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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겨우 2000억대 사업이라니…”

    지리산을 끼고 있는 3대 도 7개 시·군이 문화관광부의 ‘지리산권 관광개발사업’ 규모가 너무 적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 자치단체는 문화관광부의 지역별 공청회를 거부하고 대응책 마련에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9일 전북도 등 관련 지자체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내년부터 10년간 지리산권 관광개발사업에 2230억원을 투입해 16개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의 용역설명회를 가졌다. 그러나 전북 남원시·장수군, 전남 구례·곡성군, 경남 함양·산청·하동군 등은 사업계획 자체를 거부하겠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전북, 전남, 경남 등 3개도 역시 당초 7일과 8일 이틀간 실시할 예정이었던 도별 지역공청회를 거부했다. 이들 3개도 7개 시·군은 비슷한 사업인 경북 북부유교문화권사업의 경우 규모가 2조원대에 이르는데 지리산권이 2000억원대에 불과한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적어도 1조원대는 돼야 관광개발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주장이다. 더구나 10년간 추진되는 국책사업 총 비용 2230억원 가운데 국비지원이 734억원에 지나지 않는 것은 자치단체를 우롱하는 처사라고 밝혔다. 전북도 관계자는 “지리산권 3개도 7개 시·군 단체장들이 이번 문광부의 용역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앞으로 예정된 공청회를 모두 거부키로 했다.”면서 “문광부를 항의 방문하고 지역 정치권과 연대해 대응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44) 문인방의 ‘정감록’ 사건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44) 문인방의 ‘정감록’ 사건

    정조7년(1783) 1월15일, 인정전에 모인 신하들은 ‘정감록’을 되뇌이던 역적들을 일망타진하게 된 사실을 기뻐하며 국왕에게 축하인사를 올렸다. 난리가 토벌되면 되풀이되는 하나의 관습이었다. 이날 정조는 전국에 사면령을 반포하였다. 웬만한 죄인은 다 풀어주라는 것으로, 이 역시 뒤숭숭해진 민심을 달래기 위한 상투적인 조치였다. 왕은 포고문에서 문제의 정감록 사건을 일으킨 문인방과 이경래 등 주범들의 죄상을 간단히 요약했다. 사면령을 내리는 동시에, 역모사건의 전모를 백성들에게 간단히 알려줄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실록, 정조 7년 1월15일 정미) 먼저 사건의 중심에 있던 문인방의 죄를 성토한다. 문인방은 삿된 술수를 써 백성들을 현혹하였다고 했다. 그가 역모를 꾸민 것은 고대 중국에서 일어난 황건적의 난과 비슷하다고 했다. 매우 심한 과장이었다. 그 옛날 장각이 이끈 황건적은 중국 한나라를 기우뚱거리게 만들었다. 문인방 사건이 미수에 그친 것과는 천양지차다. 정조는 문인방이 각지를 떠돌며 힘센 장사를 모으려 했다는 사실도 지적한다. 그러면서 이것이 명종 때 유명한 도적 임꺽정 사건과 유사하다고 말한다. 역시 과장된 표현이다. 문인방은 백천식, 김훈 등과 짜고 상주의 백학산 아래 만든 소굴에 머물렀다. 이 사건이 발각된 것은 그들과 한통속이던 박서집이 밀고했기 때문이었다. 전라도에서 체포된 문인방은 전주 감영에서 취조를 받았고, 곧이어 서울로 붙들려가 본격적인 신문을 받았다. 그는 역모 사실을 모두 실토했다. 군량을 담당할 사람, 난리를 일으킬 때 선봉장을 맡을 사람 등 가담자들의 역할은 이미 정확히 정해져 있었다고 했다. 그 가운데는 도원수도 있었고, 대선생(大先生)으로 불리는 선비까지 존재했다. 문인방 사건 때 도원수로 내정된 이는 이경래였다. 이 사건이 뒷날의 여러 정감록 사건과 뚜렷이 구별되는 점은 송덕상(宋德相)이란 유학자를 ‘대선생’이라 떠받들며, 그를 위해 목숨을 바치겠다고 서약했다는 점이다. 정조 즉위 초 산림(山林·재야에 묻혀 있던 큰선비)의 중심인물로 천거돼 조정에서 크게 활약한 송덕상이 정감록 사건에 연루됐다는 점에서 이 사건은 각별히 주목된다. ●산림 송덕상과 권신 홍국영 문인방 사건으로 조정이 한 차례 홍역을 겪기 5년 전이었다. 대대로 충청도 회덕에 살고 있던 성리학자 송덕상은 산림으로 천거되었다. 정조는 송덕상의 학덕(學德)에 크게 감복한 듯, 그의 건의라면 무엇이든 대체로 수용하는 편이었다. 조선 후기에는 이른바 산림이란 명목으로 향리에 묻혀 지내던 큰선비들이 일시에 높은 벼슬에 등용되곤 했다. 그런데 영조 이후로는 산림이란 카드가 집권세력인 노론에 의해 정국수습용 임시방편으로 활용되는 듯한 분위기도 있었다. 마치 1970∼80년대 한국의 국무총리 자리가 그러했듯, 산림은 일종의 얼굴마담에 지나지 않는 경우가 흔했다. 가끔 예외도 있었다. 효종 때 북벌론(北伐論)을 내세우며 정국을 홀로 이끌던 송시열(宋時烈)의 경우다. 그는 산림으로서 노론의 명실상부한 우두머리였다. 산림 송덕상은 바로 송시열의 자손이었으나 그 처지는 자기 조상과는 너무도 달랐다. 송덕상은 정조 즉위에 공을 세운 홍국영 일파의 추천으로 조정에 등용된 만큼 그들의 정치적 견해를 대변했다. 정조 3년(1779), 이조참판 송덕상은 홍국영 등의 정치적 목적에 따라 김구주의 처벌을 강력히 요구한 적이 있다.(실록, 정조 3년 6월18일 경오) 알 사람은 이미 다 알지만 홍국영은 정조의 외척이었다. 그는 영조 말기 세손(世孫·정조)의 집권을 반대하던 벽파 정후겸, 홍인한, 김구주 등을 물리치고 정조를 즉위시키는 데 성공하였다. 그 뒤 홍국영은 수년간 반대파를 모두 내쫓는 데 부심하였다. 그는 정조의 신변보호를 구실로 숙위소를 창설해 직접 그 책임을 도맡으면서 더욱더 세도를 부리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홍국영의 권력은 날로 비대해졌고, 과거에 그의 정적이었던 정후겸을 방불케 했다. 사람들은 홍국영을 ‘대후겸(大厚謙)’이라 부르며 비웃었다. 홍국영은 그것으로 만족하지 못했다. 자기의 누이동생을 정조의 후궁으로 들여보내 장차 외척으로 세력을 굳히려 했다. 하지만 일년 만에 누이 원빈이 병사하고 말았다. 홍국영은 꾀를 내어 왕제(王弟) 은언군 인의 아들 담을 원빈의 양자로 삼아 훗날 세자로 정할 생각을 가졌다. 이것이 여의치 않게 되자 담에게 역모죄를 씌워 죽였다. 정조4년(1780)에는 왕비 김씨를 살해하려고 음식에 독약을 넣었다가 발각되기도 했다. 그 일로 홍국영은 실각했고 그 여파는 송덕상에게도 미쳤다. 송덕상은 재빨리 상소를 올려 홍국영과 자기의 사이가 별것 아님을 애써 변명하려 했다. 그러나 홍문관 교리 서유성 등 홍국영의 반대파들은 송덕상이 겉으론 산림으로 행세하면서 실제는 홍국영에게 아부를 일삼아 권력자가 시키는 대로 왕세자 책봉 건에 관여하는 등 수많은 죄를 저질렀다고 맹렬히 규탄했다.(실록, 정조 5년 4월28일 신미) 결국 송덕상 역시 조정에서 물러나 귀양을 가게 되었다. 그로선 억울한 점이 있었을 테지만, 이런 식의 정계 개편은 집권세력이 바뀔 때마다 늘 되풀이되어 온 일이다. ●송덕상의 제자 문인방 뜻하지 않은 스승의 정치적 몰락은 제자들에게 엄청난 타격으로 다가왔다. 스승이 명예를 회복하지 못하는 한 그들의 미래 역시 어두웠다. 보통 스승이 중벌을 받으면 제자들은 뿔뿔이 흩어져 미래를 기약하게 된다. 일단 죽림으로 들어간 젊은 선비들은 시서(詩書)를 연마하며 세상이 바뀌기를 기다린다. 그러다 운이 좋아 언젠가 관리로 등용되기만 하면 왕에게 스승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이 보통이다. 중종 때 역적으로 몰려 죽은 개혁정치가 조광조의 복권과정이 바로 그랬다. 하지만 송덕상의 제자들 가운데는 극단적인 방식을 선택한 사람들이 있었다. 문인방 등이 바로 그러하다. 그들은 ‘정감록’을 빙자해 난리를 꾸몄다. 과연 제자들이 스승 송덕상을 위해 역모를 꾀했는지, 아니면 우연히 송덕상과 역적들 사이에 사제관계가 형성돼 있었던 것인지, 쉽게 가늠하기는 어렵다. 여하튼 송덕상의 몇몇 제자들은 군사적 행동을 준비하다 발각돼 역적으로 처형되었고, 그 여파로 송덕상 역시 옥에 갇힌 것이 사실이다. 노론들 사이에서 박학다식한 큰선비로 통했던 송덕상은 여러 달 동안 영어(囹圄)의 몸으로 고통을 받다 드디어는 세상을 뜨고 말았다.(실록, 정조 7년 1월7일 기해) 다른 역모사건들도 그렇지만 이 사건 역시 피의자들이 자기들의 처지를 변호하며 남긴 기록은 찾아볼 길이 없다. 있다면 취조문서가 전부다. 사건을 수사한 국가의 입장에서 사건을 완전히 왜곡하였을 가능성마저 적지 않다. 그 점을 염두에 두면서 문인방 사건의 내막을 살펴보겠다. 송덕상의 제자 신형하는 황해도 평산 사람이다. 그는 송덕상의 억울함을 풀어야겠다며 스승을 변호하는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고 한다. 그것이 문제로 부각되어 신형하는 마침내 전라도의 한 섬으로 귀양을 가게 된다. 마찬가지로 송덕상을 추종하던 황해도 해주의 선비 박서집은 시를 지어 신형하의 절의를 기렸다. 그 시가 또 문제되어 박서집도 섬으로 귀양을 갔다. 박서집은 유배지에서 우연히 문인방이란 사람과 동거하게 되었다. 평안도 출신인 문인방은 놀랍게도 본심을 털어놓았다. 그는 송덕상의 억울한 처지를 생각해서 장차 군사를 일으켜 서울로 쳐들어갈 계획이라고 하였다. 물론 박서집은 그에 찬동하였다. 그러나 얼마 후 박서집은 겁이 났다. 그는 섬에 파견돼 유배자를 관리하는 사람에게 문인방의 역모사건을 밀고하였다. 그 섬은 전라도 관할이어서 깜짝 놀란 전라관찰사는 급히 영을 내려 관련자 전원을 체포하였다. 전주와 서울에서 혹독한 신문이 진행되었다. 이 과정에서 문인방은 자기가 역모를 꾸민 사실을 시인하였다. 함께 붙들려온 백천식도 반란혐의를 인정하였다. 그들은 밀고자 박서집과 함께 일의 성사를 기원하며 하늘에 축수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평민지식인으로 술사이기도 했던 문인방은 ‘정감록’의 한 구절을 이용하기도 했다. 이때 ‘여섯 글자’의 흉악한 예언이 문제로 부각되었으나 그 내용은 알 수 없다. 그 구절은 문인방이 소지했던 ‘경험록’이란 예언서에도 나와 있다고 하였다. 현재 ‘경험록’이란 책자는 남아 있지 않다. 이 사건 당시 문인방은 모두 4종류나 되는 예언서를 소지하고 있었다. 평소 그가 이른바 비결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던 점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같은 당류 이경래는 강원도 양양 임천리에 살며, 도창국은 평안도 영원 내락림에 있고, 김정언과 오성현은 함경도 안변에 거주하고, 곽종대는 평안도 순안에 살며, 이밖에 김훈과 백천식이 또 있습니다. 만일 난이 성공하게 되면 대선생으로 청계 선생을 모시려 하는데, 이는 송덕상이며 그 손자 송계유는 지금 나이 28세로 저와 마음을 합해 역모를 꾀했습니다.” 이 말에 따르면, 문인방처럼 고향이 평안도인 사람도 있지만 함경도 출신도 상당했던 모양이다. 이밖에 강원도 출신도 역모에 참여했다. 아울러 송덕상의 집안사람들도 일부 포섭돼 있던 것 같다. 그러나 과연 송덕상 일가가 역모사건에 참여하였을지는 의심스러운 점이 없지 않다. 회덕에 세거하던 송씨 집안은 조선사회에서 손꼽히는 명문 양반이었다. 설사 그들이 송덕상으로 말미암아 정치적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해도 그것은 일시적인 일이었다. 조선사회에서 그들이 향유한 특권적인 지위는 이런 정도의 일로는 무너질 리가 없었다. 따라서 송덕상의 손자가 모의에 참여했다는 문인방의 진술은 신문과정에서 억지로 강요됐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송덕상의 제자는 주로 서울과 충청도에 거주했을 텐데, 하필 조선사회의 변경인 서북지방과 강원도 해안지방의 몇몇 제자들만 스승을 위해 난리를 꾸몄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양반과 평민지식인들의 역적모의 사건의 주모자로 분류된 문인방은 힘세고 날랜 평안도 출신의 장사 도창국과 함께 강원도 양양의 선비 이경래와 친했다. 이경래 역시 송덕상의 제자였는데 정조5년(1781) 9월 문인방 등이 이경래를 찾아갔을 때 이경래는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우리 스승님 송덕상이 조정에 죄를 얻어 뜻밖에 멀리 귀양을 가 계시므로 지금 사태가 급해졌다. 빨리 일을 도모하는 게 좋겠다. 문인방 그대가 인재를 잘만 모집하면 일이 성사된 다음 장수든 정승이든 여하튼 높이 등용하겠다.” 문인방 등은 그 말에 기뻐하며 이경래를 도원수로 삼고, 도창국을 선봉장으로 정했다. 이경래는 양양에 일가친척이 많은 데다가 노복도 숫자가 많으므로, 일단 유사시에 난을 일으켜 양양군수를 잡아 죽이고 무기와 병사를 확보하는 것쯤은 문제될 것이 없다는 생각이었다. 그런 다음 이웃 고을인 간성을 공격하고 강릉으로 밀고 들어간다는 계획이 세워졌다. 그 뒤 반란군은 원주를 함락시키고 곧이어 서울로 진격해 동대문을 거쳐 대궐을 점령하기로 하였다. 거사가 성공한 다음 그들은 송덕상을 ‘대선생’으로 책봉하기로 뜻을 모았다. 반란을 일으킬 시기는 갑진년(1784) 7월과 9월 사이로 정해졌다. 이경래의 집안은 강원도 양양뿐만 아니라 서울에서도 명성이 자자한 명문가였다. 이경래의 친척 공조참의 이택징은 우선적인 포섭대상으로 떠올랐다. 이택징은 정조의 왕권강화정책에 반대해 규장각 운영을 강도 높게 비난한 적이 있다.“규장각은 전하의 사적인 관서에 지나지 않고, 규장각의 관리들은 전하의 사사로운 신하일 뿐입니다.” 이처럼 정조의 정책적 고려에 날카롭게 맞선 인물이었다. 문인방 등은 이런 이택징을 서둘러 합류시키고, 그들을 지렛대 삼아 서울의 여러 양반들을 역모에 끌어들이기로 했다. 당시 서울에는 몇 해 전에 거세된 홍국영 일파를 비롯해 정조의 왕권강화정책에 반대하며 울분을 삭이지 못해 어쩔 줄 몰라하던 양반들이 많았다. 조선은 양반의 국가라, 양반들이 국가에 반기를 들 거라는 말이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영조 초년 삼남지방에서 일어난 무신란(1728)을 비롯해 몰락한 양반들이 반란을 꾀한 적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개중에는 정적(政敵)들에 의해 완전히 조작된 역모사건도 없지 않았을 터다. 그러나 17세기 초에 일어난 인조반정(1622)은 양반들이 반란을 통해 정권을 교체한 본보기였다. 그런 점에서 문인방과 이경래 등이 무력을 통해 정권을 탈취하겠다는 소망을 품게 된 것도 전혀 터무니없는 일만은 아니었다. 문인방 사건의 경우 역모사건이 새롭게 달라진 측면도 있다. 권좌에서 밀려난 제일급의 양반들이 서북지방을 비롯해 전국 각지의 평민지식인들 또는 술객(術客)들과 합세하기 시작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모의과정에서 평민지식인들의 역할이 점차 강화되었다는 점을 놓쳐서도 안 될 것이다. 이 사건을 두고 볼 때 이경래나 이택징과 같은 일급 양반들보다 평민지식인 문인방의 역할이 훨씬 더 중요해 보인다. 또 한 가지 강조할 사항은 ‘정감록’을 포함한 각종 예언서에 의존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는 사실이다. 문인방은 양양과 서울은 일단 이경래에게 부탁해 놓고 자신은 삼남지방으로 내려갔다. 힘이 센 장사들을 다수 모집해 거사를 성공으로 이끌 생각이었다. 그가 관헌에 체포되기 직전 충청도 진천에 머물고 있던 것도 장사를 모으기 위해서였다.(실록, 정조 6년 11월20일 계축) ●평민지식인이 송덕상 같은 양반과 결탁하다니 억울하게 멸시받던 평민지식인들로서야 송덕상과 같은 명문가 출신의 양반과 사귀고 싶어도 도저히 기회가 없었을 것이다. 이런 짐작은 매우 합리적으로 들리지만,18세기 조선사회의 실상과는 더 이상 부합되지 않는다. 문인방 사건 때 연루됐을 가능성이 크지만 용케 법망을 빠져나간 평민지식인들 중에 이규운이란 사람이 있다. 전국 각지를 떠돌며 훈장노릇을 하던 평민지식인이었다. 그런 이규운이 산림 송덕상과 서로 가까워진 것은 실로 우연한 기회에 비롯되었다. 정조 초년 이규운은 강원도 통천에 있었다. 통천은 송시열이 함경도로 귀양갔다 돌아오는 길에 잠시 머물던 곳이라 송시열의 기념비가 있었다. 이 비석을 다시 세우는 일로 이규운은 송덕상을 몇 차례 만나게 된다. 그 과정에서 강원도 김화 수령으로 재임하던 송덕상의 아들까지도 사귀게 된다. 어렵게 대갓집과 연줄을 대는 데는 성공했지만 이규운에게 돌아올 몫은 아무 것도 없었다. 쥐꼬리만 한 벼슬 한 개도 차지할 운이 아니었다. 이규운은 본래 평안도 선천 사람이었고 진짜 이름은 오도하라고 했다. 이규운은 고향을 떠나 강원도를 떠돌았다. 그는 서울 양반 이찬이란 사람을 대신해 과거시험 답안지를 써주었는데 그 덕에 이찬은 진사가 되었다. 제 이름을 걸면 아예 과거시험장 출입이 불가능한 이규운이었으나 그가 대필해준 글로 다른 사람은 진사가 되었다. 머리가 돌아버릴 것 같은 허탈과 공황 속에서 이규운은 ‘정감록’을 읽었고, 반란을 꿈꾸었다. 이규운은 송덕상 같은 양반을 위해 피를 흘릴 사람은 아니었다. 그와 같은 술객에게 송덕상의 명예회복은 구실에 지나지 않았다. 푸른역사연구소장
  • 제주 한라산 관통로, 억새오름

