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드라마 ‘독신천하’ 한영은 역 탤런트 유선
“결혼을 한다면 조건을 따질 게 아니라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 나름 순정파죠?”
터프한 이미지의 탤런트 유선이 오랜만에 브라운관으로 돌아왔다.25일 첫 전파를 탄 SBS 월화드라마 ‘독신천하’(연출 김진근, 극본 이해정·염일호)에서 무늬만 독신주의자인 백수 ‘한영은’역을 맡았다. 사실, 그리 오랜만은 아니다. 지난 1월 막을 내린 MBC 드라마 ‘달콤한 스파이’ 이후 8개월만이다. 그런데도 그가 반가운 것은,2004년 SBS ‘작은 아씨들’의 터프한 둘째딸 ‘미득’역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드라마에서 확실히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다. 그가 연기하는 영은은 결단력이 부족한 소심녀에다가 일과 사랑 사이에서 왔다갔다 하는, 순수한 캐릭터의 29살 여성이다.“그동안의 강한 이미지와 달리 소심하면서도 다소 풀어진 캐릭터에 끌렸어요. 항상 유쾌하고 밝은 역할을 해보고 싶었는데 기회가 왔네요.”잠시나마 공백기를 가진 것은, 작품을 신중히 선택하기 위해서였다고. 그는 “매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싶고, 맡은 캐릭터를 확실히 각인시키기 위해 노력했다.”면서 “전작보다 약하고 마음이 여린 캐릭터라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극중 영은은 부모의 권유로 교사가 됐지만 드라마틱한 인생을 꿈꾸며 용감하게 사표를 던진 뒤 백수 신세로 전락한다. 뒤늦게 잘난 친구들로부터 자극을 받아 요리사 자격증에 도전한다. 가족의 결혼 압력에 지쳐 있지만, 일도 사랑도 마음대로 되지 않자 남에게 구질구질하게 보이기 싫어서 독신주의를 표방한다.“조건에 맞춰, 나이에 쫓겨 그저그런 남자와 결혼하느니 차라리 혼자 살지.”라며 결혼에 초연한 듯 행동하지만 정작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 불같은 연애를 해서 결혼하고 싶어한다. 그런 그 앞에 성형외과 의사 현수(이현우 분)와 스포츠센터 트레이너 우혁(강지섭 분)이 나타나는데…. 아마도 오늘날을 살아가는 독신주의의 속마음을 대변하는 캐릭터가 아닌가 싶다.
그는 “자신의 일을 찾고 자아실현을 원하면서도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하는 꿈을 꾸는 영은의 캐릭터가 실제 제 성격과 비슷한 것 같다.”면서 “현실적인 조건보다는 열렬하고 순수한 사랑을 통해 평생 친구같은 반려자를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평소 이미지대로라면 찔러도 피 한방울 안 나올 것 같은데, 이번에는 후줄근한 트레이닝복에 커다란 안경을 쓰고, 노래방에서 ‘남자는 여자를 귀찮게 해’를 목청껏 불러댄다. 욱하는 마음에 옆집 아줌마와 싸우기도 한다.“극중 백수 모습을 잘 살리기 위해 머리도 부스스하게 하고, 노메이크업에 도전했어요. 요리학원에서 남자를 만나면서 조금씩 귀여운 모습을 찾게 됩니다.”
갑작스러운 연기변신이 아니냐는 질문에 “제가 실제로 여성스럽고 여린 면이 있어서 아주 동떨어진 모습은 아닐 것”이라면서 “특히 영은은 여리지만 다혈질적인 면도 있고, 자존심도 있어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밝게 웃었다.
영은과 함께 독신주의 드라마작가인 남정완(김유미 분)과 조건만 따지는 커플매니저 서혜진(문정희 분) 등의 일과 사랑, 결혼에 대한 꿈과 현실을 솔직하고도 유쾌하게 그린 ‘독신천하’가 20∼30대 결혼 정년기 남녀의 결혼관과 인생관을 얼마나 솔직하게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사진 SB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