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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난이도 ‘점프 실력’ 오렌지빛 개미 순간포착

    아슬아슬한 돌다리를 건너며 고난이도의 ‘점프’실력을 선보이는 작은 개미의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사진작가인 빈센티우스 페르디난도(39)는 지난 해 12월 인도네시아 케풀라우안리아우주에서 밝은 오렌지 빛 몸을 가진 개미들을 밀착 촬영한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은 개미들이 몸을 길게 늘려 강에 놓아진 돌과 돌 사이를 건너려는 모습을 순간 포착한 것이며, 이밖에도 물에 빠진 다른 개미를 돕는 모습이나 평화롭게 강물을 마시는 모습 등을 포함하고 있다. 평소 관찰하기 어려울 만큼 작은 몸집의 개미가 어렵게 돌다리를 건너는 장면 등은 현장감이 매우 살아있을 뿐 아니라 소형곤충의 세계를 자세히 보여준다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모으고 있다. 페르디난도는 “군락을 이루고 다 함께 모여 사는 개미들의 모습에 깊은 영감을 받고 2009년부터 이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다.”면서 “특히 이번 사진은 개미들의 오렌지 빛 몸과 회색빛의 돌, 주위의 흙 등이 잘 어우러진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맑은 강물에는 돌다리를 건너려는 개미들의 모습이 그대로 비춰져 있는데, 이는 매우 평화롭고 고요한 느낌을 준다.”면서 “개미는 몇몇 장소를 제외한 우리 지구 대부분에서 볼 수 있는, 인간과 매우 밀접한 곤충”이라고 덧붙였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조환익 바깥세상] 세계의 분노를 피해서

    [조환익 바깥세상] 세계의 분노를 피해서

    최근 들어 미국이나 유럽의 경제상황이 다소 호전되고 있다는 관측도 있지만 세계경제에 드리워진 불확실성과 불안의 무게는 가벼워진 것이 없다. 많은 세계인들이 미래에 대해서 희망과 자신감을 갖지 못하고, ‘세상이 불평등하다’라는 생각들을 많이 하기 시작한다. 그래서 그들은 화가 나 있다. 이유가 있는 화도 있지만 맹목적인 분노도 많다. 현재 ‘나와 내 가족 또는 내 사회가 행복하지 못한 것은 내 탓이 아니고 세상 탓’이란 생각을 하고 비교적 잘나가는 국가나 기업, 타인에 대해서 적개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미국에서는 월가를 점령하고 의사당으로 쳐들어 간다. 유럽에서는 아시아와 중동 국가 출신 이주자들이 자기들의 일자리를 빼앗아 갔다고 생각하며 이들에게 묻지마 폭력을 휘두르는 사례가 많아진다. 중국도 불평등에 눈을 뜬 인민의 분노를 정부가 달래기 바쁘다. 심지어 이집트에서는 축구경기를 응원하다 관중들끼리 싸움이 붙어 70여명이 사망했고, 평화의 상징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팔레스타인에서 봉변을 당하였다. 여기다 순식간에 수십만명이 모이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힘은 지성적이건 반지성적이건 집단 행동의 응집력과 폭발력을 가공할 수준으로 증폭시켰다. 우리 학교 폭력의 많은 원인이 ‘나는 그 아이가 그냥 싫다.’이듯이, 세계 속의 갈등도 논리보다 감정적인 요소가 크다. 이러한 집단적 감정 표출이 명분 있는 분노로 조직화되면 재스민 혁명처럼 꽃도 피울 수 있지만, 광기에 휩쓸려 가면 중국 문화혁명의 홍위병이나 나치의 깃발이 될 수 있다. 사람들이 속죄양을 찾아 거리로 몰려 다니고 거대한 불만과 분노의 토네이도가 마구 이동하면서 세계를 할퀴고 다닐 수 있는 것이다. 오죽하면 올해 글로벌 경제 이슈를 다룬 다보스 경제포럼의 화두가 ‘불균형’이나 ‘행복’이었을까! 우리도 국내적으로는 갈등의 사슬이 이리저리 얽혀 있지만 세계 속에서 한국에 대한 시각은 ‘세계가 어려울 때 잘나가는 몇 나라 중의 하나’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분노의 타깃이 될 수 있다. 어떻게 하면 억울한 타깃이 되지 않고 세계와 어울려서 잘살아 나갈 수 있을까? 무조건 낮은 자세 외에 달리 방법이 있을까? 댈러스의 한인·흑인 간 분규도 1990년대 로스앤젤레스 흑인폭동 같은 상황으로 폭발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었다. 한인이 억울하지만 더 참았어야 했다. ‘600만원짜리 명품백이 한국에서는 없어서 못 판다.’라는 보도를 하루하루를 힘들어하는 세계 빈국의 지식인들이 보면 어떤 생각을 할까! 조금 잘살게 되었다고 경제위기로 벼랑 끝 공포를 느끼는 그리스 같은 나라에 가서 ‘우리는 개미였고 당신들은 베짱이가 아니었나.’하며 거들먹거리고 다니는 한국 관광객은 없는지, 이제 토요타식 경영은 경영학 교본에서 없어져야 하고 삼성이나 현대차 식의 기업 경영을 벤치마킹하라고 떠들고 다니는 기업인이나 경제학자들은 없는지, 아프리카에 다리 하나 놓아주고 마치 한국이 수호천사인 듯 재는 외교관은 없는지…. 이런 것들에 대해 우리는 주위를 돌아보아야 할 때이다. 1월에 무역적자가 발생했지만, 적자가 지속되지 않는 한 지나친 경제비관론에 빠질 필요는 없다고 본다. 역설적이지만 오히려 세계 속에 한국도 힘들어한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도 나쁠 것 없다. 요란한 국가홍보보다는 우리 스스로 내실을 기하는 것이 현재 우리가 취할 자세다. K팝 스타들이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 돌풍을 일으키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거부감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모든 일은 너무 과하면 못 미침만 못한 경우가 많다. 우리가 경제·문화적으로 경쟁력이 있다고 시장원리 운운하며 일방적 진출만 할 것이 아니라 주고받는 형태의 교류가 오래가는 길이다. 적어도 금년 한 해는 우리 스스로 내실을 기하면서 자기자랑을 줄이고 어려운 처지의 세계를 이해해 주며 살금살금 살아나가는 것이 이 거대한 분노를 피해 나가는 현명한 길이 아닐까.
  • 오사카시장, 퇴직금 84% 자진삭감

    일본 정치권에서 인기가 높은 하시모토 도루 오사카 시장이 자신의 퇴직금 가운데 4억 8600만원을 자진 삭감하는 카드를 들고 나왔다. 하시모토 시장은 지난해 12월 퇴직금 3953만엔(약 5억 7800만원)을 1976만 엔(약 2억 8890만원) 으로 줄이는 조례안을 시 의회에 제출해 통과시켰다. 여기에다 또 한 차례 삭감해 퇴직금을 629만엔(약 9195만원)만 받겠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원래 퇴직금 3953만엔의 84%를 삭감하는 셈이다. 그는 월 급여 142만 엔(약 2080만원)도 줄이기로 했다. 하시모토 시장이 퇴직금과 급여를 삭감하는 이유는 공무원 개혁을 추진하기 위해서다. 오사카시에 대해 ‘세금 먹는 흰개미’라는 표현을 써온 하시모토 시장은 취임 이후 엄청난 시정(市政) 개혁방안을 밝혔다. 시 직원의 30%인 1만 2000명 감축, 퇴직 시직원들에게 낙하산 취업처를 제공해온 118개 외곽단체 폐지, 인건비를 1년내 10% 삭감하는 등 최종적으로 30% 삭감, 시영 지하철과 버스의 민영화, 연공서열 인사 폐지 등이다. 오사카 시민들은 대도시 중 최악의 실업률로 고통받고 있지만 시청 직원은 많은 월급을 받고 편하게 사는 ‘공무원 천국’이라는 게 하시모토 시장의 인식이다. 실제로 인구 1만명당 공무원 수는 오사카시가 51.4명으로 요코하마시(14.5명)보다 훨씬 많다. 38세이던 2008년 오사카부 지사에 당선된 그는 “당신들은 파산회사의 종업원”이라며 공무원을 몰아세운 뒤 임금과 각종 단체 보조금을 과감하게 삭감했다. 결국 만년 적자에 허덕이던 오사카부는 그가 취임한 지 2년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무기력한 정치권에서 엄청난 추진력을 발휘하고 있는 하시모토 시장은 단번에 차기 총리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을 정도다. 그가 이끄는 ‘오사카 유신회’는 벌써부터 차기 중의원 선거에서 ‘태풍의 핵’으로 거론되고 있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만리장성 필적?…브라질서 거대 개미굴 발견

    만리장성 필적?…브라질서 거대 개미굴 발견

    사람으로 치면 중국 만리장성 규모에 필적하는 거대 개미 굴이 발굴돼 화제다. 2일(현지시각) 영국 데일리메일 등 외신은 “개미 수백만 마리를 보유했던 복잡한 땅속 ‘개미 도시’가 과학자들의 손에 발견됐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개미 도시는 루이스 포지 교수가 이끈 연구팀이 브라질에서 발굴했다. 발견 당시 이미 폐기 상태로 남아메리카 일대에 서식하는 가위개미(leafcutter ant) 흔적이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이 개미굴의 형태를 파악하기 위해 10톤 분량의 콘크리트를 여러 개미굴 입구에 10일간에 걸쳐 부은 뒤 약 한 달 가량 응고 시킨 뒤 발굴 작업을 시작했다. 그 결과, 이 개미 도시는 미궁처럼 복잡한 형태를 띄고 있었으며 무려 500 평방 피트(약 46㎡) 넓이에 높이 26피트(약 7.9m)에 달하는 거대한 규모를 갖고 있어 세계에서 가장 큰 개미둥지 중 하나라 할 만하다. 개미는 지구상에서 인류 다음으로 복잡한 사회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왕개미는 결혼비행 뒤 수개미한테서 받은 정자낭을 10년 이상 보관하며 평생 수백만마리의 알을 낳는다. 알에서 태어난 개미 애벌레는 처음부터 계급이 정해져 있어 자라나 일개미나 병정개미, 수캐미 등의 본래 역할을 수행한다. 이 개미 도시 역시 2~3mm 밖에 안하는 일개미들이 흙을 퍼 나르며 만든 것으로 인간의 측면에서 매번 1km에 이르는 거리를 왕복한다고 알려졌다. 적을 막는 병정개미 역시 인간 사회의 군대와 마찬가지로 때로는 굴을 파는 역할을 도와주기도 한다. 도토리 크기만한 공간의 식민지들을 만들 수 있는 일개미들은 자신을 다스리는 여왕개미을 위해 이런 장대한 도시를 건설한다. 사진=유튜브 캡처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천문학적 선거자금줄 ‘슈퍼팩’ 美 대선 판도 뒤흔든다

