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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종로의 아침] 과학에게 말걸기/심재억 의학 전문기자

    [세종로의 아침] 과학에게 말걸기/심재억 의학 전문기자

    잠깐, 지금 당신을 에워싸고 있는 모든 것들 중에서 과학이 아니거나 과학과 무관한 것을 한 가지만 찾아보자. 단언컨대 당신은 이 주문에 부합하는 그 무엇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이 일을 하든 놀든, 죽고 사는 문제든 다 그렇다. 이유는 간단하다.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을 뿐 우리는 이미 모든 것이 과학인 세상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정말 과학은 어렵고 재미없는 일이기만 할까. 과학에 대한 우리의 관심은 라디오나 텔레비전의 정체를 의심하면서 시작됐다. 개구리를 해부한다든가, 구충제를 먹고 젓가락 같은 회충을 줄줄이 배설했던 기억 속에도 과학에 대한 외경이 있었다. 이 때문에 멀쩡한 라디오며 시계를 망가뜨리기도 했고, 건전지의 전극을 혀끝에 대며 느낀 저릿함이 과학이 주는 전율의 시작이었음을 아주 늦게 알았다. 미국의 우주왕복선 챌린저호가 발사 직후 공중에서 폭발했을 때는 전세계가 비통해했고, 나로호가 대지를 박차고 올라 우주로의 첫 여행을 시작했을 때는 전 국민이 열광했다. 처음으로 달을 디디고 선 아폴로 11호의 닐 암스트롱 선장이 “이 첫걸음은 한 인간에게는 작지만 인류에게는 커다란 첫 도약이다”는 착륙 일성을 토하자 세계인은 환호했다. 지지직거리며 전해진 그의 음성은 단번에 인류의 가슴에 우주라는 거대한 과학의 명제 하나를 새겨 넣었다. 그로부터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과학은 멀고 어렵다. 그 멀고 어려운 과학과 보통의 사람들 사이에 매개자로서 과학언론이 존재한다. 이 지점에서 언론은 과학의 발전과 과학적 인식의 확산에 기여하며, 과학을 빙자한 상업주의나 과학의 권력화와 악용을 감시하고 통제한다. 따라서 과학이 지금도 멀고 어렵다면, 그래서 선용할 과학이 발전 동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면, 과학언론이 제 역할을 소홀히 했다고 지적할 수밖에 없다. 같은 시각에서 과학언론의 활동이 왕성한 나라들이 모두 선진국이라는 점을 주목하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한국과학기자협회가 2015년 세계과학기자연맹 총회(WCSJ)를 서울에 유치한 것은 하나의 역사임에 틀림없다. 지금까지 서유럽과 북미 중심으로 운영된 세계 과학의 흐름과 과학언론의 시선을 아시아, 특히 한국으로 견인할 수 있는 계기라는 점, 우리의 과학과 과학언론이 도약의 분수령으로 치달아 오른다는 점, 그래서 우리의 과학이 아시아를 넘어 세계의 선도국으로 자리매김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점 등에서 그렇다. 그렇다고 보면 한국과학기자협회의 WCSJ 유치는 그 자체로 한 시대의 정리이고, 새로운 시대를 향한 도발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의 WCSJ 유치는, 우리가 과학의 본질에 다가서는 유력한 경로를 확보했다는 뜻이다. 과학의 본질은 ‘왜곡 없는 소통’과 ‘필요의 공감’이다. 이를 위해 과학은 실질적 필요를 파악해야 하고, 그 필요에 구체적으로 응답해야 한다. 우리가 과학의 본질에 다가서는 어법을 익혀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래서 진지하게 말을 걸어야 한다. “과학이야말로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인간적인 과업”이라고. jeshim@seoul.co.kr
  • “자냐?”…잠자는 개구리 등타고 넘어가는 달팽이

    ”자냐?” 달팽이가 엉금엉금 기어서 개구리 등을 타고 넘어가는 황당한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최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사는 사진작가 레시 세바스티안(49)은 자신의 집 마당에서 촬영한 놀라운 사진들을 언론을 통해 공개했다.   사진 속 주인공은 바로 나뭇가지 위에서 한가롭게 낮잠자는 개구리와 길가는 달팽이. 달팽이의 목숨 건 한낮 질주(?)는 ‘천적’인 개구리가 가는 길을 막고 누워 잠을 자면서 시작됐다. ’후진 불가’를 선언(?)한 겁없는 달팽이는 정면 돌파를 선택했고 곧 잠자는 개구리의 등을 타고 넘기 시작했다. 특유의 속도 때문에 이 시간만 무려 8분. 그러나 개구리는 깨어날 줄 몰랐고 달팽이는 사진작가를 향해 ‘포즈’를 취하는 여유까지 보이며 무사히 장애물을 돌파했다. 세바스티안은 “달팽이가 개구리 등을 타고 넘을 것이라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면서 “처음 이 장면을 목격했을 때 황급히 카메라를 들고 빠르게 셔터를 눌렀다”고 밝혔다. 이어 “나중에 촬영한 사진을 확인 했을 때 마치 2층 버스를 보는 것 같았다. 달팽이도 내가 사진을 촬영하는 것을 아는 것 처럼 보였다”고 덧붙였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정보통신기술이 창조경제 주역? 월급이나 주고 그런 소리 하세요

