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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린 아직 일본의 문화재 식민지다

    우린 아직 일본의 문화재 식민지다

    문화재는 누구의 것인가/아라이 신이치 지음/이태진·김은주 옮김/태학사/256쪽/1만 5000원2011년, 조선총독부가 강탈해 일본 궁내청이 소장하고 있던 조선왕실의궤(조선시대 국가나 왕실의 주요 행사를 글과 그림으로 기록한 책)가 89년 만에, 병인양요 때 프랑스가 강화도 외규장각에서 약탈해 간 도서가 145년 만에 돌아왔다. 조선 말기와 일제시대에 약탈된 우리 문화재의 소재가 확인돼 우리 정부가 요구하면 앞으로도 이렇게 계속 돌려받을 수 있을 것인가. ‘약탈 문화재는 누구의 것인가’는 일본의 전쟁 범죄와 책임 문제를 주요 연구 주제로 삼아온 아라이 신이치 일본 스루가다이대 명예교수 겸 일본 전쟁책임자료센터 공동대표가 조선 말기와 식민지 시기에 일본으로 반출된 한국의 문화재에 관해 쓴 책이다. 원제는 ‘식민주의와 문화재-근대 일본과 조선을 통해 생각한다’. 그는 2011년 4월 조선왕실의궤 등 귀중 도서 반환에 관한 한·일 협정을 일본 중의원 외무위원회가 심의할 때 참고인으로 출석했다. 그 자리에서 “반환 문제는 식민지 지배 청산을 위한 기본틀이며, 역사자료 등 문화재는 그것이 태어난 환경이나 배경에 두어야 그 가치를 이해할 수 있으므로 조선왕실의궤도 조선왕조 문화의 상징으로서 원래 자리에 두어야 한다”는 의견을 진술했다. 저자는 일제의 문화재 약탈이 어떻게 시작됐고 진행됐는지를 추적했다. 첫 무대는 1875년 9월 강화도였다. 그때 일본은 이노우에 요시카 함장의 지휘 아래 조선의 귀중 도서들을 노획해 갔다. 이후 1894년의 청일전쟁에 편승해 일본은 궁중의 재화와 보물들을 마구 약탈했다. 일본 궁중 고문관 겸 제국박물관 총장인 구키 류이치는 전시 문화재 수집 지침을 정부와 육해군 고관들에게 전달했다. 평시에는 도저히 손에 넣을 수 없는 명품을 얻을 수 있으며, 평시에 비해 중량 있는 물품을 운반할 방법이 있다는 등 군이 주도하는 문화재 약탈의 이점을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일본의 학계와 정치인, 군이 일체가 되어 국가적 사업으로 문화재 약탈을 계획하고 실행했다. 일제의 목표는 조선은 말할 것도 없고 중국 미술품까지 약탈, 수집함으로써 ‘동양미술 유일의 대표자’ 지위에 서는 것이었다. 청일전쟁 선전포고 직전인 1894년 7월 23일 조선 주재 일본 공사 오토리 게이스케는 궁중의 재화, 보물, 역대 제왕의 진기한 물건이나 법기(法器), 종묘의 주기(酒器)류를 모조리 챙겨 인천항을 통해 일본으로 가져갔다. 조선이 수백년간 축적해 온 것을 하루아침에 빼앗아간 것이다. 개성과 강화 부근의 고려 고분은 폭격을 맞은 것처럼 처참하게 파헤쳐졌고 초대 조선통감을 지낸 이토 히로부미는 고려자기를 포함한 고미술품들을 광범위하게 수집한 뒤 발군의 것들을 골라 일왕에게 갖다 바쳤다. 오사카에는 조선에서 나온 고물(古物)을 거래하는 시장이 형성되기도 했다. 일제의 기상학자인 와다 유지는 우량(雨量) 측정기인 측우기를 일본으로 빼갔다. 이후 1923년 이 측우기는 영국에 기증돼 현재 런던 과학박물관에 있다. 일제가 학술조사라는 이름으로 시행한 고적(古跡) 조사는 한국의 문화재를 더욱 심각한 위기상황으로 빠트렸다. 낮은 등급 판정을 받은 경희궁이 헐렸고, 고분묘 조사는 결과적으로 사굴이나 남굴 풍조를 심화시켜 유적들을 괴멸시켰다. 한국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일본으로 반출된 한반도 문화재가 6만 1409점이 넘을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일본 내에서 개인이 수집해 소장하고 있는 한국 문화재만 해도 30여만 점이 될 것”이라는 얘기가 정설로 통한다. 2000년대 들어 국제사회에서 약탈 문화재 반환 사례가 부쩍 늘었다. 미국의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은 에우프로니오스의 항아리를 포함해 21점을 이탈리아에 반환했다. 영국은 20만년 전 돌도끼와 기원전 7000년대의 토기, 동전 등 2만 5000점의 유물을 이집트에 돌려주기로 결정했다. 프랑스, 독일, 스페인 등도 약탈 문화재의 일부를 반환했다. 책에는 한·일 간 문화재 반환 문제에 대한 참고 사항들이 자세히 소개돼 있다. 해외 여러 나라들의 문화재 반환 사례, 국제법적 관점에서 진행되고 있는 새로운 반환 움직임, 문화재 반환과 식민지 청산의 현재적 의미 등을 두루 짚어볼 수 있다. 유상덕 선임기자 youni@seoul.co.kr
  • [TV 하이라이트]

    ■장수의 비밀(EBS 밤 11시 35분) 진달래가 만발한 강화도 고려산. 수많은 산악인 중 유독 씩씩하게 걷는 한 할아버지가 있다. 산악회 활동만 30여년, 매번 정상에 도전하는 ‘장수 산악회’의 최고령자 한태영 할아버지. 등산도 등산이지만, 애처가로도 유명한 할아버지는 아내인 임금숙 할머니를 위해 깜짝 선물도 준비하고, 청계천을 거닐며 데이트도 하는 낭만적인 삶을 산다. 그의 유쾌한 일상을 따라가 본다. ■놓지마 정신줄(투니버스 밤 7시) 얼마 남지 않은 방학을 앞두고, 휴가를 떠나고 싶은 주리와 일등이. 때마침, 외따외따섬에서 커플여행권을 상품으로 준다는 ‘커플이벤트’의 TV 광고를 보고 정신줄을 놓고 참가 신청을 한다. 이벤트 현장은 엄마, 아빠를 포함해 많은 커플 참가자들로 북적이는 가운데 주최 측의 엘리스 김도 보인다. 엘리스는 정신이와 나란히 서 있는 일등이의 모습에 이성을 잃고 만다. ■몽크(FOX 밤 11시) 스토틀마이어 반장의 오랜 친구이자 경찰인 애덤 커크 경위가 위험에 빠졌다. 정보를 얻으려 함께 관람차를 탄 남자가 가슴에 칼이 찔린 채 죽었다. 반장은 어쩔 수 없이 친구인 커크를 체포하고 묵비권을 행사하라고 충고한 뒤 전직경찰 몽크를 불러 비공식적으로 사건을 수사해 달라고 청한다. 커크 경위는 경찰 사이에서도 사고뭉치로 통하는 바람에 몽크는 그가 범인이라고 믿고 있는데….
  • “겨우 15분 타는데”… 선박운항 안전 불감증 여전

    지난 25일 강화도 외포리 선착장에서 석포리로 가려고 카페리를 탔던 송모(60·여)씨는 배를 타고 이동하는 15분 내내 불안한 심정으로 가슴을 졸여야 했다. 승객 300여명을 태우고 자동차를 실은 이 배의 선원들이 하는 이야기를 우연찮게 들었기 때문이다. 송씨에 따르면 한 선원이 “밧줄로 제대로 (화물을)안 묶었는데 괜찮겠지?”라고 말하자 동료 선원은 “혹시 누가 신고하는 거 아냐?”라며 웃었다. 송씨는 “겨우 15분 타고 이동하는 것이었지만 배의 속도도 빨랐고 서해 바다라 물속이 탁해 혹시 큰일이 나는 것은 아닐까 무서웠다”고 말했다. 28일 세월호 침몰 사고가 일어난 지 13일째지만 위의 사례처럼 선박 안전 운항 의식은 여전히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는 사고를 계기로 여객선 안전 운항 관리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들여다보고 개선 방안을 만들 방침이다. 해수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운행 중인 연안여객선은 모두 173척이다. 이 가운데 선령(船齡)이 20년 이상 된 노후 여객선은 42척으로 전체 여객선의 4분의1가량을 차지한다. 이 외에 15~20년 미만은 63척, 10~15년 미만은 28척, 5~10년 미만은 20척, 5년 미만은 20척으로 여객선 선령이 높은 편이다. 낡은 여객선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안전 운항 관리 시스템은 엉망이었다. 여객선 운항 점검은 해운사들의 이익단체인 한국해운조합 소속 운항관리자들이 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승객 인원이 많은 대형 연안여객선에 한정됐다. 소규모 카페리나 도선 등은 해경이 관리하지만 꼼꼼하게 운항 점검이 되지 않고 있었다. 해수부는 먼저 선박 안전 점검 업무를 해운조합에서 떼어내도록 할 방침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해운법 시행규칙을 보면 항로별, 선종별, 해역별 등에 따라 점검 주체가 다 다르기 때문에 혼란스러운 부분이 있다”면서 “국제적인 추세가 선박 점검 1차 책임은 선주와 선장으로 두고 있기 때문에 우리도 1차 책임을 선박 운항 당사자에게 두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치권도 선박 안전 운항 점검과 관련된 법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 김춘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해운조합이 안전관리 업무를 할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같은 당 이찬열 의원도 운항관리자가 화물 과적 등에 대한 관리·감독 등의 의무를 위반한 경우 처벌(300만원 이하 벌금)할 수 있도록 하는 해운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상주검사역제 도입… 금융사 ‘현미경 감시’

