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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민종 “‘신사의 품격’으로 내 이름 찾았죠”

    김민종 “‘신사의 품격’으로 내 이름 찾았죠”

    최근 종영한 SBS 주말 드라마 ‘신사의 품격’에서 부드럽고 속 깊은 변호사 최윤 역으로 열연한 김민종(40). 그는 40대 꽃중년 4인방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이 드라마를 통해 폭넓은 인기를 얻는 등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지난 16일 소속사인 서울 청담동 SM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그를 만났다. →‘신사의 품격’으로 제2의 전성기를 맞았는데 인기를 실감하나. -내게 언제 제1의 전성기가 있었나 싶은데 그렇게 말씀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부담스럽다. 이전에는 나를 ‘김종민’이라고 부르는 10대들이 있었는데 이 작품을 통해 내 이름을 다시 찾은 것 같아 기쁘다(웃음). 얼마전 홍대에서 4인방이 모여 촬영을 했는데 10대들이 구름 떼같이 몰려다니면서 움직일 때마다 환호를 해줬다. 우리도 그 모습이 놀라워 차에서 동영상으로 찍었다. 오랜만에 예전에 가수 활동을 할 때 느껴봤던 기분이 들어 행복했다. →최윤의 어떤 면이 매력적으로 비쳤다고 생각하나. -처음에 캐릭터를 놓고 고뇌하는 인물로 그려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최윤은 친구 동생의 절대적인 짝사랑을 받지만 사별한 아내와 장모님에 대한 생각 때문에 심경이 복잡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장에서 감독님이 밝고 재미있게 가기를 바라셨다. 과거의 아픔이 있지만 친구들과 다닐 때는 활동적이고 재미있는 모습으로 그려진 점이 매력적으로 보인 것 같다. →장동건, 이종혁, 김수로 등 출연 배우 중에 유일하게 결혼을 하지 않은 싱글남이었다. 주인공들의 삶에 어느 정도 공감했나. -자기 일을 하면서 친구들과 함께 모여 사는 것은 남자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꿈꾸는 인생관이 아닐까. 나 역시 평소 친구들에게 결혼한 뒤에도 외곽에 집을 짓고 함께 모여 살자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 내가 좀 철이 없어서 그런 낭만적인 삶을 꿈꾸는 건지도 모르겠다. 아직 정신 연령은 20대 초·중반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웃음). →극 중 최윤은 친구의 동생이자 17세 연하인 임메아리(윤진이)와 결혼에 골인하는데 실제 본인의 경우라면. -나라면 최윤과는 달리 친구를 선택할 것 같다. 친한 친구가 딸처럼 아끼고 어릴 적부터 봐 온 동생인데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겠나. 실제로도 그렇게 나이 차가 많은 경우는 내가 먼저 작업을 걸지 못할 것 같다. 드라마에서 결혼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40대들의 로망이 아닐까. 동생을 생각하는 임태산(김수로)과 결혼을 애원하는 최윤이 만나는 장면에서 태산의 눈에 눈물이 고일 때 친구의 아픔이 그대로 느껴지면서 눈물이 나 혼났다. →네명의 캐릭터 중에 다시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김도진(장동건)만 빼고 다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도진이는 대사가 제일 많아서 지칠 것 같다.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최윤을 선택하겠지만 그게 안 된다면 태산이 역할도 매력적이다. 원래 김은숙 작가는 이정록(이종혁) 역을 제안했다. 그런데 전작인 드라마 ‘아테나’에서 바람둥이에 오렌지족인 코믹한 요소가 있는 캐릭터를 한번 맡았기 때문에 하지 않았다. 사실은 아직도 최윤 역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다른 캐릭터 생각이 나지 않는다. 다 끝났는데도 마음이 공허하고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로맨틱 코미디의 대가 김은숙 작가와 신우철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나. -신 감독님은 대사의 톤이 낮거나 높아지면 수위 조절을 하거나 연기할 때의 눈빛이나 시선 처리 등 디테일에 상당히 신경을 많이 쓰셨다. 사실 네명의 배우 모두 나름대로 연기 경력도 있고 자신감이 있어 중반까지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대사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정확하게 해야 했기 때문에 다들 대본 공부를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모른다. 나중에 장동건씨는 대사 울렁증까지 올 정도였다. 애드리브도 대사가 다 끝나고 호흡이 남아 있을 때 한두번 했다. 하지만 대사의 수위와 지문이 대본대로 해야 감정이 맞더라. →이번 작품에 드라마 ‘느낌’의 주제곡과 ‘아름다운 아픔’ 등 가수 활동을 할 때 불렀던 노래가 삽입됐는데 앨범을 발표할 계획은. -음악적인 갈증은 굉장히 큰데 주눅이 드는 부분이 있다.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중압갑도 있고. 뭔가 스스로 밑에서부터 자신감이 생겨야 하는데 아직은 없는 것 같다. 사실 이번 드라마에 신곡 이야기도 나왔는데 대신 ‘아름다운 아픔’을 급히 새롭게 편곡해서 다시 불렀다. 오랜만에 녹음실에 들어가 적응도 잘 안 되는데 촬영 스케줄 때문에 1시간 만에 녹음을 마쳤다. 드라마 남성 스태프들이 다들 내 예전 노래를 기억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 역시 음악이 주는 향수의 힘이 큰 것 같다. →결혼 계획은. 드라마에 나온 여자 네명 중 이상형을 꼽자면. -때때로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들다가도 결혼이 혼자 아무리 애쓴다고 해서 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 딱히 정해 놓은 이상형은 없다. 드라마 속 이수처럼 자신의 주어진 삶에 충실하고 발랄한 여성도 좋고, 운동선수 세라의 도도함도 좋다. 민숙 같은 연상녀는 누구나 한번쯤 꿈꿔 볼 법하지 않을까. 메아리의 귀엽고 발랄한 면도 좋다. 그러니까 아직 장가를 못 갔나 보다(웃음). 올해 만나서 내년에는 결혼해야 하지 않을까. →최근 SM의 영상 콘텐츠 제작사인 SM C&C의 사외이사가 됐는데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2007년에 소속사가 없는 상황에서 지인의 소개도 있고 이수만 회장, 강타와 친분이 있어서 SM엔터테인먼트에 들어 오게 됐다. SM의 서열상으로는 막내지만 연기자로서는 한참 선배니까 SM이 드라마, 영화, 뮤지컬 제작을 할 때 외부의 연기자나 작가 등 저의 네트워크를 잘 활용해 좋은 그림을 그리는 역할을 하게 될 것 같다. 현재 방영 중인 ‘아름다운 그대에게’가 첫 번째 작품이다. 아직 ‘신사의 품격’ 여운이 많이 남아 있지만 역할이 독특하고 좋다면 마음을 비우고 들어갈 생각이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기고] 전문대가 위기다/고재경 배화여대 영문학 교수

    [기고] 전문대가 위기다/고재경 배화여대 영문학 교수

    2011년도 기준 전문대는 146개교로 우리나라 전체 고등교육기관 가운데 42%가량 차지하고 있지만 교육과학기술부는 2010년도 대학 재정지원 사업의 약 10%만을 떠맡았다. 고용노동부와 지식경제부 등 다른 정부 부처는 4.4%만을 전문대에 지원했을 뿐이다. 전문대에 대한 재정적 홀대뿐만 아니라 정부의 특성화고 및 마이스터고 집중 투자와 고졸자 채용 확대 정책은 제한된 노동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전문대 졸업자의 진입이 감소할 전망이다. 후(後)진학 정책도 대부분 일반대를 겨냥해 전문대 존립 기반에 위협이 되고 있다. 전문대의 일부 성공 사례를 모방한 일반대가 직업교육 관련 학과를 무차별적으로 신설, 무임승차한 지도 오래됐다. 전문대의 교육목표와 정체성이 모호해지고 있다. 전문대의 앞길이 어둡기만 해 암흑의 길을 밝혀줄 역할 모델 발굴을 모색해야 한다. 지난해 도입한 교과부의 WCC(세계적 수준의 전문대) 육성정책은 전문대에 대한 ‘옥석 가리기’ 사업이다. 위기에 직면한 전문대 직업교육 방향 제시의 이정표가 될 WCC 사업은 전문대의 초미의 관심사이다. 정부의 WCC에 대한 지원에도 불구하고 두 가지 쟁점과 해법을 제언한다. 첫째, 미흡한 재정 지원이다. 정부의 충분한 예산 뒷받침 없이는 WCC 사업이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 정부는 WCC 타이틀을 부여함으로써 WCC 명예와 책무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별도의 독자적 예산을 확보해서 집중 지원해야 한다. WCC에 대한 정부의 체계적인 행·재정적 지원은 전문대의 선도 모델을 창출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모델은 국내 졸업자에 대한 산업체의 입도선매 모델로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 국제적으로는 WCC 모델을 해외에 수출하는 글로벌 직업교육 명품 모델로 거듭날 수 있다. 또한 이렇게 구축된 우리나라의 WCC 발전 모델 경험과 노하우를 개도국과 공유하고 개도국의 직업교육 개발을 지원하여 국제사회의 글로벌 직업교육 공동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공적개발원조(ODA) 사업과 연계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다. 둘째, 너무 일반화된 현행 WCC 사업 선정지표이다. WCC 사업 평가 지표는 전문대가 국제경쟁력 확보를 위해 갖추어야 할 조건이나 내용을 포괄하지 못하고 있다. 지표들이 단기적 성과 도출에 치중되어 있어 전문대가 세계적 명품 프로그램을 육성하는 데 한계가 있다. 평가지표 중 가장 비중이 높은 취업률에 대한 획일적 평가, 즉 1년 단위로 성과를 도출하는 현행 평가 방식도 쟁점이다. 단순화된 계량적 성과지표보다는 질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 개발이 급선무이다. 또한 특성화된 세계 유수 직업교육기관과의 실질적 산학협력 체결 실적을 선정지표에 투입해 보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WCC와 세계적 명성을 가진 산업체가 상호 브랜드를 공동 활용함으로써 윈-윈(Win-Win) 효과를 이끌어 낼 수 있다. ‘마이스터고’를 통해 중등직업교육이 도약의 전기를 마련한 바와 같이, 전문대도 세계적 수준의 전문대 육성을 통해 완성된 고등직업교육체제를 구축함으로써 활로를 찾아야 한다. 국제경쟁력을 확보, 성과와 역량을 겸비한 세계적 수준의 전문대학으로 탈바꿈해 활로를 찾아야 한다. 이것이 위기에 처한 전문대의 향후 역할 모델이자 미래이다.
  • [미주통신] 홈리스 주인 지킨 충견의 불행한 최후

