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강제수용
    2026-04-11
    검색기록 지우기
  • 비행시간
    2026-04-11
    검색기록 지우기
  • 대토론회
    2026-04-11
    검색기록 지우기
  • 어시스트
    2026-04-11
    검색기록 지우기
  • 고등법원
    2026-04-11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520
  • [이은미의 뮤지엄 천국] 덴마크다움 찾기/이은미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

    [이은미의 뮤지엄 천국] 덴마크다움 찾기/이은미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

    두 해 전 덴마크국립박물관 객원연구원으로 처음 만났던 특별전시는 ‘화이트 버스’였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덴마크에서 나치 강제수용소에 갇힌 사람들을 구출하기 위한 노력과 시민의 역할을 담은 전시였다. 관람객들에게 ‘당신은 행동하는 시민입니까?’라는 메시지를 던지며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묻고 있었다. 덴마크는 작은 나라답게 민족 정체성이 강하다. 이런 나라가 다문화 사회의 진전에 따른 문제를 박물관의 시각에서는 어떻게 해결하려 하는지 관심이 많았다. 그런데 정작 덴마크의 문화 정책을 살피면서 다문화 혹은 문화 다양성이라는 단어를 찾기는 쉽지 않았다. 양성 평등, 동성 커플 인정 등 많은 분야에서 차별을 철폐하고 다양성을 한껏 인정하고 있는 나라지만 다문화주의라는 개념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듯했다. 이 나라 문화부의 지난해 ‘덴마크 캐논’ 프로젝트는 다문화 사회로의 진전과 문화 정체성이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보여 준다. 당시 사회적 이슈는 ‘덴마크다움’이었다. 난민과 이민자가 몰려드는 상황이었다. 덴마크 사회를 만든 문화 정체성을 찾겠다는 이 사업은 국민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고르게 했다. 복지사회, 자유, 신뢰, 법 앞에 평등, 양성 평등, 덴마크어, 협동조합과 자원봉사, 자유주의, 휘게, 기독교 유산이라는 10개의 가치가 선정됐다. 민주주의와 국가 정체성, 사회 통합을 위한 국가 전략이자 ‘외부인’이 덴마크 시민이 되기 위해 갖추어야 하는 필수 요건이다. 현지 신문에는 ‘덴마크다움을 찾는 것이야말로 덴마크다운 일’이라는 기사가 실리기도 했다. 덴마크 정부는 앞서 2006년에는 건축, 시각예술, 디자인, 문학, 음악 등 8개 분야의 108개 작품을 ‘덴마크 문화 캐논’으로 선정했다. 이 나라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문화유산을 고른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같은 해 우리 정부의 ‘100대 민족 문화 상징’과도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우리 정부는 재작년 ‘한국다움 낱말 찾기’ 사업을 벌이기도 했다. 한국과 덴마크의 문화부가 추진한 사업들은 문화 DNA를 찾는다는 취지나 진행 방식은 얼핏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그 사회적 맥락은 다르다. ‘100대 민족 문화 상징’은 우리 문화의 원형을 찾아 문화예술 콘텐츠와 관광 산업에도 활용하려는 취지였다. ‘한국다움 낱말 찾기’ 역시 국가 브랜드 사업의 하나로 세계에 한국을 알리는 차원에서 문화산업 분야에서의 활용을 강조했다. 반면 ‘덴마크 캐논’은 다문화 사회로의 진전이라는 변화 속에서 현실화되고 있는 문화 정체성의 위기가 배경이라고 할 수 있다. “덴마크 캐논은 미래에 관한 걱정이 커지는 시기에 만들어졌으며, 10개의 가치는 우리의 문화적 DNA이자 덴마크 사회의 화합을 위해서도 필수적인 것이라고 믿는다”는 당시 문화부 장관의 발언도 이를 뒷받침한다. 연장선상에서 덴마크국립박물관도 3개년 프로젝트의 하나로 난민 대상 ‘사회 통합을 위한 시민의식 교육’에 나섰다. ‘덴마크 캐논’은 난민이 급증하는 유럽의 고민을 보여 준다. 하지만 다문화주의를 폭넓게 받아들인 스웨덴의 박물관에서는 여전히 ‘문화 다양성과 다른 문화와의 공존’ 같은 설명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다양성에 기초한 다문화주의를 국가 정체성으로 삼고 있는 캐나다 박물관도 다르지 않다. 총리부터 “서로 다른 정체성을 가진 캐나다인을 얼마든지 상상할 수 있다”고 강조하는 국가다. 이렇듯 문화 다양성과 국가 정체성의 문제를 풀어 가는 방식은 나라마다 다른 게 정상이다. 당연히 한국 박물관에는 한국적 과제가 주어져 있다.
  • 사드 배치 지연 가능성

    지난주 감정평가 뒤 승인 ‘머뭇’ 롯데 “기업 부담 왜 생각 안하나” “아무리 안보가 중요하다지만 기업의 부담은 생각 안 하나요?” 주한미군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부지로 결정된 경북 성주 롯데스카이힐골프장을 소유한 롯데그룹 관계자는 16일 거리낌 없이 불만을 토로했다. 사드 부지를 공개적으로 넘겨주면 가뜩이나 어려운 중국사업이 더 큰 난관에 봉착할 수도 있다는 우려다. 성주골프장과 경기 남양주의 군용지를 교환하기로 한 국방부와 롯데는 지난주 두 땅의 감정평가를 마쳤지만 롯데 측이 승인을 머뭇거리면서 양측 간 땅 교환 계약이 당초 예정됐던 이달 말을 넘겨 늦춰질 것으로 알려졌다. 순차적으로 사드 배치 자체가 지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방부가 사드 부지를 확보하려면 롯데 측이 이사회를 열어 감정평가액과 교환 계약을 승인해야만 한다. 하지만 중국 당국이 현지에 진출한 롯데 전 사업장에 대해 세무조사와 소방 및 위생점검 등 유·무형의 압박에 나서면서 롯데 측은 관련 이사회 개최를 주춤거리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중국 측이 “도대체 중국에서 사업할 생각이 있느냐”며 정부와 땅 교환 계약을 맺지 말라는 노골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롯데 측은 강제수용 아닌 땅 교환 방식으로 사드 부지를 결정한 정부 측에 불편한 감정도 감추지 않고 있다. 롯데가 마치 적극적으로 사드 부지를 제공한 것처럼 중국 측에 비쳐져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국방부는 계획대로 연내 사드 배치를 마친다는 방침이다. 국방부 문상균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롯데 내부 사정 때문에 교환 계약이 늦춰질 가능성은 있지만 사드 배치는 계획대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의 격렬한 반대와 일각의 국회비준 요구 등 정치권 내부의 혼선에 이어 부지를 넘겨줄 롯데까지 주춤대면서 사드 배치의 난관이 하나둘 쌓여 가는 형국이다. 박홍환 전문기자 stinger@seoul.co.kr
  • 美 국무부 “北 인권제재 2차 명단 곧 발표”

    미국 국무부가 북한 인권 제재 2차 명단을 조만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스콧 버스비 미 국무부 민주주의·인권·노동 담당 부차관보는 지난 16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대북 인권단체 북한인권위원회(HRNK) 주최로 열린 북한 인권 문제 토론회에 참석해 “법률에 따라 현재 새로운 (제재) 대상자들을 간추리는 작업을 하고 있으며 매우 이른 시일 내에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인권 침해 책임자에 대해서는 고위 관리에서 강제수용소 경비원에 이르기까지 모두 책임을 묻겠다는 강력하고 분명한 메시지”라고 강조했다. 버스비 부차관보는 앞서 지난 10월 한 토론회에서 “두 번째 제재 대상자 명단을 만들기 위해 고심하고 있으며, 12월에는 (제재 명단을) 발표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힌 바 있다. 국무부는 지난 7월 의회에 북한 정권의 인권 유린 실태를 담은 북한인권보고서를 제출했고 재무부는 이를 근거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등 개인 15명과 기관 8곳을 처음으로 인권 제재 대상으로 발표했다. 그는 이어 “북한이 국제사회의 우려를 무시한 채 불법적 대량살상무기 제조를 추구하는 모습에서 인권 침해와 대량살상무기 제조 간 연계성을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로버트 킹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토론회에서 “한국의 여러 정당이 북한인권법에 합의한 점은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진전을 보여 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한편 유엔총회는 19일 오전 11시쯤(20일 새벽 1시)열리는 본회의에서 지난달 15일 유엔총회 3위원회에서 채택된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할 예정이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위안부 지킴이’ 혼다 美의원 16년 만의 은퇴

