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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담당 의사가 쓴 분노의 글···“다시 불씨가 되기를···”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담당 의사가 쓴 분노의 글···“다시 불씨가 되기를···”

    서울 강서구 PC방에서 아르바이트생 피살 사건에 대해 국민적 공분이 폭발하는 가운데 당시 담당 의사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분노의 글을 올리며 상황을 전했다. 이 사건과 관련해 지난 1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게재된 ‘강서구 피시방 살인사건, 또 심신미약 피의자입니다.’는 19일 오후 6시 30분 현재 51만 7000여명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 이로써 청와대 답변 기준(30일 기간에 20만명 이상 동의)을 가뿐히 넘겼다. 이와 관련해 이주민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이날 오후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강서경찰서를 방문해 수사 진행 상황과 관련한 브리핑을 받고 유족을 만나기도 했다. 이 청장은 “PC방 살인사건과 관련한 수사 상황을 보고받고 엄정한 수사를 지시하기 위해 왔다”며 “마침 유족들이 조사받기 위해 와 계셔서, 고인의 명복 빌고 유족들께 심심한 애도와 위로의 말씀을 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터넷이나 언론에서 제기되는 여러 가지 의혹에 대해서도 유족의 아픈 마음을 헤아려서 철저하고 엄정하게, 한 치의 의혹도 없이 수사할 것을 당부했다”며 “유관단체와 협조해서 유족들에 대한 경제적·심리적 지원도 철저히 하도록 지시했다”고 말했다.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를 받고 있는 권익현 서울남부지검장도 이날 ‘가해자 동생 책임론’과 관련된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를 받고 “철저히 지휘해 진상파악에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금 의원이 “경찰이 규정과 의무를 소홀히 하지 않았는지도 살펴봐달라”고 재차 당부하자, 권 지검장은 “네”라고 답했다. 다음은 그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의 전문이다. 1. 나는 강서구 PC방 피해자의 담당의였다. 처음엔 사건에 대해 함구할 생각이었다. 당연히 환자의 프라이버시를 위해서였고, 알리기에는 공공의 이익이 없다고 생각했다. 또한 사망 이후의 일은 내가 할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 아침 이후로 혼자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으며 지냈다. 하지만 사건이 보도되기 시작하고 많은 사실이 공개되었다. 이제 사람들은 고인이 어디에서 몇 시에 인체 어느 부위를 누구에게 얼마나 찔렸으며, 어느 병원으로 이송되어 몇 시에 죽었는지 알고 있다. 심지어 나조차도 당시 확인하지 못했던 CCTV나 사건 현장 사진까지 보도됐다. 그러기에 이제 나는 입을 연다. 지금부터 내가 덧붙이는 사실은, 그가 이송된 것으로 알려진 병원의 그 시각 담당의가 나였다는 사실과, 그 뒤에 남겨진 나의 주관적인 생각뿐이다.2. 그는 일요일 아침에 들어왔다. 팔과 머리를 다친 20대 남자가 온다는 연락을 먼저 받았다. 아직 죽지는 않았다는데, 구급대원의 목소리가 너무 당황스러워서 무슨 일인지 파악하기 어려웠다. 곧 그가 들어왔다. 그는 침대가 모자랄 정도로 키가 크고 체격이 좋았다. 검은 티셔츠와 청바지에 더 이상 묻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피투성이였다. 그를 본 모든 의료진은 전부 뛰어나갔다. 상처를 파악하기 위해 옷을 탈의하고 붕대를 풀었다. 그의 얼굴이 드러났다. 잘생기고 훤칠한 얼굴이었지만 찰나의 인상이었다. 파악해야 할 것은 그게 아니었다. 상처가 너무 많았다. 게다가 복부와 흉부에는 한 개도 없었고, 모든 상처는 목과 얼굴, 칼을 막기 위했던 손에 있었다. 하나하나가 형태를 파괴할 정도로 깊었다. 피범벅을 닦아내자 얼굴에만 칼자국이 삼 십 개 정도 보였다. 대부분 정면이 아닌 측면이나 후방에 있었다. 개수를 전부 세는 것은 의미가 없었고, 나중에 모두 서른 두 개였다고 들었다. 따라온 경찰이 범죄에 사용된 칼의 길이를 손으로 가늠해서 알려줬다. 그 길이를 보고 나는 생각했다. 보통 사람이 사람을 찔러도 칼을 사람의 몸으로 전부 넣지 않는다. 인간이 인간에게 그렇게 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가해자는 이 칼을 정말 끝까지 넣을 각오로 찔렀다. 모든 상처는 칼이 뼈에 닿고서야 멈췄다. 두피에 있는 상처는 두개골에 닿고 금방 멈췄으나 얼굴과 목 쪽의 상처는 푹 들어갔다. 귀는 얇으니 구멍이 뚫렸다. 양쪽 귀가 다 길게 뚫려 허공이 보였다. 목덜미에 있던 상처가 살이 많아 가장 깊었다. 너무 깊어 비현실적으로 보였다. 복기했을 때 이것이 치명상이 아니었을까 추정했다. 얼굴 뼈에 닿고 멈춘 상처 중에는 평행으로 이어진 것들이 있었는데, 가해자가 빠른 시간에 칼을 뽑아 다시 찌른 흔적이었다. 손에 있던 상처 중 하나는 손가락을 끊었고, 또 하나는 두 번째 손가락과 세 번째 손가락 사이로 들어갔다. 피해자의 친구가 손이 벌어져 모아지지 않았다고 후술한 기록을 보았다. 그것이 맞다. 다시 말하지만, 하나하나가 형태를 파괴할 정도로 깊었다.미친 새끼라고 생각했다. 어떤 일인지는 모르지만, 어쨌건 미친 새끼라고 생각했다. 피를 막으면서 솔직히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극렬한 원한으로 인한 것이다. 가해자가 미친 새끼인 것은 당연하지만, 그럼에도 평생을 둔 뿌리 깊은 원한 없이 이런 짓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스무 살 청년이 도대체 누구에게 이런 원한을 진단 말인가. 그런 생각은 여기까지였다. 같이 온 경찰이 말다툼이 있어서 손님이 아르바이트생을 찌른 것이라고 알려 줬다. 둘은 이전에는 서로 알지 못했을 것이다. 진짜 미친, 경악스럽고 혼란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순간 세상이 두려웠다. 모든 의료진이 그 사실을 듣자마자 욕설을 뱉었다. 환자는 처음부터 의식이 없었다. 손과 발을 무의식적으로 움직일 수만 있었다. 칼은 두개골을 뚫지 못했고, 흉부와 복부의 주요 장기 손상은 없었다. 얼굴과 목과 손은 주요 장기는 아니다. 막아야 하는 것은 출혈뿐이라고, 그래서 살 수도 있겠다고, 처음에 생각했다. 하지만 온 병원의 수액과 혈장 용액을 쏟아붓고, 혈액을 준비하던 내원 이십여 분 만에 심박이 느려지기 시작했다. 첫 번째 심정지였다. 잠깐의 심폐소생술 후 환자는 돌아왔고,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의료진이 상처를 거칠고 급하게 막았다. 심장이 느려지면 피가 멎었다가 다시 심장이 뛰면 모든 상처에서 다시 피가 솟구치고 부었다. 상처가 너무 많아 어떤 주요 혈관이 어떻게 상했는지 파악할 수도 없었다. 주요 동맥을 다치지는 않은 것 같았지만, 그 때문에 혈관을 색전할 수도 없었고, 그전에 집중치료실을 떠날 수도 없었다. 상태가 급박해 시행할 수 있는 영상검사도 없었다. 어딘가 보이지 않는 두경부의 깊은 곳에서도 피가 쏟아지는 듯 했다. 그의 혈액은 처음부터 수액과 섞여 물처럼 묽었다. 이후 그의 심장은 한 번도 제대로 돌아오지 않았고, 피를 부으면 상처에서 피가 솟았다가 심장이 멈추면 멎기를 반복했다. 심폐소생술이 이어졌다. 짧은 시간에 심각한 범발성 혈관 내 응고증이 찾아왔다. 그는 그 짧은 시간에 피를 사십 개나 맞았다. 사방이 피바다였다. 그는 결국 그 자리를 한 번도 떠나지 못했고,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죽었다. 참담한 죽음이었다. 얼굴과 손의 출혈만으로 젊은 사람이 죽었다. 그러려면 정말 많은, 의도적이고 악독한 자상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것보다 더 많은 자상을 어떻게 낸단 말인가. 그럼에도 의사로서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그렇게 복잡한 심경의 나날들을 보내고 있을 때, 보도된 현장 사진을 보았다. 나는 그것을 보고 알았다. 그가 내 앞에 왔을 때 그는 이미 그 자리에서 온몸의 피를 다 쏟아내고 왔던 것이다. 그것을 머릿속으로 예측하는 것과 현장에 흩뿌려진 피를 눈으로 보는 것은 달랐다. 한 사람이 쏟았다기에는 불가능해 보이는 피였다. 그는 여기서 죽었지만 실제로는 현장에서 거의 죽은 사람이었다. 악독하게 찌르는 칼을 받아내고 저 정도의 피를 순식간에 흘린 사람을 살리는 것은, 역시 불가능한 일이었구나. 나는 의학적인 면에 있어서 죽음을 다소간 납득했지만, 그럼에도 나는 무기력했다. 그 젊은이에게, 가해하는 사회에게, 무작위로 사람을 찌르는 번뜩이는 칼에, 그리고 있을 수 있었던 만약에, 모든 것에 나는 무력했다.3. 나는 끓어오르는 분노와 죄책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나중에 우리끼리 언론에 보도된 CCTV를 보았다. 가끔 정말로 잔인한 장면보다, 아무것도 아닌 화면이 더 잔인해 보일 때가 있다. CCTV에서는 어떤 상처도 입지 않은 그가 당일 내가 보았던 옷을 입고 멀쩡히 걷고, 쓰레기를 버리러 갔다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에게 손가락질하던 누군가가 그를 덮치는 장면에서 영상이 끝나는데... 나는 그 이후를 직접 목격했다. 하지만 내가 직접 보지 못했던 그전의 장면이 왜 그렇게 소스라치게 놀랄 정도로 잔인해 보였는지. 그래서 그 걸음걸이가 왜 우리 모두를 놀라고 두렵게 했던지. 그는 상처 하나 없었는데. 그는 그전까지 멀쩡한 사람이었는데. 다만 내가 본 그 옷을 입은 사람이 그 화면에서 멀쩡하게 걸어 다니고 있는 영상일 뿐이었는데. 그가 지나치게, 비현실적으로 살아 있는 사람 같아 보였기 때문일까. 그것마저 사람을 공포심에 들게 하는 것일까. 나는 이후 사람들 앞에서 강연을 하다가도 그 생각이 나면 한동안 말을 멈췄고, 학회장에서도 문득 이를 악물었으며, 사람들과의 식사에서도 잠깐씩 뇌압이 올라가는 것을 느꼈다. 그가 나를 떠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 피가 내 몸에서 씻겨 나가지 않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은 사람들이 공분하고 있었다. 사건을 직접 목격한 나는 그 분노가, 이해할 수 있었으면서도 참담했다. 상처의 이미지와 실재했던 상처의 간극. 그에 지쳐 나는 두려운 마음으로 살고 있었다.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니었다. 죄스러운 느낌, 참담한 느낌, 악한 본성에 대항할 수 없는 무기력, 그의 목덜미에 들어갔던 비현실적인 자상과 벌어져 닫히지 않는 손가락. 모든 죽음이 그렇지만, 어떤 죽음은 유독 더 깊고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남기는 것이었다.4. 그가 우울증에 걸렸던 것은 그의 책임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우울증은 그에게 칼을 쥐여주지 않았다. 되려 심신 미약에 대한 논의는 지금 이 순간에도 우울로 고통받는 수많은 사람들을 잠재적 살인마로 만드는 꼴이다. 오히려 나는, 일요일 아침 안면 없던 PC방 아르바이트 생의 얼굴을 서른 두 번 찌를 수 있던 사람의 정신과적 병력이 전혀 없다고 한다면 더 놀랄 것이다. 그것은 분노스러울 정도로 별개의 일이다. 다시 말하지만, 우울증은 그에게 칼을 쥐어주지 않았다. 그것은 그 개인의 손이 집어 든 것이다. 오히려 이 사건에 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고작 심신미약자의 처벌 강화를 촉구하는 것이라는 게 더욱 안타까울 뿐이다. 나는 사건과 사실 관계, 처벌과 공권력에 대해서는 자세히 모른다. 그리고 이 청원과 여론과 이어지는 논란에 대해서, 직접 현장에 있던 사람으로서, 솔직한 마음으로 회의감이 든다. 그 끔찍한 몰골에 도저히 나를 대입하지 않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살인죄의 처벌이 더욱 엄격해지고 공권력이 극도로 강해진다고 해도, 이런 상식 밖의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는 세상이 올까? 그것들이 일요일 아침에 쓰레기를 버리고 돌아오는 사람을 삽시간에 서른 두 번 찌르는 사람을 막을 수 있을까? 그 사람이 처벌을 두려워하고 인간의 도리를 생각해서 이런 범죄를 벌인 것일까? 모두 그렇지 않다. 이렇게 인간을 거리낌 없이 난도질하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는 사회란 근본적으로 불가능해 보였다. 그래서 고인은 평범한 나와 같아 보였다. 환자를 진료하고 돌아가는 퇴근길에 불쑥 나타나는 칼을 든 사람을, 그리고 불가항력적으로 목덜미와 안면을 내어주는... 그것은 밥을 내던 식당 주인일 수도 있고... 고객을 응대하던 은행 직원일 수도 있고... 그렇게 직업상으로 누군가를 만나고 집에 돌아가던 여러분일 수도 있었다. 어떤 이가 지닌 인간의 본성은 최악이다. 그것들이 전부 우리가 조종할 수 없는 타인의 인격이라는 한도 내에서 우리는 영원히 안전할 수 없다. 나는 그렇게 느꼈다. 그것은 다시 어딘가에 있는 누구일 수 있다. 우리가 어떤 노력을 할지라도 이 사실을 바꾸는 것은 절망적으로 불가능하다.5. 나는 고인의 생전 모습을 언급해서 고인과 유족에게 누가 되려는 마음은 전혀 없다. 나는 나름대로 참담했지만, 잠깐 만난 환자와 생전에 그를 알던 사람들의 슬픔을 비견할 수 없는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들의 슬픔을 생각하면 나는 당장이라도 주저앉아 통곡하고 싶다. 다만 나는 억측으로 돌아다니는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언급함으로써 이 사건의 엄중한 처벌과 진상 조사가 이루어지고, 사회적으로 재발을 방지되기를 누구보다도 강력히 바란다. 그래서 이 언급이 다시금 그 불씨나 도화선이 되기를 바란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보고도 믿기 힘들었던 비인간적인 범죄 그 자체이다. 인간이 인간에게 이런 짓을 진짜 범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 글에서 무기력함이 느껴진다면 그것은 어쩔 수 없다. 우리 모두는 이 사건에 대한 무기력함의 지분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미·중 무역전쟁 해외 직구에도 영향/미국 UPU 탈퇴 예고로 중국 전자상거래 등 세계 유통 변화 예고