    개도 주인을 잘 만나야 하는 것일까? 떠돌이 홈리스 주인을 따라다니던 개가 경찰이 주인을 공격하는 것으로 오해하고 달려들다 경찰의 총에 머리를 맞은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고 미 언론들이 1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이스트 빌리지 길가에 한 홈리스가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다는 신고를 받은 경찰은 즉시 출동해 이 노숙자에게 다가가려고 했다. 이에 순간적으로 주변 사람들이 모여들자 이 홈리스 주인을 지키던 개가 당황하여 주변 사람들에게 달려들었고 이내 다가오는 경찰에게도 달려들고 말았다. 순간적으로 놀란 경찰은 총을 꺼내 발사하였고 이 개는 그 자리에 쓰려져 나뒹굴었다. 이를 지켜본 한 할머니는 경찰에게 “왜 그렇게까지 했나?”라고 항의했으나 이미 소용없는 일이 되고 말았다. 레흐 스탄키윅으로 알려진 이 노숙자는 폴란드 출신으로 십여 년 전 약물 중독 등으로 가족이 거주하던 미 일리노이 주를 떠나 계속 노숙자 생활을 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현재 약물 중독 증상으로 인근 병원에 옮겨져 회복 중이나 경찰은 곧 체포 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순간적으로 개를 쏜 경찰에 대해 현재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주장과 너무 과잉 대응하였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한편 ‘스타’라는 이름을 가진 이 개는 현재 동물병원에서 위독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니엘 김 미국통신원 danielkim.ok@gmail.com
  • 멕시코 “총 가져오면 노트북 드립니다” 캠페인

    “총 가져오면 노트북 드립니다!” 마약범죄 증가 등으로 치안이 불안해진 멕시코의 치아파스 주에서 이색적인 캠페인이 전개되고 있어 화제다. 총 대신 기술과 지식으로 무장하자는 취지로 열리고 있는 물물교환 캠페인이다. 총기류 소유자가 당국에 총을 자진신고하고 건네면 노트북을 내준다. 지난달 19일 시작된 캠페인은 아직 한달을 채 넘기지 못했지만 교환품이 노트북이어선지 호응은 뜨겁다. 지금까지 874명이 무장해제를 선언(?)하고 노트북을 받아 갔다. 당국이 접수한 총은 권총 536정, 장총 338정 등이다. 탄환 762발, 탄창 101개도 함께 회수했다. 심지어 수류탄 9개와 박격포 1문도 노트북과 교환됐다. 치아파스 주 정부는 “총이 한 자루 회수될 때마다 멕시코 국민에 대한 잠재적 위험이 하나씩 제거되고 있다.”며 캠페인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주는 원래 1개월 예정으로 캠페인을 시작했지만 계속 뜨거운 반응을 보일 경우 기간을 연장할 계획이다. 멕시코에서는 마약범죄가 증가하면서 치안이 계속 불안해지고 있다. 마약카르텔과 치안기관의 충돌 등으로 지난 5년간 멕시코에선 5만 명 이상이 사망했다. 심각한 치안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른 지방에서도 총기류 회수를 위한 프로그램을 시행한 적은 있지만 노트북과의 교환은 처음이다. 사진=치아파스 주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이종원 선임기자 카메라 산책] 농촌진흥청, 케냐·에티오피아 농업기술 전수현장을 가다

    [이종원 선임기자 카메라 산책] 농촌진흥청, 케냐·에티오피아 농업기술 전수현장을 가다

    2009년 이탈리아 라퀼라. G8 확대정상회의에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한국이 빈곤했던 시절의 식량위기를 극복한 점을 강조해 눈길을 끈다. 그는 “내 아버지가 케냐에서 미국으로 유학 왔을 당시에 케냐는 한국보다 잘살았지만, 이후 케냐를 비롯한 많은 아프리카 국가들이 기아와 빈곤에 허덕이는 사이 한국은 부국(富國)이 됐다.”고 소개했다. 그의 말처럼 ‘보릿고개’ 시절을 겪은 한국의 ‘녹색혁명’은 아프리카인들에게 가장 탐나는 발전 모델이 되고 있다. 이에 농촌진흥청이 검은 대륙에서 펼치는 농업기술 전수사업의 현장을 찾았다. 최근 케냐 직항편이 취항하면서 13시간 비행으로 한층 가까워진 아프리카. 케냐는 해발 1700m의 고산지대로 7~8월에도 아침 저녁은 물론 낮에도 쌀쌀하다. 케냐는 전통적인 농업국가이면서도 생산성은 야생에서 자연적으로 자란 것을 거둬들이는 수준이다. 수도 나이로비에서 북서쪽으로 25㎞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한 농촌진흥청 해외농업기술개발(KOPIA) 센터. 한국에서 파견된 연구원들과 현지인들이 시험 재배한 무의 수확이 한창이다. 현지인 작업반장인 찬둘라(37)씨는 어른 머리통만 한 큰 무를 손에 들고 활짝 웃으며 “기회가 된다면 한국에 가서 선진 농법을 빠짐없이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KOPIA는 농촌진흥청이 아프리카를 비롯한 아시아·남미의 15개 개발도상국에서 농업기술을 지원하기 위해 벌이고 있는 사업이다. 농촌진흥청 김현순 국외농업기술과장은 “한국의 씨감자와 고품질 쌀 생산기술은 물론 그린 빌리지 조성 등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희진 연구원은 “전기·통신 등 기반시설도 부족하고, 열대성 질병과 문화적인 이질감이 있지만 우리가 선진 농업기술로 케냐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 가슴이 벅차다.”고 말했다. 농촌진흥청은 우리의 ‘소 번식기술’을 아프리카에 전파해 축산발전과 농가소득증대에도 기여하고 있다. 국제축산연구소(ILRI) 파견연구원인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의 조창연 박사는 “과학적으로 체계화된 수정란이식기술을 케냐 현지에 적용,우유와 고기 생산량을 늘림으로써 빈곤 퇴치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농촌진흥청은 긴 가뭄으로 메마른 아프리카에 최소한의 물로 농작물을 키울 수 있는 기술도 전수하고 있다. 지난해 시작한 한국·아프리카 농식품기술 협력협의체(KAFACI)의 국가별 맞춤형 시범사업의 하나로 올해부터 에티오피아에 농경지 물 관리기술 지원사업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에 농업연수를 다녀왔던 솔로몬 아세파 에티오피아농업연구청장은 “전 국민의 85%가 농업에 종사하고 있는 에티오피아가 잘살 수 있도록 보다 많은 한국의 선진 농업기술을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에티오피아 코피아센터 조현묵 소장은 “시설하우스를 이용한 고품질 채소 재배와 축산기술 개발이 중점사업”이라고 말했다. 아프리카 유일의 6·25 참전국, 1인당 국민소득 300달러, 말라리아·에이즈·영양결핍 등으로 인한 영아사망률 세계 1위…. 아프리카 53개국 중 최빈국인 에티오피아를 따라다니는 수식어다.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는 ‘새로운 꽃’을 의미한다. 코피아센터 이신영 연구원은 “한국의 농업기술로 에티오피아에 ‘새로운 꽃’을 활짝 피우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우리나라의 아프리카에 대한 농업원조는 자강불식(自强不息)의 지원이다. 스스로 자국의 농업성장에 필요한 기술을 습득해 재현하도록 하는 새로운 사업방식이다. 박현출 농촌진흥청장은 “단순한 자원 획득이나 서구와 같은 물질 중심 원조가 아닌, 식민지와 가난이라는 공감대 속에서 현지인들의 정신과 삶을 바꾸는 것이 핵심”이라며 “개도국 농민들의 소득을 증가시키고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는 사업”이라고 덧붙였다. 아프리카는 현재 한국의 앞선 농업기술과 경험에 목말라 하며 뜨거운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절대빈곤’이라는 우리의 역사와 세계 10위의 경제 대국이 된 발전 경험이 여러 아프리카 국가에 동질감과 함께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미지의 검은 대륙에서 ‘농업 한류’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는 것이다. 글 사진 케냐 나이로비·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 jongwon@seoul.co.kr
  • 전북만 31만마리 폐사… 당국 “안타깝다” 말만