    상주검사역제 도입… 금융사 ‘현미경 감시’

    금융감독원이 최근 연이어 터지는 금융 사고를 막기 위한 특단의 조치로 ‘상주검사역 제도’를 도입한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15일 내부 통제 강화 촉구를 위한 은행장 회의를 열고 “대형 금융 사고가 계속 발생하는 금융사에 대해서는 상주검사역 제도를 시행해 해당 금융사를 밀착 감시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대형 금융 사고가 발생하면 경영진에 책임을 엄중하게 물을 것”이라면서 “특히 금융사의 자정 노력과 통제 능력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감독 당국으로서 모든 감독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상주검사역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통화감독청(OCC)이 운영하는 제도로, 자산 100억 달러 이상의 대형 금융사 30여곳을 대상으로 상주검사역 20~30명을 파견해 불법 행위를 사전에 예방한다. 금감원은 또 획기적인 경영 쇄신과 임직원의 의식 개혁을 통한 내부통제 강화를 촉구했다. 금융 사고 은폐와 늑장 보고 등 시장과 소비자의 불안을 키우는 행위에 대해서는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임을 밝혔다. 해외 지점장의 대출 전결권 조정과 본점의 사후 심사 등을 통해 해외 점포 관리 강화도 요구했다. 금융 사기 의심 거래에 대해 즉시 이체를 정지하는 ‘이상 금융거래 탐지시스템’(FDS)의 조속한 도입도 주문했다. 이에 대해 은행장들은 “내부통제 협의회를 설치해 취약 요인을 상시 점검하겠다”면서 “또 금융 사고가 발생하면 지점장과 본부장에 책임을 묻는 연대책임제를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최 원장은 “금융사 잘못으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한다면 원인 규명은 물론이고 피해 보상까지도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생각나눔] 노선·입안 의도 비슷, 중복 과시행정 전형

    인천시와 경기도가 각각 발표한 ‘서해평화고속도로’와 ‘한강평화로’는 이란성 쌍둥이다. 최근 정부 차원에서 강력하게 추진 중인 통일 드라이브를 반영한 것이기는 하나, 노선과 입안 의도가 거의 같아 중복 행정의 전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인천시에 따르면 인천의 영종~강화도와 북한의 개성~해주를 잇는 112.4㎞의 서해평화고속도로를 건설할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통일 한반도에 대비해 남북도로망 인프라 확대가 필요하고 인천, 개성, 해주 삼각벨트를 통한 경제공동체를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국가 차원의 어젠다가 된 ‘통일대박’에 부합하는 정책”이라며 “올해 안에 종합계획에 이 사업을 포함하고 행정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경기도는 지난 11일 인천~김포~개성을 연결하는 ‘한강평화로’ 건설을 정부에 건의했다. 한강평화로가 북방경제의 전초기지가 될 수 있다며 국토교통부에 국도 지정을 건의했으며 청와대, 기획재정부, 통일부, 국방부 등에도 협조를 요청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한강평화로는 통일시대에 대비하고 서해안 평화벨트를 구축하기 위한 최적 노선”이라며 밝혔다. 하지만 서해안 남북도로 건설 추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안상수 전 인천시장은 10여년 전 인천~개성~해주를 잇는 ‘평화도로’ 건설을 의욕적으로 추진했으나 발표에 그쳤다. 남북도로 1단계로 2010년 5월 영종~강화도 간 14.8㎞ 도로 기공식을 하기는 했으나 8973억원에 이르는 사업비가 확보되지 않아 공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시장이 송영길로 바뀐 2012년 4월에도 인천시는 인천~개성~해주 간 다리 건설을 위한 타당성 조사에 들어갔으나 건설비 확보 방안이 없어 흐지부지됐다. 냉랭한 남북 관계로 미뤄 현실성도 의문시됐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에 인천시가 다시 명칭만 바꿔 서해평화고속도로를 들고 나온 것은 경기도가 한강평화로를 발표한 것에 대한 대응 차원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특히 경기도가 도로 시발점을 ‘인천’으로 명시한 것에 자극을 받았다는 설이 파다하다. 권경주 건양대 교수는 “박근혜 정부가 ‘통일대박론’ 기치를 높이 들자 입맛을 맞추기 위해 과거 실패한 정책을 ‘재탕’해 내놓은 인천도 그렇고,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을 모방해 대단한 기획인 양 선전하는 경기도도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비판했다.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 규제 풀어… 의료기기 제품화 3~10개월로 단축

    정부가 2020년 세계 7대 의료기기 강국 진입을 목표로 의료기기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전략적 투자와 규제 혁파에 나선다. 세계 시장 점유율 1.6%, 수출액 2조 5000억원에 불과한 한국의 의료기기 산업 수준을 끌어올려 2020년까지 수출액 13조 5000억원, 시장점유율 3.8%, 고용인력 13만명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19일 관계장관회의에서 ▲전략적 연구개발(R&D)투자 ▲국산의료기기의 신뢰성 확보와 규제 효율화를 통한 국내시장 진출 지원 ▲해외 고부가가치 시장 진출 지원 ▲개방혁신형 생태계 구축 등을 추진하는 내용의 의료기기 산업 중장기 발전계획을 발표했다. 정부는 우선 법정기간만 총 1년 6개월이 걸리는 인허가, 신의료기술평가, 건강보험등재 등의 각종 규제를 차례로 풀어 의료기기가 제품화되는 데 필요한 기간을 3~10개월로 단축하기로 했다. 의료기기를 개발하고도 허가 문제 등으로 출시가 늦어져 시장 진출에 실패하는 문제점 등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별도로 진행됐던 품목 허가와 신의료기술평가를 동시에 실시하거나 임상시험으로 치료효과가 입증된 의료기기는 시장 진입을 우선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인체 유해성 우려가 적은 혈당측정기 등의 체외진단기기는 심사 방법을 간소화할 방침이다. 또 의료 수요에 맞는 기술개발이 이뤄지도록 병원을 기업과 연계해 R&D 전 과정에 참여하도록 하고, 병원과 기업 간 상시연계 협력시스템을 구축한 기관 3개를 선정해 5년간 10억원씩 지원하기로 했다. 특히 의료비·보험재정 부담이 큰 분야나 우리가 강점을 가진 정보기술(IT)과 접목된 의료기기에 R&D 투자를 집중할 계획이다. 이 밖에 정부는 의료기기산업 특성화대학원을 한 곳 추가하고 의료기기 인허가 전문가를 양성하기로 했다. 국산 의료기기와 해외 제품 비교 테스트를 통한 제품 신뢰성 확보, 해외 병원에 대한 국산제품 홍보 및 현지 서비스 강화도 병행한다. 초음파 등 일부 기기를 제외한 국산 제품은 국내 시장에서도 사용되지 않고 있다. 특히 상급병원에서는 이런 경향이 더 심해 2011년 2차 의료기관의 국산제품 점유율은 12%, 3차 기관은 10%에 불과했다. 내구성, 성능 부족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낮은 신뢰도가 문제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스마트폰형 ‘사십견’ 환자가 늘어난다