    미·중 무역전쟁 해외 직구에도 영향/미국 UPU 탈퇴 예고로 중국 전자상거래 등 세계 유통 변화 예고

    미국과 중국간 치킨게임 양상으로 치닫는 무역전쟁의 여파로 전 세계 ‘해외 직구’ 시장에도 향후 변화가 전망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 정부가 유엔 산하 만국우편연합(UPU)의 협약이 개정되지 않으면 탈퇴할 것이라고 경고한 게 발단이 되고 있다. 미국의 UPU 협약 개정 요구는 중국을 겨냥한 조치로 해석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9일 미국이 UPU를 탈퇴하면 자체 운송망을 확보한 대기업의 타격은 크지 않지만 값 싼 소형 물품을 거래하는 중소 전자상거래업체가 사투를 벌이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과 UPU, 중국 전자상거래업체 간의 연결고리는 무엇일까. 바로 ‘우편요금’이다. 1874년 창설된 UPU는 유엔 산하 정부간 기구로, 192개 회원국이 협의를 통해 우편요금 규정을 만든다. 미국이 탈퇴 절차를 밟겠다고 한 건 현 우편요금 규정이 불공평하다고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정부가 손보겠다고 작심하고 나선 부문 중 하나가 UPU의 국제우편요금 체계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에 따르면 현재 로스앤젤레스(LA)에서 뉴욕까지 배송되는 무게 1파운드(0.45㎏) 소포의 우편 요금은 7~9달러(7800~1만원)에 달한다. 반면 같은 소포가 중국에서 출발해 뉴욕까지 배송될 경우 요금은 2.5달러(2800원) 정도다. 미 언론들은 현재 개발도상국에서 2㎏ 미만의 소포나 우편물을 보낼 때 40~70% 할인된 배송료가 적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개도국 지원을 위한 것이다. UPU 협약에 따라 개도국의 국제 우편물에는 할인율이 적용되는 데 이 제도가 자국 우편서비스(USPS)의 재정을 압박하고, 중국의 대미 수출 및 짝퉁 제품 유통을 손쉽게 하는 식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게 미측 주장이다. 현재 중국 기업들이 해외로 수출하는 물품의 70% 정도가 UPU 협약이 적용되는 국제우편 시스템을 이용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아마존이나 이베이 등 미 온라인 쇼핑몰에 입점해 전자상거래를 하는 중국 업체 상당수가 UPU 협약에 영향을 받는다. 국제 우편요금이 인상되면 물류 비용이 크게 늘어 경쟁력을 잃을 수 밖에 없는 처지인 셈이다. 전 세계적으로 커지는 해외 직구 시장도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측 의도대로 향후 국제 우편요금이 개편되면 할인요율이 크게 줄거나 소형 물품의 배송 가격이 늘게 돼 연관 산업 전반에 연쇄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도 제기된다. SCMP는 “국제 우편요금 개편은 UPU 협약에 의존하는 중국의 중소 전자상거래업체들이 경쟁력을 잃게 될 가능성이 크고 저렴한 공산품 등을 수출하는 업체들도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애니멀구조대] 모란시장 야산 자락서 발견된 박스 속 개들

    [애니멀구조대] 모란시장 야산 자락서 발견된 박스 속 개들

    박스 속 개들은 죽지 않고 있었습니다. “너무 늦게 와서 미안해.” 라는 말을 연신 해대며 우리는 그 개들을 구조 케이지 속으로 빠르게 넣고 있었습니다. 밀려드는 구조 제보 태평이(https://news.v.daum.net/v/20180823135104725)를 구조한 날, 아니, 구조된 태평이가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무서운 피를 쏟으며 그렇게 허망하게 간 날, 태평이의 사체를 끌어안고 있던 우리에게 날아든 또 하나의 제보가 있었습니다. 매일매일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는 여름이었으니, 동물들 또한 극심한 고통 속에 처해 있을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겠지요. “와, 이건 뭐 볼 수가 없어. 처참하다는 말 밖엔. 야산에 한 작은 박스 안에 개들이 꽉 들어차 있는데, 움직이기나 할까... 딱 개가 서 있는 그 크기야. 근데 개들이 너무 많아서 지들끼리 붙어 옴짝달싹을 못한다니까. 뭐 그렇게 개를 기르는지, 오죽하면 내가 그렇게 키우면 안 된다고 말을 다 했다니까요.” 개들이 있다는 장소는 태평이를 구한 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거리였습니다. 모란시장 길 건너편 야산. 제보자는 우연히 그 야산을 갔다가 발견했다고 하였습니다. 빨리 구하라는 말과 함께 제보자는 전화를 끊었습니다. 제보를 듣고 또 다시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그리고 이미 머리는 계산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 녀석들을 구한다면, 치료비는? 공간은? 그리고 입양을 못 간다면 계속 보호소 동물들이 늘어나는데?’ 위급하고 고통 받는 동물들에 대한 사연을 듣고 아무런 계산도 하지 않은 채 무조건 구조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럴 역량이 시민단체에는 없습니다. 재정, 공간, 인력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케어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구조를 하는 민간단체지만, 정부의 지원을 받지 않기 때문에 모든 활동에는 한계가 따릅니다. 그래서 구조 전 고려해야 할 원칙이 불가피합니다. 구조의 원칙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긴급성’입니다. 제보가 먼저 들어왔다 하더라도 뒤이어 들어온 동물의 상황이 훨씬 더 심각하고 위급한 경우 그 동물이 구조대상이 됩니다. ‘일단 확인부터 하고 나중에 생각하자.’ 우선 야산에 가 보기로 하였습니다. 태평이와 함께 데리고 나온 살아있는 녀석 한 마리에 대한 치료비와 인플루엔자 걸린 사체 7구에 대한 사체 처리비를 머릿속으로 계산하면서 말입니다. 박스 속 개들 아무도 올 것 같지 않은 야산, 벌레들이 자꾸 붙어 몸을 마구 뜯어댔습니다. 5분만 땡볕에 서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를 정도의 폭염 속에 개들이 있는 곳을 찾았습니다. 풀 숲 안쪽으로 있는 작은 공터, 숨죽인 개들은 조용히 사람을 지켜보기만 했습니다. 묶여 있는 개 두 마리와 함께 문제의 박스를 발견했습니다. 벽면은 철망으로 되어 있는 낮은 박스. 그 안에 개들이 들어 있었습니다. 사람을 보더니 반가운지 연신 꼬리를 흔들어 댑니다. 사방에 냄새가 지독했습니다. 부패된 음식물과 배설물, 그리고 가끔씩 내린 비로 개들의 몸은 축축해 보였습니다. 더러운 공간보다 더 참기 어려워 보이는 것은 좁은 곳에서 더위를 이겨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아직 어린 개들인 것 같았고, 한 어미의 배에서 나온 새끼들처럼 모두 생김새가 닮아 있었습니다. 제보자의 말로는 20마리쯤 있었다고 했고 하나 둘 잡아먹는 개들이라고 했는데 막상 와 보니 남아 있는 개들은 9마리가 전부였습니다. 복날 다음이었으니 사라진 것이 당연했는지도 모릅니다. ‘아, 어쩌지?’ 오긴 왔지만 9마리를 다 데려갈 수는 없었습니다. 이보다 더 위급한 구조건들이 이미 밀려 있었고, 그 사안들은 물리적 폭행을 당하거나 목이 썩은 채로 다니는 경우였기에 훨씬 더 긴박하였습니다. 돌아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개들의 주인도 없었고 무작정 데려오자니 또 법의 심판을 받을 것이 뻔했습니다. “일단 기다려 줘.” 방법을 찾아볼게. 고민 회의 “올해 벌써 500마리 넘게 구조했어요, 단체 보호소에 더 이상 공간이 없어 유료 위탁 시설을 이용하는 상황인데, 재정적으로 무리인데 괜찮을까요?” 내부에서의 고민은 너무도 당연했습니다. 차라리 보지 않았으면 괴롭지나 않을텐데. 박스 속의 개들을 생각하며 괴로웠지만 일단 시간을 더 두고 생각해 보기로 했습니다. 폭우 여러 날이 지나고, 비가 내리지 않는 여름이 있나 싶을만큼 폭염만 지속되던 어느 날, 폭우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오랜만에 내리는 비의 여유를 즐길 수 없었습니다. 야산 속 개들은 박스 안에 갇혀 비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습니다.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그날 새벽, 다시 가 보기로 했습니다. 차바퀴가 빠질 만큼 진흙이 산 위에서 내려오는 산길을 차를 타고 거슬러 올랐습니다. 빗물은 마치 냇물처럼 흐르고 있었습니다. 바퀴가 빠지면 오도가고 못하는 신세가 될 것이 뻔했지만 이왕 온 길, 멈출 수 없었습니다. 새벽이라서 주인이 없을 것은 뻔했지만 다시 한 번 눈으로 개들의 안전을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빗 속에 방치된 개들 개들은 공포에 질려 마치 사람이 부둥켜 안 듯 한쪽으로 몰려 붙어 있었습니다. 비는 바닥에 떨어져 튕겨 다시 개들의 몸을 적시고 있었습니다. 위에 덮은 박스의 나무 뚜껑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더 이상 개들을 이대로 둘 수는 없었습니다. 주인의 동의를 구하면 좋지만, 나타나지 않는 주인을 무작정 기다릴 수도 없었습니다. 가끔이라도 올 주인이 보도록 쪽지에 연락처를 붙이고 돌아왔고, 구조 계획을 세워 실행하기로 결심했습니다.구조 마음은 먹었지만 개들을 태울 차량이 되는 날을 또 기다려야 했고, 받아줄 수 있는 병원 섭외도 해야 했습니다. 그렇게 또 여러 날이 지났지만 개들의 주인은 연락이 없었습니다. 동의없이라도 구조해야 겠다는 마음을 먹고 구조하러 간 날, 드디어 주인을 만났습니다. “데려 가세요.” 주인을 적극적으로 설득하려고 마음을 단단히 먹었건만 주인의 반응은 의외로 싱거웠습니다. “요즘 개 사 가는 사람도 없어요, 저 개들 큰 개도 아니어서 제 값도 못 받고 귀찮아 죽겠으니 얼른 가져가쇼. 누군가 어미 한 마리가 낳은 새끼들을 다 가져온 건데, 나머지는 팔았고 이 개들을 지금 4개월째 저러고 있소.” 4개월. 박스 개들은 무려 4개월이나 그곳에서 있었던 것입니다. 박스의 문을 열어주었습니다. 마치 흙 속에 숨어 있던 벌레들이 깜짝 놀라 기어 나오듯, 개들은 앞다투어 열린 뚜껑을 비집고 나오며 좋아했고 그렇게 우리를 반겼습니다. 그 날 그렇게 박스 개들은 세상 밖을 나오게 되었던 것입니다. 안전한 기준 안에서만 구조를 결정할 수 없는 현실. 이것이 우리나라 동물구조의 현실입니다. 케어는 오늘도 밀려드는 제보와, 부족한 역량 사이에서 한숨을 내쉬곤 하지만, 그렇다고 절대 이 길을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구조되어 활기를 되찾고, 새 삶을 맞이한 동물들의 모습을 볼때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들곤 합니다. 케어가 이 여정을 포기하지 않도록 앞으로도 케어와 함께해주십시오. 동물권단체 케어 박소연 대표 soyounpark@fromcare.org
  • [알쏭달쏭+] 개는 정말 사람의 명령을 알아들을까?