    제주 한라산 관통로, 억새오름

    늦가을 제주 오름을 넘었다. 은빛 억새 바람을 타고, 단풍에 취해 무작정 달렸다. 눈이 부시도록 파란 하늘에 취해 가다 보면 뿌연 안개가 앞을 가렸고, 안개를 따라 달리다 보면 쪽빛 바다를 만났다. 오랜만에 한라산을 아름답게 수놓은 무지개도 만났다. 서울은 벌써 가을이 떠나고 있는데 제주도는 아직 가을이 한창이다. 따로 드라이브 코스를 정할 필요도 없다. 가는 곳이 곧 길이다. 길을 잃어도 좋다. 길을 잃으면 또다른 아름다운 길이 반긴다. 굳이 추천하자면 여름에는 해안 일주도로가 좋지만 가을에는 한라산을 관통하는 도로들이 운치있다. 가을 향기를 품은 제주는 가슴을 울렁이게 한다. 글 사진 제주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은빛 억새가 출렁이는 오름을 넘다 제주 시내를 벗어나 97번 도로(동부관광도로)를 거쳐 산굼부리로 가는 1112번 지방도로에 접어들자 은빛 억새가 시야를 어지럽힌다. 푸른 빛을 받아 은빛으로 빛나는 억새가 거센 바다 바람에 몸을 가누지 못하고 출렁인다. 창문을 열자 몸속을 파고드는 청정 바람이 가슴을 시원하게 만든다. 울창한 삼림에서 뿜어내는 공기는 찌든 도시의 것과는 첫 느낌부터 다르다. 저 멀리 한라산 주변에 우뚝 솟아 있는 오름들은 마치 손짓하며 부르는 듯했다. 신생대 화산활동을 통해 형성된 화산섬 제주에는 368개의 오름이 있다고 한다. 30분 남짓 달려 도착한 곳은 국내 최대의 억새 군락지인 산굼부리(www.sangumburi.co.kr). ‘산에 있는 구멍’이라는 뜻의 산굼부리는 평지보다 낮게 내려 앉은 국내 최대의 마르(Maar)형 분화구다. 거대한 분화구 안에는 온대림, 난대림, 상록활엽수림·낙엽활엽수림이 공존하는 식물의 보고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주변은 ‘억새의 바다’로 표현될 만큼 온통 억새밭이다. 햐얀 솜털이 미친 듯 바람에 휘날린다. 억새밭 사이로 산책길을 만들어 사진촬영을 하거나 산책하기 좋다. 산책하는데 40분 정도가 걸리며 입장료는 어른 3000원, 어린이 1500원. 인근에 있는 1119번 지방도로인 ‘억새오름길’에서는 제주도의 가을을 가슴에 담을 수 있다. 성읍민속마을에서 성산읍 수산리에 이르는 10㎞의 도로 주변, 가을 바람에 살랑대는 하얀 억새의 모습은 한폭의 풍경화를 연상케 한다. ●진홍빛으로 물든 영실 단풍에 취해 한라산에 무지개가 걸렸다. 뿌연 안개에 휩싸인 한라산 중턱에 걸린 무지개를 좇아 아침 일찍 길을 나섰다. 코스는 중문관광단지에서 1100고지휴게소를 거쳐 제주로 넘어가는 99번 국도. 늦가을이나 초겨울이 특히 아름다운 도로다. 한라산을 굽이굽이 거슬러 올라가는 국도변에 불어오는 가을 바람이 스산하다. 맑게 갠 하늘도 해발이 높아지자 뿌연 안개에 덮였다. 도로주변에 빼곡히 들어선 나무들은 마치 세상과 격리된 듯한 느낌을 준다. 1100고지 휴게소에 이르자 눈앞에 펼쳐진 한라산의 장관에 저절로 입이 벌어진다.1100고지는 해발고도가 1100m인 데서 붙은 명칭으로 한라산 남쪽과 북쪽을 가르는 경계지역이다. 이 곳에서는 늦가을에도 가끔씩 한라산 정상에 내린 눈을 볼 수 있는데 한겨울에는 단풍과 어우러진 설경이 유명하다. 이날도 한라산 정상에는 눈이 내렸다. 영실 계곡에 이르자 짜릿한 감동이 밀려온다. 산위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타고 전해져 오는 단풍의 향기는 머리 속의 찌든 때를 벗겨 내는 듯했다. 그러나 99번 국도는 도로가 좁고 험한 데다 운전자들이 한눈을 팔기 쉬워 다소 위험하다. 또 도로 곳곳에서 나들이객들이 차를 세우고 도로 중간까지 나와 사진을 촬영하고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샛노란 감귤에 빠져 볼까 늦가을 제주도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체험은 감귤따기. 어디를 가도 검은 돌담벽을 삐져 나온 샛노란 감귤이 풍성하다. 창문으로 손을 내밀면 탐스러운 감귤이 마치 손을 스치고 지나갈 것 같다. 남제주군 남원리에 있는 최남단 체험감귤농장(064-764-7759)에 들렀다.2000원의 입장료를 내면 무농약 감귤밭에 들어가 감귤을 직접 따서 맘껏 먹을 수 있다. 딴 감귤은 구입할 수도 있는데 10㎏에 3만원,5000원 택배비를 내면 집으로 우송해 줘 들고 다닐 필요가 없다. 농약을 치지 않아 껍질을 말려서 차를 끓여 먹어도 된다. 농장에 들어서자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메아리친다. 높지 않은 감귤 나무 사이를 헤집고 다니며 익은 감귤을 따서 까먹는 아이들이 귀엽다. 제주도가 아니고는 감히 상상도 하기 힘든 풍경이다. 인근에 있는 신영영화박물관(www.jejuscm.co.kr)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나들이 코스. 지난 99년 영화배우 신영균 씨가 세운 한국 최초의 영화박물관으로 영화배우들의 데드마스크 등 볼거리가 풍성하다. 컴퓨터를 이용한 각종 합성사진을 직접 만들어 볼 수도 있어 흥미를 끈다. 입장료는 성인 6000원, 어린이 3000원. 서귀포시 이중섭 거리에 있는 이중섭 미술관에서는 이중섭의 작품세계를 엿볼 수 있는 곳.6·25 전쟁을 피해 1년간 이 곳에 머물며 ‘서귀포의 환상’‘섶섬이 보이는 풍경’ 등을 그렸다. 이중섭 거주지도 있다. 입장료는 1000원. 제주도의 푸른 바다를 보려면 제주 국제컨벤션 센터가 좋다.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진 산책로와 꽃길 등이 장관이다.5층 전망대에 있는 커피숍에서는 남태평양과 한라산의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컨벤션센터에서는 오는 15일까지 중국 최고의 관광 기예극인 ‘진시황의 꿈’ 공연이 펼쳐진다. ●미리 알고 떠나세요 제주도 렌터카에는 제주도 전용 네비게이션이 설치돼 있어 관광지와 식당, 숙박업소 등에 부여된 고유 번호만 입력하면 어디든 쉽게 찾을 수 있다. 제주도는 관광지 입장료가 비싼 편이다. 렌터카 회사 등에서 제공하는 할인쿠폰을 미리 챙겨가거나 무료 관광지에 대한 정보를 알아두면 좋다. 대표적인 무료 관광지로는 오설록뮤지엄, 초콜릿박물관, 정석항공관, 한라수목원, 성읍민속마을, 산천단, 용두암, 외돌개, 섭지코지 등을 들 수 있다. 제주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음식점은 서귀포 매일시장 안에 있는 쌍둥이 식당(064-762-0478). 방어나 광어회 1㎏(6만∼7만원)을 시키면 4∼5명이 충분히 먹을 수 있다. 밑반찬으로 문어와 오분자기 회 등 각종 회와 돈가스, 전복 내장밥 등이 따라 나오며 후식으로 팥빙수까지 준다. 주차시설이 부족한 것이 흠. 숙박은 중문관광단지 인근에 있는 재즈 마을(064-738-9300·www.jazzvillage.co.kr)이 권할 만하다. 이달 말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 7시 야외 바비큐장에서 가족여행자를 대상으로 무료 바비큐 파티도 연다. 숙박료는 10만∼15만원. 또 제주도 전문여행사인 대장정 여행사(064-711-8277·www.djj.co.kr)는 저렴한 패키지 여행상품을 판매한다.
  • [염주영칼럼] 농촌에 ‘홍콩태풍’ 오는데

