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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해자가 추행 즉시 저항하지 않아도 강제추행죄 성립

    피해자가 추행 즉시 저항하지 않아도 강제추행죄 성립

    회식 자리에서 여직원의 허벅지를 쓰다듬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뒤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50대 남성이 대법원 판결로 2심 판단을 다시 받게 됐다. 피해자가 기습추행을 당한 뒤 곧바로 저항하지 않았더라도 강제추행죄가 성립될 수 있다는 취지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는 26일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A(52)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미용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2016년 초 경남 밀양시의 한 노래방에서 직원들과 회식을 하던 중 여직원 B씨를 옆자리에 앉힌 뒤 귓속말로 “힘든 게 있으며 말하라”며 갑자기 볼에 입을 맞추고 허벅지를 쓰다듬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A씨의 혐의를 인정하고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의 판단은 달랐다. 2심 재판부는 “폭행 행위라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의 유형력(신체적 고통을 주는 물리력) 행사가 있는 경우에만 강제추행죄가 성립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A씨가 B씨의 허벅지를 쓰다듬는 것을 봤는데 B씨는 가만히 있었다’는 취지의 증인들 진술 등에 비춰 보면 유형력 행사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며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가 B씨 볼에 갑자기 입을 맞췄다는 취지의 B씨 진술도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봤다. 반면 대법원은 “성적 수치심, 혐오감을 느낄 수 있는 부위인 허벅지를 쓰다듬은 행위는 피해자 의사에 반해 이뤄진 것인 한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유형력의 행사로서 추행 행위로 봐야 한다”며 2심 판단을 뒤집었다. 폭행 행위 자체가 추행 행위라고 인정되는 기습추행에서는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가 있기만 하면 그 힘의 대소강약은 따지지 않는다는 게 대법원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B씨가 즉시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고 해서 A씨 행위에 동의했거나 B씨 의사에 반하지 않았다고 쉽게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여직원 허벅지 쓰다듬은 50대가 무죄? “다시 재판하라”

    여직원 허벅지 쓰다듬은 50대가 무죄? “다시 재판하라”

    1심 유죄→2심서 무죄…대법 “다시 판단” 회식 자리에서 여직원의 허벅지를 쓰다듬었다가 강제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유죄 취지로 다시 재판을 받는다. 26일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허모씨(52)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한 후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허씨는 지난 2016년 초 경남 밀양시의 노래방에서 직원들과 회식을 하던 중 20대 피해 여성 A씨를 옆자리에 앉힌 후 볼에 입을 맞추고 허벅지를 쓰다듬은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한 것은 불리한 정상”이라며 “다만 동종 범행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는 점을 고려했다”며 허씨에게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폭행행위라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의 유형력 행사가 있는 경우에만 강제추행죄가 성립한다고 봐야한다”며 “허씨가 피해자의 허벅지를 쓰다듬은 사실은 인정되지만, 폭행행위로 평가할 수 있을 정도의 유형력 행사가 없어 강제추행죄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1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피고인이 여성인 피해자가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는 부위인 허벅지를 쓰다듬은 행위는 피해자 의사에 반해 이뤄진 것인 한,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유형력 행사로서 추행행위라고 봐야 한다”고 지적하며 2심 판단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靑 ‘성범죄 양형기준’ 청원답변 “변명으로 감형받는 일 없을 것“

    靑 ‘성범죄 양형기준’ 청원답변 “변명으로 감형받는 일 없을 것“

    “피해자 입장 충분히 반영,성범죄 개념 합리적 정립 방안 도출할 것”청와대는 14일 ‘성범죄 양형기준이 가해자 중심‘이라고 지적한 국민 청원에 대해 ‘피해자 입장을 반영해 양형 기준을 정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답변자로 나선 청와대 강정수 디지털소통센터장은 “정부는 앞으로 성범죄에 대한 엄정 대응 기조를 한층 강화하고,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의 입장이 충분히 반영되도록 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해 11월 15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온 청원은 한달 간 26만 4102명의 동의를 받았다. 청와대는 청원 종료 후 한 달 내에 답변을 완료해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지난달 14일까지 답을 내놔야 했지만, 신중한 검토를 위해 이를 연기한 바 있다. 성폭력 피해자라고 자신을 소개한 청원인은 “가해자가 자신의 죄를 인정했음에도 재판에서는 기소유예 판결이 났다”며 “순전히 가해자 중심적인 판결이었다”고 지적했다. 성범죄 성립 조건이 ‘항거 불능할 정도의 폭행과 협박’인데, 피해자가 이를 직접 증명해야 하고, 여전히 가해자에게 감정이입하는 수사기관 인식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강 센터장은 성범죄 수사·처벌 및 양형에 대해 “사회적 약자인 여성, 장애인,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중대 범죄인 성범죄가 근절되지 않고 있고, 여전히 수사·재판 과정에서 가해자의 부당한 변명이 받아들여져 감형되는 사례도 적지 않은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학계, 시민사회와 연계해 비동의 간음죄 논의와 더불어 강간, 강제추행죄를 비롯한 성범죄 개념이 합리적으로 정립될 수 있는 방안을 도출하겠다”고 답변했다. 또한 ”기존에 양형기준이 마련되지 않았던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합리적인 양형기준이 마련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성폭력 수사 인력의 전문성 강화 방침도 밝혔다. 강 센터장은 “전국 11개 검찰청에 설치된 여성아동범죄조사부의 전담 검사, 수사관을 중심으로 성폭력 전담 수사체계를 확립하고, 성인지 감수성 배양을 위한 교육을 지속적으로 실시해,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를 방지하도록 하겠다”며 “성범죄자들의 부당한 변명이 받아들여져 선처, 감형받는 일이 없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성범죄 처벌 기준에 대해서도 “최근 대법원은 피해자가 합리적인 저항을 했음에도 강제로 행위에 나아갔다면 강간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판시하는 등 성범죄 성립 기준을 완화하는 추세이고, 검찰도 이에 따라 강간죄에 대하여 전보다 적극적으로 기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폭행·협박, 위계·위력 이용이 없더라도 피해자가 성관계에 동의하지 않은 경우 처벌할 수 있도록 강간죄의 성립 범위를 넓히는, 이른바 ‘비동의 간음죄’를 신설하고자 다수의 관련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라고 덧붙였다. 강 센터장은 “성 인지 감수성 배양 교육을 지속적으로 실시해 피해자의 2차 피해를 방지하겠다”고 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헌재 “아동·청소년 추행범 신상정보 등록은 합헌”

    아동·청소년을 추행해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도록 한 법률 조항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아동·청소년 강제추행죄로 벌금 500만원을 확정받은 A씨가 신상정보 등록대상자로 선정된 것에 대해 기본권 침해를 주장하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6대3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고 8일 밝혔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는 아동·청소년에 대한 강제추행죄로 유죄판결이 확정된 사람을 신상정보 등록대상자로 규정하고, 경찰에 신상정보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출입국 시 경찰에 신고하고 연 1회 경찰을 직접 만나야 한다. A씨는 “범죄별 재범 위험성을 고려하지 않고 불복 절차 없이 일률적으로 신상정보 등록의무를 부과한 것은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며 2017년 4월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는 “신상정보 등록대상 조항은 성폭력범죄의 재범을 억제하고 조속한 검거 등 효율적인 수사를 위한 것”이라면서 “등록 자체로 인한 기본권 제한보다 등록을 통해 달성되는 공익이 매우 크다”고 판단했다. 출입국 신고 의무도 6개월 이상 외국에 체류하는 경우에만 신고를 요구한다는 점을 들어 기본권 침해로 볼 수 없다고 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술 취해 기억 안 나” 승무원 성추행 몽골 헌재소장 벌금 700만원