    ‘위안부 지킴이’ 혼다 美의원 16년 만의 은퇴

    워싱턴 송별회… 오바마도 치하 “지식·경험으로 미국 개선하자” 2007년 미국 하원의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 통과를 주도한 ‘위안부 지킴이’이자 미 의회 내 대표적 지한파인 일본계 마이크 혼다(75·민주당·캘리포니아) 하원 의원이 5일(현지시간) 지지자들이 마련한 송별회에 참석, 16년 의정 활동을 마감했다. 혼다 의원은 워싱턴DC 민주당전국위원회(DNC) 본부에서 열린 송별회에서 200여명의 지지자들과 만나 석별의 정을 나눴다. 그는 지난달 실시된 의원 선거에서 일본계 기업의 지지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같은 당 로 카나 후보에게 아쉽게 패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그레이스 멩(민주당·뉴욕) 하원 의원이 대독한 메시지를 통해 “당신 같은 지도자와 함께 중요한 진전을 이뤘고 당신이 캘리포니아주와 이 나라에 얼마나 이바지했는지를 되새기고자 한다”고 치하했다. 송별회에 앞서 혼다 의원을 만난 안호영 주미대사도 “혼다 의원이 평생 열심히 올바른 일을 해 왔다”고 평가했다. 시종일관 미소와 유머를 잃지 않은 혼다 의원은 연설에서 “우리가 가진 지식과 경험으로 이 나라를 더 좋은 곳으로 만들고 미국 정부가 더 잘 작동되도록 노력하자”고 당부했다. 2000년부터 의회에서 활동한 혼다 의원은 2차 세계대전을 계기로 미국이 일본인을 강제수용했을 때 부모와 함께 수용소 생활을 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인권운동을 비롯해 교육환경 개선, 소득불균형 해소 등을 위해 노력해 왔다. 그는 특히 2007년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 정부의 사과와 보상,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하원 결의안(H.R.121) 채택을 이끌었다. 그는 지난해 4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미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을 앞두고 위안부 범죄에 대한 사과를 촉구하는 연설 및 초당적 연명 서한을 주도하기도 했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유엔총회 12년 연속 北인권결의안 채택

    유엔총회 12년 연속 北인권결의안 채택

    북한 인권 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고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인권유린 혐의로 처벌하도록 권고하는 결의안이 유엔총회에서 통과됐다. 유엔총회가 북한의 인권 개선을 권고하는 결의안을 채택한 것은 2005년 이후 12년 연속이다. 유엔총회 3위원회는 1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회의를 열고 북한 인권 결의안을 컨센서스(합의 추대)로 채택했다. 북한은 지난해와 달리 투표를 요구하지 않아 곧바로 결의안이 채택됐다. 결의안은 다음달 유엔총회 본회의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하지만 본회의에서 뒤집히는 경우가 거의 없어 사실상 통과가 확정됐다. 올해 결의안은 아직도 광범위하고 체계적으로 자행되는 북한의 인권유린을 비난했다. 정치범 강제수용소 감금과 고문, 강간, 공개처형 등을 인권유린 사례로 적시했다. 특히 지난해까지 없었던 “리더십(leadership)이 통제하는 기관이 인권유린을 자행하고 있다”는 표현이 명시됐다. 이는 북한 인권유린의 최고 책임이 김 위원장에게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외국에서 외화벌이하는 북한 노동자에 대한 인권침해 우려, 납북 외국인 즉각 석방 등의 주장도 처음 제기됐다. 열악한 인권 상황에서 자원을 핵무기 및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으로 전용하는 것을 심각하게 우려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결의안은 일본과 유럽연합(EU)이 만들고 70여개국이 공동스폰서로 참가했다. 북한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주도로 북한 체제를 무너뜨리려는 정치적인 행위라면서 미국을 강하게 비난했다. 중국과 러시아, 시리아, 이란, 쿠바, 베네수엘라 등도 결의안 채택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유엔 북한 인권결의안 채택, 12년 연속…‘김정은 처벌 대상 포함’ 명확화

    유엔 북한 인권결의안 채택, 12년 연속…‘김정은 처벌 대상 포함’ 명확화

    유엔총회가 12년 연속으로 북한 인권결의안을 채택했다. 북한 인권결의안에는 북한 인권 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고 인권 유린의 책임을 물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처벌하도록 권고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결의안은 다음달 유엔총회 본회의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유엔총회 3위원회는 1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 1회의장에서 회의를 열고 북한 인권 결의안을 컨센서스로 채택했다. 북한은 작년과 달리 투표를 요구하지 않아 이날 컨센서스로 결의안이 채택됐다. 담당 위원회를 통과하면 본회의에서 뒤집히는 경우가 거의 없어 실질적으로는 통과가 이날 확정됐다. 유엔총회가 북한의 인권 개선을 권고하는 결의안을 채택한 것은 2005년 이후 12년 연속이다. 또 북한 인권의 ICC 회부와 책임자처벌을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권고하는 내용이 들어간 것은 3년 연속이다. 특히 올해 결의안에는 지난해까지는 없었던 ‘리더십(leadership)이 실질적으로 통제하는 기관에 의해 인권 유린이 자행되고 있다’는 표현이 명시됐다. 이는 북한 인권 유린의 최고 책임자가 김정은 위원장이라는 사실을 못 박고 처벌 대상에 포함할 것을 더 명확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일본과 유럽연합(EU)이 만들고 70여개국이 공동스폰서로 참가한 올해 북한인권 결의안은 아직도 광범위하고 체계적으로 자행되는 북한의 인권 유린을 비난했다. 정치범 강제수용소 감금과 고문, 강간, 공개처형 등을 인권 유린 사례로 적시했다. 그러면서 북한 인권 상황을 ICC에 회부하고 인권 유린 책임자에 대한 처벌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또 외국에서 외화벌이하는 북한 노동자의 인권 침해 우려, 북한의 잇따른 핵 및 미사일 실험이 북한의 인권에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표현, 납북 외국인을 즉각 석방하라는 주장도 처음으로 담았다. 이날 북한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주도로 북한 체제를 무너뜨리려는 정치적인 행위라면서 미국을 강하게 비난했다. 중국과 러시아, 베네수엘라 등도 결의안 채택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북한은 회의도중 회의장을 나가 별도 기자회견을 열고 강하게 반발했다. 김인룡 유엔 주재 차석대사와 김영호 외무성 인권과장, 리성철 유엔 주대 참사관 등이 참석한 기자회견에서 북한은 유엔 총회 결의안은 북한의 인권 보호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면서 미국 등 북한 적대국이 정치적으로 공모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북한 수용소나 가라는 말은 욕설”…뉴질랜드 변협, 회원에 벌금

    “북한 수용소나 가라는 말은 욕설”…뉴질랜드 변협, 회원에 벌금

     뉴질랜드의 한 변호사가 법원 직원에게 ‘북한에 가서 강제수용소에서 일하라’고 했다가 변호사협회로부터 벌금 1000 뉴질랜드 달러(약 80만 원)와 함께 사과 명령을 받았다.  11일 뉴질랜드 헤럴드에 따르면 신원이 공개되지 않은 여자 변호사는 법원 직원에게 휴식이 끝나고 법정이 재개되면 자신이 맡은 사건이 심리될 수 있도록 해달하고 요구했다.  그러나 재판 진행을 돕는 이 직원이 그렇게 할 수 없다고 하자 변호사는 막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남아 계통인 직원은 해당 변호사가 자신에게 ‘북한으로 돌아가서 강제수용소에서 일해야 할 것’이라는 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오전 10시 공판을 위해 법원에 도착했으나 자신의 사건 의뢰인을 찾을 수 없어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다가갔다며 사건이 벌어진 경위를 설명했다. 그는 직원이 비협조적으로 자신에게 재판이 11시 45분에 열릴 예정이라고 통보하고는 재판 시간은 피고인 변호사들에게 알리지 않고 자주 바뀐다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이에 변호사는 항의했고, 해당 직원은 자신에게 욕설을 퍼부었다며 변협에 신고했다.  이 직원은 변호사협회에 낸 진술서에서 피고인 변호사에게 알리지 않고 재판 날짜와 시간을 바꾸는 법원 직원들은 북한처럼 피고인 변호사가 없는 나라에서 일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한 사실을 변호사도 인정했다고 밝혔다.  신고를 접수한 변호사협회 규율위원회는 변호사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인다고 해도 모습이 아시아 계통으로 보일 수 있는 사람 앞에서 그런 말을 한 것은 자신에게 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고 차별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히틀러 ‘나의 투쟁’ 전에도 자서전 썼다”

    “히틀러 ‘나의 투쟁’ 전에도 자서전 썼다”

