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개나리
    2026-04-10
    검색기록 지우기
  • 재가동
    2026-04-10
    검색기록 지우기
  • 조계종
    2026-04-10
    검색기록 지우기
  • 서해안
    2026-04-10
    검색기록 지우기
  • 로저스
    2026-04-10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850
  • 18일부터 구상화가 장순업 초대전

    18일부터 구상화가 장순업 초대전

    1970~1980년대 대표적인 구상화가로 활동하던 장순업(61) 한남대 미술교육과 교수가 서울 인사동 공평갤러리에서 18일부터 30일까지 ‘빛과 시간의 이야기’를 주제로 초대전을 갖는다. 이번 전시는 1995년 예술의전당 이후 장 교수의 가장 큰 개인전으로, 최근작 80여점을 선보인다. 1000호짜리 대작도 있다. 장 교수는 13일 기자 간담회에서 “곤지암 집 앞의 작은 시내와 갈대밭 사이로 학이 날아다니는 모습이 그림의 소재가 됐다.”면서 “구상화 같으면서 마음이 흘러가는 모습을 잡아낸 심상화”라고 말했다. 이것이 캔버스에 해바라기, 진달래, 목련, 개나리, 코스모스, 수련 등이 활짝 피어 있고, 두루미와 학, 나비, 물오리, 벌, 잠자리 등이 둥지를 틀고 있는 이유다. 장 교수는 대학 시절인 1971년 ‘대학미전’에서 대상을 받은 ‘환상’이 청와대에 걸리기도 하고, 국전 특선 4회, 제28회 국전 문화공보부 장관상을 받는 등 상복도 많아 수집가들에게 인기 있던 작가였다. 이주헌 미술 평론가는 “요즘처럼 인터넷이 발달하지도 않아 한국 화단이 세계 화단과 고립된 시대에 미학적 성취를 이룬 화가 중 한 사람”이라고 평가한다. (02)3210-0071.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엄마와 읽는 동화] 새싹 같은 기쁨이 뾰족뾰족/송재찬

    [엄마와 읽는 동화] 새싹 같은 기쁨이 뾰족뾰족/송재찬

    단비네는 서울 생활을 전부 정리하고 엄마, 아빠 고향인 산동네로 이사를 왔습니다. 아빠가 다니던 회사가 문을 닫았기 때문입니다. “엄마, 아빠가 다닌 초등학교야.” 엄마를 따라간 ‘돌마당 초등학교’는 나무가 많고 운동장이 넓었지만 단비는 맘에 들지 않았습니다. 서울 학교가 그리웠어요. 조금도 기쁘지 않았습니다. 시무룩한 단비는 돌마당 초등학교 2학년 1반이 되었습니다. “엄마 우리 반은 모두 열두 명밖에 안돼. 내가 다니던 학교 한 분단밖에 안돼. 정말 시시해.” “열두 명? 단비는 정말 좋겠다. 나도 그런 학교 다녔음 좋겠다. 아빠랑 엄마가 다닐 때만 해도 서른 명쯤 되었는데. 단비야, 너무 속상해하지마. 엄마도 너처럼 2학년 때 이리로 이사 왔는데 여기서 아빠랑 만나 결혼도 했어. 너도 곧 여기가 좋아질 거야. 훌륭한 친구들도 만날 거고.” 단비는 속이 상해 울고 싶은데 엄마는 환한 얼굴입니다. 이사하길 너무 잘했다고 손뼉이라도 치고 싶은 얼굴입니다. 단비는 그런 엄마 때문에 또 속이 상했어요. “좋긴 뭐가 좋아요. 너무 작아서 진짜 학교가 아니고 장난감 학교 같은데. 애들도 다 그래. 맘에 드는 친구가 한 명도 없어.” “어쩜 엄마가 전학 왔을 때랑 똑같은 소릴 하니? 나도 너처럼 투덜거렸는데 김영철씨 만나고 나서 학교가 좋아졌어. 너도 곧 이 학교가 좋아질 거야.” 김영철씨란 단비 아빠입니다. “엄마, 엄마가 여기 이사올 때 2학년이었어? 아빠는?” “아빠도 2학년. 아빤 2학년에서 달리기를 제일 잘했어. 노래도 잘하고.” “그래서 아빠랑 결혼했어?” “2학년 땐 그 생각을 못했는데 그냥 친하게 지내다 보니까 결혼까지 하게 됐어.” 단비는 엄마 이야기를 들으며 자기네 반 남자 아이들을 떠올렸습니다. 2학년 1반 열 두 명 중에 남자는 여섯 명입니다. “엄마, 우리 반에 있는 남자 아이들은 아빠처럼 멋진 아이가 하나도 없어.” “전학 온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그런 소리를 해. 나도 아빠가 멋진 사람인 걸 한참 후에야 알았어.” “훌륭한 사람인지 아닌지 아는 데 그렇게 시간이 오래 걸려?” “그럼. 어떤 사람이 훌륭한지 아닌지 알려면 1년도 걸리고 10년도 걸려. 너희 반에도 분명 훌륭한 친구가 있을 거야. 눈여겨서 잘 찾아 봐.” “열 두 명밖에 없는데 훌륭한 친구가 어디 있어. 이런 산골에 훌륭한 친구가 있을 리 없어.” 그래도 단비는 이튿날부터 자기네 반 친구들을 한 사람씩 찬찬히 살펴보았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살펴보아도 훌륭한 친구는 눈에 띄지 않았어요. 공부를 아주 잘하는 친구도 없는 것 같았고 아빠처럼 키가 크고 달리기를 잘하는 친구도 없는 것 같았어요. 단비는 새 학교가 맘에 들지 않아서 재미가 없었습니다. 3월 중순이 지나자 차갑던 바람은 훈훈해졌습니다. 올해는 다른 해보다 봄이 더 일찍 오고 있다고 했어요. 단비네 반 아이들은 교재원으로 꽃씨를 뿌리러 갔습니다. 아이들은 몇 없는데 교재원의 꽃밭은 작은 운동장처럼 넓어요. “자 여기다가 여러분의 꽃밭을 만들어 보세요. 선생님이 여러 가지 꽃씨를 많이 준비했으니까 필요한 만큼 가져다 뿌리세요. 먼저 호미로 땅을 파서 흙을 부드럽게 만들어 주세요.” 체육복 차림의 선생님 앞에는 여러 가지 꽃씨 바구니와 호미 같은 농기구가 놓여 있었습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아이들 수만큼 꽃밭을 갈라 아이들 이름이 적힌 팻말까지 미리 꽂아 놓았습니다. “내 꽃밭은 여기!” “내 꽃밭은 여기다! 난 뒤쪽이니까 키 큰 해바라기 씨앗을 뿌릴 거야.” “내가 제일 앞쪽이네. 그럼 키 작은 채송화를 뿌려야지.” 아이들은 큰 선물이라도 받은 아이들처럼 환한 얼굴로 선생님이 준비해 놓은 호미를 가져다가 땅을 정성껏 팠습니다. 모두들 처음이 아닌 듯 익숙하게 땅을 팠어요. 단비는 그런 아이들을 따라 호미를 들고 ‘김단비’라고 써 있는 꽃밭으로 갔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지만 재미있을 것 같았어요. 호미를 들고 기뻐하는 아이들의 마음이 단비에게 파도쳐 온 것 같았어요. “단비야, 너 꽃밭 처음 가꾸지?” 단비 꽃밭 옆에서 땅을 파던 창섭이가 벙긋 웃으며 말을 걸었습니다. 단비가 뭐라고 대꾸할 틈도 주지 않고 단비 꽃밭을 호미로 벅벅 긁었습니다. “이렇게 땅을 파 주어야 땅이 부드러워져서 식물이 잘 자라.” 창섭이는 마치 어른처럼 땅을 척척 팠습니다. 단비도 창섭이를 따라 같이 땅을 팠어요. “재미있다.” 단비와 창섭이는 단숨에 땅을 일구고 흙덩이까지 잘게 부순 다음 편편하게 골랐습니다. 꽁꽁 얼어붙었던 단비 마음도 조금씩 누그러지고 있었습니다. “단비야, 넌 여기다 무슨 씨앗 뿌릴 거야?” 창섭이는 마치 선생님처럼 물었습니다. “난 잘 몰라. 뭐, 뭐가 있는데?” 단비는 세상에 태어나 흙을 파고 꽃씨를 심는 게 처음입니다. 재미있기도 했지만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었습니다. “꽃씨는 여러 가지인데 여기가 꽃밭 중간쯤이잖아. 그러니까 맨드라미하고 백일홍 심으면 어떨까? 백일홍은 여름부터 꽃을 볼 수 있고 맨드라미는 가을에 피는데 서리가 내릴 때까지 볼 수 있어. 우리 학교 맨드라미는 꽃이 크고 예뻐. 선생님이 준비한 꽃씨들은 다 여기서 거두어 들인 건데 작년에 정말 예뻤어. 난 여기다 봉숭아 심을 거야.” “봉숭아도 있어? 내가 봉숭아 심을게. 야호! 손톱에 물들여야겠다.” “그럴래? 그럼 내가 백일홍 심을게. 넌 처음이니까 봉숭아하고 맨드라미 심어.” 봉숭아라는 소리에 단비는 힘이 났어요. 시골 친척네서 손톱에 봉숭아 물을 들인 아이들을 보고 부러워했었습니다. 단비는 더 열심히 땅을 팠어요. 교실에서는 말도 잘 안 하고 책도 더듬더듬 읽는 창섭이지만 꽃밭에 나오자 전혀 다른 사람 같았습니다. 단비는 솔직히 창섭이가 좀 모자란 아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했었어요. “창섭아, 넌 꽃 박사 같다. 꽃에 대해 모르는 게 없네.” 단비는 진심으로 말했습니다. “꽃 박사는 무슨. 우리 아빠가 꽃을 좋아해서 다른 아이보다 조금 더 아는 편이야. 자 다 되었다. 선생님께 가서 꽃씨 받아 와.” “니 꽃밭은 아직 다 못 팠잖아.” “괜찮아. 혼자서도 금방 할 수 있어.” “아냐. 같이 하자. 땅도 같이 파고 씨앗도 같이 심고.” “그럴까?” 단비와 창섭이는 꽃밭을 같이 일구고 씨앗도 같이 뿌렸습니다. 단비 입가에 자꾸 웃음이 걸렸습니다. “다 끝낸 사람은 비닐하우스도 만들어 주세요!” 선생님이 돌아다니며 작은 이불만 한 비닐 한 장씩을 허리춤에서 쓱쓱 뽑아 나누어 주었습니다. “이 건 또 뭐니?” 비닐을 받고 나서 단비가 묻자 창섭이는 친절하게 말했습니다. “봄이지만 또 갑자기 기온이 내려갈지 모르고 쥐들이 돌아다니며 꽃씨를 파 먹어 버릴지도 모르니까 비닐로 덮어두는 거야. 식물들의 포근한 집이야.” 창섭이는 이번에도 단비 비닐하우스부터 만들어 주고 나서 자기 것을 만들었습니다. “이제 다 되었어. 단비야, 이제부터 날마다 니 꽃밭을 들여다 봐. 꽃씨들도 주인이 관심을 가져주면 더 빨리, 더 튼튼하게 솟아나온대.” “알았어. 니 꽃밭도 날마다 들여다 봐 줄게.” 단비는 갑자기 시골 학교가 좋아졌어요. 집에 가서도 창섭이 이야기를 끝없이 늘어놓았습니다. 그날 밤 단비는 여러 가지 꽃이 만발한 꽃밭에서 숨바꼭질을 하는 꿈을 꾸었습니다. 새 학교 새 교실 아이들 열 두 명이 모두 꽃밭에서 같이 놀았습니다. 서먹서먹하던 아이들과도 모두 신나고 즐겁게 놀았습니다. 단비는 이튿날부터 날마다 꽃밭에 나가 작은 비닐하우스 안을 들여다보았습니다. 단비만이 아니라 다른 아이들도 등교하자마자 비닐하우스에 들러 싹이 텄는지 들여다보았습니다. 하루 이틀 사흘…꽃밭 출입을 하는 동안 단비는 아이들과 많이 친해졌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꽃씨는 싹을 틔우지 않았습니다. 단비는 그만 시들해졌어요. 기다려도 기다려도 싹이 나오지 않자 비닐하우스에 가는 게 재미가 없어 졌어요. 발길을 뚝 끊고 말았습니다. 봄비가 이틀이나 내리고 개나리가 노란 꽃을 피웠습니다. 비가 그치자 봄바람은 더욱 훈훈해졌어요. 그러던 어느 날 단비는 등교하자마자 교재원으로 발을 돌렸습니다. 운동장에 들어서는데 누가 교재원에서 부르는 것 같았어요. 자기 비닐하우스가 가까워지자 왠지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단비는 급하게 자기 이름이 붙은 비닐하우스 곁으로 가서 허리를 굽혔어요. “어머!” 빨간 기운이 도는 새싹과 연둣빛 작은 새싹이 힘차게 땅을 뚫고 올라 온 게 보였습니다. “났다, 났어! 새싹이 났어.” 단비는 자기도 모르게 소리치고 말았습니다. 머리만 얌전히 내민 것도 있고 두 잎을 두 손처럼 벌린 새싹도 있습니다. ‘빨간 새싹은 맨드라미일까? 봉숭아일까?’ 난쟁이들이 쓰는 조그만 연필심 같은, 빨간 싹이 뾰족뾰족 귀엽습니다. 단비는 그처럼 아름답고 귀한 것을 처음 봅니다. 서울에서 보았던 어떤 장난감보다 가슴을 울렁거리게 했습니다. 창섭이 비닐하우스도 야단이 났습니다. 작고 귀여운 것들이 앞 다투며 흙을 뚫고 나왔습니다. “창섭아!” 단비는 교실로 냅다 뛰었습니다. 온몸이 가벼워 날아갈 것만 같았습니다. 온몸에서 새싹 같은 기쁨이 뾰족뾰족 돋는 것 같았습니다. ●작가의 말 해마다 봄이 오면 아이들과 꽃씨를 뿌린다. 아이들은 새싹을 보며 기쁨과 희망을 한꺼번에 찾아낸다. 공을 차는 아이, 책을 읽는 아이도 아름답지만 꽃을 가꾸는 아이도 그에 못지않게 아름답다. 작년 가을 학교 꽃밭에서 거두어들인 꽃씨를 꺼내며 즐거웠던 새봄을 동화로 써 보았다. ●약력 ▲동아일보 신춘문예 동화당선 ▲세종아동문학상, 이주홍 아동문학상, 소천문학상, 방정환문학상 수상 ▲‘무서운 학교 무서운 아이들’, ‘돌아온 진돗개 백구’, ‘주인없는 구두 가게’, ‘노래하며 우는 새’, ‘이 세상이 아름다운 까닭’, ‘하얀 야생마’, ‘아버지가 숨어사는 푸른 기와집’, ‘나는 독수리 솔롱고스’, ‘비밀족보’, ‘우리 다시 만날 때’, ‘새는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등의 작품집이 있음. ▲현재 서울신묵초등학교 교사
  • 봄이 왔건만 겨울은 아직도 그 곳에