    “술 취해 기억 안 나” 승무원 성추행 몽골 헌재소장 벌금 700만원

    “몽골 가면 가만 안 둬” 협박성 폭언은피해자가 처벌 원치 않아 불기소 처리기내에서 여성 승무원을 성추행하고도 술에 취해 기억이 안 난다며 오리발을 내밀었던 몽골 헌법재판소장이 벌금 700만원에 약식기소됐다. 인천지검 외사부(양건수 부장검사)는 13일 강제추행 및 항공보안법 위반 혐의로 드바야르 도르지(52·Odbayar Dorj) 몽골 헌법재판소장을 벌금 7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고 밝혔다. 약식기소는 벌금, 몰수 등 재산형을 선고할 수 있는 사건이라고 검찰이 판단해 법원에 청구하면 공판 절차 없이 약식명령만으로 형을 내릴 수 있는 간소한 절차다. 검찰 관계자는 “벌금 700만원을 선납 받아 약식기소했다”면서 “피의자가 외국인인 점과 다른 유사 사례 등을 고려해 벌금 액수를 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건이 운항 중인 기내에서 발생했고 피의자가 범행 직후 면책특권을 주장하며 조사를 회피하려 했다”면서 “다른 승객의 안전 운항을 저해한 점 등도 고려해 벌금 액수를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강제추행죄의 법정형은 징역 10년 이하, 벌금은 1500만원 이하다. 항공보안법 위반죄의 경우 징역형 없이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만 선고할 수 있다. 도르지 소장은 지난달 31일 오후 8시 5분쯤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하던 대한항공 여객기 내에서 여성 승무원의 엉덩이를 만지는 등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도르지 소장은 사건 발생 하루 뒤인 지난 1일 첫 조사 때 “뒷좌석에 앉은 다른 몽골인이 승무원을 성추행했는데 자신이 오해를 받았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이달 6일 2차 조사 때는 “술에 취해 기억나지 않는다”며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후 “피해자들이 그런 주장을 했다면 (내가) 술에 취해 그랬을 수는 있다”며 일부 혐의를 인정했다. 도르지 소장은 사건 발생 당시 통역을 담당한 몽골 국적의 또 다른 승무원에게 “몽골에 돌아가면 가만두지 않겠다”며 협박성 폭언을 한 혐의도 받았다. 그러나 경찰은 피해자인 몽골 국적 승무원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힘에 따라 협박 혐의는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도르지 소장과 일행인 몽골인 A(42)씨는 성추행 사건이 발생한 지난달 31일 사법경찰 권한이 있는 대한항공 직원들에게 현행범으로 체포돼 경찰에 넘겨졌으나 외교 여권을 제시하며 면책특권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은 외교부나 경찰청 본청 외사과에 면책특권 대상인지 확인조차 하지 않고 이들을 석방해 논란이 일었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전문직 강간·강제추행 피의자는 의사·종교인·예술인·교수 순

    전문직 강간·강제추행 피의자는 의사·종교인·예술인·교수 순

    최근 5년간 전국에서 종교인, 의사, 교수 등 전문직 중 강간·강제추행죄로 피의자 입건된 사람은 4760명으로 나타났다. 이들 전문직들의 성범죄 피의자 입건은 꾸준히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정인화 의원(광양·곡성·구례)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요구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전체 강간·강제추행 피의자 입건자는 11만 7000명이다. 2014년 2만 936명에서 2018년 2만 5355명으로 21% 증가했다. 전문직이 차지하는 비중도 함께 높아졌다. 2014년 성범죄 피의자 중 전문직군이 차지하는 비율은 2만 936명 중 638명으로 3%에 불과했지만 2015년 3.37%, 2016년 3.7%, 2017년 4.65%로 해가 지날수록 커졌다. 지난해에는 2만 5355명 중 1338명(5.3%)으로 5%를 넘어섰다.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전문직은 의사(539명/11.3%), 종교인(510명/10.7%), 예술인(407명/8.6%), 교수(167명/3.5%), 언론인(59명/1.2%), 변호사(28명/0.6%) 순이었다. IT전문가, 변리사, 강사 등 ‘기타 전문직’은 3050명으로 64%를 차지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전산 시스템상 의사, 변호사, 예술인, 교수, 언론인 외 전문직이 모두 ‘기타 전문직’으로 분류되고 있기 때문에 어느 전문직의 비율이 높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 5년간 전문직 성범죄 피의자 입건도 꾸준히 증가했다. 이런 경향은 대부분의 전문직군에서 나타났다. 매년 큰 증가 추이를 보인 직업은 교수와 예술인, 의사다. 교수는 2014년 20명에서 2018년 55명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예술인은 57명에서 110명으로 93%, 의사는 71명에서 136명으로 92% 증가했다. 종교인 역시 2014년 83명에서 2018년 126명으로 52% 늘어났다. 정인화 의원은 “고도의 전문성을 가진 전문직의 성범죄는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고 가해자의 우월적 지위로 피해자의 대처가 쉽지 않은 만큼 적극적인 수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범죄 근절을 위해 엄정한 법집행이 필요하다”며 “통계 시스템의 개선과 더불어 전문직의 윤리의식 함양과 자정노력 등 다각적인 접근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광양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단독]‘양예원 강제추행·사진 유포’ 40대 징역 2년 6개월 확정

    [단독]‘양예원 강제추행·사진 유포’ 40대 징역 2년 6개월 확정

    대법원 “원심 판단 잘못된 바 없어”양씨 “비슷한 피해자들에게 힘되길”‘비공개 촬영회’에서 유튜버 양예원(25)씨 등 여성 모델들을 성추행하고 사진을 불법 유출한 혐의로 재판 받아온 최모(45)씨에 대한 징역형이 확정됐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강제추행과 성폭력범죄특례법상 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구속기소된 최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2년6개월과 80시간의 성폭력 치료강의 이수, 5년간의 관련기간 취업제한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최씨는 2015년 7월 서울 마포구 소재 한 스튜디오에서 비공개 조건으로 촬영된 양씨의 노출사진을 지인들에게 전송하는 등 유출하고 2016년 8월에는 양씨의 속옷을 들추는 등 모델 2명을 강제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동안 최씨는 사진 촬영과 유출 혐의에 대해서는 인정했지만, 강제추행 혐의는 부인해 왔다. 그러나 1·2심 재판부는 “피해자들의 진술이 주요 부분에서 일관되고, 구체적이며 모순되는 부분이 없는 등 신빙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또한 “여성 모델의 사진을 인터넷을 통해 유포함으로써 공공연히 전파돼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가 발생하는 등 피고인의 죄질이 가볍지 않으며, 피해회복을 위한 노력도 특별히 하고 있지 않아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고도 판시했다. 대법원도 “원심의 판단에 사실을 잘못 인정하거나 강제추행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며 유죄 판결을 확정했다. 양씨는 판결 직후 서울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견뎌 결국 단 한번의 패소없이 이겼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는 또 “나와 비슷한 일을 겪은 피해자들에게 판결이 힘이 되고, 이번 판례가 잘 쓰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앞서 연희단거리패 단원들을 상습 성폭력한 연극연출가 이윤택(67)씨도 대법원에서 징역 7년의 실형을 확정받는 등 지난해 초 확산된 ‘미투 운동’(성폭력 피해 사실을 공개 고발하는 것) 때 가해자로 지목된 당사자들의 처벌 수위가 속속 결정되고 있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여기는 중국] 여대생 성추행 뒤 살해·유기한 20대 남성, 사형 선고

