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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종수의 헌법 너머] 과거의 거울에 비춰 본 형사사법의 현재/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종수의 헌법 너머] 과거의 거울에 비춰 본 형사사법의 현재/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얼마 전에 1751년 조선조 영조 때에 벌어졌던 안음현 살인사건을 다룬 책을 흥미롭게 읽었다. 안음현은 지금의 경남 함양군 안의면에 해당하는 지역이다. 죽은 이들은 외근 중이던 기찰군관과 수행원인데, 이들이 도적떼에게 살해당했다며 변고를 처음 알려 온 동료 기찰군관들이 범인인 것으로 추후 판명이 났다. 특히 흥미를 끈 대목은 “네 죄는 네가 알렷다”며 그저 자백을 다그치는 ‘원님 재판’이 아니라 당시에 이미 현장검증 및 부검 등에서 나름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형사사법제도를 갖추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검시 과정에서 망자의 시신을 만지는 오작인과 더불어 전문가인 여러 참검인들이 함께하는 것은 물론이고, 정확한 검시를 위한 원칙과 표준이 실무책자를 통해 마련돼 있었다. 살인이 의심되는 사건에서는 초검에 이어 복검까지 최소한 두 번의 부검을 거치도록 하고, 중형이 예상되는 범죄인의 신문에는 관리 두 명이 함께 진행하는 ‘동추’(同推)가 적용됐다. 사형이 집행될 범죄의 경우에는 보다 신중을 기하기 위해 세 번의 심리(三覆)를 거쳐 국왕의 명령으로만 사형이 가능했다고 한다. 나름 전문성과 객관성이 담보되는 형사사법제도였던 셈이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범인들 중에 한 명이 신문 도중에 고문으로 인해 사망한 것은 아쉽게도 옥에 티로 남는다. 책을 덮고 나서는 오래전 유학 시절에 접했던 중세 유럽의 사법제도가 머리에 떠올랐다. 당시에는 서로 다투다가 또는 고의 아니게 타인을 죽인 경우 유책의 범인이 피해자의 가족과 합의해야만 했는데, 즉 당사자들 사이에서 사법(私法)상의 속죄 계약이 체결됐다. 이 계약을 통해 금전적 배상은 물론이고 억울한 망자를 기리려고 사망한 장소나 오가는 사람들의 눈에 잘 띄는 마을 초입 등 유족들이 원하는 곳에 돌로 만든 이른바 ‘속죄의 십자가’를 세워 두는 일이 14세기 초반부터 흔한 일이었다고 한다. 이것은 범죄피해자보호법이나 민사소송을 통해 피해자나 유가족을 배려하는 오늘날의 제도와도 흡사한데, 원상회복이나 남겨진 유가족의 생계 보호 관점에서는 오히려 더 나은 측면도 있다. ‘살인십자가’로도 불리는 이 돌십자가가 오늘날 유럽 전역에서 발견되는데, 독일에만도 4000여개가 남아 있다고 한다. 이렇듯 마을 단위에서 당사자끼리의 사법상 계약을 통해 자치적으로 해결해 오던 형사사법제도가 중앙집권적인 국가 시스템이 공고하게 자리잡고 난 이후로는 사라지게 된다. 특히 1530년 이후로 개신교계의 지역에서는 이 같은 속죄의 십자가가 더이상 세워지지 않았다고 한다. 피해자의 자력 구제와 복수 그리고 마을 단위의 자치적인 해결을 금지하고 수사와 기소 및 재판 등 사법 권한을 국가가 독점한 연후에 예전보다 더 나아졌는지가 한편 의문이다. 잘 알려져 있듯이 그 이후로 엄중한 처벌과 함께 모진 고문을 통해 자백을 강요하는 형사사법이 횡행했기 때문이다. 범인에게 늘 나긋한 목소리로 어리숙하게만 보이다가 극의 말미에 꼼짝 못할 증거를 들이대고서 끝을 맺는 ‘형사 콜롬보’ 시리즈는 그저 영화와 소설 속에서나 가능한 허구일 뿐이다. 오래전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화성 연쇄 살인사건의 진범이 뒤늦게 밝혀졌는데, 이로 인해 살인 누명을 뒤집어쓰고 억울하게 20년을 옥살이한 분이 있는가 하면, 경찰이 사망한 어린 피해자의 시신을 발견하고서도 은폐했던 사실 또한 함께 드러나면서 공분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선택적 정의 실현으로 비난되는 ‘정치사법’과 함께 심지어는 ‘사법살인’이 자행되기도 했다. 그리고 숱한 권력형 오심(誤審)들이 이후 재심을 통해 무죄로 번복됐다. 또한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계급사법’도 줄곧 논란이 됐다. 유죄를 확정한 판결문의 잉크가 채 마르지도 않았는데, 진즉부터 전직 대통령과 어느 대기업 총수에 대한 사면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법 앞의 평등’이라는 민주법치국가의 기본 전제가 애당초 허구였는지도 모르겠다. 불거져 있는 검경 수사권 조정을 둘러싸고서도 ‘밥그릇 싸움’이나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회의론이 팽배한 데에는 이렇듯 나름의 이유가 있다. 이러한 가운데 사법제도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도가 OECD 국가들 중에서 거의 꼴찌 수준이다. 뼈를 깎는 반성과 환골탈태라는 말도 그저 식상하기만 하다. 그러니 이제는 정말 달라져야 한다.
  • [사설] 새달 거리두기 완화, 방역의식 더 투철해져야

    정부가 코로나19 관련 거리두기 체계를 개편해 다음달부터 시행한다고 어제 발표했다. 현행 5단계를 4단계로 축소하는 한편 사적 모임 허용 인원수를 확대하고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시간을 연장하는 등 거리두기를 완화하는 게 골자다. 정부의 이 같은 조치는 이해할 만하다. 코로나19로 인한 비정상적 일상생활이 1년 넘게 이어지면서 국민의 방역 피로감이 누적돼 있는 데다 자영업자들에게 하염없이 희생을 강요하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나라도 우수한 의료 인프라를 기반으로 백신 접종에 속도를 내고 있는 점, 미국 등 백신 접종이 앞서 있는 나라들이 상당 부분 일상생활을 회복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은 계속 엄격한 거리두기를 하는 것은 국민에게 불만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도 정부는 감안했을 것이다. 한편으로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 일일 확진자 수가 400~500명선에서 억제되고는 있으나 이는 아직 안심할 수 있는 수치가 아니다. 특히 인도발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세계적으로 지배종이 될 수 있다고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경고한 데다 이것이 기존 백신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는 점도 불안감을 준다. 실제 백신 접종으로 확진자 수가 줄었던 영국 등에서 델타 변이 확산으로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다. 다음달부터 여름휴가철로 접어들면서 인구 이동이 많아지는 점도 시기적으로 유리하지 않다. 전문가들이 5인 이상 모임 금지 조치만이라도 그대로 유지하자는 의견을 많이 내놓았던 것도 이런 우려에서였다. 새로운 거리두기의 성패는 국민 각자에게 달렸다. 자유가 더 많이 허용된 만큼 책임감도 커져야 한다. 마스크 쓰기와 모임 금지 인원 및 영업시간 등 방역 지침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만약 방역의식이 해이해져 감염자가 폭증한다면 다시 예전의 고통스러운 거리두기로 돌아가야 한다는 점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
  • “항소심은 형의 근로자 지위 인정 부당해고 고통 준 사람들에 분노”

    “항소심은 형의 근로자 지위 인정 부당해고 고통 준 사람들에 분노”

