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중국인 강제 징용자에 배상” 첫 판결
|도쿄 이춘규특파원|태평양전쟁 중 강제연행돼 중노동을 강요당했던 중국인들에게 일본 고등법원이 원심을 뒤집고 배상판결을 내렸다.
히로시마 고등법원은 9일 태평양전쟁 기간 히로시마현 가케초의 발전소 건설을 위해 강제 연행돼 가혹한 노동을 강요당했다며 중국인 2명과 유족 3명이 니시마쓰 건설을 상대로 한 2750만엔(약 2억 75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1심판결을 취소,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스즈키 사토시 재판장은 “중대한 인권침해이고,10년의 시효를 원용하는 것은 권리의 남용”이라며 청구를 기각한 1심 결정을 취소하고 니시마쓰 건설에 2750만엔의 지불을 명령했다.중국인 강제 연행 소송은 전국에서 10건이 계류 중이지만,고등법원이 2차대전 중 강제징용 관련 재판에서 배상 명령을 내린 것은 처음이다.
이번 판결은 일본 전국에서 진행 중인 비슷한 사건의 재판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시효와 제척기간 등을 내세워 전후 보상책임을 회피해온 일본정부와 기업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소장에 따르면 송모(75)씨 등 중국인 5명은 1944년,일본군의 포로가 되거나 강제연행된 뒤 발전소 건설 현장에서 충분한 식사도 주어지지 않은 채 터널 굴착 공사에 종사했다.
1심인 히로시마 지방법원은 2002년 7월,“열악한 환경으로 장시간의 노동을 강제하는 등 인간의 존엄과 명예를 돌아보지 않았다.”라고 니시마쓰건설의 불법 행위(강제 연행,강제 노동)와 안전 배려 의무 위반을 인정했다.
그러나,불법 행위에 대해서,손해배상 청구권이 존속하는 ‘제척 기간’(20년)이 지났다고 해,안전 배려 의무 위반에 관해 ‘소멸 시효’(10년)가 성립했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taein@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