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강제동원
    2025-12-20
    검색기록 지우기
  • TV조선
    2025-12-20
    검색기록 지우기
  • 학대
    2025-12-20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899
  • [열린세상] 대통령이 긴장하면 시민이 자유롭다/김정 북한대학원대 교수

    [열린세상] 대통령이 긴장하면 시민이 자유롭다/김정 북한대학원대 교수

    외교 협상의 결과는 종종 국내 정치의 갈등을 증폭시킨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라크 파병, 이명박 전 대통령의 미국산 소고기 수입, 박근혜 전 대통령의 위안부 합의 이후 목도했던 사회적 반발은 외교 협상이 때때로 국내 정치를 얼마나 사납게 균열시키는 효과를 내는지 극명하게 보여 준 사례들이다. 국제관계는 한 나라의 정부가 통제하기 어려운 수많은 변수가 개입하는 영역이기 때문에 외교 협상의 결과에 대한 대통령의 기대와 시민 여론의 반응이 항상 일치하기는 어렵다. 대통령은 앞일을 내다보고 장기적 차원의 이익을 겨냥한 대외 전략을 구상했다 하더라도 단기적 차원의 이익을 충족하지 못하는 당장의 정책 결과에 낙심한 시민의 마음은 냉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는 외교 협상과 관련한 장기적 효과의 불확실성과 단기적 효과의 불충분성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책임을 시민의 인내가 아니라 대통령의 설득에서 찾는다. 민주주의에서 시민은 선거를 통해 자신의 대외적 이익을 가장 잘 구현할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출하고, 대통령은 자신의 외교 전략을 수립하면서 시민에게 그 기대 효과를 설명하고 정책 결과에 대한 상벌 여부를 묻는다. 선거를 거쳐 시민으로부터 정치적 선택을 받았으면 다음 선거 때까지 단행되는 모든 외교 협상들은 대통령의 고독한 결단의 영역에만 속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민주주의를 그 반쪽인 시민의 ‘위임’으로만 이해하고 있는 셈이다. 대통령이 외교 전략과 관련해 자신이 구현하고자 했던 시민의 기대 이익과 정책 결과에 대한 시민의 실제 반응 사이에 괴리가 발생한 이유를 설명하고, 외교 실적에 대한 평결을 구하는 시민의 ‘문책’에 열려 있어야 민주주의는 비로소 작동한다. 위임과 문책의 연쇄 고리가 원활하게 작동해야 민주주의의 제도적 강점인 ‘자기 교정’ 기제가 그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다. 대통령이 기대하는 외교 협상의 성과와 시민이 촉발하는 국내 정치의 불만 사이의 악순환을 끊고, 대통령은 시민의 이익을 재정의하는 정책 조정에 나서고 시민은 대통령의 외교 전략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외치(外治)와 내정(內政)의 상생이 가능하다. 윤석열 대통령의 외교 협상이 빈번히 국내 갈등으로 전화(轉化)하는 배경에는 시민의 ‘문책’에 유난히 닫혀 있는 정권의 성격도 한몫을 하고 있다. 지난 3월 한일 정상회담에서 제3자 변제를 통한 강제동원 해법을 제시한 한국의 양보는 뚜렷한 반면 일본의 양보가 무엇인지는 한 달이 지난 이 시점까지도 분명하지 않다. 한국 갤럽이 3월 10일 공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양보 방안에 대한 시민의 평가는 찬성이 35%, 반대가 59%로 크게 부정적이다. 이에 대해 국가안보실은 국민 입장에서는 아쉬울 수 있지만 윤석열 정부는 일본과 무엇을 주고받는 협상을 원하지 않았다고 공언했다. 그 결과 7일 현재 전체 유권자의 61%가 윤 대통령의 직무 수행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그 가운데 23%는 외교를, 15%는 강제동원 배상 문제를 그 이유로 각각 들고 있다. 대통령의 외교적 결단과 시민의 정치적 불만이 대치한 채 외치와 내정의 상극이 절정에 달한 느낌이다. 미국 중앙정보국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한국 대통령실을 감청했다는 의혹과 관련한 대응에서 윤 대통령이 다시금 시민의 ‘문책’에 인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국내 여론 설득에 나서기를 기대한다. 시민의 ‘문책’은 대통령을 긴장하게 만들지만 결과적으로 외교 협상의 지렛대를 높이고 국내 갈등의 발화점을 낮춘다. 외치와 내정의 선순환을 생성시켜 결국 시민의 이익을 촉진한다. 민주주의는 대통령을 긴장시켜 시민을 자유롭게 하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 日강제동원 ‘제3자 배상금’ 10명 수용

    日강제동원 ‘제3자 배상금’ 10명 수용

    정부의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 배상 해법이 나온 지 한 달여 만에 피해자 15명 중 10명이 배상금을 수용했다. 서민정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은 13일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14일 기준으로 정부 해법에 대해 수용 의사를 밝힌 (대법원) 확정 판결 피해자 10명의 유가족에게 판결금과 지연 이자를 지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피해자와 유가족들의 상처가 조금이라도 치유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해 나갈 것이고, 재단과 함께 한 분 한 분 찾아뵙고 진정성 있는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생존자 3명을 포함한 피해자 5명은 판결금 수령을 거부한 상태로, 향후 일본 정부의 성의 있는 호응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6일 피해자 15명의 판결금과 지연 이자를 일본제철, 미쓰비시중공업 등 일본 피고 기업 대신 재단이 지급한다는 해법을 공식 발표했다. 이후 정부와 재단 측은 피해자와 유족들을 개별적으로 만나 해법을 설명하고 안내 절차를 진행해 왔다. 피해자 1인당 수령액은 2018년 대법원이 판결한 배상금과 지연 이자를 합쳐 2억 3000만~2억 9000만원 수준이다. 재단은 앞서 포스코, 주한미국상공회의소 등으로부터 기부받아 재원을 마련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미 2명이 판결금을 수령했고, 14일 나머지 8명에 대한 지급을 완료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 당국자는 “정부 해법이 국민과 피해자의 눈높이에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다”면서도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정부의 해법 발표 직후 김성주·양금덕 할머니, 이춘식 할아버지 등 생존 피해자 3명과 피해자 유족 2명은 ‘제3자 변제에 반대한다’는 뜻을 담은 내용증명을 재단에 전달한 상태다. 외교부와 재단 측은 배상금 지급 절차가 피해자들의 법적 권리 실현이며 채권을 소멸시키는 차원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재단 관계자는 “이 프로세스는 (피해자들의) 채권을 실현하고 만족시키기 위해 시작된 것”이라며 “검토 결과 제3자 변제 시 영수증 또는 변제수령증명서만 있으면 채권 소멸 각서가 필요 없다는 해석을 받았다. (각서는) 처음부터 고려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받을 생각이 전혀 없다”고 했다. 한편 시민단체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이날 성명을 내고 정부 발표에 대해 “굳이 피해국 재단이 먼저 나서서 책임을 대신 지겠다고 하는 모양새도 차마 눈 뜨고 못 볼 지경”이라며 “사태를 적당히 무마해 보려는 허튼수작을 당장 거둬야 한다”고 비판했다.
  • 강제징용 피해 15명중 10명 배상금 수령…尹정부 해법 수용

    강제징용 피해 15명중 10명 배상금 수령…尹정부 해법 수용

    2018년 대법원에서 승소를 확정한 강제징용 피해자 15명 가운데 10명의 유가족이 정부의 ‘제3자 변제’ 해법을 수용하고 배상금을 수령하기로 했다. 서민정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은 13일 기자들과 만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하 재단)은 14일 기준으로 정부 해법에 대해 수용 의사를 밝힌 대법원 확정판결 피해자 10분의 유가족들께 판결금과 지연이자를 지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 국장은 “(이들은) 이 문제가 조속히 해결되길 바란다는 의견을 표명하고 정부 해법에 따른 판결금 지급을 수용했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재단이 민간의 자발적 기여로 재원을 조성, 확정판결 피해자 15명(원고 기준 14명)의 판결금과 지연이자를 일본 피고 기업 대신 지급한다는 해법(제3자 변제)을 지난달 6일 공식 발표했다. 이후 정부와 재단은 피해자 및 유족들을 개별적으로 만나 해법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절차를 진행해 왔다. 배상 확정판결이 내려진 사건은 3건, 해당 피해자는 15명이다. 일본제철 피해자 4명 중 3명, 히로시마 미쓰비시 중공업 피해자 5명 중 4명, 나고야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피해자 6명 중 3명의 유가족이 배상금 수령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재단은 피해자 2명의 유가족에게 수령 신청서를 받고 지난 7일 처음으로 배상금을 지급했다. 이어 이날 오후 이사회를 열어 나머지 8명에 대한 지급을 승인받았으며 지급 절차는 14일 이뤄질 예정이다. 정부 해법을 수용한 유가족들은 “피고 기업 배상도 좋지만 청구권 협정 자금으로 경제 개발을 이루어낸 우리 정부와 기업이 나서야 한다”, “판결금을 받고 강제징용 관련 문제를 해결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유가족들이 있다는 점도 알려주기를 바란다”는 등의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고 이 당국자는 전했다. 이들이 당초 승소로 얻어낸 배상금은 8000만원∼1억원 정도인데 여기에 지연이자가 붙어 받아야 할 금액은 2억원∼2억 9000만원 가량이 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배상금은 피해자 한 명당 여러 명의 유족들에게 나뉘어 돌아갈 수밖에 없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런 상황을 거론하며 “유가족은 당사자가 아니니 (배상금 수령이) 돈을 받기 위해서라는 식으로 공격을 당해 굉장히 마음이 상하시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는 “수령의사를 표명하신 유가족 중 어떤 분들은 일본서 소송이 진행될 때 부모님을 일본까지 가서 소송을 하고 뒷바라지해왔다”며 “유가족이라고 해서 어떤 입장이 다르다거나 폄하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정부 해법을 수용하지 않은 나머지 피해자 5명 측은 재단에 내용증명을 보내 정부 해법을 거부한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밝힌 상태다. 여기에는 일본제철 피해자 이춘식 할아버지,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피해자인 양금덕·김성주 할머니 등 생존 피해자 3명 전원이 포함돼 있다. 소송대리인과 지원단체들은 정부 해법을 거부하는 피해자들과는 강제집행을 위한 법적 절차를 계속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들에 대해 “정부로서는 진정성있게 만남을 요청하고 설명해 드리는 노력을 계속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라는 말도 있다”며 “정부 해법이 피해자·유가족 분들이나 우리 국민의 눈높이에 완벽하다 할 수는 없지만 여러 현실적 제약을 고려해 남은 피해자·유가족분께도 최소한 정부와 면담에 응해주시고 저희 설명을 들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 정부, 강제동원 ‘제3자 변제’ 시작…피해자단체 “눈 뜨고 못 볼 지경”