    ‘재피’라고 부르며 함께한 일부 동료회사의 허위진술 강요에 법정서 위증1심 재판부는 사측 주장만 받아들여잘못된 판결에 책임지는 사람도 없어형은 방송국 노동자들 인권 위해 싸워 이젠 내가 어려운 프리랜서 돕고 싶어“고인은 하루 일과 대부분을 피고 회사에서 보냈고, 참여하는 프로그램 수와 업무량 등으로 피고의 업무 외에 다른 일을 할 여유가 없었다. 고인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 관계에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므로 피고의 근로자에 해당한다.” 지난 5월 13일 청주지법 항소심 재판부는 14년간 CJB 청주방송에서 근무하다 부당해고된 고 이재학 PD의 근로자 지위를 인정했다. 판결 결과를 마주한 이 PD의 동생 이대로(38)씨가 처음 느낀 감정은 ‘허망함’이다. 지난 15일 서울 서초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씨는 “이렇게 쉽게 끝날 일이었는데, 형은 왜 그렇게 긴 시간 고통받다 홀로 떠나야 했는지···”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 PD는 ‘무늬만 프리랜서’였던 자신과 동료들의 처우 개선을 요구하다 2018년 4월 해고됐다. 같은 해 8월 청주방송을 상대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무려 14년이란 시간 동안 청주방송에서 수십개의 정규·특집 방송을 직접 연출하는 등 정규직 PD들과 같은 업무를 수행했다. 심지어 업무량은 두 배에 달했다는 게 동료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1심 재판은 이 PD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사측은 물론이고 사측의 회유와 협박에 넘어간 일부 동료들의 위증을 눈앞에서 맞닥뜨려야 했다. 이 PD의 한 동료는 사측의 압박으로 진술을 번복하고 ‘진술 취소 사실관계확인서’를 증거로 제출하기도 했는데 재판부는 이 정황을 살피지 않았다. 사측의 압박 속에서도 끝까지 용기를 낸 동료들의 진술서는 판결에 반영되지 않았다. 당시 청주지법에서 1심을 심리했던 정선오 판사는 “진술자들이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증언한 바가 없어 신빙성 인정이 어렵다”고 했다. 이 PD는 자신의 생일인 2020년 1월 30일 1심 패소 판결문을 전달받았다. 그는 항소심을 제기했지만 며칠이 지나지 않아 “억울해 미치겠다. 모두 알고 있지 않을까? 왜 그런데 부정하고 거짓을 말하나”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채 생을 마감했다. ●형은 동료들에게 아낌없이 베풀었는데… -형의 소송 사실을 언제 알게 됐나. “형이 해고당했다는 사실과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게 거의 1년이 지난 뒤다. 책임감 강했던 형이 가족들에게 걱정을 끼치기 싫어서 숨겼던 것이다. 당시에는 당연히 재판에서 승소할 것이라는 자신감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던 형이 재판 과정에서 상처를 받으면서 티가 나가 시작했고, 2019년 중순쯤 가족들이 알게 됐다. 형이 고통받던 순간에 아무것도 몰랐다는 것이 정말 미안하다.” -재판에서 형을 가장 괴롭힌 것은 무엇이었나. “10년 넘게 동고동락해 온 동료들의 위증이다. 형을 ‘재피’(재학 PD)라는 호칭으로 부르던 동료들이 재판에서 ‘PD로 부른 적 없다’, ‘자발적으로 회사를 나갔다’는 위증을 했다. 형은 정이 많은 사람이다. 어려운 회사 동료들을 몇 년간 대가 없이 집에서 묵게 해 주고 식사를 챙기기도 했다. 때론 내가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남들에게 베푸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친형제처럼 지낸 동료가 사측의 허위진술 강요에 넘어갔다. 그 일로 인한 정신적 충격이 가장 컸고, 형의 유서에 고스란히 담겼다. 형이 생전에 청주방송 구성원들에게 작성했다가 결국 보내지 못한 글에도 이런 고통이 담겨 있다. ‘내가 싸우는 청주방송이 회장과 간부들인지 구성원인지, 누군지 모르겠다. 내 실체가 없어지는 것 같다’는 내용이다.” ●사법부 판결, 누군가의 인생 끝낼 수 있어 -1심 재판부는 왜 이 PD의 근로자성을 인정하지 않았나. “청주방송 측 일방 주장만을 받아들인 편파 판결이었다고 생각한다. 형의 동료들이 사측의 압박을 무릅쓰고 작성한 진술서의 신빙성이 1심에서 인정되지 않았다. 반면 사측 간부들의 진술 신빙성은 인정했고, 사측의 직원 압박 정황은 살피지 않았다. 2017년 청주방송의 의뢰로 노무법인 유앤이 작성한 ‘노무 컨설팅 보고서’에는 형의 노동자성이 높다는 분석이 담겼다. 형이 1심 소송 중 법원을 통해 문서제출 명령을 거듭 신청했지만 결국 법정에 제출되지 않았다. 청주방송과 위증을 한 관계자들 모두 용서가 안 되지만, 사법부에 대한 분노가 가장 크다. 잘못된 판결은 누군가의 인생을 끝낼 수도 있다. 그러나 책임을 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형을 대신해 항소심에 뛰어든 계기는. “2020년 2월 4일에 눈이 많이 내렸다. 퇴근길에 교통사고를 당해 이를 정신없이 수습하고 집에 돌아왔는데 아버지께 수십 통의 부재중 전화가 와 있었다. 직감적으로 ‘큰일이 났다’는 걸 알았다. “빨리 내려오라”는 아버지의 말씀에 청주의 한 병원으로 황급히 차를 몰았다. 응급실 쪽으로 뛰어가 형을 찾으니 장례식장으로 가라고 하더라. 가족들이 울고 있었고, 나는 방송국을 찾아가겠다며 화를 많이 냈던 것 같다. 충격이 커서 기억이 명확하지는 않다. 형의 빈소를 찾은 형의 직장 동료들과 변호사 등을 통해 사건의 내막을 정확히 알게 됐다. 형이 왜 유서에 ‘억울해 미치겠다’는 말을 남겼는지, 그제야 모든 퍼즐 조각이 맞춰진 것이다. 소송 과정에서 겪어 왔을 부당함과 홀로 고통을 버텨 왔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아렸다. 그날 형을 대신해 항소심을 진행하기로 했다.” -항소심에서 이 PD의 노동자성과 사측의 부당해고가 인정됐다. 남은 과제는. “지난해 4자(청주방송·언론노조·유족·시민사회) 협의체가 꾸려졌고 논의 끝에 합의안이 타결됐다. 그러나 아직 이행되지 않은 문제들이 있다. 첫 번째는 방송국 비정규직 처우 개선 문제다. 형이 생전에 지키려고 싸워 왔던 부분이기도 하다. 지난 4월 고용노동부는 청주방송 내 프리랜서 PD와 방송작가 등 절반 이상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근로감독 결과를 발표하며 시정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청주방송은 이들 중 일부만을 기간제 계약직으로 고용하려 하는데 이는 편법에 불과하다. 두 번째는 형을 죽음으로 몰고 간 책임자 징계 문제다. 책임자로 지목된 5명 가운데 상당수가 솜방망이 징계에 그친 상황이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정규직도 협력해야 -방송·미디어 산업계의 노동 인권문제, 어디서부터 풀어야 하나. “우리가 ‘주 52시간’을 이야기할 때 방송사 직원들은 ‘제발 12시간만 일하고 12시간은 쉬자’는 말을 한다. 물론 방송의 특성상 밤낮없이 촬영을 할 수도 있다고 치자. 하지만 그에 따른 처우개선과 휴식이 필수다. 그런데 99% 직원들에게 희생을 강요하고 이익의 대부분을 1%가 가져간다. 이런 구조를 뜯어고쳐야 한다. 특정 방송사가 문제 개선을 시작하면 다른 방송사들이 ‘배신자’로 낙인을 찍는 것도 큰 문제다. 방송사들이 ‘우리가 방송작가를 정규직화하면 방송계에 파장이 크다’는 말을 서슴없이 하는데, 아무도 그 말을 지적하지 않는다. 잘못된 관행을 고치는 데 파장은 당연한 것 아닌가. 방송·미디어 산업계에 만연한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정규직들의 도움과 협력도 필수다. 이를 위해서는 결국 언론노조가 제 역할을 잘 해줘야 한다.” -‘형처럼 억울한 사람들을 돕겠다’고 언급했는데, 앞으로의 계획은. “형이 떠난 뒤 만든 ‘이재학PD 대책위원회’ 활동을 통해 형과 같이 억울한 분들을 계속해서 도우려 한다. 문제는 우리가 손을 내밀어도 잘 잡지를 못한다. 프리랜서 신분으로 사측과 등을 지면 다른 방송사에서 일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금전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우리의 손을 잡아 준다면 그분들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생각이다. 형은 홀로 너무 외로운 싸움을 했었다. 형과 같은 분들이 어딘가에서 홀로 외롭게 고통받고 있지 않았으면 한다.” -가족들의 아픔은 조금씩 치유되고 있나. “나를 제외한 가족들만큼은 고통을 치유해 나갔으면 한다. 부모님이 계신 충주와 형이 있었던 청주 사이 한 시골 마을에 형을 위한 추모 공간을 마련 중이다. 형의 묘비 옆에 형을 추억할 수 있는 사진 등으로 공간을 꾸미고 계신다. 다음달쯤엔 이 공간을 개방해 형의 지인들을 모실 생각이다. 어머니는 형이 떠난 이후 매일같이 형에게 편지를 쓰고 계신다. 다만 나는 이 고통과 분노의 감정을 잊지 않으려 한다. 앞으로 내가 끊임없이 싸워갈 기폭제이기 때문이다.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형의 뜻을 이어 가려면 시간을 쪼개고 쪼개도 부족하다. 비상식적인 것을 매일같이 마주하다 보니 심적으로 벅찰 때도 많다. 그렇지만 이보다 더 큰 고통을 홀로 견뎠던 형을 늘 생각한다.” 이혜리 기자 hyerily@seoul.co.kr
  • 마포 감금살인 피의자 오늘 檢 송치…‘형법상 살인’보다 높은 죄 적용할까