    창조경제의 주역으로 떠오른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의 열악한 현실은 여러 차례 지적돼 왔다. 그렇다면 실제 업계에 몸담고 있는 직원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1일 ICT의 온라인 ‘뒷담화장’인 ‘꿀위키’(www.ggulwiki.com)를 통해 차 한 잔과 함께 나눌 법한 현장의 ‘뒷담화’를 슬쩍 엿들어 봤다. 꿀위키는 ‘달달하다’는 의미의 ‘꿀’과 온라인상의 공동편집 문서를 뜻하는 ‘위키’(wiki)가 합성된 이름. 본래 게임 개발자들의 취업·이직을 위한 정보 공유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다 지금은 게임업체는 물론 전자, 이동통신, 시스템통합, 보안 등 ICT 업계 전반의 정보를 공유하는 공간으로 확대됐다. 2012년 말 처음 문을 열어 지난 2월 잠시 폐쇄됐다가 10일 만에 다시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날 기준 메인 화면 페이지뷰는 51만여건에 이른다. 꿀위키는 대기업 계열의 시스템통합(SI) 업체들에 대해 내부 거래 없이는 운영이 힘든 ‘우물 안 개구리’라고 말한다. CJ그룹 계열의 CJ시스템즈에 대한 위키 문서에는 “외부 수익사업이 거의 없고 그룹 계열사 운영 업무 위주로만 하다 보니 구성원들의 개발 경쟁력은 바닥. 중간에서 CJ의 일을 하청업체에 전달하고 그걸로 돈을 버는 회사”라는 신랄한 평이 달려 있다. 동국제강그룹 계열사인 DK유엔씨에 대해서도 “그룹 내 계열사가 있는 곳이라면 DK유엔씨 직원이 어디든 존재”라며 대다수 계열사에서 일감을 받고 있음을 돌려 말했다. 중소업체에 대해서는 ‘업무 환경이 최악’이라는 뒷담화가 자자하다.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벤처기업 B사에는 “(대표 경영전략이) 싸게 수주해서 많이 작업하자. 결국 개발자들만 죽어나는 구조. 개발 과정 중 기획문서 한 장 없고 이미지도 굉장히 늦게 전달됨”이라고 말하고 있다. IT업체 D사에 대해서는 “보통 임금 체불이 시작되면 곧 망하는 게 순서지만, 신기할 정도로 버티고 있음”이라며 임금 체불이 일상적임을 암시했다. 직원 복지는 어떨까.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차이가 확연하다. SK플래닛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SK에서 제공하는 복지를 그대로 받는다”며 “통신비 및 티스토어 등 자사 서비스 무료 이용 가능, 입사 시 최신 휴대전화 지급, 웬만한 헬스장 저리 가라 할 정도에 550만원이 넘는 안마기(가 비치된 헬스장) 월 1만원으로 이용 가능”이라고 소개되고 있다. 반면 열차 관련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한 개발사에 대해서는 “복지는 전무하다 못해 노동력 착취의 모습을 보였으나 조금씩 개선되는 모습을 보임. 딱히 무슨 복지가 있는 건 아님”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업체에서는 꿀위키에 대해서는 ‘정확하다’는 평가와 ‘헛소문이다’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그러나 같은 회사 직원들도 평가가 엇갈리는 조직문화 외에 근무 환경이나 후생복지 등에 대한 정보는 꽤나 객관적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한 소셜커머스 업체 관계자는 “각 업체 내부 직원뿐 아니라 경쟁사 직원이 악의적으로 설명을 단다는 얘기도 있다”면서 “편집한 기록이 남는 위키의 특성상 진실에 대한 판단은 독자들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비틀거리며 쪽마루를 내려온 주모는 뒤축이 닳아 없어진 승혜를 질질 끌고 뒤꼍으로 다가갔다. 동무가 정한조에게 속삭였다. “뒷간으로 들어가거든 지체 없이 박을 내질러 아갈잡이하게.” “그러다가 숨통 끊어지면 어떡하지요?” “그게 걱정되면 임자가 대신 죽어주게나.” 아니나 다를까 주모는 뒷간의 거적문을 들치고 안으로 들어섰다. 나이가 이팔의 청춘도 아닌 터에 오줌줄기 떨어지는 소리가 유월 장마에 한대중으로 내리는 소낙비 소리처럼 요란했다. 동무 하나가 그때를 놓치지 않고 뒷간으로 들이닥쳐 고쟁이도 수습하지 못한 주모를 덮쳐 순식간에 아갈잡이하고 말았다. 밖으로 끌고 나와서 뒷간 흙담 아래 주질러 앉혔다. 동무가 재갈 물린 주모를 보고 이죽거렸다. “주모, 한 번 보면 초면이요 두 번 보면 구면인데, 우리는 여러 번 대면하였으니 십 년 지기나 다름없네. 봉노로 돌아가서 저 놈들에게 만수받이하며 지내느니 밖에서 나와 같이 별이나 헤면서 밤을 새도록 하세.” 얼마 지나지 않아 봉노에서 술추렴하던 패거리 중 한 놈이 외짝 자게문의 돌쩌귀가 부러져라 세차게 열어젖히면서 목 터지게 술어미를 불렀다. “주모…소피보러 나간다더니, 정낭 귀신에게 뒤통수 맞고 똥통에 빠졌나, 모가지가 부러졌나? 이보게 주모….” 목청 돋워 부르는데도 이렇다 할 대꾸를 듣지 못하자, 궐자는 신발도 신지 않고 뒤꼍으로 장금장금 걸음을 옮겨놓았다. 내친김에 뒷간의 거적문을 들치고 살피는데 그때를 놓치지 않고 등뒤에서 기다리고 있던 몽둥이 하나가 궐자의 박을 터져라 하고 내려쳤다. 궐자는 단 한 발짝도 떼어놓지 못한 채 된 신음을 토하며, 붙잡고 있던 거적문을 그대로 움켜잡고 똥통 속으로 꼬꾸라지고 말았다. 그와 때를 같이하여 바깥 봉노에서는 화승 터지는 소리가 장작불에 불꽃 튀는 소리처럼 요란하였다. 적당들은 피가 뜨겁고 용력이 세차다 할지라도 때아닌 방포 소리에 어마지두 놀란 나머지 제풀에 부들자리 위로 나둥그러졌다. 어떤 놈은 닭 끌어안은 구렁이처럼 오그라져 버둥거리다가 코를 박고 쓰러졌다. 다른 한 놈은 죽을 고비에 한 가닥 살길을 찾겠다고 동저고리 바람으로 바람벽의 바라지문에 대룽대룽 기어올라 달아나려다가 등뒤에서 상투를 뒤틀어잡고 획 끌어당기자, 구들장이 꺼져라 하고 그대로 나동그라지는 소리가 들렸다. 담도 벽도 의지할 곳이 없게 된 놈들의 머리 위에 물미장과 박달나무 몽둥이가 범 춤을 추는데, 부엌 지게문 앞에서는 다시 한번 자지러지는 듯한 방포 소리가 들렸고, 몽둥이로 박을 내려찍는 소리에 살려달라는 외마디 소리가 삼이웃이 떠나갈 듯하였다. 워낙 순식간에 들이닥친 기습이라, 괴춤에 찔러둔 요도를 뽑아 휘두른다 하여도 사위가 칠흑같이 어두운 야밤에 눈에 보이는 것이 없으니, 버마재비가 수레 앞을 가로막는 꼴이었다. 날고 긴다는 비당(匪?)의 무리들은 그래서 칼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한 채 곱다시 멸구를 당하고 만 것이었다. “이놈 봐라, 개구리 삼시랑이 붙었나. 폴짝폴짝 뛰기는…뛰어봤자 벼룩이다, 이놈아.” 다행히 쪽마루 끝까지 기어나간 한 놈은 행중 동무에게 뒷덜미가 낚아채이자 분하고 억울하여 대성통곡이 저절로 튀어나오는데, 동무는 궐자의 엉덩이를 걷어차서 오줌통으로 쓰는 구유에 냅다 꼰질러박으면서 걸죽하게 엄포를 놓았다. “이놈아, 쪽마루로 기어나와 보았자, 쪽박 쓰고 벼락 피하기다. 곡지통을 내쏟는다고 될성부르냐? 울음소리 냉큼 그치지 않으면 입살을 쪼개서 쌍언청이를 만들어줄까 보다.” 눈에 불똥이 튈 것 같은 상단의 동무들은 창졸간에 얼살을 먹은 놈들의 윗도리를 벗기고 뒷결박을 지웠다. 봉노에 있던 산적들은 단 한 놈도 가로새지 못하고 요절이 나고 말았다. 그런데도 서푼 결기는 남아 있어 눈꼬리가 팽팽하게 당기는 놈이 발견되면 등에서 누린내가 나도록 두들기고 밟아 아예 어육을 만들어버렸다. 그때가 벌써 동이 훤하게 밝아올 새벽녘이었다. 그러나 내성 색주가에서 원진을 치고 있던 적당들을 섬멸하였다 해서 모든 소동이 평정된 것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다급하게 된 것은 그들의 소굴을 찾아내는 일이었다. 그 일을 한나무재에서 일당들을 결박하여 말래에 있는 접소에 넘긴 곽개천이 도맡아야 했다. 접소에서는 그때까지 천봉삼을 사칭하던 자를 붙잡아 두고 있었다. 그를 지금까지 구완했던 송만기와 행중 두 사람이 궐자의 곁을 떠나지 않고 수직하고 있었다.
  • 잘 지내, 개구리야!

    잘 지내, 개구리야!

    18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매봉산 자연 습지 지역에서 용산구 주최로 열린 양서류 방사 행사에 참가한 한 어린이가 개구리를 신기한 듯 쳐다보고 있다.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 쥐 2만마리 몰살 가능…맹독 파란 개구리

    ☞원문 및 사진 보러가기 남미 코스타리카와 브라질의 열대 우림에 서식하는 청독화살 개구리. 몸길이 2.5cm에 불과하는 이 개구리는 현재 서식지의 감소로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그러한 희귀 개구리를 영국 ‘왈포드 앤 노스 슈롭셔 칼리지’(Walford and North Shropshire College)의 한 실험실에서 인공 번식에 성공했다고 1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 등 외신이 보도했다. 이번 실험을 이끈 사이먼 멧칼피 연구원에 따르면 다양한 환경에서 개구리알들을 철저히 관리했지만, 중간에 곰팡이가 발생하는 등 좀처럼 올챙이로 부화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연구진은 포기하지 않고 끊임 없는 노력 끝에 올챙이로 부화시켰다. 이후 마른 땅 위에서도 살 수 있는 암수 한 쌍의 개구리가 될 때까지 성장시켰다고 한다. 한편 청독화살 개구리는 선명한 파란색에 검은 얼룩 무늬가 특징이다. 이 개구리 한 마리는 생쥐 2만 마리나 성인 10명을 단번에 죽일 수 있는 맹독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골프장 될 뻔한 초안산이 도롱뇽 보금자리로