    정부, 강제동원 ‘제3자 변제’ 시작…피해자단체 “눈 뜨고 못 볼 지경”

    정부가 일제 강제징용피해자에게 ‘제3자 변제안’에 따라 변제금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정부가 제3자 변제안을 발표한 지 한달여 만이다. 12일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하 재단)이 이달 들어 대법원의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15명 중 강제동원피해자 유족 2명에게 각각 최대 2억원 상당의 변제금을 지급한 사실이 알려졌다. 지난달 6일 외교부는 재단이 2018년 대법원의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강제징용피해자 15명의 판결금과 지연이자를 일본 피고 기업 대신 지급한다는 해법(제3자 변제)을 공식 발표한 바 있다.이후 정부와 재단은 피해자 및 유족들을 개별적으로 만나 해법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절차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재단이 피해자와 유족 측에 전할 변제금의 재원은 민간의 자발적 기여로 마련한다는 방침이었는데, 지난달 15일 포스코의 40억원 기부로 갖춰졌다. 12일 연합뉴스와 접촉한 외교부 당국자는 “개별적인 판결금 지급 등 구체 현황에 대해서는 피해자 및 유가족들의 의사를 감안해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다”라면서도 “판결금 지급과 관련해 조만간 진전 상황을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번 해법은 대법원 판결에 따른 피해자·유가족 분들의 법적 권리를 실현시켜 드리는 것으로서, 채권 소멸과는 무관하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부 피해자·유족들은 제3자 변제 방식이 그간 자신들이 일관되게 요구했던 ▲일본의 진정성 있는 사과 ▲일본 기업 배상 참여를 충족하지 않는다며 변제금 수용을 거부하고 있다. 강제동원피해자단체, 정부 변제금 지급 비판“누가 누구를 대신해서 변제하는지 불명확” 한편 정부의 변제금 지급이 시작되자 관련 시민단체가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13일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성명을 내고 “정부가 강제동원피해자 유족 2명에게 지급한 ‘배상금’은 소위 ‘제3자 변제’ 방식으로 일본 피고 기업 대신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을 꼭두각시로 내세워 국내 기업들로부터 뜯어낸 기부금을 재원으로 지급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단체는 재단이 피고 기업들을 대신해 변제한다고 분명히 밝히지 않은 채 피해자와 유가족들에게 금전 지급을 시도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단체는 “재단이 지급하는 판결금 명목의 금전이 원고들의 채권 소멸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는 것은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얘기다. 재단은 ‘판결과 관련한 금전을 한국 정부에게 대신 지급 받는다’라고 하고 있지만, 문제는 정작 ‘대신’의 주체가 누구인지 밝히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정부가 누구의 채무를 대신 해소해주는지 모호하게 표현해 피고 기업들의 책임을 무마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과 같은 맥락의 지적이다. 이어 “대법원 판결에서 패소한 일본제철·미쓰비시 등 일본 기업들은 한국 대법원 판결을 부정하며, 줄곧 배상 책임이 없다고 주장해 왔다”라면서 “재판에 지고 나서는 그 결과를 못 따르겠다는 일본 기업들도 낯짝이 두꺼운 일이지만, 굳이 피해국 재단이 먼저 나서서 그 책임을 대신 지겠다고 하는 모양새도 차마 눈 뜨고는 못 볼 지경이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일반 상식에도 반하고, 법적으로도 허용될 수 없는 얼치기 제3자 변제 방식으로 지금의 사태를 적당히 무마해 보려는 허튼수작을 당장 거둬야 한다”라면서 “주권 포기에 남는 것은 국제적 웃음거리와 머저리 신세밖에 없다”라고 강조했다.
  • 日외교청서 ‘역대내각 역사인식 계승’ 누락… ‘독도’ 억지도

    日외교청서 ‘역대내각 역사인식 계승’ 누락… ‘독도’ 억지도

    일본 정부가 11일 발표한 ‘2023 외교청서’에서 지난달 6일 우리 정부의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해결책에 대한 일본 입장을 설명하면서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 계승’이라는 표명을 누락했다. 또 독도에 대해 영유권을 주장하는 등 억지 주장도 반복했다.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상은 이날 각의(국무회의)에서 매년 4월 발표하는 올해 외교청서를 보고했다. 일본은 올해 외교청서에 한일이 지난해 5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외교당국 간 의사소통과 한일 정상회담 등을 통해 강제동원 문제 조기 해결을 모색해 왔다고 기술했다. 이어 “3월 6일 한국 정부는 옛 ‘조선반도 출신 노동자’(징용 노동자의 일본식 표현) 문제에 관한 자신의 입장(제3자 대위 변제 해법)을 발표했다”며 “하야시 외무상은 2018년 한국 대법원 판결에 따라 매우 어려운 상태에 있던 한일 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기 위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했다. 하지만 하야시 외무상이 “일본 정부는 1998년 10월 발표된 한일 공동선언(이른바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포함해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다고 확인한다”고 밝힌 일본의 반성 부분을 외교청서에 기술하지 않았다.일본이 이 부분을 뺀 건 강제동원 문제에 대한 반성이 중요하지 않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1998년 김대중 당시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총리가 발표한 한일 공동선언에는 일본의 과거 식민지배에 대한 ‘통절한 반성과 진심 어린 사죄’가 담겨 있다. 우리 정부가 강제동원 해결책 발표에 상응하는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 조치’(가해 기업인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 등의 배상 참여 등)를 촉구했지만 일본이 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뿐만 아니라 일본 정부는 독도에 대한 영유권 주장을 계속했다. 외교청서는 “다케시마(일본이 주장하는 독도 명칭)는 역사적 사실에 비춰 봐도 국제법상으로도 명백한 일본 고유의 영토”라며 “한국은 경비대를 상주시키는 등 국제법상 아무런 근거 없이 다케시마 불법 점거를 계속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이 독도를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표현은 2018년 외교청서에 처음 등장한 후 6년째 이어지고 있다. 한국 외교부는 이날 대변인 논평을 내고 일본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한 데 대해 “강력히 항의하며 이를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또 구마가이 나오키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초치해 엄중 항의했다. 한편 일본은 한국을 “국제사회의 다양한 과제에 대응해 협력해 나가야 할 중요한 이웃 나라”라고 규정했다. 북한에 대해 “북한의 행동은 일본의 안전보장에 중대하고 임박한 위협인 동시에 국제사회에 대한 명백하고 심각한 도전으로 도저히 간과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 중국의 군사력 강화와 관련해 “지금까지 없었던 최대의 전략적 도전”이라고 해 지난해보다 우려의 표현을 강화했다.
  • ‘독도는 일본땅’ 日왜곡교과서…북한 “영토팽창 야망 깔려있다” 맹비난