    전북만 31만마리 폐사… 당국 “안타깝다” 말만

    폭염에 지친 닭들은 먹지도 못하고 날개를 들어 올린 채 헐떡이다가 맥없이 고개를 떨구고 눈을 감았다. 죽은 닭들이 부패하면서 악취가 진동했지만 현장조사를 나온 공무원들은 안타깝다는 말만 할 뿐 어떤 지원책도 내놓지 못했다. “40년 넘게 닭을 길러 왔는데 더위에 토종닭들이 무더기로 죽어 나가는 것은 처음 봤습니다.” 전북 정읍시 옹동면 칠석리에서 토종닭을 기르는 박금식(64)씨는 찜통 더위 때문에 폐사해 버린 닭들을 양계장 옆 퇴비사 옆에 묻고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박씨는 지난 5월 2만 7000마리의 토종닭을 입식해 성수기인 7월 초순부터 출하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지난달부터 시작된 폭염으로 1만 2000여 마리가 줄줄이 죽어 나갔다. 몸 전체가 털로 덮여 있고 땀구멍이 발달하지 않은 닭은 섭씨 35도가 넘으면 더위를 이기지 못해 폐사할 위험이 높은데 요즘 양계장 내 온도는 37~38도로 찜질방이나 다름없다. 폭염 피해를 막기 위해 지붕에 물을 뿌려 봤지만 땡볕을 받아 증발하면서 습도만 높아져 역효과가 났다. 전해질, 비타민뿐 아니라 독일에서 수입해 온 ‘섬머스타트’라는 약도 사료에 타 먹여 봤지만 폐사가 줄지 않고 있다. 이제 박씨에게 남은 닭은 겨우 1만 5000마리 정도다. 정읍시 이평면 창동리에서 양계를 하는 전승만(55)씨도 폭염에 날벼락을 맞았다. 25년째 양계를 하고 있는 전씨는 사양 관리를 철저히 해 조류인플루엔자가 극심했던 시기에도 피해가 전혀 없었지만 기록적인 폭염에는 속수무책이었다. 전씨가 기르던 7만 7000마리의 토종닭은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7월 하순부터 하루에 수백 마리씩 죽어 나가다 지난 2일에는 1만여 마리가 집단 폐사해 5000여만원의 피해를 봤다. 전씨는 한꺼번에 죽은 닭들을 폐축처리장에 보내려 했으나 t당 35만원의 처리 비용과 별도의 운반비를 부담할 수 없어 퇴비사 옆을 파고 묻어야 했다. 이 같은 축산농가들의 피해는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전북이 7일 현재 31만 5000마리로 가장 많다. 충북에서는 최근 일주일 새 3만여 마리, 충남에서도 5만 마리의 닭이 폐사해 양계 농가들에 비상이 걸렸다. 바다도 예외가 아니다. 이날 오후 적조주의보가 발령된 전남 여수시 돌산읍 임포 동쪽 앞바다. 한 달 전만 해도 쪽빛을 발산하던 여수 앞바다가 적갈색 적조 띠로 뒤덮였다. 어민들은 적조로 사라진 청정해역을 바라보며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돌산읍 주포리에서 양식업을 하는 박모(46)씨는 애지중지하던 돌돔 8만 6000여 마리를 적조로 잃었다. 박씨는 “빚을 내 양식업을 하고, 겨우 이자를 갚아 나가는데 적조 때문에 빚더미에 올라앉게 됐다.”며 “1억여원의 피해를 봤지만 전남도는 피해액이 적어 보상을 해줄 수 없다고 하고 있으니 앉아 죽으란 말이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20년 넘게 양식업을 하고 있지만 적조 피해는 처음”이라며 “도청에서 위로차 방문한다고 해 올 필요 없다고 했지만 오기만 하면 욕이라도 퍼부을 작정”이라고 단단히 벼르고 있었다. 전남 해역의 적조 피해는 2008년 9월 이후 4년 만이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지난 6일 전남 여수시 화정면 개도 인근 해역에 적조주의보를 발령했으며, 적조는 고흥 등 서쪽 해역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움직임은 갑갑하기 짝이 없다. 농어업재해대책법에도 폭염 피해를 지원토록 규정하고 있지만 시·군당 피해 규모가 3억원 이상이어야 보상받을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어 농어가들은 불합리한 규정이라며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노영운 전북도 축산과장은 “올해 같은 기록적인 폭염은 전국적인 현상인 만큼 정부가 농어업재해대책법에 따른 시·군 피해 규모에 국한하지 말고 전국적인 피해를 조사해 적극적으로 지원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읍 임송학·여수 최종필기자 shlim@seoul.co.kr
  • 이젠 15-5 도전…한국 金 10·종합10위 달성

    한국이 초반 부진을 씻고 쾌조의 메달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한국은 런던올림픽 개막 첫날 기대를 모았던 수영 박태환과 남자 양궁 단체, 펜싱 남현희 등이 ‘금 사냥’에 실패하면서 불안하게 출발했다. 하지만 대회 반환점에 이른 6일 현재 전통의 효자 종목인 유도(2개)와 양궁(3개)은 물론 신흥 강세 종목인 사격(3개)과 펜싱(2개)의 눈부신 선전으로 금맥을 이었다. 펜싱 남자 사브르 팀은 동·하계 올림픽 통산 100번째 금을, 50m 권총의 진종오는 대회 10번째 금을 선사했다. 한국은 당초 기대치인 ‘10(금 10개 이상)-10(종합순위 10위 이상)’을 일찌감치 달성했다. 7일 0시(한국시간) 현재 은 5개, 동 6개도 보태 개최국 영국(금 16, 은 11, 동 10)에 이어 종합순위 4위다. 한국의 금빛 질주는 계속될 전망이다. 대회가 엿새나 남은 데다 절대 강세 종목인 태권도 등이 버티고 있어 기대를 더한다. 일부에서는 역대 최다 금(13개)을 쓸어 담은 4년 전 베이징대회를 넘어 14~15개의 금으로 ‘톱 5’에 드는 최상의 시나리오까지 그리고 있다. 태권도가 8일부터 ‘황금 발차기’로 종주국의 자존심을 세운다. 이대훈(58㎏급), 차동민(80㎏ 이상급)과 여자 황경선(67㎏급), 이인종(67㎏ 이상급) 등 4체급 출전 선수 모두가 금 후보다. 남녀 4체급씩 모두 8개의 메달이 걸려 있지만 특정 국가로의 메달 쏠림을 막으려고 국가당 남녀 2체급씩 4체급만 출전하도록 했다. 한국은 2000년 시드니에서 금 3개(은 1), 2004년 아테네에서 금 2개(동 2)를 땄다. 베이징에서는 출전 선수 4명이 모두 금을 챙겨 왔다. 이대훈이 맨 먼저 시동을 건다. 대표팀 막내인 그는 아시안게임과 세계선수권, 아시아선수권을 모두 제패하고 이번 올림픽에서 ‘그랜드슬램’에 도전한다. 황경선은 10일 한국 선수 처음으로 3회 연속 올림픽 무대에 올라 2연패를 노린다. 11일에는 차동민과 이인종이 최중량급에 나란히 출격한다. 차동민도 2회 연속 금메달을 꿈꾼다. 베테랑 이인종은 4번의 도전 끝에 처음 올림픽 출전 기회를 잡고 ‘한풀이’에 나선다. 여자핸드볼은 8강에서 큰 걸림돌을 만난다. 6일 스웨덴을 32-28로 꺾고 조 2위를 차지한 한국은 7일 8강전에서 A조 3위 러시아와 격돌한다. 러시아는 ‘장신군단’이어서 한국이 가장 껄끄러워하는 팀. 지난해 12월 브라질 세계선수권에서 24-39로 크게 졌다. 이 고비만 넘으면 브라질-노르웨이 승리팀과 4강전에서 만나 금메달까지 바라볼 수 있다. 레슬링 금 기대주 김현우(24·삼성생명)는 7일 그레코로만형 66㎏급에 출전한다. 올림픽 경험이 없는 게 흠이지만 최근 기량이 급성장해 주목된다. 2009년과 지난해 세계선수권, 2010년 아시안게임에서 우승한 이란의 아브드발리가 강력한 맞수로 꼽힌다. ‘홍명보호’도 금 레이스에 한몫할 기세다. 올림픽 사상 첫 4강을 일군 남자축구가 8일 브라질과 결승 진출을 다툰다. 브라질은 대회 최강으로 꼽히나 결코 넘지 못할 상대는 아니다. 브라질을 잡으면 일본-멕시코전 승리팀과 결승을 치르게 돼 금메달을 노릴 만하다. 한편 레슬링 간판 정지현(삼성생명)은 6일 열린 그레코로만형 60㎏급 8강전에서 비디오 판독 끝에 하산 알리에프(아제르바이잔)에게 0-2로 져 4강 진출에 실패했다. 앞서 열린 84㎏급 이세열(조폐공사)은 1회전에서 탈락했다. 육상의 정혜림도 여자 100m 허들 예선에서 13초 48에 그치며 준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김민수 선임기자 kimms@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한국형 공익재단 제도적 정비 시급하다/이갑수 INR 대표