    아돌프 히틀러의 ‘나의 투쟁’(Mein Kampf)보다 앞서 발간된 첫 자서전이 발견됐다. 9일 영국 BBC와 독일 슈피겔 등에 따르면 역사학자인 토머스 웨버 영국 애버딘대 교수는 1923년 빅토르 폰쾨르버를 저자로 출간된 ‘아돌프 히틀러: 그의 삶과 연설들’이 실제로는 히틀러가 직접 쓴 자서전이라고 주장했다. 저자 빅토르 폰쾨르버는 히틀러와 나치즘에 열광하다가 이후 실망한 나머지 히틀러를 암살하려는 시도까지 했던 인물이다.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히틀러가 ‘뮌헨 반란’으로 투옥됐을 때 저술해 1925~1926년 출간한 ‘나의 투쟁’보다 앞선 자서전이 되는 셈이다. 현재 하버드대 교환교수인 웨버 교수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의 비트바테르스란트대학 서고에서 발견된 문서 등을 그 증거로 제시했다. 그는 “폰쾨르버가 이 책을 쓰지 않았고, 히틀러가 루덴도르프 장군(히틀러 협력자)에게 나치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보수적인 작가로 이 책의 저자로 나서 줄 사람을 찾을 수 있는지를 물었다고 책 발행인의 부인이 진술하고 서명한 증거를 찾았다”고 말했다. 웨버 교수는 또한 “폰쾨르버가 이 책이 히틀러가 쓴 책임을 암시하는 내용을 담아 과거 나치 집단 강제수용소에 함께 갇혔던 한 남성에게 보낸 편지와 이 책이 ‘히틀러의 계획에 따라 그의 적극적인 참여로 쓰였다’고 직접 쓴 문서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히틀러가 자신이 직접 쓴 자서전을 폰쾨르버를 저자로 내놓은 까닭은 그의 귀족 신분과 전쟁영웅 명성을 이용하려 한 것으로 추정했다. 웨버 교수는 “히틀러의 연설들이 담긴 이 책은 좀 이상한 주장들을 담고 있다”며 “‘오늘날 새로운 성경’이 돼야 한다거나 히틀러의 정치화 과정을 예수가 받은 박해에 비유하는 등 히틀러를 예수와 비교하면서 ‘성스러운’, ‘구출’ 등의 용어들을 쓰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나중에 출간된 ‘나의 투쟁’에서 되풀이되는 히틀러의 정치적 자각에 관한 표현들과 거의 비슷한 표현들을 담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브렉시트가 뭐길래유대계 영국인들 독일시민권 신청 폭주

    유럽연합(EU)를 탈퇴하기로 한 영국의 국민투표 결정 이후 유대계 영국인들이 독일 시민권을 신청하는 경우가 폭증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15일 보도했다. 유대인을 학살했던 과거의 좋지 않은 기억보다 이동의 자유를 택하는 현재의 이익을 택한 것이다. 신문은 런던 주재 독일대사관을 인용해 브렉시트 결정이후 최근까지 400여명의 유대계 영국인들이 시민권 복권 절차에 대해 문의를 해왔다고 소개했다. 독일대사관 직원은 “최소 100명 이상이 가족 또는 개인으로 시민권 신청을 했다”면서 “숫자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평소 독일 시민권을 신청하는 유대계 영국인은 20여명에 불과했다. 유대계 영국인들이 독일 시민권 신청을 다시 고려하는 이유는 브렉시트로 이동의 자유가 제한될 것을 우려하기때문이다. 즉 유럽연합 회원국으로 남으면 자유로운 이동과 직업, 거주의 자유가 있지만 브렉시트에 따라 영국민에게는 이런 권리가 박탈된다. 독일법은 1933년 1월 30일~1945년 5월 8일 사이 정치적, 인종적, 종교적 이유로 나치에 의해 독일 시민권을 박탈당한 사람과 그 후손은 시민권을 회복시켜주도록 허용하고 있다. 브렉시트 결정 후 영국에 사는 유럽인과 유럽에 사는 영국인은 기존처럼 EU를 자유롭게 왕래하기 위한 자격을 확보하기 위해 EU시민권과 영국 시민권을 각각 신청하고 있다. 유대인도 이와 동일한 맥락에서 EU시민권을 신청하고 있는 것이다. 런던에 있는 유대인난민협회의 마이클 뉴먼 회장은 자신도 독일 시민권 신청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대인난민협회 75년 역사상 일찍이 이런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면서 “브렉시트는 흐름의 판도를 바꿔놓은 게임 체인저(game-changer)”라고 말했다. 나치 독일의 박해가 시작된 뒤 1939년까지 독일과 오스트리아, 체코슬로바키아 등지로부터 7만여명의 유대인이 영국에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나치는 유대계 독일인의 시민권을 박탈하고 재산을 몰수했다. 1945년 폴란드 아우슈비츠의 유대인 강제수용소가 해방될 때까지 600만 명에 이르는 유대인이 인종청소라는 명목 아래 학살됐다.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 대형개발 무덤 되나, 도시재생 기회 되나…묘지의 경제학

