조작투성이에 그치지 않고 인간 생명을 깔보던 정부 아닌가. 당시 정권 하수인들은 “이승만을 당선시키지 못하면 나라를 망친다는 고민을 했다”고 털어놨다. 야당을 탄압하며 정권 지키느라 바쁜 그들에게 ‘안보’는 한낱 허울이었다. 4·19를 새삼 생각한다. 요사이 몇 년간 상황과 겹친다. 많은 사람들이 “참 슬프다”고 되뇐다. 가장 가까이엔 세월호 막말 시리즈를 만났다. 참사 5주기를 앞두고 야당 한쪽에선 “자식의 죽음에 대한 동병상련을 회 쳐먹고, 찜 쪄먹고, 그것도 모자라 뼈까지 발라먹는다”고 글을 썼다. 대체 얼마나 분노했으면 그럴까. 사실을 떠나 단어가 참 격하다. 같은 부모 입장에서 너무하다는 말이 쏟아진다. 대한민국 최고 학력을 자랑하며 차마 쏟아낼 말은 아니라고 믿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다음 표현을 보면 금세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세월호 사건과 아무 연관도 없는 박근혜, 황교안에게 책임을 전가한다”고 덧붙였다. 304명을 하늘로 보내야만 했던 2014년 4월 16일 당시 대통령, 국무총리를 가리킨다. 세월호 침몰사고 대처 잘못으로 결국 실권한 정파 아닌가. 세월호 참사와 피해자들을 폄하하면서 국민 생명을 귀하게 여기지 않은 데 대한 보답을 고스란히 받은 셈이지 않은가. 그런데도 아직 민의를 헤아리지 못한 듯하네. 세월호 유족들이 개인당 10억원씩 보상금을 챙기고도 애먼 사람한테 뒤집어씌우는 인격살인이라고 간단하게(?) 결론을 맺는다. 역사상 최악이라고 일컬어지는 대참사 앞에 정치적 공격을 서슴지 않은 셈이다. 그것도 아주 평범한 국민들을 겨눠서다. 정말이지 의도를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친구야, 4·19로 다시 돌아가자. 이승만 정권은 6·25전쟁 때 국민들에게 서울을 지키고 있다고 발표하곤 뒤로는 대피에 바빴다. 심지어 국군이 북진 중이라고 둘러댔다. 이승만은 끝내 사흘 뒤인 6월 27일 새벽 서울을 탈출했다. 처음엔 대전에 숨었다가 7월 1일엔 부산으로 떠났다. 얼마나 조심했던지 먼 길을 돌았다. 게릴라 전투를 우려해 전라북도 이리, 전남 목포를 거쳐 옮겼다. 야권을 겨냥해 (이념을 내세워) 나라를 넘기려 한다고 비난하던 모습과 어울리지 않는다. 세월호 침몰 때 “움직이지 말고 그대로 있어라”라고 방송한 것과 비슷한 장면이다. 이후 박정희·전두환·노태우 세 차례, 30여년에 걸친 군사정권도 그랬지만 징글징글하게 ‘반공·방첩’을 우려먹은 꼴이다. 때마침 4·19혁명 59돌을 하루 앞둔 18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선 국제학술회의가 열렸다. 4·19민주묘지를 관할하는 서울 강북구 주최다. 발제에 나선 에드워드 J 슐츠(아시아·태평양 지역 연구) 미국 하와이대 교수는 “학생들을 그 나라 양심이라고 부른다”며 “4·19 유산은 광주민주화운동, 최근 촛불집회에 원동력으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더불어 현재 한국사회의 평화와 민주주의를 가로막는 걸림돌은 반지성주의와 진영 논리로 요약할 수 있다고 지목했다. 이를 돌파하려면 역시 4·19혁명 당시 학생들처럼 독재를 물리친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사고방식이 절실하다는 제안을 내놨다. 이어 마야 포도피벡(평화·갈등 연구) 네덜란드 라이덴대 부교수는 “4·19혁명을 낳은 상황을 완전히 해소하지 못해 오늘날 한국의 자유와 민주주의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남북한 관계 개선을 바라는 목소리는 바람직하지만, 4·19혁명에 참여한 장·노년층 주도로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은 굉장히 다른 경험을 지닌 연령기 한국인들을 식민화하려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친구야, 아무튼 세월호 참사와 함께 4·19혁명을 결코 잊지 말아야겠다. 물론 큰 교훈을 감안해서다. 같은 맥락으로 자네가 펼치는 비무장지대(DMZ) 평화·생명 운동에도 응원을 보내네. 머잖은 한반도 미래를 제대로 대비하자는 뜻에서 말이야. 남북 문제만큼은 혁신, 개혁을 넘어 혁명으로 나눌 만한 변화를 기다리며. 바야흐로 겨우내 꽁꽁 얼어붙었던 땅도 벌써 움을 틔울 즈음이다. onekor@seoul.co.kr
  • 서산 현대오일뱅크서 유증기 질식사고 1명 치료중

    18일 오전 10시 10분쯤 충남 서산시 대산읍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에서 근로자 A(33)씨가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다.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A씨는 2인1조로 공장 폐유저장시설에서 모터 펌프 교체작업을 하던 중이었다. 발견당시 의식이 없던 A씨는 현대오일뱅크 자체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충남소방본부 관계자는 “A씨가 일을 하던 중 배관이 갑자기 터지면서 유증기가 새 사고가 난 것 같다”며 “유증기는 공기보다 무거워 가라앉는데, A씨는 폐유저장 시설 내의 뚜껑이 개방된 맨홀 아래에서 작업을 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회사를 상대로 안전조치 이행 여부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서산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하남 미사강변도시 ‘희가로 프리미어’ 섹션오피스 주목

    하남 미사강변도시 ‘희가로 프리미어’ 섹션오피스 주목

    하남 미사강변도시에 수익형 부동산 투자가 인기를 끌고 있다. 하남은 서울과 맞닿아 있는 입지적 장점을 갖춘 데다 서울의 대표적인 오피스촌으로 손꼽히는 잠실, 강남 가격의 절반 수준에 미치기 때문이다. 게다가 서울시 2차 철도망 최대 수혜 지역으로 손꼽히는 만큼 향후 미래가치도 기대해볼 만하다는 것이 업계 의견이다. 최근에는 벤처기업, 1인 기업 등 소규모 기업들이 늘면서 면적이 적은 오피스 즉 섹션오피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섹션오피스는 규모가 큰 업무용 빌딩과 달리 전용면적 40㎡ 이하로 사용자가 원하는 크기로 분양받을 수 있다. 회의실, 라운지 등의 부대시설을 공유해 비용 절감이 가능하고 건물 안에 업무와 상업시설 등이 결합돼 편리한 근무여건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가운데 신우산업개발이 하남 미사강변도시에 짓는 ‘희가로 프리미어’가 주목받고 있다. ‘희가로 프리미어’는 지하 4층~지상 10층 규모로 업무시설(지식산업센터) 및 근린생활시설, 기숙사 등이 함께 있다. 특히 지식산업센터 전 실이 전용 10평형의 소형으로만 구성돼 미사강변도시 내에서 희소성이 높고 탄탄한 수요를 바탕으로 높은 임대료 책정도 가능해 투자가치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단지는 미사강변도시 내에도 알짜 입지에 위치한데다 교통여건이 편리한 장점이 있다. 올림픽대로와 외곽 순환도로 진입이 가능한 강일IC가 가까이 있고 단지 주변으로 지하철 5호선 미사역이 개통을 앞두고 있다. 현재 하남구간 대부분 공정이 75%를 넘었으며, 9월 중 시운전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르면 12월 또는 이듬해 1월에는 개통도 가능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그간 도로교통에 집중되던 하남 미사강변도시 일대 교통이 대중교통으로 분산, 출퇴근 난 해소 등 교통 환경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단지 바로 남단에 BRT환승센터가 들어서는 황산사거리가 위치해 있어 대중교통을 통해 수도권 주요도시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 이와 함께 3기 신도시로 확정된 하남 교산지구 개발로 인한 교통호재도 추가됐다. 지하철 3호선연장을 통해 교산지구 내 2개역, 감일지구내 1개역을 신설키로 해 이를 통한 하남~서울간 대중교통이동의 편의성이 더해졌다. 인근에 대규모 유통시설인 코스트코가 4월 개점이 예정돼 있어 향후 직접적 수혜도 예상되며, 하남의 대표적인 쇼핑·문화·여가복합단지인 스타필드하남도 가깝다. 계약 조건도 뛰어나다. 1억원대 소액 투자상품으로 DTI, LTV 등 부동산 규제에서 자유로워 분양가의 최고 85%까지 자금대출(개인사업자 및 법인사업자)이 가능하고, 기숙사도 최고 65%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어 자금부담이 적다. 취득세와 재산세 일부가 감면되며 부가세도 환급 받을 수 있어 비용절감효과도 기대된다. 또한 지식산업센터(섹션오피스)와 기숙사 모두 50% 중도금 무이자 혜택이 제공되며, 계약금 10%만 납부하면 잔금 시까지 별도의 비용을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 뛰어난 설계로 입주사들의 만족도도 높을 전망이다. 지식산업센터는 층고가 5.3m에 달해 대규모 장비를 실내에 보관하기도 수월하며, 각 실 별로 발코니 서비스면적을 제공할 계획이다. 기숙사 역시 5.3m의 층고와 복층형으로 설계해 개방감을 확보하고 공간활용을 극대화했다. 특히, 기숙사와 지식산업센터를 별동으로 설계해 입주기업은 물론 입주민들의 프라이버시 보호에 힘썼으며 넓은 휴게공간과 옥상정원 등을 갖춰 근로자들의 휴식 및 여가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한편, ‘희가로 프리미어’의 분양홍보관은 경기도 하남시 조정대로에 위치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취미로 시작해 제2의 삶 찾아”… ‘평생학습도시’ 거듭난 강남구