    마포 감금살인 피의자 오늘 檢 송치…‘형법상 살인’보다 높은 죄 적용할까

    서울 마포경찰서는 친구 A씨를 감금해 살인한 혐의로 구속된 안모(21)씨와 김모(21)씨를 21일 검찰에 송치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이날 수사상황을 언론에 공개한다. 피의자들에게 ‘형법상 살인죄’보다 형량이 높은 ‘특가법상 보복범죄’를 적용할지 여부도 관심이다. 특가법상 보복범죄는 형사사건과 관련해 보복할 목적으로 사람을 살해한 사람을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이 조항은 형법상 살인죄(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보다 처벌이 더 무겁다. 앞서 A씨는 지난 13일 오전 6시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오피스텔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은 A씨로부터 상해죄로 고소당한 것에 앙심을 품고 피해자를 감금한 채 고소 취하와 허위 진술을 강요하면서 가혹행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 ‘마포 감금살인’ 2주간 화장실에 가둬 신체적·정신적 학대

    ‘마포 감금살인’ 2주간 화장실에 가둬 신체적·정신적 학대

    고교 동창인 친구 2명의 가혹 행위로 숨진 20대 남성이 2주간 감금된 상태로 신체적·정서적 학대를 당한 정황이 포착됐다. 알몸으로 오피스텔 화장실에 갇혀 있던 피해자는 사망 닷새 전부터 호흡이 거칠고 생리 현상을 조절하지 못하는 등 위급한 상태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지난 1일 김모(20·구속)씨와 안모(20·구속)씨가 제대로 걷지도 못할 만큼 쇠약해진 피해자 A(20)씨를 부축해 범행 장소인 마포구 연남동의 한 빌라로 이사하는 장면이 담긴 폐쇄회로(CC)TV를 확보했다. A씨는 이날 이후 사망한 13일 오전 6시까지 집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감금된 상태에서는 지속적인 신체적·정서적 학대를 당한 정황이 포착됐다. 가해자들의 휴대전화에는 A씨에게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해서 시키는 등 괴롭히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현장에서는 A씨의 손목을 묶었던 도구가 발견됐는데 가해자들이 외출할 때 A씨가 탈출할 수 없도록 스스로 풀 수 없는 도구로 포박했다. A씨는 이러한 가혹행위로 몸무게가 34kg까지 빠지기도 했다. 경찰은 두 사람이 피해자가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고 살인 혐의로 조사 중이다. 동시에 특가법상 보복범죄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살인은 최소 5년 이상의 유기징역, 무기징역, 사형으로 처벌할 수 있으나 특가법이 적용되면 최소 10년 이상 유기징역, 무기징역, 사형을 받을 수 있어 상대적으로 무거운 처벌이 가능하다. 직접적인 범행 동기는 A씨와 그의 가족들이 지난해 11월 자신들을 상해 혐의로 고소한 것에 대한 보복으로 보고 있다. 이후 김씨 등은 지난 3월 31일 A씨가 사는 대구 집 앞까지 찾아가 A씨를 불러낸 뒤 대중교통을 이용해 서울로 데려왔다. A씨는 저항하지 않고 순순히 따라나섰다. 오랜 정서적 학대로 이들을 극도로 두려워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A씨를 데리고 상경한 뒤로는 화장실에 감금하고 식사도 제대로 제공하지 않는 등 보복성 학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또 피해자 명의로 휴대전화를 개통해 소액 대출을 받고, 대부업체에서 피해자 명의로 돈을 빌리는 등 수백만원을 갈취하기도 했다. 피의자들은 피해자에게 물류센터 등에서 일용직 노동을 강요했다고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피해자의 가족은 A씨가 오랜 기간 대구에 있는 집에 들어오지 않자 지난해 10월 17일 경찰에 가출 신고를 했다. 당시 서울에 있던 피해자는 약 한 달 뒤인 11월 4일 서울 서초구 양재파출소에 임의동행해 조사를 받았다. 11월인데도 반소매 차림이었던 피해자의 몸에 폭행 흔적을 확인한 경찰관은 대구에 있는 피해자 아버지에게 연락해 피해자를 인계했다. 피해자와 아버지는 같은 달 8일 대구 달성경찰서에 전치 6주 상해진단서와 함께 피의자들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했다. 같은 달 22일에는 직접 달성서에 출석해 ‘영등포구 오피스텔에서 새벽에 노래를 흥얼거렸다는 이유 등으로 피의자들에게 네 차례 폭행을 당해 다쳤다’고 진술했다. 갈비뼈까지 부러진 A씨는 전치 6주의 진단을 받기도 했다. 피해자 A씨는 김씨와 대구에서 같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친구 사이였고, 김씨와 안씨는 대구에서 같은 중학교를 나오고 서울 소재 대학에 입학한 친구였다. 피의자들은 지난해 6월 초부터 서울 강남구 역삼동 빌라에서 함께 살았다. A씨는 지난해 7월 서울에서 지낼 곳이 마땅치 않아 김씨에게 연락해 역삼동 빌라를 찾았다가 안씨와 알게 됐다.경찰은 이들이 처음 만난 지난해 7월부터 A씨가 사망한 지난 13일까지 상황을 재구성해 폭행과 학대가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안씨 등이 A씨를 상대로 금품 갈취 등을 계획한 시점이 언제인지 등을 특정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아울러 피의자들이 특정한 계기마다 A씨를 조롱하는 내용이 담긴 동영상을 촬영한 점을 들어 정서적 학대 여부도 확인하고 있다. A씨는 지난 13일 오전 6시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오피스텔에서 알몸으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안씨와 김씨를 살인 혐의로 구속해 자세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오는 21일 피의자들은 검찰에 송치하면서 추가 수사상황을 발표할 계획이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단독] ‘마포 감금살인’ 피의자 “같이 놀다가 상경…납치 아냐” 주장

    [단독] ‘마포 감금살인’ 피의자 “같이 놀다가 상경…납치 아냐” 주장

    서울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친구인 피해자를 감금하고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구속된 가해자 2명 중 한 명이 지난 3월 말 대구에 있던 피해자를 서울로 데리고 오는 과정에서 강압은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19일 서울신문 취재 결과 피해자와 같은 고교를 졸업한 피의자 김모(20)씨는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마포경찰서 조사 과정에서 “지난 3월 31일 대구에 가서 피해자랑 같이 놀다가 서울로 가자고 해서 간 것이지 피해자를 서울로 납치하거나 억지로 끌고 온 것은 아니다”라면서 강제성은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그러나 경찰은 피해자 A씨가 김씨와 또다른 피의자 안모(20)씨를 지난해 11월 상해죄로 고소한 일로 둘이 앙심을 품고 A씨에게 보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와 안씨는 지난 3월 31일 대구에 가서 피해자를 데리고 상경한 뒤 사실상 감금하고 식사도 제대로 제공하지 않는 등 학대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지난 13일 오전 6시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A씨가 사망했다는 신고를 접수한 후 같이 살던 김씨와 안씨를 긴급체포했고 지난 14일 살인 혐의를 적용하여 구속영장을 신청해 지난 15일 구속영장을 발부받았다. 김씨와 안씨가 지난 1일 제대로 걷지 못할 정도로 쇠약해진 상태의 A씨를 부축해 범행 장소인 오피스텔로 이사하는 장면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이 A씨의 생전 마지막 모습이었다. 김씨와 안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A씨를 감금, 폭행한 사실과 A씨에게 일용직 노동을 강요한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둘은 A씨를 감금하는 동안 A씨의 손을 묶은 이유에 대해 “A씨가 우리들 물건을 훔쳐가려고 해서 묶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들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범죄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살인은 최소 5년 이상의 유기징역, 무기징역, 사형으로 처벌할 수 있으나 특가법이 적용되면 최소 10년 이상 유기징역, 무기징역, 사형을 받을 수 있어 상대적으로 무거운 처벌이 가능하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식량난 인정한 北…이인영 “협력 주저할 이유 없어”