    [옴부즈맨 칼럼] 한국형 공익재단 제도적 정비 시급하다/이갑수 INR 대표

    마케팅의 대가라 불리는 필립 코틀러 교수는 저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법률이나 윤리적 기준에 의해 강제성을 띠는 것이 아니라 기업 스스로 실천하는 의무임을 강조한 바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이제 단순 자선 활동을 넘어 ‘기업시민’(Corporate Citizen)으로서의 자발적 또는 의무적 영역에 속하는 것임을 강조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서울신문이 7월 18일 자부터 창간 특별기획으로 다룬 ‘공익 재단, 부자의 상상력을 기부하라’ 시리즈는 매우 시의적절하다고 본다. 정치권에서 경쟁적으로 터져 나오는 경제민주화도 개념이 아직은 모호하지만, 결국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연결되어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본래 4단계로 책임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개념이다. 기업이 돈을 많이 벌어 고용 창출 같은 경제적 책임을 다하고, 법을 지키는 준법 경영과 윤리적 경영을 다하는 것, 나아가 사회의 소외계층에게 기부와 후원을 통하여 자선적 책임을 다하라는 것이다. 물론 법적, 윤리적 책임은 등한시하면서 홍보에 열중하는 일부 기업들도 있지만 우리나라도 이제 선진화된 사회로 이동 중임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공익재단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의 하나인데, 기획시리즈의 첫 시작을 대기업에서 만든 재단이 아닌, 개인들이 아끼고 아껴 재단을 만들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의 스토리로 시작한 것은 신선했다. 우리 기업의 기부는 외국과 달리 오너 자신의 주머니에서 시작되기보다는 주로 기업의 돈으로 재단을 만들거나 자선 활동을 하는 사례가 많아 진정한 기부라고 하기에는 좀 어려웠다. 공익재단의 활동과 문제점, 법적·제도적 개선 등 앞으로 바람직한 방향들을 제시한 것은 아마도 우리나라 언론에서 처음 다루어진 것이 아닌가 한다. 기사를 보면 우리나라의 공익재단은 특별한 색깔이 없이 안정적이고 틀에 박힌 활동 위주로 운영되고 있다. 그것은 재단의 이사회 구성이 전문성은 배제된 채 출연자의 지인 위주로 되어 있고 재량권의 한계에 기인하는 탓이다. 특히 국내 40대 재단의 현황을 보면 50% 이상이 학술과 장학에 치우쳐 있었다. 미국의 빌&멀린다게이츠재단같이 전 세계의 틈새 소외지역이나 계층을 위한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활동을 할 필요가 있음을 일깨워 주었다. 또한 재단의 설립을 허가제에서 인가제로 변경하여 누구나 쉽게 설립하게 하고, 자산의 운용에서 유연성을 두도록 하되, 세제혜택을 받는 만큼 국세청 등 관련 기관의 철저한 모니터링과 관리가 되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한 것은 적절한 대안의 제시였다. 7월 23일 자 해외 공익재단 사례 기사에서는 더 구체적이고 다양한 분야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 활동의 소개가 눈에 띄었으나, 선진국 공익재단의 운영 철학과 제도적 장치에서 특히 우리나라 공익재단들이 벤치마킹할 만한 내용이 다소 부족한 점이 아쉬웠다. 바라건대, 공익재단에 이어 우리 사회에서도 점점 늘어나는 기부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넓히도록 제2의 기획기사를 제안하고 싶다. 기업인들을 중심으로 개인들의 기부가 늘어나고는 있지만, 우리 사회에서 기부 문화를 활성화시키는 캠페인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아직도 자기 이름을 알리고 기부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경향이 있다. 기부라고 하면 큰 금액의 기부만 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국민도 많이 있다는 점에서 실명기부문화 전개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선진국에서는 일반인들이 규모가 큰 민간단체나 재단에 기부하는 일이 일반화된 현상이며 다양한 ‘기부 이벤트’가 열리고 있다. 그런 점에서 영국에서 시작된 유산 기부 캠페인 ‘레거시 10’(Legacy 10)처럼 후손들에게 물려줄 유산의 10%를 자선단체에 기부하기로 서약하는 운동을 소개할 필요가 있다.
  •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 ‘청개구리 성공신화’ 화제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 ‘청개구리 성공신화’ 화제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56)이 최근 펴낸 책 ‘청개구리 성공신화’가 화제다. 한국 경제의 성공비결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책이다. 저마다 ‘한강의 기적’을 꿈꾸는 개발도상국들이 ‘한국 경제 따라하기’를 위한 좋은 교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청개구리라는 제목이 기발하고 도전적이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거꾸로 좇아 성공했다고 해서 붙였다고 한다. 책은 그 흔한 사진 한장 없이 글만 빼곡하다. 경제 관료와 세계은행 이사로 있으면서 배우고 터득한 경험이 그대로 응집돼 있다. 복잡한 걸 단순화하는 특유의 논리와 ‘확신범’에 가까운 강한 소신도 돋보인다. 우리의 소중한 경제개발 경험을 개도국한테 전수하는 ‘개발경제학의 한류’ 바람을 일으키자는 게 이 책의 결론이다. 저자는 한국 경제 발전은 블루오션을 찾기 위한 치열한 지적 고뇌, 성공의 희망사다리를 오르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의 결과라고 진단한다. 경제 발전 성공에는 ▲유능하고 안정적이며 비전있는 리더십 ▲잘 짜여진 계획 ▲유능한 정부 관료집단 ▲계획 실천에 필요한 자금 등 네가지 요소가 잘 갖춰져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한다. 그런 점에서 경제 치적에 관한 한, 박정희 대통령은 이론의 여지없이 오늘을 설계하고 기반을 다진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저자가 한국의 경제발전 과정을 기적 이전에 하나의 수수께끼라고 규정한 발상도 흥미롭다. 한국은 서구의 지식인들이 주장하고 국제기구가 앞장서 설파한 경제발전 공식을 그대로 구사하지 않고 오히려 다른 길을 선택한 게 주효했다고 분석한다. 수입 대체전략 대신 수출 드라이브 전략을, ‘일시적 전면개방과 규제철폐’를 추구하는 신자유주의 대신 ‘점진적인 개방과 규제의 단계적 완화’를 선택한 것 등이 성공의 비결이라는 것이다. 고시제도, 높은 교육열, 선비정신 등도 성공의 원동력이 됐다고 말한다. 경제성장 과정에서 재벌은 경제발전 초기에 불균형 성장을 추구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입장을 저자는 견지한다. 재벌을 앞세워 선택과 집중을 하지 않았다면 압축성장이 어려웠을 것이란 주장이다. 재벌의 도덕성 문제와 존립 그 자체는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최근 정치권이 열을 올리는 ‘경제 민주화’는 대선을 앞둔 표퓰리즘(대기업 때리기)의 캐치프레이즈에 불과하다고 반박한다. 한국은 자신의 성공에 안주하고 자신의 성공스토리를 자랑하는 데서 벗어나 국제사회에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주문한다. 한국형 원조 모델을 개발하고 통합원조 전담부처를 적극적으로 신설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 전 장관은 행시 22회로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과장·국제금융국장, 세계은행 이사, 기획재정부 1차관, 필리핀 대사, 대통령 경제수석 등을 지낸 뒤 최근까지 동국대 석좌교수로 재직하다 미국 헤리티지 재단으로 1년간 연구를 위해 떠났다. 주병철기자 bcjoo@seoul.co.kr   
  • 힘빼라, 박주영…힘내라, 박주영

    무심하게도 휘슬이 울렸다. 0-0 무승부. 올림픽축구 대표팀이 26일 뉴캐슬 세인트제임스 파크에서 열린 런던올림픽 조별리그 B조 첫 경기에서 멕시코와 비겼다. 경기 내내 압도하고도 마무리가 되지 않았다. 다소 불안했던 수비라인은 파비앙과 산토스를 앞세운 멕시코의 공격을 잘 막았지만, 박주영(27·아스널)·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김보경(세레소·이상 23) 등의 공격진은 이름값에 못 미쳤다. 홍명보 감독은 “더 중요한 두 경기가 남았다. 스위스전에 다시 초심으로 임하겠다.”고 추슬렀다. 이어 스위스도 가봉과 1-1로 비겼다. 따라서 30일 오전 1시 15분 스위스와의 2차전은 더욱 불꽃 튀게 됐다. 홍명보호는 ‘알프스 산맥’을 어떻게 넘어야 할까. ‘미우나 고우나’ 믿을 건 박주영이다. 멕시코전 원톱으로 출장한 박주영은 철저히 막혔다. 뉴질랜드전(2-1), 세네갈전(3-0)에서 두 경기 연속골을 터뜨리며 결정력을 뽐내던 그 선수는 없었다. 이미 ‘요주의 인물’로 유명해진 터라 2~3명이 경기 내내 박주영을 전담했다. 좌우 날개로 나선 김보경, 남태희(21·레퀴야)와의 콤비네이션은 괜찮았지만 스스로 기회를 열지 못했다. 구자철, 기성용(23·셀틱)과도 엇박자를 냈다. 몸이 무거워 보였다. 슈팅은 단 하나에 그쳤고, 프리킥 두 개도 모두 수비벽을 넘지 못했다. 결국 홍 감독은 후반 35분 박주영을 빼고 백성동(21·주빌로)을 투입했다. 홍 감독은 경기 뒤 “박주영의 컨디션도 그렇고…. 전술 변화를 줘서 마지막 15분 승부를 노리려고 했다.”는 말로 에둘러 아쉬움을 나타냈다. 스위스전까지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게 과제다. 박주영이 살아나야 재능 있는 공격진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공격진 전체의 흐름도 그렇지만 와일드카드로 뽑힌 ‘맏형’으로서 동료들에게 미치는 영향도 크다. 주장 구자철은 “개인적으로 주영이형이 첫 번째 골을 넣었으면 좋겠다. 어렵게 팀에 합류한 만큼 후배들에게 기쁨을 줬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스위스는 만만치 않은 상대다. 대회 유럽예선에서 10승2무3패(22득점 10실점)의 빼어난 성적을 거둬 런던에 왔다. 2009년 국제축구연맹(FIFA) 17세 이하 월드컵 우승, 지난해 유럽축구연맹(UEFA) 21세 이하 챔피언십 준우승 등으로 돋보였다. 조추첨 직후 B조 1위 후보로 꼽힌 것도 스위스였다. 에이스 셰르단 샤키리를 비롯해 발론 베흐라미, 필립 센데로스 등이 소속팀 반대로 런던행이 무산돼 100% 전력은 아니지만 결코 쉽지 않다. 가봉전에서 주전 수비수 올리버 부프(취리히)가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해 한국전에 뛸 수 없는 건 호재다. 홍 감독은 관중석에서 이 경기를 지켜보며 전력 파악에 열을 올렸다. 스위스 격파의 해법은 이미 홍 감독의 머릿속에 있다. 역대 최강 전력인 올림픽대표팀이 스위스를 상대로 8강행의 교두보를 마련할지 주목된다. 뉴캐슬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Weekend inside] 출범 한 달…세종특별자치시 가 보니