    “취미로 시작해 제2의 삶 찾아”… ‘평생학습도시’ 거듭난 강남구

    박미현(44)씨는 평생학습기관 교육을 통해 제2의 인생을 찾았다. 평소 요리하는 걸 좋아해 취미 삼아 강남여성능력센터, 롱런아카데미 등 평생학습기관에서 다양한 요리를 배웠다. 함께 교육을 받던 이들이 박씨의 음식을 먹어보곤 다들 엄지를 치켜세웠다. 2014년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국제요리경연대회’에서 대상도 받았다. 그의 음식 솜씨가 주변에 알려지며 자연스럽게 요리 강사가 됐다. 학습자였던 평생학습기관에서 강의도 하고, 삼성병원·마사회 등 회사 직원들에게도 요리를 가르치고 있다. 박씨는 17일 “취미로 시작한 게 제2 삶의 길을 열어줄지 몰랐다”고 했다.강남구가 체계적인 평생학습 시스템을 구축, 주민 삶에 가치를 더하고 있다. 지역 교육자원을 교육기관 또는 지역사회와 연계해 ‘네트워킹 학습공동체’를 형성하고, 모두를 위한 포용적이고 공평한 양질의 교육을 제공, 평생학습을 선도하고 있다. 2013년 교육부로부터 ‘평생학습도시’로 지정받았고, 2016년엔 유네스코 글로벌 학습도시 네트워크(GNLC)에 가입했다. 강남구엔 현재 평생학습기관이 240곳 있다. 서울 전체의 14%를 차지한다. 연간 운영되는 평생학습 프로그램은 2만 9418개로, 서울 전체 프로그램의 29.5%에 달한다. 구 관계자는 “서울 자치구 중 평생학습 기회가 가장 많이 보장되고 있다”고 했다. 구는 유관기관 네트워크 강화, 평생학습 사각지대 해소, 지역 우수 인적·물적 자원 활용, 3대 전략을 통해 다른 도시와 차별화되는 평생학습 시스템을 마련했다. ‘평생학습 실무협의체’가 네트워크형 평생학습도시 조성에 한몫하고 있다. 협의체는 민간·공공 평생교육 유관 업무 담당자들이 평생학습을 논의하는 모임이다. 평생학습 통합정책을 수립하고, 유관 기관·단체 관계자들의 역량도 강화, 평생교육 수준을 높이고 있다. 지난해엔 34개 기관에서 66명이 참가, ‘양재천 문화자연 탐방대’, ‘우리 동네 여름방학 생태체험교실’ 등 여러 프로그램을 추진했다. 강남구 역할도 크다. 구는 단순히 평생학습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평생학습 기관·단체들을 연계하는 ‘컨트롤 타워’다. 교육기관·단체와 통합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일관된 평생학습 정책을 풀뿌리 학습기관에 전파한다. ‘우리 동네 학습관’, ‘셀프리(SelFree) 학습제’, ‘롱런아카데미’ 등을 통해 평생학습 사각지대도 해소하고, 생활권 내 학습 문화도 조성하고 있다. 우리 동네 학습관은 아파트단지 내 유휴 공간 등을 활용, 학습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 학습 공간을 만드는 사업이다. 신규 주택단지 조성으로 인구 5만여명이 유입됐지만 구 중심부와 접근성이 떨어져 생활 내 학습권을 보장받지 못한 세곡동 강남한양수자인아파트에 2016년 처음 문을 열었다. 현재 수서동 강남데시앙포레 ‘도란도란학습관’, 자곡동 강남한양수자인 ‘이웃사이학습관’, 율현동 한신휴플러스6단지 ‘밤토리학습관’ 등 5곳이 운영된다. 구는 올해 2곳을 신설할 계획이다.학습관에선 ‘패밀리 셰프’, ‘부모교육’, ‘인문학 특강’, ‘홈패션’, ‘도서모임’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이들 프로그램은 주민들이 직접 기획·운영하고 관련 예산도 집행한다. 구 관계자는 “앞으로 경로당, 카페 등의 유휴공간에도 학습관을 조성하고, 이들 학습관이 주민 주도 학습공간이 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했다. 셀프리 학습제는 셀프(self)와 프리(free)의 합성어로 올해 도입됐다. 주민 7명 이상이 자발적으로 모여 학습모임을 만들면 최대 50만원의 강사료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롱런아카데미는 주민들이 개방된 학교시설에서 평생학습을 받을 수 있는 관학협력 교육시스템으로, 개포동 수도공고 내에 마련돼 있다. ‘아빠요리교실’, ‘클래식톡’(Classic Talk), ‘쉬운 오페라 산책’ 등 연간 101개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민들의 학습 욕구를 충족하고 있다. 지역 내 우수 인적·물적 자원을 활용, 주민 학습 기회를 대폭 확대하고, 평생학습 질도 획기적으로 높이고 있다. 주민이 직접 주민을 상대로 강의하는 재능기부인 ‘소소한 학교’가 대표적이다. 소소한 학교는 고학력 인구가 많은 구 특성을 반영, 개인 지식과 재능을 이웃과 공유하며 지식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는 사업이다.지난해 도입된 ‘평생학습 매니저’도 지역 인적 자원 활용 우수 모델을 만들고, 전문성을 갖춘 주민 리더를 양성하고 있다. 매니저들은 평생학습 프로그램 기획·운영·점검을 하고, 평생학습 소식지 ‘더(The)채움’ 기자단으로 활동한다. 지난해엔 1기 매니저 18명이, 올핸 1·2기 총 33명이 활동하고 있다. 구 관계자는 “평생교육을 통해 삶의 질을 업그레이드, 모든 구민들이 강남에 사는 것만으로도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대림산업, 맞춤 주거 플랫폼 ‘C2 하우스’ 공개

    대림산업, 맞춤 주거 플랫폼 ‘C2 하우스’ 공개

    대림산업 새로운 맞춤 주거 플랫폼 ‘C2 하우스’를 공개했다. 대림산업은 17일 경기 하남시 신장동 주택전시관에서 새로운 주거 플랫폼 설명회를 하고, 이달 말 하남 감일지구에 분양예정인 ‘감일 에코앤 e편한세상’ 아파트부터 적용한다고 밝혔다. C2는 ‘Creative Living’(독창적인 생활)과 ‘Customizing Space’(주문제작 공간)의 앞글자에서 땄다. ‘개인의 성향과 개성에 맞춰 사는 공간’이라는 의미다. 대림산업은 C2하우스에 수년간 축적된 고객 1200여만 건의 빅데이터 분석으로 축적한 생활방식 패턴 변화상도 반영했다. 거실 아트월을 주방까지 확대하고, 주방은 대형 넓은 창으로 채광과 실내 개방감을 극대화했다. 다용도실에는 세탁과 건조를 한 번에 할 수 있는 ‘원스톱 세탁 존’을 설치하고, 6인용 식탁을 놓을 수 있는 주방 공간도 확보했다. 싱크대 높이는 86㎝에서 89㎝로 높였다. 남성의 가사 참여를 고려한 것이다. 최적의 주거공간을 제공하기 위한 ‘구조변경 설계 특화’도 개발했다. 안방, 주방, 화장실 같은 최소한의 공간만 내력벽으로 남겨둔 적극적인 가변형 구조도 개발했다. 미세먼지를 차단하고 실내 공기 질을 정화할 수 있는 ‘스마트 클린&케어 솔루션’도 선보였다. 대림산업은 “C2 하우스는 철저한 고객 분석을 통해 만들어낸 혁신적인 주거 상품”이라며 “획일화된 아파트 주거 문화에 큰 반향을 일으킬 것”이라고 밝혔다.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가스공사, 계명대학교와 ICT 기반 신기술 개발 콜라보