    중국에서 여대생을 살해하고 그 시신을 잔인하게 훼손한 뒤 유기한 남성에 대해 사형이 선고됐다. 중국 저장성 항저우 중급 인민법원은 지난해 11월 실종된 여대생 탄모양의 실종 사건과 관련, 최근 공안에 붙잡힌 웅즈청(25·무직)씨에 대해 고의 살인죄 혐의를 인정해 최고 형량인 ‘사형’을 선고했다고 이같이 밝혔다. 공개재판 형식으로 진행된 재판에 참석한 관계자에 따르면 피고인 웅씨는 ‘사형’을 판결받은 것 이외에도, 불법도박 혐의를 인정받아 ‘정치 참여 권리 종신 박탈’과 강제추행죄 혐의로 징역 5년 등이 추가로 확정 선고됐다. 재판부는 이번 사형 판결에 대해 피해자 탄양이 “살려 달라”는 등 애원하는 중에도 불구하고 해당 피해 여성을 강제로 추행한 뒤, 시신 구석구석을 잔인하게 훼손한 것에 대해 “죄질이 매우 나쁘다”고 설명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광시성 출신의 무직자 웅씨는 지난 2017년부터 2018년까지 온라인 도박 사이트 등을 통해 수억 원 대의 빚을 지고 이를 제때 상환하지 못하면서 금전적인 어려움에 부닥쳐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도박 빚에 쫓기던 웅씨는 자살을 결심, 여행자들이 주로 찾는 여행지를 찾아가 자살에 적합한 지역을 물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저장성 소재 시후(西湖) 풍경구에서 사건 당일 피해 여성 탄양을 발견, 해당 여성을 살해한 뒤 웅씨 자신도 따라 죽겠다는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 여성 탄양은 영국 소재 대학원 졸업을 앞두고 홀로 여행을 떠나 왔던 중이었다. 저장성 출신의 탄양은 대학 졸업 이후 줄곧 해외 유학 생활을 하던 중 최근 학위 과정 졸업을 앞두고 귀국해, 국내 여행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당일이었던 지난해 11월 13일, 탄양은 시후 풍경구의 등산을 하던 중 그에게 사진 촬영을 부탁하며 접근한 피고인 웅씨의 유인으로 인적이 드문 장소에서 이런 변을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산속 인적이 드문 장소에 도착한 웅씨는 곧장 준비했던 칼로 탄양을 위협, 강제 추행한 뒤 피해 여성의 흉부를 수십 차례 찔러 사망에 이르게 했다. 더욱이 탄양이 사망한 이후 피고인 웅씨는 그녀의 목과 팔 등 신체의 상당 부분을 칼로 심각하게 훼손한 뒤 산 비탈길로 사체를 떠밀어 유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적이 드문 산비탈에 사체가 유기된 탓에 유가족들은 탄 양의 실종 신고를 마친 이후, 15일 저녁에서야 탄양의 사체를 찾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날 재판장에는 유가족들이 참석, 피고인 웅씨에게 최고형인 ‘사형’이 선고되는 것을 직접 목격했다. 유가족들은 웅씨에게 사형이 선고되자 울음을 참지 못하면서도 “사회 정의가 실현된 것”이라는 짧은 소감을 밝혔다. 하지만 이날 사형 선고를 받은 웅씨는 재판장 내에서 선고가 확정되는 순간에도 표정의 변화가 없었다고 현지언론은 전했다. 한편 재판부 관계자는 “웅씨가 이미 사형이 선고될 것을 예측한 것처럼 보였다”면서도 “정의가 실현됐다는 방청석의 의견이 다수였지만, 이미 피해자 탄양이 사망해 돌아오지 못하는 사건이라는 점에서 다시는 이런 강력 범죄가 재발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임지연 베이징(중국) 통신원 cci2006@naver.com
  • ‘강제 추행 혐의’ 신화 이민우, 기소의견 송치

    ‘강제 추행 혐의’ 신화 이민우, 기소의견 송치

    피해자와 합의했지만 ‘비친고죄’라 계속 수사서울 강남의 한 술집에서 여성 2명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 그룹 신화의 이민우(40)씨가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강제 추행 혐의로 입건된 이씨를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지난 15일 송치했다고 1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술집에서 술을 마시던 중 옆 테이블에 앉아 있던 20대 여성 2명을 강제추행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평소 알고 지내던 사이로 알려졌다. 경찰은 확보한 주점 내 폐쇄회로(CC)TV 영상과 강제추행죄가 비친고죄인 점 등을 고려해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사건 당일 경찰 조사에서 피해자는 “성추행을 심하게 당했다. 이씨가 양 볼을 잡고 강제로 키스했다. 특정 신체 부위를 만지기도 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해당 행위가 있었던 사실을 CCTV 영상을 통해 확인했다. 피해자는 이씨 측과 합의 후 고소를 취하했다. 하지만 강제추행은 비(非) 친고죄다. 비친고죄란 피해자 의사나 당사자 간 합의와 상관 없이 수사 및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범죄를 말한다. 이씨는 지난달 14일 경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받으면서 “친근감의 표현이고 장난이 좀 심해진 것일 뿐 다른 의도는 없었다”면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가 고소를 취하해도 성추행 사실은 변하지 않기 때문에 기소의견을 냈다”고 말했다.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 조현병 치료 거부하고 시민·경찰 폭행 30대男 실형

    조현병 치료 거부하고 시민·경찰 폭행 30대男 실형

    나체로 5분간 거리 돌아다니기도1심 “이유 없이 약 복용 거부, 선처 무의미”2심 “조현병 심신미약 감안”…2개월 감형약 복용 거부 등 조현병 치료를 거부한 채 길 가던 무고한 시민을 마구 폭행하고 출동한 경찰관까지 뺨을 때리는 등 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30대 남성에게 2심 재판부가 실형을 선고했다. 다만 조현병으로 인한 심신 미약인 점을 감안해 형량은 줄여 줬다. 5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부산지법 형사3부(남재현 부장판사)는 상해, 공무집행방해, 공연음란 혐의로 기소된 A(32)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조현병을 앓던 A씨는 2017년 12월과 2018년 2월 우연히 마주친 시민을 주먹으로 무자비하게 폭행해 현행범으로 체포된 뒤 경찰관에게도 욕설하고 뺨을 때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지난해 9월에도 나체로 거리를 5분간 돌아다닌 혐의도 받았다. 앞서 공무집행방해죄와 강제추행죄로 각각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A씨는 집행유예 기간에 이러한 범행을 저질렀다. 1심은 “조현병이 사건 원인으로 보이지만 A씨가 별다른 이유 없이 약 복용을 거부하는 등 치료 의지가 전혀 없는 점을 고려하면 선처는 무의미하다”며 징역 1년을 선고했다. A씨가 형이 무겁다며 항소한 2심에서 재판부는 “집행유예 기간 보호관찰관 지시에 응하지 않고 이 사건 범행까지 저질러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면서 “다만 조현병으로 의사결정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른 점, 상해 피해자와 합의한 점 등을 고려했다”며 감형 이유를 설명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故장자연 사건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하라”