    봄이 왔건만 겨울은 아직도 그 곳에

    손에 잡힐 듯 다가온 봄은 이제 한동안 지겹도록 즐길 수 있다. 오히려 아쉬운 것은 가버리는 겨울. 겨울의 뒤꿈치와 봄의 파릇한 약속을 함께 만날 수 있는 강원도 낙산사로 떠나보자. 겨울과 봄이 형체를 바꿔 순환하는 것이 자연과 생명의 섭리다. 또한 참 슬프고 황망했던 기억도 시간이 흐르면 희망의 약속으로 바뀌어지게 마련이다. 자연을 닮은, 닮고자하는, 사람사는 세상의 모습이다. 동해의 관문이라고 할 수 있는 대관령에 들어서자마자 여행객을 맞이하는 것은 여전한 설산(雪山), 그리고 바람이다. 대관령 4터널과 5터널 사이를 지나다 보면 200m 남짓밖에 되지 않을 그 짧은 틈새에서 대관령 눈가루 섞인 바람이 휘몰아치며 차를 휘청거리게 만든다. 봄은 아직 먼 듯하다. 7번 국도를 타고 올라가다 양양을 지나 속초 가기 전 오른쪽에, 망망한 동해를 면하고 자리잡은 낙산사는 두말이 필요없는 천년사찰이다. 2005년 4월5일 강풍을 타고 이리저리 날아다니던 불덩어리가 낙산사로 옮겨붙었고 삽시간에 번지면서 나무 몇 그루조차 제대로 남기지 않았다. 꼬박 4년. 낙산사는 지금 조선시대 김홍도가 그린 ‘낙산사도’에 근거해 조선 시대 모습으로 복원되고 있다. 새로 지은 원통보전을 비롯해 보타전, 해수관음상 주변 등 곳곳에는 소나무 4500그루와 활엽수 1만 2000그루가 새로 심어졌다. 연둣빛을 감추지 않는 댓잎 사이로 시커먼 그루터기들이 군데군데 베어져 있고, 그 곁에 새로 심은 나무들이 있다. 생멸(生滅)은 그렇게 공존해 있었다. ●의상대에 오르면 동해 바다 한눈에 조만간 지천을 이룰 할미꽃, 벚꽃, 개나리, 명자나무는 아직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다. 부주지 혜안 스님에게 물었다. “언제 봄을 느끼시나요.” 그랬더니 스님은 “날 풀리면 봄이고, 겨울 승복 벗으면 봄”이라며 허허 웃었다. 이런. 머쓱하다. 우문에 현답이라는 게 바로 이거구나. 혜안 스님은 “낙산사의 봄은 복수초다. 복수초가 핀 것을 보면 아무리 눈발이 휘몰아치고 바람이 옷깃으로 스며들어도 봄이 거의 다 왔음을 실감한다.”고 무안함을 지워 주려는 듯 얼른 덧붙인다. 복수초는 눈속에서 피는 꽃으로 유명하다. 보타전 뒤쪽으로 돌아가 언덕배기를 올려다보거나 홍예문 지나 원통보전 오른쪽 산책길을 따라걷다 보면 깡그리 불타고 덜렁 시커멓게 남은 그루터기 곁에 둘씩, 셋씩 무리를 지어 복수초가 노랗게 삐죽삐죽 피어 있는 것을 만날 수 있다. 울창했던 아름드리 낙락장송은 이제 그루터기로만 남아 과거의 영화로웠음을 보여주지만 그 곁의 앉은뱅이꽃 복수초는 끝까지 살아남아 낙산사의 끈질긴 생명력을 증언해주고 있다. 복수초의 꽃말은 ‘슬픈 추억’ 또는 ‘영원한 행복’이다. 슬픔 또는 행복이라니…. 차가운 겨울과 따뜻한 봄처럼, 그리고 끔찍한 화재와 끈질긴 복원처럼, 이처럼 모순의 성질을 가진 것들이 공존하고 있다. 낙산사 총무 법인 스님에 따르면 하루 평균 1000~2000명이 낙산사를 찾는다 한다. 점심시간 무료 공양(국수)은 주말에만 하루 700그릇에 이른다. 템플스테이도 올해부터 다시 시작했다. 전통가옥 축조 방식으로 ‘취숙헌’을 새로 지어 손님맞이에 나섰다. 아쉽게도 1박2일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은 단체에만 제공되고 있다. 일반인은 절에서 묵을 수 없다. 어쨌든 3월의 낙산사는 펄떡거리는 왁자지껄함이 존재하는, 분명한 봄이다. 여기에 관음성지로서 낙산사가 가진 본연의 자산인 망망한 동해 바다와 함께 화마의 피해를 입지 않은 의상대와 홍련암이 1000년의 세월을 훌쩍 건너뛰었다. 콘크리트 더미에서 지내던 도시 사람들에게는 눈과 가슴이 확 트이는 느낌이 들게 한다. 또 농번기에 들어가기 전 마지막 계모임으로 관광버스를 빌려 온 농촌 아저씨·아주머니 앞에 놓인 풍경은 한 해 농사의 새로운 시작을 예감케 한다. 여기에 수행하는 스님들에게는 끝없이 펼쳐진 망망한 바다가 무념정진의 장이기도 하다. 의상대 앞에서 사진 찍으며 연신 탄성을 감추지 않던 김현정(65·경북 의성군)씨는 “답답했던 가슴이 확 열리는 것 같다.”면서 “농사로 계절을 짐작하는 것이 농사꾼이지만 이렇게 어울려 다니는 것만으로도 겨울이 끝나고 봄이 옴을 피부로 느낀다.”고 말했다. 템플스테이 체험을 위해 낙산사를 찾은 독일인 사브리나(31)는 “절에서 바라보이는 바다 풍광이 말할 수 없이 아름답다.”면서 “한국을 체험하고 봄을 체험하기에 제격인 것 같다.”고 즐거워했다. ●남애항 등 경매시장 재미 쏠쏠 강원도 동해안까지 가서 낙산사만 달랑 보고 오기에는 아쉬움이 크다. 7번 국도 주변에 촘촘히 있는 크고 작은 포구 중 하나에 들러 아침 경매시장을 둘러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양양과 주문진 사이에 있는 남애항에서도 아침부터 분주하게 고깃배가 들어오고 갈매기도 손쉬운 아침식사를 위해 몰려든다. 100원이라도 싸게 사려는 중개상인의 소리 없는 함성이 여기저기에서 터져나온다. 오전 7시30분부터 50~60척의 고깃배가 밤새운 수확물을 쏟아내는 1시간 남짓 경매는 숨 돌릴 틈이 없다. 주로 물가자미, 문어 등이 많이 나오지만 대게, 물곰(곰치), 복어, 광어, 도다리, 가리비 등 종류는 다양하다. 펄떡거리는 봄을 느끼기에 맞춤이다. 구경만 해도 좋지만 직접 참여하는 것도 짜릿하다. 일반인은 원칙적으로 경매에 참가할 수 없지만 등록된 중개인을 통해 경매가의 4.5~7%를 수수료로 주면 동해에서 갓 잡아올린 해산물을 상상할 수 없는 싼값에 푸짐하게 실어갈 수 있다. 글ㆍ사진 양양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꼭 알고 가세요 ▲가는 길: 서울을 나선 뒤 경기 양평에서 44번국도를 타고 강원도 홍천, 인제 등을 지나 미시령과 한계령 갈림길에서 한계령 방향을 따른다. 한계령을 내려서면 양양이다. 양양 시내에서 속초방향으로 좌회전한다. 시간이 넉넉하면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현남 나들목에서 속초 방향 7번 국도를 타고서 동해의 비경을 찬찬히 즐길 수 있다. ▲맛집: 낙산사사거리 주유소 옆에 욕쟁이할매칼국수(033-672-4434)가 있다. 안동 출신 서정순(76)씨가 하는 안동식에 홍합, 새우 등 해산물을 넣어 독특한 맛을 낸다. 짭쪼롬한 순두부도 별미다. 하지만 진짜 군침 돌게 하는 것은 텃밭에서 가꾼 무공해 겉절이 김치다. 누리꾼를 사이에 맛집으로 이미 호평이 나있다. 욕쟁이집이라지만 욕은 거의 들을 수 없다. 각 6000원. 간밤의 숙취가 남았다면 아침은 동호해수욕장 곁 오산횟집(033-672-4168)의 섭국(홍합국) 또는 섭죽이 ‘강추’. 추어탕처럼 걸쭉한 느낌에 누리튀튀한 색깔이지만 담백하다. 섭국 1만원. 섭죽 8000원. ▲묵을 곳: 낙산사 유스호스텔(033-672-2447)이 있지만 일반인은 이용할 수 없다. 철야기도를 하는 사람들에게만 2박3일까지 숙소로 제공한다. 낙산사에서 자동차로 10분 남짓 거리에 있는 쏠비치 호텔&리조트(1588-4888)는 약간 비싸지만 최고의 시설과 확 트인 동해 전망을 확보하고 있다.
  • [진우석의 걷기좋은 산길] (13) 천마산 팔현계곡

