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강타
    2026-02-18
    검색기록 지우기
  • 타격
    2026-02-18
    검색기록 지우기
  • 슛돌이
    2026-02-18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6,680
  • 코인 선물 거래로 하루 만에 1400만원 수익…‘멋진 가장’으로 다시 태어났다고 믿는 은퇴자 [파멸의 기획자들 #11]

    코인 선물 거래로 하루 만에 1400만원 수익…‘멋진 가장’으로 다시 태어났다고 믿는 은퇴자 [파멸의 기획자들 #11]

    서울신문 나우뉴스는 ‘사기공화국’ 대한민국에 경종을 울리고자 르포 소설 ‘파멸의 기획자들’을 연재합니다. 우리 사회를 강타한 실제 가상화폐 사기 사건을 나한류 작가가 6개월 가까이 취재·분석해 소개합니다. 독자 여러분께 ‘사기를 피하는 바이블’이자 정부가 범죄에 더 엄하게 대응하도록 촉구하는 ‘여론 환기’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제보자 및 피해자 보호를 위해 사건 속 인물과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 등은 모두 가명 처리했습니다. 성갑이 퇴직금 통장을 창구 직원에게 건넸다. 잔고에는 35년간의 직장 생활의 애환이 오롯이 담긴 ‘200,000,000’이라는 숫자가 선명했다. 평생을 모은 돈이 담긴 통장을 건넨 탓인지 손에서 땀이 배어 나왔다. 창구 직원은 익숙한 듯 통장을 받아 들더니 상냥하지만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고객님, 한 달만 있으면 만기인데요. 지금 해지하시면 그간 모은 이자가 대부분 사라져요… 아깝지 않으세요?” 그 말은 성갑의 불안한 심리를 꿰뚫어 보는 듯했다. 성갑은 속으로 그녀를 비웃었다. ‘그깟 은행 이자 몇 백만원이 아깝다고? 이성조 교수의 선물 거래를 따라가면 그 이자의 수천 배도 벌 수 있는데, 뭐하러 한 달을 기다려!’ 그가 태연한 척 입술을 뗐다. “개인적으로 사정이 생겼어요. 해지 부탁드립니다.” 성갑의 목소리는 평온했지만, 그 안에는 거대한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다. 2억원이 손에 들어오자 김가영 비서의 설명대로 IEKAF 거래소 고객센터에 연락해 1억원을 USDT로 충전했다. 잠시 스마트폰에서 숫자가 사라지는 것을 보며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지만, 이내 환희로 바뀌었다. 경쾌한 알림음과 함께 IEKAF 고객센터 한국인 매니저의 텔레그램 메시지가 도착했기 때문이었다. “회원님, 안녕하세요! 방금 1억원을 충전하셔서 ‘VIP 2등급’으로 레벨업 되셨습니다.” 난생 처음 받아보는 ‘VIP’ 대우에 성갑의 심장은 터질 듯 벅차올랐다. “앞으로 제가 회원님을 모시게 되었는데요. VIP가 되신 기념으로 최신 스마트폰을 선물로 드립니다. 전화기가 필요 없으시면 이에 상응하는 1500 USDT(약 210만원)로 받으셔도 돼요.” 성갑의 얼굴에 확신에 찬 미소가 번졌다. ‘지금 쓰고 있는 스마트폰이 멀쩡한 있는데 뭐하러 전화기를 신청해. 차라리 돈으로 받아서 그걸 불리는 게 훨씬 이득이지.’ 성갑은 망설임 없이 스테이블 코인을 선택했다. 1500 USDT가 자신의 계좌로 입금되는 것을 보며 승리의 예감에 취했다. 1분쯤 지나서 2100 USDT(295만원)가 추가로 들어왔다. ‘이건 무슨 돈이지’하며 의아한 표정을 짓는 성갑에게 매니저가 친절하게 설명을 시작했다. “저희 거래소가 글로벌 회원 1000만명 모집을 달성했어요. 그래서 사은 행사로 고액 투자 회원님들께 충전 금액의 3%를 리워드로 지급해 드렸습니다.” 불과 10분도 안 돼 500만원 넘는 돈을 받았다. 그것도 공짜로. 살면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신세계였다. 팍팍한 은퇴 후의 삶, 냉혹한 재취업 시장에서 무너진 그의 자존감이 완벽하게 회복되는 듯했다. 인생의 진정한 황금기가 이제 시작됐다고 그는 굳게 믿었다. 이 교수의 리딩이 주식 현물 거래에서 코인 선물 거래로 바뀌었지만 IEKAF 거래소의 ‘선물 보따리’에 감격한 성갑은 이상한 점을 눈치채지 못했다. 며칠 뒤 그는 5만 달러(7000만원) 이상 예치한 이들을 위한 ‘예비클럽’에서 이 교수가 이끈 선물 거래를 통해 하루 만에 1만 USDT(1400만원)를 거머쥐었다. 신이 난 성갑은 잔고에서 2000 USDT를 인출했고, 다음 날 통장으로 280만원을 받았다. 기적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그는 망설이지 않고 아내 정숙을 데리고 시내로 향했다. 오랜만에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서 외식을 하고 이동통신사 매장으로 들어갔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비싸다는 스마트폰 두 대를 구입해서 하나를 아내에게 건넸다. “오늘 갑자기 왜 그래? 돈이 어디서 난거야?” 정숙이 크게 놀라서 물었다. 아직은 ‘가상화폐에 투자해 성공했다’는 말을 꺼내고 싶지 않았다. 비트코인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신 여사에게 ‘코인 선물 거래’ 개념을 설명해봐야 ‘싸움만 나지 않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몇 달 뒤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액수가 불어난 IEKAF 계좌 내역을 ‘깜짝 선물’처럼 보여주면 모든 것이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될 것으로 여겼다. “요즘 잘 나가는 주식을 사서 좀 벌었지. 내가 젊어서부터 투자에 재능이 있었잖아.” 한 손에는 레스토랑에서 얻어 온 식전빵 봉투를 들고, 다른 손으로는 성갑이 사 준 전화기로 쉬지 않고 친구들에게 자랑하는 아내를 보며 ‘이런 게 행복이구나’라고 생각했다. 남은 전화기는 서울에 사는 딸에게 택배로 부쳤다. 정년 퇴직 이후 처음으로 가족들에게 멋진 가장의 모습을 보여준 그의 어깨가 한껏 올라갔다. 이 작은 성공이 성갑의 확신을 더욱 굳건하게 만들었다. 다음 날 남은 퇴직금 1억원에서 3000만원을 추가로 인출해 IEKAF 계좌에 충전했다. 얼마 뒤 김가영 비서가 10만 달러(1억 4000만원) 이상 투자자 모임인 ‘브론즈클럽’ 승격 안내 문자를 보냈다. 김 비서는 다음 주부터 이어질 미국 통계치 발표를 언급하며 “앞으로 엄청난 수익을 낼 수 있다”고 기대감을 부풀렸다. 성갑은 자고 나면 불어나는 코인 자산을 보며 ‘인생 2막을 위한 기적의 결실’이라고 믿었다. 그를 더 깊은 함정으로 유인하려는 사기꾼들의 ‘끈끈이 덫’임을 깨닫지 못한 채. (12회로 이어집니다. 사기 피해 예방과 범인 검거를 위해 많은 이들과 기사를 공유해 주세요.)
  • [길섶에서] K팝 긍정의 힘

    [길섶에서] K팝 긍정의 힘

    팝송 ‘호텔 캘리포니아’는 미국 록 밴드 이글스가 그래미상을 수상한 대표곡이다. 중고교 시절 카세트테이프로 수백번 돌려서 듣곤 했다. 특히 곡 후반부의 기타 듀엣 솔로는 전 세계 기타리스트들이 교과서처럼 학습하는 명연주다. 그런데 이 곡이 10여년 전 가사 논란에 휩싸였다. “절대 이곳을 벗어나지 못한다”라는 대목 등이 마약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모습을 묘사했다는 것이다. 다른 팝송 가사들도 우리말로 꼼꼼히 해석해 보면 깜짝 놀랄 때가 많다. 욕설은 물론이고 강도, 살인, 마약 관련 용어가 흔하다. 전 세계를 강타한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주제곡 ‘골든’은 어떤가. 가사의 메시지가 너무 긍정적이다. “누구나 숨기고 싶은 비밀을 간직하고 있지만 숨지 말고 너답게 빛나라” 등은 누구나 듣고 싶은 위로와 용기의 말이다. 몇 년 전 K팝 위기설이 불거진 적이 있다. 홍콩 느와르 영화처럼 반짝 뜨고 말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K팝은 아직도 건재하며, 시장은 더욱 커지고 있다. 세파에 찌든 사람들에게 긍정의 힘을 발산하고 있는 것이 장수의 비결인 듯하다.
  • “교수님 덕분에 이번 달에만 100% 수익”…‘기적의 리딩’ 보고 투자 결심한 은퇴자 [파멸의 기획자들 #10]

    “교수님 덕분에 이번 달에만 100% 수익”…‘기적의 리딩’ 보고 투자 결심한 은퇴자 [파멸의 기획자들 #10]

    서울신문 나우뉴스는 ‘사기공화국’ 대한민국에 경종을 울리고자 르포 소설 ‘파멸의 기획자들’을 연재합니다. 우리 사회를 강타한 실제 가상화폐 사기 사건을 나한류 작가가 6개월 가까이 취재·분석해 소개합니다. 독자 여러분께 ‘사기를 피하는 바이블’이자 정부가 범죄에 더 엄하게 대응하도록 촉구하는 ‘여론 환기’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제보자 및 피해자 보호를 위해 사건 속 인물과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 등은 모두 가명 처리했습니다. ‘이놈들, 대단하지도 않은 종목 몇 개 추천해주고 수수료만 잔뜩 뜯어가는 건 아니겠지.’ 성갑의 머릿속에 의심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그래도 돈은 굴려야했기에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인스타그램 광고창에 연락처를 남겼다. 몇 시간 뒤 카카오톡 메시지가 도착했다. 프로필 사진을 보니 미모의 젊은 여성이었다. “안녕하세요. 급등주 종목 추천을 요청하신 선생님 맞으시죠? 김가영이라고 합니다. 제가 모시고 있는 이성조 교수님께서 운영하시는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으로 초대해 드릴게요. 초대를 원하시면 ‘777’을 눌러 주세요.” 너무도 인위적인 행운의 숫자가 오히려 불길하게 느껴졌지만, 가영의 예쁜 얼굴과 공손한 말투에 마음이 끌렸다. “감사합니다. 아래 링크로 들어오시면 이 교수님의 단체 채팅방으로 입장하실 수 있어요. 교수님께서는 오랜 투자 경험을 바탕으로 회원님들께 통찰력있는 투자 강의를 진행하십니다. 현재 수업이 진행 중이니 열심히 공부하시고 투자 수익도 얻어 가세요.” 성갑에게 한 가지 궁금증이 떠올랐다. “잠시만요. 회비는 얼마인가요?” “우리 교수님은 회비를 받지 않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교수님께서 차차 안내해드릴 예정이예요.”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굳게 믿고 살아온 성갑에게 가영의 답변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의심을 완전히 거두진 못했지만 아직 돈을 넣은 것이 아닌 만큼 채팅방에서 강의 좀 듣는다고 해도 손해날 건 없어 보였다. 그는 PC를 켜고 카카오톡 링크를 눌러 이 교수를 찾았다. 낮 시간인데도 40명 정도 되는 회원들이 강의에 집중하고 있었다. 수업 내용은 기대 이상이었다. 증권 방송에 나오는 자칭 ‘전문가’라는 자들보다 핵심을 더 잘 짚어주는 것 같았다. “자, 여러분. 눈을 크게 뜨고 주목하십시오. 제가 오늘 추천하는 종목은 바로 코스피 대표주 △△조선입니다. 매수가는 현재가에서 5% 이내로 진입하시고, 손절가는 -3%로 잡으세요!” 성갑은 스마트폰으로 주식 앱을 켰다. △△조선 주가가 이 교수가 지정한 매수 권장가를 살짝 넘어서 있었다. ‘그럼 이 교수라는 작자의 능력을 한번 볼까?’ 그는 상황을 좀 더 주시하기로 했다. 권장가에서 +6%까지 올랐다가 빠르게 하락하기 시작했다. 어느새 주가가 손절가 부근까지 떨어졌다. ‘그럼 그렇지. 이 교수라는 인간도 사기꾼이었구만. 그런데 오늘따라 저 큰 기업이 이상하게 요동을 치네.’ 그에게 실망을 느끼고 채팅방에서 빠져 나가려던 찰나,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주가가 바닥에서 꿈틀거리며 순식간에 반등에 나선 것이다. 잠시 횡보하기도 했지만, 결국 용이 승천하듯 하늘로 치고 올라갔고 어느새 +11%까지 치솟았다. “여러분, 바로 지금입니다. △△조선을 전량 매도하세요!” 이 교수의 신호가 떨어지자 회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몇 분 뒤부터 자신의 수익을 인증하는 사진들이 쏟아졌다. 사진 사이사이로 그를 찬양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너무 놀라워요. 교수님 덕분에 이번 달에만 100% 수익을 달성했어요!” “교수님은 예언가신가요, 아니면 초능력자신가요? 어떻게 이렇게 주가 예측이 늘 정확할 수가 있죠?” “쓰레기 같은 다른 리딩방에서 큰 손실을 입었는데요. 2주 만에 모두 회복했어요! 교수님 덕분입니다.” “교수님, 앞으로 저희를 평생 책임져주실 거죠?” 성갑에게 이곳 채팅방은 사이비 종교집단 모임처럼 느껴져 불편했다. 다만 이 교수가 보여준 신기에 가까운 리딩 능력만큼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단 몇 분 만에 거둔 10% 수익! △△조선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코스피 대형주로, 소위 말하는 ‘작전 세력’이 붙어서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는 종목이 아니었다. 이 교수가 채팅방에 있는 40여명을 털어 먹으려고 이 회사 주가를 10% 넘게 끌어 올렸다고 가정하는 건 논리적으로 말이 되지 않았다. 카톡방 회원들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돈보다 저 기업 주가를 끌어올리는 데 쓴 돈이 몇 백배는 더 클 테니까. 살면서 이런 놀라운 일을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교수의 탁월한 분석과 예측의 결과 말고는 달리 해석할 방법이 없었다. 마음을 진정시킨 성갑은 이 교수의 주식 투자에 동참하기로 결심했다. 문득 ‘여자 말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는 속담이 떠올랐다.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는 아내와 먼저 상의하고 투자 여부를 정하는 것이 순리였다. 하지만 아내 정숙은 100% 반대할 것이 분명했다. 투자의 세계를 잘 알지도 못하면서 ‘자녀들의 결혼 자금을 주식에 밀어넣는 건 미친 짓’이라고 소리만 칠 것이었다. 묻지 않아도 정숙의 답은 정해져 있는 듯했다. 결국 성갑은 가족에게 알리지 않고 조용히 이 돈을 인출하기로 마음먹었다. ‘35년간 고생해서 번 퇴직금 2억원, 따지고 보면 다 내 돈 아닌가. 이 돈을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한 결정권도 나에게 있다고. 이 돈을 잘 굴려서 원금보다 훨씬 크게 만들어 보자. 정민이·정아 결혼에도 보태고 남는 건 가족 생활비로 쓰면 모두에게 좋은 거 아니겠어.’ 신분증을 챙겨서 은행으로 향하는 그의 발걸음이 최근 몇 년 새 가장 가볍고 활기찼다. 이 교수의 기적과 같은 리딩 능력을 두 눈으로 똑똑히 봤기에 두려움이 없었다. (11회로 이어집니다. 사기 피해 예방과 범인 검거를 위해 많은 이들과 기사를 공유해 주세요.)
  • “은행에 2억원 있어도 월 이자 50만원 안 돼”…가족 위해 급등주 찾는 은퇴자 [파멸의 기획자들 #09]