    “권력관계 성폭력, 범죄 특례조항 필요” 고 장자연씨 사건에 대한 공소시효가 대부분 완성됐다는 시각이 팽배한 가운데 원외정당과 시민단체에서 시효 문제 해결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주장하고 나섰다. 하승수 변호사(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는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시효 정지 조항을 포함한 ‘장자연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토론회에는 ‘장자연 리스트’의 목격자인 윤지오씨를 비롯해 신지예 녹색당 공동위원장, 배복주 장애여성공감 대표,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 등이 참석했다. 해당 사건은 5월 말 활동 종료 예정인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에서 조사하고 있지만, 2007~08년에 일어난 사건이기 때문에 강요죄(5년), 강제추행죄(10년), 직권남용(7년) 등 대부분 시효가 이미 완성됐다. 조사단은 무고죄 적용도 검토했으나, 이 역시 11일로 시효가 완성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하 변호사는 “1995년 제정된 ‘5·18 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역시 이미 시효가 완료된 가해자가 있었음에도 특별법에 ‘국가의 소추권행사에 장애사유가 존재하는 기간’ 동안 시효가 정지된다는 조항을 추가해 처벌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기존의 법을 변경해야 할 공익적 필요는 심히 중대한 반면, 법적 지위에 대한 개인의 신뢰를 보호해야 할 필요가 상대적으로 적어 정당화될 수 있는 경우’에 소급입법도 합헌이라고 판단했다. ‘권력관계 성폭력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 특례 조항을 신설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현행법상 성폭력 범죄를 당한 미성년자가 성년이 되는 날까지는 시효가 정지되며, 특히 13세 미만 아동을 상대로 한 성범죄는 아예 시효가 적용되지 않는다. 신 위원장은 “권력형 성범죄는 가해자들이 직장이나 학교에서 피해자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경우가 많아 쉽게 피해를 드러내지 못한다”면서 “피해자가 가해자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시점부터 시효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실질적인 입법 과정은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 원외정당인 녹색당의 입법안에 호응하는 원내정당이 아직 없기 때문이다. 하 변호사는 “이제 공론화의 시작”이라며 “한국 국회 상황에서 섣불리 제안하긴 어려운 것이 현실이지만 앞으로 논의를 통해 구체화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윤씨는 이날 인사말에서 “공소시효라는 악법이 폐지되기가 쉽지 않은 것을 보며 ‘악법도 법이다’는 말을 실감하게 된다”면서 “2009년 세상에 처음 알려지게 된 이 사건은 시간이 흘러 2019년이 됐지만 10년 전에서 정체돼 진실을 규명함에 많은 어려움이 따랐고, 현재 16번째 증언을 마친 상태”라고 말했다.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용기 낸 미투에 사법이 답하다...폭로 11개월 만에 가해 교사 실형

    용기 낸 미투에 사법이 답하다...폭로 11개월 만에 가해 교사 실형

    가해자, ‘피해 학생 편지’ 증거로 제출했지만 경찰, 강제추행 대신 아동복지법 학대로 송치 檢, 친밀한 관계도 학대로 처벌 가능 “피고인을 징역 1년 6월에 처한다.” 미투 사건에 연루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 대한 2심 선고가 있었던 지난 1일 서울중앙지법 서관 506호 법정에서는 또 한 명의 미투 가해자에 대한 재판이 진행됐다. 가해자는 지난해 5월까지 서울의 한 여중에서 근무했던 교사. 그는 8년 전 제자에게 해서는 안 될 행동을 했다는 이유로 법정에 섰다.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16단독 최미복 판사는 아동복지법(아동에 대한 음행 강요·매개·성희롱 등) 위반 혐의로 기소된 가해자 A(40)씨에게 실형을 선고하면서 “도주 우려가 있다”며 법정구속했다. A씨는 2010~2011년 당시 방과 후 과정에서 만난 학생 이모양을 수차례 추행한 혐의를 받는다. 재판부는 “중학생 피해자를 상대로 자취방이나 모 아파트 근처에서 행한 가해자의 행위에 대해 사실관계가 대체로 인정된다”고 봤다. A씨에게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명령과 함께 3년간의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취업 제한도 선고했다. 이에 피고 측은 지난 7일 항소장을 제출했다. 그러자 검사도 이튿날인 8일 항소 이유서와 함께 항소장을 냈다. 현재 대학에 진학한 이양은 7년 동안 그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했던 상처의 기억을 지난해 3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렸다. 서지현 검사의 미투 폭로 등에서 용기를 얻게 된 이양이 힘겨운 싸움을 시작한 것이다. SNS에 올린 뒤 가족들에게도 “중학교 시절 한 교사로부터 1년여간 성폭력을 당했다”고 알렸다. 주변 친구들, 선·후배들은 이양의 SNS 글을 퍼나르며 “제자에게 성폭력을 행사한 교사가 강단에 서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외쳤다. 갑작스런 미투 사건에 휘말린 학교가 떠들석해지기 시작했고, 급기야 서울교육청의 특별감사까지 받았다. 감사 결과에 따라 A씨는 지난해 5월 해임됐다. 경찰 조사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지난해 4월 이양 측에서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하면서 내사 단계에서 본격 수사로 전환됐지만 가해자와 피해자의 진술이 엇갈렸다. 경찰은 여러 차례 소환 조사를 했다. 하지만 사건이 발생한 지 상당한 시간이 흘러 혐의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가해자 측은 과거 이양으로부터 받은 손 편지 등을 증거로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예기획사 대표의 미성년자 성폭행 사건에서 학생 측이 쓴 편지가 발단이 돼 유죄가 무죄로 뒤집어진 판례 등을 연구한 경찰은 고심 끝에 강제추행죄 대신 아동복지법 위반으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아동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성희롱 등 성적 학대 행위를 처벌 대상으로 삼는 아동복지법으로 돌파구를 마련한 것이다. 이후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 박은정)는 지난해 6월 경찰의 수사 내용을 바탕으로 A씨를 아동복지법 위반으로 기소했다. 검찰 관계자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적대적 관계라면 강제추행을 적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사건처럼 친밀한 관계였다 해도 반복적이고 직접적인 접촉이 있었다면 아동복지법상 학대에 해당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미투 1년]“보복 고소·여론전 된 미투…잊혀질까 두려워 오늘도 싸웁니다”

    [미투 1년]“보복 고소·여론전 된 미투…잊혀질까 두려워 오늘도 싸웁니다”