    [Weekend inside] 출범 한 달…세종특별자치시 가 보니

    “산만하고, 어수선하고, 들떠 있습니다.” 27일 세종시 종합민원실에서 만난 김경심(53·서면 봉암리)씨는 “혼란스럽다.”며 이같이 말을 쏟아냈다. 세종특별자치시가 출범 한 달을 맞았지만 제자리를 잡지 못해 시민들이 적잖은 불편을 겪고 있다. ●신청사 건립 때까지 불편 감수해야 오전 11시쯤 세종시 조치원읍 신흥리 시청 본관에 들어서자 안내소에 시민 여럿이 “지역경제과가 어디 있느냐.”, “별관은 어떻게 가느냐.”는 질문을 쏟아냈다. 옛 연기군청사(본관)가 비좁아 승용차로 10분이 넘는 당초 예정지 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옥을 별관으로 따로 둬서다. 안내원 오진희(26)씨는 ‘별관 청사 안내도’와 ‘버스노선도 및 운행 시간표’를 나눠 주느라 진땀을 흘렸다. 오씨는 “잘못 찾아오는 시민이 하루 30명이 넘는다.”고 전했다. 신청사는 2014년에 개청한다. 이들은 다시 승용차를 몰고 힘겹게 별관을 찾아야 했다. 차가 없는 시민은 버스를 기다리거나 급하면 택시를 불렀다. 신청사를 짓는 2년간 이 같은 불편을 피할 수 없다. 연기군 외 편입 지역 시민들은 교통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충북 청원군에서 편입된 부강면 주민들은 지난 21일부터 군 공영버스 운행이 중단돼 애를 먹고 있다. 노호리 이장 오도영(60)씨는 “청원군 버스는 한 시간도 안 되게 들락거렸는데 세종시 버스는 운행 시간이 들쭉날쭉하고 자주 오지 않는다.”면서 “요금도 500원에서 1200원으로 두 배 이상 된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그는 “세종시민이 됐다는 자부심은커녕 주민들이 벌써 세금 등 부담만 늘어날 것이라며 걱정하고 있다.”며 “장보기 등 생활권은 여전히 청원군”이라고 덧붙였다. 시 조직도 안정을 못 찾고 있다. 연기군에 외지 공무원들이 가세하다 보니 팀워크가 약하다. 한 세종시 공무원은 “광역행정에 서툰 옛 연기군 공무원이 주요 보직을 차지하고, 지방행정을 모르는 중앙정부 출신 공무원들이 그 뒤를 많이 받치고 있다.”고 꼬집었다. 시 공무원은 828명으로 연기군 소속 625명 외에 행정안전부, 충남, 서울시 등 각기 다른 소속 공무원들이 뒤섞여 있다. 게다가 세종시 출범을 앞두고 옛 연기군 6급 공무원 20명이 대거 사무관(5급) 교육에 들어가 상당수 계장 자리가 비어 있고, 업무 분담이 제대로 안 돼 충남도로부터 광역 업무 인수작업도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다. 편입 자치단체마다 인허가 기준이 다른 것도 시 업무의 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 강성규 시 도시건축과장은 “분할 면적 기준이 60㎡로 토지를 잘게 쪼개도 되는 공주시 편입지에서 세종시(200㎡ 이상 기준) 출범 전 한꺼번에 550건이 허가신청됐다.”며 “인허가 기준이 다른 데다 개발 민원도 두 배 넘게 늘어나 정신이 없다.”고 전했다. ●지자체별 다른 업무기준도 문제 이날 종합민원실은 민원서류 등을 떼기 위해 찾은 시민들로 붐볐다. 하루 600건이 넘는 민원이 처리되고 있다. 강근규 시 민원실장은 “원룸 등을 짓기 위한 개발행위 허가 신청은 물론 첫마을 아파트 전매제한이 풀려 거래가 잦아서인지 부동산실거래가신고 등이 많다.”고 귀띔했다. 세종시 첫마을은 남면 양화리 등 원주민들이 최근 토지주택공사로부터 ‘내년에 농사를 못 짓는다. 이주 준비를 하라.’는 통보를 받고 착잡해하는 것과 달리 갈수록 활기를 띠고 있다. 서모(40·주부)씨는 “풍광이 뛰어나고 공기가 좋아 다른 대도시보다 매력이 있다.”면서 “큰 병원이나 백화점이 없어 좀 불편하지만 갈수록 좋아질 거라고 기대한다.”며 웃었다. 글 사진 세종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대구 사회지표조사 늑장 공개 논란

    대구시가 거액을 들여 조사한 ‘대구의 사회지표’ 결과를 5개월 뒤 공개해 빈축을 사고 있다. 공개도 시의회의 지적을 받고서야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했다. 시는 지난해와 올해 두 차례에 걸쳐 4억 3000만원을 들여 ‘2011년 대구의 사회지표’를 조사했다고 26일 밝혔다. 대구시민의 의식을 조사해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서다. 모두 938쪽 분량으로 지난 2월 나왔다. 그러나 이 보고서는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 이에 시의회 김원구(53) 행정자치위원장이 지난 25일 “시가 거액을 들여 조사한 보고서를 창고에 처박아 놓았다.”고 비판했다. 시는 시의회로부터 이런 질타를 받고서야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시는 시 행정포털서비스에 보고서를 싣고, 각 부서와 관련 기관을 대상으로 향후 계획 수립에 보고서를 활용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이에 대해 시 측은 “자체 인력으로 보고서를 작성한 데다 주요 국가 통계자료를 재가공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며 “대조 수정작업만도 5차례나 했다.”고 해명했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 대구시민들의 생활만족도가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 행정서비스에 대한 만족도가 10.9%, 문화여가생활 17.6%, 주택공급 11.2%, 복지시책 15.4% 등으로 낙제점 수준이었다. 대구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 세계 슈퍼리치들 ‘美+日 GDP규모’ 21조弗 자산 해외은닉

    세계 슈퍼리치들 ‘美+日 GDP규모’ 21조弗 자산 해외은닉

    전 세계 부유층이 자국의 세금을 피해 해외에 은닉한 자산 규모가 적어도 13조 파운드(약 20조 4000억 달러)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는 미국과 일본의 국내총생산(GDP)을 합한 규모와 맞먹는다. 글로벌 경제 위기로 각국의 일반 국민이 긴축 압박에 시달리고 있지만, 정작 경기부양을 위해서는 부유층의 조세회피를 막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조세피난처’ 분야 전문가로, 컨설팅회사 매킨지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출신인 제임스 헨리는 21일(현지시간) 영국 옵서버지에 게재한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옵서버는 이번 보고서가 전 세계 슈퍼리치(금융자산 100만 달러 이상 보유자)들이 해외은행에 은닉한 역외경제(offshore economy) 규모를 추적한 지금까지 관련 조사 가운데 가장 구체적으로 담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보고서는 조세 및 금융전문가로 구성된 국제 비정부기구(NGO) 조세정의네트워크(TJN)의 의뢰에 따라 작성됐다. 구체적인 분석은 국제결제은행(BIS)과 국제통화기금(IMF) 등 광범위한 출처의 자료를 토대로 이뤄졌다. 보고서는 프라이빗 뱅크(PB)의 도움으로 이뤄지는 해외 은닉 자산의 규모가 많게는 20조 파운드(약 32조 400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다수의 국가에서 빠져나간 은닉 자산은 주로 스위스나 서인도 케이맨 제도 등 ‘금융정보 비협조국’(조세 피난처)으로 흘러 들어간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스위스계 UBS·크레디트 스위스 은행,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등 전 세계 10대 PB가 관리하는 개인고객의 자산 규모는 2010년 기준으로 4조 파운드를 넘어섰다고 보고서는 적시했다. 이는 5년 전 1조 5000억 파운드에 비해 2.7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헨리는 보고서에서 “1970년대 이후 개발도상국에서 빠져나간 은닉 자산을 합치면 개도국의 해외부채를 모두 갚고도 남는 규모”라고 지적했다. 은닉된 자산의 이익금까지 고려하면, 러시아에서 경제가 개방된 1990년대 초 이후 해외로 빠져나간 자산은 5000억 파운드에 이르며,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1970년대 중반 이후 1970억 파운드가 유출됐다. 나이지리아의 은닉 자산 규모는 1960억 파운드에 이른다. 이 같은 수치를 기초로 계산하면, 전 세계 인구의 0.001%인 9만 2000여명이 6조 3000억 파운드를 보유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온다. 결국 국가 자산은 소수의 고액 개인자산가에게 쏠리고, 국가 채무는 일반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가게 되는 셈이다. TJN의 존 크리스텐슨은 “은닉된 자산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빈부 격차와 불평등의 정도는 공식 통계치보다 훨씬 더 심하다.”면서 “그런데도 정치인들은 부(富)의 효과가 부유층에서 서민층으로 흘러 내려가는 낙수효과에 여전히 의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옵서버는 영국노동조합회의의 브렌단 바버 위원장의 말을 인용해,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국가들이 긴축과 세금 인상으로 일반 국민을 쥐어짜기보다 다국적 기업과 부유층의 조세회피를 차단한다면 경기 부양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 이대호 日 홈런더비 우승…올스타전 본경기 무안타