    [알쏭달쏭+] 개는 정말 사람의 명령을 알아들을까?

    개를 키워본 견주라면 애완견이 '앉아' '일어나'와 같은 자신의 말을 알아듣는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안다. 그러나 실제로 개가 이같은 주인의 말을 알아듣고 행동하는지를 과학적으로 증명하기는 쉽지않다. 최근 미국 에모리대학 연구팀이 개도 사람처럼 언어 명령을 배우고 이를 처리할 능력이 있다는 것을 입증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주인의 말을 통한 명령 처리 과정을 분석한 이번 연구는 견주의 경험담이 아닌 개 자체로부터 얻어졌다. 연구팀의 실험방법은 이렇다. 먼저 연구원들은 서로 다른 품종의 개 12마리를 견주를 통해 훈련시켰다. 그 내용은 부드러운 재질의 원숭이 인형과 고무 재질의 돼지 인형을 주고 각각의 이름인 '멍키'(monkey)와 '피기'(piggy)로 불러 개가 이를 구별하게 하는 것. 물론 이에대한 보상은 견주의 칭찬과 먹이였다. 이후 연구팀은 훈련된 개를 대상으로 이 실험을 뇌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관찰할 수 있는 FMRI(기능 자기공명단층)에서 실시했다. 그 결과 견주가 '멍키' 혹은 '피기'라고 말하면 사람과 마찬가지로 피실험견들도 뇌 속 청각과 관련된 부위가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곧 개들은 주인의 명령에 귀를 쫑긋세우는 셈이다. 흥미로운 점은 두 인형을 앞에놓고 견주가 엉뚱한 말을 할 때였다. 예를들어 견주가 의미가 없는 아무말이나 횡설수설하는 경우로 이는 사람과 결과가 정반대였다. 사람의 경우 횡설수설하는 의미없는 단어보다 아는 단어에 관련 뇌 부위가 활성되는 반면 개의 경우 그 반대였기 때문. 논문의 선임저자인 그레고리 번스 연구원은 "개는 주인을 기쁘게 해 칭찬을 받고 먹이를 얻고 싶어한다"면서 "이같은 이유로 새로운 단어에 대해 더 큰 신경 활성화가 이루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람들이 개에게 기술을 가르치고 싶을 때 구두 명령을 사용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사실 개의 관점에서 보면 시각적인 명령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美 반대 뚫고… 팔레스타인, 유엔 임시 정회원 지위 얻었다

    ‘비회원 옵서버’ 팔, 개도국 의장국 활동 美 “유엔의 실수”… 이스라엘도 반발 팔레스타인이 유엔에서 미국의 반대를 뚫고 표 대결 끝에 임시 정회원 지위를 쟁취했다. 이로써 유엔 내 개발도상국 그룹인 ‘G77+중국’의 정회원 역할을 할 수 있고, 내년부터 의장국으로 활동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AFP통신 등은 16일(현지시간) 유엔총회에서 찬성 146표, 반대 3표로 팔레스타인이 임시 정회원 지위를 갖는 결의안이 통과됐다고 보도했다. 이날 표결에는 15개국이 기권했고, 29개국은 불참했지만 무엇보다 미국이 고립된 상황을 드러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리야드 만수르 유엔주재 대사는 총회에서 “G77 국가의 이익을 수호하고 모든 파트너 국가들과 건설적으로 협력하는 데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즉각 반발했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 대사는 성명에서 이번 결정을 ‘유엔의 실수’라고 규정하고 “직접적인 평화 협상 없이도 자신들의 목표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는 팔레스타인 지도자들의 환상을 고무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조너선 코언 유엔주재 미 차석대사도 “직접협상 바깥에서 자신들의 지위를 높이려고 하는 팔레스타인의 시도를 지지할 수 없다”며 “미국은 팔레스타인 국가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팔레스타인의 지위는 표결권 없는 ‘비회원 옵서버 국가’에 머물지만 G77 회의에서 사실상 정회원국과 같이 행동할 수 있게 됐다. 팔레스타인은 내년 1월부터 1년간 G77 의장국으로도 활동한다 이스라엘과 갈등을 겪어 온 팔레스타인은 2011년 9월 유엔총회에서 독립국 자격인 유엔 정회원국으로의 승격을 신청했으나 미국의 거부로 무산됐다. 팔레스타인은 2012년 11월 유엔총회에서 옵서버 국가 자격을 얻어낸 바 있다.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 스펙 대신 스토리… 대기업 ‘블라인드 채용’ 확산

    스펙 대신 스토리… 대기업 ‘블라인드 채용’ 확산

    스펙 파괴… 직무 관련 역량·경험 평가 프레젠테이션·영상파일로 본인 소개도 전문가 “직군 특성 따라 더 다양화해야”“저는 흔한 ‘문송’(문과라서 죄송하다는 뜻의 신조어) 취업준비생일 수도 있습니다. 어학점수도, 학점도 없으니까요. 저는 그 수치를 경험과 바꿨습니다. 만들기를 좋아해 고등학교 때 ‘소리나는 방범창’, ‘조립식 창고’ 등 다양한 ‘인아웃 인테리어’ 특허를 냈고 이를 토대로 대학교 때 DIY(고객 직접 제작) 인테리어 업체를 창업, 현재 연매출 1억원의 회사로 키우는 데 일조했습니다. ‘취미’가 ‘취업’이 됐습니다. 좋아하는 일에 누구보다 더 몰입해 성과를 낼 수 있는 저 자신을 이 기업에 소개하고 싶습니다.” A씨는 이렇게 ‘스펙’이 아닌 ‘스토리’로 SK 마케팅팀에 지난해 입사했다. 틀에 박힌 취업 스펙 대신 직무 관련 역량과 본인만의 스토리로 채용하는 ‘SK바이킹챌린지 전형’을 통해서다. 그는 10분간 자유형식의 면접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자신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설명하고 그 경험을 녹여낸 사업계획서를 발표해 박수를 받았다. 현대백화점에는 ‘워너비 패셔니스타 전형’이 있다. 지원자들은 500자 이내로 짧게 자기 PR(홍보물)을 쓰고 10MB의 관련 영상파일을 등록해 본인을 어필할 수 있다. 이후 이름, 학교명, 전공, 성적 등 없이 인터뷰를 한다. 주요 대기업들의 채용 변화 물결이 거세지고 있다. 학력, 성적, 신체조건이 아니라 개인 역량, 직무와 연결된 본인만의 스토리 등을 바탕으로 한 ‘블라인드 채용’ 바람이 확산한 것이다. 이는 한국경제연구원이 17일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한 기업들을 분석한 결과다. 롯데백화점, CJ ENM, 두산중공업, KT, 종근당, 한샘 등은 일부 직무에서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했다. SK그룹 일부 계열사와 현대백화점은 일부 신입사원을 블라인드 채용 방식으로 선발하고 있었다. 동아쏘시오홀딩스그룹 일부 계열사와 애경산업은 블라인드 방식으로 모든 신입사원을 채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1월 KT의 ‘스타오디션’을 통해 입사한 B씨는 면접 현장에서 “의류학도, 지금 KT에 도전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의류 및 패션 분야에서의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우며 비즈영업직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 취업문을 열었다. 오로지 지원자의 스토리에만 집중해 선발하는 스펙 파괴 채용 프로그램인 스타오디션을 통해 분식집 배달원과 편의점 사장, 아마추어 조정선수 등이 KT의 구성원이 됐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출신지, 학력 등 단순 조건이 아닌 직무 조건을 우선적으로 보는 블라인드 채용이 확산하는 것은 긍정적”이라면서 “단 전공, 특정 언어 등 회사마다 반드시 필요한 스펙도 있는 만큼 블라인드 채용을 모두에게 일괄적용하는 것보다는 직업, 직군 특성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채용 문을 확대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이낙연 “사립유치원 비리 국민에 다 알려라”

    이낙연 “사립유치원 비리 국민에 다 알려라”

    회계 투명화 ‘에듀파인’ 적용 검토 한국유치원총연합 “죄송하지만 억울” ‘비리 사립유치원 명단 공개’ 파장이 가라앉지 않는 가운데 정부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16일 “(사립유치원 비리와 관련해) 어느 유치원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잘못에 대해 누가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등 국민이 아셔야 할 것은 모조리 알려드리는 게 옳고, 그렇게 하라”고 교육부와 교육청에 지시했다. 당정은 오는 21일 비공개 협의회에서 사립유치원 비리를 뿌리뽑는 고강도 종합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이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사립유치원의 비리가 드러나 국민의 실망과 분노를 일으켰다”면서 “매년 2조원 규모의 정부 재정이 사립유치원에 지원되지만 관리와 통제가 작동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회계 집행의 투명화, 학부모가 동참하는 견제의 상시화, 교육기관의 점검과 감독의 내실화를 포함한 종합대책을 마련해 시행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사립유치원의 회계 투명성 강화를 위해 국가회계시스템 ‘에듀파인’을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회계 정보가 고스란히 공개되는 에듀파인은 현재 국공립유치원에 적용되고 있지만 사립유치원에는 업계 반대 등으로 도입되지 못했다. 당정은 다만 민간 영역인 사립유치원의 특성을 감안해 정부 지원금에 한정해 정보를 입력하도록 일부 항목을 수정하거나 별도 시스템을 개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전국 사립유치원을 대상으로 정기적으로 실태조사를 실시해 중대 비리가 적발된 유치원장 등에 대해선 실명 공개도 추진할 계획이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21일 협의회에서 논의한 뒤 이르면 24일 종합대책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유치원총연합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이유를 막론하고 학부모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감사 적발 유치원 명단을 공개한) 박용진 의원에게 명예훼손 혐의를 물을 수 있는지 법률 검토를 하겠다”고 언급하는 등 억울하다는 기색도 내비쳤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와우! 과학] 물탱크로 우주 관측하는 ‘수중 관측소’ 아시나요?