    천문학적 선거자금줄 ‘슈퍼팩’ 美 대선 판도 뒤흔든다

    두어달 전부터 미국 TV에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의료보험 정책 등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광고가 부쩍 자주 나오고 있다. 이것은 상대 정당인 공화당이 내보내는 광고가 아니다. 슈퍼팩(Super PACs·슈퍼 정치행동위원회)이라는 민간 정치자금 단체가 만든 것이다. 이 슈퍼팩이 올해 미 대선의 판도를 바꿀 만한 새 변수로 주목받고 있다. 슈퍼팩은 올 대선에서 처음 활동하게 됐다. 미 연방대법원은 기업이 특정후보를 편드는 선거광고를 하지 못하도록 한 기존 법이 ‘언론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2010년 1월 위헌 판결을 내렸다. 그 결과 기업, 이익단체, 노조 등이 자체적으로 정치자금 단체를 만들어 선거에 직접 뛰어들 수 있게 됐다. 이 정치자금 단체가 슈퍼팩이다. 슈퍼팩의 위력은 정치자금 기부 한도가 없다는 데 있다. 슈퍼팩은 지지 후보 측과 접촉·협의해서는 안 되고 독립적으로 활동해야 한다는 한계만 있을 뿐, 특정 후보를 지지 또는 반대하는 활동을 얼마든지 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선거운동 효과는 같다. 연방 선거관리위원회(FEC)에 등록만 하면 되는 슈퍼팩은 지난달 말 현재 모두 302개에 이른다. 미국 상공회의소, 전미(全美) 총기협회, 대형 석유회사, 월가의 대형 금융기관, 각종 기업인 등이 여러 가지 이름의 슈퍼팩을 만들어 입맛에 맞는 후보를 위해 돈을 퍼붓고 있다. 과거 미국 대선에서는 선거자금 면에서 현직 대통령이 유리했다. 야당 대선주자들은 당의 대선후보로 선출될 때까지 시간이 걸리는 반면 현직 대통령은 일찌감치 대선후보로서 선거자금을 끌어모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슈퍼팩은 이른바 ‘큰 손’ 몇명이 거액을 내놓으면 순식간에 엄청난 자금이 모이기 때문에 야당 후보들도 별로 불리할 게 없다. 특히 부자 기업인 지지자가 많은 공화당은 이번 대선에서 선거자금 면에서 불리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달 31일 미 연방선거위원회가 발표한 각 후보별 선거자금 모금 현황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1년 동안 1억 2800만 달러(약 1431억원)를 모금해 4년 전 민주당 대선 경선 때보다 훨씬 많은 ‘실탄’을 비축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공화당 대선주자인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5600만 달러,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은 1290만 달러에 그쳤다. 그러나 이는 슈퍼팩의 자금을 뺀 금액이다. 슈퍼팩 모금액을 다 합치면 양 진영 간에 별로 차이가 안 날 것이란 추산이다. 예컨대 공화당 진영의 최고 전략가 칼 로브가 주도하는 슈퍼팩 ‘미국의 갈림길’(American Crossroads)은 지난해 비영리 단체와 공동으로 5100만 달러 이상을 모금해 놓고 있다. 이에 맞서 오바마 대통령 측은 휴대전화 모금 등 ‘개미 선거자금’과 함께 슈퍼팩 등 ‘큰손’ 기부자들 모두에게 손을 뻗치는 ‘양다리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오바마 재선캠프 측은 현재까지 모은 선거자금의 46%가 1인당 200달러 이하의 소액 기부로 조성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소 5만 달러 이상을 지원한 거액 기부자도 지난해 9월말 현재 445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마디로 미국 선거에서는 이제 돈 선거를 차단할 최소한의 장치마저 사라지고, 그야말로 돈 낼 사람만 있다면 얼마든지 무제한으로 선거자금을 모을 수 있게 된 셈이다. 미 정가에서는 올해 대선에서 민주·공화 양당 후보를 위해 쓰이는 선거자금이 모두 110억 달러가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벌써 공화당 경선에서부터 슈퍼팩의 위력이 확인되고 있다. 지난달 31일 치러진 플로리다 경선을 위해 롬니 전 주지사 측은 총 1540만 달러, 깅리치 전 하원의장 측은 370만 달러를 쓴 것으로 알려진다. 이 돈의 대부분은 슈퍼팩의 지갑에서 나왔다. AP에 따르면 플로리다의 마지막 주 선거 캠페인에서 롬니 캠프는 TV 선거광고에 280만달러를 쓴 데 반해, 그를 지지하는 슈퍼팩 ‘우리의 미래를 복구하라’(Restore Our Future)는 400만 달러를 퍼부었다. 깅리치 캠프는 70만 달러, 그를 지지하는 슈퍼팩 ‘우리의 미래쟁취’(Winning Our Future)는 150만 달러를 썼다. 슈퍼팩이 주력군이 된 것이다. 슈퍼팩의 위력으로 ‘돈 싸움’은 예년 선거에 비해 더 가열되고 있다. 사우스캐롤라이나 패배 이후 위기감을 느낀 롬니 측 슈퍼팩이 깅리치를 비난하는 TV광고를 거의 융탄폭격식으로 쏟아부은 것을 놓고, 롬니가 돈으로 승리를 따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슈퍼팩으로 ‘큰손’들의 영향력이 더 세지면서 미국의 금권정치 문화가 더욱 심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선거에서 큰돈을 낸 기업인들의 로비나 요구를 대통령이 과연 무시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지난 1일 로스앤젤레스타임스에 따르면, 슈퍼팩에 100만 달러 이상을 기부한 개인과 기업의 사례가 17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슈퍼팩은 기부자의 신원을 공개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정체불명의 자금이라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20인치 ‘리얼 개미허리’ 여성, “괴로워요” 고백

    허리둘레가 불과 20인치밖에 되지 않는 여성이 ‘리얼 개미허리’로 네티즌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영국 일간지 더 선의 6일자 보도에 따르면, 잘록한 허리 때문에 일명 ‘인간 모래시계’라고도 불리는 루마니아의 로나 스팬겐버그(30)는 하루 세끼를 꼬박 챙겨먹는 ‘든든한’ 식단에도 20인치 허리 사이즈를 유지하고 있다. 키 167㎝, 몸무게 38㎏인 로나의 엉덩이 둘레는 32인치로 일반 여성의 표준 사이즈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허리둘레만큼은 CD둘레보다 불과 4.7인치(약 12㎝)가량 밖에 차이나지 않는 20인치를 자랑한다. 로나는 “아무도 믿지 않지만 난 매일 세끼의 식사를 꼬박꼬박 챙겨 먹으며, 초콜릿과 과자 등을 간식으로 즐긴다.”면서 “다만 조금만 음식을 과하게 먹어도 약간의 복통이 생길 뿐”이라고 말했다. 그녀의 ‘남다른 허리’가 눈에 띄기 시작한 것은 10대 초반. 13세 무렵엔 허리둘레가 15인치 정도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또래 친구들과는 다른 성장으로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다. 그녀는 “루마니아에서는 비쩍 마른 것보다 차라리 조금 뚱뚱한 것이 훨씬 낫다. 왜냐하면 건강한 몸은 부(富)의 상징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라면서 “친구들이 데이트를 나갈 때 나는 체중이 늘길 바라며 집에만 있어야 했다.”고 회상했다. 2006년 독일 남성과 베를린에서 결혼식을 올린 로나는 “남편은 내 몸을 아름답게 봐 준 첫 번째 남자”라면서 “나에게 내 몸에 대한 자부심을 갖게 도와준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여전히 몸무게가 더 늘기를 희망하지만, 지금은 대체로 만족하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사진=더 선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3일 TV 하이라이트]

    ●소비자 고발(KBS1 밤 7시 30분)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가 좋아하는 국민 먹거리 삼겹살. 우리나라의 1인당 삼겹살 소비량은 연평균 9㎏에 이를 정도다. 그런데 메뉴판에 적힌 중량보다 양이 부족한 것 같다는 소비자들의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소비자와의 가장 기본적인 약속인 정량. 과연 돼지 고깃집들은 메뉴판에 표시한 1인분 정량을 제대로 지키고 있을까. ●의뢰인 K(KBS2 밤 7시 55분) 남자 봉씨는 나이트에 갔다가 일명 부킹으로 여자 하씨를 만났다. 봉씨는 청순한 외모에 상냥한 말투로 얘기하는 그녀에게 호감을 느낀다. 그녀도 봉씨에게 호감을 느꼈는지 선뜻 그에게 연락처를 건네줬다. 다음 날 두 사람은 레스토랑에 들어가 코스 요리를 주문한다. 그렇게 그들은 와인 몇 잔을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되는데…. ●위험한 여자(MBC 오전 7시 50분) 소라는 아침부터 지원의 오피스텔을 찾아간다. 연숙은 집으로 찾아온 지원에게 앞으로 유라와 거리를 뒀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한편 소라는 자신과는 안 된다고 말하는 지원에게 애당초 유라와는 만나지 말아야 했다고 말한다. 그러고는 지원에게 유라에게 가겠다면 자신은 진실을 밝힐 수밖에 없다고 애원한다. ●궁금한 이야기 Y(SBS 밤 8시 50분) 푸른 도포와 삿갓, 그리고 푸른 신발 차림으로 다니며 하늘의 계시로 담배꽁초를 줍는다는 정도령. 남쪽으로부터 난세의 영웅이 온다는 정감록의 정도령이 자신이라고 주장하는 남자다. 그는 올해 63세의 김영일씨다. 그가 담배꽁초가 버려진 길만 따라 걸은 지 30여년. 왜 이것이 사명이라고 하는 것인지 그의 이야기를 들어 본다. ●금요극장(EBS 밤 12시 5분) 팔레스타인 여인 살마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경계에서 레몬 농장을 가꾸며 혼자 산다. 어느 날 이스라엘 국방장관 부부가 살마의 이웃에 이사를 오고, 며칠 뒤 그녀는 장관 부부의 안전을 위해 레몬 농장을 없애야 한다는 통보를 받는다. 이에 살마는 레몬 나무를 지키기 위해 이스라엘 대법원에 결정을 취소해 달라고 요청한다. ●건강 버라이어티 올리브(OBS 밤 11시 10분) 섹시 아이콘 김지현과 개미 허리의 종결자 개그우먼 김미연이 출연해 여전한 섹시미를 보여 준다. 또한 김지현과 김미연은 ‘스타 건강검진’ 코너를 통해 여성 최대 관심사인 피부 검진을 받았다. 그 결과 김지현·김미연 모두 건강 신호등에 황색불이 들어 온다. 과연 그녀들의 피부에 무슨 문제가 생긴 것일까.
  • “자기야 선물이야” 이성에 먹이 잡아준 ‘매너새’

    ▶원문 및 사진 보러가기 자신이 잡은 먹이를 이성 친구에 선물한 ‘매너새’가 있어 눈길을 끈다. 3일 영국 데일리메일은 최근 이스라엘 북부에 있는 티본에서 포착된 벌잡이새 한쌍을 촬영한 사진을 소개했다. 공개된 사진에서는 한 나뭇가지 위에 새 두마리가 앉아 있다. 그런데 오른쪽 새는 부리에 방금 잡은 듯 보이는 나비 한마리를 물고 있다. 함께 공개된 사진을 보면 이 오른편에 있는 새가 잠시 뒤 옆에 앉아 있는 동료 새에게 자신이 잡은 먹이를 선물로 넘겨주고 있다. 그 모습은 마치 남성이 마음에 든 이성에게 선물을 주는 듯 보인다고 이 매체는 말했다. 영국왕립조류협회 대변인 톰 워터스는 “이스라엘에서 황금 벌잡이새로 불리는 유럽벌잡이새로 보인다”고 밝혔다. 유럽벌잡이새는 유럽 남부와 북아프리카, 서아시아 등에서 번식하며 겨울은 열대 아프리카, 인도 남부, 스리랑카 등에서 보내는 반철새다. 이름에서 보 듯이 벌을 많이 잡아먹지만 나비, 흰개미, 잠자리 등을 잡아먹기도 한다. 특히 이들 새는 벌을 먹기 전 독침이 자신에 해를 입히지 못하도록 나뭇가지 등에 문지른 뒤 잡아먹는다. 왕성한 식성을 가지고 있어 하루에 약 250마리 이상의 벌을 잡아먹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美 6·25 전사자 유해 62년만에 고국 품으로

    6·25전쟁 당시 전사한 미군의 유해가 62년 만에 고국의 품으로 돌아갔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2일 충남 연기군 전동면 개미고개 일대에서 미군 전사자 유해 1구를 발굴해 미국 측에 인도했다고 밝혔다. 감식단은 지난해 6월 신장이 최소 185㎝ 이상으로 추정되는 20대 서양인 남성의 유골을 발굴했다. 발굴 장소가 6·25전쟁 초기 미군의 전투 격전지였던 곳이어서 미군 유해로 추정했다. 감식단은 8월 미국 하와이에 있는 합동전쟁포로·실종자확인사령부(JPAC) 요원들과 함께 합동 감식을 벌였고, 최근 유전자(DNA) 인종 분석을 통해 미군 전사자 유해로 최종 판정했다. 유해는 미 JPAC의 중앙신원확인소로 옮겨져 DNA 감식 등을 통한 신원 확인 작업을 거쳐 유가족에게 인도된다. 개미고개 일대는 1950년 6·25전쟁 발발 직후 투입된 미 24사단 21연대 3대대가 남진하던 북한군 3·4사단에 맞서 지연작전을 펼친 곳이다. 미군 667명 가운데 150명만 살아나 조치원으로 철수했다. 한편 감식단은 2009년 경북 영덕에서 발굴된 로버트 랑웰 미 해군 소령 등 8구의 미군 전사자 유해를 미측에 인도했으며 이 가운데 4구의 유해에 대해서는 신원 확인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주식 부자’ 타깃… 세율 최대 30%서 더 올릴 듯

    한나라당이 1일 주식양도차익 과세 강화 등 조세제도에 대한 대폭적인 개편을 예고함에 따라 대상과 방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근로소득’보다는 ‘불로소득’, ‘개미 투자자’보다는 ‘주식 부자’에게 각각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조세 체계 개편에 대해서는 여야가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육·교육을 포함한 복지와 일자리 등에 대한 재정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데다 양극화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현 정부의 감세 기조를 되돌려야 한다는 현실 인식이 깔려 있다. ●박근혜 “일반투자자 과세 아니다” 문제는 방식이다. 민주통합당은 소득세·법인세 인상과 같은 ‘부자 증세안’을 전면에 내건 상황이다. 반면 한나라당은 소득세 최고세율구간을 신설해도 더 걷을 수 있는 세금 규모가 채 1조원도 되지 않는 만큼 세금이 제대로 걷히지 않는 분야부터 손을 대야 한다는 입장이다. 고가 예술품에 세금을 매기는 등 과세 ‘사각지대’를 없애고, 나아가 대주주들의 주식양도차익에 대해서도 과세 강화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도 지난해 12월 주식양도차익에 대한 과세 문제가 논란이 됐을 때 “일반 개인 투자자들의 주식거래차익에 대해 과세하자는 것이 아니라 대주주의 주식양도차익에 대한 과세 강화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는 ‘버핏세’에 대한 잘못된 논쟁을 바로잡는 의미도 있다. 미국의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의 이름을 딴 버핏세는 현지에서는 주식 투자 이익에 대한 세율을 높이는 것을 의미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부자 소득세 증세’로 통용돼 왔다. 이후 정치권에서는 4000만원이 넘는 상장주식 양도차익에 대해 대주주 여부와 관계없이 과세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한나라당 임해규 의원), 상장주식의 양도차익은 물론 파생상품의 양도차익에도 과세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통합진보당 이정희 의원)이 제출되는 등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현행 세법은 코스피 상장사 지분의 3% 이상 또는 100억원 이상 주식을 보유했거나, 코스닥 상장사 지분의 5% 이상 또는 50억원 이상 주식을 보유한 대주주만 주식양도차익 과세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세율은 주식을 보유하고 1년 안에 매도할 경우 30%, 1년 이상 보유한 뒤 매도할 경우 20%다. ●투자손실 보전 등 보완책도 따라서 주식양도차익에 대한 과세 강화는 주식 지분율과 보유액 기준을 넓히는 방향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또 세율 인상 가능성도 점쳐진다. 소득세 최고세율이 38%인 점을 감안하면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대표적인 세율 인상도 불가피해 보인다. 반면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가 이뤄질 경우 현행 주식 거래세는 폐지하고 소액 투자자에 대해서는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고, 투자손실에 대한 보전방안을 제시하는 등의 보완책도 마련될 것으로 예상된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세 남자의 축구가 뜬다