    ‘독도는 일본땅’ 日왜곡교과서…북한 “영토팽창 야망 깔려있다” 맹비난

    지난달 일본 문부과학성 검정을 통과한 초등학교 교과서에 ‘독도를 일본 고유영토’라고 표기한 것과 관련해 북한은 “영토팽창 야망이 깔려있다”고 비난했다. 외무성은 11일 홈페이지에 게시한 ‘새 세대들에게 그릇된 력사관을 심어주는 부당한 행위’라는 제목의 글에서 “(교과서) 검정에서 통과된 교과서들에서는 조선인 강제 징병을 ‘지원’으로, 독도는 ‘일본 고유의 령토’로 왜곡 표기하였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28일 일본 문부과학성은 초등학교에서 2024년도부터 쓰일 교과서 149종을 심사하면서 독도를 일본의 고유영토라고 표기한 초등학교 4~6학년 사회 교과서 9종 전체를 검정 통과시켰다. 또 일제강점기 강제동원에 대해 ‘지원’을 추가해 스스로 참여했다는 식으로 강제성을 약화한 교과서도 대거 검정 통과했다.외무성은 “일본이 새 세대들에게 그릇된 력사관을 심어주고 있는 밑바탕에는 죄악의 침략 력사를 미화분식하고 령토팽창 야망을 기어이 실현해보려는 음흉한 목적이 깔려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새 세대들에게 정의와 진실을 가르쳐줄 때 비로소 그 국가의 전도와 미래가 밝은 법”이라면서 “이러한 순리에 배치되게 일본은 새 세대들에게 그릇된 력사관을 주입시키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외무성은 “자기의 죄과를 뉘우치지 않고 숨기려 하는 자가 재범의 길을 가는 것은 자명한 리치”라며 “새 세대들이 과거의 력사를 올바로, 깊이 인식하여 지난날의 수치스러운 범죄의 행적을 다시 밟지 않도록 하는 것이 일본에 유익한 선택으로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日에 또 뒤통수 맞은 韓…외교청서에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 계승’ 표명 누락

    日에 또 뒤통수 맞은 韓…외교청서에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 계승’ 표명 누락

    일본 정부가 11일 발표한 ‘2023 외교청서’에서 지난달 6일 우리 정부의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해결책에 대한 일본 입장을 설명하면서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 계승’이라고 언급한 부분을 누락했다. 또 독도에 대해 영유권을 주장하는 등 억지 주장도 반복했다.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은 이날 각의(국무회의)에서 올해 외교청서를 보고했다. 일본 정부는 최근 국제정세 분석과 일본의 외교활동을 기록한 외교청서를 매년 4월 중 발표한다. 올해 외교청서에서 일본은 한국에 대해 “국제사회의 다양한 과제에 대응해 협력해 나가야 할 중요한 이웃 나라”라고 규정했다. 지난해 ‘중요한 이웃 나라’라고만 한 것과 비교하면 한국의 중요성을 더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강제동원 문제와 관련해 일본은 “옛 조선반도 출신 노동자(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일본의 표현) 문제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 따라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일 외교당국 간 긴밀한 의사소통을 거쳐 올해 3월 6일 한국 정부가 입장을 발표했고 이에 따라 같은 날 하야시 외무상이 일본 정부의 입장을 표명했다”고 했다. 이어 “하야시 외무상은 2018년 한국 대법원판결에 따라 매우 어려운 상태에 있던 한일 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기 위한 것으로 평가한다”며 “이번 (한국 정부의) 발표를 계기로 조치가 실행되는 것과 함께 정치·경제·문화 등의 교류가 계속 확대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고 했다. 하지만 외교청서에서는 하야시 외무상이 “역사 인식에 관해서는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해왔고 앞으로도 이어갈 것”이라고 말한 강제동원 문제에 대한 일본의 반성 부분을 반영하지 않았다. 일본이 이 부분을 적시조차 하지 않은 데는 강제동원 문제에 대한 반성이 중요하지 않다는 속내를 보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우리 정부가 강제동원 해결책 발표에 상응하는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 조치’(가해 기업인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 등의 배상 참여 등)를 촉구했지만 일본이 끝내 하지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이 나온다.뿐만 아니라 일본 정부는 올해 외교청서에서 독도에 대한 영유권 주장을 계속했다. 외교청서는 “다케시마(일본이 주장하는 독도 명칭)는 역사적 사실에 비춰봐도 국제법상으로도 명백한 일본 고유의 영토”라며 “한국은 경비대를 상주시키는 등 국제법상 아무런 근거 없이 다케시마 불법 점거를 계속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이 독도를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표현은 2018년 외교청서에서 처음 등장한 이후 6년째 이어지고 있다. 한국 외교부는 이날 대변인 논평을 내고 일본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한 데 대해 “강력히 항의하며 이를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또 구마가이 나오키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초치해 항의했다. 한편 일본 정부는 외교청서에서 북한에 대해 “북한의 행동은 일본의 안전보장에 중대하고 임박한 위협인 동시에 국제사회에 대한 명백하고 심각한 도전으로 도저히 간과할 수 없다”며 지난해보다 비판 수위를 더 높였다. 이어 “북한에 대한 대응 등을 염두에 두고 안전보장 측면을 포함해 한일, 한미일의 전략적 연계를 강화해나가는 것의 중요성을 논할 필요도 없다”고 강조했다. 또 중국의 군사력 강화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없었던 최대의 전략적 도전”이라고 지난해보다 더욱 우려를 보였다.
  • [열린세상] 다시 쟁점화될 가능성 큰 강제동원 해법/이석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열린세상] 다시 쟁점화될 가능성 큰 강제동원 해법/이석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지난달 6일 정부가 발표한 강제동원 대법원 판결 관련 해법은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한국의 피해자지원재단이 대신 배상하는 소위 제3자 대위변제 방식이다. 이는 법리적인 논란에도 불구하고 한일 양국 간의 오랜 외교적 현안을 매듭짓고자 하는 고육지책이다. 다만 이는 피해자(원고)와 소위 일본 전범기업(피고)이라는 소송 당사자뿐만 아니라 한국과 일본 정부 등 이해당사자들에 의한 현안 타협이 아니다. 한국 정부의 일방적인 제안에 의한 봉합 측면이 짙다. 언젠가 어떤 형식으로든지 다시 쟁점화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 법적·정치적 안정을 보장할 수 없는 취약한 해법이다. 제국주의 시대 국제법의 본질적인 기능은 제국주의 국가의 해외 영토 취득과 식민지 약탈에 이론적 뒷받침을 제공하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국제법의 기능과 시대적 역할에 대한 인식의 차이로 인해 한국이 주장하는 일제 식민지배의 불법성과 일본이 주장하는 식민지배의 합법성은 타협이 가능하지 않았고, 지금도 가능하지 않다. 식민지배의 합법·불법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않은 타협이 있었기에 1965년 한일기본조약 체제가 나온 것이다. 즉 한일기본조약 체제에 내재한 일제강점기에 대한 한일의 대립적인 인식은 사실 자체로서 인정해야만 하며, 그 타협의 결과인 한일기본조약 체제 역시 존중돼야 한다. 따라서 일제강점기에 비롯된 한일 간 현안의 근본적인 해법은 먼저 일방 당사자인 한국 내에서 정부와 피해자들 간의 입장 정리가 선행돼야 하는데 접근 방향, 절차적인 순서, 그리고 실체적인 내용 측면에서 모두 재고의 여지가 있다. 한국 정부는 일본과의 국교 정상화 및 청구권협정 체결 당시 일제강점기에 기반한 반인권적 범죄행위의 피해자들에 대한 문제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과오에 대해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는 조치를 우선적으로 실행했어야 했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 정부는 대위변제 및 구상권 행사(및 행사 가능성)와 특별법 제정의 입법 행위를 통해 일제강점기 반인권적 범죄행위의 피해자들에게 선(先)배상하는 조치를 시행했어야 했다. 원고인 피해자와 피고인 일본 전범기업 간에 진행된 관련 소송에서 한국 정부의 대위변제는 구상권 행사(및 행사 가능성)를 통해 피해자들의 권리를 정부가 대신 책임지겠다는 확신을 주는 것에 목적이 있다. 한국 정부가 재단을 통해 일본의 해당 피고 기업들에 대한 구상권 행사 권한을 가진다는 것과 실제로 이들 권리를 반드시 행사해야 한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구상권 행사는 일제강점기 피해자들에 대한 법리적 설득을 가능하게 해 정부의 대위변제 해법에 동참할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한다. 일제강점기 및 한일청구권협정에 관한 이해당사자들의 이견(異見)이 그대로 존중되는 구도 내에서 대법원의 강제동원 판결로 인한 현안은 보다 적절하게 해결됐을 것이다. 사법부 판결에 의해 조성된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과 관련된 혼란을 특별법 제정의 입법행위를 통해 종국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과제 역시 현재의 여야 관계를 감안하면 어떠한 결실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렇듯 해법은 한일 양국 간에 존재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우리 내부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부적인 조율 없이 발표된 강제동원 대법원 판결 관련 해법은 추후 한국 정부가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노동자 배상 문제의 해법에 대해 다시 원점에서 공론화할 수밖에 없는 여지를 남겼다. 나아가 한일 관계의 불편한 현안으로 존속하게 됐다. 결과적으로 국제법 인식을 결여한 국내의 사법 판단과 정교하지 못한 외교적인 대응으로 사안을 악화시킨 사례가 됐다.
  • [사설] 후쿠시마 여론까지 조작하는 野 ‘정치쇼’

    [사설] 후쿠시마 여론까지 조작하는 野 ‘정치쇼’