    대형개발 무덤 되나, 도시재생 기회 되나…묘지의 경제학

    ‘도시의 성벽으로부터 10마일에 이르는 지역 내 무덤들은 서울의 특징이다. 죽은 사람들은 남향과 명당을 독점한다.’ 120여년 전 스코틀랜드 출신 지리학자 이사벨라 버드 비숍이 조선을 여행한 뒤 ‘한국과 그 이웃나라들’에서 묘사한 묘지 풍경이다. 지금 풍경과 사뭇 다르다. 어쩌면 역사의 질곡을 겪으며 가장 이질적으로 달라진 것은 묘지에 관한 우리의 태도일지 모른다. 산 사람의 자리를 위협할 정도로 많은 무덤이 후손들에 의해 지속적으로 관리된 것이 19세기 말의 풍경이라면, 매장에서 화장으로 문화가 바뀐 지금은 무덤의 절대량은 줄었으되 방치되는 사례가 늘어났다. 전국 공동묘지 규모에 관한 가장 최근의 공식 통계는 1987년으로 30여년 전에서 멈춘다. 당시 국토연구원의 보고서 ‘묘지제도의 과제와 개선방안’에 따르면 전국의 공동묘지 수는 9980곳(분묘 약 355만기), 면적은 121㎢에 달했다. 도로 건설, 아파트 건축, 산업단지 개발, 혁신센터 편입 등으로 인해 사라진 묘지를 감안하면 현재 3000여곳의 공동묘지가 남았을 거라고 학계는 추정하고 있다. 공동묘지 외 108개 시·군에 373곳의 공설묘지, 70개 시·군에 159곳의 사설법인묘지가 있고 개인이 관리하는 묘지도 있다. 모두 합치면 전국 묘지 수가 2100만기에 이르고, 이는 주거 면적의 3분의1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측된다. 묘지 형태는 산 자의 생활 방식을 따라 변화했다. 한국조경학회장인 김성균 서울대 조경학과 교수는 5일 “1950년대까지 공동묘지가 주를 이뤘다면 1950~1990년대엔 공설묘지에 시신을 매장했고 1990년대에는 장묘시설이 호응을 얻다가 2000년대 이후 공원묘지가 대세가 됐다”고 분류했다. 공동·공설묘지 모두 집단묘지이지만, 공설묘지는 광역 또는 자치단체에서 관리한다는 점이 다르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 묘지는 풍수가 적용되는 대표적인 공간으로 산줄기에 개별적으로 분포됐지만 일제강점기 때 공동묘지 형태로 도시 주변에 분포하기 시작했다”면서 “집단화 과정을 거친 뒤 최근 묘지는 죽은 자의 아파트처럼 규칙적으로 배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설묘지 시대만 해도 묘지의 터를 바꿀 수 없다는 후손(연고자)의 저항 때문에 도로를 우회하거나 건물 설계를 바꾸는 일이 드물지 않았다. 1979~1993년에 건립된 정부과천청사는 총 5개 동인데, 1~4동이 남향인 반면 5동만 서향으로 지었다. 근처 뒷산에 묘를 쓴 연고자가 주변 땅을 파는 조건으로 “묘를 바라보는 건물을 짓지 말라”고 요구해 방향을 틀었다고 전해진다. 1976년 ‘용인자연농원’이란 이름으로 개장했던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와 호암미술관 근처에는 용인 이씨 중시조인 청백리 이백지 선생의 묘가 있다. 역시 연고자들이 이장을 거부한 것인데, 지금은 용인시 향토유적으로 지정됐다. 공설묘지에서 장묘시설, 공원묘지로의 묘지 형태 변화는 장례 방식이 매장에서 화장으로 바뀐 시점과 궤를 같이한다. 보건복지부 통계를 보면 전국의 화장률은 1993년 19.1%에서 2013년 76.9%로 비약적으로 늘어났다. 급격한 변화는 풍수나 조상숭배에 깃든 기복성이 약화된 대신 합리적인 사고가 확산된 데 기인한다. 이처럼 묘지를 둘러싼 인식과 생활 방식 모두 바뀌었지만 묘지로 인한 분쟁상은 여전하다. 묘지에 대한 경외가 사라진 자리를 보상금 갈등이 차지하며 협의되지 못한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는 사례도 최근 빈번하다. 2012년 강원 춘천시 근처에 골프장을 조성하던 사업자가 이전 협상이 안 된 묘지 주변을 절벽처럼 깎아 낸 일도 있었다. 이후 사업이 좌초돼 진입로 없는 묘지로 몇 년째 방치되고 있다. 강원도골프장 문제해결 범대위의 박성율 집행위원장은 “골프장 건립 붐이 일던 몇 년 전까지 골프장 부지 내 묘를 파헤치거나 유골을 꺼내 훼손하는 일이 있었다”면서 “연고자들이 고향이 유지되기를 희망하며 묘지를 둘러싼 임야 강제수용을 완강하게 거부하면 사업자들이 묘지 주변을 둘러 깎아 내거나 반대로 묘지 근처에 20m 넘게 흙을 쌓아 비가 오면 묘지가 침수되게 만든 적도 있다”고 귀띔했다. 연고자들이 과도한 보상금을 요구, 공장 설립이나 택지 개발이 지연되는 경우도 많다. 몇 년 전 600여 가구 규모로 경북 포항에서 아파트를 분양한 A건설사는 부지 내 묘지 60여기에 대해 이장 비용 등을 보상했다. 그러나 부지 안에 묘지 4개를 모시던 한 연고자가 높은 보상을 요구, 결국 1억여원을 주고 협상을 끝냈다. 일종의 ‘묘지 알박기’인 셈인데, A건설사는 협상 중 설계를 바꿔 해당 묘지 근처로 도로를 내는 방안까지 고민했다고 한다. 장사법(장사 등에 관한 법률) 등에 따르면 도로, 산업단지와 같은 공익시설용으로 수용될 경우 묘지 1기당 300만원 안팎의 보상금을 지급한 뒤 이전 협상을 끝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협상액과 장사법 규정액이 10배 정도 차이가 난 셈이다. 공익시설용 수용이 아닐 때 묘지 수용에 따른 보상액 산정 기준을 찾기 어렵다는 대목은 법적 미비로 지적된다. 사설법인이 운영하는 공동묘지라면 이전 지체로 인한 개발사업자 부담이 천정부지로 커질 수도 있다. 2007년 말 미니신도시용택지개발 예정지구가 된 파주운정3지구 택지 개발사업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례가 그렇다. 지구 내 1만여기 규모의 일산공원묘지를 이전해야 하는데, 일산공원묘지 측에서 매입한 대체부지에 대해 파주시는 “장례문화가 화장문화로 바뀐 데다 파주에 서울시립묘지까지 있는 상태여서 추가로 매장 묘지용 부지를 조성하기 어렵다”며 묘지 사용 승인을 내주지 않았다. 그래도 공공기관이 하는 택지 개발사업이어서 행정대집행을 발동할 수 있기에 LH는 올해 안에 사업 착수가 시급한 지역에 위치한 600여기에 대해 연고자들과 이전 협의를 우선 마무리할 계획이다. 2014년 3월 부지 조성공사에 착수해 2017년 말 완공한다는 목표가 틀어지면서 이미 지급한 2조원대 토지보상금에 대한 금융비용이 불어나는 국면에서 내린 결정이다. 서울 근교에 위치해 화성, 용인 등과 함께 묘지가 많은 곳으로 꼽히는 파주는 한때 ‘묘지 이전 관리’를 통해 새롭게 부흥한 곳이기도 하다. 파주는 2003년 LG필립스(현 LG디스플레이)의 액정표시장치(LCD) 공장을 유치했는데, 지방산업단지 지정 승인부터 터를 다져 공장 착공까지를 8개월 만에 마무리하는 ‘스피드 행정’이 펼쳐졌다. 이때 관건으로 해당 부지에 위치한 430여기의 묘지를 이전하는 문제가 꼽히자 파주시뿐 아니라 경기도까지 나서 묘지별 담당 공무원을 지정해 연고자를 설득하는 작업을 감행했다. 2000년 760여곳이던 건면적 500㎡ 이상 파주 소재 공장 개수는 최근 3800여곳으로, 파주 인구는 1996년 16만여명에서 최근 43만여명으로 늘었다. ‘묘지 이전 경제학’을 보여 준 셈이다. 묘지 이전 문제가 극한 갈등의 소재로 비화하기도, 도시 개발의 단초로 작용하기도 하는 상황에서 묘지 이전 보상에 대한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개발사업자와 묘지 연고자의 이해가 모두 존중받는 해법, 망자를 격리하는 공간이 아닌 산 자와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공간 등을 고민해야 한다는 게 공통적인 지적이다. 묘지이장전문회사인 건국공영의 문일현 대표는 “연고자의 마음을 헤아리는 동시에 개발사업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지 않을 정도의 묘지 이전 보상금에 대한 합리적 판례가 많이 정립돼야 하고 분쟁이 생겼을 때 재판을 신속하게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태복 한국토지행정학회장은 “국토 발전의 관점에서 묘지의 실태를 종합적으로 파악하고 지금은 관리가 되지 않는 공동묘지를 중심으로 묘지의 경관을 어떻게 바꿔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동묘지 경관개선 특법조치법 제정을 추진 중인 파주 지역구의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피시설이란 이유로 묘지에 대한 논의를 더이상 피하면 안 된다”며 “무연고 묘, 방치된 묘들에 대해 전국적 차원의 일대 정비를 하는 동시에 지상 도서관과 지하 납골당이 결합된 건물처럼 망자와 산 자가 공존할 수 있는 묘지를 구상해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양진건 유배의 뒤안길] 유배 문화 콘텐츠의 힘

    [양진건 유배의 뒤안길] 유배 문화 콘텐츠의 힘

    보나파르트 나폴레옹 황제 마니아들이 많다. 그들의 성지는 나폴레옹이 6년간 유배 생활을 했던 세인트헬레나섬이다. 그 섬에서도 유배 생활하던 롱우드가 단연 인기다. 다른 모든 곳은 영국 영토지만 이 건물만 프랑스 영토다. 담장이 곧 국경선이다. 이들 마니아 덕분에 나폴레옹 관련 드라마, 다큐가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 이들의 힘은 세인트헬레나 커피를 세계 최고 브랜드로 만들 정도다. ‘대부’(代父)로 유명한 영화배우 알파치노도 나폴레옹 마니아다. 할리우드 리포터에 따르면 그는 나폴레옹 연기를 해 보는 것이 평생의 소원이라고 했다. 그래서 나폴레옹을 다룬 영화인 존 쿠란 감독의 ‘벳시와 황제’ 주연을 맡아 다코다 페닝과 함께 출연한다는 소식이 들리기도 했다. 세인트헬레나섬을 찾아 롱우드를 방문하거나, 세계 3대 희귀 커피인 세인트헬레나 커피를 마시며 벳시의 회고록을 읽거나, 역사가 맥스 갤로의 베스트셀러 원작을 바탕으로 프랑스, 캐나다, 영국이 공동 제작한 미니시리즈인 ‘나폴레옹’(2002)을 보거나 이 모든 일들은 유배 문화 콘텐츠 확장이 얼마나 무한한지를 보여 주는 사례들이다. 우리에게도 유배 문화 콘텐츠 자산들이 많다. 제주에 유배된 광해군의 이야기는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처럼 스토리텔링이 갖춰야 할 최고의 매력을 지니고 있다.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2012)가 1000만 관객을 동원한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필자는 광해군 국장(國葬) 예절 재현을 제주도 문화행사로 개최해 볼 것을 제안했다. 여러 도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국장 행사는 화려하고 웅장한 관광상품이 될 거라 자부한다. 광해군에 대한 우리의 관심은 꾸준했다. 안현철 감독의 영화 ‘인목대비’(1962)에서 신영균은 폐모살제(廢母殺弟)의 악인인 광해군으로, 조미령은 애처롭고 불쌍한 인목대비로 등장해 당시 관객 8만을 불러 모았다. 광해군을 새롭게 조명한 것이 박종화의 소설 ‘자고 가는 저 구름아’(1965)이다. 박종화는 광해군의 치적을 보다 객관적인 관점에서 서술하고자 했다. 광해군에 대한 재평가가 본격적으로 관심을 끌기 시작한 것은 한명기 교수의 ‘광해군’(역사비평사·2000) 출간이다. 이를 반영해 SBS가 드라마 ‘왕의 여자’(2003)를 만들어 새로운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선조와 광해군에 걸쳐 사랑을 받은 ‘개시’라는 여인의 파란만장한 삶을 조명함과 동시에 광해군에 대해 재조명을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그러다가 광해군과 제주 유배를 처음 연계시킨 것은 MBC 드라마 ‘탐나는 도다’(2009)였다. 이렇듯 광해군 역시 나폴레옹만큼이나 확장 가능성이 기대되는 유배문화 자산이다. 세계적으로 유배문화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크다. 세계 10대 유배지의 하나인 일본 사도섬에는 전통 뮤지컬인 노가쿠(能樂)가 발전해 현재 34곳 무대에서 공연을 하고 있고, 300여년의 역사를 갖는 인형극 분야닌교(文彌人形)도 발전해 현재 10개의 극단이 매일 공연을 하면서 사도섬의 대표 문화콘텐츠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러시아의 강제수용소였던 ‘굴락’의 투어 상품 개발이나 독일의 유배 캠프 실시, 남아프리카공화국 넬슨 만델라의 유배지 로벤섬의 세계 문화유산 지정 등도 같은 노력이다. 지난 5월 말 국립극장에서 제주특별자치도립무용단이 했었던 특별공연 ‘춤. 홍랑’이나 7월 말 제주시 삼도1동 홍랑길에서 열리는 ‘홍랑길에 퍼지는 생활문화 콘서트’ 역시 마찬가지로 의미 있고 중요한 노력들이다. 제주대 교수
  • 경남 통영시, 소반 장인 100년 된 공방 강제철거 논란