    [와우! 과학] 물탱크로 우주 관측하는 ‘수중 관측소’ 아시나요?

    고고도 수중 체렌코프 감마선 관측소 High-Altitude Water Cherenkov Gamma-Ray Observatory (HAWC). 해발 4,100m의 멕시코 고산 지대에 미국 내 15개 기관과 멕시코 내 12개 기관이 협력해 건설한 대형 과학 관측 장비의 이름이다. 도대체 뭐 하는 장치인지 이름만 들어서는 쉽게 알 수 없지만, 더 이상한 것은 그 외형이다. 높이 5m, 지름 7.3m의 거대한 물탱크 안에 188,000리터의 물을 채워 넣고 우주를 관측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런 물탱크가 한 개도 아니고 300개나 모여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최근 메릴랜드 대학의 조던 굿맨 교수가 이끄는 국제 과학자팀은 이 HAWC를 이용해 지구에서 15,000광년 떨어진 마이크로퀘이사 SS 433을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 대체 대형 물탱크로 어떻게 멀리 떨어진 천체를 관측할 수 있을까? 그 비결은 바로 체렌코프 방사 (Cherenkov radiation)에 있다. 감마선처럼 높은 에너지를 지닌 파장은 사실 지구 표면에서 관측이 어렵다. 너무 강한 에너지 때문에 대기 상층부에서 지구 대기 입자와 충돌해 사라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냥 사라지지는 않는다. 이 에너지는 여러 가지 방사선과 입자를 내놓으면서 사라지게 되는데 그중 일부는 지표에서도 관측할 수 있다. 고에너지 입자의 특징상 물 같이 밀도가 높은 물질과 부딪히면 이에 따른 방사가 관측되는데, 이것이 체렌코프 방사다. HAWC의 물탱크 내부에는 이를 관측하기 위한 4개의 광증폭 튜브 (photomultiplier tube)가 있다. 그리고 이런 물탱크가 300개 이상 있어 방사선 에너지의 유무는 물론 방향까지 확인할 수 있다. HAWC는 100GeV에서 50TeV 사이의 높은 에너지를 가진 입자를 지상에서 검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관측 장비라고 할 수 있다. 관측 목표 역시 이런 강력한 에너지를 내놓는 블랙홀, 퀘이사, 초신성 등이다. 굿맨 교수의 연구팀은 막대한 에너지를 방출하는 천체인 퀘이사와 비슷하지만, 그 규모가 훨씬 작고 우리 은하에도 존재하는 마이크로퀘이사를 상세히 관측했다. 마이크로퀘이사 역시 퀘이사처럼 많은 물질을 흡수하는 블랙홀의 제트(jet0라고 생각되지만, 거리가 멀어 상세한 관측은 힘들었다. 전혀 망원경이나 천체 관측 장비처럼 생기지 않은 HAWC의 도움으로 과학자들은 마이크로퀘이사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질의 흐름인 제트에 대해서 여러 가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사람이나 장치나 외모만으로 평가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HAWC 역시 마찬가지다. 마치 유류나 화학 물질을 저장소처럼 보이는 거대한 물탱크를 이용해서 우주를 관측한다는 사실은 천문관측을 하지 않는 평범한 사람들에게도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 AG 영웅·마린보이…7일간 감동 부탁해

    AG 영웅·마린보이…7일간 감동 부탁해

    아시안게임 메달리스트 대거 출전 수영金 김서영·사이클 4관왕 나아름 지난 대회 5관왕 박태환 MVP 도전 北선수 불참… “내년 대회 참가 기대”국내 최대 스포츠 잔치인 제99회 전국체육대회가 12일부터 익산과 전주를 비롯한 전북 일대에서 7일간의 열전에 돌입한다. 지난여름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의 메달 영웅들이 다시 한번 금빛 함성을 내지를 채비를 하고 있다. 고려 현종 9년(1018년)에 만들어져 올해로 개도 1000년을 맞이한 전라도는 역대 최고 수준의 성대한 축제를 준비하고 있다. 올해 전국체전은 12일 오후 6시 전북 익산종합운동장에서 ‘웅비하는 생명의 삶터, 천년의 숨결 생동의 울림’이라는 주제의 개회식을 시작으로 18일까지 계속된다. 47개 종목(정식종목 46개·시범종목 1개)에서 2만 6000여명(선수 1만 9000여명, 임원 7000여명)의 선수단이 참가한다. 전북에서 전국체전이 열리는 것은 2003년 제84회 대회 이후 15년 만이며, 역대 5번째 개최다. 이번 전국체전에는 지난 8~9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낭보를 알렸던 메달리스트들도 출전해 스포츠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있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 200m 개인혼영에서 한국 수영에 8년 만의 금메달을 선사한 김서영(24·경북도청)은 전국체전에서도 금빛 물살을 가를 준비를 하고 있다. 아시안게임 남자 펜싱 2관왕(사브르 개인·단체전)을 달성한 구본길(29·국민체육진흥공단), 사브르 여자 단체전 금메달리스트 김지연(30·익산시청)이 다시 한번 정상에 도전한다. 육상에서는 아시안게임 여자 100m 허들에서 8년 만에 한국 육상에 금메달을 선사한 정혜림(31·광주광역시청), 사이클에서는 아시안게임 4관왕에 빛나는 나아름(28·상주시청)의 활약이 기대된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는 메달이 없었지만 육상의 김국영(27·광주광역시청), 사격의 진종오(39·KT)도 국내 최강자 자리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마린보이’ 박태환(29·인천시청)은 올해 아시안게임에 출전하지 않았지만 전국체전에는 도전장을 내밀었다. 지난해 전국체전에서 5관왕에 오르며 통산 5번째 대회 최우수선수상(MVP)을 품에 안은 박태환은 다시 한번 MVP에 도전한다. 한때 은퇴설이 나돌기도 했지만 건재함을 과시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다만 참가가 기대됐던 북측 선수들은 이번 대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전북은 축구, 배구, 농구, 탁구, 배드민턴 5개 종목에서 선수 100여명의 참가를 문화체육관광부를 통해 북측에 요청했지만 결국 성사되지 않았다. 전국체전준비단의 한 관계자는 “지난 6월 1차 남북체육회담 때 내용을 북측에 전달했는데 특별한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도종환 문체부 장관이 지난 10일 국정감사에서 “전국체전 100주년이 되는 내년에 북한이 참여할 수 있도록 북측 김일국 체육상에게 이야기를 했다”고 밝혀 다음 대회 때는 북측의 참가가 기대된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정하영 김포시장 “IT 중심 조강국가산업단지 조성·이산가족 상봉장 만들겠다 ”

    정하영 김포시장 “IT 중심 조강국가산업단지 조성·이산가족 상봉장 만들겠다 ”

    “김포가 한반도의 평화중심도시와 선도도시로 자리매김해 앞으로 100년을 안정적으로 먹고 살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정하영 경기 김포시장이 10일 오후 시청 대회의실에서 2시간가량 ‘민선7기 출범 100일 비전 설명회’를 열고 시정 방향을 밝혔다. 정 시장은 이날 시민대표와 언론인 등 100여명이 모인 자리에서 8대 분야별 공약과 비전을 직접 설명했다. 시민주권과 사람중심·김포다운 김포를 강조하며 ‘시민행복, 김포의 가치 두 배’로 끌어올리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봉산개도 우수가교(逢山開道 遇水架橋)’를 인용해 산을 만나면 길을 내고, 물을 만나면 다리를 놓겠다”고 밝혔다. 정 시장은 이날 한강하구의 남북접경지역을 중심으로 한 김포 특유자산 발견과 문화와 생태를 축으로 한 김포 미래비전을 제시했다. 앞으로 김포가 평화의 선두가 되기 위해 정 시장은 월곶면 조강리와 북한 개풍군 조강리가 자매 결연해 남북학생들이 수학여행으로 교류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으며, 내년 10개 시군이 방북해 남북교류 협력 의제를 협의해 활동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조강통일경제특구를 조성해 IT 중심 국가산업단지를 조성하고 김포~개성 고속화도로와 왕복 6차선 조강평화대교를 건설하겠다고 덧붙였다. 또 이산가족상봉장과 남북뱃길연결, 선착상 설치 등을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이밖에 하성면과 대곶면을 잇는 4차선 도로를 건설하고 자전거도로 확장방안을 5개년 국가계획에 반영토록 추진한다는 복안이다. 또 정 시장은 교육예산 500억원 편성을 비롯해 무상교육과 공교육 강화 등 ‘사람에 투자하는 도시’, 지하철 연장, 마을버스 완전 공영제, 이음버스 운영 등 ‘쾌적하고 안전한 교통도시’를 주창했다. 이어 북부권 종합사회복지관을 2022년 완공하고, 북부권 제2보건소를 설립하는 등 ‘더불어 잘 사는 복지도시’를 만들겠다고 제시했다. 또 공해유발사업장을 집단화하고 환경감시단을 구성하는 등 ‘깨끗한 환경의 안전도시’ 만들기에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읍면동장 주민추천제를 실시하고 500인 원탁위원회를 운영하는 등 ‘소통기반 자치와 공정한 인사’를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북부권 종합발전계획을 단계별 추진하고, 청년수당을 연 100만원 지원하며 창업허브센터를 설립해 도전하는 청년의 도시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이 외에도 평화문화관광벨트 조성과 사우문화체육관장 시민공원화, 한강 뱃길복원과 해안경관도로 건설 등 ‘미래비전을 갖춘 평화생태문화도시’를 제시했다. 특히 환경문제와 관련해 현재 태스크포스팀을 가동 중으로 10월 말쯤 밑그림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정 시장은 김포한강시네폴리스 등 대규모 도시개발 사업과 관련해 정체성과 민의·환경 등 공공 이익과 균형발전 원칙을 철저히 따져보고 추진할 것임을 재확인했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이소영의 도시식물 탐색] ‘서울’이란 이름의 식물