    식량난 인정한 北…이인영 “협력 주저할 이유 없어”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기회가 되고 북의 의사가 분명하다면 식량과 관련해 협력하는 문제에 대해 주저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18일 오후 MBN 뉴스에 출연해 북한이 최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이례적으로 식량난을 인정한 것과 관련해 “염려하고 걱정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북한의 의사 표시만 있으면 식량·비료 등 민생 부문 지원을 통해 남북 간 인도협력을 시작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는 북한에 “군사적인 긴장을 통해 대화와 협상에 유리한 고지를 만들려고 하지 말고 냉면 상을 잘 차리고 대화와 협력의 길로 나왔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이어 ‘9·19 평양공동선언’ 2주년을 맞아 지난해 9월 판문점을 방문해 북쪽을 향해 손을 흔들었던 것을 소개하면서 “답이 북에서 왔으면 좋겠다”며 “다시 우리의 역사 바퀴가 굴러갔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그는 남북관계 개선의 첫 단추로 조건 없는 연락 채널 복원을 꼽았다. 이를 위해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한 화상회의 시스템도 구축했다고 소개했다. 남북 이산가족 상봉과 관련해서도 “화상 상봉 시스템도 갖춰놨고, 그것도 어려우면 영상 편지를 교환하는 방식도 준비해놓은 상태”라며 미리 영상 기록을 남겨 당사자가 사망하더라도 소식과 이야기를 전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 출생한 세대)를 위한 통일 담론에 대해서는 “당위나 강요에 의해 평화나 통일을 생각하기보다는 내 삶에 어떤 유익함이 있는지, 평화·통일이 내 삶을 어떻게 좋게 변화시킬지 동기부여 등 과정을 통해서 스스로 평화·통일로 접근해 나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지난 15일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지난해 태풍 피해로 알곡 생산계획을 미달한 것으로 인해 현재 인민들의 식량 형편이 긴장해지고 있다“면서 ”전당적, 전 국가적 힘을 농사에 총집중하는 것이 절실하다“며 식량난을 공식 언급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사설] 정·관계 분양권 로비 의혹으로 번진 ‘광주 참사’

    경찰이 광주광역시 학동4지구 재개발사업 과정에서 조합 임원과 지역 정·관계 인사의 로비 및 유착설을 포착하고 본격 조사에 나섰다고 한다. 학동 재개발사업 현장에서는 철거공사 과정에서 5층 건물이 무너져 17명의 무고한 시민이 목숨을 잃거나 다쳤다. 지역에서는 학동 3·4구역 재개발조합 임원이 사업 인허가 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로부터 특혜를 받고자 전직 기초단체장과 국회의원 보좌관, 현직 경찰 간부, 지방 공무원, 관련 사업가 등에게 재개발 아파트 분양권을 제공했다는 이야기가 나돌고 있다는 것이다. 이쯤되면 광주 재개발 현장은 ‘비리의 종합세트’나 다름없다. 앞서 경찰은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로부터 건물해체공사를 수주한 한솔기업 현장소장과 이 회사로부터 불법 재하도급을 받은 백솔건설 대표를 구속했다. 두 사람을 포함해 경찰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하고 있는 사람은 시공사 관계자와 철거회사 관계자, 감리자 등 모두 14명에 이른다. 여기에 경찰은 시공사와 철거업체 선정 과정에 개입한 혐의를 받아 입건된 상황에서 미국으로 출국한 조폭 출신 인사도 인터폴과 공조해 강제 송환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낙후한 주거환경을 개선해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든다는 공동주택 재개발사업이 경제를 좀먹고 주민을 생명의 위협에 노출시키는 지역의 암적 요소로 떠오른 현실이 안타깝다. ‘광주 참사’ 역시 인·허가 과정에서부터 종횡으로 엮인 비리사슬이 안전에는 신경 쓸 수 없는 비정상적 공사 환경으로 만든 결과다. 이렇듯 재개발공사가 구조적 비리로 점철되어 공사비가 곳곳으로 새나가고 있다면 공사 부실이 옛 건물 철거 과정에만 머무를 리 없다. 그런 만큼 재개발사업 비리는 새집에 들어갈 희망에 부풀어 있는 조합원들에게 불필요한 부담을 떠넘기면 위태로운 부실 아파트 입주까지 강요하는 중대범죄일수 밖에 없다고 본다. 어떤 사건이든 불법행위는 재발을 엄두도 내지 못할 만큼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재개발사업 비리는 단순히 관련자 처벌에 머물지 않는 정부와 국회의 ‘광폭 후속 대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지방자치단체도 협력해 재개발사업의 잘못된 관행을 하나하나 고쳐가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소위원회가 공사의 위험 수준이 높으면 상주 감리자를 배치하도록 하는 내용의 ‘건축물관리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것도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정부는 이번 참사 원인을 살펴 사업 인허가에서 입주까지 재개발의 모든 단계에서 비리가 개입될 여지를 원천 차단하는 방안을 마련하라.
  • ‘마포 감금살인’ 피해자, 사망 전 13일간 갇혔다

    ‘마포 감금살인’ 피해자, 사망 전 13일간 갇혔다

    상해 고소에 앙심 품고 보복행위수백만원 갈취하고 일용직 강요도고교 동창인 친구 등 2명의 가혹 행위로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20대 남성이 숨지기 13일 전부터 주거지에 감금된 상태였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경찰은 상해 혐의로 고소된 피의자들이 피해자에게 앙심을 품고 보복을 한 것으로 보고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17일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1일 김모(20·구속)씨와 안모(20·구속)씨가 제대로 걷지 못할 정도로 쇠약해진 상태인 피해자 A(20)씨를 부축해 범행 장소인 마포구 연남동의 한 빌라로 이사하는 장면이 담긴 폐쇄회로(CC)TV를 확보했다. A씨는 이날 이후 사망한 13일 오전 6시까지 집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경찰은 김씨 등 피의자들의 직접적인 범행 동기가 A씨와 그의 가족들이 지난해 11월 자신들을 상해 혐의로 고소한 것에 대한 보복으로 보고 있다.경찰 조사 등에 따르면 피해자 A씨는 김씨와 대구에서 같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친구 사이였고, 김씨와 안씨는 대구에서 같은 중학교를 나오고 서울 소재 대학에 입학한 친구였다. 지방대에 재학 중이던 A씨는 지난해 7월 피의자들이 동거 중인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빌라를 찾았다가 안씨와 알게 됐고 이후에도 비정기적으로 피의자들의 주거지를 찾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 사이 피의자들은 지난해 10월 영등포구 오피스텔로, 한 달 뒤 마포구 서교동으로, 올해 6월엔 연남동으로 거듭 거처를 옮겼다. 피해자, 지난해 11월 반소매 차림에 상흔 입은 채 파출소 조사 피해자의 가족은 장시간 피해자가 대구에 있는 집에 들어오지 않자 지난해 10월 17일 경찰에 가출신고를 했다. 당시 서울에 있던 피해자는 약 한 달 뒤인 11월 4일 서울 서초구 양재파출소에 임의동행해 조사를 받았다. 김씨와 안씨는 파출소에 찾아와 피해자를 데려가겠다고 말했지만 11월인데도 반소매 차림이었던 피해자의 몸에 폭행 흔적을 확인한 경찰관은 대구에 있는 피해자 아버지에게 연락해 피해자를 직접 인계했다.피해자와 아버지는 같은 달 8일 대구 달성경찰서에 전치 6주 상해진단서와 함께 피의자들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했다. 같은 달 22일에는 직접 달성서에 출석해 ‘영등포구 오피스텔에서 피의자들에게 네 차례 폭행을 당해 다쳤다’고 진술했다. 달성서는 피의자들이 영등포구에 거주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 피해자 진술조서와 함께 사건을 영등포경찰서에 이송했다. 피의자들, 피소 사실에 앙심 품고 가혹행위 피해자가 자신들을 고소했다는 사실에 화가 난 피의자들은 올해 3월 31일 대구에 내려가 피해자를 데리고 상경한 뒤 사실상 감금하고 식사도 제대로 제공하지 않는 등 학대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의 가족은 지난 4월 30일 재차 가출한 피해자를 찾아달라며 대구 달성서에 신고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영등포서 수사관이 피해자를 불러 조사하고자 지난 4월 17일 피해자의 휴대전화로 연락했지만 피의자들의 감시를 받고 있었던 피해자는 “지방에 있어서 조사를 받으러 갈 수 없다”며 거절했다. 수사관은 지난달 3일에도 피해자에게 연락해 재차 조사를 요청했으나 피해자는 고소 취하 의사를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고소 취하 의사도 A씨가 원한 것이 아니라 피의자들의 강요에 의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고소장에 적힌 폭행 일시와 장소가 특정돼야 공소사실을 유지할 수 있는데 피의자와 피해자의 주장이 달라 대질조사가 필요한 상황이었다”면서 “하지만 지난 3월 31일 이후 피해자를 강압했던 피의자들이 피해자에게 허위진술을 강요하는 등 적극적으로 수사를 방해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경찰, 오는 21일 피의자들 검찰에 송치 서울경찰청은 영등포서가 지난달 27일 상해 고소사건을 증거불충분으로 불송치한 경위에 잘못이 없는지 감찰에 착수했다. 또한 해당 사건에 새로운 단서가 확인된 만큼 수사를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상해사건 처리과정이 범행 동기와 관련이 큰 것으로 보이고, 금품 갈취 등 추가 범행을 확인할 필요가 있어 해당 사건에 대한 수사를 재개해 마포서에서 살인사건과 함께 병합 수사할 예정”이라면서 “지난 4월 달성서에 접수된 가출 신고가 적절하게 처리됐는지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피의자들이 피해자 명의로 휴대전화를 개통해 소액 대출을 받고 대부업체에서 피해자 명의로 돈을 빌리는 등 수백만원을 갈취한 정황도 파악 중이다. 피의자들은 피해자에게 물류센터 등에서 일용직 노동을 강요했다고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 휴대전화 3대, 피해자 휴대전화 2대를 포렌식해 분석하고 대상자들의 계좌 거래내역을 파악해 추가 혐의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피의자들을 형법상 살인 혐의로 조사 중인 경찰은 이들에게 특가법상 보복범죄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살인은 최소 5년 이상의 유기징역, 무기징역, 사형으로 처벌할 수 있으나 특가법이 적용되면 최소 10년 이상 유기징역, 무기징역, 사형을 받을 수 있어 상대적으로 무거운 처벌이 가능하다. 경찰은 오는 21일 피의자들은 검찰에 송치하면서 추가 수사상황을 발표할 계획이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 여학생으로 속여 10대 남학생 성추행…30대 남성, 징역 15년