    더불어민주당의 ‘후쿠시마 원전 대책단’이 원전에 가 보지도 못하고 빈손으로 그제 귀국했다. 이들이 후쿠시마에서 한 일은 지방의원, 주민, 진료소 원장을 1명씩 만난 데 불과했다. 대책단 의원 4명은 중소도시 의원으로부터 “오염처리수의 방출에 찬성하는 주민은 거의 없다”는 말을 이끌어 냈다. 하지만 이 지방의원 언급이 178만명의 후쿠시마 주민을 대변한다거나, 사실이라고 할 수 없다. 후쿠시마의 지방지 후쿠시마민보가 지난 4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방출 ‘찬성’ 38.9%, ‘반대’ 41.0%로 찬반이 팽팽히 갈렸다. 후쿠시마 주민들의 90.5%는 ‘풍평피해’(불안심리에 의한 소비위축)를 더 걱정하고 있다. 오염수를 여과한 처리수가 국제 기준에 도달해 안전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지만 어업이 튼튼해질 때까지 방류를 일시 동결해야 한다는 후쿠시마의 깊숙한 여론을 대책단은 듣지도, 알지도 못했다. 여론까지 조작하려는 한국 야당의 후쿠시마 방문에 대해 지역 언론들이 오죽하면 단 한 줄의 기사도 쓰지 않고 무시했겠는가. 대책단은 도쿄전력을 방문한 뒤 원전을 견학하고 일한의원연맹 소속 일본 정치인들도 만날 계획이었다. 하지만 통상 3~4주 전 해야 하는 원전 견학 신청을 불과 며칠 전에 받은 도쿄전력이 난색을 표하자 ‘거부’됐다는 프레임을 만들어 공격 재료로 삼았다. 과학을 무시하고 정치쇼를 하려는 민주당 의원을 일본 정치인이 만나 주지 않은 것은 물론이다. 민주당이 오염처리수를 진정 걱정한다면 사진만 찍을 게 아니라 일본의 과학자, 주민, 어민을 두루 만났어야 했다. ‘강제동원’에 이어 ‘후쿠시마’로 윤석열 정부를 압박하고 반일 정서를 자극해 정치적 이득을 얻으려 한다면 이는 국론 분열만 부를 뿐이다. 괴담과 선동의 광우병 사태는 한번으로 족하다.
  • [데스크 시각] 소프트 파워에 자유를/최여경 문화체육부장

    [데스크 시각] 소프트 파워에 자유를/최여경 문화체육부장

    ‘미국 대통령 부인 질 바이든이 한국 대통령 국빈 방문 만찬에서 블랙핑크와 레이디 가가의 합동공연을 제안했는데 한국 측 의전비서관이 제대로 대응하지 않자 미국 정부가 답답해하면서 외교비서관과 안보실장까지 문제 삼은 것으로 보임.’ 3월 말 뜬금없이 이런 정보가 돌았다. 의전비서관이 대통령 방일에 앞서 돌연 사퇴한 데 이어 외교비서관이 인사 이동을 하자 대통령실 내부 문제와 관련된 ‘카더라’ 소문이 퍼졌다. 그러더니 ‘블랙핑크와 레이디 가가의 합동공연’ 얘기가 돌고, 관련 기사가 쏟아졌다. 대통령실이 “결정된 것이 없다”며 두루뭉술하게 말하는 사이 안보실장까지 교체됐다. 한반도 안보 상황과 미국 반도체법(CHIPS ACT) 영향 등 한미 간 중대 사안이 수두룩한데 대통령실 안보라인이 방미 전 교체되니, 이상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소문은 더 덩치를 불리고 의문을 키웠다. 그사이 가장 마음을 졸인 건 블랙핑크 소속사 YG 엔터테인먼트였다. 한미 정상 만찬이 예정된 이달 26일, 블랙핑크는 멕시코에서 월드투어 ‘본 핑크’ 공연을 한다. 물리적으로 만찬 공연이 어려운데도 YG 관계자는 “정부가 요청하면 검토하려 했다”며 “그런데 이번 문제의 원인이 된 듯 보여 억울하다”고 했다. 안보실장 사임 이틀 후에 대통령실 언론공지는 “보도되고 있는 공연은 대통령의 방미 행사 일정에 없다”였다. 제안이 실제로 있었던 것인지, 논의는 이뤄졌는지, 논의가 이뤄졌다면 어느 선까지 진전됐다가 어떤 이유로 빠지게 됐는지 등 설명이 없이 이번 사태의 끝엔 블랙핑크만 남았다. 미국 정치학자인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교수는 1980년대 후반 ‘소프트 파워’라는 단어를 내놓으며, 엄청난 화력을 가진 무기와 달리 문화·경제적인 영향력으로 다른 나라를 설득하는 힘이라고 정의했다. 지난해 10월 영국 일간 가디언은 사설 ‘한국 소프트 파워: 보기보다 강하다’에서 영화 ‘기생충’, 넷플릭스의 ‘오징어 게임’, 블랙핑크 등을 다양하게 언급하며 “한국은 엄청난 문화적 거물이 됐다”고 썼다. “강압이나 비용 지불이 아닌 문화적 매력을 통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능력(소프트 파워)이 한국의 핵무기”라는 영국 정부관료의 말을 인용했다. 한국을 유일한 분단국가 정도로 알거나 남한과 북한을 헷갈려하던 외국인들은 2003년 박찬욱 감독의 영화 ‘올드보이’를 보고, 10년이 지나서는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들으며 한국(South Korea)을 떠올렸다. 영화의 장면으로 보여 주고, 뮤직비디오 속에 녹아들면서 한국이 전 세계에 홍보되기 시작됐다. 이후에 속속 등장한 방탄소년단(BTS), 블랙핑크 등 케이팝 스타들의 태도와 인식이 그들의 팬덤에 수용되고 주변으로 퍼졌다. 2018년 BTS 지민이 입은 ‘광복절 티셔츠’가 문제가 되면서 일본 현지 공연을 앞두고 돌연 방송 출연이 취소되는 일이 있었다. 일부 극우 세력이 공연장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지만 현지 팬들은 “티셔츠가 무슨 의미인지 알게 됐다”면서도 “BTS를 지켜 주겠다”며 뜨겁게 열광했다. 한일 간 역사 인식이나 일본군 위안부와 강제동원 문제, 독도 영유권 주장 등에서도 자연스럽게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게 소프트 파워인 것이다. 중국 정부가 엄청난 물량 공세를 퍼부으면서 애국주의 영화를 내놓아도 세계적 파급력이 없는 것은 정부 개입에 대한 반감이 크기 때문이다. 나이 교수도 중국이 한국의 소프트 파워를 따라가지 못하는 원인을 ‘당 통제의 고삐를 잡아 영향력이 제한된다’고 분석했다. 한국의 소프트 파워를 정부나 국가에 묶어 두려 하거나, 누군가의 행보를 돋보이게 하는 수단 또는 무엇인가를 가리는 도구 정도로 여기는 건 촌스러운 일이다. 더불어 거부감을 안길 수 있다. 이미 존재만으로도 한국의 영향력을 높이고 있는 소프트 파워가 더욱 자유롭게 활동하도록 판을 깔아 주는 게 정부가 할 일이다.
  • [단독]후쿠시마 오염수 대응도 바쁜 와중에... 정부부처들은 권한 다툼 중

    [단독]후쿠시마 오염수 대응도 바쁜 와중에... 정부부처들은 권한 다툼 중

    국제조약과 국제법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주무 부처를 놓고 외교부와 법무부가 3개월 째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현안으로 떠오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 대응을 위한 전략 마련이 시급한 와중에 정부가 혼선을 자초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일각에선 윤석열 정부가 오염수 관련 대응을 현재 대응 총괄을 맡고 있는 국무조정실이나 외교부가 아닌 법무부에게 맡기려는 것 아니냐는 주장까지 제기되면서 ‘외교부 패싱 논란’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9일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정부는 현재 법무부 국제법무과를 국제법무국으로 승격시키는 안건을 논의 중이다. 이 문제를 검토 중인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지난 2월 법무부로부터 국제법무국 승격에 관한 요구사항을 제출받았다”면서 “법무부와 외교부 의견을 들었고 현재 협의가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의견 조율이 잘 안되는 것도 있어서 논의에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덧붙였다. 법무부에선 국제분쟁 대응과 국제중재 활성화, 해외진출 기업 지원 등을 위해 국제법무국을 창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외교부에선 이미 국제조약·협정 관련 사무를 총괄하는 외교부 국제법률국이 있는 마당에 법무부에서 기능이 중복되는 조직을 새로 만드는 것은 ‘옥상옥’이라는 입장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글로벌 중추국가 위상에 걸맞는 국제법무 업무 수행을 위해선 관련 부서 통합과 확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법무부에선 핵에너지·항공·우주 등 미래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국제규범의 성안과 도입을 선도하고, 해외진출 기업을 지원하며 국제분쟁 대응과 국제중재 활성화 등을 총괄하는 국제법무국 신설 의견을 행안부에 제출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외교부 국제법률국에서 수행하고 있는 업무와 상당부분 겹치기 때문에 중복되는 조직이 있을 필요가 굳이 있겠나 싶다”면서 “똑같은 업무를 두 정부 부처에서 한다는 건 정부 효율성 측면에서 보더라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국제법무국 승격 문제는 부처간 업무중복에 그치지 않는다. 법무부 구상대로라면 국제법무국은 국가 간 공법 분쟁(영토, 환경 등)에 대한 선제적 대응체계를 구축하게 되는데, 그럴 경우 법무부가 후쿠시마 오염수 대응 등 주요 외교현안까지 총괄해야 된다는 주장이 나오며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국제법 관계자들 사이에선 법무부가 국제법무국을 만드는 건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를 총괄하기 위해서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면서 “현안 대응과 전략 마련에도 바쁜 와중에 정부 안팎으로 그런 소문이 돌고 있다는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 차원의 방향 설정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국제법 전문가인 이석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제법 현안은 외교 정책의 일환으로 접근해야 하는데, 법무부의 업무방식으로 접근하는 경우에 국제법적 적용과 해석이 외교적인 판단과 유리돼 제2의 강제동원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 대변인은 9일 “협의 중인 사안이라 지금 답하기는 힘들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기관 소속 연구자는 “법무부는 국제조약이나 협정, 국제법 협상 경험이 전무하다시피한다”며 “법무부 특유의 ‘좁은 시각’이 정부 논의를 주도할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고 했다. 그는 “법무부와 외교부 모두 눈에 보이는 정책결정 주도권 다툼만 있을 뿐 토대가 되는 연구 역량에는 다들 무관심하다. 토대에도 관심을 갖기를 바란다”고 꼬집었다.
  • 尹 지지율 소폭 올라 31%[한국갤럽]