    세 남자의 축구가 뜬다

    한국축구의 운명을 가를 쿠웨이트전(29일)이 4주 앞으로 다가왔다. 지면 2014 브라질월드컵은커녕 최종예선 무대도 밟지 못한다. 최강희 신임 감독의 러브콜을 기다리는 세 ‘전북맨’을 전지훈련 중인 브라질에서 만났다. 대표팀과의 인연도, 각오도 남다른 이동국(33), 김상식(36), 김정우(30)세 사나이의 얘기를 들어봤다. “무조건 이겨” 닥공본색 동국 화려한 비상을 준비하는 ‘라이언킹’ 이동국이 믿는 구석은 최 감독이다. 둘의 인연은 각별하다. 성남에서 바닥을 찍은 이동국은 전북에서 최 감독과 3년새 두 차례 통합우승을 합작했다. 최 감독은 이동국이 슬럼프에 빠졌을 때도, 부상을 당했을 때도 한결같은 신뢰를 보냈다. ‘닥공’(닥치고 공격)의 중심이었다. 중동 쪽의 손짓을 물리치고 전북과 재계약한 것도 최 감독의 존재 때문이었다. 그런 최 감독이 대표팀 사령탑에 앉았다. “분명 대표팀 안 가신다고 했는데….”라고 서운한 척했지만, 사실 은사의 ‘이직’은 그에게도 기회다. 이동국은 “3년 동안 감독님 밑에서 배웠으니까 아무래도 전보다는 편할 것 같다. 감독님이 믿음을 주신 만큼 보답하려고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고 눈을 빛냈다. 강한 확신도 있다. 이동국은 “같은 선수를 가지고 다른 팀을 만들 수 있는 지도자가 최 감독님이다. 분명 다른 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선수의 자질을 최대한 끌어 내는 특별한 ‘매력’이 있단다. “프로에 온 선수라면 어느 정도 실력이 있고, 인정받으며 볼을 찬 선수들이다. 감독님은 압박하지 않으면서 확실히 동기부여를 한다.” 그에게도 어려운 대표팀 상황은 충격이다. “자칫 잘못하면 대한민국 축구가 후퇴하는 벼랑 끝에 서 있다. 최종예선도 아닌 3차 예선에서 이러는 건 상상도 못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쿠웨이트전은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 경기다. 이기는 경기를 해야겠고, 또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5년만이야” 회춘노장 상식최 감독은 “경험 많고 노련한 베테랑을 ‘원포인트릴리프’로 부를 것”이라고 귀띔했다. 노골적이진 않았지만 ‘식사마’ 김상식을 가리킨 말이었다. 18일쯤 발표될 명단 한 자리를 예약한 셈. 김상식은 전북의 ‘믿을맨’. 최고참의 카리스마와 악착같은 근성, 영리한 플레이까지 ‘닥공’의 수비형 미드필더로 탄탄한 중심을 잡았다. 나이가 무색하게 체력도 좋아 회춘했다는 말을 듣는다. K리그 챔피언에 오른 최 감독이 숨은 주인공으로 꼽은 터. 그는 독일월드컵을 포함해 A매치 58경기(2골)에 나선 베테랑이다. 그러나 지난 2007년 아시안컵 이후 태극마크를 달지 못했다. 음주파문에 휘말려 자격정지를 받았고 자연스럽게 명단에서 사라졌다. 이번에 소집되면 5년 만의 복귀다. 김상식은 “이 나이에 대표팀에 뽑힌다면 정말 멋진 일이다. 밑져야 본전 아닌가.”라고 웃었다. “태극마크에 큰 미련은 없지만, 다시 대표팀 유니폼을 입는다는 건 상상만 해도 좋다.” ‘깡’도 대단하다. 김상식은 “한국축구의 운명이 걸린 경기라 부담이 크다.”면서도 “긴장되는 경기가 더 재밌다. 그런 경기를 못 해본 선수도 많은데 해본다는 것 자체가 짜릿하다.”고 했다. 최강희호에 대한 기대도 숨기지 않았다. “최근 대표팀에 가는 선수들을 보면 마지못해 끌려 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최 감독님이 지휘하시면 분위기가 많이 좋아질 거라고 확신한다.” “자존심 회복” 일개미 뼈정우 김정우는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일개미’로 주가를 올렸다. 주전 미드필더로 전 경기 풀타임을 소화했다. 참 부지런히도 뛰어다녔다.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축구인들은 입을 모아 김정우를 칭찬했다. 첫 원정 16강 진출의 일등 공신으로 인정받았지만, 조광래 감독 체제에서는 철저히 ‘찬밥’이었다. 2010년 9월 이란전에는 교체 투입됐다가 21분을 뛰고 다시 교체 아웃되는 수모를 당했다. 4주간 기초군사훈련을 받은 직후라 컨디션이 최악이었다. 그의 축구인생에 교체를 두 번 당하는 경우는 처음이었다고. 이후 태극마크는 ‘남의 떡’이 됐다. 김정우는 “몸이 워낙 안 좋아서 감독님을 탓할 수가 없었다. 상처받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창피하고 조금 섭섭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래도 이제는 “그 사건 이후에 더 열심히 했다. 차라리 잘된 것 같다.”는 여유까지 부렸다. 그만큼 몸 상태도 올라왔고, 정신적으로도 성장했다. 지난해 상주에서는 골잡이로 변신해 ‘뼈트라이커’란 별명도 얻었다. 리그 23경기에서 15골을 터뜨려 숨겨진 공격 본능을 뽐냈다. 지난 연말에는 연봉 대박을 터뜨리며 전북으로 둥지를 옮겼다. 대표팀으로 돌아갈 일만 남았다. 최 감독은 사석에서 “어차피 중앙 미드필더는 김정우-기성용(셀틱) 조합”이라고 했다. 그래서 쿠웨이트전이 중요하다. 실추된 자존심을 곧추세울 절호의 기회. 김정우는 “내가 뛰고 이겼으면 좋겠다. 감독님이 맡으시고 첫 경기인 만큼 좋은 인상을 남기고 싶다.”고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글 사진 이투(브라질)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작년 4월 내부비리 인지… ‘오대표 감옥행’ 경고

    CNK 주가 조작 비리를 푸는 데 피터 존(56) 전 외환은행 부행장이 핵심 인물로 떠올랐다. 존 전 부행장은 CNK 사외이사로 활동하던 중 CNK 내부 비리를 적발해 개미 투자자들의 막대한 피해를 경고했던 인물이다. 지난해 3월 25일 CNK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작년 3월 사외이사로 활동 오덕균 CNK 대표가 존 전 부행장에게 나스닥 상장회사 인수를 위한 펀드 조성을 도와 달라고 요청한 데 따른 결정이었다. 존 전 부행장은 당시 CNK 사무실에서 프레젠테이션(PT)을 경청한 뒤 로이터통신 등에 카메룬 다이아몬드 매장 관련 기사 등을 검토한 뒤 사외이사를 승낙했다. 그는 그러나 회사 출근 뒤 카메룬의 다이아몬드 매장량과 관련해 공인 기관에서 확인한 것도 아니고 탐사를 진행했던 김원사 충남대 지질학과 교수도 사망했다는 말을 듣고 의심을 가졌다. ●다이아몬드 개발 문제점 지적 그러다 지난해 4월 CNK 주가 조작 비리를 인지, ‘CNK 카메룬 다이아몬드 개발 7가지 문제점’을 지적하는 자료를 작성했다. 그의 부인 박모씨는 “당시 남편은 오 대표에게 7가지 문제점을 들며 이런 식으로 하다간 ‘오 대표 감옥 갈 것’이라고 경고했었다.”고 말했다. 존 전 부행장은 사외이사 만료일이 2014년 3월 25일이었지만 선임 2개월도 채 안 된 5월 13일 사임했다. ●“문건 알려지면 MB정권 큰 타격” 박씨는 “지인 2명에게 남편이 작성한 문건을 보여줬더니 이 내용이 외부에 알려지면 MB(이명박 대통령) 정권에 큰 타격이 될 것이라며 빨리 파기하라고 해서 없앴다.”면서 “남편은 한국 개미 투자자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우려했었다.”고 털어놨다. CNK 관계자는 “피터 존은 CNK 관련 내부 자료를 꼼꼼히 검토해 내부 상황을 정확하게 아는 사람 중 한 명”이라고 밝혔다. 김승훈·배경헌기자 hunnam@seoul.co.kr
  • 몸집 큰 꿀벌 들어올린 ‘헐크’ 개미

    ▶원문 및 사진 보러가기 자신보다 몸집이 큰 꿀벌을 잡아 들어올린 ‘헐크’ 개미가 포착됐다. 25일(현지시각) 영국 대중지 더 선 등 외신은 최근 인도네시아 방카섬에서 촬영된 꿀벌과 ‘레슬링’을 하듯 몸싸움 끝에 승리한 개미 사진을 소개했다. 공개된 사진에서 불개미로 보이는 한 작은 곤충이 앞턱으로 자신보다 큰 꿀벌의 날개를 물어 들어 올리고 있어 마치 레슬링의 한 기술을 보여주는 듯하다. 이 같은 장면을 촬영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사진작가 슈웬디 라이(40)는 “꿀벌을 발견했을 때 그 곤충은 이미 개미의 머리 위로 들어 올려져 고통스러워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개미가 꿀벌을 어디로 들고 가려는지 알지 못했다. 마치 나뭇가지 위에서 던져버리려는 듯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그는 이 사진의 이름을 미국의 프로레슬링 프로그램 이름인 ‘스맥 다운’(Smack Down)이라고 붙였다고 한다. 그는 좀더 많은 사진을 촬영하고 싶었지만 개미와 꿀벌이 나뭇가지에서 함께 떨어져 총 2장밖에 건지지 못했다고 밝혔다. 한편 개미과 곤충은 자신의 몸무게보다 20배 이상 무거운 먹이를 쉽게 들어 올릴 수 있다고 알려졌다. 더 선은 “이 작은 동물은 너무 강력하므로 헐크 호갠트(헐크 호간과 개미의 영문명을 합친 말)로 불려야 할 것”이라고 평했다.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독도 미기록 생물 11종 추가 발견

    독도 미기록 생물 11종 추가 발견

    환경부는 독도 생태계 모니터링 내용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미기록 생물 11종을 발견했다고 16일 밝혔다. 환경부 소속기관인 대구환경청(청장 심무경)은 지난해 4월부터 9월까지 진행된 독도 생태계 조사에서 멸종위기 2급 참매와 천연기념물인 원앙을 비롯해 검은가슴물떼새, 삑삑도요 등 조류 4종을 새로 확인했다. 중국머리먼지벌레·극동혹개미·광붙이꽃등에·무궁화밤나방 등 곤충 4종, 지렁이고둥·검은고랑딱개비·검정꽃해변말미잘 등 해양무척추동물 3종도 처음 발견됐다. 이로써 지금까지 확인된 독도 생물은 모두 632종으로 늘어났다. 조사에서는 까락(벼나 보리 등의 낟알 껍질에 붙은 수염)의 길이에 따라 구분해 온 벼과의 외떡잎식물 물피와 돌피가 원래 같은 종인 사실도 유전자 분석을 통해 밝혀졌다. 이 밖에도 국화과 쌍떡잎식물인 해국(다년생 식물)의 전체 유전자 정보를 확보해 유전체 지도를 완성하는 성과도 거뒀다. 한편 대구환경청은 이번 조사 결과를 포함해 독도의 지형·경관·동식물의 사진과 해설을 담은 ‘독도의 생태계’ 도감도 출간했다. 글 유진상기자 jsr@seoul.co.kr 사진 환경부 제공
  • 당국 대응 하루만에… 정치 테마주 반등세

    테마주에 대한 금융당국의 강력한 대응에 급락했던 정치 테마주들이 하루 만인 10일 일제히 반등했다. 일시적인 급락에 따른 반등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일부 종목은 개미들의 매수세가 탄탄해 급등세를 이어갈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안철수연구소 0.47% 올라 대표적인 정치 테마주인 안철수연구소는 전날 4.14% 내렸지만 10일 0.47% 올라 15만 1200원에 마감했다.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의 동생 박지만씨가 1대 주주인 EG도 2.56% 올라 6만 4000원을 기록했다. 박 위원장의 복지 정책에 수혜가 기대되는 종목으로 알려진 아가방컴퍼니는 전날 10% 이상 폭락했다. 하지만 10일 반등에 나서 장중 5% 이상 올랐다가 종합 1.78% 상승, 1만 7200원에 장을 마감했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관련 테마주로 분류된 대현도 1.77% 상승했지만 바른손은 1.55% 내려 정치 테마주로는 드물게 주가가 이틀 연속 하락했다. ●아가방컴퍼니 등도 상승 마감 이 밖에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테마주’로 분류됐던 종목들 가운데 오늘과내일은 상한가를 기록했고 인포뱅크는 2.29%, 가비아는 1.31% 상승했다. 대신증권의 분석팀은 “시장이 물갈이되면서 새롭게 들어온 투자자들로 테마주가 반등한 것으로 보인다.”며 “금감원의 조치가 실질적으로 피부에 와 닿으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선거 때문에 형성된 테마주에 대한 개인 투자자의 매수세를 당국이 막기는 힘들 것”라고 말했다. 한편 포털사이트 다음의 아고라에서는 “금융감독원의 갑작스러운 정치 테마주 관리 발표로 개미들만 손실을 봤다.”며 ‘손해배상청구 또는 재발방지촉구항의’ 서명이 진행 중이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꿀벌 사회도 군인있다”…‘병정벌’ 최초 확인