    여학생으로 속여 10대 남학생 성추행…30대 남성, 징역 15년

    또래 여학생인 척 접근해 남학생을 집으로 유인한 뒤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기소된 30대 남성이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16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1부(고충정 부장판사)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성착취물 제작·배포, 음란물 제작·배포, 유사성행위, 위계 등 추행)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아울러 신상정보 10년 공개와 8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및 장애인 복지시설에 대한 취업 제한 10년을 명령했다. A씨는 2018년 12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25차례에 걸쳐 B군(16)에게 유사성행위를 강제한 혐의 등을 받는다. 또 B군을 상대로 한 자신의 범행 장면를 3회 촬영하고 이를 다시 성행위를 강요하는 협박용으로 쓰기도 했다. A씨는 2018년 SNS를 통해 당시 13세였던 B군에게 접근했다. 자신이 중학교 3학년 또래 여학생인 것처럼 행세해 경계심을 푸는 수법을 사용했다. 그러면서 서울 영등포구 자신의 집으로 B군을 유인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B군이 도착해 성인 남성인 A씨를 보고 놀라자 “여자와 성관계를 할 수 있게 해줄 테니 옷을 벗고 기다리라”고 말한 뒤 현관문을 잠가 도망가지 못하게 했다. 곧이어 B군에게 위해를 가할 것처럼 겁을 주며 성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범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019년 2월 “집으로 오지 않으면 친구들을 찾아낸다”고 협박해 B군을 집으로 오게 한 뒤 유사성행위를 하고, 2018년 12월과 지난해 1·8월에는 범행 장면을 촬영해 성착취물을 제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A씨가 약 1년 9개월 동안 동성의 아동·청소년 피해자를 협박해 범행했고 이 과정을 촬영해 협박까지 했다”며 “성적 가치관과 성에 대한 판단능력이 충분히 형성되지 않아 자신을 보호할 능력이 부족한 피해자를 상대로 장기간 범행을 저질러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이 반성하고 있는 점, 동영상이 실제로 유포됐다는 구체적인 정황이 없는 점 등을 양형에 참작했다고 밝혔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여기는 남미] “꽉끼는 레깅스입고 주유해” 피해배상 받게 된 女알바생

    [여기는 남미] “꽉끼는 레깅스입고 주유해” 피해배상 받게 된 女알바생

    회사의 강요로 사이즈 작은 레깅스를 입고 일하던 여자 알바생이 정신적 피해 배상금을 받게 됐다. 15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멘도사주(州) 대법원은 여자 주유원이 정신적 피해를 호소하며 주유소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주 대법원은 "일상적인 성희롱에 노출되는 등 원고의 정신적 피해가 인정된다"면서 15만 페소(약 115만원)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주유소에 명령했다. 이어 "섹시한 유니폼으로 여성을 상품화하려는 남성주의적 의도가 있었다"면서 주유소에 시정을 주문했다. 판결은 이제야 나왔지만 사건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F.V로 이니셜만 공개된 원고는 당시 멘도사의 한 주유소에서 주유원 알바로 근무했다. 주유원 중 유일한 여성이던 원고에게 회사는 야구모자, 티셔츠, 레깅스를 입도록 강요했다. 원고는 처음부터 회사에 이의를 제기했다. 특히 레깅스에 대해선 "내 사이즈보다 작아 너무 몸에 꽉 낀다"면서 "사이즈라도 맞는 것으로 달라"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주유소 측의 답은 언제나 "글쎄..."였다고 한다. 원고는 "S(스몰) 사이즈를 주곤 무조건 입으라고 했다"면서 "내 사이즈인 M(미디엄)을 달라고 했지만 회사는 관심도 두지 않았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보다 못한 한 남자 주유원이 자신에게 지급된 바지를 내주며 "입고 일하라"고 했고, 덕분에 며칠간 바지를 입고 일한 적이 있지만 여자주유원은 곧 주유소로부터 "여자 유니폼을 입으라"는 경고를 받았다. 주유소는 그러면서 3일간 출근금지를 명령했다. 바지를 입으면 해고하겠다는 경고였던 셈이다. 결국 다시 작은 레깅스를 입고 일을 하게 된 원고는 손님들부터 성희롱성 발언을 듣는 게 일상이었다. 여자주유원은 "워낙 작은 레깅스를 입다 보니 하체의 바디라인이 과도하게 드러나곤 했다"면서 "매일 짓궂은 손님들이 성희롱 발언을 듣곤 했다"고 말했다. 갈등이 지속되던 2013년 11월 여자주유원은 몸이 아파 출근을 하지 못했다. 주유소는 그런 여자주유원을 바로 해고했다. 부당한 해고에 회사와 내용증명을 주고받던 여자주유원은 주유소를 상대로 정신적 피해 배상 청구심을 냈다. 주 대법원은 "분쟁의 핵심은 여자용 유니폼을 둘러싼 회사와 원고 측의 이견"이라면서 "주유소가 국내법과 복수의 국제조약을 무시하고 여성을 상품화하려는 의도로 작은 레깅스를 강요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원고 측 손을 들어줬다.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
  • 병사 아버지 부대로 불러 “제보 말라” 협박한 육군 대대장

    병사 아버지 부대로 불러 “제보 말라” 협박한 육군 대대장

    육군의 한 부대 지휘관이 자신에게 경례를 하지 않은 병사의 아버지를 부대에 오도록 해 ‘아들을 형사처벌하겠다’는 취지의 말로 협박하고 이런 상황을 외부에 알리지 말 것을 강요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군인권센터는 육군 제21사단 제31여단 소속의 한 대대장인 A중령이 자신에게 경례를 하지 않은 병사를 징계하기 위해 간부들로 하여금 해당 병사의 잘못을 적어오도록 지시하고 해당 병사의 아버지를 불러 협박했다고 16일 밝혔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지난 4월 24일 B병사는 단체 이동 중에 대대장인 A중령을 만났다. 단체 이동 중에는 최선임자만 경례를 하면 되기 때문에 B병사는 A중령에게 따로 경례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A중령은 B병사가 ‘대상관 범죄’(명령복종 관계에서 명령권을 가진 상관 또는 상위 계급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를 저질렀다며 중대장을 호출해 B병사를 징계하라고 지시하고, 다른 간부들에게는 B병사가 잘못한 일을 모두 적어오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현행 군형법에서 규정하는 대상관 범죄는 상관에 대한 항명, 폭행, 협박, 상해, 모욕 등이다. 상관에 대한 경례 미실시는 대상관 범죄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처럼 B병사가 형사처벌을 받을 잘못을 저지른 사실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A중령은 이틀 뒤인 지난 4월 26일 B병사의 아버지를 부대로 호출하여 ”B병사가 대상관 범죄를 저질렀으니 형사처벌하겠다고 윽박질렀다”는 것이 군인권센터의 설명이다. A중령은 또 B병사 아버지가 눈물을 흘리며 선처를 호소하자 일련의 상황을 외부에 제보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쓸 것을 강요했다고 한다. 군인권센터는 “B병사 아버지가 차마 각서를 쓰지 못하고 있자 A중령은 구두로라도 약속하라고 윽박질러 약속을 받아냈다고 한다”고 밝혔다. 이후 A중령은 B병사의 친형이 국방헬프콜에 이 사건과 관련한 도움을 요청한 사실을 알게 되자 소속 부대원들을 모두 모아놓고 “국방헬프콜에 전화해도 소용없다”면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인권센터는 “병사의 아버지를 부대 안으로 불러들여 강요와 협박을 일삼은 대대장의 어처구니없는 행태에 대해 군의 엄중한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면서 “지휘관으로서의 자질과 품위를 상실한 A중령의 즉각적인 보직 해임도 요구한다”고 밝혔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대대장, 병사 징계 후 父 불러 ‘제보 않겠다’ 각서 강요”