    제자 “2015년 H교수, 강제 입맞춤·사과” 폭로하 교수 즉각 명예훼손 맞고소… 여과없이 보도커뮤니티·댓글선 피해자 겨냥 “꽃뱀” 마녀사냥인권위 “교수 지위 이용해 강제추행” 수사 의뢰檢 9개월 만에 기소… 학교측 ‘직위해제’ 처분만피해자, 무료 법률지원 다 소진… 소송비용 걱정첫 재판 앞둬… “지난한 싸움 했는데 이제 시작”“정의가 승리했다.” 지난 23일 서지현 검사가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의 징역 2년형 선고 소식을 듣고 내놓은 일성이다. 그는 수년 전 안 전 국장으로부터 성추행당했음을 지난해 1월 29일 검찰 게시판을 통해 폭로했다. 국내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운동의 시작이었다. 이후 법조계와 학계·문화계·종교계 등에서 “나도 피해자”라는 외침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고발자 대부분은 1년이 지난 지금까지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마음을 졸이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회적 관심도 시들해졌다. ‘동덕여대 H교수 사건’도 그중 하나다. 지난해 3월 ‘H’가 하일지라는 유명 소설가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주목을 받은 것도 잠시뿐. 학생들은 유명인이자 교수인 피고인과의 법적 공방은 물론 2차 가해와도 싸우고 있다. 이들이 버텨낸 지난 1년은 어땠을까. “사람들의 관심이 없어질까, 학내에서조차 잊힐까, 앞으로 기사로 다뤄줄까… 이 모든 게 사실 두려워요.” ‘동덕여대 H교수 제자 성추행 사건’은 2018년 봄을 뜨겁게 달군 이슈였다. 피해자와 가해자의 공방은 핑퐁 게임처럼 전개되며 매일 생중계됐다. 그러나 이후 잇단 고소로 확전된 것을 아는 사람은 드물었다. 피해자들은 여전히 지난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약 9개월 만인 지난달에야 경찰·검찰의 수사가 모두 마무리됐고 이제 겨우 첫 재판을 앞두고 있다. 지난 1년간 피해자와 함께해 온 사람들은 학생 10여명으로 꾸려진 연대체다. ‘동덕여대 H교수 사건 비상대책위원회’ 문아영 공동의장은 지난 시간이 “힘겨운 공방이 오간 지난한 싸움이었다”면서도 “그런데도 이제야 시작이라는 게 참…”이라며 한숨지었다. ●10여명 연대체 꾸려 대응… “관심 없어질까 불안” 사건의 단초는 ‘안희정 성폭력 사건’을 두고 벌어진 설전이었다. 지난해 3월 14일 동덕여대 익명 게시판에는 고발성 글이 하나 게시됐다. 이날 문예창작학과 수업에서 하 교수가 ‘안희정 사건’ 피해자 김지은씨와 관련해 “결혼해 준다고 했으면 안 그랬을 것. 질투심 때문”이라면서 “피해자가 알고 보니 이혼녀더라. 이혼녀도 욕망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는 내용이었다. 또 “(소설) 동백꽃은 처녀가 순진한 총각을 성폭행한 내용인데 얘도 미투 해야겠네”라는 하 교수의 말도 언급됐다. 하 교수의 발언은 교내에서 ‘미투 폄훼’ 논란을 일으켰다. 폭로는 이튿날 터져 나왔다. 이 대학 학생인 A씨는 대학 커뮤니티를 통해 ‘2015년 12월 H교수가 자신에게 강제로 입을 맞추고서 사과했다’며 교수의 성추행을 폭로했다. 여론은 들끓었고, A씨의 용기에 대한 지지가 잇따랐다. 교수의 대응은 빨랐다. 4일 만인 같은 달 19일 기자회견에 나서 “미투라는 이름으로 무례하고 비이성적인 고발이 자행되고 있다”며 혐의를 강력히 부인했다. 그리고 피해자를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및 상습협박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여론은 변했다. 대중은 직접 카메라 앞에 서 제자와 주고받은 애정 어린 이메일을 공개한 하 교수에게 힘을 실어줬다. 당당하니 고소까지 했을 것이라고 지레짐작했다. 언론은 그의 말을 그대로 받아 적었다. 문 공동의장은 “피해자를 공격하는 가해자의 말을 여과 없이 받아 적은 데다 심지어 단독 인터뷰를 내보낸 매체들은 해당 발언이 사실인지 여부를 피해자에게 묻지 않았다”면서 “피해자에 대한 최소한의 취재 시도조차 없었다”고 꼬집었다. 그때부터 A씨는 교수를 갈취하려 한 ‘꽃뱀’이 됐다. 비인격적 표현이 피해자와 그와 연대하는 학생들에게 쏟아졌다. 댓글창과 커뮤니티는 마녀사냥의 장이 됐다. 4월 20일 A씨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수사당국과 인권위는 피해자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 종암경찰서는 지난 7월 가해 교수가 피해자를 고소한 명예훼손 사건에 대해 ‘혐의 없음’이라고 결론 내렸다. 검찰도 지난 12월 피해자를 불기소 처분했다. 한편, 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는 지난 7월 검찰총장에 이 사건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 서울신문이 비대위를 통해 입수한 인권위 결정문에 따르면 인권위는 “대학교수라는 업무관계에서의 지위를 이용해 학생인 진정인에게 육체적, 성적 언동을 한 행위는 성희롱 행위에 해당한다”면서 “피진정인의 키스 행위가 강제추행죄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을 배당받은 서울북부지검은 지난달 13일 하 교수를 강제추행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강한 반발에 피해자 숨기도… 일상 다 바쳐야 하는 싸움” 그러나 이 같은 진행 상황을 아는 사람도, 궁금해하는 사람도 많지 않다. 대부분의 기억은 교수의 반박 기자회견과 고소, 그 어딘가에 멈춰 있었다. 학교도 적극적이지 않다. 해당 교수가 사임 의사를 표했지만 학교는 “사법당국의 판단을 지켜본 후 결정하겠다”며 직위해제에서 처분을 멈췄다. 그 사이 가해는 계속됐다. 피해자를 꽃뱀으로 규정한 프레임 속에서 피해자는 고소당한 ‘가짜 미투자’로 낙인찍혔다. 한 시인은 공개적으로 하 교수를 ‘가짜 미투’의 피해자라고 옹호하며 피해자의 얼굴과 실명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개했다. 어려운 싸움 끝에 이들은 가해자에 대한 기소 처분을 받아냈고 허위사실 유포 혐의도 벗었다. 문 공동의장은 “그나마 이 사건은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대학가의 다른 사건은 상황이 너무 어렵더라”면서 “미투 운동 때 나온 피해자가 분명 다수였는데 법적 대응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사람은 적었고, 소송을 행동에 옮긴 사람은 더 소수였다”고 전했다. 실제로 수많은 대학가 미투가 잊혀지고 있다. 여러 대학은 가해 교수에게 솜방망이 징계를 내렸다. ‘정직 3개월’은 대학본부가 학내 성폭력에 대응하는 가장 손쉬운 도구였다. 강력한 백래시(반발)에 피해자가 다시 수면 아래로 숨어버리기도 했다. 문 공동의장은 “여성들이 말하기 시작했지만 백래시가 너무 컸다”고 돌아봤다. 그는 “피해자가 사실을 말하고 당사자를 고소하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힘든데, 보복성 고소와 여론전까지 더해지면 정말 견딜 수 없어진다”면서 “피해자가 온 일상을 다 바쳐야 하는 게 이 싸움”이라고 말했다.이런 상황은 대학가만 겪는 일이 아니다. 한때 뜨거웠던 미투 운동에 대한 관심은 야속할 만큼 식어버렸다. 안희정·이윤택 사건 등 유명인 사건 정도만 세간의 관심을 받는다. 유명세가 덜한 가해자들은 하나둘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오고 있다. 또 성폭력 사건의 특성상 익명 폭로가 상당수였기 때문에 폭로가 사실로 드러났더라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경우도 많다. 하일지 성폭력 사건은 10개월이 지났지만 이제부터 시작이다. 이 사건 재판이 언제 끝날지 아무도 알 수 없다. 2심을 거쳐 3심까지 가며 기나긴 법정 다툼을 이어가야 할 수도 있고, 피해자를 겨냥한 또 다른 고소가 들어올지도 모른다. 피해자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 피해자 A씨는 이미 국가로부터 받는 무료법률지원도 제한된 횟수만큼 다 써버려 소송 비용도 걱정이다. 하지만 이들은 진실이 언젠가 명명백백 드러날 것이라는 믿음으로 버티고 있다. 문 공동의장은 “전엔 ‘나마저 꽃뱀으로 여겨질까’ 우려해 목소리 내지 못했던 여성들이 이젠 ‘네가 꽃뱀이라고 말하는 행위는 잘못된 거야’라고 말할 수 있는 사회가 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수그러드는 관심에 불안과 두려움이 있지만, 조금 더 좋은 세상에서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이 피해당하지 않고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버티고 또 버틴다”고 했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전자발찌 차고 여고생 추행후 도주