    “은행에 2억원 있어도 월 이자 50만원 안 돼”…가족 위해 급등주 찾는 은퇴자 [파멸의 기획자들 #09]

    서울신문 나우뉴스는 ‘사기공화국’ 대한민국에 경종을 울리고자 르포 소설 ‘파멸의 기획자들’을 연재합니다. 우리 사회를 강타한 실제 가상화폐 사기 사건을 나한류 작가가 6개월 가까이 취재·분석해 소개합니다. 독자 여러분께 ‘사기를 피하는 바이블’이자 정부가 범죄에 더 엄하게 대응하도록 촉구하는 ‘여론 환기’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제보자 및 피해자 보호를 위해 사건 속 인물과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 등은 모두 가명 처리했습니다. 부산 해운대에 사는 60대 박성갑은 35년의 직장 생활을 마치고 ‘은퇴’라는 거대한 파도를 맞이했다. 그에게 은퇴는 단순히 직장에서의 해방만이 아니었다. 매일 아침 7시까지 일어나 작업복을 챙겨 입지 않아도 되는 자유, 하루 종일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 앉아 밀린 독서를 할 수 있는 여유, 종종 아내와 전국 곳곳으로 여행다닐 수 있는 작은 사치 등…그간 고군분투하며 살아온 자신에게 주는 ‘종합선물세트’ 같은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해왔다. 그런데 막상 회사를 떠나고 보니, 그의 장밋빛 꿈은 그저 꿈에 불과했음을 오래지 않아 깨달았다. 정부가 기금 고갈을 이유로 국민연금 수급 연령을 최대 65세까지 높이면서 성갑은 수 년의 공백을 수입 없이 견뎌야 했다. 몇 년 전 아내 신정숙이 집 근처에 사 둔 꼬마 상가에서 쥐꼬리만한 월세가 들어오지만 수년째 취업하지 못해 의기소침한 아들 정민, 이제 곧 대학을 졸업하는 딸 정아를 뒷바라지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랐다. 퇴직금으로 받은 2억원은 자녀들 결혼 자금으로 쓸 계획이어서 가급적 손대고 싶지 않았다. 이것저것 따져보니 ‘아들이 직장을 구해서 독립할 때까지 좀 더 벌어야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는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을 버리지 못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찾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력서를 넣는 곳마다 돌아오는 대답은 한결같았다. 그 한마디가 35년간 사회생활을 하며 쌓아온 자존심을 한순간에 짓밟았다. “미안합니다. 더 젊은 사람을 구하겠습니다.” 대한민국은 참으로 냉혹했다. 겉으로는 ‘경로효친’과 ‘장유유서’를 외치지만, 실제로는 나이든 사람들에게 차갑게 등을 돌렸다. 성갑은 매일 아침 일어나 거울을 보며 ‘아직 할 수 있다’고 스스로를 다독였지만, 세상의 냉정한 시선 앞에서 그의 의지는 모래성처럼 허물어졌다. 회사에 다닐 때 당연하게 여겼던 ‘우리’, ‘함께’라는 가치는 온데간데없었다. 직장을 떠나보니 이 세상은 오직 ‘적자생존’과 ‘각자도생’이라는 냉혹한 규칙만 지배하는 것처럼 보였다. 고질병인 이명으로 밤이 깊도록 잠 못 이루던 어느 날, 그는 유튜브에서 유명 은퇴 전문가의 강연을 보게 됐다. “은행 이자로 노후 생활을 책임지던 시대는 진작에 끝났습니다. 소액이라도 주식 등 고위험 자산에 투자해야 인플레이션을 이겨낼 수 있어요.” 그가 성갑의 마음을 꿰뚫어 본 듯했다. 자녀들을 위해 들고 있는 퇴직금 2억원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지금 은행 예금에서 나오는 이자로는 월 50만원도 안 되는데… 재취업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매달 최저임금 수준인 200만원이라도 벌려면 투자 말고는 답이 없네. 기왕 이렇게 된 거 퇴직금 일부라도 주식으로 돌려서 돈을 불려보자.’ 문득 10여년 전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당시 유행하던 ‘작전주’에 멋모르고 뛰어들었다가 운 좋게 큰돈을 벌었던 짜릿한 순간. 그는 종목 분석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그저 ‘느낌’이 좋아서 바이오 기업 주식 하나를 샀고, 그 주식이 한동안 상한가를 이어가자 황급히 팔고 나왔다. 신기하게도 그 주식은 며칠 뒤부터 하한가로 직행했고, 얼마 뒤 상장폐지됐다. 행운의 열차에 우연히 올라탔고 타이밍 좋게 내렸다. 지금 살고 있는 집도 그때 번 돈이 디딤돌 역할을 했다. 당시의 짜릿한 기회가 다시 오지 않으리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내심 과거의 영광을 또 한 번 누리고 싶은 욕심은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종목을 선별해 보기로 했다. 평소 투자에 대해 잘 안다고 떠들고 다니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야, 오랜만이야. 늘그막에 퇴직금으로 주식 투자를 해보려는데, 배울 만한 곳이 있을까?” 친구의 목소리가 퉁명스러웠다. “이놈아, 우리 나이에 투자하다가 망하면 부산 앞바다밖에 갈 곳이 없어. 쓸데없는 생각 하지 말고 퇴직금이나 잘 챙겨. 그 돈이야말로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너를 지켜줄 인생의 마지막 동아줄이야.” 친구의 말이 틀린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 녀석은 몇 년 전 여윳돈으로 골드바를 샀다가 금값이 폭등해 큰 돈을 벌었다. 요즘은 외제차를 타고 다니며 자랑질을 일삼는다. 자기는 투자로 큰돈을 벌어놓고, 나보고는 퇴직금이나 지키라니. 그의 이중적인 모습에 화가 났다. ‘투자하지 말라’는 친구의 경고가 역설적으로 성갑의 투자 결심에 기름을 부었다. ‘네가 성공한 것처럼 나라고 못할 것 있나. 학교 다닐 땐 내가 너보다 공부도 잘했는데.’ 늘 그랬듯 잠들기 전 이명을 견디고자 스마트폰을 켰다. 간만에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는 딸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열었다. 이성 친구가 생겼을까 싶어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살폈지만, 아직까지 남자 사진은 올라오지 않고 있었다. 그때였다. 딸의 해맑은 미소의 사진들 위로, 그의 눈길을 잡아끄는 광고가 섬광처럼 번쩍였다. ‘상한가 급등주 추천’ 아래에는 친절하게도 연락처를 입력하는 칸이 마련돼 있었다. 그를 위해 나타난 구원의 메시지처럼 보였지만 고개를 드는 의구심 또한 피할 수 없었다. 대한민국은 일본보다 속임수 범죄 건수가 10배나 많은 ‘사기 공화국’ 아니던가. (10회로 이어집니다. 사기 피해 예방과 범인 검거를 위해 많은 이들과 기사를 공유해 주세요.)
  • “아들 병원비 모자라” 가상화폐 빠져든 워킹맘, 거짓말로 코인 투자 종잣돈 마련 [파멸의 기획자들 #08]

    “아들 병원비 모자라” 가상화폐 빠져든 워킹맘, 거짓말로 코인 투자 종잣돈 마련 [파멸의 기획자들 #08]

    서울신문 나우뉴스는 ‘사기공화국’ 대한민국에 경종을 울리고자 르포 소설 ‘파멸의 기획자들’을 연재합니다. 우리 사회를 강타한 실제 가상화폐 사기 사건을 나한류 작가가 6개월 가까이 취재·분석해 소개합니다. 독자 여러분께 ‘사기를 피하는 바이블’이자 정부가 범죄에 더 엄하게 대응하도록 촉구하는 ‘여론 환기’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제보자 및 피해자 보호를 위해 사건 속 인물과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 등은 모두 가명 처리했습니다. “좋은 아침이예요. 어제 이성조 교수님이 발표하신 새 전략 보셨죠? 지금 팀을 나누고 있는 중인데, 현재 학우님이 가지고 계신 투자금은 어느 정도 되나요?” “비서님, 안녕하세요. 저는 지금 투자금이 1만 달러(약 1400만원)밖에 안 돼요. 어느 클럽에도 참여할 수 없어요.” “교수님께서는 모든 학우님이 경제적 자유를 이루기를 원하세요. 하지만 투자금이 너무 적으면 더는 교수님의 가상화폐 선물 거래에 동참하기 어렵습니다. 학우님께서도 서둘러 투자금을 마련하시길 권해 드려요.” 김가영 비서의 메시지를 받으니 진영은 마음이 더 급해졌다. 서둘러 친정 식구들과 친구들에게 연락을 돌렸다. 가상화폐 투자에 필요하니 긴급 자금을 빌려달라고. 모두가 그녀의 부탁을 일언지하 거절했다. 그게 얼마나 무서운지 모르냐며 화를 내는 이도 있었다. 그러나 단 한 번의 손실도 없이 날마다 꾸준히 수익을 내는 이 교수의 ‘기적’을 눈으로 본 진영은 친구들의 반응이 이해되지 않았다. 결국 그녀는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 며칠 전 텔레그램 채팅방에서 한 회원이 ‘자녀 수술비가 필요하다고 울며 이야기하면 대부분은 돈을 빌려준다’고 말한 것이 떠올랐다. 가상화폐라는 말은 쏙 빼고 ‘아들의 병원비가 모자란다’고 거짓말을 시작했다. 그 작전은 효과가 있었다. 친구들이 100만원, 200만원씩 십시일반 도와줬고 예상보다 많은 액수가 모였다. 곧바로 가상화폐 거래소 IEKAF 고객센터에 연락해 원화를 USDT로 환전했다. 그래도 ‘예비클럽’에 들어갈 수 있는 최소금액 5만 달러(7000만원)까지는 1만 5000달러(2100만원)가량 부족했다. 다음 날 오후였다. 현장을 돌고 있는데 이 교수가 직접 텔레그램으로 개인 메시지를 보냈다.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성조입니다. 김 비서를 통해 상황을 파악하니 학우님께서 아직까지 어느 클럽에도 가입하지 않으셨더군요. 금액이 모자라서 그러시는 듯해서 연락드렸습니다. 현재 투자금 규모는 얼마나 되시죠?” “교수님, 저는 지금 예비클럽에 들어가려고 열심히 투자금을 준비하고 있는데요. 아직도 1만 5000달러가 부족해요.” “잘 알겠습니다. 투자금을 더 모아 보시고 준비가 되시면 저에게 개인적으로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진영은 다음 날에도 돈을 구하지 못한 상태였다. 그러자 이 교수가 먼저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냈다. “학우님처럼 투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계신 분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김 비서에게서 들었습니다. 젊은 시절 제 모습이 떠올라서 마음이 아팠어요. 그래서 고민 끝에 그 분들에게 특별한 도움을 드리기로 했습니다. 예비클럽에 가입할 수 있는 투자금을 만들 수 있도록. 당분간 학우님께 1대1 선물 거래 리딩을 해 드릴게요. 대신 약속해 주실 것이 있습니다. 회원방 내에서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으니 제가 학우님을 돕고 있다는 이야기를 누구에게도 해선 안 됩니다.” 그날부터 이 교수는 진영을 위해 별도의 선물 거래 매수·매도 메시지를 보내주었다. 진영은 이틀간 네 번의 거래로 1만 USDT의 수익을 냈다. 우리 돈 1400만원. 그녀는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 단 한 번의 실수도 없는 ‘가상화폐의 신(神)’ 이 교수가 너무도 고마웠다. 방 세개까리 아파트를 사게 되면 반드시 보답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이튿날에도 이 교수가 먼저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냈다. “학우님, 좋은 아침입니다. 제 특별 리딩 거래를 통해 상당한 수익을 내셨을 것으로 생각해요. 현재 회원님의 투자 현황을 스마트폰으로 캡처해서 보내 주세요.” 진영은 IEKAF 앱을 열고 자산 현황 화면을 확인해 전달했다. 이 교수가 말을 이었다. “학우님, 큰 성과를 내셨습니디만 아직도 예비클럽에 들어가려면 5000달러(700만원)가 부족하군요. 마음 같아서는 계속 개인 거래를 도와드리고 싶은데요. 학우님 말고도 챙겨드려야 하는 분들이 많고요. 개별 클럽들 거래도 이끌어야 하기에 더 이상은 힘들 듯 합니다. 대신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제가 회원님께 1만 달러를 빌려 드리죠. 회원님의 전자지갑 주소를 보내주시거나 IEKAF 거래소 아이디를 알려주시면 바로 송금해 드릴게요.”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사람에게 1400만원이나 되는 거금을 선뜻 빌려주겠다니. 이 교수의 말이 진영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아! 교수님, 말씀은 고맙지만 사양하겠습니다. 굳이 그렇게까지 하실 필요 없어요. 저 스스로 투자금을 모으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아니예요. 이미 여러 번 말씀드렸지만, 학우님이 느끼는 고민과 고충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요. 저 역시 젊은 시절 투자금을 모으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크게 입었으니까요. 회원님들과 손 잡고 ‘부의 길’로 함께 나아가는 것을 제 인생의 사명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부담 갖지 마시고 이 돈을 예비클럽 가입에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그렇다고 이 돈을 공짜로 드리는 건 아니예요. 충분한 수익을 내신 뒤 원금은 반드시 돌려주셔야 해요.” 진영은 자신이 예비클럽에 들어갈 수 있도록 물심양면 도와주는 이 교수에게 깊은 감동을 느꼈다. 잠시 뒤 IEKAF 현물 계좌로 1만 달러가 들어왔다. 드디어 예비클럽에 들어갈 수 있게 된 것이다. 나도 부자가 될 수 있다는 기쁨과 그간 친구들에게 돈을 빌리면서 느낀 서러움이 겹치면서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 내렸다. 그때까지도 진영은 알지 못했다. 그가 이 교수에게 송금받은 게 ‘진짜 돈’이 아니었다는 걸. (9회로 이어집니다. 사기 피해 예방과 범인 검거를 위해 많은 이들과 기사를 공유해 주세요.)
  • “코인으로 돈 벌어서 아파트 사자” 워킹맘 파고든 가상화폐 투자 사기 [파멸의 기획자들 #07]