    “대대장, 병사 징계 후 父 불러 ‘제보 않겠다’ 각서 강요”

    육군에서 모 부대 대대장이 소속 부대 병사에게 앙심을 품고 징계를 추진하면서 병사의 아버지까지 부대로 불러 “외부에 제보하지 말라”고 협박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되고 있다. 16일 군 관련 인권단체 군인권센터(이하 센터)는 “육군 제21사단 예하 한 여단의 대대장이 소속 부대 병사 A를 징계하기 위해 상식을 초월하는 엽기적인 행각을 벌였다는 사실을 제보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센터에 따르면 A병사는 4월 24일 단체 이동 중 대대장을 만났고, 단체 이동 중에는 최선임자만 경례하면 되기 때문에 따로 대대장에게 경례하지 않았다. 이 사건이 발단이 돼 대대장은 A병사가 대상관 범죄를 저질렀다며 중대장을 호출해 징계를 요구하고, 징계위원회 회부를 위해 소속 부대 간부들에게 A병사가 잘못한 것들을 모두 적어오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 결과 ▲ 소대장과 면담 중 맡은 보직이 힘들다고 고충을 토로한 점(간부 협박) ▲ 당직근무 중 30분간 생활관에서 취침한 혐의(근무 태만) ▲ 점호 시간 이후 공중전화를 사용한 혐의(지시 불이행) ▲ 대대장에 대한 경례 미실시(상관모욕) 등이 A병사의 징계 사유로 지적됐다. 또한 대대장은 같은 달 26일 A병사의 아버지를 부대로 호출해 A병사가 대상관 범죄를 저질러 형사 처벌하려 한다며 윽박지르고, A병사의 아버지가 선처를 바라자 이런 상황을 외부에 제보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쓸 것을 강요하면서 “이를 어기면 형사처벌할 것”이라고 협박했다고 센터는 전했다. 이후 대대에 징계위원회가 구성됐으나 A병사의 가족이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제출하면서 징계 절차는 여단으로 옮겨졌고 징계 사유 중 경례 미실시와 상관 협박은 삭제됐다. 지난달 25일 열린 여단 징계위원회에서 A병사는 당직 중 취침과 점호 시간 후 공중전화 사용 혐의가 인정돼 군기교육대 5일 처분을 받았다. 그 뒤로도 대대장은 A병사의 형이 국방헬프콜에 이 사건과 관련한 도움을 요청한 사실을 알게 되자 소속 부대원을 모두 모아놓고 “국방헬프콜에 전화해도 소용없다”고 압박했다고 센터는 주장했다. 센터에 따르면 A병사가 징계 항고권을 행사하기 위해 항고이유서를 제출하자 행정보급관은 항고이유서 글자 수 제한이 없는데도 ‘글자 수가 많다’, ‘200∼300자로 다시 써오라’며 항고장 수리를 거부했다. 항고장은 결국 군기교육대 입교 2일 전인 지난 14일에서야 접수됐다. 센터는 “지휘관이 징계권을 남용·악용해 사실상 ‘원님 재판’이나 다름없는 무법한 상황을 만드는 행태는 심각한 인권침해”라며 “해당 대대장과 항고권 방해 연루자의 직권남용에 대한 즉각적 수사와 엄중 처벌, A병사의 항고권 보장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병사의 아버지를 부대 안으로 불러들여 강요와 협박을 일삼은 대대장의 행태에 대해서도 엄중히 조치하고, 대대장을 즉각 보직 해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서울광장] 민간인 국방장관이 필요한 이유/김상연 논설위원

    [서울광장] 민간인 국방장관이 필요한 이유/김상연 논설위원

    1950년 10월 중공군이 한국전쟁에 개입하며 인해전술을 펴자 12월 이승만 정권은 급히 법을 만들어 17세 이상 40세 미만을 예비 병력으로 모집한다. 애국심 넘치는 청년들이 대거 지원해 50만명 규모의 ‘국민방위군’이 탄생했다. 하지만 부대가 채 자리잡기도 전에 적군이 밀고 내려오면서 국민방위군도 남쪽으로 이동해야 했다. 그런데 남하 과정에서 굶어 죽거나 얼어 죽는 병사가 속출했다. 알고 보니 군 고위층이 병사들에게 지급해야 할 식량과 의복 예산을 착복해 벌어진 비극이었다. 이로 인해 숨진 병사가 수천명에 달했고, 후유증으로 죽은 사람까지 합치면 사망자가 9만명이 넘는다. 길가에 쓰러진 병사들의 시체에 가마니를 덮어 둔 참혹한 모습을 보고 국민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그럼에도 당시 신성모 국방장관 등이 사건을 축소·은폐하려 하자 분노한 여론이 폭발했고 결국 김윤근 사령관 등 5명에게 사형이 선고됐다. 절체절명의 전쟁 중에도 부정을 저지르는 우리 군의 놀라운 부도덕성은 강산이 일곱 번이나 변한 지금도 그 DNA가 면면히 살아 있는 것 같다. 부하 부사관을 사적인 술자리에 참석하도록 강요한 뒤 다른 사람이 보는 자리에서 버젓이 성추행하고 상관들은 조직적으로 은폐·회유에 나선다. 천문학적 국방 예산은 다 어디에 쓰는지 편의점 도시락만도 못한 급식을 한창 먹을 나이의 병사들에게 거리낌 없이 준다. 대한민국 다른 분야의 수준이 모두 완벽하다는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군대처럼 이상한 짓을 대놓고 하는 조직은 찾아보기 힘들다. 오랜 폐쇄성과 상명하복 문화로 공감능력이 떨어지고 죄의식이 둔감해졌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비판 여론이 들끓자 국방장관이 사과하고 압수수색을 펼치는 등 뒤늦게 호들갑을 떤다. 그러면서 개혁을 다짐한다. 하지만 미덥지 않은 게 사실이다. 무슨 사건만 터지면 반복적으로 들었던 레퍼토리이기 때문이다. ‘개혁’이란 단어는 원래 살가죽을 벗겨 낸다는 뜻이다. 스스로 자신의 살가죽을 벗길 수 있는 인간은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스스로 개혁하겠다는 다짐은 사실 거짓말이다. 평생 밥 먹는 습관 하나 고치기 힘든 게 인간인데 무슨 수로 그 방대한 조직의 살가죽을 스스로 벗길 수 있다는 말인가. 검찰이 스스로 개혁하지 못하고 결국은 외부에 의해 개혁을 당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흥미롭게도 검찰 개혁을 밀어붙인 여당 안에서도 검사 출신 국회의원들은 개혁안에 반대했는데, 그들이 특별히 반개혁적이어서가 아니라 친정(검찰)과 같은 안경을 끼고 세상을 보기 때문이다. 검사는 검사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판사는 판사의 눈으로 세상을 본다. 마찬가지로 군인은 군인의 눈으로 세상을 본다. 따라서 군을 정말로 개혁하고 싶다면 민간인 출신이 국방장관을 맡아야 한다. 문민정부가 들어선 지 30년 가까이 됐지만 이 나라의 국방장관은 여전히 군인 몫이다. 북한이라는 호전적 집단과 대치하고 있는 안보 불안을 명분으로 들먹인다. 과연 맞는 말일까. 미국은 세계 곳곳에서 상시적으로 전쟁을 치르고 매일같이 전사자가 나오는 나라다. 하지만 건국 이후 200년이 넘도록 군 출신이 국방장관을 맡은 적은 거의 없다. 한국전쟁 때도, 본토를 핵전쟁 위험에 빠뜨린 쿠바 미사일 위기 때도 미국의 국방장관은 민간인 출신이었다. 자동차 회사 사장 경력을 가진 국방장관도 있었다. 그러니 한국에서 안보를 핑계로 국방장관을 군 출신이 도맡아야 한다는 논리가 군인들의 ‘밥그릇 지키기’로 의심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 대목에서 군에 묻고 싶다. 국방장관이라는 밥그릇은 정말 그토록 악착같이 지켜야 할 가치가 있는 자리일까. 이순신 장군의 압도적 아우라는 마지막 보직이 삼도수군통제사였던 데서 온다고 생각한다. 만약 장군의 커리어가 병조판서로 끝났다면 지금만큼의 카리스마가 있을까. 미국의 전쟁 영웅 더글러스 맥아더도 마지막 자리가 사령관이 아닌 국방장관이었다면 지금만큼 카리스마를 가질 수 있을까. 군인에게 국방장관이라는 직함은 커리어의 사족(蛇足)과 같다. 눈부신 제복으로도 충분히 자랑스러운 장군 출신이 무슨 영광을 더 보겠다고 어울리지도 않는 양복을 입고 국회의원들 앞에서 머리를 조아려야 하나. 성우회 등 군 원로들이 앞장서 ‘민간인 출신 국방장관’을 요구했으면 한다. 계속 이대로 가서 군이 더 망가지면, 그래서 국민적 혐오 집단이 되면 군 출신이라는 명함도 차마 못 돌릴 때가 올 것이기 때문이다. carlos@seoul.co.kr
  • 경선 연기 결정 못 하는 송영길… “이러다 원샷 여론조사로 컷오프”