    [이소영의 도시식물 탐색] ‘서울’이란 이름의 식물

    5년여 전 한 식물학자가 울릉도에서 바늘꽃속 신종을 발견했다며 내게 공식적으로 발표할 식물 도해도를 그려 달라고 요청해 왔다. 생체를 보러 가니 그 식물은 2m가량으로 기존 바늘꽃보다 유난히 길었다. 그는 식물을 보며 이름을 무엇으로 지을지 고민이라 했다. “키가 크니 큰바늘꽃이라 하면 좋은데 이미 큰바늘꽃은 있단 말이에요. 뭐라고 해야 하나.”나는 몇 번의 수정 끝에 그림을 다 완성했고, 그로부터 2년여의 시간이 지나 그 식물은 ‘바늘꽃속 신종’이 아닌 ‘울릉바늘꽃’이라는 이름으로 그림과 함께 발표됐다. 울릉도에서 처음 발견된 바늘꽃이라는 의미였다. 식물의 이름은 식물의 특징을 함축한다. 털고광나무는 고광나무보다 잎에 털이 많다는 것을, 자주받침꽃은 자주색의 꽃받침을 가진 식물임을 이름을 통해 유추할 수 있다. 식물에 이름을 붙이는 건 그 식물을 처음 발견한 식물학자에게 달렸고, 이름에는 대개 식물의 형태적 특징이나 채집지, 원산지 정보가 들어간다.몇 년 전에는 제주 백약이 오름에서 발견된 참나물속 미기록종을 그리기도 했다. 이 식물의 이름은 백약이참나물이 됐다. 우리는 원산지 정보를 통해 식물이 잘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유추할 수 있고, 이를 재배 방법에 대입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외국인들도 식물의 이름으로 그 정보를 알 수 있을까. 물론 그렇다. 우리나라 국명이 아니더라도 식물에는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과학적인 이름, 학명이 있기 때문이다. 라틴어로 된 식물의 학명에서 종소명 자리에는 대개 식물의 형태적 특징과 원산지 정보가 들어간다. 내가 그렸던 울릉바늘꽃의 종소명엔 ‘울릉엔시스’가 표기됐다. ‘코라이엔시스, 코레아나’가 들어 있다면 우리나라 원산임을, ‘차이넨시스’는 중국, ‘자포니카’는 일본 원산임을 알 수 있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의 식물학자들이 우리나라 독도의 식물을 조사하면서 발견한 식물 학명에 ‘다케시마’를 붙인 일이 많아 섬기린초, 섬벚나무, 섬초롱꽃 등의 식물 학명의 종소명 자리에는 ‘독도’가 아닌 ‘다케시마’가 표기된 바 있다. 국명이나 영명은 그 시대에 많이 불리는 이름이 정명이 되지만 학명은 한 번 정해지면 개명이 힘들기 때문에 이는 우리나라 아픈 역사의 주홍 글씨로 남았다. 반면 우리에게 익숙한 ‘서울’이란 이름을 가진 식물들도 있다. 콘크리트와 시멘트로 둘러싸여 빌딩이 빽빽이 들어선 서울에서 새로운 종이 발견된다니 놀랄 만도 하지만 서울개발나무와 서울고광나무, 서울귀룽나무, 서울제비꽃, 서울족도리풀 등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모두 서울이 원산인 식물들이다. 서울개발나무를 제외하고는 학명에 ‘서울엔시스’가 표기돼 세계 모든 사람들이 이름만 보고도 한국 서울에서 발견된 식물임을 알 수 있다. 양지바른 곳 어디에서든 잘 자라는 제비꽃속은 우리나라에서만 50여종이나 분포하는데 환경변이가 커 그 연구가 쉽지 않다고들 이야기한다. 이 중 서울제비꽃은 잎의 중간부가 넓고 잎자루가 유난히 길다는 특징이 있다.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에서만 자생하는 귀한 식물인 서울개발나물은 유독 잎이 선형으로 가느다란데, 청량리에서 처음 발견됐고 1967년 이후로 보이지 않다가 최근 낙동강에서 40여 개체가 발견된 바 있다. 현재 환경부에서는 이들의 멸종 방지를 위해 연구 중이다. 모든 식물들이 그렇지만, 서울이란 이름의 이 식물들 또한 보존을 위한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그리고 식물을 조사하고 기록하고, 연구하는 데 있어 물리적으로 가까운 곳에 연구지를 두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서울에 있는 나보다 제주도에 사는 누군가가 제주도의 식물을 더 자주 관찰하고 정확히 기록할 수 있듯이 말이다. 11일 개장하는 서울식물원의 역할이 기대되는 건 바로 이런 이유에서였다. 우리나라에서 식물원과 수목원은 늘 도심과 떨어진 곳에 있었고, 식물에 대해 알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이 시점에서 서울식물원의 개장을 반기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나는 식물원 개장에 앞서 강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홍보를 위해 만들어진 굿즈를 미리 볼 수 있었다. 그중에는 서울이란 이름을 가진 식물에 대한 소개도 있었다. 우리나라 최초로 도심에 만들어진 식물원인 만큼 연구보다 전시와 교육에 중점을 두겠거니 생각했으나, 굿즈를 봤을 때 서울식물원이 서울에서 살아가는 식물들에 대한 연구의 책임감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다만 나무가 자라는 데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하듯, 식물 연구 또한 당장 효과가 나타나진 않을 것이다. 서울에서 살아가는 식물과 사람을 이을 서울식물원의 미래를 기대해 본다.
  • IMF, 올해 한국경제성장률 0.2% 포인트 하향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을 3.0%에서 2.8%로 하향 조정했다. 내년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는 기존 전망치보다 0.3% 포인트 낮은 2.6%로 예상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아시아개발은행(ADB)에 이어 IMF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2% 포인트 내리면서 잠재성장률에 대한 하락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IMF는 9일(현지시간) 발표한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한국의 전망치를 이렇게 수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4과 7월에 내놓은 전망치인 3.0%보다 0.2% 포인트 낮은 수치다. IMF가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낮춘 것은 신흥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추면서 한국의 성장동력도 꺾였다고 본 것으로 풀이된다. IMF는 매년 4월과 10월 세계경제전망을 발표하고 1월과 7월에 수정 전망치를 발표한다. 우리나라는 지난 7월 전망 대상국에서는 제외됐었다. IMF는 올해와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을 각각 지난 7월보다 0.2% 포인트 낮춘 3.7%로 예상했다. 전망치는 낮췄지만 세계 경제의 경기 호조세는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IMF는 “2016년 중반부터 시작된 경기 확장세가 지속되고 있으며 2018~2019년 성장률도 2010~201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IMF는 다만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 본격화가 세계 경제의 위협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미국의 금리 인상 등으로 인해 경제 기초체력이 취약한 신흥국을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는 자본유출이 세계 경제에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이에 따라 IMF는 신흥개도국의 올해 성장률을 지난 7월(4.9%)보다 0.2% 포인트 낮춘 4.7%로 하향 조정했다. 내년 신흥국의 경제성장률도 0.4% 포인트 하향 조정한 4.7%로 전망했다. IMF는 “긴축적 금융여건과 지정학적 긴장 등으로 일부 신흥국의 성장률을 하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IMF는 한국에 대한 개별적인 정책 권고는 담지 않았다. 다만 각국에 “통화정책의 국가별 경기 상황에 따른 운용, 재정 여력 확충, 생산성 제고를 위한 상품 및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이행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세종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IMF, 올해 한국경제성장률 0.2% 포인트 하향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을 3.0%에서 2.8%로 하향 조정했다. 내년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는 기존 전망치보다 0.3% 포인트 낮은 2.6%로 예상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아시아개발은행(ADB)에 이어 IMF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2% 포인트 내리면서 잠재성장률에 대한 하락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IMF는 9일(현지시간) 발표한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한국의 전망치를 이렇게 수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4과 7월에 내놓은 전망치인 3.0%보다 0.2% 포인트 낮은 수치다. IMF가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낮춘 것은 신흥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추면서 한국의 성장동력도 꺾였다고 본 것으로 풀이된다. IMF는 매년 4월과 10월 세계경제전망을 발표하고 1월과 7월에 수정 전망치를 발표한다. 우리나라는 지난 7월 전망 대상국에서는 제외됐었다. IMF는 올해와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을 각각 지난 7월보다 0.2% 포인트 낮춘 3.7%로 예상했다. 전망치는 낮췄지만 세계 경제의 경기 호조세는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IMF는 “2016년 중반부터 시작된 경기 확장세가 지속되고 있으며 2018~2019년 성장률도 2010~201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IMF는 다만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 본격화가 세계 경제의 위협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미국의 금리 인상 등으로 인해 경제 기초체력이 취약한 신흥국을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는 자본유출이 세계 경제에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이에 따라 IMF는 신흥개도국의 올해 성장률을 지난 7월(4.9%)보다 0.2% 포인트 낮춘 4.7%로 하향 조정했다. 내년 신흥국의 경제성장률도 0.4% 포인트 하향 조정한 4.7%로 전망했다. IMF는 “긴축적 금융여건과 지정학적 긴장 등으로 일부 신흥국의 성장률을 하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IMF는 한국에 대한 개별적인 정책 권고는 담지 않았다. 다만 각국에 “통화정책의 국가별 경기상황에 따른 운용, 재정 여력 확충, 생산성 제고를 위한 상품 및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이행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세종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IMF, 올해 한국경제성장률 0.2% 포인트 하향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을 3.0%에서 2.8%로 하향 조정했다. 내년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는 기존 전망치보다 0.3% 포인트 낮은 2.6%로 예상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아시아개발은행(ADB)에 이어 IMF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2% 포인트 내리면서 잠재성장률에 대한 하락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IMF는 9일(현지시간) 발표한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한국의 전망치를 이렇게 수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4과 7월에 내놓은 전망치인 3.0%보다 0.2% 포인트 낮은 수치다. IMF가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낮춘 것은 신흥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추면서 한국의 성장동력도 꺾였다고 본 것으로 풀이된다. IMF는 매년 4월과 10월 세계경제전망을 발표하고 1월과 7월에 수정 전망치를 발표한다. 우리나라는 지난 7월 전망 대상국에서는 제외됐었다. IMF는 올해와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을 각각 지난 7월보다 0.2% 포인트 낮춘 3.7%로 예상했다. 전망치는 낮췄지만 세계 경제의 경기 호조세는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IMF는 “2016년 중반부터 시작된 경기 확장세가 지속되고 있으며 2018~2019년 성장률도 2010~201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IMF는 다만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 본격화가 세계 경제의 위협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미국의 금리 인상 등으로 인해 경제 기초체력이 취약한 신흥국을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는 자본유출이 세계 경제에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이에 따라 IMF는 신흥개도국의 올해 성장률을 지난 7월(4.9%)보다 0.2% 포인트 낮춘 4.7%로 하향 조정했다. 내년 신흥국의 경제성장률도 0.4% 포인트 하향 조정한 4.7%로 전망했다. IMF는 “긴축적 금융여건과 지정학적 긴장 등으로 일부 신흥국의 성장률을 하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IMF는 한국에 대한 개별적인 정책 권고는 담지 않았다. 다만 각국에 “통화정책의 국가별 경기상황에 따른 운용, 재정 여력 확충, 생산성 제고를 위한 상품 및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이행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세종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안양시, ‘찾아가는 규제신고센터’ 22회 운영 규제 대폭 개선