    경기 성남에서 30대 성범죄 전력자가 여고생을 추행한 뒤 전자발찌를 끊고 달아나 경찰과 성남보호관찰소가 추적에 나섰다. 18일 오후 11시 42분쯤 경기 성남시 수정구에서 A(33)씨가 전자발찌를 끊어 도로변에 버린 뒤 달아났다. 법무부 성남 보호관찰소측은 A씨의 도주 확인후 바로 경찰에 공조를 요청, 합동으로 추적에 나섰다. A씨는 도주 4시간여 전인 오후 7시쯤 인근의 PC방에서 옆자리에 있던 한 여고생의 다리를 만지는 등 추행했다는 신고가 접수돼 수사 대상에 오른 상태였다. 피해 여고생은 A씨가 PC방을 나서자 오후 7시 45분쯤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이 PC방 회원정보를 토대로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어 출석을 요구하자 A씨는 “자정까지 지구대로 가겠다”라고 한 뒤 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강제추행죄로 2년여 복역 후 올해 3월 출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영상] 여성들의 분노, 성대결이 아닌 ‘일상화한 공포’입니다

    [영상] 여성들의 분노, 성대결이 아닌 ‘일상화한 공포’입니다

    강남역 살인 사건 이후 2년이 지났지만 여성의 불안, 공포는 그대로다. 또, 문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대책 마련에 집중되지 않고 성대결로 번지는 양상 역시 2년 전과 변함이 없다. 홍대 몰카 사건에서 촉발된 남혐 대 여혐 구도도 마찬가지다.개별적 범죄가 ‘미러링(혐오를 상대에게도 그대로 반사해 적용하는 것)’ 그리고 ‘백래시(반격)’를 거치면 여지없이 성대결 구도로 변질되고 만다. 그러나 35만명 이상이 참여한 ‘여성도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성별 관계없는 국가의 보호를 요청합니다’란 청와대 청원은 성대결 조장이 아닌 공포가 일상화한 대한민국 여성이 국가에 보내는 ‘구호 요청’이다. 실제로 지난 16일 대검찰청은 2017년 한해 동안의 여성 대상 살인, 성폭력 등의 강력범죄가 총 3만 270건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강남역 살인 사건이 발생했던 2016년 2만 7431건보다도 10% 가량 늘어난 수치다. 여성의 불안이 공상이나 과장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최근 ‘몰카’라는 사건을 계기로 다시 촉발됐지만, 일상 속에서 여성이 느끼는 공포는 비단 몰카 뿐만이 아니다. 여성은 일상 곳곳에서 시각적·촉각적 공격이나 폭력을 당한다. 일상 생활을 영유하는 대중적 공간에서조차 여성은 안심할 수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 일상 속 공포는 만연한데 처벌되는 범죄는 일부뿐 최근 논란의 한 가운데에 있는 몰카는 ‘찍는다’고 모두 처벌 받는 것은 아니다. 처벌 받는 행동이 특정되어 있기 때문에, 신고해도 사건 접수가 안 되는 경우도 많다. 특정 부위가 아니라 전신 촬영인 경우,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진에 해당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본다. 실제 판례에도 지하철 몰카범에게 해당 사유로 무죄 판결이 난 사례가 있다. 이모(27·여성)씨는 붐비는 지하철에 서 있는 사이 앞좌석에 앉은 남성에게 몰카를 찍혔다. “남성의 어깨 너머 유리창에 비친 핸드폰 화면이 분명히 내 몸을 찍고 있는 걸 똑똑히 봤다”면서 “그땐 아무 말 못했는데 수치심을 느껴 뒤늦게 찾아보니, 특정 부위가 아니면 처벌할 수 없다더라”면서 “말이 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김모(29·여성)씨는 “마음에 든다, 번호 좀 달라”면서 아파트 지하 주차장까지 모르는 남성이 쫓아왔다. 김씨는 “살고 있는 아파트 동 바로 앞까지 왔기 때문에 또 찾아올지, 나중에 어떤 일이 발생할지 겁이 덜컥 났다”고 말했다. 이와 비슷한 사례는 주변에서 흔히 찾을 수 있다. 여성은 불안을 호소하지만, 남성이 집까지 쫓아와 처벌받는 경우는 ‘집에 침입하거나, 여성에게 신체 접촉을 가했을 때’에 한한다. 직접 접촉한 게 없고 집으로 들어오지 않았다면 사건 접수가 안 된다는 것이 경찰 측의 설명이다. ● 범죄라는 인식 없거나 있어도 잡지 못할 것이란 생각에 신고율 낮아 이모(50·여성)씨는 퇴근길에서 예상치 못한 손길에 깜짝 놀란 후부턴 밤길이 무서워졌다. 한 남성이 길을 걷던 이씨의 다리를 만지고 도망간 것. 이씨는 “처음엔 어이없어하며 넘겼지만 생각할수록 기분이 나쁘고 무서워 이제는 퇴근길에 딸과 만나 함께 귀가한다”고 했다. 이씨의 딸은 “이런 사건이 신고가 되는지도 몰랐지만, 신고한들 잡을 수는 있느냐”고 기자에게 되물었다. 신체 일부를 만지고 도망가는 이른바 ‘만튀(만지고 튀는 것)’는 엄연한 범죄이지만 이씨처럼 ‘범죄로 인식하지 못해서, 잡지 못할 거라 생각해서’ 신고하지 않는 사람도 많다. ‘만튀’는 그러나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는 강제추행죄에 해당한다. ● 주변에서 도와주지 않으면 대중 속에서도 범죄 일어나 변모(61·여성)씨는 아침 출근 버스에서 한 청년이 때리려는 시늉을 한 뒤로 한동안 트라우마에 시달렸다고 밝혔다. 이유도 없이 “확! 씨!”하며 눈앞에서 때리려드는 청년에 놀라기도 했지만 주변에서 아무도 말리거나 신고해주지 않아 더 큰 충격을 받았다. 변씨는 “절대적으로 힘 차이가 나는 상황에서 어떤 반항도 할 수 없는 스스로가 무력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매일 출근길에서 마주치는 청년이기에 해코지를 당할까 신고도 제대로 못했다. 변씨가 불안을 호소하자 그녀의 아들이 며칠을 기다려 청년과 마주했다. 청년은 그제야 “술이 취해서 기억나지 않는다”고 변명하고 변씨에게 사과했다. 판례상 폭행죄는 멱살을 잡거나 때리는 시늉만 해도 인정된다. 하지만 변씨의 사례처럼 주변에서 적극적으로 도와주지 않으면 신고조차 어렵고, 일회성으로 범죄를 저지르고 도망 가버리면 검거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 무엇 하나 쉬운 것이 없게 만드는 일상 속 공포 이 밖에도 야간 택시 이용, 공중화장실 몰카, 남녀 공용 화장실 공포 등 여성들의 일상 곳곳엔 불안 요소가 도사리고 있다.많은 여성들은 “밤에 택시 탔을 때, 택시 기사가 여성이면 크게 안심 된다”고 말한다. 그 순간부터 야간 택시 성추행 및 강도 예방을 위한 행동, ‘뒷자리에 탑승하라’, ‘지인에게 택시 차번호를 알려라’, ‘도착 전까지 졸지 마라’ 등의 불편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겠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루에도 수차례 다녀와야 하는 화장실조차 여성은 마음 편히 갈 수 없다. 특히 강남역 살인 사건의 배경이 됐던 ‘남녀 공용 화장실’과 구멍이 수십 개 뚫려 몰카를 걱정하게 하는 ‘공중 화장실’을 찾을 때면 여성들은 신경이 곤두선다. 남녀공용 화장실을 갈 때면 여성 여럿이서 짝지어 가서 문을 잠그거나 아예 다른 안전한 화장실을 찾는다. 공중 화장실을 갈 때는 구멍을 막을 휴지, 본드나 몰래 카메라 렌즈에 손상을 입힐 바늘, 매니큐어 등을 들고 다닌다는 여성들까지 여성 커뮤니티에 등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최소한의 자기 방어 행동조차 꺼려진다는 목소리도 있다. ‘카메라를 찾으려 구멍에 얼굴을 들이대면 몰카에 본인의 얼굴이 더 크고 선명하게 찍힐까봐 걱정 된다’는 것이다. 몇몇 여성들은 이 같은 상황에서 공중 화장실 이용을 포기한다고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4일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면서 몰카 범죄에 대한 엄벌 의지를 강조했다. 또, 경찰은 화장실 벽에 구멍을 내고 몰래카메라를 설치할 경우 손괴(파손)죄를 추가 적용하는 등 몰카 범죄 대응을 강화하기로 했다.● “많이 무서웠겠다”라는 공감이 절실하다 여성들에겐 공포가 일상이다. 나이가 많건 적건, 낮이건 밤이건, 주변에 사람이 많건 적건 간에 그 어느 여성에게도 세상은 안전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는 언제, 어디에서나 부지불식간에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 피해자를 향해 흔히 하는 “너무 오버하는 거 아니야?”, “밤늦게 다니까 그렇지.”, “짧은 치마는 왜 입어서 그런 일을 만들어?”, “제대로 저항했어야지” 등의 말이 부적절한 이유다. 공감과 이해가 필요한 시점이다. 화장실 몰카 대책처럼 특정 장소, 특정 범죄를 대상으로 제도나 정책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여성이 일상에서 느끼고 있는 공포를 많은 이들이 함께 공감해주는 일이 현시점에선 더 절실하다. “진짜 그래?”, “무고아닐까?”라는 의심을 품는 대신 “그런 불편함이 있구나”, “무서웠겠다”라는 말만으로도 여성은 혼자만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피해 사실에서부터 점차 남성과 여성의 이분법적 구분을 지우고 피해자의 입장에 전적으로 공감할 때, 서로를 향한 날선 혐오도 해소할 수 있다는 게 학계의 중론이다.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 음식점 여종업원 성추행한 뒤 부인한 60대 남성 ‘실형’