    경남 통영시, 소반 장인 100년 된 공방 강제철거 논란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 소반 장인 추용호(66)씨의 경남 통영시 도천동 공방이 강제철거로 사라질 상황에 놓였다. 이 건물은 낡아 안전문제가 있지만 100년이 넘는 공방의 역사를 지녔다고 알려져 문화재 관계자들이 시의 철거 진행을 비난하고 있다. 통영시와 추 씨측에 따르면 1971년 수립한 도시계획에 따라 도로부지에 편입된 추씨의 공방 겸 살림집을 철거하고 있다고 1일 밝혔다. 새로 개설되는 도시계획도로는 길이 177m로 편도 2차선이다. 2009년부터 공사를 해 추씨 집이 있는 중간 구간 30m만 남고 양방향 도로가 지난해 1월 완공됐다. 통영시는 “추씨와 여러 차례 협의했으나 추씨가 새 공방을 지어달라며 보상과 철거를 거부해 강제수용 절차를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시는 해당 건물에 대해 2014년 명도소송을 시작해 법원 판결을 받아 지난 30일 행정집행에 들어갔다. 집 안에 있던 추씨의 소반 작업도구를 비롯해 물품을 집 밖으로 들어내고 출입금지 조치를 했다. 갈 곳을 마련하지 못한 추씨는 집 앞에 천막을 설치해서 날밤을 새우고 있다. 추씨는 “시가 철거하려는 이 집은 100년이 넘은 건물로, 통영 소반 장인이던 아버지(추웅동·1912~1973) 때부터 사용된 전통 공방이니 역사적으로 보존 가치가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통영시는 해당 건물은 너무 낡아 안전문제로도 보존이 어렵다고 했다. 또 도로부지 편입에 따른 보상 외에 추 씨가 요구하는 새 공방 설립요구는 들어주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시는 도로개설 사업을 더는 미룰 수 없어 절차에 따라 강제철거를 하고 공사를 진행할 수 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통영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구본영 칼럼] 북한 주민 인권과 바깥세상 볼 권리

    [구본영 칼럼] 북한 주민 인권과 바깥세상 볼 권리

    지난주 북한 노동당 대회는 ‘김씨 조선’ 3대 후계자의 대관식이었다. 김정은이 조부 김일성의 후광을 업고 ‘노동당 위원장’에 등극했다. 북측은 대회장의 소품 구실만 기대하면서 130명의 외국 기자들을 불렀던 모양이다. 하지만 철저한 보도 통제 속에서 외신들이 집단 최면에 빠진 듯한 북한 주민들의 억압된 일상을 전하면서 계산은 빗나갔다. LA타임스는 “‘트루먼 쇼’의 완결판”이라고 비꼬았다. 며칠 전 미국 하원 주최 간담회에서 북한에 2년 동안 억류됐다가 풀려난 케네스 배는 증언했다. “북한은 거대한 감옥”이라고. 그러나 정작 북한의 보통 사람들은 이런 현실을 알 리가 없다. 30년간 혼자 외부 정보와 단절됐던 영화 ‘트루먼 쇼’의 주인공처럼. 문제는 북한판 리얼리티쇼의 끝이 안 보인다는 점이다. 미 CNN 방송은 평양발로 “북한 정권이 조만간 무너질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전했다. 해방 이후 71년 동안 한반도 북반부는 인권의 사각지대였다 해도 과언은 아닐 게다. 이번 7차 당대회 이후에도 그런 인권 암흑기가 기약 없이 이어진다는 것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그런 맥락에서 북한인권법의 표결 처리는 역대 최악이라는 19대 국회가 한 일 중 가장 잘한 선택일지도 모르겠다. 김문수 전 의원이 2005년 발의한 이 법은 지난 3월 무려 11년 만에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조만간 북한인권재단과 북한인권기록센터가 설립된다. 그러나 이는 북한 인권을 지킬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공개 처형이나 강제수용소 감금 등 북의 인권유린 실태를 낱낱이 기록하는 것만으로도 ‘경종 효과’는 있을 게다. 서독 잘츠기터의 동독 인권 기록보존소가 그랬듯이. 다만 인권재단이 아무리 열심히 남북 인권 대화나 인도적 지원 정책을 개발한들 과연 북한 주민들의 자유권과 생존권이 보장될 것인가. 핵 개발을 위해 수백만 주민의 아사조차 아랑곳하지 않는 게 세습체제의 속성이라면…. 북한 당국이 지난번 당대회 중 영국 BBC방송 기자를 추방했다. 주민을 억압하는 정권의 실상이 세계에 알려지는 게 두려웠던 까닭이다. 이는 역으로 바깥세상에 비친 세습체제의 민낯을 북한 주민들이 제대로 알게 될 때만이 김정은 정권이 폭정을 멈추고 주민들을 함부로 대하지 못할 것임을 말해 준다. 북한 주민들의 알권리를 확대하는 것이야말로 북한 인권을 실효성 있게 보호하는 첩경이란 얘기다. 동독 주민들이 경제력뿐만 아니라 자유·인권 등 삶의 질도 높았던 서독과의 통합을 선택하는 데 ‘헬싱키 협정’이 큰 구실을 했다. 냉전기인 1975년 체결된 이 협정에 동서 분할이라는 현상 유지를 위해 구소련도 동의했다. 그러나 사상의 자유와 인권 존중을 담은 협정 제7항이 동구 정권들이 언론에 물린 재갈을 늦추는, 예기치 않은 결과를 낳았다. 동독인들이 서독 TV 시청으로 외부 실상을 정확히 파악하면서 통독의 실마리는 풀렸다. 우리도 북한 인권을 실질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차원에서 북한 주민을 ‘정보화’시키는 다양한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 대북 전단이나 확성기 방송 같은 원시적(?) 방법 말고도 찾아보면 왜 방안이 없겠나. 접경 지역을 중심으로 무선통신망을 가동하는 등 앞선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할 필요도 있다. 다만 현재 북한에서 소수 특권층만 외부 세계와 인터넷 연결이 가능한 게 한계다. 그렇다면 주파수와 송신소를 확충, 민간 대북 방송을 활성화하는 것도 대안이다. 북한 주민들의 알권리를 신장하는 일이야말로 박근혜 정부의 통일 정책상 결과적으로 가장 큰 업적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란 대북 정책도 수사로선 여전히 필요할지 모르나 ‘통일 대박’을 외치기엔 남은 임기가 너무 짧지 않나. 햇볕정책이니 평화번영정책이니 하는 역대 정부의 구호들이 어디 북한의 호전성을 완화하거나 평화통일에 실효성 있는 기여를 했던가. 북한 주민들이 우물 밖의 세상, 특히 남녘의 자유로운 시민의 존재를 알게 될 때 김정은 체제의 인권 탄압을 막는 백신은 형성될 게다. 그래야만 ‘북한판 트루먼 쇼’는 종영되고 통일의 길도 보일 듯싶다. kby7@seoul.co.kr
  • 조계종 ‘한전 부지 환수운동’ 범불교계 확산되나