    [진우석의 걷기좋은 산길] (13) 천마산 팔현계곡

    봄은 거북이걸음이다. 느리고 굼뜨지만 지나온 자리마다 환한 꽃을 남기는 마술을 부린다. 봄의 걸음걸이는 꽃의 북상 속도를 알아보는 것으로 측정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봄꽃은 하루 25~30㎞의 속도로 북상한다. 한 시간에 1㎞가 안 되게 움직이는 셈이다. 비록 느리지만 쉬지 않고 잠도 안 자기에 2월 말 서귀포에서 개화한 봄꽃은 4월이면 서울에 개나리, 진달래, 벚꽃, 목련 등을 축포처럼 피워 낸다. ●봄의 전령 야생화들 손짓 지상의 봄은 이러한 경로를 밟지만 깊은 산속은 좀 다르다. 2월 중순~3월 산빛이 온통 거무튀튀할 무렵 봄의 전령인 복수초, 너도바람꽃, 앉은부채 등은 아무 예고도 기척도 없이 언 땅을 녹이고 은밀하게 피어 난다. 종종 꽃이 핀 이후에 눈이 내리기도 한다. 그래서 운이 좋으면 눈속에 핀 꽃을 만날 수 있다. 봄을 즐기기에 야생화 산행만 한 것이 없다. 지상에서 벌어지는 각종 꽃축제들은 구름처럼 몰려든 인파로 꽃구경이 아닌 사람구경으로 전락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간단한 먹을거리를 준비해 봄산으로 들어가면 아름다운 야생화들과 함께 행복한 봄날을 만끽할 수 있다. ●너도바람꽃 등 가득한 팔현계곡 천마산(812.4m)은 수도권에서 가장 풍부한 야생화 군락지다. 기록에 의하면 이미 일제시대부터 식물 조사가 활발하게 이루어졌다고 한다. 천마산 산행은 일반적으로 교통이 편리한 호평동에서 시작하지만, 야생화 산행은 오남면 팔현리로 접근해 꽃이 그득한 팔현계곡(천마산계곡)을 답사하는 것이 요령이다. 이 계곡은 길이 순하고 찾는 사람이 뜸해 호젓한 봄철 가족산행 코스로 그만이다. 계곡 초입의 음식점들을 지나면 작은 폭포가 나오면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모퉁이를 돌아 계곡 주변을 자세히 보면 팔랑팔랑 흔들리는 들꽃들이 인사를 건넨다. 피나물은 짙은 노란빛이라 금방 눈에 띄고, 현호색, 개별꽃 등이 차례로 등장한다. 근처를 잘 찾아보면 앉은부채를 볼 수 있다. 앉은부채는 다른 산에서는 보기 어려운 식물이지만 천마산에는 흔하다. 땅바닥에 바투 붙어 자라고, 부채와 비슷한 꽃덮개가 둥근 도깨비방망이 모양의 꽃대를 감싸고 있어 특이하다. 꽃덮개가 외부의 추위를 막아 주어 남들보다 일찍 꽃을 피워 내는 앉은부채는 꽃이 시들 무렵인 4월에는 잎이 배추만큼 크게 자라난다. 다시 계곡을 따라 15분쯤 오르면 넓은 묵정밭과 큰 전나무를 볼 수 있다. 그 앞에서 길이 갈리는데 혼동하지 말고 계곡 본류만 따르면 길을 잃지 않는다. 좀 걷다 보면 산길 옆 비탈이 흉측하게 파헤쳐진 것이 간간이 눈에 띈다. 어떤 몰지각한 사람들이 앉은부채를 뿌리째 캐 간 흔적이다. 야생화는 원래 자란 곳을 떠나면 대개 살 수 없으니 꼭 눈으로만 구경하자. 두어 번 계곡을 건너면 하나 둘 너도바람꽃이 등장한다. 이 꽃은 워낙 작아 주의 깊게 봐야 눈에 들어온다. 바람꽃은 변산바람꽃, 너도바람꽃, 나도바람꽃, 꿩의바람꽃, 홀아비바람꽃 등 종류도 많고 생김새도 다양하지만 꽃 색깔은 모두 눈처럼 희다. ●돌핀샘에서 목 축이면 정상이 지척에 바람꽃 중 가장 이른 봄에 피는 너도바람꽃은 10㎝ 안팎의 작은 키에 손톱만 한 흰 꽃이 피는데, 꽃술에 작은 구슬 같은 노란 꿀샘이 앙증맞게 달려 있다. 계곡이 끝나는 지점부터는 제법 가파른 산비탈과 능선이 이어지는데 이곳에는 현호색과 얼레지가 기다리고 있다. 분홍빛의 얼레지는 주로 군락으로 몰려서 피기에 봄산을 가장 화려하게 장식한다. 현호색은 종류가 다양하지만 천마산에는 우리나라 특산종인 점현호색이 많다. 천마산에는 이밖에도 노루귀, 복수초, 미치광이풀, 올괴불나무 등 귀한 야생화들이 가득하니 천천히 둘러보며 봄꽃들과 눈을 맞춰 보자. 다시 산비탈을 20분쯤 오르면 커다란 동굴이 앞을 가로막는다. 이곳이 유명한 돌핀샘이다. 시원한 약수 한 바가지를 들이켜고 된비알을 올라서면 천마산 정상이다. 정상 조망은 장쾌하다. 북쪽으로 철마산까지 이어진 유장한 능선이 시원하고, 북동쪽으로 손에 잡힐 듯한 축령산 너머로 가평의 크고 높은 산들이 첩첩 펼쳐진다. 하산은 올라왔던 팔현계곡을 되짚어 내려온다. 팔현리에서 팔현계곡을 따라 정상까지 오르내리는 코스는 약 7㎞, 5시간가량 걸린다. 여행전문작가 ●가는 길과 맛집 대중교통이 불편해 자가용을 이용한다. 47번 국도에서 오남읍 이정표를 보고 빠져나온다. 오남읍에서는 팔현계곡 이정표를 보고 우회전해 팔현1리로 들어간다. ‘숲속옹달샘가든’ 식당 이정표를 따라 들어가는 것이 요령이다. 식사를 하지 않아도 주차가 가능한 이곳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산행을 시작한다. ‘숲속옹달샘가든’(031-527-4437)은 잣국수가 별미다. 팔현리 고로쇠작목반(031-575-1358)에서는 4월 말까지 천마산에서 채취한 고로쇠 수액을 판매한다. 1.5ℓ에 6000원.
  • 진달래 즈려밟고 우이령 달린다