    일본프로야구 오릭스 버펄로스의 ‘거포’ 이대호가 올스타전 홈런 레이스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대호는 20일 일본 오사카 교세라돔에서 열린 일본프로야구 올스타전 홈런더비 결승에서 블라디미르 발렌틴(야쿠르트)과 대결해 6-0으로 완승했다. 센트럴리그와 퍼시픽리그에서 2명씩 출전, 라운드별로 7아웃을 당할 때까지 홈런을 많이 때린 선수가 이기는 방식의 토너먼트로 진행됐다. 이대호가 7아웃을 당할 때까지 펜스를 6차례 넘겼지만 발렌틴은 한 개도 때려내지 못했다. 이대호는 앞서 준결승에서 요미우리의 아베 신노스케와 만나 5-4로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 발렌틴은 준결승에서 나카무라 다케야(세이부)와 8-8로 동점을 기록했지만 리그 홈런 수와 팬 투표 득표 수에서 앞서 결승에 올랐다. 이대호(15개)와 발렌틴(24개)은 각각 퍼시픽리그와 센트럴리그에서 홈런 1위에 올라 있다. 50만엔(약 730만원)을 우승 상금으로 받은 이대호는 “기분이 매우 좋다. 처음 올스타전에 나왔는데 홈런더비에서 우승해 기쁘다.”고 말했다. 그러나 올스타전 본 경기에서 이대호는 안타 없이 빈손으로 물러났다. 4번 타자 겸 1루수로 선발 출장, 3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1회말 주자 없는 2사에서 상대 선발 스기우치 도시야(요미우리)의 시속 129㎞짜리 2구째 직구에 2루수 뜬공으로 물러난 이대호는 4회 무사 2루의 기회를 3루수 앞 땅볼로 날린 데 이어 7회말에도 유격수 뜬공으로 돌아섰다. 이대호는 9회말 2사 3루의 마지막 공격 때 대타 윌리 모 페냐(소프트뱅크)로 교체됐다. 1차전은 이대호의 퍼시픽리그가 센트럴리그에 1-4로 패했다. 올스타 2차전은 21일 마쓰야마 봇창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명희진기자 mhj46@seoul.co.kr
  •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87) 삼척 늑구리 은행나무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87) 삼척 늑구리 은행나무

    생명은 한순간도 정체되지 않고 성장과 소멸을 거듭한다. 사람이든 짐승이든 식물이든 매한가지다. 한 부분이 수굿이 성장하여 죽음을 맞이하면, 그의 뿌리는 또 하나의 새 생명을 일으킨다. 새로 태어나는 세포와 죽어가는 세포가 하나의 몸에 공존한다. 삶과 죽음은 결코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다. 삶은 죽음을, 죽음은 삶을 끌어안고 살아가는 게 생명의 원리다. 무릇 모든 생명은 살아 있으면서 동시에 죽어간다. 강인한 생명력을 가진 나무의 경우는 더 그렇다. 줄기가 부러진 뒤에도 나무는 새로 난 줄기로 그의 생명을 이끌어간다. 천년을 살아온 나무에서 태어나던 때의 세포를 찾는 건 그래서 불가능하다. 따라서 그의 나이를 측정하는 것도 언감생심일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나무 강원도 삼척 늑구리 은행나무의 나이는 1500살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나무다. 그러나 비슷한 연륜의 다른 은행나무에 비해 그리 크지 않다. 중심 줄기가 오래전에 썩어 문드러지고 죽은 줄기 곁에서 촘촘히 돋아난 여러 개의 맹아지(萌芽枝)가 수백 년을 자라서 새로운 모습으로 20m의 높이까지 솟구쳐 올랐다. 새로 태어난 삶이 죽음을 에워싸고 하늘을 우러러 큰 생명을 이룬 것이다. 맹아지는 줄기나 가지에서 불규칙하게 솟아나는 새 가지로 대부분의 나무에서 볼 수 있는 현상이다. 그러나 유독 은행나무의 맹아지는 기존의 줄기와 가지 못지않은 크기로 발달하는 특징을 가졌다. 1500년 전에 뿌리를 내린 늑구리 은행나무의 줄기는 죽어 없어졌고, 그 곁에서 새로 돋은 10여개의 크고 작은 맹아지가 우람하게 자랐다. 수백 년은 족히 넘어 보이는 굵은 맹아지에서부터 고작해야 10여년쯤 돼 보이는 가늣한 맹아지까지 다양한 연륜과 크기의 맹아지가 서로 어울렸다. 이처럼 다양한 맹아지들이 하나의 뿌리에서 돋아났다는 것을 믿기 어려울 정도다. 새로 자란 맹아지들은 줄기가 있던 텅 빈 가운데 자리를 촘촘히 메웠다. 자연히 나무 전체의 생김새도 애당초 이 나무와는 전혀 다른 모양으로 여겨진다. 꽤 어지러워 보이는 나무의 생김새는 한 그루가 지어낸 결과가 아님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거대한 크기의 은행나무가 사람의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산 위에 외따로 서 있다는 것도 이 나무의 특이한 점이다. 은행나무는 저절로 번식하지 않고, 사람의 마을에서 사람의 손을 타고 자라는 나무라는 이유에서다. 나무 곁에서 오래된 사람살이의 자취는 찾을 수 없다. 고작해야 몇십년도 안 돼 보이는 낮은 지붕의 살림채가 하나 있을 뿐이다. ●절집 자리에서 스님들이 심어 키운 나무 “30년 전에 딸아이가 산 아래의 소달초등학교에 들어갔지. 읍내에 살았는데, 학교가 멀어서 아이가 힘들어했어. 그때 마침 이곳에 친척이 살다 떠나려던 집이 있어서, 맞춤하다 싶어 들어와 살게 됐지.” 나무 앞에서 밭을 일구며 살아가는 김명환(70) 노인은 이 외딴 집에서 나무를 바라보며 일곱 남매를 키웠다. 자식들을 모두 대처로 내보내고 지금은 노부부만 남았지만, 김 노인은 ‘신령스러운 나무가 지켜주는 든든한 집’이라며 자랑스러운 미소를 짓는다. “은행나무가 있는 곳이어서 ‘은행정’이라고 부르는데, 예전에 이 마을을 ‘절골’이라고 불렀대. 나무에 스님들과 관계된 전설이 있다고도 하지만 연유는 몰라. 절골이라면 절이 있었다는 이야긴데, 그런 흔적이 없거든.” 절집의 흔적도 없는 자리에서 1500년을 자란 나무에 얽힌 오래된 전설을 톺아보면, 늑구리 은행나무는 절집 마당에서 스님들이 정성껏 심어 키우던 나무임을 알 수 있다. 예전에 한 동자승이 이 나무 줄기에 기어오르기를 좋아했다. 어린 동자승은 줄기에 기어오르다 떨어져 다치는 일이 잦았다. 동자승을 돌보던 큰스님은 동자승이 아예 나무에 기어오르지 못하도록 나무줄기를 반들반들하게 깎아내려 했다. 스님이 나무의 몸집에 날카로운 칼을 밀어넣는 순간, 하늘에서 천둥번개가 내리치고 줄기에서는 검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놀란 스님은 법당으로 뛰어들어가 부처님께 용서를 빌었다. 그때 불상에서 “나무의 피를 받아 마셔라.”라는 소리가 흘러나왔고, 스님은 뛰어나와 나무가 흘리는 피를 받아마셨다. 그러자 스님은 창졸간에 커다란 구렁이로 변해서 나무 줄기 가운데에 똬리를 틀고 나무를 지키는 지킴이가 됐다. ●죽음을 품고 살아가는 변증의 생명체 나무를 신성하게 잘 지키려는 의도에서 지어낸 이야기가 틀림없겠지만, 이야기에 굳이 스님과 동자승을 등장시킨 건 아무래도 이 나무가 절집과 관계 있는 나무임을 보여 주는 증거로 생각된다. 김 노인의 말처럼 절집의 흔적은 없지만 나무는 필경 절집의 나무였던 것이다. “예전에 개를 키웠던 적이 있어. 그런데 이 나무의 신령한 기운을 개도 알았는지 신통하게도 이 나무 아래에서는 절대로 똥을 싸지 않더군. 그뿐이 아냐. 이 산에 뱀이 많았지만 우리 은행나무 그늘에는 뱀이 다가오질 못 했어.” 가늠할 수 없이 긴 세월을 살아온 생명체 앞에서 과학의 잣대로 노인이 건네는 이야기의 진위를 따지는 건 애당초 옳지 않다. 나무 곁에서 30년 동안 나무를 바라보며 나무에 의지해 살아온 산골 농부의 나무 자랑이고 자연 사랑일 뿐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나무인 삼척 늑구리 은행나무는 그렇게 과학 그 너머의 세계에서 죽음을 품고 살아가는 변증의 생명체로서 오랜 세월을 살았다. 나무의 유장한 생명력에 가만히 고개 숙일 따름이다. 글 사진 삼척 고규홍 나무칼럼니스트 gohkh@solsup.com ▶가는 길 강원 삼척시 도계읍 늑구리 210-2. 영동고속국도의 강릉교차로에서 동해고속국도로 갈아탄 뒤 동해고속국도의 개통구간 중 남단인 동해나들목으로 나간다. 국도 7호선을 타고 삼척 방면으로 4.4㎞ 가면 국도 38호선과 이어지는 단봉삼거리에 이른다. 여기에서 우회전하여 28㎞ 쯤 남하한다. 영동선 철도의 고사리역을 지나면 오른쪽으로 오십천을 건너는늑구교가 나온다. 다리를 건너 마을로 들어선 뒤, 고사리역 안으로 들어간다. 역 가장자리로 이어지는 산길을 따라 1㎞ 쯤 가면 언덕 위에서 나무를 만날 수 있다.
  • [지역경제 견인차 특구 6선] 울산 장생포 ‘고래문화특구’