    골프장 될 뻔한 초안산이 도롱뇽 보금자리로

    13일 오전 10시 서울 도봉구 창동에 있는 초안산. 고즈넉한 분위기가 아이들의 재잘거림으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인근 현대유치원, 월천·창일초등학교 학생들과 교사 등 100여명이 인공 연못과 시내 주변으로 모였다. 무더위에 산기슭에서 500m 정도 떨어진 곳까지 올라오느라 얼굴을 찌푸렸던 아이들이 웃음을 머금었다. 투명한 상자 안에 올망졸망 담긴 산개구리, 두꺼비, 도롱뇽 새끼를 본 까닭이다. “우와, 손톱보다 작네요.” “이게 개구리예요, 두꺼비예요?” “만져 봐도 되나요?” 아이들은 초롱초롱한 눈으로 박병상 인천도시생태연구소장에게서 양서류에 대한 짤막한 해설과 방사 방법을 듣고는 바가지와 종이컵에 산개구리 등을 담아 연못과 시내에 조심스럽게 부어 넣었다. 방사 행사 뒤엔 연못 위로 차광막이 설치됐다. 청둥오리 등이 먹이를 찾아 날아드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도봉의 허파’로 불리는 초안산이 생태 보물 창고로 거듭나고 있다. 주민 힘으로 골프연습장 건립을 막고 대신 생태 공원을 세울 정도로 주민들의 애착이 강한 곳이기도 하다. 도시농업을 위한 텃밭, 어린이 공원, 근린공원 등이 이곳에 몰렸다. 세대 공감을 테마로 한 생태 공원도 추가로 조성되고 있다. 구는 초안산에 서식하는 동물 종류를 늘리기 위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양서류 방사 행사를 치렀다. 이날 아이들 손에 의해 자연의 품에 안긴 동물은 두꺼비 100마리, 도롱뇽 100마리, 산개구리 1300마리다. 지난해에도 두꺼비 300마리, 도롱뇽 200마리, 산개구리 1000마리를 풀었다. 모두 서울시 보호종으로 서울대공원에서 인공 사육한 것을 분양받았다. 양서류만 자연으로 돌려보내고 있는 것은 아니다. 구는 청정 지역에만 서식하는 환경지표종인 반딧불이도 복원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오는 18일과 26일 두 차례에 걸쳐 반딧불이 성충 2000마리를 방사한다. 장소는 창3동 어린이집에서 200m 정도 떨어진 초안산 생태 연못 주변이다. 구는 2011년부터 여름 무렵 반딧불이 유충과 성충을 정기적으로 방사하며 자연 정착을 유도하고 있다. 첫 방사 이후 구는 초안산 근린공원 내 양묘장에서 직접 유충을 키울 정도로 열정을 보이고 있다. 김상국 공원녹지과장은 “한두번 방사한다고 쉽게 정착하지는 않는다”며 “도봉구가 생태 문화 도시로 거듭나고 초안산이 그 중심지로 탈바꿈하도록 꾸준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말이야 옳았지만, 비가 내리는 바위틈에서 까닭 없이 야숙하는 판국에 잠이 올 리 만무였다. 잠이 오지 않았으니 가슴속은 써늘하게 식어왔다. 고달프게 살아온 풍진 세월이 뇌리 속으로 뭉클뭉클 집혀왔다. 아리고 쓰린 감회가 비바람 소리와 함께 가슴속을 핥고 지나갔다. 기진했던 삶의 편린들이 뼛속으로 고스란히 전달되면서 잠은 저만치로 달아나고 육신은 한속으로 사시나무 떨듯 하였다. 이튿날 새벽 그들은 연기가 나지 않는 싸리나무를 꺾어 지은 수수밥을 손바닥으로 받아 구렁이 개구리 녹이듯 순식간에 삼키고 나서 다시 길을 재촉하였다. 당도한 곳은 밤새웠던 토굴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 자리인 한나무재 계곡이었다. 울진 흥부에서 내성 쪽으로 가다 보면 만나는 한나무재는 왼쪽으로 통고산 노루막이가 아스라이 바라보이고 오른쪽으로는 높다란 응봉산 능선이 버티고 있다. 그래서 한나무재는 십이령 중에서도 숨이 탁 막힐 정도로 깊은 산진수궁(山盡水窮)이었다. 그런데 한나무재 계곡에 당도한 그들은 어찌된 셈인지 잠행을 멈추고 일곱 사람 모두가 스스럼없이 모습을 드러냈다. 계곡의 너른 바위에 자리를 잡은 곽개천은 사위를 꼼꼼하게 살펴보았다. 그의 시선이 한곳에 머물렀다. 계곡 바로 곁 가풀막진 산비알 아래로 오종종하게 붙어 있는 다랑논이 바라보였기 때문이다. 하늘의 처분만을 기다리는 그들 다랑논은 밤새 내린 비로 축축하게 젖어 있었지만 오랫동안 경작하지 않은 묵정논이었다. 뿐만 아니었다. 다랑논 한 귀퉁이에 추녀가 땅에 질질 끌리도록 쓰러진 움막집 하나가 보였는데, 역시 버려진 움막이었다. 일행은 그 움막에서 이틀 밤을 보냈다. 그들이 그 움막을 엄폐물 삼아 은신했던 것은 그 산기슭이 십이령 중에서도 가장 인적이 없어 짐승들만 다니는 길목으로 소문나 있었고, 길손들이 봇짐을 털린 곳은 통고산과 응봉산 사이에 있는 계곡 길이었다는 것을 여러 번 들었기 때문이다. 과연 곽개천의 짐작은 제대로 맞아떨어졌다. 이틀 밤을 지새우고 사흘째 되던 날 아침 선반머리였다. 통고산 마루에 당보수(塘報手)로 내보냈던 행중이 움막으로 숨차게 뛰어들었다. 통고산 벼랑길로 여섯 명의 장정들이 계곡길을 겨냥하고 내려오는 낌새를 목격한 것이었다. 그 길로 내려온다면 필경 내왕이 빈번한 한나무재길을 거치지 않을 수 없었다. 길이 아닌 길을 선택한 것과 등짐이나 괴나리봇짐조차 걸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산적일시 분명했다. 버려진 다랑논을 경작하려는 농투성이는 더욱 아니었다. 그러나 한 가지 염려스러운 것이 있었다. 그들의 본색이 산적이 분명하다 할지라도 행중이 매복하고 있는 움막 앞은 지나간다는 보장이 없었기 때문이다. 곽개천이 당보수로 나갔던 행중에게 물었다. “병장기를 지녔던가?” “멀리서 지켜보았기 때문에 적실치는 않으나, 몸에 지닌 병장기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품속에 감추었을 테지. 이곳까지 당도하자면 얼마나 걸릴까?” “산속 치받이길인데도 상단에 버금갈 정도로 걸음이 매우 빨랐습니다.” “저들을 유인해야 하네. 솔가지로 불을 피워서 연기가 산기슭을 타고 오르도록 하게. 이 계곡 길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눈치채게 만들어야 저들이 다른 길목으로 빠지지 않고 곧장 이 계곡 길로 들어설 것이야.”
  • [영상]경악! 무시무시한 ‘괴물 개구리’에 물리면…

    [영상]경악! 무시무시한 ‘괴물 개구리’에 물리면…

    ’괴물 개구리’로 불리는 포악한 아프리카 황소개구리 영상이 네티즌 사이에서 화제다. 최근 영국 동영상사이트 라이브리크 닷컴에는 ‘이상한 개구리를 함부로 만진 남자’라는 제목의 동영상이 공개됐다. 해당 영상은 아프리카의 한 동물보호구역에 등장한 황소개구리의 모습을 담았다. 영상을 촬영한 남성은 ‘괴물 개구리’의 입에 나뭇가지를 쑤셔 넣다 결국 손가락을 물려 피를 봤다. 이후 개구리의 입을 들춰보니 날카로운 이빨이 드러나 놀라움을 자아낸다. 괴물 개구리인 ‘아프리카 황소개구리’는 입에 이런 치아돌기가 있어 먹잇감을 씹어 먹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 괴물 개구리는 쥐와 새는 물론 천적인 뱀도 닥치는대로 먹어치우는 것으로 전해져 네티즌들을 경악케 하고 있다. 네티즌들은 “괴물 개구리 쥐 먹는 영상도 있는데 너무 무서워”, “손가락 물린 사람 아프지 않나”, ”제발 우리나라에는 들어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올챙이도 이빨이 달려있을까” 등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괴물 개구리 영상 보러가기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中 윈난성 후타오샤 트레킹 체험… ‘차마고도’를 걷다