    “코인으로 돈 벌어서 아파트 사자” 워킹맘 파고든 가상화폐 투자 사기 [파멸의 기획자들 #07]

    서울신문 나우뉴스는 ‘사기공화국’ 대한민국에 경종을 울리고자 르포 소설 ‘파멸의 기획자들’을 연재합니다. 우리 사회를 강타한 실제 가상화폐 사기 사건을 나한류 작가가 6개월 가까이 취재·분석해 소개합니다. 독자 여러분께 ‘사기를 피하는 바이블’이자 정부가 범죄에 더 엄하게 대응하도록 촉구하는 ‘여론 환기’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제보자 및 피해자 보호를 위해 사건 속 인물과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 등은 모두 가명 처리했습니다. 서울 금천구의 빽빽한 빌딩숲. 30대 워킹맘 민진영이 지친 몸을 이끌고 퇴근길 지하철에 올랐다. 촉망받는 유통 대기업 본사의 야근 지옥에서 벗어나고자 1년 전 집 근처 영업장으로 근무지를 옮겼지만 쳇바퀴 도는 일상은 여전히 두 손 가득 든 장바구니 무게만큼 버겁게 느껴졌다. 진영은 지방에서 상경한 남편과 캠퍼스 커플로 만나 4년 간 연애한 뒤 결혼했다. 그녀의 꿈은 ‘방 세 개짜리 아파트’를 갖는 것이었다. 6살이 된 아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 전셋집에서 벗어나 정착하고 싶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은 그녀의 월급을 비웃듯 자고 나면 저만치 달아났다. 자신의 꿈이 언제 이뤄질지 알 수 없었지만, 진영은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하루하루 최선을 다했다. 그런 그녀에게 이성조 교수는 그간의 노력을 보상해 주려는 신의 은총 같았다. 텔레그램 채팅방에서 그의 차분하고 자신감 넘치는 설명은 고단한 현실에 지친 진영에게 성스러운 예언처럼 들렸다. 이 교수는 21세기에 기적처럼 나타난 성인(聖人)이자 가족의 행복을 위한 성배(聖杯)를 쥐여줄 구원자였다. “학우 여러분, 제가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경제적 자유를 이룬 만큼 여러분도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그것이 제 사명이라고 생각하니까요. 어제도 몇 분이 가상화폐 선물 거래로 큰 수익을 냈다고 고마워하며 제게 ‘학비를 받으라’고 제안했습니다. 어떤 분은 저에게 사례할 테니 계좌번호를 알려달라고도 하셨고요.” 진영 역시 소액이라도 감사 표시를 하고 싶었다. 그가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학우 여러분, 저에게 금전적으로 도움 주실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전 이미 충분히 부유하니까요. 그저 저를 통해 돈을 많이 버셨다면 내집 마련의 꿈을 이루고 가족과 행복한 일상을 보내는 모습을 사진을 찍어 보내주세요. 패밀리카를 구입해서 다같이 탑승해 즐거워하는 영상을 전송하셔도 됩니다. 저는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이 교수의 숭고한 말들이 진영의 마음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수많은 사람이 돈을 최고의 가치로 좇는 현실에서, 자신은 오직 학우들의 행복만을 바란다는 말에 진심으로 감동했다. 진영의 가상화폐 거래소 IEKAF 잔고가 날마다 불어났고, 방 세 개짜리 아파트의 꿈도 더 선명해지는 듯했다. 진영은 이 교수가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훨씬 더 위대한 사람일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의 퇴근길 강의를 듣고 가상화폐 선물 거래를 시작한 지 한 달이 넘어가는 날이었다. 이 교수가 새로운 투자 전략을 발표한다고 선언했다. “학우 여러분, 텔레그램 채팅방 회원 수가 오늘로 100명을 돌파했습니다. 이제 김가영 비서가 학우님 한 명 한 명께 맞춤형 메시지를 드리는 것이 힘들어졌어요. 회원 수가 일정 규모를 넘어서면 우리를 시기 질투하는 외부 세력도 생겨나기 마련이죠. 카카오톡 채팅방을 폐쇄하고 텔레그램으로 넘어온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잖아요. 그래서 더 이상은 신규 회원을 받지 않으려고 합니다.” 본격적인 ‘부의 추월차선’으로 뛰어 들겠다는 선언이었다. 이 교수가 말을 이었다. “문제는 지금 여기 계신 학우님들의 투자금이 제각각이라는 점입니다. 지금처럼 하나의 리딩 신호로 100명이 동시에 선물 거래를 이어가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아요. 그래서 저와 팀원들이 오랜 고민 끝에 새로운 전략을 만들었습니다. 앞으로는 모두가 함께 거래하지 않을 생각이예요. 투자금 규모에 따라 팀을 나눈 뒤 거기에 따라 맞춤형으로 관리하려 합니다.” 이 교수는 투자금 20만 달러(2억 8000만원) 이상을 ‘골드클럽’, 15만 달러(2억 1000만원) 이상 ‘실버클럽’, 10만 달러(1억 4000만원) 이상 ‘브론즈클럽’, 5만 달러(7000만원) 이상 ‘예비클럽’으로 나눈다고 설명했다. 상위 클럽일수록 더 많은 거래 기회를 제공한다고도 했다. 특히 골드클럽 회원은 특별 관리를 통해 1개월 안에 투자금을 두 배로 불려준다고 약속했다. 하위 클럽으로 갈수록 리딩 횟수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양해를 구했다. 사실상 ‘돈을 더 많이 가져오라’는 압박이었다. 가난한 이들을 위한 ‘경제 스승’이 되겠다고 큰소리치던 평소 발언과 사뭇 달랐지만, 이미 그에게 깊이 빠져든 진영은 이상한 점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그녀의 심장은 이 교수의 발표를 듣는 순간 차가운 돌덩이처럼 굳어버렸다. 투자금이 1만 달러(1400만원)밖에 되지 않아 어떤 클럽에도 들어갈 수 없어서였다. 지난밤까지 진영의 마음을 설레게 했던 ‘내 집 마련’ 꿈이 산산조각 나는 느낌이었다. 그녀는 이 교수의 모순된 행보를 의심하기보다, 자신의 부족한 투자금 때문에 ‘부의 사다리’에 올라설 수 없는 현실을 탓하며 절망에 빠져들었다. 다음 날 진영은 희망을 잃은 사람처럼 힘없는 발걸음으로 영업장을 돌았다. 허탈한 마음에 직원 휴게실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매일 밤 희망찬 미래를 그리며 잠들던 지난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던 그때, 스마트폰 알림이 울렸다. 김가영 비서의 개인 메시지였다. 진영이 떨리는 손으로 스크린을 켰다. (8회로 이어집니다. 사기 피해 예방과 범인 검거를 위해 많은 이들과 기사를 공유해 주세요.)
  • “코인에 1000만원 투자하면 매달 800만원 버는데…뭐하러 취업하나” [파멸의 기획자들 #06]

    “코인에 1000만원 투자하면 매달 800만원 버는데…뭐하러 취업하나” [파멸의 기획자들 #06]

    서울신문 나우뉴스는 ‘사기공화국’ 대한민국에 경종을 울리고자 르포 소설 ‘파멸의 기획자들’을 연재합니다. 우리 사회를 강타한 실제 가상화폐 사기 사건을 나한류 작가가 6개월 가까이 취재·분석해 소개합니다. 독자 여러분께 ‘사기를 피하는 바이블’이자 정부가 범죄에 더 엄하게 대응하도록 촉구하는 ‘여론 환기’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제보자 및 피해자 보호를 위해 사건 속 인물과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 등은 모두 가명 처리했습니다. 이때부터 성진은 이 교수를 전적으로 믿고 선물 거래에 참여했다. 그의 계좌에 날마다 투자금의 20~30%씩 수익이 쌓였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언제 끝날지 모를 ‘알바 인생’의 고단함 때문에 미래가 암울해 보였지만 지금은 이성조 교수의 텔레그램 채팅방이 그에게 등대같은 희망으로 느껴졌다. 김 비서가 개인 메시지로 ‘채팅방에 투자 수익 인증샷을 올려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성진은 다른 회원들과 수익률이 비교되는 것이 부담스러워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었다. 어느 날 저녁, 평소와 다름없이 선물 거래가 끝나자 김 비서에게서 텔레그램 개인 메시지가 도착했다. “학우님, 저는 오늘 하루에만 1만 5000 USDT를 벌었어요. 우리 돈 2000만 원이 넘는 돈이죠. 연말에는 꿈에 그리던 대형 아파트와 최고급 전기차도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학우님은 오늘 얼마나 버셨나요?” “저는 투자금이 작아서 많이 벌진 못했어요. 그래도 교수님 덕분에 매일 수익이 생겨서 행복합니다.” “어쨋든 학우님 정말로 축하드려요. 투자금이 많으면 더 많은 수익을 벌 수 있을 텐데 아쉽네요. 투자금을 좀 더 모으실 것을 추천 드릴게요. 교수님 가르침만 충실히 따른다면 우리 모두 머지않아 경제적 자유를 이룰 수 있을 거예요. 파이팅!” ‘경제적 자유, 경제적 자유….’ 김 비서의 말대로 경제적 자유를 얻게 된다면... 더는 지방대를 나왔다는 이유로 취업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도 되고, 지금의 ‘알바 인생’도 기분 좋게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가상화폐 선물 거래용 스마트폰 하나만 들고 있으면 인생의 모든 어려움을 단박에 해결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다음 날 성진은 은행을 찾아가 지금까지 알바로 모은 1000만원이 들어 있는 예금을 해지했다. 통장에 찍힌 숫자가 ‘0’으로 바뀌자 잠시 불안감이 밀려왔지만, 곧 찾아올 ‘더 나은 미래’를 생각하니 홀가분한 기분이 더 커졌다. ‘1000만원을 환전하면 대략 7200 USDT가 되겠지. 이 돈의 20%인 1400 USDT(196만원)만 투자해도 하루 20%씩 수익이면 약 300 USDT, 우리 돈 40만원을 능히 벌 수 있어. 이런 식으로 한 달 20일만 거래해도 800만원이 손에 떨어지네. 코인에 1000만원 투자해서 한 달 800만원 수익이라니. 이제 A사에 들어가려고 가슴 졸이며 취업을 준비할 필요가 없겠구나.’ 결심을 굳힌 성진은 김가영 비서가 알려준 IEKAF 거래소 고객센터 텔레그램 채팅방에 ‘USDT를 충전하겠다’고 메시지를 남겼다. 잠시 뒤 고객센터 담당자가 알려준 환전소 계좌로 1000만원을 입금했다. 현물 계좌에 7200 USDT가 충전됐다. 얼마 뒤 고객센터 직원에게서 텔레그램 메시지가 도착했다. “회원님, 최근 코인 사기 우려 때문에 거래 은행에서 고객님께 전화해서 방금 전 계좌이체에 대한 자금 사용 동향을 물어볼 건데요. 아무 걱정 마시고 ‘이 돈은 상품 구매에 사용된다’고 말씀하시면 됩니다. 가상화폐 투자용이라고 이야기하시면 은행에서 더 자세히 물어볼 수밖에 없어서 번거로움이 커질 수 있어요. 그러니 상품 구매 용도라고만 답하시면 됩니다.” 텔레그램 메시지를 다 읽었을 무렵, 진짜로 은행에서 전화가 왔다. “고객님 안녕하세요. XX은행 상담센터 박아름입니다. 조금 전 고객님 계좌에서 거액의 금융 거래가 확인돼 연락드렸습니다. 어떤 거래였는지 여쭤볼 수 있을까요?” 성진은 IEKAF 직원의 조언을 그대로 따라 답했다. “예, 물품 구매 대금으로 사용했어요.” “알겠습니다. 답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전화를 마친 뒤 성진은 심장이 쿵쾅거리는 것을 느꼈다. 이제 곧 그의 세상이 올 것 같아서였다. 자신의 원룸으로 돌아온 성진은 중식당과 편의점 사장에게 ‘아르바이트를 그만 두겠다’고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손가락으로 터치 스크린을 미끄러지듯 누르는 순간, 그의 얼굴에서 미소가 퍼져 나갔다. 부자가 되는 초입에 들어섰다는 기쁨 때문이었다. 그의 눈에는 성공의 빛만 보였을 뿐, 그를 향해 입을 벌린 거대한 함정은 보이지 않았다. (7회로 이어집니다. 사기 피해 예방과 범인 검거를 위해 많은 이들과 기사를 공유해 주세요.)
  • “대기업 ‘1년 연봉’ 4000만원을 단 하루에 벌어?”…코인 성공담 빠져든 취준생 [파멸의 기획자들 #05]