    ‘오십견(五十肩)’은 주로 50대에 생기는 어깨병이라는 뜻으로, 실제로도 50대 환자 비중이 가장 높다. 이런 오십견이 최근 들어 ‘사십견(四十肩)’으로 바뀌고 있다. 종일 어깨에 긴장을 가하는 스마트폰이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어깨 긴장·경직이 주요 원인 건강한 어깨는 360도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다. 그런 탓에 어깨를 무리하게 사용하기 쉬워 부상 위험도 높고, 퇴행성 변화도 빨리 찾아온다. 여기에다 최근에는 스마트폰, 타블렛PC 등 IT기기를 사용하는 사람이 늘면서 어깨통증 환자가 부쩍 늘고 있다. 특히 어깨 질환의 대명사 격인 오십견의 발병 연령이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   ■환자 4명 중 1명이 40대 실제로 날개병원이 지난해 오십견으로 진단된 환자 239명을 분석한 결과, 50대가 전체의 54%(129명)로 가장 많았다. 40대가 전체의 27.2%(65명)로 뒤를 이었다. 오십견 환자 4명 중 1명이 40대인 셈이다. 성별로는 여성 144명, 남성 95명으로 여성이 50% 가량 많았으며, 여성 환자 중 50대는 59.7%였다. 40대에서는 남성이 29.5%, 여성이 25.7%로 남성이 약간 많았다. 이에 대해 이태연 날개병원 원장은 “50대 여성은 오랫동안 가사노동을 해왔고, 폐경으로 여성호르몬도 줄어 관절이 약해진 상태라 오십견에 노출되기 쉽다”면서 “40대라도 사무직 종사자, 스마트폰 과사용자, 운전을 많이 하는 사람,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 등은 어깨가 경직되기 쉬워 오십견이 일찍 찾아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관절막 염증이 문제 오십견은 ‘유착성 관절낭염’으로, 동결견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어깨 관절을 싸고 있는 관절막에 생긴 염증을 방치하면 관절막이 쪼그라들고, 엉겨붙어 관절의 움직임이 제한되면서 통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오십견은 일상적으로 불편이 큰 질환이다. 어깨를 움직일 때마다 아파 세수하고, 머리 빗고, 옷을 입는 등의 일상생활조차 힘들어진다. 밤에도 통증이 계속돼 숙면을 방해하기도 한다. 이런 오십견을 겪지 않으려면 어깨 관절이 긴장하거나 경직되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그러나 어깨를 아낀다고 무조건 쉬게 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일상적으로 스트레칭을 하고, 관절을 잡아주도록 근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가볍게 ‘으쓱’거리는 것도 효과 어깨 운동의 기본이자 가장 효과가 좋은 동작은 ‘어깨 으쓱거리기’와 ‘날개뼈 모으기’, ‘어깨 돌리기’ 등이다. 어깨를 위쪽으로 으쓱거리며 올리면 어깨 상부 근육이 수축했다 이완되면서 어깨 피로도 함께 풀린다. 어깨를 뒤로 잡아 날개뼈(견갑골)를 등 아래쪽으로 모은 뒤 5초 동안 정지했다 풀어주는 동작은 등 근육을 이완시켜 준다. 어깨 돌리기는 앞뒤 쪽으로 가볍게 움직여주는 동작이다. 어깨 운동은 틈날 때마다 수시로 하는 것이 좋은데, 특히 종일 앉아서 공부하는 학생이나 사무직 종사자, 스마트폰을 많이 사용하는 사람은 1시간 간격으로 5분 씩 어깨 운동을 해주는 습관을 갖는 것이 좋다. 근력 강화도 어깨 관절을 건강하게 유지하는데 필수적이다. 처음에는 가벼운 아령이나 생수병을 쥔 팔을 들어 올리다가 익숙해지면 점차 무게를 올려준다. 팔굽혀펴기도 좋다. 처음에는 벽에 손을 짚고 시작해 바닥에 무릎을 대고 하다가 힘이 더 붙으면 무릎을 떼고 하면 된다.   ■증상 계속되면 치료 받아야 만약 이런 노력에도 증상이 계속되면 치료를 서둘러야 한다. 오십견은 2~3년이 지나면 자연스레 좋아지기도 하지만 그 동안 통증이 심한 데다 무엇보다도 회전근개파열이나 석회화건염 등 다른 어깨 질환을 부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태연 원장은 “오십견을 방치해 다른 동반 질환까지 생기면 치료가 더 어려울 뿐 아니라 치료를 하더라도 어깨 관절의 움직임이 제한되는 등의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면서 “어깨 통증이 3개월 이상 계속되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 원인 질환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심재억 의학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19세기 말 외세 맞선 흥선, 부국강병 고민의 기록

    19세기 말 외세 맞선 흥선, 부국강병 고민의 기록

    “서양 오랑캐들의 일은 이미 둔갑(遁甲)을 한 것입니다. 아직도 영종도 앞바다에 있으니, 그들의 망측한 정상(情狀)을 알지 못하겠습니다. 10일.” 150여 년 전 ‘운현궁의 봄’은 어땠을까. 숭실대 한국기독교박물관이 최근 영인해제해 공개한 서간첩에서는 19세기 말 최고 권력자인 흥선대원군 이하응의 고민을 낱낱이 엿볼 수 있다. 고종의 아버지인 대원군은 잦은 이양선 출몰에 서울 운니동 사저인 운현궁에서 제대로 밤잠을 이루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숭실대 한국기독교박물관은 흥선대원군의 서간첩들을 엮어 ‘한국기독교박물관 소장 흥선대원군필첩’(興宣大院君筆帖)을 최근 발간했다. 이번에 공개된 자료는 후대에 흥선대원왕유묵(興宣大院王遺墨)·흥선대원군필첩(興宣大院君筆帖)·흥선대원군간찰(興宣大院君簡札)·간찰첩(簡札帖) 등으로 각각 이름 붙인 4점이다. 간찰첩만 대원군의 편지가 아닌 의정부와 육조, 중앙 군영의 관료들이 대원군에게 보낸 답장(27통)으로 이뤄졌다. 이 가운데 흥선대원군간찰에는 병인양요(1866년)로 추정되는 환란의 전 과정이 수록됐다. 대원군은 이양선 출몰에 대처하는 요령을 정리해 수시로 누군가에게 직접 명령을 내렸다. “대저 이 무리들은 설영 내침(侵)하는 일이 있더라고 반드시 급급하게 문정(問情·사정을 캐어 보는 일)할 필요는 없습니다. 일 처리에 재간 있는 서리(胥吏)와 장교 각 1인을 변복(變服)하게 한 다음 약간의 미포(米包)와 생선을 지닌 채 작은 배를 타게 하되, 떠돌이 상선 모양으로 그 이양선과 물품 매매를 하게 하면서 그 배에 들어가서 배 안의 동정을 살피도록 한 뒤에 서서히 느긋하게 문정할 일입니다.” 다만 프랑스군이 강화도를 한 달 넘게 점령하는 등 서해안 일대를 유린하자 이양선 출몰 상황을 밤낮 없이 신속히 알려 줄 것을 당부한다. 강화도와 통진을 잃은 뒤에는 원병(援兵)을 보내기보다 포군(砲軍)을 선발해 지원하거나, 중앙 군영의 지시 없이 신속하게 병사를 동원하라는 전략을 하달한다. 이어 프랑스군이 퇴각하자 “서양 오랑캐들이 이미 도망했습니다. 개선한 군대에 대해서는 오늘 전하께서 친히 시상하시어 인심이 진정되었으니 다행스럽‘고 다행스럽습니다”라는 편지를 왕에게 보내기도 했다. 다른 형태의 서찰인 흥선대원왕유묵에는 탐관오리에 대한 분노가 드러나 있다. “안산 이방 박수계와 서원 김지수, 최치봉 세 놈은 반드시 분부하여 비밀리에 감결(甘結·하급관청에 보내는 공문)을 보내어 영문(營門)에 잡아와 가두는 것이 어떻겠는가.” “사기막에 사는 김씨 놈도 잡아 와라. 당초에 뇌물받은 수량을 묻고 기록해 쇄안(刷案·관청의 문서나 장부를 조사한 문서)에 넣기 바란다.” 공개된 사료들은 박물관 설립자인 고(故) 매산 김양선이 수집한 자료들이다. 권영국 박물관장은 “19세기 경기·황해도 연안의 군비와 재정 운영 등은 물론 대원군의 부국강병책과 정국 운영을 살펴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들”이라고 평가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강화 주민들 무산된 조력발전소 유치 희망…선거 앞두고 논란 재연

    지방선거를 앞두고 강화 주민들이 강화조력발전소 유치를 희망하고 나서 사실상 무산된 발전소 건립사업에 대한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강화조력발전유치협의회와 강화북부어민발전협의회는 조력발전소 유치를 위해 강화군의회에 국민청원서를 제출한 데 이어 산업통상자원부에 발전소 조속 추진 및 인허가 협조를 요청했다고 17일 밝혔다. 지난날 해양생태계 파괴를 이유로 강력히 반대했던 것과는 달리, 조력발전소가 들어서면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어민들이 찬성 움직임을 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강화조력발전사업은 강화도와 인근 석모도를 4.5㎞의 조력댐 방조제로 연결해 30㎿짜리 수차발전기 14기를 설치하는 것이다. 사업자인 강화조력발전㈜이 2012년 11월 국토해양부에 2차로 제출한 공유수면 매립 기본계획이 반영되지 못하자 스스로 사업을 철회했다. 어민들은 “지역을 발전시키고 주민들이 상생하는 타 지역 조력발전소 사례가 알려지면서 조력발전에 반대하던 어민 다수가 찬성 쪽으로 돌아섰다”고 밝혔다. 강화조력 유치찬성 서명에 강화군민 유권자의 절반이 넘는 3만 1000명이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화북부어민발전협의회는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정치인들이 어민들의 목소리를 정책 공약에 적극 반영할 것을 요청했다. 신현모 협의회 대표는 “경제자원이 부족한 강화군에 조력발전소가 건립되면 일자리를 창출하고 탄탄한 성장기반을 조성할 수 있다”면서 “어민에게도 실보다 득이 많은 이 사업은 반드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화북부어민발전협의회는 강화지역 11개 어촌계 중 3개 어촌계 어민으로 구성됐다. 박용호 강화조력반대주민대책위원장(외포리 어촌계장)은 “다수 어민이 조력발전에 찬성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로, 일부 어민이 피해보상을 노리고 찬성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강화조력은 이미 중단된 국책사업인데 사업자 쪽에서 여론몰이를 통해 어민 간 갈등을 조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줄리언(너새니얼 호손·폴 오스터 지음, 장현동 옮김, 마음산책 펴냄) ‘주홍글씨’의 저자가 쓴 육아일기. 저서에서 보인 암울한 상상력은 사라지고, 아내를 사랑하는 남편이자 아이를 아끼는 아빠의 쾌활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164쪽. 1만 2000원. 시장을 바꿔야 생명이 산다(김재옥·송보경 지음, 봄아필 펴냄) 40년간 소비자운동을 이끈 저자들의 이야기. 권리 보호 활동의 성과와 역사를 흥미롭게 풀었다. 437쪽. 2만 5000원. 아프리카를 말한다(류광철 지음, 세창미디어 펴냄) 주짐바브웨 한국대사인 저자가 아프리카의 현재와 성장 가능성을 진단했다. 여전히 해결할 과제가 많지만 아프리카에 진출해야 할 이유와 대안도 제시한다. 403쪽. 1만 9000원. 왜 몽골 제국은 강화도를 치지 못했는가(이경수 지음, 푸른역사 펴냄) 몽골은 왜 강화도 바다를 건너오지 못했나. 단순한 질문을 시작으로 대몽골항쟁사를 심도있게 파헤치고 고려의 국력을 재평가한다. 280쪽. 1만 5000원.
  • [임태순 선임기자의 5060 리포트] 대기업 퇴직 후 전통공예로 제2인생 이맹호씨