    진달래 즈려밟고 우이령 달린다

    ‘펀 앤드 런(즐기며 달리자)’. 삼각산(북한산)의 속살을 따라 달림길을 치닫는 이색 ‘국제산악마라톤대회’가 4월25일 열린다. 올해로 4회째를 맞는 이번 대회에는 외국인 참가자들도 제법 많을 것으로 기대된다. 따스한 봄날, 오르막과 내리막이 번갈아 굽이치는 재미와 상큼한 풀내음을 동시에 만끽할 수 있는 특별한 달리기 대회다. 강북구와 서울신문이 공동주최하는 ‘4·19기념 삼각산우이령마라톤대회’는 무공해 청정코스를 자랑한다. 하프(21.0975㎞)와 10㎞, 4.19㎞의 3가지 코스는 덕성여대 운동장을 출발해 가오사거리~교통광장~우이령~유격교를 거쳐 다시 덕성여대로 돌아오도록 설계됐다. 우이령길은 일반인 통행이 제한되는 곳이지만 이날만큼은 살짝 속살을 드러낸다. ●1년에 두 차례 속살 드러내 우이령의 다른 이름은 ‘소귀고개’. 오른쪽으로 돌아 다시 왼쪽으로 꺾어지는 아기자기한 고갯길은 조선시대 함흥 선비가 봇짐 지고 한양으로 향하던 과거길의 마지막 관문이었다. 도봉산과 삼각산을 구분짓고, 백두대간이 함흥~평강~연천~양주~아리랑고개~혜화문으로 내려오다 잠시 쉬어가는 곳이다. 하지만 1968년 1·21사태 때 북한 특수군이 청와대 침투로로 악용하면서 폐쇄됐다. 3년 전부터 우이령 마라톤 대회와 걷기대회가 열리는 날만 제한적으로 공개된다. 자연환경이 보존된 만큼 철마다 이름 모를 야생화가 피고 진다. 한참을 달리다 우이령에 접어들면 다섯 봉우리가 눈에 들어오고, 흔히 만나기 어려운 토종식물들이 참가자들을 반겨준다. ●입상자에겐 최대 100만원 상금 우이령 마라톤대회는 달리기를 즐기는 동호인들에게 특히 인기다. 적당히 땀을 쏟고 잠시 숨가쁘게 급경사를 타고 오르다 시원하게 내달리는 길맛 덕분이다. 산개나리와 은방울꽃, 철쭉과 진달래가 만발하는 풍광은 운치를 더한다. 가족 단위 참가자가 유난히 많은 이유다. 대회는 오전 9시 출발을 알리는 대포소리와 함께 막이 오른다. 70대 노인부터 걸음마를 시작한 아이까지 참가 연령대도 다양하다. 참가자 전원에게는 기념 티셔츠와 양말·모자가 증정되며, 종목별·남녀별·팀별 입상자에겐 5만~100만원의 상금도 주어진다. 추첨을 통해 자전거·세탁기 등의 경품을 나줘주고, 곳곳에선 막걸리와 두부김치·잔치국수를 공짜로 맛볼 수 있다. ●참가신청은 이달 28일까지 참가신청은 오는 28일까지 대회 홈페이지(www.gangbukmarathon.com)에서 받는다. 원활한 진행을 위해 3000명으로 참가자를 제한한다. 참가비는 하프코스와 10㎞는 3만원, 4.19㎞는 1만원이다. 개인별로 스피드칩을 제공, 정확한 기록측정이 가능하다. 김현풍 강북구청장은 “산길을 따라 푸른 하늘과 봄꽃, 맑은 공기를 즐기다 보면 시름을 잊고 건강과 가족간 사랑까지 챙겨갈 수 있을 것”이라며 “경제위기를 겪는 이때에 구민들이 단결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여행가방]

    ●봄, 봄, 봄… 다채로운 봄맞이 행사 경기 용인 에버랜드는 30종, 2만 5000송이의 꽃을 한자리에 모아놓은 봄꽃 정원, ‘페어리 가든’ 행사를 새달 26일까지 갖는다. 5개의 정원으로 나뉘어 에버랜드 봄꽃의 상징인 튤립을 비롯해 온도에 따라 색이 변하는 ‘마술장미’, 개나리, 진달래 등 봄꽃들이 지천에 널려 있는 봄을 느낄 수 있다. 한화리조트는 산정호수의 밀크 스쿨 낙농체험(온천, 아침 뷔페 포함 4만 4000원), 한과 만들기 체험(온천, 아침 뷔페 포함 3만 6000원) 상품을 내놓았다. 백암온천은 ‘영덕대게 맛 기행’(객실, 왕복 열차, 투어버스, 조·중식, 온천 포함 10만 6300원) 상품이 알차다. 경주의 ‘스프링 골프 패키지’는 객실과 골프 라운딩을 포함해 15만원. 새달 1일부터 5월31일까지 판매한다.(02)1588-2299. 넥스투어는 다양한 봄맞이 여행 상품을 준비했다. 당일 일정으로 ‘딸기 농장, 경춘선 기차 여행’(어른 4만 9000원), ‘보성 차밭 담양 웰빙 기차여행’(어른 6만 1000원), ‘진해 벚꽃 군항제 기차여행’(어른 5만 9000원), ‘섬진강 매화꽃 기차여행’(어른 5만 9000원) 등이 상춘객을 유혹한다. 2박3일 동안 섭지코지, 분재예술원, 소인국 테마파크 등을 둘러볼 수 있는 알뜰제주여행 상품은 어른 18만 6000원. (02)2222-7889. ●KLM 한국 취항 25주년 맞이 이벤트 네덜란드 KLM 항공사가 창설 90주년, 한국 취항 25주년을 맞아 이벤트를 펼친다. 일반인 및 여행사를 대상으로 ‘가장 오래된 항공권’을 보내면 무료 항공권 및 다양한 경품을 제공한다. 새달 1일부터 31일까지 KLM으로 서울~암스테르담~서울 항공권을 보내면 된다. www.klm.co.kr 또는 (02)2011-5512. ●김연아도 응원하고, LA도 둘러보고! 미국 로스앤젤레스(LA) 관광청, 미주나라, IB스포츠는 새달 22일 열리는 2009 피겨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LA 및 요세미티·나파밸리·샌프란시스코를 여행하고, 김연아 선수가 출전하는 전 경기를 관람·응원할 수 있는 ‘김연아 공식 응원 LA여행 상품’을 출시했다. 자유여행 1종과 패키지 3종으로 구성됐다. (02)2273-9268. ●서울랜드, 삼일절 나라 사랑, 태극기 사랑 삼일절 90주년을 맞아 서울랜드는 새달 1일 나라 사랑, 태극기 사랑 행사를 연다. 태극기 탁본 체험, 삼일절 골든벨, 감옥 체험, 대형 태극기에 메시지 남기기, 특별 밴드 공연 등 다양한 행사를 펼친다. 오전 11시부터 세계의 광장에서 시작된다. (02)509-6000.
  • [어린이 책꽂이]

    ●깔깔깔 웃음이 번지는 노랑(신자은 글·신민재 그림, 뜨인돌어린이 펴냄) 올해의 유행색은 노랑이다. 불황으로 어두워진 마음에 위로와 안정을 주는 색이기 때문이다. 주인공 연우는 비 오는 날, 엄마가 늦는 바람에 홀로 유치원에 남게 돼 무섭고 우울하다. 코가 빠져 있는데 어디선가 나타난 노란 장화를 신은 고양이. 고양이와 함께 샛노란 해님도 만나고 노란빛이 번쩍하는 벼락속으로도 들어가고…. “나비야 나비야.” 노래에 맞춰 노랑 나비가 날아오고 개나리와 해바라기가 팡팡 피어 오른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펼쳐지는 노란색의 향연에 기분이 절로 산다. ‘사르르 화를 풀어주는 파랑’, ‘불끈불끈 용기가 솟아나는 빨강’ 등도 함께 나와 있어 내 아이의 정서에 따라 선택해 읽어 주면 좋을 듯. 9500원. ●내일은 실험왕 -날씨의 대결(곰돌이 co.글·홍종현 그림, 아이세움 펴냄) 과학적 현상을 친근한 만화로 풀어낸 시리즈 가운데 9권째 책. 우주, 원소, 란이, 에릭 등 새벽초등학교 친구들이 전국 실험대회에 출전했다. 상대는 만만치 않은 바다초등학교. 실험의 주제는 열의 이동이다. 란이의 제안으로 열의 이동을 우리나라 기후 현상으로 증명해 내려는 주인공들. 좌충우돌 실험 대결을 통해 구름의 종류와 생성 원인, 대기압과 바람의 원리 등 날씨 변화와 관련된 과학·자연현상에 대한 이해를 흥미진진하게 제공한다. 각 단락 끝마다 직접 해보도록 실험 방법을 설명해 놓았다. 또한 풍향·풍속·풍기대 만들기 실험 키트가 부록으로 달려 있다. 1만 500원. ●행복한 한국사 초등학교(전국역사교사모임 글·김창희 외 그림, 휴먼어린이 펴냄) 역사책도 재미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러한 물음과 바람에서 시작된 역사책 시리즈 중 6권 ‘조선 사람들, 외침을 극복하다’편. 연산군의 이야기로 시작해 임진왜란, 조선의 세시풍속 등을 담았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역사책이 공부에만 치중해 딱딱한 설명, 단편적인 암기 위주의 내용으로 채워졌다면 이 책은 성인을 대상으로 한 역사 소설처럼 서술돼 읽는 맛을 준다. 어른들이 가볍게 읽기에도 손색이 없다. 무엇보다 TV 사극만큼 흥미진진하면서 역사적 사실을 제대로 배울 수 있어 흡족하다. 1만 2000원.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얘들아, 놀이공원 가자

    졸업과 입학 시즌을 맞아 놀이공원마다 화사한 봄차림으로 손님맞이 준비에 나서고 있다. 에버랜드는 20일부터 새달 26일까지 ‘미리 봄 축제’를 연다. ‘가장 먼저 만나는 따뜻한 봄’ 을 컨셉트로 공원 전체를 새롭게 디자인했다. 요정들이 사는 숲 ‘페어리 가든’에는 30종 2만 5000송이 꽃이 장식된다. 개나리, 진달래, 튤립 등 봄꽃과 온도차에 따라 색이 변하는 ‘마술장미’ 등을 볼 수 있다. 꽃으로 휴대전화줄·목걸이 등을 만드는 ‘누름꽃 공예 교실’도 진행된다. 참가비 3000~5000원. 실제 꽃보다 아름다운 포토존 ‘플로라 포토파티’ 등 새로운 엔터테인먼트도 마련됐다. 야간에는 ‘문라이트 포토파티’가 열린다. (031)320-5000. 롯데월드는 23일부터 새달 31일까지 대학생과 대학원생을 위한 ‘개강파티’를 펼친다. 행사기간 중 주간 자유이용권 2만 5000원, ‘애프터4’ 자유이용권 2만원 등 30% 할인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 매일 1000명에게 이색 가면을 무료로 제공하고, 논버벌 퍼포먼스 ‘JUMP’와 ‘난타’ 등 다양한 특별 공연을 가든스테이지에서 선보인다. (02)411-2000. 서울랜드는 졸업장을 촬영한 폰카, 디카 이미지를 제시하면 동반 1인까지 자유이용권을 30% 할인해 준다. 미래의 나라 빨간풍차 포토존에서는 졸업기념 사진촬영 및 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 3월1일까지.(02)509-6000.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서울플러스] 가스시설 무료개선 사업 실시