    경선 연기 결정 못 하는 송영길… “이러다 원샷 여론조사로 컷오프”

    더불어민주당 송영길(얼굴) 대표가 부동산 문제와 대선 경선 연기 등에 대해 ‘선택불가 증후군’에 빠졌다. 과거와 같은 ‘원팀’, ‘원보이스’를 강요하는 지도부는 아니지만 주요 현안에 대해 결정을 내리지 못하면서 혼란만 키운다는 지적이 나온다. 1위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를 제외한 군소 후보 중심으로 몇 달째 경선 연기를 주장하고 있지만 지도부는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송 대표는 “대선 승리에 가장 도움이 되는 방법인가가 중요한 기준”이라며 가능성만 열어 뒀다. 이런 가운데 경선 연기를 두고 갈등만 고조되고 있다. 이 지사는 이날 “약장수들이 한때 기기묘묘한 묘기를 보이거나 평소 잘 못 보던 특이한 동물을 데려다 가짜 약을 팔던 시대는 지났다”며 “우리가 합의한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경선 연기론에만 매몰되다 보니 정작 민주당의 경선은 국민들의 무관심 속에 묻혔다. 허영 의원은 페이스북에 “대선 후보들이 주어진 일정에 따라 각자 혼술 마시듯 뛰다 여론조사 한 번으로 무미건조하게 예비경선을 치르고 컷오프당하게 생겼다”고 밝혔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완화를 담은 부동산 세제 개편안은 당내 반발에 부딪혀 숨고르기 작업 중이다. 권익위 조사 결과 불법 거래 의혹을 받는 의원 12명의 탈당 문제도 매듭짓지 못하고 있다. 지도부는 “소명할 시간을 줘야 한다”는 입장만 반복하며 징계는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지만, 탈당을 거부한 의원들도 의사를 바꿀 뜻은 없어 보인다. 송 대표가 결정하지 못하는 사이 리더십의 부재를 비판하는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한 대선 주자 캠프 관계자는 “지도부가 후보들 간 유불리만 따져서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며 “경선 일정과 방법을 종합적으로 생각해 국민적 관심을 불러오고 축제와 승리의 장이 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게 후보들의 요구”라고 말했다. 한 의원은 “사실 송 대표는 종부세, 탈당에 대해 결정했는데 의원들이 따르지 않고 있다”며 “0.59% 포인트 차이로 당대표를 따낸 후과를 치르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에선 톱다운 방식으로 당론을 정하는 것이 아니다 보니 과거에 비해 다양한 목소리가 존중받는다는 긍정적 평가도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친문 세력이 공고한 상황에서 송 대표 운신의 폭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특별한 내분 없이 잘 끌고 가고 있다”고 봤다. 박완주 정책위의장도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예전에는 실무단위, 최고위, 당정협의 과정을 거치며 당론이 정해졌다면 송영길 체제에서는 더디더라도 정책의총을 통해서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며 “조금 더 숙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라고 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나토, 反中 첫 명시… 中 “위협론 과장 말라” 반발

    지난 13일 폐막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이어 14일(현지시간) 열린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서도 ‘대중 견제’ 기조가 공식화됐다. 미국과 유럽의 집단방위 기구인 나토는 중국을 ‘구조적 도전’으로 규정하고 “질서를 지키며 책임감 있게 행동하라”고 비판했다. 중국은 “자국 위협론을 과장하지 말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을 비롯한 나토 30개국 정상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정상회의를 마치고 공동성명을 통해 “중국의 야심과 강력한 자기주장은 규칙에 기반한 국제 질서와 동맹 안보에 구조적인 도전을 불러온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을 향해 “국제사회의 약속을 준수하고 우주·사이버·해양 분야 등에서 보다 책임 있게 행동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나토가 중국에 대해 명시적으로 강경 입장을 보인 것은 1949년 창설 이후 처음이다. 2019년 12월 정상회의 때는 중국을 ‘기회이자 도전’으로만 언급했다. 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중국의 강압적 외교 행태에 대한 서구세계의 반감이 인내의 한계를 넘어섰음을 보여 준다. 나토는 중국의 도전에 대응하고자 내년까지 새 전략 개념인 ‘나토 2030’을 추진하기로 했다. 나토가 ‘중국 포위’ 태세를 본격화하자 유럽연합(EU) 주재 중국 사절단 대변인은 15일 기자 문답 형식의 입장문에서 “올해 중국의 국방 예산은 2090억 달러(약 234조원)지만 나토 30개국 군비 총액은 1조 1700억 달러에 달한다. 이는 중국의 5.6배”라고 반박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정례 브리핑에서 “소집단을 만들어 진영 간 줄서기를 강요하는 것은 역사의 조류에 위배된다.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맞받았다. 자오 대변인은 1999년 나토군의 유고슬라비아 주재 중국대사관 폭격 사건을 거론하며 “중국 인민에게 빚을 진 사실을 잊지 말라”고 했다. 베이징 류지영 특파원 superryu@seoul.co.kr
  • 경선연기·부동산 ‘선택불가 증후군’에 빠진 송영길호

    경선연기·부동산 ‘선택불가 증후군’에 빠진 송영길호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부동산 문제와 대선 경선 연기 등에 대해 ‘선택불가 증후군’에 빠졌다. 과거와 같은 ‘원팀’, ‘원보이스’를 강요하는 지도부는 아니지만 주요 현안에 대해 결정을 내리지 못하면서 혼란만 키운다는 지적이 나온다.  1위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를 제외한 군소 후보 중심으로 몇 달째 경선 연기를 주장하고 있지만 지도부는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송 대표는 “대선 승리에 가장 도움이 되는 방법인가가 중요한 기준”이라며 가능성만 열어 뒀다. 이런 가운데 경선 연기를 찬성 혹은 반대하는 측의 갈등만 고조되고 있다. 이 지사의 공식지지모임인 민주평화광장 대표인 조정식 의원은 15일 페이스북에 “대선 경선 연기는 필패의 길이다. 대선 선출 역사가 이를 입증한다”고 비판했다.  경선 연기론에만 매몰되다 보니 정작 민주당의 경선은 국민들의 무관심 속에 묻혔다. 허영 의원은 페이스북에 “대선후보들이 주어진 일정에 따라 각자 혼술 마시듯 뛰다 여론조사 한번으로 무미건조하게 예비경선을 치르고 컷오프당하게 생겼다”고 비판했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완화를 담은 부동산 세제 개편안은 당내 반발에 부딪혀 숨고르기 작업 중이다. 권익위 조사 결과 불법 거래 의혹을 받는 의원 12명의 탈당 문제도 매듭짓지 못하고 있다. 지도부는 “소명할 시간을 줘야 한다”는 입장만 반복하며 징계는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지만, 탈당을 거부한 의원들도 의사를 바꿀 뜻은 없어 보인다.  송 대표가 결정하지 못하는 사이 리더십의 부재를 비판하는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한 대선 주자 캠프 관계자는 “지도부가 후보들 간 유불리만 따져서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며 “경선 일정과 방법을 종합적으로 생각해서 국민적 관심을 불러오고 축제와 승리의 장이 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게 후보들의 요구”라고 강조했다. 한 의원은 “사실 송 대표는 종부세, 탈당에 대해 결정했는데 의원들이 따르지 않고 있다”며 “0.59% 포인트 차이로 당대표를 따낸 후과를 치르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에선 톱다운(top-down) 방식으로 당론을 정하는 것이 아니다 보니 과거에 비해 다양한 목소리가 존중받는다는 긍정적 평가도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친문 세력이 공고한 상황에서 송 대표 운신의 폭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특별한 내분 없이 잘 끌고 가고 있다”고 봤다. 박완주 정책위의장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예전에는 실무단위, 최고위, 당정협의 과정을 거치며 당론이 정해졌다면 송영길 체제에서는 조금 더디더라도 정책의총을 통해서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며 “조금 더 숙의과정을 거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미국, 북한과 비슷한 점들 많아”…탈북 유학생, 미국 대학 비판