    [임태순 선임기자의 5060 리포트] 대기업 퇴직 후 전통공예로 제2인생 이맹호씨

    이맹호(55)씨는 정년퇴직을 4년 앞둔 지난 2010년부터 노후를 위해 투자를 하고 있다. 그는 회사를 다닐 때 친구와 등산을 다니면서 종종 사찰을 찾았다. 그는 이때 절에 새겨진 단청이 궁금했다. 어떻게 저 높은 곳에 올라가 색을 칠했을까, 색은 어떻게 배합했을까…. 언젠가 한번 배워보리라 마음먹었다. 그가 투자하고 있는 것은 단청(丹靑)과 각자(刻字)이다. ●미래를 위한 투자 이씨는 학창시절 미대에 진학하고 싶었다. 그러나 예술을 직업으로 가지면 춥고 배고프니 기술을 배우라는 아버지 말에 따라 건축학도가 됐다. 적성보다 먹고사는 게 우선이던 시절이었다. 대학 졸업 뒤 1984년 삼성물산 건설부문에 입사했다. 초년병 때에는 현장에서 살았다. 명절에나 쉴 수 있었지 거의 매일 일이었다. 그러나 이때도 가끔 틈이 나면 수채화를 그렸다. 우연히 삼성생명 전산실을 구경할 기회가 있었다. 사무실에서 편하게 근무하는 모습이 그렇게 부러울 수 없었다. 당장 동네 전자정보처리(EDPS)학원에 등록하고 대학에서 2년간 컴퓨터공학을 더 배웠다. 그리고 삼성중공업으로 옮겨 줄곧 전산계통에서 일을 했다. 밀레니엄으로 온 세상이 흥분하던 2000년 앞날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미래의 계획표를 세웠다. 엑셀의 가로변에 부모님, 나와 아내, 두 자녀의 나이를, 세로변에는 연도를 적어놓고 직장생활은 언제까지 할 수 있고 자녀교육과 생계 등에 들어가는 비용은 얼마인지 등을 따져봤다. 아내에겐 120세까지의 일정표를 보여주면서 “앞으로는 ‘60 인생’을 두 번 사는 시대”라고 말했다. 친척 어른들이 90세까지 사는 장수집안이라 이야기했지만 현실이 되고 말았다. 이 일을 계기로 장수시대에는 직장을 그만두면 인생이 끝나는 게 아니라 은퇴 이후의 긴 시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친구, 동료 등 주위 사람들에겐 마스터플랜을 작성하고 수시로 업그레이드하라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다. 50이 가까워지면서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했다. 대학에서 4년 배워 25~30년 가족들과 산 지금까지는 전반기 인생이다. 마찬가지로 남은 후반기 인생을 지내려면 4~5년간은 배워야 한다. 비즈니스가 일어나는 세대는 재력이 있는 60~70대이고 그들이 좋아하는 것은 전통문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통문화는 후손들에게 계승이 되어야 한다. 한국전통공예건축학교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정규강좌를 개설한다는 게 눈에 띄었다. 침선, 전통자수, 소목 등 14개 강좌가 있었다. 미술에 대한 동경, 건축학도, 등산하면서 가진 단청에 대한 호기심으로 인해 단청에 눈이 갔다. 40대에 접어들면서 고건축에 관심을 갖게 됐고 한문도 배워둔 터였다. ‘더 이상 늦춰서는 안 된다’ ‘일을 저질러야 한다’는 생각에 2010년 3월 단청 기초반에 등록했다. 단청은 오전에 수업이 진행됐다. 토요일 인천서 올라와 강의 하나만 들으니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오후에 개설된 각자 기초반에도 등록했다. ●단청과 각자 전통공예 강좌는 매주 토요일 3시간씩 32주 동안 진행된다. 이씨는 2010년 기초과정을, 2011년에는 연구과정을 이수했다. 2012년부터는 전문과정에 등록해 단청은 3년째 배우고 있다. 각자는 2년간 배운 뒤 올해부터는 공방에서 선배, 동료들과 수련하고 있다. 이씨는 지난 5년간 토요일과 일요일은 전통공예건축학교에서 살았다. 오전 9시부터 시작되는 강의를 들은 뒤 밤 10시까지 배운 것을 실습하고 인천행 마지막 전철에 올랐다. 직장이 끝난 뒤에도 실습실을 찾았으며 해마다 맞는 여름휴가도 작품을 위해 반납했다. 단청은 청·적·황·백·흑색의 오방색을 사용하여 목조 건축물에 여러 가지 무늬와 그림을 그린 것을 말한다. 각자는 글을 새기는 것, 즉 나무판에 글자나 그림을 새긴 목각판을 각자 또는 서각(書刻)이라고 한다. 단청이 회화라면 각자는 조각이자 공예다. 단청은 붓으로 덧붙이고, 각자는 칼로 깎아낸다. 극과 극의 관계이지만 숭례문에서 보듯 둘 사이의 관계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단청이 없는 숭례문과 현판이 없는 숭례문은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단청은 기본색을 바탕으로 따뜻하고 차가운 색이 보색관계를 이루어 화려하다. 또 기본색을 바탕으로 1빛, 2빛, 3빛의 단계를 둬 채색돼 평면인데도 음영과 입체감을 느낄 수 있다. 반면 각자는 우직하고 담백하다. 오랜 세월 나무가 건조되기를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야 하고 나무, 칼과 궁합이 맞아야 작품이 나온다. 글자를 새겨놓으면 죽은 나무가 새로운 생명을 얻어 재탄생한다. 단청반은 젊은 여성들이 많아 활기차고 개성이 강하다. 나이 든 남성이 많은 각자반은 진중하다. 이씨는 단청반이 ‘치맥’(치킨과 맥주)이라면 각자반은 막걸리에 빈대떡 분위기라고 했다. 그는 아버지에게 감사한다. ‘맥가이버 칼’이라 불릴 정도로 뛰어났던 아버지의 손재주를 물려받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갈고 닦은 솜씨를 바탕으로 ‘단청 한글’, ‘봉황도’ 등 작품을 만들어 2013년에 열린 제1회 단청 전수동문 기획전 등에 출품했다. ‘청산은 나를 보고’ ‘오늘 만나는 사람과’ 등의 글을 새겨 제5회 각자전수동문전 등에 선보였다. 또 문화재수리기술자 화공(畵工) 자격증도 취득했다. 지금까지 단청과 각자를 배우는 데 들어간 비용은 2000만원가량 된다. 과목당 연간 수강료 88만원에 100만원 정도의 재료비 등 한해에 400만원이 들어갔다. 적지 않은 돈이지만 후회되지 않는다. 그는 “지금까지 마음먹은 대로 진행돼 왔다”며 “70~80세가 될 때까지 할 일이 생겼기 때문에 노후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오히려 기대감으로 마음이 설렌다”고 말했다. ●현재와 미래 그는 지난해 말 55세로 회사를 정년퇴직했다. 그렇다고 생활이 크게 변한 것은 없다. 종전과 같이 아침 5시 20분에 일어나 아침을 챙겨 먹은 뒤 전통공예건축학교와 서울 뚝섬에 있는 공방을 오가며 밤늦게까지 단청과 각자에 매달리다 집으로 돌아간다. 결혼을 일찍해 딸은 출가했고 대학을 졸업한 아들은 직장에 다니고 있어 가장으로서의 부담은 많이 덜었다. 그렇다고 생계유지에 대한 고민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을 32년 다녔지만 크게 벌어놓은 것은 없다. 1984년 인천으로 이사 간 뒤 줄곧 그곳에서 살 정도로 재테크에는 별다른 재능이 없었다. 직장에 다니면서 개인연금과 퇴직연금을 부었다. 우선 생활비는 100만원 선에서 맞추려 한다. 경조사비를 줄이고 낭비요소를 줄이는 등 생활을 구조조정하고 있다. 당분간 생활비는 실업급여로 충당할 계획이다. 국민연금을 타려면 6~7년 더 있어야 한다. 이 기간에 내야 할 국민연금은 개인연금에서 일시불로 낼 생각이다. 국민연금을 노후생활의 보루라고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퇴직연금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여유자금이다. 장기적으로는 거주지를 옮길 생각이다. 인천의 아파트를 빌려주고 지방에 집을 구하면 차익이 발생하는데다 생활비도 적게 들기 때문이다. 가까운 강화도와 경기 양평을 알아봤지만 형편에 맞지 않아 다른 곳을 알아보고 있다. 그는 단청과 각자를 단순한 취미생활을 넘어 수익과 연결시키려 한다. 이미 연꽃 문양의 단청 작품을 컵 받침대, 포장지로 활용할 것을 기업에 제안했다. 전통문양 중의 하나인 삼족오(三足烏)를 새긴 장식용 액자도 만들었다. 장식용 솟대도 만들어 제안서를 냈다. 솟대는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며 세우는 긴 장대로 명함이나 가족사진 꽂이가 된다. 단청 기초반이던 2010년에는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대상으로 단청을 가르쳐주기도 했다. 복지관이나 방과 후 교실에서 어르신이나 학생들에게 단청, 각자 체험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장기적으로는 시골로 내려가 단청·각자를 기반으로 한 전통문화마을을 만들고 싶다. 공방에서 공예품을 만들어 판매하고 단청·각자 교육과 체험행사를 하면 관광명소가 될 수 있다. 공예품이 지역의 특산 농산물과 어우러지면 상생의 효과도 기대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노후가 불안하고 무료하다. 그러나 그는 그렇지 않다. 미래를 위해 투자했기 때문이다. stslim@seoul.co.kr
  • 엄마랑 역사속으로