    한국가스공사가 16일 계명대와 ICT 분야 연구·교육·신사업 발굴을 위한 상호협력 협약을 체결했다.. 16일 계명대에서 열린 협약식에는 가스공사 최양미 기술사업본부장, 계명대학교 남재열 산학협력단장 등 관계자 10여명이 참석했다. 양 기관은 이번 협약으로 ▲CCTV·드론 영상 데이터 분석을 통한 가스배관 이상 유무 탐지 알고리즘 개발, ▲가스히터 등 주요 가스기기 운전정보 분석 및 설비운영 효율화, ▲연구인력 및 기술정보 교류를 통한 직원 역량 강화 등을 위해 상호 협력하기로 했다. 특히 전국 4854km에 이르는 주배관망을 대상으로 딥러닝 기반 객체인식 기술을 개발 및 활용해 미신고 무단 굴착공사로 인한 가스배관 손상사고를 조기에 탐지함으로써 안전하고 안정적인 천연가스 공급에 적극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이번 협약은 최신 IT 기술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는 지역대학과 협력해 체계적인 신기술 도입 및 개방·협업형 기술개발 생태계를 조성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ICT 분야에 대한 다양한 연구와 교육을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해 나가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금강에 사라졌던 멸종위기종 ‘흰수마자’ 귀환

    금강에 사라졌던 멸종위기종 ‘흰수마자’ 귀환

    보 설치 후 금강 본류에서 사라졌던 멸종위기종(1급) ‘흰수미자’가 다시 돌아왔다.17일 환경부 국립생태원에 따르면 환경유전자를 활용한 담수어류 조사 중 4일 금강 세종보 하류에서 멸종위기 I급 민물고기인 ‘흰수마자’의 서식을 확인했다. 5일에는 ‘4대강 보 개방에 따른 수생태계 변화 조사’를 수행하던 장민호 공주대 교수팀이 4마리를 추가로 발견했다. 발견 지역은 세종보 하류 좌안 200~300m 지점이며, 보 개방 이후 드러난 모래 여울로 서식처와 유사한 환경이 조성된 곳이다. 흰수마자는 모래가 쌓인 여울에 사는 잉어과 어류로 한강·임진강·금강·낙동강에 분포하는 우리나라 고유종이다. 4대강 사업과 영주댐 건설 등으로 강의 모래층 노출지역이 사라지면서 개체수와 분포지역이 급감했다. 금강 수계에서는 2000년대까지 금강 본류에 폭넓게 서식했으나 보 완공 시점인 2012년 이후 본류에서 흰수마자가 확인되지 않았다. 장민호 공주대 교수는 “지난해 1월 이후 세종보와 공주보가 개방돼 물의 흐름이 빨라지면서 퇴적물이 씻겨 내려가고 강 바닥에 모래가 드러나면서 서식환경이 조성됐다”면서 “금강 주변 지천에 살던 일부 개체가 이동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세종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1000자 인터뷰 2] 최은주 “北 제재 버틸 체력 있어”

    [1000자 인터뷰 2] 최은주 “北 제재 버틸 체력 있어”

    북한 경제 어렵지만 제재 버틸 만한 체력북한이 사상 최대의 엄혹한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미 대화 연말 시한’이라며 여유마저 보이는 것은 과연 경제가 뒷받침되어서일까. 북한 경제 전문가인 세종연구소 최은주 연구위원에게 몇 가지 궁금증을 던져봤다. Q: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2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북미 대화 시한을 연말로 정했다. 연말까지는 북한이 제재를 견딜 수 있다는 뜻인가. A: 북한경제가 제제에 의해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근간이 흔들리거나 붕괴할 수준의 위기는 아니라고 본다. 시장 물가나 민간 환율을 봤을 때 과거와 같이 크게 요동을 치는 일이 없다. 즉 민수 경제 내에서 우려할 수준은 아닌 것이다. 올해 4월에는 김정은 시대 들어 시작된 4가지 대규모 공사 중 원산·갈마 지구와 삼지연 공사 현장을 김 위원장이 현지지도 다녀올 정도이고 공사가 지속되고 있는 것도 제재를 버틸 만하다는 방증이다. 연말까지 북미 정상회담 지켜보겠다는 것은 자력갱생으로 제재를 돌파하지만, 경제적인 이유로 정치적 의사 결정을 해야 할 정도는 아니라는 메시지인 것이다. 전기공급 비교적 안정화돼 Q: 북한 경제의 체력은 어느 정도인가. A: 북한 정부의 예산이 감소했다는 징후가 없다. 공장가동률을 보면 공급 능력이 향상됐다는 점에서 볼 때 소비재 차원의 공급은 국영기업, 기업소에서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게 아닌가 싶다. 2018년 중국과의 무역은 전년 대비 50% 가량 감소하는 등 외부로부터의 원자재 공급이 원활하지는 않지만 경제 내에서 필요한 것은 자체적으로 공급하는 수준으로 봐야 한다. 중요한 것은 전력인데 단전되는 사례는 거의 없다고 한다. 신의주 등 북중 접경지역 도시는 밤에도 안정적으로 전력이 공급되고 있다. Q: 비핵화 협상이 연내에 결실을 못 본다면 경제 5개년 계획의 마지막해인 2020년 힘들어지는 것 아닌가. A: 북한 경제가 빠르게 좋아질 수 있는데 제재가 그것을 가로막고 있다. 북한 경제의 비효율성을 개선하고 효율성을 높이려면 개방되고 외부 자본이 안정적으로 들어와야 하는데 제재에 막혀 있다. 자본 유입이 막히면 경제 침체와 비효율이 심화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90년대와 같은 급속한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본다. 90년대 같은 급속한 어려움 없을 것 Q: 어려운 북한 경제에 중국의 역할은. A: 북중관계의 역사적 흐름을 보면 정상회담 하고 선물보따리를 풀어주긴 했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 와중에 중국이 독자적으로 북한을 돕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북한이 관광사업에 역점을 두고 있고, 동북 3성의 중국 여행사들이 번성한다. 북한으로 들어가는 중국 관광객이 상당하다고 봐야 한다. 문제는 비핵화 이후를 고려해 북한을 방문하는 사람이 많다는 점이다. 제재가 풀려 경제활동이 자유롭게 이뤄지면 북한은 매혹적인 투자 대상이다. 중국 사업가, 기업들이 미래를 내다본 라인을 만들고 있다고 봐야 한다. 황성기 평화연구소 소장 marry04@seoul.co.kr
  • 외국인과 대화하듯… ‘알파고 원어민’과 언제 어디서든 영어 수업