    서초구(구청장 박성중)사고발생 우려가 높은 집단 무허가주택 300가구를 대상으로 ‘가스시설 무료 개선사업’을 실시한다. 방배동 전원마을이나 양재동 개나리골 등 무허가 주택이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고무 호스 등 안전장비 등을 무료로 교체해 준다. 기초생활수급자 가구에 대해서는 노후·불량가스 시설이 확인되면 배관을 금속성 배관으로 교체하고 장비도 모두 새것으로 바꿔 줄 계획이다. 기업환경과 2155-6457.
  • [엄마와 읽는 동화] 손 큰 할머니의 뜨개질하기/채인선

    [엄마와 읽는 동화] 손 큰 할머니의 뜨개질하기/채인선

    찬바람이 쌔앵쌔앵 몰아치는 겨울날이었어요. 손 큰 할머니네 집에는 숲 속의 작은 동물들이 놀러와 있었어요. 너구리와 여우와 다람쥐였어요. “할머니, 추워요. 이불 더 없어요?” “추운데 뭐 하러 왔어? 제 집에서 겨울잠이나 잘 것이지.” “만두 먹어야죠. 만두 때문에 겨울잠 못 자요.” 할머니는 쯧쯧 하며 혀를 차더니 몸을 일으켰습니다. “가만있거라. 다락에 이불이 더 있는지 한번 봐야겠다.” 다락은 어두컴컴했어요. 할머니는 손으로 더듬더듬 이불을 찾다가 커다란 바구니를 발견했습니다. “흠. 이 안에 뭐가 들었을까? 이불이나 들었으면 좋으련만.” 방에서 기다리고 있는 동물들에게 할머니는 소리쳤어요. “바구니를 내릴 테니 밑에서 받쳐라. 바구니가 엄청나게 크다.” “예, 할머니!” 바구니를 받쳐 들면서 너구리와 여우가 속닥였어요. “이건 보물단지야. 틀림없이 보물이 들어 있을 거야.” “보물이라면 무거울 텐데, 그렇게 무겁지 않은걸?” 그때 다람쥐가 끼어들었어요. “어쩌면 굶어죽은 도깨비가 들어 있을 수도 있어. 그럼 우리를 다 잡아먹을 거야.” 다람쥐의 말에 너구리와 여우는 “이크!” 하며 손을 놓쳤어요. 그랬더니 데구루루 크고 작은 털실뭉치들이 방안 가득 쏟아졌어요. 예전에 할머니가 젊었을 적에 뜨다 만 것들이었죠. 할머니가 신기해하며 중얼거렸어요. “오호, 이것들이구나! 보물이긴 보물이네.” 너구리가 물었어요. “할머니, 이걸로 뭐할 거예요?” 할머니가 털실을 매만지며 대답했어요. “뜨개질해야지.” 다람쥐가 물었어요. “무엇을 짤 거예요? 제 목도리 짤 거예요?” “글쎄다, 알아맞혀 보렴.” 할머니는 빙긋 웃으며 뜨개질 바늘을 찾아들었어요. 밖에서는 여전히 바람이 불어댔어요. 쌔앵쌔앵 덜컹덜컹. 바람소리가 무서워 동물들은 할머니 앞에 바싹 다가앉았어요. 손가락에 실을 감더니 할머니가 바늘을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단단한 실뭉치 하나가 헤실바실 풀어집니다. 얼마 안 있어 실이 다 풀어지고 실 끄트머리가 보였어요. “얘들아, 어서 실을 이어라. 실이 끊어지면 안 돼.” 할머니가 소리치자 바늘 끝만 쳐다보고 있던 동물들이 물었어요. “왜요?” “계속 떠야 하니까.” “아, 그렇구나.” “서둘러라. 어서 실을 이어.” “예, 할머니.” 손이 빠른 여우가 얼른 실을 이었어요. “바로 또 실을 이어야 하니까 미리 준비해 둬. 실이 끊어지면 절대 안 된다고.” “예, 할머니.” 갑자기 할 일이 생긴 동물들은 저희들끼리 열띠게 의논을 했어요. “빨간색 다음에 노란색이 좋단 말이야. 노란색 다음에는 파랑색이 좋고…….” “아니야. 이 노란색 대신 밤색이 나아. 밤색 다음에 노란색을 잇자.” 그러다 말싸움을 했어요. “밤색은 똥색이야. 노란색을 먼저 해.” 눈 깜짝할 사이에 실 뭉치를 하나 없앤 할머니가 동물들에게 재촉했어요. “급해, 급해. 어서 다음 것을 이어! 실이 끊어지면 안 된다고 했지!” “예, 할머니!” 동물들은 말싸움을 그만두고 실 뭉치들을 조르르 줄을 세웠어요. 뭉치가 작은 것들은 미리 끝을 이어두었어요. 점심때가 다가왔어요. 뜨개바늘에서 손을 떼지 않은 채 할머니가 말했어요. “배고프다. 냉장고에서 만두 꺼내 와서 삶아라.” “예, 할머니.” “내 입에다 하나씩 넣어줘.” “예, 할머니.” “물도 줘. 목 마르다.” “예, 할머니.” “아이, 등이 간지럽네. 등 좀 긁어라.” “예, 할머니.” 날이 저물었어요. 할머니가 말했어요. “어둡다. 불 좀 켜라.” “예, 할머니.” “바람 들어온다. 문 좀 잘 닫아라.” “예, 할머니.” “무릎 아프다. 무릎 좀 주물러라.” “예, 할머니.” “화롯불 좀 들쑤셔라. 고구마 다 익었는지 보고.” “예, 할머니.” “고구마 먹고 자라.” “예, 할머니.” 할머니는 뜨개질을 계속 했어요. 한 밤이 지나가고 두 밤이 되었어요. 그 많던 실 뭉치들이 없어지는 대신 할머니의 뜨갯것이 차츰 넓어졌어요. 하지만 그것이 이불인지 목도리인지는 아무도 몰랐죠. 밤이 지나 다시 아침이 되었어요. 할머니는 뜨개질을 멈추지 않았어요. 실을 남김없이 다 쓸 생각이었거든요. 그런 다음 푹 쉬려고 더욱 부지런히 바늘을 움직였던 건데 동물들은 그걸 몰랐어요. 동물들은 실이 자꾸 없어지는 걸 보고 초조했어요. 실을 어서 이으라고, 실이 끊어지면 안 된다고 할머니가 말씀하셨잖아요. 그래서 머리를 짜낸 것이 마을로 실을 구하러 가는 것이었어요. “할머니, 금방 갔다 올게요. 천천히 뜨고 계세요.” “손 큰 할머니라면 엄청 큰 것을 떠야 하는데 실이 모자라면 안 되죠.” “걱정 마세요. 우리가 실을 많이 구해올게요.” 동물들은 이렇게 말하고 마을로 내려갔어요. 할머니는 뜨개질에 열중해서 동물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몰랐어요. 실 구해요. 실. 다락이나 헛간 속에 못 쓰는 실이나 아직 안 쓴 실, 쓰다 만 실이나 나중에 쓰려고 아껴둔 실, 조금씩 보태 주시면 요긴하게 쓰렵니다. 실 구해요. 실. 한 집에 하나씩 주시면 잘 받겠습니다. 실이오, 실. 아무 실이나 다 받아요. 개나리 노란 실, 하늘 파랗다 파란 실, 고추 빨갛다 빨간 실, 깜깜 밤이다 까만 실. 모두모두 주세요. 온갖 실 다 주세요. 망태기를 짊어진 동물들이 마을을 한 바퀴 돌자 사람들이 기특하다며 실 뭉치를 하나씩 던져주었습니다. 순식간에 망태기가 실 뭉치로 가득 찼어요. 으쓱으쓱 신이 난 동물들은 빠른 걸음으로 할머니 집으로 돌아왔어요. 할머니는 깜짝 놀랐어요. 뜨개질을 막 끝내고 막 쉬려던 참이었거든요. 그런데 동물들이 마을에 내려가서 실을 구해왔다니! 더구나 이렇게 많은 실을요. 하지만 어쩌겠어요. “음……. 할 수 없이 더 짜야겠네.” 할머니는 밥을 한꺼번에 많이 지어먹고 뜨개바늘을 다시 집어 들었어요. 그러곤 계속 뜨개질을 했어요. 동물들이 할머니에게 모여들었어요. “할머니, 하품 대신 해드릴까요?” “그래라.” “할머니, 뒷간에 대신 갔다 올까요?” “그래라.” “양치질은요? 대신 해드릴까요?” “그래라.” “할머니, 뭐를 좀 먹고 싶죠? 만두 삶아올까요?” “그래라.” 너구리가 만두를 삶아와 할머니 입에 넣어 주고는 물었어요. “목 마르죠? 물도 드실래요?” “그래라.” “어깨 주물러 드릴까요?” “그래라.” “이리 좀 돌아앉으세요. 등도 긁어드릴게요.” “그래라.” 한 밤이 지나가고 두 밤이 되었어요. 할머니는 여전히 뜨개질을 하고 동물들은 그 옆에서 쿨쿨 잠을 잤어요. 다음날 아침이었어요. 동물들은 드르렁 코고는 소리에 놀라 눈을 떴어요. 그랬더니 주위에 뜨개질 거리가 말끔히 치워져 있고, 할머니가 팔다리를 쭉 뻗은 채 세상 모르고 잠을 자고 있었어요. 동물들은 서로 중얼거렸어요. “이제 할머니가 뜨개질을 다 한 건가?” “그렇다면 무엇을 짰지?” “글쎄 말이야. 무언가 다 짜놓았을 텐데.” 영문을 몰라 방안을 살피는데 몸이 슬슬 더워졌어요. 이마에 땀이 흥건히 배었어요. 동물들이 다시 말을 나누었어요. “왜 이렇게 덥지? 갑자기 한여름이라도 되었나?” “정말 더워 죽겠다. 밖으로 나가자.” “그래그래. 여기 있다가는 만두처럼 삶아지겠어.” 동물들은 할머니가 짜놓은 것을 찾다 말고 밖으로 뛰쳐나왔어요. 그러곤 바로 알게 되었죠. 할머니가 무엇을 완성했는지. 그건 바로 스웨터였어요. 왜 방안이 그렇게 더웠는지도 알게 되었어요. 그 스웨터를 산골집이 입고 있기 때문이었어요. 파랗고 빨갛고 노랗고 푸른 스웨터였어요. 탐스러운 방울도 달려 있고 크고 작은 주머니가 주렁주렁 달려 있는 스웨터였어요. 깨알 같은 꽃도 무더기로 붙어 있는데, 그건 실 한 오라기도 버리지 않고 다 쓰기 위해 만든 것이었어요. “집이 스웨터를 입고 있다니, 정말 웃긴다.” “스웨터가 정말 예쁘다. 개나리 진달래 다 피어 있잖아.” “그런데 정말 크다. 이렇게 큰 스웨터는 처음 보았어. 할머니는 역시 대단해.” 동물들은 손 큰 할머니의 멋진 작품을 앞에 놓고 짝짝짝 박수를 쳤어요. 이제 추워서 덜덜 떨 일은 없겠죠? ●작가의 말 올해는 유난히 겨울이 춥고 긴 것 같습니다. 안팎으로 희망적인 일보다는 마음을 무겁게 하는 일들이 많아서 그런가 봅니다. 이 원고는 ‘손 큰 할머니의 만두 만들기’에 이어지는 작품입니다. 설날이면 만두를 엄청 많이 해서 우리의 이웃, 동물과 나누어 먹는 손 큰 할머니의 넉넉한 인심과 씩씩한 마음이 요즘에 더욱 그리워집니다. 이번에는 할머니가 춥다고 덜덜 떠는 어린 동물들을 위해 아주아주 큰 스웨터를 만들었답니다. 마음이 추울 때 할머니의 스웨터 입은 초가집을 떠올리면서 미소를 지어보면 좋겠습니다. ●약력 ▲1962년 강원도 함백 태생 ▲1985년 성균관대 불어불문과 졸업 ▲1997년 창비주관 제1회 좋은 어린이책 공모상 입상 ▲‘내 짝꿍 최영대’, ‘아름다운 가치 사전’, ‘토끼와 늑대와 호랑이와 담이와’, ‘시카고에 간 김파리’ 등 발표. ▲현재 경기도 용인에서 작은 텃밭을 일구며 가족과 함께 생활.
  • 2009 봄·여름 미리 보는 패션