    [염주영칼럼] 농촌에 ‘홍콩태풍’ 오는데

    쌀값 하락에 항의하는 농민들의 시위가 전국에서 잇따르고 있다. 쌀가마를 쌓아두고 불을 지르거나 땅바닥에 쏟아붓는 등 시위의 양상이 예년보다 과격해지는 상황이다. 농민들은 11일엔 서울에서, 그리고 18일에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부산에서 대규모 시위를 할 계획이라고 한다. 농민들의 요구사항은 두가지다. 첫번째는 정부가 쌀값을 올려달라는 것이다. 수확기인 요즘 산지의 쌀값은 추곡수매제가 폐지되고 공공비축제가 도입되면서 지난해에 비해 평균 14% 정도 떨어졌다. 쌀값이 떨어지면 정부가 하락분의 85%를 채워주기 때문에 큰 손해는 없지만 심리적 충격이 커 보인다. 두번째는 국회가 쌀 협상 비준안을 처리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 두가지는 우리나라가 대외적으로 약속한 농산물 시장개방과 연관돼 있다. 농민들의 요구를 수용하면 당장은 어려움을 모면할 수 있지만 나중에 더 큰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 우리나라가 초보 단계의 쌀시장 개방 문턱을 힘겹게 넘고 있는 사이에도 세계는 이보다 훨씬 광범위하고 급진적인 농업개방을 향해 가고 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주요국 정상들은 다음주 부산 APEC정상회의에서 자유무역협정(FTA)을 비롯한 자유무역 촉진 방안을 논의한다. 세계무역기구(WTO)의 도하개발어젠다(DDA) 농업협상도 급진전되고 있다. 특히 세계 주요국의 각료들은 다음 달에 홍콩에 모여 농업개방 세부 계획안을 놓고 협상을 벌인다. 지금까지 이뤄진 수차례의 예비협상에서는 예상보다 훨씬 ‘급진 개방’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협상의 한 축인 EU는 최근 DDA 협상에서 파격적인 새 제안을 내놓았다. 이 제안에 따르면 EU의 농산물 평균관세율은 현재의 23%에서 오는 2010년에 절반 수준인 12%로 낮아진다. 또 이를 우리나라에 적용하면 농산물 전체 평균 관세감축률은 30~35%(개도국 기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물론 미국의 안은 이보다 더 과격하다. 만약 미국측 관세감축 공식이 받아들여진다면 관세상한이 설정되지 않더라도 우리나라 참깨의 관세율은 현행 630%에서 63%로, 고추는 270%에서 27%로 낮아져 값싼 외국 농산물과의 경쟁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된다. 이 정도면 10여년 전의 ‘UR태풍’보다 훨씬 강력한 ‘홍콩태풍’이 연말에 우리 농촌을 덮치지 않을까 우려된다. 아직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홍콩 각료회의의 타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세계는 급진적인 개방을 추구하는 ‘DDA체제’로 이행할 채비를 하고 있는데 우리는 아직도 10여년 전의 ‘UR체제’마저도 제대로 소화해내지 못하고 있다. 개방의 대열에서 너무 낙오하게 되면 다시 따라잡기가 영영 어려워질 수도 있다. 농민단체들이 개방저지 투쟁에 나서는 심정은 이해된다. 하지만 무의미한 투쟁으로 농민을 내모는 것은 농민 구하기가 아니다. 개방에 대비할 시간과 정력을 빼앗는 것이며 더 큰 위험으로 몰아넣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농민들도 개방에 대한 과도한 공포증에서 벗어나야 한다. 개방의 피해는 실제보다 과장되는 경향이 있음을 우리는 과거의 경험에서 알 수 있다. 칠레와의 FTA가 체결됐어도 국내포도농가들은 살아남았고, 쇠고기 시장이 개방됐지만 국내축산업은 붕괴하지 않았다. 국산 담배의 경쟁력은 담배시장 개방 이후 더 강해졌다. 개방농업으로 가는 길은 험난할 것이다. 그 난관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인지는 오로지 우리 농업인들의 대응에 달려있다. 수석논설위원 yeomjs@seoul.co.kr
  • [사설] 노대통령의 ‘국가격차 완화’ 제안

    노무현 대통령이 어제 부산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관련해 주목할 만한 언급을 했다. 노 대통령은 서울 주재 외신지국장단과의 오찬간담회에서 “APEC 국가내에서, 또는 국가와 국가 사이에서의 사회적 격차를 완화하기 위한 공동의 노력을 제안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국내외 실상을 반영한 문제 제기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번 발언이 오해를 불러일으켜 APEC 행사를 껄끄럽게 하고, 북핵 해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세련된 후속대응이 필요하다고 본다. APEC은 역내 무역자유화를 달성하기 위해 미국이 주도해 만든 다자회의체이다. 회원국 공동번영이라는 설립취지와 달리 국제사회의 빈부격차, 경제양극화를 오히려 심화하는 역할을 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경제력에서 크게 차이나는 회원국들을 자유무역권으로 묶는 일은 쉽지 않았다. 선진국은 2010년, 개발도상국은 2020년까지 무역·투자 자유화를 달성하기로 목표를 설정했지만 실현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APEC이 합의한 대로 나아가려면 회원국간 경제격차가 좁혀져야 하며, 선진국의 자기절제와 양보가 선행되어야 한다. 때문에 노 대통령의 지적은 개도국 지지를 얻을 것이나 선진국에 불쾌하게 들릴 수 있다.APEC 주최국이라고 해서 회의방향을 근본적으로 좌우하긴 힘들다. 특히 국내 양극화를 해소 못한 상황에서 국제사회의 빈부격차를 완화하는 데 한국이 앞장서겠다는 것은 과욕으로 비칠 우려가 있다. 자칫 ‘정치구호’로 인식되면서 미국·남미국가간 대립과 유사한 양상이 빚어질 가능성이 있다. 노 대통령의 제안이 의미를 가지려면 한국이 솔선해 후발국을 돕는다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정보·통신(IT) 분야 기술협력 등 구체적 대안 제시로 개도국뿐 아니라 선진국의 공감을 이끌어내야 할 것이다. 의장국으로서 APEC 정상회의가 큰 갈등없이 의견을 모아가는 모습을 보이도록 유도해야 한국의 위상이 올라간다. 미국·일본·중국·러시아 등 북핵과 관련한 주변국 정상이 모두 참석한다는 점에서도 한국의 외교력이 더욱 요구된다.
  • “국새 소재 파악후 문화재 등록을”

    감사원이 최근 문화재청·국립고궁박물관 등의 특별감사에 앞서 벌인 예비조사에서 조선시대 국가권력의 상징인 국새(國璽) 13개의 행방이 불분명한 것으로 드러나자 (본보 8일자 8면참조) 문화재 관리에 구멍이 뚫렸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지금이라도 국새의 소재를 파악해 국보 등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휘준 문화재위원장(서울대 고고미술학과 교수)은 8일 “국가기관의 관리책임자가 있었을 텐데 허술하게 관리돼 소재 파악도 안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 “관리현황을 점검한 뒤 정부 차원에서 소재를 파악해 박물관에 보관하는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일제약탈·6·25때 상당수 유실그는 이어 8일 “국새가 제대로 대접받지 못한 것은 국보·보물 등 지정문화재로 등록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지정문화재 추진을 시사했다. 현재 국새는 자료가 없어 국보·보물 등 문화재로 지정된 것이 없는 상황이다.황평우 문화연대 문화유산위원장은 “국새는 광복 전에 없어진 것이 상당수이며, 정부의 관리체계가 갖춰지기 전에 일본에 약탈되거나 전쟁 등으로 유출된 것들이 많다.”면서 “일부는 이씨 왕손들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이들을 설득하고 대우해줘 이제부터라도 제대로 관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개인소장품 국가서 매입해야 소재구 국립고궁박물관장은 “지난 8월 고궁박물관이 개관하면서 어보는 320개를 소장하게 됐지만 국새는 한개도 없다.”면서 “어보도 상당수 더 있을 것으로 추정되며, 국새 3개는 중앙박물관·전주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소 관장은 “앞으로 3∼4년에 걸쳐 국새와 어보에 대한 소재 파악과 연구, 복원을 통해 지정문화재 등록을 추진할 예정”이라면서 “소장기관이 아닌 정부 차원에서 능동적으로 ‘정책적 문화재(국보) 지정’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그는 이어 “개인이 국새를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면 재산권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매입하는 방안도 추진할 것”이라면서 “그동안 일천했던 국새 연구와 복원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정신건강 전령사’ 나선 임웅균 예술종합학교 교수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정신건강 전령사’ 나선 임웅균 예술종합학교 교수