    외국인과 대화하듯… ‘알파고 원어민’과 언제 어디서든 영어 수업

    “7번 대화 부탁해.”(Conversation number 7 please) “그래, 준비됐어? 주말에 일정 있니?(OK, are you ready? Do you have any plans this weekend?) “글쎄. 하이킹을 갈까 하는데.”(Not really, I may go for a hike)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서울교육청에 인공지능(AI) 영어교사가 등장했다. AI 스피커가 학생과 영어 대화를 하거나 동화를 들려주고, 단어의 의미를 짚어주기도 한다. 이 ‘알파고 원어민’은 서울교육청이 지난해 실시한 정책연구의 결과물인 ‘AI 기반 영어학습 플랫폼 프로토타입(기본모델)’이다. 서울교육청은 학생들이 원어민과 대화하듯 교실과 집에서 AI 스피커와 영어로 대화하며 학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AI 영어학습 플랫폼을 연구하고 있다.정책연구 책임자인 임완철 성신여대 교수는 이날 AI 영어학습 플랫폼을 소개하고 일부 기능을 시연했다. 음성인식 AI로 아마존의 ‘알렉사’를 채택한 이 플랫폼은 영어 교과서에 수록된 대화(dialoge)를 챗봇으로 구현해 학생이 수업 시간에 배운 대화를 AI와 시연해볼 수 있다. 이야기(storybook)를 들려달라고 하면 동화 등 MP3 파일로 저장한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영화 ‘아이언 맨’에서 토니 스타크를 돕는 AI 비서의 이름은?” 같은 퀴즈도 낸다. 사전도 탑재돼 있어 학생이 단어의 의미를 AI와 대화하며 찾아볼 수도 있다. 지금까지 정보기술(IT)을 교육에 적용하는 시도가 이용자들에게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지만, 영어학습에서는 ‘음성인식 AI와 영어로 대화한다’는 측면에서 접근할 수 있다는 게 임 교수의 설명이다. 임 교수는 “사람처럼 말하는 음성인식 AI가 늘고 있어 원어민과 영어로 대화하는 수준으로 플랫폼을 구현할 수 있겠다는 데서 착안했다”면서 “모든 학생이 일상생활에서 영어로 대화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개발했다”고 말했다. 임 교수의 설명처럼 학생들은 집에서 스마트폰이나 PC로, 또는 교실에 설치된 AI 스피커로 ‘AI 영어교사’와 대화할 수 있다. AI 스피커와 연결된 영어학습 플랫폼 서버에는 교사와 콘텐츠 제작사들이 만든 영어학습 콘텐츠가 저장돼 있다. AI는 학생들의 영어 실력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학습자료들을 토대로 수업을 이어간다. 교사는 개별 학생들의 학습 현황을 확인하고 맞춤형 과제를 제시한다. 임 교수는 “학교 수업 시간에는 학생들이 말을 했는지를 일일이 살피기 어렵지만 AI 플랫폼을 통해서는 학생이 실제로 말을 했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현재까지 개발된 AI 스피커들이 가끔 엉뚱한 대답을 하는 것처럼 AI 기반 영어학습 플랫폼도 기술적으로는 아직 미완성 단계다. 학생이 대화를 하다 맥락에서 벗어난 말을 하거나 말문이 막혔을 때 AI가 유연하게 대응하며 대화를 바로잡아 가지는 못한다. 연구진은 데이터베이스가 충분히 쌓이면 이 같은 기능도 구현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학생이 말을 정확히 하지 못했을 때 “뭐라고? 아까 무슨 말을 했는지 이해하지 못했어”(Pardon? I couldn´t understand what you just said)와 같은 말로 대응할 수는 있다. AI 기반 영어학습 플랫폼은 학생들이 ‘알파고 원어민’과 언제 어디서든 영어로 대화하는 환경을 공교육에서 구축한다는 취지다. 학생들은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까지 10년 동안 영어를 공부하지만, 학교 정규 수업에서는 영어에 노출되는 시간과 원어민과 대화하는 기회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유아기부터 영어 사교육을 받았거나 영어권 국가 거주 경험이 있는 학생과 초등학교 3학년 때 시작하는 학교 영어수업에만 의존하는 학생 간 수준차는 공교육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이병민 서울대 영어교육과 교수는 “초등학교에서의 영어교육은 충분한 입력(input)과 의미 있는 상호작용을 바탕으로 해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노래나 챈트(chant), 파닉스 등 외우고 따라하는 학습에 치우쳐 있다”면서 “AI가 영어수업에 도입되면 학생이 사람과 소통하듯 의미 있는 상호작용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서울교육청은 보완 작업을 거쳐 올해 하반기 10개 안팎의 초등학교에서 AI 기반 영어학습 플랫폼을 시범운영할 계획이다. 원어민 교사 배치 확대 등 관내 초등학교 영어 공교육 강화 방안의 일환이다. 이날 AI 기반 영어학습 플랫폼의 시연을 본 조선형 서울 화곡초등학교 수석교사는 “말을 하려 하지 않는 학생들과 ‘더 말하고 싶은데 말할 기회가 없다’는 학생들이 있는 등 서로 다른 수준차가 학교 영어수업에서의 가장 큰 어려움”이라면서 “AI 플랫폼을 통해 개별 수준에 맞게 말하는 기회를 줄 수 있다면 엄청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알파고 원어민’을 영어교육에 상용화한 사례는 아직 많지 않지만, 기술 개발 노력은 꾸준히 이어져 왔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2010년부터 올해까지 9년에 걸쳐 ‘대화형 영어 말하기 학습기술’을 개발,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다. 음성인식 AI의 핵심 기술인 ▲자연어 음성인식 ▲대화 처리 ▲음성 합성 등이 적용돼 있어 학습자와의 자연스러운 대화와 피드백 등이 일정 정도 가능하다. 주제 기반 대화와 챗봇 대화를 결합해 학습자가 주제에 대한 대화에서 어긋난 말을 하면 챗봇이 즉각 대응해 주제 기반 대화로 이끌 수 있다. 한국인이 흔히 범하는 문법 오류들을 빅데이터로 구축해, 학습자가 잘못된 문법으로 한 말을 그대로 텍스트로 변환해 바로잡아 준다. 학습자의 발음과 억양을 원어민과 비교해 들어보며 교정하는 기능도 있다. 대화형 영어 말하기 학습기술의 공동연구기관인 한 교육콘텐츠 제작업체는 해당 기술을 학교 교실수업에 적용한 ‘인클래스’(inClass)를 개발해 지난해 서울의 중학교 2곳에서 시범서비스를 진행했다. 학생용 애플리케이션(앱)과 교사용 앱, 토론용 앱 등을 상호 연동해 학생들은 토론 수업에 사용할 단어와 문장, 표현을 집에서 미리 학습하고 수업 시간에 앱을 활용해 영어로 토론하며, 교사는 개별 학생들의 학습 내용을 평가, 관리했다. 인클래스를 활용하기 전과 후 각각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영어 말하기를 많이 하려고 한다” “말하기 수업에 열심히 참여했다” 등의 문항에 긍정적인 응답을 한 학생의 비율이 1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전규 ETRI 책임연구원은 “AI가 원어민 교사를 일부 대체해 외국어 말하기 학습이 가능해질 수 있다”면서 “과중한 사교육비와 영어격차 등의 사회적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말했다. AI를 학교 수업에 도입하는 데에는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음성인식 AI ‘테이’의 ‘막말 파문’이나 개인정보 유출 등 AI의 부작용을 차단할 교육학적 연구와 기술적 설계가 전제돼야 한다. 교실에서 AI 기기를 활용할 수 있는 통신 인프라와 기기 보급도 뒷받침돼야 한다. 교사와 교육 콘텐츠 제작사 등이 영어학습 자료들을 자유롭게 서버에 등록하고 공유할 수 있는 개방성도 필수다. 임 교수는 “AI를 통해 전 세계에서 한국어를 공부하거나 국민 누구나 영어학습을 할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면서 “민간의 AI 자원을 영어교육에 활용하는 방안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궁·능 컨트롤타워’!… 국민 여가를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궁·능 컨트롤타워’!… 국민 여가를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 등 4대 궁궐과 종묘, 조선왕릉은 연간 1100만명 이상이 찾는 우리나라의 대표 문화유산이다. 그 가운데 조선시대 궁궐의 전형을 보여주는 창덕궁과 유교적 왕실 제례 건축 공간인 종묘, 왕과 왕비의 무덤 유적인 조선왕릉은 역사·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도 등재됐다. 500년 이상을 이어온 조선시대 왕실의 문화와 역사 그리고 사후에 대한 당대의 인식이 고스란히 배어 있는 방대한 유산이지만 궁궐과 왕릉을 통합해서 관리하는 전담 행정조직은 지난 1월에서야 마련됐다. 지난 10일 출범 100일을 맞은 문화재청 소속 책임운영기관인 궁능유적본부다.궁궐과 왕릉을 보존하고 관리하는 업무는 지난해까지는 문화재청 활용국 산하 궁능문화재과, 활용정책과, 조선왕릉관리소, 궁·종묘 관리소 등으로 나뉘어 운영됐다. 문화재청 내부에서는 궁궐과 왕릉을 총괄하는 조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이미 오래전부터 나왔다. 특히 2009년 조선왕릉 40기가 세계유산에 등재되면서 궁·능 활용에 대한 관심도가 크게 높아졌지만 전담 조직을 마련한 여건이 조성되지는 않았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기능과 업무의 성격이 유사한 각 유적의 관리소 등 개별 조직이 난립한 상황에서 유적 보존과 복원, 정비, 관람 서비스 등이 일원화되지 못한 점이 있었다”면서 “10여년 전부터 문화재청 내에서는 궁·능 전담 조직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됐고, 지난 5~6년 전부터 계획안을 구체화해 행정안전부 측에 조직 신설을 요청해 왔었다”고 설명했다. 궁능유적본부가 문화재청의 숙원 사업이었던 만큼 지난 1월 출범식에서 정재숙 문화재청장은 “궁궐과 왕릉은 문화재청이 심혈을 기울여 국민에게 다가간 유산”이라며 “궁능유적본부가 문화재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확히 보여주는 기관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궁·능을 수리하고 복원하는 업무와 활용 업무로 이원화되어 운영하던 조직을 하나로 통합한 궁능유적본부는 궁능서비스기획과와 복원정비과, 4대 궁·종묘·세종대왕유적·조선왕릉 동부·중부·서부지구 관리소로 구성된 2과 9관리소 체제다. 직원은 공무원 210여명을 비롯해 매표, 안내 등을 담당하는 공무직 근로자까지 합하면 1000명이 넘는다. 궁궐과 왕릉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컨트롤타워가 마련됐지만 아직 내부 조직 체계는 ‘미완성’이다. 우선 전체 인력이 늘지 않은 상황에서 기존 관련 조직의 인력을 재편한 데 지나지 않는다. 현재 공모를 통해 선발 중인 궁능유적본부장 역시 실무 인력을 한 자리 줄이는 대신 마련한 자리다. 그 까닭에 청 내부에서는 “겉으로 보기엔 큰 조직으로 정비되어 인력도 는 것 같지만 궁능유적본부장 직위 하나만 생겼다”는 자조 섞인 이야기도 나온다. 특히 직원들 사이에서는 “업무가 늘어나서 물리적으로 힘든 가운데 조직에 대한 외부의 기대치가 높아져 부담이 크다”는 목소리도 있다. 또 기관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조직을 확대 개편해야 하는 상황이다. 궁궐과 왕릉은 기획, 복원·정비, 활용이 기본인데 현재 궁능유적본부에는 궁능서비스기획과와 복원정비과만 마련돼 있다. 정성조 문화재청 대변인은 “그간 궁·능의 보수·정비·유지 업무가 중점적이었다면 최근에는 창덕궁 달빛기행, 덕수궁 달빛산책 등 관람 서비스가 늘어나고 그에 따라 관람객이 증가하면서 대국민 현장 인력 증원이 필요한 상황”이라면서 “현재 조직의 큰 틀을 마련해 놓은 상황이니 추후 궁능활용과(가칭)를 신설하고 실무 인력을 단계에 따라 점차 늘려가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신생 책임운영기관으로서 문화재계 안팎의 큰 기대를 안고 출범한 만큼 궁능유적본부의 어깨는 꽤 무겁다. 올해 문화재청 주요 업무 계획 중에서 궁·능 보존 및 활용 방안이 비중 있게 다뤄진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국민들의 여가 시간이 늘어나고 궁·능 관람객도 크게 증가한 만큼 궁능유적본부는 관람객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활용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전력을 다한다는 입장이다. 궁능유적본부는 궁궐 전각 및 비공개 지역 개방 확대, 일제강점기 변형·훼손된 궁·능 정비, 장애인 관람객을 위한 무장애공간 조성 등 수요자 중심의 서비스 확충을 올해의 주요 과제로 꼽았다. 나명하 궁능유적본부장 직무대리는 “2016년 4대궁·종묘·조선왕릉 관람객이 1300만명을 기록한 이후 연간 관람객이 1100만명대에서 머물렀는데 올해 1분기(1~3월) 관람객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9% 증가했다”면서 궁능유적본부 출범 이후 그간 공개하지 않은 전각 내부를 개방한 점이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나 본부장 직무대리는 “앞으로도 각 궁의 특색에 맞는 활용 프로그램을 개발해서 관람객들의 참여도를 높이고, 궁궐에 비해 활용도가 높지 않았던 왕릉으로 발길을 이끌 수 있는 둘레길 조성 등의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광화문 월대, 덕수궁 돈덕전 등 문화유산을 복원·정비하는 사업 역시 차질 없이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한·카자흐 ‘비핵화 모델’ 공유… 신북방정책 외연 확장 큰 의미”