    구로구가 역사탐방 프로그램인 ‘엄마, 우리 어디 가’를 운영한다고 5일 밝혔다. 아이들이 엄마와 함께 교과서에 나오는 역사 현장을 찾아가 배우고 경험하는 것이다. 대상은 초등학교 4~6학년생과 부모다. 오는 6월까지 마지막 주 토요일마다 실시한다. 지난해 하반기 처음 운영했는데 반응이 좋아 이론 2회, 현장 2회 프로그램을 이론 1회, 현장 3회로 바꿨다. 다만 참여자는 현장방문 3회 중 한 곳만 선택할 수 있다. 구 관계자는 “프로그램을 늘려 달라는 요청에 따라 참여를 1회로 제한했다”고 말했다. 지난해엔 1, 2회차 모두 90명이 참여했는데 올해는 회차별 42명씩 126명이 역사 탐방에 나서는 것이다. 이론 강의인 오는 29일 1회차는 수도권 역사현장에 대한 사전학습 형태로 이뤄진다. 현장학습은 ‘조선의 르네상스를 연 정조대왕’(경기 수원 화성), 고려시대 역사를 일깨우는 ‘지붕 없는 박물관’(강화도), ‘파주3현-이이, 황희, 윤관을 찾아서’(파주)라는 주제로 마련됐다. 참가 신청은 오는 21일까지 전화(860-2841)로 모집하며 회차별 42명 선착순 마감한다. 수강료 1만원. 현장 학습비는 별도다. 홍혜정 기자 jukebox@seoul.co.kr
  • 주민 집단갈등 현장에서 해결한다

    정부가 국책사업 등에 따른 주민들의 집단 갈등과 사태 악화를 막기 위해 ‘현장 조정’으로 즉시 해결에 나서기로 했다. 27일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현장 조정을 통한 민원 해결 건수는 해마다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 2011년 24건에서 지난해 43건으로 늘었다. 권익위는 올해 45건의 현장 조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장 조정은 다수인의 이해와 관련되거나 사회적 파급 효과가 큰 집단 민원을 당사자들이 한자리에 모인 가운데 양측이 동의하는 합의안을 마련해 중재하는 방식이다. 이는 ‘부패방지 및 권익위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 제45조에 따라 실시하는 제도로, 집단민원이 대형 ‘공공갈등’으로 비화되는 것을 방지하는 목적을 갖는다. 이해 당사자 간의 합의 절차는 민법상 ‘화해’와 같은 효력을 발생시킨다. 권익위는 지난해 5월 ‘군사시설 이전을 통한 방화대로 개설 요구’ 민원에 대해 군부대 이전으로 2016년 방화대로가 완전 개통되도록 조정했다. 이 사건은 무려 15년 동안이나 민·관·군의 이견이 조율되지 않아 도로 개설이 지연되며 갈등을 빚었다. 같은 해 12월에는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든 ‘새만금 송전선로 변경 요구’ 갈등을 현장 조정을 통해 풀었다. 송전탑 높이 등을 미군 측에 정식으로 질의하고, 미군 측 답변이 나오면 이를 민원인과 관계 기관이 조건 없이 수용하도록 조율한 것이다. 큰 규모 갈등의 경우 국무조정실과의 전략적 협업으로 지난해 7건을 해결했다. 그해 11월 10여 차례의 관계기관 협의와 국가정책조정회의 상정 등의 노력 끝에 산업 재해자들의 권익을 구제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권익위는 현장 조정 기능을 더 활성화하기 위해 관련 법과 제도를 보완하고 특별팀을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국무조정실 등 관련 기관과의 협업 강화도 모색할 방침이다. 이성보 권익위원장은 “효율적인 집단갈등 대응 시스템을 구축하고 현장 조정에 역량을 집중함으로써 사회적 갈등을 조기에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 [유라시아 루트를 가다] “북·중·러도 철도 연결 필요성 공감… 통관 간소화가 경쟁력 핵심”

    [유라시아 루트를 가다] “북·중·러도 철도 연결 필요성 공감… 통관 간소화가 경쟁력 핵심”

    부산에서 시작해 북한을 거쳐 러시아의 극동 블라디보스토크, 유럽의 관문 모스크바까지 이어지는 실크로드 익스프레스(SRX·유라시아 철도). 한반도종단철도(TKR)와 시베리아횡단철도(TSR)를 연결하는 이 사업은 박근혜 정부의 핵심 과제 중 하나로 꼽힌다. 통일부는 올해 업무보고에서 ‘나진-하산’ 물류 사업을 적극 추진하는 한편 북한 철도 개·보수 및 TKR과 TSR, 중국횡단철도(TCR) 연결도 단계적으로 추진해 나간다는 계획을 밝혔다. 서울신문은 ‘유라시아 루트를 가다’ 시리즈를 통해 TSR 전 구간과 TCR 일부 구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노보시비르스크, 모스크바와 중국 훈춘 등 유라시아 루트 주요 도시들의 특징과 발전 가능성에 대해 다뤘다. 기획을 마치며 유라시아 철도 계획의 필요성과 올바른 추진 방향, 개선점 등을 전문가 진단을 통해 짚어 봤다. 김승동 LS네트웍스 사장, 김재진 강원발전연구원 박사, 서종원 한국교통연구원 박사, 이용상 우송대 철도경영학과 교수, 정한구 범한판토스 러시아법인장 등 5명(가나다순)과 심층 인터뷰한 내용을 질의응답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지금의 남북관계 및 국제 정세를 고려했을 때 유라시아 철도 계획의 실현 가능성은. 서종원 박사 과거 김대중 정부 때부터 ‘철의 실크로드’ 등 지속적으로 추진되어 왔던 숙원 사업이지만 가시적인 성과는 없었다. 지금은 중국의 G2(주요 2개국) 부상, 세계 경제 중심이 아시아 지역으로 이동했고, 자원수송로의 중요성 인식과 함께 자유무역협정(FTA) 등 국가 간 경제협력 증대가 이뤄지고 있다. 더불어 우리나라의 국가브랜드 및 경쟁력 향상 등으로 유라시아 국가들의 관심이 커가는 상황이다. 러시아, 중국 등의 참여가능성이 과거 어느 때보다 높다고 볼 수 있다. 김승동 사장 사업의 핵심 주체인 한국과 러시아만 공감대를 이룬 상황이지만 정부차원의 움직임을 볼 때 실현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 특히 러시아는 새로운 시장으로 아시아·태평양을 선택한 데다 극동지역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유라시아 철도 계획이 러시아의 개발사업과 맞물려 있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북한이 사업에 동의하더라도 세부적인 조건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난제들이 많아 시간은 오래 걸릴 것으로 보인다. 김재진 박사 실현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북한이라는 최대 변수가 해결돼야 한다. 북한의 개혁·개방이 전제돼야 하고, TKR과 TSR 미연결 구간의 정치적·군사적 문제에 대해 남북 간 협의가 이뤄져야만 한다 →김 박사의 말처럼 사업의 실현 여부를 놓고 북한이 최대 변수로 꼽히고 있다. 해결방안이 있을까. 김승동 사장 북한은 경제 상황이 악화되고 있어 점진적 개방 없이는 자생이 불가능하다. 이미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 등 남북 경제협력을 통해 안정적인 재원을 확보했던 경험을 했기 때문에 이번 사업은 쉽게 무시할 수 없는 제안이다. 특히 지나치게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위한 하나의 방법이 될 수도 있다. 러시아나 중국 등 주변국의 상황과 명분이 있다면 충분히 사업에 참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종원 박사 우선 한국과 러시아가 북한에 경제적인 혜택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을 심어줘야 한다. 북한도 남북한 철도 연계가 통과 비용 등 북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다. 최근 북한·중국 고속철도 건설합의, 북한 조국통일연구원 부원장의 유라시아 철도에 대한 긍정적 입장표명 등은 이러한 북한의 관심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해상·항공 운송이 존재하고 있고, 북한이라는 위험부담을 안고서라도 유라시아 철도 계획을 추진할 필요성이 있나. 서종원 박사 유라시아 철도와 관련해 ‘가격 경쟁력은 해상운송보다 낮고, 속도는 항공보다 느리다’는 지적이 있다. 그러나 이 말은 뒤집어보면 ‘가격 경쟁력은 항공보다 월등하며, 속도는 선박보다 휠씬 빠르다’로 해석된다. 화물의 품목별로 각각 요구하는 운송시간과 비용 등 적합한 운송 수단이 다르다. 정한구 법인장 기업 입장에서 보면 물류 수단이 하나 더 생긴다는 것은 선택지가 늘어난다는 의미다. 기존의 해상, 항공 운송과 철도 운송이 경쟁이 되면서 안정적인 루트 개발 등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단순히 운송 수단이 늘어난다는 것 외에도 부산항의 중요성 증대와 열차가 통과하는 강원 지역의 발전 등 새로운 경제적 효과를 창출해 낼 수 있다. 이용상 교수 단기적인 관점에서 경제성의 논리로만 본다면 유라시아 철도 계획은 타당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그러나 철길 하나가 연결됨으로써 러시아, 중국, 몽골, 카자흐스탄 등 선로를 지나는 국가들과의 사회·문화적 교류와 인적·물적 교류가 증가하게 된다. 섬나라처럼 막혀 있던 우리가 육로를 통해 대륙으로 진출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를 갖는다. 북한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통일을 위한 선제 작업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필요성이 높은 사업이다. 단순한 물류 운송이 아니라 유라시아 루트에 위치한 주요 도시들에서 원자재가 가공·개발되거나, 자원의 운송과 재가공 등 협업 모델도 가능해진다. →계획이 성공적으로 이어지기 위해서 올바른 추진방향과 갖춰야 하는 경쟁력은. 김승동 사장 정부 간 협약으로 루트가 조성돼도 실질적인 사업 환경이 조성되지 않으면 기업들이 참여할 수 없다. 업계에서는 한국, 북한, 러시아의 통관절차 간소화가 곧 경쟁력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즉 유라시아 철도를 통해 제품을 보내야 할 동기를 부여해 줘야 한다. 서종원 박사 우선 남북관계 개선을 염두에 두고 계획을 추진해야 한다. 안전하고 지속적인 북한지역 통과 보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개성공단과 같은 파행이 이어진다면 운송수단이라는 특성상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 기차 궤도가 다른 점 등 기술적인 문제는 환적 설비구비, 궤간가변기술(궤도 사이 간격을 변화시키는 기술) 등이 이미 많이 연구되어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을 바로 사용가능할 수 있게 현실에 적용하는 작업도 준비해야 한다. 이용상 교수 주변국들과의 관계 개선 및 국제협력 강화도 염두에 두고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 특히 러시아, 중국, 북한을 포함하는 구 사회주의 국가들이 모인 철도협의체인 국제철도협력기구(OSJD)에 가입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국토교통부가 올해 안에 OSJD 가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처럼 정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계획이 성공한다면 효과 및 파급은? 서종원 박사 우선 동북아시아~유럽 간 철도운송체계 구축 현실화를 통해 물류량은 점진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유럽, 중앙아시아와 우리나라 간의 자동차 부품 등 중간재나 전자 제품 등 비교적 운송시간의 탄력성과 부가가치가 높은 품목의 수요가 증가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서 유럽, 중앙아시아 지역으로 가는 물동량 역시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다만 유럽행 화물에 비해 다시 돌아올 때 발생될 수 있는 공컨테이너 문제에 대해서는 별도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김재진 박사 TSR을 이용한 철도 물류루트 이외에 우리나라와 태평양 국가들의 러시아 및 중앙아시아, 유럽을 대상으로 경쟁력 있는 철도와 해상 복합 운송루트 구축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벨라루스공화국, 카자흐스탄 등 과거 CIS(독립국가연합) 국가로의 진출이 용이해질 것이고, 북방 에너지 자원의 안정적인 확보 역시 기대해 볼 수 있다. 김승동 사장 장기적으로 북한의 경제 회복에 따른 자생력 확보로 향후 통일비용 감소 효과 및 남북관계 개선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러시아의 관계 역시 장기적이고 규모가 큰 사업을 함께 추진하고, 이를 통해 경제협력을 추진하는 등 외교적·경제적 성과도 기대된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경제혁신 3개년 계획] 공공임대 50만가구 공급… 임대차 계약 중개수수료 조정