    경기도 안양시가 시민과 기업이 체감하는 규제 개선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를 위해 시는 시 규제혁파 추진단을 구성해 규제를 개혁하기 위한 인센티브를 대폭 확대했다고 9일 밝혔다. 시는 4차 산업 기업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규제신고센터’를 22회 운영해 기업의 요구를 수렴하고, 중앙부처, 경기도와 협업과 소통을 하고 있다. 9월 말 현재 중앙부처에 신산업, 신기술의 시장진입과 투자유치를 위한 네거티브 규제 도입과제 등 총 229건의 규제개선을 건의했다. 27건이 행정안전부와 국무조정실 중점 개선 과제로 선정됐고 이 중 13건의 과제 개선이 이뤄졌다. 주요 개선 사례로 1000억여원의 수출계약이 성사됐어도 치료재료 급여가 산정되지 않아 판매할 수 없었던 의약품 주입펌프 수출 문제의 걸림돌이 제거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세계 최초로 주입량 오차와 감염 위험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신기술 의약품 주입 펌프의 선별(예비)급여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주입펌프를 세계시장에 수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인력, 인프라, 사업실적 등 ‘공급기업 풀’ 등록 요건 때문에 국내 판로가 사실상 막혀 있던 스마트팩토리, 스타트업 기업이 국내 시장에 진출할 수 있고 신기술을 독자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시의 개선 요구를 수용해 등록 요건을 완화할 계획이다. 드론조정 자격 취득을 위한 규정도 완화된다. 현재 교관의 참관 하에 따라 일률적으로 20시간 이상인 규정을 국토교통부가 개선을 수용해 사업별 위험도, 비행범위, 난이도 등에 따라 드론 조정시간 요건을 완화할 예정이다. 또 개발제한구역 내 임야에 형질변경 없이 양봉통을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미래 고부가가치 농업의 한 축을 담당할 양봉업의 경제적 파급 효과를 전국적으로 높인 우수 사례다. 시는 불합리한 자치법규 24개도 개선했다. 시 음식판매자동차 영업장소 등에 관한 조례를 전면 개정해 푸드트럭 입지 규제를 완화했다. 보도와 차도 구분이 있는 12m 미만 도로에 대해 부설주차장의 구조설비기준을 완화해 신축 소규모 건축물의 주차 여건을 개선했다. 도시관리계획을 변경해 기능을 상실한 8개의 시장과 폐기물처리시설도 폐지했다. 안양로변 일반상업지역 이면도로(2.7km) 일대 최저고도지구를 폐지해 원도심 재생과 민간투자 유치 활성화의 기반을 마련했다. 또 평촌스마트스퀘어 관리기본계획을 변경해 전국 최초로 도시첨단산업단지에 입주할 수 있는 기업의 범위를 넓혔으며, 임대면적을 확대해 유망 중소기업을 유치했다. 아울러 전국 최초 생활권역 지방도 내 자율주행차 시험운영을 위한 고정밀지도 운영구간 조성(2.3km)으로 자율주행차 임시운행 기반을 마련했다. 최대호 시장은 “중앙부처와 협업을 통해 시민과 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규제 혁신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며 “앞으로 더욱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기업과 시민의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남상인 기자 sanginn@seoul.co.kr
  • 北산림 복구 땐 온실가스 600만t 감축…南 탄소배출권 1006억

    황무지 180만㏊에 20년간 식목하면 北 1억 1000만t 온실가스 감축 가능 공익가치 늘어 8221억 비용편익 확보 초미세먼지 南 유입도 年 6% 줄어들어 북한 산림 복구 시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1006억원에 달한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이 8일 산림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국립산림과학원 자료에 따르면 조림 청정개발체제(CDM) 사업으로 북한의 황폐 산지를 복구하면 600만 1000t가량의 온실가스가 감축된다. 이로써 탄소배출권 판매액은 1006억원이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구체적으로는 2022년부터 2031년까지 경사 15도 이상 황폐 산지 10만㏊에 리기다소나무 및 소나무(70%), 상수리나무(30%)를 심었다고 가정했을 때 이런 결과가 나온다고 국립산림과학원이 밝혔다. 조림 CDM 사업은 교토의정서상 온실가스를 의무적으로 감축해야 하는 국가가 개도국에 신규 조림 및 재조림 사업을 해서 얻게 되는 온실가스 감축분을 해당 감축 의무 국가의 감축 실적으로 인정하는 제도를 말한다. 남북 산림분야 협력 시 온실가스 감축 효과 등이 구체적인 수치로 나온 것은 처음이다. 9·19 평양공동선언에서 남북은 자연생태계의 보호 및 복원을 위한 남북 환경협력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며 우선적으로 현재 진행 중인 산림분야 협력의 실천적 성과를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고 합의한 바 있다. 북한 산림 복원 시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북한 측이 얻는 효과도 컸다. 2021년부터 2040년까지 경사 15도 이상 황폐산지 180만㏊에 리기다소나무 및 소나무(70%), 상수리나무(30%)를 심는 복구 조림 사업 시 북한은 1억 1000만t가량의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 결과 이산화탄소 흡수에 따른 산림의 공익적 가치가 증가하면서 8221억원의 비용편익을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실가스 감축뿐만 아니라 미세먼지 저감 효과까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산림 복원 시 북한으로부터 유입되는 초미세먼지는 연간 약 1.6㎍/㎥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우리나라 연평균 초미세먼지 농도인 26.5㎍/㎥의 6%에 해당한다. 현재 북한의 산림 황폐화는 방제 약제 및 기술 부족 등으로 심각한 수준이다. 국립산림과학원과 통일부 자료 등에 따르면 북한 산림 면적은 전 국토의 73%에 해당하는 899만㏊로 2008년 기준 산림 면적의 32%에 해당하는 284만㏊가 황폐화됐다. 앞서 지난 7월 국무회의에서 최종 확정된 환경부의 2030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한 기본 로드맵 수정안과 제2차 계획기간 국가배출권 할당계획 2단계 계획에 따르면 북한 산림 복구 등 다양한 감축 방안을 검토해 나간다고 밝혔다. 산림청 조사 결과로 그 효과가 구체적으로 드러난 만큼 남북 산림분야 협력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남북 산림협력 사업이 지속가능한 교류협력 사업이 될 수 있도록 이끌어 낼 중요한 청사진이 제시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이기철의 노답 인터뷰] “이순신 장군이 오늘날 우리에게 할 말은 ‘자존감을 가져라’일 것… 비틀거릴 때 바로세워 주는 사람”

    [이기철의 노답 인터뷰] “이순신 장군이 오늘날 우리에게 할 말은 ‘자존감을 가져라’일 것… 비틀거릴 때 바로세워 주는 사람”