    “한·카자흐 ‘비핵화 모델’ 공유… 신북방정책 외연 확장 큰 의미”

    우즈베크·카자흐 개혁개방과 맞물려 文대통령 발빠른 방문으로 선점 효과 향후 대북제재 완화 대비 선제적 투자문재인 대통령이 16일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3국 순방을 시작했다. 서울신문은 이날 이번 순방의 의미와 향후 과제를 짚어 보기 위해 주카자흐스탄 대사를 지낸 백주현 동국대 석좌교수를 동국대에서 인터뷰했다. -문 대통령이 중앙아시아 3개국을 순방 의미는. “이번 방문은 특히 중요한 타이밍에 이뤄졌다고 본다. 독립 이후 우즈베키스탄은 굉장히 폐쇄적인 정책을 폈고 카자흐스탄은 개혁개방 정책을 폈다. 카자흐스탄은 처음부터 핵무기를 버리고 경제건설을 한다는 것이 목표였기에 개방 정책을 펴고 외국인 투자를 과감하게 유도했다. 그런데 우즈베크에서 2016년 이슬람 카리모프 대통령이 숨지고 샵카트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개혁개방 정책을 과감하게 시행해 한국 기업들이 몰려드는 추세다. 카자흐스탄에서는 독립 후 27년간 집권하며 개혁개방을 추진했던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이 지난 3월 갑자기 사임하고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상원의장이 대통령이 됐다. 폐쇄적인 우즈베크가 개혁개방으로 나가고 카자흐스탄은 새로운 리더십이 들어서는 시점에 문 대통령이 다른 국가원수에 비해 비교적 빨리 두 국가를 방문하는 거다. 한국이 선점하는 효과가 크다.” -중앙아시아 3개국과의 경제 교류협력은 왜 중요한가. “중앙아시아 국가는 무슬림 국가지만 세속주의적 경향이 강해 이슬람 율법이 과도하게 적용되지 않는다. 한국 동포인 고려인들이 우즈베크에는 18만, 카자흐스탄에는 10만명이 거주하고 있다. 아울러 지난 30년간 한국과 중앙아시아 국가 간 연결고리가 튼튼해졌다. 중앙아시아 국가에서는 케이팝뿐만 아니라 한국어 열풍도 거세서 한국어능력시험을 치를 고사장을 구하기 어려울 정도다. 일본은 중앙아시아에 이러한 인프라가 없다. 투르크메니스탄은 폐쇄국가지만, 이곳을 뚫고 들어가 사업하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중앙아시아 3개국과의 교역량이 다른 국가에 비해 낮지만 투자하고 사업하기 위한 인프라만큼은 뿌리깊고 단단한 것이다. 문 대통령이 이번 순방에서 기존의 자원개발을 넘어 정보기술(IT), 원격의료 등 협력분야를 확장한 것은 긍정적인 변화라고 본다.” -과거 핵무기를 포기한 카자흐스탄이 북한의 비핵화 모델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있는데. “이번 순방의 의의 중 하나가 카자흐스탄과 비핵화 교류를 하는 것이다. 한국은 핵을 개발한 적이 없기에 북한 핵무기에 대해 기술적으로 파악하기 어렵다. 또 핵을 폐기하는 기술도 경험도 없다. 핵시설을 폐기한 후 오염 지역을 관리하는 기술도 부족하다. 카자흐스탄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이러한 기술을 배우고 북한 비핵화 과정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또 카자흐스탄과 미국이 핵무기와 경제 지원과 투자를 교환하며 벌인 구체적인 협상 과정과 합의도 향후 북한 비핵화 협상이 구체적 단계에 들어가면 훌륭한 참고 모델이 될 수 있다.” -문재인 정부 ‘신북방정책’의 향후 과제는. “문재인 정부가 보수·진보 프레임을 넘어 전임 정부의 정책을 계승·발전했다는 것은 북방정책이 초당파적이라는 의미가 있다. 지금은 대북 제재는 물론,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이후 미국과 유럽연합의 대러시아 제재로 북방정책 추진에 한계가 있다. 하지만 향후 제재 완화·해제에 대비해 북한과 러시아의 배후지인 중앙아시아 국가들에 선제적으로 투자하고 관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북한의 대성백화점 개장은 경제개발 의지 보여줘