    흔히 고음(高音)을 잘 내는 사람을 ‘신이 내린 목소리’에 비유한다. 테너에게 고음은 생명 그 자체다. 또 고음을 위해 생명을 걸기도 한다. 세계적 태너도 고음 앞에 무릎을 꿇는 경우도 많고, 고음에 도전하다 죽는 경우도 더러 있다. 테너 임웅균(51)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성악가로 정상에 오를 때까지 죽을 고비를 여러번 넘겼다. 대학시절 찬송가의 높은 ‘라’음을 내다가 숨이 콱 막혀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심청전’ 연습 도중 ‘농부가’에서 또한번 아찔한 경험을 했다. 임 교수는 요즘에도 여전히 고음을 낸다. 공연장에서는 물론 예술종합학교 음악원에서 제자들을 가르칠 때에도 그렇다. 특히 학생들에게 야단칠 때면 음악원 전체가 쩌렁쩌렁 울린다. 주위에서 “성악가는 목소리를 아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목소리를 강철처럼 단련시키고 싶어 그런다며 오히려 목소리를 더 높인다. 지난 주 음악원 연구실에서 임 교수를 만났다. 인터뷰 내내 그의 목소리는 소문대로 쩌렁쩌렁했다. 때로는 천진난만한 웃음으로 펄쩍펄쩍 신나서 뛰기도 했다. 임 교수는 최근 서울시로부터 ‘정신건강 지킴이’로 위촉돼 정신건강 전령사로 또다른 역할에 나섰다.“나의 건강은 가족의 건강이며 나아가 한민족의 건강이 아니냐.”면서 노래로 정신건강을 지키고 알리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가치있는 일이라며 크게 웃는다. 이어 대뜸 “내가 (국회)출마하면 어떻겠소, 할 일이 꼭 있거든요.”라는 생뚱맞은 질문을 던진다. 대답할 겨를도 없이 “전국 60개도시에 사랑의 집을 짓는 것입니다. 청소년과 미혼모를 위한 재활프로그램, 즉 세계 최고의 휴먼센터를 설립하는 거지요.”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학교에서 퇴학당하기 일보 직전에 휴먼센터에서 보름 동안 재활프로그램을 거쳐 퇴학여부를 결정하자는 것. 이를 위해 매년 1800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는 계산도 끝냈다고 했다. 자기 적성과 자아를 파악한 사람은 결코 죄를 짓지 않기 때문에 휴먼센터가 이 역할을 충분히 해줄 것이라고 장담했다. “우리나라는 교과목이 너무 많아요. 학생들 가방이 그렇게 무거운데도 어디 노벨상 하나 제대로 나오나요.6,7개 과목으로 팍 줄여야 해요. 그리고 책가방을 왜 들고 다닙니까. 책은 학교에 보관하고 집에 돌아와서는 CD로 공부하면 돼요. 왜 그 흔한 CD 제작을 안하는 것인지 답답해요.” 임 교수는 정계나 재계 인사들을 만날 때마다 장소를 불문하고 ‘입바른 소리’를 잘 하기로 소문이 나 있다. 피가 끓는 다혈질의 사나이기에 정 안되면 국회진출이라도 해서 그런 일을 꼭 이루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한다. 공연장 밖에서 그가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어린이와 청소년을 돕는 일.3년전부터 학교폭력대책 국민협의회 공동대표를 맡아 ‘사랑의 공책 보내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유명 인사들과 연예인들의 캐리커처와 메시지를 담은 공책 5만부를 소년 소녀 가장이나 결식아동들에게 보내 용기를 북돋워 주고 있다. 또 2년 전에는 어린이날이 공휴일에서 제외된다는 얘기가 나오자 68개 어린이단체 공동대표의 자격으로 국무총리실에 찾아가 다짜고짜 담판을 지어 원점으로 되돌리게 했다. “앞으로 우리나라는 오른손 문화에서 양손문화로 바뀌어집니다.30대 이상은 대부분 오른손을 쓰지만 지금의 청소년과 20대는 양손을 쓰거든요. 컴퓨터 자판도 그렇고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도 다 양손으로 휙휙 날리잖아요. 그래서 지금의 청소년은 어느 때보다 정말 중요합니다.” 임 교수는 또 유학시절 유상근 전 명지대 이사장의 장학금으로 공부를 했다는 사실을 회고한 뒤, 한 사람의 투자로 이렇게 성악가와 교수로 성장해 수많은 사람을 즐겁게 해주고 있지 않으냐고 자신했다. 따라서 재벌들은 우리 사회의 불우이웃과 청소년들을 위해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재벌들은 따지고 보면 농민과 서민들이 물건을 사 주니까 재벌이 된 거 아니냐면서 우리 농산물이 무너지면 암 발생 등 만병의 근원이 생기기 때문에 농촌 지원에도 앞장서야 한다고 역설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차원에서 농민들에게 무이자로 대출해 주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도 있다고 했다. 한참만에야 음악얘기가 나왔다. 인간은 음악과 스포츠 두가지만 있으면 살 수 있다면서 “발가벗은 목욕탕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뭔지 아세요? 작곡 시 노래 무용 등 네가지뿐입니다.”고 했다. 시나 무용도 음악이 있어야 하고 무용 역시 결국은 체육이 아니냐는 것. 예로부터 음악은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기에 사람은 음악을 들어야 과격해지지 않는다고 했다. 밀양아리랑을 멋들어지게 부를 때 하얀손수건을 꺼내는 이유를 물었다.“다윗창법을 쓰지요. 다윗은 노래로 신과 대화를 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또 목소리가 어린이와 비슷하다는 것을 알게 됐지요. 어린이들은 고음에서도 또박또박 소리를 내면서 목이 잘 쉬지 않지요. 그래서 아 이게 바로 벨칸토구나 하는 것을 알았지요.”라고 했다. 임 교수의 성악적 자질은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았다. 숙대 성악과에 입학 등록을 한 어머니는 임신을 하는 바람에 수학을 포기했고, 이때 낳은 아이가 바로 임 교수. 아버지는 일본 규슈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해 고교 교사로 있었으나 여섯 아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사업에 뛰어들었다 곧 실패했다. 임 교수는 가난한 살림에 피아노를 배울 수도 없었고 음악성적도 별로였다. 초등학교 5학년 음악시간때 너무 크게 목소리를 냈다는 이유로 선생님한테 뺨을 맞았다. 음악점수는 ‘양’이었다. 중학교 1학년 때도 그랬다. 중2때 음악선생님한테 “성악을 하지 않으면 안될, 기가 막히게 좋은 목소리를 지녔다.”고 칭찬을 받았다. 이후 ‘고성방가’하는 버릇이 생겼다.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서울 뚝섬 동네 밖에서 노래를 부르면 마을 사람들이 ‘웅균이가 온다.’고 했다. 학창시절 공부실력은 별로였다. 경기중학 입학시험에 떨어지고 고교 역시 1,2차에 거푸 떨어져 대구로 내려갔다가 우여곡절끝에 명지고에 입학했다. 고등학교 2학년이 돼서야 비로소 성적이 상위권으로 올랐다. 고3때 육사를 지원, 군인이 되려고 했다. 그러나 어머니의 만류와 음악선생님의 권유로 성악을 하게 됐다. 7개월 동안 집중적인 레슨끝에 연세대 성악과에 수석 합격했다. 대학때에는 문화촌 달동네에 살면서 클래식을 연주하는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어머니의 치료비를 충당했다. 물로 배를 채우고 무대에 오르기 일쑤였다. 결국 달동네 생활 3개월 만에 장티푸스에 걸린 것. 병원비가 없어 작은형의 대영백과사전을 가져다 팔아 겨우 해결했다. 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하고 3년 동안 화곡고 음악선생으로 있다가 이탈리아로 유학을 떠났다. 고음의 벽을 뚫고 음악적 완성을 이루기 위해서였다. 돈이 없어 궁리 끝에 유관순 기념관에서 독창회를 열었다.370만원을 벌었다. 그 돈으로 급하게 결혼식을 올리고 부인과 함께 유학길에 올랐다. 세계적인 성악가를 배출한 오시모 아카데미에서 2년간 공부했다. 기라성 같은 테너와 소프라노의 음반을 구해다 틀어놓고 달달 외우다시피 했다. 최대한 흉내를 내면서 발성을 연구했다. 또 마리아 칼라스의 뮤직코치로 유명했던 안토니오 토니니에게서 많은 것을 배운다. 루치아노 콩쿠르에 참가했을 때 심사위원인 파바로티로부터 “목소리가 굉장히 고급스럽다.”는 말을 전해 듣기도 했다. 85년 11월 귀국, 서울 마포의 한 아파트에서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15만원으로 시작했다. 이듬해 3월 연세대 강사로 채용됐고,1년 뒤 ‘KBS콘서트홀’이라는 프로에 단골로 출연하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임 교수를 스타로 만들어준 것은 바로 ‘열린 음악회’.93년 10월 첫 출연하면서 ‘두만강’‘타향살이’‘밀양아리랑’ 등 클래식과 대중가요, 민요를 오가며 대중적 인기를 얻었다. “지식인이 침묵을 지키는 경우는 두가지, 즉 완전한 낙원이거나 아니면 아무 희망이 없는 사회일 때 그렇지요. 하지만 둘 다 아니라면 웅변이 곧 금입니다.” 요즘에는 실학과 우리나라 독립운동사를 공부한다. 이유에 대해 역사는 말 잘하는 사람을 예의 주시해 왔으며 실사구시 차원에서 하고 있다고 껄껄 웃는다.“임진왜란때 일본이 우리나라 사람 6만,7만명을 끌고 갔는데 돌아온 것은 6000여명밖에 안돼요. 나머지는 외국의 노예로 다 팔아 넘겼어요.” ■ 그가 걸어온 길 ▲1955년 서울 출생 ▲75년 명지고 졸업 ▲75년 연세대 성악과 수석 입학 ▲79년 연세대 성악과 학사졸업 ▲79∼81년 군입대 ▲81년 화곡고 음악교사 ▲83년 이탈리아 유학, 산타체칠리아 국립음악원과 오시모 아카데미에서 수학(석사) ▲85년 귀국 ▲94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성악과 부교수, 성악과 과장 역임 ▲2002년 5월 학교폭력대책국민협의회 공동대표 ▲2005년 10월 서울시 정신건강 지킴이 위촉 ▲그외 로마 밀라노 등 이탈리아 17개 도시, 뉴욕 워싱턴 애틀랜타 등 미국 19개 도시 순회연주. 오페라 ‘사랑의 묘악’ 등 국내 30여회 공연 ■ 주요 상훈 만토바 국제콩쿠르 2위, 비오티 국제콩쿠르 메리토상, 제22회 한국방송대상 성악가상(95년), 저축의 날 대통령 표창(2000년) ■ 음반 선경 한국가곡 4,5집(CD), 독집음반 사랑하는 마음(99년), 태너 임웅균의 클래식 가요(2001년) km@seoul.co.kr
  • 말랑해진 ‘정당 홈피’

    #1 당원끼리 ‘누리장터’제목 희망을 배달합니다 글쓴이 우리 조회수 121 꽃파는 남자 우리입니다. 적립금도 드려요. 나중에 도당이나 청년·여성위원회에 후원하세요.#2 당원끼리 ‘도전! 말풍선’문제 A의원이 B의원에게 말을 거네요. 둘은 무슨 얘기를 할까요?도전 nara A:점심에 자장면 먹읍시다. 내가 쏩니다. B:탕수육 먹어도 되죠?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홈페이지에서 네티즌을 위해 만든 코너의 한 대목들이다. 이처럼 감성지수가 높아지는 추세는 정당 홈페이지도 예외가 아니다. 정책에 대한 공식 입장 소개도 중요하지만, 네티즌의 입맛도 무시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열린우리당은 최근 홈페이지를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특히 당원과 네티즌이 관심을 가질 ‘누리마당’에 공을 들였다. 당원끼리니 필요한 물건을 사고 팔자는 취지로 ‘누리장터’를 열었는데, 아직까지는 입소문을 덜 타서 그런지 호응도는 높지 않다. ‘대한민국 정당 사상 최초’라는 화려한 문구로 네티즌을 유혹한 코너는 열린우리당 이름으로 가입한 싸이월드 미니홈피다. 홈페이지에서는 ‘열우당 안돼! 열린당 허걱!’이란 캠페인도 진행하는 참이다. 당 약칭을 ‘열우당’이나 ‘열린당’처럼 어감이 안 좋은 단어로 쓰는 곳을 고발해달라는 이벤트다. 한나라당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첫 화면에 ‘수호천사가 되어주세요.’라는 캠페인이 나타난다. 한나라당이 중요한 이슈로 꼽는 ‘정체성 지키기’를 경직되지 않은 말랑말랑한 글과 그림으로 설명하는 코너다. 국회의원의 사진에 네티즌이 상상력으로 말풍선을 채우는 이벤트도 열린다. 박근혜 대표와 김희정 의원이 귀엣말 나누는 장면에 한 네티즌이 ‘김 의원:언니 마트 갈래?’,‘박 대표:시장으로 가. 반찬은 마트보다 시장이 싸다니까∼’라고 적은 글이 뽑혀 베스트 답글로 선정되기도 했다. 네티즌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이벤트로 당에서는 자체 평가하고 있다.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 “지리산 4개도로서 年2934마리 로드킬” 도공 집계의 4배

    “지리산 4개도로서 年2934마리 로드킬” 도공 집계의 4배

    로드킬(road-kill·차량사고로 숨진 야생동물) 실태가 그동안 알려진 것보다 훨씬 심각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리산 주변 도로의 일부 구간에서만 한해 동안 무려 3000여마리에 육박하는 각종 야생동물이 숨졌다. 이 가운데 멸종위기종과 천연기념물 등 정부가 지정한 법정보호종도 171마리에 이르렀다.88고속도로의 경우 한국도로공사 등의 공식집계보다 4배 넘게 많은 것으로 조사돼 공사 통계치의 신빙성마저 도마에 오르고 있다. 3일 서울대 환경계획연구소의 로드킬 실태 조사팀에 따르면 지난해 7월∼올해 6월까지 88고속도로와 19번 국도 등 지리산 일대 4개 도로에서 1년 동안 모두 2934마리의 야생동물이 차량사고로 숨졌다. 같은 기간 전국 3000㎞의 고속도로를 대상으로 한 도로공사의 공식집계(2923마리)와 엇비슷한 규모다. 서울대팀은 지리산국립공원을 두른 도로(320㎞) 가운데 절반에 못 미치는 119㎞만 조사대상 구간으로 삼았는데, 여기에서만 매일 8마리, 한 달 245마리의 야생동물이 숨진 셈이다. 법정보호종 로드킬은 171마리로, 이 중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된 삵이 64마리로 가장 많았고 소쩍새(천연기념물)가 55마리였다. 큰소쩍새(천연기념물)와 하늘다람쥐(멸종위기종·천연기념물)도 각각 17마리,10마리로 집계됐다. 이번 조사결과와 도로공사의 집계는 현격한 차이가 났다. 조사구간이 겹친 88고속도로(함양∼남원간 44㎞)의 경우 실제 883마리가 숨졌으나, 도로공사 집계는 202마리에 불과했다. 특히 법정보호종의 경우 서울대팀 조사결과는 소쩍새 39마리, 삵 35마리 등 총 171마리였으나, 도로공사 집계엔 한 마리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은호기자 unopark@seoul.co.kr
  • 한국 무역개발지수 110개국중 25위

    한국 무역개발지수 110개국중 25위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세계 110개국을 대상으로 무역과 개발 성취도를 평가한 결과, 한국이 총점 646점으로 25위에 올랐다. 개발도상국 중에서는 싱가포르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UNCTAD가 2일(현지시간) 발표한 ‘2005 무역·개발지수(TDI)’ 보고서에 따르면 덴마크가 874점을 얻어 1위를 기록했고 미국(854점), 영국(825점)이 뒤를 이었다.806점을 얻은 일본은 6위였다. 개도국 가운데는 싱가포르(762점)가 15위로 가장 높았다. 중국(505점)은 51위였고 최하위는 아프리카의 니제르(136점)였다. 북한은 이번 조사에 포함되지 않았다. 한국과 중국은 무역개방성을 나타내는 실행관세율에서는 비교적 양호한 점수를 받았으나 관료의 질과 부패도에서 낮은 평가를 받아 총점을 갉아먹는 요인이 됐다. 한국은 관료의 질이 4점 만점에 2.67, 부패도는 6점 만점에 2.93을 기록해 이탈리아와 멕시코, 브라질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 “내실로 금융권 빅뱅 위기 돌파”

    은행장들이 11월 들어 일제히 ‘내실 다지기’를 강조하고 나섰다. 강정원 국민은행장은 1일 통합 4주년 맞이 월례조회에서 “인수·합병(M&A) 등으로 촉발된 금융권 빅뱅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규모보다 역량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밝혔다. 강 행장은 “경쟁은행과 규모 격차가 현저히 줄어든 데다 (LG카드와 외환은행 등) M&A 매물까지 시장에 나와 있어 방심할 수 없는 긴박한 여건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이어 “하지만 국민은행은 2500만명에 이르는 고객을 제대로 모시기만 해도 영업규모 경쟁에서 어떤 은행에도 뒤지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국내에서 10년간 최대은행의 자리를 지킨 리딩뱅크가 1개도 없었다.”면서 “국민은행이 이같은 신기원을 이룩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상훈 신한은행장도 월례조회에서 “불확실한 시장상황에서 영업 성패의 관건은 은행의 기초체력”이라고 강조했다. 신 행장은 “조흥은행과의 통합을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고객 이탈을 막고 영업기반을 넓혀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고객과 끊임없는 의사소통을 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강권석 기업은행장도 월례조회를 갖고 “중소기업대출 순증액이 지난 3·4분기까지 4조 8000억원으로 기존 목표치인 8조원에 크게 모자란다.”면서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남은 2개월간 적극적인 섭외와 마케팅을 통해 영업력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CJ나인브릿지클래식] 바람의 제주…이지영 ‘바람’