    “꿀벌 사회도 군인있다”…‘병정벌’ 최초 확인

    개미나 흰개미와 같이 계급 사회가 고도로 분화돼 벌집을 지키는 ‘병정벌’을 보유한 꿀벌 집단이 최초로 확인돼 학계 주목을 받고 있다. 영국 서식스대학 연구팀은 ‘자타이’ 벌로 알려진 브라질의 한 꿀벌 종류에게서 도둑벌 등 침입자를 저지하는 역할을 하는 일명 ‘병정벌’의 존재를 확인했다고 11일 영국 데일리메일 등 외신이 보도했다.  테르라고니스카 앵거스툴라(Tetragonisca angustula)라는 학명을 가진 이 꿀벌은 침 없는 벌로 현지 양봉업계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연구팀은 브라질 파젠다 아레투지나의 한 농장에 있는 자타이벌을 지속적으로 관찰한 결과 병정벌의 존재를 입증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 병정벌들은 다른 일벌보다 보초 역할에 장시간을 들인다. 이들은 벌집 근처를 항시 비행하며 관처럼 된 입구에서 경비를 선다. 한 벌집 군에 약 1만마리의 일벌이 있다면 이들 병정벌은 각각의 한 벌집에 한 마리 정도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이들 병정별은 다른 일벌들보다 몸집이 약 30% 정도 커 비교적 머리가 작아보이지만, 6개의 다리는 더 크고 두껍다. 이는 이들 병정벌이 자신의 벌집을 습격하는 도둑벌들과 싸울때 일벌보다 유리한 신체조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레스트리멜리타 리마오(Lestrimelitta limao)라는 학명을 가진 도둑벌은 일반적으로 이들 꿀벌의 벌집을 습격해 식량을 빼앗아 간다. 만약 도둑벌 무리가 한꺼번에 벌집을 습격한다면 순식간에 벌집을 파괴할 수 있겠지만 도둑벌은 습격할 벌집을 찾기 위해 정찰병을 보낸다. 바로 이들 병정벌은 염탐 온 도둑벌을 싸워 물리치는 것이다. 이 병정벌들은 벌침도 없고 체구도 더 작지만 도둑벌의 몸에 매달려 날개를 물어 날지 못하게 하는 방법으로 벌집을 방어한다. 연구를 이끈 프란시스 레트닉스 교수는 “이들 침없는 벌은 무방비 상태가 아니다.”면서 “자타이벌은 브라질에서 발견되는 가장 일반적인 꿀벌 중 하나지만 그 정교한 방어(기술)은 매우 놀라울만 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 최신호에 상세히 실렸다. ▶ 도둑벌 공격하는 병정벌 영상 보러가기  사진=데일리메일 캡처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겁나게’ 늘어나는 선거인단… ‘급하게’ 수정되는 野 주자들의 구애법

    민주통합당 지도부 선출 과정에서 표결에 참여할 시민 선거인단 수가 5일 40만명을 돌파하면서 당권주자들이 선거 전략을 허겁지겁 수정하고 있다. 폭증한 선거인단 앞에서 사실상 합종연횡이나 조직 동원은 거의 의미를 지니지 못할 만큼 무력화됐다는 판단 때문이다. 투표 반영 비율은 대의원 30%, 당원·시민 70%다. 민주당은 선거인단 모집 마감일인 7일까지 최대 70만명이 참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 당권주자들은 대전 서구 한국교직원공제회관과 평송청소년문화센터에서 각각 열린 합동기자간담회와 대전·충남도당 합동연설회에서 시민 선거인단을 향한 구애에 부심했다. 당권주자들 가운데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한명숙 후보와 박영선 후보는 비교적 여유가 있는 편이다. 국무총리 출신인 한 후보는 소설가 이외수씨를 단장으로 한 지역별 서포터스와 멘토단을 중심으로 시민 선거인단 모집과 투표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 선거에 출마해 인지도를 높인 박 후보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팔로어 5만명 돌파’ 기념으로 6일 서울 마포구 홍익대 앞에서 유권자들과 ‘번개미팅’을 하기로 했다. 시민사회 출신인 문성근(국민의명령)·이학영(전 YMCA 사무총장)·박용진(노동계) 후보도 얼굴에 화색이 감돈다. 이들은 전국 정당화와 정당 개혁을 외치며 2040의 젊은 층에 투표 참여를 촉구했다. 이 후보는 “인적 쇄신 없이는 총선 승리 없다.”고 강조했다. 호남 조직세에 기대하는 박지원 후보는 전날 TV토론 등에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세대는 지식 중산층이다. 젊은 청년들에게 지역구 공천 인센티브 제공은 물론 비례대표로 80~90%를 받아들이겠다.”고 당근책을 제시했다. 시민 선거인단 상당수가 모바일로 참여를 신청한 2040 젊은 세대라는 판단에서다. 반면 같은 호남 출신 이강래 후보는 “유권자를 확정해 설득하는 게 선거인데 허공에다 대고 하는 게 정상이냐.”며 시민 선거인단제의 문제를 꼬집었다. 그러면서도 2040세대에 희망의 정당이 돼야 한다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대중적 인지도가 낮은 이인영 후보는 세대 교체를, 김부겸 후보는 한나라당 텃밭인 대구 출마로 인한 지역구도 타파 등의 명분과 정치 신인 15% 인센티브를 내걸어 시민 선거인단 붙들기에 나섰다. 대전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수 천만년 전 ‘몬스터 개미’ 재탄생 성공

    해외 연구팀이 현재는 거의 발견되지 않는 수백만년 전 고대 개미와 유사한 ‘몬스터 개미’를 재탄생시키는데 성공했다고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이 6일 보도했다. 캐나다 맥길대학교 연구팀은 일반 개미의 유충에서 채취한 호르몬을 변형시켜 일명 ‘슈퍼솔져’(Supersoldier)라 불리는 신종 개미를 만들어냈다. 이 개미는 일반 병정개미나 일개미보다 훨씬 큰 머리와 몸집을 가져 ‘몬스터 개미’라는 별칭으로도 불리며, 일반 개미보다 몸을 사용하는 능력이 훨씬 뛰어나다. 연구팀은 이 몬스터 개미가 3500만~6000만년 전 처음 등장했으며, 특별한 호르몬 조건이 충족될 경우에만 일반 개미와는 다른 외형적 특징을 가진 몬스터 개미로 성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야생상태에서 자연적으로 탄생하기도 하지만 매우 드물며, 인위적으로 호르몬에 자극을 줘 ‘슈퍼솔져’를 탄생시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팀은 “슈퍼솔져 개미는 일반적으로 다른 개미로부터 자신의 집단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면서 “아마도 수천만년 전 살았던 고대 개미의 모습과도 매우 흡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연구가 고대 개미의 습성 및 외형을 알아내는데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과학 전문 매체인 사이언스저널 최신호에 실렸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서울신문 2012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 - 모기/ 하우 (본명 신광수)

    [서울신문 2012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 - 모기/ 하우 (본명 신광수)