    “대기업 ‘1년 연봉’ 4000만원을 단 하루에 벌어?”…코인 성공담 빠져든 취준생 [파멸의 기획자들 #05]

    서울신문 나우뉴스는 ‘사기공화국’ 대한민국에 경종을 울리고자 르포 소설 ‘파멸의 기획자들’을 연재합니다. 우리 사회를 강타한 실제 가상화폐 사기 사건을 나한류 작가가 6개월 가까이 취재·분석해 소개합니다. 독자 여러분께 ‘사기를 피하는 바이블’이자 정부가 범죄에 더 엄하게 대응하도록 촉구하는 ‘여론 환기’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제보자 및 피해자 보호를 위해 사건 속 인물과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 등은 모두 가명 처리했습니다. 대전의 한적한 대학가. 졸업을 코앞에 둔 20대 청년 이성진은 오늘도 자신의 원룸에 켜켜이 쌓인 전공 서적 옆에서 한숨을 쉬었다. 지역에서 알아주는 4년제 대학을 다니고 있지만 지금같은 불경기에는 원하는 회사에 취직하기가 쉽지 않음을 알고 있었다. 이수 학점을 거의 채웠지만 졸업을 최대한 미룬 채 아르바이트 일로 하루를 보냈다. 낮에는 왁자지껄한 중국집 주방에서 웍 소리와 기름 냄새에 뒤섞여 땀을 쏟아냈다. 뜨거운 불 앞에서도 그의 머릿속은 온통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가득했다. 밤이 되면 시 외곽 공업단지 한편에 자리잡은 편의점의 계산대를 지켰다. 그나마 여기는 일이 많지 않아 조금이나마 숨통이 트이는 곳이었다. 처음엔 저녁 6시부터 10시까지 네 시간을 일했지만, 야간 근무를 하던 형이 취업에 성공해 ‘심야 알바’ 자리가 공석이 되었다. “성진아, 야간 일 좀 맡아줄 수 있을까? 정 안 되면 사람 구할 때까지만이라도…” 편의점 사장의 간절한 부탁에 성진은 망설였다. 돈은 필요했다. 하지만 밤까지 이 일을 이어가면 ‘알바 인생’에서 영원히 벗어나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이 앞섰다. 그래도 사장의 거듭된 요청을 못이겨 며칠만 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그 며칠이 그의 인생을 180도 바꿔놓았다. 공단 지역 편의점은 밤이 되면 유령 마을처럼 고요했다. 편의점을 찾는 손님이 거의 없었다. 새벽 내내 졸아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고, 심지어 한두 시간 가게 문을 잠그고 창고에서 잠을 자도 문제가 없었다. 폐쇄회로(CC)TV를 돌려보니 자정 이후 편의점을 찾는 손님은 하루에 한두 명뿐. 이마저도 상당수는 술에 취해 잠긴 문을 잡고 졸다가 돌아갔다. 이곳 심야 알바 자리는 그야말로 ‘신이 숨겨놓은 꿀 보직’이었다. 사장은 편의점 매출에 별 관심이 없었다. 그는 도심 곳곳에 여러 사업체를 운영하는 ‘큰손’이었고, 요즘은 번화가에 막 개업한 프랜차이즈 고깃집에 온 정신이 팔려 있었다. 하루 매출 400만원을 넘나드는 그 가게에 비하면 편의점은 그저 용돈벌이 수준이었다. 다른 편의점 사장들은 심야 매출이 조금만 떨어져도 알바생을 닦달한다지만, 이 사장은 오히려 알바생이 가게를 걱정해 줄 만큼 편의점 경영에 무심했다. 덕분에 성진은 길고 긴 심야 시간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업무가 몸에 익자 계산대에 앉아 교재를 펼쳐 놓고 취업을 위한 자격증 공부를 시작했다. 그가 이성조 교수의 텔레그램 채팅방을 알게 된 것은 심야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지 두 달쯤 지나서였다. 유튜브로 지루한 취업 콘텐츠를 시청하다가 문득 ‘틈나는 대로 투자 공부나 해볼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그렇게 이 교수의 카카오톡 채팅방을 발견했고, 오래지 않아 김가영 비서의 안내로 텔레그램으로 옮겨갔다. IEKAF 거래소에도 가입했다. 거래소에서 가입 기념으로 300 USDT(약 42만원)를 받았다. 공짜 돈이었지만 성진은 이 교수가 이끄는 선물 거래에는 일절 참여하지 않았다. 몇 년 전 외삼촌이 가상화폐 선물 투자로 큰 손실을 봤다는 이야기를 들어서였다. 그는 그저 이 교수의 리딩을 면밀히 관찰하며 회원들의 투자 성공담을 ‘눈팅’만 하고 있었다. 그런데 단 한 차례도 손실을 보지 않는 이 교수의 ‘족집게 예언’에 성진도 마음이 흔들렸다. 거래가 끝난 뒤 채팅방에는 수익 인증 사진들이 올라왔는데, 한 회원의 ‘인증샷’에 그의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성진이 그토록 입사하고 싶었던 대기업 A사의 초봉이 4000만원이었는데, 그 회원은 30분 만에 그 돈을 벌었다고 자랑한 것이다. ‘내가 1년 동안 뺑이쳐서 벌어야 할 돈을 불과 한 시간도 안 돼 모을 수 있는 세상이라니… 어차피 거래소에서 준 300 USDT는 공짜 돈이니까 그걸 다 잃어도 손해는 아니잖아? 속는 셈 치고 한 번 도전해 볼까?’ 그날 저녁, 그는 끓어오르는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이 교수의 리딩에 맞춰 가상화폐 ‘HERMES’ 선물을 20% 비중으로 매수했다. 12분 뒤, 이 교수의 매도 신호에 맞춰 버튼을 누르자 정확히 33 USDT(약 4만 6000원)가 수익금으로 들어왔다. 편의점에서 4시간 넘게 일해야 벌 수 있는 돈을 단 10여분 만에, 그것도 버튼 몇 번 눌러서 얻었다는 사실이 너무 기뻤다. 그의 심장이 기쁨에 못이겨 격렬하게 요동쳤다. (6회로 이어집니다. 사기 피해 예방과 범인 검거를 위해 많은 이들과 기사를 공유해 주세요.)
  • 시흥 대우건설 현장 하청 근로자 1명 사망

    시흥 대우건설 현장 하청 근로자 1명 사망

    대우건설이 시공 중인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9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34분쯤 경기 시흥시 정왕동 거북섬 내 푸르지오 디오션 아파트 신축 현장에서 하청업체 소속 50대 근로자 A씨가 사망했다. 사고는 26층 옥상에서 철제 계단을 옮기는 과정에서 났다. 크레인에 걸린 계단이 갑자기 한쪽으로 기울어지며 A씨를 강타했고, 그는 끝내 현장에서 숨을 거뒀다. 경찰은 목격자 진술을 토대로 정확한 경위를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크레인 양쪽에 걸려 있던 계단 가운데 한쪽이 원인 불명으로 떨어져 균형을 잃으면서 사고가 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추후 현장 책임자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도 현장에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다. 동시에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사고 현장은 대우건설이 시공을 맡은 총 4개 동, 400세대 규모 아파트 단지로 내년 2월 완공될 예정이다. 김보현 대우건설 사장은 사고 직후 현장을 찾아 수습에 나섰다. 대우건설은 최근 연이어 안전사고가 발생해 도마에 오르고 있다. 불과 닷새 전인 지난 4일에도 울산 남구 액화천연가스(LNG)탱크 구축 공사 현장에서 바닥 청소 작업을 하던 근로자가 온열질환으로 숨졌다.
  • “1억원 넣었다면 20분 뒤 3300만원 수익”…기적의 코인 투자법 보여준 ‘이 교수’ [파멸의 기획자들 #04]

    “1억원 넣었다면 20분 뒤 3300만원 수익”…기적의 코인 투자법 보여준 ‘이 교수’ [파멸의 기획자들 #04]

    서울신문 나우뉴스는 ‘사기공화국’ 대한민국에 경종을 울리고자 르포 소설 ‘파멸의 기획자들’을 연재합니다. 우리 사회를 강타한 실제 가상화폐 사기 사건을 나한류 작가가 6개월 가까이 취재·분석해 소개합니다. 독자 여러분께 ‘사기를 피하는 바이블’이자 정부가 범죄에 더 엄하게 대응하도록 촉구하는 ‘여론 환기’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제보자 및 피해자 보호를 위해 사건 속 인물과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 등은 모두 가명 처리했습니다. 이성조 교수의 강의가 끝나자 가상화폐 거래소 IEKAF의 매니저 한 명이 승현에게 개인 메시지를 보냈다. “안녕하세요. 앞으로 회원님의 전담 매니저가 될 박세훈입니다. 가상화폐 거래소 회원 가입이 어려우시면 언제든 편하게 말씀해주세요. 저희 IEKAF에서는 처음 가입하시는 회원님들께 가입 선물로 미화 300달러에 해당하는 300 USDT를 제공합니다. 가입 절차가 완료되는 대로 제게 말씀해주시면 즉시 회원님 계좌로 충전해 드립니다.” ‘가입만 해도 우리 돈 40만원 넘는 돈을 준다고?’ 승현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국내 증권사들이 가입 선물로 1만원 예치금을 주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파격적 혜택이어서다. 반신반의하며 회원 가입을 마치자, 정말로 그의 계좌에 ‘300’이라는 숫자가 선명하게 찍혔다. 눈앞에서 기적이 벌어진 것만 같았다. “이 돈을 다 날려도, 내 돈만 넣지 않으면 전혀 손해 볼 게 없네.” 그동안 가상화폐에 대해 굳게 닫아둔 마음의 문이 조금씩 열리기 시작했다. 미지의 세계로 향하는 짜릿한 발걸음의 시작이었다. 다음 날 저녁, 이 교수는 IEKAF 이용법을 상세하고 친절하게 설명했다. 처음 접하는 낯선 화면이었지만, 주식 거래에 능숙한 승현에겐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기존 주식 앱보다 단순하고 직관적이어서 사용이 편했다. 밤 10시가 가까워지자 이 교수가 ‘연습 거래’를 제안했다. “자, 다들 300 USDT 갖고 계시죠? 이제 직접 거래를 시작해 봅시다. 현물 계좌로 들어가셔서 매수 대상을 ‘비트코인’으로 지정하시고요. 예치금의 10%만 투자하세요.” 승현은 망설임 없이 IEKAF에서 받은 300 USDT의 10%인 30 USDT(약 4만 2000원)로 비트코인을 매수하고 다음 지시를 기다렸다. 15분 뒤 채팅방에 “매도”라는 메시지가 올라왔다. 승현은 곧바로 갖고 있던 비트코인을 모두 팔았다. 15분 만에 0.9 USDT(1260원)를 얻었다. 수익률 3%. 금액이 크진 않았지만, 긴장감으로 시작한 첫 코인 투자에서 재미와 짜릿함을 느끼기엔 충분했다. 다음 날 저녁 7시. 승현은 서둘러 식사를 마치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김가영 비서의 강의 안내 메시지가 올라오자 망설임 없이 ‘777’을 눌러 출석 체크를 마쳤다. 7시 30분이 되자 이 교수가 강의를 시작했다. 이날도 주제는 가상화폐였다. 주식은 이제 완전히 접은 것처럼 보였다. 8시 반, 그가 회원들을 새로운 세계로 안내했다. 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는 가상화폐 선물 거래였다. “선물 거래는 매우 위험합니다만, 다행히도 저는 이 분야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노하우를 쌓아왔습니다. 저렇게 변동성이 극심해도 제 눈에는 최적의 매수·매도 패턴이 뚜렷하게 보여요. 여러분도 제 말만 잘 들으시면 단 한 번의 거래로 20~30%의 수익을 거둘 수 있습니다.” 이 교수는 현물 계좌에 있는 USDT 예치금을 선물 계좌로 옮기라고 지시했다. 그리고는 수많은 코인 가운데 ‘QUANTA’를 지정하며 “투자금의 20%만 매수하세요”라고 메시지를 남겼다. 현물 거래에서 자신감을 얻은 승현은 이 교수의 제안에 아무런 거부감도 느끼지 않았다. ‘어차피 밑져야 본전 아닌가’라는 생각으로 300 USDT의 20%인 60 USDT(8만 4000원)로 QUANTA를 샀다. 20분 뒤 이 교수의 지시에 따라 매도 주문도 넣었다. 결과는 믿을 수 없을 만큼 경이로웠다. 60 USDT를 투자해 20 USDT(2만 8000원)를 벌었다. 20분 만에 투자금액 대비 33%라는 놀라운 수익률이었다. 1억원 어치를 넣었다면 20분 만에 3300만원을 챙겼을 것이다. 종일 흙냄새를 맡으며 땀 흘려야 얻을 수 있는 수확의 보람과는 다른, 매우 강렬하고 중독성 있는 짜릿함과 황홀함이었다. 승현의 마음속에 남아 있던 가상화폐에 대한 마지막 우려가 모두 녹아내렸다. 대신 그 자리를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설렘과 기대감이 채웠다. 이날부터 승현은 텔레그램 채팅방에서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었다. 다음 강의가 너무 궁금했고 다음 거래가 너무 기대됐다. 그의 삶에 뒤늦게 찾아온 ‘미지의 유혹’이 너무나 즐거웠다. 그것이 자신의 영혼을 파괴할 ‘쥐약’이라는 사실을 꿈에도 모른 채. (5회로 이어집니다. 사기 피해 예방과 범인 검거를 위해 많은 이들과 기사를 공유해 주세요.)
  • “한국 주식 더는 투자가치 없어” 50대 귀농 스타트업 대표 겨냥한 가상화폐 유혹 [파멸의 기획자들 #03]