    여걸들이 비바람 속에서 악전고투를 펼치는 동안 리더보드 꼭대기를 선점한 건 ‘여제’도 ‘버디퀸’도 아닌 스무살짜리 ‘루키’였다. 한국여자오픈 챔프 이지영(20·하이마트)이 28일 제주 나인브릿지골프장(파72·6306야드)에서 벌어진 미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CJ나인브릿지클래식(총상금 135만달러) 1라운드에서 ‘커리어 베스트’인 7언더파 65타의 불꽃샷을 터뜨리며 단독선두에 올랐다.4개홀 연속버디를 포함, 무려 9개의 버디를 뽑아내고 보기는 단 2개로 막아냈다. 10번홀에서 출발한 이지영은 초반 2개홀을 파세이브하며 차분히 돌풍을 준비했다.12번홀(파5)에서 서드샷을 핀 2m까지 바짝 붙인 이지영은 가볍게 첫 버디를 뽑아낸 뒤 15번홀(파4)까지 ‘버디 퍼레이드’를 벌였다. 이후 버디 2개를 더 보태 전반홀에서만 보기없이 6개타를 줄여 단숨에 선두로 나선 이지영은 후반 2∼3번홀에 연속보기로 주춤했지만 곧바로 만회한 뒤 마지막 9번홀(파5)마저 버디로 장식했다. 우승상금 20여만달러와 향후 2년간 LPGA 풀시드(전경기 출전권)의 꿈을 부풀린 ‘루키’는 이지영뿐만이 아니었다. 파브인비테이셔널 챔피언 박희영(18·이수건설)은 3언더파를 쳐 단독4위에 올랐고, 홍란(19·김영주골프)도 2언더파로 버텨 지난주 하이트컵에서 첫승을 일군 뒤 와일드카드로 출전한 이선화(19·CJ)와 함께 공동5위에 올라 2라운드를 기약했다. 장정(25·5언더파)과 김미현(28·KTF·2언더파)이 각각 2위와 공동5위에 올랐을 뿐 해외파는 부진했다. 디펜딩 챔피언 박지은(26·나이키골프)은 버디와 보기를 번갈아가며 이븐파에도 못 미쳤고,‘동창생 챔프’ 이미나(4오버파)와 김주연(2오버파·이상 24)도 3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세이프웨이클래식에서 시즌 첫승을 올린 강수연(29·강수연)은 버디는 한 개도 뽑아내지 못한 채 9오버파로 망가져 최하위에 머물렀다. 대회 첫승을 장담하던 ‘여제’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은 보기 4개를 저지르고 버디는 1개에 그쳐 3오버파 75타로 한희원(27·휠라코리아)과 함께 공동39위에 그쳤다. 제주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시사키워드]APEC과 ASEM

    [시사키워드]APEC과 ASEM

    ● 시사키워드 2005 제13차 APEC 정상회의가 11월 12일부터 19일까지 1주일 동안 부산 BEXCO와 누리마루 APEC하우스에서 개최된다. 회의에는 21개 회원국 정상과 정부 대표, 기업인과 기자단 등 6000여명이 참가할 예정이다. 지역간 대화채널인 ASEM과 더불어 APEC은, 우리로서는 주변국들과 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유일하고도 중요한 지역공동체다. ●APEC이란 APEC(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은 아시아 및 태평양 연안국가들의 원활한 정책대화와 협의를 주목적으로 하는 세계 최대의 지역경제협력체다. 전세계 GDP의 약 57%, 교역량의 약 45.8%를 점유한다. 국제조약에 따라 설치된 정부간 국제기구와는 달리 정부와 민간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느슨한 포럼 ’ 형태로 운영되고 있지만 협력체제는 매우 공고하다. 1989년 우리나라 등 12개국이 출범시켰다. 현재는 미국, 일본, 캐나다, 중국, 러시아, 멕시코, 호주 등 주요 선진국과 강대국들이 가입해 있다. 무역ㆍ투자액으로 볼 때 회원국들은 우리의 매우 중요한 파트너다. 우리나라 총 교역의 70.4%, 한국 투자액의 63.3%(2004년 6월 기준)를 차지하고 있다. 정상회의를 연 것은 1993년부터로 최고의 정책공조 포럼으로 발전했다. ●지역주의와 다자주의 국가간의 문제를 해결하고 협력하는 공동체를 흔히 다자주의(multilateralism)와 지역주의(regionalism)로 구분한다. 경제 분야에서 지역주의란 지리적으로 가깝고 역사와 문화에서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국가들이 자유무역협정(FTA) 등을 통해 경제적 장벽을 제거하고 교역을 촉진하는 것을 말한다.APEC, 유럽연합(EU),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다자주의란 세계무역기구(WTO)와 같이 지역적이라기보다는 전세계적 개념이다. 세계의 거의 모든 국가들이 참여하는 기구에서 국제법과 같은 효력을 지닌 규정으로 상호주의의 원칙 아래 무역 장벽을 제거하고 제재도 가하는 방식이다. 다자주의와 지역주의가 충돌하지 않느냐 하는 논란이 있다. 지역주의가 회원국이 아닌 국가를 차별함으로써 세계 무역에 걸림돌이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세계 통합을 위해서는 다자주의가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지역주의에 따른 무역의 활성화가 세계 전체의 교역에도 도움을 준다고 하는 등 지역주의의 긍정적인 면이 강조되고 있다. ●APEC과 ASEM 다자주의는 전 지구적 경제협력을 위한 선택이긴 하지만 지역협력을 통한 자국의 이익 추구 움직임은 여전히 활발하다.APEC은 이런 기류 속에서 ‘개방적 지역주의’를 표방하면서 출범했다.APEC이 단지 지역주의에 머물지 않고 다자주의로 발전하게 된 계기는 아시아·유럽 정상회의(ASEM)의 출범이다.ASEM은 사상 최초로 아시아와 유럽의 정상회의를 통해 지역주의를 극복하고 다자주의와 지역주의의 공존을 모색하는 ‘지역간’의 대화채널이다. ASEM은 정치, 안보, 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 아시아와 유럽이 협력하고 이해를 증진함으로써 평화와 번영을 함께 추구하는 것이 목표다.1996년 3월 태국 방콕에서 아시아 10개국(한·중·일과 ASEAN 7개국)과 15개 EU 회원국 정상이 참석한 가운데 첫 회의가 열렸다. 경제분야에 제한되지 않고 정치, 안보, 사회, 문화 등을 망라하고 있다.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공동체에 참여하는 국가의 이해 관계는 같지 않다. 미국은 EU에 대항하는 지역공동체로서 21세기 경제강국 중국, 일본, 한국 등이 참여하는 APEC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중국은 시장개방과 선진국의 기술이전, 투자유치가 중요한 목적이다. 우리는 어떤가. 역시 무역에 경제의 많은 부분을 의존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주변국과의 협력과 대화가 절실하게 요구된다. 특히 APEC은 우리가 유일하게 가입한 지역협력체다. 동남아 국가들은 ASEAN으로, 중국은 화교권으로 뭉치고 있는 마당에 APEC과 ASEM의 중요성은 말할 필요도 없다. 선진국과 개도국의 중간자적인 역할로 입지를 확고히 하며 국가 위상을 높일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APEC 정상회의 개최를 계기로 한국의 발언권은 더 세질 것이며 회원국들과의 교역은 더 활발해 질 것으로 예상된다. 손성진기자 sonsj@seoul.co.kr
  • 전국체전 통해 본 서울 체육의 오늘

    전국체전 통해 본 서울 체육의 오늘

    곧 90회를 맞는 전국체육대회는 몇해 전까지만 해도 나라의 잔치였다. 줄임말로 ‘체전’이라 부르게 된 언저리에는 ‘체력은 국력’이라던 시절의 개인보다도 국가 명예를 최고로 치던 잔영이 남아 있다. 군화발이 득세할 무렵인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 전후로 체육이 도색영화, 성(性)산업과 더불어 3S(Screen·Sports·Sex) 정책으로 국민들을 도취시키기도 했다. 스포츠에 매력이 숨었다는 얘기도 된다. 그러다 프로스포츠가 인기를 누리는 등 격변기를 맞아 체전은 물론 아마추어 대회는 시들해져만 갔다. 어떤 이들은 전국체전을 두고 ‘그들만의 잔치’라고 비아냥거리기까지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체전은 누구에게든 아련한 추억을 안겨주고 있다. 고향의 마을 어귀엔 아무개 아들이나 딸이 체전 대표로 뽑혔다느니, 무슨 메달을 땄다느니, 몇등을 했다느니 하는 빨간 글씨가 적힌 큼직한 현수막이 오가는 길손들을 맞이하고 있을지 모른다. 복잡하기 그지없는 거대도시 서울에서 전국체전이라고 해봐야 귓전으로 흘려 들을 정도로 더 싸늘해졌다. 하지만 역시 골목 골목에서는 ‘우리 동네 아무개, 우리 학교 아무개가 몇등을 먹었다.’는 식의 입소문이 환영 플래카드와 함께 들리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14일부터 20일까지 일주일 동안 ‘신화의 도시’로 불리는 울산에서 제86회 전국체전이 펼쳐졌다.1792명이 뛴 서울시 선수단은 총점수로 순위를 가름하는 대회 방식에 따라 경기도의 장벽을 넘지 못한 채 2위로 돌아왔지만 금메달 숫자는 114개로 가장 많이 따왔다. 서울 체육을 보면 한국 스포츠가 보인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만큼 스타들도 많이 몰린 곳이 바로 서울이다. 인구 1000만이 사는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스포츠에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살짝 들여다본다. ■ 장대높이뛰기 1인자 김유석 “내 아버지가 백만장자라 해도 내 삶은 장대 높이뛰기에 걸었다.” 세살 때 엄마 아빠의 손에 이끌려 태평양을 건너갔던 한 꼬마가 어엿한 청년으로 되돌아와 체육계를 들뜨게 만들고 있다. 그 보물단지는 다름아닌 서울시 체육회 소속, 그것도 한국 스포츠에서 황무지라 할 육상 종목에 있다. 지난 8월초 시청에 입단했다. 더욱이 지위의 높고 낮음을 떠나 이민을 가거나 원정 출산까지 감행하는 게 한국의 요즈음 세태다. ●“날아가는 멋에 살죠.” 김유석(23). 서울시 육상단 선수로 뛰고 있는 그는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만큼은 자연을 이용해 가장 멀리 날아가는 사람으로 불린다. 현재 장대 높이뛰기 최고기록 보유자이기 때문이다. 김씨는 흔히 버거운 살림살이에 쫓겨 아들 딸에게 책을 쥐어주기는 고사하고 운동으로 ‘계층 상승’을 겨냥하기 쉬운 우리 현실과는 다르다. 최소한 학업과 경제사정을 따지면 아쉬울 게 도무지 없는 편이라 그를 바라보는 체육계의 눈은 ‘기대 반, 부러움 반’이라고 할 만하다. 미국은 물론 세계적으로 내로라하는 UCLA(캘리포니아 주립대학) 경제학과 출신이다. 고등학교도 미국의 5대 명문 사립재단인 디어필드 아카데미(Deerfield Academy)를 나왔다. 고교를 졸업한 뒤에는 역시 명문 중에서도 명문인 UPEN(University of Pensylvania)에 스카우트될 정도로 뛰어난 학업성적을 보였다. 하지만 장대높이뛰기 종목을 육성하는 UCLA를 선택하기 위해 1년을 기다리는 고집까지 보였다. 한국 육상을 말하자면 몇몇 굵직굵직한 스타들을 낳은 마라톤 정도가 전부라 하겠기에 더욱 그렇다. 김씨는 전국체전을 다녀온 뒤 약간은 실망스러운 가운데 다음 기회를 벼르며 다시 각오를 되새기고 있다. 올 4월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MPSF(Mountain Pacific Sports Federation) 육상대회에서 5m61㎝로 한국 최고기록을 일궈낸 그는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기는 했지만 대회 신기록에 머물고 말았다. 그가 한국 기록을 갈아치운 것은 세번째였다.2003년 5월 미국 PAC-10 선수권대회에서 세운 5m55㎝, 지난해 6월 전미 대학육상선수권대회에서 세운 한국기록 5m60㎝를 1㎝,5㎝씩 끌어올렸다. 지난 15일 남자 일반부에 출전,5m36㎝를 뛰어올랐다. 웬만한 이들 같으면 대회신만 해도 기쁘기 이를 데 없는 성적일 수 있는 것이다. ●마이 웨이 UCLA 2학년 때인 2002년 국가대표에 발탁돼 줄곧 육상계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실력에 못잖게 조국에 대한 자부심도 대단하다. 지금까지 20여년을 이국에서 지내오면서도 단 한번도 국적을 바꿔보지 않은 그의 가족들이다. 세 글자가 뚜렷한 이름도 마찬가지다.3년 전 아버지가 한국을 위해 뛰어야 한다며 대한육상경기연맹에 아들 실력을 봐달라고 연락해온 데서도 알아볼 만하다. 이같은 사실을 보란 듯 증명해주는 사례는 또 있다. 육상연맹 홍순모(46) 이사는 이렇게 말한다. “2000년 칠레에서 세계 주니어 선수권대회가 열렸는데, 이 때 유석이를 처음 만났지요. 시드니올림픽을 치러낸 나라라는 거드름에 들뜬 오스트레일리아 육상선수들이 한국 선수들을 ‘미개인’ 운운하며 놀려댔지 뭡니까.” 오징어에 고추장, 된장 등 냄새를 풍기는 음식을 먹는 모습을 보고 시비를 걸어온 것이란다. 그런데 김씨가 한발짝도 망설이지 않고 나섰다. 스포츠를 하는 사람들이 그러면 못쓴다며 무례하게 군 점에 대해 사과하는 뜻으로 무릎을 꿇으라고 해 항복(?)을 받아냈다고 홍 이사는 덧붙였다. 고교 때 동급생들 사이에 최고의 실력을 뽐내던 김씨는 한국 국가대표로 나선 2002 대구 유니버시아드와 지난해 그리스 아테네올림픽에선 뜻밖의 부진을 보였다. 대회참가 직전에 훈련하다가 봉이 부러지는 바람에 손목 부상을 입고도 끈질긴 투혼을 보였다는 대목은 그가 장대 높이뛰기라는 운동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잘 말해준다. 디어필드 아카데미 2학년에 올라가면서 뉴잉글랜드 사립고등학교대회 기록을 갈아치우면서 내리 3년간 챔피언이 되었을 정도의 실력이었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한수 아래였던 친구들이 요즈음 들어 (5m)70∼90㎝대까지 기록하는 데 대해 자존심이 상한 상태라고 한다. 이를 바꾸어 말하자면 장래성이 무궁무진하다는 점이라고 육상인들은 입을 모은다. ●“머잖아 해내고 만다.” “장대 높이뛰기에서만 경험하는 하늘을 나는 그 기분, 그 환희. 그보다 좋은 것은 상상하기 어려웠지요. 저는 장대 높이뛰기를 사랑하게 됐습니다.” 김씨는 고교 동창생이기도 한 형이 의무학점인 스포츠 종목으로 장대높이뛰기를 하는 모습을 보고 뒤따라 배우다 푹 빠지게 됐다. 형은 하버드를 나와 미국에서 사업가로 주목받고 있는 반면, 성적이 더 뛰어나다던 동생은 아예 직업으로 바꿔버린 셈이다. 운동이냐, 전공을 살리느냐를 놓고 고민에 휩싸였을 때 “네 길을 걸어가라.”며 격려를 아끼지 않은 이들도 그의 가족이다. 선수이면서 학생회 임원, 학년 대표를 지낼 정도로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았고 선수라 해서 수업이나 과제, 시험에서 예외일 수 없는 환경에서 한치도 모라람이 없는 재목이었다.191㎝ 84㎏의 건장한 한국청년은 외모도 빼어나 영화에 출연하고 모델 제의도 받은 적 있다. “더 좋은 대학교를 마다하고 운동을 한다고 덤볐을 때 부모님이 하신 말씀은 삶의 원동력이 됐습니다.” 운동 선수에게는 UCLA보다 더 좋은 대학은 없다, 좌우명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사는 사람의 행복 이상은 없다.’며 어깨를 두드려줬다는 것이다. 김씨는 27일 미국으로 떠났다. 세계 각지에서 열리는 육상 대회에 차례로 나가며 힘을 기르기 위해서다. 대한민국과 서울을 대표하는 ‘장대높이뛰기 사절’인 셈이다. 세계기록 보유자인 우크라이나의 부브카를 지도한 얼 벨 코치와 84년 로스앤젤레스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마이클 톨리 코치가 그를 주목해 단련시키고 있다는 점은 미래를 밝혀주는 사실이다. 독일인 매니저가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한국 출신의 월드스타 탄생을 예감케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핏줄을 바라보는 마음가짐이 언젠가 큰 일을 벌일 것이라고 육상인들은 한목소리로 말한다. “초등학교 때부터 방학만 되면 모국으로 건너와 한국어를 배운 정신과 스포츠맨으로 제1 덕목인 반듯하고 절제할 줄 아는 태도 때문입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땀으로 일군 ‘스포츠 서울’ ‘아우 먼저, 형 먼저’ 하는 쌍둥이 메달리스트에서부터 방망이 든 프로배구 감독의 아들, 야구 감독의 핏줄을 이어받은 다이아몬드 유망주까지…. 수도 서울의 명예를 걸고 땀을 흘린 전국체전 선수단에는 여러가지 사연을 가진 선수들이 많다. 마지막 금메달의 주인공도 서울시 여자축구단이었으니 “막판에 웃는 자가 진짜 승자”라는 자부심에 들뜰 만하다. 이들 가운데 레슬링에 출전, 메달을 따낸 쌍둥이 형제가 남들의 부러움을 샀다. 쌍둥이 아니랄까봐 군에도 나란히 입대한 국군체육부대 김종대·종태(25)형제가 그 주인공이다. 둘은 일란성 쌍둥이로 10분 먼저 태어난 김종대가 형이다. 형제는 중랑중 1학년 때 나란히 레슬링에 발을 들여놓았지만 형은 이듬해 손을 뗐다. 두명 모두 운동을 시킬 수는 없다는 부모님 반대 때문이었다. 그러나 레슬링을 잊지 못하던 차에 3학년 때 다시 매트에 올랐다. 이 때 생긴 공백 탓일까. 동생이 그레코로만 1위를 한 반면 형은 자유형 3위로 동메달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몸무게가 55㎏으로 같지만 서로 매트에서 다투는 일만은 피할 수밖에 없어 세부종목만 나눴다. ‘상무’라는 이름으로 더 알려진 국군체육부대에 뽑힌 것만으로도 실력을 알아줄 만한데 당당하게 메달까지 따냈으니 경사가 아닐 수 없다. 차세대 황영조로 불리는 육상 꿈나무 전은회(17·배문고)는 남고부 5000m와 10㎞에서 우승해 장거리 유망주로서의 기대를 한껏 부풀렸다. 전은회는 지난 5월 전국 고교대회 10㎞에서 29분 27초로 황영조(35·국민체육진흥공단 감독)가 강원도 명륜고 시절인 89년 세운 기록 29분 31초를 4초나 앞당겼다. 이어 지난 6월엔 5000m 레이스에서도 허장규(22·삼성전자)가 갖고 있던 고교 최고기록 14분 17초 93을 12초나 앞당긴 14분 05초 44를 기록해 제2의 황영조라는 별명을 얻었다. 고교부 야구에서 우승한 신일고엔 왕년의 배구스타 아들이 눈길을 끌었다.2학년 강성호(16)군은 아버지 강만수(50) 전 현대캐피탈 감독의 뒤를 이어 중3 때까지 배구를 하다가 야구로 전향(?)한 사례다. 프로야구 LG트윈스 2군 사령탑을 맡고 있는 김인식(52) 감독의 아들 김준(20·고려대 2년)군도 서울시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누볐지만 아쉽게 메달을 놓쳤다. 이밖에 대학부 검도에서는 허동찬(21·성균관대 3년), 동진(19·성균관대 1년) 형제가 5명씩 겨룬 단체전에서 금메달 못지않은 은메달을 따내 ‘칼 솜씨’를 뽐냈다. 서울 대표팀은 신기록도 쏟아냈다. 한국신기록 42개 가운데 5개, 대회신기록 165개 가운데 28개를 낚았으니 체면을 구기지 않은 셈이다. 특히 4관왕에 오른 6명 가운데 수영의 박태환(16·경기고 1년)은 대회 마지막날 최우수선수(MVP)의 영예를 안아 서울을 빛냈다. 여자축구 결승전에서는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올해의 선수 후보에 뽑힌 ‘여자 박주영’ 박은선(19)을 앞세워 경남대교를 2대0으로 물리쳐 이름값을 톡톡히 해냈다. 동작구청 씨름단 주현섭(27), 강남구청 체조단 박경아(19)와 최미선(25), 성북구청 펜싱팀 남현희(24) 등 서울시 기초자치단체 선수들이 따낸 메달 28개도 색깔을 떠나 어려운 여건에서 건져낸 것들이어서 박수를 받을 만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어나더 월드워 2’ 프랑스어판 출간 만화가 문효섭