    북한의 대성백화점 개장은 경제개발 의지 보여줘

    북한 평양에 15일 새로 문을 연 대성백화점은 북한의 경제개발 의지를 세계에 알리는 것이라고 중국 언론이 평가했다.중국 관영학자들은 북한의 최근 행보는 경제 및 인민들의 생활 향상에 대한 단호한 의지를 세계에 알리는 것이지만 유엔의 대북 제재가 해제되지 않는 한 경제개발이 불가능하다고 분석했다. 대성백화점은 식료품과 가정용품, 학용품, 문화용품 등을 판매하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개장 전 백화점을 방문했다. 김 위원장은 이달 4~8일에만 원산 갈마 해안관광지구, 삼지연 감자가루 생산공장을 포함해 공장, 관광지 등 4곳의 경제현장 시찰을 실시했다. 북한은 최근 일본 TBS방송 기자들을 초청해 지난 8일 양말공장에 대한 보도가 이뤄졌다. 일본 방송측은 외국 기자들을 초청해 공장을 공개하는 것은 북한이 경제 발전에 대한 의지를 세계에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전했다. 다징 헤이룽장성 사회과학원 연구원은 관영 글로벌타임스를 통해 “북한은 지난해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한 이후부터 경제개발 및 민생 향상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의 개방은 현재 유엔 및 미국의 대북 제재 때문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중국 측은 북한의 개방은 동북아의 안정과 지역 경제 협력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중국 장수성에서 섬유업을 하는 리광은 “대성백화점이 문을 열었다는 소식을 들었으며 다음 달에 평양에서 열리는 국제 무역박람회에 참가할 것”이라며 “대성백화점 대표와 다른 국영상점 관계자들을 만나 협력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리의 회사는 지난해 북한과 2만달러 상당의 섬유 수출 계약을 맺었다. 대성백화점은 지난 14일 준공돼 김일성 주석의 생일로 태양절로 불리는 15일 개장했다. 조선중앙통신은 백화점이 상업봉사뿐아니라 편의, 급양봉사도 하는 다기능화된 현대판 백화점이라고 선전했다.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 멕시코 대통령 “부정부패·범죄조직 환수금 국민에게 모두 돌려줄 것”

    멕시코 대통령 “부정부패·범죄조직 환수금 국민에게 모두 돌려줄 것”

    멕시코가 부정부패에 연루된 공직자나 마약 범죄조직 등으로부터 환수한 모든 자산을 국민 복지에 사용하는 기관을 세운다. 15일(현지시간) 엘유니버설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AMLO·암로) 대통령이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이런 계획을 밝혔다. 암로 대통령은 “(압수·몰수한) 귀금속이나 자동차 또는 농장 등을 처분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며 그중에는 행방을 알 수 없게 되는 것들도 있다”면서도 “로빈 후드와 같은 기관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로빈 후드는 중세 잉글랜드의 전설적인 의적이다. 또 암로 대통령은 새로운 조직을 통해 검찰 당국이 마약 범죄조직과 부정부패에 연루된 정치인 등으로부터 압수한 다양한 자산을 매각해 학교나 병원 등을 건설하고 운영하는 등 자금 이용 방안도 설명했다. 기관의 설립 시기나 운영 방법 등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암로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취임하자마자 대통령 전용기를 매각한 뒤 이코노미석을 이용하고 대통령 궁궐은 국민들에게 개방하는 등 소박한 정부의 모습을 보이며 파격적인 행보를 이어갔다. 하지만 취임 100일이 지난 현재 멕시코의 각종 경제 지표들이 급락하고 있어 위기설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12월부터 오픈뱅킹… 앱 하나로 모든 은행서 결제·송금

    이용료 10분의1 수준으로 낮아질 듯 오는 12월부터 애플리케이션(앱) 하나로 모든 은행 계좌에서 결제와 송금이 가능해진다. 은행권과 핀테크(금융+기술) 업체가 참여해 이체 수수료도 낮아질 전망이다. 다만 개인정보 보호 등 보안이나 결제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할지도 해결 과제로 남아 있다. 15일 금융위원회와 금융연구원이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연 ‘오픈뱅킹(공동 결제시스템) 활성화를 위한 세미나’에서 최석민 금융결제원 미래금융실장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오픈뱅킹 실무협의회 논의 결과를 공개했다. 오는 10월까지 전산 시스템을 구축하고 테스트를 거쳐 은행권은 10월부터 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12월부터는 모든 핀테크 사업자에도 서비스가 시작된다. 사행 행위나 금융질서 문란 기업, 가상화폐 관련 사업 모델 기업 등은 참여할 수 없다. 출금 대행이나 납부 서비스는 제공하지 않는다. 오픈뱅킹 이용료는 기존 400~500원에서 10분의1 수준으로 낮아질 전망이다. 실무협의회는 월별 이용 금액과 건수에 따라 대형 사업자와 소형 사업자별 이용료를 차등 적용하기로 했다. 또한 중개센터는 자정 전후로 5분씩 총 10분의 정비 시간을 두고 은행은 20분 내외 동안 정비하되 은행마다 개별적으로 정하기로 했다. 소비자들은 더 저렴한 가격에 편리하게 이체를 하게 될 전망이다. 영국은 2018년에 오픈뱅킹을 시작했지만 계좌 조회만 가능하다. 핀테크 업체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의 이승건 대표는 “현재 10회인 무료 이체를 무제한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보안이나 결제 안전성에 대한 우려도 높다. 윤성관 한국은행 전자금융조사팀장은 “핀테크 기업이 사실상 자금 이체 업무를 하면 여신 행위를 하게 된다”면서 “참여 기관은 핀테크 기업의 재무건전성이나 운영 능력을 고려해 신중하게 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영전 금융보안원 보안전략부장은 “다음달 말쯤 운영 기관을 모아 보안 문제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보안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차질 없이 시스템을 오픈하겠다”고 말했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세계문화유산 종묘(宗廟), 으뜸이 되는 사당