    “한국 주식 더는 투자가치 없어” 50대 귀농 스타트업 대표 겨냥한 가상화폐 유혹 [파멸의 기획자들 #03]

    서울신문 나우뉴스는 ‘사기공화국’ 대한민국에 경종을 울리고자 르포 소설 ‘파멸의 기획자들’을 연재합니다. 우리 사회를 강타한 실제 가상화폐 사기 사건을 나한류 작가가 6개월 가까이 취재·분석해 소개합니다. 독자 여러분께 ‘사기를 피하는 바이블’이자 정부가 범죄에 더 엄하게 대응하도록 촉구하는 ‘여론 환기’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제보자 및 피해자 보호를 위해 사건 속 인물과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 등은 모두 가명 처리했습니다. 전라북도 완주군. 밤이 깊어질수록 적막이 한층 더 두터워졌다. 낡은 창문 너머로 새어 나오는 빛줄기 하나가 어둠을 베고 있었다. 그 빛의 주인은 50대 농업 스타트업 대표 최승현. 2년 전 고통스럽던 결혼 생활에 종지부를 찍고 숨 막히는 도시를 떠나 고향으로 돌아온 그는 이제 누구보다 용기 있는 도전자로 살았다. 낮에는 뙤약볕 아래서 억척스러운 농부로 땀 흘리며 작물을 키웠고, 밤에는 컴퓨터 스크린 앞에 앉아 복잡하고 역동적인 금융 시장의 흐름을 읽는 야심 찬 투자자로 활동했다. 그에게 흙냄새 가득한 낮의 삶이 현실의 뿌리라면, 디지털 세상의 밤은 희망을 향한 날개였다. 요즘 그에게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은 존재는 이성조 교수였다. 매일 밤 텔레그램 채팅방에서 진행되는 그의 강의는 기존의 따분한 금융 지식과 다른, 살아있는 통찰력과 경험을 선사했다. 승현은 이런 귀인을 이제야 알게 됐다는 사실이 내내 아쉬웠다. 이 교수의 강의를 들은 지 한 달쯤 됐을까. 국내 주식 시장이 며칠째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승현의 계좌는 초반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하고 원금만 지키고 있었다. 그때 이 교수의 분노에 찬 목소리가 텔레그램을 통해 전해졌다. “여러분, 지금 국내 주식 시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보세요. 누가 봐도 작전 세력이 주가를 계속해서 빼고 있는데, 금융 당국은 이놈들을 잡아들일 생각이 없어요. 대한민국 금융 시장 전체가 썩어빠진 ‘작전 세력들의 집합소’라는 증거죠. 외국인 큰손들도 한국 시장의 ‘불편한 진실’을 잘 알기에 이렇게 탈출하고 있는 겁니다. 정부가 나서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고쳐야 한다고 선언하고 ‘금융 마피아와의 전쟁’을 선포해야 하지만, 요새 지도자들은 그럴 의지가 없어 보입니다. 대한민국이 새로 태어나지 않는 한 우리 증시에는 투자 모멘텀이 없어요. 그래서 더 이상 국내 주식에는 투자하지 않으려 합니다!” 갑자기 회원들이 술렁였다. ‘그럼 우린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이 쏟아졌다. 한동안 침묵이 흐르던 채팅방에 이 교수가 결단 내린 듯 하나의 화두를 던졌다. “가. 상. 화. 폐.” 그는 곧바로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 금융 천재들과 손잡고 가상화폐 시장을 크게 끌어올릴 것이라며 설득력 있는 논리를 펼치기 시작했다. 승현의 마음속에서 강한 거부감이 파도처럼 일렁였다. 전국에 비트코인 광풍이 몰아치던 2017년, 친구처럼 따르던 지인 박상철이 있었다. 그는 ‘흙수저 탈출’을 외치며 수억 원의 사채까지 빌려 비트코인에 투자했다. 두 달 만에 100% 넘는 수익률을 거둬 잠깐 부자가 된 상철은 승현과 후배들을 유흥주점으로 불러냈다. “니들도 늦지 않았어. 나처럼 큰돈 벌고 싶으면 당장 가상화폐 거래소 가서 계좌부터 만들어!” 아가씨 어깨에 손을 올린 채 의기양양하게 소리치던 그의 오만한 태도가 모두를 불쾌하게 만들었다. 그래도 승현은 그런 상철이 내심 부러웠다. 하지만 그 호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거짓말처럼 비트코인 가격이 폭락했고, 그는 홀연히 동네에서 사라졌다. 소문이 무성했다. 사채업자들을 피해 외국으로 도망쳤다는 이야기도, 조폭들에게 붙잡혀 물고기 밥이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상철의 비극적인 실종은 승현에게 비트코인이 ‘패가망신’의 상징으로 깊이 각인되게 만들었다. 그런데 그의 불편한 감정과는 달리, 채팅방의 다수 회원은 이 교수의 새로운 제안에 폭발적 관심을 보였다. 그들은 마치 새로운 구원자를 만난 듯 열렬히 환호했다. 이 교수는 회원들의 호응에 힘입어 “앞으로 가상화폐와 주식 투자를 병행하겠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그날 저녁부터 강의 내용은 오로지 가상화폐로만 채워졌다. 다음 날 저녁, 이 교수는 ‘아이카프’(IEKAF)라는 해외 가상화폐 거래소를 소개했다. “오늘 소개할 ‘IEKAF’는 미국 재무부와 증권거래위원회 라이선스를 받아 누구나 믿을 수 있는 해외 거래소입니다. 지난 5년 동안 저도 이 거래소를 통해 투자해 왔고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큰 수익을 냈어요. 앱스토어나 구글플레이에서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아 회원 가입을 진행해주세요. 궁금한 점은 제 비서나 거래소 내 한국인 전담 매니저에게 문의하시면 됩니다.” 밤이 깊어질수록 승현의 마음속에서 낡은 기억과 새로운 유혹이 충돌하며 혼란의 소용돌이가 일었다. 씁쓸한 과거의 교훈을 지켜야 할지, 아니면 이 교수의 제안을 받아 들여 신세계를 열어야 할지 고민이 커졌다. (4회로 이어집니다. 사기 피해 예방과 범인 검거를 위해 많은 이들과 기사를 공유해 주세요.)
  • (영상) 주거 건물에 꽂히는 미사일…이스라엘 “하마스 감시탑 겨냥” 주장 [포착]

    (영상) 주거 건물에 꽂히는 미사일…이스라엘 “하마스 감시탑 겨냥” 주장 [포착]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에 대한 본격적인 지상전을 준비 중인 이스라엘이 또다시 고층 건물 공습에 나섰다. 이스라엘방위군(IDF)는 9일(현지시간) “하마스 테러 조직이 가자시티에서 사용하던 고층 건물을 공습했다”고 밝혔다. 중동 알자지라 방송에 공개한 영상을 보면 가자시티의 알루야 타워로 미사일이 내리꽂힌 뒤 거대한 폭발이 발생한다. 임시 거주용 텐트가 즐비한 난민촌 너머로 폭격받은 고층 건물 상당 부분이 무너져 내렸다. 공습이 있기 전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엑스에 ”오늘 거대한 허리케인이 가자시티 하늘을 강타하고 테러 건물의 지붕이 흔들릴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어 “이는 가자와 해외의 고급 호텔에 머무르는 하마스 살인범, 강간범들에게 보내는 마지막 경고”라며 “인질을 석방하고 무기를 내려놓지 않는다면 가자도 당신들도 파괴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스라엘군은 해당 건물이 하마스가 사용해 온 작전 본부이자 감시탑 역할을 해왔으며 내부에 관측소와 정보 수집 수단, 폭발 장치 등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알자지라는 “이스라엘군이 8층짜리 주거용 건물을 폭격했다”면서 이스라엘군과는 다른 설명을 내놓았다. 본격 지상전 앞서 고층 건물만 노리는 이스라엘, 왜?앞서 이스라엘군은 지난 5일 12층 규모의 알무슈타하 타워를 시작으로 나흘 동안 매일 가자시티에서 눈에 띄는 고층 건물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 이는 가자시티의 민간인이 남부로 피란을 떠나라고 유도하는 동시에 하마스가 억류 인질을 모두 석방하도록 압박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공군기지를 방문한 자리에서 영상 성명을 내고 “우리는 며칠 전 약속대로 가자시티의 테러 감시탑을 무너뜨리고 있다”며 “지난 이틀간 공군이 50개의 테러 감시탑을 파괴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고층 건물 공습에 앞서 대피 경보를 발령하고 정밀 무기를 사용하는 등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알자지라는 “이스라엘의 가자시티 점령 작전으로 현재까지 건물 최소 50채가 파괴됐다”면서 “이날 하루 동안 가자지구 전역에서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으로 최소 40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가자시티에 대한 공세 수위가 높아지면서 이스라엘 측 인명피해도 발생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기갑부대 소속 병사 4명이 전사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하마스에 ‘최후통첩’ 보냈다”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을 중재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7일 하마스에게 정전 협정 타결을 위한 제안과 “최후통첩”을 보냈다고 말했다. 미국 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새로운 제안에는 가자지구에 억류된 인질 48명(생존자 20명)을 전원 석방하는 조건으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재소자 3000명을 석방하고 임시 휴전을 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에 “모두가 인질들의 귀환을 원한다. 모두가 이 전쟁이 끝나기를 바란다”며 “이스라엘은 나의 (휴전) 조건을 받아들였다. 이제 하마스가 받아들일 차례”라고 밝혔다. 이어 “나는 하마스에 수락하지 않을 경우 결과에 대해 경고했다. 이것이 마지막 경고다. 다른 경고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마스가 트럼프 대통령의 ‘새로운 제안’을 받아들여 휴전이 선언되면 전쟁 종식 조건을 논의하는 협상이 곧바로 시작된다. 이 협상에서는 이스라엘이 요구하는 하마스의 무장해제, 하마스가 요구하는 이스라엘군의 최종적이고 완전한 철수가 논의될 예정이다. ‘새로운 제안’과 최후통첩에 대한 하마스 반응은?트럼프 대통령은 하마스가 이 제안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일 경우 종전을 위해 적극 노력하며 협상 진행 중 휴전이 유지되도록 보장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다만 미국 측은 하마스가 ‘새로운 제안’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대규모 군사작전이 이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마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최후통첩에 비교적 긍정적인 반응이다. 하마스는 이날 성명에서 “미국 측으로부터 휴전 협정 체결을 위한 몇 가지 제안을 받았다”면서 “우리 국민에 대한 공격을 끝내기 위한 모든 노력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한편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2023년 전쟁 발발 이후 사망한 가자지구 주민은 6만 4000명 이상이며 이중 절반이 여성과 어린이다. 국제집단학살학자협회(IAGS)는 지난달 31일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집단학살(제노사이드)을 저지르고 있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했다. 유엔 기구 등으로 구성된 통합식량안보단계분류(IPC)는 지난달 22일 가자지구에 식량 위기 최고 단계인 ‘기근’이 발생했다고 진단했으나 이스라엘군의 폭격은 갈수록 거세지는 상황이다.
  • 첫 복싱대회서 쓰러진 중학생 ‘의식불명’…아버지, 링 위서 자해

    첫 복싱대회서 쓰러진 중학생 ‘의식불명’…아버지, 링 위서 자해

    지난 3일 제주 서귀포다목적체육관. 첫 공식 대회에 나선 전남 무안의 한 중학생 A군이 상대의 강타에 링 위로 쓰러졌다. 엿새가 지난 지금도 의식은 돌아오지 않았다. A군은 제55회 대통령배 전국시도복싱대회 경기 도중 상대 선수의 연속 펀치를 맞고 의식을 잃었다. 곧바로 인근 서귀포의료원으로 옮겨져 긴급 뇌수술을 받았지만, 상태는 호전되지 않고 있다. A군 어머니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수술 당시 의료진이 사망 가능성이 50%라고 했는데 다행히 수술은 성공했다”며 “하지만 상태가 나빠지고 있어 마음이 너무 아프다. 원래 건강했던 아이라 반드시 깨어날 거라고 믿는다”고 호소했다. 가족들이 가장 분노하는 지점은 응급 이송 과정이다. 경기장에서 병원까지 거리는 10㎞가 채 되지 않는다. 평소 승용차로 20분도 걸리지 않는 거리지만, 당시 구급차는 30분 가까이 소요됐다. A군 어머니는 “복싱은 부상 위험이 높은 스포츠인데도 119구급차가 아닌 사설 구급차만 대기하고 있었다”며 “아들이 뇌손상 징후를 보였는데도 구급차가 중간에 길을 잃고 신호까지 지키며 이동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한 가족들은 사설 구급차 업체에 블랙박스 영상을 요청했지만 아직 제공받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정확한 이송 과정을 확인하고 싶은데 아직까지 영상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절망한 아버지, 링 위서 자해 시도 극도의 절망감에 빠진 A군 아버지는 8일 충격적인 행동을 했다. 대회가 진행 중이던 복싱 링에 올라 커터칼로 자해를 시도한 것이다. 아버지는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다.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복싱계는 조사에 착수했다. 대한체육회는 사건을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대한복싱협회는 “현실적으로 모든 대회에 119구급차가 대기하기는 어렵다”며 “대처 과정의 문제점을 확인하고 있다. 쓰러진 학생이 회복할 수 있도록 협회 차원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 아빠의 피·땀·눈물, 투자 사기꾼의 먹잇감 되다