    조계종 ‘한전 부지 환수운동’ 범불교계 확산되나

    조계종이 옛 한국전력공사 부지 환수운동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오는 23일 오후 2시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한전 부지 환수와 관련해 종단 차원의 대규모 항의집회를 열 계획인 가운데 전국 500여개 사찰, 포교원이 소속된 조계종 직할교구와 25개 교구본사주지협의회가 잇따라 옛 한전 부지 내 봉은사 토지 반환에 적극 동참하기로 결의하는 한편 토지수용 과정을 밝힐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한전 부지 환수운동이 범불교계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0일 조계종 총무원에 따르면 주지협은 지난 8일 조계종 총무원 대회의실에서 회의를 열고 한전 부지 환수를 위한 결의문을 채택했다. 주지협은 결의문을 통해 “한국 전통문화의 보고이자 자산인 전통 사찰의 소유 재산을 정부 시책이라는 미명하에 강압적이고 강제적으로 수용하는 행위는 한국 불교 존립에 관한 중차대한 문제”라며 “국가권력이 전통 사찰의 토지를 수용하고 이용한 지난날의 역사를 바로잡는 일은 한국 불교의 자존과 정체성을 확립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주지협은 서울시를 비롯한 정부 당국에 ‘봉은사 소유 토지 강제수용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촉구하고 서울시가 추진 중인 현대자동차 개발 인허가 절차도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앞서 조계종 직할교구는 7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전통공연장에서 교구종회를 열어 한전 부지 환수 결의문을 채택하고 23일 서울시청 앞 광장 항의집회에 동참하기로 했다. 또 서울·경기 지역 사찰 입구에 현수막을 게시, 국민들에게 봉은사 토지 반환 필요성을 적극 알려 나가기로 결의했다. 직할교구 사찰 주지들은 “봉은사는 1970년 군사정권 시절 부당한 압력과 강요에 의해 10만평의 토지를 수용당한 바 있다”며 “정부는 상공부 청사 이전이라는 명분으로 폭등하는 지가 속에서 헐값에 10만평을 수용하더니 애초 수용 목적과 달리 15년간 아무런 사용을 하지 않다가 1984년 뒤늦게 한전 사옥을 신축했고, 2014년 10조원이란 천문학적 대금으로 매각을 서둘러 진행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서울시는 토지가 매각되자마자 사전 협상 명목하에 1조 7400억원의 공공개발 부담금을 받기로 하고 현대자동차와 전례 없이 신속한 건축 인허가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며 서울시에 개발 인허가 즉각 중단과 진상조사위원회 공동 구성을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조계종 총무부장 지현 스님은 지난달 24일부터 봉은사 신도회를 중심으로 인허가 절차 중단집회를 진행 중에 있다고 전했다. 총무원장 자승 스님도 종회 개회사를 통해 “서울시를 포함한 해당 기관들에 정확한 문제점을 제시하고, 정당한 우리의 요구를 강력하게 전달하고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계종은 지난달 3일 한전 부지를 되찾기 위한 ‘대한불교 조계종 한전 부지 환수위원회’를 공식 출범했다. 조계종이 소강상태에 빠졌던 환수운동에 박차를 가한 건 그간 조계종의 요구에 별 조치가 따르지 않았던 탓으로 보인다. 23일 항의집회도 같은 맥락에서 추진 중인 것으로 관측된다. 자승 스님은 직할교구 종회에서 특히 “한전 부지 환수는 봉은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사찰의 당당한 권리, 우리 자존과 정체성과도 직결되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밝혀 환수운동이 범불교계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창사 100주년 BMW, 나치에 협력한 과거를 반성하다

    세계적인 완성차 업체로 우뚝선 독일 BMW는 창사 100주년을 맞아 성대한 기념행사를 열면서도 역사 속 그들의 추악한 과거에 대한 반성도 잊지 않았다. 지난 7일(현지시간) 유럽 언론은 BMW 측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에 대한 협력 행위를 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의 뜻을 전하며 사과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뮌헨 본사에서 열린 기념행사에서 BMW 측은 성명을 통해 "1930~1940년대 나치에 무기를 제공했으며 강제수용소에 수용된 사람들의 노동력을 착취해 큰 고통을 안겼다"고 사죄했다. 지금은 세계적인 자동차 메이커가 된 BMW는 어두운 과거를 가지고 있다. 제1차 세계대전 중 ‘바이에른 항공기 제작소’(Bayerische Flugzeug Werke)로 출발한 BMW는 나치가 권력을 잡은 1930년대 군수산업에 뛰어 들었으며 유태인들의 중심인 강제수용소의 노동력을 착취해 배를 불렸다. 특히 현재에도 BMW의 과거사 논란이 이어지는 것은 최대 주주(47%)가 크반트 가문이기 때문이다. 독일의 최대 부자인 크반트가의 핵심이 되는 인물은 귄터 크반트와 나치의 대표 여성으로 행세했던 마그다 괴벨스다. 독일군에 군수품을 팔아 막대한 부를 쌓은 사업가였던 귄터는 1918년 부인이 사망하자 1921년 마그다와 재혼해 아들 하랄트를 낳았다. 전쟁이 끝난 후 권터가 벌였던 사업은 첫째 부인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헤르베르트와 하랄트가 물려받았다. 특히 지난 1959년 헤르베르트는 연합군의 통제로 도산 직전이었던 BMW를 사들여 성공의 토대를 토대를 만들었으며 그 지분을 물려받은 후손들이 현재 독일 최고의 부자가 됐다. 논란은 BMW를 사들인 돈 자체가 나치와의 협력을 통해 얻었다는 것과 2세 경영인 하랄트와 헤르베르트가 모두 나치당에 가입해 히틀러로부터 ‘군수경제 지도자’ 라는 칭호까지 받았다는 점이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하랄트의 모친인 마그다의 행적이다. 당시 히틀러에 푹 빠졌던 마그다는 귄터와 헤어진 후 나치의 선전장관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떨친 요제프 괴벨스와 재혼했다. 이후 마그다는 전쟁에서 패하자 요제프 괴벨스와 사이에서 낳은 아들 1명과 딸 5명을 모두 죽이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독일의 다른 자동차 회사와 마찬가지로 BMW 역시 나치라는 오명을 떨칠 수 없는 태생적인 한계를 갖고있는 셈. 그러나 BMW는 다른 전범국가의 협력 기업들과는 다른 행보를 걷고 있다. 1983년부터 과거의 잘못을 공개적으로 털어놓기 시작했고, 대주주인 크반트 가문의 후손들은 강제노역자를 위로하는 기념관을 설립하고 과거의 잘못을 시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매년 나치 피해자들을 위한 기금 조성에도 나서고 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쉰들러리스트 수용소장이 내 할아버지라니”…독일 흑인의 절규