    부동산 관련 불공정 관행을 시정하는 방안도 경제혁신 계획에 담겼다. 우선 전·월세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2017년까지 공공임대주택 50만 가구를 공급하고 민간기업의 임대 시장 참여를 확대·지원하기로 했다. 월세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바꾸고, 통계 기반·정보 체계도 갖추기로 했다. 임대차 계약의 중개수수료 체계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현실적으로 거래되는 상가권리금을 제도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게 법적인 보호장치와 분쟁조정 기구를 두는 것도 포함됐다. 이런 대책을 놓고 시장은 기대 반 우려 반이다. 월세 세액공제 확대는 월세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을 덜어 주는 동시에 월세 소득자에 대한 세원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제도로 평가된다. 물론 월세 거래에 대한 투명하고 객관적인 통계 기반이 갖춰질 때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정부가 월세 통계 기반을 갖추려 하고 있다. 전세를 월세로 돌리려는 집주인들의 욕구를 누그러뜨려 전세 물건 부족 현상을 해소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임대수입만 생각한다면 월세가 유리하지만 임대수입 노출을 꺼리는 집주인도 많기 때문이다. 장희순 강원대 교수는 “투명하지 못했던 월세 시장의 투명성 확보라는 효과 외에도 고액 월세 소득자들의 세원 노출로 공평과세 원칙을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려도 적지 않다. 아직까지 임대차 시장의 갑(甲)은 임대인이다. 임대인이 부담해야 할 세금이 세입자에게 전가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전·월세 상한제가 도입된다면 모를까 자리를 잡기 전까지는 임대인 우월 시장에서 세입자와 소득공제 신청을 반대하는 집주인 간의 갈등이 깊어질 수 있다. 남상오 주거복지연대 사무총장은 “월세 거래의 투명성 확보는 분명 세입자에게 유리한 제도이지만 시장에서는 부작용도 생길 수 있다”며 “취지에 맞게 세입자가 덤터기를 쓰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가 임차인의 권리금 보호 강화도 취지는 좋지만 부작용을 줄이는 것이 관건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상가 세입자들이 권리금을 챙기지 못하고 쫓겨나는 경우가 많았는데 법적인 보호대책을 만들기로 한 것은 환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권리금 보호제도는 말처럼 쉽지 않다. 보이지 않는 권리관계를 사고파는 것이라서 법적 틀을 갖추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실제 적용에도 복잡한 문제가 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권리금의 성격·범위 등을 어디까지 인정하고 취득세·양도소득세·재산세 등의 세금을 어떻게 부과하느냐가 논쟁거리가 될 전망이다. 한편 정부는 26일 경제장관회의를 열고 전·월세 선진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세종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야스쿠니신사는 침략전쟁의 본부” 비뚤어진 日에 대한 ‘일침’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가 격랑에 부닥치는 데는 멈추지 않는 일본의 역사 도발이 기제가 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야스쿠니신사 참배가 자리한다. “영령에게 두 손 모아 일본의 평화에 대해 감사했다”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비롯해 “(총리의) 참배는 잘한 일”(혼다 에쓰로 내각관방참여), “아베의 야스쿠니행은 외국의 정식 항의를 받지 않았다”(아소 다로 부총리) 등 다른 내각 지도자들의 발언도 논란을 키우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최근 야스쿠니신사와 관련된 국내 논문의 발표가 봇물을 이룬다. 글들은 “야스쿠니신사야말로 침략 전쟁의 본영(本營)”이란 논리를 펴고 있다. 박진우 숙명여대 일본학과 교수는 ‘야스쿠니 문제의 논리적 비판을 위해서’란 글에서 “맹목적 반일 감정에 사로잡혀 야스쿠니신사의 ‘A급 전범 합사’에만 치중하면 본질을 간과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만약 일본이 A급 전범을 분사(分祀)한다면 일본 수상이나 각료들의 신사 참배에 대해 정당한 비판이 불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1999년 당시 노나카 히로무 관방장관은 야스쿠니신사의 법인화와 A급 전범 분사를 언급하며 외국 수뇌가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도록 하자고 주장했다. 이 주장은 자민당과 야스쿠니신사의 반발에 밀려 자취를 감췄지만 야스쿠니신사가 갖고 있던 ‘침략신사’의 정체성을 망각한 논리였다는 게 박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그곳에는 강화도 사건부터 1910년 조선병합에 이르기까지 침략 과정에서 전사한 일본 병사를 비롯해 식민지화 과정에서 우리나라와 중국, 동남아 각지에서 양민을 학살한 B·C급 전범 1000여명도 ‘쇼와순난자’로 합사돼 있다”고 설명했다. 야스쿠니신사 자체가 근대 일본의 아시아 침략 과정에서 전사한 전몰자를 영령으로 떠받들고 있는 곳이란 점을 명확히 알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남상구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야스쿠니신사 문제의 쟁점과 현황’이란 글에서 “지난해 12월 26일 아베 일본 총리가 비판을 무릅쓰고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한 직후 발표한 담화에는 참배 정당화 논리가 숨어 있다”고 일갈했다.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아베 총리는 (야스쿠니신사 참배는) 소위 A급 전범을 찬양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며 담화를 내놓았다. 일본 측은 미국 알링턴 국립묘지를 거론하면서 논리를 폈다. 노예제 고수를 위해 싸운 남군 병사도 묻힌 알링턴 묘지를 미 대통령이 참배한다고 노예제를 긍정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남 연구위원은 “야스쿠니신사가 일본 국민을 전쟁터로 내몰기 위해 침략전쟁을 정당화했던 시설이라는 게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는 “일본 정부는 일본을 위해 목숨을 바친 사람들에게 경의와 감사를 표하기 위해 1963년부터 매년 8월 15일 전국전몰자추도식을 열고, 1953년 해외에서 사망한 군인과 군속의 유골을 안치하는 지도리가후치 전몰자묘원을 조성했다”며 “굳이 침략의 상징인 야스쿠니신사를 방문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남 연구위원은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1985년 나치SS대원이 합장된 독일 비트부르크 묘지를 참배했다가 전 세계의 거센 비난을 받은 것이나, 같은 해 나카소네 야스히로 일본 총리가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한 뒤 이듬해부터 공식 참배를 중단한 사례도 소개했다. 무엇보다 유족의 동의 없이 무단으로 합사된 한국인 2만 1000여명에 대한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장세윤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논문 ‘한·일 양국 역사 갈등 해소의 모색과 그 방안’에서 야스쿠니신사의 부속 군사박물관인 유슈칸의 사례를 집중 분석했다. 그는 ‘일로(日露)전쟁의 승리는 세계 특히 아시아인들에게 독립의 꿈을 주고 많은 선각자가 독립, 근대화의 모범으로 일본을 방문했다… 일본군 점령하에서 한번 타오른 불꽃은 일본이 패해도 꺼진 것이 아니라 독립전쟁을 거쳐 민족국가가 탄생하는 배경이 됐다’는 비뚤어진 유슈칸의 역사 인식을 꼬집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서울광장] 법과 원칙 지켜지는 ‘행복한 나라’에 살고 싶다/문소영 논설위원