    모기/ 하우 (본명 신광수) 등장인물 무영(30대 초반·공무원시험 준비 중) 약희(20대 후반·백화점 화장품 매장 직원) 방역업체 직원 1(40대·제로버그 팀장) 방역업체 직원 2(20대·제로버그 사원) 집주인(40대·중반 여성) 매니저(소리·화장품 매장 관리인) 무 대 왼쪽에 침실과 작은 거실이 딸린 반지하 공간. 햇살을 느낄 수 없으며 어둡고 칙칙한 분위기이다. 거실 벽면 위로 창이 있으나 방충망은 찢기고 구멍도 뚫려 있다. 거실 한편에는 컴퓨터, 벽에는 벽시계가 걸려 있고 밑에는 커다란 동그라미가 그려진 달력이 걸려 있다. 침실에는 침대와 화장대, 구석에는 아기 침대와 모빌이 달려있다. 중장비의 굉음이 멀리서 들려온다. 중장비 소음은 인물들이 등장하여 대화할 때에는 잘 들리지 않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점점 크고 뚜렷하게 들린다. 중장비 소음이 들릴 때마다 무영은 귀를 후비는 습관이 있다. 희미한 침실 조명이 켜져 있고 ‘탁’ 하는 짧은 박수소리 한두 번 들린다. 조명 밝아진다. 무영 저희가 안 나가겠다는 겁니까? 아니잖아요. 아무리 월세를 제때 못 낸다 해도 그렇지 사람이 살 수가 없잖아요. (약희의 눈치를 보며) 알았어요. 그러니까요, 사모님께서 먼저 계약서대로 모기부터 해결부터 해주세요. (사이) 네, 네 알겠습니다, 알겠어요. 무영은 수화기를 휙 던지며 클렌징을 하는 약희의 눈치를 살핀다. 약희 뭐래? 무영 (말없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알았대. 약희 (순간 울컥함을 참고 몸의 구석구석을 살피며) 이것 봐, 이것 보라구. 어! 여기도 물렸네. 아이 가려워. 에이 정말, 여름만 되면 이놈의 집구석은 모기가 온통 벽에 온통 도배를 해요, 도배를… 얘네들은 날개를 폼으로 달았나? 날개가 있으면 날아올라야지, 기름기가 좔좔 흐르는 요 앞 40층짜리 탑궁전 아파트 사람들은 놔두고 (무영을 보며) 바닥보다 낮은 이런 곳으로 기어 들어와서 피곤한 사람, 잠도 못 자게 한담. 무영, 약희를 힐끗 보다 다시 허공에 시선을 응시하며 손뼉을 친다. 약희 잡았어? 무영 어 (씩 웃으며 약희에게 빈 손바닥을 펴 보인다.) 약희(다시 거울을 보며) 그 한 마리를 잡아서 집안의 모기를 도대체 언제 다 없애겠어? (사이) 다 없앨 수나 있겠어? 좋아, 설사 집안의 모기를 다 잡았다고 쳐. 그럼 뭐해, 좀 있다가 집 밖에 있는 모기들이 주택청약 대기자처럼 얼씨구나 들이댈 거 아냐? 무영 미안해. (표정을 바꿔 자신감 있는 태도로) 그래도 오늘 밤만큼은 기필코 밤을 새워서라도 자기랑 울 희망이, 내~가 책임진다. 약희 허구한 날 또 그 소리 (무영의 목소리를 흉내 내며) 자기랑 울 희망이, 내~가 책임진다. 테이프 같으면 벌써 늘어져서 내~~가 책~임진~다. 책임이 뭔지나 아나? 무영 뭐!? 약희 됐어. 그건 그렇고, 난 정말 못 참겠어. 가뜩이나 모기소리가 나면 불면과 신경쇠약에 시달렸는데 이젠 편두통까지, 앵앵거리는 소리만 들으면 미쳐버릴 것 같다구. 이번 여름, 아니 딱 일주일만이라도 모기가 없는 곳에서 살고 싶어. 무영 (혼잣말로) 난, 자기 잔소리 없는 곳에서 단 하루만이라도 살고 싶다. 약희 뭐야! 잔소리? 그럼 지금 당장 짐 싸. 무영 아니, 내 말은… 약희 지금 이 상황에서 내가 잔소리 안 하게 생겼니? 무영(한참 동안 약희의 눈을 피하며) … 약희 이제 집은 어떡할 거야? 이제 보름도 안 남았어. 무영 … 약희 (울컥 치솟는 것을 참으며) 아이 참, 오늘 밤은 또 왜 이리 덥담. 무영 (약희의 눈치를 살피다가) 미안해, 여봉~ 내가 이번 시험만 붙으면… (약희를 안으며) 그리고 오늘 밤만큼은 자기하고 울 희망이, 내가 밤 새워서라도 모기들한테서 지켜줄게. 약희 (무영을 뿌리친 후) 더워 더워, 끈적거려, 붙지 말래두. 에어컨도 없는 집에서… 어! 빨리 손 안 치워? 무영 (머쓱한 듯 손을 빼며) … 약희 그리고 ‘이번 시험만 붙으면’ 이라는 말 도대체 몇 번째야. 이제 지긋지긋하니까, 먼저 모기 다 없애기 전까지 내 몸에 손도 대지 마. 무영 (약희를 한동안 말없이 쳐다보다가) 이놈의 모기들 오늘 밤 다 (목소리를 낮추며) 죽었어. 무영은 약희를 계속 쳐다보다가 ‘앵’ 하는 소리와 함께 순간 ‘탁’ 하고 박수를 친다. 그리고 잠시 광기 어린 무영의 얼굴이 살짝 비친 후 조명 꺼진다. 조명 켜지면 창밖에는 매미 울음소리와 함께 보다 커진 중장비 소음이 들려온다. 반바지 차림에 부스스한 몰골의 무영은 처음에는 귀를 후비다가 나중에는 귀를 막는다. 이후 한참 만에 전화벨이 울리는 것을 확인하고 망설이다가 전화를 받는다. 약희 지금까지 잔 거야? 무영 아, 아냐, 진작 일어났지. 지금 기출 문제 동영상 강의 듣고 있어. (사이) 정말이야. 자 들어봐. (아이 젖병을 꺼내면서, 목소리를 바꿔) 네, 지난 5년간의 기출문제 유형을 종합하여 정리한다면, 이번 10월에 있을 공무원 9급 공채시험의 경향을 파악할 수 있겠죠. 그래서 이번 7주차 강의는~ 약희 됐어, 됐어. 소리 좀 줄여. 무영 거봐, 날 뭘로 보구. 흠 약희 잊지는 않았지? 자기가 한 약속, 이번이 진짜 마지막이야. 무영 또 또 시작이다. 알았어요. 남자로 아니 가장으로, 아니 좋다. 울 희망이 이름을 걸고 약속한다. 약희 애는? 무영 엉, 지금 분유 타서 먹이려… 때마침 아이 우는 소리 약희 뭐야, 애 분유는 시간 맞춰 먹여야 한다고 했잖아. 그리고 알고 있지? 유아들한테 전자 모기향이나 에프킬라, 절대 안 되는 거. 무영 알아 알아. 약희 그저 말로만… 저기 그런데, 오늘 연락… 왔어? 무영 … 약희 (울컥 차오르는 것을 누르며) 아이 진짜, 그보다 먼저 진짜 집에 있는 모기 좀 당장 어떻게 좀 해봐. 나 지금 코끝을 물려서 완전 딸기코야. 며칠째 모기가 앵앵거려 잠을 설치니까, 얼굴이 부어서 화장으로도 안 가려지잖아. 무영 … 약희 (갑자기 너스레를 떨며) 그것 때문에 고객들하고 상담할 때 자꾸 얼굴을 숙이니까 매니저가 자꾸 눈치 주는 거 있지. 내가 말했지? 그 사람 성질 더러운 거. 뭐냐, 뉴월드 백화점의 얼굴인 슈넬화장품 직원 태도가 뭐냐구… (사이) 내말 듣고 있지? 무영 … 어. 약희 그리고 집주인이 많이 삐친 것 같으니까 자기가 먼저 전화해서 어떡해서든 집주인 비위 잘 맞추고 우리 사정을 잘 말해봐. 무영 (말없이 잠시 침묵하다가) 저기 자기야, 사실… 약희 어? 무영 사실은, 자기 출근하고 바로 집주인한테 연락이 왔었어. 약희 그래! 뭐라구 해? 아니, 자긴 뭐라고 했어? 무영 먼저 모기를 싹 없애 주겠대. 약희 야! 진짜? … 무영 그리고… 약희 그리고? 무영 이번 달까지… 약희 …나가래? 무영 … 약희 그러‥면, 결국 자기 뜻대로 하겠다는 거잖아. 그, 그러면 우리는? 우리는 어떡하구. 완전히 길바닥에 나앉아 죽으라는 거잖아. 그래서 자긴 뭐랬어? 무영 … 그, 그래도 우리집 구조상 모기를 싹 없애긴 쉽지 않을 거야. 그건 자기가 더 잘 알잖아. (사이) 그럼 작성한 계약서대로 모기를 다 없앨 때까지 나갈 수 없다고 버텨봐야지 뭐. 약희 (끓어오르는 것을 다스리며)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해? 그리고 집주인이 집안에 있는 모기를 진짜 다 없애면 그땐 어떡할 거야? 무영 그땐, … 사정이야기를 해봐야겠지. 그리고 우리는 우리대로… 약희 당신, 분명히 자기가 책임진다고 했어. 그럼 이번에야말로 가장의 책임감이 뭔지 보여줘. 아니면 우리 가족 모두 그냥 확! 무영 … 약희 아 네~ 팀장님. (목소리를 낮추며) 나 오늘 저녁에 늦어. 무영 어! 잠깐 …안 되는데. 전화가 끊기자 무영은 뚜뚜뚜뚜 소리를 한참 동안 멍하니 듣다가 전화를 끊는다. 이후 젖병을 든 채 잠시 두리번거리다가, 침대와 창문 등, 집안 구석구석을 둘러본 후 아기 침대 쪽에서 모기 잡는 시늉을 하며 한참 동안 좁은 거실을 서성거린다. 이때 귀를 후비면서도 전화기에 시선을 놓지 않는다. 그 후 결심한 듯 전화기로 다가가 전화기를 들었다가 잠시 생각하더니 다시 전화기를 내던진다. 그 순간 전화벨이 울린다. 무영 (조심조심 다가가 전화기를 들며) 여, 여보~세요? 목소리 이무영씨 댁 맞습니까? 무영 그, 그런데요. 목소리 집주인이 김수영씨 맞으시죠? 제로버그입니다. 무영 제로버그? 그런데… 목소리 이 집 주인께서 의뢰하셨습니다. 그럼, 바로 출동하겠습니다. 전화를 끊자마자 바로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 당황한 무영이 문을 열자 방역업체 직원1, 2 등장. 방역업체 직원은 빨간 모자에 동일한 유니폼(모기 박멸 프린팅)과 헤드셋 마이크를 착용하였고, 직원1은 고글을 쓰고 지시봉을, 직원2는 특이한 가방을 들고 있다. 방역업체 직원1 제로버그입니다. 고객님, 잘 아시겠지만 저희 회사는 ‘고객님의 건강과 행복’이라는 슬로건 아래 타업체와 비교할 수 없는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시스템을 통하여 해충 없는 깨끗하고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는 곳입니다. 저희 회사가 하는 일을 좀 더 자세히 말씀드리면… 바퀴벌레, 개미, 진드기, 거미, 모기, 집게벌레, 이, 좀벌레, 파리 등등을 박멸하는 곳이죠. 직원1이 이야기하는 동안 직원2는 무영을 가볍게 밀치며 돋보기를 들고 분주히 집안 구석구석을 관찰하며, 수첩에 무엇인가를 적고 있다. 무영은 그런 직원2를 힐끗 보다가 다시 직원1을 다시 본다. 무영 (벙벙한 표정으로) 아, 네. 그런데 어떻게 벌써… 방역업체 직원1 (말을 자르며) 스피듭니다, 저희 팀 모토는 스피드 앤 퍼펙트, 다시 말해서 신속 완벽. (명함을 주며) 저희는 스카~이 파트입니다. 무영 스카이요? 방역업체 직원1 네, 스카이. 하늘, 다시 말해서 날아다니는 해충 중, 피를 빠는 모기만을 전문으로 하고 있죠. 무영 모기를요? 방역업체 직원1 (고글을 벗고 주변을 둘러보며) 들은 바대로 이곳은 모기들이 살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네요. 무영 누구에게 그런 이야기를… 방역업체 직원1 (말을 끊으며 짧게) 아! 걱정 마십시오. 방역업체 직원2 팀장님. 이 집에는 모기가 23마리, 파리가 12마리, 바퀴벌레가 44마리, 그리고 쥐 4마리가 서식하고 있습니다. 방역업체 직원1 그래, 위치는? 방역업체 직원2 다 파악됐습니다. 방역업체 직원1 그럼 바로 시작하지. 방역업체 직원1과 2. 가방에서 정체 모를 장비와 파리채를 꺼낸 후, 집안을 돌아다니며 체크한 후 구석구석에 커다란 모기박멸 스티커를 붙인다. 그 후 갑자기 책을 꺼내 천장으로 던지고, 파리채를 마구 휘두른다. 이때 무영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과 불안한 몸짓으로 그들의 행동을 지켜본다. 무영 어어, 저저, 저걸 (이때 방역업체 직원1과 눈이 딱 마주치자) 저, 저기요… 혹시 살충제 같은 것을 뿌리나요. 우리 아이가 아직 어려서… 방역업체 직원1 (순간 단호한 표정으로) 걱정 마십시오. 저희 회사는 그런 비과학적인 방법은 사용하지 않습니다. 이때 방역업체 직원2는 두세 차례 손뼉을 치며, 모기를 잡는 행동을 한다. 무영 (방역업체 직원2를 보며) 아, 네에. 방역업체 직원2 어어, 거기 팀장님. 순간 방역업체 직원1, 재빠른 동작으로 손뼉을 친다. (손뼉을 칠 때의 동작은 전통 무예의 한 동작과 유사하다.) 잠시 후 손바닥을 펴 무영에게 보여주며 입가에 흐뭇한 미소를 띤다. 무영도 마지못해 웃음을 짓는다. 방역업체 직원1 (약간 고압적인 자세를 띠며) 잠깐만요, 이무영씨. 이 집에서 모기를 완전히 뿌리를 뽑고 싶으시죠? 무영 무물, 물론~이겠죠. 방역업체 직원1 음, 현실적으로 이 집의 구조상 모기를 완전히 박멸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무영 (화색을 띠며) 그, 그런가요? 방역업체 직원1 하지만, 저희가 누구입니까? 해충박멸의 신화 제로버그의 스카이팀. 괜히 스카이가 아니죠. 저희에게 불가능은 없습니다. 무영 아 아, 네. 방역업체 직원1 그럼, 먼저 이무영씨에게 모기를 완전히 박멸하기 위해 필요한 기본적인 몇 가지 자세에 대해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주먹을 불끈 쥐며) 첫째, 모기는 우리 가족의 피를 빠는 적이다. (무영을 뚫어져라 응시하며) 무영씨, 지긋지긋한 모기를 박멸하고 싶지 않으시나요? 무영 그, 그렇긴 하지만… 방역업체 직원1 (말을 끊으며) 그렇다면 마지막은 복창해 주세요. (굳은 표정으로) 피를 빠는 적이다. 무영 … 방역업체 직원1 (무영을 지그시 응시하며) 피 무영 (고개를 순간 돌리며) … 방역업체 직원1 (아주 낮은 저음으로) 피 무영 피, 피 방역업체 직원1 피를 빠는…적이다. 무영 (위세에 눌려 마지못해) 피이…를 빠는 적이다. 방역업체 직원1 (분위기를 바꿔 경쾌하게) 일부 모기가 나와 가족의 피를 머금었다고 해서 피를 나눈 형제처럼 여기는 감상적인 생각이나 동정은 금물입니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적개심만이 필요하죠. (다시 힘 있게 주먹을 조금 치켜들며) 둘째, 모기는 애완동물이 아니다. 무영 … 방역업체 직원1 (강압적인 어투로) 애, 애 무영 애, 애 방역업체 직원1 애완동물이 아니다. 무영 (동작마저 따라하며) 애완동물, 애완동물이 아니다. 방역업체 직원1 취향이 아주 아주 독특한 일부 사람들 중에는 개와 고양이와 같은 일반적인 애완동물에 싫증을 느껴, 모기를 애완용 곤충쯤으로 여기고 사육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무영을 보며) 자기 몸으로 말이죠. 물론 극소수의 사람들입니다. 하하하. 무영 (억지웃음을 지으며) 아, 네. 방역업체 직원1 (큰 동작으로 손끝을 하늘로 뻗다가 날갯짓을 하며) 셋째, 모기는 천사가 아니다. 무영 … 방역업체 직원1 (무영을 노려보며 힘을 주며) 천사가… 무영 천, 천사가 아니다. 방역업체 직원1 가끔 자신의 옥탑방을 천당이라고 우기는 사람들 중에는 모기의 앵~ 하는 소리를 천사의 음성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간혹 있습니다. (살짝 무영을 응시하며) 이런 사람의 특징은… 무영 (멈칫하다가 손을 내저으며) 아니, 아니에요. 방역업체 직원1 넷째, 모기는 여자가 아니다. 무영 (조금 놀라며) 여자, 여자가 아니다. 방역업체 직원1 (무영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알고 계시죠? 흡혈을 하는 것은 모두 암컷들인 거. 무영 (어색한 웃음) … 방역업체 직원1 (무영에게 얼굴을 들이대며) 그들의 정신세계는 아주 독특해서 여자에게는 관심이 없습니다. 오직 암컷들에게만, 그래서 모기를 아내나 애인처럼 생각하죠. (몰입하며) 모기가 자기의 몸에 빨대를 꽂는 바로 그… 순간을 즐기죠. 무영 아, 네에. 방역업체 직원1 마지막으로… 모기는 집주인이 아니다. 무영 (침을 삼키며) 모기는 집주인, 이…다. 방역업체 직원1 (가늘게 실눈을 뜨며) 흠… 극히 일부의 세입자 중에는 집안에 모기를 대할 때 당황하거나 조금 심한 경우는 두려워하기도 합니다. 