    세계문화유산 종묘(宗廟), 으뜸이 되는 사당

    종묘는 사직과 함께 왕조의 근간이 되는 가장 중요한 장소다. 조선시대 한성에 화재가 나면 종묘가 진화 1순위였다. 군주제에서는 왕이 곧 국가이며 이 왕과 왕의 조상을 모시는 곳이기 때문이다. 나라를 세운 시조의 조상과 그 후손인 왕들을 모시는 곳이 종묘다. 많은 외국인이 종묘를 파르테논과 비교해 ‘동양의 파르테논’이라는 별칭이 있다. 외국인들이 종묘의 가치를 먼저 알아보았던 것이다.종묘제도는 중국의 주나라 때부터 있었으나 중국은 공산화를 가치며 명맥이 끊기고 우리는 종묘와 종묘제례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며 아직도 제례를 올리는 살아있는 정전을 유지하고 있다. 종묘에는 정전과 영녕전이 있으며 정전에 19분의 왕의 신주가, 또 영녕전에 16분의 신주가 모셔져 있다. 업적이 있다고 판단한 ‘왕 중의 왕’ 19분을 정전에, 태조 이성계의 4대조와 사도세자를 비롯한 추존왕 9분과 재임기간이 짧고 업적이 미약한 왕 6분과 영친왕이 영녕전에 모셔졌다. 조선의 임금 중 폐위된 광해군과 연산군을 당연히 제외된다. 문화재 이전에 전주이씨의 사당이기에 제례는 전주이씨 종친회에서 주관한다. 사람이 죽으면 혼과 백으로 나뉘어 혼은 하늘로, 백은 땅으로 간다고 믿었다. 장례를 치르고 시신을 매장하며 신주를 만들어 혼을 신주에 모신다.종묘는 유학을 통치기반으로 삼은 조선에만 존재한 것은 아니다. 새왕조가 들어서면 정통성을 위해 종묘를 세우고 전 왕조의 종묘는 패망한 왕조와 운명을 같이했기 때문에 남아있지 않은 것이다. 고려의 종묘는 송악 어딘가에 있었을 것이다. 다행인 것은 일제가 종묘를 없애지 못했기 때문에 이 위대한 건축물이 남아있다. 종묘는 임진왜란 때 한번 완전히 소실되었다. 일제는 종묘를 파괴하지는 안았지만, 조선왕조의 종묘 앞을 유흥가로 만들어 집창촌이 되도록 하였다. 이 집창촌은 ‘종삼’이라는 이름으로 1968년까지 번성하다가 세운상가 개발과 함께 ‘나비작전’이라는 이름으로 30여년 만에 해체되었다. 종삼 집창촌은 오랫동안 소위 먹물들이 낭만이라는 이름으로 욕정을 풀어놓던 곳이었다. 어느 원로시인은 명동의 술과 종삼의 여자는 작가들에게 고향같은 곳이라고 말을 했단다. 세운상가는 군부정권의 상징적 도시개발 사업이었다. 일제는 미군의 공습에 대비해 화마를 끊기 위해 가로세로의 격자 공지를 조성하였는데 이를 소개지라 하였다. 세운상가는 이 소개지에 종로와 청계천을 잇는 최초의 주상복합 건축물이다. 이 소개지 덕분에 을지로, 퇴계로 등 지금 강북의 큰 길들이 쉽게 만들어졌다. 당시 군출신의 서울시장 김형옥이 세운상가 개발지 시찰을 마치고 돌아가는데 집창촌의 한 여인이 시장임을 몰라보고 놀다가라고 팔을 잡았고 이에 화가 난 김형옥이 종로구청에 들러 집창촌의 해체를 지시했다고 하는 설과, 세운상가의 개발로 정비가 필요했던 지역에 대한 계획적인 정비였다는 설이 나도는데 어느 것이 맞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군출신 시장의 추진력 덕분에 종묘 앞의 집창촌은 빠른 시간 내에 해체되었고 지금의 종묘 앞 공원이 조성되기 전까지 공지로 있었다. 세운상가는 김수근이라는 대한민국 대표건축가의 작품이지만 군부정권의 기형적인 요구로 지어졌기 때문에 김수근 스스로 본인의 대표작품에 넣지 않았다. 종묘 주변은 많은 역사가 있다. 종묘의 한쪽 끝은 창경궁과 이어지는 북신문이 있다. 왕은 비공식적으로 이 문을 통해 종묘를 찾아 선대의 왕들과 많은 마음의 대화를 했었다. 창경궁과 창덕궁, 종묘는 붙어있었지만, 일제가 율곡로를 만들며 단절되었다. 현재 율곡로를 확장해 지하화하고 담장과 문을 복원하는 공사가 진행 중이다. 빠르면 올해 이 복원된 보행로를 따라서 종묘와 창덕궁, 창경궁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종묘 뒤쪽으로는 익선동과 이어진다. 피맛길이라 하면 종로의 뒷길만 생각하지만 익선동길도 창덕궁 창경궁에 따른 피맛길이다. 종묘의 담장을 따라 순라길이 있었다. 순라군이라 하여 지금의 방범순찰대 역할을 하던 군인들이 육모 방망이를 들고 순찰하던 길이다. 지금도 순라라는 이름은 근처 식당이나 카페에서 종종 만날 수 있다. 종묘의 정문 앞에는 임금이 행차시 물을 마시던 어정이 복원되었고 하마비가 있다. 하마비는 누구든 종묘 앞을 지날 때는 말이나 가마에서 내리라는 문구가 적혀있어 종묘를 얼마나 신성시 하였는지 알 수 있다. 본격적으로 종묘를 살펴보자. 종묘의 문은 외대문 이라고 하지만, 원래 창엽문이라는 이름이 있었다. 정면은 세 칸이며 가운데 칸은 신문이다. 왕의 신주를 모실 때만 개방하는 문이니 이 문이 열리기를 바라지 마시라. 궁궐의 문과 달리 세 칸의 높이가 같은 평대문이다. 가운데 신문을 높여 솟을대문으로 만들 수도 있었으나 사자의 집이라서 화려함은 없는 단아한 건물들로 축조되었다. 문을 들어서면 박석이 깔린 삼로가 보인다. 삼로중 중앙의 높은 길은 ‘신로’라 하여 산 사람이 딛지 않는 길이고 왼쪽은 ‘어로’라하여 임금의 길이다. 오른쪽은 ‘세자로’다. 신로는 지금도 관람객들에게 밟지 말라는 안내문이 있다. 어로와 세자로는 지금 주인이 없으니 밟아도 된다. 종묘는 두 가지 관점에서 볼 수 있다. 그 하나는 신로를 따라 이동하여 정전에 이르는 길이고 하나는 신을 모시는 사람들의 관점에서 재궁과 전사청을 거쳐 정전의 동문을 통해 정전에 이르는 방식이다. 신로를 따라 이동하는 방법은 정전과 영녕전의 남문인 신문이 개방되지 않아 평소 불가능하다.두 번째 길을 따라 이동하며 살펴보면 들어가며 좌우에 연못이 있다. 연못의 주 용도는 소방수로 쓰기위해 만들어지나 때에 따라서 정원의 일부로 보는 연못이 되기도 한다. 오른쪽의 연못은 네모난 연못의 가운데 둥근 섬이 있고 섬에는 소나무가 아닌 향나무가 심어져 있다. 죽으면 향기만 남는다는 뜻과 제당에 향이 쓰여서 향나무를 심었다 한다. 실제로 다른 향교나 사당을 가도 다른 장소에 비해 향나무가 많다. 지방의 향교나 서원에는 일제때 일본의 향나무인 가이스카 향나무를 심었다는 말도 있다. 실제로 아직도 가이스카 향나무가 많이 보인다. 네모난 연못은 천원지방설에 따라 땅을 뜻하며 둥근 섬은 하늘을 나타내니 땅이 하늘을 품은 연못이다. 못 가운데 하늘은 사후의 세계라 향나무를 심었다고도 한다.우측에 향대청과 공민왕 사당이 자리잡고 있고 향대청에는 망묘루가 있다. 루라는 글자가 붙은 건물은 오늘날 피로티 구조와 같이 기둥으로 받혀진 떠있는 마루의 구조다. 주로 전망을 하며 쉬거나 연회를 하는 장소다. 경복궁의 경회루가 대표적이고 남원 광한루 진주 촉석루도 많이 알려져 있다. 망묘루는 건물의 형식이나 위계를 보며 정말 왕이 종묘를 보던 공간일까? 하는 의문이 남는다. 향대청은 제례를 준비하는 곳이고 예전에는 근처에 종묘를 지키는 군인들이 머무는 건물도 있었다 한다. 현재 향대청에는 정전안에 모셔진 신위를 재현한 공간과 설명이 있다. 신주는 혼이 머무르는 집과 같다. 밤나무로 만들며 홀을 만들어 혼이 들어갈 수 있도록 하였다. 공민왕 신전이 이곳에 있는 것에 대하여 전 왕조에 대한 예로 마지막 왕을 모셨다는 이야기가 있으나 사실과 다르다. 일인의 손에 있던 공민왕의 영정이 반납되어 적정한 장소를 찾지 못하다 종묘의 한쪽에 모셨다는 이야기가 더 설득력이 있다. 삼로를 따라가다가 길이 갈라진다. 신로는 없이 어로만 있는 길을 따라가면 재궁과 이어지고 신로를 따라가면 정전과 영년전의 정문에 이른다. 재궁은 임금과 세자가 제사전에 머물며 몸과 마음을 경건히 하며 제사를 준비하는 곳이다. 이곳은 세동의 건물로 이루어졌는데 그나마 왕과 세자가 머무르는 공간이라 격을 조금 높였다. 향대청은 막새없이 앍매흙으로 마무리가 되었으나 재궁의 건물은 막새기와를 사용하였고 박공의 측면에는 풍판까지 설치되어있다. 세 건물 중 중앙에 있는 건물은 임금이 머무르는 어재실이다. 이곳에는 왕의 밀랍인형과 용교의라는 의자가 놓여있다. 이 밀랍인형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고종이나 순종이다. 이유는 9장복이 아닌 12장복을 입고 있기 때문이다. 황제는 12장복을 입고 왕은 9장복을 입었는데 고종이 대한제국의 황제임을 선포하였고 최초로 12장복을 입었기 때문이다. 12장복은 9장복에 비하여 화려하며 면류관에 구슬을 꿰어 단 유의 수가 12줄이다. 9장복은 류의 수가 아홉줄이다. 어재실의 한옆에는 무쇠로 된 큰 솥단지같은 것이 있는데 이름이 ‘드무’라하며 소방수를 담아두었던 단지다. 왼쪽에는 어 목욕청 건물이 있는데 목욕재개를 하는 곳이다. 왕이 어떻게 목욕을 하였는지 기록이 없어 욕조를 만들어 전시해놓고 있다. 재궁은 정전의 동측 마당으로 이어지고 그 뒤로 전사청과 제정이 있다. 전사청은 제수 음식을 준비하던 곳으로 가운데 마당을 중심으로 ‘ㅁ’자로 건물이 앉아있다. 당연히 제기고와 찬간이 갖추어져 있고 생물을 도살하는 시설까지 갖추어져 있었다. 제례의 음식은 익히지 않은 생물을 올린다. 고기는 소와 양과 돼지고기를 생것으로 올리는데 전사청까지 살아있는 제수용 동물이 들어와 전사청에서 검사를 한뒤 도살되었다. 전사청 앞에 단이 두 개 있는데 하나는 찬막단이라 하여 여러 제수 음식을 검사하는 단이고 하나는 성생위라 하여 살아있는 소 등의 제수용 생물을 검사하던 단이다.왕가에서는 소, 양, 돼지를 올렸고 양가에서는 양과 돼지를 올렸으며 민가에서는 돼지만 올렸다. 요즘 가정의 제사에는 소고기 산적을 올리는데 조상님을 왕의 대우를 하는 것인 셈이다. 전사청 옆에 담장으로 둘러싸이고 문를 통해 통제되는 우물이 하나 있는데 이 우물이 제정으로 제사때 쓰는 우물물이니 신성시되고 보호되었다. 일반인의 출입이 엄격히 통제 되었다. 임진 왜란때 종묘의 건물들이 모두 불탔지만, 왕들의 신위는 제일 먼저 왕과 함께 피신되었다. 제사에 쓰이는 제기는 가져갈 수 없어 포장을 해서 이 제정에 숨기고 피난을 갔다고 한다. 배례를 마친 왕과 신하들은 동문을 통해 정전에 이른다. 이 정전 건물이 종묘의 백미다. 동문을 지나면 월대 위로 월랑이 보이고 이 월랑의 기둥 사이로 정전건물 전체가 보인다. 월랑은 정전에 없던 형식을 태종이 만들었는데 마치 학의 날개같이 정전건물은 한층 멋지게 보이게 한다. 월대는 신의 영역과 인간의 영역을 구분하는 장치다. 불국사의 청운교·백운교를 오르면 높은 축위의 공간이 불국이듯 월대는 신의 영역을 상징적으로 구분한다. 월대의 중앙에서 살짝 비켜서 부알판위가 있는데 이는 삼년상을 모시고 신주를 모실 때 정전에 들어가기 전 신주를 임시로 모시는 곳이다. 백미터가 넘는 월대와 정전 건물은 담장 안 어느 곳 에서도 온전히 한눈에 담을 수 없다. 상하월대와 처마, 용마루의 수평선은 모든 것을 다 집어삼킨다. 수평선이 갖는 차분함은 경건함이 절로 우러나게 한다. 열아홉 칸을 구성하는 열주도 수직선이 아니고 수평선의 구성 요소로 보인다. 공간의 구성요소와 규모는 신전으로서 경건함을 갖기에 최적으로 디자인 되었다. 만약 전면의 신문과 담장이 더 물러나서 그곳에서 정전이나 월대가 한눈에 쉽게 들어왔다면 또 다른 분위기였을 것이다.원래는 정전이 석실 5간 허실 두 간 합이 7실이었다. 유교의 법식에 4대조를 모시니 태조의 4대조와 이성계를 모시기 위해 다섯 간을 만들도 예비로 두간을 만들었다. 이전의 풍습을 따르면 4대조를 모시니 왕이 한 명 죽게 되면 제일 윗대의 한 분은 신위를 땅에 묻는 것이었다. 그러나 정종이 승하하자 세종은 차마 땅에 묻지 못하고 중국 송대의 별묘기록에 따라 영녕전을 지어 태조의 4대 추존왕을 한 명씩 영년전에 모시고 정조를 정전에 모셨다. 영년전은 4대조가 넘어 제사를 지내지 않는 사묘였으며, 정전은 제사를 지내는 제묘였다. 연산군에 이르러 성종이 승하하자 다시 정전의 신실이 부족하게 되었고 태조를 영년전으로 모셔야 했으나 시조라 하여 불천위로 정전에 계속 모시고 정종을 영년전으로 모시게 된다. 이때부터 공적이 있는 왕은 계속 정전에 모시고 그렇지 못한 왕은 영년전으로 모셨다. 불천위가 있으면 원래는 그 이상의 공적이 있어야 다시 불천위로 모실 수 있었으나 자신의 부친 공적을 높여 불천위로 만드는 왕이 많아졌고 후대에는 그 공적이 미미한 왕조차도 불천위로 정전에 남았다. 명종대에 정전을 11칸으로 증축하였으나 임진왜란 때 종묘가 모두 소실되었다. 이후 선조와 광해군때 종묘가 정전 11간에 양 협실 두 간, 영녕전 네 간에 양 협실 세 칸씩으로 복원 되었다. 이후 정전은 동쪽으로 두 차례 네 간씩 증축 되었고 영녕전은 동서 양측으로 증축되어 최종은 현종때 정전 19간 영녕전 16간으로 완성되었다. 증축이 얼마나 정교하게 잘 되었는지 전문가들조차 증축의 흔적을 찾기 어렵다. 영녕전은 불천위가 아닌 왕과 추존왕을 모신 곳으로 효심, 또는 욕심에 의해 만들어진 별묘다. 원래는 현 왕의 4대조까지만 모시고 나면 인연이 끝났다고 보고 땅에 묻는 것이나 불천위와 이 별묘는 조선왕조의 왕들을 영원히 모시도록 만들었다. 조선왕조가 세계에 유래 없는 긴 시간을 유지한 것에는 이곳 종묘의 공이 크지 않을까 싶다. 5월과 11월의 첫주에는 종묘제례가 시연된다. 이때 연주되는 제례악 역시 세종 때 만들어진 우리 음악으로 서양의 음악인들에게도 많은 찬사를 받고 있다. 이시기를 맞추어 가면 건축물로서 세계문화유산과 무형의 세계문화유산을 함께 만날 수 있으니 그때 가 보시길 추천한다. 글 사진: 최세일 한건축 대표
  • 조희연 “교실마다 미세먼지 측정기 설치는 과잉행정”