    尹 지지율 소폭 올라 31%[한국갤럽]

    긍정·부정 평가 모두 1%P 상승 윤석열 대통령 국정지지율이 소폭 올라 31%를 기록한 여론조사 결과가 7일 나왔다. 한국갤럽이 지난 4∼6일 전국 만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윤 대통령의 직무 수행 긍정 평가는 31%, 부정 평가는 61%를 기록했다. 직전 조사(3월 28∼30일)에서는 긍정 평가가 30%, 부정평가는 60%로, 이번주 조사에서는 긍정·부정 평가가 나란히 1%포인트 상승했다. 긍정과 부정 평가 모두 가장 상위는 한일관계 등 외교 이슈가 차지했다. 긍정 평가 이유는 ‘외교’, ‘일본 관계 개선’, ‘노조 대응’(이상 8%), ‘열심히 한다·최선을 다한다’, ‘국방·안보’, ‘경제·민생’(이상 6%), ‘전반적으로 잘한다’, ‘결단력·추진력·뚝심’, ‘주관·소신’(이상 5%) 순이었다. 부정 평가 이유로는 ‘일본 관계·강제동원 배상 문제’(15%), ‘경제·민생·물가’(7%), ‘독단적·일방적’(6%), ‘노동 정책·근로시간 개편안’(5%), ‘경험·자질 부족·무능함’, ‘소통 미흡’(이상 4%), ‘전반적으로 잘못한다’(3%) 등이 있었다. 이번 조사의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무선(95%)·유선(5%) 전화 면접 방식으로 진행됐고 응답률은 9.1%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세계보건의 날 75주년을 맞아 트위터에 “대한민국은 인류 생명과 건강 증진을 위한 세계보건기구(WHO) 캠페인에 적극 동참한다”라고 밝혔다.
  • 서대문구의회 더불어민주당 구의원들, 대일 굴욕외교 규탄 결의문·삭발식

    서대문구의회 더불어민주당 구의원들, 대일 굴욕외교 규탄 결의문·삭발식

    서울 서대문구의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구의원들이 지난 4일 의회청사 1층에서 ‘윤석열 정부 대일 굴욕 외교 규탄 결의문 발표 및 삭발식’을 가졌다. 이날 윤유현 서대문구의회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삭발식을 하고 ‘대일 굴욕 외교’를 규탄하는 의지를 표명했다. 이 자리에서 구의원들은 “강제동원의 셀프배상 문제, 후쿠시마원전 오염수 방류,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독도영유권 문제 등 윤석열 정부가 굴욕적인 대일 외교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서대문구의회 더불어민주당 구의원 8명은 성명서를 통해 “전범국 일본은 진정한 사과를 해야 하며, 왜곡된 교과서 철폐, 무분별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등의 조치까지 즉각 폐기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 日언론 “기시다, 한국이 느끼는 ‘외교 패배감’ 방치하면 안돼...태도 돌변할 수도”

    日언론 “기시다, 한국이 느끼는 ‘외교 패배감’ 방치하면 안돼...태도 돌변할 수도”

    “韓 패배감 불식 안되면 기시다 방한해도 환영 못받을 가능성” “한국이 느끼는 ‘외교 완패’의 상처는 일본이 유념해야 할 부분이다. 향후 일본의 태도 여하에 따라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한국에서 환영을 못 받을 수도 있다.” 한국 정부가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보여 준 노력에 일본 측이 제대로 호응하지 않으면서 한국에 불만이 쌓이고 있으며, 이는 향후 양국 외교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이 일본의 주요 언론에서 나왔다. 기시다 총리가 일본 국내 정치 상황에 매몰돼 한국에 성의 없는 태도를 유지하고, 결과적으로 한국이 현 시점에서 갖고 있는 ‘패배감’을 불식시키지 못할 경우 나중에 방한 때 환영을 못 받을 것이라는 관측도 곁들여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6일 ‘한국, 일본의 무응답에 쌓이는 불만…반일 정치와 싸우는 윤 대통령’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렇게 전했다.닛케이는 “지난달 16일 일·한(한일) 정상회담 이후 한국에서는 대일 외교가 여야의 쟁점이 됐다”며 “진보 계열의 야당과 언론은 윤석열 대통령이 징용공(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에서 일본에 양보를 했다며 ‘굴욕외교’라고 비판한다”고 전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는 야당에 대해 ‘반일 정치’라며 결연한 대응 태세를 보이고 있지만, 한국에 쌓이는 일본에 대한 불만은 향후 일·한 외교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고 했다. “지난달 25일 서울 도심에서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국회의원과 노동조합원 등 약 2만명이 집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일·한 정상회담을 ‘망국 외교’라고 부르며 징용공 문제 해결책을 철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앞서 21일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 모두 발언 중계를 통해 20분에 걸쳐 정상회담 성과를 설명했다. ‘한국 사회에는 배타적 민족주의와 반일을 외치면서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는 세력이 엄연히 존재한다’며 야당을 견제했다.”“한국은 ‘우리는 정치적 위험 무릅썼는데, 일본은 사다리를 걷어차?’ 생각할 수도” 닛케이는 “한국의 많은 언론이 이번 정상회담을 ‘빈손 외교’ 등으로 표현하며 혹평했다”며 “기시다 총리가 징용공 소송 원고에 대한 위로의 말도 없었고, 한국 측이 요구한 ‘성의 있는 호응’에는 응답을 하지 않은 것으로 받아들여졌다”고 했다. 이는 한국갤럽이 지난달 31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이 30%로, 방일 전보다 4%포인트 하락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닛케이는 “한국 국민 사이에는 일·한 관계 악화가 장기화하는 데 대한한 피로감이 있다”며 “민주당 이 대표는 본인의 의혹으로 검찰에 기소돼 구심력을 잃어가고 있어 ‘반일’이 지지를 받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했다. 기사는 이 대목에서 일본 정부에 좀 더 적극적인 태도를 촉구했다. “외교의 세계에서 어느 한쪽이 지나치게 압승을 거두지 않도록 하는 ‘51 대 49’의 모양새를 추구하는 것이 상식이다. 한국이 느끼게 된 ‘외교 완패’의 상처는 일본이 앞으로 유념해야 할 부분이다.”그러면서 정권 초에 대일 관계 개선에 공을 들이다가 나중에 강경한 태도로 돌아섰던 한국의 역대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을 예로 들었다. “정권 초기 관계 개선에 공 들이다 강경한 태도 돌아섰던 韓 역대 사례 참고해야” “노무현 대통령은 2004년 7월 셔틀 외교의 개시 차원에서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를 제주도로 초청했다.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내 임기 중에 과거사 문제를 제기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이후 고이즈미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태평양전쟁 전범 위패를 안치한 신사)를 참배하자 임기 후반에 대일 강경 자세로 돌아섰다.” “2008년 취임한 이명박 대통령도 처음에는 대일 관계 회복에 의욕을 보였으나 위안부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한국 정부의 태도를 위헌으로 간주한 헌법재판소 판결이 나오면서 달라졌다. 위안부 문제에 소극적인 노다 요시히코 총리에게 화를 내며 다케시마(일본이 독도를 부르는 명칭 상륙을 강행했다.”기사는 한국으로서는 ‘우리가 정치적 위험을 무릅쓰고 성의를 보였는데, 일본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사다리를 걷어차 버릴 생각인가’라고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윤 정권이 자국 내 반발을 무릅쓰고 징용공 문제 해결책을 마련한 것은 안보와 경제위기 대응을 우선시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4월 미국을 국빈 방문하고 5월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할 수 있는 길을 닦았다.” 기사는 “한국 정부는 지난달 정상회담에 앞서 기시다 총리가 식민 지배에 대한 반성과 사죄를 명시한 과거의 담화를 육성으로 반복하고, 일본의 징용공 재판 피고 기업들이 해결책에 참여하는 조치를 일본에 요구했다(그러나 일본은 한국의 뜻에 따르지 않았다)”며 “이 때문에 한국에는 ‘이제 일본이 ’성의 있는 호응에 나설 차례다‘라는 생각이 강하다”고 전했다.닛케이는 “셔틀 외교를 약속한 기시다 총리가 연내 방한을 모색하고 있지만, 중의원 해산과 총선 시기 등을 감안하면 (한국에) 양보하기 힘든 환경이 지속될 것”이라며 “일본은 과연 한국 내 패배감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일본의 태도에 따라서는 총리가 한국에서 환영받지 못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 日교수 “한국, 이제는 일본에 패해도 분통해 하지 않아...바람직한 현상”