    [지역경제 견인차 특구 6선] 울산 장생포 ‘고래문화특구’

    울산 남구 장생포는 1899년 러시아의 포경 전진기지 설치 이후 1986년 상업포경 금지 전까지 고래잡이로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다. 장생포에서는 길거리에 다니는 개도 지폐를 물고 다녔다고 할 정도로 돈이 넘쳤다. 하지만 상업포경 금지 이후 급속히 쇠락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인근에 석유화학공단이 들어서면서 주민들마저 하나 둘 떠나 인구도 2만명에서 1400명으로 줄었다. 그러던 장생포가 고래 덕분에 다시 부활했다. 2005년 전국 처음으로 고래박물관이 들어서고 2008년 7월에는 고래문화특구로 지정되면서 ‘고래 도시’의 옛 명성을 되찾고 있다. 우리나라 고래잡이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고 살아 있는 고래를 체험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관광산업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울산 남구는 2008년부터 2014년까지 총 157억원(국비 58억원, 시비 39억원, 구비 64억원)을 투입해 장생포 고래문화특구 164만㎡에 고래박물관, 고래생태체험관, 근해 고래탐사, 고래 문화거리와 고래마을 조성, 고래연구사업 등을 연차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 결과 343억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88억원의 소득유발 효과를 거두고 있다. 관광객도 연간 40만~50만명이 찾고 있다. 이런 성과에 힘입어 고래문화특구는 2010년 9월 지식경제부로부터 ‘2009 모범 우수 특구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당시 고래문화특구 업무를 맡았던 이선호(44) 주무관은 “지경부로부터 특구로 지정받기 위해 연구용역과 전문가 자문, 해당 부처 의견 수렴 등 1년여 동안 준비작업을 거쳤고 각 심사위원들을 별도로 찾아 다니면서 고래문화특구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수정과 보완 작업 때문에 하루에 두 번 서울과 울산을 오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고래문화특구는 산업체 및 기업 방문의 수준에 머물렀던 울산의 관광산업을 한 단계 끌어올리면서 ‘울산관광 시대’를 활짝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고래박물관, 고래생태체험관, 고래바다여행선 등으로 새로운 울산관광 시대를 이끌고 있는 것이다. 또 살아 있는 돌고래를 잡아 길들이는 ‘돌고래 순치장’ 건립도 추진하고 있다. 빠르면 내년쯤 추진될 순치장은 일본 와카야마현 다이지에 이어 세계 두 번째다. 여기에다 오는 2014년 장생포에 ‘고래문화마을’이 개장하면 관광객만 연간 70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위해 남구는 204억원을 들여 장생포 근린공원 내 3만 5836㎡에 선사시대부터 현재에 이르는 고래문화마을을 조성한다. 김두겸 남구청장은 “장생포는 포경 전진기지에서 고래생태 체험관광의 메카로 도약하고 있다.”고 말했다. 울산 박정훈기자 jhp@seoul.co.kr
  • 사진 찍으러 한강 가세요? 여깁니다 여기

    사진 찍으러 한강 가세요? 여깁니다 여기

    서울시 한강사업본부는 11일 한강에서 세 가지 주제별로 사진을 찍기 좋은 뷰포인트 3곳을 추천했다. 자연을 담기에 가장 좋은 곳으로는 선유도공원 ‘시간의 정원’이 꼽혔다. 드라마 ‘아이리스’의 촬영 장소로도 유명한 이곳에서는 싱그러움이 살아있는 녹색식물, 수생식물, 계절에 따라 피는 꽃을 아름답게 찍을 수 있다. 언제 어느 곳에서나 카메라를 들이대면 환상적인 장면을 건질 수 있다. 특히 조금 멀리 떨어진 정원 초입 중앙에서 양쪽의 침전지 구조물이 다 나오도록 찍어야 운치를 살릴 수 있다고 한강본부는 설명했다. 정원 속에 숨어 있는 폭포의 물줄기와 푸른 담쟁이넝쿨이 앵글에 담기면 멋진 작품이 탄생하고, 운이 따른다면 폭포에서 생기는 무지개도 담을 수 있다. 재미있는 인물사진 촬영 장소로는 여의도공원 물빛광장이 딱이다. 탁 트인 광장에 분수와 조형물이 설치돼 첨벙첨벙 뜀박질하는 아이, 물에 퐁당 뛰어드는 아이, 두 손으로 물장난을 치는 아이 등 역동적인 장면을 포착할 수 있다. 날씨가 맑은 날에는 남산과 함께 밤섬, 마포대교, 물빛광장이 한데 어우러진 모습을 촬영할 수 있다. 조형미가 뛰어난 사진을 찍고 싶다면 뚝섬 전망문화콤플렉스(일명 자벌레)를 찾으면 좋다. 건물 하부에서 카메라를 치켜들고 찍으면 거대한 교각 구조물과 자벌레의 외형이 어우러져 곡선의 아름다움을 담을 수 있다. 자벌레 외관뿐만 아니라 내부에서 한강공원 전체를 바라보며 전경을 찍는 것도 매력적이다. 자세한 사항은 한강본부 홈페이지(hangang.seoul.go.kr)를 참고하면 된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대구야구장 “질 수 없다”… 11월 새 사업자 선정

    대구 새 야구장 건립이 본궤도에 오른다. 대구시는 새 야구장 설계·시공일괄 입찰을 재공고한 결과 대우건설 컨소시엄과 한양건설 컨소시엄 등 2개 업체가 사전심사 신청서를 접수했다고 10일 밝혔다. 대구시는 2개 컨소시엄에 대해 오는 24일 현장설명회를 개최하고 10월 25일까지 입찰서 및 기본설계서를 제출토록 해 11월쯤 사업자를 선정한다. 야구장 공사는 12월까지 부지매입을 완료한 후 착공하며, 2015년 상반기에 준공한다. 시는 조달청을 통해 지난 4월 입찰 공고를 했으나 참여를 희망하는 업체가 없어 유찰되자 사업 내용을 일부 조정해 지난달 조달청에 입찰 재공고를 의뢰했다. 1차 유찰에 따라 지붕 면적 비율을 50%에서 30%로 줄였고 주 전광판 1개도 축소했다. 또 대공원역에서 야구장 광장을 잇는 출입로 확장은 별도 사업으로 추진키로 했다. 그러나 총사업비는 당초 1500억원에서 1620억원으로 증액하고 관람석의 고정석은 당초 계획대로 2만 4000석을 유지키로 했다. 야구장은 수성구 연호동 도시철도 2호선 대공원역 인근 15만 1500㎡에 들어선다. 김범일 대구시장은 “시민들의 염원인 새 야구장을 세계적인 명품 야구장으로 만들겠다.”며 “설계 과정부터 야구인들을 많이 참여시켜 선수와 관중이 하나되는 훌륭한 야구장으로 건립하겠다.”고 말했다. 대구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 [CEO 칼럼] 시장경제와 농업/김재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

    [CEO 칼럼] 시장경제와 농업/김재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

    날씨가 변화무쌍하다. 105년 만의 가뭄으로 농작물은 물론 도심의 수목까지 목말랐다. 생활용수도 부족할 만큼 심각한 지경이더니 최근 가뭄대책을 장마대책으로 바꿔야 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비가 무섭게 내렸다. 기상여건만 복잡해지는 게 아니다. 농업과 농촌 전반에 걸린 현안도 날로 산적하고 양상 또한 복잡하다. 혹자는 농산물 분야의 문제에 대해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따라 움직이는 시장이 해결해 줄 것이라는 ‘시장경제 만능주의’를 들이댄다. 생산이 만성적으로 부족했던 시기에는 공급을 늘리면 문제가 풀렸다. 하지만 지금은 공급과잉 시대다. 수요에 생산을 맞추더라도 가격 안정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속출한다. 또한 개방시대 아닌가. 중국산 배추, 미국산 쇠고기, 유럽산 포도주 등 외국 농식품이 주변에 즐비하다. 국내 가격 상황이나 유통 여건 변화에 따라 외국 먹거리들이 우리의 밥상에 심심찮게 오르고 있다. 미국 테네시대학의 다릴 래이 교수는 “농산물 분야는 수급변화에 따른 가격반응이 신축적이지 않고, 시장상황과 정책이 유기적으로 연계되지 않기 때문에 시장경제 일변도 정책은 사회적 비용을 증대시키고 농가소득을 붕괴시킨다.”고 지적했다. 시장경제의 본고장이자 가구당 평균 경지면적이 180㏊에 달하는 미국에서조차 시장경제 만능주의에 대한 경고가 나오는 판이다. 물론 시장경제의 원리를 아예 무시할 수는 없다. 수요와 공급 중심으로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는 기본 원칙은 농업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의 국제 곡물가 파동에서 보듯 농산물의 경우 시장에만 맡겨 놓으면 된다는 사고는 매우 위험하다. 한 예로 정부는 설탕 가격 안정을 위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를 통해 설탕 수입을 추진하고 있다. 원당 가격이 내리고 환율이 떨어져도 국내 설탕가격이 하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독과점 시장구조와 비효율적 유통구조가 원인이다. 국내 설탕시장은 1980년대부터 주요 3개 업체가 국내 소비량의 약 97%를 공급하는 과점체제이다. 또 수입되는 설탕은 30%의 높은 관세를 유지하고 있다. 국내 설탕시장의 경직된 독과점 구조와 높은 진입장벽, 유통의 비효율이 설탕시장을 왜곡시켜 왔다. 설탕은 이제 단순한 기호식품을 넘어 거의 모든 가공식품에 사용되고 있을 정도로 국민 생필품으로 자리 잡았다. 따라서 설탕의 안정적인 공급과 가격 안정은 국가적으로 매우 중요한 과제다. aT는 지난 1월부터 총 5000t의 설탕을 직수입했다. 정부에서 식품가공용으로 한정된 용도도 폐지해 일반 소비자들이 인근 대형마트에서 쉽게 수입 설탕을 살 수 있도록 했다. 저율의 할당 관세 추천기관도 한국무역협회에서 aT로 전환했다. aT의 설탕 직수입이 시작되면서 설탕업체 3사의 소비자 가격도 4∼5% 하락했다. 공기업의 설탕수입에 대해 비판적 시각도 있다. 그러나 최근 곡물시장에서 보듯이 농업 분야에서 쓸데없는 불안과 비용 상승을 막기 위해 공공기관의 개입은 불가피하다. 이상기후에 더해 곡물시장의 독과점 체제, 개도국의 수요증대, 투기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인류의 먹을거리를 위협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어 안타깝다. 이로 인해 농업 분야에서만큼은 시장경제 만능주의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세계적으로 형성되고 있다. 지난해 6월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주요 20개국(G20) 농업장관 회의에서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은 “규제 없는 시장은 시장이 아니다.”라고 하면서 규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농산물 시장의 질서교란 행위에 대해 정부가 과감한 규제와 대처를 하는 것이 최근 선진국 추세이다. 설탕뿐만 아니라 여타 품목에 대해서도 시장 경제 일변도 정책에 따른 피해나 비효율이 있다면 정부가 시정해야 한다. 그것이 공정사회를 향한 발걸음이요, 상생방안이다.
  • 의학이 부추긴 女性 쇼핑