    [서울광장] 법과 원칙 지켜지는 ‘행복한 나라’에 살고 싶다/문소영 논설위원

    1638년 2월, 병자호란에서 패배한 인조는 검찰사 김경징의 처리를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전쟁 3일 만에 한양을 버려야 했던 인조는 왕족과 비빈들이 피란한 강화도의 방어를 김경징에게 맡겼다. 김경징은 ‘청군이 강화도만은 침입하지 못할 것’이라 호언장담하고 수비를 강화하자는 봉림대군(효종)의 조언도 무시한 채 밤마다 흥청망청 잔치를 벌이다가 강화도를 잃었다. ‘남한산성’에서 추위와 배고픔을 견디던 인조는 ‘강화도 인질 몰살’이란 청태종 홍타이지의 협박에 무너졌다. 종전 후 김경징의 태만과 무능을 마땅히 응징해야했지만, 인조는 마지못해 사약을 내렸다. 오히려 강화도 사수에 사력을 다한 충청수사 강진흔에게 엉뚱한 죄를 물어 참수해 군졸들의 원성을 샀다. 인조는 왜 김경징을 강력히 단죄하지 않고 강진흔을 참수했을까. 충신을 알아볼 안목이 없었을까. 한명기 명지대 교수는 저서 ‘병자호란’에서 인조가 김경징이 인조반정의 공신이자 영의정 김류의 외아들이라는 사사로운 정리를 개입시킨 것이라고 지적했다. 청은 전승국이었지만 잘못을 범한 지휘관을 군율로 엄벌했던 것과 비교하면 천양지차다. 한 나라의 기강은 ‘법과 원칙’이 엄격하게 지켜지고 집행되느냐에 달렸다. 한비자는 나라를 위태롭게 하는 방법으로 ‘법규에 따르지 않고 사사로이 일을 처리하거나, 사랑해야 할 자를 가까이하지 않고 미워해야 할 자를 내치지 않는 것’을 들었다. 최근 법질서와 관련해 실망스러운 사례들이 있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은 ‘염전노예는 21세기의 충격적인 사건’이라며 근절을 요구했다. 같은 시기 홍문종 새누리당 사무총장이 이사장인 한 박물관이 아프리카예술단을 노예처럼 취급한 사건이 불거졌는데 이는 침묵했다. 한국인 염전노예의 인권은 소중하고 피부색이 검은 아프리카 예술인의 인권은 소중하지 않은 것인가. 홍 사무총장은 여론에 떠밀려 체불임금 1억 5000만원 등을 지급하게 하는 등 해결을 약속했다. 죄형법정주의를 채택한 한국에서 홍 사무총장에게 형사상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단다. 그렇다면 집권여당 사무총장의 도덕적 책임을 물어야 마땅하다. 만약 미국에서 한국 예술가를 상대로 같은 일이 생겼다고 가정해보자. 외교적 문제가 됐을 게다. 이건 보편적 인권 문제다. 지난 20일 법원은 2012년 국정원이 야권 대통령 후보들을 ‘빨갱이’ 등으로 음해·비방하는 댓글을 달고 있다며 내부고발한 국정원 전 직원에 국정원직원법 위반죄를 적용,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1심이지만 내부고발을 유죄로 판결한 것이다. 2012년 12월 16일 밤 11시 수서경찰서가 “국정원 여직원의 댓글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이례적으로’ 발표하던 당시의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대선개입 수사축소·은폐 의혹 혐의에 대해 무죄선고한 것만큼이나 놀랍다. 법이 내부고발자를 보호하지 않는다면 권력의 부패와 자본의 비리 등을 찾아낼 길은 사라지게 될 것이다. 최근 가장 한심한 일 중 하나가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외교문서 조작 의혹’이다. 1심에서 무죄를 받은 이 사건의 가장 중요한 증거는 피의자의 3가지 종류 출입국증명서다. 그런데 중국 정부가 이들 모두 위조문서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지난 18일 국회에서 1종만 외교 공식라인에서 받아 전달했다고 밝혔다. 중국이 외교라인을 통하지 않고 공개적으로 위조라 주장한 것은 한국 정부에 무례한 태도라는 지적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만약 국정원 등이 국민을 간첩으로 조작하기 위해 외국의 문서를 조작했다면 누가 더 심각한 무례를 범한 것인가. ‘유서대필 사건’으로 청춘을 잃어버린 강기훈씨가 23년 만에 무죄판결을 받았지만, 검찰이 상고한다는 소식도 우울하기 짝이 없다. 간암 투병 중인 강씨는 당시 사건 관련자들에게 “사과를 받고 싶다”고 했다. 보상될 수 없는 세월을 두고 국가가 그를 마지막까지 몰아세워도 되는지 묻고 싶다. symun@seoul.co.kr
  • “엄마, 저예요”… 치매 노모 만난 딸 울음 터트려

    “언니, 저예요. 왜 듣지 못해요. 언니, 언니….” 20일 열린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서는 그 누구도 애절하지 않은 사연이 없었다. 백발이 성성한 이산가족 상봉 대상자들은 20일 오후 3시부터 두 시간 동안 금강산호텔에서 생이별한 형제와 자식, 심지어는 얼굴도 모르는 손주와 만나 분단의 아픔을 달랬다. 평남이 고향으로 6·25 전쟁 당시 두 딸을 시부모에게 맡기고 남편과 함께 월남했다는 이영실(88) 할머니는 치매 증세로 북쪽의 친동생 정실(85·여)과 딸 동명숙(66)씨를 알아보지 못해 지켜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명숙씨는 이 할머니가 자신과 이모를 알아보지 못하자 “엄마, 이모야, 이모, 엄마 동생”이라며 울음을 터뜨렸다. 그러면서도 이 할머니의 계속 손을 잡고 귀엣말을 하며 어머니 곁을 떠나지 못했다. 정실씨도 탄식과 함께 눈물을 쏟아냈다. 황해도 연백이 고향인 이범주(86) 할아버지는 6·25 때 헤어진 북측 남동생 윤주(67)씨와 여동생 화자(72)씨를 만나 “미안하다”는 말을 되뇌었다. 이 할아버지는 “연백에서 바로 건너면 강화도고 내가 장남이니까 1·4후퇴 때 할아버지께서 내가 먼저 가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부모님의 묘소는 어디에 있는지, 기일은 언제인지 등을 물으며 부모님 곁을 지킨 동생들을 위로했다. 평북이 고향인 김영환(90) 할아버지는 북녘에 두고 온 아내 김명옥(87)씨와 아들 대성(65)씨를 만났다. 이번 상봉단 82명 가운데 유일하게 배우자를 만났다. 손기호(91) 할아버지는 딸 인복(61)씨와 외손자 우창기(41)씨를 만났다. 딸을 눈앞에 두고 말을 잇지 못하는 손 할아버지에게 인복씨는 “못난이 딸을 찾아오셔서 고마워요”라며 울면서 껴안았다. 전시 납북자 가족도 이날 상봉에 포함됐다. 최남순(65·여)씨는 60여 전 죽은 줄로만 알고 있던 아버지가 사망 전 북한에 남기고 간 이복동생 경찬(53)·경철(46)·덕순(56·여)씨를 만났다. 최씨는 상봉장에서 북측 가족에게서 건네받은 아버지 사진을 보고, 부친의 고향과 직업 등을 묻고는 “아무리 봐도 제 아버지가 아닌 것 같다”며 북측 가족의 아버지가 자신의 아버지와 동일 인물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결국 이들은 ‘의형제’를 맺는 것으로 정리했다. 김섬경(91) 할아버지와 홍신자(83) 할머니는 거동이 불편해 구급차를 타고 금강산까지 이동했다. 이들은 건강상의 이유로 21일 개별상봉 후 귀환하기로 했다. 저녁 7시부터 북측 주최로 열린 만찬에서도 가족들은 서로에게 음식을 떠주며 상봉의 감격을 이어 갔다. 오후 개별상봉 때보다 긴장감이 누그러지며 남북 가족이 함께 사진을 찍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렸다. 리충복 북한 조선적십자회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이 뜻깊은 상봉은 북과 남이 공동의 노력으로 마련한 소중한 결실”이라고 평가했다. 유중근 대한적십자사 총재는 “이산가족 상봉은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인도적 사업”이라며 “가장 인간적이며 민족적 과제”라고 화답했다. 금강산공동취재단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명인·명물을 찾아서] 강화역사박물관