    이순신 장군 연구가 박종평 칼럼니스트가 말하는 ‘난중일기와 오역’“이순신(1545~1598) 장군이 오늘날 우리에게 ‘자존감을 가져라’고 말할 것입니다. 이순신 장군은 정말 자존감이 강했습니다. 어마어마하게 셌습니다. 조선 수군이 궤멸을 당했는데도 ‘아직도 12척의 전선이 있습니다’라거나 ‘신(이순신)이 죽지 않으면 적이 감히 우리를 업신여기지 못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우리도 특히 자기를 사랑하고 존중하는 자존감을 가지면 세대 갈등이나, 계층 갈등, 이념 분열과 같은 것을 치유하고 통합할 수 있다고 봅니다. 스스로를 존중하면 아무도 함부로 하지 않습니다.”역사 칼럼니스트이자 이순신 장군 연구가인 박종평(54)씨가 수백번 읽은 ‘난중일기를 기초로 내놓은 해석이다. ‘난중일기(亂中日記)’는 이순신 장군이 1592년 임진년부터 일본과의 마지막 싸움인 노량해전에서 전사할 때까지인 1598년 무술년까지의 7년, 1594일간 쓴 진중 일기다. 국보 제78호이자 유네스코 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이순신 특유의 초서체로 보통의 한문 실력으로는 원문을 읽어내기 어렵다. 이를 한문 정자로 전체를 정리해 쓴 탈초본이 일제시대에 비로소 처음 나와 있다. “한문 난중일기는 40~50번 읽었나, 한글판은 시중에 나온 것을 다 읽어봤습니다. 200번 넘을 겁니다.” 그가 이순신을 본격적으로 파고 든 것은 10년쯤 된다. 그동안 이순신 장군에 대해 단독 저서 8권, 공동 저서 2권을 냈다. 박종평씨가 올해 펴낸 ‘난중일기’는 다른 번역본의 오류도 많이 바로잡아 의의가 깊다. 문화재청 국가기록원 웹사이트에 올라와 있던 난중일기가 많은, 심각한 오류를 바로잡기 위해서 게재가 중단됐다. 그가 펴낸 난중일기는 친필 일기뿐만 아니라 당시 상황을 알 수 있는 보고서(장계)인 ‘임진장초’, 편지 모음인 서한첩까지 한데 묶었다. 무려 1200페이지에 이른다. - 많은 사람이 이순신 장군을 오해하고 있다. ☞ 이순신 장군에 대해 가장 많이 오해하는 부분이 술과 여자인 것 같습니다. 난중일기를 읽어보면 거의 매일 술을 마십니다. 이를 보고 이순신 장군을 ‘술꾼’이 아니냐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이는 맥락을 알면 다릅니다. 설과 추석뿐 아니라 조선시대 명절인 삼짇날, 단오 등과 같은 날에 마시고, 부하 장수의 환영과 환송회 그리고 생일, 활을 쏘고 난 다음 마십니다. 3월8일의 경우, 부하 장수들이 가져온 술을 마십니다. 그날은 장군의 생일이라는 맥락을 봐야 제대로 이해됩니다.- 활을 쏘고 난 다음 술을 마셨다? ☞ 임진왜란의 상당 기간은 강화시기로, 전쟁이 교착상태에 이릅니다. 이때 군사 훈련을 하고, 장군도 활쏘기를 합니다. 활쏘기가 끝난 다음, 잘 쏜 이들에게 칭찬과 함께 술을 주고 마시는 게 당시 풍습이었습니다. 장수들 사기도 북돋아주는 것입니다. 이런 맥락을 모르면 군사 훈련을 하면서 술을 마시는 줄 잘못 알게 됩니다. 장군은 술을 마시고 절제하는 게 몸에 뱄지만 술에 취해 방 밖에 나가지 못했다거나 넘어졌다는 인간적인 기록도 4번 나옵니다. 그런 날의 글씨체도 술에 취해 있습니다. 그에겐 이순신이 어떤 의미냐고 물었더니 “어려울때 나를 일으켜준 사람, 넘어지고 비틀거릴 때 뒷덜미를 잡아준 사람”이라고 했다. 그리고 보니 그가 돈벌이 되는 일을 해본지 오래됐다고 말한다. 아리랑TV 기획실과 대외협력팀에서 일했고, 국회의원 보좌관을 지내다 그만두고 출판사 대표를 지냈다. “출판사는 책을 좋아해서 시작했는데, 좋아하는 것과 책을 만드는 일, 책을 판매하는 일이 완전히 다르더라고요.” 이마저도 이순신에 빠지는 바람에 경제활동을 사실상 포기하다시피 했다. - 여자 문제 오역도 심각합니다.☞ 이순신 장군에 대해 가장 잘못된 것이 이 부분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인터넷이나 일부 기록을 보면 이순신 장군을 ‘호색한’으로 묘사합니다. 이를 테면 1596년 9월 19일 “광주 목사 최철견의 딸 귀지가 와서 잤다(崔女貴之來宿)”에서 숙(宿)를 잠자다는 의미로 보고 “OO랑 잤다”고 해석하는데 완벽한 번역이 아닙니다. 난중일기에는 ‘OO宿’이런 기록들이 제법 나옵니다. 숙자는 ‘숙박한다’는 의미로 저는 번역합니다. 그래서 “OO과(가) 묵었다” 또는 “OO에 숙박했다”로 봅니다. 참고로 조선시대엔 여자랑 잤다는 의미로 ‘근(近)’이나 ‘압(押)’으로 은유했습니다. 또 한가지는 여진(女眞) 문제입니다. 난중일기 1596년 9월 부분에 세번 나오는데 소설 ‘칼의 노래’에서 이게 증폭됩니다. 일제시대인 1935년 조선사편수회가 작업한 난중일기 탈초본(초서를 정서로 바꾼 책)에는 12일 女眞(여진), 14일 女眞卄(여진입), 15일 女眞卅(여진삽)으로 나옵니다. 그러던 것이 1955년 홍기문이 북한에서 번역한 ‘리순신장군전집’에 처음 여진이 한글로 나옵니다. 그는 여진을 여자로 상상하지 않고, 남부지방에 흩어져 살던 만주족인 여진족으로 봤습니다. 그러다 1977년 나온 영어 번역본 ‘NANJUNG ILGI’에 근거는 제시하지 않고 “진과 밤을 보냈다(Spent the night with Chin)”고 번역되 있습니다. 여진을 ‘진’이란 여자로 본 최초의 문헌이 영어본이죠. ‘난중일기’ 원문 속의 여진(女眞)은 암호문과 같아 번역되지 않다가 ‘여진족 20, 30명’이 되었다가, ‘이순신과 성관계를 한 여자 노비’처럼 변하기도 합니다. 난중일기는 소설이 아니니 상상력을 동원해서는 안 되고 그냥 ‘여진·여진20·여진30’으로 보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오역이 이순신 장군을 오해하게 만들었다. ☞ 여진의 번역을 두고 학계와 번역자들의 논란과 반발도 만만찮습니다. 이순신의 동시대 인물인 백사 이항복(1556~1618)은 ‘고 통제사 이공 유사(故統制使李公遺事)’에서 “(이순신은) 7년 동안 군중(軍中)에 있었으나, 몸이 고통스러웠고, 마음이 지쳐 일찍이 여색(女色)을 가까이 하지 않았다(未甞近女色)”는 기록이 나옵니다. 이순신이 어떤 상황에서 살았는지 극단적으로 보여주지요. 실제로 이순신도 다른 여성과 성관계가 자연스러웠던 시대에 살았고, 그 시대의 다른 인물들이 거리낌 없이 동침 기록을 남긴 것을 보면, 그 역시 누군가와 동침했다면 ‘난중일기’에 반드시 ‘근(近)’이라고 썼을 것입니다. 그러나 백사의 기록처럼 이순신은 여자를 멀리했고, 실제로 관계하지 않았기 때문에 기록하지 않은 거죠. 그런 이순신에 상상력을 끌어다붙이는 것은 국가를 위해 헌신했던 그의 삶을 희롱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끔찍합니다. - 난중일기 번역에 가장 어려운 점은. ☞ 장군의 글이 기본적으로 초서체로, “날아갑니다”. 읽어 내기가 어렵고, 당시 시대 상황에 맞게 해석하는 것은 더 어렵습니다. 작은 조각들 하나하나 맞춰 퍼즐을 완성할 따름이지요. 그래서 당시 다른 사람들이 쓴 상소문과 장군 전후대의 기록들을 읽고 글자 쓰임새를 비교하지요. 정확하고 적확한 번역을 하기 위해 장군과 같거나 앞·뒤 세대의 일기인 박계숙·취문 부자의 ‘부북일기’, 미암 유희춘 일기, 오희문 선생의 ‘쇄미록’ 등을 읽고 당시 풍속을 알려고 노력했습니다.- 난중일기 읽기 낭독회를 이끌고 있다던데. ☞ 작년 봄부터 시작했습니다. 한국 사람 가운데 난중일기를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끝까지 읽어낸 사람은 매우 드뭅니다. 분량도 많고, 내용도 일기여서 재미도 없고···. 이순신을 배우고, 공감하고, 지혜를 공유하는 기회를 갖고자 낭독회를 계획한 거죠. 이순신의 본 모습을 더 잘 알려야겠기에 15회짜리를 하고 있습니다. 읽고 토론하면서 이순신의 참모습에 다가서는 것입니다. 참여하시는 분들의 호응도 대단합니다.- 도주하는 왜군과 끝까지 싸우다 전사하셨다. ☞ “배 한 척, 노 한 개도 돌려 보내지 않겠다”고 하셨습니다. 군인으로서 나라를 지키는 것이 사명이니 침략자를 철저하게 응징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래야 두 번 다시 쳐들어올 엄두를 내지 못할 것이니깐요. 그후로 일본은 19세기 말까지 조선을 침략하지 않았습니다. 장군의 사생관은 ‘사생유명(死生有命·죽고 사는 것은 하늘이 정한다)’이었습니다. 그러니 “나를 죽이는 것은 오로지 하늘 뿐이다”는 신념으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앞장 서서 전투를 지휘하고 싸웠던 것입니다. 아들이 죽었을 때 자신이 지은 죄 때문이라고 자책하는, 군인이기 이전에 인간적으로 고통스러워하는 모습도 나옵니다. 일본이 이순신 연구에 활발했던 것은 한반도 침략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였던 거죠.- 이순신의 리더십을 짧게 설명하면. ☞ 이순신의 삶은 관통하는 말은 진(眞), 진(盡), 진(進)으로 압축됩니다. 참 진은 개인적 욕망이 아닌 대의를 위한 진정성, 다할 진은 어떤 시련이든 온 정성을 다해 극복하는 자세를 말합니다. 그리고 나아갈 진은 넘어져도 좌절하지 않고 도전하는 의연함을 말합니다. 이런 리더십으로 그는 하늘과 소통했습니다. 그가 일본이 영국처럼 해가 지지 않는 나라를 만들 기회를 빼앗고, 대륙 침략을 300년동안 멈추게 했던 거죠. - 현충사에 있던 일본 소나무인 금송을 파냈다. ☞ 잘 한 일인지, 잘 못 한 일인지···. 그 소나무를 뽑아서 없앤다고 해서 역사가 사라져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것 역시도 역사입니다. 저는 이런 방식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개인이 아닌 국가기관의 자격으로 심었던 것을 옮겼지요. 일본 소나무를 심은 것을 잘했다는 것이 아니라 수십년이 지난 만큼 이젠 역사의 일부가 됐습니다. 이를 잘 기록해서 후세들이 반복하지 않도록, 경계로 삼도록 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현충사 현판 철거 이야기도 나오는데 말도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여차하면 박정희가 조성한 현충사도 허물자고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끊임없이 기록해서 후손들이 잘못을 반복하지 않게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계획은. ☞ 이순신 장군은 제 나이 때 돌아가셨습니다. 올해로 순국 420주년 7주갑입니다. 돌아가신 날짜는 올해의 경우 양력으로 환산하면 12월25일, 크리스마스입니다. 개인적으로 난중일기를 펴내면서 작은 소명을 다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과거엔 “신에게 아직 12척의 전선이 있습니다. 죽을 힘으로 막고 싸운다면, 오히려 해 낼 수 있습니다.”는 말이 좋았는데 이젠 나이가 드니 “사생유명”이란 말이 더 다가옵니다. 장군은 정말 도전하는 삶을 살았거든요. 이순신 장군에 대해 더 심도있게 연구할까 합니다. 저도 새롭게 시작할 각오를 다집니다. 글·사진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알려왔습니다> 이와 관련해 또다른 이순신 연구가인 노승석 여해고전연구소장은 “여진공(女眞共)- 여진과 함께 했다”가 바른 해석이라는 의견을 알려왔습니다. ‘교감완역 난중일기’ 저자인 노 소장은 여진입(女眞卄)이나 여진삽(女眞卅)은 일본인의 오독한 글자로,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 이유로는 첫째 문맥이 통하지 않는 점, 둘째 난중일기 용례에 맞지 않는 점을 들고 있다. 또 다수의 초서 및 고전 전문학자들이 인정하였고, 여진입(女眞卄)이나 여진삽(女眞卅)이 오독이라는 데 한목소리를 내었다. 노 소장은 “15년전 초서분야의 당대 최고 학자 두 분에게 공(共)자가 맞다고 감수를 받았고, 최근에도 40여 년 이상 초서를 연구한 한국고전번역원 출신 전문학자들과 재검토한 결과 공(共)자로 재확인했다”고 알려왔습니다.  
  • 설악산엔 산나물·내장산엔 한우…단풍 길 따라 별미 투어

    설악산엔 산나물·내장산엔 한우…단풍 길 따라 별미 투어

    끔찍하던 여름 폭염이 언제였냐는 듯 훌쩍 지나가면서 이젠 찬바람이 제법 매섭다. 벌써 가을을 알리는 단풍이 가슴속까지 울긋불긋 물을 들인다. 강원 설악산을 시작으로 차차 남향해 이달 말 한라산이 절정을 이룬다. 10월을 놓치면 1년을 기다려야 한다고 큰소리를 치듯 반도 전체를 차례로 훑어 내려간다. 하지만 ‘단풍도 식후경’. 아름다운 자연도 즐기고 그 고장만의 맛깔을 함께 해야 단풍 나들이의 완성이라고 할 수 있다. 색에 빠져들고, 맛에 취하는 단풍여행을 떠나 보자.설악산은 단풍의 원조 격이다. 울산바위, 비선대, 천불동계곡 등 기암절벽 사이로 물드는 단풍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정상 대청봉은 1708m 고지로 한라산(백록담 1950m), 지리산(천왕봉 1917m)에 이어 남한에서 세 번째로 높다. 봉우리만 700여개에 이른다. “과연 설악”이라는 감탄을 자아내는 단풍은 9월 하순 대청봉부터 시작한다. 설악동 일대에서는 토산품점과 함께 산나물 먹을거리 식당들도 발길을 유혹한다. ●울긋불긋 눈이 즐겁고, 얼큰 담백 입이 행복 전북 정읍시·순창군과 전남 장성군에 걸쳐 ‘호남의 금강’으로 불리는 내장산(신선봉 763m)은 핏빛 단풍을 자랑하는 천혜의 가을 산이다. 굴참나무, 느티나무 등이 기암괴석, 맑은 계류와 어우러져 빚어내는 가을 풍광이 온 산을 비단처럼 수놓는다. 축산업으로 유명한 지역이어서 한우 고기가 품질을 뽐낸다. ‘단풍미인’ 한우는 1+ 이상 등급만 출하해 이미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를 듬뿍 얻었다. 배합사료 대신 조사료를 많이 먹여 기르기 때문에 육질이 부드러우면서 고유의 풍미를 선사한다. 정읍시내 쌍화차 거리도 입소문을 타고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명소로 빼놓을 수 없다. 각종 한약재를 넣어 달인 한방 쌍화차는 피로 회복과 감기 예방 등에 효과를 나타내 단풍을 구경한 후 인기 만점 코스라는 소리를 듣는다.백제 무왕 33년(632년) 때 지은 전남 장성군 북하면 백양사(白羊寺)는 아이들을 동반한 역사 교육장으로 겸할 수 있어 괜찮다. 특히 입구 북두교에서 쌍계루를 잇는 길 3.4㎞는 작으면서도 고운 색깔을 띤 아기 단풍으로 잘 알려졌다. 정부가 선정하는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들기도 했다. 주변 식당들은 맛으로 탐방객들을 사로잡는다. 단풍나무 수액으로 만든 전통 손두부는 유명세를 타고 있다. 버섯전골에 두부를 곁들인 특유의 시원한 국물이 일품이다. 단풍두부 보쌈정식도 인기 메뉴다. 백양사를 잘 아는 관광객들은 단풍 두부묵과 청국장도 즐겨 찾는다. 장성 특산물인 삼채도 놓치면 후회하기 십상이다. 인삼보다 60배나 많은 사포닌을 함유한 데다 ‘암 잡는 채소’로 알려져 있다. 냄새를 잡는다는 얘기다. 식이섬유가 풍부해 체내 유독가스를 해독하고 당뇨, 혈액순환 장애 등의 질환을 예방하는 데 그만이다. 삼채오리백숙부터 삼채닭백숙, 삼채닭볶음탕 등 취향에 맞게 삼채 요리를 즐길 수 있다. 삼채가 알싸한 맛을 풍기며 각종 비린내를 잡아줘 맛을 배가시킨다. 삼채를 넣은 묵은지 김치찜과 삼채매운갈비찜, 삼채비빕밤도 사랑을 듬뿍 받는다. 충북 영동군 황간면 월류봉(月留峯·401m)은 흐르는 석천에 발을 드리운 명산이다. 이름 그대로 ‘달이 머물다 가는 봉우리’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월류봉 광장에서 반야사까지 굽이쳐 흐르는 석천을 따라 이어지는 둘레길 8.3㎞ 구간은 3시간이면 만끽할 수 있다.눈이 즐거웠으니 이제는 입이 즐거울 차례. 충북 영동군은 금강에서 잡힌 민물고기 요리들로 유명하다. 대표적인 게 도리뱅뱅이와 어죽이다. 도리뱅뱅이는 손질한 피라미를 프라이팬에 뱅뱅 돌려가며 가지런히 놓고 튀긴 뒤 양념을 발라 조린 음식이다. 튀기듯 구워 내서 바삭하고 고소하다. 비린내는 전혀 없다. 과자를 먹는 것 같아 아이들도 잘 먹는다. 술안주로도 제격이다. 어죽은 개울이나 강물에 그물을 치고 잡은 잡어를 넣고 끓인 걸쭉한 국에 밥을 넣어 푹푹 끓여낸 음식이다. 비린내를 없애기 위해 야채와 파, 마늘, 생강 등 갖은 양념을 버무린다. 얼큰한 국물 맛을 앞세워 애주가들에게도 높은 점수를 얻는다.경북 청송군 주왕산(주봉 721m), 전남 영암군 월출산(천황봉 809m)과 함께 ‘대한민국 3대 기악(奇嶽)’으로 손꼽히는 경북 봉화군 청량산(의상봉 860m)은 ‘내륙의 소금강’으로 불릴 만큼 천혜의 단풍을 입는다. 단풍철 봉화에는 송이 향이 그윽하다. 우리나라에서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주산지이다. 봉화 송이는 백두대간 해발 400m 이상의 마사토 토양에서 시원한 1급수 계곡물을 마시고 자라 단단하고 뛰어난 맛으로 승부한다. 가격 경쟁에서 단연 앞선다. 봉화읍을 비롯한 곳곳에는 한우 고기와 송이 음식 등을 먹을 수 있는 맛집이 성업 중이다. 물야면 오전 약수터 인근엔 닭백숙집이 몰렸다. 도로변 사과밭마다 붉게 익은 사과가 주렁주렁 매달려 장관을 이룬다.국립공원 가야산은 매표소에서 법보사찰 해인사로 이어지는 6㎞ 구간 홍류계곡으로 단풍 명소임을 알린다. 가야산 주변 대표 먹을거리는 친환경 쌀로 지은 밥과 깨끗한 자연환경에서 자생하거나 재배한 갖가지 채소(나물)를 이용해 요리하는 산채정식이다. 20가지를 웃도는 반찬과 생선을 곁들인 푸짐한 상차림이 단풍 탐방객들의 기운을 돋우기에 충분하다. 경남 합천군 가야면과 야로면에서 생산되는 돼지고기로 요리하는 합천돼지국밥도 그만이다. 다른 지역보다 돼지고기가 풍성하다. 충남 공주시 계룡산(천황봉 845m) 자락에 자리한 고찰 갑사(甲寺) 단풍의 백미는 주차장에서 용문폭포까지 이어지는 오리숲길이다. 구간 길이가 오리(2㎞)쯤 된다고 해서 이름을 붙인 길 주변이 온통 단풍나무다. 군데군데 괴목이 뻗어 가을 분위기를 한껏 돋운다. 봄은 공주 마곡사나 동학사, 가을에는 갑사가 아름답다는 유명한 말에서 잘 드러난다. 갑사를 돌아 나오면 만나는 산채비빔밥, 더덕구이, 닭볶음탕 등 먹을거리에 달착지근한 공주 밤막걸리가 발길을 붙잡는다.●울산 ‘영남 알프스’ 한우 불고기 탄성 절로 해발 1000m를 웃도는 ‘영남 알프스’는 은빛 억새 물결과 붉고 노란 물감을 푼 듯이 산을 물들인 형형색색의 단풍이 눈을 즐겁게 만든다. 산행을 마친 등산객들은 울산시 언양 한우 불고기로 허기를 채운다. 언양 한우 불고기는 양념 불고기와 생고기 두 종류로 즐길 수 있다. 양념 불고기(일명 육수 불고기)와 달리 양념을 조금만 사용해 고기 고유의 맛을 최대한 살린 게 특징이다. 언양 특산물인 소고기를 얇게 썰어 양념하고 나서 석쇠에 구워 먹는다. 일반 양념 불고기와 달리 양념 맛이 적은 반면, 특유의 육질과 고소함을 느낄 수 있다. 생고기는 1등급 최상품만 사용한다. 소금을 뿌린 뒤 숯불에 바로 구워 먹는다. 육즙이 풍부하고 단맛을 낸다. 불고기에 쓰는 한우는 송아지 1~3마리를 낳은 3~4년생 암소 고기를 사용한다.제주 한라산에선 단풍이 절정인 11월 초 모슬포 항구 등에 들어선 횟집에서 겨울 진미로 알려진 마라도 방어회를 맛볼 수 있다. 뱃살에 기름이 잔뜩 오른 게 참치 뺨친다. 간장이나 초장, 쌈 된장과도 잘 어울린다. 제주 사람들은 기름진 방어와 찰떡 궁합인 신 김치를 곁들여 먹는다. 머리 구이와 방어 뼈를 넣고 푹 끓인 방어 김치찌개도 별미다. 무게 5㎏ 이상인 대방어일수록 맛이 뛰어나다. 소방어(2㎏ 안팎), 중방어(4㎏ 이하)도 괜찮다. 장성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영동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2030 세대] 자연주의라는 환상/한승혜 주부