    2009 봄·여름 미리 보는 패션

    패션은 언제나 경기순환 곡선을 앞질러 갔다. 불황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움직였으나 이번엔 달랐다. 지난해 9월 중순 리먼브러더스가 꼬꾸라질 때 런던 패션 위크가 한창이었지만, 밀라노컬렉션과 파리컬렉션은 열리기 전이었다. 우울한 경제 뉴스에 디자이너들이 다시 생각을 고쳐 먹을 시간은 충분했다는 의미다. 2009봄·여름 컬렉션은 불황의 그늘 속에서 빛이 바랬지만 오히려 다행이었다. 디자이너들이 빡빡한 주머니 사정을 고려한 스타일을 내놓고 있으니 말이다. 다음 주면 어느덧 봄의 문턱에 들어서는 입춘(立春). 먹고사는 문제만큼 뭘 걸치느냐도 중요한 이들을 위해 올 봄·여름에 유행할 스타일 몇 가지를 채널동아 컬렉션북 CAT의 최은선 편집장과 짚어 봤다. ① 올해의 색은 노랑 ‘블랙 재클린 케네디’로 불리는 미국 퍼스트 레이디 미셸 오바마. 남편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식에 그녀가 금빛이 도는 연노랑 원피스를 입고 나타났을 때 패션계 사람들은 “역시” 하며 무릎을 쳤을 것이다. 한 해 동안 유행할 색상을 전망하는 컬러 전문기업 팬톤(Pantone)은 일찌감치 올해의 컬러로 개나리색인 ‘미모사’를 선정했고, 세계 유명 디자이너들도 컬렉션에서 옐로 계열의 의상들로 런웨이를 채웠다. 노란색은 따뜻함과 희망, 안정감을 주는 색. 노란색의 부상은 경기 불황과 정치적 혼돈이 예상되지만 어떤 순간에도 낙천적이고 희망을 잃지 말라는 메시지다. 한 외신에 따르면 이번 봄·여름 컬렉션은 온통 ‘기분 좋은 요소(feel-good factor)’로 가득했다. 네온 핑크, 잉크 블루 등 눈 시리도록 밝은 색상과 선명한 프린트, 반짝이는 옷감들이 제 세상을 맞았다. 디자이너들이 마치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다. ‘불황을 눈치채지 못하게 하라! 여전히 꿈꾸게 하라! 이것이 패션의 임무다!’ ② 80년대의 향수 패션계는 최근 80년대를 추억해 왔다. 지나간 세월은 다 아름답지만 80년대의 향수는 좀더 의미심장하다. 의류 산업뿐 아니라 경기 전반이 호황이던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80년대 아이템들은 심심찮게 등장해 왔는데 올해는 재킷에 눈이 쏠린다. 흔히 ‘뽕’이라고 부르는 어깨 패드가 들어간 품이 넉넉한 재킷은 이번 시즌 핫아이템 가운데 하나. 유행은 돌고 도는 것이라더니 미련 때문에 치우지 못했던 옷장 속의 재킷이 빛을 볼 때가 왔다. 중년층들에겐 희소식일 터. 가뜩이나 경제도 안 좋은데 새 옷 사느라 돈 들일 필요 없이 가지고 있던 의류를 활용하라는 것이다. 불황 코드를 적극적으로 반영한 해외 컬렉션들이 제안하는 알뜰 스타일링인 셈이다. ③ 기하학적인 실루엣 80년대 재킷들은 어찌 보면 심심하다. 밋밋함을 덜기 위한 방편은 안에 받쳐 입는 옷에 포인트를 주는 것이다. 강렬한 패턴을 지녔거나 색상이 대담한 원피스, 프린트 티셔츠 등을 겹쳐 입어 스타일에 승부수를 띄우는 것이 좋다. 건축에서 영감을 받아 기하학적인 실루엣의 원피스나 상의가 많이 등장한 것도 이 때문이다. 각지고 딱딱한 절개를 통해 독특한 멋을 뽐내는 이러한 의류들은 옷차림에 방점을 찍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④ 개성 만점 플레이 슈트 옷 입기에서 재미를 주려는 디자이너들이 심심찮게 선보인 의상 중 눈에 띄는 것은 ‘뽀빠이 바지’라고 부르는 플레이 슈트 또는 점프 슈트다. 위아래가 한 벌로 붙어 보통 일할 때 입는 작업복 같은 스타일에서 실크 등 소재의 고급화로 외출복으로 손색이 없는 스타일이 많아졌다. 얼마 전 열린 ‘구호’ 컬렉션에서도 이같은 의상이 대거 등장했다. 톱숍이나 자라 등 해외 중저가 브랜드들도 앞다퉈 플레이슈트를 쏟아낼 태세다. ⑤ 넉넉해진 바지 딱 달라붙는 스키니에 대한 반작용으로 서서히 고개를 들어 온 배기 팬츠. 올해는 전성기를 좀 누리겠다. 심한 경우 가랑이가 무릎까지 내려 와 ‘똥싼바지’라는 오명을 듣고 살았으나 ‘세상은 빡빡하지만 옷만은 헐렁하고 편안하게 입고 살자.’는 다수의 바람을 타고 인기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사진제공 채널동아 컬렉션북 CAT
  • 한글자음을 두운으로… ‘유쾌한 파격’

    한글자음을 두운으로… ‘유쾌한 파격’

    시조시인 이용호가 ‘노랑꽃 개나리’(동광문화사 펴냄)를 내며 유쾌한 창작 실험을 펼쳤다.ㄱ~ㅎ까지 한글자음 14자를 시구 첫 머리에 가져가 90수의 시조에서 다양하게 변주하며 ‘두운(頭韻)’으로 활용했다.시조에서 전통적으로 중시 여기는 ‘각운(脚韻)’이 아닌,두운이 사용된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시조는 그릇을 중시한다.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3장 6구 3행’과 같은 평시조의 형식은 시인의 자유 의지와 정신을 담아내는 품격 있는 도구가 된다.하지만 자칫 형식에만 얽매일 경우 내용을 억압하는 도구로 전락할 가능성도 상존해 있다.여기에 또다른 형식을 하나 보탰으니 그 실험은 위태로울 수도 있다. 하지만 1969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올해 73세의 노시인은 장르를 불문하고 경지에 이른 이가 그러했듯,파괴된 형식에서 붓가는 대로 쓰면서도 또다른 질서를 만들어낸다. ‘서울 어느 상이군의 독백’을 보면 ‘ㄱ’ 두운으로 시작한 ‘금호동 시내버스 사지가 잘린 상이군인’부터 마지막 ‘ㅎ’인 ‘한 자루 연필 팔은 돈 소주 한 잔 했네’로 마치면서 14행의 시조를 완성시킨다.짧은 시편에서 개인의 한 생과 비극의 역사가 스치듯 풍성하게 교차점을 이룬다. 이 형식은 주제와 소재를 가리지 않고 어디든 뛰어든다.‘아가야’에서는 손자를 바라보는 할아버지의 소박한 기쁨으로 바뀌었고,‘계룡산 등정’에서는 대가의 또다른 호연지기의 그릇이 된다.형식의 신선함을 굳이 생각하지 않고 그저 읽으면 시조가 됐다가 또 시가 되기도 한다.재미있는 점은 두음법칙 탓에 ‘ㄹ’ 대목에서는 거의 다 ‘라디오,로프,로마,러시아’ 등 외래어가 쓰이고 있다는 것. ‘노랑꽃 개나리’는 전 서울대 교수이자 원로 조각가인 최종태가 이용호의 시에 대구하듯,소담한 30점의 그림을 흔쾌히 그려 명실상부한 ‘시화집(詩畵集)’의 위용을 갖췄다.시인은 치솟은 그림값을 생각하면 절대로 할 수 없는 일을 한 것이라고 최 전 교수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했다. 읽는 재미와 보는 재미가 쏠쏠하지만,컬러그림에 양장본이라 좀 비싸다.2만 5000원.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우리말 여행] 길이름의 사이시옷

    한글 맞춤법은 뒷말이 된소리로 날 때 사이시옷을 받쳐 적으라고 한다.‘나룻배,맷돌,햇볕,종잣돈’ 등은 이 원칙에 따른 표기다.나루 뒤의 배,매 뒤의 돌,해 뒤의 볕,종자 뒤의 돈은 모두 된소리로 난다.‘개나리길,경찰서길,○○여고길’에서 ‘길’도 된소리로 난다고 할 수 있으나 고유명사인 ‘○○길’에는 사이시옷을 적지 않는다.
  • 한국언론재단 2008 전국 NIE 시상

    한국언론재단(이사장 고학용)은 28일 서울 프레스센터 19층 매화홀에서 교육인적자원부,신문발전위원회와 공동주최한 ‘2008 전국 신문활용교육(NIE) 우수 사례, 학교신문, 교지 공모전’의 시상식을 가졌다.부문별 최우수상 수상자는 다음과 같다.▲NIE우수사례=최현태(서울 신명초 교사) 전유흠(이화여대사범대부속중 교사) 봉병탁(광주 서강고 교사) ▲학교신문=순천 왕조초 ‘왕조골돌배나무’(지도교사 강혜영) 서울 상현중 ‘목련소식’(권정옥) 경기 용문고 ‘용문소식’(장민경) ▲교지=정읍 수성초 ‘날아라 수성골’(지도교사 박민선) 부산 대신중 ‘새동이’(박명화,정미영) 서울여고 ‘개나리’(정인아).
  • 10대의 순진한 강도이야기