    ‘어나더 월드워 2’ 프랑스어판 출간 만화가 문효섭

    |파리 함혜리특파원|“프랑스는 만화 독자층이 매우 두껍고 역사도 깊습니다. 첫 진출작이 베스트셀러가 안 되더라도 유럽 만화에 대해 많이 배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어나더 월드워 2(Another World War Ⅱ)’의 불어판 출간을 계기로 파리에 온 신세대 만화작가 문효섭(32)씨는 26일 소르본대학 근처의 만화전문 서점 ‘망가(MANGA)´에서 사인회를 갖고 자신의 작품이 한국만화를 유럽에 소개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유럽의 외국 만화시장은 10여년전부터 진출한 일본 만화가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만화는 2∼3년전부터 한두편씩 번역 소개되기 시작해 새로운 독자층을 형성해가고 있다. 하지만 코믹과 액션이 복합된 청소년물이나 순정물이 주류를 이루고 있어 일본 만화와 차별성을 두지 못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동물을 의인화해 2차대전 상황을 독특한 방식으로 전개한 문씨의 작품은 프랑스, 벨기에, 스위스 등 불어권 만화 전문가들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기획, 자료수집, 고증뿐 아니라 모두 연필로 데생을 하느라 작품 제작에만 1년이 넘게 걸렸다는 만화 ‘어나더 월드워 2’는 지난해 한국 독자들에게 선보인 작품. 불어판은 스위스에 본사를 둔 만화전문 출판사 파케(Paquet)가 출판했다. 이 출판사는 문씨 작품 외에 올들어 한국만화 10여권을 출간했으며 앞으로 100여권의 한국만화를 번역, 출판할 계획이다. 일본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작품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는 그는 “작품에 아직은 단골 주인공이 없지만 앞으로는 동물 캐릭터에 개성을 부여하고, 줄거리 전개도 좀더 고차원적인 작품을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어렸을때부터 만화를 좋아했고, 똑같이 베껴 그리기를 즐겼다는 문씨는 대학 1년때(한성대 산업디자인과)인 1992년 소년챔프 ‘대도 폭스’로 데뷔했다. 그는 전형적인 투잡스족. 낮에는 소프트맥스,CCR,NC소프트 등 게임관련 업체에서 게임 일러스트레이터와 아트디렉터로 일하고, 밤에는 상상의 나래를 펴고 작품 제작에 몰두한다. 문씨는 28∼30일 프랑스 서부 해안도시 생말로에서 열리는 국제만화축제에도 참가해 파케사 스탠드에서 저자 사인회를 갖는다. lotus@seoul.co.kr
  • 조달청 ‘나라장터’ 국제 표준화 선도

    조달청의 범정부 전자조달시스템인 ‘나라장터(G2B)’가 국제 표준화 작업을 선도하고 있다. 24일 조달청에 따르면 IT서비스 관리분야의 실질적인 세계표준으로, 시스템 운영의 국제표준인 ‘BS 15000’ 국제인증을 획득했다. 국내 공공기관 중 최초이고, 전체로는 6번째이다. 이는 G2B의 서비스 품질 및 안정성 제고는 물론 시스템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는 효과가 기대된다. G2B는 지난해 11월 유엔 전자정부평가에서 조달분야 세계 대표사례로 선정된 데 이어 지난 3월 유엔 산하 국제표준화기구인 UN/CEFACT의 전자입찰 절차의 국제표준에 반영되기도 했다. 또한 조달청은 나라장터에 반영된 기술과 문서항목 등 기타 표준화작업에도 직접 참여하고 있다. 정책수출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베트남과 파키스탄의 사전 타당성조사 컨설팅을 수행하고 있고, 세계은행과 미주개발은행 등 국제금융기구와의 네트워크 구축을 통한 개도국 진출 논의도 활발하다. 정부대전청사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서울戀街] (5) 삼청동 거리