    中 윈난성 후타오샤 트레킹 체험… ‘차마고도’를 걷다

    지금 여기는 차마고도(茶馬古道)입니다. 정확히는 여러 갈래의 차마고도 가운데 중국 윈난성(雲南省) 위룽쉐산(玉龍雪山·5596m)과 하바쉐산(哈巴雪山·5396m) 사이의 후타오샤(虎跳峽)로 난 길 위에 서 있습니다. 길은 험합니다. 말과 사람이 겨우 지날 만큼 좁습니다. 협곡의 폭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니 호랑이(虎)가 건너뛸(跳) 수 있었겠지요. 한데 사방을 둘러친 풍경은 몇 마디 말로 형용하기 어려울 만큼 광대하고 빼어납니다. 풍경에 홀려 자칫 발을 헛디뎠다간 곧장 수천 길 낭떠러지로 떨어지고 말겁니다. 치명적인 아름다움을 가진 길인 셈이지요. 차마고도의 후타오샤 구간을 제대로 돌아보려면 족히 이틀은 걸립니다. 이번엔 ‘빵차’를 타고 이동하다 핵심 코스에 내려 트레킹을 즐기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단기 속성 코스’ 쯤 될까요. 전 구간을 발품 팔아 걷는 것에 견줄 수야 있겠습니까만, 그 길에서 만난 감동의 깊이 만큼은 결코 모자람이 없었습니다. 후타오샤 트레킹에 나서기 전 몇 가지 알아둘 게 있다. 먼저 삼강병류(三江幷流)다. 티베트 고원에서 발원한 진샤강(沙江)과 란창강(瀾滄江), 누강(怒江) 등 세 개의 물줄기가 26㎞ 거리를 두고 함께 흐르는 것, 혹은 그 지역을 뭉뚱그려 일컫는 말이다. 세 강은 각각 양쯔강과 메콩강, 살윈강의 최상류를 이룬다. 이 가운데 후타오샤를 관통하는 물줄기가 진샤강이다. 겨울엔 옥빛, 여름엔 황톳빛으로 빛깔을 달리한다는 강이다. 진샤강은 남진을 거듭하다, 장강제일만이란 곳에서 180도 회전해 리장으로 흘러들어 간다. 리장 안에서만 614㎞를 굽이친 진샤강은 쓰촨성 등을 거치며 한껏 폭을 넓히는데, 그게 바로 양쯔강이다. 샹그릴라현 후타오샤진에 이른 진샤강은 위룽쉐산과 하바쉐산 사이를 할퀴며 지난다. 바로 이 구간, 그러니까 오래전 한몸이었다가 지각변동으로 떨어진 두 개의 거대한 산이 몸피를 바짝 좁힌 협곡이 후타오샤다. 협곡의 길이는 20㎞ 남짓. 폭은 가장 가까운 곳이 30m 정도다. 진샤강과 설산의 최대 표고차는 3900m에 달한다. 차마고도는 바로 이 후타오샤의 거친 산자락 사이를 지난다. 차마고도는 ‘밑줄 쫙’ 쳐가며 알아두자. 인류 최고(最古)의 교역로로 꼽히는 곳이다. 실크로드 보다 앞서 형성된 것으로 전해진다. 차마고도는 윈난성 등 중국 서남부의 푸얼차(普?茶)와 티베트의 말을 교환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인터넷 검색 사이트에선 ‘평균고도 4000m가 넘는 산자락에 다져진 험준한 길이 5000㎞ 정도 이어진다’고 적고 있다. 이 길을 따라 교역에 나선 상인 조직이 마방이다. 마방들은 차나 말 외에 소금과 약재 등 다양한 물품들을 실어 날랐다. 티베트 불교가 전래된 것도 바로 이 길을 통해서였다. 차마고도는 여러 갈래로 나뉜다. 후타오샤의 차마고도는 그 중 하나다. 중국 정부가 민간인의 티베트 입경을 불허하는 상황에서 차마고도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길이기도 하다. 중국 서남부의 리장(麗江)은 소수민족의 전시장 같은 곳이다. 궁벽한 소도시에 20여개의 소수민족들이 살아간다. 중국인들조차 소수민족의 삶을 엿보기 위해 리장을 찾는다고 한다. 리장 시내를 벗어나 214번 국도로 갈아탄다. 티베트의 라싸까지 가는 국도다. 오래전 마오쩌둥이 티베트를 점령하기 위해 군대를 이끌고 가던 길이기도 하다. 낡은 길이 주는 감동은 ‘신작로’가 흉내조차 낼 수 없는 깊이를 가졌다. 길 양 쪽으로 줄곧 ‘시간이 멈춘 듯한’ 풍경이 흐른다. 황톳빛 진샤강 위에 세워진 경홍교(景虹橋)를 건너면 샹그릴라다. 티베트 말로 ‘내 마음 속의 해와 달’이란 뜻이란다. 유럽인들에겐 1933년 영국의 제임스 힐턴이 지은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에 등장하는 전설의 이상향으로 각인된 곳이다. 샹그릴라는 해발 3300m로 리장(2400m) 보다 고도가 높다. 다리를 건너자마자 리장과 다소 다른 건축 양식 등에서 서역의 향기가 물씬 전해 온다. 후타오샤 트레킹은 최소한 1박 2일은 잡아야 한다. 하지만 후타오샤의 정수만 골라 보는 방법도 있다. 예컨대 후타오샤진에서 진샤강과 나란히 달리는 로 패스(Low path)를 따라 차를 타고 가다, 하바쉐산 중턱의 중도객잔(2600m)까지 오른 뒤, 차마고도와 합류해 관음폭포까지 다녀오는 식이다. 이때 동원되는 탈 것이 ‘빵차’다. 식빵처럼 통통한 형태를 한 승합차다. 생긴 건 볼품없지만 차마고도 트레킹에선 조랑말 만큼이나 유용하다. 차마고도를 에워싼 산은 거대하다. 그에 견줘 사람과 길은 턱없이 작다. 사진으로는 도무지 표현이 되질 않는다. 그러니 그저 실핏줄 같은 저 길 위로 사람과 말이 걷고 있다고 상상하는 것 외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 박석이 깔려 있지 않은 길은 바닥이 깊이 파였다. 흙길이라고는 하나, 단단하기가 포장도로에 견줄 만한데도 길 가운데가 움푹 파인 거다. 얼마나 많은 말과 사람들이 밟고 지났는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몸 돌릴 틈 없는 좁은 벼랑길에서 마방끼리 마주치면 어떻게 될까. 가이드 김성철씨는 “마방을 이끄는 우두머리 ‘마고토’끼리 협상을 벌여 적은 규모의 대상이 싣고 온 짐과 말을 모두 벼랑 아래로 밀어 떨어뜨렸다”고 했다. 물론 물건값은 온전하게 보전해준다. 다소 믿기 힘든 이야기지만, 오도가도 못하게 된 상황에서라면 그럴 수도 있지 싶다. 오가며 마주하는 위룽쉐산과 하바쉐산은 높고 또 깊다. 웅혼하다는 표현이 딱 들어 맞는다. 그 험준한 산에서도 생명이 자란다. 키 작은 관목들이 진회색 산자락을 초록빛으로 물들였다. 거인이 짧은 초록빛 비단 치마를 걸친 듯, 어색한 몰골이다. 하지만 그 치열한 생명력은 경외롭기까지 하다. 주민들의 삶도 산자락을 따라 팍팍하게 이어진다. 급경사의 산자락에 계단식 밭을 일궈놓았다. 염전 형태의 광물 채집 시설도 이채롭다. 설산 위쪽의 광산에서 배출된 물을 가둔 뒤, 물에 함유된 미세한 광물을 걸러내는 설비다. 현지 가이드는 “허술한 시설로도 해마다 2000만원 정도의 수익을 거둔다”고 했다. ‘짭짤’한 수준을 넘어 화수분에 가깝다. 차마고도의 풍경이야 어디서나 가슴 벅차지만, 마지막 산굽이에서 마주한 풍경은 정말 장관이다. 왼쪽으로 관음폭포가 시원스레 쏟아져 내리고, 수십길 아래로는 장선생객잔 등이 모래알처럼 흩뿌려져 있다. 그 사이로 진샤강이 황톳빛 포말을 일으키며 쏟아져 간다. 멀리서는 실핏줄 같았던 관음폭포지만, 바짝 다가서 보면 제법 수량이 풍성하다. 차마고도 버전의 오아시스다. 물은 맑고 차다. 하바쉐산의 만년설이 녹은 물이기 때문이다. 한 시간 남짓한 트레킹에 아쉬움도 남을 법하다. 한데 이쯤에서 돌아서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길이 준 울림은 이미 차고도 넘쳤으니 말이다. 윈난을 말할 때 리장(麗江)고성(古城)을 빼놓을 수 없다. 사방가(四方街)에서 방사선 형태로 뻗어 나간 네 갈래 길 위에 1000년을 넘나드는 건축물들이 어깨를 맞댄 채 서 있는 곳. 길바닥엔 오화채색석이 촘촘하게 깔렸고, 위룽쉐산(玉龍雪山)의 만년설 녹은 물이 세 갈래로 마을을 적시며 흘러가는 곳이 바로 ‘동방의 베니스’ 리장고성이다. 해발 2400m의 나시족자치현인 리장은 중국 내에서도 ‘깡촌’으로 통했다. 그러다 1996년 발생한 대지진은 고성의 가치를 한껏 높여 줬다. 인근의 현대식 건물들은 하릴없이 스러졌지만, 고성은 끄떡없이 서 있었던 것. 3000여 채에 달하는 우아한 목조건물들은 서로 맞닿아 있다. 삼국지에 나오는 조조의 연환계를 연상하면 알기 쉽다. 실핏줄 같은 100여개의 골목길로 연결된 건축물은 서로가 버팀목 노릇을 한다. 반면 화재엔 취약하다. 조조의 대군도 제갈공명의 화공 한 방에 케이오되지 않았던가. “고성 앞에 세워진 물레방아 모양의 대수차(大水車) 또한 화재 예방을 기원하는 액막이”라는 게 현지 가이드의 설명이다. 길바닥엔 박석이 깔렸다. 수많은 말과 마방들이 오가는 동안 길이 파이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다. 인근 흑룡담에서 발원한 수로는 세 갈래로 나뉘어 고성 곳곳을 적시며 흘러간다. 리장고성이 ‘동방의 베니스’로 불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고성 안에는 약 3만명의 주민이 산다. 그중 90%가 나시(納西)족이다. 나시족은 개구리를 숭상한다. 개구리가 하늘에서 동파교 경전을 가져와 인간에게 전해 줬다고 믿기 때문이다. 나시족의 개구리에 대한 친밀감은 전통 복장에서 잘 드러난다. 나시족 여인들마다 등 뒤에 장식물을 메고 다니는데, 이게 꼭 개구리처럼 보인다. 거북이 등껍질을 닮은 장식물엔 북두칠성을 상징하는 일곱 개의 원을 수놓았다. 머리엔 달처럼 둥근 모자를 쓰고 다닌다. 이른바 피성대월(披星戴月)이다. 별을 등에 지고, 머리엔 달을 이고 있다는 말이다. 이는 새벽별 보며 집을 나선 뒤 달 뜨는 밤에 돌아올 만큼 오래 일을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가사와 농사를 전담했던 나시족 여인들의 힘겨운 생활사가 배어 있는 표현인 셈이다. 리장고성은 1200년 전(1700년이란 견해도 있다) 세워진 바이사(白沙)고진(古鎭)과 1000년 역사의 수허(束河)고진, 그리고 800년 된 다옌(大硏)고진을 포괄하는 표현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리장 시내의 다옌고진을 리장고성이라고 부른다. 세 곳은 성격이 다소 다르다. 시간을 내 따로 찾는 게 좋겠다. 리장고성을 기준으로 수허고진은 4㎞, 바이사고진은 10㎞ 정도 떨어져 있다. 규모는 작아도 번다한 관광지가 돼 버린 리장고성보다 한결 옛 정취가 살아 있다. 리장고성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게 위룽쉐산이다. 여태 단 한 차례도 인간에게 정상을 내주지 않은 산이다. 해발고도는 ‘현재’ 5596m다. 한라산을 3개 쌓아 놓은 것과 맞먹는 높이다. 지각활동이 활발해 지금도 높이가 조금씩 상승하고 있다. 산군들의 자태가 기막히다. 은빛의 용이 꿈틀대는 듯하다. ‘옥룡’이란 이름도 그래서 붙여졌다. 산은 거대하다. 5000m 넘는 고봉만 13개, 72개에 이르는 4000m급의 ‘낮은’ 봉우리는 이름조차 없다. 그 안 어딘가에 ‘만년설 녹은 물로 차를 끓여 마시고, 사슴을 타고 다니며, 호랑이로 밭갈이를 하는 사람이 산다’는 전설 속 옥룡제삼국도 있을 게다. 불끈 솟은 산은 리장 어디서나 풍경의 주인이 된다. 위룽쉐산에서 캐낸 오화채색석은 리장고성 등의 길을 포장하는 데 쓰였다고 한다. 산 중턱까지 케이블카를 타고 갈 수 있다. 승속을 가르는 듯한 구름을 뚫고 솟아오르면 해발 4506m의 빙천 세계다. 고산 증세로 머리는 어지럽고, 가슴은 답답하다. 예서 4680m의 전망대까지는 걸어서 가야 한다. 후들대는 다리로 마지막 계단을 딛고 서면 웅장한 위룽쉐산의 산군들과 마주할 수 있다. 글 사진 샹그릴라·리장(중국)손원천 여행전문기자 angler@seoul.co.kr [여행 수첩] ▲아시아나항공이 중국 리장까지 주 2회(목·일요일) 전세 직항편을 운항하고 있다. 리장 공항이 생긴 이래 외국계 항공사로는 처음이다. 비행시간은 5시간 정도. 목요일 출발은 4박(기내 1박) 5일, 일요일 출발은 5박 6일 일정이다. 6월 16일까지 1차 운항, 7월 18일~10월 17일 2차 운항한다. 아시아나 전세기를 이용한 관광상품은 하나투어와 모두투어, 투어2000, 혜초여행사, 라이브투어 등 다섯 곳에서만 판다. 대부분 리장과 다리(大理), 혹은 리장과 후타오샤 등을 돌아보는 프로그램이다. ▲리장을 기준으로 후타오샤까지는 100㎞, 버스로 3시간쯤 걸린다. 위룽쉐산은 25㎞로 40분 거리다. 리장고성 수로의 원천인 흑룡담은 리장 시내에 있다. 가뭄으로 물은 바짝 말랐으나 리장 주민들이 성소로 여기는 곳이니 둘러보는 게 좋겠다. ▲위룽쉐산 빙천세계에선 한여름에도 한기가 느껴진다. 케이블카 승강장에서 50위안(약 9200원)에 방한 점퍼를 빌릴 수 있다. 고산증세를 완화시키는 산소통도 1개 당 50위안이다. ▲후타오샤 트레킹에 이용되는 조랑말은 200~300위안쯤 받는다. 객잔 숙박비는 150 위안선이다.
  • 이빨로 손가락을 ‘꽉!’…피 철철 나게 한 괴물 개구리