    日교수 “한국, 이제는 일본에 패해도 분통해 하지 않아...바람직한 현상”

    “한일전 결과에 일희일비하는 한국은 더 이상 없었다” “야구 한일전에서 패배했는데도 한국 특유의 ‘비장함’이 없다. 한국의 민족주의는 어디로 건 것일까.” 일본의 대표적인 한반도 전문가 중 한 사람인 기무라 간(57) 고베대 대학원 국제협력연구과 교수가 4일 ‘일·한전(한일전) 승패에 일희일비했던 예전의 한국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라는 제목의 칼럼을 뉴스위크 일본판에 기고했다. 기무라 교수는 야구 한일전 패배에 대한 냉정한 평가나 한국 정부의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안 발표에 대한 시민단체 대응 등을 지켜보며 일본에 대한 한국 내 분위기가 크게 바뀐 것을 실감했다며 이를 양국 관계 발전에 긍정적인 조짐으로 해석했다. 한국내 정치 상황 등 다양한 인과 관계가 얽힌 사안들을 지나치게 단순화하고 일본 교과서 역사 왜곡 등에 대한 한국내 반발은 생략하는 등 ‘보고 싶은 것만 보았다’는 비판의 소지가 많은 글이지만, 오랜 기간 한국을 관찰해 온 일본인 학자의 관점인 만큼 원문 내용을 그대로 소개한다.기무라 교수는 지난달 서울에 머물며 지켜본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일전 중계 내용을 한국 내 변화된 기류를 설명하는 사례로 칼럼 서두에서 언급했다. “한국 캐스터 ‘우리나라 현실 솔직하게 인정해야’ 언급...과거와 달라진 모습” “3월 10일 필자는 서울에 있었다. (중략) 늦게 호텔로 돌아와 TV를 켜니 마침 WBC 한일전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경기는 6회에 일본 대표팀이 점수 차를 크게 벌려 한국의 패색이 짙어지고 있었다.” 그는 ‘한국으로서는 맥 빠진 느낌이겠다’고 생각하며 중계를 보던 중 과거와 달리 이질적인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한국의 중계 캐스터가 ‘이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솔직하게 인정해야 한다’라고 말하는 순간 나는 깨달았다. 평소의 일·한전, 특히 한국 대표팀이 불리한 상황에 놓여있을 때 나타나는 특유의 ‘비장함’이 없는 것이었다. 일본 야구계에 정통한 이대호의 해설(SBS 중계)을 캐스터는 그저 담담하게 듣고 있을 뿐이었다.”기무라 교수는 “(지금까지의) 한국은 내셔널리즘(민족주의)이 강한 나라로 알려져 있고, 한때 이 나라를 지배했던 일본은 그 주된 표적이었다”며 “바로 그런 이유로 스포츠 일·한전에는 늘 관심이 집중됐고, 한국인들은 승패에 일희일비했다”고 전했다. “(일본에) 승리할 때는 우월함을 과시했고, 패배할 때는 나약함에 비분강개하며 다음번 경기에서의 설욕을 다짐해 왔다. 하지만 2023년 3월의 한국에는 그런 상황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은 다른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한국 정부의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안 발표를 앞두고도 과거와 다른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했다. “지금 한국은 2019년 ‘노(NO) 아베’ 운동 때와 전혀 다른 양상” 주장 “한국 정부 대책에 반대하는 시민단체의 집회 현장을 찾았을 때, 그곳에서 본 것은 여러 시민단체에서 나온 10여명의 인원보다도 훨씬 더 많은 언론사 카메라들이 기다리고 있는 기이한 광경이었다.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은 그들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WBC 한일전 다음날인 11일 야당과 시민단체가 개최한 대규모 주말 집회에서도 예전과는 다른 풍경이 나타났다고 기무라 교수는 주장했다. “시민단체와 야당이 공격의 화살을 돌린 대상은 일본 정부보다는 해법안을 발표한 윤석열 정권이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비난이 향한 곳도 윤 대통령이었다. ‘기시다’(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라는 이름은 등장하지 않았다.” “시위대가 들고 있는 플래카드에는 ‘일본은 사죄하라!’가 아니라 ‘윤석열 퇴진!’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 분위기는 이를테면 2019년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조치에 반발해 일어난 ‘노(NO) 아베’ 운동과는 전혀 달랐다.” ‘보고싶은 대목만 본 칼럼’ 비판 소지...한국내 교과서 왜곡 반발 등은 소개 안해 기무라 교수는 “만일 이러한 현상이 한국 사람들이 일·한 관계를 냉정하게 생각하게 됐다는 증거라면 (한일 관계에) 분명 좋은 소식일 것”이라고 주장했다.그는 “인기가 없을 것 같은 해법안임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의 지지율에는 거의 변화가 없고, 일본이 WBC에서 우승한 날 한국 언론에는 일본 대표팀을 칭찬하는 보도가 줄을 이었다”며 “그렇다면 우리의 미래는 그리 비관적이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평가했다. 기무라 교수는 그러나 일본의 교과서 역사 왜곡, 독도 영유권 주장 등에 한국 국민의 반발이 여전히 거세고, 야당과 시민단체의 비판이 일본보다 정부에 더 집중되고 있는 데는 한국내 정치 상황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 등은 언급하지 않았다. 기무라 교수는 한국에서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원, 고려대 초빙교수 등을 지냈으며 ‘한국현대사’ , ‘한국 권위주의적 체제의 성립’, ‘한반도를 어떻게 볼 것인가’, ‘고종·민비’ 등 저서가 있다.
  •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식목일에 돌아보는 아사카와 다쿠미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식목일에 돌아보는 아사카와 다쿠미