    법원이 음식점에서 여성 종업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범행 일체를 부인하던 60대 남성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15일 부산지법에 따르면 형사3단독 이영욱 부장판사는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A(65)씨에게 징역 6개월, 성폭력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선고하고 A씨 신상정보를 2년간 공개·고지하도록 했다. A씨는 지난해 11월 10일 오후 9시쯤 부산의 한 음식점에서 자신이 앉은 테이블 옆으로 지나가던 여종업원의 특정한 신체를 만져 성추행한 혐의다. A씨는 경찰 조사부터 재판에 이르기까지 시종 성추행 혐의를 부인했다. 이 판사는 “여종업원이 피해 사실을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진술하는 점, 손님에게 굳이 허위 사실을 꾸며내 무고할 것으로 보기 어렵고 이를 의심할 만한 사정이나 자료도 없다”며 “A씨 성추행 사실이 충분히 증명된다”고 판시했다. 이 판사는 “범행을 부인한 A씨는 피해자 진술의 증거능력까지 다투는 바람에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피해 사실을 증언한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줬고 욕설까지 했다”며 “2012년 강제추행죄로 벌금 300만원을 받은 전력 등을 고려해 실형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그때의 사회면] 성폭력과 성희롱

    [그때의 사회면] 성폭력과 성희롱

    성폭력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성 문제는 그 자체가 입에 담기조차 민망한 주제여서 언론에서도 단편적인 사건으로서만 다루었을 뿐 1970년대까지는 사회문제로 거의 거론하지 않았다. 형법상 강간죄, 강제추행죄에 의한 성범죄 처벌은 있었지만 사회적 시선을 두려워한 피해자들이 신고를 꺼리는 일도 많았다. 강간과 강제추행에 대한 친고죄(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죄)가 폐지된 것도 2013년 6월로 겨우 5년 전이다.성폭력이라는 용어를 쓴 토론회는 ‘여성의 전화’ 주관으로 1985년 열린 ‘성폭력 간담회’가 처음인 것 같다. 올해로 창립 35주년을 맞는 ‘여성의 전화’가 성폭력을 사회문제로 부각시킨 최초의 구심점이 됐다. 하소연할 데도 없이 ‘쉬쉬’했던 성폭력을 상담을 통해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것이다. 토론회에서는 직장 상사의 성추행과 여상 출신 어린 학생들의 직장 내 성희롱 고민도 기사화됐다. 특히 평화시장의 봉제업주가 다른 직장으로 옮기지 못하도록 미성년 미싱사들을 한 사람씩 성폭행했다는 충격적인 폭로도 있었다(동아일보 1985년 9월 27일자). 성폭력(sexual violence)이 법적 용어가 된 것은 1993년 성폭력특별법 제정 이후다. 직접적인 성폭력이 아닌 언어와 신체 접촉에 의한 성희롱(sexual harassment)이란 개념은 1976년 무렵 미국에서 처음 언급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1980년대에 성희롱, 성적 모욕이란 용어가 간헐적으로 쓰였다. ‘성적 모욕’이란 용어는 1986년의 ‘부천서 성고문 사건’에서 사용됐다. 당시 검찰은 “권인숙씨에 대한 성적 모욕이 없었다”고 허위로 발표하고 문귀동 경장을 기소유예 처분했지만 2년 후 법원이 재정신청을 받아들여 문 피고인은 징역 5년형을 받았다. 우리나라에서 성희롱이 명백한 범죄행위로 규정된 것은 ‘서울대 우 조교 성희롱 사건’의 영향이 크다. 이 사건은 1993년 서울대 화학과 실험실에서 유급 조교로 근무하던 우 조교가 신모 교수로부터 지속적인 성희롱을 당하고 민사소송을 제기해 승소한 사건이다. 이 사건의 변론은 박원순 변호사가 무료로 맡았다. 성희롱 문제가 사회문제로 부각된 것은 여성들의 사회 진출 증가와도 연관이 있다. 1990년대 초반에 이미 직장 여성의 75%가 성희롱을 당한 경험이 있다는 보도가 있다(경향신문 1992년 5월 30일자). 우 조교 사건 이후 1995년 제정된 ‘여성발전기본법’에 성희롱이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했다. 성희롱의 구체적인 개념은 1999년 2월 8일 제정된 ‘남녀차별 금지 및 구제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됐다. 성폭력은 성폭행, 강제추행, 성희롱을 포괄하는 의미로 다뤄지고 있다. 손성진 논설주간 sonsj@seoul.co.kr
  • [이어지는 #미투] 폭행·협박 적용 힘든 미투 가해자…최대 징역 2년 ‘솜방망이 처벌‘뿐