    “쉰들러리스트 수용소장이 내 할아버지라니”…독일 흑인의 절규

     영화 ‘쉰들러리스트’에서 유대인들을 학살했던 나치 수용소장이 자신의 외할아버지라는 사실을 알게 된 독일 흑인여성의 영화 같은 삶이 심금을 울리고 있다.  9일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비극적인 가족사를 다룬 책 ‘내 할아버지는 날 쏴죽였을 거야 : 한 흑인 여성이 가족의 나치 과거를 발견하다’의 저자 예니퍼 테게(45·)는 최근 미국 애틀랜타 에모리대 강연에서 자신의 혼란스러운 정체성과 이를 극복하는 과정을 담담히 털어놨다.  나이지리아 유학생인 부친과 독일인 모친 사이에서 태어난 테게는 생후 4주 만에 독일 뮌헨의 한 가톨릭 보육원에 맡겨져 수녀들의 손에 의해 자랐다.  가끔 딸을 보러 보육원에 들르던 생모는 딸이 3살 때 입양가정에 들어가면서 발길을 끊었다가 21살이 되던 해부터 다시 연락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당시 뮌헨에서 보기 드문 흑인 여성으로 정체성에 혼란을 겪으면서도 프랑스 파리 소르본 대학을 나와 광고회사에서 일하는 등 안정된 삶을 살던 테게가 끔찍한 진실과 마주한 것은 38살이 된 2008년 8월 어느 날이었다.  그는 심리학 서적을 찾아보러 함부르크 중앙도서관에 들어갔다가 우연히 생모가 쓴 책을 발견했다.  도서관에서 집어든 빨간색 책을 넘겨보다가 표지에 실린 흑백사진의 주인공이 친모인 모니카 괴트라는 사실과 함께 악명높은 나치 간부 아몬 괴트(사진)가 바로 자신의 외할아버지라는 것을 알게 됐다.  아몬 괴트는 폴란드 푸아쇼프 강제수용소장을 지내며 유대인 8000명 학살에 관여한 인물로 교수형을 받는 순간까지 ‘하일 히틀러’(히틀러 만세라는 뜻의 나치 구호)를 외친 골수 나치당원이었다.  특히 1993년 영화 ‘쉰들러리스트’에서 유명 배우 랠프 파인즈가 괴트로 분해 실감 나는 악역 연기를 선보여 악명이 더욱 널리 퍼진 상태였다.  역사에 기록된 악당과 자신이 가족이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테게는 거울을 들여다본 뒤 턱선, 코와 입 사이의 주름이 괴트와 닮았단 사실을 깨닫고 “외할아버지로부터 내가 뭔가를 물려받았을까”라는 두려움에 떨었다고 전했다.  흑인 혼혈인 자신은 나치의 이상형인 순수 아리아인과 거리가 멀다는 점에서 “외할아버지가 (살아 있었다면) 망설임 없이 나를 죽였을 것이라는 느낌이 든다”고까지 털어놨다.  유달리 이스라엘 친구들이 많았다는 사실도 죄책감을 더했다.  테게는 소르본 대학에 다닐 때 사귄 이스라엘 친구 집에 여행을 떠났다가 늦잠을 자는 바람에 귀국 비행기를 놓친 뒤 아예 눌러앉아 텔아비브 대학에서 중동·아프리카학과 히브리어를 공부하기도 했다.  그는 “내가 이스라엘을 (여행지로) 골랐고 비행기를 놓쳐 눌러앉은 이 모든 것이 운명이었다”고 말했다.  고민 끝에 비밀을 알게 된 지 2년 만에 홀로코스트 생존자였거나 희생자의 후손인 이스라엘 친구들에게 자신이 수용소장의 손녀라는 사실을 털어놨으나 예상 외로 친구들은 함께 눈물을 흘리며 그를 위로했다고 한다.  비극에 맞닥뜨린 테케의 선택은 일을 그만두고 모친의 책과 관련 다큐멘터리, 온라인 검색 등을 통해 어두운 가족사를 정면으로 파헤쳐 이를 드러내는 것이었다.  조사 결과를 책으로 공개한 테게는 자녀들에게도 가족사를 이야기해줬다면서 “아이들이 나처럼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 정신적 충격에 빠지지 않기를 바랐다. 다만 영화 ‘쉰들러리스트’는 좀 더 나이가 들면 보여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 인생은 이전보다 오히려 더 나아졌다”며 “이제 더는 외할아버지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우리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라고 단언했다.  다만 충격적 진실을 극복한 테게와 달리 모친과 외할머니는 트라우마와 혼란 속에 일생을 보낸 것으로 보인다. 테게의 저서를 보면 외할머니인 루트 이레네 칼더는 자신의 딸이자 테게의 모친인 모니카에게 괴트는 “전쟁영웅”이자 희생자라고 강변해오다 1983년 자살 직전에야 “내가 사람들을 도와줬어야 했다”며 후회하는 말을 남겼다. 모니카 역시 유대인 희생자와 함께 촬영한 다큐멘터리에서 “아버지는 유대인들이 전염병을 퍼뜨렸기 때문에 그들을 쏜 것”이라고 항변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테게는 “(전쟁) 2세대는 홀로코스트의 진실을 마주하는 데 큰 어려움을 갖고 있지만 우리 세대는 다르다. 우리는 책임과 죄 사이에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라며 조상의 죄가 후손 개개인에게 상속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박정희 공원 재추진 논란, 朴대통령 “경제가 어려운데…” 언급했지만

    박정희 공원 재추진 논란, 朴대통령 “경제가 어려운데…” 언급했지만

    박정희 공원 재추진 논란, 朴대통령 “경제가 어려운데…” 언급했지만박정희 공원 재추진 논란 서울 중구가 2년여 전 서울시의 반대로 추진하지 못했던 박정희 전 대통령의 기념공원 사업을 올해 자체 예산으로 재개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12일 중구의회 변창윤(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중구는 ‘동화동 역사문화공원 및 주차장 확충계획’을 세우고 올해 약 100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2018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되며 총사업비는 314억원으로 추정된다. 중구는 2년 전 이 사업을 중앙 정부 및 서울시와 예산을 분담하고자 서울시에 사업 투자 심사를 요청했지만 서울시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당시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세금을 들여 기념공원을 만드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 바 있다. 중구는 이번에는 동화동 공영주차장을 지화하하는 사업과 서울시 등록문화재인 박 전 대통령 가옥과 연계한 역사문화공원 사업을 병행하는 식으로 추진했다. 중구는 일대에 지하 4층~지상 1층, 전체 면적 1만 1075㎡ 규모의 건물을 지어 지하 2~4층은 차량 271대를 세울 수 있는 주차장으로 활용하고 지하 1층 일부에는 전시장을, 지상에는 역사문화공원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동화동의 주차장 확보율을 현재 89%에서 95% 이상으로 높이고, 불법주차를 합법화하려면 주차장 지하화는 필수라며 2014년부터 국토부와 업무협의를 하고 규제개혁 건의서를 제출하는 등 추진 절차에 분주했다. 지난해에는 “인근 진영빌딩까지 주차장을 확보하고 박정희 가옥과 연계한 역사공원 콘셉트로 조성하라”는 구청장 지시로 예산을 확정했고,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도 마쳤다. 주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설명회도 수차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달부터는 감정평가와 토지·건물을 보상하고 실시설계 용역을 거쳐 10월 착공, 2018년 3월 주차장과 공원을 준공해 운영할 방침이다. 중구가 전액 구비로 사업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중앙정부와 서울시와의 갈등은 없지만, 구의회에서는 일찌감치 반대 결의문을 채택하는 등 찬반 논쟁이 불거졌다. 인근 주민들과 상인과의 갈등도 남아있다. 중구는 사업 대상지 중 한 곳의 편의점 건물을 강제수용하겠다는 뜻을 최근 밝혀 건물주 등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구의회에서는 역사문화공원 조성 예산은 구가 제출했던 1억원에서 5000만원으로, 공영주차장 건립예산도 125억원에서 41억원 깎아 84억원으로 확정됐다. 변창윤 의원은 “주차장 확충 원칙에는 찬성하지만 100여대를 더 주차하려고 국·시비 지원도 없이 수백억원의 세금을 들여 건물을 허물고 새로 짓는 건 예산 낭비”라면서 “결국 공원 조성을 위해 주차장 카드를 꺼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중구청은 “주차장 건설은 주민 숙원 사업으로 오래 전부터 추진해왔고 역사문화공원은 2011년부터 해온 ‘1개동 1명소’ 사업의 일환”이라면서 “구청에서는 ‘박정희 공원’이라고 표현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박정희 공원 재추진 논란, 총사업비 314억…대체 왜?

    박정희 공원 재추진 논란, 총사업비 314억…대체 왜?

    박정희 공원 재추진 논란, 총사업비 314억…대체 왜? 박정희 공원 재추진 논란 서울 중구가 2년여 전 서울시의 반대로 추진하지 못했던 박정희 전 대통령의 기념공원 사업을 올해 자체 예산으로 재개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12일 중구의회 변창윤(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중구는 ‘동화동 역사문화공원 및 주차장 확충계획’을 세우고 올해 약 100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2018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되며 총사업비는 314억원으로 추정된다. 중구는 2년 전 이 사업을 중앙 정부 및 서울시와 예산을 분담하고자 서울시에 사업 투자 심사를 요청했지만 서울시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당시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세금을 들여 기념공원을 만드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 바 있다. 중구는 이번에는 동화동 공영주차장을 지화하하는 사업과 서울시 등록문화재인 박 전 대통령 가옥과 연계한 역사문화공원 사업을 병행하는 식으로 추진했다. 중구는 일대에 지하 4층~지상 1층, 전체 면적 1만 1075㎡ 규모의 건물을 지어 지하 2~4층은 차량 271대를 세울 수 있는 주차장으로 활용하고 지하 1층 일부에는 전시장을, 지상에는 역사문화공원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동화동의 주차장 확보율을 현재 89%에서 95% 이상으로 높이고, 불법주차를 합법화하려면 주차장 지하화는 필수라며 2014년부터 국토부와 업무협의를 하고 규제개혁 건의서를 제출하는 등 추진 절차에 분주했다. 지난해에는 “인근 진영빌딩까지 주차장을 확보하고 박정희 가옥과 연계한 역사공원 콘셉트로 조성하라”는 구청장 지시로 예산을 확정했고,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도 마쳤다. 주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설명회도 수차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달부터는 감정평가와 토지·건물을 보상하고 실시설계 용역을 거쳐 10월 착공, 2018년 3월 주차장과 공원을 준공해 운영할 방침이다. 중구가 전액 구비로 사업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중앙정부와 서울시와의 갈등은 없지만, 구의회에서는 일찌감치 반대 결의문을 채택하는 등 찬반 논쟁이 불거졌다. 인근 주민들과 상인과의 갈등도 남아있다. 중구는 사업 대상지 중 한 곳의 편의점 건물을 강제수용하겠다는 뜻을 최근 밝혀 건물주 등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구의회에서는 역사문화공원 조성 예산은 구가 제출했던 1억원에서 5000만원으로, 공영주차장 건립예산도 125억원에서 41억원 깎아 84억원으로 확정됐다. 변창윤 의원은 “주차장 확충 원칙에는 찬성하지만 100여대를 더 주차하려고 국·시비 지원도 없이 수백억원의 세금을 들여 건물을 허물고 새로 짓는 건 예산 낭비”라면서 “결국 공원 조성을 위해 주차장 카드를 꺼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중구청은 “주차장 건설은 주민 숙원 사업으로 오래 전부터 추진해왔고 역사문화공원은 2011년부터 해온 ‘1개동 1명소’ 사업의 일환”이라면서 “구청에서는 ‘박정희 공원’이라고 표현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박정희 공원 재추진 논란, 총사업비 314억… 중구 “주민 숙원사업”