마치 집주인을 대하듯 말이죠. 지난달에는 모기에게 안방을 내주고도 어찌할 바를 모른 채 발만 동동 구르는 세입자를 봤습니다. 물론 그와 반대인 상황도 있습니다. (무영을 지그시 응시한 채로 점점 다가가며) 그럴 경우 모기소리와 집주인의 목소리를 동일시합니다. 그래서 모기소리만 나면 히스테리를 부리죠. 그간 당했던 설움과 쌓였던 분노를 집주인에게 마구마구 쏟아 내듯 말이죠. (갑자기 표정을 확 바꾸며) 네, 고객님께서 꼭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제 경험에 비춰봤을 때 이런 경우도 있다는 겁니다. (자신감 있는 웃음을 지으며) 이런 경우를 제외한다면 모기는 100% 박멸 가능합니다. 이때 방역업체 직원2가 다가온다. 방역업체 직원2 팀장님, 이제 모기를 완전히 퇴치했습니다. 무영 벌, 벌써요? 방역업체 직원1 스피드 앤 퍼펙트, OK? 방역업체 직원2 (엄지와 집게손가락을 들며) 이게 끝까지 남아 있던 놈으로 23마리째입니다. 방역업체 직원1 음, 좋아. (무영을 보며) 그럼 여기 점검 내역에 서명을 부탁드립니다. 무영 … 무영이 마지못해 받은 내역서를 살피며 서명을 망설이자 방역업체 직원1은 어깨를 으쓱하며 자신감 있는 태도를 보인다. 그러나 무영이 주변을 둘러보며 계속 머뭇거리는 태도를 보이자, 방역업체 직원들의 태도가 서서히 위압적인 태도로 바뀐다. 이에 무영은 마지못해 서명을 하고, 방역업체 직원1은 뭔가를 해낸 듯한 표정을 지으며 방역업체 직원2에게 서류를 건넨다. 무영 그런데, 저기… 방역업체 직원1 네? 무영 (쭈뼛쭈뼛 머뭇거리다가) 아! 쥐나 바퀴벌레 같은 거는… 방역업체 직원1 음. (단호한 표정으로) 스카이, 아까 말씀드렸죠, 저희는 모기 전문입니다. 무영 아하! 스카이 방역업체 직원1 혹시 다른 해충을 박멸하시려면, 바닥 쪽이나, 구멍 쪽으로 연락주세요. 그 팀들도 프롭니다. (절도 있는 자세로) 저희 제로버그는 과학적이고 완벽한 서비스를 통해 100% 고객만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리고 추후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지 연락 주십시오. (사이) 물론 완벽하겠지만요. 방역업체 직원1, 2 목례 후 바로 퇴장하자 전체 조명이 어둡게 깔린다. 무영은 집안 구석구석을 둘러본 후, 깊은 한숨을 내쉰다. 그 후 잠시 우스꽝스럽게 모기 흉내와 함께 모기를 잡는 행동을 한 후 한참 동안 의자에 멍하니 앉아 있다. 매미소리와 중장비 소음은 점점 크게 들려온다. 무영은 갑자기 귀를 후비기 시작하는데, 시간이 갈수록 점점 세게 귀를 후빈다. 이때 오른쪽 조명이 들어오면 백화점 유니폼을 입은 약희, 공손하게 고개를 숙이고 약간은 울먹이며 매장 매니저에게 경고를 받고 있다. 매니저 이것 보세요. 김약희씨, 이게 도대체 이게 말이나 됩니까? 매장에서는 절대 기대거나 의자에 앉으면 안 되는 거, 사적인 통화 금지, 그리고 제일 중요한 비주얼, 비주얼 관리, 잘 아시잖아요. (사이) 그런데 그걸 잘 아는 사람이 술 마신 사람 마냥 코끝이 벌겋게 부풀어 있어요? 약희 그게 모기가… 매니저 그 핑계 그만, 이게 벌써 며칠쨉니까? 고객들이 퉁퉁 부은 코에 억지 웃음을 짓는 당신을 보고 우리 화장품을 사서 바르고 싶겠어요? 도대체 어쩌자는 겁니까? (사이) 죄송 죄송 그러지 말고 속 시원히 말을 해보세요. (사이) 요즘 김약희씨를 보니까 서비스 마인드 교육이 아주, 정말, 매우 필요한 것 같군요. (사이) 계약서 내용은 잘 알고 있죠? 약희 …네 매니저 계약 위반 시에는… 약희 … 매니저 됐어요. (사이) 이만 됐구요, 서로 피곤해질 것 같으니까 이만 하죠. 다음 주부터는 서로 볼일이 없으면 좋겠네요. 약희 네!? 매니저 제 말 뜻 아시죠? 김약희씨. 흐느끼며 털썩 주저앉는 약희, 조명이 점차 어두워진다. 매미소리와 중장비 소음, 그리고 아이 칭얼거리는 소리와 알 수 없는 이상야릇한 소리가 간간이 들린다. 무대가 점점 밝아지면 무영은 헤드셋을 끼고 책상에 엎드려 졸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이때 현관 문소리가 나면서 약희가 들어온다. 현관 문소리에 무영은 순간 벌떡 일어나 부스스한 얼굴을 하고 거실로 나온다. 무영 왔어?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나? (벽시계를 돌아보며) 어! 뭐야, 오늘 늦는다며 일찍 왔네? 약희 (모든 의욕을 상실한 표정으로) 나한테 말 시키지 마. 무영 뭔 일 있나? 아님, 땡땡이! 약희 (고개를 떨구며) … 무영 (살짝 건드리며) 내가 보고 싶어서 땡땡이 쳤구나. 그렇구나, 맞지? 약희 (말을 끊고 매섭게 노려보며) 나한테 말 시키지 말랬지. 무영 (움찔하다가 눈치를 보며) 왜 그래? 약희 당신은 도대체 뭐야? 마누라는 매일 뼈 빠지게 일하는데, 가장이란 사람이 1시가 넘도록 잠이나 퍼질러 자고, 그러고도 당신이 우리집 가장이라고 할 수 있어? 울 희망이 아빠냐고? 무영 약희야, 왜 그래, 농담한 걸 가지고 약희 됐어. 오늘은 아무 이야기도 하지 마. 듣고 싶지 않아. 무영 자기, 무슨 일 있어? 갑자기 일하다 말고 집에 와서 약희 듣고 싶지 않다고 했지. (몸서리를 치며) 당신은 몰라. 아무도 내 맘 모른다구. 무영 (순간 당황하며) 아 참, 낮잠 좀 잤다고 그러는 거야? (약희를 달래며) 오늘 동영상 강의 듣다가 너무 졸려서, 알잖아. 며칠째 밤새 자기랑 울 희망이 옆에서 모기 잡은 거. (사이) 매일 힘들게 고생하는 자기하고 울 희망이한테 남편과 아빠로서 해줄 게 있어야지. (가슴을 두드리며) 나만 믿어. 내가 이번 시험만 붙으면… 이때 이상한 야릇한 소리가 더 분명하게 들린다. 그러자 무영과 흐느끼던 약희, 동시에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그러다가 갑자기 무영이 컴퓨터 앞으로 뛰어간다. 허둥거리며 마우스를 잡는 무영. 잠시 후 무영에게 서서히 다가가는 약희. 무영 아니, 그게 말이야. 있잖아. 아이 참 (표정을 바꾸며) 자기야 미안. 약희 (이를 악물고 쓴웃음을 지으며) 미안하다는 말, 하지도 마. 당신, 나한테 아니 우리 희망이한테 부끄럽지도 않아? 무영 (머뭇거리며) 약희야, 내 말도 좀 들어봐. 그렇잖아, 내 사정이… 내가 자기한테 붙으면 덥다고, 피곤하다고, 도대체 이게 며칠째야. 석 달은 된 것 같다. 그래서 동영상 강의 듣다가 잠깐, 머리 식히려고… 그냥… (살짝 웃으며) 남자들은 원래 다 그러잖아. 약희, 어이없는 표정 후 분을 삭이는 표정을 짓다 지그시 눈을 감는다. 이때 아이의 칭얼거리는 소리가 점점 커지자 약희는 눈물을 훔치며 젖병을 챙겨 아이에게 물리나 칭얼거리는 소리는 멈추지 않는다. 약희 아가 아가, 괜찮아, 괜찮아. 무영 (약희에게 다가가며) 그러니까… 약희 가까이 오지 마, 당신 불결해. 무영 약희야, 저기… 약희 말하지도 마. 다, 당신, 말소리, 굶주린 모기가… 앵앵거리는 것 같아. 무영 (더 가까이 다가가며) 미안해, 내가 약희 (조금 더 악을 쓰며) 가까이 오지 말랬지. 피를 노리는 굶주린 모기…아니 모기보다도 못한… 무영 (멍한 듯 말을 잇지 못하며) 아무리 그래도… (순간 쓴웃음 지으며) 남편한테 모기는 너무, 너무했다. 약희 (어이없는 표정으로) 너무하다고, 너무하다고, 내가 너무하다고. 김약희 내가? 으흐…흐…흑 난 처음에 당신이 생각이 깊은 줄로만 알았어, 또 누군가를 진정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지. (사이) 생각이 깊어? 흐… (손가락을 흔들며) 오, 노~ 당신은, 당신은 우유부단했던 거야. 다른 사람을 배려, 흐흐, 당신은 원래 당신의 밥그릇조차 지킬 용기나 배짱이 없는 사람이었어. 흐…흐 이젠 지긋지긋해. 하루 종일 햇빛도 안 드는 비좁은 이 집, 매니저와 손님의 비위 맞추느라 짓는 억지웃음, 매일 말뿐이고 책임감도 없는 무기력한 당신, 그런 당신을 믿고 의지할 수밖에 없는 나, 그리고, 그리고,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달라지지 않을 것 같은 우리의 미래 (팔을 휘젓다가 순간 신경질적으로 신발과 책 등을 벽과 천장에 마구 내던지며) 특히 이놈의 성가신, 성가신 모기들도, 그리고 당신도… (폭발하며) 모두 모두 다 내 눈앞에서 사라져, 사라져버리라구. 무영 … 약희야! 어찌할 바를 모르던 무영이 세차게 흐느끼고 있는 약희를 보며 용기를 내어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리려 하자 약희가 무영의 손을 가로막으며 돌아선다. 무영은 한참을 멍하게 서 있다가 의자에 털썩 주저앉는다. 이때부터 조명은 무영의 행동에 집중되며 중장비 굉음이 점점 크게 들려온다. 이때 전화벨이 울리자 무영은 한동안 심장박동이 걷잡을 수 없이 빨라짐을 느끼며 전화를 받는다. 무영 여, 여보, 여보세요 집주인 (소리만)마침 집에 있었네. 그쪽이 사인한 것 봤어요. 그럼 이제 그쪽이 약속을 지킬 차례네요. 제 말뜻 아시죠? 그럼 이만. 무영의 심장박동은 더욱 요동치며 점차 조명이 점차 어두워진다. 조명이 거의 사라질 무렵 우렁찬 목소리와 함께 무영에게 조명이 집중된다. 무영 그런데, 그런데, 이건 너무 일방적이지 않습니까? 무조건 정해진 날까지 집을 비워달라니요. 저희 세입자 입장을 조금만, 아주 조금만 더 생각해 주세요. 집주인 (소리만)계약서, 계약서, 몰라요? 무영 그래서, 그래서, 조금만 더 배려를… 배려를 부탁드리는 것 아닙니까. 이번 가을까지, 아니, 다음 달까지라도… 집주인 (소리만)…… 배려라? 누굴 배려? 내가 당신들을? 난, 여태 배려했어요. 내 집에서 살도록 해줬잖아요? 물론 월세지만, 그리고 집세도 못 내는 당신들이 우긴, 그 말도 안 되는 그 요구, 그래서 이렇게 방역업체까지 불러 모기소리도 싹 없애 줬어요. 이만하면 집주인으로서의 충분한 배려 아닌가? 무영 네, 네 맞습니다. 하지만 저…저도 (침을 삼키며) 몇 년간 여기 살면서 집세를 올려달라면 달라는 대로, 수도세 전기세 밀린 적 한번 없이, 때 맞춰 군말 없이 해드렸습니다. 한겨울에 보일러가 터져도, 장마철에는 방바닥에서 물이 올라와 곰팡이가 온 벽을 뒤덮어도, 한여름에는 방충망이 찢겨져서 온갖 해충들이 득실거려도, 그리고 지금처럼 하루 종일 공사 소음에 시달려 귀가 멍멍해져도 아무 불평 없이 지냈습니다. (사이) 작년 겨울 실직만 안 했어도 이런 부탁까지는 드리지 않았을 겁니다. 어떻게든 이번 가을에 치를 시험까지라도, 아니 다음 달 우리 애 돌까지만이라도 (무릎을 꿇으며) 제발 제발… 부탁드립니다. 집주인 (소리만)그래요, 듣고 보니 안타깝기는 하네요. 하지만 이를 어쩌나. 부탁은 내가 해야 되겠는 걸. 지금 공사가 지연된다고 재개발 조합에서 난리네요. 계약서대로 세입자를 내보내 집을 비우라구요. 그쪽이 용안 4동 재개발 구역에 거의 끝까지 남은 세대라는 거, 알고는 있었죠? 당신들이 나가야 우리 구역 철거가 마무리되거든요.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나도 투자를 한 입장에서 손해 볼 수는 없잖아요. 그러니 이제 당신들은 계약서대로 나가주면 되는 거예요. 내 말 알아듣죠? 배려라? 배려라면 이번에는 당신들 차례인 것 같은데 무영이 털썩 주저앉자 바로 조명 꺼진다. 어둠 속에서 한동안 귀를 막고 머리를 감싸던 무영이 어느 순간부터 어떤 소리를 집요하게 찾고, 약희는 집안을 정리한다. 무대가 점차 밝아지면 무대의 가재도구는 모두 정리가 되고 커다란 박스 두어 개와 여행용 가방이 무대 중앙에 있다. 약희는 넋이 나간 표정으로 달력을 무심히 바라보다가 일어나 벽에 걸린 달력을 뜯는다. 그러자 다음 달력에 커다란 동그라미가 보인다. 이때도 무영은 계속 귀를 후비며, 집안 구석구석을 살피며 뭔가를 찾고 있다. 약희 (달력을 보며) 뭐해? 무영 … 약희 뭐하냐구? 무영 찾고 있어. 약희 (심드렁하게) 뭘? 무영 (잠시 머뭇거리다가) 있어, 지금 어딘가에 있어. 약희 그러니까 뭐가 있냐구? 무영 (주변을 계속 살피며) 모기 약희 (힐끗 보며) 모기? 무영 안 들려, 소리? 지금 막 몰려오고 있잖아. 봐, 앵~앵 약희 (무영을 쳐다보다가 잠시 귀를 기울이며) 도대체 무슨 소리? 무영 아, 미치겠네. 에이, 도저히 안 되겠다. 무영은 계속 구석구석 살피다가 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 지갑을 뒤지기 시작한다. 이때 전화벨이 울리자 약희가 전화를 바로 받는다. 약희 여보세요? 집주인 아직 있었나보네. 약희 … 네. 집주인 하긴 이틀이나 남았으니까. 지금 문 앞에 있어요. 약희 네? 알이 큰 색안경에 명품가방을 든 40대 여성이 현관문으로 들어온다. 이때도 무영은 집주인을 본 체 만 체 한쪽 구석에서 뭔가를 찾고 있다. 집주인 (무영을 힐끗 본 후, 핸드폰을 가방에 넣으며) 댁 남편한테 이야기는 들었죠? 약희 … 집주인 (색안경을 벗고 여행용 가방의 손잡이를 잡으며) 그런데 갈 곳은 정해졌~ (손잡이가 쑥 들어가자) 어머! 나? 약희 걱정 마세요. 날짜 되면 알아서 나갈 테니까. 무영 (혼잣말로) 어딨더라. 여깄다. (명함을 보며) 오이제로에 제로제로제로제로.   핸드폰 발신 신호 후 제로버그회사의 경쾌한 컬러링이 들린다. 집주인은 자세를 가다듬고 눈을 내리깔며 집안 구석구석을 훑어본다.   집주인 (핸드백에서 봉투를 꺼내며) 여기, 이사비용하고 남은 보증금, 다 까먹고 얼마 남지도 않았지만 (약희가 신경질적으로 봉투를 받자) 거, 세어 봐요. 약희 (눈으로 대충 보며) 맞겠죠. 집주인 그런데 모기, 이제 더 없죠? (팔목과 다리를 긁적이며) 어휴, 그런데 왜 이렇게 간지러워. 하긴 이런 구질구질한 데서 내 피부에 트러블이 안 생기면 그게 이상한 거지. 소리 (경쾌한 소리로) 스피디하게 모시겠습니다. 제로버그입니다. 무영 (손짓을 하며) 있어요, 우리 집에 모기가 있어요. 커다란 모기떼가 몰려왔어요. 집주인 (깜짝 놀라 두리번거리며) 이게 무슨 소리야? 모기? 소리 네? 잠시 만요, 고객님. 담당자를 바꿔 드릴게요. 방역업체 직원1 네, 스카이 팀장입니다. 무슨 일이시죠? 무영 지금 우리집에 난리가 났어요. 어마어마한 모기떼가 몰려오고 있어요. 집주인 (놀란 눈으로 주변을 살피며) 모기떼? 방역업체 직원1 네? 이무영씨 이무영씨, 맞죠? 그런데 모기가 있다구요? 그것도 떼로? 무영 (확신에 찬 목소리로) 네. 아주 어마어마한, 그리고 커다란 방역업체 직원1 그럴 리가요? 그럼 본인이 직접 눈으로 확인했나요? 무영 소리가 들려요. (핸드폰을 공중에 대며) 수십 마리 아니 수백 마리의 모기떼 소리가 마구마구 들려요. 방역업체 직원1 그래요? 음… 바로 출동하죠.   무영이 잠시 큰 동작으로 모기를 쫓는 시늉을 하다가 귀를 막는다. 약희는 이런 무영의 행동에 당황하나, 그렇다고 무영을 말리지는 않는다. 하지만 집주인은 무영의 행동에 많이 놀란 눈치이다. 그러다가 잠시 집주인과 무영의 눈이 마주친다. 이때 둘 사이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흐르는데, 갑자기 무영이 집주인에게 다가가 집주인의 뒷목을 찰싹 친다.   