    이빨로 손가락을 ‘꽉!’…피 철철 나게 한 괴물 개구리

    자신을 괴롭히던 한 관광객의 손가락을 ‘꽉’ 깨물어 피가 철철 흐르도록 한 아프리카 황소개구리의 모습을 담은 동영상이 인터넷상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달 27일 영국의 동영상사이트 라이브리크닷컴에는 ‘이상한 개구리를 함부로 만진 남자’라는 제목의 동영상 한 편이 공개돼 해외 네티즌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영상에는 한 젊은 남성이 아프리카의 한 동물보호구역에서 사로잡은 황소개구리의 입에 나뭇가지를 쑤셔 넣다가 그만 손가락을 물려 피를 흘리는 모습이 담겼다. 그는 피가 맺힌 자신의 손가락으로 개구리의 입을 들춰내며 날카로운 이빨을 보여주는 대담함을 보이기도 했다. 아프리카 황소개구리는 입에 치아돌기라 불리는 이빨을 가지고 있어 먹잇감을 씹어 먹을 수 있다. 특히 이 개구리는 조류와 파충류를 좋아하는데 워낙 먹성이 좋아 독사도 가리지 않으며 새끼 코브라 17마리를 단숨에 잡아먹은 사례도 있다. 이어진 영상에는 화가 난 개구리가 몸집을 부풀리고 입을 벌리며 위협적인 소리를 내는 모습도 담겼다. 이 개구리는 공격적인 성향이 강해 자신을 위협하는 대상에도 거침없이 덤벼드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남성은 이 같은 사실을 전혀 모르는 듯 개구리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개구리는 마치 맹수처럼 뛰어들며 손을 덥석 깨물고 말았다. 이후 남성은 자신의 손에서 피가 철철 흐르는 상황에서도 카메라에 자랑하듯 내보였다. 한편 이 영상은 세계적인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와 미국 최대 소셜 뉴스 사이트인 래딧닷컴에도 소개돼 300만 명이 넘는 네티즌이 감상했다. 사진=라이브리크닷컴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마시던 인스턴트 차(茶)에서 ‘개구리 시체’ 경악