    의학이 부추긴 女性 쇼핑

    “인간의 난자는 나무에 열리지 않는다.” 의료윤리 연구자인 저자가 한마디 툭 던져놨다. 가슴 아린 한마디다. 황우석 사태가 비극인 까닭은 연구 자체가 거짓말이어서가 아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거짓 연구 자체는 그냥 희극이다. 진정한 비극은 그 파문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몸, 구체적으로는 난자 문제가 여전히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런 뜻에서 ‘인체 쇼핑’(도나 디켄슨 지음, 이근애 옮김, 소담출판사 펴냄)은 번역이 때늦은 감이 있지만 여전히 의미 있는 책이다.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언급하자면 황우석의 방법은 체세포 핵이식이다. 영국의 이언 윌머트가 복제양 돌리를 만들 때와 같은 기법이다. 난자에서 핵을 제거한 뒤 체세포의 핵을 대신 넣는 것이다. 거짓 연구라는 걸 들키기 전부터 이미 외국에선 의심의 눈초리가 쏟아졌다. 애국주의자들 눈에는 한국의 성취에 대한 질투로만 보였겠지만 의심받은 이유는 간단했다. 윌머트는 400개의 난자를 획득한 뒤 핵을 제거했더니 267개가 사용가능했고 이 267개 가운데 1개에서 돌리를 탄생시켰다고 했다. 그렇게 어려운 작업인데 황우석은 무려 11개의 줄기세포주를 만들어내는 데 난자는 200개도 채 안 썼다고 주장했다. 돌리에다 단순비교하자면 난자 4400개 정도는 써야 했는데 말이다. 이런 의심에 대한 황우석의 과학적(?) 반론은 연구원의 손기술을 진화시킨 한민족의 젓가락문화였다. 물론 거짓 연구가 들통난 뒤 난자에 대한 해명 역시 거짓임이 드러났다. 200개도 채 안 된다고 했는데 난자 “2200여개를 119명의 여성에게서 채취”했다. 한 여성에게서는 무려 “43개의 난자”를 얻었는데 이는 “배란촉진제를 치명적일 정도로 과다투여했을 것이라는 점을 암시”한다. “난자 기증자의 15~20%가 심각한 난소과자극증후군을 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연구팀 소속 연구원에게 난자를 기증하라 했다. 이는 나치정권의 생체실험을 비판하면서 이타주의로 치장된 거짓 자발성을 엄격히 금지했던 과학계의 대원칙을 위배한 것이다. 그뿐 아니라 기증자의 절반 이상이 “평균적으로 난자 1개당 1400달러”를 받았다. 기증이 아니라 매매였다. 그러면 이렇게 물어보자. 황우석 연구가 진실이었다면? 위대한 젓가락문화가 진화시킨 연구원의 세심한 손가락 놀림 덕분에 정말 그런 결과를 이뤄냈다면? 그래서 영국의 시민운동가 세라 색스턴은 황우석 연구가 진실이란 가정하에 필요한 난자량을 계산해 봤다. 치료대상은 영국 당뇨병 환자로 한정했다. 의료전문가들이 황우석 기술이 가장 널리 쓰이게 될 분야로 당뇨병을 지목해서다. 그 결과는 “영국 젊은 여성 3분의1 내지 2분의1이 난자를 기증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포인트는 두 가지다. 다른 어려운 질병을 제쳐 두고 당뇨 하나만에도 그렇게 많은 난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너를 일어서 걷게 하리라.’는 복음을 위해서는 얼마나 더 필요할까. 다른 하나는 “젊은”이다. 성공률은 여전히 낮기 때문에 이 과정을 견딜 수 있는 젊고 싱싱한 난자가 필요하다. 그래서 만약 그 당시 황우석 연구가 진짜로 판명났다면 지금쯤 대한민국 젊은 여성들에게는 난자를 기증해 박애주의자로 거듭나라는 지속적인 대국민 캠페인이 벌어졌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난자 채취는 말처럼 그리 쉽지 않다. 책에는 자세히 소개되어 있는데 불임클리닉에 다닌 사람이 주변에 있다면 그에게 물어보는 게 제일 빠른 길이다. 저자는 난자를 얻기 위해 난소를 지나치게 자극하다 죽음에까지 이르는 실제 사례들도 소개해뒀다. 더구나 여성이 생산할 수 있는 난자 수는 한정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난자를 뽑아 쓸 경우 조기 폐경이 우려된다는 경고가 나오는 이유다. 골밀도가 떨어지고 자궁암 발병률이 높아진다는 일부 연구결과도 있다. 실제 이런 이유 때문에 캐나다는 난자 기증 자체를 중지시켰다. 과학적으로 아직 확실히 규명되지 않았지만, 그렇기에 여성의 몸에 해가 안 된다는 증거가 분명해질 때까지 금지한다고 선언해버린 것이다. 가장 한심한 소리는 체외수정을 위해 쓰고 남은 난자를 연구용으로 쓰는 것은 무방하지 않으냐는 주장이다. 저자는 목적에 따라 난자를 얻는 방법이 달라진다는 점을 분명히 지적한다. 가령 영국의 한 연구팀은 체외수정용으로 쓰고 남은 난자를 모으기 위해 사력을 다했지만 7개월 동안 겨우 66개를 모았다. 반면 뉴캐슬 불임클리닉을 조사해 보니 29세의 한 여성에게서만도 44개의 난자를 뽑아낸 경우가 있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어차피 남는 난자인데 다른 사람 치료를 위해 연구용으로 쓰는 게 뭐 어때.”라고 합리화하는 순간, 불임클리닉들은 체외수정에 적당한 수준 이상으로 난소를 더 자극해 더 많은 난자를 뽑아내려 들 것이라는 점이다. 더구나 특허로 인한 학문적 명망과 경제적 이득이 연구자 혹은 병원장의 양심을 마비시키고, 국익이라는 애국적 가치가 지켜보는 이들의 입까지 다 막아버릴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렇게 보면 차라리 황우석의 연구가 거짓으로 들통나 일찍 중단되어버린 것이 차라리 다행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있을까. 책은 제목에서 보듯 황우석 사태만 다룬 건 아니다. 불로장생을 가져다 줄 것처럼 떠들어대는 생명의학계가 얼마나 엉뚱한 짓을 일삼는지 보여준다. 죽은 자의 뼈를 아무렇지도 않게 거래하는 대형병원들, 이 병원들에 제품을 잘 공급하기 위해 밀매조직들이 내놓은 각종 인체조직들의 가격표, 언론에서 크게 부풀려진 장기이식 수술 성공사례들의 널리 알려지지 않은 비참한 결과 같은 것들이 빼곡하다. 얼마 전 ‘헨리에타 랙스의 불멸의 삶’(레베카 스클루트 지음, 김정한·김정부 옮김, 문학동네 펴냄)으로 널리 알려진 헨리에타 랙스의 사례는 물론, 그와 비슷한 사례와 이를 둘러싼 각종 법적 공방까지 모두 다뤄뒀다. 그 가운데 제대혈이 눈길을 끈다. 출산 때 태반과 함께 버려지는 제대혈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해낼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제대혈 보관이 유행이 됐다. 저자에 따르면 여기엔 거짓말, 그것도 중대한 거짓말이 하나 있다. 제대혈은 그냥 ‘버려지는’ 게 아니다. 저자의 설명을 요약하자면 제대혈은 아기에게, 특히 조산아에게 신선한 산소 공급 같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더구나 제대혈 채취는 산후출혈이라는, 출산과정에서 산모에게 가장 위험한 시기에 행해진다. 제대혈 보관은 어차피 버려질 것을 소중하게 다시 쓰는 기법이 아니라, 산모에게 가장 위험한 순간에 아기에게 주어지는 소중한 무언가를 일부 덜어내는 것이다. 이는 난자와 똑같은 문제를 불러일으킨다. 필요한 만큼 최소한으로 억제한다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어차피 버릴 거 유용하게 쓰는데 뭐 어때.’라고 합리화하는 순간 큰 위기를 몰고 올 수 있다. 그러고 보니 합리화란 대개 양심을 마비시킬 때 쓰는 전략이다. 1만 5000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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