    아빠의 피·땀·눈물, 투자 사기꾼의 먹잇감 되다

    서울신문 나우뉴스는 ‘사기공화국’ 대한민국의 신종 사건에 경종을 울리고자 르포 소설 ‘파멸의 기획자들’을 연재합니다. 우리 사회를 강타한 실제 가상화폐 사기 사건을 나한류 작가가 6개월 가까이 취재·분석해 소개합니다. 독자 여러분께 ‘사기를 피하는 바이블’이자 우리 정부가 사기 범죄에 더 엄하게 대응하도록 촉구하는 ‘여론 환기’ 역할을 하길 바랍니다. 소설 속 인물의 이름은 모두 가명이며, 가상화폐 거래소 및 코인의 명칭도 대부분 허구입니다. 매일 오전 9시 30분, 이성조 교수는 회원들에게 아침 인사를 건넨 뒤 국내 주식 한 종목을 골라 시황을 분석했다. 저녁에는 7시 30분부터 3시간가량 온갖 경제 지식을 쏟아냈다. 회비를 받지 않는 강의인데도 수준이 상상 이상이었다. 게다가 김 비서의 안내로 채팅방에 출석체크 문자 ‘777’을 찍을 때마다 5000원씩 보상금을 적립해줬다. 수강 시작 열흘 뒤 계좌로 5만원이 입금됐다. 민준은 이 교수와 단톡방에 대한 의구심을 완전히 걷어냈다. 그렇게 한 달쯤 지난 저녁 강의 시간이었다. 이날따라 회원들의 이모티콘 반응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그러자 이 교수는 ‘다들 낮에 너무 열심히 일하셔서 그런지 조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여러분들의 잠을 깨워 드리겠다’며 자신이 살아 온 이야기를 꺼내 들었다. “여러분, 제가 왜 돈 한 푼 받지 않고 이렇게 강의하고 종목을 추천하는지 궁금하시죠? 여기 계신 대부분 회원님처럼 저 역시도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낮에는 돈 벌고 밤에는 공부했습니다. 언젠가는 나에게도 ‘해 뜰 날’이 올 거라는 희망을 품고서요. 그런데 30대 초반, 남의 말만 믿고 주식 투자에 전 재산을 밀어 넣었다가 모든 걸 잃었습니다. 제 돈을 노린 사기꾼들에게 ‘작업’을 당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어요. 너무 힘들어서 삶에 의지를 내려놓고 자살을 시도했습니다.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병원에 실려 가서 천우신조로 깨어났습니다. 저를 병원까지 업고 오신 분들에게 정말 미안했습니다. 그래서 결심했습니다. 단 한 번만 더,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인생을 걸고 도전해 보자고.” 채팅방이 숙연해졌다. 다들 이 교수의 다음 메시지를 숨죽여 기다리고 있었다. “저는 다시 태어났습니다. 낮에는 죽어라 돈을 벌었고 밤에는 죽어라 세계 경제를 공부했습니다. 국내외 주식과 가상화폐, 부동산, 채권 등 닥치는 대로 연구하고 투자한 뒤 성공과 실패 사례를 자세히 분석했습니다. 그렇게 10년 넘게 모은 데이터를 살펴보다가 어느 날 갑자기 눈이 트였습니다. 투자 대상마다 폭등과 폭락 전 나타나는 특별한 매매 패턴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를 토대로 저만의 ‘필승 투자 공식’을 발견했습니다. 그 덕분에 지금은 남들이 말하는 백만장자가 되었고 누구나 부러워하는 서울 강남의 최고급 아파트에서 살고 있어요.” 회원들이 감동과 축하의 이모티콘을 보냈다. 이 교수가 말을 이어갔다. “그런데 말이죠. 언젠가부터 마음 한구석에서 허전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어요. ‘내가 처음 투자를 시작했을 때 제대로 된 스승을 만났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내 인생이 이토록 힘들고 괴롭진 않았을 텐데’라고요. 가난한 이들이 조금이라도 일찍 좋은 스승을 만나면 나처럼 수십년간 고통을 겪지 않고도 부를 일굴 수 있을 텐데. 그러면 다 같이 행복해지는 ‘좋은 세상’을 더 빨리 만들 수 있을 텐데.” 민준은 그 글을 읽으며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이 교수의 인생 역정이 마치 거울처럼 자신의 삶을 그대로 비추는 것 같아서였다. 그의 다음 발언이 민준을 완전히 무장해제시켰다. “여러분, 당시 제 머릿속에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같이 가라’는 말이 계시처럼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생각했어요. 제가 바로 가난한 이들의 ‘참스승’이 되기로요. 여러분의 경제적 어려움을 최대한 빨리 끝내 드리고 다 같이 부자가 되는 새 세상을 만들어 보기로요. 저는 여기에 제 남은 삶을 모두 걸었습니다. 예수가 인류에 종교적 복음을 전했다면 저는 사람들에게 경제적 복음을 나누고자 합니다.” 민준에게 이 교수는 단순히 투자 정보를 주는 사람이 아니었다. 자신의 삶을 이해하고 공감해주는 유일한 희망이자 ‘투자’라는 종교의 교주였다. 이 교수만 믿고 따른다면 딸에게는 가난을 물려주지 않을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 매일 밤 그는 이 교수의 강의 내용을 꼼꼼히 복습했다. 실제로 이 교수가 추천한 주식 종목에서 조금씩이지만 수익이 났다. ‘이 사람은 진짜다’라는 믿음이 더욱 커졌다. 그러던 어느 날, 김가영 비서가 긴급 공지를 올렸다. “회원 여러분, 이 교수님을 시기하는 일부 유료 리딩(투자조언)방에서 저희 채팅방을 카카오에 사기 조장 등 혐의로 신고했습니다. 더는 여기서 공개 채팅방을 운영할 수 없게 됐어요. 교수님께서 카카오 측에 강하게 항의하고 있지만, 운영 중단을 피하기는 힘들 듯합니다. 고민 끝에 채팅방을 텔레그램으로 옮겨서 다시 열기로 했습니다. 준비되는 대로 링크를 다시 공지할게요.” 다음 날 텔레그램 채팅방 링크가 올라왔다. 민준은 아무 의심 없이 링크를 클릭했다. 소셜미디어(SNS) 플랫폼은 바뀌었지만, 이 교수와 김 비서의 단톡방 운영 방식은 전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는 눈치채지 못했다. 카카오톡에서 텔레그램으로의 이동이 경찰의 추적을 피하려는 ‘파멸 기획자들’의 거대한 음모의 서막임을. 자신이 이들의 좋은 먹잇감이 됐다는 사실을 깨달지 못한 채, 민준은 ‘희망’이라는 이름의 구렁텅이 속으로 조금씩 걸어 들어가고 있었다. (3회로 이어집니다.)
  • 대한민국 소시민, 가상화폐 사기의 덫 걸리다

    대한민국 소시민, 가상화폐 사기의 덫 걸리다

    서울신문 나우뉴스는 ‘사기공화국’ 대한민국의 신종 사건에 경종을 울리고자 르포 소설 ‘파멸 기획자들’을 연재합니다. 우리 사회를 강타한 실제 가상화폐 사기 사건을 나한류 작가가 6개월 가까이 취재·분석해 소개합니다. 독자 여러분께 ‘사기를 피하는 바이블’이자 우리 정부가 사기 범죄에 더 엄하게 대응하도록 촉구하는 ‘여론 환기’ 역할을 하길 바랍니다. 소설 속 인물의 이름은 모두 가명이며, 가상화폐 거래소 및 코인의 명칭도 대부분 허구입니다. ‘It takes money to make money.’ 돈을 벌려면 돈이 있어야 한다는 미국 속담이다. 돈이 없어서 돈을 마련하고 싶은데, 그러려면 돈이 필요하단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내용의 격언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선 ‘돈이 돈을 번다’는 불편한 진실을. 생각해 보라. 취업하려면 최소한 정장 한 벌은 있어야 면접을 본다. 월급이 나올 때까지 버틸 생활비도 있어야 하고. 주식이나 부동산에 투자하려면 어느 정도의 종잣돈은 필수다. 이렇듯 세상은 우리에게 ‘먼저 내놓으라’라고 요구한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돈 많은 이들이 돈을 더 쉽게 불린다. 그래서 대한민국의 평범한 가장들은 늘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며 하루를 살아간다. 그런데 이런 소시민들을 노려 구원의 손길인 양 다가오는 이들이 있다. 자본주의의 치명적 약점인 상대적 박탈감과 경제적 불안감을 파고드는 ‘투자 사기꾼들’이다. 대한민국의 근간을 뒤흔드는 ‘파멸 기획자들’로 불러야 할 놈들 말이다. 경기도 남양주의 작은 빌라. 사랑스러운 아내 마소연과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 지영이 함께 사는 이 집은 40대 가장 김민준 씨의 유일한 안식처였다. 가구 공장에 다니는 그에게 지영은 삶의 목표 그 자체였다. 딸의 성적표가 나오는 날은 인생의 희망을 재충전하는 날이었다.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도 상위권을 유지하는 지영의 반짝이는 눈빛을 볼 때마다, 민준의 가슴 속에는 한동안 잊고 지냈던 유년 시절의 안타까운 꿈이 되살아났다. 소년 민준은 동두천의 작은 마을에서 교통사고로 부모님을 잃고 5살 때부터 외할머니 손에서 자랐다. 머리가 좋다는 소리를 곧잘 듣던 그는 ‘명문대에 진학해서 인생을 바꾸겠다’고 결심하고 어려서부터 공부에 몰두했다. 하지만 가난은 그를 내버려 두지 않았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외할머니마저 돌아가시자 민준은 눈물을 머금고 자퇴서를 내야 했다. 이때부터 낮에는 공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고단한 삶이 이어졌다. 수년의 분투 끝에 고교 졸업 자격증을 손에 쥐었지만 그의 도전은 거기까지였다. 대학에 입학해서 공부에 전념하고 싶었지만, 등록금과 생활비가 턱없이 모자라 직장을 포기할 수 없었다. 야간대에 가볼까도 생각했지만 당시만 해도 밤 근무가 밥 먹듯 이어지던 터라 이 또한 쉬운 선택은 아니었다. 군대에 다녀 온 청년 민준은 긴 고민 끝에 진학을 포기하고 생업에 집중하기로 했다. 대신 딸이 태어나자 울먹이며 다짐했다. 절대로 내 보배에겐 가난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그가 다니는 가구공장은 규모가 작았다. 별도의 학자금 제도를 기대하기 어려웠다. 300만원이 조금 넘는 월급으로는 유명 사립대에 진학하고 싶어 하는 지영의 등록금을 감당하기 버거웠다. 그래서 2년 전부터 부업으로 대리운전을 해왔다. 대학생이 될 딸에게 필요한 자금을 미리 준비하기 위해서다. 저녁 6시에 공장에서 나와서 서둘러 저녁을 먹고 피곤한 눈을 비비며 핸들을 잡는 건 고통과 희망이 뒤섞인 노동이었다. 술에 잔뜩 취해 반말과 하대로 자신을 무시하는 이들을 수도 없이 만났다. 그때마다 민준은 오직 한 가지 생각으로 분노와 자괴감을 삼켰다. ‘이 돈은 지영이의 대학 등록금이 된다.’ 그렇게 700일 넘는 땀과 눈물이 모이자 ‘2100만원’이라는 숫자가 통장에 찍혔다. 딸의 미래를 책임질 무엇보다 값진 보물이었다. 그의 심장이 뜨겁게 요동쳤다. 일단 2000만원은 안전하게 6개월짜리 예금에 넣어두었다. 100만원이 남았다. 자투리 돈을 어떻게 쓸까 고민하던 그의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스쳤다. ‘이걸 좀 더 적극적으로 굴려서 한 달에 몇만 원이라도 수익을 내 볼까. 그걸로 지영이 용돈에 보태주면 되겠다. 최악의 경우에도 100만원만 손해보면 되니까 크게 위험할 건 없어.’ 민준은 주식 관련 정보를 뒤지기 시작했고, 인스타그램에서 ‘무료 단기 급등주 추천’ 광고를 접했다. 그가 그토록 찾던 문구였다. 처음에는 사기꾼들의 허위·과장 광고 아닐까 의심도 했다. 그러나 ‘최악의 경우에도 100만원만 날리면 된다’는 생각이 그에게 안도감을 줬다. 10여분의 고민 끝에 광고 계정 하단에 연락처를 남겼다. 몇 시간 뒤 ‘박순필’이라는 이름으로 카카오톡 메시지 한 통이 도착했다. “안녕하세요. 앞으로 저희가 알려 드리는 급등주가 회원님의 수익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이 분야 국내 최고 전문가 이성조 교수님이 도와드릴 건데요. 일단 이 교수님의 비서 김가영 씨를 카톡 친구로 추가해 주세요.” 박순필의 말대로 김가영 비서에게 메시지가 왔다. 민준은 그녀가 보낸 링크를 타고 단체 카톡방에 입장했다. ‘이성조 교수’라는 이가 50명 넘는 회원들에게 열심히 뭔가를 설명하고 있었다. “늘 드리는 말씀이지만 ‘투자의 성공은 시장의 흐름을 읽는 거시적 안목에서 시작된다’ 라는 점을 잊으시면 안 됩니다. 단순히 오르는 종목을 쫓는 것은 투기가 될 뿐입니다. 지난주 미국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 이후 시장은 연준이 예상보다 빠른 시점에 금리 인하를 단행할 수 있다는 ‘피벗’(정책 전환) 기대감에 부풀어 있습니다. 어려운 말 같지만 간단합니다. 미국이 조만간 돈을 풀 것이고 그러면 우리 같은 신흥국 시장까지 그 돈이 흘러 들어온다는 거죠. 기술주 중심 코스닥 시장에 강력한 유동성이 공급될 신호탄입니다. 외국인 자본이 밀물처럼 들어오기 전, 우리가 미리 길목을 지키고 있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거시적 안목의 힘’이죠.” 단순히 종목 몇 개를 찍어주고 매수·매도 신호만 보내는 방식이 아니었다. 국내외 경제 동향부터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 현황과 전망까지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소개하고 있었다. 회원들이 감사의 이모티콘을 쏟아냈다. 이 교수가 잠시 쉬었다가 대화를 이어갔다. “그러면 이 유동성은 어떤 분야로 가장 먼저 흘러 갈까요? 저는 단언컨대 ‘인공지능(AI) 기반 신약 개발 바이오’ 섹터라고 확신합니다. 현재 대한민국은 고령화 사회를 넘어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이제 누구나 관리만 잘 하면 100살 넘게 사는 것이 가능한 시대가 와요. 제약·바이오 기술에 대한 국가적 투자와 관심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수밖에 없어요.” TV에서 나오는 뉴스는 늘 봐도 무슨 말인지 몰랐는데, 그의 설명은 누구도 알아듣기 쉽게 쉽게 귀에 감겼다. 채팅방에 들어온지 단 몇 분만에 이 교수의 정확한 비유와 해박한 지식이 민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2회로 이어집니다.)
  • ‘투자의 신(神) 이 교수’…경찰 추적 피하고자 텔레그램으로 단체 채팅방 옮겨 [파멸의 기획자들 #02]