    마시던 인스턴트 차(茶)에서 ‘개구리 시체’ 경악

    마시던 인스턴트차(茶)에서 개구리 시체가… 중국 신화통신은 3일 중국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인스턴트 밀크티인 샹표표나이차(香飘飘奶茶)에서 죽은 개구리가 나와 소비자들이 경악했다고 보도했다. 문제의 인스턴트 밀크티는 허난(河南)성 신양(信陽)시에 사는 왕(王)씨가 최근 손녀에게 주기 위해 구매한 것. 손녀는 등교하기 전 마시던 밀크티 컵 바닥에 개구리 주검이 보여 깜짝 놀랐다. 개구리 크기는 2cm 정도였다. 왕씨는 곧바로 밀크티 제조 회사에 항의했다. 밀크티 제조회사는 “사과의 표시로 같은 제품 4상자를 보내드리겠다”고 했으나 왕씨는 이를 거절했다. 왕씨는 “보상보다는 안전한 제품을 만들어 달라”며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신화통신 정선미 인턴기자 j2629@seoul.co.kr
  • [국민경제자문회의 출범] “中企정책 ‘보호’→‘육성’ 전환… 특정 고부가 서비스업 창출해야”

    [국민경제자문회의 출범] “中企정책 ‘보호’→‘육성’ 전환… 특정 고부가 서비스업 창출해야”

    #1 1995년부터 2010년까지 제조업에 종사하는 국내 대기업은 매년 생산성이 9.3%, 부가가치는 7.3%나 증가했다. 그러나 고용은 2.0% 감소했다. 대기업 해외 생산 비율은 2003년 4.6%에서 2010년 16.7%까지 치솟았다. 경북 구미 등 한때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렸던 산업단지들은 공동화(空洞化) 현상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로 내몰렸다. #2 1997년부터 2007년까지 중견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성장한 업체는 26개에 불과했다. 2300개 중견기업 중 1.13%만이 계층 상승에 성공했다. 그러나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올라선 업체는 119개, 비율로는 0.03%에 그쳤다. 도약의 사다리가 끊기면서 우리 경제의 활력이 눈에 띄게 둔화된 이유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삼성경제연구소, 매킨지, 골드만삭스 등이 29일 국민자문경제회의에 제출한 ‘한국경제에 대한 인식과 향후 정책과제’ 보고서에는 우리 경제가 처한 현실과 이에 대한 대처 방안이 담겨 있다. 지난달 매킨지가 한국경제 보고서를 통해 우리 경제를 ‘뜨거워지는 물속의 개구리’에 빗댄 것처럼 이번 보고서 역시 우리 경제를 성장 동력을 상실한 상태라고 규정했다. 그 요인으로는 노동과 자본 등 ‘요소투입’ 중심 성장이 한계에 다다랐고 고령화에 따라 2016년을 정점으로 생산가능 인구가 감소할 것이라는 점이 꼽혔다. 보고서는 성장동력 확충을 위해 중소기업 정책의 패러다임을 ‘보호’에서 ‘육성’으로 바꾸라고 제안했다. 중소기업의 성장을 유도, 기존의 대기업 중심 구조에 변화를 꾀하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향후 5년 안에 중견기업 1000개를 신규 육성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세계적 수준의 중소기업역량센터를 설립, 운영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중소기업청의 기능을 ‘중견기업육성청’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내놓았다. 서비스 산업의 경우 선택과 집중을 통해 특정 고부가가치 분야를 육성할 것을 조언했다. 이를 위해 보건의료나 전시컨벤션(MICE), 플랜트 엔지니어링, 금융서비스 등 우선순위 위주로 성장 전략을 다시 짜라고 했다. 경제활동 인구 확대를 위해서는 여성인력 고용을 선진국 수준으로 높이고 임금피크제 확대와 연금제도 개혁을 주문했다. 외국 인력은 영주권 부여 등으로 우수 유학생이나 전문 인력의 국내 정착을 지원할 필요성을 제시했다. 안정적인 성장기반 강화를 위해서는 복지 투자 확대와 고비용 가계경제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이를 위해 임대주택 정책과 영국 등에서 시행하는 ‘셰어드 오너십’(주택 지분을 점진적으로 구매하는 방식)이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이스터고 지원과 기업 교육 확대 등으로 대안적인 취업 루트를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거시경제의 안정 운영을 위해서는 재정준칙 등 원칙이 확립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입기반 확충 및 지출구조 효율화를 위해 비과세 감면 축소도 제시했다. 채권거래세 도입과 급격한 원고 현상 방지를 위한 시장 안정조치 등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공공 부문 혁신 분야에서는 ‘부처 간 칸막이 제거’가 핵심 과제로 제시됐다. 이를 위해 국정과제 수행을 위한 다부처 인력의 통합팀을 구성하고, 청와대나 총리실 직속의 신속한 의사결정구조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국민경제자문회의 민간위원들은 보고서를 토대로 한 시간 가까이 토론을 벌였다. 미국 연방 하원의원(3선) 출신 김창준(정경아카데미 이사장) 위원은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기 위해 ‘공동브랜드’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면서 “미국과 한국 기업이 공동으로 중국·동남아 시장에 진출하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갑영(연세대 총장) 위원은 “사회적 역동성을 높이기 위해 소외계층에 세계 최고 수준의 교육기회를 제공하고, 규제 완화로 대학 경쟁력을 제고하는 한편 대학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해 ‘신분상승 사다리’를 복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윤제(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위원은 “노동시장의 구조조정은 노사정 합의를 토대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함께 고용의 유연성을 높이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세종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 [어린이 책꽂이]

    넌 무슨 상상하니?(정옥 글, 정은희 그림, 샘터어린이 펴냄) 세상 모든 것들의 상상을 돕기 위해 마녀가 되려는 아홉살 소녀 송송. 좌충우돌 마녀 수업을 통해 자유롭게 상상하는 즐거움을 깨닫는다. 할머니의 품을 떠나 설문대 할망과 제주에서 마법 여행을 하면서 꿈을 이루고 싶어 하는 다양한 존재를 만나게 된다. 날개를 갖고 싶은 구름, 헤엄치는 꿈을 꾸는 바위 등이다. ‘사회’라는 무리에서 무시되기 쉬운 개성의 소중함을 다룬다. 꼬마 마녀 송송 시리즈의 두 번째 책. 1만원. 서울 방귀쟁이 시골 방귀쟁이(임정자 글, 최용호 그림, 별숲 펴냄) 10여년간 동화를 써온 임정자 작가가 아끼고 아껴온 옛이야기 5편을 골랐다. 저마다 재미가 가득하고 조상들의 귀한 삶의 철학을 담았다. ‘서울 방귀쟁이 시골 방귀쟁이’를 읽으면 실실 웃음이 나오고, ‘한뼘이의 호랑이 사냥’과 ‘삼두구미를 이긴 막내딸’에선 마음 맑고 씩씩한 주인공의 신나는 모험에 짜릿해진다. ‘논두렁으로 종가래 끌고 가는 자는?’과 ‘이야기 주머니’는 귀한 깨달음을 던진다. 9800원. 후와 하나와 소(이와무라 가즈오 지음, 김숙 옮김, 북뱅크 펴냄) 토끼 오누이인 후와 하나. 하루하루가 놀람과 발견의 연속이다. 처음 만난 소를 바라보며 기가 질리고, 그런 소가 얌전하게 풀을 뜯는 모습에 다시 한번 놀란다. 커다란 소와 작은 토끼가 엄마 젖을 먹고 자라는 것까지 공통점이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후와 하나는 소의 뱃속에 있는 아기를 조심스럽게 부르며 생명의 신비도 배워간다. ‘생각하는 개구리’의 저자 이와무라 가즈오의 신간. 1만원.
  • [책꽂이]

