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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언내언

    소련ㆍ동유럽의 공산당 무너지는 소리를 들으며 여름날의 소나기를 동반한 천둥ㆍ번개를 생각한다. 멀리서 「우르릉…」「우르릉…」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싶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소리는 가까워지고 하늘은 어두워진다. 그러고는 곧바로 「우르릉ㆍ쿵ㆍ쾅」 천둥ㆍ번개가 요란한 속에 소나기가 쏟아지게 마련이다. ◆멀리서 「우르릉」 거리는 소리를 들으면서 서둘러 현명한 대비를 했으면 몰라도 그렇지 않으면 루마니아처럼 큰 낭패를 당하게 마련이다. 중국ㆍ북한 등 아시아공산권에도 천둥소리는 가까워지고 있는데 대비는 커녕 그것을 막아 보겠다는 망상에 집착하거나 빗겨가기를 헛되이 기대하느라 시간만 보내고 있는 것 같다. ◆아시아 공산국들은 동유럽 공산국들과는 역사ㆍ정치ㆍ경제적 경험이 크게 다르다고들 한다. 우선 소련의 영향력이 동유럽과는 비교가 안될 만큼 약하다. 경제발전단계도 1만달러대의 동유럽과 수백에서 2천달러 안팎의 아시아공산국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공산당의 위신도 「독립전쟁」과 「해방전쟁」을 치른 아시아와 그렇지 못한 동유럽은 다르다는 것. 그리고 가부장적 지배의 전통,강권정치를 참는데 익숙한 민중과 그들의 낮은 교육수준 등 아시아공산권의 사상적 토양이 아시아공산권 민주화개혁의 천둥ㆍ번개를 늦추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비를 잔뜩 실은 먹구름은 강풍과 함께 이미 아시아로 향하고 있는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다. 베를린장벽을 허물고 차우셰스쿠를 처형한 공산권 민주화개혁 열풍은 모스크바 붉은 광장을 휩쓸면서 공산 종주국 소련의 공산당 독재포기 선언을 끌어낸 후 아시아의 변방 몽고에까지 진출했다. 놀란 아시아공산 종주국 중국은 허둥지둥 문단속에만 정신이 없다. 비상경계령을 내리고 공산당 중앙위 긴급회의를 열면서 공산당 독재고수를 선언했지만 공허하게만 들린다. ▲만주ㆍ몽고ㆍ슬라브족의 북풍에 자주 국가운명이 좌우되었던 지난 역사를 중국공산당 지도자들도 기억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국민의 지지를 못받아 대만으로 쫓겨났던 40년전 국민당의 말로도 그들은 잊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북경거리가 시끄러워지면 평양거리도 조용할 수는 없다는 것을 우리는 잘알고 있다.
  • 외언내언

    「순오지」를 쓴 현묵자 홍만종은 「명엽지해」도 썼다. 이건 각종 민담과 야설을 모은 책. 거기에 노목궤(버드나무궤) 얘기가 나온다. ◆한 촌로에게 딸이 있어 사위를 고른다. 버드나무 궤를 짜서 쌀 쉰닷말을 넣어놓고 궤의 나무이름과 쌀 몇말이 들었는가를 알아맞힌 사람에게 딸을 준다고 했다. 아무도 못 맞힌다. 안달이 난 딸이 한 바보 장사치에게 사실을 알려줘서 혼인을 한다. 하루는 장인이 소를 사왔다. 그걸 본 사위 왈 『이건 버드나무 궤로고. 쌀은 쉰닷말이 들었고』. 딸이 가르친다. 『그럴 때는 소의 입을 벌려 「이빨이 적군」하고 꼬리를 들추면서 「새끼를 많이 낳겠구려」 하는 법이예요』. 바보사위는 아파 누운 장모의 입을 벌리면서 『이빨이 적군』 하고 이어 궁둥이를 들추면서 『새끼를 많이 낳겠구려』 한다. ◆현묵자가 이 민담을 쓴 까닭이 있다. 상황이 변하는 데 따라 대처할 줄을 모르고 한번 배운 옛 생각에 집착하는 것이 사람들의 어리석음임을 지적하고자 함이었다. 사람들은 바보사위를 비웃었다. 『소를 버드나무로 보고 사람을 소로 보았다』면서. 하지만 그 사람들 또한 알게 모르게 바보사위 짓들을 한다. 현묵자가 말하고 싶었던 대목이 이것이다. ◆스탈린한테서 배운 스탈리니즘을 지금껏 신봉하여 오고 있는 동유럽의 마지막 보루 알바니아. 동유럽 다른 나라들의 개방ㆍ개혁에 코방귀를 뀌며 핏대까지 올린다. 그거야 말로 바보사위 짓임을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그렇긴 해도 북녘에서부터 불어 내려오는 강풍을 막을 수는 없나보다. 제2도시 슈코더르에서의 대규모 반체제 소요사태 이후 비상사태를 선포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으니 말이다. 「억측」이라고도 하지만 불 안땐 굴뚝에 어찌 연기가 나랴. ◆지구촌의 바보사위는 또 있다. 불행하게도 바로 우리의 북녘땅에. 유학생들 불러들이고 한다 해서 될 일이 아니라는 걸 모르는 걸까. 조만간 바람은 불어 닥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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