    서울 중랑구 망우리 묘지 안에는 우리가 좀처럼 알지 못하는 일본인의 무덤이 있다. 무덤 203363호라 돼 있다. 아사카와 다쿠미(淺川巧·1892~1931)의 무덤이다. 추모석이 눈길을 붙든다. “한국의 산과 민예를 사랑하고 한국인 마음속에 살다 간 일본인 여기 한국의 흙이 되다” 절묘하게도 식목일을 사흘 앞둔 지난 2일이 야마나시현 출신으로. 조선총독부 산림과에 근무하며 산림 녹화에 힘썼던 그의 92주기였다. 당시 한국 잣나무는 2년을 길러야 양묘에 성공할 수 있었지만 그가 고안한 양묘법 덕에 1년으로 줄일 수 있었으며, 2011년 기준 국내 인공림 37%에 잣나무가 심겨져 있다. 아사카와는 조선의 민둥산을 푸르게 하는 것이 소명이라 믿고, 전국을 돌며 맞는 수종을 고르고 식목을 거듭해 자연 상태 흙의 힘을 이용하는 ‘노천 매장법’ 방식으로 조선오엽송 종자를 싹 틔우는 방법을 개발했다. 그의 형은 ‘조선 도자기의 신’으로 불린 아사카와 노리다카. 그 자신도 조선 공예를 사랑했다. 형에게 조선 도자기 파편을 구해 보내줘 형이 조선 백자의 아름다움에 눈뜨게 했고, 본인은 조선의 소반(밥상)을 연구하며 조선 문화의 독창성을 높이 샀다. “올바른 공예품은 친절한 사용자의 손에서 차츰 그 특유의 미를 발휘하므로 사용자는 어떤 의미에서는 미의 완성자라고 할 수 있다.… 조선의 소반은 순박, 단정한 아름다움이 있으면서도 우리 일상생활에 친히 봉사하여 세월과 함께 아미(雅美)를 더해가므로 올바른 공예의 대표라고 칭할 수 있다.” 야나기 무네요시가 민예운동을 시작한 배경에는 조선 백자에 대한 이해가 있었다. 야나기 무네요시는 강점기 경복궁에 조선민족미술관을 세웠는데 지금의 국립중앙박물관이다. 아사카와는 형제가 함께 수집한 조선백자 등 미술품 3000여점을 조선민족미술관에 기증했고, 지금 우리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관람하고 있다. 고향인 야마나시현 호쿠도시에 형제 기념관이 세워졌다. 에미야 다카유키의 소설을 원작으로 2012년 영화 ‘백자의 사람: 조선의 흙이 되다’가 두 나라에서 개봉됐다. 조선일보는 ‘4일 오전 아흔두 번째 기일을 맞아 망우리 묘지에서 추모식이 열렸다’고 보도했다. 두 나라 인사 50여명이 모였고, “한일 간 어두운 과거사와 해묵은 감정들, 오늘 내리는 이 봄비에 다 털어냅시다”란 추모사가 있었다고 전했다. 추모식을 주최한 ‘아사카와 노리다카·다쿠미 형제 현창회’가 알리지 않았는데 중랑구에 거주하는 일본인들도 직접 현장을 찾았다고 했다. 처음 추모식에 참석했다는 소리꾼 장사익(74)씨가 가장 먼저 헌주(獻酒)를 했고 무반주로 ‘아리랑’과 ‘봄비’ 두 곡을 불렀다. 장씨는 “나는 몰랐는데 한국의 문화에 대해 관심을 갖고 연구해준 것이 고맙다”며 “한일 교류에 있어 문화의 힘과 중요성을 다시 실감한다”고 했다. 정부가 지난달 강제징용 배상 해법으로 발표한 ‘제3자 변제’ 실무를 총괄하고 있는 심규선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 이사장도 참석해 추모사를 낭독했다. 심 이사장은 “한국은 현재 일본 문제로 과거와 미래가 싸우고 있는데 조선과 일본 사이에서 갈등한 당신의 삶에서 작은 용기를 얻고자 한다”며 “당당하게 현재를 살다 간 당신을 등불 삼아 저도 험한 산길에 난 작은 오솔길을 걸어보겠다 다짐한다”고 했다. 이동식 현창회 회장은 “아사카와의 마음을 일본인도 많이 알게 돼 한국과 일본이 더 좋은 친구로 새로운 길을 걸어갈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현창회 간사를 맡고 있는 함재경씨는 “한일이 정치 문제로 시끄러워도 민간 교류는 계속되어야 한다”며 “코로나가 끝난 만큼 내년에는 일본에서도 더 많은 인원이 추모식에 참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이 신문이 어떤 의도를 갖고 추모식을 보도했다고는 생각하고 싶지 않다. 조선의 숲을 이토록 푸르게 살리는 데 공헌했고, 조선 백자의 아름다움에 반한 일본인의 마음과 그의 말만 돌아보고 싶다. “피곤으로 지쳐 있는 조선이여, 다른 사람을 따라 흉내를 내기보다 갖고 있는 중요한 것을 잃지 않는다면, 멀지 않아 자신으로 찬 날이 올 것이다.”
  • 野 “韓총리, 돌덩이 비유 강제동원 피해자에 상처” 韓 “한일 문제 악화시킨 것 지칭… 똑바로 들어라”

    野 “韓총리, 돌덩이 비유 강제동원 피해자에 상처” 韓 “한일 문제 악화시킨 것 지칭… 똑바로 들어라”

    신정훈 “쌀 강제 매수는 안전장치”韓 “강제 시장 격리 좋은 정책 아냐”추경호 “여유 재원으로 세수 대응”대통령 취임 ‘취임 선서 시’로 합의본회의 무기명 투표는 전자투표로 국회 대정부 질문 둘째 날인 4일 경제 분야 질의에서는 강제동원 해법 등 한일 정상회담 결과와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놓고 정부·여당과 야당이 격돌했다. 더불어민주당은 한덕수 국무총리가 전날 한일 정상회담의 성과와 관련해 “큰 돌덩이를 치웠다”고 표현한 것에 대해 비판했다. 윤관석 민주당 의원은 한 총리를 향해 “‘돌덩이’ 발언으로 강제동원 피해 당사자와 국민이 상처를 받았다”고 지적했다. 한 총리는 “돌덩이라고 한 것은 한일 관계를 극도로 악화시킨 문제를 해결하고 치우려 했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당 의원 다수가 “피해자들에게 사과하라. 똑바로 말하라”고 항의하자 한 총리는 “똑바로 이야기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똑바로 듣는 게 중요하다”고 재차 맞받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두고도 공방이 이어졌다. 신정훈 민주당 의원이 “생산 조정을 전제로 한 시장 격리 의무화는 비정상적인 상황에 대한 안전장치”라고 주장하자 한 총리는 “(야당이) 일방적으로 통과시킨 양곡관리법 개정안 요건에 의하면 2023년부터 2030년까지 7년 동안 한 해도 강제 매수를 하지 않을 해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자 신 의원은 “틀린 이야기”라고 맞받았고, 한 총리는 “정부가 필요에 따라서 시장 격리를 하지 않겠다는 게 아니다”라며 “강제적으로 매년 시장 격리를 해야 할 상황은 농민에게 좋은 정책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은 “양곡관리법은 정치적 이해가 엮이면서 악법으로 변질됐다”고 거들었다. 이 밖에 “경기 안 좋은 걸로 봐서 세수가 줄어들지 않겠느냐”는 정일영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올해 세수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세계잉여금 등 여유 재원을 활용하고 필요하면 자금 집행을 관리해 대응하겠다”고 했다. 다만 추가적 재정지출 확대 필요성에 대해선 “얼마 전 내수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김진표 국회의장과 주호영 국민의힘,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운영 개선 법안과 민생개혁 법안을 4월 중 우선 심사 처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여야는 공직선거법의 경우 대통령 취임 시점을 ‘전임 대통령의 임기 만료일 다음날 0시’에서 ‘취임선서 시’로 개정하기로 했다. 자정에 군 통수권을 이양하거나 밤중에 대통령실에서 퇴거해야 하는 등 부자연스러운 상황을 개선하고자 한 것이다. 이와 함께 국회 본회의에서의 모든 무기명 투표는 전자장치를 이용하도록 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노동자의 권리 행사가 위축되지 않도록 업무방해죄 구성 요건을 개선하고 법정형을 하향하는 형법 개정에도 합의했다.
  • 한총리 “큰 돌덩이 치웠다”…野 “피해자 권리가 돌덩이냐”

    한총리 “큰 돌덩이 치웠다”…野 “피해자 권리가 돌덩이냐”

    “한 번의 회담을 통해서 모든 게 해결될 수 없다. 이번에는 가장 큰 돌덩이를 치웠고 이제 그러한 돌덩이를 치운 노력을 토대로 해서 이제 하나하나를 다 논의하고 해결하는 방향으로 그렇게 노력을 할 것이다.”한덕수 국무총리 발언 중한덕수 국무총리가 한일 정상회담 성과를 두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설전을 벌이는 과정에서 “이번(한일 정상회담)에는 가장 큰 돌덩이를 치웠다”고 언급했다가 “강제동원 피해자 권리가 돌덩이냐”는 반발을 샀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4일 대정부질문에서 일본 강제동원(징용) 피해 제3자 변제안 발표 후 이뤄진 한·일 정상회담에 대해 “돌덩이를 치웠다”고 한 것에 대해 “(강제)징용의 희생자를 지칭해서 돌덩이라고 한 게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한 총리는 “한·일 간의 관계를 지극히 악화시켜서 과거에 발목 잡히게 만드는 그 문제가 돌덩이라고 얘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대단히 오만한 태도”라고 비판했다. 한 총리는 이날 오후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어제 답변 과정에서 ‘돌덩이를 치웠다’는 얘기를 했다. 이 부분은 상당히 부적절해서 당사자인 국민이 상처받았다고 생각하는데 유감을 표명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하자 이같이 답했다. 한 총리는 격앙된 목소리로 6차례에 걸쳐 “의도를 자꾸 곡해하지 말라”고 반박했다. 그는 “제가 어떻게 대한민국 국민에 대해서 돌덩이라고 얘기할 수가 있겠나”라며 “어려운 문제라는 차원에서, 한·일 관계를 극도로 악화시키고 있는 요인으로서의 문제를 얘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 총리의 발언에 민주당 의원들은 “누가 그렇게 해석하나”, “자의적으로 해석하지 말라”라고 반발했다. 한 총리는 “똑바로 얘기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똑바로 듣는 게 더 중요하다”고 응수했다. 윤 의원은 “총리는 이 문제에 대해 겸허하지 않다. 대단히 오만한 태도”라며 “국민적 비판을 감수하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한 총리는 전날 국회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한·일 정상회담에 대해 “한 번의 회담을 통해서 모든 게 해결될 수 없다”며 “이번에는 가장 큰 돌덩이를 치웠고 이제 그러한 돌덩이를 치운 노력을 토대로 해서 이제 하나하나를 다 논의하고 해결하는 방향으로 그렇게 노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일본 언론 오보라면 강력 대응하라” 한덕수 국무총리는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 문제에 대해 “한국 정부가 필요하면 독자적 검사를 할 수 있도록 일본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일본 교도통신은 “윤 대통령이 방일 중 오염수 방출에 대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한국 국민의 이해를 구하겠다’고 밝혔다”고 보도했고, 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일본 언론의 보도가 오보라면 강력하게 대응하라”며 “국내 언론 보도에는 성질내고 비행기(대통령 전용기)도 안 태우면서 해외 보도엔 아무 조치를 안 취하느냐”고 물었다. 한 총리는 “언론 보도에 일일이 대응하는 것도 중요하나 더 중요한 건 우리 정책을 명확하게 집행하는 것이다”라고 답했다. 민주당 김상희 의원이 “일본에 굴욕적으로 해법을 갖다 바쳤으면 우리가 받아올 게 있었어야 한다”는 김 의원의 지적엔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가장 큰 돌덩이를 치웠다”며 “그런 돌덩이를 치운 노력을 토대로 이제 (일본과) 하나하나를 다 논의하고 해결하는 방향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굉장히 유감이다. 너무나 실망스럽다”며 “어떻게 30년 넘도록 투쟁해서 우리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쟁취한 사법적 관련 권리를 돌덩이로 비유하나”라고 날을 세웠다. 같은 당 윤영덕 의원도 “이분(강제동원 피해자)들이 가장 거대한 돌덩이, 미래적 한일 관계를 방해하는 훼방꾼인가”라고 비판했다.
  • [마감 후] 한풀이를 해야 할 시간/강병철 사회부 차장