    [서울戀街] (5) 삼청동 거리

    북적이는 도심을 뒤로 하고 경복궁 모퉁이를 돈다. 낙엽을 즈려밟으며 발걸음을 옮긴지 10분이 지났을까. 어느새 삼청동 어귀에 다달았다. 좁은 도로를 사이에 두고 옹기종기 늘어선 단층 건물들은 시공(時空)을 뛰어넘은 세상에 있는 듯 하다. 고즈넉한 한옥들은 인사동에 비해 더욱 한국적인 정취를 풍긴다. 동시에 아기자기한 야외 테이블과 벽돌집 앞에 놓여진 꽃들은 유럽의 어느 골목길에 들어선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만든다. 최근에는 삼청동 풍광을 담은 사진들이 인터넷을 통해 퍼져나가면서 ‘삼청동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는 모임도 생겼다. 회원은 2만여명에 이를 정도다. 이들이 인정하는 맛집·술집·찻집들을 찾아 떠나보자. 쿡앤하임(Cook´n Heim) 햄버거를 무조건 정크푸드로 여긴다면 오산이다. 이탈리아에서 요리를 배운 조리장이 웰빙을 목표로 화학조미료를 쓰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작은 정원에 마련된 식탁에서 식사를 하는 것도 운치가 있다. 이탈리아의 구운빵인 ‘포카차’에 두툼한 패티를 넣은 이탈리안 칠리버거는 8500원.733-1109. 8 steps 식당에 들어가려면 8개의 계단을 올라가야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빵에 훈제연어·버섯샐러드·가지·문어·시금치 등을 올려먹는 스페인 요리인 ‘타파스(tapas)’가 독특하다. 가격은 1만 2000원∼1만 6000원. 저녁에는 타파스를 비롯해 티라미스, 스테이크 등이 포함된 코스(5만원)만 내놓는다.738-5838. 아 따블르(A Table) 프랑스어로 ‘소박한 밥상’이라는 의미다. 메뉴판이 따로 없는 게 특징. 그렇다고 주는대로 먹으라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곤란하다. 주인이 그날그날 가장 신선한 재료를 골라 ‘오늘의 메뉴(Plats du Jour)’를 짠 뒤 작은 칠판에 요리들을 적는다. 테이블이 6개밖에 없어 한옥만의 아늑한 분위기에서 식사를 즐길 수 있다. 점심 3만원, 저녁 4만5000원·5만5000원(부가세 10% 별도)736-1048. 추억의 햄버거 스테이크부터 갖가지 고기로 만든 스테이크까지 있다. 올디스 팝송이 나오는 편안한 분위기다. 호주산 쇠고기로 만든 부드러운 안심스테이크(2만 9000원·200g)가 잘 팔린다. 점심 메뉴는 6400∼1만 3000원.733-3535. 청(淸) 통유리창을 통해 인공 폭포와 연못이 있는 아기자기한 숲을 볼 수 있는 중식당. 로맨틱한 정원 풍경과 촛불 아래에서 재즈를 들으며 와인을 곁들여 먹을 수 있다. 연두부에 크림을 같이 반죽해 얇게 튀긴 ‘일품두부와 비타민(1만 5000원)’은 고소하면서 담백하다. 코스 요리는 점심이 2만3000∼6만원, 저녁이 4만5000원∼9만원.720-3396 뺑&빵 쌍둥이 자매가 동부이촌동에 이어 낸 스파게티 전문점. 가게 이름도 이들의 별명에서 따왔다. 둘 다 유학파로 깔끔한 맛의 이탈리아 정통 스파게티를 내온다. 여러 사람들이 찾는 메뉴는 크림스파게티. 느끼하지 않으면서도 구수한 맛을 내면서 스파게티를 싫어하는 남성들도 자주 찾는다. 해물스파게티나 각종 리조또도 맛있다. 가격은 스파게티가 1만5000∼1만8000원으로 약간 센 편.722-5930 콰이민스 테이블(Qwymin’s Table) 미술가 김쾌민씨가 손수 인테리어한 아기자기한 카페. 지난해 2월 문을 열었다. 벽에는 이국적인 골동품, 벽돌 등과 함께 김씨의 설치미술 작품인 ‘벽의 눈물’이 전시돼 있다. 식사와 와인, 차를 함께 즐길 수 있다. 와인은 4만원, 차는 5000원부터.1만 5000원 받는 프랑스식 전골 ‘해물 브야베스’도 특이하다.736-7320 비움(VIUM) 삼청동의 갤러리 카페 가운데 하나다. 지난해 12월 문을 열었다. 그러나 각종 자기들을 전시·판매하는 곳으로 벌써 널리 알려졌다. 컵, 사발 등 뿐 아니라 액자 등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미국 뉴욕, 독일 뮌헨, 일본 나수 등에도 매장과 전시장 등을 운영하고 있다. 먹거리도 전시품 못지 않게 빼어나고 깔끔하다. 특히 삼청동에서 가장 저렴한 값의 와인을 만날 수 있다. 호주산 와인인 노티지힐을 3만원에 내놓고 있다.730-7258. 지난해 새로 문을 연 퓨전 차이니즈 레스토랑이다.‘이리와’라는 뜻의 식당 이름 답게 붉은 색의 조명이 삼청동을 찾은 이들의 발길을 유혹한다. 사천해물밥, 해물잡탕밥, 중국식 물냉면 등이 인기다. 가격은 식사 5000∼1만원, 요리는 1,2만원 선이다.720-3368. 김유영 이두걸기자 carilips@seoul.co.kr ■ 삼청동서 와인 한 잔 트래블러스 행아웃(Traveler’s hangout) 우리말로 풀어쓰면 ‘여행자 소굴’쯤 된다.2년동안 20여개국을 여행한 28세의 젊은 사장이 운영한다. 여행책자도 여러권이어서 주인에게 배낭여행 상담을 하러 가도 된다. 아담하지만 가운데 마당에는 모닥불도 있고, 종종 어쿠스틱 라이브가 열리기도 한다. 원래 구조를 허물지 않아 다락방도 있다. 아르헨티나 차인 마떼가 6000원. 삼청동에서 맛보기 힘든 소주와 라면은 각각 4000원.734-3009. 링가롱가(Linga Longa) 삼청공원 부근 눈에 띄지 않는 골목에 있어서 처음 발견하는 순간 ‘보물찾기’에 성공한 듯한 기분이 든다. 밖에는 갖가지 꽃화분이 늘어서 있어 유럽의 까페같다. 안에 들어서면 낮은 천장 아래 지중해빛 노랑 회벽에 물감으로 그려진 아기자기한 그림들이 정겹다. 목공예가인 주인장과 화가인 아내가 직접 꾸민 것이다. 외국에서 가져온 접시·목각 인형 등 아기자기한 소품들도 눈에 띈다.3만원대의 중·저가 와인들이 많이 있으며 커피는 직접 로스팅한다.730-3223. 라 끌레(La Cle) 프랑스어로 ‘열쇠’란 뜻이다. 사진작가인 주인 문순우씨가 직접 수집한 각종 시계·전화, 카메라 등 소품들은 따뜻한 느낌을 자아낸다. 무늬만 재즈카페가 난무하는 요즘, 도심에서 제대로 된 재즈 연주를 들을 수 있는 곳이다. 매주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오후 8시30분부터 2시간30분 동안공연을 즐길 수 있다.4만∼5만원부터 있는 와인도 유명하다.734-7752. 까브(Cave)프랑스어로 깊은 동굴·포도주를 저장하는 지하 창고를 뜻한다. 프랑스의 와인 저장 창고 까브를 그대로 본떠 만든 것으로 유명하다. 국내·외에서 접하기 힘든 희귀 와인까지 100여종의 와인으로 가득하다. 비싼 것은 220만원에 달한다. 매일 오후 8시부터 은은한 조명 아래 음식과 와인을 맛보면서 클래식 기타 연주를 들을 수 있다.739-1788. 안(安·Ann) 개조된 한옥의 큰 창 밑으로 와인병들이 무수히 많이 쌓여있다. 담벼락에는 그려진 와인 코르크 마개로 만든 프랑스 지도가 풍취를 더한다.722-3301. TOS 형광색에 가까운 주황색 외벽을 따라 작은 골목을 들어서면 나온다. 다른쪽(The Other Side)의 준말이다. 천정이 뻥 뚫린 미니바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마시는 와인이 일품이다.720-7854. 이두걸 김유영기자 douzirl@seoul.co.kr ■ 삼청동 터줏대감 특유의 맛 지킴이 삼청동은 하룻밤 자고 나면 새로운 가게들이 생길 정도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하지만 삼청동이 유명해지기 전부터 이곳을 꿋꿋이 지키고 있던 맛집들도 여전히 건재하다. 손맛을 인정받은 삼청동 토박이 맛집들을 소개한다. 눈나무집(雪木杆) 각 테이블마다 시원한 국물에 아삭아삭한 이북식 김치를 얹은 ‘김치말이 국수(4500원)’를 하나씩은 시켜 먹는다. 그릴에 다진 쇠고기와 떡볶이용 떡을 구워 나오는 ‘떡갈비(7000원)’도 인기다. 주말이면 기다려야 먹을 수 있을 정도로 공간이 비좁아 올해초 건너편에 분점도 냈다.739-6742. 수와래 파스타 종류가 20여가지로 재로를 듬뿍 넣은 게 특징이다. 주문을 받은 뒤 재료를 다듬고 요리를 만들어 신선하다. 버섯·치즈·크림을 넣은 알프레도와 홍합·오징어·새우를 넣은 페스카토레가 각각 1만 2000원선. 삼청동 음식점으로서는 드물게 전용주차장이 따로 있다.739-2122. 조앤리의 밥집 조앤리 정식(2만 5000원)에는 야생초 겨자무침·모듬전·문어숙회·곰취보쌈·장어구이 등이 나온다.730-7002. 용수산 고려시대 개성음식을 재현했으며 퓨전으로 나온다. 고려정식이 5만 8000원.7399-5599. 지화자 조선왕조 궁중음식 부문에서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황혜성씨가 맏딸인 한복려씨와 운영하는 한정식집이다. 궁중정식 9만 9000원.733-5834. 청수정 홍합밥 하나로 명성을 얻었다. 윤기가 차르르 흐르는 홍합밥만 봐도 먹음직스럽다. 여기에 참기름과 간장으로 간하고 한 숟가락 입에 넣으면 사르르 녹을 정도다. 정식에는 호박, 버섯 등을 무친 반찬과 된장·순두부찌개도 함께 나온다. 정식이 부담스러우면 간단한 도시락도 있다. 이밖에도 대구머리로 만든 뽈데기탕은 칼칼한 맛으로 입맛을 돋군다. 홍합밥 정식 1만 3000원, 홍합밥 도시락 6000원.738-8288 향나무 세그루 청국장 맛으로는 서울 시내에서 손꼽힐 만하다. 걸쭉하면서도 비리지 않은 맛은 청국장을 싫어하는 사람도 손이 저절로 간다. 매일 전북 군산에서 갓 담근 장을 올려 끓이는 게 맛의 비결. 청국장에 콩나물, 무생채 등 각종 나물을 넣고 쓱쓱 비비면 천하진미가 따로 없다. 두툼하게 나오는 전북 함평산 돼지목살도 일품이다. 육질이 씹히는 맛이 그만이다.11년 동안 가격을 한 번도 올리지 않은 것도 이 집만의 미덕이다. 청국장 4000원, 돼지목살 6000원.720-9524. 삼청동 수제비 식사 시간이면 줄이 10m 넘게 늘어설 정도로 유명한 집이다. 멸치와 조개 등으로 우려낸 국물에 해물을 첨가한 한결같은 수제비 맛으로 20년 넘게 단골에 단골을 만든 집이다. 쫄깃한 맛의 수제비와 갓 담은 김치도 궁합이 잘 맞는다. 감자를 직접 갈아 부친 감자전과 파전에 막걸리 한 잔도 일품이다. 항아리 수제비 5000원, 찹쌀수제비 6000원, 감자전 6000원.735-2965. 서울에서 둘째로 잘하는 집 국적을 잃어버린 삼청동에서 20년이 넘게 ‘한옥촌’의 명맥을 잇고 있는 한방찻집이다. 이집의 ‘주 종목’은 단팥죽. 팥과 삶은 밤, 은행, 울타리콩 등이 어우러져 달콤한 맛을 낸다. 죽 안의 찹쌀떡을 씹으면 계피향이 입 안에 가득 찬다. 쌍화탕과 녹각대보탕, 십전대보탕 등 한방차도 그윽한 맛을 자랑한다. 단팥죽 4500원, 녹각대보탕·십전대보탕 5000원, 쌍화탕·생강차 3000원.734-5302. 김유영 김기용기자 carilips@seoul.co.kr
  • ‘쌀 의무수입’ 내년으로 늦춰질듯

    ‘쌀 의무수입’ 내년으로 늦춰질듯

    국회에서 쌀협상 비준안 처리가 지연됨에 따라 지난해 미국 등 9개 협상국과 약속한 올해 22만 5000t의 쌀 수입 이행이 사실상 어려워졌다. 이에 따라 북핵 관련 6자회담 재개 이후 회복된 국제 사회에서의 대외 신인도 추락뿐 아니라 내년에도 계속될 세계무역기구(WTO)의 도하개발어젠다(DDA) 농업협상이 우리나라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우려된다. ●국회 비준안 상정 또 연기 18일 농림부에 따르면 여야가 19일 국회 본회의에서 쌀 비준안을 상정하지 않기로 합의함에 따라 올해 수입물량 이행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농림부 관계자는 “비준안이 19일 통과된다 하더라도 입찰공고 등의 일정을 감안할 때 연내 수입물량 이행은 빠듯한 상황이었다.”면서 “이달 말이나 다음달로 비준안 처리가 늦춰짐에 따라 협상 9개국으로부터 항의와 최악의 경우 내년에 WTO에 제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쌀 수입 이행을 위해서는 입찰공고를 한달간 해야 한다. 응찰 과정에서 각국이 제시한 쌀값과 품질을 검증하고 현지를 방문하는 등 세부일정을 감안할 때 쌀 수입에는 최소한 3개월이 필요하다는 게 농림부의 설명이다. 정부는 오는 12월중 DDA 협상이 타결되면 내년 10월까지 농업·서비스·비농업 부문의 이행계획서를 제출, 각국과 다자 및 양자협상을 하게 된다. 그러나 지난해 미국 등과 타결한 쌀 협상안을 첫 해부터 지키지 못해 DDA 이행계획서 협상과정에서 적지 않은 불이익을 받을 소지가 있다. 농림부 관계자는 “DDA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관세를 높게 유지해야 국내 농산물을 보호할 수 있는데,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린 협상국들은 쌀 협상안이 지켜지지 않은 점을 내세워 우리측 제안에 제동을 걸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 DDA 협상은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주도하는 가운데 수출개도국을 대변하는 중국과 인도 등의 ‘G-20’그룹이 중재의 칼자루를 쥐고 있다. 중국과 인도는 쌀 협상 9개국에 포함됐다. 게다가 DDA 농업협상의 쟁점이 된 관세율 상한 설정, 관세 감축률 및 수입의무물량(TRQ) 결정, 민감품목 지정, 한국의 개도국 지위 등과 관련해 G-20은 미국 등과 우리나라가 제시한 주장의 중간점에 서 있다. ●DDA 협상 결과 본 뒤 처리해도 무방한가 야당과 농민단체들은 DDA 농업협상을 지켜본 뒤 쌀 협상 비준안을 처리해도 늦지 않다고 주장한다. 어차피 관세화를 낮추며 시장을 개방하자는 협상인 만큼, 결과가 나온 뒤 관세화를 유예한 지난해 협상안과 비교하는 게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그때까지 쌀 수입을 저지하는 부수적인 효과도 있다고 덧붙인다. 그러나 EU가 지금까지의 입장을 선회, 관세화 상한에 동의하고 관세를 상대적으로 높게 유지할 수 있는 ‘민감품목’ 지정에도 우리에게 불리한 비율을 제시, 협상 테이블에서 우리측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 특히 민감품목에 지정된 품목이라도 수입의무물량을 최소한 국내 소비량의 7.5%부터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쌀 비준안이 부결되거나 내년으로 늦춰져 관세화(시장 완전개방)로 갈 경우 농가피해는 당장 눈앞에 나타난다. 반면 쌀 비준안이 통과되면 최소한 10년간은 관세화를 적용받지 않고 수입물량도 국내 소비량의 4%에서 출발해 10년 뒤인 오는 2014년까지 7.9%로 통제할 수 있어 시장개방에 대비할 시간적 여유를 갖게 된다. ●농민단체 “추곡수매 부활” 요구 농민단체가 전국적으로 쌀 비준안 처리 반대와 추곡수매 부활을 주장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는 것은 정치적 일정 등을 감안한 측면이 없지 않다.‘10·26’ 재·보선을 앞둔 정치권으로서는 ‘농심’을 건드려야 ‘이득’될 게 없다고 판단, 쌀 비준안 처리를 이달 말이나 다음달 14일로 미뤘다. 그러나 농민단체들의 시위는 산지 쌀값의 하락에 따른 소득보전이 1차적 목적이라는 지적이다. 올해부터 추곡수매제가 폐지되고 공공비축제를 도입, 시가로 쌀을 매입하게 되자 농가들의 불만이 폭발했다는 분석이다. 산지벼의 쌀값이 지난해보다 20% 떨어지자 농가들은 소득보전을 요구하며 수매량 확대를 요구하고 나섰다. 정부는 공공비축 물량 400만섬 가운데 250만섬은 당국이 정해진 가격의 ‘건조벼’로,150만섬은 미곡종합처리장(RPC)이 시가의 ‘산지벼’로 각각 사들이기로 했다. 그러나 RPC가 산지가격을 낮게 책정, 농민들과 마찰을 빚자 정부는 농가가 원하는 형태로 쌀을 수매하고 공공비출 물량도 100만섬 추가로 수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추곡수매는 농가에 보조금을 주는 제도로 WTO 협정에 위배되나 공공비축제는 국가가 비상시에 대비, 일정량을 비축하는 것이기 때문에 보조금 감축 대상이 아니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클릭이슈] DDA협상 쟁점