    [명인·명물을 찾아서] 강화역사박물관

    흔히 강화도는 역사 문화유적의 보고(寶庫)로 불린다. 선사시대를 비롯해 삼국·고려·조선시대의 다양한 유물이 분포돼 있기 때문이다. 이는 강화도의 지정학적 요인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강화는 나라가 외세의 침략으로 위급할 때 왕실과 조정이 피란해 전란을 극복하는 전략적 요충지였고, 주변국에서 내륙으로 문화와 물자가 드나드는 주요 길목이었다. 인천 강화군 하점면 부근리에 위치한 강화역사박물관이 전국적으로 산재한 역사박물관 중에서도 유독 주목을 받는 것은 이 같은 특수성 때문이다. 우선 선사시대 유물이 눈에 띈다. 박물관 옆에는 남한에서 가장 큰 고인돌이 자리 잡고 있다. 높이 2.6m, 길이 7.1m, 너비 6.5m, 무게 80t에 달한다. 이를 중심으로 고인돌광장이 형성돼 있는데 강화역사박물관은 고인돌광장 내에 2010년 10월 문을 열었다. 국·시비 125억원이 투입돼 지하 1층, 지상 2층, 연면적 4233㎡ 규모로 조성됐다. 강화 고인돌은 고려산과 별립산 주변인 부근리, 고천리, 오상리 일대에 160여기가 있다. 이곳 고인돌은 탁자 모형 북방식 지석묘 형태의 청동기시대 대표적인 묘제로 2000년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역사관에 전시된 선사시대 유물은 다양하다. 전체 전시 유물 3841점 가운데 30%가량이 선사시대 것이다. 전문가들은 문명의 여명기인 신·구석기시대에 대륙의 문화가 바닷길을 따라 한반도로 전해졌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선사유물은 강화도를 비롯해 인근 섬인 덕적도, 삼목도, 영종도 등에서 다수 발견되고 있다. 당시 사람들이 섬 지역에 널리 퍼져 살았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선사시대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담은 주거지 모형이 여러 형태로 재현돼 있다. 이 시대 유물은 반달도끼, 주먹도끼, 돌망치, 주먹찌르개, 청동숟가락, 어망추,민무늬토기, 빗살무늬토기 등이 주를 이룬다. 다양한 종류의 석검과 돌화살촉도 크기별로 비치돼 있다. 조계연 강화역사박물관장은 “신·구석기, 청동기시대 유물은 중앙박물관보다 많이 소장돼 있다”면서 “강화에서 선사시대 사람들의 활동이 매우 왕성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삼국시대 유물은 철제갑옷, 청동초두, 허리띠고리, 마구, 발걸이 등 주로 전쟁과 관련된 것들이 많다. 삼국시대에 강화는 주로 백제에 예속돼 있었다. 유물의 형태가 백제문화와 궤를 같이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고려시대로 넘어가면 유물이 보다 다양해진다. 고려 말 몽골족의 침입을 막기 위해 수도를 개성에서 강화도로 옮겨 60년간 임시 수도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발견된 철제투구를 비롯해 금동좌불상, 동경(거울), 경문금고(타악기) 등이 전시돼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고려청자다. 청자류인 병, 잔, 접시 등은 창후리 고분군에서 다수 발굴되었다. 고려청자는 대개 전라도 강진이나 부안에서 생산돼 공물 또는 상품으로 서해의 조운로를 따라 강화로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강화도 시기는 고려청자의 전성기로 불린다. 강화에 있는 고려왕릉 4기에서 출토된 항아리, 수막새, 석인상, 잡상 등도 전시됐다. 고문서인 대장경, 동국이상국집, 강도고급시선, 시권 등은 당시 인쇄문화 발달상을 잘 보여준다. 조선시대 유물도 국난 극복사와 관련이 있다. 병인양요(1866년) 당시 강화 수비군이 재래식 무기로, 첨단 무기로 무장한 프랑스군에 맞서 격렬하게 싸운 정족산성 전투 장면도가 음향 설명과 함께 배치돼 있으며, 일본의 강압에 의해 체결된 강화도조약(1876년) 모형은 너무 생생해 당시 협정 현장을 보는 듯하다. 신미양요(1871년) 당시 미국 해군에 맞서 싸우다 전사한 어재연 장군의 군기인 수자기와 광성보전투 모형도 눈에 띈다. 기획전시실에서는 지난해 12월부터 ‘2013년 구입유물 전시전’이 열리고 있으며, 박물관 1층 로비에서는 지난달부터 나비·잠자리·장수풍뎅이·하늘소·사슴벌레 등 곤충 300여점을 전시한 ‘신비로운 곤충의 세계’가 개최되고 있다. 박물관 측은 학생을 대상으로 한 역사체험 행사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개관 이래 매달 1회 유치원생·초등학생들이 민속방패연·한지연필꽂이·민화부채 등을 직접 만들어보는 현장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참가 학생들이 갈수록 늘어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영상실에서는 강화의 역사를 시대별로 설명하는 영화를 상시 상영하고 있다. 박물관 주변에는 화문석문화관, 고인돌군(群), 평화전망대, 각종 돈대 등 연계 관광지들이 즐비해 가족 나들이 코스로도 적합하다. 지난해에만 24만명이 박물관을 찾았다. 월요일을 제외하고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문을 연다. 박영주 연구사는 “오는 7월 각종 전쟁 관련 유물을 모아 갑곶리에 ‘호국박물관’을 별도로 개관해 강화에 깃들어 있는 선인들의 호국정신을 기릴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 가공식품 포장지에 ‘원산지’ 모두 표시해야

    가공식품 포장지에 ‘원산지’ 모두 표시해야

    두 가지 이상의 원료를 섞었을 때 가공식품 포장지에 원료 수입국 이름 대신 ‘수입산’이라는 표시를 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모든 경우 수입국을 표기해야 한다. ‘수입산’으로 표시해 원산지를 숨기는 데 악용되는 경우를 막기 위한 조치다. 또 포장지에 원료 수입국을 거짓 표시할 경우 판매금액의 10배까지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현재 16가지인 음식점 원산지 표시 품목을 20개로 늘리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16일 “현재 2개 국가의 원료를 섞어 쓸 경우 1년에 3차례 이상 원료 비율이 달라지고 어느 하나의 변경 폭이 15% 포인트를 넘으면 원산지 국가가 아닌 ‘수입산’으로 표기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제조업체가 특정 국가의 원료를 숨기는 식으로 악용할 소지가 있다는 시민단체들의 건의에 따라 원산지 국가명을 명확히 밝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예를 들어 볶은 참깨의 경우 수단산과 중국산을 7대3으로 섞었다가 2대8, 5대5 등으로 변경할 경우 원산지를 ‘수단, 중국’ 대신 ‘수입산’으로 표시할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수단, 중국’ 또는 ‘수입산(수단, 중국)’ 등으로 표기해야 한다. 최근 주부들 사이에서 일본산 생선이 들어간 어묵을 기피하는 경향이 생겼지만 포장지에 ‘수입산’이라고만 써 있어 재료 생선의 국적을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는 불만이 제기돼 왔다. 정부는 오는 19일부터 3월 11일까지 국민토론을 거쳐 하반기에 ‘농수산물의 원산지표시 요령’(고시)을 개정할 계획이다. 통상 6개월 이상 포장지를 개선할 시간을 주기 때문에 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증가세로 돌아선 포장지 거짓 표시에 대한 제재 강화도 추진된다. 포장지 거짓 표시 적발 건수는 2007년(1723건)부터 2011년(3180건)까지 증가세를 보이다 2012년 2731건으로 줄었지만 지난해 2902건으로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현재는 가공식품의 포장지에 원산지를 거짓 표시할 경우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지만, 앞으로는 2년 이내 2번 이상 거짓 표시를 할 경우 판매금액의 10배까지 과징금을 매기는 방안이 추진된다. 농식품부는 오는 9월 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외에 현재 음식점에서 원산지를 표시해야 하는 16가지 품목(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오리고기, 양고기(염소), 쌀, 배추김치, 넙치, 조피볼락, 참돔, 미꾸라지, 뱀장어, 낙지, 명태, 고등어, 갈치)에 4개 품목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생선은 오징어, 꽃게, 조기 등이고 농산물은 콩으로 만든 식품(두부, 콩나물, 콩비지, 콩국수 등)이 대상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정부는 4대악 중에 하나로 불량식품을 넣은 바 있다”면서 “원산지 표시를 강화해 안전한 재료에 대한 소비자들의 알 권리가 강화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세종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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