    “미국, 북한과 비슷한 점들 많아”…탈북 유학생, 미국 대학 비판

    탈북 유학생, 미국 대학 비판“대학이 원하는 사고방식 강요”“좋은 학점 받고 졸업하려면 조용해야” 탈북민 출신 인권운동가 박연미(27)씨가 미국에 정착한 후 미국 대학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쏟아냈다. 국제무대에서 북한 실상에 대한 생생한 증언으로 유명한 박씨는 미국의 명문대그룹인 아이비리그의 컬럼비아대에 재학 중이다. 박씨는 15일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미국은 다르리라 생각했지만, 북한과 비슷한 점들을 많이 봤다. 북한도 이 정도로 미치진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대학에서의 반(反)서구 정서와 집단 죄의식, 정치적 올바름 등의 문제를 예로 들었다. 박씨는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배우기 위해 돈, 시간, 열정을 투자했지만, 그들(미국 대학)은 자신이 원하는 사고방식을 강요한다”며 “교수, 학우들과 숱한 논쟁을 하고 나서 좋은 학점을 받고 졸업하기 위해서는 그저 조용히 있어야 한다는 걸 배웠다”고 강조했다. 박씨는 컬럼비아대에 처음 왔을 때부터 위험신호를 느꼈다고 고백했다. 당시 교직원에게 제인 오스틴의 작품을 즐겨 읽는다고 말했는데 “그가 식민지적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아냐”는 지적을 받았다는 것이다. 특히 젠더 문제와 관련해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영어는 내게 성인이 되고 나서 배운 제3의 언어다”며 “아직 ‘그’와 ‘그녀’를 말할 때 실수를 하는데, 요새는 ‘그들’이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2007년 북한 탈출, 중국의 인신매매범에게 붙잡히기도 한편 박씨는 13살이었던 2007년 어머니와 함께 압록강을 넘어 북한을 탈출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의 인신매매범에게 붙잡혔다가 기독교 선교사의 도움으로 몽골로 도망갔고, 이후 고비사막을 지나 한국 땅을 밟았다. 그는 동국대 경찰행정학과에 다니다가 2015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같은 해 회고록 ‘내가 본 것을 당신이 알게 됐으면’을 써 많은 주목을 받았다. 2014년 영국 BBC 방송에서 ‘세계 100대 여성’으로 선정되기도 했던 그는 2016년 미국에 뉴욕에서 미국인과 결혼했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자전거 타다 성희롱 들은 영국 여성 뒤따라가 따져 “늘상 있는 일”

    자전거 타다 성희롱 들은 영국 여성 뒤따라가 따져 “늘상 있는 일”

    영국 카디프에서 자전거를 타던 여성이 신호 대기 중일 때 자동차를 운전하던 남성으로부터 입에 담기 거북한 말을 들었다며 뒤따라가 따지는 동영상이 눈길을 끈다. 화제의 주인공은 지난 5일(이하 현지시간) 퍼나스 로드를 따라 달리다가 함께 멈춰선 랜드로버 운전자로부터 놀림을 당한 난 비어드(30)라고 영국 BBC가 13일 소개했다. 그 남자는 “당신 뒤태가 사고를 유발할 수 있으니 건강 경고를 뒤에 붙여야 한다”며 낄낄댔다고 그녀는 어이없어 했다. 열 받은 비어드는 쫓아가 휴대폰으로 동영상을 촬영하면서 그에게 따져 물었다. 그는 “사고를 유발할 수 있으니 조심하라고 말했을 뿐”이라고 둘러댔다. 비어드는 “내가 역겹다고 말하자 그는 웃으며 달아나 버리더군요”라고 말했다. 실은 차안에 그의 아들로 보이는 동승자가 보여 창피를 주고 싶었다고 했다. 해꼬지를 당하지는 않을 것이란 계산도 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10대 시절부터 자전거를 탈 때마다 늘상 이런 일을 당한다고 털어놓았다. 몇시간 전에는 자전거를 타지 않고 있을 때 지나가던 운전자가 “너랑 자고 싶어”라고 소리지르더라고 했다. 혼자 있다 싶으며 어김없이 이런 성희롱과 조롱들이 쏟아진다고 했다. 그저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며 살라고 강요하는 것 같다고도 했다. 지난 1월 영국 전역에 봉쇄령이 내려졌을 때 여성 달림이들이 안전 문제를 제기하자 그제야 카디프 당국은 실외 운동 때 남성과 함께 달려도 좋다고 방역 수칙을 손질했다. 여자 선수들은 카디프 공원들에서 혼자 훈련할 때 몸매에 대해 이러쿵저러쿵하는 소리나 늑대 울음 소리를 듣거나 심지어 맥주 캔을 던지는 사람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지난해 카디프 시의회에 제출된 보고서에 따르면 이 도시의 자전거 타는 남성이 19명일 때 여성은 한 명 뿐이었다. 한 자전거 단체의 통계에 따르면 70%의 여성은 한 번도 자전거를 타본 적이 없지만 31%는 타보고 싶어했다. 영국사이클연맹의 그웬다 오웬은 남녀 사이클리스트 모두 일상적으로 놀림을 당한다며 여성은 걸어다닐 때보다 자전거를 탈 때 곧바로 현장을 벗어날 수 있어 더 안전하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또 남자들은 차로 빨리 도망가면 되고, 누군가의 면전에 대고 하는 것이 아니니까 나중에 둘러댈 수 있다고 생각해 이런 짓을 저지른다고 분석했다. 그녀는 “이 도시에서 자전거를 탈 때 뭔가를 던지는 이들이 있다. 한번은 살라미 팩이 날아온 적도 있었는데 이런 일은 아주아주 위험한 일”이라면서 “차안에서 성적 본능이 담긴 야유를 퍼붓거나 호모포비아 욕설을 내뱉는다. 불행히도 이런 일은 다반사로 일어나는데 사회의 더 광범위한 문제들을 반영한다”고 지적했다. 비어드와 오웬 모두 이런 일을 변화시키려면 다른 이들이 이의를 제기하고 지적해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오웬은 “남자들은 다른 사람이 길거리나 바, 직장 등 어느 곳에서나 이런 행동을 한다면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자전거 동호인 크리스틴 보스턴은 비어드처럼 모든 여성들이 “원치 않은 주목을 받지 않으면서 자유롭게 운동할 권리를 갖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여성들이 성희롱이나 욕설, 고양이 울음을 흉내내 놀림을 받으면 자전거 타는 일을 그만 둘 있다며 절대 그런 짓을 하면 안된다고 덧붙였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사설] 불법 재하도급이 원인으로 확인된 광주 참사

    경찰이 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광역시 학동 4구역 재개발 현장의 철거 건물 붕괴 참사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불법 다단계 하도급이 이루어진 정황을 포착했다고 한다. 원도급자인 현대산업개발이 한솔기업과 철거 공사 하도급 계약을 맺었고, 한솔기업은 다시 백솔건설에 불법 재하도급을 주었다는 것이다. 재하도급 업체가 하도급 업체보다 훨씬 낮은 공사비를 감수해야 하는 것은 상식이다. 이런 구조적 원인이 제거되지 않으면 사고는 계속 일어날 수밖에 없다. 건물 해체는 상층부부터 순차적으로 제거해 구조물의 하부가 받는 부담을 줄이면서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이 상식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측면을 한꺼번에 부수면서 구조물이 안전성을 잃어 한쪽으로 넘어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이 건물은 H빔 같은 철골이나 철근 기둥 구조가 아닌 콘크리트 조립식이었다. 그럼에도 재하청 업체가 구청에 제출한 해체계획서를 완전히 무시하고 마구잡이식 철거를 한 것은 공기를 절약해 비용을 아끼겠다는 의도일 수밖에 없다. 결국 광주 참사의 결정적 원인은 살인적 비용 절감을 강요하는 불법 다단계 하도급 관행이다. 건설산업기본법은 하도급받은 건설 공사를 다시 하도급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재하도급 관행은 부실 공사를 낳고, 부실 공사는 다시 국민의 안전에 심각한 위해를 가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하도급 업체가 규정을 위반해도 1년 이내 영업정지이나 3년 이하의 징역, 3000만원 이하 벌금에 그친다. 더구나 원도급자는 하도급 업체의 법 규정 위반을 묵인하거나 지시했다고 하더라도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받는 것이 고작이다. 이런 솜방망이 처벌 규정으로 불법 재하도급 관행을 사라지게 하겠다는 것은 그야말로 소가 웃을 노릇이다. 철저하고 신속한 수사로 이번 사건 관련자의 잘잘못을 가려 강력히 처벌하는 것은 희생자의 원혼을 달래기 위해서도 당연하다. 더불어 정부와 정치권은 원도급자에게 불법 재하도급을 막을 관리 의무를 부과하고 위반하면 처벌도 강화하는 내용으로 관련 법을 개정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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