    [마감 후] 한풀이를 해야 할 시간/강병철 사회부 차장

    언론인이자 국문학자였던 고 이어령 선생은 생전에 한 논문에서 ‘한국은 한(恨)의 문화, 일본은 원(怨)의 문화’라고 정리한 적이 있다. 한국인의 한은 풀어서 해결하지만, 일본인의 원은 원수를 갚아야 해결된다. 선생은 이것이 한일 간 행동 양식의 차이를 푸는 단서라고 생각했다. 한의 문화는 수탈·억압의 역사와 관련이 깊다고 한다. 특히 하층 민중과 여성이 주된 수탈과 억압의 대상이었는데, 이들은 가진 힘이 없어 한을 풀래야 풀 수가 없었다. 외세 침략이 잦았던 우리나라는 왕까지 종종 치욕을 겪었으니 민중과 여성들은 오죽했으랴. 특정 민족의 정서를 아우르려는 이런 시도는 저항에 부딪힐 때도 있다. 한의 문화가 MZ세대나 청소년에게 얼마나 와닿겠는가. 또 요즘 사적 복수를 전면화한 드라마가 인기인 걸 보면 우리도 실은 원의 정서를 품고 사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다가도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배상 문제를 보면 과연 우리는 한의 민족이라는 분석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정부는 지난달 ‘제3자 변제’를 핵심 내용으로 한 강제동원 피해 배상안을 발표했다. 정부 산하 재단이 우리 기업의 돈을 걷어 피해자들에게 일본 기업을 대신해 배상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생존 피해자인 양금덕(94)·김성주(95) 할머니 등은 “그런 돈 안 받겠다”며 배상안을 거부했다. 국가를 운영하는 정부 입장에서는 한일 관계 개선이 시급하기에 강제동원 문제를 그냥 둘 수 없었을 것이다. 비록 우리 정부의 노력에 일본이 사과가 아닌 역사 왜곡으로 답했다고 해도 그건 일본의 좁은 도량을 탓해야 한다. 알다시피 일본은 2018년 대법원의 강제동원 판결에 수출 제한으로 보복했던 원의 민족이 아닌가. 당연히 우리 정부의 고민과 노력이 한 줌 가치가 없다고 폄훼할 일도 아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고민 끝에 나온 해법도 당사자들이 싫다면 강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설득에 나선 모양이지만 피해자들은 면담조차 거부한다니 돌파구를 찾긴 어려울 것이다. 전체주의가 아닌 이상 국익을 앞세워 개인의 권리를 부정할 순 없는 노릇이니. 그렇다면 이제 남은 건 사법부의 판단이다. 2018년 대법원이 배상 판결을 확정하자 피해자들은 일본 기업 자산 매각에 나섰다. 이에 반발해 미쓰비시중공업이 대법원에 낸 재항고가 오는 19일이면 딱 1년이 된다. 지난해 7월 외교부는 대법원에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의견서를 제출했다. 요청에 따라 지금껏 기다려 준 재판부가 보람을 느꼈는지는 모르겠으나 이제는 더 시간을 끌 이유가 없다. 사건을 넘겨받은 오석준 대법관은 취임 당시 ‘양자택일하지 않고 정답에 가까운 뭔가를 찾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더 묵힌다고 기상천외한 답이 나올 가능성은 희박하다. 사법연감에 따르면 민사 재항고의 인용률은 0.9%에 불과하다. 이미 사법부는 2012년 파기환송된 강제동원 사건을 6년 뒤에야 확정하며 작금의 소멸시효 논란을 유발하는 등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했다. 90대 피해자들과 끈질긴 시간 싸움을 벌이는 게 사법부의 역할은 아닐 게다. 풀지 못하고 남은 한, 곧 여한(餘恨)이 많으면 죽어서도 눈을 못 감는다지 않나.
  • [김천식의 통일직설] 북한 핵위협을 제압하는 길/세한대 석좌교수·전 통일부 차관

    [김천식의 통일직설] 북한 핵위협을 제압하는 길/세한대 석좌교수·전 통일부 차관

    우리는 지금 엄청난 안보 위기 앞에 서 있다. 북한은 최근 여러 핵탄두를 보여 주면서 이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려 나가겠다고 한다. 핵무기 폭발의 살상 범위가 가장 크다는 지상 800m 또는 600m, 500m 상공에서 핵무기를 폭발시키는 훈련을 했다. 정체를 제대로 알 수 없는 핵어뢰도 나타났다. 핵무기를 머리에 이고 산다는 것이 상상이 아닌 눈앞의 현실이 됐다. 북한은 비핵화 협상은 말도 꺼내지 말라 한다. 유엔안보리는 중국의 반대로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해 아무런 행동도 못 한다. 북한은 국방공업 5개년 계획에 따라 2025년까지 핵전략무기 고도화를 위해 질주하고 있다. 그때부터는 더욱 강하게 우리나라와 미국을 압박하면서 북한의 의도를 관철하고자 할 것이다. 북한은 이미 임의의 시각에 핵선제 공격을 하겠다는 것을 법제화했고 언제 어디서든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준비를 완벽하게 갖췄다고 공언하고 있다. 여차하면 핵무기를 남쪽 하늘로 날려 보내 순식간에 수십만 명을 죽이겠다는 얘기다. 허풍이나 공갈로 보이지는 않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우리에게 심각한 타산지석이다. 이것은 역사상 처음으로 핵국가가 비핵국가를 무력으로 공격해 영토 변경을 추구한 전쟁이다. 이 사태를 제어하지 못하면 앞으로 세계는 핵국가가 마음대로 비핵국가를 공격하고 유린하는 무법천지가 된다. 엄청난 위기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위기를 대하는 우리의 모습은 상당히 이상하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최소한 국사를 논하는 국회에서라도 여야가 합의해 북한을 규탄하고 방위비를 증액하자는 등 현실적인 대책을 결의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그러한 소식은 들리지 않고 여전히 정쟁으로 뜨겁다. 여의도 국회의 모습은 광화문의 시위에서도, 거리 요소마다 걸린 현수막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발등에 떨어진 안보 위기를 외면하는 듯하다. 우선적인 과제는 북핵을 억제하는 것이다. 핵전쟁을 막기 위해 결연한 자세로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압도적인 자체 억제력을 건설하고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것이 가장 실효적인 방안이다. 한미 확장억제가 작동하는 상황에서 북한은 핵단추를 누를 수 없다. 북한이 핵단추를 누르는 순간 북한 정권은 종말을 고할 것이며 동북아 질서가 완전히 재편될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뒷배인 중국은 북한이 자의적으로 그러한 일을 벌이도록 수수방관할 수 없을 것이다. 결국 한미 확장억제가 북한의 핵을 무용지물로 만드는 국제체제를 형성하게 된다. 반면에 북한의 핵은 경제를 망치고 주민의 인권을 침해하며 체제를 위협하는 무기가 될 것이다. 한미동맹 체제가 원활히 작동하려면 일본의 협력이 절대적이다. 한미 군사동맹과 한미일 안보협력은 불가분의 일체라는 것을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다. 지난 정부 시기 한일 관계가 최악으로 나빠지자 한미동맹도 크게 흔들렸다. 한일 관계를 정상화해 한미일 안보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가 한일 관계의 걸림돌이었다. 청구권이 이미 해결됐다는 한일협정의 국제법과 청구권이 살아 있다는 대법원 판결의 국내법이 충돌하는 상황을 타개해야 하며, 그 책임은 전적으로 정부에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얽혀 있는 두 가지 문제를 제3자 절충안으로 해결하는 결단을 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 절충안은 사실상 전 정부에서부터 여야 사이에서 논의돼 왔었고 결단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북핵 위협이 심각한 상황이다. 국제질서는 가치를 기반으로 재편되고 있다. 세계 공급망도 재구축 중이다. 우리 안전과 자유, 국익을 위해 최악의 한일 관계를 방치해 둘 수 없다. ‘매국’이나 ‘자위대 진출’ 등 사실에도 맞지 않은 나쁜 말로 제3자 변제안과 한미일 협력을 비난하는 것은 온당치 않고 책임 있는 자세도 아니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