    조희연 “교실마다 미세먼지 측정기 설치는 과잉행정”

    “미세먼지는 피해가 명확하지 않은 재난”봄철 황사를 비롯한 미세먼지 공습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 모든 교실에 미세먼지 측정기를 설치하는 방안은 “과잉행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미세먼지를 줄이는 효과는 없이 재정적 부담만 늘린다는 이유에서다. 조 교육감은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학교행정을 책임지는 입장에서 교실마다 미세먼지 측정기를 설치하는 것은 과잉행정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토론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조 교육감은 미세먼지에 대해 피해가 분명하지 않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조 교육감은 “미세먼지에 대한 우려에는 깊이 공감한다”면서도 “미세먼지처럼 눈에 보이지만 규모나 피해가 명확하지 않은 재난 앞에서 학부모들의 불안에 대응하면서 어떤 합리적 결정을 내려야 할지 조금 더 차분하게 토론해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조 교육감은 “교실에 미세먼지 측정기가 있으면 (교실별로) 대책을 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측정기를 놓는다고 미세먼지가 줄지도 않으며 재정부담이 누적되면서 다른 복지가 줄어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측정기를 ‘모든 교실’이 아닌 ‘모든 학교’에 설치하는 방안 등을 논의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실내 미세먼지 발생 우려가 높아지고 미세먼지 수치 확인시 창문 개방 등 환기 조치를 시킬 수 있는 일종의 경고 장치인 미세먼지 측정기에 대한 조 교육감의 이해가 부족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미세먼지의 피해가 불명확하다는 조 교육감의 판단 역시 문제가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환경부에 따르면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2013년 10월 미세먼지를 인간에게 암을 유발시키는 1군 발암물질로 확인해 분류했다. WHO는 2014년 한 해에 미세먼지로 인해 기대수명보다 일찍 사망하는 사람이 700만 명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질병관리본부에서도 미세먼지(PM10) 농도가 10μg/㎥증가할 때마다 만성 폐쇄성 폐질환으로 인한 입원율은 2.7%, 사망률은 1.1% 증가하고, 미세먼지(PM2.5) 농도가 10μg/㎥ 증가할 때마다 폐암 발생률이 9% 증가한다고 보고한 바 있다. 환경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일단 미세먼지가 우리 몸에 들어와 기관지에 미세먼지가 쌓이면 가래가 생기고 기침이 잦아지며 기관지 점막이 건조해지면서 세균이 쉽게 침투할 수 있게 된다. 기도, 폐, 심혈관, 뇌 등 각 기관에 염증 반응이 생기면 천식, 호흡기, 심혈관계 질환 등이 생길 수 있다. 또 만성 폐질환이 있는 사람은 폐렴과 같은 감염성 질환의 발병률도 높아진다. 지난달 국회를 통과한 학교보건법 개정안에는 유치원과 초·중·고 교실에 미세먼지 측정기와 공기정화설비를 반드시 설치하도록 했다. 이와 관련된 경비는 국가·지방자치단체가 보조하게 하는 내용도 담겼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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