    박정희 공원 재추진 논란, 총사업비 314억… 중구 “주민 숙원사업”

    박정희 공원 재추진 논란, 총사업비 314억… 중구 “주민 숙원사업” 박정희 공원 재추진 논란 서울 중구가 2년여 전 서울시의 반대로 추진하지 못했던 박정희 전 대통령의 기념공원 사업을 올해 자체 예산으로 재개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12일 중구의회 변창윤(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중구는 ‘동화동 역사문화공원 및 주차장 확충계획’을 세우고 올해 약 100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2018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되며 총사업비는 314억원으로 추정된다. 중구는 2년 전 이 사업을 중앙 정부 및 서울시와 예산을 분담하고자 서울시에 사업 투자 심사를 요청했지만 서울시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당시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세금을 들여 기념공원을 만드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 바 있다. 중구는 이번에는 동화동 공영주차장을 지화하하는 사업과 서울시 등록문화재인 박 전 대통령 가옥과 연계한 역사문화공원 사업을 병행하는 식으로 추진했다. 중구는 일대에 지하 4층~지상 1층, 전체 면적 1만 1075㎡ 규모의 건물을 지어 지하 2~4층은 차량 271대를 세울 수 있는 주차장으로 활용하고 지하 1층 일부에는 전시장을, 지상에는 역사문화공원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동화동의 주차장 확보율을 현재 89%에서 95% 이상으로 높이고, 불법주차를 합법화하려면 주차장 지하화는 필수라며 2014년부터 국토부와 업무협의를 하고 규제개혁 건의서를 제출하는 등 추진 절차에 분주했다. 지난해에는 “인근 진영빌딩까지 주차장을 확보하고 박정희 가옥과 연계한 역사공원 콘셉트로 조성하라”는 구청장 지시로 예산을 확정했고,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도 마쳤다. 주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설명회도 수차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달부터는 감정평가와 토지·건물을 보상하고 실시설계 용역을 거쳐 10월 착공, 2018년 3월 주차장과 공원을 준공해 운영할 방침이다. 중구가 전액 구비로 사업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중앙정부와 서울시와의 갈등은 없지만, 구의회에서는 일찌감치 반대 결의문을 채택하는 등 찬반 논쟁이 불거졌다. 인근 주민들과 상인과의 갈등도 남아있다. 중구는 사업 대상지 중 한 곳의 편의점 건물을 강제수용하겠다는 뜻을 최근 밝혀 건물주 등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구의회에서는 역사문화공원 조성 예산은 구가 제출했던 1억원에서 5000만원으로, 공영주차장 건립예산도 125억원에서 41억원 깎아 84억원으로 확정됐다. 변창윤 의원은 “주차장 확충 원칙에는 찬성하지만 100여대를 더 주차하려고 국·시비 지원도 없이 수백억원의 세금을 들여 건물을 허물고 새로 짓는 건 예산 낭비”라면서 “결국 공원 조성을 위해 주차장 카드를 꺼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중구청은 “주차장 건설은 주민 숙원 사업으로 오래 전부터 추진해왔고 역사문화공원은 2011년부터 해온 ‘1개동 1명소’ 사업의 일환”이라면서 “구청에서는 ‘박정희 공원’이라고 표현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서울광장] 아시아인들이여, 인권을 자각하자/박홍환 논설위원

    [서울광장] 아시아인들이여, 인권을 자각하자/박홍환 논설위원

    독일 유대인 학살의 책임자였던 오토 아돌프 아이히만은 1962년 6월 1일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스스로 유럽 각지의 유대인 500만명을 폴란드 죽음의 수용소로 이송했다고 자랑했던 그이다. 이런 악(惡)의 화신이 또 있을까 싶지만 1961년 4월 예루살렘의 재판정에 선 그는 그저 그렇게 생긴 평범한 중년의 게르만 남성에 불과했다. 그는 7개월간 계속된 재판에서 “단지 명령에 따랐을 뿐”이라고 강변했다. 자신이 사지로 내몰았던 강제수용소 생존자들의 피 끓는 분노의 증언이 쏟아졌지만 그는 선과 악을 구분할 줄 모르는 ‘명령수행자’였을 뿐이라고 끝까지 항변했다. 이런 그에 대해 재판을 지켜본 유대계 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그가 유죄인 이유는 아무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그 유명한 ‘악의 평범성’이라는 화두를 던졌다. 생각하지 않고, 알려고 하지 않은 수많은 독일의 소시민들로 인해 보편적 인권까지도 하찮게 여기는 나치즘의 광기가 한 시대를 뒤덮었다는 것이다. 청소년기 히틀러의 무장친위대에 복무했던 사실을 2006년에야 고백한 독일의 노벨상 작가 귄터 그라스 또한 “나는 아무것도 알려고 하지 않았거나 거짓된 것만을 아는 데 만족했다”며 자책하지 않았던가. 이 시점에 50여년 전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새삼 거론하는 까닭은 단지 엊그제가 아렌트의 40주기였기 때문만은 아니다. 보편적 인권은 결국 대중들의 사유와 자각을 통해 지켜낼 수 있다는 생각이 불현듯 스쳤기 때문이다. 그라스는 “나중에 전범 재판을 보고서야 비로소 나치 범죄의 진상을 깨달았다”며 알려고 하지 않은 자신을 부끄러워했다. 스스로 사유하지 않는다면 언제라도 광기의 시대가 또 올 수 있다는 경종으로도 들린다. 유럽 못지않게 아시아 역시 지난 세기 광기에 휩쓸려 반인륜적 집단범죄가 잇따랐다. 일제의 난징대학살이 대표적일 것이다. 집단말살이 서슴없이 자행됐다. 일본군 위안부로 대표되는 여성에 대한 전쟁범죄는 또 어떤가. 그럼에도 여전히 제대로 된 반성조차 이뤄지지 않은 채 상흔은 짙게 남아 있다. 반성은커녕 ‘후손들에게 사죄의 부담을 지게 해서는 안 된다’며 군국주의로의 회귀를 꿈꾸고 있는 일본이다. 이런 아베 정권에 박수를 보내는 일본의 우익은 나치즘에 비옥한 토양을 제공한 대중들의 무사유를 연상시킨다. 아시아에서 또다시 인권말살의 참혹한 풍경이 재현되어선 안 된다. 범죄를 범죄로 알아보지 못하고, 왜? 하고 묻지 않는 잘못을 되풀이해선 절대 안 된다. 보편적 인권 보장은 비단 한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아시아인 전체의 책무이기도 하다. 유럽은 전후 청산과 동시에 지역 전체의 인권 보장에 총력을 기울였다. 1953년 인권조약이 발효됐고 1959년에는 유럽회의 산하에 유럽인권재판소를 창설했다. 유럽은 지금 각국의 상호 감시 및 압박을 통해 개개인의 인권까지 보장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아시아가 못 할 까닭이 없다. 오히려 너무 늦었다. 최근 독일을 방문한 박한철 헌법재판소장과 안창호 헌법재판관은 프라이부르크대학 초청 특강을 통해 아시아인권재판소 창설의 필요성을 밝혔다. 아시아인권재판소 창설은 지난해 서울에서 열린 세계헌법재판회의 총회에서도 우리가 제안해 큰 호응을 받은 바 있다. 국가 간 정치·종교·문화·역사적 차이를 고려해 집단말살 금지, 여성 및 아동에 대한 보호 등 어느 국가도 반대하기 어려운 최소한의 기준으로 출발해 차츰 보편적 인권 전반을 다루는 명실상부한 지역인권보장기구로 키워 나가자는 것이다. 집단의 슬기는 집단의 광기를 물리칠 수 있다. 아시아에서 위안부와 같은 세계사적인 여성인권 유린 행위나 제2의 난징대학살, 제2의 킬링필드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려면 아시아인들의 악에 대한 각성이 필요하다. 개인의 존엄성과 인권을 경시했던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아시아인들이 깨어나야 한다. ‘악은 주변에 있다’는 아렌트의 경고를 허투루 흘려선 안 된다. 아시아인권재판소 창설이 절실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할머니 가운데 생존자는 이제 46명만 남았을 뿐이다. 이들이 모두 세상을 등지기 전 아시아인들이 힘을 모아 인권보장의 새 지평을 열 수 있길 소망한다. stinger@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