집주인 아! 뭐야? 무영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목이, 거기가 집주인 목! 모기요? 무영 그러니까 모기가 모게, 모기가 모게… 집주인 네? 모…모기!   집주인이 목 주변을 문지르며 긁다가 핸드백에서 거울을 꺼내 본다. 순간 멈추며 무영을 노려보지만, 무영은 무관심하게 계속해서 집안 구석구석을 둘러보고 있다. 바로 이때 초인종이 울리고 방역업체직원1, 2가 등장한다.   방역업체 직원2 네, 제로버그입니… 무영 빨리요 빨리. 이 모기들 좀, 정말 미치겠어요. 얘네들 좀 보세요. (손가락으로 허공과 집주인을 가리키며) 여기 여기, 지금도 막 나한테 달려들잖아요. 방역업체 직원1 (무영을 응시하다가 직원2를 힐끗 보고) 확인하지.   직원2는 바로 장비를 들고 구석구석을 확인한다.   무영 이놈의 모기들이 처음에는 한두 마리가 앵앵거리다가 지금은 숨어 있는 놈들까지 몰려나와 날 쫓아오는 거예요. 방역업체 직원1 그래요? 본인이 눈으로 직접 확인하셨다고 하셨죠? 무영 그, 그럼요.   방역업체 직원1이 고개를 살짝 갸웃거리며 집주인과 약희에게 동의하느냐고 묻는 손짓을 취하자 약희는 모른 척 눈길을 피하고 집주인은 계속해서 몸을 긁적이며 모기를 피하는 몸짓을 취한다. 이때 방역업체 직원2가 직원1에게 다가온다.   방역업체 직원2 팀장님, 확인 결과 이곳에는 모기는 물론 날파리 한 마리도 없습니다. 방역업체 직원1 역시 (무영을 보며) 들으셨죠? 무영 그럴 리가… 지금 이 소리 안 들려요? 지금 막 앵앵거리잖아요. 와, 미치겠네. 여길 보시라니까요. 여기 여기요, 이곳에서 났다가 아니 저기서… 방역업체 직원1 어디? 여기? 도대체 어디요? 한 마리라도 잡아보세요. 무영 (주변을 마구 돌면서 구석구석을 가리키다가 직원1을 돌아보며) 한…마리? 방역업체 직원1 (검지를 흔들며 단호하게) 한 마리! 우리 제로버그 스카이팀은 지금까지 단 한 차례의 리콜도 없는 퍼펙~팀입니다. 무영 퍼․펙․트! 방역업체 직원1 (짧게) 네, 퍼펙트. 집주인 그, 그럼 뭐야? 아까 내 목을 내리친 것은, 일부러… 이 사람들 안 되겠네. (뒷목의 부여잡으며) 이젠 폭행까지, 아이고 목이야, 아이고 목이야. 약희 폭행이라니요? 모기 잡을 때처럼 살짝 친 것을 가지고 집주인 살짝? 이게 살짝이야? (방역업체 직원2를 보며) 거기 젊은 총각, 이걸 보라고, 여기 여기, 보이지? 빨갛게 손자국 난 거. 방역업체 직원2 (집주인의 목 가까이 얼굴을 대고 살펴보다가) 제가 보기에는 그냥… 집주인 그냥? 그냥 뭐? 방역업체 직원2 그러니까, 그러니까… 그냥 손톱으로 긁은 자국인데요.   어수선한 와중에 무영은 사람들의 대화에서 벗어나 있고 이러한 무영을 방역업체 직원1이 주의 깊게 살핀다.   방역업체 직원1 (곰곰이 생각하다가) 잠시, 잠시만요, 음, 제가 보기에는 아무래도… 이무영씨에게 들리는 모기 소리는 일시적인 환청인 듯합니다. 약희 (놀라며) 화,화, 환청이요? 방역업체 직원1 네, 맞습니다. 환청. 과도한 스트레스나 심리적 불안으로 인해 실제 없는 소리가 들리는 것처럼 느껴지는 일종의 환각 현상이죠. 때에 따라서는 환영을 동반하기도 합니다. 약희․집주인 !? 방역업체 직원1 환청은 낮은 단계의 벌레 울음소리나 소음과 같은 단순한 잡음에서부터 단계가 높아질수록 뚜렷한 내용이 있는 특정한 사람의 말소리가 들리기까지 합니다. 사람 말소리인 경우에는 불쾌감을 주는 간섭이나 욕, 또는 명령하는 소리가 대부분이지만, 가끔은 사람을 즐겁게 하고 심지어 아첨하는 소리가 들리기도 합니다. 그러나 극히 일부의 사람들은 타인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내면의 소리를 듣는 경우도 있죠. (사이) 음… 제가 보기에는 이무영씨는 아직까지 환청의 초기 단계로 보입니다만, 스트레스가 심해질수록 높은 단계의 환청을 넘어 마약 중독과 유사한 환각 증상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약희 그, 그럼, 지금 애아빠의 귀에 헛소리가 들린다는 말씀이에요. 방역업체 직원1 아무래도, 지금 상황에서는요. 약희 (무영의 모습을 멍한 듯 바라보며) 그, 그래서 아까도… 어이구, 세상에 집주인 (다리와 몸을 어색하게 긁다가 무영을 노려보며) 뭐야, 그럼 완전히 미친 거잖아? 어쩐지, 아까부터 눈빛이 퀭한 게 이상했어. 흥, 이제 정신병원에 가야겠네. 약희 (순간 노려보며) 함부로 말하지 마요. 당신이, 당신이 뭔데 남의 남편한테 미쳤다고 해요. 집주인 아니, 이 여자가 누구한테 당신이래. 그리고, 없는 소리가 난다고 우기면 그게 미친 거지. (사이) 아님 뻔한 거지. 모기 소리를 트집 잡아서 여기에 더 눌러앉으려고 하는 수작이겠지 뭐. 누가 그 뻔한 속셈 모를 줄 알아. 이래 봬도 나 산전수전 겪으면서 당신들 같은 사람 많이 상대해 봤어. 흥~ 약희 눌러앉는다고? 우리가? 여기에? 아무리 없이 산다고 자존심마저 죽지는 않아요. (단호하게) 걱정 말아요. 무슨 일이 있어도 날짜 되면 이곳에서 나갈 테니까. 사람을 도대체 뭘로 보고 그래요. (무영을 보며) 당, 당신도 뭐라고 좀 해봐. 집주인 뭘로 보긴, 내 눈에 보이는 데로 보지. (혼잣말로) 딱 보니, 말 그대로 갈 곳 없는 거지네 뭐. 흥~ 약희 뭐 뭐, 뭐라고, 거지? 진짜 보자보자 하니까, 우리가 집을 빌린 거지 언제 당신한테 구걸을 했어? 집주인 구걸? 흥, 구걸은 아니어도 (무영을 곁눈질하며) 애걸은 했지. 약희 뭐, 뭐라고? 이 여자가 정말 집주인 뭐, 이 여자, 이제 갈 곳도 없는 밑바닥 주제에 집주인한테 감히, 분수도 모르는 것들이 약희 (순간 집주인에게 달려가 악을 쓰며) 그래, 그래, 나 이런 밑바닥에 산다. 이젠 더 이상 내려갈 곳도 없다.   방역업체 직원1, 2가 맞붙은 두 사람을 떼어 놓으며 진정시킨다. 그 와중에도 방역업체 직원1은 집주인 편을 간간이 든다. 이때도 무영은 계속해서 모기를 찾고 있다.   방역업체 직원1 자자자, 이제 그만, 그만하시고 진정하세요. 지금 뭣들 하는 겁니까? 집주인 놔놔, 이것 안 놔? 깡패처럼 무조건 힘이나 써서 해결하려고 하고. 흥, 가진 것도 없는 것들이 분수를 모르면 교양이라도 있어야지. 약희 (악을 쓰며 다시 집주인에게 달려들며 몸싸움을 하며) 뭐라구? 깡패? 교양? 그래, 나 없어. 아무것도 없어. (한동안 엉겨 붙어 있다가 약희가 순간 엉엉 오열하며) 이젠 아무것도, 아무것도 없다구. 방역업체 직원1 그만 그만들 두세요. 사모님, 사모님이 먼저 참으세요. 새댁도 진정을, 우선 진정부터 해요. (약희를 진정시키며) 그리고 새댁, 남편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시간이 조금 지나면 괜찮아, 괜찮아질 겁니다. (둘 사이가 조금 누그러지자) 음… 이런 말이 위로가 될지 모르겠는데… 사실 저도 집에선 모기소리와 마누라의 바가지 긁는 소리가 헷갈릴 때가 종종 있어요. 그러다 보면… 마누라가 모기처럼 보이기도 하고, 그렇게 되면 마누라를 보며 모기 때려잡는 생각을 합니다. (모기 잡는 동작을 취하며) 이렇게요. 이렇게라도 해야 스트레스가 풀리죠. (직원 2를 곁눈질하며) 안, 안 그런가? 방역업체 직원2 아 아, 네. (직원 1을 곁눈질하며) 사실 저도… 가끔 작업할 때 모기소리와 팀장님 목소리가 구별이 안 될 때가 있는데요, 그땐 이렇게… 방역업체 직원1 (싸늘한 미소로 직원2를 노려보며) 그래? 그래서 모기를 잡을 때 개잡듯이 후려치나? 방역업체 직원2 (뻘쭘한 표정) 그게 아니라 제 말은… 방역업체 직원1 (표정을 확 달리하며) 환청은 일시적인 현상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만 그렇다 하더라도 주변 분들의 따뜻한 관심과 배려가 절실하죠. 약희 (멍한 무영을 순간 안쓰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자기야, 무슨 말이든 말 좀 해봐. 집주인 이분들께서는 이 세상에서 배려와 관심이 가장 많이 필요한 사람들이에요. 흥~ 약희 (순간 매서운 눈매로 노려보며) 보자보자 하니까 정말 방역업체 직원1 그만, 그만 (절도 있는 자세로) 그럼 이만, 저희 제로버그의 리콜 서비스는 고객님께서 만족하실 때까지 무제한 달려갑니다. 추후 문제가 생기면 다시 연락 주십시오. 집주인 어머나! 내 정신, 어머, 시간 좀 봐. 나도 늦었네. 오늘 계모임이 있었는데… 알죠, 내일 모레까지인 거. 약속이나 지켜요. 약희 맘 푹 놓으세요. 설사 붙잡아도 더러워서 나갑니다. 흥~ 방역업체 직원1, 2 퇴장. 집주인도 서둘러 따라 나선다. 무영은 계속 멍하니 있다가, 주변을 둘러보며 힘없이 모기 잡는 행동을 취한다. 그런 무영을 약희는 흐느끼며 바라본다. 이 와중에도 중장비의 소음은 계속된다. 얼마 후 무영은 축 처진 채로 의자에 앉는다. 약희 (맥이 풀린 듯 울먹이며) 그런데 자기야, 이제 우리, 우리, 어떡하지? 무영 진짜 들렸는데… 지금도, 지금도 분명히 들리는데 약희, 망설이다가 무영의 뒤로 가서 조용히 어깨를 감싸자, 잠시 후 무영은 약희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다. 조명이 꺼진다. 공사장 착암기 소리가 집안 구석구석을 울린다. 실내조명이 켜지자 두 사람은 침대에 누워 있고 시간이 갈수록 중장비 소음은 커지면서 간간이 아기 울음소리가 들린다. 약희 (몸을 일으켜 무영을 보며) 소리 들려? 무영 뭐? 약희 이 소리? 잘 들어봐. 무영 … 약희 이거 귀뚜라미 소리야. 귀뚜라미 소리를 들으니까 마음이 편해진다. 벌써 가을이 오려나? 무영 (심드렁하게) 나도 알아. 모기소리가 아닌 거, 귀뚜라미 소리인 거. 약희 (사이) 삐쳤어? 무영 뭐가? 약희 아니다. 무영, 약희… 이때부터 아주 조금씩 실내 연기가 차오르는 것이 보인다. 무영 맞다. 조금 전에 하려던 말, 뭐야? 약희 (망설이다가 잔기침을 하며) 그래서는 안 됐는데… 무영 뭐? 약희 (뜸을 들이며) 엊그제… 자기한테 모기 같다고 말하고 확 뛰쳐나간 거. (사이) 그때는 모든 게 자기 탓 같았어. 자기가 한없이 못나 보이고 원망스러워서 울컥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까 어쩔 수 없었잖아. 자기도 지금까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노력했는데… 많이 힘들었을 텐데, 나라도 당신 편이 되었어야 했는데… (기침을 하며) 그래서 환청이 들렸나 싶어지구… (속삭이듯) 미안해. 무영 (홱 돌아서 등을 보이며) 스트레스가 확 더 쌓인다. 약희 (의아한 듯) 뭐? 무영 (귀를 파며) 환청이 들려. 예전에 상상할 수도 없는 이야기가 방금 내 귀에 들렸거든. 약희 (무영의 몸을 뒤집으며) 뭐야? 무영, 휙 뒤돌며 약희를 안는다. 그 후 두 사람 사이에 잠시 애정이 담긴 작은 실랑이가 벌어진다. 이때 무영이 기침을 하자 약희의 구토가 시작된다. 약희 (구토를 참으며) 나… 나, 괜찮아. 무영 미안해. 약희 … 무영 고마워, 함께해 줘서… 약희 난 편안해. 아무 말 (기침을 하며) 하지 마. 무영, 약희… 약희 아, 덥다. … 우린, 우린 그 약속은 지킬 수 있을까? (사이) 집주인한테 무영 (한참 생각하다가) 아마도 이때 무영과 약희는 한참 동안 기침과 구토를 반복한다. 한참 후 쪼그려 앉아 있던 무영이 무엇에 집중을 하며 귀를 기울인다. 무영 소리 들려? 약희 … 뭐? 무영 그러지 말고 잘 들어봐. 약희 (기침을 하며) … 무영 자자, (기침을 하며) 정신을 집중하고 우리의 처음을 생각해봐. 약희 처음? (사이) 처음이라… (기침 후 구토를 하며) 우리한테도 처음이 있었나? 무영 생각 안 나? 5년 전쯤에, 왜 있잖아, 강촌으로 동아리 MT 갔었을 때, (기침 후 헛구역질을 하며) 전혀? 음… 무영이 한참 헛구역질을 한 후, 엎드려 있다가 조심스럽게 일어나 손가락으로 점점 크게 원을 그린다. 그러자 연기는 점점 사라지고 대신 비눗방울이 서서히 날리기 시작한다. 무영 그럼 이 소리 좀 들어봐. 약희 소리? 무슨 소리가 나? 무영 잘 들어봐. 약희 (짧지만 심한 구토 후 웃으며) 혹시 자기, 또 환청 아냐? 무영 (진지하게) 지금 장난 아니야, (기침을 하며) 심호흡을 한번 크게 하고, 그리고 찾아봐. 약희 (조금 진지하게 살짝 눈을 감으며) 음… 들려. 물 떨어지는 소리랑, 계량기 돌아가는 소리, 음… 위층에서도, 어? 그 사람들, 그거 하나 부다. (애교 섞인 목소리로 기침을 하며) 에이, 부럽당~ 무영 참, 그런 소리 말고. 자, 마음을 편하게 눈을 감아. 그리고 천천히 집중해봐. 약희, 잠시 망설이다가 심호흡 후 진지하게 몰입한다. 점차 몽환적인 음악이 들릴 듯 말듯 울려 퍼지고, 이와 함께 환상적인 조명이 시작된다. 약희 음… 어! 이게 뭐지? 뭔가 들려, 음… 물소리랑, 바람소리 (일어나며) 어어, 잠깐 이건… 무영 들리지? 그럼 좀 더 주위 소리들을 찾아 봐, 그리고 느껴 봐. 약희 (다시 소리에 귀 기울이며) 음… 귀뚜라미랑 개구리 울음 소리, 어~어, 새소리도 들려. 이게 어디서 나는 소리지? (순간 주변을 둘러보다가 다시 눈을 감고 좀 더 깊이 빠져들며) 이 소리 이 느낌, 왠지 낯설지 않아. 무영 이제 그럼 눈을 감고 소리가 느껴지는 곳을 찾아가 봐. 약희 (무영의 어깨를 짚은 채 천천히 일어나 걸으며) 그런데 여기가 어디지? 내가 예전에 느꼈던 그 편안함, 그리고 설렘… 그러면, 그러면, 여기는… 아! 조명이 꺼진다. 환상적인 조명과 몽환적인 분위기의 음악이 한동안 계속되다가 점차 사라지면서 앳된 약희의 윤곽만을 확인할 수 있는 희미한 조명이 비춘다. 이때 분위기는 아늑한 꿈결 같은 분위기이다. 그 후 점차 계곡 물소리와 개구리소리, 새소리가 뒤섞인 자연의 소리가 함께 들리기 시작한다. 새소리는 뻐꾸기 소리이다. 약희 (황홀함과 나른함이 교차한 느낌, 그리고 혀가 약간 꼬인 발음으로) 여, 여, 여긴, 그러고 보니 개구리 소리가 들리고 … 새소리도 들리네. 음, 이게 무슨 새더라? 딱따구리 소린가? 아니면… 부엉이? (이때 ‘뻐꾹’ 하는 소리가 들리자 손뼉을 치며) 아, 맞네요. 뻐꾸기. 역시~ 무영 선배는 모르는 게 없는 것 같아요. (조심스럽게) 근데… 저기요, 선배님. 자꾸 선배님라고 하니까 좀 어색하네요. 그, 그러니까, 저기… 저는, 위로 오빠가 셋인데요, … 오빠라고 부르는 것이 익숙해서요, 그러니까, 저기 (사이) 그냥 오빠라고 하면 안 돼요? … 왜, 왜 말씀이 없으세요? … 네에! 진짜, 진짜루요? (한참 후 떨리는 목소리로 천천히 하늘을 보며) 무영, 무·영·오·빠. 그런데요, 하늘에 별이, 별이 보여요. 아주 많이, 많이, 많·이, 많‥이… 무영 (소리)약희야! 야, 김약희, 너? 너! 약희 어… 어! 내 속에서 뭔가, 뭔가 뜨거운 것이 올라오는 것 같아. 잠깐만 여기서, 여기서 잠시 쉴래요. 약희 가 서서히 쓰러진 채로 눈을 감자 조명이 꺼진다. 잠시 후 급한 소방차의 경적소리와 앰뷸런스의 사이렌 소리가 날카롭게 울린다. 무전소리 오전 02시 18분, 용안 4동 재개발 B-02지구 상황 발생. 도로 사정으로 소방차는 진입 불가능하며, 가스중독으로 인한 일가족 3명은 현재 후송 중, 이상. 조명이 꺼진다.
  • [글로벌 시대] 유로존은 지속될 수 있는가/강승중 수출입은행 런던법인장

