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이 정한 ‘세계 천문의 해’] ‘갈릴레이 천문 400년’ 지구촌 별축제
그래도 지구는 돈다.’라는 말을 기억하는가?
역사 속에서는 첫 발견이나 발명을 일궈낸 ‘개척자’보다 그 사실을 증명하거나 많은 사람이 알게 만든 사람이 유명해지는 경우가 흔하다.태양을 중심으로 지구가 돈다는 ‘지동설’을 주장한 코페르니쿠스와 종교재판으로 지동설을 세상 밖으로 끌어낸 갈릴레오 갈릴레이도 마찬가지다.갈릴레이가 실제로 이 말을 했는지에 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갈릴레이가 ‘현대 천문학의 아버지’라는 데는 그 누구도 반론을 제시하지 못한다.갈릴레이는 1609년 네덜란드에서 발명된 망원경을 개량해 대물렌즈를 볼록렌즈로,접안렌즈를 오목렌즈로 구성해 만들었다.획기적으로 배율이 향상된 ‘갈릴레오 망원경’은 처음으로 천체관측에 사용됐고 목성 주위에 네 개의 위성이 돌고 있다는 점을 통해 지동설의 근거로 활용됐다.
●IAU “전세계 인구의 97% 참여할 것”
2009년 올해는 국제연합(UN)이 정한 ‘세계 천문의 해’다.인류의 탄생과 함께 발전해 온 가장 오래된 학문인 천문학이 올해 주목받는 이유는 갈릴레이가 망원경으로 우주를 바라보기 시작한 지 정확히 400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이다.또 40년 전 7월20일에는 닐 암스트롱이 인류 최초로 달에 첫 발을 딛기도 한 의미를 가진다.
국제천문연맹(IAU)이 천문의 해를 맞아 내세운 주제는 ‘우주,당신을 기다립니다(The Universe,Yours to discover)’이다.카트린 세자르스키 IAU 총재는 “올 한해는 천문학이 우리 사회와 문화에 얼마나 기여해 왔는지를 되새기고 자축하기 위한 지구촌 시민의 축제로 가득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천문의 해 행사는 한국을 포함한 전세계 120개국에서 기획되고 있으며,IAU측은 전세계 인구의 97%가 행사에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인류 역사상 가장 큰 축제인 셈이다.IAU는 11개 핵심과제를 중심으로 국가별,지역별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2009년 1월 15일과 16일,유네스코 본부가 있는 프랑스 파리에서 ‘세계 천문의 해 개막식’이 진행되면 한 해 동안 전세계인은 가장 화려한 ‘별들의 축제’를 맛보게 된다.대한민국 사람들도 예외일 수 없다.
●지구 일주하며 ‘천문학 100시간’인터넷 생중계
행사의 백미는 ‘천문학 100시간’이다.100시간 동안 지구를 일주하면서 전세계 천문대는 물론 공개 관측 행사 등 다채로운 활동을 인터넷으로 생중계하는 이벤트다.지구가 끊임없이 자전과 공전을 이어가기 때문에 한 지역에서 전 우주를 관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이 때문에 오늘날 세계 곳곳에 있는 천문대들은 ‘릴레이 방식’으로 연계를 맺고 있다.
행사는 올해 4월2일부터 5일 사이에 하루를 택해 진행된다.한국천문연구원 이서구 대국민사업실장은 “이 행사는 전세계 모든 민족의 역사에서 공통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달’을 중심으로 진행된다.”면서 “4월2일부터 상현달이어서 초저녁부터 달을 관측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천문이나 우주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보고 싶어하는 ‘천체망원경’. 조작과 조립이 간편해 수백만 명이 사용할 수 있는 망원경 제작도 진행된다.목표는 1000만명의 지구촌 시민들이 400년전 갈릴레이가 봤던 그대로의 하늘을 보게 하는 것이다.
‘인터넷 포털 우주(PTTU,Portal to the Universe)’로 이름지어진 천문학 원스톱 서비스도 준비가 한창이다.뉴스,사진 및 동영상,각종 이벤트에 대한 정보뿐 아니라 전세계 천문대와 연구시설,각국 천문학회,아마추어 천문단체,우주예술가 등 천문학에 관련된 모든 정보가 총망라돼 있다.여성 천문학자 육성을 위한 ‘그녀는 천문학자(She is an Astronomer)’,별밤보존,천문유산과 세계유산 등의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한국도 ‘불을 끄고 별을 켜다’ 등 1년 내내 이벤트
우리나라 역시 이 전세계적인 축제에 동참하기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천문연구원을 중심으로 IYA2009 한국조직위원회가 진행하는 ‘불을 끄고 별을 켜다’를 비롯한 다양한 행사가 올 한해 동안 펼쳐진다.이달 15일 일본과 함께 전세계에서 가장 먼저 개막식이 진행되고 기념우표발행과 음악회가 예정돼 있다.인터넷 포털이나 지식사전 등에 잘못 기재된 정보를 대대적으로 바로잡는 ‘천문학 지식사전’ 사업이 진행되고 별과 우주를 주제로 한 미술대회 ‘스케치북에 담는 우주’가 4월 열린다.특히 천문연이 새로 마련한 이동천문대는 병실,산간도서 등지를 찾아 커다란 망원경으로 밤하늘 이야기를 들려준다.이 밖에도 7월부터 ‘천체망원경 400년 특별전’이 열리고 10월에는 ‘대한민국 별 축제’ 및 충무로 국제영화제와 연계한 ‘천문학,영화에 빠지다’가 기다리고 있다.특히 7월22일 예정된 개기일식(국내는 부분일식)을 인터넷 생중계와 지역 행사를 이용해 우주의 신비를 국민들에게 자세히 소개한다는 계획이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