    천주교주교회의 오늘 공개 사과 ‘미투’ 운동을 통해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 상당수가 받게 될 형사 처벌이 징역 1~2년 정도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적으로 들끓는 분노의 수위에 비해 처벌이 솜방망이에 그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경찰 등에 따르면 현재 잇따라 폭로되고 있는 성폭력 피해 사례는 대부분 성추행과 성희롱의 형태를 띠고 있다. 성폭행도 없진 않지만 상대적으로 드물다. 가해자와 피해자는 서로 아는 사이인 경우가 대부분이며 주로 ‘갑을 관계’다. 즉 ‘미투 폭로’의 십중팔구가 위계에 의한 성폭력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점에 비춰 보면 가해자들에게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0조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그러나 이 조항이 규정하고 있는 처벌 수위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불과하다. 형법 제298조도 ‘강제추행’을 규정하고 있다. 처벌 수위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비교적 높은 편이다. 하지만 형법상 강제추행 혐의는 ‘폭행’ 또는 ‘협박’이 있어야만 적용할 수 있다. 법무법인 정률 전우정 변호사는 “강제추행죄는 추행 과정에서 행한 폭행 또는 협박이 피해자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일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 드러난 미투 사례에는 적용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치권은 성폭력 피의자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바른미래당은 권력형 성폭력 범죄의 공소시효와 소멸시효를 연장하는 ‘#미투응원법’(이윤택 처벌법)을 발의할 것을 예고했다. 민주평화당도 강제추행에 실형을 부과하는 ‘갑질 성폭력 방지법’을 당론으로 발의하기로 했다. 법무법인 천일 노영희 변호사는 “성범죄에 대한 처벌 수위가 약했던 과거 기준이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고, 혐의를 입증하기가 어려운 점도 문제”라면서 “성범죄 형량을 높이고 입증 절차 등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수원교구 소속 한모 신부의 성폭력 사실에 대해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공개 사과하기로 했다. 한 신부는 2011년 아프리카 남수단 선교 봉사활동 당시 여성 봉사단원을 성추행하고 강간을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혜리 기자 hyerily@seoul.co.kr
  • ‘업무상 위력 성범죄’ 적용 가능… 공소 시효 등 난관

    유명 연극 연출가 이윤택, 유명 배우 조민기 등이 저지른 성폭력 전력이 연일 폭로되고 있지만 가해자에 대한 법적 처벌이 이뤄질지 회의론도 제기된다. 일반적인 성폭력 범죄의 공소 시효(최대 10년)가 이미 지났거나 피해자 진술을 뒷받침할 물증 확보에 난관이 예상되어서다. ●우월적 지위 인정되면 처벌 가능 이씨는 공소 시효를 방패 삼아 숨은 모양새다. 2013년 6월 법 개정 이전까지 성범죄는 피해자가 범인을 알게 된 날로부터 1년 이내 고소할 때에만 처벌할 수 있는 친고죄였다. 연일 폭로되는 이씨의 성폭력 시점은 2000~2010년 사이에 집중돼 있다. 피해자들이 고소 시한을 놓친 셈이다. 조씨의 성폭력은 비교적 최근에 이뤄졌다고 피해자들이 증언하고 있지만 조씨가 완강하게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향후 공방이 예상된다. 공소 시효 등의 제약이 없다면 둘을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은 형법과 성폭력처벌특례법에 산재해 있다. 먼저 피해자들이 ‘왕’이나 ‘절대권력’으로 묘사한 둘에게 최우선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처벌조항으로 업무상 위력에 의한 성범죄가 꼽힌다. 형법상 강제추행이나 강간은 피해자가 저항할 수 없는 폭행이나 협박이 존재해야 성립하는 범죄지만 업무상 위력에 의한 성범죄는 우월적 지위였다는 점이 인정되면 처벌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씨는 공연 배역을, 청주대 겸임교수였던 조씨는 성적과 출연 기회를 좌우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다. ●범행 상습성 인정 땐 형량 1.5배 가중 강제추행죄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 벌금에, 강간죄는 3년 이상 징역에 처할 수 있다. 위력에 의한 추행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에, 위력에 의한 간음죄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할 수 있다. 범행의 상습성이 인정되면 형량이 1.5배 가중될 수도 있다. 이씨가 사과 기자회견에서 “성관계는 있었지만 성폭행은 없었다”고 주장한 대목은 경우에 따라 명예훼손, 모욕죄 등으로 처벌될 여지도 있다. 허윤 변호사는 “공개된 장소에서 허위사실을 공표해 피해자를 명예훼손 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여배우 폭행’ 김기덕 감독, 벌금 500만원 약식기소

    ‘여배우 폭행’ 김기덕 감독, 벌금 500만원 약식기소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부장 박지영)는 촬영 현장에서 여배우 A씨의 뺨을 2차례 때린 혐의로 영화감독 김기덕씨를 벌금 5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고 7일 밝혔다. 김 감독에게 강제추행죄나 모욕죄를 적용하지는 않았다.영화 ‘뫼비우스’(2013년 개봉)의 주연을 맡은 A씨는 김 감독이 대본에 없는 베드신 촬영을 강요하거나 상대 남자배우의 성기를 만지게 했다며 지난 8월 김 감독을 폭행, 강제추행, 모욕 혐의로 고소했다. 이즈음 ‘영화감독 김기덕 사건 공동대책위원회’는 “영화감독이라는 우월적 지위와 자신이 절대적으로 장악한 촬영 현장을 비열하게 이용한 사건”이라면서 “영화계에서 연출·연기·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벌어지는 여성에 대한 폭력을 끊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A씨를 2차례 불러 조사했고, 지난달 27일 김 감독을 소환조사했다. 김 감독은 검찰 조사에서 A씨를 폭행했다고 인정하면서도 “연기 지도를 위한 것일 뿐 고의는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폭행 혐의를 인정한 김 감독을 약식기소했지만, 강제추행치상 및 모욕 혐의에 대해선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강제추행치상죄로 처벌할 증거가 불충분하고, 모욕죄로 처벌하기엔 범행 뒤 6개월로 제한된 고소기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기소하지 않았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정정보도문] 영화감독 김기덕 미투사건 관련 보도를 바로잡습니다 영화감독 김기덕 미투사건 관련 보도를 바로 잡습니다. 해당 정정보도는 영화 ‘뫼비우스’에서 하차한 여배우 A씨 측 요구에 따른 것입니다. 본지는 2017년 8월 3일 ‘김기덕 감독, 여배우에 ‘갑질’로 피소…뺨 때리고 베드신 강요?’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한 것을 비롯해, 약 20회에 걸쳐 “영화 ‘뫼비우스’에 출연했으나 중도에 하차한 여배우가 김기덕 감독으로부터 베드신 촬영을 강요당했다는 내용으로 김기덕을 형사 고소했다”고 전하고 ‘위 여배우가 김기덕으로부터 강간 피해를 입었다’는 취지로 보도했습니다. 아울러 ‘위 여배우가 주장한 김기덕 감독이 남자배우의 특정 신체를 만지도록 한 강요는 메이킹필름을 통해 사실이 아님이 확인됐다’는 취지로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사실 확인 결과, ‘뫼비우스’ 영화에 출연했다가 중도에 하차한 여배우는 ‘김기덕이 시나리오와 관계없이 배우 조재현의 신체 일부를 잡도록 강요하고 뺨을 3회 때렸다’는 등의 이유로 김기덕을 형사 고소했을 뿐, 베드신 촬영을 강요했다는 이유로 고소한 사실이 없고, 배우 조재현의 신체 일부를 잡도록 강요한 사실과 관련해서는 메이킹 필름이 제작된 사실도 없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리고 위 여배우는 김기덕으로부터 강간 피해를 입은 사실이 없고, 김기덕으로부터 강간 피해를 입었다고 증언한 피해자는 제3자이므로 이를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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