    [클릭이슈] DDA협상 쟁점

    세계무역기구 도하개발어젠다(DDA) 농업협상이 우리나라에 상당히 불리한 쪽으로 급진전되고 있다. 윤장배 농림부 통상정책관은 17일 “각국의 입장을 파악하자는 ‘청취모드’가 지난주부터 세부원칙을 정하자는 ‘협상모드’로 바뀌면서 우리나라에 굉장히 어려운 상황으로 흐르고 있다.”고 말했다. 농민단체와 야당 일각에서는 DDA 농업협상이 마무리될 때까지 쌀 협상안 비준을 늦춰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런 추세로 농업 협상이 진행된다면 관세화 유예를 전제로 한 쌀 협상안 포기는 마치 ‘굴러들어온 호박’을 내치는 것과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다. ●관세상한 100% 안팎에서 정해질 듯 DDA 협상은 모든 품목의 ‘예외없는 관세’를 원칙으로 삼고 있다. 각국이 관세를 물리되 수입 빗장은 활짝 열어 두자는 취지다. 그러나 “제한없는 관세 부과는 곤란하다.’는 미국의 주장에 따라 관세율에 상한을 두는 문제가 핵심 쟁점이 됐다. 미국은 관세상한을 75%로 하되, 개도국에는 조금 여유를 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유럽연합(EU)은 상한을 두는 것에 반대하다가 지난주부터 ‘100% 설정’으로 선회했다. 수출 개도국을 대변하는 중국, 인도, 아르헨티나 등의 ‘G-20’그룹은 선진국 100%, 개도국 150%로 분리·제시했다. 농산물 수입국인 한국과 일본 등 ‘G-10’그룹은 관세상한에 반대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저지하기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윤 통상정책관도 “우리의 제안대로 될 확률이 적다.”고 말했다. 현재 1452개 농산물 품목 가운데 관세율이 100% 이상인 품목은 참깨(630%), 마늘(360%), 고추(270%), 감귤(144%) 등 142개에 이른다. ●관세 덜 깎는 민감품목 지정도 험난 DDA 협상국들은 각국의 사정에 따라 관세를 다소 높게 물릴 수 있는 ‘민감품목’ 지정을 허용하기로 했다. 우리나라는 전체 품목 가운데 10%인 140여개는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1%,EU는 8%로 맞서고 있다. 민감품목에 지정되면 기존의 관세율을 10∼20% 덜 깎아 준다. 예컨대 관세율을 50% 깎기로 합의할 경우 관세율이 150%였던 일반 품목은 75%가 되지만 민감품목에 지정되면 감축률 30∼40%만 적용, 관세율은 90∼105%로 다소 높아진다. 그만큰 수입가격이 비싸져 국내 해당 농산물을 보호할 수 있다는 뜻이다. 정부는 쌀 관련품목 16개를 민감품목에 지정할 방침이다. 문제는 민감품목에 지정되면 관세를 덜 깎는 만큼 수입의무물량(TRQ)을 국내 소비의 7.5%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고 미국이 주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우루과이라운드(UR) 쌀 협상에서 최소 수입의무물량을 4%로 인정받았기에 DDA 협상에서는 5%부터 적용하자는 입장이다. 물론 쌀 협상안이 비준되면 10년간 관세화를 피할 뿐 아니라 TRQ도 4%에서 2014년까지 7.96%로 낮게 적용받는다. 반면 관세화로 갈 경우 민감품목에 지정되더라도 당장 국내 소비량의 5∼7.5%만큼 이상의 개방이 불가피, 농가 피해는 커질 전망이다. ●농업부문의 개도국 지위받기 어려울 듯 농림부 관계자는 “선진국이나 개도국 모두가 우리나라의 개도국 지위인정을 달갑지 않게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개도국 지위를 받으면 관세 감축률은 선진국 수준의 3분의2를 적용, 상대적으로 고관세를 유지할 수 있다. 또한 관세상한이 합의되더라도 선진국보다는 높게 설정할 수 있다. 하지만 개도국 지위는 모든 분야에 일괄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오는 12월 홍콩에서 열릴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에서 DDA 협상이 일괄 타결돼 내년에 각국별로 이행계획서가 제출되면 부문별로 협상이 다시 이뤄지게 된다. 예컨대 관세상한은 개도국 지위를 인정받더라도 나라별로 차이가 있을 수 있으며 민감품목이나 TRQ 설정시에는 선진국에 가까운 대우를 받을 수도 있다. WTO는 협상이 타결되면 10개월 이내에 각국이 이행계획서를 내도록 시한을 정해 실제 DDA 협상이 이행되는 시점은 2008년이 될 것으로 농림부는 보고 있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APEC 정상회담 D-30] 亞太자유무역·조류독감·한반도 비핵화 ‘3대화두’

    [APEC 정상회담 D-30] 亞太자유무역·조류독감·한반도 비핵화 ‘3대화두’

    미국과 캐나다 한국 등 아시아·태평양 연안 21개 나라들의 협의체인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2005 정상회의가 한달 앞으로 다가왔다. 주제는 ‘하나의 공동체를 향한 도전과 변화’.11월12일 고위 관리회의를 시작으로 합동각료회의, 재계 지도자(CEO 서밋) 등 각종 회의가 열리지만 하이라이트는 18일 정상들이 부산 ‘누리마루 APEC하우스’에 모이는 정상회의. 정부의 공식 카운트다운도 이 회의를 기준으로 한다. ■ 주요 의제 무엇인가 정상들은 핵심 의제인 무역 자유화문제를 비롯, 대 테러, 재난 대응, 에너지 안보, 나아가 최근 국제사회를 엄습하고 있는 조류 독감 대책도 집중 논의한다.19일 의장인 노무현 대통령이 이틀에 걸친 정상들의 논의 결과를 모아 ‘정상선언’을 발표하고 의장 기자회견을 가짐으로써 한국과 개최도시 부산은 APEC 역사의 한 페이지를 남기게 된다. 노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정상회담 등 APEC을 계기로 각국간 정상회담도 활발히 전개될 예정. 따라서 11월 초 5차 북핵 6자회담이 내놓을 결과에 따른 향후 방향도 논의될 전망이다. ●‘부산 로드맵’(Busan Roadmap to the Bogor Goals)마련 94년 인도네시아 보고르 회의는 ‘선진국은 2010년까지, 개도국은 2020년까지 역내 무역 투자 자유화를 실현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부산 APEC은 이를 위한 점검 회의로, 최종 점검 결과와 향후 행동계획을 담은 부산 로드맵이란 이름의 보고서가 각료회의 결과로 정상 회의에 보고되고 정상들은 이를 공식 채택하게 된다. 김종훈 APEC 담당 대사는 오는 12월 홍콩에서 열리는 WTO DDA(도하개발어젠다)협상을 지원하는 내용도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별도로 글로벌 기업의 최고 경영자 500명은 ‘CEO 서밋’을 열고 ‘기업가 정신과 번영-아·태 지역의 성공적 파트너십 구축’을 주제로 토론한다. 정상들과 기업 경영인들과의 합동 회의도 열린다. ●‘인간 안보’-부각되는 조류 독감 이슈 이틀째 정상회담의 의제는 ‘안전하고 투명한 아·태 지역’이다. 최근 급증하고 있는 재난과 신종 전염병이 주로 다뤄질 예정. 특히 전 세계를 공포로 몰고 있는 조류 독감의 경우 지난 8일 호주에서 APEC 사전 전문가 회의가 개최됐다. 조류 독감 확산에 대한 공동 대처 방안, 특히 개도국들의 예방 등이 결과물로 나올 것으로 보인다. 지난 여름 태국 등 남아시아를 휩쓴 쓰나미, 미국의 허리케인 카트리나 등 재난이 급증하고 있어 예방과 신속한 구호 등의 문제도 논의된다. ●‘한반도 비핵화’ 이번 APEC이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의 선언장이 될 것이란 일각의 희망도 있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4차 6자회담 공동성명 채택 이후 고조된 분위기에서 언급한 희망. 그러나 북한이 회의 초청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무산됐다. 북한 핵문제와 한반도 비핵화, 평화 구축 문제의 논의가 이뤄지고, 의장요약문에는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김수정기자 crystal@seoul.co.kr ■ 美·中·日·러 정상 사상 첫 한반도 회동문제 다음 인물들의 공통점을 말하시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 스티브 잡스 애플 컴퓨터 사장, 스티브 그린 HSBC 회장, 마틴 설리번 AIG사장…. 정답 다음달 중순 며칠 동안 부산에서 먹고 자고 할 VIP들. 부산 APEC은 단군 이래 한반도에 가장 많은 세계적 ‘거물’들이 동시에 모이는 행사로 기록될 전망이다. 아시아·태평양권에서 정치와 돈을 쥐락펴락하는 국가 원수와 기업인들이 우르르 부산행을 예고하고 있다. 2000년 서울에서 열린 제3차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도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 등 20여개국의 정상이 방한하긴 했지만, 그때는 세계 최강국인 미국과 러시아의 수반이 빠져 있었다. 중국도 1인자인 장쩌민 주석 대신 주룽지 총리가 방한했었다. 반면 부산 APEC엔 미·중·일·러의 정상을 비롯, 빈센테 폭스 멕시코 대통령, 알레한드로 톨레도 페루 대통령, 리카르도 라고스 칠레 대통령,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 빅토리아 아로요 필리핀 대통령, 탁신 태국 총리, 크란 둑 르엉 베트남 주석,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 헬렌 클라크 뉴질랜드 총리 등 아시아, 미주, 오세아니아의 정상들이 대거 참석한다. 중국의 반대로 국가원수의 참석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타이완은 왕진핑 입법원장을 대리 참석시키려 하고 있으나, 우리 정부는 정치권 인물이 아닌 경제인 참석을 권유하는 등 진통을 겪고 있다. 홍콩은 도널드 창 행정장관이 대표로 방한한다. ●개량 한복 입고 기념 촬영 정상들은 관례에 따라 개최국의 전통의상을 입고 기념촬영을 하는데, 부산 APEC 준비기획단은 착용이 간편한 개량 한복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홍이점(紅二點)’인 아로요 대통령과 클라크 총리는 무릎선을 넘보는 치마 길이로 눈길을 끌 전망이다. 기획단은 각국 정부로부터 정상들의 치수를 사전 파악했는데, 일부 정상은 얼굴색과 어울리는 색상까지 까다롭게 주문했다는 후문이다. ●애플·HSBC·AIG 대표등 기업인 600명 참석 경제계에서는 애플 컴퓨터,HSBC,AIG의 대표를 비롯, 크레그 먼디 마이크로소프트 수석 부사장, 리사 베리 셰브론 부회장, 존 천 사이베이스 사장, 윌리엄 로즈 씨티그룹 수석 부회장, 존 하인즈 게일그룹 회장, 창샤우빙 차이나유니콤 회장, 푸청위 CNOOC(중국해양석유) 회장, 알렉스 밀러 가즈프롬(러시아 최대 기업) 회장등 쟁쟁한 기업인들이 부산을 찾는다. 국내에서도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과 조석래 효성 회장, 닉 라일리 GM대우 사장 등이 참석하는 등 모두 600여명의 국내외 기업인이 부산에서 명함을 교환하게 된다. 주최측은 이들을 대상으로 기획관광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등 APEC을 ‘경제효과’로 연결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4억弗 생산유발 효과 1988년 올림픽,2000년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2002년 월드컵 축구대회…. 국제 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을 몇단계씩 끌어올린 행사들이었다. 한달 후 부산에서 개최되는 20005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도 올림픽 효과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정치·경제적 효과는 상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 브랜드 가치의 제고”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최근 “APEC 정상회의를 통해 한국은 선진 통상국이라는 국제적 위상과 이미지를 드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총생산의 절반을 넘는 APEC의 올해 의장국인 한국이 무역투자 자유화에 주도적인 역할을 함으로써 역내 중견국가 위상을 재확인할 것이란 뜻이다. FTA협정 비준 연기, 쌀시장 개방 거부 등 국내 문제로 생겨난 한국의 통상 정책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도 어느 정도 불식되고, 나아가 우리 기업의 대외 진출 시장 확대도 기대된다. ●‘부산’브랜드의 부상 주목할 점은 서울이 아닌, 부산에서 열린다는 점. 한국의 제1항구 도시로서 동북아 물류중심도시로의 부상을 꿈꾸는 부산으로선 절호의 기회. 개최 기간 동안 전 세계가 주목한 가운데 21개국 정상들과 기업인, 각국 고위 공무원, 언론인 등 6000명이 부산을 체험한다. 김종훈 APEC 담당 대사는 “부산은 IT(정보기술) 전시관과 항구의 물류 전산화·자동화를 담은 U-Port 전시관 등을 준비했다.”면서 “정상회담 결과물로 나올 ‘부산 로드맵’과 함께 엄청난 홍보효과를 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부산은 해운대와 부산 국제영화제(PIFF)로 알려져 있어 관광문화도시의 면모를 일신할 수 있는 기회도 된다. KIEP와 부산발전연구원은 이번 APEC 개최로 인한 관광 수입은 3000만달러, 외국인 직접 투자 유입 효과는 8500만∼1억 6000만 달러에 이른다고 밝혔다. 부산 지역 생산유발 효과는 약 4억 200만달러로 추산됐으며, 여타 산업의 전·후방 효과도 1억 5000만 달러에서 2억 6000만 달러로 나왔다. 취업유발 효과도 6100명으로 전망됐다. 대규모 국제대회를 치르면서 업그레이드 되는 시민 의식과 자긍심도 빼놓을 수 없는 기대 효과다. 김수정기자 crysta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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