    월간 가드닝 새롭게 창간한 정원 전문지. 정원 가꾸기, 정원 디자인, 정원 문화와 산업, 작품 리뷰 등 정원에 대한 모든 것을 담았다. 창간호에서는 유명작가들이 조성한 ‘아름다운 정원 13선’, 영국 첼시의 스타 디자이너 황지해의 작품세계를 특집으로 다루었다. 생활 속 정원 아이템과 꼬마정원사, 마스터 가드너 등을 수록했다. 5000원. 인디언 영혼의 노래(어니스트 톰슨 시튼·줄리아 M 시튼 지음, 정영서 옮김, 책과삶 펴냄) 한 선교사가 주일에 수레를 모는 한 인디언을 꾸짖었다. 인디언은 대답했다. “아, 알겠습니다. 당신의 신은 한 주에 한 번씩 오시는군요. 저의 신은 매일 매순간 저와 함께 있는데….” 세계적인 동물학자이자 박물학자인 시튼이 치밀한 관찰력과 생명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인디언 문명을 깊이 조망했다. 단순히 인디언 문명을 정리한 것이 아니라 오늘의 삶에 되새겨볼 내용을 명료하게 담았다. 1만 2000원. 그 사과밭에 생긴 일(선안나 지음, 한희란 그림, 청개구리 펴냄) 참맛과수원에 큰일이 생긴다. ‘내꼬야’ 사장이 새로 오면서 맛있고 몸에 좋은 ‘참맛사과’가 나오지 않는 것이다. “내가 젤 높으니까, 내 식대로 키울 꼬야”라는 사장은 몸에 나쁜 ‘조은 게 조타’ 농법으로 유해 물질이 가득한 ‘짝퉁 사과’를 쏟아낸다. 그것도 모자라 ‘도니만타’ 그룹의 요구로 건강에 해로운 ‘늴리리야 꿀배’를 심는다. 재치있는 말놀이를 통해 시장논리의 모순을 어린이도 알기 쉽게 풀어냈다. 1만원.
  • [서울광장] 김중수 총재의 입과 통화정책의 신뢰성/오승호 논설위원

    [서울광장] 김중수 총재의 입과 통화정책의 신뢰성/오승호 논설위원

    이성태 전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010년 3월 31일 퇴임식에서 화이부동(和而不同)이라는 고사성어를 예로 들며 정부와의 관계를 진지하게 고민하되 한은의 위상을 공고히 할 것을 당부했다. 당시 이 총재는 인터뷰에서 “정부와 중앙은행은 각자에게 주어진 고유 역할이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고 존중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화이부동이 남과 사이 좋게 지내도 의(義)를 굽혀 좇지는 말라는 뜻이니, 한은이 정부와 화목하게 지내더라도 한은의 고유 권한인 통화정책에서는 중심과 원칙을 잃어서는 안 된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그는 이명박 정부 시절 성장을 위해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정부의 신호를 따르지 않아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던 적이 더러 있었다. 김중수 현 한은 총재도 얼마 전까지 한은의 독립성에 적잖이 신경쓰는 자세였다. 정부나 정치권에서 기준금리 인하를 직·간접적으로 촉구하는 것을 의식해서인지, 강한 표현을 서슴지 않았다. 지난 3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아시아개발은행(ADB) 총회에 참석한 뒤 가진 기자간담회에서는 “지난해 7월과 10월 내린 0.5% 포인트도 굉장히 크다”고 했다. “한국이 기축통화를 쓰는 미국이나 일본도 아닌데 어디까지 가란 것인가”라는 표현으로 금리 인하 압박에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했다. 한은이 이미 두 차례 금리를 내렸으니 이번에는 정부가 나설 차례(now it’s your turn)라고도 했다. 시장에서 이 총재의 발언을 ‘5월 기준금리 동결’로 해석하는 것이 극히 자연스러울 정도였다. 그런데 불과 1주일 이후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의 결과는 반대로 나왔다. 기준금리가 연 2.75%에서 2.50%로 0.25% 포인트 낮춰졌다. 종종 금통위가 시장참가자들의 허를 찌르는 적은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과거의 예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나왔던 김 총재의 강경 발언 때문이다. 7명의 금통위원 중 동결을 택한 위원은 단 한 명뿐이다. 김 총재는 “소수 의견은 나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다른 금통위원 대부분이 금리 인하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을 때 김 총재는 시장에 반대의 메시지를 전달한 꼴이 됐다. 김 총재의 리더십과 통화정책의 신뢰성에 금이 가지 않을지 걱정되는 이유다. 한은 독립성과 관련해 김 총재는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고 지적하는 이들도 있다. 3년여 전 한은 총재에 내정될 즈음, ‘한은도 크게 보면 정부의 일원’이라는 등의 발언을 두고서다. 정권에 따라 한은 독립성에 대한 시각이 왔다갔다한다는 오해를 살 수 있는 발언은 피해야 한다. 통화정책의 일관성과도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20년 가까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의장을 지낸 앨런 그린스펀이 미국의 경제대통령이나 경제의 조타수 등으로 불렸던 가장 큰 정책적 무기로 신뢰성을 꼽는다. 그는 재임 기간 언론과 공개적으로 만난 것이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몸을 사렸다. 그렇지만 한마디를 하면 파괴력은 대단했다. ‘그린스펀 효과’라는 책은 대표적인 예로, 그가 1996년 미국 주식시장에 거품이 생겼을 때 ‘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uberance)이라는 딱 두 단어로 시장을 잠재웠다는 내용을 소개한다. 한은 총재는 시장에 신호를 줄 때 때로는 세련된 어법을, 혹은 어눌한 말투를 구사할 줄 알아야 한다. 발언도 자제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한은 규정에도 금통위 1주일 전에는 금리정책의 방향을 암시할 수 있는 발언은 할 수 없게 돼 있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금통위 하루 전인 지난 8일 “청개구리 심리를 갖고 있거나, 또는 호주 늘보의 행태를 보이는 일이 없도록 고심해 달라”고 한은에 당부했다. 때마침 다음 날 금리 인하가 이뤄져 금통위의 금리 인하 진정성에 의문을 갖는 이들이 적잖을 것이다. 김 총재든, 이 대표든 그런 오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본다. 파워 있는 사람들의 말이 많을수록 정책의 신뢰성은 떨어진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osh@seoul.co.kr
  • [시론] 창조과학과 창조경제/이창석 서울여대 생명환경공학과 교수