    ‘투자의 신(神) 이 교수’…경찰 추적 피하고자 텔레그램으로 단체 채팅방 옮겨 [파멸의 기획자들 #02]

    서울신문 나우뉴스는 ‘사기공화국’ 대한민국에 경종을 울리고자 르포 소설 ‘파멸의 기획자들’을 연재합니다. 우리 사회를 강타한 실제 가상화폐 사기 사건을 나한류 작가가 6개월 가까이 취재·분석해 소개합니다. 독자 여러분께 ‘사기를 피하는 바이블’이자 정부가 범죄에 더 엄하게 대응하도록 촉구하는 ‘여론 환기’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제보자 및 피해자 보호를 위해 사건 속 인물과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 등은 모두 가명 처리했습니다. 매일 오전 9시 30분, 이성조 교수는 회원들에게 아침 인사를 건네고는 국내 주식 한 종목을 골라 상세히 분석했다. 저녁 7시에는 30분가량 출석체크를 마친 뒤 3시간 넘게 경제 지식을 쏟아냈다. 회비를 받지 않는 강의인데도 수준이 상당했다. 게다가 김가영 비서의 안내로 채팅방에 출석체크 문자 ‘777’을 찍으면 5000원씩 보상금을 적립해줬다. 10번의 강의를 수강하자 정확히 5만원이 계좌로 입금됐다. 민준은 이 교수와 단톡방에 대한 의구심을 완전히 걷어냈다. 그렇게 한 달쯤 지난 어느 저녁 강의 시간이었다. 이날따라 회원들의 이모티콘 반응이 눈에 띄게 줄어 들어 있었다. 이 교수는 ‘낮에 너무 열심히 일하셔서 그런지 수업에서 조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여러분들의 잠을 깨워 드리겠다’며 자신이 살아 온 이야기를 꺼냈다. “여러분, 제가 왜 돈 한 푼 받지 않고 이렇게 강의하고 종목을 추천하는지 궁금하시죠? 여기 계신 대부분 회원님처럼 저 역시도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낮에는 돈 벌고 밤에는 공부했습니다. 언젠가는 나에게도 ‘해 뜰 날’이 올 거라는 희망을 품고서요. 그런데 30대 초반, 남의 말만 믿고 주식 투자에 전 재산을 밀어 넣었다가 모든 걸 잃었습니다. 제 돈을 노린 사기꾼들에게 ‘작업’을 당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죠. 삶의 의지를 내려놓고 자살을 시도했어요.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병원에 실려 가서 천우신조로 깨어났습니다. 저를 살리려고 병원까지 업고 오신 분들에게 정말 미안했어요. 그래서 결심했죠. 단 한 번만 더,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인생을 걸고 도전해 보자고.” 채팅방이 일순간 조용해졌다. 다들 이 교수의 다음 메시지를 숨죽여 기다렸다. “그때 저는 다시 태어났습니다. 낮에는 죽어라 돈을 벌었고 밤에는 죽어라 세계 경제를 공부했죠. 국내외 주식과 가상화폐, 부동산, 채권 등 닥치는 대로 연구하고 투자한 뒤 성공과 실패 사례를 자세히 분석했어요. 그렇게 10년 넘게 모은 데이터를 살펴보다가 어느 날 갑자기 물리가 트였습니다. 투자 대상마다 폭등과 폭락 전 나타나는 특별한 매매 패턴이 제 눈에 보이기 시작했어요. 이를 토대로 저만의 ‘필승 투자 공식’을 완성했습니다. 그 덕분에 지금은 남들이 말하는 백만장자가 되었고 누구나 부러워하는 서울 강남의 최고급 아파트에서 조용히 살고 있어요.” 회원들이 감동과 축하의 이모티콘을 보냈다. 이 교수가 말을 이어갔다. “그런데 말이죠. 언젠가부터 뭔가 허전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어요. ‘내가 처음 투자를 시작했을 때 제대로 된 스승을 만났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내 인생이 이토록 힘들고 괴롭진 않았을 텐데’라고 말이죠. 가난한 이들이 조금이라도 일찍 좋은 스승을 만나면 나처럼 수십년간 고통을 겪지 않고도 부를 일굴 수 있을 텐데. 그러면 다 같이 행복해지는 ‘좋은 세상’을 더 빨리 만들 수 있을 텐데.” 민준은 그 글을 읽으며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이 교수의 인생 역정이 마치 거울처럼 자신의 삶을 그대로 비추는 것 같아서였다. 그의 다음 발언이 민준을 완전히 무장해제시켰다. “여러분, 당시 제 머릿속에 무슨 계시가 떠올랐는지 아세요? 바로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같이 가라’는 말이었습니다. 그래서 생각했죠. 바로 제가 가난한 이들의 ‘참스승’이 되기로요. 여러분의 경제적 어려움을 빨리 끝내 드리고 다 같이 부자가 되는 새 세상을 만들어 보자고. 저는 여기에 남은 삶을 모두 걸었습니다. 예수님이 인류에 종교적 복음을 전했다면 저는 감히 여러분께 경제적 복음을 나누려고 해요.” 민준에게 이 교수는 단순히 투자 정보를 주는 사람이 아니었다. 자신의 삶을 이해하고 공감해주는 유일한 희망이자 ‘투자’라는 종교의 교주였다. 이 교수만 믿고 따른다면 딸에게는 가난을 물려주지 않을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 매일 밤 그는 이 교수의 강의 내용을 꼼꼼히 복습했다. 실제로 이 교수가 추천한 주식 종목에서도 조금씩 수익이 나고 있었다. ‘이 분은 진짜다’라는 믿음이 더욱 커졌다. 그러던 어느 날, 김가영 비서가 긴급 공지를 올렸다. “회원 여러분, 교수님을 시기하는 일부 유료 리딩(투자조언)방에서 우리 채팅방을 사기 조장 등 혐의로 카카오에 신고했습니다. 우리가 이 방을 무료로 운영해 눈엣가시로 여긴 듯 해요. 더는 여기서 공개 채팅방을 운영할 수 없게 됐어요. 교수님께서 카카오 측에 항의하고 있지만, 단체방 폐기를 피하기 힘들 듯해요. 고민 끝에 다른 소셜미디어(SNS)로 채팅방을 옮겨서 열기로 했습니다. 준비되는 대로 링크를 다시 공지할게요.” 다음 날 텔레그램 채팅방 링크가 올라왔다. 민준은 아무 의심 없이 동참했다. 플랫폼은 바뀌었지만, 이 교수와 김 비서의 단톡방 운영 방식은 다를 바가 없었다. 그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카카오톡에서 텔레그램으로의 이동이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한 ‘파멸 기획자들’의 거대한 음모였음을. 민준은 자신이 사기꾼들의 먹잇감이 됐다는 사실을 깨달지 못한 채, ‘희망’이라는 이름의 구렁텅이 속으로 조금씩 걸어 들어가고 있었다. (3회로 이어집니다. 사기 피해 예방과 범인 검거를 위해 많은 이들과 기사를 공유해 주세요.)
  • 대한민국 소시민들, ‘무료 급등주’ 광고 눌렀다가 코인 사기의 덫 걸리다 [파멸의 기획자들 #01]

    대한민국 소시민들, ‘무료 급등주’ 광고 눌렀다가 코인 사기의 덫 걸리다 [파멸의 기획자들 #01]

    서울신문 나우뉴스는 ‘사기공화국’ 대한민국에 경종을 울리고자 르포 소설 ‘파멸의 기획자들’을 연재합니다. 우리 사회를 강타한 실제 가상화폐 사기 사건을 나한류 작가가 6개월 가까이 취재·분석해 소개합니다. 독자 여러분께 ‘사기를 피하는 바이블’이자 정부가 범죄에 더 엄하게 대응하도록 촉구하는 ‘여론 환기’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제보자와 피해자 보호를 위해 사건 속 인물과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 등은 모두 가명 처리했습니다. ‘It takes money to make money.’ 돈을 벌려면 돈이 있어야 한다는 미국 속담이다. 돈이 없어서 돈을 마련하려는데, 그러려면 돈이 필요하다는 충고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내용의 격언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선 ‘돈이 돈을 번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라. 취업하려면 최소한 정장 한 벌은 있어야 면접을 본다. 월급이 나올 때까지 버틸 생활비도 있어야 하고. 주식이나 부동산에 투자하려 해도 어느 정도 종잣돈은 필수다. 이렇듯 세상은 우리에게 ‘먼저 내놓으라’고 요구한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돈 많은 이들이 돈을 더 쉽게 불린다. 그래서 대한민국의 평범한 가장들은 늘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며 하루를 살아간다. 이런 소시민들을 노려 구원의 손길인 양 다가오는 이들이 있다. 자본주의의 치명적 약점인 경제적 불평등을 파고드는 ‘투자 사기꾼들’이다. 대한민국의 근간을 뒤흔드는 ‘파멸의 기획자들’로 불러야 할 놈들 말이다. 경기도 남양주의 작은 빌라. 이 집은 40대 가장 김민준이 사랑스러운 아내 나소연,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 지영과 함께 사는 안식처였다. 가구 공장에 다니는 그에게 딸은 삶의 목표 그 자체였다. 지영의 성적표가 나오는 날은 하루종일 인생의 희망이 샘솟았다.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도 상위권을 유지하는 딸의 반짝이는 눈빛을 볼 때마다, 민준의 가슴 속에는 한동안 잊고 지냈던 유년 시절의 안타까운 꿈이 되살아났다. 동두천의 작은 마을에 살던 소년 민준은 교통사고로 부모님을 잃고 5살 때부터 외할머니 손에서 자랐다. 머리가 좋다는 소리를 곧잘 듣던 그는 명문대에 진학해 인생을 바꾸기로 결심하고 어려서부터 공부에 몰두했다. 하지만 가난은 그를 내버려 두지 않았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외할머니마저 돌아가시자 민준은 눈물을 머금고 자퇴서를 내야 했다. 이때부터 낮에는 공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고단한 삶이 이어졌다. 수년의 분투 끝에 고교 졸업 자격증을 손에 쥐었지만 그의 도전은 거기까지였다. 대학에 입학해서 공부에 전념하려고 해도, 등록금과 생활비가 모자라 직장을 포기할 수 없었다. 야간대에 가볼까도 생각했지만 당시만 해도 밤 근무가 밥 먹듯 이어져 이 역시 쉬운 선택은 아니었다. 군대에 다녀 온 청년 민준은 긴 고민 끝에 진학을 포기하고 생업에 집중하기로 했다. 대신 딸이 태어나자 울먹이며 다짐했다. 절대로 내 보배에겐 가난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그가 다니는 가구 공장은 규모가 작아 학자금 제도를 기대하기 어려웠다. 400만원에 턱없이 모자란 월급으로는 유명 사립대에 진학하고 싶어 하는 지영의 등록금을 감당하기 버거웠다. 그래서 2년 전부터 부업으로 대리운전을 해왔다. 딸이 대학생이 되면 이 돈으로 미래를 열어주기 위해서다. 퇴근 뒤 서둘러 편의점 도시락을 먹고 피곤한 눈을 비비며 핸들을 잡았다. 고통과 희망이 뒤섞인 고된 노동이었다. 술에 잔뜩 취해 반말과 하대로 자신을 무시하는 이들을 수도 없이 만났다. 그때마다 민준은 오직 한 가지 생각으로 분노와 자괴감을 삼켰다. ‘이 돈은 지영이의 대학 등록금이 된다.’ 그렇게 700일 넘는 땀과 눈물이 모이자 ‘2100만원’이라는 숫자가 통장에 찍혔다. 딸의 대학 생활을 책임질 값진 보물이었다. 그의 심장이 뜨겁게 요동쳤다. 일단 2000만원은 안전하게 6개월짜리 예금에 넣어두었다. 100만원이 남았다. 자투리 돈을 어떻게 쓸까 고민하던 그의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이걸 좀 더 적극적으로 굴려서 한 달에 몇만 원이라도 수익을 내 보자. 그걸로 지영이 용돈에 보태주면 되겠다. 최악의 경우에도 100만원만 손해보면 되니까 위험할 건 없어.’ 민준은 주식 관련 정보를 뒤지기 시작했고, 인스타그램에서 ‘무료 단기 급등주 추천’ 광고를 접했다. 그가 그토록 찾던 문구였다. 처음에는 사기꾼들의 허장성세가 아닐까 의심했다. 그러나 ‘최악의 경우에도 100만원만 날리면 된다’는 생각이 그에게 안도감을 줬다. 10여분의 고민 끝에 광고 계정 하단에 연락처를 남겼다. 몇 시간 뒤 ‘박순필’이라는 이름으로 카카오톡 메시지 한 통이 도착했다. “안녕하세요. 앞으로 저희가 알려 드리는 급등주가 회원님의 수익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국내 최고 전문가 이성조 교수님이 도와드릴 건데요. 일단 이 교수님의 비서 김가영 씨를 카톡 친구로 추가해 주세요.” 박순필의 말대로 김가영 비서에게 메시지가 왔다. 민준은 그녀가 보낸 링크를 타고 단체 카톡방에 입장했다. ‘이성조 교수’라는 이가 50명 넘는 회원들에게 열심히 뭔가를 설명하고 있었다. “늘 드리는 말씀이지만 ‘투자의 성공은 시장의 흐름을 읽는 거시적 안목에서 시작된다’ 라는 점을 잊으시면 안 됩니다. 단순히 오르는 종목을 쫓는 것은 투기가 될 뿐이죠. 지난주 미국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 이후 시장은 연준이 예상보다 빠른 시점에 금리 인하를 단행할 수 있다는 ‘피벗’(정책 전환) 기대감에 부풀어 있어요. 어려운 말 같지만 간단합니다. 미국이 조만간 돈을 풀 것이고 그러면 우리 같은 신흥국 시장까지 그 돈이 흘러 들어온다는 거죠. 기술주 중심 코스닥 시장에 강력한 유동성이 공급될 신호탄입니다. 외국인 자본이 밀물처럼 들어오기 전, 우리가 미리 길목을 지키고 있어야 하는데요. 이것이 바로 ‘거시적 안목의 힘’이죠.” 그의 메시지가 끝나기가 무섭게 회원들이 감사의 이모티콘을 쏟아냈다. 단순히 종목 몇 개를 찍어주고 매수·매도 신호만 보내는 일반적인 리딩방과 차원이 달랐다. 국내외 경제 동향부터 글로벌 시장 현황과 전망까지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소개하고 있었다. 이 교수가 잠시 쉬었다가 카톡 대화를 이어갔다. “그러면 이 유동성은 어떤 분야로 가장 먼저 흘러 갈까요? 저는 단언컨대 ‘인공지능(AI) 기반 신약 개발’ 섹터라고 확신합니다. 현재 대한민국은 고령화 사회를 넘어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어요. 누구나 건강 관리만 잘 하면 100살 넘게 사는 것이 당연한 시대가 오죠. 첨단 제약 및 바이오 기술에 대한 국가적 투자와 관심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TV에서 나오는 뉴스는 늘 봐도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설명은 한 번만 봐도 머리에 쏙 들어왔다. 채팅방에 들어온 지 몇 분만에 이 교수의 정확한 비유와 해박한 지식이 민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2회로 이어집니다. 사기 피해 예방과 범인 검거를 위해 많은 이들과 기사를 공유해 주세요.)
  • 강릉 오봉저수지 수위 10% 붕괴 위기