    [글로벌 시대] 유로존은 지속될 수 있는가/강승중 수출입은행 런던법인장

    새해를 맞은 유럽에서 2012년 경제 전망을 논하면서 가장 많이 거론되는 주제는 과연 유로존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계속 유지 발전될 것인지, 아니면 결국 해체 내지 붕괴의 수순을 밟게 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이다. 경제력 차이가 있는 국가들의 통화를 하나로 묶고 금리와 환율을 초국가적으로 관리한다는 발상은 출발부터 많은 모순을 안고 있었고, 이러한 문제점이 그리스의 채무위기로 현재화되자 많은 전문가들은 ‘올 것이 왔다’는 식의 반응을 보여왔다. 유로화 체제는 역내 국가의 수출경쟁력 차이를 환율 변수로 조절하는 메커니즘이 봉쇄되어 있어 구조적으로 경상수지 불균형 문제를 안고 있다. 제조업 경쟁력이 높은 독일은 흑자기조를 지속할 수 있는 반면, 경쟁력이 떨어지는 지중해 국가들은 경상수지 적자에서 헤어나올 마땅한 정책 대응수단이 없는 것이다. 결국 독일은 유로화 체제의 가장 큰 수혜국이다. 과거와 같은 개별 통화체제였다면, 높은 수출경쟁력은 마르크화의 절상으로 상쇄되고 지금과 같은 흑자과잉은 누리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공교롭게 위기가 촉발된 그리스는 경상수지 적자에 더하여 심각한 재정적자 문제를 동시에 안고 있었고, 베짱이 식으로 쓰고 보자는 재정운용을 펴온 실상이 드러나면서 개미와 같은 근면한 삶을 미덕으로 삼으며 경상수지 흑자를 누려온 독일 및 북유럽국가들에 감정적인 거부감을 불러와 지중해 국가들에 대한 지원을 주저하게 만들면서 효과적이고 강력한 시장 대응방안을 내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유로존 지속 여부에 관한 논의는 경제나 금융의 논리에서 탐색될 시점은 지났고, 정치·역사적 관점에서 방향성을 찾아야 할 것이다. 20여년 전 유럽국가 간 단일화폐 도입을 주장한 정책 입안자들이 그 내재적 문제점을 간과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화폐 통합은 반세기 넘어 진행되어온 통합의 한 과정일 뿐, 그 자체가 완결판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불완전한 모습 그대로 강행하였을 것이다. 이는 1·2차 세계대전을 겪고 난 후 전쟁으로 얼룩진 유럽 땅에서 평화가 정착되려면 국가 간 연대와 궁극적인 통합이 필요하다는 각성 하에, 드골이나 아데나워 같은 지도자들이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하면서 유럽 통합의 초석을 쌓기 시작한 진행형 과제의 한 부분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오랜 세월 유럽대륙에서 평화가 지속되고 소련의 붕괴와 동유럽의 자유화가 성취되면서 유럽인들, 특히 독일인들은 이성적으로 통합의 필요성을 받아들이고 국가 간 연대를 추구하기보다는, 이웃 국가에 대한 감정적인 불신감을 드러내고 통합의 대가를 지불하는 데 회의를 나타내면서 통합의 추진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최근 들어서는 유로화 체제 붕괴 시 닥칠 재앙에 대해 경제적 분석보다는 정치적 파장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 중 가장 극적인 것은 지난해 11월 폴란드의 시코르스키 외무장관이 연설과 신문 기고를 통해 드러낸 솔직한 견해다. 그는 “(2차대전 당시)독일의 탱크나 (냉전체제 하에서의)러시아의 미사일보다 폴란드의 안위를 위협하는 것은 유로존의 붕괴이다. 독일만이 유로존을 도울 수 있다.”고 역설하면서 독일이 역사적 관점에서 책임을 질 것을 강조하였다. 지난해 12월 유럽연합(EU) 정상회의 때 영국이 신재정협약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적나라한 모습을 보이고, 이에 질세라 프랑스가 자국 신용등급 강등설에 대해 영국의 신용등급이 먼저 강등되어야 한다고 노골적인 반응을 서슴없이 드러낸 모습은 앞으로 전개될 갈등과 분열의 전조를 보여주는 것으로 느껴진다. 2012년 내내 유럽인들은 유로존의 운명에 대해 질문을 던질 것이다. 이제는 단순히 재정통합 방안이 제대로 작동할 것인지 등의 기술적 문제를 물을 것이 아니라, 과연 유럽의 지도자들이 연대와 통합의 정신을 아직도 지킬 의지가 있는지, 아니면 유럽국가들을 1·2부 리그로 나누어 ‘우리’와 ‘그들’이 구분된 이웃으로 살아가려 하는지의 향후 생존방식에 대한 방향을 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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