    [시론] 창조과학과 창조경제/이창석 서울여대 생명환경공학과 교수

    박근혜 정부의 한 부처 명칭이기도 한 ‘창조과학’과 ‘창조경제’라는 용어를 두고 논란이 한창이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보아 정치권이 슬로건으로 내건 용어가 이해하기 어려운 적은 거의 없다. 국민의 보편적 눈높이에 맞추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제나 논란이 되는 것은 의미를 보편적으로 해석하지 않고 자신의 정치적 시각으로 해석하는 탓이다. 필자가 전공하는 생태학은 주어진 생태적 공간을 이루는 구성원들의 상호관계를 연구하는 종합 학문이다. 생태학적 연구를 통해 구성원 간의 상호관계를 보면, 각 구성원이 발휘하는 기능에 구성원 간의 상호작용으로 이루어내는 기능이 더해지면서 각 구성원 기능의 합 이상의 기능이 나타난다. 나무들이 흩어져 있으면 살 수 없는 열악한 환경에서도 숲을 이루면 서로 도움을 주면서 강한 바람이나 건조함과 같은 환경스트레스를 견디며 살아남는다. 숲을 이루는 나무 각각이 발휘하는 기능의 합보다 숲의 기능이 더 크다는 얘기다. 생태학에서 일컫는 창발(創發) 기능, 즉 창조적 기능이다. 생태학도 시대적 흐름을 반영해 다른 학문과 활발한 융합을 시도하는 요즘이다. 생태학은 오랫동안 생태학과는 아주 다른, 어떤 면에서 정반대의 길을 걸어 온 토목공학과 융합을 시도해 생태공학을 탄생시켰다. 생태공학은 오늘날 파괴된 각종 생태계 복원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면서 인간의 과도한 욕심으로 병든 지구환경을 되살리는 데 앞장서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학문 간 융합으로 만들어진 하나의 창조과학이 지구의 미래 환경을 지켜내고 있는 것이다. 비슷한 예가 또 하나 있다. 생태학은 본래 박물학과 지리학이 결합한 학문이다. 그러나 생태학은 종적 깊이를 추구하고, 지리학은 횡적 확장에 주력했다. 한동안 서로 다른 길을 걸었다. 그러다가 두 학문이 다시 만나 현대생태학의 또 다른 한 축을 차지하는 경관생태학을 이끌어냈다. 새로운 분야다. 경관생태학은 생태학의 시야를 넓혀 생태학자들에게 공간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오늘날 환경의 건강관리를 책임지는 학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더 이질적이고 다양한 융합 사례도 많이 등장하고 있다. 최근 필자의 연구 초점은 기후변화에 기인한 생태계 변화다. 그 변화를 진단하고 예측해 변화에 대한 적응전략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모든 연구에서 그렇듯이 진단을 위한 관찰은 연구의 중요한 출발이다. 기후변화에 따른 생태계 변화를 관찰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생물이 보이는 계절현상이 아주 중요하게 활용된다. 예컨대 꽃이 피고, 새 잎이 나오고, 곤충이 우화(羽化)하고, 개구리와 뱀이 겨울잠에서 깨어나고, 새들이 산란하는 시기 등의 계절현상은 생태계 차원에서 기후변화를 판단하는 방법이다. 부지불식간에, 그것도 관찰하기 힘든 공간에 숨어 진행되는 이러한 현상의 관찰을 눈에만 의존할 때 우리는 그 시기를 놓치거나 관찰한 반복 수가 모자라 질 높은 자료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기후변화로 인한 생태계 피해를 예상하면서도 충분한 자료를 확보하지 못해 적응전략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곤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 생태학자와 전자공학자, 정보통신 전문가가 힘을 합쳐 생물들의 세세한 움직임까지 감지해낼 수 있는 연구가 가능해졌다. 환경부가 새로 추진하는 생태·혁신과제를 통해서다. 또 하나의 창조과학이 탄생, 기후변화가 가져오는 혼란스러운 생태계 변화의 의문도 조만간 풀릴 전망이다. 서로 다른 길을 걸어 온 학문이 만나 조화로운 융합을 이루어낼 때 그 조합은 그들의 합 이상의 어떤 것, 즉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 낸다. 분명 새로운 것으로서 창조라는 말과 어울릴 수 있는 효과다. 따라서 융합된 학문에 따른 새로운 학문은 창조과학이라 불러도 무방하다. 과학과 경제도 그리 멀리 있지 않은 요즘 융합을 통한 창조경제도 충분히 가능하다.
  • [사설] 갑 중의 갑 현대차노조, 상생에도 눈 돌려야

    엊그제 울산4공장 앞에서는 현대자동차 노조의 우월적인 지위를 보여주는 일이 벌어졌다. 협력업체 대표와 근로자 등 100여명이 노조원들에게 유인물을 나눠주며 주말 특근 재개를 간곡히 호소한 것이다. 이들이 이곳을 찾은 것은 주말 특근이 자신들의 생존과 직결돼 있고, 현대차 노조가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어 주말 특근 재개 여부에 대해 논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남양유업 사건 등으로 ‘갑을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현대차 노조는 사측과 협력업체들이 상전처럼 모시는 ‘갑 중의 갑’이다. 하나의 생산라인만 가동이 멈추어도 전체 라인이 중단되는 구조이다 보니 사측도 노조에 끌려갈 수밖에 없고, 협력업체들은 현대차 노조가 작업을 중단하면 납품을 할 수 없게 돼 목을 맬 수밖에 없다. 주말 특근은 현대차 노사의 현안이었다. 3월부터 밤샘근무를 없앤 주간 연속 2교대제를 시행했으나 주말 특근이 이루어지지 않아 생산 차질이 빚어졌고 엔저 공세로 1분기 매출 증가율도 한 자릿수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노사는 협상 끝에 지난달 26일 21만원의 특근수당에 합의하고 주말 특근을 재개하기로 했으나 노조 대의원 대표들은 직권조인을 문제삼아 합의안을 휴지 조각으로 만들었다. 국내 공장에 37만대 가까이 주문이 밀려 있고 출고 지연으로 고객들이 계약을 해지하는데도 ‘노노 갈등’으로 주말 특근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니 안타깝다. 노조 내부에서는 주말 특근 합의안을 보완하자는 쪽과 파기해야 한다는 강경파로 나뉘어 있으니, 사태 해결은 더욱 요원하다. 노조원들은 또 정년 61세 연장에 대학 미진학 자녀 취업 지원금 1000만원 지급까지 임·단협 사항에 포함시켰다. 현대차 노조는 자녀에게 서류전형 합격자 25% 할당, 5% 가산점 부여 등 입사우대 제도를 시행해 진입 장벽을 쳤다. 대기업의 오너 2, 3세들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처럼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이다. 노조의 극단적 이기주의 행태는 입사 희망자나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반감을 초래해 현대차의 미래를 어둡게 한다. 현대차 노조는 상생에 눈을 돌려야 한다. 뜨거운 주전자 속 개구리처럼 현실에 안주해 위기불감증에 빠진 것은 아닌지 뒤돌아봐야 한다.
  • 이한구 “韓銀 청개구리나 늘보 안돼야”

    이한구 “韓銀 청개구리나 늘보 안돼야”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한국은행에 기준금리 인하를 또 주문했다. 금리 결정을 하루 앞두고 있는 한은 측은 반응을 자제하고 있다. 한은의 금리 정책에 동의하지 않는 전문가들도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원내대표는 8일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최고중진 연석회의에서 “추경 예산안이 통과됐지만 규모와 내용 면에서는 충분하지 못하다”면서 “민간 투자가 본격화하는 분위기를 위해서는 한은의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운을 뗐다. 이 대표는 “한은은 독립이 자기 조직을 위한 독립이 아니라 국민 경제를 위해 필요한 독립이라고 생각해야 한다”며 “자칫 청개구리 심리를 갖고 있거나, 또는 호주 늘보(나무에 매달려 사는 동물로 움직임이 느리고 굼뜨다)의 행태를 보이는 그런 일은 없도록 고심하고 국민경제 활성화를 위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4월에는 동결했지만 5월에는 알아서 잘 판단하리라 본다”는 발언에 이어 9일 열릴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내리라고 압박한 셈이다. 이 원내대표는 지난 4월 초에도 금리인하를 요구하는 발언을 했다. 선진국들이 속속 금리를 내리면서 한은의 입지도 더 좁아지고 있다. 호주 연방중앙은행은 지난 7일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내린 연 2.75%로 결정했다. 역대 최저다. 우리나라의 역대 최저 기준금리는 2009년 2월부터 2010년 6월까지 유지된 연 2.0%다. 한은 측은 금리 결정을 하루 앞두고 나온 발언에 당황하면서도 “금리는 금통위 결정사항”이라고 강조했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원내대표의 발언을 언급하지 않는 것이 금통위원들에게 부담을 덜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추경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금리를 내려야 하는 것은 맞지만 정치권에서 금리에 대해 말하는 것은 중앙은행에 상당한 부담”이라면서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존중하고 중앙은행은 이에 합당한 정책을 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 [서울신문 보도 그후] LH ‘금개구리 서식지’ 공사 중단… 배수로 복구키로

    불법 공사로 서식처를 잃을 위기에 처했던 세종시 장남평 ‘금개구리 사태’가 감독 당국의 행정 조치로 고비를 넘겼다. 장남평 일대에 집단 서식하는 금개구리는 우리나라 고유종이자 멸종 위기 야생동물 2급이다. 주로 논 등의 습지에서 산다. 환경부, 금강유역환경청은 3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장남평에서의 불법 성토를 중단하고 철거된 배수로를 복구하도록 조치 명령했다고 밝혔다. 5~6월 봄철 갈수기 물 공급 대책도 함께 마련하게 했다. 박천규 금강유역환경청장은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라 멸종 위기종이 발견되면 평가 결과가 나올 때까지 공사를 진행할 수 없다”면서 “올 11월 금개구리 보존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공사를 재개하지 않도록 조치했다”고 말했다. LH 세종본부는 잘못을 인정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박래봉 LH 세종본부 대외홍보팀은 “장남평 일대에 대한 관리가 소홀했다”면서 “전문가 등과 협의해 물 공급 방법 등 서식처 보존 대책을 이른 시일 안에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시 장남평 200만㎡는 행정중심복합도시 개발 계획에 따라 2016년부터 국립수목원과 저밀도 주거 지역, 공원 등이 들어설 곳이다. 2011년 금개구리 출현으로 공사가 잠정 중단됐다. 지난달 서울신문과 시민단체가 불법 공사 강행 사실을 고발해 생태계 파괴 논란이 불거졌다. 세종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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