    A=순진한 강도는 역시 영등포관내에서 또 일어났지. 5일 저녁 8시께 영등포구 영일동 이모씨(38)집 싸전에 김(金)모라는 더벅머리 소년(17)이 찾아갔지. 갑자기 칼을 들이대며 현금 2천원을 내라고 위협했던거야. 겁에 질려 주었더니 이 소년은 뜻밖에 옆구리에 끼고 있던 개나리 보따리를 주면서『한달안에 이 돈을 꼭 갚겠다. 만약 갚지 않으면 도둑으로 알아라』고 말한뒤 지나가던「택시」를 잡아 탔다는 것. 여기까지는 좋았는데 이 소년은 운전사에게 다시 칼을 들이대고『빨리 도망치자』고 재촉했다는거야. 운전사는 강도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재빨리 뛰어내려 『강도야』고 외쳤지. 이 소년의 사연은 충남 예산서 취직하러 올라왔다가 일자리가 없어 내려가기위해 차비를 마련하려고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 [선데이서울 71년 12월 19일호 제4권 50호 통권 제 167호]
  • 8·21 부동산대책 이후 동향

    8·21 부동산대책 이후 동향

    ‘8·21대책’이 발표됐지만 부동산 시장에서는 특별한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고 있다. 시장이 워낙 얼어붙은 데다 수요자들이 적극 달려들 만한 유인책이 빠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수요자들의 구매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조치가 나오지 않는 한 당분간 관망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추가 신도시 조성 예정지 주변은 미분양이 해소되는 등 반짝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 재건축 시장 - 대출·세제 대책없어 한산 ‘8·21대책’ 중 부동산 시장에 직접 영향을 주는 내용은 재건축 규제 완화였다. 재건축 아파트 거래 자체를 막았던 조합원 지위(입주권)양도 금지 규제 해제는 꽉 막힌 재건축 시장의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조치로 받아들이고 있다. 안전진단 규제를 완화하는 것도 환영받는 조치다.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는 2003년‘9·5대책’의 핵심 내용.2003년 12월31일부터 개정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라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 추진단지가 조합설립인가를 받으면 재건축 조합원 명의 변경을 금지하는 조치다. 이미 조합설립이 이뤄진 아파트는 한번만 전매를 허용했다. 26일 부동산뱅크에 따르면 2003년 12월31일 이후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재건축 단지는 18개 단지 5906가구에 이른다. 이들 단지 아파트도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 강남 역삼동 개나리 5차, 서초동 삼익아파트, 송파구 성내동 미주 아파트 등이 해당된다. 국토해양부는 주거환경과 노후 불량도 등 안전진단 평가 항목 가점을 조정해 까다롭고 불합리한 기준을 풀어줄 방침이다. 구조안전성 가중치(50%)를 낮추고 설비 노후도 등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안전진단이 강화된 2006년 8월부터 올해 2월까지 서울에서 예비안전진단을 신청한 단지 21곳 중 60% 정도는 유지·보수 판정을 받는 등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못했다. 이렇게 하면 안전진단 단계에서 발목이 잡힌 대치 서울 은마, 잠실 주공5단지, 고덕 주공 6∼7단지, 여의도 시범 아파트 등 수도권 34개 단지 2만 3000여가구가 혜택을 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시장 반응은 아직 미지근하다. 오랫동안 안전진단 규제에 묶여있던 단지는 사업 추진에 기대하는 눈치다. 그러나 조합원 지위양도 금지 규제가 풀렸는데도 거래는 활발하지 않다. 부동산뱅크 신경희 선임연구원은 “조합원 지위 양도 허용으로 매물이 조금씩 나올 것으로 예상되지만 대출 규제나 세제 개편이 따르지 않으면 거래는 활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미분양 시장 - 전매 안풀린 수도권 악화 ‘8·21대책’에도 미분양 시장은 무덤덤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수도권 미분양 아파트는 전매제한완화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오히려 상황이 나빠졌다는 평가다. 수도권 북부지역의 미분양 아파트는 전매제한완화 혜택이 없기 때문에 급속도로 가라앉고 있다. 경기 고양시 일대에 미분양아파트가 있는 한 주택업체 관계자는 26일 “이번 대책은 미분양 대책이 아니라 미분양 업체 고사대책”이라면서 “기존 미분양에도 전매제한 소급적용을 해줘야 하고,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등도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업체는 재분양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특히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은 업체의 경우는 팔리지도 않는 미분양을 안고 가는 것보다 재분양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분양 받은 당첨자에게는 양해를 구하고 해약한 뒤 새로 분양해 전매제한 완화의 혜택을 받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수도권 남부지역도 반응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용인의 경우 112㎡ 이하 미분양은 조금씩 팔리고 있지만 중대형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는 게 이 곳에서 분양한 업체들의 대체적인 얘기이다. 한 주택업체 관계자는 “분양현장마다 하루에 1∼2팀 정도가 모델하우스를 찾는 실정”이라면서 “9월에 발표한다는 세제대책에 한가닥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지방 미분양도 8·21대책의 약발이 전혀 먹히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이나 대구 등에서는 중소형은 거의 팔리고 중대형 미분양이 많은데 이번 대책은 3억원 이하 주택에 맞춰지면서 임대주택사업의 대상도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한주택공사 등이 미분양 주택 등을 사준다고 하지만 기존 분양자들의 반발 때문에 이것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대구지역에 미분양 아파트가 있는 주택업체의 관계자는 “이번 대책은 지방보다는 수도권 대책”이라면서 “6·11대책이나 이번 대책이나 실효성이 없기는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 신도시 주변 - 문의·계약·지분 쪼개기↑ ‘8·21대책’에서 신도시 확대 건설이 확정된 경기 오산 세교지구와 인천 검단신도시의 경우는 반짝 장세가 나타나고 있다. 이 일대에 땅을 가진 업체들은 달구어진 분위기를 활용하기 위해 분양을 서두르고 있고, 미분양 주택에 대한 문의전화도 늘어나는 등 반사이익을 톡톡히 보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다세대 등의 매입을 통한 입주권 확보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26일 부동산뱅크에 따르면 내년까지 검단신도시와 오산세교지구에서 분양예정인 주택은 모두 4곳 4589가구나 된다. 또 인근에는 13개 단지에서 미분양된 아파트들이 수요자를 기다리고 있다. 수요자들도 대책 발표 전보다는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이들 지역 중개업소에는 8·21대책 발표 이후 문의전화가 종전보다 2∼3배가량 늘어났다. 오산시 갈곶동 KCC스위첸 등 미분양 주택의 경우 모델하우스 방문후 계약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전보다 늘었다는 게 주택업체 관계자의 설명이다. 검단신도시의 경우 마전동 현대건설 힐스테이트2단지나 현대산업개발 검단2차 아이파크 등에도 최근 문의전화가 크게 늘었다. 분양계약을 맺는 경우도 눈에 띄게 늘었다는 게 이들 업체 관계자의 대체적인 얘기이다. 오산시는 올해 초부터 다세대 주택 거래가 활발히 이뤄졌던 곳이다. 다세대 등의 신축을 통한 지분쪼개기인 셈이다. 하지만 특히 이번에 오산 세교지구 일대에 신도시 건설이 확정되면서 이같은 다세대 주택 신축을 통한 지분쪼개기가 더 성행할 가능성이 크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오산신도시 발표로 당분간 가수요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면서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지분쪼개기 현황, 지분값 대비 수익률, 실제 입주권 여부 등을 꼼꼼히 따져서 가수요에 따른 피해가 없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 서초구 양재천변 새단장

    서초구 양재천변 새단장

    최근 양재천변에 가면 녹색의 그늘 사이로 보라색의 물결을 만날 수 있다. 꽃범의 꼬리, 노루오줌, 부처꽃 등 기다란 꽃대위로 오롯이 피어난 꽃망울들이 바람을 따라 산책 나온 이들에게 손짓을 한다.2년여간 새 단장을 마치고 새롭게 변신한 양재천의 모습이다. 봄에는 개나리와 조팝나무, 벚나무, 아이리스, 금계국이 봄바람에 하늘거린다. 가을에는 쑥부쟁이, 벌개미취, 상사화 등이 피고, 초겨울에는 은빛 물억새와 자줏빛 흰줄무늬 갈대가 바람에 넘실거린다. 이렇게 양재천에선 사계절 꽃놀이가 펼쳐진다. ●논두렁 따라가면 아이리스화원 양재천에선 1996년 생태하천조성사업을 통해 1차 수술이 감행됐다. 자연형 하천으로 복원이 목표였다. 하지만 강 바닥을 파내는 준설작업 과정에서 오히려 물억새와 같은 토종의 생태계가 감소하는 대신 돼지풀과 서양등골나물, 환삼덩굴 같은 외래식물이 인근을 뒤덮었다. 이에 따라 서초구는 지난해부터 24억원을 투자해 영동1교부터 2교 사이 생태계 복원에 나섰다. 고향 하천의 느낌이 나도록 버드나무와 갯버들, 갈대 등을 심어 고향 하천의 느낌을 살리는 한편 외래식물은 속아냈다. 또 이용자가 적었던 농구장 자리에는 꽃밭과 논을 조성했다. 영동1교 옆에 위치한 아이리스화원은 6130㎡에 노랑꽃창포와 무지개붓꽃, 제비붓꽃 등 총 7종 14만 5900포기의 꽃을 심었다. 시골풍경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한 삐뚤빼뚤한 논두렁도 만들었다. 도시 아이들이 농사 체험을 할 수 있도록 만든 이곳에선 지난해부터 철원 오대벼가 생산된다. 무농약 유기농법인 덕에 논두렁을 따라 걷다 보면 우렁쉥이나 미꾸라지를 어렵잖게 볼 수 있다. ●영동1교와 2교 사이에 와인 거리 조성 변화의 노력이 이어지면서 현재 양재천에는 백로와 박새, 딱따구리, 지빠귀 등 36종 조류와 토종 물고기들이 살고 있다. 구청은 생물들을 위한 배려로 자전거도로를 최대한 수로에서 멀리 떨어지게 하고 하천을 따라 버드나무와 갈대, 물억새 군락도 조성했다. 새들의 쉴 공간을 위해 팽나무를 비롯해 흰줄무늬갈대, 붉은띠, 소라버들 등을 옮겨 심었다. 물론 사람을 위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기존의 낡은 운동시설을 교체하는 한편 산책로 곳곳에는 쉴 수 있는 의자를 마련했다. 또 자전거도로와 산책로를 분리해 이용자가 서로 부딪치는 일이 없도록 했고 도로폭도 넓혔다. 산책로 바닥에 푹신한 고무칩을 깔아 이용자들의 무릎 보호에 나서는가 하면 길가를 따라 키 큰 나무를 심어 자연의 그늘을 마련했다.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양재천 야외수영장(영동1교∼양재시민의 숲 사이)도 변화를 갈구한 노력의 대가다. 하루 1000여명이 이용하는 수영장은 지난해 개장 이후 지역 주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양재천을 따라 일어나는 변화는 현재진행형이다. 구는 추가 예산 등을 편성해 양재천의 변화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그중 하나가 우선 영동1교와 2교 사이 680m 구간에 조성할 와인거리다. 박성중 구청장은 “결국 자연을 위한 변화가 사람을 위한 변화로 자리잡게 된다.”면서 “생태하천으로 자리잡게 된 양재천이 주민들의 마음을 시원하게 적실 수 있을 때까지 업그레이드는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커피 없이는 못 사는 현대인들의 자화상