    [2030 세대] 자연주의라는 환상/한승혜 주부

    한 축구선수가 출산 때 아내에게 무통주사를 맞지 말도록 권유했던 일이 며칠 전 화제가 되었다. 그는 창세기 구절을 들어 “주님께서 주신 고통을 피하지 말자”며 아내를 설득했다고 한다. 종교적 신념에 의거한 그의 주장은 ‘하나님께서 주신’, 즉 자연적인 아픔을 그대로 감내하자는 측면에서 자연주의 출산과 상통하는 부분이 있다.자연주의 출산은 의학적 개입을 최소화하는 출산 방식이다. 촉진제나 무통주사 등 약물을 일절 사용하지 않는 것은 물론, 분만과정에서 열상을 방지하려고 통상 병원서 진행하는 회음부 절개도 하지 않는다. 그야말로 할머니 세대의 ‘전통적인’ 방식을 따르는데,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으므로 비용은 일반 분만의 두 배 이상이 든다. 몇 년 전부터 이러한 자연주의 출산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임산부 커뮤니티에 가보면 자연주의 출산에 관한 예비 엄마들의 뜨거운 관심을 확인할 수 있는데 개중에는 관심은 있지만, 비용 때문에 고민이 된다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겁이 많아 포기했다며 아쉬움을 표현하는 사람들도 있다. 지금은 의학의 발달로 예전처럼 아이를 낳다가 사망하는 경우가 현저하게 줄었지만, 출산은 본래 상당한 위험을 동반한다. 그렇기에 이처럼 의료 개입을 최소화하는 방식은 산모와 아이에게 있어 목숨을 거는 행위나 다름없다. 그렇다면 위험하면서 고비용이기까지 한 자연주의 출산이 이와 같이 산모들의 ‘로망’으로 자리잡은 까닭은 무엇일까. 자연주의란 말 속에는 인공적인 것은 나쁘며, 과학 등이 개입하지 않아야 좋다는 환상이 내포되어 있다. 인터넷에는 자연주의로 낳은 아이가 더 순한 것 같다거나 약물을 쓰지 않아 아기에게 스트레스 없는 출산을 하게 되어 기쁘다는 ‘간증’이 넘쳐난다. 미디어는 자연주의 출산을 한 연예인 부부를 감동 사례라며 소개한다. 이를 통해 자연주의 출산은 아이를 위한 엄마의 희생이자 노력이라는 믿음으로 자연스레 연결되고, 어느새 ‘유기농’이나 ‘천연’처럼 특별한 선택으로 자리한다. 자연주의 출산을 단순히 엄마의 욕심이나 허영으로만 치부할 수 없는 이유이다. 출산 방식은 출산하는 당사자가 선택할 문제이기에 타인이 임의로 금지하거나 강권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다만 ‘자연’에 대한 무조건적 호응과 ‘인공’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 탓에 산모와 아이의 생명을 위협하거나 고통을 무리하게 견디는 상황으로 이어지는 현실에는 문제가 있다. 진보는 과학기술의 발전과 함께 왔다. 막연한 믿음과 환상에 근거하여 목숨을 건 모험을 감행해서는 안 된다. 아픔을 피할 수있는 방법이 있는데 일부러 견딜 이유도 없다. 고통은 그저 고통일 뿐, 무통주사를 거부한다고 훌륭하지 않다. 출산은 극기훈련이 아니며 고통을 견디는 것 역시 모성애와 관계없다. 신의 섭리를 받아들이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만약 해산의 고통이 하나님이 준 것이라면, 그것을 없앨 무통주사 역시 하나님이 준 것이다.
  • 美, 中 일대일로에 ‘맞불’… 67조원 굴리는 해외투자기관 설립

    美, 中 일대일로에 ‘맞불’… 67조원 굴리는 해외투자기관 설립

    지분투자 등 자금운용 범위 폭넓어져 개도국 내 자국기업 전폭적 지원사격 펜스, 일대일로·남중국해 사건 맹비난 美해군, 中 근해 대규모 군사훈련 추진미국이 중국의 신경제구상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에 맞서기 위한 67조원 규모의 대형 해외 투자기관을 창설한다. 이는 아시아와 아프리카, 남미 등 제3세계의 항만, 철도, 도로 등 주요 인프라 건설을 투자·지원하면서 영향력을 넓혀 가고 있는 중국에 대해 적극 대응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미 상원은 3일(현지시간) 해외 인프라 차관 제공뿐 아니라 지분 투자도 가능한 미국국제개발금융공사(USIDFC) 설립 규정 등을 담은 일명 ‘빌드 법안’(BUILD Act)을 통과시켰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전했다. 상·하원의 초당적 지지를 받은 이 법안은 5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 발효된다. 그동안 해외개발투자를 “해외에 버리는 지원금”으로 폄하했던 트럼프 대통령도 입장을 바꿔 관련 법안을 찬성하고 있다. 그만큼 중국의 일대일로 행보에 경각심을 갖게 된 것이다. 법안이 발효되면 미국의 기존 해외민간투자공사(OPIC)와 다른 해외개발기구들이 모두 통합된 ‘USIDFC’가 출범한다. 통합 기구의 투자 한도는 600억 달러(약 67조 4700억원)로 기존 OPIC의 두 배를 넘는 규모다. 새 기구는 지분 투자도 할 수 있어 자금 운용 범위도 넓다. 기존에는 개발도상국의 에너지, 항만, 수도 등 사회기반시설(인프라) 사업에 대한 차관 제공만 가능했다. 이로써 미국의 민간 자금의 개도국 투자가 촉진되고, 기업의 정치위험보험 및 대외채무보증 제공도 확대될 예정이다. 미국의 결정은 중국 일대일로 수혜국들이 ‘빚의 덫’에 빠지면서 주요 인프라 운영권을 중국에 넘기는 상황이 잇달아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이뤄졌다. 장기전으로 번지는 무역전쟁과 남중국해 갈등 등 미·중 패권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이 중국에 날이 잔뜩 선 경고장을 던졌다. 펜스 부통령은 4일 보수성향 싱크탱크인 허드슨연구소에서 중국을 강도 높게 비판하는 연설을 할 것이라고 AP통신 등이 예고했다. 연설문 발췌본에 따르면 펜스 부통령은 중국의 일대일로에 대해 “그 이득이 압도적으로 중국으로 흘러들어 가고 있다”고 정면 비판했다. 또 남중국해 사태와 관련, “우리는 겁먹지 않을 것이다.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지난달 30일 중국 군함이 남중국해에서 미 해군 구축함 ‘디케이터’와 충돌 직전까지 간 상황을 두고 한 말이다. 이 밖에 중국이 내달 중간선거에 개입하고 있다는 비판과 미 정보기관 평가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BBC방송 중문판은 중국이 트럼프 대통령을 더이상 협상 대상으로 보지 않고 있으며, 미국 정계 변화를 바라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중국이 최근 발표한 ‘중·미 무역마찰 사실과 중국 입장’이라는 백서에서 전례 없는 강도로 트럼프 정부를 비판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CNN방송은 미 해군이 중국 견제를 위해 남중국해, 대만 해협 등에서 태평양함대를 동원한 대규모 군사훈련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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