    강릉 오봉저수지 수위 10% 붕괴 위기

    가뭄이 길어지면서 강원 강릉의 식수원인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물이 빠진 바닥에서는 22년 전 물에 잠겼던 경차 ‘티코’가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3일 오후 5시 30분쯤 가뭄 대응 업무 중이던 지자체 관계자는 물이 빠진 저수지 경사면에서 오래된 티코 승용차 한 대를 발견해 119에 신고했다. 차량은 2000년대 초반 생산이 중단된 모델로 발견 당시 인근에서는 인명이나 유해는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 조사 결과 차량 소유자는 2003년 9월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차량은 같은 해 강릉을 강타한 태풍 ‘매미’로 인해 수몰된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범죄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보고 사건을 종결하기로 했다. 한국농어촌공사에 따르면 4일 오후 3시 기준,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은 13.4%로 전날보다 0.4%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1983년 저수지 완공 이후 가장 낮은 수치로, 현재 추세대로라면 식수 공급 한계선인 10% 붕괴도 시간문제라는 분석이다. 강릉시는 오봉저수지의 완전 고갈을 막기 위해 긴급 대응에 돌입했다. 이날부터 종합운동장, 강남체육공원, 파크골프장, 테니스장 등 모든 공공체육시설 운영을 중단했다. 프로축구 경기가 열릴 경우 종합운동장은 개방하지만 화장실과 세면대는 제한적으로 운영된다. 공공수영장 3곳은 이미 지난 7월부터 문을 닫은 상태다. 강릉시는 전 시민에게 1인당 생수 12ℓ씩 조기 배포를 시작했다. 강릉 전역을 5개 권역으로 나눠 생수를 배포하고 있으며, 300가구 이상 공동주택에는 직접 배송하고 있다. 시민들도 한 방울의 물이라도 아끼기 위해 물 절약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기름기 묻은 식기 건식세척 ▲샴푸바로 설거지 ▲양변기에 벽돌 넣기 등 물을 아끼는 노하우를 공유하는 글이 줄을 잇고 있다. 강릉시는 “가뭄 상황이 개선되는 대로 공공시설 운영을 단계적으로 재개할 것”이라며 시민들의 협조를 요청했다.
  • “8월 28일 트럼프 사망”…점성술사까지 나선 ‘건강 음모론’의 전말

    “8월 28일 트럼프 사망”…점성술사까지 나선 ‘건강 음모론’의 전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며칠간 공개 일정을 소화하지 않자 소셜미디어(SNS)에서 그의 건강 이상설과 사망설까지 퍼지며 큰 파장을 일으켰다. 근거 없는 추측들이 음모론으로 발전하면서 정치적 대립과 상업적 이익을 노린 허위정보가 범람했다. 2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평소와 달리 며칠간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자, SNS에서는 온갖 추측과 음모론이 확산됐다. 노동절인 9월 첫 번째 월요일을 낀 연휴 동안 ‘트럼프 사망’이라는 키워드가 SNS 트렌드 1위에 오르며 논란이 시작됐다. 이는 트럼프를 반대하는 세력들과 온라인 인플루언서들의 관심끌기 작전이 결합된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틱톡에서 12만 5000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한 점성술사는 “트럼프가 실제로 8월 28일에 사망할 것”이라고 예측하는 영상을 올린 뒤 미용 제품을 홍보하는 모습을 보여 상업적 목적의 허위정보 유포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후 8월 30일 트럼프가 백악관을 나와 골프장을 방문하는 사진이 공개됐지만, 이 점성술사는 여전히 자신의 주장이 옳다며 사진의 진위를 의심한다고 말했다. 틱톡에서 트럼프의 이름을 검색하면 “트럼프 죽었나 안 죽었나”, “트럼프 건강 증상” 등의 연관 검색어가 나타날 정도로 건강 이상설이 확산됐다. 일부는 진심으로 대통령의 안부를 걱정하는 듯했지만, 다른 이들은 정치적 또는 경제적 이익을 위해 혼란을 조장하는 것으로 보였다. 이러한 음모론은 몇 가지 사실에서 시작됐다. 트럼프 손등에 보이는 멍 자국이 그중 하나였다. 민주당 지지 콘텐츠 제작자 해리 시슨은 지난주 영상에서 “트럼프의 건강에 대한 의문이 점점 커지고 있다”며 다양한 각도에서 트럼프의 손을 확대한 장면을 보여줬다. 트럼프의 공개 일정이 지난달 27일부터 29일까지 평소와 달리 비어있었던 것도 추측을 부채질했다. 트럼프를 반대하는 일부 사람들은 마치 수사를 하듯 대통령의 좋지 않은 사진을 올리고, 그가 최근 “가능하다면 천국에 가고 싶다”고 말한 것을 부각하면서 그가 남몰래 앓고 있다는 가설을 내놨다. 이후 작은 단서들이 하나둘 나타날 때마다 백악관이 거대한 음모를 숨기고 있다는 근거 없는 추측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음모론은 주말 동안 엑스(X), 틱톡 등 SNS를 강타했다. 특히 트럼프 반대 세력들이 모인 SNS인 블루스카이에서는 지난달 29일 트럼프 사망설 관련 대화가 온라인을 휩쓸었고, 사람들은 무덤에서 춤추는 내용의 밈(온라인 유행 콘텐츠)을 공유했다. CNN은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가 트럼프를 조롱하는 밈과 농담이 클릭, 공유, 댓글이라는 보상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 “지옥 열렸다”…최소 800명 사망·수천 명 다친 아프간 지진 현장 (영상)

    “지옥 열렸다”…최소 800명 사망·수천 명 다친 아프간 지진 현장 (영상)

    파키스탄과 경계를 맞대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동부 지역을 규모 6.1의 지진이 강타하면서 현재까지 최소 821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은 1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을 통치하는 탈레반이 동부 지역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800명 이상이 사망하고 2800명 이상이 부상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규모 6.1의 이번 지진은 지난달 31일 늦은 시간 잘랄라바드 외곽 약 27km 지점에서 발생했다. 잘랄라바드를 포함하는 낭가하르주(州)와 인근 쿠나르주, 라그만주에서 피해와 사상자가 보고됐다. 또 이번 지진은 인접국인 파키스탄과 아프간 수도인 카불을 포함한 광범위한 지역에서 감지됐다. 첫 지진 이후 인근에서 규모 4.5~5.2 지진이 다섯 차례 연이어 발생했다. 지진 피해가 가장 큰 잘라라바드는 아프간에서 5번째로 큰 도시로 인구가 20만 명이 넘는다. 또 다른 피해 지역인 쿠나르주는 평소에도 지진과 홍수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곳으로 알려졌다. 탈레반 대변인은 쿠나르주에서만 최소 800명이 사망하고 2500명이 다쳤으며, 낭가르하르주에서도 12명이 사망하고 255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아프간 군용 헬리콥터에서 촬영한 영상을 보면 여러 마을이 지진으로 인해 완전히 파괴돼 폐허가 됐다. 아프간 당국은 생존자를 찾기 위해 진흙과 돌로 지은 집들을 철거하며 수색 작업을 이어가고 있으나, 도로 사정이 좋지 않은 외딴 지역에서도 관련 피해가 접수되면서 전체 사상자 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진 피해 지역이 산악지대인 탓에 접근이 어려운 상태이며, 그나마 있던 도로도 산사태로 인해 모두 막혔다. 이에 탈레반 정부는 헬리콥터를 이용해 사람들을 대피시키고 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UNOCHA)은 초기 평가에서 지진 발생 깊이가 10㎞ 안팎으로 얕은데다 산악 지형 특성상 무너진 토사와 바위가 마을을 덮치면서 인명과 재산 피해가 더욱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유엔은 최대 1만 2000명이 이번 지진으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를 보았다고 밝혔다. 국제적십자사연맹(IFRC) 대표 조이 싱할은 워싱턴포스트에 “지진 직후 구조 작업이 시작됐지만 산사태로 인해 많은 도로가 통행이 불가능해져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자원봉사자들이 최대 4시간을 걸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지옥 방불케 하는 지진 현장, 요구조자 아직 많아지진으로 가족을 잃은 주민들은 황망한 표정으로 장례를 준비하고 있다. 이슬람 전통에 따라 사망자는 가능한 한 빨리 매장해야 하는데, 시신 수습조차 어렵다 보니 절망감이 갈수록 커지는 분위기다. 현지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사회복지사 이크람 마몬드는 워싱턴포스트에 “한 남성이 지역 공무원에게 자신의 어머니와 아내, 그리고 다섯 자녀의 장례식을 도와달라고 간청하는 것을 봤다”면서 “현재 피해 지역 곳곳에 시신이 널려 있다”고 말했다. 쿠나르주의 한 주민은 “나는 지진에서 간신히 살아남았지만 우리 마을의 많은 집이 무너졌다”면서 “우리가 들은 비명을 설명할 단어가 없다. 아직 마을에는 구조되지 못한 희생자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지진은 대부분 지진을 견딜 만큼 튼튼한 집을 지을 여유가 없는 지역을 강타했다”면서 “무너진 가옥 대부분이 산비탈에 붙어 있던 조잡한 진흙 가옥”이라고 전했다. 잦은 지진으로 고통받는 아프가니스탄아프간에서는 2022년과 2023년을 포함하여 치명적인 지진이 자주 발생했다. 앞선 두 차례 지진으로 인해 목숨을 잃은 사람은 1000명이 넘는다. 특히 이번 지진이 발생한 아프간 동부 지역은 세계에서 지진 활동이 가장 활발한 지역으로 꼽힌다. 영국 지질조사국의 지진학자인 브라이언 밥티에 따르면 아프간 동부의 지층은 복잡한 단층계로 이뤄진 탓에 1900년 이래로 규모 7이 넘는 강진이 12차례 발생했다. 아프간은 오랜 내전과 탈레반의 강압적인 통치, 심각한 경제 위기 등으로 지진에 대한 대비를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더불어 지난 12개월 동안 국제 공여국들이 원조 예산을 대폭 삭감함에 따라 아프간의 보건 위기는 더욱 악화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올해 미국이 지원하는 인도주의 및 경제 프로젝트를 거의 모두 삭감한 것이 아프간에 가장 심각한 타격이 됐다”고 지적했다. 인도주의 단체 케어(CARE)의 아프가니스탄 지부장 그레이엄 데이비슨은 성명을 통해 “이번 지진은 이미 심각한 인도주의적 위기에 대한 국제적 지원 부족에 직면해 있는 아프가니스탄을 강타했다“면서 ”아프간 인구의 거의 절반인 2300만 명이 이미 인도주의적 지원에 의존하고 있지만, 인도주의 대응 계획(HRP)의 기금은 28%에 불과하다“고 우려했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