    커피 없이는 못 사는 현대인들의 자화상

    현대미술에서 일상에 주목하지 않는 작품이 있을까. 현대인들의 24시간, 곳곳을 지키며 영감을 안기는 일상 속 오브제. 커피라면 어떨까. 서양화가 안윤모(46)가 캔버스를 카페로 삼았다. 동물 캐릭터를 즐겨 그려온 작가가 이번엔 부엉이, 호랑이, 닭의 손에 커피잔을 들렸다. 커피 없이는 못 사는 현대인들의 자화상이 18일부터 인사동 선화랑에서 열리는 ‘커피홀릭(Coffeeholic)’전을 통해 소개된다. “구구한 설명이 필요없는 전시가 아닐까 싶네요. 인간관계를 풀어갈 때 흔히 입버릇처럼 내뱉는 말이 ‘커피 한잔하시죠’ 아닌가요? 반세기 만에 우리 모두의 생필품이 돼 버린 외래 문화, 그게 커피니까요.” 작가의 이번 소재는 곧 현대인들에겐 소통의 필수품이다. 작가의 그림 앞에서 관람객은 카페 창밖에서 물끄러미 안을 들여다보는 ‘국외자’란 착각에 빠져들게 된다. 익숙한 풍경을 한번쯤 거리를 두고 객관적으로 바라보도록 하는 작가의 의도에 딱 걸려든 셈이다. “커피도 얼마든 훌륭한 팝아트의 소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는 작가의 주목대상이 엉뚱하고도 재미있다. 샛노란 개나리를 이고 있는 부엉이, 까만 양복과 흰 원피스를 차려입고 마주 보고 있는 닭들, 신문을 보고 있는 호랑이, 휘영청 달밤의 양 가족…. 그들의 손과 머리에 혹은 그들 앞 탁자 위에 어김없이 놓인 건 커피잔이다. 마치 우화집을 들춰보는 듯 화면들에 짙은 은유가 넘쳐난다. 굳이 감춰진 의미를 캐지 않더라도 일단 편안한 느낌을 주는 그림들이다. 작가의 작업에는 동물 이미지가 단골로 등장한다. 이유는 간단하다.“직설 어법이 아닌, 훨씬 더 우회적이면서도 깊이 있는 은유를 할 수가 있다.”는 작가는 “각양각색의 이미지를 갖고 있는 동물 캐릭터 그 자체도 캔버스 안에선 유의미한 정보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엉이는 외롭고, 양은 순박하고, 호랑이는 두려우면서도 정감이 넘치고…. 작가가 지금까지 열어온 개인전은 26회. 한창 테이크아웃 커피 붐이 일던 2000년엔 느림의 미학을 일깨우는 ‘커피와 상상력’이란 제목의 전시를 열기도 했다. 이번 커피그림전은 전시공간도 색다른 분위기로 꾸민다. 커피잔을 이고 있는 모습의 나무 부조 부엉이를 동원한 설치작품들로 1층은 아예 카페처럼 만든다.2,3층에 소개할 회화작품은 모두 30여점이다. 새달 2일까지.(02)734-0458.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원로배우 총출동 연극 ‘침향’

    원로배우 총출동 연극 ‘침향’

    지짐이 지지는 마당에 고소한 기름내가 진동한다. 커다란 장독대가 우두커니 집을 지키고 섰다. 풀숲 우거진 선산에는 개나리며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피었다.“까치가 이래 울어쌌는 걸 보이 오기는 올란가 보다.” ‘침향’(沈香연출 심재찬·29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은 오래된 손님을 기다리면서 시작한다.“내 꼭 돌아올끼다.”라며 집을 나선 강수(박인환)가 55년 만에 고향에 돌아오는 길이다. 월북해 중국 옌볜에서 낳은 딸 영순(이지하)과 함께다. 평생 과부로 그를 기다려온 아내 애숙(손숙·길해연)은 이제 치매로 남편도 못 알아본다. 쉰다섯 아들 영범(성기윤)의 얼굴은 착잡하기만 하다. 죽마고우였던 강수의 손에 아버지를 잃은 택성(정동환)은 미친 사람이 다 됐다. 어머니(박정자) 묘에 성묘하러온 강수에게 그는 시퍼렇게 날이 선 낫을 들이댄다. 걸쭉한 경상도 사투리와 옌볜 말투, 질박한 말맛이 넘치는 대사가 오감을 자극한다. 강수와 애숙이 사랑을 나누던 생강굴에서는 금방이라도 ‘맵싸구리한 생강향’이 끼쳐올 듯하고 밤에 마당에 나온 아들에게 “달구신 달구신 우리 강수 밤똥 안 누게 해주이소.”비는 어머니의 주문이 정겹다.‘침향’은 김길호, 박정자, 박웅, 손숙, 정동환 등 한국 연극의 원형을 빚어온 원로배우들이 총출동한 연극이라는 점에서 일찍부터 화제를 모았다. 박정자의 카랑카랑하면서도 웅숭깊은 발성과 정동환의 살기 어린 몸짓, 뮤지컬배우로 익숙한 성기윤의 정극 연기를 한꺼번에 볼 수 있는 자리다. 놓치지 말아야 할 대목은 ‘아닌 밤중에 씨름’ 장면. 살기등등하던 택성은 노망난 아내 앞에서 기어이 울음을 터뜨린 강수에게 “오늘 우리 한판 붙자.”며 슬며시 화해를 건넨다.50여년 만에 서로의 허리춤을 잡은 두 친구의 엉거주춤한 자세는 싸운다기보다 부둥켜 안았다는 게 더 정확하다. 느린 호흡으로 보는 연극이지만 성묘를 하러 가는 장면의 늘어진 전개나 마을 사람들의 익살 등 사족 같은 장면도 눈에 띈다.‘침향’은 천년간 향나무를 묻어두면 그 다음 천년 동안 가장 아름다운 향기가 난다는 뜻의 민간의례에서 유래한다. 떠나는 강구를 향해 재동은 말한다.“행님도 천년 만에 왔다가네요.” 회한이 깊은 만큼 향기도 짙은 ‘침향’이다.1544-1555.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난개발’ 용인 녹색도시로

    난개발이라는 오명을 좀처럼 벗지 못하고 있는 용인시가 ‘녹색혁명’에 나선다. 도심 한가운데 수백곳에 달하는 공원이 새로 조성되고 도로와 하천변에는 나무심기가 대규모로 이뤄진다. 용인시는 도시경관과 주민 편익시설 확충을 위해 7000억원을 들여 현재 114개소에 이르는 도시공원을 2015년까지 293개소로 늘리기로 했다고 10일 밝혔다. ●179개 도심공원 새로 조성 시는 우선 올해 520억원을 투입해 7개 공원조성 사업을 시작한다. 처인구에는 용인중앙공원(김량장동)과 역북1공원(역북동), 유방어린이공원(유방동) 등 3곳이 조성된다. 기흥구에는 마북공원(마북동), 만골공원(신갈동), 소실봉도시자연공원(보정동) 등 3곳, 수지구에는 상현1근린공원(상현동)이 들어선다.2011년 완공 때까지 연차적으로 2577억여원이 투입되며 면적만도 100만여㎡에 이른다. 특히 기흥구 신갈동 산14 일대 8만여㎡ 규모로 들어서는 만골근린공원에는 자연친화형 현대건축미를 갖춘 첨단설비의 기흥도서관(6500㎡, 지하1층, 지상3층)이 들어선다. 공사는 오는 7월말 시작된다. 용인중앙공원은 오는 8월말쯤 1차 조성공사가 완료돼 시민에게 부분 개장되며,2010년에 2차 조성공사에 들어간다. ●올해까지 학교숲 69곳 만들기도 학교숲 조성사업을 필두로 도로와 하천변에는 대규모 식재사업이 시작된다. 올해 14억여원을 투입해 처인구 좌항고와 기흥구 언남초 등에 학교숲 14개소가 조성되며 2008년까지 모두 69개교로 확대된다. 경안천변 구간은 1억그루 나무심기사업 대상지로 선정됐다. 올해 왕벚나무 등 10여종의 수목 4700여그루와 개나리, 철쭉류 등 4만 7000여그루의 화관목이 우선 식재된다. 구갈동주민센터 앞 경관녹지와 처인구 역북터널∼포곡 마성리 구간 지방도 321호변, 처인구 양지 수련마을 앞 가로변 등 3개소에는 소나무, 메타세콰이어 등 교목과 산철쭉 등 관목류 총 21종 3만 4000여그루가 식재된다. 특히 구갈동주민센터 앞 녹지에는 잔디를 이용한 용인시 심볼 마스코트가 조성된다. ●불법경작지가 숲으로 경부고속도로와 23호 국지도 사이 관리되지 않고 있는 국·공유지에도 다양한 품족의 수목이 식재된다. 도로공사용 자재야적장 또는 불법경작지 등으로 사용돼 도시미관을 해치고 있는 수지구 풍덕천동∼성남시계 1㎞ 구간과 기흥구 신갈동 신갈JC∼신갈오거리 1㎞ 구간 등 2개소는 13억여원을 투입해 숲으로 조성한다. 잡초 등이 무성한 채로 방치되고 있는 처인구 남동 45호 국도 나들목에는 램프선에 맞춰 교목류 및 소나무, 이팝나무, 화관목 등이 식재된다. 시 관계자는 “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높은 인구증가율로 공원부족현상이 대두돼 대대적인 확충사업에 나서게 됐다.”며 “녹지율을 도내 최고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용인 윤상돈기자 yoonsang@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